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개 국립공원 중 생물 종이 가장 많은 곳은 지리산…꼴찌는?
조선 찾은 이양선 선원ㆍ전쟁 참가한 병사… ‘한반도 생물’ 알린 서양 채집가들
생물들 멸종 위기 막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참나무과 붉가시나무 도토리에 항산화 기능성 물질 가장 많다
플라스틱병 생수만 마셨더니.. <연구>미세플라스틱
물 위를 달리는 썰매개?···‘더워진 지구’의 저주가 부른 착시
[55보급창 환수 공식화] 추진 배경과 전망
55보급창은 어떤 곳?] 日태평양 전쟁 군수물자 보관 위해 조성 해방 후 70여 년간 주한미군 보급기지 역할
보행로 한가운데 떡하니…민원 속출 가로수 어찌할꼬
주 2시간’만 자연과 만나도 건강해진다
4만 년 전 거대한 크기 ‘늑대 머리’ 시베리아서 발견
체르노빌 놀러 간 관광객들의 무지…참사 현장서 인증샷 논란
러시아 도시에 나타난 굶주린 북극곰…기후변화의 재앙
9부능선 깎아 타운하우스로.. 지독한 용인 난개발
‘녹지’ 줄어든 사송신도시
공사 중인 제주 비자림서 멸종위기 ‘붉은해오라기’
회동수원지 인근 모든 마을, 상수원보호구역서 해제되나부산상수도본부 내년 용역 추진
기후 변화 심각하다. 탄광 급습한 독일 환경운동 시위대
태양광시설로 3년간 농지 5천619ha 전용…여의도면적 20배 육박
환경연합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환영...파주도 동참해야"
전세계 93개국 휩쓴 공포의 '열대거세미나방' 제주도에서 첫 발생
22개 국립공원 중 생물 종이 가장 많은 곳은 지리산…꼴찌는?
지리산 구상나무 숲. 지리산이 전국 22개 국립공원 중 생물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 22개 국립공원 중에서 생물 종 다양성이 가장 풍부한 곳은 지리산국립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수도권의 북한산국립공원은 서식하는 생물 종 수가 가장 작았다.
국립공원공단이 최근 발간한 '2019년 국립공원 기본통계'에 따르면, 22개 국립공원 중 생물 종이 가장 많은 곳은 면적이 483㎢로 가장 넓은 지리산이었다. 지리산의 경우 구상나무·주목·가문비나무 등 식물 1832종과 수달·반달가슴곰 등 포유류 46종 등 모두 8069종이 서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리산 다음으로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7529종, 3위는 6216종이 서식하는 한려해상국립공원이었다. 또, 소백산이 5957종으로 4위, 변산반도가 5793종으로 5위를 차지했다. 반면 면적이 76.9㎢로 작고, 대도시와 접하고 있는 북한산은 3036종으로 가장 종수가 작았다.
태백산은 3566종, 속리산이 3651종으로 종수가 작은 편이었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 [사진 국립공원공단]
.다도해·한려해상·변산반도 등 바다와 해안을 끼고 있는 국립공원은 해양 동·식물까지 포함되면서 종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에는 곰솔·동백나무·수달·삵 등과 함께 뱀장어·부채뿔산호·거머리말 등도 서식 종으로 이름을 올렸다. 다만, 태안해안국립공원은 육상 면적이 24.2㎢에 불과해 해안 국립공원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종수는 4245종으로 중간 수준인 11위에 머물렀다.
제주도 한라산의 경우 전체 종수 4949종으로 8위를 차지했다. 제주도는 해안의 아열대 숲에서 해발 고도 1500m 이상의 아고산대 산림까지 분포하지만, 국립공원이 높은 산지 위주로 지정된 탓에 종 다양성에서 높은 순위를 얻지 못했다.
18개 육상 국립공원의 종 다양성을 비교한 결과, 공원 면적이 80㎢ 수준에서 480㎢로 6배로 증가할 때 생물 종은 4000종 안팎에서 8000여 종으로 두 배로 늘어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육상공원 18곳을 대상으로 공원면적 1㎢당 종수를 분석한 결과, 면적이 56.32㎢로 가장 작은 월출산이 65.2종으로 가장 많았다. 반면, 지리산은 16.7종으로 14위, 설악산(면적 398.2㎢)은 12.6종으로 18위에 머물렀다.
지리산 반달가슴곰 [사진 국립공원공단]
.원혁재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연구원 과장은 "지리산의 경우 생물 종이 2014년 6700종에서 이번에 8069종으로 늘어났는데, 조사에 필요한 예산 확충과 함께 연구 인력을 늘리고 전문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원 과장은 "국립공원 생태조사를 30년 이어오면서 많은 자료가 축적됐는데, 이를 바탕으로 공원면적과 생물 종 수와의 상관관계 등 다양한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22개 국립공원에서 파악된 전체 생물 종 수(중복 제외)는 2만2055종으로, 국내에서 파악된 전체 생물 종 4만9027종의 45%에 해당하며, 국립공원에 서식하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생물 종은 175종으로 전체 267종의 64.8%에 해당한다. 육상 국립공원 면적이 국토면적의 4%인 점을 고려하면 국립공원 내 생물 다양성이 매우 풍부한 셈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조선 찾은 이양선 선원ㆍ전쟁 참가한 병사… ‘한반도 생물’ 알린 서양 채집가들
영국 전함 프로비던스 호의 사령관 브로턴. 그가 1804년 펴낸 책 ‘북태평양 탐험항해기’의 끝에는 철쭉, 소나무 등 조선의 식물 학명 26개를 부록으로 담겨 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종 목록이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지난 연말 기준으로 우리나라에 기록된 생물 종수가 5만종을 돌파했습니다. 지구에 서식하는 생물종 수가 166만종(2017 국가생물다양성 통계자료집) 정도라고 하니, 지구상 생물의 약 4%가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셈이지요.
그런데 우리나라 5만종의 생물은 처음에 어떻게, 무엇부터 알려지게 됐을까요. 물론 1735년 스웨덴의 식물학자 린네가 제안한 학명 체계를 기준으로 했을 경우입니다. 지금부터 우리나라 생물학 역사상 최초 기록에 얽힌 서양 채집가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도록 하겠습니다.
◇조선을 방문한 이양선, 한반도의 생물을 채집하다
1850년 한국 최초로 기록된 조류인 팔색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1797년 10월 부산 용당포(남구 용당동)에 낯선 차림의 서양인들이 나타났습니다. 오랜 항해에 지친 선원들이 육지에 잠깐 들린 것이지요. 당시 조선 관리들은 친절하게 물과 땔감을 제공해 주고 측량을 허락했는데, 이 일은 영국 전함 프로비던스 호의 사령관 브로턴이 1804년 ‘북태평양 탐험항해기’를 출판하면서 알려지게 됩니다. 이 책의 끝에 철쭉, 소나무 등 조선의 식물 학명 26개를 부록으로 실었는데, 이것이 우리나라 최초의 생물종 목록입니다.
우리나라 팔색조는 1850년 독일 의사 겸 동물학자 지볼트의 ‘일본의 동물상’이라는 책에 그림과 함께 코리아(Corea)라는 지명으로 처음 알려진 새입니다. 그러나 표본의 입수 경위는 나와 있지 않은데, 사실 오래 전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상세 내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일본에 오래 머물렀던 지볼트가 일본인을 고용해 조선의 표본까지 수집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서양 배(이양선)의 방문이 잦아지기 시작합니다. 영국이 아편전쟁에서 청나라에 승리해 동양에 대한 서양의 세력이 점점 커지게 됩니다. 군사적 혹은 과학적 목적을 지닌 배들로 영국의 사마랑 호, 러시아의 팔라다 호, 이탈리아의 베토르 피사니 호, 미국의 컨스티튜션 호 등, 이외에도 여러 외국 선박의 방문기록이 있습니다. 이 때 배에 탄 해군, 군의관들이 동식물을 수집해가곤 했습니다. 대표적으로 1845년 사마랑 호의 함장 벨처와 군의관 애덤스는 제주도와 남서 해안을 한 달간 탐사하며 많은 동물을 채집했는데, 이 표본을 재료로 동양달팽이, 제주멋쟁이딱정벌레 등 최초의 한국산 신종이 발표됩니다.
벨처 일행이 제주도 서귀포에 들렸을 때의 일화입니다. 목재가 필요해 마을의 큰 나무를 쓰러뜨리려 할 때, 한 노인이 다가와 당장 멈추라고 소리칩니다. 이 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이고 개인의 재산임을 주장한 것이지요. 벨처는 노인을 달래기 위해 달콤한 와인을 선물로 줘야 했다고 합니다.
1943년 영국 군함 사마랑호의 이름이 붙인 동양달팽이(Nesiohelix samarange).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호텔 지배인에서 왕실의사까지, 아마추어 박물학자의 채집활동
병인양요, 신미양요를 겪으며 서양의 접근에 불안했던 조선은 쇄국정책으로 맞서다 1876년에서야 강화도 조약으로 개항하게 됩니다. 이때부터 세계를 누빈 사업가, 여행가, 외교관, 선교사 등 다양한 서양인들이 조선을 찾게 됩니다. 그 중에는 아마추어 내추럴리스트가 있었습니다. 즉 본업 외의 여가생활로 생물을 채집한 이들입니다.
프랑스 가톨릭 신부 타케. 애초에 선교사로 한국을 찾았지만 식물 자원을 많이 채집해 서방에 보내 우리나라 식물을 널리 알리는 데 이바지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한국 최초의 서양 무역회사 이화양행의 책임자 보우링은 취미로 아시아의 딱정벌레를 많이 수집했습니다. 귀국하면서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수집품을 기증했는데, 그 중 한국산 다우리아사슴벌레가 처음 알려졌습니다. 또한 독일계 무역회사 세창양행의 볼테르는 제물포(인천)에서 파충류를 채집해 고향인 함부르크로 보냈는데, 이것이 줄장지뱀으로 신종 발표됩니다. 러시아로 식물을 보낸 호텔 지배인 손탁과 영국으로 동물을 가져간 대한제국 왕실의사 스칼렛은 여성 내추럴리스트였습니다. 스칼렛 여사는 환자를 돌보는 중간 중간 자전거를 타고 한국의 자연을 탐사했는데, 카메라와 함께 총을 들고 매우 분주하게 돌아다녔다는 기사가 있습니다.
프랑스 외방전교회 소속의 가톨릭 신부인 타케는 처음에 선교를 위해 내한했지만, 식물자원을 많이 채집해 서방에 보냄으로써 우리나라 식물을 널리 알리는데 이바지했고 제주도에 밀감 농사를 처음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생물종을 찾아 한반도를 찾은 전문 채집자와 연구자들
조용한 동방의 나라 생물이 차츰 알려지면서 전문 채집자와 연구자들이 직접 찾아오기 시작했습니다. 각 나라 박물관 또는 왕실의 후원으로 표본 수집과 연구 성과를 목적으로 한국에 온 것이지요.
버나도와 주이는 미국 공사관에 근무하면서 미술품, 공예품 등 한국의 민속학적 자료와 함께 조류, 어류, 양서파충류 등 많은 동물을 채집해 갔습니다. 당시 조선에서는 외국인들의 방문 목적과 정체를 잘 알지 못했는데, 사실 버나도는 스미소니언연구소에서 파견한 정보장교(해군소위)였으며 주이는 훈련된 원격 수집가였습니다.
미국 동물학자 앤더슨은 제주도와 남부 지방을 탐사할 때 런던동물학회 주선으로 조수 모집 공고에 뽑힌 일본인 고등학생 이치카와(市河三喜)와 함께 다녔습니다. 앤더슨은 “이미 조선에는 산림벌채와 자원고갈로 채집할 것이 별로 없다”는 하소연을 남깁니다. 제주도에서 건강이 좋지 않기도 했고 채집기간 내내 날씨도 좋지 않았던 앤더슨은 한 농민과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앤더슨: 여기는 비가 자주 오나요?
농민: 아니요.
앤더슨: 이 비는 언제까지 올 것 같나요?
농민: 당신이 이 섬을 떠날 때까지요.
농민은 나쁜 날씨가 외지인의 방문 때문이라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1908년 미국 동물학자 앤더슨의 이름을 붙인 퉁가리(Liobagrus andersoni).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일제 강점기의 서양인
1910년 한일강제병합 후 일제는 임업시험장, 농사시험장, 수산시험장 등 한반도에서 생물자원 활용을 위한 조직을 만들어 서양 연구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했습니다.
당시 대표적인 서양 채집가로 함경북도 주을에 살던 얀콥스키 가족을 들 수 있습니다. 사실 이 집안은 19세기 말 아버지 시절에 반 러시아 독립운동으로 시베리아 유배형을 받았다가 사면된 후 연해주에 정착해 농장을 경영했는데, 폴란드 귀족 가문의 전통대로 자연사에 관심이 많아 취미로 동물사냥과 곤충채집을 해 유럽에 보내곤 했습니다. 러시아에 볼셰비키 혁명이 일어나자 아들인 얀콥스키 형제(알렉산더, 조지)는 북한으로 피난해 외국인 휴양지인 ‘노비나 마을’을 운영하며 동물수집상 역할을 계속했습니다. 한국 1세대 곤충학자인 조복성 교수는 얀콥스키와 만난 일화를 다음과 같이 남겼습니다.
“얀콥스키의 나비 채집 방법을 보면 우선 식구들이 모두 상자를 하나씩 갖고 나와서는 주로 풀잎이나 나무들을 찾아 다닌다. 즉 그들은 나비를 포충망에 의해서 잡는 것이 아니라, 풀잎에 붙어 있거나 혹은 나무에 붙어있는 나비의 번데기를 찾는 것이다. 이렇게 구석구석을 찾아 잡아온 번데기들을 얀콥스키가 다시 구별하여 배치한 다음, 며칠 후에는 번데기들이 차차 날개가 돋기 시작한다. 얼마 후 이미 성숙한 나비들이 그들의 날개를 활짝 펴려 할 때 밑에서 마취제 가스를 집어넣는다. 그러면 나비의 고운 날개를 그대로 간직할 수 있는 완전한 채집이 되어 그의 표본실에 비치되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잡은 나비에게는 미안한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얀콥스키는 북한에 머물며 호랑이를 비롯한 많은 맹수를 사냥했을 뿐만 아니라 해외로 반출한 중간상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의 야생동물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 것입니다.
1913년 일제강점기 수원 서호에서 기록된 후 멸종한 서호납줄갱이(Rhodeus hondae).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계속된 채집활동
채집가들의 활동을 조사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중의 서양인들의 채집 기록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우리가 사회적 혼란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이들은 참전용사, 군의관, 종군기자 혹은 포로로 한국에 머무는 동안 생물을 채집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연합군 소속 극동사령부 야외생물국장으로 수원에서 근무한 오스틴은 새를 관찰, 채집하고 창경궁의 소장 표본까지 조사해 이전의 한국 조류 연구를 총정리한 ‘한국의 조류’ 책자를 발간했습니다. 영국의 호워드는 1945년까지 인천에서 2년 반, 함흥에서 6개월을 일본군 포로생활을 겪으면서 35종의 나비와 66종의 나방을 채집해 나중에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미국의 유명 언론인 로렌스는 신문기자로 한국전쟁의 참상을 세계에 보도하는 한편, 미군의 동물채집을 돕기도 했습니다.
1973년 미국 어류학자 스프링거의 이름을 붙인 왜매치(Abbottina springeri).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젊은 대학생 신분으로 한국전에서 군복무 중 생물을 채집해 논문을 쓰거나 전문가가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한국 고유종 왜매치를 처음 채집한 스프링거는 후방인 경남 김해에서 타자수로 근무했는데, 귀국 후 스미소니언박물관의 어류학자가 됩니다. 미 해병대원으로 참전했던 딕슨은 문산천에서 발견한 양서파충류 채집 논문을 발표하고, 나중에 텍사스에이앤엠대학의 야생동물학과 교수가 됩니다. 또한 한국에서 2년간 의무대 복무 중 유행성 출혈열 역학조사를 위해 설치류와 곤충을 채집했던 바이어스는 파리목을 전공해 미국 캔자스대학의 곤충학과 교수가 됩니다.
◇아마추어 사진가가 새로운 생물종 발견해 제보하기도
남북이 외세와 이념으로 갈라진 후, 북한에서는 헝가리, 폴란드, 불가리아 등 유럽 동구권 서양 연구자들의 생물 탐사가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신지식을 흡수한 후학들의 약진으로 생물과학 분야가 꾸준히 성장해 왔습니다. 앞서 우리생물의 연대기 중 일부를 서양 채집가의 입장에서 소개했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생물종은 저마다 다른 사연들로 기록되고 있습니다. 서양인들의 활동으로 우리나라 초창기 생물이 많이 알려졌지만, 당시 표본은 전부 해외 유명 자연사박물관 등에 보관되어 있어 후학들이 연구하려면 직접 찾아가야 하는 어려움과 과거 우리의 생물주권을 지키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2005년 미국 과학교사 카슨의 이름을 붙인 이끼도롱뇽(Karsenia koreana).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보통 생물의 기록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크기가 큰 것부터 작고 구별이 어려운 종류로 심화되어 갑니다. 논문이 나오면서 종명을 확정하는데 채집자와 연구자가 같은 경우도 있지만 다른 경우도 많습니다. 가령 최근 이끼도롱뇽의 경우 2003년 대전국제학교의 미국인 과학교사 카슨이 장태산에서 학생들과 바위틈의 생물을 관찰하던 중 처음 발견했으나 논문은 2005년 한국 과학자 민미숙 교수가 주도해 발표했습니다. 논문을 완성하는 연구자의 노력이 물론 가장 중요하지만 최초의 안목 있는 관찰자(채집가)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궁극적으로 자연에 대한 저변의 관심이 중요할 것입니다.
최근에는 취미로 생물사진을 찍는 분들이 새로운 종을 발견하여 제보하거나 연구자와 함께 발표하는 사례도 볼 수 있습니다. 보는 눈이 많아지고 풍부해진 정보의 교류로 더욱 빨리, 더욱 자세히, 보다 전문적으로 우리나라 생물의 기록 역사는 계속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김태우 국립생물자원관 동물자원과 환경연구사/ 한국일보
생물들 멸종 위기 막는 데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22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 하늘 위로 방사된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자 천연기념물 198호 따오기가 날갯짓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5월 22일은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이었다. 세계 생물 다양성의 날은 지구상의 생물종을 보호하기 위해 1993년 유엔이 제정한 날이다. 원래는 1992년 리우회의에서 생물다양성협약을 채택하고, 그 협약이 발효된 12월 29일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것이었다. 2000년까지는 이 날을 생물다양성의 날로 챙겼으나 12월 하순 휴일들과의 중복 문제가 제기되면서 케냐 나이로비에서 생물다양성협약 문안을 완성한 5월 22일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북반구 국가의 입장에서는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하순에는 기념할 대상인 생물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이래저래 12월 행사는 부담이 크기도 했다.
◇리우회의, 108개국 국가 정상이 환경문제 논의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조류관찰자인 레이첼 카슨이 발간한 ‘침묵의 봄’은 지구환경보전에 있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의 발간은 미국에서 환경성이 발족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새로운 흐름은 1971년 지구 최초의 다자 간 환경협약인 람사르협약(물새서식지로서 특히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의 보전에 관한 협약으로 1971년 이란의 람사르에서 체결됐다)이 체결되는 것으로 이어졌고, 다음해인 1972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유엔인간환경회의가 개최돼 스톡홀름선언(인간환경선언)이 채택되는 데 일조했다고 평가된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이네로에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논의를 한 리우회의(지구정상회의)가 개최됐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에서 열린 리우회의
1992년 리우회의는 172개국 8,0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08개국의 대통령, 국무총리 등 국가수반이 참석해, 역사적으로 가장 많은 국가 정상이 한 자리에 모여 지구환경을 논의한 회의다. 이밖에도 민간단체 1만여명과 취재진 6,000여명이 한 자리에 모인 역사상 유래가 없는 대규모 환경회의였다. 지구환경이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고 생물종 다양성도 감소하고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1991년 구 소련의 붕괴로 동서 간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이런 대규모 환경회의가 가능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다.
당시 우리나라는 정원식 국무총리를 수석대표로 관계 공무원, 전문가뿐 아니라 비정부기구(NGO)와 민간기업 관계자도 함께 참석했다. 이 회의는 우리나라가 생물과 환경분야에서 국제협력을 활성화하는 도약점이 됐다. 전세계에서 모인 각국의 대표들은 리우회의에서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해 3가지 국제협약을 실천하겠다고 언론 앞에서 약속했는데 이는 생물다양성협약, 기후변화협약과 사막화방지협약이다. 하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등 약속을 저버리고 협약 보이콧을 선언하는 지도자들이 등장하면서 지구환경을 걱정하는 많은 이들의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생물 100만종, 10년 내 멸종할 수도
생물다양성협약은 △생물다양성의 보전 △생물다양성의 지속가능한 이용 △생물유전자원 이용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익의 공평한 공유 등 3가지 목적으로 탄생했다.
1994년 바하마에서 개최한 제1차 당사국총회를 시작으로 2년마다 총회를 열어 다양한 이슈를 논의하고 결정해 왔다. 최근에는 협약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생물다양성의 보전보다는 협약의 세 번째 목표인 유전자원의 이익공유에 관해 새롭게 발효된 나고야의정서와 관련한 의제가 더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하지만 이 의제는 최근 국가 간 그리고 자원부국인 개도국과 선진국간의 무역전쟁과 같은 양상을 보이면서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실제로 회의에 참석한 다른 나라의 분류ㆍ생태학자들도 비슷한 의견이다. 이들은 생물다양성의 이용과 그 이익을 효과적이고 공평하게 공유하기 위해선 우선 종과 생태계를 보호하고 보전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큰고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학자에 따라 조금씩 추정이 다르고, 그 숫자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지구상의 생물종은 1,400만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실제 인류가 지금까지 밝혀낸 종은 200만종에도 미치지 못한다. 워낙 크기가 작거나 모양새가 너무 비슷해 현미경을 통해 해부학적으로 꼼꼼히 살피고 더 나가서 DNA 분석을 해야만 새로운 종임을 밝힐 수 있는 종도 많다. 다양하고 방대한 생물 종을 연구할 전문가가 부족한 실정도 정확한 생물종의 숫자를 파악하는데 어려움을 더한다.
게다가 1800년대 이후의 인류문명과 과학기술 발전과는 상반되게 지구의 많은 생물 종이 사라지고 있다. 인류가 그 실체를 미처 밝히기도 전에 멸종해서 영원히 모르고 지나가는 종도 적지 않다.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생물다양성 및 생태계 서비스에 관한 정부 간 과학정책기구(IPBES)’ 제7차 총회에서 채택된 글로벌평가보고서는, 지구상의 생물종 중 100만종이 수십년 내에 멸종될 수 있으며 전 지구적으로 혁신적인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생물다양성의 급격한 감소와 생태계 서비스의 악화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내용을 담고 있다.
◇호랑이 보호에 전력한 인도, 세계 최대 호랑이 서식국 돼
그 동안 여러 국제협약이나 회의에서 다양한 전략과 행동계획이 발표됐고 여러 국가에서 참석한 대표와 관계자들이 그 실천을 서약했지만 아직도 여러가지 면에서 성과가 미미한 편으로 새로운 접근과 실천이 요구된다.
인도의 호랑이 보호 사례는 정부의 정책 결정과 꾸준한 실천이 생물다양성 보전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게 하는 사례라 소개해 본다. 1972년 1인당 국민소득이 140달러에 불과했던 인도는 경제 개발과 호랑이 보호라는 두 문제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인도 정부는 호랑이가 수십년 내에 멸종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한 전문가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결국 호랑이의 보호가 곧 생태계의 보호라는 결론을 내린 뒤 1973년부터 호랑이 보호 정책인 ‘프로젝트 타이거’를 실행했다. 당시 9개소에 불과했던 보호구를 44개소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보호노력을 기울인 결과 현재 인도에는 2,200여마리의 호랑이가 서식하고 있다. 지구상에서 가장 호랑이가 많은 국가가 바로 인도다. 2위인 러시아에는 호랑이가 400여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3위 인도네시아에는 370여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호랑이가 많을 것 같은 중국의 경우 실제 야생에는 10마리 미만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많은 수의 호랑이가 하얼빈 호림원 등의 동물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어새.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생태계, 멸종위기 이르기 전… 보호ㆍ관리해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생물 종이 서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랑이, 표범, 여우, 늑대, 따오기, 크낙새 등과 같이 우리에게 친숙한 많은 종이 사라졌거나 심각한 멸종위기에 직면해 있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유라시아 대륙에 그 수가 수억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던 검은머리촉새는 서식환경 변화와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남획으로 인해 그 수가 점점 줄어들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2008년도에 취약종으로 고시했고 10여년 만인 지난 2017년 말 이 새의 멸종위험 등급을 제일 높은 수준인 위급(심각한 멸종위기)으로 상향한 바 있다.
이 새의 서쪽 분포권 끝에 위치한 핀란드에서는 검은머리촉새가 번식하는 것을 2007년도에 마지막으로 확인한 이후 전혀 관찰되지 않아 지난 3월 8일 공식적으로 멸종을 선언했다. 러시아에서는 90% 이상이 감소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거의 관찰되지 않고 있어 멸종위기종으로 고시해 보호하고 있는 상태다. 이외에도 사향노루, 담비, 넓적부리도요, 두루미, 느시, 황새, 장수하늘소 등도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 서식에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이다.
지난 22일 경남 창녕에서는 생물다양성의 날 기념식과 함께 따오기 10마리를 야생으로 방사했다. 창녕군 우포따오기복원센터가 2008년과 2013년 중국이 기증한 2쌍으로부터 인공 증식을 통해 360여마리 이상을 증식하는 데 성공했고, 그 중 일부를 람사르협약 등록 습지로 생태환경이 우수한 우포늪 일원에서 자연 복원을 시도한 것이다.
원래 따오기는 19세기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중국, 일본 및 러시아 극동지역 남부에서 무리를 지어 이동하거나 번식을 해 흔하게 볼 수 있던 새였다. 하지만 무분별한 밀렵과 DDT 같은 살충제나 농약을 과도하게 사용해 서식지가 파괴됨에 따라 개체군이 급격히 감소해 1979년 파주에서 마지막으로 관찰된 이후 국내에서는 멸종했다. 멸종한 따오기를 중국에서 기증받아 복원하기 위해 많은 인력과 예산이 투입됐고 앞으로도 복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실정이다.
북미대륙에서 멸종한 나그네비둘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속된 말로 ‘있을 때 잘하자’는 말이 있다. 어느 정도 개체군이 남아있을 때부터 잘 관리하는 것이 비용과 노력 면에서 더 효율적이다. 20여년 전만 해도 600여마리도 되지 않던 저어새의 경우 우리나라, 중국(홍콩), 타이완, 일본 등 여러 국가의 관계자들이 보호노력을 기울인 결과 효과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저어새를 멸종위기종 1급으로 지정한 뒤 정부와 민간단체, 전문가 모두 합심해 밀렵을 감시하고 번식장소를 개선했다. 그 결과 개체군 밀도가 꾸준히 증가해 지난 1월 국제동시조사 결과 4,463마리까지 늘어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멸종위기종 지정의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목표는 지정한 종을 잘 보호해서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는 것이다. 조만간 저어새를 멸종위기종 2급으로 등급을 낮추고 그 다음에는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런 노력과 성과를 거울 삼아 생태계를 개선하고 생물다양성을 높이는 보호활동에 동참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자 의무가 아닐까 한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 과장/ 한국일보
참나무과 붉가시나무 도토리에 항산화 기능성 물질 가장 많다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밝혀
'항산화 식품 개발 가능성도 기대'
참나무과 수종 가운데 목재가치성이 높은 붉가시나무의 도토리 열매에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되고 있다.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연구진은 2018년부터 경남과 제주지역에서 6종의 참나무 수종 도토리를 수집해 기능성 물질 함량 연구를 실시한 결과, 붉가시나무의 도토리가 상대적으로 항산화 효능이 가장 높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붉가시나무 도토리에는 항산화 주요 성분으로 알려진 페놀성 화합물의 총함량이 75∼80 mg/g(gallic acid 기준)에 달했다. 이는 참나무과 수종인 가시, 종가시, 참가시, 개가시, 졸가시나무 등 다른 5종 나무 도토리의 항산화 성분 함량 30∼55 mg/g 보다 상대적으로 높았다.
참나무과에 속하는 가시나무류 수종은 주로 기후가 따뜻한 남부권역에서 자라는 난대성 나무들로 가시나무, 종가시나무, 붉가시나무, 개가시나무, 참가시나무, 졸가시나무 등 6종이 자생한다. 오래전부터 영남지역 등에서는 이들 나무의 열매인 도토리로 묵을 만들어 식용이나 건강식 등으로 애용해 왔다.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붉가시나무는 목재로서의 가치뿐 아니라 앞으로 건강 기능성식품으로도 활용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난대수종인 붉가시나무의 목재는 붉은색을 띠며 재질이 견고해 그동안 농기구, 건축재 등으로 주로 이용돼 왔다.
국립산림과학원에서는 온난화 등 기후변화에 따라 우리나라 산림의 수종분포가 변화하고 있고, 특히 난대성 활엽수의 분포가 확대되고 있어 이를 경제수종으로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손영모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장은 “남부지방 주요 가시나무류 수종에 대해 추가적으로 기능성 물질을 발굴하고 이를 생활에 밀접한 소재로 활용하기 위한 연구에 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나무류 수종 가운데 도토리에 항산화 물질이 가장 많은 것으로 밝혀진 붉가시나무 군락. 국립산림과학원 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참나무류 수종의 도토리 내 항산화 물질 함량 .산림바이오소재연구소 제공
이선규 기자 sunq17@busan.com
플라스틱병 생수만 마셨더니.. <연구>
플라스틱병에 든 물을 마시면 수돗물을 마실 때보다 미세플라스틱 조각(particle)을 배 이상 더 흡수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5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UBC) 연구진이 이날 환경과학&기술지(EST) 밝힌 내용을 소개했다. 먼저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에 관한 기존의 각종 데이터들을 분석한 결과, 미국인 1인당 평균 7만4000~12만1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음료, 음식, 호흡 등을 통해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 연구진은 무엇보다 어떤 물을 마시느냐가 미세플라스틱 흡수량에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플라스틱 병에 든 물만 마시는 사람은 연간 9만개의 미세플라스틱을 추가로 흡수하게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반해 수돗물만 마시는 사람은 연간 4000개의 미세플라스틱만 추가로 흡수했다.
미세플라스틱은 1㎛(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에서 5㎜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으로,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흡수된다. 미세플라스틱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이번 수치가 단순히 추정치일 뿐이며, 미세플라스틱의 건강 영향도 잘 알려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경 130㎛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은 "인체 조직에 침투해 국지적인 면역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연구진은 경고했다./파이낸셜뉴스
물 위를 달리는 썰매개?···‘더워진 지구’의 저주가 부른 착시
스테펜 올센 트위터 갈무리
여기 전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습니다. 에메랄드빛 물 위를 썰매 개들이 신나게 달리고 있는 모습입니다. 누군가 마법을 부린 것만 같은 환상적인 광경인데요. 하지만 이 사진의 탄생을 마냥 즐겁게 바라볼 수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영국 가디언은 18일(현지시간) 최근 북극권 그린란드에서 찍힌 후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이 사진이 예년보다 훌쩍 오른 그린란드의 기온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해당 사진은 덴마크기상연구소 소속 연구원인 스테펜 올센이 지난 13일 기상 관측 장비 등을 수거하기 위해 썰매를 타고 나섰다 찍은 것입니다. 사진 속 장소는 그린란드 잉글필드 브레드닝 피요르드로, 예년만 해도 약 1.2m 두께의 얼음이 얼어있었던 곳입니다.
그린란드의 ‘멜팅 시즌’, 즉 얼음이 녹아내리는 시기는 보통 6월부터 8월까지입니다. 이중 7월은 가장 기온이 높은 달로, 녹아내리는 물의 양도 이 때 가장 많습니다. 초여름인 6월은 아직 얼음이 꽝꽝 얼어있어야 할 때이지만,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빨리 오르면서 사진과 같은 광경이 만들어진 것이죠. 올센은 자신의 트위터에 사진을 게시하면서 “이런 이미지가 과학보다 더 많은 이들에게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올해 그린란드에는 여름이 빠르게 찾아왔습니다. 덴마크기상연구소의 기후학자 루트 모트람은 “지난주 그린란드를 포함한 북극의 많은 지역에서 따뜻한 공기가 위로 이동하면서 날씨가 매우 따뜻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연구소가 관측소를 둔 카나크 공항 부근의 기온은 지난 12일 최고 17.3도, 13일에는 15도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여름임을 감안해도 높은 수치입니다. 앞서 지난 15일에도 그린란드의 얼음층 40% 이상에서 해빙현상 현상이 나타나 20억t 이상의 얼음 손실이 추정된다는 CNN 보도도 있었습니다.
모트람은 그러나 올해 그린란드에서 나타나고 있는 대규모 해빙현상이 기후변화에 따른 것이라 말하기엔 이르다고 말합니다. 다른 원인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것이지요.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기후 모델 시뮬레이션으로 볼때 그린란드 주변 바다의 얼음이 전반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얼마나 빨리, 그리고 얼마나 많은 양이 줄어들지는 지구 온도가 얼마나 상승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55보급창 환수 공식화] 추진 배경과 전망
감만부두 군사시설 통합 이전 땐 대규모 도시재생 가능
부산시가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 환수에 대한 부처 간 논의를 본격화하면서 2030 등록엑스포 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부산시가 감만부두 인근 군부대를 모두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항만 주변지역까지 포함한 대규모 도시 재생사업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항 군사시설 대거 이전?
18일 부산시와 국회 국방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 따르면 2030 엑스포 부지에 55보급창 등 군사시설을 포함하는 방안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부산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올해 안에 정부 차원에서 엑스포유치기획단이 만들어지면 곧바로 정치권이 군사시설 이전에 대한 논의 테이블을 만들 것”이라며 “정기국회(9월) 전후로 정치권과 정부 각 부처, 부산시가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5보급창, 미군 8부두 부속 시설
일대 미군 시설 전체 이전 가능성
부산항 제2신항 부지 등 거론
국가사업 등록엑스포 부지 포함
군 시설 이전 예산 마련도 용이
현실화 위해 SOFA협정 등 거쳐야
국방부 “공식 논의 아냐” 선 긋기도
부산시는 55보급창 부지 회수가 감만동 미군 8부두의 이전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55보급창이 8부두의 부속 시설 성격이어서 8부두가 이전하지 않으면 55보급창을 옮길 수 없다. 미군 8부두가 이전하기 위해선 보급에 필수적인 철도 시설이 있는 부지가 제시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선 진해에 건설 예정인 부산항제2신항 부지를 포함해 경기도 평택항 등이 거론되고 있다.
미군 8부두 이전은 감만부두 인근의 군시설의 통합 이전과도 연계돼 있다. 8부두 인근에는 미군 부대가 직접 사용하는 시설 3만 3000㎡를 비롯해 각종 군사시설이 49만㎡(15만 평)나 들어서 있다. 이들 시설은 대부분 미군 지원시설로 8부두가 이전하면 상당 부분이 함께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국방부와 이들 군사시설을 모두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를 하고 있다.
부산시는 2030 등록엑스포가 군사시설 이전 예산 마련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동안 지방자치단체가 군사시설 이전을 요구할 경우 대체 부지를 자체적으로 마련하거나 이전 예산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2030 등록엑스포는 국가사업으로 선정돼 사업비 대부분을 국비로 지원받는다. 2030 등록엑스포에 55보급창과 감만동 군사시설이 포함될 경우 정부예산으로 부지매입비(대체부지 마련비용)가 편성돼 시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킨 2030엑스포 총사업비는 4조 8995억 원 규모다. 정부가 추산한 4조 원대 총사업비에서도 토지 매입비가 2조 4330억 원으로 총사업비의 절반(49.6%)에 달한다. 2030엑스포 추진기관(부산세계박람회조직위원회)이 부지매입비 등을 포함한 사업비의 70% 정도를 감당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엑스포 행사 개최에 따른 수입과 향후 부지 매각 등에 따른 개발 차익을 통해 이같은 사업비를 회수할 예정이다.
■군사시설 이전, 산 넘어 산
부산시가 55보급창과 감만동 군사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전이 현실화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수많은 고비가 남아 있다. 특히 55보급창과 8부두의 경우 미군 시설이라 주한미군지위협정(SOFA협정) 등 거쳐야 할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 우선 국방부가 반환회의를 열어 반환을 공식 결정해야 하고 이후 미군과 협의를 해야 한다. 미군이 이전에 동의할 경우 환경영향평가, SOFA합동위원회 회의 등을 거쳐야 한다. 일각에선 이전관련 특별법 제정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부산시와 국방부 모두 이전에 대해 매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방부는 군사시설 이전에 관해 부산시가 절차를 물어왔고 그에 대한 설명을 해 준 것이 전부라며 아직 공식적으로 논의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감만동 군사시설 이전이 본격 추진될 경우 감만부두 폐쇄 시기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2030 엑스포 부지에는 우암부두, 자성대부두 등이 포함돼 있지만 감만부두는 제외된 상태다. 그러나 군사시설 이전이 추진되면 2030년 이후로 예정된 감만부두 지역의 북항 재개발3단계 사업 시기가 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재호 의원 측은 “우암부두 등을 엑스포 시설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인근 고가도로를 없애야 하는데 그럴 경우 감만부두의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하다”면서 “국무회의에서 보류됐던 군사시설 이전 문제가 해결될 경우 감만부두까지 개발하자는 논의가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2030 엑스포를 계기로 북항재개발과 우암선 등 철도시설까지 포함한 ‘큰 그림’이 새롭게 제시될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55보급창은 어떤 곳?] 日태평양 전쟁 군수물자 보관 위해 조성 해방 후 70여 년간 주한미군 보급기지 역할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부지. 부산시는 국가행사로 열릴 2030 등록엑스포를 계기로 이 부지 환수를 위한 국방부와의 협의를 처음으로 시작했다. 김경현 기자 view@
부산시가 2030 등록엑스포 유치와 관련, 부지 환수를 추진하고 있는 부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은 서울 용산과 마찬가지로 일제 강점기 이후 우리 국민이 접근할 수 없는 ‘외국 군대의 땅’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이 군수물자를 보관하기 위해 조성한 55보급창은 해방 후부터는 미군이 보급창고로 70년가량 사용해 오고 있다. 미군은 부산항 8부두로 반입되는 군수물자와 장비를 55보급창에 보관했다가 전국에 있는 미군 부대로 보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시민공원 부지 절반 규모
도심·북항 잇는 위치 활용도 커
市, 북항 연계 도심재생 추진도
55보급창은 한때 주둔 미군이 수천 명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면적이 21만 7755㎡인 55보급창은 예전 하야리아 부대가 있던 부산시민공원(52만 8000㎡)의 절반 규모에 달한다. 그러나 현재는 주둔 인원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55보급창은 도심과 북항을 잇는 곳에 위치해 있어 활용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동안 55보급창과 인근 군부대로 인해 부산 서면 일대 교통체증 해소를 위한 간선도로 개설이 어려움을 겪어왔다. 또 주변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 주민들이 수십 년째 재산권 행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시는 그동안 수차례 미군의 55보급창 부지 환수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특히 지난해에는 ‘시민공원~북항 연계 도심재생 마스터플랜’ 용역을 통해 ‘55보급창 공원화 및 복합개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용역을 수행한 부산발전연구원은 가용토지가 부족한 부산의 도심 여건을 고려해 철도와 군사시설 이전을 추진하고, 도심부 교통수요관리를 통해 도심환경개선과 상권 활성화 사업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동남권 광역급행철도 운행, 우암선 트램 도입, 부산 청소년 파크 조성, 부산 상상마당 조성, 동천 일대 야간 경관 조성 등과 함께 55보급창 공원화를 주요 추진 과제로 제시했다.
최근에는 시민단체들도 55보급창 반환 운동에 나섰다.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 50여 개가 참여하는 ‘미군 55보급창 반환 범시민운동본부’는 지난달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 55보급창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 달라”고 촉구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보행로 한가운데 떡하니…민원 속출 가로수 어찌할꼬
폭 5m만 넘으면 식재 가능, 6m 길에도 심어 통행 방해
- “간판 가려 영업 손해” 상인 원성
- 시 “그렇다고 베낼 수는 없어”
보행로 한가운데 심은 가로수가 통행과 상점 영업을 방해한다는 민원이 잇따른다. 하지만 부산시는 명확한 규정 없이 가로수를 인도 가운데 심고도 ‘공적인 사유’가 아니면 제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반발이 인다.
18일 부산 부산진구 미래여성병원 인근 인도 한가운데에 심겨진 가로수가 상점 간판을 가리고 있다. 전민철 기자
18일 부산 동구 범일동 자성로. 폭이 6m인 인도 약 50m 구간에 가로수가 두 줄로 심겨 있다. 한 줄은 도로와 맞닿는 인도 가장자리, 한 줄은 인도 한가운데에 심겼다.
주변 상점에서는 이렇게 가로수를 병렬로 심은 가로수 탓에 장사를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한 상인은 “가로수가 건물 이름과 가게 간판을 가린다. 햇볕도 들지 않아 건물 1층은 임차하려는 사람이 없어 창고가 된 지 오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렇게 병렬 가로수가 있는 곳은 부산에 모두 18곳이다. 부산시는 인도 폭이 5m 이상으로 비교적 넓은 곳에 가로수를 병렬로 심었다. 도시미관을 가꾸고, 열섬현상을 저감하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병렬 가로수가 있는 곳에서는 어김없이 자성로와 비슷한 불만이 터져나온다. 440m 구간에 병렬 가로수가 식재된 부산진구 가야대로 한 상인은 “구에 민원을 계속 제기해도 ‘시 소관이라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도시 녹화사업을 하려면 시 조례에 따라 ‘부산시 도시림 등 조성관리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심의를 거쳐 보행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로수를 병렬 식재할 수 있다. 그러나 병렬 식재할 수 있는 인도 폭을 명확하 규정하지는 않았다. 단지 통상적으로 5m 이상이면 병렬 식재할 수 있다고 볼 뿐이다.
규정도 없이 심었지만 민원이 잇따라도 제거하기는 어렵다. 대부분 가로수는 시의 위임을 받아 각 구·군이 관리하는데, 제거하려면 시와 협의해야 한다. 또 도로를 개설하는 등 공적 사유가 있을 때만 뽑아낼 수 있다. 시 관계자는 “공적인 목적으로 심은 가로수인데, 간판 같은 사유재산을 가린다고 뽑아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인들은 재산권 침해라고 맞선다. 가야대로 한 상인은 “가로수 때문에 건물 가치가 하락하고, 영업권도 침해받는다. 담당 구·군이 사유재산 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제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
주 2시간’만 자연과 만나도 건강해진다
영국서 2만 명 조사…공원, 숲, 해변서 보낸 시간 합계
전남 축령산 편백숲 산림욕장. 자연과 최소한의 시간만 접해도 육체와 정신의 건강을 얻을 수 있다. 장성군 제공.
공원이나 숲, 해변을 산책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 이제까지 몰랐던 건 얼마나 오래 자연과 접하면 그런 효과가 나오는가였다. 영국에서 한 대규모 조사에서 1주일에 2시간만 자연 속에서 보내면 건강과 행복이 늘어난다는 결과가 나왔다. 주말에 한 번 야외에 나가든 주중 매일 공원을 산책하든 효과는 마찬가지였다.
매슈 화이트 영국 엑시터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트’ 13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잉글랜드 주민 약 2만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한 주일 동안 최소한 120분을 자연 속에서 보낸 사람은 자연과 전혀 접하지 않은 사람에 견줘 스스로 건강하고 심리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현저하게 많았다”고 밝혔다.
주 저자인 화이트 박사는 “야외의 자연 속에서 지내면 사람들이 건강하고 행복해진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었지만, 얼마나 많이 접해야 충분한지는 몰랐다”며 “이번 연구에서 대부분의 자연 방문은 집에서 2∼3㎞ 거리에서 이뤄져, 자기 동네의 녹지를 찾는 것으로도 충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주일에 2시간이라면 많은 사람에게 현실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대부분의 사람은 집 근처 공원을 통해 자연과 접한다. 서울 용산구 녹사평대로 효창공원의 모습.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이제까지 이뤄진 역학조사 결과를 보면, 녹지가 많은 곳에 사는 사람일수록 성인은 심혈관 질환, 비만, 당뇨, 천식 입원, 정신적 피로가 줄고 아이는 비만과 근시가 감소한다. 또 집 근처에 자연이 풍부할수록 성인은 스스로 건강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며 출산 관련 지표가 향상된다. 아이는 인지 발달이 좋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런 연구들도 자연과 얼마나 오래 접해야 하는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연구자들은 잉글랜드에서 인구통계학적 방법으로 조사된 방대한 ‘자연환경과의 관계 맺기 모니터’ 자료를 활용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자연과 몇 분 동안 접촉했으며, 스스로 자신의 건강이 좋다고 생각하는지와 정신적으로 행복하다고 느끼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자연과 접촉 시간이 120분 이하인 사람들은 전혀 접촉하지 않은 사람들과 건강과 행복감에서 차이가 나지 않았지만, 2시간 이상 접촉한 사람들은 일관되게 큰 차이를 나타냈다. 2시간을 자연에서 한꺼번에 보내든 나눠 보내든 차이가 없었고, 성별, 나이, 직업, 인종, 빈부 등에 따라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자신이 건강하다고 느낄 확률은 전 주에 120분 자연과 접한 사람부터 현저히 커져 200∼300분에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로축은 지난 1주 동안 자연과 접한 시간(분), 세로축은 스스로 건강하다고 대답할 확률. 매슈 화이트 외 (2019) ‘사이언티픽 리포트’ 제공.
연구자들은 “만성질환자나 장애인들도 비슷한 양상을 나타내, 건강한 사람일수록 더 자주 자연과 접하기 때문에 이번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또 산림욕처럼 자연 속에 수동적으로 앉아 있기만 해도 심리적·생리적으로 득이 되기 때문에 이번 연구결과를 ‘자연 속에서 신체활동이 늘어나기 때문에 자연과 접하면 건강도 좋아진다’고 단순히 해석할 수도 없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자연 접촉 120분’이 “문턱 값”이어서 추가 연구를 통해 건강 지침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예를 들어, 세계보건기구(WHO)는 성인의 ‘운동 지침’으로 1주일 동안 적어도 150분 동안의 보통 수준 유산소 운동과 75분 이상의 격렬한 유산소 운동을 권고한다.
공동 저자인 테리 하르틱 스웨덴 웁살라대 교수는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면 주변 환경을 알게 되고, 스트레스가 줄며, 가족·친구와 잘 지내기 때문에 건강과 행복이 늘어난다”며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기존의 주간 운동 지침처럼 자연 속에서 얼마나 시간을 보내면 기본적 건강과 행복을 향상할 수 있는지 지침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Mathew P. White et al, Spending at least 120minutes a week in nature is associated with good health and wellbeing, Scientific Reports,(2019) 9:7730, https://doi.org/10.1038/s41598-019-44097-3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4만 년 전 거대한 크기 ‘늑대 머리’ 시베리아서 발견
▲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서 발견된 고대 늑대의 머리
한때 지금의 시베리아를 주름잡았던 거대한 늑대의 머리가 발견됐다. 최근 러시아 영자매체 시베리아 타임스 등 현지언론은 시베리아 북동쪽 야쿠티아 지역의 영구 동토층에서 4만 년 전 2~3세에 죽은 것으로 보이는 고대 늑대의 머리가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여름 지역 주민에게 처음 발견된 이 늑대 머리는 전체적인 모습이 현재의 늑대와 비슷하지만 덩치는 훨씬 크다. 머리의 지름만 40㎝에 달해 현대 늑대 몸길이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개된 사진에서 드러나듯 고대 늑대는 마치 최근에 죽은 것처럼 털, 뇌, 근육 등이 거의 완전히 보존된 상태다.
▲ 고대 늑대의 CT 사진
연구를 이끈 사하공화국 과학원 알버트 프로토포포브 박사는 "다 자란 홍적세(洪績世) 시기 늑대가 이렇게 완전한 형태로 발견된 것은 사상 처음"이라면서 "털, 송곳니, 피부조직, 심지어 뇌 조직까지 겉보기에 멀쩡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대 늑대의 물리적, 생태학적 특성을 연구해 현대의 늑대와 사자와 비교해 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연구팀은 같은 지역에서 태어난 직후 죽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사자 새끼도 발견했다. 이 새끼는 길이 40㎝, 몸무게 800g 정도로 역시 근육, 장기, 뇌 조직모두 그대로 보존된 것이 특징이다.
▲ 함께 발굴된 동굴사자 새끼의 모습
다소 생소한 이름의 동굴사자(cave lions)는 지금으로부터 258만~1만 년 전에 해당되는 시기인 신생대 홍적세(洪績世) 중기부터 후기까지 유라시아 대륙에 서식했던 고대 동물이다. 이들은 영국에서부터 추코트카(러시아 극동부)에 이르는 넓은 지역에 분포했으며 학자들은 현대 사자의 가까운 조상이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동굴사자는 1만 년 전 멸종된 것으로 추정되나 그 이유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진 것이 없다. 일부 전문가들은 동굴사자의 먹이가 되는 생물들의 개체 수 감소가 멸종의 원인으로 추측하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체르노빌 놀러 간 관광객들의 무지…참사 현장서 인증샷 논란
▲ 드라마 ‘체르노빌’이 인기를 끌면서 33년간 유령도시로 방치됐던 체르노빌에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사진=인스타그램
20세기 최악의 사고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 사고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체르노빌’이 인기를 끌면서 33년간 유령도시로 방치됐던 체르노빌에 최근 관광객이 몰려들고 있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기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 HBO에서 방영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은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 이후를 배경으로 한다. 사고를 은폐하려는 소련 정부와 진실을 밝히려는 핵물리학자, 그리고 소방관과 군인, 광부들의 희생을 그렸다. 인기는 어마어마하다. 시청률도 ‘왕좌의 게임’을 넘어섰다.
▲ 지난 5월 미국 HBO에서 방영한 5부작 드라마 ‘체르노빌’ 시청률은 이미 ‘왕자의 게임’을 넘어섰다/사진=HBO 홈페이지
HBO에 따르면 드라마 ‘체르노빌’ TV 시청률은 35%다. HBO고와 HBO나우 등 OTT플랫폼 온라인 스트리밍 시청률은 52%를 기록했다. HBO 드라마 시리즈 중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청률 50%를 넘긴 것은 이 드라마가 최초다. ‘왕좌의 게임’도 46%를 넘기지는 못했다. 누적 시청자 수는 800만을 넘었으며 평점 역시 10점 만점에 9.7점으로 왕좌의 게임보다 0.3점 앞서고 있다. 이는 현재까지 등록된 TV시리즈 평점 중 가장 높은 점수다.
이 같은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우크라이나 관광업계도 때아닌 호황을 맞았다. 워싱턴포스트 등은 11일(현지시간) 드라마 방영 이후 체르노빌 관광상품 예약 건수가 전년 대비 30% 증가했으며, 관광객 수도 2배 이상 늘었다고 보도했다.
▲ 사고 당시 체르노빌 원전의 모습/사진=서울신문DB
지난 1986년 4월 26일, 구소련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면서 작업자 2명이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구조 및 진화작업을 벌이던 직원 및 소방대원들이 방사능에 피폭됐다. 주민 9만여 명이 모두 강제 이주됐으나 사고 후 6년간 발전소 해체작업에 동원된 노동자 5700여 명과 민간인 2500여 명이 사망했다. 사고로 방출된 1억 Ci의 방사능은 기류를 따라 유럽 전역으로 확산됐고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도 낙진이 검출됐다. 현재까지도 약 43만 명이 암, 기형아 출산 등 각종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세기 최악의 참사로 꼽힐 만큼 피해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드라마를 보고 체르노빌을 찾아간 일부 관광객에게 참사 현장은 그저 ‘핫플레이스’에 불과했다.
특히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의 부적절한 행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11만5000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한 여성은 황폐한 체르노빌에서 엉덩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속옷만 입은 채 촬영한 사진을 공유했다. 다른 여성은 방사성 물질 피폭의 위험성에 대한 경각심 없이 그저 체르노빌 방문을 인증하기 위해 짙은 화장을 하고 방사선복을 입은 채 셀카를 찍었다. 사고 후 흉물로 변해버린 체르노빌 놀이공원 앞에서 웃으며 찍은 사진들도 눈에 띈다. 이곳의 녹슨 대관람차는 체르노빌에서 일어난 참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그러나 현재는 인증사진을 남기기에 좋은 ‘체르노빌 핫 스폿’이 되어버렸다.
다소 유난스러운 체르노빌 관광 인증사진이 논란이 되자 보다 못한 드라마 제작진이 자제를 호소하고 나섰다. ‘체르노빌’의 크리에이터 크레이그 메이진은 11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드라마의 인기로 체르노빌 방문객이 늘었다니 신기한 일이다. 그러나 부디 그곳에서 끔찍한 비극이 일어났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주기 바란다. 체르노빌에서 고통을 받고 희생을 치렀던 모든 이에게 존중심을 가지고 행동했으면 한다”고 지적했다. SNS 이용자들 역시 “사고로 목숨을 잃은 사람들에게 무례한 사진이 많다. 참사에 무감각하다”며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무지한 사람들”이라며 “부끄러워할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체르노빌을 상품화한 우크라이나 정부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체르노빌 투어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체르노빌을 볼 수 있는 상품과 프라이빗 투어는 물론 드라마 '체르노빌' 투어도 따로 마련돼 있다. 가격은 약 80달러에서 200달러까지 다양하며 우크라이나인 가이드가 체르노빌을 안내한다. 체르노빌 투어를 이용한 한 국내 여행객은 "체르노빌의 방사능 수치를 측정해보는 건 투어에 포함돼 있는 일정"이라고 밝혔다. 이 여성 관광객은 "여행 당시 가이드가 대머리였는데 머리카락이 없는 게 방사능 때문은 아니라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참사 현장에서 할 만한 농담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러시아 도시에 나타난 굶주린 북극곰…기후변화의 재앙
▲ 러시아 노릴스크 거리에 나타난 북극곰
굶주린듯 다소 앙상한 외형의 북극곰 한마리가 러시아의 대표적인 광업도시에 나타났다.
지난 18일 러시아 영자매체 시베리아 타임스는 니켈로 유명한 광업도시인 노릴스크 거리에 북극곰 한마리가 나타나 주민들을 놀라게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북극곰이 도시에 나타난 것은 지난 17일로 길가던 주민들에 의해 속속 발견됐다. 현지 기자는 "거리에 교통체증이 벌어진 사이 북극곰 한마리가 유유히 도로로 걸어나왔다"면서 "잘 걷지도 못하는 것으로 보아 심각하게 굶은 상태로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한동안 앉아 휴식을 취하더니 얼마 후 도로를 건너 공장 쪽으로 갔다"고 덧붙였다.
▲ 노릴스크에서 포착된 휴식 중인 북극곰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 지역에 북극곰이 마지막으로 나타난 것은 지난 1977년으로 무려 42년 만이다. 당시 굶주린 북극곰이 도시 외곽까지 접근했다가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사살됐다. 이 지역에 북극곰이 출현하기 힘든 이유는 북극해의 서식지까지 거리가 무려 1500㎞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곧 이 북극곰은 오랜시간 홀로 남하하면서 결국 주민들이 모여사는 도시에까지 도달한 셈이다. 그러나 노릴스크시 당국은 멸종위기 보호대상인 이 북극곰을 어떻게 처리할 지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포획 후 동물원으로 보낼 지 아니면 다시 서식지인 북극해로 돌려 보낼지 러시아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조만간 처리 방침이 정해질 예정이다.
사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북극곰 한 마리의 ‘일탈’로 치부할 수도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그리 단순하지 않다. 기후변화 탓에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북극곰이 먹이를 잡아먹을 환경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북극곰은 서식지를 벗어나 남하하면서 ‘쓰레기’라도 먹을 것이 많은 사람들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 러시아 군도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나타난 북극곰들
실제 지난 4월에는 북극곰 한 마리가 캄차카반도의 틸리치키 마을에서 먹이를 찾아 서성거리는 모습이 발견돼 주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또 2월에도 북극해에 있는 러시아 군도 노바야제믈랴 제도에 북극곰 50여 마리가 수시로 마을로 내려와 먹이를 찾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되기도 했다.
지구 온난화가 북극곰에게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해빙의 면적이 작아지면서(녹으면서) 영양분이 풍부한 물개 등을 사냥하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북극곰은 물개가 얼음 구멍으로 숨을 쉬기위해 올라오는 순간을 기다리다 번개처럼 사냥한다.
이같은 이유로 북극곰은 평소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던 바닷새의 알을 훔쳐먹거나 운이 좋으면 고래 사체를 뜯어먹기도 하지만 허기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전문가들은 지구온난화가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2040년 쯤 북극의 여름에는 해빙이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9부능선 깎아 타운하우스로.. 지독한 용인 난개발
경기 용인시 기흥구 한 전원 마을을 2009년 촬영한 사진(왼쪽)과 10년이 지난 19일 촬영한 사진이 대조적이다. 울창했던 산림은 사라졌고 그 자리에 주택 단지가 정상 부근까지 조성돼 있거나 부지 조성을 위해 파헤쳐진 채 방치되고 있다. 네이버지도 항공뷰ㆍ드론 촬영
14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야산이 개발 부지로 조성되면서 벌거숭이가 돼 있다.
지난달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주택 부지 조성 공사 현장에 베어진 나무 기둥이 쌓여 있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난개발의 실상은 심각했다. 산 정상 부근까지 타운하우스 단지가 들어섰고, 계단 모양으로 깎인 비탈은 황토를 드러낸 채 여기저기 방치돼 있었다. 땅 위에선 대형 공사 차량이 일으킨 흙먼지와 중장비의 굉음이 끊임없이 뒤엉킨다. 용인에선 그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19일 드론으로 촬영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전원 마을의 모습을 10년 전 항공 사진과 비교해 봤다. 고즈넉한 마을 주변으로 울창했던 산림은 그사이 대규모 주택 단지가 들어서거나 부지 조성을 위해 파헤쳐지고 있었다. 푸른 산, 깊은 숲의 삭제는 경관상의 문제를 넘어선다. 나무 없는 비탈이 산사태 위험을 높이고 건설업체의 난립은 주민들의 재산권은 물론 삶의 질까지 위협하고 있다.
◇급경사에 쌓아 올린 전원주택의 꿈
용인 난개발의 특징은 산지의 윗부분부터 개발이 시작되는 기형적 형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보로도 오르내리기 힘들 만큼 가파른 진입로가 형성되고 높이 5~6m 이상의 거대한 옹벽이 잇따라 들어서 있다. ‘전원’에 어울리지 않는 경관도 문제지만 흙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옹벽이 기울어지거나 불룩해지는 등 구조상의 문제가 더 심각해 보인다.
용인에서 급경사 개발이 가능한 것은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완화된 경사도 기준 때문이다. 경사도 기준은 일정 경사도를 넘는 경우 개발을 불허하는 일종의 난개발 방지책인데 용인시는 2013년과 2015년 두 차례에 걸쳐 이 기준을 크게 완화했다. 인접 타 도시의 경사도 기준이 보통 15° 정도인 데 비해 용인시는 지역에 따라 17.5°~25°까지 개발을 허용해 온 것이다. 이 기준에 따라 용인시 전체 산지의 98%가 개발이 가능해졌고, 땅값이 가장 저렴한 가파른 산지부터 깎여나가기 시작했다. 용인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700여건, 310만㎡ 넓이에 걸쳐 개발이 이루어졌다.
경사도가 낮은 곳과 높은 곳의 평균치로 허가를 내주는 평균 경사도 산정 방식과 산 정상이나 능선 표고보다 높게 책정된 표고 기준 또한 난개발을 부추겼다.
14일 옹벽 쌓기 공사가 진행 중인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전원주택 단지.
14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타운하우스 단지 옹벽이 앞쪽으로 기울어져 있다. 가파른 경사지에 단지가 조성된 탓에 5~6m 높이의 거대한 옹벽이 잇따라 들어서 있다.
17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한 유치원 뒤 야산이 깎인 채로 방치되고 있다.
◇맨땅 드러난 산비탈… 커지는 산사태 위험
17일 용인시 처인구의 한 유치원 뒷산. 부지 조성 공사가 중단된 지 5년째인데 허가 기간은 계속 연장되고 있다. 빗물이 토사에 스며들지 않도록 덮어둔 방수포는 이미 찢기고 해져 그 기능을 못하고 있었다. 집중호우가 예상되는 여름철을 앞두고 주민들은 산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불안해한다.
평화로운 삶을 찾아 이주한 주민들 또한 인근에서 계속되는 개발 공사로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기흥구에 사는 어운경(64)씨는 “집 뒤편에 숲이 있어서 이곳으로 왔는데 2년 전부터 그 숲에서 타운하우스 공사가 시작되면서 평화가 사라졌다. 공사 소음에 먼지까지 아주 괴롭고 비가 많이 오면 산사태가 날까 봐 불안하다”고 하소연했다.
◇한술 더 뜬 ‘쪼개기’ 꼼수
규모가 100가구 정도 되는 기흥구의 한 주택 단지 주민들은 쓰레기를 버리려면 차량으로 실어 날라야 한다. 단지 내엔 쓰레기 처리장이 없기 때문이다. 진입로는 차량 두 대가 겨우 비껴 지날 수 있을 정도로 폭이 좁다. 이처럼 기반 시설이 부족한 주택 단지가 용인에선 흔하다. 원인은 ‘쪼개기’라는 업체의 꼼수와 지자체의 수수방관이다.
단지형 단독주택을 개발할 경우 개발 면적이 5,000㎡를 넘거나 30가구 이상이면 소규모 환경영향평가를 받아야 하고 최소 폭 6m 이상의 진입로를 확보하는 등 관련 규제를 따라야 한다. 바꿔 말하면 그 미만의 규모는 이 같은 규제를 받지 않는다. 일부 개발 업체가 이를 악용, 전체 면적을 작게 쪼개 건축 허가를 받는 수법으로 기반 시설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을 아끼고 있다.
‘쪼개기’ 개발 사례. 일부 개발 업체들은 규제를 피하고 공사비를 절감하기 위해 하나의 단지를 여러 개의 사업체 명의로 쪼개 건축 허가를 받는 ‘쪼개기’ 수법을 활용하고 있다.
공사 도중 시공사가 도산한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주택 단지에 14일 수분양자들이 걸어 놓은 현수막이 눈길을 끈다.
17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의 한 마을 진입로를 차량이 통과하고 있다. 100가구가 넘는 마을로 진입하는 유일한 길인데도 차량 한 대밖에 통과하지 못할 정도로 폭이 좁다.
◇업체 난립으로 부실공사, 도산 피해도
규제의 허점을 틈타 시공 능력이 안 되는 업체가 난립하면서 부실공사 가능성이 높아지고 도산으로 인한 재산권 피해 또한 적지 않다. 수지구의 타운하우스에 입주한 한 주민은 “시공사가 돈이 없어서 공사 폐기물 처리를 제대로 안 해 여기저기 못이 굴러다니고 천장에서는 물이 샌다. 그런데도 단지 옆에 또 공사를 시작했다가 허가가 안 나 중단된 상태”라고 전했다.
난개발의 심각성을 뒤늦게 인식한 용인시는 지난해 시장 직속으로 난개발조사특별위원회를 발족하고 진입로 경사도 15%(8.53°)미만, 옹벽 높이 3m 제한 등 허가 기준을 강화했다. 그러나 이미 허가를 내준 경우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 최병성 특위 위원장은 “난개발은 소수 개발업자에게만 이익이 돌아가고 각종 문제들은 주민들이 떠안다 결국 지자체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쪼개기와 같은 꼼수를 강력하게 규제할 수 있는 방안의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주영 기자/박서강 기자 /정예진 인턴기자
‘녹지’ 줄어든 사송신도시
미니신도시로 조성 중인 경남 양산 사송신도시의 공원·녹지면적이 수차례 지구계획변경을 거치면서 애초 계획보다 17만㎡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도시계획법의 준주거지역과 유사한 18만㎡의 상업성 부지(자족시설)가 신설되는 등 지나치게 수익성 개선에 치중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수차례 지구계획변경 거치면서
공원·녹지면적 17만㎡ 감소
상업성 부지는 18만㎡ 신설
20일 양산시와 이용식 시의원의 행정사무 감사 자료에 따르면 276만 6465㎡ 규모의 사송신도시 공원·녹지면적(공원, 녹지, 하천, 유수지, 보행자 전용도로, 공공공지, 광장 포함)은 85만 3658㎡(전체 면적의 30.8%)로 나타났다. 이는 4차례 지구계획변경을 거치면서 최초 개발계획 승인이 난 2007년 102만 3166㎡(전체 면적의 37%)에 비해 16.6%인 16만 9508㎡가 감소한 것이다.
대신에 2016년 사송신도시 활성화와 자족 기능 강화를 위해 자족시설 부지가 신설됐다. 자족시설 부지도 애초 16만 5338㎡에서 18만 2772㎡로 늘어났다. 자족시설은 주거 기능에 상업적 기능을 보완한 준주거지역이다. 이에 따라 도시형 공장을 비롯해 호텔, 전시장,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이 들어설 수 있다.
양산 사송신도시 전경. 부산일보DB
사실상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수익성 개선을 위해 공원·녹지, 열 공급 설비부지를 줄인 뒤 비슷한 규모의 자족시설을 늘린 것이다.
이용식 의원은 “LH가 녹지를 줄여 상업 성격이 강한 부지로 변경해 최소 2200억 원(3.3㎡당 400만 원) 이상의 수익성을 개선했다”며 “사송신도시 등의 주민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LH가 모두 챙긴 꼴”이라고 비판했다. 양산시도 전체 면적의 6.6%에 달하는 자족시설 부지는 과다하다며 LH에 면적 조정을 요청했다. 김태권 기자 ktg660@busan.com
공사 중인 제주 비자림서 멸종위기 ‘붉은해오라기’
전 세계적 희귀종 3개체 관찰…시민단체 “공사 중단을”
무리한 공사로 논란을 빚고 있는 제주도 비자림로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인 붉은해오라기 3개체가 발견됐다. 비자림로 내에서 팔색조, 긴꼬리딱새 등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에 이어 국제적인 멸종위기 조류까지 잇따라 발견됨에 따라 비자림로 확장공사를 중단하고 원상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2010년 5월 소청도에서 촬영된 붉은해오라기 모습. 새와생명의터 제공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비자림로 일대를 모니터링한 시민단체 ‘새와 생명의 터’는 비자림로 조류 조사에서 붉은해오라기 3개체가 관찰됐다고 20일 밝혔다. 이 단체는 홈페이지를 통해 이 단체 대표인 나일 무어스 박사가 붉은해오라기 울음소리를 지난 11일과 14~17일 사이 확인했으며, 15일에는 육안으로 관찰했다고 설명했다. 붉은해오라기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이 위기종으로 지정한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국내에서도 멸종위기야생동물 2급으로 분류돼 있다. 주로 산림에 서식하는 적갈색의 이 새는 전 세계에 600~1700마리만 남아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어스 박사는 1998년부터 국내 습지와 조류 보호 운동을 벌여온 인물이다. 그가 이끄는 ‘새와 생명의 터’는 조류와 조류 서식지 보전을 활동 목표로 하는 환경단체이다.
비자림로는 지난해 6월 제주도가 2.9㎞ 구간의 왕복 2차선을 4차선으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하면서 삼나무숲 훼손 논란이 일고 있는 곳이다. ‘비자림로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하려는 시민모임’은 지난달 제주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자림로에서 천연기념물 팔색조, 멸종위기종 애기뿔쇠똥구리 등 멸종위기 생물의 서식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멸종위기인 긴꼬리딱새와 다양한 양서·파충류의 서식도 확인됐다.
이 같은 주장이 제기되자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제주도에 비자림로 공사를 중단하고 환경보전 대책을 수립해 오는 28일까지 제출하도록 요구했다. 현재는 제주도와 시민단체들이 각각 추천한 전문가들이 생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앞서 제주도가 제출한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는 이 같은 야생동물들의 서식 사실을 누락해 논란을 빚었다.
이번에 새로 발견된 붉은해오라기는 보통 5월에서 8월 사이 일본의 산림지역에서 번식하며 필리핀에서 월동하는데 일본 외의 지역에서 여름철에 관찰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와 생명의 터’에 따르면 2009년 6월 제주 아라동에서 국내 최초로 번식이 확인됐다. 제주도를 제외한 여름철 기록은 부산에서 확인된 것이 유일하다.
무어스 박사는 “관찰된 시기와 서식지 내 행동으로 볼 때 붉은해오라기가 비자림로 인근의 숲에서 번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또 “같은 지역에서 팔색조, 긴꼬리딱새 같은 멸종위기종들이 지속적으로 관찰되는 것은 비자림로를 둘러싸고 있는 숲의 서식지 환경이 뛰어나다는 뜻”이라며 “국제적인 보전 가치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회동수원지 인근 모든 마을, 상수원보호구역서 해제되나부산상수도본부 내년 용역 추진
- “추모공원 조성 때 약속 따른 것”
- 35곳 중 8곳은 이미 해제·결정
- 전문가 “개발 압력 심해질 것
- 수계 분석해 영향력 살펴야”
회동수원지 인근 마을 전체가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부산상수도사업본부는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회동수원지 인근 마을 27곳의 보호구역 해제를 추진 중이라고 20일 밝혔다. 상수도본부는 내년에 발주하는 수도정비기본계획 용역에 해당 내용을 포함하고, 이를 근거로 환경부에 회동수원지 인근 마을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건의할 예정이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는 이미 시가 회동수원지 인근 마을 주민에게 약속한 사안이다. 시는 2004년 기장군에 부산추모공원을 조성하면서 양산에 있는 5개 마을과 부산 3개 마을의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를 약속했다. 이후 2015년 8월 양산 5개 마을은 환경부의 승인을 얻어 이미 개발제한구역(GB)에서 풀린 지역은 보호구역에서 해제됐다. 당시 환경부는 하수 처리시설을 갖출 것을 조건으로 걸었다. 부산 3개 마을도 같이 승인을 얻었지만 “마을 전체를 풀어달라”는 주민 요구로 해제가 미뤄졌다.
이후 시와 주민이 협의한 끝에 해당 마을도 GB 해제 구역에 한해 오수관로 정비공사가 끝나는 내년 10월 이후 보호구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27개 마을이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남게 된다. 회동수원지 상수원보호구역 88.5㎢
중 27곳(금정구 12곳,기장군 15곳)은 환경정비구역(3.25㎢)으로 지정돼있다. 환경정비구역은 상수원보호구역 중 오·폐수 처리시설이 설치된 지역이다. 27개 마을은 보호구역 해제를 약속받은 8개 마을과 환경적 조건이 같다는 이유로 꾸준히 보호구역 해제를 요구했다.
이에 따라 상수도본부는 2017년 10월 환경부에 27개 마을의 보호구역 해제를 건의했으나, 환경부는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먼저 반영돼야 한다며 반려했다. 상수도본부 관계자는 “마을 주민에게 수도정비기본계획에 보호구역 해제 내용을 담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상수도본부는 환경정비구역에서 발생하는 오·폐수는 정관하수처리장과 수영하수처리장으로 빠져나가 회동수원지를 오염시킬 염려가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이들 마을이 상수원보호구역에서 해제되면 회동수원지 일대에 개발 압력이 높아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부산대 정주철(도시공학과) 교수는 “회동수원지는 부산시민의 중요한 식수원이다. 상수원보호구역 해제로 난개발이 우려되는 만큼 일대 하천의 수계를 면밀하게 분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수도본부 이근희 본부장은 “주민의 요구 사항이어서 환경부와 협의한다는 차원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기후 변화 심각하다. 탄광 급습한 독일 환경운동 시위대
독일 환경운동가와 현지인들이 22 일(현지시간) 독일 서부 가르츠바이러 지역의 광산으로 향하고 있다 . [AP=연합뉴스]
.독일 환경운동가와 시민 등 수 백명의 시위대가 21일(현지시업) 기후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갈탄 광산을 급습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이날 로이터를 비롯한 외신은 가르츠바일러 지역에 위치한 광산운영회사이자 전력회사가 울창한 숲을 없애고 광산확대를 발표하자 환경운동가와 지역 주민들이 이에 반발해 시위가 시작됐다고 보도 했다.
독일 환경운동가와 시위대가 22 일(현지시간) 가르츠바일러 오픈 광산에 기습적으로 진입해 광산 개발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외신은 이번 시위대의 광산 급습은 유럽연합(EU)이 2050년까지 탄산가스 배출량을 줄여 탄소 중립지대로 만드는 합의에 실패한 것을 항의하고 기후변화대책의 시급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시위는 라인란트 지역 내에 있는 호크노이키르히 마을에서도 벌어졌다. 라인란트 지역 시위대는 석탄운반용 철로를 한동안 봉쇄하고 화물차를 막기도 했다. 시위대는 광산에서 연좌 시위를 이어갔다.
독일 환경운동가들이 22 일(현지시간) 가르츠바일러 오픈 광산에서 숲을 없애는 광산 개발 저지를 위한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독일 내의 환경운동가뿐만 아니라 이번 시위에는 주변 국가의 운동가들도 참석했다. 스코틀랜드에서 온 항의 시위대의 세이미 로윈은 "환경운동도 좋지만 우선 당장 다음 단계의 (정부)대책이 시급하다. 그러지 못하면 미래 세대가 그 대가를 치를 것이다"라고 말했다.
급속한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한 기후변화회의가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개막했다. 27일까지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는 탄산가스 배출량에 대한 규칙과 탄소거래에 관한 규정 등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구체적이고 실무적인 사항을 논의할 예정이다.
독일 서부 지역의 한 광산에서 기습점거 시위를 벌이던 환경운동가들이 22 일(현지시간) 경찰에 의해 연행되고 있다. [EPA=연합뉴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대기 중 배출량의 증가를 멈추는 안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도를 1.5도 이상 상승하지 않게 하겠다는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을 지키려면, 금세기 중간(2050년)까지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완전히 끝내야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태양광시설로 3년간 농지 5천619ha 전용…여의도면적 20배 육박
3년간 태양광 사업으로 사라진 농지가 여의도 면적의 20배에 육박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태양광시설 설치에 따라 농지전용면적이 2016년 505ha에서 2017년 1천437ha, 작년 3천675ha로 2년 새 7.3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3년간 태양광시설로 전용된 농지면적은 총 5천618ha로 같은 기간 산지훼손 면적 4천407ha보다 1천ha 가량 넓고, 이는 여의도 면적의 19.4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지역별로 태양광시설로 전용된 농지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전북으로 2천ha에 달했으며, 전남, 경북, 강원이 그 뒤를 이었습니다. / MBC
환경연합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환영...파주도 동참해야"
"비무장지대 보호 위한 정부 노력 박수...파주 환경도 중요"
철원·화천·양구·인제·고성 등 강원도 접경 지역과 경기도 연천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 환경단체는 환영의 뜻을 보인 한편, 역시 접경지역인 파주시에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19일 환경부는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제31차 유네스코 ‘인간과 생물권계획’ 국제조정이사회에서 강원도 접경 지역과 경기 연천군 전역이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20일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에서 "각종 개발압력과 환경훼손에 직면한 비무장지대에 인접한 접경지역을 보전하기 위해 선제적인 보호조치를 취한 정부의 노력에 큰 박수를 보낸다"며 "이번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비무장지대뿐만 아니라 민간인통제구역인 접경지역도 생태환경이 매우 우수함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또 "특히 철원평야가 포함돼 논습지 중요성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아 매우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환경연합은 "이제 비무장지대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될 수 있도록 남북의 원활한 협력이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아울러 유네스코 권고대로 습지보호지역, 생태경관보호지역 등 국내적인 보호조치를 시급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연합은 특히 파주시도 이 같은 환경 보전 움직임에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접경지역 선정에서 파주 접경지역은 제외됐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 신청을 할 때 파주시가 이에 반대해 연천과 강원만 추진 대상이 됐다.
환경연합은 "파주 접경지역은 자연하천의 원형을 간직하고 있는 임진강 하구와 주변 장단반도, 백연리 등 넓은 논습지로 이뤄져 있다"며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종이 46종이나 확인될 정도로 생태적으로 매우 우수한 지역이지만, 남북협력시대를 맞이하여 접경지역 중 가장 큰 개발압력을 받는 곳"이라고 전했다.
이어 "선제적인 보호조치가 매우 시급한 지역"이라며 "이런 우수한 곳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에 반대한 파주시가 생태환경에 무관심한 도시라는 오명을 뒤집어쓸까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환경연합은 또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은) 파주 접경지역에서 당선된 더불어민주당 박정 국회의원의 공약사항"이라며 "이명박 정부 시절인 지난 201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을 추진할 당시에는 찬성했던 파주시가 이번에 반대한 것이 혹시라도 토건개발세력의 눈치를 본 것은 아니길 희망한다"고 지적했다.
환경연합은 "평화는 사람과 사람, 서로 다른 두 체제 간의 평화만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서도 지켜져야 할 원칙"이라며 "개발과 분단시대가 아닌, 생명과 평화를 우선으로 하는 미래세대가 한국 사회를 경영할 20~30년 뒤에 현명하게 잘 이용할 수 있도록 보전하는 것이 현재 한국 사회를 책임지고 있는 정부와 자치단체, 정치인들의 몫"이라고 강조했다.
▲ 강원도 접경 지역과 경기 연천군이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선정됐다. 사진은 산림청이 지난 7일 6월의 추천 국유림 명품 숲으로 선정한 양구군 해안면 비무장지대(DMZ)의 펀치볼 전경. 펀치볼 산골 마을은 우리나라 유일의 민간인 출입통제선 안에 있다. 해발 1100m 이상의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분지 하나가 1개 면(해안면)을 이루고 있다. 휴전 후 60여년간 인위적 힘이 가해지지 않아 각종 희귀생물과 천연 숲이 잘 보존돼 있다고 산림청은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뉴스
전세계 93개국 휩쓴 공포의 '열대거세미나방' 제주도에서 첫 발생
열대거세미나방(수컷).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옥수수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우는 열대거세미나방(Fall Armyworm)이 우리나라로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제주도의 옥수수 밭에서 이 나방의 애벌레가 발견됨에 따라 국내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제주 동부 구좌읍과 조천읍에 위치한 옥수수 밭 4곳에서 채취한 나방의 애벌레에 대한 유전자 분석 결과, 열대거세미나방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20일 밝혔다.
농진청 관계자는 “이들 지역의 일부 늦게 심은 어린 옥수수에서 애벌레가 발견됐다”면서 “새로 난 잎 속에서 애벌레가 발견됐으며 잎 부분의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농진청은 제주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동부농업기술센터에서 옥수수와 관련된 ‘비래(飛來, 날아옴) 해충’을 예찰하는 과정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 최초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농진청 관계자는 “지난 13일 첫 발견 이후 실시된 추가 조사에서 구좌읍과 조천읍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의 발생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농진청은 발생 지역에 대한 방제작업을 마쳤으며, 발생 지역을 중심으로 반경 1㎞ 이내 지역에 대한 정밀 예찰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제주 지역 주요 옥수수 재배지를 중심으로 육안조사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농진청은 중국 남부에서 발생한 열대거세미나방이 바람을 타고 날아왔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농진청 재해대응과 정준용 과장은 “열대거세미나방은 바람을 타고 날아오기 때문에 제주도는 물론 서남해 지역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열대거세미나방은 유충시기에 옥수수 등 화본과 작물의 잎과 줄기에 큰 피해를 주는 해충이다. 최근 2~3년 사이 전세계 93개 나라로 확산된 가운데 발생 국가에서는 옥수수 수확량이 급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옥수수 줄기를 갉아먹고 있는 열대거세미나방 유충.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 열대거시메나방 유충이 갉아먹은 옥수수.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열대거세미나방은 유충시기에 옥수수 등 화본과 작물의 잎과 줄기에 큰 피해를 준다. 특히 옥수수 수확량이 급감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태국에서는 연간 옥수수 생산량이 25~45% 줄어들었다. 아프리카와 스리랑카에서도 각각 20%와 10%의 옥수수 생산량 감소율을 보였다.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아열대 지역이 원산인 이 해충은 2016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지역 43개 나라로 확산돼 큰 피해를 낸 이후 2018년까지 스리랑카·방글라데시·태국·미얀마 등 동남아시아지역 8개 나라로 퍼졌고, 2019년 들어서는 중국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농진청 관계자는 “중국에서 국내로 날아서 유입되는 해충의 발원지로 여겨지고 있는 중국 남부 지역에서 열대거세미나방이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다”면서 “최근 들어서는 중국 북부지역에서도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상과 어울리기 > 생태환경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7.1~7.7 북극 밑 알래스카도 ‘32도 폭염’에 몸살… (0) | 2019.06.30 |
---|---|
6.24~6.28 342만 명→ 268만 명… 부산 ‘인구 재앙’ 닥친다 (1) | 2019.06.24 |
6.9~616 기후변화가 아니라 '기후위기'다 (0) | 2019.06.09 |
6.3~6.8 서울 재건축 현금 기부채납, ‘공원 살리기’에 쓴다 (0) | 2019.06.03 |
부산 해상관광 케이블카 무엇이 문제인가 (0) | 2019.05.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