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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공룡시대엔 ‘채식주의’ 악어 흔했다

by 이성근 2019. 7. 3.

공룡시대엔 채식주의악어 흔했다

초식 악어’ 3번 이상 독립적 진화이 화석 분석 결과

 

멸종한 중생대 초식 악어 마릴리아수쿠스 상상도. 가브리엘 리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입을 쩍 벌리고 휴식 중인 악어의 입속을 들여다보면, 크기는 다르지만 비슷비슷하게 끝이 뾰족한 원뿔 모양의 이가 나 있다. 먹이의 피부를 쉽게 뚫는 날카로운 이와 동물계에서 가장 강한 무는 힘을 자랑하는 턱 덕분에 악어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현재 지구에 사는 20여 종의 악어는 모두 육식성이다. 강을 건너던 누와 얼룩말을 비롯해 물고기, , 개구리 등을 가리지 않고 잡아먹는다. 그러나 현재의 악어는 25000년에 이르는 이 파충류 역사의 일부일 뿐이다. 악어는 새를 뺀 모든 공룡이 사라진 중생대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대표적 동물로 꼽힌다.

 

» 현생 악어는 날카로운 원뿔형의 육식성 이를 지녔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하지만 새가 공룡 전체를 대표하지 않듯이, 우리가 보는 악어도 악어 전체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지금은 멸종한 많은 악어가 요즘 악어와 달리 초식동물이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키건 멜스트롬 미국 유타대 지구생물학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28일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실린 논문에서 멸종한 중생대 악어의 이 화석을 분석한 결과 많은 악어 조상이 현생 초식성 파충류와 비슷하거나 넘어설 정도로 복잡한 형태의 이를 지녀, 초식동물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멸종한 악어 16종의 이 화석 146개를 대상으로 형태의 복잡성을 정량화하는 방식으로 초식성 여부를 가렸다. 멜스트롬은 육식동물은 단순한 형태의 이를 지녔지만 초식동물의 이는 훨씬 복잡하고 잡식성은 그 중간이라고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육식동물은 고기를 잘라 삼키면 되지만 초식동물은 식물을 자르고 으깨어 삼켜야 하므로 이가 복잡하고 굴곡과 요철이 많다.



다양한 악어의 이 형태. 왼쪽 둘은 육식성, 가운데는 잡식성, 오른쪽 둘은 초식성 이를 보여준다. 위는 입면도 아래는 측면도이다. 키건 멜스트롬 제공.

 

분석 결과 멸종한 악어의 절반가량이 많든 적든 초식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놀랍게도 멸종한 악어 가운데는 식물을 먹는 종이 거듭 출현했다식물을 먹기에 적합한 이를 지닌 악어는 적어도 세 번, 많게는 여섯 번이나 독립적으로 진화했다고 말했다.

 

중생대 초에 등장한 초기 악어는 육식성이었지만 트라이아스기 말부터 초식 악어가 나타나기 시작해 백악기 말 대멸종 때까지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초식이 자주 등장한 것은, 그것이 어쩌다 나타나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유익한 먹이 전략임을 보여준다고 논문에 적었다. 사실 현재의 악어도 오로지 육식에 의존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일부 악어는 열매를 따 먹어 씨앗을 퍼뜨리는 구실을 한다. 또 엘리게이터는 여러 달 동안 식물 단백질만 먹여도 전혀 지장이 없는 것으로 밝혀진 것도 악어의 식성이 융통성이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연구자들은 중생대 생태계가 우리가 짐작한 것과는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금은 멸종한 강아지만 한 초식 악어가 육상에서 초식 포유류 조상과 나란히 나뭇잎을 우적거리며 씹고 있었을 것이다.

 

멸종한 중생대의 다양한 악어 모습. 가장 위는 육식성, 두 번째는 잡식성, 아래 둘은 초식성 이를 지녔다. 호르헤 곤살레스 제공.

그렇다면 백악기 말 대멸종 이후에는 왜 초식 악어가 진화하지 않았을까. 이번 연구에 쓰인 이 화석의 상당수를 발견한 아틸라 오시 헝가리 고생물학자는 초식동물이 되려면 일정한 전문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대멸종 이후 포유류가 번성해 다양한 초식동물이 출현했고, 이들은 매우 전문적인 생태계 지위를 차지했다. 육상을 떠나 물가에서만 살아남은 악어의 후손이 포유류 초식동물과 경쟁해 다시 중생대의 초식동물로 자리매김하기는 곤란했다는 얘기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elstrom and Irmis, Repeated Evolution of Herbivorous Crocodyliforms during the Age of Dinosaurs, Current Biology (2019), https://doi.org/10.1016/j.cub.2019.05.07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악어는 도마뱀보다 새에 가깝다

새끼와 소리로 교감해 어린 개체 더 볼보고

 

주변 경계 위해 한쪽 눈을 감고 잠자기도

 

에티오피아 오모강에서 나일악어가 펠리컨 무리와 함께 해바라기를 하고 있다. 악어와 새는 겉보기보다 비슷하다. 사진=잔프랑코 고리, 위키미디어 코먼스

생김새와는 달리 악어는 생물학적으로 도마뱀보다 새에 가깝다. 분류학에서 악어는 새, 그리고 멸종한 공룡, 익룡과 함께 지배파충류로 묶는다. 지배파충류는 고생대 페름기부터 대규모 멸종사태를 여러 차례 견디며 3억년 가까이 지구상에 존재해 온 유서 깊은 무리다. 이들은 특히 포유류에 필적하는 인지능력과 사회성을 지녀 주목의 대상이다.

 

새와 공룡이 '영리한' 동물임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악어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다. 최근 악어와 새가 놀랍게 비슷한 사실이 잇따라 밝혀지고 있다. 새끼를 기르는 새에게서 잘 드러나듯이 지배파충류 동물은 대부분 어미가 새끼를 돌본다. 그런데 악어도 어미와 새끼가 소리를 매개로 소통을 하며, 이를 통해 취약한 작은 새끼를 더 돌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악어 어미는 새끼와 소리로 소통한다. 서울동물원이 인공증식한 바다악어 새끼. 사진=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니콜라 마테봉 프랑스 리옹/생테티엔대 교수 등 국제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1023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나일악어를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악어 어미는 새와 마찬가지로 새끼의 소리에 민감하다. 어미는 알 속에서 새끼가 내는 소리를 듣고 알 깨는 것을 도와준다. 태어난 새끼가 소리를 지르면 어미가 달려와 포식자로부터 새끼를 지킨다. 그런데 어미는 높은 비명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몸이 작을수록 소리가 높기 때문에 천적에게 취약한 어린 새끼를 더 돌보게 된다. 연구자들은 새끼의 몸길이가 1.2m에 이르러 독립할 때가 되면 어미는 새끼 소리에 더는 반응하지 않게 된다고 밝혔다.

 

경계를 위해 한쪽 눈을 뜨고 자기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바다악어. 사진=AngMoKio, 위키미디어 코먼스

일부 새처럼 악어도 한쪽 눈을 뜨고 잔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존 레스쿠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대 생물학자 등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실험생물학> 최근호에서 경계 대상을 향해 눈을 뜬 채 수면하는 바다악어의 행동을 보고했다.

 

보통 악어는 두 눈을 감고 잤지만, 옆에 다른 악어가 있거나 사람이 나타나면 상대를 향해 한쪽 눈을 뜬 채 수면에 들어갔다. 이런 반구수면은 조류와 함께 돌고래, 물개 등 해양포유류에서도 보고된 바 있다. 오리떼 가장자리에서 잠든 개체는 종종 바깥을 향한 눈을 뜬 채 수면에 들어간다.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Chabert, T. et al. Size does matter: crocodile mothers react more to the voice of smaller offspring. Sci. Rep. 5, 15547; doi: 10.1038/srep15547 (2015).

Kelly, M. L.et. al., (2015). Unihemispheric sleep in crocodilians? J. Exp. Biol. 218, 3175-3178.doi:10.1242/jeb.127605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5.11.3

 

악어 나무타기 달인, 4m 높이도 거뜬히

3개 대륙 악어 4종 나무 위 올라 상당시간 경계, 해바라기 행동 밝혀져

 

4m 높이 나무 올라 줄기 5m 이동하기도, 멸종한 악어 조상은 나무위 생활 했을까

 

미국 미시시피강 삼각주의 나무 위에서 햇볕을 쪼이는 앨리게이터. 사진=크리스틴 깅그래스, <파충류학 노트>

악어는 물속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한 동물이다. 물 밖에서 어기적거리다가도 물속에서는 날랜 포식자로 변신한다. 그러나 이것이 악어 행동의 전부는 아니다.

 

미국과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들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오스트레일리아에 서식하는 악어 4종이 나무 위에 곧잘 올라가 오랜 시간을 보낸다는 사실을 밝혔다. 물론 일부 원주민은 잘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우리에겐 처음 소개되는 악어의 행동이다.

 

블라디미르 디네츠 미국 테네시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학술저널 <파충류학 노트>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현생 악어에게서 나무타기 행동이 폭넓게 발견되고 있다며 멸종한 고대 악어의 일부는 나무 위 생활을 했을 수도 있다는 주장을 폈다.

 

사실 악어가 나무를 제법 탄다는 사실은 사육시설에서 종종 보고된다. 영국 브리스톨 동물원에서는 아프리카 난쟁이 악어가 사육사 안의 나무를 타고 밖으로 탈출하기도 했다. 악어 농장에서 1.8m 높이의 벽을 타고 밖으로 달아난 사례도 여럿 있다.

 


가봉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나무 위에 올라있는 길이 0.7m의 어린 악어. 사진=블라디미르 디네츠, <파충류학 노트>

논문은 오스트레일리아 악어 가운데 담수에 서식하는 악어가 나무타기 능력이 가장 뛰어난데, 야생에서 물 위에 가지나 늘어진 1~2m 높이의 나무에 종종 올라간다고 밝혔다. 주로 길이 1.5m 이하의 악어가 나무에 잘 오르는데,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 밖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몸집이 작은 악어일수록 쉽게 나무에 오르는데, 이는 새끼 악어가 몸이 가볍고 발톱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가봉 등 중앙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긴코악어는 물 위 0.25~3m 위 나무에 올라가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1.4m 길이의 한 악어는 수직으로 4m 높이의 나무줄기를 기어오른 뒤 다시 5m 길이로 뻗은 가지 끝에 올라있는 모습을 확인하기도 했다.

 

연구진은 악어가 나무에 오르는 주요한 이유가 위협을 미리 감지하기 위해서라고 보았다. 이런 추정은 물속이나 물 밖에 있을 때보다 나무에 있던 악어가 외부 자극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는 데서 나왔다. 육지에서 물로 달아나는 것보다 나무에서 바로 밑 물로 뛰어내리는 것이 훨씬 신속하고 위협을 훨씬 미리 알아챌 수 있다.

 

연구진은 "조사 보트가 접근하면 눈에 띄기도 전에 악어가 나무에서 물로 풍덩 뛰어내리곤 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나무에 앉아있는 악어의 모습이 과학자들 눈에 잘 띄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봉의 악어는 50m 밖에 악어가 나타나도 물속으로 뛰어들었고, 중남미에 서식하는 아메리카 악어도 조사원이 10m 거리에 접근했는데도 나무에서 물로 뛰어 내렸다. 악어가 나무에 오르는 행동은 밤과 낮을 가리지 않았는데 흥미롭게도 가봉의 악어 등은 밤에는 이런 조심성을 보이지 않아 상대가 바로 곁에 와도 도망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악어의 나무타기가 주변 경계 말고도 해바라기를 통한 체온조절과 먹이 확인을 위한 목적도 있다고 보았다. 실제로 가봉의 악어는 낮에는 해를 잘 쪼이기 위해 나뭇가지로 덜 가려진 곳에 올랐고 주변 환경도 육상에서 해바라기 할 마땅한 장소가 없었다.

 

사실 나무의 줄기와 가지의 폭이 넓다면 나무이든 육지의 흙더미이든 다를 것은 없다. 그러나 연구진은 악어가 몸의 별다른 형태변화 없이 나무를 탈 수 있다는 사실은 악어의 진화를 설명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주장한다.

 

화석기록으로 현생 악어와 특별히 다를 게 없는 과거의 악어도 요즘 악어처럼 주로 물에서 살았다고 가정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악어는 물에서만 산다고 생각해 왔지만 멸종한 악어의 조상 가운데 육상에 적응한 일부 종류는 상당 부분 나무 위 생활을 했을 수도 있다."고 논문을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Vladimir Dinets et. al.,Climbing behaviour in extant crocodilians, Herpetology Notes, volume 7: 3-7 (2013) (published online on 25 January 2014)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4.2.14

 

5시간 사투 끝에 3m , 악어 꿀꺽

호주 퀸스랜드 호수 물속에서 비단뱀 추정 3m 대형 뱀이 민물 악어 습격

악어 죽자 뭍으로 끌고나와 머리부터 '꿀꺽', 주민들 옆에서 지켜봐

 

물속의 사투를 마치고 널부러진 악어를 육지로 끌어낸 뱀이 조인 몸을 풀고 있다. 사진=타파니 콜린스, <에이비시 노스웨스트 퀸스랜드>

일요일인 지난 2일 오스트레일리아 퀸스랜드 북서쪽 산악지대에 사는 주민 몇 명은 문다라 호수에서 초가을의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물탕 튀기는 소리와 함께 이들은 평생 다시는 보지 못할 악어와 대형 뱀의 사투를 솜죽이며 지켜보았다.

 

이 지역 방송인 <에이비시 노스웨스트 퀸스랜드><비비시>의 보도를 종합하면, 악어와 뱀의 싸움은 물속에서 시작됐다. 길이 3m가량의 비단뱀으로 보이는 큰 뱀이 악어를 휘감았고 악어는 이를 뿌리치려 몸부림을 쳤다.

 

길이가 1m가 채 안 되는 악어는 싸움이 계속될수록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했다. 목격자인 지역주민 티파니 콜리스는 "어느 순간 악어는 머리를 물 밖으로 내밀어 숨을 쉬려 했지만 뱀은 더욱 조여들었다."라고 <비비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뱀은 악어가 발버둥치 지 못하도록 또아리 안으로 발을 집어 악어의 발이 몸에 붙도록 고쳐 감았다.

 

숨진 악어를 머리부터 삼키는 뱀. 사진=타파니 콜린스, <에이비시 노스웨스트 퀸스랜드>

마침내 악어가 잠잠해지자 뱀은 또아리를 풀고 악어를 육지로 끌어냈다. 이어 악어의 머리부터 삼키기 시작했다. 콜리스는 "정말 믿기지 않았다. 뱀이 삼키기엔 너무 큰 걸 먹어서 어쩌나 걱정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결국 꿀꺽 삼켜버렸다"라고 지역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뱀의 뱃속에 삼켜진 악어의 윤곽이 선명하게 비쳤다. 비단뱀이나 보아뱀 같은 대형 뱀은 먹이를 억센 근육으로 칭칭 감아 질식사시킨 뒤 잡아넉는다. 먹이가 호흡을 하기 위해 숨을 내쉴 때마다 조금씩 조여드는 방식이다.

이때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먹이의 심장박동을 느껴 조이는 시간을 조절하기도 한다. 관련기사: 보아뱀은 쥐의 마지막 심장박동까지 센다

 

뱀이 꿀꺽 삼킨 악어의 윤곽이 뱀의 피부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사진=타파니 콜린스, <에이비시 노스웨스트 퀸스랜드>

주민 여러 명이 이 모습을 지켜보고 가까이 다가가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주민들은 악어와 뱀의 싸움이 네댓시간 계속됐다고 말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14.3.4

 

Proud Mary - C.C.R -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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