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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아귀

by 이성근 2019. 6. 13.

심해어 아귀가 바다 심해어 아귀가 바다 밑바닥에서 숨을 참는 까닭

움직임 줄여 에너지 소비 최소화, 몸집 불려 포식자 회피

 

아귀의 일종인 점씬벵이과 어류. 숨 쉬는 행동을 최소화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천적을 피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제공.

 

심해 환경은 혹독하다. 높은 수압과 낮은 온도, 암흑과 먹이 부족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심해어는 특별한 진화를 이뤘다. 잠복 포식자인 아귀목 심해어는 크고 날카로운 입과 낚싯대를 드리워 먹이를 유혹하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새로운 비장의 무기가 발견됐다. 바로 숨 참기이다.

 

니컬러스 롱 미국 디킨슨 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어류 생물학 저널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아귀목 점씬벵이과 어류의 최고 4분에 이르는 독특한 숨 참기 행동을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이처럼 숨을 참는 행동은 다른 물고기에서 관찰된 바 없으며, 아마도 에너지를 극도로 아끼고 포식자를 회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사람이 허파로 호흡하듯 물고기는 아가미를 움직여 산소가 풍부한 물을 빨아들였다 뱉는다. 그런데 각종 무인 잠수정이 촬영한 심해어 비디오를 분석한 연구자들은 점씬벵이과 어류가 거의 아가미를 움직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물고기가 아가미를 여닫으며 물을 펌프질하는 데는 에너지가 많이 들어, 정지상태에서도 흡수한 산소의 515%를 여기에 쓴다. 따라서 아가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것은 먹이가 부족한 심해에서 그럴듯한 전략이다.

 

위에서 본 점씬벵이과 어류. 지느러미를 발처럼 이용해 바다 밑바닥을 걷기도 한다. 미 국립해양대기국(NOAA) 제공.

 

점씬벵이과 어류는 열대와 온대의 수심 2002500m 바다 밑바닥에 사는 아귀의 일종이다. 두꺼비 같은 모습의 이 물고기는 주로 잠복해 먹이를 기다리지만, 배와 뒷지느러미를 이용해 어슬렁거리며 걷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이 물고기를 촬영한 10개의 비디오를 분석했는데 물을 활발히 빨아들이고 내뱉는 모습은 거의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 영상에서 물고기는 물을 흡입한 뒤 4분 동안 숨을 참았다가 7초에 걸쳐 서서히 내뱉었다.

 

흥미로운 건, 물을 아가미 방에 가득 흡수해 숨을 참는 동안 몸의 부피가 30%나 커졌다는 사실이다. 연구자들은 몸을 부풀려 크게 보이면 포식자가 쉽게 삼키지 못하도록 하는 효과가 있다복어의 몸 부풀리기와 비슷하지만, 복어는 위장을 부풀리는 점이 다르다고 논문에 적었다.

 

이처럼 호흡 횟수를 최소화하는 것은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 장기간 먹이를 먹지 않고 버티는 데 도움이 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실제로 이 물고기들의 내장을 조사한 다른 연구를 보면, 위장은 대부분은 텅 비어 있었다. 기회가 닥치면 입에 넣을 수 있는 건 무엇이든 삼키는 전략이지만, 그때까지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 살아남아야 한다. 또 숨을 참는 행동은 몸의 움직임을 최소화하는 효과도 있다. 암흑 속에서 아귀는 물의 진동을 예민하게 감지해 먹이를 잡고 포식자를 피한다. 따라서 옆줄이 고도로 민감하려면 움직임을 가능한 줄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숨을 참는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는 초롱아귀속 물고기의 골격.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연구자들은 아귀목 가운데 초롱아귀 아목 등 다른 어류도 비슷한 숨 참기 행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icholas P. Long and Stacy C. Farina, Enormous gill chambers of deep-sea coffinfishes (Lophiiformes: Chaunacidae) support unique ventilatory specialisations such as breath holding and extreme inflation, Journal of Fish Biology, doi: 10.1111/jfb.1400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악마 낚시꾼심해아귀, 580m 바다밑 동영상 첫 촬영

가시등지러미 끝에 발광 살점 미끼로 유인

몸의 작고 흰 반점 통해 먹이 접근 알아채

 

살아있는 상태로 처음 촬영된 심해악어의 모습. 발광 '낚시대'가 눈길을 끈다. 사진=MBARI

 

의 절반이 넘는 거대한 입과 한 번 물면 결코 놓아주지 않는 길고 날카로운 이.

 심해어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런 모습의 물고기가 있다. 바로 심해아귀이다. 우리가 겨울철 찜이나 탕으로 즐겨 먹는 아귀나 황아귀와는 먼 친척이지만 과가 다르다.

 


우리나라 연근해에서 잡히는 아귀의 모습. 낚시를 하는 안테나는 동일하다. 사진=P. Clarke,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러나 심해아귀와 아귀의 공통점은 모두 낚시질을 하는 물고기란 점이다. 등지느러미의 첫 번째 가시가 안테나 모양으로 길게 뻗어 있고 그 끄트머리에 살점이 붙어있다. 이를 흔들거리면 먹이인 줄 알고 달려든 물고기나 오징어를 큰 입으로 잡아먹는다. 영어 이름은 '낚시꾼 물고기'이고 별명은 '검은 바다 악마'이다. 칠흙 같은 깊은 바다에 사는 심해아귀의 낚시대는 특이하다. 미끼처럼 보이는 살점에 공생 박테리아가 살아 빛을 발산한다. 이 빛에 이끌린 먹이를 잡아먹는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만 수족관 연구소(MBARI) 과학자들이 수중무인탐사기(ROV)를 바다에 내리고 있다. 사진=MBARI

 

태평양, 대서양, 인도양 열대바다의 3000m 심해에서 발견된 적이 있는 이 물고기는 매우 드물고 살아있는 모습이 관찰된 적도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구자가 처음으로 이 물고기가 헤엄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몬터레이 만 수족관 연구소(MBARI)의 선임 과학자인 브루스 로빈슨은 지난 17일 수중무인탐사기(ROV)를 이용해 몬터레이 해양 협곡을 조사하던 중 수심 580m에서 심해아귀를 발견했다.

 

검은 빛깔의 이 심해어는 가슴과 등지느러미를 부드럽게 파동치듯 움직이며 제자리에서 헤엄치고 있었다. 커다란 입에는 바늘처럼 가늘고 긴 이가 드러나 있었는데, 입 왼쪽의 이 하나는 부러진 상태였다. 로빈슨은 부러진 이가 재생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심해아귀. 이빨 하나가 부러져 늘어져 있다. 사진=MBARI

 

이 심해어의 뭉툭한 몸매로 보아 빠르게 헤엄치지 않고 잠복했다 먹이를 유인해 잡아먹는 것 같다고 로빈슨은 말했다. 볼 수 없는 눈은 매우 작았고, 대신 몸에 난 작고 흰 반점을 통해 먹이의 접근을 알아채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에 목격된 심해아귀는 길이 9인 암컷이다. 심해아귀의 암컷은 18까지 자라며 수컷은 3에 그친다.

 

수컷은 거의 기생충처럼 암컷에 부착해 살아간다. 암컷에 들러붙은 수컷은 스스로 먹이를 찾지도 못하며 몸을 결합시켜 부속물처럼 바뀐다. 수컷이 하는 유일한 일은 암컷이 산란을 할 때 정자를 제공하는 것뿐이다.

 

가슴지느러미를 이용해 바다 밑바닥을 느리게 이동하는 아귀의 모습. 사진=NOAA

 

우리나라에서 주요한 수산물인 아귀와 황아귀는 서해와 남해, 동중국해 등의 심해아귀보다 얕은 수심에서 서식하며 주로 바다 밑바닥에서 가슴지느러미를 발처럼 이용해 이동한다. (관련기사: 바다의 악마아귀는 음흉한 낚시꾼)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2014. 11. 27

 

바다의 악마아귀는 음흉한 낚시꾼

황선도 박사의 물고기 이야기 아귀

 

바닥에 엎드려 머리 앞쪽 돌기 낚싯대로 먹이 유인

몸의 절반인 입의 날카로운 이빨로 물어 통째 꿀꺽

 

살점을 미끼로 낚시를 하는 아귀의 모습. 그림=아우구스트 브라우어, 위키미디어 커먼스.

 

몸의 절반이 입인 물고기, 맛은 좋지만 한때 어부가 잡자마자 뱃전 너머로 던져 물텀벙이로 불리는 못생긴 물고기, KBS 2TV ‘해피 선데이 12에서 가수 은지원이 혼비백산해서 만지지도 못했던 고기. 이 고기가 바로 겨울철 별미인 아귀이다. 그런데 우리는 아귀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12에서 은지원이 혼비백산한 그 고기

주로 바다의 바닥에 서식하는 아귀의 모습은 마치 해저의 갱을 떠오르게 한다.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입은 당치도 않게 크며 아래턱이 위턱보다도 튀어나와 있다. 양 턱에 굵고 뾰족한 이빨이 크고 작은 빗 모양으로 촘촘히 나 있다. 그 날카로운 이빨로 먹이를 한 번 물면 절대로 놓아주지 않는다고 한다.

   


바다 밑바닥에 숨어있는 아귀. 사진=위키미디어 커먼스.

 

보통 수심이 깊은 바다 밑바닥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몸 색깔도 주변의 모래펄 색깔에 맞춰 엎드려 있으며 오로지 먹이가 자동적으로 입으로 들어오는 것을 기다리고 있다. 아귀의 특징으로 입의 바로 위쪽, 즉 머리 앞쪽에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유인돌기가 있다.

 

자기 몸 1/3 크기의 먹이도 단번에탐욕의 상징

이는 등지느러미의 첫 번째 가시가 변한 것으로 그 끝 부분이 주름진 흰 피막으로 덮여 있는데 이것을 좌우로 흔들어서 먹이를 유인하는 것이다. 이것을 일명 아귀의 낚싯대라고도 한다.

 

점잖게 있다가 고기들이 접근하게 되면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서 통째로 삼키고 만다. 따라서 한 번에 자기 크기의 3분의 1정도 크기의 먹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다. 이런 대식성 때문으로 아귀는 탐욕과 욕심의 상징으로 회자된다.

   

자연 상태의 아귀 모습. 등지느러미가 변한 낚싯대와 발처럼 바닥을 디딘 가슴지느러미가 눈에 띈다. 사진=NOAA, 위키미디어 커먼스.

 

아귀의 뱃속에서는 통 채로 삼킨 값비싼 생선이 들어 있는 수가 있어 횡재할 수가 있다. 이 때문에 아귀 먹고 가자미 먹고하는 속담이 생겼다. 일거양득이란 뜻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아귀를 낚시 하는 물고기라는 뜻으로 조사어(釣絲魚)라 적고 있다. 실제로 물속에서 아귀가 먹잇감을 사냥하는 장면을 지켜볼 수 있는 잠수장비도 없었을 당시에 선생의 통찰력에 탄복한 만하다.

 

정약전 <자산어보>에도 낚시 하는 물고기라는 뜻의 조사어로 등장

아귀는 헤엄치는 속도가 매우 느려 물고기를 쫓아서 잡을 수가 없다. 그래서 먹잇감을 유인하는 방법을 터득했는데,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변형된 유인 돌기를 미끼처럼 흔드는 것이다. 이를 본 물고기는 만만한 먹잇감으로 알고 가까이 접근한다. 이때 아귀는 순간적으로 큰 입을 벌려 먹이를 한 입에 삼켜 버린다.

 

서양에서 아귀가 미끼를 가지고 낚시하는 물고기라는 의미에서 '낚시꾼 고기'(anglerfish)라고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아귀는 방언으로 아구, 물텀벙, 아구어라고 불리며, 한자로 안강어(鮟鱇魚)라고 쓴다. 한자 안()과 강()은 모두 아귀를 말하는데, 서해와 같이 조류가 강해 물살이 센 해역에서 아귀처럼 입을 벌려 떠밀려 오는 물고기를 잡는 어구를 안강망(鮟鱇網)이라고 한다.

 

아귀란 이름의 유래

불교에서 악업으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시달리는 아귀귀신

 

아귀의 모습. 사진=김병직 박사.

 

불교에서 육도(六道)라는 말이 있다. 중생이 생전의 업에 따라 여섯 가지 중 하나로 다시 태어나는데, 여기에는 천상도, 아수라도, 인간도, 축생도, 지옥도, 아귀도(餓鬼道)가 그것이다.

 

생전에 탐욕 많고 인색하여 보시를 하지 않았거나 남의 보시를 방해했던 자가 아귀로 태어나는데, 이 아귀의 가장 큰 고통은 배고픔과 목마름이다.

 

아귀는 배가 산 만큼 크지만 목구멍은 바늘구멍 같아 늘 배고픔의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래서 몸은 해골처럼 야위어 있으며 벌거벗은 채로 뜨거운 고통을 받고 있기 때문에 늘 목이 말라 있단다.

 

스님들이 바리공양을 하고 나서 그릇을 깨끗이 씻은 다음 그 물을 마당의 돌 위에 버리는데, 이는 그들의 고통을 없애주기 위해서라고 한다. , 아귀들은 다른 물을 보면 불을 보는 것과 같아 마시지 못한다고 하며, 또 아귀의 목구멍이 너무 좁아 다른 음식을 넘기지 못하고 이 물만 마실 수 있기 때문이란다.

 

이와 같이 아귀(餓鬼)라는 단어는 불교에서 계율을 깨는 악업을 저질러 굶주린 귀신들 처소에 떨어진 굶주린 귀신이란 뜻에서 나온 말이며, 일상용어에서는 염치없이 먹는 것만 찾는 사람을 뜻한다.

 

흔히 게걸스럽게 먹는 사람을 보고 아귀처럼 먹는다고 하고, 욕심 사납게 음식을 입안에 가득 넣고 마구 씹는 모양을 아귀 아귀 먹는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아귀다툼하면 여럿이 뒤엉켜 악착스럽고 심하게 다투는 것을 뜻하는 말이다. 너무 욕심을 부려 음식을 탐하면 굳이 죽어 아귀도에 떨어지지 않더라도 살아생전 비만이라는 벌을 받게 되는 것은 아닐까?


아귀아귀 먹는다아귀 다툼

아귀란 이름에 대한 또 다른 하나의 설은 아귀는 큰 턱과 큰 위를 가지고 있으므로 ()+()’악위에서 아귀로 변천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쨌든 좋다.

 

실제 물고기 아귀는 큰 입과 함께 신축성 있는 위장을 가지고 있어 닥치는 대로 물고기를 입에 쑤셔 넣는다. 그래서 아귀를 잡아 위를 갈라보면 소화되지 않은 물고기가 한가득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물고기 아귀는 굶주린 아귀에서 이름이 유래한 것이라고는 하는데, 실상 굶주림과는 거리가 있다.

 

한국의 아구찜. 한국과 일본은 유럽과 함께 아귀의 대표적인 소비국가이다. 사진=스튜여트 스피백, 위키미디어 커먼스.

 

근래 상업적으로 중요한 수산자원의 감소와 함께 황아귀는 고가 어종으로 부각되어 상업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또 큰 입을 가진 포식자로서 생태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위치에 있다.

 

제주도 부근의 동중국해에 서식하는 황아귀 암컷의 생식소 발달단계를 조사한 결과 산란기는 2~4월로 추정되며, 난소에 가지고 있는 알의 수인 포란수는 30~180만개로 크기가 커질수록 포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자원을 관리하는 측면에서는 알을 많이 낳을 수 있도록 큰 개체의 어미를 보존해야 할 것이다.

 

비교적 수명 길어 한번 남획 되면 회복 어려워

처음으로 알을 낳을 수 있는 개체의 크기를 나타내는 성숙체장은 암컷 48.5, 수컷 34.72~3살 나이의 개체에 해당한다. 암컷은 8살까지, 수컷은 5살까지 사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우리나라 다른 어류에 비하여 수명이 긴 편이다. 이러한 어류는 남획 등에 의해 한번 자원이 감소되면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어 자원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암수의 성비는 64로 산란기에는 암컷의 비율이 66~81%로 늘어나는데, 수정의 기회를 더 가지려는 종족번식의 본능이 아닐까? 물고기 스스로 이러한 노력을 기울이는데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은 어떤 배려를 하고 있는지 반성해 본다.

 

마산 오동동 아구찜 거리. 사진=최상원 기자.

 

남해에 자원조사차 갔다가 술 한잔 속에 섞여 들은 말이지만, 아귀가 괴물처럼 생긴 데다 살이 물컹물컹하고 특별히 맛이 있는 생선이 아니기 때문에 옛날에는 그물에 걸리면 바로 버렸다고 한다.

 

이때 아귀가 물에 떨어지면서 텀벙하고 소리가 난다고 해서 물텀벙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변했지만 50여 년 전 마산 부둣가 옆 오동동에는 선술집이 즐비했다고 한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 오동동에 장어국을 팔던 혹부리 할머니가 있었단다. 왼쪽 턱 밑에 혹이 있어 그렇게 불렸다는데, 그 할머니 집이 초가여서 사람들은 할매집, 혹부리 할매집 또는 초가집이라 했다. 어느 겨울날 한 어부가 아귀를 들고 와 할무이, 이거 요리 한 번 해보소. 어시장에 가모 천지삐까린데 아까바 그라요했다. 할머니는 아귀를 들고 한참을 보다 이 콧물 질질 나는 괴기를 어떻게 먹소하며 문 밖으로 휙 던져버렸다.

 

그물에 걸리면 바로 버려 물텀벙혹부리 할머니 손에서 술안주로 재탄생

그런 지 한 달쯤 됐을까. 혹부리 할머니는 겨울 찬바람을 맞고 얼었다 녹았다 하며 바싹 마른 아귀가 초가집 흙벽 옆에 뒹구는 것을 발견했다. 할머니가 아귀를 들었을 땐 콧물이 다 말라 있었다. 그때 할머니 생각이 바뀌었다. 혹부리 할머니는 된장과 고추장을 반반씩 섞은 다음 마늘, 파 따위를 넣은 양념을 발라 쪘다. 북어찜 요리법을 아귀에 적용한 것이다. 할머니가 먹어보니 맛이 괜찮았다. 할머니 단골들에게 술안주로 권했다. 손님들도 먹어보니 괜찮았다. 이렇게 해서 아구찜이 탄생한 것이란다.

 

이 아구찜에 요즘처럼 콩나물, 미나리 등 채소와 미더덕 등이 들어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이다. 혹부리 할머니는 돌아가셨다. 그 후로 아구찜을 하는 식당의 간판들은 오동동, 할매, 초가등이 들어간 간판이 유독 많다. 이렇게 오동동 아구찜 집 간판들이 아구찜 창시자 혹부리 할머니를 기릴 뿐이다.

 

아귀는 생긴 그 모습과는 달리 맛은 화끈하다. 겨울 엄동설한의 1~2월이 제철로서 무, 파 등의 야채와 함께 끓이는 아귀탕은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검고 물컹물컹한 껍질을 씹었을 때 느껴지는 묘한 감촉, 흰 고기 살은 담백하면서도 진미가 있으며 아귀의 간은 세계 3대 진미식품의 하나인 프랑스 요리의 푸아 그라(거위 간)’에 뒤지지 않을 정도이다.

 

아귀는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이다. 그러나 아귀의 간은 영양가가 높아 겨울철 추위를 이길 수 있는 유용한 식품이라 할 수 있으며, 이들 영양성분은 노화방지와 성인병 예방에 특히 좋다고 한다.

 

아귀의 종류

아귀는 아귀목 아귀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이며, 우리나라에는 아귀(Lophiomus setigerus: Black mouth angler, Goose fish, Fishing-frog, 일본어 안코우(アンコウ, 鮟鱇), 중국어 안캉(鮟鱇), 해이안캉(黑鮟鱇))와 황아귀(Lophius litulon: Anglerfish, Yellow goosefish, 일본어 키안코우(キアンコウ, 黃鮟鱇), 중국어 후앙안캉(黃鮟鱇)), 그리고 용아귀가 서식하는데,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대부분 황아귀이다.

 

아귀는 가슴지느러미 위쪽에 돋아있는 어깨가시 끝이 갈라져 있고 혀의 앞부분에는 흰색 반점들이 있으며 뒷지느러미 연조(지느러미 막을 지지하는 연한 가시)5~7개인 반면, 황아귀는 어깨가시 끝이 갈라져 있지 않고 뾰족하고 혀의 앞부분에는 흰색 반점들이 없으며 뒷지느러미 연조수가 8~9개인 것으로 구별할 수 있다.

 

 

또 다른 '물텀벙' 물메기

 



물메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꼼치. 사진=김병직 박사.

 

아귀와 비슷하지만 아주 다른 물메기라는 물고기가 있다. 물메기(Liparis tessellatus; 영어 이름은 Cubed snailfish)는 쏨뱅이목 꼼치과의 바닷물고기로 사촌뻘로 꼼치를 비롯하여 분홍꼼치, 아가씨물메기, 보라물메기, 노랑물메기, 미거지, 물미거지 등이 있다.

 

우리는 이들 중 주로 꼼치와 물메기를 볼 수 있는데, 등지느러미와 배지느러미가 꼬리지느러미와 붙어 있으면 물메기, 분리되어 있으면 꼼치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리고 꼼치와 곰치는 전혀 다른 물고기임을 아시는지? 곰치는 뱀장어목에 속하는 물고기로 뱀장어와 같이 몸이 가늘고 길어 암초 사이에 몸을 숨어 살며 예리한 이빨로 먹이를 물어뜯는 흉포한 물고기이다.

 

서해에서는 주로 꼼치가 잡히는데, 녹아내릴 듯이 흐물흐물한 살집에다 입을 헤벌레 벌리고 있는 둔하기 짝이 없는 생김새이다. 그래서 놈이 잡히면 어부들이 재수가 없다며 다시 바다에 던져버렸다 한다. 그때 물에 빠지는 소리를 흉내낸 물텀벙이라는 별명도 있는데, 물텀벙이 아귀의 별칭이기도 한 것을 보면, 옛날 사람들의 눈에는 어지간이 못생겨 보였나 보다.

 

<자산어보>에는 물메기를 헤매게 할 미()자에 일을 시킬 역()을 적어 미역어(迷役魚)라 한 것을 보면, 이 물고기를 두고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의문을 가진 듯하다.

 

인천 지역에서는 이 꼼치를 이용하여 만든 물텀벙 술국이 술 먹은 다음날 해장국으로 유명한데, 생긴 것과 맛은 별개이다. 먹는 방법도 다양해서 국, , 찜은 물론 심지어 회로도 먹을 수 있는 생선이다.

 

옛 문헌에 살은 매우 연하고 뼈가 무르며, 맛은 싱겁지만 술병(酒病)을 고친다고 기록하고 있는 것을 봐서는 예로부터 해장국으로 이용되어 왔음을 알 수 있다. 겨울철에 술 뒤 끝에 뭐 씹기조차 힘들 때 무를 썰어 넣은 물메기국보다 나은 해장국이 어디 있으랴.

황선도/ 한겨레 물바람숲 필진, 한국수산자원관리공단 연구위원·어류학 박사 2012. 02. 27

 

아귀[ blackmouth angler ] Lophiomus setigerus

 

강 경골어류 목 아귀목 과 아귀과

이칭/별칭 안코(일본어명)

멸종위기등급 미평가(NE : Not Evaluated, 출처 : IUCN)

크기 최대 몸길이 1m

몸의 빛깔 등쪽은 흑갈색 바탕에 드물게 검은색 얼룩, 배쪽은 흰색

산란시기 4~8

서식장소 바다(수온 17~20, 수심 70~250m)

분포지역 :서부태평양·인도양 등의 아열대 및 온대 해역

최대 몸길이 1m이다. 몸과 머리가 납작하고, 몸 전체의 2/3가 머리 부분이며, 입이 매우 크다. 아래턱은 위턱보다 길고, 양턱에는 빗 모양을 한, 여러 가지 크기의 강한 이빨이 3중으로 나 있다. 입의 바로 위쪽에는 가느다란 안테나 모양의 촉수가 있는데, 이는 등지느러미의 가시가 변한 것으로 끝부분이 주름진 흰 피막으로 덮여 있으며, 이를 좌우로 흔들어 먹이를 유인한 뒤, 통째로 삼킨다. 몸빛깔은 회색빛의 갈색이며, 몸 주위에는 많은 피질 조각이 붙어 있다.

 

수온 17~20, 수심 55~150m의 깊은 바다에 주로 서식하며, 우리나라의 서해남부, 남해, 동해남부, 일본의 홋카이도 이남해역, 동중국해, 서태평양 등에 분포한다. 산란기는 4-8월으로, 동중국해에 분포하는 어군은 4-5월 경 산란차 중국 연안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란기가 되면 중국 연안의 산란장에서는 수많은 알들이 한천질에 싸여 띠 모양으로 되어 떠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소화력이 매우 강하여, 조기, 병어, 도미, 오징어, 새우 등을 통째로 삼켜서 완전 용해시켜 소화할 수 있다.

 

자산어보에는 조사어(釣絲魚)라 하였고 속명을 아구어(餓口魚)라 하였다. 일본명은 Ankou이다.

 

아귀의 간은 열량뿐만 아니라 비타민 A의 함량이 매우 높아 세계적인 별미인 집오리의 간에 견주어진다. 찜으로도 유명하며, 한겨울인 12~2월이 제철이다. 어선으로 그물을 수평 방향으로 끌어서 잡거나, 자루 모양의 그물을 하루나 이틀 동안 바다에 던져 놓아 조류에 흐름에 따라 고기가 들어가게 하여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