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이 도시공원 살린다
내일(24일) 오전 부산시민공원에서 도시공원 운동 10년 차 공원녹지 전문단체가 활동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후원 행사를 연다. 게스트로 박원순 서울시장이 와서 공원녹지 이야기를 하고 영도구, 북구, 부산진구, 동구, 금정구 구청장이 동참한 도시공원 보전 협약도 맺는다. 이 날은 배우 이재용 씨가 도시공원 보전 홍보대사로 처음 나서는 날이기도 하다. 하나하나가 뉴스감이다. 다들 일몰제 해결을 위한 바람으로 함께한 분들이다.
부산시민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 결과
시민 인식의 놀라운 변화 읽을 수 있어
"일몰제 잘 안다" 응답이 전체의 절반
75%는 공원 존치 위한 비용 부담 동의
부산그린트러스트가 도시공원 일몰제를 주력 의제로 삼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것은 지난 2016년 에콰도르 키토에서 개최된 해비타트 Ⅲ 회의 참가부터였다. 한국민간위원회의 일원으로 참가한 우리는 주거복지 중심의 도시 의제에 '원전'과 '도시공원 일몰제'를 신설하여 한국민간위원회가 주장하는 주요 의제로 만들었다. 안타깝게도 한국민간위원회의 활동은 최순실 게이트로 촉발된 박근혜 퇴진 운동에 묻혀버렸다. 그리고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했다. 대통령은 일몰제 해소에 대한 시민사회의 요구를 공약한 바 있다. 그렇지만 그때 약속했던 공약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중앙정부 역시 이렇다 할 입장을 내지 못한 채 침묵으로 일관했고, 우리 단체는 지방선거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지방정부가 새롭게 재편되면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시민의 요구에 답했다.
지난달 16일 부산시는 일몰제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97%의 도시공원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획기적인 발표였다. 다만 중앙정부의 결단과 후속 조치가 연결될 때 완성되는 조건이 많은 대책이었다. 실제 체감되는 실현 가능한 대책은 많아야 7% 선에 불과하다. 예컨대 오거돈 부산시장이 재임 기간 연간 1000억 원씩 투자하는 것에 더하여 민간공원 특례제 5곳에서 기대되는 6500억 원 수준의 공원 존치가 포함되고, 여기에 금정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면 획득할 면적 3%를 더한 것이다. 부산시가 나머지 필요한 재원 3조 2000억 원을 조달하는 일은 희망 사항일 뿐이다.
우리 단체는 이와 관련해서 공원 일몰제에 관한 시민의 생각을 설문 조사했다. 놀랍게도 응답자의 50.6%가 일몰제에 대해 잘 알고 있거나 매우 잘 안다고 답했다. 더 놀라운 사실은 전체 응답자의 75.5%가 부산시가 부담해야 할 3조 2000억 원을 월 3800원에 20년간 부담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 '그렇다'라고 답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답이었다. 실로 놀라운 인식의 전환이고 부산 도시공원 일몰제 해소에 서광과도 같은 신호라 할 수 있다.
해석하자면 시민들은 작금의 도시공원 일몰제가 야기할 2020년 7월 1일 이후의 상황을 방치할 수 없음을 말한 것이다. 당장 6.08㎡에 불과한 1인당 도시공원 면적은 대폭 축소될 것이다. 더욱이 올여름의 폭염이며, 지금도 맹위를 떨치고 있는 미세먼지 저감에 도시공원이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아는 것이다. 나아가 내 삶터와 미래 세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현행 도시공원 일몰제와 그것을 방치하고 나 몰라라 하는 정부와 지자체에 준엄한 경고를 날리고 있는 것이다.
이쯤에서 부산시는 시민이 답한 설문 결과를 놓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어차피 조달 재원은 한정되어 있다. 결국 시민의 힘을 빌려야 하지 않겠는가. 도시공원 존치를 위해 지불 의사를 밝힌 응답자는 보통 시민이다. 일본 요코하마시의 경우 부족한 녹지를 확보하기 위한 토지 매입비와 공원 조성 비용을 위해 시민 1인당 매년 9000원을 걷겠다는 일명 '녹지세'를 공약으로 내세운 후보가 당선되었고, 2009년부터 매년 450억 엔, 우리나라 돈으로 4500억 원 정도가 해마다 공원녹지에 투자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는 그 시작을 11월 24일로 잡았다. 여기에 환경단체를 적대시하는 기업들이 편견을 지우고 동참하면 참 좋겠다. 도시공원은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 자산이기 때문이다.
11.22 부산일보 로컬터치 -이성근 부산그린트러스트 상임이사
The Gypsy (The Ink Spots)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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