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5 월간 함께사는 길 낙동강과 그 지천들이 죽어간다
강이 더는 흐르지 못하고 고여 썩어 들어가는 하구둑을 기점으로 북상한다 최하류 부산권의 낙동강 변 삼락, 염막 등의 둔치부에는 지난 가을 내습한 14호 태풍 매미의 잔해가 수변에 어지롭다. 비날 따위가 버드나무 가지에 걸려 깃발처럼 나부끼고 있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화명, 대저 등의 둔치 부는 비닐하우스 단지에 점령당했다.
물금 오봉산 중턱, 이 구간은 낙동강 발원지로부터 물줄기를 키워와 흐름이 바다처럼 도도해지는 곳이다. 강 너머엔 김해 무척산과 신어산이 병풍처럼 서 있어 절경을 연출한다. 옛 신리의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칠언절구에 그 아름다움을 담아 노래하던 곳. 그러나 지금 그 옛날의 정취는 찾아보기 힘들다. 낙동강에 어리던 무척산 자락은 대구-김해간 고속도로공사로 발목이 잘린 채 울고 있는 고라니 마냥 애처롭다.
주목하지 않는 작은 강의 죽음
경남 양산의 원동 토곡산과 물금 오봉산 사이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물들이 화제천과 화정천을 이루며 낙동강 본류로 유입된다. 그 중류에 배수펌프장 수해복구공사가 한창이다 굴삭기가 연신 하천 바닥을 긁어내 다지는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하천바닥에 내려 서 높이를 가늠하니 6~7m는 족히 될 것 같다. 당혹스럽다. 어쩌자는 것일까. 공사를 발주한 양산시에 의하면 “호우로 인하여낙동강 홍수위가 상승되어 하정천과 화제천의 합류지점 우수가 배제되지 읺아 농경지 및 일부 가옥들이 침수되는 물난리를 사전예방하기 위한 조치”라고 했다.
이같은 결정은 경남도가 연이은 태풍 피해를 근거로 제시한 하천개수사업에 근거하고 있다. 경남도에 따르면 태풍 매미와 루사로 국가 하천 및 지방하천이 각각 813개소, 567개소가 붕괴 또는 유실되었다고 한다. 그 원인을 하천바닥이 높은데다 하폭이 좁아서 비롯된 것이라고 진단한 경남도는 하천개수율을 전국 평균인 49%(2003년 기준)로 올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같은 경남도와 지자체의 바람은 현실화되어 도내의 크고 작은 하천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채 거대한 배수관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은 양산지역 내 화제천을 비롯하여 원동천, 당곡천, 밀양강 , 안태천, 미전천 등 예외가 없는 상황이다. 그 현장은 한마디로 ‘하천에 대한 학살’이었다. 그런데 지난 3월 건교부는 전혀 엉뚱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예컨대 “그동안 홍수 배제만 고려하여 직강화 위주로 하천이 정비되고, 보나 낙차공이 무분별하게 설치되어, 상하류 생태계가 단절되는 문제점이 있음으로 환경생태 측면을 고려해 하천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일명 ‘살아숨쉬는 강’, ‘하천 관리의 획기적 전화’이라고 명한 이 조치의 주요 골자는 ‣직강 하천을 지양하고 자연적안 사행하천을 보전할 것 ‣모든 하천 정비사업에 환경친화적인 공법 적용 ‣하천 생태계 복원을 위한 하천환경 정비사업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조치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기만인가를 현장의 상황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마른 강바닥, 숨어 버린 어족들
배수와 치수에 편중된 지류의 하천정비는 일시적으로 불어난 유량을 신속히 본류로 전달하는데는 기가 막히게도 안성마춤 이었다. 그러나 잠시라도 물이 머물 공간과 지표로 스며들어 지하수를 만들어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양산지역에서 확인한 사실이지만 개수자겁이 완료된 소하천의 경우 대부분의 하천바닥이 말라 있었다. 예전에 볼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설령 바닥을적셔 흐를 만큼의 물이 고여 있는 보다 큰 하천일지라도 생물의 다양성은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실제 원동천 중상류 영포천이 합류하는 지점에서 어류의 서식실태를 확인해 보았다. 가장 많은 개체군을 가진 버들치와 어쩌다 보이는 동사리와 자가사리 외에는 다른 어종을 확인할 길이 없었다. 개수 전인 3~4년 전만 하더라도 일대에서는 꺽지를 비롯하여 돌고기, 돌마자, 갈겨니, 피라미, 기름종개, 각시붕어, 납자루, 참붕어를 쉽게 볼 수 있었고, 여름이면 투망질하는 무리와 족대로 수변을 들쑤셔 천렵을 즐기는 이들이 많았다. 이제 더는 이런 광경을 보기 힘들 것 같다. 그 많던 물고기는 어디로 간 것일까
사라진 배후습지, 왜곡된 하상이 홍수 부른다.
예전에는 그렇게 많은 비가 와도 일시에 불어난 물을 효과적으로 가두어 둘 수 있는 천연의 댐인 습지가 풍부해 피해가 덜했다. 습지는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듯 홍수를 예방하고 건기에는 머금었던 물을 풀어 가뭄을 해소하는 기능을 가졌다. 이밖에도 습지는 기후조절, 오염의 정화 그리고 생태 균형 유지 및 생물다양성과 희귀동식물의 보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난 30년간 대한민국에서는 습지의 이같은 기능은 철저히 무시됐고 외면당했다. 대표적 습지대였던 김해 한림의 2002년 수해는 그 사실을 뒷받침 하고 있다.
한편 낙동강 하류 하천경사가 1만2천분의 1(한강 5천분의 1)로 평탄한 하상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하천바닥이 주변 농경지보다 높아 조삭 현상의 만조시 홍수가 배출되지 못함으로써 지체 현상을 유발한다. 특히 최하류인 부산의 녹산수문과 낙동강 하구둑 수문이 차단될 경우에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하게 되는 구조적 문제를 가지고 있다.
또한 낙동강 전역에 매년 수천만 톤의 퇴적물이 쌓여 강물의 담수능력을 떨어뜨리고 있는 가운데 낙동강 하류 일부 지역의 경우 강바닥이 상류보다 높아질 정도로 퇴적으로 인한 하상의 왜곡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동의대 수공학연구팀(팀장 서규우 교수)은 지난 99년 8월 음향 측심기를 이용해 경남 양산시 물금에서 부산 사하구 낙동강 하구둑까지 27킬로미터 구간의 하상높이를 측정한 바 있다. 결괴 이 구간의 강바닥이 악동강 하구둑에서 12킬로미터 위쪽인 구포대교를 기준으로 상류와 하류 양쪽으로 높아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물금 취수장 지점에서 약8미터인 강수심은 구포대교 지점까지 약 10미터까지 깊어지다가 낙동대교 인근에서 6~7미터로 상승, 낙동강 하구둑 상류 1킬로미터 지점에 이르면 수심이 3.5미터까지 얕아지고 있다. 다시말해 낙동강 하류뷰(경남 창령군 남지~낙동강 하구둑)의 하상경사가 0.83m/km(1킬로미터 당 0.83미터씩 높아지는 경사도)로 거의 평면 하상인점을 감안하면 강 끝 지점의 하상이 상류보다 높아져 있다는 것이다. 서교수는 이같은 하상왜곡 현상에 대해 “1097년 하구둑이 조성되면서 그 영향으로 하루지역에 쌓이는 퇴적물이 원활히 배출되지 않는 것을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분석하고 “지난 1983년에 비해 하구둑 지역의 하상이 3~4미터 가량 높아졌으며, 이처럼 하상이 역전되는 현상은 낙동강 하류의 호소화를 가속화시키고 홍수발생시 강의 배수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나아가 경남북 지역에서 매년 4천500 여만 톤 가량의 골재채취가 낙동강 중류부의 유속을 상승시켜 더 많은 양의 퇴적물을 하류로 내려 보내 이는 하상정비 효과 보다 하상의 왜곡을 더욱 부채질 하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낙동강 유역에서 특히 경남지역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법람과 홍수는 노후화 된 제방과 월류, 누수에서 비롯된 점은 인정ㄴ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본다면 유역에 대한 인간의 지나친 간섭과 타용도로 전환이 홍수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적 방어체계를 무너뜨리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노래출처: 다음 블로그 길 떠나는 나그네
서유석/나는 너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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