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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지역과 마을

대연6동 재개발사업 2구역 : 아직도 떠나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by 이성근 2014. 8. 9.

 

국제 그린커뮤니티캠프 1기 들과의 마지막 나들이라 할 수 있는 이기대 탐방을 끝내고 귀가하던 길.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대연고개에서 하차 했다.  피곤했지만 불현듯 뭔가 생각난 것이 있듯 차에서 내린 이유는 차장으로 보인 저 현수막 때문이었다.   이른바 세입자들이다.  싹 밀어 버리고 새로운 대단지 아파트가 들어설 때면 늘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집단이다.  어쨌든 궁금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들만 허물어진 빈집을 차지하고 있었다.

관련 상황을 살피니 세입자 이주는 지난해 이맘때부터 이루어 지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골목마다 쌓여 있는 세간살이와 잡동사니들

솔직히 나는 재개발을 극도로 싫어한다.  누구를 위한 재개발이며 무엇을 위한 재개발이란 물음 때문이다.

아직 건물의 형체가 남아있는 미철거 지역의 빈집들

어디고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은 금새 자연으로 돌아간다.  집이란 것은 끊임없이 사람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  

금간 벽면에 봉의꼬리가 지천으로 번졌다.

실제로 이렇듯 방치된 빈집의 진짜 주인은 잡풀들이다.  그런 생각도 잠시 뒤돌아 보니 인근에 줄줄이 대기중인 재개발사업 예정지역들,

남아 있는 쌀집 간판

그리고 이 마을 아낙들과 아지매들이 수다를 나누었음직한 미용실이 그 이름만 덩그러니 매달고 있다.

철거되지 않고 뛰엄뛰엄  남아 있는 저 집들의 정체는 ?

철거가 마무리된 지역을 보니 초창기 마을 형성의 과정을 읽을 수 있다.  층층이 구획되어 있는 필지들, 문득 '아래집 위에 집' 이란 동요가 떠 올랐다.  이제 그  관계망은 사라졌다.  과연 다시 집을 짓는다는 것은 뭘까.   개개별 가구가 집수리 정도, 나아가 좀더 품을 늘리자면 리모델링 정도 그갓도 형편이 되면 인데 재개발이란 것은 그런  것을 고려하지 않는다.  

재개발은 토지소유자 2/3이상 동의, 건물소유자 90%이상의 동의, 토지면적의 2/3이상이 동의해야 만이 조합이 구성되고 시작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토지소유자와 건물소유자가 조합을 이루어 모든 개발을 진두지휘한다. 즉 세입자는 자신이 그 곳에서 30년을 살았건, 40년을 살았건 개발에 찬성 반대할 권리조차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세입자가 개발예정지에서 살면서 재개발이 되면 우리 동네가 잘 살게 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망상도 대단한 망상이다. 재개발에서 세입자는 우리 동네를 운운할 권리도 없는 것이다...재개발은 토지주와 건물주들이 자신이 소유한 토지와 건물을 이용하여 돈을 더 버는데 도움을 주는 일종의 합법적인 투기이다.

...모든 토지주 건물주들이 몇 년이나 걸리는 개발에 관여하여 활동하겠는가? 실무는 조합장을 비롯한 일부 조합원들에게 위임되며 그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개발이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 조합은 엄청난 비리를 저지르고 이득을 취하게 된다. 예를 들어 재개발이 시행되면 140여개 업종의 작은 회사가 들어와 공사를 담당해야 하는데 그 로비 과정에서도 비리는 충분히 일어난다. 140여개 업종마다 경쟁사가 다섯개씩만 있다고 하더라도 상상이 가능한 일이다. 조합장의 눈밖에 난 조합원은 조합원 자격이 박탈되는 것은 일쑤고, 개발이 완료가 되었다 하더라도 이미 오를대로 오른 집값으로 그 동네에서 정착할 수 없고, 타 지역으로 나가 세입자로 가는 수밖에 없다. 즉 재개발은 건물주에게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입자에겐 주거이전비와 임대주택을 보상받을 권리가 있다. 하지만 민영개발인만큼 법적 제재가 강력한 것은 아니다. 어차피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하여 개발을 시작한 개발업자에겐 이러한 보상을 적게 해 줄수록 이득이다. 따라서 처음에는 세입자에게 가능한 보상을 안 해주고 너무도 당연한 전세비 정도만 돌려주려 하다가 퇴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금 양보한다는 기본으로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회유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용역깡패가 등장한다. 하루라도 빨리 덜 보상해주고 세입자들이 나가줘야 이득을 얻는 자들은 가장 야만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실제로 용역업체는 조직 폭력배가 양성화되는 과정에서 생겨난 회사가 대부분인 것은 이미 주류 방송에서조차 방영된 바 있다. 그냥 옆에 서있는 것조차 부담스러운 험상궂고 건장한 청년들이 밤에 모여 다니며 시위 아닌 시위를 하는 것을 비롯하여 직접적인 협박을 하기도 하며, 폭언은 기본이고 폭력을 휘두른다. 한마디로 철거 예정지는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되는 것이다.

 

그러한 신체적 위협마저 있는 지역에서 안 나가는 게 아니고 못 나간다. 돈이 없어 땅 못 사고 집 못 사고 3040년 살았지만 모든 생활의 기준이 이곳에 맞춰져있다. 물론 정도 들었다. 설마 보상을 충분히 해준다 하더라도 이미 적지 않은 나이에 새로운 곳을 찾아 적응하기도 쉽지 않다. 자취방 빼고 나가서 옆집으로 옮기는 자취생과 처지가 다르다. 지금 나가라는 소리는 나가 죽으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관할 지자체나 경찰은 무엇을 하는 것일까. 민영 개발이라는 명목 하에 지자체는 개발구역 설정 및 조합인가 정도 외에는 관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일지 몰라도 재개발을 하면 할수록 지자체 또한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지자체도 세금조차 못 내는 가난한 주민이 모여살기보다는 넉넉한 세금을 징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살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마디로 재개발은 지자체-건설자본-경찰-용역업체가 합심하여 그들이 가진 권력-금력-공권력-폭력으로 가진 것 없고 갈 곳 없는 사람들만 억누르는 작업이다. (2009.2 김도균 전국빈민연합 정책국장)

담벼락에 선명히 남아 있는 대연6동 12통의 한 시절.

오르막 길을 가던 할머니 한분과 만났다.  자연스럽게 대화가 이루어졌다.  별 사진 찍을 것도 없는데 사진기를 이곳 저곳 찍어대고 있던 내 모습이 힐머니는 궁금했던 모양이었고, 나는 어쨌거나 이 마을에 아직도 사람이 있어 근황들이 어떠한지 궁굼했던 차 였다.  

이 마을에 들어 온지 30년 이상 됐다는 할매는 이날 이주할 집을 알아보고 오는 길이라 했다.  1억 얼마에 광안리 어딘가 빌라를 전세들기로 했다고 한다.  마침 나들이 나가는 또 다른 이웃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분들은 아예 집을 구했다고 했다.   이주에 따른 돈은 빌려주는 것이라 했다.   자식들은 이미 장성했고 집은 보다시피 재개발에 들었다. 그렇다고 아들네 집에 가기도 그렇고  고마 예전대로 사는 것이 좋았는데 이미 되돌리기엔 너무 지났다는 것이다.  

비구름이 하늘을 덮고 빗방울이 얼굴을 때리고 있었다.

시가화되었거나 개발이 이루어져 입주가 이루어진 주변을 본다.  다들 저런 삶을 원하는가 

독말풀

제비꽃류

까마중

개쑥갓, 붉은서어나물, 큰방가지똥, 망초가 허물어진 집터에 뿌리 내리고 있다.  억척같은 삶이다, 사실  이 만큼 살아내기까지 저 풀같은 질긵 생명력이 있었기에 이 도시의 이 언덕배기에 발 뻗고 잘 수 있는 쉽터며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세월이 어딘데 ...

 

대문만 남아 있는 집 

식구들의 귀가를 밝혀주던 대문간 전등,  그리고 어느 집유리 창에 마지막으로 남겨진 글귀가  눈길을 끈다.  

일대의 집에서 흔히 볼 있는 안방 미닫이 문살 , 옛맛이 남아 있다.  그리고 옥상마다 있는 기름보일러 통들

연립주택에 남아 있는 식탁과 싱크대의 일부, 빈 빨래 줄에는 사라지기 직전의 그 무엇이 허공중에 팔럭인다.

문득 그런 생각을 해 본다. 우리마을도 재개발이 이루어 진다면 ... 끔찍한 일이다. 

어느 집의 창가, 자개농과 솜 이부자리가 마구 구겨진채 쌓여 있다.

등나무가 있는 집, 주인은 등나무 그늘 아래 작은 화단에 손수 나무를 심어 가꾸었으리라 ,  참으로 황량하기 짝이 없는 골목에서 저 혼자 핀 등꽃이며 풍접초가 그나마 위안이다.

옥상에 놓여 있는 빈 평상

철거마을의 어수선함은 기본이다  중간 중간 길도 끊기고 가장 먼저 전신주와 상수도의 기능이 정지된다. 골목에는 사람대신 풀들이 들어 온다.

대문을 지나 현관까지의 거리가 짧지만 이집 사람들은 거실에다 어항을 두고, 마당 귀에는 난 화분을 두어 관리했음직하다  

또 다른 집에는 감나무며 매실, 무화과를 비롯하여 제법 그늘이 짙게 드리운 정원을 가꾸었다.  이 정원에서 뛰어 놀던 아이들과 식솔들의 단란했던 한때가 아직 나무에 베에 있는 듯하다  

아치형 대문 넘어 감나무가 있는 집

난데없이 개짓는 소리가 들려  따라 들어 간  골목, 비교작 원형을 간직한 이 골목에는  며칠전 지나간 태풍이 떨어 뜨리고 간 풋감들이 널부러졌다. 몇 집이 아직은 떠날 수 없다 며 살 고 있었다.

담장 너머로 가질르 뻗어 낸 단풍나무와 가이즈까 향나무,   이들은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집에는 세입자가 살고 있었을까

골목의 끝에 서니, 예전 태평양아파트단지를 허물고 들어선 SK아파트단지

통일동산으로 향하는 마을길은 이제 환삼덩굴이 뒤덮었다.

2009. 2.12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 공간환경정책포럼 주관 용산 참사 학술단체 토론회에서 김수현 세종대 교수는 "재개발 사업은 개발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최대 목표가 됐고 이를 위해 원래 살고 있던 주민들의 재입주보다는 이익이 남는 집만 지으면 된다는 식으로 사업이 추진됐다""근본 원인은 선진국과 달리 공공 기관이 도시 재생 사업을 추진할 역량이나 의지가 없는 가운데 재개발 사업이 민간 주도로 시행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현재 재개발은 공동체 보전과 생계 터전 유지와 같은 사회적인 목적을 무시한 채 진행되고 있다""사업을 맡은 기업과 지자체가 도시를 사람이 사는 곳이 아닌 단순한 콘크리트 덩어리가 있는 곳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로 인해 서민들이 거주하던 소형 주택은 도시에서 점차 사라지고 중대형 주택이 들어서고 있다""결국 원주민 재입주 비율이 매우 낮은 것은 물론이고 세입

자들의 주거권 문제가 지속되며, 비리, 폭력 등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현행 보상 제도에 관련해 "지나치게 개발자 및 소유자 위주로 되어 있어 세입자는 주거권, 생활권, 영업권 등 무형의 권리는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로부터 5년이 경과 했지만 그의 지적은 여전히 유효하다

 

출처: 다음 블로그 홍이 아뜨리에

Brenda Lee - No one [19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