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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6.21~6.26 집값 잡으랬더니 종부세 잡은 민주당

by 이성근 2021. 6. 20.

 

종부세 2%·양도세 비과세 12억원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상위 2%’만 종부세땐 70억 주택 소유자 300만원 감면 받아

손님 19·불법체류 여성 15명 술판주점주인 단속반에 소화기 세례

죽음 마저도 차별당하는 사람들장례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세계 백만장자의 2%는 한국인작년 기준 105만명

조국 부녀 일러스트 '성매매 유인' 기사에 쓴 <조선>, 결국 사과

사기 사건 기사에 문 대통령 그림... 딱 걸린 조선일보

성매매 기사에 조국 부녀삽화 사용한 조선일보에 , “환멸스럽다질타

대한민국 헌법 제31(3)헌법 제31조를 다시 말하다-‘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종부세 2%·양도세 비과세 12억원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1주택 한정한 종부세 시장 영향 크지 않다

양도세 “12억원에 맞춰 집값 키맞추기 가능성

 

더불어민주당이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세를 현행 기준보다 완화하기로 당론을 정한 가운데, 부동산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1주택자에 국한된 종부세 부담 완화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양도세 비과세 기준 완화는 시장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이 지난 18일 의원총회를 통해 당론으로 확정한 종부세 완화 방안은 1주택자 종부세 과세기준을 공시가격 9억원 초과에서 공시가격 상위 2%’로 변경하는 안이다. 상위 2% 주택 공시가격 수준은 11억원대다. 올해 공시가격 현실화율 70.2%를 반영하면 종부세 납부 대상 주택은 시세 128천만원 수준에서 157천만원 수준으로 3억원 가량 상향되는 효과가 있다. 민주당은 올해 주택분 종부세 납부 대상(854000) 가운데 1주택자에 해당하는 183000명 가운데 94000명이 납부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밝힌 바 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종부세와 관련해서는 대다수 다주택자의 세부담에 변화가 없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종부세 과세 인원이 너무 많아져 부자라고 할 수 없는 1주택 중산층까지 종부세를 부담하게 되는 현실에서 속도 조절한 측면이 크다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완화가 아니라서 시장 전체 거래나 가격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승, 종부세율 인상, 공시가격 상승 등 복합적인 세부담 증가 상황을 고려하면 1주택자 세부담을 덜어준 것은 긍정적이라며 감면 혜택을 받는 구간을 보면 주로 서울이나 경기 남부 지역이 집중 수혜 지역이 될텐데, 거래량 증가나 가격 상승 등의 시장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9억원에서 12억원(실거래가 기준)으로 상향한 것은 시장 과열이 예상된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여경희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종부세와 달리 양도세는 긍정적인 부분보다 부정적인 부분이 클 수 있다비과세 기준이 상향 조정됨으로써 12억원에 맞춰서 주택가격이 키맞추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2년만 거주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으니 12억원 이하는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 부동산 특위가 비과세 기준을 상향하는 대신 양도차익 5억원 초과 주택의 장기보유특별공제율을 하향하기로 한 대목에 주목하는 분위기도 있다. 부동산 특위는 양도차익 5억원 이하는 현행처럼 40%를 공제해주되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는 30%, 10억원 초과~20억원 이하는 20%, 20억원 초과는 10%만 공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양도차익이 크면 오래 보유해도 양도세 감면을 많이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박 위원은 초고가 주택은 오래 보유하고 있어도 공제 혜택이 줄어들기 때문에 제도 시행 전에 10년 이상 장기거주 고령자들의 절세 매물이 일부 나올 수 있다제도가 시행되면 12억원 이하는 거래가 활발한 반면 초고가주택은 거래가 드문 시장 이분화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1주택자들에 한해 세부담을 낮춰준다고 해도 외적 조건 상 섣불리 시장에 참여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참된부동산연구소 쌔미 소장은 금리 인상 얘기가 나오면서 지금이 막차 중에 막차라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는데다 정부 여당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커서 쉽사리 움직일 것 같지 않다부동산 불로소득을 근절하는 더 근본적이고 강화된 대책을 내놓는 게 차라리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효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부동산, 코인, 주식 등 저금리 상황에 기름을 붓지 않을까 우려된다외국에서는 자산 버블에 대해 세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이번 결정은 그런 추세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한국도시연구소, 민달팽이유니온 등 주거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21일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여당이 부동산 특위안을 당론으로 채택한 데 대한 비판 기자회견을 연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상위 2%’만 종부세땐 70억 주택 소유자 300만원 감면 받아

나라살림연구소, 주택가액별 세금 효과 분석

 

더불어민주당 당론대로 공시가격 상위 2%만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으로 할 경우, 공시가 115천만원인 1주택 소유자는 종부세 부과액 86만원 전액을 감면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시가격 50억원 1주택 소유자는 종부세가 4500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300만원 줄어드는 것으로 계산됐다.

 

나라살림연구소가 22일 발표한 종부세, 가격 상위 2% 주택에 과세시 주택가액별 인하액보고서를 보면, 상위 2% 기준점에 해당해 종부세 부담이 0원이 되는 공시가 약 115천만원 1주택 소유자는 현행 세제에 따라 내야 하는 종부세 약 86만원이 절감된다. 즉 공시가 9~115천만원에 해당하는 주택을 소유했다면 최대 86만원의 종부세를 감면받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 공시가 15억원(시가 약 20억원) 주택 소유자의 종부세는 250만원에서 130만원으로 120만원 줄어든다. 공시가 20억원(시가 약 30억원) 주택 소유자라면 700만원에서 480만원으로 220만원 깎인다. 공시가 50억원(시가 약 70억원)일 땐 4500만원에서 4200만원으로 300만원 인하된다. 주택 가격이 높을수록 종부세 감면액은 커지고, 감면율은 줄어드는 것이다.

 

장기보유 고령자의 종부세 변화를 보면, 현재 공시가 115천만원 주택에서 15년 이상 거주한 70살 이상 1주택자의 종부세는 17만원이다. 민주당안대로 개편되면 해당 장기보유 고령자는 17만원의 종부세 전액을 감면받는다. 공시가격 20억원과 50억원인 1주택 장기보유 고령자의 종부세는 각각 45만원과 60만원 줄어든다.

 

부부공동 명의자의 경우 공시가 6억원씩 절반 지분을 보유했다면 현재는 12억원까지 종부세가 면제된다. 상위 2% 기준금액인 115천만원 주택의 경우 현재도 종부세 대상이 아니다. 연구소는 민주당안대로 종부세를 완화했을 때 1세대 1주택 혜택이 크게 늘어남에 따라 여기서 제외되는 부부공동 명의자는 오히려 종부세액이 더 커지는 경우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민주당안대로 매년 변동되는 주택가액 비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할 경우 조세부담의 예측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려, 납세자들이 경제적 판단을 명확히 할 수 없게 만든다고 비판했다.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민주당안에 따르면) 보유한 집의 가격이 안 변해도 전체 주택 가격 변화에 따라 종부세 부담이 달라지는 등 조세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민주당은 정파적 이해에 따라 부동산 과세 원칙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손님 19·불법체류 여성 15명 술판주점주인 단속반에 소화기 세례

불법체류 외국인 접객원을 고용한 뒤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하며 영업을 해온 유흥주점이 적발됐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최근 집합금지 명령을 위반해 영업을 한 경기도 시흥시 소재 유흥주점 2곳을 적발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사대는 시흥시 일대 일부 유흥주점이 외국인 접객원을 불법 고용해 영업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뒤 지난 18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영장을 집행했다.

 

조사대에 따르면 적발된 유흥주점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간판 불을 끄고 문을 잠근 채 영업을 하고 있었다. 조사대는 약 2시간가량 문을 열어달라고 협조요청을 했으나 응하지 않아 소방당국과 공조해 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단속반은 단속을 피해 밀실에 숨은 이용객 19명과 외국인 접객원 15명 등 34명을 수색해 적발했다. 특히 일부는 화장실 내부를 통해 천장 위로 도주했지만 결국 수색망에 걸리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업주 A씨는 소화기를 분사하거나 맥주병을 깨며 난동을 부리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라이터를 들고 "업장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해 현장에 있던 경찰에 의해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됐다.

조사대는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불법취업한 외국인들을 전원 강제퇴거할 방침이다.

 

아울러 A씨는 불법고용 혐의로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용객 19명을 포함한 34명 전원에 대해선 주무관청인 시흥시청에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고발 등 행정조치를 할 예정이다.

 

조사대 관계자는 "불법체류 외국인을 접객원으로 고용해 취객을 상대로 은밀하게 영업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방역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협을 주는 만큼 철저히 단속할 것"이라고 말했다./뉴스1

 

죽음 마저도 차별당하는 사람들장례의 차별을 없애야 한다

매년 유엔이 정한 빈곤철폐의 날에 무연고사망자들을 봉안한 '무연고추모의집' 앞에서 합동위령제를 진행하고 있다. 쪽방촌 주민들은 먼저 무연고로 보낸 동료를 추모하고 본인도 무연고로 이곳에 올 예정이라고 말한다. 나눔과나눔

 

흔히 '죽으면 끝'이라고 한다. 착하게 살든 나쁘게 살든, 돈이 많든 적든 누구나 죽는다. 죽은 사람을 애도하고 남은 짐을 정리하는 건 산 사람의 몫이다. 장례는 분명 남은 사람들을 위한 자리다. 누가 오고 몇 명이 오고, 화환이 몇 개가 오고 조의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등등은 이미 죽고 없는 사람에게는 큰 의미 없는 일일 것이다.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안 되거나 치러 줄 사람이 없으면 무연고사망자로 처리된다. <평등의 에코-100>에 참여한 박진옥 사단법인 나눔과나눔 상임이사는 십여년 전 위안부 피해자의 장례를 지원하면서 무연고사망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박 상임이사는 장례를 할 수 있고 없음에서 차별이 있다고 말한다.

 

프레시안 : <평등의 에코-100>은 어떻게 참여하게 됐나.

박진옥 : 차별금지법 제정의 의미를 생각해보면, 우리 사회는 획일성을 강조한다. 차별금지법은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고유성을 인정하는 첫걸음이라 생각한다.

 

인권이나 차별은 특정한 누군가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양한 사회 분야의 사람들이 자기가 있는 현장에서 차별금지법이 바로 우리의 삶과 연결됐다는 이야기를 하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될 것 같다. 저는 죽음과 장례 영역. 이런 활동에서도 차별과 다양성이 보장되면 좋겠다는 의미에서 캠페인에 참여했다.

 

프레시안 : 모든 사람은 죽는다. 죽음만큼은 평등하다는 말도 있다. 죽음과 차별이 어떤 관련이 있나.

박진옥 : '누구나 죽는다'라는 명제를 보면 죽음은 평등하다. 문제는 죽음 이후의 장례와 같은 사후 사무에 있다.

 

단적인 예로 신문에 부고란이 있다. 누군가의 죽음의 소식, 장례 소식을 알린다. 부고란에 올라가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들이다. 어떤 사람의 죽음은 사회적으로 알릴 가치가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상징하는 바가 있다.

 

부고란은 언급할만한 가치가 있는, 보전할 가치가 있는, 인정할만한 가치가 있는 삶과 아닌 삶을 구분하는 공간이다. 부고란을 통해 공적으로 애도할만한 삶, 주목할 만한 삶과 아닌 삶을 나눈다.

 

프레시안 : 사회가 개인의 죽음을 두고 그 삶을 판단하면서 필요한 사람, 살 가치가 있었던 사람과 없었던 사람을 구분한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박진옥 : 죽음은 모두에게 평등하다고 하지만 정말 평등한가. 죽음 이후의 장례와 사회가 그 죽음을 대하는 태도는 차별적이다. 무연고사망자는 시신이 처리되는 과정을 보면 마치 존재한 적도 없는 사람이 된다. 애도가 없어도 되는 사람, 애도할 사람도 없고 애도할 만한 가치도 없는 사람처럼 사라진다.

 

차별금지법에서 정하고 있는 차별금지 사유들이 있다. 성별, 나이, 장애, 피부색 등. 가구와 가족형태도 중요한 차별의 요소 중 하나다. 장례에서 문제가 되는 건 이 부분이다. 장례를 할 권리가 오직 연고자에게만 있다. 연고자만이 시신을 인수해서 장례를 치를 수 있다. 법적으로 연고자는 법적 배우자, 그리고 직계 존비속, 형제자매까지다.

 

요즘은 예전과 가족과 가구를 이루는 형태가 다양화됐다. IMF를 겪으면서 가족구조가 크게 변했다. 이혼도 증가하고 전통적인 가족공동체의 모습이 많이 사라졌다. 부모자식간의 혈연관계도 쉽게 단절된다. 1인 가구도 많이 늘어났다. 가구와 가족형태의 변화를 보면 결혼하지 않은 사람, 비혼이 늘어났다. 형제자매가 없는 사람도 많고 또 고아로 홀로 살아온 사람도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다.

 

프레시안 : '무연고사망자'라면 막연히 신원불상자의 객사를 생각했다.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박진옥 : 아름다운재단에서 하는 <18세 어른>이라는 캠페인이 있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고 홀로 남은 사람도 있고, 가족은 있지만 모든 가정이 화목한 것도 아니지 않나. 소외되고 관계가 단절된 사람들. 미혼모·, 독거노인. 친인척이 이민상태인 사람도 많다. 무연고에 이런 사람들이 많다.

 

연고자가 돌보지 않는, 돌볼 수 없는 숱한 개인사가 존재한다. 이렇게 가족과 가구의 형태가 다양해지는데 현재 법률은 그렇지 않다. 여기서 차별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만약 내가 부모님이 다 돌아가시고 결혼도 안 하고 형제도 없다면, 법률상 무연고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연고가 있다. 친구도 있고 하던 일도 있다. 크리스천이라 교회 공동체도 있고. 그런 관계가 있다. 그런데 무연고다.

 

친한 친구가 내 장례를 하고 싶어도 연고자가 아니라 할 수 없다. 만약에 내가 법적으로 결혼을 한 건 아니지만 30년 함께 산 사실혼 배우자가 있다면, 함께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배우자는 내 장례를 할 수 없다. 바로 이런 게 가족과 가구 형태에 따른 차별이다. 가족의 형태는 더 다양해지고 있는데 현재의 법률과 사회는 여전히 흔히 말하는 정상성, '정상가족'을 기준에 두고 애도할 수 있는 삶과 그렇지 않은 삶을 구분 짓는다.

2018년 마련된 서울시 공영장례 빈소 전경-무연고사망자와 저소득시민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서울시립승화원에 설치된 빈소는 공영장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나눔과나눔

 

프레시안 : '정상적인 삶'을 살았느냐로 애도할 가치가 있는 삶을 판단하는 것도 문제지만 '무연고'로 분류하는 기준도 문제가 있다.

박진옥 : 사례를 더 들면, 가장 쉽게 접하는 사례는 조카다. 조카는 자식뻘이다. 그런데 조카가 삼촌의 장례를 할 수 없다. 고모가 조카들을 자식처럼 키웠어도. 시장 상인도 있었다. 시장에서 수십 년 동고동락한 다른 상인들이 고인의 장례를 치르고 싶어했는데 못했다.

 

나눔과나눔은 홈페이지에서 무연고사망자의 부고를 알린다. <비마이너>가 이를 기사로 알린다. <비마이너>의 부고란을 보고 무연고사망자의 친구들이 장례에 오기도 한다. 친구가 죽었는데 무연고가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던 거다. 이리저리 찾아보니 나눔과나눔이 나오고 거기에 부고가 계속 올라오고 있으니까. 어떤 사람은 친구의 부고를 보려고 한달 동안 매일 홈페이지에 들어왔다고 했다.

 

장례를 하다 보면, 고인과 관계가 있던 사람들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사회적으로는 아니라지만 고인의 지인에게는 중요한 부고다. 그런데 사회는 고인을 '무연고사망자'라고 분류해서 치워버린다. 존재하지 않았던 사람으로 취급한다.

 

프레시안 : 누구나 무연고가 될 수 있다. 취약계층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떤 사람들이 어떤 이유에서 무연고사망자가 되나. 가구나 가족형태의 문제 외에 다른 이유가 있나.

박진옥 : 연고자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연고자가 있는데 관계가 단절된 경우가 많다, 연고자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을 때, 또 연고자가 경제적 어려움 같은 개인사를 이유로 시신 인수를 해도 무연고사망자가 된다.

 

이주노동자가 그런 경우가 많다. 시신을 본국까지 이송할 수 없다. 본국에 있는 가족들도 너무 가난해서 그런 절차를 감당할 수 없는 거다.

 

누가 어떤 사람이 되는지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사연이 다양하다. 나이로만 봐도 영아부터 100세 어르신까지 있다.

 

프레시안 : 무연고 사망 아기가 있을 수 있나. 학대 사망 같은 경우인가.

박진옥 : 다 학대라고 할 수 없다. 출산하는 과정에서 죽을 수도 있다. 그런 아기를 무연고로 보내기도 했다. 출산을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이를테면 집에서 하는 것이다. 집에서 아이를 낳는다는 걸 상상하기 어렵다.

 

그런데 그런 경우가 있다.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임신. 병원도 제대로 못 가고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운 적도 없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그러다 병원도 아닌 곳에서 홀로 출산을 하는데 그러다 아기가 죽으면 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른다. 그 여성은 아기 죽인 혐의로 수사를 받는다.

 

베이비박스에 두고 간 아기가 죽는 일도 있다. 많이 아팠거나 난치병이 있었다든가. 아기의 죽음에도 이유가 정말 많다. 학대라고만 할 수 없다. 학대 사건이 많이 알려지면서 무연고 사망 아기를 그런 시선으로 보는 일들이 많다. 조심하고 있다.

 

아기가 무연고사망자가 된다는 건 너무 가슴 아픈 이야기다. 잘 안 알려져 있다. 아기의 죽음은 쉬쉬하는 것도 있고. 특히 여성에게 손가락질할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여성이 임신하고 출산을 하기까지 어떤 사회안전망이 있었나.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한다, 어디에 도움을 요청하라고 가르쳐주기를 하나. 사회적 시스템의 문제지 영아 유기, 영아 살해 이렇게만 조명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

 

프레시안 : 갓 태어난 아기의 죽음, 개인의 죽음이지만 개인의 일만은 아닌 것 같다. 장례를 할 수 있고 없고도 문제지만 죽음 자체에도 제도의 한계나 사회안전망의 부재가 느껴진다.

박진옥 : 무연고사망자의 직업도 다양하다. 공무원 생활을 30년 한 사람도 있었다. 안정적으로 잘 살았는데 말년에 무언가가 삐끗한 거다. 강남 대치동에서 큰 학원을 운영한 사람도 있었다. 그 사람은 자녀들이 다 미국에 있었는데 자녀들이 시신 인수를 포기해서 무연고사망자가 됐다.

 

무연고사망자를 개인이 잘 살고 못 살고의 어떤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 개인 차원의 죽음이라고 보면 해결되지 않는다.

 

예전엔 개인의 문제였다. 질병을 예로 들면, 그건 개인의 건강 문제였다. 아픈 사람이 있으면 가족공동체가 환자를 돌봤다. 보육이나 노인돌봄도 각 가정이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였다. 그런데 점점 개인이 책임지지 못하고 가정이 대응할 수 없는 일들이 늘어나고 그게 사회문제로 드러났다. 건강보험제도나 고용보험, 산업재해, 연금 등등.

 

복지제도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죽음이나 죽음 이후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하다. 단적으로 국립의료원은 돈이 없는 사람도 치료해준다. 그런데 죽으면 그 가족들에게 '돈이 있으면 장례하고 없으면 시신 포기하면 국가가 화장해준다'라고 얘기한다. 그게 끝이다. 죽음 이후는 개인이나 가족공동체가 알아서 하는 것이다. 연고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자기 돈으로 하겠다 해도 못 하고.

 

프레시안 : 가족이 죽었는데 시신을 포기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

박진옥 : 시신 인수를 포기한 이유도 다양할 것이다. 3자가 뭐라고 할 수 없는,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무연고 장례를 치르면서 나는 처음에 사망자의 가족들이 그렇게 미웠다. 그래도 가족인데. 가족이 죽었는데 왜 포기하는 거야, 왜 와보지도 않는 거야, 이렇게. 그러다 가끔씩 찾아오는 가족들과 지인들의 이야기 들으면 또 (사망자가) 나쁜 놈이었네, 아 좀 잘 살지, 하는 생각도 드는 거다.

 

현장에서 계속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또 고인의 삶을 알게 되면서 지금은 그런 생각이다. 잘 못살고 싶었던 사람들이 어딨겠나. 잘 살고 싶었는데 잘 안 됐겠지. 고인도 그 상황에 나름 최선을 다한 게 아니었을까, 하고. 사회적 기준이나 이런 점에서 미흡할 수 있지만 나름 그 상황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만큼 살다 간 사람 아닌가, 하고 정리하게 됐다.

장례절차가 모두 끝나고 위패를 가져갈 가족이 없어서 고인의 이름을 소지하는 것으로 장례를 마무리한다. 육신에 이어 이름마저도 재로 변하는 순간이다. 만나자마다 먼길 떠나는 고인에게 "수고하셨습니다"라는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나눔과나눔

 

프레시안 : 무연고사망자 늘어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박진옥 : 걱정이다. 사망자의 가족이 걱정된다. 법적인 연고자가 없는 사람들보다 연고자가 있지만 포기한 경우가 많다. 이유는 관계 단절, 경제적 이유. 돈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시신 인수를 포기하고 장례를 하지 못하는 거다. 그런데 이게 '장례를 못했다'라고 끝날 일은 아니라고 본다.

 

그 사람도 앞으로 살아가면서 또 누군가의 장례에 가게 될 것이다. 고인을 애도하고 남은 가족들을 위로할 것이다. 다른 사람들과 고인을 함께 기억하고 슬퍼할 것이다.

 

그게 그 사람에게 아무렇지 않을까. 자기는 가족을 포기했는데. 물론 경제적으로 어려웠고 수십 년 연락도 안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었지만 정말 괜찮냐는 거다. 나는 그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걱정이다. '나는 돈이 없어서 가족 장례도 못 치렀다'라는 죄책감이나 후회, 자기혐오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혹은 연고자는 아니었지만 죽은 사람과 관계가 있었든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장례는 죽은 사람을 보내는 과정이지만 남은 사람들이 애도를 통해 치유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작년 무연고사망자가 3000명 정도였다. 가족이나 지인이 2~3명 있었다고 치면 1만 명이다. 장례를 포기했거나 치르고 싶었는데 못 치른 사람이. 사회가 이걸 방치한다는 게 불안하다.

 

프레시안 : 장례를 치르고 말고가 남은 사람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가.

장례식 : 트라우마가 남을 수 있다. 시신 인수를 포기할 때 위임서를 쓴다. 연고자가 장례를 안 하겠다는 위임서다. 그거 한 장 쓰는 게 뭐가 어렵냐 싶겠지만 정말 어렵다.

 

한 번은 몇십 년 연락 안 된 오빠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고 지방에서 올라온 사람이 나눔과나눔을 찾은 적이 있다. 그 사람은 너무 당황스럽고 놀란 상태에서 시신을 확인했는데, 담당자가 "돈 있으면 장례하고 없으면 포기해라" 이런 거다. 그 사람도 나이가 많고 장례를 치를 형편이 안 돼서 위임장을 썼다. 그런데 내려가는 길에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었던 거다. 다음날 다시 연락해서 어떻게든 장례 치르겠다니까 이미 서류가 접수돼서 안 된다고 했다.

 

또 어떤 사람은 경찰서에서 연락을 받고 가서 오래전에 연락이 끊긴 동생의 시신을 확인했다. 똑같은 이야기를 듣고 시신 위임서를 받았는데 도저히 못 하겠는 거다. 계속 ', 동생이었는데'. 한참을 고민하다가 하루의 말미만 달라고, 지금은 못하겠다고 하고 나왔다. 물론 가정사 같은 이유로 그냥 쓰는 사람도 있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어려워하는 사람들도 많다.

 

프레시안 : 장례를 치른다는 게 '인간의 도리를 다한다'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박진옥 : 어떤 사람은 위임서 작성하고 나서 밤에 친구랑 술 마시다가, 친구가 '아버지 장례 안가냐' 그래서 '안 갈 거다. 위임했다' 하니까 친구가 '너 그럼 안된다'면서 장례에 끌고 왔다. 장례 끝나고 가면서 '그래도 잘 왔다'고 했다.

 

이런 일을 종종 목격한다. 장례를 통해 치유하는 것. 어떤 이유로 관계가 단절됐든 상처가 있든. 기억에 남는 사람들은 고인의 아내와 딸이었다. 가정폭력 때문에 오래전에 도망쳤다고 했다. 근데 장례에 온 거다.

 

고인의 딸이 장례 끝나고 문자를 보냈다. 고인이 되게 미웠고 그래서 장례도 안 하려고 했다고. 근데 장례를 하고 나니 이제 죽었다는 걸 받아들이고 내가 좀 용서할 수 있게 됐다고 하셨다.

 

사실 장례라는 게 죽음을 인정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남은 사람들이 그 사람에 대한 무언가를 정리하는 거다. 이런 기회를 제공하느냐 안 하느냐는 꽤 크다. 관계가 단절돼서, 돈이 없어서 장례를 못하는 게 당연해선 안 된다. 아무런 대책 없이 사람들을 방치하는 거다. '너희들의 심리는 너희 알아서 해라' 이렇게. 이걸 계속 겪어보니까 이게 된 사람과 안 된 사람의 차이가 크다. 그래서 걱정이다.

 

프레시안 : 장례 왜 치러야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을 거 같다. 개인의 죽음이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나.

박진옥 : 우선은 '공영장례'에 대해 설명해야 할 것 같다. 공영장례는 개인의 죽음을 사회적으로 애도하는 것이다. 무연고사망자의 시신은 그냥 '처리'만 되고 아무런 애도 과정이 없다. 나눔과나눔은 그 누구도 장례의식 없이 시신이 처리되지 않도록 장례를 지원하는 단체다.

 

공공은 정부와 공동체를 말한다. 공공이 단지 무연고사망자뿐 아니라 저소득 시민까지, 재정적 어려움 있는 사람들도 인간 존엄성을 유지할 수 있게 가족과 지인들이 애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애도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 고인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마음을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게 공공장례다.

 

우선 고인의 연고자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장례가 어려우면 최소한 장례를 할 수 있게 공공이 지원하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가족이 아니라 해도 지인이나 누군가가 고인의 장례를 하고 싶다면 할 수 있다면 '가족대신장례'를 지원한다. 세 번째는 가족도 지인도 없으면, 아무도 장례를 안 한다면 사회 공동체가, 시민들이 함께 잘 가시라고 애도한다.

 

프레시안 : 사회공동체가 개인의 죽음을 애도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박진옥 : 왜 이걸 해야 하느냐면, 아마 죽음은 개인적인 차원의 일이라는 생각으로 질문했을 거다. 사회적으로 장례식이 왜 중요하냐는 뜻이기도 하고.

 

부고란으로 설명했지만 장례의 유무는 죽음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이다. 의례의 대상이 되는 사람과 되지 못하는 사람, 정상적인 죽음과 비정상적인 죽음을 나누는 것이다. 사회가 장례라는 걸 통해 죽음의 의미를 위계화한다. 개인의 삶을 평가하는 어떤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과 맞는 사람에게 다른 대우를 한다. 배제와 차별을 강화하는 게 장례다. 내가 주장하는 게 아니고 문화의 상징인가, 책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이러한 장례의 가치가 거기에 있고 장례라는 게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와도 떼놓을 수 없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무연고사망자, 장례를 치르기 어려운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사회가 주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죽음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프레시안 : 예측 가능하다면?

박진옥 : 본인의 장례를 걱정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독거어르신, 쪽방 주민 등등. 3040대인데 자신의 장례를 걱정하며 전화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연고는 자기도 안다. 자기가 죽으면 무연고사망자가 된다는 것을. 그러면 장례도 없고 어떻게 되나 싶은데, 서울시에서 공영장례가 시행되면서 최소한 내가 죽으면 저렇게 장례를 해주는구나 알게 됐다.

 

공영장례는 죽은 사람의 존엄함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지만 그와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에게 당신이 혼자가 아니고 사회가 당신의 장례를 어떻게 할지, 사회적 연대와 약속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인의 죽음은 사회적인 의미를 가진다. 장례를 사회보장으로 해야한다는 주장하는 이유다. 죽은 사람의 존엄은 중요하다. 그리고 그걸 통해서 산 사람들의 존엄을 지켜나갈 수 있다.

헌화했던 꽃으로 고인의 마지막 가시는 길 꽃길 되시라 국화꽃잎을 따서 뿌려드린다. 나눔과나눔

 

프레시안 : 같지만 다른 질문을 하게 된다. 개인의 죽음을 사회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박진옥 : 정말 중요한 질문이라 생각한다. 2020년 무연고사망자가 약 3000명이다. 3월에 기사가 나왔는데 그걸 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을 거다. '3000명의 무연고사망자가 있었네.' 타인의 죽음, 어떤 통계.

 

다른 사람의 말을 인용하면, 일본의 한 영화감독이 한 말인데 저는 그 이야기를 보고 무연고를 이렇게 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2만 명이 죽었다. 그걸 2만 명이 죽은 하나의 사건으로 기억하면 피해자의 가족들, 사회적인 고통을 헤아리지 못한다. 이 죽음을 한 사람이 죽은 2만 개의 사건으로 기억해야 한다"라고.

 

'무연고사망자 3000'이라고 끝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죽은 3000개의 사건이라고. 나눔과나눔이 '리멤버 캠페인'이라는 걸 한다. 무연고사망자의 사연으로 메시지를 쓰는 활동이다. 캠페인을 하다보면 사람들이 놀라는 게, 무연고사망자는 '서울역 홈리스의 죽음' 이렇게 생각한 거다. 근데 사연을 보면 '이분 내 옆집 살던 분인데?' 하는 거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 오며가며 얼굴 마주친 사람들. 내 이웃이 이렇게 무연고사망자가 됐다는 데서 놀란다.

 

'20203000명의 무연고사망자가 발생했다' 이 문장이 아니라 내 이웃, 내 지인이 죽은 3000개의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에 내 친구가 무연고로 갔다면 무연고사망자가 된 내 친구의 장례였던 거지 3000명이 죽은 한 개의 사건이 아니다. 그렇게 받아들이게 된다.

 

무연고의 죽음은 누군가 다른 사람의 죽음이지만 사회 공동체가 함께 애도해야 하는 이유. 사회적 애도라는 말은 사회적 참사 이런데 많이 쓰니까 나는 그래서 공동체, 공동의 애도라고 썼으면 한다. 시민이 동시대를 함께 산 사람에게 애썼다, 수고했다, 잘 가시라, 이렇게 이야기하고 함께 그 죽음에 대해 애도하는 문화. 이게 개인의 죽음을 사회가 받아들이는 태도인 것이다.

 

간디가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이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나라가 어떤 나라인지 알 수 있고 그 국민의 도덕적 수준이 어디까지 왔는지 알 수 있다고. 저는 이걸 죽음으로 바꿔도 의미있다고 생각한다. 한 사회가 죽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회가 산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 수 있다. 죽은 사람을 존엄하게 보낸다면 산 사람도 존엄하게 대하는 사회일 것이다. 죽음은 누구나 맞이한다. 하지만 그 이후의 장례와 애도의 기회에는 차별이 없어야 한다./프레시안

세계 백만장자의 2%는 한국인작년 기준 105만명

ㆍ코로나로 빈부격차 심화 우려도

 

지난해 100만달러(113000만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한국인(성인 기준)이 약 105만명으로 전 세계 백만장자의 2%를 차지한 것으로 추산됐다.

 

스위스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CS)22(현지시간) 발간한 ‘2021 세계 부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백만장자는 1051000명으로 세계에서 11번째로 백만장자가 많은 국가다.

 

미국은 21951000명으로 백만장자가 가장 많은 국가였다. 이어 중국(5279000), 일본(3662000), 독일(2953000), 영국(2491000) 등의 순이었다. 국가별 성인 인구 중 백만장자 비율은 스위스가 14.9%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는 호주(9.4%), 미국(8.8%) 순이었다. 한국의 비율은 2.5%.

 

작년 말 부채를 제외한 성인 1인당 평균 순자산 규모는 79952달러로 전년 대비 6.0%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로 각국 중앙은행이 초저금리 정책을 유지하면서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이 상승한 결과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심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보고서에 따르면 100만달러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소득층의 순자산은 총 1916000억달러로 2000년 대비 4배 늘고, 전 세계 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에서 46%로 증가했다.

 

반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55%에 해당하는 29억명의 순자산은 1만달러 미만으로 집계됐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조국 부녀 일러스트 '성매매 유인' 기사에 쓴 <조선>, 결국 사과

비판 제기 되자 7시간만에 사과 공지... 조선 지난해 8월에도 조민 관련 기사 사과

21, <조선일보>가 성매매 기사에 조국 전 장관의 딸 사진을 그림으로 바꿔 올려 논란이 되고 있다.아이엠피터

 

<조선일보>가 성매매 기사에 조국 전 장관의 딸 사진을 그림으로 바꿔 올려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621<조선일보>'[단독] "먼저 씻으세요" 성매매 유인해 지갑 털어'라는 기사에 사진 대신 그림으로 대체해 보도했습니다.

 

보통 성매매나 범죄 관련 기사에는 사진 대신 그림을 활용하는 경우가 자주 있어 이 부분은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 기사에 나온 그림 속 인물들은 가공의 인물이 아닌 실존 인물이었습니다.

 

그림 속 휴대폰을 받고 있는 여성은 조국 전 장관의 딸 사진과 거의 같습니다. 그림 속 백팩을 메고 있는 남성은 조 전 장관을 그린 이정헌 화백 그림과 유사합니다.

 

조국 전 장관과 딸의 사진을 그림으로 바꿔 성매매 관련 기사에 올렸다는 것은 마치 부녀가 성매매와 관련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듭니다.

 

조 전 장관은 23일 오전 페이스북에 "제 딸 사진을 그림으로 바꾸어 성매매 기사에 올린 조선일보, 기자 이름은 이승규, 이 그림 올린 자는 인간입니까?"라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습니다.

 

그림은 <조선일보> 홈페이지에는 다른 그림으로 배치됐고, <조선일보 LA>에는 삭제됐지만, MSN에는 그대로 올라가 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조선일보>에게 요구합니다'라는 "글에서 교체되기 전 문제 그림을 올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주십시오. 이승규 기자, 취재부서 팀장, 회사 그림 디자이너, 편집 책임 기자 등에서 누구입니까? 이 중 한 명인지 또는 복수 공모인지도 알려주십시오"라고 요구했습니다.

227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서민 교수 칼럼에 실린 일러스트와 621일 성매매 관련기사 그림과 동일하다.조선일보

 

<조선일보>에 나온 그림은 지난 227일에 보도된 서민 단국대 교수의 '조민 추적은 스토킹이 아니다.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라는 기사에 삽입된 일러스트입니다.

 

일러스트에는 조국 전 장관의 딸과 조 전 장관의 뒷모습,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의 한 장면이 묘사된 그림이 담겨 있습니다.

 

'서민의 문파타파'라는 부제목이 달린 칼럼에서 서민 교수는 "부모의 죄가 곧 자식의 죄다. 똑똑히 지켜보고 종놈이 법을 어기면 어찌 되는지 뼈에 새기거라"라는 문구와 함께 연좌제를 말합니다.

 

서 교수는 "조 전 장관 가족 그리고 조민을 옹호했던 수많은 친문 중 그 누구도 반성하지 않고 있다""조민의 의사 생활을 계속 추적하되, 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을 갖지 않아도 되는 이유다"라고 주장했습니다.

2020829일 조선일보 2면에 실린 "바로잡습니다"조선일보

 

<조선일보>2020829일자 일부 지역판에 실린 '조민, 세브란스병원 피부과 일방적으로 찾아가 "조국 딸이다, 의사고시 후 여기서 인턴하고 싶다"'와 관련해 사과문을 올렸습니다.

 

<조선일보>는 조간 2'바로잡습니다'를 통해 "이 기사는 사실관계 확인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부정확한 기사였다""피해를 입은 조민씨와 연세대 의료원 관계자들께 깊이 사과드린다. 독자 여러분께도 사과드린다"고 밝혔습니다.

 

당시 <조선일보>"2차 취재원의 증언은 확인했는데, 당사자인 조씨나 해당 교수에게 확인하지 않은 것이라 삭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과문은 올렸지만, 여전히 조민씨에 대한 제보 의혹이 유효한 것처럼 주장하며 '오보'를 인정하지 않은 것입니다.

 

조국 전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언론사 오보에 대한 해외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사례를 언급하며 한국이라면 얼마 정도의 배상액이 선고될지 생각해본다는 글을 올렸습니다.

 

언론사가 특정인을 묘사한 그림을 성매매 관련 기사에 넣어 보도했다는 사실은 실수라고 해도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합니다. 특히 온라인 기사의 특성상 쉽게 전파되어 당사자는 엄청난 피해를 입게 됩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조국 전 장관과 그의 가족에게 깊은 상처를 주는 악의적인 보도 행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언론의 역할이라고 보기도 어렵거니와 '성폭력 범죄 보도 세부 권고 기준'에도 맞지 않습니다.

 

한편 <조선일보>는 비판이 제기되자 이날 1150분에 "일러스트 목록에서 여성 1,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했다""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사기 사건 기사에 문 대통령 그림... 딱 걸린 조선일보

과거 기사에 부적절 일러스트 사용 논란, 뒤늦게 삭제... 민언련 "눈 가리고 아웅이냐"

조국 전 장관 딸 일러스트 사용으로 논란을 빚은 조선일보가, 문 대통령 묘사 일러스트를 과거 범죄 사건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화면캡쳐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딸 조민씨를 묘사한 일러스트를 성매매 관련 기사에 사용해 논란이 됐던 <조선일보>가 과거 문재인 대통령을 묘사한 일러스트를 사기 사건 기사에 사용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비판이 일자 <조선일보> 측은 이 일러스트를 삭제하고 사과했습니다.

 

<조선일보>202034일 치 지면 <정진홍의 컬쳐 엔지니어링 '문재인 대통령과 거리두기>라는 제목의 칼럼에 문재인 대통령을 묘사한 일러스트를 실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방역 정책을 비판한 칼럼에 사용된 일러스트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른 사람과 떨어져 마스크를 착용하고 홀로 서 있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묘사된 일러스트를 과거 아래 기사 4건에도 사용했습니다. 이중 3건은 마스크 사기 혐의자, 사이비 종교인 등의 범죄 관련 기사였습니다. 25일 현재, 해당 기사에 쓰인 일러스트는 모두 삭제된 상태였습니다.

 

2020810<간 큰 제약사 공장장가짜 마스크 7000장 경찰에 팔아>

2020916<동충하초 설명회서 확진 안된 딱 한명, 행사 내내 KF94마스크 벗지 않았다>

20201015<'산 속에서 3000여명 모임 의혹' 인터콥 경찰 고발됐다>

2021215<"마스크 팔아주겠다" 2억 가로채경찰·법원 공무원 사기 혐의 조사>

조선일보가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 묘사 일러스트를 과거 범죄 사건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나 비판이 일었다. 조선일보는 이에 사과하고 일러스트를 삭제했다(민언련 재구성).

조선일보 갈무리

 

<조선일보>의 범죄 관련 기사에 실린 일러스트를 본다면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식의 보도 행태는 사건 기사와 연관성이 없는 인물에 대한 반인권적 보도로 심각한 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습니다.

 

조선 "부적절 사용 사과, 철저 관리"... 민언련 "면피성 사과, 설득력 잃었다"

조선일보가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 묘사 일러스트를 과거 범죄 사건에 사용한 데 대해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24일 논평을 내고 이를 비판했다.민언련 화면캡쳐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24일 논평에서 "<조선일보>는 조국 전 장관과 조민 씨 삽화 사건을 담당자 실수라고 변명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 삽화를 잇따라 사용한 사건에 대해서는 무엇이라고 설명할 것인가"라며 "이제 '실수'였다는 조선일보 주장은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됐다"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조선일보>24일 오후에 '부적절한 일러스트 사용 사과드립니다. 철저히 관리하겠습니다'라는 제목의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23'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사과문을 게재한 지 하루 만에 잘못된 일러스트 사용에 대한 사과를 올린 것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과문도 조국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사과문처럼, 정확한 사건 경위나 징계 수위나 재발 방지 대책은 없었습니다. 일종의 면피성 해명이라는 비판이 뒤따릅니다.

조선일보가 이번엔 문재인 대통령 묘사 일러스트를 과거 범죄 사건에 사용한 데 대한 비판이 일자 사과 뒤 이를 삭제했다.조선일보 화면캡쳐

 

민언련 측은 "대문짝만 하게 반인권 보도를 해놓고 이제 와선 눈에 잘 띄지 않는 홈페이지 구석에 한 줄짜리 면피성 사과문을 실어놓는 면피성 사과는 소용없다"면서 "<조선일보> 지면과 조선닷컴 홈페이지, 포털 사이트에 원래 보도 크기의 비중대로 제대로 사과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들은 논평 말미에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는 통하지 않는다. 조선일보가 독자에게 약속한 윤리규범 가이드라인에 따라 철저하게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그 내용을 상세하게 공개하라"면서 "책임자 징계와 재발방지 대책도 제대로 내놓으라"고 촉구했습니다.

l임병도(impeter)/오마이뉴스

 

성매매 기사에 조국 부녀삽화 사용한 조선일보에 , “환멸스럽다질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23일 조국 전 장관 부녀의 삽화를 내용과 관련이 없는 성매매 유인 기사에 잘못 사용한 조선일보를 향해 금도를 넘었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성매매 관련 기사에 조국 전 장관과 그 딸의 이미지를 사용한 조선일보의 행태에 분노한다“20년 넘게 신문에 몸담아 청춘을 보냈고, 기사가 어떻게 만들어지는 지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분노와 함께 수치를 느낀다고 지적했다.

 

이 전 대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진과 그림을 범죄 관련 기사에 사용했던 몇몇 언론들의 과거 행태를 본받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어떤 변명도 통할 수 없는 만행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입장과 의견이 다를 수는 있지만, 어느 경우에도 기본을 망각해서는 안 된다. 조선일보는 기본을 망각했고, 금도를 넘었다조선일보와 기자 당사자가 조 전 장관과 그 가족께 속히 사과해야 마땅하다고 촉구했다.

 

박주민 의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조선일보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진성준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 전 장관의 항의글을 함께 게재하며 언론이 어찌 이럴 수 있나. 환멸스럽다고 일갈했다.

 

조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에 조선일보의 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사과드린다는 사과문을 올리며 제 딸 관련 악의적인 보도에 대한 조선일보의 두번째 사과라며 상습범의 면피성 사과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고 했다. 이어 법적 책임을 묻겠다국회는 강화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서둘러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조선일보는 23일 홈페이지에서 담당기자는 일러스트 목록에서 여성 1, 남성 3명이 등장하는 이미지만 보고 기고문 내용은 모른 채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했다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조선닷컴은 지난 21일 오전 5시에 게재된 성매매 사건을 다룬 기사에 문제가 된 일러스트를 사용했다. 이후 해당 일러스트가 조 전 장관 부녀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있자 2시간30분 후 다른 일러스트로 교체했다. 해당 일러스트는 서민 교수의 관련 기고문(본지 227일자)에 썼던 것이라는 게 조선일보 측 설명이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대한민국 헌법 제31(3)헌법 제31조를 다시 말하다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이 문구를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떤 사람들은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자신이 3루타를 친 것처럼 생각하며 살아간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 감독 배리 스위처가 했다는 이 말은 능력주의와 공정을 둘러싼 담론이 넘쳐나는 이 시대를 꿰뚫어본다. 야구에 비유하자면, 사회에는 3루에서 태어난 사람이 있고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투 스트라이크를 먹은 사람도 있다. 타석에서 관중의 응원을 받아볼 기회도 없이 야구장 밖에서 야구장의 함성 소리만 들어야 하는 이도 있을 것이다.

 

우리 헌법 제31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돼 있다. 열쇳말은 능력균등이다. 이 두 단어는 불평등’ ‘격차라는 단어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는 우리 교육 현실에 고민거리를 던진다.

 

경향신문과 한국교육방송공사(EBS)는 공동으로 기획한 대한민국 헌법 제31시리즈 마지막 회에서 헌법 제31조의 의미를 다시 물었다.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기초교육학부 교수, 뇌과학자 장동선 박사,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오찬호 사회학자·작가가 머리를 맞댔다.

 

학생들이 본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박정희 정권 때 개헌하며 문구 추가돼

교육의 기회 고르게 보장이 취지지만

학생들은 불평등하게 드러나는 결과에

능력을 불평등 정당화하는 단어로 오해

헌법 제311항을 접한 중학생들도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란 표현에 주목했다.

 

김시훈군(14)균등이라고 하면 모두가 다 똑같이 교육을 받아야 되는 것인데, 요즘 그렇진 않은 것 같다. 학원에 많이 가는 친구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교육을 많이 받는 것이라고 했다. 김한준군(14)집안 형편에 따라 학원 수강이나 과외 같은 걸 받지 못하게 되면 교육 격차가 더 생기기 때문에 균등하게라는 단어가 주목된다고 했다.

 

중학생들은 능력을 재력을 비롯한 부모의 능력으로 인식했다. 박제이양(14)능력이란 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역량도 포함하고 있겠지만 재력 같은 것도 포함하는 단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지현양(14)그냥 균등하게가 아니고 능력에 따라서 하는 거면 부잣집 애들 능력’ ‘가난한 애들 능력그런 게 생각난다. 능력에 따라가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위서현양(15)능력은 자기가 만들어 낸 능력이 아니고 공평한 방법으로 만들어지지 않는 능력이다. 사교육을 못 받는 아이들도 있고, 부모님의 권위를 가지고 수월하게 교육받는 아이들도 있다고 봤다. 균등도 법에 명시되어 있긴 한데 현실적으로 지켜지지 않는 내용이다. 모든 아이들에게 기회와 경제적 지원을 주거나, 권위가 있으신 분들에게는 다른 기회를 주지 않아야 하는데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본뜻은 다른데왜 이렇게 해석되나

능력에 따라란 문구가 한국 헌법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48년 제정된 제헌헌법에선 모든 국민은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만 했다. 이후 1962년 박정희 정권 때 개헌하며 능력에 따라가 추가됐다. 학생들은 여기서 말하는 능력을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단어로 이해한다. 하지만 당초 취지는 교육의 기회를 고르게 보장하자는 것에 가깝다. 헌법재판소는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란 법률이 정하는 일정한 교육을 받을 전제조건으로서의 능력을 갖추었을 경우 차별 없이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기회가 보장된다는 것이지, 일정한 능력, 예컨대 지능이나 수학능력 등이 있다고 하여 제한 없이 다른 사람과 차별해 어떠한 내용과 종류와 기간의 교육을 받을 권리가 보장된다는 것은 아니다”(93헌마192)라고 판시했다.

 

능력이라는 단어는 왜 오해를 받는 걸까? 법은 원론적인 기회의 평등을 이야기하지만 학생들은 불평등하게 드러난 결과를 보기 때문이다. 법의 이념과 현실 간 괴리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다.

 

이소영 마이크로소프트 이사는 산업화 시대의 학교라는 획일화된 교육시스템에서 모든 아이들이 같은 능력을 가지기를 강요했기 때문이라며 다양성에 대해 많이 얘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학생들이) 능력이라는 것을 학교 시스템에 잘 적응하는 것으로 인지한 것 같다. 사회적인 담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오찬호 작가는 학생들의 반응에서 긍정적인 점과 우려되는 점을 동시에 봤다. 오 작가는 긍정적인 면은 학생들이 능력의 층위를 나눠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능력이 부족하면 차별받는다는 말을 했을 때 능력이 도대체 뭔데라고 따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려해야 할 점은, ‘우리가 능력만 있으면 못할 것 없다는 희망이 필요한데 지금은 능력이라는 것이 (오히려) 학생들을 짓누르고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우리는 왜 시험에 집착하나

능력에 따른 구분을 정당화하는 굳건한 신화는 시험에 대한 믿음이다. 2018년 유네스코 방콕사무소는 시험 문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배움의 사회문화적 영향에 관하여란 보고서에서 이를 시험 문화로 정의했다. 시험은 어느 나라에나 있지만 특히 아시아 나라들에서 시험이 갖는 의미는 사회적 계층 이동더 많은 경제적 기회로 압축된다는 것이다. 이때 시험은 성취도를 평가하는 수단일 뿐 아니라 한정된 사회적 자원을 분배하는 강력한 도구로도 기능한다. 보고서는 특히 한국의 교육열을 두고 한국에서 시험은 개인의 삶의 질과 성공을 결정짓는 전통적이고 강력한 메커니즘으로 기능해 왔다교육열의 근원은 계층의 사다리를 타고 올라 엘리트 계층에 진입하려는 욕망이라고 짚었다.

 

시험이 이토록 강력한 사회적 기능을 하는 것은 시험은 공정하다는 인식에서 온다. 김희삼 교수는 능력이 시험이라고 하는 얼핏 객관적인 도구를 통해서 나타난 결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라며 “‘기회는 누구에게나 공정하게 주어졌다. 대학 입시에서 배제된 사람은 없었고, 그 결과가 이렇다는 식이라고 말했다.

 

오찬호 작가는 시험이 하나의 사회철학 자체가 돼 버렸다고 진단했다. “시험을 의심하지 않고, 늘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에게 주목하고, 시험으로 우리 사회가 굉장히 잘 돌아가고 있으며 공정하다고 인식한다는 것이다. 오 작가는 결국 시험을 치르는 것이 사회에서 가장 인정을 받는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 바늘구멍을 통과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몰리게 된다다들 노력을 너무나 많이 하기 때문에 제도를 바꿀 수가 없다고 했다.

 

한국 사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과 각종 고시, 공채, 자격 시험을 비롯해 단 한 번의 시험으로 일찌감치 모든 것이 결정되는 방식에 익숙해졌다. 이소영 이사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치열한 내부 경쟁에서 벗어나 모두의 발전을 추구하면서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예로 들었다. 그는 자기 혼자 시험에 합격했다고 해서 평생의 기회를 주는, 공정하게 경쟁했다 하더라도 잘된 사람한테 모든 권한과 모든 기회를 주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동선 박사도 시험이 가지는 가치는 분명히 있지만 시험이라는 도구가 1등과 2등의 능력 차이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다거나, 0.1% 안에 들지 못하는 사람이 0.1% 안에 드는 사람보다 능력이 떨어진다는 판단 도구로 사용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봤다.

 

능력주의의 함정

시험=공정이란 불멸의 명제에 갇혀

출발점이 다르다는 사실은 고려 안 돼

용 안 나는개천 바꿀 고민 시작할 때

인간의 존엄성 존중 받을 토대 만들어야

 

능력주의를 굴리는 두 바퀴는 시험과 공정이다. ‘공정하게 시험을 치렀다고 믿는 이상 능력주의는 의심할 여지 없는 불멸의 명제가 된다. 개인은 그저 달릴 수밖에 없다. 배리 스위처의 말처럼 애초에 서로가 선 출발점이 다르다는 사실은 간과된다.

 

장동선 박사는 학생들이 힘들어 하는 건 결국 교육을 넘어선 사회 불평등의 문제다. 사회가 기회를 열어주지 못하고 불평등이 개인의 문제가 되는 순간 스트레스가 커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 박사는 저출생이나 새로운 기술 등으로 사회가 바뀌는데, 기존의 시스템 안에서 개인에게 주는 부담과 사회가 새롭게 져야 되는 부담은 바뀌지 않고, 그 모든 것을 개인의 몫으로 넘기고 있는 부분에서 능력주의 문제가 나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불평등으로 인해 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점을 도외시하고, 능력의 차이에 근거해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것. 오찬호 작가는 이를 능력주의의 함정으로 규정했다. 오 작가는 불평등이 좋은 교육을 억누르고 있다는 것이 본질인데, 우리는 교육이 불평등한 세상에서 나를 살려줄 것이다, 구원해줄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불평등을 내버려두면 교육 현장은 엉망진창이 되는데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불평등에서 벗어날 방법은 교육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라고 했다.

 

본래 능력주의는 귀족주의에 맞서 위로 올라가고자 하는 개념인데, 어느 순간 귀족주의가 능력주의로 대체되며 기득권이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시스템으로 사용되고 있다면서 능력주의 자체를 부정하자는 것이 아니라 능력주의를 제대로 실천하는 나라가 없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 결과 불평등에 항의하는 건 투덜이자격지심이 되고, 문제제기는 능력주의야, 어쩔 수 없어라는 냉소에 부닥친다.

 

옆으로 놓인 다양한 사다리

능력주의로 포장되어 있는 현대 경쟁사회를 살아갈 때는, 경쟁에서 처지는 걸 자기 능력이 부족해서 그렇다는 자괴감이 들기 때문에 끊임없는 경쟁 강박과 불안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이 달라지고 다양해질수록 경쟁은 더 복잡해지고, ‘나는 저런 정보나 기회를 갖고 있지 못하네’ ‘나에게는 그냥 또 다른 신천지인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다.” 김희삼 교수의 진단이다. 또 김 교수는 청년들이 끊임없이 스펙 경쟁을 하면서 비교하고 좌절하는 것을 능력주의의 한 단면으로 봤다. 김 교수는 상향비교 성향이 강한 동아시아 특성상 집단이나 공동체에서 내가 어떤 자리를 점하고 있는지를 보는 문화의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교육을 통한 기회·과정·결과의 평등을 상징하는 사다리역시 수직적 이미지다. 개천에서 벗어나 하늘로 날아가는 용도 마찬가지다. 이와 대비되는 심상은 무너진 사다리. 불평등과 격차가 너무 커져 교육을 통한 계층 이동이 어려워진 현실을 의미한다.

 

오찬호 작가는 어떻게 하면 개천에서 용 나느냐란 질문을 이제 개천에서 용이 나지 않을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되느냐는 질문으로 바꿔야 한다고 했다. 개천을 바꾸기 위한 고민을 시작할 때라는 것이다. 오 작가는 사회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에 개천에서 살고 있는 사람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 개천을 바꾸는 작업과 (개천에 사는) 그들이 인간의 존엄성을 무시당하지 않고 행복할 수 있는 토대까지 함께 만들려는 고민을 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장동선 박사는 우리 사회에 좀 더 다양한 사다리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 박사는 교육의 힘은 사다리 한 칸이라도 올라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인데, 그동안은 한 방향으로만 가다 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답도 없었던 것이다. 여러 개의 사다리를 만들거나 혹은 사다리를 눕혀서 다리로 만들어 (학생들이) 고비를 건널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소영 이사는 우리 교육이 능동적·적극적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을 기르는 교육이 아니라 줄세우기로 경쟁을 너무 치열하게 해서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점이 문제라며 개인화된 교육을 위해서는 반드시 (기본소득 같은) 사회안전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는 최근 기업의 인재상과 채용 경향도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이사는 그러면서 과거에는 맞았던 것이 지금은 틀릴 수 있다. 학부모들과 교육의 실제 주체들도 변화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향 김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