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현장] 市 일방적 처리로 '천혜 공간' 훼손 2007.10.24 부산일보
최근 부산시와 한나라당은 부산발전 10대 정책과제실행방안을 협의하며, 강서구 일대를 첨단산업도시로 조성함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을 '용지난'으로 규정한 바 있다. 과연 낙동강하구 강서 일원에는 어떤 그림이 미래상으로 합당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면적으로 발상을 전환하지 않고서는 일대의 개발이 모두에게 이롭게 되는 기회는 없을 것이다. 일대의 토박이들이 누대에 걸쳐 형성한 삶의 터전은 일대의 자연적 조건이 풍요로와야 미래를 기약할 수 있지만, 개발로 근간을 축내는 방식이라면, 또다시 들러리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부산시는 이같은 지역정서를 십분 활용해 동부산권에 대항하는 의미로서 이 일대를 부산 발전의 한 축으로 설정했다. '경제와 자연환경이 상생하는 남부경제권 중추거점'이라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런데 도무지 신뢰가 가지 않는 것은 그동안 부산시가 보인 행태 때문이다.
물의를 빚고 있는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건만 하더라도 부산시는 지난 2001년 6월에 제정된 하구보전 관리조례에 근거해 환경단체 등과 사전 협의를 하게끔 되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관행을 보였다.
낙동강 하구 일원은 모든 영역의 생태계가 존재하고 종다양성이 풍부해 보전가치가 높은 곳이다. 국가적 차원에서 5개의 법으로 토지의 이용을 제한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유일무이한 공간이다. 이 천혜의 공간을 부산시는 틈나는 대로,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해제하고 허물어 오다 이번에는 절반 이상을 해제하는 안을 문화재청에 제출했다. 한마디로 일대의 근간을 송두리째 뒤집어 버리겠다는 것에 다름아닌 충격적 조치다.
부산시는 철새가 오지 않거나 철새도래지 기능을 상실했는데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규제돼 주민 반발도 심하고 성장동력을 위한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산시의 이같은 주장은 근거가 터무니없기도 하거니와 지극히 모순적이다. 실제 평강천과 맥도강 그리고 서낙동강 중심부는 부산시 스스로가 생태거점으로 설정하고 있음에도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의 명분은 '새가 없다'는 것으로 간단히 내세웠다.
과연 그러한가. 부산시장은 날 저물어 어둑할 때 서낙동강 변을 거닐어 보라. 낙동강 하구 겨울 철새들의 행동 패턴을 알게 된다면 결코 일대에 '새가 있니, 없니'하는 말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고도 정녕 일대를 해제시켜야 한다면 지금 때맞춰 시베리아로부터 나래짓을 하며 하늘 가득 울음을 실어오는 철새들의 군무부터 지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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