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보상에 ‘발목’,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 ‘하세월’
부산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 대상지 중 하나인 동래사적공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추진하고 있는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이 토지 수용 문제와 각종 민원 속에 사업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지 수용이 완료된 곳은 전체 사업 대상 구역의 절반도 되지 않는 상황이다.
16일 부산시에 따르면 민간공원 조성 전체 사업 면적 중 43%만 수용이 완료됐다. 사업자 측은 최근 토지 소유주들이 지가 상승 등을 이유로 보상을 미뤄오는 경향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명장공원, 동래사적공원, 사상공원의 보상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부동산원의 이영민 보상대외사업부장은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한 최근 들어 토지 소유주와 협의 수용이 이뤄지지 않아 중앙토지수용위원회까지 가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그는 “사업자나 지자체가 사업을 빨리 추진하고 싶어하지만 협의가 어려워 사업이 지연되는 일이 잦다”고 말했다.
부산 전체 면적 중 43%만 완료
협의 지연, 중토위 가기 일쑤
절차 밟는 데 3개월 이상 소요
무연고 묘 이장 문제도 걸림돌
부산시는 2024년 완공을 목표로 민간공원조성 특례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업은 지난해 시행된 공원일몰제로 사라질 위험이 있는 공원지역에 대해 민간사업자가 부지를 매입한 뒤 70% 이상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면 나머지 면적에 대해 주거시설 등을 지을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부산시는 지난해 6월 △명장공원 △사상공원 △동래사적공원 △온천공원 △덕천공원 5개 공원에 대한 실시계획을 승인하고 5246억여 원의 사업비를 들여 공원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사업지의 전체 면적은 225만 1628㎡로, 이 중 200만 9714㎡(89%)가 공원 부지로 마련될 계획이다.
토지 수용 문제 뿐만 아니라 무연고 분묘 이장 문제도 사업이 지연되는 이유다. 현행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무연고 묘지를 개장하려면 토지 소유자가 분묘 인근에 입간판, 현수막 등을 설치해 연고자를 찾고 2회 이상 개장 공고를 거쳐야한다. 이러한 절차는 3개월 이상 소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상공원 등 일부 사업구역은 보상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아 지난달 말에서야 1차 개장 공고가 이뤄졌다. 이 때문에 현재까지 사업구역 내 무연고 분묘 770여 기 중 이장이 완료된 분묘는 100여 기에 불과하다. 연고자가 있는 423기의 분묘의 경우에도 95기만 이장이 완료됐다.
일부 연고자들이 업체 측에 이장 협상을 요구하거나 묘지가 훼손됐다며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동래사적공원 조성사업 업체 관계자는 “묘 이장 공고 기간이 끝나고도 일부러 가까운 명절까지는 묘를 이장하지 않고 대기하는데, 막상 이장을 시작하면 나는 몰랐다며 나타나는 분도 있다”고 털어놨다.
부산시는 하루 빨리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김성영 민간공원조성2팀장은 “모두가 만족하는 토지 보상은 없다”며 “분쟁이 있는 토지에 대해서는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의견을 구하는 등 빠른 시간 안에 사업을 완료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손혜림·탁경륜 기자 hyerimsn@busan.com
토양오염 분포 점 찍듯 부실조사…정화작업 누락 초래
시민공원 9년 전 보고서 분석
# 환경공단 정밀조사 어떻게
- 1786곳서 6070개 시료 채취
- TPH 499곳 856개 초과 검출
- 집중정화 구역 국제아트센터
- 면적 41% 지하 8m까지 오염
# 오염상황 제대로 못 담아
- 유류 주변으로 퍼지는 점 간과
- 시료채취 지점 연결도 미표시
- 시간에 쫓겨 분포도 축소 의혹
- 오염 광범위한 조사가 일반적
대대적인 토양오염 정화 작업을 거친 끝에 개장한 부산시민공원에서 또다시 기준치를 초과한 기름 오염이 발견(국제신문 지난 5일 자 1면 등 보도)되면서 과거 실태조사와 정화 작업이 부실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정화 작업에 참여했던 이들은 한국환경공단이 진행한 ‘토양정밀조사’가 실제 오염 상황을 제대로 담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9년전 정화작업 거쳤지만…
지난 6일 부산시민공원 내 부산국제아트센터 공사부지를 드론으로 항공 촬영한 모습.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발견되면서 현재 공사가 전면 중단됐으며, 시료에 대한 정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16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에 따르면 토양 오염 우려 기준치 500㎎/㎏를 3배 이상 초과한 1600㎎/㎏의 석유계총탄산화수소(TPH)가 발견된 부산국제아트센터 일대는 9년 전 집중적인 정화 작업이 이뤄졌다. 이 부지는 미군 기지 ‘캠프 하야리아’로 사용되던 당시 위관급 부대원의 관사가 있어 난방 보일러 가동에 필요한 기름탱크가 다수 설치됐었다.
시는 한국환경공단(이하 공단)에 위탁해 2011년 4월 11일부터 2012년 7월 10일까지 15개월간 이곳의 오염 부지 9만5877㎡를 대상으로 정화 작업을 진행했다. 정화가 이뤄진 구역은 시가 공단에 의뢰해 2011년 1월 작성된 토양정밀조사 결과에 근거했다.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의 부록을 보면, 공단의 의뢰를 받은 한국농어촌공사는 캠프 하야리아를 A~K 구역, 11곳으로 나눠 토양 오염을 확인했다. 1786곳에서 6070개의 시료를 채취했는데, 이 중 TPH는 499곳 856개 시료에서 토양 오염 우려 기준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트센터 부지가 포함된 A 구역에선 지하 0~8m에 걸쳐 TPH가 검출됐다. 면적 기준으로는 41.5%가 유류에 오염된 것으로 나왔다.
토양 정화를 했는데도 또 기름이 검출된 데 대해 당시 정화 작업에 참여한 이들은 “토양정밀조사 자체가 허술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조사 결과에서 도출된 오염 분포 정도가 지나치게 좁게 제시되면서 실제 토양 정화가 필요한 부지가 누락됐다는 것이다. 환경 정화가 끝났을 당시 검증 작업을 맡았던 한 연구원은 “일반적인 오염 조사 보고서는 유류 오염 시료를 채취한 구간이 서로 연결되도록 분포도를 작성한다. 그래야 바닥을 뚫어보지 않은 곳의 오염까지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당시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에는 시료 채취 지점 간 연결이 거의 없다. 오염 분포 정도가 매우 국소화된 것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부산시민공원의 토양정밀조사 보고서에 나타난 부산국제아트센터 일대의 정화작업 현황(왼쪽). 초록색 부분은 석유계총탄산화수소(TPH)가 발견돼 정화작업이 완료된 부지다. 오산비행장(오른쪽)의 위해성 평가 중 TPH 오염분포도가 원형으로 광범위하게 조사된 것과는 달리 오염 부지가 분절적으로 조사된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환경공단 제공
■“부실한 실태조사가 부른 결과”
유류는 주변으로 퍼진다는 점을 고려해, 기름이 확인된 다른 지점들과 연결해 하나의 큰 덩어리로 오염 분포 구간을 표현하는 게 일반적이란 설명이다. 토양정밀조사 보고서 부록에 실린 TPH 오염 분포도를 보면 이 같은 의혹은 개연성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분포도에서 토양 오염을 나타내는 플룸(plume)의 형태는 작은 동그라미가 군데군데 점 찍히듯 분절적으로 표현됐다. 하나의 큰 덩어리로 오염 정도를 표시하는 일반적인 그림과는 다르다.
분포 정도가 축소되다 보니, 실제 오염 정화 대상 지점이 아닌 곳에서 유류가 계속 발견되기도 했다. 이 연구원은 “검증 작업 당시 시료를 채취한 구역의 경계 지역도 분석을 했는데, 유류 오염이 발견돼 수 차례 재정화를 지시했었다”고 말했다.
정화 작업의 토대인 실태조사부터 허술했으니 그 결과 또한 허술할 수밖에 없었다는 ‘반성’도 나온다. 부산시민공원 환경 정화 자문위원을 맡았던 동의과학대 김철 전 동의분석센터장은 “토양조사는 그 기법상 100% 확신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장시간에 걸쳐 조사를 해야 하는데, 당시에는 빨리 공원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때문에 시간싸움 식으로 진행됐다. 부실공사가 맞다”고 강조했다.
공단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아트센터 건립을 맡은 부산도시공사는 공단에 정화 작업이 완료됐음에도 토양 오염이 발견된 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 이에 공단은 ‘하자 처리 기간이 없는 사업이고, 당시 작업은 검증까지 다 마쳤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제라도 시민공원 전반에 대한 토양 오염 여부를 재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시민공원추진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을 맡았던 허운영 씨는 “기름은 넓게 확산된다. 아트센터 인근 도로변이나 주택가까지 오염이 퍼졌을지 모른다”며 “공원 조성 당시부터 정화 작업이 허술하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결국 강행됐다. 지금이라도 공원 전체를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신문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멸종 위기 ‘귀이빨대칭이조개’, 부산 해운대 대천호수서 발견
최대 크기 30㎝인 민물조개…준설 공사 중 지역서 첫 확인
- 구, 서식지 활용방안 등 검토
부산에서 처음으로 멸종위기 1급인 ‘귀이빨대칭이조개’(사진)가 대천호수 준설 공사장에서 발견됐다. 관할 지자체는 공사 구간을 전면 수정하고 서식지를 생태계 학습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국립생태원은 해운대구 대천호수에서 귀이빨대칭이조개로 추정되는 생물을 살펴본 결과, 귀이빨대칭이조개가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16일 밝혔다. 앞서 지난 4일 옥숙표 장산 습지보전위원장이 대천호수에서 귀이빨대칭이조개를 발견해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알렸고, 낙동강유역환경청이 국립생태원에 진위 여부를 의뢰했다.
귀이빨대칭이조개는 2005년 환경부로부터 멸종위기 1급으로 지정됐다. 최대 크기는 30㎝로 국내 민물조개 중 가장 크다. 주로 어류에 붙어 영양분을 먹고 자라다 성장하면 어류에서 떨어져 나와 강바닥의 자갈이나 펄 밑에서 살게 된다. 국립생태원은 이번에 발견된 귀이빨대칭이조개도 어류에 붙어 자라다 어류와 함께 대천호수에 밀려왔다 떨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조개가 그동안 창녕과 함안 등 경남에서는 발견됐지만 부산에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발견지는 해운대구가 지난 1월부터 대천호수 준설 공사를 진행 중인 곳이다. 구는 지난 4일 귀이빨대칭이조개로 추정된다는 연락을 받은 뒤 공사를 중단했다. 공사가 계획대로 이뤄질 경우 귀이빨대칭이조개 서식지가 훼손될 수 있는 만큼 이미 조개 생태계가 조성된 부분은 제외하고 준설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박효정 팀장은 “멸종위기종은 발견된 서식지에서 사는 것이 가장 좋다”며 “발견지에 귀이빨대칭이조개가 얼마나 사는지, 주변 환경은 어떠한지에 대해 국립생태원의 조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는 이번에 멸종위기종이 발견된 만큼 현재 추진 중인 장산 구립공원 지정과 연계해 친자연적 요소를 알리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성동 도시관리과장은 “조개가 서식하는 펄은 그대로 놔두고 반대쪽 토사가 많이 쌓인 부분을 작업할 것”이라며 “귀이빨대칭이조개나 반딧불이 등 희귀 동식물 생태계를 주민이 관찰할 수 있도록 학습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숲에서 베어지는 50살 아까시나무를 위한 변명
서울 쏙 과학 ⑦ 숲의 과학원리
정부, ‘산림 부문 탄소 중립 추진안’ 따라
31~50살 나무 잘라내는 계획 추진 중
전문가, “온실가스 흡수율 높이려면
나무 나이 대신 부피 중심 정책 펴야”
“산림청은 우리 산림의 65%를 차지하는 31~50살 나무들을 탄소 흡수력이 떨어진다며 베어내고 묘목을 심겠다고 발표했다. 사람으로 치면 한창 초등학교에 다닐 어린나무를 호흡이 가빠지는 중늙은이 취급하며 개벌하고 대신 갓난아기들을 잔뜩 세워놓겠다는 발상이다.”(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생명다양성재단 대표)
“탄소는 흡수보다 축적이 중요하다. 200년, 300년 된 나무도 계속 축적한다. 오랫동안 놔두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저장을 해야 탄소 중립이 되는 것이다. 탄소 흡수를 많이 한들 소비를 많이 하면 전혀 소용이 없는거 아닌가.”(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전문가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30살 이상 나무를 뽑아내고 탄소 흡수를 잘하는 어린나무 30억 그루를 심겠다는 계획이 포함된 ‘2050년 산림 부문 탄소 중립 추진 전략안’이 나온 뒤 일이다.
30살 이상 나무를 한꺼번에 베어내면 대체 어떤 일이 벌어지기에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걱정하는 걸까. 비영리단체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대표 최진우 박사(조경학)가 알려준 마포구 성미산 현장으로 갔다.
성미산(성산)근린공원 입구에 나무 제거 작업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기이했다. 하나의 산책로를 사이에 두고 왼쪽은 고요했다. 흔한 참새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오른편은 달랐다. 온갖 새소리와 함께 정체를 알 수 없는 뭔가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부산스럽게 들려왔다. 성미산 자연환경 보호활동 단체 ‘산다움’의 박종혁 부회장이 길 오른쪽에 높게 솟은 나무의 꼭대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건 청딱따구리예요. 저어기. 나무 꼭대기 근처에 앉아 있는 거 보이세요?”
보이지 않았다. 그에게 카메라를 맡기고 찍어달라고 부탁한 순간, 무언가 푸드덕 하고 날아갔다. 새가 날아간 빈자리에서 무성한 잎새들만 흔들렸다.
“새들이 곁을 잘 안 줘요. 좀 친해져야 찍을 수 있을 거예요. 그래도 청딱따구리는 앉아서 나무를 쪼거나 울 때 찍을 수 있는데, 솔부엉이는 낮에 잘 때 아니면 촬영하기 힘들어요. 파랑새, 새홀리기 같은 포식자들은 성미산의 제왕이기 때문에 앉아 있을 땐 찍기 쉬운 편이죠.”
노령수를 제거하지 않은 숲 쪽에서만 새소리가 들렸다.
새홀리기? 처음 듣는 새 이름이었다. 무식함을 들킬까봐 얼른 스마트폰으로 검색했다. 새호리기라고도 불리는 맹금류 철새였다. 게다가 무려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된 귀한 몸이었다. 그런 새가 높이 66m짜리 야트막한 동네 뒷산에 살다니. 그것도 2만8천여 가구가 빼곡하게 들어찬 성산동 주거지 한가운데에.
“숨을 데가 많으니 작은 새들이 많고, 그걸 잡으려 맹금류도 많아졌죠. 까치집은 파랑새나 솔부엉이가 뺏어서 살곤 하는데, 큰 나무 아래로 덤불이 우거져 새끼 낳아 날게해주기 좋아요. 그런데 주변 나무들을 베어버린 저런 둥지엔 살기 어렵죠. 천적한테 노출되니까요.”
그가 가리킨 나무는 산책로 왼편에 있었다. 지난 3월 말 마포구청이 아까시나무들을 삽차로 밀어낸 자리였다. 날씬하게 위로 솟은 아까시나무 꼭대기에 둥지가 보였다. 그 아래엔 고만고만한 키의 묘목이 부목들에 기대어 띄엄띄엄 서 있었다. 그쪽은 신축 아파트 화단처럼 조용했다. 그 흔한 참새 떼도 보이지 않았다.
“쓰러질 우려가 있는 나무, 위험한 나무 몇 베어내고 토종 몇 그루 심는 줄 알았지요. 저렇게 포클레인으로 밀어낼 줄 알았나요. 노거수 위험성 진단도 없었어요. 아까시나무면 다 밀어냈더라고요. 저게 이 구역에 남은 하나네요.”
늙은 나무를 한꺼번에 뽑으면 어린나무들이 클 때까지 숲의 회복이 늦어진다.
숲속의 큰 나무들은 날짐승만 품어주는게 아니다. 작은 나무들도 도와준다. 다 자란 나무는 물 대부분을 땅속으로 곧은 뿌리를 깊게 뻗어 끌어올린다. 땅 표면 가까이 뻗은 뿌리는 두 가지 역할을 한다. 나무가 쓰러지지 않도록 버텨주고 주변 흙을 촉촉하게 한다. 이때 근처 작은 나무들까지 물을 얻는다. 아직 어린나무들은 부족한 물을 큰 나무들에게 얻어먹으며 곧고 깊은 뿌리를 키울 때까지 버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친 민둥산에도 큰 나무들이 필요했다. 그래서 빨리 자라기로 유명한 아까시나무가 대거 투입됐다. 숲을 이루자 날짐승이 날아들고 씨앗이 싹을 틔웠다. 꿀이 많은 꽃을 보고 사람들은 벌을 키웠다. 지금도 국내에서 난 벌꿀의 70%가 ‘아카시아꿀’ 그러니까 아까시꽃 꿀이다. 한국인으로 귀화한 외국 출신 기업가가 국내 시장에 이 정도 생태계를 만들어냈다면 표창장을 받았을 일이다.
아까시나무뿐 아니라 큰 나무들은 생태계에서 많은 일을 한다. 그중에서도 기후위기에 가장 주목받는 기능은 이산화탄소를 ‘저장’하는 능력일 것이다. 2014년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큰 나무는 작은 나무보다 빠르게 체적을 늘리면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몸 안에 잡아두고 있었다! 지름이 100㎝인 나무의 생체 증가량은 지름이 50㎝인 나무의 3배까지 높았다. 미국, 중국 등 16개국 연구자 38명이 6개 대륙의 나무 403종, 67만3046그루를 연구한 결과였다.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몸에 품는 과정을 보자. 작은 단풍나무에 달린 이파리는 대략 15㎏이다. 이 모든 걸 나무는 광합성으로 만들어낸다. 땅과 공기에서 이산화탄소와 물을 빨아들이면 이파리의 엽록소는 햇빛을 받아 그것을 포도당(글루코스)으로 바꾸어 몸체를 키운다. 즉 나무가 몸체를 키울수록 땅과 공기의 이산화탄소가 줄어든다. 산소는 늘어난다.
그래서 최진우 대표는 한국 숲의 온실가스 흡수율을 높이고 싶다면 나무의 수명 대신 부피를 중심으로 정책을 짜라고 조언한다. 선진국에서는 ‘수목의 수관층 면적 및 부피의 총량 지표’를 사용한단다. 영국 런던은 이 지표를 21.9%에서 30%로 높이는 게 도시숲 정책 목표다. 잎을 단 나무의 총량을 늘리기 위함이다.
산림청은 추진전략(안)을 관계부처 협의, 지자체 등 현장과 소통,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9월까지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은 나무들에게 시간이 있다. 다행이다.
40~50년 된 아까시나무 100여 그루를 뽑아낸 자리에 어린나무가 심겨 있지만 숨을 곳이 없어 새나 짐승이 깃들 곳은 없었다.
글·사진 이경숙 과학스토리텔러/ 한겨레
비둘기 “도시의 삶, 우리가 선택한 것은 아니었어요”
비둘기는 도시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야생동물이다. 한때 ‘평화의 상징’이었으나 지금은 ‘날아다니는 쥐’ ‘닭둘기’라고 불리며 비둘기 ‘포비아’(공포증)을 겪는 사람까지 나타났다. 야생동물인 비둘기는 왜 도시에 살고 있을까. 인간과 친밀했던 역사는 언제부터 역전된 것일까.
도시에서 흔히 보이는 ‘집비둘기’는 ‘락 도브’(Rock Dove)라는 종이 기원이다. 원래 해안가 근처 절벽이나 물이 많은 산에 살았지만 인간이 가축으로 기르기 시작하면서 도심 속에 들어와 집비둘기가 됐다. 조선 전기의 학자이자 문신인 서거정은 문집 <사가집(四佳集)> 중 <화합>에서 비둘기의 다양한 특성과 함께 키우는 방식을 다룬다. 비둘기를 새장에 넣어 기르고, 꽁지깃에 금방울을 매달아 전서로 활용한 일도 적어 놓았다.
비둘기는 지형지물을 잘 인식하는 조류다. 2차 세계대전 때 메시지를 전하는 전서구 역할을 맡으면서 1000㎞를 나는 경주용 비둘기가 되었다가 1960년대부터는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난다. 크고 작은 행사에 동원되기 시작해 1980년대에는 아시안 게임과 올림픽 등 국제 행사를 대비해 농가에서 본격적으로 사육하면서 개체수가 급증했다. 1971년에는 초등학교에서 비둘기 날리기 대회가 열리기도 했고 198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유세 연설식에도 비둘기 날리기 행사가 열렸다. 1988년 ‘서울 올림픽’ 당시 올림픽 경기장에서 날린 흰 비둘기는 2400마리에 달한다.
이후 지금까지 비둘기는 인간의 필요에 맞춰 다양한 품종으로 개량돼 전 세계에서 팔리고 있다.
“도시에 비둘기 개체수가 많아진 것은 우리 인간의 책임일 수밖에 없죠.”(한국조류연구소장 유정칠)
우리가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집비둘기의 기원은 해안가나 절벽에서 발견되어 이름이 붙여진 락 도브(Rock Dove)이다. 게티이미지
도시에서 사는 집비둘기는 먹는 것과 사는 공간을 모두 인간에게 의존해서 확보한다. 공원과 아파트 실외기, 교각 아래 등 인간이 만든 구조물에서 살면서 인간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먹는다. 비둘기 몸을 더럽히는 도시 먼지 역시 인간이 배출한 배설물이다.
깨끗한 물과 음식을 찾기 힘든 도시에서 비둘기는 살기 위해 점차 인간의 생활 반경으로 들어왔다. 이들의 배설물이 건물을 부식시키고 깃털 등이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급증하면서 환경부는 2009년 집비둘기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했다.
“모든 야생동물은 더러워요. 사실은 비둘기뿐만 아니라 야생에서 사는 어떤 동물도 그(비둘기) 이상의 기생충과 병균을 갖고 있습니다. 비둘기는 인간의 주변에서 자주 발견되기 때문에 기생충 검사나 실험 등을 많이 했을 뿐이지요. 오히려 하천이나 공원에 사는 비둘기는 야외에서 사는 개와 고양이보다 더 깨끗할 수도 있어요.”
한국조류연구소장인 유정칠 경희대 생물학과 교수는 비둘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은 이 같은 실험을 바탕으로 ‘비둘기는 위험하다’는 보도가 이어진 탓이라고 말했다. 면역력이 약한 노인, 어린이에게 비둘기의 배설물은 위험할 수 있지만 ‘비둘기가 특히 더럽다’는 인식은 편견이라는 것이다.
지난 12일, 종로구 종묘 공원에 걸려있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 마세요’ 현수막 앞에 참새 모이를 주고 있는 할아버지가 앉아 있다.최유진PD
서울 시내 서식하는 비둘기의 개체수는 4만5000마리에서 5만 마리로 추정된다. 환경부가 2021년 비둘기 개체수와 서식지 조사를 위한 용역을 진행 중이다. 도시에 사는 비둘기들은 인간이 쏜 화살에 맞거나 인간이 설치한 퇴치용 그물에 걸려 폐사한다. 특히 유해조수로 지정돼 위험한 상황에서도 구조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야생동물센터는 지난해 서울 시내에서 약 1000마리의 조류를 구조했는데 그중 가장 많은 새가 비둘기였다. 주로 둥지에서 떨어진 새끼 비둘기나 고양이나 까치 등 천적으로부터 외상을 입어 다친 비둘기들이 센터에 구조돼 들어온다.
“비둘기는 환경부령으로 정한 야생동물 중 하나입니다. 유해조수이기 전에 야생동물이기 때문에 센터에서 구조해 치료하는 것이죠.”(김태훈 서울시 야생동물센터 재활관리사)
서울시 야생동물센터에서 구조된 비둘기가 붕대를 감은 채 새장에 웅크리고 앉아있다. 최유진PD
인간이 비둘기와 도시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먹이가 제일 중요합니다. 인공적인 사료를 차단해서 본래 살던 자연으로 갈 수 있게끔 사람들이 노력할 필요가 있어요.”(유정칠 한국조류연구소장)
식물의 씨앗이나 과실 등 자연에서 먹이를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난간이나 실외기 등에 비둘기가 앉지 못하게 뾰족한 장치를 설치한 ‘버드 스파이크’나 ‘그물망’도 비둘기가 더 안전한 공간으로 이주하도록 유도하는 도구다.
비둘기가 사람의 언어를 할 수 있다면 자신에게 ‘공포’까지 느끼고 있는 인간에게 어떤 말을 하고 싶을까. 비둘기를 구조하고 치료해 온 김태훈 재활관리사는 이렇게 전한다.
“우리가 선택한 삶은 아니었어요. 조금만 양보해 주고 배려해 주면 안 될까요.”
인간과 가장 친밀했던 조류인 비둘기. 도심에서 인간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적응해왔던 비둘기에게 우리 조금 마음의 벽을 낮추고 공간을 내어줄 수 있지 않을까.
최유진 PD yujinchoi@kyunghyang.com
생태계 파괴 ‘제주 조릿대’ 5년사 사진전
오는 7일부터 한달 간 한라수목원 특별전시실서 전시
만세동산 '제주 조릿대'
한라산 중심으로 제주지역 식물 생태계를 파괴했던 ‘제주 조릿대 5년사’가 사진으로 만난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본부장 김대근)는 한라산 고유식물 종 다양성 회복을 위해 실시한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의 지난 5년 동안 수집된 연구관련 자료들을 활용해, 오는 7일부터 한 달 간 한라수목원 특별전시실에서 사진전을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는 환경부에서 예산을 지원받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 동안 제주조릿대 분포면적 산출 및 제어 관리를 위해 진행한 사업이다.
지난 2019년 4차년도 한라산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라산국립공원 95%에 해당되는 면적이 제주조릿대로 뒤덮여 생태계 교란 또는 파괴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도내 해발 400m 이상에는 78.5%가 이미 제주조릿대가 점령했다.
만세동산 말 방목
조릿대 벌채 직후 사진
이에 따라 말방목과 벌채방법을 적용해 한라산 만세동산, 장구목 등 4개지점에서 현장실험을 통해 생태계 회복에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으며, 제주조릿대 고도별 생물량을 측정해 탄소저장량 환산 등 제주조릿대의 경제적 가치를 산출했다.
이번 사진전은 이러한 말 방목과 벌채실험 등의 자료사진 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일본 조릿대류의 사진을 함께 전시하며 5년 동안 제주조릿대 관리방안 연구과정과 관련 자료들을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신창훈 한라산연구부장은 “한라산의 식물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추진된 사업이 이번 사진과 동영상 전시로 도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제주도민일보 진순현 기자
1∼4월 세계 평균기온 역대 8위…올 여름은 덜 더울까?
연 평균기온과 여름철 기온 순위 일치
우리나라 여름 평균 순위는 다른 경향
폭염·열대야 등 더위 요소는 완전 달라
제주지역 낮 최고 기온이 20도를 넘어선 지난 6일 오후 제주시 한림읍 협재해수욕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바다 정취를 즐기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4월 세계 평균기온은 역대 아홉번째로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1∼4월 평균기온은 역대 8위를 기록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16일(한국시각) “4월 지표와 해수면 등 전 지구 표면 평균기온이 20세기 평균(13.7도)보다 0.79도 높아, 관측을 시작한 1880년 이후 142년 동안 아홉번째로 높았다”고 밝혔다. 근래 들어서는 2013년 이래 가장 선선한 4월이었다.
1월부터 4월까지 4개월 평균기온도 20세기 평균보다 0.77도 높아 역대 8위를 기록했다. 캐나다 동부와 남아시아 지역, 아프리카에서는 기온이 평균보다 높았던 반면 캐나다 서부, 미국 중부, 유럽, 중앙아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남극 동부, 적도 태평양 동부 등은 평균 이하였다. 특히 유럽은 2003년 이래 가장 낮은 기온을 보였다고 해양대기청은 설명했다.
지난해 4월은 역대 2위
이는 지난해 4월과 대조된다. 2020년 4월 평균기온은 141년 관측 가운데 2번째로 높았고, 1∼4월 평균도 역대 2위였다. 특히 2020년 1월 평균기온이 역대 1위를 기록한 뒤 2~4월 석달 연속 2번째로 더운 달을 기록했다. 2020년 연 평균기온도 역대 2위로 집계됐다. 4월과 1∼4월 평균기온 역대 1위는 모두 2016년에 기록됐다.
4월까지의 평균기온 추세로 보면, 올해 연 평균기온이 역대급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지는 않는다. 지난 겨울 라니냐가 계속된 데다 엘니뇨/라니냐 감시구역의 수온이 중립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올해 1∼4월 평균기온 8위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면 올해를 포함해 2014년 이래 모든 해가 연 평균기온 1∼8위를 기록하게 된다. 지구온난화의 진행에는 변화가 없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4월 평균기온은 13.2도로 1973년 관측 집계 이래 6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2004년 6월 이후 가장 늦은 한파주의보가 발령되는가 하면 월초와 월말에 평년보다 3∼6도 높은 기온을 보이는 등 변동성이 컸다.
한국 연 평균기온과 여름철 평균기온은 전국 45개 지점,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는 전국 평균임.
세계 평균과 한국 여름철 더위는 ‘별개 문제’
세계 평균기온이 역대급을 벗어나고 있는 추세가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기온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다. 그동안 세계 평균과 우리나라 여름철 기온은 같은 경향성을 띠지는 않아왔다. 세계 연 평균기온 1∼3위는 2016년, 2020년, 2019년, 한국의 1∼3위 2016년, 1998년, 2019년과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여름철의 경우 세계 평균 1∼3위는 연 평균과 비슷하게 2016년, 2019년, 2020년인 반면 한국의 1∼3위는 2013년, 2018년, 1994년이었다. 한국의 여름철 평균기온 1위인 2013년은 연 평균기온으로는 16위에 불과했다.
또 한여름의 더위를 가늠할 수 있는 요소인 폭염일수와 열대야 일수에서는 또다른 양상이 나타난다. 폭염일수 1∼3위는 2018년, 1994년, 2016년, 열대야 일수는 2018년, 1994년, 2013년으로 여름철 평균기온 순위와 일치하지 않는다.
기상청은 지난달 23일 3개월(5∼7월) 전망에서 6월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을 것으로, 7월 기온은 높을 확률이 70%인 것으로 발표했다. 기상청은 오는 24일 여름철(6∼8월 3개월) 전망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기후위기 시대, '노아의 방주'는 소농이다
[영농형 햇빛발전] ③
울창한 삼나무 숲이었던 이라크 사막
약 7500년 전 수메르인들은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 주면의 울창한 삼나무 숲을 베어내고 농경지를 만들었다. 그리고 베어낸 삼나무를 에너지로 수메르 도시국가와 수메르 문명을 건설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다름 아닌 숲 파괴의 서사시다. 석탄과 석유 이전에 도시를 건설하고 도자기를 만들고 수레와 배, 농기계를 만든 에너지는 나무와 숲이었다.
우루크 토판 문서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
그러나 수메르 농경지는 표토가 유실되고 곧바로 염화가 진행되면서 이윽고는 농업 자체가 지속 불가능하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수메르인들은 수메르 도시를 버리고 인근의 다른 숲으로 이동해 도시문명을 다시 건설했다. 우르, 라가시 등등의 도시문명 역사도 차례로 이런 숲 파괴와 자원 약탈로 인한 도시국가 흥망성쇠의 역사이다.(<숲의 서사시> 존 펄린 지음, 송명규 옮김, 따님 펴냄) 그 지역이 다름 아닌 지금의 이라크 사막지역이다.
서구 백인들이 '이스터 섬'이라고 이름 붙인 라파누이 섬 주민들도 울창한 야자나무 숲을 베어내면서 거대한 모아이 석상 문명을 건설했다. 최후의 야자나무가 사라진 이후의 라파누이는 끔찍한 식량위기와 전쟁, 카니발리즘(식인풍습)의 세상이었다.(<이스터 섬의 수수께끼>(폴 반·존 플렌리 지음, 유정화 옮김, 아침이슬 펴냄))
문제는 개발과 성장의 체제 자체다
산업혁명과 함께 철강 수요가 폭발하듯이 늘어나자 철 제련 연료로 영국의 숲이 작살나기 시작했다. 강 주변의 숲이 먼저 파괴되고 나서 내륙 안쪽 깊숙이까지 영국의 숲은 순식간에 거덜 나 버렸다. 그리고 이윽고는 아메리카 신대륙의 숲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개발과 성장의 근대 산업사회는 숲 파괴와 땅속에 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끄집어내 불태운 결과 이룩한 약탈문명이다.
지구 최후의 허파라고 불리는 아마존 숲 또한 위성 사진에서까지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산업농업의 농경지와 목초지를 위해 최후의 한 점 나무까지 급속하게 마구잡이로 불태워지고 있다.
우리는 지금 수메르와 라파누이와 똑같은 숲 파괴와 문명 붕괴의 길로 이미 들어서 있다. 화석연료를 불태운 결과 야기된 지구온난화는 붕괴의 속도를 마하 단위의 최대 속도로 끌어올린 가속기 페달이다.
숲의 시각에서 도시는 인공사막이다. 산업농업의 논과 밭도 예비 사막이다. 맨땅이 벌겋게 드러나는 것은 지구의 속살이 드러나는 상처와도 같다. 우리는 이 사막을 숲과 풀의 도시, 숲과 풀과 곡물의 논밭,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풀과 작물의 기후 농업 현장으로 바꿔야 한다. 기후 농법과 숲 가꾸기 기술은 이미 제시되어 있고 지금도 수많은 농부와 임업가들이 공생과 공존의 탄소 흡수 혼농 임업, 임간 축산, 풀 농법 등등 실험과 실천을 계속하고 있는 중이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다. 사람의 생각이 문제다. 주권자인 인민의 생각과 삶이 바뀌지 않으면 개발과 성장 체제 자체의 전환은 불가능하다.
기업인과 정치인, 관료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묻는다. 생태전환이니 기후위기니 유기농이니 다 좋은데 개발과 성장을 해서 수출을 하지 않으면 자원도 부족한 한국이 무엇을 먹고 살 것인가. 그리고는 '생태 근본주의자들'의 경고는 잠꼬대로 치부하고 그냥 가던 길을 간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익숙한 생각을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경로의존성이 가장 강한 정치·경제·사회·문화 체제를 바꾼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듯이 수많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반란이나 혁명이 아니면 어려운지도 모른다.
처음에는 소수에 지나지 않았던 사람들의 생각도 조금씩 늘어나다 보면 어느 순간 세상을 바꾸게 된다.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도 그랬고 2016~17년 비폭력 평화의 촛불시위도 그랬다. 이단의 유대교인이었던 예수는 12명의 동조자를 규합해 어느 순간 로마를 그리스도교 국가로 바꾸고 유럽의 중세를 그리스도교 시대로 만들었다. 붇다의 사성제 깨달음을 제일 먼저 받아들인 사람은 5명에 불과했다.
16살의 그레타 툰베리가 시작한 1인 시위는 어느 순간 수백만 청소년들의 '금요파업'으로 확대되었다. 한국 사회의 생태전환도 마찬가지다. 10명의 생태전환 동조자가 150명의 동조자가 되고 한 마을의 생태전환 공동체가 수백수천 마을로 확대될 수 있다.
150명이라는 숫자는 일명 '던바의 수'라고 한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가 사회성 동물인 사람이 친밀한 사회관계를 만들 수 있는 최대의 수는 150명이라고 한 데서 유래한다. 그 150명이 다단계로 단체나 사회, 국가 구성원의 3.5%를 혁명과 전환의 행동으로 이끌어내면 그 단체나 사회, 국가는 바뀐다. 체노웨스의 3.5% 법칙이다.(☞ 관련 기사 : <BBC NEWS 코리아> 2019년 9월 22일 자 '3.5%법칙: 소수는 어떻게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 사실 모든 혁명과 전환은 다단계 조직화의 결과다.
풀잎, 나뭇잎보다 더 효율이 좋은 이산화탄소 흡수 장치는 없다
지구상에서 대규모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곳은 딱 두 군데다. 숲과 바다다. 풀과 나무와 숲은 그 어떤 기계장치도 따라올 수 없는 탄소 흡수 생명체다. 숲을 파괴하는 임야태양광이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지는 조금만 생각해 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바다 수온 상승은 인간이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 그러나 초원의 사막화와 도시 사막, 논밭의 예비 사막을 숲과 지속가능한 기후농업의 논밭으로 바꾸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며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인지도 모른다.
땅은 속살을 드러내는 순간 죽는다. 거기다 무지막지한 제초제를 뿌리면 흙 1kg에 들어있는 약 300억 마리의 온갖 미생물 생명체는 끝장이다. 맨땅에 제초제를 쏟아부으며 농사짓는 관행농은 그래서 땅을 죽이는 죽임의 농업이다.
5세기 경 한랭 건조 기후가 중앙아시아 초원지대를 덮치자 유목민인 훈족의 대이동이 시작되었다. 이는 연쇄반응을 일으켜 서쪽으로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낳았고 결국 로마제국을 멸망시켰다. 지구 기온 상승으로 인류는 아마도 극소수 생존자들만 북극 지방에 옹기종기 모여 힘겨운 생존투쟁을 벌여 나가야 할지도 모른다는 음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과학자들이 지금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절반 이하로 줄이는 혁명이 일어나야 한다고 경고하는 이유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하는 풀과 숲의 생명농업, 기후농업으로의 전환이 시급한 까닭이다.
오래된 미래, 4000년의 자급자족 자원순환 유기농 소농사회
20세기 초 미국 농무부의 전 토양관리 국장인 프랭클린 킹은 중국, 한국, 일본을 여행했다. 그는 미개한 동양 3국이 4000년 동안이나 똥을 활용한 자연순환 농법으로 엄청난 인구를 먹여살린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책을 썼다.(<4천년의 농부>(프랭클린 히람 킹 지음, 곽민영 옮김, 들녘 펴냄))
당시 미국과 유럽은 심각한 지력 손실로 농업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워털루 전쟁이 끝나자마자 전장터에 득달까지 달려가 시체를 서로 가져갔던 사람들은 농부들이었다. 사람 시체는 가장 좋은 거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킹이 미국 농업의 대안이라고 생각했던 자급자족의 자원순환 유기농업을 우리는 스스로 걷어차 버렸다. 그리고는 대신에 기계화, 화학화, 규모화의 지속불가능한 석유의존 농업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개발과 성장의 무한경쟁 사회, 탐욕을 극대화하는 한탕주의 떴다방 자원 약탈 경제의 구렁텅이 속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해방과 한국전쟁 뒤 한국을 신식민지처럼 지배하던 미국은 태평양에 버릴 정도의 남아도는 잉여 식량과 에너지를 '원조'라는 이름으로 한국에 제공해 한국의 식량과 에너지를 철저하게 미국에 의존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곧바로 미국은 한국을 미국의 농업 수출 시장으로 변모시켜 버렸다.
미국은 1957년부터 무상 원조를 줄이기 시작했고, 1959년부터는 차관을 강요했다. 1961년 당시 한국 정부 예산의 52%가 미국의 원조였다.
참혹한 식량위기 쓰나미가 순식간에 한국을 덮칠 수 있다
장면 정부 당시 미 국방부 연구소 랜드코포레이션(Land Corporation)의 '경제 저격수' 찰스 울프 박사(Charles Wolf Jr.)가 한국에 와서 경제관료들과 공동 작업 끝에 경제 개발 계획을 작성했다. 이 계획이 다름 아닌 박정희의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다.
1961년 11월 미국을 방문한 박정희에게 당시 케네디 정부는 한국이 시급히 해야 할 일은 오직 두 가지,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일과 전력을 안정되게 공급해야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비료와 농약, 석유 등 명백한 석유 의존 경제 체제의 강요였다.
오늘날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20%대 초반을 오르락내리락한다. 기상이변으로 전 세계 식량 생산이 줄어들자마자 식량 수출국은 항구 봉쇄부터 결정한다. 식량은 안보 문제이다. 자국 국민들의 식량 확보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구소련 붕괴 직후 홍수와 가뭄으로 식량위기에 내몰리고 수를 알 수 없는 아사자가 발생했을 때 당시 북한의 식량자급률은 70~90% 수준이었다. 식량이란 10%만 부족해도 전 국민의 10%가 굶주려야 하고 그중 상당수는 굶어 죽을 수밖에 없다.
어떤 나라로부터도 식량을 수입할 수 없을 때, 한국은 단순무식하게 계산해도 전 국민 가운데 70%인 3500만 명이 굶주려야 하고 그 가운데 상당수인 수백만의 아사자가 발생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모골이 송연한 미래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런 준비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다.
풀과 숲의 기후농업, 농본주의 사회로의 전환은 필연이다.
농업이건 햇빛발전이건 규모의 문제는 핵심 문제이다. 오늘날 규모를 전 지구로 키운 세계화의 초국적 공룡 기업들은 암세포처럼 지구를 뒤덮고 있다. 그리고 조만간 지구 생명체의 영양분을 남김없이 다 먹어치운 다음 생명체의 멸종과 함께 자신도 죽음을 맞이할 것이다.
그러기 전에 우리는 개발과 성장의 공룡들이 득시글거리는 약육강식의 황무지에서 탈출할 필요가 있다.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믿을 수 있는 사회안전망은 시장과 대형 슈퍼가 아니다.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나 친밀한 공생과 공유의 자급자족 지역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생존 전략이다.
어떤 사업이건 그 규모는 사람의 규모를 넘어서면 그다음부터는 약탈이다. 공장식 축산의 수만 마리 소를 그 지역의 풀로 먹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수천수만 킬로미터(km)를 이동해온 곡물 사료가 매일같이 외부에서 대형 트레일러로 와야만 한다. 당연히 물물교환을 넘어선 외부 자원의 대규모 약탈이다.
질주하는 세계화의 고속 열차를 멈춰 세운 코로나 사태는 열차에서 뛰어내려 지역으로 달려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풀과 숲과 공생하는 지역순환 농업, 이웃과 공생하는 지역공동체의 재생, 지역화가 대안이다.
지역순환의 소농이 지역을 살리고 한국을 살릴 것이다. 건강한 유기농 식량도 생산하고 이산화탄소도 흡수하고 햇빛발전도 생산하는 자원순환의 자급자족 기후농업이 소농도 살리고 농업도 살릴 수 있다./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프레시안
세계의 ‘툰베리’들이 묻는다, 불타는 집을 바라만 보고 있나요?
기후세대의 탄생
툰베리가 불붙인 ‘기후행동’ 106개국 청소년 연대
SNS 시위에 학교 파업까지…‘기후투사’가 된 그들
기후운동은 환경운동과 다르다. 기후변화라는 압도적 힘에 대응하려면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산업과 금융의 선제적 대응이 뒷받침돼야 한다.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잘 타고 넘을 수 있도록 노동과 복지정책 전환도 필요하다. 이미 삶의 변화를 알아챈 예술가들은 기후위기 시대를 노래하고 글을 쓰고 있다. 기후운동은 강력한 사회변혁 운동이다.
세계 각지에서 기후운동을 ‘하드캐리’ 하는 이들은 기후위기를 직면하게 될 미래세대들이다. 이들은 “지금 기후위기에 맞서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거리에서, 에스엔에스(SNS)에서 기성세대를 향해 시위하고 있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청소년들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18)만이 아니다. 2018년 8월 툰베리가 스웨덴 의회 앞에서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 팻말 한 장을 들고 시위를 시작한 뒤 전세계 청소년들의 마음에도 불을 붙였다. 툰베리의 학교 파업은 에스엔에스(SNS)를 통해 전세계로 퍼졌고, 2019년 3월15일 90여개 나라에서 청소년 수천명이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 캠페인에 동참하며 공동시위에 나섰다.
현재 미래를 위한 금요일에는 미국, 인도, 러시아, 우간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한국 등 106개 나라 청소년 기후활동가들이 연대하고 있다. 2019년에는 국제앰네스티 양심대사상을 받기도 했다. 올해 하반기 글로벌 공동 기후행동을 진행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정기적 회의를 하고 있다.
기후변화에서 기후위기로 취재·보도 중심을 옮긴 <한겨레>는 창간 33주년을 맞아 세계 각지 기후세대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등 세계 청소년 기후활동가들과 연결돼 있는 한국 청소년기후행동 에스엔에스를 통해 각 나라에서 활동하는 기후세대를 인터뷰했다. 그들은 자신들과 함께할 준비가 되었는지 우리에게 묻고 있다. / 기후변화팀 climate@hani.co.kr
방글라데시 22살, 파르자나 파루크 주무
“이대로 가면 미래는 없다”
“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후에 취약한 나라 중 하나로서, 기후변화가 우리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야 한다.”
파르자나 파루크 주무(22)는 최근 자신이 가장 집중하고 있는 일을 이렇게 소개했다. 파르자나는 방글라데시에 사는 청년 기후운동가다. 그는 지난해 7월 트위터 첫 게시물로 “플라스틱을 덜 쓰자”(Let’s use less plastic)고 독려하는 사진을 올린 뒤, 현재까지 온·오프라인 시위와 국제 연대, 학교 파업 등의 기후운동을 해왔다.
파르자나는 조국인 방글라데시 자연이 기후변화로 망가져가는 것을 보며 운동에 나섰다고 한다. “어렸을 때 우리나라가 6개의 계절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배웠다. 그 계절의 차이가 정말 아름다웠는데, 최근 1년간 그 차이를 보지 못했다. 주된 이유는 기후변화였다.”
그의 말처럼 방글라데시는 여름, 우기, 가을, 늦가을, 겨울, 봄을 가진 6계절의 땅(사다르투)이라고 불렸다. 기후위기로 다채로운 계절이 흐릿해져간다.
나아가 극한 기상현상은 방글라데시 생활환경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특히 지난해 여름엔 22년 만에 닥친 최장 기간 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침수되기도 했다. 파르자나는 “지금 목소리를 높이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파르자나는 세계 지도자들이 기후위기 대응과 기후정의 실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탄소배출에 전적으로 책임 있는 회사들에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 기후정책에 경제적, 인종적, 성별의 정의가 필요하다.” /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말레이시아 13살, 파라흐 마흐무드
“지도자들은 공허한 약속뿐”
“그들이 하는 것은 큰 회의에서 공허한 약속을 한 다음에 늘 하던 대로 되돌아가는 것이 전부예요.”
말레이시아에서 활동하는 파라흐 마흐무드(13)는 전세계 정부와 지도자들이 어떤 변화를 이끌었냐는 질문에 “아무것도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라크 출신 부모를 둔 마흐무드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 자랐다. 세계자원연구소(WRI) 집계를 보면, 말레이시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8년 기준 3억8811만t이다. 순위로 보면 세계 22위로 상위권에 속하지만, 개발도상국으로 분류돼 기후변화 문제에는 피해자라는 인식이 강한 나라다.
그런 환경 속에서 13살인 그가 기후운동을 시작하게 된 것은 단 하나뿐인 지구가 기후변화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적어도 극한적인 기후재난만은 없는 미래를 위해서도 기후행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
이런 생각을 확산시키기 위해 그는 학교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기후 카니발’을 조직하고, 트위터를 통해 주변 사람들이 기후위기를 더 잘 이해하게 만드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기후위기에 주의하지 않는 지도자들 손에 달려 있는 것은 우리들의 미래다. 청소년들이 그들에 맞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후운동을 펼칠수록 기후위기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다는 것을 깨닫게 된 그는, 기후위기를 ‘공부’하는 데도 많은 노력을 쏟고 있다고 했다. / 김정수 선임기자 jsk21@hani.co.kr
캐나다 16살, 모하브 셰리프
“기회의 창 닫히기 전 행동을”
캐나다 청소년 모하브 셰리프(16)가 세계 지도자들에게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은 더는 지체되지 않는 기후위기 대응이다.
그는 에스엔에스(SNS)에서 스스로를 무슬림이자 16살인 기후운동가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7월부터 열대우림 파괴와 해수면 상승, 기온 상승 문제를 지적하는 에스엔에스 게시글을 올리며 온라인 기후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셰리프는 “과학은 화석연료 산업은 중단돼야 하며 즉각적인 배출 감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세계 정상들은 기회의 창이 매우 빠르게 닫히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기후운동에 뛰어든 이유 역시 더는 기후위기가 해결되길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셰리프는 “위기의 최전선에 서 있는 나라에서 태어난 사람으로서 세계 정상들이 한 공허한 약속을 더는 기다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청년은 미래이자 위기를 직접 경험하는 이들이기 때문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셰리프의 말처럼, 그의 터전인 캐나다도 기후변화로 극단적인 기후를 경험하고 있다. 2019년 나온 캐나다 기후변화 리포트(CCCR)에 따르면, 캐나다 연평균 기온은 1948년 이래로 70년간 1.7도 올라갔다. 또 탄소배출 저감이 ‘중간 수준’ 성과만 달성할 경우, 이번 세기 말 캐나다 서부지역 빙하가 75~96%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지난해 11월 영국 런던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 영국 에스엔에스 갈무리
호주 14살, 에밀리아 머리티
“온실가스 뿜는 가스발전 그만”
호주 에밀리아 머리티. 본인 제공
“천연가스 발전도 온실가스를 배출합니다. 스콧 모리슨이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될 만한 일에 공공지출을 하길 원합니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남쪽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주에 사는 에밀리아 머리티(14)는 호주 총리인 스콧 모리슨에게 가스발전 개발을 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호주도 한국처럼 ‘기후악당’으로 손꼽혀온 국가다. 지난해 유럽 연구기관이 세계 61개국 ‘기후변화대응지수’ 순위를 따져본 결과 한국이 53위, 호주가 54위였다. 오세아니아 대륙의 대자연으로부터 풍력, 태양광, 양수발전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할 것 같지만, 호주 연방정부는 가스 개발을 석탄 발전을 대체하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에스케이(SK) 그룹 자회사인 에스케이이엔에스(E&S)가 호주 북부 해상에 있는 바로사 가스전에서 천연가스를 정제해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고 있다.
기후운동가들의 전투력을 자극하는 호주 정부 덕분에 ‘기후를 위한 학교 파업’(School Strike For Climate)에서 활동하는 그의 일상은 바삐 돌아간다.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 글을 적으며 기후 파업을 조직하고, 성인 노동자들이 가입한 노동조합에도 기후 파업 지지를 요청하며 연대를 이끌어냈다. 그는 오는 21일 호주 주요 도시에서의 기후 파업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그와 동료들은 호주 정부를 향해 “가스가 아닌 우리의 미래에 투자하라”고 주장한다.
그는 제트(Z) 세대 기후운동가답게 지지 않았다.
“나의 아이들이 싸우지 않아도 될 미래를 넘겨주고 싶어요. 이전 세대는 기후변화에 대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우리를 어둠 속에 남겨두었어요. 나보다 뒤에 오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싸움을 하게 하고 싶지 않아요. 청소년들이 투표를 하지 못한다 해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더 크게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덴마크 15살, 마리루이세 스폰스
“대기업에 탄소세를 물려라”
덴마크 기후운동가 마리루이세 스폰스(15)는 “우리 모두에게 기후정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받는 것은 우리 청소년들일 것이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후정의를 바라고 필요로 하는 이유”라 했다.
스폰스가 미래를 위한 금요일(FFF)에 참여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는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나는 15살이고 8학년으로, 페미니스트이자 기후운동가이다. (덴마크) 리베에 살고 있고, 리베지부의 일원이다. 아직 미래를 위한 금요일이 낯설지만 모임이 개방적이어서 좋다”는 글을 올렸다. 기후운동은 스폰스에게 삶의 태도에 변화를 일으켰다. 그는 “나는 늘 기후위기를 걱정하면서 항상 무력하다고 느껴왔는데, 기후운동에 동참함으로써 내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스폰스의 기후운동은 학교 파업에 참여하고, 인터뷰를 하고, 기후 중요성에 대해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일이다. 또 다른 학교를 방문해 기후위기 정보를 알리고 있다. 그는 “기후운동도 하지만 영화를 좋아해 친구들과 극장에 가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고 말했다.
덴마크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을 1990년 대비 70%까지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스폰스는 세계 지도자들과 정부들이 해야 할 일에 대해 “그들은 대기업들에 책임을 물어 이산화탄소를 감축하도록 해야 한다. 또 탄소세를 물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기후위기를 말하는 것이 정치적이라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그것은 정치적인 게 아니라 사람들을 죽이는 위기다. 사람들은 기후재난으로 죽어갈 것이다”라고 했다. /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지난 3월19일 프랑스. ‘미래를 위한 금요일 프랑스’ 에스엔에스 갈무리
지난 3월19일 러시아. ‘미래를 위한 금요일 러시아’ 에스엔에스 갈무리
한국 17살, 윤현정
“내년 대선은 모든 후보가 기후공약 토론하길”
한국의 환경단체 ‘청소년기후행동’(청기행) 활동가 윤현정(17)양은 지난해를 매우 알차게 보냈다. 윤 양 등 19명의 청소년은 지난해 3월 헌법재판소에 한국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것은 기본권 침해이기 때문에 기존의 기후위기 대응법인 저탄소녹색성장법은 위헌이라고 헌법소원을 했다. 청소년과 정부 양쪽 모두 의견서를 제출했고 공개변론을 요구한 상황이다. 헌재는 유사한 외국 소송을 참고해 심리 중이다.
윤 양은 이후 <한겨레>와 <조선일보> 등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하며 청기행 활동을 알렸고, 10월에는 20여명의 국회의원들에게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행운의 편지’도 썼고, 11월말에는 기후운동단체가 마련한 ‘기후위기 증언대회’에 참석해 미래가 불안한 청소년들을 대표해 발언을 했다.
청소년 150여 명이 활동 중인 청기행은 기존의 투쟁 일변도의 환경운동을 새롭게 바꾸는 역할도 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 주도의 기후정상회의에서 다른 나라들이 일제히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한다고 발표했지만 한국 정부만 해외 신규 석탄 투자를 중단하겠다는 싱거운 약속만 하자, 다음날 바로 청와대 앞으로 향했다. 학교 폭력을 멈추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손바닥을 앞으로 펴고 ‘멈춰’라고 크게 외치차고 한 교육부의 캠페인을 패러디해 정부를 비판한 포스터는 엠제트(M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린 온실가스 감축 상향 촉구 글은 20일이 지난 지금도 1천명 수준의 응답만을 기록하고 있지만, 청기행은 지치지 않는다. 이달 중에 당근 퍼포먼스를 진행할 예정이다. ‘부정한 일을 겪으면 당근을 흔든다’는 당근밈을 이용한 퍼포먼스다. 시민들의 성인지 감수성 늘리는 인권운동이 수년간 이어져왔듯이 기후위기 문제를 이해하는 시민들과 국회의원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기후 문해력 높이기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고, 다음달에 개봉하는 그레타 툰베리의 다큐멘터리를 교육 콘텐츠로 활용하는 활동을 구상 중이다.
윤 양은 “기후위기는 이제 막 시작되는 문제라 젠더·인종차별 등 역사가 깊은 다른 사회 운동보다는 아직 관심이 적다. 누구나 산사태를 겪지 않고 폭염때문에 죽어가지 않기 때문에 나의 문제라고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도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다른 사회 운동이 그랬듯 기후세대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거에요. 내년 대선에서는 모든 후보들의 기후 공약이 토론 주제가 될 거에요.” /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청소년기후행동’ 청소년들이 지난해 3월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
지난 3월26일 일본 교토. ‘미래를 위한 금요일 교토’ 에스엔에스 갈무리
2019년 9월 라이베리아. ‘미래를 위한 금요일 라이베리아’ 에스엔에스 갈무리
2019년 4월 대만. ‘미래를 위한 금요일 대만’ 에스엔에스 갈무리
서울시, 생태친화 어린이집 10곳 추가해 60곳으로 확대
서울시 생태친화 어린이집 원아들이 모래놀이를 하고 있는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사계절을 체험하며 주도적으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운영하는 ‘생태친화 어린이집’을 현 50곳에서 올해 60곳으로 확대한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운영계획 및 사업계획, 자치구 프로그램 등을 심사해 올해 동대문구와 동작구 등 2개 자치구를 선정했고, 각 자치구에서 어린이집 5곳씩을 생태친화 어린이집으로 선정하게 된다. 서울시는 앞서 2019년 4개 자치구 20곳을 생태친화 어린이집으로 선정한 데 이어 지난해 6개 자치구 30곳을 추가 선정했다. 현재 총 10개 자치구에서 50곳의 생태친화 어린이집이 운영되고 있다.
생태친화 어린이집은 활동의 중심을 실내에서 실외로 옮겨 기존 보육과정에서 취약한 자연체험, 놀이활동을 확대한 어린이집이다. 아이들이 직접 텃밭을 가꾸며 제철음식을 수확해보거나 산책·바깥놀이를 통해 자연변화를 몸으로 체험할 수 있다. 생태친화 어린이집으로 선정되면 서울시가 텃밭, 산책로, 놀이터 등을 조성할 수 있도록 어린이집 별로 최대 500만원을 지원한다. 이번에 선정된 동대문구·동작구 어린이집의 경우엔 최대 200만원이 지원된다.
서울시는 또한 각 어린이집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발굴·적용할 수 있게 도와주는 생태친화 보육 안내서와 전문가 컨설팅도 제공한다. 우수 사례는 서울시 보육포털 ‘생태친화 보육소식’에 게시해 공유하도록 한다.
강희은 서울시 보육담당관은 “생태친화 어린이집은 자연친화적인 보육활동을 넘어 아이의 놀이욕구를 중시하고 아이다움의 구현을 도와주는 보육을 지향한다”며 “앞으로도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 보육 환경을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반려동물 증가 ‘명암’…관련 사업장, 종사자 늘지만, 여전히 한해 2만7000여마리 유실·유기 안락사
2020년 반려동물 관련 영업 현황 농림축산검역본부 제공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영업장과 종사자수가 두자릿수 안팎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1년간 구조·보호된 유실·유기동물 숫자는 소폭 감소했지만 안락사된 유기동물은 여전히 2만7000여마리에 달했다.
농림축산검역본부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반려동물 보호와 복지관리 실태에 관한 조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조사 결과는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파악된 2020년 말 기준 전국의 반려동물 등록, 유실·유기 동물 구조·보호, 동물영업 현황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지난해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23만5637마리로 이에따라 국내 사육중인 반려견의 총 숫자는 232만1701마리로 집계됐다. 반려동물 등록제는 2014년 전국적으로 시행돼 해마다 등록 마리수가 10% 안팎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증가율은 11%였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면서 관련 사업장과 종사자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 반려동물 관련 영업 8개 업종의 영업장 수는 2018년 1만3491개에서 2019년 1만7155개로 늘었고 지난해 1만9285개로 1년새 12.4% 더 늘었다. 종사자 수 역시 2018년 1만6609명에서 2019년 2만2555명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2만4691명, 9.4% 순증했다.
영업장을 업종별로 살펴보면 동물용업이 37.7%로 가장 많았고, 동물위탁관리업 23%, 동물판매업 21.5% 순이었다. 종사자별로도 동물미용업이 8741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유기되거나 유실된 동물 숫자는 1년 전보다 소폭 감소했다. 2020년 말 기준 전국 280개 동물보호센터에서 집계한 유실·유기 반려동물은 13만401마리로 전년 대비 3.9% 감소했다. 유실·유기동물 구조 숫자는 2018년 12만1077마리, 2019년 13만5791로 늘었다가 지난해 소폭 감소했다.
구조된 유실·유기동물은 분양 29.6%, 자연사 25.1%, 안락사 20.8%, 소유주 인도 11.4%, 보호 중 10.4% 순으로 처리됐다. 이가운데 분양 비중은 2019년 26.4%에서 지난해 29.6%로 3.2%포인트 증가했다. 하지만 안락사된 비율도 2019년 20.2%에서 지난해 21.8%로 증가하며 지난해에만 모두 2만7062마리의 유기·유실 반려동물이 안락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최봉순 검역본부 동물보호과장은 “유실·유기 동물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 및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정책 지원이 필요한 것을 확인했다”면서 “온·오프라인을 통한 지속적인 홍보와 지자체 및 동물보호단체, 관계기관과의 협업을 통해 동물보호·복지에 대한 대국민 공감대 확산 및 성숙한 반려동물 문화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경기도 면적 숲 사라져도…산림청 탄소중립 전략은 임업 활동?
일부 언론 ‘민둥산’ 현장 보도
산림청장 “정상적 임업 활동” 해명
거목 베고 묘목 26억그루 식재
탄소중립 산림부문 전략도 논란
환경단체 “경기도 면적 숲 사라져”
클립아트코리아
나이 든 나무를 베어 내고 탄소흡수량이 많은 어린 나무 26억그루를 새로 심겠다는 산림청 탄소중립 산림부문 전략(공·사유림 조림 사업)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쟁점은 국가가 무슨 목적으로, 어디까지 벌목을 할 것인가로 모아진다. 산림청은 과거 수십년 간 산림보호구역이 아닌 경제림에서 벌목을 통한 임업 활동을 계속 해왔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조림 사업 자체는 새로울 것이 없다고 말한다. 반면 환경단체는 산림청 계획이 실행에 옮겨지면 결국 경기도 면적의 숲이 사라지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7일 최병암 산림청장이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해명에 나섰다. 최 청장은 “목재 수확은 선진국에서 하고 있는 정상적인 산림 경영 활동이다. 목재 수확 후 다시 나무를 심는 형태는 교토의정서에 따라 국제적으로도 탄소저감 활동으로 권장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벌채를 금지하는 산림보호구역(167만ha)이 따로 있다. 대신 전체 산림 630만ha 중 234만ha를 목재 수확 가능한 경제림으로 지정하고 있는데, 이번 전략 역시 이에 따른 정상적 벌목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제까지 연평균 벌채 면적은 박근혜 정부 2만5787ha, 문재인 정부 2만4863ha로 비슷하다.
최 청장은 한국의 목재 자급률이 외국보다 낮은 16%에 그친다며 임업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매년 84%에 해당하는 목재 수요량을 뉴질랜드 등 해외 임업 선진국에 의존하고 있다. 수입 목재보다 국산 목재 비율을 높이는 것이 경제적이고 탄소발자국을 줄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산림청의 이러한 결정은 산림기본계획이 시행된 1973년 이후 반세기가 지난 지금, 벌목을 할 때가 되었다는 판단에서 나왔다. 브리핑에 동석한 박현 국립산림과학원장은 “당시 10년에 30억그루씩 심었다. 편백나무 숲은 70년이 지나도 숲으로서 가치가 있지만 낙엽송이나 잣나무는 50~60년 되면 썩기 시작해 스스로 넘어진다. 그런 숲은 이산화탄소도 방출한다. (이번 산림청 계획은) 탄소저감 목적이나 숲의 활용 차원이나 앞으로 산림청이 관리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일보> 등이 보도한 ‘민둥산’ 현장은 아직 시행도 하지 않은 산림청 계획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최 청장은 “보도된 현장은 목재 수확을 위한 사유림”이라고 했다.
최병암 산림청장이 17일 계획에 없던 브리핑을 열어 산림청의 탄소중립 전략과 벌채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그러나 환경단체는 경제림의 3분의 1 이상이 산림청 벌목 기준인 30년 이상 수령인 것을 고려하면 경기도 면적에 해당하는 90만ha의 숲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사유림이라도 현실적으로 산림청이 벌채 허가를 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국유림(25.5%), 공유림(7.4%)보다 사유림(67.7%)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산림청 역시 사유림 벌채가 없이는 이번에 계획한 조림 사업을 할 수 없다. 산림청은 지난달부터 사유림업무지원포털을 통해 지자체 산림부서가 탄소중립 전략과 관련해 사유림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들이 지난달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앞에서 열린 산림청 벌목정책 규탄 기자회견에서 '산림청 2050 탄소중립 산림 부문 추진전략' 전면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환경단체에서는 탄소흡수만이 숲의 기능은 아니라고 말한다. 최진우 환경생태연구활동가는 “보호지역만 보호하고 나머지 경제림은 임업 활용을 위해 이용해도 되는지 근본적 질문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혜린 환경연합 활동가는 “산림청은 논란이 커질 수록 조금씩 입장을 바꾸고 있는데, 문제는 산림청이 사유림을 이런 식으로 벌채한다고 해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산림청은 민둥산을 만드는 방식으로 벌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박 원장은 “숲에 길(임도)을 만들어 오래된 나무 위주로 베어 ‘지속가능한 산림’을 관리하겠다”고 했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석대 쓰레기매립장, 수목원으로 대변신
11년간 조성… 20일 임시개방, 시민공원 1.4배 63만㎡ 규모
과거 쓰레기 매립장이었던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일원이 울창한 도심형 수목원으로 탈바꿈하고 조성사업 11년 만에 시민에게 선보인다.
임시 개장을 사흘 앞둔 17일 부산 해운대구 석대동 해운대수목원에서 마무리 작업이 한창 진행되고 있다. 김성효 전문기자
부산시는 해운대수목원 1단계 구역(치유의 숲 등 44만㎡)을 임시 개방한다고 17일 밝혔다. 전체 면적은 62만8275㎡로 부산시민공원의 1.4배에 달하며, 느티나무를 비롯한 634종의 수목 19만 그루가 뿌리내리고 있다. 오는 20일 오전 10시부터 개방하며, 오는 9월까지는 부산시 통합예약시스템을 통해 학생 체험학습 등 단체관람만 허용한다. 평일 주간에만 개방하며, 입장료와 주차료는 받지 않는다. 9월부터는 개별 관람객도 입장도 가능하다.
애초 해운대수목원은 2017년 1단계 공사를 끝내고 일부 선보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과거 석대쓰레기매립장(1987~1993년 운영)에 수목원을 만들다 보니 침출수와 유해가스 문제가 불거지면서 개방이 미뤄졌다. 지금도 배출가스 공 29곳 가운데 5, 6곳에서 메탄가스가 기준치인 5% 넘게 배출돼 일부 구간은 접근이 제한된다. 또 전체 나무 가운데 3만4000그루는 병 들거나 죽어 2만 그루는 다시 심고 1만4000그루는 시공사에 보증이행청구를 해놓은 상태다.
해운대수목원의 완전한 개방은 도시생활숲 등 2단계 사업이 끝나는 2025년에 이뤄진다. 시는 내년부터 온실과 관리사무소, 전시원 등 실시설계를 추진해 2023년 6월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291억 원에 달하는 사업비 확보다. 앞서 1단계 사업을 위한 토지 보상비 등에 국비를 모두 소진해 전액 시비로 추진해야 한다. 또 이곳을 사용 중인 화물연대 차고지(230여 대) 이전도 시가 풀어야 할 과제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도 아쉬운 점이다. 가장 가까운 도시철도 3호선 반여농산물시장역에서 연결되는 보행로(840m)는 오는 9월에야 완공된다. 시는 수목원 입구 쪽에 시내버스 노선을 추진하고 있는데, 아직은 갖춰지지 않았다.
국제신문최승희 기자
기후 위기,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가 온다
[영농형 햇빛발전] ④
기후위기, 거대한 전환의 시대
세상은 늘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으로 바뀐다. 세상을 바꾸는 요인은 너무도 많아서 어떤 세상으로 바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특정 원인에 따른 특정 결과는 예측이 가능하다. 연기론, 인과론이다.
가뭄이 계속되면 식물이 말라 죽는다. 싹을 틔우고 꽃이 피는 봄날에 영하의 한파가 몰아닥치면 그해 농사는 거덜 난다. 열파가 지속돼 작물이 타 죽으면 식량전쟁은 필연이다.
그런데 지금 그런 이상기온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고 그 정도도 점점 더 심해진다. 기후위기가 곧바로 식량위기의 세상으로 바뀌는 것은 시간문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화석연료 기반 자원약탈의 근대 석유문명이 끝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농업과 농민이 다시 최상위 직업의 엘리트로 변하는 것도 시간문제다.
거대한 전환의 시대가 이미 진행되고 있. 개인과 사회와 국가가 기후위기에 적응하고 극복하는 방법은 오직 지금의 개발과 성장주의 사고방식을 바꾸고 근대 산업문명 자체를 뿌리부터 바꾸는 거대한 생태전환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태양계와 우주로까지 확대해서 어떻게 하면 더 효율성 높게 자원을 약탈할 것인가를 개발해 온 서구 근대 과학기술 문명 자체에 대한 근본에서부터의 성찰과 사고의 전환 없이는 생태전환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지금 조금씩 조금씩 변하는 조용한 전환이 아니라 소용돌이의 혁명 같은 전환의 한 복판에 서 있다.
생태전환은 민주주의 혁명이다
사회주의 혁명은 무장투쟁을 중심으로 한 계급혁명을 추구했다. 지난 세기에 전 세계의 사회주의 혁명 투쟁 과정에서 수천만 명에서 수억 명으로 추산되는 인민들이 학살되거나 굶어 죽었다.
히틀러의 나치즘도 국가사회주의 혁명을 내세웠다. 스탈린 또한 국가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했다. 어떤 역사학자는 스탈린의 러시아와 히틀러의 독일 사이에 있는 동유럽 인민들 약 2000만 명의 학살 기록을 조사하면서 당시의 동유럽을 '피에 젖은 땅'으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피에 젖은 땅: 스탈린과 히틀러 사이의 유럽>(티머시 스나이더 지음, 함규진 옮김, 글항아리 펴냄)
생태전환은 계급투쟁이나 폭력 무장투쟁을 통해 달성되는 그런 성격의 변화가 아니다. 국가사회주의 혁명을 통해 이룩되는 그런 국가와 사회 또한 아니다. 자본가계급과 부농 등 가진 자들을 모조리 싹 죽여버리고 자본과 토지를 노동자 농민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과거 청산과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실현하면 되는 것도 아니다.
오직 비폭력 평화의 대화와 설득 방식만이 생태전환의 방법론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각성과 깨달음을 통한 실천만이 거의 유일한 생태전환의 길이다. 그 어떤 개인도 자신이 스탈린이나 히틀러의 학살 대상이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어떤 인민도 국가 지도자의 지시 명령에만 복종해야만 하는 자유 없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기후위기 시대, 거대한 전환은 오직 민주주의만이 답이다.
탐욕을 극대화한 산업문명 자체를 뿌리부터 바꾸기 위해서는 바로 그 뿌리인 인민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매일매일 온실가스를 마구마구 배출하는 탐욕의 삶을 인민들 스스로가 멈추지 않으면 생태전환은 불가능하다. 우리가 산업문명이 강요한 탐욕의 삶을 멈추면 산업문명은 붕괴된다. 인민들이 모두 공장식 축산의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먹지 않으면 공장식 축산은 망한다. 인민들이 모두 비닐과 일회용 플라스틱을 구입하지 않으면 비닐과 일회용 플라스틱은 사라진다.
일찍이 붓다와 예수, 마호메트과 공자, 맹자, 노자 등 인류의 스승들은 탐욕을 멈추라고 설파했다. 각성과 깨달음을 통한 자유인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멈춰 서서 앞만 바라보던 시선을 안과 옆으로 돌려 자신의 내면과 이웃(선우(善友))을 돌아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붓다 깨달음의 첫걸음은 '멈추고(止) 자신을 바라 보라(觀)'였다. 가톨릭 수도원에도 기도와 묵상의 예배당에 들어가기에 앞서 잠시 멈춰 서는 스타치오(statio)라는 공간이 있다. 생태전환은 산업문명의 삶을 멈추고 생태전환의 삶을 실천하는 인민들의 다단계 조직화 민주주의가 답이다.
농본주의의 재생
생태전환의 핵심에 농본주의 사회의 재생이 있다. 탈화석연료(post-carbon)의 자연순환 농업, 이산화탄소 흡수의 기후농업이 중심이 되는 사회는 필연이다.
수많은 청장년들이 기후위기 적응과 극복을 준비하는 첫걸음을 농업에서 찾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인간 삶과 사회의 근본은 먹거리와 에너지라는 너무도 간단한 상식의 회복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한국에서 농민은 최하위의 신랑·신부감이다. 아니 신랑·신부감 후보도 되지 못한다. 농사일은 맨 밑바닥 최하위 직업이다. 아니면 은퇴한 뒤에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같은 하얀 집을 짓고 자연과 벗 삼는 한가로운 여가의 취미생활 정도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1992년 구소련이 몰락한 뒤 거의 공짜로 공급받고 있던 구소련의 석유공급이 끊긴 쿠바에서는 모든 석유경제가 붕괴되는 사태가 일어났다. 공장 가동이 멈춰졌고 자동차도 멈춰 섰다. 당연히 석유농업도 붕괴되고 말았다. 쿠바는 순식간에 식량난에 직면했다. 이렇게 되자 쿠바 농민은 최고의 소득을 올리는 직업이자 최고로 안정되고 존경받는 직업인으로 바뀌었다.
아마도 조만간 한국에서도 그런 상황이 들이닥치게 될 것이다. 대학을 나오고 공장식 축산의 닭장 케이지 같은 사무실 칸막이에 갇혀 사육되면서 억 단위 연봉을 받는 대기업 노동자가 무용지물이 되는 세상이 올지도 모른다. 잘 나가던 쿠바 엔지니어들도 석유문명의 개발과 성장 체제의 붕괴 이후에는 직업 자체가 사라지고 말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리먼 브라더스 등 잘 나가던 월가의 금융노동자들이 목에 직업 구함이라는 광고판을 걸고 길거리에 서 있는 사진이 기억날 것이다.
석유문명의 멸망 이후 최고의 신랑·신부감으로 농민이 손꼽히게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조금만 생각해보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헛소리가 아니다. 2010년부터 그리스는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고 IMF 사태를 맞게 된다. 2012년 그리스의 15~24세 청년층 실업률은 무려 54%였다. 이때 수많은 그리스 청년들이 농촌으로 내려가 농민이 되었다. 그리스 농민 수 증가는 유럽에서 돋보이는 현상이었다. 이들 청년들은 지금도 지역 유기농 협동조합을 만들고 그리스 지역순환경제를 활성화하는 주춧돌로 활동하고 있다.
농부, 시대를 앞서가는 기후위기의 선도 엘리트
세상의 일이란 늘 반전이 있게 마련이다. 자본주의건 사회주의건 서구 근대 산업화를 추동했던 진보이념은 이제 재앙이었음을 깨닫는 수많은 사람들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나고 있다. 전 세계 도처에서 개발과 성장을 끝내고 산업체제를 생태적으로 전환하면서 자연순환, 지역순환의 경제와 공동체를 회복하기 위해 뛰어드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레타 툰베리는 그 맨 선두에 선 거대한 생태전환의 기후위기 전사이다.
산업농업의 정점에서 전 세계에 석유농업을 수출하고 강요해 온 미국에서조차 수많은 풀뿌리 지역에서는 유기농 소농과 농산물 직거래, 지역공동체 기반 협동조합 등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한때 중농비대화론 논쟁까지 있었던 미국에는 농림부 통계에 아예 농민 수 항목조차 없다. 농민은 소멸되어 버리고 말았다. 극소수 초국적 농식품 복합체가 농업노동자를 고용해 비행기와 기계로 농사를 짓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미국에서 꾸준히 풀뿌리 소농들이 증가하고 있다. 버니 샌더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 등 새롭게 솟아오르고 있는 민주사회주의 정치운동은 매카시의 나라 미국에서는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더욱 놀라운 일은 이들 민주사회주의 정치운동에 미국의 젊은이들이 열광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운동의 밑바탕에는 에너지전환 탈화석연료의 포스트-카본시티 운동, 유기농 소농 운동, 풀뿌리 지역공동체 운동이 튼튼한 뿌리로 자리 잡고 있다.
일찍이 1980년대 장일순은 생태전환의 한살림 운동을 제창하고 이를 행동으로 실천했다. 1986년 재귀동에 한살림 생산자와 소비자의 작은 유기농 직거래 매장이 최초로 열었다. 30년을 훌쩍 넘은 지금 한살림생협은 조합원 약 75만명에 매출액은 약 5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한살림 생산자 이외에도 전국 곳곳에는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를 인식하면서 묵묵히 유기농 농사를 고집하는 농민들이 있다.
한마디로 기후위기는 농업과 농민을 다시 세상의 중심으로 끄집어내고 있다. 강력한 농자천하지대본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식량도 생산하고 햇빛발전도 생산하는 소농이 미래의 엘리트다
물론 '지구호'라는 초대형 산업시대 선박의 승객들 대부분은 서로 물건을 사고파는 일과 파티에만 열중할 뿐 엔진을 돌보는 일과 식량 확보에는 아예 관심조차 없다. 항로를 바꿔야 한다고 조언하는 사람들을 선장과 승무원들, 승객들은 외계인 취급하면서 외면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타이타닉 산업호의 침몰은 조만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개발과 성장의 자본주의 산업국가 체제는 자연과 인간을 오직 돈벌이의 대상, 약탈의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반자연, 반생명, 반인간의 체제, 비자연, 비생명, 비인간의 사회다. 사회주의 체제도 마찬가지다. 기업 활동의 자유만 있지 인간관계를 오직 이용과 활용의 상품화된 물건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인민을 오직 대상으로만 취급한다는 점에서 부자유주의 체제인 점은 동일하다.
한국의 대의정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이른바 잘나고 똑똑한 여의도 정치인, 관료, 언론, 재벌 등 소수 엘리트의 독재 체제다. 이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권력과 재물을 버리고 멈춰 서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생태전환의 길로 나서길 기대한다는 것은 연목구어다. 사실 이들 소수 엘리트는 기후위기와 생태전환의 관점에서 보면 엘리트가 아니라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고 탐욕과 우매함에 눈이 먼 미친 바보다.
조만간 식량위기가 닥쳤을 때 우리 사회의 정예는 이런 자원약탈의 공장과 사무실이 아니라 대자연 속에서 지역공동체 자원순환의 삶, 공생과 공유의 삶을 즐기는 농부들임을 뼈저리게 실감할 것이다.
그래서 식량도 생산하고 햇빛발전 전기도 생산하는 소농들이야말로 시대를 선도하는 진정한 엘리트다./박승옥 햇빛학교 이사장/ 프레시안
팔공산에 동·식물 5천295종 서식 '생물자원 가치 입증'...국립공원 승격 탄력
수리부엉이
팔공산 도립공원에 다량의 멸종위기종을 비롯해 5천300종 가량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국의 국립공원과 견줘 여섯 번째로 많은 생물종을 보유한 것이어서,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 추진에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18일 대구시와 경북도가 2019~2021년 실시한 팔공산 자연자원조사 용역 결과에 따르면, 팔공산 도립공원엔 총 5천295종의 생물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년 조사 때(4천739종)보다 556종(11.7%) 증가한 것으로, 전국 22개 국립공원 중에선 6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백운산원추리(한국고유종)
팔공산에 사는 생물종은 국립공원 중 7위인 오대산(5천195종)보다 많고, 도시형 국립공원인 무등산(4천81종·15위), 북한산(4천64종·16위), 계룡산(3천776종·22위)을 훨씬 웃돈다.
종별로는 곤충이 2천300종으로 가장 많았고, 조류 117종, 포유류 32종, 어류 17종, 파충류 15종, 양서류 13종 등이었다. 식물도 1천578종에 달했다.
붉은 박쥐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인 '붉은박쥐'와 '매', 2급인 '큰말똥가리'가 이번에 추가로 확인되면서 팔공산 내 멸종위기 야생동물은 모두 15종으로 늘어났다.
이번 조사에서 팔공산엔 국보(1점), 보물(25점), 사적(1점), 중요민속문화재(1점) 등 국가지정 문화재(29점)와 지방지정 및 등록 문화재(62점)를 합쳐 모두 91점의 문화경관을 갖춘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 국립공원 가운데 북한산(100점)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지리산 국립공원(84점)이 3위로 팔공산의 뒤를 이었다.
자연경관에서는 팔공산에 산봉(39개), 계곡(19개), 바위(10개), 고개(6개), 폭포(3개) 77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리산(158개), 설악산(131개), 무등산(124개), 속리산(87개), 다도해해상(87개), 북한산 국립공원(80개)에 이어 일곱번째로 많은 것이다.
담비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달 중으로 환경부에 도립공원인 팔공산을 국립공원으로 승격 지정해 줄 것을 공동 건의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팔공산이 현재 여타 국립공원 못지 않은 우수한 자연생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시하기로 했다.
홍성주 대구시 녹색환경국장은 "국립공원 지정 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그만한 생태자원이 잘 보존돼 있느냐"라며 "팔공산은 국립공원으로서 갖춰야 할 생태계와 문화·자연경관적 가치가 충분한 만큼, 국립공원으로 승격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진식기자 jins@yeongnam.com
[기후위기와 노동운동]①“사업장 폐쇄도 닥쳐야 알아…탈석탄 맞지만 고용 불안 헤아려야”
보령화력발전 비정규직들
지난 4월26일 보령석탄화력발전소 앞에 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진길, 박지훈(가명), 남상무씨(왼쪽부터). 정부 탈탄소정책으로 보령화력발전소 1~8호기 중 1·2호기의 운영이 지난해 12월 중단됐다. 고희진 기자
지난 4월26일 보령석탄화력발전소 앞에 선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이진길, 박지훈(가명), 남상무씨(왼쪽부터). 정부 탈탄소정책으로 보령화력발전소 1~8호기 중 1·2호기의 운영이 지난해 12월 중단됐다. 고희진 기자
40대 이씨 “LNG 전환 등 얘기 나오지만 정규직도 100% 이동 확신 못하는데 우린…”
20대 박씨 “입사하고 언론 통해 ‘폐쇄’ 사실 들어…또래 동료들도 벌써 이직 준비”
50대 남씨 “은퇴하면 택시라도 몰려고 했는데…지역경제가 무너지면 그마저 될까”
충남 보령시 대천 기차역에서 차로 30여분을 달리면 보령화력발전소가 나온다. 국가보안시설이라 인터넷 지도를 검색해도 위치가 정확히 뜨지 않는 곳이다. 이 일대에 발전소에서 근무하는 노동자들이 산다. 이들을 상대하는 식당과 카페 등도 영업 중이다. 발전소는 관광업과 함께 이 지역 경제의 중심이다. 10만명 초반대를 유지하던 보령 인구는 지난 2월 9만9700명으로 떨어졌다. 4월에는 9만9100명까지 내려갔다. 지역 일각에선 지난해 12월31일 보령화력발전 1·2호기 운영을 중단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본다.
정부는 9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따라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60기 중 30기를 폐쇄할 계획이다. 앞으로 몇 년 안에 발전소 몇 기가 더 문을 닫을지 모른다. 올해 3월 기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노동자는 정규직 1만3846명, 비정규직 1만1286명이다. 노동자들은 불안하다. 매일 사업장에 출근하면서도 언제 자리를 떠나게 될까 걱정한다. 비정규직은 더하다. 탈탄소 흐름에 따라 산업 전환이 가속화되고 일자리 재배치가 늘어날수록 비정규직이 구조조정의 본보기가 될 것으로 우려한다.
지난달 26일 보령화력발전소 근처에서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 남상무씨(53), 이진길씨(48), 박지훈씨(27·가명) 등을 만났다. 이들은 “공기업 정규직이야 전환이 일어나도 어떻게든 고용이 유지되겠지만 비정규직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며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 ‘탈석탄’ 정보에서 소외된 노동자
올인원 직수 얼음정수기
4월 중순이지만 날이 후텁지근했다. 이른 더위에 카페에선 에어컨이 돌아갔다. 남씨는 1998년부터 약 23년간 발전소에서 일했다. 그는 “기후위기 문제, 인정한다. 인류 자체의 생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문제 해결을 위해 산업을 대체하는 과정에서 숫자에 집착하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 안에 노동자들이 있잖나”라고 했다.
발전소 업무는 발전설비, 연료설비, 환경설비 등으로 나뉜다. 발전소 굴뚝에서 나오는 아황산가스를 잡아내는 탈황은 환경설비에 속한다. 세 사람 모두 탈황 업무를 한다. 지난해 가을 입사한 박씨는 근무 6개월째인 신입이다. 입사하기 전까지 보령 1·2호기 폐쇄 사실을 몰랐다. 언론을 통해 폐쇄 사실을 듣고서야 “아 진짜구나”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놀란 건 고참 노동자들도 마찬가지다. 입사 21년차인 이씨는 “폐쇄 얘기가 전부터 있기는 했지만 시기가 왔다 갔다 했다. 폐쇄되기 3~4개월 전인 지난해 가을쯤에야 정확한 얘기를 들었다.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씨가 일하는 5·6호기도 2023년 폐쇄될 것이라는 소문이 들린다. 그는 “정확한 시기야 모른다. 노동자가 정보를 얻을 곳이 별로 없다. 회사도 가타부타 말해주지 않으니 불안만 쌓인다”고 했다.
정보 부족 문제는 설문조사에서도 확인된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실과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전체대표자회의가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 1만1000여명 중 363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 과정에서의 고용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시점을 정확히 안다고 답한 비율은 8.7%에 불과했다. ‘대략 듣기는 했지만 정확한 시점을 모른다’고 답한 이들이 61.5%로 가장 많았다. 정보의 획득 경로는 신문과 방송 등 언론이 37.0%로 가장 높았고, 이어 직장 동료 28.6%, 회사 관리자 8.0%, 노동조합 7.6% 순이었다.
노동자가 자신이 일하는 사업장의 존폐 소식을 회사나 노조에서 듣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비정규직도 노조가 있지만 정보 접근성은 정규직만 못하다. 이씨는 “정규직 직원들이야 폐쇄하면 어디로 이전돼 배치되는지 알겠지만 우리는 얼마 전까지 1·2호기에서 같이 일하던 몇몇이 어디로 옮겼는지도 모른다. 알음알음 들을 뿐”이라고 했다.
삶에 큰 변화를 줄 전환 논의에 비정규직 노동자가 소외됐다는 감정은 현재도 심각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갈등을 키울 수 있다.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주관식으로 요구사항을 물었는데, 다수가 ‘정규직 전환 요구’라고 적었다. 전환이 이뤄지더라도 정규직은 구조조정에 노출될 위험이 훨씬 덜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현 정부가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는 불만이 가뜩이나 큰 터다. 향후 전환 과정에서 비정규직이 구조조정 1순위가 될 경우 갈등은 더 커지고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 노동자 이탈은 지역경제 붕괴로
급속한 탈석탄 정책으로 일자리 위기가 심각해지자 일각에선 교대근무제 도입을 통해 전환 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태성 공공운수노조 발전비정규직전체대표자회의 간사는 “현재 2조4교대로 근무하는 곳이 다수다. 하지만 나중에는 5조3교대로 일자리 나누기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때가 올 것”이라며 “연구용역 결과 비정규직이 5조3교대를 했을 때 연봉이 약 1000만원 줄어들 것으로 나왔다. 평균 임금이 3000만~4000만원인 상황에서 1000만원이 줄어드는 것은 큰 문제지만 자기희생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전환 속도를 늦춘다 해도 탈석탄 기조를 바꿀 수는 없다. 석탄화력발전소가 언젠가 사라질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예고된 변화는 생활의 불안을 키운다. 20대 노동자 박씨는 “석탄 비중이 줄면 다른 산업으로 넘어갈 생각이다. 또래 동료들도 벌써 다른 곳에 가려고 공부하거나 준비 중”이라고 했다. 40·50대인 이씨와 남씨는 처지가 다르다. 강원도 정선 출신인 이씨는 젊은 시절 이곳에 정착해 보령이 고향인 아내와 결혼했다. 그는 “장인·장모도 여기 계시고 아내는 떠날 수 없다고 하니 (사업장이 없어져도) 결국 나만 일자리를 찾아 떠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남씨는 “충북 영동이 고향이지만 이곳에서 아이 키우며 살았다. 이제 여기가 고향이다. 떠날 수 없다”며 “만약 은퇴하면 택시기사라도 하려고 했는데 지역경제가 무너지면 택시 운영이 될까 싶다. 답답하다”고 했다.
세대별로 산업 전환에 반응하는 태도가 다르다는 것은 설문에서도 확인된다. 20대 69.0%, 30대 48.2%가 ‘바로 재취업이 가능하거나 시간이 걸리겠지만 재취업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40대(28.0%)와 50대(22.6%)의 두 배 수준이다. 40대 40.2%, 50대 51.7%는 ‘재취업이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60대 역시 57.2%가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는 산업 전환으로 일자리를 잃는 노동자를 위해 재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인다. 설문조사에서 재교육에 참여하겠다는 응답은 26.5%, 프로그램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응답은 63.3%, 참여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8.6%였다. 중장년층은 새 일자리를 얻으면 임금 등에서 신입과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을 두려워했다. 이씨는 “재교육을 받고 다시 취업이 가능하다는 보장도 없지만 새로운 곳으로 옮긴다 해도 지금의 급여 수준을 인정받지 못할 것”이라며 “삶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가정을 꾸리고 지역에 정착한 40~50대 노동자의 고용 불안은 지역경제에도 악재다. 노동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상권이 무너진다. 발전소 주변에서 2대째 해산물 식당을 운영 중인 A씨는 “지금은 손님이 조금 줄었지만 석탄발전소가 다 폐쇄된다면 낚시꾼이나 관광객 장사밖에 할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카페 주인 B씨는 석탄발전소 폐쇄를 묻자 “주말엔 관광객, 평일엔 일반인 장사다. 다 폐쇄한다는 건가. 그건 몰랐다. 그럼 안 되지 않나”라고 했다.
반면교사로 꼽히는 것이 강원도 정선 사례다. 1980년대 국내 석탄산업의 중심지였던 정선은 정부의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에 따라 다수 광산을 강제 폐광했다. 일자리를 찾아서 왔던 노동자들이 떠난 도시는 급속히 쇠퇴했다. ‘폐광 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역에 카지노가 들어섰지만 평가는 엇갈린다. 지역 원주민을 고려하지 않은 산업 유치로 지역사회 황폐화를 불렀다는 지적과 그나마도 유치하지 못했다면 도시를 유지하기도 힘들었을 것이라는 주장이 맞선다.
■ 노동 없는 ‘정의로운 전환’
서쪽 해안을 중심으로 당진, 서산, 태안, 보령, 서천까지 화력발전소가 몰려 있는 충남의 고민은 정선이 1990년대 마주한 고민과 다르지 않다. 해상풍력발전단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로의 산업지구 전환, 에너지특구 지정 등 다양한 논의가 나오지만 처지에 따라 입장은 엇갈린다. 해상풍력의 경우 어업 종사자들이 어획량 감소 등을 우려해 반기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LNG 발전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본다. 석탄화력과 달리 운영 인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씨는 “발전 공기업 정규직들도 LNG 전환 과정에서 100% 이동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다. 우리에게까지 기회가 오리라는 기대는 현실적으로 하지 않는다”며 “풍력단지, 에너지특구 모두 먼 얘기다. 당장 몇 년 안에 폐쇄가 예정돼 있는데 특구를 몇 년 안에 지정해 일자리를 전환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남씨는 “요새 정의로운 전환 얘기가 나오지만 현장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에게는 전혀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정의로운 전환’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전환의 결과가 노동자, 지역주민 등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동안 산업 전환이 환경과 경제에 미칠 영향은 무수히 논의됐지만 노동자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제대로 얘기되지 않았다. 노동계 일각에서 노동자의 고용 승계 등을 보장하는 가칭 ‘에너지 전환 고용보장법’을 얘기하고 있지만 주요 논제로 취급받지 못한다. 설문조사에서도 정의로운 전환의 법제화 필요성에 대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55.6%,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31.8%로 많았다.
기업은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의 일자리까지 돌보지 않는다.
심층 인터뷰에 참여한 한 경상정비 부문 비정규직 노동자는 “노조 집행부는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노조가 문제를 얘기해도 회사는 ‘정부 방침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말할 뿐”이라며 “회사는 경영의 어려움을 이야기할 뿐이지 (노동자의 일자리 보전에 대한) 해결 방안이 딱히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결국 노동자들이 기댈 곳은 노조뿐이다. 이씨는 “그간 목소리를 낼 곳이 없었다. 얘길 해도 사회가 잘 들어주지 않았다. 김용균 노동자 사망사건이 있고 나서야 발전소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있구나 사회가 알게 된 것 아닌가”라며 “그 이후로 노조가 강해졌고, 지금도 기댈 곳은 노조밖에 없다”고 말했다.
설문에서도 전환 과정에서 노조의 역할에 관해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48.6%, ‘중요하다’고 답한 이들이 35.5%로 많았다.
남씨는 “노동자의 권리를 몰랐다면 기후변화로 인해 산업 전환이 된다고 해도 ‘우리 잘못이구나’ ‘나가야 하는구나’ 했을 것”이라며 “늦은 감이 있지만 지금이라도 정의로운 전환에 노동자와 노조의 목소리가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산업재편 과정에서 노동자 소외 없도록 ‘정의로운 전환’ 고민할 때
녹색 + 노조는 가능한가
개별 기업 아닌 산업별로
일자리 전환 계획 마련 필요
노동이 대전환의 길목에 섰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산업 재편은 노동의 문제다.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공정이 수년 내에 전기차로 전환되면 자동차 산업의 고용 규모는 대폭 축소된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이미 폐쇄 단계에 들어섰다. 노동운동의 대응은 더디다. 국제노동기구(ILO)나 국제노동조합총연맹(ICTU)은 몇년 전부터 ‘정의로운 전환’을 주요 의제로 꼽고 사회적 대화 추진, 전환기금 조성, 노동자 재교육 등 구체적 해법을 찾고 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산업구조 변화를 아직 ‘논의’하는 단계다.
■ “상황 심각”, 대안은 “아직”
총연맹 단위의 주요 의제 선정
하반기나 돼야 구체화될 듯
해외선 환경단체와 연계하는 등
노조가 전환 논의 발전시켜
노조도 기후위기 대응이 늦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인다. 양동규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철도나 발전 쪽은 꽤 오래전부터 기후위기로 인한 산업 전환을 고민해왔다”면서도 “아직도 산재로 사람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제조업 사업장들이 기후위기를 중점 과제로 고민하기는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2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기후위기 특별결의문을 채택했다. 노동자가 나서 기후위기 문제를 풀고 정의로운 전환을 이끌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난 1일 노동절에는 “기후위기마저도 모두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불평등 세상을 뒤집어엎어 버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산업 재편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성별, 세대를 가르지 않고 모두에게 정의로워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건지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일부 산별노조가 시도를 하고는 있다. 금속노조는 지난 3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사업장별 단체협약 주요 과제로 ‘산업 전환 협약’을 선정했다. 제조업의 미래 계획을 노사가 공동으로 결정한다는 원칙을 협약에 담자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경남지부 성우지회가 금속노조 사업장 중 처음으로 이에 대한 노사합의를 도출했다.
한계는 있다. 전 지구적인 변화로 산업구조 재편이 시작되면 사업장 단위의 단체협약은 힘을 갖기 어렵다. 장석원 금속노조 언론부장은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의 해결책은 개별 사업장에서 낼 수 없다. 자동차 산업만의 문제도 아니다. 사업장과 업종을 뛰어넘는 형태로 노조가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부터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장 부장은 “일부 정규직 직원들 사이에선 사실상 대마불사, ‘정말 망하기야 하겠냐’는 인식도 있다”면서 “전기차 전환이 화두지만 아직까지 현장은 피부로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노총 차원의 본격적인 대응은 올해 하반기가 돼야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양 부위원장은 “민주노총 내 공공·금속·사무·철도·발전 노조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라며 “논의를 확장시켜 올해 하반기에는 총연맹 내에 ‘기후위기 특별위원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에는 기후위기에 대응 조직이 없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정의로운 전환을 대선 노동 의제 중 하나로 삼기 위해 대선정책 태스크포스(TF)에서 논의 중”이라며 “금속과 공공 등 기후위기 영향을 많이 받는 산별노조 쪽에서 위원회 구성을 논의 중이다. 노총 차원의 조직 구성은 추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기업과 정부는 저 멀리
정부 탈석탄 방안, 시간에 매몰
노동 시장 변화 대책은 없어
재교육·사회안전망 제공해야
노동이 머뭇대는 사이, 정부와 기업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유럽·중국·미국 등의 탄소 규제로 세계시장에서 내연기관 자동차 비중은 차츰 줄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20년 전 세계 자동차 판매는 2019년에 비해 13.7% 줄어든 반면 전기동력차 판매는 44.6%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 국가들은 빠르면 2025년, 늦어도 2030년부터 내연기관 차량 판매를 금지할 예정이다.
정부는 2019년 발표한 ‘미래차 산업 발전 전략(2030년 국가 로드맵)’에서 2020년까지 국내 신차 판매량 중 친환경차 비율을 33%로 높이고 관련 인프라도 개선하겠다고 했다. 기업의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노동에 관한 언급은 “양대노총과 업계 등이 참여하는 ‘노·사·정포럼’에서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상황 점검, 자동차 산업 미래 비전 공유”가 다였다.
정부의 탈석탄 방안이 2030년, 2050년 등 연도를 정해두고 탄소 배출을 규제하는 수준이라 노동자의 권리 문제는 뒤로 밀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중장기 전력수급계획을 세운다. 2017년 정부는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기본계획 수립 시 경제성뿐만 아니라 환경성·안전성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지난해 9차 계획에서는 2034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 30기 폐쇄를 결정했지만, 역시 노동자의 일자리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
지난달 2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주최로 탄소중립기본법 제정 관련 전문가 간담회가 열렸다. 법학 교수, 환경단체, 에너지 분야 전문가가 참석했다. 산업계는 진술서를 통해 업계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하지만 노동과 관련해 의견을 낼 만한 사람은 명단에 없었다.
전문가들은 산업 전환의 전 과정에 노동자가 참여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한국은 노동환경 변화에 대해 노동자,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와 정보 공유가 잘 안 된다”며 “독일의 경우 노사공동결정제라고 해서 어지간한 일은 노사 대표들이 미리 얘기하고 결정한다.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 전환이 큰 변화라는 점에서 정보 공유를 위한 체계와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녹색+노동조합 꿈꿔야
기후위기로 산업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소멸 산업이 생기면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 일부는 일자리를 잃을 공산이 크다. 세 가지가 필요하다. 우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노동자를 전환된 산업에 배치해야 한다.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는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안전망도 확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전환된 일자리에 바로 합류하지 못하는 노동자를 재교육하고 지역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지역에 직업훈련 전문기관을 두는 방안을 거론한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선 취업, 후 재교육’ 등 취업이 보장된 재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노사 협상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환 이후 노동시장의 변화를 뒷받침할 노동관계법 개정도 필요하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고용보험법, 노사관계발전법 등을 개정하기 위한 연구도 있어야 한다”며 “이달 말 출범할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에 정의로운 전환이 고용노동분과의 하위 분야처럼 협소하게 담겨 있다. 핵심 문제가 사소하게 다뤄질까 우려된다”고 했다.
탈탄소를 위해 제정하는 법에 노동안정성에 관한 내용을 반영하는 것도 중요하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기후위기 대응과 정의로운 녹색 전환을 위한 기본법’을 대표발의했다. 산업 전환 과정에서 노동자·농민·중소상공인 등의 권리를 지키고, 탄소중립을 위한 위원회에 노동자의 참여를 보장한다는 내용 등을 담았다. 국회에 발의된 비슷한 탈탄소 법안들이 있지만, 노동 문제에 관한 내용은 비중이 크지 않다.
해외에서는 꽤 오래전부터 노조가 정의로운 전환 논의를 발전시켜 왔다. 캐나다노총(CLC)은 공정함, 재고용 또는 대체 고용, 보상, 지속 가능한 생산을 정의로운 전환 프로그램의 주요 원칙으로 구체화하고 논의를 진행시켰다. 독일에선 이미 1999년 독일노총(DGB)과 정부, 환경단체, 사용자 단체들이 참여하는 ‘노동과 환경을 위한 동맹(Alliance for Work and Environment)’이 결성됐다. 국내 노조도 이런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김현우 연구기획위원은 “CLC에서 말한 보상은 개인적으로는 명예퇴직부터 넓게는 중앙전력 공급을 담당하는 사업장을 유지해 온 지역공동체에 대한 보상까지 포함한다”며 “독일의 경우 2035년까지 석탄발전을 멈추기 위해 탈석탄위원회를 만들고 노동자와 기업, 지역공동체 등을 지원한다”고 소개했다.
한국에서 노조와 환경단체의 관계가 긴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거의 모든 인간 활동은 자연 파괴를 동반하고, 노동자는 그 안에서 생산활동을 하며 직간접적으로 기후위기를 가속한다. 원자력발전 등을 놓고 일부 노조와 환경단체가 대립하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노동과 환경의 연대는 필수불가결하다. 세계적인 탈석탄 기조는 환경과 인권을 무시한 성장만능주의식 자본주의에 대한 반성을 깔고 있다는 점에서 노동과 환경이 연대할 여지는 넓다. 2019년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기후위기 비상행동이 꾸려질 때 노조가 함께한 것이 한 예다.
권우현 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국 활동가는 “노동계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기에 비상행동에 함께했다고 본다”며 “다만 노동계도, 환경계도 아직까지 서로에게 대안으로 내놓을 만큼의 구체적 전환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래도 점차 대화하고 있다. 노동계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면서 “기후위기에 대해 스스로 대안을 마련해 비정규직과 정규직 등 여러 고용형태의 노동자를 아우르지 못하면 변화에 적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세계 플라스틱 쓰레기 절반이 20개 업체에서 만든 것…상위 100개 업체가 90% 차지
마인더루재단 보고서.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절반이 세계 주요 20개 제조업체에서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플라스틱 폐기물의 90% 이상은 주요 기업 100개가 제조한 것이었다.
18일(현지시간) 호주 원주민들을 위한 비영리단체 마인더루재단은 ‘플라스틱 쓰레기 제조업체 지수’ 보고서를 통해 “바다에 버려지거나 매립되는 플라스틱 쓰레기 약 55%가 세계 주요 기업 20개 업체에서 발생한다”면서 업체 리스트를 공개했다. 1위는 미국 대형 석유업체 엑손모빌이었다. 전 세계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의 5.9%를 만들었다. 다우 케미칼(5.6%), 시노펙(5.3%), 인도라마 벤처스(4.6%), 사우디 아람코(4.3)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의 롯데케미칼(2.1%)은 12위를 기록했다. 이런 제조 기업 100개가 배출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체의 90%이상을 차지했다.
이들 기업이 만드는 플라스틱류는 대부분 한 번 쓰고 버리는 비닐봉지, 빨대, 포장용기 등이었다. 재활용률 역시 1년에 10∼15%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재활용 재료가 아닌 화석 연료가 주재료다. 플라스틱을 만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다량 배출해 2050년엔 플라스틱 제조업체가 배출하는 탄소가 전체 탄소 배출량의 10%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 보고서는 향후 5년 안에 플라스틱 1회용에 필요한 재료를 생산할 수 있는 전세계 용량이 30% 이상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다수의 쓰레기는 쓰레기 관리 시스템이 열악한 개발 도상국으로 돌아갈 확률도 높다.
기후변화 대응 캠페인에 앞장섰던 앨 고어 미국 전 부통령은 “플라스틱 대다수가 기름과 가스로 만들어진다. 플라스틱의 생산과 소비는 기후 위기의 주원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인더루 대표 앤드루 포레스트는 “플라스틱 오염은 지구가 직면하고 있는 가장 치명적이고 큰 위협 중 하나”라면서 “현재 상황은 악화하고 있으며 우리는 아무런 관리 없이 화석 연료에 기반한 플라스틱을 생산하는 업체들을 내버려 둬선 안 된다”고 했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땅속에서 동면했다 살아나는 ‘좀비 산불’…기후변화로 많아진다
온난화 속도 빠른 북방 한대지역 산불들
뜨거운 여름에 발생했다 땅 속에서 동면
전체 산불면적의 38% 원인인 때도 있어
북방 한대지역의 온난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겨우내 동면한 뒤 봄에 다시 살아나는 ‘좀비산불’ 출현이 잦아지고 있다. 지난 15일(현지시각) 산불이 발생한 러시아 시베리아의 튜멘지역에서 소방관들이 산불 진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방 한대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들 가운데 상당수는 겨우내 땅속에 숨어 있다 봄에 다시 살아나는 ‘좀비산불’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구온난화로 좀비산불의 출현 빈도와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와 미국 알래스카대, 우드웰기후연구소 공동연구팀은 19일 “북방 한대지역에서 겨우내 불꽃 없이 연기만 내뿜던 산불이 봄에 다시 발화하는 것은 여름 기온 상승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전체 산불면적의 3분의1이 좀비산불에 의한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연구팀의 논문은 과학저널 <네이처> 이날(현지시각)치에 실렸다.(DOI : 10.1038/s41586-021-03437-y)
미국 알래스카의 ‘좀비산불’ 월동 3단계. 2015년 산불시기 끝무렵에 불이 꺼진 듯 보인다. 겨울 내내 산불이 났던 곳이 눈에 덮여 있다. 2016년 봄에 ‘좀비산불’이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드웰기후연구소 제공
북방 한대지역은 지구 평균 이상으로 온난화가 진행되고, 유기토양에 지구 대기의 두배가 넘는 이산화탄소가 저장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춥고 습한 한대지역 겨울숲에서 살아남는 불은 ‘좀비산불’ 또는 ‘월동산불’이라고 불린다. 미국 알래스카와 캐나다 노스웨스트주 등에서는 많은 월동산불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뜨거운 여름에 발생한 산불은 유기토양 깊은 곳에서 7~8개월의 긴 겨울 동안 동면을 한 뒤 다음해 산불시기가 오면 재점화한다.
한대지역 숲은 고위도이긴 하지만 지구온난화와 유기 성분이 풍부한 토양 등 산불이 월동하기에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월동산불이 얼마나 되는지, 어떤 요소들이 이들 산불이 동면을 할 수 있게 하는지 밝혀진 것이 별로 없다.
연구팀은 2005~2017년에 알래스카와 노스웨스트주에서 보고된 45건의 소규모 월동산불에 대해 현장 조사와 원격탐사를 통해 분석했다. 산불면적은 0.04~42.5㏊였다. 1㏊가 안 되는 산불이 78%에 이른다. 89%가 전년도 화재 구역에서 발생했으며, 93%가 겨울 동안 500m 이내에서 움직였다. 45개 산불들은 봄철 해동이 시작한 지 평균 27일 뒤, 시기적으로는 5월말에 재점화했다.
연구팀은 또 2002~2018년 기간에 보고되지 않은 20개의 대규모 월동산불을 조사했다. 대규모 월동산불은 전체 산불면적의 0.8%를 차지했다. 2008년 알래스카에서 월동산불은 1만3700㏊를 태웠는데, 이는 전체 산불면적의 38%에 해당한다.
뜨거운 여름 뒤 좀비산불 출현
연구팀은 월동산불은 여름철 온난화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기온 상승으로 산불이 유기토양 깊숙이까지 침투할 수 있고, 이것이 월동을 하기에 좋은 조건이 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연구팀이 알래스카와 노스웨스트주의 기온상승과 산불면적의 관련성을 분석해보니 강한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노스웨스트주에서는 가장 뜨거웠던 6번의 여름 뒤에 많은 산불들이 월동을 했다. 반면 7번의 선선한 여름 뒤에는 월동산불이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월동산불이 한대지역에서 흔한 현상이 아니었지만 기후변화로 온도가 상승하면서 점점 일상화하고 있다. 사전에 월동산불을 감시하고 진화에 나서는 것이 화재관리 비용 절감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도심 ~ 외곽 300리 추가해 갈맷길 1000리 시대 연다
부산시 확대 방안 발표
- 동래읍성~좌수영성 10㎞ 길 등
- 2026년까지 총 15개 노선 추가
- ‘15분 생활권 도시’ 공약과 연계
- 안전여행 트래블버블 선도키로
부산시가 갈맷길과 도심 갈맷길을 이어 ‘1000리 갈맷길’ 시대를 연다.
시는 2026년까지 조성하는 스토리텔링 도심 갈맷길 300리를 기존 갈맷길과 연결해 ‘트래블버블’ 선도도시를 만들 계획이라고 19일 밝혔다. 부산 외곽에 있는 갈맷길에 실핏줄 같은 도심 갈맷길을 연결해 코로나19 시대에도 안전하게 걷거나 관광할 수 있는 트래블 버블 선도도시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트래블버블은 방역우수지역 간 안전막을 형성해 두 국가 이상이 서로 여행을 허용하는 협약을 말한다.
도심 갈맷길은 동래읍성과 좌수영성을 잇는 ‘거칠산국 역사길’(10㎞), 서동 미로시장에서 회동수원지를 잇는 ‘오감만족 행복길’(4㎞), 다대포 연안에서 부산현대미술관에 이르는 ‘감성 예술길’(14㎞) 등 15개 노선이 추진된다. 시는 박형준 시장의 핵심공약인 ‘15분 생활권 도시’와 연계해 거주지에서 15분 이내에 도심 갈맷길과 만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갈맷길 관광자원화에도 속도를 낸다. 올 상반기에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 갈맷길 투어 라운지를 조성해 ▷갈맷길 안내 ▷완보 인증서 배부 ▷코스별 관광안내소 연결 등에 나선다. 또 부산관광공사 주관 2021년 안심관광지 발굴 사업에 버블 갈맷길 코스와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안심관광 상품화를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코레일과는 갈맷길 관광열차 공동 프로모션 등을 진행한다.
보행문화 확산과 보행안전 인프라 확충을 위해 다이아몬드브릿지 걷기축제를 부산을 대표하는 걷기관광 상품으로 육성한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해운대 온천길과 못골시장 일대, 덕천시장 주변의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한편 고지대 2곳을 선정해 올 하반기까지 수직형·경사형 엘리베이터 2대를 설치한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무인단속 카메라(426개소)와 신호기(276개소)도 2022년까지 단계별로 마련한다.
박 시장은 “걷고 싶어 부산을 다시 찾고, 살고 싶은 도시로 만들 것”이라며 “전 세계 여행자의 버킷리스트에 부산 갈맷길 도보 완주가 포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환경부·산림청 ‘늙은 나무 베기’ 계획 재검토하나
산림 탄소중립 정책 논의
민관협의체 구성하기로
환경단체 반발 고려한 듯
환경부와 산림청이 최근 ‘30년 이상 된 나무 베기’로 논란이 된 산림청의 2050 탄소중립 계획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최근 산림청에 산림 부문 탄소중립 정책을 논의하기 위한 민관협의체 구성을 제안했고, 산림청이 수락했다고 20일 밝혔다.
협의체는 이르면 5월 말 구성을 완료해 다음달부터 한 달간 운영된다. 환경부와 산림청, 환경단체를 포함한 전문가 등으로 구성되며, 최근 논란이 된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 베기’가 주된 의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은 올해 초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산림 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하면서 “불균형한 산림의 영급(수목의 나이) 구조 개선”을 첫 번째 계획으로 제시했다. 나이가 들어 탄소흡수능력이 떨어진 나무는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새 나무를 심어 산림의 탄소흡수능력을 높인다는 내용이다.
‘늙은 나무’는 베고, ‘어린 나무’를 심겠다는 이 계획이 발표되자 환경단체들은 크게 반발했다. “산림을 오직 탄소흡수원의 기능으로만 보는 게 산림과학이냐”는 것이다. 수령이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를 많이 흡수한다는 해외의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산림청은 논란이 확산되자 지난 10일 환경단체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환경부가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기 전부터 여러 경로로 의견 수렴을 진행하고 있었다”며 “협의체에서 논의한 뒤 결과를 공개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서울 면적 7배 넘는 빙산, 남극 바다에서 떨어져 나와
유럽우주국(ESA)이 20일 공개한 위성사진. A-76이라고 적힌 부분이 새로 생긴 빙산으로 서울 면적의 7배가 넘는 엄청난 크기다. 유럽우주국/AFP 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큰 빙산이 최근 며칠 사이 남극대륙 주변 바다에서 생겨났다고 미국의 <시엔엔>(CNN)이 1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보도를 보면, 유럽우주국(ESA)은 이날 빙산이 남극대륙의 웨델 바다(Weddell Sea)에 있는 론 빙붕(Ronne Ice Shelf)의 서쪽 부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을 발견했다. 이렇게 떨어져 나온 빙산은 대략 길이 170㎞, 너비 25㎞에 이르는 4320㎢ 규모로 서울 면적(605.2㎢)의 7배가 넘는다. 이 빙산에는 A-76이라는 공식 이름이 붙여졌다.
빙산은 바다에 떠 있는 거대 빙붕(남극대륙과 이어져 바다에 떠 있는 얼음 덩어리) 일부가 부서지면서 종종 만들어지는 자연 순환의 일부다. 과학자들은 빙산의 생성이 최근 우려를 낳고 있는 기후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입장에 별로 동조하지 않는다고 방송이 전했다.
빙산은 나중에 녹더라도, 애초 바다에 떠 있는 빙붕의 일부에서 떨어져 나와 생성된 것인 만큼 해수면 상승 효과를 낳지 않는다. 이는 컵에 들어있던 얼음이 녹더라도 물이 넘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점에서 빙산은 육지에서 발견되는 빙하(glacier·오랫동안 쌓인 눈이 다져져 육지의 일부를 덮고 있는 얼음)나 빙상(ice sheet·대륙의 넓은 지역을 덮는 빙하)과는 다르다. 빙하와 빙상은 녹으면 바다로 흘러들어 해수면을 높이게 된다. 남극대륙의 빙상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대략 58m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우려스러운 ESG 열풍…그럼에도
(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기업의 환경, 사회, 지배 구조((기업에 대한 비재무적 평가 기준이 되는 환경, 사회, 지배 구조 관련 요소를 말함)
지난해 초 글로벌 자본시장에서 시작된 ESG 바람이 이제 5등급 허리케인으로 변화 중이다. 많은 매체에서 매일 관련 기사가 쏟아지고 있다. 며칠 전 보도된 공중파TV의 ESG 열풍 탐사보도는 매일 쏟아진 기사와 사뭇 결이 달랐다. 내가 속한 단체 톡방 여러 곳에서 프로그램 시청을 적극 추천하는 글이 올라왔다. 'ESG 경영의 실체는?'라는 제목의 MBC <스트레이트>의 보도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ESG 경영을 우리 기업들이 앞다퉈 선언하면서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실태, 또 ESG 열풍을 이용해 돈벌이에 나선 언론을 고발하는 내용을 담았다.
방송은 동시에 대표적인 글로벌 ESG 경영 기업 파타고니아를 소개해 현재의 흐름과 대비시켰다. 친환경 제품을 생산하는 대표적 회사인 파타고니아가 내놓은 'Don't buy this jacket'이라는 광고 문구는 아무리 친환경 제품이라도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와 입고 버린 옷이 생태계를 파괴한다고 경고한다. 파타고니아는 1980년대 중반부터 환경 보호를 위한 정기적 활동과 지원을 하고 있다. 또한 카탈로그에 재활용 종이를 사용하고 물류센터에서는 채광창과 복사열 사용을 통해 에너지를 60% 감축했으며, 실내 모든 물건에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매장의 조명 시스템을 조절하는 등 친환경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1990년대 초반부터 환경 보호를 위한 책임을 직원 업무의 핵심 요소로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진정성 있는 ESG 기업이 있다. 유한킴벌리는 1984년부터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라는 모토로 환경경영을 실천했다. 2017년 ESG 위원회를 만들고 ESG 경영을 도입한 풀무원은 2018년 회사 대표가 창업 1호 사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는, 말하자면 거버넌스 경영을 선보였다.
방송은 지금의 ESG 열풍에 편승한 많은 기업이 이미지 개선 목적으로만 ESG 경영을 표방한다고 비판했다. 전국경제인연합에서 국내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0% 이상이 ESG 경영에 관심이 있고, ESG 경영이 필요한 이유로 이미지 제고라는 응답이 많았다는 예를 들었다.
실제로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홍보하고 앞다퉈 ESG 경영위원회를 신설하고 있다. 국내 10대 그룹 중 삼성, 현대차, SK, 포스코, 한화, GS, LG는 이미 설치가 되어 있고, 롯데, 신세계, 현대중공업은 올 하반기 중 설치 예정이다. 10대 그룹 외의 많은 기업과 금융회사도 ESG 위원회를 만들었거나 만들 예정이다. 그러나 위원 구성은 ESG와 무관해 보인다. 교수, 기업인, 전직 관료, 변호사 등 대다수가 ESG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한 인물이라는 비판이다.
일각에서는 방송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ESG 열풍에 우려를 표하며 '그린 워싱'에 이어 'ESG 워싱(위장환경주의를 뜻하는 그린 워싱처럼 ESG 경영을 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자산 기준 상위 100대 코스피 상장사 가운데 ESG 위원회(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설치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12곳에 불과했다.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 기업에서는 63곳이었다. 위원회 규모도 상대적으로 작았다. 국내 100대 상장사는 3.75명인데 비해 <포춘> 100대 기업은 4.37명이었다. 아마 올해가 지나며 위원회 설치 기업이 폭증하고 위원회 규모가 확대될 것이다.
글로벌 금융업계의 ESG 경영은 이미 많이 진전됐다. 유럽연합(EU)은 2021년 3월부터 역내 활동하는 모든 금융사 대상으로 SFDR(지속가능금융공시 제도)을 의무화했고 2025년부터는 모든 상장사로 확대하기로 하였다.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상장기업 ESG 정보공시를 의무화하도록 하였다. 홍콩 역시 2025년까지 금융기관, 상장 기업에 TCFD(기후변화 관련 리스크의 재무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 기준에 맞춘 ESG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했다.
아문디, 핌고, 리걸앤드제너럴투자매니지먼트 등 35개 글로벌 대형 투자사는 골드만삭스, HSBC, BNP 파리바 등 27개 글로벌 투자은행들에 친환경 목표를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다. 2050년 탄소 배출 제로를 위한 구체적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 석유·가스업체 등 탄소 배출 기업에 자금 조달을 중단, 산림 벌채·탄소 유발 토지 이용 변화 등에 대출 중단, 대출 자금이 환경 파괴에 사용되면 자금 회수 등 강력한 마이너스 제재 등을 제시했다.
기후위기에 대응한 환경경영을 중심으로 ESG 경영이 각광을 받는 이유는 ESG가 돌이킬 수 없는 시대정신임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ESG 경영이 시기상조라거나 혹은 진정한 ESG 경영이 아니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은 오히려 바람직하다. 세계가 이미 ESG를 향해 날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국내에서 '무늬만 ESG' 혹은 'ESG 워싱'의 조짐이 보이는 것은 역설적으로 ESG의 절박함을 입증하는 명백한 징후이다. 진정한 ESG 선언은 격려하고 위장 ESG 선언은 야단쳐서 기업이 올바른 ESG 경영을 실천하도록 해야 한다. 지금 시민사회와 정부가 합심해서 해야 할 일이다./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프레시안
가덕신공항 하위법 입법예고…기본계획 변경 대상, 지역기업 우대 등 담아
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2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미지투데이
가덕신공항 건설시 활주로 길이를 변경해야 할 경우가 발생하면 기본계획을 변경해야 한다. 또 실시계획을 수립할 때는 토지 보상계획과 주민이주계획, 환경·교통영향평가서 협의결과 등을 포함시켜야 한다. 가덕신공항 건설사업의 주요 공사, 물품 제조, 용역계약시 지역기업을 우대할 수 있게 된다.
국토교통부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에 따라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하위법령(시행령·시행규칙)’ 제정안을 21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하위법령은 공항시설법의 내용을 준용해 만들어졌다.
하위법령에는 △기본계획 및 실시계획의 수립 △신공항 건립추진단의 구성·운영 △주변지역개발사업의 지정 △신공항건설사업의 재정 지원 △지역기업 우대 등 법률에서 위임된 내용을 담았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가덕신공항 건설시 기본계획의 변경을 수반하는 대상과 실시계획 수립에 필요한 설계도서·보상계획 등의 서류(14종)를 규정했다. 또 신공항 건설관련 주요업무를 진행하는 추진단을 국토부에 둬야 하고, 추진단은 단장 1명과 단원들로 구성한다. 또 이를 국토교통부와 소속기관 직제에 정식으로 반영시켜야 한다.
아울러 신공항건설예정지역 경계 10km 범위에서 주변개발예정지역 지정범위, 방법, 지원대책을 정했다. 특별법에는 지역기업을 우대하도록 돼 있는데 시행령에는 공사·용역등의 우대계약대상을 규정하고 우대기준은 기재부장관과 협의·결정토록 했다.
사업시행자가 관계규정을 위반한 경우 허가취소, 공사중지 등의 해당 위반행위별(5종) 처분기준을 규정했따. 과징금을 부과하는 위반행위의 종류, 해당 과징금의 금액(시행한 공사금액 1/100), 부과방법(20일내 납부, 분할납부 금지등)을 규정했다.
국토교통부 주종완 공항정책관은 “시행령·시행규칙에는 가덕도신공항 건설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기반의 마련부터 주변개발예정지역의 지정 및 지원대책, 지역기업 우대 및 재정지원 방안, 위반행위에 따른 처분기준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하위법령은 한국법제연구원의 검토와 한국공항공사 등 관계기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마련됐으며 입법예고 후 관계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2021년 9월 17일에 공포·시행될 예정이다.
전문은 국토교통부 홈페이지 ‘정책자료/법령정보/입법예고’에서 볼 수 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부산 앞바다 요트는 포기?”… 풍력발전 이어 케이블카 추진에 요트계 반발
부산 해운대구 동백유원지와 남구 이기대까지 4.2km를 잇는 해상케이블카 조감도. 부산 요트계는 국제요트대회 경기 수역을 지날 케이블카 건설에 반발한다. 부산일보 DB
부산 요트계가 5년 만에 다시 추진되는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에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 청사포 해상 풍력발전단지처럼 사업 추진 지역이 국제요트대회 수역에 포함(부산일보 5월 4일 자 8면 보도)되고 해양레저산업 전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국외양요트협회는 지난 18일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에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21일 밝혔다. 협회는 공문을 통해 ‘경기 수역에 케이블카 기둥을 설치하면 향후 국제, 국내 요트대회를 치르기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부산요트협회 또한 “국제요트대회 개최뿐만 아니라 해양레저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케이블카 사업에 반대하는 공문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 건설은 해운대구 우동 동백유원지에서 남구 용호동 이기대까지 4.2km 구간으로 추진하는 사업이다. (주)부산블루코스트가 지난 11일 부산시에 사업을 제안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2016년 5월에도 사업이 추진됐지만, 부산시는 당시 환경 훼손 우려와 교통 혼잡 문제 등으로 제안서를 반려했다.
부산 요트계는 국제대회 경기가 열리는 ‘알파(a)’ 수역이 케이블카 예정지와 겹친다고 주장한다. 광안대교에서 먼바다 쪽 510m~776m 거리에 케이블카가 지나려면, 반경 4km가량인 경기 수역 안에 기둥이 설치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옵티미스트급 딩기 요트, 윈드서핑 종목 등이 알파 수역에서 진행됐다.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가 추진되면 해상에 설치될 예정인 해상타워 모양. 부산일보 DB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가 추진되면 해상에 설치될 예정인 해상타워 모양. 부산일보 DB
조만석 한국외양요트협회 회장은 “해상케이블카 기둥이 설치되는 곳은 파도가 잔잔한 ‘정온수역’이라 선수 훈련이나 요트 체험이 많이 이뤄졌다”며 “기둥 설치로 경기 수역을 먼바다 쪽으로 옮기면 수심이 깊어져 대회를 열기 어렵다”고 밝혔다.
국제대회 유치뿐만 아니라 해양레저산업 전반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정철 부산요트협회 수석부회장은 “케이블카 설치로 경기 수역이 없어지면 향후 아시안게임이나 세계요트대회 등 국제대회 개최가 어려워진다”며 “특히 요트경기장을 오가는 길목에 기둥을 세우면 해양레저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와 해운대구청은 향후 사업 검토 과정에서 요트계 의견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부산시 해양레저과 관계자는 “조만간 여러 부서가 모여 해상케이블카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며 “케이블카 기둥과 경기 수역이 겹치는지 검토해 관련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향후 사업에 대한 공식적인 논의가 시작되면 요트계 의견도 반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하는 (주)부산블루코스트 측은 “요트경기장 인근 수역 쪽 기둥은 진·출입에 문제가 없도록 예전보다 높게 설계했다”며 “케이블카를 설치해도 요트 경기를 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는 상황”이라며 부산시 결정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한국외양요트협회와 부산요트협회는 지난달 청사포 해상풍력단지 사업에도 반대 의사를 표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국제대회에서 레이저 종목 경기 등이 열리는 ‘찰리’ 수역이 풍력발전단지 예정지와 겹친다며 사업 철회를 요청했다. 두 협회는 “A매치가 열리는 축구장에 기둥을 세우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밥상 위협’ 일상된 이상기후…“농업부문 기후변화 대응센터 만들어야”
지난해 8월10일 폭우로 침수된 전남 구례군 구례읍 마을의 전경. 당시 남부지방에 이틀간 600㎜가 넘는 비가 내리면서 전남에서만 3000명 가까운 이재민이 발생하고 6800㏊의 농작물이 피해를 입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금추’ 대란 이어 ‘대파 파동’
농작물보험 손해율도 급등
정부, 대응 서두르고 있지만
전문가들 “기관 일원화해야”
기후변화 정보 모아 가공하는
‘빅데이터센터’ 구축할 필요
지난해 상반기 포기당 5000원을 넘지 않았던 배추값이 들썩인 것은 8월 상순부터였다.10월에는 급기야 포기당 1만원을 넘어서며 ‘금추’ 대란을 일으켰다. 54일간 이어진 역대 최장 장마로 고랭지 배추 생산이 부진하면서 야기된 수급 불안 때문인데, 배추값 고공비행은 전남 해남에서 가을배추가 본격 출하되고 나서야 끝이 났다.
이상기후 현상이 밥상물가를 위협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올 초 ‘파테크’ 열풍을 불러일으킨 대파 파동은 주산지인 전남 신안과 진도에 내린 유례없는 폭설이 시작이었다. 지난해 장마와 태풍 영향에서 아직까지 벗어나지 못한 품목도 있다. 20일 한국농수산유통공사 가격정보를 보면 소매시장 평균 사과 10개 가격은 3만4404원으로 평년 평균 1만9705원을 크게 웃돈다. 배 가격 역시 4만5930원(10개)으로 평년(3만2688원)보다 40%나 비싸게 팔리고 있다. 장마 이후 유행한 갈색무늬병, 탄저병 등 병해로 출하량이 급감해서다.
한반도를 덮친 이상기후 현상은 농산물 수급을 넘어 금융 부문에도 위험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당장 이상기후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면서 농작물재해보험의 손해율이 크게 증가했다. 2015년 1.04% 수준이던 농작물재해보험 손해율은 지난해 5.09%로 5년 새 다섯 배 가까이 치솟았다. 재해 면적이 큰 2018년부터 손해율이 급증한 것인데, 보험사가 많은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농가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물론 농작물재해보험 유지를 위한 정부 재정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정부도 관련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후변화대응 기본계획 2019~2040’ 수립 이후 병해충 저항성이 강한 작물 품종을 개발하고, 기상재해 정보 서비스 제공, 방제·방역대책 강화 등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매년 반복되는 이상기후 피해를 막기 위해선 보다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실행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상청 기상정보는 주로 대도시권에 집중돼 농업인을 위한 기상정보가 부족하다”거나 “정부가 개발하는 이상기후 적응 기술이나 정보는 일선 현장에 전달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게 농업인들의 목소리다.
전문가들은 농가들이 이상기후와 관련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농업 부문 이상기후 대응을 위한 일원화된 전문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우선 기상청과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 농촌진흥청 등에서 생성되는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하나로 모으고, 이를 현장에서 이상기후 피해를 줄이는 정보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가공해 제공하는 ‘농업 부문 기후변화 대응 빅데이터센터’부터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학균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미 지구상에 배출돼 누적된 탄소배출량만으로도 2050년까지 지속적으로 이상기후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장기적인 농업 부문 탄소저감 노력과 함께 단기적으로는 농업인들이 이상기후에 적응하며 피해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전문적인 기술과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는 기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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