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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6.14~6.18

by 이성근 2021. 6. 13.

 

보여주기식 아닌 나만의 장례식이 뜬다

[인터뷰] 유종희 꽃잠 대표, 작은장례식·나만의장례·무빈소장례까지 100100색 장례상품 제공

장례식 조문객 수 계속 감소할 것, 장례문화 변화중어린고인, 여성상주, 장애인유족 고려해야

장례식이란 결국 한 사람의 삶, 특히 정상가족의 삶을 평가하는 최종 시험장이 아닐까? 결혼으로 맺어진 친족 관계를 잘 유지했는지, 자식을 몇명 낳고 얼마나 번듯하게 키웠는지, 자식의 결혼·출산 여부, 직장·사회적 지위가 어떠한지가 장례식의 번듯함을 결정하는 핵심 변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정수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 지난 2018년말 비마이너 기고)

 

장례는 남은 자들의 의식이다. 이별의 아픔, 마지막이라는 생각과 모종의 부채감, 죽음 앞에 격식을 차려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장례식에 감히 딴지를 걸지 못한다. 그러는 동안 오랜 가부장 문화가 보존됐다. 숭고해진 유족들 마음에 이윤의 논리가 파고든다. 장례식이 처음인 사람들은 무엇이 필요하고 대충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조문객 맞이로 정신없는 유족은 뭔지도 모른 채 업체의 권유대로 지갑을 열기 바쁘다.

 

많은 장례업체가 같은 3일장인데도 가격 차가 있는 서너가지 상품을 제시한다. 장례 중간에도 선택의 순간은 이어진다. 유골함을 비용에 따라 여러 개를 제시하면 유족들은 제일 저렴할 걸 하기엔 고인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장례비용에 거품이 포함되는 원리다. 한때 장례업계에는 상주 등에 빨대를 꽂고 빨아먹는다는 말까지 있었다.

 

허례허식을 줄인 작은결혼식, 개성을 살린 나만의 결혼식이 퍼지고 있다. 장례업계에도 작은장례식을 표방하며 여건에 맞는 형태의 장례를 만들고, 죽음의 전후까지 함께 고민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201711월 창업한 꽃잠이다.

 

꽃잠은 깊은 잠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유종희 꽃잠 대표는 일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원히 기억될 깊은 잠이라고 재정의했다. 기존 3일장을 포함해 빈소를 하루만 빌리거나 빈소가 없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뿐만 아니라 나만의 장례를 같이 기획하거나 유족들의 치유에도 함께 하는 스타트업이다. 지난 4일 미디어오늘은 유 대표를 만나 작은장례식을 시작한 계기를 물었다.

 

그는 작은어머니가 고독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가정형편상 사촌동생들과 형제처럼 지냈기에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고 했다. 죽음·장례에 대해 자료를 찾다가 많은 이들이 장례비용이 부담돼 제대로 대비하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 고독사·무연고, 더는 자신과 먼 얘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2017년 창업 당시엔 생소했던 작은장례식’, ‘엔딩플래너같은 말을 그가 쓰기 시작하면서 널리 퍼졌다.

 

지난해 을지대에서 장례의과학 석사학위를 받는 등 전문성을 쌓고 있지만 유 대표는 원래 독립영화감독을 꿈꿨다. “예술가를 동경하고 예술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다 장례식을 보면서 한편의 예술같았다. 특히 입관식은 고인이 주인공이고 가족들이 관객인 연극이라고 생각했다. 장례지도사는 그 무대의 연출가다.”

 

꽃잠에는 그와 함께 플로리스트, 문화예술교육 분야에 있던 직원들이 함께한다. 이들에게 장례는 한편의 예술이다.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례식을 만들게 된 배경이다. 유 대표는 빽빽한 화환에 따라 얼마나 영향력이 있었나 과시하는 면도 있고, 형식적인 조문이나 조문객 맞이에 급급해 고인에게 집중할 수 없다며 기존 장례문화를 비판했다.

 

코로나로 더 확산한 작은장례식

꽃잠에선 고인과 유족 형편에 맞게 기존 3일장(일반장)뿐 아니라 가족장(소규모 3일장), 하루장(빈소 하루 차리기), 화장식(무빈소 장례) 등을 선택할 수 있고, 장례식장 추천과 함께 가격도 사전에 공지한다. 보통 장례식장에선 전화상담으로는 비용을 알려주지 않는다. 정보화시대에 맞지 않게 정보비대칭성이 심한 업계 중 하나다.

꽃잠 홈페이지 갈무리

 

점차 장례식장을 찾는 조문객 수는 감소할 거다. 조문객이 줄면 상주입장에선 장례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최근 많은 상주가 베이비붐 세대(55~63년생)인데 직장을 은퇴하기 시작했고 미취업 자녀를 돌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핵가족화하면서 형제·자매가 없는 상주도 늘고 있다. 미리 장례비용을 설계해보는 고객은 많아지고 있다.”

 

코로나로 다수가 모이지 못하면서 장례 간소화에 관심은 더 높아졌다. (일각에선 비대면 장례도 진행한다.) 유 대표는 과거에는 고인이 어린이, 장애인,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의 경우 수군거리는 게 불편해서 장례를 간단히 했다. 물론 코로나 이전부터 장례간소화가 진행됐지만 꽃잠에 2019년 대비 지난해 상담문의가 10배였다보통 전체 장례식 예산의 70%가 음식비용인데 사람을 부르지 않으면 장례비용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리서치뷰 조사를 보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코로나 이후 장례문화 변화(간소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장 긍정적인 변화로 가족장 등 새로운 장례문화 확산(37.9%)’, ‘식사 등 불필요한 문상문화 축소(27.1%)’, ‘검소한 장례문화 확산(18.3%)’, ‘문상객 감소에 따른 상주의 피로감 감소(13.8%)’ 등을 이유로 꼽았다. 유 대표는 코로나 이후에도 저출생·고령화·저성장·1인가구 증가 등의 이유로 검소한 장례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관혼상제 중 제일 보수적인 건 ()’

그럼에도 변해야 할 게 많다. 죽음을 터부시하는 문화 탓일까. 유 대표는 관혼상제에서 이 제일 보수적이라고 했다. 직계가족 중 아들이 없으면 딸 대신 다른 남성 친척이 상주가 된다. 여성 유족들은 조문객 음식대접하는 역할 정도가 부여된다. 또한 여전히 많은 기업에서 조부모상과 외조부모상에 대해 휴가일수 차이를 두고 있다.

 

꽃잠에선 성차별 문화를 고려하고 있다.

여성 고객들은 이런 문화에 아쉬워하는 상담문의가 많다. 이에 현장에서 장례지도사들이 여성도 영정사진을 들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 여성고객()은 자신의 오빠가 있는데도 영정사진을 자신이 들고 싶다고 해서 화장장까지 들고 갔다. 상주가 차는 완장도 남성만 차고 여성은 한복 치마를 입고 리본을 꼽아 구별 짓는다. 상주는 똑같은 상주다. 유교적 관습에 벗어나지 않으면 여성 상주가 나오기 어렵다.”

 

장례식에서 장애인이 배제되는 경우도 있다. 꽃잠에선 이 역시 고민하는 주제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분이 있었다. 생전에 자신을 많이 예뻐해 줬는데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서 집에서 마음 아프게 있어야 했다. ‘무장애장례라고 해야 할까. 허들이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사전상담에서 가족 중에 몸이 불편한 분이 있는지 등을 조사해서 그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례식장으로 연결하고 장례식 이후 행정절차도 안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꽃잠에선 구독자들에게 뉴스레터(월간 꽃잠)를 보낸다. 지난해 1월 월간 꽃잠 중 아이와 노인의 장례는 달라야 한다는 표현이 눈에 들었다. 어떻게 달라야 하는지 물었다.

 

유 대표가 장례지도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현장실습에 갔을 때다. 초등학생 여자어린이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염습(시체를 씻기고 의복을 입히는 것)을 하며 어린아이를 꽁꽁 싸매고 어른들처럼 수의를 입힌 것을 보며 예쁘지도 않았고 마음이 불편했다. 수의 대신 그 어린이가 좋아하던 옷을 입히면 어떨까 싶었다. 입관식 멘트도 노인 중심이어서 아이를 보내는 가족들에게 위안이 되지 못할 것 같았다.”

 

또한 유 대표는 입관멘트는 종교별, 연령별로 다르게 하고 향후엔 어린이 전문 장례지도사를 육성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장례지도사를 꿈꾸는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한 학생의 실습 경험이다. 20대 청년이 사망했다. 그 부모는 수의를 입히기 싫어했고 대신 아들이 농구를 좋아했으니 농구복을 입히고 농구아대와 농구화 등을 착용시켰다. 유 대표는 당연히 수의를 입힌다고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무서울 수 있다이런 인상 깊은 사례를 나누고 유족에게 의견을 요청하면 의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100명이면 100색의 장례식이 가능하다.

 

이처럼 자발적인 장례문화 개선 시도에 더해 제도개선도 필요하다. 지난해 보건복지부는 장사업무 안내(지침)’을 혈연으로 맺은 가족이 아니라도 장례를 진행할 수 있도록 했다. 장사법을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도록 해 사실혼 관계, 기존 연고자에 포함하지 않았던 친족, 오랜 기간 함께 살거나 주거를 같이해 돌봄을 제공한 경우, 사망자가 공증 등으로 장례주관자로 지정한 경우 등도 장례를 주관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2020년 장사 업무 안내, 연고자 장례주관자 증빙서류

 

유 대표는 장례주관자 범위가 확대됐는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았고 종종 구청직원들이 모르는 경우도 있어 홍보가 필요하다일본에는 반려동물도 가족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해 같이 묻힐 수 있는 자연장이 있고 유럽에서도 반려동물에게도 세금을 부여하지 않나. 앞으로 다양한 가구가 늘어나므로 가족의 범위도 더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가족장 정착장례간소화 세계적 현상

현재와 같은 장례문화는 1980년대 일본의 장례문화가 부산을 통해 들어와 정착했다. 그렇지만 현재 일본과 한국의 장례분위기는 비슷하면서도 사뭇 다르다. 유종희 꽃잠 대표는 코로나 이전인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매년 일본을 방문해 장례식장을 견학하거나 장례업체 대표들을 만났다. 이를 꽃잠에 적용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일본은 현재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자는 문화가 자리잡았고 가족장 문화가 대세라며 평균 문상객 수가 40명 내외이고 도쿄의 경우 직장비율이 30%나 된다고 말했다. ‘직장은 빈소 없이 화장장으로 바로 가는 장례를 말한다.

 

일본도 장례비용구조가 불투명했다. 한국에서도 미리 장례비용을 알아보려고 장례식장에 전화를 하면 보통 직접방문이 아니면 알려줄 수 없다고 하고 상조회사는 그냥 우리 서비스에 가입만 하면 걱정없다는 식이다. 고객들이 듣고 싶은 말은 아니다. 비용도 그렇고 어떠한 절차들이 진행되나 궁금한 것이다. 일본도 이런 분위기로 상조장례회사들을 불신하기 시작했고 간소화된 정액 상품을 내놓는 기업이 2006년부터 나왔다.”

 

일본은 ()사망사회. 한해 사망자가 약 130만명으로 한국의 사망자 수 약 30만명의 4배가 넘는다. 일본은 2005년 초고령사회(노인 인구 비율 20% 이상)에 진입했다. 상주의 고령화로 조문객 수가 줄고 자연스레 장례비용도 줄었다. 온라인 검색으로 가격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거품이 빠진 측면도 있다. 한국도 5년 내로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예정이다. 1인가구 등 가구구성 변화로 장례문화의 급격한 변화가 예상된다.

 

장례 간소화는 세계적 현상이다.

유 대표는 미국에서는 원래 엠바밍(embalming, 시신 방부처리) 이후 고인을 조문객들이 보는 문화였는데 최근에는 녹색장례라고 해서 엠바밍을 장려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엠바밍은 혈액을 다 제거하고 포르말린을 넣어 시신의 부패를 늦추는 작업인데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어 미국에서도 화장 비율이 50%를 넘었고, 장례지도사를 불러 집에서 장례를 하기도 한다중국정부도 매장을 하지 말고 화장해서 바다에 뿌리는 수장을 장려하고 있다고 했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디지털전환, '양날의 검'실업자 늘어나지만 신규고용 창출도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스마트팩토리가 구축된 제철소 현장 모습 [사진=포스코ICT]

 

전 세계에서 디지털 전환이 빠르게 이뤄짐에 따라 고용시장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디지털전환으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며 일시적으로 실업이 발생하나 시차를 두고 신규 고용이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13일 한국은행 해외경제포커스 '디지털 전환이 생산성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는 디지털전환과 고용시장간 영향을 이같이 내다봤다.

 

최근 들어 전 세계에서 디지털전환을 늘려가며 주요 기업들이 빅데이터, 초고속인터넷 등 디지털 기술 활용을 늘리며 기술제고로 생산성이 제고돼 긍정적 결과를 불러왔단 평이다. 하지만 고용 감소, 업종 간 양극화 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따른다.

 

제조업의 경우 스마트팩토리는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지능형 생산 시스템으로 도입 운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으며 관련 기술 고도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서비스업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디지털 노동플랫폼 스마트 물류 및 스마트 서비스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모바일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노동 수요와 공급을 연계하는 디지털 노동플랫폼의 경우 이용자 수가 크게 늘어나고 업무 범위도 다양해졌다.

 

정보통신기술 접목을 통해 물류의 제반단계를 실시간 통제 관리하는 스마트 물류는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주도로 발전하고 있으며 다양한 형태의 서비스에 무인화 자동화 원격화 등을 적용한 스마트 서비스는 식당 의료 등 대면서비스 중심으로 디지털 전환이 진행 중이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 자본 확충을 통한 생산 유통 효율성 개선 네트워크 효과를 통한 기업간 경쟁 촉진 및 소비자 후생 증대 등으로 생산성 향상에 대체로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다만 생산성 개선효과는 업권별, 여건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등 희비가 엇갈리기도 한다.

 

특히 고용의 경우 디지털 전환으로 기술이 노동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생산성 제고 및 신규시장 창출이 노동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하여 어느 정도 시차를 두고 신규 고용이 창출된다고 한은은 평가했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전환이 효율성 향상이라는 긍정적 효과뿐만 아니라 노동자 숙련도별 기업 규모별 격차 심화라는 부정적 효과도 수반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국은행 미국유럽경제팀 관계자는 "가령 노동 대체 효과가 일시적으로 크게 나타날 경우 일정 기간 생계지원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나 업종에 적응하도록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생산성 제고 효과가 종업원의 디지털 기술 역량 기업 규모 등에 따라 차이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은경 기자(mylife1440@inews24.com)

 

이준석 향한 신문의 눈 흑역사 결별 집권열망” “극우포퓰리즘

정권·세대교체 열망 결과’ “관건은 기성정치와 차이공통 해석

‘MZ 분노들고 나온 보수언론, 한국·한겨레 “‘갈라치기·분열양분 삼아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선출 소식이 12일 아침신문 1면에 올랐다. 다수 신문이 이 대표 당선을 한국 정치 일대 사건이자 정치권 세대교체와 보수 쇄신 불씨라고 소개하는 한편, 이준석 개인보다 그 밑의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풀이했다. 보수신문은 ‘MZ세대 분노를 내세웠고 일부 신문은 이 대표가 양분 삼았던 갈라치기전략을 경고했다.

 

이 대표는 11일 오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43.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70%를 반영하는 당원투표에선 경쟁자인 나경원 후보에게 5200여표 뒤졌으나, 국민 여론조사(30% 반영)에서 58.76%의 지지를 얻어 나 후보와 최종 합산 6.68%포인트 차로 선출됐다.

 

이준석 대표는 기자단과 질의응답에서 제가 말한 노선이 상당히 급진적일 수도 있고 정당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은 방식들임에도 그런 지지가 있었다는 것은 그만큼 대선 승리에 대한 절박함이 반영된 결과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4년간의 집권을 통해서 우리 편과 네 편 다수와 소수를 가르는 정치를 통해서 정치세력을 유지해왔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갈라치기를 심판하고 무엇보다 스펙트럼 면에서 가장 넓은 국민을 포함할 수 있는 그런 범위를 만들 것이다라고 했다.

 

신문들은 1면을 비롯해 2~5면 등 주요 지면에 원인 분석을 내놨다. 신문들은 0선이자 30대인 이 대표가 제1야당 대표가 된 데 한국 정치사에서 큰 이변(경향신문)”이자 헌정 사상 최초”(조선일보), “일대 사건(한겨레·한국일보)”이라 규정했다. ‘보수진영의 정권교체 열망시민들의 정치권 세대교체 열망이 이 대표의 당선을 낳았다는 게 대체적 평가다.

 

한국일보는 이준석 개인의 성취만은 아니다. 세대교체를 향한 누적된 갈망, 탄핵 흑역사와 완전 결별하고 집권하려는 보수 세력의 열망이 이준석이라는 영리한 정치인을 매개로 폭발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향신문도 “‘이준석 돌풍은 국민들의 세대교체 열망과 국민의힘 당원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사설에선 국회의원에 당선된 적 없는 36세 청년이 중진들을 누르고 원내 정당 대표로 선출된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기득권 이미지가 강했던 보수정당이 택한 변화라서 더 파격적이다. 내년 대선을 앞둔 보수의 전략적 선택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지만, 한국 정치의 전례 없는 전환점으로 매김될 만하다고 평했다.

 

한겨레도 안정을 추구해온 보수 지지층이 국회의원 경험도 없는 30대 청년 정치인에 변화의 바람을 투명한 것은 한국 정치사에 던지는 의미가 크다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세대교체와 혁신을 바라는 민심의 압도적 지지와, 이준석 새 대표가 2030세대와 중도층 지지를 이끌어내 국민의힘의 차기 대선 승리를 견인할 수 있다고 판단한 당심의 전략적 선택이 어우러진 결과로 풀이된다고 했다.

 

토요일에 발행하는 중앙선데이(중앙일보)정치권 안팎에선 이준석 개인에 대한 지지라기보다는 변화에 대한 열망이 반영된 것’(이재묵 한국외국어대 교수)이란 반응이 적잖다국민의힘 내부에서 이준석이 이긴 게 아니라 이준석 현상이 이겼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했다.

중앙선데이는 성일종 의원의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는 안정을 논할 때가 아니다. 더 파격적으로, 더 확실하게 바뀌라는 야당 지지층의 민심이 반영된 것이라며 이 대표가 얼마나 괄목할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청년 정치도 더 빛을 발할지, 망가질지 판가름이 날 것이라고 했다.

 

동아일보와 조선일보 등은 그의 당선에 ‘MZ세대의 분노란 수식을 붙였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정부를 향한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분노와 정권교체를 바라는 보수진영의 열망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했다. “이 대표는 MZ세대가 문재인 정권에 가장 분노하는 지점을 파고들며 공정이라는 키워드를 첫 당직 인선에 접목시켰다. 선거 과정에서 내걸었던 대변인단 공개경쟁선발’ ‘공직후보자 자격시험등 파격적 혁신안을 바로 공식화한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도 1면 부제로 ‘MZ세대가 정치 전면에 등장했다고 강조하며 이준석 당대표의 등장은 보수층, 특히 젊은 층의 변화와 정권 교체 열망이 투영됐기 때문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국민의힘 당원과 보수 지지층이 내년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전략적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도 했다.

 

분열의 에너지’, ‘극우 포퓰리즘전면화할까

한겨레와 한국일보는 그의 당선이 갈라치기또는 우익 포퓰리즘을 양분 삼았다는 우려도 내놨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의 승리에 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 대표는 정치적 몸집을 키우는 과정에서 젠더 갈등, 세대 갈등을 비롯한 분열적 에너지를 양분 삼았고, '공정은 곧 능력주의'라는 세계관을 드러냈다. 이준석식 성공 방정식이 확산되면 트럼피즘극우 포퓰리즘이 한국사회에 상륙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한국일보는 이 대표가 마이너스의 정치플러스의 정치로 바꾸지 못해 정치 지도자로서 실패한다면 간신히 동력을 얻은 세대교체 바람이 꺼질 것이다. 이 대표가 보다 무거운 책임을 느껴야 한다는 뜻이라고 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반페미니즘과 경쟁지상주의 등 이 대표가 내세우는 일부 가치를 두고는 남녀 갈라치기또는 보수 가치의 퇴행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전대 중에 별다른 비전이나 정책 제시 없이 여성·청년·호남 할당제 폐지등과 같은 갈라치기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노렸다는 비판을 경청해야 한다. 책임 있는 국정 파트너로서, 정책과 비전과 메시지로 야당의 수권능력을 평가받기 바란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세대교체란 기치를 내걸고 당선된 이 대표로선 향후 기성 정치인과 어떤 차이점을 보여줄지가 과제로 주어졌다“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불거진 젠더 논란’ ‘능력주의 논란은 이 대표에게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조선일보는 3면에 이 대표가 주장해온 핵심 가치를 정리하면서 젠더 갈라치기비판을 두고 정치권의 금기를 깬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는 정치권의 금기를 깨면서 성별 갈등 문제를 오히려 선거 이슈로 만들었다여성과 청년 할당제 폐지까지 공약했다. 해결책은 성별이나 나이가 아니라 실력과 의지라는 것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이 대표가) 진보가 환경, 노동, 인권이라는 3대 가치로 집권에 성공한 것처럼, 보수의 새로운 안보, 경제, 교육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를 위해 새로운 기준으로 꺼내 든 것이 바로 공정경쟁’”이라고 했다.

 

조선일보는 그가 취임 연설에서 토론 배틀을 통해 두 대변인과 두 상근 부대변인을 선발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데에 이는 이 대표가 생각하는 엘리트주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 신문은 이 대표가 기업이 해고를 쉽게 할 수 있어야 경영 효율성이 높아져 결국엔 사회에 이득이 될 것이라 말해왔다며 “4050세대가 잡고 있는 정규직이라는 카르텔을 깨고 2030이 실력으로 진입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이 대표의 당선은 국민의 힘 내부의 구체적 변화도 전망된다. 중앙선데이는 그동안 정치권에선 사무총장은 3선 이상, 수석대변인은 재선 이상등 관행적인 인선 원칙이 있었다. 하지만 이른바 ‘0선 중진대표의 등장으로 이 원칙 역시 유지되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했다. 이 신문은 그동안 정치권, 특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서 청년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대부분 청년 몫이라는 할당제에 따라 할당량만큼의 목소리만 낼 수 있었다고도 했다.

 

신문들은 그의 당대표로서 과제로 당 분위기 수습과 대통령 선거 경선 관리를 꼽았다. 세계일보는 이 대표의 일차 과제는 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는 것이라며 특히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계파 논쟁’, ‘영남당 논란등 당내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게 급선무라고 했다. 경향은 이준석 대표 과제를 꼽으며 정치권 데뷔를 눈앞에 둔 윤석열 전 검찰총장 영입이나 국민의당과의 합당, 공정한 경선 관리 등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당 안팎에선 대선과 지방선거를 주도하거나 거대한 당 조직을 운영해본 적이 없는 이 대표의 경험 부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했다.

12일 조선일보 4

12일 한겨레 6

 

한편 최고위원 선거에선 여성 초선인 조수진, 배현진 의원이 1, 2위를 차지했고, 김재원, 정미경 전 의원도 당선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김용태 경기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뽑혔다. 여성 선출직 최고위원이 3명이나 포진하게 된 것도 한국정치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다수 신문들이 따로 기사를 내 이례적인 당내 지도구 구성을 조명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한국경제 또다시 세금폭탄론’, 누구를 위한 선동인가

[민언련 팩트체크] 사실왜곡한 가짜담론, 부자감세용 가짜뉴스

6월 재산세 납부와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일이 다가오자 종부세 폭탄론’, ‘징벌적 세금을 꺼내든 보도가 또다시 등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510일부터 13일까지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잇달아 냈는데요. 정부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 많은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한국경제 보도처럼 정부 부동산 세금 정책으로 대다수 시민이 피해를 입게 되는지 사실관계를 확인했습니다.

510일 부동산 세금을 폭탄이라고 표현한 한국경제 보도

 

팩트체크 1. 종합부동산세 폭탄론

먼저 종합부동산세 관련 보도부터 살펴봤습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 중 종합부동산세에 유달리 관심을 보였는데요. ‘상위 1%만 내야 하는 종합부동산세를 대다수 시민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는 게 이유입니다.

 

한국경제 <상위 1%만 매긴다던 종부세, 올해 공시가 기준으론 16>(511일 좌동욱 기자)는 제목부터 종부세는 상위 1%”만 내는 세금이라고 묘사했습니다. 본문에서는 상위 1% 부동산 부자에게만 매긴다는 종부세의 부과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 <4년전 '상위 0.6%'만 내던 종부세문재인 정부 들어 대상 3배 늘었다>(513일 강진규 기자)는 국민의힘 유경준·이주환 의원 발표자료를 인용해 종부세 대상이 3배 늘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후 종부세가 이제 부유층뿐만 아니라 중산층에도 징벌적 세금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며 대다수 시민이 부과대상이 된 것처럼 설명했습니다.

 

종합부동산세는 상위 1%만 내는 것거짓

한국경제 보도의 근거인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상위 1%”라는 주장부터 확인했습니다. 현행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은 주택과 토지 공시가격을 납세자별로 합산해 공제금액을 초과하는 부분에 대해 과세하는 세금입니다. , 소유 중인 모든 주택을 합쳐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거나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9억원을 초과하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이 됩니다. 따라서 부동산 자산 상위 1%에게만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한국경제 주장은 거짓입니다.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비율은 정치권에서도 종종 등장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비율을 각자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납니다. 한겨레 <종부세 대상은 1%? 24%?여야, 제 논 물대기 계산법>(423)는 더불어민주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국민의힘이 각자 다른 수치의 종합부동산세 과세 비율을 제시한 사실에 주목했는데요. 국세청 종합부동산세 담당자는 한겨레에 종부세 대상자가 몇 퍼센트인지는 우리가 생산할 수 없는 통계라고 답변했습니다. 동시에 정치권에서 각자 필요한대로 모수를 찾아 계산하기 때문에 (종부세 비율이) 굉장히 정치적인 문제가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정치적 셈법에 맞춰 비율을 계산한다는 문제의식입니다.

 

물론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첫 시행부터 고가 부동산 소유자를 대상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비율에 관한 공식 통계는 없습니다. 한국경제가 주장한 상위 1%”만 내는 세금이라는 표현도 정치권에서 입맛대로 비율을 해석한 것과 유사합니다. ‘초고소득자에게만 부과해야 하는 세금을 대다수 시민에게 부과하려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함일 뿐 사실이 아닌 것입니다.

 

“1주택 은퇴자 세금이 올라간 사례가 있다사실

한국경제 <“이건 세금 아닌 갈취 우리가 집값 올렸나” 1주택자 은퇴자들 분통>(511일 정의진·노경목 기자)은 은퇴자 중 1주택자가 큰 세금을 내게 됐다고 주장했습니다. 그 예시로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에 1976년부터 50년째 살고 계신 70A올해 내야 할 보유세는 약 2200만원”, ‘서울 신천동 장미아파트에 사는 은퇴자 B올해엔 종부세를 합쳐 약 600만원의 보유세를 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수십 년간 함께 살아온 이웃 사이에선 차라리 문짝 뜯어가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면서 당사자들의 불만도 전달했습니다.

511일 은퇴자들의 부동산 세금 부담이 늘었다고 주장한 한국경제

 

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가 사실일까요? 해당 기사에 구체적인 면적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사례에 등장한 아파트를 대상으로 정말 그만큼 세금이 부과될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부동산계산기누리집을 활용했고, 현행 제도와 동일하게 연령과 보유기간에 따라 내야 할 세금을 줄여주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도 적용했습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소유한 70A사례보터 살펴보겠습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압구정 현대1차아파트 127층 전용면적 192.21공시가격은 41300만원, 같은 동 11층 공시가격은 416500만원입니다. 공시가격으로 A씨 연령인 70세와 50년째 거주 중임을 감안해 보유기간 45, 1세대 1주택자를 적용하면 A씨가 납부하게 될 재산세는 2256~2298만 원으로 나옵니다.

 

신천동 장미아파트를 소유한 은퇴자 B사례도 확인해봤습니다. 다만 B씨의 정확한 나이와 보유기간이 기사에 등장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해당 아파트에서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공제를 제외하고 언급된 금액의 보유세가 나올 수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에 등록된 신천동 장미아파트 55층 전용면적 82.45공시가격은 138900만원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1세대 1주택자를 적용해 계산한 재산세 총 납부액은 681만원입니다. 계산 결과 한국경제가 소개한 사례는 충분히 존재할 수 있습니다.

 

종부세 대상 소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

한국경제가 언급한 사례가 실존할 수 있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합니다. 해당 사례가 보편적인지 확인하는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는 은퇴자 중 거액의 세금을 내는 몇 가지 경우를 언급하며 큰 문제가 될 것처럼 묘사했지만 현실은 전혀 달랐습니다.

 

다음세대를 위한 정책실험실을 표방하는 LAB2050은 통계청 자료를 기반으로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자를 분석했는데요. 이를 보도한 시사IN <‘종부세 부담된다1주택자는 어떤 이들일까?>(513)는 한국경제와 달리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가능성이 있는 주택을 가진 1주택자는 대체로 소수의 고학력·고소득층·수도권 거주자였다고 설명했습니다.

513일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자 중 노인가구 비중을 계산한 시사IN

 

실제 분석결과 가구원 모두가 노인인 노인가구전체 가구 중 24%”, “종부세 대상 1주택 가구 중 23%”입니다. 전체 비중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특히 “6억원 이상 1주택자로 가면 노인가구가 18%”로 더 줄어듭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종합부동산세를 내는 은퇴자는 전체가구 노인 비중과 유사하거나 더 적습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한국일보 <“종부세 실제 대상자는 고소득에 금융자산도 평균 이상”>(510)에서 노인층의 경우 소득이 없으면 세금을 깎는 게 아니라 연금을 올리는 게 효과적이라며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는 부동산 세금 인하를 주장하기 위해 소수 사례를 과도하게 부각시킨 결과입니다. 그 사례의 실거래가를 보면 보편적인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쉽게 드러납니다. 가령 현대1차아파트 12동은 521일 기준 네이버부동산에 63~65억 원짜리 매물이 올라와 있습니다. 신천동 장미1차아파트는 195천만 원~33억 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습니다. 결국 한국경제 보도는 20억 원 이상 초고가 아파트 보유자 중 일부가 겪을 수 있는 사례일 뿐 보편적인 문제라고 할 수 없습니다.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간다판단 불가

마지막으로 확인할 내용은 종합부동산세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 <공시가 ‘6억 초과’ 43만가구 급증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510일 강진규 기자)다주택자는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월세를 올리는 방법으로 대응할 수 있다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안종석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 발언을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종부세 대상 100만명 시대중산층에도 징벌적 과세’>(513일 강진규좌동욱 기자)전문가들은 종부세 인상이 세입자의 임차료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 중산층 및 서민층에게까지 여파를 미칠 것이라며 전문가들을 출처로 내세웠습니다.

510일 종부세 부담이 세입자에게 넘어갈 우려가 있다는 전문가 발언을 보도한 한국경제

 

한국경제가 제기한 우려는 지난해부터 반복해 나온 내용입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분을 충당하기 위해 세입자 전월세금을 올릴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세입자 부담이 늘어났는지, 그 규모는 얼마나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통계는 없습니다. 한국경제 역시 우려만 전할 뿐 구체적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사실여부를 판단할 수 없었습니다.

 

다만 한국경제가 부동산 약자 입장에서 세입자 부담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종합부동산세 인상이 세입자 부담으로 연결될 상황이 생긴다면 집값을 내릴 수 있는 대책이나 보유세 부담을 세입자 전월세에 전가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요구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세입자 피해 가능성을 보유세가 과도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사용할 뿐 부동산 약자를 보호할 대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팩트체크 2. 공시가격 폭등론

종합부동산세와 동시에 공시가격 현실화도 한국경제의 비판 대상입니다. 한국경제 <1년새 공시가 수십~100% 넘게 올라숨만 쉬어도 보유세 더 낸다”>(511일 이유정 기자)올해 전국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4년 만에 최대폭(19.05%)으로 올랐다, 세종 호려울 마을 7단지 등 전국에서 공시가격이 작년의 두 배로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는 더 큰 문제는 집값이 하락해도 보유세를 더 내야 한다는 점이라며 전문가에게 의뢰해 보유세를 계산해보니 주택 가격대를 막론하고 시세가 상승하지 않아도 보유세가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아파트 매매가가 떨어져도 세금은 지속해서 오른다는 주장입니다.

 

공시가격 수십~100% 넘게 올랐다일부 사실

공시가격이 100% 넘게 올랐다고 한 한국경제 보도 사례가 실존하는지 확인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지난해 대비 공시가격이 134% 증가했다고 주장한 사례는 세종 호려울 마을 7단지였는데요. 부동산공시가격 알리미를 통해 해당 아파트 공시가격을 면적별로 확인한 결과, 전용면적 102.9145중 일부 주택은 2020년 공시가격 4억 원에서 2021년 공시가격 93,500만 원으로 증가했습니다. 증가 비율을 계산하면 133.75%가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사례는 실존하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하지만 공시가격 134% 상승이 보편적인 경우는 아닙니다. 앞선 사례와 같은 아파트 전용면적 84.9968의 경우 공시가격이 202032,100만 원에서 202154,8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증가 비율을 계산할 경우 70.7%입니다. 다만 한국경제가 세종 70%·서울 노원구 35% 등 공시가격이 작년보다 두 배 오른 단지가 속출했다고 표현한 대목은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놓고 무작정 폭탄론

한국경제 보도는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세금 폭탄이 떨어질 것이란 주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에 대한 분석은 부동산 세금 증가 외에도 따져볼 요소가 많습니다. 효과, 부작용, 현실적 한계 등 하나의 정책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바람직한 보도는 정책이 만들어내는 현상을 다양한 관점으로 해석하고, 문제와 원인을 짚어내는 것입니다.

 

한겨레 <가야 할 길이지만공시가격 현실화가 놓친 4가지>(412)는 한국경제와 달리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 의미와 한계를 짚었습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은 전년 대비 19% 급등했는데, ‘공시가격 현실화때문이 아니라 부동산 가격 폭등의 영향이 훨씬 컸다고 분석했는데요. 실제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1.2%포인트 제고되는 데 그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 사실상 공시가격 현실화 정책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본 것입니다.

 

한겨레는 재산세 감면혜택 기준인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은 201812.8%에 그쳤으나 올해는 29.4%3배 가까이 늘었,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인 공시가격 9억 원 초과 주택도 20185.54%에서 올해 15.99%로 급증했다고 보도했는데요. 이같은 상황이 올해 조세저항의 강도가 클 수밖에 없는 원인으로 지목했습니다. 한겨레는 뒤늦은 분양가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고분양가 문제가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이 효과를 보지 못한 원인 중 하나라고 지적하며, 누진제 형식의 종합부동산세로 발생할 수 있는 급격한 세금부담 고려도 부족했다고 짚었습니다.

 

이어 공시가격 자체가 90%로 간다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나 안정성 측면에서 타당하다는 박상수 한국지방세연구원 부원장 발언으로 방향이 맞게 설정된 정책을 흔들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확실히 했습니다. “한국의 국회는 그동안 보유세 강화를 사실상 행정부가 결정하는 공시가격에 떠넘긴 채 제 몫을 다하지 않았다며 국회 역할을 지적한 정준호 강원대 교수 발언도 실었습니다. 한겨레는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이 보유세 강화로 받아들여지면서 투기수요가 잦아들고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는 측면이 분명히 있다는 정세은 충남대 교수 발언으로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의 긍정적 측면도 다뤘습니다.

 

한국경제와 한겨레는 같은 공시가격 현실화정책을 다뤘지만 깊이와 시각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습니다.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이 크게 오를 것이라는 단편적 추측을 전달하는데 급급했던 반면 한겨레는 다양한 사실과 원인을 취재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 보도 일부에 사실이 포함돼 있더라도 바람직하지 않은 이유입니다.

 

공시가격 폭등으로 은퇴자 건강보험료 인상된다일부 사실

한국경제 <공시가 뛰니 건보료도 폭탄소득 없는 80세 노부모도 월 22만원 낼 판”>(513일 노경목 기자)은 공시가격 변동으로 피부양자 자격이 박탈되는 은퇴자들의 피해가 가장 크다“80세를 바라보는 노부모가 소득은 한 푼도 없는 가운데 공시가격 급등만으로 지역가입자로 전환돼 월 22만원의 건보료를 내게 됐다는 국민청원 게시글을 전하기도 했습니다. 공시지가 현실화 정책으로 은퇴자가 건강보험료 폭탄을 맞는다는 주장입니다.

 

이게 맞는 주장인지 확인하기 위해 은퇴자가 건강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부터 정리해보겠습니다. 국토교통부가 315일 발표한 2021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에 따르면 은퇴자가 건강보험 부양자가 돼 보험료를 납부하는 경우는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공시가격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한 값인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54000만원을 초과하고 연 소득이 1000만원을 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소득이 없더라도 재산세 과세표준액이 9억원을 초과하는 경우입니다.

513일 공시가격 인상으로 인한 피부양자격 변동 기준 설명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공시가격 9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고 1년간 소득이 1천만원이 넘거나 공시가격 15억원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소유하면 은퇴자도 건강보험료를 납부한다는 뜻입니다. 국토교통부는 공시가격 상승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되는 대상을 전체 피부양자의 0.1%, 18천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부분 고령층으로 추정돼 은퇴자도 당연히 존재할 것입니다. 따라서 한국경제 주장은 일부 은퇴자에 한해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극소수 사례 뻥튀긴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

하지만 한국경제가 우려한 은퇴자 건강보험료 납부는 발생 사실 하나만으로 평가할 수 없습니다. 은퇴자 중 공시가격 인상으로 납부가 발생하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국토교통부 발표 자료를 보면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전체 피부양자는 1800만명으로 추산됩니다. 해당 자료에서 은퇴자로 볼 수 있는 60세 이상 피부양자는 202012월 기준 전체의 28.7%입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은퇴자는 1800만명의 28.7%516만명 정도입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60세 이상 516만명 중 최대 18000, 0.3%가 공시가격 인상으로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게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소득 없는 노인도 22만원 정도 건보료를 내야 한다는 한국경제 보도는 사실로 볼 수 있습니다. 정부는 소득이 낮거나 없을 것으로 추정되는 고령층을 고려해 20226월까지 신규보험료의 50%(평균 11.9만원)만 부과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최종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던 60세 이상 국민 중 0.3%20226월까지 평균적으로 119000원 보험료를 내게 됐다는 게 한국경제 보도의 뿌리였습니다.

 

은퇴자 중 극소수 사례와 부족한 정보전달로 만들어진 은퇴자 건강보험료 폭탄론은 일부 사실일 수 있으나 보편적 사실로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공시가격 상승으로 은퇴자 피해가 가장 크다라던 한국경제가 만들어낸 프레임으로 봐야 합니다.

 

팩트체크 3. 부동산 세금 전반 폭등론

한국경제는 부동산 세금 정책 전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다수 국민이 큰 세금을 부과하게 된다거나 다른 국가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부동산 세금이 과도하게 높다는 주장입니다.

 

한국경제 <공시가 ‘6억 초과’ 43만가구 급증올해 재산세 30% 늘어난다>(510일 강진규 기자)가 대표적입니다. 한국경제는 올해 공시가격 급등과 세율 인상 등으로 부동산 세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한다고 했습니다. 한국경제 <재산세 깎아준다지만6억 넘어 감면 못받는 주택, 경기도만 두배>(512일 강진규 기자)정부가 올해부터 6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재산세율을 대폭 감경해 주는데 경기 지역에선 올해 245592가구가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해 작년 122390가구에 비해 두 배 넘게 증가했, 서울은 지난해 525778가구에 비해 44.3%가 증가해 감경혜택을 대부분 누리지 못하는 듯 설명했습니다.

 

한국경제 <선진국 부동산 세제 보니미의 주택 보유세는 살 때 가격으로 부과>(513일 정의진 기자)는 미국 보유세 부과 방식을 기준으로 한국 부동산 세부담이 지나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동산 세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는 내용입니다.

 

재산세 감면혜택 못 받는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증가사실

한국경제는 지방세법 개정으로 대다수 국민이 부동산 세금을 크게 부담하는 듯 설명했는데요. 자세히 보면 국토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 현황에 따르면 전국 1117104호가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해 작년 683455호에 비해 63.4% 많아졌다는 게 근거입니다. 마찬가지로 서울과 경기 지역에서도 지난해와 비교해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보유자가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한국경제 주장의 사실관계를 따지기 위해 315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보도자료를 확인했습니다. 올해 공시대상 공동주택 수는 14205천호였고,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 비중은 7.9%였는데요. 국토교토부가 밝힌 공시가격별 주택 수를 합산한 결과 6억 초과 주택은 1117104호였습니다. 20203월 보도자료에 명시된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은 683455호로 증가율을 계산하면 63.4%가 됩니다.

512일 지역별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 수 강조한 한국경제

 

한국경제가 지역별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수를 정리한 표도 대체로 국토교통부 20203월 보도자료와 일치합니다. 다만 서울, 경기 지역 공시가격 6억 초과 주택수는 3월 발표 보도자료와 수치가 달랐습니다. 한국경제는 “525778가구”(서울), “122390가구”(경기)로 표기했으나 국토교통부 3월 보도자료에서는 ‘526810가구’(서울), ‘122801가구’(경기)입니다. 한국경제가 언급한 수치는 지난해 831일 공개된 ‘2020년도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연차보고서에 등장합니다. 개별 수치가 다른 두 개 자료를 혼재해 적절한 자료 사용으로 볼 수는 없으나 기록된 수치는 모두 국토교통부가 작성한 문서에 기반했기 때문에 공시가격 6억원 초과 주택이 증가했다는 주장은 사실로 판단됩니다.

 

재산세 감면 혜택 못 받는 건 7.9%

하지만 공시가격 6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이 지난해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대다수 국민이 재산세 폭탄을 맞는다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지방세법을 개정해 재산세 특례세율을 도입했습니다. 공시가격 6억 원 이하 주택을 소유한 1세대 1주택자에게 재산세 부담을 완화해준다는 취지입니다. 한국경제는 이같은 제도가 있음에도 재산세 폭탄론을 주장했습니다.

 

한국경제가 인용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만 보더라도 대다수 국민이 특례세율 대상자가 된다는 게 확인됩니다. 국토교통부 조사에 따르면 과세기준이 되는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비중은 92.1%입니다. 반대로 공시가격 6억 원을 초과하는 공동주택 수는 전체 공동주택의 7.9%이며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은 3.7%입니다. 공동주택 중 92.1%는 특례세율 혜택을 받고, 7.9%만 혜택대상이 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315,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 92.1%임을 명시한 국토교통부 보도자료

 

게다가 공시가격 인상이 무조건 재산세 증가로 연결되지도 않습니다. 재산세 구성요소 중 하나인 종합부동산세는 다주택자 여부, 부부 공동명의 여부에 따라 금액이 달라집니다. 고령자에게는 세액공제 혜택이 부여되고, 부부가 절반씩 공동으로 보유한 1세대 1주택의 경우 공시가격 12억원 이하일 경우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시가격 6억원 이상 주택이 전체가구의 7.9%라고 해도 실제로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 주택 수는 더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올해 부동산 세금 폭탄을 맞게 되는 사람이 급증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국토교통부 발표자료가 사실과 다르거나 재산세 특례세율에도 부동산 세금이 크게 증가한다는 다른 근거를 한국경제가 제시해야 합니다. 그러나 한국경제 보도에서 이같은 내용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미국과 비교하면 한국 부동산 세부담은 지나치다거짓

한국경제는 미국 세금제도를 갖고 와 정부가 과도하게 부동산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집을 처음 사들일 당시 집값이 과세 기준이라 아무리 집값이 많이 뛰어도 최초 구매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가 매겨지는 데 반해, 우리나라는 집값 등락에 따라 보유세가 결정돼 징벌적으로 세금을 매기는 점은 문제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외국과 비교해 한국 부동산 세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미실현 소득에 대한 세부담이 지나치다라는 전문가들분석도 더했습니다.

OECD 일부 국가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자료. 그래프=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경제가 기사에서 언급한 미국 보유세와 견줬을 때 한국 보유세가 정말 높은 걸까요? 법으로 정해 놓은 보유세에 각종 공제를 빼고 실제로 내게 되는 보유세 실효세율로 따져보겠습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발간한 재정포럼 20214월호에 따르면, 한국 보유세 실효세율은 20180.16%입니다. OECD 8개국 평균인 0.53%3분의 1 수준이고, 0.9%인 미국과 비교하면 5분의 1에 불과합니다. 한국에서 실제 부담하게 되는 보유세 세율이 OECD와 미국에 비해 크게 낮다는 뜻입니다. 또한 미국은 구매 당시 가격을 기준으로 보유세를 매기지만 애초부터 보유세율을 높게 설정해두고 있음도 추측할 수 있습니다.

 

한국지방세연구원은 지난해 12월 발표한 주택 거래과세의 세부담수준과 정책방향에서 서울과 뉴욕의 주택 가격이 비슷한 수준으로 오른다는 가정 하에 각 주택을 10년간 보유하다가 팔았을 경우 발생하는 모든 세금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서울 아파트는 2009년부터 10년간 발생한 총 조세비용이 최초 매입시 부동산 가격의 2.5~6.5%였고, 뉴욕 주택은 17.1~20.6%로 나타났습니다. 보유세만 비교해보면 뉴욕이 서울의 2.3~5.2배였고, 거래세는 1.6~3.2배 높았습니다. 한국경제 주장과 달리 서울이 뉴욕에 비해 부동산 세금 부담이 적은 것입니다.

서울과 뉴욕의 1주택자가 10년 동안 주택을 보유한 뒤 매도했을 경우 총 조세비용. =한국지방세연구원

 

그 이유는 뉴욕주와 한국의 부동산 세금 구성에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뉴욕은 일반적으로 주택 취득 시점엔 모기지등록세, 고가주택에 대한 맨션세를, 처분시점에 부동산 이전세를 거래세로 부과합니다. 뉴욕주는 한국과 달리 주택 취득시 담보대출에 대한 세금과 100만 달러 이상 고가주택에 대한 별도세금을 부여하고 처분시에는 부동산 이전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입니다. 보유세 실효세율과 10년간 아파트를 보유하고 팔았을 경우 총 부동산 세금을 비교해봐도 한국은 미국 뉴욕주보다 세금 부담이 낮습니다. 미국에 비해 한국 부동산 세금 부담이 크다는 한국경제 주장은 거짓입니다.

 

미국, 보유세율 높여 주택 장기 보유 유도

앞서 확인한 것처럼 한국 보유세 부담이 미국에 비해 크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다만 미국은 토지가 넓은 만큼 주택 가격도 다양합니다. 보유세가 높은 만큼 소득세를 낮춰주는 등 주별로 다양한 세금 제도도 두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경제처럼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 세금을 단순 비교하는 건 부적절하며, 왜곡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 보유세 제도는 초기 구매 당시 높은 세금을 내야 하지만, 오래 보유할수록 보유세 인하효과를 보게 설계돼 있습니다. 자연스레 투기로 집을 여러 차례 사고 팔기 어렵고, 주거 목적의 장기 보유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기지론에 대한 환상이 무너지면서 빚내서 집을 사는 사람도 줄었습니다. 한국경제가 한국 보유세가 과도하다며 꺼낸 미국 보유세 제도는 오히려 한국 보유세를 높여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부동산 기득권 시각을 그대로 보여준 한국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세금폭탄 째깍째깍연속보도의 사실관계 확인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난 문제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일부 사실을 부각해 부동산 세금 반발을 유도하는 기사작성법입니다. 극소수 사례로 세금 폭탄론을 주장하는 오래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기사가 부동산 기득권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본다는 점입니다. 한국경제 보도를 보면 집값 폭등으로 불안에 시달리는 주거 약자는 없습니다. 오히려 주거약자 부담을 완화하고,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정책에 세금 폭탄론을 씌우기 급급합니다.

 

무주택자는 주택 소유자에 비해 약자입니다. 상식적인 언론이라면 약자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또한 부동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해법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오히려 ‘8%(재산세 감면 제외자)’, ‘0.1%(피부양자 자격 박탈자)’ 등 소수 사례를 부각해 부동산 기득권에게 필요한 부동산 세금 완화를 주장합니다. 이렇듯 일부 사실로 전체를 왜곡한 한국경제 보도는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매우 큽니다.

모니터 대상 : 2021510~13일 한국경제 지면보도

민주언론시민연합 media@mediatoday.co.kr

 

이준석 따릉이출근 사진, 이렇게 보도됐다

기자들에게 도착 직전 따릉이 출근소식 전달당대표실 측도 급히 자전거 주차장으로

언론들 쇄신 주도권 선점 효과호평 일색비판 누리꾼들은 이준석 출근이 G7보다 중요한가

헌정 최초의 30대 제1야당 대표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의 첫 출근이 대중 이목을 끌었다. 따릉이를 타고 출근해서다.

 

이 대표는 지난 139호선 국회의사당역에서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까지 서울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타고 출근했다. 서울 상계동 자택에서 국회의사당역까지는 지하철로 이동했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 따릉이를 애용했다. 당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고 했다.

 

차 대신 자전거’ ‘노타이 차림의 백팩에 언론 호평이 이어졌다. 조선일보는 14일자 사설에서 넥타이 정장에 비서진을 대동하던 기존의 당대표 모습과 대비됐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보수정당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으로도 쇄신 주도권을 선점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했다.

 

이 대표에 비판적인 한겨레도 14일 사설에 젊은 당대표의 출현이 작은 부분에서부터 권위와 전통을 깨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반면, 이 장면을 포착한 사진 보도에 연출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누리꾼들은 역에서 걸어가면 5분 거리를 따릉이 타고 10?”, “이준석이는 그렇다 치고 이게 문재인 대통령 G7 보도보다 더 중요한가라며 기자를 동원한 정치인의 연출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번 첫 출근 촬영은 연출’, ‘동원과는 거리가 멀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이 대표 출근 사진은 조선일보와 한겨레, 단 두 명의 사진기자가 촬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국회에서의 사진 기자 취재는 공동취재단을 구성, 소수 기자들이 촬영한다. 이들 기자가 촬영한 사진은 공동취재단에 소속된 기자들에게 공유된다. 대면 접촉을 통한 감염을 예방하면서도 낙종을 막고 효율을 높이는, 일종의 품앗이 같은 제도다.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대표가 6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국회의사당역에서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대표실 한 관계자는 이 대표는 평소에도 따릉이를 애용했으며, 당 대표 차량은 있으나 운전기사를 아직 구하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연합뉴스

 

14일자 보도를 보면 조선일보와 한겨레는 실제 현장에서 사진을 찍은 자사 기자들 이름을 바이라인(기사 앞이나 끝에 기자 이름을 적는 것)으로 올렸다. 타 매체들은 사진공동취재단’, ‘국회사진기자단을 출처로 명시하거나 연합뉴스·뉴시스 등 통신사 사진을 실었다.

 

일부 매체들은 자사 사진기자 이름을 바이라인에 올렸는데, 매체마다 공동취재단 사진을 표기하는 방식이 상이하다. 자사 기자가 현장에 없어도 공동취재단에 소속돼 있다면 자사 기자 이름을 적는 매체도 있다.

 

이 대표가 따릉이를 타고 온다는 소식은 도착 직전 기자들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당초 한겨레·조선일보 소속인 두 사람은 국회 현관(전면)과 민원실(후면)로 나뉘어 대기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 대표 도착 몇 분 전 국민의힘 당대표실 측으로부터 이 대표는 민원실 쪽으로, 차량이 아닌 자전거를 타고 올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부리나케 자전거 주차장 쪽으로 이동했다고 전해졌다.

 

현장 사진을 촬영한 김봉규 한겨레 선임기자는 당대표실 관계자들도 도착이 임박해서야 급히 민원실 쪽 자전거 주차장으로 이동해 대기했다. 당대표실이 일정 처음부터 기자들에게 자전거 출근을 공지하거나 조율한 상황은 아니었다고 했다. 이 대표 측과 기자들의 약속 대련은 아니었다는 취지다.

 

이 대표는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당대표) 차량이 제공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써야 할지) 고민이라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겠다고 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7월부터 싱가포르 여행', 한국만의 희망사항인가

[이봉렬 in 싱가포르] 싱가포르 보건부장관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 적합지 않다

지난 69일 중앙사고수습본부의 정례브리핑에서 윤태호 방역총괄반장은 여행안전권역, 일명 '트래블 버블' 추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습니다. 트래블 버블은 특정 국가와의 입국금지-격리조치를 완화하여 보다 자유롭게 여행·교류 등을 할 수 있게 하는 제도로, 정부는 "방역이 안정되고 신뢰도가 높은 싱가포르와 여행안전권역제도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시행 초기에는 예방접종을 완료한 단체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고 여행사에서 방역전담 관리사를 지정하여 방역지침을 교육하고 준수 여부 확인이나 체온 측정 등의 관리 책임을 민간에 위탁하는 형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부는 트래블 버블 추진이 "국제 관광 및 항공시장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은 대부분의 언론이 크게 보도했습니다.

 

- 올 여름 격리 없이 싱가포르··사이판 단체관광 간다 (연합뉴스)

- [Q&A] 7월 싱가포르부터 하늘길 열릴듯... 트래블 버블 궁금증 (중앙일보)

- 백신 접종자 해외여행 간다싱가포르-타이완 등 우선 검토 (sbs)

언론 보도처럼 싱가포르로 가는 하늘길이 열리게 된 걸까요? 싱가포르에서는 아직 아니라고 합니다. 이봉렬

 

과연 기사 제목대로 "올 여름 격리 없이 싱가포르 단체관광"을 갈 수 있을까요?, "7월 싱가포르부터 하늘길이 열릴"까요? 아쉽게도 아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정부의 브리핑을 자세히 봐도 "여행안전권역을 시행할 예정입니다", "협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등으로 아직 확정 된 게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트래블 버블을 추진한다는 상대 국가인 싱가포르의 반응을 보면 더 더욱 갈 길이 더 멀어 보입니다.

 

한국 정부 발표 후 싱가포르 정부의 반응은 정부의 발표 이후 싱가포르 대표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 한국 특파원이 쓴 아래 제목의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한국은 7월부터 트래블 버블을 시작하기 위해 싱가포르, 대만과의 빠른 대화를 희망한다. (South Korea hopes to expedite talks with Singapore, Taiwan to start travel bubble from July.)

 

한국 언론의 기사들과는 달리 제목에서부터 조심스러운 느낌이 묻어 납니다. 기사 본문에는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 대만과 트래블 버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한 회담을 진행 중"이라는 내용과 함께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싱가포르 교통부에 논평을 요청했다"고 나옵니다. 한국 정부의 발표가 아직은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확인이 안 된 내용이라는 걸 의미합니다.

 

그리고 다음 날 싱가포르 신문에는 트래블 버블과 관련된 세 개의 기사가 실립니다.

 

첫 번째는 싱가포르와 호주의 정상이 만나서 양국 간 트래블 버블을 함께 검토했다는 기사입니다. 양국 정상은 디지털 형태의 건강 상태 확인 및 백신 예방 접종 증명서를 상호 인정하기 위한 시스템을 마련한 뒤 트래블 버블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양국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유학생들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합니다. 사업을 위한 왕래나 단체 여행객이 아니라 학업에 어려움을 겪는 유학생을 우선순위의 맨 앞에 둔 것이 인상적입니다.

 

두 번째는 싱가포르와 홍콩 간 트래블 버블 재개를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입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간의 트래블 버블은 작년 11월과 올 해 5, 두 번이나 시행을 하기로 했다가 연기된 상태입니다.

 

홍콩은 최근 확진자 추세가 안정적이고, 싱가포르는 5월 초 확진자 급증 후 극단적 봉쇄 조치로 다시 수치가 한자리 수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싱가포르 교통부 장관과 홍콩 경제 개발부 장관은 회담 후 양국이 백신 접종률을 최대한으로 늘린 후 7월 초에 트래블 버블 재개 날짜를 정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싱가포르와 홍콩 간의 트래블 버블 재개를 위해 7월 초에 날짜를 검토하겠다는 공고가 실린 트래블 버블 홈페이지. 싱가포르는 확진자 수가 적은 나라와 트래블 버블을 지속적으로 검토 하고 있습니다. 홍콩 트래블버블 홈페이지 갈무리

 

세 번째는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에 관련된 것입니다. 홍콩과의 트래블 버블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보건부 장관은 "중기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만, 코로나 재확산에서 막 회복 중인 이 시기에는 확실히 적합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I think these are concepts that we need to think about for the medium term, (but) definitely not in this period when we are just recovering from this wave of transmission and opening up in stages.")

 

싱가포르 총리가 호주 총리를 만나 유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트래블 버블을 논의하고, 장관이 홍콩과의 트래블 버블 재개를 이야기 하는 중에 한국과의 트래블 버블만 콕 집어 "확실히 아니다"라고 말한 건 한국의 확진자 수가 최소한 호주(7일 평균 11)나 홍콩(7일 평균 3) 수준은 되어야 한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싱가포르 보건부장관 "한국과 트래블 버블 적합지 않다"

싱가포르 한 초등학교 교문 앞에서 교직원들이 학생들에게 의심 증상이 있는지, 최근 해외여행 이력이 있는지 등을 묻고 있다. 연합뉴스

 

612일 현재 싱가포르의 확진자 수는 7일 평균 13명이고,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44%가 넘습니다. 한국은 7일 평균 572, 1회 이상 백신 접종을 마친 비율은 20.4%입니다. 하루 확진자 수가 30명을 넘자 4주간 봉쇄를 실시한 싱가포르 입장에서 하루 확진자 수 500명이 넘는 한국과 트래블 버블을 서두를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확진자 수와 백신 접종률이 싱가포르와 비슷한 수준이 되어야 이제 "시기"가 되었다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시기가 되었다 하더라도 단체여행보단 유학생, 사업자, 꼭 필요한 개인의 왕래 등이 먼저 고려가 될 것이고, 여행객에 대한 관리 감독 책임도 민간에 위탁하는 게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정부가 직접 책임을 지고 처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한국이 추진하는 "국제 관광 및 항공시장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단체여행은 우선순위가 아닐 것입니다.

 

트래블 버블과 같이 상대가 있는 정책은 상호 충분한 합의 후 발표하는 게 바람직합니다. 협상 상대국과 충분히 조율이 되지 않은 채 내놓은 정부의 섣부른 발표로 인해 혼선을 빚는 일이 더 없기를 바랍니다.

 

세계에서 제일 안전하다는 나라, 3주 만에 다시 초토화 5.28

[이봉렬 in 싱가포르] 백신 접종률 34%였지만... 한국이 동남아에서 얻어야 할 교훈

지난 427<블룸버그>는 자체적으로 조사한 코로나 회복성 순위에서 싱가포르가 뉴질랜드를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엄격한 검역 프로그램으로 신규 확진자 수가 거의 0에 가깝게 줄었고, 거기에 백신 접종도 아시아에서 제일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인 20202월 부터 20215월 말까지의 싱가포르 코로나 확진자 챠트입니다. 6개월 넘게 안정적으로 관리가 되다가 5월부터 다시 확산이 시작되었습니다. 회색 부분은 20204월 부터 두 달간의 락다운 기간입니다. 싱가포르 보건부 홈페이지 챠트 갈무리

 

싱가포르의 한 종합병원을 시작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하기 시작한 건 그 다음 날부터였습니다. 이후 탄톡생 종합병원에서만 48, 가장 큰 클러스터가 된 창이공항에서는 108명의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싱가포르 정부는 55, 집합 최대인원을 5명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긴급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코로나 고위험 국가에서 온 여행객에 대한 자가격리 기간도 2주에서 3주로 연장했습니다. 하지만 이후로도 확진자 수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자 514일에는 집합 최대인원을 2명으로 줄이고, 모든 식당의 문을 닫고 포장 및 배달만 허용하는 초강수를 뒀습니다.

 

올해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른바 "다보스 포럼"이라 불리는 세계경제포럼과 아태지역 주요국 안보 수장들의 회의인 '샹그릴라 대화'가 코로나 확산으로 인해 취소되어 버렸습니다. 5월 말로 예정되었던 싱가포르와 홍콩 간 무격리 자유여행인 '트래블 버블'도 취소되었습니다.

 

싱가포르, 태국, 대만, 말레이시아... 작년보다 더 심각한 동남아

싱가포르만 이런 상황인 건 아닙니다. 태국은 송크란 축제 이후 확진자가 크게 늘었습니다. 작년 한 해 태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7천여 명이었는데 4월 이후에는 매일 하루 천 명 이상씩 발생하는 상황입니다. 2020년 코로나 방역 최고 모범국이던 대만의 경우는 하루 수백 명 단위의 갑작스러운 확산 속에 대만 총통의 지지율이 50% 이하로 떨어지는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말레이시아도 하루 7천여 명으로 연일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고 있으며,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등에서도 작년에는 볼 수 없었던 대규모 확산이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코로나 확진자 현황. 작년보다 올 해 더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캄보디아, 네팔 세계보건기구 챠트 갈무리 후 편집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백신 접종의 효과로 확진자 수도 줄어드는 추세고, 미국에서는 공식적으로 마스크를 벗는 경우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들은 작년에 비해 올 해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는 중입니다.

 

한국의 경우는 어느 쪽에 더 가까울까요? 하루 500-700명 선을 유지하고 있는 확진자 수나, 아직 4%도 안 되는 백신 접종 완료자 수를 봤을 때 미국이나 유럽보다는 동남아시아의 상황에 더 가깝다고 판단하고 대응을 해야 할 때입니다. 인도발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할 겁니다.

 

방역모범국에서 록다운까지 걸린 기간, 3

상황이 이러함에도 우리 정부는 다음달부터 코로나 백신 1차 접종자를 직계가족 모임 인원 제한 대상에서 빼주기로 했습니다. 거기에 7월부터는 1차 접종만으로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고, 다중이용시설 이용과 종교 활동도 자유롭게 하도록 했습니다. 이 모든 게 백신을 접종한 사람에게 이익을 줘서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방편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닐까요?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백신 접종을 한다면서 코로나 예방에 효과적인 마스크를 벗을 수 있도록 하는 게 과연 올바른 방향일까요?

 

세계에서 코로나로부터 가장 안전한 나라라고 평가받던 싱가포르에서 갑자기 크게 늘어난 확진자 수로 인해 온 나라가 록다운 되는데 3주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스크도 쓰고, 사적 모임 인원 제한도 유지하고, 재택근무도 계속 하면서 지속적으로 관리 했음에도 병원과 공항에서 시작된 갑작스러운 확산을 막지 못했습니다.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쪽에 속한다는 백신 접종률 34%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싱가포르의 한 푸드코트. 코로나 확산으로 테이블에는 앉지 못하고 포장 및 배달만 가능하게 됐습니다. 이봉렬

 

작년보다 상황이 더 나빠지고 있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현 상황에서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지금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습니다. 마스크를 벗고 누구든 자유롭게 만나서 교류하는 건 백신 접종이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 집단면역이 이루어진 후에나 할 수 있는 일 아닐까요. 아직은 마스크를 벗을 때가 아닙니다. 너무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지 않기를 바랍니다.

 

전세계 집값 거품 순위 1위 뉴질랜드한국은?

/사진=블룸버그 캡처

블룸버그통신이 평가한 전세계 집값 거품 순위에서 한국이 19위를 기록했다. 1위는 뉴질랜드가 차지했다.

블룸버그통신 산하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1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국제결제은행(BIS)의 자료를 토대로 나라별 주택시장 거품 순위를 평가했다.

 

1위 뉴질랜드에 이어 캐나다 스웨덴 노르웨이 영국 덴마크 미국 벨기에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이 순서대로 2~10위를 각각 차지했다.

 

블룸버그는 집값 거품 순위 평가 기준으로 OECD가 산출하는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 비율(PIR) 임대수익 대비 주택가격 비율(Price to Rent Ratio) 실질 집값 상승률 명목 집값 상승률 대출 증가율 등 5개 지표를 사용했다.

 

각 지표의 수치가 높을수록 집값 거품이 심하다고 볼 수 있는데 1위에 오른 뉴질랜드의 PIR166.6, 명목 집값 상승률은 14.5%였다. 19위 한국의 PIR60.7, 명목 집값 상승률은 4.3%였다.

 

블룸버그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주택시장 거품이 전례없는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분석을 담당한 이코노미스트 니라즈 샤는 "저금리와 선진국 위주의 재정 부양책,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주택공급 제한, 늘어난 저축액 등으로 인해 집값이 전례없이 올랐다"고 분석했다. 이어 "과거보다 금리가 낮은 상황인데다 대출 기준은 더 까다로워졌다""집값이 쉽게 떨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덧붙였다.

 

블룸버그는 1위부터 23위까지 나라별 집값 거품 순위를 공개했지만 전체 분석 대상이 총 몇개국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OECD 37개국에 초점을 맞추어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머니투데 한지연 기자

 

최저임금 1만원 되면 일자리 최대 30만개 감소한다고?

ㆍ기업 대변 자료 최저임금 협상 시즌에 봇물여론전 점화

ㆍ용역보고서 인상되면 소상공인 위축속도 조절

ㆍ전문가들 제시한 수치들 모호큰 의미 없어일축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인상되면 최대 30만개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소상공인이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노동 수요와 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이 크게 인상된 2018~2019년 고용 상황이 나쁘지 않았다는 반박도 나온다. 최저임금 협상 시즌에 돌입하며 여론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15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최남석 전북대 교수에게 의뢰해 작성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시나리오별 고용 규모보고서를 보면, 현재 시급 8720원인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14.7% 올리면 125000~304000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2018~2019년 고용탄력성 추정치를 적용해 추정한 결과 최저임금을 5%(9156) 인상하면 43000~104000, 10%(9592) 올리면 85000~207000개 일자리가 줄 것으로 전망됐다. 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에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도 최근 중소기업중앙회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현재 8720원인 시간당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일자리는 552000, 국내총생산(GDP)732000억원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긍정적 효과가 크다고 주장한다. 민주노동연구원은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등을 근거로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른 2018(16.4%)2019(10.9%), 임금노동자는 각각 0.2~0.7%, 1.3~2.6% 증가했다고 밝혔다. 2019년 고용률이 66.8%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주장도 있다.

 

추정치의 정확도에 대해서는 학계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홍민기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저임금 협상 시즌에 돌입하면 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논문이나 보고서가 쏟아진다제시한 숫자들이 맞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연구자 입장에서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지연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일자리 몇개가 감소한다는 주장이 너무 많고 모호한 측면이 많아 학술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고용원을 둘 형편이 되지 않는 영세자영업자들의 경우 최저임금이 인상되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충격은 진보학계에서도 우려한다. 노동시장 내 취약계층인 청년, 저숙련 노동자, 실업자 등이 충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류덕현 중앙대 교수 등 진보 성향 학자들은 최저임금 인상은 수준뿐 아니라 속도도 중요하다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으로 소득 1~2분위의 근로소득이 5.2~6.1%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저임금이 급격히 인상되면 일자리 숫자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다만 최저임금제가 노동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한 것인 만큼 노동의 생산성과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지켜주는 차원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메타버스, 꿈의 세계 가까이 왔나

ㆍ빠르게 생활 속으로 침투하고 있는 또 하나의 세계 메타버스놀랍지만 두려운 지점도

 

코로나19가 불러온 비대면이란 새로운 화두가 일상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지난 5월 건국대에서는 첫 메타버스대학 축제가 열렸다. 가상세계 속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신의 아바타에 과잠(학과 점퍼)’ 같은 다양한 옷을 입히고, 킥보드를 타며 가상공간 위에 펼쳐진 캠퍼스를 누볐다. 학교의 명물인 고양이나 자라 같은 동물들을 발견해 인증샷을 찍는 이벤트나 퀴즈를 풀고 방탈출게임을 진행하는 등의 다양한 행사 역시 모두 건국 유니버스라는 이름의 가상공간 위에서 벌어졌다. 가상 캠퍼스 속 노천극장에서는 동아리 공연이 펼쳐져 누구나 실제 캠퍼스에 가지 않아도 랜선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코로나19 탓에 학생들이 서로 만날 수 있는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바로 이 메타버스 공간에서라도 축제를 즐기게 해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된 축제 행사는 정교하게 구현된 가상공간 덕에 첫 시도부터 호평을 받고 해당 대학을 넘어 외부에서도 주목을 끌 정도였다.

건국대 축제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구현한 가상 캠퍼스인 건국 유니버스구동 화면 / 플레이파크

 

메타버스(Metaverse)는 이와 같은 변화를 총칭하는 키워드로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가상또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Meta)’와 현실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이 용어는 점차 개념의 범위가 넓어지며 보다 다양한 영역의 현실과 접목되고 있다. 미국의 과학소설 작가 닐 스티븐슨이 1992<스노 크래시>에서 아바타와 함께 처음 사용한 이래, 그동안 주로 쓰이던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이라는 말보다 더욱 포괄적이고 진보한 의미로 정착하는 중이다. 기술의 발달로 현실과의 접점이 늘어난 이 가상세계는 더 이상 현실과 상반된 또 다른 공간이 아니라 현실과 융합된 또 다른 현실의 연장선상에 만들어지는 신세계다.

건국대 축제에서 메타버스를 활용해 구현한 가상 캠퍼스인 건국 유니버스구동 화면 / 플레이파크

 

코로나19 비대면 흐름 속 메타버스 부상

메타버스가 그저 일회적이거나 단편적으로만 활용되지 않는다는 점은 기업의 업무공간까지 대체하고 있는 모습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네이버에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경기 성남시에 있는 회사 사옥으로 출근하는 대신 자사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로 출근해 업무를 시작했다. 제페토에 마련된 가상 사옥을 둘러보고 신입사원들에게 주어진 임무과제도 수행하는 등 10일 동안의 신입 연수기간을 전부 메타버스 안에서 보냈다. 연수 후 이어진 재택근무 역시 네이버가 서비스하는 메신저나 커뮤니케이션 앱 등을 활용해 원격으로 이뤄진다. 비단 네이버뿐 아니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기업 직방은 아예 현실의 사무실 공간을 대폭 축소하고 메타버스 사무실 위에서 직원들끼리 업무를 하도록 했다. 이처럼 국내 여러 업체에서 메타버스 근무문화는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메타버스를 구성원들 간의 소통과 논의에 적극 활용한 사례는 시민사회단체 가운데서도 나타났다. 정보 분야 시민사회단체인 진보넷은 지난 2월 정기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활용한 플랫폼은 기업이나 대학 등 다양한 조직에서 사용하는 개더타운이라는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저마다 자신의 아바타를 게임 캐릭터처럼 귀엽게 꾸밀 수 있는 픽셀아트 기반의 개더타운 위에 총회장을 만든 뒤 서로 소통하고 싶은 회원의 아바타를 찾으면 가까이 이동시켜 말을 건넬 수 있다. 단지 아바타 간의 문자 채팅만 지원하는 것을 넘어 각자의 카메라를 통해 비춰지는 실제 얼굴도 함께 보며 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진보넷 측은 총회 전부터 가상 총회장 장소도 꾸며놓고 새로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하는 법을 안내해 자칫 온라인으로 열리는 회의 과정에서 실시간 논의에 장벽이 생길지도 모르는 상황을 예방했다.

 

게임 등 콘텐츠 분야에서 빠른 확장세

회의를 하거나 강의를 듣고 게임을 하는 등 사람이 모일 수 있는 곳이면 메타버스가 현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그럼에도 바로 지난해까지만 해도 생소했던 이 메타버스라는 개념에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는 이들도 적지 않다. 메타버스의 파급력이 기업활동이나 투자 등 경제적 영역에까지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도 쏟아지지만, 막상 접해보려고 하면 쉽게 감이 잡히지 않을 정도로 관련 분야가 방대한 탓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간 꾸준히 소개된 여러 종류의 증강·가상현실 기술이 서로 접합하면서 만들어진 세계가 메타버스이기에 내부를 들여다보면 그리 낯설지만은 않다는 사실 역시 확인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크게 네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초점을 맞추는 대상이 이용자의 사적인 영역인지 아니면 이용자들이 공유하는 외부세계인지에 따라 구분되는 한편, 실제 접하는 물리적 현실에 바탕을 두고 좀더 확장하느냐 아니면 보다 가상적인 세계를 구현하느냐 하는 기준에 따라서도 구분된다.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처럼 이용자 개인의 기록을 디지털 세계에 저장하는 라이프로깅유형, 포켓몬고 게임이나 구글 글래스처럼 현실세계와 결합한 정보를 보여주는 증강현실유형, (Zoom) 같은 화상회의 프로그램이나 현실의 지리적 정보를 시뮬레이션해 보여주는 디지털 트윈 같은 거울세계유형, 그리고 현실세계에서 한걸음 더 나아간 또 다른 공간을 구현하는 가상세계유형까지 모두 메타버스에 포함된다. 최근의 메타버스 열풍은 이 각각의 유형들이 서로 간의 경계는 물론 현실과의 경계도 쉽게 넘어설 수 있게 되면서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경계가 무너지는 기술적 진보의 단면을 보여주는 서비스가 바로 미국의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다. 미국의 MZ세대를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이 메타버스에선 이용자들이 게임을 직접 만들기도 하고 다른 이용자들과 소통을 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벌일 수 있다. 메타버스인 로블록스 안에서 개발한 게임으로 돈을 버는 경우도 흔하다. 5000만개가 넘는 게임이 올라와 있고 거래는 가상화폐로 이뤄진다. 현실 주식시장에서도 로블록스는 이용자와 매출액이 늘어나면서 지난 3월 뉴욕증시 상장 이후 기준가 45달러였던 주가가 두 배 이상 올라 시가총액이 610일 기준 518억달러(57조원)에 달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개발한 증강현실 기기 홀로렌즈2’를 산업현장에서 활용하는 모습 /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10대들 사이에선 로블록스 이용시간이 유튜브의 2배 이상일 정도로 특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모습은 두드러진다. 국내의 대표적인 메타버스 서비스인 네이버제트의 제페토 역시 가입자 2억명 중 90%가량이 국외 이용자로, 연령별로는 10대 이용자가 80%에 달한다. 코로나19로 학교를 벗어나 비대면 활동시간이 늘어난 청소년을 위주로 새로운 공간인 메타버스 활용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를 쓴 최형욱 퓨처디자이너스 대표는 코로나19로 어디로도 움직이지 못하는 사람들을 대리만족시켜주고, 바쁜 일상에 지쳐 힐링이 필요한 사람들이 기분전환을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보니 엄청난 인기를 누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게임과 소셜미디어와 결합한 메타버스가 대중적인 관심을 끄는 것처럼 대중문화와 콘텐츠산업 분야 역시 메타버스와 손쉽게 만날 수 있는 지점이 많은 영역으로 꼽힌다. 지난해 11월 방탄소년단이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뮤직비디오를 게임 플랫폼 포트나이트에서 최초 공개했다. 미국의 유명 래퍼 트레비스 스콧은 포트나이트에서 연 가상공연으로 하루 수익만 216억원을 벌어들일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방탄소년단이 위버스 플랫폼에서 연 가상 콘서트 역시 동시 접속자 270만명을 기록할 정도였다. 블랙핑크가 제페토에서 연 팬미팅에서는 연인원 3000만명이 몰렸다. 오프라인에서는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전 세계의 팬들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대중문화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을 타개할 대안으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시민사회단체 진보네트워크센터 회원들이 개더타운을 활용한 온라인총회를 연 뒤 가상공간 속 아바타를 이용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진보네트워크센터

 

산업현장에서도 메타버스 활용 늘어

게임이나 공연 감상 등 문화콘텐츠를 향유하는 개인 차원에서는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채로운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하지만 기업 등 조직 차원에서는 생산성과 매출을 높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경우가 많다. 유럽 최대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는 미라(MiRA)’라는 제품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증강현실 시스템을 도입했다. 에어버스는 생산하는 항공기에 관해 개발·연구·생산 전 영역에서 보다 구체적이고 실제에 가깝게 제공하기 위해 3차원으로 구현한 정보를 직원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글라스를 착용하고 태블릿을 활용해 제조과정에 들어가는 부품에 대한 세부정보나 조립도면, 재고 현황 등을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일부 기종의 부품을 검수하는 기간이 3주에서 3일로 단축될 정도로 효과가 나타났다. 완성차 제조업체인 도요타나 재규어랜드로버 등도 비슷한 메타버스 기반 생산지원 서비스를 활용해 업무 효율을 극대화하고 있다.

 

화장품·생활용품을 제조하는 로레알 역시 생산공정에서 문제가 생긴 설비에 관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홀로그램을 구현하는 장비를 사용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홀로렌즈2’가 이들 사업장에서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증강현실 기기다. 머리에 뒤집어쓰고 눈앞에 화면을 보여주는 안경형 기기인 이 홀로렌즈2는 그 자체로 CPU를 탑재한 소형 컴퓨터이자 고해상도로 증강현실 화면을 보여주는 출력기기 역할을 한다. 현재로선 산업용 외에도 미군이 이 기기를 활용해 통합 시각 증강 시스템(IVAS)’을 구축하는 등 메타버스의 활용영역은 더욱 넓어진 상태다. 적외선 카메라를 함께 내장해 야간투시경 기능까지 갖춘데다 주변 지역의 지리적 정보와 배치된 병력 상황도 알려주고 총기의 조준경과 연동할 수도 있어 미래 전장에 대비한 장비로 도입되고 있다.

 

신산업동력으로 주목받는 메타버스의 영향력에 주목해 정부에서도 관련 분야 기업 및 기관들과 민관 협력체계를 갖추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지난 5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국내 기업 17곳 및 유관기관, 협회 등과 메타버스 얼라이언스를 출범하며 메타버스 6대 주력산업으로 제조, 의료, 건설, 교육, 유통, 국방산업을 지정했다. 콘텐츠산업 분야에서도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디지털 전환의 주요과제로 메타버스 육성을 표방하며 산업구조 전환에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양환 한국콘텐츠진흥원 정책본부장은 68일 열린 ‘2021 콘텐츠 산업포럼에서 콘텐츠 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은 MZ 세대가 중심이 되는 온라인 가상세계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산업으로 전환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메타버스 관련 시장의 규모는 지금까지보다 향후 10년 내에 더 급속히 확대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전망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은 2030년에 이르면 최대 15429억달러(174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어느 한 산업의 변화가 다른 산업에까지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는 점에 대해서도 더욱 대비해둬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게임업체인 유니티코리아의 김범주 본부장은 메타버스를 통해 게임산업의 벽이 허물어지고 미디어, 자동차산업, 전자상거래 분야 등 더 많은 산업군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메타버스는 지속해서 운영해야 하는 생태계이므로 데이터 분석과 업데이트, 수익화 모델 등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새롭게 발전하고 있는 기술과 그에 따라 확대되는 시장 및 산업 규모로 인해 나타날 부작용과 해결 과제 또한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국내의 상황만 봐도 산업 측면에서는 기술 전문성이 뒤떨어지고, 메타버스 적용 분야 역시 일부분에 국한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관계 부처들이 합동으로 작성한 가상융합경제발전전략을 보면 현재 국내의 메타버스 기술 활용 수준은 초기단계로, 문화체험에 집중돼 있다는 점과 산업의 고성장을 견인할 주체인 핵심기업이 부족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빠른 시장 확대 속 우려할 지점도

일반적인 개인 이용자들이 메타버스를 활용하는 지점에서도 우려되는 부분은 나타나고 있다. 가상부동산 거래 플랫폼인 어스2’는 게임의 외형을 띠고 있지만, 게임에서 구현한 전 세계의 도시 속 부동산이 새로운 투자대상으로 인식되며 더 많은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지구상의 지표면적을 10단위로 나눠 만든 메타버스 속 부동산은 타일로 지칭되는데, 거래할 때도 현실처럼 경제적 대가가 오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투기의 온상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11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할 때 타일 단위면적당 0.1달러로 책정된 땅값은 대륙과 국가에 따라 다르지만 일부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급등세를 보여왔다. 한국은 타일 하나에 평균 28달러선까지 가격이 올랐고, 가장 비싼 지역에 해당하는 미국은 평균 59달러까지 가격이 치솟았다.

 

일부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나타나는 투기 현상과는 별개로, 메타버스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문제점 역시 대비책을 마련해야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도 현실세계의 법과 제도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오연주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책임연구원은 시선이나 뇌파, 생체신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 수집의 범위가 확장되고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는 개인정보에 대한 확인이 어려워지면서 개인정보 수집·활용 및 보호에 대한 법적·윤리적 이슈가 부상할 수 있다메타버스 내에서 아이템 제작·판매, 가상 부동산 투자·거래 등 새로운 유형의 노동이 생겨나 노동권의 보장과 납세의 의무와 같은 노동현안도 발생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박근혜 4, 문재인 4년 예산 분석해보니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400조원 규모 본예산을 편성한 나라를 물려받아 4년 동안 약 158조원 늘렸다. 이를 어디에 사용했는지 알면 현 정부의 정책을 정량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20175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가 더 잘했을까, 박근혜 정부가 더 잘했을까? 이는 마징가제트와 태권브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는 질문이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동의하는 정답이 없다는 점에서 그렇다. 문재인 정부가 잘한 정책 10개를 나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못한 정책 10개를 나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만약 문재인 정부를 칭찬하고 싶으면 잘한 정책 10개를 선택적으로 고르면 된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결국 내가 가중치를 두는 부문을 잘한 정부가 나에게 좋은 정부다. 그런데 사람마다 평가 기준이 다르고 가중치를 두는 부문이 각기 다르다. 그래서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몇 가지를 잘한 정부는 좋은 정부이고,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을 소홀히 한 정부는 나쁜 정부가 된다. 이런 식으로 각각 자기의 주관적 가치관에 따라서만 평가하면 그냥 공허한 논쟁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혹시 각 정부의 정책을 객관적 수치로 정량 평가를 할 방법이 없을까? 일단 예산 수치의 변화를 비교해보기로 했다. 문재인 정부는 20175월에 출범했다. 2017년 중앙정부 본예산 총지출 규모는 400조원이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21년 본예산 총지출 규모는 558조원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가 400조원 규모 본예산을 편성한 나라를 물려받아서 4년 동안 약 158조원을 늘렸다. 그런데 이 158조원을 도대체 어디에 늘렸을까? 박근혜 정부보다 추가로 지출한 158조원을 어떤 분야에 지출했는지를 알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정량 평가할 수 있지 않을까?

 

문재인 정부가 4년간 늘린 총지출 액수는 예비비를 제외하면 약 152조원이다(아래 그림 1참조). 152조원 가운데 66조원은 사회복지 분야 증대에 투입되었다. 4년간 늘린 금액의 43%는 사회복지 분야에 귀속된다. 증대 금액 중 43%를 사회복지에 지출했으면 많이 늘린 것일까, 적게 늘린 것일까? 박근혜 정부와 비교해보자.

박근혜 정부 4년 동안에는 59조원이 늘어났다(예비비 제외). 이 중 사회복지 분야에 추가 증대한 금액이 30조원이 넘는다. 증대 금액의 절반 이상(51%)은 사회복지 분야 지출을 늘리는 데 사용했다. 증대된 예산지출 비중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사회복지에 더 크게 투자했다.

 

문재인 정부는 추가된 152조원 중 43%로 사회복지 분야 예산을 늘리고 14%는 일반·지방행정 분야를 증대했다. 박근혜 정부는 추가된 59조원 가운데 51%를 사회복지 분야에, 13%를 교육 분야 지출에 썼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복지와 행정 분야에 신경 썼고 박근혜 정부는 사회복지와 교육 분야 지출을 늘렸다고 해석할 수 있다. 사회복지 분야만 보면 박근혜 정부가 문재인 정부보다 더 많은 재정을 투입하고자 노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런 통계만으로 두 정부가 어떤 부문에 대한 지출을 선호했는지 단정하긴 힘들다. 지출 증대엔 법적 의무로 인해 불가피하게(혹은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부분과 함께 해당 정부의 재량(의지)에 따라 확대된 지출도 있다. 예컨대 사회복지와 교육은 법적 의무지출이 많은 분야다. 실제로 박근혜 정부에서 증대된 사회복지 분야 지출 가운데에서 공적연금 부문 증가액의 비중이 20%에 이른다. 정책적 의지보다는 인구구조 변화(노령층 증가)와 법제도 성숙에 따라 공적연금 부문의 지출이 자동적으로 증대되었다고 해석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교육 분야 지출 증대도 내국세의 일정 부분(20%)이 자동으로 교육청에 교부되는(교육재정교부금) 법적 의무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사회복지 분야 귀속 비중이 큰 이유를 단순히 법적 의무지출에 따른 증대로 해석할 수는 없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공적연금 부문 외에도 노인·보훈·아동·보육 부문 등의 지출이 많이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고용·노동 부문, 주택 부문 지출이 증대된 것과 대조된다.

 

현 정부가 토건 예산 줄였을 것 같지만

또한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지출은 박근혜 정부 4년간 오히려 절대 금액이 줄어들었다. 이명박 정부가 편성한 2013년도 SOC 분야 지출액은 24조원이었다. 그런데 4년 동안 점차 줄어서, 박근혜 정부가 마지막으로 편성한 2017년도 SOC 분야 지출액은 22조원에 불과했다. 결국 박근혜 정부에서 사회복지 분야 지출이 늘어난 것은 예산 제약 아래서 SOC 분야 지출은 줄이고 복지 분야 지출을 증대시키는 예산 배분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것이 더 합당하다는 의미다.

연합뉴스 20091230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2010년도 SOC.지역경제분야 업무보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모두말을 하고 있다.

 

우리의 느낌적 느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는 소위 초이노믹스를 통해 SOC 지출을 많이 늘리고, 문재인 정부는 토건예산으로 불리는 SOC 지출을 줄였을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예산 수치는 다르다. SOC 지출은 박근혜 정부의 22조원(마지막 해)에서 문재인 정부 4년 차(2021)에는 27조원으로 증가했다. 물론 이는 이전 정부 SOC 지출의 기저효과에 영향을 받은 결과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가 SOC 지출을 워낙 크게 늘렸던 바람에 박근혜 정부에서 절대액이 줄어들었다가 다시 문재인 정부에서 늘어난 측면도 있다.

 

분야별 귀속 액수뿐 아니라 각 분야별 증감률을 같이 살펴볼 필요도 있다. 지난 4년 동안 문재인 정부의 총지출 추세를 보면, 연평균 8.4% 증가했다. 이는 8.4%보다 덜 증가한 분야는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의미다.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에서는 4년간 총지출이 연평균 4.1% 증가했다. 어느 분야에 자원을 우선적으로 배분했는지 판단해보자.

 

다만 문재인 정부는 총지출 증감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두 배 이상이라서 거의 모든 분야 증감률이 박근혜 정부보다 높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각 정부가 예산 제약 아래에서 어느 분야에 돈을 더 투입했는지에 대해서다. 이를 비교하기 쉽게 하고자 총지출 증감률을 0%로 표준화해서 대조해봤다(아래 그림 2참조).

파란색 그래프(문재인 정부)가 빨간색 그래프(박근혜 정부)보다 월등히 위에 있는 분야는 산업·중소기업·에너지, 그리고 환경 분야다. 그리고 빨간색 그래프가 파란색보다 위에 위치한 분야는 문화·관광, 공공질서·안전 등이다. 결론은 나왔다. 문재인 정부는 증감률 기준으로 경제와 환경 분야에 돈을 많이 쓰고 박근혜 정부는 문화관광과 공공질서, 안전 분야에 재원을 몰아준 정부다. 우리 상식과 일치할까? 이 의미를 좀 더 세부적으로 파악해보자.

 

문재인 정부가 산업·경제에 재원을 몰아서 쓴 것은 외부 영향 탓도 크다. 정권 초기에는 조선업 위기에 따라 관련 산업 융자지출액이 늘었고, 이후에는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중단으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지출이 크게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소상공인 융자사업, 긴급경영안정자금 융자사업 등이 큰 폭으로 증대했다. 물론 외부효과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환경 분야 지출 증대 대부분도 전기차와 수소차 예산 증대다. 전기차·수소차 예산 증대는 환경적 측면도 있지만 산업 지원 측면도 중요하다. 환경 등 다른 분야의 예산 증대도 산업적 측면을 강조해서 증대하는 것을 보면 문재인 정부 재원 배분의 철학이 산업·경제 쪽에 집중된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20132월 국회 앞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 시사IN 이명익

 

박근혜 정부가 문화·관광 분야와 공공질서 및 안전 분야에 지출을 집중적으로 늘린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단 평창 동계올림픽 같은 외부적 요인도 작용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문재인 정부에서 관광 부문 지출이 줄어들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이 부문 지출이 상대적으로 더 크게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와 더불어 문화융성을 자주 말했고 실제로 문화창조융합벨트라는 사업으로 문화창조융합센터, 문화창조벤처단지 등을 건립하면서 많은 재원을 투자했다. 공공질서·안전 분야 지출액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분야 예산 증대의 이유도 있지만 경찰 부문 지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의 정책 방향은 예산지출만으로 온전하게 설명될 수는 없다. 정부는 규제와 예산 지원이라는 채찍과 당근을 통해 정책을 펼쳐나가기 때문이다. 예산지출 분석을 통해 정부의 정책 방향을 분석하는 것에는 일정한 한계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예산 제약하에서 어떤 분야의 지출을 상대적으로 더 늘렸는지 분석하는 것은 정부 재원 배분의 우선순위를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좋은 도구가 된다. 정치학자 데이비드 이스턴에 따르면, 정치란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다. 어떤 분야에 얼마나 돈을 더 썼는지, 그리고 그 증감률이 어떻게 되는지에 따라 각 정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다만, 증감률 증대와 감소의 이유를 외부적 요인과 내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할 필요는 있다. 정부의 철학과 상관없이 발생한 외부적 요인에 따라 지출 금액이 변동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더 잘했을까, 박근혜 정부가 더 잘했을까? 만약 당신이 경제·산업에 국가의 재원을 더 많이 배분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문재인 정부를 높게 평가하는 것도 좋겠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는 R&D 쪽 지출이 급격히 늘었는데 이는 다음 정부에서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또한 당신이 문화융성에 더 많은 재원을 사용해야 한다고 여긴다면 박근혜 정부에 더 큰 점수를 줄 수 있다. 혹시 모르겠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 지출 증대가 K문화 열풍에 도움이 되었을 수도 있다.

 

다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다. 예산 증대가 반드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산업 지출 증대는 문재인 정부의 철학과 정책 방향만을 설명할 수 있을 뿐이다. 이는 박근혜 정부의 문화융성, 또는 이명박 정부의 SOC 증대 정책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정책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는 예산이 아니라 결산(성과 평가)의 영역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시사인

 

미친 집값, 백약이 무효올들어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 12% 폭등 역대 최대

GDP 133% 증가할 때 개인 삶 105% 좋아지는 데 그쳐

민간 정책연구소 랩2050 삶의 질 반영한 지디피 대안 지표 발표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외환위기 이후 20년간 국내총생산(GDP)133% 늘었지만, 개인의 삶은 이보다 적은 105% 좋아지는 데 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디피에 담기지 않는 소득 불평등, 환경, 일과 여가 등 국민 삶의 질을 살펴본 결과다.

민간 정책연구소인 랩205016우리나라의 지디피는 1997년 이후 연평균 3.59%씩 성장했지만, 개인의 삶의 질과 지속 가능성을 기준으로 새롭게 구성한 참성장지표기준으로 보면 연평균 3.39% 성장했다고 밝혔다.

 

한 국가의 경제 발전 수준을 보여주는 지디피는 소비, 투자 수출, 수입 등의 객관적인 생산 총량을 반영한다. 2050은 이날 지디피로 드러나지 않는 소득 불평등, 환경 오염, 가사돌봄 불평등, 디지털 서비스 가치 등을 숫자로 환산해 지디피 보완 지표를 발표했다. 예를 들어 가계의 소비 지출은 지디피에 플러스(+) 요인으로 반영되지만, 참성장지표에서는 지출 중 의식주 방어지출과 소득불평등 비용 등은 마이너스(-) 요인으로 차감한다.

 

2050에 따르면 199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디피는 783조원에서 1831조원으로 133% 증가했다. 반면 참성장지표는 620조원에서 1277조원으로 105% 늘었다. 또한 지디피는 외환위기 이후 1년 만에 반등세를 나타냈지만, 참성장지표 반등 시점은 1999년으로 더 늦었다. 경제 위기는 개인의 삶에 오랜 여파를 가져오는 것이다.

 

2050 제공

 

가구 지니계수를 바탕으로 가계 소비 지출을 조정한 결과 소득불평등 비용은 1997년 이후 빠르게 상승해 201170조원(실질 기준)대까지 치솟다가, 2012년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서 지난해 135천억원(실질 기준)으로 집계됐다.

 

환경 문제도 2007~201912년 동안 비재생에너지고갈, 기후위기, 폐기물 등의 비용이 50% 증가하면서 전체 참성장지표를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시장에서 교환되지 않는 일과 여가 분야는 가사돌봄노동의 가치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참성장지표를 끌어올리고 있으나 최근 가사노동 불평등과 출퇴근비용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50은 정부와 정치권에 이번 연구 결과를 대안적 지표로 제안할 계획이다. 2050지디피가 경제의 양적 성장을 측정하는 지표라면, 참성장지표는 질적 성장까지 포괄하기 때문에 정책 수립과 국정 운영의 기준으로 활용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슬기 기자 sgjun@hani.co.kr

 

종부세 상위 2%’, 지난 4년 납부액 34만원 상승

종합부동산세 상위 2%’(공시가 약 11억원5000만원)에 해당하는 1세대 1주택자의 올해 종부세 부과액이 4년 전과 비교해 34만원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라살림연구소가 16일 분석한 문재인 정부 이전·이후 종부세 증가액(2017·2021)’을 보면, 종부세 상위 2%에 해당하는 공동주택을 보유한 1세대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 납부액은 201752만원에서 올해 86만원으로 34만원 올랐다. 공시가격이 15억원(시가 약 20억원)인 공동주택은 같은 기간 12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승했다.

 

1세대 1주택자이면서 15년 이상 보유한 70세 이상 고령자는 각종 공제율의 영향을 받았다. 상위 2%의 경우 같은 기간 16만원에서 17만원으로 1만원 증가했고, 공시가격 15억원 주택은 같은 기간 37만원에서 52만원으로 15만원 증가했다. 이는 일각에서 제기하는 중산층 종부세 폭탄론과는 거리가 먼 분석 결과다. 지난달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국세청 ‘2020년 고지 기준 종합부동산세 백분위 자료에서도 종부세 대상자의 절반(하위 50%)1인당 239643원 납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9년 자동차세(평균 231920)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다주택자는 과세표준을 산출하기 위한 공정시장가액 비율이 공시가의 85%에서 90%로 오르고, 세율도 인상되면서 납부액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상위 2%의 경우 같은 기간 114만원에서 233만원으로, 공시가격 15억원의 경우 220만원에서 520만원으로 증가했다.

 

현재 종부세 부과 대상은 공시가격 9억원 초과 주택으로, 공제 기준도 9억원이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종부세 개편안과 관련해 상위 2%’에 부과하되, 기존의 9억원 공제기준을 유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제기준을 웃돌면서 상위 2%에 해당하지 않는 공시가격 9~115000만원의 경우 종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점에서 당 안팎에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상위 2%만 징벌적 과세를 하자는 것은 과세 체계상 말이 안되는 주장이라며 “‘거래세 인하, 보유세 인상이라는 부동산세제 정상화 과정에서 국민적 합의에 따라 목표 실효세율을 정하고 이에 따라 종부세율을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사설] 다시 풀려난 김학의 전 차관과 검찰의 원죄

성접대·뇌물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을 선고받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10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보석으로 석방되고 있다. 대법원은 이날 열린 김 전 차관의 상고심에서 징역 2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연합뉴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혐의가 1·2심에 이어 10일 대법원에서 공소시효 만료에 따른 면소 확정 판결을 받았다. 그나마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던 스폰서 뇌물혐의마저 대법원은 증언의 신빙성을 문제삼아 다시 재판하라는 파기환송 결정을 내렸다. 이날 보석 허가로 풀려난 김 전 차관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되며, 결국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을 가능성이 커졌다. 그렇게 된다면 검찰 고위 간부가 성접대를 비롯한 뇌물을 수수한 추악한 사건이 형사사법의 그물을 완전히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다. 이런 부정의를 초래한 검찰의 원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

 

2013년과 2014년 두차례 초기 수사만 제대로 했더라도 이런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검찰은 별장 동영상이 있음에도 압수수색 한번 없이 잇따라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2019미투국면과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밀려 마지못해 재수사에 나섰지만 이미 공소시효 문제로 처벌 가능성이 낮아진 뒤였다. 은폐·축소 수사에 대한 책임 규명도 뒤따르지 않았다. 재수사에서도 검찰은 당시 수사팀이 대가성을 찾지 못해 뇌물죄를 적용하지 못했다거나 피해 여성의 진술을 믿기 어려웠다며 방어막을 치기에 급급했다. 재수사, 재재수사를 거쳐도 범죄를 저지른 검사나 이를 덮어준 검사 모두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부조리가 법의 이름으로 용인되는 형국이다.

 

이와 별개로 대법원이 이날 판결에서 검사의 증인 회유·압박의혹에 대해 재판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 대목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2심 유죄의 근거가 된 스폰서 최아무개씨의 진술이 검사 면담을 전후해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검사의 회유·압박·유도 등이 없었다는 점을 검찰 쪽이 증명하라는 것이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뇌물 사건 재판에서도 주요 증인이 검사 면담에서 회유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에는 이런 주장이 재판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나,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 새로운 기준이 제시된 셈이다. 그동안 용인되던 검찰의 불투명한 수사 관행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할 것이다.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국제인권단체 "디지털 성범죄 '선두국가' 한국"

휴먼라이츠워치, 한국 디지털 성범죄 조사 보고서 발표 "한국의 사례를 보고 대응책 마련해야"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인데 반해, 한국 정부와 사법부의 인식이 안일하다는 국제인권단체의 보고서가 나왔다. 보고서는 한국이 "급속한 경제 성장과 기술적 발전에 비해 성평등은 그만큼 빠른 속도로 발전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16일 온라인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기업이 인권 중심적인 보호장치를 충분히 제공하지 않는 상태에서 기술적 혁신이 어떻게 젠더폭력을 조장하는지를 보여준다"면서 이같은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휴먼라이츠워치가 201911월부터 20201월까지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포함해 수사관, 정부 관료 및 전문가 등 38명을 인터뷰한 내용을 바탕으로 작성됐다. 국제인권단체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를 직접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의 제목인 '내 인생은 당신의 포르노가 아니다'2018년 혜화역의 '불법촬영 편파 수사 규탄 시위'에서 따왔다고 전했다.

 

이날 보고서를 발표한 헤더 바 휴먼라이츠워치 여성권리국 임시 공동디렉터는 "디지털 성범죄는 전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문제"라면서, 한국의 사례를 주목한 이유로 "불행히도 한국은 해당 분야의 선두 자리에 있다. 한국은 디지털 성범죄가 비교적 일찍 대두됐다. 다른 국가들이나 유엔 같은 국제기구가 한국의 디지털 성범죄가 어떻게 진화하는지 배울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바 디렉터는 특히 "화장실이나 탈의실에 설치된 불법 카메라는 다른 국가에는 흔치 않다. 또 이렇게 촬영된 이미지들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는 점이 우리가 한국의 사례에 집중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 정부와 사법부가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설립한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대해서는 "피해자의 만족도가 높고 디지털 성범죄를 고민하는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만한 모델"이라면서도 "서울에만 있고 직원 상당수가 임시직이어서 전문성을 가지기 어렵""촬영물 삭제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등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2018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한국 정부에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낮은 기소율과 가벼운 처벌을 우려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살인, 강도 등 다른 형사사건에 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텔레그램 n번방 사건 후 양형기준이 만들어졌지만 "판사의 재량을 막을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보고서는 한 피해자의 말을 인용하며 사법부의 이러한 태도가 "유죄가 확정되더라도 대부분 가해자에게 선고되는 형량이 지나치게 낮아 생존자들이 신고를 포기하게 만들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 경우에도 이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인식의 배경으로 "한국의 성 불평등"을 지목하며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해 충격적인 사실 중 하나는 일부 남성들이 촬영물 속 당사자가 어떤 영향을 받는지 개의치 않고 불법 촬영물의 유포와 소비를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행동으로 간주한다는 말을 인터뷰 참가자들에게서 많이 들었다는 점"이라고 짚었다.

 

이어 "가해자부터 경찰과 검사, 판사, 입법가들은 디지털 성범죄가 유발하는 피해의 정도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사에 참여한 한 기자가 인터뷰에서 "남자들은 그것이 여자들에게 그렇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에서 일어나는 일은 실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자들은 디지털 성범죄로 인해 누가 자살했다는 말을 들으면 운다. 그런데 남자들은 '그런 걸로 왜 죽어?'라고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법적 대응을 하는 피해자들은 그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난관에 부딪힌다. 근본적인 문제 중 하나는 대부분이 남성인 경찰이 이 범죄의 심각성과 영향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한 피해자는 '신체 접촉이 없다는 이유로 카메라로 자행한 범죄를 가볍게 생각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사법관계자들 자체가 디지털 성범죄의 가해자일 수 있다는 생각도 신뢰를 크게 훼손한다. 남성 검사, 남성 판사, 남성 경찰, 남성 교사가 디지털 성범죄로 붙잡혔다"고도 덧붙였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특성상 "촬영물을 완전히 삭제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한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며 "불법촬영물이 한 번 유포되면 통제 불가능하게 확산할 수 있다. 웹사이트에서 사진을 삭제했다 하더라도 그것을 본 누군가가 화면을 캡처해 언제든 다른 웹사이트에 올릴 수 있다. 피해자가 두려움을 떨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가 깊은 트라우마에 시달리며 이것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직장 동료로부터 불법촬영 피해를 겪고 세상을 떠난 한 피해자의 사례를 들며, 피해자 아버지가 "딸이 '누가 봤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그 남자(가해자)가 유포하지는 않았어도 친구들한테 보여줬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모르는 사람이 한 게 아니라 더 그랬던 거 같다"고 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보고서는 "피해자는 자신이 직접 증거를 수집하고 자신의 촬영물이 인터넷에 새로 올라오는지를 감시한다""그 폭력 상황에 계속 노출되면서 트라우마가 악화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러한 피해가 피해자 개인에게 끝나지 않고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지며 이로 인해 피해자가 대인관계와 교육, 고용에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면서 무단 유포된 촬영물에 "촬영에 동의했거나 성행위에 동조하는 모습이 보여진 경우"를 들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이 "경찰 등 사법 관계자들을 상대하면서 2차 피해를 경험"한다고 했다. 2차 피해에는 피해자를 탓하는 말이나 성희롱도 있지만 "피해자가 직접 증거를 수집해야 하는 점, 증거로 수집된 촬영물을 소홀히 대하는 태도" 등도 지적했다.

 

피해자가 "증거물로 제출한 촬영물이 경찰 등 수사과정과 재판과정에서 보여지는 것에도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피해가 단지 피해자에게만 머무르지 않는다고 했다. 보고서는 "디지털 성범죄의 만연함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면서 적어도 자신이 아는 한 범죄의 대상이 된 적 없는 여성들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면서 "가장 흔한 경우는 전 애인이 성적 촬영물을 가지고 있지 않은지", 나아가 "화장실 등에서 촬영하는 무작위 범죄로 인한 문제로 많은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큰 불안감을 느낀다"고 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에서 가장 중요하게 바진 부분은 불법 촬영물의 소비를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뿌리 깊은 성불평등을 바꾸는 등 이러한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한국 정부가 "경찰 및 법조계, 정치적 대표성, 공적 생활, 민간부문에서 특히 고위직에서의 여성 참여를 높이고, 성별 임금격차를 철폐하고, 돌봄 노동에서 평등한 참여를 증진하고, 여성에 대한 폭력과 괴롭힘을 최소화하고, 성차별적 태도를 종식시키기 위한 조속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성불평등 수준을 낮춰야 한다"면서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와 국회, 경찰과 검찰 및 법원에 권고안을 전달할 계획이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 어린이청(こども)설치안 발표

-일본 자유민주당, 63일 긴급 검토, 어린이청설치를 정부에 요구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 추구

-운영과 예산 확대에 대한 찬성, 구체화 결여에 대한 우려가 혼재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 추구

한국과 일본은 유아교육과 보육이 이원화(二元化) 되어 있다. 한국의 경우 유치원은 교육부 관할이며,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 관할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모든 3~5세 유아들에게 2019 개정 누리과정을 적용하고 있으나 교육비 지원의 불균형, 교육과정 운영의 불일치 등의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은 삼원화(三元化) 되어 운영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어린이집과 유사한 보육원은 후생노동성이 관할하고, 유치원은 문부과학성이 관할한다. 그리고 인정 어린이원(보육원과 유치원이 통합된 형태로 시설의 성격에 따라 나뉨)은 내각부에서 관할하고 있다.

 

이처럼 유아교육과 보육의 분절적인 정책의 한계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일본 정부는 어린이청(ども)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찬성과 반대가 혼재해 있지만 일본의 어린이청설립 추진은 양국이 공통으로 겪고 있는 저출산 문제와 유아교육 및 보육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어린이청' 설치 추진 배경

일본은 1980년대 초반부터 40년 이상 출산율 감소가 이어지고 있다. 2005년에 합계출산율이 과거 최저 수준인 1.26으로 하락한 이른바 ‘1.26 쇼크이후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정부, 지자체, 시민사회 등의 노력으로 다소 회복하였지만 여전히 저출산 국가이다. 이러한 저출산의 원인은 노동환경의 변화와 결혼에 대한 기피, 육아에 대한 부담 등 다양하게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일본은 아동과 육아에 대한 정책들을 다양한 정부 부처가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보육원(어린이집) 등의 아동 보육과 의료 관련 분야는 후생노동성(우리나라의 보건복지부에 해당)이 맡고 있다. 또한 유치원과 학교는 문부과학성(우리나라의 교육부에 해당)이 담당하고, 경찰청과 법무성, 총무성, 경제산업성, 국토교통성 등 관계 부서가 각각 아동에 관한 업무를 지원하므로 통합된 정책을 추진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어린이를 둘러 싼 일원적인 행정과 정책을 실행할 어린이청이라는 정부 부처의 설치가 제안되고 있다.

 

어린이청의 개요와 목표

▶ <어린이청개요(Children First 어린이 행정준비사무국 2021.3.16.자 자료)

 

321일 열렸던 제 88회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 대회에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대신(자민당 총재)제 스스로부터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싶습니다. 이것이 동시에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린이가 태어나고, 자라고, 배우는 과정 하나, 하나가 미래 지향적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라며, 어린이청의 실현에 대하여 강한 의지를 표현하였다.

 

이에 맞추어 ‘Children First 어린이 행정 준비 사무국은 자민당 의원을 중심으로 20212월부터 어린이청설치를 위한 연구회를 5월까지 18회에 걸쳐 개최하여 어린이청설치를 위한 설문조사 및 전문가, 지역 의원, 주민 등과 협의를 통하여 내용과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 <어린이청목표(Children First 어린이 행정준비사무국 2021.3.16.자 자료)

 

어린이청의 현재 진행 상황

68일자 NHK 보도에 의하면 일본 정부는 어린이청의 설치 준비를 위하여 조직과 부서에 대한 대책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7월에는 스가 총리 관저실에 어린이청의 설치를 준비할 부서와 공간을 별도로 배치 할 것을 표명하고 있다.

 

자민당은 어린이에 대한 정책과 예산을 일원적으로 관리하고, 강력한 기능을 가진 행정 조직인 어린이청의 설치를 위하여 스가 총리의 지시로 니카이 토시히로(일본 자민당 간사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하였다. 또한 <『어린이청에 대한 기본적인 계획과 관련 예산의 확대 및 담당 행정부서를 곧 결정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어린이청을 문부과학성에 둘 것인지, 내각부에 둘 것인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복수의 정부 부처가 각기 맡고 있는 정책이 다양해서 해당 직원은 내각부, 후생노동성, 문부과학성 등에서 직원이 파견하여 근무할 예정이라고 하였다.

 

어린이청설치에 대한 기대와 우려

어린이청설치에 관하여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 일본 아사히 신문 613일자 보도에 따르면 효고현 아카시시()의 이즈미 후사호 시장은 인터뷰에서 일본은 어린이에 대한 정책 추진이 소극적인 구조이다. 특히 어린이에 대한 예산규모가 너무 적다어린이청설치를 환영하고 있다.

 

이즈미 시장은 의료비의 무상화가 지금까지 중학생까지였는데 7월부터 고등학생까지 확대된다. 이 때문에 약 1800만엔(한화 약 18300만원)이 국민건강보험의 국가보조금에서 사용되는데, 본래 어린이의 의료비 부담은 국가가 했어야 하나 지방자치단체가 그동안 부담하였다, “어린이청의 신설로 국가에 대한 적극적 예산 추진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일본 산케이 신문 63일자 보도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유치원과 보육원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으며, 유치원과 보육원의 운영 구조와 조직이 계속 이어질 것이며 이 둘의 기능을 합친 어린이원의 형태도 이미 있어 구조를 재편하는데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또한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가 교육의 질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지, 현재 관련 부처의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구체적인 부서의 조직과 역할이 명확하지 않고, 어떻게 교육과 복지를 연결한 것인지 과제로 남아있다고 밝혔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일본 국회의사당 건물(일본 도쿄) 사진/ 게티이미지

 

니혼 게이자이 신문의 612일자 사설을 인용하면, 어린이청은 강력한 형태의 통합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새로운 조직만으로 단순한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 이외에 과연 무엇이 바뀔 수 있는가 구체적으로 고민해 보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사에 따르면 현재 일본 내 가족과 관련된 사회지출은 국내 총생산의 1%이며 유럽의 경우 3% 인데, 자민당의 검토안에는 3%로 확대 할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검토안의 전체적인 방침은 안정적인 재원확보를 위하여 기업을 포함하여 사회, 경제 분야의 참가자 전원이 연계하여 동등한 입장에서 모두가 함께 새로운 방향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보다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한 고령자에게 치우쳤던 예산을 어린이에게로 확대해야 한다는 과감한 개혁도 제언하였다. 또한 출생율의 급격한 감소와 어린이의 빈곤 문제가 심각한데 관련 대책을 강화하거나 해결의 중요성에 대하여 아직 논의하고 있지 않다. 어린이청의 논의가 선거를 앞둔 정치적 메세지로 끝나서는 안된다. 어린이가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과 근로지원 등 부모들에게 확실한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지난 해, 일본의 합계 출산율은 ‘1.34’, 한국은 ‘0.84으로 집계됐다. 저출산 문제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이 다양하게 제시되고 추진되고 있지만 실효성에는 여전히 많은 한계가 지적되고 있다.

 

일본의 어린이청설치는 구체적인 방향과 기대 효과 등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유아교육과 보육의 일원화 추구 등 교육의 질 보장과 양육 부담해소와 함께 무엇보다 어린이를 주체로 둔 행정부처 설치라는 의미에서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유아교육 및 보육 정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의 경우 아동 서비스를 위하여 중앙행정기관, 지방당국, NGO 등 제3섹터, 민간 등으로 거버넌스가 구축되어 있으며, 지방 단위로 아동복지 보호 및 촉진, 지역에서의 아동서비스 사업 입안 등을 총괄하는 지방아동보호위원회(Local Safeguarding Children Boards, LSCB)가 설치되어 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어린이에 대한 보다 총체적인 관점에서 다양한 사회적 주체들의 유기적 연대가 필요할 것이다.

현재균 통신원 기자 sy104@m-ecoonomynews.com

 

집 부자에겐 지옥? 대한민국에 그런 현실은 없다

[주장] 무주택 서민은 안중에 없는 야당 원내대표... 진단과 처방 모두 틀렸다

17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김 대표의 연설 내용을 전하는 어느 언론 기사는 "경제는 폭망, 부동산은 지옥"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 제목을 본 사람들은 '경제는 폭망'보다 '부동산은 지옥'이란 말에 더 관심이 끌렸을 것이다.

 

지난 4년여 집값 폭등으로 집 부자들은 '벼락 부자'가 되었고, 집 없는 서민들은 '벼락 거지'가 되었다. 벼락 거지가 된 2300만 집 없는 서민들은 문재인 정부 4년간 '지옥'을 경험했다.

 

그런데 김기현 원내대표가 말한 지옥은 집 없는 서민들을 가리켜 한 말이 아니다. 집값 폭등으로 벼락 부자가 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들이 지옥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수억원 이상 재산이 증가했는데 '지옥'이라니

김 원내대표는 민생 현실에 대한 언급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국민의 삶은 점점 힘겨워지고 있습니다"라는 그의 진단에는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대학생과 장사가 안 되어 문을 닫아야 하는 자영업자의 현실을 언급한 뒤, 그는 집으로 지옥을 경험하는 사례를 언급했다.

 

"한 부부는 몇 년 전 전세금에 대출을 더해 아파트 하나를 장만했습니다. 아파트값이 갑자기 뛰더니 세금폭탄을 맞았습니다."

 

그러나 전세금에 대출을 더해 가까스로 내 집을 장만한 서민이 세금폭탄을 맞는 것은 대한민국의 현실이 아니다. 1주택자는 공시가 기준 9억원(시세로는 13억원 이상)을 초과하는 금액에 대해 종합부동산세를 부과한다. 시세 13억원이 넘는 집을 가진 사람이 서민이라는 발상에 공감할 국민이 몇이나 될까? 예를 들어 시세가 17억원이고 공시가격이 12억원인 주택 소유자에게 부과되는 종부세는 75만원 정도인데, 과연 이 정도의 세금을 폭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더욱이 김 원내대표가 언급했듯 "아파트값이 갑자기 뛰어" 수억원 이상의 시세차익을 누리게 됐는데, 이게 어떻게 지옥이란 말인가.

 

우리 국민의 절반 가까이는 내 집이 없다. 서울 가구의 절반 이상인 무주택 가구의 가장들은 지난 4년간 두 배 폭등한 집값 때문에 눈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20~30세대는 내 집 마련의 꿈을 빼앗겼다.

 

국민의 절반이 겪는 극심한 고통이 제1야당 대표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것 같다. 30분이 넘는 연설에서 그는 집 없는 국민의 고통을 단 한 차례도 언급하지 않았다. 폭등한 집값을 정상수준으로 돌려야 한다는 인식 또한 찾아보기 힘들었다.

 

김 원내대표가 이날 대표연설에서 말한 지옥은 '집값 폭등'이 아니라 집 부자들에 대한 세금 증가를 겨냥한 것이다. 집값이 폭등해서 한편으로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의 재산이 증가하고, 그에 따라 몇 십만원에서 몇 백만원의 세금이 증가한 것을 그는 '지옥'이란 말로 표현했다.

 

그러므로 그가 제시하는 대안도 집값 폭등의 해결이 아닐 것임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1야당 원내대표가 내놓은 집값 폭등시킬 정책들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섞여 있는 서울 강북지역 주택가.권우성

 

김 원내대표가 제시한 집값 대책을 요약하면 세 가지다.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풀고, 재산세·종부세·취득세 등 집 소유와 관련된 세금을 줄여주고, 대출을 확대하여 주택 매수수요를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시행하면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폭등하고, 집 부자들의 세금부담은 더 감소하여 다주택자의 매도가 감소하고, 주택매수가 증가하여 집값은 더 폭등할 것이다. 1야당이 국회 연설을 통해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들이므로, 내년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집권하면 위 세 가지 정책을 시행할 가능성이 높다.

 

김 원내대표의 연설에서 드러난 제1야당의 현실 인식은 다수 국민의 인식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지난 4년간 지옥을 경험한 사람들은 집 없는 서민들이다. 열심히 일하고 알뜰하게 저축하며 살아온 평범한 국민의 절반이 집을 사지 않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경제적 하층으로 전락했다. 자신의 삶이 일순간 부정당했다는 것을 체감한 사람이 느끼는 절망과 분노를 어찌 필설로 형언할 수 있을까?

 

이런 평범한 상식조차 제1야당 대표는 갖고 있지 않다. 이준석 당 대표의 당선으로 혹시나 기득권의 이익을 가장 먼저 위하는 정치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환상이었음을 깨달은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이준석 현상'으로 잠시나마 기대를 품었던 집 없는 서민들을 환상에서 깨어나게 해준 연설이었다./송기균(kigusong) 오마이뉴스

 

이명박 정권의 어이없는 활약, 천안함 생존자들의 분노

[하성태의 사이드뷰]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 시청기

"저희 보수정권에 할 말 많습니다. 11년째 얘기했습니다. 보수정권 때 국가유공자 몇 명 됐는지 아십니까? 6명입니다, 6. 지금 문(재인) 정권 때 유공자 더 많이 됐습니다. (최원일 전) 함장님이 전역 당일 날 명예 진급했고, 문재인 대통령이 해주셨습니다(...).

 

이 자리에 기자들 부른 것도 되게 불편합니다. (천안함을) 이용하려고 밖에 생각 안 들어요. 농성 37일차 동안 국민의힘에서 아무도 안 오셨잖아요. 보수정권 반성하셔야 합니다. , 이때까지 보수정권에서 해 준 게 없으니까."

 

지난 11일 국민의힘 천안함 유족·생존자 초청 행사에 참석한 전준영 천안함 생존자전우회장의 일침이다. "천안함(유족생존자들이) 국민의힘 편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라며 조곤조곤 말을 이어가던 전 회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최원일 전 함장은 흐르는 눈물을 연신 닦았다.

 

실제 문재인 정권 4년 간 국가유공자가 된 천안함 희생자는 7. 최 전 함장 역시 지난 2월 전역하며 중령에서 대령으로 명예 진급됐다. 그런 그가 MBC <PD수첩> 카메라 앞에 섰다. 15일 방송된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편을 통해서였다. 이날 방송에서 중요 문건을 최초 공개한 최 전 함장 또한 정치인들에게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MBC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 MBC

 

"제가 정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천안함을 제발 정치에는 이용 안 했으면 좋겠습니다. 진보가 정권을 잡으면 보수 때 일어난 사건 아니냐며 외면하고, 보수가 정권을 잡으면 진보를 힐난하기 위한 대상으로 '너희는 안 믿지 않느냐' 이렇게 이용을 하고, 이 반복이 11년간 계속되고 있거든요."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이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PD수첩>은 한국사회와 보수진보 정권 모두에게 '계륵' 같은 비극인 천안함 침몰 사건을 두 번째로 다루면서 최대한 생존자들의 증언에 천착하는 동시에 이를 검증하고 있었다.

 

우선 각종 음모론이 횡행하고 논란이 분분한 침몰 원인에 대해선 최 전 함장을 비롯한 생존자들의 증언에 따라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맞고 침몰했다는 정부 조사 결과"를 신뢰하는 듯했다. 그럼에도 규명해야 할 책임은 남는다. 침몰 시각인 2010326일 밤 922분 이후 11년이 넘도록 (전체 104명 중 54명이 희생되고) 살아남은 58명의 생존자와 유족들의 고통을 더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묵살

최초 보고내용 중 "좌초, 폭발음, 침몰 중, 구조바람"이란 내용이 포함됐다. 이때 쓴 '좌초'라는 표현이 천안함 좌초설의 빌미가 됐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스로 살아남은 최 전 함장과 장교 및 대원들은 당시에도 입을 모아 "해상 사고가 아닌 외부에 의한 공격"이나 "북한 어뢰 공격"을 가장 먼저 생각했고, 실제 보고도 그렇게 이뤄졌다. 좌초라는 단어 또한 침몰 조난과 같은 용어였을 뿐 최초 상황이 정확히 인지돼 사용한 용어가 아니라는 설명이었다.

 

비극은 이후 어이없는 상황의 연쇄로 더 짙어졌다. 애초 천안함의 경계 실패만을 문제 삼은 것부터 어불성설이었다. 천안함 침몰로부터 넉 달 전 발생한 이른바 대청해전 이후 대청도와 백령도 해역에 긴장이 고조됐다. 북한군 사망자가 발생한 이후, 북한군이 최고 수위 보복을 경고하기도 했다.

 

그러니까 천안함 침몰 사건 직전에도 북한 잠수정의 이상 징후가 보인다는 첩보가 이미 군 내부에 감지됐고, 사건 당일에도 북한 잠수정이 모습을 감춘 미식별 상태가 포착됐다는 것. 북 잠수정 활동에 대한 정보가 존재했음에도 군의 경계 소홀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최 전 함장은 천안함 사고 뒤 열린 국가안보총괄점검회의에서 김종태 전 기무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이 언급한 주요사항을 정리한 문건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 천안함 사건 발생 전 사전 징후를 인지하여 국방부/합참에 보고하였으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음.

- 사전징후라는 것이 무엇인가 문의(윤연)하자 수중 침투 관련 징후였다고 답변했음.

- 침투징후를 예하부대에 전파하지도 않았고 적극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음.

- 합참의장에게 조치를 취해주도록 여러 번 요구했으나 특별한 조치를 하지 않았음.

- 예하 부대인 함대는 상급부대로부터 사전 징후가 전파되지 않아 아무런 조치를 할 수 없었음.

 

정리하자면, 사건 직전 김종태 기무사령관은 김태영 국방부장관(및 합창 의장)을 직접 만나 북한군의 이상 징후를 보고했지만 결과적으로 묵살 당했고, 그 결과가 바로 천안함 침몰이었다는 것.

MBC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 MBC

 

다시 말하자면, 충분히 막을 수 있거나 진상을 일찍 규명할 수 있었던 사건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국방부 이하 군 당국의 대응 소홀로 발생한 것이 천안함 사건일 수 있다는 얘기였다. 201010월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김태영 장관 또한 "적의 잠수함의 공격이 있을 수 있다는 저희 나름대로 판단은 있었지만 그걸 오늘날같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한 것은 저희 불찰"이라며 잘못을 일부 시인한 바 있다.

 

오판

"이게 비밀이어서 공개하기도 힘든 부분들이에요. (대응) 매뉴얼은 그냥 상식적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우리 아들이 맞고 오면 고소를 하거나 아니면 가서 따지거나 아니면 아들 같은 경우 친구들 데려와서 다시 보복 공격하겠죠. 그런 식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보복 공격이) 안 이뤄졌죠."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

 

어이없는 상황은 사건 직후 계속됐다. 부하들이 적의 확실한 도발이라 판단하고 다급하게 보고를 했다. 그럼에도 우리 군은 묵살하기 바빴고 안일하게 대응했다. 대잠수함 작전 능력을 갖춘 'LYNX헬기''해상초계기'가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각은 사고가 난지 무려 2시간이나 지난 뒤였다.

 

"(사건 당일) 2143분 해군작전사령부는 합동참모본부에 천안함 선체 파손으로 침수 중이라고 보고했습니다. 어뢰공격 보고는 누락됐습니다. 이 시각 이상의 합참의장은 대전에서 술을 마신 후 KTX 열차를 타고 상경 중이어서 연락이 닿지 않았습니다. 합참은 다음 날 0136분에야 군사대비태세 강화지시를 하달했습니다." (전종환 아나운서)

MBC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 MBC

 

그렇게 어뢰 공격 가능성은 완전히 배제됐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는 1'서해에서 초계함 침수', 2분 뒤 2차 보고에는 '천안함, 파공으로 침몰 중'이란 내용으로 보고됐다. 사건 발생 2시간 후 청와대에서 열린 외교안보 장관회의에서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군 소행으로 예단하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다. 애초 어뢰 공격 자체를 배제했으니 대응 공격이 이뤄질 리 만무했다.

 

그런 정부의 기조는 당시 사고현장에 도착했던 속초함의 대응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건 직후이던 오후 1055분 속초함 레이더에 고속으로 북상하는 정체불명 물체가 잡혔다. 5분 동안 135발을 포격했지만 속초함이 쫓던 표적은 NNL 위 북한 해역으로 사라졌다.

 

속초함 함장 및 간부들은 상부에 보고하기 전 놓친 표적의 정체를 놓고 회의를 열었다.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는 해상표적은 반잠수함밖에 없다는 데 의견이 모였고 상부에도 그렇게 보고했다. 하지만 상급부대인 22전투전대 전대장은 "새떼 아니냐?"고 되물었고, 결국 상부로부터 압박을 느낀 속초함은 최종적으로 '새떼로 판단됨'이란 문자 보고를 전달했다.

 

'새떼 침몰설'은 그렇게 완성됐다. 역시 같은 해 10월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당시 해군2함대 사령관은 그런 보고를 받은 일이 없다고 주장했다. 당시 2함대 전대장(대령) 또한 <PD수첩> 제작진의 취재에 "별로 관심 없습니다"라며 일절 응하지 않았다. 해군에서 레이더를 관측하는 '전탐사'13년을 근무한 전직 해군은 새떼 침몰설을 이렇게 일축했다.

 

"경력이 있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 레이더를 십여년간 20, 30년 본 사람들이 그걸 식별을 못한다? (옷 벗고) 제대해야죠."

 

그리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내가 배 만들어봐 아는데... 북 개입 증거 없어", "높은 파도에 배가 올라갔다 떨어지는 과정서 쉽게 부러질 수 있다"며 북한 어뢰공격 발언을 금기시하는 듯한 말을 이어갔고, 세때 침몰설도 그런 용도로 활용됐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의 어이없는 활약(?)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천안함 생존자들이 "보수정권 반성하셔야 합니다"라고 했던 이유가 다분했다.

 

금기의 세월

MBC '천안함 생존자의 증언' . MBC

 

"북한 어뢰공격 발언은 금기시 됐습니다. 국방부장관이 국방에서 어뢰 관련 발언을 하자 청와대에 쪽지가 전달됩니다. VIP, 즉 이명박 대통령이 장관의 답변이 어뢰 쪽으로 기우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외교안보수석을 통해 주의를 요구하는 내용입니다." (전종환 아나운서)

 

김성환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 수석은 MBC 취재에 "기억이 안 난다"고 답했다. 김성찬 당시 해군참모총장 역시 국정감사에 출석해 어뢰피격 보고를 받은 적이 없다고 일축한 뒤 "함장이 보고한 게 아니고 거기 작전관인가, 포술장이 뭔가 맞은 것 같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보고를 받았다"고 말을 바꿨다.

 

반면 최 전 함장은 "어뢰에 의한 피격"을 분명히 보고했다고 증언했다. 반전이 일어났다. 그해 515, 사고해역에서 수색작업을 하던 쌍끌이 어선 대평호가 어뢰의 추진 동력 장치로 추정되는 물체를 발견했다.

 

"추진체를 발견한 지 닷새 뒤인 520일 군은 조사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충분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채 군은 서둘러서 추진체 어뢰 설계도까지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이 설계도는 다른 어뢰의 설계도로 드러나 망신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나흘 뒤인 524, 이명박 대통령은 대북 규제조치를 발표했습니다. 6.2 지방선거를 약 일주일 앞둔 시점이었습니다. 당시 여당은 천안함 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안보를 내세워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전종환 아나운서)

 

이후 천안함은 전가의 보도처럼 정치에 활용됐다. 그러는 사이 갖가지 의혹들이 제기됐다. <PD수첩>은 암초에 의한 좌초설, 한미연합훈련 중 미군 어뢰 타격설,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은 생존자 증언 등을 근거로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후 생존자들은 패잔병 취급을 받았고, 천안함 사건 당시 작전을 지휘한 군 수뇌부의 징계 대상 간부 9명 중 4명이 징계가 취소됐다. 징계를 받은 5명도 감경되거나 이후 승진했다.

 

"이건 작전실패가 아니라 현장에서의 현장 지휘관의 문제라고 호도한 거잖아요. 군의 대표 수장들이 그렇게 얘기를 하는데 국민들은 믿죠. 국민들이 그렇게 보게 된 건 그렇게 유도를 한 거잖아요. 내 별이 떨어지는데 내 어깨 위에 달려 있는 별이 떨어지는데 병 몇 명, 영관급 한두 명 정리하면 우리가 지켜지는데, 너무 쉽잖아요." (이정국 천안함 유가족 1차 대표)

 

"제가 생각하기에 해군 내에서 저희는 패잔병이에요. 저희는 그냥 아무런 대응도 못하고 북한 어뢰 맞은 패잔병이에요. 대원들을 반 가까이 죽여 놓고 살아 돌아온 패잔병 밖에 안 되는... 저희랑 같이 있으면 안 좋은 일 생긴다고 같이 있지 말라고 장교한테 그 소리를 들었다고 하더라고요." (김정원 당시 하사)

 

<PD수첩>이 천안함 사건을 다룬 것은 사건 직후와 이번이다. 여전히 논쟁적인 주제라는 듯, 방송 직후 '아직 의혹이 채 다 규명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스라엘 잠수함 충돌설 등 여타 의혹에 대한 검증 자체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없지 않았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최 전 함장을 비롯해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정치적 입김에 휘둘리지 않고 제대로 국민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리라.

 

방송은 그간 왜 천안함 생존자 전우회장이 "이때까지 보수정권에서 해 준 게 없다"며 억울해 했는지에 대한 답이라 할 수 있었다. 생존자들이 증언한 천안함 침몰 전후 군과 이명박 정부의 대응이 딱 그랬다. 방송 직후 천안함 사건과 관련한 정부 당국의 대응이 세월호 참사와 언뜻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왔던 것도 그래서일 것이다.

 

아울러 최 전 함장이 왜 이제야 증언에 나설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성실하고도 진심어린 답변이기도 했다. 분명한 건 제작진의 결론대로 "온갖 억측과 음모론 속에서 가장 고통 받고 있는 건 아마도 천안함 생존자와 유가족일 것"이란 사실일 터. 이날 <PD수첩>이 그 음모론을 전부 검증한 것은 물론 아니다. 그럼에도 천안함 사건에 대한 거대한 오해를 풀기엔, 그리고 논의를 다시 시작하기엔 부족함이 없어 보였다./ 오마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