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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최장수 민물고기는 잉어? 112살 버펄로 피시!

by 이성근 2019. 6. 4.

최장수 민물고기는 잉어? 112살 버펄로 피시!

북미 특산, 잉어의 먼 친척잉어 최장수는 35살 그쳐

 

세계 최장수 민물고기로 밝혀진 빅마우스 버펄로. 잉어목으로 식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 담수어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가장 긴 수명을 누리는 사람에 버금갈 만큼 오래 사는 민물고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북아메리카 고유종인 빅마우스 버펄로란 물고기가 그 주인공이다.

 

잉어처럼 생긴 이 물고기는 잉어의 먼 친척으로, 길이 1.25m 무게 36이상 나간다. 따뜻하고 얕은 호수나 강에서 살며 탁하고 녹조 낀 물에 잘 견디며 식물플랑크톤을 걸러 먹는다. 낚시에 걸리지 않아 잡어취급을 받는 물고기다.

 

그러나 최신 나이 측정 기술을 이용해 잰 이 물고기의 나이는 기존 최장수 물고기의 나이를 40년 가까이 뛰어넘는 112살로 나타났다. 알렉 래크만 미국 노스다코타 주립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이 결과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최근호에 보고했다.

 

산란기를 맞은 잉어들이 경기 하남시 선동 한강변 습지에 알을 낳고 있다. 하남/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흔히 장수 민물고기로 잉어를 꼽는다. 일본의 비단잉어 하나코1977년 죽었을 때 226살로 알려졌다. 나이는 비늘에 새겨진 나이테를 세어 쟀다.

 

그러나 잉어 나이 측정에 가장 널리 쓰이는 비늘의 나이테는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잉어가 침입종으로 들어와 관리가 시급한 나라에서는 이 방법을 잘 쓰지 않는다. 잉어는 유라시아에 널리 분포하지만, 애초 서식하지 않은 곳에서는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켜 국제 자연보전연맹(IUCN)세계 100대 침입종의 하나로 지정한 바 있다.

 

로렌조 빌리지 폴란드 보츠대 생물학자 등은 20189월 과학저널 '어류 생물학 및 어업'에 실린 잉어의 나이 측정법에 관한 리뷰논문에서 불확실한 비늘 조사를 피하고 살아있는 잉어 조사에는 등지느러미 뼈, 죽은 잉어는 귀돌(이석)의 나이테를 조사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귀돌을 이용해 측정한 최장수 잉어의 나이는 35살이었다(프셰미스로 바예르 외 2010).

 

12살로 나타난 빅마우스 버펄로의 이석(귀돌). 노란 세모는 10년 단위로 센 나이테. 오른쪽 아래 잣대가 1이다. 래크먼 외 (2019)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제공.

 

이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최선의 잉어 나이 측정법으로 귀돌 분석에 더해 폭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제시했다. 19501960년대 대기권 핵실험을 통해 방출돼 차츰 감소하는 탄소-14 방사성동위원소를 측정해 나이를 계산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이용해 북극 상어의 일종이 500살 넘게 산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최장수 척추동물 그린란드상어, 150살 성숙 400년 살아).

 

미국 연구자들은 빅 마우스 버펄로의 나이 측정에 귀돌과 폭탄 방사성 탄소 연대측정법을 모두 적용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이 물고기의 나이가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두 가지 연대측정법을 민물고기에 적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빅마우스 버펄로는 12000종에 이르는 담수 경골어류 가운데 가장 오래 사는 종으로 확인됐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제까지 귀돌을 이용해 측정한 가장 오래 산 민물고기 기록은 고고학 유적지에서 발굴한 드럼이란 민어과 어류로 73살이었고, 그다음은 북극 송어로 62살이었다.

 

빅마우스 버펄로 가운데는 장수 물고기가 적지 않았다. 펠리컨 강 유역 호수에서 채집한 이 물고기 224마리 가운데 83%186마리가 75살 이상이었다. 19061942년 사이에 태어난 노인이 대부분이었고, 이 가운데는 112살을 비롯해 100살 넘은 물고기가 5마리 포함돼 있었다. 표본으로 채집돼 죽지 않았다면, 이들은 살아있는 최고령 인류의 나이 116살에 버금갔을 것이다.

 

미시시피 강과 허드슨만 일대인 빅마우스 버펄로 자생지(회색). 세계 최장수 민물고기이지만 아무런 보호 대책도 없는 형편이다. 래크만 외 (2019) ‘커뮤니케이션스 바이올로지제공.

 

연구자들은 이처럼 고령의 물고기만 있고 후계가 단절된 이유를 잇단 댐 건설로 빅마우스 버펄로의 산란 이동이 가로막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유역에는 1930년대에 4개의 댐이 건설됐다. 댐 이외에도 화살을 이용한 남획을 규제하는 등 이 장수 물고기의 보전을 위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Alec R. Lackmann et al, Bigmouth Buffalo Ictiobus cyprinellus sets freshwater teleost record as improved age analysis reveals centenarian longevity, Communications Biology (2019) 2:197, https://doi.org/10.1038/s42003-019-0452-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잉어는 그물코도 세어 빠져나가는영물



짝짓기 방사를 위해 필사적으로 암컷을 따라 다니는 수컷 잉어들.

 

벚꽃의 봄 향연은 진하지만 허무할 만큼 짧다. 겨우 일주일 남짓, 비라도 내리면 그 기간은 더 단축된다. 모든 생명체는 하루하루 새롭게 생성된다. 과거가 그대로 복사되는 일은 없다. 살아 있는 우리는 시간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가고 있을 뿐이다.

 

q2.jpg » 벚꽃이 만개한 김포시 계양천 산책길에 봄비가 내리고 있다.

 

벚꽃이 만개할 무렵이면 강가에서 철퍼덕철퍼덕 요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온다. 큰 강을 거슬러 하천으로 들어온 잉어들의 짝짓기가 시작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q3.jpg » 암컷 잉어가 수초에 산란을 하자 혼심을 다해 뒤엉켜 방사를 하는 수컷 잉어.

 

암컷 잉어 한 마리에 여러 마리의 수컷이 달라붙어 짝짓기 싸움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물속에는 봄이 늦다. 겨우내 둔해졌던 몸이 활력을 얻으려면 수온이 18~22가 되는 4월 중순께가 돼야 한다. 벚꽃이 만개하는 시기와 때를 맞추어 잉어의 짝짓기가 시작된다.

 

q4.jpg » 수컷 잉어들이 암컷 잉어 곁을 항시 떠나지 않고 있다.

 

1970년대 경기도 김포시 한강 하구는 지방하천 16개와 지천 56개가 있어 봄철이면 많은 물고기가 산란을 위해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어린 물고기가 성장하는 터전이기도 했다.

 

오랜만에 계양천을 둘러보았다. 옛날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지만 물길만 살아남아 산란을 하는 잉어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q6.jpg » 인천시 계양산에서 발원하여 김포시를 거쳐 한강하구로 흘러드는 계양천.

 

암컷 잉어 한 마리에 수컷 여러 마리가 달라붙어 따라다닌다. 암컷이 물 가장자리 수초에 머물며 알을 낳으면 수컷들은 먼저 방사를 하려고 난리를 친다. 짝짓기 방사 싸움이 필사적으로 펼쳐진다. 계양천은 오염되기 전 물 반 고기 반이던 민물고기의 천국이었다. 이젠 옛 기억이 스쳐 갈 뿐이다.

 

잉어는 오래전부터 식용이나 약용, 특히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다. 장마 때 황톳물을 따라 지천으로 올라온 잉어를 잡기 위해 촘촘한 그물 촉고를 치기도 하고 물줄기의 모양을 보고 잉어를 추적하여 잉어가 지나가는 방향 앞쪽에다 투망을 던지기도 했다. 그렇지만 잉어가 만만한 물고기는 아니다.

 

q9.jpg » 암컷 잉어가 산란할 기회를 엿보며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수컷 잉어들.

 

재빠르고 영리한 잉어는 보란 듯이 빠져나가곤 했다. 촉고는 이중 삼중으로 쳐 놓아 빠져나가지 못할 것 같지만 그물을 보고 뛰어넘거나 피해 가는 것이 잉어다. 얼마나 영리하면 그물코를 센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기야 낚시에 걸려도 물속 기둥을 휘감아 잡아채 바늘을 빼고 도망간다.

그래서 잉어를 영물이라 하는가 보다. 요즘에는 장수하는 잉어의 생리 현상을 규명해 사람의 노화를 막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얕은 개울을 거슬러 올라 등을 다 내놓고 산란 행동에 몰두하는 잉어의 모습에서 생명의 역동성을 본다.

윤순영/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전문 웹진 <물바람숲> 필자 17.5.19


김유정(우연히 만난 사람)/장미라(나그네)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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