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는 물’이 달라 죽어간 그들…수산시장에서의 애도
섬나리의 동물해방선언
4회 수산시장 비질, 물살이의 존재 마주하기
유년기를 포항과 울릉도에서 보낸 터라 수산시장으로 비질을 간다고 했을 때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과연 익숙했던 풍경을 이전과 다르게 느낄 수 있을까.
열댓 명의 사람들이 도심 속 대형 수산시장 구석구석을 배회한다. 단체 손님이라고 생각한 상인들이 저마다 열심히 호객행위를 한다. 그러나 손님들은 시선을 낮춰 수조 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싱싱한 횟감을 고르는 것일까? 상인들이 뜰채로 물고기를 건져 보여주며 가격을 흥정한다. 별 대답이 없자 중국어, 일본어로도 인사말을 건넨다.
‘수상한 단체 손님들’이 물은 것은 가격과 맛, 싱싱함이 아니었다. 그들은 물고기의 종 이름과 이들이 어디서 잡혔는지, 이 수조 속에서 얼마나 살아있는지 등을 되묻고 있었다. 마치 수족관에 견학 온 학생들처럼. 상인들은 웃으며 견학 왔냐고 묻는다. 그들은 “우리는 동물을 보러 왔다”고 답했다. 그렇다. 그들은 애도를 하러 온 것이다. 물고기가 아닌 ‘물살이’를 위한 비질(Vigil·도살장, 수산시장 등을 찾아 동물의 고통을 목격하고 증언하는 일) 현장이었다.
수산물이 익숙했던 ‘어촌 사람’의 비질
나는 유년기를 포항과 울릉도에서 보냈다. 건어물 장사를 하는 친척을 둔 나에게 수산시장의 풍경은 일상이었다. 비릿한 생선 냄새는 곧 ‘고향의 냄새’기도 했다. 그렇기에 ‘서울애니멀세이브’에서 도살장이 아닌 수산시장에 비질을 가기로 했을 때 나는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혐오시설로 여겨져 외곽으로 밀려난 도살장이 아닌 도심 한복판 활력 넘치는 수산물 도매시장으로 간다고?’
일단 걱정이 앞섰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풍경을 내가 과연 이전과 다르게 느낄 수 있을까. 나뿐만이 아니었다. 비질 참가자들 대부분에게 수산시장이란 공간은 ‘처음’ 가보는 용기가 아닌 ‘다시’ 가보는 용기가 필요한 곳이었다.
2019년 10월 찾은 서울 노량진수산시장. 사전 신청을 통해 모인 15명의 참가자와 물살이들의 고통을 마주하러 갔다.
수산시장 첫 비질은 2019년 10월이었다. 서울 동작구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다. 사전 신청을 통해 모인 참가자 15명과 함께였다. 오전 11시 수산시장 앞에 모인 우리들은 활어, 선어, 냉동, 건어물, 젓갈, 경매장까지 시장의 온갖 구역들을 빠짐없이 구석구석 걸어다녔다.
최대한 상인들이 아닌 물살이(수중 생물을 지칭하는 말)의 얼굴을 마주하려 노력했다. 자세히 본 그들은 몸에는 상처가 가득했다. 수조 벽면에 부딪히며 빠져나가려 하거나 아가미를 헐떡이며 바닥에 가라 앉아있었다. 대부분의 수조는 그들의 몸집에 비해 턱없이 좁았다. 그나마도 여러 명이 들어간 수조는 너무 비좁아서 지느러미가 물밖으로 나와 있기 일쑤였다. 아예 밖으로 솟구쳐 나와 바닥에서 몸부림 치는 장어들도 눈에 띄었다.
여러 명이 들어간 수조는 너무 비좁아서 지느러미가 물밖으로 나와 있기 일쑤였다.
수산시장의 좁은 수조는 드넓은 바다를 헤엄치던 물살이들에겐 목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물을 적시는 공간에 불과했다.
그들은 그저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사실, 이미 죽은 것으로 취급됐다. 수산시장의 좁은 수조는 물살이의 목숨이 끊어지지 않도록 물을 적시는 공간에 불과했다. 펄떡이는 아가미는 그저 싱싱함을 증명할 뿐, 그들이 살아 숨쉬는 동물이란 명백한 사실에 가닿지는 못했다. 때문에 물살이들은 산 채로 아가미가 썰리는 고통을 당하고 있었다. 손님이 올 때마다 물살이들의 새빨간 피가 축축하게 젖은 수산시장을 물들이고, ‘아직’ 살아있는 물살이들은 그 모습을 지켜보며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다.
‘노는 물’이 달라 외면 받은 동물들
특히 기억나는 한 물살이가 있다. 내가 그의 눈을 바라보자 그도 나를 바라봤다. 그 순간이었다. 그의 몸이 물 밖으로 꺼내졌다. 뜰채에 꺼내진 그는 살아있는 채로 온몸의 비늘이 벅벅 긁혀졌다. 고통으로 그의 입이 벌어졌다. 마치 감자 껍질을 벗기듯 가차 없었다. 나를 쳐다보던 눈알이 긁혀 떨어져 나갔다. 뜯겨나가는 비늘과 각막을 보고 있자 몸이 저절로 움츠러 들었다. 내 몸에 칼날이 와닿는 듯 온몸이 저릿하고 눈이 시큰했다. 그의 눈이 떨어진 순간 내가 세상을 보는 인간 중심적 ‘렌즈’도 같이 떨어져 나갔다.
뜯겨나가는 비늘과 각막을 보고 있자 몸이 저절로 움츠러 들었다. 마치 내 몸에 칼날이 와닿는 듯 온몸이 저릿하고 눈이 시큰했다.
애초 우려와 달리 수산시장은 내게 완벽히 낯선 공간으로 다가왔다. 소중한 이들과 회를 먹으러 오는 게 아닌, 물살이들의 고통을 애도하는 목적으로 들어가니 새로운 시각이 열렸던 것이다. 이전에 소개했던 소, 돼지 도살장에서 우리는 내쫓겼지만, 이곳에서 손님으로서 환영 받았다. 이런 아이러니한 상황들은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자세히 마주하니, 하나하나가 경이로웠어요. 동시에 여기서 이렇게 물살이들을 마주하는 것 자체에 머리가 깨질 것 같았어요.” 한 참여자가 ‘마음 나누기’ 시간에 말했다. 비질을 마치고 그날의 감상과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는 이어 “바다도 아닌 도시 한 복판에 물살이들이 이렇게나 많이 있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다른 참여자들도 수산시장 비질 뒤 눈물을 흘리며 털어놓았다. 익숙한 곳이고 언제고 갈 수 있는 곳이라 생각하여 소, 돼지 도살장과 다르게 생각하였다고, 아직 ‘생선’까지는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그러나 산채로 눈이 긁혀지는 것을 보고서는 아득해졌다고. 그동안 열심히 입에 넣는 것에 정신이 팔려 마주하지 못한 그 눈을 오늘에서야 보았다고.
광활한 바다에서 태어난 수천 킬로미터를 자유롭게 유영하던 그들이 왜 이곳 서울 한복판에 있어야 했을까.
도심 속 깔끔한 공간, 수산시장은 체험 ‘죽음의 현장’ 같았다 . 먼 바다에서 길어올려진 물살이들의 고통은 우리의 탐식, 혀끝에서 철저히 가려지고 무시되고 있었다. 난 그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삶을 살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이곳이 아니란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광활한 바다에서 태어난 수천 킬로미터를 자유롭게 유영하던 그들이 왜 이곳 서울 한복판에 있어야 했을까. 시선을 달리하니 온 세상이 뒤집어졌다. 물살이를 우리는 ‘수산물(水產物)’이라고 말한다. 그들은 물건이 아니다. 단지 ‘노는 물’이 다를 뿐 우리와 같은 동물이었다.
바다와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이곳에서
러시아의 대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지혜의 달력’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른 생명체의 고통이 당신을 고통스럽게 할 때, 고통 받는 이로부터 멀리 달아나려는 처음의 욕망에 굴복하지 말라. 그와 반대로 고통 받는 이에게 할 수 있는 한 가까이 다가가 그를 돕기 위해 노력하라.”
비질을 마친 뒤에는 보통 인근 공원에서 감상과 소감을 나누는 ‘마음 나누기’ 시간을 갖는다.
그러나 수산시장 수조 앞에서 그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내가 그들의 고통에 대해 말하면 할수록 내 말이 물속에서 익사 직전 내뿜은 공기 방울처럼 흩어져버리는 것 같았다. 비질의 목적은 잔인함에 집착하는 것이 아니다. 어부와 상인을 악마화하고, 우리와 다른 사람이라고 구분 짓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이곳에 있으면 안되는 먼 곳에서 온 ‘낯선’ 얼굴을 마주하며 자본과 이윤에 뒤집힌 공간을 상상할 뿐이다.
나는 바다와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도심 속 거대한 수산시장에 좁은 수조를 만들어낸 인간 종의 일원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 앞에 우두커니 서서 상인들과 웃으며 인사를 주고받고 있는 나는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할 뿐이었다. 그렇게 우두커니 서서 ‘물’에서 ‘뭍’으로 끌려나온 그들을 애도할 뿐이었다.
글·사진 섬나리 디엑스이·서울애니멀세이브 활동가/ 한겨레
나무 모두 베서 민둥산 만드는 산림정책 왜?
자연숲 탄소 흡수량이 인공숲의 42배에 이른다는 <네이처> 논문 있는데 ‘어린나무 30억 그루 심기’ 산림청 사업 논란
최근 30~40년 된 낙엽송과 참나무를 모두 베고 어린나무를 심은 경기도 파주의 한 산지. 박승화 기자
2021년 1월 산림청이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30억 그루의 새 나무를 심겠다고 발표했다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탄소흡수를 늘리기 위해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고 어린나무를 심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사업이 정부 예산을 들여 오히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는 전문가와 환경단체의 비판이 쏟아졌다.
산림청은 여전히 녹화와 임업에 집중하고 있다. 산숲 녹화가 끝났는데도 기존 인력·조직을 유지하려고 불필요한 새 사업을 발굴해왔다. 탄소를 줄인다면서 거대한 숲을 베고 어린나무를 심겠다는 모순적인 이 사업이 대표적이다.
도시 속 나무도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된다. 우리는 도시를 급하게 만드느라 크고 빠르게 자라는 나무를 심었다. 이런 나무가 너무 커졌다고 강한 가지치기를 하면 잘린 곳부터 부패가 일어나 속이 썩고 쓰러지게 된다.
이번 사태는 나무와 숲과 관련해 우리가 앞으로 과거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수백만년 동안 나무와 숲으로부터 아낌없는 도움을 받아온 사람이 이제 나무와 숲을 위해 작은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_편집자주
“한국에선 좋은 나무를 오래 키워서 좋은 목재나 좋은 숲을 만드는 게 어렵나요?”(기자)
“왜 어렵겠어요. 근데 우리는 사유림이 많고 산림청이 정한 벌기령(베는 나이)에 따라 (나무를) 베고 새로 심는 게 산주에게 유리하니까 그렇게 하는 거죠.”(한 산림조합 관계자)
5월18일 경기도 파주의 한 산숲을 찾아갔다. 큰 언덕 하나에 있던 나무가 모두 베어졌고 10~20㎝ 어린나무(묘목)들이 심겨 있었다. 산소유자(산주)와 산림조합에 문의하니 이곳은 7헥타르(㏊·2만1천 평) 정도의 경제림인데, 2만2천여 그루를 새로 심었다고 했다.
베기 전엔 1980년대에 심은 낙엽송이 30%, 자연나무인 참나무 등이 70% 정도 됐다. 벤 나무들의 나이는 30~36년 정도였다. 이번에 그 나무들을 모두 베고 낙엽송 1만3천 그루, 백합나무 7천 그루, 밤나무 1600그루, 잣나무 1천 그루를 새로 심었다. 이 사업은 2020년 7월 ‘착공’돼 2021년 5월 ‘준공’됐다.
산주가 숲 2만 평을 벤 까닭
이 사업으로 30~40년 된 숲 2만 평이 일시에 사라졌다. 산주에게 왜 나무를 벴는지 물었다. “숲을 그냥 두면 손해다. 오래전에 심은 나무들이 자꾸 죽는다. 더 둔다고 나무 가치가 높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기존 나무를 베고 과실수인 밤나무, 잣나무 등을 새로 심었다.” 산주의 말이다.
기존 나무를 베고 새 나무를 심으면 산주에게 이익일까? 산주는 “기존 나무를 벤 비용은 벤 나무를 판 값으로 90% 이상 충당했다. 새 나무를 심는 비용은 정부가 90% 대줬다”고 했다. 산림청이 60%, 도가 9%, 시가 21%, 산주가 10%를 나눠 내는 방식이다. 이번 모두 베고 심기(벌채 뒤 조림)로 산주는 약간 손해를 봤다. 그러나 산주는 “앞으로 밤나무와 잣나무에서 이익을 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숲 2만 평이 사라진 것은 산주의 손익계산서에 포함되지 않는다.
30~40년 된 이 숲을 지킬 방법은 없었는지 산림조합 관계자에게 물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사유림이라는 점이었다. “국내 산숲의 67%가 사유지인데, 그냥 있는 산주는 이익을 볼 수 없다. 정부가 숲을 유지하는 산주는 지원하지 않고, 나무를 베고 새로 심는 산주만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숲을 지키려면 임업인에게도 직불금 지급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솎아베기(간벌) 위주의 숲가꾸기는 정부가 100% 지원하고, 모두베기+새로 심기는 정부가 새로 심는 비용의 90%를 지원한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조경학)는 “산주들이 벌기령이 지난 산숲을 베는 건 정부가 새로 나무를 심는 비용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좋은 숲을 가지려면 산숲을 베는 산주가 아니라, 산숲을 자연 상태로 그냥 두는 산주를 지원해야 한다. 기업에서 걷은 탄소세를 숲을 지키는 산주에게 탄소배당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산림청 이미라 산림산업정책국장은 “모든 산숲을 다 보존할 수는 없고, 나무를 베어서 사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탄소흡수나 생물다양성을 위해 보존이 필요한 산숲에는 보조금이나 직불금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환경운동연합과 환경운동가들이 문재인 정부 그린뉴딜 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2050 탄소중립을 위한 30억 그루 나무심기’ 사업에 대한 반대운동을 시작했다. 앞서 2021년 1월 산림청은 탄소흡수 능력이 떨어지는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고 탄소흡수 능력이 왕성한 어린나무 27억 그루를 심어 탄소흡수량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3억 그루는 북한에 심을 계획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예산을 들여 탄소배출을 늘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강원도 홍천군의 산들이 모두베기와 새로 심기로 인해 민둥산이 돼버렸다. 최병성 목사 제공
어린나무 숲이 탄소흡수량 더 많다?
이번에 가장 큰 논란을 일으킨 대목은 산림청이 30살 이상 된 나무를 베고 새로 어린나무를 심는다는 계획이었다. 애초 산림청은 어린나무의 탄소흡수량이 30살 이상 나무보다 많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에 대해 5월16일 산림청도 자료를 내어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30살 미만이 아니라, 종류에 따라 최장 70살 나무에서 정점에 이른다는 점을 인정했다. 잣나무와 낙엽송은 45살, 강원소나무는 45~50살, 상수리나무와 신갈나무는 70살에 정점에 이른다. 다만 중부소나무는 25살, 편백나무는 30살로 낮은 편이었다. 더욱이 나무의 탄소흡수량은 완만하게 커졌다가 완만하게 작아지므로 정점을 지났다고 바로 베어낼 이유도 없었다.
그러나 산림청은 ‘㏊당 탄소흡수량’이란 다른 기준을 제시했다. 나무 한 그루의 탄소흡수량은 나이 든 나무가 많지만, 숲 단위의 탄소흡수량은 어린나무가 더 많다는 주장이다. 어린나무 숲에 나무 수가 더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20살 강원소나무 한 그루의 1년 탄소흡수량은 5㎏인데, ㏊당 평균 2030그루가 살아 전체 흡수량은 10.1t이 된다. 반면 50살 강원소나무 한 그루의 1년 탄소흡수량은 9.2㎏인데, ㏊당 평균 732그루가 살아 전체 흡수량은 6.7t이 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은 자의적인 계산법이라고 비판했다. 예를 들어 50살 강원소나무 숲은 교목(큰키나무)인 강원소나무만 있는 게 아니라 그보다 작은 아교목(중간키나무), 관목(작은키나무), 풀과 함께 이뤄져 있다. 이런 다양한 식물들의 탄소흡수량이 강원소나무보다 더 크다. 반면 20살 강원소나무가 빽빽한 숲에는 작은 나무가 비교적 적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는 “강원소나무 아래에 다양한 생태 지위를 가진 나무와 풀이 많고, 자연숲에선 표층 흙의 탄소흡수량도 엄청나게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림청에 제시한 2013년 보우먼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자연숲의 탄소흡수량이 인공숲보다 최소 22배 더 크다고 분석했다. 200년 동안 자연 상태로 둔 숲과 50년마다 모두 베고 심기를 반복한 숲의 탄소흡수량을 비교한 것이다. 나무가 50년 동안 탄소 1을 흡수한다고 할 때 200년 동안 그대로 둔 숲은 모두 6.8의 탄소를 흡수했고, 50년마다 계속 베고 심은 숲은 단지 0.3의 탄소를 흡수했다. 나무를 베면 그동안 나무가 저장했던 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외국에선 자연숲의 탄소 흡수량이 홍 교수의 분석보다 더 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2019년 4월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의 사이먼 루이스 교수팀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탄소 저장을 위해 자연 숲을 되살린다'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내용을 보면, 자연숲의 탄소 저장량은 평균적으로 인공숲(조림지)의 42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도 산림청의 숲가꾸기 예산을 지원받아 인왕산의 청풍계 상류에서 기존 나무를 베고 묘목을 심었다. 박승화 기자
물, 흙, 더위, 스트레스 잡는 숲
최근 문제가 되는 모두 베고 새로 심기나 숲가꾸기 사업의 솎아베기 과정에서 교목 외에 아교목이나 관목이 훼손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탄소흡수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환경단체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의 최진우 대표(조경학 박사)는 “산림청이나 산림조합에선 자신들이 심고 관리한 교목을 제외한 다른 나무들은 아예 나무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모두베기나 솎아베기 과정에서 탄소흡수에 필요한 작은 나무들을 쉽게 베어버린다”고 지적했다.
표층 흙의 훼손도 논란거리다. 표층 흙은 탄소 흡수·저장 능력이 나무보다 뛰어나고 습기가 많아 다양한 생물을 품는다. 산림청도 모두베기를 할 때 대상 토양의 48%가 훼손된다고 밝혔다. 홍석환 교수는 “표층 흙의 훼손은 숲에서 습기를 제거해 산불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고 비판했다.
나아가 다양한 가치를 품는 숲을 탄소흡수량만으로 평가하는 게 지나치게 협소한 관점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진우 대표는 “숲은 다양한 생명의 터전이다. 물을 잡아 홍수와 가뭄을, 흙을 잡아 산사태를 줄인다. 또한 폭염과 지구온난화를 완화한다”고 밝혔다. 한봉호 서울시립대 교수(조경학)는 “건강한 숲에서 마시는 좋은 산소는 상쾌한 기분을 일으켜 사람의 스트레스를 줄이고 면역력을 높인다.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아니지만 엄청난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산림청도 2018년 한국 산숲의 가치가 221조원으로 한 사람당 428만원의 혜택을 누린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경제림에서 벌어지는 모두베기는 목재 공급을 위해 필요하다는 게 산림청의 견해다. 현재 국내 산림은 국토의 63%인 630만㏊이며, 이 가운데 경제림은 234만㏊로 37.1%를 차지한다. 산림청 이미라 국장은 “목재 수요의 84%를 우리나라는 수입에 의존한다. 목재 수확 비율도 2.6%인 독일의 5분의 1 수준인 0.5%에 그친다. 경제림에선 적절한 목재 수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환경단체는 목재 수확을 위해 모두베기를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정명희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장은 “모두베기가 아니라 솎아베기나 돌려베기(순환벌채) 같은 방식으로도 얼마든지 목재를 확보할 수 있다. 이미 확보한 목재나 펄프를 재활용하는 방식으로도 나무베기를 줄일 수 있다. 그래야 탄소배출도 감소한다”고 했다.
“산림청 사업과 조직, 대전환해야”
나무베기를 지원해 산숲을 해치는 산림청의 정책 관행을 확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봉호 교수는 “나무심기 사업이 끝나자 산림청이 길을 잃었다.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불필요한 산림토건 사업을 벌인다. 산림청의 규모를 대폭 줄이고 기능을 바꿔야 한다. 산림을 보호·관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명희 생태보전국장도 “산림청은 나무를 심고 베는 사업이 아니라, 생물다양성과 탄소흡수를 늘리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그동안의 산림청 사업들을 평가하고 그에 따라 인력과 조직을 조정해야 한다. 산림청의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규원 선임기자 che@hani.co.kr
모래밭으로 변하는 열대우림…지구 숨이 막힌다
나무 뿌리가 점토 붙잡는 힘 잃어
진흙 성분 줄고 모래처럼 ‘바싹’
사바나처럼 초원지대 될 가능성
이산화탄소 흡수력 줄어들 수도
지난해 7월 브라질 마토 그로스주에서 일어난 산불로 열대우림이 연기에 휩싸여 있다. 산불이 반복되면 열대우림이 모래가 가득한 초원지대로 바뀔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린피스 제공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아마존의 땅을 구성하는 성분이 산불로 완전히 변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토양에서 진흙이 줄어들고 모래 비중이 늘어나면서 열대우림이 초원지대인 ‘사바나’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사바나는 열대우림보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이 떨어져 향후 지구 환경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달 중순 네덜란드 와게닝겐대 연구진은 남미 브라질 등을 지나는 리오네그로강 주변의 아마존 밀림 4100㎢를 대상으로 지난 40여년 동안 발생한 산불의 영향을 분석해 국제학술지 ‘에코시스템즈’ 최근호에 발표했다.
연구진은 1973년부터 2014년까지 촬영한 위성 사진을 분석했다. 그 결과 관찰 대상 지역의 2.4%인 100㎢가 한 번 이상 화재를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15~2016년 사이에는 이례적으로 극심한 가뭄이 생기면서 무려 700㎢가 불에 탔다. 서울시 면적(605㎢)보다 더 넓은 열대우림이 잿더미가 된 것이다.
연구진은 산불이 숲의 토양에 치명적인 변화를 준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반복적으로 산불에 노출된 숲의 토양이 끈적끈적한 진흙 성분과 영양분이 사라져 모래사장에 가까운 상태가 된 것이다. 연구진은 “이런 땅에선 초본식물의 영역이 확장된다”고 지적했다. 초본식물은 통상 풀이나 채소, 화초 등을 말한다. 민들레나 도라지, 쑥, 채송화, 냉이가 대표적이다. 초본식물은 딱딱하고 두꺼운 줄기를 지닌 나무처럼 울창한 숲을 만들 수 없다. 자연히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동식물의 터전을 마련하기 어려워진다.
산불의 영향이 왜 하필 모래투성이 땅이라는 결과로 이어졌을까. 화재로 손상된 나무 뿌리가 점토를 움켜쥐는 힘을 잃었기 때문이다. 리오네그로강 주변 숲에는 정기적으로 일어나는 범람으로 물과 함께 모래가 밀려 들어온다. 상대적으로 무거운 모래는 물 속을 떠다니다 바닥에 내려앉는 성질이 강하다. 예전 같으면 나무 뿌리가 단단히 붙잡은 점토 때문에 땅의 구성 성분 중 모래 비중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가는 일이 방지됐지만, 이젠 그렇지가 못한 것이다.
산불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은 우려되는 점이다. 최근 기후변화로 폭염이 늘면서 나무의 수분이 줄어드는 일이 잦아졌고, 이 때문에 발화가 쉽게 일어날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연구진을 이끈 베르나르도 플로레스 연구원은 “아직 사바나는 아마존 밀림에 둘러싸여 있는 수준”이라면서도 “산불은 사바나의 팽창을 계속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농장 잡초 '순삭'…적외선 총 쏘는 로봇 등장
미 기업, 자율주행 로봇 개발 보급
밭고랑 돌며 시간당 10만 포기 태워
잡초 제거 로봇이 밭에서 작업하는 모습. 12대의 카메라로 잡초를 식별한 뒤 적외선을 총처럼 쏴 없앤다. 카본 로보틱스 제공
제초제를 쓰거나 사람이 직접 손으로 뽑아야 했던 ‘잡초’를 순식간에 제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로봇이 밭고랑을 주행하며 1시간 만에 10만 포기의 잡초를 태워 없앨 수 있는 기술이 나와 영농 환경을 바꿀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달 미국 과학매체 파퓰러 메카닉스는 미국 기업 ‘카본 로보틱스’가 종전과는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잡초를 제거하는 자율주행 로봇을 개발해 보급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카본 로보틱스가 내놓은 로봇은 디젤엔진을 사용하며 네 바퀴로 구른다. 큰 복사기처럼 생긴 겉모습은 평범하지만, 기능은 특별하다. 이 로봇은 밭고랑을 성인이 빨리 걷는 속도인 시속 8㎞로 주행하며 땅을 향해 뜨거운 열, 즉 적외선을 총처럼 발사한다. ‘목표물’은 바로 잡초다. 탑재된 고성능 컴퓨터가 1000분의 1초만에 재빠르게 잡초와 경작물 여부를 구별한 뒤 잡초만 골라 열을 가해 태운다. 1시간에 무려 10만 포기의 잡초를 없앤다.
‘오인 사격’을 막기 위해 잡초와 경작물을 구분하는 데에는 로봇에 탑재된 12대의 고성능 카메라가 동원된다. 로봇은 위성항법시스템(GPS)을 사용해 자율주행을 하고, 특정 고랑에서 일을 마치면 다음 고랑으로 몸통을 틀어 건너간다.
잡초 제거 로봇의 장점은 무엇보다 제초제를 전혀 쓰지 않아도 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토양 미생물의 서식 환경을 방해하지 않고, 제초제로 인한 안전사고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노동력 투입도 크게 덜 수 있다. 잡초는 제초제를 쓰지 않는 이상 사람이 땡볕에서 일일이 손으로 뽑아야 하기 때문이다. 2018년 미국 농무부 통계에 따르면 농가 총지출의 28%는 화학약품과 비료, 종자에 들어가고, 13%는 노동력을 구하는 데 사용된다. 잡초 제거 로봇으로 이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카본 로보틱스는 “0.8㎢부터 40㎢까지 다양한 크기의 농장에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차라리 복지부동으로 돌아가라
개구리는 지표동물이다. 비록 미물이지만 개구리를 들여다보면 서식지의 건강상태가 보이기 때문이다. 피부호흡을 하면서 물질이 체내에 쉽게 투과하고 습기에 민감하기 때문에 외부 환경의 변화에 따른 흥망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전세계 양서류의 급감이 지구 생태계 파괴의 현 상황을 잘 반영한다고 보는 이유이다.
이처럼 지표는 언제나 전체를 일일이 다 파악할 수 없을 때 판단하는 데에 큰 도움을 준다. 애초에 지표라는 것 자체를 두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우리나라가 나아가고 있는 방향이 과연 어떠한지 판단하기 위해 최근에 실시된 정책들의 경향성을 일종의 지표로 삼아볼 수 있다. 여기서는 자연환경 분야 또는 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지난 수십년간 줄기차게 진행되어온 이 나라의 자연파괴는 너무나 강력하게 뻔뻔한 개발 마인드가 주도한 전면적인 공세였다. 탐욕과 집단 및 지역 이기주의가 겉으로 시퍼렇게 드러난 각종 개발 사업들은 대놓고 자연의 희생을 요구하고 경제적 이득을 밝혔다. 이득의 주체가 누구인지도 분명히 했다. 우리 국민 또는 지역 주민이 당연한 수혜자였고, 이를 위해 자연이 인간에게 복속되는 것이 ‘세상의 섭리’로 일컬어졌다.
고전적인 개발 대 보존의 대결 구도 안에서 끊임없이 인간의 몫만을 주장하고 또 끝내 차지해온 전통적인 자연파괴의 관행은 물론 그것대로 너무나 잘못된 것이다. 그런 행동과 결정의 누적적 여파를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종류의 악습에서도 굳이 한가지 장점을 꼽자면 접근법과 논리가 단순하다는 점이다. 인간이 자연보다 중요하다는 지극히 단순한 명제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최근 벌어지고 있는 자연파괴는 너무나 새로운 방식으로 뒤틀린, 변태적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한답시고 오히려 숲의 벌채를 정당화하는 산림청의 30억그루 나무심기 정책은, 그것이 인간은 물론 숲을 위해서도 좋은 것이라는 해괴한 논리를 펼친다. 우리가 자르지 않고 ‘방치’하면 숲이 ‘쇠퇴’한다는 어불성설도 난무한다. 마치 사람의 ‘미다스의 손’이 닿지 않은 자연은 본원적으로 낙후되는 존재인 것처럼 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 해양수산부도 이 광란의 행렬에 동참한다고 한다. 일반 갯벌보다 염습지가 탄소저장량이 높다는 이유로 어민 생계가 달린 곳을 제외한 모든 갯벌을 염습지로 인공적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멀쩡하게 잘 있는 아름다운 갯벌 무려 660㎢를 마음대로 다른 종류의 습지로 만들겠다는 이 충격적인 발상도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다. 산림청이 나무의 영급을 조정한다며 숲을 파괴하는 것과 정확히 구조적으로 일치하는 사업이다. 자연이 고맙게도 해주고 있는 어떤 역할이 우리의 입맛에 조금 못 미친다며 그걸 다른 ‘자연’으로 마음대로 갈아치우겠다는, 전례가 없는 황당한 발상이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기후변화에 대한 무대응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게 할 정도의 해괴망측함이다.
이런 움직임을 우리 사회의 지표로 본다면 이는 심각한 우려 상황을 넘어 절망적이기까지 하다. 현대 문명의 한계를 한 방에 보여준 코로나19와 지구 전체의 존속 자체를 위협하는 기후위기라는 쌍두마차를 동시에 겪으면서도 이토록 철저하게 아무것도 배우지 못했단 말인가? 그런 식으로 얕은 잔머리 굴려서 되는 게 아니라는, 근본적으로 자연을 함부로 대하는 습관을 고치지 않고선 미래란 없다는 그 단순 명백한 메시지가 그리도 이해하기 어려운가? 정부 부처 종사자들은 이렇게 완전히 역행하는 정책을 굳이 애써 고안할 바엔 차라리 고전적인 복지부동의 행태로 돌아가주기를 간곡히 바라는 바이다./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한겨레
부산 운명 걸린 엑스포 유치, 이대로는 ‘물 건너가’
2030부산월드엑스포가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에서부터 난항을 겪으면서 추진 동력을 잃고 표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가상 조감도. 부산일보DB
부산의 운명이 걸린 ‘2030 부산월드엑스포’ 국가 사업이 이대로라면 유치에 실패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곳곳에서 나온다. 다음 달 유치신청서 제출을 앞두고 부산엑스포 유치의 구심점인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 작업은 청와대의 무관심 속에 기업들의 ‘폭탄 돌리기식’ 대응으로 길을 잃었다. 더구나 국제박람회기구(BIE)의 현장 유치 실사가 1년 6개월밖에 남지 않았는데 부산엑스포 유치를 향한 열기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다.
23일 부산 지역 시민사회와 상공계에서는 엑스포 유치 의지 실종의 원인을 4·7 보궐선거 이후 여야 정치권은 물론 청와대와 정부가 화력을 집중하지 않는 것에서 찾는다. 지난달 부산시장 선거 이전 더불어민주당은 가덕신공항 건설과 함께 부산엑스포 유치를 주요 공약으로 띄우며 유치위원장 선정 작업 등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선거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다.
국가 사업 불구 靑·정부 무관심
내달 유치신청서 제출 앞두고도
유치위원장 선임 여전히 ‘난관’
물거품 땐 ‘가덕’ 건설 동력 위축
시민단체 “대통령 나서서 해결을”
지난 10일 부산 여·야·정이 뒤늦게 지역 현안 공동대응을 위한 포괄적인 협약을 체결했지만 중앙 정치권과 정부를 움직이게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여야 정치권의 눈이 이미 각 당 대표 선출과 내년 3월 대통령선거, 내년 6월 지방선거에 쏠려 있기 때문이다.
부산·울산·경남 상공회의소 회장단이 대통령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의 응답이 없어 사실상 면담을 거부한 게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비롯해 박성훈 경제특보 등이 대통령과 정책실장, 경제수석 등 청와대 핵심 관계자들을 만나 유치위원장 선정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박 시장은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에 참석한 김부겸 국무총리,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과 가진 오찬에서 “총리에게 엑스포 유치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시간이 촉박함을 강조했고, 당연직 위원장인 총리가 적극 나서주기로 했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밝히기도 했다.
2020년 두바이 엑스포와 2025년 오사카 엑스포 유치에 성공한 국가들은 ‘미쳤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정부와 국민이 똘똘 뭉쳤다. 오사카와 가까운 부산이 2030년 등록엑스포를 잇따라 열려면 ‘대륙 간 안배’를 요구하는 경쟁 도시들을 뛰어넘는 콘텐츠와 전략, 시설, 국가적인 열기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어느 누구도 부산이 이를 갖췄다고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미 공식 유치신청서를 제출한 러시아 모스크바를 비롯해 캐나다 토론토, 미국 휴스턴,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로마 등 쟁쟁한 예상 경쟁 도시들과 겨뤄 부산이 승리할 가능성은 20~30%에 불과하다는 비관론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2023년에 엑스포 유치에 실패하면 가덕신공항 건설 국비 확보 등 여러 면에서 동력이 줄어 개항 시기가 늦어질 수 있고, 광역교통망을 중심으로 한 부울경 메가시티 협치에도 힘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부산엑스포를 국가사업으로 띄운 부산시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유치 가능성이 불투명했던 엑스포를 억지로 밀어붙였다’는 비난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박재율 지방분권부산시민연대 상임대표는 “당·정·청과 총리실 중심의 범정부적 차원의 엑스포 유치 동력을 마련하고, 당장 대통령부터 발 벗고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익·안준영 기자 run@busan.com
수만 년 걸리는 ‘부채꼴 퇴적지형’ 설악산서 하룻밤 새 만들어져
2006년 한계령 집중호우로 선상지 형성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 학술가치 주목
2006년 하룻밤 새 형성된 설악산 선상지 모습. 건천골과 한계천이 만나는 지점에 최고 지름 2∼3m의 바위와 자갈이 쌓여 있다. 퇴적물이 쌓이기 힘든 고산지대에서 이렇게 짧은 시간에 새로운 지형이 생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손영관 경상대 교수 제공.
2006년 설악산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설악산국립공원은 탐방로 16㎞가 유실되는 등 유례없는 큰 피해를 봤다. 이 폭우는 철제 다리와 계단, 난간을 쓸어가고 계곡에 집채만 한 바위를 남겼지만 지질·지형학계에는 ‘하룻밤 새 형성된 선상지’라는 세계적으로 보기 힘든 선물을 안겼다.
집중호우 피해가 집중된 한계령 건천골 계곡이 한계천과 만나는 곳에 크게는 지름 2∼3m에 이르는 큰 바위로 이뤄진 언덕이 7월 16일 생겼다. 전날부터 한계령에는 시간당 최고 113.5㎜의 비가 퍼부었다. 하루 강수량은 355㎜였지만 6시간 동안 내린 266㎜의 비는 200년에 한 번 오는 폭우였다.
주민들은 “호우가 온 날 한밤중에 우르릉하는 바위 구르는 소리와 함께 이런 지형이 생겼다”고 밝혔다. 선상지는 가파른 한계령 유역에서 폭우로 휩쓸려 내려온 큰 돌과 바위가 평평한 한계천과 만나면서 쌓여 길이 170m, 폭 330m 크기의 유선형 언덕을 이루었다.
2006년 7월 설악산을 강타한 집중호우로 설악산국립공원은 탐방로가 끊기는 등 큰 피해를 봤다. 수해 전(왼쪽)과 후의 설악산 주전골 탐방로 모습. 국립공원관리공단 제공.
손영관 경상대 지질과학과 교수 등은 과학저널 ‘퇴적 기록’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선상지가 형성되기 힘든 조건인 설악산에서 폭우로 하천이 범람하면서 하룻밤 새 선상지가 만들어졌다”고 밝혔다. 연구자들은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에 올리기 위한 사전준비로 문화재청의 연구용역을 받아 외설악 일대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선상지를 발견했다.
선상지는 좁은 산지에서 넓은 평지로 하천이 흘러나오는 곳에 형성되는 부채꼴 퇴적 지형으로 강릉 금광평 선상지, 제천 선상지, 경주 안강 선상지, 사천 선상지 등 국내에 10여 곳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들은 대부분 단층운동으로 지형에 기복이 생긴 곳에서 수천∼수만 년 동안 형성됐다.
손 교수는 “장구한 지질학적 시간 속에서 꾸준히 지속하는 ‘동일 과정’에 의해 지표 지형이 만들어진다는 것이 지질학의 상식인데 설악산 선상지는 지표의 지질작용과 지형변화가 극단적으로 빠르게 일어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선상지의 형성과정에 대한 연구를 보면 이광률 경북대 교수 등은 대구 달성군 유가 선상지가 11만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밝혔고 박지훈 공주대 교수팀도 충남 부여의 금성산 선상지가 5900년 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선상지가 생기기 전까지 건천골과 한계천 합류부는 숲으로 덮여있었다(A). 2006년 홍수로 형성된 선상지는 큰 바위와 돌로만 이뤄졌고 잔 자갈이 없었지만 이후 점차 퇴적층으로 덮이고 있다. 김지수 외 (2021) ‘퇴적 기록’ 제공.
애초 설악산은 선상지가 생기기 힘든 곳이다. 능선과 계곡이 1000m 이상의 고도차가 날 정도로 가파르고 집중호우가 잦아 토양침식이 심하다. 토양층이 빈약하니 퇴적 지형인 선상지를 이룰 퇴적물도 부족하다. 2006년 이전에 설악산에 선상지가 보고된 적도 없다.
연구자들은 2006년 집중호우가 일종의 방아쇠 구실을 했던 것으로 설명했다. 손 교수는 “설악산 선상지의 유역이 2006년 무렵 지형적 임계점에 도달했다”며 “매우 작은 외부 충격에 의해서도 마치 방아쇠를 살짝 당겨 총알이 격발되는 것처럼 큰 변화가 일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6년 설악산에 많은 비가 오긴 했지만 1990년 2003년 2011년에도 그와 비슷하거나 더 많은 강우량을 기록했다. 손 교수는 “2006년에 ‘격발’이 일어났기 때문에 이후에 새로운 선상지가 더는 만들어질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설악산의 독특한 생태가치를 높여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신청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에 참여한 이광춘 상지대 명예교수는 “세계적 지형 전문가가 건천골 선상지보다 규모가 훨씬 작은 인근 장수대 선상지를 보고 중국의 황산 등에서도 볼 수 없는 지형이라며 놀랐다”고 소개했다. 손 교수는 “설악산은 몬순 기후의 영향을 받는 바닷가 산악지역으로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 등 다른 나라 화강암 지형과 구별되는 차별성을 지닌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자연보전연맹의 권고에 따라 금강산과 함께 설악산을 세계자연유산으로 신청하기 위해 지질·지형 등 그동안 규명되지 않은 학술가치를 발굴하고 있다.
인용 논문: TSR The Sedimentary Record, DOI: 10.2110/sedred.2021.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닭 1000마리 죽이고 사람 향해 ‘으르렁’… 들개가 마을 점령하다
들개 피해 마을 직접 가 보니
주변 공장 지키던 경비견 버려져 야생화
들개가 천막 3겹 물어뜯고 양계장 침입
노인들은 들개 피하다 부상 “외출 공포”
“키우던 개 버린 주인들이 더 원망스러워”
지자체들 포상금 내걸거나 포획단 투입
▲ 지난 22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50대 여성이 큰 개에 물려 숨지면서 유기견 방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촬영한 경북 울진군 동물보호소에서 보호받는 유기견들.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네댓 마리씩 떼를 지어 몰려다니는 ‘들개’ 때문에 가축뿐 아니라 사람도 다니기가 겁이 납니다.”
24일 경남 김해시 한림면 장방마을에서 토종닭 사육 농가 박동출(75)씨 부부는 “최근 들개가 두 차례 들이닥쳐 닭 1000여마리를 물어 죽이는 피해가 난 뒤부터는 밤낮 마음을 놓을 수가 없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씨 부부가 닭을 키우는 양계장은 비닐하우스 형태로 두꺼운 천과 어망 등 3겹으로 된 천막 구조물이다. 유기견이 야생화된 들개들은 지난 13일 밤~14일 새벽 사이 양계장 천막을 물어뜯고 들어가 출하를 앞둔 닭 800여마리를 물어 죽였다. 지난 8일 밤에도 박씨의 인근 양계장에서 닭 250마리가 들개의 습격으로 몰살됐다. 박씨는 “저녁마다 양계장 천막을 단단히 고정하고 문을 걸어 잠갔지만 덩치가 큰 들개들이 천막을 물어뜯고 침입하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주변 공단지역에서 경비용으로 키우던 개들이 유기견이 되면서 몸집이 큰 들개들이 2~3년 사이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들개가 원망스럽기도 하지만 자신의 키우던 개들을 버린 무심한 주인들이 더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야생화된 유기견으로 인한 피해는 서울·경기 등 수도권뿐 아니라 경상·전라도와 섬인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전남 여수 국동항과 봉산동 일대에는 들개화된 유기견 20여마리가 5~6마리씩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국동항에서 멸치 상회를 하는 심모(76)씨는 지난 2월 갑자기 달려드는 들개 6마리를 피하려다 넘어져 다리를 다쳤다. 다행히 일행이 뒤에 있었기에 큰 화를 면했다. 심씨는 “그날 생각만 하면 아찔하다. 그래서 요즘 새벽일을 갈 때는 호신용 지팡이를 들고 다닌다”면서 “혹시 동네 어린이들이 사고를 당할까 봐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제주의 한라산 중턱과 오름 등을 중심으로 야생 유기견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제주시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시에서 들개로 인해 닭 120마리와 젖소 송아지 5마리, 한우 4마리, 망아지 1마리가 피해를 입었다. 2019년에 닭 483마리와 기러기 50마리가, 2018년에는 닭 156마리와 송아지 1마리, 거위 3마리, 오리 117마리, 흑염소 3마리 등이 피해를 입었다. 또 지난 2일 서귀포시의 작은 마을에서 들개의 공격에 50대 주민이 중상을 입었으며, 오름을 탐방하거나 올레길을 걷는 관광객과 주민들이 들개와 마주쳐 공포감을 느끼거나 일부 물리는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전국 자치단체들은 야생화된 유기견 피해를 줄이기 위해 전문 포획단을 투입하거나 포상금을 내걸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동물보호단체 등의 거센 반발이 일고 있다. 인천시는 유기견에 의한 피해가 잇따르자 지난 3~4월 ‘야생화된 유기견 포획 지원’에 관한 온라인 찬반토론을 진행했다. 동물보호단체 및 관계자들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포획 반대’ 응답이 734명(53.8%)으로, ‘찬성’ 응답자 622명(45.6%)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들개의 피해를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은 유실·유기견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반려견 문화가 자리 잡기 위해서는 반려인이 스스로 책임의식을 갖추는 태도가 중요하며, 유실·유기견 주인에 대한 처벌을 보다 엄하게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2014년부터 도입된 ‘반려동물 등록 의무화’ 정착을 위해 정부가 당근과 채찍을 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동물보호단체 한 관계자는 “버려져 야생화된 유기견의 잘못은 주인에게 버림받았다는 것뿐”이라면서 “유기견을 혐오할 게 아니라 인간이 키우던 반려동물을 유기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부가 등록 의무화를 위해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당근과 자신의 반려동물을 등록하지 않은 주인에게 강력한 행정 처분을 내리는 채찍을 동시에 활용해야 유기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 강원식·여수 최종필 기자 kws@seoul.co.kr
어린 나무 베어버린, 산림청이 말하지 않는 불편한 진실
[산림청 주장에 대한 반론] 그린뉴딜의 허상과 거짓말
숲 경영이 친환경이 되기 위한 두 가지 조건
- 산림청이 저지른 엄청난 사건, 국민 생명 위험하다 (최병성, http://omn.kr/1t88z)
- [산림청 반론] 30년 지나면 숲의 탄소 흡수량은 감소한다 (이미라, http://omn.kr/1t9j7)
- [반론] '나무를 베면 안된다'는 함정을 넘어 (김성환, http://omn.kr/1tbnw)
왜 우리는 기후위기 시대를 맞았는가에 대한 물음에, 이제는 초등학생도 답을 한다. 화석에너지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농도 증가라고 말이다. 그리고 온실가스의 대표가 이산화탄소임은 누구나 아는 '상식'이다.
그럼 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온실가스 배출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쉽지 않다. 화석에너지의 도움으로 편리함을 맛본 인간이 불편함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눈을 돌린 것이 두 번째이자 마지막 방법인, 배출된 온실가스를 흡수하여 저장하는 것이다.
둘째 방법을 인간이 실현시킬 수 있는 길은 안타깝지만 현재로서는 나무를 심는 일밖에 없다. 지금까지 쓰던 에너지를 그대로 쓰면서 온난화를 막을 수 있는 신박한 방법이 있다니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30억 그루 나무심기'가 친환경이라는 위장막으로, 그린워싱으로 그럴싸하게 포장되는 이유이다.
이제 온난화를 막을 나무와 숲으로 가보자. 나무는 탄소를 흡수해서 저장한다. 역시 '상식'이다. 과도하게 배출된 탄소를 최대한 고정시키려면 나무가 흡수를 많이 해야 한다. 그래서 산림청은 연간 흡수량이 떨어지는 오래된 나무를 베어내고 어린나무를 심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흡수량이 아니라 저장량(고정량)임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
숲의 경영이 친환경이려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오래된 나무의 탄소를 도시로 옮겨와 저장하고, 그 숲에서 다시 나무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두 가지가 맞물려야만 한다. 그럴까?
지난 5월 16일 산림청이 배포한 설명 자료를 보자. 산림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나무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이 줄어드는 시기는 침엽수는 약 50년 정도이며 활엽수는 알 수 없다. 70년까지만 조사됐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이상 나이가 든 숲이 거의 없으니 확인하지 못한 것 같다. 산림청이 주장하는 것과 반대의 연구결과가 차고 넘치지만 넘어가자.
▲ 나무 한 그루당 연간 CO2 흡수량(kgCO2/그루/년) (산림청 5월 16일 설명자료)ⓒ 산림청
산림청이 자신들의 사업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또 하나의 근거자료를 보자. 아래 표는 나무는 나이가 들수록 생장률이 떨어져 이산화탄소 흡수도 적게 한다며 제시한 한 연구결과다. 여기서 연간 바이오매스(생물량) 증가량은 약 60년 정도에 피크가 되며 그 이후 완만하게 줄어든다. 이 표와 그림을 보면 얼핏 흡수량이 줄어드니 베어내고 새로 심는 것이 탄소흡수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라는 산림청의 논리가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 산림청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려 제시한 Bowman et al.(2013)의 연구결과 그래프 (산림청 5월 16일 설명자료)ⓒ 산림청
나무를 벌채하면 저장된 탄소는 어떻게 될까?
이제부터 불편한 진실이 시작된다.
나무를 벌채하면 나무에 저장된 탄소는 어떻게 될까? 아니 먼저, 나무를 벌채하면 나무가 자란 수십 년의 시간 동안 흡수한 탄소를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을까를 물어보자. 지극히 상식적으로 안타깝게도 나무는 전체를 수확하지 못한다. 벌목 과정에서 큰나무의 뿌리와 잔가지, 잎이 고스란히 산에 버려진다. 이렇게 버려지는 양이 오랜 기간 나무가 흡수한 탄소의 약 절반 이상에 달한다. 나머지는 빠르게 하늘로 날아가 버린다. 크기가 작은 나무들 또한 모두 잘려 그대로 버려진다.
그리고 제재소로 옮긴 원목을 자르고 켜는 과정에서 약 50%가 버려진다. 이것도 빠르게 하늘로 날아간다. 제재한 목재는 가구 등 다시 최종 상품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또 손실이 발생, 결국 제품으로 남는 탄소는 생산한 원목의 20% 정도이다. 결국 벌목을 통해 숲에서 저장한 탄소를 옮겨와 저장하는 비율은 10% 이내에 불과하다. 일부가 대체연료로 사용되지만 결국 나무가 오랜 시간 저장한 탄소의 90%는 빠르게 다시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 이는 관련 분야에서 대략적으로 인정하는 정도의 일반적인 수치다.
▲ 숲을 벌채하면 수확한 나무의 뿌리와 잔가지, 수많은 작은 나무는 산에 버려지게 된다. 오랜 시간 뿌리와 가지에 저장되었던 탄소가 다시 빠르게 하늘로 날아가게 된다. (사진 오른쪽 중앙부에 보이는 막대 아래에 새롭게 조림한 나무가 보인다. 이 작은 나무가 탄소를 흡수하여 방출된 양만큼 흡수하는 데에만 수 십년은 걸릴 것이다)ⓒ 최병성
그리고 최근 논란이 되는, 30년 전후에 베어지는 어린나무는 신재생에너지로 인증되는 탓에 제재(베어 낸 나무로 재목을 만듦)도 하지 않고 펠렛이나 우드칩으로 잘게 분쇄되어 태워진다. 많은 석탄발전회사들이 신재생에너지 의무 발전비율을 채우기 위해 석탄과 나무를 함께 태우는 혼소발전의 형태로 태우거나 나무를 때서 발전하는 발전소에서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를 구매하고 있다. 결국 최근 30년 동안 애써 숲이 저장한 탄소가 100% 고스란히 빠르게 하늘로 날아가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오래된 큰나무를 수확하는 유럽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생산한 임목 중 5%정도만이 저장된다고 한다. 이렇게 저장된 나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버려지거나 태워지게 된다. 이케아 가구의 수명은 어느 정도일까를 생각하면 된다. 실제 숲에서 자라던 나무를 벌목하면 장시간 저장되는 탄소는 거의 없다는 말이다. 오히려 숲이 오랫동안 저장한 탄소를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날려버리고 여기에 더해 탄소를 잘 흡수하는 나무를 죽이는 최악의 결과만을 만들어낼 뿐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가능경영림 시스템을 연구발전시켜 임업선진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에서 바이오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2016년 기준 37%나 된다. 언뜻 친환경에너지 비율이 매우 높아 탄소를 적게 배출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최근 관련 연구자들에 따르면 산림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량이 국가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 배출되는 탄소량보다 높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간 총 임목축적량의 2.4%를 벌채한 결과이다.
그런데 이렇게 산림벌목을 많이 하는 스웨덴도 벌목 연령은 남부 70~90년, 북부 120~150년으로 우리나라처럼 30년 정도의 어린 나무를 자르지는 않는다. 스웨덴 벌목연령 기준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벌목할 숲이 아예 없다. 스웨덴을 사례로 들려면 앞으로 50년 후에나 벌목을 시작해야 한다.
▲ 1990~2005년 동안 유럽에서는 매년 임업을 통해 92Tg의 탄소를 수확하지만 87Tg이 한꺼번에 다시 하늘로 날아가고 단지 5Tg의 탄소만이 남는다. (Luyssaert 등의 연구결과)ⓒ americanforests
▲ 전 세계 친환경 임업을 선도하는 스웨덴의 임업은 스웨덴의 다른 모든 분야에서 배출하는 탄소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moreofeverything
오랫동안 잘 보호한 숲이 34배 많은 탄소 저장한다
다시 돌아와서 산림청이 탄소흡수를 위해 나무를 베어내야 한다는 근거를 들고자 제시한 위의 그래프(보우먼)를 자세히 보자. 연간 탄소흡수를 보여주는 바이오매스그래프의 면적을 산정하면 해당 기간 동안 탄소를 흡수하여 저장한 총량이 된다. 해당 자료의 바이오매스 그래프를 기준으로 50년 기간별로 면적을 산정해 봤다.
초기 50년 동안 급격히 증가하는 생장률은 언뜻 탄소를 많이 저장한다는 착시를 불러일으키지만 면적, 즉 떠도는 탄소를 고정하는 저장량으로 따지면 전혀 그렇지 않다. 초기 50년 동안 저장한 탄소량을 100으로 기준했을 때, 다음 50년 동안에는 무려 230을 저장하고 그 다음 50년 동안에는 190을 저장한다. 산림청 말대로라면 이미 오래전에 쇠퇴했을 150년~200년의 50년 동안에도 무려 160을 저장한다.
▲ 산림청이 제시한 연간 바이오매스 증가량 그래프에 50년 간격으로 면적을 계산해봤다. 흡수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초기 50년 축적량을 1로 기준했을 때, 50~100년은 2.3이 되며 150~200년 동안에도 초기보다 많은 1.6이 축적된다.ⓒ 산림청/홍석환
산림청 주장대로 하여 50년에 한 번씩 베고 심고를 반복하면 숲이 50년 동안 저장한 탄소의 5%씩을 저장할 수 있으니 200년 동안 저장할 수 있는 양은 20이 된다. 반면 200년 동안 세금을 들이지 않고 잘 보호한 숲은 무려 680만큼의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 잘 보호한 숲이 무려 34배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거짓말로 들릴 것이다. 심지어 산림청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에게도 어딘가 어처구니없는 비과학적 추론으로 보일 것이다. 그런데 2019년 <네이처(Nature)>지에 '탄소 저장을 위해 자연 숲은 되살린다'는 제목으로 실린 루이스(Lewis) 교수 등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연림은 산림경영의 산물인 인공림에 비해 무려 40배 이상의 탄소를 더 저장한다. 벌채과정에서 파헤쳐지는 토양에서 방출된 탄소를 감안했을 때 두 연구결과는 대동소이한 수치로 보인다. 그럼에도 한 연구결과는 빠른 벌목을 주장하는 측에서, 다른 연구결과는 벌목을 반대하는 측에서 제시하고 있다. 산림청이 빠른 벌목의 당위성을 주장하면서 내어놓은 자료도 결국 경영림의 탄소저장능력이 자연림에 비해 매우 낮음을 인정하는 자료일 뿐이다.
결국 기후위기 주범인 대기 중 탄소를 다시 흡수하여 고정할 수 있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은 나무를 베고 심는 산림경영이 아니라 자연이 스스로 숲을 풍요롭게 하도록 놓아두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나무가 자랄 수 없는 곳에 새롭게 숲을 만들어 주면 된다. 버려진 밭이나 폐공장부지 등에 말이다.
▲ 인공조림지보다 자연림이 무려 42배나 많은 탄소를 저장한다는 Lewis 등의 연구결과. 대기중에 확산된 탄소를 저장(고정)하는 최고의 방법은 자연림으로 복원하는 것이다.ⓒ 네이처
사유지 벌목은 산림청과 관계없다?... 사실일까
다음으로 사유지 논란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벌목지는 산림청장이 말했듯이 사유지이기 때문에 산림청과는 관계가 없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사유지인데 나무를 심고 가꾸는데 드는 돈은 거의 모두 우리가 낸 세금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즉, 산림청이 자신들이 주도하는 사업을 위해 책정한 세금이 사유지에 쓰이는 것이다. 심지어 산림청 예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100% 가까이가 정부 예산으로 진행된 사업이 산림청과 관계없다? 산림청장의 말처럼 관계없는 곳인가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 산림청장의 답변과는 달리 산림소유자가 숲가꾸기를 원하면 모든 사업비는 세금으로 지불된다. 산림청과 관계없다는 산림청장의 국회의원 질의에 대한 답변은 거짓이다.ⓒ 산림청 홈페이지
이렇게 막대한 세금이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산 주인이 얻는 소득은 없다. 지난 5월 21일 한겨레21이 산주를 취재하여 쓴 기사(나무 모두 베서 민둥산 만드는 산림정책 왜?)에서 해당 산주는 2만 평이 넘는 산을 벌목하여 나무를 팔고, 그곳에 다시 어린나무 2만 2천여 그루를 심었는데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한다. 묘목식재 비용의 90%를 우리가 낸 세금으로 지불해 주었는데도 말이다. 이후 모든 관리비용(숲가꾸기)은 또 100% 세금이다.
정부가 모든 비용을 지불해도 산주는 손해를 보는 게 산림청의 핵심 사업인 산림경영의 허울이다. 탄소저장량은 세금을 쓰지 않은 숲에 비해 형편없는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그럼 이렇게 매년 투입한 세금은 과연 누구에게 돌아갔을까? 산림청이 산주에게는 이익도 없는 산림경영 면적을 늘리려는 핵심 이유가 여기 있다.
마지막으로 공정이라는 측면에서 '상식'을 생각해 보자.
숲은 목재 외에도 우리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엄청난 가치를 제공한다. 그런데, 우리는 숲이 주는 가치를 지불하지 않는다. 사유재산에 의해 얻는 혜택에 대한 대가는 소유주에 지불하는 것이 상식 아닐까? 모든 국민이 골고루 받았으니 세금으로 지불해줌이 맞다. 기후위기시대 그린뉴딜을 위한 산림경영은 산을 마구잡이로 베어내어 세금을 누군가에게 옮겨주는 것이 아니라 산을 아끼고 보호한 산주에게 되돌려주는 데에서 시작해야만 한다.
또 하나, 나무는 현재진행형 화석에너지다. 절대 친환경에너지가 아니며 석탄과 같이 어쩔 수 없이 쓰는 것으로 인식해야만 한다. 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에너지가 아니라는 말이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숲관리 전략은 나무 소비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 즉 경영림을 최소화하는 방안이 첫 전략이 되어야만 한다. 미국 정부정책을 위한 연구에서도 첫 번째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산림청이 완전히 새로운 조직으로 탈바꿈해야만 하는 이유로 충분하다.
▲ 미국 정부 각 부처에서 요구하는 과학이나 기술 문제를 연구하여 올바른 대안을 제시하는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에 실린 기후변화 완화를 위한 토지이용 전략. 목재생산을 줄이는 것이 핵심이다. 우리나라 정부가 제시한 산림 그린뉴딜 전략은 정확히 이 내용과 반대된다.ⓒ pnas.org
홍석환(WR20210524095208)/ 오마이뉴스
13년 방치 ‘황령산 스노우캐슬’ 활용 사업 새 국면
수분양자 보상 문제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면서 황령산 스노우캐슬을 활용하는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황령산 스노우캐슬 실내스키돔 전경. 정종회 기자 jjh@
13년째 흉물스레 방치된 부산 황령산 스노우캐슬을 활용하는 개발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다. 그간 발목을 잡았던 수분양자에 대한 보상 문제가 80% 이상 해결되면서 이르면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사업자가 조성계획 변경안을 부산시에 제출할 전망이다.
해운대~이기대 해상케이블카에 이어 황령산 스노우캐슬까지 개발 이슈가 연이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박형준 부산시장의 시정 철학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수분양자 보상 80% 이상 해결
조만간 ‘계획변경안’ 제출 계획
“관광테마 인프라 대규모 투자”
환경·시민단체와 마찰도 예견
24일 부산시에 따르면 황령산 스노우캐슬의 수분양자 200명(등기 54명, 미등기 146명) 가운데 현재 82.5%인 165명(등기 46명, 미등기 119명)에 대한 보상 합의가 이뤄졌다. 수분양자 80%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 사업 추진과 관련한 절차를 밟을 수 있다.
도심 스키장을 표방했던 황령산 스노우캐슬은 수익성 부족으로 개장 1년 만인 2008년 8월 폐장했다. 28차례에 걸친 공매 끝에 2012년 현재 사업자인 에프엔인베스트먼트가 인수했다. 부산의 향토기업인 대원플러스건설, 동일철강, 골든블루 3개 회사가 주주로 참여해 설립했던 업체다. 타 지분을 모두 인수한 대원플러스건설 측은 1143억 원을 들여 스노우캐슬을 포함한 인근 21만 6000㎡ 부지를 휴식공간과 레저시설로 개발할 계획이었다. 2015년 사업자가 부산시에 제출한 계획서에는 키즈랜드, 감성놀이터, 펀 포레스트, 산림휴양숙박시설 등이 담겨 있었다.
이번에 새로 제출될 제안서에는 어떤 내용이 담길지 관심이 집중된다. 그동안 황령산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케이블카와 남산타워보다 높은 정상 전망대, 스키돔 활용 방안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대원플러스건설 고위 관계자는 “사업 제안 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이를 밝히기는 곤란하다”며 “2030월드엑스포 유치, 국제관광도시 선정 등 도시 위상에 걸맞은 관광테마 인프라를 갖추려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환경을 제대로 보존하면서 지속가능한 관광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업자 측은 케이블카, 전망대, 초대형 물놀이 시설 등을 통해 관광 인프라를 확충하겠다는 구상을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사업비도 당초보다 훨씬 늘어 1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소문이다. 부산시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사업자 측이 이르면 이달 말 수분양자 보상문제를 해결하고 지금까지 설계한 내용을 제안하기로 했다”며 “아직 새로운 제안서가 접수되지 않아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사업비를 대폭 증액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조성계획 변경제안이 접수되면 도시공원심의위원회와 도시계획심의위원회를 통해 해당 시설의 적정성 등을 검토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는 부산의 허파인 황령산을 난개발로 훼손시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스노우캐슬로 인해 ‘흉물’로 변한 황령산을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며 “사업성 확보 등을 이유로 이곳에 숙박시설 등을 짓게 된다면 시민의 자산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강서구 맥도 일대 ‘250만평 도시공원’ 들어선다
부산 강서구 낙동강 본류와 맥도강 일대. 부산일보DB
‘그린스마트 도시’를 기치로 내건 박형준호 부산시정이 서부산권에 대규모 도시공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강서구 맥도 일대를 아우르는 가칭 ‘낙동강파크시티’를 중심으로 전국 1호 국가도시공원을 탄생시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는 박형준 부산시장의 친환경 공약인 ‘100만평 시민공원 조성’을 실현할 태스크포스인, 가칭 파크시티추진단 또는 국가도시공원추진팀을 신설해 본격적인 공원도시 조성 사업에 나선다고 25일 밝혔다. 과거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에코델타시티 출범에 큰 역할을 했던 박 시장이 그 에코델타시티와 연결시켜 ‘그린스마트 부산’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다.
가칭 ‘낙동강파크시티’ 조성
박 시장 ‘100만평 공원’ 공약
부산시에 전담 TF추진단 신설
을숙도·에코델타시티 등 연계
국가도시공원 1호 탄생 기대
부산시는 우선 지난 12일 100만평문화공원조성 범시민협의회가 박 시장 취임 이후 구체화해 제안한 낙동강파크시티 구상안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이 구상은 강서구 대저2동 맥도 일대와 사하구 을숙도 일원을 아울러, 총 250만 평을 국내 최고 수준의 대규모 공원으로 조성해 첫 번째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미 공원과 생태·문화시설 등으로 완성된 을숙도생태공원(100만 평)과 한창 조성 중인 에코델타시티 철새습지생태공원(30만 평)에다 맥도 일대에 가칭 맥도공원시설지구(40만 평), 낙동강파크시티 시설지구(80만 평)를 새로 추가해 국가도시공원 최소 신청 면적인 300만㎡를 충족시킨다.
맥도공원시설지구에는 도시숲과 국가생태식물원, 낙동강자연사박물관 등 다양한 시설이 녹색 공원 속에 들어서게 한다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이 지역에 2030국제정원박람회를 유치하는 것도 가능하다. 맥도의 낙동강파크시티 시설지구에는 스마트농업시설과 산학협력 녹색산업 연구개발 단지 등을 담은 ‘스마트녹색산업단지’를 새로 조성한다. 국가도시공원 관련법은 2016년 통과됐지만 현재까지 국토부로부터 국가도시공원 지정을 받은 곳은 없다.
낙동강파크시티 조성 사업 비용은 50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데, 에코델타시티 사업 과정에서 발생한 이익을 지역에 환원하는 방식 등으로 충당할 수 있다. 부산시는 에코델타시티처럼 부산도시공사는 물론 수자원공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모색하고, 타당성이 검증되면 공식적으로 국가도시공원 비전을 선포할 계획이다.
부산시가 이런 낙동강파크시티 구상을 실현하면 낙동강 생태복원의 중심인 낙동강 하구가 세계적인 생태관광도시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 세계적인 기업과 청년들이 일하고 싶은 ‘그린스마트 산업 기지’를 동시에 구축하는 계기도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00년부터 100만평시민공원 운동을 주도한 김승환 전국도시공원전국민·관네트워크 상임대표는 “맥도 일대는 대규모 공원과 첨단 친환경 미래산업이 어우러진 국가도시공원을 만들 저력이 충분하다”며 “현재 인천시가 소래포구 일대를 국가도시공원으로 지정받기 위한 움직임이 있는데, 전국 1호 국가도시공원이 되려면 우리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에코델타시티와 연계한 국가도시공원을 추진해 서부산권을 그린스마트 부산의 상징으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이주 원인, ‘기후’가 ‘분쟁·폭력’보다 3배 많다
내부난민감시센터 2020년 보고서
지난해 기후 재난으로 자국 내에서 이주한 사람들이 분쟁과 폭력으로 이주한 사람들보다 3배 이상으로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내부난민감시센터(IDMC)의 2020년 이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분쟁과 재난으로 4050만명이 자국 내에서 이주했다. 이 중 기후와 연관된 재난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3070만 명에 달했다. 폭풍으로 1460만 명, 범람 및 침수로 1400만 명, 사이클론·허리케인·태풍으로 1360만 명, 산불로 120만 명이 이주했다. 분쟁과 폭력으로 이주한 사람들은 980만 명으로 기후 재난으로 이주한 이들의 3분의 1에 못 미쳤다.
IDMC 분석에 따르면, 기후 재난과 분쟁으로 이주한 이들 가운데 18세 이하는 2300만명 이상이었고, 이주는 이들의 교육에 큰 영향을 미쳤다. IDMC는 이주민들의 소득 손실과 이들에 대한 지원금 등 지난해 이주로 인해 발생한 비용이 205억 달러(약 23조 원)에 달한다고 추산했다‘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과 혹한은 사산율 높인다
15도 이하 또는 23.5도 이상이면 평소보다 위험
극한 고온·저온서 사산율 17∼19% 증가
임신부가 극한 고온이나 저온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사산 위험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제공
임신 기간에 극한 저온이나 고온 환경에 장기간 노출되면 사산할 확률이 20% 가까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변화로 극한 기온 환경이 늘어나면 사산 위험이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오스트레일리아 퀸즈대 연구팀은 25일 “임신 기간에 15도 이하의 저온이나 23.4도 이상의 고온 환경에 오랫동안 노출되면 아이를 사산할 위험이 17∼19%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학술지 <환경연구> 6월호에 실렸다.(DOI : 10.1016/j.envres.2021.111037)
보더리스 인덕션
현재 세계적으로 연간 200만건 이상의 사산이 주로 자원이 부족한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 16초마다 1건의 사산이 일어나는 셈이다. 연구팀은 2000년부터 2020년까지 주요 의학데이터베이스인 펍메드, 코크레인 라이브러리, 엠베이스, 메드라인, 스코퍼스, 웹오브사이언스 등에서 사산 관련 연구논문 538건을 수집했다. 이 가운데 기온 노출과 사산과의 관계를 분석할 수 있는 12건의 논문을 추렸다. 논문들에서는 7개 국가에서 340만건의 출산 가운데 4만2848건의 사산 건을 다뤘다. 연구팀은 기상관측소 관측에 근거한 지역 및 전국 단위 기온 데이터와 기상예측모델 등을 통해 임신부의 기온 노출 정보를 추산했다.
세계적으로 한 해 200만건 이상의 사산이 발생한다. 기후변화로 극한 기온 노출이 늘어나면 사산율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픽사베이 제공
전반적인 사산율은 고소득 6개 국가와 중저소득 1개 국가에서 1000명당 1.9~38.4명으로 보고됐다. 또 사산 위험률은 주변 온도가 15도 이하이거나 23.4도 이상일 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9.4도 이상일 때 위험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연구팀은 임신 기간에 극한 저온 또는 고온에 지속적으로 노출됐을 때 사산이 17~19%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논문 제1저자인 퀸즈랜드대 박사과정생 제시카 섹스턴은 “비록 초기 단계 연구이지만 임신 기간 극한 고온 또는 저온에 노출되는 것과 사산 사이의 관련성을 보여준 의미 있는 연구이다. 세계 평균기온이 기후변화로 상승함에 따라 세계 사산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런 결론은 제한된 연구에서 도출된 결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태여서 현재 임신부나 잠재적 임신부들은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고 덧붙였다.
논문 공저자인 비키 프레너디 퀸즈대 교수(사산연구선도센터장)는 “사산은 임산부와 가족에게 트라우마로 남아, 오명뿐만 아니라 정신적 고통을 안겨준다. 2015년 연구에서 오스트레일리아의 고령출산 사산율은 잘 관리된 국가에 비해 30% 높았다”며 “후속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기온과 사산율의 관련성을 보여준 연구 결과에 따라 임신부들한테 혹한이나 혹서 기간에 안전한 곳에 머물도록 권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낙동강 뒤덮은 생태계 교란 식물…제거 비용 마련 골머리
양미역취·단풍잎돼지풀 등 4종, 삼락·맥도공원 면적 22% 서식
- 부산시, 작업예산 年 1억 불과
- 완전 퇴치 역부족… 국비 절실
부산시가 낙동강 생태공원을 뒤덮은 생태계 교란 식물 제거 비용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정된 지자체 예산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국비 지원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낙동강 생태계 교란 식물인 양미역취(왼쪽 사진)와 단풍잎돼지풀. 낙동강관리본부 제공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는 다음 달 삼락·맥도생태공원 생태계 교란 식물 퇴치사업을 진행한다고 25일 밝혔다. 대상은 삼락공원 철새먹이터 인근 샛강 3950㎡ 규모 부지와 맥도공원 인라인스케이트장 인근 수로 2050㎡에 서식하는 양미역취, 가시박, 단풍잎돼지풀, 털물참새피 등 4종이다.
낙동강본부에 따르면 5개 공원 전체 면적의 약 22%인 63만4309㎡에 걸쳐 생태계 교란 식물이 서식하고 있다. 지난해 59만2207㎡에서 갈수록 증식하는 추세다. 생태교란종은 수면과 지면을 빼곡하게 덮으면서 햇빛을 가려 다른 식물의 성장을 방해한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한번 뿌리 내리면 100년 넘게 자리를 지킬 정도로 제거하기도 어렵다.
더 큰 문제는 예산이다. 부산시는 자체 예산을 들여 생태교란종 식물 제거 사업을 벌이지만, 매년 예산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는다. 낙동강본부는 2017년부터 낙동강 생태공원 5곳에서 환경부 지정 생태교란종 식물 제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우선 자체 예산 5000만 원을 투입해 업체를 선정하고 작업을 시작한다.
올해 하반기 환경부와 시의 매칭 사업을 통해 1억8000만 원이 배정될 예정이지만, 공원 전체에 걸쳐 제거 작업을 진행하기에는 역부족이다. 2019년에는 국토부가 국가하천 유지보수비로 1억6000만 원을 추가 지원해 총 2억5000만 원의 국비를 확보하기도 했다. 낙동강본부 관계자는 “매년 사업 예산으로 정부에 1억5000만 원을 신청하고 있다. 시비 매칭으로 총 3억 원의 예산이 있어야 효과적인 제거 작업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생태계 교란 식물을 근본적으로 제거하기 위해서는 최대 5년간 인근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제거 작업을 진행하는 중에도 번식하면서 다른 지역으로 서식지를 옮겨가기 때문이다. 최대현 낙동강기수생태계복원협의회 사무처장은 “생태계 교란 식물을 꾸준히 제거하지 않고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 낙동강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라도 멸종위기종은 보호하고 생태교란종은 제거하도록 적극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지열 기자 heat89@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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