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놀러가자고 보채는 막내를 보다 못해 마누라가 수영장에라도 다녀오라고 권합디다. 큰애 개학이 내일 모레인지라 한번은 어딜 다녀와야 겠다는 생각 끝에 사람 많은 수영장 말고 다른 대상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그곳은 고향 유곡천이었습니다. 작전에 들었습니다. 일단 큰애를 동참시킨 다음, 형제들 중 큰 차를 소유하고 있는 막내동생에게 1차 동행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막내는 어렵다는 답이 오고, 하여 큰동생에게 연락을 했고, 합의가 이루어 졌습니다.
일단 동서가 고성에서 오니까 합류를 위해 시간도 절약할 겸 1차로 사상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만나 시외버스를 타고 창원으로 향했습니다. 1시에 사상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창원에 도착한지 3시 반이 다됐는데도, 차가 밀려 동서는 근처에서 맴을 돌고... 그냥 시외버스 타고 의령까지 바로 갔다면 하마 도착해서 물놀이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놀고 있을텐데...
우여곡절 끝에 고향땅을 밟은 시간은 4시 반이 돠 되어서 입니다. 하지만 전에 놀던 곳은 보강 공사를 하느라 엉망이 되어 버려 급히 제2 장소를 물색했습니다.
오히려 더 좋았습니다. 좌측 능선을 따라 한마장 정도 위치입니다. 왕버들 우거진 수변입니다.
산을 따라 계곡물이 흘러들고
유곡천은 한가로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대바구니 걸쳐 놓고 발로 저벅저벅 몰아 고기잡던 곳이었습니다.
멀리 궁류땅이 보입니다.
둑 넘어가 우리 논입니다. 섬안들이라 불립니다. 80년대 중반 병든 조부를 잠시 수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참 심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럴때면 오후 서너시 쯤 마두가는 길(사진 좌측 건구지산) 에서 섬안들을 내려다 보면서 바람을 구경했습니다. 바람이 나락들을 누비며 몰려가는 모습은 일대 장관이었습니다. 이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 소작을 주고 있습니다. 원래 저 둑 위에 오동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늘이 진다고 베어버렸나 봅니다. 아무튼 그 시절이 그립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시간 물속을 살폈습니다. 물살이 있는 곳에는 수수미꾸리가 몇 마리 보였고, 갈겨니와 돌고기, 동사리 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뜰채로 바닥까지 걷어보니 플라나리아가 많았습니다. 그리고 주목할 사실은 주변에 수달의 배설물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먹이원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더 많은 물고기들이 있을 법 한데 거기까지는 살피지 못했습니다. 확실한 것은 종다양성이 감소한 것만은 분명했습니다. 여울과 소가 두루 발달해 있었는데 보가 들어선 다음 수환경도 많이 바뀐듯 합니다.
아이들은 신이 났습니다. 마치 여기서 진을 빼지 못하면 후회할 것 같다는 듯
반면 막내는 유난히 겁이 많아 얕은 물에서 발목만 담그고 놀았습니다. 일부러 깊은 곳 까지 끌고 들어가자 돌고래 튜뷰를 잡은 손과 팔이 후들후둘 떨림이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번개라 해도 애들 간식거리는 준비해야 될 것 같기에 송산에서 튀김닭 두마리를 시켜서 갔습니다. 노느라 힘이 들었던지 허겁지겁 먹어됩니다. 간만에 집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던 콜라며 사이다를 마음껏 들이킵니다. 저도 못본 채 합니다.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건구지산 자락에 저녁빛이 스며들었습니다.
궁류쪽에도 저문기가 보입니다 포근합니다
애들이 뜰채로 어린 치어를 잡습니다. 집에 있는 수반에다 넣고 키운다고 했습니다.
얼마나 물장구를치고 놀았는지 큰애가 자갈밭에 몸을 눕히고 잠시 쉬고 있습니다. 하긴 이렇게 물장구 치고 놀 시간 자체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안타까운 일입니다. 비교할 수 조차 없습니다. 그 나이 때면 산과 들에 묻혀 살다가 해저물어 귀가하곤 했는데... 딱하고 개탄스런 일입니다.
어둑살이 들고 있는 궁류쪽 정경, 집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지만 아이들은 계속 물속에 잠겨 있습니다.
훗날 이런 날도 있었노라 기억하겠지요
어둠이 내리고 깜깜해진 물길을 걸어 집우로 향합니다. 다행 부산으로 가는 길은 막히지 않았습니다. 간만에 고향땅 유곡천에 안기어 본 오후 한때 였습니다.
노래출처:다음 블로그 제주 사랑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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