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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매미 이야기

by 이성근 2019. 8. 9.

17년 만의 여름  이수익

이 여름을
한 번 울기 위하여 
매미 유충은 땅속에서  
17년간의 세월은 보낸다고 했다  
깜깜한 지옥 어둠과 고독을 이겨내며  
한 철을 위한 준비가  
기도처럼 오래오래 이루어졌으리  
지금  
한여름 불볕 뜨겁게 내리쬐는 한낮  
매미는 17년 동안 숙성시킨 침묵의 향기를  
저 쨍쨍한 울음소리로 토해내고 있다  
여름 지나면 
목숨도 그칠  
짧은 생의 핏빛 절창이  
8월 염천을 건너고 있다



<동림청선(東林聽蟬)> 茶山 丁若鏞

 

자줏빛 놀 붉은 이슬 맑은 새벽하늘에

紫霞紅露曙光天

적막한 숲 속에서 첫 매미 소리 들리니

萬寂林中第一蟬

괴로운 지경 다 지나라 이 세계가 아니요

苦境都過非世界

둔한 마음 맑게 초탈해 바로 신선이로세

鈍根淸脫卽神仙

묘한 곡조 높이 날려라 허공을 능가하는 듯

高飄妙唱凌虛步

다시 애사를 잡아라 바다에 둥둥 뜬 배인 듯

旋搦哀絲汎壑船

석양에 이르러선 그 소리 더욱 듣기 좋아

聽到夕陽聲更好

와상 옮겨 늙은 홰나무 근처로 가고자 하네

移床欲近老槐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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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는 매미과에 속하는 곤충을 총칭하는 것으로 대표적인 여름 곤충이다. 매미는 번데기 단계 없이 알, 애벌레 2단계만 거쳐 성충이 된다.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암컷이 땅속에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낳으면 이 알이 땅속에서 부화돼‘굼벵이’라는 이름의 애벌레로 3~17년을 살게 된다. 보통 애벌레로 사는 기간을 매미의 수명으로 본다. 매미의 수명은 독특하게 홀수인데 종류에 따라 3, 5, 7, 13, 17년을 산다.




"맴, 맴, 맴, 맴, 매에…."(참매미 소리) 
"치 치 치 치, 치르…."(말매미 소리) 
  
제8호 태풍 '프란시스코'가 한반도 동쪽을 지나갔는데도 전국 곳곳에서는 다시 폭염과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무더위에 밤새워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이른 아침 다시 매미 소리에 잠을 설치는 경우도 많다. 더욱이 아파트 베란다 방충망에 매미가 붙어서 울면 알람 시계가 따로 없다. 
  
과거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미 울음소리 크기를 측정한 결과, 낮에는 77.8데시벨(㏈), 밤에는 평균 72.7㏈로 도로변 자동차 주행 소음 평균치 67.9㏈보다 높았다. 
  
자동차 소음보다 큰 매미 울음 
아침까지도 열기가 식지 않은 열대야일수록 매미 소리도 요란한데 전문가 설명을 들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상지대 친환경식물학부 기경석 교수팀이 지난해 여름 '한국환경생태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참매미가 우는 시간은 일출·일몰시각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말매미는 일정한 기온에 도달하면 울기 시작하지만, 그치는 시간은 일몰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에 따르면 상지대 연구팀은 2015년 여름 서울 서초구 반포아파트에서 조사를 진행했는데, 참매미는 평균 오전 5시 21분에 울기 시작, 오후 6시 31분에 울음을 그쳤다. 

말매미가 울기 시작한 시간은 평균 오전 7시 40분이었고, 평균 오후 7시 51분에 그쳤다. 
특히, 참매미의 경우 오전 5시 20분을 전후해 아주 일정한 시각에 울음을 시작했으나, 울음 종료 시각은 균일하지 않았다. 

반면, 말매미의 경우 울음 시작 시각은 일정하지 않았지만, 오후 7시 50분을 전후한 아주 일정한 시각에 울음을 그쳤다. 전체적으로 참매미는 말매미보다 평균 2시간 19분 먼저 울기 시작해 1시간 20분 일찍 종료했다.
  
말매미 1도 상승하면 14.4분 일찍 울어 
연구팀은 이 같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매미 울음의 시작·종료 시각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요인을 찾기 위해 통계분석(다중회귀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매미의 경우 일출 시각이 1분 빨라지면 울음 시작도 1분가량 빨라졌다. 일출시각과 울음 시작 시각이 거의 동일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일몰시각이 1분 빨라지면 참매미의 울음 종료는 5.4분 빨라지고, 하늘을 덮은 구름이 많아도 일찍 울음을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매미 울음소리 파형

                               쓰름매미

                               말매미

                              참깽깽매미 -윤기상 박사의 매미소리이야기


말매미의 울음 시작 시각은 평균기온이 1도 증가하면 14.4분, 최고기온이 1도 증가하면 11.1분 빨라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말매미의 울음은 일몰이 1분 늦어질수록 종료도 1분 늦어지고, 최고기온이 1도 올라가면 울음 종료는 1.07분 늦어졌다. 

무더운 여름날씨가 계속된 지난달 14일 새벽 대전 서구의 한 아파트 앞 공원 땅속에서 나온 매미가 소나무에 매달려 딱딱한 껍질을 벗고 우화(羽化. 애벌레에서 탈피하여 성충이 되는 과정)하고 있다. 매미는 땅 속에서 7년 정도 유충으로 지내다가 일주일 남짓 땅 위로 나와 짝짓기를 한 뒤 생을 마친다. 우화는 천적을 피해 주로 늦은 밤부터 새벽 사이에 이뤄지며 보통 3~6시간 정도 걸린다. 김성태 프리랜서
  
연구팀은 "말매미의 울음 시작은 당일 기온 변화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울음을 그치는 것은 일몰과 동시에 일제히 나타나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결국 일몰·일출에 민감한 참매미는 지역에 별 상관없이 울기 시작하지만, 말매미는 도시 열섬 현상 등으로 기온이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는 아침 일찍부터 울기 시작하는 셈이다. 폭염과 열대야가 나타날 정도로 기온이 높으면 말매미가 우는 시간도 그만큼 길어진다는 의미다. 
  
참매미는 동틀 무렵 새벽 대합창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기온이 23도 이상이면 참매미가 우는데, 참매미는 동틀 무렵 '새벽 대합창'이라고 할 만큼 요란하게 운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말매미는 기온이 27도로 상승하면 곧바로 울기 시작하는데, 마치 스위치를 켜는 것 같다"며 "열섬현상이 없는 곳에서는 말매미가 오전 10~11시에 울기 시작해 오후 내내 운다"고 설명했다. 
  
빛 공해 탓에 한밤중에 울기도 
한편, 도시에서는 매미가 한밤중에도 우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가로등 같은 빛 공해 탓이 크다.   기온도 높고 조명도 있으면 참매미가 낮으로 오해해 밤에도 운다는 것이다. 또, 말매미의 경우 야간에도 기온이 높게 유지되면 조명과 관계없이도 요란하게 울기도 한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 그린포스트코리아

Q. 매미 일생은?
A. 매미는 약 2억 5000만 년 전에 지구에 등장했다. 세계적으로는 1500여 종, 우리나라에는 15종이 확인된다. 몸길이 15~80㎜ 정도로, 겹눈이 돌출돼 있다. 홑눈은 3개. 보통 불완전 변태 과정을 거쳐 늦봄부터 가을까지 성충 시기를 보내다가 알 또는 애벌레 상태로 월동한다. 매미의 유충은 나무뿌리의 수액을 먹고 지내다가 지상으로 올라와 등껍질을 벗겨내고 성충이 된다. 날개돋이를 시작하는 것은 늦은 오후부터 밤 8시 무렵까지. 매미는 17년 이상 사는 종류도 있다. 하지만 어른 매미가 짝짓기를 위해 울음소리를 내는 것은 열흘 정도다.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 후 죽는다. 반면, 암컷은 200~600개 정도의 알을 나무껍질에다 밀어 넣는 방식으로 낳는다.



꽁무니에 뾰족한 산란관이 보이면 암컷(위), 꽁무니가 뭉뚝하면 수컷(아래)이다. - 어린이과학동아 제공

Q. 매미의 천적은?
A. 우는 매미는 모두 수컷이다. 암컷은 울지 못하므로 ‘벙어리매미’라고 한다. 많은 수컷들이 한꺼번에 울음소리를 내는 이유는 소리의 세기가 강해져 천적인 새(특히 참새)와 곤충에게 충격을 주기 위해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새들간의 통신을 방해하는 교란음 역할을 한다. 그리고 매미는 자신의 몸 색깔과 비슷한 나무에 붙어 산다. 그래야 천적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매미는 체온이 15℃ 이상이 되어야 울 수 있다.

Q. 매미가 우는 이유는?
A. 한마디로 종족 보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지상에 사는 짧은 기간 수컷은 암컷과 짝짓기를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요란스레 울어대는 것. 암컷을 부르는 울음소리가 우렁찬 비밀은 텅 비어있는 배에 있다. 수컷의 배에는 소리를 내는 데 쓰이는 근육과 진동막이 양쪽 옆구리에 있다. 이것을 늘였다줄였다 하면서 소리를 낸다. 울음소리가 클수록 암컷에게 인기가 많다. 반면에 암컷 매미는 진동막이 없고 뱃속도 알로 가득 차 있다.

Q. 매미 울음소리는 모두 같을까?
A. 2014년 국립생물자원관이 펴낸 ‘매미소리 도감’에 따르면 매미의 울음소리는 생태, 시간대에 따라 소리 크기와 주파수가 다르다. 그중 한여름에 우는 매미는 말매미ㆍ유지매미ㆍ참매미ㆍ애매미ㆍ쓰름매미ㆍ소요산매미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참매미는 오전 4~9시 사이에 “맴~맴~매애엠”하며 일정한 리듬에 맞춰 운다. 울음소리는 4킬로헤르츠 정도다. 국내 매미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말매미는 오전 8시부터 오후 2시 정도에 “치이이이~”하는 식으로 시끄럽게 울어댄다. 국내에서 가장 늦게까지 우는 매미는 늦털매미로, 11월까지 운다. 재미난 사실은 매미도 사람처럼 ‘사투리’(소리 변이)가 있다는 것. 애매미 중 육지와 울릉도에 사는 매미 소리가 다르다. 육지 애매미 울음소리는 ‘준비-리듬 1-중간-리듬 2-종결’등 5개 부분으로 나뉘어진다. 반면 울릉도 애매미는 중간부가 없고 리듬 2부가 짧다. 다시 말해 섬 매미의 울음소리가 육지 매미 소리보다 더 단순하다.






자료: 한국의 매미



△밤에도 왜 우나?
매미 울음소리는 공사장 소음(65데시벨)보다 높은 70~80dB이 보통. 말매미는 90dB이 넘기도 한다. 이들 매미는 대부분 낮에 운다. 그중 참매미는 온도가 높아질수록 떼지어 우는(떼창) 게 특징이다. 낮에 우는 이유는 암컷이 찾아오기에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 그런데 최근에는 네온사인과 도심 가로등 등 환한 불빛으로 인해 밤을 낮으로 착각해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이다. 또 열섬 효과로 기온이 높아져 시도때도 없이 요란하게 울어댄다.
소년소녀 한국일보 서원극 기자 wkseo@snhk.co.kr

(●차 경적소리보다 울음소리 큰 매미도
매미는 몸통 중간 부분에 있는 진동막, 발음근, 공기주머니로 소리를 만들어 내는데 몸이 큰 매미일수록 이들 부위가 크기 때문에 울음소리도 더 커지는 것이다. 실제로 몸집이 큰 호주산 삼각머리매미와 배주머니매미의 울음소리는 120㏈(데시벨)로 기차나 자동차 경적소리(110㏈)보다 크고 공사장에서 쓰는 착암기(130㏈)의 소음에 육박한다. 국내 서식 매미 중에서는 말매미가 최대 90㏈ 정도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서울신문)


Q) 예전에는 매미소리가 맴 맴 맴 맴 매--이었는데 지금은 따르르르르...’하는 소리가 많이 난다. 외래종 매미가 토종 매미를 밀어낸 건가? 

A) '매미''매미'라고 부르는 것은 '맴 맴 맴 맴 매-'하고 우는 참매미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예전에는 이 종이 전국에서 가장 흔한 종 중 하나였습니다. 그러나 각종 개발로 인해 땅속에 있던 매미유충이 죽게 되고 그로 인해 매미가 서식하지 않는 도시가 만들어졌습니다. 이 때 환경변화에 가장 강하고 힘이 센 말매미가 번식하게 되었습니다. 말매미 또한 우리 나라 토종매미인데 이 매미가 '따르르르르...'하고 웁니다. 민물고기 중에 배스와 블루길 등의 외래종에 의해 수중 생태계가 파괴되었다는 사실에 빗대어 생긴 오해입니다.

        

Q) 매미소리가 예전보다 더 커진 이유는?   

A) 매미소리가 더 커진 이유에 대해 인간에 의한 소음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즉 도로교통소음이나 공사장소음이 심해져 수컷매미가 더욱 큰 소리를 낸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잘못된 지식입니다. 사람은 그럴수 있습니다. 대화 중에 소음이 들려와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큰 소리를 내어 말하지요. 하지만 매미는 주변이 시끄럽거나 조용하거나 항상 최선을 다해 웁니다. 그렇다면 매미소리가 예전보다 더 커진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는 종의 변화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매미의 유전적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에 서식하는 종의 변화를 의미합니다. 즉 예전에 살던 매미종들이 인간의 개발과정에서 많이 소멸된 반면 환경 변화에도 잘 적응하는 말매미가 그 지역을 점령한 것입니다. 둘째는 매미 개체수의 증가입니다. 사람들도 좋아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매미들도 종마다 좋아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예전에는 도로 가로수로 플라타너스를 많이 심었습니다. 플라타너스를 좋아하는 매미가 말매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말매미가 많이 번식하게 되었는데 말매미의 소리는 음의 변동이 적어 듣기에 좋지 않다보니 말매미소리가 가장 크다는 등의 오해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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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어떤 매미 소리가 가장 큰가요? 

A) 말매미 소리가 다른 매미소리보다 크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저는 말매미, 참매미, 털매미, 애매미 각각 한 마리가 내는 소리의 크기를 연구한 적이 있습니다. 매미소리는 그 크기가 커지다가 작아지고 다시 커지는 즉, 음압이 변동하는데, 전체를 평균하는 것은 등가소음도라고 합니다. 네 종의 등가소음도 측정결과, 말매미=참매미=털매미>애매미 순이었습니다. 즉 말매미의 몸집이 크다고 하여 큰 소리를 낸다고하는 주장은 근거가 없습니다.

       

Q) 매미가 밤에도 우는 이유는? 

A) 매미가 주행성(낮에 활동하고 밤에 자는 성질)임은 틀림없습니다. 아마도 밤이 되어 어두워지면 수컷이 울어도 암컷이 날아와 짝짓기하기 어렵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리고 매미가 밤에 켜진 조명에 붙어서 또는 아파트 방충망에 붙어 우는 것을 보면 밝은 것을 좋아하는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새벽 2시까지 어두운 산속에서 계속 울어대는 매미의 소리를 들은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닙니다. 20038KBS 환경스페셜에서 '빛공해'에 대해 취재하고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PD로부터 조명과 매미울음사이의 관계에 대한 실험을 도와 달라고 해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무향실에 말매미를 잡아다 촬영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 조명을 켜서 밝아진다고 해서 매미가 우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잡아다 놓아서 그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있지만 어찌되었든 그 날의 실험은 실패를 했고 그 실험은 통편집되어 방송에 나가지 못했습니다. 저와 상지대 기경석 교수님과의 공동연구에 의하면 말매미는 온도에 참매미는 조명에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른 매미들에게 대해서도 연구가 진행 중이니 결론이 더욱 확실하게 나타나겠지만 매미의 종류에 따라 영향을 받는 물리적 환경은 다르며 조도와 온도가 그 주된 원인으로 보여집니다.

       

Q) 아파트 단지 건물이 공명을 일으켜 매미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건가?  

A) 공명이라는 용어를 잘못 이해해 생긴 잘못된 표현입니다. 공명은 외부의 자극과 구조물의 공진주파수가 같아서 큰 반응으로 증폭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기타줄을 튕기면 줄에 의해 발생한 소리가 기타 몸통안에 들어가고 기타 몸통이 같이 진동하여 소리가 커집니다. 이런 경우처럼 작은 소리가 구조물의 공명으로 인하여 증폭되는 것입니다. 아파트 건물이 확산되는 매미소리를 반사시켜 원래 크기보다 크게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음의 반사에 의한 잔향효과이지 아파트 단지가 공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공명이라는 단어를 이 경우에 사용하는 것은 잘못된 표현입니다.

       

Q) 매미소리는 소음인가요? 

A) 정확히 언제부터인가는 모르겠지만 매미소음문제가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게 되었습니다. 특히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에게서 제기되고 있으며 해당 구청에는 매미를 죽여달라는 민원이 접수됩니다.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인터뷰 내용은 대부분 매미소리가 소음이다라는 반응이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학자나 시민중에도 매미소리는 자연의 소리이며 짝짓기를 위한 소리이므로 소음이라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들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 것이 아닌 개인의 생각에 의한 것으로 근거가 없는 주장들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매미소리를 소음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연구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우선 소음의 정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음은 "원하지 않은 소리"로 정의되어 있으며 다분히 개인적이며 심리적인 차원에서 정의됩니다. 소음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정의됩니다. 그래서 락음악이나 헤비메탈음악을 어떤 사람은 좋은 음악이라고도 하며 어떤 사람은 소음이라고 하죠. 기차소리를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음이라고 하지만 기차에 대한 향수가 있는 사람은 기차소리에 좋은 감정으로 갖기도 합니다. 이렇듯 어떤 소리에 대해 개인적인 감정에 의해 정의되므로 어떤 소리는 소음(듣기 싫은 소리)이고 어떤 소리는 악음(듣기 좋은 소리)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단지 법적으로는 이러한 개인적인 감정을 기준으로 삼을 수 없으므로 소리의 크기만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제 연구결과를 간단하게 정리하면 매미소리는 소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단지 심리적으로 불쾌감으로 줄뿐 생리적인 영향(뇌파연구에 국한)을 주진 않습니다. 소리의 물리적 특성 측면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파형에 관련하여 말매미, 털매미 등은 소리의 크기에 변화가 매우 미미합니다. , --- 하는 소리가 일정하게 납니다. 음압의 변동이 없으니 매우 지루함을 줍니다. 한편 참매미나 애매미 등은 음압의 변동이 있고 리듬이 있어 흥미가 있습니다. 따라서 말매미, 털매미가 많은 곳에서 소음문제가 발생합니다. 둘째로 주파수분포와 관련하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사람의 귀는 특성상 3~4 kHz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리고 약 1~7 kHz의 소리는 실제 소리보다 더 크게 들립니다. 이 부근으로부터 멀어질수록 실제 소리보다 작게 들립니다. 말매미 소리는 약 6 kHz, 털매미는 약 8.3 kHz, 참매미는 약 4 kHz, 애매미는 약 4.2 kHz, 소요산매미는 약 8 kHz입니다. , 매미소리는 인간의 귀를 자극하는 주파수특성을 갖고 있습니다. 앞서 매미소리의 크기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드린 바있는데 여기서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드리겠습니다. 말매미, 털매미, 참매미 한마리의 소리 크기는 1m거리에서 약 80 dB로 매우 큽니다. 이에 비해 애매미는 약 72 dB으로 다른 매미에 비해 작은편입니다. 그 외의 종에 대해서는 계속 연구 중입니다. 이렇게 큰 소리는 소음문제를 유발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리듬있는 소리를 내는 참매미, 애매미, 소요산매미를 좋아합니다. 반면 리듬이 없는 말매미, 털매미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100여명을 대상으로 심리검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결과를 간단히 소개하면 청소년들은 매미소리를 불쾌감, 강렬함, 리듬감으로 표현하였습니다. 그 중 불쾌감을 가장 큰 요인으로 뽑았습니다. 그러나 이 또한 매미소리의 크기가 어느 정도 커졌을 때부터 였으며 작은 소리에는 듣기 좋다는 반응을 보여주었습니다. 즉 매미소리라고 해서 다 싫은 것은 아니며 소리의 크기가 커졌을 때 불쾌하다고 하였습니다. 또한 10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뇌파검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생리적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생리적인 영향은 200 Hz이하의 저주파에 의해서 크게 나타납니다. 매미소리는 고주파에 속하니 생리적인 영향은 적은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러나 소음성 난청에는 영향을 줄 것 같은데 아직 연구하지 못하였습니다.

 

매미소리를 어떤 이들이 수면방해, 학습방해, 휴식방해를 이유로 소음이라고 주장한다면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무조건 소음이 아니라고 주장하기 보다는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매미소음문제는 우리나라에서만 있는 건가요? 

A) 매미소음문제는 매미가 있는 지역에서는 다 일어날 수 있습니다. 매미는 세계적으로 몇 천종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지역이 종의 수는 다양하지 않아도 매미개체수가 가장 많다고 합니다. 그리고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주기매미가 출몰할 때만 소음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나라처럼 매년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한 번 발생하면 우리나라의 매미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엄청난 양이 발생되므로 심각합니다. 매미는 온도가 중요하므로 추운 지방에는 거의 없어 소음문제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거의 매년 매미소음문제가 발생합니다. 우리 나라 매미소음문제의 주범은 말매미가 지목되고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에는 없는 곰매미가 있는데, 이 곰매미도 말매미속에 속합니다. 크기도 비슷하고 생김새로 비슷합니다. 색깔이 다르고 울음소리도 달라 헷갈리지는 않습니다. 곰매미도 말매미처럼 고산지대에는 없고 저지대에만 서식하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심지에 많이 삽니다. 말매미처럼 가로수에도 많이 붙어 있지요. 일본인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한국사람들이 말매미 소리를 시끄럽다고 하는 것과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대만도 매미가 많기로 유명한데, 8월에는 못 가봤지만 7월 초 타이베이에서 가로수에 대만말매미들이 많이 붙어있고 밤늦게까지 나무에서 울어댑니다. 대만 친구들에게 매미소음에 대해 물어보면 거기도 비슷한 반응들 이더군요.

      

Q) 매미는 해충인가요?  

A) 매미를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충으로도 익충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익충으로 보는 사람들은 매미소리가 듣기 좋아서, 매미를 채집하면서 놀수 있어서, 매미는 소중한 생명체이므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해충으로 보는 사람들은 매미소리가 너무 시끄러워서, 징그러워서 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입장이 아닌 나무의 입장으로 본다면 100% 해충입니다. 암컷매미는 나뭇가지에 산란관을 꽂아 약 20~30개의 알을 낳습니다. 알은 물관과 체관이 모여있는 관다발을 막아 물과 영양분의 통행을 방해하여 나뭇가지가 고사하도록 합니다. 알이 부화하면 유충이 되어 나무 줄기를 타고 내려가 땅속으로 들어갑니다. 유충은 약 4~6년 간 뿌리에 주둥이를 박고 영양분을 빨아먹습니다. 여름철에 성충이 되면 나무 줄기의 관다발에 주둥이를 꽂고 수액을 섭취합니다. 수액의 섭취로 인해 나무는 고사하거나 열매가 잘 열리지 않습니다. 또한 매미가 이 나무 저 나무에 주둥이 꽂을 때 나무만이 갖고 있는 전염병을 옮깁니다(이 병은 동물에게는 영향이 없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미에 의해 과수원이 피해를 입었다는 보고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매미를 감히 모기에 비유합니다. 모기는 사람을 포함하여 동물들의 피를 빨아먹고 살며 말라리아 등의 전염병을 옮기니 상당히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매미를 죽이거나 쫓아내는 방법이 동원되는데 매미를 쫓아내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합니다. 애써서 쫓아내도 다시 날아오기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집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북부에서는 17년 주기로 대거 출현하는 주기매미가 있는데 이 매미에 의해서도 많은 과수원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은 살충제를 살포하여 이 매미를 죽였으나 그 또한 임시 방편으로, 근본적인 대책이 되진 않습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침투성 살충제를 제조하는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방법은 살충제를 줄기의 관다발에 주사하여 이 수액을 먹는 매미가 살충제를 먹고 죽도록 하는 방법입니다. 이 방법이 열매를 맺는 나무에도 사용될 수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출처: NAVER블로그-윤기상 박사의 매미소리이야기



‘말매미’는 ‘말’처럼 덩치가 커서 붙여진 이름이고, ‘애매미’는 반대로 ‘아이’처럼 덩치가 작아서 붙여진 이름이다. 그리고 ‘참매미’는 대표성을 띠는 진짜 매미여서, ‘유지매미’는 날개가 기름종이처럼 생겨서, ‘소요산매미’는 경기도 소요산에서 처음 발견돼서 붙여진 이름이다. 



‘쓰름매미’는 아마도 ‘쓰름쓰름’ 운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이 매미가 그렇게 우는지는 의문이다. 가만히 들어보면 ‘쓰을쓰을’ 또는 ‘쓰를쓰를’ 하고 운다. 그래서 생겨난 이름이 ‘쓰르라미’다. ‘쓰르라미’는 의성어 ‘쓰를’에 ‘그러한 특성을 갖는 것’을 지시하는 접미사 ‘-아미’가 붙은 단어다. 18세기 문헌에 보이는 ‘쓰르렁이(쓰를+-엉이)’를 통해서도 ‘쓰르라미’가 의성어 ‘쓰를’을 포함하는 단어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이 ‘쓰르라미’가 ‘쓰르람쓰르람’ 하고 운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쓰르라미’를 ‘쓰르람’에 접미사 ‘-이’가 결합된 구조로 잘못 분석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조항범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의 어원 이야기/ 문화일보 

얇게 다듬은 대나무와 말총을 곱게 쌓아올리고 모자 뒤에 두 개의 둥근 뿔을 붙여 완성한 왕의 모자


매미의 허물은 선각(蟬殼), 선탈(蟬脫)이라고 하여 해열(解熱), 항과민(抗過敏), 파상풍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매미 유충이 탈피하기 직전인 굼벵이는 신장염이나 간경화증의 한방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중국 진(晉)나라 시인 육운(陸雲)은 자신이 쓴 육사룡집(陸士龍集)에서 매미의 5덕으로 문(文), 청(淸), 염(廉), 검(儉), 신(信)을 들었다.  (즉 “매미는 머리 부분에 선비의 갓끈이 늘어져 있으니 문(文)이 있고, 이슬을 먹고 사니 맑음(淸)이 있다. 또 농부가 가꾼 곡식을 먹지 않으니 염치가 있고, 집이 없으니 검소하고, 철에 맞추어 오고 가니 신의가 있다) 



조선시대 임금과 신하는 매미를 형상화한 익선관(翼善冠), 매미모자를 썼다.매미가 가진 다섯 가지 덕(德)을 본받기 위함이었다. 매미가 땅 속에서 세상으로 올라와 빛을 보기까지 보통 7년이 걸린다. 그리고 굼벵이 시절은 물론, 제몸과 허물까지도 인간에게 약재로 내어 준다. 조상들은 매미의 맑음과 검소함, 염치를 매미모자에 새겨 마음가짐을 바로 잡았다. 출처 : 충청타임즈


9년에 걸친 탐구, 나는 왜 매미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나
[체험] 오마이뉴스 연재기사가 한 편의 독립다큐멘터리로 완성되기까지
방송PD로서의 힘겨운 일상이 지루해지던 때 즈음, 프로그램 제작으로 바쁜 와중에 잠시 눈을 돌려 곤충 매미에 빠졌다. 그로부터 16년째다. 그 시간 속에 한 권의 어린이를 논픽션 생태동화와 9년간 촬영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논픽션 생태동화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사계절출판사, 2004)와 도심 매미에 대한 9년간의 관찰 다큐멘터리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제작, 2011)

다큐멘터리의 제목은 생태동화의 제목을 그대로 사용했다. 출간 당시 출판사에서도 제목으로 고심했는데 출판사 대표께서 아이디어를 내서 채택된 제목이다. 다큐멘터리의 제목을 책제목 그대로 사용한 것은 생태동화가 사실은 이 다큐멘터리의 일부분의 내용을 어린이 화자를 기용해 각색한 내용이고 상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제목이기 때문이다. 책을 완성 하는 데는 3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 하지만 다큐멘터리의 완성은 책이 담고 있는 내용보다 방대하고 촬영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내용을 담고 있기에 완성 작업이 순탄하지 않았다.

촬영에서 연재로, 연재에서 출간으로
2001년 매미촬영을 시작할 때 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는 식의 특별한 목표가 없었다. 그냥 우연한 기회에 발동한 호기심을 나름 글로 기록하는 게 아니라 영상으로 기록하는 식이었고 그 와중에 모 방송사의 요청으로 영상제에 보내기 위해 급하게 3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완성해 우수상을 받게 되면서 방송 다큐멘터리라는 제작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독립다큐멘터리를 완성한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매미 촬영 도중에 <오마이뉴스>에 연재기사를 시작했다. 2001년 7월 30일부터 2003년 12월 8일까지 <반포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라는 매미 관찰일기 총 29개의 기사를 게재했는데 연재 초반에 기사를 본 사계절출판사의 기획자가 제안을 해서 연재기사의 내용 중심으로 하되 화자를 반포 아파트에 사는 초등학생 '병규'라는 어린이로 하여 논픽션 생태동화를 집필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매미를 관찰하기 시작한지 3년만인 2004년 논픽션 생태동화를 출간하게 되었다. 현재까지 4만3000여 권을 인쇄했으니 꽤 성공한 스테디셀러가 된 셈이다. 책은 출판기획자와 함께 다루고자 하는 이야기의 범위를 미리 정하고 집필이 이루어졌다면 다큐멘터리의 완성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었기에 매미를 충분히 알기 전까지 그 범위를 설정할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파브르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을 남긴 채 완성을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쉽지 않았던 다큐멘터리 완성과 배급


▲  나무에서 수액을 빨고 있는 참매미, 도심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종이다.ⓒ 박성호

매미를 조금씩 더 알아 가면서 녀석들의 삶에 대한 의문은 커져갔다. 파브르 곤충기 등 각종 자료들로도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 내용들이 너무 많았다. 생물학이나 곤충학을 전공하지 않은 탓도 있겠지만 그보다 자료마다 매미의 생태에 대해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다. 매미가 땅속 유충으로 5년을 산다고 하기도 하고 7년을 산다고 하기도 하고 뭐가 맞는지 알 수가 없었다. 계절곤충인 탓에 촬영은 여름 3개월을 넘기면 일 년 내내 촬영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매미의 의문점을 카메라에 담아가는데 30분물에 담지 못한 이야기, 그리고 매미 생태에 대한 의문을 만족스러울 정도로 담아낸 것이 바로 2009년에 이르러서였다. 

부분적으로 편집은 2007년부터 시작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밤마다 제작사를 하는 선배 사무실에 가서 짬짬이 편집을 하다 보니 2011년에야 다큐멘터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그때 매일 나를 지켜보던 선배는 '도대체 그건 언제 끝나니?', '대작이 나오겠다' 등 이런저런 핀잔을 주던 생각이 난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을 보더니 메신저로 '너 대단하다'라는 메시지를 보내오기도 했다.

촬영은 오로지 혼자서 진행했다. 하지만 편집 사무실뿐만 아니라 여러 지인들의 도움이 이작품의 완성에 큰 기여를 했다. 1차 완성본에서는 목소리가 남다른 친구PD가 더빙을 해 주었고, 2차 완성본에서는 평소 여러모로 존경하던 성우 배한성 선생님이 흔쾌히 성우 더빙에 참여해 주셨다. 지금은 없어진 여의도의 모 녹음실 대표께서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독립다큐멘터리인 점을 감안해 거의 원가에 녹음과 음악, 믹싱 작업을 해 주었다. 다들 너무나 감사했다.

완성도 완성이지만 배급은 더욱 난감했다. 2011년 완성을 한 후 독립영화를 배급하는 영화사 중심으로 극장상영을 위해 여러 군데를 만났다. 하지만 대부분 단관 개봉이나 예술 영화관 개봉을 추천했다. 사실 어른이 동반되는 어린이 영화라고 마케팅 포인트를 설명하고 여름 극장가를 뚫어보자고 제안했으나 최근 달라진 여름 극장가 풍경 때문에 여름 배급이 '하늘에 별따기'라는 대답이 대부분이었다. 현재 멀티플렉스 상영관 중심인 우리 극장가가 여름이면 애니메이션 개봉이 너무 많아 극영화나 다큐멘터리가 뚫기 어렵다는 것이다. 아마도 티켓판매보다 F&B 즉 음식이나 음료 장사가 극장에게 수익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이런 환경에서 극장 입장에서 여름철 가장 좋은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이다. 

왜 매미에 빠졌는가


▲ 우화 직전의 5령 애벌레해질무렵 매미는 땅속 굴에서 나와서 우화를 하기 위해 나무 위를 올라가기 위해 힘든 행군을 해야만 한다.ⓒ 박성호

이 작품에 대해 들은 많은 사람들이 한 가지 질문을 한다. 마치 수염을 길렀더니 왜 기르냐라는 질문과 비슷하다. '왜 매미를 찍게 되었냐?' 어떻게 보면 나에겐 질문답지 못한데 던지는 이들은 정말 궁금한가 보다. 그 시원한 답을 해보련다.

다큐멘터리는 도심 아파트 복도에서 발견한 죽어가는 한 마리 매미의 몸부림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우화, 생존, 번식 등 매미의 생태를 다룬다. 특히 야생의 매미 이야기가 아닌 도심 공간에서 우리들이 쉽게 발견하는 매미의 이야기를 다룸으로써 보는 이들의 공감을 끌어내려고 노력했다. 실제로 어느 날 아파트 현관 밖 바닥에서 죽어가는 말매미 한 마리를 보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애처로웠다. 아마도 생의 마지막을 맞이하고 있는 것 같았다.

내친 김에 아파트를 둘러보니 온 천지에 매미 소리였다.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등등. 사실 당시에 말매미와 참매미 소리 정도는 구분할 줄 알았다. 그 외에도 분명 어떤 매미 소리가 섞여 있었을 거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서울에 올라와서 매번 여름마다 매미 소리를 들었을 텐데 매미를 본 적이 없는 것 같았다. 그만큼 바쁘게 살아서이든, 어릴 적 추억의 한 장으로 자리 잡고 있을 법한 매미가 어른이 되면서 관심사에서 밀려 나서였을 것이다. 이때부터 매미의 일생을 내 눈으로 그리고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이상하리만큼 강렬하게 생겼던 것 같다. 순간적인 각성 때문에 이렇게 긴 세월을 한 곤충에 관심을 가지고 뭔가를 기록하고 다시 사람들에게 공개하게 될 줄은 몰랐다. 방송PD로 살면서 회사일과 다른 한 축으로 내 삶을 구성하게 될 줄은 더더욱 몰랐다. 다큐멘터리는 이 동기를 담담하게 초반에 설명한다. 그리고 그 뒤로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낸다. 

매미는 정말 땅 속에서 7년을 살까?


▲ 우화등선해질무렵 참매미 유충이 성충이 되기 위해 우화를 하고 있다.ⓒ 박성호

그동안 잘못 알려졌거나 평면적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을 업그레이드 시키려는 노력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낀다. 과연 매미는 땅 속에서 7년을 유충 상태로 살다가 땅 위로 올라와 성충으로 2주일 정도만 사는 것인가? 매미는 짝짓기를 위해서 우는 건가? 다큐멘터리가 담아낸 답은 그렇지 않다. 매미는 종별로 땅속 유충기간이 다르며, 우는 행위도 짝짓기 외 다양한 순간에 이루어진다. 

매미에 대해 여기 저기 자료를 수집하면서 도심 매미에 대한 편견을 개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도심 매미가 시끄러운 이유는 도심 소음과 경쟁하다 보니 점점 더 시끄러워진다는 이야기들이 떠도는데 내 결론은 아니다. 도심 기온 상승으로 시끄러운 종인 말매미가 많아져서일 뿐이다. 특히 이 말매미라는 종의 특징이 한 마리가 울면 다른 매미가 동시에 따라 운다. 그러다 보니 개별적으로 우는 참매미나 애매미의 소리와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말매미는 남방계 매미로 알려져 있다. 남방계라 함은 한반도 보다 아래쪽을 의미한다. 애석하게도 그런 행동적인 특징이 있는 말매미가 도심 기온 상승으로 개체수가 증가하다 보니 도심 매미 소리가 소음으로까지 취급당하게 된 것이다. 정말로 산에 가면 매미 소리는 아주 다양하다. 그런데 도심에서는 적어도 서울의 오래된 아파트 단지일수록 말매미 개체수가 많다. 말매미는 뜨거운 도심에 맞는 종이라는 얘기다. 소음일 수 있지만 좀더 따지고 보면 우리가 만든 환경 탓일 가능성이 높다. 

다큐멘터리에서 인터뷰한 한 할아버지는 '이 공기 나쁘고 각박한 세상에서 매미가 우는 건 기적이고, 요즘 TV에서 매미소리가 소음이 되버린 건 안타깝다'라는 얘기를 전한다. 도심 녹지 사업으로 수목이 늘어났고 도시의 기온도 지속 상승하는 등 결국 인간이 환경을 바꾸면서 생긴, 감내해야만 하는 불편함일 수도 있어 보인다.

끈질기게 추적한 매미 관찰기

▲ 곤충전문가 최동환 박사촬영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최동환 박사는 감독이 촬영에 많은 도움을 주었다.ⓒ 박성호

생태 동화도 그렇지만 다큐멘터리 촬영에서 생태 관련 책이나 인터넷 정보에서 알려주지 않는 매미의 생태를 관찰만으로는 이야기를 풀어내기 어려웠다. 관찰을 아무리 오래 하더라도 실험실의 통제된 공간에서 관찰하는 게 아닌 이상 의혹에 대한 답을 반드시 찾는다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실험관찰이다. 자연 상태의 매미 서식 공간을 거대한 실험실이라고 생각하고 가설을 설정하고 일정 정도의 긴 시간의 관찰을 통해 취합된 정보를 통해 가설을 검증하는 것이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매미 생태에 대한 검증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검증하기 위해 다양한 관찰실험을 시도했다.

매미는 종류별로 땅 속 생활기간 즉 우화하기 전의 유충으로 사는 기간이 다르다고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종별로 땅속 생활 기간이 어느 정도인지는 어디에도 자료가 불충분했다. 매미의 땅 속 생활 기간을 밝히기 위해 최근 순차적으로 완공된 아파트를 조사하여 아파트별 주요 서식 매매종의 차이를 알아보기도 했고, 새로 조성된 모 백화점 화단을 수년간 촬영하여 해마다 땅 속에서 올라와 유충에서 성충이 되는 매미 종들을 기록하기도 했다. 곤충학자 파브르의 매미 관찰 일기에도 나오지 않는 새로운 형태의 관찰을 한 셈이다. 

현실적으로 매미를 볼 수 있는 기간이 3~4개월에 불과하고 이런 다양한 관찰실험 때문에 제작 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에 파브르 곤충기보다 방대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점에서 적어도 매미에 대해선 파브르 곤충기를 넘어서는 작품이라는 자부심을 느낀다. 다큐멘터리 속에 나오는 내용처럼 실제 2004년 동명의 어린이 논픽션 생태동화가 출간되고 나서 여름이면 도서관이나 어린이 단체의 초청으로 매미 강의를 했었다. 그때 마다 관찰이라는 것도 어떤 틀을 가지고 해야 나름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이야기를 꼭 들려주었던 기억이 난다. 뿐만 아니라 또 하나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매미에 대해서 해박한 지식을 가지라는 게 아니라 '누구나 호기심을 가지고 꾸준히 관찰하고 그것을 글이나 영상, 사진으로 기록한다면 파브르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막 시작할 무렵 이런 저런 곤충책을 찾아보면 대부분 번역서였고 그나마 일본식 도감류가 많았다. 다큐멘터리 제작과정 중에 출간된 책의 방향이 백과사전식 어린이 교양서보다는 논픽션 생태 동화를 택한 것도 그런 고민의 결과였다. 책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도 단순히 매미에 대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스토리텔링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주요 피사체인 매미에 대한 이야기뿐만 아니라 매미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오해, 촬영 중 감독 주변에서 벌어진 일들도 다큐멘터리의 스토리에 포함시켰다. 흔한 방송 프로그램 스타일의 자연다큐멘터리가 아닌 즉 정보 중심이 아니라 스토리 중심의 다큐멘터리 완성에 주력했다. 

다큐멘터리로서의 진기한 시도와 기록들


▲ 말매미 1령 애벌레의 힘겨운 사투나뭇가지에 산란된 매미알은 1년 후 부화를 하여 1령 애벌레가 된다. 1령 애벌레는 땅으로 떨어져 최대한 빨리 땅속으로 파고 들어가 천적을 피해야만 한다ⓒ 박성호


다큐멘터리로서 이 작품은 이색적인 시도도 많이 했고 그러다보니 일반적인 방송 다큐멘터리나 극장 개봉 다큐멘터리와 다른 색다른 모습, 진기한 기록들을 가지고 있다. 

전작 <한 여름의 기록, 반포매미>를 완성하던 2001년 당시만 해도 나의 매미에 대한 지식은 고만고만했고 촬영을 위한 시간적인 투자가 충분치 않았다. 고작 3개월 정도 매미를 봤고 촬영을 한 결과물이었다. 전작을 완성하고도 매미에 대한 탐구는 지속되었기에 전작에 일부 오류가 있다는 게 나중에 발견되었다. 대표적으로 매미가 유충이 성충이 되는 탈피의 순간을 '우화'라고 설명하고 우화라는 용어가 소동파의 적벽부에서 언급된 '우화등선'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했는데 사실은 반대였다. 전작의 촬영본을 새로 편집하지 않고 전작 그대로를 조금씩 분할해서 98분짜리 다큐멘터리에 집어넣을 때 나의 오류를 어떻게 할까 고민을 했었다.

결국 다큐멘터리 감독으로서 나의 지식이 어떻게 달라져 가는지도 결국 이 다큐멘터리가 완성되는 한 과정이며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 또한 의미있는 관람이라고 생각하고 내 실수를 인정하는 파격적인 고백을 그대로 담았다. 물론 잘못 설명한 부분들을 고백하고 일일이 바로 잡아 다시 설명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또한 9년간 촬영한 탓에 촬영 테이프만 해도 60분짜리 100여 개, 거쳐 간 카메라 기종만도 4종류에 달하며, 접사 촬영에 주로 사용되는 이너비전 대신에 곤충 마니아 대학생의 도움으로 스틸카메라 표준렌즈를 거꾸로 캠코더에 붙여 접사촬영에 성공하기도 했고, 아파트 정원이라는 촬영 환경과 온도나 빛에 반응하는 매미의 특성을 감안해 손전등을 이용해 초소형 조명을 만들기도 했다. 

작품 속에 출연한 대구의 초등학생들은 내 조카들이었는데 이미 대학생이 되었고, 대학생 최동환씨는 실제 미국으로 유학을 가서 곤충관련 학위를 받고 캘리포니아 주립대 리버사이드 캠퍼스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사를 이리 저리 찾아보니 최 박사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개미에 대한 연구 이야기들이 한국에도 조금씩 알려져 있었다. 얼마 전 개봉 직후에 예고영상을 첨부해서 메일을 보냈더니 본인의 젊은 시절 모습을 보아서인지 적지 않게 놀라는 눈치였다.

다양한 상영계획으로 어린이 관객들을 만날 예정


▲ 어린이를 위한 생태 강사로책을 출간한 후 매년 여름이면 전국을 돌면 아이들에게 매미의 생태에 대한 강의를 진행했다.ⓒ 박성호

이 작품은 극장 개봉을 과감히 포기하고 다양한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VOD 상영 쪽으로 배급전략을 바꾸면서 올해에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게 되었다. 구체적으로 IPTV와 디지털케이블 등에서 지난 7월 초부터 서비스가 시작되었다. 9년 동안 촬영하고 거의 10년 넘게 공들인 작품치고 그 대가가 만족스럽지는 않다. 하지만 묻힐 수도 있었던 작품이 이렇게 빛을 보게 되어 위로가 되는 면도 없잖아 있다. 

배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약간의 문제의식도 생겼다. 다양성 영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지만 어린이 영화는 지나치게 애니메이션에만 집중되어 있는 현실이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바람직하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전국 곳곳에 설립되어 있는 공공도서관이나 생태박물관 특히 곤충의 생태에 대해 전문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곤충생태박물관에서의 상영도 계획 중에 있다. VOD를 보고 여러 에서 상영요청이 들어오기를 희망해 본다.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시작할 당시에만 해도 이 이야기가 책이 될지 장편 다큐멘터리가 될지 아무런 계획이 없었다. 다만 매미 생태에 대해 촘촘하게 기록을 해가다보니 연재기사는 각색되어 어린이를 위한 논픽션생태동화로, 연재기사의 재료가 된 비디오촬영은 장편 다큐멘터리가 되었다. 그리고 방송연출을 하면서 찾기는 힘든 의미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려 나름 노력했다는 자위를 해 본다. 아이들만 매미를 통해 곤충전문가와 같은 꿈을 꿀 수 있는 게 아니라 어른인 내가 작은 꿈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도 참 감사할 일이다. 

현재 도시에서 인간이 부양을 해야만 산의 모양을 취할 수 있는 남산의 대한 이야기를 상당히 오랫동안 찍고 있는데 이 또한 매미 관찰에서 시작된 관심사의 확장이다. 이 모든 일들을 가능하게 해 준 <오마이뉴스>, 신용환 SBS PD, 최일주 사계절출판사 기획자 및 강막실 대표, 친구 조범, 성우 배한성, 곤충전문가 최동환 박사, 매미 소리 전문가 윤기상 박사, 조경 전문가 이교원 선생님, 그리고 지금은 성인이 된 내 조카 강산이, 강현이, 세영이 그 외 인터뷰를 했거나 출연은 했지만 촬영 당시만 해도 이게 뭐가 될지 몰라서 제대로 설명을 못 들었던 분들에게 미안하면서도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글박성호(fhuco) 편집곽우신(gorapakr)


작품명 : <매미, 여름 내내 무슨 일이 있었을까>(98분)
제작 연도 : 2001년 6월 촬영시작, 2009년 촬영완료, 2011년 완성, DV촬영 및 DV완성
제작단체 및 감독 ; 드가의 다큐멘터리 이야기, 박성호 감독
구성 및 글 : 박성호
출연 : 최동환, 윤기상, 이교원, 김강산, 김강현, 김세영, 말매미, 참매미, 애매미, 쓰름매미
촬영 : 박성호, 이종택   녹음 및 음악선곡 : 김동엽   성우 : 배한성, 조범
배급 : TSN컴퍼니   박성호 감독 : 메일 degadocu@daum.net


매미의 산란4-파브르에 대한 의구심의 시작
<다큐멘타리 이야기> 반포 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 21
10월 25일 오후 5시

일찍 퇴근을 했다. 퇴근이라기 보다 약속이 있어 오후에 회사를 나왔다 일찍 귀가를 한 것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가슴이 뛰었다. 평번한 한 일반인인 내가 위대한 '파브르 곤충기'의 오류를 찾아 낼 수 있을런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희미하게 들기 시작했다. 

해는 아직 하늘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한 겨울철이면 이 시간 이미 사방의 사물을 알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어둠이 드리워졌겠지만 그런 정도는 아니었다. 서산에 걸리 모습으로 보아 해가 떨어지려면 사오십분은 족히 걸릴 것 같았다. 

산란의 흔적을 눈으로 확인할 차례였다. 그 흔적 속에는 매미의 알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 때문에 흥분되기 시작했다. 마침 정원에는 누군가가 재활용 수거를 위해 내다 놓은 책상과 의자가 있었다. 책상을 나무 아래에 옮겨 놓고 올라갔더니 아주 근접해서 나뭇가지를 관찰할 수 있었다. 그곳에서 놀라운 현장을 볼 수가 있었다. 매미가 산란한 치열한 흔적이었다. 한낱 힘없는 곤충이 어떻게 그런 현장을 만들어 내었는지 믿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말라 죽은 이유도 짐작할 수 있었다. 


▲ 산란흔-나무 가지의 껍질이 일어나 있고 갈라져 있다ⓒ 박성호 
매미가 거꾸로 매달려 산란했듯이 그 나뭇가지의 아래쪽에는 수많은 생채기들이 있었다. 십여 개 생채기들의 모습은 아주 규칙적이고 동일했다. 매미 녀석이 산란관을 찔러 넣은 자리에는 나무 표면이 갈라져 있었고 한 두 갈래의 껍질이 일어나 있었다. 녀석이 비스듬히 산란관을 밀어 넣을 때 갈라진 자국이며 그때 일어난 껍질이었다. 

2자국은 길이 1센티미터 넓이 3밀리미터 정도의 크기였다. 각각의 자국은 1,2센티미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있었다. 가지의 길이 방면으로 볼 때 녀석은 한 장소에 두 개 이상의 산란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즉 두 개 내지 한 개씩 기다랗게 자국을 내고 있었다. 모두 같은 녀석의 소행이라는 것을 의심할 필요가 없었다. 벌어진 나뭇가지 표면 안 쪽에 매미 알이 들어 있음이 틀림없었다. 

매미 녀석은 산란할 때 나무의 결을 충분히 이용하고 있었다. 녀석이 산란관을 박아 넣은 흔적은 모두 나무의 결과 평행했다. 즉 나무 속의 섬유질이 가지고 있는 결과 결 사이를 벌려서 그 안에다 알을 놓은 것이다. 만약 매미가 나무결의 수평방향으로 산란관을 박아 넣으려고 했다면 지금의 방식보다 두 세배는 힘이 들었을 것이다. 매미가 산란하는 방식은 자연환경을 제대로 이용하고 있는 셈이었다. 

일단 나무 가지의 위쪽이 아니라 아래쪽에 산란을 했다는 점과 나무 목질 속에다 알을 놓았다는 점은 적어도 알이 부화할 때까지 새나 다른 곤충들의 위협으로부터 알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설령 새가 그 나뭇가지에 앉더라도 가지 아래쪽의 갈라진 틈 속에 부리를 넣어 알을 위협하기는 힘들 것이다. 다른 곤충들의 경우 가지 아래쪽으로 거꾸로 매달려 산란 자국으로 접근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아주 조그만 생채기 속에 있는 알에 쉽게 근접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매미의 산란 흔적 무리가 한군데가 아니었다. 같은 가지의 상단부(나무의 원 줄기에서 가까운 방면)에 또 다른 산란 흔적으로 추정되는 한 무리의 갈라진 자국들이 있었다. 이곳은 이미 전지를 한 끝 부분이어서 산란 흔적 아래쪽(가지의 끝부분)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지는 않고 있었다. 즉 아래쪽 나뭇잎들이 말라 있거나 가지가 말라 있거나 한 것은 볼 수가 없었다. 이 흔적의 특징은 앞서 발견한 나뭇가지의 흔적들에 비해 갈라진 틈이 훨씬 크다는 것이었다. 다른 종류 혹은 다른 매미의 산란 흔적이 아닐까 싶었다. 

산란 흔적이 있는 나뭇가지를 당장에라도 잘라서 그 속을 벌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나의 알량한 호기심을 충족시키고자 아니면 촬영이라는 목적을 위해서 아무리 작은 곤충이지만 그들의 생에 치명적인 폐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늘 하던 생각이었다. 많은 다큐멘터리들이 자연에 대한 좀더 깊은 이해가 결국 인간과 자연이 좀더 화합해서 살아갈 수 있다는 명분 하에 촬영시 피사체인 자연과 동식물에 대한 배려를 소홀히 한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그래서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그 안에 있는 매미 알을 눈으로 확인하고 그 생김새를 보고 싶었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 


▲ 말라버린 나뭇가지-산란흔적이 있는 나뭇가지는 모두 이렇게 말라 있었다ⓒ 박성호 

그보다 더 의구심을 자아내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나뭇가지가 말라 비틀어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분명 매미가 산란을 할 때 그 나뭇가지는 말라 있지 않았다. 잎도 푸르렀고 나뭇가지도 생성된 지가 얼마 안된 듯 짙은 회색의 본줄기와 달리 연하고 탁한 녹색을 띄고 있었다. 이러한 나뭇가지가 말라 죽어 버린 것은 분명 매미 산란의 영향이었다. 정확히 매미가 산란한 흔적이 있는 부분에서 가지 끝부분까지만 죽어 있었다. 나중에 정원의 다른 단풍나무에서도 매미의 산란 흔적을 여럿 발견했는데 나뭇가지의 상태는 처음 발견한 나무와 동일했다. 즉 매미 산란의 영향으로 말라버려 있었다. 

나뭇가지가 말라 버린 이유는 산란 흔적의 위치와 말라 버린 부위를 통해 쉽게 추정할 수 있었다. 어른의 새끼 손가락 만한 굵기의 나무 가지에 한 마리의 매미가 이렇게 여러 번 산란관을 박아 넣고 그 안에 알을 놓았을 테니 나뭇가지는 뿌리로부터 올라오는 물을 가지 끝부분 즉 잎으로 더 이상 공급할 수 없었을 것이다. 물을 공급 받지 못한 잎이나 가지 부위가 말라 죽은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 '파브르 곤충기'번역본 중 산란관련 부분-오쿠모토 다이사부로가 쓴 책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본이다ⓒ 박성호 

얼마 전에 찾아 읽었던 파브르 곤충기의 산란관련 부분을 다시 펼쳐 보았다. 내가 읽고 있던 파브르 곤충기는 일본의 오쿠모토 다이사부로씨가 해설을 달아 놓은 것을 국내에서 번역 출간한 것이었다. 파브르 곤충기 3권이라고 표시되어 있는 이 책의 첫번째 곤충이 바로 매미였다. ‘매미 노래의 비밀’이라는 타이틀이 붙어 있는 매미 장의 5번째 이야기가 바로 산란에 관한 것이었다. 

산란에 관한 장의 첫번째 소제목이 ‘마른 나뭇가지에 낳은 알’이라고 되어 있었다. ‘마른 나뭇가지에 낳은 알’이라는 제목만 보았을 때는 내가 본 매미의 산란 광경과의 차이를 눈치 챌 수 없었다. 그런데 내용을 조금씩 읽어 내려가면서 나는 그 책의 내용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파브르가 산란 부분에서 언급하고 있는 매미는 물푸레나무 매미였다. 파브르가 살았다고 하는 남 프랑스에 많은 종이였다. 

책에 의하면 물푸레나무 매미는 뽕나무나 벚나무, 복숭아 나무 등 여러 종류의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한다고 되어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덧붙여서 마른 나뭇가지에 알을 낳더라도 땅에 떨어진 마른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 법은 없으며 나뭇가지 끝의 마른 부위에 알을 낳는 것이 가장 많다고 했다. 

여기서 마른 나뭇가지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무가 마른다는 것은 결국 죽은 가지를 의미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분명 내가 관찰한 결과와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내가 본 나뭇가지의 매미는 분명 마른 나뭇가지에 알을 놓은 것은 아니었다. 대신에 녀석이 알을 놓았기 때문에 나뭇가지가 말라버렸던 것이다. 시간적인 선후로 보아 매미가 마르지 않은 나뭇가지에 알을 놓은 것이 먼저이고 그로 인해 수분공급에 차질이 생겨 나뭇가지가 말라 버린 것이 나중이었다. 

물론 내가 목격한 것은 말매미의 산란이었고 선생님이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은 물푸레나무 매미였지만 그 차이가 알을 낳은 기본적인 입지의 차이를 야기할 만한 큰 차이는 아닌 듯 했다. 왜냐하면 파브르 선생님은 매미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여러 종류의 매미를 관찰했을텐데 매미의 생애 중 산란을 설명하면서 물푸레나무매미라는 한 종류 매미의 산란을 가지고 설명을 하고 있다는 것은 매미의 산란이 일반적으로 물푸레나무매미의 산란으로 일반화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번역상의 문제라는 추측도 해 보았다. 하지만 파브르 곤충기는 아주 오래 전부터 전세계어로 번역돼 출판되고 있는 점을 생각해 보면 오역일 수도 있다는 추측은 타당성이 없는 듯 했다. 나머지 한가지 결론은 파브르 선생님이 실수한 것이다. 어떻게 해서 대학자이자 철저한 관찰 학자였던 파브르의 곤충기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나름대로 그런 실수가 생긴 연유를 추론해 보았다. 파브르 선생님이 매미가 산란하는 순간을 직접 관찰했으나 그것이 단 한두 번에 불과하고 이후 매미가 알을 낳아 놓은 나뭇가지를 여러 번 관찰했을 가능성이다. 매미 산란의 결과로 알을 낳은 흔적이 있는 나뭇가지들은 죄다 말라 있었을 테니 매미는 마른 나뭇가지에 알을 낳는다는 일반화를 시도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이다. 

아니면 파브르의 곤충기를 곤충의 일반론적인 생태학서가 아니라 그야말로 하나의 관찰기로 이해해야 하는데 내가 지나치게 모든 매미론에 통용되는 일반론으로 이해한 것일 수도 있다. 만약에 단순한 그러나 아주 철저한 관찰기로만 해석한다면 파브르 선생님은 분명 물푸레나무매미라는 특정한 한 종류 매미의 산란을 기술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고 그로 인해 내가 관찰한 말매미의 산란과 비교하는 것은 나의 오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 파브르 선생님의 관찰은 거의 자신의 집 근처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집 근처에서 채집한 것들을 자신의 집으로 가져와 작은 실험들을 하기도 했다. 그의 연구는 거의 확대경과 핀셋 정도에 의지해 있었다. 어쩌면 파브르 선생님은 죽는 날까지 매미가 나무에만 산란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을런지도 모른다. 관찰의 지리적 범위가 상대적으로 좁았던 것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왔던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2003-03-11 10:36박성호(fhuco)

매미의 산란5-파브르에 대한 의구심 해소
반포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22

10월 25일 저녁 9시
매미는 어디에 알을 낳는가?
과연 모든 매미가 알을 낳는 곳은 정해져 있는 것일까? 매미의 주요 생활 근거지가 나무이므로 나무에다가 알을 낳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했었는데 그게 설마 목질 속에다 구멍을 뚫고 낳을 거라고는 예상을 못했다. 기껏해야 나뭇잎 표면이나 나무 줄기 표면이 아닐까 생각했었다. 파브르 곤충기를 읽기 전에 나의 이런 추측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러다가 매미의 산란하는 순간 즉 산란의 과정을 목격했고 그 이후 매미가 나무에다가 알을 낳는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일단 내가 모든 종류의 매미 산란을 눈으로 목격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인터넷을 통해 매미 산란에 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그 중에서 한 두 가지 사실은 정말 의외였으며 매미가 울음 소리 외 다른 이유로 유해충으로 간주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매미가 나무의 목질 속에다 알을 낳는다는 것은 여러 자료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다음의 말매미의 산란에 관한 설명이다. 

‘성충은 7월 하순에서 8월 상순에 발생하며 나무 가지의 조직 속에 연속적으로 산란하는데 1개의 산란 흔 속에 5~7개씩 한가지에 150~400개의 알을 낳는데 나뭇가지의 매끄러운 부위를 골라 알을 낳는다.'

특이한 사실은 매미가 굳이 나무 가지의 목질부에만 알을 놓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일례로 말매미는 복숭아나 사과 등 과실의 과육 속에다 알을 낳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심지어 바람이나 곤충의 피해로부터 과실을 보호하기 위해 종이로 봉지를 씌워 놓았는데 거기를 뚫고 과실의 표면에 알을 놓는 경우도 보고되고 있다고 했다. 농총진흥청 원예연구소 인터넷 사이트에서 그 같은 예를 확인 할 수 있었다. 


<원예연구소 인터넷 사이트의 자료>

말매미 약충은 땅속에 들어가서 사과나무 뿌리에 기생하여 즙액을 흡즙하며 암컷성충은 사과나무 신초의 1∼2년생 가지에 산란하므로 산란부위의 가지를 고사 시킨다. 산란흔의 배열은 나선상으로 상부로 올라가면서 배열한다. 가끔 봉지 씌운 사과의 겉면에 산란하여 피해를 주기도 한다.

그리고 사이트에 실려 있는 사진을 보면 복숭아 나무의 피해도 보고 되고 있었고 특이하게도 사과 과실 표면에 말매미가 산란한 사진도 있었다. 사과나무나 복숭아나무 가지가 고사한 사진들은 내가 촬영한 단풍나무의 고사와 같은 경우였다면 과실의 표면에 산란한 것은 말매미가 미쳤던지….


▲ 매미가 사과의 표면에다가 산란을 해서 반점이 생겼다


ⓒ 농촌진흥청원예연구소 

사과의 과육 속에다 알을 낳을 경우 그 알이 부화할 때까지 살아 남을 수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과일을 수확하고 그것을 시장에 내다 팔고 소비자의 집으로 그리고 사람들의 입으로 들어가게 되는 과정 내내 매미 알이 온전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그렇다면 과육에다 알을 낳은 매미는 큰 실수를 한 셈이 되는 것이다. 

좌우지간 그것이 실수든 아니든 매미의 이런 산란 행태는 매미를 유해충으로 분류하는 근거가 되고 있었다. 과육에 산란하는 것 보다 과수 나무의 잔 가지의 목질 속에다 산란하는 놈들도 아주 많다고 하는데 이 경우 어린 가지가 죽게 되므로 이를 지켜보는 농부들의 애간장을 태운다는 글도 있었다. 


▲ 사과나무의 잎이 고사한 것이 내가 관찰한 단풍나무의 고사와 거의 똑같다.


ⓒ 농촌진흥청원예연구소 

한마디로 농부들에게 있어서 매미의 산란 행위는 ‘산란 가해’로 간주되고 있었다. 이처럼 매미를 유해충으로 소개하고 있는 사이트에서는 대부분 매미 방제법이니 말매미 방제법이니 하는 것들을 올려 놓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효과가 있는 방제법인지는 의문이었다. 한 사이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방제법을 보자.

<말매미 방제법(애매미도 동일)>

약제방제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피해가지를 잘라서 태우고 성충 발생기에 주간에 오르는 노숙 유충이나 번데기를 잡아죽이는 방법이 효과가 있으나 집단적으로 실시하여야 한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나무 밑 둥치에 그물을 씌우는 방법이 있다.


▲ 배나무잎도 매미의 사란으로 고사했다


ⓒ 농촌진흥청원예연구소 

가만히 보면 산란 자체를 막을 수는 없고 유충에서 성충으로 우화하는 개체를 줄여서 피해를 막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노숙 유충을 죽이거나 그물을 이용해 유충이 땅을 뚫고 올라와 성충이 되는 것을 막아 보려는 방법은 언뜻 보아서는 괜찮을 것 같으나 매미의 절대적인 개체수를 생각해 본다면 분명 역부족인 방법으로 보였다. 

또한 산란으로 말라 버린 가지를 태워 버리면 그 안의 수많은 알이 부화를 하지 못하므로 매미의 절대적인 개체수는 줄 수 있겠지만 그 효과는 적어도 5년 후에 나타난다는 사실이다. 이미 피해 나무가 심어져 있는 땅 속에는 수많은 매미 유충들이 태양 아래로 나갈 날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 말이다. 


▲ 복숭아 나무도 똑같이 매미의 산란으로 고사했다


ⓒ 농촌진흥청원예연구소 

여름날 나무 그늘에 누워서 하늘을 이불 삼아 한숨의 낮잠을 잘라치면 온 사방에서 매미들이 합창 소리가 밀려온다. 막상 그때는 조금 시끄럽고 성가시다는 생각을 하다가도 시간이 지나서 여름 날 그 한가로운 낮잠을 떠 올릴라치면 여름의 정취를 더욱 여름답게 해 주곤 하던 것이 바로 매미들의 울음 소리였다. 하지만 그런 매미들의 존재가 경우에 따라서는 혹은 사람들에 따라서는 여름의 청량감이 아니라 박멸의 대상으로만 간주될 수 있다는 사실이 못내 아쉬웠다. 

울음이나 산란행위 때문에 매미에게 부과되는 평가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면 여기 매미를 순전히 박멸의 대상으로만 생각할 수 밖에 없는 경우를 소개한다. 

10월 26일 오전

매미의 산란과 관련된 자료를 인터넷에서 뒤지다 창녕 우포 늪에서 찍은 매미 알의 사진을 찾을 수도 있었는데 사진 속의 알은 나무의 목질도, 과실의 과육 속도 아닌 아주 이례적인 곳에 박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보리의 잎 속이었다. 정말이지 의외였다. 적어도 보리 잎 속에 알을 놓은 매미는 나무에 산란했던 매미보다 산란관에 힘을 좀 덜 주고 산란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나무 목질 속에 알을 놓은 다른 녀석들은 하지 않았을 걱정을 했을런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아무리 보아도 힘들게 구멍을 뚫어야 할 망정 그 단단한 나무 목질 속에 들어 있는 알보다 연하고 부드럽기만 하고 바람 불면 바람 부는 대로 심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는 보리 잎 속에 알을 놓았을 때 어미의 마음은 더욱 불안했지 않을까? 

매미충
매미목 중에서 매미과에 속하지 않고 매미충과라는 별도의 ‘과’를 가지고 있는 만큼 그 종류나 숫자가 엄청나다. 곤충류 중에서 가장 큰 과이며 진화 양상도 복잡하다. 일단 외모로 보면 매미충은 매미에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다. 성충이라고 해봐야 거의 1cm정도 내지 이 보다 작다. 그리고 대부분 소리를 내지 못한다. 장시형(長翅形)과 단시형(短翅形)인 날개를 가지기도 한다. 보통 유충은 5∼6번의 영기(齡期)를 거쳐 성충이 된다. 한국에서는 알로 월동하나 성충으로 겨울을 지내는 종류도 매우 많다. 거의 대부분이 식물체에 기생하고 특히 농작물에 막대한 해를 입히고 있다. 현재까지 1만 2000여 종이 알려져 있어서 단일과로서는 최대 규모이다. 전세계에 널리 분포한다 / 박성호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렇게 보리 잎 속에 들어있는 매미알은 매미충의 알이었다. 엄격히 말하면 매미목에 속하지만 매미과와는 다른 매미충과라는 ‘과’에 속하는 곤충이며 농사지으시는 분들이 멸구만큼이나 귀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녀석들이었다. 보리나 벼 잎사귀에 알을 놓기 때문에 아직 수확을 하지 않은 단계에서 녀석들은 정말로 농부들의 애간장을 태우는 존재들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란 나로서는 그런 농부의 마음을 알고도 남음이 있었다. 지금도 그렇지만 나의 아버지는 벼농사를 지으신다. 철마다 무슨 농약이니 무슨 농약이니 하는 것들을 논에다 살포하지 않으면 그 해의 수확은 보장되지 않는 듯 했다. 그 박멸의 대상은 멸구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멸구란 것이, 예를 들면 벼멸구 같은 존재들이 바로 매미목에 속하는 곤충이었다. 또한 멸구에 버금갈 정도로 농작물을 해치는 존재들로 매미충이라는 곤충들이 있었다. 


▲ 매미충은 작지만 매미의 형상과 아주 비슷하다

ⓒ 농업과학기술원 

매미충이란 매미일까 아닐까? 매미충을 매미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과’의 상위 단계의 생물 분류로 볼 때 매미목이 있지만 매미목에 속한 곤충을 다 매미라고 부르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매미충이나 말미매충의 경우 분명 매미와 이름상의 유사성이 있지만 매미과는 아니므로 매미라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이렇게 결론을 내려 보았지만 어디까지나 나의 견해였을 뿐이다. 그래서 한국의 매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이영준씨에게 문의 메일을 보냈다. 질문이 요지는 애매미충과 애매미의 관계, 말매미충과 말매미의 관계에 대한 것이었다. 이영준씨의 답변 또한 결국 매미충은 매미라고 할 수 없으며 이름이 유사한 것은 특별한 관계가 있어서는 아니라는 것이었다. 나의 질문과 이영준씨의 답변은 이런 것이었다.

<질문> 매미충 중에는 애매미충, 말매미충 등 매미의 이름과 비슷한 것들이 있는데, 매미충과 매미는 어떤 관계에 있나요? 매미충도 매미인가요? 말매미충과 말매미는 어떤 관계이기에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나요?

<이영준씨의 답변> 
매미목(Homoptera)의 매미아목(Auchenorrhyncha)에는 거품벌레상과 (Cercopoidea), 뿔매미상과 (Membracoidea),매미충상과 (Cicadelloidea), 꽃매미상과 (Fulgoroidea), 매미상과(Cicadoidea) 등 여러 개의 상과 (superfamily)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매미충'이란 말은 매미충상과에 속하는 종들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이름으로, 말매미충(Cicadella viridis)은 매미충상과 매미충과(Cicadellidae)의 말매미충아과(Cicadellinae)에 속하는 한 종이며, '애매미충'이라 함은 매미충상과 매미충과의 애매미충아과(Typhlocybinae)에 속하는 종들을 통칭하는 것입니다 ('애매미충'이란 종은 없으며, '둥글애매미충' 등 '애매미충'이란 말이 항상 종명 뒷부분에 붙어 있음). 

말매미나 애매미는 매미충상과가 아닌 매미상과에 속하는 종들로 말매미충이나 애매미충과는 상과가 다른 별개의 종들입니다. 이름이 우연히 비슷해진 것이지요. 매미충은 매미충(Cicadelloidea)이지 매미(Cicadoidea)는 아닙니다. 매미충은 울음소리도 낼 수 없습니다.

이영준씨의 답변 중에서 상과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 어려워서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다만 애매미와 애매미충, 말매미와 말매미충의 이름이 비슷해진 것은 우연이라는 이야기와 매미충은 울음 소리를 낼 수 없다는 이야기만 이해됐다. 이영준씨에게 문의하는 것 외에 한국의 매미 홈페이지 게시판과 곤충관련 여러 사이트의 게시판에 질문을 올려서 답변을 기다렸는데 비슷한 답변들이 올라왔다. 

그래도 석연치 않은 부분은 남아 있었다. 분명 매미충이 매미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애매미나 말매미의 이름과 거의 유사한 매미충이 있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물론 영어로 된 학명을 보면 이름의 유사성이 전혀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 의문이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학명이야 어떻든 우리식 이름을 붙일 때 왜 그렇게 붙였을까 하는 것은 여전한 의문이기 때문이다. 

사실 그 의문의 이면에는 조금 더 구체적으로 궁금한 점이 있다. 그건 한국에서 매미충에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은 누구이며 언제쯤이며 어떤 연유에서 매미 이름에서 매미충의 이름을 따 왔을까 하는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가능하다. 즉 매미의 이름에서 매미충의 이름을 따 온 것이 아니라 매미충의 이름에서 매미의 이름을 따 왔을 가능성 말이다. 

무엇이던지 질문을 하면 전국의 네티즌들이 답변을 올려 주는 한 사이트의 서비스에 질문을 올려 놓았더니 어원에 대한 의문점을 풀 수 있는 답변이 왔다.

<한 친절한 네티즌의 조사결과>
매미과와 매미충과가 모두 매미목(目,order)에 속하는 분류군이라는 것은 알고 계실테죠?

fhuco님은 아마도..... 매미목에는 거품벌레, 멸구, 진딧물 등 전혀 매미를 연상시키지 않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종류도 많은데 유독 매미충만은 '매미'라는 이름이 붙어있기 때문에 매미와 어떤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가지고 계신 것 같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들 두 분류군 사이의 유연관계가 매미목에 속하는 다른 분류군들과의 유연관계에 비해 특별히 큰 것 같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매미충이라는 이름은 단순히 ‘매미’와 닮은 ‘작은 벌레(蟲)’라는 의미라고 생각됩니다. 이런 제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보려고 한국어원학회 (etymon.neoedu.org/)에 질문을 올렸더니 제 생각이 맞다고 합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제 질문에 답 글을 달아주신 분께서 “‘충’자 속에는 매미충 중에 많은 해충이 있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것 같다”라고 해석하셨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한국곤충명집(한국곤충학회 & 한국응용곤충학회, 1994)’을 찾아보아도 매미와 매미충 중에 앞에 똑같은 수식어가 붙은 것은 말매미-말매미충, 녹색매미-녹색매미충의 두가지 경우뿐이었습니다.
여기서 ‘말’은 크다는 뜻이고 ‘녹색’은 녹색을 띤다는 뜻일 뿐이지 이것이 말매미와 말매미충, 녹색매미와 녹색매미충 사이의 특별한 관계를 나타내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되는군요.

이 분은 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위해서 또 다른 사이트에 질문을 올려서 그 해답을 얻어내기도 할 정도로 친절했다. 그만큼 내 의문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의문이자 의미있는 의문이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산란 장소에 대한 여러 가지를 알아 보면서 내 생각은 사실 파브르의 기술은 잘못된 것으로 간주하기 힘들다는 쪽이었다. 수많은 매미들 중에서 적어도 말매미에게 있어서 산란의 장소가 한가지 종류의 장소는 아님을 확인했다. 지역이나 여러 가지 환경적인 요인에 따라 개별 매미는 약간씩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물푸레나무매미 산란의 경우도 파브르가 살았던 지역에 과수나무가 많았다면 어떤 이상한 물푸레나무 매미가 열매에다가 산란을 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것이다. 내가 관찰한 말매미도 아파트 단지에서는 단풍나무의 나뭇가지에다가 산란했지만 사과 나무가 많은 곳에서는 또 다른 산란의 양상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종의 곤충 생태학이 관찰과 실험을 통한 일반화의 결과라면 파브르 선생님은 일반화를 시도한 것이 아니라 해당 지역 해당시기 해당 환경 하에서의 특정 곤충 중에 특정 곤충 한 마리의 행태를 기술한 것일런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건 일종의 인간의 행위에 대한 행태학에 버금가는 곤충 행태학이 아닐런지….

나는 곤충학자도 아니고 그래서 사실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 버릴 수 있는 문제일 수도 있었다. 뭐 마른 가지에 알을 놓던 알을 놓아서 가지가 말라 버렸던 그게 뭐 그리 대수이겠는가? ‘곤충학계의 대부 파브르 선생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런 거겠지’하고 받아 넘길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문제를 삼아보려고 하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파브르 선생이 곤충학계에서 혹은 일반인들에게 곤충문제에 있어서 형성하고 있는 아성은 파브르 선생 본인 또한 아성으로 혹은 진리처럼 남아있기를 바라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다. 무슨 말인고 하니 파브르의 곤충기는 파브르의 시대에 파브르의 방법대로 관찰되고 실험되어지고 결론 내려진 것들이다. 그도 분명 일생동안 미심쩍었지만 풀지 못한 문제나 시간적인 한계로 완결짓지 못한 문제나 오류를 범한 내용들이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파브르 곤충기라는 좋은 지침서를 가진 후세 사람들이 해야 할은 무엇일까?

곤충도 그렇고 생태계에서는 끈임 없이 새로운 종들이 발견되고 있다. 발견되면 학계에 보고 하고 새로운 이름을 부여한다. 이때 어떻게 새로운 종이라고 판단을 할까? 그것은 기존의 연구자료 혹은 데이터 베이스와 대조하고 비교해서 내려진 결론들일 것이다. 

곤충 행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곤충의 행태를 관찰하다가 기존에 작성된 자료들의 오류가 발견되면 수정하고 이를 또 다른 사실들을 밝혀 내가는데 밑거름으로 써야 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파브르 선생님이 편협하게 부정하지는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런 과정이 한 학문이 발전에 발전을 더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생각된다.
박성호(fhuco)


가벼운 죽음의 무게-글바람 문학회 한석우

가을 초입으로 들어선 숲을 걷다
여름날의 잔해를 본다
실편백 나무둥치를 꽉 붙들고 엎드린
매미의 허물, 허물 안 텅 빈 자리
회갈색 빈 방에 고여있는
죽음의 무게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손가락 끝에서 바스락거린다
겉옷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어딜 가셨나
지난 계절
편백의 이파리를 가늘게 흔들던
숲 속 공기의 흐름을 뱃심 하나로 되작거리던
이 가벼운 죽음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무게를 가늠해보는데

껍데기 안은 아직 여름이다
해마다 어둠이 통통히 여물던 땅 속,
저 적막한 土棺 속에서 배냇짓할 적에
자장가처럼 아련하게 들어오던 것들이 되살아난다
편백의 뿌리가 쩝쩝 입맛을 다시며 물을 빨아올리는 사이 
물관을 따라 이파리의 정점을 향해 출렁이던 물분자가 잠시 머뭇거린다
빛을 향해 쭉쭉 기지개를 펴는 나무의 생장점이
마분지 같은 땅을 두드리던 감촉으로 바뀌기도 한다 가슴 설레던
누군가의 발소리가 두런거리고
관 뚜껑이 열리는 순간

죽음이 깃든 매미의 허물이 다시 퍼득거린다
손바닥이 뜨겁다
숲이 후끈 달아오른다

껍데기 안은 아직 여름이다

새로운 생명을 위한 약속-매미의 죽음
반포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23
10월 26일 오후

매미의 죽음
녀석들의 산란 흔적을 좀더 정확히 보기 위해 확대경을 준비했다. 매미들의 산란 흔적은 아주 작았다. 일종의 줄기 방향대로 찢어진 모양이었다. 확대경으로 갈라진 나무 틈 사이를 들여다 보았다. 산란흔적을 보니 매미가 아주 어렵게 알을 낳았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다. 산란 흔적은 한마디로 나뭇가지를 줄기 방향으로 즉 나무의 목질 방향대로 섬유질을 갈라 놓은 흔적이었다. 

세로로 1cm 가로로 2,3mm정도. 매미의 산란은 처절했을 것이다. 아무리 나뭇가지의 섬유질 방향대로라고 하지만 단단한 가지를 작은 곤충의 꽁지에 달린 산란관이 벌려 놓으려면 거기에는 엄청난 힘과 인내심 그리고 고통이 따랐을 것이다. 사람이 송곳으로 그런 흔적을 만든다고 해도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것도 한번도 아니고 여러 번을 한꺼번에 한다고 치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매미의 산란에도 분명 산고가 있었던 듯 했다. 매미도 사람들처럼 산란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을까? 단단한 나무 표면에 산란관을 박아 넣기 위해 전신에 힘을 주고 용을 쓰다 보면 기진맥진하거나 죽을 수도 있지 않을까? 

산란을 한 매미 암컷은 어떻게 될까? 매미가 땅 위에서 살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 볼 때 산란을 한 매미는 이내 죽을 것 같았다. 2주 정도의 시간 사이에 짝을 찾고 교미를 하고 산란을 하고 그것마저도 벅찬 삶의 일정이었을 것이다. 매미 소리가 잦아 든 10월 말의 정원에도 매미들은 있었다. 물론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죽은 채로 말이다. 

10월29일
정원 여기 저기에서 매미들의 사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매미들의 사체의 형색도 가지가지였다. 보도블럭이 깔린 정원 둘레의 길 모퉁이에 먼지가 겹겹이 쌓인 채로 뒤집어져 있는 녀석, 6개의 다리로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꼭 부여잡고 있는 녀석, 겉으로 보아서는 매미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될 정도로 부패해서 푸른 곰팡이를 온 몸에 뒤집어 쓰고 있는 녀석 등등 그들의 죽음에는 어떤 차이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을 불러 일으켰다. 


▲ 마치 살아 있는 매미처럼 보이지만 죽은 채 나무가지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박성호

가느다란 나뭇가지에 붙은 채 죽음을 맞이한 녀석의 상태는 정말 신기했다. 한마디로 곤충 박제 같았다. 외관상으로 보아서는 죽은 녀석인지 살아 있는 녀석인지 구분이 안될 정도였다. 여름에 그런 실수를 한 적이 있었다. 아무 가까이 가도 꼼짝도 안길래 죽은 녀석인줄 알고 덥석 손으로 잡으려고 하는 순간 냅다 줄행랑을 치는 녀석이 있었다. 녀석은 도망치면서 ‘내가 죽은 줄 알았지’라고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외관상으로 전혀 변하지 않은 매미의 사체를 보고 잠깐이나마 살아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녀석은 계절을 이길 수 있는 초능력 매미는 아니었다. 손으로 나뭇가지에서 떼어 내려고 해 보았는데 쉽지 않았다. 녀석은 6개의 발이 나뭇가지를 강하게 감고 있었다. 죽음의 순간에 살기위해 용을 쓴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녀석의 신체 중에서 변화가 있었다. 바로 눈이었다. 신체의 다른 부위는 정말 살아 있는 매미와 정말 다를 바 없었는데 유독 눈만 흰색을 띄고 있었다. 마치 흰 눈을 가진 어떤 특정한 종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분명히 녀석의 눈은 죽음으로 인한 변색이었다. 왜 몸 전체는 하나도 부패하지 않았는데 눈만 색깔이 변한 것일까? 


▲ 만져 보지 않고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은 눈 색깔때문이다. 원래 매미의 곁눈은 검은색...ⓒ 박성호

푸른 곰팡이를 뒤집어 쓴 녀석과 달리 전혀 부패를 하지 않은 이 녀석은 죽음의 장소를 잘못 선택한 것일까? 잎이 큰 나무, 그것도 잎과 잎이 겹겹이 가려서 비가 오더라도 전혀 비를 맞지 않을 만한 장소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한 듯 했다. 포름알데히드 덕분에 죽은 후에도 부패하지 않고 안치되어 있다는 사람들 생각이 났다. 죽어서도 시신이 보존된 통치자들을 보면 유독 사회주의권 인물들이 많았다. 레닌(1924), 불가리아의 디미트로프(1949), 구 소련의 스탈린(1953), 구 체코슬로바키아 고트발트(1953), 호치민(1969), 앙골라의 네트(1979), 가이아나의 바남(1985), 모택동(1976) 그리고 김일성(1994). 이중에서 앙골라와 가이아나의 통치자를 제외하고 보면 모두 사회주의권 인물들이었다. 즉 사회통합적인 측면에서 죽은 이들을 이용한 듯 하다. 

물론 살아 생전 그의 모습을 보존하는 것이 죽은 이에 대한 예의라는 측면도 있지만 다분히 통치를 위한 정치적 측면이 더 강했을 것이다. 유독 그 쪽 사회들이 개인에 대한 우상화에 집착하는 이유가 뭘까 궁금하다. 모름지기 이 세상의 생명체란 죽으면 다시 흙으로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것이 죽은 생명체의 영혼도 좀더 편안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부패하지 않은 녀석은 마치 우리가 어릴 때 곤충채집을 해서 알코올이나 포르말린을 사용해서 만든 곤충표본 같았다. 매미를 촬영하면서 늘 생각하던 것이지만 사실 나는 곤충 표본이 못마땅하다. 물론 연구나 교육의 효과가 분명 있을 터이지만 살아 있는 동물을 포획해서 영원히 썩지 않는 존재로 만들어 감상한다는 것이 왠지 내키지 않는다. 사냥을 해서 잡는 포유류 같은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체수가 많다고 하더라도 개별 생명으로 보면 비참한 것이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어떤 곤충 사이트를 보면 마치 자기가 뭔가를 포획해서 자신의 전시물로 만든 것을 자랑하는 이들이 있었는데 그들이 무슨 생각, 무슨 목적으로 그 일에 열광적인지가 의문스러웠다. 나도 촬영을 하면서 가까이서 그리고 통제된 상황에서 갓 우화한 매미의 색깔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신선한 개체들을 집으로 가져 온 일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다음 날 아침 돌려 보내주곤 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내가 하는 알량한 작업으로 아무리 작은 곤충이지만 남의 삶에 누를 끼치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부패하지 않은 녀석은 죽을 자리를 잘못 선택한 것이다. 차라리 비와 서리를 맞아 몸이 부패하여 푸른 곰팡이로 덮일 망정 다시 흙으로 빨리 돌아가 편안한 안식을 취하는 것이 나았으리라 생각된다. 

10월30일 오전


▲ 죽음 매미의 몸을 덮고 있는 녹색분말의 정체는 곰팡이이다ⓒ 박성호

작은 막대기 하나만 올리면 닿을 만한 높이에서 여름이 끝나고 잘 보이지 않던 매미 사체 한 구를 발견했다. 온몸 구석 구석을 푸른 곰팡이가 점령하고 있었다. 말 그대로 연한 청녹색의 곰팡이들이었다. 이 푸른 곰팡이가 페니실린의 재료로 쓰인다는 그 푸른 곰팡이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치 예전에 할머니가 제기를 닦을 때 놋그릇에 묻어 있던 그 푸른 녹의 색깔과 같았다. 막대기로 녀석의 몸을 나무에서 떼어 내려고 하자 푸른 곰팡이 먼지가 일었다. 그리고 녀석의 몸은 땅으로 떨어졌다. 곰팡이 먼지가 엄청났다. 거의 내 눈에 튀어 들어갈 정도였다. 눈이 따가웠다. 마치 실명이라도 할 것처럼 허둥지둥 눈을 비벼댔다. 비벼댈수록 눈은 더욱 더 충혈되었다. 

매미를 뒤덮고 있는 곰팡이의 실체는 동충하초가 아니었을까?


▲ 곰팡이를 뒤짚어 쓰고 있는 이녀석의 사체는 곰팡이 때문인지 속 텅비어 버렸다ⓒ 박성호

잔디밭에 떨어진 녀석의 사체를 자세히 들여 다 보았다. 곰팡이들의 위력도 대단했다. 꽁지에 3밀리미터 정도 크기의 둥근 구멍이 나 있었고 속은 비어 있는 것 같았다. 우화를 하지 못하고 죽은 매미의 사체 내부의 물질들을 개미들이 야금 야금 빼내 가던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렇게 푸른 곰팡이를 뒤집어 쓰고 있는 매미의 죽음이 과연 자연적인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유는 아무리 눈비를 맞았다고 하더라도 눈비가 오지 않는 화창하고 건조한 날에는 사체가 다시 마를텐데…. 그 정도로 곰팡이가 핀다는 것은 납득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좌우지간 생태계에서 개미나 곰팡이나 둘 다 매미의 사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래도 둘 중에서 더욱 무서운 존재는 곰팡인 듯 했다. 매미와 곰팡이의 관계를 골똘히 생각하다 보니 한가지 떠오르는 기억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동충하초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나는 급히 집으로 올라와 책꽂이에서 한 뭉치의 자료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내는 갑작스러운 나의 그런 행동에 이상한 눈길을 보내왔다. 아내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할 겨를이 없었다. 마치 대단한 발견이라도 한양, 아니 정확히 내가 대발견을 눈앞에 두고 있는 양 나의 가슴은 설레고 있었다. 그 자료는 과거를 기약하며 예전에 갈무리를 해 놓은 것들이었다. 한때 동충하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생각하고 이것 저것 조사한 적이 있었다. 물론 기획조사 단계를 넘기지 못하고 계획은 무산되었지만 여러 가지 자료를 접하면서 정말 신기한 생명체라는 생각을 했었다. 

곤충에 몸에서만 서식하며 결국 살아 있는 곤충을 죽음으로 몰고 간다는 동충하초도 곰팡이인 것이다. 동충하초란 겨울에는 벌레(蟲) 상태로 있다가 여름이 되면 버섯(草)이 된다는 뜻에서 유래한 말이다. 이 동충하초의 기주 곤충에 매미도 포함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혹시 이 푸른 곰팡이들이 동충하초는 아닐까 싶었다. 동충하초는 식물에서 번식하는 일반 버섯과 달리 동물성 단백질(곤충)을 영양원으로 곤충의 몸에서 자라는 일종의 버섯이라고 한다. 즉 동충하초(冬蟲夏草)는 곰팡이의 일종인 동충하초균이 주로 온·습도가 높아지는 시기에 살아있는 곤충의 몸 속으로 들어가 발육 증식하면서 기주(寄主) 곤충을 죽이고 얼마 후 자실체(子實體)를 곤충의 표피에 형성하는 일종의 약용버섯이다. 요즘 사람들이 동충하초 동충하초 하는 것은 일반 버섯과 달리 우리 사람의 몸에 가까운 동물성 단백질을 영양원으로 해서 자라는 버섯이기 때문에 약효과 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그 만큼 동충하초는 여러 가지 면에서 신기한 존재다. 동충하초의 이름은 어떤 곤충을 숙주로 해서 자라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숙주가 되는 곤충은 나비목(붉은동충하초:Cordyceps militaris)·매미목(매미동충하초:C. sobolifera)·벌목(벌동충하초:C. sphecocephala), 그 밖에 딱정벌레목·메뚜기목 외에 거미에게도 기생하는 것도 있다.


▲ 남자의 성기처럼 생긴 이것이 바로 문헌상 최초로 나타나는 동충하초 '매미동충하초(독버섯)'ⓒ 산림청인터넷사이트

매미를 뒤덮고 있는 곰팡이를 보면서 굳이 동충하초를 떠 올린 것은 바로 문헌상 나타나 있는 최초의 동충하초가 숙주로 삼고 있었던 동물이 바로 매미였기 때문이다. 동충하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최초의 문헌은 1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082년 중국의 문헌 '증류본초(證類本草)'에 선화(蟬花)가 등장한다. 매미 선(蟬) 꽃 화(花), 즉 선화란 매미에 핀 꽃, 매미를 숙주로 해서 자란 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꽃은 겨울에는 매미의 몸에서 곰팡이 상태로 자랐을 동충하초다.

하지만 그때 찾았던 자료를 다시 한번 검토하면서 내린 결론은 매미를 뒤덮고 있는 푸른 곰팡이를 동충하초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쪽이었다. 자료에 의하면 매미동충하초는 땅속에 있는 죽은 매미 유충의 몸에 기생하여 머리부분에서 버섯이 땅 위로 돋아 나온다. 물론 성충이 죽어서 땅에 떨어져 흙에 묻히면 곰팡이가 발생할 수도 있겠지만 나무에 매달려 있는 놈에게서 동충하초가 자랄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다. 한마디로 푸른 곰팡이를 동충하초가 아닐까 생각한 것은 하나의 호기심 많은 한 사람의 해프닝으로 끝나 버렸다. 
곰팡이에게 육신을 점령당한 놈이든 섞지 않은 채 굳어 있던 놈이든 죽음을 맞이했을 지언정 모든 생명체가 언젠가는 다시 흙으로, 자연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기에 안타까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매미의 우화를 관찰할 때 간혹 발견된 유충들의 죽음에 비하면 비록 지상에서 햇빛을 보며 살았던 날이 며칠 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자기 명대로 살다가 죽었다는 의미에서 호상(好喪)이었던 것 같았다.

한번의 여름동안 반포의 아파트 정원을 관찰하는 동안 이렇게 수많은 매미들이 우화하고 그리고 먹고 산란하고 죽어갔다. 아마 내가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종을 이어가기 위한 노력, 녀석들의 교미의 순간도 있었을 것이다. 교미의 순간은 결국 나에게는 해를 넘겨 이루어야 할 숙제로 남아 버렸다. 

녀석들은 2주 아니 3주를 넘기지 못하고 죽어갔지만 녀석들의 죽음은 끝이 아니었다. 바로 녀석들이 산란을 해 놓은 매미 알들이 다가올 겨울을 무사히 넘긴다면 그들은 또 다른 여름을 치열하게 살게 될 것이다. 

10월초까지 나는 아파트 정원에서 매미 소리를 들었다. 의외로 늦은 여름 아니 이른 가을까지도 살아 있는 매미들이 있었다. 그리고 10월 중순에 접어 들면서 아파트 정원에는 매미소리 아니 매미의 존재를 느낄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의 흔적은 여기 저기 남아 있었던 것이다. 죽은 사체로 아니면 우화를 하고 난 탈피각으로….

반포의 여름은 끝이 났다. 물론 유독 끈질긴 모기라는 녀석만 여름을 사는 존재라는 것을 망각하고 버티고 있다. 그러나 분명 반포의 여름은 끝이 났다. 아내에게서도 여름은 끝이 나 있었다. 가을 옷을 찾아서 정리하고 여름에 입던 옷 중의 일부를 세탁소에 가져다 줘 내년 여름을 준비하는 것 같았다. 가을이 되면 사람도 동물들도 식물들도 다들 여름철 그들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하고 살아가는 것이다. 

나는 반포의 여름을 싫어 했다. 서울 생활 12년째에 접어 들어 마포에서 반포로 이사를 온지 이제 일년, 단 한번의 여름을 겪어 보고서 나는 반포의 여름을 증오하게 되었다. 반포의 매미는 낮과 밤 구분이 없었다. 밤에도 녀석들의 소리는 내 귀속에서 울려 퍼졌다. 어떤 때는 이명(耳鳴)현상 아닌가 하는 착각을 하기도 했다. 마치 예비군 훈련 가서 사격을 하고 나면 그 총소리가 몇 일이 지나도록 귀속에서 계속 나는 것처럼 낮에 울던 매미 소리가 너무 지독해서 밤에도 내 귀 속에서 울리는 게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반포의 매미가 밤에도 울어대는 것은 이명현상이 아니라 정말로 울고 있는 것이었다. 그 소리가 지긋지긋한 만큼 반포의 여름을 싫어 했던 것이다. 그런데 두 번째 여름을 넘기고서는 달라졌다. 매미 때문에 싫어졌던 반포의 여름이지만 그 반포의 여름 안에서 치열하게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매미의 생활을 들여다 보고는 반포의 여름이 좋아졌다. 그리고 아쉽게 끝이 나버린 반포의 여름을 다시 기다리게 되었다. 이 가을이 끝나고 겨울이 오고 다시 봄이 오고 시간이 흐르면 반포에는 새로운 매미 생명체가 탄생할 것이다. 그 시기가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애미가 힘들여 나무 목질 속에다 낳은 알들이 부화를 할 것이다. 나는 그 새로운 생명체들을 기다린다. 

여기까지가 바로 내가 만든 반포매미에 관한 다큐멘터리 ‘한여름의 기록-반포매미’ 1편의 내용이다. 우연히 죽음을 맞이하고 있는 매미를 아파트 현관에서 발견하면서 시작된 매미의 일생에 대한 기록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일차적으로 한번 정리를 해 놓는다는 의미에서 그때까지 촬영한 테이프로 1편을 만든 것이었다. 이 이후로 촬영된 내용을 가지고 2편을 만들 예정이다. 아마도 1년 내지는 2년의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촬영을 하면서 새로 생긴 의문과 산란 이후 이어지는 부화 그리고 교미의 순간을 더 담게 될 것이다. 나아가 반포에는 어떤 종류의 매미가 살고 있는지, 매미 종류에 따라 다른 울음 소리의 비밀은 무엇인지를 담고 싶다. 박성호(fhuco)03.04.01 15:37

매미알의 부화2
반포매미에 관한 한여름 보고서28
6월22일 10시30분

자동차 서비스에서 긴급출동해서 잠긴 문을 열어 주었다. 나는 밤늦게 반포의 한 귀퉁이까지 와 준 아저씨한테 고맙다는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급하게 차를 몰고 잠원동 나의 집으로 달려 왔다. 그리고 차에서 급하게 조명을 찾고 캠코더를 챙겨서 산란흔이 있는 단풍 나무로 달려갔다. 

주민들이 내다 놓은 재활용품 중에서 딛고 설만한 것을 찾아서 단풍 나무 아래에 놓고 산란흔이 보이는 높이로 올라갔다. 가로등이 있었지만 단풍나무의 잎들 때문에 산란가지의 표면은 눈으로 자세히 관찰하기에는 너무 어두웠다. 

드디어 조명을 켰다. 조명을 키기 전까지 나는 동환 학생의 집에서 본 것과 같은 매미 알 껍질들이 있기를 기대했다. 거기에 운이 좀 따른다면 혹시나 나뭇가지 위를 기어다니는 매미 애벌레들이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희망은 좌절로 이어졌다. 

산란흔은 아침에 출근하면서 확인한 것처럼 어떤 변화도 없었다. 애벌레도 보이지 않을 뿐더러 껍질들도 보이지 않았다. 동환 학생이 가져간 알보다 산란이 늦을 가능성은 있었다. 동환 학생은 산란을 돕기 위해 계속 분무기로 수분을 뿌려 주었다면 정원의 산란흔은 수분 공급이 충분하지 못했다. 최근에 비가 온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더 기다릴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동환 학생과 추가로 부화하는 알들에 대한 소식을 계속 주고받았다. 그날 이후 10여 마리의 애벌레들이 더 나타났다고 했다. 그러나 부화 순간은 번번이 놓쳤다고 했다. 나도 시간 나는 대로 정원으로 가서 산란흔적을 세세히 살폈다. 

6월27일 아침 8시

▲ 정원을 헤매고 있는 나-산란 가지 바로 아래ⓒ 박성호 

출근하면서 나는 잠시 산란 가지를 확인했다. 부화의 흔적은 없었다. 어제 그대로였고 부화의 기미도 전혀 없었다. 예를 들면 산란흔 틈 사이로 알이 좀 보인다든지 하면 녀석들이 부화할 시점이 되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으련만 그런 징후가 없었다. 

6월28일 아침 6시

회사 일로 밤을 새게 되었다. 그리고 새벽 5시가 넘어서야 겨우 퇴근할 수 있었다. 깜깜하던 밤하늘에 어느새 푸른빛이 들고 있었다. 동이 트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 해를 보고 출근해서 그 해가 지구를 한바퀴 돌아 다시 그 자리에 오기 직전에야 퇴근을 하게 된 것이다. 물론 나는 그 새벽 퇴근 길에도 매미 알의 부화를 생각하고 있었고 집에 도착하자 마자 산란흔부터 확인해야지라는 마음먹고 있었다.


▲ 아직 아무 변화가 없는 산란가지-산란 흔적은 전년도 7월에 생긴 흔적이다ⓒ 박성호 

아파트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매미들은 울고 있었다. 무척 부지런한 놈들이었다. 아니면 밤새 울었을 거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런데 주차공간을 찾아 단지를 이리 저리 돌다가 그만 산란가지에 가 보는 것을 잊어 먹고 말았다. 집에 들어가서 잠든 아내 곁에 눕자 마자 잠이 들어 버렸다. 그리고 한참 동안 시간이 흘렀다. 

아침 9시 

나는 아내의 바스락대는 소리에 눈을 떴다.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체육복을 대충 걸쳐 입고 아내가 나설 때 따라 나섰다. 산란가지를 확인하지 않고 올라온 것이 생각난 것이다. 늦었지만 그제서라도 확인해야 했다. 잘못하면 1년 동안이나 기다려 온 순간을 놓치게 될 수도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산란흔을 확인해 보니 놀라운 광경이 벌어져 있었다. 몇 개의 산란흔 틈 사이에 알 껍질이 끼어 있었다. 그 속의 애벌레는 이미 온데 간데 없었다. 내가 잠시 잠든 아침 6시와 9시 사이에 네 다섯 개의 알이 부화를 해서 애벌레들이 제 갈 길을 간 것이었다. 

그제 동환 학생의 집에서 갓 부화한 애벌레는 보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다. 동환 학생도 매미 알이 부화해서 애벌레가 알을 깨고 나오는 순간을 보지 못한 것에 대해 상당히 아쉬워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동환 학생은 부화한 애벌레들만 나중에 발견한 것이었고 그 이후에 계속 관찰했지만 그 순간을 포착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했다. 나는 동환 학생의 이야기를 듣고 떠오르는 게 있었다. 그것은 바로 곤충의 시계였다. 

곤충은 본능적으로 시간을 감지하고 정확히 그 시간에 특정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매미만으로 이 곤충시계를 설명하자면 해질녘에만 매미가 유충에서 성충으로 우화를 한다거나 유충이 땅속에서 정확히 5년을 보내고 여름이 되면 땅 밖으로 나오게 되는 것이나 모두 곤충의 시계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알에서 부화하는 시기나 시간에도 곤충의 시계가 적용될 것 같았다. 

즉 부화도 우화처럼 하루 중 특정한 시간에만 하게 되고 길게 따져 보면 그것은 정확히 산란일로부터 얼마가 지난 시기일 것이다. 시기로 보면 분명 정원의 알들도 부화시기에 접어 들었음이 분명했다. 다만 나는 하루 중 언제 부화를 하는지 가늠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아침의 이 사건으로 인해 대충 그 시간 폭을 좁힐 수 있었다. 분명 아침 6시와 9시 사이임에 틀림없었다. 다행히 몇 개의 알만 부화한 듯 했고 나머지는 아직 때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내 생각은 대충 맞아 들어가고 있었다. 

오후 2시
출근을 하면서 다시 산란흔을 찾았을 때 새로 부화한 알들은 없는 듯 했다. 아침 상황 그대로였다. 매미가 한번에 낳은 알들도 하루 이틀 부화시기가 다른 것 같았다. 아침에 확인한 산란흔들은 모두 하루에 낳은 알들의 흔적이었는데 모두 부화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지금까지 부화한 알들 보다 남은 알들이 많은 듯 했다. 

6월 29일 아침
나의 추측은 맞아 떨어졌다. 아예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잠복 근무에 들어갔다. 6시가 다가오면서 파란 색의 하늘빛이 빠지고 있었다. 산란 흔적이 있는 나무 아래에 사람들이 버린 책상을 가져 다 놓고 그 위에 올라갔다. 경비원 아저씨가 잠에서 깨면 나를 발견할 것이 분명했지만 내 행동에 크게 신경을 쓸 것 같지 않았다. 아저씨들에게 나는 ‘반포의 매미 박사’였다. 

6시 15분 역사적인 순간이 시작되고 있었다. 매미를 따라 다닌 지 딱 1년, 그 시간 중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이미 한 마리의 매미 애벌레가 부화를 마치고 나뭇가지 표면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분명히 좋은 징조였다. 아직도 부화하지 않은 알이 훨씬 많을 것 같은 예감도 들었다. 몇 분이 흘렀을까? 

좀 전까지 기어다니던 애벌레는 보이지 않았다. 아마 내가 보지 못하는 순간에 땅으로 떨어진 것 같았다. 여전히 하얀 알 껍질이 붙어 있지 않은 산란 구멍들이 여럿 있었다. 곧 매미 애벌레들이 나올 구멍들이었다.


▲막 구멍을 뚫고 나오는 애벌레와 이미 나무가지 위를 돌아다니는 애벌레들ⓒ 박성호 

정말 한 구멍에서 깨알 만한 알 하나가 낑낑대며 나오기 시작했다. 아주 작은 구멍으로 알의 끝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조금씩 도드라지기 시작했다. 몸통이 구멍에 꽉 끼어 있는 모양새였다. 정말 가슴 떨리는 순간이었다. 녀석들의 부화는 예상 밖의 모습이었다. 부화의 시작은 바로 움직이는 알이었다. 

알은 조금씩 몸을 구멍 밖으로 밀어내고 있었다. 막 세상을 향해 고개를 내민 녀석의 얼굴에는 까만 눈이 보였다. 눈으로 세상을 보고 움직인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분명 녀석은 구멍 바깥으로 기어 나오고 있었다. 확실히 부화를 앞둔 알은 움직일 수 있었다. 마치 배추벌레의 움직임 같기도 했다. 알이 움직이다니 정말 신기한 노릇이었다. 
30분을 구멍에 끼어 낑낑대더니 겨우 몸통 전체가 나무 바깥으로 빠져 나왔다. 빨리는 아니지만 천천히 배추애벌레처럼 기고 있었다. 녀석의 몸에는 어떤 기관도 없었다. 다만 날개가 붙어있을 법한 부위가 부풀어 있었다. 아마 그 안에 다리가 있는 것 같았다. 좌우지간 알 모양을 하고 기어가는 것은 신기했다. 

기어가던 알은 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잠시 후 눈이 부위를 뚫고 속에서 주인공이 탄생하고 있었다. 녀석은 조금씩 조금 씩 몸을 밖으로 빼내었다. 알 껍질은 나팔꽃 모양으로 벌어졌다. 녀석은 고장난 로봇처럼 뒤뚱거렸다. 그러나 이내 온몸이 제대로 풀렸는지 식식하게 나무 위를 기기 시작했다. 우와 그런 광경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고 여지껏 내가 본 어떤 광경들보다 나를 흥분 시켰다. 비록 눈곱만한 생명체의 탄생이었지만 너무나 황홀했다. 


▲ 땅위를 기어 다니고 있는 애벌레들-한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였다ⓒ 박성호 

나무 위에서 한동안 있던 애벌레는 바람이 한번 불자 나무 아래로 떨어졌다. 혹시나 녀석을 놓칠까 봐 나도 얼른 나무에서 내려와 땅바닥에 엎드려 녀석을 찾았다. 돋보기가 아니면 그 작은놈을 흙 위에서 찾는 것은 힘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땅바닥에는 한 마리가 아니라 대여섯 마리의 애벌레들이 기어다니고 있었다. 

범인과 경찰의 추격이 펼쳐졌다. 나는 애벌레의 뒤를 돋보기를 들이대고 따라갔다. 나무 위에서 보다 훨씬 몸놀림이 빨라졌다. 말이 흙이지 좁쌀만한 녀석들에게는 조그만 흙덩어리도 산이고 가파른 언덕이었다. 그래도 잘 넘어갔다. 

더 신기한 것은 녀석들의 땅 파는 기술이었다. 녀석들은 흙덩이 사이의 틈새를 파고 들어가기를 여러 차례 시도했다. 들어가다가 안되면 다시 기어 나와 다른 장소를 찾아 또 파고들었다. 다리가 튼튼한 것 같지는 않았는데 악으로 깡으로 땅을 파고들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녀석은 사라졌다. 

어느 정도의 깊이인지는 모르지만 땅을 파고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그곳이 바로 녀석이 몇 년의 시간을 보낼 두 번째 보금자리였다. 그리고 때가 되면 제 몸집의 백배, 천 배는 커져서 우화를 하기 위해 다시 땅을 뚫고 올라올 것이다.

껍질들은 산란 구멍 근처에 붙어 있거나 구멍에 끄트머리가 끼어 있었다. 구멍에 끼어 있는 껍질들로 보아 알이 완전히 구멍에서 빠져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애벌레가 껍질을 찢고 나오기도 하는 것 같았다. 매미 애벌레가 까고 나온 알 껍질들은 달걀껍질과는 달랐다. 딱딱한 각질이 아니라 곤충이나 파충류의 허물에 가까웠다. 마치 얇은 비닐 조각처럼 보였다. 

이 껍질들을 유심히 관찰하다가 새로운 사실을 한가지 발견했다. 구멍에 끝 자락이 끼어있는 껍질 하나를 조심스럽게 뽑아내었다. 그런데 그 구멍 안에 뭔가가 들어 있었다. 구멍이 너무 좁아 뭔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가지고 있던 옷 핀을 구멍에 집어넣어 벌려 보았다. 그런데 그 안에 알 껍질이 또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가 있었다. 

구멍 입구에 끼어 있던 껍질은 얇은 막이었는데 구멍 속에 들어 있는 껍질들은 조금 두꺼운 것이 진짜 알 껍질 같았다. 처음에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구멍 속에 이렇게 껍질들이 많은 것일까? 대부분의 매미 알들이 이미 구멍 속에서 부화를 해서 애벌레 상태로 구멍 밖으로 나오는 것일까? 그런데 다른 구멍에서 나오는 알들을 여러 번 보았지만 애벌레가 구멍에서 기어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 1차로 구멍안에서 알껍질은 벗은 상태의 알, 여기서 한꺼풀만 더 껍질을 벗어면 진짜 애벌레가 된다.ⓒ 박성호 

구멍 속에 남아 있는 부화하지 않은 알들을 보고서 해답을 알 수가 있었다. 구멍 속에 남아 있는 알들은 구멍을 기어 나오는 알에 비해 불투명했다. 그렇다면 매미 알은 두 번 부화를 했다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았다. 먼저 구멍 속에서 제일 바깥쪽의 알 껍질을 깨고 나오게 되는데 이때 매미애벌레는 얇은 막에 쌓여 있게 되고 막을 뒤집어 쓴 채로 구멍을 기어 나와서 마지막으로 몸을 감싸고 있는 막을 벗어버리는 것이다. 

산란가지 여기 저기서 보았던 알 껍질들은 사실은 알 껍질이 아니라 알 속에서 애벌레를 감싸고 있었던 막이었던 셈이었다. 알이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은 껍질이라기보다 그냥 하얗고 얇은 막을 뒤집어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구멍을 기어 나온 것은 알이 아니었던 셈이었다. 파브르 아저씨는 이 애벌레를 나중의 애벌레와 구분하기 위해 ‘전유충 또는 전애벌레’라고 부른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다. 

녀석들은 정말 머리가 좋았다. 껍질을 다 벗어버리고 좁은 구멍을 나오려면 다리나 더듬이가 걸려서 힘들텐데 얇은 보자기를 뒤집어쓰고 나옴으로써 아직 튼튼해지지 않은 몸을 보호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10시
시계를 보니 10시였다. 지각이었다. 매미 촬영에 매달리다 회사에 지각을 여러 번 해서 난처했었다. 전날 야근을 한 것도 아니니 더욱 그랬다. 게다가 나보다 늦게 출근하는 아내가 나타났다. 나는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었다. 신기한 매미의 부화과정을 주절이 주절이 설명을 했다. 아내는 내 이야기를 듣고 있더니 별 이야기 없이 빨리 회사나 가라고 했다. 

출근하는 길에 올해 여름 처음으로 반포 아파트에서 우는 매미 소리를 들었다. 출근 길 내내 머리 속에는 의문점들이 끊이지 않고 맴돌았다. 그 중에는 새로운 의문도 있었다. 

왜 애벌레들이 태어나는 날 때 즘 어른 매미들이 울기 시작하는 것일까? 여기에도 어떤 자연의 오묘함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곤충학자는 아니지만 사명감이 생기는 것 같았다. 

파브르의 곤충기에도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인 것 같아서 내 힘으로 꼭 이 이유를 알아내고 싶었다.  박성호(fhuco)03.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