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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공원녹지

또 다른 녹의 바다, 삼락생태공원을 가다

by 이성근 2013. 9. 18.

 

 

 

 

 

삼락생태공원으로 가기 위해선 출입구를 인지하고 가야 한다. 출구를 잘 모르고 덤볐다간 발품을 덤으로 팔아야 한다. 삼락.IC에서 낙동대교까지 4.6km의 거리지만 출구를 정확히 모르고 접근 했다가는 출구를 찾아 강둑길을 한참이나 걸어야 한다. 혹자는 공항이 가깝고 도시철도가 멀지 않아 접근성도 좋은 편이라고 소개하고 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차량 이용자에게 해당되는 표현이다. 삼락생태공원은 근본적으로 접근이 어렵다. 사상구민의 입장에서도 마찮가지다. 남북 축의 두 개의 큰 도로가 접근을 차단하고 있다. 낙동대로와 강변대로가 그것이다. 참고로 그 출구를 표기하지면 삼락교차로 주변 > 삼락주민센터 앞 > 삼락생태공원 > 감전동 수문 앞 > 감전교차로 등 모두 5개 지점이다. 출구마다 차이는 있지만 평균 1.5km를 사이에 두고 있다. 차 없이 애들 데리고 나선 길이라면 무리가 있다. 나 역시 1.2km나 덤으로 걸었다. 그 길에 개망초만 가득했다.

 

 

 

 

문득 생각했다. 한 세기 전 낙동강 하류 둑길에는 어떤 식물들이 들어 와 있었을까. 지금은 왕벚나무가 둑길을 장식하고 있지만, 예전에는 포구나무(팽나무)를 비롯하여 왕버들이나 버드나무류가 수변의 경관을 조성하고 둑길에는 억새나 띠같은 초본이 주인이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만 기록의 부재는 늘 짐작으로만 그친다.

이왕 나선 걸음 경관과 식생을 살핀다. 지천으로 핀 개망초 강둑에는 새롭게 명함을 내는 친구들도 보인다. 악명 높은 가시박을 비롯하여 쥐방울 덩굴, 거지 덩굴이 가세하고 있다. 단풍잎돼지풀은 이미 영역 장악에 성공한 듯 하다. 워낙 공격적으로 번지다 보니 손쓸 틈이 없다. 게다가 행정에서도 그다지 크게 문제 삼지 않는 듯한 태도다. 더 중요한 것 혹은 우선 순위가 다르다고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손 놓고 있을 일은 아닌듯하다. 귀화식물도 그 나름의 생존전략이 있다. 대부분의 귀화식물은 자가수정을 한다. 다시말해 단 한 개의 개체가 있어도 자손을 남길 수 있는 유리한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삼락 강변이야 귀화식물들로서는 안방같은 터전이다. 유감스럽게도 삼락에서는 현재 환경부가 지정한 11종의 생태계 교란 식물종 모두를 볼 수 있다.

 

 

삼락IC에서 내려서니 낙동강이 장마에 불어난 물로 출렁이고 있다. 낚시꾼들이 진을 치고 있다. 뭘 잡았나 살피다 화들짝 놀란다. 베스이겠거니 지래 짐작 했는데 은어였다. 세상에 이 강에 은어가 웬일로 북구 대천천에 은어가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뜻밖이었다. 이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잠시 고민이다. 언어는 보톤 연안에서 성장 후 3~4월에 하천으로 올라와 모래와 자갈이 깔린 곳에 부착조류를 먹고 살다 9~10월 경에 산란한다. 그런데 주지하다시피 하구둑으로 인해 강을 거슬러 오를 수 없다. 하여 육봉(.陸封)형 은어가 아닌가 싶은데, 더욱이 4대강 사업은 은어와 같은 어종들에게는 서식지 자체가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기 때문이다. 삼락생태공원 역시 4대강 사업에서 비롯된 낙동강살리기 사업으로 적잖이 타격을 입었다. 유구한 세월 강물의 흐름이 만든 지형에 변화가 강요된 것이다. 2009년 이후 낙동강정비사업으로 인해 삼락둔치(삼락생태공원)는 낙동강3공구지역으로 지정되었다. 강폭 500m를 맞추기 위하여 삼락둔치 수변부(6.4km 중 2km 정도)를 50m~180m를 절개하였다. 그 아픈 흔적은 도처에 남아 있고, 상처로 남아있다. 시간이 해소해줄 것이란 막연한 믿음에 의지해 본다.

 

 

본격적인 탐방에 들었다. 코스는 3년전 삼락문화원에 실린 바 있는 탐방길을 그대로 밟아 보았다. 시기적으로 그때는 늦가을이었던 반면 지금은 여름이란 것이다. 계절의 변화는 생물상과 경관을 새롭게 한다. 마침 가볍게 빗발마저 얼굴을 스친다. 여기에 바람까지 부조한다. 이동하기에는 그만이다. 축구장을 지나며 보니 누군가 잔디를 깍았다. 관리하지 않으면 금새 원래대로 돌아가는 이 속성을 얼마나 격리할 수 있을까. 4대강 사업 후 조성된 수변 둔치부 관리에 지자체들이 난색을 표했던 이유가 달리 있었던 것이 아니다. 끊임없는 관리를 위해서는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인데, 안 그래도 재정난에 허덕이는 지자체로서는 환영할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사실 공원의 조성과 지정에는 이같은 문제들이 깔려 있다. 특히나 2020년부터 효력을 가지게 될 일몰제는 더더욱 그렇다. 현재 도시계획에 의해 공원으로 지정되어 있되 조성이 안된 공원은 ‘공원’에서 해제가 되기 때문이다. 그럴 경우 그린인프라는 사라진다. 그것은 도시민에게 아주 큰 불행이다.

 

제1주차장과 2주차장을 지나면 전혀 다른 세상이 열린다. 총면적 926,560㎡의 초지에는 개구리들의 천국이다. 두꺼비를 비롯하여 참개구리, 황소개구리, 옴개구리, 청개구리, 무당개구리, 북방산개구리 등 8종의 양서류가 살고 있는 흔치 않은 곳이다. 특히 이곳 맹꽁이 존재는 신문과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얼마 가지 않아 그들의 영토임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다. 전에 없던 안내판이다. 일대가 허울좋은 강살리기 사업이란 폭력적 개발로부터 파괴당할 처지에 놓였던 것을 맹꽁이를 통해 지켜낸 환경시민단체의 결과물이다. 삼락IC 수관교에서 1km 남짓한 지점이다. 그럼에도 한 시간 남짓 소요됐다. 변화를 확인하기 위해서 였다.

 

 

 

개구리들이 떼로 울었다. 참개구리들이다. 가만히 귀를 세워 듣자니 개굴개굴은 전혀 아니었다. 왕왕 거린다고 해야 할까. 누군가 지휘를 하듯 일제히 한 호흡마다 웩 웩 절도 있게 울어 됐다. 탐방로는 강둘레길과 버드나무숲길을 축으로 만나고 헤어짐이 되풀이 되었다. 중간중간 물웅덩이들이 있어, 양서 파충류들의 서식지로는 안성맞춤이다. 다만 우려되고 걱정스러운 현상중의 하나가 앞서 언급했듯 지나치게 귀화식물이 많다는 것이고, 특히나 생태교란종으로 지정된 돼지풀과 털물참새피는 급속히 번지고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세력권을 형성한 듯 보였다. 확장 속도가 빨라 토종 식생대의 존립마저 위태롭다. 이 사실을 중요하게 받아들이고 직시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어떻게 제거해야 할지 막막하다. 예전에 생명의 숲 국민운동본부가 주창했듯 사회적 일자리 창출사업으로 이 문제를 해소하는 방안을 제안해 본다.

그렇다 풀 하나가 지역을 망치기도 한다. 대체로 강둘레길 방향에서는 개개비가 떼지어 울었다. 참새보다 조금 더 클까 싶은데 소리는 크다. 헌데 당체 모습을 찾을 길 없다. 여름 수풀은 은폐물이 많아 소리만으로 존재를 확인할 때가 많다. 이 친구도 개개 운다고 하여 개개비라 하였지만 께짝께짝 등 다양한 레파토리로 노래를 했다.

비 적신 탐방로는 사람의 발자국을 지우고 초록으로 빛났다. 길가 풀인 질경이들도 밟혔던 이파리를 펼쳤다. 토끼풀은 고개를 세웠다. 바람은 억새밭을 누비며 물결친다. 평화로운 순간이다. 버드나무 숲길 벤치에서 준비한 김밥을 먹는다. 혹시나 싶어 덕포시장에서 두 줄 샀는데, 그 맛이 옛말 김밥이다. 한마디로 맛이 있었다. 주중 흐린 하늘 아래 귀 즐겁고 눈이 맑은 가운데 홀로 벤치에 앉아 허기 지우며 먹는 깁밥은 호사였다. 가끔은 이렇게 집과 일터를 벗어나 소풍이라도 온 듯 녹색의 세계와 마주할 일이다.

다시 이동한다. 모든 것에 눈길을 주다 보니 한참이나 시간이 앞서 가 있다. 3/1도 못 왔는데, 이러다간 하 세월이다 싶어 걸음에 속도를 더 한다. 하긴 사랑하는 만큼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든가. 사전 지식없이 삼락생태공원을 찾는다면 금방 실증날 수 있다. 생태해설사들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방문자들이 생태공원의 중요성을 나눌 수 있는 체험과 지식이 전달되고 공유되어야 한다. 그 힘이 약하다면 보전보다 개발에 따른 변형과 이용 중심의 공간으로 전락한다. 또 그런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삼락에 필요한 시설 중 다른 것 보다 우선적으로 들어서야 할 것이 방문자안내센터다. 습지세계에 대한 인식의 증진과 가치를 공유하고 공존하기 위해서는 삼락의 역사와 생태가 방문자들에게 전해져야 한다.

 

삼락생태공원의 면적은 143만평이다. 하천 둔치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대단히 큰 면적이기에 자칫 기계적으로 공간을 나눌 수 있다. 그 결과 지금과 같은 접근로며 다양한 이용 공간으로 모자이크화 됐다. 삼락생태공원은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뉜다. 낙동대교를 기준으로 남쪽 지역은 절대보전 지역으로 그리고 국국장까지를 이용지구로, 여기에 제2주차장까지가 초지로서 또 다른 보전 지역이다. 그리고 출발지인 삼락IC 일대는 또 다른 이용시설이 있다. 그나마 유지되던 틀은 이병박 정부 들어 낙동강살리기를 핑계 삼아 이 구도가 깨어져 버렸다. 이용지구는 그야말로 조각조각 나버렸고, 공원 전체는 너들너들 해졌다. 앞서 언급했듯 총면적으로는 146만평이지만 동서 축은 1km를 넘지 못한다. 낙동대교를 기준으로 삼락IC까지 대략 스무 개 남짓 길이 개설되어 있다. 2008년까지는 대략 10개 였다. 남북축으로는 3~4개 였다가 4~7개의 길이 추가 되었다.

삼락생태공원은 천연기념물 179호로 지정받은 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와 인접해 있는 낙동강 하구권의 둔치로서 낙동강 최남단 하구 부산권에 위치하며 부산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갖고 있다. (한강의 중류권인 서울의 둔치보다 낙동강 하류권인 부산의 둔치가 훨씬 넓다)

 

 

 

 

 

 

지난 2004~2006년, 510억원의 예산으로 둔치 농지, 비닐하우스 등을 제거하고 생태보전구간, 완충구간(농경지), 이용구간으로 구분하여 전체 60% 이상을 생태보전구간으로 복원했다. 이렇듯 큰 면적은 생태계 연결성, 연속성에 따라 생태적 특징과 중요성은 더 해진다고 볼 수 있다.

정비사업 당시 성토가 되지 않았던 지역이 지금의 보호지역에 해당한다. 자연초지와 묵은논, 자연습지, 수로형 습지에서는 멸종위기 1급인 노랑부리저어새, 큰기러기, 큰고니와 멸종위기 2급 맹꽁이 국내최대 서식처, 황조롱이, 삵 등 멸종위기 2급과 고라니, 너구리, 줄장지뱀 등 야생의 그물망이 잘 형성되어 있는 주요 생태거점구역이다. 삼락둔치 조성 사업이 완료한 후 2년 뒤 실행된 2008년 부산발전연구원 자연생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비오톱 보전가치 평가도 1등급, 생물서식상태 평가도 1등급, 철새서식지 평가도 1등급 구간으로 절대적 보전가치가 높은 구간이었다. 또한 부산발전연구원이 ‘2009~2010 낙동강하구 생태계 모니터링 연구용역’에 의하면 삼락둔치는 낙동강 하구와 생태적 연결고리로서 주요한 서식처로기능함을 지적했다. 그런데도 4대강 사업은 이를 무시했다.

출발지로부터 약 2.8km 지점 우려했던 현장이 드러났다. 예전에 초지였던 곳에 12주차장이 있고 맞은 편에 파크 골프장이 들어 섰다. 그것도 두 면에 걸쳐 조성되어 있었다. 너무도 친절한 배려다. 급속히 증가한 골프인구를 위해, 또 골프도 엄연히 체육시설이기에 이 강변에 조성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골프장과 경계하여 맹꽁이 서식지가 있다. 또 국국장을 경계로 삼락습지생태원이 있다. 논 체험장은 묵정논이 된지 오래였다. 왜 이런 조합을 만들었을까. 특정한 생태적 공간은 그 면적이 크면 클 수록 생물종 다양성이나 생턔계 다양성이 높다. 지극히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이 접근을 쉽게 포기했다. 그 결과 지속적인 간섭과 스트레스가 일대의 건강성을 좀 먹게 된다. 답답한 노릇이다.

 

 

 

 

 

 

 

삼락습지생태원은 두 개의 연못을 중심으로 꽃잎을 열기 시작한 연꽃과 수련으로 새로운 맛을 더했다. 며칠 째 내린 비로 질척거리는 탐방로는 자연스럽게 물이 드나들며 생물을 불러들이던 이전의 정황을 가늠케 한다. 이곳은 1988년부터 무단경작 방지를 위하여 연차적으로 잔디양묘장을 조성하였으나 여름철 잦은 침수로 잔디가 퇴화되고 연 5회 이상 잔디깍기, 잡초제거, 농약살포 등 관리에 많은 예산이 문제가 되었다. 이후 잔디 생육 상태가 양호한 일부 구간은 잔디 광장으로 관리하고 생육 상태가 불량한 저습지에는 폐자재를 재활용하여 습지생태원으로 조성하여 대단위 창포단지, 물억새군락지, 연못조성 등 테마화 하였다. 크게 네 개의 테마로 구성되어 있다. 전체 면적은 221,614㎡ 으로 부산시 푸른도시가꾸기사업소에서 조성하였다. 동선은 논체험장에서 생태연못> 연꽃원> 수련원 > 창포단지> 수생식물원으로 둘러 볼 수 있다. 이렇듯 인위적으로 구분해 놓은 틀도 자연스러운 천이에 의해 무의미해졌다. 어쨌든 자연초지 다음으로 매력적인 곳이다. 바람이 불자 다시 억새들이 춤을 춘다.

 

 

 

 

습지생태원 뒤쪽 역시 농경지 였다. 그러나 침사지로 이용되면서 완전히 파혜쳐 졌다. 그 땅에는 망초류와 달맞이꽃 천국이 되었다. 이전 까지만 하더라도 남북으로 횡단하는 관리도로는 그나마 경계를 가졌다. 그러나 그때의 이용지구와 보전지구의 구분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 습지생태원 뒤쪽 강변으로 가 보았다. 요트계류장 까지는 1km 남짓하지만 수변은 죄다 원형을 잃어버렸다. 그 경계부에서 인공화 된 수변과 아직 원형을 간직한 채 남아있는 수변을 비교해 본다. 작은 물웅덩이에는 송사리들이 검정말과 말즘 등의 침수식물 사이들 드나들고 있었다. 수변 가장자리에는 갈대와 줄을 비롯하여 큰고랭이, 고마리 등의 정수식물이 들어서 자연스레 바람과 놀고 있었다. 손길 타지 않은 수변이 참 보기 좋은 조합인 반면 사람의 손을 탄 수변은 역시나 거부감을 불러 일어킨다. 인공의 살벌함이다. 나중에 메타쉐퀘어로 덧입혀진다 하더라도 하안의 침식방지를 위해 돌망태로 마무리되고 그 위에 덧입혀진 콘크리트는 강과 땅을 잇는 생명길을 단절시켰다.

둥근 원형으로 수변을 들어 내고 조성한 요트장에는 국시비 87억원을 투입해 28척을 계류할 수 있게 했지만 해상계류 시설만 조성되어 있다. 왜 만들었을까. 누가 이용할까. 이용할 사람이 없지야 않겠지만 과연 적지였던가를 생각해 본다면 내내 마음에 걸리는 일이다. 부산시낙동강 사업본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지척에 오토캠핑장을 조성하겠다고 했다. 3만∼5만㎡ 면적으로 2014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정식명칭은 '국민 여가 캠핑장 조성사업‘이다. 그런데 도보로 2분 거리에 '철새먹이터'가 조성되어 있음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안그래도 사람의 접근을 극도도 경계하는 야생의 조류더러 긴장을 풀고 더불어 놀자는 것인가.

 

 

 

 

캠핑의 의미는 자연의 일부임에도 자연과 격리된 도시민이 자연에 대한 동경과 갈증을 풀어주는 활동이다. 근원적으로는 자연과의 교감이며, 어느 정도의 불편을 감수한 야외생활인 것이다. 그런데 요즘 캠핑은 그런 고전적 의미보다는 가족과 더불어 지내는 ‘웰빙’으로 미화되었다. 아웃도어 시장이 이를 놓칠리 없다. 통계의 출처가 궁금하지만 오토캠핑 인구가 200 만 명이라고 한다. 새로운 소비처로서 매년 매출이 신장되고 있다고 한다. 말이 좋아 오토캠핑이지, 가난한 집 아이들 주눅 들게 만드는 고가의 캠핑 장비는 또 다른 부익부 빈익빈을 체감하는 적나라한 현장이다. 나아가 고가의 캠핑장비를 사야만 아버지로서의 위신이 서고, 애들 기가 사는 고약한 구조를 가동시킨다.

삼락에 들어설 오토캠핑장은 천박한 소비와 과시의 경연장으로서가 아닌 가족의 웰빙을 넘어 주변의 환경과 이웃을 고려하는 장이기를 희망한다. 때문에 요트를 타지 않고, 오토캠핑을 원하지 않고 다만 강이 보고 싶거나 새가 보고 싶어 삼락을 찾는 또 다른 수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제약해서는 안된다.

결과적으로 삼락에 추가로 들어선 시설은 자연스러움을 잃고 '4대강 하천정비사업을 핑계 삼은 둔치의 토목화 였다. 들어선 각종 시설에는 주말이면 북새통을 이룬다. 그만큼 도시내부에 광장을 비롯한 공원녹지 등 그린인프라가 부족해서 생긴 현상이다. 제대로 된 도시계획은 그런 공간을 창출하고 집행함으로서 시민의 어메니티를 높이는 일이다. 아무튼 제6주차장과 4주차장 사이 이용시설은 축구, 야구, 베트민트, 농구 등 거의 모든 구기 종목이 가능하도록 배치되어있다. 10주차장과 7주차장 구간, 다시 말해 낙동대교와 경전철 교량 사이 구간은 감전야생화 단지를 비롯하여 문화마당이 입지해 있다. 축구장에서는 광안리와 다대포에서 민원으로 쫒겨온 부산국제록페스티벌이며, 사상강변축제가 개최된다. 보전지구로 개발이나 이용이 자제되어야 할 낙동대교 남단에는 뱃길 탐방로가 개설되려고 한다.

 

부산시의 낙동강 하구와 둔치보전 정책의 핵심은 '겨울 철새보호를 위한 각종 시책'이라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시민이 즐길 수 있는 생태경관을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안전한 서식처 확보와 먹이를 공급해 주는 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했다. 때문에 ‘철새먹이터’로 조성된 지역은 잡초의 성장을 억제하고 나대지나 무논의 형태로 만들어 겨울철에 철새들이 휴식할 때 고양이나 삵 등의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쉽게 보호할 수 있게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자신감은 어디서 출발하는 것일까? ‘보전과 이용’ 혹은 즐김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행보치고는 도처에 부족함이 넘쳐난다.

 

낙동대교에서 남북으로 조망하는 삼락생태공원은 왠지 뒤죽박죽이다. 물길을 끌어들여 조성한 먹이터의 수로 폭은 30~40m 수준이다. 거기다 빠짐없이 탐방로를 끌어 들였다. 경전철 교각에서 낙동대교 교각까지 직선거리 1.3km, 인접한 수변에는 강변길이 깔렸다. 그 길은 남단까지 연결된다.

사실 먹이터로 조성된 수변과 섬들은 이전에 경작지였다. 정비를 하면서 지역 농민들과도 그런 비젼은 공유한 적이 있었다. 부산시와 시민사회단체간의 협약도 맺어졌다. 하지만 그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었다. 허망하고도 분한 일이었다. 시민과의 약속을 헌신 버리듯 하면서 국민적 반대가 높았던 4대강 사업에 편승하여 개발을 미화시키는 시정부의 행태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그 정체가 드러나고 있다. 역겨운 일이다.

 

 

낙동대교에서 2

장마에는 낙동대교에 선다

거기 휩쓸려 떠내려가는 것들과

억척같은 뿌리로 버티고 선 갈대들

그리고 무엇이든 꾸역꾸역

잘도 삼키는 하구의 아가리를 본다

역사의 하구도 저럴까

분노의 시간도 비통의 시간도

환희의 순간도 다만 흐르고 흘러

역사의 한 폐이지 일 뿐인가

탁류의 세월 도도히 흘러가는 무심한 세상

일렁이는 하구의 바다

멀리서 용트림 하는 해일의 바다를 꿈꾼다(1993)

 

습지의 현명한 이용 이전에 지켜져야 할 것이 있다. 공존에 대한 철학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홍콩의 습지공원이나 마이포 습지는 삼락생태공원에 견주어 보면 시사하는 바가 많다. 굳이 여기서 홍콩을 언급하는 것은 도시 한가운데 공존의 모델이 되는 습지이기 때문이다. 야생동물에게 있어 안전한 서식처와 먹이터는 불가분의 관계다. 그것을 위한 배려가 인간의 관점에서 본 것과 야생의 관점에서 접근한 것은 엄청난 결과를 나타낸다. 유감스럽게도 삼락은 여러 곳의 사례를 벤치마킹 한 듯한데 흉내만 낸 꼴이다. 다시말해 물의 순환을 비롯하여 특정 식물종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인정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 실효성에는 의문을 가진다는 뜻이다. 야생은 길들여지지 않았기에 건강한 것이다. 그들의 눈과 몸은 늘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늘 긴장하고 무리지어 살면서 보초를 세우고 있다. 야생의 가장 큰 적은 사람이다.

 

 

 

홍콩 습지공원은 사람과 새들의 공간을 철저하게 분리해 놓고 있다. 사람의 접근을 통제하고, 탐조대에서만 새들을 관찰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때문에 사람의 행위에 따라서 새들이 이동하거나 떠나는 일은 없다. 그런데 삼락은 그 원칙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고양이나 삵이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도 도망간다는데 문제가 있는 것이다. 그만큼 쉽게 노출되어 있고 언제든지 간섭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탐방로에 대한 개념 역시 잘못 설정되어 있거나 혼재되어 있다. 공존이 아니라 멀리 달아나게 만드는 탐방로라면 애초부터 잘못 설계된 것이다. 흔히들 대한민국은 새와 사람의 거리가 110m라고 한다. 일본과 영국은 15m, 뉴질랜드는 5m 다. 이들은 야생과 공존하고 친구가 되기 위해 부단한 노력으로 거리를 좁혀나간 것이다. 사람에 비해 약한 생물에 대한 배려가 거리를 좁힌 것이다.

홍콩습지공원이 사람과 새들의 서식공간 분리를 통해 서식처를 유지하고 있다면, 마이포습지는 철저하게 새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다. 인간의 개입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새들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만 사람의 출입을 허가한다. 결과적으로 이같은 습지보전정책은 효과를 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도저도가 아닌 지킬 곳은 지키고 이용할 수 있는 이용공간은 제대로 이용하게끔 해야 한다. 생태는 연결고리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먹이사슬의 다양한 그물망울 존중해야 한다. 생태는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인공의 개입이 자기중심적일 때는 그 고리는 취약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생태’라는 표현도 무색해 진다. 따라서 모든 살아 있는 것과 상생(相生)하려는 진정성을 담아야 한다. 삼락생태공원의 오늘은 원칙이 표류하면서 만든 그림이다. 더 이상 혼란스럽지 않기 위해 해와사례 하나를 더 달고 수첩을 덥고자 한다.

 

예컨대 멕시코만과 인접한 플로리다만 해안지역의 해안초원(Coastal Prairie) 에버글레이즈는 내염성 목본류와 초본류들이 어우러져 광활한 해안습지를 이루고 있는 미국의 대표적 국립공원이다. 그런데 남부 플로리다의 대부분에 분포하던 에버글레이즈의 물순환체계가 교란되면서 습지 면적이 축소되었다. 그로인해 습지를 서식기반으로 살아오던 종의 90%가 소멸되었다. 그 속에는 희귀종도 포함돼 있었다. 1948년 남부플로리다 수자원관리를 위한 C&SF 프로그램(The Restudy : Central & Southern Florida Project)이 제정되며 시작된 일이다. 개발 수요가 보전의 목소리를 지웠다. 물공급, 홍수조절, 수자원관리가 가능해져, 남부 플로리다에 상당한 이익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이후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이 발생됐다. 이 프로젝트로 에버글레이즈, 플로리다만(Florida Bay) 등을 비롯한 남부 플로리다의 독특한 생태계가 훼손되고 기능이 저하된 것이다. 이를 회복하기 위한 프로젝트가 지금 진행 중이다. 총 60개 이상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7년 기준으로 95억US$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로서 30년 이상의 장기 계획을 제공하고 있다. 뒤늦게 미 연방 정부와 플로리다 주 정부에서도 경작지를 다시 늪과 습지로 되돌려놓기 위해 농민들에게서 토지를 사들이기 시작하였다. 현재 에버글레이즈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물순환체계의 회복과 생태기능의 복원이며, 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생태계의 파괴는 순간적일 수 있지만 그것을 복원하는 데는 개발을 통해 얻었던 이익의 수십 수백배가 든다는 사실을 선진사례는 말하고 있다. 삼락생태공원이 똑같은 행보를 해서는 곤란하다.

 

                                                                                                                                                             사상문화원 발행 사상문화  36호 (2013년 8월) 특집

노럐출처: 다음 블로그 아름다운 음악여행

Tequila Sunrise / Eagl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