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5 인천-경인
고엽전우회 관제데모 나섰던 '주연배우'들의 고백
고엽제전우회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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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라당 벗고 뛰어다녔는데 뒤에서 먹는 놈 따로 있었다”
고엽전우회 관제데모 나섰던 '주연배우'들의 고백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의 힘의 원천은 관제데모이고, 그 반대급부가 정부의 지원이었다. 눈먼 돈이 보장되는 공공사업을 수의계약으로 따내고, 계약 과정이 순탄치 않을 땐 위력 행사를 서슴지 않았다. 정부가 밀어주고 눈감아줄 것이란 확실한 믿음이 있었다. 그런 식으로 이권 사업을 따내 잇속 밝은 업체에 맡기고, 핵심 간부 3인방은 막대한 뒷돈을 챙겼다. 그들은 20년 이상 전우회 조직을 장악하는 장기 집권 체제를 꾸렸다. 권력과 금력의 야합 구조를 지탱하기 위한 필수 장치였다
전우회의 ‘주연배우’들이 무거운 입을 열었다. 불법 위력을 행사해 공공기관의 수익사업을 따내는 데 공을 세운 주역들이다. 2018년 말 <한겨레21> 회의실을 찾은 ㄱ씨는 “수의계약을 따내기 위해 공공기관 현장으로 출동하는데, 그날 주된 역할을 맡을 사람을 우리끼리는 ‘주연배우’라고 부른다”고 했다. 주연배우가 하는 일은, 발가벗고 칼을 휘두르거나, 사방으로 똥물을 뿌리거나, 썩은 고등어를 구워 고약한 악취를 풍기거나, 자동차 밑으로 발을 집어넣어 자해하는 등 지극히 비상식적인 행패다. 공공기관 사람들이 겁에 질리도록 해서, 어쩔수 없이 수의계약에 응하도록 하는 지저분한 불법 폭력 행사다.
지난 10여 년간 전우회의 주연배우를 맡았던 ㄱ, ㄴ, ㄷ, ㄹ씨 4명을 만났다. 그들의 솔직한 심정과 회한을 중심으로 기사를 재구성했다. ‘전우회 3인방’인 이형규 회장, 김성욱 사무총장, 김복수 사업본부장의 2018년 8월 1심 판결문 내용도 참고했다. 전우회 비리 3인방은 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40억원대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징역 8년, 5년, 6년형을 각각 받았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의 주택 사업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이 2017년 12월 전우회 중앙회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11년 8월 말 서울 강남구 도곡동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아무개 사장 집 앞이 시끌벅적했다. 전우회원 10명이 일주일 내내 경기도 성남의 위례지구 택지를 유리한 조건으로 특혜 분양하라고 시위를 벌였다. 이날은 ㄴ씨가 주연배우로 나섰다. 이 사장의 체어맨 차량이 집 앞으로 나올 때 타이어 아래로 발을 집어넣었다. 발목이 깨졌고 중앙보훈병원에 입원했다.
“철저하게 속았고, LH공사한테 미안하다”
“그 뒤 LH 사장이 두 차례나 전우회 사무실로 찾아와 내 상태를 챙겼다. 내 발목을 부러뜨린 것이 택지 분양 사업을 진척시키는 데 도움이 됐다.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벌금 200만원을 받았는데 힘을 써서 50만원으로 낮췄다. 전우회에서 그 벌금을 대신 내줬다.”
1월14일 서울 중랑구 지하철 7호선 먹골역 근처에서 만난 ㄴ씨는 “그때는 고엽제만 생각하고 뛸 때였다”고 말했다. “전우회원들이 아파트를 하나씩 가질 수 있겠거니 기대하고 내 몸을 던졌던 거다. 우리 사업이 아니라면 그렇게 나설 일이 뭐 있겠나. 그런데 지난해 비리가 터지고 보니, 주택 사업은 전우회와 전혀 무관하고 ‘슬기솔’이란 업체와 3인방의 사사로운 뒷거래 사업이었다. 전우회의 최고 간부 3명이 슬기솔에서 뒷돈 받으려고 우리를 동원했던 것이다. 만정이 다 떨어졌다.” 그는 “전우회의 전체 사업소장 회의를 할 때도 슬기솔 대표가 주택사업단장 자격으로 참여했다”면서 “3인방 말고는 주택 사업이 전우회 사업이 아닌지 알지 못했고 알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ㄷ씨와는 앞서 2018년 말 두 차례 만났다. 그는 2010년 4월 LH파주사업본부로 출동해 본부장을 위협했다고 털어놓았다. 옷을 모두 벗고 알몸인 채 칼을 들었다. ㄷ씨는 파주 말고도 여러 주택 사업 현장에 출동했고, 4대강 골재 사업 때는 전국의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찾아갔다. 이 일로 여러 차례 검찰 조사도 받았다. ㄷ씨는 3인방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전우회에서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고 했다. 그는 “나는 홀라당 벗고 뛰어다니기만 했는데, 뒤에서 먹는 놈이 따로 있었다”며 “철저하게 속았고, LH공사한테 미안하다”고 했다.
1월14일 지하철 먹골역에서 ㄴ씨와 함께 만난 ㄹ씨는 “우리는 배신당했고 3인방이 우리를 갖고 놀았다”면서 “이제 고엽제 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려 한다”고 했다. 그는 “원체 자기들끼리 비밀로 하니까, 뒷돈 거래를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ㄹ씨는 2010년 6월 LH파주사업본부를 찾아가 직원들의 자녀를 위협하겠다고 협박했고, 이듬해 6월에는 사무실에 소화기를 분사해 업무를 못하게 했다.
ㄷ씨와 ㄹ씨는 이 일로 몇차례 검찰 조사를 받는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검찰에서는 두 사람과 가족의 계좌까지 이잡듯이 철저히 뒤졌다. 다행히, 두 사람이 슬기솔이나 3인방한테서 받은 뒷돈이 한푼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ㄷ씨는 “더러운 인간들의 검은 거래를 까많게 몰랐고, 뒤늦게 알고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그때 왜 그렇게 발가벗고 나섰는지 회한이 든다”고 말했다.
먼저 사업 제안한 슬기솔 업체의 실체
2017년 8월7일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의 이형규 당시 회장(왼쪽) 등이 베트남 정부에서 주최한 ‘베트남 고엽제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 누리집 갈무리
<한겨레21> 회의실에서 만난 ㄱ씨는 출동 현장에서 썩은 고등어를 구워 냄새를 퍼뜨리는 ‘주연배우’ 노릇을 주로 했다고 고백했다. “썩은 고등어를 구우면 냄새가 정말 고약해 참을 수가 없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질려서라도 한발 물러서게 된다.” 2011년과 2012년에는 다른 회원들이 LH대전본부 간부 집에 찾아가 “고엽제에서 찾아왔다”는 쪽지나 명함을 현관에 꽂아두거나, 아이들 학교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겠다고 협박했다. 이런 수법으로, 전우회는 고엽제 주택사업단이란 가짜 명함을 쥔 건설업체 슬기솔이 2013년 6월 1836억원 규모의 경기도 성남 위례 아파트 택지를 분양받도록 했다. 아파트는 2016년 9월 완공됐다.
1심 재판에서 슬기솔은 1·2순위 건설업체로 지정될 자격조차 갖추지 못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극히 유리한 조건으로 택지 대금을 내는 특혜를 누렸다. 전우회의 주택 사업이 국가보훈처 승인을 받지 않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보훈처가 LH에 특혜 분양해줄 것을 요청하는 추천서를 써준 사실도 드러났다. 당시 보훈처 관계자들은 “전우회의 수익사업이 아닌 주거복지 사업이라고 생각해 보훈처 승인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고 법정에서 진술했으며, 재판부와 검찰은 “전우회의 강요와 협박에 따라 보훈처에서 어쩔 수 없이 추천장을 발급해준 것”으로 판단해 해당 공무원들을 엄하게 처벌하지 않았다.
전우회의 주택 사업은 잇속에 밝은 슬기솔이란 주택업체가 먼저 제안해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전우회원 ㄱ씨는 “전우회가 특혜 분양을 따낼 힘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슬기솔의 함 대표가 먼저 ‘동업’을 제안했던 것”이라며 “그렇게 악과 악이 만나 10년 동안 더러운 사업을 함께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함 대표가 3인방에게 지급한 월급 성격의 현금과 아파트 분양 대금 등은 법정에서 드러난 것만도 40억원이 넘는다.
구속된 김성욱 전 사무총장의 부인이 지난해 초부터 추석 때까지 전우회 차를 이용해 대전에서 서울까지 남편 면회를 다녔다는 한 전우회원의 폭로도 나왔다. 기름값과 통행료, 기사 월급을 사적으로 편취했다는 주장이다.
보훈처장 바뀌어도 별 변화 못 느껴
피우진 국가보훈처장이 들어선 뒤에도 보훈단체의 파행적인 수익사업 운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배상환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위원장은 “불법 관제데모에 나서지 않는 모습은 과거와 달라졌으나, 달리 큰 변화를 느끼지는 못하겠다”고 말했다. 보훈처는 새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6월에도 경기도 여주 남한강 준설토를 특수임무유공자회에 수의계약을 해주도록 추천서를 써주었다.
배 위원장은 “박승춘 전 보훈처장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6년 이상 장기 집권하면서 만들어놓은 체제가 지금도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보훈처도 전우회도 사람들을 물갈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
고엽제 비자금 계좌 나왔다
<한겨레21> 단독 광주시지부 통장 사본 입수…
“식대 남기거나 선물 금액 조작해 뒷돈 조성”
고엽제전우회 광주시지부에서 관리하던 비자금 통장 사본. ‘사무총장’ 등에게 지급했음을 뜻하는 메모가 보인다.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 광주시지부에서 은밀하게 굴리던 비자금 통장이 드러났다. 급여를 떼였다는 전 직원이 사무실에서 통장 일부를 복사해 경찰에 제출한 것으로, <한겨레21>이 단독으로 사본을 입수했다. 경찰은 지난해 하반기 수사에 착수해, 횡령 등의 혐의를 이미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성욱 전 사무총장 순회 감사하며 감사비 걷어
<한겨레21>이 입수한 통장 사본의 2016년 2월~2017년 4월 거래 내용을 보면, 소문으로 무성하던 전우회의 검은돈 거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일부 수익사업 대금이 비자금 계좌로 입금되고, 중앙회 간부들한테 수시로 돈을 상납한 사실이 확인된다. 전우회에서 왕처럼 군림했던 김성욱 전 사무총장(구속 중)이 해마다 전국 200여 개 지부·지회를 순회 감사하면서 감사비를 걷은 사실도 확인됐다. 김방주 광주지부장은 “비자금이 아니라 담당 직원의 개인 통장이고, 통장의 존재 자체를 몰랐다”면서 “담당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한 잘못은 인정한다”고 해명했다.
전우회의 비자금 거래 실상을 하나하나 들여다보자. 통장 개설자는 최근까지 총무과장을 했던 ㅈ씨다. 2016년 7월7일 김아무개 명의로 100만원이 입금됐다. 같은 날 ㅈ씨 자신 명의로 100만원을 추가 입금했다. 그 옆에 강아무개란 메모를 남겼다. 김아무개와 강아무개는 광주시지부의 고속터미널 점포와 체육관 커피자판기를 각각 운영하던 사업자다. 그달의 수익사업 대금을 비자금 통장으로 받았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법인 통장으로 정상적으로 수익사업 대금을 입금받았다”고 부인했다. 수익사업 대금을 법인 통장으로 받기도 하고 비자금 통장으로 받기도 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2017년 4월엔, 전우회 명의로 야시장을 운영하던 ㄱ씨한테서 200만원이 입금됐다. 고엽제 이름을 사용한 대가로 뒷돈을 건넨 것으로 보인다. 또, 2016년 2월과 3월에는 다른 ㄱ씨로부터 400만원이 입금됐다. 2017년 2월에도 200만원이 입금됐다. ㄱ씨는 전우회원 24명의 베트남 전적지 순례를 인솔한 여행사 대표다. 여행사에서 건넨 뒷돈으로 의심된다.
경찰은 지방보조금 횡령 혐의 전반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2017년 3월 베트남 전적지 순례 여행은 광주시의 지방보조금 3600만원을 받아 진행한 사업이다. 7월 고엽제의 날(600만원), 9월 환경정화 활동(200만원)과 안보교육(300만원), 10월 호국순례(400만원) 등 광주시에서 전우회 광주시지부로 지원하는 연간 보조금만도 5100만원에 이른다.
광주시지부의 한 회원은 “식대를 남기거나 선물 금액 등을 조작하는 등 교묘한 방식으로 다섯 차례 행사 때마다 차액을 남겼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지부장은 “서류 처리상 미숙함 때문에 그런 오해를 받고 있으나, 사사롭게 돈을 챙기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고엽제전우회 적폐청산위원회 배상환 위원장과 HID비대위 박금구 대표. 박승화 기자
국고의 직원 급여 횡령 의혹도
국고보조금으로 지급되는 직원 급여를 횡령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전 직원 ㅈ씨는 경찰에 제출한 사실 확인서에서 “2016년 5월 말부터 1년1개월 근무하면서 지부장한테서 매달 25일 현금으로 50만원씩만 받았으며, 퇴직금도 떼일 뻔했다”고 진술했다. 전우회의 각 지부는 국고보조금으로 1인당 월 140여만원의 직원 급여를 지원받고 있다. 김 지부장은 “3명 급여를 보조금으로 지원받는데, 실제 일하는 직원은 그보다 많아 서로 나눠 가지도록 했던 것”이라면서 “ㅈ씨가 급여 없이 봉사하겠다고 해놓고 나중에 말을 바꿨다”고 말했다.
전우회 지부에서 검은돈을 어떻게 썼는지도, 비자금 계좌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2016년 11월11일, 계좌에서 260만원이 인출됐다. 김 전 사무총장이 광주시지부와 산하 5개 지회를 감사하던 무렵이었다. 김 전 사무총장은 해마다 11월 무렵 한 달 이상 전국을 돌며 16개 지부와 253개 지회를 감사한다. 전우회원들 사이에 “사무총장이 감사를 무기로 돈 걷으러 다닌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260만원 인출 숫자 옆에 ‘감사비용’이란 메모가 적혀 있었다. 260만원 중 200만원이 감사 상납금이고, 60만원은 숙식비로 추가 지급된 것으로 파악된다. 굴비 선물값으로 16만원이 또 인출됐다. 지부당 200만원이면 16개 지회에서 한 달 동안 걷는 감사비만도 3200만원에 이른다.
광주시지부의 한 회원은 “감사 한 달 전인 2017년 10월에 일부 회원이 김성욱 당시 사무총장을 찾아가 광주시지부의 비리 사실을 낱낱이 알렸지만, 실제 감사에서 아무 지적도 없었다”면서 “돈 챙기러 내려온 사람이 제대로 감사할 리 만무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무총장한테 상납한 감사비 200만원 중 100만원은 광주시 5개 지회에서 20만원씩 걷은 코 묻은 돈”이라고 분노했다.
중앙회 상납은 감사 기간에 그치지 않았다. 2017년 2월, 3월, 4월에도 각각 100만원씩 상납 인출됐으며, 그때마다 김성욱 사무총장 이름이 적혀 있었다. 2016년 10월엔 김 사무총장 미국 출장 경비로 50만원이 또 인출됐다. 중앙회의 은밀한 돈줄을 관리하는 총무부장 ㄱ씨한테도 2016년 7월 휴가비로 10만원, 2017년 4월 20만원이 또 인출됐다.
“지부마다 지부장과 총무 2명이 관리해”
전우회의 배상환 적폐청산위원장은 “광주뿐 아니라 전국의 16개 시도 지부도 같은 수법으로 비자금을 불법 관리하고 중앙회에 상납했다”면서 “각 지부에서는 지부장과 총무 담당자 2명이 비자금 계좌를 몰래 관리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앙회와 전국 시도 지부의 비자금 계좌에 대해 즉각 전면적인 수사에 들어갈 것”을 촉구했다. <한겨레21> 취재로 광주시지부의 일부 비자금 실체가 확인됐지만, 광주시지부, 더 나아가 전우회 전체 비자금 규모는 수사를 통해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현대 선임기자 koala5@hani.co.kr제1253호
고엽제전우회의 ‘배신’
공공기관 협박 불법주택사업 등 연 1천억원대 매출
회원들 관제데모에 이용…간부들은 거액 뒷돈
2012년 4월3일 제주 해군기지 건설 현장 앞에서 ‘천안함 46용사 추모 및 해적녀 해적기지, 종북좌파 척결대회’를 열고 있는 전우회 회원들(왼쪽)과 서울 서초구 서초동의 전우회관 건물 입구. 그래픽 이정윤 기자 bbool@hani.co.kr,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지난 18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카페, “20년 이상, 알면서 속고 모르고 속았다”는 참담한 토로가 이어진다. 어느덧 칠십 줄로 들어선 이들의 가슴마다 울분과 회한이 가득하다. 보훈단체인 대한민국고엽제전우회(이하 전우회) 회원들이다. 일부는 서울의 구 단위 조직을 이끄는 핵심 지회장이다. 전우회는 광역 지방자치단체에 17개 지부를 두고 있고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에 지회를 두고 있다.
“우리 지회장들, 머슴도 그런 머슴이 없었다. 박근혜 정부 때 관제데모 엄청 했지 않나. 2015년인가. 대법원 앞에서 종북세력 척결하라고 외치는데, 마침 장대비가 퍼부었다. 비 온다고 몸을 피했다가는 불호령이 떨어진다. 우산도 못 쓰고 우의도 못 입게 한다. 사타구니 속까지 땀과 비로 다 젖는데, 부동자세로 구호를 외쳤다. 그런데 중앙회 간부들은 쌍욕을 퍼붓는다. 똑바로 잘하지 못하겠느냐고. 우리가 도대체 몇살인가. 짐승보다 못하게 살아왔다.”(ㄱ 지회장)
―뭘 잘 못한다는 건가?
“병력 많이 동원 못 했다는 거다. 그게 가장 큰 잘못이다. 본부에서는 지회로 팩스 한장 달랑 보낸다. ‘모일 모시 모처로 50명 집결’하라는 식이다. 지상명령이다. 각 지회에선 20~50명씩 날이면 날마다 모아서 갔다. 밥도 먹이고 술도 먹여야 한다.”(ㄴ 지회장)
―밥값·술값은 어떻게 조달하나?
“지회장들이 알아서 먹여야지. 자치구에서 받는 보조금(연 1천만~2천만원)도 쓴다. 솔직히 집회 열심히 나가면 우리 회원들한테 복지혜택이라도 내려올 줄 알았다. 그런데 일전 땡푼 없더라.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받았다는 후원금도 누구 뱃속으로 들어갔는지 모른다. 부끄럽지만 그렇게 피눈물 나게 살았다.”(ㄷ 지회장)
―집회에 사람 많이 동원 못 하면 어떻게 되나?
“무능한 지회장으로 찍힌다. 온갖 핍박을 당한다. 팩스 한장으로 해임명령 받으면 그걸로 끝이다. 지금 이 자리의 저 지회장도 그렇게 당했다.”(ㄴ 지회장)
한 지회장 입에선 “전우회가 없어져야 한다”는 강성 발언이 나왔다. “1억도 아니고 10억도 아니고 간부들이 수백억을 해먹었을 텐데, 그런 조직이라면 없어져야 마땅하다. 이젠 고엽제 이름 내놓기가 창피하다. 고엽제 마크 달린 구급차도 안 탄다. 이형규 전 회장 등 3인방이 뒷돈 먹은 것 철저히 환수해야 한다. 다 나랏돈이고 10만 회원 돈이잖나.”(ㄱ 지회장)
이들은 이름과 얼굴을 공개하는 것을 아직은 조심스러워했다. “전우회 비리를 바로잡으려고 싸운 적이 있다. 그때마다 처절하게 깨졌다. 저들은 권력과 돈과 주먹을 다 쥐었다. 다시 싸워봤자 달라지지 않을 거란 생각이 먼저 든다. 국가보훈처가 전우회 비리를 확고하게 정리해야 하는데 여전히 우물쭈물한다.”(ㄹ 지회장) ㄱ 지회장은 “뜻을 모으고 있고 조만간 얼굴 내놓고 공개적인 비리 척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1997년 설립, 회원 10만명 달해
지난해 이형규 회장 등 ‘3인방’ 구속
33억원 뇌물 받은 사실 드러나
각 지부 비리도 줄줄이 터져나와
준설토사업, CCTV설치, 식음료 납품
쓰레기봉투 공급, 고속터미널 임대…
중견그룹 뺨치는 문어발식 사업
18개 사업에서 1118억원 매출
‘떡값’ 상납하는 비자금 통장
전우회의 역사는 1964년 베트남전 파병으로 시작된다. 미국이 정글 파괴를 위해 뿌린 다이옥신계 제초제(고엽제)가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것으로 훗날 확인됐다. 32만명의 참전 병사 중 15만9천여명이 고엽제 피해자로 인정받았다. 이들은 1997년 12월 ‘월남참전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를 사단법인으로 창립했으며, 2007년 국가유공자법과 고엽제후유의증환자지원법에 따른 보훈단체로 승격됐다. 이들은 등급에 따라 매달 보상금을 지원받고 의료·교육·취업 등에서 지원혜택을 받는다.
전우회의 지회장과 회원들이 이렇게나마 삼삼오오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지난해 1월 전우회를 이끌던 핵심 간부들이 주택사업 비리로 구속된 사건이 촉발제가 됐다. 이형규 당시 회장, 김성욱 사무총장, 김복수 사업본부장이 33억원의 뒷돈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1997년 전우회 설립 때부터 지난해까지 사실상 종신집권한 이 ‘3인방’은 1심에 이어 최근 서울고등법원에서 5~8년형을 받았다. 핵심 3인방이 구속되면서 회원들의 입을 막던 침묵의 둑 또한 무너져 내리고 있다.
전국 각 지부에서 묵은 비리가 터져나오면서 전우회는 공중분해 위기를 맞고 있다. 3인방 체제의 공백을 메워야 할 핵심 시·도 지부장들도 손을 놓고 있다. 비리의 공범 아닌 이가 없다시피 하다. 박근규 서울지부장도 장례사업에서 3억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봄 구속돼 1심에서 3년형을 받았다.
전우회의 뒷돈을 관리하던 광주시지부의 비자금 통장도 최근 드러났다.(<한겨레21> 3월18일 발행 ‘고엽제 전우회 비자금 계좌 나왔다’) 비자금 통장에선 중앙회 김성욱 전 사무총장한테 감사비와 떡값으로 100만~200만원씩 상납하던 비리의 꼬리표가 잡혔다. 뒷돈을 빼돌리기 위한 이중장부 작성과 비자금 통장 관리는 전우회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던 관행이었다.
<한겨레21>이 확보한 고엽제전우회의 광주시지부 비자금 통장 사본. 김성욱 전 사무총장한테 보냈다는 메모가 보인다.
충북도지부에선 지난해 규산질 비료공장 운영과 관련한 비리 의혹이 불거져 지부장이 물러났다. 대구에서는 달성지회장이 현 지부장의 총체적인 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 퇴진 요구 단식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전북도지부장은 수년 전 한 회원을 집단폭행해 집행유예 2년을 받은 ‘무자격자’다.
무엇보다 황규승 현 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황 회장이 오랫동안 중앙회 부회장과 경기도지부장을 겸직하면서 주택사업과 골재사업 비리 등에 깊이 관련돼 있다는 의혹 제기가 끊이지 않는다. 강아무개 전 회장(현 경남도지부장)에 대해서도 의혹의 시선이 가시지 않고 있다. 여러 회원들은 “황 회장이 퇴진하고, 전우회 중앙회와 도지부의 불법 비자금 등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를 벌일 것”을 요구한다. 대구·광주·전북 지부의 일부 회원은 황 회장 퇴진을 요구하는 서울 집회를 준비하고 있다.
배상환 고엽제전우회적폐청산위원회 위원장은 “3인방과 핵심 지부장들이 20년 이상 자리를 지키면서 그들만의 강력한 종신제 비리 동맹을 구축했다”고 질타했다. “회원들을 관제데모에 강제 동원한 종착역은 결국 연 1천억원대의 공공기관 수익사업, 곧 막대한 돈이었다. 회원들한테 한푼도 나누지 않고 자신의 배만 불렸다. 공공기관 수의계약을 따낼 땐 깡패짓을 서슴지 않았고, 바른말 하는 회원들을 잔인하게 집단폭행했다.” 2017년 4월 만들어진 적폐청산위원회는 전우회의 ‘비리 청산’을 요구하며 내부고발을 이끌고 있다.
간부 상이5급 다수 “허위 가능성”
특히 3인방과 핵심 지부장 다수가 상이등급 5급 이상이었다는 사실에 회원들은 놀란 입을 다물지 못한다. 전우회 전직 직원의 증언과 메모에 따르면, 3인방의 상이등급은 각각 2급, 3급, 5급이었다. 서울과 대구·대전·경남 등의 핵심 지부장은 모두 5급이었다. 상이 5급 요건은 매우 까다롭다. 매달 162만3천원(60살 이상)의 보상금을 평생 지급받는다. 고엽제 후유증 환자 중 상이 5급 이상은 6639명으로 전체 9만2901명의 7.1%에 그친다.
간부들의 상이등급 내역을 <한겨레>에 알린 전직 직원은 “이형규 전 회장을 제외한 대부분의 간부는 등급을 받기 쉽다고 알려진 말초신경병”이라며 “보훈처와 보훈병원을 압박해 받아낸 허위 등급일 가능성이 높다”며 전면 재조사를 요구했다. 김성욱 전 사무총장과 정아무개 대구지부장은 2011년과 2013년 국민훈장 목련장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우회는 웬만한 중견그룹 뺨치는 문어발식 사업체를 거느리고 있다. 가장 규모가 컸던 불법 주택사업을 빼고도, 연간 매출이 1천억원대를 넘어선다. 2017년 국가보훈처에는 18개 수익사업에서 111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보고됐다.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등 돈 되는 사업거리가 있는 모든 공공기관이 전우회의 ‘밥’이었다. 4대강을 낀 지자체에서 4대강 준설토를 받아 모래를 팔고, 도로공사에서 고속도로 시시티브이(CCTV) 설치사업을 따내고, 국방부에 식음료를 납품하고, 지자체에 종량제 쓰레기봉투와 하수처리시설을 공급한다. 보훈병원과 고속터미널의 가게를 임대받고, 장례사업을 벌이고, 주차장·청소·노점상단속 등의 지자체 용역사업도 벌인다.
공공기관 수의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전우회는 관련 법(고엽제후유의증 등 환자지원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률)을 악용하고 치외법권을 누렸다. ‘국가보훈처의 승인을 받은 사업만 수행할 수 있다’ ‘해당 사업을 직접 수행해야 한다’ ‘회원 복지를 위해 수익금을 써야 한다’는 세가지 대원칙을 깡그리 무시했다. 몇몇 사업을 들여다보자.
2003년 전우회가 주택사업에 뛰어들었다. 보훈처 승인은 아예 받지 않았다. 전우회의 이름만 빌렸을 뿐 전적으로 외부업체(대표 ㅎ씨)가 직접 수행한 사업이었다. 전우회 계좌로 수익금이 1원도 들어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불법이었다. 주택사업 실무를 맡았던 전우회 전 직원의 말이다.
“전우회는 정기적으로 18개 수익사업의 사업소장 회의를 연다. 그때마다 외부업체 대표 ㅎ씨가 주택사업단장 자격으로 참석했다. 주택사업이 합법적인 전우회 사업이 아니라는 걸 실무자인 나조차 몰랐다. 정말 감쪽같이 속았다. 검찰 수사를 받고야 경기 파주와 운정지구, 위례지구, 오산세교, 평택에서 벌인 수천억원대 주택사업이 희대의 대형 사기극이었음을 알게 됐다. 3인방과 ㅎ씨, 4명이 오롯이 수익을 챙겼다.”
주택사업에서 단맛을 톡톡히 본 3인방은 2011년 4대강의 모래와 자갈을 선별해 판매하는 골재사업에 뛰어들었다. 2013년까지 경기 여주시, 충남 공주시, 전남 나주시, 경북 칠곡군으로부터 438만㎥의 준설토를 수의계약으로 사들였다. 매입대금만 240억원에 이르는 고수익 알짜 사업이었다. 이 또한 국가보훈처 승인 없이 사업을 시작했다가, 2014년 감사원 감사를 받고야 사후 승인을 받았다. 당시 준설토 사업 감사를 하다 퇴직한 전직 감사관은 “감사원과 보훈처가 전우회의 불법 사업 추진의 문제점을 지적하긴 했지만, 사실상 사업 지속을 용인하는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고 비판했다.
자체적인 골재사업 역량이 있을 리가 없었다. 외부 전문업체에 ‘고엽제전우회’ 이름만 빌려주고 손쉽게 대가를 챙겼다. 전우회는 여주 남한강 사업 시작 4년 뒤인 2015년에 준설토 품질이 떨어진다는 억지를 부려 여주시로부터 최초 매입대금을 77억원이나 감액받는 ‘마술’을 부리기도 했다. 공주시에서도 똑같은 수법으로 10억3천만원을 감액받았다. 김영자 여주시의원은 “전우회의 부당한 감액으로, 77억원의 여주시 손실이 초래됐다”고 끈질기게 문제를 제기한다. 전체 감액대금 87억원이 누구의 주머니로 들어갔는지는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대목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업(수지 사업)은 국가보훈처 승인이라는 절차를 거치기는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전우회가 직접 사업을 꾸릴 내부 역량은 없었다. 제3의 사업체인 충남 홍성의 ㅅ사에 봉투 생산을 맡겼다. 최근 ㅅ사가 파산 위기를 맞은 뒤로는 묵은 비리가 연이어 터져나오고 있다. 전우회의 수지 사업 매출은 2017년 66억원이었다. 내부자들의 말을 들어보자.
“수지사업소장을 맡은 ㅇ씨가 20년간 자기 사업으로 운영했다. 최근 전우회 비리가 터지면서 영업이 큰 차질을 빚었고 사업소의 현금이 고갈됐다. 그러자 ㅇ씨가 그간 막대한 뒷돈을 뜯어간 전우회를 원망하기 시작했다. 김성욱 전 사무총장 등한테 상납한 금액이 총 50억원대라는 소리가 들린다.” “ㅇ씨는 ㅅ사 공장을 빌려 봉투를 생산했다. 그런데 ㅅ사에 지급한 임차료가 지나쳤다. 임차료 중에서도 상당액이 김 전 사무총장 등한테 흘러가는 구조였다.” “18개 수익사업의 연쇄 파산이 우려된다. 비리가 터지면서 공공기관 매출이 감소하고, 새로 수의계약을 따기도 어려워졌다. 돌이킬 수 없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고엽제전우회의 전국 200여 지회에 배치된 환자 이송용 구급차. 관제데모 인력 동원 때 불법적으로 이용됐다.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공공기관과 수의계약 맺은 뒤
외부업체에 위탁 주고 뒷돈 챙겨
수의계약 안 해주면 찾아가 ‘행패’
“똥물 뿌리고 썩은 고등어 구워”
관제데모 앞장선 대가 비리 용인
“조윤선 전 장관과 전우회 각별
회관 건물 살 때 60억원 보조금
청 행정관도 수시로 사무실 방문”
피우진 체제 보훈처, ‘비리 척결’
내세우면서도 힘있게 추진 못해
“수익사업 폐지, 보훈단체 통폐합 등
근본적인 개혁 나서야 할 때”
“깡패짓 사업, 배워도 못되게 배웠다”
보훈단체 수익사업의 원조는 대한민국상이군경회다. 자신들이 사업을 하지 않고 제3의 사업체 사업장을 빌리는 수법은 상이군경회와 전우회가 판박이다. 상이군경회는 2017년 71개 사업소에서 1803억원의 수익사업 매출을 올린 것으로 국가보훈처에 보고됐다. 상이군경회 관계자는 전우회의 수익사업 행태를 대놓고 폄하했다.
“따라 배워도 아주 못되게 배웠다. 도둑놈 행패를 부린다. 닥치는 대로 막 주워 먹는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고엽제가 가장 열심히 관제데모에 나섰다. 상이군경회만 해도 이젠 회원들을 억지로 동원하기 쉽지 않다. 그 빈틈을 고엽제가 파고들었다.”
‘도둑놈 행패’로 공공기관 수의계약을 따낸 전우회 주역들을 만났다. 공공기관이 수의계약을 쉽게 해주지 않을 때 완력으로 나선 4명의 ‘주연배우’들이다. 이들은 해당 기관을 찾아가 옷을 벗은 채 칼을 휘두르고, 사방으로 똥물을 뿌리고, 자동차 밑으로 발을 집어넣어 자해하는 등 막무가내 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썩은 고등어를 구우면 냄새가 정말 고약해 참을 수가 없다. 공공기관 직원들이 질려서라도 우리 요구를 들어주게 된다”(ㅇ씨)고 한다. 다른 ㅇ씨는 “(3인방한테) 속았다”고 한탄했다. “주택사업 할 때 파주시청에서 발가벗고 칼을 들었다. 4대강 준설토 사업 때는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렇게 수의계약을 다 받아냈다. 3인방이 구속되는 것을 보면서 전우회에서 마음이 완전히 떠났다. 일한 놈 따로 있고 먹는 놈 따로 있었다. 회원들을 관제데모에 동원하고 자신들 뱃속만 불렸다.” ㄱ씨와 또 다른 ㅇ씨도 “이제 고엽제 쪽 쳐다보기도 싫다”고 말했다.
법 위의 폭력은 전우회원들을 길들이는 무기이기도 했다. 3인방에게 대들거나 비리 의혹을 제기하는 회원들에겐 잔인한 집단폭력을 서슴지 않았다. 태권도 9단이라는 전북도지부장 이아무개씨는 2008년 새벽 전우회원 18명과 구급차 3대에 나눠 타고 전남 곡성으로 출동했다. 모텔에서 잠자던 회원 ㅇ씨를 깨워 야구방망이로 두들겨 12주의 상해를 입혔다. 회원 ㅇ씨는 독단적인 중앙회 운영의 문제점을 제기하던 입바른 회원이었다. 당시 집단폭행에 가담한 도지부장 이씨는 법원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배상환 적폐청산위원장은 “전우회가 검찰·경찰과 가깝고 법에도 밝아 불법을 밥 먹듯 저지르고도 처벌을 잘 피해나갔다”며 “섣불리 비리를 건드렸다가는 거꾸로 약점이 잡혀 감옥에 들어가기 일쑤”라고 말했다. 배 위원장 자신도 3인방과 몸으로 맞서다 두차례 구속을 당했다.
배 위원장은 “전우회의 힘의 원천은 잘못 꿰인 관제데모였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와의 관제데모 결탁 정황은 2017년 초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처음 언급했다. 2014년 6월 당시 조윤선 전 정무수석이 전우회를 동원해 ‘이석기 내란음모 사건 판결’을 비난하는 집회를 열도록 했다는 내용이다. 당시 전우회 직원도 이런 사실을 확인했다.
“조윤선 전 장관과 전우회는 각별한 사이였다. 2015년 전우회의 서초동 회관 건물 매입 때도 정부 보조금 60억원을 받도록 도움을 주었다. 전우회에선 그해 총회에 조 전 장관을 특별히 모셔 감사패를 증정했다. 정무수석 때는 그 아래 허아무개 행정관이 수시로 전우회 사무실을 드나들었다. 관제데모가 많을 때는 한달에 네댓차례 오기도 했다. 회장, 사무총장과도 자주 조찬 모임을 했다.”
“피우진 보훈처 실망감 커져”
많은 전우회원은 박승춘 체제의 국가보훈처를 전우회 비리의 ‘공범’으로 지목한다. 박 전 처장은 이명박 대통령 때인 2011년 2월부터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하던 2017년 5월까지 무려 6년3개월 동안 보훈처장을 역임하며 국가보훈처와 보훈정책을 좌지우지했다. “박 전 처장이 전우회를 관제데모에 앞세우고 그 대가로 수익사업 비리를 용인해준 든든한 권력 배후였다”는 것이 회원들의 주장이다.
피우진 처장 체제의 보훈처는 과거 유산을 뿌리 뽑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수익사업 비리를 막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내놓고 있다. △수익사업 승인의 유효기간(3년) 신설 △보훈단체에 적용되는 투명한 재무회계 기준 마련 △사업정지와 과태료 등 실효성 있는 처벌 규정 마련 등을 약속하고 보훈단체 관련 5개 법 개정에 나섰다. 하지만 보수 정치권과 보훈단체의 반발에 밀려 힘있게 대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독자적으로 비상대책위와 개혁추진위를 꾸린 특수임무유공자회, 상이군경회도 내부 개혁의 시동을 걸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수익사업 전면 철폐, 회장 직선제 도입, 보훈단체의 통폐합과 같은 굵직한 개혁방안을 내놓는다. 개혁 요구가 높은 만큼 “과거 사람들에게 포위돼 있는 피우진 체제”에 대한 실망감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보훈처가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근본적이고 과단성 있는 개혁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대 <한겨레21> 선임기자 koala5@hani.co.kr
도올의 '이승만' 발언 논란 이후, 촬영현장 가봤더니...
<도올아인 오방간다> 마지막회 녹화 현장에서 확인한 '나무'
그러니까, '따옴표 보도'가 문제다. 강연이나 방송 전체를 보지 않고 단순히 논쟁적인 한 두 발언만 꼭 짚어 제목으로 뽑는 기사들은 그 만큼 휘발성이 강하다. 숲은 보지 않고 나무만 보는 격이다. 최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도올' 김용옥 한신대 석좌교수도 방송 상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한 발언이 일부 언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문제가 된 발언은 지난 13일 '완전한 독립을 위하여. 해방과 신탁통치' 편에서 나왔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도올은 "김일성과 이승만은 소련과 미국이 한반도를 분할 통치하기 위해 데려온 자기들의 일종의 퍼핏(puppet), 괴뢰"라며 "(이 전 대통령을) 당연히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소련이야말로 한국을 분할 점령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미국이 분할 점령을 제시한 것에 대해서 소련은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독립시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이었다", "전 국민이 일치단결해 신탁통치에 찬성했으면 분단도 없었을 것" 등의 발언을 이어갔다고 한다.
이 발언을 최초로 "따옴표" 보도한 언론은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가 20일 해당 발언을 보도했고, 이튿날인 보수 성향의 노조인 KBS 공영노동조합이 성명을 냈다.
공영노동조합은 "김용옥씨가 이미 특정 이념과 정파성에 경도된 인물이라고 치더라도 그의 발언을 여과 없이 그대로 내보낸 KBS가 공영방송이 맞느냐"라며 "심의규정이나 제작 가이드라인에 게이트키핑이 작동하는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이 노조는 "(KBS가) 당장 김 씨를 퇴출하고 프로그램 내용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까지 펼쳤다.
이에 대한 KBS 반응은 비범했다. KBS는 "김 교수가 이 전 대통령 뿐만 아니라 김일성 역시 '괴뢰'라고 비판한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방청객 질문 과정에서 4·19혁명으로 퇴진한 고 이 전 대통령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묘지에 안장된 것이 적절하냐는 이야기가 나오자 김 교수가 부적절하다고 답변하면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도올의 발언은 이 전 대통령을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기존 학계의 주장에서 크게 벗어날 것 없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도올은 최근 '제주4·3과 여순민중항쟁'을 집중 조명하는 <우린 너무 몰랐다 해방>이란 신간을 출간 하고 해방 이후 정국에 대한 비판적이고 수정적인 해석과 시각을 설파하는 도중이다.
'나무'만 보고 '숲' 보지 않는 이들
▲도올 김용옥(왼쪽)과 배우 유아인이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타임스퀘어에서 열린 KBS '도올아인 오방간다' 제작발표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3ⓒ 연합뉴스
지난달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우린 너무 몰랐다' 시리즈를 방송한 도올은 같은 달 21일 이런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가 쉽게 얘기해서 전두환 같은 사람만 해도 우리가 저 사람이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 대통령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사람이 누가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상황에서는 5.18 같은 그 사태를 일으키는 거죠. 그런 것처럼 이승만은 여순 옳다. 이 기회에…
그러니까, 그래서 그 짧은 시간에 운동장에다가 모아놓고, 시민들을, 1만 명을 학살해 버리니까. 어린애까지 다 색출해 죽이라고 그랬어요. '이승만의 포고문에 남녀노소 불문하고 어린아동들까지도 다 죽여라.' 포고문에 실제로 있습니다. 이승만의 정확한 언어입니다."
이 같은 시각에서, 전체 12회 방송에서 '해방과 신탁통치'란 주제를 마주한 도올이 방송이라는 이유로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낮추는 것은 어불성설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도올 특유의 화법에서 수반된 "국립묘지에서 파내야 한다"는 표현 자체는 관점에 따라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지만. KBS 공영노조이 주장하는 도올의 '방송 퇴출'은 과하다는 얘기다.
"도올 김용옥과 배우 유아인이 우리나라 근현대사 100년을 재조명하며 과거와 미래를 넘나들고 세대를 뛰어넘으며 소통하고 교감하는 신개념 하이브리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제작진이 소개한 프로그램의 의도다. 아울러 이 방송이 도올의 짤막한 강연에 이어 또 다른 진행자인 배우 유아인, 그리고 방청객들의 문답으로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제작진의 편집이 필수라 하더라도, 더 '센' 견해를, 날카로운 질문을 독려하는 프로그램의 형식 자체가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매력이란 사실 역시 눈여겨 볼 대목이다. 23일 방송되는 <도올아인 오방간다> '제주 4.3항쟁과 여순민중항쟁' 편의 녹화가 진행된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공개홀. 12회로 예정된 방송 마지막 녹화였던 만큼 방청객들로 입추의 여지가 없었던 공개홀은 그러한 도올의 '센' 발언과 쏟아지는 방청객들의 생생한 질문들, 그리고 프로그램 자체의 매력이 살아 숨쉬는 현장이었다.
열강 그리고 열띤 문답으로 뜨거웠던 <도올아인 오방간다> 녹화 현장
▲지식 버라이어티쇼 KBS 1TV '도올아인 오방간다'의 제작발표회가 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한 예식장에서 열렸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3.1운동과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특집 프로그램으로 첫 TV쇼를 도전하는 배우 유아인이 도올, 시청자와 소통하는 형식의 버라이어티쇼이다. 5일 첫 방송.ⓒ KBS
"일제시대보다 해방 후 3년 동안 우리 민중들에게 더 끔찍한 일이 많이 벌어졌어요."
여전히 논쟁적인 소재일 수밖에 없는 제주4.3항쟁과 여순민중항쟁을 개괄하기 위해, 방송 초반 도올은 공을 들여 강연을 이어갔다. 도올은 "왜 제주 인민위원회 조직은 유별나게 강하고 끝까지 버텼는가"를 필두로 1947년 제주 관정덕에서 진행된 3.1절 기념대회 당시 이미 제주에서는 "민주국가를 세우자"거나 "자주통일을 이루자"와 같이 이미 "3.1 혁명 정신"을 외치는 구호들이 등장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었다.
대중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제주4.3이 이 3.1절 기념대회 발포사건으로부터 시작됐음을, 이 3.1 정신을 계승한 운동으로 인해 3만이 넘는 제주도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도올은 이 출발을 놓치지 않았고, 이어 '미군정'의 묵인 하에 1948년 제헌 국회의 헌법 초안에도 없던 계엄령이 제주 전역에 내려졌고, 이후 불법 선거와 초토화 작전과 토벌대에 의한 학살의 역사를 빠르게 정리했다.
열강 또 열강이었다. 도올은 제주4.3항쟁과 그로 인해 촉발된 여순항쟁이 1947년 트루만 독트린 이후 미국과 소련의 냉전시대를 공고히 하는 사건이자, 해방정국에 있어 이승만 정부를 공고히 하는 사건이라 규정했다. 그로부터 자행된 학살을 두고 도올은 "줄지어 유태인들을 가스실로 보냈던 아우슈비츠보다 훨씬 더 잔인한 학살"이라고 설명했다.
강연 전체를 지면으로 다 옮길 수는 없지만, 이런 강연이 KBS를 통해 토요일 오후 전국에 방송된다는 사실은 놀라울 수밖에 없었다. 이어진 유아인과 방청객과의 문답 역시 열띤 '역사와의 대화'로 이어졌다.
제작진은 마치 마지막 회의 열정을 불사르려는 듯, 3시간 반 넘게 진행된 녹화에 거의 개입하지 않았다. '오방신' 이희문도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스승인 이춘희 명창 등과 소리 공연에 나선 이희문은 퓨전을 넘어 '독창성이란 이런 것'을 몸소 실천하는 중이었다. 비록 방송은 50분 정도로 편집되지만, 공연을 준비하는 잠시를 제외하고 강연과 문답 형식의 녹화 현장은 생방송 그대로였다.
제일 놀라운 것은 관객들의 집중도였다. 자칫 피곤할 수 있는 장시간 녹화였지만, 말 그대로 남녀노소 세대를 아우르는 청중들이 도올과의 문답을 그 자체로 즐기고 있었다. 제주 출신이라는 청중부터, 오늘 처음 제주4.3을 알게 됐다는 관객까지, 이들은 도올의 역사 강의를 몸소 체험하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쏟아지는 (자신만의 감상을 포함한) 질문 세례를, 도올과 유아인 역시 즐기고 있었다. 청중과 강연자가 혼연 일체가 되는, 그리하여 역사와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펼쳐내는 방송 녹화 현장이라니. <도올아인 오방간다>를, 도올을 향한 '따옴표 보도'는 이러한 '나무'가 아닌 '숲'을 본다면 분명 나올 수 없거나 재고할 수밖에 없는 기사가 아닐는지.
도올과 유아인, 두 진행자는 녹화 말미 서로에게 맞절하며 감사를 표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는 프로그램 기획부터 두 사람이 적극 참여한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도올을 쏟아지는 박수 세례에 눈물을 훔치기까지 했다. 본인들도 공영방송에서 펼쳐진 전무후무한 '난장' 무대를 기획하고 펼쳐내며 느꼈을 감회가 남달랐을 터다. 앞서 유아인 역시 자신의 부끄러웠던 과거를 고백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다음 달 4일, 제주4.3 평화공원에서는 제주4.3 71주년 추념식을 맞는다. 최근 국방부와 경찰청이 제주4.3 당시 벌어진 학살에 대해 공식 사과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했던 70주년 추념식 이후 4.3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도올아인 오방간다> 마지막 회는 그러한 제주4.3을 향한 국민적 관심을 북돋을 수 있는 의미 있는 방송이 될 듯 싶다. 그러니 부디, 도올의 발언과 관련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이 전 대통령의 유족들은 오늘 방송을 직접 보시기를. '따옴표 보도'를 쏟아냈던 언론 역시도. '나무'가 아닌 '숲'을 보는 것이야말로 '역사와의 대화'의 첫 시작 아니겠는가 [하성태의 사이드뷰] 오마이뉴스
10대그룹 상장사 보유 토지 73조원…1위는 ‘현대차'
24일 재벌닷컴이 자산 상위 10대 그룹 소속 상장사 95개사의 2018회계연도 감사보고서(별도 기준)를 분석한 결과 회사의 업무 및 투자용 토지 장부가액은 73조426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73조6600억원보다 0.3%(2340억원) 줄었다
용도별로 살펴보면 업무용 토지 장부가액이 65조800억원으로 0.4%(2420억원) 늘었고, 투자용 토지 장부가액은 8조3470억원으로 5.4%(4760억원) 감소했다. 재벌닷컴은 "일부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 등을 위해 토지를 처분했고 지난해 크게 오른 공시지가가 아직 반영되지 않아 10대 그룹 상장사의 토지 장부가액이 소폭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사대상 가운데 현대차그룹, SK, LG, 포스코, 농협, 현대중공업 등 6개 그룹은 보유 토지 가액이 증가했다. 반면 삼성, 롯데, GS, 한화 등 4개 그룹은 감소했다.
현대차그룹 보유 토지 가액은 24조5210억원으로 전년 보다 0.1%(340억원) 증가해 1위를 차지했다. 현대차그룹은 10조5000억원에 매입한 삼성동 옛 한전 부지 인수를 마무리하면서 2016년부터 10대 그룹 가운데 최고 땅 부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삼성그룹 토지 가액은 14조4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5.9%(8980억원) 줄었다. 삼성물산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서초 사옥을 매각하는 등 일부 계열사가 토지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3위 롯데그룹은 보유 토지 장부가액이 10조7350억원으로 0.6%(690억원) 감소했다.
기업별로 살펴보면 현대자동차가 10조6310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고, 삼성전자와 롯데쇼핑이 각각 7조8250억원, 7조5340억원으로 2‧3위를 기록했다. 이후 기아차(4조6890억원), 현대제철(3조6590억원), 현대중공업(3조5240억원), 현대모비스(3조5180억원), LG전자(2조3550억원), 삼성생명(2조440억원) 순이다./ 조선비즈 조지원 기자
중산층 따라가면 '학세권' 보인다?…'불안' 파고든 사교육
"학교 공부만 따라가서는 원하는 곳 갈 수 없어요"
<앵커>스카이캐슬이란 드라마가 한동안 떠들썩했을 정도로 사교육, 학원, 여전히 우리 사회에 그림자가 큽니다. 새 아파트가 들어서면 학원들이 쫓아오고 그러면 다시 집값이 따라 오르는 현상까지 벌어집니다. 저희 이슈취재팀이 서울 전체 학원에 정보를 다 모아서 분석을 해 본 결과인데 보시죠.
<기자>저희 이슈취재팀은 서울 4백67개 동, 1만 4천4백여 곳의 학원을 전수조사했습니다.
입시, 보습 학원만 추렸고요, 그다음 1제곱킬로미터당 학원 수, 이른바 학원 밀집도를 동별로 계산했습니다. 결과 보시죠.대치동 2백49곳, 역시 사교육 1번지입니다.
학원가로 유명한 목동과 중계동, 예상대로였고요, 명일동, 삼전동도 10위권 내였습니다.
그런데 생소한 곳이 보였습니다. 내발산동, 대흥동입니다. 이렇게 많을 줄 저희도 몰랐습니다.
현장에서 그 이유를 찾아봤습니다. 지금 보시는 게 내발산동 학원가입니다. 학원가를 쭉 훑고 위로 방향을 틀어서 주변을 보니까 아파트 단지가 둘러싸고 있습니다. 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단지 마곡지구입니다. 여긴 대흥동 학원가입니다. 위로 쭉 올라가 주변을 살펴보니까 최근 개발된 아현뉴타운이 보입니다. 둘 다 최근 10년 새 아파트 단지가 개발된 곳입니다. 새 아파트에 중산층 몰리고 교육열 높아지고 학원가 형성되는 학원가 확산의 전형성이 있었습니다.
[이주현/학원가 부동산 전문가 : 중산층 인구가 동네로 유입되면 처음에 자연스럽게 초등학교 학원가부터 형성되기 시작해요.]
지난해 거래된 서울 아파트 8만여 건도 전수 분석했습니다. 학원 밀집도 10위권 지역의 3.3제곱미터당 거래 가격, 서울 평균보다 24% 높았습니다. 동네에 학원이 많을수록 교육받을 기회도 더 커진다고 보면 그런 기회를 위해서는 주거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하는 겁니다.
아파트 옆에 학원이 늘어나는 현상의 원인을 최재영 기자가 심층 인터뷰를 통해 진단해 보겠습니다. 학원가 부동산 전문가, 유명 입시 컨설턴트, 학원가에 사는 학부모, 거기서 입시를 준비한 대학생을 만나봤습니다.
[학부모/서울 목동 : 학교 공부만 믿고 따라가서는 원하는 곳을 갈 수 없어요.]
학원을 벗어날 수 없는 이유로 정보에 대한 갈증을 공통으로 꼽았습니다. 입시에서 정보가 중요해졌고 정보가 학원을 중심으로 유통됩니다.
[이주현/학원가 부동산 전문가 : 입시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지면서 일선에 있는 정보가 없는 학생들과 정보가 없는 학부모들은 정보의 불균형을 겪을 수밖에 없어요.]
정보 경쟁은 인기강좌 줄서기 경쟁을 불러왔습니다.
[학부모/서울 목동 : 11월은 학원 설명회 다니면서 어느 학원으로 옮기지? 어느 선생님이 괜찮지? (하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이런 경쟁 뒤에는 너무 자주 바뀌는 대입제도가 있습니다. 1945년 대학별 고사부터 시작된 대입제도는 지금까지 큰 틀만 열여덟 차례 바뀌었습니다. 수능은 해마다 바뀌고 난이도도 불수능이다 물수능이다 편차가 큽니다. 학생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생/대치동 학원 출신 : 교육과정 변화는 정말 자주 일어나는 것 같고, 학생들 입장에서는 굉장히 혼란스럽고….]
교육 당국도 불안을 증폭시켰습니다.
[이미애/교육 컨설턴트 : 서울대가 과연 누굴 뽑을까? 특목고는 누굴 뽑을까? 지금은 대치동의 사교육이 유아, 초등학생이에요. 그래서 우리 애들이 키가 안 자라요. 잠도 안 자요. 먹지도 못해요.]
학원 마케팅은 이런 불안을 파고듭니다. "불안하니까 학원의 도움을 받기고 하고….", "불안의 원인이 뭐냐면….", "불안감을 학부모들이 느끼셔서.", "모임 자체를 다녀오면 상처를…."
불안, 이 두 글자로 요약했습니다. 앞서 학원가가 재생산되고 있다는 이경원 기자의 분석은 이 불안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저희 SBS 이슈취재팀은 다음 시간엔 이 불안의 원인과 해소책을 찾아보겠습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원형희, VJ : 정영삼, CG : 조수인) SBS 뉴스
美경제 제재가 유발한 北인권 문제는 왜 침묵하나
'제재' 아닌 '공감'이 핵문제 해결의 첩경
경제 제재에는 지독한 역설이 존재한다. 먼저 제재는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파괴무기(WMD) 저지를 주된 목표로 삼지만 정작 제재 자체가 WMD보다 더 큰 인도적 참사를 야기해왔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라크다. 1990~91년 1차 걸프전 직후부터 2003년 사담 후세인이 축출될 때까지 12년 간 가혹한 경제 제재를 받았던 이라크에서는 매달 5000~6000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약 300만 명 안팎의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WMD 개발에 전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라크가 필수 의약품을 비롯해 생필품 상당 부분을 수입할 수 없었던 것이 주된 요인이었다.
300만 명의 사망자는 역대 모든 WMD로 인한 사망자 숫자보다 훨씬 많은 것이었다. 이를 두고 미국의 정치학자들인 존 뮬러(John Mueller)와 칼 뮬러(Karl Mueller)는 "진정한 대량파괴무기는 바로 경제제재"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두 번째 역설은 인도적 참사에도 불구하고 제재를 문제시하는 목소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핵무기의 가공할 살상 능력에 대한 경각심에 압도된 나머지, 정작 인도적 참사를 야기해온 제재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둔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보통의 상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고문이 나쁘다는 것을 인정한다. 그런데 제재는 '집단이 집단에 가하는 고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보건·위생상의 고통을 가하면서 '잘못을 인정하라. 그리고 두 번 다시 잘못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실천하라. 그러면 살려주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제재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은 정책 결정과 무관한, 그래서 무고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보단 제재가 필요하고 정당하다는 목소리가 압도적으로 더 높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세 번째 역설은 제재를 부과하는 주된 국가들이 다름 아닌 핵무기 보유국들이라는 점이다. 제재 부과 주체는 개별 국가가 되기도 하지만 갈수록 선호되고 있는 방식은 역시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이다. 그런데 안보리에서 사실상 제재 권한을 갖고 있는 상임이사국들은 5대 핵보유국들이기도 하다. 이들 가운데에는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해본 나라도 있다.
이는 제재의 정당성뿐만 아니라 흔히 말하는 효과와도 직결되는 문제이다. 어떤 나라가 핵을 만든다는 이유로 제재를 가하는 나라가 바로 그 핵을 갖고 있다면, 제재를 받는 쪽에선 당연히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제재를 받는 나라는 굴복하기보다는 저항하고 버티기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대북 제재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나는 지난주 미국을 방문해 국무부 관리들을 두루 만났다. 그들은 제재를 통한 압박이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낸 힘이었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러한 믿음은 "대북 제재를 계속 가하면 결국 비핵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심정으로 그들에게 이런 얘기를 들려주었다.
"제재는 일종의 고문입니다. 고문을 당하는 사람이 부당하다고 느낄 때 고통을 감수하면서 저항하는 걸 종종 볼 수 있죠. 북한은 핵무기를 만든다는 이유로 제재를 받아왔죠. 그런데 제재를 가하는 나라들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인데, 5개국 모두 핵보유국들입니다. 북한이 제재를 부당하다고 여길 수밖에 없는 이유죠.
그래서 제재가 효과를 보려면 제재를 완화하고 해제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김정은에게 비핵화가 강요된 굴욕이 아니라 명예로운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북한이 제재 해제를 원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제재 때문에 대화에 나왔다거나 핵을 포기할 것이라는 믿음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고문을 받는 사람이 고문이 중단되기를 간절히 원하지만, 그 고문에 결단코 굴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인 것이다.
지금까지 대북 제재는 두 가지 맥락에서 이뤄져 왔다. 하나는 '당근'으로 불려온 설득이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면 제재를 풀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채찍'으로 불려온 강압이다.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더 심각한 고통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는 게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의 한계는 분명하다.
하여 새로운 접근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것은 바로 '공감'이다. 굳이 심리학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상대방의 언행을 바꿀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바로 '공감'이라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거의 없다. 그런데 유독 북한을 상대로는 이와 같은 검증된 방식을 외면해왔다. 비핵화에 실패해온 가장 본질적인 요인이기도 하다.
이는 거꾸로 비핵화로 가는 첩경이 제재 완화·해제를 통한 북한과의 공감 형성에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 프레시안
TBC ‘시청자평가지수’ 8개 채널 중 1위
JTBC "3년 연속, 채널성과 지수도 1위"… MBC '스트레이트'·SBS '그것이 알고 싶다' 우수프로그램 꼽혀
JTBC가 시청자평가지수(KI) 조사에서 3년 연속 1위를 기록했다.지난 22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키스디)이 공개한 2018년 시청자평가지수 조사결과 JTBC가 지상파 4개 채널(KBS-1TV·2TV, MBC, SBS)과 종합편성채널 4개 채널(TV조선, JTBC, 채널A, MBN) 가운데 가장 높은 KI 지수를 보였다. 2016년 이래 연속 세번째 1위 기록이다.
KI지수는 방송프로그램 만족도(SI)와 질적 우수성(QI) 평가 결과를 합산한 뒤 평균을 낸 값이다. 키스디는 지난해 분기마다 5회씩, 한 번에 24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실시했다. 응답 패널은 총 4만8000여명이다. 키스디는 시청자 의견이 방송정책 수립에 반영되도록 해마다 8개 채널 모든 방송프로그램의 질적 평가를 조사하고 있다.
JTBC는 KI지수 7.41를 기록해 1위에 올랐다. KBS 1TV는 7.29로 JTBC 뒤를 이었고 SBS 7.16으로 세번째로 높은 값을 보였다. 나머지는 MBC(7.13), 채널A(7.08), KBS 2TV(7.06), MBN(7.02), TV조선(7.00) 순으로 나타났다.
JTBC는 방송프로그램 만족도(SI) 7.48, 질적 우수성(QI) 7.34로 시청자평가지수(KI) 7.41을 각각 기록했다.
JTBC는 흥미성, 다양성, 창의성, 신뢰성, 유익성, 공정성, 공익성 등 7개 항목으로 나뉜 채널성과지수에서도 전 항목에서 1위로 평가받으며 평균 3.75점을 얻었다. 채널성과지수는 KI 지수의 보조 지표로 활용하기 위한 추가 조사 항목이다.
응답 패널들이 꼽은 JTBC 우수방송프로그램은 분기별로 뉴스룸(1·2분기), 드라마 라이프(3분기), 예능프로그램 차이나는 클라스(4분기)가 꼽혔다.
MBC는 시사교양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SBS는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전 분기 우수방송프로그램으로 조사됐다. KBS 1TV는 △공사창립특집 2부작 다큐멘터리 ‘가야’ △역사저널 그날 △독립의 노래, 그곳에 여성이 있었다 △역사저널 그날 등 순으로 나타났다. KBS 2TV는 △다큐멘터리 3일 △유희열의 스케치북 △추적60분 △대화의 희열 순이었다.
종편은 예능프로그램이 우세했다. 채널A 우수프로그램은 1분기 뉴스 TOP10을 시작으로 △TV주치의 닥터지바고 △나는 몸신이다 △미래건강 예측게임 골든사인이 순서대로 뽑혔다. MBN은 △알토란 △채잇아웃 책장을 보고싶어 △나는 자연인이다(3·4분기) 순이었다. TV조선은 △박종인의 땅의 역사 △특집다큐 ‘4차 산업혁명이 온다’ 2부 △살림9단의 만물상 △야생의 왕국으로 조사됐다.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핵심 인물 관계도로 본 ‘장자연 사건’
고인과 만난 방용훈·방정오·박문덕, 권재진·임우재도 수사 피해… 문건 작성 의혹에 이미숙·송선미
지난 2009년 3월7일 신인배우였던 고(故) 장자연씨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이 지났지만 이른바 ‘장자연 리스트’ 사건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 사건을 재조사 중인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대검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을 오는 5월 말까지 2개월 연장했지만, 관련자가 많고 공소시효도 대부분 지나 수사 전환 역시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오늘은 장자연씨를 둘러싼 관련자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 사건의 핵심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도록 인물 관계도를 구성했다. 당시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았던 인물 중 장자연 문건 작성에 깊숙이 연루된 이들과, 장씨의 자필 문건에 등장하거나 실제 만난 것으로 확인된 인물이지만 제대로 수사받지 않고 법망을 피해갔던 사람들이다. -편집자 주
장씨의 소속사 김종승 전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장씨에 대한 폭행 혐의만이 인정돼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 형을 받았다. 더컨텐츠 총괄매니저 출신으로 이후 별도의 소속사(호야스포테인먼트)를 차린 유장호 전 대표는 2009년 2월28일 자신의 사무실에 장씨를 불러 자필 문건을 쓰도록 제안했다.
▲ 한눈에 보는 장자연 사건 인물관계도. 구성·그래픽=강성원·이우림 기자. 사진=TV조선·ⓒ연합뉴스
당시 유장호 대표 소속사에는 유명 배우 이미숙·송선미씨가 있었는데 이들은 김종승 대표 소속사에서 나와 김 대표와 법적 소송을 하거나 준비하고 있었다. 유 대표는 장씨와 많은 술자리에 함께 나가며 가깝게 지냈던 동료배우 윤지오씨와도 연락을 자주 주고받았고, 장씨가 남긴 문건을 ‘유서’라고 하면서 언론에 진실을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그 역시 장씨의 사망 의혹과는 무관하게 김 대표에 대한 모욕죄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장씨가 쓴 문건에는 ‘김 대표에게 조선일보 방 사장과 잠자리를 요구받았고, 조선일보 방 사장 아들에게 술 접대를 했다’는 내용이 적시돼 있었다. 수사 결과 실제 장씨와 만난 것으로 확인된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인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이었으며, ‘방 사장 아들’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였다. 이들 모두 장씨와 한 번 식사나 술자리를 함께했을 뿐 그 전후로 장씨와 연락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대검 진상조사단은 이들이 장씨와 여러 차례 만났다는 증언을 확보하고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 2009년 2월28일 고(故) 장자연씨가 남긴 자필 문건 ‘배우 장자연의 종합적인 피해 사례입니다’ 중 일부.
특히 2008년 있었던 술자리에는 박문덕 하이트진로 회장과 권재진 전 법무부 장관(당시 대검 차장)도 장씨와 함께 술자리 있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이 일었다. 박 회장은 실제 장씨에게 ‘김밥을 잘 만든다’며 김밥값으로 100만원권 수표 10장을 준 것으로 조사됐지만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권 전 장관은 방용훈 사장과 가까운 관계로 검찰 수사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이들과 별도로 장씨와 35차례나 연락하고 만난 것으로 대검 조사단이 확인한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도 2009년 수사 때는 전혀 거론되지 않은 인물이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위였다가 현재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혼 소송 중인 그는 여전히 조사단 소환에 응하지 않고 있다.
장씨 동료배우 윤지오씨가 장씨에게 강제추행한 가해자로 지목한 조아무개 조선일보 전직 기자는 지난해 과거사위 권고로 검찰 재수사 이후 불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2009년 수사 당시 조씨를 조사한 경찰 관계자는 “그의 부인이 검사라서 수사가 어려웠다”고 말했다. 장자연 사건을 담당했던 김형준 전 성남지청 부장검사도 대검 조사에서 “조씨의 아내가 검사니 잘 부탁한다”는 검찰 내부의 청탁이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순 옭아맨 도시재생의 덫
박원순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이 일부 성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도시재생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공’은 덤불 속에 가려지고 ‘과’만 부각된다. 왜 그럴까?
축구 경기에서 결정적인 득점 찬스에 골을 넣지 못하면 오히려 역습을 당해 실점하는 경우가 있다. 지금 박원순 서울시장이 그런 상황이다. 도시재생이라는 결정적인 득점 찬스를 살리지 못하고 오히려 공격당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이 야기한 목포발 도시재생 이슈의 유탄을 맞는 형국이다.
도시재생의 대척점에는 전면 재개발이 있다. 전면 재개발의 정점에 있던 사람이 이명박 시장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 시절 추진했던 뉴타운 사업은 대표적인 전면 재개발이다. 뉴타운 사업은 여러 문제점을 노출했다. 박 시장은 이명박 시장이 야기한 뉴타운 문제를 해결하고 대안으로 도시재생을 내세웠다.
그는 도시재생이라는 대서사의 주인공으로 손색없는 자격을 가지고 있다. 서울시장이 되기 전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시절 그가 고민했던 주된 주제가 도시재생이다. 시장이 된 뒤에도 전면 재개발을 지양하고 도시재생을 도시 계획의 중심에 내세웠다. 3선에 성공한 뒤에도 진희선 도시재생본부장을 행정2부시장으로 승진시키며 도시재생에 변함없는 의지를 보여주었다.
ⓒ연합뉴스1월28일 세운상가 재생사업 ‘다시·세운 프로젝트’의 1단계 공공선도사업 착수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앞줄 오른쪽 두 번째).
너무 쉽게 ‘전면 재검토’ 발표해 탈
박 시장은 1기 때 이명박 시장의 ‘공’이 아니라 ‘과’로 판명 난 뉴타운 사업의 뒷마무리에 치중했다. 창신·숭의 지역의 경우 뉴타운 사업을 철회하고 ‘서울형 도시재생 1호’ 지역으로 선정했다. 박원순식 도시재생 모형이 의미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개발 시대의 마지막 주자가 이명박이라면 재생 시대를 새롭게 연 이는 박원순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박 시장이 공격당하는 주된 내용이 바로 도시재생이다. 최근 사례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구역 일부가 재개발을 위해 철거되면서 양미옥, 을지면옥 같은 노포(대대로 물려 내려온 점포)가 사라진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론이 들끓었다. 박 시장은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가 이곳의 재개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합의안을 갑자기 뒤집어 혼란을 초래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이 논란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일단 이 논란은 도시재생이 아니라 재개발 사업에 대한 것이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계획은 전임 오세훈 시장 시절인 2009년 결정되었다. 2014년 박 시장은 이 재정비촉진 계획을 변경해서 확정했다. 이 구역 도시재생의 핵심인 세운상가 건물군을 유지하고 도시재생 방식을 도입한다는 것이었다. 대신 세운상가 건물군 양쪽 8개 구역은 원안대로 재개발 방식을 따르게 했다.
ⓒ시사IN 이명익 1월17일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 회원들이 청계천·을지로 일대 재개발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행진하고 있다.
최근 박 시장의 재개발 사업 전면 재검토 지시는 반대 측의 반발을 불러왔다. 재개발 사업 계획은 서울시가 세우지만 사업시행 인가나 관리처분은 자치구가 관할한다. 서울시가 전면 재검토 발표를 하자 ‘지주공동사업추진위원회’ 등 재개발에 찬성하는 토지 소유주들은 서울시가 법적 근거 없이 사업 추진을 방해한다며 크게 반발했다.
원래 박 시장이 주목하고 공을 들인 곳은 논란이 된 재개발 구역이 아니라 세운상가 건물군의 도시재생 구역이다. 이곳에 도시재생을 위한 중간 지원기관을 두고 세운상가 건물군에 있는 소상공인들을 심층 면접했다. 그런 과정을 거친 뒤 역사성을 살린 ‘다시 세운’ 프로젝트는 도시재생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노포 철거 논란으로 박 시장은 세 가지 손해를 보았다. 첫째, 무분별한 재건축을 도모하는 시장으로 낙인찍혔다. 둘째, 세운상가 건물군의 도시재생 성과가 묻히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기존 정책을 너무 쉽게 뒤집는다는 이미지를 남겼다. 지난해 여의도와 용산 재개발 계획을 발표했을 때도 국토교통부와 갈등을 빚고 재검토를 발표한 바 있다. 광화문광장 설계안을 발표할 때도 비슷한 양상으로 논란이 일었다. 차도로 둘러싸여 광장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광화문광장을 새롭게 바꾸기 위해 설계안을 공모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선정된 공모안은 세종대왕 동상과 이순신 장군 동상 위치를 옮기는 것이어서 문제가 되었다. 행정안전부(행안부) 안마당을 공원화한다는 설계안 내용이 알려지면서 행안부와도 갈등을 빚었는데 이는 차기 대권주자들끼리의 힘겨루기로 비쳤다(<시사IN> 제596호 ‘광화문광장을 어찌 하오리까’ 기사 참조). 박 시장이 도모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가치나 의미로 전달되는 게 아니라 논란 위주로 전파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시사IN 고재열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박원순 개인전’에 출품된 차지량 작가의 작품.
비슷한 논란이 몇 차례 반복되면서 이제 이슈가 생기면 ‘박원순 시장이 또?’라는 식의 언론 보도도 나온다. 기자들이 박 시장의 ‘사고 사례’에 주목하면서 흥미로운 에피소드도 있다. 3월8일 최황, 오세린, 차지량 등의 젊은 작가로 구성된 프로젝트팀 ‘서울-사람’이 을지로 상업화랑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의 임기 중 벌어진 도시재생 사업과 재개발 사업의 문제들을 토대로 한국 사회와 서울의 현주소를 조명하는 기획전을 열었다. 개막 하루 전 언론에 소개하는 오픈 행사를 했는데 오세린 작가는 “기자들이 예닐곱 명 왔는데 전부 사회부와 정치부 기자여서 놀랐다. 문화부 기자는 한 명도 없었다. 기자들도 우리 전시를 보고 놀랐다. 우리 전시회가 대놓고 비판적인 전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조금 실망하는 눈치였다”라고 말했다.
서울혁신파크 지켜낸 박원순의 뚝심
스스로를 ‘박원순 작가의 어시스턴트’로 규정한 작가들은 60대 중반의 ‘박원순 작가’가 인사동에서 전시를 하는 것으로 상황을 설정하고 각자 어시스턴트 시각에서 서울시의 도시재생과 재개발에 대한 생각을 표현했다. 이 전시회를 처음 제안한 최황 작가는 “박원순 시장의 대책에는 본질이 사라졌다. 양미옥이나 을지면옥이 문제가 아니라 영세 상공업자들이 무너진다. 이 지역의 산업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는데 처방전은 본질에서 벗어나 있다”라고 지적했다.
분노나 조롱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작가들은 박 시장의 얼굴을 직접 사용하지 않았다. 질문을 던졌다. 박 시장에게 소통하자는 제스처를 보낸 셈이다. 작가들은 전시회 마지막 날인 3월23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두고 박 시장을 초대했다.
도시재생이 전면 재개발의 대안으로 떠오른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도시재생을 도시 계획의 중심에 두고 있다. 건축가들도 이제 도시에 랜드마크 건물을 설계하기보다 건물의 역사성을 어떻게 살려 재생시키느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도시재생에 방점을 찍고 ‘도시재생 뉴딜정책’을 발표했다. 5년 동안 50조원을 투입해 전국 500여 곳의 구도심과 노후 주거지를 개선하겠다는 정책이다(<시사IN> 제539호 ‘한국판 말뫼는 어디가 될까?’ 기사 참조).
그런데 손혜원 의원의 목포 원도심 건물 매입 논란으로 도시재생에 의혹이 제기되었다. 도시재생은 그동안 전면 재개발에 대한 대안으로, 현장의 활동가들은 도시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찾는 운동가로 간주되었다. 하지만 손 의원 논란 이후 도시재생을 보는 시선이 냉정해졌다. 도시재생은 전면 재개발과 차별화되지 못하고 변주된 형태로 받아들여지며 다양한 비판을 듣고 있다. 도시재생 활동가들에 대한 시선도 이제 운동가로 봐주는 게 아니라 개발 정보를 가진 사람들로 의심 어린 눈초리로 보게 되었다.
서울의 도시재생은 지방보다 더 어렵다. 서울과 지방 도시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난다. 지방의 도시재생은 대부분 원도심 활성화와 재래시장 활성화 두 축으로 구성된다. 지방의 도시재생은 단순히 활성화만 해도 성과로 인정받지만 서울에서는 그것에 더해 결과물의 세련미까지 요구된다. 골목을 살린다며 안이하게 벽화 사업을 하면 비판받기 일쑤다. 게다가 박원순 시장은 시민사회와의 협치, 거버넌스를 중요시하기에 서울시 도시재생에는 관련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느라 시간도 오래 걸린다. ‘옥인동 역사문화마을’의 경우 사업을 결정하기까지 주민들과 협의하는 데만 7년이 소요되었다. 전면 재개발을 원하는 주민과 역사문화마을로 재생하자는 갈등이 컸는데 이를 조율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했다. 이해 당사자와 40여 회의 심층 면담과 15차례 갈등조정 간담회를 통해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도시재생은 전면 재개발에 비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래 걸린다. 도시재생의 핵심은 새로운 사회 생태계의 구축이기 때문이다. 반면 그 부작용은 빠르고 선명하게 나타난다. 눈높이는 한껏 높여놓았는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 부작용이 먼저 부각되어 문제 있는 사업으로 인식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다. 도시재생의 성과가 나올 무렵 젠트리피케이션도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민이 한꺼번에 쫓겨나면 재개발, 한 명씩 쫓겨나면 도시재생이냐’는 불만이 나온다. 한 서울시 간부는 “요즘은 ‘관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그냥 두었어도 도시재생이 자연스럽게 될 곳이었는데 서울시가 나서 지원하면서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만 부추겼다는 의미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도시재생 성과가 나타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하다. 그 전에는 플랫폼을 구축해주고 생태계가 활성화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주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은 무던하게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은평구 녹번동의 서울혁신파크다. 국립보건원 질병관리본부가 이전하고 남은 부지에 서울시는 청년허브와 청년청, 사회적경제지원센터, 마을공동체종합지원센터 등 혁신 그룹을 배치했다.
외부에서 보면 단체의 성격도 모호하고 활동도 그렇고 성과도 불분명하다. 스타성이 있는 몇몇 단체를 부각해 혁신파크를 알릴 수도 있겠지만 묵묵히 기다린다. 이렇게 박 시장이 신념을 가지고 몇 년 동안 버텨준 덕에 서울혁신파크가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어렵게 구축된 생태계는 시민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고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만 공유된다. 시민들은 오히려 대형 재개발 계획에 솔깃해한다.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에는 이 부지에 초고층 빌딩을 지어 강북의 코엑스로 만들고 마이스 산업(MICE, 회의·전시·컨벤션 등 행사 관련 산업)의 성지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여전히 선거 때마다 다른 후보들은 이곳을 이런 식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울혁신파크는 시장이 바뀌면 언제든지 허물어질 수 있는 허약한 생태계인 셈이다.
‘재개발의 아이콘’으로 비판받는 아이러니
세운상가도 마찬가지다. 서울시의 적극적인 도시재생 사업은 예술가와 디자이너 그리고 청년 기술자들이 이곳에 입주하도록 이끌었다. ‘을지로 하와이’ 같은 예술가 작업실이 등장했고 ‘청계 체육대회’ 같은 자발적 전시회도 열렸다. 세운상가 건물군을 중심으로 을지로 일대에는 예술가들이 차린 카페나 바가 많아 ‘인스타그램 성지’로 불리기도 한다. 이렇게 예술가들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지고 있는 곳에서 박 시장이 ‘재개발의 아이콘’이 되어 비판받는 현실은 아이러니다.
도시재생에 대한 박원순 시장의 비전은 선명해 보인다. 3기 시정에서도 ‘지속 가능한 미래도시’와 ‘기억과 역사를 담은 도시’라는 구호를 내걸고 도시재생을 시정의 중심에 두었다. 문제는 이 비전이 서울혁신파크 사례처럼 서울시민과 공유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리더의 비전이 공유되지 못했기 때문에 리더의 행위도 맥락을 형성하지 못한다. 구도심 활성화와 골목시장 활성화를 거쳐 도시재생은 주거재생에서 마무리된다. 이 일환으로 지난해 여름 박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 옥탑방에서 한 달 살기를 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미지근했다. 사실 박 시장의 현장 행정은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맥락이 있다. 시민단체에 있을 때도 그는 이런 현장 답사를 중시했다. 박 시장의 현장 답사를 따라가본 기자들은 대부분 손사래를 친다. 일정이 너무나 빽빽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전시성 행정으로 비칠 수 있다. 부정적인 여론 때문인지 겨울에 금천구의 옥탑방에서 한 달 살기를 하겠다던 계획은 연기했다.
도시재생 전문가들은 도시재생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사업과 함께 주민 참여형 소규모 사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시재생에는 이런 섬세함이 요구되는데, 박 시장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통해 이런 소통을 꾸준히 해왔다. 도시재생을 위한 하드웨어 사업과 함께 소프트웨어 사업도 진행한 셈이다. 도시재생의 중간 지원기관인 도시재생센터를 곳곳에 만들어 서울형 도시재생의 매뉴얼도 정립하고 문화적 도시재생 등 새로운 도시재생 방식도 개선하고 있다.
서울역 고가를 보행로로 바꾼 서울로7017이나 석유 비축기지 탱크를 문화 시설로 바꾼 마포의 문화비축기지 등에서 박 시장의 도시재생 정책의 일부 성과를 볼 수 있다. 이 시설을 바꾸는 과정과 이후 운영하는 방식에서 도시재생의 전범이 만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도시재생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은 깊은 덤불 속에 가려져 있고 ‘과’만 부각된다. ‘박원순식 도시재생’은 오직 오류를 통해 시민들에게 알려질 뿐이다. 정치는 사실의 게임이 아니라 사실에 대한 인식의 게임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 인식의 게임에서 박 시장은 연전연패하고 있다. 시민들과 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해서 도시재생의 비전을 나누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고재열 기자 scoop@sisain.co.
지구촌 오늘(190327)-브라질, 끝없는 구직헹렬
브라질 상파울루 시내에서 26일(현지시간) 실업자들이 취업박람회에 참여하기 위해 긴 줄을 서 있다.브라질 민간 연구기관인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FGV)은 브라질 경제의 2011∼2020년 평균성장률이 평균 0.9%에 그쳐 1901년 이후 120년 만에 가장 저조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고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AP 연합뉴스
'낙마 0순위', 한국당은 김연철, 여론은 최정호
진통 겪는 2기 내각 구성, 남은 관건은 '文心'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사흘 간의 인사청문회가 27일 마무리됐다. 총 7명의 장관 후보자들이 검증대에 섰다. 문재인 정부 2기 내각을 이끌어갈 적임자라고 청와대가 고른 사람들이다.
청문회를 거치며 긍정보다는 부정적 평가가 많이 제기됐다. 명백한 도덕적 결함에 이렇다 할 해명조차 못하고 연신 고개를 숙인 후보자들이 다수다. 청문회를 진행한 상임위 곳곳에서 청문보고서 채택이 삐걱거리고 있다.
자유한국당은 '낙마 0순위'로 김연철 통일부장관 후보자를 겨냥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7일 "북한 통일전선부장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며 김 후보자에 대한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앞서 청문회장에서도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소속 청문위원들로부터 "친북주의자"(김무성), "북한 대변인"(정병국)이라는 비난이 나왔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최재성 의원은 "한 방이 없었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 결부시켜 '색깔론'으로 몰아붙이는 예정된 수순 외에, 인사청문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결정적 낙마 사유는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김 후보자가 과거 SNS에 남긴 거친 표현들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 후보자 본인도 "깊이 반성한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공직 수행에 적합한 업무능력과 자질을 검증하는 인사청문 제도의 취지에 비쳐볼 때,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방향성을 같이 하는 정책적 소신을 낙마 사유로 들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다.
언론과 여론의 타깃은 한국당과 달라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부정적 평가가 지배적이다. 거의 모든 언론이 3주택 보유자로서 20여 억 원에 달하는 시세차익을 올린 '부동산 달인'에게 부동산 정책을 맡겨도 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경실련은 "부동산 투기로 자산을 불리고 편법으로 증여하는 등 후보자는 실수요자로 볼 수 없는 행동을 수십년 관료 생활동안 해 왔다"며 "이런 자를 장관으로 임명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 정상화, 불평등한 공시가격 개선, 소비자 중심의 주택정책 등 국민 다수가 원하는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민변도 "집 한 채 마련하기도 어려운 서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최 후보자의 다주택 보유 이력은 부러움을 넘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주택 정책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했다. 문성혁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가 고위공직자 발탁 기준으로 제시한 '7대 원칙'에 어긋난다. 2005년 7월 이후 2회 이상 위장전입을 한 사람은 발탁하지 않겠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인사검증 기준선이다. 문 후보자는 2006년 3차례 위장전입을 했고 청문회에서 이를 시인했다.
한국당은 김연철, 최정호 후보자 외에도 1987년부터 2004년까지 6차례 주소지를 변경하고 이 중 4차례의 위장전입 사실을 시인한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도 부정적인 기류다. 자칫 7명 후보자 전원에 대한 보고서 채택이 무산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야당은 최정호, 문성혁, 박양우 후보자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재산 축적 과정을 둘러싼 각종 편법, 탈법, 불법에 국민은 배신감과 박탈감을 느낀다"며 "그렇게 사람이 없나. 촛불정신에 대한 모욕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남은 관건은 문 대통령이 7명의 후보자들 가운데, 명백한 흠결이 드러난 이들까지 끌어안을지 여부다. 인사 실패 사례로 기록되는 지명 철회나 자진 사퇴에 모든 대통령이 보수적이다. 청와대 검증 시스템까지 문제시 될 수 있어 방어력을 최대한 집중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국회가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아도 대통령이 인사를 강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회 동의 없는 임명 강행에는 야당과의 갈등, 정부에 대한 여론 악화가 뒤따른다. 이미 문재인 정부에서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7명이다.
박지원 의원은 "(4.3 보궐선거 등) 정치적 현안이 많아 대통령은 (7명 모두) 임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민주당 일각에서조차 7명을 모두 살리기엔 무리라는 의견이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런 언급이 없는 청와대는 당분간 국회 상황과 여론 동향을 살필 것으로 전망된다. 프레시안 임경구 기자
'추경의 관례화' … 5년 연속 편성하나
여당 공식 요구, 정부 "검토"
재정건전성·효율성 논란
추가경정예산 편성이 관례화되고 있다. 특별한 경우에만 편성토록 국가재정법으로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지만 올해도 추경 편성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여당이 공식 요청했고 정부는 '4월까지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올해도 추경이 편성되면 박근혜정부부터 '5년 연속' 이뤄지는 것으로 국가재정법의 엄격한 추경편성요건이 무력화되고 국가 예산의 효율적 사용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에서 여당 정책위 의장인 조정식 의원은 "경제활력 대책과 양극화 해소, 사회안전망 확충 등의 목표를 달성하는 추경 편성이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여당 정책위 수장이 미세먼지 이외에 경기부양용 추경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기재위 간사인 여당 김정우 의원도 "(추경편성을)하려면 빨리 해야 한다. 그래야 국민과 대외적으로 안정적인 신호를 줄 수 있다"면서 "늦어도 4월에는 추경안을 국회에 제출해야 한다"고 다그쳤다. 이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경과 관련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다"면서 "가능한 속도를 내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미세먼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검토한 결과 기존 예산으로 하기에는 한계가 있어서 추경을 검토 중"이라며 "규모는 조단위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세먼지 추경이 필요 없더라도 별도로 경기대응 추경을 할 것이냐는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긍정적으로 답해 추경의 불가피성을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문재인 대통령의 추경편성 검토 지시에 이어 여당차원의 공식적인 추경 요구가 나오면서 추경편성은 기정사실화되됐으며 그 규모도 10조원 내외의 작지 않은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국가재정법에서 제시한 추경편성 기준에 대한 문제제기와 함께 추경의 관례화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작지 않다. 추경호 의원은 "경제지표가 견조한 흐름을 보인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갑자기 경기대응 추경을 하겠다는 것은 국가재정법의 요건과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홍남기 부총리는 "대내외 여건이 좋지 않고 고용도 심각하다"고 답했다.
정부와 여당이 추경편성을 강행하기 위해 엄격한 추경편성 요건을 끼워맞추기식으로 해석할 경우 국가재정법이 무력화되면서 재정건전성과 재정지출 효율성이 모두 악화될 가능성을 높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2007년부터 적용된 '강화한 추경편성 기준'은 금융위기로 2008년, 2009년에 각각 한번씩 추경을 편성했을뿐 2012년까지 3년 연속 추경편성이 없었다.
그러나 박근혜정부의 '세수부족현상'으로 2013년에 이어 2015년과 2016년 연거푸 추경을 편성하더니 문재인정부 들어서도 초과세수 등의 이유로 집권 3년 내내 추경편성이 이뤄질 전망이다.
기획예산처 장관 출신의 '경제통'인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는 "추경은 예외적인 경우엔 이뤄지는 것으로 상시화 관례화되는 것은 재정건전성 등을 고려할 때 적절하지 않다"면서 "특히 세수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대규모 초과세수가 발생, 추경을 편성하면 중요하지 않은 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심사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재정의 효율성도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김원봉의 월북 이유, 나경원은 알고 있을까
피우진 보훈처장, 김원봉 서훈 가능성 언급에
나경원 “김원봉은 반대한민국 공산주의자” 규정
의열단장·임시정부 군무부장 지낸 김원봉
해방된 조국서 친일경찰 노덕술에 체포 수모
여운형 등 암살 잇따르자 위협 느껴 월북
반민특위 등 친일청산 제대로 이뤄졌다면
대한민국 정부수립 기여했을 것이란 평가도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7일 피우진 보훈처장이 북한 국가검열상을 지낸 약산 김원봉에 대해 서훈 수여 가능성을 언급한 것을 두고 “좌파이념 독버섯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정통성을 갉아먹고 있다”고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열린 당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원봉을 “반대한민국 공산주의자”, “뼛속까지 북한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며 “(서훈 수여는) 결국 6·25 전쟁 남침을 주도하고 국토를 폐허로 만든 자를 국가 영웅으로 치켜세우고 기리겠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나 원내대표의 발언을 두고선 반쪽짜리 역사 인식에 기반해 국민을 편 가르는 이념 공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나 원내대표의 언급처럼 김원봉은 해방 이후 월북해 북한 고위직을 지낸 게 사실이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의 발언에는 김원봉의 월북 경위나 그가 벌인 항일 독립운동에 대한 합당한 평가는 쏙 빠져 있다.
김원봉은 일제 강점기 ‘조선의용대’를 창설하고 ‘의열단’을 꾸려 폭탄 투척과 요인 암살 등의 항일투쟁을 지휘한 대표적 독립운동가다. <암살> <밀정> 같은 영화 등을 통해 ‘의열단 단장’으로 잘 알려지긴 했지만, 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군무부장과 광복군 부사령관, 임시정부의 마지막 국무위원을 지낸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월북한 것은 나 원내대표의 말처럼 “뼛속까지 북한 공산주의자”였기 때문은 아니었던 것 같다.
학계에선 오히려 김원봉이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는 평이 많다. 김원봉이 월북하게 된 건, 해방 직후 돌아온 조국에서 친일경찰 노덕술에게 체포되는 등 수모를 겪은 것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노덕술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혹독하게 다룬 친일경찰로 악명이 높았다. 해방 뒤 다시 경찰 간부가 돼 나타난 그는 친일파 청산을 외치는 김원봉을 체포하고 고문했다. 당시 김원봉이 “조국 해방을 위해 일본 놈과 싸울 때도 이런 수모를 당한 일이 없는데 해방된 조국에서 악질 친일파 경찰 손에 의해 수갑을 차다니 이럴 수가 있냐”며 사흘 밤낮을 통곡했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학계에는 해방 이후 돌아온 조국에서 친일파로부터 수모를 겪은 데다 당시의 복잡한 정치 지형 속에서 여운형 등 독립운동가들이 잇따라 암살되자, 김원봉 역시 생명에 위협을 느껴 월북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북한으로 간 뒤의 삶도 순탄치 않았다. 의열단 단장으로 항일운동을 이끈 지도자인 만큼, 김일성도 그를 홀대하진 못했다. 정부수립 당시 초대 국가검열상을 맡겼지만, 김일성은 1950년대 중반 라이벌인 그를 숙청했다.
이런 이유로 해방 후 친일파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고, 나 원내대표가 비난한 반민특위 등의 과거 청산 작업이 순탄하게 진행됐다면, 김원봉처럼 남쪽이 고향인 민족주의자들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를 했으면 했지, 북으로 넘어가는 일은 없었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이날 나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원내대표-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김원봉 서훈 문제 등을 언급하며 “이 나라 자유민주주의 정체성의 뿌리를 뽑아 버리고 좌파독재이념의 뿌리를 심겠다는, 말 그대로 셀프적화”라며 이념 공세를 폈다. 지난 14일 “해방 뒤 ‘반민특위’로 인해서 국민이 분열됐던 것을 기억하느냐’던 발언의 연장선에 있다.
나 원내대표의 이런 발언에 대해 정치권에선 “왜곡된 역사인식이 심각한 수준”이란 반응이 나왔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 브리핑에서 나 원내대표가 항일무장투쟁을 이끈 주역인 김원봉을 ‘뼛속까지 공산주의자’라고 규정하며 서훈 추진에 반발한 것에 대해 “친일파를 제때 청산하지 못한 역사의 비극적 단면”이라고 논평했다.
이 대변인은 “앞서 반민특위를 폄훼해 독립유공자들의 반발과 국민의 공분을 샀던 나 (원내)대표가 친일청산을 부르짖던 독립운동가를 비난하고 나서며 색깔론을 들먹이고 있다”며 “독립운동과 친일청산 노력을 색깔론 정쟁으로 폄훼하는 것을 더 이상 용납할 국민은 없다”고 비판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세계 ‘행복 불평등’ 심화…주범은 국내 불평등
전세계적으로 행복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은 국가간 불평등이 아닌 국가내 불평등 심화라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넘어 좀더 포괄적인 행복 불평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유엔의 주문이다.
세계 행복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픽사베이
2019 유엔 세계 행복보고서 발표
정부, 소득 분배 넘어 행복 관리 나서야
전세계적으로 행복 불평등이 확대되고 있으며, 그 주된 원인은 국가간 불평등이 아닌 국가내 불평등 심화라는 유엔 보고서가 나왔다. 따라서 각국 정부는 소득 불평등을 넘어 좀더 포괄적인 행복 불평등 관리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유엔의 주문이다.
유엔 자문기구인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는 3월20일(현지시간) 전세계 156개국의 행복지수를 평가한 ‘2019 세계 행복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유엔 행복보고서는 이번이 7번째로, 올해의 순위는 2016~2018년 자료를 합산해 매겼다.
유엔 행복지수는 갤럽의 월드폴 조사 결과를 기반으로 산출한다. 이는 각 나라별로 1000명을 골라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0~10점 중에서 선택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1인당 국내총생산(구매력 기준 GDP), 건강 기대수명(세계보건기구), 사회적 지지, 선택의 자유, 아량, 부정부패 등 6가지 변수와 행복의 관계를 덧붙여 평가 자료로 삼는다. 사회적 지지는 곤란에 처했을 때 언제든 도움을 청할 친구나 친지가 있는지, 자유는 자신의 삶에 대한 선택의 자유 정도에 만족하는지, 아량(generosity)은 지난달에 기부금을 낸 경험이 있는지, 부정부패는 정부와 기업을 통틀어 부패가 만연해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물어 평가한다. 보고서는 6가지 변수 중 1인당 지디피와 사회적 지지, 건강 기대수명의 행복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고 밝혔다.
자료=유엔 세계행복보고서(2019)
서유럽, 북미 불평등 낮고 사하라이남과 중남미 높아
보고서는 “2005년 이후 삶의 만족도 조사 결과 추이를 보면 국가내 행복 불평등은 커지고 있으나 국가간 행복 불평등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며 “이는 세계 행복 불평등의 확대가 국가간 불평등이 아닌 국가내 불평등에서 비롯됐음을 뜻한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 말하는 행복 불평등은 사회 구성원들이 매긴 삶의 만족도 점수의 표준편차의 정도를 뜻한다. 서유럽, 북미, 오세아니아, 남아시아에서 행복 불평등이 가장 낮았다. 반면 중남미, 사하라이남 아프리카, 중동, 북아프리카는 행복 불평등이 가장 높은 지역이었다.
부탄의 어린이들. 픽사베이
부탄, 행복 평등 1위…한국, 96위로 행복 불평등 심해
올해 조사에선 나라별 행복 불평등 정도를 따로 발표하진 않았다. 대신 유엔이 2016년에 매긴 것을 보면, 행복 평등도가 가장 높은 나라는 부탄이다. 가난하면서도 행복한 나라로 알려진 부탄은 올해 조사에서 전체 행복지수는 95위로 낮았지만 행복 평등도(2012~2015년 평균)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이는 나라다. 한국의 행복 평등도 순위는 96위(2012~2015)로 행복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 속한다. 표준편차가 2.15로 1위인 부탄(1.29)의 거의 두배였다. 멕시코, 페루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본(50위), 중국(73위)보다 불평등도가 심했다. 올해 한국의 행복지수는 10점 만점에 5.895점으로 156개국 중 5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57위에서 3계단 올랐다. 건강 기대수명(9위, 73.3세)과 1인당 지디피(27위), 관용(40위)에선 상위권이었으나 선택의 자유(144위), 부정부패(100위), 사회적 지지(91위) 등에선 하위권이었다. 한마디로 국가 경제력에 비해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감이 전체적으로 다소 낮고, 구성원간의 행복감 편차는 심하다는 뜻이다. 한국의 행복 순위는 47위(2015), 58위(2016), 56위(2017), 57위(2018)로 큰 변화는 보이지 않고 있다.
지역별 행복 불평등 변화 추이를 보면 서유럽의 경우 2012년까지는 불평등이 확대됐다가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중부 및 동부 유럽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으나 변화 폭이 더 컸다.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 지역에선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2012년까지는 안정세를 보이다 2013년 이후 행복 불평등이 커지는 양상이다. 중남미에선 2014년까지 안정세를 보이다 그 이후 확대됐다. 아시아에선 동남아시아, 아프리카에선 사하라 이남 지역이 2010년 이후 불평등이 크게 확대된 지역이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지역은 2013년까지 불평등이 확대되다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보고서는 “행복 불평등은 소득 불평등보다 좀더 넓은 개념”이라며 “사회적 신뢰도가 주관적인 웰빙의 불평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소득 불평등이 높은 곳에서 사회적 신뢰도가 더 낮은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자료=유엔 세계행복보고서(2019)
온라인 활동 시간 많을수록 낮은 행복감 보여
이번 조사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건 청소년의 온라인 활동 시간과 행복도의 상관관계였다. 보고서는 미국 청소년들의 사례로 이를 분석했다. 지난 10년 간 청소년들은 온라인에서 갈수록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대신 친구와의 교제나 독서, 수면 시간은 갈수록 줄었다. 그 결과 이들의 행복감은 낮아졌다. 보고서는 “디지털기기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10대들은 다른 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친구들보다 덜 행복했다”며 “아이세대(IGEN) 청소년들에게 디지털 미디어가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빼앗아감으로써 행복에 간접적 영향을 끼친다고 볼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이지 둘 사이의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밝혀진 건 아니다. 다른 요인에 의해 불행감과 디지털 미디어 사용이 늘어났을 수도 있다. 아니면 불행한 사람들이 전자기기에 의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활동을 제한한 뒤 행복감이 높아졌다는 연구보고서들도 나오는 것을 보면 인과관계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 명동거리. 한국은 행복지수보다 행복 불평등 문제가 더 심각하다. 픽사베이
핀란드, 2년 연속 1위…행복 평등도 최상위권
이번 조사에선 북유럽 3개국이 ‘행복한 나라’ 순위에서 톱3를 차지했다. 핀란드(7.769점)가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고, 이어 덴마크와 노르웨이가 2, 3위에 올랐다. 핀란드는 2016년 행복 평등도 조사에서 10위를 차지한 바 있다. 사회 구성원이 골고루 높은 행복감을 느끼는 나라라는 얘기다. 행복 상위 10개국에서 뉴질랜드와 캐나다를 제외한 8개국이 모두 유럽 나라였다.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25위(6.466점)로 순위가 가장 높았다. 일본과 중국은 각각 58위, 93위로 한국보다 뒤처졌다. 행복지수 최하위권에는 남수단(156위), 아프가니스탄(154위), 예멘(151위), 시리아(149위) 등 내전에 신음하는 나라들이 많았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각 나라의 행복지수가 지난 10년간 얼마나 변화했는지도 조사했다. 이에 따르면 베냉, 니카라과, 불가리아의 행복지수 증가폭이 가장 컸으며, 베네수엘라, 시리아, 보츠와나 3개국은 하락폭이 가장 컸다.서부 아프리카의 베냉은 점수로는 1.4포인트, 순위로는 50계단이 상승했다. 베네수엘라와 시리아는 1.9포인트가 급락했다. 보고서는 또 겉으론 안정된 것처럼 보이는 곳에서 행복지수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면 이는 미래의 격변을 예고하는 지표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예컨대 영국의 경우 지디피가 10여년간 꾸준히 증가했음에도 행복지수가 3년간 급락하면서 2016년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초래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집값 누르니 땅값↑, 다시 집값 상승 부메랑되나…부동산 '딜레마'
전국 땅값 100개월째 상승…광주>세종>대구 순
주택시장 가수요 이전, 역대급 토지보상 등 탓
"정부 집값 잡기 몰두…수요분산 등 정책전환 필요"
전국 토지시장이 100개월 연속 그침 없는 상승세를 지속하며, 주택시장과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은 정부의 강력한 대출규제와 3기 신도시 공급 정책으로 실수요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이 같은 상황에 오히려 토지시장의 가수요를 촉발되고 있다. 지역균형개발이라는 정책 기조 상황에 전국에서 개발 사업이 추진되고,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이 이뤄져 다시 땅값이 뛰는 것이다.땅값 상승은 건축의 '재료비' 상승을 가져오고, 이는 결국 분양가 상승으로 나타나 주택시장으로 전이된다. 27일 한국감정원 전국지가변동률조사에 따르면 전국 땅값은 2월에도 상승하며, 지난 2010년 11월 이후 그침 없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상승폭은 지난 2017년 2월(0.231%) 이래 최근 2년간 가장 낮았다.
시·도별로는 광주가 0.407%로 가장 높고, 이어 세종(0.333%), 대구(0.325%), 인천(0.317%), 경기(0.313%), 부산(0.312%), 전남(0.311%) 등 순이다. 서울도 0.275% 상승했다. 반면 경남(0.072%), 제주(0.121%), 경북(0.174%) 등 순으로 상승세가 미약하지만 전국적으로 오름세다.
땅값이 지속 상승하는 원인 중 하나는 지역별로 추진되는 개발사업과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실제로 개발사업이 있는 곳은 어김없이 땅값이 상승했다. 지난달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자치구는 경기 용인시 처인구(0.785%)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노선 착공에 따른 개발호재의 영향을 받았다.전남 나주(0.505%)도 한전공대 개발호재, 부산 해운대구(0.491%)는 LCT 개발 등 호재의 영향을 받았다.
반대로 접경지역의 경우 남북관계가 경색되는듯 하자 상승세가 지지부진하다. 파주(0.26%), 고성(0.276%), 연천(0.245%) 등 여전히 상승세는 유지하지만, 평균을 밑돌며 전년만 못한 상승폭이 그쳤다.
한편으로는 주택시장 규제 강화로 인한 반사이익의 영향도 있다. 특히 막대한 금액의 토지 보상금이 토지시장에 몰리며 가수요를 유발 시키고 있다.부동산개발플랫폼 지존에 따르면 올해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금 지금예정액은 22조원으로, 지난 2010년(25조원) 이후 9년만에 최대 규모다. 토지수용에 따른 보상금은 다시 인근 토지시장으로 유입되는 경향이 있어 땅값을 부풀리는 기능을 한다.
땅값이 상승하면 자연 집값도 영향을 받는다. 특히 아파트보다는 집값에서 땅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단독주택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또 신규 아파트 분양가도 땅값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아파트 분양가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기 때문이다. 땅값이 움직이면서 인근 주택가격도 덩달아 뛰는 '도미노' 현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집값 잡기에만 몰두하다 보니, 집값의 원재료격인 토지시장을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밝힌 올해 공시지가 현실화율(시세 대비 공시지가)은 표준지 기준 64.8%로 전년보다 2.2%포인트 높아졌지만, 아파트를 포함한 공동주택 68.1%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1989년 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지만 여전히 불로소득을 환수할 수 있는 공평 과세가 자리잡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 때 내는 세금보다, 거래했을 때 내는 세금이 더 크기 때문에 사실상 정부가 불로소득을 권장하는 셈이다. 결국 이는 토지를 보유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면서, 시중에 토지 공급을 줄이고 결과적으로 가격 하락을 막기도 한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규제는 주택시장에만 집중돼 있다"면서 "주택의 원가를 결정 짓는 토지시장에 대한 정책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그는 "보다 적극적인 택지 공급과 수요 분산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토지정책이 오히려 가격 상승세를 유발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하남시(0.575%), 과천시(0.46%), 남양주시(0.426%), 인천 계양구(0.424%) 등 수도권 3기 신도시 예정지로 발표된 지역은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다.하지만 그럼에도 공공택지지구 예정지 주민들의 '헐값 보상'이라는 반발이 거세다.
지존 신태수 대표는 "수도권은 현재 주택시장으로 갔어야 할 투기수요가 주택경기 침체와 어마어마한 토지보상으로 토지시장에 몰리고 있다"면서 "이는 다시 수도권 분양시장에 영향을 주면서 집값을 밀어 올리는 등 딜레마를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직자 재산공개]국회의원 평균 24억…절반은 年 1억 이상 증가
평균 23억9767만원…약 35%가 20억 이상 보유
10억∼20억원 보유가 전체 31.5%로 가장 많아
의장단 문희상 2억, 이주영 14억, 주승용 70억원
지난 7일 제367회 국회(임시회) 본회의 개회식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 모습. 2019.03.07.since1999@newsis.com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평균 약 24억원에 가까운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10명 중 8명은 지난 1년 동안 재산이 불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8일 공개한 2018년도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국회의원 286명의 신고재산 평균은 23억9767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신고 재산액 대비 평균 1억1521만원(4.8%)이 증가한 것이다. 조사에서 재산 신고총액이 500억원 이상인 김병관·김세연·박덕흠 의원은 제외됐다. 국회 관계자는 이들 의원이 제외된 이유로 다른 의원들과 재산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산 규모별로는 10억∼20억원을 보유한 국회의원이 91명(31.5%)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5억원 미만은 40명(13.8%),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은 56명(19.4%), 20억원 이상 50억원 미만은 70명(24.2%), 50억원 이상은 32명(11.1%)이었다.
국회의원 10명 중 8명은 재산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이 증가한 의원은 229명으로 전체의 79.3%였으며, 반대로 재산이 감소한 의원은 60명(20.7%)이었다. 증가한 재산 규모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5000만원 미만 33명(11.4%),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47명(16.3%),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129명(44.6%),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14명(4.9%), 10억원 이상 6명(2.1%)으로 확인됐다.
감소한 재산 규모로는 5000만원 미만 24명(8.3%), 5000만원 이상 1억원 미만 7명(2.4%), 1억원 이상 5억원 미만 23명(8.0%),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3명(1.0%), 10억원 이상 3명(1.0%)이었다.
의장단에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2억6072만원을 신고해 전년 대비 7392만원이 증가했다. 이주영 국회부의장은 14억782만원을, 주승용 국회부의장은 70억1954만원을 각각 신고했다.
총리·국무위원 평균 16억370만원…홍종학 60억 1위
재산공개 공직자 평균보다 4억원가량 더 많아
강경화 35억원 2위, 진선미 빚 13억8600여만원
홍종학·유영민·이낙연·박상기·이재갑 '강남3구'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은 평균 16억370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관할 재산공개대상자 신고재산 평균인 12억900만원보다 4억원가량의 재산을 더 보유한 셈이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위원장 박시환)가 28일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을 보면 국무위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보유한 사람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 나타났다. 그는 총 60억455만원 상당의 재산을 신고했다.
홍 장관이 신고한 재산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동산이었다.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된 서울 강남구의 아파트 한 채를 비롯해 배우자와 자녀 등의 명의로 된 상가 등 총 55억3749만원 상당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두 번째로 많은 재산을 신고한 사람은 강경화 외교부 장관으로 총 35억2923만원 상당의 재산을 보유했다고 밝혔다. 19억3200여만원 상당의 건물과 7억8211만원 상당의 토지를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2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사람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29억1109만원,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25억4003만원, 이낙연 국무총리 20억2496만원 등 3명이었다. 10억원 이상의 재산을 보유한 국무위원은 5명으로 집계됐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17억4912만원, 박상기 법무부 장관 13억7117만원,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13억6442만원, 정경두 국방부 장관 13억436만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11억8555만원 순이었다.
10억원 미만의 재산을 보유한 국무위원은 8명으로 집계됐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9억9434만원,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 9억8913만원,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9억7144만원,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9억2311만원,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8억9276만원, 조명균 통일부 장관 7억9764만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억6275만원 순이었다.
가장 적은 재산을 신고한 사람은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이다. 그는 13억8697만원의 빚을 지고 있다고 신고했다.
28일 인사혁신처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정기 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공개대상자 1873명의 평균 재산은 12억900만원이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지난해 11월9일 임명, 올해 2월22일 수시공개 대상에 포함된 관계로 2019년 정기재산변동사항 공개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20억4186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총리와 국무위원 18명 중 강남3구에 건물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사람은 총 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 이낙연 총리, 박상기 법무장관, 이재갑 고용부 장관 등이다.
한편 전체 공개대상 공직자 중에서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한 사람은 허성주 서울대학교 치과병원장이다. 그는 210억2043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그 다음은 주현 대통령비서실 중소벤처비서관이 148억6875만원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진선미 여가부 장관은 재산총액 하위자 1위를 차지했으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7억3650만원의 빚을 신고하며 그 뒤를 이었다.
중앙부처 공무원 중에서 이련주 국무조정실 규제조정실장이 지난해 재산총액 1위를 차지했으나, 올해는 주현 비서관에 밀려 2위를 차지했다. 이 실장은 올해 114억421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윤석열 중앙지검장은 65억9076만원의 재산을 신고하며 5위를 차지했다.
기초자치단체장 중에서는 김영종 서울 종로구청장이 81억111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軍 고위급 40명 평균 10.5억…정경두 장관, 13억 신고
정 장관 전년 대비 2억원 늘어…35명 재산 증가
이왕근 공군총장, 두 아들 고지거부 3억원 줄어
20억↑ 고액 3명…노훈 국방연구원장 29억 최고
국방부 고위인사 40명의 평균재산은 10억5900여만원으로, 35명이 전년도 보다 재산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도 2억원 가량 늘었다. 29일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고위공직자 정기재산변동사항'에 따르면 정 장관은 본인과 배우자 등의 명의로 총 13억436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지난해 합참의장 시절 재산공개 때보다 2억842만원 증가한 것으로, 장관 취임과 함께 37년 군 생활을 접게 되면서 전역에 따른 수당과 예금 증가가 주된 재산 상승 요인이었다. 정 장관은 본인 명의 예금과 보험 등이 지난해 7억2000여만원에서 8억6400여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전역 수당 대부분을 은행과 보험에 예치한 것을 알 수 있다. 본인 명의의 부동산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 아파트 85㎡(4억800만원 상당) 한 채를 보유 중이다. 차량은 2015년식 경차 모닝(794만원 상당)을 소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서주석 차관은 본인, 배우자, 모친, 장남, 장녀 명의로 총 11억447만원을 신고했다. 지난해 보다 4360만원 늘었다. 국방부 재산 공개 대상 고위직 40명 중 1억원 이상 증가한 이들은 모두 14명이었다. 이 가운데 2억원 이상 증가한 공직자는 정 장관을 포함해 5명으로 집계됐다.
김정섭 기획조정실장은 전년도 16억2600만원에서 올해 22억8600만원을 신고해 무려 6억5900만원이 증가했다. 김 실장은 서울 종로구 부암동에 대지 350㎡와 건물 130.50㎡ 단독주택을 부인과 공동 명의로 13억7500만원에 매입했다.
반면, 5명은 재산이 줄었지만 변동폭은 크지 않았다. 이왕근 공군참모총장은 전년보다 3억1000여만원이 줄어든 16억1181만원을 신고했지만 이번에 두 아들의 재산(지난해 3억6400만원)을 독립생계 이유로 신고하지 않아 실제 재산이 줄지는 않았다.
10억원 이상 재산 보유자는 18명으로 나타났으며, 이 가운데 3명은 20억원이 넘는 재산을 신고했다. 노훈 한국국방연구원장은 1억9733만원이 증가한 총 29억2746만원을 신고해 지난해에 이어 국방부 고위 인사 중 최고 재산 신고자에 이름을 올렸다. 노 원장은 본인과 배우자 장남, 장녀 명의의 예금으로만 총 22억2066만원을 신고했다. 본인 16억6191만원, 배우자 4억955만원, 장녀 1억1625만원, 장남 3295만원 등이다.
반대로 10억원 미만 신고자 22명 중 5억원 미만 재산 보유자는 6명으로 나타났다. 서욱 합참 작전본부장은 가장 적은 2억6428만원을 신고했다
경찰 고위직 평균 10억…민갑룡 청장 6억대
이용표 부산청장, 22억원대로 '재산 1위'
민갑룡 경찰청장 6억대…32명 중 27번째
원경환 서울경찰청장은 약 9억9000만원
박재진 충남청장 올해도 마이너스 재산
67억 재산 오거돈 부산시장 전국 광역단체장 중 1위
[공직자 재산공개] PK 공직자 재산 살펴보니
올해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오거돈 부산시장이 광역자치단체장 중에서 1위를 차지했다. 또 노기태 강서구청장과 부산시의회 이주환 의원이 각각 전국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 중 7위를 차지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2019년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역에 따르면 오거돈 부산시장은 올해 재산 총액이 67억 1975만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19억 9473만 원이 줄었다. 오 시장이 신고한 재산은 중앙을 제외한 지역 공개 대상자 중에서 9위였다. 오 시장 측은 “대한제강 주식을 처분하면서 주식 가격이 많이 하락했다”고 재산 감소 이유를 설명했다.
오 시장, 지난해보다 19억 줄어
박인영 부산시의회 의장 4억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8억 신고
송철호 울산시장은 23억
송철호 울산시장은 지난해에 비해 6068만 원이 감소한 23억 6962만 원으로 광역단체장 중 6위를 차지했고, 김경수 경남도지사는 지난 1월 30일 법정구속돼 신고가 유예됐다.
김석준 부산시교육감의 재산신고액은 8억 9213만 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538만 원 줄었다. 노옥희 울산시교육감은 5억 3300만원이 줄어든 9억 9994만 원으로 신고했고,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의 신고액은 5053만 원 늘어난 5709만 원이었다.
올해 부산시의회 박인영 의장이 신고한 재산은 지난해에 비해 6275만 원 감소한 4억 4765만 원이었고, 울산시의회 황세영 의장은 2345만 원 줄어든 1억 6347만 원으로 신고했다. 경남도의회 김지수 의장의 재산은 9289만 원 증가한 2억 7042만 원이었다.
전국 기초단체장 중 7위인 노기태 강서구청장은 9512만 원이 늘어난 41억 8598만 원, 9위를 기록한 정명희 북구청장은 1억 3678만 원이 증가한 36억 8202만 원을 신고했다.
광역의원 상위 10위 내에는 부산시의회 이주환(해운대구1) 의원이 61억 3641만 원으로 7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의원의 재산 신고액은 지난해에 비해 37억 3540만 원이 늘었다. 이 의원은 “부모님 재산이 이번에 포함되면서 지난해 7월 신고 때에 비해 신고액이 많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재산총액 하위자로는 경남도의회 류경완 의원이 -1억 7728만 원으로 하위 6위를 기록했다. / 이현우 기자 hooree@busan.com
부산 기초단체장 재산 노기태 강서구청장 1위
인사처, 재산신고 내용 공개
- 41억8598만 원… 전국 7위
- 민주당 이주환 시의원 중 1위
부산지역 16개 기초자치단체장 가운데 노기태 강서구청장이 재산총액 41억 원으로 1위를 기록했다. 인사혁신처가 28일 관보에 공개한 재산신고 내용을 보면 노기태 구청장은 전년보다 9000만 원 상당 증가한 41억8598만3000원을 신고해 1위에 올랐다. 이는 전국 기초자치단체장 상위 7위에 해당한다. 이어 정명희 북구청장(36억8202만 원) 윤종서 중구청장(29억7670만 원) 홍순헌 해운대구청장(28억1593만 원) 등 순이었다. 강성태 수영구청장은 재산 1743만6000원을 신고해 부산지역 기초자치단체장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제8대 부산시의원 47명 중 재산 1위는 더불어민주당 이주환(해운대1) 의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원은 지난해보다 37억3540만 원이나 늘어난 61억3641만 원을 신고했다. 이 의원은 누락됐던 부동산을 신고하면서 재산이 늘어났다. 이 의원은 1987년생으로 8대 시의원 중 최연소다. 이어 30억742만 원을 신고해 재산 2위를 기록한 김종한(동구2) 의원은 자녀 결혼 자금 등으로 전년보다 7억1529만 원 줄었다. 그 다음은 민주당 이성숙(사하2) 의원 25억372만 원, 한국당 오은택(남구2)의원 22억4707만 원 순이었다. 박인영 의장 재산은 전년보다 6275만 원 줄어든 4억4765만 원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김민정(기장1) 의원은 종전 가액 40억4888만 원에서 40억6100만 원 줄어든 마이너스 1211만 원으로 재산이 크게 줄었다. 지난해 재산 신고 당시 배우자 명의의 선산 가액에 실수로 숫자 0을 하나 더 붙인 기록 착오를 바로잡았기 때문이다. 송진영
인간의 살상에 쓰인 10만 개의 칼이 거대한 동상의 재료로 재탄생한 모습을 지난 26일 뉴스플레어, 라이브 릭 등 여러 외신이 전했다.
독일에서 한달살이, 가슴에 꽂힌 일곱 장면
한 달 가까이 독일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나름 감명 깊었던 순간을 사진에 담아 보았다.
아쉬운 게 있다면 몇몇 사진의 화질이 나쁘다는 점이다. 휴대폰으로 어두운 실내에서 플래시 없이 촬영했거나 전시된 사진을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짐이 될까봐 DSLR 카메라를 챙겨오지 않은 게 후회될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메모하려는 데 펜이 없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특별히 사진과 글의 순서를 염두에 둔 건 아니지만, 지금 가슴이 시키는 대로 자판을 두드리고 있으니 순서가 곧 순위라고 해도 그리 틀리진 않을 것 같다. 적어도 사진에 담긴 장소에서는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거렸을 만큼 깊은 인상을 주었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독일'보다 '인간'이라는 두 글자가 먼저 떠오른 곳들이다.
▲ 나치에 저항한 위대한 반대자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노"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 광고가 아닌 빛바랜 흑백사진에서 만날 수 있었다. ⓒ 서부원
베를린의 '토포그라피 데스 테러(Topographie Des Terrors)'에서 본 흑백 사진 한 장. 나치당의 집권기였던 1936년 함부르크의 한 조선소에서 군함 진수식에 참석한 히틀러에게 노동자들이 집단 경례를 하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동그라미 안의 한 사람만 팔짱을 낀 채 탐탁잖은 표정을 짓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그는 란트메서라는 독일인으로 밝혀졌는데, 비록 나치당에 가입했지만 유대인 여성과 결혼했다는 이유 등으로 '인종 오염죄'라는 죄목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고초를 당했다고 전한다. 이후 부인은 다른 유대인들과 함께 수용소 가스실에서 학살되고, 란트메서는 전장에 끌려가 총상을 입고 숨졌다. 다행히도 그의 두 아이는 살아남아 고아원에 입양되었다고 한다.
1936년이면 스페인 내전을 시작으로 유럽 전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들며 히틀러가 전권을 쥐고 전쟁 준비에 박차를 가하던 때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모두가 팔을 치켜들며 앞 다퉈 히틀러에게 충성을 맹세하던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던 걸까. 사진 속 냉소적인 그의 얼굴은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전체주의의 속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증거로 길이 남았다.
두 번째는 베를린 한복판 베벨 광장 지하에 설치된 텅 빈 서가다. 베벨 광장은 독일의 수많은 대학생들이 '더러운 정신을 박멸하자'는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선동에 정치, 철학, 문학, 교육, 예술을 망라한 각 분야의 숱한 저서들을 불태운 참담한 사건의 현장이다. 이는 '금서(禁書)'를 넘어 '분서(焚書)'를 자행한 나치의 대표적인 만행으로 기록되고 있다.
독일판 분서갱유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선동에 문학과 역사, 철학 등 수많은 저작물이 당시 대학생들에 의해 불태워졌다.
▲ 독일판 분서갱유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의 선동에 문학과 역사, 철학 등 수많은 저작물이 당시 대학생들에 의해 불태워졌다. ⓒ 서부원
당시의 사진을 보면, 불타고 있는 책 더미를 에워싸고 환호성을 지르는 젊은이들의 모습이 선명하다. 당대 최고의 지성인이었던 그들이 나치에 협력하며 제2차 세계대전의 공범으로 전락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런 반문명적 만행은 20여 년 뒤 지구 반대편 중국의 문화대혁명 당시 '홍위병'으로 되풀이되기도 했다.
광장 지하의 책 한 권 꽂혀 있지 않은 빈 서가는 지성인의 사회적 책무를 성찰하게 만드는 상징물이다. 책이 없다는 건 사고가 멈췄다는 것을 뜻하고, 굳이 광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아래에 둔 것은 지성이 짓밟혔음을 의미하는 메타포다. 이를 통해 광장을 찾는 이들에게 '이성이 잠들면 괴물이 눈 뜬다'는 교훈을 끊임없이 환기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 분서갱유의 현장, 베벨 광장 대학생들에 의해 수많은 저작물이 불탄 현장으로, 지하에 텅 빈 서가를 만들어 기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지금 독일 최고의 대학으로 손꼽히는 훔볼트대학이 광장을 둘러싸고 있다. ⓒ 서부원
공교롭게도, 베벨 광장은 독일 최고의 명문으로 손꼽히는 베를린 훔볼트 대학에 둘러싸여 있다. 아침부터 베벨 광장을 가로질러 대학 도서관을 향하는 젊은이들이 많이 보인다. 아마도 그들은 광장 지하의 빈 서가를 매일 밟고 지나면서 과거 선배들이 저지른 잘못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가슴에 새길 것이다.
세 번째는 어딜 가나 '발에 치이는' 기념물들을 들겠다. 독일은 16세기 이후 종교개혁이 불붙은 곳으로서 종교 관련 기념물도 많지만, 나치의 만행과 관련된 것이거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의 유산들이 대부분이다. 유독 '메모리얼'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적이 많은 것도 그래서다.
우리로 치면 그 수가 편의점이나 카페처럼 많지만, 규모가 앙증맞을 만큼 작고 특별한 시설이나 장식이 없어 친근하게 다가온다. 2711개나 되는 관 모양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눕혀놓은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등의 대규모 기념물도 더러 있지만, 대개는 소박하고 단순하며 일상에 가까이 들어와 있다. '발에 치인다'는 속된 표현을 부러 쓴 이유다. 한 기념물이다. 시민들이 오가며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 도심 속 유대인 학살 기념물 독일의 도시 곳곳에는 소소한 기념물이 "흩뿌려져" 있다. 건물에도, 보도블록에도, 담벼락에도, 그 어디에도 있다. 사진은 프랑크푸르트 도심 유대인 묘역 담벼락에 설치한 기념물이다. 시민들이 오가며 작은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 서부원
이방인 여행자 입장에서는 주의 깊게 살피지 않으면 그냥 지나치기 십상이다. 유적지 안내판도 변변치 않은데다 그런 게 있는지조차 모르는 마당에 현지인들에게 물어볼 수도 없다. 우리나라의 여행안내서에서는 아예 소개조차 안 되어 있는 게 대부분이니 애초 목적지 삼을 일도 없는 곳들이다.
어쩌면 유별나지 않으니 기억에 더 오래 남는 건지도 모르겠다. 지하철역 입구에 유대인 강제 이주 관련 기념물이 서 있고, 주택가 인근 담벼락엔 대문 손잡이 크기의 빗돌을 빼곡하게 붙여 놓았다. 빗돌에는 학살당한 이의 이름과 연도, 장소 등을 새겨놓았고, 그 위에 그곳을 지나는 시민들이 추모의 마음을 담아 조그만 돌멩이를 올려놓았다. 일상 속 추모 공간인 셈이다.
▲ 네페르티티 흉상 모조품 진품 곁에 모조품을 전시해놓았는데, 시각 장애인 관람객들을 위한 박물관의 배려다. ⓒ 서부원
네 번째는 베를린 신박물관의 전시물 중 주인공 격인 네페르티티 여왕의 흉상. 신박물관은 '박물관 섬' 안에 자리한 이집트 유물 전문 박물관으로, 인접한 페르가몬 박물관과 함께 베를린을 대표하는 '핫 플레이스'다. 기원전 14세기 아케나톤의 왕비인 네페르티티는 이 흉상 덕에 클레오파트라와 더불어 이집트의 최고 미인으로 손꼽힌다.
박물관 안에서 사진 촬영이 금지된 몇 안 되는 유물로, 친견하려는 관람객들로 흉상이 전시된 방은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룬다. 유물도 감동이지만, 감동을 몸이 불편한 장애인들과도 함께 나누려는 박물관의 배려가 더 놀랍다. 점자로 된 안내판은 기본이고, 전시된 흉상 곁에 똑같은 재질과 크기의 모형을 세워두고 만지며 감상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공간적 제약 때문인지 모든 유물에 모형을 갖춰놓지는 않았지만, 박물관을 대표할 만한 것만큼은 장애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독일의 박물관은 장애인들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시설을 완벽하게 갖추고 있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이들의 권리까지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실제 박물관을 찾는 장애인들이 적지 않았다.
▲ 에센 졸버레인 탄광촌 전경 오래 전 작동을 멈춘 퇴락한 탄광이지만, 내부 수리를 거쳐 현재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거 라인강의 기적을 일군 곳으로, 60~70년대 파독광부들의 피와 땀이 배어있다. ⓒ 서부원
다섯 번째, 퇴락한 졸버레인 탄광의 모습도 빼놓을 수 없겠다. 북서부의 에센에 자리한 채탄장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의 상처를 딛고 독일을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공업국가로 발돋움시킨 기반을 제공한 곳이다. 1986년 문을 닫을 때까지, 이른바 '라인 강의 기적'을 일으킨 역사의 현장이다.
작동을 멈춘 녹슨 철골 구조물이 널브러져 있어 을씨년스럽지만, 내부를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재단장해 연중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특히 이곳을 공공 디자인의 허브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탄광 단지 내에 대학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2002년 근대 공업의 상징적 유산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이곳은 우리에게도 각별할 수밖에 없다. 1960~1970년대 외화 벌이를 위해 수많은 광부와 간호사들이 파견된 곳이기 때문이다. 내부에 당시 그들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사진과 유품 등이 전시되어 있어 잠시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한다. 1964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파독 광부와 간호사들을 위무하기 위해 방문했던 함보른 탄광은 이곳에서 자동차로 20분 거리에 있다.
여섯 번째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점심 무료 공연 장면이다. 주지하다시피, 베를린 필하모닉은 전설적인 지휘자 카라얀이 이끌었던 세계 최고 수준의 관현악단이다. 정기 연주회와는 별개로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단원들이 1시간 가량 베를린 시민들을 대상으로 무료 공연을 여는데, 나름의 사회적 기여 활동인 셈이다.
▲ 베를린 필하모닉의 점심 공연 매주 화요일 점심시간에 열리는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온 방청객들로 인해 바닥과 계단, 난간 등이 북새통이다. 독일인들의 음악에 대한 열정이 부러웠다. ⓒ 서부원
관람 인원이 선착순 천 명으로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넉넉잡아 한두 시간 전에는 줄을 서야 입장할 수 있다. 공연하는 곳이 무대가 아니라 입구의 홀이어서 대개는 서서 관람해야 하는데, 수준급 공연을 즐기기 위한 사람들로 바닥은 물론, 계단과 난간이 순식간에 가득 찬다. 아예 벽에 기대어 연주자들을 보지 않고 곡만 들으려는 이들도 많다.
놀라운 건, 일부 이방인 여행자들을 제외하곤 관람객 대부분이 백발이 성성한 어르신들이라는 점이다. 평일이니 일반 직장인들에게는 부담스러운 시간임에 틀림없지만, 어르신들이 지그시 눈을 감은 채 관현악을 감상하는 모습은 무척 낯설었다. 더욱이 공연 전에 배포된 당일 연주곡 관련 자료를 읽고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는 모습은 부럽기만 했다.
마지막으로, 주택가 광장 한쪽에 세워진 서가를 꼭 소개하고 싶다. 앞뒤로 책이 수북이 꽂혀 있고 자물쇠는 채워져 있지 않아서, 처음 본 순간 어디에 쓰는 물건이고 어떻게 사용하는지 무척 궁금했다. 이용하는 사람이 올 때까지 그 앞에 서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주민 한 명이 다가오더니, 가방에서 책을 꺼내 서가에 꽂더니 서가의 다른 책 한 권을 꺼내 가방 속에 넣곤 사라졌다. 얼마 안 있어 여자 아이 한 명이 똑같은 방식으로 책을 꽂고 빼갔다. 주민들끼리 책을 돌려 읽기 위해 마련한 개방형 서가였던 것이다. 우리 같으면 많은 책이 파손되거나 분실되었을 텐데, 유지되고 있는 것 자체가 신기했다.
▲ 주택가 광장의 개방식 서가 풍경 아무나 책을 꺼내 읽고 자유롭게 반납하는 서가가 곳곳에 있다는 게 놀라웠다. 우리라면 가능할까 싶은 부럽기만 한 풍경이었다. ⓒ 서부원
혹시나 싶어 서가 주위를 둘러봤다. 어디엔가 CCTV가 설치되어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런 거리낌 없이 아무나 서가에서 책을 꺼내 가져갈 수 있게 내버려두는 건 무모하다고 여겨서다. 하지만 CCTV 같은 건 없었다. 외려 CCTV를 대신한 건 주민들끼리의 신뢰가 아닐까. / 오마이뉴스 서부원(ernesto)
한겨레‧경향에 김의겸 대변인 이름은 없었다
28일자 조선‧중앙‧매경 재개발지역 상가 매입한 靑김의겸 대변인 다룬 반면 한겨레‧경향은 빠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39년된 서울 동작구 흑석동의 2층짜리 상가건물을 10억여원을 빚지고 25억원을 주고 산 것으로 확인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변동 사항을 분석해 김의겸 대변인 문제를 다룬 언론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이다.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재산변동사항을 다루긴 했지만 김의겸 대변인의 이름은 없었다.
조선일보는 1면과 6면에서 사실상 김의겸 대변인 재산변동 내용만 단독으로 다뤘다. 조선일보는 정기 재산변동이 발표되면 보통 청와대와 정부 인사의 재산변동을 보도하면서 문제가 된 변동사항을 박스로 처리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김의겸 대변인 문제가 크다고 판단했다.
조선일보의 기사 제목도 “청 대변인, 흑석동 재개발 지역 작년 16억 빚내 25억 건물 샀다”이다. 조선은 건물을 등기부등본까지 떼보고 “건물을 아내와 절반씩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내 지분 기재를 누락했을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중앙일보는 6면에서 통째로 다뤘다. 청와대와 정부인사 재산을 종합 분석했지만 제목은 “김의겸, 16억 빚 떠안고 26억 빌딩 매입, 노후대책용”이라고 달았다. 중앙일보도 김의겸 대변인의 재산 변동에 가장 문제가 크다고 판단해 제목으로 문제의식을 강하게 드러냈다.
매일경제는 1면에서 “김 대변인은 재개발 기대차익 실현이 유력한 흑석동에 25억원을 투자해 2층짜리 상가 건물을 매입했”고 보도하면서 김 대변인이 지난해 2월 대변인으로 임명됐고 매매 거래는 지난해 7월2일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의겸 재개발 투기 의혹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개발 이익 정보를 얻은 경로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직무수행하면서 부적절하게 취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매일경제는 “김 대변인인 위법한 투자를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청와대 핵심 참모로 누구보다 엄격한 공직자 윤리를 지켜야 할 김 대변인이 부동산 광풍이 일던 시기에 이런 투자했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매일경제는 해당지역의 개발 이익을 가늠할 보도도 내놨다. 매일경제는 “흑석9구역 재개발 사업은 지난해 서울 정비사업 최대어로 뽑힌 금싸라기 땅이다. 현재 재개발 사업 단계 중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로 롯데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됐다”면서 “일반적인 아파트 재건축과 달리 재건축초과이익환수부담금을 물지 않아 개발이익을 오롯이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향신문과 한겨레는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재산변동을 아예 다루지 않았다. 다주택자 중심으로 재산변동 내역을 살핀 결과 김의겸 대변인의 재산 변동을 미처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김의겸 대변인이 한겨레 출신이라서 ‘일부러’ 누락했다는 의심을 살만하다.
▲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 연합뉴스
경향신문은 8면에 “정부공직자 윤리위, 2019년 정기재산변동사항 공개”라는 제목으로 관련 내용을 다뤘지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 문제는 보도하지 않았다.
한겨레도 6면 기사에서 박종규 청와대 재정기획관과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 유송화 춘추관장, 강문대 사회조정비서관 등이 배우자 명의의 부동산이 있어 다주택자로 분류했지만 김의겸 대변인 재산변동 사항은 다루지 않았다. 경향과 한겨레는 조양호 대한항공 이사연임 부결 의미를 짚는 기사를 1면에 실었다.
한겨레 한 기자는 “어쨌든 결과로만 보면 보도된 내용 자체로는 충분히 기사화가 될 내용인데, 재산변동사항 정보를 종합 판단했을 때 한겨레에서 기사가치가 없었다고 봤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한 기자는 “기사 가치로만 보면 왜 다루지 않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문제가 크다. 오해 살만 하다”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文정부 다주택자 비판한 한국당 의원들 재산 살펴보니…
'부동산 부자' 손가락질 하는 '부동산 부자들'
문재인 정부 2기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와 관련, 자유한국당은 7개 부처 대상자 전체를 '부적격'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대에 나서고 있다. 특히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부동산 투기 의혹이 주요 반대 사유가 되고 있다.
국무위원 후보자들의 부동산 논란과 관련한 한국당의 비판은 크게 두 지점을 향하고 있다. 첫째,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과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주택자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주택시장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런 국정 철학에 부합하기는커녕 국무위원 후보자 자신이 다주택자여서는 곤란하다는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이만희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28일 "정부 주택정책의 핵심 요직을 거쳐 오면서 정작 자신은 그 정책을 거스르는 투자 외길을 걸어온 인물을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에 임명하려 했다"고 문재인 대통령을 비판하고 "겉 다르고 속 다른 부동산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김현아 원내대변인도 지난 26일 "부동산 투기와 '꼼수 절세'에 성공한 국토부 장관 후보자가 '다주택자 규제 정책에 공감한다'고 하니 국민은 화병에 걸릴 지경"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했다.
특히 최 후보자에 대해서는 한국당뿐 아니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등 진보적 시민단체들도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치권, 특히 야당이 최우선 낙마 대상자로 박영선 중기벤처부 장관 후보자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를 지목하고 있는 것과 시민사회의 반응은 다소 온도차가 있다.
둘째, 한국당의 비판 논거 중 일부는 정부 국정철학과의 이율배반이 아니라 시세차익이나 주택 다보유 자체를 문제삼는 듯 보인다.
예컨대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행정안전부 장관에 지역구 의원으로서 딱지 투자를 통해 30억 원의 시세차익을 올린 진영 후보자를 지명했다"고 비판했고, 민경욱 대변인도 지난 19일 "아파트 '갭 투자'로 10억여 원의 시세차익을 얻은 다주택 보유 투기꾼을 국토부 장관에 앉혀 대한민국 집값을 잡겠다는 어불성설을 남발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이날 7개 청문회 소관 상임위 간사를 소집해 연 회의에서도, 박덕흠 한국당 국토위 간사는 "국민 눈높이와는 다르게 부동산 폭등 투기지역에 '똘똘한 3채'를 보유하며 시세차익이 23억 달하는 최 후보자는 장관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채익 행안위 간사 역시 "용산참사 인근 자신의 지역구에 재개발 딱지를 (매입해) 내부 정보를 입수해서 시세차익을 2년 만에 20억 원 넘게 남겼다. 이뿐 아니라 강남 고급 아파트 입주 1년 만에 17억 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고 진 후보자를 "자격 없는 후보"라고 규정했다.
이같은 간사들의 의견을 종합해 나경원 원내대표는 "7명의 후보자 모두 부적격하다는 결론을 냈다"고 밝혔고, 황교안 대표도 "7명 모두 부적격자로 지명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국정철학과의 이율배반'이라는 지적은 일리가 있는 반면, 부동산 시세차익이 기대된다거나 주택을 2채 이상 보유한 사실 자체를 문제삼을 경우 정작 비판자인 야당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부분이 있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2017년 3월 공직자 재산공개 당시 서울 잠원동 아파트(9억여 원)과 경기 용인 수지구 아파트(4억)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이 가운데 수지구 아파트에 대해서는 박근혜 정부 총리·장관 인사청문회 시절부터 투기 의혹이 있었다. 황 대표는 2013년 법무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수지 아파트는) 실거주 목적으로 구입한 것이고 사정상 현재까지 입주하지 못했을 뿐 앞으로 이사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올해까지 잠원동에 살고 있다.
나 원내대표도 옛 지역구였던 중구 신당동에 연립주택을, 용산구 서빙고동에 20억 원대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등 40억이 넘는 부동산 자산을 신고했다.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최 후보자의 투기 의혹을 지적한 한국당 국토위원들 가운데 민경욱 의원도 부인과 공동 명의로 서초구에 아파트를 2채 갖고 있다.
박덕흠 간사는 본인 및 가족 명의로 삼성동 아이파크와 잠실 아시아선수촌아파트 등 건물 자산만 72억여 원이다. 박 의원은 그 외에도 서울 잠실과 강원 홍천, 제주 등지에 200억이 넘는 토지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재산 총액이 20대 국회의원 전체 중 3위(약 523억 원)에 오르기도 했다.
행안위원인 유민봉 의원(비례대표)도 본인이 서울 옥수동 아파트를, 부인이 아현동 연립주택을 보유하고 있다. 국회의원의 경우 지역구와 국회 소재지인 서울을 오가며 생활하는 등의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20대 국회의원들 중 다주택자 비율은 39.1%(298명 중 113명)으로 꽤 높은 편이다. 정당별로 보면 한국당이 56명, 더불어민주당이 38명, 바른미래당 12명, 평화당 5명 등이었다.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 보유 자체를 죄악시하고 있다며 현 정부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고 있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부동산이 소수의 부자에게 집중되는 현상을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는 면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정용기 한국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월 "집을 가진 사람을 '탐욕적'이라고 하고 다주택자를 죄인 취급해서는 부동산 시장의 문제를 풀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다주택자가 주택을 거래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면서 보유세를 올려야 하지 않겠나. 보유세를 올리면 거래세를 낮춰서 퇴로를 열어줘야 하는데, 그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함진규 당시 정책위의장도 지난해 "보유세 부담이 부쩍 늘어난 다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주택 거래의 숨통을 틔워줘는 조치가 뒤따라야 부동산 거래절벽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며 "보유세를 올리면서 거래세를 낮춰줄 필요가 있다"고 했던 바 있다.
한국당의 이런 정책적 입장 등을 고려한다면, 논란이 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이율배반',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은 할 수 있다 해도 '고액', '다주택'을 강조해 이에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기려는 것은 자칫 역풍을 초래할 소지도 있어 보인다. /프레시안 곽재훈 기자
생산가능인구 내년부터 연 33만명씩 급감… '인구절벽' 가속
통계청, 28일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발표
2017년 인구 정점 찍고 내리막길… 2020년부터 뚝
고령인구 2033년까지 2배…2065년에는 생산가능인구 추월
초저출산 지속돼 50년 후 유소년·학령인구 반토막날 듯
경제 활동에 참여하는 주된 연령층인 15~64세 사이 인구가 2년 전 정점을 찍은 후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다. 통계 당국은 내년부터 이 인구가 연평균 30만명 넘게 급감하기 시작해 2065년에는 고령 인구보다도 낮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2067년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지난 2017년 3757만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후 감소하고 있다.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급속하게 늘어나는 반면 40대 인구는 급감하는 '인구 절벽(Demographic Cliff)'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이 용어를 처음 사용한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는 관련 저서에서 소비를 많이 하는 45~49세 인구가 급속도로 줄어들면 경제 활동의 위축으로 심각한 경제 위기가 발생한다고 경고했던 바 있다.
생산가능인구의 비율은 2017년 기준 73.2%였다. 출산율과 기대수명, 국제순이동 등 인구 변동 요인이 중간 수준일 것으로 가정했을 경우(중위 추계) 이 비율은 지속해서 감소해 2056년 49.9%를 기록하며 50% 아래로 내려설 전망이며 2067년에는 45.4%(1784만명)에 불과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2017년의 47.5% 수준이다.
통계청은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 붐 세대가 고령 인구로 진입하는 2020년대에 들어서면 생산가능인구가 연평균 33만명씩 급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30년대에는 감소 폭이 52만명으로 더욱 불어날 전망이다.
김 진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이와 관련해 "제2차 '베이비 부머'라 불리기도 하는 1970년대생 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지만, 생산연령인구로 새로 진입하는 출생아 수가 과거보다 더 적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생산연령인구는 경제활동을 하는 주 연령대로 이 인구의 감소는 소비 패턴과 산업 구조 등에서의 변화를 가져와 경제 성장 전체에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16일 오후 서울 마포구청에서 열린 '2019년 마포구 노인일자리 및 사회활동지원사업 참여자 통합모집' 참가자가 안내서를 보고 있다. 2019.01.16. dahora83@newsis.com
초저출산 상황으로 15~24세 인구는 2017년 651만명(17.3%)에서 2067년 258만명(14.5%)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 주요 경제활동인구인 25~29세 인구는 이 기간 1950만명(51.9%)에서 823만명(46.1%)으로 반토막 날 것으로 예상되며 50~64세는 1156만명(30.8%)에서 703만명(39.4%)으로 줄어든다.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급격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이란 예측이다. 고령인구는 이미 지난 2017년 707만명 수준으로 유소년인구(672만명)를 추월했다. 고령인구는 2033년까지 2배로 늘어나고 2025년이 되면 1051만명을 기록하며 10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2050년(1901만명) 정점을 찍고 감소할 전망이지만, 생산가능인구와 유소년 인구 감소로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구성비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2067년에는 고령인구가 유소년인구보다 5.7배 많을 것이란 전망이다.
2065년에는 고령인구가 1만8570명, 생산가능인구가 1만8570명을 기록해 고령인구가 생산가능인구를 추월한다. 비율 역시 고령인구가 46.1%로 생산가능인구(45.9%)를 넘어설 전망이다.
한국이 고령화사회에 들어선 것은 지난 2000년(7.2%)이다. 이후 18년 만인 지난 2018년 고령인구 비중이 14.3%로 14%를 넘겨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중위 추계 상 오는 2025년에는 이 비율이 20.3%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후 2036년에는 30%를, 2051년에는 40%를 차례로 넘겨 2067년에는 46.5%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종=뉴시스】고령인구 추이. (자료 = 통계청 제공)
2017년 60만명 수준에 불과했던 85세 이상 초고령인구는 50년이 지나면 8.6배 수준인 512만명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기간 초고령인구의 구성비는 1.2%에서 13.0%까지 높아진다.
반면 0~14세 사이 유소년 인구는 급격한 감소세가 예상된다. 2017년 672만명 수준이었던 유소년 인구는 50년 후인 2067년에는 47% 수준인 318만명을 기록할 것을 예상된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13.1%에서 8.1%로 떨어질 전망이다. 6~21세 사이 학령인구는 846만명 수준에서 364만명으로 쪼그라든다.
이에 우리나라 인구 피라미드는 30~50대가 두터운 항아리형에서 60세 이상이 두터워지는 역삼각형 구조로 점차 변화해 갈 전망이다.
이번 추계는 2017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와 출생·사망·국제이동 등 2018년까지의 인구 변동 요인 추이를 반영해 미래 인구 변동 요인을 가정하고 향후 50년 간의 장래 인구를 전망한 결과다. 가정을 토대로 작성된 것이어서 실제 장래 인구와는 다를 수 있으며 정부 정책이나 경제사회적 환경, 가치관·태도 변화 등으로 인구 변동 요인의 추세가 변할 수 있다.
【세종=뉴시스】유소년 인구 추이. (자료 = 통계청 제공)
1964년부터 작성되기 시작해 1996년부터 5년 주기로 발표돼 온 장래인구추계가 오는 2021년 공표될 예정이었지만, 최근 초저출산 상황을 반영해 올해 특별추계를 공표하게 됐다. 이는 2005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인구추계는 정부가 국민연금 등 재정 소요를 전망하고 경제·사회적 측면에서 중·장기 발전계획을 세우는데 주요하게 사용되고 있다./suwu@newsis.com
두 달 동안 ‘경찰 유착 의혹’ 변죽만 울렸다…버닝썬 수사 총정리
경찰, 중간수사 발표
①불법촬영물 유포 ②경찰 유착 의혹
③탈세 수사로 확대 ④강남서의 거짓말
28일은 서울 강남의 유명 클럽 버닝썬과 경찰이 유착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지 정확히 두달째 되는 날이다. ‘클럽 직원에게 폭행당해 112에 신고했는데, 경찰이 피해자인 나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는 김상교(28)씨 폭로에서 시작된 버닝썬 사건은 각종 성범죄와 마약, 연예인과 경찰 고위직 사이 유착, 탈세 등으로까지 번지며 ‘게이트’급 사건으로 비화했다.
이런 가운데 두달째 버닝썬 게이트를 파헤치고 있는 경찰이 내놓은 중간수사 성적표는 참담하다. ‘김씨 현행범 체포가 정당한 공무집행이었다’는 경찰의 주장은 국가인권위원회 현장 조사 결과 위법했다는 결론이 나왔는데, 정작 경찰 유착과 탈세의혹 등 수사는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버닝썬을 둘러싼 의혹과 현재 수사 상황을 정리했다.
승리·정준영 등 불법촬영물 유포 추가로 드러나
빅뱅 멤버인 승리(본명 이승현·29)와 가수 정준영(30)씨 등이 포함된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28일 승리가 해당 단체대화방에서 1건의 불법촬영 사진을 올린 사실을 확인하고 불법촬영물 유포 혐의로 추가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문제의 단체대화방에서 불법촬영물을 유통한 연예인은 정씨와 에프티(FT)아일랜드 전 멤버 최종훈(29)씨, 승리 등 3명으로 늘어났다. 승리는 지난 10일 클럽 아레나에서 국외 투자자 일행에게 성접대를 했다는 혐의(성매매 알선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입건된 바 있다.
정씨 등이 단체대화방에 올린 불법촬영물 등은 현재 확인된 것만 15건이다. 정씨가 몰래 촬영해 올린 영상 11건, 승리가 올린 사진 1건, 최종훈씨가 올린 사진 3건 등이다. 경찰은 승리와 정준영씨는 직접 촬영한 영상과 사진을 올렸다고 판단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을 적용하고, 인터넷에서 음란물을 내려받아 올린 최종훈씨는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입건했다. 경찰은 “3명 모두 불법촬영물 등을 유포한 사실은 인정한다. 다만 승리는 제삼자에게 받은 사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촬영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계속해서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구속된 상태에서 경찰 수사를 받는 정준영씨는 29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될 예정이다.
유착 의혹 경찰 5명 입건 뒤 지지부진
불법촬영물 유포 수사와 달리 연예인과 경찰 사이의 유착 수사는 뚜렷한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버닝썬 게이트에서 경찰 유착 의혹이 제기된 건 모두 5건이다. 김상교씨 폭행 사건과 미성년자 출입 무마 사건 등 버닝썬과 직접 관련 있는 사건이 2건이고, 승리 등이 투자한 음식점 ‘몽키뮤지엄’의 변칙영업 신고 무마 청탁 등 승리 단체대화방 참가자들과 관련된 의혹이 3건이다. 경찰은 전직 경찰관 1명을 구속하고 현직 경찰관 5명을 피의자로 입건했지만, 이후 수사 상황은 지지부진하다.
경찰은 승리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렸던 윤아무개 총경 등 3명을 입건했지만, 윤 총경 등이 몽키뮤지엄 사건을 처리하는 데 어떤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윤 총경 등은 승리 일행들과 골프를 치고 식사를 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대가성은 없다고 부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키뮤지엄은 2016년 7월 유리홀딩스가 투자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오픈한 힙합 라운지로, 윤 총경 등은 2016년 몽키뮤지엄이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단속됐을 때 처벌 수위를 낮추게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종훈씨가 윤 총경의 부인에게 말레이시아 케이팝 공연 티켓을 준 것과 관련해서도 경찰은 최씨로부터 ‘유리홀딩스 유아무개(33) 대표의 부탁을 받아 윤 총경 부인이 말레이시아 공연 현장에서 매표소를 통해 티켓을 수령할 수 있도록 했다’는 진술과 28일 윤 총경 부인 소환 조사에서 최씨로부터 티켓 3장을 받았다는 진술을 확보했으나, 유착 의혹과 관련한 수사에는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윤 총경이 승리의 사업파트너로 알려진 유리홀딩스 유 대표, 최씨 등과 함께 골프를 친 사실은 셋 다 인정하고 있다”며 “골프 비용을 누가 냈는지 등은 아직 수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아울러 “윤 총경 부인은 유 대표 등과 골프친 사실이 없다고 진술했으나 사실 관계를 수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버닝썬 미성년자 출입’ 사건 역시 답보 상태다. 사건을 무마해 주겠다며 버닝썬 이성현 대표로부터 지난해 7월 2000만원을 받은 전직 경찰 강아무개씨가 구속됐지만, 강씨는 돈 받은 사실 자체를 부인하며 입을 닫은 상태다.
한편, 이날 경찰은 최종훈씨 음주운전 언론보도 무마 의혹과 3년 전 정준영씨의 성동경찰서 불법촬영물 고소 사건과 관련해 사건을 처리했던 담당 경찰관들의 자택과 차량 등을 압수수색했다.
버닝썬 내 마약 유통 의혹은 사실로 드러났다. 앞서 경찰은 버닝썬 엠디(MD·영업직원) 등 3명을 마약을 유통·투약한 혐의로 구속했고, 이문호 대표 역시 마약을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마약 투약·유통 혐의로 버닝썬에서 입건된 이는 모두 14명이다.
뒤늦게 시작된 버닝썬 탈세 의혹
버닝썬 의혹은 탈세 수사로도 이어졌다. 경찰은 국세청과 협업해 버닝썬의 회계자료를 검토하던 중 일부 의심스러운 자금 흐름을 발견했다. 경찰 관계자는 “버닝썬의 전 경리가 2019년 1월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확인하고 가족을 통해 소재를 파악하고 있다”며 “계좌 추적과 관련자 소환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닝썬의 실소유자가 승리라는 의혹도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버닝썬의 현재 지분율은 △버닝썬이 입주해 있는 르메르디앙 호텔(전원산업) 42% △승리와 유 대표가 공동 출자한 회사인 유리홀딩스 20% △대만인 린사모 20% △버닝썬 대표 이문호씨 10% △또 다른 버닝썬 공동대표 이성현씨 8% 등이다.
뒤집힌 ‘김상교 폭행 사건’ 결과
무엇보다 경찰을 곤혹스럽게 만드는 건 버닝썬 게이트의 문을 연 ‘김상교씨 폭행 사건’이다. 앞서 지난 1월 최초 언론보도가 나왔을 때 서울 강남경찰서는 서장 명의로 ‘사실은 이렇습니다’라는 자료를 내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당시 경찰이 낸 자료를 보면, 김씨는 폭언과 고성으로 업무를 방해하고 경찰에게 욕설했다. 경찰은 병원 치료를 거부한 것 역시 김씨라고 반박하며 “언론중재위에 정정보도를 청구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근 경찰 수사 결과 김상교씨 폭행 사건 처리 과정에서 △경찰의 초동조처 △출동 경찰관의 김씨 폭행 △지구대 조사 중 병원 미이송 등에 문제가 있음이 확인됐다. 경찰은 “초동조처 및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다고 판단해 관련 경찰관들에 대한 징계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청문감사관실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앞서 인권위도 김상교씨 어머니의 진정을 받아 출동 경찰관들에 대한 주의 조처와 범죄수사규칙 개정 등을 경찰에 권고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강남경찰서가 “사실”이라고 밝힌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니었던 셈이다.
오연서 황춘화 기자 loveletter@hani.co.kr
도로 가로막은 '벽'…이 마을에 무슨 일이?
지난 3월 8일, YTN으로 들어온 두 장의 사진. 힘차게 달리고 있어야 할 차량이 뜬금없이 도로 위에 서 있는 벽에 가로막혀 있었다.
경북 구미시의 한 마을에서 사유지라는 이유로 주민 모두가 사용하는 도로에 벽이 세워진 것. 주민들은 수십 년을 사용해온 도로가 갑자기 막히자 당황스러울 뿐이었다. 현장에 도착한 '제보이거실화냐' 제작진 역시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에 카메라를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도로를 막은 벽 안에는 우리를 가로막는 또 다른 벽이 숨어있었다.
사유재산권을 행사한다면서 멀쩡한 길을 가로막았다는 뉴스를 종종 볼 수 있다. 모두가 사용하는 도로를 개인이 사용하지 못하게 막다니, 상식적으로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도로는 사회간접자본으로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공공재라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하지만 그 도로가 내 땅 위에 있다면 어떨까? 내 땅을 사용하지도 못하는 것도 억울한데, 도로로 이용되는 면적만큼의 토지세를 내야 한다면 땅주인 입장에서는 화가 나지 않을까? 구미의 이 도로에 벽이 세워진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땅주인인 A 씨는 해당 부지에 집을 짓고 20년 이상 거주한 주민이다. 집을 지을 당시 현재 도로선에 맞춰 건축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구미 시청에서는 이를 A 씨가 해당 부지의 도로 사용을 허용했다고 보고 보상대상에서 제외한 것이다. A 씨는 구미시가 해당 땅에 대한 세금감면을 해주거나 시에서 이 땅을 매입해주길 바라고 있지만, 시에서는 그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상황이다.
문제는 중간에 낀 주민들. 수십 년간 출퇴근길, 시장 가는 길로 쓰였을 길이 막히자 주민들은 큰 불편을 느끼고 있다. 벽이 세워지고 주민들이 시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이러하다.
“사유지 내 관습상 도로는 행정법상 규제 대상이 아니다.”
도로를 막는 벽이 생겼는데 그것을 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니 이건 무슨 말인가. 관습상 도로란 법으로 규정된 법정도로가 아닌 비법정도로로 관련 법률에 따라 개설된 도로는 아니지만 오랜 세월 도로로써 이용된 도로를 말한다. 즉, 법적으로는 도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경우 벽에 대해 시에서 행정적 조치를 할 수 없다는 것이 구미시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땅 주인은 도로로 쓰이는 토지에 대한 보상도 받지 못하고, 주민들은 생활 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벽을 철거도 못 하는 상황. 말 그대로 “멘탈붕괴”이다. 법무법인 지현재의 최이로 전문위원은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이 도로에 대한 개념의 충돌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도로법, 사도법, 건축법, 농어촌도로정비법 등 다양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도로의 개념이 서로 조금씩 다르다 보니 해석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한 헌법 제23조 3항에 재산권 수용·사용 제한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세부적으로는 재산권 제한 규정만 있을 뿐 보상 규정은 미비하다고 말했다.
“연말만 되면 예산 소진해야 된다면서 멀쩡한 보도블록은 다 뒤집어 놓으면서 이런 건 왜 해결을 안 해줘!”
땅주인 A 씨는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하지만 정작 가장 큰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같은 동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주민들이 아닐까? 도로 위에 선 벽, 그 안에는 보이지 않는 법률의 벽이 숨어있었다. 그리고 주민들이 두 벽 사이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이 마음의 벽만 커져가고 있다./ 박태호 PD(ptho@ytnplus.co.kr)
1500조원 가계빚, 돈많고 신용좋은 사람들이 대부분
한국은행, 3월 금융안정 상황..."장기연체채권 소각으로 취약계층 빚 줄어"
▲ 한국은행 ⓒ 한국은행
지난해 우리나라 가계빚 증가율이 201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취약계층 대출자의 빚은 다소 감소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28일 발표한 '금융안정 상황(2019년 3월)'을 보면 우리나라 가계부채 총량은 지난해 말 1534조6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5.8% 늘었다. 이는 2013년(5.7%)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8년 말 가계소득 증가율은 가계빚 증가율보다 1.9%포인트 낮은 3.9%로 추정됐다는 것이 한은 쪽 설명이다.
한국은행이 가계부채 통계를 처음 공개했던 2003년에는 가계소득 증가율이 가계빚 증가율보다 5.2%포인트, 2004년에는 2.7%포인트 높았었다. 가계 소득이 빚보다 더 빠르게 늘어났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2005년부터는 빚의 증가속도가 더 빨라졌다. 2005년 가계부채 증가율이 소득 증가율보다 4.8%포인트 높게 나타난 것. 이후 가계빚 증가율은 매년 가계소득 증가율을 웃돌았다.
그러던 중 가계부채 증가율과 소득 증가율의 격차는 2014년 2분기(4~6월) 0.4%포인트까지 줄어들었는데, 이후 2016년 4분기(10~12월) 8.4%포인트까지 치솟았다. 2016년 말 당시 가계빚 증가율은 11.6%로 정점을 찍은 반면 소득증가율은 3.2%에 그쳤었다. 이와 비교하면 지난해 말 가계빚 증가속도는 늦춰지고, 소득 증가속도는 다소 빨라진 것.
이처럼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둔화됐지만 2018년 한 해 동안에는 평균적으로 가계의 빚 부담이 높아졌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말 159.8%에서 지난해 말 162.7%로 상승했다. 우리나라 가계들이 벌어들인 돈 가운데 세금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금액과 가계부채 총량을 비교해 계산한 수치가 악화됐다는 얘기다. 또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같은 기간 83.8%에서 86.1%로 올랐다.
가계빚 70%는 돈 많고, 신용 좋은 사람들
가계빚 대부분은 고신용·고소득자에 몰려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말 기준 전체 가계대출 가운데 상위 30%에 해당하는 고소득자의 비중은 64.4%, 신용등급이 1~3등급인 고신용 대출자의 비중은 70.8%로 집계됐다. 반면 저소득자(상위 70~100%) 비중은 11.4%, 7~10등급의 저신용자 비중은 5.9%에 그쳤다.
그렇지만 저소득자 등 취약계층 대출자의 부채규모는 2015년 이후 계속 증가했다는 것이 한국은행 쪽 설명이다. 여러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자 또는 저신용 대출자들의 대출액수는 2018년 말 86조8000억 원으로 전년 말보다 4조1000억 원 증가했다.
반면 이에 해당하는 대출자수는 지난해 말 146만8000명으로 전년보다 3만1000명 감소했다. 또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저신용 모두 해당하는 대출자의 대출규모는 12조2000억 원으로, 같은 기간 5000억 원 줄었다. 변성식 한국은행 안정총괄팀장은 "2017년 말 정부가 취약계층 지원방안의 하나로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취약 대출자의 대출 가운데 은행이 아닌 금융기관의 비중은 64.8%에 달했다. 업권별로는 상호금융(25.2%), 여신전문금융회사(15.9%), 대부업(8.5%)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민좌홍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장은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일부 취약요인이 있으나 비교적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글로벌 경기둔화 등 대외여건의 높은 불확실성으로 금융・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데다 가계부채 관련 위험요인이 잠재해있어 금융안정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오마이뉴스
김대환 (드럼) / 조용필 (기타) / 이남이 (베이스) 197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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