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2 내일-4.15 경인
한국당 ‘김원봉 걸고넘어지기’ 왜
황교안 대표, 총선 교두보 얻었다
김정은, 문 대통령 겨냥 “오지랖 넓은 중재자”
모든 건 2015년 1월19일 플라자호텔서 시작됐다
서로 폭탄 돌리는 박근혜 정권 사람들
세월호 5주기, 충실하게 보도한 언론사는?
'저널리즘토크쇼J' KBS가 저지른 참혹한 잘못, 그리고 반성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 왜 재판거래 피해자들 방치하나
‘중앙 특파원 칼럼 표절’ 밝힌 감동근 교수 “외국인 볼까 두렵다”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쳐 먹는다" 막말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그 슬픔이 하도 커서
TV 편성표에서 찾기 어려웠던 세월호 특집
[보통사람 금융생활]“가구당 월소득 증가 ‘최저임금 영향’···사회초년생 빚 부담 늘어”
지자체 60% 공무원 봉급도 못준다
노트르담 850년 된 참나무 지붕이 화마 먹잇감…‘장미창’ 운명은?
의원 아내의 골프장 막으려다…농민들은 ‘별’을 달았다
차명진에게
트럼프, 북한에 대한 '완승' 전략으로는 역사 못만든다
밀 가격 32% 내렸는데, 밀가루 가격은 10% 올라
'세월호·위안부' 정보공개, 2심서 줄줄이 좌절된 이유
‘세월호 진실·책임자 처벌’ 조선·중앙은 잊은 이슈
"이런 정부 없었다" 항의 들끓는다? 알고 보니 20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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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김원봉 걸고넘어지기’ 왜
서훈 검토에 반발 이어
“MBC, 드라마 방영 안돼”
정권 비판 우회적 색깔론
자유한국당이 의열단장 김원봉(사진)에 대한 서훈 검토와 드라마 제작 등 재평가 흐름에 반발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체성을 부정하는 정부의 ‘역사공정’이라는 것이다. 김원봉은 최근 한국당 공식 회의와 세미나 석상의 단골 화두가 되고 있다.
한국당 박대출 의원은 14일 입장문을 내고 MBC의 김원봉 관련 드라마 방영에 대해 “건국을 부정하는 역사공정에 MBC가 앞장설 일이 아니다. ‘드라마 정치’를 중단하라”고 밝혔다.
김진태 의원은 지난 10일 같은 당 의원들과 주최한 ‘사회주의자 서훈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김원봉을 유공자로 서훈한다면 김일성하고 무슨 차이가 있는지 답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심재철 의원은 “공산주의자에게 훈장을 주겠다고 하는 정권의 성격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앞서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달 27일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원봉은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했다.
한국당은 김원봉의 부활은 대한민국 국체의 부정이라고 주장한다. “문재인의 역사공정”이란 표현이 단적이다. 김원봉 붐은 문재인 정부가 진보적 시각으로 현대사 다시 쓰기를 시도하는 ‘역사전쟁’의 일환이라는 주장이다. 정갑윤 의원은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한국당은 국민과 함께 역사전쟁의 승리를 통해 자유세력의 영웅들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시각은 과거 조금 달랐다. 2015년과 2016년 각각 흥행한 영화 <암살>과 <밀정>의 주요 모티브가 김원봉으로 알려지면서 재평가 분위기가 일었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국회에서 연 <암살> 상영회에서 “대한독립 만세”를 외쳤다.
한국당 변화를 두고 보수언론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보수언론에서 김원봉에 대한 부정적 보도를 하면 한국당이 회의 석상에서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뚜렷한 역사의식이나 철학이 없는 한국당 현주소가 김원봉 비판을 두고 드러났다는 지적도 있다.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황교안 대표, 총선 교두보 얻었다
ㆍ보궐선거 올인 ‘성공’ 자평… 당내 갈등 수그러들고 내부 결속
4·3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는 전망이 보고됐다. 경남 통영·고성은 생각했던 것보다 격차가 많이 나고, 창원 성산은 초박빙 우세라는 것이었다. ‘우세’보다 ‘초박빙’이라는 것에 놀랐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뒤집힐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단순히 2석에 불과한 보궐선거가 뜻밖의 결과를 낳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접전 끝에 ‘1대 1 무승부’를 기록했다.
시작은 단순했다. 거대 양당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보궐선거를 가볍게 생각했다. 기존에 거론되던 후보들이 당의 공천을 받았다. 19대 국회 이전 보궐선거라면 스타급 후보를 공천해 각 정당이 사활을 걸고 대결했다. 공천 후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한국당의 한 의원 측은 “창원 성산 쪽은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될 것을 미리 생각하고 더 유력한 후보를 공천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통영·고성 출신 여권 인사의 이름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런 인사가 출마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시작은 비슷했지만 선거운동은 달랐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지역에 원룸을 얻어 선거에 올인했다. 지도부도 총출동했다.
민주당은 이미 출발부터 김이 빠져버렸다. 창원 성산의 후보 단일화에서 권민호 민주당 후보가 여영국 의원에게 패했다. 통영·고성은 ‘PK 중 PK’라고 할 만큼 역대 선거에서 한국당이 강세를 보여온 지역이었다. 지도부가 그나마 기대했던 것은 ‘소지역주의’였다. 유권자가 많은 통영에서 민주당 후보가 공천됐고, 한국당 정점식 의원은 고성 출신이라는 것이었다. 지도부가 선거운동을 벌이고 의원들이 대거 지원유세로 내려갔지만 판도는 흔들리지 않았다.
친박 중진 4인방 자문설 솔솔
겉으로는 1대 1의 결과를 낳았다. 창원 성산은 초박빙의 경합 끝에 한국당이 패배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국당의 황교안 대표 체제는 더욱 단단해졌다. 선거 전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지방선거 참패 이후 한국당 이름으로 출마하려는 유력 인사들이 없었다”며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 결과가 한국당에서도 경쟁력 있는 후보들이 올 것이냐, 아니냐를 판가름하게 된다”고 말했다. 선거 결과, 한국당은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교두보를 얻게 됐다. 현장에서 지원유세 활동을 펼친 조경태 최고위원(부산 사하구을)은 “정의당이 민주당과 단일화한 것을 감안하면 창원 성산 선거도 한국당이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조 최고위원은 “현장에서 한국당 내부에서 서로 싸우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며 “이번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당내 갈등은 많이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내부가 결속되면 한국당의 경쟁력이 커질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국당만큼이나 황 대표 역시 보궐선거에 올인한 만큼의 소득을 얻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원유세에서 “창원 시민의 일꾼을 뽑는 자리에 ‘강찍황’(강기윤을 찍으면 황교안이 대통령 된다)이라는 이야기가 한국당에서 나온다”고 비판했다. 결과만 보면 황 대표가 나섰기 때문에 그나마 초박빙의 결과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된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들이 나선 선거에서 대부분 승리했다는 역대 선거 결과를 잘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차기 대권주자들이 지원유세에 나설 수 없는 속사정이 있지만, 황 대표는 일찌감치 보궐선거를 자신의 선거처럼 치렀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이제 보수층에서 황 대표의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며 “이번 보궐선거가 황 대표에게 내부 경쟁을 할 필요성을 없애준 셈”이라고 말했다. 홍 소장은 “흔히 대권 경쟁에서는 외부보다 내부 경쟁자에게서 상처를 입고 이미지를 흐리게 되는데, 민주당은 앞으로 그 과정이 남아있지만 황 대표는 이미 그 과정을 넘어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국당 내부에서조차 황 대표의 치밀한 전략에 고개를 갸우뚱할 정도다. 여기에는 당내 사정은 물론 여러 총선·지방선거·대선을 경험한 전략가들이 자문을 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낳게 하고 있다. 이미 2월 전당대회부터 황 대표의 활동이 친박 중진 몇몇의 자문 아래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4인방 또는 6인방이라는 설도 제기됐다.
때문에 한선교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앉히고 측근 의원들을 몇몇 보직에 임명하자, 당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주위의 비판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가장 핵심적인 자리에 친박 의원을 앉힌 것이다.
보수세력 통합과 중도층 확장이 과제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부원장 논란도 마찬가지로 평가된다. 김세연 연구원장이 임명하려 했던 조대원 경기 고양정 당협위원장 대신 이태용 전 국무총리실 민정실장이 내정됐다. 이 전 실장은 황 대표의 국무총리 시절 황 대표 밑에서 일했다. 한 의원 측은 “여의도연구원은 여론조사를 하고 전략을 수립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도부에게는 어느 곳보다 중요한 자리”라고 말했다. 신정치혁신특별위원회 공천혁신소위원장으로 임명된 김선동 의원 역시 대표적인 친박 인사다. 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대표라면 계파 간 소통이라고 하든 말든 절대로 양보하지 말아야 할 자리가 있는데, 이 자리의 맥을 다 알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형식 소장은 “이번 선거를 보면 한국당이 혁신적이거나 전략기획적인 마인드는 없을지라도 민주당의 수를 읽어내고 자신의 논리로 제대로 대응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보궐선거는 황 대표에게 성과만 남긴 것은 아니다. 과제도 남겼다. 보수세력의 통합과 중도층의 확장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창원 성산 선거를 보면 보수층의 결집 효과를 읽을 수 있다”면서 “내년 총선이 60%대의 투표율을 보인다면 확장성의 한계가 있는 황 대표의 약점이 드러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형식 소장은 “지금까지 황 대표가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기 위해 강경발언을 하며 방어전략을 썼다”면서 “이번 선거 결과로 중도층을 공략하는 발언으로 전환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계개편 역시 황 대표의 리더십이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다. 보궐선거 결과는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한국당, 양대 정당 체제를 예상케 하고 있다. 안철수 전 대표의 국민의당과 같은 제3당의 존재가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제3당인 바른미래당은 내분의 위기에 처했다. 보궐선거에서 전북 전주시의원 라선거구에서 민주평화당이 승리하면서 호남 출신 바른미래당 의원들의 마음이 착잡해졌다. 한국당을 탈당한 바른미래당 의원들 역시 창원 성산 선거를 보고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황 대표가 바른미래당·대한애국당과의 통합에 나설지가 주목된다. 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보수 표가 갈라져서는 내년 총선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소장은 “내년 총선에서 창원 성산처럼 초박빙 승부 지역이 많다고 보면, 결국 바른미래당과 대한애국당이 한국당의 승부에 캐스팅 보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보수 통합을 놓고 황 대표가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김정은, 문 대통령 겨냥 “오지랖 넓은 중재자”
당사자가 돼야” 무례한 직격탄… 청와대 침묵속 대북특사 고민
미국은 빅딜 설득자 역할 주문… 비핵화 담판 앞두고 양쪽서 압박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외교’가 한미정상회담 이후 더 큰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3일 남북이 한 민족임을 강조하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하지 말라”고 나오면서 입장이 더 곤궁해진 측면이 있다. 북한 대내외 매체들이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를 비판한 적은 있지만 지난해 획기적인 남북관계 개선 이후 김 위원장이 직접 공개적인 비난의 목소리를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세 차례나 남북정상회담을 한 김 위원장의 언급은 우리 국민에 대한 예우가 아니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처럼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북미간 틈바구니에서, 비핵화를 향한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창해 온 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가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 오후(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김정숙 여사, 멜라니아 여사와 함께한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이 내일 이번 한미정상회담과 김 위원장 연설에 대한 코멘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오는 16일부터 중앙아시아 순방에 나서는 만큼 그전에 대북특사 가능성에 대한 언급도 있느냐는 질문에 “그 이슈를 포함해 언급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답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수행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그렇다고 딴 데 가는 게 아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즉각 “대북특사 파견과 관련한 구체적 언급은 없을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앞서 또 다른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누가 언제 특사로 방북할 것인지 등 구체적인 사안은 언급하기 이르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의 고민은 북ㆍ미 양 측으로부터 ‘당사자’ 역할을 요구 받으면서 한층 깊어지는 모습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전날 열린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남측은)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민족의 일원으로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지난달 평양에서 외신기자들을 모아놓고 “남조선(한국)은 미국과 동맹관계에 있고, 그렇기 때문에 문제의 당사자 격으로도 될 수 있는 위치에 있다”고 언급한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좋을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북미 정상회담을 한 번은 더 해볼 용의가 있다”고 말한 데 화답했다. 트위터 캡처
가뜩이나 미 측이 마뜩찮아 하는 탓에 ‘중재자(Arbitrator)’란 표현을 ‘촉진자(Facilitator)’로 애써 바꿔 말하고 있는 상황에서다. 여권 한 관계자는 “미국은 그간 우리 정부가 중재자를 자처하는 것이 북한의 입장을 고려한 것이라 보고 불편한 감정을 표시해 왔다”며 “중재자 보다는 한미동맹의 당사자로서 북한이 ‘빅딜’을 받아들일 수 있게 문 대통령이 설득해야 한다는 요구”라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위원장 입에서 ‘당사자’란 얘기가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며 “비핵화 담판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보다 확실한 대안을 내놓으라는 요구”라고 해석했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제3차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담판을 앞두고, 북미 모두가 우리 정부의 확실한 역할을 요구하며 ‘최대 압박’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시간이 많지 않다. 마냥 시간을 끌 문제가 아니다”면서도 ‘남북접촉’의 형식과 방법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자칫 북미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비춰질 경우 어렵게 끌고 온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산통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서다. 이낙연 국무총리가 특사로 파견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남북 대화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큰 때문이다. 서훈 국가정보원장 등 ‘스파이 라인’이 막후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비슷한 이유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노동당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새로 선출된 당 및 국가지도기관 인사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입지가 어느 때보다 좁아진 건 사실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 원칙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표시한 만큼 대화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특히 이번 남북 접촉에서 ‘영변 플러스 알파(α)’로 상징되는 북핵 관련 시설 폐기에 대한 포괄적 합의와 관련해 최소한의 접점을 찾는다면, 시설→물질→무기→인력으로 이어지는 ‘포괄적 합의와 단계적 이행’의 원칙에 따른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딜)이 가시권에 들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남북미 모두 하노이 담판 결렬의 교훈을 충분히 되새기고 있다”며 “‘톱 다운’ 협상 성공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실무 협상의 완성도를 최대한 높여야 한다. 어느 때보다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영빈관(블레어하우스)에서 폼페이오(왼쪽 세번째) 미 국무장관, 볼튼(왼쪽 두번째) 국가안보보좌관,해리스(왼쪽) 주한대사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청와대사진기자단
반면 자유한국당은 전희경 대변인 논평을 통해 “(김 위원장의 발언은) 대통령에 대한 모독이자 대한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한미갈등, 남남갈등을 유발하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판했다.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모든 건 2015년 1월19일 플라자호텔서 시작됐다
박근혜 정부 ‘세월호 특조위 무력화’ 모의 전말
“대통령 7시간 조사 악렬한 술수”라며 특조위 해체부터 논의
조윤선 지시로 문건 작성…특조위 지원TF가 대응TF로 변질
조대환 부위원장에 “왜 추천했겠나” 질책하며 ‘역할’ 요구
김영석 당시 차관도 이석태 위원장 경계…파견 직원 철수시켜
2015년 1월19일 서울 중구 소공동 플라자호텔(더 플라자).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의 새누리당 추천 몫인 조대환 부위원장과 고영주·석동현·차기환·황전원 위원,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호텔 회의실에 모였다. 이날 오간 이야기는 해수부 공무원이 작성한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에 고스란히 담겼다.
“위원회 설립준비 원점 재검토, 1·21 전원회의 시 문제제기.”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밝히고 책임소재를 가리려고 만든 세월호특별법 시행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때 이들은 ‘특조위 해체’부터 논의했다.
“위원회 설립 관련 조직 및 예산 등 적극 대응”이나 “당·정·청 간 협의 채널 적극 가동”이라는 문건 제목 아래 담긴 내용도 해체를 위한 것이었다.
그해 말 한 해수부 공무원은 ‘특별조사가 필요한 세월호 특조위’라는 제목의 문건을 썼다. “위원회는 이제껏 활동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것이다. 국민의 혈세를 축내는 위원회의 행태는 반드시 시정되어야 한다. 위원회가 ‘대통령의 7시간’을 조사하기 위해 악렬한 술수를 사용했다는 것이 밝혀졌다.”
문건은 특조위를 매도하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표현들을 포함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의 성명과 새누리당의 논평을 위한 자료를 만들라는 윗선 지시를 받아 작성했다. 이 문건은 새누리당 홈페이지에 논평으로 실제 올라갔다. 정부가 여당 논평을 대신 써준 것이다.
서울동부지검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해수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을 지난해 2~3월 기소했다. 서울동부지법은 1년 넘게 이 사건을 심리 중이다. 34번의 재판이 열렸다. 12명의 증인이 법정 증언했다. 재판 과정은 보도되지 않았고, 사건은 한동안 잊혔다.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경향신문은 이 사건을 다시 짚어보기로 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세월호 태스크포스(TF)가 법정을 직접 찾아 기록한 자료를 확보했다. 재판에선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는데도 정치적 득실을 따져 진실 가리기에 급급했던 청와대와 여당의 고위 관계자, 정부 고위 공무원들의 민낯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세월호 특조위 방해 사건’은 어느 면에선 국정농단, 사법농단과도 닮았다.
2015년 1월15일 당시 조대환 특조위 부위원장과 연영진 해수부 해양정책실장이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 사무실을 찾아갔다. 연 실장 등은 특조위 인력과 예산을 짜야 하는데 기획재정부와 협의가 잘되지 않아 여당 협조를 구하려 했다고 증언했다. 그런데 이 자리에서 김 부대표가 “특조위가 야당 판”이라고 했다. 다음날엔 국회 원내현안대책회의에서 “세월호 특조위의 규모가 지나치다. 세금도둑”이라고 발언했다.
■ 1월19일에 대체 무슨 일이
나흘 뒤인 1월19일 플라자호텔에서 회의가 열렸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남규 당시 특조위 설립준비 팀장(해수부 파견)은 법정에서 “조윤선 수석이 회의를 주도했다”고 증언했다. 조 수석이 특조위의 방만한 예산과 조직을 비판하면서 “처음부터 너무 (규모가) 큰 것 아니냐, 60여명으로 충분하다, 비용을 최소화하라”고 말했다고 했다. 조 수석이 그 자리에서 특조위 사무처장을 겸한 조 부위원장에게 “왜 사무처장을 여당 추천위원으로 했겠습니까, 주도적으로 해주세요”라고 질책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도 검찰 신문 과정에서 나왔다. 강용석 당시 청와대 해양수산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업무수첩 1월19일자에 ‘인원과 예산은 제로베이스에서’ 등 내용이 기재된 것도 재판에서 확인됐다.
문제의 ‘특조위 활동 관련 정부 대응전략’ 문건은 조 전 수석의 1월19일 지시에 따라 작성됐다는 게 해수부 공무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유관기관 협력체계 구축(BH, 국회, 정부, 설립준비단 등 관련기관 간 상시협력 네트워크 구축)” “위원회 외곽에 별도 TF를 구성해 여당 추천위원들이 재조사 요구 논리를 반박할 수 있는 대응 논리를 체계적으로 제시” “언론대응 전략(BH 주도의 언론대응 TF)” 등이 담겼다.
김 전 서기관은 ‘조직 슬림화’라는 단어가 문건에 들어간 데 대해 “1월19일 회의 때 조 수석이 처음 쓴 표현이다. 이후로 계속 그 표현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당초 125명이었던 특조위 인원은 이때 60명으로 바뀌었다.
재판에서 조 전 수석 측 변호인은 “3년 전 일을 어떻게 자세히 기억하느냐”고 따져물었다. 김 전 서기관은 이렇게 답했다. “약간 충격적인 거였거든요. 청와대 수석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제 공직생활 경험과 다르기 때문에 기억이 났습니다.” 연 전 실장도 말했다. “1월19일부터 세월호 문제가 매우 중요한 이슈로 돌아간 것은 사실입니다. (특조위) 지원TF가 그때부터 ‘대응TF’로 바뀌었습니다.”
1월19일 회의 결과를 보고받은 김영석 당시 차관은 바로 조대환 부위원장에게 전화했다고 한다. 김 차관이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 대신 조 부위원장 위주로 가야 합니다”라고 말했고, 조 부위원장이 맞장구를 쳤다고 한다.
당시 청와대와 정부는 민변 회장 등을 역임한 이석태 위원장(유가족 추천)에 대한 경계심이 컸다. 두 사람은 특조위 파견 해수부 공무원의 철수와 설립준비 지연에도 합의했다. 파견 공무원들은 1월23일 특조위에 출근하지 않았다.
세월호특별법은 특조위의 독립성을 보장하도록 규정했지만 당시 플라자호텔 회의는 이를 깡그리 무시했다. 청와대가 기조를 만들고 해수부는 손발처럼 움직였다. 새누리당과 새누리당 추천위원들도 마찬가지였다.
1월26일 당시 해수부 공무원들은 새누리당 추천위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해수부는 간담회 결과를 정리한 문건을 청와대에 보냈고, 청와대는 ‘위원들 제시 의견 수용’ ‘수용 곤란’ 표시를 해 돌려보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의 행동은 청와대가 ‘OK 사인’을 해야 굴러갔다.
한 해수부 직원은 “시행령안을 만들 때 ‘조사’ 하나도 정무수석실 컨펌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2월12일 특조위가 직제·예산안에 대해 해수부안이 아니라 위원장안을 채택하자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일제히 퇴장했다. 검찰 수사 결과 위원들은 ‘퇴장 순서’까지 미리 정해놨던 것으로 확인됐다.
2015년 3월23일 당시 이석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 등이 정부의 예산 책정 미루기 문제와 특위 주간업무보고의 청와대, 해양수산부, 방배경찰서, 새누리당 유출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특조위의 문제 제기는 2015년 1월19일 당시 조윤선 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이 모인 ‘소공동 플라자호텔’ 회동 두 달 뒤에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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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조위 동향문건 국정원·경찰에도 전달”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특조위의 조사는 정권 입장에서 반드시 막아야 했다. 2015년 10월30일 대통령비서실장 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당시 이병기 실장은 행적 조사가 안건으로 채택되지 못하도록 해수부가 적극 대응하라고 질책했다. 당시 최상목 청와대 금융경제비서관 등이 이 내용을 윤학배 해수부 차관에게 전달했다. 11월13일 수석비서관회의 문건에는 ‘사고 당일 VIP 행적 (안건) 상정은 해수부가 책임지고 차단할 것(경제수석)’이라는 문구가 나온다.
이 시기 해수부 직원 전모씨가 작성한 ‘특조위 대응방안’ 문건에는 박 전 대통령의 행적 조사에 대한 특조위 의결을 대비하는 내용이 담겼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필요할 경우 전원 사퇴 의사를 표명하는 방안 등이 쓰여 있다. 이철조 전 해수부 인양추진단장은 이 문건에 대해 법정에서 “윤학배 차관이 A4용지에 메모를 적어 ‘이렇게 한번 만들어보라’고 해 아래에 전달하고 만들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문건에는 “미수습자 발견 가능성이 낮고, 진상규명과 연관성이 큰 구역(조타실, 엔진룸 등)은 특조위 조사 인원·기간을 최대한 허용하는 방안 검토”라는 대목이 나온다. 윤두한 전 인양추진단 기획총괄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청와대로서는 특조위에서 미수습자를 발견하면 시끄러워질 것 같으니 조타실과 엔진룸에 대한 조사를 허용하면서 청와대가 좋아할 만한 워딩인 ‘미수습자 발견 가능성이 적고’라는 표현이 들어간 것”이라고 진술했다.
특조위 동향 정리 문건은 국가정보원과 국회, 경찰에도 상시적으로 전달됐다. 언론도 활용했다. 해수부 공무원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e메일로 ‘특조위 운영 및 인사 규칙안의 문제점’이라는 문건을 보냈다.
새누리당 추천위원들은 정부 견제와 독립성 견지 등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채 청와대 방침을 먼저 요구한 정황도 나타났다. 청와대·해수부·특조위 파견 공무원이 두루 참여한 채팅방에는 “여당 추천위원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여당 측으로부터 방침을 달라고 합니다. 결정되면 알려주십시오”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검사는 재판에서 “여당 추천위원들로 하여금 정부·여당의 입장을 반영하도록 지시를 받거나 간섭을 받는 것으로 세월호특별법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것 아닌가요?”라고 물었다. 해당 채팅을 올렸던 임현택 전 특조위 과장(해수부 파견 공무원)은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고 했다.
법정에 선 그 누구도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고 한 사람은 없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일부 국정농단 사건에서 무죄가 나오기도 한 ‘직권남용죄’다. 방해를 주도한 이들에게 과연 법적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아직 재판은 끝나지 않았다
서로 폭탄 돌리는 박근혜 정권 사람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904150600075&code=910100
이혜리·김원진·유설희 기자 lhr@kyunghyang.com
세월호 5주기, 충실하게 보도한 언론사는?
경향·서울신문·한겨레·한국일보 지면 2~3개 할애… 조선일보 사진기사 1개
세월호 참사 5주기를 하루 앞두고 드러난 언론의 관심은 신문마다 판이했다. 32개 지면에 사진기사 한 건만 실은 매체부터 5~7개 기사로 3개 지면을 꽉 채워 참사 관련 현장 곳곳의 현황을 취재한 매체까지 다양했다.
서울신문은 1면 보도를 포함해 가장 많은 3개 지면을 할애했다. 1면 보도는 2014년 7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경기 안산 단원고 ‘스쿨 닥터’를 맡은 정신과 전문의 김은지 원장 인터뷰다. 김 원장은 이후 안산에 정신건강의학과의원을 열고 생존자와 시민들을 만나고 있다.
▲ 15일 서울신문 1면
▲ 15일 서울신문 6, 8, 9면
해마다 4월이면 생존자 학생들도 그를 찾는다. 김 원장은 서울신문에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된 아이들은 한발 떨어져 참사를 겪은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며 “‘지금’을 살아내 보기 위해 아이들이 적극적으로 치료를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처벌 대상자 17명’ 명단도 다시 발표된다. 4·16연대는 15일 서울 광화문 기억공간 앞에서 “충분히 구조 가능한 100분 동안 피해자들을 배에 그대로 있게 해 304명을 숨지게 한 책임자”들을 발표한다.
▲ 15일 한겨레 1면
지금까지 참사와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은 정부 관계자는 김경일 해경 123정장 뿐이다. 관련 명단을 입수한 한겨레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4명, 김석균 전 해양경찰청장, 김수현 전 서해해경청장, 김문홍 전 목포해경서장 등 해경 7명,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등 해수부 2명, 담당 국가정보원 직원 등”이 포함됐다 밝혔다. 또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도 광주지검 수사 책임자에게 진실을 은폐하도록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국군기무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 직원과 함께 이번 처벌 대상자에 포함됐다”고 전했다.
▲ 15일 경향 1면
경향신문은 2015~2016년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방해해 기소된 공직자들의 ‘직권남용 사건’을 들여다봤다.(1면 “모든 건 2015년 1월19일 플라자호텔서 시작됐다”) 이날 플라자호텔엔 조윤선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 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 위원인 조대환 부위원장고 고영주·석동현·차기환·황전원 위원, 해양수산부 공무원들이 모였다. 회의 내용은 2017년 공개되며 파장을 일으킨 ‘세월호 특조위 설립준비 추진경위 및 대응방안’ 문건에 나와있다.
이들은 특조위가 가동되기 전부터 해체를 논의했다. “위원회 설립준비 원점 재검토, 1·21 전원회의 시 문제제기” 등의 문구가 문건에 적혔다. 이밖에 “위원회 설립 관련 조직 및 예산 등 적극 대응”이나 “당·정·청 간 협의 채널 적극 가동” “특별조사가 필요한 세월호 특조위” 등의 문건도 있다.
서울동부지검이 이 사안을 1년 넘게 심리 중이다. 서울동부지검은 지난해 초 특조위 활동을 방해한 직권남용 혐의로 이병기 전 대통령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 해수부 김영석 전 장관과 윤학배 전 차관을 기소했다. 재판 핵심 내용을 전한 경향은 “34번의 재판이 열렸다. 12명의 증인이 법정 증언했다. 재판 과정은 보도되지 않았고, 사건은 한동안 잊혔다”고 했다.
▲ 15일 한겨레 2면
15일 언론에 보도된 세월호 유족 및 조력자들은 15명이다. 서울신문은 ‘4·16 생명안전공원’ 건립을 추진해 온 김민환 한신대 교수, 5년 간 유족 곁을 지키는 한석호 전태일재단 50주기 사업위원장, 참사 피해자들 이야기를 기록한 미류 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를 인터뷰했다.
한겨레는 아직도 진도 팽목항을 지키고 있는 ‘2학년 8반 우재아빠’ 고영환씨를 만났다. 그는 팽목항을 찾는 시민들을 분향소로 안내하면서 틈틈이 “수도하듯” 세월호 리본을 만든다. 고씨는 “팽목항은 1천일 넘게 국민 시선이 집중된 현장이다. 가족의 그리움과 국민의 기다림이 응축된 공간”이라며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팽목항을 아무런 흔적 없이 사라지게 할 순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장완익 사회적 참사 특조위원장(2기 특조위)과 4·16 가족극단에서 4년째 연극무대를 올리는 “유가족 엄마들” 6명을 인터뷰했다.
▲ 15일 한국일보 1면
정부·여당의 방해를 받은데다 강제 조사권이 없는 등 한계가 명백했던 1기 특조위는 진상규명을 속도있게 진행하지 못했다. 장 위원장은 한국일보에 “2016년 6월 해산되기 전까지 10개월 정도 활동한 1기는 세월호 선체조사조차 제대로 못했다. 가장 첫 단계인 침몰이유도 밝히지 못했다. 한 발짝씩 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장 위원장은 “세월호 자료만 넘겨 받은 게 160만건이다. 여기에 청와대 캐비닛에서 나온 세월호 조사방해 문건과 새로 수집한 가습기 살균제 자료 등이 20만건이라, 180만건의 자료가 쌓여있다”며 “지금까지는 자료입수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향후 자료를 수집하면서 검토하고 분석하는 동시에 조사가 병행된다”고 덧붙였다.
▲ 15일 국민 12면(왼쪽)과 조선 10면 기사
한편 조선일보는 5주기 관련 사진기사를 1건 싣는 수준이었다. 조선은 지난 13일 시민 500여명이 광화문광장에서 노란 우산을 펼치고 거대 노란 리본을 만든 ‘5주기 추모 퍼포먼스’ 사진 기사를 1건 실었다.
동아·세계·중앙일보는 이와 함께 13일 열린 ‘세월호 5주기 기억문화제’ 집회 현장을 사회면 기사로 전했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2019년 04월 15일 월요일
'저널리즘토크쇼J' KBS가 저지른 참혹한 잘못, 그리고 반성
'저널리즘토크쇼J'의 세월호 보도 사과와 반성, 언론이라면 응당
KBS에서 자사 보도에 대해 이토록 신랄하게 비판하는 방송을 보게 될 줄이야. KBS <저널리즘토크쇼J>가 세월호 5주기를 맞아 당시의 보도들이 저질렀던 참혹한 잘못들을 되짚었다. ‘세월호 5년, 그리고 기레기’라는 부제에서 느껴지듯이 당시 KBS를 포함한 MBC 또 종편 채널의 보도행태는 기레기라는 말이 공감 갈 정도였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보도되었던 내용들을 조목조목 끄집어내 그 잘못된 걸 넘어서 악의적인 보도들까지 비판했다.
그 비판에서 이 프로그램이 가장 큰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건 다름 아닌 KBS였다. 이른바 재난주관방송사로서 보다 정확하고 신속한 보도를 해야 할 KBS는 당시 뉴스특보에서부터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라는 엄청난 오보를 냈다. 그 오보의 결과는 우리가 다 알고 있는 ‘골든타임’을 느슨하게 보내게 만든 원인이 됐다는 것. 심지어 세월호 참사 당일 KBS는 “사고현장에 200여 명에 가까운 구조 인력이 투입됐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실상은 단 16명만 실제 수중 수색 작업을 했다는 것이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런 ‘거짓방송’에 ‘분노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또 당시 학생 수십 명을 구조한 고 김홍경씨의 인터뷰 또한 상당부분 편집되어 나갔다는 걸 지적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당시 김씨의 원본 영상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그것이 사실이라는 걸 확인시켰다. “해양 경비대가 왔어도 구조나 배에 한 사람도 안 들어오고, 맨 꼭대기에서 객실에 있는 승객들이 구조해서 올려준 애들만 옮기고 이런 게 참 안타까워서…. 구조대란 사람들이 갑판 위에 상부에 있어서 승객들이 올려주는 애들만 싣고 떠나는 그런 모습이 그 순간에도 안타까워서..”
김씨는 당시 해경 구조대의 안이한 대응을 비판했는데 그 부분이 삭제되고 대신 뉴스는 그를 ‘의인 프레임’에 넣어 보도했다는 것이었다. 이를 정준희 저널리즘 전문가는 “미담의 주인공”이어야 하는데 그 프레임을 깨는 이야기를 하자 그렇게 의도된 편집의 보도를 하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저널리즘토크쇼J>는 구조 작업 지연의 문제점이나 재난 컨트롤 타워 부재 같은 근본적인 문제를 제쳐두고 세월호 선장이나 유병언 일가에 대한 마녀사냥식 보도에 앞장선 당시 언론들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KBS의 경우 정부 비판 꼭지가 22건이었던 반면, 유병언 관련 보도는 34건을 했다는 것. 또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진도체육관을 방문했을 시 KBS9시뉴스와 JTBC 뉴스룸을 비교해 보여줬다. 같은 사안이었지만 KBS가 박근혜를 두둔하는 보도를 낸 반면, JTBC는 실종자 가족들의 항의를 담아냈던 것.
심지어 채널A의 보도는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의 홍보 뉴스나 다름없었다. 세월호 침몰 당시의 의인들 이름을 부르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내보낸 그 뉴스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고정패널인 최욱은 “거의 박근혜 전 대통령이 유가족인 것처럼 지금 다루고 있지 않습니까?”라며 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정준희는 당시 KBS보도가 “냉전시기 공산주의 언론들이나 했음직한 영상조작수준”이라고 질타했다. 이러니 ‘기레기’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당시 이런 보도를 냈던 기자들 중에는 그 ‘염치없음’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있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전 채널A 기자였지만 퇴사해 지금은 진실탐사그룹 셜록의 기자로 있는 이명선씨나, 당시 보도에 대해 반성문을 올렸던 강나루 기자 같은 이들이 그들이었다. 이명선씨는 한 포털에 게재한 ‘나는 왜 종편을 떠났나’라는 연재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던 인물. 그는 그 연재가 다시 기자를 하기 위해 필요했던 ‘반성문’이라고 말했다.
이 날 방송에 출연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예은 양의 아버지 유경근씨는 당시 유가족들이 집중적으로 비난하고 비판했던 방송사가 KBS와 MBC라고 했다. 그런데 그 이유는 “그만큼 기대가 컸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앞에서는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척 하면서 뒤로는 당시 KBS 보도국장이었던 김시곤과 정부 편향의 보도를 해달라 요청한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의 통화내역은 언론이 얼마나 중심을 잃고 있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유경근씨의 분노와 실망감이 절절히 공감되는 부분이다.
방송 말미에 마무리 멘트를 하던 출연자들은 저마다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명선씨는 유경근씨에게 눈물을 흘리며 “사과를 드리고 싶다”는 말을 전했고, 강나루 기자는 반성이라는 말을 반복하기보다는 앞으로 “세월호의 진상 규명을 포함해서 이런 것들을 취재 결과물로 말씀드리겠다”고 다짐했다. 정준희 역시 말문이 막히는지 눈물을 보이며 마지막 마무리 멘트로, 사실 어려운 문제지만 기자들이 “성찰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염치없음을 기억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마도 이것이 진정한 저널리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방송이었다. <저널리즘토크쇼J>는 언론에 대한 비판기능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사실 언론은 어떤 프레임과 방향성을 드리우기 시작하면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되게 할 수 있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심지어 글로서 말로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그것을 제대로 바로잡는 감시의 시선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토크쇼J>라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가감 없는 저널리즘 비판이 가치를 발휘하는 이유다.
방송을 통해 보여진 유경근씨가 공영방송파업 지지연설 중 기자들 앞에서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게 울린다.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에서 나를 두 번 죽인 건 여러분들의 사장이 아니고 (현장에 있던 바로 여러분들이었습니다.) 제가 여러분의 파업을 열심히 지지하는 건, 내가 언론 때문에 또 다른 고통을 받고 싶지 않아서입니다. (여러분들의 힘으로 여러분들이 바라는 그 언론을 따내야만 여러분 속에) ‘기레기’가 단 한 마리도 숨어들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람이 먼저’라던 문재인 정부, 왜 재판거래 피해자들 방치하나
[인권의 바람] 콜텍 해고자들 13년 외침 묵살
권력은 ‘그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한다. 이는 권력의 작동을 설명하는 아주 명료한 문장이다. ‘그것’이 무엇이건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인류는 기나긴 역사를 통해 법과 제도라는 장치를 마련해왔다. 그러나 돈을 가진 자들은 돈으로 권력을 매수하며, 매수당한 권력은 법과 제도를 우회하여 그들이 ‘그것’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그렇게 ‘그것’들은 가능해진다.
콜텍 대법판결에서 사법부는 기업가들의 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추상적이고 임의적인 판단 만으로도 그들이 노동자들을 마음껏 해고할 수 있도록 판례를 만들어놓았다. 이 판례는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라는 장치를 무화시켰다. ‘그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몇 년 뒤, 양승태의 사법거래 리스트가 세상에 드러났고, 콜텍 해고자들은 알게 되었다. 왜 내 삶이 십수년간 짓밟혔는가를, 왜 우리의 목소리가 철저하게 묵살 당해왔는가를. 그러나 진실이 세상에 드러났음에도,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2014년 대법원 판결, 죽음에의 선고
“대법 판결 받을 때 있잖아. ‘당신 이제 죽을 거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시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 같았어. 망치 땅, 땅 치니까 끝나버리더라고.”
임재춘 해고자는 2014년 6월에 있던 해고무효소송 대법 판결 당일을 이렇게 회상한다. 이 날 “후회할 때도 많았지만, 옳은 길이기 때문에” 그토록 모진 세월을 견디며 길 위에서 싸워온 노동자들에게 사법부는 ‘죽음’을 선고했다.
“오랫동안 투쟁하다보니까 판사 얼굴 보면 딱 안다? 그날 판사 표정 보니까 딱 감이 오더라고.”
그날 그는 예감했다. 부정의(不正義)가 정의(正義)를 무력화시키는 세월을 살아왔으므로 그 시간들이, 경험의 축적이 그것을 예감할 수 있게 했다. 그래도 “설마설마 했다”고 한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처벌을 받을 것이라는, 정의에 대한 너무나 당연한 믿음 때문이었을 것이다.
살고 죽는 문제가 걸린 콜텍 해고자들은 살기 위해 저항하지만, 공권력과 정부는 점잖게 죽음에 준하는 폭력을 그들에게 행사한다. 사법부는 비리를 통해 노동자들의 목숨값을 거래했고, 적폐청산을 내세우는 정부는 콜텍 해고자들이 당한 ‘사법부의 적폐’를 청산하지 않으면서, 심지어 국내 노동자들을 해고하여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수출 실적을 높인 기업을 ‘세계 일류상품 생산기업’으로 선정하여 각종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포상하고 있다. 게다가 공권력은 빼앗은 자를 위해 빼앗긴 자들을 밀쳐낸다. 사장을 만나기 위해 복도에 앉은 해고자 대여섯명으로부터 순이익 100억대의 자본을 보호하기 위해 공권력은 밤낮없이 콜텍 회사 앞을 지키고 해고자들에게 완력을 행사했다.
“요즘은 생각하는 게 결과는 죽음밖에 없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어.”
오늘로 단식 35일차를 맞는 해고자는, 13년간 한결같이 거리에서 싸워온 해고자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기 위해서 시를 읽고 있다고 말한다. 그는 무기한 단식투쟁 중의 어느 날에 “원한다면 목숨을 가져가라”고 절규했다. 주변에 산발하던 소음들이 한 순간에 가라앉았다. 빼앗긴 자가 빼앗은 자에게 목숨까지 내놓으면서 호소하는 상황은 끔찍하고도 슬프다.
▲ 4월15일 교섭을 앞두고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공대위
미래를 빼앗는 자들
“언제 (투쟁이) 끝날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후 삶을 그려볼 수가 없어요.”
삶의 계획에 대해 질문하자 이인근 콜텍지회 지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미래를 상상조차 할 수가 없는 것이다. 사법부는 그들로부터 미래를 빼앗았다. 대법원은 경영자의 안정하다고 예측되는 미래를 보호하면서 노동자의 불안정한 미래를 그마저 아예 삭제시켰다.
“콜텍 (해고무효소송) 판결로 인해서 근로기준법 제 24조에 나와있는 ‘해고의 요건’이라는 법 조항이 쓸모없게 된 거잖아요. 사법부가 법을 새로 만든 격이에요.”
대법원은 십수년을 매년 흑자를 내고 있고, 부채도 없는 회사((주)콜텍)의 미래에 도래할지도 모를 경영위기를 내세워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미래는 과거를 바탕으로 예측된다. 매년 흑자 신화를 이루어온 기업은 지금도 여전히 신화를 유지 중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주)콜텍은 2007년 국내 공장을 폐업하여 노동자들을 죄다 해고한 후로 10년 동안 순이익 1000억을 달성하였다. 정리해고 당시에도 부채도 없는 알짜배기 흑자 기업이었던 (주)콜텍에 사법부가 추측한 ‘도래할 지도 모를 경영위기’는 너무 당연하게도 도래하지 않았다. 수백명의 해고자들에게 주어야 할 돈을 빼앗은 회사는 자회자를 만들고 규모와 범위를 확산하며 가족들에게 가업을 물려주면서 자신들의 성을 공고히 하고 있다. 반면 회사의 휴업과 폐업, 그리고 정리해고를 겪은 노동자들의 미래는 과거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예측했을 때, 매우 불안정하다. 해고 당사자들은 미래가 상상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들에게 미래는 없는 시간이나 마찬가지다. 그들로부터 미래를 빼앗은 법원, 법원의 불법행위 결과에 대한 구제책을 내놓지 않는 정권은 한 몸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문재인 정부의 허구성
공공의 이익이 비합법적으로 확대될 때 우리는 그것을 혁명이라 부른다. 특정 개인의 이익이 비합법적으로 확대될 때 우리는 그것을 비리라 부른다. 우리는 때로 혁명의 도래를 꿈꾸지만, 비리가 가득한 세상을 바라지는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을 통해 이루어진 정부임을 자임하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비리를 방치, 조장하고 있다. 공공의 이익 확대를 기대하며 수립된 정부가 특정 개인들의 이익이 확대되는 것을 방치하고 수호하기까지 하는 이 괴이한 현상. 현 정부의 선언과 국정운영 사이에는 이렇듯 심각한 모순이 존재한다.
문재인 정권은 감추는 데 능하다. 내용은 이전의 정권과 다를 바 없지만, 아니 오히려 어느 지점에서는 후퇴하고 있지만, 그것을 선전으로 잘 감추어낸다. 이는 어떤 면에서는 여타 정권들보다 위험하다. 불공정한 것들을 공정한 것으로 호도하면서 불공정의 범위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인권 중심, 노동존중 정부라는 선전과는 다르게 반인권적인 노동개악(근로기준법과 최저임금법,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 개악안-‘국제인권기구의 권고와 반대로 가는 노동정책’ 참고)을 추진하여 노동권을 비롯한 사회권을 후퇴시키고 있으며, 그것이 공정한 ‘합의’에 의한 것이라고 선전한다. 사법부의 부정거래로 13년째 복직투쟁 중인 해고자들을 외면하면서 적폐를 청산하겠다 한다.
[ 관련 기고 : 노동자가 묻습니다 “文 정부 어디까지 후퇴하렵니까” ]
‘사람이 먼저다’라는 이 정권의 선전은 허구다. 선언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책임을 누구나 지는 것은 아니다. 선언의 허구 여부를 판단하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법과 제도를 어떻게 운용하는지를 보면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명박근혜 정부와 스스로를 구분하면서 ‘사람’을 거론했지만, 그들 역시도 이명박근혜와 다르지 않다. (주)콜텍은 2012년부터 ‘세계 일류 상품 생산기업’에 선정되어 정부의 각종 지원혜택을 받아왔고,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사람이 먼저다’라고 선언한 정부는 인권을 짓밟는 기업을 포상함으로써 자신의 선언이 허구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
▲ 4월15일 교섭을 앞두고 서울 등촌동 콜텍 본사 앞에서 콜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대책위(공대위)가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공대위
찜 솥에 갇힌 개구리를 죽이는 방법
문재인 정부는 ‘이윤 제일’을 말하지 않지만, 이윤 추구가 제일의 가치인 것처럼 법과 제도를 집행한다. 위법하게 법을 집행한 사법부의 불법행위 결과에 대한 구제책을 내놓지 않으며, 위법의 피해자인 해고자들의 목소리를 묵살한다. 이 나라 경제를 위해 청년 시절을 자욱한 분진 속에서, 유기용제의 유독가스 속에서 스스로의 몸을 보호하는 장비는 고작 싸구려 마스크 한 장이었던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묵살’하면서, 그들의 노력을, 삶을 싸구려 취급하고 급기야 휴지조각처럼 내버린 기업을 포상하는 정부. 이처럼 ‘묵살’이라는 행위에는 행하는 자의 선명한 정치적 ‘의도’와 ‘의지’가 있다.
찜 솥에 갇힌 개구리의 결말은 죽음이다. 개구리는 서서히 죽어가는 동안 비극을 예감하지 못한다. 때문에 솥뚜껑을 열 시도조차 하지 못한 채 죽음을 맞는다. 솥의 온도를 서서히 올리는 것과 빠른 속도로 올리는 것은 위기에 대한 감각을 죽이는 전략의 차이일 뿐 결말은 같다. 어느 사이 잘 삶긴 주검이 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솥뚜껑을 열기 위해 발버둥치는 움직임에, 목소리에 함께 해야 한다.
솥뚜껑을 열어야 봄이 있다. 우리가 애태워 기다리는 봄은, 이미 거기 있다.
이혜정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mediatoday.co.kr
‘중앙 특파원 칼럼 표절’ 밝힌 감동근 교수 “외국인 볼까 두렵다”
뉴욕특파원, WSJ 사설에서 출처 없이 인용
‘중앙’, 파문 확산되자 온라인에서 삭제 뒤 사과
감 교수 “런던특파원도 데일리메일 기사 표절 의혹”
<중앙일보> 4월 12일 치 뉴욕특파원의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칼럼.
“아기 업고 재우면서 우연히 특파원 칼럼을 봤는데 어디선가 본 글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중앙일보> 특파원이 현지 신문의 사설을 그대로 베껴 쓴 사실을 지적해 사과를 끌어낸 감동근 아주대 교수(전자공학)는 15일 <한겨레>와의 문자 메시지를 통해 ‘우연한 발견’을 설명하다 이렇게 말했다.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감 교수는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심재우 <중앙일보> 뉴욕 특파원이 ‘글로벌 아이’ 코너에 쓴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12일 치) 라는 칼럼이 <월스트리트저널>의 7일 치 사설 ‘Hidden Costs in the ‘Fight for $15’를 출처조차 표시하지 않고 사례와 통계 등 문장을 그대로 베낀 사실을 지적했다. 그는 “단락 구성은 물론이고 문장도 일대일로 베꼈다. 출처는 표시돼 있지 않다. 국제부 스트레이트 기사에서 외신을 짜깁기하는 것은 종종 봤지만, 이건 칼럼인데 남의 사설을 그대로 베끼다니”라며 비판했다. 감 교수의 지적에 논란이 확산되자 <중앙일보>는 출처 없는 인용 사실을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심 특파원의 칼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실었다.
감 교수는 이튿날인 13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김성탁 런던 특파원의 지난 2일 칼럼 ‘AI 판사에게서 재판받는 시대가 왔다’가 3월 26일 치 <데일리 메일>의 기사를 보고 작성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기사 마지막에 AI 의혹을 다룬 점, 특정 설문조사 결과와 특정 인용구를 사용한 점 등이 그 증거”라고 밝혔다.
표절 의혹을 집어낸 감 교수는 그동안 학술 저널 등에서 지식인 사회의 비윤리성에 대해 비판을 해온 학자다. 그는 <한겨레>와의 문자에서 “지난주 내내 아기가 아파서 밤새 안고 재워야했는데, 서성거리면서 할 일이 스마트폰으로 뉴스 보는 것밖에 없다 보니 평소보다 신문 기사를 많이 읽게 됐다. 우연히 중앙일보 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내가 관심 있는 주제 ‘뉴욕 최저임금’이 제목으로 뽑혀 있길래 읽어봤다. 몇 단락 읽다 보니 어디선가 본 글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찾아보다가 (표절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중앙일보가 온라인을 통해 ‘뉴욕의 최저임금 인상 그 후' 칼럼 관련해 사과한 것에 대해서도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 칼럼이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외신의 상당 부분을 인용한 사실이 확인돼 디지털에서 해당 기사를 삭제했습니다”라고 언론사가 밝힌 데 대해 “출처를 밝히지 않은 채 외신의 상당 부분을 인용한”것만 문제가 아니라 “기획부터 작성까지 남의 사설을 문장 단위로 그대로 베낀 것이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런 칼럼들은 영어로 번역돼 영문판에도 게재되는데 이를 혹시 외국인이 볼까 두렵다”고 덧붙였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중앙일보> 4월 2일 치 런던특파원의 ‘AI판사에게 재판받는 시대가 왔다’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 "세월호 유가족, 징하게 해쳐 먹는다" 막말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현 경기 부천 소사 당협위원장)이 15일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향해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먹고 진짜 징하게 해쳐 먹는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참사 5주기 하루 전날인 이날 오후 8시28분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구를 떠나라. 지겹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헐뜯는 글을 올렸다. 그는 “개인당 10억의 보상금 받아 이 나라 학생들 안전사고 대비용 기부를 했다는 얘기 못 들었다”며 “귀하디 귀한 사회적 눈물 비용을 개인용으로 다 쌈 싸먹었다. 나 같으면 죽은 자식 아파할까 겁나서라도 그 돈 못 쪼개겠다”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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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자들의 욕망은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세월호 사건과 아무 연관 없는 박근혜, 횡교안(황교안)에게 자식들 죽음에 대한 자기들 책임과 죄의식을 전가하려 하고 있다”며 “좌빨들한테 쇄뇌(세뇌)당해서 그런지 전혀 상관 없는 남탓으로 돌려 자기 죄의식을 털어버리려는 마녀사냥 기법을 발휘하고 있다”고 했다.
차 전 의원은 “자식 팔아 내 생계 챙긴 거까지는 동시대를 사는 어버이의 한 사람으로 나도 마음이 아프니 그냥 눈 감아줄 수 있다”며 “그러나 에먼(애먼) 사람한테 죄 뒤집어 씌우는 마녀사냥은 사회를 병들게 하고 해당자를 죽이는 인격살인”이라고 적었다.
차 전 의원은 김문수 전 경기지사 측근으로 17, 18대 한나라당(한국당 전신) 국회의원을 지냈다. 현재 자유한국당 부천시 병(구 소사구) 당협위원장을 맡고있다. 그는 페이스북에 “보수의 연탄이 되어 하얗게 타오르겠다”고 썼다. 차 전 의원은 이날 오후 10시47분쯤 ‘세월호 유가족들’이라고 썼던 부분을 “세월호 유가족들 중 일부 인사들”이라고 고쳤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20대 남자, 그들은 누구인가
- 지금 20대 남성은 한국 사회의 변수다. 그들은 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시사IN>은 ‘20대 남자 현상’을 살펴보는 심층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질문 숫자가 208개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다. <시사IN>과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리서치는 올해 1월부터 ‘20대 남자 현상’을 주제로 심층조사를 기획했다. 준비를 시작하자마자, 우리는 어려운 질문에 마주쳐야 했다. 대체 ‘20대 남자 현상’이 뭐지?
20대 남자 현상이 존재하는 건 분명하다. 20대 남성은 지난해부터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유난히 빠졌던 집단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이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대책을 검토했다.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에서 이 주제로 보고서를 만들었다가 페미니즘 비하 표현이 들어가는 바람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올해 2월에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가 20대 남성의 마음을 헤아리겠다며 사과했다. 온라인에서는 ‘메갈리아’가 탄생한 2015년을 기점으로 5년째 젠더 전쟁이 끊이지 않고 벌어진다.
그러나 분명한 점은 여기까지다. 이 현상의 원인은 고사하고 정체가 무엇인지부터가 뚜렷하지 않다. 젊은 보수 세대가 탄생하는 중인가? 페미니즘 물결에 대한 반작용인가? 여성혐오가 확산되는 사회심리 현상일까? 성별 권력관계가 이미 역전되었는데 사회가 그 현실을 못 따라가기 때문인가? 공정성에 유난히 민감한 ‘공정세대’가 등장했나? 입시와 취업 전쟁으로 이어지는 ‘시험 공화국’이 낳은 결과물일까? 저성장이 이 세대를 좌절시켰을까? 이제 주류가 된 386 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저항인가? 이도 저도 아니면 온라인에서 보이는 소수의 극단주의자가 그저 과대평가된 것일까? 지금까지 제기된 설명만 모아도 목록이 꼬리를 문다.
2019년 3월. 몇 번인가 기획 미팅이 도돌이표로 끝난 어느 날, 기자는 한국리서치 정한울 연구위원(정치학 박사)과 마주 앉아서 푸념을 늘어놓고 있었다. 현상의 원인을 찾아도 모자랄 시간에, 현상 자체가 무엇인지부터 검증해야 할 판이었다. 보수화 가설도, 공정세대 가설도, 시험 공화국 가설도, 반(反)페미니즘 가설도, 여성혐오 가설도, 세대갈등 가설도 증거가 부족해 보였다. 묵묵히 듣고 있던 정한울 연구위원이 간명하게 상황을 정리했다. “정말 그렇네요. 그러면 다 물어보죠 뭐.” 기자는 처음에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뭘 다 물어본다고요?” “그거 전부 다요.”
그래서 전부 다 물어보기로 했다. 떠올릴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최대한 다 집어넣은 질문지를 짰다. <시사IN>과 한국리서치가 공동 기획한, 질문 숫자가 208개에 이르는 초대형 여론조사는 그렇게 탄생했다. 이런 방대한 조사는 전화로는 불가능하다. 질문 208개를 듣기 한참 전에 거의 모든 응답자의 인내심이 고갈될 것이다. 대안은 온라인에서 응답자들이 답변을 클릭하는 방식의 웹조사다. 문항이 방대해지더라도 응답률이 별로 떨어지지 않는다. 한국리서치는 웹조사용 패널 44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3월20일부터 3월22일까지 사흘 동안,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20대 여론을 정교하게 보기 위해, 20대(여론조사 단위로는 19~29세이나, 이 기사에서는 편의상 20대로 부른다) 응답자만 500명을 확보했다. 즉, 이번 조사의 응답자는 20대 남녀 500명, 그 외 연령대의 성인 남녀 500명이다. 전체 결과를 합산할 때는 연령별 가중치를 계산하여 인구 비례에 맞췄다. 조사 요청을 보낸 사람은 1만2385명, 조사에 참여한 사람은 1303명이다. 이 중 303명이 중도에 조사를 포기했고 1000명이 최종 응답했다. 조사 요청 대비 응답 비율은 8.1%, 조사 참여자 대비 응답 비율은 76.7%다.
ⓒ시사IN 신선영지난해 7월 서울 혜화역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홍대 몰카 사건 피해자가 남성이 기 때문에 경찰이 편파 수사를 했다며 항의했다.
20대 남자 현상의 백미는 단연 젠더 문제다. 노동시장 성차별 문제, 연애·결혼 시장의 성차별 문제, 그리고 페미니즘 문제에 이르기까지, 20대 남자는 젠더 문제에 가장 일관되고 강력하게 반응한다.
“남성 차별 심각하다” 68.7%
한국 사회의 여성 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었다(<표 1-1> 참조). 20대 남자 중 60.8%가 “심각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그런데 이것은 20대 남자 현상이 아니다. 30세 이상 남자들의 평균 응답도 20대와 다르지 않다. “심각하지 않다”가 59.7%다. 여성 응답은 어땠을까. 20대 여자는 “심각하다” 쪽으로 단연 쏠린다. 85.4%다. 30세 이상 여성도 여전히 여성 차별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 “심각하다”가 65.8%다. 여성 차별에 대해서는 전 세대에 걸쳐 남녀의 인식 격차가 크다.
20대 남자 현상은 그다음 문항에서 드러난다. 한국에서 남성 차별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물었다(<표 1-2>). 20대 여성은 “심각하지 않다” 56.2%로 미적지근했다. 30세 이상 여성은 더 시큰둥하다. “심각하지 않다” 70.1%다. 남성 차별이란 아직 한국 사회에서 낯선 개념이다. 남자들도 30세 이상은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 “심각하지 않다”가 60.3%로, 오히려 20대 여성보다도 높다. 그런데 20대 남성으로 오면 아주 다른 결과가 나온다. “심각하지 않다”는 26.8%로 추락하고, “심각하다”가 68.7%까지 치솟는다. “매우 심각하다”라는 강한 응답만 따로 봐도 30.5%나 된다.
ⓒ연합뉴스 4월3일 ‘인천여성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이것으로 흥미로운 차이가 드러난다. 20대 남성은 여성 차별 문제를 가볍게 평가한다는 점에서는 특별하지 않다. 이 대목에서 20대 남성은 기성세대 남성과 일치한다. 20대 남성이 진정으로 특별한 집단이 되는 것은 남성 차별 문제를 무겁게 평가하기 때문이다. 차별받고 있다는 인식은 일관된 분노와 강한 결집력과 지치지 않는 지구력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기성세대 남성에게서 찾기 어려운 인식이다.
그런데 어떤 차별일까? 20대 남성은 어느 대목에서 차별받았다고 느끼나? 노동시장, 연애·결혼 시장, 법 집행 등 어느 영역에서 차별 인식이 등장하는지 실체를 추적해봤다. 노동시장부터 보자. 취업 기회가 대체로 공정하다고 보는지, 남녀 중 어느 한쪽에 불리하다고 보는지를 물었다(<표 2-1>). 전체 응답자 평균은 “여성에게 불리하다” 49.1%, “공정한 편” 31.2%, “남성에게 불리하다” 13.7%다. 여성이 불리하다는 인식이 다수인 가운데, 공정하다는 인식도 만만치 않다. 30세 이상 남자의 응답도 이 순서다. “여성에게 불리” 42.8%, “공정” 36.6%, “남성에게 불리” 16.4%였다. 그런데 20대 남자로 오면 순서 자체가 뒤집힌다. “공정” 45.9%, “남성에게 불리” 29.2%, 그리고 맨 마지막이 “여성에게 불리” 16.9%다.
다음으로 승진·승급 기회가 공정한지 물었다(<표 2-2>). 이 영역은 특히 여성에게 불공정하기로 악명이 높다. 전체 평균 응답도 한쪽으로 크게 기운다. “여성에게 불리” 응답이 67.1%다. 30세 이상 남자도 동의한다(“여성에게 불리” 64.2%). 20대 남자는 이번에도 예외다. “여성에게 불리” 응답이 31.6%로 크게 떨어지고, “공정” 응답이 더 우세해진다(41.5%). “남성에게 불리” 응답도 제법 나온다. 16.8%다.
한국 노동시장이 여성에게 불공정하게 기울었다는 인식은 공감대가 넓다. 취업은 대체로 그렇고, 승진과 승급은 더 선명히 그렇다. 그런데 20대 남성만은 두 영역 모두 “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노동시장에서 20대 남성은 차별 피해를 적극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다른 세대 여론과 동떨어진 채로 노동시장에 여성 차별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연애·결혼 시장은 온라인에서 젠더 전쟁의 단골 소재다. ‘김치녀’라는 말은 ‘연애와 결혼에서 이기적으로 구는 한국 여성’을 뜻하는 멸칭으로 출발했다. 남녀 중에 누가 연애·결혼 상대에게 더 순수하고 헌신적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었다(<표 3-1>). 이 주제로 온라인 공간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젠더 전쟁을 떠올려보면, 성별에 따라 응답이 극적으로 갈리리라고 우리는 예상했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별 차이 없다”는 응답이 50.8%로 가장 많았다. 어느 한쪽이 일관되게 순수하고 반대쪽이 일관되게 이기적이라는 인식은 온라인에서 보는 것만큼 보편적이지 않다. 오히려 이런 식의 성차 논쟁에 가장 시큰둥한 세대·성별 집단이 20대 남자다. 20대 남자 중에서 “별 차이 없다” 응답은 61.1%로, 모든 세대·성별 중에서 가장 높다.
다른 방식의 질문에서도 이 결과는 그대로 유지된다. “한국 여성은 연애와 결혼에서 남성에게 이기적으로 군다”라는 말에, 20대 남자의 54.4%가 동의했다. 30세 이상 남자의 52.3%와 사실상 차이가 없다. 연애·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태도를 평가하는 문제로 보면, 20대 남성은 특별히 유난한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미묘한 차이가 있다. 20대 남자들은 여성이 이기적이라고 특별히 더 강하게 생각하지는 않지만, 연애와 결혼이 여성에게 더 유리한 게임이라고는 특별히 더 강하게 생각한다. “한국의 결혼 문화가 여성에게 더 유리하다”라는 문장을 제시하자(<표 3-2>), 동의하는 여성은 19.8%에 그쳤다. 30세 이상 남성은 48.2%(동의) 대 47%(동의 안 함)로 팽팽하다. 그런데 20대 남성은 이 말에 66.3%가 동의한다. 셋 중 두 명이 ‘결혼은 여자한테 유리한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 평균은 물론이고 기성세대 남성의 인식과도 꽤 떨어져 있다.
그러니까 20대 남자의 눈에는, 연애와 결혼 게임의 상대보다는 이 게임의 규칙이 더 나빠 보인다. 20대 남자는 여자들에게 유난히 화가 나 있는 남자가 아니다. 이 대목에서 이들은 적어도 기성세대 남자와 비슷한 정도만 화를 낸다. 대신 20대 남자는 게임의 규칙에 유난히 화가 나 있다.
다음 조사 결과와 함께 보면 더 의미심장해진다. ‘법 집행’이 남녀 어느 한쪽에 유리하다고 보는지를 물었다(<표 4-1>). 여성들은 30.2%가 “여성에게 불리”하다고 응답했다. 20대와 30세 이상 여성의 차이도 거의 없다(20대 여성 30.1%, 30세 이상 여성 30.2%). 30세 이상 남성도 “남성에게 불리” 응답은 26.7%에 그친다. 자신이 속한 성별을 법이 불공정하게 취급한다는 믿음은 어느 세대·성별에서도 셋 중 한 명을 넘지 않는다.
강력하게 내재된 ‘반(反)페미니즘’
이번에도 20대 남자는 예외다. “남성에게 불리” 응답이 절반을 넘는 53.6%다. 30세 이상 남성은 26.7%만 이렇게 생각한다. 20대 남자는 기성세대 남자보다,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두 배 높다. 남녀 간 공정성 문제를 다룬 모든 문항 중에서, 법 집행에 대한 태도가 가장 극적으로 갈렸다. ‘20대 남성 현상’의 핵심은 남성이 차별받는다는 인식이고, 이 인식이 가장 두드러지게 확인되는 주제는 법의 집행 영역이었다. 초·중·고교 교육제도, 대학 입시제도, 재산과 소득 분배, 연애와 결혼시장 등 어느 영역에서든 20대 남성은 대체로 튀는 응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법 집행’ 문항에서 튀는 정도가 유난히 컸다.
20대 남성들은, 연애·결혼 시장이건 국가정책이건 간에, 게임의 법칙이 불공정하다고 인식한다. 분노의 핵심은 남성 차별이고, 차별론의 핵심은 (‘이기적인 여자들’이 아니라) 게임의 법칙이 왜곡되어 있다는 인식이다.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은 게임의 법칙을 왜곡하는 원천이다. 그러므로 단호하게 반대한다. 정부의 양성평등 정책을 “매우 잘못하고 있다”라고 응답한 비율은 20대 남성에서 54.2%로 단연 높다(<표 4-2>). 다음으로 높은 성별·세대는 30세 이상 남성인데, 22%에 그친다.
숫자는 일관되게 하나의 방향을 가리킨다. 이것은 권력의 문제다. 20대 남성은 여성에게 화가 나 있다기보다는 권력구조에 화가 나 있다. 우선 정치권력에 화가 나 있지만(“문재인 대통령이 국정 운영을 잘못 한다”는 의견은 응답자 전체에서 48.8%인데, 20대 남성은 62.9%다), 그게 전부는 아니다. 정치권력은 권력구조의 한 갈래일 뿐이다. 20대 남성은 결혼시장과 같은 사회문화적 권력관계에서도 남자가 약자라고 느낀다(<표 3-2>). 법 집행은 정치권력의 노선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권력관계를 반영하기도 한다. 페미니즘 물결 이후로 법 집행이 “남자에게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20대 남성들에서 폭발했다. 이른바 ‘곰탕집 성추행 사건’으로 대표되는 ‘남성 차별적 법 집행’에 대한 분노가 20대 남자들 사이에 쌓여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새로운 현상인 ‘남성 마이너리티’ 자의식이 탄생했다. 기성세대에게 ‘역차별’이라는 말은 남성 우위 사회에서 펼치는 여성 우대 정책이 과하다거나 선을 넘는다는 정도의 의미였다. 그러니 역차별이란 남성 우위의 권력구조를 전제로 쓰는 말이었다. 이게 20대 남성의 인식세계로 오면 근본적으로 뒤집힌다. 남성은 약자다. 재능과 능력의 문제가 아니라(20대 남성은 업무 능력이나 사회생활에서 남성이 더 유능하다고 응답했다), 권력의 문제다. 그러니 지금 벌어지는 현상은 역차별이 아니다. 그냥 차별이다.
권력의 문제이므로 권력 게임의 상대, 즉 ‘주적’이 있을 것이다. 유력한 후보가 있다.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를 이루려는 운동이다”라는, 단어의 사전적 정의에 대체로 부합하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물어봤다(<표 5-1>). 모든 세대·성별에서 동의 의견이 절반을 넘겼는데, 20대 남성은 정확히 반대로 움직였다. “동의하지 않는다”가 62.3%에 달했다. 그중에서도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라는 강한 거부가 44.5%였다.
20대 남성에게 페미니즘은 무엇보다 권력의 문제였다. 이들에게 페미니즘이란 남성을 권력의 약자로 만드는 기획이다. “페미니즘은 여성 우월주의를 주장한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물었다(<표 5-2>). 20대 남자는 78.9%가 동의했다. 30세 이상 남자(57.1%)보다 20%포인트 이상 높다. 페미니즘이 여성 우월주의 기획이라는 것은, 페미니즘이 남성 차별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 주역이라는 의미다.
다음 문항의 응답은 더 극적이다. “페미니즘은 한국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왔다”라는 문장을 제시하고 찬반 의견을 물었다. 이것은 페미니즘에 대한 찬반이나 호불호를 묻는 질문이 아니다. 페미니즘이 끼친 영향력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이다. 그러므로 페미니즘이 남성 차별이라는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낸 힘이라고 믿는 20대 남성은, 이 문장에 가장 많이 동의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틀렸다. 20대 남성은 이 문장에 가장 많이 반대한다. 64.8%가 동의하지 않는다(<표 5-3>). ‘전혀 동의 않는다’는 강한 응답도 41.6%로 단연 많다. 이 숫자는 보기보다 더 묘하다. 페미니즘을 싫어하기로 치면 30세 이상 남자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페미니즘에 거부감이 든다” 20대 남성 84.1%, 30세 이상 남성 64.2%). 그런데 30세 이상 남자들은 페미니즘이 여성 지위를 향상시켰다는 데 57.1%가 동의한다.
20대 남성은 페미니즘을, 그 어떤 긍정적인 표현(‘여성 지위 향상’)과도 연결시키지 않겠다고 단호하게 결심한 것처럼 보인다. 분석을 총괄한 한국리서치 정한울 연구위원은 이렇게 말했다. “반(反)페미니즘이랄까, 그런 인식이 강력하게 내재화되어서, 어떤 질문을 받더라도 그걸 기준으로 일관되게 답하는 집단이 20대 남성 중에 두드러져 보인다. 20대 남성의 응답이 튀는 젠더 관련 문항 거의 대부분은 이 집단이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이 집단에 젠더 문제는 거의 자동 스위치처럼 작동한다. 이를테면 20대 남자는 “지하철 임신부석은 비워둬야 한다”라는 문장에 반대하는 비율도 가장 높다(전체 평균 38.2%, 20대 남자 47.3%).
20대 남성 중 일부는 ‘마이너리티 정체성’이 형성된 단계까지 나아간 징후가 있다. 정체성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이 집단이 앞으로도 한동안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과 연대의식과 여론 주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의미다. 이슈에 따라가는 여론 반응은 일시적일 수 있다. 하지만 정체성은 장기 지속한다. 이번 조사가 포착한 20대 남성 현상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이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이다.
정치적 보수화의 징후는 없다
이런 정체성 집단은 몇 가지 논리적 난점을 노출한다. 승진·승급 기회에서 성차별 문제가 있는지는 20대의 경험이 기성세대의 경험보다 아무래도 부족하다. 하지만 20대 남성은 승진·승급 기회가 여성에게 불리하지 않다는 믿음이 두드러지게 강하다. 승진·승급 기회가 남성에게 불리하다는, 한국 노동시장 현실에서 좀처럼 지지받기 어려운 인식도 16.8%나 된다(<표 2-2>).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 집단의 크기를 대략 짐작해볼 수 있는 숫자다. 비슷한 사례를 하나만 더 보자. 한국의 결혼 문화가 여성에게 유리하다는 데 20대 남성의 66.3%가 동의했다(30세 이상 남성은 48.2%로, 둘의 격차는 18.1%포인트다). 그런데 20대 남자 응답자 중 결혼 경험자(기혼·사별·이혼 합산)는 4.3%다.
ⓒ연합뉴스 남성 모델의 나체 사진을 유출한 모델 안 아무개씨가 지난해 5월 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곰탕집 성추행 사건’의 유죄판결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지난해 10월 집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사진 스튜디오에서 당한 성추행을 폭로한 양예원씨가1월9일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울먹이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성폭행 혐의’로 고소당한 안희정 전 충남 도지사가 지난해 3월 검찰에 출석하고 있다.
이번 조사는 20대 남성 현상을 설명하는 다른 대안 몇몇을 기각했다. 20대 남성이 정치적으로 보수화되었다거나, 유난히 여성혐오 성향이 폭넓게 퍼졌다거나, 공정성에 대한 애착이 커서 작은 손해에도 민감하기 때문이라는 등의 설명이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이런 태도가 20대 남자의 유난스러운 특징이라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시장 개방에 대한 태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한 태도, 복지국가에 대한 태도 등 정치 성향을 보여주는 여러 질문에서 20대 남자는 정치적 보수화의 징후를 보여주지 않았다. 20대 남자들이 연애·결혼 시장에서 여성의 태도를 평가하는 관점은 기성세대 남성과 차이가 없다. 공정을 중시하는 것은 20대 남성 특유의 정서가 아니다. 이 정서는 전 세대·성별이 공유하고 있다. 20대 남성 여론이 유일하게 일관되고 뚜렷하게 차이를 보이는 분야는 젠더와 권력이 만나는 영역이었다. 20대 남성 현상의 특징은 젠더도 권력도 아니다. 둘의 결합이다. 둘 중 하나만 사라져도, 여론지형에서 20대 남성의 특수성이 따라서 사라진다.
이제 우리는 겨우 반환점을 돌았다. 남성 마이너리티 정체성이란 문제의 답이 아니다. 이것이야말로 문제 그 자체다. 기성세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이런 독특한 정체성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었는지 설명해야 한다. 남성이 실제로 약자가 되었기 때문인가 그저 허위의식인가? 만약 남성이 실제로 약자가 되었다면, 그것은 재능과 노력에서 여성에게 뒤졌기 때문인가 부당한 권력이 작동해서인가? 만약 허위의식에 더 가깝다면, 그런 허위의식은 왜 어떤 경로로 이토록 공고하게 형성되었나? 젠더 권력 문제를 넘어서는 이 문제의 기원이 존재할까?
ⓒ연합뉴스 20대 남성 66.3%는 한국의 결혼 문화가 여성에게 유리하다고 답했다.
이런 질문들에 답하는 가설도 그동안 여럿 제시되었다. 우리는 같은 방법을 쓰기로 했다. 그냥 전부 물어봤다. 208개 문항 중 이번 기사에 등장하지 않은 나머지 대부분은 이 현상의 뿌리가 무엇인지를 더듬더듬 탐색하는 시도였다. 제605호에서 그 결과를 검토한다. /천관율 기자 yul@sisain.co.kr
이해인 수녀 ‘세월호 참사 5주기’ 추모시…
그 슬픔이 하도 커서
사계절의 시계 위에서 세월이 가도
우리 마음속의 시계는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50분
전 국민이 통곡한 세월호의 비극은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멈추어져 있습니다
5년 전의 그 슬픔이 하도 커서 바닷속에 침몰하여 일어서질 못하고 있습니다
여행길이 죽음길이 되어버린 304명의 희생자들과
이들을 구조하다 목숨 잃은 이들
시신으로조차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들을 어찌 추모해야 할지
잘 알지 못해 더욱 슬픕니다
팽목항의 방파제에 펄럭이는 기다림의 깃발과 유품들이
침묵 속에 울음을 삼키고 있습니다
살릴 수 있는데도 못 살려낸 사랑하는 이들
생각 하나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데
이런저런 오해들과 걸림돌들이 하도 많아
마음 놓고 울지도 못했던 유족들의 슬픔은 누가 달래줄까요
용서하려 애를 써도 용서가 안되는
그 비통함은 어찌 다스려야 하는 걸까요
왜곡된 진실을 밝히기 위해
슬픔조차 뒤로하고 투쟁부터 해야 했던 유족들께 죄송합니다
‘잊으십시오’ ‘기다리십시오’라는 말을 가볍게 내뱉었던
부끄러움 그대로 안고
오늘은 겸손되이 용서를 청해야겠습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맑고 어진 마음 모아 함께 울어야겠습니다
죽음보다 힘든 어둠과 고통의 시간들을 견뎌내고 있는
우리의 유족들과 함께 간절히 기도하고 싶습니다
기도가 되지 않더라도 기도하고 싶습니다
바람에 떨어지는 벚꽃잎을 보며
푸른 바다와 수평선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오늘도 변함없이 사랑한다는 것
미안하다는 것, 잊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위기에 처한 이웃을 이기심으로 방관하고
비겁함으로 방치하는 못난 실수와 잘못을
다신 반복하지 않겠다는 결심을 새롭히는 것입니다
힘겹게 몸부림치다 외롭게 떠나갔을 저세상에서
이제는 님들이 이 세상의 우리를 도와주세요
다시는 세월호와 같은 비극이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도록!
어떻게 살아야 할지 알지 못해
가끔은 답답하고 우울한 우리가
속히 안일함의 늪에서 빠져나오도록! 도와주세요
남을 탓하지만 말고 핑계를 대지 말고
눈물 속에 절절히 참회하여 마침내는
파도처럼 일어서는 희망이 되라고
흰옷 입은 부활의 천사로
한줄기 바람으로 가까이 와서
우리를 다시 흔들어 깨워주세요
넋두리가 되어버린 이 부족한 추모글도 용서하세요
사랑합니다. 이제와 영원히!
2019년 4월 16일 이해인 수녀(시인) 경향
TV 편성표에서 찾기 어려웠던 세월호 특집
KBS, MBC 외에 특별 편성 찾기 어려워
세월호 참사 5주기 TV 편성표에서 세월호 특집은 찾기 어려웠다. 지난 13~16일 KBS와 MBC 두 공영방송의 편성을 제외하면 뉴스 보도 외 ‘세월호’ 단어를 찾긴 힘들었다.
KBS 미디어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 토크쇼 J’는 지난 14일 세월호 특집 방송을 내보냈다. 이 방송에는 고 유예은양의 아버지 유경근씨가 출연해 참사 당시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J는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 전반을 다룬 뒤 자사 보도를 비판하기도 했다.
[ 관련 기사: 세월호 유족 앞 채널A 출신 기자 “사과하고 싶다” ]
KBS 시사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도 16일 세월호 특집으로 꾸며진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만든 극단 ‘노란 리본’의 추모 연극 ‘장기자랑’을 소개하고 연극에 참여한 유가족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같은 날 KBS 스페셜은 ‘세월호 엄마들의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를 재방송한다.
KBS 라디오는 16일 다큐멘터리 ‘다섯 번째 봄, 첫 번째 수학여행’을 편성했다. 세월호 생존 학생 장애진씨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로 장씨가 바로 세워진 세월호 선체 모습을 처음 마주하는 장면도 담겼다. 유치원 교사를 꿈꿨던 장씨는 참사 이후 응급구조사라는 새로운 진로를 택했다.
▲ KBS1 라디오 '다섯번째 봄, 첫 번째 수학여행'
MBC는 지난 15일 탐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에서 세월호 CCTV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이 방송은 최근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세월호 CCTV 영상 저장장치(DVR) 조작 의혹을 다뤘다. DVR 훼손 혹은 바꿔치기 의혹이 핵심이다.
스트레이트는 해군의 DVR 수거 과정이 담긴 영상을 입수해 전문가의 분석 내용을 보도하고 수거 당시 해군과 해경 관계자들을 추적했다.
▲ MBC '스트레이트'.
SBS는 뉴스 보도에서 세월호 꼭지를 다룬 것 외 따로 특집 프로그램을 편성하지 않았다.
TV조선, 채널A, JTBC, MBN 등 종합편성채널은 리포트를 통해 세월호 추모 보도를 내보내긴 했으나 따로 편성한 특집 프로그램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지난 15일 JTBC ‘뉴스룸’에서는 배우 전도연씨가 세월호 이후의 유족을 다룬 영화 ‘생일’과 관련해 손석희 앵커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태광그룹 계열 케이블TV 방송사(SO) 티브로드의 경우 16일 경기도 안산을 비롯 티브로드 경기 지역 4개 SO와 공동으로 ‘세월호 참사 5주기 특집 보도’를 기획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보통사람 금융생활]“가구당 월소득 증가 ‘최저임금 영향’···사회초년생 빚 부담 늘어”
부동산 보유 고액 자산가들 자산 늘면서 국내 경제활동 총자산도 증가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 등의 영향을 받아 전년도에 비해 큰 폭으로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476만원을 벌어 238만원을 썼다. 기존에 빚이 있는 20∼30대 사회초년생의 부채 규모는 최근 1년 사이 400만원 넘게 늘어 빚 상환 주담이 가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활동 가구의 총자산이 최근 크게 늘었으나 이는 부동산 가격 상승 영향으로 부동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의 자산이 크게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신한은행은 16일 발표한 ‘2019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번 보고서는 은행 급여이체 고객(서울시 거주 94만명), 카드 거래 고객(서울시 거주 직장인 100만명), 조사 참여 고객(전국 만 20∼64세 경제생활자 1만명)의 금융 트렌드를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했다.
보고서를 보면 조사 대상의 지난해 월평균 소득은 476만원으로 전년(462만원)에 비해 14만원 늘었다.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7년엔 전년과 비교해 1만원 오르는 데 그쳤다.
소득 1구간(하위 20%)의 평균 소득은 185만원, 5구간(상위 20%)은 892만원으로 소득 격차는 4.8배였다. 전년 5.2배에서 다소 완화됐다. 지난해 소득 증가는 중산층 이하 가구가 주도했다. 소득 상위 20% 가구는 지난해 소득이 0.6% 증가한 데 반해 하위 20% 가구는 8.8%, 하위 20~40% 가구는 5.7% 증가했다.
지난해 가구당 월 평균 소비 규모는 238만원(전체 소득의 49.9%)으로 집계됐다. 저축은 116만원(24.4%)을 하고, 부채 상환에는 40만원(8.4%)을 썼다. 잉여자금은 82만원(17.3%)이었다. 연령대별로 저축 비중은 20대가 33.5%로 가장 높고, 소비 비중은 40대가 52.0%로 최고였다.
2016∼2018년 최근 2년 사이 소비액 증가 규모를 항목별로 보면 주거비(월세)가 7만원으로 가장 컸다. 교육비(2만3천원), 의료비·건강보조제 구입비(2만1천원), 여가·운동·취미활동비(9천원), 가사서비스(8천원) 등도 2년 연속 소비액이 늘었다. 월 소비액 238만원 가운데 식비가 48만원(20.2%)으로 비중이 가장 컸다. 가구소득이 높을수록 교육비 비중이 늘어났다. 특히 교육비 지출액이 고소득층이 64만원(15.2%)으로 저소득층 3만원(2.9%)의 21배나 됐다.
기존에 빚이 있는 20∼30대 사회초년생의 부채 규모는 최근 1년 사이 400만원 넘게 늘어났다. 이들의 평균 부채 잔액은 3391만원으로 1년 전보다 432만원(15%) 증가했다. 대출 상환까지 예상되는 소요 기간은 4.9년으로 전년보다 0.9년 늘었다. 이들은 주로 은행(77.3%·복수응답)에서 돈을 빌렸고, 제2·3 금융권 이용률도 42.4%로 전 계층 평균(38.1%)보다 4.3%포인트 높았다. 기혼 가구의 57.3%는 소득이 갑자기 줄어든 경험을 했다. 평균 40.2세로, 이는 퇴직·실직(37.7%) 때문인 경우가 많았다. 경기침체(28.5%)나 사업·투자 실패(13.1%)로 소득이 크게 줄기도 했다. 50대 이상 경제활동자 중 12.9%는 향후 3년 내 은퇴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의 은퇴 예상 연령은 평균 64.3세였다. 3년 내 은퇴를 앞뒀음에도 50.6%는 특별한 준비를 하지 않고 있었다.
고액 자산가의 부동산 증가 영향으로 최근 2년 사이 경제활동 가구의 총자산은 20% 넘게 늘었다.
총자산(금융자산+부동산+기타자산)은 2016년 3억2691만원에서 2017년 3억3951만원으로 3.9% 늘어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로 17.9% 증가했다. 2016년 대비 2018년의 총자산 증가율은 22.5%였다.
총자산 중 부동산이 3억386만원(75.9%)으로 많았고, 금융자산은 6723만원(16.8%)에 그쳤다. 구간별로 보면 5억원 이상의 평균 자산이 2016년 8억599만원, 2017년 9억1495만원, 지난해 9억6490만원으로 유일하게 매년 증가해, 최근 2년 사이 자산 증가액이 1억5891만원에 달했다. 고액 자산가의 2017년 대비 2018년의 부동산 증가액이 5007만원으로 총자산 증가액(4995만원)보다 많았다. 소득 수준별로 보면 저소득층(월 300만원 미만)의 평균 총자산은 9905만원, 중-저소득층(월 300만원 이상∼500만원 미만) 2억7854만원, 중-고소득층(월 500만원 이상∼700만원 미만) 5억63만원, 고소득층(월 700만원 이상)은 8억957만원이었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의 자산 격차는 9배에 달했다
서울 직장인, 월 358만원 받아 246만원 쓴다···퇴근시간 당겨져”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지자체 60% 공무원 봉급도 못준다
경북-안동·영주·상주 등 16곳…대구-중구·서구·남구 3곳
지방세 수입 인건비에도 못 미쳐, 경북도 재정자립도 최하위 수준
행안부 '2019년 재정지표' 분석
경북·대구 지방자치단체 10곳 중 6곳이 지방세 수입으로 공무원 인건비조차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행정안전부의 ‘2019년 지자체 재정지표 분석’ 결과에 따르면 경북과 대구지역 31개 시군구 가운데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충당하지 못하는 지자체가 19곳으로 59.4%에 달하며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전국 243개 지자체 (광역 17곳·기초 226곳) 중에는 124곳(51.0%)이 해당됐다. 전남이 16곳으로 가장 많았고, 뒤이어 강원(15곳), 경북(12곳), 충남(11곳), 전북·경남(각 10곳), 부산(8곳), 충북(7곳) 등의 순으로 이어졌다.
지자체 2곳 중 1곳이 지방세를 거둬도 인건비를 해결하지 못하는 셈이다. 시군구별로 살펴보면 시(市)는 18곳, 군(郡)은 71곳, 특별·광역시 자치구(區)는 35곳에서 지방세 수입으로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었다.
경북 인건비 미해결 지자체는 안동, 영주, 상주, 문경 등 4개 시와 군위, 의성, 청송, 영양, 영덕, 청도, 고령, 성주, 예천, 봉화, 울진, 울릉 등 12개 군이었으며, 대구는 중구, 서구, 남구 등 3곳이다. 특히, 이들 19곳 중 15곳 지자체는 지방세와 세외수입을 더한 ‘자체수입’으로도 인건비를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적으로 자체 수입으로 인건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지자체는 73곳으로 전체의 30%를 차지했다.
경북·대구의 재정자립도 또한 낮았다. 경북의 재정자립도는 31.9%로 전남(25.7%), 전북(26.5%), 강원(28.6%)과 함께 최하위 수준을 보였다. 대구의 재정자립도는 51.6%로 전국 평균을 소폭 상회했다.
전국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51.4%였다. 2015년(50.6%)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행안부는 지난해 재정자립도인 53.4%에서 2.0% 감소한 이유로, 자체수입 증가액(3조8000억원·3.8%↑)과 비교한 총예산 증가액(20조3000억원·9.6%↑)이 상대적으로 더 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보조금 또는 교부세 등으로 재원을 충당하는 비율이 높아질수록 재정자립도는 낮아진다. 재정자주도는 평균 74.2%다. 지난해의 75.3%보다 1.1% 줄어, 지난 2016년(74.2%) 이후로 가장 낮았다.
재정자립도는 전체 예산 가운데 자체적으로 벌어들이는 세입을 뜻하며, 재정자주도는 전체 세입 중 특정 목적이 정해지지 않아 지자체가 재량대로 쓸 수 있는 재원의 비중을 의미한다.
주민 1명당 자체수입액은 경북과 대구가 각각 156만원과 144만3000원, 지방세부담액은 각각 133만2000원과 132만4000원이었다. 주민 1인당 세외수입액의 경우, 경북 22만8000원, 대구는 11만9000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자체수입액은 175만7000원, 지방세부담액은 평균 157만9000원, 세외수입액은 평균 17만8000원이었다. /류희진 기자 hjryu@kyongbuk.com
노트르담 850년 된 참나무 지붕이 화마 먹잇감…‘장미창’ 운명은?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내부 유물 소실 우려
가시면류관·생루이 튜닉 등 일부 건져냈지만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 등 무사 여부 불확실
프랑스 파리 시테섬에 위치한 노트르담 대성당에 15일(현지시각) 오후 6시50분께 화재가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첨탑이 무너지고 지붕 3분의 2가 사라졌다. 파리/AFP 연합뉴스
성난 불길이 프랑스 고딕 건축 양식의 절정인 첨탑을 삼켜버리는 데는 1시간이면 충분했다. 850여년 전 서로 다른 참나무들을 베어 만든 기둥을 격자로 엮어 ‘숲’이란 별명으로도 불려온 지붕은 성난 화마 앞에 불쏘시개나 다름없었다.
장미창’이라고 불리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명물 스테인드글라스 창. 파리/로이터 연합뉴스
1163년 건설을 시작해 1345년 완공된 노트르담 대성당은 건물 자체도 가치가 높을 뿐 아니라 프랑스와 가톨릭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를 대거 소장하고 있다. 다행스러운 것은 화재 초기에 유물 일부를 꺼내 옮겼다는 점이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소방관과 경찰관 등이 인간띠를 만들어 ‘가시면류관’과 생 루이(13세기 프랑스 왕 루이 9세)의 ‘튜닉’(품이 넓고 긴 상의) 등 일부 유물을 건져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에 밝혔다. 노트르담 대성당이 보관하는 예수의 가시면류관, 십자가 조각, 십자가 못 등 성유물들은 4세기에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의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어머니 헬레나가 예루살렘에서 발굴했다고 알려진 것들이다. ‘진품’ 여부는 논란이 있지만 최소한 중세 이래로 기독교인들의 열렬한 숭배의 대상이었다. 성유물들은 1239년 생 루이가 당시 동로마제국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하고 있던 십자군 황제 보두앵 2세한테 담보로 받은 것들이다.
노트르담 성당이 보관하는 ‘예수의 가시면류관.’
하지만 장미창으로 불리는 스테인드글라스 창과 많은 회화·조각품 등이 무사한지는 16일 낮까지도 확인되지 않았다. 성당의 서쪽·남쪽·북쪽을 장식하는 정교한 원형 스테인드글라스 장미창은 13세기에 제작된 것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이 누리집에 “기독교 예술의 정수”라고 소개할 정도의 작품이다. <뉴욕 타임스>는 파리 대교구를 인용해, 고열로 인해 유리창을 고정하는 납이 녹아내리는 등 장미창이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불길이 미치지 않은 서쪽 파사드의 장미창은 겉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남쪽 트랜셉트(위에서 볼 때 십자가 모양을 구현하려고 좌우로 돌출시킨 건물 구조)에 있는 장미창이 온전한지 여부가 우려스럽다. 또다른 명물인 가고일(동물 등의 모양으로 외부에 붙인 조각상)들도 피해를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노트르담 대성당은 중세시대에 제작된 대형 파이프 오르간을 비롯해 성경 속 장면 등을 묘사한 다양한 조각상, 동상, 회화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베드로의 순교와 바울의 개종 등 신약 사도행전 장면들을 묘사한 연작 그림 76장도 이 중 하나다. 이 작품들은 프랑스 왕립 회화·조각 아카데미 회원들이 1630~1707년 제작한 것들이다. 이 예술품들이 직접적인 화마를 피했다고 하더라도 고열과 그을음, 진화에 사용된 물로 인해 상당 부분 손상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의원 아내의 골프장 막으려다…농민들은 ‘별’을 달았다
여의도 농부님, 사라진 농부들] ⑤개발, 그리고 쫓겨난 농민들
홍천·평택·밀양·계양 농지에
레저시설·새도시·산단 추진
외지인에 땅 팔리고 강제 수용
반대하다 손배소 당하고 전과까지
떠난 농민들은 타향서 빈민 전락
지난 3월22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 부지 앞에 반경순 구만리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맨 왼쪽)과 주민들이 서 있다. 구만리 주민들은 골프장 반대 운동을 하면서 다치고 전과자가 되었다. 주민들의 반대 투쟁으로 골프장 공사는 중단됐다. 홍천/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그 땅엔 계절이 흐르지 않는다. 벼, 잡곡, 콩, 옥수수, 고추, 배추, 사과, 과실수를 심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해 놓은 의원들의 논과 밭을 5개월간 2526.1㎞ 다닌 끝에 만난 것은 오래도록 방치돼 무릎 높이만큼 자란 잡풀이거나, 홀로 피었다 수확되지 않아 말라비틀어진, 이름을 알 수 없는 나무 열매였다. 붉은 흙을 뚫고 여린 풀잎이 돋아나 봄볕과 여름날 소나기를 머금는, 계절이 흐르고 시간이 저무는 토지는 그들의 땅이 아니었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아내인 의사 정아무개씨는 배추와 고추를 심겠다고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해 2007년 4월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인천 서구 백석동 밭 1164㎡를 샀다. 2007년 3월 당시 건설교통부가 백석동 일대를 택지개발예정지구(한들지구)로 지정한다는 발표를 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땅을 사들인 것이다. 그리고 2018년 9월 10억5600만원에 매각했다. 한들지구는 공영 개발이 무산된 뒤 민영 개발 방식으로 추진돼 올해 11월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분양을 앞두고 있다. 지난 2월 찾아간 백석동 밭엔 ‘경작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본 사업은 도시개발법령 등에 따라 2017년 8월 실시계획인가 고시되어 보상 및 철거에 착수할 예정으로 경작 행위 등 모든 행위가 금지됩니다.” 정씨는 앞서 2004년 또 다른 토지거래허가구역인 인천 계양구 다남동 논밭 3528㎡를 사들였다가 농사를 짓지 않고 곧바로 소작농을 뒀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토지의 투기적 거래가 성행할 우려가 있는 지역 및 땅값이 급격히 상승하거나 상승할 우려가 있는 지역에 땅 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설정하는 구역으로, 일정 규모 이상을 매입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인 정아무개씨가 2007년 매입했다가 11년 뒤 매각한 인천 서구 백석동 농지 일대에 ‘경작 금지’ 팻말이 세워져 있다. 한들구역 도시개발사업이 추진 중인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백석동 일대에 들어설 예정으로 올해 11월 분양을 앞두고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은 2005년 경기도 의정부시 고산동 농지 등을 매입했다가 4년 뒤 본인이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경민학원에 매각했다. 밭과 대지 898㎡, 건물의 매맷값은 13억2700만원이었다. 홍 의원이 땅을 사들인 시점은 건설교통부가 해당 농지에서 직선거리로 3㎞ 떨어진 곳에 80만평 규모로 민락2지구 택지개발을 진행하던 때였다. 경민학원은 해당 용지에 경민커피문화원을 조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28일 찾아간 경민커피문화원은 폐쇄된 상태였다. 간판이 없고, 문도 잠겨 있었으며 나무판자로 입구 자체가 막혀 있었다. 상당 기간 방치된 모습이었다.
유 의원은 “농사를 지으려고 땅을 샀다”고 설명했다. 홍 의원은 여러차례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를 남겨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이들 의원이 사들인 농지는 모두 인근에 새도시가 들어서면서 값이 뛰었다
신도시, 산업단지, 레저시설이 대거 조성되는 땅은 대다수 값싼 농지나 임야다. 개발과 더불어 2008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과 인천을 합친 넓이에 해당하는 1549.4㎢의 농지가 사라졌다. 외지인들은 개발 예정지나 그 인근을 사들이고, 농부들은 개발을 진행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에 땅을 강제 수용당한다. 땅을 잃은 농부들은 더 값싼 농지를 찾아 떠나거나 농업을 포기했다. 지난해 늦가을부터 올해 이른 봄까지 의원들의 농지를 찾아 전국을 다니며, 개발 과정으로 인해 삶이 뒤흔들린 12명의 농민을 만났다. 어떤 이는 소유하고도 방치하는 논과 밭을, 농민들은 각종 개발로 잃어가고 있었다.
지난 1일 경기 의정부시 고산동 홍문종 자유한국당 의원이 소유했던 부지에 들어선 경민커피문화원(맨 아래 하얀 건물). 홍 의원이 자신이 이사장을 지낸 바 있는 경민학원에 부지를 매각했고 이 부지에 경민커피문화원이 들어섰다. 의정부/김명진 기자
■ 2018년 11월: 마을 주민 27명이 ‘별’을 달았다
“우리 마을 주민들 절반은 다 별을 달았어. 내가 처음 골프장 반대 운동을 시작한 때가 마흔일곱이었는데 그때는 원빈보다 더 잘생겼었어. 허허. 지금은 예순이 돼버렸네.”
지난해 11월29일부터 이틀간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에서 만난 반경순(60)씨는 농담을 던졌다. 주민들은 마을 공터에 둥그렇게 서서 모닥불을 쬐고 있었다. 65가구가 사는 이 마을에서 27명이 공무집행방해 등으로 벌금을 받은 전과자다. 구만리 골프장반대 대책위원장 반씨가 말한 ‘별’은 업무방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생긴 전과다. “지금도 마음이 아프고 힘들어. 십년이 지나도 가슴에서 지워지지 않아. 우리는 전과자야. 사면 복권이라고 하나? 나는 그런 걸 받고 싶어.” 노인회장 강원형(83)씨가 말했다.
‘원하레저’(옛 비큐공영)가 2006년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일원에 1.53㎢(46만3096평) 규모의 골프장과 숙박시설 ‘마운트나인’ 개발을 추진하면서 이 마을엔 ‘별’을 단 주민들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 최아무개씨가 공동 대표이사를 지낸 원하레저는 가시오가피 농장을 만들어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며 농민들로부터 구만리 일대 농지와 임야를 대거 사들였다. 그러나 실상은 가시오가피 농장이 아닌 골프장이었다. 2006년 11월, 구만리 마을 옆에 골프장이 들어설 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이 홍천군청에 민원을 제기했다. 농업용수가 부족해 지하수를 끌어올려 농사를 짓는 상황에서 인근 골프장이 조성되면 잔디에 대량으로 뿌리는 농약이 토양과 수질을 오염시키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원하레저가 2008년 공사를 본격화하면서 주민들의 반대도 더 심해졌다. 업체 쪽은 집마다 다니면서 “이 서류에 도장만 찍어주면 1천만원을 주겠다”고 회유했다. 골프장 건설에 대한 주민동의서였다.
박덕흠 의원 아내 투자 법인
구만리 46만여평에 골프장 추진
주민들 반대에 고발·재산 가압류…
강남 살며 서귀포 과수원도 매입
박 의원 “아내가 하는 사업 다 몰라”
전과자 ‘별’을 단 마을 주민들
“골프장 저지하다 용역들과 대치
어르신들 구급차에 실려가고
10년 지나도 가슴에 응어리로
사면복권? 그런 걸 받고 싶어”
‘입목 축적 조사’ 부실 강원도청
2008년 골프장 가능케 토지용도 변경
2014년에 인허가 직권취소 결정
구만리 빼고 홍천 골프장 9곳 인허가
주민들은 삶의 터전 떠나 떠돌아
“한밤에 검정 봉투에 현찰 천만원을 넣어서 집집마다 찾아다녔지. 업체 직원들이. 동네 민심 쪼개 보려고. 한글 모르고 돈이 필요한 노인들한테 천만원씩 갖다 안겼어. 돈 준 사람들 얘기가, 동네 찬성 50%만 넘으면 골프장을 할 수 있는데 반경순이랑 반대론자들이 돈을 더 받고 싶어서 반대하는 거라고. 그러면서 돈을 뿌렸다는 거야. 두 사람만 더 찬성하면 이제 골프장 되니까 이 돈 받으라고. 삼십명은 그때 받았어. 시골 할머니들이 천만원을 언제 봤겠어? 장독대에 돈을 묻어놓고, 쌀독에 넣어두고, 밤에 자다가 문만 덜컥해도 잠을 못 잤다고 하더라고. 이 돈 때문에. 나중에는 업체가 돈 뿌렸다고 동네에 소문이 났지. 여기 마을 공터에 주민 100명이 다 모여서, 주민이 다들 농사 못 짓게 생겼는데, 다들 반대하기로 했는데 왜 돈들 받으시냐고. 서로 얘기했어. 마을 공터에 모인 다음날 다섯명이 천만원씩을 동네에 내놨지. 한 다발 되더라고. 할머니들이 전전긍긍하다가 이거 내놓으니까 그렇게 편하다고. 우린 ‘이거 뇌물이다’라고 생각해서 업체와의 싸움에서 다 이기게 되는 줄 알았어. 근데 물어보니까 이건 죄가 안 된다는 거야, 변호사가. 골프장 반대대책위원장, 노인회장, 이장 그런 사람들한테 현찰 주는 건 죄가 형성되는데 일반 주민들한테 주는 건 법적으론 아무 죄가 안 된대.”
지난 3월22일 구만리 골프장 반대 대책위원장과 주민들이 골프장 부지를 둘러보고 있다. 홍천/김명진 기자
1천만원을 받은 주민 가운데 12명은 원하레저 쪽에 돈을 돌려주려고 했지만 받지 않았다. 결국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돈을 공탁했다. 대다수 1920~30년생인 할머니, 할아버지들이었다. 2008년 공사가 시작되면서 주민들과의 대치가 시작됐다. “용역 애들이 100명 넘게 들어왔는데 대치하다가 주민 두 명이 119구급차에 실려 가고, 헬기에 한 분이 실려 가고 그랬지. 연세가 많으신 분들인데 용역 이삼십대 애들이 평지도 아니고 산에서 막고 그러니까 굴러떨어지고 의식 잃은 노인들도 나오고. 채증하고 그랬어야 하는데 현장에서 카메라도 뺏기고. 치료비는 동네 돈으로 다 물어줬어.”(반경순씨)
원하레저는 2008년 8월 사업자 쪽이 벌이는 지하수·지질 조사를 저지했다는 이유로 주민 43명을 업무방해죄로 한꺼번에 고발했다. 그해 11월에는 사업 방해를 하는 주민들 때문에 주야간 경비용역업체 970명의 경비용역대금 2억4007만5천원을 지출했다며, 주민 9명을 상대로 11억98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당한 주민들의 재산을 가압류했다. “주민들 업무방해로 받은 벌금은 콩을 공동 경작해서 내고, 강원도 시민단체에서도 도와주고. 업체가 11억9800만원 손해배상 소송 낸 것은 나중에 판사가 몇천만원으로 줄여서 그 벌금도 냈어요.”
강원도청은 2008년 6월 골프장을 조성할 수 있도록 토지 용도를 농림지역 및 관리지역에서 계획관리지역으로 변경하는 ‘홍천 군관리계획 결정’을 고시했다. 이 과정에서 산지를 개발할 때 통과해야 할 ‘입목 축적 조사’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수목 밀도를 뜻하는 입목 축적 조사를 해야 산지 개발 행위 허가가 날 수 있는데, 조사 방법이 허술했다. 2009년 9월 국정감사에서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입목 축적 조사에서 벌목 내용이 누락돼 있는 등 관계 공무원의 업무처리 소홀에 따른 징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9년 12월, 산림청이 재조사를 시작했다.
부실한 환경영향평가와 주민들의 반대로 갈등을 빚어온 구만리 골프장에 대해 강원도는 2014년 2월 인허가 직권 취소 결정을 내렸다. 8년간 처벌을 받으면서 맞선 주민들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사업자인 원하레저가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서 내용이 부실해 이 평가서를 토대로 내린 사업계획 승인도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덕흠 의원이 2012년 충북 보은·옥천·영동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 가족이 운영하는 구만리 골프장 반대 운동이 힘을 얻은 이유도 작용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홍천에만 골프장 9곳이 강원도청으로부터 인허가를 받으면서 농민들은 자신들의 땅을 잃어야 했다. 9곳 가운데 8곳이 영업 중이고, 나머지 1곳은 공사를 진행 중이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은 골프장을 공공·문화체육시설로 규정해, 민간 건설업자들도 토지 소유자 80%의 동의를 받으면 나머지 소유자들의 집과 땅을 강제수용할 수 있었다.
지난 3월22일 강원 홍천군 북방면 구만리 골프장 부지에 가림막이 설치돼 있다. 홍천/김명진 기자
“(홍천 북방면) 밭치리에 골프장 조성되면서 사람들이 그 마을에서 다 쫓겨났지. 읍내 가서 사는 사람도 있고. 병문(가명) 형은 밭치리를 떠나 경북 봉화로 갔다가 지금은 횡성 공근면으로 떠났다고 하던데. 그렇게 돌아다니면 돈 다 까먹지. 골프장 강제수용할 수 있는 근거가 소유자 동의 80%니까, 누구를 8로 만들고, 누구를 2로 만드느냐는 심리 싸움 같은 거거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사실 여기도 마을 분위기가 예전 같진 않아.”(반경순씨)
헌법재판소는 2011년 6월 골프장 조성을 위해 토지 강제수용권이 행사될 수 있도록 규정한 국토계획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공익적 사업이라고 볼 수 없는 골프장까지 무분별하게 수용할 수 없도록 위헌적인 행사를 막아선 것이다. 박 의원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아내가 하는 사업을 다 알지 못한다. 골프장 용지는 이미 팔려고 부동산에 내놨다고 들었다. 지나간 일인데 왜 자꾸 사람을 괴롭히느냐”며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박 의원 아내 최아무개씨는 2008~2014년 벼와 잡곡, 묘목, 가시오가피 등을 재배하겠다고 강원도 홍천군 북방면 원소리와 구만리 일대 농지 13만515㎡를 매입하면서 ‘농업 경영’ 목적으로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발급받았다. 이 밖에 제주도 서귀포시 서홍동 과수원 3382㎡를 매입하면서 2002년에도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았다. 2002년 발급 당시 농지취득자격증명에 적힌 최씨의 주소는 ‘서울 강남구’였다.
■ 2018년 12월: 충남 서산까지 밀려난 평택 농민들
지난 1일 오전 경기 평택시 고덕 신도시에서 택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평택 전역에서 신도시 등이 진행되면서 마을 100여곳이 사라졌다. 평택/김명진 기자
지난해 12월27일 만난 고주은(73)씨는 홀로 전기장판 위에 앉아 있었다. 추운 날이었지만 방에 보일러가 들어오지 않았다. 38년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해창3리에서 1천평의 논에 쌀농사를 지었다. 고덕면 일대에 13.4㎢ 면적의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그는 2014년 집을 수용당했다. 1억원 남짓의 보상비를 받고는 마땅히 갈 곳이 없어서 평택시 안중읍 안중리로 이사 왔다. “보상비를 받고 간신히 이걸 산 거야. 돈이 적으니까 그 근방으로 이사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평택) 방축리, 신대리도 가고 꽤 댕겼지. 이미 다 오른 거야. 처음에는 여기가 무지하게 멀리 온 것 같아서, 아주 진짜 마음이 없었는데. 이제 뭐 후회해도 소용없고 꼼짝없이 이렇게 사는 거지.”
신도시가 조성되면서 인근 농지는 값이 뛰어버렸다. 농사를 짓지 않는 외지인들이 마구 사들였다. 신도시가 조성될 때 땅을 수용당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동네 주민들과 함께 반대 운동을 했다. 처음에는 다 같이 반대 운동을 했지만 한 사람, 두 사람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땅을 수용당하고 떠나갔다.
“처음엔 탱크 같았지. 시름시름 사람들 마음이 자꾸 변하는 거야. 이사 가겠다는 사람도 생기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슬금슬금 없어지고. 옆 동네 망가지는 것도 봤지. 보상비 문제 때문에 찔러 죽이고. 아들이 아버지를? 아닌가? 형제간인가? 살인이 났다고 하더라고. 보상비 서로 갖겠다고. 2013년도인가 그렇게 들었어. 아이고, 돈 때문에 동네가 전쟁터가 된 거야.”
그도 이삿짐을 쌌다. 그는 자신이 떠난 마지막 고향 마을이 가끔 꿈에 나타난다고 했다. “오늘 한 집, 내일 한 집 그렇게 떠나고 떠나보내면 말이야. 포클레인까지 들어와서 먼저 산 것(집)들을 헐잖아. 그 얼마나 보기 싫어? 개판이 되고. 빈집이 마을에 자꾸 보이니까 보기 싫더라고. 아주 보기 싫어. 밤에도 나가기 싫어. 점점 다른 동네 같고 서먹해지는 거야. 할 수 없이 이사 가자고 마음을 먹었어. 좀 늦게 나왔지, 다른 사람보다. 그런데 말이야. 지금도 꿈을 꾸지. 거기서 사람들과 놀던 꿈. 여기선, 여기에서 일어난 일들은 꿈에 나오지 않아.”
평택 신도시 조성으로 고향 등져
처음엔 반대하던 동네주민들
한사람씩 변하더니 ‘돈 전쟁터’로
이주딱지 받았지만 생활고에 팔아
멀리 이사 뒤 “밤마다 고향마을 꿈”
미군기지에 농토 수용 ‘원정 농사’
보상금으로 땅값 싼 서산에 농지 사
2시간30분씩 운전해 10년간 오가
“이자도 갚기 힘들어 재작년 포기”
수용 과정에서 경제적 양극화
대농지 보유자는 부자 되는 반면
땅값 올라 농지 살 수 없는 농민
타지로 떠나 살다 결국 빈민 전락
그는 집을 수용당하고서 이주자 택지를 받았다. 고덕 신도시가 조성되면 토지를 일반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일종의 권리로 ‘딱지’라고도 불린다. 그러나 논과 밭을 수용당한 뒤 마을을 떠난 주민 가운데 일부는 생활고 때문에 ‘딱지’를 헐값에 팔아넘기기 시작했다. 고씨도 6천만원에 이주자 택지 권리를 투자자에게 넘겼다. 이후 위치가 좋은 이주자 택지의 경우 딱지가 8억원대까지 치솟았다. “지금 생각하면 억울해 죽지. 이렇게 오를 줄 알았으면 갖고 있었을 텐데 마을 사람들이 같이 팔자고 해서. 촌놈이 6천만원 준다니까, 그 돈이 좀 많아? 나중에 마을 사람들끼리 쓸데없이 싸움이 붙었어. 너 때문에 팔았다고 서로 탓하면서.”
그는 종일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 아내는 가끔 새로 이사 온 마을의 회관에도 가지만 그는 여전히 이곳이 낯설다. 이사 온 첫해엔 38년간 살던 해창리 마을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젠 서로 뿔뿔이 흩어져 연락이 닿지 않는다. “이사 오고 첫해에 서너명은 자주 만나서 술 한잔씩 먹었지. 이제는 전화를 안 하는데 나만 자꾸 할 수가 없으니까. 또 돈이 들잖아. 만나면 오륙만원씩.”
그는 여전히 살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아이고, 말하면 뭐해. 거기선 좋았지. 여름에 논에서 고생해도 겨울에 놀고 서로 술도 한잔씩 하고. 작물은 말이야. 주인 발소리 듣고 자란다고, 매일 돌아봐야 잘 자란다고 하잖아. 매일 나가서 내 땅을 돌고 들어오고. 그게 얼마나 마음 편하고 좋아? 저기에 내 땅이 있다는 생각.”
그는 고덕면에서 살던 시절을 생각하며 잠시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전깃불도 켜지 않은 채 전기장판 위에 앉아 하루해가 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하루가 안 간다고, 하루가. 날이나 따뜻하면 다니겠는데 집에만 이렇게 처박혀 있는 거지. 빨리 봄이 왔으면 좋겠어. 자전거도 타고.”
지난 1일 경기 평택시 서정동 일대에 자리한 부동산 상가들. 고덕 신도시 분양권과 이주자 택지 권리 등이 매매된다. 평택/김명진 기자
평택은 고덕 신도시를 비롯해 미군기지 이전, 민간개발 방식의 택지 개발이 대거 이어지면서 농촌이 사라져갔다. 평택문화원은 2014년부터 없어진 농촌 마을 100여개를 대상으로 ‘평택의 사라져가는 마을’ 보고서를 발간해오고 있다. 사라지는 마을 주민들의 구술사와 현장 탐방을 담은 책이다. 토지를 수용당하는 과정에서 고씨처럼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하지만, 넓은 농지를 보유한 농민들의 경우 보상비를 많이 받아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도 한다. 한마을에 어울려 살 때는 체감하기 어려웠던 경제적 양극화가 벌어진다.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토지 수용 전문’ 변호사들이 마을에 들어와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한 필수 지식’을 농민들에게 강의하거나 일부 농민은 도시민들처럼 땅 투자에 뛰어든다. 고덕 신도시로 토지를 수용당할 때 농민대책위원회 사무장을 맡았던 이근덕씨를 만났다. “수용되고 몇년이 지나니까 농민 가운데 일부가 빈민으로 전락하시는 게 눈에 보여요. 자기 집을 소유하셨던 분들이 전세로, 다시 월세로. 농촌하고 도시는 삶이 다르잖아요. 도시는 그야말로 돈이 없으면 낭떠러지로 떨어지니까요. 땅이 수용되지 않았으면 마을회관에서 밥 먹고 어울려 사셨을 텐데 다들 아파트나 빌라 같은 곳에 혼자 들어앉으니까 외롭고 힘들어서 그런지, 치매 오신 분들도 많이 생겼고요.”
농사를 짓고 싶은 농민들은 더 값싼 땅을 찾아 떠난다. 평택 팽성읍 대추리에 살던 김영식씨는 미군기지가 들어서면서 땅을 수용당한 뒤 받은 보상금으로 2007년 충남 서산 농지를 샀다. 화물 트럭을 몰고 하루 왕복 2시간30분을 운전해 쌀농사를 지으러 서산으로 다녔다. “재작년에 그만뒀어요. 그냥 뭐 힘들게 일만 한 거지. 간척지라 땅에 하얗게 염분이 올라와서 농사가 잘 안 되었어요. 평택에서 땅을 수용당한 사람들이 꽤 서산에 갔거든요. 지금도 농사짓는 사람이 일부 남아 있고요. 몇년 하다가 나이가 70대가 되니까 운전하기가 버겁고 농사지어봐야 쌀값이 싸잖아요. 땅 사면서 빌린 이자 갚기도 힘들었어요.”
도심의 특정 지역이 주목을 받으면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기존 거주자 또는 임차인들이 내몰리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에서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다. 인천과 경기도 농민들은 개발되는 과정에서 비싼 농지 값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나는 농촌형 젠트리피케이션을 겪고 있었다.
■ 2019년 1월: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 조성 중인 밀양
지난 1월22~23일 찾아간 경남 밀양시 부북면 후사포리,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원 아내의 밭은 버려지다시피 한 상태였다. 잡풀이 나무처럼 우거져 걸을 때마다 옷에 도깨비풀이 엉겨 붙었다. 신공항 유치 바람이 불면서 땅값이 뛴 밀양은 2016년 사업이 전면 백지화되며 주춤해졌다. 2017년 7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산업단지 계획승인을 받아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성 중인 밀양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는 현재 56.6%의 토지 보상이 완료됐다. 2021년 12월 국가산단 조성이 완료된다. 산업단지가 조성되는 과정에서 땅이 수용돼 보상비를 받은 농민들이 다른 농지를 사는 ‘대토’를 하는데 이런 작용으로 농지 값이 다시 뛰어오른다.
산업단지가 들어설 예정인 감천리 마을도 주민들 간에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분위기는 어두워 보였다. 산업단지 조성을 찬성한 농민 집에 들어갔다가 욕만 한 바가지 듣고 쫓겨났다. 도시와 달리 시골길을 아무리 걸어도 농한기에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드넓은 논 사이에 드문드문 자리한 집들을 지나 소를 키우는 농민 석아무개(62)씨 집을 찾아 걸었다. 석씨는 옆에 남편이 함께한 자리에서 사과를 깎아서 내놓았다.
“여기 논을 수용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한평당 38만~42만원 준다네. 그 돈을 갖고 다른 데서 살 수가 없지. 밥도 못 먹겠고 신경성 식도염이 올라오는 거야. 이사가야 하는데, 어디를 가긴 가야 하는데. 집에 모시는 할머니가 계셔서 고층 아파트는 못 가고 단독주택으로 가려고 하면 비싸고. 나도 산업단지 찬성해. 청년들 일자리도 늘겠지만, 우리가 살아갈라 카이 농사지을 데가 없는 거야. 안 돼, 이건.”
석씨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틀간 밀양 부동산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느낀 농지 값은 저렴하지 않았다. 길이 붙어 있지 않아 개발 행위가 어려운 ‘맹지’에다 농사짓기에 척박한 땅도 평당 50만원을 넘었다. 석씨가 막막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석씨도 토지 보상가를 놓고 한국토지주택공사에 이의 신청을 생각해보았지만 이길 수 없는 싸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여기서 소 30마리 키우는데 이제 팔아야겠지. 한목에 내버리면 싸게 쳐줄 테니까 한마리씩, 또 한마리씩. 다른 축사로 이사 가려고 해도 문제가 뭐냐면, 축사는 허가가 잘 안 나요. 허가를 받아도 주변 사람들이 냄새난다고 민원이 들어가니까. 이미 축사를 해온 다른 자리에 들어가려니까, 우리는 축사로 먹고사는데 다른 축사 자리를 알아보니 얄궂은 것도 7억원씩 하니까. 그럼 나는 축사도 접어야 해. 우리 동네 주민들이 순진해. 처음에는 관광버스를 타 갖고 청와대에 가자, 이 이야기가 나왔어. 작년 여름에. 근데 아무것도 못 했어요.”
국가산단 조성되는 밀양 부북면
주민들 찬반 나뉘어 분위기 삭막
보상금 적어 인근 농지도 못 사
“어디서 생계 유지하고 살아야 하나”
신도시 기습 발표된 인천 계양
투자자들이 농지 절반 이상 보유
농사 포기할 수밖에 없는 농민들
“농기계·시설재배 대출금 상환 막막”
일부는 전라도까지 내려갈 생각도
그는 토지를 강제수용당하면서 물어야 할 양도세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우리 땅과 집을 수용하면 양도세를 안 낸다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그마저도 세금 낸다고 하는 거야. 팔고 싶지도 않은 이 땅을 강제수용당하면서 양도세까지 물게 생겼다고요.”
마을에는 ‘경작 금지’ 팻말이 붙어 있었다. 봄철 농사를 준비하고 있어야 할 2월에 아무것도 못 하고 있다고 석씨는 한탄했다. “땅 수용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 난 다음에 신경을 썼더니 각막이 갈기갈기 찢어졌어요. 하루는 갑자기 머리가 깨지고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은 거예요. 눈이 안 보여. 병원에서 신경성 스트레스라고 하더라고. 밀양에선 치료가 안 된다고 해서 양산 부산대병원에서 3개월 치료를 받았어요. 축사를 턱 하고 (앉아서) 보면, 허전하고 이상한 마음이 들고 이사 가려고 하니까….” 석씨는 눈물을 글썽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 2019년 2월: 제3기 신도시 발표에 농기계 대출금 걱정
인천 계양구 동양동 일대에 세워질 예정인 ‘계양 신도시’. 농지가 강제 수용될 위기에 처한 농민들은 벌써부터 시름에 잠겨 있다. 인천/김명진 기자
정부는 지난해 12월19일 인천 계양구, 경기도 남양주와 하남에 ‘3기 신도시’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인천 계양구 동양동, 귤현동, 상야동 등에 조성되는 계양 신도시는 2021년부터 주택 공급을 시작한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해 발표한 주택 공급 계획에 이곳에서 농사를 짓던 농민들은 망연자실했다. 지난 2월2일 만난 동양동 영농회장 정운학(67)씨는 다른 농민들과 대책회의를 하고 오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신도시가 되리라고 상상도 못 했어요. 이 동네에서 태어나서 하늘 보고 땅만 보고 그렇게 살아왔어요. 농사 외에는 다른 생각을 못 했어요. 국토부가 기습적으로 신도시 발표하면 농민들은 이렇게 불이익을 당해요. 정부는 한편으로 귀농, 귀촌을 장려한다고 지원금을 준다는데 정반대에서는 이렇게 쫓겨나는 현상이 일어난다고요. 과연 어디로 가서 남은 생애를, 생계를 유지하고 살아야 할지 길이 막막해.”
정씨는 계양 신도시로 예정된 농지를 투자자들이 절반 이상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사를 짓지 않는) 관외 지주분들이 원주민보다 훨씬 많아요. 많게는 70%까지. 먼 미래를 내다보고 땅값이 오르리라고 생각하고 땅에 돈을 묻어둔 사람들이죠.” 이제 땅이 수용되면 농사를 지을 수 없는데, 대출금으로 마련한 농기계 처리를 두고 골치가 아프다고 했다. “트랙터, 콤바인, 건조기, 이앙기 4대 갖고 있는데 다 농협에서 대출받아 산 거예요. 3억인가 주고 샀어요. 이거 팔아도 중고차처럼 절반도 못 받을 거예요. 고물값이죠. 다른 농민들 상황도 다 비슷해요. 저는 쌀농사를 짓는데 비닐하우스 같은 시설 재배는 투자 비용이 더 많이 들어요. 그분들 만나면 다들 대책이 없대요.”
일부 농민들은 벌써 인천을 떠나 전라도 쪽으로 농지를 알아보고 있다. “수도권 근방에 이제 농지가 없어서 갈 데가 없어요. 말도 못 하게 주변 땅값이 들썩대서. 지금 다른 지방, 전라도, 경상도로 내려가야 하는데 고향을 등지고 정착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농민은 어떤 일을 겪어도 신문에, 방송에 나지 않아. 이게 힘없는 사람들의 현실이죠. 이 나이 먹고 어디 가서, 객지 가서 사는 게 쉽지 않잖아요. 농사는 여기서 끝이 난 거예요. 이게 세상살이인 건가,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들(농지 투자자들) 생각이 맞았던 거지. 살다 보면 언젠가 땅값은 오른다는 거.”
세번의 계절이 바뀌는 동안 만난 농민 12명의 이야기는 농사를 짓지 않는 가짜 농부들이 왜 농지를 매입해선 안 되는지를 절실히 드러냈다. “땅이 수용되는 게 아니라 삶이 수용되는 것 같았다.” 자기 땅을 수용당한 평택 농민의 말이다.
인구가 감소하고 산업 구조가 바뀌는 과정에서 농지 또한 신도시 등의 다른 용도로 전용이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십년 살아온 농촌 마을을 떠나, 이방인으로 새 삶을 개척해내야 하는 농민에 대한 국가의 배려는 부족해 보였다. 비농업인들이 투자 목적으로 개발 예정지 주변 땅을 사들이느라 값이 덩달아 상승한 농지를 농민들은 손에 쥘 수 없었다. 허위로 작성된 농업경영계획서로 손쉽게 취득한 봄날의 밭과 논은 잎이 돋지 않는 잿빛이었다.
홍천 평택 밀양 인천/박유리 기자 nopimuli@hani.co.kr
차명진에게
자식이 죽으면 말이야
나의 피 같고
눈 안에 도는 눈물 같고
내 복숭아뼈 같은
그 자식이 죽으면 말이야
꿈에서라도 잠 자다가도
내 자식을 회 처먹고 내 자식을 찜 쩌먹고
내 자식을 뼈까지 발라먹으려는
그 짐승 새끼들이
더는 못 해치게 지키고 싶은 것이야
이렇게 벚꽃 흩날리는 4월이면
소름이 피부가 된 계절이면
그 죽은 자식들이 살아 돌아와서
물에서 걸어나와서
며칠씩 베갯머리에서 자고도 가는 것이다
짐승 새끼들도 그러는 것이다
그 주둥이를 닥치라
그 손가락을 부러뜨려라
짐승이 아닌 사람이라면 네가,
짐승 새끼가 아닌 사람 새끼라면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됐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박진성 시인이 세월호 유가족 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보내는 시를 썼다
트럼프, 북한에 대한 '완승' 전략으로는 역사 못만든다
윌슨의 '승리 없는 평화'와 트럼프의 '빅 딜'
세계외교사에 이름을 남긴 외교의 거장들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외교 전략과 전술에 능해 국가의 이익을 적극 실현한 인물들이다. 나폴레옹 전쟁 이후 19세기 유럽질서의 토대를 마련한 오스트리아의 재상 클레멘스 폰 메테르니히, 19세기 후반 현란한 비밀동맹외교로 프로이센의 안보를 확보한 오토 폰 비스마르크, 1970년대 새로운 세계질서를 만들어 내면서 미국의 국익을 최대화하려 했던 헨리 키신저 등이 대표적이다.
다른 하나는 새로운 외교이념과 시대적 과제를 제시한 인물들이다. 집단안보체제라는 새로운 개념을 바탕으로 국제연맹을 창설한 우드로 윌슨, 유엔의 역할을 단순한 '평화 관리'가 아니라 '평화 창출'로 설정하고 세계를 누빈 제2대 유엔사무총장 다그 함마르셸드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 가운데 윌슨은 1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면서 들고 나온 '14개 조항'으로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특히 '14개 조항'에 포함된 민족자결주의는 우리의 3.1운동에도 많은 영향을 주었다.
윌슨은 1차 대전 참전여부를 고민하던 1917년 1월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제목은 '승리 없는 평화'(Peace without Victory). 연합국이 전쟁에 이기더라도 패전국을 완전히 굴복시켜서는 안 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완승은 장기적 평화를 어렵게 한다는 것이 논거였다. 참전하면 승리해야 하고, 나아가 항구적인 세계평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데, 그 방안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찾아낸 답의 일단이었다.
비슷한 사고는 윌슨과는 결이 다른 외교 거장 비스마르크에서도 발견된다. 독일통일을 위해 1864년 덴마크와의 전쟁에서 이긴 다음, 프로이센은 1866년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했다. 뛰어난 군사전략가 헬무트 폰 몰트케 덕분에 한 달 만에 승세를 굳혔다. 오스트리아 수도 빈에 진격해 쑥대밭으로 만들 수도 있었다. 군부 지도자들은 그러자고 했다. 왕 빌헬름 1세도 동조했다.
하지만 재상 비스마르크의 생각은 달랐다. 오스트리아를 완전 굴복시키면 원한을 남기게 되고, 다음 전쟁 상대인 프랑스를 칠 때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군의 후미를 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군부와 왕을 설득해 빈 공격을 막았다. 덕분에 5년 후 프랑스와의 전쟁(보불전쟁)에서도 승리해 독일 제2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목하 빅딜을 고집하고 있다. 국가안보보좌관 존 볼턴을 위시한 빅딜론자들의 주장을 들을 때면 위의 두 사례가 겹쳐 떠오른다. 북한이 핵무기, 핵물질, 핵시설, 다른 대량살상무기(WMD)까지 모두 폐기하면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는 게 빅딜의 개요이다.
▲ 지난 2월 28일(현지 시각) 베트남 하노이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이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PA=연합뉴스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이 중간단계에서 일부 제재 해제의 가능성을 언뜻언뜻 비추기도 하지만 명료한 것은 없다. 윌슨·비스마르크의 '승리 없는 평화'와는 대척점, 즉 '승리 있는 평화' 또는 완승전략이다. 완승은 불신과 적대감을 배태하는 길이고, 장기적 평화와는 반대의 길임을 잊고 있는 것이다.
최근 북한의 반응은 트럼프 행정부의 완승전략이 장기적 평화는커녕 당장의 협상타결도 얻기 힘들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 북한은 최근 농업과 수산업의 발전을 강조하면서 자력갱생과 자립적 민족경제의 구호를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외치고 있다. 러시아와의 정상회담도 열어 북-중-러의 북방 삼각관계를 강화하려는 모양새다. 미국과의 장기 교착에 대비하고 있는 것일 게다.
미국은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온건보다는 강경파가 힘을 더 얻을 공산이 크다. 대외정책에 관한 한 유화적인 주장보다는 강한 정책이 대중영합적이고 표를 모으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보면 지금의 미국 입장은 '빅딜 아니면 안 된다. 빅딜에 응하든지 아니면 내년 대선 이후에 보자'라고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
트럼프가 3차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얘기하는 것은 본인이 원래 주장했던 '기존 정치세력과 다른 접근을 통한 핵문제 해결', 즉 김정은과의 담판을 통한 비핵화의 가능성은 남겨두어, 미국인들로 하여금 새로운 것에 대한 기대는 계속 갖고 있도록 하고자 하는 전략일 것이다. 그만큼 3차 북미 정상회담의 가능성은 낮아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트럼프의 거장 욕구다. 세계외교의 거장들이 했던 것처럼 완승보다는 항구평화의 길을 찾아 노벨평화상도 받고 세계외교사의 한 페이지도 장식하고자 하는 욕심을 발휘해주면 좋겠다. 그렇게 되면 미국이 두 단계건 세 단계건 단계를 나누어 비핵화하는 협상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협상의 기본을 상기하는 것이다. 협상의 기본은 상호신뢰다. 신뢰는 반복적인 주고받기 속에서 생긴다. '얼마를 주니까 얼마가 돌아오더라'라는 경험이 신뢰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북미는 지난 70년 간 불신을 쌓아왔다. 그래서 깊은 신뢰가 필요한 빅딜은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고, 불신을 신뢰로 바꾸어 가는 작업은 필수불가결이다. 그러자면 작은 규모라도 주고받기가 반복적으로 진행되는 과정이 급선무이다. 그런 연후에야 '빅 딜'(Big Deal)이건, '패키지 딜'(Package Deal)이건, '그랜드 바겐'(Grand Bargain)이건 비로소 가능하지 않겠는가. 안문석 전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프레시안 4.20
밀 가격 32% 내렸는데, 밀가루 가격은 10% 올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국제 곡물 가격 하락이 최종소비자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27일 발표했다.
이는 지난 8년간 국제 곡물 가격 추이를 한국 수입가격, 1차 가공식품 가격과 비교 분석해 내린 결론이다. 물가감시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국제 소맥(밀) 가격은 지난 2011년보다 30% 하락했지만, 1차 가공식품인 밀가루 출고 가격은 14% 하락에 그쳤다. 최종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10% 상승했다.
설탕을 만드는 국제 원당 가격도 같은 기간 55% 하락했지만, 1차 가공식품인 설탕 출고 가격은 34% 내렸으며, 소비자가격은 3% 하락했다. 또 같은 기간 국제 대두(콩) 가격은 28% 하락했지만, 가공식품인 콩기름·식용유 등 소비자가격은 3% 하락에 그쳤다.
물가감시센터는 "국제 곡물가 하락이 최종 소비자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다. 소비자는 원재료 가격하락에 대한 혜택을 거의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맥을 원료로 가공식품을 만드는 식품회사의 매출원가율은 낮아졌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올랐다"며 "합리적 가격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소비자 후생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 식품회사 관계자는 "라면의 경우 밀 차지하는 비중이 20% 정도"라며 "원자재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인건비 등 제반 비용이 올라 가격을 인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세월호·위안부' 정보공개, 2심서 줄줄이 좌절된 이유
1심 '사실판단'에 비해 단순한 2심 논리
재판부도 충분한 자료 없이 소송 진행…모호한 법익 비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 (사진=박종민 기자)
"우리(한국)에게 직접적인 의사표시는 안 했지만 일본 내에서 (한일 합의 내용 공개에 반대하는) 성명을 내거나 기자회견을 했다거나…. 그런 것이 있다고 해야 피고(외교부)는 유리할 테니 잘 알아보세요. 알겠죠? 일본 정부 내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도 다 밝혀주세요. 중요할 수 있어요."
지난달 7일 서울고법 행정3부의 문용선 부장판사는 피고 측인 외교부에 이같은 지침을 일러줬다. '한·일 위안부 협상' 관련 정보 공개 소송의 마지막 변론 기일이었다. 정보 비공개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낸 원고 송기호 변호사는 이날 일본군 성노예(위안부) 생존자인 길원옥 할머니가 직접 쓴 호소문을 제출했다. 외교부 측은 비공개 서류를 노란 봉투에 담아 이날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리고 지난 18일 재판부는 정보 비공개 처분이 타당하다고 판결했다. 비공개 처분을 취소하라고 했던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송 변호사가 청구한 정보는 2015년 12월 한일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일본이 '강제연행' 사실을 인정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당시 한일 협상은 일본 정부가 법적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음에도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합의 문구가 포함돼 논란이 됐다. 이에 송 변호사는 당시 협의 중 '군의 관여', '성노예', '일본군 위안부'라는 용어를 어떻게 채택하고 사용키로 한 것인지 언급된 문서를 공개하라고 청구했다.
1심 재판부는 제1~12차 한일 국장급 협의와 2014년 8월과 12월 비공개 한일 국장급 협의 전문을 제출토록 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비공개 대상 정보여도 사건 심리를 위해 재판부에만 비공개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당시 법원도 관련 자료 전문을 비공개로 제공하라고 석명준비명령까지 했지만 외교부는 일부만을 제출했다.
이에 1심 재판부는 "부분적으로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일본 정부가 어떤 식의 '군의 관여'에 대해 사죄를 하고 지원을 한다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며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번 2심 재판부는 외교부가 마지막 변론 기일에 비공개로 제출한 서류가 기존과 다른 것이었는지, 이번 판단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 등을 전혀 밝히지 않았다. 2심 판결문은 "이 사건 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침해되는 국민의 이익(알권리 등)이 정보공개로 해칠 우려가 있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보다 크지 않다"며 두 법익을 단순 비교하는데 그쳤다.
특히 1심이 비공개로 받아본 자료를 토대로 사실판단에 힘을 쓴 것에 비하면 2심은 재판부의 주관과 추측이 비교적 많이 개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판부는 "'군의 관여'라는 표현이나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양국에서 민감한 사안이어서 나름대로 심사숙고와 조율을 거쳐 채택된 표현으로 보인다"며 "그 의미는 표현된 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원고의 주장을 배척했다.
국가의 정보 비공개 처분에 대한 2심 법원의 보수적인 태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의 '문건 목록'이나 '한일 군사정보 보호협정 협상과정' 관련 자료에 대한 공개 청구도 1심에서는 받아들여졌다가 2심에서 모두 뒤집혔다.
해당 사건들의 1심 판결문에는 원고들이 청구한 정보가 정보공개법상 '비공개 대상 정보'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등에 대해 사실 판단이 주로 이뤄졌다. 반면 2심 판결문에는 "피고(정부)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외교적 신뢰 관계에 심각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언급이 포함되는 등 '국익'을 근거로 한 피고 측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청와대의 세월호 문서와 관련해서는 '대통령 지정기록물 제도'의 입법 취지와 법적 안정성이 우선 고려됐다. 해당 재판에서도 정부 측은 재판부에 지정기록물 관련 자료를 비공개로도 대부분 제공하지 않았다. 비슷한 소송들이 사실판단보다는 알 권리와 국익의 두루뭉술한 비교·판단으로 흐르게 되는 요인이다.
세월호·위안부 관련 정보공개 소송을 진행한 송 변호사는 "외교 분야의 비밀·특수성을 인정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켜야 할 법치주의와 인권 보호 등의 부분에 대해 다뤄졌다면 좋았을 것"이라며 "소송 당사자로서 승패를 떠나 판결 내용은 매우 아쉽다"고 말했다.
jdu@cbs.co.kr CBS노컷뉴스
‘세월호 진실·책임자 처벌’ 조선·중앙은 잊은 이슈
세월호 5주기 보도 비교… ‘특조위 방해’ 공직자 살핀 경향, 참사 피해자 목소리 집중한 서울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일부 언론에겐 잊힌 이슈다. 5주기를 앞둔 유족들이 최근 1주일 간 집중 여론전을 폈음에도 조선·중앙일보에서 ‘진상규명’ 단어는 단 한 차례 발견됐다.
미디어오늘이 지난 8일부터 16일까지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세월호 참사 관련 지면기사(사진기사 포함)를 살펴본 결과 중앙일보가 3건으로 최소 보도량을 기록했다. 조선일보는 4건으로 차순위를, 동아·세계일보는 9건으로 뒤를 이었다. 경향은 28건, 서울신문은 25건, 한겨레는 22건, 한국은 13건, 국민일보는 12건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 보도 공통점은 ‘추모’는 자주 언급되지만 진상규명·책임자 처벌 문구는 거의 볼 수 없단 점이다. 이 문구는 두 매체 보도 7건 중 4월16일 중앙일보 10면 기사 “‘더는 슬프지 않은 봄을 위해’ 팽목항 추모객들 유채꽃 뿌려” 마지막 단락에서 유일하게 나온다. 보도 대부분은 참사 5주기 관련 행사 소식을 다룬 기사다.
▲ 4월 8~16일 세월호 참사 관련 조선일보 지면 기사(위)와 중앙일보 기사. 피해 유족이 주장하는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은 빨간색 박스 표시친 부분 안에서 발견된다.
보도량 상위 5개 매체는 다양한 쟁점을 실었다. 경향신문은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 활동을 고의로 방해한 공직자를 집중 조명했다. 서울동부지법은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정무수석, 안종범 전 경제수석,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 및 윤학배 전 차관의 직권남용 혐의를 심리 중이다. 이들은 2015년 1월 세월호특별법이 통과한 직후부터 “위원회 설립 준비 원점 재검토”와 ‘조직축소’를 강구했다.
재판에선 “어쩔 수 없었다”는 증언이 반복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특조위 방해·감시 지시를 받은 해양수산부 공무원들 증언을 전하며 무책임함을 꼬집었다. 경향은 “상급자가 현저히 부당한 직무수행을 할 때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공무원 행동강령은 안중에도 없다”며 해수부 공무원들을 처벌만 피한 공범이라 불렀다.
재판받는 전 고위공직자 5명은 “폭탄 돌리기” 중이다. 조윤선 전 장관은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에, 전 해수부 장·차관은 청와대에, 이병기 전 실장은 전직자 김기춘 전 비서실장에게, 안종범 전 수석도 전직자 현정택 전 수석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 세월호 참사 5주기 1주일 전인 4월 8일부터 16일까지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지면기사 검색 결과. 디자인=이우림 기자
5개 매체 모두 유가족들이 왜 아직도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주장하는지 맥락을 실었다. 침몰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참사 당시 청와대, 해경, 국군기무사령부 등 정부기관의 진상규명 방해와 은폐 개입 등도 전모가 드러나지 않았다. 새로운 ‘팩트’는 지금도 드러나고 있다. 지난 15일 기소된 전 기무사 참모장은 2014년 4~7월 부대원들에게 세월호 유족의 신상정보는 물론 인터넷 물품 구매 목록, 당적까지 사찰하라 지시했다. 박근혜 정부 때 경찰청 산하 정보경찰들은 특조위 활동을 방해하기 위한 정보보고 문건을 2년간 작성해 보고했다.
‘2기 특조위(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최근 해군과 해경이 보유한 세월호 CCTV 녹화 영상에 다른 점이 있다며 정부기관이 조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중간 결과를 냈다. 그러나 참사 책임으로 형사처벌된 정부 관계자는 김경일 해경 123정장 뿐이다. 4·16연대와 4·16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는 지난 15일 ‘처벌 대상 18명 1차 명단’을 공개하며 수사·처벌을 촉구했다. 경향·국민·서울·한겨레·한국일보가 보도했다.
지난 13일부턴 참사 피해자들의 관심 촉구 목소리가 집중 전달됐다. 경향은 13일 현재 광주에서 귀농수업을 받고 있는 ‘유민아빠’ 김영오씨를, 한국일보는 15일 4·16 가족극단 ‘노란 리본’의 단원고 피해자 어머니 5명과 생존자 어머니 1명을 만났다. 한겨레는 15일 5년째 팽목항을 떠나지 않는 ‘우재아빠’ 고영환씨가 수도하듯 나무 리본을 만들며 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전했다.
서울신문은 다양한 인터뷰로 참사 피해자를 향한 편견 해소와 위로를 실었다. 참사 직후 2년간 단원고 학생들 정신건강을 돌봤던 김은지 전문의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세월호 침몰 직후 전남 진도로 달려갔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생존자 A씨는 “당시 정부 대처는 삼풍 때보다 못했다”며 비방에 시달리는 세월호 유족에 “함께 아파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다”고 말했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이런 정부 없었다" 항의 들끓는다? 알고 보니 20여명
[주장] 청와대 청원 프레임 전쟁 도구로... 언론, 청원 내용과 인원 검증하고 인용해야
청와대 국민청원이 운영 2년 차를 맞이했습니다.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문재인 정부의 국정철학이 담긴 국민청원은 국민 여론을 형성하고 수렴하는 공론장의 역할을 했습니다. 청와대는 그동안 88건의 국민청원에 답변했습니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다수 여론이 소수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청와대의 권한을 벗어난 청원이 빗발친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또한, 언론이 청와대 청원을 정치적 도구로 이용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언론은 자신의 입맛에 맞는 청원 글만 골라 '국민 여론'으로 규정하고 자기주장의 근거로 활용했습니다. 이는 다양한 의견 중 특정 의견만 부각해 보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여론 조작'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언론은 청와대 청원을 인용하는 기준조차 없어 보입니다.
이에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언론의 청와대 국민청원 활용 실태를 조사했습니다. 모니터 방식은 이렇습니다.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기사 중 '청와대 청원'을 언급한 보도를 모두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중에서 인용 횟수가 높은 청와대 민원을 추리고, 원문과 보도내용을 비교 분석했습니다.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 언급 안 한 조선일보‧한국경제
우선 모니터 기간 내에 신문에 가장 많이 인용된 청와대 청원은 무엇인지 살펴봤습니다. 그 결과 특이하게도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차단 반대 청원'이었습니다. 이 청원내용은 신문 기사 18건에서 언급되었습니다. 다음으로 '공수처 신설 요구' 청원이 12건,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드루킹 사건 1심 재판 판사 탄핵 청원'이 12건, '고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 청원'이 8건, '강서구 아파트 살인사건 가해자 엄벌' 청원이 5건으로 인용 보도되었습니다.
올해 3월 '고 장자연 사건 수사 기간연장 및 재수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있었습니다. 서명인은 73만 8566명이었는데, 이 정도면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국민적 여론이 수렴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한국경제는 이 청원을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중앙일보는 1번 언급했는데, 27만 명이 서명한 'https 차단 반대' 청원을 8번 인용한 것과 비교됩니다. 언론은 '국민 여론'이라며 청원을 인용하고 있지만, 그 인용의 기준은 없어 보입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은 2019년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5개 종합일간지(경향신문?동아일보?조선일보?중앙일보?한겨레)와 2개 경제지(매일경제?한국경제)의 기사 중 "청와대 청원" 인용 횟수가 높은 청와대 민원을 추리고, 원문과 보도내용을 비교 분석했다. (자료 제공: 민주언론시민연합) ⓒ 김혜리
프레임 전쟁의 도구가 된 청와대 청원
2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불법촬영물의 유포를 막고 해외 불법 도박 사이트를 차단하는 SNI(Server Name Indication) 차단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그러자 일부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터넷 검열'이라는 주장이 나왔고 곧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졌습니다.
청원인은 "인터넷 검열의 시초가 될 우려가 있으며, 차단 정책에 대한 우회 방법 또한 계속 생겨날 것"이라며 반대 이유를 밝혔습니다. 청원이 20만을 넘자 이효상 방송통신위원장은 이번 차단이 불법 촬영물 유포 및 해외 도박 사이트를 막기 위한 것이라며 "성인이 합법적으로 무엇을 하든, 무엇을 보든, 국가가 관여해서도 안 되고, 관여하지도 않습니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청원의 서명인은 26만9180명으로 가장 많은 서명을 한 청원이 아닙니다. 그런데 이 청원 관련 보도는 18건으로, '공수처 설치 청원'(청원 동의자 302,856명)과 '드루킹 사건 1심 재판 판사 탄핵 청원'(청원 동의자 270,999명)보다 6건이나 더 많이 보도되었습니다. 서명인이 20만 명을 넘었다는 점에서 분명한 여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73만8566명이 서명한 장자연 사건 재수사 청원이 8건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유난히 많이 보도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청원' 관련 보도량이 이렇게 많은 데는 중앙일보의 영향이 큽니다. 조선·동아일보가 3건씩 보도한 데 비해서 중앙일보는 8번을 인용했습니다. 중앙일보가 이 청원에 주목한 이유가 뭘지 살펴보겠습니다.
중앙일보 <"성인이 성인물 보는 게 죄냐" https 차단에 들끓는 2030>(2/19 김준영 기자)는 서울역 앞에서 일부 남성이 https 차단이 개인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고 전했습니다. 소제목은 <문 대통령 과거 "인터넷 자유" 언급, 네티즌 "집권 뒤 변했다" 불만 폭발>입니다. 보도의 첫 문장은 이렇습니다.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야한 동영상)을 막아요?"
"이것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
최근 청와대 청원 게시판을 가득 메우는 게시글 중 일부 제목들이다. 속어인 '야동'이 포함된 게시글만 해도 최근 1주일 새 330건 이상 검색될 정도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정부의 'https 차단 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에 대한 불만이 폭발하며 정치 쟁점으로까지 떠올랐다. 한 청원인이 청와대 게시판에 올린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이라는 제목의 글은 등록(2월 11일) 1주일도 안 된 17일 오전 서명 인원 20만 명을 넘어섰다.
중앙일보는 26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의 https 차단 정책에 대한 반대 의견>을 보도했지만 리드문에서 인용한 내용은 해당 청원이 아닙니다.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야한 동영상)을 막아요?"라는 21명이 서명한 <무슨 권리로 개개인의 인터넷을 뒤지고 야동을 막아요?>(2019/2/15)의 청원 제목입니다. "이것은 민주주의인가 공산주의인가…지금까지 이런 정부는 없었다"도 20여 명이 서명한 <지금까지 이런 민주주의는 없었다>(2019/2/13)에 있는 표현 중 일부입니다. 26만여 명의 서명을 받은 내용에는 없는 자극적인 문구를 굳이 청원인이 극소수인 청원에서 찾아내 리드문에 담은 속내는 문 대통령에 대한 젊은 층의 비판이 커지고 있음을 부각한 것으로 비칩니다.
100명 이하 청원 인용 비율 20.3%, 조선일보 11번 인용, 한겨레는 0번
청와대 청원 182건 중 서명인이 청와대 공식 답변 기준인 20만 명을 넘은, 즉 국민 여론으로 수렴됐다고 볼 수 있는 청원의 언론 인용 비율은 49.4%였습니다. 반면 국민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다고 보기 어려운 '서명인 100명 이하' 청원의 언론 인용 비율은 20.3%였습니다. 서명인이 101명~19만9999명인 청원의 언론 인용 비율은 30.2%였습니다.
100명 이하 청원을 인용한 횟수는 조선일보가 11번으로 가장 많았고, 한국경제가 8번, 동아일보와 중앙일보가 각각 6번, 매일경제가 5번 경향신문이 1번이었습니다. 한겨레는 100명 이하의 청원을 한 번도 인용하지 않았습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일부 언론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소수 의견 중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 청원만 골라서 인용했다. 프레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한 것이다.?(자료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 ⓒ 김혜리
조선일보, '공시가격 현실화=세금폭탄' 프레임에 청와대 청원 활용
언론이 인용한 '서명인 100명 이하' 청원 내용을 분석한 결과, 일부 언론은 청와대 청원에 올라온 소수 의견 중 자기주장의 근거가 되는 청원만 골라서 인용했습니다. 프레임을 만드는 '도구'로 활용한 것입니다.
대표적인 사례는 '공시가격 세금 폭탄론'입니다. 3월 14일 국토교통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전국 평균 5.32% 인상한다고 발표하자 여지없이 '세금 폭탄론'이 등장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사설/국민 세금 올려놓고 정부가 "기준 못 밝힌다"니>(3/18)에서 이렇게 전합니다.
정부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발표한 후 인터넷과 청와대 국민청원 등을 통해 각종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한다. '12억 이상만 공시가격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 '집값이 2억 원 넘게 빠졌는데 공시가격이 왜 2억 원 넘게 올랐느냐?'는 불만부터 "가격 결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근거를 알려달라는 민원도 많다. 실거래가격이 비슷한 인접 아파트 단지들의 공시가격 인상률이 10%포인트 이상 차이가 나서 주민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청와대 청원 게시판과 특정하지 않은 인터넷 반응 3건을 모아 국민이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에 반발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위 기사 내용 중 청와대 청원게시판에서 확인된 문구는 "12억 원 이상만 공시가격을 많이 올렸다고 국민을 속였다"이었습니다.
청원인은 "국토부는 3월 14일 공동주택 공시가격 발표에서 '상위 2.1% 고가주택 보유자 외에는 공시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다'는 주장을 여러 번 폈지만, 실제 6억 원~9억 원 구간은 15.1%가 상승했다"며 "국토부 관료와 여당이 고의로 국민을 속였다는 것을 알 수 있으므로 책임자를 파면해 주세요"라고 말했습니다.
이 청원인은 근거로 조선비즈 기사 <고가주택 28만 채만 때린다더니... 보유세 뛰는 아파트 118만 채>(장상진 기자 3/15)를 인용했습니다. 이 청원인의 주장은 사실일까요?
국토교통부 "6억 이하 주택을 상대적으로 낮게 선정"
국토교통부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지난해(5.02%)와 비슷하게 평균 5.32% 상승>(3/14)에서 "지난 1년간의 시세 변동분을 반영하는 수준으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였다"며 "시세 12억 이하 중저가 주택(전체의 97.9%)에 대해서는 시세변동률 이내로 공시가격을 산정하였다"고 했습니다. 이어 "전체의 약 91.1%에 해당하는 시세 6억 이하 주택의 공시가격 변동률은 상대적으로 더 낮게 산정하였다"고 했습니다. 실제 주택가격 분포현황을 보면 6억 원 초과~9억 원 미만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15.1% 올라 상승 폭이 커진 건 사실입니다. (2017년 8.46%, 2018년 12.68%)
하지만 청원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국토부는 "6억 원 이하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상대적으로 더 낮게 책정했다"고 했을 뿐입니다. 정부·여당 관계자가 '12억 원 이하를 낮게 책정했다'고 말한 내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6억 원 초과~9억 원 미만은 시세 변동분이 반영돼 다소 큰 폭으로 올랐을 뿐입니다. '2018년 부동산 광풍' 탓에 시세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공시가격도 오른 것이죠. 청원인이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입니다. 게다가 6억 초과~9억 미만 주택의 비율은 전체 주택의 8.9%입니다. 공시가격이 6억 원~9억 원이면 아파트 실 가격은 10억 원~15억 원 사이일 것입니다. '세금폭탄'을 걱정하는 서민이라고 보기도 힘듭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이 청원을 인용해 공시가격 폭등 불안감을 부추겼습니다. 가장 황당한 것은 이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10명이라는 겁니다. 충분한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쳤다고 볼 수 없는 익명의 단편적 의견을 조선일보는 비중 있게 인용한 꼴입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아무리 청와대 청원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여 근거가 정확한 것만 보도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서명 동의자가 많은 내용 중심으로 보도해야 합니다.
'공시가격 현실화' 요구하는 청원도 있는데
조선일보와 정반대 내용의 청원도 있었습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공시지가 현실화 절대로 후퇴해서는 안 된다> 제목의 글에서 "강북의 5억짜리 아파트와 강남의 20억짜리 아파트의 세금이 비슷하다면 믿을 수 있겠냐?"며 "공시지가와 실거래가가 같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아파트 공시 재가율 90%로 상향시켜라"에서 "정부가 도리어 부동산 투기를 조장하는 꼴이 됐다. 정신 차리고 일해라"고 일갈했습니다. 언론의 편파 인용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입맛에 맞는 청원 인용하는 한국경제
한국경제는 <52시간 지키려 116명 더 뽑았더니, 일 더 하겠다며 113명 떠났다>(3/28 전설리 기자)에서 청와대 청원을 근거로 활용하여 국민이 '최장 52시간 노동제'에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지킬 수도 없고 지켜도 행복하지 않은 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기사에 인용된 청원 5건 중 4건은 서명인이 100명 이하인 청원이었습니다.
한국경제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30대 근로자는 '돈이 있어야 여유 있는 삶이 아니냐.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모르겠다'고 했다"며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12명이 서명했습니다. "한 생산직 근로자는 '주 52시간 근로제 적용 탓에 평균 300만 원 이상이었던 월수입이 200만 원대로 줄어 매달 적자다…서민적이지 못한 정책'이라고 말했다"고 인용한 청와대 청원은 9명이 서명했습니다. 나머지 2건의 청원도 각각 14명과 8명에 그쳤습니다.
"야근문화 없애주세요"라는 청원도 있는데
편파적인 청와대 청원 인용이 문제인 이유는 실제 여론을 왜곡하기 때문입니다. 한국경제의 기사가 나온 3월 한 달,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한국경제 기사와 정반대의 청원이 자주 보입니다.
한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야근 수당도 없이 오후 11시~다음날 0시까지 일하는 회사들도 많다"며 "'사람이 먼저'라는 가치를 이제는 법으로 강제해주세요. 야근을 없애 달라"고 청원합니다.
또 다른 청원인은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주 52시간 시행되면 남편과 함께하는 저녁 있는 삶을 기대했는데... 시행되고 있긴 한가요?"라면서 "주 52시간을 좀 강력하게 추진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자의 눈에는 이같은 목소리는 보이지 않는가 봅니다.
조선일보의 평소 소신과 닮은 청원 인용
조선일보의 청와대 청원 활용은 <골프 하고, 접대받 고, 정보 흘리고... 민정수석실이 이래서야>(3/19 김명진 기자)에서도 나타납니다. 버닝썬 사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이 나왔는데, 조선일보가 선택한 청와대 국민청원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3월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버닝썬 비리 실세 총경, 청와대 민정수석 조국 사퇴하라' '민정수석실 해산하라'는 청원 글이 올랐다.
이 청와대 청원의 서명인은 45명입니다. 이러한 주장은 조선일보가 청와대 관련 의혹 사건이 터질 때마다 '조국 책임론'을 꺼내 든 것의 연장선에 놓여있습니다. 버닝썬 비리 총경과 민정수석실의 관계는 수사 대상이지만, 자신의 논조를 보강하기 위해 45명이 서명한 글을 인용하는 행태가 언론의 바른 모습인지는 의문입니다.
김일성 별장 반대? 공격 위해 인용
조선일보는 <54억 들여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뭇매 맞는 포천시>(3/22 조철오 기자)에서 경기도 포천시가 김일성 별장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에 54억 원을 들여 '김일성 별장'을 복원하겠다고 했다고 전합니다. 조선일보는 이에 다음과 같이 전했습니다.
"계획이 알려지자 주민 항의가 잇따랐다"며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반대 글이 올라왔다. '세금 54억 원으로 김일성 별장이라니'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 등의 글이었다."
조선일보는 국민 반발의 근거로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인용했습니다. 그런데 인용된 2개의 청원 <세금 54억 원으로 김일성 별장이라니> <포천시 김일성 별장 복원 반대>의 서명인은 각각 16명, 58명입니다. 사실상 반대의 근거를 찾으려고 청와대 청원을 찾아간 것으로 보입니다.
더군다나 조선일보 보도 이전에 포천시 관계자는 "김일성 별장 복원 추진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포천일보 <"산정호수 김일성 별장 복원계획 없다"…포천시 공식 입장 밝혀>(3/13)에 따르면 시 관계자는 "특히 54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는 보도와 관련해서는 예산을 확보한 바 없고, 시가 산정호수 전망대 터 중 일부인 1천㎡를 매입 완료했다는 내용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 해명이 나왔지만 조선일보는 10일 뒤 청와대 청원을 인용해 다시 보도한 것입니다. 정치적 의도가 다분해 보입니다.
과격한 발언 인용해 적극 활용
조선일보는 <또 '적폐 판사'낙인... MB 보석허가 판사에 "판레기" "지옥에 가라">(3/8 박국희 기자)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 결정한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악의적인 인신공격성 글이 인터넷에 많다면서 다음과 같이 보도했습니다.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3월 7일 정준영 부장판사를 비난하는 글이 쏟아졌다. 특히 일부 사이트에서는 정 부장판사의 얼굴 사진을 올리고 "정준영 판레기(판사+쓰레기)" "지옥에나 떨어져라" "술과 여자를 좋아하게 생겼다"는 등의 막말이 이어졌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도 "정준영 부장판사, 네가 사람이냐" "법원 전체를 압수 수색을 해야 한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하지만 법조계 인사들은 이런 반응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위에 인용된 2개의 청와대 청원 글은 <정준영 부장판사 x아, 네가 사람이냐> <제발 나라를 바꿉시다>로 각각 청원자 수가 27명, 44명에 불과합니다. 일부 과격한 주장을 '문 대통령 지지자'와 연결해 이젠 사법부까지 공격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만들어냅니다.
매일경제도 <사설/판결 마음에 안 든다고 무차별 인신공격, 법치 훼손이다>(3/9)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보석으로 풀어준 정준영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에 대한 인신공격성 비난이 위험 수위를 넘었다"고 지적하며 국민청원을 인용했습니다. 사설에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선 '정 판사가 이명박 변호인으로부터 뇌물을 받아 처먹은 것이 의심된다'며 탄핵을 하자는 주장이 나왔고(생략)"라고 지적했는데요. 이 청와대 청원의 서명인은 31명이었습니다.
물론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무분별한 행동은 지양해야 하지만, 익명에 기댄 소수의 인신공격성 글을 언론에서 비중 있게 다뤄야 할지 의문입니다. 인터넷 공간에서는 매일경제의 사설 내용처럼 "법원 판결에 대한 건전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발언만 끌고 와 인용하는 태도가 정당한지,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말만 해)는 아닌지 스스로 물어봐야 할 것입니다.
불특정 청원도 많아
특정한 청원이 아니라 "청와대에 이런 글이 올라오고 있다"는 방식의 인용도 자주 보입니다. 청원을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여론이 있다며 기사에서 인용한 경우는 총 49건으로 한국경제가 14번으로 가장 많고, 중앙일보와 일보가 각각 8번, 한겨레가 6번, 경향신문이 5번, 매일경제와 조선일보가 각각 4번이었습니다.
▲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분석 결과, 청원을 특정하지 않고 청와대 청원에 여론이 있다며 기사에 인용한 경우도 다수 발견되었다. (자료 제공 : 민주언론시민연합) ⓒ 김혜리
내용은 그야말로 입맛대로입니다. 한국경제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신 전 사무관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의 글도 올라오고 있다" "탈원전 반대를 외치는 청와대 국민청원 역시 누적 기준 700건을 웃돌고 있다"고 적었습니다.
글: 엄재희(ccdm1984)
God Bless The Child - Billie Holi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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