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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고 김대중 전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며

by 이성근 2013. 6. 8.

 

                                                                                                    사진: 오마이뉴스

김대중 대통령이 어제 서거 했습니다.  큰애가 학원갔다 오며 뉴스를 보겠다고 하길레 별일도 다 있다 여겼습니다.   솔직히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소식처럼 충격은  없었습니다.  중환자실을 오가는 동정을 틈틈히 보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 장면 만큼은 뚜렷합니다.  200년 6월13일 그때 하염없이 흐르던 눈물을 기억합니다.  고인은 이땅에 그런 눈물을 흘리게 만든 사람임니다.
 
고인은  박정희 정권에서는 투옥, 망명, 납치, 가택연금을 당했고,  전두환 정권때는 사형선고를 받았고, 미국으로 망명하기도 했습니다. 1985년 귀국 후 에는 54차례에 걸쳐 186일 동안 가택연금 당했습니다.  그의 이력에 동원되는 수식어들입니다.  민주화 때문이었습니다.  누구도 그런 길을 걷지 않았습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존경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2000년 노벨평화상을 받을 때  노벨위원회의 평가는  " 민주주의와 인권 그리고 한반도 평화와 대북 화해협력정책을 상징하는 '햇볕정책' 때문이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아시아의 만델라'라는 별칭도 있습니다.  정치에 입문한 이후 그가 매진한 삶은 민주주의와 남북관계 혹은 평화로 집약됩니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족적입니다.

 

하지만 그가 싫었던 적이 없지 않아 있었습니다.

87년의 선택도 그랬고, 97년 역시 혼란스러웠습니다.  아마도 3김씨 시대에 대한 갑갑증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정계은퇴 선언 이후의 행보도 마뜩찮았기 때문입니다.  

 

 

지겨운 김대중

찍을 사람이 없다

개대중이라도 찍어야 되지 않느냐고 했다

때마침 군산에서 후배가 찾아왔다

거기는 어떠냐

김대중선생님 안되면 폭동일어날거유

아, 지겨운 김대중씨

내 마음 열리지 않는다

미워도 다시 한 번

당선 가능한 사람을 찍어주자는데

난 당신이 싫어

칠십 넘도록 오로지 당신만이 대통령 후보인

그래서 목이 빠져라 어쩔 수 없는

기다림의 전라도를 생각하면

목이 마르다

 

1997년 11월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모든 것과 빌붙어도 좋다

유신잡년과 5공6공 쓰레기도 식구다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서입니다

국민여러분 이번에는 바꾸어 봅시다

준비된 대통령 기호 2번 김대중 든든해요

 

대통령선거 전라도

이상한 일이다

거기는 사람이 없는가봐

한 표 라도 더 얻기 위해

오늘은 부산, 내일은 대구, 모레는 청주

사람사는 곳은 빠짐없이, 이도 부족해

갔던데 또 가서 지지를 하면서

거기는 한 사람도 안가네

그래 거기는 사람이 없는가봐

거기는,

 

한국 현대사의 질곡이 만들어 낸 묘하고도 착찹한 시절이었습니다.  하긴 10년 전 저의 관점이다 보니 해석의 여지가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가  15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세상은  또 한번 기회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어진 노무현 시대는 극우 보수였던 아버지 조차 변화시켰습니다.  집안의 수구 꼴통들도 한동안 잠잠했습니다. 

 

그들이 다시 말을 하기 시작한 것은 이명박씨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부터였습니다. 

처음엔 맞서다 이제는 침묵합니다.  돌아앉아 그들이 씹는 소리들을 들을 뿐입니다.  

그로부터 2년이 다 되어 가는 시간,  우리는 너무도 많은 것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10년 공부 도로아미타불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런 서거에 낙담하고  병중에 있을 때, 마지막 불씨가 되기를 바랬던 적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서민경제, 남북문제 등 3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얻었어도 그걸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만 유지가 가능합니다. 내가 사형을 언도받고 감옥에 갔을 때 독재자의 편에 섰던 사람들이 득세하는 세상을 보면서 안타깝고 분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 안타깝고 분한 마음 , 그만의 생각이 아니기에 추모의 물결 출렁이고 있는 것입니다.

부디 그 정신과 뜻이 흐름이 되기를 갈구합니다.  

  

한시대의 큰 별이 졌습니다.

이제 그는  자유로운 영혼이 되었습니다.

 

확실히 그는 우리 정치계의 큰 별이자 거목이었습니다.

그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가슴을 때림니다.  오늘의 대한민국 현주소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영면하시기 바람니다. 

 

                                                                           경향신문: 김용민의 그림마당

 

"우리 민주주의가 어떻게 만든 민주주의냐? 독재정권, 보수정권 50여 년 끝에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10년 동안 이제 좀 민주주의를 해보려고 했는데 어느 새 되돌아가고 있다. 목숨 바쳐온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으니 억울하고 분하다. 행동하는 양심, 각성하는 시민이 되어야 민주주의를 살려낼 수 있다."

 

 7월 14일 주한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 초청 미발표 연설문 중 

 

0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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