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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21.6.1~6.5 더위 사망’의 3분의1 이상은 지구온난화 탓

by 이성근 2021. 6. 1.

더위 사망3분의1 이상은 지구온난화 탓

전세계 온실가스 4분의 1 식품 생산 때문이지만 3분의 1은 그냥 폐기P4G 식량·농업 대안모색

맹탕서울선언문 채택온실가스 감축은 한국 정부부터

시민공원 땅밑 오염 퍼졌다면, 주변 재개발 차질 부를수도

집 앞에 해상풍력 VS 원전,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바이든, 북극곰·순록 서식 알래스카 석유 시추중단 명령

박형준의 부산에서도 환경 파괴·부동산 난개발 격화될 것

새로울 것도, 우선순위도 없는 부산형 뉴딜

코로나 우울' 극복에 딱 좋은 '명품숲' 5...편백숲, 잣나무숲 그리고 어디?

한국이 메타버스에 심은 나무, 영국은 실제로 심는다

대저공공주택 건설 첫 발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돌입

한정애 장관의 문제적 발언... 가습기 피해자들 "사과하라

탈 많은 4대강 사업, 기약 없는 '재자연화

효심으로 물든 내장산의 가장 큰 단풍나무, 천연기념물 된다

탄소중립' 전면에 내세운 환경부..조직개편도 마무리

특별법도 면제 못시킨 '사타'···가덕도 신공항 운명의 열달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어민 동의 없이 해상풍력발전소 설립 금지법안 발의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1)사라지는 부품을 만드는 내연기관 노동자들

버섯모양 가로수 아시나요?관광상품된 충북 단양의 복자기 가로수

제주서 흔하게 봤던 노란꽃 서양금혼초알고보니 생태계교란종

세계는 왜 그레타 툰베리를 좋아하고 또 싫어할까

해상 풍력 상반된 법안 발의 격론 예고

이토록 경이로운 갯벌이 사라져 간다

인류 최초 수심 1m 내려갔는데..사람 흔적 있었다

세계식량가격지수 12개월 연속 올랐다

파헤쳐진 지리산, 김효진의 걱정...새끼곰은 행복할 수 있을까

대안적 삶 실천강수돌 교수

탄소중립위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환경단체 탄소중립위, 정의롭지 못한 탄소배출 멈춰라

 

더위 사망3분의1 이상은 지구온난화 탓

1991~201843개국 732곳 분석

더위 사망 37%는 인간 활동 때문

서남·동남아, 중미는 50% 넘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효과 진행중

지난 29(현지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하는 글로벌 환경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의 의사들이 세계보건기구(WHO) 본부 앞에 누워 각국의 보건당국이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위기를 인지하고 이에 대응할 것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FP 연합뉴스

 

전 세계에서 더위로 인한 사망의 3분의 1 이상은 인간이 유발한 지구온난화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런던위생열대의학대학의 앤터니오 거스패리니 교수 등은 “1991년부터 2018년까지 43개국 732곳에서 더위로 인한 사망의 37%는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했다고 <가디언>31일 보도했다.

 

이란과 쿠웨이트 등 서남아시아, 필리핀과 타이 등 동남아시아, 중미에서는 그 비율이 50%를 넘어서, 기후변화로 인한 사망과 질병 효과가 더욱 큰 것으로 조사됐다.

 

거스패리니 교수는 이번 연구는 급격한 온난화의 건강 효과가 기후변화의 잠재적인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상대적 초기 단계에서도 감지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연구의 주된 메시지는 더위로 인한 사망 증가를 2050년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며 인간 활동이 빚어낸 더위로 인한 사망이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또 고온은 사망 외에도 심혈관 및 호흡기 합병증으로 인한 병원 입원 등 다양한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며 사망은 단지 빙산의 일각일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는 지구온난화의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되는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의 자료가 빠져있어, 더위로 인한 사망과 건강 문제의 실상은 훨씬 클 것으로 추측된다.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의 클레어 굿니스 환경과학 교수 역시 이 연구의 결론은 과학적으로 탄탄하고 경종을 울린다며 사람들은 이미 모든 대륙에서 인간 활동이 야기한 온도 상승으로 죽어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가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화석연료 사용이 7% 줄었으나, 지구 온도는 산업혁명 이전 시기에 비해 여전히 섭씨 1.2도가 높았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전세계 온실가스 4분의 1 식품 생산 때문이지만 3분의 1은 그냥 폐기P4G 식량·농업 대안모색

 

농림축산식품부가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미래농업을 위한 식량·농업부문 토론회를 31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한국이 지난해 12‘2050 탄소중립실현을 목표로 저탄소 발전전략을 발표한 이후,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기후·환경 정상회의 계기에 개최한 기본세션 중의 하나다. 식량·농업 부문은 2015년 유엔에서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P4G가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5개 분야에 속한다.

 

김현수 농식품부 장관은 기조연설을 통해 세계 식량안보와 농업, 푸드시스템의 녹색 전환을 위한 체계적인 민관협력 및 국제협력 강화를 강조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P4G에서 추진중인 스타트업 프로젝트 사례를 통해 개도국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면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영농 방식, 버려지는 식품 손실을 자원화한 사업경영 모델을 제시하고, 푸드시스템을 전환시킬 수 있도록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혁신적 해결방안 등이 소개됐다.

 

토론 좌장으로 나선 김효은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차장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4분의 1이 식품생산에서 비롯되지만, 전 세계적으로 생산하는 식품의 약 3분의 1을 폐기하고 있고, 동시에 매일 약 1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굶주림에 허덕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덴마크의 브리짓 퀴스트 소렌슨 댄처치에이드(DanChurchAid) 사무총장은 충분한 식량, 영양, 생계, 환경, 인권, 토지권, 포용적 금융 등 총체적인 접근법의 필요성과 다중 이해관계자 파트너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캐서린 베르티니 영양개선 국제연합 이사장은 지역 단위의 푸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푸드뱅크사업은 취약계층에 식량 제공과 더불어 식량손실과 폐기도 줄여 환경에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이상만 농식품부 국제협력국장은 국제기구, 시민사회, 민간기업 등 현장 전문가가 한 자리에 모여, 지속가능한 푸드시스템 구축과 농업분야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민관 파트너십의 중요성, 실천방안 및 사례 등 다양한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향후 개도국 농업협력사업 추진 때 참고하겠다고 말했다.

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맹탕서울선언문 채택온실가스 감축은 한국 정부부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폐막

기후운동단체들 자가당착·시장 중심비판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 정상토론세션에서 회의 개시 및 식순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31일 밤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서울선언문을 채택한 뒤 폐막했다. 정부는 서울 정상회의에 이어 2023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 의사를 밝히는 등 기후선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 기후가교국역할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반면 선진국 수준의 기후대응을 촉구해 온 기후운동단체 등은 대대적인 홍보에 비해 알맹이는 없는 행사였다며 박한 평가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폐막식에서 기후선도국과 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할 수 있는 공동의 문안을 도출하기 위해 최대의 노력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날 발표된 서울선언문은 총 14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서울 정상회의(30~31)와 녹색미래 주간(24~29) 동안 진행한 주요 논의를 선언문에 담았다. 파리기후협정 목표 실현을 위한 협력 강화 경제 재건 등 녹색 회복이 공정한 전환을 담도록 노력 향상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제출 등 에너지 전환 촉진 녹색 기술 향상 개발도상국을 위한 체계적 투자 제로웨이스트 사회로의 전환 촉진 등 기후위기 대응 관련한 주요 내용이 두루 담겼다.

특히 서울선언문에는 플라스틱 등 해양쓰레기 해결 논의를 강화하자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제 정상들은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결속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한다. 해양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해양의 추가적 오염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또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산업 개편으로 일자리를 잃게 될 석탄화력발전, 내연기관차 관련 노동자 등 사회적으로 취약한 노동자와 집단을 위한 공정한 전환’(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해 금융재원 지원도 고려하겠다고 했다.

 

각국 정상과 국제기구 대표 등 70여명이 참여한 회의인 만큼 서울선언문은 말그대로 선언적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됐다. 구체적 실천 계획 등을 담기에는 각국의 기후대응 수준과 경제적 이해관계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의 경우 지난 22일 한·미 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상향치를 올해 10월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에, 피포지 기간 중 깜짝 발표등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폐막한 31,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앞에서 시민단체 코로나 너머 새로운 서울을 만드는 사람들회원들이 탄소로 지구가 불탄다는 내용의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선언문은 파리협정에 따라 국가들이 이미 제출한 야심찬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환영한다. 여타 국가들도 가능한 조속히 향상된 목표를 제출하고 발표할 것을 독려한다고 돼있다. 이헌석 정의당 기후·에너지정의특별위원장은 한국 정부 스스로도 셀프 요구를 한 셈이라고 했다. 환경운동연합도 개최국부터가 1.5목표 달성을 위한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선언에는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스스로 온실가스 감축하지 않으면서 다른 나라의 감축을 독려한 정부를 가리켜 자강당착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선언문에는 시장이라는 단어가 3차례 나왔다. “시장 기반의 실질적 해결책 확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식량안보 위기에 대한 시장 기반 해결책” “개발도상국을 위해 체계적으로 개발된 시장 기반 해결 방안에 투자등이다. 피포지 회의가 녹색 성장을 공유하는 정부·기업·시민사회 협의체이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 것을 요청한 한 에너지 전문가는 노동자 재교육·재취업 등 공정한 전환 과정에는 금융 지원이 아닌 정부 재정 투자가 필요하다. 금융 지원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구체적으로 밝혔어야 한다. 정부 역할은 빠져있고 시장 금융이 지나치게 강조돼 있다고 말했다.

 

30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고 있는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시민들의 생존에 필수적 영역인 농업과 먹을 거리 분야에서까지 시장 기반의 해결책을 제시한 것은 사실상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전환을 포기하는 일종의 기후침묵을 선언한 것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시민공원 땅밑 오염 퍼졌다면, 주변 재개발 차질 부를수도

부산진구, 촉진1 사업자에 공문아트센터와 인접 토양조사 강조

- 정화 땐 비용 늘고 공기지연 우려

- 시민사회 북문 맞은편 조사 촉구

 

부산시민공원 북문 부산국제아트센터 부지 토양에서 공장용 부지로도 부적합한 기름 오염이 발견(국제신문 지난 27일 자 1면 보도)된 가운데 주변 재개발 지역으로 오염이 확산됐을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재개발 지역에서도 토양 오염이 발견되면 정화작업을 거쳐야 해 비용과 공기 지연 문제 등 여파가 커질 수도 있다. 지자체는 사업자에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해 반드시 토양 조사를 해야 한다며 강조하고 나섰다.

부산시민공원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 인근에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는 재정비촉진1지구.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31일 부산진구는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1구역 사업시행자 소백에 사업시행계획 인가에 따른 검토 의견을 담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여러 관계 부처의 의견을 종합한 이 공문에는 토양 오염이 발견되면 그에 따른 정밀 조사와 환경 정화를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권고가 담겼다. 공사 중 토양 오염이 발견될 경우 덮으면 안 된다는 뜻이다.

 

주거 용도 부지는 토양환경보전법 토양오염우려 기준상 1지역에 해당하며,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농도는 500/이하여야 한다. 건설 현장에서 토양 오염이 의심될 경우 반드시 지자체 등에 신고하고, 토지의 운영·점유자 등이 정화책임자로서 토양 정화에 나서야 한다.

 

현재 시민공원 주변에는 1구역을 포함한 5개 구역에서 재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1구역은 시민공원 좌측에 자리한다. 지난 4TPH 농도 1629/의 유류 오염이 확인돼 토양 정밀조사가 진행 중인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부지와도 가깝다. 20114월부터 이듬해 8월까지 진행된 옛 캠프 하야리아 기지 환경정화 작업은 그 대상이 기지 내부로 국한됐다. 때문에 기지 주변의 오염 여부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다만 기름 오염의 특성상 지하에서 오염이 확산해 기지 경계를 넘어 주변지역까지 확산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게다가 아트센터 부지는 토양 조사 당시 광범위한 오염이 확인된 곳이다. 20111월 한국환경공단의 의뢰를 받아 한국농어촌공사가 진행한 이 지역 토양정밀조사 결과를 보면, 유류 오염 대부분은 아트센터 건립 부지에 몰렸다.

 

시민공원추진 범시민운동본부 공동운영위원장 출신 허운영 씨는 아트센터 인근에 들어선 아파트 부지나 옛 부전천이 흐르는 방면 도로변으로도 기름 오염이 확산됐을 거라고 예측해왔다고 말했다. 초록생활 백해주 대표도 시민공원 북문 맞은편 방면에선 유류오염이 검출될 개연성이 큰 상황이라며 강도 높은 현황 조사를 요청했다.

 

서은숙 부산진구청장은 시민공원 개장 때부터 우려된 사안이 결국엔 터진 셈이다. 오염이 확인됐는데도 공사를 강행하면 더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으니 미리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다시민공원 상황을 계속 살펴보고, 필요하면 부산시에 유류 오염과 관련된 건의도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집 앞에 해상풍력 VS 원전, 둘 중 하나 고르라면?

바닷가에 왔드니/ 바다와 같이 당신이 생각만 나는구려/ 바다와 같이 당신을 사랑하고만 싶구려

백석 시인의 시 바다의 첫 구절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tqMgYEc7Oc

바다를 보면 무슨 생각을 하시나요. 최근 부산 해운대 주민들은 해운대 남쪽 청사포 앞바다에 들어설 해상풍력 발전기를 떠올린다고 합니다. 청사포 풍력발전단지는 청사포에서 1.2~1.5떨어진 바다에 추진되고 있습니다. 20179월 산업통상자원부 허가를 받았고, 해수면 기준으로 높이 100m 크기의 4.3급 풍력발전기 9기를 올해부터 2024년까지 건설해 해마다 38.7전력을 생산한다는 계획입니다. 생산한 전력은 지하 송전선로를 따라 좌동 변전소로 들어갑니다. 발전운영은 한국남부발전이, 전력판매는 한국전력이 맡습니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바이든, 북극곰·순록 서식 알래스카 석유 시추중단 명령

내무부,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 석유시추 임대 중단

트럼프 행정부가 허가했으나 환경평가 완료까지 중지

공화당 정부 다시 들어설 경우 재추진할 가능성 남아

지난 200736일 북극국립야생보호구에서 촬영된 북극곰 가족. 로이터 연합뉴스

 

환경파괴의 대표적 사례로 비판받아온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의 북극 지역 석유시추 조처가 중단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현지시각)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ANWR) 내의 석유시추 임대차를 정지시켰다고 <뉴욕 타임스>가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북극의 툰드라 지역을 화석연료 개발로부터 보호하겠다고 공약한 데 따른 조처다.

 

데브 할런드 내무장관은 이날 내무부가 석유시추로 인한 이 지역의 환경평가를 완전히 종료할 때까지 석유시추를 위한 임대차 계약을 중단하는 공식 명령을 내렸다. 이번 조처는 사실상 민주당 정부가 존속할 때까지 이곳에서 시추 등 석유개발을 중단하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취임 첫날 북극 지역에서 새로운 석유시추를 중단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번에 석유시추가 중단된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는 알래스카 북동부 2천만에이커 넓이의 지역으로 북극곰, 물새, 순록 등이 서식하는 미개발 지역이다. 이 지역은 또 110억배럴 규모의 석유가 매장된 곳으로 지난 40년 동안 이 지역의 개발을 놓고 큰 논란이 벌어졌다. 공화당은 개발을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이를 반대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시 석유개발을 위한 시추를 할 수 있도록 그 지역 일부를 석유회사들에 임대해주는 조처를 내렸다.

 

이번 조처는 최근 바이든 행정부가 잇따라 내린 친화석연료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이 급증함에 따라 내려진 조처로 해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알래스카의 다른 지역에서 주요 석유탐사계획에 대해 법적으로 옹호하는 조처를 내렸다. , 다코타 지역을 관통하는 송유관 계획의 방관하거나, 와이오밍에서 석유가스 개발권을 부여한 트럼프 행정부의 조처를 지지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이번 조처로 북극권국립야생보호구역에서 석유시추가 완전히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 때 내려진 임대계약을 재고하는 것이지,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공화당 행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석유시추를 위한 임대차 계약이 취해질 수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달 전 세계의 모든 정부에게 화석연료 개발 계획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이 기구는 지구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 시기 보다 섭씨 2도 이상 올리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화석연료 개발을 중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박형준의 부산에서도 환경 파괴·부동산 난개발 격화될 것

정책 역전 우려되는 두 도시 이야기

환경·생태·탈핵, 새 부산시장에게 없는 것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활동가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지역 동료들의 걱정과 격려를 받았다. 그만큼 보궐선거에 대응하는 부산지역 시민사회가 어려울 것이라는 공감대가 전국적으로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한 당이 부산시장을 독차지하면서 부산지역 '기후환경에너지전환' 분야 정책이 타 지자체에 비해 10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민선 2기 안상영 시장의 '인공섬' 건설 시도 및 '외곽 순환고속도로 계획' 등 토건 위주의 정책이 허남식 시장(민선 4기와 5)까지 계속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그나마 6기 서병수 시장(2014)'클린에너지추진단'을 조직해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여 타 지자체와 균형을 맞추는 듯 보였다. '촛불정국'에 힘입어 민선 7(2018)는 부산에서는 처음으로 민주당 출신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됐다. 다른 것은 몰라도 예전에는 겪어보지 못한 협치를 체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이번 보궐선거로 당선된 박형준 시장은 '내게 힘이 되는 부산혁신공약'으로 13대 핵심전략, 50대 추진과제, 171개 세부과제를 제시했다. 13대 핵심전략 중 12번 전략으로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의 친환경생태도시 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317일 부산환경회의와 기후위기부산비상행동이 공동주최했던 '기후환경에너지전환분야'의 후보자 토론회에는 불참했다. 기후·환경·에너지 전환 분야에는 공약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이 불참 이유였다. 새 시장을 맞은 부산의 내일, 무엇이 우려되나 하나씩 짚어보자.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환경회의는 공동으로 지난 316일 부산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형준 당시 부산시장 후보를 불법 민간인 사찰 혐의로 고발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반대자 색출하던 사람이 4대강 보 처리 나설까

박형준 시장은 32111번 핵심전략으로 '깨끗한 원수 확보로 건강한 수돗물 공급'이라는 정책을 발표했다. 깨끗한 원수 확보만이 부산의 물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난분해성 유기물질의 증가를 물 오염의 원인으로 꼬집었다. 그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조성해, 취수지역(창녕 및 합천)을 지원하는 것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물 관리 부처의 일원화가 진행되면서 4대강의 보처리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때, 낙동강의 8개 보 처리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기실 낙동강 수질은 관심 없고 수돗물 원수만 확보하면 된다는 심산인 것이다.

 

사실 박 시장은 선거전 한복판에 부산지역의 시민사회에게 고발당했다.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 부산환경회의는 공동으로 316일 부산검찰청 앞에서 박 시장을 불법 민간인 사찰 혐의로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MB정권 당시 정무수석과 홍보기획관으로 재직(2008.6~2009.9)했던 박 시장 명의로 4대강사업을 반대했던 주요 인물 및 단체를 불법적으로 사찰했던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 등이 국가정보원을 상대로 정보공개청구를 한 결과를 바탕으로 환경단체들이 지난 22일 국가정보원장으로부터 4대강사업 관련 불법사찰에 대한 정보공개를 신청해 확인한 사실이다. '4대강사업 주요 반대인물 및 관리방안'(2009.7.16.), '4대강사업 찬반단체 현황 및 관리방안'(2009.7.11) 문건에는 '6.26 청와대(홍보기획관) 요청사항'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박 시장은 이런 팩트에 어떻게 대응했을까? 그는 2월과 3월의 후보자 토론회와 기사를 통해 "치졸한 선거 공작", "국정원장이 이 시기에 언론에 흘려주고", "흑색선전이자 선거공작" 등의 거짓 발언을 일삼았다. 사찰 대상자였던 고발자들은 이런 사실 부정과 왜곡이 '허위사실을 유포하여 공직선거법 제250조 제1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4대강사업을 반대하는 인물 및 단체에 대하여 '생계 곤란 등 개인적 애로 사항 및 활동 자금 확보 과정에서의 비리 등을 적출하여 반대 활동을 견제'하라는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보고 받던 바로 그 사람, 지금 부산시장이 된 그에게, 환경 단체 및 지역 주민들과 머리를 맞대어 보 개방 및 철거를 논의하고 낙동강 원수를 살리는 정책을 마련하자고 할 수 있을까?

 

탈핵이 살 길인 도시의 친원전 시장

박 시장의 에너지 정책의 핵심은 '탈원전 정책의 전면 재검토'이다. 지난 330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그는 '탈원전 문제'를 두고 친원전 정책을 지지하며 원전 수출을 계속해야 한다고 강하게 피력했다. 한전의 아랍에미리트(UAE)에 원전 수출을 "우리 신형 원전 수출은 하나의 쾌거"라고 말했고, 재생에너지 평가에 대해서는 "신재생에너지로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으며, 탈원전 정책에 대해서는 "기존의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 같은 발언을 412KBS 토론회에서도 이어갔는데, "이 정부가 탈원전에 대해 잘못된 정책을 쓰는 바람에 세계 600조 원 시장에서 차지할 수 있는 역량을 스스로 까먹고 있다"고 말했다. 오는 2025년까지 고리 2, 3, 4호기가 설계수명을 다하는 가운데, 정부가 추진 중인 에너지 기본 계획 및 전력 수급 기본 계획 등에 명시된 탈원전 정책과 전면 배치되는 역진적 사고가 아닐 수 없다.

 

그는 어이없는 해프닝도 벌였다. 지난 320일 한 기사에 '에너지시민연대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지지선언'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게재됐다. 7개 단체로 구성되었다는 그 '에너지시민연대'는 원자력정책연대를 비롯한 원자력국민연대 등 한수원 노조 및 원전 관련 과학자들로 급조된 단체로 확인됐다. 이들은 20년간 탈핵·에너지전환 활동을 해 온 국내 최대 에너지 전문 NGO 연대기구(에너지시민연대)를 유사 명칭으로 사칭해 여론 조작을 시도한 것이다. 이에 '부산에너지시민연대'322,박형준 후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박 후보에게 항의서를 전달했다.

 

기후정책, 그거 뭔데?

화석연료를 막대하게 소비하는 항만과 다수의 산업시설이 밀집돼 있어, 부산은 탄소 배출이 많고 그에 따른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한 곳이다. 202011월 당시 변성완 시장대행 체제에서 부산시는 '부산광역시 2030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을 수립해 올해부터 추진하고 있다. 2030년까지 시가 감축하려는 목표량은 5344000t이다. 이는 14887000t이었던 2017년 배출량 대비 35.9% 감축된 양(정부 권고 목표치 29.5%보다 6.4% 높다)이다. 다만, 산업과 발전 부문을 목표관리 영역에서 제외하고, 비산업 부문에서만 잡은 한계가 뚜렷해 더욱 전향적인 정책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발전과 산업 부문, 그리고 항만에서 들고 나는 물류의 이동에 따른 수송 부문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은 그대로 심각한 미세먼지 오염으로 연결된다.

 

환경부 국가미세먼지정보센터(CAPSS)에 따르면, 부산의 2016PM10 발생량은 6903t(비산먼지가 70% 차지)이며 PM2.5 발생량이 2544t(비도로 이동오염원 발생량이 48%, 차순이 도로이동오염원)에 달한다. 한편 2018년 부산시의 PM2.5 연평균농도는 23/, 국가 기준 15/를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결국 항만과 산업시설, 도로에서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줄여야 탄소도 잡고, 미세먼지도 잡을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부산의 기후에너지 그리고 대기보건행정이 집중해야 할 지점은 항만시설의 온실가스 정보공유, 컨테이너세 신설, 민관연정 소통 네트워크 구축 등 탄소,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박형준 시장은 이런 현실에 대한 정책적 이해를 가졌을까? 애초 기대하기 힘든 일이었다는 걸 후보 시절 발표한 보도자료(2021.3.20.)를 통해 명확히 알 수 있다. '에너지 문제는 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문제를 해결하고 에너지 안보 문제도 비상시에 대비할 수 있는 자체의 대처도 있어야 하며, 에너지 경제도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요컨대 그에겐 경제가 기후변화보다 중요한 것이다. 그의 공약 중 기후, 에너지, 미세먼지 관련 내용은 '공약2. 15분 도시'에서 유일하게 발견된다. '탄소중립형 전환도시 기반구축을 위해 시범단지 조성 및 공공시설 주도의 그린 리모델링 추진'이란 내용인데 이게 전부다! 상황 진단도 없고 대책은 정부 대책 짜깁기 재탕이고 무엇보다 '기후위기 대응, 시민보건 우선'이라는 정향과는 달리 에너지 안보(박 시장의 용어인데 사실은 산업용 에너지 공급 안정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에 정책 지향을 두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개발사업, 재개발 장려, 용적률층고제한 해제가 본심

현시점에서 부산의 가장 큰 환경적 과제는 대형 개발사업들이다. 가덕도 신공항 개발, 북항 재개발, 마리나 개발 및 만 매립, 케이블카 건설 등 굵직한 개발 사업들이 줄을 잇는 현실이다. 해안가 고층 건물 밀집으로 건축물 높이 관리 방안이 절실한 가운데, 재개발 재건축의 공공성 확보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때문에 '부산시민운동단체연대'8개 분야 19개 정책의제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선거 전 후보들에게 발송하고 답변을 받았다. 박 시장은 19개 정책의제 중 8개를 수용(42%)했을 뿐이다. 다른 후보가 95%의 수용성을 보인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한마디로 말하면 '적극 개발에 나서겠다!'는 뜻이다. 앞으로 환경 파괴 대형 개발사업과 부동산 난개발과의 싸움이 부산에서 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함께사는 길 /프레시안

 

새로울 것도, 우선순위도 없는 부산형 뉴딜

중구난방 지역균형뉴딜

부산만의 신산업 발굴 미진, 사업 수 103토목 위주

, 전략 부재 등 의지 실종정부 임기내 실행 불투명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은 가운데 핵심 사업인 지역균형뉴딜 사업 관철을 위한 부산시 전략과 내용이 미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일 국제신문이 부산 울산 경남의 지역균형뉴딜 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부산형 뉴딜 사업 상당수가 수십년 묵힌 사업이거나 설익은 사업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바이오 클러스터, 울산의 부유식 해상풍력처럼 부산을 브랜드화할 신산업 발굴은 미진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형 뉴딜은 디지털 그린 공간 3개 분야 20개 추진과제로 구성되며 사업수도 103개에 달한다. 사실상 국비가 필요한 모든 사업을 망라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앙부처가 분류한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외에 공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가덕신공항, 경부선 지하화, 북항 재개발 등 기존 토목사업을 다 넣었다.

 

국회 국토위 관계자는 이렇게 묵은 사업들을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내다니 실소가 나온다고 말했고,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가덕신공항이 뉴딜 맞느냐는 질문에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K-뉴딜은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이지만 문재인 정부 이후 추진동력은 불투명해 사실상 올해 승부를 봐야 한다. 그런데도 시는 103개 사업 중 주력사업이나 우선 순위조차 정리하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해 예산 시즌 때는 부산형 뉴딜을 별도 카테고리로 묶어 국비 확보를 요청했지만 올해 예산정책협의 때는 그런 내용도 빠졌다. 오히려 박형준 시장 취임 후 신규 사업들이 들어오면서 현안 우선순위 조정은 더 복잡해진 모양새다.

 

부산시는 디지털 뉴딜 분야 중점 사업으로 국제자유물류도시 스마트물류허브 조성사업 핀테크 블록체인 기반 글로벌디지털 금융기술밸리 구축사업을 꼽았지만 두 사업 모두 현재 구체적인 밑그림도 없이 기본구상을 수립하는 용역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일부 용역은 올 연말에나 끝난다.

 

지역균형뉴딜은 한국판 뉴딜을 지역으로 확산, 발전시키는 계획으로 2025년까지 한국판 뉴딜 160조 원 중 75조 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문 정부 이후 지역균형 뉴딜 사업의 운명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지자체 내부에서는 과거 녹색성장이 그린뉴딜로 이름만 바뀐 것처럼 어차피 새 정부에 들어와도 포장만 바꿔서 추진되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성환 사무총장은 지자체들로서는 별다른 고민 없이 캐비닛에 묵혀놨던 사업들을 다시 올리는 관성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당장 국비를 얼마나 따오느냐 하는 것보다 지자체가 선도적으로 발굴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자체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한데 아직은 요원해 보인다고 말했다.

국제신문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

 

코로나 우울' 극복에 딱 좋은 '명품숲' 5...편백숲, 잣나무숲 그리고 어디?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숲. 산림청 제공

 

코로나19 사태가 1년반 가까이 지속되면서 코로나 우울을 겪는 사람이 많다. 집안 등 실내 생활이 늘어나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되는 것이 주된 요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숲 속을 거니는 등의 숲 활동을 하면 코로나 우울을 극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산림청은 숲의 경관과 생태적 가치가 우수하고 숲 여행에 좋은 국유림 명품 숲’ 5곳을 선정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에 선정된 명품숲은 경기도 양평군 양동면 잣나무 숲’, 강원도 평창군 대관령 발왕산 생태 숲’, 경남도 창원시 진해구 대장동 편백 숲’, 대전시 유성구 계산동 리기테다소나무 우량 숲’, 전남도 장성군 서삼면 축령산 편백 숲등이다.

경기 양평 잣나무 숲. 산림청 제공

 

양평 잣나무 숲은 약 100의 숲에 쭉쭉 뻣은 잣나무가 우거져 있다. 1963년 조림한 인공림 숲이다. 숲을 조성한지 60년 가까이 되면서 생장 상태가 좋은 잣나무가 가득 차 있다. 평균 지름이 34cm에 이르는 잣나무들 사이에서 자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수도권과 가깝고 숲속에 나 있는 5길이의 임도가 있어 숲을 즐기기에 편리하다.

강원 평창 발왕산 생태 숲. 산림청 제공

 

평창 발왕산 생태 숲은 주목, 분비나무 등 고산의 희귀식물이 분포해 있는 곳이다. 산림유전자원보호림으로 관리되고 있는 소중한 숲이다. 능선에서 조망되는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주목·분비나무 이외에 신갈·주목 등의 나무도 있다. 주목 군락지는 설원의 경관이 아주 아름답다. 산림청 관계자는 설경이 아름다운 것이 특징이며, 발왕산 숲길을 걷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남 창원 대장동 평백숲. 산림청 제공

 

창원 대장동 편백 숲에 가면 편백 나무 이외에 굴참나무도 볼 수 있다. 1978년도에 시험림으로 조림된 큰 숲으로, 주변 계곡의 경관이 아름답고 도심의 생활권 근교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대장동 계곡유원지와 성흥사 등의 사찰이 가깝다.

대전 유성구 계산동 리기테다소나무 우량 숲’. 산림청 제공

 

대전 리기테다소나무 우량 숲은 60년대 외국의 유망수종을 도입해 국내에서 육성하기 위한 시험연구 숲이다. 생장이 우수한 리기테다소나무의 자원가치와 보전·연구가치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다. 대전·세종 등 대도시 주민들이 쉽게 들를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도시민들이 숲속에 나 있는 길을 걸으며 숲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전남 장성 축령산 편백 숲. 산림청 제공

 

장성 축령산 편백 숲은 국내 최대의 편백·삼나무 조림지다. 편백나무와 삼나무의 생육 상태가 뛰어나 이번에 명품숲으로 선정됐다. 편백·삼나무 이외에 낙엽송도 많다. 여기에 있는 편백나무와 삼나무는 평균 지름이 36에 이를 정도로 굵은 것이 특징이다. 편백 치유의숲, 국립장성숲체원, 석정온천 등도 둘러볼 수 있다.

 

주요원 산림청 국유림경영과장은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국민들에게 숲에서 휴식 취하기를 권한다면서 국유림 명품숲이 산촌의 대표적인 명소로 육성될 수 있도록 지자체와의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한국이 메타버스에 심은 나무, 영국은 실제로 심는다

문 대통령, 소나무숲 영상 배경으로 P4G 개막연설

COP26 여는 영 글래스고 1800만그루 심을 계획

올해 11월 기후협약당사국총회(COP26)이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지역에 1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사업이 추진된다. 픽사베이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개회식에서 소나무숲 영상을 배경으로 개막연설을 했다. 대통령 앞에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강조하기 위해 재선충에 피해를 입은 금강송 고사목으로 만든 연단이 놓였다.

올해 11월 기후협약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는 영국 글래스고 지역 자치단체들은 정상회의를 맞아 실제로 나무를 심기로 결의했다고 영국 <가디언>1(한국시각) 보도했다.

 

클라이드기후숲(CCF)이라고 이름 붙인 이 사업은 글래스고지역 주민 한 명당 열 그루에 해당하는 18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치단체들은 글래스고 도시 면적의 20%가 나무로 덮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10년 안에 조림이나 산림화 유도를 통해 교외 지역의 5분의 1을 숲으로 만들 계획이다. 글래스고에서는 올해 11월 세계 각국 정상들이 모여 기후 대응을 논의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가 열린다.

 

영국에서 비가 많이 오는 지역으로 꼽히는 글래스고 일대는 미래에 더 강력한 폭풍과 강수량 증가, 폭염 등이 예견되는 지역이다. 이 일대 8개 자치단체는 영국 안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적극적인 기후숲 사업에 서명을 했다. 2018년까지 스코틀랜드는 정부의 연간 조림 목표에 미달한 지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개회식에서 증강현실(AR) 기술로 구현된 소나무숲 영상을 배경으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이리 맥앨런 스코틀랜드 환경장관은 나무 심기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훼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비결이다. 스코틀랜드 전역에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진행되는 클라이드기후숲 사업은 미래 세대에 혜택이 돌아갈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클레이드기후숲 신임 이사인 맥스 히스롭은 글래스고의 가장 낙후한 지역과 과거 석탄채굴 현장, 도심 거리, 공원, 광장에 나무를 심을 계획이다. 폭염 기간에 냉각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대저공공주택 건설 첫 발전략환경영향평가 절차 돌입

2028년까지 18000채 공급국토부, 평가 항목·범위 공개

- 대기·수질·토지 환경분야 검토

- 공람기간 중 당사자 의견 수렴

 

18000채가 들어설 부산 강서구 대저공공주택지구에서 곧 전략환경영향평가가 실시된다. 대단위 주택 건설을 위한 첫 절차여서 사업 추진이 본격화 단계로 접어들게 됐다.

 

1일 국토교통부는 대저공공주택지구 전략환경영향평가-항목·범위 등의 결정 내용을 공개했다. 오는 10일까지로 예정된 공람기간 중 이해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한다. 이번 조치는 공공주택특별법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것이다. 전략환경영향평가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상위계획을 수립할 때 환경보전계획과의 부합 여부 확인, 타당성, 대안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는 작업이다. 계획 또는 사업이 환경에 미칠 요인만을 미리 조사·예측하는 환경영향평가보다 상위 개념이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대도시권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의 일환으로 오는 2028년까지 대저동 일대 243에 주택 18000채를 짓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사업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 지역은 도시철도 3호선과 부산김해경전철, 국도 14호선, 중앙고속국도, 남해고속도로 등이 근접해 동남권 균형발전의 성장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공공주택 건설지역으로 선정됐다. 이어 국토부는 지난 4, 5월 열린 환경영향평가협의회에서 조사 대상 지역과 범위, 방법 등을 1차 결정했다.

 

초안에 따르면 국토부는 계획 적정성과 입지 타당성(자연환경 보전·생활환경 안전 담보·사회 및 경제환경과의 조화)에 초점을 맞춰 전략환경영향평가를 시행한다. 또 환경영향평가는 자연생태·대기·수질·토지·생활·사회 및 경제환경 등 6개 분야로 범위를 나눠 진행된다.

 

국토부는 건설 기본 계획에 담긴 토지이용 구상안이 적절한지도 검토한다. 당초 국토부는 역세권 주변으로 상업용지를 배치해 복합도시로 만들기로 했다. 또 대중교통 이용이 수월한 자족시설용지 조성, 중요 지점에 특화된 공원 건립 등도 계획에 포함시켰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전략환경영향평가에서 부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에 대비해 두 개의 대안도 마련했다. 모든 관련 자료는 국토부 홈페이지(http://www.molit.go.kr) 및 환경영향평가 정보지원시스템(https://www.eiass.go.kr)에서 확인 가능하다.

 

앞으로 국토부는 필요할 경우 지자체와 협의해 공람 기간 중 주민설명회나 공청회를 갖는다. 또 이 같은 작업이 완료되면 최종안을 만들어 빠른 시일 내 전략환경영향평가에 들어가기로 했다./ 국제신문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한정애 장관의 문제적 발언... 가습기 피해자들 "사과하라"

[현장] "진상조사 끝났다" 발언 논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 기자회견

"한정애 장관님께서는 진상규명 문제가 끝났다고 하신 걸 정정하고, 사과해주세요."

1일 여의도 국회의사당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선미(36, 수원시)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임신 중이던 지난 2008년에 애경의 제품을 사용했다. 그녀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온 가족이, 천식을 비롯한 질환들에 시달리며 10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1일 여의도에 위치한 국회의사당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김선미(36, 수원시)씨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녀는 임신중이던 지난 2008년에 애경의 제품을 사용했다. 그녀 자신은 물론이고 자녀들까지 온 가족이, 천식을 비롯한 질환들에 시달리며 10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강홍구

 

"국가는 아직도 아무런 대응을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참사를 사전에 예방하지 못했고 뒷짐 지고 있던 환경부가 특조위의 조사대상임에도 그들의 요구가 어떻게 이렇게도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요? 정부의 무관심이 불러왔던 비극을 다시 반복하시려는 건가요?"

 

그녀는 참담한 현실에 말을 잇지 못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이는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이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함께 참여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 또한 환경부 장관과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했다. 그는 "미진했던 진상규명에 대한 철저한 사과와 진상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왜 국민들이 정권을 바꾸고 의석을 주었는지 정부와 여당이 기억해야 한다며, 몸도 아픈데 마음의 병까지 얻고 있는 피해자들의 원한을 풀어줘야 한다"고 재차 촉구했다.

1일 가습기넷이 국회 정문앞에서 주최한 기자회견에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그는 환경부장관과 더불어민주당에 항의했다. “미진했던 진상규명에 대한 철저한 사과와 진상규명에 대한 강력한 의지표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홍구

 

가습기넷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만들어진 취지를 언급했다. "참사의 사실관계와 책임소재를 밝히는 것이 문제해결의 기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SK와 애경·이마트 등의 업무상과실치사 무죄판결이 났다는 것은 아직 기본적인 문제조차 해결되지 않은 우리의 현실"이라며, "그럼에도 특조위의 진상규명 기능을 없애는 것에 더해, 시행령상의 모든 조사권한을 삭제한 조치는 너무나도 부적절한 조치"였다는 면을 재차 강조했다.

 

"진상조사 이미 끝났다"... 장관의 문제적 발언

한정애 장관의 문제적 발언은 지난 54일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는 이미 끝났고, 계속해서 '진상조사화' 되는 데 우려가 있다"고 했다. 특조위와 환경부 간의 논쟁이 있었고, 해당 부처의 장관으로서 고민이 있었을 거라 양보해도, 하루하루 힘겹게 싸워가는 피해자들에게는 큰 상처가 되는 말이었다.

 

지난 연말 환경부는 특조위의 연장에 반대했고, 여야의 이해가 맞아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진상규명 기능은 삭제됐다. 또한 환경부는 2021년 연초부터 특조위를 연이어 압박했다. 자료제출 문제 협조에 대한 갈등으로 시작된 사안은 진실공방으로 번진 바 있다.

이날의 기자회견은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가 주최했다. 이는 환경운동연합과 환경보건시민센터,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체이다. 또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도 함께 참여했다.강홍구

 

이뿐 아니라 '사회적 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의 시행령 논의과정에서도, 사실상 모든 조사권 행사에 반대했다. 원인규명 업무를 더 이상 할 수 없으므로, 피해구제와 제도개선에 대한 진상규명도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이러한 내용이 반영된 시행령은 지난 54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환경부의 입장이 반영된 안으로 사실상 확정되었다.

 

환경산업기술원이 운영하는 피해구제 포털에 따르면, 528일 기준으로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신청자는 7469명이고 이 중 1661명이 사망했다. 정부의 지원대상자는 4170명이다. /강홍구(rmsp)/ 오마이뉴스

 

탈 많은 4대강 사업, 기약 없는 '재자연화'

38. 충남 공주 : 4대강 사업은 '녹차라떼 반()그린 노가다 뉴딜'이었다

녹차라떼'.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이후 우리의 4대강에 생긴 별명이다. 4대강 사업으로 강 곳곳에 보를 만들자, 물의 흐름이 멈추면서 여름이면 녹조가 강을 뒤덮어버렸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찾은 금강보 근처의 금강은 다행히 녹차라떼가 사라지고 없었다. 문재인 정부 들어 보를 개방했기 때문이다.

 

이를 보고 있자, 노자에 나오는 이야기로 신영복 선생이 제일 좋아했던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이 떠올랐다. 최고의 선은 물처럼 사는 것이라는 뜻으로,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선두를 다투지 않으며, 가로막히면 돌아가고 무리하지 않지만,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는 이야기다. 맞다. 물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르며, 강은 이 원리에 의해 흐르게 내버려둬야 한다. 4대강은 사람이고, 정치고, 강이고, 멈춰있으면 썩을 수밖에 없다는 자연의 이치를 가르쳐주고 있다.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금강의 공주보 손호철

 

"장마다 꼴뚜기 날까?", "같은 동굴에서 여우가 두 번 잡히지는 않는다." 행운은 매 번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는 우리나라와 미국의 속담이다. "대통령 각하! 정부가 개인의 앞길을 막는다면 정부는 영원히 개인에게 큰 빚을 지게 될 것입니다." 이명박은 고려대 학생회장으로 한일회담반대 데모를 주도해 감옥을 다녀온 뒤 취직이 안 되자 박정희에게 편지를 썼다. 감명을 받은 박정희 덕으로 현대건설에 취직한 그는 초고속 승진을 하며 '샐러리맨 출신 사장 이명박 신화'를 만들었다.

 

정치에 뛰어든 이명박은 서울시장 선거에서 청계천 복원 공약으로 히트를 쳤고, 취임 후 이를 완성시켰다. 내친김에 대선에 나선 그는 청계천 복원의 성공에 취해 한강과 낙동강을 연결해 서울에서 부산까지 내륙 수운으로 잇는 한반도대운하 계획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리고 노무현 정부의 실정 덕으로 집권에 성공했다. 뿐만 아니라 이어진 총선에서도 그가 이끌고 있는 보수 세력이 압승을 거두고 말았다. 장마다 꼴뚜기가 나는 것처럼 보였다.

 

집권에 성공한 이명박은 대선 공약인 한반도대운하 사업에 착수하려했지만 사업의 타당성 등에 대한 거센 반대에 부딪쳤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산 소고기 수입 확대와 관련해, 광우병 반대 촛불시위가 불같이 일어나 굴욕적인 사과를 하는 등 국정 주도권을 상실했다. 할 수 없이 일단 대운하를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축소했다.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팔당유기농 농민 순례단의 기도회. 뒤의 십자가가 상징적이다. 손호철

 

곧이어 그동안 누적되어 있던 시장만능의 신자유주의의 문제점이 폭발하여 월스트리트 발 세계 경제위기가 터져 나오고 말았다. 엄청난 경제위기 앞에서 각국은 1930년대 대공황 극복에 성공한 뉴딜정책에 기초해 경기부양을 위한 새로운 뉴딜정책을 잇달아 발표했다. 이명박은 4대강 사업을 경제위기를 극복할 한국판 뉴딜이라며 밀고나갔다. 특히 수해를 예방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는 한편 수질을 개선시키며 수변 복합공간 조성으로 지역발전을 이끌어내는 '그린 뉴딜' 사업으로 포장했다.

 

이명박 정부는 20094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를 만들어 6월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7월 영산강 유역부터 공사에 들어갔다. 야당과 환경단체 등 시민사회단체의 결사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명박답게 속전속결, 불도저식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구체적으로, 22조 원을 퍼부어 한강의 이포교, 여주보, 강천보를 시작으로, 금강, 낙동강, 영산강에 총 16개의 보를 만들어 물을 가뒀고 영주댐, 보현댐, 안동댐과 임하댐을 연결시켰으며 강 상하류를 연결하는 1728킬로미터의 자전거길을 건설하는 등 4대강과 그 주변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201110월 추진본부는 공사 완공을 선언했다.

시청앞 광장에서 열린 4대강 사업 반대 시민대회 손호철

 

주목할 것은 1930년대의 뉴딜도, 2008년 경제위기 속에 여러 나라들이 내놓은 '뉴 뉴딜'도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듯이, 그리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듯이, 건설공사에 돈을 쏟아 붓는 '노가다 뉴딜'이 전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뉴딜이 공황을 이기기 위해 여러 건설 사업을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핵심은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저임금과 실업으로 구매력이 없어 공황이 온 것에 주목, 노사협약을 제도화하는 등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고 사회복지를 강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와그너법을 제정해 노동자들의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보장하고 최저임금제를 도입하는 등 노동자들의 권리를 대폭 강화했다. 2008년 이후 선진국들이 실시한 '뉴 뉴딜' 역시 4대강 사업 같은 '노가다 뉴딜'이 아니라 부자들의 세금을 늘리고 중산층 이하의 세금을 깎아줘서 빈부격차를 완화시키고 대중의 구매력을 늘려 소비를 활성화시키려는 '사회적 뉴딜'이 대세였다.

 

대조적으로, 이명박 정부는 엉뚱하게도 4대강 사업을 '그린 뉴딜'이라고 주장하며 무려 22조원의 예산을 이 공사에 퍼부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확히 지적했듯이,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에 쏟아 부은 22조 원만 해도 연봉 2200만 원짜리 일자리 100만 개를 만들 수 있었다."

 

문제는 막대한 돈을 퍼부은 결과가 이명박의 주장처럼 홍수를 예방하고 수질을 개선시켰다면 그래도 이해해 주겠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의 경우, 결과는 환경을 살리는 '그린 뉴딜'이 아니라 '()그린 뉴딜'이었다. 한 마디로, '반그린 노가다 뉴딜'이었다. 아니 22조 원의 결과가 짙은 녹색의 녹차라떼였다는 점에서, '다른 의미의 그린 노가다 뉴딜', '녹차라떼 노가다 뉴딜'이었다.

4대강 공사 결과로 생겨난 금강 녹차라떼 최병성 목사 제공

 

홍수 예방도 마찬가지다. 국토부가 2013년 국정감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사업 전인 20084대강 지역 홍수 피해액은 523억 원이었지만 공사 완공 후인 2012년에는 그 피해액이 8배인 4167억 원으로 늘어난 것으로 집계되었다. 특히 금강의 경우 피해액이 4대강 사업 후 16배나 늘어났다.

 

이후 환경부는 그동안 실시된 4대강 사업평가위원회와 감사원 감사 결과 등에 기초해 4대강 사업으로 설치한 보가 오히려 홍수위(홍수기 때 수위)를 일부 상승시켜 홍수 소통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결국 이명박은 촛불항쟁으로 자신의 후임인 박근혜가 탄핵을 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자 부정부패 등으로 감옥살이를 하게 됐다. 역시 장마다 꼴뚜기가 날지는 않는 법이다.

 

촛불 덕분으로 집권한 문재인 대통령은 '4대강의 재자연화'라는 목표 아래 201754대강 보 수문을 열어 1년간 모니터를 해 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결정하라고 지시했다. 이로부터 4년이 다 되어 가는 현재 이 지시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 2017년 금강보와 세종보의 수문을 완전히 개방했고 부여 백제보의 수문을 탄력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금강은 수질이 급격하게 회복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보수 세력의 텃밭인 영남을 가로지르고 있는 낙동강의 경우, 낙동강보는 제대로 열어보지도 못했고, 함안보는 1년이 아니라 1개월 간 열었다가 닫는 등 수문을 제대로 열지 않았다. 낙동강의 제일 남쪽에 있는 창녕함안보를 따라 걸어봤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3월초인데도 불구하고 보 위쪽 물색깔은 보 아래쪽 물과 달리 짙은 녹색을 띄고 있었다.

낙동강의 수질 악화가 가장 심각해 강정고령보의 모습은 녹차를 풀어놓은 것 같다. 최병성 목사 제공

 

환경부는 2019년 금강의 세종보, 금강보 일부, 영산강 죽산보를 해체하고, 금강 백제보와 영산강 승천보는 항시 수문을 개방하라고 권고했다. 이로부터 다시 근 2년이 지난 20211월에서야, 국가물관리위원회는 세종보, 죽산보, 금강보에 대해 해체와 부분해체 결정을 내렸다. 문제는 그 해체 시기를 명시하지 않은 것이다. 국민 전체로는 해체에 대한 지지가 높지만 강 인근 지역주민들의 경우 농업용수, 공업용수의 조달에 용이하기 때문에 수질 악화와 상관없이 보 유지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강과 영산강의 보 해체가 다음 정권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게다가 한강과 낙동강은 보 개방, 해체를 제대로 시작도 못하고 있다. 보 문제와는 별개로 엄청난 양의 준설로 낮아진 강바닥을 복원하고 4대강 사업으로 단절된 본류와 지류를 연결시키는 등 4대강의 재자연화는 할 일이 태산 같다. 특히 다음 대선에서 4대강 사업에 우호적인 보수 세력이 집권할 경우 4대강의 녹차라떼는 계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정부가 4대강 재자연화를 제대로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정권이 정말 '촛불정권'인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말에 "기가 막히다"라는 말이 있다. 몸의 에너지인 기의 흐름이 막혀 문제가 생겼다는 이야기이다. 기가 막하면 몸이 중병에 걸리듯이 이 땅의 기인 물이 막히면 땅은, 그곳에 사는 우리는, 병이 날 수밖에 없다. 한국 고유의 인문학적 지리학, 정확히 이야기해 산과 강의 학문인 산하학(山河學)의 정수가 바로 '산자분수령(山自分水領)'이란 말이다. '산은 물을 나누는 경계이다', 의역을 해 '산을 물을 건너지 않고 물은 산을 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산은 산으로, 물은 물로 남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한다. 나는 수문 개방 후 녹차라떼가 사라진 공주보를 떠나 진짜 녹차라떼를 마시러 공주 시내로 향했다.

최근 걸어 본 낙동강의 합천창녕보는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녹색을 띄고 있었다. 손호철

 

후기 : 최근 일부 보수언론이 환경부의 수질조사 결과 수문 개방 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며 보 개방과 해체를 비판하고 있다. 허나 이는 보를 개방할 경우 그동안 강바닥에 쌓여있던 쓰레기 등이 강이 흐름에 따라 흘러나가며 생기는 일시적 현상이라는 점을 간과한, 잘못된 비판이다.

 

20214월 환경부는 2017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3년간 4대강 16개 보중 개방한 11개보에 대한 관찰 결과를 발표했는데, 이 발표에 따르면 보를 많이 열수록 녹조가 감소했고 멸종위기 야생 생물이 다시 발견되는 등 수상 생태환경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손호철 서강대학교 명예교수/ 프레시안

 

효심으로 물든 내장산의 가장 큰 단풍나무, 천연기념물 된다

단풍든 내장산 단풍나무. 문화재청 제공

 

옛날 옛적에 내장산 서래봉 아래 두 모자가 살았다. 어머니는 약초와 나물을 캐고, 아들은 나무를 하며 가난하지만 감사하는 삶을 이어갔다. 어느 가을날이었다. 어머니는 평소보다 약초를 많이 캐다 늦게야 해가 저문 것을 알았다. 집에 돌아와보니 이상하게도 아들이 없었다. 어머니는 관솔불을 들고 아들을 찾아나섰다가 기진맥진해 산 속에 앉아 울었다. 사실 아들 역시 평소보다 나무 베는 시간이 길어져 한밤 중 집에 돌아왔는데 어머니가 안 계신 것 아닌가. 아들도 어머니를 찾아나섰지만, 어디서도 그 흔적을 찾지 못했다. 지친 아들은 주저 앉아 산신령에게 어머니를 찾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산신령은 눈물어린 기도에 감동해 내가 불이나 밝혀주마하고 밤 중에도 산 전체를 환히 밝힐 수 있는 자연의 불을 골랐다. 내장산에서 가장 많은 수종을 골라 그 나무의 잎새마다 붉게 물들게 한 것이다. 그 많은 잎새의 빛으로 온 산이 밝아왔으니, 효심에 감동한 산신령의 조화였다. 가을철 단풍 명소 내장산에 전해지는 단풍나무 전설이다.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의 모습.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전라북도 정읍시 내장동 내장산 내 금선계곡에 있는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와 충청남도 부여군 임천면 가림성의 산성 정상부에 자리한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2건의 자연유산을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무로 2일 지정 예고했다.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는 높이 16.87m, 나무 밑동둘레 1.13m, 가슴높이 둘레 0.94m, 수관폭이 20m 안팎에 달한다. 나무의 나이는 290년으로 추정된다. 내장산 단풍나무 중 가장 큰 노거수다. 급경사지와 암석지라는 불리한 환경에서 오랜 세월 동안 양호하게 자라면서 주변의 수목과 어우러져 웅장한 수형을 이루고 있는 나무다.

 

단풍 전설까지 전해질 정도로 단풍나무는 가을철 내장산 경관을 이루는 대표 수종이자 상징목이다. 2005년 고창 문수사 단풍나무 숲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됐으나, 단풍나무 단목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문화재청은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는 자연경관과 학술 면에서 가치가 크다단풍명소로 유명한 정읍을 대표하는 자연유산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성벽 아래에서 바라본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 문화재청 제공

부여가림성 느티나무 판근. 문화재청 제공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는 높이 22m, 가슴높이 둘레 5.4, 수관폭이 20m가 넘는다. 나무 나이는 400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501(백제 동성왕 23)에 쌓은 가림성(사적)에서 금강이 조망되는 산성 정상부 남문지에 있어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주고 있다. 거센 바람 등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발달한 독특한 판근(板根, 땅 위에 판 모양으로 노출된 나무뿌리)이 도드라지고 생육 상태도 양호하다.

 

문화재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기존 느티나무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건강하고 온전한 모습으로 사방이 노출된 산 정상에 있어 주변 경관과 아름답게 잘 어우러지는 나무라면서 각종 드라마와 영화 촬영지로 각광받은 명소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문화재청은 정읍 내장산 단풍나무’, ‘부여 가림성 느티나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의견을 수렴한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할 계획이다./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탄소중립' 전면에 내세운 환경부..조직개편도 마무리

환경부가 탄소중립을 전면에 내세운 실() 단위의 조직개편에 나섰다.

환경부는 '환경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개정안이 1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오는 8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환경부의 조직개편은 탄소중립 이행체계로 재구성하기 위해 이뤄졌다.

 

이를 위해 기후탄소정책실을 신설한다. 기후탄소정책실은 기존 생활환경정책실과 자연환경정책실을 통합해 신설하고 하부조직으로 기후변화정책관, 녹색전환정책관, 대기환경정책관을 편제한다. 기후변화국제협력팀도 신설해 기후탄소정책실 아래에 둔다.

 

환경부는 기후탄소정책실을 중심으로 '2050 탄소중립'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수립 중인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올해 안에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유엔에 제출한다. 2023년 개최 예정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의 유치도 추진한다.

 

물 분야의 종합적 관리를 위해선 물관리정책실을 신설한다. 물통합정책국과 물환경정책국, 수자원정책국은 지금까지 실 단위로 편제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운영됐다. 조직개편으로 물 관리 조직을 총괄하는 물관리정책실을 신설하고 이른바 '3'을 물관리정책실 아래 정책관으로 편제한다.

 

자연보전국과 자원순환국, 환경보건국은 별도의 실 단위 없이 차관 직속으로 편제한다. 이들 3개국은 책임 실장을 지정해 실국간의 정책을 조율한다. 기획조정실장과 기후탄소정책실장, 물관리정책실장이 각각 3개국의 책임 실장을 맡는 방식이다.

 

한정애 환경부 장관은 "탄소중립 이행 주무부처로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핵심 기능을 실 체계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체계화된 물관리 조직을 기반으로 통합 물관리의 성과를 조기에 창출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특별법도 면제 못시킨 '사타'···가덕도 신공항 운명의 열달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 자료 부산시

 

사전타당성검토(사타)가 유달리 주목을 받는 사안이 있습니다. 사실 사타는 특정 사업을 하려는 지자체 등에서 자체적으로 발주하는 용역으로 사업 규모와 사업비 등 밑그림을 그리는 작업인데요.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통해 정밀한 검증을 받게 됩니다.

 

가덕도신공항은 사정이 좀 다릅니다. 이렇다할 밑그림 자체가 없는데요. 2016년 파리공항엔지니어링(ADPi)이 시행한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 평가' 때 가덕도공항의 사업비를 75000억원(활주로 1)~11조원(활주로 2)으로 추정한 게 사실상 전부입니다. 당시 가덕도는 김해신공항과 밀양보다 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총리실 김해신공항검증위원회가 사실상 백지화로 해석되는 '근본적 검토 필요' 결론을 내린 직후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정하는 특별법이 발의됐고, 지난 2월 말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제대로 된 밑그림도 없이, 객관적 입지선정절차도 건너뛴 겁니다.

 

당초 특별법에선 사타와 예타까지 모두 면제하려 했지만 국토교통부의 반대로 사타는 평소대로 추진하고, 예타는 '필요할 경우 면제할 수 있다'는 임의규정으로 후퇴했습니다.

 

국토부 주장 덕 사타 다시 살아나

국토부가 사타를 고수한 이유는 말 그대로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하기 위한 밑그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국토부 전직 고위 관료는 "수요와 규모, 사업비, 위험요소 등을 짚어보지 못한 '깜깜이' 상태로는 사업을 추진할 수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사타가 어제(28) 막이 올랐습니다. 두 차례 유찰 끝에 한국항공대 컨소시엄이 사타를 맡았고, 이날 착수보고회를 가졌습니다.

 

항공대 컨소시엄은 앞으로 10개월 동안 가덕도신공항 건설 관련 각종 여건 분석 및 전망 수요예측 시설 규모 산정 시설입지 및 배치 총사업비 등 추정 대안별 세부평가 및 최적 대안에 대한 타당성 평가 등을 하게 됩니다.

 

이 과정을 객관적이고 면밀하게 거치고 나면 가덕도신공항을 둘러싼 논란이 많이 정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예상수요만 봐도 부산시는 2056년 기준으로 가덕도신공항의 국제선여객을 연간 4600만명으로 추정합니다.

 

수요, 사업비 차이 등 쟁점 검증

반면 정부의 김해신공항 예타와 기본계획안의 예상치는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940만명과 2006만명입니다. 화물 수요 전망치 역시 부산이 예타와 기본계획안보다 최대 57배나 높게 추정하고 있는데요. 여객과 화물수요는 신공항의 규모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입니다.

 

가덕도신공항 예정지의 지반 조건에 대한 검증 역시 관심사입니다. 국토부가 가덕도공항특별법 논의 과정에 국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가 외해에 직접 노출돼 조류·파도 등의 영향으로 공사가 쉽지 않고, 기초지반이 내려앉는 부등 침하 가능성이 있다고 적혀 있습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사타 과정에서 가덕도 인근의 일정 범위를 대상으로 탄성파 탐사와 함께 해양 시추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시추 결과 지반 조건이 열악하게 나올 경우 매립 등에 소요될 비용이 대폭 늘어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영남권신공항 국제선 추정치

 

결과 따라 예타 면제 여부 갈릴 듯

총 사업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부산시에서는 영남권 관문공항을 만드는 데 75000억원이면 된다는 입장이지만 국토부는 건설 규모에 따른 3가지 시나리오별로 128000억원~286000억원이 든다고 추정합니다.

 

열달 뒤 이런 쟁점에 대한 객관적인 사타 결과가 나오면 두 가지 시나리오가 예상되는데요. 만약 부산시 주장에 근접한 결과가 나온다면 별 논란이 없을 테고 예타도 면제하자는 주장에 힘이 실릴 겁니다.

 

반면 수요가 부산시 주장보다 적고 사업비는 훨씬 많이 필요한 것으로 나온다면 사업 자체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게 될 겁니다. 또 예타를 통해 다시 한번 치열한 검증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겁니다. 가덕도신공항 사타에 유독 눈길이 가고 관심이 쏠리는 이유입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싹쓸이 벌목의 진짜 이유, 대통령도 의원도 산림청에 속았다

'30억 그루 나무 심기'는 산림조합 배불리고 기후위기 부르는 재앙

동물 가죽벗기듯 숲을 싹쓸이해서 고급 목재가 아니라 펄프공장으로 실어가고 있다. 최병성

 

동물의 가죽을 벗기듯 울창하던 산림을 싹쓸이했다. 최근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흉물스런 싹쓸이 벌목 현장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왜 이렇게 참혹한 벌목이 전국에서 행해지는 것일까? 필자가 쓴 지난 514<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http://omn.kr/1t88z) 기사에 대해 산림청은 516일 배포한 해명자료에서 기사 속 사진의 현장은 개인 소유의 사유림으로 해당 시·군에서 벌채 허가가 이루어졌기에 산림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산림청은 이런 싹쓸이 벌목이 사유지에서 일어난 일로 산림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해명했다. 최병성

 

520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이 최병암 산림청장에게 '과도한 벌목의 진실이 무엇이냐? 국유림이냐?'고 질의하자 산림청장은 "사유림입니다. 개인 재산이죠. 개인이 목재를 생산해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 합법적인 허가를 받아서 벌채를 한 지역입니다"라며 산림청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대답했다.

 

100만원 벌자고 수천만 원 퍼붓는다?

산림청장의 대답처럼 오늘 전국에서 벌어지는 싹쓸이 벌목은 산림청과 아무 상관없을까? 사유림에서 목재를 팔아 수익을 얻으려고 산주 스스로 하는 일에 불과할까?

 

답은 쉽게 찾을 수 있다. 벌목으로 나무를 팔아 산주가 얻게 되는 수익과 벌목 후에 묘목 심는 비용의 구조를 살펴보면 된다. 산림청은 관계없다는 산림청장의 주장이 맞는지 아니면 산림청이 국민과 국회의원과 대통령을 속인 것인지 모든 문제가 풀린다.

 

산주가 얻는 수익이 얼마나 되기에 숲을 싹쓸이 하는 것일까? 1ha 숲을 벌목한 후 산주에게 돌아오는 나무 값은 겨우 80~100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외국과 달리 벌목하는 나무의 나이가 30~40살에 불과해 가치 있는 목재가 적기 때문이다. 나무 상태가 좋을 경우에 1ha150~170만 원을 받기도 한다.

 

낙엽송은 목재로 사용 할 수 있어 제재소에 부피로 팔려나간다.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는 휘거나 나무 재질이 물러 목재로 사용되지 못해 무게로 계산해 펄프나 화력발전소용 우드칩 공장으로 팔려나간다. 그래서 벌목 인건비와 운반비용 등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목재상이 설명했다.

 

벌목된 나무를 펄프공장으로 운반하는 트럭기사에게 운반비를 얼마나 받냐고 물었다. 그는 운임으로 45만원을 받는데, 숲에 있어야 할 좋은 나무들을 펄프공장에 운반하려니 나무들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고 대답했다.

목재용으로 팔리는 낙엽송은 부피로 팔려나가지만, 펄프용으로 팔리는 소나무, 잣나무, 참나무는 일괄적으로 ''으로 계산해 팔려나가 비용을 제외하면 남는 것이 없다고 목재상이 설명했다. 최병성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10(벌채지 등에서의 산림 조성)에 따르면, 벌목 후엔 의무적으로 나무를 심도록 되어 있다. 그렇다면 1ha의 나무를 팔아 100만 원의 수익을 얻은 산주가 벌목한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는 조림 비용은 얼마나 들까?

 

산림청은 2020년도 1ha에 소요되는 조림비용을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고시하였다. 1ha에 필요한 3000 그루 묘목대 1857천 원, 노무비 350만 원, 경비 89만 원, 기타 등 1ha에 들어가는 총 조림 비용은 9057천 원(아래 2020년도 조림비용 고시 사진 참조)이다.

벌목 후 1ha에 어린 나무를 심는 조림 비용이 9057천원이라는 산림청 고시문 산림청

 

산주는 30~40년간 나무를 키워 1ha100만 원을 받았다. 그런데 나무를 베어낸 바로 그 자리에 나무를 심는 비용이 905만 원이 들어간다. 바로 여기에 의문이 생긴다.

 

산주는 돈이 많은 부호도 아니고 자선사업가도 아니다. 1ha의 나무를 팔아 100만 원을 벌었는데 905만 원을 들여 나무를 심을 어리석은 사람이 세상에 있을까?

 

조림비용 905만 원이 전부가 아니다. 감사원과 산림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니 어린 묘목을 심은 후엔 풀베기(1~5년까지), 어린나무 가꾸기(5~10), 가치치기와 솎아베기(15~40)를 해야 한다. 주변의 풀이 묘목보다 더 빨리 자라기 때문이다. 벌목된 나무에서 나온 맹아(잘린 나무 그루터기에서 나온 새싹)들이 묘목을 뒤덮어 버린다. 주변 풀과 나무 가지치기를 하지 않으면 새로 심은 묘목은 살 수가 없다.

어린나무 심는 조림 비용 905만 원이 전부가 아니다. 계속해서 풀베기와 가지치기 등으로 비용이 추가된다. 감사원. 산림청

벌목 후 어린 나무를 심었다. 1=낙엽송을 심었는데 칡덩쿨이 덮었다. 2=심은 묘목은 죽고, 칡덩쿨만 자라고 있다. 3=굵은 참나무 베어내고 심은 묘목이 죽고 사라지고 없다. 4= 베어낸 참나무 그루터기에서 맹아들이 솟아오르고 있다. 최병성

 

새로 심은 나무가 100만 원 받고 팔아버린 나무만큼 자라려면 20년 이상 풀베기와 어린나무 가지치기와 솎아베기 하는 비용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 이렇게 100만 원 벌자고 수천만 원을 쏟아 붓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사업이 전국 산림에서 벌어지고 있다. 산림을 소유한 산주들은 모두 돈이 많은 자선 사업가들이기 때문일까?

 

산림청 감사 결과 보고서 살펴보니

감사원은 지난 20133월 산림청의 산림자원 조성 및 관리실태 전반에 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숲가꾸기·조림·임도·사방·산불방지 등에 투입된 비용이 총 52499억 원이다. 이중 숲가꾸기(25932억 원)와 묘목을 심는 조림비용(5369억 원)에 총 31301억 원이 들어갔다.

산림청 산림 정책에 관한 감사원 감사 결과 보고서 최병성

 

국내 산림 중 67%가 개인 사유림이다. 그동안 정부는 사유림의 조림과 숲가꾸기에 많은 예산을 퍼부었다. 벌목 후 조림 비용의 50%는 국비, 40%는 지방비, 10%는 산주가 부담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1ha의 나무를 팔아봐야 겨우 100만 원 남짓 받는데 벌목 후 1ha 조림비용으로 905만 원의 10%905천 원을 지불하면 산주에게 남는 것은 단돈 95천 원이다.

 

겨우 95천 원을 벌자고 30~40년간 돌봐온 울창한 숲을 싹쓸이 벌목을 할 산주가 대한민국에 과연 있을까? 송이버섯이 나오는 울창한 숲도 있다. 싹쓸이 벌목 후엔 숲에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아무 것도 없고 계속 엄청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바로 여기서 전국에서 싹쓸이 벌목이 벌어지는 이유가 나온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숲가꾸기 벌목 절차는 지방자치단체가 산주의 동의를 받아 시행하도록 되어 있다(20191월엔 산림청이 산림 위탁경영제도를 만들어 지자체가 하던 일을 산림조합이 알아서 하도록 했다). 그런데 국내 산림의 부재 산주 비율은 54%로 높다. 심지어 산주의 동의 없이 벌목이 이뤄지는 비율이 무려 51%에 이른다.

 

산주의 동의 없이 벌목이 이뤄졌으니 산주가 부담해야 할 10%를 받을 수 없다. 심지어 산주의 동의를 얻더라도 벌목한 나무를 팔아 산주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적으니 10%를 부담하려는 산주도 드물다.

 

이와 관련해 감사원은 이렇게 정리했다.

'국고보조금 실적보조금 허위제출 현황'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홍천군을 비롯 전국 175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림 및 숲가꾸기 사업 15,340건의 실적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실제 사업비보다 총 999억 원을 부풀려 제출하는 등의 방법으로 수익자 부담금 총 950억 원을 납부하지 않고서도 납부한 것처럼 허위 정산 서류를 제출하였는데도 그대로 인정했다. 그 결과 수익자 부담금 950억 원만큼 산림 소유자에게 부당한 혜택을 준 반면 같은 금액만큼의 보조금이 과다하게 지출되어 예산이 낭비되었다.

 

벌목 후 조림 등의 숲 가꾸기 사업은 국고 보조금으로 진행되고, 국고 보조금의 집행 여부를 산림청이 보고 받고 있다. 520일 국회 법사위원회에서 산림청장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에게 기사 속의 싹쓸이 벌목이 국가가 하는 일이 아니며 사유지의 산주가 이익을 얻기 위해 한 일이라고 확인해줬다.

 

국가가 조림과 숲가꾸기 비용 일체를 지원하지 않으면 사유지에서도 싹쓸이 벌목을 하지 않는다. 나무 팔아야 돈이 되지 않고, 조림과 숲가꾸기 비용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결국 사유지에서 벌어지는 싹쓸이 벌목은 국가가 산림청을 통해 한 일이다. 최강욱 의원이 산림청장에게 속은 것이다.

 

숲가꾸기는 산림조합의 돈벌이 수단

산주에게 큰 이득이 없는데 왜 전국의 산림이 싹쓸이 되고 있는 것일까? 산림조합이 산주들을 찾아다니며 산지의 사용을 허가해 달라고 요청한 위임장을 입수했다. 이 위임장에는 '나무 벌목과 조림과 조림지 풀베기(조림 완료일로부터 3), 어린나무 가꾸기 사업(조림완료일보부터 10년 이내) 및 그와 관련한 사업비 집행, 보조금 수령 등 일체의 행위를 위임하고 이에 관한 민·형사상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벌목뿐 아니라 조림과 풀베기 등의 모든 것을 위임한다는 위임장 최병성

 

위임장에서 보듯 산주의 역할은 아무것도 없다. 산을 내어주고 그저 1ha100만 원을 받는 게 전부다. 벌목부터 조림과 가꾸기 작업, 여기에 국가로부터 받는 모든 예산을 산림조합이 알아서 한다.

 

그렇다면 왜 산림조합은 산주에게 위임장을 받아 무리하게 싹쓸이 벌목을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보여주는 서류를 입수했다. 한국민간위탁경영연구소가 지난 2018년 만든 'OO위탁사업 수수료 체계 연구' 보고서다. 지역의 산림조합이 시·군의 벌목과 조림과 숲가꾸기 사업 일체를 위임받아 시행하며 과업 수행 시 수수료와 비용 편익을 어떻게 책정하면 적절한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산림조합이 기존 방식으로 하면 수익률이 15%인데, 대리경영을 하면 23%의 수익이 난다는 용역 보고서 한국민간위탁영영연구소

 

이 보고서에는 기존에 해오던 방식으로 하면 산림조합의 이익률이 15%에 불과한데, 사업일체를 위탁받아 시행하는 대리경영으로 할 경우 이익률이 23.1%로 증가하여 전국 산림조합의 경영 활성화를 도모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산림청의 2020년 조림비용 고시문에도 이윤이 '노무비+경비+일반경비의 15%'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산림청의 임도, 사방, 산불방지 예산 등의 사업들은 제외하고 조림과 숲가꾸기에서만 산림조합 등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얻어왔는지 살펴보자. 앞서 감사원은 2008~2012년까지 5년 동안 숲 가꾸기와 묘목을 심는 조림비용이 총 31301억 원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31301억 원의 15%만 계산해도 무려 약 4700억 원에 이른다.

 

산주의 동의가 없는데도, 심지어 산주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는데도 산림조합이나 목상들이 산주를 쫓아다니며 위임장을 받아 벌목을 하는 이유가 명확해졌다.

 

벌목하지 않은 숲은 산림조합의 수익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일단 벌목을 하면 그 숲은 산림조합이 국가로부터 돈을 받아낼 수 있는 평생 먹거리 터가 된다. 벌목된 숲은 조림과 풀베기와 가지치기 등의 이름으로 계속 국고가 투입되어야 하는 그들의 사업장이 되기 때문이다.

 

지난 514일 기사가 나간 후 '10만 평 벌목 후 1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야 하는데 5만 그루만 사간다'는 묘목업자의 하소연부터 '묘목 조림 후 규정된 묘목 수를 심었는지 확인이 어렵도록 줄을 맞추지 않고 심는다'는 등 다양한 예산 부풀리기 등에 관한 제보가 줄을 이었다.

 

산림사업의 시장이 모두 정부예산에서 이뤄지기에 정해진 수수료 이외에도 다양한 방법의 예산 부풀리기를 통한 비자금 조성, 공무원 뇌물 등의 뉴스가 끊이지 않는다.

2011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산림조합의 다양한 부정부패 사례를 들어 제도를 시정할 것을 산림청에 권고했다. 국민권익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18월 산림청이 시행하는 산림사업의 문제점 및 비리에 관해 '인건비를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하여 횡령하거나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다 검찰의 조사를 받는다'는 다양한 부패 사건들을 인용하며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심지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71113일 산림조합과의 대행·위탁조항이 임의규정이라는 이유로 개선방안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권익위원회는 산림조합의 다양한 부조리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산림청에 강력히 촉구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시정 권고에도 불구하고 산림청은 지금까지 제도개선을 하지 않은 채 싹쓸이 벌목만 강행해 환경을 파괴하고 국고를 탕진해 왔다. 국민권익위원회

 

산림정책 전환 시급

벌목 현장을 조사하고 돌아오던 중 목조주택 건축 현장을 만났다. 모두 캐나다산 목재를 사용하고 있었다. 크고 작은 다양한 목재가 건축 현장에 사용되고 있지만 국산 목재는 전혀 없다는 게 건축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전국 산림이 싹쓸이 벌목되고 있는데, 목조주택 시장엔 대부분 수입산 나무가 사용되고 있다. 기막힌 현실이다. 최병성

 

친분 있는 건축가에게 국산 목재가 목조 주택에 얼마나 사용되는지 전화로 물었다. 목조주택에 관한 두 권의 책을 쓴 전문가였다. 목조 주택 건축에 국산 목재가 몰딩이나 걸레받이 정도는 사용되나 구조재에는 사용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옥의 경우는 일부 국산 목재가 사용되기도 한다고 일러주었다.

 

한옥 건축을 하고 있는 지인에게 전화해서 한옥 건축 시 굵은 기둥 외에 벽면의 구조재 등도 국산인지 물었다. 돌아온 대답이 놀라웠다. 한옥 역시 구조재 대부분 수입 목재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굵은 기둥도 국산 목재로 하면 나이가 어려 잘 휘고 트며, 옹이가 많기 때문에 국산을 요구하는 건축주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입 목재를 사용한다고 했다.

 

그동안 전국의 벌목 현장 곳곳을 누볐다. 잘린 나무 나이테를 세어보면 대부분 30~50살이었다. 제재소 몇 곳도 돌아보았다. 제재소 야적장엔 벌목 현장에서 만난 30~50살 어린나무들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목조주택에 사용 가능한 고급 목재는 없고, 저급한 용도의 목재만 있을 뿐이었다.

 

제재소 마당엔 나무의 원형부분을 켜낸 쭉정이가 산을 이루고 있었다. 땔감으로 사용될 나무들이었다. 나무가 크면 잘려나가는 쭉정이도 적고 고급 용도의 목재 생산이 가능하다. 벌목된 원목이 작으니 쭉정이만 넘쳐나는 것이다.

국내에서 벌목된 나무들은 대부분 저급한 용도의 목재로 사용된다. 나무 굵기가 작아 쭉정이로 짤려나가 땔감으로 사용되는 것이 많다. 최병성

 

문재인 정부는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침엽수 30, 활엽수 20살의 나무들을 벌목하고 30억 그루를 심겠다고 했다. 특히 산림청은 벌목한 나무를 가구 등의 목재로 사용함으로써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국내 50살 된 나무도 가구나 고급 목재로 사용되기엔 너무 작다. 30억 그루 심기 위해 전국의 산림을 침엽수 30, 활엽수 20살로 베어 낼 경우 가구용 목재는 불가능하고, 저급한 용도의 목재와 쭉정이만 생산되어 탄소 배출을 가속할 것이 자명하다.

 

길을 가다 보면 공사판에서 한두 번 사용되고 버려진 목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결국 땔감이 되어 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고급 목재가 아니다 보니 사용주기가 짧아 오히려 탄소 배출원이 되는 것이다.

고급 가구가 아닌 저급한 용도의 목재는 사용 주기가 짧아 탄소 배출원이 된다. 문재인 정부의 30억 그루 심기가 잘못인 이유다. 최병성

 

최근 개발 정보를 빼내 투기한 LH 직원들의 행태에 많은 국민이 분노했다. 그런데 LH 사태는 직원들이 자기 돈을 투기하여 이득을 얻은 것에 불과하다. 문제는 숲을 가꾼다는 미명 아래 오히려 국가 예산을 퍼부어 숲을 망쳐 온 산림청이다. 이 과정에는 벌목 현장이 많으면 많을수록 국가로부터 더 많은 예산을 받아 더 큰 이득을 얻는 산림조합이 있다.

 

산림조합은 산지 소유자와 임업인의 협동조직체로, 조합원에게 필요한 기술, 자금 및 정보를 제공하고, 조합원이 생산한 임산물의 판로확대 등을 통해 조합원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산림청장의 감독을 받으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세금과 부과금이 면제된다. 산림조합중앙회와 지자체에 지역조합이 있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벌기령 30살의 순환경제 경제성을 따져보면 '생산가치' 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손실'이 발생한다. 이는 잘못된 '역순환경제'.

 

서울대학교 산림과학과 윤여창 교수는 "국가 예산이 투입되면 공공성이 더 높아져야 하는데, 숲가꾸기 사업에서는 국가의 막대한 예산을 퍼붓고도 오히려 홍수와 가뭄 예방, 수질 개선, 경관과 생물 다양성 등 숲의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라며 "이제 산림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개선 방향은 간단하다. 벌기령을 외국처럼 최소 60~70년으로 늘려 큰 나무를 생산해야 하며, '벌목 중심'에서 '보전 중심'으로 산림정책을 바꿔야 한다. 또 최소한의 경제림 조성을 위한 벌목에도 경사도와 능선부 보호 등의 안전과 환경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탄소 흡수원을 위한 30억 그루 심기는 산림청이 문재인 대통령을 속인 것이나 다름없다. 문재인 정부의 30억 그루 심기가 본격화 된다면 산림조합의 돈벌이 사업장을 늘려주는 것에 불과하며, 숲을 파괴하여 기후위기를 부를 것이다. 수십조의 예산을 퍼부어 목조주택 시장에 사용도 하지 못하는 저급만 나무만 생산하는 걸 왜 해야 하는가? 산림청장의 답변이 궁금하다.

문재인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대책에서 숲의 탄소 흡수원을 삭제하고, 진정한 탄소 저감 대책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문재인 정부의 30억 그루 심기가 본격화된다면 전국 산림이 황폐화 되고, 기후 재앙을 부추기게 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30억 그루 심기라는 잘못된 정책을 폐기해야 한다. 최병성

[최병성 리포트]/ 오마이뉴스

 

어민 동의 없이 해상풍력발전소 설립 금지법안 발의

안병길 국회의원 대표 발의

부산일보DB

 

어민 동의 없이 공유수면에 해상풍력발전소가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국민의힘 안병길(부산 서구동구) 국회의원은 2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공유수면관리청이 공유수면의 점용, 사용허가 등을 할 때 허가나 승인으로 피해가 예상되는 근해어업, 연안어업 어민들의 의견을 듣고, 피해를 입는 어민이 있을 경우 점용허가, 사용허가를 승인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제도는 공유수면 점용, 사용 신청자가 피해 유무를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공유수면관리청이 허가, 승인하도록 되어 있다. 이 때문에 신청자가 자신에게 불리하지 않도록 피해 규모를 줄이거나 고의로 누락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근 어민들과 갈등을 빚고 있는 해상풍력발전은 최대 30년간 광범위한 공유수면을 사용한다. 안 의원은 해당 해역에서 조업을 하는 어업인들의 피해가 예상됨에도 어민의 참여 없이 사업자 주도로 일방적으로 입지가 결정됐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어민 참여와 사전협의 강화를 통해 해상풍력발전 사업의 절차적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것을 강조했다. 독일이나 덴마크에서는 이미 풍력, 태양광 발전 등의 사업 과정에서 단계마다 주민 의견수렴을 의무화하고 있다.

 

안 의원은 어민들의 피해를 고려하지 않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재고할 필요가 있다개정안이 통과되면 해상풍력발전 사업 계획 수립단계부터 어민들의 참여가 보장돼 정부의 정책과는 상관 없이 어민들의 실제적인 권리보호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부산

 

기후위기 시대, 정의로운 전환을 위하여](1)사라지는 부품을 만드는 내연기관 노동자들

텀블러·채식 등 친환경 고민할 때 산업전환 과정서 실직하는 사람도

불평등하게 미치는 기후위기 영향 노동자에게 일방적 전가는 안 돼

 

당신은 아침에 일어나 플라스틱 생수병에 든 물을 한 잔 마신다. 플라스틱 사용에 죄책감을 느끼며 병에 붙은 비닐을 제거하고, 병은 분리수거함에 넣는다. 버스나 지하철을 탈 수도 있지만, 디젤 자동차를 타고 출근을 한다. 라디오에서 기후변화로 폭염과 폭우 같은 이상기후가 잦아졌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직장 동료는 채식을 한다. 동물을 위해서,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당신은 그 동료를 존중하면서도, 어쩐지 함께 밥을 먹으면 불편할 것 같다고 생각한다. 퇴근 후에는 에코백을 메고 마트에 들러 소고기를 산다. 6월 초이지만, 날이 덥다. 당신은 전기세를 걱정하면서 에어컨을 켠다. 잠들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기후변화로 갈 곳 잃은 북극곰 사진을 보고 관련 환경단체에 소액을 후원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인간은 누구나 탄소를 배출한다. 보통의 당신은 플라스틱 제품을 쓰고, 디젤이나 가솔린 같은 내연기관 자동차를 타고, 육식을 하고, 화석연료로 만들어진 전기를 쓴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일터자체가, 일터에서 만들어지는 상품이 과도한 탄소를 배출한다. 그런 일터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은 당신이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를 열심히 한다고 상쇄되지 않는다. 이들의 일은 기후위기 시대에 사라져야만 하는 일이 됐다.

 

기후위기의 결과는 불평등하다. 누군가는 일회용품 대신 다회용기를 쓰며 작은 불편을 감수하면 되지만 누군가는 평생 해온 일을 그만두고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 이들 덕택에 편리한 생활을 누릴 수 있었지만 당신에겐 보이지 않았던 일들이다. 이들은 화석연료를 태워 전기를 만드는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일했고, 화석연료를 태워 구동하는 내연기관 자동차를 만들었다.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의 소멸과 전환은 피할 수 없다. 석탄화력발전은 2030년 초까지 폐지가 예고됐다. 내연기관차는 전기차로 바뀌고 있다. ‘모두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이같은 전환이 필수적이라면 전환 과정 역시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손실을 나눠야 한다.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기후위기에 대응해 어떤 지역이나 업종에서 급속한 산업구조 전환이 일어날 때, 과정과 결과가 모두에게 정의로워야한다는 개념이다.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전환 책임을 일방적으로 떠안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경향신문은 기후위기 시대의 전환기획을 통해 전환 대상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석탄 발전’ ‘내연기관이라는 큰 이름에 가려져 있는 노동자 삶으로 들어가 그들이 체감하는 전환의 상황은 어떻고, 바라는 건 무엇인지 물었다. 기후위기도, 산업 전환도 결국 삶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엔진 부품을 만드는 하청업체 노동자 D씨는 지난달 기자와 만나 위기의식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로 전기차 전환에 속도가 붙으면서 D씨처럼 내연기관용 부품을 만드는 노동자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전기차에는 엔진·변속기 등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들이 필요가 없다. 그가 말한 위기의식은 이 부품들처럼 자신들도, 자신들의 일터도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우철훈 선임기자 photowoo@kyunghyang.com

 

내가 만드는 부품,

전기차엔 쓸모없는데

일터가 남아나겠나

 

보통 사람들이 일상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장 흔한 방법은 자동차를 타는 것이다. 자동차는 시동이 켜진 순간부터 꺼질 때까지 화석연료를 태운다.

 

A씨는 군 제대 직후부터 22년간 자동차 엔진 부품을 제작하는 1차 하청업체에서 일했다. 내연기관 자동차 한 대는 부품 3만개를 조립해 만든다. 각 부품은 저마다 역할이 있지만 핵심은 엔진 부품이다. A씨 회사도 엔진 부품을 생산한다. “과거에는 다른 부품들도 만들었는데 사업이 확장되면서 엔진 부품 하나만 주력으로 하게 됐죠.”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 핵심이 바뀐다.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화석연료 대신 충전된 전기 배터리에서 동력을 얻는다. 내연기관차 부품의 약 30%는 전기차에선 필요가 없다. A씨가 만들던 엔진 부품이 그런 경우다. A씨도 이를 알고 있다.

 

없어지겠죠. (생산이) 축소될 수도 있겠지만, 안 좋은 경우엔 사라지겠죠. 일자리가 사라지는 거예요.”

 

내연기관차 부품 30%는 전기차에 안 들어가

엔진 주변 부품 만드는 회사는 거의 절멸한다고 보면 돼

하청 내려갈수록 자신이 만드는 부품이 사라지는지도 몰라

완성차 노동자들도 라인자동화·전환 배치 등 불안 시달려

 

내연기관 퇴출은 석탄화력발전소 폐지와 함께 한국 사회에서 정의로운 전환가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사실상 1개 업체(현대자동차그룹)가 독점하는 독특한 구조다. ‘공적 영역에 속하는 석탄화력발전소와 달리 완전한 민간 영역이기도 하다. 정부가 얼마큼 의지를 가지고 역할을 하느냐에 정의로운 전환승패가 달려 있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부품 수 감소, 일자리 상실 등 피해는 부품사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경향신문은 이미 시작된 전환 과정에서 불안해하는 자동차 부품사 노동자들을 만났다. 사실상 원청이 한 곳인 자동차업계의 특성을 고려해 인터뷰 대상자 이름과 소속 회사는 익명화했다. 부품 종류도 구체적으로 서술하지 않았다.

 

탈내연기관을 이끄는 기후위기

전 환경주의자처럼 생활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거든요.” 26년째 자동차 차체를 만드는 회사에서 일하는 B씨가 말했다. 그는 일상에서 기후변화를 체감한다. “겨울인데 따뜻하고, 이른 봄인데 너무 덥고. 요즘 기후는 뭐랄까, 정해진 틀을 벗어나 너무 불규칙해진 것 같아요. 더 이상 기후위기를 방치하면 진짜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변속기를 생산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C씨는 지구가 몸살을 앓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자꾸 천재지변이 일어나잖아요. 아시아에서 잘 일어나지 않던 일들도 일어나고요. 과거와는 확실히 다른 것 같아요.”

 

탈내연기관을 이끄는 강력한 흐름은 기후변화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2018년 발표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서 2017년 현재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1도 상승했으며, 기온이 1.5도 오를 경우 자연과 인간 모두에 위험한 기후 상태가 된다고 경고했다.

 

IPCC는 지구 기온 상승폭을 ‘1.5도 미만으로 제한하려면 인간 활동에 따른 전 지구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최소 45% 줄이고, 2050년에는 넷제로’(이산화탄소 순배출 제로) 상태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해 산업체계의 빠르고 광범위한 시스템 전환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특별보고서가 발표된 후 각국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가솔린·디젤을 연료로 쓰는 내연기관 자동차 퇴출도 그중 하나다. 유럽 각국은 2025~2040내연기관차 판매 금지를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한국에선 대통령 직속 국가기후환경회의가 2035년부터 내연기관 자동차의 국내 판매를 금지하라고 권고했다. 지난해 발표한 한국판 그린뉴딜 계획에 따르면 2025년까지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가 보급된다.

사라지는 부품을 만드는 사람들

문제는 일자리다. D씨는 엔진 부품을 만드는 1차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회사는 엔진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을 수십년간 대량생산해왔다. 쇳물을 만들어 주조를 하고 열처리를 하는 모든 공정이 회사 안에 갖춰져 있다. 하지만 회사가 오랫동안 돈과 인력을 투자해 다져놓은 이 시스템은 전기차로 전환될 경우 무용지물이 된다. 전기차는 엔진 부품 자체가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 부품이 사라지는 건 빼도 박도 못하는 사실이죠. 내일 아침 전기차로 바뀌게 된다면 회사의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되죠. 저희가 일할 공간도 없어지는 거죠.” D씨가 말했다. ‘탈내연기관흐름은 이미 느껴진다. 신형 엔진이 더 이상 개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저희가 생산하고 있는 제품들도 최근 만들어진 엔진 사양을 업그레이드하는 정도예요. 그렇게 된 지 몇년 됐어요.”

 

사정은 변속기를 제작하는 C씨 회사도 마찬가지다. “엔진 주변에 들어가는 부품 만들던 회사들은 거의 절멸한다고 보면 돼요. 예컨대 엔진 밸브 쪽에 있던 고무 같은 것도 이젠 필요 없는 거죠. 전기차에는 배터리만 딱 있으면 되니까요.”

 

사라지는 부품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엔진과 변속기지만, 전기차로의 전환은 미처 생각지 못한 종류의 부품에도 영향을 미친다.

 

차체는 바뀌는 게 없을 거라고들 생각하잖아요? 아니에요. 차체 소재가 바뀝니다.” B씨가 말했다. 한 번 충전된 전기차가 오래 달리기 위해선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배터리 수를 늘리거나 차의 무게를 줄이는 것이다. 배터리를 늘리면 가격도 올라간다. 남은 것은 차체를 가볍게 만드는 것뿐이다. “기존 제조 공정에서는 차체 소재로 철을 썼는데, 전기차에서는 알루미늄 합금과 복합소재 등을 사용해야 해요.”

 

소재가 바뀌면 소재를 결합시키는 용접 방식도 바뀐다. 용접 방식이 바뀌면 기계도 바뀐다. 기계가 바뀌면 작업 방식도 다시 익혀야 한다. 결국 기존 에 맞춰져 있던 공정 자체가 전부 수정돼야 한다. “현재 시스템은 포스코나 현대제철 쪽에서 가져온 철판을 잘라 프레스에 넣고 차체 형상을 만들어요. 알루미늄과 관련해선 정해진 공정이 없어요. 기존에 차체를 철 기반으로 해왔던 모든 회사들에서 설비와 기술 변화가 필요한 거죠. 차체 부분이 달라지지 않을 거다? 천만의 말씀이에요.”

 

무엇이 사라지는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실 이게 어디에 쓰이는 부품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만들던 부품이 사라져 걱정인 이들의 밑에, 자신이 만지는 부품이 자동차의 어디에 쓰이는 부품인지 모르는 이들이 있다. E씨는 2차 하청업체에서 일한다. 그는 하나의 부품에 들어가는 더 작은 부품을 만든다. “정확히는 (무슨 부품인지) 파악을 못하겠어요. 차 시트 같은 데 들어가기도 하는 것 같고요. 프레스에 고무를 주입해 찍어내는 일을 해요.”

 

그는 전기차 전환 흐름을 알고는 있지만 피부로 느끼지는 못한다. “저희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거의 알 수 없어요. 얼마 전 노조에서 (정의로운 전환) 토론회를 하고, 비디오도 보여주고 하니까 , 이런 게 있구나하고 서서히 깨우치는 거죠. 회사에서는 앞으로 장기적으로는 전기·수소차로 간다고만 하고 다른 말은 없었어요.” 그에겐 산업 전환 같은 큰 문제보다 열악한 임금 등 매일 일하는 작업환경의 변화가 더 시급하게 느껴진다.

 

E씨가 특이한 것은 아니다. 2차 이하 하청업체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는 자신들이 매일 만지는 부품이 정확히 자동차의 어느 부위에 붙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F씨 상황도 비슷하다. 그는 프레스에서 찍어낸 부품 표면의 (burr)’를 제거하는 5차 하청업체서 일한다. 부품을 포장·납품하기 전 까끌까끌한 부분을 없애기 위한 표면처리 과정이다. 만드는 제품의 구체적인 쓰임새를 모르다보니 전기차로 전환되면 일감이 얼마나 줄어들지 감을 잡기 어렵다. “내연기관 부품의 70% 정도가 저희 회사로 들어오는데, 부품 자체가 줄어들면 저희한테 오는 물량도 줄어들 수밖에 없겠죠. 어떤 제품이 없어지고 살아남는지 우리는 모르잖아요. 그거 아는 사람들은 극소수일 거예요. 알면 저희한테 좀 알려주세요.”

 

사라지는 부품을 만드는 것이나 자기들이 만드는 부품이 사라지는지 아닌지 모르는 것이나 상황은 좋지 않다. 하지만 후자의 경우 해결책을 찾기가 더 어렵다. “사실 2·3차 업체는 연구·개발 능력이 제로예요. 프레스 기계는 업체에서 사지만, 그걸 찍어내는 금형은 1차 하청에서 빌려주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재료를 공급받고, 거기에 사람만 투입하는 형태가 일반적이에요. (사실상) 인력파견업체처럼 운영되기 때문에 굉장히 열악하죠.” B씨가 말했다.

 

완성차 노동자들도 불안

전환에 대한 불안은 완성차 조립을 하는 노동자라고 예외가 아니다. “현대 아이오닉5(전기차) 라인에 원래 엔진 조립 공정이 있었는데, 거기 있던 인원 38명이 다 다른 곳으로 전환배치됐어요. 엔진·변속기·소재 쪽 노동자들은 고용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고 있죠.” 김용호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미래변화대응TF1팀장이 말했다. 현대차지부는 최근 임금단체협상을 앞두고 관심 사안에 대한 조합원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1위가 임금, 2위가 미래차 대응이었다.

 

완성차 노동자들이 당장의 해고를 걱정하는 건 아니다. 사업장이 고령화된 만큼 정년퇴직으로 인한 자연감소 요인도 있다. 현대차지부에서는 2025년까지 12000~14000(조합원 수 기준)이 정년퇴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 상황에서는 오히려 인원 충원이 필요한 수준이다.

 

하지만 일터의 노동자들을 불안하게 하는 요인을 해고로만 한정할 수 없다. 내연기관 조립 수요 감소에 대응해 전환배치를 해도 오랫동안 해온 공정을 중단하고 갑작스럽게 다른 공정에 투입되는 건 부담스럽다. 최선 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정책기획1실장은 “(새로운 공정을 익히는 데) 적게는 한 달, 많게는 1년 정도 걸릴 것 같다고 했다. 그나마 아직까지는 전환배치가 되고 있지만, 전기차 전환 비용 절감을 위해 감원, 라인자동화 등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직접적인 일자리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니까, 이건 완벽하게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국내 자동차산업은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를 갖고 있다. 피라미드 꼭대기에는 사실상 유일한 원청인 현대차·기아가 있다. 그 밑에 1차 하청업체가 있고, 그 밑에 2·3차 이하 하청업체들이 줄줄이 이어진다. 아래로 내려갈수록 업체 규모나 기술력은 떨어지고 사업장 상황도 열악하다.

 

완벽하게 눈치 볼 수밖에 없는구조의 결과는 예상 가능하다. “현대차를 독점으로 만들어놓은 뒤로 전속거래(한 곳과만 거래하는 것)가 심화됐어요. 그때부턴 연구·개발을 할 필요가 없는 거예요. 현대차에서 그냥 하라는 대로 해도 성장을 했거든요.” 자동차산업 분야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이항구 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다.

 

투자할 기술도, 자금도 없는 부품사들

엔진 부품을 만들던 D씨의 회사는 몇년 전부터 전기·수소차에 들어가는 부품도 생산하고 있다.

 

회사가 스스로 노력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D씨가 말했다. 내연기관 부품만을 만들던 부품사가 전기·수소차 부품에 투자하는 건 흔치 않다. 1차 하청업체라도 대부분은 그럴 만한 기술력도, 기술 연구에 투자할 금전적 여력도 없다. D씨 역시 운이 좋은 편이라고 느낀다.

원청 눈치 보기 바빠 연구·개발 엄두 못 내

하청들은 문 닫을 수도

 

A씨 회사도 엔진 부품을 만드는 1차 하청업체지만 상황은 다르다. 친환경차 전환에 이렇다 할 대책이 없다. 관련 연구·개발도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회사 측도 걱정만 할 뿐 뾰족한 대안을 내놓지 못한 채 시간만 보내고 있다.

 

그는 그런 회사가 답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이해가 된다. 그가 보기에 1차 하청업체들 중 새로운 부품 개발에 투자할 수 있는 곳은 극소수다. 이미 너무 오랫동안 원청의 기술력에 의존한 제품을 만들어왔다. “1차 중에서도 중견기업 이상이면 나름대로의 기술 연구도 하고 준비를 갖추고 있을 텐데, 그 정도 규모가 안 되는 사업자들은 대부분 원청에서 주는 기술을 조금 개량한 수준의 기술인 거죠.” A씨가 말했다. 지금, 다시 시작하기에는 실패 비용을 감당할 여유가 없다.

 

연구·개발 역량이 뒤처진 건 부품사가 게을렀기 때문일까. 구조적으로 동력이 없었다. 새로운 아이템을 연구·개발 해봤자 원청에서 사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 ‘코드라는 게 있거든요. 시트 쪽 코드, 프레스 쪽 코드, 영역별로 부품사를 묶어놓은 거죠. 코드별로 2~4개까지 업체가 있어요. 원청이 가격과 회사 가치 등 전략적인 관점에서 아이템을 나눠줘요. 그런 상황에서 현재 기존 아이템에서 벗어나 다른 아이템으로 넘어가는 건 정말 쉽지 않아요.” B씨가 말했다.

 

버티거나, 사라지거나

전기차 전환 대비책 세울 여유 없고

뭔가 개발해도 원청이 안 사면 그만

부품사들 상황 보며 버티기 할 수밖에

 

결국 대부분의 부품사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며 버티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새로 투자를 해 전환할 여력이 안 되는 사업장은 남은 내연기관 물량을 가지고 버틸 수밖에 없는 거죠. 그 기간 동안 돌파구를 찾으면서요. 그것조차 안 되는 사업장들은 문을 닫게 될 거예요.” A씨가 말했다.

 

부품사의 경제적 어려움은 이미 수치로 나타난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지난달 31일 발간한 산업동향보고서에는 국내 110개 자동차 부품사들의 총매출액이 분석돼 있다. 부품사 매출은 전년 대비 19513억원 감소했다. 부품사 중에서도 규모가 큰 곳과 작은 곳의 격차가 커졌다. 고용인원 파악이 가능한 부품사 105개를 대기업(62)과 중소기업(43)으로 나눠 비교했더니 대기업 매출이 2.67% 감소하는 동안 중소기업은 6.61% 줄었다. “코로나19가 있어서 정부가 돈을 왕창 풀었잖아요. (부품사들은) 그래서 버티고 있는 거예요, 지금.” 이 연구위원이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부 업체는 주력 분야가 아니더라도 내연기관과 관련된 품목이기만 하면일감을 끌어오려는 곳도 있다. D씨가 말했다. “모터 만들던 회사에서 와이퍼를 만들기 위해 준비한다는 소문을 들었어요. 미래차에도 와이퍼는 존재할 테니까요. 부품 자체가 3분의 1 정도 줄어든다고 하니까, 지금은 무조건 살아남는 게 중요한 거죠.”

 

기업에만 정의로운전환

정부 정책은 기업에만 정의로워

재교육 전에 일자리부터 만들어놔야

 

노동자들이 보기에 현재의 전환 과정에서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기업에만정의롭다.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이미 기술을 가지고 있거나 주도하고 있는 기업에 세계 일류가 되라고 하면서 돈을 더 투자해주는 방식이죠. 그건 고용창출을 위한 것도 아니고, 그 기업을 초일류로 만들어주기 위한 거니까, 일반 국민을 위한 거라고 보이진 않아요.” B씨가 말했다.

 

A씨도 비슷한 생각이다. “솔직히 지금 정부 역할은 대기업 퍼주기예요.” 그의 말이 이어진다. “정부가 노리는 게 낙수효과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린뉴딜 예산만 봐도 대기업 중심 재편으로 편성돼 있지 않나요. 기업에는 그렇게 투자하는데, 그 과정에서 직장을 잃고 떨어져 나오게 되는 일반 노동자들에게는 어떤 지원이 있는지 모르겠어요.”

 

정부는 지난해 한국판 그린뉴딜 예산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113만대, 수소차 20만대 보급 등 친환경 모빌리티203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내연기관 산업 전환에 그린뉴딜 전체 예산 734000억원 중 가장 많은 부분을 투자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 전환 과정에서의 노동자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 113000억원이 들어가는 그린에너지 부문의 석탄발전 등 사업축소가 예상되는 위기지역 대상 신재생에너지 업종전환 지원항목에 그린 모빌리티가 포함돼 있을 뿐이다. 당시에도 그린뉴딜이 아니라 사실상 현대차 성장 전략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어떤 재교육이어야 할까

정부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피해를 입는 산업의 노동자들에게 새로운 일자리 수요를 파악해 맞춤형 직업훈련, 재취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산업별 구분도, 직업훈련 기간과 내용도 적혀 있지 않은 선언적 문구에 불과했다.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회의적일 수밖에 없다.

 

교육을 통해 새로운 취업 기회를 열어주려면 일자리가 존재해야 하잖아요. 일자리가 없는데 교육만 시킨다고 해결이 되나요? 유럽에서 조선소가 다 망했지만, 그 조선소에서 해상풍력 플랜트를 만들 때 조선소에서 해고됐던 이들을 재고용해서 만들고 있대요. 새로운 산업의 일자리 창출이 정부에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B씨가 말했다.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재교육은 일자리 전환뿐 아니라 장기적인 노동 안전측면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전동화에서는) 고전압 부품들이 많아져서 잘못하면 감전사할 수 있어요. 지금은 부품 색깔이 다 똑같지만, 전기차에서는 부품 색깔이 달라져요. 고전압은 예컨대 노란색으로 칠해놓고 해당 부품 작업 시에는 석면장갑을 끼고 하고, 전기감전이 안 되게 접지작업도 사전에 돼 있어야 해요. 재교육 과정에서 실제 실습을 하면서 그런 것들을 조심하라고 안전교육을 해야 하는 거죠.” 이 연구위원이 말했다. 설사 재교육 시스템이 갖춰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완성차 업체가 아닌 부품사에는 제한적으로 적용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은 지금은 어쩔 수 없다.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1차 업체를 먼저 교육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실은 재교육할 인력도 마땅치 않다. “현실적으로 인력양성을 하려고 해도 가르칠 사람이 없어요. 하다못해 대학 교수님들도 대부분 기계공학을 전공하셨어요. 이분들이 할 수가 없는 거죠.” 이 연구위원의 말이다. 그는 재교육을 위해서는 정확한 교육을 할 수 있는 인력을 먼저 배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대학에서 교수 요원부터 교육한 뒤에 그 사람들이 나와서 재교육을 해야지, 아무 데나 맡겨놓으면 돈만 날리고 효과도 없어요.”

 

전환기 안전망이 필요하다

왜 매번 고용이 문제가 되느냐? 우리나라는 직장을 잃으면 삶 자체가 흔들리고 깨져버리는 구조잖아요. 일을 놓치게 되면 국가가 책임지고 보호해주는 안전망이 한국에서는 기껏해야 몇 개월 아닌가요? 몇 개월 안에 뭔가 하지 못하면 떨어질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A씨가 말했다.

 

이미 전환에 따른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재교육을 통한 일자리 전환이전에 전환기 안전망을 구축해 달라고 요구한다.

 

새로운 일자리, 기존 일자리에서 파생된 일자리로 가기 위한 재교육도 중요한 축이지만 실직자는 어쩔 수 없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이성희 민주노총 금속노조 정책국장이 말했다. “실직한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는 아닐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정부가 세팅해놓은 일자리로 가세요라고만 교육하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미래에 생기는 일자리는 정부가 계획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어요. 그런 일자리로 가기 위한 과정에서 사회 안전망이 필요하죠.”

 

이 국장은 전환기에는 5년이든, 10년이든 단기적으로 노동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전환기 안전망이 필요하다. 그게 정의로운 전환의 한 축이라고 했다.

 

이런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전환의 당사자인 노동자들이 논의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 하바라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부품사 노동자들을 대변할 수 있는 목소리가 부족해서 (전환 과정에서) 협상을 하기 어려운 면도 있다. 중간지원 조직을 만들어서 의견수렴을 받거나 정책에 대해 노동자들에게 설명을 하고 도와줄 수 있는 역할을 하게 하는 것도 방법일 것 같다정부 차원에서 부품사들에 대한 전수 조사나 체계적인 모니터링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고용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무작정 죽이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연착륙시킬 것인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버섯모양 가로수 아시나요?관광상품된 충북 단양의 복자기 가로수

충북 단양군이 단양읍 도심 거리에 조성한 둥근 버섯 모양 복자기 가로수 모습. 단양군 제공

 

충북 단양의 도심에 조성된 버섯모양의 가로수가 눈길을 끌고 있다. 단양군은 도심 경관 개선을 위해 단양읍과 매포읍 도심 도로 복자기 가로수 800그루를 둥근 버섯 모양으로 가지치기했다고 3일 밝혔다.

 

단양읍 별곡사거리부터 소노문 단양까지 2구간에 자리잡은 복자기 가로수는 둥근 버섯 모양으로 단양의 새 볼거리로 자리잡고 있다. 이색 가로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생겼다. 다른 지자체의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단양군이 복자기 가로수를 심기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다. 단양군은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지금의 신단양(단양읍)으로 이주한 뒤 버즘나무 가로수를 선택했다. 하지만 상점의 간판을 가리고 꽃가루가 날린다는 민원이 잇따라 가로수 교체사업을 진행해 왔다.

 

2007년에는 매포읍 일원에 복자기 나무 300그루를 추가로 심어 도심 가로수 대부분이 이 나무로 바뀌었다. 단양군은 또 단풍나무와 벚나무 등을 활용한 도심 녹지화 사업도 진행중이다. 단양군 관계자는 시민과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만들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가곡면 향산삼거리~보발재 구간 단풍나무 가로수 조성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청정 도시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제주서 흔하게 봤던 노란꽃 서양금혼초알고보니 생태계교란종

제주의 도로변과 공원, 오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노란빛깔의 꽃, 서양금혼초. 제주시가 생태계 교란 식물인 서양금혼초와의 전쟁을 시작했다.

도 전역으로 확산된 서양금혼초는 강한 생명력과 밀식성으로 지역 고유 식물의 서식지를 점령하고, 생태계를 교란하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제주시 제공

 

제주시는 5~6월 개화시기를 맞아 환경부 지정 생태계교란 생물서양금혼초(개민들레) 퇴치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3일 밝혔다.

 

서양금혼초는 제주지역 어디서나 쉽게 볼 있는 식물이지만 유럽이 원산지인 외래식물이다. 1980년대 목초 종자를 수입하는 과정에서 혼입돼 제주에 처음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강한 생명력, 번식력으로 도심 공원, 도로변, 잔디밭은 물론 해안변, 오름까지 빠르게 번지고 우후죽순 자라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개체가 1년에 2000여개 이상의 씨앗을 뿌리는데, 씨가 바람에 날려 확산성도 높다. 뿌리를 내리면 빈틈없이 빽빽하게 자라 서식지를 잠식한다. 제주 고유 식물의 생육을 방해하고, 지역 생태계를 교란할 위험이 크다.

 

최근 ()제주문화유산연구원 제주자연문화재돌봄사업단이 천연기념물(523)로 보호되고 있는 도련동 귤나무류 주변을 모니터링한 결과 서양금혼초가 빽빽하게 점유해 귤나무의 위해요소가 되고 있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제주시는 도 전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서양금혼초 제거를 위해 올해 예산 4000만원을 확보했다. 지난달부터 신산공원과 미리내공원 등 도심공원과 김녕·월정리 해안도로변, 다랑쉬오름, 당오름으로 확산한 서양금혼초를 제거 중이다.

 

제주시 관계자는 서양금혼초 개화시기에 맞춰 동부와 서부 2개조로 나눠 지난달부터 제거 사업을 추진 중이라며 서양금혼초는 뿌리가 깊게 박혀 있어 베어내기만으로는 퇴치할 수 없고, 호미를 이용해 수작업으로 뿌리째 제거해야 제주 고유 자생 식물의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제주시는 지난해에도 우도에서 광범위하게 퍼진 서양금혼초 제거 사업을 했다.

제주시가 신산공원에서 자라고 있는 서양금혼초 제거 사업을 하고 있다. 서양금혼초는 지역 고유 식물의 서식지를 점령해 생태계를 교란하는 피해를 입히고 있다. 제주시 제공

 

부기철 제주시 환경관리과장은 현재 서양금혼초 등은 넓은 지역에 많은 개체수가 분포하고 있다제주지역 식물 생태계 교란을 최소화 하기 위해 퇴치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세계는 왜 그레타 툰베리를 좋아하고 또 싫어할까

툰베리의 눈물과 웃음이 담긴

영화 <아이엠그레타> 개봉

멋지다’ vs ‘나댄다중 당신의 선택은?

영화 <아이엠그레타>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경찰분들이 저도 툰베리 알아요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시위하러 나온 제 마음을 이해해주시는 것같아 고마웠어요.”

지난달 31‘2021 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가 열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부근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한 장윤석 녹색당 기후정의위원회·청년기후긴급행동 활동가는 종종 그레타 툰베리덕분에 시민들과 소통할 기회가 생긴다고 했습니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기후 운동뿐 아니라 미래세대의 아이콘입니다. 20188월 스웨덴 의회 앞에 종이 손 피켓을 들고 스웨덴 정부를 향해 기후위기 대응에 나설 것을 요구하는 작지만 큰 행동을 시작으로 전세계 기후변화 운동을 이끌고 있습니다.

 

악플 보고 자지러지게 웃지만, 두 어깨가 무거운 툰베리

 

3일 개막하는 서울환경영화제에 출품된 영화 <아이엠그레타>는 그의 2018년 이후 일상을 매우 가까이서 담아낸 다큐멘터리입니다. 그가 나오는 다큐멘터리는 이 영화말고도 많지만, 이 영화는 툰베리의 집 안에서의 모습도 엿볼 수 있어 조금 새로웠습니다.

 

영화 속 툰베리는 연설문 단어 한 자 한 자를 꼼꼼하게 챙기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시위 군중과 함께 하기 위해 제때 밥 먹는 것도 거부할 정도로 자신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깊이 고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긴급 회의가 열릴까봐 미래 계획을 세우기 불안하다고 말하는 모습이나 요트를 타고 대서양을 건너 미국 뉴욕으로 가는 바다 위에서 집에 가고 싶다. 책임감으로 어깨가 너무 무겁다. 온종일 이 생각에 매여있다.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라며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 전세계인들의 관심을 받아내는 자신의 삶의 무게를 버거워하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연설을 부탁받아 궁전이나 성같은 화려한 곳에 갈 때면 롤플레잉 게임 주인공이 된 것 같다고 솔직한 마음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혼자 도서관에서 춤을 추고 악플을 하나 하나 읽으며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에서는 매번 화가 나 있던 투사로서의 툰베리가 아닌 10대 소녀의 발랄한 모습에 매우 새로워보이기도 하지요.

영화는 9일 서울환경영화제가 끝난 뒤 17일 전국 30~50개 극장에서도 연이어 상영을 합니다. 미국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인 훌루(Hulu)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툰베리 팬과 안티팬은 왜 나뉘는 걸까

툰베리는 영화 속에서 그와 동료들을 가리켜 우리는 지구를 지키고 있어요.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도록이라고 자신의 활동 이유를 말합니다. 10대 이미지를 소비하는 어른들을 향해 이목을 끄는 것에만 관심있다. 시늉만 한다. 실제로 행동은 하나도 하지 않는다. 기후위기 해결책이 티백을 찻잎으로 바꾸고 주에 한 번 채식하는 거면 위기라고도 말 안한다라고 강하게 비판합니다.

영화 <아이엠그레타>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툰베리를 좋아하는 이들은 주로 그가 멋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세계 정상들과 맞짱뜨는 모습이 용감해보이고 지구를 걱정하는 마음이 진실돼보이기 때문인 듯 합니다. 하지만 그를 보며 ‘(친환경적으로 살지 않는) 위선자, 언론이 띄워주는 공주등으로 비판하는 이들도 많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는 한 30대 남성은 스웨덴이라는 부자 나라의 툰베리는 환경 피해를 입은 당사자도 아닌데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니 공감이 되지 않는다라고 저평가했습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영화를 함께 본 <한겨레> 기후변화팀의 김민제 기자는 툰베리의 등장은 기후위기 문제에 공감하고 이를 운동으로 끌고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반가울 일이고, 기후위기 문제를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한 이들에게는 이를 무시할 수 없는 일로 만들어 다른 행동을 요구하니 눈엣가시처럼 거슬릴 것이라고 양면을 분석했습니다.

 

탄소중립위원회 국민소통분과위원이기도 한 강영진 한국갈등해결연구원장(갈등해결학 박사)은 팬과 안티팬이 나뉘는 이유가 결국 소통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사회로 좁혀 본다면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이 한국 사회의 주류가 인정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강 원장은 젊은 스타가 등장할 때는 항상 그를 시기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그보다는 이념이나 이해관계가 달라서 안티가 되는 경우를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미국, 유럽은 정부가 앞장서서 기후변화의 중요성을 알렸는데, 한국은 아직도 정부가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 상향같은 메시지를 준 적이 없다. 그러다보니 여전히 기후위기 대응이 시급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고 툰베리에 대한 찬·반 양론도 이런 인식 차이가 반영됐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툰베리를 배척하는 이유를 들여다보면 기후변화 뉴스가 인기 없는 이유도 찾아볼 수 있을 듯 합니다.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보면 기후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이유는 기후변화가 유발하는 불안과 그것이 요구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기후변화는 분명 위협이지만, “우리의 뇌가 단기적 이익들을 포기하도록 이끌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기후변화 문제를 영구히 뒷전으로 미뤄둔다는 것이지요.

 

대학을 졸업해 다니는 직장을 다니는 한 40대 여성은 탈플라스틱 운동은 당장의 효능감을 주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라고 하는 건 시민들이 변화를 바로 체감할 수 없기 때문에 더욱 공감이 안 되는 것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언론이 많은 기사를 내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 환경운동가들의 시위로만 인식되기 때문에 그 이상의 관심은 두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의 심리학은 기후변화 문제를 이야기하면서 북극곰, 허리케인, 빙하, 불타는 숲 등 전통적 환경이미지를 강조할수록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고용, 경제 문제와 멀어진다고도 설명합니다. 강 원장도 외국에서 기후운동은 누구도 환경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사회에서는 기후운동을 환경운동으로 좁혀 인식하고 있다. 그만큼 한국 사회는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도 부족하고 인식 수준이 낮다고 지적했습니다. 툰베리의 주장을 과거에 있었던 환경 운동으로만 생각하고 말 것인지, 아니면 그가 강조하듯 고용, 경제, 노동 등 모든 삶의 문제까지 닿는다고 받아들이는지에 따라 툰베리나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관심과 지지도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기후문해력과의 싸움툰베리, 자신의 다큐가 교육 목적으로 활용되길 원해

기후변화 문제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사실 관심을 갖다가도 과학적 상식을 이해하기부터 어려워 눈을 감아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을 잘 알아서인지 2009년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 등은 기후문해력안내서(Climate Literacy)를 펴냈습니다. ‘기후가 자신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한다면 기후변화를 보편적으로 이해할 능력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반대로 그렇지 못하다면 아무리 지식인이라도 기후 문맹이라고 하지요.

영화 <아이엠그레타> 갈무리. 서울환경영화제 제공

 

그레타 툰베리도 자신을 향한 악플을 보면서 기후문맹과의 소통 장벽을 뛰어넘기 위한 고민을 한 것 같습니다. 영화 <아이엠그레타> 배급사인 영화사 진진은 <한겨레>에 영국 런던의 배급사와 계약을 할 때 특이한 조건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2일 진진 쪽은 “(해외 배급사 쪽은) 이 영화를 학교나 기타 공동체에서 상영할 경우 에듀멘터리(교육적 다큐멘터리)로서 기후운동이 소개되길 원했다. 교육적 목적으로 비극장 상영을 원할 때 사전에 그 내용이 적절한지 해외 배급사에게 보고해달라는 조건이 있었다고 소개했습니다. 이에 한국의 툰베리들인 청소년기후행동은 영화사와 기후문해력을 높이는 교육적 수단으로 이 영화를 활용할 방안에 대해 협의 중입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해상 풍력 상반된 법안 발의 격론 예고

, 발전사업 인허가 간소화 추진

- 국힘안은 어민허락 필수 못 박아

- 어업인들은 여당안에 강력 반발

- 국회 처리과정서 여야 진통 전망

 

여야가 해상 풍력발전과 관련해 상반된 입장의 법안을 잇달아 발의하면서 정치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수산단체는 여당이 만든 해상 풍력발전 활성화 법안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정부와 업계 간 다툼이 전면전으로 비화되는 형국을 보이고 있다. 최근 부산에서도 사하구 다대 1·2동 주민이 다대포 해상풍력발전단지 설치 반대 1만 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이를 둘러싼 갈등이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와 한국수산업경영인연합회 등 수산업계가 지난 2일 전남 목포의 김원이 의원 사무소 앞에서 풍력발전 특별법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수협중앙회 제공

 

김원이(전남 목포)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47명은 지난달 풍력발전 보급 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핵심은 해상 풍력을 추진하는 전담기구 설립과 인허가 작업 간소화다. 이전에는 민간 사업자가 풍력발전 사업을 할 때 입지 선정 외 환경부 및 해양수산부와 환경영향평가·해역이용영향평가 등의 절차를 거치면서 정식 사업 시작까지 수년이 걸렸다. 법안이 통과되면 우선 환경부가 전 해역을 대상으로 사전환경성조사를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또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되는 풍력발전위원회는 이 자료를 바탕으로 심의·의결을 거친 뒤 풍력고려지구를 검토하게 된다. 이후 정부는 실제 발전사업이 이뤄질 풍력발전지구를 지정하고, 이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해역이용협의·해역이용영향평가 등을 면제하거나 간소화할 수 있는 특례규정을 포함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어민 허락 없이 공유수면에 해상풍력발전소를 가동하는 것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내놨다. 안병길(부산 서·동구) 의원은 지난 2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공유수면관리청이 공유수면의 점용·사용허가 등을 할 때 피해가 예상되는 연근해 어민을 직접 파악해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 법안이다. 또 피해를 입는 어민이 있으면 점용·사용 허가나 승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 현행 제도는 공유수면 점용·사용 신청자가 피해자 유무를 조사한 뒤 공유수면관리청이 허가·승인을 하도록 돼 있어 피해규모가 누락되거나 축소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수산업계는 여당이 발의한 법안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이들은 해상풍력의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어업인 의견수렴과 동의절차 미비 환경성 평가와 협의 절차 면제 또는 간소화가 초래할 문제점 경시 입지 검토 등 기존 민간사업에 대한 처리방안 부재 등을 거론하고 있다.

 

20명 안팎으로 꾸려지는 풍력발전위원회의에 수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위원이 2, 3명에 불과하다며 기구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따라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는 최근 특별법 법제화 중단을 촉구했고, 지난 2일에는 수산업 단체들이 전남 목포의 김원이 의원 사무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가 발의한 법안 내용이 대치되는 까닭에 국회 처리과정에서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제신문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

 

이토록 경이로운 갯벌이 사라져 간다

신안갯벌에 자연이 그린 거대한 나무 음각화

서해 파도가 신안 갯벌에 음각한 나무 한 그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서해 파도가 신안 갯벌에 음각한 나무 한 그루.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바닷물이 밀려나자 육지와 바다의 경계에 거대한 진회색 나무 한 그루가 형태를 드러냈다. 퇴적물이 쌓인 진흙 위를 서해 파도는 부지런히 들고 나며 줄기와 기둥을 음각했다. 석양이 드리워지자 나무는 더 선명해졌다. 해 질 무렵 썰물 때에 찾은 5월 신안 갯벌은 자연의 아름다움을 한껏 뽐내고 있었다.

신안 갯벌.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갯벌은 수많은 동식물의 서식지이며 철새들의 사냥터이자 어민들의 일터다. 갯벌은 오염물질을 거름종이처럼 걸러내 흡수·분해하고,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만들어내 숨은 숲역할을 한다. 한국의 갯벌은 세계적으로도 높은 생물종 다양성을 보여 산호·게 등 저서동물과 함초 등 염생식물과 큰고니 등 멸종위기종의 터전이다. 과학전문지 <네이처>는 갯벌의 생태적 가치를 1헥타르당 9990달러(1110만원)로 추정하고 있다.

말뚝망둥어. 박종식 기자

 

문화재청과 해양수산부는 오는 7월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갯벌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한국의 갯벌에 대해 세계유산 등재기준 중 생물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는 자연 서식지의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충분히 범위가 넓지 못하다는 이유로 반려의견을 낸 상태다.

칠게. 박종식 기자

 

현재 한국의 갯벌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간척사업 등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2018년 해양수산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갯벌 면적은 2482, 5년 전인 2013년보다 5.2줄었다. 여의도 면적의 1.79배나 되는 갯벌이 5년 사이 사라진 것이다. 뒤늦게 심각성을 느낀 정부는 20201갯벌 및 그 주변지역의 지속가능한 관리와 복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하고 갯벌의 보전·관리·복원을 위해 한걸음을 내디뎠다. 기후위기에 맞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심고 숲을 가꾸듯 숨은 숲갯벌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

백로. 박종식 기자

 

신안/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인류 최초 수심 1m 내려갔는데..사람 흔적 있었다

 

지구에서 세번째로 깊은 해구인 필리핀 해구를 인류가 사상 최초로 탐험했다. 수심 1m의 깊은 해연이었다. 그러나 탐사자들이 도착한 그곳에는 이미 인간의 흔적이 즐비했다. 바로 플라스틱을 포함한 각종 쓰레기였다.

[캘러던 오셔닉(Caladan Oceanic) 유튜브]

 

민간해저기술업체 캘러던 오셔닉은 최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지난 3월 필리핀 해구의 엠덴 해연 탐사 영상을 공개했다. 탐사에는 필리핀국립대 해양과학연구소 미생물해양학자 데오 플로렌스 온다(33) 박사와 해저탐험가이자 퇴역한 미 해군 장교 빅터 베스코보(55)가 참여했다.

 

온다 박사와 베스코보가 당시 심해잠수정 리미팅 팩터를 타고 무려 12시간에 걸쳐 엠덴 해연 속으로 내려갔다. 엠덴 해연은 약 수심 1540m에 달한다. 인류의 엠덴 해연 탐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951년 덴마크 선박 갈라테아호가 이곳을 처음으로 탐사하긴 했지만, 해연 속으로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들은 인류 최초 탐사가로서 미지의 심해 생명체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온다 박사와 베스코보의 눈 앞에 펼쳐진 건 뜻밖의 물체였다.

바로 인간의 쓰레기다. 수심 1m가 넘는 엠덴 해연 바닥에는 비닐봉지, 제품 포장지, 셔츠, 바지, 곰인형 등 수많은 쓰레기가 분해되지 않은 채 떠다니고 있었다.

 

온다 박사는 심해에 흰 물체가 둥둥 떠다니고 있어 베스코보에게 저건 해파리라고 말했는데 가까이 가보니 플라스틱이었다마치 그것들이 수퍼마켓에서 온 것 같았다고 말했다.

수심 1m 이상의 해연에서 떠다니는 비닐봉지 [캘러던 오셔닉(Caladan Oceanic) 유튜브 캡처]

 

인류가 최초로 탐사한 깊은 심연에서 발견된 쓰레기는 인간에 의한 해양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반증한다.

 

온다 박사는 지구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알게 됐고 이를 알려야 할 책임을 느꼈다우리는 아직 심해 생물이 얼마나 다양한지, 이들이 해양 생태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도 알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해저에서 해양 쓰레기가 발견된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에는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의 심해 갑각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물질이 나왔다. 작은 새우처럼 해당 갑각류는 수심 6000~7000m에서 잡혔다.

마리아나 해구에서 발견된 새로운 종의 갑각류(왼쪽)와 소화기관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조각. [포브스 캡처]

 

영국 뉴캐슬대 자연환경과학과 앨런 제이미슨 교수팀은 이 갑각류의 소화기관에서 플라스틱 물병이나 운동복을 만드는 데 사용되는 합성화합물인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를 발견했다. 지구에서 가장 깊은 바다인 태평양 마리아나 해구마저도 플라스틱 쓰레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다.

 

한편, 깊은 심해의 경우 햇빛과 산소가 적기 때문에 플라스틱과 같은 물질은 쉽사리 분해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플라스틱은 해양 쓰레기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태평양 하와이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사이에는 플라스틱 87000톤 이상이 모여있는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이 위치해 있을 정도로 해양 오염 문제는 심각하다./jakmeen@heraldcorp.com

 

세계식량가격지수 12개월 연속 올랐다

세계식량가격지수가 12개월 연속으로 상승했다.

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달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보다 4.8% 상승한 127.1포인트를 기록했다. 지난해 591.0포인트에서 693.1포인트로 오른 이후 12개월 연속 오름세다.

 

품목별로는 곡물이 전월 대비 6.0% 상승한 133.1포인트로 집계됐다. 옥수수의 국제공급량이 충분하지 않은데다 브라질 생산전망이 낮아진 상황에서 수요는 늘어나면서 가격이 높아졌다.

 

유지류는 174.7포인트로 전월 대비 7.8% 올랐다. 동남아 국가들의 생산은 줄어들었는데 전세계 수입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대두유의 경우 바이오디젤 등 수요가 높아 가격이 강세를 띄고 있다.

 

설탕은 전월보다 6.8% 오른 106.7포인트였다. 역시 브라질 생산 차질과 헤알화 강세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육류는 105.0포인트로 전월 대비 2.2% 올랐다. 중국 등 동아시아 국가들의 수입이 늘어난 반면 소·양 도축은 줄어드는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유제품은 전월보다 1.5% 상승한 120.8포인트를 기록했다. 탈지분유와 전지분유는 수입 수요가 많고, 치즈는 유럽연합(EU)산 공급이 수요에 비해 부족해 가격이 올랐다.

세계 곡물생산량 및 수요를 감안하면 운송이 원활할 경우 식량가격이 계속 오르지는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20212022년 세계 곡물 생산량은 282090t으로 20202021년 대비 1.9% 증가할 전망이다. 같은 기간 세계 곡물 소비량은 282570t으로 1.7% 늘어날 것으로 관측됐다. 20212022 세계 곡물 예상 재고량은 0.3% 증가한 81150t이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파헤쳐진 지리산, 김효진의 걱정...새끼곰은 행복할 수 있을까

[TV 리뷰] KBS <환경스페셜> '곰 내려온다'

지난 3일 방송된 <환경스페셜> '곰 내려온다' 편의 한 장면 KBS

 

지난 겨울, KBS2 <환경스페셜> 제작진과 국립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연구원들은 지리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반달가슴곰의 동면굴이었다. KF-52 개체의 출산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무인 센서 카메라와 녹음기를 동면굴 앞까지 내려보냈더니 새끼곰의 울음소리가 선명히 들려왔다. 지리산에 또 한 마리의 곰이 태어난 것이다. 정말 반갑고 고마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KF-52의 오른쪽 앞발이 보이지 않았다. 무슨 까닭일까. KF-52는 지난 2017년 올무에 걸려서 생명까지 위험한 상태로 발견됐었다고 한다. 결국 괴사된 앞발을 절단할 수밖에 없었다. 야생으로 돌아간 KF-52는 다행히도 지금까지 7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현재 지리산 권역과 덕유산 권역에는 약 74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 20년간 진행한 종 복원사업의 결과이다.

 

지난 3일 방송된 KBS2 <환경스페셜> '곰 내려온다' 편은 반달가슴곰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 한때 한반도는 반달가슴곰의 땅이었다. 백두산 일대와 설악산, 지리산 등지에 많은 개체가 서식했다. 하지만 1983년 설악산에서 마지막 야생반달곰이 밀렵꾼에 의해 죽었다. 일제강점기에는 해수구제사업으로 1076마리가 사냥당했다. 웅담 선호도 멸종 위기에 한 몫 했다.

 

반달가슴곰 제석이는 왜 야생에 살지 않을까

지난 3일 방송된 <환경스페셜> '곰 내려온다' 편의 한 장면 KBS

 

국립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에는 반달가슴곰 제석(RM-1)이가 살고 있다. 2004년 복원을 위해 첫 방사됐던 개체이다. 그런데 제석이는 왜 야생에서 살고 있지 않은 걸까. 방사 당시 3살로 무척 건강했던 제석이는 KF-52와 마찬가지로 올무에 걸려버렸다. 방사 1년 만에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결국 제석이는 야생에서 살아갈 수 없게 됐다.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비극이었다.

 

<환경스페셜> 제작진은 국립복원연구원 남부보전센터 연구원들과 함께 지리산에 올랐다. 창애, 올무 등 불법엽구를 수거하기 위해서였다. 야생동물들이 지나다니는 길목마다 불법엽구들이 설치돼 있었는데, 불과 1시간 만에 15개나 발견할 정도로 그 숫자가 상당히 많았다.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을 시작하면서 줄어들었다지만, 여전히 불법엽구는 존재하고 있었다.

 

촬영을 위해 지리산을 둘러본 제작진은 올무 외에도 또 다른 덫이 있었다고 운을 띄웠다. 그건 바로 산을 가로지르는 도로, 산골짜기 깊숙이 있는 관광 시설 등이었다. 오로지 인간의 편의를 위한 도로는 동물들의 길을 끊어버렸고, 관광 시설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아버렸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생태계를 옥죄는 커다란 덫이었다.

 

현재 지리산에는 지자체 간 개발 계획이 경쟁적으로 쏟아지고 있다. 함양에서 지리산으로 들어가는 관문인 오도재에는 울창했던 나무가 베어지고, 산허리를 가로지르는 길이 들어섰다. 어쩌면 반달가슴곰이 살고 있을지도 모를 땅이었다. 지리산 형제봉(경상남도 하동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케이블카와 모노레일, 전기 열차 등 대규모 개발(알프스하동프로젝트)을 계획 중이다.

 

"반달가슴곰이 덫에 걸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지난 3일 방송된 <환경스페셜> '곰 내려온다' 편의 한 장면 KBS

 

"너희들이 '곰이 여긴 거의 살지 않는다'고 말했지? 아니야, 우린 여기 살고 있어'라고 시위를 하는 것처럼 보였고 그래서 곰이 살고 있는 땅, 형제봉을 우리가 반드시 지키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고 의무가 아닐까." (윤주옥 반달가슴곰친구들 대표)

 

특히 형제봉은 골이 깊고 암벽이 많아 반달가슴곰의 서식지로 잘 알려진 곳이다. 그곳에 설치한 센서 카메라에 KM-61과 함께 추적 장치가 없는 반달가슴곰이 촬영됐다. 미확인 반달가슴곰이었다. 한 시민단체는 그 반달가슴곰이 복원 사업을 통해 태어난 개체가 아니라 원래 형제봉에 살고 있던 야생 반달가슴곰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런 걸까.

 

제작진은 연구원들과 함께 트랩을 설치해 확인에 나섰다. 형제봉에서 발견된 미확인 반달가슴곰 UM-29(Unidentifined Male-29)4~5살로 추정되는 수컷이었다. 추적 발신기가 부착됐던 흔적도 없었고, 개체를 식별하는 마이크로칩도 없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부모자가 일치하는 부모 개체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자연에서 출생한, 관리가 되지 않은 새로운 개체의 후손이었다.

 

우리는 형제봉에, 아니 지리산에 아직 확인되지 않은 반달가슴곰이 얼마나 더 있는지 모른다. 지난 20년 연구원들은 매일 산을 누비며 반달가슴곰 복원에 애써왔다. 미확인 반달가슴곰은 그 노력의 결실이다. <환경스페셜> 제작진은 다시 KF-52와 막내곰을 비췄다. 동면굴에서 나온 새끼곰은 나무를 오르며 세상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들을 지켜나가야 할 책임감이 무겁게 다가왔다.

 

MC 김효진은 "이 어린 반달가슴곰이 덫에 걸리지 않았으면 합니다. 다치지 말고 굶주리지 않고, 이 백두대간의 품에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라는 희망을 말했다. 그 바람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역시 우리 인간이 탐욕을 줄여야 할 것이다. 지금처럼 편의를 위해 산을 헤집거나 경제 논리를 앞세워 그들의 터전을 앗아간다면 다시 반달가슴곰은 사라질지도 모른다./오마이뉴스/ 김종성

 

꿈 실현하며 유익하게 사는 일류인생엔 인원제한이 없다

대안적 삶 실천강수돌 교수

 

지난 2월 고려대 교수직서 명퇴

대학의 비즈니스화에 괴롭고

교육없는 온라인 수업도 고역

예정보다 1년 더 앞당겨 퇴직

 

돈벌이 아닌 살림살이 경영역설

자본주의 대안과 더불어삶 연구

이론 제시 외 나부터 실천앞장

경쟁교육 탈피해 자녀에 참교육

생태화장실 등 환경순환적 생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말하거나 새로운 세상에 대한 구상과 그림을 펼쳐놓는 사람들은 많다. 하지만 그런 세상으로 가는 길을 나부터타박타박 걸어가는 실천가는 그리 많지 않다.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는 일상의 삶이 자신의 말과 다르지 않은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경쟁 위주의 자본주의보다는 더불어 사는 공동체 사회를 꿈꾸고 역설해왔으며, 사람을 능력이나 자질에 따라 평가하지 말고 존재 자체로서 사랑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말에 그치지 않고, 그는 마을 이장을 맡아 동네일에 앞장서는가 하면 인문학교실을 열어 이웃들과 함께 삶을 성찰하고 있다. 또 자녀 셋을 모두 시골 대안학교에 보내는 등 유기농 교육을 했으며, 집에서는 생태화장실과 텃밭 농사로 생태순환적 생활을 하고 있다. 혁명적 삶이다. 그는 지난 2월 정년보다 6년이나 일찍 교수를 관뒀다.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고려대 세종캠퍼스와 자택 등에서 강 전 교수를 만나 사회변화에 대한 전망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인터뷰 요청에 나에 대한 포장이 될 것 같아서 인터뷰를 가능한 한 안 하고 있다며 난색을 표했다. “왜 교수직을 일찍 관뒀는지에 대해 마을 이장 교수를 좋아했던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설명은 하는 게 도리 아니겠느냐고 설득한 끝에야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고려대 세종캠퍼스에서 강수돌(59) 전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이하 호칭 생략)와 마주앉을 수 있었다. 이장을 관둔 지 10년이 더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 좋은 이웃집 아저씨 같은 느낌이었다. 긴 바짓단을 접어서 손바느질로 꿰맨 흔적이 뚜렷한 헐렁한 바지처럼 생각의 품은 넓었으며, 마음은 따뜻했다.

 

지난 2월 퇴직한 뒤 어떻게 지내요?

전보다 주경야독을 하기가 편해요. 낮에는 텃밭을 돌보거나 사람을 만나고, 저녁엔 글을 읽거나 쓰죠. 시민강좌 같은 것도 시간 나는 대로 하고요.”

 

교수 정년이 아직 6년 반이나 남았는데, 왜 그만뒀어요?

오래전부터 정년을 5년 남기고 관두겠다고 생각했어요. 교수로서의 생활 자체가 특권인데다가 다른 직종의 평균적인 정년(60)보다 더 하는 게 조금 죄스럽게 느껴졌어요. , 대학 사회가 비즈니스화되면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는데 거기에 맞추는 것도 좀 힘들었고요.”

 

자본의 시선을 자신도 모르게 내면화

비즈니스화라면요?

행정업무나 교과 과정, 심지어 학생과의 관계도 비즈니스처럼 됐어요. 취업을 어떻게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작게는 장기 결석한 학생들에게 전화해서 무슨 사연이 있는지 물어야 하는 일종의 감정노동까지 하도록 요구받거든요. 그런 결과가 모두 대학교 평가지표에 반영되고, 그건 결국 교육부의 예산 지원과 직결되고요. 갈수록 교수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기보다 비즈니스맨화되는 분위기들이 저랑 안 맞았어요.”

온라인 수업도 결심을 앞당긴 요인이었던가 봐요. 최근 <교수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교수의 눈물은 온라인으론 전달되지 않는다고 표현했더군요.

지난해 온라인 강의를 두 학기 해보니까 이건 교육이 아니란 생각이 들면서 깊은 통증이 느껴지더라고요. 예를 들어 노사관계를 다루면 아픈 이야기들이 많은데 대면수업에서는 학생들과 슬라이드를 같이 보면서 울고 그러거든요. 또 학생들이 발표하다가 실수해서 웃기도 하고요. 그렇게 울다가 웃다가 하는 게 교육인데 온라인으로 하면 그냥 글자만 보면서 진도 나가기 바쁘고, 이상하게 에너지가 빨리 소진되는 것 같았어요. 이러다가는 쓰러지겠다 싶어, 살아서 그만두자는 생각이 들었죠.” 그는 지난해 가을 피로 누적으로 인한 번아웃진단을 받았다.

 

그 정도로 힘들었군요.

나름대로 열심히 일한 결과이기는 한데 그동안 너무 많이 설치고 다녔죠. 하하.”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 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의 한 음식점 마당에서 <한겨레>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은 서울대 경영대 학사와 석사를 마친 뒤 1994년 독일 브레멘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귀국한 뒤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일하다가 1997년 고려대 서창캠퍼스(현 세종캠퍼스) 경영학부 교수가 됐다. 그는 교수뿐 아니라 조치원읍 신안1리 이장(2005~2010), 세종환경운동연합 상임대표 역임, 현 세종시 난개발방지특별위원회 위원장 등 공동체 활동에도 열심이다. 또 시민을 위한 교양도서 작업도 활발히 하고 있다. 최근에 펴낸 <강자 동일시>를 비롯해 그동안 단독으로 쓴 책만 40권에 육박한다.

 

대학이 많이 변했다고 했는데, 학생들도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최근 세종캠퍼스 학생 한명이 고려대 총학생회 간부가 됐다가 안암캠퍼스 학생들이 세종캠퍼스는 같은 학교가 아니라고 반발해서 물러난 일이 있었잖아요. 학생들이 명백한 차별행위를 해서 놀랐어요.

저도 서글픈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 차별은 사실 모든 대학에서 있어왔죠. 농어촌전형으로 간 학생과 정시전형으로 간 학생, 또 수시와 정시로 입학한 아이들 사이에 서로 구별짓기를 하는 일들 말이죠. 이런 차별의식의 뿌리는 요즘 아이들이 사회나 어른, 부모로부터 존중과 사랑을 받지 못한 채 늘 차별화된 평가를 받아온 데 있어요. 좀 더 큰 차원에서 보면 자본이 노동력을 차별화해서 A급 노동력과 B급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선을 내면화한 결과이기도 하고요. 그러다 보니 서울 학생들은 세종 학생들을 소위 2등급 취급하는 거죠. 유명 대학을 일컫는 스카이(S·K·Y)라는 개념도 나머지 대학은 2, 3등급으로 본다는 이야기이고요.”

자본주의와 궁합이 가장 잘 맞는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강수돌의 학문적 관심은 박사 논문(‘·독 자동차산업의 경영 합리화와 노사관계 변동’)에서 알 수 있듯 경영자보다는 노동자, 돈벌이보다는 공동체살이에 가 있다. 그동안 쓴 책들도 <노동을 보는 눈> <살림의 경제학> <나부터 교육혁명> <팔꿈치 사회> <경쟁공화국> 등 자본주의 비판과 대안 찾기에 관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이를 영재반 넣자는 요청을 거부

경영학자인데도 주식이나 펀드 등 이른바 투자는 한번도 안 해봤을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요. 하하.

유일하게 주식을 한번 산 적이 있긴 해요. 아주 오래전인데 연말 소득공제를 할 때 어떤 주식을 사면 그것만큼 공제해준다는 권유를 받고 신청해서 연말에 공제혜택을 받았어요. 그런데 주식을 살 줄 몰라서 안 샀더라고요. 하하. 도로 물어내고 다음해에 샀다가 곧 정리를 하고 끝냈죠. 투자라고 하지만, 결국은 내가 자본의 일부가 되는 거여서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다른 경영학자들과 달리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와 삶을 고민해왔는데 언제부터 그랬어요?

“1981년에 대학에 가서 공부해보니까 이것은 돈벌이 경영이지 살림살이나 사람을 위한 경영이 아닌 거예요. 그때부터 이게 아니라는 고민을 했고, 졸업할 무렵에는 이런 문제의식을 학문적으로 연구해야겠다고 결심했죠. 그 후 제 나름으로 만든 개념이 살림살이 경영이에요. 가정생활 등 삶에 대한 경영과 사회 경영, 세상 경영이 다 포함되는 개념이죠. 세상을 잘 경영해서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제의 본래 의미와도 뜻이 같고요

 

돈벌이가 아닌 살림살이 경제를 이룰 수 있는 대안은 보이던가요?

자본주의가 갈 데까지 간 것은 분명합니다. 무엇보다도 자본주의가 인간과 같이 가려면 선한 자본이 성공해야 하는데 지금 보면 선한 자본은 다 망하잖아요. 자본주의가 자기모순에 빠진 거죠. 군주제, 봉건제에서 자본주의로 넘어왔듯이 역사의 눈으로 보면 자본주의도 영원할 수는 없죠. 이미 자본주의를 넘어갈 맹아들이 많아요. 충남 태안의 한 어촌마을이나 경기도 포천의 산촌마을에서 노인들에게 마을 기본소득이나 마을 연금을 주는 사례 등이 그런 싹이죠. 자기들도 나이 들어 노인이 되면 혜택을 받는다는 것을 인식하고 다른 사람을 돕고 있죠. 이런 것은 비자본주의적이자 가족의 원리예요. 우애와 연대, 책임감으로 운영되는 가족의 경험이 확대되면 그게 좋은 사회가 되는 거죠.”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오후 세종시 조치원읍 신안리 자택 마루에서 부인, 막내아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나무로 모서리를 맞추고 황토로 벽을 메운 친환경적인 귀틀집을 1999년에 지어서 지금까지 살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처럼 새로운 사회를 꿈꾸는 사람들은 우리 사회에도 많다. 그러나 다른 이들과 강수돌이 구분되는 지점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론이나 추구하는 사상을 말로만 하지 않고 나부터실천하는 것이다.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남을 팔꿈치로 밀어내는 팔꿈치 사회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는 상생과 공존의 삶을 산다. 자녀 교육은 대표적이다. 아이들 교육을 위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울로, 강남으로 갈 때 그는 도시에서 시골로 옮기고, 아이 스스로 자신을 찾아가는 참교육을 했다. 그의 책 제목대로 나부터 교육혁명이었다.

 

젊었을 때 민주화운동 등 좋은 세상을 위해 애썼던 사람들도 대부분 자녀교육 앞에서는 일반인들과 똑같거나 심지어는 더 심한 교육경쟁에 나서는데 교수님은 큰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 오히려 농촌으로 갔죠?

,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큰애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러 가는데 마치 송아지를 몰고 도살장을 향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제가 학창시절에 겪었던 경쟁교육을 또다시 아이들이 반복하겠구나 싶어서요. 어떻게 하든 그런 교육을 받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서 집사람과 다짐했어요. 아이의 통지표나 성적표에 연연해하지 말자, 아이가 친구 잘 사귀면서 심신이 튼튼하게 자라도록 보살피자, 자기 꿈을 가지게 되면 그 꿈을 밀어주자고 말이죠. 마침 1997년 고려대 안암(서울)과 서창(세종) 양쪽에서 교수 모집이 있었는데 더 생각할 필요도 없이 서창캠퍼스를 택했죠. 당시 과천에 살았는데 아이 셋을 데리고 기쁘게 이사했어요.”

 

여기 와서도 아이들을 멀리 산청과 제천에 있는 대안학교에 보냈잖아요. 둘째와 셋째가 간 학교는 학력 인정도 안 되는 곳이었는데 아이들이 또래 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걱정은 없었어요?

그런 고민은 없었어요. 큰애가 집에서 가까운 중학교에 진학해서 무난하게 생활했죠. 수학 선생님이 얘는 영재교육을 좀 시켜야 되겠다고 전화를 해올 정도였어요. 사실 영재는 아닌데요. 하하. 학교 차원에서는 밀어주고 싶은 아이에 속했나 봐요. 그런데 제가 선생님 마음은 고맙지만, 제발 우리 애는 그냥 놔두세요라고 했어요. 다른 부모들은 우리 애 좀 영재반에 넣어달라고 하는데 저는 제발 놔두라고 했으니 선생님이 쇼크 받았나 봐요. 그 소문이 이 동네에 퍼지면서 약간 전설이 되기도 했었죠. 하하.”

 

동사무소 직원이 지어준 이름 수돌

학교에서 아이 공부를 더 시켜주겠다는데도 거부하고 대안학교를 택한 거네요.

아이 선택이었어요. 2 때였는데 아이가 어느 날 자기에게도 꿈이 생겼대요. 뭐냐고 물었더니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거예요. 꿈치고는 독특해서 왜 그러냐고 했더니 늦게 온다고 두드려 패지 않고 머리 길다고 바리캉으로 머리를 밀지 않는 학교를 만들고 싶다는 거예요. 꿈이라기보다는 학교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표현하는 거잖아요. 고등학교는 그것보다 더할 텐데 아이 가슴에 멍이 너무 많이 들겠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아이한테 아빠가 후원하는 작은 대안학교가 있는데 거기 캠프 한번 가볼래라고 제안했죠. 아이가 다녀오더니 꼭 그 학교에 가겠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였어요. 아래 둘은 큰애 학교행사 때 가끔 가보고는 자기들은 중학교 때부터 대안학교에 가겠다고 하는 거예요. 할 수 없이 중학교 과정이 있는 제천 간디학교에 가서 고교 과정까지 마쳤어요. ·고 과정은 나중에 모두 검정고시를 봤죠.”

 

대안학교도 종류가 많은데 교수님 자녀들이 다닌 학교는 대학을 목표로 하는 곳이 아니잖아요. 그곳을 나오면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인 대학 졸업장을 쥐기가 힘들 수 있는데 그런 걱정도 안 했어요?

제가 자본주의를 너무 빨리 알아버렸나 봐요. 하하. 저는 일종의 고급 노동력으로 살아가지만 노동력으로 규정되는 삶이 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버렸잖아요. 하하. 제가 독일까지 가서 공부하고 온 결론은 노동력으로서의 삶이 아니라 인격체로서의 삶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박사공부 하면서 이 한 줄의 진리를 얻었죠. 물론 사람들이 살아가는 데 아무래도 많이 배우고 또 이름있는 대학 출신이 더 유리하다는 것을 모르지 않습니다만, 진짜 중요한 거는 내면의 행복이죠. 자기 내면의 행복이 중요하지 남들이 보는 시선이 적어도 1차적인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봐요. 그런 생각에서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면서 그들의 학교나 진로를 선택해왔으니 후회나 걱정할 일도 없죠. 애들도 그렇게 키워줘서 다 고맙다고 해요. 특히 큰애는 졸업할 때 대안학교에 갈 수 있게 해줘 너무나 고맙다면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눈물이 났고요.”

수년 전에 둘째인 딸이 그린 강수돌 가족의 설거지 담당표. 강수돌 제공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사회구조 탓 앞서 실천이 중요

나부터 행하는 사람 많아져서

함께 힘 합하면 세상 변화 올 것

인생에선 내면 행복이 핵심

일류대학·직장 등 중심 말고

각자 꿈 찾는 일류인생 추구를

변방 향한 삶이 훨씬 더 풍부

 

큰아이는 고교 졸업할 때쯤 재즈 피아노를 하겠다고 말했다. 졸업 뒤 서울의 음악학원 및 군 생활을 마치고 미국 버클리 음대 교수들이 각국을 돌면서 실시하는 오디션에 참가했다가 장학금 일부를 제안받고는 뒤늦게 대학에 가서 대학원까지 마쳤다. 지금은 청소년, 성인 등에게 재즈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독립해 산다. 딸인 둘째는 대안학교 졸업 뒤 혼자 캐나다로 건너가 전문대에서 2년 동안 제과제빵 공부를 해 토론토의 제빵회사에 취직했다. 셋째는 고교 졸업 뒤 1년 동안 유기농업을 배우고는 군복무 뒤 스포츠 물리치료사로 방향을 바꿨다. 전문대를 거쳐 건양대에서 물리치료를 공부하고 있다. 인터뷰 때 집에서 만난 셋째는 지금 배우는 게 재밌고 행복하다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일류 대학이 아니라 일류 인생을 목표로 해야 한다는 교수님의 평소 철학대로 아이들을 키운 것 같군요.

, 일류 대학이나 일류 직장이라는 개념은 정말 문제가 많아요. 그런 것은 100명 중에서 많이 잡더라도 10명에게만 해당되거든요. 그러면 나머지 사람은 뭐가 되죠? 이류, 삼류라는 거잖아요. 이건 답이 아니죠. 일류 학생과 이류 학생으로 나누어지는 컨베이어 라인을 탈 게 아니라 아이들이 자신의 다양한 끼를 찾아가도록 도와주어야 해요. 그러면 실력자가 되더라도 권력이나 돈에 중독되지 않고, 봉사하는 사람이 돼요. 각자의 꿈을 실현하면서 사회에도 유익하게 사는 게 일류 인생이죠. 그런 인생에는 인원 제한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그렇게 초지일관할 수 있었어요?

“1989년 어려운 시절에 독일로 유학 가면서 나름의 결심을 했어요. 나를 일부러 내세울 필요는 없겠지만, 언제 어디에 내놔도 부끄럽지 않게 살자고 말입니다. 자본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의 관점, 민중의 관점으로 세상을 보면서 학문을 하자고 결심했죠. 그런 초심을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경계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했죠. 생각 없이 세상을 따라가다 보면 자칫 한때는 괜찮았던 사람으로 전락하기 쉽거든요.”

강수돌은 경남 마산이 고향이다. 막노동꾼인 아버지는 마산의 신월동 등 산동네 판잣집에서 아들 셋 등 다섯 식구를 겨우 건사했을 정도로 평생 가난했다. 늦둥이가 탈 없이 쇠처럼 튼튼하게 자라길 바라는 마음에서 쇠돌이라 불렀는데 호적 신고할 때 동사무소 직원이 한자가 없는 쇠 대신에 수()자로 바꿨다. 나라가 지어준 이름을 가진 강수돌(姜守乭)은 공부를 잘해 장학금으로 중·고교와 대학을 마칠 수 있었다. 전형적인 개천에서 난 용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2월 퇴직하면서 지난 25년 가까이 교육과 연구, 봉사라는 교수의 3대 직분을 나름대로 수행할 수 있었던 것은 고려대학교라는 울타리 덕분이었다며 퇴직금의 절반이 넘는 2억원을 학교에 기부했다.

 

대학교수 강수돌보다는 마을 이장 강수돌이 더 유명해요. 하하.

저도 처음에는 비교적 조용히 살려고 주민들이 사는 곳보다 훨씬 안쪽에 집을 지었어요. 그런데 마을에 송전탑 문제가 불거졌어요. 고려대 뒷산과 제가 사는 마을 복판을 고압선이 지나간다는 거예요. 그 싸움을 하면서 주민들이 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데 생명과 환경을 중시하는 학자로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잖아요. 주민설명회 때 송전탑 싸움을 위한 국내외 자료들을 구해 들고 가서 내놓았죠. 결국 한전에서 두 손 들고 지중 매설로 갔어요. 그때부터 진짜 마을 주민이 됐죠. 그리고 몇년 지나서 이번에는 마을 한가운데에 고층 아파트가 들어온다는 거예요.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땅인데 당시 이장과 몇몇 투기세력, 행정권력이 한통속이 돼 서류를 조작해서 땅의 용도를 바꾼 거죠. 그것을 파헤치고 마을 지키기에 나서다 보니까 이장에 추대됐고, 연임까지 했어요. 제가 공부도 해야 하고 다른 역할들이 있으니까 마음만큼 어울리지는 못하지만, 동네 사람들과 만나서 막걸리 한잔 나눌 때는 사람 사는 맛을 알 것 같더라고요.” 인터뷰 때도 동네의 한 식당에서 만난 인근 주민들은 그를 금방 알아봤고,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집안 수세식 화장실도 없애

그는 20여년 동안 텃밭농사를 지은 농부이자 생태순환적 삶을 살아온 환경운동가이기도 하다. 1999년에 지은 그의 집은 전통적이면서도 친환경적인 귀틀집이다. 나무로 네 모서리의 틀(귀틀)을 맞춘 뒤 나무 사이 공간은 황토흙으로 채운 집이다. 갈라진 틈새 등을 보수하기 위해 몇년 전 대대적인 수리를 하면서 창과 출입문을 단열이 잘되는 것으로 바꿨지만, 기본 틀과 재료는 처음 그대로다. 대신 집수리하면서 집 안의 수세식 화장실을 아예 생태 화장실로 바꿨다. 소변은 별도의 통으로 흘러들고, 대변은 톱밥이나 왕겨 등으로 덮어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각각 별도로 발효시킨 대소변은 집 앞 텃밭의 거름으로 쓰인다. 그 전에는 집 밖에만 생태화장실이 있었고, 이곳은 주로 강수돌이 이용했었다. 부인은 처음에는 약간 불편했지만, 지금은 화장실 물을 안 내리니까 환경에 대한 죄책감이 없어서 좋다고 말했다.

집에서 나오는 생활하수를 정화하고자 만든 연못을 살피고 있는 강수돌 전 교수.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 전 교수 집의 생태화장실. 변기 안에는 소변과 대변을 따로 받는 통이 있으며, 대변은 톱밥이나 왕겨 등으로 덮는데 냄새가 거의 나지 않는다. 세종/김종철 선임기자

 

전공도 아닌데 생태와 환경에는 언제부터 관심을 가지게 됐어요?

우선은 제 전공과 직결됩니다. 하하. 자본주의는 생산성에 치중하잖아요. 투입 비용을 줄이는 대신에 산출을 늘리는 경쟁을 하죠. 그런 경쟁 과정에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연을 함부로 훼손하거나 오염된 것을 정화하지 않고 그대로 내보내죠. 또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돌리거나 사람을 마구 잘라내고요. 이런 것은 다 자연이나 인간 생명력을 좀먹는 것이고, 결국 생산성이 아니라 파괴성으로 치닫는 거죠. 그런 문제의식이 있다면 생명력과 생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지 않겠어요? 둘째는 독일 생활에서 큰 영향을 받았어요. 제 지도교수가 학교에서 한시간 정도 떨어진 시골에 살았는데 논문을 상의하러 가끔 찾아가서 보면 완전히 농부로 살더군요. 양을 키우면서 사료 대신에 건초를 먹이고, 사과나무 등에는 농약이나 제초제, 비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더라고요. 핵 발전을 반대하고 사회연대 운동도 하면서 실제 삶을 자신의 철학대로 사는 것을 보면서 감동했죠.” 강수돌은 지도교수인 홀거 하이데와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 <중독의 시대> 등을 공동으로 쓰는 등 지금도 활발하게 교류하고 있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한 사람이 끼치는 선한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느꼈어요.

이론과 실천이 하나로 수렴되도록 살아보려고 나름으론 노력하는데 그다지 훌륭한 것은 못 돼요. 저는 차도 사용하죠. , 전기도 가능하면 안 쓰거나 덜 써야 되는데 그러질 못하는 등 여러 면에서 철저하지 못하거든요. 늘 마음 한구석에서 자책하고 있죠. 그레타 툰베리가 절박하게 호소하듯 지구에 불이 났는데 정치인이나 기업가, 교수, 언론인들이 다 너무 쾌적하게 살고 있어서 문제예요.”

 

그러게요. 작은 것부터 각자가 실천하는 게 중요한데 말이죠.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분명히 세상이 변해야 나도 살기가 편한 게 맞지만, 남의 탓을 하거나 사회구조 탓만 하는 것은 좀 무책임한 태도라고 봐요. 내가 원하는 사회가 있다면 나부터실천하는 것이 책임성 있지 않겠어요? 다른 말로 하면, 나 속에서 세상을 실현하고 싶다는 개념이죠. 내가 살면서 나를 확장한 모습이 세상이 되도록 하면 내가 원하는 삶이 곧 사회에 구현되는 셈이죠. 그래서 나부터할 수 있는 만큼 해보자는 생각이죠. 그리고 사회구조나 지도자들의 잘못을 손가락질할 때 나부터잘하고 있어야 힘이 있잖아요. 내가 안 하면서 지적질을 하면 그 손가락에 힘이 안 생기죠.”

 

그러나 나만 실천하고 사회구조를 못 바꾸면 반쪽짜리 성공도 안 되는 게 아닐까요?

당연히 개인의 행위와 사회구조 변화가 선순환을 이뤄야죠. 나부터 실천하면서 사회구조도 바꾸자는 사람이 많아질 때 사회가 조금씩 나아집니다. 그러면 새로운 시공간이 열려서 개인이 실천할 새로운 여지가 더 생기게 되지 않겠어요? 저는 그런 개인적 실천이 어떤 몸부림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빡빡한 출근길 지하철에서 각자 개인이 옆사람을 배려하면서 자기 공간을 만들 때 콩나물시루 같은 곳이 그래도 견딜 만한 곳이 될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당연히 차량 증편 등 구조적인 변화를 요구할 겁니다. 그처럼 각 개인들이 인간답게 살아가기 위해서 필요한 조건이나 상황을 스스로 확보하고 실천해가면서도 사회 전체의 바람직한 것을 상상하고 함께 만들어가야죠.”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가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적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강수돌 전 고려대 교수는 귀틀집 앞에 있는 텃밭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다. 지난달 27일 오후 텃밭 언덕에 자라는 참나물을 포기나눔을 위해 캐고 있다. 세종/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중심이 아니어서 더 좋아

앞으로 계획은 있나요?

일단 쉬려고 하는데 그냥 푹 쉬게는 안 되더라고요. 이런저런 강의 요청이 많아요. 근데 사실 저는 학교 강의보다 시민을 상대로 하는 외부 강의가 편해요. 학교에서는 학생평가를 해야 하잖아요. 지난 25년 동안 제일 고통스러웠던 게 기말 평가를 할 때였어요. A, B, C로 등급을 나눠서 평가를 하는 것은 모두에게 상처를 주는 거거든요. 그런 평가는 학생들을 소위 인적자원으로 분류하는 것이고, 그들을 어떤 틀 속에 가두는 것이죠. 평가가 없는 공부가 진짜 공부인데 이는 학교 바깥에서 오히려 이뤄지죠. 그런 일을 하면서 심신을 천천히 추스르려고 해요. 그다음의 계획은 아직 없어요. 여기서 계속 살지 아니면 삶의 공간을 이동할지 고민 중인데 장기적으로는 고향 근처로 가고픈 마음이 있습니다. 어디에 있든 지금과 비슷하게 살 겁니다. 주경야독하면서.”

 

움직이더라도 지금보다 더 주변으로 가겠군요? 하하.

그렇죠. 서울 내지 중심을 향하는 삶은 그 속에서 또 고지를 점령하려 하는데 그런 고지는 1%에게만 주어지는 특권 내지 기득권이죠.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 변방을 향하고 주변을 향하는 삶이 자기 개성과 색깔을 잘 드러내게 되죠. 고 신영복 선생도 얘기했듯이 중심을 향하면 모두가 획일화되잖아요. 반대로 방향을 바꿔 주변을 향해 보세요. 그러면 각자 자기만의 삶이 열리고, 아까 얘기한 일류 인생을 누구나 살 수 있죠.”

 

비주류, 소수자의 삶을 오히려 즐기기인가요?

자기 삶을 즐기는 건 맞는데 스스로 소수자라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주변인이 되어도 좋다가 아니라 주변이어서 좋고, 중심이 아니어서 좋다는 거죠. 그냥 나를 찾아가는 삶을 살아갈 뿐이죠.”

그는 인터뷰가 끝날 즈음 포장되지 않게 좀 깎아내리면서 써달라고 다시 당부했다. 그 말이 귀에 남아 가급적 사실만 전하려고 애썼지만, 그는 이번에도 과대 포장됐다고 할지 모른다. 그러나 어쩌랴. 자본주의 사회에서 탈자본주의적인 그의 삶 자체가 남다른 걸.

세종/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탄소중립위원회는 무엇을 할 것인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2050탄소중립위원회 출범식에서 위원회가 탄소중립 달성의 굳건한 주춧돌이 돼 튼튼한 대들보와 같은 정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탄소중립이 뭔 줄 알아?”

. 네가 먼저 설명해봐.”

나는 내 일과 관련이 있으니까 좀 알지. 네가 뭐라고 알고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텀블러 사용하기?”

최근 지인에게 탄소중립이 무엇인지 물어봤다. <한겨레>에서 관련 기사를 쓰고 있는 기자와 꽤 가까운 사이인 지인은 며칠 전 세계 정상들이 서울에 (비대면으로) 모여 기후위기 대응 의지를 밝힌 ‘2021 피포지(P4G) 서울 녹색미래 정상회의뉴스를 챙겨 봤다고 했다. 그런데도 아직 탄소중립의 뜻을 잘 모르는 눈치였다.

 

지인의 답을 들으면서, 멀고 먼 탄소중립의 길이 더 아득하게 느껴졌다. 탄소가 무엇인지, 정부는 이 탄소를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 그게 내 삶과는 또 무슨 상관인지,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이런 정보와 맥락을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시민이 얼마나 될까. 사실 기자도 처음 그 단어를 들었을 때 공부를 해야 했다.

 

탄소중립이란 탄소의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의미다. 인류는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를 주로 사용해 자동차를 운전하고, 건물을 식히고 데우고, 전기를 사용하는 등 이산화탄소로 대표되는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했다. 기후위기에 맞서는 인류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응이 지구가 상쇄할 수 있는 탄소량만큼만 탄소를 배출하도록 모든 사회 구조를 바꾸는 것, 바로 탄소중립이다.

 

지난해 10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2050년까지 이러한 탄소 과소비 사회와 이별한다는 의미의 ‘2050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문 대통령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 정부·산업계·시민사회 모두가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 고민하고 대안을 내놓는 컨트롤타워로서 대통령 직속의 탄소중립위원회(이하 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발표했다.

 

6개월의 준비 끝에 지난달 29일 위원회가 출범했다. 애석하게도 위원회에 주어진 시간은 일단은 150일 정도다. 정부는 올해 7월께 ‘2050 탄소중립시나리오를 먼저 발표하고, 111일부터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가기 전 ‘2050 탄소중립의 중간 목표로서 2030년까지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발표하겠다고 약속했다. 2015년 파리협정에서 국제사회가 지구가 파국으로 향하지 않으려면 각국이 온실가스 감축을 해야 한다고 정했고, 이 목표에 맞추기 위해서 한국은 현재 배출량의 절반 수준인 35천만t 이상을 2030년까지 줄일 것을 요구받았다. 그런데 2019년 한 해에 전년보다 2490t을 줄인 것이 지금까지 한국이 보인 최고 성적이다. 올해는 배출량이 더 늘 수도 있다는 암울한 분석도 있다. 시간은 부족하고, 해야 할 일은 너무 많은 일종의 긴급 상황이다.

 

이 때문에 위원회를 응원하는 이들이 더욱 많다. 한국 사회에서 최초로 기후변화 대응 의지를 밝힌 것은 이명박 정부였다. 당시 저탄소녹색성장기본법을 제정하고 녹색성장위원회를 꾸리고 배출권거래제 도입 등 기후변화 대응을 처음 시작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도 온실가스 배출량 그래프의 방향이 꾸준히 아래로 향하도록 바꾸지 못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한 위원은 이제야 제대로 된 감축을 시작하는 게 너무 아쉽다. 그래도 이제라도 하는 게 어딘가 싶기도 하다. 이번 위원회가 실패하면 전세계가 함께하는 기후위기와의 싸움에서 한국이 한 일은 없다는 두려움을 갖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애타는 마음이 일단 향하는 곳은 시민의 적극적 참여와 실천이다. 문 대통령은 위원회 출범식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의 공감과 지지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민단체와 종교계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준다면 (중략) 우리는 탄소중립 모범국가로 거듭날 것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유튜브 계정에는 탄소중립”, “탄소제로단어를 반복하며 친환경 생활 실천을 소개하는 후크송이 여러개다. 대중의 관심을 끌 수는 있어 보인다. 그러나 친환경 캠페인을 소개하는 노래에 탄소중립이라는 단어만 추가됐을 뿐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스웨덴의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가 티백을 찻잎으로 바꾸고 1주에 한번 채식하는 것만으로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문명사적 전환을 요구한 기후위기의 파워와 비교하면 캠페인송의 무게가 너무 가볍다며 되레 외면받기도 한다.

 

이런 기후 침묵’(기후위기에 대한 무관심)을 깰 기회가 위원회에 있다. 특히 에너지 다소비 산업이 많은 한국에서는 산업 부문의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 또 다른 위원은 기후변화 대응이 가장 더딘 산업계를 움직이게 하려면 대중의 지지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지금까지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이 적었던 것은 한국 정부가 기후변화 대응이 얼마나 시급한 문제인지 그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 적이 없어서라고 분석했다. 11월 전 윤곽을 보일 새로운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더 대중의 마음을 움직일 것이란 지적이다. 11월까지는 150일 정도가 남았다.

최우리 기후변화팀장 ecowoori@hani.co.kr

 

환경단체 탄소중립위, 정의롭지 못한 탄소배출 멈춰라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 29일 출범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환경단체들이 29일 낮1시께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재구 기자.

 

환경단체들이 새로 출범하는 대통령 직속 ‘2050탄소중립위원회’(탄소중립위)가 구체적이고 과감한 탄소 중립 이행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운동연합 등 300여개의 환경단체와 시민단체가 모인 연합체 기후위기비상행동등은 29일 낮 1시께 탄소중립위 출범식이 열리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정의롭지 못한 죽음의 탄소배출 멈춰라’, ‘더 늦기 전에 국민을 위한 행동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탄소중립위가 그린 워싱(위장 환경주의)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돼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규 석탄발전소 조기 퇴장을 요구하며 13일째 단식 중인 이은호 녹색당 기후정의위원장은 정부는 탄소 중립을 말하면서도 무리하게 나무를 베고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고,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다자연 생태계를 파괴하는 일을 멈추고 제대로 된 탄소 중립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우현 석탄을 넘어서운영위원은 지난해 10월 대통령이 탄소 중립 선언을 한 이후 바뀐 것이라곤 각 부처 사업에 탄소 중립딱지만 붙은 것이라며 허울뿐인 탄소중립위가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석탄 화력발전을 멈추고 기후를 위협하는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정의로운 전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탄소 중립위가 허울뿐인 기구로 남지 않도록 실질적으로 탄소 감축 계획을 제시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낮 2시께 출범식을 가진 탄소중립위는 탄소 중립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점검하는 대통령 직속 민관참여기구다. 기존의 국가기후환경회의와 미세먼지특별위원회, 녹색성장위원회 등 3개 위원회를 통합했다. 김부겸 국무총리와 민간전문가인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고 당연직 정부위원 18명과 각계를 대표하는 민간위원 77명 등으로 구성됐다. 탄소중립위 출범 다음 날부터 이틀간 같은 장소에서 ‘2021 피포지(P4G) 서울 녹색 미래 정상회의가 진행된다. 피포지 정상회의는 국내에서 개최되는 첫 환경 분야 다자 정상회의로 문 대통령을 비롯해 40여 개국 정상급 인사와 20여개 국제기구 수장이 참석한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