진산(鎭山)이란 것이 있다. 국어사전에 의하면 “도읍지나 각 고을에서 그곳을 진호(鎭護)하는 주산(主山)으로 정하여 제사하던 산. 조선 시대에는 동쪽의 금강산, 남쪽의 지리산, 서쪽의 묘향산, 북쪽의 백두산, 중심의 삼각산을 오악(五嶽)이라고 하여 주산으로 삼았다”라고 해석하여 전하고 있다. 일테면 대구는 팔공산, 대전 식장산, 광주 무등산, 청주 우암산, 인천 계양산 등이 지역의 지주산로 화자 되는 산이다. 부산의 경우 두말없이 금정산이다. 부산에서 해발고도(주봉: 고당봉 801.5m)가 가장 높은 산이기도 하다. 날이 맑을 때는 일본 쓰시마가 보이기도 한다. ‘산세가 야성적이면서도 뜯어보면 매력 있는 산이다’라고 평한다. 거기 살면서 늘 마주하고 기회되면 발걸음 옮기는 현지인으로써 보면 ‘뜯어보면 매력있는 산’ 이란 표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지만 곰곰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법하다고 수긍이 되는 바다. 실제 금정산에 들어 산마루에서 이리저리 조망하다 보면 볼수록 매력있는 산이다. 그래서 몇 번 마주하면 시나브로 정드는 산이 금정산이고 다녀간 외지인들도 ‘엄지 척’ 하는 산이다.
몇 해 전서부터 이런 금정산을 영구히 보전하는 차원에서 국립공원화 하는 운동이 도모되었다. 국립공원이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충족되어야 할 요건이 있는데, 금정산의 경우 그 기준을 충족을 하고도 남는다. 다만 유구한 역사와 생태문화적 자원성에도 불구하고 그 소유는 86%가 사유지다. 그럼에도 관통하고 있는 시민정서 속의 금정산은 이유 불문하고 어떠한 개발도 용납하지 않고 있다.
‘머라카노 씰데 없이, 마, 확’의 시민정서는 여전히 유효하다. 그런데 근자에 이같은 시민의 금정산 사랑에 존심 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첫째는 금정산 고당봉 일원이 지난해 5월 미국인 명의가 됐다는 것이고, 둘째는 금정산 자락에 터잡은 국립 부산대학교가 금정산 자락 장전공원에 특수학교를 만들겠다고 한 것이다. 두 사안에 대한 시민 반응은 ‘어처구니 없음이요, 까불고 있네’다.
시민들서는 황당무계하게 들릴 법도 하지만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소유권이 이전된 땅은 모두 30여 개 필지. 총 면적 87만 ㎡로, 축구장 면적의 120배 크기로 주식회사 삼천리와 삼탄의 소유였다. 삼탄은 삼천리의 계열사고 삼천리는 총자산 6조5천억원 재계 순위 65위의 에너지 관련기업이다. 주)삼천리는 1980년 6월 금정산 북문 일원에 36홀 골프장을 만들 요량으로 땅을 매입했고 이후 80년대 중후반 실제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다 부산공해추방시민웅동협의회(약칭 공추협-부산환경운동연합 전신)을 중심으로 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로 사업을 백지화 한 적이 있다. 이후 부산환경운동엽합은 금정산을 지키고 보전하기 위해서는 전문 보전운동체가 필요하다 하여 대한산악연맹 부산지부 소속 부산산악인들과 더불어 금정산보전회를 만들어 지금껏 연대하고 있다. 그런데 그 삼천리의 유모 회장이 미국 국적의 둘째 아들에게 금정산 일원의 땅을 증여했다.
지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장차 금정산이 국립공원이 될 경우 자산가치의 하락이 예견되고, 이를 방어하고 대응하기 위한 방도가 필요했을 것이다. 그래서 택한 바가 미국 국적의 아들에게 증여함으로써 돌파구를 찾고자 한 것이다. 실제 공공개발을 위한 사유지 강제 수용은 법적으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러나 미국처럼 우리나라와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나라의 국민이 소유한 땅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자신의 재산권이 부당하게 침해받았다고 주장하면서 우리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도, 영어로 'ISD'라고 하는 국제 중재제도를 활용한다는 얘기다. 이럴 경우, 땅 강제 수용은 사실상 불가능해지고 수용을 하더라도 보상 가격은 반드시 당사자와 합의하게 되어 있다. 젠장 이 무슨 꼴이란 말인가.
이런 판국에 국립대인 부산대학교가 금정산 대륙봉 동사면 산 가장자리 일원에 난데없이 장애인을 위한 특수학교를 짓겠다고 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안그래도 분기탱천한 시민의 가슴에 불을 질러 버린 것이다.
즉각적인 시민의 반대가 천명되었다. 부산대가 계획하고 있는 특수학교 부지는 소나무를 중심으로 형성된 송림 우점 식생지역이다.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 한해 부산지역 터줏대감나무 발굴 5년차 마지막 조사로 수행했던 산지 노거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11개 산지 50곳의 조사했는데 총 7종 234그루를 발굴했다. 우점종은 소나무류였다. 이중 흉고둘레 2.5~3.0m 이상의 노거수는 80여 그루가 된다, 주목할 사실은 부산대가 계획하고 있는 장전공원 주변에서만 58 그루가 발견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흉고 2,0m 또는 그에 준하는 1.7~19m는 수천 그루가 된다.
더하여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지난해 부산지역 도시공원 도래 야행성 여름철새를 조사했다. 놀랍게도 이 조사에서도 장전공원은 조사 대상종 5종의 조류가 다 서식하고 있었다. 조사 대상종은 소쩍새, 큰소쩍새, 솔부엉이, 쏙독새, 호랑지빠귀이며 부산에서는 불광산 유원지와 금정산 장전공원에서만 이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다.
사실 부산대 대동장 뒤편 금정산 자락 숲은 익히 알려진 뛰어난 경관을 품고 있는 곳이다. 즐겨찾는 시민들은 이런 곳을 개발하겠다는 부산대의 계획을 맹비난하며 언어도단이라고 한다.
유감스럽게도 부산대는 금정산 토지를 소유한 대지주 3곳 중 1곳이다. 120만 ㎡를 소유하고 있다. 또 부산대 소유 금정산 땅 중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필지가 바로 특수학교 건립 후보지인 '장전동 산 30번지'일원으로 그 면적은 108만 6천여 ㎡에 달한다. 16만평크기인 부산시민공원의 2배가 넘는다.
부산 KBS 취재 결과, “부산대는 개발이 금지된 그린벨트 구역 내에서 지난 30년 동안 쉬지 않고 건물을 쌓아 올렸다. 부산대 학생회관을 기준으로 줄지어 들어선 학교 건물. 이 땅은 '개발제한구역'이다. 어떻게 이 건물들이 들어선 걸까. 1980년대, 부산대는 당시 정부로부터 개발제한구역 내 행위 허가를 받았다. 교육토지로 형질을 바꿔 건축 행위가 가능하도록 한 것. 1986년, 그린벨트 구역 내에 제2사범관이 처음 들어섰다. 그리고 2년 뒤 학생회관이, 뒤이어 기숙사와 체육관 등이 줄줄이 생겼다. 1986년부터 2014년까지 모두 17개의 건물이 금정산 자락을 타고 올랐다.” 부산대 장전동 캠퍼스 전체 108만여 제곱미터 땅 중에서 이런 식으로 형질이 변경된 땅은 무려 20만 7천 ㎡이며 이중 약 20%가 '녹지 보호'라는 애초 목적과 달리 캠퍼스 확장에 쓰인 것이다.
문제가 된 특수학교 계획부지는 근린공원으로 2020년 7월 해제되는 부산 도시공원 일몰대상지 90곳 중의 한곳이다. 시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금정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마당에 부산대가 국립공원은 고사하고, 금정산 전체에 개발 도미노를 불러 일어키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휩싸였다. 그렇다. 시방 부산대학교는 극히 위험한 도박을 벌이고 있고 부산시교육청 등과도 이미 협역을 체결한 바 있다. 시민들은 이런 사실을 몰랐다. 그렇다치고 더 큰 문제는 개발을 강행하면 국유지 개발도 가능한데 사유지라고 개발하지 못하란 법이 없다는 형평성 논란과 더불어 도미노식 개발의 출구를 부산대가 연다는 사실이다. 답답하게도 부산대는 이를 무시하고 강행할려고 한다. 한번 해보자는 것일까. 이에 분명히 경고한다. 이 시간 이후 그로부터 비롯되는 금정산 난개발의 책임은 전적으로 부산대가 짊어지고 가야 한다. 지혜와 대안모색을 거부하는 부산대는 이 점을 직시해야한다. 부산시민은 이런 싸움을 원치 않는다.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월간 함께사는 길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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