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가고 싶은 곳 중의 한 곳이 고향입니다. 나이가 들어감일까요. 기회가 된다면 자주자주 찾고 싶은 곳이 또 고향입니다. 마침 어머니께서 둘째 여동생이 왔기에 한번 가 보자고 하길래 두말없이 나선 길이었습니다 . 하지만 태어난 곳이 아닌 그로부터 한 두 마장 정도 떨어진 유곡면 신송산 2구라는 곳입니다. 거기 칠순을 훌쩍 넘긴 이모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이곳에서 보낸 시간이 많앗습니다. 40여 가구 사는 마을, 골목 하나를 두고 누구집이든 제 집인양 스스럼 없이 출입했습니다. 신촌 이초시댁 큰 손자라 하여 어린 손이지만 대접을 해주셨던 마을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 시절 맞절하던 노인들은 기억 속에 존재할 뿐입니다.
도랑가 가죽나무와 논두렁 콩 사이 멀리 궁류쪽 산들이 보입니다.
이모님댁으로 가는 8월1일, 토요일에다 전국적으로 여름 휴가가 몰리던 날, 그것도 점심 가까운 시각인 오전 11시 무렵 출발했습니다. 도시고속도 부암동부터 밀리기 시작한 차량정체는 진주까지 기다시피 가야할 상황이었습니다. 설.추석 명절에도 없던 정체였습니다. 창원 분기점에서 마산 방면으로 노선을 바꾸고 국도를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순간적 판단이었지만 효과적이었습니다. 그래도 고향인 의령땅에 도착한 시간은 3시를 훨씬 넘어서 였습니다. 평소같으면 1시간 반이면 넉넉한 시간이었습니다.
막내와 조카가 골목을 뛰어 갑니다. 이모 하고 뛰어가던 제 유년의 뒷 모습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 골목이 변하지 않아 마음 푸근합니다.
이모님이 예고 없는 방문임에도 반겨 주십니다, 늘 그렇습니다 이웃에 종고모집이 있는데도 왠지 거긴 발길이 뜸합니다. 이번에도 인사드리지 않았습니다. 왔다는 사실을 아시면 많이도 섭섭해 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무시해버림니다.
어머니와 이모님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 아이들을 데리고 마을 앞 유곡천으로 갔습니다. 어릴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70녀대 초 새마을 운동이 일어날 때 였습니다 . 마을사람들이 제방공사에 동원되어 지게와 삼태기 등으로 돌을 나르던 모습이 생각났습니다. 그때만 하더라도 유곡천에는 시방처럼 풀이 돋아나 있지 않았습니다. 상류로부터 물살에 굴러온 돌과 자갈 뿐이었고, 그 사이를 흐르던 맑디 맑은 물에서 헤엄을 치거나 가끔 비에 불어난 물살을 타고 둥 둥 떠내려가는 놀이를 재미있어 했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세월이 흘러 이런 보도 들어 섰고, 상류에는 저수지도 들어 섰습니다
그 결과 하상은 육화의 세월을 걷고 있었습니다. 문득 4대강 정비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구담습지며 해평습지의 생성이 짚히는 순간이입니다. 정말 그때만 하더라도 이런 풍경은 아니었습니다. 물의 흐름이 인위적으로 단절되고 통제될 때 이런 모습은 당연한 현상입니다 .
어쨌든 막내와 조카는 신이 났습니다.
오리를 잡겠다고 물을 튀기며 달음박질 하는 모습이며
족대를 들고 물고기를 잡겠다고 벌이는 시늉이 제 유년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많던 물고기들은 어디로 갔는지, 특정한 종들만 무리지어 다닐 뿐이었습니다. 보나 저수지의 건설은 이렇듯 지역 고유의 생태적 질서를 교란시키다 못해 단편화 시켜 버렸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놀고 난 뒤 이모집으로 돌아 갑니다. 가는 길에 삼겹살을 구워먹기 위해 고추며 깻잎, 호박을 따 봅니다
한참을 다리에 서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때 어울려 놀던 동무들의 이름들을 나지막히 불러 봅니다. 말숙이, 끝순이, 인자, 정도, 육도... 안본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이윽고 날이 저물고
이모님 콩국수를 만들기 위해 키질을 합니다. 마당에선 삼겹살이 지글지글 익고, 막걸리가 세 병째 비워지면서 오랬만의 고향 방문은 깊어 갔습니다 . 이모님이 오래도록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제주 사랑채
01, Puerto Montt (푸에르토 몬트)/Patricia Salas
02, Corsica (코르시카) / Petru Guelfucci
03, Down By The Sally Gardens (샐리 가든 아래에서) (With Delphine Cam) /Jean Yves Le Pape
04, Por Una Cabeza (간발의 차) (With Trio Pantango /Hugo Diaz
05, Luna Guapa (아름다운 달) / Energipsy
06, Jerusalem (예루살렘) / Adon Olam
07, Adon Olam (아돈 올람) / Fortuna
08, El Condor Pasa (엘 콘도르 파사) /Joel Francisco Perri
09, Como Pajaros En El Aire (하늘의 새들처럼) / Alpamayo
10, Spanish Gypsy (스페니시 집시) (With Spanish Gypsy
/ Manuel 'El Cachai'
11, Las Golondrinas (제비) / Mariachi Sol
12, Operaria Fadista (일하는 파두가수) / Matilde Larguinho
13, Piccola Maria (피콜라 마리아) /Joel Francisco Perri
14, Avre Tu Puerta Cerrada (당신의 닫힌 문을 여세요) /Fortuna
15, Dorogoj Dlinnoyu (머나먼 길) / Vitaly Romanov
16, Ar Lan Y Mor (바닷가에는) / Cor Seiriol
17, Tierra Del Fuego (불의 대지) / Joel Francisco Perri
18, Zorba The Greek (그리스인 조르바) / The Athenia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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