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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오래된 미래

기약없는 더부살이에 든 주례 회화나무

by 이성근 2022. 3. 8.

22.3.7  화재 사건 이후 사상구청의 요청에 따라 이른바 전문가라 불리어지는 사람들과 현장을 찾았다.  처음 만난 이후 4년만에 마주한 주례 5백살 회화나무의 몰골은 처참했다.  이날 합동 수목 진단. 점검의 목적은  최소한 진주로 이식된 시기의 상태로 회복이 가능할까 였고,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도모하는 일이었다. 

참담했다. 팔 다리 다 잘라 놓고 살수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라는 어처구니 없는 짓을 전문가의 이름으로 자문해야 했다. 그래서 처음 참여 제안이 왔을때 거부했다.  그래서 얻을 답이 뭐냐는 것 때문이었다.  실제 그랬다.  남아 있는 맹지를 통해 올봄에서 여름 잎이 몇 개달린다 한들 무슨 의미를 부여할 것인가.  기적이라며 침소봉대 시키고 호들갑 떨 것인가.  

회화나무는 일대가 재개발 되기전 노란 원안에 당당하게 살아 있었다.  

재개발이 이루어 지면서 주택조합과 시공사로 추정되는 집단에 의해 나무는  뿌리내린 곳에서 뽑혀져 가지들은 난도질 당한 뒤 진주로 옮겨졌다 2월24~25일 다시 부산으로 실려왔고 재이식은 직선거리 1Km 사상근린공원 초입에 이루어 졌는데  이식과정에서  또 한번  불길에 유린당했던 것이다.   

나무는 수관부가 많은 손상을 입었다. 뿌리근도 전체의 10/1 정도만 기능할 정도였다.  외과수슬을 비롯하여 약물치료를 병행하여 최대한 살려보자는데 씁쓸했다. 공원에 먼저 들어 와 있던 부변의 나무들이며 숲 가장자리 무리지어 선 곰솔들이 수군거리는 것 같았다.  뭘 더 바라느냐고 대관절 그 만큼 유린했으면 됐지 또 뭘 연명시켜 놀이감으로 만드냐고 ...

기자회견을 통해 주장했듯 주례 회화나무는 이 굴욕적 상황에 종언을 선언하는 상징이 되어야 하고 관계기관은 여기에 대시민 공식 사과하고  그 전후의 과정에 대해 빗돌에 새겨,  다시는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할 교훈이 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저 맹지에 푸른잎 돋아나길 희망한다. 

사상근린공원 내 민간공원특례사업을 통한 공동주택 입지 경계부, 제법 굵은 곰솔이 보인다.  예전에 측정했던 소나무로 추정하는데 저 나무도 주목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