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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4. 19~4.25 무능함과 책임 회피를 봐주기에는 국민이 이미 지쳤다

by 이성근 2015. 4. 24.

 

   4.20 경향-419 미디어오늘

 

 

  4.20 한겨레-한국

 

 

   4.20 시사인-국민

 

 

  4.20 내일-421 경향

 

 

  421 국민-내일

 

 

  421 한겨레-한국

 

 

   422 경향-국민

 

 

  422 내일-미디어오늘

 

 

   422 한겨레-한국

 

 

  423 경향-국민

 

 

    423 내일-미디어오늘

 

 

  423 한겨레-한국

 

 

   424 경향-국민

 

 

  424 한국-한겨레

 

 

  4.24 경향-423 민중의 소리

 

 

 4.20~4.24 경향 장도리

 

100% 예상했던 세월호 불법폭력 주동자 색출 작업 419 미디어오늘

경찰 엄정 대응 방침 발표길 차단하고 교통 불편 이유 시민들에게 뒤집어씌워

경찰이 지난 18일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참가자들 일부를 불법폭력시위 주동자로 보고 이들을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경찰이 불법적인 행위를 했다는 지적도 많은 가운데 강경대응방침만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뉴시스 등의 보도에 따르면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19일 오후 2시 브리핑을 갖고 ‘4.18 불법폭력 집회 방침을 발표했다. 서울지방경찰청과 15개 지방경찰청에 각각 수사본부, 수사전담반을 편성해 세월호 참사 집회의 주동자를 찾아내고, 부상을 입은 경찰관과 파손된 장비에 대한 책임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계획이다.

 

18일 집회에서는 경찰과 시위대, 유가족의 충돌이 이어졌다. 18일 오후 130분경부터 유족들이 연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고,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3만여명의 시민들은 광화문 누각 앞으로 향했다.

 

18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1주기 범국민 대회참가자들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 중 세종로를 둘러싼 경찰차벽에 막혀 경찰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유가족들에게 향하는 시민들의 행진을 폴리스라인과 차벽을 통해 막아섰다. 시민들은 길이 막히자 청계광장으로 우회해 행진을 했으나 그곳에서도 경찰 차벽 앞에 막혔다. 그러자 시민들은 경찰 차벽을 뚫기 시작했고 경찰은 물대포와 최루액을 동원해 시민들을 진압했다. 4·16연대는 이날 하루 경찰에 연행된 시민과 유가족은 100여명(유족 20, 남성 77·여성 23)이라고 밝혔다.

 

관련 기사 : <서울광장에서 광화문까지 7시간시민·유족 100여명 연행

<세월호 1주기 여고생의 눈물 "유족이 투사가 되고 있다">

 

박재진 경찰청 대변인은 경찰이 세월호 1주기 기간임을 감안해 최대한 성숙하고 차분한 추모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했음에도 불법폭력시위로 많은 시민들에게 교통 불편을 초래하고 부상자를 발생케 한 데 대해 엄정히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찰의 불법 요소가 있는 무리한 진압작전에 대한 반성은 없었다. 집회 시작도 전에 광화문 일대를 차벽으로 에워싼 것이 대표적이다. 2011년 헌법재판소는 전경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시민들의 통행을 막는 것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위반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위헌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세월호 참사 1주기 범국민대회 집회 참여자들이 18일 오후 10시 광화문 광장에서 경찰 병력과 대치하고 있다. 미디어오늘

앞서 세월호 대학생 대표자 연석회의는 오후 1시 서울 서초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경찰의 무차별 연행을 규탄했다.

 

김성수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경찰이 세월호 참사 1년을 맞아 어제 열린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에서 유가족과 시민 100명을 연행한데 대해서 강력하게 규탄한다특별법 시행령 철회를 촉구하는 유가족과 시민을 차벽으로 막고 최루액과 물대포로 저지한 것은 정부 스스로 진상규명 의지가 없음을 자인한 것이다. 평화적인 집회와 행진을 하는 유가족과 시민을 공권력을 동원해 막는 정부의 모습은 과거 군사정권과 하등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녹색당은 논평을 통해 차벽으로 시민들과 유가족들을 차단시키고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난사한 경찰의 행태는 폭거이고, 반인권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경찰 기동대 버스는 시민들의 통행을 차단하고 진실을 가리는 차벽으로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하다 연행된 유가족과 시민들 100여명은 즉시 석방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파손된 경찰버스의 외부 모습. 미디어오늘

 

18일 범국민대회 전 4.24 총파업 선포대회를 가진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경찰은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을 떼어놓기 위해 혈안이었다집회 시민들이 움직이기도 전에 사전에 모든 길을 차단함으로써 광화문 일대 모든 도로를 장악한 후, 교통 불편의 이유를 시민들에게 뒤집어씌웠다고 지적했다

 

 

 

주류 언론과 포털의 기득권 동맹을 깨라 419 미디어오늘

[미디어 Plan B] 박대용 뉴스타파 뉴미디어팀장

요즘 가장 큰 이슈를 꼽으라면 단연 성완종 리스트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거론된 정치인들의 변명과 죽은 사람의 폭로 내용이 온종일 주요 뉴스를 장식한다. 며칠 전까지 경남기업은 알아도 성완종은 몰랐던 사람들도 이제 성완종 이름 석 자는 기억할 것이다. 이것이 언론의 의제 설정(Agenda Setting) 기능이다.

 

비교 대상이 되긴 어려울지 모르지만, 며칠 전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포스코의 정준양 전 회장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명박 정권 핵심 실세가 호가호위하며, 세계적인 철강회사인 포스코 회장 선임에 어떻게 개입했고 포스코가 어떻게 망가졌는지를 보여주는 꽤 충격적인 뉴스였다. 하지만 이 뉴스를 본 사람은 수천에서 수만에 불과하다.

 

시청자나 독자가 언론보도를 접하는 경로는 주로 TV나 인터넷이다. 말이 인터넷이지 대부분은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을 통해 접한다. 아무리 좋은 뉴스를 만들어도 TV나 포털에 노출되지 않는 뉴스는 국민 다수의 시선에 머물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게 국내 뉴스 유통의 현실이다.

 

TV를 통해 뉴스를 나오게 하려면, 방송사업자가 되어야 하고, 방송통신위원회의 허가도 받아야 한다. 직접적인 방법이 어렵다면, 이미 방송 중인 채널을 통하는 간접적인 방법이 있다. 뉴스타파 등 몇몇 대안언론이 택하고 있는 RTV를 통한 방법이다. RTV는 퍼블릭접근 채널이기 때문에 콘텐츠 수용 폭이 넓은 편이다. 그런데 일반 시청자가 RTV를 보려면 스카이라이프에 가입을 해야 하고, 케이블 채널도 안 나오는 곳이 더 많은 데다, 채널 번호도 사람들이 잘 보지 않는 100번대 이상이다. 게다가 방송통신위원회 허가를 받으려면 정치권 로비는 물론, 정권과의 유착까지 감수해야 할 수 있다. 뉴스타파 같은 대안언론이 정권과 유착한다는 것은 꿈에서도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IPTV 사업자들은 오픈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표방하지만, 권력감시를 주로 하는 대안언론은 IPTV 담당자와 접촉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포털을 통한 방법이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구글과 네이버, 다음 뉴스에서 포스코를 검색하면 구글에서는 맨 위에 뉴스타파가 보도한 포스코 인사 비리 보도가 나오지만, 네이버와 다음에서 뉴스타파 기사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우선 네이버와 다음과 달리 구글은 뉴스 생산자가 등록만 하면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대부분 구글 뉴스에서 검색된다. 반면,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 생산자라고 하더라도 정부에 언론사로 등록한 매체만 신청할 수 있고, 그것도 등록한 지 2년이 지나야 신청 자격이 생긴다. 뉴스타파는 올해가 등록한 지 2년이 되는 해여서 이제 곧 기회가 오겠지만, 이제 막 시작한 대안언론들은 아예 신청 기회조차 얻지 못하다 무관심 속에 잊히곤 한다.

 

구글이 세계 최고의 검색 포털이라고 하지만, 국내에서는 네이버, 다음에 이어 3위고, 점유율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대안언론이 왜 국민들 시선에 잘 보이지 않는지는 기득권 중심의 이런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아예 방법이 없을까. 뉴스타파의 지난 3년을 돌이켜보면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는 트위터, 페이스북으로 시작했고, 구글의 유튜브를 통해 동영상을 유통하고 있다. 모두 해외 서비스다. 그나마 최근에는 카카오스토리로 국내 서비스를 시작해 12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하지만 아직도 영향력은 TV나 포털을 통해 유통하는 기존 매체와 비교하면 턱없이 약하다. 그래서 TV나 포털을 통해 노출하는 기존 매체들이 뉴스타파가 쓴 기사를 인용해주면 다행이지만, 출처 표기를 제대로 하는 곳이 드물다 보니 뉴스타파가 아무리 특종을 해도 뉴스타파가 쓴 기사인지 아는 시청자나 독자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안언론은 주류 언론이 침묵의 카르텔을 유지하려 할 때 경종을 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존재 가치는 충분하다. 다만, 위에 열거한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상당기간 생존이라는 공통의 문제를 풀어야 할 운명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여당 참석자들, 아무도 이완구와 따로 얘기 안 나눠 4.20 핝겨레

 

이완구 국무총리가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4·19 혁명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분향을 마친 뒤 묵념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완구 국무총리가 박근혜 대통령 출국 이후 첫 외부행사로 19일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55주년 4·19 혁명 기념식에 참석했으나, 새정치민주연합은 이 총리의 참석에 반발해 불참하면서 4·19 기념식이 여야가 별도로 여는 상황이 빚어졌다.

문재인 대표 등 새정치연합 지도부는 정부 행사보다 2시간 앞서 4·19 국립묘지를 별도로 참배했다. 사실상 이 총리 주관 행사를 보이콧한 것이다. 문 대표 쪽은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시점에서 총리의 업무 수행을 인정할 수 없다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문 대표는 묘지에 헌화한 뒤 방명록에 “4·19 정신 되살려 민주주의와 부패척결 해내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부패 의혹과 거짓말로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4·19 정신을 이어받자고 하는 것은 웃지 못할 희극이자 민주영령에 대한 모독이라며 즉각 자리에서 물러나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기념식에는 참석했으나 이 총리와 의례적인 인사만 할 뿐 말을 섞지 않는 등 불편한 모습을 보였다.

 

 

김호기·박태균의 논쟁으로 읽는 70](3) 좌우파 문학 논쟁 420 경향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해방공간서 문학은 정치와 분리될 수 없었다

1945년 광복은 우리 사회 많은 것들의 원점을 이룬다. 광복에 담긴 의미가 새로운 국가, 새로운 사회의 건설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건설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1945년에서 1948년까지의 이른바 해방 공간’ 3년 동안 진행된 미군정, 대한민국 건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성립, 분단 시대의 개막은 현대사의 구조적인 조건을 형성했다.

광복에서 한국전쟁 발발에 이르는 5년이 결코 긴 시간은 아니다. 하지만 이 기간에 현대 국가가 등장했고, 시민사회는 분출하고 폭발했다. 이 열정과 폭풍의 시대의 한가운데 놓인 것은 이념 논쟁이었다. 새로운 국가와 사회 건설에서 우파와 좌파는 서로 다른 기획을 제시했고, 공론장에서 치열하게 격돌했다. 이러한 이념 논쟁에서 내가 주목하려는 것은 문학 논쟁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당시 문학은 시민사회와 문화를 주도했다. 둘째, 문학 논쟁은 우리 사회 모더니티 이해의 중요한 출발점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1949년 스물여덟 살을 맞이한 시인 김수영은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에는/ 안경이 걸려 있고/ 내가 떳떳이 내다볼 수 없는 현실처럼/ 그의 눈은 깊이 파지어서 () 나는 모든 사람을 피하여/ 그의 얼굴을 숨어 보는 버릇이 있소”(아버지의 사진’)라고 고백했다. 이 진술에는 아버지로 상징되는 전통에의 애착과 그 전통으로부터 결별하려는 의지라는 애증병존의 자의식이 담겨 있다. 꿈에도 그리던 광복을 이뤘는데, 그렇다면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의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일제강점기에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를 주도한 시인 임화는 해방 이후 대중적 참여를 통한 민족문학의 수립을 주창했다(왼쪽 사진). 우파 쪽 문학이론의 선봉에 섰던 소설가 김동리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순수문학이 민족문학이라고 역설했다(오른쪽).

 


임화 대 김동리의 문학 논쟁
논쟁은 본디 두 차원에서 진행된다. 하나는 서로의 견해와 주장을 비판하고 반비판하는 직접적인 논쟁이라면, 다른 하나는 서로 다른 논리와 세계관이 충돌하고 경쟁하는 포괄적인 논쟁이다. 후자의 의미로 논쟁을 이해할 때 광복 직후 좌우파 문학 논쟁을 주도한 이들은 임화, 이원조, 한효, 김동리, 조연현, 조지훈이었다.

먼저 포문을 연 이들은 좌파 쪽 이론가들이었다. 일제강점기에 카프(조선 프롤레타리아 예술가동맹)’를 주도했던 임화는 계급성·당파성보다 대중성·민족성을 중시했다. 그가 겨냥한 것은 광범위한 대중적 참여를 통한 민족문학의 수립에 있었다. 이육사의 동생인 이원조는 이런 좌파적 민족문학론을 인민민주주의 민족문학론으로 개념화했다. 인민민주주의 민족문학론은 무산계급을 중심으로 지식인·농민·소시민이 결합해 민족의 해방, 국가의 완전독립, 토지 문제의 평민적 해결을 추구하는 온건좌파 문학론이었다.

반면 한효는 민족성보다는 계급성을 중시했다. 그는 예술을 이데올로기로 이해하고, 이데올로기는 당파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광범위한 계급연합을 추구한 인민민주주의 민족문학론에 맞서 무산계급 단일독재를 주장한 한효의 견해는 급진좌파 문학론이었다.

좌파 문학계 안에서 이러한 이론적 차이는 문학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인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동시에 당시 남로당 노선과 북로당 노선의 차이를 반영하는 것이기도 했다.

좌파에 대응해 우파 쪽 문학이론의 선봉에 섰던 이는 소설가 김동리였다. 김동리는 인간성 옹호의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순수문학이 민족문학이라고 주장했다. 그에게 민족문학이란 자신에게 부여된 운명을 발견하고 그 극복을 위해 노력하는 ()의 구경적 형식탐구였다. 문학평론가 조연현과 청록파 시인 조지훈은 문학이 정치에 예속되는 것을 비판하고, 문학과 정치의 분리를 강조했다. 특히 조지훈은 본래의 가치와 사명에 주력하는 문학의 역할을 주목했다.

우파 문학이론이 순수문학을 부각시켰다고 해서 정치성이 완전히 배제된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나라 만들기가 치열하게 모색됐던 당시에 문학은 처음부터 정치와 분리되기 어려웠다. 문학이론은 다양한 문학운동 조직들과 긴밀히 결합됐고, 이 조직들은 미국과 소련이라는 두 강대국을 의식하고 있었다. 좌파의 대표 조직인 조선문학가동맹 창립대회에 소련 총영사가, 우파의 대표 조직인 조선문필가협회 창립대회에 미군정관이 참석한 사실은 당시 문학의 정치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좌익들이 194751일 서울 남산에서 군중집회를 열고 있다. 우익들이 1947815일 광주 중앙공립국민학교에서 해방 2주년 기념식을 주최하고 있다.


문학 논쟁의 현재적 의미
1948년 대한민국 건국을 고비로 문학계 헤게모니는 점차 우파에게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좌파 문학이론을 주도했던 임화·이원조·이태준은 이미 월북한 상태였다. 정부 수립을 전후한 시기부터 한국전쟁이 발발할 때까지 주목할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1947~1948년에 진행된 김동리와 김동석의 논쟁이었고, 다른 하나는 문학평론가 백철로 대표되는 중간파의 활동이었다.

문학평론가 김동석은 김동리의 순수문학론이 광복이 이뤄진 상황에선 존재할 근거가 부재하다는 점을 비판하고, 인민의 생활 묘사에 주력하는 리얼리즘 문학론을 제시했다. 이에 김동리는 생활을 넘어서 삶의 본질적 의미를 추구하는 고전으로서의 민족문학론으로 맞섰다. 평론과 대담으로 이어진 두 사람의 논쟁은 당시 좌파와 우파의 논리를 반복한 채 감정적 대응으로 진행된 아쉬움을 남겼다.

중도적인 백철은 좌파의 조급함과 우파의 완고함을 모두 비판했다. 그는 중간파적 문학이론을 작가가 놓인 현실을 주목하는 신현실주의파라고 명명하고, 좌우파와 구별되는 새로운 리얼리즘과 윤리를 부각시켰다. 정부 수립 이후 우파가 문단 헤게모니를 장악한 상황에서 이러한 백철의 논리는 영향력이 크지 않았지만, 당시 중간파 작가들인 염상섭·계용묵·황순원 등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 데는 유용한 문제틀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1945년부터 1950년까지 이뤄진 문학 논쟁의 핵심은 민족문학을 무엇으로 볼 것인가에 있었다. 문학이 문화를 주도하던 당시 이 과제는 결국 어떤 나라를 세울 것인가의 문제와 분리되기 어려웠다. 이런 측면에서 계급문학을 주장하든 순수문학을 표방하든 문학 논쟁은 새로운 국가와 사회의 건설이라는 정치 과정과 긴밀히 결합될 수밖에 없었다.

광복 직후 문학 논쟁에 대한 뛰어난 연구 업적을 남긴 국문학자 김윤식이 날카롭게 지적하듯 해방 공간은 역사를 선택할 수 있는 참으로 희귀한 공간이었고, 이러한 시대적 특징은 문학의 이념적 대결을 격화시킨 셈이었다.

70년이 지난 현재의 시점에서 볼 때 광복 시기에 이뤄진 문학 논쟁에는 낡음과 새로움이 공존한다. 먼저 그 낡음은 광복 이후 그동안 누적된 역사의 무게로부터 비롯된다. 민족문학에서의 민족은 이제 세계화의 진전과 다문화사회의 도래를 맞이해 새롭게 재구성돼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한편 그 새로움은 문학으로 대표되는 예술의 본래적 의미에서 비롯된다. 민족문학에서의 문학이란 과연 무엇인가. 그것은 현실의 재현인가, 아니면 이상의 추구인가. 문학으로 대표되는 문화가 가져야 할 궁극적인 의미는 개인 및 사회의 존재 이유에 대한 질문과 해명에 있다.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한 유토피아적 기획들이 치열하게 경쟁했던 광복 직후 문학 논쟁은 우리 문화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여전히 작지 않은 메시지를 안겨준다.


 

광복 직후 가장 주목받은 작가들
이태준, ‘해방 전후서 좌파로의 변모 과정 담아
황순원, ‘목넘이 마을의 개에서 이념논쟁 성찰

 


 

이태준(왼쪽황순원


광복 직후 가장 주목받은 작가는 이태준과 황순원이다. 이태준은 일제강점기에 9인회를 이끌던 순수문학의 대표 소설가이자 문장론의 고전인 <문장강화>의 저자였다. 광복이 되자 그는 좌파로 변신해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해방 전후>(1946)는 이태준의 자전적 중편소설이다. 주인공 현의 행적은 순수문학을 지향했던 소시민적 소설가에서 이념문학을 추구하는 좌파 소설가로 변모해가는 작가 내면의식의 변화를 담고 있다. 일제강점기 말기와 해방 직후 지식사회의 현실과 풍경을 생생하게 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다. 1946년 월북한 그는 불행한 말년을 보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광복 당시 고향인 평안남도에 머물러 있던 황순원은 1946년 월남했다. 광복 직후 황순원은 중도적 입장을 견지했다. 좌파 문학조직인 조선문학가동맹 기관지 문학에 작품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그가 평생 추구한 것은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 탐구였다.

 

<목넘이 마을의 개>(1948)는 한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황순원의 단편소설이다. 버려진 개 신둥이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 새끼들을 돌보는 간난이 할아버지의 배려는 생명의 고귀함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잘 보여준다.

오랫동안 전승된 겨레의 이야기를 소설화해 이념논쟁으로 뜨거웠던 광복 직후 현실을 우회적으로 성찰하려는 황순원의 문제의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라도가 중국 땅? 중국보다 더한 일본 교과서 421 오마이뉴스

[일본 교과서 톺아보기] 고대사 : 임나일본부의 부활

일본 중학교 교과서 검정 신청을 한 역사교과서 중 '불합격' 된 두 개의 교과서가 있다. 한 교과서는 우익계 교과서, 다른 한 교과서는 진보적인 교과서로 구분된다. 전자는 새역모(새로운 역사교과서를 만드는 모임) 계열 '지유사' 출판사의 교과서이며, 후자는 '마나비샤' 출판사로 일본의 역사교사들의 모임인 역사교육자협의회 구성원들이 만든 교과서다.

 

두 출판사가 검정에서 불합격된 사유 역시 극명하게 갈린다. 지유샤와 마나비샤는 문부성의 수정 지침에 따라 수정을 하고 나서야 검정을 통과했다. 두 출판사의 불합격본과 일본 문부과학성의 수정 지침 내용을 보면, 일본의 보수, 진보 세력 사이 역사인식의 차이와 일본 정부의 역사인식까지도 명확히 확인할 수 있다.

 

각국의 환경과 조건에 따라 역사인식의 차이는 일정 정도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정치적인 목적으로 역사 인식을 주입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올해 일본의 사회과 교과서(역사, 공민, 지리) 내용에는 현 정권의 역사 인식이 그대로 반영됨으로써, 교과서가 정치 도구화되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일 합의로 폐기된 '임나일본부설'의 부활

 

일본 '지유샤' 출판사의 중학교 역사교과서. '5세기경의 동아시아'지도에서 한반도의 가야를 '임나(가라)'로 표기함. 지유샤

 

조선반도 남부에는 4세기경부터 다수의 나라가 분립한 지역이 있었다. 일본서기에는 '임나', 조선 측의 칭호로는 '가라', 혹은 '가야'라 불리었다. 이 지역은 백제와 함께 일본 열도 사람들과 깊은 교류가 있었다. 임나는 철의 산지이며, 야마토 조정은 이 지역으로부터 철을 수입하여 지방에 배분함으로써 국내를 통일하려 하였다.

- 지유샤 역사교과서 검정 합격본 p.40

 

지유샤의 검정 합격본 역사교과서는 4세기 한반도와 일본의 관계를 설명하면서 지도와 본문에 '임나'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이 교과서는 처음에는 검정 '불합격'되어 한 차례의 수정을 거친 후 검정을 통과했다. 검정 불합격본과 합격본을 비교해 봤다. 검정 불합격본에는 임나일본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되어 있다.

 

백제는 야마토 조정에 도움을 요청했다. 야마토 조정은 귀중한 철 자원 공급지이기도 한 반도 남부와 깊은 교류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다를 건너 백제를 도와 고구려와 싸웠다. 고구려의 광개토대왕 비문에는 야마토 조정의 군세가 백제, 신라를 복속시키고 고구려를 위협했다고 쓰여 있다. 이 시기, 야마토 조정은 반도 남부의 임나(가라)에 일본부를 설치하고, 영향력을 행사했다. - 지유샤 역사교과서 검정 불합격본 p.48

 

검정 불합격본에는 임나일본부설이 노골적으로 기술되어 있다. 이 부분은 문부과학성의 수정 지침으로 앞서 제시한 서술로 바뀌었다. 학생들이 당시 야마토 조정이 조선반도에서 행사한 영향력을 오해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임나일본부''임나'로 바꾼 것에 불과하며, '임나일본부설'에 대한 내용은 그대로 유지한 채로 서술되고 있다.

 

'임나일본부설'은 한국과 일본의 공동연구로 2010년 공식적으로 폐기된 학설이다. 한일역사공동연구위원회는 임나일본부의 존재 자체가 없었다는 데 합의했으며, 더불어 임나일본부라는 용어도 쓰지 않기로 했다.

 

일본 중학교 역사교과서 총 8종 중 4종에서 한반도 가야지역을 '임나' 표기함. 왼쪽부터 '이쿠호샤', '도쿄서적', '문교출판'. 이쿠호샤-도쿄서적-문교출판

 

'임나'라는 명칭을 사용한 것은 지유샤만이 아니다. 검정을 통과한 역사교과서 총 8종 중 4종에서 '임나' 명칭을 사용했다. 이는 양국 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진 공동의 연구 성과와 양국의 합의가 일본 정부에 의해 부정되는 결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교과서 전반에 나타나는 고대 한반도 영역표기 오류

검정을 통과한 8종의 역사교과서에는 고대 한반도 영토 표기 오류도 다수 나타난 것으로 확인됐다. 기원전 3세기부터 서기 8세기경의 동아시아를 그린 지도에서 대부분의 교과서가 중국의 영역을 지나치게 넓게 표시해 당시 한반도 영역까지 넘어와 있다. 뿐만 아니라 이 시기의 지도 표시가 각 출판사마다 서로 다르게 표시되어 있다.

 

'제국서원'의 역사교과서에 실린 '기원 전후의 동아시아' 지도는 중국 한나라 시기와 한반도의 고조선의 시기를 나타낸다. 지도를 보면 한나라의 영역이 한반도 지금의 경상북도 북부와 전남 서부 지역까지 표시되어 있다.

 

일본 '제국서원'의 역사교과서. 기원 전후의 동아시아 지도로 한나라의 영역이 한반도까지 넓게 표시되어 있음. 제국서원

'시미즈', '이쿠호샤' 출판사의 역사교과서 '3세기경의 동아시아' 지도에서도 오류가 나타난다. 중국의 삼국시대 위나라의 영역이 한반도의 현재 평안도와 황해도, 경기도 일대를 장악한 것으로 표시되어 있다. 이 시기 한반도는 고구려, 신라, 백제와 가야, 부여로 구분되는 시기이다. 이 지도에서는 한반도의 삼남 이북지역의 고구려 영역을 위나라와 양분하고 있는 것으로 그려져 있다.

 

'3세기경의 동아시아'지도로 위나라의 영역이 고구려의 영역까지 확장되어 표시되어 있음. 왼쪽부터 '시미즈출판', '이쿠호샤' 시미즈출판-이쿠호샤

 

또한 시미즈 출판사 역사교과서에는 8세기경의 발해의 영토와 당의 영토가 하나로 묶여서 표시되어 있다.

 

일본 '시미즈출판'의 역사교과서로 발해의 영토가 당나라의 영토와 하나로 묶여 표시되어 있음. 시미즈출판

'마나비샤' 역사교과서를 비롯한 다수의 교과서에 실린 또 다른 지도에는 만리장성 위치 오기도 확인되었다. 진나라 시기(기원전 3세기) 지도의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뻗어져 있다. 이는 애초에 만리장성의 동쪽 끝이 산둥지역의 '산해관'이라고 알려진 것과 차이가 있다. 심지어 동북공정의 결과로 만리장성의 시작 지점을 요동반도 호산산성으로 새롭게 발표해 한국과 논란을 빚은 중국보다, 이번 일본 교과서가 만리장성을 훨씬 아래쪽까지 왜곡해 표기한 것이다.

 

일본 '마나비샤'의 역사교과서. 만리장성이 한반도까지 걸쳐서 표시되어 있음. 마나비샤

이에 대해 아시아역사연대 안병우 공동대표는 "한국 고대사의 출발이 일본의 영향 아래서 시작되었음을 나타내기 위한 서술로 한국 역사의 독자성을 부정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라고 비판했다.

 

횡단보도 앞 노란 삼각형... 박원순도 감탄한 이것은? 422오마이뉴스

[현장] 서울 성북구 길원초등학교 앞 '옐로카펫'

 

 

서울 성북구 길음동 '옐로카펫'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서울 성북구 길음동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 낸 '옐로카펫'. 아동들이 다치기 쉬운 건널목에 카펫을 깔아둔 것처럼 노란색 페인트 칠을 함으로써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아동은 이곳에서 차분하게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운전자에겐 근처에 아동이 있다는 것을 환기시켜 자연스럽게 안전운전을 유도하자는 취지다. 국제아동인권센터

 

22일 오전 830분께, 서울 성북구 길음동 길원초등학교 앞. 학교 정문 인근 왕복 2차선 건널목은 산만하게 뛰어가는 아이들로 분주했다. 횡단보도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면 많게는 20여 명의 아이들이 와글와글 길을 건넜다. 교통 지도를 담당하는 녹색어머니회의 깃발이 머리 위로 올라가기 무섭게 내달리는 아이도 있었다.

 

여느 초등학교 등굣길과 다름없는 풍경이었지만 여기엔 딱 하나 다른 것이 있다. 바로 횡단보도 진입부 벽과 인도에 삼각형 모양으로 노란 페인트가 칠해져있다는 점이다. 온통 회색뿐인 콘크리트에 카펫처럼 덧칠된 노란색은 멀리서도 선명했다. 특히 아이들이 이곳을 통과할 때면 길 건너편에서도 아이의 움직임이 눈에 확 들어왔다.

 

주민 1676, '아동이 안전한 건널목' 함께 고민하다

이것은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이 지역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한 끝에 만든 '옐로카펫'이다. 아이들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건널목에 일종의 안전지대를 만든 셈이다. 옐로카펫은 '직진 본능'에 따라 건널목에서 툭 튀어나가는 경향이 있는 아이들을 이 영역으로 유인해 차분하게 보행신호를 기다리게 한다. 동시에 운전자에게는 앞에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환기시켜 안전 운전을 유도한다. 자연스럽게 교통사고 위험을 낮아지는 것이다.

 

또한 밤에는 상단에 설치된 태양광 램프가 움직임을 센서로 감지해 불을 비춘다. 키가 작아 운전자 시야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동이 저녁 시간에 혼자 횡단보도를 건널 때 유용하다.

 

길원초등학교 앞 옐로카펫 국제아동인권센터와 서울 성북구 길음동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안해 낸 '옐로카펫'. 22일 방문한 길음동 길원초등학교 앞 아동들이 옐로카펫 위를 지나고 있다. 손지은

 

길원초등학교는 위치 때문에 옐로카펫의 필요성이 더욱 컸다. 이 학교는 왕복 2차선 도로가 ''자 형태로 꺾여 지는 곳에 진입로가 있어 아동이 다가오는 차량을 잘 볼 수 없다. 아이들이 위험을 인지하지 못하고 불쑥 차도로 뛰어나갈 가능성이 커보였다. 또한 비탈길이 시작되는 지점이라 차량이 속도를 줄이지 않고 휙 지나치기도 한다. 이 때문에 횡단보도에 도로반사경이 설치돼 있지만, 사고를 예방하는 용도로는 충분치 않아 보였다.

 

이날 등굣길에 만난 아이들도 옐로카펫의 취지에 공감하는 모습이었다. 매일 이 길을 건너 학교에 간다는 6학년 안예원·이지수(모두 여)양은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담당하는)학교보안관이 없으면 파란불에도 그냥 차가 지나칠 때가 많다"라며 "위험한 길이었는데 안전해져서 좋다"라고 입을 모았다. 몸집만한 가방을 매고 등교하던 3학년 이현준 학생도 "교통사고를 막으려 설치했다고 들었는데 좋은 거 같다"라고 답했다.

 

아이들보다 옐로카펫을 더욱 반기는 건 역시 학부모였다. 남색 정장을 입고 출근길에 1학년 딸을 등교시키던 한 중년 남성에게 옐로카펫을 설명하자 매우 반기는 얼굴로 "정말 좋은 취지"라고 말했다. 이날 건널목에서 교통지도를 하던 녹색어머니회 천은경(41)씨 또한 "학교 정문이 비탈길 꼭대기에 있어서 올라오는 차들이 정지 신호에도 멈추지 않고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육교를 설치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는데 옐로카펫이 생겨 걱정을 조금 덜었다"라고 말했다.

 

박원순 시장도 감탄... "현장의 작은 변화가 생활을 바꾼다"

 

국제아동인권센터 이제복 팀장 옐로카펫을 기획한 이제복 팀장은 2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아동 안전은 아동의 생명권과 맞닿아 있는 인권의 문제"라고 말했다. 손지은

 

옐로카펫은 비영리단체인 국제아동인권센터의 '아동이 안전한 마을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 1월부터 약 세달 동안 이 지역 청소년자원봉사단인 '길음밴드'와 함께 직접 마을 답사를 다니며 아동에게 횡단보도가 가장 위험하다는 답을 얻었고, 고민 끝에 '옐로카펫'이라는 아이디어를 탄생시켰다. 그뒤 주민 1676명에게 온·오프라인 설문조사로 가장 위험한 건널목을 물어 길원초등학교를 포함한 총 3곳에 옐로카펫을 설치했다.

 

국제아동인권센터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유는 아이들의 안전이 '인권'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매해 안전사고로 숨진 어린이 중 가장 많은 수가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314세 미만 어린이 안전사고 사망자 중 42%가 교통사로로 숨졌다. 2012년에도 40%1위였다. 때문에 교통사고로부터 어린이를 지키는 것은 아이들의 생존권과 관계된 일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초에 첫 선을 보인 옐로카펫은 SNS로 알려진지 나흘 만에 소개 영상 조회수가 30만을 돌파하는 등 큰 호응을 얻었다. 국제아동인권센터 페이스북에는 박원순 서울시장 등 전국의 시민 1700여 명이 '좋아요'를 누르기도 했다. 특히 박원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과 카카오스토리에 옐로카펫 영상을 공유하며 "현장의 작은 변화가 경험을 바꾸고, 경험이 바뀌면 생활이 바뀐다"라는 소감을 남겼다.

 

현재 국제아동인권센터에는 마을에 옐로카펫을 설치하고 싶다는 문의가 쏟아지는 중이다.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제아동센터 사무실에서 만난 이제복 후원팀장은 "정상적인 업무를 볼 수 없을 만큼 여러 곳에서 문의가 온다"라며 "아이들을 지켜주고 싶은 국민들의 마음이 프로젝트에 대한 지지로 표출된 것이 아닐까 싶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단순복제식'으로 옐로카펫이 전국에 퍼져나가는 것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 프로젝트는 주민이 직접 필요성을 느끼고 참여하는 게 핵심이기 때문이다. 이 팀장은 "결과물만 보고 옐로카펫을 카피하다 보면 자칫 원래 취지를 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마을 주민 스스로가 아동이 안전한 마을을 만든다는 프로젝트의 원칙을 지키면서 옐로카펫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프로젝트 모금열흘 만에 목표액 1억 초과 달성 422 한국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대중전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법회에서 세월호 참사로 아이를 잃은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부모가 두 손 모아 기도하고 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세월호 기억의 숲프로젝트의 시민 모금이 열흘 만에 목표액 1억원을 달성했다. 세월호 기억의 숲은 세기의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첫째 아들인 션 헵번 가족이 기부한 금액을 토대로, 사회적 기업 트리플래닛이 전남 진도 팽목항 인근에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조성하고 있는 은행나무 숲이다.

 

21일 트리플래닛에 따르면 세월호 기억의 숲 조성을 위한 시민 모금액은 18일 오전 1차 목표액인 1억원을 초과했다. 이날 오전 기준으로 2,000여명이 참여해 11,240만원이 모인 상태다. 트리플래닛과 션 헵번 가족은 세월호 참사가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9일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시민 모금을 시작했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1주기였던 16일 평소보다 2배 많은 기부가 이어지면서 목표액 달성을 앞당겼다시민들의 높은 관심으로 숲을 더 아름답게 만들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모금액이 늘면서 기존 높이 3m짜리 은행나무보다 더 건강한 3.5m 나무를 섞어 심을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모금에는 고교생, 미국 교민 등 다양한 이들이 참여, 적게는 1만원부터 많게는 수백만원을 기부했다. 최고액을 기부한 단체는 인기 아이돌 그룹 빅뱅의 멤버인 태양 팬클럽으로, 이들은 416일을 기리는 마음으로 416만원을 보내 왔다. 빅뱅 팬클럽은 지난해 또 다른 멤버인 지드래곤의 생일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숲을 조성한 적이 있다. 이 밖에도 한양대 의대 13학번의 이름으로 70여만원이 기부됐다.

시민 모금은 홈페이지(www.sewolforest.org)를 통해 계속해서 진행된다. 트리플래닛 관계자는 참여금액은 100% 숲을 조성하는 데에만 사용된다내달 중 기부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도에서 나무심기 행사를 추가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첫 성경험 연령 22.8남성 15%만 성매매 경험 422 세계일보

··고교생 4.8% 성경험

 

우리나라 성인 평균 첫 성경험 연령은 22.8세인 것으로 조사됐다.

 

22일 고려대 의대 문두건 비뇨기과 교수 연구팀의 전국 성의식 조사에 따르면 첫 성경험 연령은 남성이 21.8, 여성은 23.9세로 나타났다. 남녀 평균은 22.8세다. 질병관리본부의 의뢰를 받은 연구팀은 지난해부터 올해 3월 사이 만 1869세 성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13.4%가 성매매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성별로는 남성 23.1, 여성 2.6였다. 지난해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조사에서 나온 성매매 경험이 있다는 응답률 56.7와는 큰 차이를 보였다.

 

여성의 42.9다시 태어난다면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답했다. 반면 여성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응답한 남성은 12.6였다현재 성별에 대한 만족도도 남성은 100점 만점에 87.4점인데 반해 여성은 57.1점으로 한참 낮았다. 연구팀은 사회활동의 제한이나 출산 육아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가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노년층의 성매개감염병대책 마련도 시급하다. 건강보험공단의 성매개감염병 진료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진료환자는 2006333000명에서 2010352000명으로 연평균 1.4증가했다. 연령별로는 65세 이상 노인층의 증가율이 연평균 12.72064세의 0.919세 이하 1.8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이는 노년층의 성 의식이 낮고 성교육 등이 부족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번 조사는 국민의 성() 의식을 분석해 성매매 감염병 위험 집단의 규모를 파악하고 예방 전략을 만들기 위해 추진됐다.

 

박 대통령 유체이탈화법의 원형, “돈이 왜 필요해요?” 422 한겨레 21

 

31일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4개국 순방을 위해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비행기에 올라타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김기춘, 허태열한테만 줬겠나.”

성완종 회장은 마당발이다. 친교를 넓게 하기 때문에 정치를 하면서 또 정치를 하기 위해서 돈을 많이 줬을 거다. 돈을 많이 돌렸다고 보면 된다.”

그 사람들만 받았겠나? (리스트에 등장한 사람들은) 돈 받은 수많은 사람 중에 대통령과 관련 있는 이들일 것이다.”

대선 때 지저분한 사람들은 여의도에 소문이 다 났다.”

 

명단이 가리키는 것 박근혜 대통령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가 터진 직후 여권 인사들의 반응이다. “터질 게 터졌다는 식이다. 여권 분위기를 들여다보면 이번 사건이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한 음모라고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성완종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돈을 받은 사람이 실제로 그만큼 많았고 이런 사실은 여권 내부에서 공공연한 사실로 알려져 있었다는 뜻이다. 검찰이 사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이전에 이미 정치적 판단은 끝난 셈이다. 이런 분위기에 걸맞게 새누리당 수습 대책은 망인의 근거 없는 주장 바로잡기가 아닌, ‘이 사태를 최소화해 내년 총선 전에 가라앉히기에 맞춰져 있다. 그런데 분주한 새누리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이 혼돈 속에서 멀리 비켜서 있는 이가 있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성 전 의원이 지난 49일 스스로 목숨을 끊기 직전 남긴 8명의 이름 가운데 7명이 친박 핵심이다. 허태열·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이병기 현 청와대 비서실장은 박근혜 정부의 비서실장을 총망라한다. 거기에 이완구 국무총리, 유정복 인천시장, 서병수 부산시장,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친박 핵심 가운데서도 핵심이라 불리는 이들이다. 이들은 2012년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 캠프에서 각각 새누리당 충남선대위 명예위원장(이완구), 직능총괄본부장(유정복), 당무조정본부장(서병수), 조직총괄본부장(홍문종) 등 주요 직책을 맡았다. 이 명단이 가리키는 것은 이들 개인이 아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의미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사건이 불거진 이후 일주일 동안 특유의 유체이탈화법을 쓰다 중남미 해외 순방을 떠나버렸다. 박 대통령은 사건이 터진 사흘 뒤인 412검찰이 법과 원칙에 따라 성역 없이 엄정히 대처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현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 측근들이 불법자금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 대한 유감 표명은 없었다. 이후 415일에는 부정부패에 책임이 있는 사람은 누구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용납하지 않겠다는 표현은 이번 사건은 오롯이 돈을 주고받은 이들의 잘못이며, 자신은 이들에게 단죄를 가하는 주체로 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정부패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할 중심 인물이 바로 자신이라는 사실은 완전히 배제된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완전히 밝혀야 한다는 발언도 비리 수사 대상을 이전 정부와 야권까지 모두 포함하겠다는 의미로 사실상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나왔다. 그러고는 416일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에 대해 “(중남미 순방을) 다녀온 뒤 결정하겠다며 나라를 떠났다.

 

2004년 천막당사 첫 일성

박 대통령의 이런 무책임한 대처 방식은 2004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당대표로서 총선 승리를 이끌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2003년 말 불거진 대선 불법자금 사태는 한나라당에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안기며 총선 패배의 위기를 불러왔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로 선출된 박 대통령은 부정부패 근절의 의미로 천막당사를 세웠다. 2004324일 천막당사에서의 첫 일성은 국민 여러분께 지은 죄를 진심으로 참회한다였다. “부정부패 비리 연루자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며 유죄가 확정되면 영구 제명 조처를 취하겠다고도 했다. 그러고는 조계사에서 108, 영락교회에서 회개예배, 명동성당에서 고해성사를 올렸다. 이런 반성의 모습을 통해 박 대통령은 위기 속에서도 의석수 121석을 확보하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었다.

 

당시에 벌어졌던 문제와 현재 불거진 문제는 같다. 당의 대선 불법자금이다. 그러나 그때 머리 숙여 사과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모습은 현재 없다. 왜 그럴까. 지금껏 박 대통령이 했던 사과나 유감 표명의 면면을 살펴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문제의 핵심으로부터 타자화가 가능했다는 점이다. 2004년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대선 불법자금의 주체가 아니었다. 한나라당에서 탈당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다가 2002년 다시 복당한 박 대통령은 당 주류에서 밀려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위기에 몰리자 남··(남경필·원희룡·정병국) 등 당내 쇄신파들이 나서 도덕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가진 박 대통령을 당대표로 추대한 것이다. 결국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사과는 대리 사과였지 자신의 잘못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본인도 그것을 잘 알았기에 기꺼이 사과와 반성의 행보가 가능했던 것이다. 2012년 총선 때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당시 디도스(DDoS·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 사태 등으로 위기에 몰렸던 한나라당의 구원투수로 등장했고, 박 대통령과 한나라당의 비리는 철저히 분리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그는 현직 대통령이고 리스트의 8명 가운데 7명이 정권의 핵심 인사 또는 측근이다. ‘타자화가 불가능하다. 대통령이 사과를 하면 오롯이 대통령 스스로 잘못을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는 도덕성을 무기로 버텨온 박 대통령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일 것이다. 새누리당 안에서도 이번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은 분리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통령은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이번 사태가 대통령까지 가게 되면 계파를 떠나 내년 총선에서 폭삭 망하게 된다. 거기까지는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VIP에게 돈 달라고 하면 돌아온 말은

 

414일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당내에서는 성완종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을 분리시키려는 논리로 박 대통령은 돈에는 무관심한 사람이라는 얘기를 한다. 여권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본인이 평생 계산을 안 해보신 분이다. 평생을 그리 살았으니 그 밑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활동비를 각자 조달해왔던 것이다. 그런데 (선거 캠프에) 돈이 좀 들어가나. 건물 임대료와 상근자 월급 등 들어갈 데가 많다. (이를 충당하기 위해) 기업인들한테서 당긴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새누리당 관계자는 대선 캠프에서 VIP에게 돈 달라고 하면, ‘돈이 왜 필요해요?’라고 하는 상황이라서 각자 알아서 돈을 썼다. 그런데 어떻게 각자 돈을 모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했다. 결국 대선 불법자금은 박 대통령과는 무관하게 밑에서 저지른 일이라는 얘기다.

 

이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이것으로 박 대통령의 도덕적·정치적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이끄는 조직의 돈 문제에 전혀 관심이 없고 어떻게 돌아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는 것은 리더로서 그만큼 무능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김종배 시사평론가는 정치적 맥락과 정치적 책임의 귀속 문제에 대해서 얘기해야 한다. (누가 돈을 받았든) 박 대통령의 정치자금으로 쓰인 것이다. 물론 박 대통령이 몰랐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궁극적인 책임 당사자가 박 대통령이 되는 게 부정되느냐.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창열 용인대 교수도 돈의 흐름을 파악 못했다고 하더라도 후보로서 총체적인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봐야 한다. 대통령이 거기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기 캠프에서 일어난 일인데 난 몰랐다고 하는 말로 국민을 얼마나 설득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박 대통령의 모르쇠식 리더십이 오히려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는 본인은 완전히 모른다고 하는 얘기가 이런 때는 득이 되기도 한다. 직접적인 불꽃을 피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반면 그런 식의 리더십 때문에 이렇게 뿌리까지 흔들린다는 측면도 있다. 양면성이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교도소의 담벼락을 걷다가 잘못하면 교도소 담장 안으로 들어간다는 정치판에서 홀로 도덕성을 유지하며 민감한 문제에는 아예 신경 쓰지 않는 방식의 리더십이 오히려 주변의 부패를 키우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힘을 빌려 경쟁자에게 사정의 칼날을 들이대는 식의 권위주의적 국정 운영이 만든 참극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박 대통령이 정부를 운영하는 방법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그동안 박 대통령은 공약했던 것을 열심히 실천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권력을 누수 없이 열심히 관리하려고만 했다. 처음부터 검찰을 활용한 정치를 하면서 라이벌 세력을 관리해왔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태는 그런 방법이 낳을 수 있는 묘한 복수극 같은 느낌이 든다. 본인의 권력정치가 이런 사태를 가져온 면이 있다고 했다.

 

도덕성의 상처, 리더십의 위기

대통령 자신이 아무리 부정해도 이번 사태는 박근혜 정권의 도덕적 정통성과 리더십에 치명타를 안길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정권은 공고한 도덕성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쌓아 올려진 정권이다. 유권자들 사이에서 다른 것은 몰라도 돈 문제만큼은 깨끗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그것이 깨졌다. 이는 이명박 정부 등 당선 이전부터 도덕성 문제가 불거져나왔던 정권들이 같은 상황에서 받을 타격과는 차원이 다르다. 이준한 인천대 교수는 “(대선 불법자금이 실제로 드러난다면) 정권을 창출한 것부터 원천적으로 부정되는 것이다. 그렇기에 (검찰 수사는) 거기까지는 연관성이 없다는 쪽으로 결론 맺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정권의 핵심들이 사건에 연루된 것만으로도) 이미 도적적·정치적으로는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권의 무능함과 책임 회피를 봐주기에는 국민이 이미 지쳤다는 점도 정권이 위기를 맞고 있는 주요 원인이다. “지난해와는 상황이 다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이게 첫 번째 충격이 아니다. 이 정부의 정통성과 관련해서 볼 때 우선 집권하자마자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문제가 있었다. 박 대통령은 몰랐다고 했지만 유권자들은 믿지 않았다. 그러나 막 뽑아준 정부였고 다른 대안이 없으니 넘어가준 것이다. 두 번째로 세월호 충격이 있었다. 정부의 대처는 지지부진했고 해결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유가족들의 요구가 무리하다고 여기는 사람들도 아무것도 안 돌아가게 만드는 정부의 무능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번이 세 번째 충격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도 이제는 임계점을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서복경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의 분석이다.

 

도덕성에 대한 상처는 리더십의 위기를 불러온다. 지난해 말 터진 정윤회 국정 농단 사태와 청문회 과정에서 불거진 신임 총리의 도덕적 결함은 이미 국정 동력의 상실을 가져왔다. 그런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한 비리와의 전쟁 선포가 또다시 박 대통령과 연결된 부정부패를 드러내는 부메랑으로 작용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것으로써 박근혜 정권의 리더십은 이미 큰 상처를 입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최창열 교수는 깨끗한 선거를 하겠다고 했는데 대선자금에 연루됐다면 국민들이 바라볼 때 도덕적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는 집권 3년차에 레임덕과 바로 연결된다고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채진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도 인사 실패가 계속 축적되면서 신뢰가 무너졌다. 국정 동력이 상실됐고 무엇을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었다. 정권이 녹다운 직전이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지루한 공방전을 펼쳐 물귀신 작전으로 가면 더 망가질 수밖에 없다. 국정을 쇄신하려면 초당적인 중립 인사로 총리를 추대하고 중립 내각을 새롭게 구성해 나머지 일정을 이끌어가야 한다. 그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다라고 말했다.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나는 몰랐다

지금 이 상황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사건을 덮거나 회피하려 하지 말고 모든 의혹에 대해 국민에게 사실관계를 명확하고 성실하게 설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이 오히려 국민이 가진 불신의 감정을 정치적으로 완화하는 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나는 몰랐다는 방식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사죄의 길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서복경 선임연구위원은 당장 시급한 것은 유권자들의 불신을 먼저 다독여야 하고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 정도는 해줘야 일이 해결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권마다 불거지는 대선 불법자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훈 대표는 제대로 된 정치라면 사회로부터 돈도 나오고 후원자도 나오고 자원봉사자도 나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정치는 사회적 기반 없이 권력이나 영향력에 매달려 있는 구조다. 그러다보니 좋은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 사람도 이런 구조에서는 권력을 가진 사람, 돈을 가진 사람, 언론 등 영향력이 있는 곳을 통해서 정치적 자산을 얻으려고 한다. 정치가 사회를 잘 대표하는 방식으로 돈이나 지지를 받은 구조가 아닌 것이다.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바로 그런 문제가 아닐까 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전 의원이 권력을 얻기 위해 돈을 뿌릴 수밖에 없었던 비뚤어진 한국의 정치 구조를 바꿔야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들끓는 민심 왜 아무도 사과하지 않는가 421 한겨레

 

이완구 총리의 심야 사퇴 발표가 나온 21일 아침 7시께. 서울 중구 손기정체육공원의 풍경은 여느 때와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머리가 희끗한 60~70대 장노년층 서넛이 운동자전거(헬스사이클) 주변에 모여 아침운동을 겸해 정국 토론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화제는 단연 이 총리의 사퇴였다. 이 총리의 잘못된 처신에 대한 질타가 잇따랐다.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는다는 말도 있잖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내가 총리라도 그렇게는 대응하지 않아. ‘(성완종과는) 친분이 있고 전화도 하는 사이다. 그렇지만 돈은 받지 않았다고 해도 믿기 어려운데, 잘 모른다니. 사람들을 바보로 아는 것도 아니고.”

 

이 총리의 때늦은사퇴는 조금의 동정도 얻지 못했다. 그의 거듭된 거짓말과 말바꾸기는 만년 여당 지지자인 평범한 장노년들의 마음도 싸늘하게 만들었다. 40~50대 중년들이나 젊은층의 민심은 한결 차가웠다. ‘총리 구인난에 시달리던 박근혜 대통령이 숱한 반대에 아랑곳 않고 우격다짐으로 임명한 사람이니 예정된 파국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직장인 임수현(38)씨는 박근혜 정부 각료 인사청문회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부정부패의 사슬이 낱낱이, 매우 부끄러운 방식으로 드러날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고 말했다. 학원강사 황아무개(37)씨는 이완구 총리의 거짓된 해명을 계속 보다 보니 이제 정부의 말 자체를 믿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 사퇴가 이번 사태의 끝이라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런 만큼, 민심은 이완구 이후에 쏠려 있다. 박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온 태도에 비춰 의구심을 나타내는 사람들이 많다. 홍보업계에서 일하는 김민정(41)씨는 이걸로 끝낸다면 너무 무책임하지. 총알받이 하나 내세워 그 아래 줄줄이 다 면죄부를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특히 책임감은 아랑곳 없이 안타깝고 총리의 고뇌를 느낀다는 박 대통령의 말은 국민감정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다. “대통령이 자꾸 남의 일처럼 말하는데 제발 책임감을 가졌으면 좋겠다.”(최아무개·38) “국민들의 마음은 읽지 못하는데 총리의 고뇌에는 공감능력이 어떻게 발휘되는지.”(김아무개·48·출판사 대표)

 

이 총리 사퇴 직후 <한겨레>가 만난 사람들이 한결같이 꼽는 이번 사태의 해법이 있다. 박 대통령의 진심어린 사과다. 성향과 세대에 관계없었다. 특검이나 철저한 수사에 앞서 국민들에게 정말로 죄송하다는 모습을 보이는 게 정국 혼란의 늪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라는 것이다.

직장인 김형선(45)씨는 마음 같아서는 책임을 지고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 했으면 좋겠으나 절대 그럴 리는 없을 테고, 정말 진정어린 사과를 해주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자신이 임명한 총리의 비리가 부패 척결을 외치는 시점에 드러났는데도 외국 순방에 나선 것부터 사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경기도 성남시 6급 공무원 씨는 이 총리가 3천만원을 받은 것이 사실이더라도 별로 관심을 끌지 않았다. 그러나 신뢰에 대한 문제는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런 사람을 총리로 지명한 정권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직도 대통령과 총리가 자리를 비운 사이 북한이 쳐들어오면 큰일이라고 걱정하고, 어지간해선 박 대통령 험담을 하지 않던 손기정공원 장노년들도 이날만큼은 민심을 되돌리기 위한 처방을 분명하게 주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사과를 해야 해. (돈을) 받아먹은 사람들 확 쳐내고 다시 짜야 해.”

 

경향 이대근칼럼]통치할 자격을 묻다 422

진보와 달리 보수는 쉽게 분열하지 않는다. 기득권 체제의 보호막 안에 있는 보수는 단기 이익, 개별 이익이 기득권 체제와 충돌해도 좀처럼 도전하지 않는다. 기득권이 온전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보상을 받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한국처럼 안정적인 기득권 구조에서는 그런 장기 보상이 가능하다. 그래서 보수는 더 큰 이익을 위해 잠깐의 손해를 감수하면서 기다리는 쪽을 선호한다. 일대일 동시교환 같은 거래를 할 이유가 없다. 상응하는 대가를 바라지 않고 선의로 주면 언젠가 선의로 응답하리라는 기대. 그게 바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말한 의리와 신뢰가 가능한 배경이다.

 

그런 교환 방식은 이명박 정부 때만 해도 잘 통했다. 이명박의 형을 비롯한 거의 모든 측근들은 공평하게 나눠 가졌다. 모두 파티에 참여할 수 있었고 모두가 만족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들어서 기득권 분배에 약간의 문제가 생겼다. 집권세력은 궁지에 몰렸고, 민심이란 호랑이를 달래기 위해 떡 하나를 줘야 했다. 기득권을 위해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게 또한 보수다. 성 회장이 말한 의리와 신뢰는 그렇게 깨졌다.

 

한국은 보수정권이 통치하기 쉬운 사회다. 재벌경제라는 든든한 물적 기반, 항상 사회의 다수파를 차지하는 보수, 그들의 이익과 가치를 대변하는 주류 언론,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북한이라는 존재는 수월한 통치를 보장한다. 게다가 약한 야당이란 행운도 있다. 이 정도면 땅 짚고 헤엄치기는 아니더라도 보통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집권 22개월 만에 국정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는 취임 3년차에 이르러도 총리 적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들은 낙마하고, 겨우 총리가 되어도 중도 사퇴한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도 아니고, 세 번도 아니다. 다섯 번째 같은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시민들은 이 끝나지 않는 이야기에 지쳐가고 있다.

 

5개 정부부처는 8개월 시한부의 임시직 장관이 이끌고 있다. 박근혜는 편향적 역사인식 때문에 부적격이라고 비판받은 인물을 굳이 국사편찬위원장으로 앉힌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5개월 만에 관뒀다. 고령이라 일을 못하겠다고 한 것이다. 일에 전념할 사람이 아닌 물러나야 할 사람, 곧 물러나기로 예약한 사람에게 정부 일을 맡기는 대통령. 그러니 내각은 항상 임시체제, 비상체제이고 국정은 과도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한다.

 

그가 손을 잘못 댄 건 정부조직만이 아니다. 그는 시류 따라 사건 따라 창조경제, 국가개조, 부패척결로 국정과제를 바꾸었다. 이제 부패척결도 성완종 사건에 이르자 야당까지 겨냥하는 정치개혁에 자리를 내주었다. 관료들은 이렇게 수시로 옮겨 다니는 골대를 좇아 이리저리 몰려다니느라 우왕좌왕이다. 국정과제는 앞뒤, 우선순위 없이 뒤엉킨 채 켜켜이 쌓여가는데 자기를 이렇게밖에 부릴 줄 모르는 집권세력의 실력을 관료들은 금방 알아챈다. 만만해 보이는 이 집권세력을 위해 견마지로를 다할 리 없다. 박근혜도 그걸 느끼는지 시간이 갈수록 단호한 지시와 명령을 쏟아내며 다그치고 있다. 하지만 단순 과격해지는 그의 언어는 그의 통치력이 바닥나고 있다는 신호일 뿐이다.

1952년 봄 해리 트루먼 미국 대통령은 다가오는 대선에서 장군 출신 아이젠하워가 이길 경우를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젠하워는 이 자리에 앉을 거야. 그리고 이렇게 말하겠지. 이걸 해라! 저걸 해라!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야.” 아이젠하워는 대통령이 되었다. 그리고 트루먼의 예언대로 자기가 무언가 결정하면 그걸로 문제가 끝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일이 끝나지 않은 상태로 되돌아오면 충격을 받았다. 미국 대통령 연구의 권위자인 리처드 뉴스타트는 <대통령의 권력>에서 대통령은 그 권력에도 불구하고 명령을 내리는 것으로는 어떤 결과도 얻지 못한다고 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박근혜는 명령통치를 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솔직하게 그가 통치할 자격이 있는지 물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자격은 물론 능력이다. 대통령이 장관, 참모 스스로 일하도록 설득하는 능력 없이는 어떤 조치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뉴스타트는 지적했다. 국가기관의 대선개입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그의 정통성을 별로 시비하지 않았던 이유는 국정 성과를 통해 사후 정통성을 획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투른 채찍질만 해온 그가 아직 그걸 손에 쥐지 못했다는 걸 우리는 안다.

 

기득권 체제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 건 성완종과 메모 8인이 아니라 박근혜다. 보수는 이쯤에서 결심해야 한다. 박근혜는 통치 불가능성에 직면했다. 이대로 함께 무너질 건가, 궐기할 건가.

 

문재인 박근혜 대통령의 결단을 요구한다특검을 수용하라423 경향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는 23성완종 리스트파문과 관련해 오후 2시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새누리당이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돈 정치와 결별한 것은 착각이었다면서 최근의 친박게이트는 새누리당이 아직도 부패와의 유착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한 사람의 죽음으로 드러낸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면서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돈 정치와 결별하고 부패정치의 사슬을 끊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진실규명을 위한 특검 도입을 제안했다.

문 대표는 최근 참여정부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사면 의혹과 관련해선 정쟁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 야당을 상대로 물귀신 작전이나 펼쳐선 안 된다. 사면을 두고 정쟁을 유발하지 않길 바란다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문 대표는 저와 우리 당은 박 대통령에게 답변을 구걸할 생각이 없다. 요구를 외면한다면 우리 당이 부패와의 전쟁에 나서겠다. 두려움 없이 돈 정치, 부패정치 청산에 나설 것이라며 박근혜 정권과 새누리당이 그 전쟁의 핵심 상대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반정부단체들 '광우병 국정원 세월호' 갈아타기 423 데일리안

세월호 대책회의 전신은 국정원 시국회의 결국 '반정부'

한국진보연대·범민련 등 이적단체와 공무원노조 포함

데일리안 주소 : 서울시 강서구 염창동 240-21 우림블루나인 비즈니스센터 B509()데일리안 l 발행인 : 이상휘 l 편집인 : 조진래

문재인 "성완종 사면, MB 측 요청 따른 것"

 

"참여정부가 했으면 사면 명단에 처음부터 포함됐을 것" 423 프레시안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전 새누리당 국회의원)2007년 특별사면과 관련해 "분명한 것은 그분의 사면이 당시 당선자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요청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이라고 못박아 말했다.

 

문 대표는 23일 서울 관악을 지역 국회의원 보궐선거 지원 유세를 나간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점은 이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양윤재 전 서울시 부시장의 케이스와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표는 앞서 기자회견에서 성 전 회장에 대한 사면의 본질은 "퇴임하는 대통령이 후임 대통령 측을 정치적으로 배려한()"이라며 "단언컨대 참여정부 청와대엔 더러운 돈을 받고 사면을 다룬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고 했었다. (관련 기사 : 문재인 "사건 본질은 박근혜 불법 대선자금")

문 대표는 성 전 회장이 사면이 결정되기 전 상고를 포기한 것과 관련해 "저는 성 전 회장이 그때 왜 상고를 포기했는지 모른다"면서도 "만약 이명박 전 대통령과 무관하게 참여정부가 성 전 회장을 사면한 것이고 사면을 위해 상고를 포기하게 한 것이라면, 처음부터 당연히 사면 대상자 명단에 포함됐을 것이고 막바지에 뒤늦게 추가됐을 이유가 없다"고 사리를 들어 설명했다.

이는 권성동 의원 등 새누리당 일각에서 '성 전 회장이 일찌감치 상고를 포기한 것은 그가 특사 여부를 이명박 정부 인수위가 아닌 참여정부와 매듭지었다는 방증'이라는 주장이 나온 데 대한 방증이다.

 

실제로 이날 이정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이 분이 상고를 포기한 시점은 11월이다. 누가 대통령이 될 것인지 아무도 모르는 상황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관련 기사 : 유승민 "성완종 사면 국정조사, 검토하겠다") 물론 이 의원의 말과는 달리, 200711월경은 물론 같은해 여름부터 이미 '누가 대통령이 될 지'는 누구나 아는 상황이었다.

단 문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의 누가 참여정부청와대의 누구에게 요청을 했던 것인지'를 묻자 "그 부분은 이명박 대통령 측에 확인해야 한다"고만 했다. 그는 20071228일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만찬을 했을 때의 상황에 대해서는 "오래 전 일이라 확실히 단언하기는 어려운데, 제가 두 분 회동에 처음부터 끝가지 배석했었다. 제 기억에는 회동 자리에서 성 전 회장 사면은 논의된 적이 없다"고 했다.

한편 당시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에서 보좌역을 지낸 '원조 MB' 정두언 의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그동안 대통령 사면시 여야 정치권이 협의해 대상자를 올리는 게 오래된 관행이었다""노무현 정부 말기 이뤄진 사면도 예외가 아니었다"고 했다.

정 의원은 "성 전 회장 사면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모르지만, 여러 정황상 그 당시 청와대와 인수위의 협의 하에 이뤄졌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는 역시 친이계인 권성동 의원 등이 '이명박 정부 인수위는 성 전 회장 사면과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과는 반대되는 방향의 증언이다.

 

정 의원은 지난 21<중앙일보> 인터뷰에서 "권력을 잡은 인수위가 사면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비상식적인 상황"이라며 "당시 핵심 인사가 성 전 회장의 사면과 공천까지 특별히 챙겼다"고 했었다. 그는 인터뷰에서 "한번은 핵심 인사가 찾아와 '(공천을 달라는) 성완종을 어떻게 주저앉혀야 하느냐' 하소연하기도 했다"고도 말했다.

 

아이돌의 조기 사망을 걱정해야 하는 이유 423 프레시안

[서리풀 연구] 치열한 경쟁 사회 -박유경 시민건강증진연구소 연구원

무슨 무슨 사회라고 부르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버린 모양이지만 한국 사회를 '경쟁 사회'라고 설명하는 것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유치원 입시라는 말이 등장할 정도로 이미 유치원에 등록하는 것부터가 전쟁이고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아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상대적 경쟁 구도 속에서 학교 친구는 같이 학교생활을 하는 동료가 아닌 경쟁 상대일 뿐이다. 이는 다시 입시경쟁으로, 그리고 부족한 일자리를 두고 벌이는 스펙 경쟁과 취업 경쟁을 거쳐 수많은 회사원들과 자영업자들의 생존 경쟁으로 이어진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좀 팍팍하긴 한데, 어쩔 수 없는 것 아니겠어? 경쟁은 태곳적부터 부족한 자원을 둘러싼 인간의 본성이자 보다 효율성을 높이고 개인역량 증진을 위해 필수적인 것 아닌가!' 아니, 잠깐. 정말 어쩔 수 없나? 경쟁이 인간의 본성인지, 개인과 사회의 발전에 필수적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은 일단 접어두기로 하고, 경쟁과 건강에 관한 흥미로운 연구가 최근 발표되어 소개하려고 한다.

 

<사회과학과 의학(Social Science & Medicine)> 최신호에 실린 이 논문은 19세기에 태어난 음악 작곡가들 간의 동료 경쟁이 조기 사망에 미친 영향을 다루고 있는데 이름 있는 144명의 작곡가들이 같은 시간대에 같은 지역에서 얼마나 많이 활동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활동 기간을 공유했는지 등을 경쟁 지표로 두고 이것과 수명의 연관성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는 놀라울 만큼 일관되었다. 한 작곡가가 사는 동안 같은 도시에 사는 작곡가가 한 명 늘 때마다 수명은 평균 2.2년 감소했으며, 동일 장소, 동일 시기를 공유한 작곡가들의 평균 인구 비율이 1% 증가할 때마다 수명은 5.9주씩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만일 그가 파리나 빈과 같은 저명 음악 도시에서 지내야 했다면 체류 기간 1년당 무려 6개월의 수명 감소를 감내해야 했다고 밝히고 있다. 아울러 동료 작곡가들의 성취 점수가 1점 증가할 때마다 수명은 2.6개월씩 감소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효과가 개인의 자질이나 배경에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결과가 발생한 것일까? 19세기 후반, 음악 인프라가 풍부해지고 중산층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작곡가들의 활동 기반이 증가하였음에도, 당시의 교통과 통신 수준으로는 제한된 지리적 영역 내에서만 음악이 생산되고 소비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한정된 공연장에서 본인의 곡을 공연하고자 하는 작곡가들 사이에 경쟁이 있었고 동료 작곡가들에게 주목받지 못하고 동료들 사이에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불안,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데서 오는 추가적인 스트레스가 지속적으로 작곡가들을 괴롭혔을 것이다.

연구자들은 그런 재능의 시간적·공간적 집중이 결국 지속적인 정신적 긴장을 유발하고 작곡가들을 더욱 가혹한 상태로 몰아넣음으로써 이들의 건강과 안녕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도전과 활력이 되지만 어느 정도를 넘어서면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등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여러 실험과 연구를 통해 이미 잘 알려져 있다(조정진, 2013). , 이 연구는 경쟁이 자원 할당과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개인의 건강과 안녕에 무시하기 어려운 정도의 부정적인 외부 효과를 가진다는 사실을 경험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최근 상영된 영화 <위플래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온다. 지휘자가 메인 드럼 연주자 자리를 놓고 학생들을 몰아붙여 살벌한 경쟁 속에 집어넣는데, 그 덕분에 주인공의 실력이 발전했을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신체적·정신적으로 망가지고 만다. (물론 영화에서 시사하는 바가 꼭 이것 뿐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날 우리들이 노동자로, 자영업자로, 학생으로 사회에서 내몰리는 경쟁은 명성보다는 생존을 위한 것에 더욱 가깝기 때문에 조금 더 슬프다. 뻔히 눈에 보이는 거리에 치킨 가게, 카페, 편의점은 물론이고 병·의원이 넘쳐나는 상황에 경쟁과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을 배짱 좋은 이는 거의 없다. 밟지 않으면 밟힌다는 다소 살벌한 명제가 뇌리를 스칠 지도 모른다.

 

그러나 잠시 숨을 고르고 우리가 직면한 경쟁 사회에서 경쟁이 정말 필수적인 것인지 의문을 가져보는 방법도 있다. <팔꿈치 사회>(갈라파고스 펴냄)에서 강수돌 교수는 오늘날 사회가 사회 구성원들로 하여금 경쟁을 당연하고 피할 수 없는 것처럼 인식하게 하고 이를 내면화하게 하는 것이 바로 자본의 지배를 손쉽게 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이야기 한다. (관련 기사 : 늘어나는 청소년 자살'팔꿈치 좀 그만 휘둘러라')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스스로를 개발하고 뛰게 하는 경쟁이야말로 자본주의 사회가 사람들을 통치하는 중요한 기전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군비 경쟁과 같이 누구나 갖추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쉽사리 내려놓지 못하는 상대적 경쟁의 폐해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경쟁으로 지친 우리네 삶이 조금 더 나아지려면 단순히 힐링을 소비하기보다는 경쟁 자체에 대해 조금은 더 비판적인 시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기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창비 주간 논평] 보수의 맨얼굴 "부패엔 의리가 없다" -김종엽 한신대학교 교수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진보는 분열로 망해도 보수는 부패로 망하지 않는다. 분열엔 의리가 없지만 부패엔 의리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작가 박민규가 세월호 참사에 대해 쓴 글 '눈먼 자들의 국가'의 한 구절이다. 통찰력 깊은 말이다. 그는 익숙한 격언 뒤에 비대칭성이 숨어 있다는 것, 그래서 진보와 보수 사이의 천칭은 보수 쪽으로 기울어 있음을 명료하게 표현했다. 아마도 자신을 진보 편에 위치시키는 사람이라면 박민규의 말을 뼈아프게 받아들이지 않기 어려울 것이다. 나 또한 그랬고, 그래서 그의 말이 오래 머리에 남았다.

 

부패와 의리를 동일시한 이의 비극

그러다가 지난 9일 자살한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이 <경향신문>과 한 마지막 인터뷰의 몇몇 구절에 눈길이 갔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중요한 거는 어느 나라나 정치 집단이라는 게 의리와 신뢰 속에서 서로, 어떨 때는 참 목숨까지 걸고서 정권 창출하잖아요. 신뢰를 지키는 게 정도 아닙니까. 우리나라도 앞으로 그렇게 돼야 되잖아요. 나는 내가 희생됨으로 해서 앞으로 의리와 신뢰를 지키는, 이거는 시장이 되고 정치권이 돼야 하는 거 아니냐 그런 생각이 듭니다."

 

그의 이런 말과 그의 운명에 박민규의 말이 겹쳐 보였다.

이제 모두가 알게 되었듯이, () 성완종 회장은 초등학교 중퇴의 학력으로 도급 순위 20위권 건설 회사의 회장이 되었을 뿐 아니라 비록 선거법 위반으로 직을 잃긴 했어도 국회의원까지 지냈던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고향인 충청을 기반으로 장학재단과 충청포럼을 운영했고 자민련에서 자유선진당을 거쳐 한나라당 그리고 지금의 새누리당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이 보수 세력의 중심에 이르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숱한 정치 자금을 보수 정치인들에게 뿌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그가 보수의 의리 없음을 통탄하며 분노를 토로했고 마침내 목숨을 던져 의리 없는 이들의 이름을 알렸다. 부패엔 의리가 있는 거라면, 어째서 그의 운명이 그렇게 흘러갔는가?

 

성완종 회장의 비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부패엔 의리가 있다"는 말의 의미를 좀 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성회장의 인터뷰 전문을 읽다보면 그가 부패와 의리를 전혀 구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그는 정치인에게 불법 정치 자금을 건낼 때, 돈으로 의리를 사고 있다고 조차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워낙 비자금과 부패의 온상이었던 건설업에서 잔뼈가 굵은 탓일 수 있다.

 

이유야 어쨌든 그에게는 불법 정치 자금, 비자금, 부패, 의리가 구별 없이 뒤섞여 있다. 도착적이지만 기이한 순진성, 부패를 의리와 연결할 수는 있지만 그 둘이 같은 것은 아니라는 인식의 결핍이야말로 그가 겪은 비극의 한 원인으로 보인다. 그는 죽기 전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집 주변을 배회했다고 한다. 그 배회는 아마도 돈을 주며 서로 좋은 말을 주고받는 것, 직통 전화로 통화할 수 있다는 것, 그런 외양의 번듯함이 내면의 인간적 유대와 직접 연결되는 것이라는 믿음의 쓸쓸한 서성거림에 다름 아니었을 것이다.

 

보수의 실체가 드러나다

부패와 의리 사이에 학벌과 혼맥과 지연과 문화적 습속과 가문의 유래를 매개로 매우 촘촘하고 복잡한 교직이 존재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 성 회장이 겪은 비극의 주관적 조건이라면, 다른 한쪽에 객관적 조건이 있다. 그것은 이런 복잡성으로 인해 보수 내부에 분절성이 생기고 그로 인해 경쟁과 갈등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성 회장은 마지막 기자회견에서 자신은 친이계가 아니라 친박계임을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은 두 가지를 시사한다. 하나는 보수 내부의 복잡성과 그로 인한 정보의 분절성 때문에 그의 불법 정치 자금이 어디로 얼마나 흘러들었는지 검찰도 정확히 모니터하지 못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보수 내부 갈등의 희생양이라는 점이다.

후자의 측면은 보수 내부의 경쟁과 갈등이 부패와 비리 네트워크의 가장자리에서 희생양을 만들어내는 체제라는 점을 말해준다. 성 회장은 "현대중공업도 3조 이상 떨어냈고 GS건설도 한 1조 떨어내고, 현대엔지니어링도 1조 떨어내고, SK건설, 대림산업 다 그렇게 떨어냈거든요. 떨어냈는데, 그거를 다른 놈은 괜찮고 어째 우리만 그중에 제일 적은 우리만 왜 이렇게 하느냐 이거야" 하고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그 이유는 자신이 말했듯이 "제일 적은" 탓이다.

 

그러니 보수의 의리란 영화 <타짜>에서 곽철용(김응수 분)이 고니(조승우 분)에게 자신이 잘나가는 비결에 대해 말했듯이 "잘난 놈 재끼고 못난 놈 보내"며 구축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완구 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필요하면 하나 더 재끼면 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부패엔 의리가 있다. 하지만 부패와 의리의 네트워크는 분절적이고 위계적이며 갈등적이고 가장자리를 거리낌 없이 희생시키는 체제이다. 그러니 보수와 진보의 천칭은 박민규가 생각한 만큼 기울어져 있다고 할 수 없다. 저울이 진보의 방향으로 기울지는 진보 자신에게 달려 있을 뿐이다 진보주의자는 세상을 바꾸고 싶어 하는 이들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자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원을 하나로 응집하는 것이 결정적 중요성을 가지며, 그렇기 때문에 '올바른 노선'의 경쟁이 생겨난다. 하지만 옳음을 향한 열정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자기 확신에 대한 겸손한 성찰을 초과하게 되면 분열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아마도 가장 가련한 보수주의자가 부패와 의리를 동일시하는 자라면, 가장 가련한 진보주의자는 자신의 옳음 자체를 탐닉하는 자일 것이다.

 

'손석희 옹호'가 보여준 '영웅 신화'의 서사 422 프레시안

[한윤형의 우왕좌왕] '노무현 이후'를 함께 고민해야 할 때

옹호할 일말의 구석도 없었다. 415JTBC 방송에 나온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경향신문 인터뷰 녹음파일 보도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일단 해당 보도의 공익성을 전혀 설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러했다. 경향신문은 해당 인터뷰 중에서 공익성을 지닌 부분에 대해선 10일에서 15일에 걸쳐서 신문 보도와 유튜브 공개를 통해 내용과 육성을 공개했다. 그리고 16일에는 신문에 인터뷰 전문 녹취록을 게재하겠다 밝힌 상태였다. 나머지 부분을 굳이 육성으로 들어야 할 이유의 공익성은 비유한다면 '성추문으로 사퇴한 어느 공직자의 집에 굳이 찾아가 울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찍어오는 수준의 것에 지나지 않았다.

 

공익성이 없는 보도를 실정법과 업계 상도의와 보도윤리를 전부 무시하고 했다는 것에서 문제가 되었다. 경향신문과 성완종 전 회장의 대화 녹취록을 입수하여 양자 동의없이 공개한 상황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의 혐의가 있다. 디지털포렌식 전문가에게서 자료를 얻어낸 것은 전문가의 직업윤리 훼손을 유도하거나 방조했다는 지점이 있다. 언론사에서 타사 언론 보도를 활용하는 보도의 사례가 없지는 않지만, 이와 같이 그 과정이 적나라하게 밝혀진 경우도 드물다.

 

이러한 정황은 제각각 분해해서 보자면 큰 일이 아닐 수 있다. 언론은 공익성이 없는 가십사안도 종종 보도한다. 통신비밀보호법을 어기더라도 노회찬의 'X파일 공개'는 칭송받는다. 정황상 타사 언론 보도에 기인한 추가 취재 없는 받아쓰기에 분명한 보도라도 과정이 적나라하게 밝혀지지 않으면 크게 문제삼기가 어렵다. 공익성만 있었다면 유족들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보도를 강행했더라도 성완종 전 회장의 유지를 내세우며 할 말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JTBC 방송의 보도는 그 모든 것을 다 어겼기 때문에 옹호할 방도가 없다. 경향신문이 법정소송을 제기하는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각자 달리 할 수 있지만, 그들이 그렇게 하더라도 JTBC는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손석희 사장은 왜 그랬을까. 상식적으로 생각해볼 때 공익성을 오판했거나, 선정성의 유혹을 이기지 못한 것일 게다. 양자는 논리적으로야 명확하게 구별되지만 경험세계에선 뒤섞여있다. 경향신문이 녹취록 원본을 검찰에 제출하고 신문에 전문을 게재하기 전의 짧은 시간 동안, 손 사장은 급박한 상황에서 잘못된 판단을 내렸다. 이는 비판받아야 하는 일이지만 그렇더라도 손 사장을 재기불능의 도덕파탄자로 몰아갈 일은 아니다. 사과하는 방식도 매우 아쉬웠지만 향후 JTBC가 제대로 된 보도를 한다면 그것은 이 사건과 별개로 평가해야 할 일이다.

 

JTBC의 실책보다 더 놀라웠던 것이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었다. 사람들은 JTBC 보도에서 전혀 발견할 수 없었던 '공익성'을 적극적으로 창조해냈다. 그들은 경향신문이 박근혜 정부나 검찰과 ''을 할 가능성을 말했고, JTBC가 그렇게 보도하지 않았을 경우 검찰이 왜곡된 자료를 기타 종편 방송에 전달해 그들이 편향보도를 했을 가능성을 말했다.

 

그러한 분석들은 상황을 살핀다면 납득할 수 없는 '소설'이었다. 그렇게 긴 소설을 쓸 시간에 경향신문이 유튜브에 공개한 육성과 JTBC가 전문 공개한 육성을 비교해본다면, 경향신문에겐 거래의 여지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경향신문은 인터뷰 중 공익성이 있는 부분은 이미 다 털어냈기 때문에 깔끔하게 수사에 협조하기 위해 검찰에 녹취록 원본을 제출한 상황이었다 해석해야 타당하다. 그렇게 일찍 녹취록을 제출한 행위에 대해 아쉬움을 표할 수는 있으나, 이 부분에야말로 선의로 본다면 경향신문이 그리 하지 않았을 경우 새누리당과 보수언론이 쓸데없는 시비를 걸어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신문과 방송'의 차이를 말했지만 경향신문이 음원의 일부를 공개할 때 이미 방송에서도 따라가지 않았던가. 그리고 기타 종편 방송의 사실호도야 JTBC가 입수한 음원 전체를 깐 후에도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손석희 사장이 자사 보도의 이유를 설명한 방식은 대중들이 경향신문을 미심쩍은 언론으로 오해하도록 종용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의심조차 든다.

 

우리가 여기서 맥락을 섬세하게 살피지 않고 사태를 재단하는 대중을 비난하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너무 손쉬운 일이겠다. 더 생산적인 일은 대중이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이 서사에서 '손석희''경향신문''박근혜 정부 및 검찰 및 여타 종편'이 표상하는 것이 무엇이며, 이러한 서사는 왜 나왔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리고 이 부분을 따져볼 때 나는 우리가 가진 개혁적 정치, 혹은 정치개혁의 상이 '노무현 이후'를 전망하지 못하고 지체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도 사람들의 환상 속에서 '손석희의 JTBC'는 기득권에 유능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 있는 영웅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도식대로라면 경향신문은 기득권에 대응한다고 말하나 힘이 없는 주제에 보도이득을 독점하려고 한 이기적인 존재가 된다. 정의로운 척 하지만 힘이 없기에 현실세계에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고 가정된 이 존재는 심지어 '적들'과 내통하고 있다는 혐의까지 받는다. 한편 나처럼 JTBC의 보도가 어째서 잘못되었는지를 말하는 이들은 설명을 섬세하게 하면 할수록 '악당에 대항하는 영웅의 힘을 빼는 각다귀들'이 된다. 개혁세력의 언어를 빌리면 '세상을 바꾸지 못하는 논평가들'이 되고, 잠깐 '일베' 친구들의 어휘를 빌리면 '씹선비질'이 된다.

이 도식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영웅'의 조건은 이중적이다. 그는 악당에 분노해서 싸움을 시작할 만큼 윤리적이어야 하지만 악당에 대항할 힘을 기르는데 방해가 될 만큼 윤리적이어선 안 된다. 그리고 이 역설은 우리에게 '현실적 조건'이기 때문에, 이를 외면하는 이들은 제아무리 사회개혁이나 정의를 외친다고 한들 결국 현실인식이 부족하거나 제 자신의 자존감을 위해 운동하는 이기심 충만한 이들이란 게 이들의 생각이다.

 

손석희 사장은 20135JTBC에 보도담당 사장으로 합류한 이후 만 2년 동안 이러한 '영웅'의 이미지를 쌓아왔다고 볼 수 있다. 삼성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알려진 보수언론의 종편 방송에 들어가 중앙일보와는 다른 결의 보도를 보여주면서 대중의 환호를 받았다. 특히 20144월 세월호 참사 이후 JTBC 보도는 공중파의 그것과 대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위안을 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경향신문이 '힘없는 방해꾼'의 위치를 부여받은 현실은 신문 산업의 퇴조를 극명하게 드러내는 것이라 할 만하다.

 

이러한 영웅 서사는 어째서 생겨나는 것일까. 우리는 한국 사회에 사는 개혁적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때, 그들이 정치권력을 제어하기를 간절하게 원하지만 시민들 스스로의 관심과 참여로는 권력견제가 안 되는 '한국적 민주주의'의 상황에서 이러한 환상극을 만들어 냈다고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국가란, '시민사회가 구성한 것'이 아니라 (식민지배를 모방하여 독재정권이 적극적으로 구성한) '이미 주어진 것'으로 존재한다. 한국 사회의 중앙정치란 그 국가권력을 소유하기 위한 양대당파의 싸움이며 두 당파의 세력은 균등하지도 않다. 그런 실정에선 정치문제에 민감한 시민일수록 역설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정치권에 투입하는 것을 유보하고 '영웅'이 악당에게 승리하기를 바라게 되는 상황이 나온다.

 

그렇기에 이 영웅 서사는 현상적으로는 '팬덤 정치'로 보이지만 실은 개인에 대한 충성도가 아주 높지도 않다. 이들의 서사에서 영웅은 사실 시민의 요구를 대행할 '도구'로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최근 프로야구계에서 가장 핫한 김성근 감독의 한화 이글스를 떠올리면 된다. 어떤 팬들은 '김성근 감독이기에' 한화 이글스를 응원할 것이다. 하지만 대다수의 한화팬들은 '김성근 감독이 한화의 성적을 올려줄 것이기에' 김성근 감독을 응원한다. 그러면서 그들은 '성적을 내줄 감독을 수호해야 하기에' 김성근 감독을 비판하는 논평가나 기자들에게 몰려가 '화력'을 과시한다. 그러다보면 김성근 감독을 '악의적으로 흔드는' 기사 뿐만 아니라 '상식 수준에서 우려를 표하는' 기사에 대해서도 적대감을 가지게 된다. 현상적으로 바라보면 강고한 팬덤으로 보이지만 실은 한화 이글스의 성적을 올리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문제는 이러한 '도구화된 영웅 서사'에서 진보세력이나 논평가들이 '악당의 하위 파트너' 역할을 꿰찼다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절 제1야당의 지지자들의 꾸준한 주장이었으나, 이것이 대중들에게 결정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진보언론도 그 정국에서 오류를 범했음이 명백했기에 이런 생각은 대중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경향신문은 여타 진보언론에 비해서도 참여정부 시절 정권과 대립각을 심하게 세웠고 서거 정국에서도 전임 대통령을 심하게 비판했기 때문에 더더욱 그런 이미지로 박혔다. 경향신문과 JTBC의 다툼에서 어떤 이들이 '경향신문의 과거'까지 떠올리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JTBC 보도에 대한 기자 그룹과 대중의 반응의 괴리는 바로 이러한 문맥 하에 서 있다. 이렇게 분석될 때에 문제가 되는 것은 '손석희의 팬덤'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현상적으로 손석희에 충성을 바치는 것으로 보이는 그 팬덤은 손석희에게 '기득권 악당에 대항하는 영웅'의 가능성이 더 이상 없어 보일 때 손쉽게 손바닥을 뒤집고 다른 이들에게 갈 수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안희정 등 야권의 대권주자들이 아닌 언론인에게 이러한 서사가 나타났다는 것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이 서사에서 누구를 '영웅'으로 지목하건 간에 논평가나 진보언론은 '악역'이 되는 상황 그 자체라고 볼 수 있겠다. 그리고 이러한 부분을 생각해본다면 참여정부 시기 정부와 진보진영, 노동계, 진보언론 사이에 있었던 갈등을 다시 한번 성찰해 볼 필요성이 생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에서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이 잘못했다고 말하기는 쉽다. 문제는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느냐고 물을 때 그에 대한 대답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대중이 사랑하는 우리편 정치인'에 대한 무한신뢰를 가지라고 요구하면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보도로 하지 말아야 한단 식의 논점을 잡을 수 있을 텐데, 사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뿐 아니라 모든 언론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에도 그 부분은 지키지 않고 있다. 진보언론이 노 전 대통령을 죽였다고 욕했던 이들조차 보수적 정치인에 대한 검찰 수사의 피의사실 공표에 대해선 문제를 삼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찌 해야 하는가.

 

또 진보언론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정국에서 잘못했다 하더라도 참여정부 집권 기간 동안 그들의 정권 비판이 오류라고 말하는 건 다른 문제다. 이는 '씹선비질'이라 조롱당하는 윤리적 층위가 아니라 현실정치적 층위에서도 마찬가지다. 경험한 바 야권은 대권을 쟁취하더라도 여권의 대통령에 비해 현저하게 낮은 수준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을 뿐이다. 행정과 사법과 재계와 언론 등 사회 각 영역에서 보수의 우위가 너무나도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 명의 영웅이 대통령이 되는 것 이상으로 각각의 영역에서 보수에 대한 대항세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다. 가령 한국 사회에서 노동조합의 힘이 더 강력했다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재벌에 대해서 그들을 개혁하든 달래든 간에 훨씬 운신의 폭이 넓다고 느꼈을 것이다. 노동조합의 지지를 통해 진보정당이 성장한 유럽의 사례까지 가지 않더라도,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 등이 노동조합의 설립을 장려한 것은 그가 단순히 '착한 정치인'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렇게 해야만이 권력자원 배분에서 보수세력에게 대항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한국 사회의 개혁정치가가 대통령이 되었을 때, 오히려 현존하는 노동조합과 대립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었다고 볼 수 있다. 협소한 중앙정치적 시선에선 그것이 현실적인 일로 보일지라도, 장기적인 문맥으로 봤을 때는 자신의 운신의 폭을 좁히는 일이 된다.

정치영역에서는 누구나 선의를 가지고도 오류를 범할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선의를 존중하면서도 오류를 논할 수 있다. 이 영역을 건너뛰고 개혁세력의 처신에 반대하던 소수집단들을 '악당의 하위 파트너'로 치부하는 서사를 유지한다면 정권을 교체하더라도 정치개혁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다. 우리에겐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그들의 방법론은 뛰어넘는 새로운 개혁정치인에 대한 상이 필요하다

 

손석희를 위한 변명욕먹더라도 공개하는 게 맞았다 박중언 한겨레신문사 423 미디어오늘

JTBC가 아니, 손석희 앵커가 뭇매를 맞고 있다.(손석희가 없는 JTBC라면 이런 논란 자체가 무의미하기에). 경쟁하는 언론사가 갖고 있던 걸 '비열한 방법'으로 가로챘으니. 반성의 자세를 폄훼할 수 없으나 공식 견해표명 또한 솔직함과는 거리가 있으니. 매를 맞아 싸다. 다만, 언론사 밥을 20년 이상 먹고 있는 사람으로서, 그 매는 어느 정도가 적절하며, 어디에 가해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실체적 진실과 국민의 올바른 판단, 취재윤리, 사생활 보호 등이 한 데 맞물려 그냥 분위기에 편승해 회초리 하나 보태는 것으로 끝내서는 안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비유하자면, 손석희는 경향신문이 주장하는 '취재 음성파일 절도사건'의 피고인으로 '언론법정'에 섰다. 스스로도 무죄 주장을 할 수 없을 만큼 그 행위의 부도덕성에는 이견이 없다. 단지, 손석희가 그런 행동을 한 데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전혀 없을까에 대해선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파렴치범이나 살인범에도 변호가 필요하다는 건 누구나 인정할테니. 게다가 이번 사안에는 언론사간 다툼 차원을 넘어, 언론 본연의 자세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한 대목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손석희가 굳이 부탁하지도 않은 변호인의 관점에서 이 글을 적는 이유다.

 

'성완종 게이트'에는 내로라하는 등장인물이 즐비하고, 논란거리도 많아 무엇이 뿌리고 곁가지인지 단단히 챙겨보지 않으면 본질이 실종되기 쉽다. 그 본질은 딱 하나, 권력형 부정비리다. 진상을 파헤치다보면 비자금, 뇌물, 분식같은 경영비리 등이 고구마줄기처럼 엮어나오겠지만. MB 정부의 부패한 자원외교의 떡고물을 챙긴 혐의를 받는 성완종과 그와 유착된 권력자들의 실체가 무엇인가가 핵심이다. 권력형 비리가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필요한 소중한 국고를 얼마나 허비했는지를 밝히고 재발을 최소화하는 것이 언론이 늘 주장하는 본연의 자세이자 공공성이다. 손석희를 단죄하는 핵심적 기준 또한 바로 이것이어야 한다. 언론의 취재윤리 시비 또한 여기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몇 시간 빨리 독점 보도를 하려는 욕심에 비윤리적 행위를 마다지 않고 알 권리라는 숭고한 단어를 들이댄 것 자체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 대목에서 성완종 음성파일의 성격을 엄격하게 규정할 필요가 있다. (당사자가 고인이 된 터여서, 이 글이 한 인격체로서 고인의 죽음이 갖는 고귀함과는 무관하다는 점을 먼저 밝혀야겠다.) 그것은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수사를 받는 사람의 일방적 주장이다. 그것도 자신의 돈을 받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필사적인 구명 노력을 펼치다 좌절한 나머지 폭로한 것이. 죽음을 앞둔 폭로라 신빙성이 높다고 보지만, 평소 언론의 유지하는 기본적인 보도준칙에 비춰볼 때, 충분한 검증없이 대대적으로 보도할 성격이 아니다. 내가 박근혜가 밉고, 이완구가 한시라도 빨리 물러나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언론의 정도가 아니다. 만약 그런 보도가 정당화된다면, 고인이 된 노무현에 막말을 해댄 조현오나 그걸 빌미로 노무현 죽이기에 쌍심지를 켠 언론들까지 면죄부를 받게 된다. 법적 구속력이 있는 수사 결과조차도 신중하게 판단해 보도해야 하는 게 언론의 의무로 점차 자리잡아가고 있다. 더욱이 성완종은 자신의 구명에 힘을 보탤 수 있는데도 등을 돌린 현재의 권력자들에 대한 배신감에 따른 폭로를 했다. 그런 자신이 잘 나가던 때인 MB 정권 시절 권력자들은 얼마나 많은 돈으로 구워삶았을까 하는 추정은 자연스레 가능하다.

 

그렇다면, 언론의 가장 바람직한 보도 태도는 어때야 할까. 최대한 자체 취재를 통해 그의 폭로가 사실인지를 검증하고 일정 수준의 신뢰가 확보됐을 때 보도하는 것이다. 만약 그것이 어렵다면, 또는 이번처럼 폭로한 사람이 스스로 목숨을 끊어 검증할 만한 시간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국민들에게 최대한 일찍, 가장 투명한 형식으로 밝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설령 내가 아무리 옳다고 하더라도 판단의 자료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지 않고 해석을 앞세우는 건 바람직않다. 충분한 자료가 먼저 제공되고 거기에 그 언론사의 시각과 분석이 따르는 게 정도다. 한겨레라고 해도 이런 원칙은 당연히 지켜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손석희가 16일 클로징멘트를 통해 말한 시청자들의 진실 찾기에 도움이 된다거나 가능하면 편집 없이 진술 흐름에 따라 공개하는 것이 공익에 부합한다고 봤다는 해명을 말도 안 되는 변명이라고 일축하기는 어렵다.

 

 

성완종은 기댈 데가 전혀 없는 우리 사회의 힘없는 계층에 속하는 사람이 아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권력자들에게 돈을 뿌리고 기댄 사람이다. 언론은 그의 말을 검증할 책무가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검증이 힘들다면 송완종의 음성 녹음은 최대한 원본 그대로 공개되는 게 필요하다. 만에 하나, 공익적 성격이 아닌 개인 관련 얘기나 명예가 훼손될 만한 사안이 있다면 선택적으로 비공개하는 지혜를 발휘하는 게 타당하다. 결국, 언론 본연의 책무가 국민들이 진실에 가깝게 다가가도록 돕는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손석희에 대해 일방적으로 돌을 던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게 내 생각이다. 언론사간 도의를 훼손한 부도덕한 행위이지만, 공익 측면에선 음성 파일을 공개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고 본다. 욕심을 줄이고 경향신문의 전문 공개 이후에 음성 파일을 공개했더라면 하는 것이 사후에 얻는 교훈이 아닐까 싶다.

 

자연스럽게 그 다음 비판인 유족의 동의를 얻지 않고또는 유족의 반대 의사에도무단으로 방송했다는 대목으로 넘어간다. 이 비판은 타당성이 더 떨어진다. 이번 폭로는 단순한 사인간의 대화가 아니다. 고인이 가족들에게 남긴 유언 또한 아니다. 공적 성격의 발언은 제기된 이상, 그 누구도 공개를 하라 마라고 할 권리가 없다. 공적 사안에 관한 말은 입밖으로 나온 순간 공적 자산이 되는 것이다. 발언 당사자에게도 그런 권리는 없다. 그럼, 발언의 텍스트는 공적 자산인데, 음성 파일이나 비디오 파일은 누군가의 허가를 얻어야 공개할 수 있는 사적 자산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유족의 소유물도 아니며, 경향신문이 그 파일을 갖고 있었다고 해서 경향신문의 소유물도 아니다. 설령 당사자가 나중에 반대했다손 치더라도 이런 공적 발언은 공개하고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책무다.

 

유일하게 남는 윤리적 문제는 취재원과 약속을 깨는 행위냐 하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도 이번 폭로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보도를 원한 사회적 발언이니 손석희를 크게 나무랄 일은 못된다. 유족의 의사를 묻는 예의 정도는 갖추는 게 더 바람직할 따름이다. 미 언급한 대로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사안, 가족간의 내밀한 부분에 관한 대목에 대한 배려가 필요할 뿐이다. 유족의 반대를 이유로 이런 중대한 판단 근거를 공개하지지 않는다면 오히려 언론의 책무를 충실하게 이행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파일 공개에서 정말로 신중하게 고려했어야 할 대목이라면 특정인의 일방적 폭로가 국민들에게 마치 진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위험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무리 내가 박근혜가 밉고, 이완구 김기춘 홍준표가 아웃돼야 한다고 믿더라도 말이다. 내 주장을 펴는 데 도움이 되는가, 장애가 되는가를 따져 다른 잣대를 들이댄다면 그건 이미 언론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 손석희는 파일이 검찰에 넘어간 이상 공적 대상물이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파일이 물건 자체가 아닌 성완종의 폭로를 말한다면, 단언컨대 그 음성 파일은 만들어진 순간 공적 자산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엄정하게 본다면, 유족 동의를 앞세워 공개를 미룬 경향신문의 태도는 독점 상태를 지속하기 위한 핑계에 가깝다. 물론, 한겨레가 같은 상황에 놓였더라도 그런 유혹을 뿌리치기는 어려웠겠지만.

 

음성 파일 가로채기라는 수단은 비도덕적이지만, 이번 사태의 진실 찾기라는 궁극적 가치에는 도움이 된다는 손석희의 해명이 터무니없는 궤변이라고는 나는 생각지 않는다. 같은 맥락에서, 단지 시청률의 달콤함이란 한 순간의 유혹 때문에 손석희가 그동안 쌓은 신뢰를 단박에 허물 수도 있는 그런 비윤리적 행위를 용인하고 얄팍한 계산으로 이번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다고는 나는 생각지 않는다. 정권의 나팔수가 될 것이라는 확신을 깨고 종편을 공영방송보다 더 신뢰받는 매체로 변모시킨 그의 소신에 대한 최소한의 믿음은 버릴 필요가 없다. 피고인의 얘기를 들지 않고도 동원 가능한 변호인의 추론이다.

 

잠깐이나마 손석희의 판단력을 흐리게 한 게 있다면, 언론의 과도한 욕심일 터이다. 언론 본연의 자세를 한참 넘어 '독점 욕심'을 과도하게 부린 경향신문의 태도 또한 지적받을 필요가 있다. 이번 사안의 본질과 무관하게 경쟁사들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고 언론의 취재윤리를 무디게 만든 데 적잖은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한겨레 기자가 경향신문이 잘 되는 데 배 아파 이런 주장을 한다고 오해할 사람도 있겠지만.

 

 

성완종이 숨진 때(지난 9)부터 그가 한 얘기를 있는 그대로 접하기(15)까지는 엿새 넘게 걸렸다. 경향신문이 예정대로 공개했다면 하루 가까이 더 걸렸을 것이다. 국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돕기 위해서라면 더 많은 시간이 걸린들 무슨 문제가 있을까. 또 더 엄정한 보도를 위해서 그런다면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지만, 그것이 한 언론사의 지나친 독점 보도 욕구로 촉발됐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경향신문이 독자적으로 엄청난 땀과 시간을 투입한 탐사취재를 통해 밝혀낸 특종 보도라면 가로채기 따위는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송완종이 절박한 나머지 친분이 있는 경향신문 기자를 통해 폭로했다는 것만으로 장시간 배타적 권리를 고수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지기에 그 행위의 비윤리성에 대한 인식도 무뎌질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은 신문사들의 수개월에 걸친 땀이 배인 탐사보도도 큐레이션이니 하면서 마음대로 가져다쓰는 '디지털 소매치기'가 횡행하는 시대가 아닌가.

 

성완종이 누구를 통해 폭로 또는 진술을 했던 그것은 이미 공적 자산이다. 국민들의 알 권리의 영역에 속한다. 이번처럼 그가 궁지에 몰려 언론을 먼저 찾지 않더라도, 그가 사실을 털어놓도록 갖은 노력을 다해야 하는 게 언론 본연의 책무다. 다른 걸 모두 차치하고, 성완종의 뜻을 그대로 존중한다고 하더라도 달라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주장이 많은 사람들에게 충실하게 전달되는 것을 원했다. 발언의 배경과 맥락, 구체 진술이 있는 그대로 전달됐다면 그의 폭로가 갖는 신뢰도는 지금보다 훨씬 높았을 것이다. 마치 게임이나 하듯이 자신의 발언을 조각조각내 공박의 자료로 쓰는 것을 원하지는 않았을 터이다. 그건 국민이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이완구를 궁지에 모는 게 통쾌했을지는 모르지만.

 

벼랑 끝에 몰려서야 억울한 희생양이라는 성완종의 하소연, 진실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가야 할 국민의 권리, 언론이 지켜야할 본연의 자세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있는 지점이 어딜까. 이번 논란을 계기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동성애는 정신장애? ‘동성키스장면 방송 중징계 반대 시위 423 한겨레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2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앞에서 JTBC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의 여고생 동성키스 장면에 대한 중징계에 반대하며 동성키스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해당 방송 장면은 3월말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에서 1차 심의를 통해 중징계가 예고된 바 있다. 연합뉴스

 

방심위, 동성애 소재 드라마 중징계 결정 논란

박효종 위원장 어깨 두드리는 우아한 방식으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동성애를 소재로 다룬 종합편성채널(종편) 드라마에 대해 중징계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 전망이다.

방심위는 23일 전체회의에서 여고생끼리의 키스 장면을 내보낸 지난 224, 34일치 종편 <제이티비시>(JTBC)의 드라마 <선암여고 탐정단>이 방송심의 규정을 위반했다며 중징계인 경고를 의결했다. 전체 9명의 위원 가운데 6명이 경고’, 2명이 주의’, 1명이 권고의견을 낸 결과다. 방심위는 이 프로그램이 심의규정 가운데 품위유지’(27), ‘어린이·청소년 정서함양’(43) 등을 어겼다고 봤다.

 

장낙인·박신서·윤훈열 등 야당 추천 심의위원 3명은 2013<에스비에스>(SBS) 드라마 <상속자들>이나 <엠넷> 드라마 <몬스타>에서 이성 고등학생 사이의 키스신이 나와 각각 권고, 의견제시 수준의 제재를 받았던 사례를 들며, <선암여고 탐정단> 역시 비슷한 수준의 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성애냐 아니냐 따질 것 없이 청소년 사이의 사랑을 표현하는 수위가 적절하냐만 따지면 된다고 본 것이다.

 

23일 오후 서울 양천구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들이 여고생 간의 키스신을 방송한 JTBC 선암여고 탐정단에 대한 심의를 진행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그러나 여당 추천 심의위원 6명은 키스 장면의 주체가 두 여고생이라는 점을 문제삼았다. 이성 사이의 키스 장면과 동성 사이의 키스 장면은 다르게 취급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심의위원들은 동성애는 올바른 가치관이 아니다”(함귀용), “아직까지 우리 사회가 동성애를 인정은 하지만 권장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하남신), “청소년들에게 어떤 길이 올바른 길이고 어떤 길이 나쁜 길인지 보여줘야 한다”(조영기) 등 동성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박효종 심의위원장은 나는 육식을 하지만 채식주의자를 이해하려고 하는 것처럼 동성애를 찬성하지 않지만 이해하려는 입장이라면서도, “동성애는 동성애자들 사이의 키스가 아니라, 어깨를 두드리거나 손을 잡는 등 더 우아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도를 넘치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전날 성명서를 내고, “성소수자들이 다수와 다르게 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다”(함귀용 심의위원) 등 지난달 18일 열린 소위에서 심의위원들이 했던 발언들을 문제 삼으며 방심위의 동성애 혐오는 언론계가 노력해온 소수자 존중, 인권확대의 흐름에 정면으로 반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미국 10, 빈곤층 페이스북부유층 트위터애용 410 시사인

청소년 '휴대전화 중독' 심각92% 매일 온라인 접속

 

미국 10대 청소년들의 '휴대전화 중독' 증세가 심각한 가운데 빈부에 따라 주로 쓰는 사회관계망 서비스가 다르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가 9(현지시간) 밝힌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 10대 청소년 92%가 매일 휴대전화로 온라인 접속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 가운데 24%는 하루 중 거의 항상 스마트폰을 켜놓고 온라인 접속을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미국 전역의 1317세 청소년 1천여 명을 상대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나온 것이다.

 

AP Photo

 

또 흑인과 히스패닉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백인 청소년보다 훨씬 더 빈번한 것으로 조사됐다. '온종일 스마트폰을 켜놓고 온라인 접속을 한다'고 밝힌 10대 청소년 가운데 흑인과 히스패닉 비율은 각각 34%, 32%이지만, 백인 비율은 19%로 낮았다.

 

미국의 10대 청소년들이 즐겨 애용하는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페이스북이 71%1위를 차지했으며, 인스타그램 52%, 스냅챗 41%, 트위터 33% 등의 순이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빈곤층 청소년들이 페이스북을 많이 애용하는 반면, 부유층 청소년들은 트위터와 스냅챗을 즐겨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퓨리서치는 전했다. 청소년들은 또한 하루에 평균 30개 이상 텍스트 문자를 주고받는 것으로 집계됐다.

 

변호사를 절대로 믿지 마세요! 428 주간경향

요새 변호사들이 멍청한 것인지 사악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가능성이 없는 사건을 가지고 저런 주장을 펼치면서 어떻게 의뢰인의 돈을 받는지 모르겠다.” 요새 법원의 판사들과 변호사들이 하는 말이다. 돈벌이를 위해 엉터리 사건을 맡는 엉터리 변호사들이 많아졌다는 얘기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변호사는 얼마 전 한 남자의 혼인을 금지해 달라는 기상천외한 가처분 소송을 법원에 냈다. 그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가 있었고 서로 사귀기도 했으므로 그 남자는 나 이외에 다른 여자와 결혼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동사무소가 혼인신고를 수리하지 못하도록 법원이 막아달라고 신청했다. 법조인들은 120% 불가능하다고 설명한다. 굳이 법조인이 아니어도 현실성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당사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사건을 수임한 것이다.

 

 

최근 새롭게 사회에 진출하는 변호사의 70%가량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이다. 사법시험 출신은 201750명을 마지막으로 폐지된다. 지난해 3월 경기도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전국 로스쿨 학생들이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올려달라며 시위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승소 가능성 전혀 없는 소송 부추겨

중견 법무법인의 변호사도 법정에서 어안이 벙벙해지는 일을 당했다. 현행법상 보험금은 2년 안에 청구해야 하는데 시한이 지난 보험금을 지급해 달라는 사건이었다. 변호사는 당신도 명색이 변호사인데 시효가 지난 것을 판사 앞에 가지고 오는 것은 너무하지 않냐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 변호사는 보험금을 주지 않은 것은 불법행위이고 불법행위 소멸시효는 3년이므로 소송을 받아달라고 했다. 실소가 터졌다.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보험금을 안 줘서 불법이라는 주장은 법대생도 하기 힘든 것이었다.

 

대법원 자료를 보면 2014년 전국 민사사건 가운데 원고청구 기각은 4663건이다. 원고청구 인용은 1억원 청구해서 1원이라도 받으면 집계된다. 따라서 원고청구 기각은 아주 말이 안 되는 사건인 셈이다. 이런 사건이 10년 전인 2005년에는 27466건이었다. 전체 사건에서의 비율도 4.3%에서 5.6%가 됐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과거에는 원고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하는 원고청구 기각판결문을 쓰려면 손이 벌벌 떨렸다. (변호사가) 엉터리라는 셈이니 쉽지 않았다. 하지만 요새는 그런 사건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다.

 

변호사들의 실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온다. 광주고법 관계자는 판사실에 전화를 걸어 절차를 물어보는 변호사들도 있다고 말했다. “황당하기는 하지만 얼마나 답답하면 저럴까 싶어 절차를 알려준다. 그런데 이런 거 증거신청하면 받아줄 것인지 알려달라고까지 한다. 프로로서 실력도 책임의식도 없다. 나한테 이러는데 의뢰인들에게는 어떻게 하겠나.” 부산지법 관계자는 패소하면 상대방 변호사 비용까지 물게 된다는 사실도 알려주지 않는 것 같다고 했다.

 

시장 상황도 심각하다. 변호사들이 늘어나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불을 가리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한때 금기시되던 고소대리가 괜찮은 돈벌이로 떠오른 것도 이런 맥락에서 설명된다. 고소란 누군가를 처벌해 달라고 수사기관에 알리는 일이다. 수사는 경찰이나 검찰에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변호사의 영향이 크지는 않다. 민사재판에서 변호사끼리 맞붙고 형사재판에서 검사에 맞서 변호사가 나서는 일과는 수준이 다르다. 과거에는 고소대리를 하더라도 법률용어로 고소장을 써주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변호사가 유·무형의 능력을 동원해 수사가 진행되도록 만든다. 성공보수도 걸려 있다. 구속 2000만원, 기소 1000만원, 실형 5000만원이 서초동 일대 정가라고 한다. 이 성공보수를 벌기 위해 변호사들은 피고소인의 약점을 조사하고, 검찰에 연줄을 동원한다. 국가기관의 형벌권을 변호사들이 알선·판매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돈이 있는 사람은 누군가를 감방에 넣는 데 훨씬 유리한 입장에 서는 셈이고, 변호사를 사는 게 아니라 검사를 사는 효과도 나타난다.

 

역삼동의 한 중견 변호사는 “10년 전만 해도 고소대리는 맡지 않는 변호사가 많았다. 명색이 인권을 수호한다는 변호사가 상대방을 죽여 달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누군가의 가족이 피눈물을 흘리는 대가로 돈을 벌지는 말자는 인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연하게 하는 업무이고 벌이도 괜찮은 편이 됐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이 직업윤리를 생각할 여유도 없고, 사회도 그런 금기를 깨기를 바라는 것 같다.”

 

패소하면 엉터리 재판부엉뚱한 핑계

민사재판을 담당하는 법원 관계자는 국가형벌권을 돈을 주고 사는 느낌이 있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수천만원을 주고라도 누군가를 구속시키는 이유는 동시에 진행 중인 민사를 쉽게 해결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이권이나 금전을 다투는 민사소송을 걸어놓고, 상대방을 압박하려 감방에 넣으려는 것이다. 변호사로서는 일단 돈이 되고 법률상 가능한 일이라면 합법과 불법, 도덕과 부도덕의 경계를 넘나든다.

 

대규모 기획소송도 논란거리다. 인터넷 쇼핑몰 옥션은 20081월 회원 1800만명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 주소, 아이디,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를 중국인 해커에게 해킹당했다. 당시 한 법무법인이 기획소송을 진행, 146601명이 “1명당 20만원씩 배상하라며 대규모의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옥션은 해킹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인 보호조치를 다했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 가운데 22650명이 상고했지만 지난 2월 최종 패소했다. 고속도로 폭설로 인한 지체, 자동차 연비과장 소송 등도 비슷한 사례다. 이런 대규모 소송의 경우 다퉈볼 쟁점이 있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지만, 결과적으로 변호사만 배불린다는 비난도 거셌다.

 

옥션 정보유출 소송에 참여했다가 패소가 확정된 한 직장인은 솔직히 정보유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느꼈다기보다 착수금의 세 배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말에 혹했던 것 같다. 그 뒤로 유사소송이 몇 건 진행됐지만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런 소송의 경우 누군가 한 사람이 소송을 해서 이기고 나면,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사람은 추가 소송을 내서 구제받을 수 있다. 물론 변호사들은 이런 사실을 잘 알려주지 않는다. 이에 대해서는 초기에 착수금이 충분하면 자료조사에도 유리하고, 재판부를 압박하는 효과가 있다고 반론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규모 소송이 승소로 이어져 참가자가 돈을 돌려받은 경우는 극히 드물다.

 

불법다운과 악성댓글에 대해 고소 제기를 경고하고 합의금을 받아내는 것도 최근에 나타난 일이다. 저작권 침해사건 고소대리인을 해봤다는 변호사는 창작자의 저작권이 침해되고 개인의 명예가 심각하게 실추되는 상황에서, 변호사가 나서는 것은 비난받을 일이 아니며 오히려 정의를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어린 중·고등학생인데도 합의금을 받아야만 고소를 취소해주겠다고 윽박지르는 것이 옳은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만약 댓글을 삭제하고 제대로 사과하면 용서해주겠다고 제안하면 어떨까. 이 경우 변호사는 돈을 못 번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창하게 변호사 윤리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직업인의 품위 정도는 생각하던 게 이미 옛날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변호사만 배불리는 대규모 기획소송

아파트 하자보수 소송도 논란이 많은 분야다. 변호사들이 아파트 단지를 돌면서 건설사를 상대로 소송을 내라며 입주민을 원고로 모은다. 하지만 억지주장인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한 소송에서 변호사는 욕조에 곰팡이가 슬었다, 수도계량기함 뒷부분 철판이 없다, 방문 아랫부분에 페인트칠이 안 돼 있다며 돈을 달라고 했다. 하지만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욕조는 제대로 관리하지 않은 탓이고, 계량기 뒷부분에 철판이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으며, 방문은 높이를 맞추려 보통 대패질로 마감한다고 판결했다. 변호사들은 이에 지지 않고 화장실 문앞에 슬리퍼를 놓았더니 문이 닫히지 않는다. 화장실을 뜯어서 고칠 비용을 물어내라고 했다. 그러자 법원은 닫히지 않아 문제라면 슬리퍼 대신 깔판을 쓰면 되니 그 비용을 물어주라고 선고했다.

 

서울고법 등 관계자들은 완전히 패소한 변호사들이 의뢰인의 항의를 모면하기 위해 재판부를 팔아 의뢰인들을 다시 속인다. ‘엉터리 판결이다. 판사가 이상하다. 상대방 변호사와 친하다는 식으로 흑색선전을 한다고 말했다. 중앙지법 등 관계자들은 “(엉터리로 수임한) 변호사가 손쉽게 택하는 방법이 증거신청을 끊임없이 하는 것이다. 시간을 끌어 의뢰인을 지치게 하거나 포기하게 만든다. 만약 재판부가 무의미한 증거신청을 기각하면 곧바로 재판부를 비난한다고 말했다. 의뢰인들로서는 변호사의 말만 믿고 법원을 의심하는 것으로 끝낸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법조계 인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 시장이 나빠지면서 서울 변호사들이 대구까지도 내려간다. 그러니 신규 변호사 등 실력이 떨어지는 변호사들은 승소하지 못할 것을 알면서 수임을 부추기고, 나중에 패소하면 재판부를 비난한다. 마트에서 참치 통조림을 하나 사도 가격과 용량이 비교되는데, 최소 수백만원이 오가는 변호사는 평가기관이 없다. 어느 변호사가 실력이 있는지, 자기 사건이 가능성이 있는지, 얼마가 적절한 수임료인지 아무런 정보가 없다. 그 와중에 승진을 앞둔 판사들은 변호사 단체의 법관 평가에만 신경 써 당사자가 아닌 변호사를 위한 재판을 한다. 변호사들의 밥벌이와 판사들의 명예욕 때문에 시민들만 희생되고 있다.”

 

 

저소득층 ‘120.7%’ 빚에 눌리다 428 주간경향

“1000만원 빌리면 한 달에 25만원꼴인데, 첫 달은 이자 안 내니까 둘째 달에 25만원만 내고. 두 달만 지나면 돈 들어오니까 그때 갚으면 되지.”

계획은 나쁘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김교현씨(32·가명)는 한 저축은행 지점에 들어섰다. ‘무방문 무보증’ ‘전화 한 통화로 쉽게같은 문구를 김씨도 떠올리긴 했다. 그래도 직접 가서 받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서 지점까지 들렀다. 대출금을 받았고 전셋집을 옮기는 데 썼다. 두 달 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집과 땅을 팔고 김씨가 있는 서울로 오시면 얼마간의 이자만 내고 끝날 문제였다. 그런데 계획이 빗나갔다.

 

 

서울 인사동 거리에 명함형 대출 광고지가 바닥에 뿌려져 있다. / 정지윤 기자

 

하루라도 연체되면 전화 빗발쳐

부모님의 고향땅 거래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문중 재산이 얽힌 복잡한 사정 때문에 땅 일부를 떼어줬고 기간도 넉 달이나 더 잡아먹었다. 당장 생계비가 빠듯하게 돈을 버는 김씨의 주머니 사정에 급한 불이 켜졌다. 애초에 은행 대출이 되지 않아 저축은행까지 갔고, 저축은행에서도 최고 이율을 부담할 수밖에 없었다. 선심 쓰듯 첫 달 이자는 안 받았지만 저축은행이 6개월 동안 받아간 이자 액수만 125만원이었다. 하루라도 연체되면 전화가 빗발쳤다. 빠듯한 형편에 어쩔 수 없이 예상치 못한 25만원씩의 이자 지출을 해야 했던 넉 달 동안 김씨가 줄일 건 밥뿐이었다. 안 그래도 마른 김씨는 몸무게가 50대까지 떨어졌다.

 

누군가는 고작 25만원?’이라고 할 수도 있을 돈이지만 그 25만원을 꼬박꼬박 내야 했던 4개월 동안은 피가 마르더라고요. 매일같이 집에 전화해서 땅은 언제 팔리냐고, 영락없이 빚쟁이 노릇을 하고 있더라니깐.” 다행히 땅 판 돈이 들어와 김씨는 빚도 갚았고 이제 굶지도 않는다. 그래도 걱정이다. 혹시 자신이나 부모님이나 병이라도 걸릴까봐. 결혼이라도 하게 되면 목돈 들어갈까봐.

 

가계부채 증가율 OECD 국가 중 최고

한국은 1등이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또 하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가계부채 늘어나는 속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지난해까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17.7%에 달했다. OECD 국가들 중 가장 높았고, 증가폭은 네덜란드 다음으로 컸다.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164.2%를 기록했다. 10년 연속 상승했다. 지난해 가계소득은 3.7% 증가했지만 가계부채는 6.2% 늘어났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수정 세계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두 달 만에 0.4%포인트 낮춰 3.3%로 제시했다. “한국은 높아지고 있는 가계의 레버리지(소득 대비 부채의 비율) 탓에 추가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이처럼 가계부채가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목소리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가계부채 규모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인 부동산 관련 대출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시내 한 저축은행에 붙어 있는 광고 앞을 한 시민이 지나치고 있다. / 연합뉴스

 

그러나 그에 비해 규모가 작은 저소득층의 생계형 대출과 부채는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떻게든 부동산 거래가를 높여 돈이 돌게 만들겠다는 정부 방침이 실질적인 시중금리 인하와 동결로까지 이어졌지만 다른 한편에선 내 집은커녕 당장 생계비를 위해 고금리의 소액대출을 받는 저소득층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생계가 달린 이 대출금리는 낮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저소득층의 가계부채 문제를 들여다 보면 다른 계층보다 더욱 심각하다. 실제 생활에 미치는 부채의 영향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임진 연구위원은 저소득층 가계부채 문제 해결을 위한 과제라는 보고서에서 소득 하위 20%인 저소득층에서는 처분가능소득 대비 금융부채 비율이 120.7%에 달할 정도로 위험수위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대출로 대출규모가 가장 큰 상위 20%도 금융부채가 소득의 100%를 넘겨 106.9%였지만, 저소득층일수록 갑작스러운 경제적 충격에 대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므로 위험도는 배가된다.

 

목돈이 필요한 경제적 어려움이 닥치지 않더라도 저소득층에서는 이미 빚으로 생계를 꾸리는 적자가계가 만성화된 양상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액도 소득 최상위층이 19.6%인 데 비해 저소득층에선 27.2%로 부담이 컸다. 소득 계층에 따라 극명하게 대비되는 것은 바로 빚을 낸 돈의 용처였다. 대출금 용도는 저소득층에서는 21.2%가 생활비 마련 목적인 데 비해 최상위층에서는 생활비에 쓰이는 비율이 3.7%에 불과했다. 바꿔 말하면 당장의 먹고 사는 것에 필요해 대출을 받기 때문에 저소득층 가구에서는 대출을 못 받거나 높은 금리의 대출을 받아야 할 때마다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는 셈이다.

 

저소득층이 주로 찾게 되는 높은 금리의 저축은행이나 소비자금융 외에 시중은행 가계대출의 자금 용도도 바뀌고 있다. 한편에서는 낮아진 금리에 따라 집을 사는 수요가 생기는 반면 적자가계문제를 겪고 있는 저소득층에선 생계형 대출이 늘어나 대출의 양극화가 진행 중이다. 20123분기부터 20144분기까지의 최근 10개 분기 은행권 가계대출 자금용도별 현황자료에 따르면 주택 구입 용도가 34.3%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이어 기존 부채 상환(19.6%), 생계자금(19.0%), 전월세 임차(4.5%) 등의 순이었다. 이 중 분석 초기인 201217%대 수준이던 생계자금 비중은 2013~2014년에 이르면 6개 분기 동안 20%를 넘어선 상황이 유지되면서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집을 살 수 없어 전월세로 거주하는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난 점도 확인된다. 전월세 지불에 쓰이는 주택임차용 대출 비중은 20123%대에서 해마다 높아져 4%대를 돌파했다. 이는 전셋값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그에 따라 월세가격까지 영향을 받게 되면서 세입자들의 부담이 커진 탓으로 분석된다.

 

금리를 낮추고 대출을 늘리면 부동산경기 활성화와 함께 경제 전반에 돈이 돈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반대의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정부는 전체 대출을 늘리면 고금리 대출기관을 벗어나 낮은 금리로 갈아탈 수 있다는 입장을 폈다. 하지만 최재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한국은행의 차주 특성별 은행 가계대출 잔액 현황자료에 따르면 연소득 3000만원 이하 저소득층에서는 주택대출 규제완화가 이루어진 지난해 8월 이후 비은행금융권의 대출잔액 변동률이 0.0%로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중소득층에서는 각각 0.1%, 0.3% 줄어든 것과 비교되는 수치로, 결국 저소득층은 낮은 신용 때문에 여전히 높은 금리를 감수하고 은행 외의 대출처를 찾고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안심전환대출, 저소득층엔 그림의 떡

소득에 따라 가계부채 팽창의 여파가 다르게 나타나는 점 때문에 전문가들은 두 방향의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전체 가계부채의 절대량이 집중된 부동산대책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부채 증가가 생계 위협으로까지 이어지는 양상에 대한 대책이다. 정부가 지난달 낮은 금리의 대출로 갈아탈 수 있게 한다며 내세운 안심전환대출은 사실상 자산이 없는 저소득층에선 자격요건을 갖추지 못해 그림의 떡에 불과한 게 현실이다. 금융연구원의 임준 연구위원은 저신용·저소득층에 대한 대출은 시장 메커니즘만으로는 충분히 원활한 자금을 중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한국은행이 은행권의 저신용·저소득층 대출을 늘리도록 저리 자금 규모를 확대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왜 적당한 금리 대출상품이 없을까

김교현씨가 한 저축은행에서 받았던 대출의 연 이율은 자체 최고금리인 29.9%였다. 한 달 이자를 깎아준다는 생색에도 불구하고 반 년 이자만 125만원대에 달하는 데는 무시무시한 이율이 숨어 있었다. ‘여자를 위한 대출등으로 케이블 채널마다 쉴 새 없이 광고를 내보내는 소비자금융업체들이 받을 수 있는 법정 최고 이율은 34.9%. 참고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1.75%.

 

현재 4~5%대로 형성된 은행권의 대출금리와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형성된 저축은행 금리 사이 중금리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금융권에 따르면 통상 은행권에서 대출이 가능한 등급은 1~6등급까지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5·6등급의 경우 대출 실행과정에서 다양한 제한이 따르고 있다. 이미 연체 없이 상환을 꼬박꼬박하고 있더라도 대출금액이 많거나 2금융권의 대출을 이용하기만 해도 5·6등급을 적용받아 이후 대출부터 불리해지는 관행이 반복되는 것이다. 전체 등급 인원 중 5·6등급에 해당하는 인원만 해도 1216만명으로 전체의 28%에 달하는 실정이다.

 

중간 금리 상품이 없는 금리의 양극화는 1·2금융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은 신용 고위험군에 대한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하고 적용하는 비용을 들이는 대신 안전한 고신용 고객만 상대하겠다는 간단한 방법을 쓴다. 2금융권 역시 정책금융상품인 햇살론, 바꿔드림론과 같은 전환대출로 인한 고객 이탈을 감안하면 오히려 고금리를 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채산에 맞는다는 결론이다. 5·6등급의 중간 신용군에서 울며 겨자먹기로 2금융권 대출수요가 생기는 이상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속셈도 있다.

 

때문에 임종룡 금융위원장까지 나서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들에게 현재도 앞으로도 대출금리 상한에 대해 명시적·비명시적 지도를 하지 않겠다며 중금리 상품 개발을 유도하는 실정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시장의 대출수요에 따라 금리가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해달라는 주문을 정부가 시장에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당국이 강하게 나가면 관치라고 욕먹고 놔두자니 대출시장이 제멋대로인 딜레마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이참에 교육감 직선제 폐지하자? 조중동의 오버424 미디어오늘

보수언론 “4명 중 3명 기소 됐다직선제 도입한 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에게 당선 무효형인 벌금 500만원이 선고되면서 보수 언론이 또 다시 교육감선거 직선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섰다.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24일자 신문에서 조희연 교육감 판결 소식을 전하면서 직선제에 폐지를 거론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교육감 직선제의 폐해가 계속된다면 이 제도를 계속 가져갈 건지에 대한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고 직선제 유지에 의문을 던졌다.

 

동아일보 역시 사설에서 교육감 직선제 문제를 다루면서 교육감 직선제를 더 이상 놔두어서는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밝했다.

두 언론사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거론하는 근거는 2006년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교육감 4명 중 3명이 임기 중 선거법 위반으로 물러났다는 점과 교육감 후보 인지도가 낮아 흑색선전이 심각하다는 점 등이다.

 

조선일보 16.

 

특기할 만한 것은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모두 교육감이 사법적 판단으로 물러난 사례로 곽노현·공정택 전 교육감 사례만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상 보수 후보를 표방했다는 이유로 현재까지 재판이 진행 중인 문용린 후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보수언론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이 처음은 아니다. 조선일보는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법 개정이 한창이던 16일자 사설에서 교육감 비리 문제의 근본 원인은 공천 여부가 아니라 직선제에 있다며 직선제 문제를 들고 나왔다.

 

동아일보는 지난해 조선일보와 같은 날 기초단체 정당공천·교육감 직선제 폐지가 옳다제목의 사설에서 공정택·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줄줄이 사법 처리된 것도 교육감 직선제와 관련이 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방선거가 끝나고 대부분의 지역에서 소위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자 보수언론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목소리는 더욱 높아졌다. 지난해 6·4 지방선거 후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교육감 선거는 사실상 정치 논리가 지배한다정부와 정치권은 직선제 폐해를 막는 개선책을 조속히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왼쪽부터)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공정택 전 서울시교육감. 사진=이치열 기자, 노컷뉴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도 교육감 제도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청와대 직속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말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자주성·전문성을 강화할 수 있도록 현행 교육감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지방자치발전위원회는 교육감 직선제 폐지는 아니라고 했지만 사실상 직선제에 손을 대겠다는 의미여서 현재의 직선제와 다른 방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아이러니한 것은 2006년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에서 교육감과 교육위원 직선제를 받아들인 것이 박근혜 대표였다는 점이다. 중앙일보 200633일자 한나라도 교육감 주민직선제 추진기사를 보면 박근혜 대표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주민직선제 도입 방안을 마련하도록 이방호 정책위의장에게 지시했다고 나온다.

 

동아일보 31.

 

보수 언론의 교육감 직선제 폐지 주장에 대해 송재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대변인은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는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 같다진보 교육감과 전교조를 등치시키는 보수 언론의 관점은 오히려 교육계를 정치적 프레임에 가두는 낡은 틀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변인은 이어 국가의 중앙 통제가 심한 교육 체제의 대안으로 지방교육자치가 등장했고 교육감 직선제가 나온 것이라며 지방교육자치 자체를 부정한다면 모를까 교육감 직선제는 자유로운 교육을 위해서라도 유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변인은 또 이번 조희연 교육감 판결에 대해 관심사인 서울 교육감에 대해 공안당국이 의도를 가지고 지나치게 감시하고 법을 적용하면서 서울교육감이 홍역을 치르는 것이라며 교육감 선거 제도 자체의 문제라기 보다는 정부와 수구세력의 기획을 문제 삼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식물이름 알려주는 앱 개발자 박종봉씨 모르는 꽃·풀 뭐든지 물어보세요

봄이 온 산과 들에 꽃들이 만발한다. 마른 가지에 새 잎이 돋고, 돌 틈으로 나물과 들풀들도 고개를 내민다. 그런데 이름이 뭐더라? 산행을 즐기며 다양한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박종봉 모야모 대표(57)는 문득 말 그대로 이름 모를식물들이 적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저야 관심이 많으니 식물도감도 찾아보고 주변 전문가한테 물어볼 수도 있지만, 가뜩이나 도시에 사는 데다 스마트폰만 보고 사는 아이들은 예쁜 꽃을 봐도 이름 알기가 쉽지 않겠더라고요.” 박 대표는 그날로 앱 개발에 나섰다. ‘모야모라는 앱 이름 그대로 회사 이름까지 따왔다.

 

  식물의 이름을 알려주는 앱 모야모를 개발한 박종봉 대표.

모야모사용은 간단하다.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받아 깔면 식물 이름을 물어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나온다. 지금 보고 있는 식물이라면 카메라로 찍어 바로 올릴 수 있다. 예전에 봐뒀던 식물이라면 당시 찍어둔 이미지를 업로드하면 된다. 어떤 방식으로 올리든 대답은 실시간으로 나온다. “처음에는 전문가들 50여명을 알음알음으로 모아서 이름 찾는 질문에 답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지금은 숨은 고수들도 속속 나와서 전문가 풀이 100명으로 늘었어요.” 박 대표의 소개처럼 모야모 앱은 이른바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식으로 식물 이름을 알려준다. 혹시나 착각해 이름을 잘못 알려주더라도 금방 다른 전문가들이 보고 바로잡을 수 있다. 잎맥의 모양이나 줄기의 갈라짐 등을 카메라로 인식해 답을 알려주는 방식에 비해 구동은 간단하면서도 신뢰도는 높다.

 

모야모 앱의 기능은 다양하다. 몰랐던 식물의 이름 외에도 기르는 식물이 시든 이유도 물어보고 즉각 답을 받을 수 있다. “잎이 누렇게 떴다거나, 갈라진다거나 하는 흔한 증상도 그 이유와 대처방안을 모르는 분이 많잖아요. 그러다 죽게 되고 또 버리고 마는 게 안타까웠어요. 식물은 동물에 비해 관리를 덜하니까.” 박 대표에 따르면 가까운 꽃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병충해 약도 지식이 부족해 쓰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물을 상품처럼 사고 버리는 문화까지 바꿨으면 하는 게 박 대표의 희망이다.

 

박 대표는 모야모 외에도 IT분야의 리서치를 담당하는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모야모 같은 앱 개발사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료 앱이라 출시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수익이 제대로 난다고는 볼 수 없다. “공익에 도움된다고 생각해 앱을 만들긴 했지만 돈 생각을 아예 안 할 수는 없죠. 지금 당장 수익 생각은 안하지만 장기적으로 이용자들이 늘어나고 평가가 좋으면 응당 수익모델도 생기고 다른 방향의 식물산업으로 뻗을 수도 있을 테니까.”

 

모야모 앱이 생기기 이전 궁금한 식물 이름을 알아보려면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디시)의 수많은 갤러리들 중 식물 갤러리를 찾아 물으면 빨랐다. 거친 표현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유명한 디시의 성격과는 달리 식물갤이용자들은 친절하면서도 해박해 정화받고 싶고 힐링이 필요할 때 들어가면 좋은 곳으로 유명했다. 박 대표는 식물 애호인들이 모인 곳은 어디나 분위기가 비슷하다며 모야모의 커뮤니티 분위기도 순하고 따뜻해 그것만으로도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식물이 주는 힐링이 차가운 스마트 기기에서도 구현된다는 점만은 분명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