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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3.23~3.27 국내 산림토양 산성화 가속…

by 이성근 2020. 3. 23.

점점 편해지는 세상, 그래서 더 불편한 사람들

우울한 나날, 자연이라는 '항우울제'를 처방합니다

국내 산림토양 산성화 가속토양 건강성·나무 생장에 악영향

국방부·풍산 협의 마무리센텀2지구 탄력

기후변화가 울린 경계경보좌초자산의 해일이 밀려온다

모든 문명은 붕괴한다,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8부두서 세균 실험시민단체, 주한 미군 사령관 고발

해발 6739m’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동물 발견

종교·시민사회단체 새만금 해창갯벌과 장승을 보전하라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 415총선

남극 빙붕,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 지연시켜...극지연, 세계 최초 규명

학교 통학길 보행로와 차도 2022년까지 모두 분리한다

한라산 국립공원 지정 50국제보호지역으로 성장

환경단체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설치, 물관리 체계 통합·일원화 등 정당·후보에 10대 의제 제시

부산대 부설 장애인 예술 특수학교, ··대학 설립 업무협약 체결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또 원점으로

야생 포유동물도 암컷이 오래 산다

32710년 전, "숲이 감소하는 속도가 처음으로 줄었다"고 했지만···

인간이 초래한 어떤 오래된 질병

그린피스 "작년 석탄발전 사상 최저...한국은 역주행"

탈핵 놓고 등진 시민단체 - 두산중공업 노조

멸종위기종 말레이천산갑서 코로나19 유사 바이러스 검출

까나리는 바닷새부터 고래까지 먹여 살린다



점점 편해지는 세상, 그래서 더 불편한 사람들

#지난 24일 서울도서관 대출증을 발급받았다. 방법은 간단하다.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한 뒤 신분증을 가지고 도서관에 가면 된다. 직원에게 신분증을 내밀면 카드를 건네준다. “도서관 대출증 발급을 축하드립니다.” 축하문자도 받았다. 카드를 받아들고 잠시 실물카드가 필요한가라고 생각했다. 역시 편리한 세상! 앱을 깔면 모바일 회원증을 쓸 수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도서관은 무기한 휴무에 들어갔다. 대신 홈페이지에서 전자책·오디오북 등 디지털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서울시민이라면 온라인으로 대출증을 발급할 수 있는 길도 열렸다.

 

#두 달 전 서울의 한 도서관에서 일한다는 시민이 국민청원을 올렸다. ‘공공도서관에서 본인 명의 휴대폰, 아이핀이 없는 이들도 가입을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는 제목이었다. 하루는 어떤 할아버지가 주민등록증을 가지고 도서관에 오셨다고 한다. 본인 명의 휴대폰이 없어 회원가입을 할 수 없었다. 또 다른 인증 수단인 아이핀(온라인상의 개인식별번호)을 만들려 해도 휴대폰 본인인증이 필요했다. 주민센터에서 아이핀을 발급받아야 한다고 안내할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내가 나라는 걸 증명해줄 게 이 주민등록증이고 이걸 나라에서 줬는데, 나라에서 하는 도서관에서 이걸로 가입이 안 되는 게 옳은 거냐라고 하셨습니다. 백번 옳은 말씀이셨습니다.”

 

내가 누리는 편리함을 모두가 똑같이 느끼진 않는다. 때로 기술은 누군가에게 벽이 되곤 한다. 디지털을 활용할 줄 아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ivide·정보격차)’의 단면이다.

 

재난 상황에서 짙어진 그림자

316일 아침 일찍 공적 마스크를 사러 나갔다. 구청 블로그에 올라온 약국별 공적 마스크 판매시간을 보니 오전 9시가 많았다. 포털 지도에서 집과 가까운 약국을 확인한 뒤 집을 나섰다. ‘1층 말고 높은 층에 있는 약국을 노려라는 누리꾼의 조언도 잊지 않았다. 오전 830분쯤 대형 건물 3층에 있는 약국에 도착했다. 첫 손님이었다. 850분쯤 되니 하나둘 사람들이 오기 시작했다. 93분 마스크 2장을 손에 넣었다. 약사는 추운데 기다리느라 고생 많으셨어요라고 했지만 비교적 수월하다고 느꼈다. 약국을 나설 땐 10명이 줄을 섰다. 모두 20~40대로 보이는 청년층이었다. 큰길로 이동했다. 눈에 잘 띄는 약국 앞에는 30명이 넘게 기다리고 있었다. 청년과 노인이 섞여 있었다.

 

주변 약국의 마스크 재고현황을 알려주는 앱.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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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오전 대형 약국이 몰려 있는 종로. 70대 할머니가 약국 문을 반쯤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 “마스크 있어요?” 약사는 이따 4시에 오세요라고 했다. 할머니는 약국 앞에 붙은 안내문을 보지 못한 모양이다. 그렇게 약국 3곳의 문을 열었다 닫았다. 구청 홈페이지에 약국별 판매시간이 나와 있다고 귀띔했다. “난 몰랐네.” 할머니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날 오전 종로의 약국에서 긴 기다림 없이 마스크를 사는 이들이 더러 보였다. 노인은 많지 않았다.

 

마스크 구입이 어려워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새로고침 신공으로 마스크 구매에 성공했다는 후기가 잇따랐다. 온라인 마스크 판매처 링크와 구매 노하우도 공유했다. 약국의 마스크 재고현황을 알려주는 앱, 마스크 판매딜이 뜨기 5분 전 알림을 보내주는 앱이 등장했다. 매크로(자동입력 반복 프로그램)를 이용해 마스크를 대량 사들인 일당과 비교하지 않아도, 청년과 노인층의 마스크 구입방식은 차이가 크다. 온라인 쇼핑에 익숙하지 않은 부모님 대신 장을 봐준다는 의미의 효도쇼핑이란 말까지 나왔다. “나는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에요. 시킬 사람도 없어요.” 한 방송뉴스에 등장한 노인은 마스크 구입이 어렵다며 말했다.

 

노인·장애인 등 정보 소외계층은 안전과 관련된 정보를 얻기도 힘들다. 안전 안내문자는 글자 수가 90자 이내여서 자세한 정보를 받을 수 없다. 내용도 지자체마다 차이가 있다.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및 SNS를 통해 확인해주시기 바란다라고 안내하는가 하면, 링크를 덧붙이는 곳도 있다.

 

시각장애인 강시연씨는 확진자 동선을 주로 텍스트가 아닌 이미지 형식의 파일로 안내하다보니 음성안내를 받기 힘들다. 정작 조심하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웹 접근성을 평가하는 일을 하는 그는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보니 점점 (찾아볼) 의욕도 안 생긴다나도 이런데 더 못 하는 분들은 오죽 힘들까 싶다라고 했다.

 

낡은 문제가 아니다

패스트푸드점의 키오스크(무인주문기)’ 같은 비대면 거래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 이야기는 되풀이돼왔다. 모바일 예매 시스템 확대로 입석 탑승객 대다수가 노인이라는 기사도 심심찮게 보인다. 코로나19가 보여준 단면은 정보격차가 낡고 진부한 이야기가 아닌, 정보 소외계층이 겪는 불편함을 넘어서는 문제라는 점을 시사한다.

 

현실은 숫자로도 나타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고령자·농어민·저소득층 등 정보 취약계층 가운데 고령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이 가장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디지털 기기 보유 등을 의미하는 접근 수준, 인터넷의 기본적인 이용 능력을 말하는 역량 수준, 인터넷을 양적·질적으로 활용하는 정도인 활용 수준을 포함한다. 고령자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4.3%에 그쳤다. 저소득층은 87.8%, 장애인은 75.2%, 농어민은 70.6%였다. 전체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 대비 69.9%였다. 디지털 접근 수준은 97.1%로 높았지만 역량과 활용 수준은 60%대에 머물렀다.

 

패스트푸드점의 무인주문기. 김기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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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문제 아니냐고 말한다. 격차는 기술보급 확산과 대중화로 점차 줄어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기술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정보 활용능력에 차이가 생긴다는 점에서 정보격차는 단순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정보격차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낳을 뿐 아니라 정보격차 자체를 더 크게 만든다.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이들의 영역 안에선 새로운 가능성이 마구 생겨난다. 영역 밖의 사람들은 점점 배제될 수밖에 없다.

 

정보격차는 정치참여 소외의 위험도 안고 있다. 최혜지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치가 이뤄지는 공간으로서 가상공간의 중요성은 더욱 확대되는데 지금의 어르신들은 자신의 공간을 가상공간으로 확장하지 못하고 있다사회적 자원을 재분배하는 과정에서 노인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이 훨씬 불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가 ‘2017 연령통합 설문조사원자료를 분석한 논문 <고령자 정보격차의 또 다른 위험, 정치참여의 소외>를 보면 청·장년층은 정보 접근의 정도가 높아지면서 정치참여가 증가하지만, 고령세대는 정보 접근의 증가가 정치참여 확대에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확인됐다. 최 교수는 고령자의 정보격차가 완화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기대에 갇혀 정보 접근의 양적 성장에 집중해온 기존의 정보화 전략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사회는 정보 접근 기회의 평준화에 집중했다. 정부 정책 또한 취약계층의 사용 능력 향상에만 초점을 뒀다. 교육은 정보 활용보다는 스마트 기기의 켜고 끄기, 문자·이메일 보내기 등 한정적 사용에만 집중된 경향이 있었다.

 

기기 보급까지는 정책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다. 하지만 기기를 활용하는 데는 개인적 동기와 욕구가 크게 작용한다. ‘정보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문제는 정보를 원하는 자와 원하지 않는 자의 문제가 됐다. 김봉섭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위원은 정보를 원하지 않는 자들을 대상으로 정보화의 참여 의지를 높이는 서비스, 정보화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이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일상생활과 괴리된 정보에 대해서는 개인의 정보 습득 욕구 자체가 생기지 않는다. 대상 범주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람을 보자, ‘사람을 담자

“5~10분 만나러 울산에서 대구까지 오시고, 안동에서도 전화가 와요.” 대구참여연대의 장지혁 정책팀장은 정보격차의 실태를 피부로 느낀다. 어르신들은 각종 어려움으로 상담을 요청해오지만 대다수는 관련 기관이나 절차를 모르는 경우다. 특히 단체의 활동이 방송뉴스에 나오면 각지에서 연락이 온다. 어르신이 사는 지역에도 관련 단체가 있지만 그 존재를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장 팀장은 “‘굶어죽겠다는 전화를 받고 복지단체를 연결해드린 적도 있다고 했다.

 

어르신들이 수기로 문서를 써가며 주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했는데 프레젠테이션이라는 또 다른 벽에 막힌 적도 있다. ‘정치참여 소외의 문제다. 그는 모든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통로가 있는지 의문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접근통로를 제한함으로써 일을 편하게 하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정보나 정책에 접근할 수 있게 문턱을 낮게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이런 경험을 담아 한 언론에 기고했다. “우리는 오늘날 모든 시민이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며, 인터넷의 정보를 손쉽게 접하고 사용한다는 어떤 특정한 인간의 유형을 표준으로 전제한다. 하지만 표준형, 평균의 인간이라는 것은 결과이고 통계일 뿐 구체적인 사람을 담아내고 있지는 않다. 표준과 평균의 인간에서 벗어날수록 사회와 국가에서 소외되는 단절된 사람이 있다. 이것을 우리는 찾아내고 인식해야 한다.”

 

 

휴대폰이 없는 노인에게 대출증을 만들어주지 못했던 도서관 직원도 같은 마음일 테다. 그는 국민청원에 뒤처지는 사람을 지운 채,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을 버린 채, 함께 갈 수 있는 사람을 내버려 둔 채 앞으로 달려야만 했던 시절은 지났다고 생각한다라고 썼다.

모든 사람에게 누구나의 책을’. 그가 소개한 도서관학 5법칙 중 하나다. 지금의 현실에선 정보로 바꿔놓아도 손색없을 것 같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우울한 나날, 자연이라는 '항우울제'를 처방합니다

 

에마 미첼은 반려견 애니와 함께 집 근처 숲을 거닐며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을 경험했다. Emma Mitchell

 

야생의 위로 에마 미첼 지음·신소희 옮김심심27218900

 

세상이 혼란스럽고 망가진 곳처럼 보이고 암담한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때, 나는 집에서 나와 나무들이 있는 곳까지 5분 동안 걸었다.”

 

<야생의 위로>는 저자의 우울증 고백으로 시작한다. “솔직히 말하겠다. 나는 지난 25년 내내 우울증 환자였다. 어떤 날은 머릿속에 음침하고 부정적인 모래 진창이 가득 찬 것처럼 느껴진다.”

 

우울증이 자신을 집어삼킬 것 같을 때, 자연은 저자에게 항우울제가 되어 주었다. 그는 구원을 찾는 심정으로 숲으로, 바다로, 들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그는 자연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고, 치유의 힘을 느꼈다. <야생의 위로>는 반평생을 우울증과 힘겨운 사투를 벌여온 저자의 회고록이자, 우울증을 겪는 동안 그가 마주한 자연에 대한 세심하고도 아름다운 관찰기이다. 에마 미첼은 동식물과 광물, 지질학을 연구하는 박물학자이자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하다. 그는 꽃, 열매, , 동물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고, 그림으로 그리고, 채집했다. <야생의 위로>는 그의 전문성이 발휘된 책으로, 그림과 사진을 통해 저자가 우울증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자연에서 발견한 희열과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자연이 갖는 치유의 힘은 과학적으로도 많이 논의되고 책으로도 출간됐다. 이 책에도 삼림욕의 효과, 피톤치드의 효능 등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흙과 가까이할 때 미코박테륨백케이 같은 토양 박테리아와 접촉하면서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는 내용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자연이 만병통치약이라며 효능을 요란하게 강조하지 않는다. 각종 의학적 자료들을 인용해 설득력을 더하면서도, 자연에서 마주한 풍경과 생물들의 모습과 그것들이 내면에 끼친 변화를 섬세한 장식을 세공하듯 공들여 묘사한다.

 

책은 어느 해 10월에서 시작해 달마다 달라지는 저자의 심리상태 변화와 자연물의 변화를 기록한다. 10월은 가을이 깊어지며 겨울을 예고하는 달이다. 저자에겐 일조량이 줄어들면서 세로토닌 분비가 감소해 계절성 정서장애라는 일시적 우울이 찾아오는 시기이기도 하다. 저자는 계절성 정서장애가 올해도 내 뇌신경에서 음침한 홍차처럼 우러나기 시작한 건 아닌지 두렵다며 마치 저축을 하듯 자연 풍경을 눈에 담고, 기록하고 채집한다. 그는 낙엽을 주우며 채집 황홀을 경험한다. 인간이 새로운 환경을 탐험하고 자원을 찾아 나서면 도파민이라는 뇌 신경전달물질이 분비돼 일시적 흥분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또 오래된 화석이 있는 절벽에서 주워온 조개껍질과 상어 이빨을 가지런히 늘어놓는 놀링(knolling)’이라는 행위가 스트레스를 덜어주고 은근한 도취감을 준다고 말한다.

 

에마 미첼이 영국 던지니스 곶에서 발견한 색색깔의 지의류들. Emma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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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갈색 털북숭이 개 애니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숲을 산책하고, 해변을 찾아 위안을 얻지만 겨울이 깊어갈수록 “‘검은 개(영어로 우울증의 비유)’가 뇌신경을 거세게 물어뜯는다. 우울증은 그에게 다양한 모습으로 찾아온다. 1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짓날에는 화강암처럼 견고한 겨울의 산봉우리가 되어 마음을 짓누르고 살아간다는 게 찐득거리는 진흙탕을 건너는 것처럼 여겨진다. 우울증은 새순이 움트는 초봄에 가장 극렬한 힘을 발한다. 겨우내 우울증과 싸우느라 3월엔 탈진 상태가 된다. 그때의 우울증은 탐욕스러운 잿빛 민달팽이처럼 마음을 갉아먹는다. “압도적인 자기혐오와 비판이 폭발한다. 그것은 우울증이 지닌 무기 중에서도 가장 치명적인 무기다. 모순적인 얘기지만 햇살과 행장을 약속하는 초봄이야말로 내게는 최악의 정신상태를 막아내기 가장 어려운 기간이다.”

 

급기야 3월의 어느 봄날, 그는 제어할 수 없는 자살충동에 휩싸인다. 절망에 빠져 차를 몰고 나갔다가 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자라나는 조그만 묘목을 발견한다. 푸른 잎사귀가 그를 구했다. “나무들, 푸르름, 위로. 마음이 완전히 가라앉진 않았지만 파국을 향해 폭주하던 소란은 멈추었다.” 그는 다시금 회복을 위한 발돋움을 시작한다.

 

에마 미첼이 발견한 스노드롭

꽃들. Emma Mitch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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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울증과 더불어 살아가야 함을 인정하고, 자연이 주는 치유의 힘에 의지한다. “이 병은 내 인생의 절반이 넘는 시간에 걸쳐 삶을 온전히 누릴 능력을 빼앗았다. 숲속의 새와 식물 사이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그놈에게 한 방을 먹이며 우울증과 함께 산다는 게 얼마나 고단한 일인지 인정하면서 마음이 한층 가벼워진 것 같다고 말한다.

        

전염병으로 새봄이 주는 기쁨을 만끽하기 어려운 이때, <야생의 위로>는 우리에게 적잖은 위안이 된다. 저자가 우울증이 극심한 날이면 <영국 식물 컬러 소사전> 도판을 들여다봤던 것처럼. “이 책을 펼치면 거실을 나서지 않고도 봄날을 살짝 엿볼 수 있다. 이 책은 종이와 잉크로 만들어진 항우울제인 셈이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국내 산림토양 산성화 가속토양 건강성·나무 생장에 악영향

국립산림과학원 연구 결과10년 사이 전국 65곳 토양 pH 5.14 4.30

우리나라 산림 토양의 산성화가 가속돼 토양 건강성과 나무 생장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65곳 산림토양의 평균 수소이온 농도(pH)4.30이었다. 이 수치는 강한 산성으로 분류된다.

 

2010년 평균 pH5.14였다. 그동안 산성화가 매년 꾸준히 진행된 것으로 분석됐다.

토양 산성화는 식물 생장에 필요한 토양 양분의 결핍과 독성 금속 물질 농도 증가를 초래하고, 토양 건강성과 나무 생장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지적됐다.

 

산림청은 산림생물 다양성 증진사업의 하나로 알칼리성 토양개량제를 투입해 산성화를 줄이는 산성화 토양회복사업을 벌였다.그 결과 전국 6개 토양회복사업지의 평균 pH4.59에서 5.01로 상승했다.국립산림과학원 산림육성·복원연구과 구남인 박사는 우리나라 산림토양은 모암의 구성 원소부터 산성화에 취약해, 변화 추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국방부·풍산 협의 마무리센텀2지구 탄력

부산시-도시공사-풍산 3MOU

이번 주 GB 해제 건 상정 계획

 

부산 해운대구 반여동 풍산 부지 일대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해운대구 센텀2지구 사업을 추진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이던 방산업체 ()풍산과 국방부 간의 협의가 사실상 끝났다. 전력 공백 우려가 해소된 만큼 사업지 그린벨트 해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이번 주에 결론이 날 수도 있다. 부산시는 23일께 풍산과 양해각서(MOU)에 서명하고 특혜 시비에 대한 공공기여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22일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풍산과의 공장 이전 협의를 마무리짓고 23일께 그 결과를 부산시와 풍산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국방부와 풍산의 이전 협의는 센텀2지구 추진의 선결 과제다. 지난해 감사원이 전력 공백이 없어야 한다고 선을 그으면서 풍산의 대체 부지 확보가 관건이었다.

 

부산시와 풍산, 부산도시공사(시행자)도 이르면 233자 간의 양해각서에 서명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지역사회에서 제기되는 특혜 지적에 대한 입장도 담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에는 "공공기여에 적극 노력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으로 밝히고, 구체적인 내용은 부산시와 풍산이 계속 협의해 가면서 다듬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부 협의 과정에서도 막판까지 논란이 됐던 것이 '특혜 시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3개 이전 후보지에 대한 실무 차원의 검토는 일찌감치 끝났지만 특혜 시비에 대해 국방부의 고민이 깊었던 것이다. 지난해 감사원 지적은 '전력 공백'에 초점이 맞춰졌던 만큼 특혜 시비를 불식할 구체적인 공공기여 방안은 부산시와 풍산이 조율하는 쪽으로 정리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풍산이 방위산업을 이유로 국가로부터 토지를 싸게 불하받았는데, 공장 이전으로 막대한 차익을 본다는 비판이 있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사업 부지는 평당 약 160만 원으로 추정되니, 풍산의 토지보상금은 5000억 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풍산은 각종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하는 만큼, 구체적인 공공기여 규모나 방식은 다시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방부의 통보가 오면 부산시는 곧바로 국토교통부를 통해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 그린벨트 해제 건을 상정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번 주 후반 결론이 날 수도 있다. 센텀2지구 그린벨트 해제는 20164월 산업단지 지정계획이 고시된 이래 중앙도시계획위원회에서 4차례 심의가 유보됐다. 해운대구 반여·반송·석대동 195(59만 평)에 추진되는 센텀2지구 사업은 전체 대상지 92.8%(181)가 그린벨트이고, 52%(102·31만 평)가 풍산 터다. 부산시와 지역 정치권은 국방부 협의가 마무리됐고, 사업 필요성에 대한 지역사회의 공감대도 어느 정도 형성된 만큼 이번에는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질 것으로 자신한다. 다만 풍산 노조 설득, 공장 터 내 환경 오염, 풍산마이크로텍 노동자 등은 풀어야 할 숙제다. 부산시 고위 관계자는 "(그린벨트 해제를) 100% 낙관은 못하지만 그동안 여러 차례 보완이 됐기 때문에 잘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혜 지적에 대해 풍산은 유보적 입장이다. 풍산 관계자는 19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정확한 감정평가가 이뤄지지 않아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매매 차익에 대한 판단이 이르고, 특혜도 없다""우리는 공장이 수용당하는 입장이고, 수용 이후 남는 28만 평의 땅도 큰 고민거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센텀2지구 사업지가 지역구인 더불어민주당 윤준호(해운대을) 국회의원은 "부산의 새로운 심장을 만들기 위해 주체들이 각자의 이해관계를 넘어 큰 결단을 했다"고 평가했다.

 

센텀2지구에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융합부품 소재, 정보통신기술, 첨단신해양산업, 영상·콘텐츠 등의 시설이 입주한다. 부산시는 이 사업을 통해 84000개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 사업비는 16413억 원이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기후변화가 울린 경계경보좌초자산의 해일이 밀려온다

화석연료 기반 산업에 엄습하는 위기

금융투자자도 석탄·석유에서 손 떼

20~30년 내 좌초자산 수천조원 예상

제조업 많고 에너지 다소비한국 불리

기후변화가 경제 바꾼다는 인식 필요

 

산유국 간 치킨게임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선까지 추락하면서 생산단가가 높은 미국 셰일오일 채굴 업체의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의 폭락을 주도한 것도 에너지 관련 종목이었다. 원유, 석탄 등 화석연료 기반 산업은 기후변화와 관련해서도 막대한 규모의 자산이 쓸모없어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멕시코만의 해상 석유시추시설. AP 연합뉴스

 

비욘드 퍼트롤리엄’(Beyond Petroleum).

석유를 넘어서라는 뜻의 이 홍보 문구는 영국 최대 기업이자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석유·가스회사 비피(BP: British Petroleum)가 자사의 영문 머리글자를 활용해 만들었다. 석유의 시대가 저물고 있으니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새로운 에너지로 눈을 돌리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하지만 홍보는 홍보일 뿐이었고, 비피는 여전히 땅속에서 석유와 가스를 뽑아내는 일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 심해에서도 석유를 퍼 올리다 2010년 멕시코만에서 치명적인 해상 오염을 일으킨 적도 있다. 바닷속 5m까지 파이프를 박은 석유시추시설이 폭발해 한반도 면적보다도 넓은 바다가 검은 기름에 덮였다. 하지만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변화는 이런 거대 석유회사가 재생에너지를 겉치레로 들먹이는 시대를 끝내고 있다.

 

기후변화가 정부, 기업 그리고 투자자의 행동을 바꾸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가 최근 하나 추가됐다. 영국 고등법원은 지난달 28일 런던 히스로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 계획을 불허하는 결정을 내렸다. 활주로 확장에 정부가 관여하는 것이 법에 어긋난다는 이유에서다. <비비시> 보도를 보면, 이렇게 판결한 이유가 주목할 만하다. 활주로를 증설해 더 많은 항공기가 이착륙하면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날 것이고, 그 영향으로 영국 정부가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약속한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히스로공항은 연간 8천여만명이 이용하는 유럽 최대의 허브공항이다. 한해 473천대(2019)의 항공기가 뜨고 내리는데, 이를 포함해 항공기가 영국 전체 탄소배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나 된다. 늘어나는 항공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공항을 증설해 2050년까지 연간 74만대의 항공기와 13천만명의 승객이 이용하는 공항으로 키우려던 계획에 법원이 제동을 건 것이다.

사실 영국 정부는 다른 분야에서는 적극적으로 탄소배출 감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6월에는 2050년까지 탄소 제로’(탄소배출을 줄이고, 배출에 상응하는 흡수대책을 세워 실질적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것)를 달성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2025년까지 전기 생산에서 석탄을 퇴출하기로 했는데, 지난해 여름부터는 사실상 석탄화력을 가동하지 않고 있다. 10년 전 전력의 3분의 1을 석탄화력에서 생산하던 것에 견주면 커다란 변화다.

 

자본은 기후변화 해결책 쪽으로 흘러야

히스로공항 증설을 불허한 영국 법원의 판단처럼 기후변화에 대한 위기감이 높아지면서 탄소배출이 많은 화석연료 산업이나 생태환경에 악영향이 큰 산업의 입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영국, 프랑스, 캐나다, 멕시코 등 20개국은 2030년 무렵까지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한다는 탈석탄동맹을 맺었다. 이들 국가는 늦어도 2040년쯤에는 휘발유, 경우 등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도 금지하려 하고 있다. 마크 카니 전 영국 중앙은행 총재가 지난해 4월 투자자들이 기후변화 리스크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으면 자산가격이 급락할 것이라고 경고한 이래, 금융회사들은 속속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투자를 중단하거나 철회하고 있다.

 

7조달러(8726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자산운용회사 블랙록은 1월 중순, 향후 투자에서 지속가능성을 중심에 놓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총매출의 25% 이상을 석탄화력 생산 및 제조에서 벌어들이는 기업의 주식과 채권을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해 올여름까지 팔기로 했다. 이 회사의 래리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경영자들에게 보낸 연례 서한에서 우리는 금융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는 문턱에 이르렀다모든 기업은 기후변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지속 불가능한사업 활동에 대한 투자자들의 분노에 직면해 미래 자산·수익이 크게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유회사도 이런 추세를 피해 가지 못한다. 143억파운드(215천억원)를 운용하는 영국의 자산운용사 사라신 앤 파트너스는 지난해 다국적 석유회사 셸의 주식 가운데 20% 이상을 팔았다. 이 회사 관리책임자인 너태샤 랜델밀스는 셸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대규모로 화석연료에 투자해 지구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당신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장기저축을 하는 수백만명의 이익과 일치하지 않는다자본은 기후변화의 원인보다는 해결책 쪽으로 흘러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베니스에서 남동쪽으로 80떨어진 멕시코만 해상에서 작업 중이던 딥워터 호라이즌이라는 비피(BP)의 석유시추시설에서 20104월 폭발사고가 나자 소방선 한척이 불을 끄려 필사적으로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다. 미국 사상 최악의 기름유출 사고로 한반도 넓이의 바다가 오염됐다. AP 연합뉴스

 

금융,좌초자산을 리스크로 인식

이렇다 보니 기후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산업은 최근 좌초위기 산업이라는 오싹한 이름을 얻었다. 화석연료에 기반을 둔 정유, 석유화학, 조선, 자동차 산업과 온실가스 대량 배출 산업인 철강, 시멘트, 플라스틱 산업이 이 범주에 속한다. 이런 산업이 보유한 자원의 매장량이나 시설은 급속히 가치가 사라질 것이란 의미에서 좌초자산’(stranded asset)이라 불린다. 엄청난 규모의 좌초자산 때문에 금융위기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 탄소 버블’(carbon bubble)이라는 말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좌초자산을 이미 투자되었으나 그 수명이 다하기 전에 더는 경제적 수익을 내지 못하는 자산이라고 정의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지난달 기후변화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초자산의 규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그 준거점은 탄소 예산’(carbon budget)인데 미래 어느 시점에 얼마까지 탄소를 배출할지를 정한 것을 말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은 기후변화 때문에 경제활동을 완전히 중단할 수는 없으므로 탄소배출의 한계치를 미리 정해두었다. 2100년까지 지구 기온의 상승을 섭씨 2도에서 막는다는 시나리오 아래 화석연료에 할당한 탄소 예산은 1200기가톤(GT)이다. 현재 화석연료 기업들이 보유한 광산이나 유정에 있는 석탄과 석유, 가스에는 약 2910기가톤의 이산화탄소가 담겨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약 59%의 화석연료 매장량이 차례로 좌초자산이 된다.

 

특히 석탄의 타격이 크다. 매장량 가운데 4분의 3이 쓸모없게 된다. 반면 원유는 확보된 매장량의 71%, 천연가스는 92%가 사용될 수 있다. 석탄보다 사정이 다소 낫다고는 해도 29%의 원유가 좌초자산이 될 때 13개 주요 국제 석유회사에서 잠기는 좌초자산은 3600억달러(449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구 기온을 세기말까지 최대 섭씨 1.5도 상승으로 억제하는 좀 더 강화된 시나리오 아래서는 464기가톤의 배출만 허용된다. 이렇게 되면 84%의 화석연료 매장량이 좌초자산이 된다. 이 경우 석유 및 가스회사에서 날아가는 자산은 8900억달러(1111조원)로 급증한다. 확보된 매장량이 많은 업체가 당연히 큰 영향을 받는데, 러시아의 통합에너지 회사 로스네프트, 미국의 엑손모빌, 중국의 페트로차이나, 영국의 비피 등이 그렇다.

물론 화석연료 기업은 풍력,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로 사업을 다각화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실제로 과거 원유 채굴 회사였던 덴마크 국영 에너지 기업 외르스테드는 세계 최대의 풍력발전 전문 회사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토탈이나 로열더치셸 같은 곳이 신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금액은 전체 투자의 1%가 되지 않는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삼척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반대 범시민연대 등 강원 삼척지역 주민들이 2018년 청와대 인근 서울 종로구 신교동 푸르메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어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를 촉구하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우리나라 제조업의 40.5%가 좌초 위기

한국은 밀려오는 좌초자산의 해일에서 비켜날 수 있을까? 오히려 다른 나라보다 더 큰 타격이 예상된다. 제조업 수출로 경제를 키웠고, 국제 경쟁력 유지를 위해 화석연료와 원자력에 의지해 산업용 에너지를 싸게 공급해온 구조 때문이다. 같은 액수를 생산하더라도 한국은 경쟁국보다 1.5~2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비영리 민간 연구소인 기후변화행동연구소 김재삼 전문위원의 지난해 말 분석에 따르면, 총제조업 가운데 좌초위기로 분류할 수 있는 산업(석유화학, 자동차, 석유정제, 플라스틱, 시멘트, 철강, 조선)의 비중은 2017년 생산액 기준으로 전체 제조업의 40.5%, 부가가치 기준으로는 30.6%에 이른다.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843500여명으로 전체 제조업 종사자의 28.5%나 된다. 김 위원은 좌초위기 산업 종사자들이 대기업-남성-고임금·정규직 노동자라는 특징이 있어 이 산업의 붕괴와 고용 축소는 경제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와 산업계는 심각성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지난 25일 환경부가 공개한 ‘2050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LEDS)’ 검토안도 비록 최종 보고안은 아니지만 구체성을 담지 못한 공허한 계획이라는 비판을 환경단체로부터 받고 있다. 유럽의 여러 나라가 계획보다 앞당겨 탄소배출 제로화를 달성하려 하는 것과 달리, 이 검토안은 가장 적극적인 시나리오조차 2050년에 2017년 대비 75%의 탄소배출 감축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발전과 내연기관 자동차도 2050년까지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경제의 미래는 인공지능이나 플랫폼 등 이른바 4차 산업혁명 기술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기후변화야말로 환경 이슈에 머물지 않고 산업구조와 고용에 근원적 변화를 몰고 올 거대한 해일임을 빨리 알아채야 한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지혜도 발휘할 수 있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연구위원 bhlee@hani.co.kr

 

모든 문명은 붕괴한다, 그것이 인간의 조건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사피엔스까지 고고학자 파르칭거의 시간여행

, 식량, 언어, 의례 등 선사시대 문화의 출발부터 소멸까지 총망라한 대작

 

깁스한 형상, 예리코. 글항아리 제공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 사냥, 도살, 도축 이후 문자 발명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역사

헤르만 파르칭거 지음, 나유신 옮김/글항아리·54000

 

처음에 있었던 것은 이었다.”

그땐 완결된 문장이 아니라 소리정도의 의사표현이었을 것이다. 발간 전부터 역사 애호가들의 관심을 모은 책 <인류는 어떻게 역사가 되었나>(원제: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는 서문부터 문자 이전의 인간의 세계를 다룬다고 못 박는다. ‘선사라 일컫는 원시시대의 역사성을 부정하는 몰이해와 편협한 역사인식을 타파하겠다는 목표가 뚜렷한 책이다.

 

국제적인 고고학자이자 프로이센 문화유산 재단 회장을 맡고 있는 헤르만 파르칭거(61)2014년 독일에서 발간한 이 책은 700만년 전 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출현 이후 도시와 문자 발명까지 세계의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장구하게 펼쳐 낸다. 굽이굽이 비단 펴듯 각 대륙에서 발견된 고고학적 유물이라는 인류사의 무늬를 자세하게 소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고대 디엔에이(DNA) 분석 연구 결과까지 아우르며 세계 고고학의 최신 성과를 보여준다. 한국어판은 장장 1128쪽에 걸친 모습으로 대작의 아우라를 유감없이 뽐낸다.

 

아이를 안고 있는 여인상. 도나우강 하류 지방. 글항아리 제공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아프리카에만 퍼져 있던 700만년 전 채식주의자 오스트랄로피테쿠스를 거쳐 인류의 조상은 점점 짐승의 썩은 고기를 먹게 된다. 270만년 전, 최초의 석기를 제작한 이들은 호모 루돌펜시스와 호모 하빌리스로 거론된다. 그들의 자갈 석기는 커다란 고기를 한 입 거리로 떼어내기 위해 인간이 벌인 목표지향적 사고와 행동의 증거였고 인류사의 첫 혁신이었다. 이후 200만년 전에서 30만년 전 사이를 스쳐 간 호모 에렉투스와 호모 에르가스터는 수렵생활에 몰입한다. 고인류는 신선한 고기를 더 많이 먹으며 두뇌가 좋아졌고 무기를 개발하여 근육을 키우고 사냥 전략을 수립한 뒤 멀리 이동해 살 수도 있게 되었다.

 

이 책의 원제 프로메테우스의 아이들이 가리키듯 불은 인류 발전의 기초였다. 호모 에렉투스가 처음 사용한 불은 따뜻함과 맛있는 음식 이상의 것을 주었다. 불은 사회적 중심을 이루어 그 속에서 언어가 형성되었고 사회적 연대와 제도와 제례 또한 만들어졌다. 이렇게 270만년 전부터 구석기시대 말엽인 약 30만년 전까지 최초의 석기 시대는 인류 역사의 90%를 차지한다. 인류의 근본적 변화가 이 시간의 마지막 시기 모두 일어났다는 것이다.

 

30~40만년 전에서 4만년 전 사이 살았던 네안데르탈인 또한 불을 사용했고 이동생활을 하고 털가죽 옷을 입었다. 그들의 가장 큰 기여는 저승세계를 발견하고 죽음이라는 한계상황에 대응했다는 점이다. 그 뒤에 나타난 호모 사피엔스는 투창가속기라는, 사냥 성공률을 높이는 획기적인 기계와 바늘을 발명했을 뿐만 아니라 생식률의 관점에서도 훨씬 우월했다. 기원전 4만년에서 기원전 13000년 사이 현생인류는 마침내 전 세계에 퍼져 살게 되었다. 호모 사피엔스는 아프리카에서 아시아, 유럽, 오스트레일리아 그리고 아메리카 대륙까지 나아갔다. 그들은 섬세한 비너스의 조각 등 최초로 세계적인 예술을 만들어냈을 뿐만 아니라 최초의 악기를 만들어 제사를 지낸 것으로 추정된다. 해부학적 관점뿐 아니라 문화적 관점에서도 현생인류라 부르는 것이 정당한 까닭이다.

 

발렌도르프의 비너스, 오스트리아. 글항아리 제공

 

신석기 종합세트는 점진적으로 출현했다

지은이는 고고학의 권위자답게 기존 학설을 반박하는 데 망설이지 않고 새로운 이론을 적극 받아들이면서도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예컨대 지중해 지역의 신석기화가 이뤄진 기원전 6000년에서 기원전 5000년대의 띠무늬 토기 문화는 중석기인이 스스로 발전해 이룩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유골 디엔에이를 조사한 연구 결과 유럽 동남부 신석기 이주민이 건너간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이렇듯 디엔에이 연구의 경우는 앞으로 고고학의 중심에 설 것이 분명하지만 지은이는 이런 연구 방법이 시작 단계이며 폭넓은 데이터베이스가 결여돼 있다는 것, 연구의 신빙성을 전문 인력만 제대로 판단할 수 있는 한계를 지닌다는 점을 들어 여러 차례 주의를 준다. 마르크스주의적 고고학자 비어 고든 차일드의 신석기 혁명’ ‘도시혁명론 역시 반박한다. 수렵 채집에서 농경사회로, 자급자족적 농촌 사회에서 도시 사회 문화로 혁명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차일드의 주장을 의식한 듯 책 전반에서 거듭 “‘신석기 혁명이란 개념을 매우 조심해서 써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혁명이란 개념을 일직선적인 발전으로 읽는 것을 우려한 대가의 경고이기도 하거니와 신석기 종합 세트(정착생활, 농경, 가축 사육, 토기 생산)”의 각 요소는 장기간 점진적으로 출현했다는 것이다. 신석기의 모든 문화적 요소가 등장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최초로 곡물을 재배하고 잉여생산물을 집단 공동으로 취급한 시점에서 1000년이나 지나서야 야생동물이 처음 가축화하고, 원시적 토기가 제작되었다. 공동체 결속과 정착생활을 상징하는 숭배 의식과 제의는 신석기 생활이 나타나기 훨씬 이전에 있었다. 농경과 가축 사육은 수만 년 간 벌인 자연과의 치열한 씨름과 상호작용의 결과였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서인지 차일드에게 이데올로기가 있고 데이터가 없었다면, 파르칭거는 데이터가 풍부하되 이념은 없는 고고학자라 일컫기도 한다. 그가 철저한 증거에 입각한 치밀하고 현대적인 고고학자라는 뜻도 될 것이다.

 

구석기시대의 주먹도끼. 글항아리 제공

 

모두가 하나로 연결된 세계

지은이는 아프리카, 유럽, 아시아, 남태평양, 아메리카 대륙,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세계 곳곳의 유적을 검토하면서 기후와 환경에 맞서 일으킨 사건들의 시간적 연결성과 인과적 연관성을 하나하나 따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일찍이 알렉산더 폰 훔볼트가 강조한 바, 모든 것은 고립되지 않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나로 연결된 세계라는 관점을 잃지 않는 것이다. 가령 어떤 곳에서는 신석기 문화요소들이 어느 정도 완성된 채 통째로 수입되기도 했다.

 

책 중반을 넘어서며 이어지는 각 지역의 고고학적 유물을 중심으로 한 서술은 기가 질리도록 상세하다. 이렇게나 고고학적 유산들을 챙겨가고 있지만, 가야 할 길은 멀다. 기원전 6000년대 이후 갠지스강 평야의 벼 농부와 토기 생산자, 기원전 8000년대 양쯔강의 벼 농부와 토기 생산자는 어떤 관계인지는 아직 밝혀진 것이 없다. 도나우강 하류와 트라키아에선 작은 점토 조각들을 일부러 깨뜨려 집에 보관했는데 그 이유도 아직은 모른다. 분명한 것은, 세계 곳곳의 식물 재배와 동물의 가축화 조건이 달랐지만 세계 모든 지역이 고유의 리듬으로 연결되어 발전했다는 것이다.

 

장식된 상아 손잡이에 규석 칼날이 장착된 제사용 칼. 나카다, 이집트. 글항아리 제공

 

해골을 석고 뜬 모습, 예리코(텔 에스 술탄). 기원전 8600년부터 최대 기원전 6200년까지 당시 예리코에서는 특별한 제의와 해골 숭배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글항아리 제공

 

기원후 300년경 형성기 말엽 메소포타미아 초기 고등 문명에 존재했던 석두상, 멕시코. 글항아리 제공

 

북중국 뉴허량에서 출토된 숭배 제의를 위한 구조물 평면도와 점토로 만든 안면상. 글항아리 제공

 

풍만한 신체의 소형 여성 조각상, 하즐라르, 터키. 글항아리 제공

 

하르툼 신석기 무덤에서 출토된 소형 조각상, 수단 북부. 글항아리 제공

 

 

이 책은 결국 고군분투하며 수렵의 작전을 짜고 식량을 생산하고 아이를 낳아 기른 인간, 서로 소통하다 안 되면 싸우고 죽여가면서도 마을과 도시를 만들어나간 인간, 성별에 따라 매장방식을 다르게 하고 부장품을 이리저리 넣어보는 등 사후세계를 점치면서 서로에 대한 숭배와 믿음과 헌신의 시간을 보내온 인간의 시간에 대한 헌사다. 인류 역사의 법칙성이 있다면 그건 자연이 만든 한계를 넘어가려는 인간의 지칠 줄 모르는 욕구였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한반도의 거석문화 등을 포함해 1000쪽이 넘도록 책 읽기의 수고로움을 마친 독자가 마주칠 진실은 모든 문명은 붕괴를 특징으로 삼는다” “예외 없이 모두 사라진다는 허탈하지만 차가운 진실이다. “모든 인간 문화는 세계 어느 곳에서나 결국 소멸한다는 것, 그것이 우리 인간의 조건이다.” 이 사실을 알기 전에도, 알고 난 뒤에도, 소멸할 것을 알면서도 인간은 오늘도 끝없이 말을 주고받고, 따뜻한 불 주변에 모이고, 음식을 만들어 먹고, 악기를 타고 노래를 부르며 예술활동을 하고, 의례를 하고, 고인을 기념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것 또한 인간의 조건이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8부두서 세균 실험시민단체, 주한 미군 사령관 고발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23일 남구 부산항 8부두 앞에서 세균무기실험실 운영 주범 주한미군 사령관 170인 고발인단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부산민중연대 제공

 

부산지역 시민단체들이 부산항 8부두에서 불법으로 생화학물질을 반입하고 생화학무기 실험을 한 혐의로 주한 미군 사령관을 수사당국에 고발하기로 했다.‘8부두 미군 부대 세균무기 실험실 추방 부산대책위(이하 부산대책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산지부등은 23일 남구 부산항 8부두 앞에서 ‘8부두 세균 실험실 주범 주한 미군 사령관 고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부산항 생화학물질 반입·실험

감염병관리법 등 위반 혐의

배송업체 한국 페덱스도 고발

실험실 철거 위해 총선 공론화

 

부산대책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 미군 사령관을 생화학무기법·감염병 관리법 위반 혐의로 이번 주 내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부산대책위는 지난해 12월 주한 미군은 현장 공개 설명회에서 생화학물질 샘플을 반입한 사실을 시인했다면서 따라서 부산 시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시설의 책임자인 주한 미군 사령관을 고발한다고 설명했다.

 

부산대책위는 주한 미군이 시민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면, 정확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8부두 생화학무기 실험실을 철거하기 위해 이번 총선에서도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주한 미군의 생화학무기 실험 논란은 지난해 불거졌다. 미국 국방부 예산 평가서에 생화학 프로그램인 주피터(JUPITR) 프로그램이 부산항에서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다는 내용과 이 프로그램에 살아 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이 포함된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일보취재 결과, 주한 미군은 생화학방어 시스템, ‘센토(CENTAUR)’ 지원 목적으로 지난해 1월 부산항 8부두 등 국내 4곳에 보툴리눔 톡소이드포도상구균 톡소이드’, 식물성 독소 리신시료를 122ng(나노그램)씩 들여왔다.

 

이에 주한 미군 사령부는 지난해 128부두를 개방하고 생화학 실험은 없었다. 그동안 들여온 샘플은 과학실험이나 연구용이 아니라 탐지 장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보정용으로 쓰였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한편 부산대책위는 주한미군이 해당 시료를 들여오기 위해 이용한 배송업체 한국 페덱스도 함께 고발할 예정이다. 페덱스는 생화학 무기 운송을 금지하는 국제 조약을 어기고 배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부산대책위는 많은 부산시민이 동참하면서 1차 고발인단 170명을 모았다앞으로 더 많은 부산시민이 고발에 참가할 수 있도록 추가로 고발인단 모집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해발 6739m’ 세상 가장 높은 곳에 사는 동물 발견

칠레 유야이야코 화산 정상에서 생쥐 서식

유전자 분석 결과 노랑엉덩이잎귀쥐 확인

산소는 해수면의 절반 이하, 극단적 일교차

먹이도 오리무중한계 극복법 연구과제

고도뿐 아니라 서식 범위도 세계 최고 기록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서 사는 것으로 밝혀진 노랑엉덩이잎귀쥐. 마르키알 키로가-카르모나 제공.

 

산소가 희박한 데다 극도로 건조하고 먹을 것이 없는 고산지대에도 포유류가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제이 스토르스 미국 네브래스카대 생물학자 등 미국과 칠레 연구자들은 칠레 북부 아타카마 사막에 있는 유야이야코 화산 꼭대기(해발 6739m)에서 포획한 생쥐가 유전자 분석 결과 노랑엉덩이잎귀쥐로 나타났다고 13바이오 리시브에 밝혔다. ‘바이오 리시브는 미발간된 생물학 분야의 연구를 동료 비평을 듣기 위해 미리 공개하는 누리집이다.

 

이로써 이 생쥐는 지구에 사는 포유동물 가운데 가장 높은 고도에 서식하는 종이 됐다. 연구자들은 이 발견으로 작은 포유류가 얼마나 높은 고도에서 생리적인 한계를 극복해 살 수 있는지를 우리가 얼마나 과소평가했나 알 수 있다그 이유는 단지 생물학자들이 세계 최고봉을 거의 탐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실제로 유야이야코 정상에서 이 생쥐를 처음 목격한 것은 2013년 등반대의 대원이었다. 당시는 정상 눈 위에 있는 생쥐의 사진을 찍었을 뿐이었다. 이번 연구는 그것을 생물학자들이 확인한 셈이다.

 

칠레 북부 아르헨티나 접경지역에 있는 유야이야코 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화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아타카마 사막에 인접해 있다. 제이 스토르스 외 (2020) ‘바이오 리시브제공.

 

유야이야코 산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화산으로 극한적인 환경이 화성을 떠올리게 하는 곳이다. 산소는 해수면의 절반 이하이고 극도로 건조한 데다 온도의 일교차가 극단적으로 심하다. 겨울에는 영하 51도까지 떨어지고 연평균 기온은 영하 15도이지만, 햇살이 내리쪼이는 토양 표면은 32도까지 올라 하루 중 온도 차이 69도에 이른다.

 

연구자들은 지난달 이 화산을 등정했는데 해발 4620m에 베이스캠프를 치고 정상까지 조사하면서 480개체의 고산 생쥐를 포획했다. 특히 연구자들을 놀라게 한 것은 정상에서 발견된 노랑엉덩이잎귀쥐가 해수면 높이에서도 서식해, 고도에서뿐 아니라 서식 범위에서도 세계 최고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유야이야코 산 정상에서 노랑엉덩이잎귀쥐를 포획한 지점(네모). 제이 스토르스 외 (2020) ‘바이오 리시브제공.

 

그렇다면 이 생쥐는 어떻게 이런 고산에서 살 수 있을까. 연구자들은 유야이야코 산에서 식물이 분포하는 한계는 정상보다 2000m 이상 아래라면서 이 생쥐가 무얼 먹고 사는지, 어떻게 저산소와 추위를 견디는지 등은 후속 연구과제라고 밝혔다. 산 정상에는 식물이 전혀 없지만, 지의류가 일부 분포하고, 소량이지만 마른 풀잎 등이 바람에 실려 날아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구자들은 이번 발견으로 포유류가 어느 고도까지 생리적, 생태적 한계를 이기며 살 수 있는지에 관한 통념을 깬다세계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들도 한때 생각한 것처럼 생명체 없는 삭막한 곳은 아니다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bioRxiv, DOI: 10.1101/2020.03.13.98982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종교·시민사회단체 새만금 해창갯벌과 장승을 보전하라

매립계획 재검토 촉구

전북도 등 이전·전시 등 검토오는 27일 협의할 것

 

이만수 작가가 촬영한 전북 부안 해창갯벌의 모습.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제공

 

새만금 해창갯벌과 장승을 보전하고, 잼버리정신에 위배되는 매립계획을 재검토하라.”

전북을 비롯한 전국의 시민사회단체 등이 새만금 해창갯벌과 장승의 보전을 촉구하고 나섰다. ‘해창장승벌 보전을 염원하는 전국의 종교·시민사회단체23일 오전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해창 장승을 훼손하는 진입로 계획을 변경하고, 매립계획을 최소화하며, 과거 갯벌이었던 곳을 야양지로 활용하는 친환경 잼버리를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2가량의 전북 부안 새만금 해창갯벌은 새만금 갯벌 보전과 생명평화의 마음을 담아 장승 50여개를 세운 곳이다. 새만금사업 추진 논란 과정에서 문규현 신부와 수경 스님 등의 새만금 삼보일배가 2003328일부터 65일간 이어졌다. 부안 해창갯벌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약 305구간이다. 20036월 환경단체가 공사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내면서 법정 공방을 벌였다.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등으로 꾸려진 이들은 새만금사업 반대의 역사적 배경이 있는 해창 장승벌을 전북도와 한국농어촌공사는 잼버리 행사장 진입도로 개설을 이유로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환경보전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을 무시하는 야만적 행위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매립부지를 최소화하고, 먼지 날리는 황무지보다는 자연상태의 초지와 갯벌에서 잼버리행사를 개최하기 바란다.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잼버리행사 후에 갯벌이 복원될 수 있는 생태적 관점의 계획을 재수립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023년에 개최하는 새만금 잼버리 야양장 조감도. 왼쪽 아래 붉은 원이 장승이 세워진 해창갯벌.(위 사진) 장승이 설치된 해창갯벌과 국도30호선이 만나는 곳에 다리가 세워질 예정.(아래 사진) 전북도 제공

 

전북도 등은 장승의 이전과 박물관 전시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전북도는 이에 대해 “2021년에 열리는 프레대회의 통행 주진입로인 관계로 주변에 연결 교량을 개설해야 한다. 또 안전기준에 따라 홍수에 대비해 해당 터를 2.5성토해야 한다. 오는 27일 시민사회단체 및 전북도·부안군·농어촌공사 등이 만나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잼버리대회는 세계스카우트연맹에서 주최하는 가장 큰 스카우트 국제행사로서 전 세계적인 청소년 야영활동이다. 세계 회원국 5만여 명 이상의 청소년·지도자들이 참가해 인종, 종교, 이념, 문화의 차이를 뛰어넘어 교류를 다진다. 4년마다 개최하는 이 행사는 202381~12일 부안 새만금 관광레저용지 제1지구(267만평)에서 제25회 대회가 열린다. 운영시스템 등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2년 전인 202182~8일 프레잼버리가 열린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

국공유지·임야·논밭은 해제하지 말라요구

국토부는 도시공원을 개발 유보지로 여겨

국토부 공원 기능 유지 어려운 곳만 해제

 

도시공원 일몰제로 공원이 축소·훼손될 위기에 놓인 천안 일봉공원. 환경운동연합 제공

 

환경단체들이 오는 7월 해제되는 장기 미집행 도시공원(도시공원 일몰) 부지에서 국공유지와 임야·논밭을 제외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26일 환경운동연합 등 환경·시민 단체들로 이뤄진 ‘2020 도시공원일몰제 대응 전국 시민행동은 논평을 내어 도시공원 안 국공유지의 도시공원 해제는 중앙정부의 권한 남용, 위헌의 우려가 있다. 일몰제에 따라 도시공원에서 해제되는 땅 가운데 국공유지와 대지 외 부지(임야·논밭)를 해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올해 상반기 안에 낼 것이라고 밝혔다.

 

헌법소원의 이유에 대해 환경운동연합 김수나 활동가는 국토교통부가 26일까지 의견을 수렴한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을 보면, 여전히 도시공원을 공원이 아닌 개발 유보지로 보고 있다. 도시공원 일몰제로부터 도시공원 안 국공유지와 사유지 임야·논밭들을 지키기 위해 헌법소원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이 논평에서 환경단체들은 도시공원시행령 등 개정안에 포함된 실효 대상 국공유지 공고 절차 기준의 내용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먼저, 건축물 등이 설치돼 있을 경우 도시공원을 해제한다는 기준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국립공원에서는 공원시설이 아닌 건축물이 있어도 공원 지정 자체를 해제하지는 않는다고 반박했다. 또 공원이 아닌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계획이 수립된 경우 해제한다는 기준에 대해서도 공원 용도를 지정한 국공유지에 다른 계획을 세운 뒤 공원을 해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국공유지가 이미 조성된 도시공원과 접해 있지 않아 해제한다는 기준에 대해서도 공원을 유지·확대할 기반이 되는 국공유지를 굳이 해제해 주변 사유지에 대한 개발 압력을 높인다고 환경단체들은 비판했다.

 

이 밖에 공원 해제 대상 국공유지에 대한 공고를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협의한 뒤 관계 시도지사에게 통보하게 돼 있는 것은 국고를 지원하지 않는 중앙정부가 권한만 행사하려 하는 것으로 지방 분권에 역행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 안경호 홍보담당관은 국토부도 도시공원으로 지정된 국공유지는 원칙적으로 해제를 유예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미 공공청사가 들어서 있거나 공원 기능을 유지할 수 없는 곳만 불가피하게 제외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남극 빙붕, 빙하가 녹아내리는 현상 지연시켜...극지연, 세계 최초 규명

 

남극 세종기지에서 우리나라 연구진이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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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극대륙은 바다에 떠있는 거대한 얼음 덩어리인 빙붕(Ice Shelf)에 감싸여있다. 두께가 수백m에 이르는 이 빙붕은 대륙 위에 있는 빙하가 바다로 흘러내리는 것을 억제하는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이 빙붕이 따뜻한 바닷물의 남극 유입을 막음으로써 남극 빙하가 녹는 것을 늦춰온 사실이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 처음으로 밝혀졌다. 해양수산부 산하 극지연구소는 빙붕이 따뜻한 바닷물의 남극 유입을 저지함으로써 남극 빙하가 녹아내리는 것을 늦추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극지연구소는 스웨덴과 공동으로 진행한 국제공동연구에서 서남극 아문젠해의 겟츠(Getz) 빙붕에서 바다에 잠겨 있는 두께 300~400m의 빙붕이 외부의 바닷물을 차단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이번 관측에서 빙붕에 가까워질수록 남극대륙으로 흐르는 따뜻한 바닷물의 속도가 감소하는 것으로 확인됐고, 해수 중 약 30%만이 빙붕을 넘어가 빙하 하부를 녹이는 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연구를 통해 해수면 상승을 막는 빙붕의 새로운 역할이 확인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기후변화가 남극의 바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활용, 남극탐사를 진행해 왔다. 연구팀은 겟츠 빙붕 주변 바다에서 수심에 따른 유속과 염분 변화 등을 측정해 왔다.

 

극지연구소 관계자는 앞으로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빙붕이 녹아내릴 경우 남극 빙하 하부로 유입되는 따뜻한 물의 양이 늘어나면서 해수면 상승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 최신호에 게재됐다.

김태완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이번 연구결과는 해수면 상승과 기후변화 연구에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학교 통학길 보행로와 차도 2022년까지 모두 분리한다

학교 출입문 주변 노상 주차장 폐지

어린이보호구역 안전 이행계획 발표

보호구역 주정차도 신고 대상 포함

범칙금·과태료 일반도로의 23

 

울타리로 차도와 분리한 보행로가 설치된 한 도로의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차도와 함께 쓰는 학교 안 보행로가 2022년까지 모두 차도와 분리된다. 또 학교 주출입문 주변의 불법 노상 주차장도 모두 폐지되고, 어린이 보호구역의 불법 주정차도 주민 신고 대상이 된다.

24일 행정안전부와 교육부, 경찰청은 합동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교통안전 강화대책 2020년도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 내용을 보면, 차도와 함께 쓰는 학교 안 보행로 4368곳은 2022년까지 모두 차도와 분리한 보행로를 마련한다. 대상은 유치원 336, 초등학교 1901, 중학교 1220개 등이다. 또 보행로가 확보되지 않은 학교 밖 도로는 일방 통행로로 전환하거나 학교 담장을 안쪽으로 들이는 방식으로 보행로를 마련한다.

 

교통 사고의 원인이 되는 학교 주출입문 주변의 불법 노상 주차장 281곳을 모두 폐지하고, 시민들이 신고할 수 있는 불법 주·정차 사례에 어린이 6월부터 어린이 보호구역을 추가한다. 현재는 소화전과 교차로, 버스정류장, 횡단보도에 주·정차한 차량이 대상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 주·정차한 차량에 대한 범칙금과 과태료도 기존에 일반도로의 2배였던 것을 3배로 높인다. 따라서 불법 주정차한 승용차는 일반 도로에서 4만원,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12만원이 된다.

또 올해 2060억원을 투자해 무인교통단속장비 2087, 신호등 2146개를 설치하는 등 2022년까지 전국 어린이 보호구역에 단속 장비와 신호등을 모두 설치한다. 어린이들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건설목 신호기, 속도 제한과 건널목 표지판, 과속 방지 시설, 미끄럼 방지 시설, 도로 거울, 보행로-차도 사이 울타리 등의 설치도 의무화한다.

 

이밖에 운전자가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쉽게 인식할 수 있도록 어린이 횡단보도 대기소(옐로 카펫), 노란 발자국 등 시설을 시범 설치하고, 어린이 보호구역 정비 모델도 개발한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관계 부처,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해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 사고 예방을 위한 사업들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아이들을 교통 사고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등하굣길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한라산 국립공원 지정 50국제보호지역으로 성장

19703한라산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 등 4대 명성

구상나무 쇠퇴·조릿대 번성·개발 압력 직면

 

한라산 국립공원이 24일로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맞았다.

 

제주사람들은 한라산에서 태어나 한라산 자락에서 살다가 한라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다. 한라산은 제주도 그 자체이다. 한라산 국립공원이 지정된 지 24일로 만 50년을 맞았다. 한라산 국립공원은 1970324일 전국에서 7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 면적은 지정 당시 133에서 1987149로 확대됐고, 지금은 153.3로 더 늘어났다.

 

한라산은 동·식물의 종 다양성, 빼어난 경관 등에 대한 가치가 높아 자연자원이나 학술적 측면에서 보전·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196610월 한라산을 천연보호구역(천연기념물 제182)으로 지정해 보호하기에 이르렀다. 1970324일에는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을 중심으로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체계적으로 보호되기에 이르렀다.

 

제주역사를 지켜봐 온 한라산은 제주4·3 당시 주민들의 피신처이자 토벌작전의 무대이기도 했다. 사진은 19487~8월 한라산 윗세오름 부근까지 토벌작전에 나선 토벌대원들의 모습이다.

 

한라산은 숱한 제주역사의 부침을 지켜보기도 했고, 지금도 개발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제주에 부임한 목사나 어사가 제를 지내기 위해 한라산에 올랐고, 일제 강점기 때는 표고버섯 재배 등으로 경제 수탈의 대상과 함께 미군의 공격에 맞서 제주도민들을 동원해 각종 군사시설을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해방 뒤 제주4·3 때는 중산간 지역 주민들이 군·경 토벌대의 토벌을 피해 한라산 속 밀림지대나 동굴로 숨어들어 갔다가 희생되기도 했고, 무장대와 토벌대의 전투가 벌어지기도 했다. 제주4·3이 사실상 끝난 시점인 19549월에야 한라산 금족령이 해제돼 한라산 등반이 가능하게 됐다.

 

한라산 국립공원 내 어승생악에는 일본군들이 미군의 공격에 맞서 유격전을 벌이기 위해 만들었던 토치카진지가 남아있다.

 

한라산의 가치가 본격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60년대다. 24일 제주도 세계유산본부의 말을 들어보면, 한라산 국립공원은 한반도에 자라는 4500여종의 식물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2천여종의 식물과 5천여종의 동물이 서식하는 국내 생물종의 50% 이상이 모여있는 생태적 가치가 뛰어난 곳이다.

 

특히 한라산의 자연적, 학술 가치가 국제적으로 알려지면서 유네스코가 인정하는 생물권보전지역 지정(2002), 제주 세계자연유산 등재(2007), 세계지질공원 인증(2009) 등을 받았고, 한라산 국립공원 내 물장오리습지(2008)를 비롯해 1100고지 습지(2009), 숨은물벵듸 습지(2015) 등이 차례로 람사르습지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한라산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환경훼손과 개발압력 등에 시달리고 있다. 한라산 탐방객을 집계하기 시작한 1974년 이후 지난해까지 한라산을 찾은 누적 탐방객은 24429천여명에 이른다. 지난해에는 84만여명이 한라산을 찾았다.

 

한라산 국립공원이 24일로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맞은 가운데 겨울 한라산의 모습이다.

 

한라산 국립공원 케이블카 설치 문제는 1970년대부터 40여년 가까이 논란을 벌였다. 최근 총선 예비후보로 나왔던 한 인사도 한라산 케이블카 설치를 공약으로 내걸기도 했다국립공원 주변까지 밀어닥친 개발 바람이 부는 것도 문제다. 기후변화 등으로 한라산의 고유종인 구상나무의 최근 20년 동안 평균 고사율이 36%3그루 가운데 1그루가 고사했고, 특히 한라산 진달래밭에서 동릉 구간 북동쪽의 고사율은 63%에 이르고 있다. 1970년대 이후 한라산 말 방목이 금지되면서 조릿대가 퍼지기 시작해 지금은 한라산 국립공원 북쪽 사면은 대부분 조릿대로 뒤덮여 세계유산본부가 해결방안을 찾는 데 고민하고 있다.

세계유산본부 쪽은 한라산을 국제적인 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명성에 걸맞게 자연생태, 역사, 인문환경 등 종합적인 보전·관리에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사진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환경단체 기후위기대응위원회 설치, 물관리 체계 통합·일원화 등 정당·후보에 10대 의제 제시

 

부산지역 환경단체들이 25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후환경에너지 10대 의제의 공약화를 지역 정치권에 촉구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부산 기후환경에너지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4·15총선 부산지역 기후환경에너지 10대 의제 공약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민사회는 자체 회의와 전문가 자문 등을 거쳐 동남권 대기환경청 신설로 미세먼지 30% 감축 기후 위기 비상사태 선포 및 기후위기 대응위원회신설 물순환 도시 부산에 맑은 물 공급 국가 물관리 체계의 조속한 통합과 일원화, 생태하천 조성 낙동강 하구 통합관리 종합계획 수립과 하구관리법 제정 및 세계자연유산 등재 도시공원 보존 법제화 및 금정산 국립공원 지정 해양 및 연안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장기 대책 수립 쓰레기 줄이기 방안 마련 및 자원순환네트워크 구축 탈핵 에너지전환 입법 마련 에너지전환·자립을 위한 국가목표 수립 및 실행 기반 조성 등 10대 의제를 제시했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미세먼지의 경우 대기권역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부산 울산 경남의 특성을 담은 동남권 대기환경청의 신설이 필요하다. 또 미세먼지 배출원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예산 마련, 인력 충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환경단체들은 각 정당과 지역 18개 선거구의 후보들에게 정책 질의서를 보낸 뒤 수용 여부 등을 취합·분석해 유권자가 판단할 수 있는 자료를 만들 예정이다. 김진룡 기자

 

부산대 부설 장애인 예술 특수학교, ··대학 설립 업무협약 체결

계획 면적서 줄어든 14000, 21학급 규모 2022년 개교 목표

금정산을 훼손할 수 있다는 환경단체의 반대로 표류했던 부산대 부설 장애인 예술 특수학교 건립 사업(국제신문 지난달 20일 자 2면 보도 등)이 마침내 본격화한다. 특수학교는 부산대 장전캠퍼스 대운동장 위쪽과 금정산 장전공원에 들어선다.

 

교육부는 부산시와 부산대, 금정산국립공원지정범시민네트워크, 전국장애인부모연대와 함께 부산대 부설 예술 중고등 특수학교 설립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날 협약 당사자들은 장애학생을 대상으로 체계적인 예술교육을 제공할 학교를 설립하는 데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이 학교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설립되는 장애인 예술 특수학교인데, 환경단체가 이 학교를 설립하면 국립공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는 금정산이 훼손된다며 반대하면서 사업이 표류했다. 수차례 간담회와 공청회를 거치면서 부산대 측이 환경훼손을 최소화할 방안을 제시했고, 환경단체도 학교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부산대는 교육시설과 금정산 자연숲을 활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학교를 장애인과 시민이 숲을 즐기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해 환경단체를 설득했다. 또 금정산 환경훼손을 최소화하고자 학교 부지를 선택했다. 특수학교의 전체 면적 가운데 대학 캠퍼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 이상이다. 규모도 당초 계획보다 2000줄어든 14000로 확정했다. 이 학교는 21학급 138(중학교 54, 고등학교 84) 규모로 20223월 개교할 계획이다.

 


전호환 부산대 총장은 오랜 시간 소통하면서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전국 첫 국립대 부설 예술 특수학교를 설립할 수 있게 됐다부산대 사범대와 예술대의 각종 교육시설 인프라를 활용해 장애학생과 시민이 숲과 함께 배우고 숨 쉬는 공존의 공간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정철욱 기자 jcu@kookje.co.kr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 또 원점으로

2022년 준공 목표 수의계약 중 업체, 수익성 부족에 사업 포기

- 부산시, 준공 1년 연장하고

- 사업비 52억 올려 재입찰키로

 

부산시민공원에 계획된 부산국제아트센트와 북항 오페라하우스 조감도

2022년 부산시민공원에 들어설 예정이던 부산국제아트센터 준공이 다시 1년여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비 축소에 따른 수익성 부족으로 두 차례 유찰된 데 이어 수의계약 절차를 밟던 건설사마저 사업 포기를 선언하면서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부산시와 부산도시공사는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공사사업 기간을 1년 연장하고 총사업비를 기존보다 52억 원 올린 977억 원으로 책정해 다음 달 재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라고 25일 밝혔다. 시는 오는 6월 착공, 2022년 준공 예정으로 국제아트센터 건립공사 수의계약을 진행하다가 최근 해당 업체가 사업을 포기하면서 모든 일정을 1년 연장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도시공사에 따르면 앞서 지난 13일 총사업비 925억 원(공사비 697억 원 포함) 규모의 부산국제아트센터 건립공사실시설계 적격자 선정을 위해 첫 입찰공고를 냈으나 참여 건설사가 한화건설뿐이었다. 경쟁 입찰 요건을 갖추지 못해 유찰됐고, 다시 같은 달 172차 공고를 냈지만 이때도 한화건설 단독으로 참여해 유찰됐다.

 

두 차례 유찰되면서 도시공사는 절차에 따라 한화건설을 상대로 수의계약 과정에 돌입했다. 한화건설은 다음 달 초까지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후 본격적인 계약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지만, 최근 도시공사 측에 사업 포기를 통보했다. 국제아트센터 도면 및 설계도 등을 검토한 결과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 부족에 따른 유찰이 거듭되면서 시는 재입찰 공고 때는 인상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을 적용해 총사업비 52억 원을 올린 977억 원을 제시키로 했다. 공사 기간은 착공일로부터 30개월이다. 업체 선정이 순조롭게 이뤄져 오는 11월께 착공한다고 해도 20235월께 준공되는 등 사업 기간은 1년가량 늦춰질 전망이다.

 

한편 클래식 음악 전용공연장인 부산국제아트센터는 부산시민공원 내에 연면적 19862(지하 1~지상 3, 2000) 규모로 계획됐다. 최초 계획은 2017년 들어설 예정이었으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과도한 사업비, 오페라하우스 중복 문제 등으로 경제성이 낮게 나와 사업규모를 잇따라 축소했다.

 

덩달아 사업비도 1700억 원에서 1418억 원, 925억 원으로 낮춰지면서 건설사들이 외면하는 관급공사가 됐다. 권용휘 기자 real@kookje.co.kr

 

야생 포유동물도 암컷이 오래 산다

환경 요인 주로 작용암컷이 19% 수명 길어

 

북아메리카의 큰뿔양 수컷. 짝짓기를 위한 에너지 소모가 큰 수컷이 오래 살지 못한다. 게티이미지뱅크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사람을 제외한 야생 포유동물에서도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살며, 그 격차도 사람보다 더 큰 것으로 밝혀졌다2017년 통계청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남성의 기대수명은 여성이 85.7년으로 남성 79.7년보다 6년이나 길다. 이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인류의 수명은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7.8% 길다·여의 수명차는 정확한 출산기록이 시작된 18세기 중반 이후 일관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110살 이상인 초 장수인’ 10명 중 9명이 여성인 것은 그것을 뒷받침한다.


-프랑수아 르메트 프랑스 리옹 1 대학 진화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야생 포유류 101134개 집단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암·수의 수명차는 사람보다 곱절 이상 커, 암컷이 평균 18.6% 긴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5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에 실린 연구에 참여한 타마스 시케이 영국 바스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오래 산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려졌지만, 야생 포유류에서 그 차이가 인류보다 훨씬 도드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분석한 포유류 집단의 60%에서 이런 현상을 발견했는데,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측정을 거듭해 정확성이 더 큰 집단에서는 나이 차가 20.3%로 더 늘어났다고 논문에서 밝혔다. 그 이유에 대해 연구자들은 환경적 요인과 성별에 따라 번식에 투입하는 노력이 복잡하게 작용한 결과로 풀이했다.

이제까지 남·(암수)의 수명차는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을 든 주장이 논란을 벌였는데, 이번 연구는 환경 요인 쪽에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암사자는 어미와 새끼, 이모로 이뤄진 단단한 유대를 이뤄 지원을 하기 때문에 수명이 길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시케이 교수는 사자의 예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 암사자는 수사자보다 적어도 50% 오래 산다. 이제까지는 이를 새 수컷이 이전 우두머리를 몰아내는 성 선택의 결과라고 보았다. 싸움 과정에서 수컷의 사망률이 치솟는다.

 

그러나 이번 데이터는 더 복잡한 요인이 작용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그는 설명한다. “암사자는 무리 속에서 자매와 딸과 함께 사냥하며 서로를 돌본다. 하지만 수컷은 대개 홀로 살거나 형제와 살기 때문에 암컷과 같은 연결망의 지원을 받지 못한다.”

 

연구자들은 수컷이 거대한 뿔을 지닌 큰뿔양의 사례도 제시했다. 먹이 등 자원이 풍부한 곳에서 이 양 암·수의 수명은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겨울의 기후가 혹독한 다른 곳에서는 수컷의 수명이 훨씬 짧았다. 수컷은 암컷을 차지하기 위해 암컷보다 2배 큰 몸집을 불리고 큰 뿔을 만드느라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환경조건에 특히 취약하게 된다.

이번 연구에서 노화속도는 암컷과 수컷에서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수컷의 수명이 짧은 것은 노화율이 빨라서가 아니며, 암컷도 노화가 늦어서 수명이 긴 것이 아니라 단지 사망률이 낮기 때문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저널: Proceedings of the Academy of Natural Sciences. DOI: 10.1073/pnas.1911999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32710년 전, "숲이 감소하는 속도가 처음으로 줄었다"고 했지만···



초록빛 지구를 지키기 위한 노력의 결실로 황폐화했던 숲이 사라지는 속도가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2010 세계 숲 자원 평가를 인용해 보도했습니다. FAO에 따르면 1990~99년까지 부문별한 삼림 벌채와 농작지 개간 등으로 매년 1600의 숲이 없어졌지만 2000년부터 10년간 해마다 1300의 숲이 사라져 그 속도가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중국, 미국, 인도네시아 등 방대한 숲을 가진 국가들이 삼림 보존에 나서면서 2000년 이후로 연간 700가 새로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습니다. 북미와 중미 지역은 2000년과 비슷한 수준을 10년째 유지했고, 유럽의 숲은 꾸준히 늘었고요. 하지만 호주의 경우 가뭄 등으로 빠른 속도로 숲이 사라지고 있다고 했습니다. 최근 대형 산불로 산림이 불타버린 호주를 생각하면 더욱 아쉬운 소식입니다.

 

FAO의 에두아르도 로하스 당시 사무차장은 국제사회와 각 지역의 노력 덕에 숲이 사라지는 속도가 처음으로 줄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숲은 급속도로 파괴되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어요.

 

2010년 이후 10년 동안 숲은 어떻게 됐을까요. 숲이 줄어드는 속도가 꾸준히 줄었으면 좋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지난해 153개국 과학자 11258명이 옥스포드대 바이오사이언스지에 지구가 비상 기후 사태에 직면하고 있다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세계 산림 면적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습니다. 2009년 약 1400에서 2019년엔 약 2750의 산림이 사라졌고요, 이 속도는 해마다 빨라져 산림 감소 면적은 10년 전과 비교해 49.6% 늘었다는 암울한 소식을 전했습니다.

 

10년 뒤인 2030, 세계 숲의 면적은 어떻게 될까요? 우리의 행동, 우리 손에 달렸습니다. 10년 뒤엔 다시 희망적인 기사를 보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인간이 초래한 어떤 오래된 질병

우석영의 동물+지구 미술관 30. 신종 감염병, 야생동물, 숲의 감소

 

이미 1980년대부터 기후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듯, 일부 생태학자, 역사학자,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역설해왔다. 이제야 그들의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역사의 표면 위로 올라와 우리의 귀에 쟁쟁할 뿐이다. 게티이미지뱅크

 

궤도를 바꿀 건지 말 건지 기관실에서 주야장천 이바구만 까대는 동안에도 열차의 궤도는 전연 바뀌지 않았다. 201912, 무언가 쿵 하고 열차에 부딪혔다. 열차는 삐걱거리면서 여전히 달리고 있지만, 속도는 완연 늦춰졌고 배출물(정확히는 대기 중 온실가스) 증가율도 현저히 낮아졌다. 열차에 와 부딪힌 것은 뜻밖에도 태풍이나 가뭄 같은 것이 아니라 신종 바이러스였다.

 

정말이지, 뜻밖이었다. 하지만 이미 1980년대부터 기후과학자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이야기했듯, 일부 생태학자, 역사학자, 감염병 전문가들은 오래전부터 신종 감염병의 위험을 역설해왔다. 이제야 그들의 들리지 않던 목소리가, 역사의 표면 위로 올라와 우리의 귀에 쟁쟁할 뿐이다.

 

1920년대 아프리카. 침팬지를 식용한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침팬지가 보유하고 있던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에이즈라는 신종 질환의 시작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들에 따르면, 신종 감염병의 태반은 인간이 야생동물의 서식지인 숲 지대를 침범함으로써 초래된 결과였다. 이야기의 시작은 이러하다. 1920년대 아프리카. 침팬지를 식용한 일부 몰지각한 이들은 침팬지가 보유하고 있던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되었다. ‘에이즈라는 신종 질환의 시작이었다.(HIV)

1976년 콩고, 에볼라 강변의 어느 마을. 신종 감염병 환자들이 속출했다.(당시 치사율 88%) 질병은 아프리카 곳곳으로 확산되었다. 원인은 원시림이 파괴되며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접촉면이 증대한 것이었다.(Ebola)

 

동일한 이야기는 반복된다. 1993년 미국 남서부. 치사율 55%의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고, 원인은 사슴쥐, 흰발생쥐에 인간이 노출된 사태로 추정되었다.(Hanta) 1994년 오스트레일리아 브리즈번 시 교외 마을인 헨드라. 말 스물한 필과 사람 둘이 신종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인간의 거주지역을 과일박쥐들이 살던 숲 가까이로 확대하지만 않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참극이었다.(Hendra)

 

20세기 후반의 반세기 동안,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열대우림은 무려 절반 가까이 소실되었다. 게티이미지뱅크

 

동종의 비극은 계속 이어졌다. 1998년 말레이시아로 가보자. 숲속의 돼지우리에 있던 어떤 돼지에서 인간으로 이상한 바이러스가 옮겨온다. 총 감염자 276명 중 106명이 사망했는데, 원인은 과일박쥐가 떨어뜨렸고 돼지가 먹었던 과일 조각으로 추정되었다. 숲을 침범하며 양돈농장을 확대한 결과였다.(Nipah) 2002년 중국 광둥 지역에서 첫 환자가 나온 신종 질병인 사스의 경우도, 바이러스를 옮긴 숙주는 야생박쥐로 추정되고 있다.(SARS)

신종 질병은 아니지만, 유독 20세기에 미국과 다른 북반구 전반에서 발병율이 증가한 라임 병 역시 개발 행위로 인한 숲의 남벌과 파편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숲에서 여우, 늑대, 부엉이, 매 같은 포식자들이 사라지자, 흰발생쥐가 급증했다. 이 설치류는 라임 박테리아(정확히는 보렐리아 박테리아)의 숙주로 추정되고 있다.(Lyme)

 

신종 질병은 아니지만, 유독 20세기에 미국과 다른 북반구 전반에서 발병율이 증가한 라임 병 역시 개발 행위로 인한 숲의 남벌과 파편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19년형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줄기를 뽑아보면, 그 아래 감겨 있던 줄기들이 한 두름으로 올라온다. 이 모든 질병의 출현은 일관된 병적 행동이 초래한 일관된 결과임을, 이제라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이제라도 무언가, 배우고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라임 병 연구자 리처드 오스펠트(Richard Ostfeld)의 말은 우리에게 가르침을 준다. “야생동물 서식지를 농지로 개간하거나 숲을 파괴하는 것처럼 생물다양성 파괴 행위를 생태계에서 수행할 때, 우리는 우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해주는 생물종들을 제거하는 경향이 있다.”(<뉴욕타임즈> 2012715일 기사)

 

숲과 야생동물의 보호가 곧 인류 자신의 보호가 되는, 또는 인류의 육체적 생존이 인간정신의 근본적 변화에 매달리게 된”(에리히 프롬)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그런데, 숲의 파괴는 산업화 이후의 사건은 아니다. 역사학자 클라이브 폰팅(Clive Ponting)에 따르면, 산림 파괴는 지난 1만 년 동안 인류사에 끊이지 않았다.

 

숲과 야생동물의 보호가 곧 인류 자신의 보호가 되는, 또는 인류의 육체적 생존이 인간정신의 근본적 변화에 매달리게 된”(에리히 프롬) 새로운 시대에 우리는 와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그러나 파괴의 속도가 빨라진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 특히 20세기였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20세기 들어 다른 곳과는 정반대로 숲 면적이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아시아나 중남미 등지에서 목재와 펄프를 수입했기 때문이었다. 파괴의 외주화였다.

 

20세기 후반의 반세기 동안, 지구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열대우림은 무려 절반 가까이 소실되었다. 브라질에서는 아예 불을 놓아 숲을 쓰러뜨렸다. 이 모두가 집을 짓고 농장을 경영하고 목재와 펄프를 팔아 돈을 벌기 위함이었고, 그 배면에는 팜유와 설탕이 첨가된 스낵과 커피와 담배를, 타이어와 옷, 종이, 가구, 집 등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전지구적 자동운동이 있었다.

길가메시 서사시의 주인공인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처음엔 서로 대립한다. 하지만 둘 사이에 힘겨루기가 끝나자 둘은 곧 막역한 사이가 된다. 의기투합한 둘은 삼나무 숲의 신 훔바바를 찾아 무찌르는 여정에 착수한다. 훔바바를 처음 목도한 이들은 삼나무 숲에 신들이 살고 있음을 알아채고 경외감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빈손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결국 둘은 훔바바를 죽이고 마을로 돌아온다.

 

훔바바를 죽이는 길가메시와 엔키두

 

지금 우리에겐 다른 서사시가 필요하지 않을까? 훔바바를 죽이러 들어갔지만 서로 친구가 되어 나오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동아시아를 넘어 유럽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바이러스 레퀴엠은 우리에게 새 문명의 궤도에 오르라고 조언하고 있건만, 새로운 시대를 인정하지 않으려 하는 이들은 백신 소식이나 하염없이 기다리며 이 또한 지나가면 그만이라는 망상의 암흑을 헤매고 있다./ 우석영 환경철학 연구자·작가/ 한겨레

 

그린피스 "작년 석탄발전 사상 최저...한국은 역주행"

"한국 전력기업 흐름 못 읽어 위기 자초" 비판

그린피스 등 세계 석탄발전 동향보고서발표

한국의 탈석탄 정책 기후위기 막기엔 역부족

한국 공적자금, 해외 석탄 투자규모 세계 3

 

2019년 폐쇄 된 미국의 대규모 발전소. 애리조나주 나바호 발전소 모습. 그린피스 제공

 

지난해 전 세계 석탄발전 가동률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그러나 한국은 오히려 신규 석탄 발전소를 지어 세계 추세에 역주행하는 국가가 됐다. 26일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는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 시에라 클럽, 에너지와 청정대기 연구센터와 공동으로 지난해 세계 석탄발전 동향을 분석한 붐 앤 버스트 2020(Boom and Bust 2020)’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히고 한국이 기후악당국 불명예를 벗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중국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에서 폐쇄된 석탄 발전소가 운전을 시작한 발전소 숫자를 넘어 2년 연속 감소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전 세계 석탄 발전량은 2018년 대비 3% 줄어들었다. 아울러 전 세계 석탄 발전소 평균 가동률은 51%를 기록해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뚜렷했다. 지난해 미국의 석탄 발전소 전력량은 2018년에 비해 16% 떨어졌다. 유럽은 2018년 대비 24% 감소했다.

 

반면 한국은 탈 석탄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이 뚜렷했다. 문재인 정부는 탈 석탄 선언과 달리, 오히려 2022년까지 총 7GW 규모의 석탄발전 용량을 추가할 예정이다. 2031년까지 전체 전력 발전량에서 석탄 발전 비중을 36%로 감축하겠다는 공언과 반대되는 행보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한국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국가의 석탄 발전소에 공적자금을 대규모로 투자하는 전 세계 3위 국가다. 그린피스는 최근 심각한 경영 위기를 겪는 두산중공업을 탈 석탄 흐름을 읽지 못한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린피스는 두산중공업은 최근 5년간 수주실적의 80% 이상을 해외 석탄발전 사업으로 채웠고, 같은 기간 손실은 26000억 원을 기록했다전 세계 탈석탄 움직임을 읽지 못한 오판이 경영 악화로 직결됐다고 평가했다.

 

그린피스는 아울러 최근 불발된 호주 광산 투자로 인해 약 8000억 원 이상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며 한국전력 역시 글로벌 추세를 읽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두산중공업과 한국전력은 사업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102억 원의 손실을 입으리라고 예측된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건설과 투자에 관여하고 있다.

 

중국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후위기를 키우는 국가로 지목됐다. 그린피스에 따르면 지난 한해 전 세계 석탄 발전소 설비용량은 34.1GW 증가했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순증을 기록했다. 원인은 중국이었다. 지난 2014~2016년 사이 중국 지방정부가 허가한 석탄 발전소들이 지난해 가동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린피스는 다만 현재 중국은 과잉설비 문제로 인해 설비 전력량 40%를 비상 예비용으로 돌리고 있으며, 가동 시간마저 제한하고 있다고 밝혔다. 석탄 발전 제한은 이미 글로벌 대세가 된 만큼, 이 같은 흐름에 한시라도 빨리 적응하는 게 기업 경영에도 유익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크리스틴 시어러 글로벌 에너지 모니터 연구원은 전 세계 석탄발전소 실제 가동률은 설비 용량의 절반에 불과하다. 재생에너지 확대 등으로 인해 석탄 전력수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며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금융기관은 수익성 악화 등 투자 손실 위험을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양연호 그린피스 서울사무소 캠페이너도 한국 기업은 중장기적 손실이 자명한 석탄발전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석탄 사업에 계속 투자하는 것은 환경적으로도 또 투자 차원에서도 시대착오적인 판단이라고 비판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혁명기 대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오는 2030년까지 현재 석탄 발전량의 80% 이상을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유엔은 올해를 신규 석탄 발전소 건설 시도를 끝내는 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탈핵 놓고 등진 시민단체 - 두산중공업 노조

경남시민행동 창원시의회 앞 회견에 노조 찾아 대립각

"시 신한울 건설 촉구 웬 말""변화 적응 기회 달란 것"

 

4·15 국회의원선거 쟁점으로 떠오른 두산중공업 경영 위기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놓고 탈핵 시민단체와 두산중 노조가 등을 졌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은 26일 오전 창원시의회 정문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정부에 건의한 창원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곳에 전국금속노동조합 두산중공업지회 조합원 20여 명이 찾아왔다. 이들은 경남시민행동 참석자들을 등지고 일렬로 나란히 섰다. 이날 고성이 오가거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난 것은 아니지만, 두산중공업지회가 경남시민행동을 압박하는 모양새가 됐다.

 

박종권 탈핵경남시민행동 의장은 이 같은 상황이 안타깝다고 했다. 박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두산중공업지회와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있었으면 한다""독일은 탈원전 합의 이후 국민 세금으로 노동자들을 보상해줬다. 우리도 이런 절차를 밟아야 하고, 국민과 도민의 안전이라는 전제하에 기업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경남시민행동은 회견문을 통해 "허성무 창원시장은 두산중공업 노조 간부와 간담회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를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했다. 탈원전도 중요하지만, 노동자의 일자리도 중요하다는 것"이라면서 "시장의 직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100만 창원시민 안전이라는 사실을 잠깐 잊어버렸나"라고 따졌다.

 

탈핵경남시민행동이 26일 창원시의회 앞에서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로 탈원전 정책을 흔드는 창원시는 각성하라는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장 옆으로 '세계 1위 원전기술! 탈원전이 웬 말이냐!'는 구호의 조끼를 입은 두산중공업 노조원들이 보인다. /김구연 기자 sajin@

 

시민행동은 "두산중공업의 어려움은 석탄발전과 원자력시장의 급격한 퇴조를 간과한 점, 2013년 자금난에 휘청거리는 두산건설에 쏟아부은 19000억 원 등 두산 경영진의 잘못된 선택에서 비롯했다""신한울 3·4호기는 설계 허가와 건설 허가를 받지 않은 원전으로 '건설 재개'라는 말은 국민을 호도하는 정치적 용어다. 두산중공업이 수주할 금액은 전체 건설비 20% 내외로 경영 위기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기자회견을 마치고 두산중공업지회 이성배 지회장에게 회견장을 찾은 이유를 물었다. 이 지회장은 "이야기를 듣고자 온 것이다. 고용과 안전 모두 중요하지만, 고용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 지회장은 "정부 에너지 전환 정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승인을 받고 나서 원전 주기기를 13% 정도 제작하다가 보류된 신한울 3·4호기만이라도 재개해 변화에 적응할 기회를 달라는 것"이라며 "한국형 가스터빈 사업도 기술 장벽이 높아 적응하는 데만 3~5년이 걸린다"고 했다. 또 이 지회장은 "누구보다 경영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사주 일가의 나눠먹기식 배당이나 에너지 정책 흐름을 따라가지 못해 준비가 안 된 부분을 강력하게 지적하고 있다. 이달 30일 주주총회장에서도 항의하고 대책을 내놓으라고 할 것"이라며 "다만 일이 없어 힘든 지금 상황에서 정부에는 고용보장을 호소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미래통합당은 탈원전 정책 실패를 주장하며 지자체와 정부를 계속 압박하고 있다. 이재환 통합당 경남도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정부 때문에 생존 위기에 직면한 13000여 명 노동자와 그 가족이 제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간절히 호소하고 있다""지역 주민을 구할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경남도와 창원시에 촉구했다.

경남도민일보 이동욱 기자 (ldo32@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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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 말레이천산갑서 코로나19 유사 바이러스 검출

게놈 분석 결과 92% 일치새로운 감염병 출현 억제 위해 천산갑 밀거래 막아야

 

비늘과 고기를 얻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널리 밀거래되는 천산갑에서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게티이미지뱅크

 

중국으로 밀수된 야생동물 말레이천산갑에서 코로나19와 가까운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이로써 세계에서 가장 널리 거래되는 포유동물인 천산갑의 밀거래를 막아야 하는 또 하나의 근거가 나왔다.토미 램 홍콩대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7일 과학저널 네이처에 실린 논문에서 이런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자들은 코로나19와 유사한 여러 계열의 천산갑 코로나바이러스가 발견돼 천산갑이 앞으로 출현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될 수 있음이 드러났다며 인수공통감염병을 막기 위한 야생동물 불법거래 중단을 촉구했다.

 

동남아에 분포하는 말레이천산갑. ‘위급단계의 멸종위기종으로 야행성 동물이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천산갑은 동남아와 아프리카에 서식하는 고양이 크기의 비늘로 덮인 동물로, 밤에 홀로 다니며 땅을 파 개미를 잡아먹는다. 이 동물의 비늘은 한약 원료로, 고기는 식용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쓰여 세계에서 가장 널리 밀거래되는 포유동물로 꼽힌다.

 

연구자들은 20172018년 중국 광시성 세관에 압수된 말레이천산갑 18마리로부터 43개의 샘플을 채취해 분석한 결과 6개에서 코로나19 계열의 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유전체 분석 결과 이들의 염기서열은 코로나1988.592.4% 일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천산갑은 현재까지 코로나19와 유사한 바이러스에 감염된 포유동물 가운데 박쥐를 제외하면 유일한 동물이라며 중국의 광시와 광저우 두 곳에서 독립적으로 채취한 샘플에서 코로나19 계열 바이러스 2종을 확인한 것은 천산갑이 이 바이러스의 중요한 숙주일 수 있음을 가리킨다고 밝혔다.

 

그러나 연구자들은 천산갑이 코로나19의 사람 감염에 어떤 구실을 했는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천산갑이 코로나19 전파에서 박쥐와 사람을 잇는 중간 숙주인지를 이 연구로는 단정할 수 없다는 얘기다.

 

천산갑은 외톨이 생활을 하는 데다, 8종이 멸종위기종으로 국제거래가 금지돼 있는 등 개체수가 적다. 따라서 천산갑이 자연적으로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기보다는 밀수과정에서 박쥐로부터 감염됐거나 다른 중간 숙주가 있을 수 있다고 연구자들은 설명했다. 연구자들은 야생동물 시장에서 천산갑의 거래가 철저히 규제돼야 하고 동남아와 중국의 서식지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얀마의 불법 야생동물 시장에 나온 천산갑.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동안 중국 우한에서 처음 코로나19 감염이 일어난 시기가 박쥐가 월동 중인 겨울이라는 점에서 다른 중간 숙주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중국 등에서 나왔다(중국 연구진 천산갑이 신종코로나 중간숙주 가능성”). 천산갑 시료에서 전체 유전체(게놈)를 분석해 코로나19와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임을 증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천산갑은 해마다 수천 마리가 비늘과 고기를 위해 밀거래되고 있으며, 중국 당국이 126일 야생동물 시장을 폐쇄하기 이전까지 식당 메뉴에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용 저널: Nature, DOI: 10.1038/s41586-020-2169-0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까나리는 바닷새부터 고래까지 먹여 살린다

바다 생태계 작은 거인’, 기후변화와 남획에 흔들

 

까나리는 바다오리 등 바닷새와 해양 포유류, 포식 어종에 요긴한 먹잇감이다. 스티브 가비,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까나리는 말린 생선 또는 액젓 원료로 소중한 어종이지만 동시에 바다 생태계에서 많은 동물의 먹잇감으로 없어서 안 되는 존재다. 그러나 냉수성 어종인 까나리가 기후변화 등의 영향으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모든 연안에 떼 지어 서식하는 까나리는 동해안에서는 양미리라고 불리며(양미리는 다른 과의 물고기로 서해안 당진, 백령도 등에 분포한다), 서해안에서는 발효시켜 액젓을 만드는 어민에 요긴한 소득원이다.

까나리는 북반구의 온대에서 극지방에 걸쳐 분포하는데, 찬물을 좋아해 수온이 15도를 넘으면 모래에 들어가 몇 달 동안 여름잠을 자는 특징이 있다. 겨울에서 초봄 사이 알을 낳기 위해 연안으로 떼 지어 몰려드는데, 포식자가 나타나면 헤엄치는 속도로 재빨리 모래 속에 숨는다.

 

까나리 떼를 포식하는 혹등고래.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 제공.

 

해양생태학자들이 주목하는 건 까나리가 많은 바다 동물의 주요 먹이원이라는 사실이다. 미셸 스타딩거 미국 매사추세츠대 생물학자 등 미국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어류 및 어업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북서 대서양 까나리를 먹이로 삼는 동물은 72종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는 어류 45, 오징어 2, 바닷새 16, 해양 포유류 9종이 포함돼, 까나리는 바다 생태계 먹이그물의 토대를 이루는 종이라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까나리의 포식자에는 밍크고래, 혹등고래, 바다오리, 대구, 철갑상어, 물개 등이 포함된다.

 

모래 속에 숨기 쉽도록 몸매가 길쭉한 원통형으로 진화한 까나리. 동해에서는 25, 서해에서는 10가량으로 자란다.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까나리는 개체수가 많은 데다, 모래 속에 숨기 위해 몸이 길쭉한 원통형으로 진화한 것이 포식자에게는 오히려 잡아먹기 편해 주요한 먹이가 됐다. 연구자들은 몸이 길쭉한 원통형이고 지느러미와 가시가 걸리지 않아 포식자가 국숫발처럼 삼키기 쉽다특히 바닷새의 새끼들이 커다란 까나리를 삼켜도 매끄럽게 넘어간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이런 형태 때문에 까나리는 해양조사선의 그물에 잘 걸리지 않아 이 물고기가 어디에 얼마나 분포하는지 조사하는 것을 어렵게 한다. 연구자들은 중요성에 견줘 이 물고기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모른다고 지적했다. 냉수성 어종이어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곧바로 받는 데다 서식지인 모랫바닥이 준설, 해상풍력단지 건설 등에 의해 교란돼 까나리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한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제비갈매기가 새끼에게 까나리를 먹이고 있다. 새끼에게 큰 물고기이지만 매끄럽게 삼킨다. 매사추세츠대 앰허스트 캠퍼스 제공.

 

실제로, 미국 지질조사국 알래스카 과학 센터가 지난해 해양생태학 진전 시리즈에 보고한 논문을 보면, 바닷물 온도가 찼던 20122014년과 이상 고온을 기록한 20142016년 동안의 까나리 상태를 비교했더니 바닷물이 더워졌을 때 까나리의 길이와 지방축적이 줄어 에너지양이 201544%, 201689% 줄어들었다.

 

연구자들은 먹이 어류의 에너지 감소는 먹이그물을 통해 일부 포식자의 개체수 감소와 번식 실패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알래스카 까나리의 주요 포식자는 해양 포유류, 바닷새, 연어, 넙치 등이다. 우리나라의 까나리는 일본, 알래스카, 시베리아 이남 해안에도 널리 분포한다.

우리나라 연안의 까나리 어획량은 남획과 기후변화로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동해안 까나리 어획량은 19938980t에 이르렀으나 이후 급격히 줄어 최근 5년 평균 어획량은 1197t에 그쳤다. 우리나라에서 까나리 감소가 바다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용 저널: Fish and Fisheries, DOI: 10.1111/faf.12445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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