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 재활용하는 ‘친환경 빗물마을’을 아시나요?
살처분 노동자 “피 튀기고 산 채로 기계에 갈리는 닭의 비명 끔찍”
한달간 닭 11마리 잡아먹은 무법자 수리부엉이…훈방 조치
알 낳으러 일찍 깨어났더니…‘개구리즙’ 수난 당하는 산개구리들
경제성 낮은 가덕도 신공항 왜 자꾸 고집하나?”
시민단체 관문공항 여론전에…시, TK 자극할까 조마조마
“동남권 신공항 요구, 지역주의 폄하 안 돼”
기상 이변에 몽골 땅 65% 사막화…인구 20%는 ‘환경난민’으로
좁고 구불구불…자동차 몰기 불편하겠다구요? ‘사람’이 도로 주인 되는 게 모빌리티의 미래죠
아열대화, '동해 바닷속 지도' 바꿨다
공원일몰제 앞둔 범어공원 지주 vs 대구시 갈등 점입가경
빗물 재활용하는 ‘친환경 빗물마을’을 아시나요?
서울시 2016~2018년 10곳 운영
올해 창3동, 불광2동, 구로동 3곳 선정
투수블록을 깐 빗물마을 모습. 사진 서울시
비가 많이 내리는 시기에 저장해 둔 빗물을 수자원으로 활용하는 ‘친환경 빗물마을’이 올해 서울에서 13곳 운영된다. 서울시는 수자원인 빗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내지 않고 재활용하는 빗물마을로 올해 도봉구 창3동, 은평구 불광2동, 구로구 구로동 3곳을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곳엔 마을당 7억5천만원씩 총 사업비 22억5천만원이 지원된다. 시는 2016년부터 지난 3년 동안 빗물마을을 10곳 조성했는데, 올해 3곳을 추가로 만들기로 한 것이다. 시는 빗물마을을 도시재생사업 등 여러 정비사업과 연계해 추진할 예정이다.
빗물마을에서는 빗물이 잘 빠지지 않는 콘크리트 대신 빗물이 잘 스며드는 투수블록을 거리마다 사용하고, 마을에 빗물정원을 설치해 하수도로 배출되는 빗물양을 줄인다. 각 주택에는 ‘빗물저금통’을 설치해 빗물을 모아 청소나 조경 용수로 사용한다
빗물마을 주민이 저장된 빗물을 활용해 청소를 하고 있다. 사진 서울시
서울시는 물순환 마을 전문가를 선정해 빗물마을 설계 또는 시공 전 과정에서 진행 상황을 관리해 사업의 실효성을 높일 계획이다. 물순환에 대한 워크숍도 열 예정이다. 이정화 서울시 물순환안전국장은 “빗물을 그냥 흘려보내면 하수가 되지만 빗물을 활용한다면 집중호우 때 침수피해를 크게 줄이고, 열섬현상 등을 완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살처분 노동자 “피 튀기고 산 채로 기계에 갈리는 닭의 비명 끔찍”
[살처분 트라우마 리포트] ①나는 살처분 노동자입니다
2000년 이후 AI·구제역 반복…반경 3㎞ ‘예방적 살처분’ 확대
2014년부터 일용직 투입…한해 많게는 수천만마리 ‘죽임’ 당해
닭 목 비트는 악몽에도, 굴착기에 치이고도…‘학살노동’ 강행군
살처분된 닭들을 포클레인으로 미리 파둔 구덩이로 옮기고 있다. 살처분 노동자 제공
구제역과 조류 인플루엔자(AI)는 국가재난형 가축 전염병이다. 정부는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병에 걸린 가축과 함께 주변의 멀쩡한 가축도 살처분한다. 2000년대 들어 살처분된 가축은 모두 9806만마리. 매년 544만마리 넘게 죽임을 당했다. 죽어야 하는 가축 건너편엔 죽여야 하는 사람이 있다. ‘살처분 노동자’들이다. 초기에 공무원을 동원했던 정부는 이제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작업을 외주화한다. ‘대량 학살’의 경험은 살처분 노동자들에게 심각한 트라우마를 남기지만, 국가는 이들의 고통을 외면해왔다. <한겨레>는 살처분에 5차례 이상 참여했던 노동자 38명(공무원 17명, 일용직 16명, 방역업체 소속 5명)을 만나 1명당 최소 2시간 이상 인터뷰했다. 살처분 노동자의 트라우마를 깊이 들여다보고 살처분 산업의 외주화, 구멍 난 국가방역 시스템, 그리고 대안을 4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피가 2~3m 솟구쳐 올랐다. 오리의 창자가 툭 하고 터지더니 사체 안에 있던 알이 뿜어져 나왔다. 고글을 쓰지 않은 맨눈에 이물질이 들어왔다. 박선호(가명·67)는 아무렇지 않게 물로 눈을 씻어낸 뒤 다시 오리를 기계에 욱여넣었다. 병에 걸린, 때로는 병에 걸리지 않은 가축까지 분쇄해 가루로 만드는 작업이다. 가축 전염병이 창궐하면, 박선호는 그렇게 ‘살해’에 무감해진다.
박선호는 사무직으로 일하다 쉰여덟의 나이에 정년퇴직했다. 2014년 인력사무소에 나갔는데 경황없이 살처분 현장에 투입됐다. 2014년 1월부터 이듬해 11월까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AI)가 517일 동안 창궐하던 때였다. 박선호는 다른 일용직 노동자들과 함께 이산화탄소(CO₂) 가스로 오리들을 죽인 뒤 땅에 묻었다. 처음 작업에 투입됐을 때 기분을 묻는 말에 박선호는 오래 침묵했다. “살아 있는 생물을 가스로 죽인다는 게… 거북하고… 마음이 안 좋았어요.”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한 비닐 안에 질식한 닭들이 쌓여 있다. 살처분 노동자 제공
2016년 다시 에이아이가 대한민국을 강타했다. 국가는 다시 박선호를 찾았다. 한번 해본 탓일까. 박선호는 살생에 면역이 생겼다. 전북 김제·익산·부안, 전남 무안·영암 등 에이아이를 따라 박선호도 살처분 현장을 떠돌았다. 이산화탄소 가스를 쏴도 죽지 않은 동물을 발견하면 몽둥이를 휘두르고 목을 비틀어 숨을 끊었다. 하루 15만원. 자정까지 일하면 30만원. 밤을 새워 일한 날은 45만원을 손에 쥐었다고 한다. 꼬박 6개월을 그렇게 일했다.
“렌더링이 가장 잔인해요. 기계가 돌아가면 갈아진 것들이 막 튀어 나와요. 작업이 끝나면 새하얀 방역복 앞이 빨개요. 고기 살점도 튕겨 나오고 피도 튕겨 나오고… 범벅이 되죠. 차라리 땅에 묻는 게 쉽죠. 비위 안 좋은 사람은 조금 하다가 못 하겠다고 그만두고들 그래요.” 박선호가 크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렌더링은 살처분한 가축 사체를 분쇄한 뒤 고온·고압으로 멸균 처리하고 미생물과 함께 발효시켜 퇴비로 활용하는 작업이다. 정부는 전염병에 걸린 동물 사체를 땅에 매몰하지 않기 때문에 렌더링이 2차 오염 없는 친환경 처리법이라고 설명한다. 친환경적인지는 몰라도 정작 살처분 노동자들의 마음이 파괴된다는 사실을, 정부는 말하지 않는다.
렌더링 작업에는 한번에 4명이 필요하다. 기계 양쪽에 각각 2명이 서서 닭과 오리의 사체를 기계에 계속해서 집어넣는다. 박선호는 “가끔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렌더링 기계에 넣었다”고 고백했다. 전염병에 걸린 동물은 이산화탄소 가스 등으로 질식시켜 숨을 끊은 뒤 렌더링해야 한다. 현장에서 그 같은 원칙은 쉽게 무시됐다. 가스로 잠시 정신을 잃었던 오리가 깨어나면 산 채로 기계에 던져 넣었다. “깨깨갱” 3~6㎏ 되는 오리가 괴성을 질렀지만, 3~4초면 기계 속으로 빨려들어 갔다. 박선호는 눈으로 그 장면을 보고 귀로 비명을 들어야 했다. 그뿐만 아니다. “피가 막 튀니까… 사람이든 동물이든 누구 피가 됐든 피를 보면 좀 그렇잖아요. 방역복을 입어도 손에 몸에 피 냄새도 배고….” 박선호는 시각과 청각, 후각과 촉각까지 모든 감각에서 생명을 짓이기는 듯한 이물감을 느꼈다.
지난 1월30일 경기도 안성시 금광면 오산리에서 살처분 노동자들이 렌더링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오연서 기자 loveletter@hani.co.kr
‘힘들고 더러운 일’ 살처분 노동자의 등장
가축 전염병의 시대. 에이아이와 구제역 등 2000년 이후 매년 반복되는 가축 전염병으로 한해 적게는 수백만, 많게는 수천만마리의 가축이 죽는다. 대부분은 질병에 걸리진 않았지만, 만약을 대비해 죽임을 당한다. 정부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 농가 주변의 가축을 죽이는 ‘예방적 살처분’ 정책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염병이 잦아질수록 정부는 예방적 살처분 범위를 넓혔다. 2011년 반경 500m였던 예방적 살처분 범위는 2016년 3㎞까지 확대됐다. 예방적 살처분 범위가 넓어질수록 죽임을 당하는 가축이 늘었다. 일용직 노동자들이 살처분 현장에 투입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른바 살처분 노동자의 탄생. 박선호가 바로 그중 한명이다.
아파트 3층. 10단짜리 배터리 케이지(밀집형 닭장)의 높이가 대략 그 정도다. 안전줄도 없이, 박선호는 먹이통을 밟고 조심조심 케이지를 탔다. 안전 대책은 발을 내딛기 전 툭툭 먹이통을 건드려보는 일이 전부다. 30차례 넘게 살처분에 참여했지만 닭장 타기는 늘 아슬아슬하다. “더 힘든 건 막상 올라갔는데 닭이 (가스를 먹고) 죽지 않고 살아 있을 때예요.”
살처분 작업의 시작은 우선 살아 있는 동물을 안락사시키는 것에서 시작한다. 평지에서 키우는 오리나 육계는 한쪽으로 몰아서 비닐을 덮어 밀폐한 뒤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하고, 배터리 케이지에서 키우는 산란계는 케이지에 그대로 둔 채 계사 전체를 밀폐한 뒤 온도를 올리거나 이산화탄소 가스를 주입하는 방식으로 안락사시킨다. 하지만 가스를 주입해도, 보통 10마리 가운데 3마리는 살아 있다. “바쁘게 하려니까 두마리씩 확확 (다리를) 잡아채서 케이지에서 끄집어내거든요. 그럼 펴진 날개가 입구에 걸려서 ‘우두둑’ 날개 꺾이는 소리가 나요. 꽤애액 소리 지르면서 푸닥거리는데도 그냥 아래로 집어 던지죠.”
닭과 오리의 사체는 트럭에 실어 매몰지에 붓거나 렌더링 기계로 갈았다. 하지만 생명은 그렇게 쉽게 꺾이지 않는다. 이 과정까지 와도 늘 죽지 않은 동물은 있다. 그럴 때는 포클레인으로 살아 있는 닭들을 내리찍었다. 매몰지 구덩이 속으로 사람이 들어갈 순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도 살겠다고 경사를 타고 땅 위로 기어 올라오는 동물들이 아직 있다. 구덩이를 타고 올라오는 닭과 오리들을, 박선호 같은 이들이 잡아서 모가지를 비틀고 다시 구덩이로 던졌다.
죽은 닭도 간단치 않다. 2016년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일용직 노동자 알부카리(가명·33)가 투입된 농장은 농장주가 늑장 신고를 한 곳이었다. 부패가 시작돼 흐물흐물해진 사체를 처리하는 게 쉽지 않았다. 다리를 낚아채면 몸에서 다리만 분리되어 빠져나왔다. “똥 냄새에 피비린내가 섞이면 식욕이 없어지는 것보다 더한 느낌이야. 땅에 붙어 있는 내장도 떼야 하는데 떼려고 하면 또 부서지고….”
살처분 ‘마감시각’은 열악한 노동환경을 더욱 악화시켰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조류 인플루엔자 긴급행동지침’(AI SOP, 이하 긴급행동지침)을 보면, 에이아이 발생 농장은 24시간 안에, 반경 3㎞ 이내의 농장은 72시간 안에 살처분을 마쳐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살처분을 하청받은 방역업체도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살처분을 서둘렀다. 야간작업으로 넘어가면 인건비가 50%가량 뛴다. 박선호가 지침을 어기고 살아 있는 닭과 오리를 렌더링 기계에 집어넣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시 가스를 넣어서 죽이고 렌더링한다? ‘빨리빨리’가 미덕인 살처분 현장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에요.”
또 다른 우즈베키스탄 일용직 노동자 아잠(가명·64) 역시 “우리는 너무 열심히 일해야 했다”며 “포클레인에 치여 다쳐도 2~3시간 현장에 앉아 있다가 다시 일하곤 했다”고 말했다. 고려인 노동자 마흐무드(가명·49)는 “나는 방법도 모르는데 계속 뛰고 덥고 정신적으로도 힘들었다”며 헛웃음을 지었다.
반복되는 살처분과 시간의 압박은 죽음에 무감해진 노동자들을 폭력적으로 변하게 했다. “가스를 넣으려고 살아 있는 닭을 비닐로 싸면 비닐 가장자리로 닭이 빠져나오려고 하거든요. 그러면 비닐을 잡고 있던 사람들이 닭을 막 발로 밟는 거야. 내가 ‘야 좀 밟지 마’ 했더니 무덤덤한 얼굴로 ‘어차피 죽는데 뭘’ 이러더라고요. 사람들은 닭뼈가 뚝 부러지면 머리카락이 쭉 올라가고 ‘마음이’가 아프다면서도 계속 밟았어요. 위험하고 힘들고 혐오스러운 일이죠.” 마흐무드가 말했다.
2016년 12월 경기도의 한 농장. 이 농장의 닭들은 조류 인플루엔자에 감염되지 않았지만 전염병 확산을 막으려 예방적 살처분이 결정됐다. 살처분 노동자 제공
“도저히 못 하겠다” 도망자 속출…악몽 호소도
-살처분 현장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빨리 다 죽이는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들은 농장 안에서 씻지도, 제대로 자지도 못했다. 이틀밤을 꼬박 일한 날 마흐무드는 4~5시간 쪽잠을 잤다. “농장 안에서 씻고 밥도 그 안에서 먹었어요. 왜냐면 (다 잡을 때까지) 못 나가요. 잠은 밥 먹고 30~40분씩? 그리고 일어나서 커피 한잔 하고 다시 일했어요.”
-식사도 엉망이었다. 한겨울에 초코파이와 차가운 우유가 나왔다. 그것도 최악은 아니었다. ‘닭고기’가 도시락으로 나오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저녁 도시락에 닭고기가 있는 거예요. 닭 잡고 나면 닭고기 쳐다보기도 싫은데… 어떤 사람이 ‘이거 우리가 잡은 닭으로 만들어 가져왔냐’고 했다니까요.”
-건설 현장보다 1.5배 많은 일당에도 ‘도망자’가 속출했다. 축산직 공무원과 방역업체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일한 지 1시간 만에 ‘나 못 하겠다’며 두손 두발 드는 사람, 농장 앞까지 왔다가 돌아서는 사람이 현장마다 꼭 있다고 했다. “점심도 안 먹고 물도 안 마신 사람도 있었어요. 다음날 가자고 했더니 일당 50만원 줘도 안 간대요. 살처분 첫날 70명 중에 절반이 ‘못 하겠다’고 나가더라고요.”(알부카리)
-“뭔지 모르지만 그냥… 식욕이 사라졌어요. 지독했어요. 지독해요. 병에 걸려서 사지가 갈라진 모습, 내장이 흩뿌려져 땅에 들러붙어 있는 모습….”(우즈베키스탄 이주노동자 아잠)
<한겨레>와 만난 일용직 노동자들은 끔찍한 기억을 토로했다. 살처분 이후 악몽을 꿨다는 이들도 다수였다. 충북에서 태어난 정재혁(가명·32)도 그런 경우다. 2006년 그곳에서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기계회사에 취업해 용접을 하고 싶었다. 취업을 위해 서울에서 1년을 버텼지만 취업은 쉽지 않았다. 군 제대 뒤 고향에 내려와 1년 정도 편의점과 피시방을 전전했다. 이후 3년간 아버지의 고추 농사를 돕다가 “집에 눈치가 보여서”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섰다. 27살 정재혁이 인력사무소에 나가게 된 까닭이다. 건설 현장, 공장 등 주는 일은 뭐든 마다치 않았던 정재혁은 2016년 처음 살처분 현장에 나갔다. “처음에, 충격, 많이 받았어요. 막 죽이고… 땅속에 묻는 그런 게 제일 싫었어요. 그 생각만 해도….” 정재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첫날 이후 다시는 살처분 현장에 가지 않기로 다짐했었어요.” 그러나 정재혁은 이후에도 살처분 현장에 20여번 더 나갔다.
정재혁은 살처분 둘째 날 제 손으로 닭의 모가지를 비틀었다.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처리해야 할 닭은 끝도 없이 쏟아졌다. 그러자 갑자기 어차피 죽을 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하면) 기분이 나아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정재혁의 두 손에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와 촉감만 남았다. 그날 밤 악몽을 꿨다. 이후로도 살처분 현장에 나갈 때마다 꿈자리가 사나웠다. 온몸에 식은땀이 나는 꿈이었다. 종교가 없는 정재혁은 생전 처음 절을 찾았다. “악몽을 꾸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했어요.”
정재혁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겪었던 일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힘들었다”는 단순 형용사만 반복했다. 스무번 이상 살처분 현장에 나가도 아픔은 익숙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현장에 나갔던 날 엄습한 고통의 크기가 처음 현장에 나갔던 날의 고통의 크기와 다르지 않았다. 거듭 마음이 아팠던 이유를 묻자 “매몰지”라는 짧은 답이 돌아왔다. 정재혁은 2016년 11월 대규모로 닭을 묻은 매몰 작업을 한 뒤 지금까지 닭고기를 먹지 못한다. 달걀도 마찬가지다. 한참 침묵하던 정재혁이 어렵게 입을 뗐다. “제게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아요. 심리검사를 받고 싶어요. 제가 왜 이런 건지 설명을 듣고 싶어요.” 정재혁은 자신의 마음속이 얼마나 곪아 있는지 알지 못했다. 오랜 고통에도 정재혁은 누구에게도 이 이야기를 꺼낸 적이 없다고 했다. “가족들에게 살처분했다는 이야기를 해본 적이 없어요. 걱정할까 봐. 닭 못 먹겠다는 이야기도 아무한테도 안 했어요.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어요.”
살처분 현장에서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우려는 여러번 제기됐다. “이제 일하는 방법은 아니까 육체적으로는 힘이 별로 안 들어요. 근데 렌더링은 끝까지 익숙해지지 않더라고요. 피가 막 튀는 걸 보잖아요. 하다 보면 안 좋은 느낌이 없어질 줄 알았어. 근데 끝까지 안 없어져.”(마흐무드)
살처분된 닭들을 흙 구덩이에 묻고 있다. 살처분 노동자 제공.
극한의 노동환경 버티는 이유 ‘돈’
육체적 고통과 정신적 고통이 지배하는 살육의 현장에 일용직 노동자들이 다시 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돈’이다. <한겨레>가 인터뷰한 살처분 경험이 있는 일용직 노동자 16명은 산업 현장의 최하층을 구성하는 외국인 이주노동자이거나 겨울철 마땅한 소득이 없는 농촌 지역 주변부 노동자였다.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살처분 작업의 하루 일당은 18만원 안팎이다. 건설 현장의 1.5배다.
특히 미등록 상태여서 공장 취업이 어려운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에게 살처분 현장은 신변의 위협 없이 고임금을 벌 수 있는 일자리다. 외국인 이주노동자의 경우 합법적 체류 기간은 최장 4년10개월이지만, “한국에 들어오기 위해 큰돈을 쓴” 외국인 노동자들은 그 기간을 넘겨도 가능하면 고국으로 돌아가지 않길 원한다. ‘손이 부족한’ 살처분 현장에선 이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았다. 체류를 허락하지 않았던 국가는 이런 곳에서 위선을 드러냈다.
“예전 아이디(ID)가 있으니까 그걸 내면 됐어요.” 2013년 한국에 들어온 무사예프(가명·37)는 주물공장 용광로에서 일하다 위장병을 얻었다. 한국 의사는 “암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무사예프는 치료를 위해 고국에 갔다가 한국 공장에서 해고돼 미등록 상태가 됐다. 지금도 일주일에 3만원가량을 내고 위장약을 먹는다. 고향을 오가느라 돈을 모으지 못했다. “밤 12시까지 일하면 ‘샴십만원’(30만원) 준다. 겨울에 일이 없는데 무슨 일이든 잘 잡아야지.” 또 다른 미등록 이주노동자 알부카리는 “닭을 잡아서” 한달에 600만원 넘게 벌었다고 강조했다. 알부카리는 닭의 떼죽음을 보고 한달간 식욕이 사라졌지만 에이아이가 터지면 “또 갈 것”이라고 했다.
각자의 이유로 한곳에 정착하지 못한 한국인들도 살처분 현장에 모였다. 살처분 현장에서 흔치 않은 여성인 김진경(가명·37)은 ‘학습지’ 때문에 작업에 참여했다. 15살·13살·11살 삼형제의 엄마인 김진경은 납품 배달일을 하는 남편의 벌이만으론 생계가 빠듯했다. 학원은 못 보내더라도 학습지라도 계속 시키고 싶었다. 자동차 부품으로 들어가는 전선을 조립하고 편의점 아르바이트도 했다. “한달 벌어 한달 생활하면 저축이란 걸 할 수 없으니까. 저도 벌어야죠.” 공장 일도 없던 2016년 겨울, 때마침 에이아이가 터졌다. 김진경은 인력사무소 소장에게 “만약 여자도 쓰면 살처분 현장에 가보고 싶다”고 선수를 쳤다. “순대공장에선 하루에 6만~7만원 벌었는데, 여기선 하루에 10만원가량을 받았어요.”
“못 하겠으면 그만둬”…트라우마조차 호소할 수 없는 현실
“억지로 시키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불평하려면 돈 벌러 오지 말아야 한다.”(박선호)
“나는 돈 때문에 하고 있잖아. 돈 벌러 왔으니까 힘들어도, 좀 불편해도 (참아야지). 세상에 쉬운 일이 어디 있어.”(마흐무드)
일용직 노동자들은 ‘돈’을 받는다는 이유로, 자발적 선택으로 살처분 현장에 남았다는 이유로 고통을 호소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이런 이유 때문일까. <한겨레>가 만난 노동자들은 자신의 트라우마를 털어놓으면서도 자기 안에 트라우마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했다. 30번쯤 살처분에 참여한 일용직 노동자 김성철(가명·37)은 “살아 있는 닭을 죽이는 꿈을 반복적으로 꾼다”고 했다. 그럼에도 ‘트라우마가 있냐’는 질문에 김성철은 이렇게 답했다. “자다가 깰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에 트라우마는 전혀 없어요.”
살처분 작업의 특수성을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은 ‘살처분 매몰처리 작업자 건강관리지침’에서 “살처분 작업은 급성 스트레스 반응,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 우울 장애, 수면 장애, 공황 발작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정신적 충격이 큰 작업”이라며 ‘직무 스트레스 회복 센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우려에도 살처분 참여자들의 고통은 관리되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7년 ‘가축매몰(살처분) 참여자 트라우마 현황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가장 많은 위험에 노출되지만 이런 위험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고 현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사후관리도 전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명(가명·59)은 살처분 현장에서 일하다 도망쳤다. 그는 박선호가 말한 ‘비위 안 좋은 사람’ 가운데 한명이다. 순대국도 잘 먹지 못한다는 이수명은 2017년 겨울 생계를
위해 보름 정도 살처분에 참여했다. 근근이 현장을 버티던 이수명은 박선호가 렌더링 작업을 시킨 직후 일을 그만뒀다.
‘가슴에 꽂혀서 지금도 잊히질 않는다’는 어떤 소리 때문이었다. “아직 숨이 붙은 닭들이 제 운명을 아는지 스크루에 빨려들어 가면서 비명을 질러댔어요.” 건강할수록, 살아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더 비참하게 죽는 살처분의 역설을 이수명은 금세 알아챘다. “가장 밑바닥(인생)이라 더 물러설 데가 없어서 농장, 공장 닥치는 대로 다 했어요. 그런데 렌더링만큼은 내 손으로 할 수가 없더라고요. 아무리 먹고살기 위해 하는 일이지만 기본적인 양심, 마음은 갖고 살아야 하지 않겠어요?”
이수명은 트라우마에 대해 말해주겠다며 <한겨레>와 추가 인터뷰 약속을 잡았다. 하지만 이수명은 인터뷰 당일 “오전에 면접에서 떨어졌다. 다시 오후에 일을 구해야 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끝으로 더는 연락을 해 오지 않았다. 삶은 이수명에게 가슴속 응어리를 토해낼 잠시의 짬도 허락하지 않았다./한겨레 특별취재팀 2.13
한달간 닭 11마리 잡아먹은 무법자 수리부엉이…훈방 조치
수리부엉이 /사진=연합뉴스
한달 동안 무려 11마리의 닭은 '꿀꺽'한 무법자가 경찰에 잡혔습니다. 범인은 다름 아닌 '수리부엉이'였습니다. 15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문의파출소에 따르면 체장 70cm가량 되는 수리부엉이 한 마리가 양계장 주인 A(71)씨 손에 붙들려 파출소에 왔습니다.
A씨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청주 상당구 가덕면 국전리 인근 양계장을 습격해 닭을 잡아먹던 수리부엉이를 붙잡았습니다. 수리부엉이의 전과는 이번으로 그치는 게 아니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수리부엉이는 한달 새 인근 양계장에서 무려 11마리의 닭을 잡아먹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사람으로 따지면 '재물손괴'에 해당하는 범죄입니다. 하지만 경찰은 천연기념물 제324호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수리부엉이에게 죗값을 물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에 고심 끝에 야생동물보호협회 관계자를 불러 수리부엉이를 인근 야산에 훈방 조치했습니다. 약 3시간가량 파출소에 구금됐던 수리부엉이는 때로 경찰관들을 위협하는 등 야생성을 보였습니다. 수리부엉이는 부엉이류 중 가장 큰 종에 속합니다.
인근 양계장 주인들은 수리부엉이가 또다시 닭들을 습격할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리부엉이를 가둘 수 있는 법적근거가 없다"며 경찰 측도 난색을 표했습니다. MBN뉴스
알 낳으러 일찍 깨어났더니…‘개구리즙’ 수난 당하는 산개구리들
ㆍ기후변화로 산란 시기 빨라지자
ㆍ건강식품 제조업자들 대량 포획
양서류, 특히 개구리는 전국의 논 근처나 물가 근처에 가면 쉽게 보거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동물이다. 숱한 동화나 전설, 민담 등에 등장하는 탓에 누구에게나 친숙한 동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구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기후변화로 인해 가장 큰 위험에 처한 동물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온도 변화에 가장 민감한 동물이기 때문으로 과학자들은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양서류 개체 수의 급감에 대한 경고를 내놓고 있다. 특히 한반도의 개구리는 따뜻해지는 겨울로 인해 산란일이 급속도로 앞당겨지고 있다.
양서·파충류 연구자인 서산중앙고 김현태 교사와 서산여고 학생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양서류 동물인 산개구리의 본격적인 산란시기를 조사한 결과 1968년에서 1990년 사이에는 3월 초였으나 1991년에서 2017년 사이에는 2월 중하순으로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첫 산란이 확인되는 시기도 2월 초에서 1월 말로 앞당겨졌다. 봄이 오기 전 겨울철에 산란을 하러 깨어나는 개구리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산개구리는 한반도 대부분 지역에 서식하고 있는 양서류로 보통 1~2월 사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경우가 많다.
김 교사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1968~1990년 사이는 1월1일로부터 평균 35.3일 되는 날 산개구리의 첫 산란이 확인됐고, 58.4일 되는 날 본격적인 산란이 이뤄졌다. 1991~2017년 사이에는 1월1일로부터 평균 24.3일 되는 날 첫 산란이 확인됐고, 51.7일 되는 날 본격적인 산란이 이뤄졌다. 해에 따라 추운 해가 있기는 했지만 1, 2월 기온이 꾸준히 상승하는 경향에 따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와중에 개구리즙이 건강에 좋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일찍 깨어나는 산개구리들이 수난을 겪는 사례도 많은 것으로 예측된다. 건강원 등에서 운동선수나 청소년 들에게 개구리즙이 좋다고 홍보하면서 인터넷에서도 개구리즙을 비닐팩에 담아 파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업자들은 개구리를 양식해서 즙을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고 하지만 전문가들은 업자들이 겨울잠에서 깨어나 산란하러 이동하는 산개구리들을 대량으로 포획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김 교사가 연구를 진행한 가야산 인근 지역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산개구리 수가 4분의 1가량으로 감소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뿐 아니라 개구리즙을 판매하는 이들로 인해 한국의 산개구리 수가 빠르게 줄어들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출처: 김현테
김 교사는 “산개구리 산란시기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를 포함해 양서류에 대한 기후변화의 영향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산개구리 포획에 대한 강도 높은 단속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경제성 낮은 가덕도 신공항 왜 자꾸 고집하나?”
3년전 입지평가 용역 결과
김해보다 200점이나 낮아
돈 많이 들고 위험성 높아
TK 너무 떨어져 이용 불편
뉴스1
“경제성이 김해신공항보다도 훨씬 낮은데 왜 자꾸 가덕도를 고집하는지 모르겠네요.”
대구의 한 상공인은 이미 3년전에 결론이 난 동남권 신공항 문제를 문재인 정부가 이제와서 왜 자꾸 꺼내는지 모르겠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지난 2016년 6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 결과를 뒤집고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한다고 해도 경제성만큼은 논란의 소지가 분명해 보인다. 당시 가장 효과적 방안으로 선정된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건설안조차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B/C(비용 대비 효용)가 0.94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B/C 1이 넘어야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시말해 100원을 투자하면 94원의 효과를 본다는 의미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은 2009년 국토연구원 조사에서 B/C가 0.7로 ‘경제성이 없다’고 이미 판정이 난 것이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도 “김해신공항 건설이 최적의 안”이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18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16년 6월 발표된 동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 용역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안은 1000점 만점에 818점을 받은 반면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은 활주로를 1개 만들 때나(635점) 2개를 만들 때(581점) 모두 김해신공항보다 점수가 낮았다. 세부 평가 항목 중 사업비(150점 만점) 항목에서 김해신공항 건설안이 150점으로 가장 높았고, 가덕도 신공항은 79점(활주로 1개)·42점(활주로 2개)에 그쳤다. 가장 좋은 평가를 받은 김해신공항 건설안도 입지 선정 이후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B/C가 0.94에 그쳤고 가덕도 신공항은 0.7로 훨씬 낮아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났다.
당시 신공항 입지 선정은 ADPi(파리공항공단 엔지니어링)에서 맡아 객관성은 믿을만 한 것이다. 당시 ADPi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를 통해 “가덕도에 공항을 지으려면 돈이 많이 들어가고 위험성도 크다”며 “산봉우리를 자르고 바다를 매립하다 보면 가덕도 지역 자연환경에 심대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또 가덕도 공항이 영남 끝자락에 있어 지역 전체를 대표하는 공항으로는 남쪽에 너무 치우쳐 있고 대구경북과도 너무 떨어져 이용에 불편한 점도 ADPi가 문제 삼았던 부분이다.
김현미 현 국토부 장관도 지난해 6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안에 대해 “현재로선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분명히 했다./ [경북도민일보=손경호·김홍철기자]
시민단체 관문공항 여론전에…시, TK 자극할까 조마조마
관문공항 서명운동
- 부울경 범시민운동본부
- “정략적 산물, 김해신공항 반대
- 5개 시·도 합의 더는 못 기다려”
- 한 달간 100만 청원운동 추진
- “대구통합신공항 별개” 선 그어
- 시, TK 껴안기 역효과 우려에
- 시민단체 적극적 행보 부담감
부산 울산 경남지역(PK) 시민단체가 18일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 반대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요구하며 100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부울경은 동남권 관문공항을 놓고 대구통합신공항을 추진 중인 대구 경북지역(TK)과 불필요한 지역 갈등이 재연될 소지를 차단하고 동반자 관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PK와 TK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처럼 대립하며 제로섬 게임을 벌이다가 동남권 관문공항이 무산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서로 한 발씩 물러서 상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해신공항 반대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 100만 국민청원 부울경 범시민운동본부가 18일 부산시의회 브리핑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의 김해공항은 그대로 유지하되 새로운 국제공항은 24시간 운영되고 안전성과 확장성이 보장되는 곳에 건설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김해신공항 반대 동남권 관문 공항 추진 100만 국민청원 부울경 범시민운동본부(이하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해신공항은 주민에게 소음 고통과 충돌 위험을 안겨줄 뿐 아니라 대통령이 공약한 관문공항이 결코 될 수 없으므로 지금부터 국토교통부가 진행하는 모든 절차를 중단하고 백지화하라”고 촉구했다. 부울경 40여 단체로 구성된 이들은 “2016년 발표된 ‘김해신공항’은 영남 5개 시·도가 신공항 후보지로 가덕도와 밀양을 두고 극단적으로 대립하던 상황에서 지역 간 갈등을 회피하려는 미봉책이자 정략적 결정의 산물”이라며 “부산 울산 경남 단체장이 2018년 9월 전문가로 조직한 실무검증단을 구성해 김해신공항 계획을 분석한 결과 안전·소음·환경파괴 문제 등이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해신공항 신활주로 노선 자체가 삼 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최초 착륙에 실패할 경우 인접한 산지와 고층 건물 등 장애물에 충돌, 대형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김해 방향 3개 산봉우리를 깎지 않으면 위험할 뿐 아니라 절취할 경우 2조 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날부터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촉구하는 내용의 100만 명 서명운동을 한 달간 벌이기로 했다. 범시민운동본부 박인호 공동대표는 “최근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영남권 5개 시·도 합의를 전제로 동남권 관문공항에 대해 언급했지만,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TK지역 여론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큰 걱정은 없다.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과 별개로 대구통합신공항 건설과 관련해 정부에서 통 큰 결단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 갈등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이번 청원운동을 계기로 동남권 관문공항에 관한 정부의 공식적인 답변을 얻어내겠다고 강조했다.
범시민운동본부는 이어 이날 오후에는 같은 내용의 기자회견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진행했다. 이들은 “새로운 활주로의 이륙 방향이 경남 김해시뿐 아니라 부산 인접 사상구 등에도 영향을 미쳐 이곳이 소음 지역으로 전락한다”며 “우리 동남권 주민의 생존권과 생활권을 지키기 위해 김해신공항 반대 100만 명 국민청원운동을 벌인다”고 강조했다.
부산시는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TK 껴안기에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시 관계자는 “정부와 TK 여론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상황에서 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청원운동을 지원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 이종호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
“동남권 신공항 요구, 지역주의 폄하 안 돼”
변성완 부산시 신임 행정부시장
부산시 신임 행정부시장은 18일 “동남권은 새로운 공항에 걸맞은 수준의 항공수요가 넘쳐날 것”이라며 “동남권 신공항 요구를 단순히 지역이기주의라 폄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변 부시장은 행정안전부 대변인을 지낸 뒤 지난달 30일 자로 부산시에 부임했다. 그는 “이제 중앙정부와 수도권도 지역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핵심 화두가 국토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인만큼 수도권 중심의 인천공항을 대체할 수 있는 관문공항이 동남권에도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변 부시장은 지역과 중앙의 시각이 다르긴하지만 우리나라 전체와 세계로 시각을 넓혀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을 비롯한 동남권은 당연히 동남권 신공항이 필요하다는 게 주된 여론인데 이른바 ‘중앙’은 효율성과 능률성을 중심에 놓고 과연 공항이 많이 있어야 하느냐고 말한다”면서 “동남권에 새로운 공항이 생기면 설마 수요가 없겠느냐”고 되물었다.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기상 이변에 몽골 땅 65% 사막화…인구 20%는 ‘환경난민’으로
ㆍ기후변화 가장 심각한 나라…‘몽골 리포트’
일하다 다친 유목민 출신 “이젠 쓰레기장 나오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지난해 11월22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 인근에 있는 울란촐로트에서 주민들이 쓰레기속에서 금속, 재활용품 등을 골라내고 있다. 울란바토르는 인구 폭증으로 처리 능력을 초과한 쓰레기가 발생하면서 울란촐로트 일대가 거대한 쓰레기 적치장을 이루고 있다. 쓰레기 적치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이어가는 빈민들이 형성한 쓰레기마을도 생겨났다. 울란바토르 | 김기범 기자
가뭄 등 영향 가축 떼죽음 빈발
유목민 터전 잃고 도시 빈민화
이산화탄소 발생은 적으면서
기후변화로 환경재앙 큰 피해
한국에서 최악 수준 미세먼지
몽골 겨울철 일상적으로 발생
쓰레기를 가득 담은 트럭이 땅에 쓰레기를 잔뜩 버리고 가자 행색이 남루한 몽골인들이 몰려들었다. 쇠붙이나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을 골라내기 위해서였다. 부대자루에 이것저것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을 담던 한 몽골인은 “울란바토르에 와서 처음엔 건설현장에서 일했는데 몸을 다친 뒤부터 일을 못하게 됐다”며 “이제는 쓰레기장에 나오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22일과 27일 찾아간 몽골 울란바토르 인근 울란촐로트의 쓰레기 적치장은 극심한 기후변화로 인해 많은 유목민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한 몽골의 실상을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현장이었다. 사방이 온갖 쓰레기로 뒤덮인 곳에서 몽골 빈민들은 쓰레기를 실은 트럭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트럭이 쓰레기를 내려놓으면 하나라도 더 돈 될 만한 쓰레기를 건지려는 모습을 반복하고 있었다. 초원을 누비며 여유롭게 살던 유목민들이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기도 했다.
유목민들이 넝마주이로 전락한 이유는 몽골이 지구 전체에서도 손꼽힐 정도의 기후변화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겨울철 기온이 오르고, 눈이 오지 않게 되면서 가축들이 떼로 죽어나가는 일이 빈발하게 된 것은 유목민들이 환경난민으로 전락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겨울에 내려 쌓인 뒤 봄철에 녹아 땅을 적시고, 가축들의 먹이인 식물을 키우는 역할을 했던 눈의 양이 크게 줄어든 것 자체가 재앙이었던 것이다.
지난해 11월 현지에서 만난 몽골 전문가들 가운데는 올겨울에도 눈이 안 와서 큰일이라며 걱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실제 예년 같으면 눈이 덮여있어야 할 몽골의 초원과 삼림은 모두 강한 바람에 노출된 상태였고, 어디서나 모래먼지가 날리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사실 몽골의 눈은 한국인들에게도 고마운 존재다. 모래먼지가 일어나지 않도록 막아 황사 발생을 차단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몽골의 강설량 감소가 한국 기상청이 꼽는 황사 발원 원인 중 하나인 것을 감안하면 몽골의 겨울에 눈이 내리지 않는 것은 한국인들의 미세먼지 재앙과도 관련이 있다. 울란바토르에 축적된 오염물질이 그대로 한국에 날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황사가 늘어나는 상황인 것을 감안하면 강 건너 불구경하듯 볼 수만은 없다.
특히 2008년 몽골 전역을 덮친 ‘조드’는 다수의 환경난민을 만들어낸 원인이 되었다. 조드란 몽골어로 재앙이라는 뜻인데 기상 이변으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것을 말한다. 조드는 가뭄으로 가축들이 물을 먹지 못해 일어나는 검은 조드, 눈이 지나치게 많이 와서 가축들이 떼죽음을 당하는 하얀 조드 등으로 나뉘는데 2008년 몽골을 덮친 하얀 조드는 사상 최대 규모로 기록돼 있다. 과거의 조드는 국지적으로 발생했지만 이때의 조드는 몽골 대부분 지역을 덮쳤고, 많은 몽골인들이 조드가 곧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재앙이라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몽골 정부와 NGO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이때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가축을 모두 잃고 빈민이 된 유목민들이 고향을 떠나 도시, 특히 수도 울란바토르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울란바토르 외곽의 낮은 산지에 게르(몽골의 전통 텐트)촌을 형성하기 시작했으며 몽골 정부는 최근 30년 사이 유목민 60만명이 울란바토르에 도시 빈민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고 있다. 2017년 현재 울란바토르 인구는 몽골 전체 인구 310만명의 약 45% 정도인 140만명가량으로 당초 50만명이 거주할 수 있는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도시의 용량을 크게 초과한 상태다. 게다가 140만명은 주민등록상의 인구로, 주소를 옮기지 않고 울란바토르에 사는 이들도 약 1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인구의 절반이 울란바토르에 몰려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가 게르촌에 거주하는 극빈층으로 추정된다. 2017년 현재 게르촌에 거주하는 가구 수를 몽골 정부는 약 22만가구로 추산하고 있다.
울란바토르 주변의 환경난민들은 사실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의 주범이기도 하다. 중앙난방의 혜택을 받지 못한 게르촌의 빈민들이 원탄이나 나무 등을 난방 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울란바토르에는 사회주의 시절부터 중앙난방시스템이 설치돼 있었지만 게르촌까지는 파이프가 연결돼 있지 않다. 원탄은 채굴 뒤 가공하지 않은 석탄으로 보통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무연탄 등에 비해 더 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한다. 몽골 환경관광부 채필 대기오염감축 정책담당간사에 따르면 울란바토르에서는 연간 590만t의 원탄이 사용되고 있다. 게다가 원탄은 그나마 형편이 나은 이들이 사용하는 연료이고, 더 어려운 가정에선 각종 쓰레기나 타이어를 태우는 경우도 많다.
몽골 정부는 울란바토르 대기오염에서 가정의 난방과 취사를 위한 연료 연소가 80% 정도 비중을 차지하고, 차량이 10%, 화력발전소가 6%라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울란바토르가 극심한 대기오염을 겪는 시기는 대체로 11월에서 4월 사이이다. 겨울에만 대기오염이 심하고 5월에서 10월 사이 봄여름가을에는 오염물질 농도가 크게 낮아지는 것이다. 울란바토르의 지형이 산들에 둘러싸인 분지이고, 기후변화로 인해 풍속이 약해진 것도 대기오염을 점점 더 심각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 겨울철 항공편으로 울란바토르에 도착한 이들은 공항 밖으로 나가는 순간 매캐한 공기에 놀라게 된다. 지난 11월 방문했을 당시 외곽의 산지에서 바라본 울란바토르는 매연이 거대한 띠를 이뤄 도시를 뒤덮은 모습을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당시 미세먼지 농도는 상시적으로 100~200㎍/㎥를 기록했고, 걸핏하면 300~400㎍/㎥의 수치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최악이라고 부르는 수치가 몽골에선 겨울철 일상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몽골인들은 선진국들로 인해 일어난 기후변화로 환경난민이 되고, 대기오염까지 심각해지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특히 몽골은 저개발국인 탓에 과거부터 배출해온 이산화탄소의 양은 적으면서도 기후변화 정도는 가장 심각한 나라이기도 하다. 대부분 지역이 해발 1000~1500m 이상인 몽골은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한 기온 상승폭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로 꼽힌다. 몽골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0년쯤 몽골 평균기온은 1940년대에 비해 2.1도가량 상승했고, 최근 몽골 기상청 통계에 따르면 이 폭은 약 2.7도로 커졌다. 유엔은 2100년까지의 지구 전체 평균기온의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에 비해 1.5도 또는 2도로 제한하는 목표를 세운 바 있다.
몽골 사막화방지연구소에 따르면 몽골 전체의 76.9%에서 사막화,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막화가 진행되는 곳은 전 국토의 64.7%, 토지 황폐화가 진행되는 곳은 12.2%이다. 특히 몽골 정부 어윤사나 산림국장에 따르면 국토 전체의 9%를 차지하며 허파 구실을 했던 삼림지대 역시 지난해 현재 7.85% 정도로 급감한 상태다. 이 삼림지역들은 몽골에서는 드문 곡창지대들이 위치한 곳으로 이들 지역이 황폐화, 사막화되는 것은 몽골의 식량 수급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몽골의 주요 삼림지대인 셀렝게의 경우 숲 내부에서 빠르게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다.
황사 발원지가 몽골 남부의 고비 사막 등 일부 지역에만 국한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몽골 전역에서 사막화, 황폐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모래먼지가 상층으로 떠올라 모래폭풍이 될 수 있는 지역이 늘어나는 것은 곧 황사 증가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 몽골 정부도 손을 놓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몽골 정부는 지난해 원탄 사용을 금지하고, 빈민층에게 무연탄을 보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게르촌에 중앙난방을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이브리드차량 등 저탄소 차량에 무관세 혜택을 부여하면서 현재 울란바토르 시내를 주행 중인 차량이 대부분 하이브리드차량으로 바뀐 상태다. 하지만 세계에서 가장 빠른 기후변화가 지속되고, 사막화가 진행되는 한 환경난민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고, 대기오염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상임이사는 “숲을 만들고, 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찾아야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양쪽 모두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을 통해 몽골의 기후변화에 악영향을 미친 주변 선진국들이 조림사업 등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도움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막에 숲 가꾸기, 주민들 일자리 만들어 자립 돕고 과실수 재배 수익까지
8개 조림사업장 운영 ‘지속 가능 모델’ 만든 NGO 푸른아시아
몽골과 중국 내몽골 등에 대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 등이 황사 방지를 위한 숲 만들기에 나섰다는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나무들이 잘 자라고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두는 이들은 많지 않다. 숲 만들기가 대체로 일회성 이벤트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막화방지를 위해 몽골에 심은 나무들의 생존율은 얼마나 될까. 2007년부터 몽골에서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NGO 푸른아시아에 따르면 생존율은 50%에 불과하다. 한국에 비해 척박하고, 강수량도 적은 몽골 땅에서 나무를 심기만 하고, 가꾸지 않는 것은 무의미한 일일 수도 있는 것이다. 현지 주민들이 나무 심기의 필요성에 대해 인식하고, 주민들 자신이 나무 가꾸기에 나서지 않는 한 현재의 미담 기사 속 나무 심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관점에서 한국의 NGO 푸른아시아가 개발한 주민들의 자립과 공동체 회복을 통해 조림사업을 이어가는 모델은 지속가능한 몽골 녹화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푸른아시아는 현재 몽골 내 바가노르와 에르덴 등 8개 지역에서 조림사업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단순히 나무를 심어주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을 교육하고, 현지 직원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사막화와 기후변화로 기르던 가축을 잃으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유목민들, 사실상 직업이 없는 주민들을 교육시킨 후 일자리를 주면서 자립시키고, 이들이 과실수를 재배하면서 수익을 얻도록 하는 것이다. 푸른아시아와 주민 직원들은 몽골의 특산식물 중 비타민C가 풍부한 열매가 열려 일명 비타민 나무로 불리는 차차르간 재배가 주민들의 소득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에르덴 지역에 조성된 조림지에는 이렇게 고용된 직원들이 모여사는 마을도 형성돼 있다.
푸른아시아가 2016년부터 주민들과 함께 조림사업을 벌이고 있는 몽골 투브아이막 아르갈란트솜 역시 숲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지역 주민들을 자립시킴으로써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모델이 적용되고 있다. 아이막은 한국으로 치면 광역지자체, 솜은 기초지자체에 해당한다. 아르갈란트솜에 조성 중인 ‘미래를 가꾸는 숲’은 서울시가 2억9000만원을 보조한 곳이다. 아르갈란트솜은 과거 수풀이 무성한 초원이었지만 현재는 녹색보다 황토색이 더 많이 보일 정도로 황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이른바 사막화의 최전선인 것이다. 풀과 물이 줄어들고 목축이 어려워지면서 고향을 등지는 주민들도 점점 늘어나는 상태였다. 솜 전체의 인구가 1718명인데 연간 80~90가구가 도시로 이주하고 있다. 2015년에는 혹한으로 많은 가축이 폐사하면서 181명이 떠나기도 했다. 푸른아시아는 이곳에서 주민들 중 극빈 가정이나 여성 가장 등을 위주로 30명을 교육한 뒤 직원으로 채용했다. 아르갈란트솜 기관도 일할 의지가 있는 주민들을 추천하는 등 주민들을 도왔다.
첫해인 2016년에는 20㏊에 2만160그루의 나무를 식재했고 2017년에는 2만그루를 심었다. 방풍림뿐 아니라 유실수도 심고,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오이나 피망, 토마토 등을 키울 수 있는 비닐하우스도 마련한 상태다. 푸른아시아와 주민들은 5년 내에 자립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사업이 시작된 지 만 3년 정도 지났지만 이미 가시적인 사막화방지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림사업을 시작하기 전보다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횟수가 현저히 줄었다는 것이다. 마을 입구의 집들과 울타리에 쌓이던 모래가 줄어든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조림사업이 시작되기 전 주민들은 마을 밖에서 불어오는 가는 모래가 마을 외곽은 물론 마을 안쪽까지 점점 더 많이 침투해오는 것을 느끼면서 암담해하고 있었다.
푸른아시아의 주민 자립을 통한 조림 모델은 유엔으로부터도 숲 조성 성공과 주민 빈곤 감소 등의 공로를 인정받은 바 있다. 푸른아시아는 이 모델을 통해 2014년 ‘생명의토지상’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 상은 유엔이 매년 6월17일인 ‘세계 사막화방지의날’에 기후변화 저지 및 사막화방지 활동을 하는 정부, 민간단체, 개인 등을 선정해 발표하는 상이다./경향 임지훈 기자
좁고 구불구불…자동차 몰기 불편하겠다구요? ‘사람’이 도로 주인 되는 게 모빌리티의 미래죠
알프스 베베 레나’
그르노블 인근의 마을 소형 도로 중에는 멀쩡히 곧게 뻗은 길에 화단을 내어 일부러 굽어지게 만들 거나 아예 양방향 도로의 한쪽을 막아 한번에 차 한대만 통과하도록 한 길들이 많다. 공들여 의도적으로 운전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곽원철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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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명 칼럼을 쓰면서 온라인 댓글은 보지 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들 하지만, 나의 경우 가급적 꼼꼼히 독자 반응을 살피는 편이다. 인터넷을 통해 그리고 지인과 가족들을 통해 고국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있고, 특히 레나가 태어난 이후로는 적어도 1년에 한두 번씩은 한국을 왕래하고 있지만, 빠르게 변해 가는 고국의 모습을 미처 따라잡지 못해 칼럼의 취지에 맞지 않는 엉뚱한 이야기를 적게 될까 봐서다. 게다가 한국을 떠나 프랑스에 와서 산 지 10년이 되어 가면서 조금씩 유럽식 사고방식에 동화되어 가다 보니(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타국살이가 무척 피곤해진다), 고국의 독자들께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늘어놓을 수도 있다. 배경이 되는 전제가 다르면 같은 글을 읽어도 글쓴이가 의도한 바와 전혀 다른 메시지가 전달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한 적이 몇 번인가 있었다.
그중 하나는 프랑스 지방 도시의 교통신호 체계 특히 정지선에 관한 글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이었다. 의외로 “웃기시네. 지난번에 파리 여행 가서 보니까 무단 횡단하는 인간들 무지하게 많더라”는 유의 댓글들이 많았는데, 본문은 물론이거니와 제목도 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이었으니 오독이라기보다는 아마도 지레 “또 소위 선진국의 교통 문화를 소개하면서 사람들을 훈계하는 내용이구나, 어휴 지겨워” 하는 짐작에 내용은 읽지도 않으셨던 것 같다. 사실 파리나 뉴욕 같은 국제도시들에선 어디를 가나 무단 횡단은 일상이다. 오죽하면 뉴욕에서 진짜배기 뉴요커와 뜨내기 관광객을 구분하는 방법은 교통신호를 지키는지 여부를 보는 거라는 말이 있을 정도겠는가(물론 지키지 않는 쪽이 뉴요커다). 어쨌든 자동차의 흐름을 제어하는 신호 체계를 설명하는 글에 뜬금없이 보행자의 준법정신을 말하는 반응이 많았던 것은, 교통사고의 책임이 자동차보다는 보행자에게 있다는 사고방식 때문이 아닐까 싶다. 내친김에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의 교통 체계는, 여하한 경우에도 교통 약자를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체계로 되어 있다. 도로교통법에는 모든 운전자는 보행자가 길을 건너려 할 때 차를 멈춰 양보해야 함을 명시하고 있는데, 가령 보행자가 인도를 벗어나 차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이 보행자는 명료하게 ‘길을 건너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한 것이므로 지나는 자동차는 멈춰야 한다. 횡단보도가 없을 경우는 물론이거니와 심지어 빨간불일 때에도 마찬가지이다. 만약 보행자가 50m 이내에 횡단보도가 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길을 건넜거나(횡단보도가 너무 멀리 있으면 그냥 건너도 된다. 보행자가 길을 건너고자 하는 위치에 횡단보도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도로가 잘못 설계된 것으로 본다) 보행 신호가 빨간불이었을 경우 운전자의 책임이 다소 경감될 수는 있는데, 역시나 보행자가 신체에 상해를 입었을 경우 운전자가 보상 책임을 지게 된다. 운전자 입장에서 억울하게 생각될 수 있겠고 실제로 공식적인 항의 절차를 밟는 운전자들도 적지 않은데, 대개의 경우 책임 입증에 성공하더라도 벌점 부과를 완화하는 정도에 그칠 뿐이다.
그르노블 시는 시내 주요 도로들을 제한 속도 30km의 1차선 일방 통행으로 전환하고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넓히는 등으로 차량 유입을 억제하고 있다. 캡버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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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비롯한 유럽의 교통체계
교통 약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보행자가 차도에 발 내딛으면
횡단보도 없어도 자동차 멈춰야
멀쩡한 도로에 화단을 내는 등
일부러 운전 불편하도록 설계
시내에는 있던 길마저 없애버려
점차 차량 통행을 억제하는 중
그르노블에 깔린 트램 노선들
사용할수록 편리하고 친환경적
차랑 자체를 줄이는 게 목적이라
교통 체증 우려는 번지수 틀려
‘보행자 우선순위 위반’은 안전벨트 미착용, 운전 중 휴대폰 사용 등과 함께 4급 교통법규 위반에 해당한다. 위반 시 135유로(약 17만원)의 범칙금과 함께 6점의 벌점이 부과되며, 경우에 따라 3년간 운전면허를 정지할 수 있다. 일단 딱지를 떼였으면 45일 내에 범칙금을 납부해야 하는데 이 기한을 놓치면 375유로(48만원)로 훌쩍 뛴다. 미납 기간이 길어질수록 벌금은 계속 상승하여 최대 750유로(96만원)까지 내야 할 수 있다. 다만 일찍 납부할 경우 경감 혜택이 있는데, 가령 딱지를 현장에서 발부받았을 경우 3일 이내에 납부하면 90유로(11만원)로 깎아 준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행자들이 횡단보도로 길을 건널 때에도 먼저 좌우를 살펴서 차가 없음을 확인하고 건너라고 권하는데(심지어 도로교통공단 등 정부 기관의 안내에도 그렇게 되어 있다), 프랑스의 보행자들은 그런 것 없다. 차가 오는지 안 오는지 살피지도 않고 그냥 길에 발을 내딛고는 하기 때문에, 운전자들은 보행자가 차로 쪽으로 접근해 오는지를 항상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나의 경우 프랑스 정착 초기 파리 인근에 살던 시절, 비싼 수업료를 내고 이 원칙을 몸에 익혀야 했다. 주말에 파리 시내에 차를 몰고 나왔다가 후미진 골목길에서 보행자가 차도에 발을 내디딘 것을 미처 보지 못해서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쳤는데(물론 내 차와 그 보행자 사이에는 충분한 거리가 있었다) 다음 모퉁이에서 즉시 경찰 몇 명이 우다다 뛰어나와 차를 세우더니 딱지를 떼는 것 아닌가. 못 봤어요 따위의 변명은 씨알도 안 먹힌다. 당연히 함정 단속이지만 프랑스의 교통 단속은 (지하철 무임승차를 비롯해서) 대부분 이런 식이므로 항의해 봐야 소용없다. 괜히 따져 봐야 공무집행방해죄 등이 추가될 수 있으니 빨리 납부해서 경감 혜택이라도 받는 것이 남는 거다.
또 다른 독자 반응은 “운전자들에게 불편을 주는 교통신호 체계가 어떻게 좋은 거냐”는 거였다. 내 글의 취지가 “프랑스의 교통신호 체계는 운전자의 준법정신에 기대기보다는 지키지 않을 수 없도록 교묘하게 설계되어 있다. 어길 경우 뭔가 꼬이게 되어 있고 운전자도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누가 보고 있건 말건 지키게 마련이다”라는 것이었으니, 정확히 읽고 피드백을 주신 고마운 독자분이라 하겠다. 차가 다니기 편하도록 만들어진 도로가 좋은 교통 시스템, 이라는 전제하에서는 물론 타당한 이의 제기이다. 하지만 프랑스의 교통 체계는, 의도적으로 운전자들을 불편하게 만들도록 설계된 경우가 의외로 많다. 그리고 그런 도로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실례로 내가 사는 동네의 소형 (2차선) 도로들을 보면, 멀쩡히 곧게 뻗은 길에 화단을 낸다든지 하여 일부러 굽게 만들거나 아예 양방향 도로의 한쪽에 별 필요도 없어 보이는 자전거·이륜차 점유 공간을 두어 한 번에 차 한 대만 우선순위에 따라 통과하도록 한 길들이 많다. 명백히 의도적으로, 그리고 공을 들여 운전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다. 속도를 줄이지 않을 수가 없다.
그르노블 시는 2011년부터 4년 간의 공사 끝에 시내를 관통하는 8차선 간선대로의 중앙 6개 차선을 트램 노선으로 전환하고 자동차 도로는 양쪽으로 1개 차선씩만 남겼다. 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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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것은 시 외곽 작은 마을들의 경우이고, 시내는 아예 있던 길도 없애 버려 점차 차량 통행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프랑스 동남부 알프스 지방의 거점 도시인 그르노블 지역에서 산 지 이제 9년차가 되어 가는데, 처음 4년 동안은 시내 한가운데를 관통하는 간선도로인 장-조레스가를 온통 파헤쳐서는 원래 왕복 8차선이던 도로의 가운데 6개 차선을 밀어 트램을 까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자동차도로는 양쪽으로 1개 차선씩만 남겨 놓았다. 2015년 초에 거의 완공이 되어 시험 운행을 하기에 이제 곧 개통되나 싶더니, 트램 선로 위에 깐 잔디 양생 기간을 가져야 한다며 실제 운행은 그로부터 4개월이나 지난 후에 개시하였다. 내가 이 동네 사는 동안 그 위로 트램 다니는 거 볼 수 있을까 싶던 그 공사가 끝나니까, 이제는 시내 지선도로 중 가장 통행량이 많은 4차선 도로이던 빅토르위고 광장 앞길에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크게 넓히고 차도는 버스와 거주자 전용의 왕복 2차선만을 남기는 공사를 하고 있다. 시내에 차가 다닐 수 있는 몇 안 되는 남은 도로들의 차량 제한 속도는 30㎞이다. 말하자면 이 지역의 교통 정책은, 길을 넓혀서 차가 다니기 편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길을 좁혀서 차를 갖고 다니는 걸 포기하게 만드는 거다. 사실 그게 답이다.
그르노블 지역은 1980년대부터 단계적으로 트램을 깔기 시작하여 5개 노선이 시내외 전역을 커버하고 있는데, 사용하면 할수록 편리하고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이라 감탄하게 된다. 프랑스라고 모든 도시들이 이토록 트램을 비롯한 친환경적인 대중교통 수단이 완비되어 있는 것은 아닌지라, 살 도시를 선택할 때 트램선이 개통되어 있느냐 여부가 삶의 질의 기준이 되기도 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트램 노선을 많이 깔면 대기 오염과 교통 체증도 줄어서 삶의 질이 많이 향상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의외로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모양이라 의아했다. 도입 과정에서의 정치적인 우여곡절이야 사실 내가 알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우려하는 목소리 중에는 트램 노선을 도입하면 차선이 줄어들어 안 그래도 체증이 심한 도로 교통 상황이 더 악화될 거라는 예상도 있는 모양인데, 오해다. 교통 체증이 심해지는 것도 완화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사라진다. 트램 노선을 까는 것은 교통량을 분담해서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려는 것이 아니라 아예 차를 갖고 다니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의 교통 시스템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인가? 친환경적이고 스마트한 그리고 지속 가능한 도시의 교통 시스템은, 기존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는 것에서 첫발을 뗄 수 있다. 도로의 주인이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라는 것, 차량 운행을 편리하게 만들기보다는 차량의 운행을 억제하고 제한하여 도로 위를 달리는 차량의 대수를 줄이는 것이 보다 나은 해결 방법이라는 발상의 전환이 이동, 즉 모빌리티의 미래라는 것을 유럽의 도시들은 보여준다 /경향/ 다른 삶/ 2.22 곽원철
[내일신문 기고] ‘미세먼지’ 농업분야 대책 서둘러야
최근 국회에서 잦은 미세먼지 발생으로 농작물 등에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 농가를 지원하는 법안이 발의되어 눈길을 끌고 있다. 미세먼지는 조기사망과 암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만병의 근원이라 할 만큼 다양한 질병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단순 모래(흙)먼지인 황사와는 달리 미세먼지를 중금속으로 이루어진 은밀한 살인자,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할 만큼 우리의 건강에 치명적 위험성이 속속 밝혀지면서 우리 공공의 적인 미세먼지는 이제 우리 국민에게 공포의 물질로 자리 잡았다.
미세먼지로 햇빛 못 본 잎채소와 과채류 생장이 더디어져
이러한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뾰족한 방안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지난 15일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었다. 이 법은 미세먼지 생성물질의 배출을 저감하고 발생을 지속적으로 관리함으로써 미세먼지가 국민건강에 미치는 위해를 예방하고 대기환경을 적정하게 관리·보전하여 쾌적한 생활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각 시·도지사는 비상저감조치 요건에 해당되면 자동차의 운행 제한 또는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의 가동율 조정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미세먼지를 많이 배출하는 5등급차는 운행이 제한된다. 지금까지는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면 수도권의 행정 및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2부제를 시행했지만, 2020년 2월부터 민간 부문 참여가 의무화된다. 배출가스 등급은 산정방법에 관한 규정에 따라 5개로 분류되는데, 전기차와 수소차는 1등급, 휘발유와 가스차는 1~5등급, 경유차는 최근 연식이라도 3등급, 노후 경유차는 5등급에 해당한다. 자신의 차가 5등급에 해당하는 지 여부는 환경부 홈페이지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농업 및 농촌도 미세먼지의 피해지역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이 최근 전국을 강타한 가운데 농업인들이 불편을 호소하면서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희뿌연 미세먼지로 인해 햇빛을 못 본 잎채소와 과채류는 생장이 더디거나 심한 경우 멈추기도 한다. 야외에서 농작업을 해야하는 농업인들은 물론 젖소 등 가축들도 개방형 축사가 많아 미세먼지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어 있으며, 연로한 노인들조차도 노인정에 집단으로 모여 창문도 못 연채 답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미세먼지의 공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특별법 시행은 좋은 현상이지만 전체 숲을 보지 않고 일부분인 나무만 본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이유는 농업 및 농촌 대책을 소홀히 다루어 ‘농업 홀대’라는 지적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대부분의 정책이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특별법에서 보호를 명시한 대상에도 어린이·노인·임산부 등과 옥외근로자(건설 노동자 등)·교통시설관리자 등은 포함되어있지만 야외 농작업이 필수인 농업인은 누락되어 있다. 정부 및 민간위원 36명이 참여하는 특별대책위에 농업전문 연구기관의 대표인 농촌진흥청장도 빠졌다는 점이 미세먼지 대책에서 가축이나 농작물의 피해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세먼지 피해는 도시의 경우 주로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지만 농업과 농촌에서는 대부분 가축의 호흡기질환이나 농작물 생육지장 및 품질저하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세먼지 피해농가 지원법안 조속히 통과됐으면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범정부 차원에서 연중 지속적으로 도마 위에 오르내리고 있는 미세먼지 예방대책 마련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하며, 농업부문 미세먼지피해 심각성을 고려해 농작물과 가축 등 분야별 피해분석 및 이를 극복하려는 실용기술을 황급히 서둘러 개발·보급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또 장시간 야외활동을 해야 하는 농작업 특성상 미세먼지로 인한 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해주는 방안 등 농업인 건강 대책도 함께 마련해 줄 것을 관계 당국에 촉구하며 국회에 상정된 미세먼지 피해농가 지원법안도 조속히 통과되길 기대한다.
박상도 농협구미교육원 교수 2/22
아열대화, '동해 바닷속 지도' 바꿨다
해수부, 해양생태계 조사 결과···따뜻한 바다 선호 홍조류 늘고 자리돔 등 난류성 어종도 확산
▲ 2018년 국가생태계 종합조사 주요결과.
우리나라 동해 바다가 아열대화 되고 있는 것이 해조류와 어류의 생태 변화로 확인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동해·남해 동부·제주권 해역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 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하면서 확인됐다. 지난해 조사 결과 이들 3개 해역 암반 생태계에서는 2년 전인 2016년보다 해조류 출현 종수가 증가했으나 평균 무게는 22% 정도 감소했다. 이는 암반 생태계 아열대화로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작은 홍조류가 늘고, 차가운 바다를 선호하는 큰 갈조류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제주 문섬, 전남 여수 거문도, 부산 남형제섬, 경불 울진 왕돌초와 울릉도·독도를 포함한 해양생태계 보호구역 등지에서는 61종의 어류가 서식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중 3분의 2가량인 41종이 자리돔과 황놀래기 등 난류성 어종이었다. 특히 유착나무돌산호, 나팔고둥, 자리돔 등 아열대 생물이 발견되는 북쪽 한계가 2010년 부산 나무섬에서 2012년 포항 상정리, 2017년 울진 거일리와 지난해 울진 나곡리까지 매년 북상하는 것으로 나타나 동해의 아열대화 징후가 심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부는 “남해 바다뿐만 아니라 동해 바다도 아열대화가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해수부는 2015년부터 해양환경공단과 함께 우리나라 해역 생태계 현황과 변화에 대한 과학적 자료를 확보, 생태계 보전·관리 정책에 활용하기 위해 국가 해양생태계 종합조사를 하고 있다. 조사는 서해·남해서부와 동해·남해 동부·제주 등 2개 권역으로 나눠 격년으로 실시되며, 특별관리가 필요한 곳은 매년 실시된다.
한편 올해 조사는 서해와 남해서부 해역을 대상으로 이달 시작될 예정이다. 올해는 해양생태계의 일관된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평가체계 개선 연구도 추진한다. 조사 결과는 연구기관 등 전문가에게 제공하고 카드뉴스와 소식지 등으로 제작해 ‘바다생태 정보나라’ 홈페이지(www.ecosea.go.kr)에 공개한다. 해수부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생태적·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해양생태계 등급을 나누는 해양생태도를 만들어 제시할 계획이다.
손석호 기자 ssh@kyongbuk.com
공원일몰제 앞둔 범어공원 지주 vs 대구시 갈등 점입가경
지주 비상대책위원회 "공원 시설물 철거 후 민형사상 책임 묻겠다" 엄포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내 사유지 지주들이 내 건 수성구와 대구시를 규탄하는 현수막이 공원 곳곳에 내걸려 있다. 이들은 대구시가 내년 공원 일몰제를 앞두고 범어공원 도로 주변 일부 땅만 수용해 안쪽 사유지를 맹지로 만들어 재산권을 침해하고 있다며 대책을 촉구했다. 매일신문 DB
공원일몰제 시행을 앞두고 대구 수성구 범어공원 지주들이 대구시를 상대로 실력 행사에 나섰다. 지주들은 땅 소유주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대구시가 설치한 공원 시설물 철거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구시는 뾰족한 방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범어공원 지주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22일 범어공원 내 소유자 동의 없이 대구시가 설치한 산책로, 가로등, 벤치, 운동시설들을 완전 철거 후 원상 복구해줄 것을 대구시와 수성구청에 요구했다. 비대위는 대구시가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비대위가 직접 시설물들을 철거한 후 대구시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하겠다고 덧붙였다. 또한 소유자 동의 없이 시설물을 설치한 혐의로 공무원들을 형사고발하고 민사상 책임도 묻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와 수성구청은 속수무책이다. 수성구청은 2017년에도 지주들의 요구에 범어공원 내 공원 시설을 철거한 바 있다. 2007년 수성구청은 황금동 대구노인복지관 인근에서 범어공원으로 진입하는 산책로를 조성하고 진입로와 이어진 인도를 따라 경계석 100여개를 설치했다.
그러나 10년이 2017년쯤 해당 토지의 소유주가 "동의를 받지 않은 시설물을 모두 철거해달라"고 요구했고, 관련법 검토 결과 지주의 주장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던 수성구청은 시설물을 모두 철거했다. 구청 관계자는 "10년 전 일이라 어떤 경위로 설치됐는지 확인하기도 어려운 데다 지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오후 비대위와 대구시 관계자들이 만났지만 서로 입장차만 확인한 채 헤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공원 내 설치된 시설물 대부분이 소유주의 동의를 받지 않은 시설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지주들은 대구시의 보상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시 관계자는 "우선 급한 땅들은 보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예산 확보 등 거쳐야 할 절차들이 많이 남아 있다"며 "어떻게든 지주들을 설득해서 다른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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