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빛이 좋은 주말 아침, 무지개 산장(055-367-6477) 을 기점으로 하여 순환하는 '느려 터진 산행'을 지인들과 가졌습니다. 막걸리 두 병에 무지개 산장에서 얻은 미나리와 된장을 안주 삼아 천성산 원효산 자락이 만들어 내는 계곡으로 향했습니다. 무지개 폭포를 돌아 오는 길 2.64km 구간입니다.
천성산 자락이 보입니다
2주전 방문 때 보다 물이 줄었습니다.
하지만 물빛은 더 맑았습니다
산자고가 꽃을 지우고 잎을 무성히 달았습니다.
꿩의 비람꽃 역시 꽃은 다 지고 잎만 수북합니다.
봄을 알리던 노루귀도 꽃을 지우고 씨방을 만들었습니다.
현호색 꽃 하나 뚝 떼어 살피다 보니 마치 생선 배 모양입니다
금창초가 한창입니다.
지천에 널린 것은 양지꽃 입니다
복숭아나무가 꽃을 달기 시작했습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진달래 울긋불굿 꽃대궐 꽃피는 동네 그 속에서 놀던 때가 그립다는 노랫말이 즐로 흥을 거려지는 대목입니다.
줄딸기들도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민둥뫼제비꽃일거라 여겨지는 집니다만
겨우네 보지 못했던 춘란도 꽃을 피웠습니다 누가 파 갈까봐 낙엽으로 살짝 덮어두고 왔습니다
연리목을 만났습니다.
남산제비꽃도 곳곳에 피었습니다. 제비꽃중에서도 향이 좋다지요.
계곡을 따라 난 숲길이 호젓합니다. 예전에 이 계곡에 가재 잡으러 왔다 기겁했던 어떤 사연도 들었습니다. 사연은 그랬습니다. 한국 전쟁때 월평 사는 어떤 분이 가재를 잡으러 이곳까지 거슬러 왔나 봅니다, 전에 없이 많이 잡혔던 가재로 신이 났습니다. 한 바구니 가득 잡고서 다음 장소로 이동하는 계곡에서 드러 누운 시신 한 구를 보고는 가재고 바구니고 던지고 기절초풍하여 산을 내려 왔다고 헙니다. 가재가 많았던 이유 거기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때 이 숲은 지금처럼 나무가 없었다고 합니다.
도토리 한 일 뿌리를 내다 들켰습니다. 장한 일입니다.
윤판나물이 아닐까 싶습니다만 이 시기에 어린 잎을 보고 정체를 파악하기란 웬만한 경험이 아니고는 어려운 노릇입니다. 어쨌든 이 친구 역시 반가웠습니다.
쉬엄쉬엄 꽃 한송이 만나면 들여다 보고, 나무 만나면 어루만지고 그래도 어느듯 고개길입니다
450m 높이의 고개를 넘어 서자니 누군가 식사를 하다간 흔적이 있었습니다. 꿩의 잔해 입니다.
맹금류가 서식하나 봅니다 . 매종류일 것이라 추정해 봅니다. 맹금류의 공격에 운명을 달리한 꿩이지만 이 숲에 맹금류가 머물고 있다는 사실은 토끼 한 마라 보이지 않는 숲에 희망을 상징합니다. 무지개 폭포 근처 바위에서도 누군가에 의해 뜯어 먹힌 쥐의 사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노랑제비꽃도 많이 피었습니다.
목을 축이기 위해 양지 바른 곳을 찾다보니 무덤가 근처입니다. 그리고 이맘때쯤 꽃대를 올리고 피었을 것이라 짐작했던 솜방망이를 만났습니다.
그리고 큰구슬봉이입니다. 줄기 밑에서 가지가 갈라져 나와 여러 송이기 달립니다. 구슬봉이와의 차이는 꽃받침으로 큰구슬봉이는 꽃받침갈래가 젖혀지는 구슬봉이와는 달리 꽃을 받쳐주고 있습니다.
무덤가에 앉아서 바라본 질마재 능선입니다.
봄빛 한적한 숲길을 따라 무지개 폭포로 향합니다. 내리막길은 급경사 입니다. 부산시내 산지 였다면 당장에 테크를 깔았을 구간입니다.
무지개 폭포
계곡이 나름 깊습니다.
뿌리에서 노루오줌냄새가 난다하여 노루오줌입니다. 여름이 오면 분홍빛 꽃을 달 것입니다.
천남성의 싹입니다.
고깔 제비꽃
산부추입니다
아마도 또 한주 뒤에 가보면 풀솜대나 은방울꽃, 애기나리, 윤판나물의 흰 꽃들을 만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쥐오줌풀과 피나물도 개봉박두를 알리고 있었습니다.
이날 느려 터진 산행은 고작 3km 남짓한 거리를 이름답게 5시간에 걸쳐 돌았습니다.
무지개 산장에 들러 미리 주문해 놓았던 한방 닭백숙에 막걸리 한잔으로 다음을 기약합니다.
이 집 음식은 모두 집에서 키운 것입니다.
세사람이 백숙에 죽 한 그릇과 막걸리 한병으로 먹은 점심은 4만원 정도입니다. 한잔 마시면서 '느려 터진 산행'을 공식화 하고 산행은 미리 정하지 않고 하늘 푸르고 쾌청한 날, 됐나 가자 식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모두 흡족한 나들이었습니다.
천성산 아래 봉긋 솟은 봉우리를 다녀 왔습니다. 월평으로 이동하면서 본격적 농사철을 예고하는 논갈이(표면 흙과 깊은 흙을 뒤집어 흙의 통시성을 높이고 미생물의 배양을 촉진시키는 작업)가 트렉트를 통해 이루어 지고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소를 이용해서 갈았습니다. 쟁기날에 일어나던 그 검은 흙들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누렁소에게 이랴 이랴 ! 좌라 좌라! 방향을 지시하던 할배의 떠 올렸습니다.
산그늘 넘어 오후의 햇살이 인상적입니다.
다들 어딜 갔다오는지 귀가길 동래지하철 역 육교에서 바라다 본 도로상황입니다. 사람들이 주말이면 야외로 가는 이유를 말해줍니다.
사람들은 언제쯤이나 그걸 알게 되려나?
Higher Ground - Stevie Won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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