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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1.6.7~6.11 윤석열에만 따라붙는 기사 키워드 ‘열공’

by 이성근 2021. 6. 7.

기업들 조세회피 막는 '글로벌 법인세' 도입... "역사적 합의

조선 최초의 사진을 찍은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잃어도 '', 벌어도 '' 널뛰는 코인시장

아동 성범죄 피해자에게도 "수치스러웠느냐" 묻는

"공짜로 쓰라"던 구글 포토 갑자기 유료화소비자 당혹

65~69젊은 노인’ 55%가 돈 버는 일한다

시간보다 돈이 중요해한국인 대답 압도적이었다

한강의 기적이 일본 덕?판결문 곳곳에 '친일 논리

재판 참석 '봉쇄'하고 식민 지배 '두둔'재판부는 왜?

백신 맞고 코로나 걸리면?..“바이러스 적고 열도 덜 난다

연금 받아도 암·치매 걸리면 노후파산..의료비에 노인허리 더 휜다

코로나 팬데믹 1,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얼마나 때렸을까?

K-양극화 수치로 확인...코로나 타격으로 가계 빚 크게 늘고 재원은 줄었다

종합병원 비급여 검사비 천차만별...초음파 최대 25.7배 차이

진보언론이 계속 이대남을 외면한다면

윤석열에만 따라붙는 기사 키워드 열공

박원순 피해자 실명 편지 노출 김민웅·오성규 검찰 송치

역사왜곡방지법, 민주주의 왜곡한다

한전의 전략적 회유·협박, 원수 된 이웃사촌

 

기업들 조세회피 막는 '글로벌 법인세' 도입... "역사적 합의"

G7 재무장관 합의... 100년 만의 글로벌 조세 개혁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합의를 보도하는 BBC 갈무리.BBC

 

주요 7개국(G7)이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도입하기로 전격 합의했다.

G7 재무장관들은 5(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회의를 열어 기업들에 최소한 15%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을 부과하기로 합의하고 서명을 마쳤다.

 

의장을 맡은 영국의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수년간의 논의 끝에 디지털 시대에 적합하고 공평하게 글로벌 조세 체계를 개혁하기 위한 역사적 합의가 이뤄졌다"라며 "앞으로 기업들은 올바른 곳에서, 올바른 세금을 내게 된다"라고 밝혔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도 "각 나라의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종식하기 위한 중대하고 전례 없는 합의"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기업에 공평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주고, 노동력 교육 및 훈련과 연구·개발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늘려 세계 경제가 번성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또한 G7 재무장관들은 기업이 세율이 낮은 곳에 본사를 둬서 세금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익을 얻는 국가에서 세금을 내도록 했다.

 

이익 나는 곳에 세금 내야... "조세회피처들 불행한 소식"

앞서 유럽 국가들은 미국의 IT 대기업들이 자국에서 막대한 이익을 거두고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뜨리며, 자체적으로 디지털 서비스세를 만들어 부과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국은 유럽에서 수입되는 의류, 명품 등에 보복 관세를 부과하겠다며 맞섰다.

 

지난 수년간 논의를 거듭하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은 각국 정부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재정 지출로 세입 확충이 시급해지면서 속도가 붙었고, 사실상 결정권을 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동의하면서 극적으로 합의에 도달했다. 더구나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로 정한 15% 앞에 '최소한'이라는 문구를 넣으면서 향후에 세율을 올리기 위한 길도 열어 놓았다.

 

영국 BBC"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IT 대기업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우 법인세율이 낮은 아일랜드와 버뮤다에 자회사를 이용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소재하는 곳에서 세금을 내도록 한 100년 된 글로벌 법인세 체계를 뒤바꾼 것"이라며 "과세는 주권의 근본이기에, 그동안 각국 정부가 합의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라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재무장관은 "기업들이 더 이성 불투명한 조세 체계를 가진 국가로 본사를 옮겨 교묘하게 납세를 피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세 회피처들에는 불행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법인세율 낮은 아일랜드 "경쟁 계속할 것" 반발

이와 관련해 각국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압박과 비판을 받아온 기업들은 일단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페이스북의 닉 클레그 부사장은 "우리는 글로벌 조세 개혁이 성공하기를 바란다"라며 "이로 인해 페이스북이 세금을 더 많이, 여러 국가에서 낼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는 것도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구글의 호세 카스타네다 대변인도 "글로벌 조세 개혁을 강력히 지지한다"라며 "각국이 균형 있고 지속적인 합의를 마무리하도록 계속 협력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G7 재무장관들의 다음 목표는 7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를 시작으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 국가를 확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법인세율이 12.5%로 유럽에서 가장 낮은 수준인 아일랜드는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도입에 반대하고 있으며, 중국도 이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작다"라며 "G7 국가들이 정치적 압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망했다.

 

파샬 도노호 아일랜드 재무장관은 "글로벌 조세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우리는 합법적인 법인세율 인하 경쟁을 계속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윤현(yoonys21)/ 오마이뉴스

 

조선 최초의 사진을 찍은 사람은 영국인이었다

1871년 영국 사진가 펠리체 베아토가 신미양요 당시 격전지였던 광성보에서 찍은 조선군 시신.

 

올해는 신미양요가 일어난 지 150년 되는 해다. 그리고 조선에 처음으로 사진이 등장한 지도 150년이 됐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조선의 첫 사진은 우리가 찍은 것이 아니라 외부인이 우리를 찍은 것이다. 바로 신미양요를 일으킨 미 해군을 따라 들어온 한 영국 사진가에 의해서다. 공식적으로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조선이 등장한 것은 신미양요가 일어난 1871610일로부터 3개월이 흐른 뒤 미국 잡지 하퍼스 위클리의 지면에서다. 하지만 당시에 망판 기술이 없어서 인쇄에는 사진을 복제한 판화가 쓰였다. 바로 이 사진을 찍은 영국 사진가 펠리체 베아토는 잡지 기고에 만족하지 않고 일명 신미양요 사진첩이라는 것을 만들어 조선 사진 총 47점을 판매했다. 현재 원본 유리판과 프린트는 미 해군과 게티 박물관 등에 분산되어 소장 중이다. 국내에는 구한말 풍경등의 화보집을 통해 사진 일부가 공개된 바 있다.

 

이탈리아 출신 영국인 베아토는 유명 사진가였다. 크림전쟁을 시작으로 인도와 중국에서 인상적인 사진을 남겼다. 그리고 일본에서 사진관을 열어 오리엔탈리즘 물씬한 사진을 찍어 판매했다. 마침 제너럴셔먼호에 대한 보복 공격을 준비하던 미 해군의 종군기자로 따라나서 조선까지 오게 된 것이다. 그의 사진 작업은 대개 아시아에서 이뤄졌으며 서구 제국주의자의 선정적인 눈으로 침략과 지배의 정당성을 일관되게 표현했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 514일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신미양요 150주년 학술회의에서 제국의 렌즈로 본 신미양요-펠리체 베아토의 종군 사진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이경민 사진아카이브연구소 대표는 전쟁사진가로서 베아토의 이력과 명성은 결국 타자의 고통을 시각적으로 상품화한 것에 대한 서양인들의 암묵적 동의와 지지하에서 나온 것이다라고 간파했다. 그리고 그가 남긴 기록들은 사진이라는 근대적 매체가 제국주의에 어떻게 봉사해왔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가장 선명한 사례가 되었다라고 이야기한다. 베아토의 사진은 사실 조선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기록한 자료라기보다 제국의 렌즈에 포착된 조선이 중국·일본과 마찬가지로 개척되거나 정벌되어야 할 대상으로 상징된 것이다.

 

패전이었던 전투를 새롭게 조망

신미양요는 오랫동안 근대사에서 묻혀버린 소재였다. 일제강점기는 물론이고 친미파였던 이승만도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랬던 신미양요의 격전지 광성보·덕진진·초지진이 구국의 성지로 재탄생한 것은 1970년대 말 박정희에 의해서였다. 핵 개발을 두고 미국과 마찰을 빚던 박정희가 강화도의 관방 유적을 대대적으로 보수하고 안보 관광지로 만든 것이다. 대놓고 반미를 외치지는 않았지만 노골적인 경고였던 셈이다.

 

하지만 박정희도 죽고, 미국의 묵인 아래 5·18 학살을 일으켜 집권한 전두환 이후로도 오랫동안 잊혔던 신미양요는 2018미스터 션샤인이라는 드라마로 부활했다. 이 드라마의 광성보 전투신은 베아토의 사진을 기초로 구성한 듯 보인다. 흑백임에도 붉은 피 냄새가 흠씬 나는 사진을 기초로 피사체에 불과했던 우리가 역사적인 재해석을 시도한 것이다. 완전한 패전이었던 이 전투를 비로소 새롭게 조망할 여유가 생긴 셈이다./ 시사인 / 이상엽 (사진가)

잃어도 '', 벌어도 '' 널뛰는 코인시장

 

올초 가상화폐 열풍에 올라타 거액의 자산가가 된 투자자도 적지 않습니다.

30대에 1백억 원대 부자가 된 안시후 씨. 그의 별명은 '매억남', '매달 1억 버는 남자'입니다.

유튜브를 통해 무료로 투자 노하우를 공개하는 안 씨는 자신의 계좌도 선뜻 보여줬습니다.

취재 당일 기준으로 최근 돈을 번 날은 7, 잃은 건 3일입니다. 수익에서 손실을 빼니 394천여 달러, 45천만 원을 열흘 만에 벌어들였습니다. 안 씨는 8년 전 대기업 엔지니어로 사회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남들은 부러워할만한 6천만 원 연봉에도 한계를 느꼈다고 합니다.

[안시후/트레이더]

"'10년을 모아봤자 3억 원? 그러면 서울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 못 갖겠네? 20년을 모아도 갖기 힘들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에 ', 지금부터 뭔가 제2의 소득이 필요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주식과 원자재, 파생상품에도 돈을 넣었지만, 가장 매력적인 투자상품은 비트코인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채굴가능한 비트코인 양이 한정돼 있어, 향후 금 같은 안전자산으로 각광 받을 거라 예상한 겁니다.

 

[안시후/트레이더]

"'유동성 장세가 오면 올수록 더 빛을 발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 비트코인을, 주식이 주였는데, 주식이 아니고 '비트코인을 주로 투자를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실제로 코로나19 위기로 돈이 무한정 풀리자, 비트코인은 화폐가치 하락의 대응 수단으로 여겨져 돈이 몰렸습니다. 투자를 더 늘린 안씨는 밥 먹으면서도 차트만 보고 살았다고 합니다.

 

[안시후/트레이더]

"하루에 3시간, 4시간 이상 자본 적이 없고, 친구도 안 만나고 가족도 안 만나고 집에 박혀서 트레이딩만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훨씬 더 회사 다닐 때보다는 일을 많이 했습니다."

이렇게 가상 화폐 투자 열풍을 주도한 건 2030세대입니다.

실제로 올해 1분기 4대 가상화폐 거래소 신규 가입자 가운데 2032.7%, 3030.8%, 2030세대가 10명 중 6명이 넘었습니다.

 

[나인준/25]

"취업도 잘 안 되고, 돈을 갖고 있자고 하니 이게 적금 갖고는 돈이 안 되니까 대부분 그래도 뭐라도 코인으로 수익을 내서 조금이라도 돈 벌어놓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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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들을 열광하게 한 '돈 복사' 신화.

그러나 그 신화가 최근 한 달 만에 '돈 삭제' 공포로 돌변했습니다.

유튜브를 통해 가상화폐 뉴스와 분석을 전하고 있는 고란 기자.

 

[고란/유튜브 '알고란']

"구글이 21, 그런데 비트코인이 그 절반인 12년 만에 (시가총액) 1조 달러에 도달했습니다."

이렇게 가상화폐 전문가로 알려진 기자가 30억 원 넘는 돈을 하루 아침에 잃었습니다.

가상화폐를 담보로 몇십, 몇백 배 수익을 노리는 '레버리지' 투자를 했다가, 예상보다 더 가격이 급락하는 바람에 원금을 '청산'당한 겁니다.

 

[고란/유튜브 '알고란']

"그야말로 시장의 공포라고 하는 건, 정말 어마무시 합니다. 실제로 저도 그 공포를 겪고요. 지금 정신 승리하고 있는 상황인 거고요."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도 자산 2조 원이 사라졌습니다. 지난 4월 일본 넥슨이 비트코인을 1천억 원어치 넘게 샀는데, 비트코인 폭락 여파로 주가까지 주저 앉은 겁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가 수백만 원 혹은 수억 원을 날렸다는 '손실 인증'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유튜버 ○○]"내가 이제까지 벌어놓았던 그 돈, 10년 동안 벌어놓았던 돈, 처박아가지고 다 잃고 나서도 ', 나 이제부터 정말 안 해야지, 안 해야지' 그런데 또 은행 찾아가 가지고 대출받아서는"

4월 중순 8천만 원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은 지난달 244천만 원이 무너지기도 했습니다.

10년만에 최대 낙폭입니다. 가상화폐 가격이 곤두박질치자 거래대금도 급감했습니다.

 

지난달 744조 원까지 늘면서 코스피 시장의 3배를 넘기던 가상화폐 거래대금은 지난달 말 9조 원에도 못 미칠 만큼 급격히 빠져나갔습니다.

아동 성범죄 피해자에게도 "수치스러웠느냐" 묻는

"잘못된 감정 가르치면 안 돼"

JTBC'피해자다움'을 강요한다는 지적이 나온 '성적 수치심' 용어에 대해 연속해 문제 제기하고 있습니다. 지난 편에서는 검찰 내부 규칙에 나온 '성적 수치심'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자는 움직임과 더불어 검찰 내부 게시망 속 성평등 게시물에 달린 악성 댓글들을 소개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성적 수치심' 용어가 실제 수사기관 조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짚겠습니다.

 

용어 탓에 벌어지는 촌극"단순 용어 문제 아냐"

현행 성폭력처벌법 조항 (국가법령정보센터 사이트 갈무리)

 

'성적 수치심'이나 '성적 불쾌감'이나 도긴개긴일까요? 전문가들은 '그렇지 않다'고 말합니다. 범죄를 어떻게 바라보는지가 표현에 투영되고, 표현에 따라 법률을 적용할 때 실제로 차이가 생겨 판결도 엇갈릴 수 있다는 겁니다.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를 주로 대리해 온 이은의 변호사(변호사시험 3)에게 의견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습니다.

 

"성적으로 언웰컴(unwelcome), 내가 원치 않는, 불쾌한 것이었다면 (성범죄로) 인정해야 한다는 거예요. 수사 과정에서도 법원에서도 '성적 수치심을 느꼈냐'고 보통 물어봐요. 피해자 대부분은 수치심을 느꼈다기보다는 '기분이 나빴어요'라든가 '겁이 났어요'라든지 다양하게 표현해요. 그런데 계속 '성적 수치심을 느꼈냐'고 물어보는 상황이 굉장히 많아요. 경찰이나 검찰, 법원에 진술하러 가기 전에 피해자 측 변호사도 피해자한테 "'성적 수치심을 느꼈냐, 어떤 기분이 느껴졌냐'라고 물어보면 '성적 수치심이 느껴졌다'라고 얘기하시면 됩니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성적 수치심이에요"라고 설명하면서 그렇게 답하라고 얘기해줘야 하는 일들이 사실은 있단 말이죠."

 

현행법에 남아있는 '성적 수치심' 용어를 '성적 불쾌감'으로 바꾸자는 작업이 분명 의미가 있다고 했습니다.

 

"추행 사건에서 기분이 어땠는지 물어볼 때 피해자들이 '유쾌하지 않았다, 기분이 나빴다, 역겨웠다, 좀 겁이 났다' 다양하게 표현해요. '성적 수치심이 느껴졌나'를 그래도 계속 물어봐요, (진술 조서를) 수정하기 위해서. 그런데 그렇게 할 필요가 없는 거죠. 왜냐하면 성적 불쾌감으로 표현함으로써 피해자에게 '네가 느낀 게 수치심이었어'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수치심을 포함하는 불쾌감이잖아요."

 

"그동안 촌극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사장이 어깨를 주물렀어요. 피해자가 '아프고 싫었어요'라고 하면 추행으로 볼지, 폭행으로 볼지 하는 부분들이 있었단 말이죠. 그런데 그걸 성적 불쾌감으로 바꿈으로써 '아팠어요, 싫었어요'라고 해도 그 자체가 불쾌함만으로 포괄이 되니까."

 

아동에게도 '수치심' 묻는 현실

젠더법연구회 회장인 신숙희 부산고법 판사(사법연수원 25)에게도 의견을 구했습니다. 법원 내 연구단체인 젠더법연구회는 여성과 아동 관련 이슈를 다루는 법관 모임입니다.

 

"법을 통해 보호하려는 가치가 기존의 정조 관념에서 90년대에 성적자기결정권으로 바뀌었지만, 성범죄 법령 속 '성적 수치심' 용어는 안 바뀌었어요. 수치심이란 말 자체가 정조나 순결과 연결되는 느낌이 강하잖아요. 성적 수치심이란 단어가 없어져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그동안 간과돼 온 건 '성적 수치심' 용어가 아동·청소년 성범죄에도 적용돼 왔다는 사실입니다.

 

"법령에서의 '성적 수치심'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아동복지법, 장애인복지법, 노인복지법,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성희롱의 정의에 이런 게 다 나와요. 특히 아동·청소년들한테 자꾸 그걸 물어봐요. '너 수치스러웠지' 그러면 애들이 '아니요, 기분 나빴어요'라고 말하면 그런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다고요. 말이 안 되죠. 대법원이 말하는 13세 미만 아동에 대한 성범죄의 보호법익은 이 아이들이 성적자기결정권, 올바른 성인식을 갖고 자라날 수 있도록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것인데요. 성적 수치심이라는 잘못된 감정을 가르치면 안 되잖아요."

 

"성적 수치심을 자기 스스로 못 느끼는 아동들이 있잖아요. 그걸 진짜로 물어볼 건가요? 아니거든요. 일반적·평균적인 피해자 관점에서 볼 때 그 행위가 그렇게 인식될 수 있느냐를 따지는 거거든요. 법이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바뀌었는데도 성적 수치심이란 단어가 그대로 남아있는데, 주체성을 강조하는 의미에서 성적 불쾌감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신 판사는 피해자에게 '수치심'을 묻는 기존 수사·재판 관행도 짚었습니다.

 

"대법원이 말할 때의 피해자가 느끼는 수치심은 해당 피해자가 느낀 수치심이 아니고 일반적·평균적인 피해자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 피해자가 꼭 느껴야 할 필요가 없거든요. 그런데 어린아이에게 자꾸 그걸 물어보면 수치심을 모르는 아이에게 성적 수치심을 가르치는 게 돼요. 요즘 아이들이 누가 그렇게 생각해요. 자기가 잘못한 게 아니잖아요. 아이들이 다 기분 나쁘다고 하지 수치스러웠다고 안 해요. 수치심은 가해자가 느껴야지 왜 피해자가 느끼냐고 다들 말하잖아요."

 

"구체적 사건에서 어떤 행위를 했는지 드러나면, 그 시대의 도덕 관념상 일반적으로 이런 일을 당하면 평균인은 수치심을 느낀다라는 게 당연히 나오잖아요. 어떤 행위를 했다고 하면,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당연히 느낀다고 하면 그만이거든요. 피해자에게 캐묻지 않아도 되거든요, 사실은. 근데 피해자에게 '너는 느꼈니, 안 느꼈니'를 물어서 유무죄의 근거로 삼는, 그런 수사 관행이나 증인신문 관행은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했다'고 스스로 말하도록 물어봐야 하거든요. 용어를 풀어서 심문하는 것이 중요하죠."

 

JTBC가 지난달 19일부터 '성적 수치심' 용어에 대해 연속 보도한 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서도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성적 수치심' 용어가 그대로 남아있는 현행법 조항들을 짚고, 이런 용어를 바로잡자는 국회 법안들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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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논란됐던 '성적 수치심''불쾌감'으로검찰, 표현 바꾼다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268

"'성적 수치심' 용어 바꾸자" 불 지핀 '레깅스 몰카' 사건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650

[단독] '성적 수치심''성적 불쾌감' 대검 일부 규칙 오늘부터 시행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6930

'성적 수치심' 바꾸자는 검찰, 성평등 내부 게시물엔 '악플' 기사 바로가기 :

https://news.jtbc.joins.com/article/article.aspx?news_id=NB12007532

 

 

"공짜로 쓰라"던 구글 포토 갑자기 유료화소비자 당혹

[앵커]이번주부터 구글 포토를 쓰려면 돈을 내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스마트폰 10대 중 7대가 안드로이드, 그러니까 구글 운영 체제라, 구글 포토 쓰던 분들이 많을 텐데요. 공짜니 편하게 쓰라고 할 땐 언제고, 갑자기 돈을 받겠다고 하는 구글, 이래도 되는 걸까요. 구혜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구글 포토가 지난 1일부터 유료화됐습니다.

"원하는 만큼 사진을 찍으세요. 저장 공간 모자랄 일 없어요."

"공짜로. 구글 포토."

 

무료, 무제한 용량을 내세웠는데 5년 만에 말을 바꿨습니다. 휴대전화 10대 중 7대는 안드로이드 폰. 구글 포토가 기본으로 깔려있습니다.사진을 클라우드 저장소에 백업해 줍니다

"모든 당신 기억의 집"

휴대전화 기기를 바꿔도, 사진과 동영상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자동 업로드를 유도하기 때문입니다.

 

[정휘윤/서울 망원동 : (구글 포토라는 어플 깔려있는 거 아셨어요?) 아니요. 처음 듣는데요. 포토요? 한글로요? ((자동 업로드) 하고계시는데요?) 아 그래요? (이 사진은) 전 핸드폰에서 찍었던 건데. 살짝 황당하기도 하고. 갑자기 이렇게 (저장) 된다는 게.]

 

제가 2013년부터 찍은 수 만장의 사진들. 흑역사도 있지만 돌아오지 않는 소중한 순간이 대부분이죠. 사용자 10억 명이 매주 280억 장의 사진을 올려 구글 포토엔 4. 무려 4조 장의 사진이 저장돼있습니다.

 

저는 이미 한 달에 삼천 칠백 원을 내고 있는데도 1년 뒤면 용량이 모자라, 한 달에 만 천 구백 원을 내야 합니다. 다른 데로 옮기면 되는 거 아냐? 할 수 있지만 사진 가져갈 땐 맘대로더니 다시 가져오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내려 받겠다고 신청을 하고, 기다리면 이메일로 파일이 옵니다.

 

2기가바이트 파일 쉬흔 여섯 개. 용량이 어마어마하죠. 회사 인터넷이 느려서인지 다 받는 데 30시간 넘게 걸립니다. 귀찮아서, 돈 내고 싶어집니다.

 

기업이 돈 버는 게 왜 문제냐? 공짜로, 저렴하게 팔아 경쟁자들은 사업을 접게 만들어놓고, 편해지고, 익숙해지면 가격도 올리고, 정책도 바꿉니다.

 

수익을 낼 수 있는 유튜버의 동영상에만 광고를 붙이던 유튜브. 지난 1일부터는 모든 동영상에 광고 붙입니다. 이 광고 수익은? 유튜브가 낼름 가져갑니다. 막을 방법은? 없습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광고 보거나, 광고 없애주는 월 요금제 가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디자인 : 최석헌 / 영상그래픽 : 김정은 박경민)

 

조선총독부 제작 온돌 -김치 고유음식 

65~69젊은 노인’ 55%가 돈 버는 일한다

복지부 3년주기 2020년 노인실태조사

 

노인 74%는 생계비 마련위해 일해

65~69살 경제활동비율 10여년새 40%55%

전체노인은 30%에서 37%로 늘어나

자녀가 주는 생활비 등 사적이전소득 비중 급감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단독가구 80% 육박

한 대학의 청소노동자가 이른 아침 출근해 화장실 세면대를 닦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자녀와 따로 살며 일하는 65살 이상 노인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6569젊은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55.1%12년 전에 견줘 15%포인트 이상 늘었다. 노인의 74%는 일을 하는 이유로 생계비 마련을 꼽았다.

 

보건복지부는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조사한 ‘2020년 노인실태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노인실태조사는 노인복지법에 따라 2008년부터 3년 단위로 시행 중이고, 이번 조사는 보사연이 지난해 3월부터 11월까지 전국 197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시행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65살 이상 노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0830%에서 201730.9%, 202036.9%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6569살 경제활동 참여율에서 증가폭이 크다. 2008년에는 39.9%였는데 2020년에는 55.1%로 절반을 넘었다. 일하는 노인들은 48.7%가 단순 노무직, 13.5%가 농어업, 12.2%가 서비스직에서 일하고 있다. 일하는 노인의 47.9%만이 월 150만원 이상의 근로소득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나머지 절반가량(52.1%)은 월 소득이 150만원에 못 미쳤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유는 생계비 마련이 73.9%로 가장 많았고, 건강 유지(8.3%), 용돈 마련(7.9%), 시간 보내기(3.9%) 등 다른 이유는 비중이 얼마 되지 않았다. 특히 농촌 노인(79.9%)과 독거 노인(78.2%)의 생계비 마련을 위한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았다. 어떤 소비 부담이 가장 크냐고 묻는 말에는 46.6%식비 관련 지출이라고 답했고, 다음으로 주거 관리비 관련 비용(22.3%), 보건 의료비(10.9%) 순이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식비 지출 부담 비중이 가장 크다고 답한 사람이 직전 조사인 2018년엔 18.7%에서 2020년엔 46.6%로 갑절 이상 늘었다는 점이다. 의료비 부담을 꼽은 사람의 비중은 23.1%에서 10.9%로 줄었다. 이에 대해 이윤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박사는 코로나19 탓에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국가의 의료비 지원이 증가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다도시 지역에선 식비 부담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지만 농어촌 중심 지역에서는 냉·난방비 부담을 크게 인식해 주거관리비에 대한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 제공

 

경제활동 참여 노인이 늘면서, 노인의 소득원별 구성 비율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2008년에는 전체 소득에서 자녀가 주는 생활비 등 사적이전소득이 차지하는 비율이 46.5%로 가장 높았는데, 2020년엔 13.9%로 대폭 줄었다. 대신에 근로소득 비중이 6.5%에서 24.1%, 사업소득 비중이 11.8%에서 17.2%로 높아졌다. 이밖에 사적연금소득은 20080.6%에서 20171.3%로 조금 늘었다가 이번 조사 때는 10.3%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노인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공적이전소득이었으나, 전체 소득의 28.4%2008년 비중(28.4%)에서 변화는 없었다. 한국이 노인 소득 가운데 공적이전소득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57.1%(2019년 기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독일(70.6%)은 물론이고, 일본(49.2%), 미국(41.4%) 등 보다도 낮다.

 

자녀와 따로 사는 노인 단독 가구’(독거 노인 가구 또는 노인 부부 가구)200866.8%에서 202078.2%로 증가했다. 자녀와 동거를 희망하는 비율은 200832.5%에서 202012.8%로 감소했다. 앞으로 노인 단독 가구 증가 흐름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거동이 불편해질 경우 요양원 등 시설에서 생활하기를 원하는 노인은 31.3%에 불과했다. 56.5%는 재가 서비스를 받으며 현재 사는 집에서 살기를 원했고, 7.2%는 배우자나 자녀 또는 형제자매와 같이 살기를, 4.9%는 자녀 또는 형제자매 주변으로 이사해서 살기를 희망했다.

양성일 복지부 1차관은 그동안 우리 사회가 전반적으로 노인을 수동적이고 의존적인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었지만,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향후 노인 정책은 노인을 적극적인 주체로 인식하고, 노인이 스스로 희망하는 노년의 삶을 지향할 수 있도록 전환할 필요가 있다앞으로 내실 있는 노인 일자리, 사회 참여, 사회 기여 활동이 가능하도록 정책을 추진하고 의료와 돌봄 ·안전이 연계된 지역사회에서 통합 돌봄을 하는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시간보다 돈이 중요해한국인 대답 압도적이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업 칸타조사결과

감염률 낮은데 코로나19 우려도 높아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한국인의 돈에 대한 열망이 글로벌 평균 대비 2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시장조사기업 칸타의 칸타 글로벌 모니터 2020’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산에 대해 한국인은 돈(53%), 시간(20%), 열정(19%), 정보(7%), 공간(1%) 순서대로 응답했다. 응답자 절반 이상이 돈을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선택한 것이다.

한국을 포함한 조사 대상 국가의 응답자 평균은 시간(35%), 열정(25%), (23%), 정보(16%), 공간(2%) 순이다. 이 조사는 칸타가 운영하는 월드 패널에 포함된 영국과 미국 등 25개국 33천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120~311일까지 진행됐다.

 

칸타는 이를 토대로 소셜 데이터 분석 도구를 사용해 ‘20211~4‘20201~4기간 중 한국인이 소셜미디어에서 언급한 돈과 관련된 키워드 30를 추출해 비교 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주식이 매우 중요한 자산관리 수단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언급량 기준 1~3위 키워드가 2020년에는 부동산, 투자, 경매 순이었으나 2021년에는 투자, 주식, 부동산 순으로, 주식 언급량이 부동산을 앞질렀다. 1년 전 대비 순위 상승률이 두드러진 키워드는 해외주식(206), 금리(2916), 현금(2718), 삼성(1812) 등이었다. 순위권에 새로 진입한 키워드는 분양권(13), 반도체(19), 세금(21), 화폐(25) 등이었다.

 

최문희 칸타코리아 상무는 코로나19가 한국인이 자산관리 및 투자, 경제적 안정감을 더욱 중요하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으며, 앞으로 한국에서 금융교육과 재테크 서비스가 매우 중요한 사업영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짚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 <한겨레> 자료사진

 

또한 한국인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려 수준도 다른 나라에 견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칸타가 한국을 포함한 21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코비드19 바로미터’ 9차 조사에서 코로나19 상황에 대한 우려 수준을 평가하는 모든 항목에서 한국은 부정적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 421개국 소비자 1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구체적으로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은 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전체 평균 63%, 한국 78%), ‘코로나19에 감염될까봐 걱정된다’(전체 평균 46%, 한국 58%),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전체 평균 47%, 한국 58%) 3개 항목에서는 한국인의 동의율이 전체 평균 대비 10%포인트 이상 높았다. 특히 1년 전보다 젊은층의 불안도가 크게 상승했다. ‘미래가 많이 걱정된다항목의 응답률을 연령대별로 분석하면, 18~34살은 346%에서 962%, 35~54세는 346%에서 957%, 55세 이상은 353%에서 955%로 변화했다. 55살 이상의 증가폭은 2%포인트에 그친 반면, 18-34살은 16% 포인트, 35-54세는 11% 포인트로 젊은층에서의 미래 불안 수준이 현저하게 높아졌다.

 

최문희 상무는 코로나19 상황 및 미래에 대한 한국인의 과도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사회안전망 강화 등 안전감을 높이기 위한 사회적·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한강의 기적이 일본 덕?판결문 곳곳에 '친일 논리

앵커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한강의 기적'에 큰 기여를 했다, 일본을 포함해서 그 어떤 나라도 식민 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한 자료가 없다. 일본, 또 미 합중국과의 관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판사가 쓴 판결문이라고는 믿기지 않은, 이런 이유로 어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 34부는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낸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선고했습니다. 그런데 법 논리보다 정치, 외교에 더 신경을 쓴 이 판결문을 읽어보면 일본 우익의 논리를 그대로 닮아있습니다.

리포트-지난 2015년 일본 외무성이 전 세계 대사관 홈페이지와 CNN을 통해 광고한 영상입니다.

 

[일본 외무성 제작영상(2015)]

"한국의 포항종합제철소 건설 등 각국의 인프라 설비를 ODA(공적개발원조)에 의해 지원했다."

포항제철을 세운 것도, 서울지하철 1호선을 개통한 것도, 소양강 댐 건설도, 모두 1965년 한일협정에 따른 일본의 원조 덕에 가능했다는 겁니다.

식민 지배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커녕,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근대화에도 초석을 놓았다고 주장해, 당시 논란이 거셌습니다.

 

[아베/당시 일본 총리]"일본은 국제사회와 손잡고 커다란 책임을 완수하겠습니다."

이처럼 일본 정부와 우리나라의 극우 세력이 내세우는 이른바 '식민 사관'에서 연장된 논리가 이번 강제동원 배상 판결문에도 등장합니다.

"대한민국이 한일협정으로 얻은 외화는 이른바 '한강의 기적'이라고 평가되는 눈부신 경제성장에 큰 기여를 했다"고 적었습니다.판결의 전체적 취지도 일본 정부의 해묵은 주장과 닮아 있습니다.

일본은 2000년대 들어 "한일 협정에 따라 한국인들의 청구권은 행사할 수 없게 됐다"고 주장해왔고 2007년 일본의 대법원 격인 최고재판소는, "피해자들의 청구권은 사라지지 않았지만, 소송 낼 권리는 없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번 재판부의 논리도 "청구권이 소멸되진 않았지만, 소송할 수 없다", 똑같습니다.

 

[이국언/근로정신대시민모임 대표] "그야말로 일본 논리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어서 일본이야 그럴 수 있지만 우리 법원이 왜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야 되는지"

더욱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을 인정한 3년 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뒤엎으면서도, 왜 그런지는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임재성/변호사] "최소한 3년 안에서 어떤 사정 변경 등이 있었는지, 아니면 당시의 전원합의체가 다루지 않았던 국제법적인 논리가 있는지를 충분히 서술하여서 (설명했어야 합니다.)"

이번 판결은 '국가안보''외교관계'를 이유로 국민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기본권 침해의 최소화를 위한 고민이라도 판결문에 담겨야 했지만, 재판부는 강제동원 피해와 고통 자체는 철저히 외면했습니다./MBC 뉴스 김정인입니다.

 

재판 참석 '봉쇄'하고 식민 지배 '두둔'재판부는 왜?

앵커-승소와 패소는 접어 두고 과연 판결문에 등장할 만한 내용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이례적'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거 같습니다. 두고두고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판결, 법원 담당하는 곽동건 기자에게 몇 가지 질문 더 해보겠습니다. 가장 궁금해 하는 게, 대법원이 확정 판결을 내렸는데 똑같은 사안을 두고 1심 법원이 정반대로 뒤집을 수 있는 거냐, 이거거든요?

기자-, 가능하긴 합니다. 판사는 법과 양심에 따라 '독립적으로' 판결하는 게 철칙이죠.

대법원 판례를 무조건 따르는 건 아닙니다.-다만, 강제동원 배상 사건의 경우 대법원이 이미 두 번이나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으니까, 확실하게 판례로 굳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판결은 당장 항소심부터 바뀔 가능성이 높고요.

 

1심이 유지된다 하더라도, 종국에는 대법원이 스스로 만든 판례를 부정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엔 판결이 뒤집힐 겁니다. 우려되는 건 강제동원 피해자와 가족들 대부분이 매우 고령이라는 점입니다. 이미 8,90대인 분들이 수두룩한데요, 소송이 진행되는 6년 동안에도 대여섯 분이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앵커-"너무 늦은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이거잖아요? 대법원과 이번 1심 법원, 왜 이렇게 판결이 정반대로 엇갈린 건가요?

 

기자-역시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을 어떻게 보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앞서 대법원은 이 청구권 협정에 따라, 개인이 못 받은 임금이나 보상금을 국가가 대신 한꺼번에 받은 걸로 봤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강제동원 같은 반인도적 불법행위에 대한 위자료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했는데요.

 

반면, 김양호 판사가 재판장을 맡은 이번 재판부는 식민지배 자체를 불법으로 보는 게 한국 안에서만 통하는 논리라고 깎아내렸죠. 당시 협정으로 개인의 청구권이 완전 소멸된 건 아니라면서도, 소송을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청구권이 있지만 소송은 안 된다, 그렇다면 어떻게 피해를 보전받으라는 건지, 49쪽 판결문에 단 한 마디도 없었습니다. 지난 1월 위안부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던 재판부가 '우리 법원 판결만이 마지막 구제수단'이라고 했던 일과 큰 대조를 이룹니다.

 

앵커-판결 내용도 그렇지만 김양호 판사가 갑자기 선고 일정을 바꾸면서 피해자들이 재판에 못 나오도록 사실상 따돌린 모양새가 됐어요.

기자-, 기자인 저는 어제 패소 판결 직접 지켜봤는데, 1분도 안 걸렸습니다.

1, 6년을 기다린 피해자들과 가족들은 지켜볼 권리조차 박탈당했습니다. 하루가 지난 오늘, 몇 분의 이야기를 직·간접적으로 들어봤는데요. 특히 "법정의 평온과 안정을 위해서 일정을 바꿨다"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고 합니다. '법정의 평온과 안정', 이거 재판부가 설명자료에 직접 적은 표현인데요, 재판 당사자들을 의도적으로 따돌렸다는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그러자 '코로나19로 고령의 원고들이 모이는 걸 피하려고 했다'는 황당한 해명을 뒤늦게 내놓기도 했습니다.

 

백신 맞고 코로나 걸리면?..“바이러스 적고 열도 덜 난다

미국 CDC, 경찰 등 3900명 대상 연구 실시

백신 접종자 90% 이상 감염으로부터 보호

백신 맞고 코로나 걸리면?..“바이러스 적고 열도 덜 난다

사진=로이터뉴스1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사람은 감염되더라도 몸 속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적고 열이 덜 나는 등 경미한 증상만 보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현지시간) CNN은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의료 인력과 경찰관, 응급요원 등 약 39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 결과를 보도했다.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 90% 이상이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 보호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1회 또는 2회 백신을 맞은 뒤 코로나19에 걸린 소위 '돌파 감염자'의 경우 몸 속 바이러스가 40% 적었고, 열이 날 확률은 58% 낮았다. 또 백신을 1차례만 맞은 사람도 백신을 아예 맞지 않은 사람과 비교하면 코로나19에 확진될 가능성이 81% 낮았다.

 

피실험자들은 화이자 혹은 모더나 백신을 맞은 이들이었다. 무증상 감염도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이후 매주 코로나19 자가 검사를 해왔다. 해당 연구는 아직 진행되고 있다. ‘돌파 감염사례는 5%(204명 중 16)에 그쳤다.

CDC백신 접종을 마치고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은 더 경미하고 짧은 질환을 앓았고, 코로나바이러스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가능성도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연금 받아도 암·치매 걸리면 노후파산..의료비에 노인허리 더 휜다

고령자 의료비 급증 비상

노인 10명 중 9명 만성질환

하루에 먹는 약만 평균 4

기대수명은 늘어나고 있지만

건강수명은 오히려 줄어들어

'유병장수' 고통 갈수록 심각

노후빈곤 시대 ① ◆

 

# 경기 남양주시에 거주하는 허수호 씨(가명·73)는 국민연금과 퇴직급여, 소형 오피스텔 월세 등으로 한 달에 220만원가량 고정수입이 있다. 중소기업에 다니며 운좋게 61세에 은퇴한 그는 그동안 부부가 함께 생활하는 데 큰 경제적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다. 그러다 올해 초 아내가 후두암 판정을 받으면서 시련이 다가왔다. 수술비와 치료비, 요양비 명목으로 목돈이 뭉텅뭉텅 나가면서 허씨가 모아놓은 퇴직금의 절반가량이 없어졌다. 여기에 아내를 간호하다 고질병인 허리 디스크가 악화되면서 본인마저 수술대에 오를 판이다. 자식들에게 손을 벌릴 수 있는 처지가 아닌 허씨는 막대한 의료비로 갑작스럽게 막막해진 노후생활에 대한 걱정으로 끙끙 앓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자 가운데 10명 중 9명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다. 3개 이상 복합질환자 수도 절반을 넘어선다. 노인이 하루 먹어야 하는 약 개수만 평균 4개에 달한다. 이렇듯 고령층에 대한 질병이 만연하면서 의료비 부담이 장수를 축복이 아니라 고통으로 바꿔놓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부담하는 급여항목과 개인이 따로 돈을 내야 하는 비급여항목으로 나뉜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케어'를 통해 비급여항목의 상당 부분이 급여항목으로 전환됐지만, 2019년 말 기준으로 국민건강보험 보장률은 64.2%에 그친다. 이는 진료비 중 35%가량을 여전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는 의미다.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가 1인당 생애 총의료비를 분석한 결과 국민 한 사람이 출생에서 사망에 이르기까지 지출하는 총의료비 중 55%65세 이후에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이 81.9세까지 지출하는 의료비는 약 14560만원이다. 이 가운데 65세 이후 지출하는 의료비가 약 7960만원으로 전체 중 절반을 넘는다. 노인 의료비 증가는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조사를 보면 2014199000억원이던 노인 진료비가 2025년에는 579000억원, 2050년에는 2512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에 따라 장기요양보험 지출도 201754000억원에서 2025년에는 3배에 가까운 142000억원까지 뛸 것으로 우려된다.

 

류재광 삼성생명 인생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의료기술 발달로 80세 이상 고령층 수술이 꾸준히 늘고 있다""은퇴 이후 지출하게 되는 의료비 비중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65세 이상 고령자의 1인당 연간 진료비는 4487000, 1인당 본인 부담 의료비는 1046000원이다. 이는 전년보다 각각 325000, 31000원 늘었다. 이에 따라 전체 인구와 비교한 고령자 1인당 진료비는 2.9, 본인 부담 의료비는 2.8배가 높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많다는 얘기다.

 

여기에 기대여명과 건강수명 차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기대여명은 특정 연령의 사람이 앞으로 살 것으로 기대되는 나이를 의미한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유병기간을 뺀 수명을 말한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12년만 해도 기대여명은 81.4, 건강수명은 73세로 격차는 8.4세였다. 반면 2018년에는 각각 82.7세와 64.4세로 차이가 18.3년으로 늘었다. 류 수석연구원은 "건강수명이 빠르게 줄고 있는 것은 노년기에 만성질환을 앓는 등 사망 전까지 병원 신세를 지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령층 건강에서 가장 문제되는 것이 치매다. 65세 이상 10명 중 1명이 치매환자이고 최근 10년간 치매환자가 4배로 늘어날 정도로 우리 사회에서 치매는 심각한 문제다.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를 4년째 돌보고 있는 김성환 씨(81)"치매 초기에는 요양병원 입원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디에서도 받아주지 않는다""잠시만 한눈을 팔면 집을 나가기 일쑤고 자식이나 친척, 이웃들에게 너무 못되게 굴어 하루하루 삶이 지옥 같다"고 호소했다.

 

2019년 치매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799000명에 달한다. 진료비는 2430억원, 원외처방 약제비도 3199억원에 달한다. 환자의 성별을 보면 여성이 565040명으로 남성보다 2.4배 많았다. 특히 85세 이상 치매환자는 2009100명당 12.4명에서 지난해 33.2명으로, 65세 이상 환자는 같은 기간 100명당 3.5명에서 9.7명으로 증가했다.

 

치매 노인 증가로 치매 의료비 등 사회적 비용도 급증하고 있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18157000억원이던 치매 관리비용이 2060년에는 1057000억원으로 10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층이 각종 질병에 시달리면서 80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10명 중 2명이 자신의 힘으로 거동을 하지 못하거나 온종일 누워 있는 등 일상생활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60대의 경우 3.7%에 불과하던 숫자가 80대에는 19.6%까지 늘어나는 것이다.[이승훈 기자]매일경제

 

코로나 팬데믹 1,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얼마나 때렸을까?

서울 중구, 종로구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코로나19 피해가 컸다. 산업 유형별로 많은 차이가 있었고 특히 외식업의 매출이 크게 감소했다. 영세 사업체 집단의 피해 편차가 컸다.

 

2020년 한 해 동안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어느 정도 피해를 입었는지 가늠해볼 수 있는 분석 자료가 나왔다. 524일 국회 내 연구모임 소상공인정책포럼’(대표의원 서영교)은 한국신용데이터에 의뢰한 조사·분석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들의 2020년 매출이 전해에 비해 어느 정도로 감소했는지를 분석했다. 2020년 한 해 동안 어느 정도 경제적 피해를 받았는지 전국적으로 가늠할 수 있는 자료로는 처음 나온 것이다.

 

한국신용데이터는 소상공인 대상 경영관리 서비스 캐시노트를 제공하는 회사다. 20213월 현재, 전국 약 70만 사업장에서 이 서비스를 이용 중이다. 사용자가 연동한 데이터에 따라 신용카드 매출 등을 파악할 수 있다. 한국신용데이터는 70만 사업장 중에서 187987곳을 표본 사업장으로 선정해 자료를 분석했다. 2020년 말 기준 전국의 카드 가맹점 수가 178만 곳임을 감안하면, 이번 조사의 표본 사업장은 전국 카드 매장의 10분의 1을 넘는다. 표본으로 적은 수가 아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업종은 외식업이 50.9%, 서비스업이 30.3%, 유통업이 16.3%이고, 그 외 건설업·제조업·정보통신업·부동산업 등이 나머지 2.4%를 구성하고 있다.

 

이번 조사·분석에서는 표본 사업장(187987)의 신용카드, 직불카드, 모바일 카드로 결제된 매출을 그 전해(2019)의 같은 기간과 대비해 분석했다. 현금 매출은 포함하지 않았고, 187987곳을 표본으로 고정하면서 신규 진입 매장을 넣거나 폐업 매장을 제외하지 않았다. 이런 한계가 있지만 1년 동안의 매출 증감 추세를 살펴보는 데 무리가 없다.

1년 동안 매주 전년(2019) 동기의 매출과 비교했을 때 매출 감소는 거의 1년 내내 발생했다. 특히 코로나19 1차 유행(3~4)3차 유행(11~12)의 매출 감소폭이 컸다. 그중에서도 3차 대유행 시기에 매출 감소폭이 가장 컸다(그림 1참조). 대유행 시기에는 30% 넘게 매출이 폭락했고, 회복은 완만했다. 전 국민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5월에 잠시 회복한 것이 눈에 띄는 정도이고, 대체로 하향 추세를 보였다. 전체 업종의 매출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에서, 1월 말·2월 초에 피크를 치고, 9월 중순·10월 초에 매출 상승을 보이는 것은 설과 추석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음력 기준이기 때문에 양력으로는 2019년과 2020년에 차이가 있다. 이런 점이 데이터에 영향을 준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도별로 2020년 매출 감소를 따져보면, 서울의 매출 감소폭이 15.5%로 가장 높았다. 그다음은 울산(12.4%), 경북(12.0%), 대구(11.3%), 충북(11.3%), 부산(10.9%), 대전(10.7%), 충남(10.2%) 순이었다. 1차 대유행이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이 지역의 감소폭이 비교적 컸다(아래 그림 3참조).

인원 제한, 재택근무로 인한 매출 감소

서울의 25개 구는 2020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을까. 자치구 소재 사업체들이 전년에 비해 어느 정도 수준의 매출을 올렸는지 살펴보자. 중구(73.0%)와 종로구(73.4%) 소재 사업체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다음은 용산구(77.9%), 마포구(79.0%), 서대문구(80.4%), 광진구(80.5%) 순이었다(아래 그림 2참조). 중구와 종로구의 경우, 상주인구가 적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대기업이 많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난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용산구는 서울역·용산역 등 기차역을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많은 편이고, 이태원이 주요 상권이다. 이들 지역 모두 코로나19로 타격을 받았다. 마포구에는 공덕역·홍대입구역·합정역 등의 상권이 있다. 서대문구는 신촌역·이대역 등이 주요 상권이다. 광진구도 건대입구역·구의역 등 젊은유동인구 상권을 포함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젊은 인구를 중심으로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비교적 매출 변화가 적은 지역은 은평구(93.0%), 도봉구(92.1%), 금천구(91.4%), 양천구(90.2%) 등이다. 이들 지역은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 대표 상권이 없고, 대규모 아파트 단지 등이 밀집한 주거단지라는 특징이 있다.

 

각 산업 유형별로 매출 증감에서 많은 차이를 보였다. 표본 사업장에서 가장 비중이 큰 외식업은 매출이 전년 대비 17.7% 감소했다. 외식업은 코로나19로 인해 가장 직접적 타격을 받은 업종 중 하나다. 특히나 대유행 시기의 변동이 컸다. 외식업 매출의 경우 1차 대유행(3~4)에는 23.0%, 3차 대유행(11~12) 때는 35.1%나 전년에 대비해 감소했다.

 

외식업 안에서도 세부 업종에서 양상이 달랐다. 뷔페(46%), 샌드위치·샐러드(34.3%), 패밀리 레스토랑(28.9%) 등의 매출 감소가 비교적 컸다. 업종 특성과 관련이 있다. 많은 인원이 모이거나(뷔페·패밀리 레스토랑),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경우(샌드위치)가 많아 인원 제한, 재택근무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술집과 카페의 매출 역시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28.9%, 21.5%씩 감소했다. 두 업종도 매출 감소 타격이 큰 업종에 속한다.

 

반면 매출이 늘어난 업종도 있다. 업종별로 양극화 현상을 보인 것이다. 건설업은 전년 동기 대비 11.7% 매출이 늘었다. 인테리어 등 실내 건축 분야의 매출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1차와 3차 대유행 기간에도 전년보다 매출이 늘어난 업종들이 있었다. 1차 유행기에는 전자제품(3%), 건설·건축(8%), 반려동물(10%), 슈퍼마켓(14%), 마트(24%), 식품 판매(24%), 오토바이(44%), 자전거(65%) 등이 전년에 비해 괄호 안의 숫자만큼 매출이 늘었다. 3차 유행기에는 마트(3%), 전자제품(5%), 슈퍼마켓(5%), 식품 판매(13%), 오토바이(38%), 자전거(39%) 등의 분야에서 매출이 올랐다.

 

조사·분석을 담당한 한국신용데이터의 이인묵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이번 조사의 특징으로 이질성을 꼽았다. 같은 업종에서도 사업체 규모에 따라 피해의 편차가 컸다는 것이다. 음식점업, 카페, 술집, 예술·스포츠 및 여가 관련 서비스업 등 4개 업종의 사업장을 2019년의 연 매출을 기준으로 5000만원 미만, 1억원 이상 2억원 미만, 2억원 이상 3억원 미만, 3억원 이상 5억원 미만, 5억원 이상의 다섯 개 집단으로 나누어 분석했다.

 

집단 평균보다 훨씬 큰 매출 감소폭

4개 업종 모두 연 매출 5000만원 미만 사업체에서 표준편차가 대단히 컸다. 이인묵 팀장은 표준편차가 작으면 작을수록 평균에 모여 있는 사업장이 많다는 뜻이다. 표준편차가 큰 경우에는 평균에서 벗어난 값이 많다는 뜻이다. 이번 조사에서 표준편차가 크다는 것은 매출 변화 수준이 평균 근처에 있는 매장의 수가 비교적 적고, 평균보다 훨씬 크거나 훨씬 작은감소폭을 보인 매장의 수가 많다는 뜻이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연 매출이 5000만원인 음식점 집단 내에서라면 평균보다 훨씬 큰 피해를 입은 업체들이 다수라는 것이다. 실제로 연 매출 5000만원 이하 영세 사업체 집단에서 하위 16% 지점(상위로부터는 84% 지점)의 사업체들을 추출해서 매출 수준을 봤다. 이 집단의 음식점업은 전년(2019)38.6%, 카페는 22.6%, 술집은 35.6%, 예술·스포츠·여가 관련 서비스업은 29.6%에 불과했다.

시사IN 신선영 지난해 127일 연말 모임으로 북적여야 할 서울 서대문구 신촌 일대가 오후 9시 이후 한산해졌다.

 

주말과 주중, 주간과 야간의 매출 감소 추이도 분석했다. 일주일을 주중(~)과 주말(·)로 나누고, 시간대를 주간과 야간으로 나누어 살폈다. 분석 결과, 주말과 야간 매출이 훨씬 큰 폭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비스업의 경우, 2020년 주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8% 수준이었다. 주중 매출이 87.6%였으니 코로나19 발생 이후, 주말의 매출 타격이 더 컸음을 알 수 있다. 통상 주말은 유동인구가 많아 매출이 많이 발생하는데, 시민들이 코로나19로 나들이를 줄인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는 2019년 음식점과 주점의 매출 구성도 살펴보았다. 9시 혹은 밤 10시 이후 영업금지가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간접적으로보기 위해서다. 손님이 많이 몰리는 피크 시간대를 12~14, 18~20, 21~23, 0~2시로 나누어 2019년 현재 음식점과 주점업의 시간대별 매출 발생 비중을 살폈다. 결제 시점이 기준이다. 음식점은 18~20시가 33.5%로 가장 많고, 그다음이 12~14(22.7%)였다. 21~23시에는 20.2%, 0~2시에는 6.5%였다. 주점의 경우는 21~23시가 43.4%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0~2시로 30.3%에 달했다. 12시에서 14시 사이(2.1%)18시에서 20시 사이(14.3%)의 결제 비중은 적었다. 2019년의 시간대별 결제 비중을 보면, 9·10시 이후의 영업금지가 주점에 집중적으로 타격을 주었으리라고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다.

 

국회 소상공인정책포럼에서 연구책임을 담당한 이동주 의원(더불어민주당)“3차 유행의 충격이 가장 컸고, 지금도 많은 소상공인들이 3차 유행 때 입은 피해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 또 규모별로 피해 차이가 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피해에 비례한 보상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시사인 차형석 기자

 

K-양극화 수치로 확인...코로나 타격으로 가계 빚 크게 늘고 재원은 줄었다

용혜인 "K자 양극화 수치로 확인...하반기재난지원금 규모 더 키워야"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해 가계 빚이 크게 늘어나고 가계의 잉여재원은 크게 줄어든 만큼, 올해 하반기 재난지원금 규모가 지난해보다 훨씬 커져야 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10일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국민소득계정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순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전년 대비 12.5%포인트 오른 200.7%로 나타났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해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은 10218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지만, 가계부채가 9.2% 급증한 2051조 원에 이름에 따라 가계의 자금 사정이 나빠진 결과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율(가계신용 대비 가계부채율)보다 가계의 가계부채 상환 능력을 더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주로 소규모 자영업자와 민간 비영리단체, 가계의 자금 상환 능력을 평가하는 지표로 활용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제통화기금(IMF) 등에서도 국가 간 비교 지표로 이용한다.

 

용 의원실은 지난해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OECD 다른 나라에 비해서도 두드러졌다고 지적했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에는 성공했으나 복지 재원 부족 등으로 인해 경제 파탄을 막는데는 실패했다는 그간의 평가와 같은 결의 비판이다.

 

용 의원실은 "9일 현재 2020년 가계부채율 수치가 확인된 캐나다, 핀란드, 노르웨이, 포르투갈, 슬로바키아, 스웨덴 6개 국가들과 비교하면 가계부채율과 전년 대비 증가폭에서 모두 한국이 가장 높다""지난해 가계 지원을 위한 대규모 재정 정책을 폈던 캐나다의 경우 가계부채율이 오히려 9.7%포인트 내려가 우리나라와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6개국 가운데 스웨덴만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가계부채 증가(11.3%포인트 증가)를 경험했다. 스웨덴은 코로나19 사태 초반 대응 실패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국가다.

특히 지난해 가계 순처분가능소득이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전년 대비 2.3% 오른 배경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는 평가다.

 

용 의원실은 "가계 순처분가능소득에서 세금과 사회부담금을 제외한 기타 경상이전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다""지난해 1차 전국민 재난지원금과 이후 시행된 피해계층 선별지원금 상당액이 한국은행 국민소득계정에서 '그외기타경상이전'으로 잡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19년까지는 이전 5년간 연평균 1.5%씩 감소하던 순 기타경상이전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113% 급증한 695000억 원이 됐다.

 

, 가계의 순처분가능소득이 증가한 배경에 재난지원금이 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정부의 지원이 없었다면, 지난해 가계부채율은 지금보다 더욱 나빴으리라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한 대목이다.

가계부채가 급격히 증가한 반면, 임금은 오르지 않았다.

 

지난해 임금 및 급여와 고용주 사회부담금으로 이뤄진 피용자보수는 9176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피용자보수가 2014년부터 2019년까지 5년 동안 연평균 5.4% 증가하다 지난해 인상에 급격한 제동이 걸린 셈이다.

 

특히 주로 소규모 자영업자의 소득 상황을 보여주는 영업잉여는 같은 5년 동안 매년 평균 0.6% 감소하다, 지난해에는 6.3%나 감소했다. 매년 소득이 줄어들던 소규모 자영업자의 타격이 지난해에는 유독 더 컸다는 뜻이다.

 

반면 소득세를 포함하는 경상세는 전년 대비 11.4% 증가했다. 용 의원실은 "결국 중위소득자 이하의 소득은 줄어든 반면, 고소득자의 소득은 더 증가했을 가능성이 크다""소위 말하는 'K자 양극화'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했다.

 

결국 지난해 가계는 코로나19 타격으로 인한 소득 악화와 부채 증가의 이중고를 겪었으며, 그나마 부족했지만 지급된 재난지원금으로 인해 더 큰 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용 의원은 "결국 한국은행 국민소득계정은 코로나19에 의한 가계 부문의 경제적 고통이 일부 자영업자에 그친 것이 아니라 대다수 노동자 가구에 걸쳐 있음을 보여줬다""하반기 재난지원금을 전국민을 대상으로 지난해 1차보다 큰 규모로 지급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종합병원 비급여 검사비 천차만별...초음파 최대 25.7배 차이

경실련에서 열린 '종합병원 비급여 가격실태 분석발표' 기자회견(출처:연합뉴스)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초음파 등 비급여 검사 가격이 병원에 따라 최대 25배 넘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300여 개 종합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의 비급여 검사 항목을 분석한 결과 뇌혈관 MRI의 경우 최고가(85만 원/고려대 안산병원)와 최저가(15만 원/군산의료원)의 차이는 5.7배로 70만 원 차이나 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초음파의 경우 유도초음파의 가격 차이가 가장 컸으며 최저가(2만 원/상주성모병원)와 최고가(514,600/경희대학교병원)의 차이는 25.7배로 494600원 차이가 났고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더라도 최대 12배까지 가격이 벌어졌습니다.

경실련 조사 종합병원 비급여 항목 가격 순위(출처:경실련)

 

병원별 비급여 검사항목 평균가격은 MRI의 경우 경희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순천향대학교서울병원 아주대학교병원 원광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고려대학교안산병원 고려대학교안암병원 삼성서울병원 인하대학교병원 순으로 비쌌습니다.

 

비급여 초음파는 경희대학교병원 건국대학교병원 가톨릭대학교서울성모병원 아주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고려대학교구로병원 강동경희대학교병원 인하대학교병원 고려대학교안산병원 순으로 비싸게 받았습니다.

 

경실련은 현행 의료기관별 항목명과 가격공개만으로는 비급여가격이 적정하게 책정됐는지 의료 이용자가 판단하기 어렵다비급여 진료는 건강보험료와 민간실손의료보험료 등 국민의료비 및 의료 안전과 직결되는 중요한 항목이지만 의료의 특성상 정보비대칭성이 커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JTBC 이한주 / 정책부 기자

 

진보언론이 계속 이대남을 외면한다면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이 말하는 20대 남성 현상

경쟁 중심 이준석에 그가 노동자·장애인 청년 대변한 적 있던가

4·7 재보궐 선거 이후에도 ‘20대 남자목소리를 담는 언론은 드물었다. 20대 남성 72.5%(지상파 출구조사·20대 여성의 경우 40.9% 지지)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했다는 사실은 정밀한 표심 분석이 필요한 사건이었다.

 

하지만 진보진영은 존재하는 성별 갈등을 외면한 채 이대남 현상을 페미니즘에 대한 반동으로만 납작하게 규정했다. 사실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고, 현상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하는 저널리즘이 이 이슈에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가. 어쩌면 왜곡된 공론장에서 이준석 현상이 발아한 것 아닐까. 20대 남성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자.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34)의 기획 기사가 시사IN 715호에 실렸다. 설문조사 형식으로 이메일 154개와 구글폼(중복 응답 제외) 1125개 답변을 받았다. 29세 이하 의견이 전체의 53%, 30대 초반까지 의견을 합치면 75%가 넘었다. 여성 답변은 전체의 14.8%. 새로운소통연구소는 투표 결과에 대한 생각 삶에서 가장 힘든 문제 정치가 삶에 도움이 되는가 가장 불만스러운 정당 언론에 대한 생각 페미니즘에 대한 생각 결혼과 출산에 대한 생각 등을 물었다.

 

하 소장은 시사IN 기사에서 이 조사는 특정 집단, 특히 ‘20대 남성의 목소리가 타당한 의견이라고 판단하지 않는다. 20대 남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을 필터링 없이 전달하는 것은 우리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다만 조사 결과를 분석하다보니 20대 남성들은 자신들의 목소리가 진보 담론영역에서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문제는, 이런 인식의 결과가 20대 남성들을 페미니즘 등 진보적 담론의 규준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바꾸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오히려 대의되지 못해서 왜곡된목소리가 더욱 강화·확산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설이다.” 20대 남성이 표출하는 불만과 현실 인식을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극단으로 치닫는 성별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지난 4일 서울 합정역 인근에서 하 소장을 만났다. 기사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더 들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

유튜브 방송에서 4·7 재보궐 선거를 분석하며 전 세대에서 패배한 선거이기 때문에 페미니즘 하나로 요약할 수 없다고 하니까 20대 남성들이 화를 내더라. 몇 분은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주셨다. 논리가 정돈됐고 또 정교했다. 20대 남성 목소리를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판단해 이번 기획을 진행하게 됐다. 20대 남자 주장이 전부 타당하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쨌든 이대남 현상이라고 하면 진보언론은 이대남을 혼내거나 질타하는 논조가 대다수인데 표심이 드러난 만큼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 표본 대표성에 문제가 없나? 기획하면서 경계했던 것은?

비슷한 조사를 작년에도 했다. 표본을 정교하게 통제했다고 보긴 어렵지만, 1200명의 편지를 직접 받아본다는 것 자체가 흔하지는 않을 것이다. 20대 남성들 목소리가 다 옳다고 전제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렇다. 솔직히 말하자. 20대 여성도 힘들다. 20대 모두가 힘들다. 게다가 20대 여성이 힘든 것이 20대 남성 때문이 아니고, 20대 남성 힘든 게 20대 여성 때문인 것도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20대 남성을 그저 피해의식 찌든 일베처럼 여겨온 기존 분위기를 경계하면서도, 그렇다고 마치 남성만 피해자인 것처럼 서술하고 싶지 않았다. 한 집단 목소리를 그저 피해의식 정도로 요약하거나 그냥 지우려고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갈등만 심화시킬 뿐이다. 우리 사회가 불평등을 보정할 때 나타날 수 있는 갈등 문제도 다뤄야 한다. 한쪽 목소리를 눌러 존재하는 갈등을 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반동으로 나타난다. 이준석 현상이 그렇지 않나?”

 

새로운소통연구소 설문조사를 보면, 4·7 재보궐 선거 결과에 2030 남성들은 다음과 같이 속 시원함을 느끼면서도 당혹해했다.

상처에 뿌린 빨간약”(남성, 30~34, 취업 준비 중)

속이 너무 후련했다. 나보고 죽으라고 염불을 외우고 내 목을 조르던 세력들한테 뺨이라도 한 대 올린 기분”(남성, 25~29, 취업 3~5년차)

미국 지난 대선에서 백인 블루칼라들이 트럼프 찍은 것과 유사”(남성, 25~29, 학생)

박영선이 안 되어 아쉬움 (...) 20대 남자의 의견표시가 확실히 된 점에 기분이 좋음. 공존”(남성, 25~29, 학생)

생각보다 크게 져서 내가 너무 이상한 선택을 한 게 아닌가란 고민을 하루 정도”(남성, 25~29, 취업 1년차)

아무리 얘기해도 생까는 아버지 때문에 빡친 아들이 가출”(남성, 30~34, 취업 5년차 이상)

국민들을 갈라치는 정권. 가부장제의 절정인 50~60대가 20~30대 보고 잠재적 가해자”(남성, 30~34, 취업 3~5년차)

“20대 절반 개무시하고 선거를 이기겠다고요?”(남성, 25~29, 학생)

현 정부는 페미니즘을 포퓰리즘과 같이 활용”(남성, 25~29, 학생)

 

내 나이대 고통을 민주당 정치인 아무도 들어주지 않음 (...) 싸우지 말라고 중재를 해야지 한쪽에 서서 네가 남자니까 참아야지’, ‘남자가 왤케 찌질하게등등으로 무시”(남성, 30~34, 취업 준비 중)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이른바 혜화역 시위가 201877일 서울 혜화역 인근에서 열렸다. 사진=김예리 기자

 

페미니즘 이슈에 대한 남녀 생각 차이도 확인된다.

“20대 여성에게 페미니즘은 생존 문제입니다. 저 포함해서 대부분 지인들은 2017년 강남역 사건을 필두로 페미니즘을 접하게 됐고 당연하게 여겨지던 모든 시스템이 남성에 유리하게 작동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하루에 한 번씩 데이트 폭력이나 남자가 여자를 살해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만, 그에 반해 희미한 확률로 발생하는 여성 가해자의 살인 소식은 대서특필돼 죽일 년으로 몰아갑니다.”(여성, 25~29, 취업 준비 중)

 

“20대 여성으로서 느끼는 불안감 있습니다. 첫번째는 임신과 출산할 때 경력단절 문제이고 두번째는 성범죄 같은 범죄에 대한 불안입니다.”(여성, 20~24, 학생)

 

페미니즘에 눈을 뜬 이후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더군요. 성범죄를 다룬 기사, 그들이 받은 형량 등등 (...) 너무 형량이 약해요.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건을 보고 나서는 아예 희망을 잃었어요. 이 나라에 기대도 안합니다. (...) 여성의 진술만 있으면 법정에서 남성이 가해자가 될 수 있다고 정말 믿고 있어요. 인터넷 댓글들이 다가 아닙니다만 현재 우리나라 여론은 인터넷을 통해서 많이 형성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소수 의견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 이해하려고 하질 않아요. 아직도 현실은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여성들을 취업시장에서 차별하고 있는데 말이죠. (...) 이런 정서는 여자가 군대를 가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분명 체력 딸린다고 제대로 안하고, 생리한다고 한 달에 최소 하루는 꼭 쉬면서 남자랑 똑같이 군대 갔다왔다고 한다는 말 분명히 나옵니다. 그리고 못하는 여군을 보면 이래서 여자들은 도움도 안 된다 등등의 일반화 안 나올 것 같나요?”(여성, 25~29, 취업 1~2년차/한 응답자의 세 개 질문에 대한 답변을 편집)

 

한 가지만 말한다면 가장 열이 받는 것은 이번 선거 후 태도인데 명백히 72프로의 20대 남자 투표율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투표율에 숨겨진 진의를 왜곡하고 언급을 피하고 있는 게 너무 화가 납니다. 페미니즘은 성역이며 볼드모트입니다.”(남성 30~34, 취업 준비생)

 

윤지선 교수 논문 아시나요? (...) 한남유충 아시나요? (...) 남자들은 전부 성범죄자입니까? (...) 우리도 계속 목소리는 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일베 무리라는 거 선동 당하지 말라는 거밖엔...”(남성, 25~29, 취업 준비 중)

 

“(페미니즘은) 충분히 논의 해볼 만한 문제, 하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 갭이 너무나도 큼. 온라인은 오직 흑백논리만 존재”(남성, 25~29, 취업 준비 중)

 

민주당 초선 의원들이나 중진 의원들이 원인 분석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페미 문제에 대해 말을 못한다”(남성, 30~34, 취업 5년차 이상)

 

- 설문조사 가운데 인상적 답변이 있다면?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하다는 데 공감하고, 또 육아휴직을 이유로 불이익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도 자신이 겪고 있는 취업 시장에서의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적극적 우대 정책)은 불공정한 것 같다는 의견이었다.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쉽게 반()페미니스트라고 규정할 수 있는지. 고민이 들었다. 남녀 불문하고 이론적 페미니즘과 온라인의 페미니즘적 실천을 분류하는 응답이 있었고, 래디컬 페미니즘에 반대하면서도 페미니즘을 기본적으로 지지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들을 싸잡아 성차별주의자라고 단정할 수 있는지. 좀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이들까지 성급하게 여성의 적으로 만들 필요는 없지 않나?”

 

- 언론이 갈등을 제대로 조명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있는 것 같다.

불평등은 이야기하면서, 불평등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갈등은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불평등도, 그에 수반하는 갈등도 모두 사회 문제다. 불평등을 해결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기 위해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조정해야 한다. 언론 역할은 존재하는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그 이면을 파고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평등도 존재하지만 젠더 갈등도 엄연히 존재하는 현상이지 않나? 이걸 모른 척 하거나 기존 언론 틀에 맞춰 왜곡해서 담는다고 존재하는 현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한쪽 목소리를 눌러 갈등 자체가 없는 것으로 치부하면, 반동이 나타나지 않나? 그에 대한 걱정이 있었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 사진=국민의힘

 

-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에 매우 비판적이다. ‘이준석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나?

이준석 현상은 보수진영이 2035세대와 55세 이상의 세대역포위 전략으로 민주당을 꺾고 정권교체를 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일어난 바람이다. 출발은 반페미니즘이었으나 지금 파괴력은 그 이상이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이준석을 평하자면, 그는 남녀 갈등을 이용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취하고 있다. 정치인은 본디 갈등을 조정해야 할 책임이 있다. 그가 젠더 갈등을 해소할 만한 정책을 내놓은 적 있는가? 단지 경쟁을 시키겠다 이런 건 젠더 갈등 해소 방안이 아니다. 엄연히 존재하는 차별이 있다. 출산 여성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가 경쟁을 통해 해결되나? 여성이 살기 편한 세상이 아님에도 그는 이 문제에 대해선 전혀 말하지 않는다.”

 

- 이준석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준석이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을 대의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인물이 부재한 상황에서 이준석이 부각된 면은 있다. 그러나 짚어야 하는 것은 망가진 공론장이다. 언론에서 이들 목소리를 다루거나 제대로 분석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이대남 불만과 박탈감, 억울함이 누적돼 왔다. 반페미니즘적인 보수 유튜버들이 이런 흐름을 포착해왔는데 20대 남자 집단이 모두 바보는 아니다. 여성 혐오·차별적 콘텐츠는 부적절하다는 윤리적 판단도 이뤄진다. 분명한 것은 공론장을 지금보다 나은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는 사실이다. 기존 틀로 20대 남성을 납작하게만 분석한다면, 분노 에너지를 이용하는 이준석식 정치는 계속될 수 있다.”

 

- 4·7 재보궐 선거 이후 민주당은 군 가산점제 부활등으로 표심을 되찾으려고 했다.

민주당도 진보언론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20대 성별 갈등에 관해 입을 떼기 어려운 것이다. 국민의힘이나 이준석은 민주당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부담스럽다. 반면, 민주·진보진영은 매우 부담스럽다. 그래도 누군가는 이야기해볼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이나 20대 남성은 성마른 용어로 분노를 표출할 수 있지만, 민주당은 국회 안에서 이를 정치적 언어로 치환해 논의해야 한다. 다만 군 가산점 제도는 사회적 합의가 끝난 사안이다. 국가가 안보에 들어가는 비용을 치르지 않고 눙치려는 제도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전역하고 난 뒤 다시 사회에서 출발하려고 할 때 아무런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국방 의무를 다한 모든이들이 최소한 전역하고 1년간 사회생활을 준비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군 가산점은 국방 의무를 다한 이들 중에서도 공무원할 사람이 아니면 전혀 보상을 받지 못한다.”

 

- 이준석 후보는 여성 할당제 폐지 등을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한 평가는?

국민의힘 내에도 할당제 통해 정치에 입문해 목소리를 내고 계신 분들이 있다. 비례대표는 지역구 선거 결과로는 담을 수 없는 소수자 이해를 대변하는 제도다. 이를 해체하고 시험으로 공천을 한다? 어불성설이다. 경쟁만 도입하면 불공정이 사라질 듯 이야기하는데, 여전히 장애인과 청년이 겪는 차별과 어려움은 실존한다. 시험을 잘 치른 이준석 후보가 그래서 고 산재 노동자 이선호씨나 장애인 청년을 한 번이라도 대변하던가? ‘청년 정치인표상처럼 떠오른 그조차도 청년층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중소기업 노동자, 이런 분들 어려움은 대변하지 않는다. 애초 청년 정치인이 육성되지 않았던 게 청년할당제에 막혀 자유로운 경쟁이 안 됐기 때문인가? 여성할당제 때문에 남자들이 정치권에서 불공정하게 밀려나고 여성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라도 한가? 비례대표 할당제가 있어도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여성 정치인은 57명이다. 제도를 걷어내고 무한경쟁이 이뤄지면 공정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어떤 제도가 낡거나 운영상 문제가 있다면 논의해서 바로 작동하도록 고쳐야 할 문제지, 전부 폐지해버리자고 주장하는 건 너무 무책임한 이야기다.”

 

하 소장은 지난 3일 시사IN 기사가 온라인에 게재된 후 SNS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확인한 점 중 하나는 이들이 본인들의 의견이 정치권과 언론에 반영되지 않는다고 거듭 항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통상적인 페미니즘적 시각의 분석에선 사회적으로 남성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되고, 여성의 목소리는 지워진다고 해석된다. 그런데 지금 2030 남성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말이 지워졌다고 주장하고 있었다고 했다.

 

- 진보진영과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

갈등 해소를 위한 을 새롭게 맞춰야 한다. 보도 후 내게 여성 혐오주의자라거나 차별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는 이들이 있다. 내가 어떤 글을 써왔는지 조금이라도 살펴봤는지 궁금하다. 최대한 정제된 언어로 이 사안을 다루고자 했음에도 이럴진대, 그동안 20대 남성들에게는 어땠을까 싶다. 만약 20대 남성들을 외면해서 청년 여성 삶이 개선된 것이 아니라면, 이제는 그들을 투명 인간화하기보다 들을 것은 듣고, 극단의 성별 갈등을 방지하면서 청년 삶을 대의하는 방법을 찾아야 할 때 아닐까?”/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윤석열에만 따라붙는 기사 키워드 열공

[비평] 총장 사퇴 이후 TV조선·조선일보 보도 시작으로 열공기사 눈에 띄어일부 언론, 전언 형식으로 미담 기사 생산하며 특정 대선후보 이미지 메이킹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등장하는 기사의 특징 중 하나는 열공이 키워드로 등장한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구축한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 따르면 39일부터 69일까지 3개월간 윤석열열공이 동시에 등장하는 기사는 49건이었다. 이 가운데 기사 제목에 열공이 등장하는 경우는 16건이었다. 같은 기간 이재명열공’, ‘이낙연열공이 동시에 등장한 기사는 0건이었다. 빅카인즈에 포함되지 않은 매체를 더하면 윤석열’ ‘열공으로 포털에서 검색되는 기사는 훨씬 많다.

 

빅카인즈가 잡아내지 못한 첫 번째 열공기사는 TV조선으로 보인다. TV조선은 지난 320‘[단독] 윤석열, 몰려드는 보고자료에 집콕·열공화두는 사회통합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열공이 제목에 들어간 첫 사례다. 이후 조선일보가 410윤석열, 자택서 경제·안보 열공중이란 기사에서 윤 전 총장은 자택에서 대선 출마에 대비한 국정 학습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후 열공을 강조하는 기사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윤석열, 형광펜으로 밑줄 치며 읽더라대권 열공’, 등판만 남았다 (헤럴드경제 4/13) 대권 등판 몸푸는 청년·노동문제 열공’ (파이낸셜뉴스 4/14) 책 읽고 전문가 만나고윤석열 국가균형발전정책 열공’ (충청투데이 4/26)과 같은 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은 형광펜을 들고 청년·노동·균형발전까지 두루 학습 중인 셈이다.

 

그리고 열공분야는 다양해진다. [단독]윤석열은 열공중순항 미사일에 핵 실을 수 있나” (중앙일보 4/28) 윤석열, 반려견 산책도 끊고경제·외교 과외 열공’ (한국경제 5/2)과 같은 기사를 통해 윤 전 총장은 반려견 산책이란 소중한 일상도 포기한 채 국방·경제·외교로 학습 분야를 넓혀나간다. 윤석열 정부 실패정책만 콕집어 열공 (문화일보 5/11)처럼 윤 전 총장을 현 정부를 극복할 대안으로 묘사하는 제목도 눈에 띄었다.

69일 서울 남산예장공원 개장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연합뉴스

'윤석열''열공'이 함께 들어간 기사들 가운데 일부. 디자인=안혜나 기자

 

그리고 지난 19일 윤 전 총장이 서울대 반도체연구소를 찾자 열공기사가 쏟아졌다. 윤석열, 이번엔 반도체열공서울대연구소서 이게 웨이퍼?” (서울경제 519) 열공윤석열, 이번엔 반도체서울대 반도체 공동연구소 견학 (아주경제 5/19) 윤석열 이게 웨이퍼인가이번엔 반도체 열공 행보 (매일경제 519) 물밑 대선 수업윤석열, 서울대 반도체연구소 찾아 열공’ (한겨레 519) 윤석열, 반도체 열공 (조선일보 520) 물밑 대선수업윤석열, 열공 행보이번엔 반도체연구소 찾았다 (디지털타임스 520) 등이다. 마치 모든 행보를 열공으로 만들어줄 태세다.

 

왜 이렇게 열공기사가 많을까. 한겨레는 520일자 기사(윤석열은 열공 중반도체·외교·노동 등 취약 과목 속성 과외’)에서 윤 전 총장이 연일 열공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복지·노동 및 외교 안보, 반도체 등 전문가들을 11로 만나 해당 분야의 핵심 이슈에 관해 토론을 벌였다는 사실을 언론 등을 통해 알리는 방식이다. 본인이 검찰 이외 경력이 없다는 이미지를 완화하면서 전문가를 만나는 과정에서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행보라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는 언론을 통해 부족한 분야를 채우는 노력파 또는 성실함같은 이미지를 확보했다.

 

열공은 언론이 전언 형식의 미담 기사를 통해 빚어낸 윤석열 전 총장의 이미지 중 하나다. 앞서 일부 언론은 지난 1월 윤 전 총장이 순댓국을 먹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을 보도하며 소탈함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윤 전 총장이 자택 근처에서 반려견을 산책시키는 모습을 단독 보도하며 결과적으로 서민적이미지를 띄웠다. 이처럼 언론이 한 대선 후보의 이미지 메이킹에 나서는 모습을 두고 언론이 킹메이커로 나서겠다는 오래된 악습 중 하나”(김준일 뉴스톱 대표)라는 지적도 있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박원순 피해자 실명 편지 노출 김민웅·오성규 검찰 송치

서울시장위력성폭력사건공동행동이 지난해 1228일 오전 서울시청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장 위력성폭력 사건 피해자 정보 유출, 유포 사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고 박원순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의 실명 편지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노출한 혐의를 받는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가 검찰에 송치됐다. 같은 편지를 피해자 이름을 가린 채 SNS에 올렸던 민경국 전 서울시 인사기획비서관은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

 

서울경찰청은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24(피해자의 신원과 사생활 비밀 누설 금지) 위반 혐의로 김 교수와 오성규 전 서울시 비서실장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1일 밝혔다. 민 전 비서관에게는 혐의가 없다고 보고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김 교수는 지난해 12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피해자가 2016~2018년 박 시장에게 쓴 편지 3통을 공개했다. 처음에는 피해자 실명을 노출했다가 나중에 이름을 가렸다. 민 전 비서관은 이날 같은 편지를 피해자 이름을 모자이크 처리한 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다시 게재했다.

 

압수수색과 소환조사 등을 통한 경찰 수사 결과, 오 전 실장이 김 교수가 피해자 실명이 적힌 편지를 유출하는 데 관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피해자를 대리하는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지난해 1224일 김 교수와 민 전 비서관을 성폭력처벌법 제24조 위반 혐의로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팀에 고소했다.

 

김 변호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실명을 명시하는 것 뿐 아니라 몇 가지 단서에 의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게 한 경우도 성폭력처벌법 위반으로 봐야 한다경찰이 민 전 비서관을 불송치하기로 한 결정서를 전달받는대로 내부 논의 후 이의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민웅 경희대학교 미래문명원 교수 페이스북 게시글 갈무리.

오경민 경향 기자

 

역사왜곡방지법, 민주주의 왜곡한다

역사 왜곡하면 처벌받고 손해배상 책임지는 법률안

규제 대상 불명확해 표현의 자유 과도하게 제한해

공동취재사진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12명의 국회의원이 2021513역사왜곡방지법을 발의했다. 이 법은 역사를 왜곡해 정신적 고통을 유발하거나 재산권을 침해한 사람에게 손해배상액이 최대 5배까지 확대되고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역사연구회 등 법조계와 학계에서 법안 발의를 철회하라는 요구가 거세다. 그 이유를 민변 과거사청산위원회에 물었다. _편집자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이 가난하다고 조롱한 작가를 처벌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에는 16만 명 넘는 사람이 동의를 표했다. 일본군 위안부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왜곡한 외국 교수(미국 하버드대 마크 램자이어 교수)에 대해서는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 규탄이 이어졌다. 이런 국민적 공감대를 보면, 역사왜곡 행위에 대한 법적 처벌은 충분히 고민해볼 문제로 보인다.

 

자유에도 한계가 있지만

같은 고민을 해봤던 사람이라면 김용민 의원(더불어민주당)2021513일 대표 발의한 역사왜곡방지법안의 취지에도 공감할 법하다. 이 법안은 공연히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 제국주의의 우리나라에 대한 폭력적·자의적 지배에 관련된 역사적 사실, 이에 저항한 독립운동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거나 이에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역사를 왜곡한 자에게 손해배상 의무를 지우며, 금지행위 위반에 대해서는 처벌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한다. 그런데 이 법안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까지 나서서 위헌적인 법안이라며 철회를 촉구하는 등 법조계와 학계에서 비판이 거세다. 여러 비판 의견에서 공통으로 언급되는 내용은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점이다. 정말 이 법에 그렇게 문제가 많을까.

 

민주주의는 다양한 사람의 사상이 서로 부딪치며 토론하는 과정에서 발전하기에, 민주사회라면 시민이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생각을 떠들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헌법 제21조는 표현의 자유를 규정하면서 국가에 의한 허가나 검열을 금지한다. 원칙적으로 시민은 국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고, 그 생각을 떠들고 다녔다는 이유로 국가로부터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해를 끼치는 행동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헌법 제21조는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며 그 한계도 함께 정한다.

 

역사왜곡 행위는 사건의 당사자나 유가족의 명예와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 역사왜곡 행위는 헌법에서 정한 자유의 한계를 벗어난 표현에 해당한다. 그러한 역사왜곡 행위를 법으로 어떻게 규제할 수 있을까. 표현의 자유를 법으로 규제하려면 국가는 원칙적으로 국민에게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사회적으로 해악이 큰 영역에 대해서 어떤 얘기를 하면 혼이 나는지를 법으로 정확하게 명시해야 한다. 이제 시민은 특정해서 금지된 부분만 조심하면 국가 눈치를 보지 않고 내 생각을 떠들 수 있다. 법적인 표현으로 정리하자면, ‘공공질서에 직접적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표현에 대해서는 제한을 가할 수 있으나 법률로써 표현의 자유를 미리 규제하려면 그 규범의 내용은 명확해야 한다.

얼마나 알아야 왜곡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역사왜곡방지법은 사회적으로 해악이 큰 표현명확한 규범으로 규제하고 있을까. 사실 법안의 문제점은 규제 내용의 명확성 면에서 도드라지게 드러난다. 이 법안은 3·1운동 4·19민주화운동 일본 제국주의 지배 독립운동 등에 관한 사실을 왜곡하는 행위를 처벌 대상으로 한다. 그런데 이 네 가지 역사적 사실은 모두 전국적인 범위에서, 오랜 기간에 걸쳐 일어났다(심지어 3·1운동과 독립운동은 해외에서도 이루어졌다). 아직 역사학계에서도 연구가 진행되고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기도 한다.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이렇게 광범위한 역사적 사실을 얼마나 자세히 알아야만 역사를 왜곡하지 않고 표현할 수 있을지 가늠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더 큰 문제는 법안을 아무리 열심히 살펴봐도 역사왜곡 행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법안은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를 설치하도록 정하고, 어떤 표현이 역사왜곡에 해당하는지는 해당 위원회 심리에 따라서 결정한다. 시민은 역사적 사실을 표현하고 나서 위원회로부터 심사를 거친 뒤에야 자신의 표현이 처벌 대상이 되는지 알 수 있다. 널리 알려진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면 시민은 처벌을 걱정하면서 선뜻 표현하기를 자제할 것이다. 결국 역사적 사건에 관해서는 시민사회 전반적으로 표현이 위축되고 사상의 다양성이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진실한역사를위한심리위원회구성원 절반 이상이 대통령과 국회의장 지명으로 임명된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위원회 구성에 역사학계보다 정부와 국회가 더 많은 힘을 가진다면, 결국 역사학계가 아닌 국가가 역사적 진실을 정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과 여당이 바뀌면 위원회 구성이 바뀔 것이고, 그에 따라 역사왜곡 심사 기준도 바뀔 수 있다. 시민으로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역사적 사실에 관한 표현을 더욱 조심해야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민주주의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지 않은가.

 

누군가 유럽에서는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집단학살) 범죄를 부정하는 행위를 처벌하지 않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실제 유럽에는 나치 정권에 의한 유대인 학살 범죄가 없었다고 주장하거나 이를 찬양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나치의 홀로코스트 범죄는 역사적 사실이기보다는 특정 인종에 대한 차별과 학살 범죄의 성격이 크다. 따라서 홀로코스트 범죄에 대한 찬양은 역사왜곡일 뿐 아니라 그 피해자인 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와 폭력을 정당화하는 선동이다. 홀로코스트 부정죄는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선동을 금지하려는 목적이 더욱 크기에, 우리나라에서는 차별금지법을 도입하기 위해 참고하는 편이 적절할 것 같다.

 

결론적으로 역사왜곡방지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비판은 타당하다. 역사왜곡 행위로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최소한의 법적 규제는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법안은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 존엄을 유지하고 국민의 역사인식 고양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그러다보니 역사적 사실에 관한 표현이 누구에게 어떠한 피해를 주는지 고려하지 않았고, 결국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했다.

 

회초리로 역사 가르치려 든다면

대부분 국민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 3·1운동, 4·19민주화운동을 자세히 알지 못하더라도 자랑스러운 역사라는 점에는 공감한다. 당연한 사실에 대해 국가가 회초리를 들고 국민을 가르치려 든다면 그로 인해 자랑스러운 역사적 사실의 품격이, 국가의 존엄이 오히려 떨어지는 것은 아닐까./ 권태윤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과거사청산위원회/ 한겨레

 

한전의 전략적 회유·협박, 원수 된 이웃사촌

직원·공무원·이장 등 동원

집집마다 찾아가 합의 종용

선물 주거나 약점 잡아 압박

반대하는 주민과 분열 조장

합의를 압박하는 한국전력의 패턴화된 대응

사업의 당위성과 필요성이 점검되고 합의된 다음에는 예상 가능한 피해 내용과 규모를 측정하고 이에 대한 보상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피해에 대한 점검은 치밀하다 해도 언제나 피해 주체의 입장에서는 부족하기 마련이므로 한계를 두지 않고 밀어붙여야 하며 보상은 피해 당사자들과의 끊임없는 협의를 통해 납득할 만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구술 조사 과정에서 조사자들은 이와 같은 과정에 대한 진술을 단 한 차례도 들을 수 없었다. 한국전력은 오로지 합의를 종용하는 태도로 일관했으며 이 과정에서 매우 전략적이고 패턴화된 대응 방식을 드러냈다.

 

<부북면 Y마을/20160730(구술 연월일)/Y씨 자택> 구술자(S··57): "이 정부에서 돈하고 찬반논리로 해갖고 이간질을 시킨 기다, 정부에서. -중략- 다 참 야비해요, 야비해, 완전. 어쨌는가 알아요? 저번에 한전에서 6급 이상 공무원인가 7급 이상 공무원이 한전에 7시간인가 몇 시간 교육을 받고 각개전투로 집집마다 돌면서 어, 설득시킨다 돌아댕겼어요, 공무원들이."(구술내용 요약)

지난 2일 산외면 보라마을에서 만난 이운우(46·송전탑에 반대하며 분신 사망한 고 이치우씨 친족) 씨가 마을 앞 송전탑 102호기 앞에서 말했다. 7년 전에 만든 티를 지금도 입고 있는 그는 "마을 사람들끼리 한쪽은 반대하고, 또 한쪽은 찬성하고. 많이 싸웠다. 갈등도 컸고, 골도 깊어졌다"고 했다. /이일균 기자

 

<단장면 Y마을/20160724/K씨 자택> 구술자(K··72): "그게 인제 어떻게 되는 과정에 한전이 그냥 앞장서고 저기 단장면 있는 사람을 포섭을 해요. 제일 우선적으로 주저앉히기 위해서, 그 수법은 자기들이 수많은 수법 중에 제일 먹히는, 50년 철탑을 세우면서 가장 효과적인 수법. 자기들 말로는 뭐 53가지나 되는 수법이 있대요. 그런데 아주 그런데 나쁘게 주민들한테 뭐라고 캤나 하면, '아이고 당신들 뭐 막는다고 해 쌓는데, 할매들, 앞으로 일 년 후에 손, 손발, 앞발 뒷발 다 든다, 두고 봐라, 내 손에 장을 지지라'. 이 놈들이 그렇게 할머니들한테 욕을 하고 무시하고 그런 야유를 보내고 그런 짓을 했어요."

 

구술자1(K··71): "그때는 시청 직원들까지 다니고 했는데."

 

구술자2(K··61): "2013년도부터는 동장님, 면직원들 137명인가 교육시켜가지고 계장 과장급들 교육시켜가지고 각 마을마다 다 풀어놔가지고 낮에 쉬려고 있으면 여기서 전화 오고 저기서 전화 오고, 이랬었어요."

 

주민들은 동네 이장이나 마을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이 한국전력 직원들을 돕는 것은 물론이고, 면사무소나 심지어 시청 직원들까지 나서서 이들을 도왔다고 입을 모았다. 주민 성향이나 생활 조건, 여러 가지 환경 등을 파악하고 대응책을 마련해 순차적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시청 공무원들까지 나서니 주민 입장에서는 송전탑 건설을 '나라에서 하는 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주민에게 한국전력은 일개 공기업이 아니라 국가 기관을 배후에 둔 기관으로 인식되었다.

 

회유와 협박을 통한 합의 종용과 분열의 조장

구술에 참여한 주민이 언급한 한국전력의 대응방식에서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회유''협박'이었다. 주민 불안을 해소하거나 사업의 정당성을 타당한 방식으로 설득하는 것이 아니라 합의서에 도장을 받겠다는 일념으로 주민의 일상 생활 깊숙이 파고들어와 밤낮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한 끝에 마을 사람 한 명 한 명에게 합의서 날인을 받아갔다는 것이다.

 

<부북면 Y마을/20170119/Y씨 자택> 구술자(P··75): "우리 집에 한전 직원이 본사에서 집에 왔는 기라. 저그 엄마가 외가가 우리 가라, 직원 말이. 이모가 터미널 거기서 식당을 하고 있어. 이모를 통해가지고 즈그 엄마랑 우리 집에 찾아왔어. 안 넘어가니까 이모 통해가지고 우리 아저씨 꼬을려고. 엄마랑 이모랑 우리 집에 수박을 사서 온 거라. 절대로 나는 안 된다, 우리 집에 오지 마라 했는데 얼마 있다가 한전 직원 이게 지 엄마랑 이모랑 우리 집에 또 왔는 기라. 그때는 내 화장품 세트 사고 탁주 두 병 사고 수박 사고."

 

<단장면 Y마을/20170123/K씨 자택> 구술자(K··73): "어떤 식으로 하느냐. 아까 말한 대로 '너희 앞으로 여러 불이익을 당한다', '너가 무슨'. 시골에 대개 보면은 집들이 움막이라든지 우사 축사 이런 것이 불법이에요. 그런 걸 그냥 허가 안 받고 그런 게 많습니다. 이걸 갖다가 약점을 잡아서 축사 뜯으라 할 거다 이러하면 기가 찬 거예요. 이건 협박이지 싶어요."

 

<단장면 Y마을/20170123/K씨 자택> 구술자(K··73): "그놈들이 설득 방법 중 아주 나쁜 방법이, '당신들 이렇게 계속하면 자식들 회사에 다 쫓겨난다' 이런 루머를 퍼트린 거예요. 이게 아주 핵심 문제 되는 거라고. 그러니까 동네 할머니들이 '우리 아 회사에서 쫓겨난단다'. 근데 그게 공무원이면 그럴 수도 안 있겠습니까만은, 이거는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회사에서 다 쫓겨난다는 루머를 퍼트린 거예요."

 

함께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이웃이 왜 합의서에 도장을 찍게 되었는지, 도장을 찍은 그들의 심정이 어떨지 짐작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었으나 결과적으로 합의서에 도장을 찍은 주민들과 그렇지 않은 주민들 사이에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함께 반대 운동에 참여했던 이웃이지만 지금 서로 다른 입장에 처해 있다는 사실 때문에 쉽사리 극복하기 어려운 갈등 관계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깝게 지낸 만큼 서로에 대한 상실감이 크고 상실감이 큰 만큼 서운함이나 분노의 감정도 커져서 갈등은 사그라들기는커녕 점점 커지고 깊어지기만 하였다.

2013812일 한국전력공사와 시공사 직원 등 관계자들이 밀양시 내일동 밀양 관아 앞에서 송전탑 건설과 관련한 거리 홍보전을 준비하는 동안 손팻말을 들고 침묵시위를 하고 있는 문정선 당시 시의원. /경남도민일보 DB

 

공동체로부터의 소외와 배제 기제를 통한 압박

 

<단장면 D마을/20170124/밀양 시내 중심지 카페> 구술자2(K··46): "합의를 이끌어내려고, 앞집에 가서는 뒷집이 합의했으니까 빨리 도장 찍어라, 뒷집 가서는 앞집이 합의했으니까 도장 찍어라, 해서 온갖 술수를 많이 부리면서 합의를 이끌어낼라고 했지요."

 

<상동면 Y마을/20170120/J씨 자택> 구술자1(Y··71): "가까운 사이가 더 힘든 게 무엇이냐면, 옛날에는 형님 아우 잘 지내다가 요즘은 서로 돌리고 그냥 지나가. 그게 제일 답답하고. 갈등이 너무 심해. 왜 심하냐. 옛날에 그렇게 지내던 사이가 정 없다고 못하거든요. 옛날 싸우고 할 때, 데모하고 할 때 '뭐 먹어라', '네가 바쁘니 내가 가고'. 서로 그래 가다가, ○○○이 동장이 되고 나니. 한 사람이라도 같이 가지 합의는 절대 없다 했거든. 그래 내가 같이 간다 안 했나, 왜 이런 짓을 하나 했더니."

 

구술자2(P··72): "'정부에서 하는 일은 안 된다, 왜 안 되는 일을 하냐', 이러데."

 

구술자1: "'너희는 바보다, 바보. 너희 그리 한다고 송전탑이 안 들어서는 줄 아나'."

 

구술자3(K··61): "그런 식으로 하니까, 회관에 합의 본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합의 안 본 사람들이 안 가고, 합의 안 본 사람들이 앉아 있으면 합의 본 사람들이 안 들어오는 거야. 그게 무슨 마을입니까."

 

마을 사람들 다수와 다른 길을 걷는다는 것은 마을로부터 내쳐지거나 마을 사람들의 동아리로부터 소외된다는 것을 의미하기에 농촌 지역 공동체에 속한 구성원이 이와 같이 '다른 길'을 선택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런 조건 속에서 누군가 주민 한 사람에게 '당신을 제외한 모두가 합의했다'고 말한다면 이는 보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보다도 더 큰 불안과 공포를 야기할 수 있다. '당신을 제외한 모두가 합의했다'거나 '당신이 합의하지 않아서 모두가 괴롭다'는 말은 주민들을 합의로 이끄는 가장 강력한 효과를 지닌 '주술'로 작용했다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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