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5년 개장한 서울숲은 국내 최초의 시민참여형 공원이다. 시와 민간이 파트너십 협약을 맺고, 각계의 의견을 수렴하며 함께 만들었다. '서울숲사랑모임'의 주도로 15명이던 공원 봉사자는 9천 명을 넘어섰고, 연간 700만 명의 시민이 찾는 공원이 되었다.
내년 초 개장을 앞둔 부산시민공원. 라운드테이블 등으로 겨우 민관협치의 물꼬를 트긴 했지만, 거기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야 관리·운영 조례 제정 작업에 들어갔지만, 공원 개장 전에 제대로 된 시민 참여를 이끌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관리 주체를 가진 부산의 공원은 69개에 달한다. 그러나 공원 문화와 시민 참여 수준은 삼엄한 시설 관리 속에 산책이나 즐기는 걸음마 단계다. 시민들은 아이들 손을 잡고 공원이나 숲이 아니라 백화점 문화센터로 향한다.
부산의 공원은 언제까지 어르신들의 쉼터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 것일까.
부산일보는 부산의 공원이 품은 보석 같은 잠재력을 재발견하고, 진정한 시민참여형 공원으로 거듭나도록 돕는 공공저널리즘 특별기획 '공원아, 놀자!'를 진행한다.
청년들이 공원문화의 업그레이드를 꾀하는 '달팽이 도시공원 문화 탐사단'이 그 전위대다. 지난 3월부터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은행과 손을 잡고 출범시킨 '달팽이 탐사단'은 지난 1일 용두산공원 탐사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부산대·동아대 조경학과,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대학생 27명이 참여하는 탐사단은 부산의 도시공원 6곳을 차례로 탐색하고, 창의적이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쏟아 낸다. 그 결과는 격주로 본보에 게재된다.
이들의 뒤에는 '공원아, 놀자! 추진단'이 있다. 경성대 강동진, 동명대 김교정, 동아대 강영조, 부산대 김동필 교수, 문화소통단체 숨 차재근 대표,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이 공원을 정밀 답사한 후 탐사단을 이끌며, 그 성과를 공원문화 발전의 동력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성근 사무처장은 "이번 프로젝트로 부산의 도시 공원에 새로운 문화 대안을 제시하고, 지역 기업들에도 사회 공헌의 길을 터 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원아, 우리 한번 제대로 놀아 보자. 부산일보 박세익 기자
"97살된 부산 대표적 공원, 도심 속 섬 아닌 광장·길로 바꿔야"
용두산의 역사는 부산 근대의 역사다.
그 역사는 묻혀 있었다.
강영조 교수의 특강을 듣고 용두산으로 향하는 추진단과 탐사단
용두산 타워 비상계단을 힘겹고 오르는(?) 강영조 교수
탐사단은 타워 강석환 사장의 배려로 엘리베이트를 타고 이동 했는데 ...
1916년 일본 천황 승계를 기념해 신사가 있는 공원으로 태어났다. 해방 이후 1948년 불에 탄 신사 자리에 미군 클럽이 들어선다. 1954년 대화재 이후 1957년 이승만 대통령을 기리는 우남공원이 되었다가 1962년에야 부산시민의 품에 안긴 곳. 애절한 사연을 담은 용두산공원의 프로필이다.
3년 후면 100세가 되는 용두산공원. 꽃시계, 부산타워 앞에서 가족 사진 한번 안 찍어 본 부산 사람이 있을까. 부산의 대표적인 역사·근린 공원이지만, 언제부턴가 시민들은 어르신과 관광객에게 양보라도 하듯 발길을 거두고 말았다.
'달팽이 도시 공원문화 탐사단' 첫발
어르신·관광객·젊은 층 '영역' 존재
타워 안 비상계단 달리기 경연 위험
"항구·도심 공존, 부산 역사 깃들게"
■ 1호 사진사, 그리고 바둑판
지난 1일 오후 또따또가 독립영화 갤러리 '보기드문'. 용두산공원의 역사를 아우르는 동아대 강영조 교수의 특강을 마치고 '달팽이 도시 공원문화 탐사단'이 본격적인 '보물 찾기'에 나섰다. 부산일보와 ㈔부산그린트러스트, 부산은행이 공동 주최하는 '달팽이 탐사단'이 첫발을 뗀 것이다.
용두산공원으로 오르는 길. 옹벽에는 대화재 때의 흔적이 그대로다. 점을 치는 할아버지가 앉아 우두커니 손님을 기다린다.
공원 광장, 아스팔트 광장에 줄지어 선 관광버스들이 보인다. 큰 버스가 좁은 진입로에서 회전하니 시민과 관광객들이 가까스로 몸을 피한다. 녹지는 간데없고, 광장은 아스팔트다. 토요일이라 사람은 많지만, 산만하고 정신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해에 때를 씻은 충무공 동상 주위는 물론 꽃시계, 종각 할 것 없이 모두 '접근 금지' 펜스를 둘렀다. 그때 입이 툭 튀어나온 한 아이가 말했다. "아빠, 여기 뭐가 있어? 치이." "내가 그냥 공원이랬잖아." 아빠가 퉁명스레 대꾸한다.
공연장 앞 계단에 사람이 가득하다. 대부분이 어르신들이다. 부산문화재단이 진행하는 토요 상설 프로그램인데, 먹을 것을 나눠 주고 공연도 보여 준다. 비둘기는 50여 마리만 남았다. 지난 2009년 유해 동물로 지정된 이후 먹이를 찾지 못해서다.
'1호 사진사' 이상훈 씨를 만났다. 1973년부터 40년간 비만 오지 않으면 용두산공원에 있었다. "신혼여행차, 부산타워 보러 많이들 왔어요. 이제는 잘 안 돼. 주말에도 공치는 날이 있어요." 사진사 8명이 부산시에 정식으로 등록돼 영업을 한다. 기념 사진을 찍었더니, 가방을 척 열어 소형 기계로 그 자리에서 프린트해 준다.
놀랍게도 용두산공원은 '영역'이 존재했다. 꽃시계 인근 벤치에는 바둑판, 장기판이 가득하다. 당연히 할아버지들 차지다. 1천 원을 받고 바둑판을 빌려 주는 사람이 둘 있었다. 공원 상단은 주로 가족 단위 관광객이, 맨 위 부산타워 인근에는 데이트를 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가 말했다. "어르신들과 젊은이들이 머무는 공간이 분리된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공원이 쥐똥나무 꽃향기가 그만인, 아름다운 숲을 두르고 있지만, 대부분 접근성이 떨어집니다."
무료 급식을 하는 '기쁨의 집'이 있는 정수사(겉으로 보면 절인지 모른다)를 둘러보는데, 오래된 비석이 구석에 박혀 있다. 삼화고무가 꽃시계를 기증했다는 기념비다. 어떻게 꽃시계로부터 이리 멀리 떨어지게 되었을까.
■ 새점 할머니 없어도 꽃시계는 간다
탐사단은 공원을 지키던 '새점 할머니'가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렇게 공원의 흔적은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공원에는 ㈜두모씨앤씨가 운영하는 유료 시설인 부산타워와 세계모형선박전시관, 세계민속악기박물관, 그리고 부산시립미술관 용두산미술관이 있고, 팔각정의 수족관은 북카페가 되었다. 하지만 공원 어딜 봐도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봄, 가을이면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스스로 흥이 나 춤을 추는 '댄스 파티'를 벌이고, 중구노인복지관에서 전통놀이 체험을 시켜 주는 어르신 몇 분이 있는 정도다.
현장체험 학습을 위해 답사 중이던 해운대여중 박석미 교사는 "아이들에게 부산의 진면목을 효율적으로 알려 주기 위해 용두산공원과 관련한 미션을 담은 종이를 나눠 주고 체험을 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두모씨앤씨 성낙춘 이사와 함께 오른 부산타워. 부산항 풍경은 여전히 최고였지만, 탐사단 대다수가 "여기 올라올 수 있는지 몰랐다"고 한다. 높이 120m 타워 안에 지그재그로 이어진 비상계단을 확인했는데, '달리기 경연대회' 등 프로그램으로 활용하기에는 위험하고 낡았다.
동명대 사회복지학과 김교정 교수는 "장애인 화장실은 청소하는 분들을 위한 공간이 돼 있었다. 이제라도 용두산공원의 특징을 담고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많이 개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용두산공원을 집중 연구 중인 동아대 조경학과 강영조 교수는 "부산시설공단이 지난해 재정비계획을 세우긴 했지만 환경 정비 수준에 머문다. 항구와 가까운 도심에 재미있게 펼쳐진 공원은 세계적으로도 찾기 힘들지만, 400년 가까운 역사가 깃든 장소의 의미가 공원에 잘 녹아 있지 않다는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이제 용두산 공원은 도시 안의 섬 같은 곳이 아니라, 광장이자 길로 바꿔 가야 할 때가 되었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타워에서 내려다 본 용두산 공원 주변 녹지와 토지이용 현황
지난 97년 용두산은 많은 변화를 거듭해 왔다.
시계탑 조차도 수없이 변화를 거듭했다.
1945년 용두산 공원
용두산공원의 역사는 초량 왜관시절까지 거슬러 오른다.
용두산공원은 도심의 별이다. 허나 녹지대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광장이 증대된 것은 더욱 아니다.
이순신 장군 동상에 대한 이야기도 많다. 1956년 3월 동상이 설치된 이후 작년 5월 대대적인 보강공사가 이루어졌다. 부산시설공단 측은 그동안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져 있어 외관상으로는 깨끗해 보였지만 내부로는 균열과 부식이 가속화 되어가고 있다는 전문가의 진단에 따라, 고압분사기로 모래를 쏘아 검은색 페인트를 벗겨내고 동상의 녹 제거와 균열을 보수한 뒤 암모니아로 착색하고 코팅하여 청동 고유의 빛깔이 그대로 살아나게 했다고 한다.
언제부터인가 젊은 청춘남녀들이 서로의 언약을 자물통으로 채우는 행위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용두산 공원도예외는 아니다. 아예 프로그램화 했다. 일명'
러브러브 용두산 프러포즈'다 사랑 고백을 하고자하는 신청자 중 가장 감동적인 사연을 보내신 3쌍을 뽑아 공개 프러포즈 행사를 멋지게 연출해드리는 무료 이벤트로 . 6/29 ~ 9/28일까지 개최된다. 사랑의 자물쇠 포토존은 365일 연중 개방되고 개별적으로 '사랑의 자물쇠, 둘만의 언약' 이벤트는 늘 오픈되어 있다고 한다.
영원한 연결과 둘만의 구속을 그리며 열세는 미련없이 던져 버린다.
용두산 공원으로 향하는 주 동선, 일제시대때 만들어 졌다. 다만 차량의 이동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4.19 기념탑이 있던 자리
백산 안희제 선생의 흉상이 있다
탐사단이 제시한 해법은
"산만하고 통일감 없어 정체성 살려야" "흩어진 체험공간 모아 효율적 관리를"
공원 탐사를 마치고 종합토론 공간으로 탈바꿈한 북카페에 모인 단원들. 다들 뭔가를 느꼈는지 이야기가 쏟아진다.
'처진달팽이' 이슬기 조장이 포문을 연다. "큰 차량이 공원에 들어오는 건 문제가 있어 보였어요. 용두산공원의 정체성을 살리려면 지금처럼 산만하고 통일감 없는 내용부터 손을 봐야 하지 않을까요."
'아띠'조 강창효 단원이 거든다. "부산타워에 처음 올라가 봤어요. 부산항이나 좋은 경관을 볼 수 있도록 수목을 정비해야겠어요. 산책로 주위도 어둡고 걷기가 힘든 것 같았습니다. 공원 근처에 숙박시설 같은 오래된 건물이 많던데 시나 구가 사들여서 문화체험시설 같은 걸 만들고 공원과 연결도 시켜서 접근성을 높여 주면 좋겠어요. 지금은 많은 어르신들이 바둑이나 두고 소일을 하시죠. 노인복지관에서 전통놀이를 체험하게 하는 분들이 계시긴 하지만,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관광객들에게 살아오신 이야기, 용두산공원 이야기를 해 주며 어울리게 하면 일자리 창출도 되지 않을까요."
'녹색이음'조 이슬 단원은 이렇게 말했다. "기본적인 이정표가 너무 없었어요. 샛길 정비도 잘 안 되어 있고. 광장과 주차공간 등 공원의 경계가 참 모호했어요. 흩어져 있는 각종 체험 공간도 한곳에 모아야 효율적일 것 같아요. 조금만 고민하면 시민들과 함께할 방법이 많을 것 같은데요."
"문화재단이 공연 프로그램을 하고는 있는데, 공원의 역사와는 크게 관련이 없는 거였어요. 용두산의 역사를 들어 보니 활용할 이야기들이 많았어요." '그린특공대' 최영룡 단원이 새로운 것을 발견했다는 듯 말했다. '지아이'조 정혜선 단원은 "벤치에 아예 바둑 장기판을 만들어 드리면 좋겠다"고도 했다.
추진단 전문가들은 이참에 용두산공원의 가치를 재발견하자고 했다. 경성대 강동진 교수는 "용두산공원은 이렇게 산만한 모습으로 100년을 살아온 것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다. 기억을 너무 지우려 하지 말고, 공원이 가진 소중한 역할을 정확히 알고 미래를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익 기자
꽃길 삼천리 /박애경 김향미(은방울자매) ; 김삿갓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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