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기호-새전북
조국수호가 진보 아니다” 진보기득권 비판하고 나선 사람들
20년 전 ‘대구엔 추석 없다’ 보도 기억합니까
트위터 한줄 정국 뒤흔들다
팩트체크 아랑곳 않는 조선·중앙 “중국발 입국금지” 공세
종편은 정치인 양성소? 출연자 5명 중 1명 총선
전염병은 ‘가난’을 정조준한다[ 미디어오늘 1239호 사설 ]
'코로나 괴담' 진화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일
한국발 입국제한 82곳…러시아 사할린주·뉴질랜드도 격리
코로나19 확산에 차별·혐오 게시물 ‘골치’
탄핵 청원’ 거짓말 투성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왜 그 많은 청년들이 ‘욕먹는 신천지’에 모였을까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실체 드러나나···코로나19로 전방위 압박
조선일보 100년, 100개의 장면
조선일보 100년 맞아 “과거 오류 사과드린다”
박근혜 메시지’까지 ‘카더라’? TV조선 엇나간 희망
경향 사설]박근혜 ‘옥중 정치’ 새로운 국기문란이다
누가 '실수요자'라는 말을 오염시키나
박근혜는 아직 심판받지 않았다
코로나19 환자 오늘 309명 늘어…총 6593명·완치 108명(종합)
주술·광기·공포·반지성이 지배하는 한국사회
대구·경북 사람들의 마음을 탐구하다
조동(朝東)100년] ① 뉴스타파, 조선 · 동아 정체 알리는 다큐영화 제작
② 조선일보 윤전기는 왜 철거됐나
또다른 ‘신천지’…한국에 하느님 20명, 재림예수 50명 있다
혼돈의 개신교, 신천지와 이단 전쟁 결말?
폭력성에 도취된 사진가의 거리 사진
한국, 세계 군사력 순위 6위…북한, 8계단 하락 25위 그쳐
한국,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에서 드디어 일본 추월
조선일보 인터뷰 강기갑 “생각이 바뀌었다”
조선일보 기자들 “기협 정치단체라면 머물 이유 없어”
창간 100주년, 조선일보에 바란다
문재인과 이만희 악수’ 가짜뉴스는 어떻게 나왔나
신천지 신도들, “이만희 위해 죽을 수 있어”
'코르셋' 강요에 엉덩이 성형까지... 한 해 미용성형 98만건
인천-민중
힌국-한겨레
오마이 3.6 경인
인천-중앙
내일-민중
중부-국민
한겨레-한국
3.2~3.6 경향 장도리
“조국수호가 진보 아니다” 진보기득권 비판하고 나선 사람들
지난 2월 10일 개설된 레드필 사이트/redpill.kr
“우리들 사이에서는 비유적으로 구(舊)마적·신(新)마적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현재의 미래통합당이 구마적이라면, 현 집권세력의 상당수가 신마적 수준으로 타락한 것 아닌가.”
김수민 시사평론가의 말이다. 지난 2월 10일 개설된 레드필(redpill.kr) 사이트엔 그의 ‘평론’을 다수 접할 수 있다. 사이트에 올라온 다른 사람들의 글들도 보면 문재인 정부와 집권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 매섭다.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의 저자로 유명한 홍세화 노동당 고문은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를 지지하는 글을 올리면서 “민주당에는 민주주의자가 없다”고 일갈했다. 반독재 민주화운동 정통성을 계승했다고 주장하는 민주당으로서는 아픈 비판이다.
“조국 백서 맞설 ‘흑서’ 추진이 모임 계기”
외형상으로는 하나의 의견그룹 형성으로 볼 수 있다. 사회운동·학계·지식인 그룹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정부와 집권당에 대한 비판 흐름이 가시화된 것이다. 사이트 개설을 통해 외부로 드러났지만 흐름이 형성된 것은 지난해 가을께부터다. 서울 서초동에 모인 촛불이 ‘조국수호’를 주장하는 데 대해 “그 방향은 잘못되었다”고 보는 사람들이 하나둘 모인 것이다. 김수민 평론가의 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다가 핍박을 당하고 희생됐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조국 백서> 발간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농담조로 ‘그렇다면 우리는 <흑서>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사람들이 참여한 것이다.” 원래는 2월 말쯤 관련한 토론회도 개최하려고 했지만, 최근 코로나19 사태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취소했다. 아직까지 오프라인에서 공식행사를 개최할 계획은 없다.
모임은 소셜미디어(SNS)의 단체대화방을 유지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참여자는 25명. 정치세력화나 이후 전망까지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레드필 사이트에는 공동의 선언문이나 입장문도 없다. 김씨는 원래 선언문 발표를 준비했지만 유예했다고 덧붙인다. “들어와 있는 사람들이 다 각자 다른 당적을 가진 사람들이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한국사회 불평등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새로운 기득권 형성에 비판적인 ‘사회적 네트워크’가 필요하다는 데까지는 동의한 사람들이다. 그렇다고 참여자들이 모두 동일한 의견은 아니다. 공통점은 일찍부터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반대해왔고, 서초동에서 주장된 검찰개혁 집회의 허구성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칼럼 논란을 빚은 임미리 교수도 모임에 초대돼 함께하고 있다. 동양대 교수직을 그만둔 뒤, 논객으로 돌아와 활동하고 있는 진중권 교수는 가담하지 않았다.
수십 년 전 NL·PD 논란의 제도권 내 재연?
모임 면면을 보면 전반적으로 과거 1980년대 말과 90년대 초 진보운동을 양분했던 NL·PD 진영 또는 자주·평등파에서 범PD, 평등파 출신이 다수다. 그러니까 오랜 NL·PD 대립구도가 30년의 세월이 흘러 제도권 안에서 재연되는 것일까.
“조국수호가 진보 아니다” 진보기득권 비판하고 나선 사람들.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한석호 전 민주노총사회연대 위원장은 “꼭 NL이 ‘조국수호’를 택하고, PD가 비판하는 그런 형태는 아니다”라며 “과거 NL 입장을 가졌던 사람들도 조국 전 장관 옹호와 비판으로 나뉘고 있고, PD 성향 중에서도 조국 전 장관이 취한 태도를 두고 ‘그럴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한 전 위원장은 조국대전 국면 초기부터 일찌감치 ‘조국수호’라는 주장에 대해 비판하는 입장을 취해왔다.
“역설적으로 들리겠지만, 여기에 함께하는 사람들은 문재인 대통령의 성공을 정말 기원했던 사람들이다. 개인 생각이지만 진보라고 한다면 진보의 가치와 기준이 있다. 민주당이나 정의당도 자신들이 진보를 앞에 내세운다면 공통의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예전의 사회주의 내지는 혁명, 그런 감수성까진 아니더라도 ‘학력 사재기’는 안 된다는 데는 같은 생각인 줄 알았다. 주식이든 뭐든 투자도 생산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최소한의 기준선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거치면서 ‘그게 뭔 문제냐’는 식의 옹호론이 나왔다. 제가 화가 나서 비판한 것은 청년들과 청소년들에게 ‘진보도 학력 사재기나 사모펀드 투자를 옹호하는구나’로 비치는 것이다. 저건 진보가 아니라 잘못된 진보이며, 진보에서 일탈한 것이라는 것을 명확히 하고 싶었다.”
역시 모임에 참여하고 있는 최병현 주권자전국회의 기획위원장은 “NL과 PD와 같은 과거 운동 입장이나 가치 차이를 떠나 한국사회의 합리성 기반이 취약하고, 합리적 이해나 고민·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라도 몇십 년 동안 현장을 떠나 있으면서 관념으로만 자신의 입장을 진보라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고민 없이 관성적인 과거 관념으로 현실을 재단하다보니 ‘조국수호’로 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경율 회계사(전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등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개혁단체 ‘경제민주주의21’의 활동도 주목을 받고 있다. 김 전 집행위원장은 ‘조국대전’ 국면에서 그동안 경제민주화 목소리를 높여왔던 참여연대가 조국 전 장관 가족 사모펀드 문제 등에 대해 침묵한다며 탈퇴했다. 김 회계사, 전 교수 이외에도 역시 참여연대에서 탈퇴한 조혜경 박사를 비롯해 8명이 현재 참여해 법인등록을 마쳤다. 사무실은 서울 합정동에 더부살이 형태로 마련했다. 김 회계사는 “사정상 따로 출범식은 열지 않을 계획이고, 사실상 단체 활동 시작은 홈페이지(www.viewsnshout.com)를 오픈한 2월 29일부터라고 보면 되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활동은 경제개혁시민단체라는 정체성에 맞게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때부터 해오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사기사건, 이재용 삼성 부회장 승계를 둘러싼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한 단체 목소리를 내는 것부터 시작할 계획이다. 김 회계사는 “조국 전 장관 관련 사모펀드와 관련해서는 현재 우리 팀이 가장 잘 알고 있는 셈인데, 이슈는 계속 추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회계사도 앞서 레드필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시사평론가 김수민씨는 “사실 ‘조국수호’를 주장하는 분들도 조국이라는 개인이 좋아해서라기보다 여기서 밀리면 앞으로 집권세력이 밀리게 된다는 위기의식에서 다들 이를 악물고 주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우려되는 것은 한때 운동을 했다가 조금 떨어져 있던 사람들이 ‘진보가 이런 거냐’면서 실망감을 드러내며 멀어져가는 것”이라며 “‘조국수호가 곧 진보’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서도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20년 전 ‘대구엔 추석 없다’ 보도 기억합니까
[비평] 20년 전 동아일보 보도로 본 보수언론… 재난에도 물불 안 가리는 ‘갈등 조장’
지역감정을 조장한 보도로 2000년 9월 동아일보 기사가 꼽힌다.
동아일보는 그해 9월9일 1면 머리기사로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를 내보냈다. 신발과 건설업체들의 연이은 부도로 영남 경제가 매우 어렵다는 내용이다.
기사에서 이목을 끈 건 전국 도별 부도율 표였다. 추석이 없을 정도로 대구 부산 지역 경제가 엉망이라는 기사에 게재된 표를 자세히 보면, 광주 지역 부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사실을 왜곡한 보도다.
▲ 동아일보 2000년 9월9일 1면 머리기사 “대구 부산엔 추석이 없다”
동아일보는 당시 배달판에서 이 표를 삭제했다. 대신 대구 지역 대표 기업의 부도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수정했다. 이 신문은 “경제가 안 좋은 게 영남뿐이냐”, “영남만 부각시키는 이유가 뭐냐”는 독자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 했다.
당시 동아일보 에디터는 “(경제가) 다 어려운데 영남 쪽만 부각시킨 게 오해받을 소지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며 이후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타 지역도 다룰 생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동아일보가 영남 지역 구독률을 높이기 위해 정부를 비판하고 영남 민심을 달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 중앙일보 지난 2월26일자 1면 “정부 봉쇄론에… ‘중국 안 막고 대구 막나’ 끓는 민심”
20년 전 보도를 다룬 까닭은 참 변한 게 없다는 생각에서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26일 1면에 “정부 봉쇄론에… ‘중국 안 막고 대구 막나’ 끓는 민심”이라고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홍익표 전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대구·경북 지역을 두고 “최대한 봉쇄 정책 시행”이라고 실언한 것 등을 비판한 보도다.
중앙일보는 “대구에 사는 게 죄인 것 같다”, “정부가 대구 사람을 버렸다” 등 SNS를 인용 보도했고, “스스로 가게 문도 닫고 감염병 생활 수칙을 지킨 시민을 정부가 버렸다”는 익명의 취재원 발언도 보도했다. 자극적 멘트를 조합했다.
민주당 대변인 실언은 크게 비판 받아 마땅하지만 보수언론의 이 같은 보도가 총선을 앞두고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데 있다는 분석도 무시할 수 없다.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면,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논리가 그 근거다. 이 신문은 지난달 24일자 1면에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는 제목으로 ‘사설’을 이례적으로 실었다. “정부는 더 큰 희생이 나기 전에 방역의 기본, 즉 유입 차단에 나서야 한다. 이제라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는 것인데, 바로 하단 기사(“코리아 포비아… 한국인들 비행기 탄 채 쫓겨났다”)는 한국인들이 이스라엘행 비행기를 탔다가 현지 공항에 발도 딛지 못하고 되돌아왔다는 내용이다.
▲ 중앙일보 지난 2월24일자 1면.
우리 국민 입국을 막는 외국의 ‘한국 기피증’을 보도하면서 중국인의 국내 입국을 막으라는 주장을 전개한 것이다. 코로나19 국면에서 정부 비판이라면 기사의 논리적 전개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민주당 대변인 실언이 바로 “정부가 대구를 버렸다”는 논리로 비약하는 데 일말의 주저함이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대구 품성론’도 등장했다.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은 지난달 28일 “대구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은 가져야 한다. 대구인의 집단 아이덴티티가 정부·여당을 살렸다”며 “기호 노론에 밀려 17세기 후반 이후 200년 이상 중앙 정치로부터 차단 당했지만 모반사건 하나 일으키지 않았다. 정말 못 견디겠다 싶을 때는 만인소를 올리는 게 전부였다. 선비적 자존심이다. 자부심도 있다. 6·25때 낙동강 전선의 보루였고 조국 근대화를 이끈 인재들을 다수 배출했다”고 주장했다.
노 위원은 “‘대구=신천지=야당’의 야비한 프레임으로 대구 사람들을 욕보이려는 시도가 인터넷에 넘쳐난다”고 지적한 뒤 “그래야 중국인 입국금지를 외면한 책임을 벗어날 수 있다. 저들이 하는 모양새를 보면 저러다 코로나19 진원지가 우한이 아니라 신천지(혹은 대구)라는 주장에 이르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 정도”라며 ‘야비한 프레임’ 설정의 주체가 정부라는 비약을 선보였다. 즉, 현 정부가 코로나19에서의 실책을 대구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진영 논리에 갇힌 언론의 보도는 20년이 지나도 비판받는 이유다.
▲ 노원명 매일경제 논설위원 2월28일자 칼럼.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트위터 한줄 정국 뒤흔들다
과천시 트위터 계정에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게시글 링크 올라오면서 파장
수사 결과 따라 논란 가중 예상돼
경기도 과천시 트위터 계정에 문재인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게시글의 링크가 올라와 검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과천시 계정으로 게재된 링크를 접속하면 “이번 우한 폐렴 사태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수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국내에서는 마스크가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품절상태가 지속되어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어려운 데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하였으며 마스크 가격 폭등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내어놓고 있지 않다” 등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로 연결된다. 게시글은 28일 오후 128만명이 동의했다.
행정기관이 언론 홍보 활동 일환으로 활용하는 SNS의 관리 문제가 터진 것인데 과거에 벌어졌던 사고와 달리 대통령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의 게시글과 관련돼 있어 파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과천시 홈페이지를 보면 직제 개편상 ㄱ 아무개 주무관이 SNS 계정을 관리한다고 공개돼 있어 누리꾼들의 비난도 빗발치고 있다. 과천시 관계자는 2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ㄱ 주무관이 맡은 업무는 SNS 관리와 무관하다고 밝혔다. SNS 계정 관리는 시에 들어온 지 열흘 정도 된 신입 직원이 맡고 있다는 것이다.
과천시 수사 의뢰에 따라 경기남부청은 28일 오전 과천시 홍보실을 직접 찾아 조사했다. 검찰은 홍보실 직원과 1대1일 조사, SNS 관리 컴퓨터 접속기록 조사, 트위터 본사에 해당 게시물의 아이피 주소 공개 요청 등을 했다.
과천시 관계자에 따르면 SNS 계정 관리 직원과 홍보팀장은 27일 밤 10시 42분 사무실에서 나간 것이 CCTV 상 확인됐다. 문제의 게시글은 27일 밤 10시 48분에 올라왔다. SNS 관련 직원들이 최소한 사무실에서 게시글을 올린 정황은 나오지 않은 것이다. 과천시는 포천시에서 불상자가 밤 10시 48분에 로그인한 기록을 확인했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 경기도 과천시 트위터 계정 갈무리.
과천시에 따르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문제로 홍보팀은 비상 야근 근무를 섰고, 27일 밤에도 업무를 마치고 퇴근했는데 한 시간이 지난 쯤 게시글을 발견해 삭제했다. 과천시는 게시글 논란 때문에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면서 특히 ㄱ 주무관은 해당 업무과 전혀 상관이 없는데도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ㄱ 주무관은 과천시 트위터 계정을 접속조차 한 기록이 없다고 강조했다.
과천시는 트위터 계정 관리의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공공기관이 해킹의 대상이 됐다고 밝혔다. 민감한 게시글의 성격에 따라 재빨리 수사의뢰 했고, 검찰 수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탄핵 국민청원 게시글에 100만 명이 넘은 수가 동의하고 이에 대응해 탄핵 반대 게시글이 등장해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되는 시점에 지방자치단체 트위터 한 줄이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한쪽에선 의혹이 있는 공무원을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와 다른 한쪽에선 공무원조차도 대통령 탄핵을 외치고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로 양분해 관련 사건의 결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피의자가 특정되면 과천시와 관련성 여부, 게시글 게재 의도 및 배경 등을 놓고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과천시 관계자는 “해당 직원의 퇴근 기록과 검찰 조사 과정 등을 자세히 공개하자는 의견이 있었지만 오히려 논란을 가중시킬 것으로 판단해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팩트체크 아랑곳 않는 조선·중앙 “중국발 입국금지” 공세
24일 사설 6개 털어 정부 책임론, ‘이탈리아 입국 안막아 확산’ 주장까지··· 현지선 ‘차단 자성’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를 중심으로 보수언론이 연일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촉구하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학계‧국제사회가 일찌감치 일축했지만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가 격상되고 해외의 한국인 입국금지 사례가 나오자 정부 책임론 부각에 나선 모양새다. 실태와 동떨어진 주장으로 감염병 국면을 정치 쟁점화하려는 시도란 지적이 나온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24일 낸 사설 6건을 모두 털어 중국발 입국 금지를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1면 머리에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를 올렸다. 조선일보도 “중 감염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문열었는지 말하라” 등 제목을 붙였다. 조선일보는 24~28일 닷새간 14건 사설 중 11건에서, 중앙일보는 총 11건 중 7건에서 ‘중국 입국 차단했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다’ 혹은 ‘중국 입국 금지하라’는 주장을 폈다. 국민일보‧세계일보‧한국경제 등도 같은 논조로 보도했다.
▲중앙일보(위, 왼쪽아래)와 조선일보(오른쪽 아래)는 24일 사설 6건을 털어 정부에 즉각 중국인 입국금지 조처를 요구했다.
▲조선일보(위 5건)와 중앙일보가 24~28일 중국 입국금지를 주장하거나 관련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며 내놓은 기사 중 일부 제목.
조선일보는 “한국에서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게 된 것은 중국으로부터의 감염원 차단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중국 눈치 보느라 방역 문을 열어놨다가 중국이 한국을 위험국 취급하는 처지가 됐다”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도 “중국 정부 눈치를 보며 우물쭈물하다 골든타임을 놓친 문재인 정부의 방역 실패가 혹독한 대가를 초래했다”며 “이제라도 중국에서 들어오는 외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했다.
신문들은 그 근거로 감염 확산세가 한국 다음으로 큰 이탈리아를 부각했다. 이탈리아도 입국 차단 조처를 제대로 안 해 감염이 퍼졌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27일 “국경 열어둔 유럽의 역설…이탈리아발 코로나 공포”에서 “이탈리아는 이달 초 중국을 오가는 직항로 운항을 전면 중단했다. 그러나 중국인 입국 자체를 막지는 않았기 때문에 다른 다라를 거친 비행편이나 육로‧해상로를 이용한 입국이 가능했다”고 했다. 중앙일보도 25일 3면 머리기사에서 “(이탈리아가) 다른 유럽 국가를 경유해 육로나 항로로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막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실상 현지에선 그간 봉쇄 조치의 실효성에 자성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중국발 입국을 차단하면서 우회 입국이 늘었고, 감염 경로를 추적하기 어려워졌다. 25일 이탈리아 대표 일간지 ‘라 레푸블리카’는 “(이탈리아가) 중국에서 오는 비행기를 막는 가혹한 규제조치에도 여전히 감염이 발생했다”며 “(이 조치는) 번드르르하지만 매일 런던과 취리히, 파리, 프랑크프루트를 오가는 승객에 의해 구멍이 나, 누가 언제 실제 중국에 당도했는지 아무도 모르게 되는 상황을 낳는다”고 보도했다.
▲27일 조선일보, 25일 중앙일보 보도 갈무리.
라 레푸블리카는 “전문가들은 ‘중국’이란 요소가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탈리아에서 이미 2·3·4차감염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도 밝혔다. 신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 내 이탈리아 대표 월터 리치아르디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은 WHO의 지표를 따라 (중국발) 비행 입국을 차단하지 않았고, 위험에 처한 대상을 추적하고 격리할 수 있었다”며 “우리는 현재 중국에서 유럽 내 다른 곳을 경유한 입국을 막지 않은 채 중국과 통로를 차단한 조치에 대해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와 밀접한 프랑스·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 등 7개국 보건장관들은 25일 이탈리아의 요청으로 로마에서 방역 대책회의를 하고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국경은 폐쇄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공동 원칙에 서명했다.
실제 주중한국대사관이 밝힌 세계 각국의 코로나19 관련 입국정책을 보면, 우한발 입국도 막지 않은 나라가 많다. 감염 확산세에 영향은 미미해 보인다. 영국은 우한발 항공승객을 차단하지 않고, 우한발 직항에 한해 의료진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직항은 발열이나 이상 증세만 체크한다.
한국도 확진자가 가파르게 늘어 2000명을 넘어섰지만 해외 유입 사례는 극히 드물다. WHO가 발행하는 일일 현황보고를 보면, 한국의 경우 중국 유입형 감염자는 확진자가 27명이던 지난 9일 이래 27일 현재까지 13명을 유지하고 있다. 청와대는 27일 정부가 방역망을 가동하기 시작한 지난 4일 이후 중국에서 들어와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앞서 뉴스톱‧부산일보‧연합뉴스‧JTBC‧한겨레 등 다수 언론이 미래통합당과 일부 언론의 ‘입국차단’ 주장에 실효성과 실현 가능성을 가린 ‘팩트체크’ 보도를 내놨지만 보수언론의 정치 공세는 계속된다.
한겨레는 28일 “감염병까지 ‘정치공세’, 국민생명 위태롭게 한다” 사설을 내 “일부 언론이 줄기차게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을 펴며 기승전 중국때리기로 일관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진정성도 의심스럽다”며 “언론으로서 정당한 비판과 견제를 넘어선 악의적 정치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28일 한겨레 사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
종편은 정치인 양성소? 출연자 5명 중 1명 총선
[ 종편 시사프로그램 모니터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은 인재영입과 지역구 공천, 비례대표 경선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 눈에 띄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유독 이번 총선에서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이 정당에 영입되거나 공천을 신청하는 경우들이 많다는 겁니다. 선거마다 늘 반복되는 현상인데요. 보도‧시사 프로그램에서 소위 ‘전문가’로 나와 정치 평론을 하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특정 정당 정치인을 목표로 선거에 뛰어드는 겁니다. 보도‧시사 프로그램, 특히 종편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원인입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은 각 정당의 인재영입과 공천이 시작되기 전인 12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들의 명단과 총선 출마자 자료를 분석해 어떤 출연자가 어느 정당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해봤습니다.
분석에 사용된 종편 출연자 명단은 12월1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종편 4사 11개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작성했습니다. 정당 출마자 분석에는 2월14일까지 원내 정당 10개와 원외 정당 2개(녹색당, 미래당)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영입인재, 공천심사 명단, 비례대표 후보 명단과 2월15일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공개된 지역구 예비후보자 명단을 활용했습니다. 다만 홈페이지가 존재하지 않거나(대안신당), 홈페이지에서 인재영입 및 총선 출마자 관련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정당(바른미래당, 미래한국당, 미래를향한전진당)은 분석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민언련은 유권자의 알 권리를 위해 분석 자료 로데이터를 함께 공개합니다. 첨부 문서 참조)
12월 종편 출연자 166명 중 정당 홈페이지에서 33명, 중앙선관위에서 27명 확인
12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 분석 결과 총 출연자는 166명이었습니다. 이 중 정당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명단에서 33명의 출연자가 확인됐고,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예비후보자 명단에서는 27명이 확인됐습니다. 단순히 수치로만 보더라도 전체 종편 출연자의 최소 16.3%는 총선에 특정 정당 후보로 나섰거나 19.9%는 특정 정당의 선거를 함께 준비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는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닙니다. 시청자들은 방송사 보도‧시사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기본적으로 전문성과 중립성을 담보한 것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이 통계에는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출연한 인물들도 포함되어 있으나 특정 정당 소속임을 밝히고 출연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청자들은 그 출연자들이 특정 정당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인식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타사보다도 유독 시사 대담 프로그램이 더 많은 종편에서 출연자의 1/5 가량이, 총선에서 특정 정당의 정치인이 됐다면, 시청자 기만으로 볼 수 있습니다.
▲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정당 활동이 확인된 종편 출연자 명단. 표=민주언론시민연합
정당별 인원수는 더불어민주당이 1위… 출연횟수는 자유한국당이 1위
확인된 인물들을 정당별로 분석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18명(정당 홈페이지 기준), 16명(중앙선관위 통계사이트 기준)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이어 자유한국당 소속이 14명, 9명으로 뒤를 이었고, 정의당 소속이 두 자료에서 모두 1명, 새로운보수당 소속이 중앙선관위 통계에서 1명확인됐습니다.
출연자들이 총선을 위해 적을 둔 정당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가장 많았으나 출연 횟수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왔습니다. 자유한국당으로 간 출연자들이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출연했던 겁니다. 자유한국당은 74회(정당 홈페이지 기준), 58회(중앙선관위 통계사이트 기준)로 더불어민주당의 63회, 53회보다도 출연횟수가 많았습니다. 정의당은 두 자료에서 모두 9회, 새로운보수당은 중앙선관위 통계에서 11회로 확인됐습니다. 이는 아주 중요한 함의를 지닙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자유한국당을 대변하는 출연자들을 가장 많이 노출했다는 것인데, 시청자들이 ‘전문가’로서 가장 많이 봤던 출연자들이 선거 시기가 되자 자유한국당 정치인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 정당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정당 활동이 확인된 종편 출연자수 및 출연횟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또한 이 수치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과거의 출연자 구성 편파성을 여전히 개선하지 않았음을 증명하기도 합니다. 종편 출범 당시부터 과도하게 소위 보수 출연자만 출연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종편은 대략 2017년 대선을 기점으로 여야 출연자의 수를 맞추는 모양새를 보인 바 있는데요. 그러나 실제 전체 출연자의 정치적 성향과 출연 횟수를 종합적으로 따져보면 여전히 편파성이 분명한 겁니다. 종편이 시청자의 눈을 속이고 더 교묘한 방식으로 보수 편향의 출연자 구성을 유지한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정당 소속임을 알리지 않고 출연한 경우가 많았던 자유한국당 패널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정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들의 직업군입니다. 출연자들의 직업군을 정당별로 확인한 결과 더불어민주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 18명(정당 홈페이지 기준), 16명(중앙선관위 통계사이트 기준)의 경우 “민주당 국회의원”과 같이 현역 국회의원 소속으로 출연한 인물이 6명, 4명이었고, “민주당 상근부대변인”과 같이 정치인임을 알 수 있는 직업군으로 출연한 인물이 두 자료 모두 8명이었습니다. “변호사”와 같이 정당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전문가 직업군은 두 자료에서 모두 4명뿐이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에서 활동하는 출연자들 대부분은 그래도 자신이 특정 정당 소속임을 밝히면서 그동안 방송에 출연했던 겁니다. 정의당의 경우 두 자료 모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1명, 새로운보수당의 경우 중앙선관위 통계 자료에서 이준석 새로운보수당 수석부위원장 1명이 확인됐습니다.
반면 자유한국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 14명, 9명 중 현역 국회의원은 정당 홈페이지를 기준으로 한 자료에서만 2명이 확인됐고, 정치인임을 알 수 있는 인물은 두 자료 모두 5명이었습니다. 정당의 색깔이 없는 직업군은 각각 7명, 4명으로 더불어민주당보다 많습니다. 자유한국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들은 절반 정도가 정치색이 나타나지 않는 전문가 직업군으로 출연해왔던 것입니다.
▲ 정당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관련 정당 활동이 확인된 종편 출연자 직업군 분류. 표=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사가 ‘네임수퍼’로 시청자에게 고지하는 출연자의 직업군은 시청자가 해당 출연자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정 정당 소속임을 처음부터 알리고 시사 대담에 참여한 출연자에 대해서는 당연히 시청자들도 특정 정당의 이해를 어느 정도 반영하고 있다고 전제할 수 있습니다. 반면 교수, 변호사 등 정치색이 없는 직업으로 나오면 더 중립적으로, 정치적으로 편견이 없는 전문가로 인색하게 됩니다.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논평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였던 전문가 직업군 중 일부가 실제로는 특정 정당을 대변하는 인물이었다면 이는 시청자를 속인 것입니다. 자유한국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 중 전문가 직업군의 비중이 높았다는 점이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낮은 신뢰도와 정치적 편향성 문제로 이어지는 이유입니다.
원내 소수정당‧원외 정당의 시각은 종편에서 찾아볼 수 없다
종편 출연자의 총선 정당별 통계에서 마지막으로 살펴볼 점은 원내 소수정당이나 원외 정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가 거의 없었다는 겁니다. 이는 종편이 철저하게 거대 양당 중심으로 보도‧시사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나마 정의당과 새로운보수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가 등장했지만 두 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 소속의 출연자는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물론 박지원 대안신당 의원 등 일부 원내 소수정당 소속 현역 의원의 출연은 확인됐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출마 관련 활동이 확인되지 않아 분석결과에는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이런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원내 소수정당과 원외 정당을 대변하는 출연자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에서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JTBC가 작년 개편 과정에서 <세대공감>을 통해 신지예 녹색당 전 공동운영위원장을 고정 출연자로 섭외했지만 오랜 기간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세대별 출연자로 구성된 프로그램을 얼마 지나지 않아 폐지했기 때문입니다.
시시대담 프로그램은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서 정당 중심의 담론이 아닌 유권자 중심의 의제를 다뤄야 합니다. 유권자의 선택지에는 거대 양당만 있는 게 아닙니다. 제대로 된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합리성과 다양성이 보장된 주장들이 토론할 수 있도록 구성을 갖춰야 합니다.
종편 막말 출연자를 인재로 영입한 자유한국당
자유한국당의 경우 영입인재 중 종편 출연자가 있는 유일한 정당이었습니다. 자유한국당의 첫 번째 종편 출연자 영입은 김병민 경희대 교수였습니다. 김병민 씨는 민언련이 2019년 3월6일부터 4월30일까지 종편 출연자를 분석한 결과에서 출연 횟수 1위를 차지한 인물이었습니다. 이뿐만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센터장, 허은아 경일대 교수, 백현주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 등 많은 종편 패널들이 자유한국당 인재로 영입됐습니다.
특히 김병민, 허은아 씨는 수차례 문제발언을 했던 출연자였습니다. 대표적으로 김병민 씨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2019년 2월27일)에 출연해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베트남 여성을 두고 “일반 대학생이라기 보다는 연예인이라고 해도 어느 정도 믿겨질 정도”, “아마 리설주 여사가 함께 왔을 때는 이 여성을 선택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갑자기 화색이 도는 모습을 보였던 게 바로 이 여성으로부터 꽃다발을 전했을 때”라고 발언했습니다. 이 발언들은 모두 명백한 성희롱이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이날 방송에 법정제재인 주의를 의결했습니다.
허은아 씨도 마찬가지입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2019년 8월15일)에서 허 씨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텀블러가 매일 바뀐다며 “조국 후보의 어떤 정체성의 흔들림까지 보여줄 수 있다”라고 주장했고,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2019년 12월6일)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질문을 받고 웃었다며 “대선을 벌써 그리고 있는 것”이라 주장했습니다. 모두 허무맹랑한 주관적 인상비평에 불과합니다.
물론 이런 출연자들을 ‘인재’로 영입하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선택입니다. 그러나 종편에서 막말을 일삼던 출연자가 ‘인재’라는 자유한국당의 주장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듭니다. 이런 출연자들이 정치에 발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정치권의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것이고, 정치에 대한 불신만 키우는 일입니다.
정치인들의 발판이 되어버린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
출연자 집계와 정당 활동 확인 기간의 제한으로 인해 이번 분석에 등장하지 않았지만 정당 활동이 확인된 출연자는 더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예비후보로 활동중인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 미래통합당 인재영입이 확인된 이수희 변호사, 정의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한 신장식 변호사 등이 그 예시입니다.
과거 선거에서도 종편의 일부 출연자들은 선거 때 후보로 출마하기 위해 종편 출연을 잠시 중단했다가 당선이 좌절되면 다시 돌아오고는 했습니다. 지난 2018년 바른미래당 소속으로 노원구청장 후보 출마를 시도한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출마가 실패한 뒤 종편으로 조용히 복귀했습니다. 김근식 씨는 최근 종편 출연을 중단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미래통합당 소속으로 공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습니다. 양문석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지난 2019년 4월 재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종편 출연을 중단한 뒤 선거에 출마해 낙선했습니다. 그러자 다시 종편에 복귀했고 이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하며 한번 더 종편을 떠났습니다. 과연 이게 언론으로서 정상적인 행태일까요?
이번 분석과 출연자들의 행보가 보여준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의 성격은 분명합니다. 모든 사안을 정치 쟁점화 시키고, 정치적 진영논리로 사회적 사안을 해석하는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정치 입문의 발판처럼 쓰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시사대담 프로그램은 시청자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고, 합리적인 토론의 장이 되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안에 맞는 전문가를 출연시키고, 정치 관련 대담에서 정당의 입장이 필요한 경우에만 정치인 출연자를 섭외해야 합니다. 종편 시사대담 프로그램이 스스로 정치인의 발판이 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면 방송을 정치의 도구로 사용하는 출연자들의 섭외를 중단해야 합니다.
※ 민언련 종편 모니터 보고서는 출연자 호칭을 처음에만 직책으로, 이후에는 ○○○ 씨로 통일했습니다.
※ 모니터 대상 : 2019년 12월 1~31일 JTBC <뉴스ON>, TV조선 <보도본부핫라인><신통방통><이것이정치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뉴스TOP10><정치데스크>, MBN <뉴스와이드><뉴스파이터>(12월16~31일)<뉴스&이슈>(12월1~13일)<아침&매일경제>
※ 문의 : 임동준 활동가(02) 392-0181 / 정리 : 서혜경‧심신진‧염한결‧전한빈 인턴
민주언론시민연합
전염병은 ‘가난’을 정조준한다[ 미디어오늘 1239호 사설 ]
서울대 의대 교수를 지낸 황상익은 2014년 자신의 책 ‘콜럼버스의 교환’에서 “문명 간의 교류가 전염병 교환의 통로였다”며 질병의 역사를 인류사와 연결지었다.
매독은 콜럼부스가 아메리카를 처음 발견한 1492년 직후부터 유럽을 강타했다. 매독은 16세기초 프랑스가 이탈리아를 침공했을 때 처음 나타났다. 그래서 이탈리아는 매독을 ‘프랑스 병’으로, 프랑스는 ‘이탈리아 병’ 특히 ‘나폴리 병’으로 부른다.
문명 간의 교류는 평소에도 꾸준 하지만 전쟁을 통해 가장 격렬하게 소통된다. 질병은 지리적 공간을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욕망이 낳은 부산물이다.
여기에 더해 인간 서식지가 늘어나면서 주거지를 인간에게 뺏긴 동물들은 많은 전염병을 인간에게 선물해 보복했다. 에이즈는 아프리카 밀림의 원숭이로부터 인간에게 옮겨왔고, 높은 치사율로 세계를 벌벌 떨게 한 에볼라도 그렇다. 아프리카 밀림을 눈앞의 이득 때문에 막무가내로 개간하면서 생긴 병들이다. 지금 창궐하는 코로나19도 동물이 인간에 준 보복이다.
중세는 전염병의 시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1347년 처음 흑사병이 유행한 뒤부터 4세기 동안 전 유럽은 인구 정체기였다. 일손 부족은 식량 부족으로 이어져 1690~1700년 프랑스에서만 수백만명이 죽었다. 중국도 1654~1676년 사이 혹독한 겨울을 겪었다. 1816년엔 미국에서 중동, 북아프리카까지 흉작과 발진티푸스가 만연했고 흑사병이 다시 도졌다.
▲ 1411년 토겐부르크 성서에 그려진 흑사병 환자. 사진=위키백과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간은 지구의 최강자로 등극했지만 유럽엔 19세에도 전염병에 의한 굶주림이 덮쳤다. 1832년 프랑스엔 콜레라가 창궐해 파리에서만 1만8402명이 죽었다. 막대한 피해는 주로 노동자 밀집구역에서 일어났다.
빈민에게 번진 전염병이 부자에게 옮겨오는 것에 질색한 나폴레옹 3세는 1853년 오스만 남작을 파리시 지사에 임명하고, 1870년까지 17년동안 파리의 도시정비를 주도하면서 지금의 파리를 완성했다. 오스만의 파리 정비는 부자에게 이중의 공포였던 전염병과 도시폭동 예방이 주목적이었다. 바리케이드를 쉽게 못 치도록 하고 군대 진입을 원활히 할 대로 건설과 교통망 정비, 위생설비 확충에 치중했다. 도심 내 노동자 밀집주거지는 대로와 공공건물 건설을 이유로 철거됐다. 투기와 땅값도 대폭 뛰었다. 상하수도 설비는 파리 서쪽 부자 동네에 집중됐고, 노동자는 도심에서 쫓겨나 주변부로 흩어졌다. 오스만의 작업으로 1870년대 파리는 부유한 도심과 서쪽, 가난한 동쪽으로 명확히 구분되는 이중도시가 됐다.
전염병은 우리 역사에도 격동의 출발점이었다. 정조를 이어 어린 순조가 왕이 된지 11년째인 1811년 조선은 외척의 세도로 문란해졌고 지방관의 수탈로 백성은 고통받았다. 10년을 치밀하게 준비한 홍경래가 1811년 12월 평안도에서 반란을 일으켰다. 당시 평안도엔 흉년과 전염병이 겹쳐 백성들이 유리걸식했다. 일제가 아니었다면 홍경래와 진주민란은 이 땅에 근대의 문을 여는 사건으로 기록됐을 거다.
1911년 어머니의 부음을 듣고 달려온 영친왕 이은도 숨진 어머니는커녕 아버지 고종도 만날 수 없었다. 엄비가 전염병인 장티푸스로 죽어 전염을 막기 위해서였다. 이렇게 우리도 전염병으로 근대의 문을 열었다.
1920년 콜레라가 서울을 강타해 공식 집계된 조선인 사망자만 983명이었다. 식민지 당국은 1920년대 초반 조선의 물 문화는 자연수에서 상수도로 전환했다. 1924년 봄 경성부가 사용량에 따라 요금을 받는 수도 계량제를 도입했다.
당국이 아무리 상수도를 개설해도 일제시기 전체에 걸쳐 조선인 대부분은 여전히 돈을 내지 않는 우물을 이용할 수밖에 없었다. 일제의 상수도 중심의 물 대책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평등하게 누리던 물을 중심으로 계층화를 만들어내고 자연수를 하급수로 전락시켜 서민들의 물 권리를 박탈했다. 이 시기 진정 필요했던 물 정책은 상수도 확대가 아니라 자연수의 관리와 보존이었다.
콜레라 직격탄을 맞은 서울 서민들은 1920년대 땅을 파고 짚 가마니로 지붕을 덮은 토막을 짓고 살았다. 토막은 지금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훈련원공원이 있는 청계천변 저지대에 몰렸다. 토막에 사는 서울시민은 1928년 1143가구 4802명에서, 1931년엔 1538가구 5098명에 달했다.
이들은 토막 집에서도 마음 놓고 살 수 없었다. 식민지 당국은 수시로 토막 집을 무허가 건물도 단속해 철거하기 일쑤였다.
일제가 물러나고도 마찬가지였다. 전염병은 늘 강제철거된 서민들 뒤를 집요하게 따라왔다. 1969년 5월부터 서울 도심개발에서 밀려난 철거민 10만1325명이 트럭에 실려 경기도 광주로 쫓겨왔다. 정부는 이들에게 임시 천막을 배정했다. 이듬해 봄 전염병이 돌아 많은 사람이 죽었다. 쫓겨나고 전염병에 시달린 철거민들은 1970년 8월10일 들고 일어났다. ‘광주 대단지’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다.
청도 대남병원 5층 정신병동 입원환자 105명 중 103명이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뒤늦게 언론은 “정신장애인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기반 마련은 미룬 채 적은 비용으로 병원에 격리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보도했지만 늦었다. 대남병원 첫 사망자는 10대 발병해 평생을 정신병동에 입원했다가 숨졌다. 가난을 방치한채로 전염병만 잡으려는 건 허사다.
'코로나 괴담' 진화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일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19, 불안 가중 의문엔 확실한 대답 내놔야
마스크 대란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이 미숙해 정부 불신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스크 재사용 가능 여부와 마스크 착용 효용을 두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또 확진환자가 완치돼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 후 일주일 만에 다시 환자로 판정되자 검사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나중에 확신 환자로 드러난 목사와 불과 1분간 아주 잠깐 함께 있었을 뿐인데 감염된 주민이 있어 불안감을 부채질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확진환자 수가 크게 늘어나면서 다양한 감염 사례, 특히 기존의 통상적인 감염 사례와는 다르거나 그동안 방역당국과 언론이 주목하지 않았던 특이 사례가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증폭되고 정부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런 특이 사례에 대해 정부가 확실한 대답을 내놓아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
야외 공원과 거리에선 마스크 사실상 불필요
◇ 마스크 대란 대응 부실이 낳은 마스크 재사용 논란 = 마스크 대란이 벌어졌다.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할 수 없어 발을 동동 구른 지가 일주일이나 지난 뒤에야 정부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데 정부가 전국 약국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고 말한 날에도 시장에서는 마스크가 제때 공급되지 않아 많은 시민들이 헛걸음을 해야만 했다. 실무자뿐만 아니라 식약처 등 관련 부처 책임자의 탁상행정이 빚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사건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정부가 내놓은 수칙 가운데 하나가 마스크를 잘 착용하라는 것이다. 이 수칙에 따라 모든 사람이 모든 공간, 모든 시간에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 결과 아무도 없거나 사람이 한적한 야외 공원이나 거리에서도 사람들은 마스크를 착용한다. 감염병 예방 측면에서 이는 불필요한 것이다. 이런 야외 공간에서 잠시 있을 경우 벗고 쓰는 것이 번거로워 그럴 수는 있겠지만 상당 시간 보낸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
물론 야외 공간에서도 다른 사람들과 아주 가까이서 대화하거나 접촉할 경우는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 마스크는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미열 등 약간이라도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의 경우 착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잠깐 사용한 마스크 다음 날 재사용해도 큰 문제없어
어떤 사람이 언제 마스크 착용을 해야 하는지, 마스크 착용이 별로 의미가 없는 때와 공간이 어디인지에 대해 정부가 세세하고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 바람에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지금이라도 정부는 마스크 재사용이 가능한 경우와 마스크 착용이 필요한 시기·공간 등에 대해 국민과 빈번하게 소통해야 한다.
코로나19를 떠나 감기, 독감 등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의심스러운 사람은 모든 장소에서 마스크를 쓰는 것이 맞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초)미세먼지 매우 나쁨 경보가 발령된 날이 아니라면 필요 없다고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데도 불구하고 (초)미세먼지 공포 때문에 조금만 공기가 나빠도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감염병 유행을 맞아서도 이와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회용 마스크는 한 번 쓰고 버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다고 재사용을 하면 절대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만약 마스크가 충분하지 않고 잠깐 마스크를 착용한 경우라면 잘 보관하고 있다가 다시 써도 무방하다. 호흡기 증상이 있는 사람이나 누군가 자신 앞에서 재채기나 기침 등을 했다면 마스크 재사용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건강한 사람이 하루 종일 사용한 것이 아니라 하루 중 잠깐 1~2시간 사용한 것이라면 밀폐비닐봉투 등에 깨끗하게 보관하고 있다가 두서너 차례 더 다시 착용해도 좋다고 감염병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완치 후 양성, 미량 남은 바이러스 재증식 가능성 높아
◇ 완치 환자가 다시 양성, 재감염이 아닌지? = 결론적으로 말하면 재감염 가능성보다는 몸 안에서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바이러스가 다시 증식해 양성 환자가 됐을 가능성이 더 높다. 경기도 시흥시 70대 여성이 지난달 9일 코로나19에 걸려 병원에 입원해 격리치료를 받은 끝에 13일 만에 음성 판정을 받고 퇴원했다. 이 여성은 다시 코로나19 증상을 보여 28일 두 번 째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 일본 등에서는 유사 사례가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첫 사례여서 관심을 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퇴원 후 6일 만에 양성으로 확진됐고 그 사이 다른 환자와 접촉했을 가능성이 낮기 때문에 재감염 가능성은 낮다. 이보다는 1차 확진 후 병원 치료를 받고 퇴원할 당시 완치 여부를 판정하기 위해 채취한 검체에서 바이러스 양이 충분치 않아 음성 판정을 받았다가 퇴원 후 다시 바이러스가 증식됐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검사 오류나 부실 검사 때문은 아니라는 것이다.
아파트 승강기내 감염, 접촉 시간보다는 감염 행위가 중요
◇ 아파트 승강기에서 단 1분 만에 감염, 어떻게 이런 일이? = 충분히 가능하다. 아파트 승강기는 1평가량의 매우 좁은 밀폐공간이기 때문에 사람 간 거리가 매우 짧다. 감염된 사람이 한번 가벼운 기침을 한 번 하더라도 무방비 상태의 상대방은 불과 10~20초 사이에도 감염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환자와 접촉 시간이 길수록 바이러스를 옮을 기회가 많아 잘 감염된다. 하지만 어떤 경우는 접촉 시간이 짧더라도 매우 위험한 전파 행위가 있으면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같은 아파트 동 주민이 환자일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이 화근이 되었을 수도 있다. 좁은 밀폐공간에서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다.
아니면 환자가 먼저 엘리베이터를 타서 바이러스에 잔뜩 오염된 손으로 닫힘 버튼을 눌렀고 이어 탄 주민이 맨손가락으로 오염된 닫힘 버튼을 눌러 손이 오염된 뒤 나중에 코 입 등을 만져 감염됐을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것이 더 가능성이 높은 지는 두 사람에 대한 역학조사를 하면 나올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밀폐공간에서의 마스크 착용, 맨손으로 무엇을 만진 뒤에는 반드시 얼굴 등을 만지기 전 손소독이나 손세척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얻을 수 있다.
지난달 18일 오전 8시께 출근길에 서울 암사동 한 아파트에서 코로나19 확진자인 명성교회 부목사와 함께 승강기에 탔던 성동구청 직원이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 모두 마스크를 끼지 않았으며 구청직원의 자녀 두 명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 프레시안
도끼상소문 한겨레
한국발 입국제한 82곳…러시아 사할린주·뉴질랜드도 격리
중국 중앙정부 차원에서 입국절차·검역 강화 나설 듯
국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한국으로부터의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지역이 2일 82곳으로 늘었다. 한국발 입국을 전면 금지하거나 일정 기간 막는 지역은 36곳이고 입국은 허용하지만, 격리 등 검역을 강화한 곳은 중국을 포함해 46곳이다. 입국 절차를 강화한 곳에 러시아와 뉴질랜드가 추가됐다.
러시아 사할린주는 한국, 일본, 중국 등을 방문한 후 입국한 외국인을 대상으로 검사와 설문조사를 하고 증상이 있으면 21일간 시설격리 및 치료를 한다. 증상이 없어도 14일간 자가격리다. 뉴질랜드는 입국 전 14일 내 한국, 이탈리아를 방문한 외국인을 14일간 자가격리한다고 이날 발표했다. 중국은 14개 성·직할시가 강화된 입국절차를 시행하고 있다. 대구·경북에서 출발한 내외국민을 14일간 자가격리하는 상하이시부터 한국발 항공기 탑승 내외국민을 14일간 지정호텔에 격리하는 헤이룽장성까지 지방정부마다 조치가 상이하다.
이런 가운데 중국 해관(세관)총서와 국가이민관리국은 전날 국무원 코로나19방역체계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심한 국가에서 온 입국자에 대해 검사를 의무화하고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을 격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그간 지방정부 단위에서 이뤄진 입국절차 강화를 앞으로 중앙정부 차원에서 시행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3월1일 국무원 공동방역통제체제 브리핑 시 중국 측은 지방별로 현지의 방역 수요에 따라 방역 조치를 할 것이며 내·외국인에게 동등하게 적용될 것이라는 요지로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브리핑 시 언급된 바와 같이 현재 중국 측의 관련 조치는 지방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나 외교부는 관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중국 중앙및 관할 지방정부와 긴밀히 소통해 우리 국민의 안전과 편의가 보장될 수 있도록 필요한 대책을 지속 강구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아직 한국에서 오는 이들에 대한 입국제한을 하지 않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고위험 지역에서 들어오는 여행자들을 대상으로 해당 국가 출국은 물론 미국 입국 후에도 의료검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미국과 긴밀히 협의하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으로 말할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외교부는 정부의 방역 노력 등을 설명하며 입국금지 등 과도한 조치를 자제하도록 외국 정부를 설득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국내 코로나19 상황이 계속 악화하면서 한국발 입국자의 입국을 제한 또는 금지하는 국가는 1주일 새 6배로 늘었다. 강경화 장관은 전날 밤 아랍에미리트(UAE) 외교장관과 통화한 데 이어 이날 캐나다와 몰디브 외교장관에게도 과도한 조치 자제를 당부했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이날 비공식 브리핑에서 “몇개국이 더 늘 수 있지만 (입국 금지·제한을) 할 만한 국가는 대략 다 한 것 같다”며 “우리의 방역 전략이 빨리 성과를 거둬서 한국이 코로나바이러스에 잘 대처하고 있다는 것만 증명하면 지금의 제한 조치는 단시간에 풀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의 한국발 입국자에 대한 조치 사항은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dev/newest_list.mofa)에서 확인할 수 있다.
박민희 기자 minggu@hani.co.kr
코로나19 확산에 차별·혐오 게시물 ‘골치’
대구·광주 혐오한 코로나19 게시글 등 9건 삭제
정부 비판한 게시글 삭제 안 해, 심의위원들 “삭제 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통신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통신소위·위원장 대행 심영섭)는 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코로나19’ 관련 인터넷 게시글 16건이 정보통신심의 규정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9건을 두고 의견청취 절차를 듣지 않고 직권으로 ‘삭제(시정요구)’ 조치를 결정했다.
▲유튜브채널 ‘도람뿌’ 영상화면 갈무리.
지난달 24일부터 통신소위는 정부·여당 추천 심영섭 위원이 대신 진행하고 있다. 통신소위원장은 미래통합당 추천 전광삼 상임위원인데, 전 위원은 현재 대구 동구갑 공천 절차를 밟고 있어 2일도 휴가계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심의 안건으로 올라온 차별 비하 게시글들은 방통심의위 모니터링단의 중점 모니터링으로, 다른 안건들은 경북지방경찰청과 울산지방경찰청 등을 통해 심의 안건으로 상정됐다.
삭제된 게시글은 총 9건이다. 9건 중 6건은 차별·비하 관련 코로나19 게시글이다. △대구에서 코로나19를 종식하려면 지하철 방화사건을 일으켜야 한다고 적은 게시글(2건) △코로나19는 광주에서 퍼져야 한다고 적은 게시글(1건) △광주에서 확진자 한 명이 나오자 ‘오늘 전라도가 한 건 했다’는 게시글(1건) △다른 특정 대상 비하 게시글(2건) 등이다.
다른 3건은 △경기도 이천 SK하이닉스 교육생 중 확진자가 없는데 있다고 쓴 게시글 △코로나19에 걸리면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만 명을 감염시킬 거라고 주장하는 게시글 △코로나19로 사망한 게 아닌데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들이라고 주장하는 사진 4장이 담긴 페이스북 게시글 등이다.
삭제조치를 의결하지 않은 게시글도 있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는 유튜브채널 ‘도람뿌’에 올라온 동영상 3건이다. 심의위원 2인(정부·여당 추천 심영섭 위원과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은 ‘문제없음’을, 정부·여당 추천 강진숙 위원은 ‘삭제’를 주장했다.
문제가 된 유튜브 영상 3건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를 300만장 가져다주고도 중국한테 무시당했다는 내용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16번 확진자를 발표하면서 17번, 18번 확진자는 발표하지 않았다는 내용 △문재인 정부가 코로나19가 별것도 아니라고 하면서 헬기인지 드론인지 모르겠지만, 공중에서 약을 뿌리는 방식으로 청와대를 소독한다며 비판하는 내용 등이다.
다수 심의위원은 “정부 비판과 함께 욕설이 지나치지만, 삭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심영섭 위원은 “욕설 등 점잖지 못한 표현이 많아 심의 조항을 적용할 수는 있지만, 삭제조치는 너무 나간 행위”라 했고, 이상로 위원은 “개인 표현의 자유를 깊이 있게 파고들어 삭제하는 건 대단히 위험한 행위”라 주장했다.
‘의결보류’된 게시글도 있다. 심의위원 전원은 “정확한 사실 확인을 한 후에 다시 심의하자”고 뜻을 모았다.
한 누리꾼은 “코로나19는 열에 가장 약하다. 30도만 돼도 활동이 많이 약해지거나 죽는다.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하세요. 온도가 70~80도까지 올라갑니다. 외출 후 신경 쓰이는 옷이나 물품은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해라. 그러면 바이러스가 모두 죽는다. 지금 당장 실행에 옮기면 도움이 된다”는 게시글을 작성했다. 춘해보건대학교 총장이 한 말이라고 출처를 표기했다.
사무처 확인 결과 춘해보건대학교 총장이 한 말은 아닌 것이 확인됐다. 하지만 외출 후 헤어드라이기를 사용해 마스크 등을 말려 코로나 바이러스를 죽일 수 있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아 질병관리본부에 확인 후 다시 심의하기로 했다.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탄핵 청원’ 거짓말 투성인데…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
[ 온라인 모니터 보고서 ]
코로나19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을 탄핵하라는 청와대 청원이 10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청원인은 ‘문재인 대통령을 보면 중국 대통령을 보는 듯 하다’ ‘자국민을 생각한다면 중국 전면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며 탄핵을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해당 청원에는 사실과 다른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론은 검증도하지 않은 채 청원 내용을 그대로 전하며 ‘중국 대통령’ 프레임을 만드는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중국에 마스크 300만개 보냈다”… 청원인 주장 그대로 받아쓰며 ‘중국 대통령’ 운운
2월26일자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랭킹 1위에 오른 국민일보의 <“중국 대통령 보는 것 같다” ‘문재인 탄핵’ 청원 50만 돌파>(2월26일 문지연 기자) 기사는 대통령 탄핵 청원이 50만 명을 돌파했다고 전했습니다. 국민일보는 청원인이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중국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며 “문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고, 마스크 가격 폭등에 대한 어떠한 조치도 내놓지 않았다”고 비판한 내용을 기사에 담았습니다. 또, “현재도 하루에 약 2만 명의 중국인들이 계속해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고 있다”며 “중국인에게 한국을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허락한 것”이라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국민일보는 이 청원인의 주장을 어떠한 검증도 하지 않은 채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 지난 2월26일 네이버 ‘많이 본 뉴스’ 랭킹 1위. ‘중국 대통령 보는 것 같다’는 제목의 기사가 87만 조회수를 기록
청원인의 주장을 ‘팩트체크’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
하지만 이 청원인 주장에 사용된 근거들은 대부분 허위왜곡정보였습니다. 첫 번째로, 청원인은 “문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했다”고 주장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300만 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한 사실이 없습니다. 외교부는 지난달 30일 민관이 협력해 마스크 200만장, 의료용 마스크 100만장 등 의료 물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해당 물품은 ‘중국유학총교우회’와 ‘중국우한대총동문회’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마스크는 정부가 아니라 민간이 지원한 것입니다. 다만, 정부가 대중교통이 차단된 우한으로의 운송을 지원했을 뿐입니다. 해당 사건은 이달 초 논란이 됐지만 연합뉴스 <팩트체크-중국에 마스크 300만 장 지원 논란 실상은?>(2월6일 조준형 기자) 등에서 팩트체크했습니다.
두 번째로, 정부는 중국인을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두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27일 발표한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 요구 관련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 2월4일부터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절차를 강화하여, 입국자를 철저히 파악하고 입국을 최소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중국 전용 입국장을 별도로 만들고, 소독과 발열도 체크하며, 입국 시 모든 내외국인은 국내 거주지와 연락처를 제시해야 하고, 현장에서 연락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한 후 ‘이상이 없을 때만’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청와대는 ‘특별입국절차’가 실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며 “중국인 입국자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 번째로, 청원인은 “중국인이 하루에 2만 명씩 입국하고 있다”고 했으나 정부의 ‘특별 입국 절차’ 등의 영향으로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은 1000명대로 감소했습니다. <2020년 2월 중국인 입국자 현황>을 보면 이달 중국인 입국자는 25일 1824명 26일 1,404명 수준으로 급감했습니다. 1월 대비 92.6% 감소했습니다. 해당 청원이 시작된 2월 4일 자 중국인 입국자수는 5350명이었습니다. “하루에 중국인 2만 명이 자유롭게 드나들고 있다”는 청원인의 주장은 과장된 것입니다.
언론이 국민청원을 전하면서 청원인 규모를 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청원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그러나 국민일보는 청원인의 주장을 가감 없이 전했고, 결국 사실과 다른 정보가 네이버 포털을 통해 수십만 명에게 유포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아시아경제 <“중국 대통령 보는 것 같다” ‘문재인 탄핵’ 청 청원 100만 돌파>(2월27일 한승곤 기자), 서울경제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 탄핵 청원 40만 향해>(2월27일 조예리 기자)도 비슷한 보도를 내놨습니다. 이들 보도는 “중국 대통령이냐”는 말을 부각하고 청원인의 주장의 문제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에 ‘탄핵 청원’은 치솟고, 이에 반발하는 ‘응원 청원’도 치솟고 있습니다. 언론이 비판 기능을 망각하고 갈등만 키우고 있습니다.
중국 입국 금지? 실효성↓ 외교·경제 파장↑
‘탄핵 청원’의 청원인은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해야 한다며, 이를 하지 않는 문재인 대통령이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중국 대통령’ 프레임의 핵심 근거입니다. 언론도 이 논리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그러나 언론이라면 ‘중국 입국 금지’의 실효성과 파장 등을 먼저 따져 물었어야 합니다.
국제 의학전문가들은 원천 봉쇄의 방역적 이익이 낮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WHO는 에볼라 바이러스 위기가 고조된 지난해 7월 모든 회원국에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된다. 이런 방안들은 ‘두려움’으로 인해 도입되는 것이지,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습니다. 원천 봉쇄가 불법 밀입국을 유발해 방역망에 구멍이 날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실제 중국 입국을 전면 금지한 이란과 이탈리아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경로로 코라나19 감염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비중은 25%에 이를 정도로 중국은 우리의 주요 교류 국가입니다. 이에 자칫 입국금지가 돌이킬 수 없는 경제적 타격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됩니다. 이에 중국 입국 금지가 실효성도 없을뿐더러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줌으로 반대한다는 여론도 만만치 않은 것입니다.
그나마 몇몇 언론은 ‘중국 입국 금지’의 실효성을 따져봤습니다. 한겨레 <뉴스AS-정말 ‘중국 전역’ 대상으로 입국금지를 해야 할까요?>(2월27일 노지원 기자) 프레시안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76만 명으로 종료, 실효성은?>(2월23일 서어리 기자) JTBC <팩트체크-“중국인 입국 금지로 감염병 막자” 현실성 있나?>(1월23일 이가혁 기자) 보도를 보면, 중국인 입국 금지는 실효성이 없음을 지적했습니다.
성숙한 시민의식 보여주고 있는데… 이제 ‘언론만 바뀌면 된다’
코로나19 상황은 분명 비상사태입니다. 정부가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한다고는 하지만 한계가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정상적인 언론이라면 정부 정책의 허점을 비판하고 빠른 변화를 촉구하되, 비과학적인 주장이나 정파성에 매몰된 ‘묻지마 정부 비난’은 자제해야 합니다. 언론은 신뢰할만한 존재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공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부 언론은 앞뒤 맥락을 생략한 채 '묻지마' 정부 비난을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시민, 공무원, 의료진들이 감염병 예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모습과 비교됩니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에선 ‘이제 언론만 바뀌면’ 된다는 교훈을 남겼습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SZHdYn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HY31NC
※ 문의 : 엄재희 활동가 (02) 392-0181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민주언론시민연합
왜 그 많은 청년들이 ‘욕먹는 신천지’에 모였을까
죄는, 죄를 저지른 당사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버리고, 두렵고 불안한 미래를 안겨주고도
그 고립감과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 사회 공동체에 있는지 모른다
신천지 교육 수료식
# ‘코로나19 바이러스’ 슈퍼전파자인 ‘신천지’가 뉴스의 초점이다. 신천지엔 주류 개신교단이 붙인 ‘이단’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기독교 언론이 아니라면 이런 표현을 쓰긴 어렵다. 신천지를 해산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단숨에 100만명을 넘을 만큼 ‘국민 밉상’으로 떠올랐다 해도 말이다. 로마 황제들에 의해 순교당한 초기 그리스도인들도, 가톨릭에 의해 화형당한 얀 후스를 비롯한 교회 개혁가들과 개신교를 연 마르틴 루터도 잔 다르크도 이단자였다. 기독교는 바로 ‘이단의 역사’였다. 따라서 이단이나 사이비는 기성 교단에 의해서 판명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열매, 즉 그들의 ‘도덕적 행위’로 판별할 수밖에 없다.
# ‘마녀사냥 당하고 있다’는 신천지의 하소연이 아니더라도 마녀사냥은 성난 군중이 가장 쉽게 갈 수 있는 선택지다. 역사적으로도 페스트 같은 전염병과 자연재해, 전쟁 등으로 많은 사람이 죽거나, 지배계층의 수탈로 삶이 피폐해진 가운데 희생양이 필요할 때 등장한 것이 마녀사냥이다. 중세 마녀로 몰린 이는 대부분 여성과 노인, 고아 같은 약자였다. 마녀사냥은 징역형 정도면 적당할 죄에 대해서도 민의의 이름으로 과잉 처벌을 낳기에 민주주의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다. 지금은 마녀사냥을 할 때가 아니라 슈퍼전파자가 된 신천지가 가장 앞장서 사태 수습에 협조하도록 해 이 사태를 끝내는 데 집중해야 할 때다.
# 기존 교회를 비롯한 기성 종교에는 젊은이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데 신천지엔 웬 청년들이 저렇게 많으냐고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이미 도스토옙스키가 <죄와 벌>에서 보여줬듯이 죄는 죄를 저지른 당사자들만의 것이 아니다. 청년들의 희망을 앗아버리고, 두렵고 불안한 미래를 안겨주고도 그 고립감과 외로움을 달래주지 못한 우리 사회 공동체에 있는지 모른다. ‘무엇보다 청년들이 신천지 안에서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 기성 교회가 너무 물질 축복 내세 구원에만 매달리고, 기성 종교인들이 꼰대가 되어 젊은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주지 못한 원인도 크다’는 신천지 연구자들의 견해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관련 기사: “신천지 진짜 문제는 ‘사기전도’로 의심사회 만든 거죠”)
# 2일 이만희 총회장의 기자회견에서 보았듯 그는 89살이란 나이에 걸맞게 노쇠했다. 그가 교인들에게 가르친 대로 영생할 가능성은 제로다. 대부분의 그리스도교가 내세구원론을 펴는 것과 달리 신천지는 현세구원론을 펼친다. 신천지는 ‘개인비리와 세습으로 욕망에 가득 찬 대형교회 목사들이 말하는 내세구원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주장한다. 이미 기존 교회 안에서 이런 모습에 대해 ‘예수 그리스도가 아닌 맘몬을 숭배한다’고 한 경고조차 무시한 것이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부채질한 것은 아닌가. 온 국민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는데도 보수교회를 대변하는 한국교회언론회는 “예배는 교회의 존재 이유”라며 “교회의 예배보다 전철과 버스, 택시 운행을 멈춰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저기에 어디 구원이 있겠느냐’는 신천지의 논리를 뒷받침해줄 주장은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대신 지금은 선한 행동이 절실한 때다. 재정적 손실을 기꺼이 감내하며 예배와 미사, 법회 중단에 동참하고, 대구로 의료지원을 하러 달려가거나 헌금과 기부금을 보내며 고통을 함께 나누는 이들처럼 말이다./ 한겨레 조현 종교전문기자
'신천지와 이만희 총회장' 실체 드러나나···코로나19로 전방위 압박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 총회장이 2일 경기 가평의 신천지 ‘평화의 궁전’ 앞에서 열린 코로나19 관련 기자회견에서 사죄의 큰 절을 하고 있다. | 김정근 선임기자 jeongk@kyunghyang.com
“물이 맺혀 방석이 젖고 화장실도 없는 곳에서 신천지 기반을 세웠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모진 찬바람은 불어 왔지만 꿋꿋이 달마다 12가지 열매를 맺어 왔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하게 됐다.” 지난해 3월 1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창립 35주년 기념예배에서 이만희 총회장(89)은 창대해졌음을 선언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신천지는 코로나19 수퍼 전파지로 지목되며 큰 비난을 받고 있다. 이 총회장과 지도부는 고발당해 검찰 수사에 직면했다. 신도들의 상당수가 확진자이자 전파자가 되고 전국 주요 시설은 폐쇄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을 막기위한 시급한 상황에서 교단 차원의 부실한 협조, 신도들의 숨어들기 등으로 인한 행정력 소진은 사회적 공분을 자초했다.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한 기존 주류 개신교계는 “마침내 이단 척결의 호기”라며 연일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등 전방위적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이 총회장이 지난 2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죄했지만 비판은 여전하다. 신천지 관계자는 4일 “핍박 세력의 음해와 비방, 가짜 뉴스로 억울한 점이 많다”면서도 여러 질문에 대한 답은 피했다.
기독교계 신흥종교인 신천지, 기존 개신교가 이단으로 규정한 뒤 종교계 특히 개신교 안팎에서 20여년 째 논란의 중심이던 신천지의 실체가 코로나19 사태로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불투명하던 신도 규모와 국내외 조직 체계, 신도들의 신앙생활 형식과 내용, 이 총회장의 행적 등이다. 특히 신학적·신앙적 차원에서의 실체 규명과는 별개로, 그동안 개신교계와 전 신도들이 주장해온 반사회적 감금이나 폭행·횡령·헌금 강요 같은 각종 의혹들은 검찰 수사로 명확히 확인될 전망이다.
지난 2일 기자회견을 하는 이만희 총회장의 뒷편 건물 ‘평화의 궁전’ 대문에 신천지 마크가 크게 새겨져 있다. 기둥에는 코로나19 관련 시설폐쇄를 알리는 노란색 공지문이 붙어 있다. |김정근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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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랄만한 큰 성장”, 요인과 배경
신천지는 개신교계의 예상보다 크게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도숫자는 물론 공식 기관 외에 이웃 주민들도 모르는 신천지 시설들이 전국의 일부 군·면 단위에서 까지 확인되고 있다. 최근 정부 당국이 신천지로 부터 받은 신도 명단은 국내외 24만5605명(국내 21만2324명, 해외 3만3281명)이다. 예비 신도라 할 수 있는 교육생 6만5127명까지 합하면 31만여 명이다. 물론 그 숫자의 정확성 여부를 놓고 논란은 계속된다. 개신교측은 “숨겨진 신도들이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총회장이 신천지를 세운게 1984년이다. 36년 만에 이같은 교단세를 구축했다. 대형교회의 한 목사는 “사실 성장 분위기가 감지돼 예장(대한예수교장로회) 등 교계 내에서 적극 대응해왔다”며 “그동안 알려진 신도수나 신천지가 주장하는 숫자에 과장이 있다고 봤는데 좀 놀랍다”고 밝혔다. 개신교계 신흥종교 연구자는 “1980년대에 세워진 신흥종교가, 그것도 20년 전부터 주류 개신교단들로 부터 이단으로 규정돼 활동폭이 제한됐음에도 이같은 숫자는 큰 성장을 의미한다”며 “성장에는 여러 요인들이 있기 마련”이라고 밝혔다.
신천지 행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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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의 성장 요인이나 배경으로 우선 신천지 내부의 독특하고 적극적인 선교 방식이 꼽힌다. 여기에 개신교계의 분열, 기존 교회들의 불투명한 재정문제와 일부 목사들의 비리, 세습 등도 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실제 신천지는 타종교인·무종교인이 아니라 기존 개신교인을 선교의 주 대상으로 삼는다. 성경해석을 놓고 견해들이 엇갈리는 틈을 파고드는 것이다. 개신교 이단대책위원회나 전 신천지 신도들은 “‘추수꾼’이라 부르는 이를 기존 교회나 각종 모임에 몰래 참여시켜 신도들을 빼간다”고 주장한다. 교회들이 ‘신천지 아웃’ ‘신천지 출입금지’ 팻말을 교회 입구에 붙이는 이유다. 천주교도 지난 2017년부터 신자들에게 경계를 당부하고 있다. 이단대책위에서 일하는 전 신도는 “추수꾼은 상당한 교육으로 이론적·실무적 무장을 하고 있다”며 “목사의 가르침에 대한 신학적 문제나 개인 비리의혹 제기, 재정 문제를 파고들어 설득력을 높인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신천지 관계자는 “우리를 이단으로 핍박하는 세력은 순수한 복음전파를 자신들 소유 언론 등을 통해 온갖 거짓말, 가짜뉴스로 왜곡한다”고 주장했다.
신천지는 기존 교회들과 보다 적극적이고 다양한 형식·내용으로 선교를 한다는 분석도 있다. 성경공부 모임은 물론 인문학·재테크·취미 등 취향적 모임을 조직, 활용하는 것이다. 실제 김모씨(25)는 “지난 해 말 두달간 재테크 모임에 참여했는데 신천지 모임임을 알게 돼 탈퇴했다”며 “모임에서 성경, 교회 이야기는 가끔 했지만 신천지와 관계됐는 지는 전혀 몰랐다”고 밝혔다. 신천지는 또 학원가·대학가 젊은 층 공략에도 힘을 쏟는 것으로 나타난다. 신흥종교 연구자는 “역사적으로 신흥종교가 늘 그렇듯 신천지도 기존 교회들보다 적극적·공격적 선교를 한다”며 “기존 교회들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신천지 선교의 자양분, 힘이 된다”고 말했다.
신천지의 교육기관으로 예비 신자들이 교육을 받는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서의 수료식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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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추수’되거나 선교가 이뤄진 이들은 신천지 교육기관인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서 6개월 간 교육받고 시험을 거쳐 입교한다. 교육은 성경 기초부터 구약 창세기, 비유와 상징이 많은 신약의 요한계시록 등으로 이어진다. 신도가 되면 예수 제자들 이름에서 따온 전국 조직인 12지파에 소속된다. 경기 과천의 총회본부 산하의 ‘요한 지파’, 코로나19 전파지가 된 대구·경북의 ‘다대오 지파’, 서울·경기 일부를 관할하는 ‘야고보 지파’, 전남의 ‘베드로 지파’ 등이다.
■왜 이단으로 몰리나
신천지는 교단명인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에서 ‘신천지’는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새 하늘 새 땅’(新天新地·신천신지)을, ‘증거장막’은 요한계시록이 이뤄진 실상을 보고 듣고 증거하는 장막을, ‘성전’은 하나님을 모시고 예배드리는 거룩한 집을 뜻한다. 개신교 관계자는 “사실 ‘장막성전’은 1960~70년대 청계산에서 하나님의 계시를 받았다며 이단으로 유명한 교주 유재열의 ‘장막성전 이삭교회’에서 따온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 총회장은 이 교회에 들어가 활동한 것으로 확인된다.
신천지 상징 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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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대로 창조돼 나타난 약속의 성전’이라는 신천지는 요한계시록을 강조한다. 상징도 요한계시록 4장·21장에서 따왔고, 이 총회장 스스로도 요한계시록을 제대로 해석하는 유일한 목자라 주장해왔다. 신천지는 그를 ‘요한계시록을 증거하는 약속의 목자’ ‘계시록의 실상을 증거하는 대언의 사자’ ‘이긴 자’ ‘마지막 때의 마지막 선지자’ ‘예수가 보낸 사자’로 설명한다.
주류 개신교가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대표적 이유는 이 총회장 개인숭배, 신천지를 통해서만 구원이 가능하다는 조건부 종말론이다. 이 총회장을 ‘구원자’로 여기고 그를 중심으로 한 종말과 구원, 육체의 영생을 주장한다는 것이다. 개신교 측은 “신천지는 ‘구약에는 예수님 한 분을 예언했고 신약은 이긴 자 한 사람을 예언했다’며 그 이긴 자가 이만희로 가르친다”며 “마지막 때(종말·심판의 날)가 되면 신천지를 통해 구원받은 14만4000명이 영생을 하고, 이만희는 재림 예수와 하나가 돼 영생한다고 강조한다”고 말한다. 신천지 관계자는 “(이 총회장을) ‘구원자’가 아닌 ‘선지자’로 가르치고, 신천지예수교란 이름에서 보듯 신천지 성전의 교주는 분명 예수님이다. 예수님처럼 우리도 지금 핍박을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신천지 측은 이 사진을 “성전이 없던 시절 (이만희 총회장이)산에서 말씀을 증거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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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 설립자로 개신교계의 원색적 비난을 받고 있는 이 총회장의 이력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신천지에 따르면, 이 총회장은 ‘경북 청도 출신으로 어린시절부터 할아버지와 같이 기도했으나 교회에 간 적은 없다. 기도와 사역과정에서 하늘로 부터 온 천인(天人)과 영인(靈人)을 만났고 하나님께 충성을 맹세하는 혈서를 썼으며 요한계시록 전장이 이뤄지는 사건을 체험하고 계시(열린 책)도 받았다’고 한다. 신천지와 신흥종교 연구자들의 저서에서는 이 총회장이 천부교 창시자인 박태선의 ‘신앙촌’ 생활을 했다고 말하지만 천부교 측은 공식 부인했다.
이 총회장은 한때 몸담았던 ‘증거장막 이삭교회’가 1980년대 초 신군부의 사이비종교정화사업으로 문을 닫은 이후 1984년 3월 신천지를 세웠고, 경기 안양시 비산동 동산아파트 지하에 첫 ‘성전’을 마련한 뒤 지금에 이르고 있다.
김진호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기획원장(목사)은 “기존 교회에서 신앙적·현실적 고통이나 고민·불만·절망을 느낄 때 그것을 잊기위해, 또는 희망이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대중신비주의에 관심을 두게 된다”며 “1990년대 이후 신도들의 교회간 수평이동, 타종교를 오가는 종교간 이동이 많아지고 있다는 차원에서 신천지 성장을 본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특히 “신천지 성장은 사회적 고통·절망에는 무관심한 채 불투명한 재정, 세습, 권력게임 등으로 신도들에게 희망을 주지 못하는 기존 교회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운다”고 밝혔다.
도재기 기자 jaekee@kyunghyang.com
조선일보 100년, 100개의 장면
[기획] ‘친일’ 방응모의 조선일보 인수부터 45년 차 조선일보 해직 기자의 눈물까지
“조선일보는 광복 이전엔 일제, 이후엔 권위주의 정부, 북한의 세습 독재와 맞서 싸웠다. 운동권 좌파의 괴담과도 맞섰다. 진실을 수호하기 위해 시대와 맞서고 시대를 이끌어온 100년이었다.” 3월5일 창간 100주년을 맞는 조선일보가 지난 2월29일자 1면 기사에서 지난 100년을 자평한 대목이다. 기사 제목은 ‘3·1운동으로 태어나, 불의한 시대에 저항했다’였다. 미디어오늘은 조선일보의 지난 100년을 100개의 장면으로 추렸다. 조선일보의 100년을 통해 우리 언론史의 굴곡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함이다. - 편집자 주
▲ 조선일보
01.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된 방응모는 1922년부터 5년간 평안북도에서 동아일보 신문지국장이었으며 신문 대금이 밀려 본사로부터 수모를 겪기도 했으나 금광을 발견해 벼락부자가 되어 1933년 3월21일 조선일보를 인수했다.
02. 조선일보는 1924년 9월부터 1933년까지 사회주의 논조를 펴기 시작했는데, 1925년 3월14일 사설에선 칼 마르크스 42주기를 맞아 “노동계급 운동의 지도 원리의 계시자로서…용전역투하던 혁명가로서 천만 푸로레타리아트의 추앙과 존경을 받았다”며 찬사를 바쳤다.
03. 1925년 9월 조선총독부는 반일감정을 담긴 사설이 있다며 조선일보를 정간 조치했고, 조선일보는 정간 조치를 풀기 위해 그해 10월 기자 17명을 해고했다.
04. 조선일보는 이봉창의 폭탄 투척 사건이 있었던 1932년 1월10일자에서 “어료차(천왕의 마차)에 이상이 없어 오전 11시50분 무사히 궁성에 환행하시었다”고 보도했으며, 그해 5월8일자에선 윤봉길 의사의 폭탄 투척 사건을 “흉행(兇行)”으로 보도했다.
05. 조선일보는 1933년 12월24일자 사설에서 일본 황태자 탄생에 맞춰 “새로 탄생하신 황태자전하께옵서 건전하게 자라시와 후일에 일본을 세계의 문화와 평화와 따라서 인류의 행복을 위하야 큰 공헌을 하는 큰힘이 되도록 하시는 영주가 되시옵소서 하고 축원을 올린다”고 적었다.
06. 동아일보 사주 김성수의 도움으로 일본 유학을 했고 동아일보 편집국장을 맡았던 이광수가 1933년 조선일보로 이직하며 조선과 동아의 관계는 매우 불편해졌다. 이광수는 조선일보에서도 편집국장을 맡으며 “조선 신문계의 무솔리니”(1933년 삼천리 10월호)라는 별명을 얻었다.
07. 1935년 언론비평지 ‘쩌날리즘’에 실린 ‘동아 대 조선전의 진상 급비판’에 따르면 동아일보 사주 김성수가 조선일보의 지면 광고 요구에 10원을 내겠다고 답하자 방응모는 조선일보 주필에게 “김성수에게 공세의 필봉을 향하라”고 명했다.
08. 조선일보는 1935년 6월 동아일보 사주 김성수가 교장으로 있는 보성전문학교의 신입생 초과 문제를 집중보도했으며, 그해 7월 서울 태평로 사옥 준공 이후 사설에선 “동아일보는 3층이고 조선일보는 4층이다”라고 썼다.
09. 방응모는 1935년 잡지 ‘삼천리’와 인터뷰에서 “먹을 만한 것이나 남겨두고는 전부 사회사업이나 문화사업에 바치겠다. 자손에게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해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10. 조선일보는 1937년 1월1일 1면에서 일왕 부부 사진을 1면에 크게 실었으며 1940년 폐간 전까지 매년 1월1일 일왕 부부 사진을 싣고 충성을 맹세했다.
▲ 1939년 1월1일자 1면
11. 조선일보는 1939년 4월29일 사설에서 일왕 히로히토의 생일을 맞아 생일축하문을 쓰며 충성을 넘어선 ‘극충극성’이란 표현을 쓰고 일왕을 ‘지존’이라 표현했다.
12. 일제의 조선어 말살로 조선일보는 1940년 8월10일 폐간당했다. 조선총독부 경무국에 따르면 당시 조선일보 직원은 912명이었으며, 총독부는 폐간 대가로 조선일보에 80만 원을 줬다. 당시 일본군 전투기 한 대가 10만 원이었다고 한다.
13. 조선일보는 1945년 11월23일 속간사에서 “총독부의 횡포 무쌍한 탄압에 의해 눈물을 머금고 강제폐간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14. 북한군이 서울을 함락한 1950년 6월28일 조선일보는 호외를 내고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만세!”, “경애하는 수령인 김일성장군 만세!”라고 적었다. 조선일보는 “호외를 발행한 사실이 없으며 인민군이 조선일보사의 남겨진 시설을 이용해 만든 선전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 1950년 6월28일자 호외. 조선일보는 “호외를 발행한 사실이 없으며 인민군이 조선일보사의 남겨진 시설을 이용해 만든 선전물로 추정된다”고 밝힌 바 있다.
15. 은행가 출신 장기영은 조선일보의 제의로 납북된 방응모 대신 1952년 4월부터 5년 임기로 조선일보 사장에 취임해 발행부수·지대수입·광고 수입을 크게 늘렸다. 그러나 방씨 일가와 갈등을 빚어 1954년 중도 퇴임했으며, 이후 한국일보를 창간했다.
16. 조선일보는 4·19혁명 뒤인 1960년 4월26일 사설에서 “정의에 불타는 청년 학도들의 장거는 기어코 오늘의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으니 비겁한 기성세대는 숙연히 젊은 세대 앞에 머리를 숙이고 애국청년학도의 순혈에 보답하는 사신(捨身)의 결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적었다.
17. 조선일보는 1961년 5·16 쿠데타 당시 호외에서 ‘군부 쿠데타’로 명명했지만 이틀 뒤인 5월18일 ‘쿠데타’란 단어는 사라졌고 19일 사설에선 “지향할 바를 몰라 방황할 뻔하였던 대다수 국민에게 극히 축복스러운 일”이라며 “그(박정희)를 높이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18. 1964년 11월21일 조선일보 외신부 기자 리영희가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하는 안건을 아시아·아프리카 외상 회의에서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가 다음날 반공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북한이 한국과 동격으로 유엔에 초대된다는 이야기는 ‘적성국가 고무찬양’에 해당했다.
19. 1965년 9월 중앙일보 창간 당시 방우영은 삼성 회장 이병철에게 말했다. “신문 사업이란 것이 돈벌이와는 거리가 멀어 우리도 겨우 먹고 살기 바쁩니다. 재벌이 왜 신문에까지 손을 대려고 합니까. 그럴 돈 있으면 신문에 광고나 많이 내 신문사들을 도우십시오.”
20. 조선일보는 1968년 정부의 지급보증 특혜로 일본에서 민간차관 400만 달러를 들여와 코리아나호텔을 짓게 됐다. 조선일보는 현금 한 푼 없이 당시 서울에서 가장 높은 호텔을 갖게 됐다.
21. 조선일보는 1968년 12월11일 “승복 어린이가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얼굴을 찡그리자 그(공비) 중 1명이 승복군을 끌고 밖으로 나갔으며…양 손가락을 입속에 넣어 찢은 다음 돌로 내리쳐 죽였다”고 보도했다. 1968년 당시 중앙일보 기자였던 김진규 전 한국기자협회장은 “사회부 데스크였던 조선일보 최아무개 기자가 가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22. 조선일보는 1972년 10월17일 유신독재체제에 대해 ‘평화통일을 위한 신체제’란 제목의 사설에서 “가장 적절한 시기에 가장 알맞은 조치로서 이를 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었다.
23. 조선일보는 1973년 9월7일 사설에서 “요즘 우리의 심정은 알고 싶은 것 있는데 알 수가 없고, 말하고 싶은데 말할 수 없는 상태에서 몹시 우울하고 답답하다”며 김대중 납치사건의 진상규명을 요구했다. 편집인 몰래 윤전기를 세워 새 사설을 넣었던 주필은 바로 사직서를 냈다.
▲ 1975년 3월11일 6일간의 농성투쟁 끝에 남은 30여명의 기자들이 회사에서 쫓겨나자 전체 기자들이 회사 앞에 모여 조선일보 규탄집회를 가졌다. 그러나 자유언론수호투쟁에 동참했던 70여명의 기자들은 그 후 굴욕적인 각서를 쓰고 회사로 복귀했다. 사진=조선투위
24. 1974년 10월24일 조선일보 기자 150여명이 ‘언론자유 회복을 위한 선언문’을 채택했고, 경영진은 기자 2명을 해고했다. 기자들이 반발하자 경영진은 이듬해 창간기념일(3월5일) 복직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고, 기자들은 제작거부 농성에 돌입했다. 경영진은 이 중 32명을 해고했다.
25. 1975년 인혁당 사건으로 도예종 등 8명이 사형 확정 이후 하루도 안 돼 처형됐다. ‘사법사상 암흑의 날’로 기록된 이 사건에서 조선일보는 비상군법회의 관계자 말을 빌려 “도예종은 조국이 공산주의 아래 통일되기를 바란다는 말을 남겼다”고 보도했으나 훗날 사실무근으로 밝혀졌다.
26. 1975년 5월 박정희는 헌법을 유린하는 긴급조치 9호를 선포했고, 조선일보는 5월15일 사설에서 “우리에게 가해지고 있는 잠재적 또는 현실적 위협이 우리에게 새 질서의 생활을 요구한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27. 조선일보 회장 방일영의 자서전에 따르면 박정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끔은 방일영 회장이 부러울 때가 있어. 외국 가고 싶을 때 언제나 나갈 수 있고, 놀고 싶으면 마음대로 놀 수 있고, 또 정부를 때리고 싶을 땐 마음껏 때릴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 나도 대통령 그만둔 다음에는 신문사 사장이나 해볼까?”
28. 1979년 10월28일 조선일보는 1면부터 7면까지 박정희 사망을 다루며 ‘민족중흥의 찬란한 금자탑 쌓고 비운에 가다’, ‘하면 된다 강력한 추진력’, ‘막걸리 즐기는 서민 풍모’, ‘용기 있고 위대한 정치가…비전 지닌 영도자’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29. 1979년 11월3일 박정희의 국장 당일 조선일보는 경어체로 사설을 쓰고 “5·16으로 ‘불행한 군인’을 자처하며 국정 책임을 한 몸에 지님으로써 ‘운명의 인’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운명의 인’으로 살아온 이 20년을 유구한 역사 속의 ‘운명의 시대’로 만들었습니다. 그동안 고인이 이룩한 업적은 많고 뚜렷합니다”라며 극찬한 뒤 “박정희 대통령 각하, 고이 가십시오”라고 적었다.
30. 전두환 신군부시절 언론인 강제해직, 언론사 통폐합, 보도지침, 언론기본법 등 독재적 언론 통제를 주도했던 허문도는 1964년 조선일보 기자로 입사해 동경특파원을 거친 뒤 1980년 신군부에 발탁, 중앙정보부장 비서실장과 문화공보부 차관 등을 거치며 ‘20세기 최악의 폴리널리스트’가 되었다.
31. 1980년 4월21일 사북탄광 노동자들이 어용노조 반대와 임금 인상 등 생존권 투쟁에 나서며 경찰과 충돌했다. 계엄사가 24일부터 보도를 허용하자 조선일보는 ‘광부 3천5백명 유혈난동’이란 제목의 1면 머리기사를 내고 “폭도”, “죽음의 거리” 등 표현을 쓰며 입원 중인 경찰의 사진을 실었다.
32. 1980년 4월10일 방우영은 “4월부터 모든 사원의 봉급을 평균 33% 인상하고, 보너스는 연 800% 이상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신군부는 그해 국회를 해산하고 국가보위입법회의에 국회 기능을 맡겼는데, 당시 81명의 의원 중 방우영 사장이 포함됐다.
33. 조선일보는 1980년 5월26일 사설 ‘악몽을 씻고 일어서자’에서 “신중을 거듭했던 군의 노고를 우리는 잊지 않는다. 계엄군은 일반이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극소화한 희생만으로 사태를 진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적었다.
34. 조선일보는 1980년 8월23일 ‘인간 전두환’ 특집기사를 싣고 “육사의 혼이 키워낸 신념과 의지의 행동”, “사에 앞서 공…나보다 국가 앞세워”, “자신에게 엄격하고 책임 회피 안 해”, “남에게 주기 좋아하는 성격”, “운동이면 못하는 것 없고 생도 시절엔 축구부 주장” 따위의 부제를 달았다. 전두환은 4일 뒤 단일후보로 11대 대통령이 됐다.
▲ 1980년 8월23일자 3면
35. 언론학자 강준만은 “1980년 언론 통폐합은 전두환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한 조선일보의 고속 성장을 가능케 했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 매출액은 1980년 당시 161억원으로 동아일보(265억원), 한국일보(217억원)에 뒤처졌지만 5공을 거치고 난 1988년 매출액은 914억원으로 동아일보(885억원), 한국일보(713억원)를 넘어섰다.
36. 조선·동아일보의 소위 ‘민족지 논쟁’이 벌어지던 1985년 4월17일 동아일보는 “조선일보가 친일신문으로 창간된 것은 사실 기록에서 착오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37. 조선일보는 1986년 11월17일 ‘김일성 총 맞아 피살’이란 호외를 내고 “세계적 특종”이라고 자평했다. 그리고 김일성은 18일 오전 평양 공항에 모습을 드러내 이 신문의 “세계적 오보”를 알렸다.
▲ 1986년 11월17일자 호외
38. 1989년 5월15일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1975년 해직된 32명 기자들의 원상회복 및 피해배상을 회사에 촉구했으나, 조선일보 사장 방우영은 특별성명을 내고 “외부와 연결된 사내 정치투쟁”이라며 전면 거부했다.
39. 1989년 주간조선이 김대중 평민당 총재 일행의 유럽순방 당시 추태가 있었다고 왜곡 보도해 평민당이 조선일보 관계자 5명을 고소하자 조선일보 기자들이 ‘언론자유수호선언’을 발표했다. 이에 한국기자협회는 “조선은 더 이상 언론자유를 운위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40. 1991년 10월 주간조선은 국회의원 노무현의 재산이 상당하고 인권변호사 활동은 과장됐으며 고급 요트를 즐겼고 노사분규 중재 과정에서 노사 양쪽에 돈을 받았다고 보도했으며, 법원은 노무현이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조선일보에 2000만 원 손해배상 판결을 냈다.
41. 1992년 10월31일 조선일보 회장 방일영의 고희연에서 스포츠조선 사장 신동호는 “낮의 대통령은 그동안 여러분이 계셨지만 밤의 대통령은 오로지 회장님 한 분이셨다”고 발언했다. 그해 대통령 선거 다음 날 밤 김영삼 당선인이 찾아간 곳도 방씨 일가의 흑석동 자택이었다.
42. 1993년 조선일보 사장이 된 방상훈의 본명은 방갑중(方甲中), 해석하면 ‘갑중의 갑’이었는데 만 30세가 지난 1978년 9월 방상훈으로 개명했다. 방갑중은 군 면제를 받았다.
43. 월간조선은 1995년 9월 “한국통신 노조위원장이 여비서를 두고 그랜저를 타고 다니며 노조 간부 부인의 통장이 16개”라고 보도했으나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
44. 전두환 척결 여론이 한창이던 1995년, 방우영은 조선일보 사보에서 “전두환 대통령은 ‘협조를 부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신문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참모들이 원하고 있어 고려 중에 있습니다’라고 했다. 대통령 체면에 어울리지 않는 저질 협박이었다”고 적었다.
▲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조선일보 창간 90주년 기념식에 참가한 전두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내빈들이 방우영 조선일보 명예회장과 함께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45. 방우영은 1995년 조선일보 사보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생리적으로 언론을 기피하고 혐오한 사람이었다”고 평가하며 “시종일관 언론을 회유·위협·탄압하다가 집권말기 천하의 악법인 긴급조치 9호를 발표, 영구집권을 획책하다 김재규의 손에 비참한 최후를 맞았다”고 적었다.
46. 조선일보는 1996년 2월13일 ‘김정일 본처 서방 탈출’을 특종 보도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성혜림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머물며 북한 측 보호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고, 당시 안기부장은 중앙일보 보도가 맞다고 밝혔다.
47. 1996년 7월 중앙일보 지국과 조선일보 지국이 고양시에서 관할권을 두고 다투다 조선일보 직원 1명이 살해됐다. 이 사건은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삼성간 지면 대결로 이어지다 전경련의 주선으로 멈췄다.
48. 1997년 월간조선이 한국외대 이장희 교수가 쓴 초등학생 대상 통일교육교재를 두고 이 교수가 북한체제를 찬양했다고 보도했으나, 서울지법은 2001년 이 교수의 명예훼손을 인정해 조선일보 등에 1억500만 원의 배상 판결을 냈다. 책 대부분은 어린이들이 실명으로 쓴 글이었다.
49. 신한국당은 1997년 대선 당시 내부보고서를 통해 “우호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조선·중앙 양지를 1백%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고 적었다.
50. 현역 국회의원 중 유일한 8선인 서청원 의원(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이다. 그는 ‘신문인 방우영’에 실은 글에서 “신문사를 떠나고 국회의원으로 있으면서도 조선일보를 늘 친정으로 생각했고 틈나는 대로 회장님과 사장님을 찾아뵈었다”고 했다.
51. 조선일보는 1998년 10월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이던 최장집 고려대 교수를 사상 검증한다며 그의 논문 중 일부만 발췌해 김일성을 찬양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최장집 죽이기’ 사태로 이어졌고 최 교수는 위원장직에서 물러났다. 이 사건은 ‘안티조선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52. 2000년 남북정상회담 이틀 뒤인 6월17일, 16명의 기자가 방북 취재에 나섰으나 북한이 “우리를 자극하는 기사를 많이 쓰는 조선일보는 곤란하다”며 조선일보 기자만 입북을 거부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7월11일 “조선일보는 길들여지지 않는다”는 제목의 대형 사설을 냈다.
53. 조선일보는 2001년 4월14일 사설에서 MBC ‘100분토론’ 사회자 유시민이 “신문 고시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으로써…”라고 말해 편파진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유시민은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고, 서울지법은 조선일보에 정정보도 및 1000만 원 지급 강제조정 결정을 내렸다.
54. 노무현이 2001년 2월 “세무조사를 반대하는 언론과 싸울 수 있는 정치인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자 조선일보는 “언론이 당장 압살해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악마 같은 존재라는 망상에서나 가능한 발상”이라고 비판한 뒤 한동안 ‘노무현’을 지면에 등장시키지 않았다.
55. 2001년 8월17일 방상훈이 횡령 및 세금 포탈 혐의로 구속됐다. 그해 11월 초 보석 허가를 받아 석방됐다. 조선일보 주식 6만5000주를 명의신탁 형태로 아들에게 물려줘 증여세 23억5000만 원을 포탈하고, 복리후생비를 지출한 것처럼 전표를 허위로 꾸며 법인세 1억7000만 원을 포탈한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 벌금 25억 원이 확정됐다.
56. 방상훈은 ‘신문인 방우영’에서 “내가 2001년 정권의 보복적인 세무조사 건으로 구속됐다가 3개월 뒤 풀려나던 날, 삼촌(방우영)은 사무실로 찾아간 나를 안으며 엉엉 우셨다”고 했다.
57. 조선일보는 2002년 2월9일 사설에서 “2001년 언론사 세무사찰은 치밀한 기획과 각본에 의해 자행된 탄압공작이었다”며 “속셈은 현 정권의 대북 정책이나 실정을 꼬집는 비판언론 길들이기”라고 주장했으며, “김대중 정권의 자유언론 탄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 연합뉴스
58. 조선일보는 2004년 1월12일 노무현 대통령이 “내가 (검찰을) 죽이려 했다면 두 번은 갈아 마실 수 있었겠지만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1년 뒤 조선일보는 “확인결과 발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며 정정 보도했다.
59. 2005년 10월 국회의원 유시민은 “선동 보도를 하는 조선일보는 독극물과 같다”며 “정신건강을 위해 우리 당사와 국회 원내대표실 주변에 이들 신문이 돌아다니지 않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60. 회삿돈 횡령 및 세금 포탈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던 방상훈은 이명박 정부 첫해였던 2008년 8·15 특별사면을 받았다.
61. 조선일보는 2009년 4월2일 러시아 대통령이 16t이 넘는 자국산 전용차를 런던에 선보였는데 가격은 6000만 달러, 지붕은 12cm 두께의 티타늄 재질로 탱크와 충돌해도 끄떡없고 창문은 로켓포 공격을 견딜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만우절에 낚인 기사였다.
62.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은 MBC PD수첩에서 2009년 故 장자연 사건 경찰 수사 당시 “(조선일보 관계자가)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고 나한테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63. 방상훈은 2009년 故 장자연 사건 당시 조선일보 회의실에서 경찰 담당 기자 2명을 배석시킨 채 소위 ‘황제 조사’를 받았다. 2개월 뒤 장자연 사건을 수사한 경기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장이 조선일보가 수여하는 청룡봉사상을 받고 1계급 특진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청룡봉사상의 인사 가산점을 폐지했다.
64. 조선일보는 2009년 5월23일 노무현 서거 당일 사설에서 “새삼스레 대한민국 역대 대통령들의 비극을 떠올리며 참담한 기분을 느낀다”고 밝힌 뒤 “대한민국의 부패 특히 그 가운데서도 대통령 부패에 관한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그래야만 이 불행한 일이 대한민국 역사를 새롭게 출발시키는 계기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65. 2011년 12월1일 종합편성채널 개국 첫날 TV조선은 박근혜 당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초대해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는 표현으로 방송사에 전례 없는 정치인 극찬 방송을 내보냈다. 당시 TV조선 보도본부장 강효상은 2016년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되었다.
66. 2012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집은 서울 동작구 흑석동에 위치한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자택이었다. 당시 공시가격만 129억 원이었다.
67. 조선일보는 2012년 4월20일 ‘원전강국 코리아’ 기획기사에서 “싼값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었던 것은 원자력발전 덕분”이며 “우리나라 원전의 안전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이 기사에 보도 협찬금으로 5500만 원을 냈다.
68. 조선일보는 2012년 5월15일 스승의 날 서울시장 박원순이 학생들 앞에서 “학교폭력은 전적으로 선생님 잘못”이라고 말해 “스승의 날 교사들 가슴에 못을 박았다”고 보도했으나 실제 박원순의 발언은 “성인들 잘못”이었고, 조선일보는 정정 보도했다.
69. 조선일보는 2012년 7월19일 1면에서 3년 전 태풍 사진을 하루 전인 7월18일에 찍은 사진으로 보도했다. 이 사실은 동아일보를 통해 알려졌다.
70.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는 2012년 6월 방송을 시작해 2016년 3월 진행자가 하차할 때까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41건의 제재를 받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방송은 2013년 ‘5·18 북한군 개입설’을 여과 없이 내보내기도 했다.
71. 조선일보는 2012년 9월1일 1면 머리기사에서 초등생 성폭행범의 얼굴을 단독 보도했으나 사진 속 주인공은 성폭행범과 아무 관련 없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72. 조선일보는 2012년 9월18일 지율 스님의 단식농성 등으로 터널 공사가 2년8개월만에 재개하면서 6조 원 넘는 손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도했으나 공사 중단 기간은 6개월이었고, 직접적인 공사 관련 손실은 145억원으로 밝혀졌다. 정정보도는 6년 뒤인 2018년 10월27일 나왔다.
▲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73. 조선일보는 2013년 8월29일 김정은의 연인으로 알려진 현송월이 공개 총살됐다고 보도했으나 현송월은 2018년 평창올림픽 당시 한국을 방문했다. 당시 조선일보 독자권익위원회는 “현송월이 총살됐다고 오보를 냈지만 아직까지 정정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74. 2013년 9월 조선일보는 채동욱 검찰총장에게 혼외자식이 있다고 단독 보도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를 지휘하던 채 총장은 낙마했다. 조선일보는 당시 보도를 두고 “권력자의 비위를 밝혀내고 잘못을 비판하는 건 언론의 기본 사명”이라고 했다. 조선일보 회장 방일영의 혼외자식은 4남 2녀다.
75. 2013년 12월26일 TV조선은 ‘하루 승객 15명인 역에 역무원 17명’이란 기사를 내고 강원도 쌍룡역에 불필요하게 많은 인원이 근무하는데 그 배경이 강성노조 때문이라고 보도했으나 실제 투입 인원은 평균 5명이었다. TV조선은 철도노조가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패소했다.
76.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홍가혜씨를 거짓말쟁이, 허언증 환자로 보도했던 디지틀조선일보는 홍씨에 대한 명예훼손이 인정돼 6000만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았다.
77. 주간조선은 2015년 7월 “수원대가 대학구조개혁평가 결과 자격 미달 등급을 받았으며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딸인 김현경씨가 교수로 채용돼 논란이 된 바 있다”고 보도했으나 곧바로 해당 기사가 삭제되고 편집장이 교체됐다. 수원대 총장 이인수와 방상훈은 사돈 관계이며, 수원대는 TV조선 출범 당시 50억 원을 출자했다.
78. 1991년 김기설 자살방조혐의로 3년형을 받았던 강기훈은 2015년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았다. 과거 강기훈이 김기설의 유서를 대필했다고 보도했던 조선일보는 대법 판결 이후 사설에서 “모든 법관은 자신들의 판단 하나하나가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짓게 된다는 사실을 무겁게 봐야 한다”고 적었다.
79. 한현우 조선일보 주말뉴스부장은 2015년 12월 칼럼에서 “네 명이 중국집에 가서 탕수육을 시켰는데 간장을 두 종지 줬다. 두 명 당 하나란다”라며 “다시는 안 갈 생각”이라고 적었다. 식당 주인은 미디어오늘에 “저희가 잘못한 거니까 혼나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해당 중국집은 한 부장 측 ‘항의’ 이후 간장 종지를 1인당 한 개씩 줬다.
80. 조선일보는 2016년 구의역 참사 당시 “김아무개군은 사고를 당하는 순간까지 약 3분간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다”며 ‘죽음의 외주화’에 주목하던 사회 시선을 ‘노동자의 부주의’로 돌렸으나, 보도내용은 사실이 아니었고 조선일보는 정정 보도했다.
81. 조선일보는 2016년 6월29일 “세월호 특조위가 미국 447만원, 영국 267만 원 등 비즈니스 항공권 가격을 요구했다”며 특조위가 참사 원인 규명에는 관심 없고 세금을 이용해 호화여행이나 떠날 궁리만 하고 있다는 투로 보도했으나 사실이 아니었다. 조선일보는 2015년 11월7일 “세월호 특조위원장 급여가 한 달 1461만 원”이라고 보도했으나 역시 오보였다.
▲ 조선일보. 사진=미디어오늘 자료사진
82. “방상훈 사장이 조선과 TV조선에 기사 쓰지 않도록 얘기해두겠다고 했습니다.” 2016년, 발신자를 확인할 수 없는 이 문자의 수신자는 장충기 삼성 미래전략실 사장이었다. 문제의 ‘기사’는 삼성 이건희의 성매매 동영상 관련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방 사장은 이 같은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83. 조선일보 주필 김대중은 2016년 10월25일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감싸면 애국이고, 박 대통령을 비판하면 모두 반국가이고 친야당이란 말인가”라고 되물은 뒤 “글 쓰는 사람들에게 전에는 ‘친노’가 무서웠는데 요즘은 ‘친박’이 더 무섭다”고 적었다.
84. 방상훈은 2017년 6월 지령 3만호 기념사에서 “일제·전쟁·독재·민주의 시대를 지나면서 권력은 갖은 형태로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했지만, 우리는 비판 정신을 내려놓지 않았다”고 말했다.
85. 1997년 6월 ABC협회가 발표한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203만3839부였으며, 20년이 지나 2017년 6월 ABC협회가 발표한 조선일보 유료부수는 125만4297부였다.
86. 조선일보는 2018년 7월21일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칼럼을 내보냈고, 이틀 뒤 칼럼 당사자였던 국회의원 노회찬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선일보는 8월11일 “사실을 오인해 고인과 유족, 독자에 상처 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운전기사는 없었다.
87. 조선일보가 2018년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105억 원이다. 방상훈(30.03%)을 비롯해 방준오, 방성훈, 방용훈 등 주주 대부분이 방씨 일가다.
88. 73세인 방상훈은 올해(2020년)로 27년째 사장직을 맡고 있으며, 역대 조선일보 방씨 사장자(방응모-방일영-방우영) 가운데 가장 긴 재임 기간을 기록할 가능성이 높다. 차기 경영권을 물려받을 가능성이 높은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은 올해 47세로, 2003년 조선일보 기자로 특채 입사했다.
89. 조선일보는 2018년 MBC가 주진우 기자의 방송프로그램 출연료가 회당 600만 원인 것은 과도하다고 비판했으나 정작 TV조선에서 주 기자에게 회당 800만원의 출연료를 제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90. 조선일보는 2018년 5월 해리 해리스 당시 美 태평양 사령관이 “주한미군은 중국의 군사팽창을 억제하고 일본의 야욕을 제어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고 비중 있게 보도했으나 확인결과 자유한국당 대변인의 발언이었다.
91. 조선일보 노동조합은 2018년 10월1일 노보에서 “편집권 독립을 위한 장치가 아무것도 없는 상태”라며 “조선일보 안에 성역은 있고 언론자유는 없다”고 주장했다.
92. 조선일보는 2018년 12월11일 “한국전력이 탈(脫)원전 정책에 따른 전력 수급 불안을 막기 위해 중국과 러시아로부터 전기수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으나 실제로는 박근혜정부에서 추진된 사업이었다. 조선일보는 박근혜 정부 시절 이 사업을 호평하는 지면을 냈다.
93. 시사IN이 실시한 2019년 대한민국 신뢰도 조사결과에서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를 순서대로 2곳 답해달라는 질문에 조선일보가 28.5%로 1위를 기록했다.
94.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의 2019년 상반기 ‘기사형 광고 심의 결정’ 자료에 따르면 편집기준을 위반해 독자를 기만한 기사형 광고 유포 순위에서 조선일보가 551건으로 1위를 나타냈다.
▲ 2019년 8월27일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의 한 장면
95. 2019년 8월27일자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에서는 “조국 qm3 차량, 자택 아파트 주차장에 주차 중”이란 자막이 뉴스 속보로 올라왔다.
96. 2000년부터 2017까지 17년간 조선일보가 진행한 신입 공채 20건을 분석한 결과 232명의 신입 기자 중 서울대 출신이 109명으로 47%에 해당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은 모두 81%였다.
97. 조선일보는 2020년 1월18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처가와 넥슨 사이의 부동산 매매를 주선한 대가로 우 전 수석이 진경준의 검사장 승진 시 넥슨 주식 거래를 문제 삼지 않았다는 취지의 기사는 실제 사실과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고 정정 보도했다. 보도 이후 3년 6개월 만이었다.
98. 언론인 리영희는 과거 조선일보 외신부장 시절을 회상하며 “다른 견습기자들은 잘 가르치면 우수한 저널리스트가 되겠지만 김대중 군만은 어렵겠다고 실망했다”고 말했다. 김대중은 훗날 1980년 광주시민을 폭도로 묘사했으며, 1990년부터 30년째 조선일보 주필을 맡고 있다.
99. 방상훈은 2005년 미디어오늘과의 신년 인터뷰에서 “제일 위험한 것은 사주의 이익, 권력의 이익에 의해 지면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100. 45년 전 조선일보에서 해직된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소속 성한표 기자는 2019년 조선일보의 ‘반민족 친일행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다. 내부에서 개혁이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전 국민의 분노 앞에 마주할 것”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 2019년 8월1일 조선투위가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모습. 사진=언론노조
※ 참고=‘한국언론사’(강준만, 인물과사상사), 민주언론시민연합 아카이브 ‘조선동아 100년 거짓보도 100년’ 등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조선일보 100년 맞아 “과거 오류 사과드린다”
창간 100년 하루 전에 1면과 10면에 ‘김일성 사망’, ‘현송월 사망’,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오보 언급
조선일보가 올해 3월5일 창간 100년을 하루 앞두고 1면 알림에 “과거의 오류, 사과드리고 바로잡는다”며 김일성 사망 보도 오보와 무관한 사람을 성폭행범으로 오인했던 오보들을 스스로 알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관련된 오보도 스스로 언급하고, 현송월 사망 오보에 대해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는 점도 밝혔다.
4일 조선일보는 1면과 10면에 걸쳐 지금까지의 조선일보의 오보 등을 사과하고 바로잡는다고 알렸다. 조선일보는 1면에 “조선일보에 하루 130건 이상의 기사가 실린다. 100년간 이렇게 신문을 만들었다”며 “조선일보 기자는 취재를 통해 사실을 밝히고 최대한 진실에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제작상 실수로 인명‧지명이 틀리거나 엉뚱한 수치를 쓰는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런 단순한 오류 이외에도 교차 확인을 게을리한 잘못된 취재 관행, 기자의 판단실수, 과욕과 집착 때문에 저지른 뼈아픈 오보도 있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100주년을 맞아 주요한 오류와 실수를 되짚어보고, 미처 바로잡지 못한 오보를 특집 지면을 통해 정정하고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이와 함께 엄격한 원칙에 따른 ‘팩트체크’분석 기사를 정기적으로 게재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주장, 뉴스의 사실관계를 밝혀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3월4일 조선일보 1면.
1면에 이어 10면에 조선일보는 ‘김일성 사망 보도 이튿날 오보 판명… 무관한 사람을 성폭행범 오인’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에서 △김일성 총 맞아 피살 오보(1986년) △현송월 사망 오보(2013년) △서해훼리호 선장 침몰사고 후 도망 오보(1993년) △해운대 태풍 사진 오보(2012년) △노무현 전 대통령 발언 관련 오보(2004년) 기사 등의 오류를 밝히고 사과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조선일보에 대한 언론 중재 건수는 2018년 34건, 2019년 31건을 기록했다”며 “조선일보는 오보를 정정하는 것은 사실 보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원칙에 따라 언론 중재 절차에도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1986년 11월16일자 1면에 도쿄특파원이 쓴 ‘김일성 피살설’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본지는 당시 신문이 발행되지 않던 월요일 17일자로 ‘김일성 총 맞아 피살’이라는 단정적 제목의 호외를 발행했다. 본지는 18일자 1면에 다시 ‘김일성 피격 사망’이라고 보도하며, 전체 12면 중 7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라며 “하지만 이 기사는 18일 오전 김일성 본인이 북한에 온 몽골 주석을 영접하기 위해 평양공항에 나타나면서 오보로 밝혀졌다. 본지는 다음 날인 19일자 1면에 ‘김일성은 살아있었다’고 보도했으나 정정보도 형식으로 게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1993년 10월10일 여객선 침몰로 292명이 사망한 여객선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때, 조선일보는 ‘서해훼리호 백(白)선장 육지로 도주한 듯’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15일 이 배의 조타실에서 선장 시신이 인양돼 오보로 드러났다. 이것에도 조선일보는 사과했다고 전했다.
▲3월4일 조선일보 10면.
조선일보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오보도 언급했다. 2004년 1월12일자 4면에 ‘대통령의 한 측근’을 인용해 “노(盧) 대통령, 측근 비리 수사 발표 다음 날 불만 표시 ‘검찰 두 번은 갈아 마셨겠지만…’”이라고 보도했는데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었다고 검찰 관계자는 전했다. 이에 조선일보는 정정 보도를 실었다고도 전했다.
2012년 1월17일자 “김정남 ‘천안함, 북(北)의 필요로 이뤄진 것’”이라는 보도에서 김정남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조선 입장에서는 서해 5도 지역이 교전 지역인 걸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핵(核), 선군정치 모두 정당성이 부여되는 것”이라는 내용을 전재했으나 오보였다고 인정하고 정정했다고 전했다.
그 외에도 2012년 9월1일자 1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 범인 사진으로 사건과 무관한 인물을 범인으로 오인해 실은 오보도 언급했다.
▲조선일보가 2004년 1월 작성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관련 오보.
2012년 7월19일자 1면에 실은 ‘해운대의 성난 파도… 오늘 태풍 카눈 수도권 관통’ 제목의 사진은 조선일보 사진기자가 3년 전 해운대 앞바다에서 촬영된 다른 태풍 사진을 당일 새롭게 찍은 것으로 꾸며 전송했던 것을 밝히고 사과했다고 전했다.
2013년 8월29일 ‘김정은 옛 애인 등 10여 명, 음란물 찍어 총살돼’ 보도에서 가수 현송월이 사망했다는 기사를 썼지만 현송월은 2015년 베이징에 나타났다. 그럼에도 정정보도를 하지 않았다. 해당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그 점을 스스로 밝혔다.
이외에도 2016년 7월18일자 “우병우 민정수석의 처가(妻家) 부동산 넥슨, 5년 전 1326억원에 사줬다”, “진경준은 ‘우병우·넥슨 거래’ 다리 놔주고 우병우는 진경준의 ‘넥슨 주식’ 눈감아줬나”, “진(陳) 검사장 승진 때 넥슨 주식 88억 신고… 우(禹)민정수석, 문제 안 삼아” 등의 기사를 보도했는데 이에 대해 “본지는 진 전 검사장의 ‘주선’과 우 전 수석의 ‘묵인’의 사실관계를 입증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정정 보도문도 실었다고 전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박근혜 메시지’까지 ‘카더라’? TV조선 엇나간 희망
[ 이주의 좋은·나쁜 방송 선거보도
월 4주 차, 나쁜 선거 보도
1. 나오지도 않는 ‘박근혜 메시지’에 매달린 TV조선
일부 소위 ‘보수언론’은 총선과 아무 관련도 없고 오히려 ‘선거법 위반’을 포함한 국정농단으로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총선과 연결 지어 동원하고 있습니다. 특정 정파의 지지세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로 보일 수밖에 없는데요.
대표적인 언론이 TV조선입니다. TV조선은 별 근거도 없이 ‘박근혜의 총선 메시지가 나온다’고 외쳤으나 그 결과는 민망해졌습니다. TV조선 <단독-뉴스야?! “박근혜, 다음주 통합메시지?”>(2월22일 류병수 기자), <친박신당 곧 창당… 조원진-김문수는 합당>(2월20일 이채림 기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수통합에 대한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대략 ‘친박정당이 총선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메시지일 것이라는 추정입니다. TV조선은 자신의 유튜브 방송으로 “친박신당이 대한민국의 쓰러져가는 보수를 세울 수 있는 유일한 당”이라고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나홀로 주장한 홍문종 의원만을 인용하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곧 메시지를 낸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 내용은 크게 두 가지 방향, (중략)가장 유력한 것은 4월 총선에서 문재인 정권 심판의 중심에 친박신당이 있어야 하고, 최근 합당을 선언한 우리공화당과 자유통일당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내용”이라 단언했습니다.
이 ‘박근혜 메시지’는 조선미디어그룹에게 아주 오래된 희망이었습니다. 무려 4개월 전에도 조선일보는 <보수정치권 벌써…확인불명 ‘박근혜 메시지’에 술렁인다>(2019년 10월25일)을 통해 ‘박근혜 메시지’를 예견했습니다. TV조선이나 조선일보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 발언을 인용했을 뿐 직접적인 근거는 제시하지도 못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박근혜 메시지’가 공식적으로 나온 적도 없습니다. 국정농단으로 수감 중인 인물이 총선 메시지를 낼 것이라고 바람을 불어넣는 것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입니다.
TV조선‧조선일보가 아무 도움도 없이 ‘박근혜 메시지’에 바람을 넣은 건 아닙니다. TV조선이 거의 유일한 근거로 쓴 홍문종 의원은 자신의 유튜브 채널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1월23일) 등을 통해 ‘나는 박 전 대통령 메시지를 받았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황당하지만 똑같이 박 전 대통령 측근인 조원진 대표는 그런 메시지가 없다고 주장했죠.
그러나 결국 메시지 없었다… 홍문종 유튜브서 “메시지 나온다는 건 내 생각”
TV조선이나 조선일보의 바람과 달리 친박신당 창당 이후에도 메시지는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뉴시스 <홍문종 “창당하면 박근혜 메시지 나온단 건 제 생각” 사죄>(2월25일 김지은 기자)에 따르면 홍문종 의원 스스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없다고 실토했습니다. 홍문종 의원은 “친박신당 창당 전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박근혜 전) 대통령께도 너무 죄송하고, 이것을 보는 여러분께도 너무 죄송하다’며 ‘그간 박근혜 대통령 메시지가 저희 창당하면 나올 거라고 제가 그냥 제 생각대로 말씀드렸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는 “(제가) 대통령 메시지가 곧 나올 거다 그런 얘기도 했는데, 얼마나 이기적이었나 생각한다. 대통령을 위해 뭘 하겠다고 하고는 대통령한테 자꾸 ‘친박신당까지 만들었으니 메시지 주세요’하는 제가 얼마나 이기적인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럼 홍문종 의원의 유튜브 채널을 보고 쓴 TV조선의 기사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TV조선 기사를 보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메시지까지 내시니 총선에서 친박신당을 중심적으로 지지해야 겠다’고 다짐한 유권자가 있다면, TV조선은 대체 그 책임을 어떻게 지려는 것일까요?
같은 날 나온 중앙일보의 ‘박근혜 옥중서신’은 내용이 또 달라
박근혜 전 대통령을 그리워하는 것은 TV조선만이 아닙니다. 중앙일보의 <선데이칼럼-박근혜 옥중서신>(2월22일 이훈범 대기자)(*인터넷 판에선 ‘대신 쓰는 박근혜 옥중서신’으로 제목 수정돼 있음)은 ‘메시지’를 예견한 보도를 넘어 중앙일보 스스로 그 ‘메시지’가 되어 버린 칼럼인데요.
중앙일보가 박근혜 전 대통령에 빙의해서 쓴 옥중서신은 TV조선의 예측과 달리 ‘보수의 승리를 위해 친박이 양보하자’고 호소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중앙일보 이훈범 대기자가 대신 썼다는 옥중서신에는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이제 저를 잊으십시오. 저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옵시다”라고 쓰여 있습니다. 똑같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기다리지만 TV조선과 중앙일보가 기다리는 박 전 대통령은 조금 다른 사람이었나 봅니다. 근거도 없이 유권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기사를 선거 운동처럼 쓰다 보니 이런 희극이 벌어지는 겁니다. 아무리 언론사가 일정한 정치 성향을 드러낼 수 있다고 해도, 최소한의 객관성과 합리성은 지켜야 합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카더라도 확인 없이 기사화할 수 있는 걸까? 한심할 뿐.
2. 선거 보도가 피해야 할 ‘이벤트형 행보‧유세 보도’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지난달 27일 대구를 찾아 유세를 벌였습니다. 코로나19 확산세에 각 당 예비후보들 상당수가 유세 일정을 취소하고 총선 연기론까지 나오는 가운데, 황교안 대표는 피해가 가장 큰 대구를 찾은 겁니다. 황 대표는 코로나19 거점병원으로 지정된 계명대 대구 동산병원을 찾은 뒤 대구의 대표적인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을 방문했는데, 서문시장을 간 시기가 문제가 됐습니다. 당시 서문시장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휴업 중이었습니다. 2월 25일부터 3월1일까지 휴업하기로 돼 있는 시장을 찾아간 게 알려지면서 황교안 대표의 방문이 보여주기식 아니냐는 논란도 일었습니다.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때문에 휴업 중인 시장까지 유세 차 방문한 황 대표 행보에 문제제기를 하는 방송사 보도는 없었습니다. 2월27일 당일 이 소식을 전한 곳은 MBC와 채널A였습니다. 둘 모두 황교안 대표의 대구 방문은 물론, 황교안 대표의 정부 책임론까지 그대로 받아쓸 뿐이었습니다. 그중 채널A는 <썰렁한 서문시장… “정권 심판”vs“총선 공격용”>(2월27일 성시온 기자)에서 황교안 대표의 대구행을 별도의 꼭지로 조명했습니다. 성시온 기자는 “다시 찾은 대구 서문시장은 1년 전과 확연히 달랐습니다. 사람은 크게 줄었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은 상황에서 소독 작업만 진행됐습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서문시장이 휴업 중이란 말은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화면 자막에도 ‘문 닫은 서문시장…방역작업만 진행’이라고 애매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어 기자는 “한 상인이 엄지를 치켜들며 반기자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다가가 포옹하며 응원의 말을 건넵니다”라며 유세 현장을 조명하는 데만 열중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 화면에는 해당 상인 외에 지나가는 사람도, 문을 연 점포도 없었습니다. 휴업 중이었으니까요.
▲ 지난 2월27일 황당한 정부책임론 그대로 전한 MBC ‘뉴스데스크’
이어 채널A는 “황 대표는 대구 경북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면서 정부 심판론을 강조했습니다”라며 황 대표의 정부 심판론을 전했습니다. “(총선은) 문재인 정권의 폭정과 실정에 대한 심판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한 것까지 덧붙였습니다. 선거 보도에서 지양해야 하는 ‘이벤트형 유세‧행보 보도’의 전형입니다. 이런 보도는 유권자에 아무 의미가 없으며 선정적 보도, 특정 후보나 정당에 유리한 보도로 흐를 위험도 큽니다. 더구나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된 상황에서 이러한 행보 받아쓰기보다는 다른 생산적인 보도가 필요합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아무리 당 대표 행보라지만, 코로나19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동정 보도는 지양해야.
3. 언제까지 ‘중국 전역 입국금지’에 매달릴 겁니까?
TV조선 평일 저녁종합뉴스에서 신동욱 앵커가 진행하는 평론 코너 ‘앵커의 시선’에서는 최근 코로나19 사태의 정부 책임론을 자주 강조하고 있습니다. 물론 감염병 사태에서 정부의 대응이 완벽할 수 없으며 언론은 이를 비판해야 합니다. 그러나 근거가 없는 비난,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비난은 언제나 지양해야 합니다. 대표적인 것인 ‘문재인 정부가 중국에 굴종적이어서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안 한다’는 프레임인데요. 안타깝게도 TV조선은 그것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신동욱 앵커의 시선-정치와 재앙>(2월24일)에서 신동욱 앵커는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직전까지 대통령과 정부, 집권당은 연일 섣부른 낙관론을 펼쳤”다며 “의사협회가 여섯 차례나 촉구한 중국발 외국인 입국 금지조치에는 귀를 닫았습니다. 입국금지 국민청원에 76만 명이 참여하도록 끝내 입을 닫았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중국 외 최악 감염국이 됐고, 역시 입국금지를 머뭇거린 일본이 뒤를 잇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역시 요지는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를 안 해서 책임이 크다’는 겁니다.
TV조선이 정부의 ‘섣부른 낙관론’을 비판한 부분은 그나마 납득할 만 합니다. TV조선이 지목한 것은 2월17일 문재인 대통령이 경제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며 “일부 언론 통해 지나치게 공포‧불안이 부풀려졌다”고 말한 장면인데요. 당시 신천지로부터 ‘슈퍼 전파’가 이뤄지기 전으로서 확진자도 30명에 불과하던 상황이었음을 감안해도, 아직 사태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낙관론’을 피했어야 한다고 비판할 수는 있습니다.
문제는 이걸 또 ‘중국발 외국인 전면 입국금지’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데 이용했다는 겁니다. 수많은 언론과 예방의학회‧한국역학회 등 방역 전문 의료인 단체에서 ‘중국 전역 입국금지’가 과학적으로 의미가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으며 이탈리아가 ‘입국금지’나 다름없는 직항로 운항 전면 중단을 취하고도 대규모 감염을 막지 못했다는 건 이탈리아 언론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이렇게 효과가 입증되지도 않은 ‘입국금지’를 강행할 경우 오히려 비공식 감염원을 막지도, 알아내지도 못하는 부작용이 크고 외교적‧경제적 손해까지 감수해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합니다. TV조선은 이 모든 맥락을 모조리 외면한 채 ‘정치와 재앙’이란 제목까지 달아가며 ‘중국 전역 입국금지’를 외친 겁니다. 심지어 ‘코리아 포비아’, ‘0퍼센트대 성장 전망’ 등의 표현을 쓰며 ‘중국 전역 입국금지’를 안 하면 마치 대재앙이라도 오는 듯 묘사했습니다. 시민들의 불안 심리를 자극하는 겁니다. 신동욱 앵커는 “정부는 국가적 재앙을 정치적으로 접근하면서 중국 눈치를 살피고 총선 계산에 정신이 쏠렸던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때”라며 화룡점정을 찍었습니다. TV조선이 그렇게도 정당하다고 하는 ‘중국 입국금지’를 정부는 하지 않고 있는데, 그게 어떻게 정부의 ‘총선 계산’이라는 건지도 의문입니다.
◆ 선정위원 한마디 : 여야 정치권 그리고 정부까지 누구든지 코로나19를 정쟁에 이용한다면 이는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비판 자체가 편향적이거나 부실한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라면 그것은 시청자들에게 정치 혐오를 부추길 뿐이다.
2월 4주 차, 좋은 선거 보도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22~28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뉴스9>(평일)/<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종합뉴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bitly.kr/YGT0noy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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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 조선희 활동가 (02) 392-0181 / 정리 : 문미향 인턴
경향 사설]박근혜 ‘옥중 정치’ 새로운 국기문란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4일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야권의 단일대오를 촉구한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유영하 변호사는 국회 정론관에서 이런 편지를 읽으며 “상당히 오랜 기간 다듬으신 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감옥에서까지 총선 지침을 내리고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겠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다.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정치 행위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총선을 앞두고 일부 친박계 정치인들은 ‘태극기부대’를 바탕으로 자유공화당(자유통일당+우리공화당), 친박신당, 한국경제당 등 앞다퉈 신당 창당에 나서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는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태극기세력을 향해 제1야당을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결국 이 세력, 저 세력을 다 합쳐 ‘도로 친박당’ ‘도로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라는 것이다. 자숙하고 근신해도 모자랄 판에 옥중에서 이제껏 탄핵 이전으로 정치시계를 거꾸로 돌리겠다는 궁리나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냥 한풀이로 생각하고 넘어가기엔 참으로 기가 막힌 망동(妄動)이요, 아직도 자신이 감옥에 왜 갇혀 있는지 모르는 한심한 작태다. 국정농단에 이어 또 새로운 국기문란 행위를 저지르는 꼴이다.
헌법재판소는 3년 전 “(박 전 대통령의) 위헌·위법 행위는 국민의 신임을 배반한 것으로 헌법수호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행위”라며 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이미 진행된 법원의 형사재판에서도 뇌물 등 거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중형이 선고됐다. 그는 헌법재판소와 검찰·법원에 이르는 동안 소환에 불응하는 등 사법절차를 깡그리 무시해왔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정말 나라가 잘못되는 것이 아닌가” “나라의 장래가 염려된다”고 하니 소도 웃을 노릇이다.
지금 코로나19 사태라는 국가적 재난상황을 맞아 온 시민들이 힘든 싸움을 벌이고 있다. 그런데 국가위기를 무슨 호재라도 잡은 듯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구축할 기회로 삼으려는 그 뻔뻔한 태도에 입을 다물 수 없다. 그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정치에 개입하려는 건 한국 정치의 불행이요, 탄핵을 이끈 다수 시민들에 대한 모욕이다
누가 '실수요자'라는 말을 오염시키나
[조정흔의 부동산 이야기] 실수요자와 투기꾼의 구별법은?
'전세시장 풍선효과로 두 달새 전세 3억 올랐다'(중앙일보 2. 27.)는 뉴스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 70%선 무너져...5년 3개월 만에 처음'(연합뉴스 2. 27.)이라는 뉴스가 동시에 나왔다. 두 가지 뉴스는 서로 상충되는 사실을 담고 있다.
전세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는 건 주거공간이 필요한 실수요자들이 매수 대신 전세를 선택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 매매가격은 정체되거나 하락하고, 전세 가격은 상승하므로 전세가율이 높아진다.
반면 전세가율 70%선이 무너졌다는 의미는, 매매가격은 급격히 상승하고, 상대적으로 전세가격 상승률이 낮은 경우에 나타난다. 상반되는 내용의 뉴스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뉴스들이 전하고 싶은 행간의 이야기는 무엇일까?
전세 가격 상승은 반대로 말하면, 매매 가격의 정체 내지 하락을 내포한다.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매수를 선택하기보다는 전세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뉴스는 이를 슬며시 부동산 규제의 풍선 효과라며, ‘공급이 부족하여 전세 가격이 오른다’는 논리로 바꿔치기 한다. 전세 가격 상승 현상은 최근 몇 년간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분양가상한제 등으로 분양가격 안정이 예상되고, 분양 물량이 많은 서울 및 강남권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기억한다. 2009년 미국발 서브프라임으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은 극심한 침체기였다. 서울 강남을 비롯한 소위 버블세븐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고점 대비 40% 이상 하락하기도 했다. 이제 부동산은 끝났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미분양이 넘치고, 가격이 하락하였으나 사람들은 집을 사지 않았다. 반면 급격히 상승한 전세가격으로 고통을 겪었다.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각종 부양책이 나오고, 세금 감면 혜택이 많았음에도 차라리 전세금을 올려줄지언정 집을 사려고 하지 않았다. 팔리지도 않는 집을 끌어안고 있던 다주택자들은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세는 더 귀해지고, 전세 값은 천정부지 올랐다.
전세값이 거의 집값에 육박하거나, 심지어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더 높은 집도 있었다. 다주택자 집주인들은 집을 팔고 싶어도 잘 팔리지 않으니 앞 다투어 월세를 내놓았다. 월세 매물이 많아지자 전월세 전환율은 더 낮아졌다. 부동산 투자수익률은 점차 이자율에 가까워져갔으며, 전세는 곧 없어질 제도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이 시기에 집을 사지 않고 전세를 찾았던 사람들은 실수요자일까? 이 당시 실수요자를 위한 정책은 전세자금대출이었을까? 전세자금대출은 결국 갭투자라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무주택자는 모두 투기꾼이 아니라 실수요자일까? 부동산 보유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수익이 이자율 정도 수준이고, 가격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경우에는 어느 누구도 부동산을 투기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 현실에서 실수요자와 투기꾼은 잘 구별되지 않는다. 무주택자라하더라도 부동산 수익률이 이자율보다 더 높이 상승할거라는 기대, 즉 투기 심리가 더해지지 않으면 부동산을 구입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이 70% 밑으로 떨어져 7년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뉴스는 무슨 의미일까? 전세값 대비 집값이 더 크게 올랐다는 걸 보여준다. 이 기사는 전세 살지 말고 집을 사는 게 이익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하고 싶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아직도 그들에겐 팔아 치워야하는 많은 분양 물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불안과 욕망과 투기 심리를 자극하여 끌어 모은 티끌이 모여 눈덩이가 되면, 이들은 곧 제도와 권력을 이용하여 영향력을 행사한다. 사람들의 행동을 분석하는 것을 넘어서서 특정한 행동을 유도하고 만들어내는 데에 이른다. 자금을 동원할 수 있는 소수의 몇몇이 작은 동네, 특정 단지의 실거래가를 올려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는 건 지난 몇 년간 익히 보아온 풍경이다.
부동산 유튜버 리얼아이 박감사는 이를 '분양 완판의 공식'이라 설명한다. 1단계, '똘똘한 한 채', '공급 부족', '풍선 효과'와 같은 명제를 만든다. 2단계, 실거래가 대비 월등히 높은 수상한 실거래가가 한두 건 나타나고, 언론에서는 공급 부족이나 풍선 효과 등의 근거라며 지속적으로 보도한다. 3단계 수상한 실거래가와 비교하면서 로또 분양임을 알리는 광고가 계속된다. 4단계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분양 완판된다.
거대한 괴물이 되어버린 장화신은 고양이
프랑스 동화 <장화 신은 고양이>는 속임수를 써서 가난뱅이 주인이 부자가 되도록 해준 고양이의 이야기다. 고양이는 주인이 귀족이라며 왕과 공주를 속이고, 다른 귀족의 영토를 속임수로 빼앗아 그의 영토를 차지해 주인으로 하여금 공주와 결혼하도록 이끈다. 힘없고 작은 동물 고양이와 가진 것 없는 가난뱅이 주인이 맨주먹으로 기지를 발휘하여 공주와 결혼하는 이야기는 그들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평민들에게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었을 테지만, 현실에서 장화신은 고양이는 거대한 자본으로 제도와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강력한 괴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괴물 고양이는 힘없는 사람들의 작은 탐욕과 불안을 부추겨, 점점 더 거대하고 강력해지는 중이다.
거짓말쟁이 괴물 고양이는 온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의 허황된 욕망에 기생하고, 코로나바이러스19가 폐를 망가뜨리는 것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화시키고, 인생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또한 우리 모두의 미래와 공동체를 붕괴 위험에 빠뜨린다.
진정한 실수요자란 누구일까? 가격이 오르기를 기대하고 집을 구입하거나 또는 가격이 내릴 것 같아서 집을 구입하지 않는 사람이 아니다. 실수요자에게 필요한 것은 가격이 오를 집을 구입하게 해주거나, 구입한 집의 가격이 계속 오르도록 해주는 것이 아니라, 거주할 의사가 있는 한 큰 가격의 변동 없이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다. 기존 언론에서 실수요자라는 말은 종종 공급 확대의 근거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실수요자는 부동산 '매매'의 의미가 아니라 '안정적 거주'의 의미로 바뀌어야 한다.
이 세상 누구에게나 밥을 먹고, 잠을 자고, 편안히 쉴 곳이 필요하다. 모든 생명에게 변하지 않는 명제다. 우리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기 위하여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파되지 않도록 격리하여 치료해야 하듯이, 남아있는 분양물량을 팔아치우기 위해 심어져있는 부동산 투기바이러스도 하루빨리 치료해야만 한다. /조정흔 감정평가사 / 프레시안
박근혜는 아직 심판받지 않았다
[기자의 눈] 박근혜와 황교안, 환상의 결합?
전직 대통령의 정치 참여는 왕왕 문제가 돼 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8년 9월 18일 민주주의2.0이라는 토론 사이트를 직접 기획해 오픈했을 때, 한나라당은 "사실상의 사이버 정치 복귀 선언이자, 사이버 대통령으로 군림하려는 것"이라며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진보 성향의 <한겨레>도 사설을 통해 "전직 대통령이라고 해서 표현의 자유를 제한할 수는 없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이 직접 나서 세 결집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적절치 않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이명박 정권이 '잃어버린 10년' 운운하며 참여정부 시절 정책을 뒤집을 때 노 전 대통령은 간혹 '우공이산'이라는 필명으로 댓글을 통해 여당 인사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그때마다 한나라당은 전직 대통령의 정치 참여에 대해 "요즘 정치상황에 대한 언급은 가히 '피해망상증'"(차명진 당시 대변인)이라고 독설을 퍼부었다. 진보 진영도 다르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의 개혁 실패로 정권을 내준 데 이어, 그해 4월 총선에서 81석을 얻는 대참패를 맛 본 통합민주당은 노 전 대통령의 '정치 개입'에 속으로 부글부글 끓었다. 이미 대선, 총선 두 번 심판 당한 '폐족'은 그 '원죄'를 곱씹을 시간이 필요했는데, 전직 대통령의 무리한 정치 개입이 부담스럽게 느껴진 탓이다.
그런 한나라당이 지금 미래통합당이 되어 범죄를 저지르고 감옥에 간 전직 대통령의 정치 개입에 대해 "옥중에서 오랜 고초에 시달리면서도 무너져가는 대한민국을 걱정하는 그 마음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서신"을 칭송하고 "박 전 대통령의 애국심이 우리 가슴을 깊이 울린다"(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며 신파를 자극하고 있다. 참으로 괴이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이 글의 주제가 아니다.
전직 대통령 박근혜가 4일 '옥중 편지'를 공개했다. 미래통합당이 그걸 덥석 안은 걸 보며 궁금증이 생겼다. 이 편지는 언제 어떻게 기획되었을까. 기획 단계에서 '부작용'의 우려 같은 건 제시되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이미 보수 언론은 '박근혜의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었고, 박근혜 정부 법무부장관이자 마지막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지낸 황교안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메시지를 온몸으로 받았다.
또, 지금 미래통합당 권성동 의원(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위원장)을 비롯해 박근혜 탄핵에 찬성표를 던졌던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의문도 든다. 이를테면 권성동 의원은 과연 공천을 받을 수 있을까?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오는 이런 의문들을 제외하더라도, 박근혜의 옥중 편지 내용은 몇가지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의 편지를 들어보이고 있는 유영하 변호사 ⓒ 연합뉴스
첫째, 국정 농단으로 나라를 망가뜨리고 보수 궤멸을 촉발한 데 대한 반성이 없다. 되레 그는 당당하다. "비록 탄핵과 구속으로 저의 정치 여정은 멈췄지만"이라고 했다. 1980년 서울의 봄, 전두환에 의해 '폐위'되고 '유배'당한 상태에서 감정이 멈춰있는 것일까. 그에게 촛불집회와 탄핵은 자신의 파란만장한 '정치 여정'의 멈춤에 불과하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 기존 거대 야당을 중심으로 태극기를 들었던 모두가 하나로 힘을 합쳐주실 것을 호소드린다"고 선동하고 "서로 분열하지 말고 역사와 국민 앞에서 하나된 모습을 보여주시길 바란다. 여러분의 애국심이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다"고 태극기 세력과 미래통합당이 함께 해야 한다는 명령을 내린다.
둘째, 여전히 스스로를 '선거의 여왕'으로 여긴다. 미래통합당의 탄생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심지어 꾸짖는다. "나라가 전례 없는 위기에 빠져 있고 국민들의 삶이 고통 받는 현실 앞에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이합집산을 하는 것 같은 거대 야당의 모습에 실망도 했"다며 꾸짖은 후 "하지만 보수의 외연을 확대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받아들였다"고 승인한다. 여전히 그는 자신을 권력자로 여기며 현실 정치를 내려다 본다. 그는 여전히 보수파의 수장이다.
박근혜의 메시지를 공개한 유영하 변호사는 <문화일보> 인터뷰에서 자유공화당·친박신당의 '지분 요구' 등을 겨냥,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자신의 입지를 늘리기 위한 기회로 삼으면 바로 심판받을 것이라 본다"며 "(박 전) 대통령의 뜻은 그것이 아니다. 큰 뜻을 자기들의 작은 이익을 위해 이용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여전히 박근혜는 '진박 감별' 중이고, 박근혜의 이름을 함부로 사용하는 자는 '심판'에 처해진다는 신화다. 박근혜가 메시지를 내리면 제사장은 그것을 해석해 규율을 만든다.
셋째, 자기 희생이 없고 욕망을 당당히 드러낸다. "나를 잊어달라"고 하지 않고 오히려 "저도 하나가 된 여러분들과 함께 하겠다"고 당당히 외친다. 편지 한장으로 총선에 '공'을 세웠다고 느낀다면, 박근혜는 앞으로 어떻게 행동하게 될까?
'대신 쓰는 박근혜 옥중서신'이라는 칼럼이 있다. <중앙일보> 2월 22일자 '선데이 칼럼' 꼭지에 실린 글이다. "친애하는 동지 여러분"이라는 말로 시작하는데 내용 전체를 필자가 상상력을 동원해 창작한 것이다. 아마 보수파들의 심경을 대변하는 게 취지일 것으로 짐작된다. 박근혜가 이런 편지를 써 줬으면, 하는 보수파의 바람이 녹아든 것으로 충분히 읽힌다. 이 글 마지막 즈음에 이런 내용이 나온다. (칼럼 바로가기)
존경하는 친박 동지 여러분.
지금은 무엇보다 힘을 합쳐야 할 때입니다.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희생이 필요합니다. 억울하지만 어쩔 수가 없습니다. 희생할 사람들은 우리 같은 애국자밖에 없습니다. 미워도 할 수 없습니다. 보기 싫은 얼굴도 끌어안아야 합니다.
은혜로운 친박 동지 여러분.
이제 저를 잊으십시오. 저와 함께 무대에서 내려옵시다. 제 이름을 다시 부르는 것은 여러분에게도 제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국민들의 용서 가능성이 점점 희미해질 뿐입니다. 여러분들이 훗날을 도모할 기회 또한 따라 멀어질 것입니다. 이제 저를 놓으십시오. 끝까지 챙겨주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참 나쁜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때, 건강 유념하십시오.
요컨대, 이 글의 목적은 첫째, 박근혜가 실정과 보수궤멸에 대해 통렬한 '자기 반성'을 하고, 둘째, '보수 통합'을 절실히 호소한 후, 셋째, '저를 잊으라'고 스스로를 희생하며 정치적 안녕을 고하길 바라는 데 있는 것 같다. 이 정도의 상식을 박근혜에게 기대해보자는 취지인 것 같은데, 틀렸다. 진짜 옥중 편지 속 박근혜의 메시지는 정권 심판과 보수 통합의 전제인 '자기 반성'도, '자기 희생'이 없다. 보수의 비극이다.
편지 내용으로 보건데, 박근혜는 아직 심판받지 않았다. 4년 전 총선은 '탄핵 당하기 전 박근혜'의 선거였다. 박근혜는 이번 총선을 '탄핵당한 후 박근혜'의 선거로 만들고 있다. 엉뚱하게도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가 뒤섞여 있는 미래통합당은 박근혜의 메시지를 환영하고 있다. 탄핵은 탄핵이고, 선거는 선거라는 것인가? 박근혜의 옥중 메시지를 끌어 안은 미래통합당의 행태는 이번 총선에(혹은 총선 이후에) 박근혜에 '지분'을 인정하고 건네는 행위와 다름 없다. 사실 미래한국당에 제대로 된 전략가가 있었다면 이런 부분을 지적했겠지만 그런 사람은 눈을 씻도 찾아도 없는 것 같다. 물론 있더라도 숨을 죽이고 있을 것이다. 밀려나지 않기 위해.
정치란 오묘한 세계다. 자신을 버리겠다는 사람을 살려주고, 나를 버리지 말라는 사람을 고꾸러뜨린다. 겸손과 진심을 환영하고 오만과 거짓은 가차없이 쳐낸다. 실패를 인정하는 이에겐 관대하고, 성공을 확신하는 이에겐 매섭다.
박근혜의 편지를 보니, 총선 후엔 유승민에게 기회가 올지도 모르겠다.
코로나19 환자 오늘 309명 늘어…총 6593명·완치 108명(종합)
6일 코로나 확진자 0시 6284명→16시 6593명
0시 기준 집단발생 확진자 전체의 71.7% 달해
6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309명 추가로 늘어 총 6593명이 됐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기준 확진 환자 수는 0시 대비 309명 증가한 6593명이다.
질병관리본부는 0시 기준과 오후 4시 기준 하루 두 차례 통계를 발표한다. 단 오후 4시 기준 통계는 전국 확진자 총합만 발표된다. 0시를 기준으로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일 이후 확진자 일일 증가폭은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2일 0시 기준 추가 확진자는 476명이었으며, 3일 600명→4일 516명→5일 438명→6일 518명이었다.
오후 4시 기준 추가 확진자는 2일 123명→3일 374명→4일 293명→5일 322명→6일 309명으로 마찬가지 증가폭에 등락이 있었다. 전국 누적 확진자 수(0시 기준)는 2일 4212명→3일 4812명→4일 5328명→5일 5766명→6일 628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누적 확진자 수는 지난 5일 오후 4시 기준으로 6088명을 기록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20일 이후 45일 만에 6000명 선을 돌파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 환자 중 집단발생 비율은 70%를 넘어섰다. 6일 0시 기준 6284명 가운데 71.7%인 4505명은 집단발생과 연관된 사례로 확인됐다. 4일 65.6%, 5일 69.5%에 이어 2.2%포인트 높아졌다. 현재 조사·분류 중이거나 산발적으로 발생한 사례는 28.3%(1779명)다.
국내 코로나19 사망자는 42명이다. 대구시에 따르면 0시 집계 이후인 오전 2시35분께 80세 남성이 코로나19로 숨졌다. 이 남성까지 포함하면 오후 4시까지 확인된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43명이다. 이 남성은 지난달 28일 발열과 호흡곤란 등으로 칠곡경북대병원 응급실에 내원했으며,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0시 기준 격리해제된 환자는 108명이다. 2만1832명에 대해 진단 검사가 진행 중이다.
뉴시스 ksj87@newsis.com
주술·광기·공포·반지성이 지배하는 한국사회
공론장의 회복 없이 민주주의도, 방역도 불가하다
코로나 19로 한국 사회는 온통 공포와 혼란의 도가니다. 비교적 잘 통제되고 있다가 31번 환자를 비롯한 신천지 교도의 집단 전염 이후 연일 확진자가 500명 이상씩 쏟아지며 3월 6일 현재 전체 6,000명을 돌파하고 끝내 유명을 달리한 분도 40명을 넘어섰다. 온 국민이 불안과 공포로 떨면서 외출과 활동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물론, 지금 상황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개인위생과 방역, 치료다. 개인은 손씻기, 마스크 사용, 사회적 거리두기를 철저히 하고, 국가는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방역을 하고 위급한 곳에 의료와 재정을 합리적으로 투입하여 한두 주일 내로 진정국면으로 전환하고 한두 달 내로 코로나 19 퇴치 선언을 하여 민생을 추스르고 경제도 살려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도 곧 지나갈 것이라는 전제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 이보다 더 위중한 문제는 공론장의 붕괴다. 지금 한국 사회는 주술, 광기, 공포, 반지성이 지배하고 있으며, 이것이 만든 혐오와 가짜뉴스, 폭력이 난무하고 있다. 이를 몰아내고 공론장을 회복하지 못하면 앞으로 계속 출현할 새로운 바이러스의 방역도, 민주주의도 불가하다. 설혹 코로나 19를 퇴치하여 몸이 건강한 사회를 복원했다 하더라도 한국 사회는 병든 사회로 남을 것이다.
흑사병, 공론장의 형성으로 극복하다
1347년 이후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으로 당시 인구의 30∼60%인 1억 명이 죽었고, 그 후 19세기까지 합치면 최대 2억 명이 사망했다. 80% 이상의 사람들이 죽음을 맞은 마을이나 도시도 많았다.(<영문 위키피디아>) 주로 사람이 밀집했는데 물이 오염되고 하수시설이 미비한 도시의 하층 주거지역에서 사망자가 많았지만, 시골과 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죽음의 공포가 전 유럽을 뒤덮었다.
과학적인 진단과 처방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당시 교황을 비롯하여 대다수의 성직자들은 이를 신이 내린 벌로 간주하고 대중이 교회에 모여 기도하고 속죄할 것을 강요하여 흑사병이 더 빨리 번지게 했다. 채찍질 고행단(Confraternities of Flagellant)은 채찍질로 자신의 몸을 때리는 고행을 하여 죄를 씻으라고 강요했다. 이들은 마을을 순례하며 흑사병을 전염시켰다. 나중에는 점점 과격해져 인종대학살을 선동하고 유대인을 발견할 때마다 죽였다.(존 켈리, <흑사병시대의 재구성>) 공포로 인한 혐오와 배제의 집단 히스테리가 작동한 것이지만, 성직자들 또한 흑사병에서 잃은 정당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희생양이 필요했다. 무고한 여인들, 특히 보호와 변호를 자처할 사람이 없는 과부들을 마녀로 몰아 거의 50만 명을 불에 태워 죽였다. 하지만 사람들의 내성이 생긴 것도 기인하지만, 영양을 개선하고 환자를 격리하고 검역을 실시하고 방역 등 공중보건 정책을 실시하면서 흑사병 시대는 막을 내렸다.(수잔 스콧, 크리스토퍼 던컨, <흑사병의 귀환>)
죽음의 공포 속에서 대중들은 경험과 사례를 통하여 기도가 아니라 과학이 자신을 흑사병으로부터 구원함을 분명히 인식하였다. 상하수도의 개선, 격리, 검역을 실시한 도시에서는 흑사병 사망자가 확연하게 줄어들었다. 이 소문이 퍼져나가고 정치집단도 차츰 과학적 대안들을 수용하고 실시하면서 교회의 권위는 무너지고 공론장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르네상스 이후의 과학혁명과 계몽사상, 산업화와 도시화, 보통교육, 금속인쇄와 출판의 대중화 등이 보태지면서 의식의 각성을 한 시민들이 교회 바깥에 시민사회를 구성하였다. 시민들은 책을 읽고 신문을 보며 살롱 등에 모여 모든 사람들이 원칙적으로 동등한 기회와 권력을 갖고서 과학과 이성에 근거하여 의견을 피력하고 토론을 하고 여론(public opinion)을 형성하고 때로는 합의(consensus)에 이르렀다. 부르주아의 공론장(public sphere)을 만든 것이다.
공중(public)은 공론장에서 합리적으로 토론을 하며 신의 죽음을 선언하고 흑사병, 연금술, 면죄부로 대표되는 어두운 주술의 정원에서 탈출하여 계몽의 빛이 환하게 비추는 세계로 나아갔으며 이것이 과학발전과 민주주의의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언론이 ‘제조된 공론장’을 만들고 복지국가가 정착되며 사적 부문과 공적 부문이 상호침투하고 관료체계와 엘리트주의가 평등한 토론을 방해하고 대중 또한 문화산업과 엔터테인멘트에 휘둘리면서 공론장은 쇠퇴하였다.(하버마스, <공론장의 구조변동>)
주술, 광기, 반지성으로 공론장이 붕괴되다
우리는 어떤가. 18세기에 상공업의 발전을 토대로 성장한 중인(中人)들은 양반이 독점하던 한문으로 읽기와 쓰기와 생산수단을 분점하면서 한문 정전에 담겨 있던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에 실학자들과 일부 여성들이 가담하고, 민중들은 두레공동체를 바탕으로 민회를 조직하면서 공론장이 싹텄다. 이후 공론장은 근대 신문과 방송의 출현, 보통교육, 시민과 민중의 성장을 바탕으로 약간의 발전을 보이지만, 일제와 미군정, 군사독재정권 하에서는 강한 억압 아래 미미한 저항을 하는 형태로 지속하였다. 그러다가 87년 이후 공론장은 국가와 시민사회 사이에서 양자를 매개할 정도로, 2016년에는 정권을 교체하는 바탕을 형성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이는 거의 해체 수준으로 붕괴되고 있다. 언론, SNS, 교육, 지식인 모두가 올바르고 정확한 공론을 조성하는 데서 비켜 서 있고, 공론장의 적인 주술과 광기, 공포, 반지성이 한국 사회를 압도하고 있다. 보수언론과 종편은 객관적 사실까지 왜곡하며 기득권층의 이해관계에 입각한 선전전과 여론조작, 프레임 형성에 몰두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서는 전염병에 맞서서 과학적,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합리적 대응 방식을 제시하는 대신 정부를 무조건 비판하고 공포를 조장하여 총선에서 수구 보수정당이 유리한 국면을 맞게 하는 데만 혈안이 되어 있다. 심지어 ‘일베’에 오른 음모론을 버젓이 기사화하는 언론도 있었다. 수구 보수 야당은 일말의 정당성과 합리성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문재인 정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며 개혁의 걸림돌과 공론장 붕괴에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를 맞아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이 ‘중국으로부터의 입국금지론’과 ‘정부 방역 실패론’만 되풀이하고 있다. 특히 이 상황에서 등장한 신천지 집단은 주술적 사고로 무장한 채 위법과 거짓, 은폐와 조작을 남발하고 있다. 상당수의 목사들은 마치 채찍질 고행단처럼 과학과 의학을 부정하고 주술과 광기를 고집하고 있다.
지난 조국 정국에서 민주당을 지지하는 자유주의자들은 지식인이건 대중이건 정치인이건 할 것 없이 조국 장관이 울타리 안 기득권자의 편법을 답습하며 범한 명백한 잘못에 대해 서도 궤변까지 동원하며 무조건 두둔하였다. 검찰의 과잉대응과 정치적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없이 비판해야 마땅하지만, 정권의 권력 수호를 위한 검찰압박까지 감싸고 공수처를 넘어 검찰을 권력이 아니라 시민이 견제할 수 있는 합리적 논의 자체는 전혀 하지 않고 있다. 그 중 몇몇 인사들은 위기에 놓인 대구경북 시민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하기는커녕 혐오와 배제를 조장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문재인 정권과 민주당 또한 조국 구하기와 권력 유지에만 몰입하며 합리적 토론과 담론 형성에는 거리를 두고 있다. 억압적인 분위기에서는 환자가 숨어버리고 진실을 은폐하기에 방역의 성공요건이 자유스런 분위기와 인권존중임에도, 정부와 서울시는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압박하고 그 대표를 고발하는 등 주술에 주술로 대응하며 합리적 공론을 해체하고 있다.
대중들은 SNS에서 보고 싶고 읽고 싶은 것만 접하면서 확증편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로 폐쇄된 공간에서 비슷한 정보와 생각이 돌고 돌면서 강화되고 악순환을 일으키는 반향실효과(echo chamber effect)는 더욱 증대하고 있다. 그동안 진영의 선을 넘나드는 사람들이 꽤 있었지만, 조국 사태 이후 진보와 보수만이 아니라 민주당 지지자인 자유주의 세력과 진보진영 사이의 벽은 더욱 공고해졌다. 밀레니엄 세대하고도 확연히 구분되는 디지털 원주민(digital native) 세대들은 140자가 넘으면 읽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여 문자를 통한 인식과 사고, 성찰을 거의 하지 못한 채 이미지와 정감에 휘둘려 사고하고 행동한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SNS에는 코로나 19에 관련된 가짜뉴스가 하루에도 수십 개씩 매일 생산되어 돌아다닐 정도로 난무한다. 어느 정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가나 지식인조차 가짜뉴스를 전파하고 있는데 그 가짜뉴스조차 읽어보면 진영논리가 작동하고 있다. 필자가 들어가 있는 카톡방에 가짜뉴스를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한 글을 올려놓아도 그와 똑같거나 유사한 가짜뉴스가 또 올라온다. 그 정도로 지금 공론장의 붕괴는 심각한 수준이다.
과학적 지성과 연대가 필요하다
이 상황에서 곧은 목소리를 내며 공론장 회복의 선두에 서야 할 지식인이나 종교 지도자들은 보이지 않는다. 대학은 이미 진리탐구의 실천도량에서 기업연수원으로 전락하고 학문공동체는 완전히 붕괴하였고, 대다수의 교수들은 신자유주의의 탐욕을 내면화하면서 대의와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은 방기한 채 연구업적과 지분 관리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사회적 발언을 하던 교수들조차 조국 사태 이후 옹호자와 비판자로 갈라져 오히려 반향실효과만 키우고 있다. 탐욕과 경쟁에서 지친 대중들을 끌어안고 치유해야 할 교회와 절이 시장질서에 편입되어, 대다수 성직자와 수행자들은 하느님과 부처님보다 돈을 더 섬긴다. 신천지와 같은 이단이 아니라 정통교회와 절조차 채찍질 고행단처럼 과학과 이성을 부정한 채 기복신앙에 의존하여 대중에게 주술을 강요하며 합격발원기도비 등 각종 명목으로 수탈하고 있다. 이를 올곧게 비판하고 길 잃은 양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목자(牧者)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그 중 그동안 여당과 긴밀한 관계에 있거나 없더라도 노선과 이념을 같이 하는 몇몇 인사들과 지식인과 종교 지도자들은 위성비례정당을 만들었다. 이들은 부족하나마 소수의견이 제도 안으로 수렴되고 정당의 지지율이 국회의 의석수에 근접하여 민주주의 선거의 정당성을 강화하는 길마저 막고 있다. 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파괴하기 위한 미래통합당의 사악하고 위헌적이고 반민주적인 정치공작에 동조하는 것이다. 이 또한 공론장에서 논의 없이 정치공학적 동기로 밀담을 거쳐 불쑥 튀어나와 정치지형을 어지럽히고 있다. 별다른 근거도 없이 “자한당의 비례의석 21석 차지를 통한 제1당 등극과 문재인 대통령 탄핵”이라는 공포마케팅을 통하여 범민주세력과 진보진영이 그토록 간절하게 염원하였던 선거개혁을 무력화하고 있다. 비례위성정당 담론에서도 별다른 논의와 고민 없이 범민주진영은 둘로 갈라졌다. 조국을 수호했던 자유주의자들은 이를 수용하라고 진보정당을 압박하고 있고, 반대로 조국을 비판했던 진보진영은 헌법과 정당법을 모두 위반한 미래한국당을 해산하고 일체의 비례위성정당 시도를 중지할 것을 요청하고 있다.
공론장이 완전히 붕괴한 곳에 민주주의의 꽃은 피어나지 않는다. 공론장이 붕괴되면 주술과 광기가 춤을 추고 바이러스도 따라 춤춘다. 이제 더 늦기 전에 공론장을 회복해야 한다. 지금 21세기다. 종교는 기복신앙을 폐기하고 광기와 주술의 정원에서 벗어나 합리성과 과학에 근거하여 교리를 해석하고 신행을 이끌어야 한다. 언론은 최소한 객관적 사실은 왜곡하지 말고 정론을 폄은 물론 기득권을 무조건 옹호하고 정당화하는 선전과 선동, 여론과 프레임 조작을 멈추고 올바른 공론장을 형성하여 파수견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인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지 말고 의료보건인들이 과학에 입각하여 토론하고 고민한 끝에 판단하고 결정한 것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정부는 코로나 사태에 대해서는 중대본에 모든 결정권을 위임하고 의료보건인이 합의한 대로 방역과 치료에 대한 정책을 집행하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번에 쉽게 전염되고 쉽게 사망한 이들은 모두 장애인, 빈민, 노인 등 사회적 약자다. 정의는 어떤 차이보다 아픔의 차이에 우선해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 하더라도, 전문가의 예상대로 앞으로 4-5년을 주기로 신종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병을 야기할 것인데 이를 막을 수 있는 대안은 공공의료체계의 확보다. 현재 공공의료시설 비율은 병상 수 기준으로 OECD 국가 평균은 73%인데, 한국은 10%에 불과하다. 우한과 대구의 공통점은 인구가 각각 1100만과 240만이 넘는 도시에 대형병원은 3곳뿐이었다는 점이다. 신천지만 탓할 일이 아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를 단호하게 폐기하고 공공병원을 획기적으로 증설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대학은 신자유주의식 시장체제와 결별하고 진리탐구의 실천도량과 학문공동체로 되돌아가야 한다. 지식인들은 권력, 이해관계, 진영논리에서 떠나 오로지 진리에 근거하여 고민하고 사색하며 곰삭은 담론을 공론장에 내놓아 주술과 광기, 반지성에 결연히 맞서야 한다. 대중들은 바이러스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과학과 연대임을 인식하여야 한다. 과도한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 모든 사안에 대하여 합리적이고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자기 자리에서 할 일을 하면서 ‘달빛동맹’처럼 혐오와 배제 대신 동체대비심으로 대구시민은 물론 ‘미운 신천지 신도’조차 끌어안고 연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근본 원인은 인간이 자연을 파괴하는 바람에 숲에서만 살던 바이러스가 인간을 숙주로 하여 인수(人獸) 공통 전염병으로 변형한 데 있다. 대중이든 지식인이든 정부든, 모두가 자연을 파괴하고 무한하게 성장을 지속시켜 온 삶과 자본주의 체제에 대해 성찰하여야 한다. 개인의 차원에서는 다른 생명과 타자를 배려하여 욕망을 자발적으로 절제하는 소욕지족(少欲知足)의 삶을 당장 실천해야 하고, 정부는 양적 발전보다 삶의 질, GDP보다 국민의 행복지수, 경쟁보다 협력, 개발보다 공존을 지향하는 생태복지국가로 전환해야 한다. 이것이 지금 공론장에서 가장 시급하게 논의해야 할 과제다.
이도흠 한양대학교 교수 / 프레시안
대구·경북 사람들의 마음을 탐구하다
사회학자 최종희씨가 대구·경북 사람들을 인터뷰해 <대구경북의 사회학>을 펴냈다. 그들은 왜 보수주의적 성향을 지니게 됐을까. 지금의 ‘습속’을 버려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이상엽 2016년 11월14일 경북 구미시의 박정희 생가 공원에서 열린 ‘박정희 탄신제’에 참가한 참석자들.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 2017년 3월10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탄핵 심판 결정문을 듣는 순간, 아픔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어릴 적 고향 풍경이 떠오르고 ‘박정희·박근혜’에게 무조건 지지를 보내던 부모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헌재 결정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는 아니었다. 어딘가 간직해둔 향수가 와해되는 것 같은 허탈감이 몰려왔다. 최종희씨(사회학자, 작가·57) 스스로 ‘박정희 토템’이 ‘마음의 습속’에 자리 잡고 있다는 걸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최씨는 경북 지역의 한 집성촌에서 자랐다. 항렬과 촌수에 따라 위계가 엄격했다. 공동체를 중시하고 본인의 의사를 될 수 있으면 피력하지 않는 문화 속에서 자랐다. 50여 년을 경북에서 살아오며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지인 대부분도 같은 지역 출신이다. 언젠가부터 그는 침묵에 잠길 때가 많다. 혼자만 생각이 달라서다. 사회학을 접하면서부터 그랬다. 40대 후반, 둘째 아이를 대학에 보내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내면에서 각축이 벌어졌다. ‘습속이 지배하는 생활 세계와 사회학적 사고를 지향하는 학문 세계가 충돌했다.’
시대가 변했는데 주변 사람들은 최씨 부모 대에 쓰던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었다. 문제의식이 생겼다. ‘나와 내 공동체의 마음의 습속에 대해 낯설게 하기’를 시도했다. 대구·경북에서 태어나 거주해온 토박이 10명(연구 참여자)을 인터뷰했다. 50~60대 중산층 남녀 각각 5명이다. 인터뷰를 통해 대구·경북 사람들의 자아와 언어, 삶의 지향에 대해 분석했다. 박사논문으로 쓴 〈대구경북의 마음의 습속〉을 바탕으로 단행본 〈대구경북의 사회학〉(오월의봄)도 출간했다. 연구 참여자들이 대구·경북, 일명 ‘TK’를 대표하지는 않는다. 일반화하기 위한 연구도 아니다. 정치적 접근은 지양했다. 참여자들 삶의 의미가 무엇이고 앞으로 나아질 수 있는가. 그걸 알고 싶어서 습속을 탐구했다.
2016년 최씨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할 때 친구와 청와대를 찾았다. 몇 개월 전에 예약해둔 자리였다. 같은 지역 사람이 다가와 말했다. “대구 말 쓰지 마이소. 그라고 박근혜 불쌍하다고 카면 여기 사람들 싫어합니데이.” 탄핵 정국, 대구·경북을 향한 욕설이 난무했다. 소설가 이외수는 TK를 북한에 비유하며 ‘정치적 무인도’라고 비하했다. 대구 수돗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기사 밑에는 ‘그동안 작태를 보고도 자한당 뽑은 대구 시민의 잘못이다’ 따위 댓글이 달렸다. 안타깝고 화가 났다.
강력한 가부장제의 그늘
해방 전후 대구는 한국의 모스크바로 불릴 만큼 진보적인 지역이었다. 1960년 대구에서 시작된 2·28 민주운동은 4·19 혁명의 도화선이었다. 이젠 아니다. ‘익숙한 건 유지하고 변화를 거부하는 태도가 대구·경북의 집합표상이 되었다.’ 1960년대 이후 TK는 박정희·전두환· 노태우·이명박·박근혜 대통령을 탄생시켰다. 지역민 스스로 중앙권력의 산출지라는 자부심을 가진다. 이들은 왜 혁신보다 안정에 치중하려는 보수주의적 권력집단의 성향을 지니게 됐을까?
최씨는 뒤르켐주의 문화사회학으로 이 질문에 접근했다. 참여자 10명에게 ‘사회적 삶’의 의미를 물었다. 가정환경부터 시작했다. 여성 참여자들의 이야기에서 가부장제의 그늘이 강하게 읽힌다. 참여자 중 한 명인 여미순의 유년에는 ‘불쌍한 어머니’가 있다. 어머니는 딸 넷을 낳은 뒤 아들을 낳지 못해 다른 여자, 일명 씨받이를 남편 방에 밀어넣은 뒤 보약을 지어 먹였다. 출산을 앞두고 뱃속 아이가 화장실에 빠져 죽게 되자 양자를 들였다. 여미순 본인도 성별 검사로 유산을 시켰다.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았다. 임신이 안 되는 큰딸과 딸 둘을 낳은 둘째 딸을 자신과 닮은꼴로 연결한다. 여미순뿐만 아니라 여성 참여자들은 유산으로 몇 번씩 죽을 고비를 넘긴다. 아들을 얻기 위해서다.
최종희씨 친구 중에도 7~8차례 임신중절수술을 한 이가 있다. 의사는 자궁막이 얇아져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친구는 딸이 나를 닮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그렇게 살기를 강요한다. 그만큼 불행했으면 딸은 엄마가 살고 있는 방식에서 벗어나도록 해줘야 하는데 똑같이 살기를 원한다. 습속 때문이다.” 이 밖에도 여성들은 풍부하게 자신의 삶을 서사했다. 맏딸은 살림 밑천이라, 오빠와 남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교육의 기회를 박탈당했고 가부장을 탈피해 결혼한 뒤 또 다른 가부장을 만났다. ‘가부장이 구상한 여성의 최종 직장은 가정이었다.’
ⓒ연합뉴스 2015년 9월7일 박근혜 대통령이 대구시 서문시장을 방문해 인사하고 있다.
탄핵 정국 당시 촛불집회가 전국적으로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던 데 비해 대구·경북에선 부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여미순은 국정농단 사건이 일부는 맞을 수도 있겠지만 반은 조작이라고 봤다. 태극기 집회에 참석한 여경숙은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일당을 받고 시위한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남연철은 왕조시대 언어를 사용해 박근혜를 왕에 비유한다.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백성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인식했다.
촛불집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있다. 시위가 힘없는 서민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여기지만 집회에 참여할 생각까지는 없다. ‘가정주부인 데다가 진보 세력이 아니기’ 때문에, 집회는 ‘일반인들이 하는 것이 아니’라서다. 최종희씨는 이러한 ‘대구·경북의 마음’을 시민사회와 고립된 상태라고 진단한다. 여기서 벗어나려면 시민으로 거듭나기 위해 훈련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요즘은 또 분위기가 다르다. “현재의 리더(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선 사사건건 불만이 있다. 박근혜 탄핵 당시엔 왕을 구속시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해놓고 이제는 탄핵해야 한다고들 말한다.”
대구·경북 사람에 대해 스스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을까? 요약하면 이렇다. ‘한번 좋아하면 영원히 좋아한다. 배신하지 않고 의리가 있다. 자기 의견을 강하게 내세우지 않으며 순응적이고 긍정적인 스타일이다. 전라도는 빨갱이들이 많은 집단이다. 서울 사람은 간사하고 대구·경북에 서울보다 뛰어난 인물이 많은데도 대구·경북이 서울 뒤를 줄줄 따라다니기만 한다.’ ‘꼴통’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지조 있는 성격으로 해석된다. 그러면서도 다른 지역에서 TK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일 거라고 예측한다. 북한 주민 보듯 대구·경북을 볼 수도 있겠다고 자조한다. ‘대구·경북의 한남 스타일은 최악’이라 딸을 시집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도 있다.
자연환경과 지역민의 특성을 연결시킨 남현무의 설명이 인상적이다. 그는 지방에 따라 성향 차이가 나는 이유로 주변 환경을 꼽는다. ‘대구·경북은 산이 많고 전라도는 평야가 많다. 평야는 이집 저집 다 보여 서로 감출 게 없다. 대구·경북은 산골이라 약간 폐쇄적이다. 그런데 인물은 산골에서 많이 난다.’ 그에 따르면 크게 될 인물이 있어도 섞여버리면 더 크지 않는다. ‘너무 낑가 맞추는 느낌이 들지만’, 모여 있으면 비슷비슷해지고 떨어져 있으면 독창성이 생긴다.
TK는 보수의 텃밭이다. 연구 참여자들 대다수도 보수 정당을 지지한다. 대체로 정서적 이유였다. 여경숙은 옛날부터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계열을 좋아한다. 예전부터 박정희와 박근혜가 좋았고 의리를 좇아 무조건 보수를 지지한다. 남연철은 보수가 정확히 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 그 길로 살아와서 그런 것 같다. 남두일도 자유한국당을 지지하는데 그렇게 살았기 때문이다. “나도 어쩔 수 없이 경상도 사람이야”라는 말에 이런 정서가 요약되어 있다.
최종희씨는 현재 경북 지역에서 이주민 여성을 대상으로 다문화 교육을 하고 있다. 동료가 역사 교재에 나온 대로 ‘5·16 군사정변’에 대해 가르쳤는데 일부 여성들의 시댁에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박정희에 대해 부정적으로 다뤘다는 이유다. 관련 내용을 언급할 때 조심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 이 경험에도 나오지만 대구·경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키워드는 ‘박정희’다. 아직도 박정희·육영수 사진을 걸어놓은 집이 있다. 박정희에 대한 평가는 10명 모두 거의 일치했다. 스스로 성향을 중도나 진보로 규정한 경우도 마찬가지다. 보릿고개를 없앤 경제적 영웅, 희생적이고 헌신적인 불굴의 가부장이다. 최씨의 분석에 따르면 박정희는 TK의 토템이다. 박정희 이념을 계승한 당이 계속해서 권력을 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같은 맥락에서 ‘지역주의는 정치적 현상이 아니라 문화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개인적 기억을 집단의 기억으로 끌어와 지역의 정체성을 공고하게 하기 때문이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계속 파고 들어가니 가족주의가 남았다. 책은 대구·경북 사람들의 공적 상징체계를 ‘보수주의적 가족주의’라고 진단한다. 이 지역만의 특징은 아니지만 인터뷰한 10명 중 8명이 보수 성향을 강하게 가지고 있었다. 이 마음의 습속을 ‘박정희 토템’에서 찾았다. 공동체를 중시하는 문화 구조와 경제발전을 염원하는 성장 서사가 어우러져 나타난 결과다. 먹고사는 일이 중요했고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가치관이 습속을 지배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연대의 언어로 박정희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냈다. 박정희는 신화적 존재가 되었고 대구·경북은 ‘문화적 섬’이 되었다.
참여자 10명을 인터뷰하는 동안 최씨는 혼란스러웠다. 거울로 반사된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스스로의 세계를 구축하지 못하고 ‘가족적 자아’에 머무르고 있는 건 그들만이 아니었다. 책 출간을 앞두고 그의 가족들은 마음을 졸였다. 비판이 아닌 비난이 쏟아질까 봐서다. 최씨 친구들이 모인 단톡방에 누군가 서평 링크를 걸어놓아 가슴이 철렁하기도 했다. 다행히 한 친구가 말했다. “우리가 꼭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최씨는 사회학을 공부하기 전 수필작가였다. 2012년 평사리문학대상 수필 부문 수상자다. 지금 돌아보면 가족주의적 단상에 머문 글들이 많았다. 사회학을 접한 뒤로 살아온 과정을 부정당하는 느낌이 들어 분노가 치밀기도 했다. 일상 곳곳에서 불편함을 느낀다. 정치적 견해에서만 그런 게 아니다. SNS 상의 작은 친목 집단에서조차 소수 의견이 묵살당했다.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기로 했는데 한 명이 다쳤다. 의논해서 안 갈 수도 있는데 총무가 일방적으로 모임을 취소해버린다. 총무도 나머지와 동등한 처지이지만 어쨌든 장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 하는 건 따른다는 마인드다. 이의를 제기하면 까칠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린다.” 반면 ‘우리가 남이가?’ 정신이 도움이 되기도 했다. 지인들이 인터뷰에 협조를 잘 해주었다. “네가 논문을 쓴다는데 해줘야 안 되겠나.”
지금의 습속대로 가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수주의적 가족주의’ 언어를 넘어서야 한다. 박근혜 탄핵 이후 박정희 토템의 발원지였던 대구·경북에도 균열이 일었다. 과거와 달라지지 않은 ‘일편단심’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전의 선택이 어리석었다고 생각하는 부류도 있다. 세대 분열도 진행 중이다. 최종희씨는 이번 책이 대구·경북에 대해 새로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대구·경북을 일반화해서 보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이번 작업은 새로운 이야기를 하는 ‘작은 시도’이다./ 시사인 임지영 기자
조동(朝東)100년] ① 뉴스타파, 조선 · 동아 정체 알리는 다큐영화 제작
조선일보가 오늘(3월 5일) 창간 100년을 맞았다. 이 신문은 3월 5일자 특집 표지를 통해 “창간 이후 조선일보의 역사는 우리 근현대사의 거울”이었으며 “일제에 저항하며 민족혼을 일깨웠고”라고 주장했다.
또 1면에 배치한 사설을 통해 “조선일보는 우리 민족이 1919년 3·1 독립만세를 외치며 흘린 피의 값으로 얻어낸 한글신문”이라고도 했다.
“일제에 저항했다”는 조선일보의 이런 자체 평가는 그리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선일보의 창간 100년 특집 기사 내용과는 전혀 다른 평가도 있다.
“
“우리는 조선일보 다닐 때 ‘조선일보가 민족지다’라는 얘기만을 계속 들어왔어요. 실제로 그런 줄 알았습니다. 조선일보가 일제강점기에 어떤 짓을 했는지, 우리 민족과 조국에 어떻게 반역 행동을 했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신문사에서 해직되고 난 후에 비로소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조선일보 기자들조차도 그렇게 속았는데 우리 국민들이 속은 건 말할 것도 없죠.-신홍범 전 조선일보 기자, 전 조선투위 위원장
조선일보는 3월 5일 사설에서 “그 암흑기에 민족의 표현 기관으로서 일제 강압과 신문 발행 사이에서 고뇌했던 흔적은 조선일보의 오점으로 남아 있다”며 일제강점기 반민족 부역 행위를 두루뭉술하게 언급하며 넘어갔다. 1937년부터 매년 당시 일왕 히로히토 부부의 사진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게재한 행위, ‘조선일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린 행위 등은 전혀 거론하지 않았다. 반성이나 사과 또한 없었다.
조선일보는 또한 3월 5일자 신문 기사에서 1933년 이 신문을 인수해 조선일보 족벌 운영 체제를 시작한 방응모(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증조부)를 “부호의 의무 다하는 금광왕으로 공경받아”라고 칭송했다. 지난 2009년 대통령 직속 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일제강점기 때 친일행위를 사유로 방응모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했고, 법원도 이를 인정한 바 있다.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일에 이어 오는 4월 1일은 역시 스스로 ‘민족지’라고 주장하는 동아일보가 창간 100년을 맞는 날이다
② 조선일보 윤전기는 왜 철거됐나
일제 강점기, 조선일보 폐간 직전까지 이 신문을 찍어내던 윤전기는 높이 2.5미터, 무게 41톤이다. 이 초대형 윤전기는 조선일보의 표현을 빌자면 “검은 빛과 잿빛으로 웅크린”, “무정한 쇳덩이”로 한동안 독립기념관 제6전시관에 전시돼 있었다.
1986년 조선일보사가 독립기념관에 기증해 전시될 당시 이 윤전기에는 “1940년 폐간될 때까지 (조선일보) 신문을 인쇄하던 윤전기”라는 짧은 설명이 붙어 있었다.
조선일보는 이 윤전기가 “해방 전후의 파란만장했던 한국사가 새겨진 민족의 자산”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윤전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3년 8월 전시관에서 철거됐고, 현재 독립기념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철거가 결정될 당시 조선일보는 “우리 국민을 경악하게 하는 대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권력은 역사도 철거하는가’라는 사설에서 “중국의 문화 혁명과 다를 바 없다”, “역사에 대한 바른 평가가 내려질때까지 이 윤전기를 지켜낼 것이다”라고도 했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윤전기 철거 과정이 “모택동 시절 중국역사를 후퇴시킨 문화혁명과 홍위병이 연상”된다는 내용의 대변인 논평을 냈다.
철거 5년이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섰다. 독립기념관은 상급기관인 국가보훈처에서 한통의 공문을 받았다. 당시 김삼웅 독립기념관장은 이렇게 회상했다.
“독립기념관장으로 근무하는 중 정권이 바뀌었어요.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한 며칠 후 국가보훈처에서 공문이 왔어요. 조선일보 윤전기를 철거하는 배경, 과정을 보고를 해달라고.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그건 그때 이미 다 끝난 일이다. 누구보다도 보훈처가 잘 알고, 조선일보가 훤히 다 알고 있는 사항을 이제 와서 왜 뭐 때문에 새삼스럽게 보고해달라고 하느냐. 해 줄 수 없다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저에 대한 압력과 뒷조사도 하고, 또 언제 사표내느냐 그래서 2~3일 만에 사표 쓰고 나왔죠.”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 1939년 1월 1일 조선일보 1면
조선일보는 철거된 윤전기가 “일제하 오욕의 역사를 지켜 본 증인”이라고 했다. 그러나 정작 ‘명예를 더럽혀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만든’ 오욕(汚辱)의 역사, 즉 친일반민족행위의 내용과 실체에 대해서는 조선일보 스스로 말하지 않고 있다.
1988년 온 국민이 지켜 본 언론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당시 조선일보 사장 고 방우영(현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의 숙부)은 이렇게 강변했다.
“혹독한 조선총독부 밑에서 피흘리고 고문당하고 옥사를 하면서까지 겨레를 위하고 민족의 존립을 위해서 끝까지 목숨으로 싸우다가 조선, 동아는 끝내 폐간되었다고 믿고 있습니다. 만약 조선일보 동아일보가 친일을 했다고 하면, 어떻게 그러한 근거를 가지고 말씀하십니까?”
-고 방우영 조선일보 사장 1988년 증언
일제 강점기 조선과 동아 두 신문은 어떤 기사를 내보냈을까? 자세히 아는 이들은 많지 않다. 독립기념관 전시관에서 철거된 ‘무정한 쇳덩이’, 윤전기는 말이 없다.
뉴스타파 박중석
또다른 ‘신천지’…한국에 하느님 20명, 재림예수 50명 있다
한국 소종파의 역사
개신교 주류 교회 배척 시작되면 경계 넘어서
선지자 자처하다 말년엔 스스로 ‘신의 반열’에
신천지 ‘전신’ 장막성전은 1966년 당시 17살이던
소종파 운동 사상 최연소 유재열이 세워 화제
결국 사기죄 구속…교세 기운 뒤 이만희가 등장
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예수교)과 개신교계 소종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시사주간 <한겨레21>이 2013년 실었던 개신교 소종파 운동에 관한 기사를 다시 게재합니다. 어떤 혐오나 선입견 없이 ‘사회적 현상’으로서 소종파 운동의 배경과 역사, 특징을 살펴보자는 취지에서 기사는 ‘이단’ ‘사이비’와 같은 교계 내부에서 통용되는 지칭 대신, 학문적 개념인 ‘소종파’(sect)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검증된 논문 자료나 학계 전문가의 의견을 참조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_편집자주
한겨레21
1927년 함경도 원산에 예수가 자기 몸에 들어왔다고 주장하는 여자가 나타났다. 원산 감리교회를 다니는 유명화라는 신도였다. 그는 여러 교회를 다니며 부흥집회를 인도했는데, 부흥회의 하이라이트는 예수의 영이 몸에 내린다는 ‘강신극’이었다. 전통 무속신앙의 신내림굿과 유사했다. 주위로 평양신학교를 졸업한 백남주, 감리교 목사 이호빈·이용도 등이 모여들었다. ‘원산파’로 불리는, 한국 신비주의 소종파의 원류다.
주요 특징, 신비주의적 ‘신과의 합일’
이들과 별개로 ‘새주파’로 불리는 또 다른 신비주의 집단도 있었다. 1923년 입신 체험을 통해 예수와 대화했다는 여신도 김성도가 구심이었다. 새주파란 이름은 김성도의 추종자들이 그를 ‘새주’로 부른 것에서 유래했는데, 김성도가 죽은 뒤 ‘복중교’란 이름으로 1940년대까지 연명했다. 원산파와 새주파 모두 기성 교회들에 의해 이단으로 단죄됐다. 하지만 이들의 신비주의는 ‘이스라엘 수도원’을 세운 김백문을 거쳐 한국 개신교계 소종파의 선구가 되는 통일교(문선명)와 전도관(박태선)의 교리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았다.
신과의 합일을 강조하는 신비주의적 신앙 행태는 지금까지도 한국 개신교계 소종파의 주요 특징이다. 2000년 문화관광부의 의뢰로 국제종교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한국의 종교단체 실태조사연구’는 개신교 계통 소종파를 크게 △신비주의 △종말론 △외국계 신흥종파 3가지 계열로 분류하고 있다. 이 가운데 수적으로 가장 우세한 것은 신비주의 계열이다. 신비주의 계열은 다시 △베뢰아아카데미(귀신론) 분파 △신비주의 기도원 분파 △직통 계시파 △전도관 분파 △장막성전 분파 △통일교 분파로 나뉘는데, 최근 개신교계가 대대적 배척운동을 벌이고 있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은 장막성전 분파에 속한다.
장막성전은 1960년대 경기도 과천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서울대공원이 들어선 막계동 일대가 이들의 ‘성지’다. 신천지 교회의 본부가 과천에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깊다. 장막성전은 1966년 한국 소종파 운동 사상 가장 나이가 어린 유재열(당시 17살)이 세워 화제를 뿌렸다. 장막성전이란 이름은 신약성서의 요한계시록 15장 5절 “또 내가 이일 후에 보니 하늘에서 증거장막의 성전이 열리며”라는 구절에서 따왔다고 한다.
“(장막성전의 등장과 분열, 신천지의 등장 과정) 모든 것이 성경의 예언대로 실현됐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나 안상홍증인회 같은 교회도 나가봤지만, 가장 성경의 계시에 부합하는 곳은 신천지라고 확신한다.” -신천지의 청년신도 임아무개
유재열은 1960년대 초부터 부모와 함께 서울 상도동의 호생기도원을 다니며 신비주의 신앙에 몰입했다. 1965년 예수의 계시를 받았다며 이듬해 ‘종말 심판의 피난처’라는 장막성전을 설립했다. 전성기에는 막계동의 청계산 저수지 일대에 신도 2천 명이 모여들어 집단생활을 했을 정도다. 하지만 조직 운영에 불만을 품은 내부자의 투서 때문에 사기죄로 구속됐다가 집행유예로 나온 뒤 교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1980년 기성 교단에 교회를 헌납하고 홀연히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사업가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장막성전 기본 골격 그대로 ‘신천지’로
그가 떠난 뒤 장막성전은 신천지, 증거장막성전, 무지개증거장막 등 여러 갈래로 분리돼 오늘에 이르고 있다. 유재열은 자신에게 만국을 다스릴 권세가 있으며 14만4천 명에게 구원의 징표를 주는 사명이 주어졌다고 했는데, 성서 해석과 교리의 기본 골격은 핵심 추종자이던 이만희(현 신천지 총회장)를 통해 지금의 신천지에 고스란히 전승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2월18일 만난 신천지의 청년신도 임아무개(31)씨는 장막성전의 등장과 분열, 신천지의 등장 과정을 “모든 것이 성경의 예언대로 실현된 것”이라며 “기독교복음선교회(JMS)나 안상홍증인회 같은 교회도 나가봤지만, 성경의 계시에 부합하는 유일한 곳은 신천지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교권화된 기성 교회에 대한 불만과 영적 체험에 대한 열망에서 싹튼 해방 전 신비주의 그룹이 전쟁의 참화 속에서 종말론적 계기와 만나고, 때맞춰 등장한 카리스마적 개인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다.”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
신천지에서 알 수 있듯, 대부분의 소종파들은 강력한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존재와 함께 신비주의와 종말론적 흐름이 섞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진구 연구실장은 “예언서·계시록의 종말론과 민족주의적 선민사상이 결합해 재림예수가 한국에 온(왔)다고 주장하는 것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소종파에서 보이는 보편적 흐름”이라고 했다.
이런 흐름이 형성된 데는 역사적 배경이 있다. 한국교회사 연구자인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는 “교권화된 기성 교회에 대한 불만과 영적 체험에 대한 열망에서 싹튼 해방 전 신비주의 그룹이 전쟁의 참화와 극심한 빈곤의 경험 속에서 종말론적 계기와 만나고, 때맞춰 등장한 카리스마적 개인들이 이 흐름을 주도하며 지금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
이렇게 등장한 소종파들은 처음엔 기독교의 카테고리 안에 머무르며 활동하지만, 교세가 늘고 주류 교회의 배척이 시작되면 점차 그 경계를 벗어나게 된다. 선지자나 성령, 재림예수를 자처하다 말년엔 스스로를 신의 반열에 올려놓는 경우도 있다. 박태선(천부교)·안상홍(하나님의 교회) 등이 대표적이다. 탁지원 국제종교문제연구소장에 따르면 국내 소종파 지도자 중에 자신을 하느님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만 20여 명, 재림예수를 자처하는 경우가 50명이 넘는다. 이 밖에 하느님의 부인이나 보혜사 성령, 혹은 성서 속 인물인 엘리야나 다윗을 자처하는 사람도 있다.
문제는 소종파 집단 안에서 지도자 개인의 카리스마가 절대화하다보니, 공교회로서의 성격이 약화되고 여러 부작용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횡령이나 폭력, 추행 같은 문제가 외부로 노출되고 결국 사법권력의 개입을 부르는 경우도 빈번하다.
‘영체교환’ 교리에서 성상납·혼음 나타나
일부 소종파는 교주에 대한 성상납, 혼음 등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이 문제를 초기 신비주의 소종파에서 나타났던 ‘영체교환’(일명 ‘피가름’) 교리의 유산으로 보는데, 신령한 존재의 성혈(聖血)을 나눠가짐으로써 죄와 타락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술적 믿음이다. 하지만 문제가 된 소종파들은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거나 일부 열성 신도들이 벌인 해프닝이라 부인하고 있어, 그 실체에 대해선 추측이 구구하다./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혼돈의 개신교, 신천지와 이단 전쟁 결말?
개신교의 이단 시비가 점입가경이다. 교단들 사이에 오가는 날선 공방에는 ‘사탄’ ‘마귀’ 같은 살벌한 언어가 난무한다. 시비의 발원지는 보수 교단의 연합기관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다. 배타적 구원관 등을 이유로 거대 주류 교단으로부터 이단 판정을 받았던 대한예수교장로회 전도총회(속칭 ‘다락방’)에 대해 한기총 지도부가 지난 1월 이단 규정을 철회한 것이 발단이었다. 금품 로비설이 불거졌고, 한기총의 핵심 교단 중 하나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예장합동)의 목회자들마저 지도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같은 교단 소속임에도 다락방의 이단 해제를 승인한 한기총의 전·현직 대표회장(홍재철·길자연)의 목사직을 박탈하라고 교단 쪽에 요구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기총의 핵심 간부 입에서 “과거 다락방에 내려진 이단 판결은 정치적 이유에서 나온 ‘괘씸죄 이단’”이란 말까지 나왔다. 교계의 이단 판결이 그들 말대로 엄밀한 교리적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것만은 아니란 사실을 고백한 셈이다.
이단 판결, 엄밀한 교리적 기준이 아니었다
몸살을 앓기는 진보 교단도 예외가 아니다. 상대적 진보성을 견지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올해 부산에서 개최되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총회에 대한 협조를 구하려고 반(反)WCC 성향의 보수교단 연합체인 한기총과 공동선언문을 채택한 게 사달이 났다. 선언문에는 △종교 다원주의 배격 △공산주의·인본주의·동성애 반대 △타 종교 신자들에 대한 개종 전도 허용 △성서 무오설(無誤說) 지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보수 교계가 진보·자유주의 성향의 신학적 흐름을 이단으로 몰아세우며 들이댔던 ‘감별 기준’들이다. 진보 개신교단인 한국기독교장로회가 거세게 반발했다. 한신대·감리교신학대·성공회대 교수들의 비판 성명이 이어졌다. NCCK 가맹 교단이면서 과거 보수 개신교단에 의해 ‘비정통’으로 매도당한 아픔이 있는 한국정교회에선 ‘쓰레기 합의문’이란 격한 반응이 나왔다. 합의문에 서명한 김영주 NCCK 총무가 사죄하고 합의문을 무효화하는 것으로 파문은 진정됐지만, 보수 교회로부터 공공연한 이단 시비에 시달려온 비주류 교회의 신앙적 자존감은 다시 한번 상처를 입었다.
이단 판정을 받은 신흥 종파에 대한 배척도 눈에 띄게 강화되고 있다. 1960년대 개신교 신종파 운동에 뿌리를 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총회장 이만희)을 상대로 벌이는 범교파적 배격운동이 그 예다. 실제 지난 1~2년 전부터 많은 교회가 입구에 ‘신천지교인 출입금지’라는 현수막과 포스터, 스티커를 부착하고 대대적인이단 추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여기엔 은밀하되 공격적인 신천지 특유의 선교 방식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다. 신천지 교인 신분을 숨긴 채 기성 교회에 출석하며 신도들을 빼가거나, 규모가 작은교회에선 핵심 교직을 장악한 뒤 교회 자체를 신천지 소속으로 바꿔버리는 식이다. 교계 안팎의 이단 공방과는 거리를 둬온 기독교방송(CBS)마저 ‘신천지와의 전면전’을 선포하고 지속적인 추방 캠페인을 펼칠 정도면, 이 신흥 종파에 대한 주류 개신교의 위기의식이 남다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단 시비는 교계 울타리를 넘어 정치적 논란으로 번지기도 한다. 지난해 대통령 선거 기간에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신천지 연루설을 둘러싸고 여야 정치권이 벌인 진실 공방은 이단 논란의 정치·사회적 휘발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게 한다. 당시 온라인상에는 박후보가 신천지 교회와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신천지 핵심 인사들이 박근혜 캠프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다는 주장이 빠르게 확산됐다. ‘새누리’라는 당명을 한자로 옮기면 ‘신천지’가 된다는 그럴듯한 풀이까지 덧붙여졌다. 새누리당은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고 강하게 반발하며 소문의 배후로 민주통합당을 지목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당시를 떠올리며 “자칫 이단 시비에 민감한 보수 개신교인들의 표심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한국 개신교계의 잦은 이단 시비는 목회자와 신도들이 ‘이단’이라는 종교적 표지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현실과도 연관돼 있다. 유달상 <기독교한국신문> 편집인은 “특정 교회나 종파가 교계 주류로부터 이단으로 한번 지목되면 교세 확장에 막대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소속 신자들의 사회적 네트워크마저 단절돼버린다. 심지어 자녀들의 혼사마저 깨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했다. 상황이 이러니 이단 시비에 휘말린 쪽은 어떻게든 그 굴레를 벗어나려 집요한 노력을 기울인다. 주류 교단의 ‘이단 감별사’들에게 로비를 하거나, 교단 실력자들과 접촉해 이단 해제를 청원하는 식이다. 이 때문에 막대한 선거자금이 투입되는 교단이나 연합기구의 큰 선거를 전후해선 교계 안팎에서 ‘이단종파 자금 유입설’이 끊이지 않는다. 1970~80년대 ‘통일교 자금 유입설’로 주요 교단들이 분란을 겪었던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학철 연세대교수 는 “이단이 없었다면 기독 교리의 집약이자 신앙고백의 기초인 사도신경도, 니케아 신조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기독교가 세계 종교 로 스스로를 정립하게 만든 ‘거울’이자 ‘매개물’이 다름 아닌 이단 종파라는 얘기다.
누가 정통으로 공인받고 이단으로 단죄받는지는 헤게모니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갈린다. 대체로 이단으로 몰리는 것은 소수파이면서 현행 질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쪽이다. 이런 이유로 종교학자들은 ‘이단’보다 ‘섹트’, ‘소종파’라 는 중립적 표현을 선호한다.
서울 정동의 한 교회 게시판에 신천지 신도들의 출입을 금한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다. 한국 개신교계는 2년 전부터 범교파적인 신천지 배척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겨레 정용일 기자
“개신교는 주인 없는 종교”
눈여겨볼 지점은 왜 개신교계에서 유독 이단 시비가 끊이지 않느냐는 것이다. 일부에선 교단(종단) 난립 문제를 꼽는다. 하지만 꼭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종교단체 현황(2011년)자료를 보면, 소속 종단이 가장 많은 곳은 불교다. 265개나 된다. 개신교는 이보다 적은 232개다. 그럼에도 이단 논란의 빈도와 강도는 불교를 압도한다. 일반적 설명은 개신교 자체가 배타성이 강한 종교라는 것이다. ‘아브라함 종교’에 뿌리를 둔 유일신교의 특성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견해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같은 유일신교인 유대교나 이슬람에 비해 기독교, 특히 그 안에서도 개신교에 유달리 이단 논란이 잦은 이유는 쉬 해명되지 않는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진구 연구실장(서울대 강사)은 말한다. “이단 논쟁은 교리 해석을 둘러싼 갈등에서 파생한다. 그런데 같은 유일신 전통에 있더라도 유대교와 이슬람은 교리보다 행위(율법)를 강조하는 까닭에 이단 논쟁이 발생할 여지가 적다. 반면 기독교는 행위보다 교리를 중시한다.” 그렇다면 기독교에서도 개신교, 개신교 중에서도 보수 교단에서 이단 논쟁이 격렬한 이유는 뭘까. 이어지는 설명은 이렇다. “가톨릭은 성경보다 교회의 전통이 강조되고, 교황을 정점으로 한 수직적 위계구조 아래 통일성이 확보돼 있다. 하지만 개신교는 주인 없는 종교다. 성경과 교리 해석을 둘러싸고 갈등이 발생할 여지가 크다.”
신학자들은 기독교의 독특한 역사와 전통에서 그 배경을 찾기도 한다. 김학철 연세대 교수(신약학)는 “이단 논란은 초기 기독교부터 있었고, 기독교의 역사 자체가 이단 논쟁의 역사”라고 말한다. 부단히 출현하는 소수 교설(敎說)과의 대결·투쟁 속에서 자신의 신학과 교리 체계를 세우고, 신자 집단에 허용되는 신앙의 테두리를 정교화해온 게 기독교라는 것이다. 그는 “이단이 없었다면 기독 교리의 집약이자 신앙고백의 기초인 사도신경도, 니케아신조도 없었다”고 잘라 말한다. 기독교가 세계 종교로 스스로를 정립하게 만든 ‘거울’이자 ‘매개물’이 다름 아닌 이단 종파라는 얘기다.
종교학자들은 이단 시비를 개신교 신학자들과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이단은 종교현상이자 사회현상이라는 것이다. 장석만 종교문화비평학회장에 따르면, 정통과 이단의 구분법은 종교적 신앙집단뿐 아니라 세속적 정치결사나 이데올로기 집단에도 존재한다. ‘사문난적’ 시비로 들끓었던 조선 후기 성리학이나 ‘정통-수정주의’ 논쟁이 끊이지 않았던 20세기 마르크스주의, 현대 정당 안에서 벌어지는 허다한 ‘법통 다툼’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들 집단 내부에서 누가 정통으로 공인받고 이단으로 단죄받는지는 집단의 헤게모니를 누가 쥐느냐에 따라 갈린다. 대체로 이단으로 몰리는 것은 소수파이면서 현행 질서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쪽이다. 이런 이유로 종교학자들은 ‘이단’보다 ‘섹트’(Sect), ‘소종파’라는 중립적 표현을 선호한다.
양쪽의 진술을 종합하면, 이단이란 결국 ‘권력의 효과’이자, 권력을 지닌 세력이 ‘종교적 진리’의 이름으로 스스로를 정체화할 수 있게하는 ‘내적 타자(他者)’라는 얘기가 된다. 이렇게 본다면, 이단은 추방되거나 박멸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권력이 있는 곳엔 항상 이단이 존재할 뿐 아니라, 지배 관계의 원활한 작동을 위해선 없는 이단도 만들어내야 하는 게 권력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민중신학자 김진호 목사는 “이단 자체보다, 이단을 만들어내는 주류교회의 욕망을 분석하는 게 우선이 아니겠느냐”고 반문한다.
주류 질서에 반항한 숱한 소종파가 ‘사탄’과 ‘이단’의 이름으로 정죄받아온 한국 개신교사를 봐도 그의 지적은 일리가 있다. 우선 주목해야 할 시기가 1950~60년대다. 한국 교회에서 사탄론과 이단론이 가장 극성을 부린 때이자, 박태선의 전도관, 나운몽의 용문산 기도원, 문선명의 통일교 등 오늘날 이단시되는 개신교계 소종파의 원류들이 대거 출현한 시기다. 당시 한국 사회는 전쟁으로 인한 파괴와 살육의 후유증이 심각한 상황이었다. 기아와 질병, 자연재해가 사람들의 몸과 정신을 여전히 옥죄던 시절, 교계 안팎에 거대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등장한 인물이 나운몽과 박태선이었다.
다원주의적 교설을 펼치 거나(나 운 몽), ‘재림 예수’를 자처(박태선)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지만, 주류 교단의 배척 저변에는 평신도 출신 신비주의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교권 세력의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극단적 보수주의와 집단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한국의 주류 개신교는 극단적 소종파와 ‘안티 기독교’라는 안팎의 저항에 직면해 있다. 서울 명동에서 한 개신교인이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란 펼침막을 들고 전도하고 있다. 한겨레 윤운식 기자
단죄받자 종교적 게토로 전락하기도
나운몽은 1954년 자신이 세운 한국 최초의 기도원인 용문산 기도원을 거점으로 전국을 순회하며 집회를 열었다. 열광적 분위기에서 진행된 그의 집회는 신들림과 방언, 질병 치유 같은 신비체험이 속출했다. 전국에 제2·제3의 나운몽이 등장했고, 용문산과 비슷한 열광적 분위기에서 카타르시스를 체험하는 기도원도 곳곳에 들어섰다. 이즈음 박태선이 주도한 서울 남산과 한강 백사장 집회도 수십만 군중을 끌어모았다. 나운몽처럼 전국 각지를 돌며 연 그의 집회에도 신비체험이 넘쳐났는데, 평신도뿐 아니라 기성 교단의 목사들까지 몰려와 그의 안수기도를 받을 정도였다.
이들에 대한 주류 교회의 대응은 배척과 파문이었다. 종교다원주의적 교설을 펼치거나(나운몽), ‘재림 예수’를 자처(박태선)한 것이 결정적 계기였지만, 이런 대응의 저변에는 평신도 출신 신비주의자들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대한 교권 세력의 경계심이 자리잡고 있었다는 점도 부인하기 힘들다. 나운몽과 박태선에 대한 이단 판정에도 불구하고, 신비체험을 강조하고 신으로부터 직통계시를 받았다고 주장하는 인물은 꾸준히 등장했다. 잇단 이단 파문을 거치며 한국 개신교는 이단에 대한 규정을 좀더 정교하게 다듬어나갈 수 있었다. 재림 예수나 메시아를 자처하는 자를 이단으로 규정하는 ‘기독론적 이단’ 외에, 공교회의 권위를 부정하고 자신들의 교회에 와야만 구원을 얻을 수 있다는 주장(교회론적 이단), 직통계시를 받았다는 주장(성령론·계시론적 이단) 모두 이단의 범주에 포함하게 된 것은 주목할 만하다.
연구자들은 이런 개신교의 이단 규정이 신비주의에 대한 교권세력의 뿌리 깊은 경계와 공포심을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신비주의의 핵심은 ‘체험을 통한 신의 인식’이다. 문제는 신비주의가 확산되면 교권이 무력화된다는 점이다. 성경이나 교회라는 기관, 성직자의 권위를 통하지 않고 ‘신과의 합일’을 통해 신의 메시지를 직접 듣는 것이 신비주의의 요체인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신비주의는 자유주의와 함께 교권·교리주의에 대항하는 두 개의 강력한 흐름을 형성해왔다. 한국 개신교에서 유영모·함석헌으로 대표되는 자유주의 그룹이나 신비주의적 소종파 모두 보수적 교권세력에 의해 줄곧 불온·이단시된 것도 이 때문이다.
신비주의를 말할 때 빠뜨릴 수 없는 점은 그것이 항상 하층민이나 소수자를 사회적 지지 기반으로 삼는다는 사실이다. 신비주의는 속성상 교육 수준이 낮고 현세를 초월하려는 열망이 강한 사람들에게 흡인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신비주의는 종말사상과 결합하는 경향이 있는데, 한국에 등장한 대부분의 개신교 소종파 운동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소종파 운동이 활발하다는 것은 당대를 고통과 위기의 시대로 인식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현실이 이렇다면, 이단 시비와 관련한 교계와 사회의 대응 역시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이덕주 감리교신학대 교수(교회사)는 “성찰과 회개를 통해 기성 교회와 목회자가 영적 권위와 도덕적 지도력을 회복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교회가 영성과 도덕적 건강함을 되찾으면 기성 교회에 대한 실망과 분노에서 동력을 얻는 문제적 소종파들도 그 호소력이 자연스레 감소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김진호 목사는 “주류 교단의 경멸과 배척이 소종파들의 고립과 반발감을 심화시켜 건강한 발전 경로를 봉쇄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그가 든 사례는 1960년대 박태선의 주도 아래 시작된 ‘신앙촌’ 운동이다. 고통받는 민중의 경제적 자립과 영적 구원의 열망을 받아안고 출발했지만, 교권 위축을 우려한 기성 교단의 배척과 공격에 맞서 폐쇄성을 강화하게 되고, 결국 소통과 갱신의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자 교주의 카리스마가 지배하는 종교적 게토로 전락해버린 신앙촌의 전철을 되밟게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프로이트 “증상은 좌절된 열망의 대체물”
‘신경증’에 대한 프로이트의 해석은 이지점에서 ‘이단’에 대한 경직된 인식을 새롭게 하는 데 적절한 참조틀을 제공한다. 프로이트가 볼 때 자아가 형성되려면 인간이 지닌 리비도적 충동이 적절한 수준에서 억압·통제돼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식의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불쾌한 표상과 기억들은 무의식을 형성하는데, 이렇게 만들어진 무의식의 성분들은 틈만 나면 의식의 통제를 피해 교묘하게 자신을 드러내려 한다. 신경증의 ‘증상’이 그것이다. 따라서 프로이트에게 증상이란 ‘좌절된 소망 또는 억압된 열망의 대체물(대리표상)’이란 결론이 가능하다.
비슷한 방식으로, 제도화(문명화)된 종교와 이단의 관계를 파악해보는 것도 여러모로 흥미롭다. 사실 대부분의 종교학자들이 인정하듯, 신과의 합일을 추구하는 신비주의나 현세의 고통에서 벗어나길 희구하는 종말론적 충동은 인간의 원초적인 종교적 열망의 중요 부분을 구성한다. 하지만 이 열망은 길들여지지 않은 리비도적 충동과 같은 것이어서, 종교가 제도화되는 과정에서 억누르고 걸러지지 않으면 안 된다. 방치할 경우 현실의 교권이나 세속 질서와 충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억압되고 추방당한 열정은 일정 조건(사회·정치적 혼란, 교권세력의 위축)이 형성되면 프로이트가 말한 ‘증상’의 형태로 자신을 드러낼 수밖에 없다. 부단한 정죄와 박해 속에서도 출몰을 반복하는 소종파 운동이 그 증거다. 결국 ‘이단’이란 것도 제도화 과정에서 억압된 신앙적 열정이 느슨해진 검열과 감시의 틈을 비집고 반복적으로 귀환하는 ‘사회적 증상’의 한 형식인 셈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이단과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해보는 것은 어떨까. “모든 인간은 잠재적 신경증 환자”(프로이트)이듯, ‘호모 렐리기우스’(종교적 인간)의 운명에 순응하는 한, 우리는 모두 잠재적 이단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폭력성에 도취된 사진가의 거리 사진
ⓒFUJIFILM 홈페이지 갈무리 사진가 스즈키 다쓰오(아래)는 초상권을 염두에 두지 않고 광각렌즈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마구 찍었다.
20세기와 21세기 사진의 분기점은 면도날처럼 가파르다. 아날로그 사진과 디지털 사진만으로 나뉘는 것은 아니다. 20세기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사진이라는 매체를 다루었다면 21세기에는 누구나 카메라를 들고 언어처럼 쉽게 구사한다는 점이 근본적인 차이다.
이런 차이로 사진 문화도 바뀌었다. 이전에는 흔히 촬영되던 장르가 현재 거의 사라졌다. 대표적으로 ‘거리 사진’ 장르이다. 도시의 개방된 거리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을 피사체로 삼아 찍는 사진이 거리 사진이다. 20세기 초반 라이카 같은 소형 카메라가 등장하자 다큐멘터리 사진의 가장 흔한 장르가 되었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등이 주로 거리 사진을 찍었다. 세기말이 되면서 거리 사진은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고 21세기에는 거의 사라졌다. ‘초상권’ 때문이다.
최근 후지필름은 새로운 소형 카메라 X100v를 출시하며 일본 사진가 스즈키 다쓰오에게 카메라 리뷰를 맡겼다. 그는 일본 사진계에서 알아주는 거리 사진가다. 후지필름은 이 사진가가 자사의 소형 카메라를 가지고 어떻게 거리에서 인상적인 사진을 얻을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동영상을 올렸다. 반응은 전혀 다른 방향에서 폭발적이었다. 당장 영상을 내리라는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어찌된 일일까?
스즈키의 폭력적인 촬영 방식 때문이었다. 그는 망원렌즈를 활용한 ‘도촬’ 방식도 아니고, 광각렌즈로 지나가는 사람들 앞에서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었다. 초상권을 염두에 두지 않은 촬영에 사람들은 온갖 표정을 지었다. 불쾌해하고, 일그러지고, 얼굴을 가렸다. 이에 대해 스즈키는 “저와 주제가 마주 보게 되면 주제의 감정이 드러난다. 내 의도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게 아니다. 항상 긴장감이 있어야 한다. 내가 찍은 사진들이 관객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영상은 곧 내려졌고 후지필름은 사과했다. 스즈키와 전속계약도 해지했다. 이 사태는 카메라를 사용하는 전 세계 사용자들에게 경각심을 일으켰고, 사진하는 사람들에게 ‘거리 사진이란 도대체 어떻게 찍어야 하는가’ 다시금 환기시켰다.
“내게 윤리를 묻지 마라”
스즈키 이전에도 거리 사진으로 문제를 일으킨 유명 사진가가 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사진가 브루스 길든이 대표적이다. 그는 “내게 윤리를 묻지 마라”는 말로 유명하다. 그도 거리의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고 플래시를 터트리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런데 이들은 왜 이렇게 폭력적인 방식으로 거리 사진을 찍으려 했을까? 이들이 내세우는 결론은 비슷하다. 도시에서 인간의 역사를 기록하겠다는 이유였다. 스즈키는 “나는 주로 사람들을 촬영한다. 그들의 열정, 감정, 고통 등을 표현하고 싶다. 멋진 구도에는 관심이 없다. 코믹한 거리나 유머러스한 거리 사진에도 관심이 없다. 긴장감이 높은 거리를 촬영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여기에서 굳이 그의 사진 철학에 반박하고 싶지는 않다. 도시의 은폐된 이면을 드러내려는 시도에 같은 사진가로서 공감하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남는 의문이 있다. 만약 사진가인 내가 그의 우스꽝스럽고 폭력적인 촬영 모습을 찍어 폭로하면, 그는 어떤 기분일까? 스즈키 사진에는 피사체에 대한 일방적인 해석만이 존재한다. 그것은 전지적이며 파시즘의 냄새가 난다. 카메라와 사진이 넘쳐나는 사회에서 자신만이 유일하게 진실을 대면할 수 있다는 폭력성에 도취된 한 사진가의 거리 사진일 뿐이다. 그의 사진은 거리 사진의 정답이 아니다.
이상엽 (사진가)/ 시사인
한국, 세계 군사력 순위 6위…북한, 8계단 하락 25위 그쳐
한 나라의 군사력을 비교하는 지표인 ‘글로벌파이어파워(GFP) 세계 군사력 랭킹’이 집계한 2020년 군사력 순위에서 한국이 6위를 기록했다.
GFP가 최근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0년 한국 군사력 지수는 0.1501로, 2019년보다 한 계단 올라 집계 대상 국가 138개 중 6위를 차지했다. 북한은 2019년 18위에서 7계단 내려간 25위였다. GFP 군사력 지수는 0에 가까울수록 강하다는 의미다. 병력과 무기 수를 중점적으로 평가하며, 전쟁을 수행할 경제력과 비상동원가능 전력 등을 합쳐 순위글 매긴다. 여러 분야를 망라한 군사력 지표이긴 하나, 핵무기 같은 비대칭 전력이나 지리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아 객관적인 지표로 활용하기에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있다.
한국은 전쟁 동원 가능 인원이 인구 절반 수준인 2570만 명으로 집계됐다. 군용기는 1649대로 미국·러시아·중국·인도에 이어 다섯 번째였다. 탱크는 2614대로 9위였다. 북한은 전쟁 가능 인력이 한국의 절반인 1300만 명이지만, 탱크는 한국의 곱절 이상인 6045대였다. 가장 높은 순위 국가는 군사력 지수 0.0606을 기록한 미국이었다. 러시아(0.0681), 중국(0.0691), 인도(0.0953)가 뒤를 이었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 계단 앞선 5위였다. 프랑스와 영국과 독일은 각각 0.1702, 0.1717로 나란히 7위와 8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항공모함 20척을 보유해 일본·프랑스(4척), 이집트·중국·영국 한국(2척) 보다 절대적으로 막강한 해군력을 과시했다. 미국은 군용기 1만3264대를 갖고 있어 러시아(4163대)와 중국(3120대)을 앞질렀다. 단 로켓발사기는 러시아가 3860대로 1위, 중국이 2650대로 2위, 북한이 2110대로 3위를 차지했다. 반면 미국은 1366대로 5위로 집계됐다.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한국, 구매력 기준 1인당 GDP에서 드디어 일본 추월
OECD 발표…2017년 한국 $41,001, 일본 $40,827로 역전
구매력(PPP : Purchasing-Power Parity) 기준 1인당 국민총생산(GDP)에서 한국이 드디어 일본을 앞섰다. 2017년에 처음 일본을 제친 후 2018년에는 더 큰 격차를 벌리면서 앞섰다.
일본이 처한 현 상황 하에서는 당분간 한국을 능가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이며 제2 경제대국 일본은 역사가 되고 앞으로 중진국의 처지로 추락할 가능성도 높다.
이 같은 사실은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각국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 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OECD]
OECD 발표에 따르면 구매력 평가(PPP : Purchasing-Power Parity) 기준 한국의 1인당 GDP가 2017년 4만1,001달러를 기록. 일본의 4만827달러보다 174달러 앞섰다. 현대사에서 처음으로 일본보다 경제력이 앞서게 됐다. 그리고 한국은 전체 아시아에서 1위를 차지했다.
OECD 발표 2017년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확정치이다. 구매력 기준 GDP는 각국의 물가 등락율 및 소득 증가율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산정 시간이 많이 걸려 2017년 확정치가 올해 3월5일에 발표된 것이다.
OECD가 발표한 2018년 잠정치에서도 한국은 4만2,136달러로 일본의 4만1,364달러보다 772달러 앞서 2017년보다 격차를 더욱 벌렸다.
그동안 일본은 주력 산업 경쟁력에서 한국에 역전 당했고, 수출로 먹고 살 수 없는 나라가 됐다. 또 매년 GDP(국내총생산)만큼 엔화를 몰래 찍어 적자 재정을 진땀나게 메우는, 인공호흡기 단 국가로 쇠락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일본은 국가 부채 크기가 세계 1위다.
일본 경제잡지 다이아몬드 등은 OECD 발표 사실을 전하면서 “한국 수치가 일본을 추월한 건 큰 충격”이라고 경악했다. 다이아몬드는 “이제 일본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미국의 58.5%에 불과하다”며 “낮은 생산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일본의 구매력 기준 1인당 GDP는 미국보다 높았다. 하지만 명목 GDP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아직 우위다.
영국의 식민지로 오랜 고통을 당했던 아일랜드는 1인당 GDP에서 영국을 추월하자, 고속성장을 기념하는 120m 첨탑인 더블린 스파이어 탑을 건립해 대대적으로 축하했다. 김상도기자 kimsangdo@inews24.com
조선일보 인터뷰 강기갑 “생각이 바뀌었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인터뷰가 실렸다.
“한복과 두루마기, 고무신, 턱수염으로 유명”(위키백과)했던 진보 정치인으로 현재는 정계를 떠난 ‘농부 강기갑’이다. 조선일보는 인터뷰 제목을 “공중부양 의원의 후회 ‘미생물도, 진보·보수도 혼자는 못 살더라’”라고 뽑았다.
그는 이 인터뷰에서 “오늘 조선일보와 하는 인터뷰도 과거 같으면 불가능했겠지만, 생각이 바뀌었기 때문에 하는 거다. 이 인터뷰로 불편해하는 내 지인이 꽤 있을 것”이라고 했다.
▲ 7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2009년 1월 국회사무처가 당시 농성 중인 민주노동당 당직자들을 강제 해산하려 한 것에 이른바 ‘공중부양’으로 응수했다. 국회 사무총장실 원탁 위를 발로 차고 오르는 등 거세게 항의했던 것. 그가 여전히 과격 이미지로 남아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강 전 대표는 “당시 나는 ‘내 목이 열 개 날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아닌 것은 아니다. 무조건 한나라당 이 양반들은 뿌리를 뽑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졌다. 그러고 내 모든 것을 던졌다”고 술회하면서도 “지혜롭지 못했다. 당연히 폭력은 안 된다. 상대가 내 주장을 안 받아들이면, 합리적으로 도전하고, 재도전해야 한다”고 반성했다.
그는 조국 사태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라며 “막상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그 유혹을 떨칠 수 있었다고는 말 못 하겠더라. 지도적 위치에 있고 국정을 책임지는 사람일수록 청렴결백하고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못한 점에 대해 문제없다고 말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는 “진정성을 가진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이 하는 정치는 너무 대결 구도로 치닫게 했다. 옳고 그름에 너무 각을 세웠다”며 “반대하는 절반 정도의 국민을 두 번, 세 번 설득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민 행복, 평화 등의 목표에 대한 시비를 따지는 게 아니라 상대방을 향한 정치가 돼 버린 거 같다. 안타깝다”고 말했다.
▲ 7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강기갑 전 통합진보당 대표 인터뷰가 실렸다.
2012년 통합진보당 부정 경선 논란과 당시 구당권파와의 갈등 등에는 “다 지나간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는 정의당에 새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에 “진보 진영 내 패권 다툼 때문에 국민이 상당히 실망했다.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 폭력적 행태가 나왔다. 자기 눈에 들보를 넣어놓고, 남의 눈에 티가 들어 있다고 호통치고 고함친 내 모습을 되돌아보니 너무나 부끄럽고 비참했다”며 “그렇다 보니 새 인물 수혈이 안 됐다. 그 책임으로 나는 지금까지 당적을 안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인터뷰 기사를 두고 포털 사이트에는 “조선일보에 이용이나 당하고.... 한심하다!”라는 댓글이 높은 추천을 받았다. 누군가 이런 비판을 제기할 인터뷰이기도 하나 한 인간의 고민을 읽어볼 수 있는 텍스트.
멈춰선 타다
‘타다 금지법’으로 불리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언론 평가는 엇갈린다. 경향신문은 7일자 사설에서 “이번 개정의 핵심은 대여자동차(렌터카) 기사알선 행위를 엄격히 제한하면서 ‘타다’와 같은 차량호출서비스 등 플랫폼 기반 여객운송사업을 법 안으로 흡수한 것”이라고 설명한 뒤 “택시·모빌리티 업계와 정부, 국회가 오랜 협의 끝에 이룬 사회적 대타협으로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그간 반목해왔던 택시·모빌리티 업계가 상생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타다는 그동안 “11~15인승 승합차를 임차할 때에 한해 운전자 알선이 가능하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34조를 근거로 합법을 주장했다.
▲ 한국일보 7일자 6면.
하지만 이번 개정안 핵심은 관광 목적으로 11~15인승 차량을 빌려줄 경우 6시간 이상 사용하거나 대여·반납 장소가 공항 또는 항만일 때만 사업자가 운전자를 알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1년 뒤 법이 시행되면 타다의 현재와 같은 영업 방식은 불가하다.
경향신문 사설은 △모빌리티 업계의 불확실성 제거 △가능해진 공정 경쟁 △투자 활성화 촉진 △자율주행택시 등 혁신 토대 마련 △편익 증대 효과 등을 기대했다. 경향신문은 “그런데도 타다는 이 법안에 반대하며 서비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요건을 갖추면 계속 운영할 수 있는 데다 유예 기간이 있음에도 극단적으로 대응했다”며 “혁신에 앞장서기를 바라는 이용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태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반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여야 모두 25만 택시 기사의 ‘표’를 의식한 것이다. 혁신 경제를 법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할 국회가 혁신은 막고 새 규제를 추가해 혁신 경제의 싹을 잘라 버렸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사설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분야 중 하나인 모빌리티 산업을 이렇게 막아버리는 나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지적한 후 “자유 시장경제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미래통합당이 어떻게 이에 가담하나”라고 꼬집었다.
▲ 경향신문 7일자 사설.
경제지 대부분 비판적이다. 한국경제는 사설에 “이 법으로 인해 타다는 사업을 접기로 했다. 170만 명 수요자들의 선택권이 박탈되고, 1만2000명 타다 기사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게 생겼다”며 “게다가 시행령에 명시할 플랫폼 사업자의 기여금(면허구입비)이 높게 매겨지면 신규 진입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타다 금지법이 겉포장은 플랫폼 운송업 허용이지만 실상은 문턱을 더 높인 것이나 다름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이재웅 쏘카 대표는 “타다 금지법은 혁신을 꿈꾸는 것조차 금하는 법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를 잃게 하는 법”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돼도 15일 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법안을 재의해야 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6일 “(법 안에) 타다는 전혀 금지돼 있지 않다. (법적 근거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플랫폼 운송사업 등록을 하면 타다는 앞으로도 영업할 수 있다”고 타다의 사업 참여를 촉구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조선일보 기자들 “기협 정치단체라면 머물 이유 없어”
기자협회 “조선일보 보도, 선넘었다” 지적에 조선일보 기협 지부 “선 넘은 건 기자협회” 갈등
한국기자협회와 조선일보 기자협회 지부와의 갈등이 드러났다. 한국기자협회(협회장 김동훈)이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서 지난 4일(온라인 기준) 조선일보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두고 “선 넘었다”고 지적하자 조선일보 기자협회 지회는 조선일보 노보를 통해 “선을 넘은 것은 기자협회”라고 받아쳤다. 조선일보 기자협회 지회는 “기자협회가 보수 특정 언론만 비판하는 정치단체라면 조선일보 지회는 기자협회에 머물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지난 4일 기자협회에서 발행하는 기자협회보에서는 ‘우리의 주장’이라는 편집위원회의 사설에서 ‘선 넘은 조선일보의 코로나 보도’라며 조선일보의 코로나19 관련 보도를 비판했다.
이 사설은 “조선일보의 코로나19 보도는 선을 넘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며 “조선일보는 일관되게 정부의 초기 중국 봉쇄 실패가 코로나19의 대확산으로 이어졌다고 단정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인 봉쇄를 택하지 않은 이유는 정부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성사시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총선에 활용하려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모두 불확실한 추론이거나 논리적 비약”이라고 썼다.
또한 기자협회는 “중국인 입국금지론의 유효성에 대해서는 대한의사협회, 한국역학회, 대한감염학회 같은 전문가단체가 제각각 의견을 냈을 정도로 논쟁적”이라며 “하지만 조선일보는 중국 봉쇄론만이 코로나19 확산을 막을 수 있다고 단정한다”고 전했다.
기자협회는 조선일보의 △2월27일 김창균 칼럼의 “시진핑의 방한 성사를 위해 국민을 코로나 제물로 바친 문 대통령이야말로 큰 나라에 굽실거리는 것 아닌가”라는 문구 △2월24일 사설 ‘中감염원 차단했으면 재앙 없었다, 누가 왜 열었나 밝히라’ △2월26일 사설 ‘중국은 안 막는 정부 여당이 회의 뒤 대구봉쇄 언급’ △ ‘대구 코로나’ 보도자료 비판 보도 △대통령 부부의 영화 ‘기생충’ 스태프 접견을 문제시한 보도 등을 지적하며 조선일보의 논조를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선거를 앞둔 민감한 시기에 더구나 국가적 비상 상황에서 오해받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해야 할 언론이 이처럼 정파성을 드러낸 적이 또 있었던가”라고 지적했다.
▲기자협회보 사설.
이에 조선일보 기자협회 지회(지회장 김성모)도 성명을 내고 기자협회를 비판했다. 조선일보 기자협회는 성명서 ‘선 넘은 기자협회보 유감’이라는 성명에서 “기자협회 조선일보 지회는 협회보의 이번 사설이 특정 회원사 한 곳을 대상으로 한 공개 비판 성격인데다, 조선일보 조직원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보고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기자협회 지회는 “협회보는 사설에서 ‘조선일보 코로나19보도는 선을 넘었다는 게 우리의 판단이라고 주장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누구인가. 조선일보 지회를 배제한 기자협회 차원의 공식 논의가 있었던 것인가”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협회는 언론단체이지 특정 회원사를 공격하기 위해 만들어진 정치단체는 아니다”라며 “그럼에도 마치 기자협회 회원사가 전체 합의한 입장인 것처럼 한 회원사를 비판하는 것이야말로 언론단체 및 그 기관지로서 선을 넘은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기협 지회는 “조선일보 보도가 정파적 보도라면 한국발 입국제한 국가 96곳은 모두 어떤 정파성있는 결정을 내린 것인가”라며 “대통령 부부의 ‘기생충’ 스태프 접견과 관련해서는 코로나 국내 첫 사망자가 나온날 공개오찬을 갖고 파안대소한 것이 칭찬 받을 일이냐”라고도 했다.
이들은 “특정 시기엔 정부를 비판하지 말아야 하고, 정부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반복적으로 지적하면 안 된다는 게 오히려 더 정파적”이라며 “언론의 감시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것이 언론자유 수호의 기치를 내 건 기자 협회의 역할인지 의심스럽다”고 기자협회를 비판했다.
이어 “기자협회가 보수 특정 언론만 비판하는 정치단체라면 조선일보 지회는 기자협회에 머물 이유가 없다”며 “이 같은 행위가 이어진다면 조선일보 지회는 더욱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창간 100주년, 조선일보에 바란다
[기자수첩] 신뢰는 높이고 불신은 줄이는 조선일보 됐으면
10대의 0.2%만이 매일 종이신문을 보는 시대다. 조선일보보다는 인사이트나 디스패치가 더 가까운 시대다. 앞으로의 미디어 이용자들은 조선일보를 모른다. 위기는 ‘악플’보다 ‘무플’에서 찾아온다. 아무도 조선일보를 비판하지 않을 때, 그 순간이 조선일보가 망하는 날이다. ‘비판을 위한 비판’이라고 여길 수도 있겠으나, 희망이나 기대가 없다면 비판도 하지 않는다.
ABC협회 부수인증에 따르면 조선일보는 국내에서 유료부수 100만 부가 넘는 유일한 신문인데, 조선일보 내에서도 이 수치가 정확하다고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직원들은 사장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매년 유료부수를 보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해 들었다. 지금은 사장이 질책한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신문을 안 보기 때문이다. 부실부수를 걷어내고 유료부수를 현실화하는 것이 차선책이다. 언제까지 주인 없는 지면을 발행하는데 돈을 쓸 수 없는 노릇이다.
물론 종이신문 전성기를 누렸던 방상훈 사장으로선 어려운 선택이다. 그래서 3월 조선일보 주주총회가 주목된다.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선 전부터 ‘세대교체’ 시점이 창간 100주년이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은 1993년부터 27년째 사장이다. 이제는 물러날 때다. 회사를 남에게 줄 것 같진 않다. 장남인 방준오 조선일보 부사장이 사장을 맡게 되는 게 현실적인 전망이다. ‘어차피 똑같은 방씨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27년간의 관행을 벗어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세대교체는 ‘김대중의 퇴장’을 가리킨다. 젊은 조선일보 기자들은 1990년부터 30년째 주필인 김대중씨의 칼럼이 바깥에서 마치 조선일보의 주류적 입장인 것처럼 해석되는 것이 불편하고 부담된다고 말한다.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서도 동의하기 어려운 주장들이 등장하고, 방상훈 사장조차 김대중 주필을 어려워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역사적 평가가 끝난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들을 마치 폭도로 묘사했던 기자가 여전히 주필로 남아있는 상황에서 ‘지면의 한계’는 예고된 것이다.
방상훈에서 방준오로의 세대교체는 20세기 권위주의 시대 기자들의 ‘퇴장’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21세기 조선일보 기자들은 최소한 소위 ‘자유공화당’ 논조로는 1등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지면 중심 전략으로 새로운 100년을 이어갈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네이버와 유튜브는 신문지면과 방송화면으로 대표되는 뉴스의 독점적 유통·생산구조를 끝장냈다. 이제 언론은 신뢰로 먹고살아야 한다. 조선일보가 1등 신문이 되려면 신뢰는 높이고, 불신은 줄여야 한다.
방상훈 사장이 밝혔듯 “제일 위험한 것은 사주의 이익, 권력의 이익에 의해 지면이 좌지우지되는 것”이다. 조선일보가 1등 신문이 되는 내부 방안은 평기자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 조선일보 노조 설문결과처럼 데스크 급을 평가할 수 있는 다면평가제를 도입하거나 혹은 동아일보처럼 편집국장 임명동의제를 도입하거나 중앙일보처럼 편집국장 불신임 건의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사내 욕설이나 인격 모독을 줄이고, 능력 있는 기자들이 회사를 포기하지 않게 하는 출발점이다.
조선일보만의 변화로는 어렵다. 우리 사회가 ‘1등 신문’을 유료부수 대신 신뢰 지수로 평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오보에 따른 손해배상 판결, 언론중재위원회 등을 통한 정정 보도 횟수, 신문윤리위원회의 시정 권고 현황, 포털뉴스제휴평가위원회 벌점 현황에 각종 언론사 신뢰도 여론조사까지 더해 그 결과로 신뢰 지수를 산출하고 광고주는 이를 기준으로 광고단가를 책정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학계와 시민사회는 공신력 있는 언론사 신뢰 지수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생각해보면 유튜브는 조금이라도 논란이 될만한 콘텐츠다 싶으면 ‘노란 딱지’가 붙어 광고 수입을 못 내게 하지만 우리 신문은 아무리 오보를 내고 왜곡 보도를 해도 광고 수입에 별 영향이 없다. 사주의 이익을 대변하는 신문, 권력의 입맛에 맞게 그때그때 논조가 달라지는 신문, 돈 받고 기사 쓰는 신문, 오보·왜곡 보도에도 뻔뻔한 신문에는 현명한 독자들이 ‘노란 딱지’를 붙여야 한다. 기자들은 현명한 독자들의 비판을 귀담아듣고 ‘염치’ 있는 신문을 만들어야 한다. 조선일보의 창간 100주년을 축하한다.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문재인과 이만희 악수’ 가짜뉴스는 어떻게 나왔나
천지일보의 2012년 10월 14일자 정치 포토뉴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14일 오전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체육대회’에 참석해 행사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라는 사진 설명이 붙어 있다. /천지일보 인터넷 사이트 캡처
[언더그라운드.넷] “왼쪽에서 악수하는 사람이 이만희입니다.”
지난 3월 3일 유튜브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에서 한 장의 사진을 제시했다. 이 연구소의 김용호 연예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천지일보> 기사이니 틀릴 수 없어요. 문재인이 저거 자기 아니라고 할 수 없겠죠?”
오른쪽에서 악수하는 사람, 문재인 대통령 맞다. 2012년 대통령 선거 때 서울 용산구 효창운동장에서 열린 ‘제30회 대통령기 이북도민 체육대회’ 참석 장면이다.(윗 사진) 그런데 옆의 인물,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 맞나?
이 유튜브 방송은 그 근거를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이 방송의 김세의 대표나 강용석 변호사가 옆에서 야유하면서 추임새를 넣는다.
“어유~, 양손 잡고 아주 반갑게.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하고 인사하고 있는 것 아녜요.”
김 부장은 다음과 같이 덧붙인다. “저 사진 이전부터 찾아놓고 있는데, 안 찾아놨으면 큰일 날 뻔했네요.”
가세연 측이 ‘큰일’이라고 하는 것은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이 박근혜 청와대 시계를 차고 나온 것이 알려지면서 신천지와 박근혜 대통령, 그리고 현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관계가 새삼 주목받는 것을 말한다. 문재인도 이만희와 만났고, 잘 아는 사이로 보이니 피장파장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사진 속 인물이 왜 이만희인지는 설명 안 한다. “천지일보 보도니 틀림없다”고 하지만, 2012년 10월 14일 오후 7시 40분에 전송된 해당 사진기사의 캡션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행사 참가자와 인사를 하고 있다”고만 적혀 있다.
사진을 찍은 유영선 기자와 연락이 닿았다. 그에게 링크를 건네고 확인을 부탁했다.
“…확인했는데 이만희 총회장 아닌데요. 저도 연락받고 찾아봤습니다. 과거 그런 사진을 찍은 기억이 없어서요. 그런 이야기가 왜 나오는지 이해되지 않습니다.”
그는 기자와 통화 말미에 “정치적으로 이슈화된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걱정을 덧붙였다.
아닌게 아니라 가세연 방송 하루 뒤인 3월 4일, ‘뉴스1’이 전송한 사진을 보면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와 성일종 의원이 국회 임시회에서 이 사진을 두고 뭔가 논의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사진 유포 경위를 찾아보면 가세연 방송 이전인 2월 27일 커뮤니티 사이트 디시인사이드 코로나 바이러스 갤러리에 유동닉(익명)으로 해당 기사 사진이 최초로 올라온 것이 확인된다. “이만희+문재인 떴다!!”라는 제목이다.
사진은 루리웹, 와이고수, 펨코 등의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졌다. (일각에서는 거의 비슷한 시차에 사진이 등록된 것을 두고 “작전세력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나왔다.) 그러나 “이만희가 아니지 않냐”는 누리꾼 자정으로 이 밈(meme)의 확산세는 사실상 멈췄다.
팩트체크 뉴스 ‘뉴스톱’도 이만희 사진이라는 주장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가세연의 해당 영상에도 의문을 표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문재인과 악수하고 있는 안경 낀 인물. 2012년 이만희가 맞는지 한 번 더 검증 부탁드립니다. 불과 8년 전이면 82세. (편집자주: 사진이 찍힌 때가 2012년 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이만희 총회장의 나이는 71세다.) 그 나이로 보기에는 너무 젊어 보이네요. 그리고 귀 모양도 이만희와 다른 듯하고요.”
그러나 가세연 측은 답변 없이 침묵한다. 3월 6일 현재 영상은 여전히 수정되지 않고 남아있다. 가짜뉴스는 이런 식으로 만들어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신천지 신도들, “이만희 위해 죽을 수 있어”
A 씨와 그의 딸이 7일 국민일보에 제보해온 문자메시지 캡처. 신천지 신도들은 현재 죽음까지도 불사할 각오로 현 코로나19 사태를 자신들의 집단에 대한 핍밥으로 여긴 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교주 이만희) 신도들이 “이만희 교주를 위해 죽음도 불사할 수 있다”며 내부 결속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신천지에 돌려 조직을 없애려 한다는 생각도 갖고 있다고도 했다.
부인이 현재 신천지 서울 쪽 지파에 소속돼 있다는 남편 A씨는 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내용을 제보해왔다. A씨에 따르면 현재 신천지 신도들은 ‘이만희 교주를 위해서 죽을 각오도 돼 있다. 죽음도 불사할 것이다’고 말하고 다닌다.
A씨는 “아내가 ‘정부가 세월호 때는 구원파를 죽이더니 이제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 기독교계와 연합해 우리(신천지)를 죽이려 한다’고 말하고 다닌다”면서 “무엇보다 ‘우리(신천지)도 카드는 하나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식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여기서 ‘카드’란 ‘죽을 각오로 대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고 그는 전했다.
A씨는 자신의 아내가 개인적인 일로 다쳐 입원 중인 딸 앞에서까지 이런 말을 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부인은 지난 2일 진행된 이만희의 기자회견 이후 조금씩 변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의 부인은 ‘이만희 교주는 힘이 없는 것 같다. 그 위에 누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그의 부인은 가족들 앞에서 이만희를 위해 죽음도 불사하겠단 뜻을 전했다.
A씨는 “아직도 아내가 마스크도 안 하고 밖으로 돌아다닌다”면서 “운동하러 간다는 핑계를 대고 여전히 밖에 나가 신천지 신도들을 만나는 것 같다”며 답답해했다. A씨의 부인은 현재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은 상태다./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코르셋' 강요에 엉덩이 성형까지... 한 해 미용성형 98만건
미국에서는 엉덩이 성형 유행
국내에서는 얇은 종아리 위해
근육 태우며 퇴축 수술
해외는 미용성형 규제 강화
모델 카다시안-제너 패밀리 5자매 모습. Keeping Up With The Kardashians 페이스북 사진
최근 미국 내 여성 연예인 몸매 트렌드는 큰 엉덩이다. 국내에서도 ‘힙업성형’, ‘체형성형’ 등 얼굴뿐 아니라 몸 성형까지 번지는 과도한 미용성형수술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미디어에서는 획일화된 몸매와 얼굴을 한 연예인들을 내세워 그것이 완성된 아름다움처럼 조명해 문제적이다.
미국 내에는 ‘엉덩이’로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 가문이 있다. 바로 모델 카다시안-제너 패밀리 5자매이다. 가족인 이들은 하나같이 큰 엉덩이를 갖고 있는데, 이는 유전이 아닌 엉덩이 성형을 받은 것이다. 엉덩이 성형은 엉덩이에 볼륨을 넣기 위해 엉덩이 보형물을 넣거나 지방이식·주입을 통해 진행되는 수술이다. 추가적으로 이들 중 킴 카다시안은 허리를 잘록하게 보이도록 갈비뼈 제거 수술도 감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서 영향력 있는 이들을 따라서 주변 지인과 친구들까지 엉덩이 성형과 몸매 성형을 하며 추세를 확장하고 있다. 이들의 모습과 행보가 사회연결망서비스(SNS)·방송 등 미디어에서는 적나라하게 노출되기 때문에 그릇된 미의식이 어린 청소년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여론도 있다. 이 같은 비현실적인 몸매는 국내에도 영향을 줬다. 최근 국내 성형외과에서는 얼굴 성형뿐 아니라 ‘힙업성형’, ‘골반성형’, ‘종아리 성형’을 내세워 홍보하고 있다.
성형 영역이 얼굴에서 몸까지 번지면서 외모에 대한 그릇된 미의식이 존재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한국사회의 젠더와 건강 불평등 연구’에 따르면 2017년 기준(19세 이상) 외모 왜곡을 보인 사람은 31.2%였다. 이중 21.8%는 과대왜곡이었고 9.5%는 과소왜곡이었다. 저체중은 2017년 10.7%로 여성청년에서 가장 높았다. 다만 과체중·비만은 남성중장년에서 가장 높았고 동일 기간 43.4%를 기록했다. 미용성형 경험에 있어서도 여성청년이 4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여성중장년이 34.1%, 남성청년이 18.9%, 남성중장년이 14.5% 순이었다.
국내의 미용성형 시술 현황도 국제적으로 상위권이었다. 국제미용성형수술협회(ISAPS)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수술적 및 비수술적 조치 건수가 98만313건으로 미국, 브라질,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순위였다. 또한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행하는 성형수술은 가슴확대수술로 매년 증가세이며 연령층은 점점 낮아졌다. 작년 10월 보건당국과 ISAPS 등은 국내에도 2015년 한 해 동안 4만8000건가량의 가슴 확대 수술이 행해졌다고 밝혔다.
특히 여성의 건강을 해치는 미용성형수술에 대해 해외에서는 안전 규제를 강화했다. 오스트리아는 2013년에 미용성형수술법을 제정해 침습의 허용 연령 제한, 의사의 설명과 동의 사이의 숙려 기간 의무화, 환자 보호를 위한 광고 제한 등을 포함했다. 프랑스 역시 2003년 미용성형 관련 법령을 제정해 마취 관련 전문가와의 상담 및 필요한 조치 보장을 하고 있다. 호주의 경우도 두 나라와 같이 관련 법령에 의거해 규제책을 마련했는데 여기에는 미용성형 수술에 따른 감염병 파악을 위한 통계 및 표준화된 시술/수술 규정도 포함했다.
반면 국내에서는 미용성형수술의 안전규제나 광고 노출에 대한 규제가 약한 편이다. 잇따른 미용성형수술로 인한 의료사고로 환자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의료법 개정안이 제출됐지만 법 개정은 아직이다. 또한 과도한 성형수술 광고가 안전 문제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의료법’과 ‘표시광고법’에서 규제를 하고 있으나 국내 심의 규정이 제외된 SNS, 스마트폰 어플, 소셜 커뮤니티 등을 통한 광고가 관리되지 못하고 있어 실효성 문제가 있다.
구글 검색창에 '여성성형'이라는 단어를 검색한 결과 '소음순( 여성 바깥 생식 기관에서 대음순 안쪽에 있는 털이 없는 얇은 피부 주름) 성형'과 관련한 이미지가 나왔다.
사회가 여성에게 강요하는 코르셋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미용성형수술 시장이 계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박슬기 언니들의 병원놀이 활동가(산부인과 전문의)는 “구글·네이버에 ‘여성성형’이라고 검색하면 여성 외음·질 성형 광고 사진이 가득 나온다”며 “수술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서로 맞물려 관련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얼굴 성형과는 다르게 특히 산부인과 영역은 육안 상 여성 스스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질 성형 진료 시 의료진의 의견에 영향을 받기 쉽다”며 “이는 여성 스스로 건강함과 아름다움의 기준을 정한 것이 아니라 사회가 정해준 기준에 의해 시장화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신체왜곡 정도가 외모관리행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한국미용학회지) 논문을 집필한 안현경 동남보건대 뷰티케어학과 교수는 “성형을 무조건적으로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성을 해치지 않도록 하는 안전 규제의 존재”라며 “미의 기준을 사회가 건강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의식 변화가 우선”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불법으로 시술되고 있는 각종 행위들을 법망에 들어가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신문 진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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