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의 과음에 혼미한 아침, 비가 억수같이 퍼붓습니다. 텔레비젼은 기상 관련 속보를 내고, 속보 만큼이나 갑지기 불어난 물로 난리 아닌 곳이 없습니다. 오후들어 비가 잦아지고 옥상에는 범부채가 피었습니다.
지인들로부터 근처에 왔있다며 호출이 있었습니다. 경성대 근처가 근처입니다. 몸은 쉬고 싶은데, 불러주는 일이 고마워 집을 나섭니다.
광안리 해수욕장 백사장이 비에 엉망이 되었습니다. 한심한 도시입니다. 그만큼 자연재해로부터 비켜날 만큼 살기 좋은 도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조금만 눈이 내려도 도시는 마비가 됩니다. 그 조금이라는 수치가 강원도 양반들에게는 코웃음 칠 정도의 적설량이지만 비행기가 결항되고, 도로는 아수라장이 되기가 일쑤입니다. 이번 비 역시 계절적으로 국지성 호우라는 타이틀을 단지 오래입니다. 그러나 그 호우가 일시에 저지대로 몰려들 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었음에도 10년빈도 100년 빈도로 연장탓을 하니... 혀를 차는 것입니다.
민락동 수산센터로 가서 횟거리를 장만합니다. 소주 5병 5천원, 낙지, 멍게, 게불, 해삼 한 소쿠리하여 2만원, 줄돔 3만원, 초장에 된장, 상추 깻잎 을 포함하여 5천원이 들었습니다.
민락 어촌계를 지나
수변 공원에 자리를 폅니다. 여기저기 비온 뒤 바다내음 맡으며, 가까운 이들끼리 술을 마십니다.
우리도 전을 펼치고 오징어를 씹듯, 회 한점에 상추 쌈 고추를 넣어 일상의 그렇고 그런 이야기들 풀어 냄니다.
" 진짜가 ?" '갑갑하네" 흉금없는 말들이 오가고, 언뜻언뜻 고민들도 묻어 납니다. 하다못해 비난이 들끓기도 합니다.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런지 몰라?" 심지어 "포기했다'고 까지 합니다. 더불어 답답해집니다.
그러나 그 갑갑증을 풀고자 마련된 자리입니다. 화재를 비와 최근의 정국으로 옮김니다. 역시나 갑갑하기는 마찮가지 입니다.
소주 다섯병이 금방 동이 나고 마무리 이야기들이돌 즈음 수평선 쪽으로 시선을 둡니다.
육지로부터 흘러온 부유토사들이 바다를 황토빛으로 만들어 놓았습니다. 간만에 바다는 영양을 보충합니다. 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제 앞가림만 할 뿐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다는 내 언제 술이 취했더냐며 하늘 빛을 담아 출렁일 것입니다. 저도 그런 마음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3천원 하는 담치국을 마시고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입가심 한다며 호프집으로 갔다가, 또 누군가와 전화가 연결되어 연산동 근처에서 3차를 합니다. 몸과 마음의 평화를 바랬지만, 둘다 놓쳐 버린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괞찮습니다.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09.7.21
Campiao D paro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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