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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원녹지

공원문화 활성화 BGT.부산일보. 부산은행 공동 -달팽이 도시공원탐사 에필로그

by 이성근 2013. 9. 2.

 

8월 말 부산공원활성화 달팽이탐사단을 이끌었던 공원아 놀자 추진단이 차재근 대표의 집에서 모여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파티라기 보다 어쨌든 다들 수고했으니 격려하고 다음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였다.  각자 먹을 것을 준비해 왔다.  경성대 강동진 교수가 삼겹살을, 동아대 강영조 교수가 병당  일만원 대의 와인형 막걸리를 또 동명대 김교정교수가 양주와 포도주 한병을 들고 왔다.  나머지 음식은 장소를 제공한 차재근 대표가 준비를 했다.  논의를 위해 처음 보였던 4월초와는 확실히 다른 자리였다.  다들 시간내기 어려운 사람들임에도 매주 모였다는 것은 그만큼 모임을 관통하는 목적의식을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처음이었다. 전문가와 시민이 손을 잡고 대표적인 공공 공간인 부산의 공원들을 이리도 속속들이 들여다본 것은.

한국전쟁 이후 고단한 현대사를 거친 이들 공원은 시민의 관심에서 멀찌감치 벗어나 있었다. 시설 관리 위주의 소극적인 운영 탓이 컸다. 그 사이에 수도권 등지의 여러 도시 공원은 진화를 거듭했고, 부산의 공원은 '이것이 부산의 공원 문화다'라 내세우기에 살짝 부끄러운 수준으로 뒤처지고 말았다.

 

공원에서 문화가 제대로 꽃피게 하려고 부산그린트러스트와 부산은행, 부산일보가 진행한 공공저널리즘 특별기획 '공원아, 놀자! 도시 공원문화 달팽이탐사단'이 5개월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용두산공원에서 시작해 금강공원, 어린이대공원, 유엔기념공원·평화공원, 암남공원, APEC나루공원으로 이어진 탐사 여정에 전화와 이메일 등을 통해 답지한 시민들의 성원은 큰 힘이 됐다. ㈜부산타워, 금강공원 내 금정사, 사과나무학교, 미부아트센터,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네오산업개발 등은 탐사단에 기꺼이 공간을 내주는 등 물심양면의 도움을 아끼지 않았다.

 

달팽이탐사단 5개월간 답사  부산 유형별 대표공원 6곳에 오감만족 전략·역사올림픽 등

사람이 중심에 선 공원 위해 다양한 대안 내놓고 해단 "공원 발전에 도움되길" 기대

 

지난 10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 공개홀. '공원아, 놀자!' 추진단과 대학생 탐사단, 주최 단체 관계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조촐한 해단식을 갖고, 탐사의 의미를 되짚으며 서로를 격려하기 위해서다. 참석자들은 수고로운 땀과 열정이 깃든 탐사단의 발걸음이 도시의 공원 문화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작은 씨앗이 될 것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부산의 유형별 대표 공원 6곳을 답사한 달팽이탐사단은 이날 소중한 선물을 차례로 내놓았다. 탐사를 마친 단원들이 조별로 머리를 맞댄 뒤 내놓은 결과물이었다. 몇 개월 사이에 수색하듯 공원 현장을 뒤지고 다닌 단원들의 안목은 달라져 있었다.

 

어린이대공원을 집중 연구한 '지아이'조는 '온고지신', '오감만족' 전략으로 공원을 다시 단장하자는 의견을 내놓았다. 구역별로 특화된 놀이터와 야외 박물관, 재미를 더한 화장실, 노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아이디어 등이 대거 등장했다.

 

'처진 달팽이'조는 기발하게도 포털 사이트의 연관 검색어로 공원의 키워드를 분석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기법을 선보였다. 예컨대, 용두산공원의 연관 검색어로 등장한 '에스컬레이터'와 관련된 반응을 살펴보고, '칼로리 계단', '재미있는 그림 계단' 등의 대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녹색이음' 조는 금강공원에서 템플스테이를 도입한 공원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동래역사올림픽'을 열고, 어린이대공원에서 '숲 속 도서관', '돗자리 영화제', '성지곡댐 축제' 등을 열어 보자고 제안하는 등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었다.

 

'아띠' 조는 아예 부산의 공원에 감성을 도입하자고 선언했다. 천동재 조장은 "즐거움, 소통, 치유, 배움, 공감, 역사, 상상력 등 감성을 자극하는 공원이면 자연스럽게 공원 문화가 빛을 발할 것"이라 했다.

무더위 등 온갖 악조건을 버텨 낸 탐사단의 노력을 격려하는 의미로 부산그린트러스트가 주는 '푸른 공원상'은 '지아이(Green I)'조(정혜선 조태민 우효선 이수빈 김세진 김도균), '그린특공대'(최영룡, 설주현, 김지수, 안로사, 이지훈), '아띠'조(천동재 이은명 박민주 강창효 성지훈)가 받았다. 부산은행의 '더불어 숲 상'은 '녹색이음'조(이슬 김승태 황예슬 김복여 최진아)가, 부산일보가 주는 '행복한 공원상'은 '처진 달팽이'조(이슬기 박정빈 옥혜지 박예지 서민지 오현주)가 수상했다.

 

이들이 공원 탐사 과정에서 만난 시민들은 예상보다 공원에 많은 애정을 품고 있었다. 공원의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길을 알지 못했고 마음이 서로 엮여 있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추진단의 일원인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도시의 공원을 이런 식으로 접근한 적이 없었다. 부산의 공원을 새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고, 공원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한다"며 "앞으로 전국 대도시권의 유사한 공원을 벤치마킹하는 등 의미를 더욱 확대하고 진화해 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사무처장은 "개장을 앞둔 부산시민공원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이번 탐사단 활동이 기존 공원을 성장시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며 "부산에서도 시민은 물론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공원에 투영되고, 방문자 센터 개설 운동을 시작으로 사람이 중심에 선 공원을 만들 때가 되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기고]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꿈, '공원아, 놀자!' /강동진 경성대 도시공학과 교수

공원은 19세기의 최고 발명품 중 하나다. 150여 년 전, 산업화로 인해 도시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시민들은 갈 곳을 잃었다. 그때 등장한 것이 공원이었다. 공원은 산업화 시대에 노동자들이 굴뚝 연기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마시고 휴식과 산책을 통해 지친 몸을 추스르고 생동감을 되찾기 위한, 즉 '레크리에이션(Re-Creation)'을 위해 탄생했다. 영국에서는 귀족들의 고급스런 정원들을 해체하여, 미국서는 황무지를 개간하여 공원을 만들었으니 공원은 잉여의 공간을 재활용한 시대의 발명품이었다. 또한 시민들에게는 유일한 일상의 안식처였다.

 

15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 공원의 기본 기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시대는 변해도 너무 변했다. 도시공원 주변에는 육체노동자들만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생각과 삶을 가진 시민들이 살고 있다. 레크리에이션의 목적 자체가 변해 버렸다. 이 시대의 공원들은 새로운 타입의 레크리에이션 기능을 요청받고 있다. 정답은 없다. 다만 수많은 도시 약자들과 급격하게 늘어나는 정신노동자들이, 또한 지극히 평범한 소시민들과 그들의 가족이 물질 문명에 찌든 현대사회의 탈출구이자 위안처로 공원의 새로운 '레크리에이션'을 애타게 갈구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신(新) 공원문화'다.

 

150여 년 전 육체노동에 대응하여 발명되었던 공원처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다변화된 삶의 방식에 대응할 수 있는 공원과 공원문화가 창조되어야 한다. 150년 전의 공원으로는 시민들의 지친 삶을 절대 '레크리에이션'할 수 없다. 변해야 한다. 공원도 그렇지만 공원의 문화를 변화시켜야 한다. 맑은 공기 마시기와 산책하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마저도 갖추지 못한 공원들이 주변에 숱하지만, 우리가 기대하는 공원문화는 150년 전의 공원 기능을 훌쩍 뛰어넘어야 한다.

 

21세기의 공원이 갖추어야 할 핵심 기능은 '유연성'이다. 누구나 찾을 수 있어야 하고, 쉽게 갈 수 있어야 하고,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 공원은 도시 약자들에게 진정으로 활짝 열려 있어야 하고, 주변과 단절되거나 막혀 있지 않아야 한다. 또한 공원에서는 정해지지 않은 창의적인 활동들이 끊임없이 일어나야 한다.

 

부산에는 백년의 역사를 가진 용두산공원, 우리나라 최초의 콘크리트댐과 큰 호수를 가진 어린이대공원, 독보적인 퇴적형 지질구조를 가진 암남공원, 국제영상도시 속의 나루공원, 세계에서 유일한 유엔기념공원 등 특별난 스토리와 매력을 가진 공원들이 도심 곳곳에 존재한다. 하지만 공원에서 일어나는 활동들은 '맑은 공기 숨쉬기와 산책하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분명 독창적인 특성을 가진 21세기의 공원들임에도 쓰임새와 공원문화는 150년 전과 거의 똑같다.

 

변해야 한다. 공원이? 아니다. 푸르른 풀과 나무를 기본으로 하는 공원의 조건은 근본적으로 변할 수 없다.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용자가? 아니다. 공원 운영과 관리의 주체가 바뀌어야 한다. 가고 싶어 안달이 나고, 뛰놀고 싶어 몸이 달아오르는 그런 공원들과 공원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주체가 변해야 한다. 주체의 변화란 공원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에 대한 생각과 공원을 단순한 관리 대상의 도시시설로 여기는 관습적인 판단의 변화를 말한다. '공원아, 놀자!'가 일상이 되는 그런 공원들을 부산에서 빨리 만나고 싶다.

 


Heart - Without Yo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