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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17~2.22 대구> 부산 지역을 뚧고 번지는 신종 바이러스 코로나19

by 이성근 2020.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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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7~2.21 경향 장도리



트랜스젠더의 존재에 물음표 던지는 '터프'의 입장

[여대의 트랜스젠더, 그가 남긴 질문 ] '여성'이란 무엇인가

'숙대 트랜스젠더 A씨 케이스'A씨가 입학을 포기하면서 일단락됐다. 합격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30일부터 약 10일간 숙대는 화제의 중심에서 내홍을 겪었다. 입학을 환영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입학을 반대한다는 목소리는 거셌다. 학내 온라인 익명 게시판에는 '입학하면 괴롭혀서라도 쫓아내겠다'는 말까지 올라왔다. 합격자였던 A 씨도 해당 반응들을 봤을 터. 결국 지난 7일 그는 입학을 포기했다. '포기 당했다'에 가까울 것이다.

 

그러나 그가 던진 숙제는 우리 사회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트랜스젠더의 성별정정을 사실상 법적으로 인정한 때는 2006. 그후 우리 사회는 그들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가.

 

그에게 가해진 위협과 폭력은 '페미니즘'의 이름으로 이루어졌다. 숙대 학생들은 왜 그를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았나. '여성'이란 무엇인가. 이건 A 씨만의 일도, 숙대 만의 일도 아니다. 이번 사건은 '페미니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내포한다. 따라서 트랜스젠더 등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 몰입해 '전선'을 긋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섰다. 숙대라는 집단의 여성 구성원들이 그를 받아들이지 않는 논리는 무엇인지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논쟁 속으로 들어갈 필요가 있다. '페미니즘 리부트' 불길이 붙은 지 6, 페미니스트 운동가들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입을 모은다.

 

<프레시안>이 각기 다른 입장의 숙대 학생들을 만나 'A 씨 사태'가 남긴 과제들을 이야기해봤다. 먼저 스스로 '레디컬 페미니스트(급진 페미니스트)'라 소개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후엔 그의 주장과 다른 목소리를 함께 다룰 것이다. 편집자

 

A 씨 입학 반대 태스크포스를 운영한 김지연(생명 16) . 화장기 없는 얼굴에 짧은 머리, 소위 '탈코르셋'을 한 그는 스스로 '래디컬 페미니스트'라고 소개했다  

김 씨처럼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래디컬 페미니스트를 TERF(터프. trans-exclusionary radical fesminist) 라고 한다. 모든 래디컬 페미니스트가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TIRF(티어프. trans-inclusionary radical feminist)는 트랜스젠더를 포용한다.

 

터프 중 유명한 인물은 2014<젠더는 해롭다>를 쓴 호주의 정치학자 쉴라 제프리스가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세 차례 강연을 한 그는 "트랜스젠더 여성은 여장에 성적 패티시를 느끼는 남성"이라며 "트랜스젠더 여성은 사회적 여성성을 수행해 가부장제를 공고화한다"고 주장했다.

 

김 씨 또한 그런 사상에 동의한다. 김 씨는 "A 씨 사태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한다""성별정정을 허가해 준 법원을 상대로 헌법소원을 낼 생각까지 있었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숙명여대 본관 앞에 게시된 대자보. 트랜스젠더 A 씨의 입학에 반대하고 있다.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법적으로 성별이 정정되고 정당한 절차로 합격한 A 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나.

-김지연(이하 김) : 외부 성기를 수술했다고 남성이 여성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남성이 여성의 공간을 침투할 때 여성들의 안전은 어떻게 되는가. A 씨가 굳이 여대를 선택한 것은 자신이 여성이라는 것을 인정받기 위해서다. 숙대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다. 왜 남성이 여성임을 주장하며 여성의 범주를 깨는가. 왜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안전한 공간을 남성이 들어옴으로써 파괴하려 하는가.

 

프레시안 : 남성은 절대 여성이 될 수 없는 건가. 여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여성으로 태어나 사회구조적으로 차별과 억압을 받고 가부장제 사회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존재라 생각한다. 여성은 차별받아온 당사자성을 가진다. 여성이라고 주장하지만 남성으로 살아온 트랜스젠더 여성이 그런 당사자성을 가질 수 있나.

여성으로 태어난 것 자체가 여성이다. 여성이 차별받는 이유는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이다. 사회적 성별 때문이 아니다. 우리 신체는 성기로 결정되지 않는다. 성기수술로 대체되는 존재가 아닌데 성기를 수술했다고 여성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 생각한다.

 

프레시안 : 여성의 삶이 반드시 억압과 차별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 A 씨는 수능시험장에서 원피스를 입지 못했다고 했다. 원피스를 입는 게 여성성과 무슨 상관인가. 그건 코르셋이다. 저와 같은 페미니스트들은 그 코르셋을 벗겠다고 투블럭(머리 스타일)을 하고 안경을 쓴다. 나에게 억압이었던 것을 자신이 누려야 할 권리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여성의 억압을 이해하겠는가. 개인의 삶은 사회 구조에서 벗어날 수 없다. 가부장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삶은 억압과 차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트랜스젠더리즘(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는 담론)의 최종적인 목표는 남근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정신적으로 여자라고 느끼면 여성의 공간을 사용하는 것이다. 그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누가 결정하는가. 성도착증 환자가 트랜스젠더라 주장하며 여성의 공간을 침범할 때 막을 수단도 없다. 여성의 권리를 위해 유지해 온 공간이 그러한 남성들로 인해 파괴될 수도 있다. A 씨의 여대 입학이 그 시작이라고 봤다. 처음엔 수술한 남성이겠지만 그 다음엔 비수술 남성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프레시안 : 법적으로 성별 정정을 거친 A 씨를 남성으로 볼 근거도 없지 않은가

-: 외부성기가 여성의 것을 하고 있다고 해서 여성이라는 건 여성혐오적이다. 여성의 신체는 삽입 가능한 구멍이 아니다. 여성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왔다. 그 차별과 억압을 자기 정체성이라 주장하는 건 여성에 대한 기만이다. 법적성별이라고 하는데 트랜스젠더에 대한 제대로 된 법률이 없다. 예규라고 판사의 자율적 판단에 따르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성'이면 성별을 정정해주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여성이 무엇인가. 머리 기르고 화장하고 치마 입으면 사회적인 여성인가. 그렇다면 머리 짧으면 남성이 되는 것인가.

A 씨의 행보는 여성에게 모욕적이다. 나는 가부장제 하에서 성적대상화의 대상이 되는 내 신체를 혐오해왔는데 그걸 선망의 대상으로 바라보나. 차별과 억압이 선망이 되나.

 

프레시안 : 비수술 트랜스젠더도 있지 않은가. 트랜스젠더들은 타고난 신체와 자신의 정체성이 달라 '디스포리아'를 겪는다. 정말 스스로 자신이 원래 여성인데 신체가 남성으로 잘못 태어났다고 여길 수도 있지 않은가. 피해자성을 선망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 여성이라고 느끼는 이유가 무엇인지 도리어 묻고 싶다. 나는 내가 여성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여성이라고 느낀다. 여성으로 태어나 차별과 억압을 받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의 당사자성을 가진다. 그들은 무엇으로 스스로를 '여성'이라 느끼는가.

만약 내가 팔이 멀쩡히 있는데 잘렸다 느낀다면, 정신과 치료를 받으라 하지 실제 팔을 자르라고 하지 않는다. 그런데 남성이 여성이라 생각할 때는 수술을 권한다. 이상하지 않은가.

가부장제가 없다면, 사회적 성 역할이 없다면 스스로 내가 남성이다, 여성이다 생각하는 게 없을 것이다. 그냥 그런 남성, 그런 여성으로 살면 되는 것 아닌가.

 

프레시안 : 사회적 여성성과 남성성이 사라진다면 머리 짧고 화장 안한 여자가 자연스러워지고 머리 길고 화장한 남자가 자연스러워질 것이다. 그럼 정말 성기의 형태는 성별과 상관없어지는 것 아닌가.

-: 그럼 정말 '트랜스젠더'라는 것이 필요 없어질 것이다. 수술을 안 해도 살아갈 수 있으니까. 사회가 자꾸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틀에 사람을 규정하려고 하니까 트랜스젠더가 생기는 것이다. 남성이 자신을 정신적 여성이라 생각한다 해서 여성이 될 수는 없다. 사회적으로 남성으로 길러져 온 사람이 수술했다고 여성이 될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정신이 여성이라는 것도 여성성이라는 허구가 머리에 각인됐기 때문이다. 여성운동은 그걸 파괴하는 것이다.

 

숙명여대 본관 앞에 게시된 대자보. 트랜스젠더 A 씨의 입학에 반대하고 있다.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성별이분법을 파괴하면 여성의 범주도 당연히 파괴되는 것 아닌가.

=: 성별이분법이 파괴되는 것과 남성에 의해 여성의 범주가 침투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우선 사회적인 성별, 성별에 따른 사회적 역할이 없어져야 한다.

 

프레시안 : 트랜스젠더가 반드시 사회적인 여성성과 남성성을 따르는 것은 아니다. 화장 안 하고 바지를 좋아하는 트랜스젠더 여성도 있다. 사회적 젠더가 없어지면 트랜스젠더도 없어진다는 말은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 아닌가.

-: '트랜스젠더 혐오자'라는 낙인도 여성을 향한다. 이상하다. 실질적으로 트랜스젠더에게 폭력을 행사하는건 남성이다. 여성들은 반대로 트랜스젠더로부터 위협을 받는다. 왜 여성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라고 강요하는가.

우리를 트랜스젠더 혐오자로 몰아가지만 저를 비롯해 A 씨 입학 반대에 연서명한 학우들 모두 평범한 학생들이다. A 씨가 입학했을 때 침해받는 우리의 권리는 누가 보호하나. 남성과 함께 화장실을 쓰고 기숙사를 쓰고 샤워실을 써야 한다. 우리가 느끼는 공포는 생존과 직결된 것이다. 그걸 혐오라고 몰아가서는 안된다.

 

프레시안 : 트랜스젠더의 위협이라는 것을 장기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사람이 여성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을 말하는 것인가.

-: 그건 최종적인 것이다. 여성의 정체성이 남성에 의해 해체되는 것을 경계한다. 남성중심 사회에서 여성의 공간은 소중하다. 여성의 권리와도 직결된 문제다. 트랜스젠더의 입학을 받아들이는 것은 권력자 남성에 의해 약자인 여성의 공간이 해체되는 것이다. 여성운동의 시작을 파괴하는 것이다.

 

프레시안 : mtf 트랜스젠더(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ftm 트랜스젠더(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도 존재한다.

-: 조금 다른 문제라 생각한다. 남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의 경우는 남성성이 가진 권력을 선망하는 것이다. 성차별의 결과라 본다. 남성과 여성이 사회적으로 동등한 권력이 있었다면 과연 남성이 되고 싶었을까. 제 친구 중에 그런 친구가 있다.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했다가 다시 여성으로 정체화했다.

 

프레시안 : 이화여대의 김혜숙 총장은 '여대의 목표는 여대의 소멸'이라고 말했다.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게 페미니즘 운동이라면 가부장제에 저항하는 다른 집단과 연대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의제에서 트랜스젠더와 함께할 수는 없을지라도 어떤 의제에서는 함께할 수 있지 않은가.

-: 어떤 의제에서는 게이 남성과 연대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것 보다는 기존 퀴어 담론에서 벗어난 레즈비언 운동이 선행돼야 한다. '퀴어'는 왜 항상 게이 남성으로 대표되는가. 어떤 운동이든 중심엔 항상 여성이 있어야 한다. 그 중심을 해체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그래서 트랜스젠더리즘과 페미니즘은 상충할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 : 재밌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지금 김지연 씨가 하는 말과 트랜스젠더, 그리고 트랜스젠더와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들이 말하는 지향점이 같다. 그들 또한 성별이분법과 가부장제에 저항한다.

-: 그분들은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세련된 방식으로 여성혐오를 하고 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는 성기수술을 하지 않은 비수술 트랜스젠더도 자신이 여성이라 주장하면 여성의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 결국 남성이 여성의 공간을 침범하는 것이다. 그것 자체가 여성이란 무엇인가를 파괴한다. 그럼 운동이 시작될 수 없다. 노동자 개념이 해체되면 노동운동이 안 되고 흑인운동을 백인이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프레시안 : A 씨는 이미 스스로를 남성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남성들 사이에서도 남성으로 여겨지지 않는데 A 씨의 입학을 '남성의 침범' 혹은 '여성의 공간에 침투한 남성의 성취'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을까.

-: 남성 집단 내에서 차별과 혐오를 받는다 해서 여성의 당사자성을 가지는 것과는 다른 문제다. 가부장제를 타파하려면 여성의 파이를 뺏으려 하지 말고 남성의 공간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으려 해야 한다.

인권은 파이 싸움이 아니라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여성의 권리는 파이 싸움이다. 여성의 역사는 남성만이 누리던 특권을 쟁취하면서 진행됐다. 하지만 트랜스젠더가 입학한다는 것은 여성의 권리를 뺏겠다는 것이다. A 씨가 입학하면 입학할 수 있었던 다른 한 명의 여성의 권리를 빼앗는 것이다.

 

프레시안 : A 씨도 무섭지 않았을까. 한 번도 본 적 없는 2만 명의 사람들이 자신의 입학을 반대했다.

-: 헌법소원을 이야기할 때 저는 더 무서웠다. 트랜스젠더들한테 칼 맞을까봐. 수술 받은 남성은 제 신상에 위협을 가할 수 있다. 그분이 느낀 공포가 제가 여성으로서 가지는 공포와 같을까. 저를 혐오주의자로 낙인찍은 사람들은 페미니즘계의 권위자들이다. 저는 제 미래를 걸고 트랜스젠더 A 씨의 입학을 반대한 것이다.

 

프레시안 : 우려스러운 것은 동성애자 남성을 배제하고 트랜스젠더 여성을 배제하고, 남성과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기혼 여성도 배제하지 않나. 갈수록 배제하면 남는 사람이 없을 것 같다.

-: 레즈비언 래디컬 페미니스트 운동이 대두된 이유를 이해한다면 그렇게 말할 수 없다. 게이 남성과 여성운동이 분리된 것도 퀴어 운동 내에서 작용하는 여성혐오 때문이다. 퀴어가 게이 남성으로 대표되고 여자 레즈비언은 지워졌다. 그런 맥락을 이해해야한다. 그들의 여성혐오를 방관하고 여성들에게 그들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우리의 페미니즘 운동은 모든 의제에서 여성을 우선시 하는 것이다. 트랜스젠더와 게이와 연대할 수 있다. 다만 페미니즘이 우선시되는 것이다. 조성은 기자 /프레시안

 

여대는 '그러라고' 있는 곳이 아니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 관련 논란에 부쳐

 

숙명여대 순헌관 연합뉴스

 

"누구든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 아주 간단해 보이지만, 그 심리적 효과는 엄청나다. 17~35세의 모든 사람이 '출산에 묶일' 수 있다는 사실이 이곳에서는 다른 세계의 여성들처럼 생리적, 육체적으로 완전히 출산에 '묶일' 일이 없다는 것을 뜻한다. 부담과 특권을 거의 동등하게 나누어 가지며, 모든 이가 선택에 대한 똑같은 위험을 안고 있다. 그러므로 다른 세계의 남성들처럼 홀가분하고 자유로운 남성들도 없다." - 어슐러 르 귄, <어둠의 왼손>

 

어슐러 르 귄의 SF 소설 <어둠의 왼손>'게센'이라는 가상의 행성을 배경으로 하는데, 이곳에서는 가임기에 있는 사람들의 성별이 매달 랜덤으로 바뀐다. 즉 이달에는 여성이었던 사람이 다른 달에는 남성이 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이전까지 남성이었던 인물이 바로 다음 달 여성으로 변하는 것도 가능하다. 당사자들조차 자신이 어떤 성별이 될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서 그들은 여자도 아니며 남자도 아니다.

 

지구는 아니지만 성별이 확연히 구분되어 있는 곳에서 살던 주인공 겐리 아이는 이런 게센인들을 바라보면서 매우 큰 혼란을 느낀다. 때로는 남성처럼, 때로는 여성처럼 보이는 그들 앞에서, 무엇을 근거로 어떤 판단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심지어 성기가 늘 돌출되어 있고 언제든 성교를 할 수 있는 아이는 그들의 기준에 따르면 성도착자나 다름 없는 상황이므로 더욱 그렇다.

 

이처럼 <어둠의 왼손>은 성차가 존재하는 세계의 사람이 성차가 없는 곳에서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성별에 투영된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을 자연스레 깨우쳐준다. '여성스러움' 혹은 '남성스러움'이란 무엇인지, 사실상 그런 특성이 존재하기나 하는지, 성욕은 또 무엇인지, 개인의 성향과 성차를 어디까지 구분을 지을 수 있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함께. 무척 흥미로운 작품으로 나 역시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여성'이라는 장막을 걷어내도 '차별'은 남는다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에도 이와 비슷한 사회가 있다. 다름 아닌 여자대학들이다. 나는 국내 여자대학 중 한 곳을 졸업했는데, 오늘날 여대의 존치 여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지만("예전처럼 여자는 무조건 공부를 못하게 하는 세상도 아니건만 여자대학이 뭐하러 필요해?", "여성만 갈 수 있는 대학이라니 역차별이다!!" ) 여전히 우리 사회에 있어 필요성이 큰 존재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여자대학 역시 앞서 언급한 르 귄의 소설 속 게센 행성과 같이 성별이 지워진 세계이기 때문이다. 총학생회장도 여성, 학생회도 전원 여성, 과대표도 여성, 선배도 여성, 후배도 여성, 동기도 여성인 공간. 상냥한 친구, 권위적인 선배, 무례한 후배, 날라리, 모범생, 똑똑한 사람과 어리석은 사람이 모두 여성인 곳. 권력을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싫어하는 사람이 모두 여성인 세상.

 

이처럼 모두가 여성으로 구성된 여대에서는 타인을 판단하는 잣대 중 성별이라는 기준이 아예 사라져 버린다. 살면서 무수히 경험하고 들었던 '여자가 어떻게', '여자라서' 혹은 '여자니까' 의 이유가 무의미해지는 것이다. 이런 세계에서 여성들은 자연스레 스스로의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한계에 얽매이지 않고 보다 자유로운 사고를 하게 된다. 마치 <어둠의 왼손>에 등장하는 게센인들과도 같이, '어떤 일이든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같은 선상에서 여대는 여성들 스스로가 가진 다양한 층위를 깨닫게 하는 역할도 할 수 있다. 흔히 성차가 사라지면 사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실제로는 '여성'이라는 장막을 한 꺼풀 걷어낸 뒤에도 경제적으로, 신체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여전히 다양한 차별이 남는다. 그러므로 이런 세계를 경험한 여성들은 개인의 정체성이 매우 복합적인 결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자신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는 있으나 언제나 그럴 수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성은 피해자일 뿐일까?        

최근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대 입학을 둘러싸고 논란이 분분하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솔직히 말해 애초에 이런 논란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충격을 받았다. 성 정체성을 확립하기까지 심각한 고민을 해왔던 사람이 조금이라도 정체성의 고민을 덜 수 있는, 젠더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여자대학을 택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며, 법적으로 그리고 신체적으로 여성인 사람을 거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를 두고 사뭇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특히 해당 여대의 재학생들 중 일부가 그러한데, 개중에는 대자보를 붙이고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예상 이상으로 강경한 반응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말한다. 성별은 임의로 바꿀 수 없으며, 여대는 오로지 여성만을 위한 공간이라고. 남성으로서의 권력을 누리며 안락하게 살다가 돌연 여자가 되기로 결심한 사람을 위해, '내키는대로' 성별을 선택한 사람을 위해 우리가 불편을 감수하고 희생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남자로 살아온 사람이 여자가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트랜스젠더들은 여성을 혐오하고 위협하며 범죄를 저지른다고. 심지어 개중에는 트랜스젠더 여성을 여성들 사이에 '침투'하기 위해 수술을 한 남성으로 보는 시각도 있었다.

 

단지 여성들 사이에 '침투'하기 위해 인생을 걸 정도의 대수술을 감행하는 사람이 있을지,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 한 사람이 과연 남성으로 태어났다고 호모소셜에서 파생되는 권력을 충분히 누리며 살 수 있었을지, 트랜스젠더 여성과 지내는 것이 대체 어떤 실질적 '불편'을 초래하는지, 트랜스젠더 여성과 시스젠더(Cisgender - 타고난 '지정성별'과 본인이 정체화하고 있는 성별이 동일한 사람) 여성 중 누가 저지른 범죄가 더 많을 런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서라도, 나는 그와 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이번 기회에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여대의 의의와 역할에 대해서, 성별과 젠더에 대해서, 강자와 약자에 대해서, 인간이 가진 폭력성과 힘에 대해서도.

 

그들은 트랜스젠더보다 여성의 인권이 훨씬 열악하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결코 그렇지 않다. 입학허가가 난 대학에 들어가는 것조차 이토록 뜨거운 이슈가 되는 상황을 보라. 논란의 중심에 섰던 트랜스젠더 여성은 결국 뜨거운 반발에 부딪혀 입학을 포기하고 말았다.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는 한편, 결국 올 것이 왔다는 생각도 든다. 자신에 대한 거부 의사가 이렇게나 명확한 이들 속에서 지속적으로 버티는 것, 자신을 향한 혐오의 중심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은 그 누구에게도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트랜스젠더 여성의 입학에 대해 누구보다도 강력한 의견을 표출했던 단체들은 여성은 오로지 여성이기 때문에 핍박을 받고 목숨을 잃고 폭력의 피해자가 되어 왔다고 이야기하지만, 실상 여성은 피해자뿐만이 아니라 가해자도 얼마든지 될 수 있다. 바로 지금, 여성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 여성을 공격하고 비난하여 결국 쫓아내고 말았던 이번 사건에서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젠더와 성차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에서 그들은 어느 누구보다 젠더와 성차에 집착하며 약자에 대한 혐오를 휘두르고 있다. 물론 여성도 인간이며 그런 이상 누군가를 혐오하고 폭력의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그 자체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말하지만, 여대는 '그러라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다. 당신들은 여대에 있을 자격이 없다. /한승혜(phedre) /오마이뉴스

 

악덕 집주인, 사모펀드 블랙스톤

[김광기의 '인사이드 아메리카'] 제국이 그들의 배를 불리는 방식

이전 글에서 우리는 미국의 주택 가격 폭등에 사모펀드가 어떻게 일조를 했는지 살펴보았다. 미국의 사모펀드는 규제 당국의 비호 아래 아무런 규제를 받지 않고 주택 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으며 그 와중에 서민들은 갈 곳을 잃고 길거리 노숙자로 전락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주택 시장에 뛰어든 사모펀드가 임대사업자로 변신하면서 임차인이 되어 버린 일반 서민들의 눈에서 어떻게 또다시 피눈물을 흘리게 하는지 알아보기로 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사모펀드의 임대업에도 당국의 규제는 어김없이 빗겨나가고 있다.

 

'월가가 집주인이 되었을 때'라는 제목을 단 분석 기사의 표지 장면. 매체는 연방정부의 비호 아래 기관투자자들이 투자자와 임차인에게 각각 확실한 수익과 편의를 약속하며 임대시장의 핵심으로 등극했지만, 투자자들만 행복해하고 임차인들은 비참한 지경에 이르러 반쪽만의 약속이 되어 버렸다고 요약하고 있다.(관련 기사 : <애틀랜틱(The Atlantic)> 2019213일 자 'When Wall Street Is Your Landlord') <애틀랜틱>

 

이를 위해 <뉴 리퍼블릭>이 소개하는 어느 임대인의 이야기를 먼저 소개한다.

 

#장면 1.

()로스앤젤레스의 4명의 자녀를 둔 한 싱글 맘은 주택을 월세로 임대했다. 그녀는 임대한 집의 담장이 무너진 것을 보고 주인에게 전화해서 고쳐 달라고 요청했다. 돌아온 답은 황당했다. 담장이 임차인의 개 때문에 망가졌으니 이틀 안에 500달러(60만 원)를 내라는 통지였다. 그런 법이 어디 있냐고 하니 돌아온 답은 더 황당했다. "싫음 방 빼!" 그녀가 돈을 낼 유일한 방법은 그녀가 받는 주급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것뿐이었다. 그 일이 있은 뒤 몇 개월이 지나 봉급날이 변경되었다. 그래서 원래 내던 날짜에 당장 월세를 못 낼 것 같으니 며칠만 말미를 봐달라고 요청했다. 그때 집주인에게서 돌아온 답은 "안 돼!""못 내면 당장 방 빼!" 할 수 없이 그녀는 또다시 얼마 되지 않는 주급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제날짜에 맞춰줘야 했다.(관련 기사 : <뉴 리퍼블릭> 2014724일 자 'Slumlord Millionaires: Wall Street's new scheme to profit off poor people')

 

악덕 집주인 사모펀드, 블랙스톤

그런데 그 임차인의 집주인은 인근에 살지 않는다(과거엔 보통 미국에서는 임대아파트에 관리사무소를 두거나 집주인이 근처에 살고 임차인의 불만 및 편의를 즉시 봐주었다). 그녀의 집주인은 바로 인비테이션 홈즈(Invitation Homes). 월가의 거대 사모펀드 블랙스톤(Blackstone)의 자회사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2008년 금융위기 후 파괴됐던 주택시장이 기지개를 조금씩 펴기 시작할 무렵인 2011년부터 월가의 블랙스톤은 임대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이들의 개입으로 임차인들의 사정이 좀 나아졌을까? 다시 말해 임차인들의 입장에서 과거 구멍가게 수준의 집주인(mom and pop landlords)에 비해 블랙스톤이 더 나은 집주인일까?

 

이 질문에 블랙스톤의 대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그들이 내세운 이유는 일견 그럴듯해 보인다. 자신들을 필두로 월가의 사모펀드가 주택 대량매집을 해서 임대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그만큼 주택 공급이 늘어났고 그 결과 임대료를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단연코 임차인들의 입장에선 호재라며 설레발을 쳐댄다. 그 말은 맞는 말일까? 결코 아니다. 절대로 임차인들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 왜냐하면 블랙스톤은 과거의 악덕 집주인(slumlord)도 울고 갈 정도로 더 악독하고 냉혈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사모펀드 집주인이 도대체 어느 정도로 악질적이기에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일까?

 

악덕 영세 임대업자도 울고 갈 블랙스톤

이것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 먼저 <뉴 리퍼블릭>의 보도를 보자.

 

"임대업자 블랙스톤 악덕 집주인을 능가한다. 그들은 결정적 하자가 있는 물건들을 시장에 스스럼없이 내놓아 임대를 했고 불만을 토로하는 임차인들과의 접촉을 기피했으며 주()법과 지자체법을 위반했다."

 

그런데 현행법을 위반하며 임차인들을 괴롭히는 신종임대업체 사모펀드에 대한 규제는 전혀 없다. 있는 것이라곤 오직 그들에 대한 자유방임만 있었을 뿐이다. 반면 거기엔 임차인의 보호를 위한 어떠한 제도적 장치도 작동하지 않았다. 이것을 증명하는 여론조사가 있다. 경제정의 시민단체인 '공정경제를 위한 전략행동'(SAJE: Strategic Actions for a Just Economy)'도시동맹 권리'(RCA: The Right to the City Alliance)는 캘리포니아주의 남()로스엔젤레스와 리버사이드에 거주하는 292개의 거주지에서 임차인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였다. 실제로 조사에는 51개의 가구가 응했는데 응답자의 85~95%가 흑인이었고 그들 중 대부분은 이 전에 집을 소유했던 평범한 소시민들이었다.

 

설문조사 결과, 인비테이션 홈즈는 임차인들을 계약 당사자로 정당하게 다루지 않고 함부로 대했다. 임대회사가 25000달러(3000만 원) 정도 들여 손을 보고 집을 임대했다지만 너무나 많은 하자가 발견되었다. 설문 응답자의 46%가 배관 문제를 거론했으며, 39%는 바퀴벌레를 비롯한 해충을, 그리고 20%가 에어콘 및 곰팡이 또는 물이 새는 천장 때문에 속 터져 했다.(관련 기사 :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201455일 자 'Blackstone unit Invitation Homes sued over rental house's condition', <에이비시세븐(ABC7)> 20171118일 자 'Billion-dollar landlords: Rental-home giant under fire for unsavory conditions', <에이비시뉴스(ABCNews)> 2019415일 자 'Renter says mold at St. Petersburg home forced him to have sinus surgery')

 

로스엔젤레스의 한 임차인은 곰팡이 때문에 몸까지 아파지자 인비테이션 홈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그런데 가장 큰 문제는 과거와 같이 집주인을 만나 불만을 제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집주인의 코빼기는커녕 말조차 건넬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인비테이션 홈스 사무실은 임대주택에서 35마일(56킬로미터) 떨어진 아주 먼 곳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차가 없으면 사무실 직원을 만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관련 기사 : <아메리칸 프로스펙트(The American Prospect)> 2015929일 자 'Hedge Funds: The Ultimate Absentee Landlords (Fall Preview)') 불만 제기를 위해 전화를 해도 안 받는다. 그러나 월세가 밀릴 때면 사정은 완전히 달라진다.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 그들은 시도 때도 없이 집요하게 전화 걸어 임차인을 괴롭히고 문에다 메모를 남기고 전자 메일을 쏟아붓는다. 자신들이 할 의무는 철저히 외면하면서 돈은 꼬박꼬박 챙기는 악덕업자! 과거의 집주인들은 아무리 악덕 집주인이었다 하더라도 이 정도로 뻔뻔한 철면피는 아니었다. 그런데 사모펀드 임대업체가 훨씬 점잖은 임차인 친화적인 집주인이라니 지나던 개가 웃을 일이다.

 

임대주택 시장에 뛰어든 월가의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자회사 인비테이션 홈스 로고가 선명한 조지아주의 어느 임대주택 광고. <애틀랜틱>

 

터진 봇물, 엑스트라 피(extra fee): "임차인님 여기 추가비용 추가요~"

그런데 과연 이것뿐일까? 전형적인 렌트비(월세임대료)도 이들 사모펀드가 임대업을 하면서 과거보다 상당히 올랐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다. 거기에 덧붙여 과거에 집주인이 원래 관행상 내왔던(임대료에 포함되어 있던) 수도세, 조경비(건물유지비), 주차비, 쓰레기 처리비용까지 따로 더 내야 하니 어떻게 사나. 그 모든 것이 이른바 '엑스트라 피'(추가비용료)란 명목으로 주인이 내야 할 몫까지 임차인에게 떠넘겨진다. 물론, 이러는 데에 아무런 규제도 없다.(관련 기사 : <산타모니카 데일리 프레스(Santa Monica Daily Press)> 2018830일 자 'Court Declares that Landlords Can't Circumvent Rent Limits by Charging Extra for Water', <텍사스 옵서버(The Texas Observer)> 201992일 자 'Rent By Another Name')

 

또 이것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애완동물 키우면 돈 더 내야 하고, 전기료도 평상시 보다 많이 나오면 추가에 추가를 더해 왕창 뜯어 간다. 이것에 동의해야 월세방을 임대해 준다.(관련 기사 : <머큐리 뉴스(The Mercury News)> 20141022일 자 'The Fido fee: Landlords increasingly charge extra rent for pets') 심지어 임대 계약 시 애초에 있지도 않았던 비용들도 임대 기간 중간에 느닷없이 집어넣어 더 내게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TV가 없어 볼 수도 없는 케이블 채널 시청료를 어느 날 갑자기 강제로 부가하는 것이다. 거기에 응하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 어떤 경우 월세 내기 전날인데도 세를 안 내면 내쫓겠다고 메모를 남기기도 한다. 이들은 피도 눈물도 없는 AI와 같다. 사람이 아니다. 혹여 관계자를 만나면 사람하고 대면하는 게 아니고 마치 차가운 기계와 대면하는 듯이 느낄 정도다. 그들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말만 하고 임차인의 말에는 귀를 닫고 얼굴을 돌린다. 마치 자동응답기의 기계처럼. 그렇게 월가의 신종임대업자들은 철옹성과 같은 제국이 되었다. 과거의 악덕 집주인이 최악의 경우 날강도였다면, 월가의 제국들은 과거의 악덕 집주인들마저도 두 손 두 발 들고 나가떨어질 냉혈의 로봇들이다. 아무리 날강도였다고 해도 과거의 악덕 집주인들은 적어도 그들을 향해 임차인들이 말은 할 수 있었으니까. 분통이라도 터트릴 수 있었으니까. "월세 못 내, 방 못 빼" 하며 배 째라 식으로 뻗댈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법 위에 군림하는 제국들은 임대업자란 두꺼운 갑옷을 입고 곤경에 처한 서민들을 도끼와 칼과 창으로 난도질을 하고 있다.

 

신종 월세(임대료) 개념 탄생시킨 사모펀드

그래서 과거의 임차인들이 냈던 월세의 개념은 저리 가고 신종 월세의 개념이 탄생했다. 그것은 바로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엑스트라 피'가 덧붙여진 임대료다. 쉽게 이야기하면 예를 들어 대도시의 경우 방 하나 빌리는데 과거의 렌트비 명목의 임대료가 1700달러(200만 원)라면 거기에 덧붙여 이런저런 명목으로 뜯어가는 '엑스트라 피'1000달러(120만 원)에 달해 도합 2700달러(320만 원)가 된다. 그래서 온라인 오프라인 할 거 없이 표면에 제시된 임대료를 보고 방을 얻는다면 추가되는 비용 때문에 시쳇말로 대략난감(?)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면서 지갑이 얇아지는 서민들은 임대주택과 임대아파트에서조차 밀리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이를 두고 임차인들은 이렇게 토로한다.

"추가비용 부가가 얼토당토 하지 않다고 항의하면 신종 집주인들은 이렇게 말할 뿐이다. '난 신경 안 써. 그것은(추가비용)은 필수사항이야.' 그들은 우리에게 더 뜯어가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으며 그쪽 방면에는 가히 천부적이다. (중략) 아마도 이들은 할 수 있다면 임차인들이 죽을 때까지 추가비용을 내게 할 수 있다. 저들이 정말로 원한다면 임대료(과거 개념의 임대료)0원이 되어도 모든 것을 추가비용으로 걷어 충당할 수 있다."

 

"우린 간신히 버티고 있을 뿐 더 이상 여력 없다."

 

무소불위 사모펀드

왜 주택(임대)시장을 월가의 큰손들이 좌지우지하게 규제하지 않는가? 그리고 왜 임차인들을 보호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월가의 신종 임대업자들에게 규제라는 것은 어떤 의미인지 먼저 알아보자. 규제는커녕 그들에게는 있는 규제조차 사문화되었을 뿐 아니라, 나아가 과거에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규제에 반하는 조항들이 신설되고 있다. 한마디로 말해서, 법과 제도는 임차인이 아닌 철저하게 임대업자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예를 들면, 과거엔 월세를 제때 못 내도 집주인이 임차인을 강제로 쫓아내지도, 집에 발을 들여놓지도 못했으나 이제 경고도 없이 바로 쫓아내고 있다.(관련 기사 : <에이비시세븐(ABC7)> 20171117일 자 ''Billion Dollar Landlords' allegedly quick to threaten eviction, slow to repair') 또한 다달이 내는 월세 외에 계약 시에 한두 달 치를 먼저 내고 나중에 돌려받는 보증금(security deposit)의 액수도 캘리포니아 주법에는 한도를 정해 놓았지만, 인비테이션 홈즈 같은 회사는 이를 무시하고 제 맘대로 부가한다. 미국의 월세는 보통 1년 혹은 2년 단위로 계약을 한다.

 

그러나 이렇게 장기(혹은 정기) 계약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흔히 경제 사정이 매우 열악한 사람들)은 매달 700~800달러(80~90만 원)를 더 내야 월세방을 얻는다. 이것은 주법을 위반한 것이다. 그러나 신종 임대업자들에겐 주법이나 지자체법보다 자신들이 만든 법이 더 상위에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한 규약(주법과 지자체법을 완전히 무시한 법)에 어긋난 짓을 하거나 불평불만을 하는 임차인들에게 언제든지 소송해서 감옥에 처넣을 것"이라고 위협을 일삼는다. 나아가 주나 지자체조차도 신종 임대업자들이 유리하게 법을 개정한다. 예를 들어 텍사스주의 경우, 2017년 보일러, 히터, 에어컨, 또는 건물 시스템 등의 유지보수와 관련된 일체의 비용 부가에 한도를 없애버렸다.(관련 자료) 이로써 임대인이 임차인에게 부가하는 "추가비용의 폭발이 일어났으며, 정부가 이들 신종 임대업자들에게 그렇게 할 수 있게 명시적으로 허용한 것"이라고 텍사스주 임차인연맹(Texa Tenant's Union) 회장 샌디 롤린스(Sandy Rollins)는 일갈했다. 이로써 과거 10년 전에는 대부분 임대료에 포함되었던 것들이 이제는 추가비용이라는 명목으로 따로 임대료에 추가해서 부가되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지는 상황이 연출되게 된 것이다. 이것이 도대체 어느 나라 이야기인가? 선진국 미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과거 미국과는 완전히 달라진 세상이다.

 

통제불능의 추가비용이 불러온 비극

롤린스가 이름 붙인 "통제불능의 추가비용"의 결과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노숙자의 양산이다. 추가비용의 통제불능은 '거주부담능력'(housing affordability)의 위기를 불러오고 그것은 곧 노숙자 증가의 위험성과 직결된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미국 전역에서 임대료의 대폭 상승엔 바로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집값과 임대료는 하늘을 찌를 듯 폭등하고 있는데 비해 서민들의 임금은 정체되거나 오히려 줄었다. 이런 와중에 월가의 신종 임대업 제국들은 강제퇴거 조치 및 미지불 월세까지 끝까지 받아내는 탁월한 기술까지 보유하며 가혹하게 서민들의 등골을 짜내서 자신들의 배를 마구 불리고 있다.이러한 지적에 대해 인비테이션 홈스의 데니스 던켈(Denise Dunckel) 대변인은 "미국 주택 시장 회복에 커다란 기여를 한 기관투자자들의 공로를 무시한 극도로 왜곡된 비판"이라며 "우리는 캘리포니아 및 연방 임대차법을 준수하고 있다"고 뻔뻔하게 응수했다.

 

'우리는 여기서 (살고 싶어도) 경제적으로 살 여력이 없다'라는 푯말을 들고 시위에 참여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샬럿(Charlotte)의 시민. 비평가들은 월가의 대형임대업자들이 대량매집으로 집값과 임대료를 폭등시켜서 서민들이 적정한 가격에 거주할 공간의 씨를 말리고 있다고 지적한다.(관련 기사 : <샬럿 옵서버(Charlotte Observer)> 2018125일 자 'This Charlotte politician is accused of helping 'Wall Street slumlords'') <샬럿 옵서버>

 

지역경제의 황폐화

월가의 신종임대사업이 초래한 문제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월가의 대규모 임대사업은 주거안정성을 심대하게 훼손한다. 그 결과 서민들이 대거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둘째, 월가의 대규모 임대사업은 과거의 악덕 집주인이 양반이라 불릴 정도로 악질적이고 무도하다. 이들의 목적은 오직 막대한 이윤창출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다.(관련 기사 : <샬럿 옵서버(Charlotte Observer)> 2018125일 자 'Company bought hundreds of houses. Now, poor are getting 'priced out,' critics say') 그러나 신종 임대사업은 이것들과는 또 다른 차원의 문제를 노정한다. 그것은 바로 임대사업으로 번 돈들이 지역사회로 편입이 안 되고 모두 월가의 부자들의 호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는 것이다. 씬시아 스트레스맨(Cynthia Strathman) SAJE 대표는 "사모펀드의 신종 임대사업의 수익은 지역사회로 안 돌아오기 때문에 지역민들의 부의 창출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이들은 월가가 빨대를 꽂은 영원한 먹잇감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면 그럴수록 지역 경제는 황폐해지고 그 속의 지역민의 삶은 더욱더 피폐해진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임차인을 위한) 없소?

규제의 사각지대 하에서 양산되는 것은 노숙자다. 그렇다면 질문이 생긴다. 수많은 사람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면서 노숙자로 전락하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왜 규제하지 않는가? 왜 임차인들을 보호하지 않는가? 아니 그보다 왜 월가의 제국들이 주택을 대량매집하게 허용하는가?(관련 기사 : <비즈니스 인사이더(Business Insider)> 2018828일 자 'A massive buy-to-rent scheme is hitting the housing market') 왜 그들이 임대차보호법을 어겨도 그냥 눈감아주고, 나아가 그들의 배를 무한정 불릴 수 있게 도와주는 법 개정을 하는가? 이러한 모든 규제 철폐들은 바로 월가의 제국들이 주택시장과 임대시장에서 마음껏 활개 치게 한 자유주의 정책들의 일환이다. 결국, 임차인과 서민들을 위해 필요한 것은 바로 이들 제국들에 대한 규제이다. 통제이다. 그런데 이들을 위한 조치들은 취해지지 않았다. 도대체 왜일까? 이것을 뒤에서 다루기로 한다.

 

참고

- "When Wall Street Is Your Landlord," The Atlantic, Feb. 13, 2019.

- "Slumlord Millionaires: Wall Street's new scheme to profit off poor people,", The New Repulic, July 24, 2014.

- "Blackstone unit Invitation Homes sued over rental house's condition," Los Angeles Tiems, MAY 5, 2014.

- "Billion-dollar landlords: Rental-home giant under fire for unsavory conditions," ABC7, Nov. 18, 2017.

- "Renter says mold at St. Petersburg home forced him to have sinus surgery," ABCNews, April 15, 2019.

- "Hedge Funds: The Ultimate Absentee Landlords (Fall Preview)," The American Prospect, Sep 29, 2015.

- "Court Declares that Landlords Can't Circumvent Rent Limits by Charging Extra for Water," Santa Monica Daily Press, August 30, 2018.

- "Rent By Another Name," The Texas Observer, Sept. 12, 2019.

- "The Fido fee: Landlords increasingly charge extra rent for pets", The Mercury News, Oct. 22, 2014.

- "'Billion Dollar Landlords' allegedly quick to threaten eviction, slow to repair," ABC7, Nov. 17, 2017.

- "Company bought hundreds of houses. Now, poor are getting 'priced out,' critics say," Charlotte Observer, Dec. 5, 2018.

- "This Charlotte politician is accused of helping 'Wall Street slumlords'," Charlotte Observer, Dec. 5, 2018.

- "A massive buy-to-rent scheme is hitting the housing market," Business Insider, Aug. 28, 2018. 김광기 경북대 교수 /프레시안

 

'민주당만 빼고' 칼럼을 둘러싼 세가지 쟁점

칼럼의 적절성·선거법의 위험성·표현의 자유

임미리 고려대 한국사연구소 연구교수의 칼럼(민주당만 빼고)을 둘러싼 논란은 두가지 첨예한 쟁점이 맞부딪히고 있다.

 

하나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넘어 '민주당을 찍지 말자'는 내용이 선거에 개입하기 위한 정치행위가 아니냐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이 이에 대해 해당 언론사와 함께 임 교수를 고발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수 있다는 반발이다.

 

'민주당 찍지 말자'는 칼럼 어떻게 봐야하나

공당에 대한 평가나 비판을 하는 칼럼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임 교수 칼럼 처럼 크게 논란에 불이 붙은 경우는 흔치 않다. 해당 칼럼은 여당은 촛불혁명의 주역이 아님에도 권력을 잡은 후 국민의 '상전'이 됐다며 더이상 속지 말고 '민주당을 빼고 투표하자'고 제안하는 내용이다.

 

정확히 일치한 사례는 아니지만 언론 보도에 대해 정당이 항의하는 경우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지난달 17'보수 야당 심판론''정부 실정 심판론'보다 우세하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한 KBS를 항의 방문했다.

 

KBS는 해당 여론조사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로부터 '공직선거법 준수 촉구' 통보를 받았다. 특정 정당에 대한 잘못을 꼬집고 비판하는 칼럼은 수없이 많지만 그렇다고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을 찍지 말자'라고 노골적인 표현을 쓴 경우는 드물다. 민주당에서 발끈할 만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해당 칼럼이 공직선거법 제8'언론기관의 공정보도의무'를 위반했다며 경향신문에 권고 조치를 내렸다. 임 교수는 과거 정치 이력을 친여당 성향 네티즌들이 파헤치자, "예상은 했지만 벌써부터 신상이 털리고 있어 번거로운 수고 더시라고 올린다"며 스스로 이력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임 교수는 1998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으로 서울 시의원 선거에 출마했고, 2007년 대통령선거 때 손학규 민주당 후보 캠프에 이어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 캠프에서 홍보 부단장 등을 맡았다.

이를 놓고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임 교수의 칼럼이 정치적 의도를 가졌다고 보는 건 억측"이라는 주장과 "공교롭게 지금 민주당 주류와의 관계만 없다면 정치적 의도가 있는 글이라고 볼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민주당만 빼고' 선거법 위반일까

민주당이 여론의 역풍 때문에 고발을 취하했지만, 임 교수의 칼럼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도 분석이 다양하다. 민주당이 고발한 혐의는 선거법상 사전선거운동 및 투표 참여 권유활동 금지 위반이다.

 

'선거법 위반이 안된다'는 측은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기각한 헌법재판소 결정을 근거로 선거운동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헌재는 '열린우리당이 많은 의석을 얻었으면 좋겠다'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가 결정되지 않아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발언을 선거운동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단순한 비판 기사에 대해서도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이 판단한 때도 있었다. 지난 총선 당일 시민기자가 올린 글을 검토·등록했던 김준수 오마이뉴스 편집기자는 지난해 1017일 유죄를 확정(벌금 50만원 선고유예) 받았다.     '피고인이 선거운동이 금지된 20대 총선 당일에 세월호 사건과 관련된 특정 정당 또는 후보자를 비난하는 칼럼을 언론사 홈페이지에 등록해 공개함으로써 투표참여를 권유하는 행위를 했다' 게 유죄 판결의 근거였다.

 

해당 기사는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뿐아니라 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여러 정당의 후보 발언을 문제 삼았었다. 한 서울 소재 정치학 교수는 "엄격히 법을 적용한다면 선거법 위반이 될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럼, 민주당은 뭘 잘못한 것일까

그럼 민주당의 고발 조치는 정당한 것일까. 임 교수의 칼럼에 문제를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대부분 고발 조치에는 반대한다. 문제의 선거법 조항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오마이뉴스 김 기자의 경우는 극우 시민단체가 고발을 취하한 것을 검찰이 끝까지 기소해 유죄확정에 이른 사건이다. 당시 민주당 박주민 의원 등은 검찰 기소에 대해 비판하기도 했다. 검찰의 언론 탄압과 표현의 자유 훼손이 우려되서다.

 

민주당이 헌법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위협할수 있다는 지적을 받는 법 조항을 근거로 법적 대응에 나선 것은 스스로를 딜레마에 빠뜨렸다. 한신대 조성대 교수는 "민주화 세력을 자처하는 민주당은 선거법 개정하는 노력을 했어야지, 이를 칼럼에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칼럼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면 논평 등을 통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표현의 자유'로 응대했다면 상황은 지금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건국대 김용민 교수는 "여당으로서 비판 컬럼에 대해 법적으로 대응한 것은 옹졸하다""여당은 원래 욕먹는 자리지만 최대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steel@cbs.co.kr CBS노컷뉴스 정영철 기자

 

강용석 진짜 얼굴을 알리고 싶었다

강용석의 폭행사건 조작폭로한 김지호 디스패치 기자

디스패치가 강용석 변호사를 정조준했다. 강 변호사가 2015도도맘으로 알려진 유명 블로거 김미나씨를 부추겨 모 증권사 본부장 A씨를 강간치상죄로 허위고소하게 했다는 의혹이다. 지난 4일 디스패치는 두 사람이 당시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사건은 이랬다. A씨가 2015년 술자리에서 말싸움 끝에 김씨 머리를 병으로 내려쳤다. 김씨가 명백한 피해자였던 이 폭행사건은 강 변호사가 개입하면서 강간치상사건으로 돌변했다. 보도를 보면 강 변호사는 “(강간이) 살인 말고 제일 세다. 다친 걸로만 1억씩 받긴 좀 그렇거든. 성폭행 이렇게 가면 고소장 내는 즉시 구속이거든. 부인해도 구속이야. 저쪽도 무조건 합의하려 할 거고라는 등 합의금을 위해 성범죄 조작도 서슴지 않았다. 김씨가 “(A씨는) 전혀 만지려 하지 않았다고 난색을 표해도 무고 프로젝트는 강행됐다.

 

디스패치 보도 이후 현직 변호사들은 11일 오전 강 변호사를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강 변호사 행동은 변호사라는 직업에 대한 국민 신뢰를 떨어뜨렸다는 게 고발 이유다. 디스패치는 11일에도 두 사람 사이 문자 내용을 공개하며 강 변호사가 악플러들을 상대로 어떻게 합의금을 받아냈는지 그 수익 모델을 고발했다. 개인의 문자 공개는 사생활 침해나 언론윤리 시비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기자 생각이 더 궁금했다. 다음은 지난 10일 서면을 통해 이뤄진 김지호 디스패치 기자와 일문일답.

강용석 변호사가 2015도도맘으로 알려진 유명 블로거 김미나씨를 부추겨 모 증권사 본부장 A씨를 강간치상죄로 허위고소하게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4일 디스패치는 두 사람이 당시 주고받은 문자를 공개했다. 사진=디스패치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문자는 어떻게 입수했나? 검증은 어떻게 이뤄졌나?

대화록 입수 과정을 말하기 곤란하다. 상당히 오랜 기간 검증했다. 두 사람이 아니면 알 수 없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위 여부를 살폈다. 이 대화록은 검찰이 지난해 확보해 대법원 증거물로도 제출했다.”

 

- 보도하게 된 동기는? .

강용석은 현직 변호사다. 전직 국회의원이자 유명인이다. 현재 유명 유튜버로 활동하면서 스스로 자기 정보가 진실이라 말하고 있다. 이 시점에 우리가 진짜 강용석의 얼굴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보도 결정까지 쉽지 않았다. 강용석이 이미 홍콩 일본 밀회 보도 때 우리에게 법적 대응을 한 적이 있다. 그럼에도 그의 실체를 알리는 게 우리 할 일이라 생각했다.”

- 문자 내용을 처음 접했을 때 어떻게 받아들였나?

 

변호사라면 약자를 보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해야 하지 않나? 변호사 사명이자 윤리 강령이다. 그러기는커녕 오히려 성범죄를 조작하려는 모습에서 크게 충격을 받았다. 그것도 목적은 오로지 돈이었다. 특히 원스톱센터(여성·아동 등 성범죄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 방문을 도도맘에게 권유하며 한 번만 하면 (합의금) 억대로 팍 올라간다같은 발언을 하는데, 이는 약자를 위한 제도를 악용한 거다. 변호사 품위나 직업의식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자가 대한민국 변호사라면 문제가 있다고 봤다.”

- 강용석과 도도맘이 여론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고 언론 플레이에 나선 정황도 포착했다.

강용석은 여론과 언론을 정말 많이 의식했다. 도도맘에게 ‘(언론에) 맥주병으로 맞았다는 이야기를 하라. 그래야 여론이 확 뒤집어진다이런 지시를 한다. ‘언론(에서) 재판을 하면 판사가 따라간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도도맘은 그 지시에 따라 한 매체에 내용을 흘리고 단독 기사가 나갔다.”

- 보도에 도도맘 입장이 있다. 도도맘은 디스패치에 무엇이라 했나? 강용석 입장은 없었는데?

 

도도맘은 당시 강용석 변호사를 교제하고 신뢰하며, 그가 지시한 내용을 따른 건 잘못이라 인정했다. 지난 몇 년간 이를 반성하며 지내고 있다고 했다. 다만 증권사 임원 등 사건 진행 중 강용석 변호사와 관계를 끝냈고, 도도맘 본인이 증권사 임원에게 먼저 연락해 과하게 고소한 것을 사과하고 합의금 없이 고소 취하를 해줬다고 한다. 이 역시 강용석 변호사는 동의하지 않았으며 전적으로 도도맘 본인의 생각이었다고 알려왔다.”

- 보도 이후 강용석 대응은 없나?

 

딱히 없었다. 본인이 진행하는 가로세로연구소유튜브 방송에서 흔들리지 않겠다고 심경을 전한 것을 확인했다.”

- 두 사람 사이 문자 내용을 공개하는 보도에 사생활 침해라는 비판도 있다.

공익적 면에서 보도 가치가 충분하다고 봤다.”

 

- 강용석 변호사는 유튜브 활동을 통해 연예인을 지목하고 의혹을 폭로하고 있다. 연예 전문 매체 기자 관점에서 이런 모습을 어떻게 보나?

어떤 주장을 하려면 그에 맞는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 다짜고짜 폭로, 아님 말고 식 폭로는 지양해야 한다.”

 

강용석 변호사는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디스패치 기사에 나오는 카카오톡 내용은 원문이 아니다. 내용 대부분은 조작, 편집된 것이다. 디스패치에 대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형사 고소하고 손해배상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지호 기자는 이 같은 강 변호사 입장에 우리는 정확하게 보도했다. 강 변호사가 법적 대응하면 있는 그대로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하품 나오는 부동산 공약들, 20대 국회 끝나 다행일 뿐

마지막까지 이토록 무능하다니

'' 의원이 생각난 이유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를 실질적으로 폐지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할 때도, 건설업체 특혜 종합선물세트였던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뉴스테이법)'2015년 제정할 때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연합 소속이었다.

 

그는 위원장일 때 건설업체로부터 수 억원대의 현금과 명품시계를 수수한 혐의로 2015년 구속 기소되었고,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국민에게 부여받은 입법권을 국민의 이익이 아니라 자신에게 뇌물을 주는 건설업체의 이익을 대변하고 사익을 챙기는데 사용했다.

 

'뉴스테이법' 공청회 때 딱 한번 만났던 그 의원이 생각난 건 '부동산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일부 여당 의원들이 '부동산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는 기사를 보면서다. 국회의원이 국민을 대표하지 않고, 지역구의 민원인을 대표하는 현실을 보여주는 '참 나쁜' 사례이다.

 

선거가 목전에 닥치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대상인 9억 원 초과 주택 비율이 높은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여야를 가리지 않고 '종부세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1세대 1주택자는 호가 20억 원짜리 아파트의 '종합부동산세'100만 원 미만이다. 더구나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는 고령자 공제와 장기보유 공제로 최대 70%까지 세액공제가 된다.

 

정부는 20191216일 최대 80%까지로 공제 비율을 상향하겠다는 계획도 이미 발표했다. 세액공제는 세금 자체를 깎아주기 때문에 소득공제보다 세금혜택이 더 크다. 도대체 초고가 주택 보유자들이 얼마나 더 세금을 내지 않아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전세보증금을 올려주지 못해 2년마다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 보증금의 일부를 월세로 내야 하는 반전세 세입자, 월세 내고 나면 생활비로 쓸 돈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의 주거 문제는 고민하지 않으면서 국회의원들이 자산가들이 내는 세금 걱정만 하고 있다.

 

세입자의 주거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인상률상한제 도입은 20대 국회에서 단 한 걸음도 진전이 없었다. 수 십 개의 법안이 쌓여 있고, 20대 국회와 함께 곧 폐기될 것이다.

 

참담한 수준의 총선 공약들

20202410여개 주거·시민단체로 구성된 주거권네트워크는 21대 총선의 주거 공약을 평가하는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 원고 작성을 위해 거대 양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21대 총선 주거공약을 보면서 실망을 넘어 참담했다. 이렇게 부실한 양당의 공약을 진지하게 분석한다는 것이 '코미디'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서 공약은 현재 무엇이 문제인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을 바탕으로 미래에 대한 비전과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다. 집으로 인해 너무 많은 국민들이 고통 받고 있지만 양당의 공약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고민도 계획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양당 모두 새로울 것 없는 과거 정부 정책을 재활용하는 '표절'로 우리의 미래를 설계하겠다고 한다. 그나마 양당이 자신들의 20대 총선 주거 공약을 그대로 베꼈다면 현재의 공약보다는 나았을 것이다. 이렇게 쉽게 공약을 만들면 민주정책연구원, 여의도연구원은 왜 필요하고, 정책위, 공약개발단 등의 조직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신혼부부 맞춤형 도시를 조성하고, 주택 1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청년팔이'로 표를 얻겠다는 얄팍한 계산만 보일 뿐, '이번 생은 망했다'며 지옥고에서 절망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진지한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청년·신혼부부를 주 대상으로 하는 행복주택은 박근혜 정부의 대선 공약이었다. 청년과 신혼부부만을 대상으로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정책은 아동, 중장년, 노인, 장애인, 저소득층 등 사각지대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광범위한 정책 사각지대를 만든다.



서울 도심에 밀집해 있는 아파트 모습들. 이희훈

현재 공약에는 대부분 민간임대주택에서 월세를 내며 세를 살고 있는 청년의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최우선적인 공약이 되어야 하는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이 빠져 있다. 주거복지 정책,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주택 및 주거품질 규제, 임대소득 과세 강화, 투기 수요 억제를 통한 집값 안정 대책, 부담가능한 주택 공급 대책이 모두 빠져 있다.

 

자유한국당은 '좌우 이념대결'이라는 진영 논리로 주거정책을 보면서 이명박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무력화''뉴타운' 박근혜 정부의 '빚내서 집 사라''분양가상한제 폐지' 정책을 재탕, 삼탕하고 있다. 9억 원 초과 고가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특정 계층과 '서울과 1기 신도시'라는 특정 지역 주택 보유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고 있다.

 

이런 정책이 현실화될 경우 가계부채를 천문학적으로 증가시켜 온 국민을 빚더미에 올려놓은 박근혜 정부 때의 전국적인 투기 광풍이 반복될 것이다. 주택 가격은 폭등하고,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월급을 모아 집을 사는 것은 진정한 의미에서 ''이 될 것이고, 일하는 사람들의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그들에게 표를 주지 말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공약은 공약 집행이 주업무인 국토교통부의 정책에 비해 현실 문제에 대한 고민의 깊이도 못 미치고, 문제 해결 능력도 떨어진다. 특히 주거복지 분야에서 이러한 상황이 두드러진다.

 

국토교통부는 청년·신혼부부, 노인·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로드맵에 이어 20191024일 아동의 주거권 보장과 고시원·쪽방 등 비주택 거주 가구에 대한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2020120일에는 영등포 쪽방촌에 '공공주택특별법'을 적용, 토지를 '수용'해 공공임대주택과 분양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수 십 년간 방치됐던 쪽방촌의 열악한 주거환경 개선을 위해 수용이라는 '큰 칼'을 과감히 휘둘러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을 만들어내고 있다. 명절이나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쪽방을 찾아 사진찍는데 그쳤다면, 공무원들은 쪽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국토교통부가 공약을 만드는 게 주업무인 정당들보다 훨씬 미래 계획을 정교하게 보여주는 작금의 상황은 정상에서 한참 벗어난 것이다. 이런 비교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마지막 순간까지도 빈틈없이 '무능'을 보여주고 있는 20대 국회를 제대로 청산하면 이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온다. 집 때문에 살기 힘든 국민의 주거권 보호는 안중에도 없고, 건설업계와 가진 자들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후보에게는 표를 주지 말아야 한다. '종부세 폭탄론'을 주장하고 '분양가상한제'에 반대하는 후보는 국민보다 건설업계와 가진 자들의 편에 설 가능성이 크다. 그래도 다행히 20대 국회가 끝나간다. 곧 추운 겨울이 끝나고 꽃피는 봄이 올 것이다./최은영(choiey6012) 한국도시연구소 소장]/ 오마이뉴스


추미애 법무부장관, 검찰개혁 추진 디딤돌과 걸림돌] 검찰 내부 반발이 검찰개혁 최대 걸림돌

수사·기소 검사 분리 방안에 윤석열 총장 반발

공수처법.수사권조정법 통과로 법적 근거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개혁을 추진하면서 관련 법이 제·개정되면서 조국 전 장관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다. 하지만 추 장관이 내놓는 검찰개혁 방안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내부 반발을 불러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다. 오는 21일 추 장관 주재로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가 검찰 내부 반발을 무마하고 검찰개혁 추진 동력을 만들어내는 기회가 될 지 주목된다.

 

13일 오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는 추미애 법무부장관(), 같은 날 오후 부산고등·지방 검찰을 찾은 윤석열 검찰총장. 연합뉴스

       

검찰개혁 법안 마련돼 기회 = 우선 추미애 장관은 임기 시작 전 검찰개혁 법안이 통과돼 조 전 장관과는 다른 출발점을 갖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과 검경 수사권 조정 관련 법안이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통과되면서 추 장관은 검찰개혁의 밑그림이 그려진 상태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이미 검찰개혁의 밑그림이 그려져 있어서 구체적인 법령 마련에 힘을 쏟으면 되는 상황이다. 여전히 야당의 반발과 검찰 내부 의견 수렴이 필요하지만 큰 그림을 바꾸지는 못한다. 국무총리실이 주축이 돼서 법무부, 행정안전부, 검찰, 경찰이 모두 법령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집중하고 있다.

 

또 추 장관은 5선 국회의원에 여당 대표 출신 장관인데다 판사 출신이어서 어느 장관 보다도 더 검찰개혁을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동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법률에 근거해 기존의 잘못된 관행을 바꾸려면 검찰의 반발이 우려되지만 원칙적인 입장에서 밀어붙일 것으로 보인다.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1'추미애 법무장관을 위한 변론'이라는 글에서 "오래된 습관과 같이 오랜 관행을 바꾸기는 어렵다. 그러한 관행이 설령 잘못된 것이어도 그렇다. 추미애 장관이 야당 국회의원이 요청한 공소장 전문을 제출하길 거부하고 공판 개시 이후에 공개하겠다고 밝히자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것도 그러한 예"라며 "하지만 모든 국민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와 형사재판에서의 정당한 방어권, 명예, 인격권을 고려하면 공판절차의 개시 이전에 공소장의 전문을 무조건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잘못된 관행임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십년 길들여진 잘못된 관행도 이제 바꿀 때가 되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결정은 타당하지만 낯설 뿐이다. 비공개가 아니라 '제출 유예'라고 했으면 어땠을까 아쉬움도 남는다""하지만 우리 국민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잘못된 관행을 바꾸고 잠시의 혼란을 극복할 것이라 믿는다"고 덧붙였다.

 

사사건건 검찰과 마찰 = 하지만 검찰개혁에 대한 검찰내부 반발 등 걸림돌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특히 추 장관이 검찰 내부에서 수사개시와 수사종결의 주체를 달리하는 방안(분권형 형사사법절차)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검찰 내부 반발이 거세다. 추 장관이 임기 초 윤석열 검찰총장의 측근들을 대폭 인사함과 동시에 반부패수사부(특수부) 등 검찰 직접수사 부서의 축소·폐지로 검찰의 반발을 불러온 뒤여서 더욱 그렇다.

 

추 장관이 분권형 형사사법절차 추진에 대한 의견 수렴을 위해 오는 21일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놓은 상태에서 윤 총장이 사실상 반대의견을 낸 것이다. 윤 총장은 지난 13일 부산지검 비공개 직원간담회에서 "수사와 소추는 한 덩어리"라고 밝힌 것이다. 윤 총장의 발언은 수사를 맡은 검사가 기소와 재판까지 담당해야한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다. 수사와 기소 판단 주체를 분리하겠다는 추 장관의 구상과는 배치되는 면이 있어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검사장 회의결과에 관심 = 이번 주 열리는 전국 검사장 회의는 검찰 내 기소검사와 수사검사를 나누는 방안을 두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법무부와 검찰이 공식 대면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법무부 장관이 17년 만에 검사장들을 소집한 이례적 회의인 만큼 회의 내용에 따라 갈등이 재연될지, 수습 국면으로 갈 지 예측할 수 있어서다.

 

법조계에서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회의 개최를 알리며 '소통'에 방점을 두겠다고 표현한 것을 놓고 검찰과의 갈등을 수습할 의도를 담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추 장관이 이번 회의를 통해 법무부의 의도를 해명하고, 검찰 개혁 과제를 설명하는 선에서 갈등을 수습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추 장관은 검찰 내 수사·기소 분리 방안에 대해 내부의 회의적 시각이 많다는 점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일선 검사장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회의를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장 회의를 열어 일방적으로 검찰 개혁 조치를 밀어붙인다는 인상을 거두고 검찰과 협력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포석이다.

 

추 장관이 회의를 직접 주재할 방침이며, 대검찰청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 대신 이정수 기획조정부장이 참석한다. 회의에선 분권형 형사사법 시스템 검경 수사권 조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법안 관련 하위법령 제정 검찰 수사관행·조직문화 개선에 대한 의견수렴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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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비싼 서울 집, 누가 와서 샀나요최근 4년 구매자 보니

 

무주택 고소득자·2030 젊은이·외지인이 샀대요

무주택 고소득자, 11억 넘는 집 사

30대 이하 연령층 구입도 늘어나부모로부터 증여받았을 가능성

 

엄청 비싼 서울 집, 누가 와서 샀나요최근 4년 구매자 보니

서울은 한국 부동산 시장에서 차지하는 의미가 크다. 서울에서 크게 뛴 집값은 수도권을 거쳐 다른 시·도의 집값까지 끌어올린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는 데 공들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면 전체 시장도 대체로 안정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부가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는 등 서울을 집중 겨냥한 핀셋규제를 내놓는 것 또한 집값 불안의 진원지로 어디를 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 주택을 구매한 이들의 특성은 곧 한국 사회의 부동산 시장 흐름이다.


   

고소득자, 강남·성동구 주택 구매

최근 서울에서 집을 산 사람은 무주택 고소득자외지인’ ‘증여받은 저연령층으로 요약할 수 있다고 최성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연구소 연구위원 등은 16<서울시 주택구매자 특성과 시사점>에서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운영하는 부동산 정보 포털사이트 씨리얼에 기고한 이 보고서는 20153분기부터 지난해 3분기까지 KCB연구소가 수집한 건축물 대장과 소유자 신용정보 등을 분석한 것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서울 주택매매가격지수 상승률은 16.2%였다. 경기·인천이 6.2%, 부산·대구·광주·대전·울산 등 5대 광역시가 5.9% 오른 것과 비교하면 2~3배에 달한다.

 

소득에 따른 주택구입가격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소득 상위 10%를 고소득자, 소득 상위 40~60%를 중소득자라고 할 때 두 그룹이 전국에서 구입한 평균 주택가격의 차이는 2015~20173억원으로 비슷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20182분기부터 차이가 나더니 지난해 3분기에는 5억원가량으로 벌어졌다. 중소득자가 66000만원짜리 집을 구입할 때 고소득자는 11억원이 넘는 주택을 샀다.

 

똘똘한 한 채쏠림현상도 확인된다. 1주택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20172분기부터 늘기 시작해 지난해 2분기에는 80%에 근접했다. 기존에 주택을 보유한 다주택자의 고가주택 구매 비중은 30~45% 수준을 유지해 시기별 큰 차이가 없었다. 보고서는 무주택 고소득자가 고가주택을 구매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시기는 20178·2 부동산대책 이후라며 “‘똘똘한 한 채집중 현상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 40% 적용 등 현 정부의 정책 환경이 고소득자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른바 강남3(강남·서초·송파) 부동산을 주로 구입하던 부자들이 성동구 부동산으로 눈길을 돌린 것도 특징이다. 고소득자 및 고자산가(전국 주택 구매자 중 소득과 부동산 순자산 상위 10%)들은 20153분기만 해도 강남3구 주택구매자에서 10% 수준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에는 강남구 주택 구입 비중이 15%4년 전보다 5%포인트 늘어난 반면 서초구와 송파구 비중은 각각 8%, 9%로 소폭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대신 성동구 주택 구입 비중이 3%에서 9%로 크게 늘었다.

 

보고서는 성동구는 30대의 주택 구매 비중이 33%로 다른 연령대 대비 가장 높았으며 강남구는 40대 비중이 35%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금호동 재개발 등으로 신축이 많은 성동구는 준공 5년 미만 주택 비중이 높은 반면 강남구는 준공 20년 이상 된 주택의 구매 비중이 높았다고 분석했다.

 

대출보다 여윳돈주택자산 양극화

조사 기간 동안 30대 이하의 주택 구매비중도 증가했다. 지난해 3분기 연령대별 주택 구매비중을 20153분기와 비교해보면, 20대 이하와 30대 비중이 각각 1.1%포인트, 2.2%포인트 늘었다. 60대 이상에서도 주택 구매비중이 1.8%포인트 증가했다. 그러나 40대와 50대가 주택을 구입하는 비중은 4년 전보다 각각 2.6%포인트, 2.5%포인트 하락했다. 보고서는 “30대 이하 연령층에서 주택구매 비중이 증가하는 것은 부모세대의 증여일 가능성이 있다“40~50대 장년층의 주택 구매비중은 줄고 있지만 고가주택 구매는 늘었다. 주택자산 양극화가 진행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주택 구매자 중 외지인(서울 외 지역 거주민) 비중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20153분기 전체 서울 주택 구매자 중 외지인 비중은 12%였으나 지난해 3분기에는 19%로 증가했다.

        

특히 외지인이 서울 주택을 구입할 때 대출을 낀 비중이 20153분기 25.4%에서 20173분기 19.1%를 거쳐 지난해 3분기에는 12.7%로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주택구매자의 주택순자산을 보면, 외지인이 64400만원으로 서울 거주자(62000만원)보다 다소 높았다. 대출을 끼고 거주할 주택을 사는 게 아니라 현금자산을 이용해 임대할 목적으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비수도권 주택 가격은 하방압력이 계속된 반면, 서울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하자 여윳돈 있는 외지인이 서울 부동산 시장에 쏠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연구위원은 주택가격 상승국면에서도 고소득자와 고자산가, 외지인들이 서울 주택 구매 수요를 받쳐주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 집값이 상승하면서 수요가 몰린 것인지, 수요가 쏠리면서 서울 집값이 상승한 것인지는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문제처럼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성희 기자 mong2@kyunghyang.com


 

임은정 검사가 겪은 한국의 검찰 보도

임은정 검사 징계 받자 막무가내 검사얼치기 검사라 비판하더니대법원서 징계취소 결정나자 조용한 일부 언론

임은정 검사는 2019년 송건호 언론상 수상자다. 언론상 수상자가 임 검사에게 돌아간 이유는 임 검사가 201212월 윤길중 진보당 간사의 반공법 위반 재심사건에서 검찰 수뇌부의 백지구형’(무죄나 유죄를 정하지 않고 재판부에서 판단하라고 구형하는 것)지침 대신 무죄를 구형한 행위와 그 이후 검찰 내부에서의 행위가 진실을 말한다는 참된 언론인의 정신과 부합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이후 4개월 정직을 받았지만 결국 2017년 대법원에서 징계 취소 판결을 받았다. 임 검사는 무죄 구형사건 이후에도 꾸준히 언론 기고 등을 통해 검찰 내부의 잘못된 점을 지적했다. 또한 언론이 검찰과 유착하거나, 검찰 사건에 대한 사실 취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왜곡보도를 한 사례 등을 지적해왔다.

 

임 검사는 14일 자유언론실천재단과 새언론포럼이 공동주최한 검찰과 언론이라는 특별 강의에서 자신이 언론보도로 피해를 본 사례를 설명했다.

 

다음은 임 검사가 201212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509호 법정에서 윤길중에 대한 무죄의견을 진술하고 검찰 내부 게시판인 이프로스징계 청원이라는 글을 쓴 이후의 언론 보도다.

 

경향신문 공안부 맞서 문 잠그고 무죄 구형한 검사’ (2012123110)

임모 검사가 검찰의 방침과 달리 무죄를 구형했다. (...)임 검사는 법정에 출석해 다른 검사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근 채 무죄를 구형했다.”

 

동아일보 절차 무시하고 무죄 구형 막무가내 검사’” (2012123110)

검찰은 이번 사건의 경우 (...) ‘이번에는 법원의 판단에 맡기자는 입장이었다. 임 검사는 계속 무죄를 구형하겠다며 맞섰고 (...) 공식철자를 무시했다고 한다.”

 

20121231일 경향신문 10.

 

20121231일 동아일보 10.

 

같은 사건이어도 헤드라인이 완전히 다르다. 임 검사는 이에 대해 “(신문의) 진영별로 사건을 바라보는 관점과 헤드라인이 다르다라며 동아일보의 기사를 보면서 화가 났지만, 진보 성향의 신문이라고 해서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임 검사는 법리 내용이나 사실관계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그 사건을 평가하는 것만 다르다라며 사실 좀 더 취재해서 백지구형의 문제가 무엇인지 밝혀야 했다고 지적했다.

 

언론은 검찰에서 불러주는 것을 그대로 적고 진영별로 평가만 다르게 한다. 그때 나는 내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것 같았다. 무죄를 무죄라고 해야지, ‘법과 원칙에 따라 해주세요라는 백지구형은 말장난이다. 그래서 더 깊이 취재를 했다면 백지구형을 하라는 검찰의 지시가 얼마나 황당한 것인지를 짚었을 것이라고 본다. 6년 후 백지구형은 부당한 구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다행이지만, 제대로 문제를 짚지 않고 그저 평가만 쉽게 하는 언론에 화가 많이 났다.”

 

201312일 조선일보 사설.

 

임 검사는 조선일보에 대해서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2013년 새해 첫 사설로 임은정 검사의 사건을 다뤘다. 조선일보는 201312일 사설 이젠 목적위해 법 절차 무시하는 운동가() 검사까지에서 이번 사건처럼 절차와 내용에서 위법부당한 지시라고 할 수 없는 경우까지 법 절차를 어겨가며 자기 주장을 내세우는 것은 돌출행동이라며 검찰이 임 검사 사건을 유야무야 넘기면 검찰엔 부패 검사에다 얼치기 운동권 검사들로 넘쳐날 것이다라고 썼다.

 

조선일보는 저를 얼치기 운동권 검사라고 했는데, 제가 느낀 것은 이 사설이 얼치기 사설같다는 것이다. 이 사설이 난 후 조선일보의 한 기자가 사과하러 저를 찾아온 적 있다. 그러나 사과를 하면서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 ‘새해 첫 사설에서 당신을 다뤘다고 언급했다. 그 태도가 황당했다. 저는 당시 조선일보의 칼에 찔려 피가 나는데, ‘조선일보의 칼에 맞아 영광인 줄 알아라고 들렸다. 나는 하루하루 죽을 만큼 힘들었다. 결국 아버지는 그 당시 신문을 끊으셨다.”

 

14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함께센터에서 새언론포럼과 자유언론실천재단 공동주최로 임은정 검사가 '검찰과 언론'이라는 주제의 강의를 하는 모습. 조선일보의 사설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언론은 검찰을 비판하며 성추행 검사나 브로커 검사와 임 검사를 한 덩어리로 묶어 비판했다. 동아일보는 2013115“‘브로커 검사 해임막무가내 검사정직에서 브로커 검사로 알려진 서울중앙지검 강력부 박모 검사와 임 검사의 중징계를 한 기사로 묶어 내보냈다.

 

조선일보도 그해 117브로커 검사멋대로 무죄 구형 검사, 줄줄이 징계 청구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도 같은날 재판 회부, 중징계부끄러운 검사들이라는 기사에서 브로커 검사, 뇌물 수수 검사, 골프접대를 받은 검사의 징계소식과 함께 임 검사의 사건을 함께 보도했다.

 

임 검사는 이에 대해 저랑 같이 징계를 받으신 분들은 뇌물을 받거나 접대를 받는 등의 행위를 하신 분들이었다악몽이 깨질 않더라라고 말했다.

 

2013115일 동아일보.

 

징계처분 취소소송에서 승리하자 침묵하는 일부 언론

임 검사가 징계처분을 받았을 때는 기사와 칼럼 등으로 적극 보도를 했던 언론이, 징계 처분 취소소송에서 승리할 때는 조용했다. 대법원은 20171031일 임 검사가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다음은 2017111일 주요 종합일간지의 기사 가운데 임 검사의 징계 취소소송 승소에 관한 기사다.

 

경향신문 검사가 당연히 할 일 하며 용기를 내야 하는 일 없길”(2)

국민일보 대법원 법무부 징계 부당 판결’”(14)

서울신문 과거사 재심 무죄 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 취소”(11)

세계일보 과거사 재심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취소 확정”(12)

한겨레 과거사 재심 무죄 구형임은정 검사 징계취소 확정”(12)

한국일보 대법 무죄구형 임은정 검사 징계 부당’”(12)

 

2017111일 경향신문 2.

 

공교롭게도 일명 조중동이라고 불리는 보수 일간지를 제외하고서는 대부분 주요 종합 일간지는 임은정 검사의 징계취소 소송의 결과를 보도했다. 심지어 임 검사는 각 언론사에 징계취소 소송에 관한 보도를 요청하며 메일로 알리기도 했었다고 한다.

 

언론은 1, 2심 때도 승소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보도해 달라고 항의메일을 보냈었다. 20171030일 대법원 판결까지 나와서 대법원 판결이니 이번엔 보도해주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이때도 보도하지 않았다. 너무하다고 생각했다.”

 

임 검사는 이처럼 언론이 선택적 보도를 하는 모습이 마치 특수수사와 같다고 말했다. 그는 결론을 정해놓고 골라서 사실을 수집하는데 특수수사와 똑같다라며 실제로 요즘에도 검찰을 비판해야지라고 생각한 기자는 저에게 연락하고, ‘검찰을 옹호해야지라고 생각하고 기사를 쓸 땐 저한테 전화하지 않는다. 공정한 언론이라면 최대한 많은 다양한 취재원에게 전화하고 종합해서 기사를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법무부 훈령(법무부의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의 변화 때문에 검찰과 수사관의 언론접촉금지에 대해서 임 검사는 수사 중인 사건은 기밀이다. 현재진행형인 사건을 언론에 말하는 것은 징계 사안이라며 검찰은 자신이 언론에 나가기 원하는 사건이면 직접 아는 기자에게 전화해서 알리고, 원하지 않으면 수사보안이라고 하는데 수사보안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사보안은 보안대로 지켜져야 하고, 기자들은 검찰의 의도에 놀아나면 안 된다. 그 의도까지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대림동눈에 비친 한국언론, 생각해 봤나요

중국동포 매체 한중포커스신문문현택 대표 한국언론 신뢰 잃은지 오래, 중국동포 소식지가 정보 중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중국 후베이성 우한에서 발생한 뒤 한국언론은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르포기사를 쏟아냈다. 보도 양상은 중국동포의 위생관념을 근거 없이 지적하는 혐오 보도와 방문객 줄어 한숨 쉬는 대림동묘사로 나뉜다. 정작 이번 사태를 둘러싼 대림동 거주 중국동포들의 여론은 어떨까. 대림동과 가리봉동 거리의 중국동포 매체를 펼치면 답을 엿볼 수 있다.

 

격주간지 한중포커스신문은 지난 10일 발행인 칼럼 중국인 혐오 언론보도 이젠 멈춰야, 비이성적·반인간적을 실었다. 칼럼은 국민들의 중국인 혐오 정서엔 일부 언론의 아무말대잔치도 한몫하고 있다왜 하필 이 시점 굳이 대림 차이나타운을 찾아 중국인이나 동포를 비위생적인 집단으로 보도하며 감염 확률이 높은 것처럼 공포감을 조성하는지 도무지 이해 가지 않는다. () 대림동은 이번 감염증 예방을 위해 신속 대처해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신문은 중국동포 거리의 식품점·여행사 등 상점을 통해 무료 배포된다.

 

칼럼을 쓴 문현택 한중포커스신문 대표를 13일 대림동 그의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본래 해당 신문이 주로 정보전달 기사를 다루지만, 이번엔 그냥 넘어가기 어려울 정도라고 했다. “지금까지 언론 보도를 보면 코로나19 진원지가 대림동 같아요. 대림동 출신이거나 중국동포인 확진자는 지금까지 나오지도 않았는데 말이죠.”

 

문현택 한중포커스신문 대표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사진=김예리 기자

 

문 대표는 중국동포들이 언론보도에 무감각한 경지에 이르렀다고 했다. 한국언론은 과거 사스(SARS) 국면이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영화 청년경찰 등 사태가 터질 때마다 대림동 등 중국동포 밀집지역을 찾아 타자화하는 보도를 이어온 터다. 최근 대림동 취재엔 내국인점주들까지 분노했다. 코로나19 사태에 지방자치단체가 대림동 소독방역에 나서자 언론사 8곳에서 취재를 왔다. “내국인 상점 사장들이 나와 언론사에 왜 매일 대림동에만 와서 찍냐고 항의했어요.”

 

대림동의 중국동포들은 절박감에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중국동포 매체들은 최신호 1면에 영등포구청이 동포 단체와 코로나19 예방 대책회의를 연 소식을 나란히 실었다. 중국동포 단체들은 대림중앙시장 일대에 자발적으로 감염예방 지침을 배포하고 있다. 귀한동포연합총회는 최근 소독기를 구매해 거리를 소독하는 모습을 홍보했다. 중국동포 사회에서 확진자가 나오면 대림동은 (과거 확진자가 나온) 강남이나 용산 정도가 아니라 작살이 난다는 위기감에서다. 김동훈 서울서남권 글로벌센터장은 국내 민간단체 가운데 이렇게 적극 감염병 예방과 방역 캠페인을 벌이는 단체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포털 뉴스페이지 대림동 르포검색 결과 갈무리.

 

종편 틀어두기 어려워, 청년경찰은 트라우마중국동포 매체에 진짜 삶이 있다

문 대표는 중국동포들이 국내 주류언론을 찾아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언론 속 중국동포 이미지부터 실제와 달라 못미덥다. 나아가 이들을 두렵게도 한다. 한국사회가 중국동포들을 어떻게 여기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나서다. 중국동포가 보도에 언급되는 때는 범죄사건, 그것도 가해자가 중국동포인 경우다. “대림동의 지역 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민의 한 사람으로 어떻게 살아가려 노력하는지는 (보도에) 없어요.”

 

특히 종합편성채널 시사프로그램은 중국동포로선 틀어놓기 어렵다. 무지와 편견은 호칭에서부터 드러난다. “종편 일부에선 범죄사건을 언급하며 조선족을 써요. ‘조선족호칭도 중국동포로 써야 한다고 정리한 지 오래예요. 조선족은 중국이 56개 민족을 나누면서 만든 말이라, 한국에서 부르면 한국족과 조선족이 근본부터 다르단 뜻이에요. 최근엔 보수언론과 정치권까지 코로나19를 두고 우한폐렴, 우한폐렴해요. 세계보건기구(WHO)까지 말리는데 꼭 그렇게 할 이유가 뭔가요. 국민이 그렇게 생각한대도 아니라고 말하는 게 언론 아닌가요?”

 

영화 청년경찰’(2017)은 중국동포 사회에 트라우마다. ‘청년경찰은 대림동을 경찰들도 가기 꺼리는 무법지대로 묘사하고, 중국동포를 장기밀매 범죄집단으로 그렸다. 영화 황해’(2010), ‘신세계’(2013), ‘악녀’(2017), ‘범죄도시’(2017) 등도 중국동포들이 장기밀매나 청부살인업자로 그린다. 이에 중국동포 언론사들이 모여 대책 포럼을 연 적도 있다. 문 대표는 포럼에서 한국 언론이 언젠가부터 극소수 중국동포의 범죄를 이슈화하며 국민에게도 선입견을 심었다. 영화들도 그 영향을 받아 범죄 이미지를 부각하고 양산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

 

중국동포 매체들은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과 구로구 가리봉동을 비롯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배포된다. 사진=김예리 기자

 

중국동포들이 주축이 돼 언론 모니터링을 한 적도 있다. 관영매체만 허용된 중국에서는 보도를 감시한다는 개념이 생소한 탓에 동북아평화연대가 서울시 후원을 받아 관련 교육을 했다. 20여명이 모니터한 결과 중국동포를 언급한 기사의 54%가 범죄 관련이었다. 모니터링을 이끌던 박연희 조각보(이주한국인여성 평화운동단체) 공동대표는 술 마시고 다퉈도 중국동포가 하면 기사가 되고, 거기에 또 욕 댓글이 달린다. ‘조선족이란 단어를 쓴 기사에는 댓글이 더 안 좋다고 했다.

 

이처럼 내국인 언론에 신뢰가 낮은 상황에서 중국동포 매체는 정보전달의 중추 역할을 한다. 매체들은 국내 주류언론이 관심 두지 않는 중국동포 관련 출입국 정책을 설명해준다. 가수 백청강 인터뷰나 설맞이 문예공연 소식 등 동포사회 뉴스도 전한다. 문 대표는 국내 언론엔 칼부림소식뿐이지만, 중국동포 매체를 보면 실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고 생각하는지 엿볼 수 있다고 했다.

 

한중포커스신문은 다른 중국동포 매체에 비해 의견기사와 생활법령 소식을 많이 다룬다. 청년경찰 사태 땐 법률대응과 서명운동 과정을 따라가며 기사와 논평을 냈다. 문 대표는 중국동포 매체는 10여년 간 다른 중국동포 매체에서 기사를 써왔지만, 비판적 의견기사도 자유롭게 쓰고 싶어 2016년 새 매체를 창간했다. 편집위원들에게 정기·비정기 기고와 기사를 받고, 나머지 기사는 문 대표가 도맡고 있다.

 

문 대표는 국내 언론사들에 대림동을 찾는다면, 취재에 앞서 답을 정해두지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국은 이제 다문화사회로 가는 길을 부정할 수 없어요. 서로 다른 문화를 안아야 하는데, 언론이 오히려 사실을 다르게 보도하고 차별을 조장하는 모습에 안타깝습니다. 언론이 동포사회가 내국인사회와 어떻게 섞여가고 있고, 과거와 어떻게 다른지 답을 열어두고 오길 바랍니다.”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페미니즘 이름 걸고 '소수자 혐오'를 하다니"

[여대의 트랜스젠더, 그가 남긴 질문 ] '페미니즘'이란 무엇인가

 

<프레시안>이 각기 다른 입장의 숙대 학생들을 만나 'A 씨 사태'가 남긴 과제들을 이야기해봤다. 지난 회차에서는 먼저 스스로 래디컬 페미니스트(급진 페미니스트)’라 소개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번 회차에서는 ‘A 씨의 입학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던 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A 씨가 입학을 포기한 뒤인 지난 10, 숙명여대 학내 게시판에는 여전히 A 씨의 입학을 둘러싼 대자보가 붙어 있었다. 대부분 '입학을 반대한다'는 내용이었다. 색색의 포스트잇이 '동의한다'며 지지를 표하고 있었다. 그 사이사이 깨끗한 대자보가 눈에 띄었다. 'A 씨의 입학을 환영한다'는 내용이었다.

 

대자보를 건 주인공은 나수빈(법학 17), 소수자위원회의 장태린(법학 17). 두 학생은 학내 인권동아리에서 함께 활동했다. '탈브라 운동'과 같은 페미니즘 운동을 주도하는가 한편, 학내 인권침해 사건에 대응하고 또 '무지개 주간'을 만들어 성소수자 연대 활동을 펼쳐 왔다.

 

강경한 목소리 속에서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걸 때 무섭지 않았냐는 질문에 나 씨와 장 씨는 "인권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욕을 워낙 많이 먹었다"며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왜 남자인권을 챙기느냐'는 항의를 많이 듣는다""성소수자 인권과 여성인권이 완전히 나뉜 것이라 생각지 않는다"고 소신을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A 씨의 입학을 환영하며 학내 혐오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입학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썼다. 굉장히 용기있다고 생각했다.

장태린(이하 장) : A 씨는 법적으로 성별정정을 하고 정시모집으로 들어왔다. 절차적으로 문제가 될 게 없었다. 트랜스젠더가 익숙하지 않아서 거부감은 있을지언정 입학은 할 수 있다 생각했다. 그런데 입학을 취소하라하고 성별 정정하는 사법체계까지 문제 삼는 걸 보고 심각하다 생각했다.

 

나수빈(이하 나) : A 씨의 입학이 이렇게 크게 문제가 될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물론 욕은 많이 먹겠다 싶었다. 교내에서 그런 분위기가 고조되고, '트랜스비둘기' 대자보가 붙은걸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름 걸었다고 타격이 오는 건 나중 일이다. 대신 당사자에게 응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컸다.

 

내가 쓴 자보는 트랜스젠더에 대한 전폭적인 지지, 즉 트랜스젠더가 어떤 사람들이고 왜 포용하고 이들과 연대해야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아니다. 그냥 '사법부가 그를 여성으로 인정했으니 입학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내용이다. 강경하게 반대하는 학우들이 핀트를 잘못 잡고 있다는 점을 꼬집고 싶었다.

 

프레시안 : 저는 사실 많이 놀랐다. 여성주의는 보통 성소수자와 연대하지 않나. 여대는 여성주의의 중심 같은 곳이다. 그런 곳에서 성소수자 반대 목소리가 강경했다는 게 사실 충격이었다.

: 2018년쯤부터 트랜스젠더 혐오 분위기가 시작된 것 같다. 한번쯤 이슈가 될 것이라는 생각은 들었다. 2018년에 사건이 있었다기보다는 20대 페미니스트 중심으로 '터프'가 대두되고 그 흐름이 학교 안까지 영향을 미친 것 같다.

 

학교에서는 성소수자 관련해서 가장 크게 있었던 일이 작년 2학기에 있었던 전체학생대표자회의 때였다. 단과대·총학생회·동아리연합회 대표자들을 모아서 하는 회의다. 그때 학생소수자위원회는 '성정체성과 지향성, 나이, 출신지역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학교를 만드는 기구'라고 했다. 그러니 모 단위 대표가 여대에 '성정체성'이 왜 들어가느냐며 항의한 것이다. 트랜스젠더는 정신병이라 생각한다며. 그게 속기록에 남아서 그걸 확인하고 문제 삼아 대자보를 작성했다. 그런데 붙인 다음날에 그게 훼손됐다. 여성혐오적인 발언이라면서.

 

프레시안 : 성소수자와 연대하는 것이 여성혐오적이라는 이야기인가.

: 그렇다. 트랜스젠더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혐오로 몰아가는게 여성혐오라는 논리다. 어떻게 트랜스젠더의 인권을 여성인권보다 우선시할 수 있냐며 논란이 일었다. 인권이 무언가를 우선시하거나 그런 차원의 문제는 아닌데. 그전까지는 개인적인 차원에서 트랜스젠더 배제의 목소리가 있었다면, 그 때를 기점으로 결속한 것 같다.

 

: 우리학교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흐름인 것 같다. 여성들이 페미니즘에 관심이 커지고 운동하고 시위 나가고 하는 게 하나의 유행처럼 번지면서 반대로 깊게 공부하는 게 부족했던 것 같다. 운동하고 시위하는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소비형 페미니즘'을 경계하자는 거다. 트랜스젠더 배제는 페미니즘 운동을 가볍게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흐름이라 생각한다. 그런 외부 분위기가 학교에도 영향을 미친 것이라 생각한다.

 

배제를 통한 결속...장기적으로 운동의 동력 사라질 것

프레시안 : 2015년 메갈리아를 계기로 '페미니즘 리부트' 열풍이 불었다. 그러다 남성 동성애자인 '게이'를 두고 워마드로 분화됐다. 이후로도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고 기혼여성을 배제했다. 페미니즘 운동이 계속 배제로 가는 것이 우려스럽다.

: 혜화역 시위(불편한 용기 시위, 불용시위)에서도 문제가 된 부분이 '생물학적 여성'만 참여하도록 한 것이다. 비웨이브 시위도 마찬가지였다. 두 시위는 각각 불법촬영과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시위였다. 불용시위의 경우 이를 주도하는 그룹 내부에서 기혼여성의 참여를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기혼여성은 가부장제의 부역자라는 이유에서였다.

 

래디컬 페미니스트는 '4B 운동'을 한다. 비혼·비출산·비섹스·비연애다. 기혼여성은 결혼해서 임신하고 아이를 낳으니 4B운동을 안 한 거다. 불용 시위 공식 홍보물에는 트랜스젠더 금지만 내걸고 기혼여성 금지는 내걸지 않았지만, 불용시위 스태프 사이에서도 의견이 나뉘었던 문제다.

 

트랜스젠더의 경우엔, 실제로 불용시위에 한 mtf 트랜스젠더가 참여했었다. 선별되지 않은 거다. 여성으로 패싱(겉모습이 여성으로 치부된다는 의미)된 것이다. 그분이 자기 소셜미디어에 불용시위에 갔다 왔다고 후기를 올리자마자 엄청난 비난이 쏟아졌다. '트랜스젠더면서 왜 왔냐', '여성들의 아픔에 공감하느냐'라면서. 혜화역 시위가 엄청난 인원을 동원하고 사회적으로 큰 화제가 됐음에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이유다.

 

다른 소수자들, 트랜스젠더도 불법촬영의 대상이 될 수 있지 않나. 그럼에도 '순수한 여성만 시위 참여가 가능하다'고 프레이밍했다. 그렇게 되니 외부의 안티 페미들은 '페미니즘은 저런 거다' 생각하게 하고 트랜스젠더에 연대하는 페미니스트들에게는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들었다. 올바른 운동방향은 아닌 것 같다.

 

프레시안 : 왜 그런 전략을 채택했다고 생각하나.

: 가부장제라는 거대악과 싸워야 하는데 그건 장기적이고 거대하다. 당장 뭔가 했다는 성취감을 위해서는 단일 의제에 힘을 쏟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니 소수자 안에서도 더 소수자인 트랜스젠더를 공격함으로써 결집하는 것이다.

 

지금의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게 탈코르셋이다. 그런데 탈코르셋한 여성과 mtf 트랜스젠더를 두고 누가 남성이고 여성인지, 젠더퀴어인지 구분이 안 된다. 그런데 '나는 염색체가 XX', '주민번호가 2 또는 4로 시작하는 진짜 여성이야' 이런 식으로 소수자 사이에서 위계를 만든다. 그러면서 '나는 약자 중에서도 제일 약자'라는 프레임을 가져가는 것이다. 자신의 약자성에 집착하는 것 같다.

 

: 불용시위나 비웨이브시위는 그런 사람들의 운동 전략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생각한다. 배후에 누가 있고 누가 중심축에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여성들은 엄청나게 분포돼있고 하나로 결집하는 게 쉽지 않다. 낙태죄 폐지나 불법촬영도 마찬가지다. 이런 의제에서 여성들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전략으로 퀴어 혐오를 전략적으로 채택한 게 아닐까 싶다. 외부에 적을 만들어야 내부가 결집되니까. 우리 집단이 결집하기 위해서는 '남성' 이상의 적이 있어야 하는 거다. 그 과정이 또 위트있어야 하고.

 

메갈리아가 흥했던 것도 남성들이 여성을 조롱하던 걸 차용해서 유쾌하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전략과 비슷하게 트랜스젠더를 배제하면서 '우리는 진정한 여성이고 우리가 우리를 위해 싸우자' 이렇게 하는 것이다.

 

탈코르셋 운동을 예로 들면 그냥 '탈코하자' 하면 사람들에게 잘 와닿지 않는다. 그러니 트랜스젠더여성을 타겟으로 삼는다. '여자라고 우기는 애들이 코르셋 한거 보면 웃기잖아, 우린 저런 거 하지 말자!' 내지는 남성들 중에서도 꾸미는 사람들을 지목해서 '쟤네 좀 봐, 웃기잖아!' 이런 전략이다. 왜 탈코르셋을 해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게 아니라 반사적으로 효과를 가지고 오려는 생각이 있다고 본다. 4B 운동도 마찬가지다. '남자를 사귀지 말자' 이런 게 아니라 '저거 봐, 기혼 여성들 결혼해서 애기낳고 저렇게 살잖아. 쟤네 한심해' 이런 식으로. 결과적으로 그 사람들을 배제하게끔. 운동의 동력을 위한 혐오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자칭 래디컬 페미니스트라 주장하는 개개인을 만나면 트랜스젠더에 대해 진짜 '악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전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잘못된 행동이다. 이번 일까지 결과적으로 '여성'이라는 범위를 점점 축소시키고 있다. 20대 엘리트 여성만 모아서 단일 의제를 빨리 해치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아닐까. 그런 맥락에서 트랜스젠더 혐오가 필수불가결한 것 아닐까 싶다.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결국엔 다 배제하니까 길게 봤을 때는 좋은 전략은 아닌 거 같다

 

프레시안(조성은)

 

트랜스젠더 입학과 학내 안전은 별개의 문제

프레시안 : 학교에서 '반대' 주장의 대부분 근거가 안전 문제였다. 일리 없는 이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 저희도 안전문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제가 입학한 2017년부터 외부인 남성에 의한 크고 작은 사건들이 있었다. 실제로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물리적인 위협이 있었다. 여성들이 공포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그 공포심을 해결하는 방법이 트랜스젠더를 배제하고 여성들을 고립시키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대'라는 공동체는 '여성들만 있는 공간'으로, 사회적 신비감, 대상화 이런 것들이 있었다. 깨끗하고 평화로운 곳. 예전에 고대생들이 이화여대 축제 때마다 침입해서 폭력을 행사했던 건 그런 대상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외부인들은 내부가 어떤지 모른다. 그런 환상은 내부에 들어가고 싶은 욕망을 부추긴다. 계속 '금남의 구역', '아무도 침입해선 안 돼' 이런 인식을 심어주는 게 안전한 공동체를 만들어줄까.

 

: 진짜 여성들만의 공간을 만들 거면 트랜스젠더 반대가 아니라 반 남교직원 운동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트랜스젠더와 안전 문제를 엮어서 '트랜스젠더가 들어오면 안전이 침해된다' 할 게 아니라 '안전하지 못한 공간이니까 경비인력을 늘리자' 라는 조치가 취해져야 하는 거다. '남성을 막자', '남성 패싱된 사람을 막자', 이런 게 좋은 해결책은 아닌 것 같다. 오히려 탈코르셋한 여성들이 남성으로 오해받아 정문에서 잡히는 경우도 있다.

 

프레시안 : 그래도 여성들끼리만 있으면 좀 더 안심이 되는 건 사실 아닌가.

: 여성들만 있는 공간이 안전하다는 것도 학교의 주요 여론이다. '여성들만 있으면 안전하고 폭행당할 일이 없다'는 식이다. 사실 그렇지 않다. 여성들끼리만 있어도 폭력은 일어난다. 성폭력도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사이버불링을 하고 물리적 위협을 가하는 사람들도 여성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정체화한 사람도 있다. 여성만 있어도 안전하지 못할 수 있는데 남성이 들어와서 안전이 해쳐진다고 생각하는 게 더 여성혐오적인 것 같다. '여성들은 다 착해, 안전해, 무해해' 여성은 단일한 집단이 아닌데 무조건 안전하다고 해버리는 거다.

 

: 그리고 일반 시스젠더 헤테로 남성과 mtf 트랜스젠더를 동일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도 잘못됐다. mtf 트랜스젠더는 자신의 성별정체성을 여성으로 놓고 바디 디스포리아로 괴로워하고 목숨을 걸고 성별정정을 받는다. 돈과 시간, 아픔을 겪고 여성이 됐는데 그런 사람한테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으니까 들어오지 마'라고 한다.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여대에 그런 이유로 들어올까 하는 의문이다. 낙태죄 폐지 반대 논리랑 비슷한 것 같다. 낙태죄가 폐지되면 여성들이 문란해지고 낙태가 횡행할까.

 

트랜스젠더가 우리학교 들어와서 성폭력 안 할 거라 장담할 수 있냐는 말도 있는데, 근거도 없다. 이건 난민 혐오와 비슷한 거 같다. 난민이 성폭력을 저지를 거라는 공포심과 비슷하다. 그 사람들은 범죄를 저지르면 본국으로 추방당할까봐 더 조심한다.

 

: 범죄를 절대 저지르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사람이 문제인거지 난민이어서, 트랜스젠더여서는 아닐 거라는 말이다. '트랜스젠더니까 범죄를 저지를 것이다!' 이건 정말 혐오다. '여자들은 나약하다', '여자들은 수동적이다' 이런 여성혐오와 무엇이 다른가. 페미니즘 이름을 걸고 트랜스젠더를 혐오하고 동성애자를 혐오하고 기혼여성을 혐오한다. 인권운동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화나는 일이다.

 

프레시안 : '여대'니까 여성들만을 위한 공간이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 제가 학소위 입장문에도 썼지만 '여자대학교'가 생긴 이유는 여자들은 대학교를 비롯해 교육의 기회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여성들의 교육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여자대학교다. 젠더 위계 속에서 약자인 여성을 위한 것이다. 우리 학교가 만들어진지 100년이 넘었다. 지금은 그때와 달리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학을 못가는 경우는 없다. 아예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화여대 김혜숙 전 총장님이 '여대의 목적은 소멸에 있다'고 했다. 우리사회가 여대를 만든 건 성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다. 여대의 소멸과 성평등은 이어져 있다. 젠더 위계 속에서 더 차별받는 트랜스젠더, 젠더 퀴어 등 소수자들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게 여대의 역할이 아닐까 싶다.

 

mtf 트랜스젠더의 경우엔 남고 나온 게 알려지면 아웃팅 당하는 거다. 트랜스젠더들은 자기들끼리 '졸업장이 없다' 이런 농담을 한다. 상급학교에 진학하거나 나온 학교를 밝히는데 어려움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게 여대의 설립 이념에도 맞지 않나. '시대에 발맞춘 여성 리더'를 양성하는 게 우리학교의 이념이다. 사회적 소수자에게 더 많은 경험의 기회를 주고 그들을 양성해 사회에 내보내야 한다. 배제하고 차별하는 게 숙명여대의 이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배제와 차별에 저항하는 게 숙대의 이념이다.

 

여대는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해왔다. 우리 세대 전까지만 해도 '숙대 졸업앨범에서 결혼할 사람 찍어간다'는 얘기도 있었고, '여대면 시집 잘가려고 간다'는 편견도 있었다. 그 전 세대는 '여자가 대학가서 뭐하냐'는 소리도 있었다. 그런 차별에 싸워왔다. 여성의 활동반경을 넓히고 여성은 이런 것도 할 수 있다는 것 보여주는 게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은 무엇인가. 여대의 반경을 좁히고 '진짜 여성'을 구분지음으로써 목소리를 줄이고 있다.

 

숙대. 프레시안(조성은)

 

여성, 'XX 염색체'만으로 정의되는 존재는 아냐

프레시안 : 이 사안을 보면서 '여성'이란 무엇일까 고민하게 되더라. '여성'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스스로를 왜 '여성'이라 생각하나.

: 어려운 질문이다. 확실한 건 염색체로만 정의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염색체는 불안정하다. XXXY가 성염색체라고 알고 있는데, 간성도 존재하지 않나. 성을 구분 짓는 부분은 전체 염색체 중에서 아주 아주 일부분이다. 여기서 성을 결정하고 실수로 오류가 나면 간성이 될 수도 있고 성기 모양도 사람마다 다르고 성기를 두 개 다 가지는 사람도 있다. 성염색체가 무조건 우리 성별을 결정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과학이 명확한 답을 주지 않는다면 '왜 여성이라고 생각하는가', 사회가 나를 여성으로 정체화했고 바디 디스포리아가 없고 나도 거부감이 없고. 그래서라고 생각한다.

 

'주민번호가 24로 시작해야 여자다', '우리는 국가가 여자라고 인정했으니까 여자다'라는 주장이 있는 것도 안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선배 페미니스트들은 국가가 여성을 착취하는 걸 반대하며 국가가 여성이라는 존재에 정의내리는 것에 저항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 '국가가 여성이라 인정했으니까 여성이다'라는 건 모순이다. 국가와 여성의 관계에 대해 다시 질문해야 한다. 절대적인 근거가 될 수 없는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트랜스젠더의 성별에 대해서도 왈가불가 할 수 없다.

 

: 재미있었던 게, A 씨 사태에서 단톡방을 만들어 혐오분위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단톡방에 들어가려면 주민등록증과 목소리, 손과 손목을 인증해야했다. A 씨는 이미 성별정정을 거쳤기 때문에 주민등록번호 앞자리도 2로 시작한다. 호르몬제를 맞아 목소리가 높아지고 손이 가늘어지면 그 단톡방에 들어갈 수 있는 거다. 그들의 논리에 따르면 여성이 아닌데 여성이 되는 것이다. 웃기지 않나. 여성을 구분 짓는 지표가 유동적이고 비논리적이다. 반대로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이 생각하는 여성은 뭔지.

: 탈코르셋 운동에 반동적이기도 하다. 호리호리하고 날씬한 몸매에서 탈피하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아닌가. 그것도 사회가 부여한 여성성이니까. 그런데 손목이 굵고 손이 두툼하면 단톡방에 못 들어가는 것이다.

 

: 트랜스젠더 혐오 논리 중 하나가 '우리는 우리를 옥죄는 코르셋을 벗는데 쟤네는 머리 기르고 화장하고 짧은 옷 입네, 여성혐오적이야!' 이거다. 그런데 반대로 변희수 하사를 보고는 '쟤는 남자같이 있으면서 왜 여자라는거야?'라고 반응한다. 이중적이다.

: 박한희 변호사가 쓴 글을 봤다. 그분은 어렸을 때부터 바디 디스포리아가 있었고 스스로를 여성으로 정체화했지만 여전히 레고를 좋아하고 로봇을 좋아했다고 했다. 그래서 포항공대도 갔다. 남자 애들이 좋아할만한 거 좋아했지만 여성으로 정체화했다. 이게 커뮤니티에 올라왔을 때 댓글이 '그러면 왜 스스로를 여자라 생각했냐' 이런 식이었다.

자기들이 여성의 범주를 한정해놓고 거기 해당하지 않는 사람을 소거하는 형태로 계속 분리한다. 동시에 그런 사람들이 또 사회적 여성성을 수행하는 것을 비난한다. '왜 인형 좋아한다 그래?', '인형 좋아하면 여자야?' 이렇게 이중적으로 모순되는 주장을 하는 거다.

 

페미니즘 운동의 본질은 '존버'에 있다

프레시안 : 조금 더 어려운 질문을 해야겠다. 페미니즘 운동이라는 건 뭐라고 생각하나.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 저는 페미니즘은 자신의 정체성과 지향성, 사회적 배경에 의해 차별받지 않도록 하는 운동이라 생각한다. 더 많은 약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어떤 소수자들이 사회에 존재하는지를 더 예민하게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가진 약자성은 이렇지만, 상대적으로 어떤 부분에서는 강자성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한다.

 

저는 제가 이렇게 언론을 통해 발언을 할 수 있는 것이 어떤 부분에서는 저도 약자지만 수도권에 거주하고 중위권 이상의 대학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강자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런 환경에 놓여있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다. 새벽에 출근해서 밤에 퇴근하는 사람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이 페미니즘 운동에 관심을 가질 수 있을까. 생존이 가장 큰 문제인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일부 래디컬 페미니스트들은 그런 사람들에게조차 '왜 페미니즘 운동에 동참하지 않느냐'고 질책하고 조롱한다. 결국 그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2015년에 페미니즘 리부트는 '나는 이런 차별을 받았다, 힘들었다' 이런 차별의 경험을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건 당연히 필요하다. 그동안 공기처럼 만연했지만 공론화되지 못한 문제니까. 5년 이상 지났는데 아직까지도 '내가 제일 약자야, 힘들어' 이렇게 고통을 전시하고 상대적인 약자성을 쟁취하기 위한 운동으로 머물러 있는 것은 우려스럽다. 앞으로 방향을 더 생각해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분에서는 성공했고, 어떤 부분에서는 부족했다는 걸 고찰해야한다.

 

: 저는 '쓰까들이 잘 버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말하는 게 지금 운동을 하는 친구들과 선생님들에게 잔인하고 어려운 말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많은 운동들이 있었다. 노동운동만 해도 남성 중심적이었다. 내부에서 여성혐오가 일어나고 여성들은 노동운동의 역사에서 쉽게 지워지곤 했다. 그런 분위기를 점차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고 노력해줘서다. 힘들고 죽을 거 같고 여자라는 이유로 모멸감을 느끼고 모욕적인 일을 겪으면서도. '존버'라고 하지 않나. 존버하면서 그걸 바꾸기 위해 수십년 버텨서 민주노총 안에서도 여성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서 성차별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런 식으로 버티고 노력하면 조금씩이나마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지금은 절망적이지만.

 

계속 버티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이야기를 하고 '우리가 가는 방향이 이건 아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힘내서 버티자고 하고 싶다. 소비성 페미니즘을 지양하고 사유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자고. 요약하자면 '성찰하지 않는 운동은 지속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프레시안(조성은)

 

프레시안 : '성찰하지 않는 운동은 지속성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번 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 터프의 동력은 혐오와 차별이다. 당장은 재밌고 쉬우니까. 눈에 띌 수는 있지만 이건 절대 오래갈 수 없다 생각한다.

: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지금 많은 영영 페미니스트들이 엘리트 중심의 페미니즘과 그걸 선망하는 걸 탈피했으면 좋겠다.

 

'내 삶의 페미니즘' 찾았으면

프레시안 : 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나.

: 자신의 삶의 영역에서 어떻게 바꿀지를 논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페미니즘 운동은 '공부하고 책 읽고 시위해야한다' 이렇게 고착화된 것 같다. 그게 잘못됐다는 건 아니지만 노동자는 노동의 현장에서, 학자들은 학문의 영역에서.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걸 하면 된다. 그리고 언젠가 필요할 때 연대하면 된다. 근데 '넌 왜 시위 안해?'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가령 화장품 매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있다고 했을 때, 그 사람은 화장을 하는 게 일이고 생계인데 왜 탈코르셋하지 않느냐고 말하는 것이다. 그는 '코르셋'에 부역하고 있으니 페미니스트가 될 자격이 없나. 그런 식으로 검열하고 자격을 부여해서 '너는 진짜 페미니스트야, 혹은 아니야' 이렇게 나누는 것을 지양해야한다.

페미니즘 운동은 가부장제 권력에 저항하는 운동이다. 그런데 그걸 답습해서 페미니스트 안에서도 누군가가 더 권력을 쥐고 위계를 나누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정말 맞지 않다고 본다.

 

: 여성들이 좀 더 이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그래도 된다. 당장 내 삶이 힘들면 페미니즘을 이용해 개선시킬 수 있다. 화장 안하고 일터에 가고 싶은데 화장하라고 강요한다면, 페미니스트들에게 도움을 청할 수 있다. 그렇게 화장 안할 수 있는 권리를 쟁취하는 거다. 꼭 엄청난 대의제, 낙태죄 폐지 같은 것이 내가 해야 되는 일이고 할 수 있는 일만은 아니다.

 

서프러제트 운동을 돌아봤을 때 물론 여성운동계의 엄청난 역사인 것은 사실이지만 서프러제트도 투쟁 막바지에는 참정권을 얻기 위해 전쟁이 일어나는 것에 동의했다. 그런데 전쟁이 일어나면 죽어나는 것은 하층민 여성이다. 투표권을 얻었어도 하층민 여성들의 삶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엘리트 여성들이 결국 하층민 여성들의 삶과 투표권을 거래하는 방식으로 동지들을 내줬는데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래서 같은 페미니스트라해도 사람들이 좀 더 이기적이었으면 좋겠다. 엘리트주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지만 그것이 페미니스트 그룹 내의 위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레시안 : '성차별이야말로 인류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차별, 최후의 차별이 될 것이다'라는 말에 동의한다. '터프'라는 집단은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의제에서 여성주의를 앞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게 반드시 틀린 말은 아니지 않나.

: 인권을 '챙긴다'라는 표현을 쓴다. 마치 어떤 인권과 또 어떤 인권이 있으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식이다. 그 사람들은 세상이 이렇게 생겼다면 성차별이 여기 있고 노동 차별이 여기 있고 퀴어 차별이 여기 있고, 이런 식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데 가부장제를 크게 놓고 봤을 때 성차별만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속에 퀴어 혐오도 있고 노동 혐오도 있다.

가부장제의 '정상성'이 무엇인가. 1세계 남성, 백인, 중산층, 이런 식이다. 페미니즘은 이에 맞서는 것이다. 장애인 혐오, 빈곤 혐오 이런 의제들은 다 맞물려 있다. 거기서 성차별이라는 영역만 없애려는 것은 비현실적이다.

 

사람의 정체성은 하나로 규정되지 않는다. 여성이면서 학생이고, 노동자이고 아시아인일 수도 있다. 속칭 '쓰까'(인권을 이것저것 '섞는'다는 조롱의 의미)라고 한다. 여성운동만 해도 모자란데 여러 의제를 섞는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너무 당연한 거라 생각한다. 인간이 어떻게 하나의 정체성만으로 존재하나. 우리는 여러 사회적 상황에 놓이고 그걸로 나라는 사람이 구성된다. '여성이니까 여성운동을 먼저 해라' 이 전제 자체가 비현실적이라 생각한다.

 

: 오히려 반문하고 싶다. 생물학적 남성과 생물학적 여성간의 계급이 없어지면 모든 차별이 사라지나. 1세계 중산층 백인 여성과 제3세계 유색인종 여성의 관계가 평등해질까. 그런 여성들을 위해서는 다른 운동이 계속 더 필요하다. 그러니 페미니즘 운동을 하면서 다른 운동도 함께 할 수밖에 없다.

페미니즘은 단일하게 존재할 수 없다. 성차별은 다른 것들과 연결돼 있다. 성차별이 가장 공고하고 여성이 차별의 근본적인 존재라는 것은 역설적으로 다른 운동을 함께 해야 여성해방이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프레시안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나.

: 저는 이번 사태에서 일부 여성주의 학자 선생님들에게 실망했다. 어떤 분들은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면 안되지만 트랜스젠더를 혐오하는 배경도 이해해줘야한다' 이런 말을 한다. 성차별 사회니까 이렇다는 식으로 말씀하시는데 정말 비겁하다고 생각한다. 그분들도 분명 알 것이다. 같은 층위의 문제가 아니다. 트랜스젠더 혐오는 여성들이 하나의 권력을 휘두른다는 것을 본인들도 잘 알 것이다.

딱 그거다. '하층민 남성 노동자가 왜 여성혐오를 할까' 했을 때 '삶이 너무 힘들어 그런다'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다. 노동문제, 하층민 문제가 해결되면 여성혐오가 없어지나. 여성혐오 자체가 잘못됐다 말해야 하는데 '걔네도 사정이 있다, 이해하고 도와줘야 한다' 이렇게 말하는 건 진짜 비겁한 거다.

 

: 저는 시스젠더(생물학적 성별과 성정체성이 일치) 헤테로(이성애자) 여성이고 여대에 다니고 있다. 소수자 인권운동을 하면서 '너는 왜 여자면서 트랜스젠더 인권을 이야기해?', '왜 여성인권을 우선하지 않아?'라는 비판을 듣곤 한다. 그런데 저는 여성인권을 이야기해야 하기 때문에 소수자 인권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대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고. 여대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여대를 거쳐 간 선배들이 그랬듯이 우리 선배들이 여대, 여성, 여대생이라는 말이 가진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싸워왔고 우리도 경계를 부수고 넘기 위해 계속 투쟁해야 한다. 나는 앞으로도 다른 소수자들의 권리를 이야기할 것이다. 소수자성을 가진 여성으로서 경계를 넘자는 말을 할 것이다. 여자대학교의 목적은 거기에 있다고 믿는다.

아무리 혐오자들이 계속 '너는 남성인권 챙기냐' 말을 해도 인권은 무엇을 먼저 챙기는 문제도 아니고, 남성인권을 챙기는 건 더더욱 아니고 내가 가는 방향이 절대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도 계속 이런 목소리를 낼 것이다.

 

: 하나 더. 일부 남성들이 이번 일을 가지고 여대를 폐지하라느니, 페미니스트들은 평등을 이야기해놓고 자기들은 차별한다 이런 말을 안했으면 좋겠다. 그럴 자격이 없다프레시안 조성은 기자

 

한겨레 칼럼 민주당의 정체는 무엇인가

[아침신문 솎아보기] “민주당만 빼고칼럼 검찰 고발 논란, 취하했지만 오만은 반드시 심판당한다비판 이어져세계일보 민주당, 문빠에 휘둘려

오늘도 더불어민주당의 민주당만 빼고칼럼 검찰 고발을 두고 비판이 이어졌다. 앞서 민주당은 14일 당을 비판하는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검찰 고발을 취하했지만, 제대로 된 사과가 없었다는 비판이다. 17일자 조간에선 민주당의 오만을 지적하는 지면들이 눈에 띄었다.

 

서울신문은 자당을 비판하는 칼럼을 쓴 교수와 언론사를 고발했다가 여론에 밀려 이를 취하한 더불어민주당이 쏟아지는 사과 요구에도 추가 입장 발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촛불정부를 자임한 집권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만 바라보는 근시안적 행보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연일 거세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번 사건이 과거 조국 사태에 이어 다시 진영논리에 따른 대결 구도를 만들어 낼 경우 결국 정부여당에 부담이 될 것이란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17일자 8.

 

조선일보는 대법원의 2018'국정원 댓글 사건' 판례 등을 보면, 임 교수 칼럼은 선거운동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사전 선거운동으로도 볼 수 없다는 게 상당수 법조계 인사의 해석이다. 당시 대법원은 선거운동을 후보자의 당선 혹은 낙선을 도모한다는 의사가 객관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대법원은 그런 행위가 이뤄진 시점에 후보가 확정됐는지, 통상적인 선거운동이 본격화됐는지를 기준으로 삼았다. 선거운동에 해당하려면 후보자가 특정돼야 하는데 아직 후보자가 정해지지 않았다. 이번 칼럼은 위법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언론중재위원회 산하 선거기사심의위원회의 권고결정을 두고 심의위의 공정보도 심의기준은 선거법보다 더 수위가 높고 세부적이다. 임 교수의 칼럼이 선거법 위반이 아니더라도 심의 기준에는 걸릴 수 있다. ‘심의위 기준이 선거법보다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 17일자 3.

 

중앙일보는 민주당 지도부 중심으로는 취하했으니 그걸로 끝내자’(홍익표 수석대변인)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전한 뒤 열성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대리전을 자처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지지 운동 조국 백서에 참여한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는 지난 15일 중앙선관위에 공직선거법 제254조 위반으로 임 교수를 신고했다. 친여 성향 활동가들은 소셜 미디어에 ‘#우리가_고발해줄게란 해시태그를 달고 임 교수와 경향신문에 대한 형사고발 운동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민주당이 문빠를 비롯한 극성 지지세력에 휘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만 모르는 민주당의 오만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민주당은 임 교수가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했다. 편 가르기의 진영 논리로 위기를 일시 모면하려는 꼼수라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도를 넘는 여권의 일부 극렬 지지자들로 인한 폐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들은 정치적 고비마다 반대편 인사에 대해 무차별 신상털기와 문자폭탄 테러를 가해 왔다. 이런 집단행동이 정상적 비판 여론까지 위축시켜 온 게 사실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당이 보여 온 태도다. 열렬 지지층의 비이성적 행위에 모호한 태도로 일관하는 위선을 보여 왔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논란의 중심에 있는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는 16민주당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 데 대해 저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사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익명의 민주당 최고위원은 조선일보에 지난 14일 비공개회의에서 다수의 참석자가 제대로 사과하자’ ‘선거 앞두고 더 이상 논란을 만들지 말자고 요청했는데 당이 너무 황당한 대처를 했다“17일 지도부 회의 때 다시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이해찬 대표는 같은 날(14) 비공개회의에서 학자가 언론에 쓴 칼럼을 두고 정당이 이렇게 (검찰 고발)하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고 당 공보라인을 질책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이 불필요한 오해와 소모적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하루속히 공개적이고 당당한 사과를 하는 게 옳다. 아울러 열렬 지지자를 향해서도 자제를 촉구하는 게 마땅하다. 그게 집권당다운 태도다라고 했다. 민주당의 한 비주류 의원은 중앙일보에 이번 일은 논조와 관계없이 기성 언론을 적대시하는 일부 당권파의 비뚤어진 인식이 빚은 참사라고 말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동호 대통령연설비서관이 16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고 지적하면서 여권에 적지 않은 파장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 비서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파국을 걱정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작은 승리를 큰 승리로 착각한 자들에 의해 파국이 시작된다시대에 맞춰 유연해져야 한다. 진보의 미덕은 한 번 세운 뜻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었을 때, 과감히 그 시대와 함께 사라져야 한다. 극단에서 항상 극단으로 가는 것 같다고 적었다.

 

동아일보는 이 같은 글을 두고 청와대 현직 비서관이 당내 상황에 대해 비판적 의견을 제시한 건 이례적으로, 그만큼 청와대 내에서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둘러싼 여론이 심상치 않음을 감지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해석한 뒤 일부 여권 지지층들이 시대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진영논리 프레임에 빠지면서 갈등을 키운 것 아니냐는 비판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 17일자 27.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는 민주당의 정체는 무엇인가란 제목의 한겨레 칼럼을 통해 임미리 교수 고발 사건이 충격적인 것은 민주당이 자신의 역사와 정체성의 핵심인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나선 데 있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고갱이가 아닌가라고 되물으며 민주당은 어떤 가치를 추구하고 어떤 세상을 꿈꾸는 정당인가? 선거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기회주의와 철학의 빈곤’, ‘조국 사태에서 드러난 이중잣대와 특권의식, 임미리 교수 사건에서 표출된 오만과 반민주성. 최근 벌어진 일련의 일들을 보며 민주당의 정체가 문득 궁금하다고 꼬집었다.

 

김누리 교수는 민주당은 민주주의의 역사를 계승해온 보수정당이고, 한국당은 독재의 전통에 뿌리를 둔 수구정당이다. 대한민국은 보수와 진보가 경쟁하는 정상적인 정치 구도를 가진 나라가 아니다라고 지적하며 두 거대정당은 차이가 거의 없기에 역설적으로 더욱 극적인 대립을 과장한다. 수구와 보수가 결탁한 이 강고한 기득권 정치계급을 타파하지 않는 한 헬조선은 결코 극복될 수 없다. 민주당의 시대적 사명은 좋은 보수를 자임함으로써 가짜 보수를 퇴장시키고, 자신의 왼쪽에 진짜 진보의 공간을 열어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최문선 한국일보 정치부장은 같은 날 오만은 반드시 심판당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선천적 장애인은 후천적 장애인보다 의지가 약하다며 타인의 의지를 감히 계량했다. 정봉주 전 의원은 진짜 민주당원 감별사를 자처하며 금태섭 의원은 가짜라고 낙인찍었다. ‘안철수 싱크탱크 출신이 쓴 칼럼은 불순하다며 임미리 교수를 고소한 민주당은 권력을 비판할 자격을 따졌다. 그리고 끝내 사과하지 않음으로써 민주라는 이름을 누더기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한국일보 17일자 30.

 

최문선 정치부장은 “(서초동 집회에서) ‘검찰 개혁만 외치고 조국 수호엔 입만 벙긋한 사람이 꽤 있었다. 촛불로 세운 정권을 그래도 지켜야 한다는 마음들이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다는 어느 민주당 의원의 말을 전하며 임미리 교수의 칼럼은 그 마음들을 투박하게 짚은 글이다. 이러려고 촛불 들었나 자괴감이 드는 마음들. 민주당이 임 교수 칼럼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여섯 글자에 격분한 건, 그 마음들을 여태 모른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통령 지지율은 위험한 허상이라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은 더불어민주당의 칼럼 고발 논란이 공직선거법 개정 논의로 옮겨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지나치게 엄격한 선거운동 범위, 기득권 정치인에게 유리한 제도, 좁은 선거운동 기간을 규정한 현행 선거법이 유권자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나 정치활동을 옥죄어왔다는 비판이다. 모호한 규정 탓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유권해석에만 이목이 쏠리면서 유권자들은 침묵처벌의 갈림길에서 사실상 침묵을 강요당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권자의 정치참여 의지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을 “유권자의 정치참여 의지가 과거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을 감안해 전면적인 선거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전하며 “선거운동인 행위와 아닌 행위를 구분하는 선거법 58조, 기간을 정해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59조, 사전선거운동을 범죄로 규정한 254조, 선거일 180일 전 규제를 적용하고 있는 90조, 93조 등은 폐지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www.mediatoday.co.kr)




죽는 건 안 무서워보수단체 광화문 집회 강행시민들은 싸늘

코로나19 우려에도 / 범투본, 22일 예정대로 집회 강행 / 마스크 쓴 채 수백 명 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전광훈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목사가 이끄는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는 서울시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예정대로 집회를 강행했다. 시민들은 이미 서울 종로구에서 다수의 확진자가 나온 상황에서 집회를 강행한 이들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냈다.

 

22일 오후 빗방울이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도 마스크를 쓴 채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태극기와 성조기를 양손에 들고 찬 바닥에 앉아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는 대형 스크린 속 인물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서울시는 트럭을 동원해 집회금지 방송을 내보냈지만, 이내 집회 스피커 소리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이날 정오쯤 범투본 관계자가 우리는 예정된 집회를 할 수밖에 없다문재인 퇴진 국민대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집회 참가자들은 광화문광장과 인근 4개 차로 위에 자리를 잡았다. 집회 참가자 김모(55)씨는 죽는 게 뭐가 무섭냐대통령을 끌어내리는게 더 중요하지 죽는 건 안 무섭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모(63)씨는 우리라도 (집회 참가) 숫자를 채워줘야 한다코로나19가 심각한 건 알지만 그래도 안나올수야 있겠나라고 말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여파 때문에 평소 주말집회보다는 참가자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

 

대규모 지역사회 전파 우려에도 집회를 밀어붙인 이들에 대한 시민들의 반응은 싸늘했다.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만난 김모(53)씨는 저기서 한명이라도 확진자가 있으면 난리나는 건데, 저런 건 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모(33)씨도 종로쪽에서도 확진자 나왔는데 더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까봐 겁나고 무섭다적어도 이번주만이라도 집회는 안해야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 서울광장,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여는 것을 당분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제49조 제1항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 도심 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른 것으로, 이를 위반할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전날 서울시청에서 열린 긴급브리핑에서 특히 일부 단체는 여전히 집회를 강행할 계획이라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시는 오늘 이후 대규모 집회 예정 단체에 집회금지를 통보하고, 서울경찰청에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일부 단체가 집회를 강행할 경우 주최자와 참가자를 사법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힌 상태다. 집시법에 따라 집회가 금지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찰이 직접 해산 절차를 밟을 수는 없지만, 서울시가 집회를 강행한 단체를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위반으로 고발할 경우 이후 사법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은 집회 현장에서 행정지도를 하는 공무원과 집회 참가자들의 충돌 등을 막기 위해 45개 중대 2200여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사진=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신자 544명이 코로나19 증상신천지는 무엇이 억울할까?

'종식 임박'이라던 코로나19(COVID-19)가 신천지예수교(신천지)를 타고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정부는 신천지 교회가 있는 대구·청도를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전방위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난관이 예상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21일 기준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자는 80여명에 이른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인원이다. 정부는 신천지 대구교회를 전수조사한다는 계획이지만 명단 확보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31번 환자도 '2차 감염' 가능성청도 장례식 문제였나

 

코로나19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한 경북 청도군 대남병원을 21일 오후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불과 일주일 전인 지난 15일까지만 해도 코로나19는 진정 국면이었다. 닷새 연속 추가 확진자가 나오지 않고, 완치자 비율은 30%를 넘어섰다. 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도 국내 지역사회 전파 양상이 없다며, 해외 위험요인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위기는 지난 18일 대구에서 31번 확진자가 나오며 반전됐다. 31번이 예배를 본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31번은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진행된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의 친형 장례식 기간 청도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장례식이 열린 대남병원에는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청도 대남병원에서는 15명의 확진자와 코로나19로 인한 첫 사망자가 나왔다. 31번과 청도 대남병원 확진자 사이에 연결고리는 없는 셈이다. 청도는 이만희 총회장의 고향으로 신천지 교인들에게는 3대 성지다. 평소 주말에도 많은 신도가 청도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31번 확진자는 애초 '슈퍼 전파자'로 지목됐지만 2차 감염 가능성이 제기된다. 지난 15~17 발병이 집중되는 것은 신천지 내에 다른 주도적 감염원이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국에서 신천지 연관 코로나 확진자정부-지자체 총력전

 



신천지 광주교회 신자 3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에 감염돼 21일 광주 북구 신천지 베드로지파 광주교회 출입이 통제됐다. / 사진=뉴시스

 

대구발 코로나19는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강력한 매개체는 신천지 대구교회다. 이날 광주에서 발생한 3명의 확진자는 지난 16일 신천지 대구교회를 방문했다. 서초구 첫 코로나19 확진자도 지난 12일 대구 신천지에서 예배를 봤다. 경남 확진자 4명과 충북·제주 감염 군인도 신천지 관련성이 확인됐다.

 

신천지의 예배 방식은 빠른 확산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신천지 신도들은 의자에 앉지 않고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 예배를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교를 위해 운영한다는 '위장카페', '위장교회' 등도 코로나19 전파 위험이 크다는 것이 중론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신천지 통제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신천지) 예배와 (이만희 총회장 형) 장례식 참석자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 지자체들도 장례식 참석자와 대구교회 예배를 다녀온 신천지 교인 찾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질본은 신천지 대구교회 신도 9000여명 중 4475명에 대해서는 우선 조사를 마쳤다. 이 가운데 544"증상이 있다"고 응답해 특별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명단을 절반만 확보한 데 그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등 일부 지자체장은 강제 봉쇄, 집회 금지 등 긴급 행정 명령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만희 '마귀의 짓' 문자 등 눈초리신천지 "왜곡·비방 중단하라"

 

서울시가 서울 소재 신천지교회 폐쇄 조치를 내린 21일 서울 신천지 영등포교회에서 불 꺼진 입구에 택배 박스가 쌓여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온라인상에서는 코로나19 확산의 주범으로 신천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만희 총회장이 신도들에게 보냈다는 "(코로나19) 마귀의 짓" 문자도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모바일 앱 '신천지위치알림' 서비스가 등장하는 등 코로나19와 신천지를 등식화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신천지 측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신천지는 홈페이지에 의견문을 통해 "교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기성교단에서 쌓아온 편견에 기반해 신천지예수교회에 대한 거짓 비방을 유포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는데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발생이란 위급한 현실을 맞아 신천지예수교회는 할 수 있는 모든 대책을 강구하고 실천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사건의 본질과 상관없이 기성교계의 입장을 대변해 신천지예수교회를 왜곡 비방하는 행위를 중단해주기 바란다"고 항변했다/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코로나19 가짜뉴스 바로잡고 핵심역량 점검해야

신종 바이러스가 일으킨 판데믹(Pandemic) 사태를 다뤄 최근 다시 화제가 된 영화 컨테이젼(2011)에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역학조사관 에린 미어스(케이트 윈즐릿)는 감염병의 기원과 확산을 추적하다가 그 자신도 바이러스에 감염된다. 마지막 보고 전화에서(결국 현지에서 사망한다) 그 역학조사관은 상관에게 말한다. “임무를 완수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탁상우 박사는 영화의 그 장면을 생각하면 지금도 콧등이 시큰하다. 탁 박사는 2005년부터 CDC와 미국 국방부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일했다. 이후 고려대 생물방어연구소를 거쳐 지금은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에서 범부처 공중보건 위기 대응을 위한 생물 감시체계 구축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 같은 현실이 펼쳐지는(물론 치사율은 영화보다 훨씬 낮다)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탁 박사는 공중보건 감시체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임박해 보인다.

초기 대응을 못해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의 특성 자체가 증상이 없거나 경미하니 감염자가 지역사회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 다만 전파 중인데 알지 못하는 상황, 지역사회에 얼마나 퍼져 있는지 판단할 수 있는 감시체계(surveillance system)가 없다는 점이 아쉽다. 지금과 같은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 공중보건 감시체계는 데이터를 모니터링하고 취합되는 정보를 분석·해석해 그 내용을 보건사업과 정책에 환류시키는 과정을 통해 감염병 추가 확산을 예방할 수 있다.

 

정보수집 단계에서 역학조사가 중요할 것 같다.

역학조사관은 현장에서 건강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분석해서 질병의 전파를 막는 사람이다. 단순히 확진자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촉자 관리를 하는 역할을 넘어선다. 신종플루 사태 때 미국 CDC에 있었는데 확진자 접촉자 동선을 관리했냐 하면 그렇지 않다. 어떻게 확산됐는지 증상이 어떤지 어떤 연령대가 취약한지 등 많은 정보를 취합했고, CDC의 주간 학술지(MMWR)에 직접 보고하기도 했다. 정부 관계자와 보건의료 전문가는 물론 일반 시민도 이를 통해 가장 빠른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학조사관들도 지금 질병관리본부 보도자료에 나온 것 이상으로 쌓은 경험치와 데이터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 정보들을 분석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코로나19 초기 방역에서 질병관리본부(질본)의 대처는 어땠나?

잘한 일이 많다. (중국이 WHO에 보고하기 전인) 12월 말 언론을 통해 중국의 의심환자 소식이 전해지자 질본은 1월 초부터 검역을 강화했다. 공항 검역을 통해 1번 환자를 찾아냈다. 코로나19가 발열이 없는 경우가 많아 (발열 감지 검역 외) 다른 방법이 필요한 상황이 됐지만 굉장히 빠르게 검역을 강화한 건 사실이다.

 

아쉬운 대처는?

5년 전에 비하면 하늘과 땅 차이지만, 공중보건 위기 시 위기 소통 역량이 여전히 아쉽다. 위기 소통을 (위생수칙 안내 같은) 대국민 홍보 정도로만 판단하는데, 그보다 더 들어가야 한다. 특히 SNS의 잘못된 정보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 질본도 한다고 하지만 너무 늦다. SNS에서 다 돌고 표면으로 드러났을 때야 시야에 잡힌다. 위기상황실 특정 부서가 SNS만 모니터링해서 잘못된 정보를 취합하고 통계 분석해서 심각한 것부터 바로 팩트체크에 나서줘야 한다.

 

시사IN 이명익 코로나19 의심환자가 25일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의료진의 안내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미국 CDC가 지금 한국과 같은 상황에 놓여 있다면 무엇부터 할까?

 

CDC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중앙정부와 지역정부의 준비 및 대응력을 파악할 수 있는 15가지 핵심역량(Public Health Emergency Preparedness and Response Capabilities)을 설정해놓았다. 지금 한국과 같은 상황이라면 CDC는 지역사회 전파를 예상하고 15가지 핵심역량을 다시 점검할 것이다. 무엇이 준비되었고 무엇이 아닌지.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하나?

내 개인적으로는 평소보다 더 열심히 손을 씻고 있다. 마스크 착용은 개인 선택이지만 나는 쓰지 않는다. 안경에 김이 서려 시야가 나빠져 넘어지는 것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지금 의료진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N95(KF94) 마스크를 착용하는데, 사실 미국에는 N95를 사용할 수 있는 조건에 관해 법이 정해져 있다. N95 마스크를 쓰려면 핏(Fit) 테스팅을 거쳐야 한다. 잘 밀착돼서 새는 데가 없는지 검사를 하고, 또 이 사람이 N95를 써도 호흡기 심장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 의사가 소견서를 써줘야 한다. 사실 감염 관리는 개인 예방수칙을 넘어서야 한다. 공항 화장실에 손잡이가 없고 세면대 수도꼭지에서 물이 자동으로 나오는 것처럼 사회 곳곳에 기술적으로 감염 관리가 녹아들어야 한다. 또한 노동자가 몸이 좀 아프면 임금 손실 없이 눈치 보지 않고 집에서 쉴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감염병의 지역사회 전파가 줄어든다. 한국에 와서 가장 놀란 점이 병가를 잘 쓰지 못하는 문화다.

 

감염병 위기가 다른 공중보건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나?

코로나19로 오는 다른 공중보건 위기가 분명 많을 거다. 파악하려고 하는 노력이 있어야 하며 확인됐을 때 바로 대응해야 한다(212일 보건복지부는 코로나19 사태로 헌혈 취소 사례가 많아 혈액 수급이 악화되고 있어, 응급 상황 시 혈액 부족이나 수술 연기 등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2005CDC에서 카트리나 사태를 겪었다. 시작은 자연재해였는데 이후 인재로 번졌다. 전기가 끊기니 집에서 발전기를 돌리다가 일산화탄소가 나와서 죽은 사람이 많았다. 화학물질을 저장한 탱크가 부서져 유해물질이 바닷물에 유출되면서 해산물이 오염되고 식수 문제가 생기면서 수인성 감염병 우려가 커졌다. 당시 격무에 시달렸던 소방관 경찰관들도 몸에 여러 이상이 생기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겪었다.

 

지금 우리나라 방역·의료 인력의 과부하도 걱정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고 있는 의료인과 공무원을 보호해야 환자가 더 잘 치료를 받고 확산을 막을 수 있다. 비상 상황에서 2~3주씩 집에 못 가고 밤새워 일하는 게 당연하다고 하는데, 그 사람들이 쓰러지면 더 큰 위기가 온다. CDC가 강조하는 공중보건 위기 상황 시 15가지 핵심역량 가운데 하나가 대응 인력의 안전과 건강이다.

 

2015년 메르스 사태를 지나고 뼈아픈 반성이 담긴 메르스 백서가 나왔다. 향후 코로나 백서가 나온다면 어떤 내용이 담길까?

 

지금 예상하기론 코로나19는 메르스에 비해 더 길게 갈 수는 있지만 증상이 심하거나 사망률이 높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고위험군은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 이렇게 특징이 다른 것에 따라 한국 사회가 이전과 달리 어떻게 반응했는지가 굉장히 궁금하다. 그 차이에 따라 방역 당국이 어떻게 다르게 대응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통으로 도출된 문제점이 무엇인지 담긴다면 백서가 의미 있을 것이다.시사인 변진경 기자

 

김정숙 여사에 계란 던지지 마라조선일보 보도의 진실

조선일보 보도에 등장하는 백남용 상인회장 내용 정면 반박

정치적 의도 갖고 교묘히 왜곡시킨 보도라고 비난

(정숙) 여사는 지난 18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동원전통종합시장을 방문해 상점 다섯 곳을 돌며 꿀 40, 음성 배, 진도 대파 등을 샀다. 19일 이 시장 상인들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곳을 방문하기 나흘 전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직원 2명이 상인회 사무실을 찾아왔다. 처음엔 김 여사가 아니라 박영선 장관이 방문할 예정이라고 했다. 중기부 관계자들은 두 차례 시장을 찾아 동선(動線)을 짜고, 방문 점포를 정한 뒤 17일 이 명단을 상인회에 통보했다. 같은 날 오후에는 해당 점포의 상인들에게 대파와 생강, 꿀을 준비하라단위까지 정해줬다고 한다. 시장에 박 장관이 아닌 김 여사가 온다는 사실이 알려진 건 방문 당일 오전이다. 상인회장은 김 여사가 온다는 사실을 알고 새벽부터 일어나 상인들에게 계란은 던지지 말자’ ‘반갑게 환대하자고 말하고 다녔다고 했다.

 

조선일보 20일자 아침신문 보도 내용이다. 김정숙 여사가 중랑구 소재 시장을 방문하기 전 각본을 짜놨고 구입할 물건을 준비시켰다는 보도다. 특히 상인회장이 김정숙 여사에게 계란은 던지지 말자고 말했다고 보도하면서 “(방문 과정 및 준비에) 비우호적인 상인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도 썼다.

 

조선일보 보도는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으로 소상공인들이 생계를 위협받아 정부에 반감이 높은 상황을 전제로 놓고 소위 좋은 그림을 만들기 위해 김정숙 여사가 시장을 방문하기 전 공무원과 상인들이 사전 각본을 짰다는 내용이다.

 

조선일보 보도에 등장한 대표 인물이 동원전통종합시장의 상인회장이다. 백남용 상인회장은 조선일보 기사에 김정숙 여사 방문시 계란은 던지지 말자라고 말했다는 당사자로 나온다. 해당 발언은 김정숙 여사 혹은 문재인 정부에 반감을 갖고 있는 상인들이 있기에 돌발행동을 하지 마라고 주의를 당부했다고 연상케 한다.

 

그런데 백남용 상인회장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제가 20년 동안 조선일보를 구독해온 독자인데 오늘부로 신문을 끊었다고 말했다. 수화기 너머 백남용 상인회장은 격앙된 목소리로 울분을 토해냈다. 조선일보가 교묘히 자신의 말을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보도했다는 주장이다.

 

백 상인회장은 과거에 전직 대통령이 시장에 온다고 하면 달걀을 던지고 그런 사태들이 있었는데 예컨대라며 예시를 들었고 (오히려) 환대하자라는 발언에 무게를 뒀는데 그런 맥락을 무시하고 그냥 왜곡보도 해버렸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상인회장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지고 김정숙 여사 방문시 안전을 지키고, 불미스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뜻을 이렇게 왜곡시켜 버릴 줄 몰랐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비우호적인 상인을 배제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보도에도 김정숙 여사는 5번 확진환자가 다녀간 식당까지 왔고, 가짜뉴스 피해가 많으니 격려차 왔다누가 누구를 배제하겠느냐. 상인들은 모두 순수하고 착하신 분들인데 이런 문제를 정치색을 띠고 보면 안된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타사 매체도 조선일보 보도를 인용해 왜곡보도해서 항의까지 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는 중소밴처기업부 직원 2명이 김정숙 여사 방문 전 동선을 짰고, 공무원들이 대파와 생강, 꿀을 준비하라며 kg 단위까지 정해줬다고 보도했다. 사전 각본을 짰다는 건데 를 벌였다는 인상을 준다.

 

20일자 조선일보 12.

 

이에 백 상인회장은 어쨌든 구매해 준 것은 상인 입장에선 너무 감사하다. 우린 정치인이 아니다확진환자 가짜뉴스(시장 동선) 때문에 생계위협을 당한 상황이었는데 김정숙 여사 방문 이후 활기를 되찾고 손님들이 구매를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왜 굳이 딴지를 거느냐. 죽일 xx이라는 격앙된 목소리로 조선일보 등을 비난했다.

 

백 상인회장은 동원전통종합시장은 보통 유동인구만 3500명이다. 5번 확진자 번 동선에 있다고 한 가짜뉴스 때문에 2000명이 감소하고 경기가 침체돼 있었다서울시나 중기부가 신속히 대응해서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제공해주고, 구청이 소독을 해줘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현재 유동인구가 회복세로 들어섰다고 말했다. 백 상인회장은 시장을 방문한 것만으로도 감사한데 (조선일보 보도만 보면) 마치 저희 상인들이 가식으로 김정숙 여사를 대한 것처럼 보도해버렸다고 말했다. 결국 정치색을 띤 왜곡보도 때문에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는 게 백 상인회장의 주장이다.

 

조선일보 기사는 두 명 취재기자와 한 명 인턴기자가 작성했다. 미디어오늘은 백 상인회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조선일보 기자에게 답을 요청했지만 밝히지 않았다.

 

[ 관련기사 : 조선일보 시장에서 각본대로 움직인 영부인’ ]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총선 의제 실종, 현실 반영인가 언론의 게으름인가?

정당 동향만 다루는 선거 보도, 정책 의제 실종

 

25일부터 7일까지 3일간 6개 중앙일간지의 기사 중 총선 관련 보도는 총 110건으로 파악됐습니다. 총선 관련 보도를 가장 많이 한 언론사는 경향신문으로 총 24건 보도했습니다. 가장 적은 언론사는 중앙일보로 9건 보도했습니다.

 

지난 25일부터 7일까지 신문사별 총선 관련 보도량.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제별로 총선 관련 보도들을 분류하여 각 당의 동향이나 정당의 이합집산, 후보 공천 등을 다룬 보도를 정당 행보여러 가지 사안에 대한 선관위의 판단을 소개한 기사는 선거법정당의 공약이나 정책 검증 보도는 정당공약전반적인 정치 환경에 대해 평가한 기사는 정치평론나머지는 기타로 각각 나누어 산정한 결과는 아래 표와 같습니다.

 

지난 25일부터 7일까지 신문사 별 선거보도 주제 대분류.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제별 보도량을 보면 선거 보도의 무려 77.3%정당행보에 집중되어 대부분의 기사가 정당의 동향이나 이합집산, 후보 공천 과정을 중계하는 수준에 그쳤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6개 신문사에서 고작 4건에 그친 공약 보도

각 정당들의 공약사항을 점검하는 정책보도는 6개 신문사에서 고작 4건에 그쳤습니다. 정책보도를 한 곳은 경향신문 1, 조선일보 1, 한겨레 2건입니다. 그나마도 조선일보의 <안철수 강남 빌딩 사려는 사람, 정치해선 안돼”>(25일 최승현 기자)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 중 나온 공약의 표제만 나열한 수준이라 엄밀히 따지면 정책 보도라고 볼 수 없었습니다.

 

.그나마 눈여겨 볼 공약 관련 보도는 노동정책들을 살펴본 기사들입니다. 경향신문은 <정의당 4호 공약은 전태일 3>(26)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기업살인법)’, ‘5인 미만 사업장에 근로기준법 확대’, ‘특수고용노동자 노동법적 보호를 내용으로 한 정의당의 총선 공약을 보도했습니다. 한겨레는 <총선 후보들도 여수산단 죽음의 외주화막아야”>(26)에서 여수산단의 위험작업 외주화 중단을 요구하는 시민단체들의 활동을 전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총선 예비후보들도 안전대책을 주문했다며 지역구 민주당 예비후보들의 노동안전 대책에 대한 의견을 전했습니다. 한겨레고정필진인 김선기 신촌문화정치연구그룹 연구원은 <공감세상-청년 공약이 아닙니다>(25)에서 정의당의 1호 공약인 청년기초자산제청년이름을 붙이고 나온 것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선거 기사 대부분이 새보수당+자유한국당만 조명

정치인과 언론의 관계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로 정치인은 자기 부고만 아니면 모든 기사가 반갑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렇듯, 선거에 관한 보도는 논조가 비판적이든 긍정적이든 간에 누구를 주로 보도하는지가 유권자에게 큰 영향을 미칩니다. 신문에 실리는 것 자체가 홍보 효과가 되기 때문입니다. 선거 관련 보도 110건이 주로 누구를 조명했는지 따져보니 여기서도 심각한 편중이 나타났습니다.

 

지난 25일부터 7일까지 주된 보도 대상 기준 선거보도 분류. =민주언론시민연합

 

누구를 주로 보도 했는지의 여부는 단순 언급 여부가 아닌 어떤 사안에 대한 보도인지, 보도 분량, 보도 제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했습니다. 새보수당의 경우 현재 자유한국당과 통합 절차를 진행 중이고, 2월 초부터 두 정당이 통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으므로, 새보수당 관련 기사는 미래통합당으로 분류했습니다.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 등이 추진하고 있는 호남 기반 정당 통합 관련 보도는 대체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의 행보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어 바른미래당으로 분류했습니다. 분류 결과, 대부분의 언론에서 미래통합당 관련 보도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습니다.

 

동아일보는 더불어민주당, 바른미래당, 정의당을 중심적으로 다룬 기사가 1건도 없는 반면 미래통합당 관련 보도는 9건에 이르렀고 타사 역시 비슷한 비율이었습니다. 중앙일보는 민주당 관련 기사가 딱 1건인데 이는 민주당의 인재영입을 비판하는 <최상연의 시시각각-닥치고 인생극장>(27, 최상연 기자)입니다.

 

한겨레만이 양당을 균형 있게 다루면서 기타 정당들까지 고루 보도했습니다.

 

황교안 대표 종로 출마는 대체로 비판

신문 기사가 쏠린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관련 기사의 내용을 보면 신문사마다 평가나 분석의 온도차가 있습니다. 25일부터 7일까지, 특히 화제가 된 선거 이슈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종로 출마 선언인데, 이를 보도한 기사가 총 19건입니다. 신문사들의 전반적인 평가는 부정적입니다.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의 최후통첩 끝에 출마를 선언한 황 대표에 대해 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경향신문, 중앙일보, 한국일보는 황교안 대표의 종로 출마와 공천을 두고 내홍을 벌이는 자유한국당 동향을 각각 3~4건 보도했고, 한겨레도 비슷한 내용으로 한 건 보도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사설-한국당 황대표-텃밭 의원들, 기득권 집착해 공멸하려 하나>(27)에서 황 대표의 공천 문제가 꼬이면서 한국당의 공천은 물론 총선 전략까지 흔들리는 형국이다라고 평가했습니다.

 

조선일보는 <양상훈 칼럼-꼬리 내린 장수가 무엇을 하나>(26, 양상훈 주필)에서 황교안 대표를 대선주자로 규정한 뒤 지금은 야당 대표가 종로보다 더 어려운 지역도 마다하지 않아야 할 비상 시국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비례대표 전략공천 금지비판한 조선일보, 미래한국당 대변하나

신문사들의 반응이 갈린 것은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으로 만들어 선거제 개편의 취지를 후퇴시킨 미래한국당을 향한 평가입니다. 미래한국당 관련 기사는 총 15건의 기사가 있었습니다. 중앙일보는 선거 보도로 분류된 기사 중 관련 기사가 없었고 동아일보는 사진기사 1건으로만 보도했습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각각 4건씩 기사를 냈고, 조선일보는 2건 보도했습니다.

 

관련 기사들 중 미래한국당을 직접 평가하지는 않았으나 그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논조를 보인 조선일보가 특히 두드러집니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비례대표 전략공천 못한다선관위 월권 논란>(27, 김아진·윤형준 기자)에서 비례대표 선정을 정당 지도부가 일방적으로 할 수 없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 즉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금지한 결정을 월권 논란이라고 규정해 제목으로 썼습니다. 조선일보는 선관위 해석의 근거가 된 공직선거법 개정안 제47조 제2항을 “2016년 총선 당시 민주당 친문계가 김종인 대표의 비례대표 전략공천을 막기 위해 도입했던 당원 투표 제도를 일방적으로 법제화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몇몇 정당들은 선진적인 정당운영을 위해 비례대표 순번까지 투표로 정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시행해 왔습니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익명 취재원의 말을 빌어 “(선관위가) 사실상 정권 총선 전략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미래한국당 창당 비판한 경향, 한겨레, 한국일보

반면 경향신문과 한겨레, 한국일보는 미래한국당 창당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경향신문은 <사설-끝내 위성정당으로 유권자 우롱하는 자유한국당>(25)에서 “20일 전 중앙선관위에서 사용 금지 통보를 받은 비례한국당 명칭에서 비례미래로 바꾸고 끝내 유권자를 우롱하는 위성정당을 강행하는 셈이라고 썼습니다.

 

한겨레는 <사설-조훈현 제명, 한국당 위성정당 쇼해도 너무한다>(27)에서 자유한국당이 미래한국당에 파견하려는 목적으로 비례의원인 조훈현 의원을 제명한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이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급조하는 과정에서 잇단 저질 코미디 정치를 연출하고 있다고 원색적으로 비판했습니다.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당적을 잃으면 의원직도 잃지만, 제명당했을 경우에는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일보는 <사설-유권자 기만하는 비례용 위성정당출범시킨 한국당>(26)에서 자유한국당에 대해 입법기관이자 헌법기관으로서 책무는 물론, 최소한의 체면조차 저버린 행태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도 총선의 규칙을 1야당의 참여 없이 밀여붙여 원인 제공을 했다는 데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정치권이 끌고 가는 의제 실종 선거’, 언론이 선도해야

20대 국회는 혼탁한 정치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21대 총선 역시 초반부터 정당 간 통합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이미 정책과 공약이 보이지 않는 의제 실종 선거로 치러질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선거에서 의제가 실종되면, 그 자리는 오직 네거티브 전략과 정치혐오만이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그 책임은 국회의원들에게도 있지만, 위에서 보듯 구체적인 정책의제를 발굴해 내지 못하고 각자의 정파성에 따라 자극적인 이야기만 찾아다니는 언론의 책임도 큽니다. 모든 선거가 유권자에게 중요하지만, 이번 선거는 언론에게도 중요합니다. 우리 언론의 신뢰도는 여전히 추락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사회의 모든 의제가 공론의 장에 나오는 선거 국면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지 못한다면, 언론의 존재 이유는 없을 것입니다.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bitly.kr/YGT0noy4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38GjSQZ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25~7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지면보도에 한함)

 

TV시대는 끝났다 스마트폰 하나면 방송국이 '뚝딱'

거대 플랫폼 지고 온라인미디어가 대세

TV시청 줄고, 스마트폰이 필수 매체

 

TV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지상파 등 거대 기업의 영향력은 축소되고, 크리에이터로 불리는 유튜버에 시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어린이 대상 유튜브 채널 '보람튜브 브이로그'' 보람튜브 토이리뷰'의 주인공 이보람(7)양은 인터넷상에서 큰 화제가 됐다. 보람양의 가족회사 보람패밀리가 서울 강남 빌딩을 매수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당시 언론들은 구독자와 동영상 조회수를 기준으로 보람패밀리가 벌어들이는 수입이 월 30~4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20일 현재 보람튜브 브이로그는 2340만명, 보람튜브 토이리뷰는 1400만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다. 지난해 7월보다 구독자가 700만명 정도 증가했다. 채널운영을 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지난해 7월과 최소 같거나 증가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말 발표한 '2019년 방송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지상파방송사 가운데 하나인 SBS2018년 광고매출은 3590억원이다. 2017년말 기준 SBS 종사자는 983명이다.

 

유튜브채널과 지상파방송사를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사업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유튜브채널이 엄청난 경쟁력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9월 국내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합작으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웨이브를 출범시켰다. OTT는 영상콘텐츠를 지상파나 케이블이 아닌 인터넷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서비스다.

 

웨이브 출범 3년전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은 심각하게 갈등했다. 지상파가 SK텔레콤의 케이블TV 업체 CJ헬로비전 인수를 막기 위해 부정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불과 3년만에 지상파와 SK텔레콤은 한배를 탔다.   갈등하던 통신사와 방송사가 손을 잡은 것은 유튜브와 넷플릭스라는 공통의 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시장이 변화하면서 서로 협력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 유튜버를 대표하는 이보람양의 보람튜브 브이로그(왼쪽)와 제이플라 뮤직(오른쪽). 이들 유튜버들은 수천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고 하나의 동영상에 대한 시청수가 최대 3~4억번에 이를 정도로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 유튜브 화면 캡쳐

 

내가 만드는 TV 방송국 = 불과 10년 전만 해도 미디어시장은 TV 방송국이 지배했다. 특히 자상파방송사는 실시간 방송채널을 바탕으로 영상콘텐츠 시장을 독점했다.

 

시청자들은 드라마나 오락프로그램 방송시간에 맞춰 TV 앞으로 모여들었다. 이 때문에 당시 종이신문의 TV편성표는 인기였다. 며칠간의 연휴로 신문이 휴간일 경우에는 이 기간 TV편성표를 오려서 갖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은 영상콘텐츠 시장 변화를 예고했다. 주문형비디오(VOD)가 일상화되면서 보고 싶은 영화나 드라마를 내가 원하는 시간에 얼마든지 볼 수 있게 됐다. 이 과정에서 성공한 것이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기존 TV 방송국이 제공하는 콘텐츠 품질을 뛰어넘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소비자를 사로 잡았다.

 

스마트폰 등장은 더욱 혁명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고 송출할 수 있게 됐다. 유튜버로 대표되는 1인방송국시대가 열린 것이다.

 

유튜브를 비롯해 이용자가 직접 제작한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동영상플랫폼이 생기면서 방송국이 일방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하는 방식은 끝났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영상을 송출할 수 있게 됐다.

 

노가영 조형석 등은 '콘텐츠가 전부다'라는 책에서 "유튜브는 사용자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돈도 벌 수 있다'는 희망도 함께 심어주면서 플랫폼 내의 콘텐츠는 더욱 풍성해졌고 자연스럽게 사용량도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사용자가 콘텐츠를 생산하고 직접 송출하는 채널, 이것이 곧 유튜브가 만들어낸 1인 방송국"이라고 덧붙였다.

 

검색도 유튜브로 한다 =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2019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 에 따르면 매체 이용시간 가운데 TV시청량(유료방송 포함)은 하루 평균 2시간 42(20182시간 47, 20172시간 48)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판단하는 비율도 63%를 기록하며 2018(57.2%)보다 큰 폭으로 증가했다. 반면 TV를 필수매체로 판단하는 비율은 201837.3%에서 지난해 32.3%로 줄었다. 특히 10대는 87%가 스마트폰을 필수매체로 선택했다. 50(57.1%)60(33.3%)도 스마트폰을 선택한 비율이 큰 폭으로 늘어나 스마트폰 영향력이 고령층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률도 52.0%를 기록하며 201842.7%에 비해 큰 폭으로 상승했다. TV 보는 시간이 줄어든 대신 OTT 시청이 늘어난 것이다. OTT를 이용하는 사람 가운데 주 1회 이상 보는 비율도 95.5%에 달했다.

 

국내에서도 유튜브 영향력은 콘텐츠 소비영역뿐만 아니라 검색 영역까지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미디어렙사인 '나스미디어'20193월 공개한 '2019 인터넷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검색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 중 60%가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전히 네이버(92.4%)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유튜브 검색 이용자가 구글(56%)이나 다음(37.6%)을 넘어섰다. 특히 10대에서는 19.6%p(네이버 89.2%, 유튜브 69.6%)로 그 차이가 더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앞으로 유튜브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성수 기자 ssgo@naeil.com



나는 보수다” 25%우로 가는 대한민국

우리 국민 중 자신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증가한 반면 진보라고 응답한 국민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 응답 3.5%P 늘어난 25%

지난해 조국 사태등을 겪으면서 일부 진보층의 이탈에 따른 변화로 해석된다.

 

이 같은 사실은 20일 한국행정연구원이 지난해 910월 성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9 사회통합실태조사결과에서 확인됐다.

 

보수 성향 응답(매우 보수적+다소 보수적)24.7%로 전년 대비 3.5% 포인트 상승한 반면 진보 성향 응답(매우 진보적+다소 진보적)28.0%로 전년보다 3.4% 포인트 낮아졌다.

진보는 3.4%P 줄어든 28%

보수 성향 응답률은 201331.0%에서 201721.0%까지 하락했으나 201821.2%, 지난해 24.7%로 상승했다. 진보 성향 응답 비율은 201322.6%, 201730.6%, 201831.4%로 증가 추세를 유지하다 3년 만인 지난해 28.0%로 하락했다.

 

이에 따라 진보·보수 성향 응답률 차이는 201810.2% 포인트에서 지난해 3.3% 포인트로 격차가 줄었다.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강해져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성애자를 친구·이웃·가족 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 비율이 57.1%로 전년(49.0%) 대비 8.1% 포인트 상승했다. 북한 이탈 주민에 대해서는 25.5%받아들일 수 없다고 답해 2018(12.6%)과 비교해 12.9% 포인트 높아졌다. 외국인 이민·노동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응답도 11.3%로 전년(5.7%) 대비 5.6% 포인트 상승했다./최광숙 선임기자 bori@seoul.co.kr

 

22230년 전 남녀 평균 혼인비용은?

 

반지를 고르고 있는 커플. 1990년 경향신문 자료사진.

 

1990222일 여자 혼인비용 평균 천만원선

결혼 문화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허례허식을 최대한 줄이고 평상시 잘 사용하지 않는 혼수 품목들은 과감하게 생략하는 등 실속형 결혼족이 많아지고 있죠.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인식도 점점 흐려져 남녀가 반씩 비용을 부담하는 반반 결혼도 최근 떠오르고 있는 결혼 트렌드입니다.

 

살림마련에 주거마련비용까지, 결혼하는데 큰 돈이 필요한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1990222일자 경향신문 15면 갈무리

 

우리나라 신혼부부의 총 혼인비용은 남자가 평균 775만원, 여자가 1057만원으로, 한가정을 꾸미는데 주거마련비를 빼고 2000만원 가까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0년 한국소비자보호원이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 4대 도시에서 1989년 결혼한 남녀 600명을 대상으로 혼인비용 지출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혼인비용은 혼수와 결혼식 비용 등을 합한것으로 주거마련비는 제외한 금액입니다.

 

당시 조사에 따르면 여자의 경우 총 혼인비용으로 최저 500만원에서 최고 7600만원까지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구체적으로 500만원 이하가 13%였고 500~1000만원 48.3%, 1000~2000만원이 31%였습니다. 2000만원을 초과한 지출은 7.7%였네요.

 

남자의 총 혼인비용은 500만원 이하가 33.1%로 가장 많았습니다. 1000만원 이상 지출은 23.2%로 나타났고 최고 금액은 4330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남자는 집, 여자는 혼수라는 인식이 강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일까요. 남자보다 여자가 혼수와 결혼비용에 훨씬 많은 돈을 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세목별로 나누면 실제 결혼생활을 위한 살림마련비용은 남자가 25.5%, 여자가 45%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나머지는 모두 예물과 예단 등 부수적인 비용으로 쓰였습니다.

 

예단은 혼수비용을 가중시키는 주요인이었는데요, 특히 남자의 경우 대부분 처가의 직계가족에 국한된 반면 여자는 3~4촌까지 포함하는 경우가 42.8%나 됐습니다. 혼수품과 관련해 남자의 22.5%, 여자의 18.4%가 가정불화를 경험한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1991년 결혼비용 지출상황. 경향신문 자료사진

 

30년이 지난 요즘은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롯데멤버스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한 2030대 남녀 4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평균 결혼 총비용이 3918만원으로 조사되었습니다.이는 2018년의 평균 4247만원에서 329만원가량 줄어든 금액입니다. 항목별로는 가전 구매에 가장 큰 비용을 할애했네요. 평균 가전 구매 비용이 878만원으로 전년보다 70만원가량 늘었습니다.

 

반면 예식장과 예물·예단, 가구·침구류, 인테리어에 들어가는 돈을 모두 줄었습니다. 예식장 비용으로는 2018년 평균보다 147만원 덜 쓴 663만원, 예물·예단 비용은 116만원 덜 지출한 566만원으로 나타났습니다

 

평균 하객 수는 2018339명에서 지난해 308명으로 감소했고 응답자의 81.3%는 실속형 웨딩을 선택했다고 답했습니다.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