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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칼럼 기고

공원일몰제, 대통령은 답하라

by 이성근 2019. 1. 6.



대통령과 부산시장의 신년사를 눈여겨보았다. 참고로 서울시장과 국토교통부 장관의 신년사도 일독했다. 전반적인 판을 가늠하자니 2019년 역시 만만찮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문득 국정과 시정의 책임자들이 겪을 심적 부담을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라면 어떻게 처신했을까. 그래서 아무나 대통령이 될 수 없고 시장이 될 수 없다. 그러기에 그 직이 엄중한 것이고 언행이 조심스럽다. 더욱이 시대가 일변했지 않는가.

 

문재인 정부가 출범 두 달 후 국정운영계획을 보고한 바 있다. 대통령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비전을 밝히고 국정과제 청사진을 제시했다. 20177월 중순께였다. 그동안 지방선거가 있었고 부산에서는 23년 만의 정권교체가 있었다. 완전히 판을 뒤집어엎어 버렸다. 누적된 적폐를 청산하고자 했던 시민의 의지가 작동한 결과였다.

 

민생 빙자한 개발사업에 밀리고

신년사에서도 배제된 공원일몰제

국민 삶과 직결된 토지 정의의 문제

국정 책임자의 생각 밝혀야 할 때

 

그런데 지켜보자니 행보가 갈지자다. 헤아릴 수 없는 현안과 분출되는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내걸었던 개혁은 오리무중이고 정작 중요하지만 제대로 부각되지 못한 의제는 사장되어 버렸다. 대관절 어디로 가는 것일까. 국민 선택에 하자가 생긴 것인가

 

신년사는 그 답을 조금이라도 읽을 수 있는 지도다. 안타깝게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주무장관, 전국 광역시·도의 단체장 중에 도시공원 일몰제를 언급한 신년사는 없었다. 지역마다 골머리를 앓는다면서도 정작 해소 방안은 없고, 그냥 될 대로 되라는 것인지 답답한 노릇이다.

주지하다시피 도시공원 일몰제는 어느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고 전국 각지에서 제기되는 뜨거운 현안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을 비롯하여 중앙정부 부처는 철저히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광역단체장들이 여러 번에 걸쳐 집단으로 대정부 건의를 하지만 소 귀에 경 읽기인 데다 이를 다룰 전담부서조차 없다. 지자체로서는 어차피 재원은 없고, 있다손치더라도 단체장 치적으로 남기지 못할 사안이다 보니 민생을 빙자한 개발사업에다 돈을 퍼붓고 있다.

 

그렇다. 시내 주요지역에 내걸린 역대 최대 국비 확보현수막을 보면 부아가 치미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그렇게 확보한 국비를 어디에다 쓴다는 말인가. 역으로 말하면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있는데 우선순위 열외 사안이고 또 미래를 대비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규모가 방대한 만큼 들어갈 돈도 천문학적이기에 묘안을 찾고 한 푼이라도 보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그동안 지자체들이 공원녹지 확충사업을 통해 점진적으로 높여 왔던 각 지역 1인당 공원면적은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 선진도시의 1인당 공원면적을 따라잡기 위해 기울였던 노력이 일거에 무너지는 것이다. 1인당 공원면적의 축소가 의미하는 바는 시대의 후퇴요 도시의 퇴보다.

 

실제 도시공원 일몰지역 드론 촬영 작업을 하면서 보았던 부산의 공원과 녹지는 심각한 상태였다. 골짝 골짝 성한 데 없이 파헤쳐진 택지개발 현장과 대규모 골프장, 공단조성, 거기다 뉴스테이며 제로섬 방식의 재건축 재개발 사업 현장은 대관절 이 도시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지 되묻기까지 했다. 심지어 도시재생 뉴딜사업조차도 그 정체성이 의심스러웠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이쯤에서 대통령께서 한마디 해 주셨으면 한다. 예컨대 대통령이 해야 할 일로 국토의 보전 측면에서 도시공원 일몰제에 대해 입장을 밝히시라는 것이다. 마침 신년사에서도 미처 살피지 못한 일을 돌아보며 국민의 삶이 나아지게 노력하겠다고 한 바 있다. 그 미처 살피지 못한 일 중에 도시공원 일몰제를 결부시킨다면 어불성설일까.

 

하지만 도시공원 일몰제야말로 바로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중차대한 일이다.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들이 연동된 과제이기에 국정의 책임자로서 이 문제에 대한 대통령 생각을 밝혀 달라는 것이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이 문제를 국민청원제도를 통해 20만 명의 청원이 달성돼야 답해 줄 수 있는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건 역시 아닐 게다. 공원 일몰제는 토지 정의와 세대 간 환경 형평성의 문제다.  / 부산일보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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