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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더불어 살기

거미이야기

by 이성근 2017. 3. 18.

지구 최대 포식자는 거미, 연간 곤충 등 8억톤 먹어

사람이 먹는 고기와 수산물 합친 양과 맞먹어

포식의 대부분은 숲과 초지에서, 1000마리까지 살아

 

타고난 사냥꾼인 거미는 개체수도 많아 생태계에서 우리가 아는 것보다 큰 일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David E. Hill, Peckham Society, Simpsonville, South Carolina

 

거미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한 것은 고생대 데본기인 약 4억 년 전이다. 현재 45000종 이상의 거미가 극지방부터 사막까지 지구 표면에 넓게 분포한다.   

다리가 여덟 개 달린 이 포식자는 잘 발달한 감각체계와 극단적 환경에서도 견디는 생존력, 그리고 거미줄을 이용해 하루 30까지 날아가는 확산력을 이용해 서식지를 넓혀 왔다(관련 기사: 공중확산 거미, 항해도 능숙다리는 돛, 거미줄은 닻). 실제로 거미의 수는 우리가 짐작하는 것보다 훨씬 많아, 다양한 초지 생태계에서 152개체가 발견되기도 했고 최고 1000마리의 밀도를 보이기도 했다.

 

나뭇가지 끄트머리에서 비행을 막 시작하려는 거미(오른쪽). 들어올린 배에서 가는 거미줄을 뿜어낸 모습을 볼 수 있다. Rothamsted Research

 

주로 곤충과 소형 토양 동물인 톡토기 등 절지동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인 거미는 생태계에서 큰 구실을 한다. 거미로부터 피하기 위해 형태와 행동이 바뀐 곤충이 많은 것은 거미로 인한 진화 압력이 얼마나 큰지 보여준다. 예를 들어 나방의 몸과 날개에서 비늘이 쉽게 떨어져 나오는 이유는 거미줄에 걸렸을 때 탈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다.

 

지구에서 개체수와 생물량 면에서 가장 비중이 큰 포식자인 거미가 지구 차원에서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정량적으로 평가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마틴 니펠러 스위스 바젤대 생물학자 등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오브 네이처> 14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거미가 지구 전체에서 해마다 죽이는 먹이의 양은 4~8t에 이른다고 밝혔다.

 

먹이를 거미줄로 감싸는 호랑거미의 일종. Lucarelli,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자들은 65개 기존 연구의 데이터를 분석해 세계에 분포하는 거미의 양은 2500t에 이르는 것으로 계산했다. 육상 절지동물 가운데 이보다 풍부한 포식자는 없다. 개미가 2800t으로 생물량은 거미보다 많지만 잡식성이다.

 

연구자들은 거미가 생존하기 위해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 다양한 생물 군계마다 거미가 얼마나 많이 사는지, 야외에서 직접 관찰한 거미의 밀도와 포식 행동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계산한 결과 거미가 잡아먹는 먹이의 양이 연간 4~8t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여러개의 눈이 있는 깡총거미의 일종. 매우 예리한 시력을 지닌다. JJ Harrison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것이 얼마나 많은 양인지는 사람이 해마다 먹는 고기와 수산물의 양을 합치면 4t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전 세계의 고래가 잡아먹는 물고기 등 해양생물의 양은 28000t~5t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크기는 작지만 거미는 사람이나 고래만큼 먹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물론 거미는 포식자이면서 동시에 주요한 먹이이기도 하다. 거미만 먹고 사는 포식자나 기생생물이 8000~1만종에 이른다. 또 거미는 새 3000~5000종에게 주요한 먹이가 된다. 다른 거미의 밥이 되는 거미도 적지 않다.

 

강력한 포식자는 곤충의 진화에 큰 영향을 끼쳤다. 나방은 거미줄에서 빠져나가기 위해 몸과 날개의 비늘이 쉽게 떨어지도록 진화했다. Gnissah,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번 연구에서 거미의 포식 가운데 95% 이상이 숲과 초지, 사바나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지역은 지구 육지의 3분의 2를 차지할 정도로 넓은데다 농지와 도시 등 인간의 간섭이 상대적으로 적은 곳이다.

 

나머지 경작지, 도시, 사막, 극지 등에서는 거미의 포식이 미미한 비중을 차지했다. 거미가 살 공간과 시간이 한정된 경작지에서 거미의 포식은 전체의 2% 이하였다. 그러나 농약을 안 쓰거나 덜 쓰는 쌀, , 목화 재배지에서 거미는 해충을 억제할 만큼 큰 구실을 한다.

주 저자인 니퍼러는 경제적으로 중요한 병원체와 질병 매개동물이 숲과 초지 생물 군계에서 번식하기 때문에 거미의 포식이 자연 및 반자연 서식지에서 매우 중요한 일을 한다이번 추정으로 드러난 거미의 중요성이 널리 알려져 육상 먹이그물에서 거미가 차지하는 역할이 제대로 평가되길 바란다라고 학회지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17.3. 17    조홍섭/ 언론인·자연작가 ecothink2@gmail.com17.3.17

 

 

공중확산 거미, 항해도 능숙다리는 돛, 거미줄은 닻

공중 장거리 이동 거미에 항해 능력은 필수, 일부 거미 세계 전역 분포 배경

다리나 배 세워 돛으로, 거미줄 늘어뜨려 속도 줄여세찬 물, 짠물서도 가능

 

배의 돛처럼 앞다리를 번쩍 들어올려 바람을 받아 물 표면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접시거미의 일종. 사진=알렉산더 헤이드

 

알에서 깨어난 어린 거미가 실 같은 거미줄을 타고 멀리 날아가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몸집이 작다면 어른 거미도 이런 방식으로 먼 거리를 이동한다. 찰스 다윈은 1832년 비글호를 타고 항해하다 아르헨티나 해안에서 100쯤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서 특이한 경험을 했다고 그의 항해기에 적었다. 하늘에서 수천 마리의 붉은 거미가 배 위로 떨어져 내렸던 것이다. 이 경험은 동물이 어떻게 멀리 떨어진 곳에 분포하게 됐는지를 이주로 설명하는 유력한 근거가 됐다.  

실제로 많은 거미가 이런 방식으로 퍼져나가 날개가 없는데도 세계 전역에 분포한다. 새로 생긴 화산섬이나 간척지를 가장 먼저 개척하는 동물의 하나도 거미다. 거미는 공중비행을 위해 먼저 나뭇잎 등 높은 곳으로 오른다. 이어 다리를 들고 배를 공중으로 향한 다음 아주 가는 거미줄을 내뿜는다.  바람 또는 상승 기류가 불어오면 이 거미줄은 삼각형의 낙하산 형태를 이뤄 거미를 공중으로 들어올린다. 거미는 보통 한 번에 평균 500m, 하루에 최고 30를 이렇게 이동할 수 있다.

 

거미줄을 탄 거미는 상승기류를 타고 고공의 제트기류에 올라 장거리를 이동하기도 한다. 육지에서 1600나 떨어진 대양의 선박이나 고층 기상관측기구에서 이동중인 거미를 발견한 건 이상할 것도 없다

 

바람을 타고 이동한 거미들이 잔디밭에 가득 붙어있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런데 이렇게 수백~수천를 이동하려면 반드시 겪어야 할 난관이 바로 물이다. , 호수, , 그리고 방대한 바다는 지구 표면의 70% 이상을 덮고 있다. 공중 확산에 성공한 거미라면 당연히 물 표면에서 살아남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

 

영국 노팅엄대 하야시 모리토 등 연구자들은 이런 문제의식을 갖고 접시거미 21종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 접시거미는 전체 거미 종의 11%를 차지할 만큼 성공적으로 진화했다. 그 배경의 하나가 뛰어난 확산능력이다. 쟁반에 물을 담고 모터를 돌려 바람을 일으키는 방식의 실험에서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거미줄 비행을 하는 거미들이 모두 항해에도 능숙했던 것이다.

 

» 앞다리를 돛으로 이용해 물위를 미끄러지는 거미. 사진=알렉산더 하이드

 

배를 들어올려 바람을 받아 물위를 미끌어지는 거미. 사진=알렉산더 하이드

 

거미들은 5가지 항해술을 썼다. 앞다리를 돛처럼 하늘로 들어올리거나 물구나무 자세에서 배를 돛처럼 들어올려 물 표면을 미끄러지듯 이동하는 것이 대표적인 동작이었다. 거미 다리에 있는 물에 젖지 않는 센털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었다. 물 표면에서 다리를 이용해 재빨리 걷거나 아예 몸을 죽은 듯이 움직이지 않은 채 바람에 밀려가기도 했다.

 

물위에 떠있는 물체에 거미줄을 뿜어 그 위에 올라가 쉬려는 거미. 사진=알렉산더 하이드

 

물에서도 거미줄은 유용했다. 물 표면에 거미줄을 뿜어 늘어뜨려 이동속도를 줄였다. 물에 떠있는 물체가 있으면 거미줄로 고정한 뒤 그 위에 올라가 쉬기도 했다. 거미줄은 항해에서 닻 구실을 했다.

 

연구자들은 거미의 항해가 잔잔한 물이거나 거친 물, 민물이나 짠물 모두에서 가능했다항해 능력이 거미의 공중확산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라고 밝혔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orito Hayashi et. al., Sail or sink: novel behavioural adaptations on water in aerially dispersing species, BMC Evolutionary Biology 2015, 15:118 doi:10.1186/s12862-015-0402-5. http://www.biomedcentral.com/1471-2148/15/118

 

앞다리로 유혹, 거미 물고기 낚시

물표면에 발 올려 닿는 물고기 낚아채, 신경독 주입해 조직 녹여 흡입

남극 뺀 모든 대륙에 서식, 어쩌다 먹는 별식 아닌 주요 영양원 가능성

 

제 몸보다 커다란 물고기를 사냥한 에쿠아도르의 거미. 사진=Ed Germain,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개울가나 연못, 습지 등 물가에도 거미가 많이 산다. 이들은 주로 곤충을 먹고산다. 이제까지 누구나 그렇게 알았다. 그러나 뜻밖에 많은 종류의 거미가 작은 물고기를 짬짬이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위스 바젤대와 서 오스트레일리아대 곤충학자는 이제까지 거미가 물고기를 잡아먹었다는 내용을 보고한 세계 학계의 사례 80여 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 물고기 사냥 거미가 서식하며 적어도 8개 과에 포함된 거미가 물고기를 종종 잡아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고기를 잡아먹는 거미가 보고된 지역. 이 지도에는 표기돼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황닷거미도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림=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 지난 18일치에 실린 논문에서 연구진은 물고기 사냥이 목격된 거미의 4분의 3은 닷거미와 닐루스속 거미였으며, 늑대거미과의 거미 12종 이상과 물거미 종류도 물고기를 즐겨 잡아먹는다고 밝혔다. 이들 거미는 남위 40도에서 북위 40도 사이의 따뜻한 곳에 많이 서식했으며, 특히 미국 플로리다 습지에 다양한 종류가 산다고 논문은 밝혔다.

 

척추동물인 물고기를 잡아먹는 절지동물이 예외가 아니라 보편적인 현상임이 드러난 것이다. 우리나라에 분포하는 황닷거미 등도 물고기를 잡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잡은 메기를 나무위로 끌어올려 먹고 있는 에쿠아도르의 거미. 사진=크레이그 해리슨,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잡은 물고기를 나무 위에서 먹는 페루의 거미. 사진=알프레도 도산토스 산티얀,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커다란 물고기를 사냥한 오스트레일리아의 거미. 사진=로렌 자비스,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짐바브웨의 한 연못에서 사냥한 물고기를 연꽃 몽우리에서 먹는 거미. 사진=마르셀로 드 프레이타스,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이들 거미는 물가에 앉아 뒷다리를 돌이나 식물에 고정하고 긴 앞다리를 물 표면에 낚싯대처럼 드리우고 먹이를 기다린다. 대개 우연히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곤충이 먹이가 되지만 거미가 노리는 것은 그보다 20~200배는 크고 영양분과 에너지가 풍부한 물고기이다.

 

논문은 물고기 사냥 때 시각은 보조 구실을 하며 물고기의 등지느러미가 물 위에 늘어뜨린 거미의 다리를 건드리는 것을 신호로 공격을 한다는 사실이 실험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잡은 물고기의 평균길이는 거미의 2.2배였으며, 그 지역에 흔한 2~6길이의 소형 어류였다.

 

거미가 자기보다 몇 배나 큰 물고기를 제압하는 비결은 강력한 신경 독소에 있다. 대부분의 거미는 독 이빨로 물고기 머리 밑부분을 무는데 물고기는 몇 초에서 수분 안에 죽었다.

 

잡은 물고기에 소화 효소를 집어넣은 뒤 흐물흐물해진 조직을 빨아먹는 미국 플로리다의 거미. 사진= 마틴 니펠러 등 <플로스 원>

 

잡은 먹이는 반드시 물 밖으로 끌어낸 뒤 소화효소를 주입해 흐물흐물하게 분해된 조직을 여러 시간에 걸쳐 입으로 빨아먹었다. 먹이를 물 밖으로 끌어내는 이유는 소화효소가 희석되지 않기 위해서라고 논문은 밝혔다.

 

연구진은 물가에 사는 거미에게 물고기는 어쩌다 맞는 횡재가 아니라 중요한 영양원임이 드러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2014. 06. 23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Nyffeler M, Pusey BJ (2014) Fish Predation by Semi-Aquatic Spiders: A Global Pattern. PLoS onE 9(6): e99459. doi:10.1371/journal.pone.0099459

 

애완용 타란툴라 거미에 잘못 물리면 한달 근육경련

'인디언 오너멘탈' 물리면 10시간 뒤 근육경련, 최고 4주 계속

주로 먹이 주다 손가락 물려나무 위서 먹이 빨리 마비시키려 독성 강해

 

털이 숭숭 난 손바닥 만 한 크기에 아름다운 무늬로 인기인 타란툴라인 인디언 오너멘탈.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타란툴라와 같은 대형 거미를 애완동물로 기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손바닥보다 큰 커다란 몸집에 털이 북슬북슬 나 있어 무서워 보이지만 의외로 온순하고 기르기 쉽기 때문이다. 타란툴라 가운데 인디언 오너멘탈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종류(학명 Poecilotheria regalis)는 인도와 스리랑카의 나무 위에서 발견되는 거미이다. 몸길이 6~8, 다리까지 포함하면 암컷은 16에 이르는 큰 몸집에 파랑, 노랑, 흰색, 갈색 등 색깔이 아름다워 인기있는 애완 거미이다. 암컷은 8~12년까지 산다.

이 거미는 덩치에 걸맞게 길이 1의 커다란 송곳니를 지니고 있다. 다른 타란툴라에 비해 물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는 종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체로 크게 해롭지 않은 거미로 간주돼 왔다. 그러나 이 거미에 잘못 물리면 사람에 따라서는 몇 주일 동안 근육 경련과 가슴 통증 등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사실이 스위스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나무 위에 깔때기 모양의 집을 짓고 먹이를 노리는 인디언 오너멘탈 거미. 사진=ADwarf, 위키미디어 코먼스

 

스위스 취리히대 독성정보센터에 45살의 남성이 타란툴라에 심하게 물렸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이 센터의 요안 푹스 박사는 국제학술지 <톡시콘>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사건을 상세히 기술했다.

 

이 남성은 타란툴라 9마리를 기르고 있었는데 전날 밤에 먹이를 주다가 길이 66년생 인디언 오너멘탈에게 물렸다는 것이다. 동물의 독 물질을 연구하고 의사가 상주하는 이 센터에 연락을 해 온 것은 증상이 심상치 않아서였다. 처음 물렸을 때 이빨 자국도 거의 보이지 않고 붉은 반점이 나타난 정도였다. 물린 부위가 약간 부풀었을 뿐 통증도 없었다. 2시간 뒤 강렬한 열감과 함께 땀이 비 오듯 나왔지만 곧 이런 증상도 사라졌다. 그러나 물린 지 15시간이 지난 뒤 심각한 근육 경련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처음엔 팔과 다리에 일어난 경련이 온몸으로 퍼졌고 남성은 응급실에 도움을 청했다. 가슴에는 찌르는 듯한 통증이 나타났다. 칼슘과 마그네슘을 투약하는 등 응급조처를 받아 증상은 가라앉았고, 5시간 뒤 남성은 집으로 돌아갔다.

 

타란툴라를 기르는 동호인이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이들 가운데 일부 종은 조심해야 한다. 사진=김명진 기자

스위스 연구진은 중부 유럽에만 6000마리가 사육되는 것으로 추정될 만큼 인디언 오너멘탈 거미가 인기가 있는데도 그 잠재적 위험성은 덜 알려져 있다고 판단해 추가 문헌조사에 들어갔다. 1995년 이후 이 센터에 인디언 오너멘탈에 물렸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모두 10건이었다.  연구진이 타란툴라에 얼마나 물리는지 조사했더니 의학논문에서 8, 거미 동호인들의 블로그에서 18건 등 모두 26건의 물린 사례가 있었다. 26건 가운데 절반이 인디언 오너멘탈에 물린 것이었다.

 

내용을 보면, 먹이를 주다가 거미를 잘못 다뤄 물린 사례가 가장 많았고 청소, 사진찍기 등을 하다 물린 예도 있었다. 공통적으로 거미가 생각보다 빨리 움직인다는 사실을 예상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었다. 물린 부위도 26건 가운데 13건이 손가락이었고, 7건은 손이나 팔, 한 건은 각각 볼, 허벅지, 어깨였다. 물린 사람의 58%가 근육 경련을 경험했다. 물린 지 평균 10시간이 지난 뒤에 이런 증상이 나타났고 1주일쯤 지나면 증상이 사라졌다. 하지만 근육 경련이 4주까지 계속된 사람도 있었다. 나머지 42%는 경미한 증상만 나타났는데, 연구진은 거미가 가볍게 물어 미처 독액을 주입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이 거미는 덩치가 큰 만큼 독액의 양도 많아 한 번에 0.012에 이른다.

 

나무 위에 있는 인디언 오너멘탈 거미. 먹이를 재빨리 마비시켜야 하기 때문에 독성이 센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엘로이 세라오, 위키미디어 코먼스

 

연구진은 포괄적인 문헌 조사에서 이 거미에 물릴 위험이 매우 과소평가돼 있음이 드러났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이 거미가 보통은 소극적이고 숨기를 좋아해서 위협하더라도 앞다리를 들어 위협 자세를 취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나 자주 물지 않더라도 아주 빠르다면서 애호가에게 주의를 촉구했다.

 

나무에 사는 이 타란툴라 거미가 다른 종보다 독성이 강한 이유는 나무 위에서 사냥하기 때문에 버둥거리는 먹이를 나무 위에서 재빨리 마비시킬 필요에서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2013. 12. 10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Joan Fuchs, Margot von Dechend, Raffaella Mordasini, Alessandro Ceschi, Wolfgang Nentwig, A verified spider bite and a review of the literature confirm Indian ornamental tree spiders (Poecilotheria species) as underestimated theraphosids of medical importance, Toxicon 77 (2014) 73~77, http://dx.doi.org/10.1016/j.toxicon.2013.10.032

 

닷거미 수컷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 뒤 암컷 먹이로

짝짓기 도중 심장 멈추고 암컷 먹이 자청, 수컷 먹은 암컷 새끼 2

덩치 큰 암컷 피하기 힘들고, 첫 수컷 정자 수정 가능성 커 도망 포기

 



새끼를 위해 짝짓기 뒤 자신의 몸을 암컷(왼쪽)에 제공하는 닷거미 일종. Karina I. Helm

 

덩치 작은 수컷이 커다란 암컷의 눈치를 보며 접근해 구애하다, 또는 용케 짝짓기를 마친 뒤 암컷의 먹이가 되는 성적 동종포식이 종종 벌어진다. 이런 행동은 거미를 비롯해 사마귀 등 곤충과 복족류, 요각류에서 꽤 흔하게 나타난다.

 

이런 행동이 진화적으로 어떤 이득이 있어 선택되었는지는 과학자들의 오랜 논란거리다. 수컷 처지에서는 암컷에게 정자를 건네주고 무사히 빠져나와 다른 암컷을 만나는 것이 이득이다. 이를 위해 수컷은 짝짓기를 한 뒤 죽은 척하기, 암컷을 달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기, 거미줄로 암컷을 감싸 덤비지 못하게 하기, 선물을 주어 환심 사기 등 다양한 전략을 동원한다.

 

짝짓기 때 암컷을 달래고 주의를 돌리기 위해 죽은 파리를 선물로 주는 닷거미 일종. M.Krumbholz, 위키미디어 코먼스

 

닷거미의 일종(Pisaura mirabilis)을 대상으로 한 최근의 연구를 보면1), 수컷은 암컷에 구애할 때 죽은 파리를 선물로 가져가곤 한다. 연구자들은 선물을 주는 수컷과 안 주는 수컷의 동종포식 비율을 비교해 봤더니 선물을 주었을 때 수컷이 잡아먹힐 확률이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6분의 1이었다. 게다가 암컷이 굶주리든 배부르든 이런 행동에는 차이가 없었다.

 

과부거미도 짝짓기 후 수컷을 잡아먹기로 유명하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수컷 과부거미는 미성숙 암컷과 짝짓기한다는 사실이 최근 밝혀지기도 했다. 암컷 거미는 마지막 탈피 2~3일 전 이미 정자를 보관하는 기관을 갖추고 있다. 수컷은 송곳니로 암컷 복부에 있는 정자 보관 기관의 껍질에 구멍을 내어 수정한다. 연구자들은 과부거미 암컷은 3분의 1은 이처럼 성체가 되기도 전에 수정된다고 밝혔다.2)

 

짝짓기 때 수컷을 잡아먹기로 유명한 과부거미의 일종. Toby Hudson, 위키미디어 코먼스

 

그렇지만 정반대의 전략을 펴는 수컷 거미(Dolomedes tenebrosus)도 있다. 기회를 노려 도망치기는커녕 닷거미의 일종인 이 거미는 짝짓기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고 나중에 암컷의 먹이가 된다.

 

스티븐 슈바르츠 미국 네브래스카-링컨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이 거미 수컷의 자기희생 행동이 어떤 진화적 이유를 갖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수컷의 몸을 섭취한 암컷이 낳은 자손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질과 양 모두 월등한 것으로 드러났다.

 

닷거미는 물가에 살면서 사냥을 한다. 때로는 물고기처럼 큰 동물을 공격하기도 한다. 에콰도르의 닷거미가 물고기를 사냥했다. Ed Germain <플로스 원>

 

연구자들이 짝짓기 뒤 수컷을 먹게 한 암컷과 먹지 못하게 한 암컷의 새끼를 비교한 결과 전자가 새끼의 수는 2배 많고, 크기는 14~20% 더 컸으며, 생존 기간은 44~63% 더 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죽은 수컷 대신 비슷한 크기의 귀뚜라미를 먹이로 주었을 때는 암컷의 번식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이런 실험 결과를 토대로 수컷 거미의 몸에 암컷의 산란과 새끼 성장에 꼭 필요하지만 달리 구하기 힘든 영양분이 들어있을 가능성이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렇다면 수컷은 짝짓기만 하고 도망쳐 다른 암컷을 만날 수 있다면 훨씬 득이 될 텐데 왜 이런 번식행동을 선택했을까. 연구자들은 수컷이 처음 만나는 암컷과 처음이자 마지막 섹스를 한 뒤 자신의 모든 것을 바치는 편이 유전자를 남기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으로 보았다.



짝짓기 뒤 수컷을 잡아먹는 사마귀 암컷. 성적 동족포식의 진화적 이유는 과학계의 오랜 논란거리다. Apple2000,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 거미의 암컷은 수컷보다 10배가량 크다. 도망치려 해도 몇 걸음 가지도 못하고 붙잡힐 가능성이 크다. 다른 암컷과 다시 짝짓기를 할 확률이 낮은 상황이라면 아예 자신의 몸을 자손을 위한 먹이로 제시하는 편이 나을 수 있다.

 

연구자들은 또 이번 연구에서 확인하지는 못했지만, 이 거미에 첫 수컷의 정자가 우선권을 지니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처음 짝짓기한 수컷의 정자가 난자를 수정할 확률이 높다면, 힘들게 도망쳐 다른 암컷을 찾아 다시 짝짓기를 시도할 가치도 떨어진다. 그 암컷이 처녀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teven K. Schwartz et. al., Males Can Benefit from Sexual Cannibalism Facilitated by Self-Sacrifice, Current Biology, http://dx.doi.org/10.1016/j.cub.2016.08.010

 

1) Toft S, Albo MJ. 2016 The shield effect: nuptial gifts protect males against pre-copulatory sexual cannibalism. Biol. Lett. 12: 20151082. http://dx.doi.org/10.1098/rsbl.2015.1082

 

2) Biaggio MD, Sandomirsky I,Lubin Y, Harari AR, Andrade MCB. 2016, Copulation with immature females increases male fitness in cannibalistic widow spiders.Biol. Lett. 12: 20160516.http://dx.doi.org/10.1098/rsbl.2016.0516

 

제 몸도 새끼 먹이로, 거미의 '살신 모정'

벨벳거미, 새끼 알에서 깨어나면 몸 녹여 체액 흡수 도와

비탈거미 어미도 새끼 부르는 등 '자살적 보호' 주도해

 

새끼에게 자신의 몸을 먹이로 제공하는 벨벳거미.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사막지역에 서식한다. 사진=Joaquin Portela,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물세계에서 동족을 먹는 행동은 드물지 않다. 짝짓기를 마친 사마귀나 거미 암컷이 수컷을 잡아먹는 것은 널리 알려진 예다. 이 밖에도 새끼끼리 서로 잡아먹거나, 어미가 새끼를 죽이는 예도 있다.

 

드물지만 거미 가운데는 어미가 자식들에게 자기 몸을 먹이로 내어주기도 한다. 보살핌의 가장 극단적인 사례다. 이런 행동은 1950년대부터 알려졌지만 그런 행동의 세부 내용과 진화적 의미가 최근 밝혀지고 있다.

 

모르 솔로몬 예루살렘대 곤충학자 등 이스라엘 연구자들은 유럽 남부와 북아프리카의 건조지대에 사는 주홍거미과의 벨벳거미에게 자살적 모성보호가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조직학적으로 분석해 과학저널 <거미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어미는 먼저 먹이를 게워 새끼에게 먹인 뒤 자신의 몸을 녹여 먹이로 주고 껍질만 남는 것으로 밝혀졌다.

 

벨벳거미 어미의 등쪽 조직 변화. 왼쪽부터 앞, 중간, 뒤의 모습. A~C는 새끼가 깨어나기 전, D~F는 먹이를 토하는 시기, G~I는 어미를 먹는 단계의 조직을 나타낸다. 사진=살로몬 외, <거미학>

 

어미의 조직변화는 새끼가 알에서 깨어나기 전 약 80개의 알이 든 알주머니를 품으면서부터 시작된다. 창자의 일부가 반 액체 상태로 바뀐다.  알에서 새끼가 깨어나면 그런 변화는 더 빨라진다. 어미는 먼저 소화시킨 먹이를 게워 새끼에게 먹인다. 더는 게울 것이 없으면 몸의 분해가 일어난다. 새끼들은 어미의 배에서 2~3시간 동안 체액을 모두 흡수한다.

 

내장 가운데 난소는 가장 나중에 액화했는데, 이는 새끼 기르기에 실패할 경우 새로운 번식에 나서기 위한 대비책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어미는 먹이를 게우면서 체중의 41%가 줄고 다시 새끼에게 몸을 녹여 먹이면서 54%가 준다. 몸의 거의 모두를 새끼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사막의 거친 환경에 적응하느라 이런 육아 방식이 진화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새끼에게 체액을 모두 내주고 미라처럼 껍질만 남은 벨벳거미 어미 모습. 사진=살로몬

 

비탈거미과의 다른 거미에게서도 새끼가 어미를 먹는 행동이 보고되고 있다. 김길원 인천대 생명과학부 교수는 프랑스 앙리 푸앙카레 대에서 이 거미의 행동을 연구했다.

 

김씨 등은 1998<동물행동학>에 실린 논문에서 어미 비탈거미는 새끼가 알에서 깨어난 지 꼭 6일뒤에 일어나는데 어미가 새끼에게 신호를 줘 몸을 먹도록 하는 등 주도적으로 행동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어미는 두드리기나 누르기 등의 신호를 보내 새끼가 가까이 모여들게 했다.

 

자신의 몸을 새끼에 먹이는 사회성 거미인 비탈거미의 일종(Amaurobius ferox). 사진=Fritz Geller-Grimm, 위키미디어 코먼스

 

모든 과정에서 어미는 도망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어미 포식 과정에서 어미는 수분 안에 죽었는데, 새끼가 물면서 주입하는 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미의 체액을 흡입하는 속도는 빨라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김씨 등은 2000년 후속연구에서 어미 거미가 치르는 비용과 새끼가 얻는 편익을 분석했다. 새끼는 어미의 몸을 먹고 다른 먹이를 먹었을 때보다 체중이 빠르게 늘어났으며 허물을 벗기까지의 시간도 짧았다. 당연히 어미를 먹은 새끼가 그렇지 않은 새끼보다 생존율이 높았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 Salomon, E. D. Aflalo, M. Coll and Y. Lubin, Dramatic histological changes preceding suicidal maternal care in the subsocial spider Stegodyphus lineatus (Araneae: Eresidae), The Journal of Arachnology 43:7785 (2015).

 

Kil-Won Kim & Andre Horel, Matriphagy in the Spider Amaurobius ferox(Araneidae Amaurobiidae): an Example of Mother-Offspring Interactions, Ethology 104, 1021-1037(1998).

 

Kil Won Kim, Chantal Roland & Andre Horel, Functional Value of Matriphagy in the Spider Amaurobius ferox, Ethology, 106, 729-742(2000).

 

수컷거미 사랑 곡예, 자칫하면 암컷의 밥

호랑거미 수컷, 그물 흔들며 접근하면 암컷 공격성 둔해져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자, 실험으로 입증다른 호랑거미에도 나타나

 

암컷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거미줄을 흔드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밝혀진 호랑거미의 일종. 사진=매커리 대

 

짝짓기를 하기 위해 암컷에게 접근하는 것이 수컷 거미에게는 심각한 고민거리다.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잡는 거미들은 진동에는 아주 예민하지만 시력은 둔하기 짝이 없어 자칫 덩치가 작은 자신을 먹이로 착각해 잡아먹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짝짓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에도 수컷은 종종 잡아먹히지만, 이미 후손을 남기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그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그렇다면 수컷 거미는 어떻게 암컷이 자신을 먹이로 착각하지 않도록 할까.

 

호랑거미 수컷은 짝짓기 때 몸을 흔들어 거미줄을 진동시키는 특유의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런 진동이 암컷의 포식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오스트레일리아 매커리 대 연구진이 조사했다.

 

연구진은 귀뚜라미를 거미줄에 걸리게 한 뒤 짝짓기 진동을 추가했을 때 암컷의 반응이 어떤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수컷이 내는 진동을 가하면 그렇지 않았을 때에 견줘 암컷이 먹이에 더 느리게 반응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실험에 사용한 것과 같은 종의 호랑거미. 다른 호랑거미도 거미줄 흔드는 행동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스튜 필립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수컷은 암컷에게 접근할 때 몸의 앞과 뒤를 빠르게 흔드는 동작을 하는데, 짝짓기를 하는 도중에도 자주 몸을 흔들어 댄다. 암컷도 강력하게 오래 몸을 흔드는 수컷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짝짓기 도중 시원찮게 몸을 흔든 수컷일수록 사랑을 나눈 뒤 잡아먹히는 확률도 높았다.

 

그러나 연구진은 흔들기가 암컷의 공격성을 누그러뜨리는 행동의 전부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진은 실험 결과 흔들기가 암컷의 공격 성향을 누그러뜨리는 것은 분명하지만 완전히 막지는 못했다. 수컷은 암컷의 공격을 억제하여 접근한 뒤에는 다른 신호로 자신을 알리는 듯하다. 흔드는 동작도 암컷이 자리 잡은 거미줄 중앙에 도달했을 때보다 그 직전에 최고조에 이른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수컷의 이런 흔들기 행동은 수컷에게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실수로 수컷을 모조리 잡아먹으면 암컷도 자손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호랑거미의 다른 종에서도 이런 흔들기 행동이 나오는 것으로 보아 이런 신호가 진화적으로 선택받았을 것으로 추정했다.2013. 12. 27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Wignall, A.E. & Herberstein,M.E. Male courtship vibrations delay predatory behaviour in female spiders. Sci. Rep. 3, 3557; DOI:10.1038/srep03557 (2013).

거미줄의 찌릿한 비밀, 정전기로 곤충 당긴다

양전기 띤 곤충 다가서면 거미줄 변형돼 곤충에 들러붙어

미국 과학자 실험실서 확인, 꽃가루와 먼지 등도 붙어 매일 다시 쳐야

 

왕거미의 거미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정전기도 먹이를 잡는데 활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오르테가 지메네스

 

고무풍선을 옷에 비비면 정전기가 생겨 종이조각을 끌어당기거나 벽에 들러붙는다. 한 과학자가 딸과 정전기를 일으키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거미줄에 양전기를 띤 장난감을 댔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거미줄이 끌려왔다. 만일 곤충이 양전기를 띤다면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그의 짐작은 옳았다.

 

빅터 마뉴엘 오르테가-지메네스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 박사는 <네이처>가 발행하는 온라인 공개 학술지 <사이언티픽 레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거미줄이 전기를 띤 곤충을 더 효과적으로 포획할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보였다.

 

거미줄이 다가오는 곤충이나 물방울을 향해 변형되는 모습이 버클리대 연구진의 실험에서 드러났다. 사진=오르테가-지메네스

 

공기 속에는 양전하를 띤 입자가 많은데, 곤충이 날아다니면서 이들과 충돌하면 수백 볼트의 전기를 쉽사리 축적할 수 있다. 또 전기를 띤 물체 표면을 곤충이 걸어다니면서도 쉽게 전기를 획득한다.  물론 이때 발생하는 정전기는 사람이 양탄자를 걸어다닌 뒤 금속 문고리를 쥘 때 생기는 수천 볼트의 정전기보다는 훨씬 작다. 그러나 거미줄에 접근하는 양전하를 띤 곤충에게 음전하를 띤 거미줄이 철썩 들러붙어 포획 성공률을 높일 가능성은 충분하다. 일반적으로 공기는 양전기를 띤 이온으로 가득 차 있으며, 지상의 식물은 음전기를 띤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왕거미가 친 거미줄에다 정전기를 띠게 한 꿀벌, 초파리, 진딧물 등 여러 가지 곤충을 떨어뜨리고 거미줄이 어떤 변형을 일으키는지 초고속 카메라로 촬영했다. 그랬더니 양전기를 띤 곤충은 음전기를 띤 거미줄에 즉각적이고 현저한 변형을 일으키는 것이 확인됐다. 전하를 띠지 않은 거미줄에서는 아무런 변형도 나타나지 않았다.

 

 정전기를 띤 곤충과 물방울에 의한 거미줄의 변형 거리. 곤충과 물방울의 길이를 기준으로 조정할 값이다. 검은 점이 평균값이다. 그림=오르테가-지메네스

 

그물과의 거리가 1~2일 때 변형의 크기가 가장 컸다. 곤충이 미처 거미줄에 닿기도 전에 거미줄이 끌려나가 곤충에 들러붙는 것이다. 거미줄의 뻣뻣한 방사상 거미줄보다는 이를 원형으로 잇는 부드러운 거미줄에서 정전기로 인한 변형이 두드러졌다. 이런 현상은 습도가 낮아 정전기가 커질 때 더 현저했는데, 곤충뿐 아니라 물방울이 떨어질 때도 나타났다. 따라서 거미줄의 정전기로 거미는 먹이를 더 쉽게 잡는 효과를 거두지만 동시에 지나가는 빗방울에 거미줄이 변형돼 파손되는 손해도 본다. 또 꽃가루나 균류의 포자 등도 정전기에 이끌려 거미줄에 걸리기 때문에 거미줄이 쉽사리 오염되기도 한다. 연구진은 왕거미가 매일 거미줄을 새로 치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정했다.

 

오르테가-지메네스는 정전기는 어디에나 있기 때문에 진화 과정에서 이런 전문화한 거미줄이 나왔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과제는 야생에서도 이런 효과가 나타나는지 확인하는 것이다.”라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2013. 07. 08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piderweb deformation induced by electrostatically charged insects

Victor Manuel Ortega-Jimenez & Robert Dudley

SCIENTIFIC REPORTS | 3 : 2108 | DOI: 10.1038/srep02108

 

거미는 왜 제 거미줄에 안 걸리나, 파브르도 몰랐다

파브르의 '기름 분비' 설명 100년 유지'설마 대가가 틀렸을까'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가늘고 억센 털과 조심스런 발놀림 때문 밝혀

 

호랑거미의 일종이 오른쪽 뒷다리를 끈적끈적한 거미줄에서 떼어내고 있다. 거미줄 하나를 치려면 이런 동작을 수백, 수천번 반복해야 한다. 사진=프랭크 스타머, 위키미디어 코먼스.

 

동물의 행동 가운데는 너무나 당연해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아무도 묻지 않는 것들이 있다. 물론 아이들은 달라서 곧잘 왜냐고 묻는다. 이를테면 거미는 왜 제가 친 거미줄에 걸리지 않을까, 고래도 잠수병에 걸리나 등이 그렇다. 아이가 이런 질문을 해 오면 갑자기 말문이 막히거나 엉터리 답변을 하게 된다. 뻔한 질문이지만 답은 간단하지 않다.

 

거미줄에 관해 처음으로 해답을 제시한 이는 장 앙리 파브르였다. 100년 전 파브르는 <거미의 삶>이란 책에서 거미가 제 거미줄에 걸리지 않는 까닭은 입에 달려 있는 분비샘에서 접착을 방지하는 기름을 분비하는데, 이것을 다리에 묻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대가의 이런 설명을 관찰과 실험을 통해 재현해 보려는 시도는 한 세기가 지나도록 거의 없었다. 요즘도 이렇게 적혀 있는 어린이 과학책이 적지 않다.

 

1990년대에 와서야 기름을 분비하는 게 아니라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거미줄에는 끈끈이가 없는 세로줄(원형 거미줄에서 중앙을 가로지르는 직선들)과 들러붙는 가로줄(세로줄 사이를 연결하는 원형 줄)이 있는데 거미는 들러붙지 않는 줄만을 딛고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코스타리카에 있는 스미스소니언 열대연구소 과학자들은 비디오카메라를 이용한 면밀한 관찰과 실험을 통해 파브르는 물론 최근의 연구 결과도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아냈다.

거미는 완성된 거미줄에서는 끈끈하지 않은 줄을 따라다니지만 새로 거미줄을 치거나 먹이를 잡을 때는 끈끈이를 피할 수 없다. 거미줄을 하나 칠 때 거미는 1000~1500번이나 끈끈한 줄을 딛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당거미 일종의 다리 확대 사진. 가늘고 억센 강모가 빽빽하게 나 있다. 끈끈한 거미줄을 400번 반복해 묻힌 모양(오른쪽). 강모에 가지가 나 있어 점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막아 준다. 사진=R. 브리세뇨 등, <나투르비센샤프텐>.

 

그러면서 거미줄에 들러붙지 않는 비결은 무엇보다 발에 빽빽하게 난 가늘고 빳빳한 강모(센 털)라는 털 덕분이다. 강모는 점액과 마찰 면적을 최소한으로 줄여 끈끈이가 다리에 묻는 것을 막아 주는데, 강모에는 기발하게도 털 중간에 가지가 나 있어 점액이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하도록 돼 있다.

 

이런 장치 이외에도 거미는 강모에 붙은 끈끈이가 떨어지도록 거미줄에서 발을 조심스럽게 빼는가 하면, 몸 표면에는 점착을 막는 화학물질 층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해를 잠수하는 향고래. 잠수병과 무관하지 않다. 사진=위키미디어 코먼스.

 

다음은 고래 문제. 고래는 물속 생활에 완벽하게 적응한 것처럼 보인다. 심해에 대왕오징어를 잡으러 가는 향고래는 잠수의 챔피언이다. 보통 400m 깊이에서 35분쯤 머물지만 맘먹고 잠수하면 수심 3000m에서 한 시간 반을 보낸다. 그런 향고래도 잠수병을 앓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나이 든 향고래의 뼈에서 잠수병에 걸린 사람의 골격에서 보는 손상이 밝혀진 것이다. 오래 잠수한 향고래의 조직엔 위험한 수준의 질소 기포가 형성돼 있기도 하다. 무언가의 이유로 고래의 조절능력이 흔들리면 금세 한계 상황을 넘어선다. 향고래 다음으로 심해 잠수의 명수인 부리고래가 해군 군사훈련 해역에서 잇따라 좌초해 떼죽음한 것은 그런 예이다. 해저 소나 때문에 균형을 잃어 잠수병에 걸린 것이 좌초의 원인이었다. 사람이 일으키는 소음과 그물 등이 고래의 아슬아슬한 균형을 언제라도 깨뜨릴 수 있는 것이다.

 

잠수하고 나온 사람이 몸에 이상을 느끼면 감압실에 들어가면 된다. 하지만 무언가에 놀라 갑자기 방향을 잃은 고래가 얕은 물에 갇히거나 해변에 좌초했을 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2012. 03. 31

기사가 인용한 원문 정보

R. D. Briceño &W. G. Eberhard

Spiders avoid sticking to their webs: clever leg movements,

branched drip-tip setae, and anti-adhesive surfaces

Naturwissenschaften

DOI 10.1007/s00114-012-0901-9

 

 

거미줄에서 거미 사냥하는 암살자벌레의 전략

거미줄 진동 누그러뜨리면서 한 가닥씩 끊어 거미에 접근, 체액 빨아먹어

사냥 도중 거미에 잡아먹히기도친척 종은 위장 진동으로 거미 유인도

 

암살자 벌레(앞쪽)가 거미를 사냥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있다. Fernando Soley

 

오스트레일리아 북부 열대지역에는 놀라운 사냥꾼 벌레가 산다. 침노린재 과의 곤충으로 이름이 암살자 벌레’(학명 Stenolemus giraffa)이다.

생김새부터 독특하다. 몸길이 2, 다리 길이 5로 제법 큰 몸집에 목이 몸집만큼 길다. 앞다리에는 사마귀의 앞다리처럼 날카로운 돌기가 나 있다.

 

암살자 벌레의 앞발. 사마귀처럼 날카로운 돌기가 나 있다.

 

노린재과 곤충답게 입 끝에 탐침이 달려 있는데, 침에 톱니가 달려 있어 먹이의 살점을 자르고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탐침을 통해 소화액을 분비한 뒤 먹이의 체액을 빨아먹는다. 물 밖으로 나온 물장군 같다.

 

놀랍게도 이 벌레의 주 먹이는 거미줄을 치는 거미다. 거미는 대부분 포식자이고 또 독을 지닌 것들도 적지 않다. 만만한 먹이가 아니다. 물론, 거미를 사냥하는 동물도 있다. 교묘한 비행술로 거미줄에 걸리지 않고 거미줄 한가운데 앉아있는 거미만 낚아채는 박쥐와 실잠자리가 있고, 꽁무니에 거미줄을 매달고 내리뛰어 거미를 잡아채는 깡충거미도 있다.

 

그러나 암살자 벌레는 이런 비행술이나 거미줄도 없이 오로지 발로만 접근해 거미줄 한가운데 앉아있는 거미를 잡는다. 거미줄은 거미의 몸을 확장한 것과 같다. 접근하는 포식자나 붙잡힌 먹이를 예민하게 감지하기도 하고, 또 상대를 꼼짝달싹 못하게 붙들어 매는 죽음의 덫이기도 하다. 암살자 벌레는 대담하고도 유연한 포식자다. ·온 사냥전략을 모두 구사한다. 거미줄 주변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최대한 가까이 접근해 기다란 목을 늘여 거미에 접근한 뒤 주둥이를 박아넣는 것이 선호하는 사냥법이다.

 

거미에 체액을 빨아먹는 암살자 벌레. 매콰리대

 

그러나 언제나 이렇게 거미에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거미줄 건너편에 거미가 앉아있거나 거미 정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위험이 도사릴 가능성도 크다. 이 암살자 벌레와 같은 속인 또 다른 암살자 벌레는 위장 진동 수법을 동원한다. 앞다리나 더듬이로 거미줄을 적당한 강도로 튕겨 마치 먹이가 걸린 듯한 신호를 낸다. 먹이를 잡으러 뛰어나온 거미는 암살자의 표적이 된다.

 

이런 기법을 쓰지 않는 암살자 벌레는 멀리서부터 조용하고 느리게 접근하는 스텔스 전략이 장기이다. 페르난도 솔리 오스트레일리아 매콰리대 곤충학자는 과학저널 <왕립학회 공개과학> 28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거미의 감각을 무력화시키는 암살자 벌레의 새로운 사냥 행동을 보고했다.

 

암살자 벌레의 목은 몸통 만큼이나 길다. 매콰리대

 

그는 이 벌레가 거미에게 들키지 않고 공격 거리까지 거미줄 위에서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 그 비밀을 찾기로 했다. 실험실에 거미줄과 함께 거미줄의 미세한 진동을 관측할 수 있는 레이저 장치를 한 뒤 암살자 벌레가 사냥하도록 했다.

 

암살자 벌레는 덩치가 크기 때문에 거미에 접근하려면 거미줄을 끊으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팽팽하던 거미줄을 끊으면 그 진동이 고스란히 거미에 전달되게 마련이다. 그런데 거미는 바로 옆의 거미줄이 끊어지는데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비밀은 암살자 벌레의 놀라운 조심성에 있었다. 벌레가 앞다리로 거미줄을 끓을 때 끊어진 거미줄이 튕겨 나가지 않도록 양쪽 끝을 수초에서 수분 동안 붙잡아 진동을 누그러뜨린 뒤 내려놓는 것으로 밝혀졌다.



암살자 거미가 서식하는 호주 북부의 열대림 지대. 매콰리대

 

거미줄마다 팽팽한 정도도 다르다. 그러나 레이저 관측기에는 거미가 감지할 만한 진동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암살자 벌레는 거미줄 하나하나 장력을 고려해 끊으면서 거미로 향했다

 

바람을 이용하기도 했다. 거미줄이 바람에 흔들리면 거미의 감각도 둔해지기 마련이다. 이때를 노려 거미줄을 끊어 나가는 속도를 높이기도 한다.

 

포식자가 포식자를 잡아먹는 일이 쉬울 수는 없다. 암살자 거미의 거미 사냥 성공률은 약 20%에 그친다. 게다가 끝까지 조심하지 않으면 잡아먹는 자와 먹히는 자의 처지가 뒤바뀌기도 한다. 암살자 벌레의 사냥 시도에서 약 10%는 자신이 먹이가 되는 것으로 끝난다.

 

끈질긴 사냥 기법으로 거미를 사냥하는 암살자 벌레의 일종. Fernando Sole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도 있었다. 종종 암살자 거미는 끈질기고 조용한 접근방식을 내던지고 난폭하게 거미줄을 끊어버리곤 한다. 당연히 놀란 거미는 공격적으로 대응한다.

 

솔리 박사는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바람으로 오인케 하려는 연막전술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이런 행동 직후 거미에 덤벼들지 않는 데 비춰 설득력이 없다. 분명한 건 이런 행동이 앞을 가로막던 여러 가닥의 거미줄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효과는 있다.”라고 논문에서 밝혔다.

 

어쩌면 암살자 벌레는 진동을 죽이며 거미줄을 한 가닥씩 끊어 가는 고단한 일에 지쳐 스스로 폭발했는지도 모른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Soley FG. 2016 Fine-scale analysis of an assassin bug’s behaviour: predatory strategies to bypass the sensory systems of prey. R. Soc. open sci. 3: 160573. http://dx.doi.org/10.1098/rsos.160573




1억년 전 '거미 화석' 국내 첫 발견

경남 사천서 2cm 크기 발견

1억년전 거미 화석(사진)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남기수(대전 지족고 과학교사)씨는 20지난해 8월 경남 사천시 측동면 구호리 진주층 지층에서 가로, 세로 2크기의 거미화석’ 1점을 발견해 최근 학회에 보고했다고 밝혔다. 구호리 지층은 11900만년전 중생대 퇴적암(셰일)층으로, 진주층은 이 지층 가운데 역질사암, 이암, 석회질 이암 등이 섞여있는 층을 일컫는 이름이다.

 

남씨가 발견한 거미화석은 어른 엄지손톱 크기에 압력에 눌린 상태(인상)지만 검은색 퇴적암에 발 8개와 몸통이 선명하다. 남씨는 곤충과 물고기 화석을 찾으러 갔는데 작은 돌에 하얗게 빛나는 무늬가 보여 자세히 보니 거미 화석이었다고 말했다. 거미 연구가들은 이 화석이 현생거미류 가운데 닷거미과의 조상으로 추정했다.

김주필 동국대 교수는 크기와 다리 모양 등으로 볼 때 그물을 치지 않고 먹이를 찾아 다니는 닷거미과 거미들과 유사하다중생대 지층들에서 곤충 화석은 많이 나왔지만 거미화석이 발견되기는 한국에서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에 발견된 거미화석은 분류학적으로 조상이 명확하지 않은 늑대거미의 진화를 밝히는 단초가 될 것이라며 거미는 다른 곤충과 달리 종과 개체 수가 적고 단단한 외골격이 없어 화석이 매우 드물다고 덧붙였다 2009. 01. 21

 

집안으로 숨어드는 얼굴 크기의 독 타란튤라 발견

내전 끝난 스리랑카 북부 나무에 서식, 벌채로 건물 안에 들어와

화려한 무늬와 빠른 발, 독성 지녀다리 사이 길이 20

 

스리랑카에서 발견된 새로운 나무 타란튤라 종. 화려한 무늬와 독을 지닌다. 사진=라닐 나나야카라

 

타란튤라는 거미 가운데 가장 큰 몸집에 털이 숭숭 나 있지만 성격이 온순해 애완용으로 많이 기른다. 세계 전역에 약 900종이 알려져 있다.그런데 번개처럼 빠르며, 화려한 무늬로 경고했는데도 섣불리 만지면 독이빨로 깨무는 새로운 종의 타란튤라가 스리랑카에서 발견됐다. 이 거미는 세계 최대는 아니지만 앞발 끝에서 뒷발 끝까지 20에 이르는 초대형이다.

 

스리랑카 연구진이 처음 보는 거미를 입수한 곳은 30년 가까운 내전이 갓 끝난 북부 지방에서였다. 마을 사람들이 죽은 수컷 거미를 가져왔던 것이다. 연구진은 경찰관의 안내로 오랜 전쟁에 찌든 마을의 나무와 바위를 들추며 새로운 거미의 채집에 나섰다. 이들은 그 결과를 <영국 타란튤라 학회지> 최근호에 발표했다.

 

이 거미는 배와 다리의 무늬가 화려하며 동작이 빠르다. 사진=라닐 나나야카라

 

새 거미는 포에실로테리아 라자에이라는 이름을 얻었는데, 포에실로테리아속에는 인도와 스리랑카 토종인 타란튤라 약 15종이 속해 있으며 주로 나무 위에서 산다. 종 이름은 연구진을 안내한 경찰관의 이름에서 따 왔다. 신종으로 발표한 이 거미는 나무 구멍 등에 서식하지만 돌 밑이나 죽은 나무, 벽돌 틈에서도 발견된다. 장마철이 되면 숲 근처 인가의 집안에 들어오기도 한다. 실제로 연구진은 낡은 병원 안에서 이 거미를 채집하기도 했다.

 

연구의 주 저자인 나라야카라는 이 거미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거미의 하나이지만 매우 드물다. 오래된 나무를 좋아하는데, 벌채 때문에 적당한 서식지가 줄어들자 개체수 줄고 있으며 낡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라고 온라인 매체 <와이어드>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포에실로테리아속의 타란튤라 15종의 상당수도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형태적 특징을 기초로 한 것이고 유전자 분석을 통한 연구가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종인지 여부는 아직 단정하기 힘들다.

 

세계에서 가장 다리 사이의 거리가 긴 자이언트 헌츠맨. 사진=페트라와 윌프리트, 위키미디어 코먼스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타란튤라인 골리앗버드이터. 사진=스네이크컬렉터, 위키미디어 코먼스

 

타란튤라 가운데 가장 큰 거미는 자이언트 헌츠맨으로 2001년 라오스의 동굴에서 발견됐는데 앞뒤 다리 사이의 거리가 30에 이른다. 무게로 가장 무거운 거미는 골리앗버드이터로 체중이 170g이나 나간다

 

대형 무당거미, 박쥐 사냥한다

남극 뺀 모든 대륙서 52건 사례 분석지름 1.5m 초강력 겹그물 못 빠져나와

타란튤라 등은 직접 사냥생태계 영향은 제한적, 모처럼의 횡재

 

박쥐를 잡아먹는 거미는 알려진 것보다 널리 분포한다. 일본 남쪽 아마미 오시마 섬에서 박쥐를 잡아먹는 필리페스 무당거미 암컷. 사진=야스노리 마에조노, 교토대

 

나는 능력은 진화의 역사에서 탁월한 선택이다. 1만 종을 헤아리는 새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종이 다양하다. 박쥐도 1200여 종이나 되는데, 포유류의 약 5분의 1에 해당한다.

 

박쥐는 천적도 별로 없어, 올빼미나 매, 뱀 등이 꼽힌다. 그런데 무척추동물 가운데 박쥐를 공격하는 게 종종 있다. 베네수엘라 동굴에서 왕지네가 박쥐를 잡아먹는 것이 관찰된 적이 있으며, 바퀴가 동굴 바닥에 떨어진 어린 박쥐를 먹는 모습이 보고되기도 했다. 또 거미줄에 걸려있는 박쥐가 목격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사례는 우연일까, 아니면 거미가 사냥한 걸까.

 

호주 퀸즐랜드에서 암컷 필리페스 무당거미가 박쥐를 잡아먹고 있는 모습. 사진=카르멘 파브로

 

스위스와 독일 생태학자는 지난 100년 동안 박쥐가 거미줄에 걸렸거나 거미가 박쥐를 먹고 있는 것을 보고한 사례 52건을 분석한 논문을 온라인 공개 학술지 <플로스 원>13일치에 발표했다. 분석 결과 거미의 박쥐 사냥은 남극을 뺀 모든 대륙에서 보고됐으며, 대부분 적도에서 위도 30도 안쪽의 더운 지역에서 일어났다. 중남미 열대지역, 동남아, 호주와 파푸아뉴기니 등이 대표적인 사례 지역이다. 아시아에선 중국과 일본, 동남아 열대지역에서 보고되었으며, 홍콩의 공원과 숲에서 다수의 사례가 나왔다.

 

거미의 박쥐 사냥이 보고된 지역(붉은 점). 그림=마틴 니펠러 외, <플로스 원>

 

대표적인 박쥐 킬러는 몸길이가 10~15에 이르는 대형 무당거미 종류로, 지상 1~6m 공중에 펼친 지름 1.5m의 강력한 거미줄에 박쥐가 걸려든다. 특히, 이런 그물 여러 개가 겹쳐있는 곳에선 수 의 거미줄 그물이 형성되어 한 거미줄에서 빠져나가더라도 다른 그물에 걸려들게 된다. 왕거미도 덩치가 크고 넓고 강한 거미줄로 박쥐를 잡는다. 거미줄에 걸리는 박쥐는 대개 애기박쥐과와 주머니날개박쥐과의 몸집이 작은 박쥐로 곤충을 잡아먹는 종으로 나타났다. 거미줄에 걸린 박쥐는 거미가 직접 물어 죽이기도 하지만 탈진과 굶주림, 탈진, 저체온증으로 죽는다.

 

그렇더라도 걸리는 박쥐의 무게 3~8g에 견주면 거미는 0.5~7g에 지나지 않는다. 거미줄의 탄력이 사냥에 큰 구실을 하지만, 거미는 종종 자기 몸보다 큰 먹이를 사냥하기도 한다. 무당거미가 30g이 넘는 새와 100g짜리 메뚜기를 잡았다는 관찰도 있다.

 

큰 그물을 치지 않고 동굴 벽이나 바닥 등을 어슬렁거리며 박쥐를 잡아먹는 대형 사냥 거미도 있다. 타란튤라, 늑대 거미, 농발거미 등이 그런 사냥꾼이다.

 

타란튤라의 일종인 페루비안 핑크 토가 페루의 야자나무 옆에서 박쥐를 잡아먹는 모습. 사진=마틴 니펠러 외, <플로스 원>

 

그렇지만 거미가 적극적으로 박쥐를 잡아먹지 않고 그물에 걸린 채 방치한 사례도 적지 않다. 박쥐가 감당하기에 쉽지 않고 위험한 먹이일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연구진은 거미의 박쥐 사냥이 알려진 것보다 광범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드러났지만 그것이 생태계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영국에서 해마다 올빼미나 솔개가 잡아먹는 박쥐만도 20만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거미줄의 지름은 0.002~0.005로 박쥐가 초음파로 감지할 수 있는 한계보다 가늘다. 하지만 여러 개의 거미줄로 엮인 거미줄은 쉽게 포착한다. 그런데도 박쥐가 거미줄에 걸리는 이유는 뭘까. 연구진은 박쥐가 익숙한 잠자리 근처에서는 초음파를 이용한 관측을 하지 않고 기억에 의존한 비행을 하며, 어리거나 경험이 적은 박쥐가 주로 걸리고, 또는 거미줄에 걸린 곤충을 노리다가 걸릴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커다란 거미라도 수많은 작은 곤충이 주식이다. 이들에게 가끔 걸리는 작은 새나 박쥐는 횡재가 아닐 수 없다.

 

카리브 해에 면한 중미 나라인 벨리즈에서 왕거미의 거미줄에 박쥐가 죽은 채 걸려 있다. 사진=마틴 니펠러 외, <플로스 원>

 

절지동물인 거미가 척추동물인 박쥐를 잡아먹는다는 게 신기해 보일지 몰라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어떤 거미는 물고기와 개구리를 잡아먹고, 늑대거미과의 다른 거미와 타란튤라는 개구리와 도마뱀을 사냥한다.

 

타란튤라와 점박이꼬마거미는 뱀과 쥐를 잡아먹는다는 관찰 결과도 있다. 게다가 거미를 거미줄에서 낚아채 먹는 박쥐도 있다. 자연의 구석구석을 우리가 모를 뿐이다.

 

기사가 인용한 원문 논문 정보

Nyffeler M, Knornschild M (2013) Bat Predation by Spiders. PLoS onE 8(3): e58120. doi:10.1371/journal.pone.0058120

http://www.plosone.org/article/info%3Adoi%2F10.1371%2Fjournal.pone.0058120

 

뇌가 다리로 흘러 넘치는 초소형 거미

파나마 소형 거미, 몸 빈 틈의 80%, 다리의 25%를 뇌가 차지

핀끝 크기 거미도 거미줄 치는 등 행동은 마찬가지

 

중추신경계가 가슴을 채우고 일부 다리에까지 흘러 넘친 모습. 초소형 거미 아나피소나 시모니 암컷. 아래 잣대는 0.05. 사진=스미소니언 열대연구소.

 

열대 우림에는 섬뜩하게 큰 거미도 있지만 돋보기로 보아야 간신히 보일 만큼 작은 거미도 아주 많다. 중앙아메리카 파나마에 있는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과학자들은 이들 초소형 거미를 연구하다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 뇌가 들어갈 곳이 부족해 가슴을 거쳐 다리에까지 흘러 넘치는 작은 거미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로사네테 쿠에사다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연구원 등 연구진은 국제학술지 <절지동물의 구조 및 발달> 11뤌 호에 실린 논문에서 다양한 크기의 거미 9종을 대상으로 몸의 크기와 뇌 크기, 행동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초소형 거미인 아나피소나 시모니 종. 암컷 성체의 무게가 0.8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이 중추신경계를 일일이 측정한 대상에는 성체의 무게가 2000인 제법 큰 거미 네필라 클라비페스로부터 무게가 그 40만 분의 10.005이하인 어린 아나피소나 시모니에 이르기까지 다양했다.

 

몸이 작아지면 상대적인 뇌의 크기도 자연히 작아진다. 이른바 할러의 법칙이다. 사람의 뇌 무게는 체중의 2~3%이지만 작은 개미에 가면 그 비율은 15%로 뛰어 오른다. 핀 끝처럼 작은 거미에게 그 비율은 훨씬 높다.

 

이처럼 몸이 작아지는 만큼 뇌도 함께 작아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중요한 중추신경계를 줄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극소 거미도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잡으며 짝짓기를 하는 행동 면에서 큰 거미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고 밝혔다.

 

초소형 거미의 모습. 그러나 큰 거미와 마찬가지로 거미줄을 치고 먹이를 잡으며, 이를 위한 뇌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이런 행동을 지시할 유전자와 그것을 담는 그릇인 세포핵, 그리고 그것으로 이뤄진 신경 단위인 뉴런의 절대적인 부피를 줄이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무게가 0.7이 안 되는 어린 거미 5종과 크기가 작은 성체 거미 4종에서 중추신경계가 머리와 가슴을 거쳐 다리에까지 흘러 넘친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윌리엄 위키슬로 스미소니언 열대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스미소니언협회가 내는 웹진 <스미소니언 사이언스>와의 인터뷰에서 극소 거미의 중추신경계는 다리의 25%를 포함해 몸의 빈 공간의 거의 80%를 채우고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 가지 초소형 거미에서 중추신경이 다리로 흘러 넘치는 모습(화살표 부분). 사진=스미소니언 파나마 열대 연구소.  

 

어린 초소형 거미 가운데는 엄청난 뇌 무게를 견디다 못해 가슴판이 부풀어 오르는 신체 변형 현상을 겪고 있었다. 이런 현상은 성체가 되면 나타나지 않았다. 뇌는 에너지를 많이 소모한다. 따라서 이들 거미는 큰 뇌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뉴런의 크기를 지름 0.003로 줄이고 핵 이외의 세포기관도 줄여 세포 부피의 90%를 핵이 차지하고 있다.

 

중추신경이 다리에까지 흘러 넘치는 현상은 일부 진드기에서도 관찰된다고 이 논문은 밝혔다

 

스미소니언의 연구 대상에 포함된 파나마의 제법 큰 거미인 네필라 클라비페스. 사진=위키미디아 커먼스.

 

한편, 일부 기생 벌 등 극소형 곤충은 아예 핵이 없는 뉴런이 대부분인 중추신경계를 이용해 이런 난제를 해결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관련 기사 아메바보다 작은 미니 벌, 뇌세포 줄이고도 할 건 다 한다”)./ 2011. 12. 16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The allometry of CNS size and consequences of miniaturization in orb-weaving and cleptoparasitic spiders

Rosannette Quesada, Emilia Triana, Gloria Vargas, John K. Douglass, Marc A. Seid, Jeremy E. Niven, William G. Eberhard, William T. Wcislo

Arthropod Structure & Development

doi:10.1016/j.asd.2011.07.002

 

서성거미의 섹스, 거짓말 그리고 보복

수컷 선물 바쳐야 짝짓기, 내용물 가짜로 넣어 암컷 속이기도

선물 없으면 가짜라도 안 주는 것보다 낫다

 

유럽 서성거미 수컷이 거미줄로 감싼 선물을 암컷에게 전달하면서 짝짓기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마리아 호세 알보.

 

암컷과 짝짓기를 하기 전에 먹이를 선물로 바치는 행동은 동물에게서 널리 발견된다. 유럽 서성거미도 그런 예인데, 먹이를 거미줄로 정성껏 포장해 암컷에게 주고 먹이를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한다.

 

그런데 진화생물학자들은 선물을 좋아하는 암컷의 습성을 이용해 수컷 서성거미가 종종 가짜 먹이를 포장해 선물로 주는 속임수를 쓴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런 속임수는 왜 나왔으며 그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암컷은 당하고만 있을까. 마리아 호세 알보 덴마크 아아후스 대 교수 등 국제 연구진은 14일 온라인 공개 학술지인 <비엠시 진화생물학>에 실린 논문에서 서성거미의 섹스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었다.

 

유럽 서성거미가 파리를 잡아 은신처로 옮기고 있다. 사진=미카엘 레머, 위키미디아 커먼스.

 

이 거미 수컷은 파리 등 먹이를 잡은 뒤 거미줄로 꽁꽁 동여매 잘 포장한 뒤 암컷에게 선물로 주는 습성이 있다. 암컷은 선물에 하도 익숙해 있어 선물을 내놓지 않는 수컷과는 거의 짝짓기를 하지 않는다.

 

선물을 포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암컷은 종종 짝짓기를 하다 말고 선물을 가지고 달아나려 하기 때문이다. 이때 수컷은 발톱으로 선물을 꼭 움켜쥔 채 죽은 척하는 행동을 한다. 암컷이 선물과 거기 매달린 수컷을 질질 끌고 가다 지치면 수컷은 다시 짝짓기를 한다.

 

따라서 포장은 선물을 쉽사리 빼앗기지 않기 위한 수단이다. 암컷이 선물의 포장을 뜯어 내용물을 먹는 시간을 길게 해 짝짓기 시간을 늘리려는 이유도 있다. 포장의 또 다른 중요한 용도는 내용물을 감추는 것이다. 수컷은 가짜 선물을 만들기 위해 알맹이로 자기가 다 빨아먹은 곤충 껍질이나 식물 조각, 솜 뭉치 따위를 거미줄로 잘 포장해 암컷에게 주고 거기에 관심이 팔린 암컷과 짝짓기를 한다. 진짜 먹이를 잡는 수고를 더는 것이다.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덴마크 산 서성거미를 채집해 수컷이 단백질이 풍부한 파리 선물, 보통의 파리 선물, 가짜 선물, 그리고 아무런 선물도 없을 때 등 4가지 상황에서 암컷과 짝짓기 얼마나 성공적으로 하는지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가짜 선물을 주는 서성거미 수컷 13마리 가운데 12마리가 짝짓기에 성공했다. 이는 진짜 선물을 준 거미와 비슷한 비율이다. 반면, 맨 손으로 암컷에게 다가간 수컷 6마리 가운데 1마리만 짝짓기를 했다. 또 가짜 선물을 준비한 수컷은 선물에 매달려 죽은 척하는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값진 선물을 한 수컷의 절반이 그런 행동을 한 것과 대조적이었다. 선물을 끌러본 암컷이 들고 내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 그럴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유럽 서성거미가 먹이를 거미줄로 포장해 암컷에게 가져가고 있다. 사진=아른스타인 뢰닝, 위키미디아 커먼스.

 

논문은 선물을 못 받은 암컷은 알 부화율이 감소했지만 가짜 선물을 받은 암컷에게는 생식에 별다른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지 않았다성공적인 정자 전달은 선물 내용보다는 선물 유무와 직결된 것 같다고 밝혔다. 선물은 가져오지 않은 수컷과의 짝짓기 시간은 상대적으로 짧았고 암컷에게 전달하는 정자도 적었다.

 

성공적인 짝짓기를 위해서는 선물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선물이 없다면 가짜라도 주는 쪽이 낫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암컷은 이런 수컷의 속임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만 있을까. 연구진은 암컷이 가짜 먹이를 확인하자마자 짝짓기를 중단하기 때문에 수컷이 충분히 정자 주머니를 전달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암컷이 이처럼 응징은 하지만, 전체적으로 보아 수컷의 속임수 전략이 윗길이라고 연구자들은 결론 내렸다. 짝짓기는 선물을 주는 순간 시작되고 속임수는 언제나 짝짓기가 시작된 뒤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 논문은 실험실에서와 달리 자연상태에서는 암컷이 여러 마리의 수컷과 짝짓기를 하기 때문에 먹이 조건이 나쁜 곳에서는 선물이 생식에 끼치는 영향이 크고, 또 가짜 선물을 받는 부정적 영향도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밝혔다./ 2011. 11. 16

       

기사가 인용한 논문의 원문 정보

Worthless donations: male deception and female counter play in a nuptial gift-giving spider

Maria J Albo , Gudrun Winther , Cristina Tuni , Soren Toft and Trine Bilde

BMC Evolutionary Biology 2011, 11:329doi:10.1186/1471-2148-11-329

Published: 14 November 2011


 

'눈칫밥' 무당거미 수컷, 치명적 사랑 윤순영 2011. 10. 18

왜소한 수컷, 암컷이 먹이 먹는 틈을 타 짝짓기

암컷이 탈피하는 기회 노리거나, 제 다리 내주는 비상수단도 동원

 

갈거밋과의 무당갈거미(또는 무당거미)는 공원이나 정원에서 흔히 보는 화려한 거미이다. 요즘 무당갈거미는 한창 산란기를 맞아 나무나 건물벽, 처마 등에 알을 낳고 있다. 먹이인 곤충이 사라지면서 무당갈거미는 오로지 알집을 잘 숨기고 지키느라 먹지도 못하고 추위와 싸우며 죽음을 맞게 된다. 화려한 무당거미의 모습과 거미줄에 가려 왜소하고 눈에 잘 띄지 않는 수컷의 존재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여름이 저물 무렵 수컷은 목숨을 건 짝짓기에 나선다. 엄청난 크기와 식욕을 지닌 위대한 암컷의 입을 피하며.



배짧은꽃등에가 거미줄에 걸렸다.

 

무당갈거미 암컷의 배 옆 무늬. 무당벌레, 무당개구리처럼 원색의 화려한 반점이나 줄무늬를 지닌 동물에 '무당'이란 접두어가 붙는다.

 

무당갈거미의 쓰레기 통. 먹고 난 곤충의 잔해를 버리지 않고 거미줄에 걸어놓는 이유는 천적인 새의 시선을 분산시키기 위해서일지 모른다.

 

산란을 위하여 무당갈거미의 식욕이 왕성하다. 낙엽이 떨어져 그물에 붙어도 달려갈 정도다.  

거미줄에 걸린 낙엽

 

배 윗 무늬

 

금빛이 감도는 거미줄

 

늦가을로 접어드는 시기를 알고서 처마 밑이나 활엽수 나뭇잎 나무껍질 틈 사이에 건강한 알을 낳기 위해서다. 국화꽃이 핀 작은 화단에 무당갈거미의 덫이 있다.

 

무당갈거미가 거미줄을 펴놓은 꽃밭.

 

거미줄을 뿜어내는 실젖.



나비, , 꽃등에, 잠자리를 비롯해 온갖 곤충들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 꽃으로 몰려든다는 것을 알아차린 무당 갈거미는 원형 입체 그물망을 만들어 한번 걸리면 좀처럼 빠져나가기가 힘들게 덫을 쳐 놓았다.

 

옆에서 본 이중 그물.

 

이중, 삼중으로 친 그물은 그물 정중앙에 자리잡은 거미를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고 그물을 지탱하는 구실을 한다.

 

먹이가 걸려들면 진동을 감지해 빠른 속도로 달려가 먹이가 수십 가닥의 거미줄을 한꺼번에 펼쳐 먹이를 재빨리 휘감는다.

 

거미줄에 걸린 네발나비가 빠져나오려 몸부림을 치고 있다.

 

네발나비를 제압하는 무당갈거미.   

거미줄로 먹이를 감고 있다.

     

그물의 기둥 거미줄은 매우 단단하고 탄력이 적어 위협을 느낄 때 그 줄을 타고 올라가거나 내려가 풀잎사이나 나뭇가지에 숨는데 도움이 된다. 또한 그물을 고정시키는 역할도 한다. 먹이가 걸려드는 부드럽고 끈끈한 그물과는 물성이 다르다.

   

위험을 느껴 기둥줄을 타고 도망가는 무당갈거미.

 

나무잎 뒤로 숨어버린 무당갈거미.

 

다급한 위기 상황이면 몸에서 순식간에 줄을 뽑아 땅으로 쏜살같이 곤두박질쳐 풀숲으로 몸을 숨긴다.

 

왜소한 수컷의 가혹한 짝짓기

무당갈거미의 수컷은 같은 종이 아닌 것처럼 보일 정도로 매우 빈약하고 작다. 몸 길이는 6~10정도로 20~30인 암컷의 절반 크기에도 미치지 못 한다. 또 암컷은 노랑 빨강 검은색 연두색의 화려한 무늬를 가지고 있지만 수컷은 밋밋한 갈색으로 눈에 띄지도 않는다

 

무당갈거미 수컷.

 

수컷과 너무 달라 다른 종으로 착각하기 쉬운 무당갈거미 암컷.

 

무당갈거미 암컷 뒷 배면

 

수컷은 먹이를 사냥할 그물을 따로 치지 않고 암컷이 만들어 놓은 거미줄에서 눈치를 살피며 눈칫밥을 먹으며 산다. 자칫 배고픈 암컷의 눈에 띄기라도 하면 목숨이 위태롭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족 보전을 위해 수컷은 기꺼이 목숨을 바치며 교미를 한다.

 

짝짓기를 위해 먹이를 먹고 있는 암컷에게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수컷 무당갈거미().

수컷은 암컷의 눈치를 살피다 먹이를 먹고 있는 틈을 노리거나 먹이를 다 먹고 포만감에 사로잡혀 있을 때 암컷과 교미를 한다. 수컷은 이밖에도 짝짓기를 위해 여러 전략을 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영보 농업과학기술원 박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수컷은 암컷이 탈피를 마치자마자 달려들어 짝짓기를 하거나 아예 제 다리를 몇 개 떼어주어 암컷이 이것을 먹는 동안 짝짓기를 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왜 수컷은 다리 한 두개가 없을까, 심지어는 4개가 없는 것도 있어 궁금했는데 그 까닭을 알고 행복했다"고 밝혔다

 

암컷이 없는 틈을 타 먹이를 훔쳐 먹는 수컷 무당갈거미.

 

암컷의 배 뒷면 무늬와 암컷의 배 끝 무늬



암컷의 앞 다리

 

물거미는 물 속 숨 쉬는 집에서 산다 2011. 07. 04

물속 산소 흡수하는 공기주머니가 아가미 구실

길게는 하루 1번 꼴 물 밖 공기 보충하면 쾌적

 

물속에서 생활하는 물거미.

 

전 세계 수만 종의 거미 가운데 가장 유별난 거미는 아마도 물속에 사는 거미일 것이다. 물속 수초 사이에 그물을 펴고 걸려드는 물속벌레나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다. 짝짓기, 알 낳기 등 모든 생활을 물속에서 해결한다.

 

하지만 물거미는 아가미가 아니라 다른 거미처럼 공기호흡을 한다. 물거미의 물속 생활을 가능하게 만든 것은 바로 공기 주머니이다. 물속 수초 틈에 공기 주머니를 만들어 놓고 그 속에서 먹이를 기다리거나 잡은 먹이를 먹는다. 또 물거미는 수시로 물 표면에서 공기를 배에 달고 들어와 공기 주머니를 보충한다.

 

밖에서 신선한 공기방울을 물속 공기 주머니로 나르는 물거미.

 

이제까지 물거미가 물 표면을 들락거리는 것은 산소가 고갈된 공기 주머니에 신선한 공기를 넣기 위한 행동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국제학술지 <실험 생물학> 최근호에 실린 논문은 물속의 공기 주머니가 마치 물고기의 아가미처럼 산소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구실을 한다는 사실을 정량적인 측정을 통해 밝혔다.

 

로저 세이무어 오스트레일리아 아델레이드 대학 교수는 독일 연구자와 함께 독일 아이더 강에 서식하는 물거미의 공기 주머니 안팎 산소농도를 분광 산소 감지기를 이용해 정밀하게 측정했다.

 

물거미가 공기주머니에 공기를 보충하는 모습을 담은 그림.

 

결국 주머니 속에는 물에 녹지 않는 질소 농도만 점점 높아지는데, 질소가 확산되면서 공기 주머니가 터지기까지 하루 정도의 기간 안에 바깥에서 새 공기를 보충해 주면 주머니를 안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제까지는 신선한 공기를 보충하기 위해 20~40분마다 표면을 오르내려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한여름 더운 날에도 물속의 산소만 충분하다면 물거미는 하루에 한 번쯤만 공기를 보충해도 된다고 밝혔다.

 

그 결과 공기 주머니 안팎의 공기 교환율이 아가미를 이용하는 동물과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거미가 주머니 속에서 산소를 소비하면 물속에서부터 주머니 속으로 산소가 녹아 들어오고, 반대로 높아진 이산화탄소는 주머니 밖으로 스며 나갔다.

 

물거미와 공기주머니.

 

주머니 밖으로 덜 들락거려도 된다면 물 표면에서 천적에게 포착될 위험도 줄이고 먹이가 거미줄에 걸리는 것을 방해하지도 않는 이득이 있다.

 

물거미는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등 동아시아와 러시아, 유럽 등지에 분포하지만 세계적으로 희귀종이며, 우리나라에서는 경기도 연천군 은대리의 습지에 서식하고 있다. 은대리 서식지는 천연기념물 412호로 보호받고 있다.


공작 낙하산 거미(멸종위기)

 

공작 낙하산 거미는 102년 동안 멸종된 것으로 알려졌다가 2001년 다시 발견된 극히 희귀한 대형 거미이다. 이 거미의 유일한 서식지는 인도 안드라 프라데시 주에 있는 심하게 조각난 숲이다. 이곳의 면적은 100가 못 되고 벌목과 땔감 채취로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무엇보다 문제는 이 거미의 희귀성 때문에 국제적인 거미 수집상들의 채집 압력이 높다는 것이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이 거미가 조만간 멸종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종이 서식지 밖의 다른 곳에서도 사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개코원숭이 거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2004년 발견된 개코원숭이 거미는 발의 끝 두 마디가 개코원숭이의 손가락을 닮아 이런 이름을 얻었다. 최고 9까지 자라는 거대한 거미로 억센 털이 몸에 나 있다. 주로 곤충을 사냥하지만 개구리나 도마뱀도 먹이목록에 포함된다.

이 거미는 크루거 국립공원 안 레타바 지역의 작은 구역에서만 서식한다. 사바나의 아카시아 숲이 서식지이다. 거미 서식지를 2년 동안 샅샅이 조사했는데도 서식하는 구멍을 20개밖에 발견하지 못했다.

야행성인 이 거미는 낮 동안 땅속에 구멍을 파고 거미줄을 바른 구멍에 숨어 있다. 다른 타란튤라 거미처럼 이 거미는 애완동물로 수요가 높아 불법 포획이 벌어지고 있다.

남아공에서 이 거미는 법정보호종이다. 이 거미의 생태, 분류, 분포 등에 대한 연구가 요청되고 있다.

 

새로 발견된 거미

동물의 세계에서는 자신의 정체를 숨겨야 생존 확률을 높일 수 있다. 위 사진 속의 거미는 알아보기 힘들다. 마른 나뭇잎으로 착각하기에 딱 좋다.

 

먹이 사냥을 위해서 또는 천적을 피하기 위해서 위장 기술을 연마(?)해왔고 그 결과 이런 신기한 위장 능력을 갖게 된 것이다.

 

위 사진은 최근 학술지 거미학 저널에 발표되어 화제가 되고 있다. 스미소니언 연구소의 맷재즈 컨트너가 이끄는 연구팀은 이 이상한 거미를 중국 윈난성 우림 지역에서 발견했다.

귀 없는 깡충거미가 소리를 듣는 방법은? 20161108일 과학동아

        


Ron Hoy's lab, Cornell University 제공

 

연구진은 깡충거미를 통해 아주 우연히 이 사실을 확인했다고 하는데. 깡충거미의 시각 정보 처리 방법을 연구하며 뇌 신경 기록을 관찰하던 중 한 연구원의 의자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바로 그 때, 깡충거미의 뇌 신경 기록이 튀어 올랐다. 이를 본 연구원은 다시 한 번 더 소리를 냈다. 그러자 뇌 신경 기록이 또 튀어 올랐다.

 

Ron Hoy's lab, Cornell University 제공

 

그 후, 연구진은 깡충거미의 청력을 입증하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박수를 치고 그에 따른 깡충거미의 반응을 본 것. 일단 가까이에서 박수를 쳤다. 그러자 뇌 신경 기록은 반응을 보였다. 조금 더 멀리 떨어진 곳에서 박수를 쳤다. 역시 반응이 나타났다. 그렇게 실험실에 있는 깡충거미로부터 3~5미터 떨어진 곳까지 가서 박수를 쳤는데, 깡충거미의 뇌 신경 기록이 튀어 오르며 반응을 보였다.

 

Lukas Jonaitis(W) 제공

 

깡충거미의 평균 크기가 5밀리미터 안팎인 것을 생각했을 때, 3미터 밖이라 함은 자신의 몸 길이의 600배가 되는 곳의 소리를 듣고 반응한다는 것이다. 사람으로 치면 1킬로미터가 넘는 곳의 소리를 듣는다는 의미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3대 학술지 셀(Cell)의 자매지인 현대생물학(Current Biology)’ 저널에 발표되었다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히지 않는 비법 20160712

곤충세계에 존재하는 카니발리즘(cannibalism, 동족끼리 잡아먹거나 공격하는 행동)에 대해 들어본 적 있는가? 카니발리즘의 대표적인 곤충에는 사마귀, 닷거미 등이 있는데요. 오늘은 그 중에서도 닷거미에 대한 연구결과가 있어 소개하려 한다. 일전에도 닷거미에 대해 소개했지만(참고 거미는 곤충만 먹는다는 편견을 버려!!), 닷거미는 자신보다 몸집이 큰 물고기도 잡아 먹을 정도로 포악하다. 그런 닷거미 암컷은 짝짓기가 끝나면, 자신이 낳을 새끼들의 아버지가 될지도 모를 상대를 잡아 먹는다. 하지만 수컷이 살아남는 방법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것이다. 바로 짝짓기 전, 암컷에게 선물을 선사하는 것이다.

   


알 자루를 옮기는 암컷 닷거미 - Charlesjsharp(W) 제공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교의 연구진은 수컷 닷거미가 짝짓기에 앞서 곤충의 사체를 거미줄로 돌돌 말아 암컷에게 선물하는 것을 발견했다. 사실 과학자들 사이에서 수컷 닷거미가 짝짓기 전, 암컷에게 이러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왔지만, 현재까지 그 속에 감춰진 이유에 대해 정확하게 확인된 바는 없었다. 그저 부모가 되는 것의 투자 정도로 인식되어 암컷에 대한 구애의 의미로 해석되어온 것이 전부였다. 카니발리즘에 대한 방패막이라는 설은 가능성으로만 치부되어온 것이다.

 



먹이를 먹고 있는 닷거미 - 위키미디어 커몬스 제공

 

하지만 오르후스대 연구진은 이러한 행동의 정확한 동기를 파악하기 위해, 280쌍의 닷거미를 수집해 실험을 실시했다. 수컷 닷거미가 암컷에게 한동안은 잡아 먹힐 것을 감안하고, 특정 환경에서 수컷이 선물 없이 암컷에게 다가갔을 때 벌어지는 일을 관찰했다. 또한 동일한 환경 가운데, 암컷에게 선물을 주는 것을 허용한 상태에서 벌어지는 일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수컷 닷거미가 선물 없이 나타났을 때, 그들 중 15%가 잡아 먹힌 데 반해, 선물을 준비한 수컷은 단 3.6%만이 잡아 먹혔다. 그리고 이것은 암컷이 얼마나 배가 고픈 상태였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사실상, 선물을 갖고 나타난 수컷 중에는 단 한 마리만이 잡아 먹혔는데, 그것도 두 번의 짝짓기를 마친 후에 일어난 일이었다.

     


알 자루를 옮기는 암컷 닷거미 - Bob Peterson(F) 제공

 

또한 선물을 준비한 수컷이 그렇지 않은 수컷보다 짝짓기 시간을 더 길게 가질 수 있었는데. 이는 더 많은 정자를 전달해 그 수컷의 새끼를 낳을 확률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암컷 닷거미들은 여러 번의 짝짓기를 통해 정자를 보관했다가 그들이 준비가 되었을 때, 수정시켜 새끼를 생산한다. 이 연구결과는 영국과학원의 생물학회지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되었다

 

   

거미[ spider ] 분류학상 옛실젖거미아목·원실젖거미아목·새실젖거미아목으로 분류되며 한국에는 원실젖거미아목에 땅거미과 1, 새실젖거미아목에비탈거미과를 비롯하여 37과가 분포한다. 옛실젖거미아목의 기무라거미과는 일본에만 있다. 전세계에 약 3만 종이 알려져 있으며 한국에는 약 600종이 분포하고 그 가운데 고유종이 약 130종에 이른다.

 

주모(蛛蝥) ·철모(蝃蝥) ·두공(杜公)이라고도 하고 한자어로는 지주(蜘蛛)라 한다. 재물보물명고에서는 납거미를 벽전(壁錢)이라 하였고 물보에서는 깡충거미를 승호(蠅虎)라 하였다.

 

옛날에는 곤충에 속하는 벌레로 분류하였으나 정확한 관찰에 의하여 곤충과는 차이가 많고 오히려 진드기목·전갈목·게벌레목·장님거미목 등과 유연 관계가 가깝다는 것이 밝혀졌다. 현재는 이들과 거미목을 묶어서 거미강으로 분류하고 있다.

 

거미의 조상은 고생대 캄브리아기의 삼엽충으로 추정되며, 이것이 진화하여 현생 거미에 가까운 화석종인 에오디플루리나(Eodiplurina)가 나타났다. 석탄기 지층에서 배에 몸마디가 있는 화석이 출토된 바 있다. 옛거미들은 땅속생활을 하였는데 중생대와 신생대를 거치면서 종수가 증가하면서 땅위로 진출하였다.

 

거미는 변태를 하지 않으므로 유충이나 번데기 시기가 없다. 부화한 애거미는 어미거미와 마찬가지로 다리가 8개이다. 처음에는 애거미끼리 모여 있거나 어미거미 곁에 있지만 나중에는 흩어져 독립생활을 한다. 거미의 수명은 보통 12년이지만 20년 이상 사는 종류도 있다. 식성은 다른 동물에 비해 단순해서 거의 곤충이나 그 밖의 작은 동물을 잡아먹는다.

 

생활방식으로 보아 정주형·떠돌이형(배회형그물치기형 등 3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정주형 거미에는 땅거미 등이 대표적이나 수중생활을 하는 물거미도 있다. 떠돌이형 거미는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고 그물을 치지 않으며 땅 위나 풀뿌리 근처, 나뭇잎 위를 돌아다니다가 먹을 것을 발견하면 잡아먹는다.

 

그물치기형 거미는 가장 종류가 많다. 흰수염깡충거미나 낯표스라소니거미, 꽃 속에 숨었다가 먹이를 잡아먹는 꽃거미·게거미 등 다양하다. 나뭇가지 사이나 돌 틈, 벽면, 구석진 곳 등에 그물을 친 뒤 먹이가 걸리기를 기다렸다가 잡아먹는다.

 

거미의 종류에 따라 그물모양이 다양하다. 둥근그물은 공중에 치는 규칙적인 바퀴모양 그물이다(왕거미류·호랑거미·먼지거미). 조각그물은 완성된 둥근그물이 아니고 세 가닥의 세로실에 둘러싸인 두 구획에 가로실이 없으므로 초승달모양이 된다(조각그물거미·왕거미류).

 

삼각그물은 부채그물이라고도 하며 변형된 둥근그물이다. 접시그물은 거미줄이 불규칙하게 펼쳐져 접시모양 또는 사발모양으로 된다(접시거미류). 선반그물은 불규칙한 선반모양으로 담장이나 가구류 사이에 친다(참집가게거미·들풀거미).

 

이 밖에도 줄그물·바구니그물(꼬마거미류천막그물 등이 있다. 거미줄은 뱃속에 있는 액체가 방적돌기의 무수한 토사관과 가는 관을 통해 밖으로 나오는 순간, 공기에 닿으면서 굳어 실이 된다. 실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테실·발판실·세로실 등은 점성이 없고 가로실은 점성이 강하다.

 

거미줄은 누에가 내는 비단 실보다 가늘고 튼튼하지만 거미 사육법과 짜는 방법이 어려워 실용화가 어렵다.

 

거미의 민속과 상징

거미가 집안에 나타나는 시점에 따라 길흉을 점치는 속설이 있는데, 아침 거미는 길조, 저녁 거미는 흉조로 보았다. 서경잡기에도 아침 거미는 기쁨, 저녁 거미는 도둑이라고 적혀 있다.

 

경상북도 달성군에 다음과 같은 거미의 복수설화가 전해온다. 어느날 나무꾼이 거미를 밟아 죽었는데 그 후 부인에게 태기가 있더니 사내아이를 낳았다. 다 자라도록 어미의 젖을 놓지 않아 지나던 노승이 이를 보고 그 아이는 죽은 거미의 화신으로 부인을 말려 죽일 것이다라고 하여 아이를 죽였다는 내용이다.

 

비슷한 설화가 전국 여러 곳에 전한다. 고대인은 거미집을 보고 그물을 고안했다고 전한다. 동양사상에서 거미는 운명의 실을 짜는 자로 우주거미의 거미줄은 천망(天網)을 상징한다.

 

인도와 북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원주민의 신화에서는 거미가 창조신 또는 영웅신으로 등장한다. 인도에는 거미가 짠 직물로 섬이 생겨났다는 신화도 전해내려온다. 뉴멕시코 인디언의 전승에서는 인류를 비롯한 모든 생물의 시조인 거미가 만들어 낸 불을 이리가 훔쳐 인류에게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형태가 징그럽고 요물스러운 동물로 여기는데, 사람으로 환생하거나 천자를 탄생시키는 전설, 음험한 성격을 나타내는 민화, 실을 뽑는 신기한 재주를 노래한 민요 등이 많다. 동의보감에 고환염(睾丸炎), 결핵성 복막염, 코피, 베인 상처 등에 약으로 쓴 기록이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Just A Little - Beau Brumme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