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민중 -천지
저널리즘’의 미래 유튜브에 있을까
중국 부적합 마스크? 극우 ‘허위조작정보’
조중동의 정부 책임론, 총선 의식한 공포 마케팅”
슈퍼 부자들의 코로나 대응... 개인 응급실에 지하 벙커까지
기업 광고 꽉꽉 채운 조선일보 창간 100년 지면
'탄핵 7적'도 '진박 10인'도···공천 칼 쥔 김형오가 다 날렸다
최초 여성기자, 어느 신문사의 누구일까?
천지일보 사설] 엄중한 시기에 ‘선교·포교’로 논란할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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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BS 게시판에 “김어준 하차” 성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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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공천 탈락, 민주당 '친문 순혈주의' 참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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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동(朝東)100년] ④ 어떻게 18살 소년을 전쟁터로 내몰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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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쓴 대한민국, 루이뷔통은 산다…세계 8위 "15조원 질렀다"
코로나19 검사 기피, 일본이 이상해
한국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곡해
'연봉 12만원 인상' 국회의원, 월급 확인해보니..
코로나 비극 비웃고 장사하는 기사 제목들
“조국 환경훼손” “유시민 유촉새” 보수정당 몰린 평론가들
3월14일 신문들 1면 “코로나 폭탄에 세계증시 쑥대밭”
조선일보, 하루걸러 ‘바로 잡습니다’
페루 청년 헤수스 크루즈 作
기호-중앙
국민-한국
대구-오마이뉴스
국제-한겨레
‘저널리즘’의 미래 유튜브에 있을까
[유튜브 저널리즘③-1] YTN 물량공세, MBC·SBS 20대 겨냥 서브채널 강세… 취약한 수익성 정치적 양극화 고민, 신뢰자산 활용 과제
유튜브가 언론 지형도 뒤흔들고 있습니다. 언론사에게 유튜브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고 정치인과 시사 유튜버들의 영향력이 매섭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취재형 100만 유튜버가 등장했고 언론이 외면해온 소수자와 약자에게 유튜브는 ‘확성기’가 됐습니다. 언론을 매개해 홍보에 열을 올렸던 공공기관과 기업은 직접 소통에 나섰습니다. 2020년을 맞아 유튜브 저널리즘 지형을 심층 분석하겠습니다. <편집자주>
1. 언론사 유튜브 콘텐츠 누가 만들까
2. 언론 대신 유튜버 찾는 시대
3. 언론사 유튜브 전략 점검
4. 색다른 목소리 내는 언론사 버티컬 브랜드
5. 지역언론과 유튜브
6. 정치시사 유튜버 판세 뒤흔들까
7. 소수자와 약자 목소리 스피커 달다
8. 취재원에서 경쟁자로, 유튜브 뛰어든 시민단체
9. 교육감이 드립치는 시대, 유튜브와 공공기관 소통
10. 유튜브 브랜드 저널리즘 성과는
유튜브가 ‘저널리즘’의 무대가 됐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불공정 보도를 감시하는 총선미디어감시연대는 보도 모니터링을 유튜브에 확대해 실시하고 있다. 언론사에 유튜브 채널 운영은 필수가 됐고 기자들이 직접 유튜브에 뛰어들기도 한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자신을 ‘유튜브 언론인’이라고 소개했다.
42.4% vs 42.4%. 지난해 12월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과 저널리즘’ 연구에 실린 설문조사에서 자신이 본 유튜브 채널의 출처를 묻자 ‘언론사’라는 응답과 ‘비언론사’라는 응답이 동률로 나타났다. 유튜브는 언론사끼리 경쟁하는 네이버와 다르다. 언론사들은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신의한수’와 같은 시사 유튜버 뿐 아니라 ‘오분순삭’과 같은 방송 가공 콘텐츠, 유튜버들의 예능 콘텐츠와도 경쟁해야 한다. 무한경쟁 상황에서 시행착오를 이어가고 있는 언론사의 유튜브 전략을 점검했다.
YTN 구독자 1위, MBC SBS 서브채널 강세
언론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뉴스 채널 현황을 분석한 결과 YTN이 구독자 157만명으로 가장 많은 구독자를 확보하고 있었다. 2위는 JTBC뉴스 채널로 128만 구독자를 갖고 있다. 두 언론사는 2017년 첫 조사 이래로 1, 2위를 유지하고 있다.
SBS와 MBC는 20위권에 각각 3개 채널씩 진입했다. 3위와 4위는 SBS에서 운영하는 비디오머그(79만5000명)와 SBS뉴스(75만5000명) 채널이 차지했다. 스브스뉴스 채널은 10위(50만6000명)였다. SBS 주요 3개 유튜브 채널 구독자의 합은 200만명이 넘는다. MBC는 MBC뉴스(57만9000명) 8위, 엠빅뉴스(44만4000명) 14위, 14F일사에프 (34만1000명) 19위를 차지했다.
▲ 언론사 운영 유튜브 뉴스 채널 구독자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 언론사 운영 유튜브 뉴스 채널 영상 수 현황(구독자 많은 20개 채널 기준). 디자인=이우림 기자.
▲ 언론사 운영 유튜브 뉴스 채널 총 조회수 현황(구독자 많은 20개 채널 기준). 디자인=이우림 기자.
구독자 5위는 채널A 뉴스였으며 6위 TBS 시민의방송, 7위 KBS News, 9위 뉴스TVCHOSUN, 11위 팩트TV NEWS, 12위 newstapa, 13위 MBN News, 15위 연합뉴스TV, 16위 조선일보, 17위 MediaVOP(민중의소리), 18위 ohmynewsTV, 19위 14F 일사에프, 20위 한겨레TV 순으로 나타났다.
주요 방송사들의 채널은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종합일간지는 조선일보, 한겨레 두 곳이 20위권에 올랐고 10위권에는 없었다.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의 특성상 영상 자원이 많은 방송사의 경쟁력이 신문사를 압도하고 있다.
방송사, 영상 가공하고 젊은 뉴스 도전
YTN은 방송 콘텐츠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썼다. YTN은 유튜브에 올린 영상 수가 45만건에 달한다. 두 번째로 많은 영상을 올린 연합뉴스TV(28만건)와 비교해도 격차가 컸다. 서정호 전 YTN플러스 크리에이티브제작팀장은 “양적인 면에서 승부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YTN은 유튜브 업로드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뉴스 리포트 영상 전체를 유튜브에 올리고 있다.
방송사들은 방송 소스를 가공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기도 하다. 스브스뉴스는 SBS에서 방송된 예능, 드라마 콘텐츠를 ‘짤’로 쓰고 있다. 스브스뉴스는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잇달아 구속된 시점에서 과거 한나라당 경선 당시 두 정치인의 네거티브 공세 영상에 발라드를 배경음악으로 깔아 ‘풍자’했다. 14F는 옛 뉴스를 자료화면에 넣어 추억의 불량식품을 소개하는 콘텐츠로 주목을 받았다.
방송이기에 ‘라이브 방송’에도 보다 쉽게 도전할 수 있다. 유튜브는 라이브 콘텐츠를 적극 노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방송사들은 정규뉴스, 특보 등을 유튜브 스트리밍으로 내보내고 있다.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라이브 편성을 채우는 시도도 시작됐다. SBS는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중심으로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방송사들은 ‘스낵컬쳐’ 중심 뉴스를 제작하는 등 젊은 독자 공략에 적극적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스브스뉴스는 코로나19 관련 뉴스 리포트 영상 대신 진단 검사하고 자가격리한 ‘후기’ 영상을 올렸다. 스브스뉴스가 선보인 스낵컬쳐형 뉴스 포맷은 엠빅뉴스, 14F, 크랩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엠빅뉴스, 스브스뉴스, 14F는 등록 영상 수에 비해 총 조회수, 구독자수가 많은 점도 특징이다.
▲ SBS 유튜브 전면 라이브 개국 당시 콘텐츠.
▲ 기존 자료영상을 재가공한 스브스뉴스 영상 화면 갈무리.
정치 현장 전하는 채널 두각
정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하는 유튜브 채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현장에서 리포트에 담기지 않은 뒷 얘기를 담은 YTN의 ‘돌발영상’이 이 같은 장르의 원조라 할 수 있다.
20위권 채널 가운데는 비디오머그, 팩트TV, 민중의소리, 오마이뉴스 등이 국회 등 정치 현장의 모습을 담는다. 각 정당별 최고위원회의·원내대책회의, 상임위 질의 등을 가공해 내보낸다. 국정감사나 청문회 때는 한층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들 콘텐츠의 경우 소재가 겹치는 경우가 많아 ‘속보 경쟁’ 성격이 강하다.
김동현 민중의소리 뉴미디어국장은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게 이점이다. 기자 주관이 들어가는 점도 특징이다. 황당한 발언을 보고 황당하다고 자막을 친다. 편집 역시 재미를 끌어올리는 방식이다. 당파성이 있는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김동현 국장은 “다만 시사 유튜버, 언론사 등 현장의 카메라가 늘어나 레드오션이 됐다. 재미 요소를 극대화하다보니 진영논리를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정치 쟁점에 대한 차분한 공론화를 하는 뉴스가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서브채널을 통해 뉴스 해설 등을 선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정치 현장 콘텐츠를 주력으로 하는 팩트TV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인지도 높은 언론인, 프로그램 기반 채널 약진
유명 언론인 브랜드를 기반으로 한 채널들도 약진하고 있다. 교통방송 TBS 채널에서 100만 조회수가 넘은 영상 5건 모두 ‘김어준의 뉴스공장’을 가공한 콘텐츠였다. 한겨레TV에서 ‘김어준의 파파이스’가 종영된 직후 구독자가 줄어든 것도 김어준 브랜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대표적인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인 CBS ‘김현정의 뉴스쇼’도 유튜브를 만나 개별 프로그램 채널로는 이례적으로 20만이 넘는 구독자를 확보했다. 녹화가 끝난 직후 라이브로 방송에 나오지 못한 뒷얘기를 다루고 청취자와 소통하는 ‘댓꿀쇼’가 인기를 끌고 있다. 유창수 PD는 “김현정 PD의 브랜드가 영향을 미친 거 같다. 개별 코너로는 박지원 의원이 출연한 코너가 인기가 많았다”면서 “반일 이슈가 불거졌던 때와 코로나 이슈 등 사람들이 관심이 많은 시사 현안에 주목도가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 '김현정의 뉴스쇼' 유튜브 콘텐츠 댓꿀쇼 화면 갈무리.
시사정치 논객들의 유튜브 채널이 주목받으면서 언론사도 가세하고 있다.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은 김광일 논설위원이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하는 ‘김광일의 입’ 코너가 대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대통령의 숨기고 싶은 과거(?) (feat. 장기표의 폭로)” 영상은 18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엄성섭 TV조선 기자가 운영하는 ‘엄튜브’ 채널은 구독자 21만명을 모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방송인 김제동씨,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을 저격하는 콘텐츠를 올린다.
연성화 정파성 우려 속 해답 찾기
현장에서는 고민이 많다. 가장 큰 문제는 ‘수익성’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유튜브가 대세라고 하니 뛰어들고 있으나 개인 크리에이터가 아닌 언론사 입장에서 유의미한 수익을 거두기 쉽지 않다.
유튜브에서 독자적인 콘텐츠를 제작해온 방송사들이 ‘저임금’ ‘비정규직’ 중심으로 인력을 유지하는 것도 취약한 수익성과 관련 있다. 일부 방송사는 유튜브 뉴스 부문에서 충분한 수익이 확보되지 않아 긴축에 돌입했다.
영상 중심이 아닌 신문사들은 더욱 열악하다. 한겨레TV는 라이브 편성을 시도했으나 구성원들이 의사결정 과정, 콘텐츠 방향성 등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갈등을 빚은 사례가 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스낵컬쳐나 현장성 강한 뉴스는 방송사 위주로 콘텐츠가 쏟아지는데, 신문사 입장에서는 따라가기 버거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다른 신문사 관계자는 “신문사는 여전히 글 기사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있어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다. 좋은 아이템을 얘기하면 ‘영상이 아니라 기사로 써야 하지 않겠냐’는 반응이 있다”고 지적했다.
자극적이고 정파적인 콘텐츠가 주목받는 데 대한 우려도 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정파성 강한 뉴스를 많이 선호하고 이런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반응도 활발하다. 저널리즘을 구현하면서 성공하려면 유튜브 채널 내에서 노출이 많이 돼야 하는데, 정파성 강한 뉴스 선호도가 높다 보니 노출이 제대로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이슈를 흥미롭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영상을 만들기 매우 어렵다. 결국 흥미 위주의 사안 중심으로 아이템을 내고 정리할 때가 있다”고 했다.
▲ 조선일보 유튜브 콘텐츠 '김광일의 입' 갈무리.
20위권 채널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뉴스타파의 이건희 회장 성매매 영상으로 1338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언론사 뉴스 유튜브 채널 가운데 500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은 “임신 7개월 여성, 클럽서 만난 미군과 성관계 하던 중...”(TV조선) “이렇게까지 한다고?? 상상을 초월한 보복운전...강변북로 몸통박치기 벤츠”(YTN) “이노스텔, 성매매 장소로... 외국인 오면 충격 받을 것”(JTBC뉴스) “제가 우스우세요? 윤지오 분노케 한 기자의 질문(현장영상)”(SBS 뉴스) “이재명, 노란리본 지겹다는 여성 향해 ‘버럭’”(오마이뉴스TV) 등이다.
관심을 끌기 위해 언론사들이 유튜브 콘텐츠 제목을 더 자극적으로 쓰는 경우도 있었다. JTBC의 “얇게 썬 대패삼겹살...알면 못먹는 충격적 비밀” 영상의 온라인 기사 제목은 대패삼겹살 왜 얇게 썰었나 했더니...”였다. TV조선의 “키 크게 해준다며 여중생 바지 벗기고…” 영상도 기사 제목은 “'성장치료' 한다며 여중생 수차례 성추행한 한의사, 징역 1년”이었다.
이용자의 주목을 끌면서도 저널리즘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은 쉽지 않지만 이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가치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언론사가 가진 ‘신뢰 자본’을 통한 권력 감시 콘텐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다른 언론사 관계자는 진용진 등 두각을 나타내는 취재형 유튜버가 있지만 언론이 취재 접근성이 더 나은 점을 활용해야 한다고 했다.
언론재단 조사에서 전통 언론의 유튜브 채널 신뢰도를 물은 결과 지상파 방송사, 보도전문채널, 라디오 방송사, 종이신문사, 종합편성채널 순으로 신뢰한다는 응답을 보였다. 언론이 아닐 경우 신뢰도가 더 낮았다. 연구팀은 “기존 언론의 영향력이 유튜브라는 공간에서 제한적일 수 있으나 기존 언론사가 갖고 있던 신뢰도를 자산으로 활용할 여지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금준경 박서연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중국 부적합 마스크? 극우 ‘허위조작정보’
[온라인 모니터 보고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많은 이들이 힘을 쏟고 있으나, 이에 찬물을 끼얹는 언론의 오보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5일 머니투데이는 인천시가 중국 웨이하이시로부터 받은 마스크 20만 장이 ‘부적합’ 판정을 받은 물품이라고 단독 보도했습니다. 이 마스크는 인천시가 2월 12일 중국 웨이하이시에 보낸 마스크 2만장에 대한 답례로 보내진 것으로 세간의 이목이 쏠렸습니다. 그런데 답례로 온 마스크가 ‘부적합’이라는 보도에 많은 시민이 허탈감을 보였는데 그 보도가 오보로 밝혀진 것입니다.
5일 인천시는 보도자료를 내어 마스크 수령 직후 보건환경연구원에 순도시험을 의뢰하여 유해성 검사를 실시하였으며, 모두 적합 판단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6일 박남춘 인천시장은 tbs 뉴스공장 <중국이 인천에 ‘불합격’ 마스크 줬다? “명백한 오보…적합성 검사 마쳐>(3/6)에 출연해 “(머니투데이) 기사에 언급된 불합격 마스크는 웨이하이시로부터 받은 마스크하고 전혀 다른 마스크”라며 “불합격 마스크는 입체방호마스크고, 이번에 전달된 일회용 일반 마스크는 일회용 그냥 평면마스크”라고 밝혔습니다.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불필요한 분노나 혐오를 자극한 전형적 사례입니다.
애초에 엉성했던 보도, ‘부적합 판정’ 뒤늦게 수정했지만
문제의 기사는 머니투데이의 <단독/‘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보내온 마스크는?>(3/5 오진영 인턴기자)입니다. 3월 5일 15시경 다음 포털에 송고한 기사 제목은 <‘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준 마스크는 ‘부적합’ 판정>이었으나, 3월 6일 현재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삭제하고 <‘우린 KF94 보냈는데’…중국이 보내온 마스크는?>이라는 제목으로 수정됐습니다.
머니투데이의 최초 보도의 제목. 현재 ‘부적합’이라는 단어는 삭제됐다.
이 기사는 애초부터 함량 미달이었습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주장’을 토대로 작성됐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웨이하이시가 보낸 마스크가 중국의 자체 품질검사에서도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며 “한 누리꾼은 ‘마스크 가격만 따져봐도 우리가 보낸 마스크 2만여 장이 더 비쌀 판’이라는 글을 올렸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머니투데이는 △해당 제품을 제조한 회사명인 ‘지아지바오’를 검색하면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나온다는 점 △2019년 4분기 중국 장쑤성 시장감독관리위원회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지아지바오’ 마스크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제품이라는 점 △익명의 대만 화학제품 검사업체 관계자가 ““중국의 검사기준이 낮은데도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은 문제”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를 추가로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인천시가 이번에 받은 마스크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라고 확언할 근거가 될 수 없습니다.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는 과거의 뉴스가 이번에 온 마스크도 부적합하다는 의미는 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머니투데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글과 검색해서 나온 뉴스들만으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도 않는 내용을 ‘단독’으로 보도한 겁니다. 논란이 커지자 인천시의 입장을 기사 상단에 추가했습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돌던 가짜뉴스가 언론보도로
성혐오‧극우 싸이트인 일베에 올라온 게시글. 머니투데이가 ‘부적합’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같다
더 큰 문제는 ‘극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떠돌던 허위조작정보가 기사화됐다는 점입니다. 3월 5일 오전,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에 올라온 게시글과 머니투데의 기사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일간베스트’ 게시물에서는 △‘지아지바오’를 검색하면 부적합판정을 받았다는 뉴스가 검색되고 △중국 시장감독관리위원회 조사결과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며 중국으로부터 받은 마스크는 문제라고 주장했습니다. 비슷한 시기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인 에펨코리아의 게시물에서도 같은 내용이 발견됩니다. 앞서 살펴봤듯 머니투데이가 제시한 근거들과 유사합니다. 심지어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자가 첨부한 부적합 판정 관련 기사 등의 캡처 이미지마저 같은 부분을 썼습니다.
부실한 기사와 무책임한 데스크가 만든 오보, 사과가 무슨 의미 있나
이번 오보 사태는 부실하게 기사를 쓴 인턴기자에게도 책임이 있으나 이 기사를 ‘단독’까지 달아 내보낸 데스크의 책임이 더 큽니다.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고 보도 여부를 판단해야 할 데스크가 사실상 의무를 방기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감한 감염병 사태에서, 특히 언론으로 인해 ‘중국 혐오’가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이 보낸 마스크가 부적합 판정 받았다’는 낭설을 유포했다는 점은 치명적입니다.
머니투데의 이 기사는 다음과 네이버에 각각 10,362개와 4,578개의 댓글이 달렸습니다. 댓글에는 “지상 최고의 호구나라로 만들어주신 분이 계셔서 너무나 자랑스러움” “이게 중국이 생각하는 대한민국의 국격이겠지” “어려울 때 호구가 진짜 호구다” 등 코로나19 사태 최악의 언론 프레임인 ‘정부 친중론’이 만연합니다.
머니투데이는 6일 기사를 수정하면서 “마스크 종류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하지 못해 혼란을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사과했습니다. 이런 뒤늦은 기사 수정과 사과만으로는 이미 오염된 여론을 되돌릴 수 없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진심으로 오보를 바로잡고 싶다면 최초 기사를 삭제하고 구체적인 오보 경위와 정정, 사과를 담은 별도의 기사를 내야 합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w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muz.so/aatx
※ 문의 : 엄재희 활동가(02-392-0181) /민주언론시민연합
조중동의 정부 책임론, 총선 의식한 공포 마케팅”
조중동과 일부 언론, 무분별 공포와 혐오·갈등 조장
조선일보는 WHO 권고 무시 ‘우한 코로나’ 고집
감염원, 감염경로 일방적 추론…‘책임론’으로 연결
“언론의 공포마케팅, 사회적 신뢰 무너뜨릴 수준”
코로나19 사태에 관한 언론의 보도 행태가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조중동을 비롯한 일부 언론은 기사와 칼럼을 통해 과도한 공포와 혐오, 불필요한 갈등을 부추기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습니다. 극단적인 공포마케팅, 혐오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코로나19에 대한 언론의 그릇된 보도는 여기서 멈추지 않습니다. 과학적 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은 주장만으로 감염원과 감염 경로를 섣불리 추론하고, 이를 바탕으로 ‘책임론’을 만들어냅니다.
예컨대 정부의 ‘중국 차단 실패’가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로 이어졌고, 정부의 이런 선택은 ‘중국 눈치보기’에서 비롯했다는 주장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의 책임을 정부에 덮어씌우기 위한 ‘정치적 프레임’의 하나입니다.
물론 감염병 확산 사태와 관련해 정부의 책임을 묻고 비판하는 것도 언론의 책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조중동을 비롯한 몇몇 언론의 행태는 국가적 위기상황 속에서 불필요한 혼란을 줄이고 올바른 여론형성을 꾀하기보다, 특정 정파한테만 유리한 정치적 메시지를 생산하는데 바쁜 모양새입니다.코로나19 보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요.
연출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슈퍼 부자들의 코로나 대응... 개인 응급실에 지하 벙커까지
미국 캔자스주에 있는 지하벙커 콘도인 ‘서바이벌 콘도’ 입구. 서바이벌 콘도 홈페이지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지구촌을 강타하며 국경과 빈부를 가리지 않고 퍼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계층의 장벽까지 허무는 건 아닌 듯하다. ‘슈퍼 부자들’은 아낌없이 돈을 쏟아 부으며 그들만의 대응법으로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고 있어 빈부 격차의 현실을 다시금 확인시키고 있다.
병원 응급실은 긴급 상황시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지만, 북적대는 환자들로 감염 위험이 상존하는 곳이다. 그러다 보니 부유층이 찾는 곳은 ‘개인 응급 서비스’다. 뉴욕 맨해튼에 있는 ‘솔리스 헬스’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응급 서비스 시설로 최근 회원 가입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개인 전용 룸들을 갖추고 있고 가정 방문 서비스도 제공해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에서 오는 감염 우려가 없다. 진료비와 별도로 연간 회원 가입비만 8,000달러다. 최근에는 한 여배우가 “일본에서 키스씬 촬영이 예정돼 있어 걱정된다”며 가입 문의를 해왔다고 한다.
슈퍼 부자들의 또 다른 대비책은 개인 전용기다. 병원과 마찬가지로 공항이나 일반 비행기 역시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지대일 수 있기 때문이다. 플로리다 소재 개인 전용기 회사인 서던 제트에도 최근 비행편 문의가 폭증하고 있다고 한다. 플로리다에서 뉴욕을 오가는 항공편 가격은 2만달러 수준이다.
개인 전용기를 타고 아예 한적한 곳으로 대피하는 것도 그들만의 대비법이다. 코로나19가 뉴욕주까지 상륙하자 억만장자인 찰스 스티븐슨은 뉴욕의 파크 애비뉴의 집을 떠나 매사추세츠주 사우스햄프턴에 머물고 있다. 그는 블룸버그통신에 “지금 당장은 걱정되지 않지만 이 마을까지 바이러스가 퍼지면 아이다호로 날아가 그 곳 별장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별장뿐만 아니라 개인 요트도 휴양을 겸한 대피처다.
이 같은 대응책의 압권은 초호화 지하벙커다. 이 시설들은 과거 냉전시대 때 캔자스ㆍ네브래스카ㆍ뉴멕시코 등 미국 중부 지역에 만들어졌던 지하 핵무기 저장고였다. 이후 냉전시대가 마감된 뒤엔 일반인들에게 팔려 콘도로 개조됐고, 특히 지구 종말을 대비하는 갑부들에게 꾸준한 인기를 끌어왔다. 이 콘도들은 각종 오락시설과 자체 식량 조달을 위한 유기농 시설, 자체 발전 등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수년간 생존할 수 있다고 홍보해왔다. 이 콘도를 분양받은 존 스톡은 “지금 상황이 정확히 종말을 대비해 준비해왔던 것과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비하는 갑부들의 이런 호화로운 대응을 비꼬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미첼 모스 뉴욕대 교수는 “부유층 부부는 함께 시간을 보내는 데 익숙하지 않다”면서 “코로나19는 결국 부유층의 결혼 관계를 망가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기업 광고 꽉꽉 채운 조선일보 창간 100년 지면
39개 기업 광고 실려… 4개 섹션 지면 별도 제작해 기업 소개하는 기사 실어
조선일보가 100년을 맞아 제작한 5일자 신문에 타 매체 영업팀과 광고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언론 매체는 창간일에 맞춰 특수를 노리고 광고 영업을 한다. 더욱이 보수를 대표하는 신문의 창간 100년이라는 타이틀은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지면 광고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지면에 얼마나 많은 기업 광고가 실렸는지를 보면 조선일보 영업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특히 타매체 영업 관계자들 사이에선 다음달 100년을 맞은 동아일보와 함께 광고를 싹쓸이하면서 일정 비율 정해진 기업 광고를 수주하지 못할까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5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업 광고는 삼성전자(백면_신문 마지막면)를 시작으로 39개에 이른다. 삼양인터내셔날, 해성그룹, 동아일렉콤, 현대자동차, 대한적십자, 한화그룹, CJ제일제당, 두산인프라코어, DB그룹, 이마트, 대상, 한세, KB금융그룹, NH농협, 동화약품, SK이노베이션, LS그룹, LG화학, LG하우시스, 설화수, 동국제강, NH투자증권, 교보생명, 삼성생명, 신한카드, 신한금융그룹, 한국투자신탁, 하나금융그룹, 미래에셋대우, 우리은행, 삼성화재, NH농협금융, SK증권, 한화생명, 여신금융협회, KB국민은행, LG유플러스, 애경 , 롯데칠성음료 등이다. 건설사들은 각사 브랜드를 모아놓은 연합 광고를 실었다. 한 지면 전체를 채우는 전면 광고만 20개다. 이날 조간신문 13개 매체 중 조선일보 다음으로 기업 광고가 많이 실린 매체는 매일경제였는데 10개 기업 광고가 실렸다.
조선일보는 별도 섹션 지면으로 ‘조선경제’를 제작한다. 그런데 이날 조선은 조선경제를 포함해 ‘100년을 준비하는 기업들’, ‘Real Estate’, ‘진화하는 한국금융’, ‘Tech Company’ 등 5개의 별도 섹션 지면을 제작했다.
‘100년을 준비하는 기업들’ 섹션은 사실상 기업 홍보 내용으로 채워졌다. 헤드 뉴스는 “4차 산업혁명…혁신 기술로 100년 먹거리 찾는다”는 제목으로 삼성물산과 현대차, SK, LG, 롯데 등 기업의 전망을 긍정하는 내용이다.
이어서 삼성과 한진, 코오롱, 현대차, 효성, 한국타이어, SK, LS, 동국제강, LG, 현대중공업, 금호석유화학, 롯데, SK이노베이션, 현대모비스, 포스코, GS칼텍스, LG하우시스, 한화, 에쓰오일, 현대제철, GS, LG화학, 한세실업, CJ, 홈플러스, 애경, 두산, 아모레퍼시픽, 이랜드그룹 등 30개 기업을 소개하는 기사를 실었다.
▲ 5일 조선일보 창간 100년 신문(섹션 포함)
부동산 섹션 지면엔 현대건설, GS건설, 대리산업,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쌍용건설, 대방건설, SK건설, 한화건설, 금성백조주택 등 사장 인터뷰를 실었다.
‘진화하는 한국금융’ 섹션엔 신한금융, 삼성화재, 미래에셋대우, KB국민은행, 신한카드, 한국투자증권, 하나은행, 한국씨티은행, NH투자증권, 우리은행, KB증권, 삼성카드, NH농협금융, 롯데카드, 삼성증권, IBK기업은행, SGI서울보증보험, 메리츠종금증권, 삼성생명, 한국수출입은행, SBI저축은행, 현대캐피탈, SC제일은행, AIA생명, 미래에셋자산운용, 현대해상, 코리안리재보험 등을 소개하는 기사가 실렸다. 테크 컴퍼니 섹션 지면에도 삼성전자를 포함해 통신기술 기업 18개 기업 소개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가 적용하는 광고 단가(지면 크기 및 위치)에 광고 갯수를 곱하면 이날 지면 광고 총액이 나온다. 광고업계에선 창간 100년 타이틀 효과가 최소 일주일 동안 지속돼 기업 광고가 계속 실린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기업 홍보 담당자는 “김영란법 제정 이후 광고 비용을 지출하면 실제 지면에 광고를 실린 것을 증빙 자료로 제출해야 한다. 조선일보 창간 100년 지면은 기존 잡혀 있는 기업당 광고에 알파가 반영된 것이고, 기업 입장에선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늘어난 섹션 지면에 광고를 실은 것이다. 조선일보 입장에서도 창간 100년은 광고를 확실히 당길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탄핵 7적'도 '진박 10인'도···공천 칼 쥔 김형오가 다 날렸다
통합당이 8일로 253개 지역구 가운데 140개 지역(55.3%)의 공천을 확정했다. 경선이 예정된 지역은 73곳(28.8%)이다. 수도권과 강원 일부, 호남 등을 제외하면 공천 마무리 단계다.
이에 따라 보수분열을 야기한 탄핵 관련자들의 거취가 재조명받고 있다. 이번 보수통합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인사들이나 그 반대편에서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적극적이었던 이들 모두 정권을 빼앗긴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비등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천 결과도 이들에게 매서웠다.
‘탄핵 7적’의 운명은…
바른정당 김무성(왼쪽) 의원과 유승민 의원이 2017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중앙포토]
.태극기세력 등 강경 보수층에서 이른바 ‘탄핵 7적’으로 규정한 이들 가운데 온전히 공천된 이는 1명 뿐이다.
앞서 조원진 자유공화당 공동대표는 지난해 1월 언론 인터뷰에서 “탄핵 7적이 정리가 되면 (한국당과의) 대통합을 검토해 볼 수 있다”며 김무성ㆍ유승민ㆍ정진석ㆍ김성태ㆍ권성동ㆍ이혜훈ㆍ하태경 의원 등을 거론했다. 이들 가운데 정진석 의원(공주-부여-청양·4선)만 자기 지역에서 공천받았다. 정 의원은 새누리당 원내대표였지만 2016년 12월 9일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를 사실상 방치했다는 이유 등으로 보수층의 비판을 받았다.
나머지 6명은 모두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직간접적으로 주도했고, 새누리당을 탈당해 바른정당 창당을 주도했던 이들이다. 김무성(부산 중-영도,6선)ㆍ유승민(대구 동을,4선)ㆍ김성태(서울 강서을,3선) 의원은 이미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밖에 이혜훈(서울 서초갑,3선)ㆍ하태경(부산 해운대갑,재선) 의원은 경선을 치러야 한다. 이 의원은 원래 지역구인 서초갑에서 공천 배제됐고, 험지로 분류되는 서울 동대문을로 지역을 옮겼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할 당시 국회 법사위원장으로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의 국회 소추위원 역할을 맡았던 권성동(강릉,3선) 의원은 아직 공천 심사중이다.
‘진박 10인’도…
우리공화당 조원진 공동대표와 무소속 서청원 의원이 지난해 12월 국회 의윈회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에서 활짝 웃고 있다. [연합뉴스]
.‘친박핵심 10인’도 이번 공천에서 칼바람을 맞았다. 이들은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부터 집권 실패 책임론이 불거지며 정치적 생명을 위협받아왔다. 친박계 핵심이었던 최경환 전 의원은 뇌물 혐의로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박근혜 정부 말기 최순실 게이트 논란이 한창일 때 새누리당 대표였던 이정현(순천,3선) 무소속 의원이 2017년 1월 탈당 테이프를 끊었다. 조원진(대구 달서병,3선) 의원도 그해 4월 탈당해 ‘태극기 부대’의 리더가 됐다. 친박계 좌장격이었던 서청원(화성갑ㆍ8선) 의원은 2018년 6월, 홍문종(의정부을ㆍ4선) 의원은 지난해 6월 각각 탈당했다. 탈당한 4명의 의원들은 이번 총선에서 통합당에 선거연대 방식 등을 공개적으로 제안하고 있지만 통합당은 아직 별다른 응답을 하지 않고 있다.
통합당에 남아있던 친박계 중진 5명(정갑윤·원유철·유기준·윤상현·김재원)도 4·15 총선을 앞두고 쓴 맛을 보고 있다. 정갑윤(울산 중,5선)ㆍ원유철(평택갑,5선)ㆍ유기준(부산 서-동,4선) 의원은 공관위가 꾸려진 뒤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박 핵심으로 활동했던 윤상현(인천 남을,3선)ㆍ김재원(상주-군위-의성-청송,3선)은 컷오프됐다. 윤 의원은 공관위 결정에 반발해 무소속 출마를 결정한 상태다. 김 의원은 텃밭인 경북을 떠나 서울 중랑을에서 경선을 치르기로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4일 유영하 변호사를 통해 이번 총선에선 미래통합당을 중심으로 결집하라는 메시지를 발표했기 때문에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계가 독자 행동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태다. 통합당 관계자는 “‘김형오 공천관리위’가 특정 계파의 집단적 불만이 불거지지 않게끔 정밀하게 외과수술을 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했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최초 여성기자, 어느 신문사의 누구일까?
최초 ‘부인기자’ 이각경 매일신보 기자, 최초 민간기 여기자 조선일보 최은희…여성의 삶 전하며 계몽적 논조
조선일보가 지난 5일 창간 100년을 맞아 ‘조선일보 100년을 만든 33인’ 중 하나로 최은희 기자를 꼽았다. 조선일보는 “민간지 최초의 여기자 최은희는 두둑한 배짱으로 사회부에서 맹렬한 활동을 펼쳤다”고 소개했다. 지난 6일 서울신문은 칼럼에서 이각경 기자를 소개했다. 이 신문은 “(서울신문 전신이자 조선총독부 한글판 기관지인 매일신보가) 1920년 한국 언론 최초로 여기자 채용을 공고해 ‘한국 언론 1호 여기자’ 이각경 기자를 탄생시켰다”고 했다.
미디어오늘은 3월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최초 여성기자를 소개한다. 최초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이 1918년 일본에서 여성유학생들 중심으로 발간한 잡지 ‘여자계’에서 주간 및 기자로 활동했다. 1919년 말 승려이자 시인 김일엽이 잡지 ‘신여자’를 직접 창간해 기사를 썼다. 김일엽은 이후 매일신보, 동아일보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다만 나혜석과 김일엽은 기자 이외 활동으로 더 주목을 받았고 잡지에서 기사를 썼기 때문에 신문사에서 기자로 활동한 이들이 최초 여성기자로 평가받는다. 2008년 여성부가 이각경 매일신보 기자(1920년 입사)를 찾아내기 전까지 최은희 조선일보 기자(1924년 입사)가 최초 여성 신문기자로 알려졌다. 매일신보가 당시 총독부 한글판 기관지여서 이제 최 기자는 ‘최초 민간지 여성기자’로 불린다.
총독부가 조선·동아일보를 허가한 1920년, 매일신보에 최초로 여성기자가 입사했다. 유일하게 한글신문의 지위를 누리다 민간지와 경쟁에 돌입하며 택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같은해 7월1일 매일신보 사고를 보면 “가정개량과 여성계 개조를 위해 현숙하고 박학한 부인기자를 모집한다”며 응모자격을 ‘가장이 있는 부인(기혼여성)’, ‘20세 이상 30세 이하’, ‘고등보통학교 졸업 정도 이상으로 문필의 취미가 있는 부인’으로 정했다. 해당 첫 공채로 입사한 ‘부인기자’가 이각경 기자다.
▲ 1920년 9월5일 매일신보 기사 “금회에 본사 입사한 부인기자 이각경 여사, 오늘 부인사회를 위하여 건전한 붓을 휘두를 목적”. 사진=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매일신보는 9월5일자 기사 “금회에 본사 입사한 부인기자 이각경 여사, 오늘 부인사회를 위하여 건전한 붓을 휘두를 목적”에서 이 기자의 입사를 알렸다. 이 기자는 조선사회가 예전부터 여성을 멸시해 남성의 종속적 물건으로 절대복종하고 무능한 것으로 생각하는 게 잘못이며 자신이 기자가 돼 책임이 무겁다는 내용의 ‘입사의 변’을 발표했다. 같은달 14일 ‘부인기자의 활동’이란 제목으로 첫 기사가 나갔고, 이후 봉건적 가정을 비판하거나 신구 절충식 혼례를 다룬 기사 등을 썼다.
1921년 1월1일엔 매일신보 1면에 논설 “신년 벽두를 제하야 조선 가정의 주부께”를 실었다. 이 기자는 이 글에서 “우리 조선은 날과 달로 변해가는 이 시대를 당하여 지난 시대의 범절만 지킬 수도 없고 또 나날이 달라가는 풍조를 다 숭상할 수도 없다”며 다만 여성계가 전통을 지키면서도 고칠 게 있으면 고쳐나가자고 주장했다.
▲ 1921년 2월13일자 매일신보 "조혼의 악습을 타파"란 제목의 이각경 기자 기사. 사진=대한민국 신문 아카이브
이 기자가 쓴 기사 제목을 보면 ‘자유와 개방적 생활-오늘날은 남자만 의뢰 말고 각기 자유롭게 활동해야’, ‘축첩에 대한 이해’, ‘시부모여 며느리도 자식이거늘 왜 그리 노예시하는가’, ‘조혼의 악습을 타파’, ‘조선 부인들의 아동교육’, ‘부인의 부업 필요’ 등 계몽 성격의 기사가 많았다.
이 기자는 1897년 2월19일 경성에서 태어나 한성고등여학교(경기여고 전신) 사범과를 졸업했다. 일본으로 유학갔다가 집안 반대로 학업을 중단했다. 전우영과 결혼했는데 남편이 가정생활에 소홀했으며 시부모의 학대가 심해 기자생활을 오래 하지 못했다. 이후 마포보통학교 교사로 일하던 1925년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 했다는 소식 이후 행적은 알 수 없다. 1936년 2월24일, 39세 나이에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한편 이 기자의 한성고등여학교 동문이자 춘원 이광수의 부인 허영숙은 1925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학예부장을 맡았다. 허영숙 기자는 도쿄 여자의학전문학교를 나온 국내 최초 여성의사이다. 서울 서대문에 최초 산부인과 병원 ‘영혜의원’을 개업하기도 했다. 동아일보 학예부장이었던 남편이 아플 때 이를 업무를 대신하다 기자가 됐다. 양육과 가정생활 관련 위생에 대해 기사를 쓰는 등 최초의 의학전문기자로도 알려졌다.
최초 민간신문 여성기자로 활동한 최은희 기자는 동경 일본여자대학 3학년 재학중 여름방학을 맞아 귀국했다가 춘원 이광수의 권유 등의 이유로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총 8년 기자활동을 했는데 1년쯤 지났을 1926년 조선일보 신년호에 “난 여자의 수줍은 태도를 떠나 대담한 마음으로 부장의 분부를 받아 발길을 멈출 사이없이 자꾸 돌아다녔다”며 “조선여자들이 실제 나서서 활동하는 분야가 적고 여성사회가 얼마나 빈약하며 단순한가를 절실히 느꼈다”는 소감을 남겼다.
최 기자는 거지굴 등 현장에 잠입해 현실을 기록했고, ‘가정부인’이란 코너를 만들어 기생·행랑어멈 등 소외된 여성의 삶이나 여성이 알아야 할 정보 등을 전했다. 유명한 특종은 1926년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 사망 직후였다. 조선인들이 많이 모이자 일제 경찰들이 이를 예의주시했다. 최 기자는 심상찮은 경찰을 뒤쫓아 종로경찰서 취조실에 잠입해 방정환 등 6·10 만세운동을 계획하던 이들이 잡힌 걸 확인해 쓴 6월7일자 “천도교 관계자·학생·직공 등 80명 피체(被逮)”였다.
▲ 최초 민간지 여성기자인 최은희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사진=유튜브 '장영남, 최은희를 기억하여 기록하다' 화면 갈무리
최 기자는 기자로 살면서 사회운동에도 참여했다. 1927년 민족주의와 사회주의로 양분한 여성들을 근우회를 만들어 모았다. 여성의 대한 사회·법률 철폐, 봉건적 인습과 미신 타파, 조혼 폐지·결혼 자유, 인신매매·공창 폐지, 부인노동 임금차별 철폐·산전산후 임금지불 등 근우회 강령을 정하기도 했다. 3·1운동에 참여해 옥에 갇히기도 했다.
최 기자는 1924년 12월 조선일보 주최 무선전화 시험 공개방송에서 조선인 최초 라디오방송 아나운서를 지냈고 1925년 7월 조선 여자 정구대회에서 여성 최초로 시구했으며 1927년 12월 여성기자로서 최초 서울 상공을 비행했다. 조선일보에서 8년간 기자로 있었고 1945년 해방 후 여성신문사와 주간생활신보사 고문을 지냈다. 1962년 대한여자국민당 서울시당수, 1971년 한글학회 지도지원 등을 역임했다.
1984년 세상을 떠났는데 그 전에 조선일보에 5000만원을 맡겼고 ‘최은희 여기자상’을 84년부터 매해 5월 수여한다. 1회(1984년) 신동식 서울신문 기자, 11회(1994년) 이진숙 MBC 국제부(전 대전MBC 사장), 23회(2006년) 김순덕 동아일보 논설위원, 28회(2011년) 최현수 국민일보 군사전문기자(국방부 첫 여성대변인), 36회(지난해) 홍혜영 TV조선 기자 등이 이 상을 받았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천지일보 사설] 엄중한 시기에 ‘선교·포교’로 논란할 때인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사회불안이 커지고 있다. 보건당국이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가운데 국민들이 직장생활 등 일상생활에서 개인위생에 주의하면서도 감염될까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 와중에 일부 언론이 감염병 확산을 막고 객관적·정확한 정보를 통해 국민 심리 안정에 기여해야할 테지만 특정 종교인들이 어려움에 처한 상황을 이용해 마녀사냥식 편파적인 보도를 하고 있어 사회 불안과 더불어 국민 불만이 크다.
심지어 ‘종교를 널리 선전한다’는 의미의 선교와 포교의 용어마저 곡해시키면서 재미 위주로 보도하고 있으니 종교계를 희롱하고 종교인들뿐만 아니라 국민들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가뜩이나 종교 불신과 함께 무종교인 증가 추세에서 타종교인을 매도하거나 자기 종교에 대해서만 정당론을 펴는 사이비 행위는 종교인은 물론 일반국민들로부터 꼴불견으로 비쳐날 수밖에 없는 일이다. 누워서 침 뱉는 꼴이고, 스스로 자신들의 무덤을 파는 격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기독교 관련 언론인 국민일보와 CBS 노컷뉴스는 코로나19 사태로 코너에 몰린 것을 기화로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을 매도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음은 다 아는 일이다. 신천지 교인들의 종교행위 중 선교활동에 대해 선교와는 다르다며 ‘포교’ 용어로 일방적으로 폄훼하고 있는 중이다. ‘포교’라는 용어조차 일반적으로 널리 사용되는 그 의미와는 달리 신천지예수교회를 비하하고 부정적으로 사용하는 데 혈안이 됐으니, 이에 불교계가 지난달 26일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내기도 했다. “‘포교’라는 용어는 불교계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전하는 전법’이라는 의미로 오랫동안 사용해 왔다”는 것인즉, 언론이 가려서 보도해달라는 주문이었다. ‘포교(布敎)’나 ‘선교(宣敎)’는 사전적 의미로 ‘종교를 널리 편다’는 뜻이다. 이는 불교나 기독교와 천주교, 또 그 밖의 여러 종교에서도 종교 활동으로서 흔한 일반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특정 종교가 그 말을 자기 입맛대로 임의로 해석하는 것부터 문제가 따른다. 예를 들어 모 기독교 특정 종파의 구분법인 기독교의 정상적인 선전은 ‘선교’이고, 이단이나 비정상적인 선전은 ‘포교’라는 개념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 자체가 논리에 맞지 않을뿐더러 ‘포교’가 불교만의 전용(專用) 용어라는 불교계의 입장 표명도 타당성이 없어 보인다.
지금은 코로나19 사태를 탈피하는 일이 무엇보다 먼저다. 확진자가 많이 발생한 신천지교회에서는 정부대책에 적극 협조해 집단예배 중단 및 교인들에게 당국협조 당부는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엄중한 시기에 종교계에서 선교니, 포교니 하는 용어 논란이나 자기 입장만 내세울 때가 아니다. 국가·사회가 어렵고 국민이 힘들 때일수록 언론과 종교계는 정도를 걸어야한다.
불리하면 성폭행?” 남자들 걱정하는 강간죄 개정 [팩트체크]
[여성의 날] ② 전세계는 이미 ‘동의 여부’에 집중
서울 도심의 한 공사장 외벽에 미투 운동(# Me Too)을 의미하는 그라피티(graffiti)가 그려져 있다. 뉴시스
<“저항했나→동의 받았나…‘비동의 간음죄’로 이제 가해자에게 묻자”>기사가 나간 지난해 4월 이후 일각에서 여러 의문이 터져나왔다. 무고한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다거나 왜 유독 한국만 유난이냐는 식이었다. 성폭력 피해자들은 지금도 현행법이 피해자의 인권을 보장하지 않고 가해자에게 합당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더욱이 법에 의한 2차 가해는 심각하다. 얼마나 강하게 저항했는지, 왜 거부하고 박차고 나오지 않았는지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현행 형법 제297조는 ‘폭행 또는 협박’을 강간죄의 구성요건으로 명시하고 있다. 확인할 수 있는 폭행이나 협박이 있어야만 강간이 성립된다. 피해자에게 “왜 저항하지 않았나”를 물을 게 아니라 가해자에게 “어떻게 동의를 받았나”를 따져보자는 강간죄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돼있다. 비동의 간음죄 기사에 달렸던 댓글을 바탕으로 강간죄 개정을 둘러싼 의문을 확인해봤다.
▲동의 여부를 누가 판단할 수 있나, 당사자만 아는 것 아닌가
박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 관련 토론회에서 “성폭력 사건에서 피해자의 일방 진술만으로 기소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수사과정에서 진술을 보강하는 수많은 증거를 갖춘다”며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지는 검사가 입증한다. 동의 여부 판단의 모든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피해자 동의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과 폭행이 있었다고 입증하는 것은 차이가 없다.
▲무고 피해자를 만드는 것 아닌가
형사재판에서 고의 입증은 성폭력 뿐 아니라 모든 범죄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검사는 피해자 진술만으로 기소되는 것이 아니라 보강 증거를 찾아야 한다. 박은정 감찰담당관은 “무고한 피의자 기소를 걱정하기보다 그동한 동의하지 않은, 원치 않은 성폭력이라고 주장하는 많은 피해자를 돕지 못한 점을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고 피해자 이미 많이 나오지 않았나
지난해 7월 발표된 성폭력 무고죄 검찰 통계에 따르면 성폭력 무고 고소 중 82.6%는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성폭력 무고 고소로 검찰이 기소한 사건 중에서도 15.5%는 무죄로 결정됐다. 성폭력 가해 혐의를 받는 이가 피해자를 상대로 낸 무고죄 고소 사건 중 실제 무고는 극히 드물다.
▲ 폭행과 협박 없는 강간은 극히 소수의 사례 아닌가
지난해 전국 66개 성폭력상담소 상담사례 분석 결과 직접적인 폭행‧협박 없이 발생하는 강간은 전체 71.4%에 달했다. 폭행과 폭력을 동반한 성폭력 피해자는 10명 중 3명이 채 안 된다는 의미다. 권력 관계였기 때문이다. 성폭력은 가해자의 다양한 전략이나 전술에 의해 전개되고 있다. 피해자를 속였거나 신뢰를 이용해 항거불능의 상태로 만드는 경우가 이에 속한다. 저항 또는 저항의사마저 표할 수 없는 피해자의 취약성을 교묘히 이용한다.
뉴시스
▲상대가 거부하지 않았으니 동의를 받았다고 생각하는게 당연하지 않나
성폭력 가해자 대다수는 ‘상대방도 원하는 줄 알았다’는 진술을 한다. 자신의 권위에서 해석하는 셈이다.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여성이 남성과 성관계를 가질 때 불평등한 권력관계에 놓인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적극적인 합의 및 동의를 얻어 성관계하는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왜 한국만 동의를 강조하나
세계는 이미 동의 여부가 관건이다. 유엔은 동의를 기준으로 강간을 정의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했다. 특히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 정부에게 형법 제297조를 개정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의 부재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영국, 스웨덴, 독일, 캐나다, 미국 등의 여러 선진국은 이미 국제적 기준을 따르고 있다. 특히 스웨덴은 가해자가 피해자의 동의를 확인하지 못한 경우까지 처벌한다.
▲ 강간죄 개정 이미 되지 않았나
1953년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됐던 당시 성폭력 범죄를 규정하는 형법 제32장은 ‘정조에 관한 죄’로 형법 제297조 강간죄는 ‘폭행 또는 협박으로 부녀를 강간한 자’였다. 1994년 성폭력특별법이 제정됐고 1995년 형법 제32장은 ‘강간과 추행의 죄’로 개정됐다. 부녀(결혼한 여자와 성숙한 여자를 통틀어 이르는 말)라는 단어가 삭제되면서 정조를 지킨 여성은 법으로 보호해주고 그렇지 않은 여성은 보호해줄 필요가 없다는 개념만 없어졌다. 여전히 폭행과 협박이라는 구성요건은 남아있다.
▲강간 처벌 충분히 강하지 않나
이미경 소장은 “현행 형법은 다양한 형태로 자행되는 성폭력 모두를 성범죄로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며 “법적 처벌의 공백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성폭력 사건의 기소율(41.8%)은 절반이 채 되지 않았다. 성폭력은 신고율이 1.9%인 것을 고려하면 너무도 많은 성범죄 가해자가 처벌받지 않고 있다.
▲요즘 누가 최협의설을 따지나
폭행·협박을 이용한 행위만 강간이라고 법에서 명시하는 한 피해가 발생해도 처벌은 없을 수밖에 없다. 법이 성폭력 피해자를 무고 가해자로 만들 빌미를 제공할 수도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친일·독재 찬양 흑역사는 쏙 뺀 조선일보의 ‘반쪽 100년사’
일제강점기엔 일왕 생일 충성 맹세
5·16쿠데타 비호, 5·18 항쟁 먹칠
김일성 사망 오보 34년 만에 정정
고비마다 진실 비틀며 왜곡 일삼다
‘진실 수호자’ 낯 두꺼운 자화자찬
유료부수 1위지만 불신매체 1위
안티조선·광고주 불매운동 재점화
‘일장기 얹은 조선일보’ 리본달기도
<조선일보>는 1938년부터 1월1일이면 1면에 ‘천황폐하의 어성덕’ ‘천황폐하의 어위덕’ 등 제목 아래 일왕 부부 사진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시민행동 제공
<조선일보>가 지난 5일 창간 100주년을 맞았다. 종이신문의 위기가 심각한 가운데 거대 언론의 1세기 자평과 기록은 저널리즘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이날 이 신문은 대규모 기획·광고 특집 등 100면을 발행하며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친일과 독재 부역 등 흑역사에 대한 자성은 쏙 뺀 채 항일 민족지였으며, 어떤 정권의 압박에도 저항한 언론이라는 자화자찬식 주장만 되풀이한 까닭이다.
■ 거대 언론 ‘조선’의 현주소 한국에이비시(ABC)협회가 지난 1월 발표한 2019년 부수인증 자료에 따르면, 조선일보의 유료부수는 119만여부로 국내 1위다. 반면, 조선일보는 <시사인>의 2019년 신뢰도 조사에서 2년 연속 ‘가장 불신하는 언론매체’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구독자 수 1등에 사회적 영향력이 크지만 다른 한편으론 부정 평가가 높은 것은 이 신문의 현실을 또렷하게 보여준다.
전국 57개 단체로 구성된 ‘조선동아 거짓과 배신의 100년 청산 시민행동’(시민행동)은 지난 1월부터 서울 광화문에서 친일, 반민주, 반노동 등 왜곡·편파 보도의 부끄러운 역사를 시민들에게 알리며 자성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이런 목소리는 나몰라라 하며 ‘진실의 수호자들’이라는 창간 기획을 통해 “권력에 찍혀도 할 말은 했다” “경제침탈에 물산장려, 한글탄압엔 문자보급운동” “‘팩트의 방파제’를 쌓았다” 등 긴 세월 모진 풍상을 견디며 민족의 발전을 이끌고, 사실 보도에 충실했던 민족지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멀다는 반박이 나온다. 45년 전 박정희 정권의 유신독재에 항의하다 쫓겨난 조선일보 기자 출신의 신홍범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은 “역사의 고비마다 사실과 진실을 왜곡하며 국민의 염원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언론자유를 위해 투쟁한 기자들을 해직시킨 신문사가 어떻게 진실의 수호자냐”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시민을 학살한 전두환 군사정권을 미화하는 데 앞장섰다. 시민행동 제공
■ 조선 100년 최악 보도 10선 시민행동은 조선·동아 100년을 앞두고 두 신문의 최악 보도 100개를 선정했으며 최근 ‘조선일보 최악 보도 10선’을 공개했다. 첫째가 일제 왕실에 대한 찬양 기사다. 1938년부터 1월1일이면 1면에 ‘천황폐하의 어성덕’ ‘천황폐하의 어위덕’ 등 제목 아래 일왕 부부 사진을 대대적으로 실었다. 둘째도 친일의 증거인 일왕 생일 축하다. 일왕 생일인 4월29일이면 1면에 ‘봉축천장가절’ 사설로 충성을 맹세했다. 셋째는 윤봉길 의사 의거를 ‘흉악한 행동’으로 칭한 것이다. 넷째는 5·16 쿠데타 지지, 다섯째는 박정희 유신체제 환영 등 군부 독재에 대한 부역이다. 또 5·18 광주민주화운동 때 광주 시민을 폭도라고 한 왜곡보도, 김일성 사망 오보 등이 있다.
10선 외에도 1991년 유서대필 의혹 조장과 2014년 세월호 유족 모독·진실규명 방해 등의 문제적 보도들이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오보 정정과 사과’라는 지면을 통해 ‘김일성 사망 보도’에 대해 34년이 지나서야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나머지 보도에 대한 사과는 없어 면피성에 그쳤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선일보>는 1986년 11월17일 김일성 사망이라는 전 세계적 오보를 냈다. 시민행동 제공
■ 다시 불거진 ‘안티조선’ 운동 조선일보의 친일, 반민족 보도 행태에 일각에서 이 신문의 실체를 널리 알리겠다는 자발적인 운동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는 지난달부터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을 달고 다닌다. 일제강점기에 1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얹은 조선일보의 친일 행각을 빗댄 것으로, 옥천 주민들과 해병대전우회, 명진 스님 등 주변 사람들도 리본 달기 운동에 가세했다. 오한흥 대표는 20년 전부터 이 지역에서 ‘조선일보 바로 보기 군민 모임’을 만들어 ‘안티조선’의 불을 지펴왔다. 그는 “지역 주민들이 리본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100년을 버텨온 조선일보도 괴로웠을 것이다. 성찰의 시대에 조선일보가 마음에서 우러나온 반성과 사과를 했으면 하는 염원을 담았다”고 밝혔다.
옥천에서 ‘일장기를 제호 위에 얹은 조선일보 리본달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오한흥 옥천신문 대표 제공
언론소비자주권행동(언소주)은 한-일 경제전쟁 국면에 조선일보는 여전히 친일 논조로 일본 주장만 두둔한다며 이 신문에 광고를 많이 하는 기업을 집계해 매주 공개하고 있다. 이태봉 언소주 사무처장은 “올 1월부터 3월까지 조선일보에 광고를 가장 많이 집행한 주요 기업과 지자체, 공공기관 등 3곳을 선정해 강도 높은 불매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단체는 ‘기레기 박제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이 처장은 “조선일보는 코로나19 보도에서 세월호 때처럼 정파성을 드러내는 보도를 많이 한다. 언론의 가짜뉴스, 왜곡보도, 악의적 보도를 제보받아 기자 실명을 그대로 박아 백서로 만들어 영구 보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독립언론 <뉴스타파>도 다음달 1일 100년을 맞는 동아일보를 포함해 두 신문의 실체를 해부한 다큐멘터리 영화를 제작해 오는 8월 개봉할 예정이다.
학계에선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용규 상지대 교수(미디어영상광고학)는 “조선일보가 과거 보도 행태를 반성하지 않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역사만 다뤘다”고 꼬집었다. 이어 “100주년 광고영업을 소문이 파다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이 신문의 위기를 반증한다. 종이신문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먼저 성찰과 반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현숙 선임기자 hyunsm@hani.co.kr
정의당 비례1번 류호정, 대리게임·거짓말 논란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21대 국회의원선거 정의당 비례대표후보 선출보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비례대표 1번에 선출된 류호정씨. 연합
정의당 비례대표 첫단에 이름을 올리며 화제를 낳은 류호정(27)씨가 ‘대리 게임’ 논란에 휩싸였다. 정의당 비례 1번은 사실상 국회 입성이 보장된 자리다. 1992년생으로 역대 최연소 국회의원을 예약한 상황. 그런데 류씨의 게임 플레이상 불공정 행위(대리 게임을 통한 등급 상승)가 최근 세간에 알려지며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고 있다. 여기에 과거 인터뷰에서 ‘대리 게임’을 통해 등급을 올린 행위를 마치 본인이 직접 성취한 성과인 것마냥 언급했던 사실이 드러나 거짓말 논란까지 보태졌다.
6여년 전 이화여대에서 처음으로 e스포츠 동아리를 만들며 ‘게임계 활동’을 시작한 류씨는 방송 자키(BJ)로 이름을 알리다가 국내 중견 게임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3년여 만에 퇴직했고, 이후 민주노총 화학섬유노조 선진홍보부장으로 활동하며 게임계 노조 설립에 일조했다. 현재 류씨는 정의당 IT산업노동특별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논란은 2014년경 류씨가 남자친구 강모씨에게 온라인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의 계정을 맡겨 등급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작됐다. 대리 게임은 게임계에서 심각한 불공정 행위로 간주된다. 지난 2018년 12월에는 미래통합당 이동섭 의원이 대표 발의한 ‘대리게임처벌법’이 국회 본회위를 통과해 지난해 6월부터는 대리 게임이 아예 불법이다.
논란이 증폭된 10일 오후 류씨는 대리 게임 행위를 인정하고 사과문을 냈다. “2014년에 있었던 일”이라고 운을 뗀 류씨는 “조심성 없이 주변 지인들에게 제 계정을 공유했다. 그것이 문제가 되어 사과문을 올리고 동아리 회장직에서 물러났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 게이머들 사이에서 이는 쉽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고 인정했다. 또한 “특히나 여성 유저의 능력을 불신하는 게임계의 편견을 키운 일이니,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셈”이라면서 “저의 부주의함과 경솔함을 철저히 반성한다. 조금이라도 실망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류씨는 “금전 거래는 없었다. 어떠한 경제적 이익도, 대회에서의 반칙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 논란으로 회사를 퇴직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선 “계정 공유 논란은 2014년 5월에 있었고, 해직된 두 번째 직장에는 2015년 1월에 입사했다. 위 건 때문에 퇴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금전적 거래가 없다고 해도 게임 대리 행위는 큰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프로게이머 출신으로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으로 활동 중인 황희두씨는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롤(리그 오브 레전드, LoL) 대리 문제는 상상을 초월하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 유명 플레이어는 대리 문제가 발각되어 선수 자격 박탈에 계정 정지까지 당하기도 했다. 쉽게 비유하자면 '대리 시험'을 걸렸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 류호정 후보가 정의당 비례 1번으로 나온다는 소식에 굉장히 많은 청년들이 분노하고 있다. 과연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는 정의당에, 1번으로 대표해서 나올 수 있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을까?”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과거 류씨가 인터뷰에서 한 발언이 다시금 회자되며 젊은 층의 분노를 사고 있다. 2014년 5월 대리 논란이 있었던 시기에 류씨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플레티넘1에서 승급전 중이다. 서포터와 정글(게임 내 역할)을 주로 간다”면서 해당 계정의 등급이 본인의 실력인 것처럼 말했다.
대리 논란이 있기 전인 2014년 2월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는 “(여성 게이머를 향한 대리 의혹에는) 사회적 편견이 있다”면서 “여성이 조금만 못하더라도 대리나 버스를 탔다고 너무 쉽게 단정 짓는 것 같다”고 발언했다. 류씨는 여성 게이머들이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주 포지션을 변경하는 일이 잦다면서 “이 사실을 잘 모르시고 티어에 비해 실력이 낮아 비난을 하시고 대리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
허위죠?” “예” 윤석열 장모의 ‘350억 증명서’, 왜 수사 없었나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가 과거 부동산 투자 과정에서 허위로 은행 잔액 증명서를 발급받았으나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MBC 시사프로그램 ‘스트레이트’는 9일 밤 전파를 탄 방송을 통해 윤 총장의 장모 최모씨의 수상한 행적들을 집중 조명했다. 이에 따르면 2013년 경기도 성남 한 야산이 공매로 나온다는 정보를 얻고 동업자 안모씨와 공동 투자에 들어갔다. 절반씩의 지분으로 땅을 40억원에 사들였고, 이 과정에서 최씨는 자금 조달력을 입증하는 근거로 350억원에 달하는 은행 잔액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문제가 된 건 이 증명서다. 최씨가 내민 증명서는 총 4장으로, 은행장 직인에 예금 잔액이 10원단위까지 표시돼 있었는데 이는 모두 가짜였다. 이같은 사실은 최씨가 이후 땅 매각 과정에서 안씨와 소송을 벌이면서 드러났다. 당시 최씨는 매입 당시 허위 은행 잔액 증명서를 사용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스트레이트 취재진이 입수한 법정 증인신문 녹취서에는 “이것(잔액증명서)은 다 허위가 맞느냐”는 질문에 최씨가 “예”라고 답하는 부분이 나온다. 또 증명서를 위조해준 당사자가 최씨 둘째 딸이자 윤 총장 아내인 김건희씨의 지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최씨가 가짜문서를 사용해 수십억원대 땅 거래를 진행했다는 점이 확인됐고, 안씨 역시 이 사실을 금융감독원에 신고했다. 그러나 당시 검찰은 별도로 수사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사문서 위조, 행사 범행 정황이 뚜렷했으나 최씨를 입건조차 하지 않은 것이다. 최씨는 “나도 동업자 때문에 허위서류를 만들어 사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과 관련해 사위인 윤 총장의 조언이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날 방송에서 짚은 최씨를 향한 의혹은 또 있다. 2003년 최씨의 금융기관 채권 투자 사건이다. 스트레이트는 “최씨가 ‘이익발생 시 투자자 정모씨와 똑같이 균분한다’는 약정서를 썼으나 50억원 수익이 나자 ‘강요로 약정서를 작성했다’며 정씨를 강요죄로 고발했다”고 주장했다. 최씨가 법무사로 하여금 강요된 약정서라는 거짓 증언을 하게 시켜 정씨가 실형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 해당 법무사가 양심선언을 했고, 이를 근거로 정씨가 “최씨를 처벌해달라”며 고소했으나 물거품이 됐다. 검찰이 공소시효 경과를 이유로 최씨를 불기소하고 정씨를 무고죄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2012년 당시 정씨의 무고죄 사건 항소심 재판을 맡은 사람은 나경원 미래통합당 의원의 남편인 동부지법 김재호 부장판사다.
스트레이트는 “1년 반 정도 미뤄지던 재판이 김 부장판사가 다른 지법으로 자리를 옮기고 나서야 재개됐다”며 “재판이 충분한 이유 없이 계속 미뤄졌다는 건, 고소인 측도 윤 총장의 장모 측도 똑같이 인정하는 부분”이라고 주장했다./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
TBS 게시판에 “김어준 하차” 성토
김씨의 ‘대구 사태’ 발언 후폭풍 “대구시민 가슴에 피눈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씨의 ‘대구 사태’ 발언이 논란이다.
TBS 자유게시판에는 “김어준씨 발언이 TBS 공식 입장인가”, “대구 시민입니다. 김어준 퇴출시켜 주세요” 등 TBS 사과와 김씨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연이어 올라왔다.
보수단체는 지난 8일 “김씨가 방송과 SNS에서 ‘대구 사태’ 발언을 못하도록 권고해달라고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논란이 된 건 지난 6일 오전 방송 멘트였다. 김씨는 이날 방송에서 “어제부(5일)로 대구의 코로나 확진자 비율은 대구시민 560명당 1명이 됐다. 이 추세라면 다음주면 400명, 300명당 1명꼴로 코로나 확진자가 대구에서 나올 것”이라며 “중국이 정말 문제였다면 인구 2300만 수도권은 왜 10만명당 1명꼴로 확진자가 나오겠나. 숫자가 명백히 말한다”며 “우리 코로나 사태는 대구 사태이자 신천지 사태”라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보수야당은 왜 대구시민이 요구하는 (신천지) 강제 수사를 검찰에 압박하지 않는가. 검찰은 왜 움직이지 않는가. 언론은 왜 그들을 비판하지 않는가”라고 덧붙였지만, ‘대구 사태’라는 발언이 부각돼 막말 논란이 가속화하고 있다.
TBS 게시판 이용자 ‘카라풋풋’은 9일 김씨 교체를 바란다며 “대구시민도 아니고 서울시민이지만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막말”이라고 비판했고, ‘homekipada’는 “해도 너무한 거 아닌가. 제발 좀 정치 논리를 떠나서. 대구시민 가슴에 피눈물이 난다”고 분개했다. 같은 게시판 ‘justic’은 “이번 지역 비하 발언을 듣고 내 귀를 의심했다. 아무리 진영논리에 눈이 멀었어도 이런 식으로까지 말을 해야 하느냐”고 성토했다.
▲ TBS 게시판에 김어준씨의 사과와 하차를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와 있다. 사진=TBS 홈페이지.
언론도 김씨 발언에 비판적이다. 영남일보의 송국건 서울본부장은 9일 칼럼에서 김씨 발언에 “정권이 사태 초기에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며 ‘우한 코로나’란 말을 못 쓰게 하더니 이젠 우리 국민의 최대 피해지역 명칭을 코로나에 갖다 붙이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고, 진보 논객 진중권씨는 경향신문 칼럼에 “가장 질이 안 좋은 것은 특정 지역에 낙인을 찍어 고립시키는 언동”이라고 지적했다.
보수단체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는 8일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된 중국 발 폐렴 바이러스(코로나19) 사태를 대구 사태라 명명하는 것은 대구시민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행위”라며 김씨가 대구시민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넣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은 9일 여권에서 계속 대구 폄하 발언이 나오자 “사려 깊지 못한 언동으로 국민 여러분의 마음을 상하게 한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씨나 TBS 라디오 제작진의 입장은 나오지 않았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미디어오늘 1240호 사설 ]
2001년 4월10일 대우차 부평공장 앞을 막아선 전투경찰은 노조 사무실 출입을 요구하며 연좌농성에 들어간 350명의 노조원을 방패로 마구 내리 찍었다. 노조원 45명이 얼굴이 함몰되고 뼈가 부러지는 심한 부상을 입었다. 유혈이 낭자했다.
당연히 이 장면은 ‘9시 뉴스’에 나오지 않았다. 90년대 였으면 없었던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러나 1998년 ‘PC통신 참세상’으로 출발한 참세상뉴스가 있었다. 대안언론 참세상은 경찰 방패에 찍혀 피가 철철 흐르는 영상을 온라인에 그대로 공개했다. 이후 참세상은 수많은 소수자의 목소리를 영상으로 담아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벼랑 끝에 선 심정으로 고공농성에 들어가는 이들은 모두들 새벽녘 참세상에 전화해 한강대교, 목동전화국, 교통관제탑 몇시라고 알려왔다. 그러나 휴대폰만 있으면 누구나 SNS로 자신의 싸움을 세상에 알리는 오늘날, 참세상 영상의 효용가치는 줄었다. 오히려 주류 언론이 SNS 내용을 재빨리 취재해 단독을 챙겨간다.
▲ 2001년 4월10일 대우자동차 부평공장 앞에서 전투경찰이 집달관을 대동한 변호사와 대우차 노조원을 집단 폭행했다. 사진=참세상
그 사이 노동단체도 힘이 세졌다. 20만명 넘는 산별노조도 생겼다. 노무현 정부 때부터 대공장 정규직노조나 큰 산별노조는 일이 생길 때마다 신문에 의견광고를 냈다. 이젠 무슨 일을 할 때마다 신문에 광고 내는 게 하나의 전술이 됐다. 요샌 광고료를 모금으로 마련하기도 한다. 이들 광고는 열에 아홉은 한겨레와 경향신문으로 간다.
지난 토요일 세월호 단원고 희생 학생의 아버지가 또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한겨레(13면)와 경향신문(10면)만 월요일 아침신문에 이 소식을 실었다. 이처럼 두 신문은 소수자의 의견광고를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다.
그러나 노동단체 입장에서 보면 좀 다르다. 의견광고는 과연 도움이 될까. 십수년 전 큰 산별노조에서 일할 때 대공장 정규직노조들이 때만 되면 신문 의견광고를 잡아달라고 했다. 한번에 1000만원 넘는 광고료를 사용할만큼 중요한 일이긴 해도 효과면에선 수긍이 안 갔다. 두 신문 구독자라면 이미 그들 의견에 동의할 건데 왜 광고까지 낼까 싶었다. 그 노조간부는 내게 “노조 집행부가 안 놀고 ‘뭐라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일종의 조합원용 알리바이”라고 했다. 이렇게 의견광고는 1인시위, 진정, 고소고발, 항의면담, 언론 기고, 회견, 집회처럼 노동계 투쟁 전술의 고정 매뉴얼이 됐다.
뉴스1이 몇 달 전 파업 첫날 노조 조끼를 입은 40여명의 철도노조원이 서울역 인근 식당에서 ‘고성방가 술자리’를 가졌다고 비판 보도했다. 기사를 본 노조간부가 화가 잔뜩 나 내게 하소연했다. 나는 그의 말에 수긍할 수 없었다.
사회적 약자의 30년 전 농성은 신성했다. 절박해서 시위하는 사람이 농성장에서 술을 마시는 건 상상할 수 없었다. 새벽 2시가 넘어 시민들 발길이 뜸해지면 천막 뒤에서 조용히 맥주 한 잔씩 마시는 게 고작이었다. 그런데 요샌 텀블러에 술을 담아 출장가는 KTX 안에서 마시는 노동운동가도 봤다. 100명만 모여 소리쳐도 쩌렁쩌렁 울렸는데 절박함이 없다보니 수천명이 모여 소리쳐도 마이크 잡은 사회자 목소리만 들린다. 30년 사이 마이크 성능만 좋아졌다.
반면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노조 위원장들 재미도 내용도 1도 없이 지루하게 땡고함만 치는 연설 잔뜩 듣고, 50~60대만 감동하는 노래만 듣고 오는 전국노동자대회는 30년이 지나도 그대로다.
변해야 할 건 그대로인데, 변하지 말아야 할 것만 바뀐다. 오늘도 1인당 몇천원 내서 신문에 의견광고한다는 노동단체 안내문을 받았다.
▲민주노총이 지난해 7월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800m 거리 두 학교 전교생 ‘1242명 대 178명’의 비밀은
[한겨레21]
영구임대아파트가 낳은 분당 청솔초와 늘푸른초의 양극화 풍경
성남 임대아파트 옆 과소학교, 일반 아파트 옆 과소학교의 11.8배
서울 1.7배, 광주 북구 1.5배… 대도시 5개 지역 과소 초등학교 분석
10일 경기도 성남시 청솔초등학교 주변으로 영구임대아파트 단지(청솔마을 6단지)가 늘어서 있다. 청솔초는 인근 초등학교에 견줘 학생 수 178명인 도시 속 작은 학교다.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친구 전학 가던 날 떠올린다. “우리 반은 완전 눈물 폭풍을 하고 갔어요. 나는 안 울었어요.” 청솔초 6학년 경석(가명)이 말한다. 떠난 친구 얼굴이야 몇 년 지나면 가물해질지 모른다. 그래도 평생 내 초등학교 생각하며 떠올릴 첫 마디는 어쩔 수 없다. ‘친구들 무더기로 떠났던 작은 학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청솔초등학교. 2019년 28명이 전학 갔다. 2018년에는 30명이, 2017년에는 34명이 떠났다. 전교생 178명, 6개 학년 합쳐 본댓자 학급 수 8개다. 학교 주변 풍경은 그저 심상하다. 1993~1995년 지어진, 겉보기 허름해도 33평형 9억원쯤, 18평형은 6억원쯤 되는 1기 신도시 분당 아파트가 즐비하다. 800m 떨어진 늘푸른초등학교에는 1242명이 다닌다. 무릇 겹겹 아파트로 채운 분당 풍경에 어울리는 학생 수다.
학생 수 7배 차이는 중학교로 대물림된다. 청솔초 곁의 청솔중학교는 올해 전교생 88명, 늘푸른초 곁의 늘푸른중학교는 7배인 641명이다. 언뜻 이해되지 않는 학생 수 격차를 한번에 설명할 수 있는 말이 있다. 청솔초 통학구역(거주지별로 초등학교 배정을 위해 교육청이 설정한 구획)에는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등 1250명이 모여 사는 영구임대아파트 단지가 있다.
‘영구’ ‘휴거’ ‘엘사’. <한겨레21>은 최초로 영구임대아파트가 생긴 1989년 이후, 이곳 아이들에게 쏟아진 차별과 혐오의 시선, 분리와 배제의 시도가 만들어낸 결과를 확인하고 싶었다. 서울에 300가구 이상 공급된 공공임대아파트(영구임대·50년공공임대·국민임대·재개발임대) 158개 단지와 서울시 616개 초등학교 통학구역(초등학교로는 600개)을 한달간 분석했다. 이 중 공공임대가 있는 통학구역 118개 중 9개(7.6%)에서, 공공임대가 없는 통학구역 498개 중 22개(4.4%)에서 과소학교(서울시교육청 기준 전교생 240명 이하)가 나타났다. 통학구역 중 임대아파트가 있는 학교가 임대아파트가 없는 학교보다 과소학교가 된 비율이 1.7배 높다는 뜻이다. 공공임대와 과소학교를 한데 모으니 ‘학군 공화국’에서 기피 대상 1호가 된 ‘임대아파트 통학구역 지도’가 그려졌다.
과소학교 비율을 가르는 핵심 변수는 임대아파트 유형이었다. 최저소득계층이나 철거민, 국가유공자 등이 오랫동안 시세보다 저렴한 월세로 살 수 있는 영구임대·50년공공임대와 과소학교 사이 연관성이 컸다. 1989년 서울 노원구에 만들어진 최초의 영구임대주택 하계5단지와 ‘두 학교’가 대표 사례다. 전두환 정권 당시 서울의 마지막 신시가지 개발로 탄생한 하계5단지의 아이들을 품어온 중현초의 올해 전교생은 200명(16학급)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 건설사가 공급한 분양아파트로 둘러싸인 중평초의 전교생은 1563명(59학급)이다. 600m 거리에 있는 두 학교 학생이 7배 이상 차이가 난다.
물론 두 학교 모두 저출산의 영향권에 있다. 규모가 큰 중평초도 1년 전보다 28명, 작은 중현초도 31명 줄었다. 다만 영구임대가 붙어 있는 중현초가 더 큰 충격을 받았다. 한국 사회 빈곤이 노인을 중심으로 펼쳐질수록, 가난을 한데 모으는 형태로 지어진 영구임대의 인구 구성도 노인을 중심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즉 학교에 갈 아이가 영구임대에는 별로 없다. 여기에 영구임대에 대한 기피와 배제로 아이들이 취학통지서를 받고도 입학 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거나, 입학 뒤 전학을 가는 일이 반복된 결과 중현초는 어느덧 도심 속 ‘섬’이 돼버렸다.
분리된 학교를 만나게 하려는 시도도 실패했다. 지역구에 두 학교가 있는 이경철 서울시 노원구의회 의장은 “2018년부터 고학년은 중현초에서, 저학년은 중평초에서 통합해 교육하는 방안을 학부모들에게 제시해왔다”면서도 “절충안에 대해 중현초 학부모는 찬성했지만 중평초 학부모는 반대했다”고 말했다.
최초 영구임대아파트를 품은 최초 ‘임대아파트 통학구역 학교’의 비극은 전국 곳곳에서 재현됐다. 1993년 김영삼 정부가 들어서며 영구임대주택 건설 기조는 잠시 중단됐으나 2001년까지 입주는 계속됐다. 서울 다음으로 영구임대·50년공공임대 재고량(보유량)이 많은 편인 경기 성남에선 통학구역에 임대아파트가 있는 학교가 과소학교가 된 비율이 그렇지 않은 학교보다 11.8배, 광주 북구에서는 1.5배 높았다. 대구 달서에선 과소학교 3개 모두가 임대아파트를 끼고 있었다.
앞서 설명한 청솔초가 있는 성남 분당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영구·50년공공임대가 통학구역에 포함된 초등학교가 세 곳 있는데, 모두 과소학교다. 청솔초 외에도 오리초(125명), 한솔초(144명)가 ‘한 학년당 한 학급’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청솔초와 이웃한 늘푸른초는 물론, 오리초와 약 300m 떨어진 미금초(814명), 한솔초와 약 500m 거리에 있는 수내초(1298명)에는 아이들이 차고 넘친다.
서울 ‘대치 학군’과 ‘목동 학군’에 버금가는 ‘분당 학군’에는 자녀에 대한 교육 열망이 높은 중산층이 많아, 상대적으로 교육열이 낮은 ‘임대아파트 통학구역 학교’가 더욱 고립된 결과로 풀이된다. 분당 학군의 핵심인 정자동에 사는 학부모 하미진(가명)씨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은 아무래도 (부모들이) 관리하기 힘들다보니 말썽을 피우고 입도 좀 거칠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학부모들이 우려할 만한 점도 있다. 영구임대 인근 중학교에서 근무한 적 있는 박미혜(가명) 교사는 “분당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의 돌봄이 평균 수준보다 과잉돼 있어 학교 체제에 비교적 순응적이지만, 임대아파트 아이들은 부모의 돌봄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질서와 통제가 많은 학교생활을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임대아파트 아이들의 문제 행동이 과도하게 부각되는 것도 사실이다. 임대아파트 아이들과 같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이혜정(가명)씨는 “학교에서 임대아파트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킨 적은 없다”며 “학생 수가 워낙 많은 학교에선 (일부 문제 행동이 있더라도) 묻혀서 특별히 도드라지지는 않지만, 학생 수가 적은 (임대 통학구역) 학교에선 일부 문제 행동이 더 주목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영구임대아파트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는 뚜렷한 근거도 없다. 박준휘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법무사법개혁연구실장은 “빈곤층 밀집 지역의 밀집도가 올라갈수록 주요 범죄 발생률(강도, 강간·강제추행, 절도, 폭력, 살인 등)도 올라가지만, 오히려 밀집도가 가장 높은 영구임대아파트의 경우 범죄 발생률이 뚝 어진다”며 “영구임대가 다가구·다세대에 비해 주거환경이 좋고, 질서가 잡혀있으며, 사회복지지설 접근성이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작은 학교에서도 아이들은 잘 지낸다. 가족 같은 분위기에서 교사·친구들과 유대를 다지고 안정을 느끼며, 교사로부터 개별적인 교육과 돌봄을 받는다. 그러나 누군가 꺼리는 학교에 다닌다는 열패감, 낮은 자존감, 우울감 외에 작은 학교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일도 많다. 제한된 인간관계 속에 사회성을 키우기 힘들고, 새로운 자극을 받을 기회도 적다. 또 교원과 예산이 학교 규모에 따라 배정되는 탓에 똑같은 교육환경에서 지낼 권리도 제한될 수 있다. 영어, 음악 등 특정 과목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교과 전담 교사’는 7학급 이상이어야 2명(35학급 미만 기준)이 배치된다. 교사 1인당 수업·행정업무가 과소학교는 교사들에게 피하고 싶은 일터가 되기도 한다.
주거 불평등과 교육 불평등이 중첩되는 임대아파트 통학구역에선 지금도 새로운 섬이 만들어지고 있다. 무대는 2기 신도시로 옮겨졌다. 경기 성남 위례신도시에서 2016년 문을 연 위례고운초는 올해 입학생 26명이 들어오면 전교생 203명이 된다. 같이 시작한 위례한빛초(1238명), 위례푸른초(965명), 위례중앙초(509명)와 확연히 다른 처지다. 어김없이, 위례고운초 통학구역에는 영구임대(550가구)와 국민임대(2018가구) 아파트가 함께 있는 ‘위례35단지’가 자리하고 있다. 5년, 한 학교가 폐교 위기를 맞이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방대한 자료 분석과 해석은 김수현 연세대 건설환경공학과 연구교수에게 자문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박찬대 의원실이 수집한 기초 자료의 도움도 컸다.
자료 분석 결과와 원고지 100매 분량의 분당 청솔마을 르포, 서울과 신도시 곳곳 작은 학교들의 사정을 담은 기사를 <한겨레21> 제1304호에서 볼 수 있다.
변지민 방준호 서보미 <한겨레21> 기자 spring@hani.co.kr
코로나19 ‘팬데믹’에 뒤틀리는 세계의 일상
미 NBA 선수 확진에 경기 중단
이탈리아는 모든 상점에 휴업령
백악관 “트럼프 유세 일정 취소”
1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바에 걸린 텔레비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연설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애틀/로이터 연합뉴스
11일(현지시각)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한 가운데,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바에 걸린 텔레비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연설 보도가 나오고 있다. 시애틀/로이터 연합뉴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현실화되면서 전세계의 일상적 풍경이 뒤틀리고 있다. 미국 도시 한복판에서 주 방위군이 방역작업을 펼치고 구호식품을 나눠주는가 하면, 이탈리아에선 술집과 식당들이 모두 문을 닫게 됐다.
스테퍼니 그리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각)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주의 조처의 일환”으로 “이번주에 계획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콜로라도주와 네바다주 (유세) 일정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재선 도전을 앞두고 미국 내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누르는 데 급급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하는 모양새다.
이날 미국에선 미국프로농구(NBA) 유타 재즈 소속 뤼디 고베르 선수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오클라호마시티 선더와의 경기가 시작 35분 전 갑자기 취소되기도 했다. 국립보건원(NIH)이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무관중 경기를 권고한 바로 그날 선수 중에서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엔비에이 사무국은 아예 “추가 공지가 있을 때까지 리그 일정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고베르는 엔비에이 사무국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인터뷰 때 취재진과 거리를 두라는 지침을 시행한 첫날인 10일, 기자회견 직후 코로나19 공포 확산이 과하다는 듯 단상에 마련된 마이크와 취재진 녹음기를 일부러 손으로 만졌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 그 자신이 확진자 판정을 받았다. 같은 날, 영화 제작차 오스트레일리아에 머물고 있던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 부부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트위터를 통해 알리기도 했다.
미국에선 수도 워싱턴을 비롯해 이날까지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가 23곳으로 늘면서 보건당국의 대응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많은 코로나 감염자가 나온 워싱턴주는 킹카운티 등 3개 카운티에서 스포츠 행사나 콘서트, 기타 문화 행사 등 250명 이상이 모이는 집회가 모두 금지됐다.
특히 뉴욕주의 경우 전체 확진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나온 뉴로셸(113명) 지역에 12일부터 주 방위군을 투입한다. 투입되는 주 방위군은 시설에 대한 소독작업을 벌이는 한편, 자가격리 중인 주민들에게 식량 등 구호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월트디즈니 텔레비전>과 <엔비시>(NBC) <시비에스>(CBS) 등은 뉴욕시 지침에 따라 토크쇼 등 일부 프로그램을 당분간 방청객 없이 촬영하기로 했다.
확진자 수가 1만2462명(사망자 827명)에 이르는 이탈리아에선 전국적 이동제한령 속 실외활동 등이 사실상 전면 중단되면서 더한 살풍경이 연출되고 있다.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는 이날 밤 대국민 담화를 통해 최소 2주간 식품 판매점과 약국 등 생필품 판매업소를 제외한 모든 상점에 휴업령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금태섭 공천 탈락, 민주당 '친문 순혈주의' 참극
설자리 없는 '소신파'…'울산 사건' 핵심 인물 황운하 대전 공천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서울 강서갑)의 4.15 총선 출마가 사실상 좌절됐다. 대전 중구에선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에 관련된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이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의 '친문 순혈주의'를 단적으로 드러낸 공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12일 강서갑을 비롯한 지역구 11곳이 포함된 7차 경선 결과를 발표했다. 관심을 모았던 서울 강서갑 경선에서 현역인 금태섭 의원이 강선우 전 민주당 부대변인에게 패했다.
금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쓴소리를 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법 표결에서 기권표를 던진 '소신파'로 통하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에게는 '미운털'이 박힌 인물. 이번 경선에서 민주당 권리당원들이 금 의원에게 '괘씸죄'를 물은 게 아니냐는 해석이 다수다.
당초 정봉주 전 의원이 금 의원을 "빨간점퍼 입은 민주당 의원"으로 저격하며 강서갑에 공천을 신청했으나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으로 출마가 무산되자, '조국백서추진위원회'에 참여한 김남국 변호사가 금 의원의 맞수를 자임해 '조국 내전' 양상으로 치닫기도 했었다.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강서갑을 추가공모 절차를 거쳐 경선 지역으로 정해 금 의원에게 문턱을 남겨둔 반면, 김남국 변호사는 경기 안산을에 전략공천했다. 조 전 장관과 인연이 있는 김용민 변호사도 경기 남양주병에 전략공천돼 금 의원의 경선 탈락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금 의원의 공천 탈락으로 총선에서 '조국 프레임'을 자초한 민주당은 중도층이 이반하는 역효과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반 여론에서 부정적 평가가 높은 비례대표연합정당 참여로 가닥을 잡아 논란이 번지는 와중에 금 의원마저 총선 출마가 좌절되면서 당심과 민심의 극심한 괴리를 극복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 전망이 나오고 있다.
강서갑 경선 결과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유구무언이다. 누워서 침뱉기다"며 "친문에게 찍힌 사람들은 다 죽는다는 거 아니냐"고 탄식했다. 다른 의원도 "황당하고 당황스럽다"며 "(경선 패배가) 금 의원의 소신 때문이라고 딱 잘라 말하기 어렵지만 강서갑을 추가공모 지역으로 지정했던 건 문제가 있었다"고 했다.
반면 민주당의 총선 악재인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으로 기소된 인사들은 줄줄이 공천장을 쥐었다. 대전 중구에서 황운하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은 송행수 전 당 상근부대변인과 전병덕 전 청와대 행정관을 누르고 본선에 진출했다.
황 전 청장은 울산지방경찰청장 재임 당시 김기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의혹 관련 수사를 지휘해 선거에 영향을 미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의 핵심 인물이다. 민주당은 앞서 황 전 청장과 함께 재판에 넘겨진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전북 익산에, 청와대로부터 주오사카 총영사 등의 자리를 제안받았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임동호 전 최고위원을 울산 중구에 각각 공천했다.
이밖에 대전 대덕에선 박영순 전 대전시 정무부시장이 박종래 전 대덕구의원과 최동식 전 청와대 행정관을 이겨 각각 본선에 진출했다. 부산 중구·영도는 김비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민소통특별위원이 김용원 변호사, 박영미 전 당 정책위 부의장과의 3인 경선에서 1위를 했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강원 원주갑 경선에서 박우순 전 의원을 꺾고 본선에 오르게 됐다. 이 전 지사는 17·18대 국회의원과 강원도지사를 지냈으나, 2011년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아 지사직을 상실했다. 지난해 연말 특별사면·복권으로 피선거권 제한이 풀리면서 9년 간의 정치공백을 깰 기회를 얻었다.
서울 송파갑은 조재희 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이 문미옥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을 이겼다. 경기 용인갑은 오세영 당 정책위원회 부의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꺾었다. 경기 안성은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 후보 미래한국전략특보를 지낸 이규민 후보가 같은 캠프에서 경기도당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를 지낸 임원빈 후보를 이기고 본선행을 확정했다. 박정연 기자 /프레시안
코로나19 혼란 틈타 핵융합연구원 설립 추진?
[기고] 걸음마도 못 뗀 연구에 수조원 혈세... 과학인가 사기극인가
핵융합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과학자들이 모여서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연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여기에 산업부와 과기부가 각각 같은 명목으로 예산을 집행해서 연간 700억 원(2018년 예산)의 국민세금을 지원하고 국가핵융합연구소 운영에만 840억 원 가량이 들어간다. 발전기술개발 명목으로 산업부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도 예산을 받고, 기초연구사업 명목으로 과기부에서 추가로 예산지원을 받아 관련 예산이 연간 1800억 원이 넘는다(국가핵융합연구소 총 383명).
국가핵융합연구소 소장을 지낸 이가 지난 2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인재 19호로 영입되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설기관이었던 국가핵융합연구소를 연구원으로 독립법인화 하는 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가 남았다.
정부 출연 연구원 중에 특정 연구주제로 연구원이 설립된 곳은 없다. 국가핵융합연구소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산하 부설기관이다. 이를 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동격으로 승격시키겠다는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 산하 부설기관인 세계김치연구소를 한국식품연구원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얘기인 셈이다.
핵융합이건 핵분열이건 모두 원자의 핵을 두고 벌어지는 일들이니 원자력연구원 산하로 옮기거나, 발전소 건설이 목적이면 산업부로 이관하는 게 맞다. 지금도 여기저기 걸쳐 국민세금을 지원받는 핵융합연구소를, 인력을 더 늘리고 세금도 더 쓸 수 있는 연구원으로 승격시키는 이유가 뭘까. 이렇게 특별대우를 받을 만큼 그동안 성과를 낸 것이 있는가?
지구 질량의 33만 배인 태양이라서 핵융합 반응이 가능
꿈의 에너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핵융합 에너지'는 어린 시절 공상과학 영화나 만화에 등장했던 영웅들이 악당을 무찌를 때 사용하던 막강한 힘의 원천으로 종종 등장하곤 했다. 그런 꿈같은 핵융합에너지를 현실화시켜보겠다는 의지는 과학자로서 품어 봄직한 꿈일 수 있겠지만 실제는 그렇게 녹록하지만은 않다.
우라늄 방사성 동위원소인 우라늄 235의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를 합쳐 235개나 된다. 이렇게 큰 핵에 중성자선이 반응하면 핵이 분열해서 다양한 크기의 핵들로 쪼개진다. 그 과정에서 핵분열에너지가 방출되는데 이를 이용하는 것이 원자력발전소(정확히는 핵분열에너지 발전소)이다. 수소는 양성자 하나 전자 하나로 가장 작은 원소이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핵융합 반응으로 헬륨이 되면서 핵융합에너지를 방출한다. 이때 발생하는 핵융합에너지가 핵분열에너지보다 5배가량 더 크다. 문제는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야 하고 안정적으로 유지도 되고 경제성도 확보해야 발전소로서 의미가 있다.
▲ 핵융합과 핵분열의 원리 ⓒ나무위키
핵융합 반응은 지구 질량의 33만 배(태양계 전체 질량의 99.8% 차지)인 태양의 중력과 태양 중심 온도 1500만도 가량의 높은 온도가 유지되는 조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반응이다. 말 그대로 '태양'이라서 가능한 반응이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 덕분에 태양광 에너지와 태양열 에너지를 이 먼 지구에서 사용할 수 있다. 태양에서 일어나는 핵융합 반응을 지구상에서 구현해서 발전소를 만들겠다는 국내 과학자들이 국가핵융합연구소에서 연구를 하고 있고, 7개국(EU, 중국, 인도, 일본, 러시아, 미국, 한국) 과학자들이 모여서 실험로를 건설하겠다며 연구하는 것이 국제핵융합실험로 연구다.
지구에 태양을 구현하겠다는 이 야심찬 연구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다. 태양이 아닌 지구이기 때문에 태양 중심 온도 1500만도의 7배 높은 1억도 이상을 유지해야 핵융합 반응이 안정적으로 일어날 수 있는데, 이런 온도를 구현하는 자체가 큰 벽이다, 설령 그런 온도를 구현했다 하더라도 1억도를 견디는 재료가 없으니 자기장을 이용해서 삼중수소와 중수소를 이온 상태의 플라즈마로 공중에 띄워놓는 방법을 쓰는데 플라즈마 상태를 계속 유지하는 것도 관건이다.
핵융합에 필요한 삼중수소를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도 풀어야 할 과제다. 태양에서는 일반적인 수소에서부터 반응이 시작되어 중수소, 삼중수소가 만들어지고 이들이 핵융합 반응을 하지만, 지구상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미리 만들어서 공급해야 한다.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뽑을 수 있지만 삼중수소는 따로 생산해야 한다. 국제핵융합실험로 홈페이지에는 "삼중수소는 세계 재고(인벤토리)에서 조달"할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캐나다와 한국 등에서 운영 중인 캔두형 원자로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를 일컫는 것이다. 핵융합 반응 과정에서 발생하는 삼중수소로 자체 공급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핵융합 반응부터 성공하고 볼 일이다.
더구나 핵융합 반응에서 나오는 중성자선은 방사능 오염을 유발한다. 원전의 원자로에서 일어나는 방사능 오염과 다를 바 없다. 핵융합이건, 핵분열이건 각 반응에서 발생하는 중성자선은 주변 물질-구조물들을 방사화시켜서(방사능을 갖도록 변화시켜서) 결국에는 방사성폐기물이 발생된다. 이들 중성자선은 물론 방사화된 물질들이 내뿜는 방사선이 생명체에 위해를 가하지 않도록 차폐를 해야 한다. 중성자선은 금속 분자구조의 격자결손을 일으켜서 강철이 유리처럼 약해지게 하는 취성화 현상을 일으킨다. 중성자선에 의해 발생하는 원자로의 안전 이슈가 핵융합로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중성자선이 나오는 반응에서 방사능 오염과 핵폐기물 발생은 필연적이다.
핵융합 반응을 성공하는 것이 목표인 기초과학연구로 발전소를 짓겠다니
2005년에 기초지원연구원의 부설기관으로 설립된 한국핵융합연구소는 2008년부터 2025년까지 총 4단계로 나누어 핵융합 에너지를 상용화하는데 기여하는 연구를 하겠다는 계획을 세워 예산을 받고 있다. 2013년부터 20초 운전시간을 유지하고, 2017년까지 300초 운전 목표를 세웠으며, 2022년까지 3억도 온도에서 운전하겠다는 것이 목표이며, 2025년까지 데모 시뮬레이터로 300초 이상 운전하겠다는 목표다.
▲핵융합 에너지 상용화 계획 ⓒ국가핵융합연구소
핵융합 반응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지려면 1억도 이상의 초고온 플라즈마가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2016년 12월에 플라즈마를 최장으로 유지한 시간이 72초이다. 하지만 1억도에는 한참 미치지 못했다. 2019년 2월에 1억도를 넘겼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하지만 유지시간은 1.5초에 불과했다. 지난 13년 간의 연구에도 핵융합반응조차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을 성공하지 못한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만 뿐 아니라 국제핵융합실험로 역시 마찬가지다. 핵융합에너지를 상용화하겠다는 얘기는 1990년대에도 나왔던 얘기다. 성과 없는 연구에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워 국제핵융합실험로 연구를 조직했다는 게 전문가들 사이의 정설이다.
핵융합 반응이 유지되는 것조차 성공하지 못했는데 이 에너지를 이용해서 '발전'하고 '상용화'하겠다는 광고성 기사들이 온라인에 가득하다. 꿈의 에너지 핵융합에너지 상용화를 위해 국가핵융합연구소는 국제핵융합실험로 공동개발사업에 참여하면서 2007년부터 올해 11월까지 1조 2천365억 원을 부담하기로 결정했다. 2020년까지 실험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성공하지 못하고 5년 연장되자 국가핵융합연구소는 5285억 원을 더 부담할 예정이라고 한다.
2007년 4월, 핵융합 발전소를 2035년까지 개발하겠다며(최근에 과기부는 이를 2045년으로 연장하는 계획을 마련 중이라는 소식이다) 핵융합 관련 사업에 총 4조7000억 원의 국민세금을 투여하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까지 총 2조 원, 매년 1400억 원대이며 2006년 기초과학연구 예산 총액 1조7000억 원의 8%를 넘는 막대한 액수다. (☞관련기사 : '돈 먹는 하마'에 거침없이 투자?)
1억도 1.5초 유지를 위해서 2조 원이 넘는 국민세금을 썼고 그 중에 1조 원 가량은 국제핵융합실험로 연구에 지불했다. 2035년 개발 일정을 10년 늘려서 세금을 더 투여하겠다는 결정이나 국제핵융합실험로를 5년 더 연장해서 5000억 원의 세금을 더 쓰겠다고 결정할 때 세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 평가를 하는 것이 먼저일 텐데, 지금은 한술 더 떠서 부설기관을 본원으로 설립하겠다는 법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핵융합 반응 자체를 성공하는 것이 관건인 이 연구에 예산 편중이 심각한데,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산업기반기금 예산까지 핵융합 연구에 쓰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예산을 받으려면 적어도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될 만한, 20년 내에 전력생산이 가능한 기술이어야 한다. 핵융합 반응도 안정적으로 구현하지 못하는데 산업부 예산을 받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핵융합 발전소를 상용화하겠다면, 기초과학 연구에서 나아가 공학의 단계로 진전시키고 경제성도 확보해야 한다. 실험로, 원형로, 실증로 단계를 거쳐서 경제성이 있다면 상용화된 발전소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의 시간은 핵융합 반응이 기술적으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과정이었다. 현 수준에서 보면 국제핵융합실험로 연구에서도 실험로는 차치하고라도 안정적인 핵융합 반응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핵융합 연구에 딸린 재료기술과 제어기술 연구에서 오히려 진전이 있다는 얘기다.
지금은 매년 2000억 원 가량의 국민세금을 계속 지출할 것인지 평가해야 하는 상황이지 다른 연구원과 위상도 맞지 않는 국가핵융합연구원을 설립할 상황이 아니다. 국제핵융합실험로 연구에 매년 700억 원 가량의 분담금을 내고 그 중 상당액을 턴키사업으로 국가핵융합연구소가 연구를 수주하는 형식이 되면서 핵융합 연구에 쓰이는 상당액의 연구비가 감사도 어려운 구조다. 다른 기초연구와 형평성도 맞지 않은 막대한 예산 투입이 적정한 지 확인해야 할 시점이다.
태양의 핵융합 에너지로 충분하다
태양은 태양계 중심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면서 이미 우리에게 풍부한 에너지를 보내주고 있다. 그 에너지를 담는 발전설비만 있으면 태양이 존재하는 한 공짜로 쓸 수 있다. 태양광도, 태양열도, 나무도, 풀도, 바람도 다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로 만들어진다. 이들은 이미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다양한 형태의 에너지로 인류가 전기를 쓸 수 있는 기술로 개발되었고 상용화되었으며 그 어떤 발전원보다도 경제성 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국가 예산은 국민들의 세금으로 구성된다. 국가 예산은 한정되어 있다. 어디에 돈을 써야 할지 판단을 해야 한다. 지난 수십 년간 국가 예산을 투입했지만 여전히 실현가능성이 희박하다면 재고해야 한다. 그런데, 국민을 대신해서 행정부의 세금 낭비 단속을 해야 할 국회가 코로나19로 전 국민이 고통받고 나라가 혼란스러운 이 때에 핵융합연구원 설립 개정안을 통과시킨다니 우려스럽다. 국회는 국민을 대신해서 나라살림을 알뜰히 관리해야 하는 본분을 망각하지 않기를 바란다.
<참고자료>
국제핵융합실험로 연구 https://www.iter.org/
국가핵융합연구소 https://www.nfri.re.kr/kor/pageView/92
ITER 한국 사업단 https://www.iterkorea.org/
나무위키 핵융합 https://namu.wiki/w/%ED%95%B5%EC%9C%B5%ED%95%A9
‘돈 먹는 하마’에 거침없는 투자? http://legacy.h21.hani.co.kr/section-021021000/2007/05/021021000200705100659025.html
Fusion reactors: Not what they’re cracked up to be
By Daniel Jassby, April 19, 2017 https://thebulletin.org/2017/04/fusion-reactors-not-what-theyre-cracked-up-to-be/
ITER is a showcase … for the drawbacks of fusion energy By Daniel Jassby, February 14, 2018
https://thebulletin.org/2018/02/iter-is-a-showcase-for-the-drawbacks-of-fusion-energy/
Why Aren’t We Using Nuclear Fusion To Generate Power Yet? https://www.scienceabc.com/eyeopeners/why-arent-we-using-nuclear-fusion-to-generate-power-yet.html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
검토보고서 2017.9.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문위원 신항진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
조동(朝東)100년] ③ 조선일보 1면엔 일왕과 일장기가 얼마나 등장했나
조선일보 사시(社是) 가운데 첫째가 ‘정의옹호(正義擁護)’다. 조선일보는 정의옹호를 사시로 삼은 이유에 대해 “민족지로서 민족의 정의를 으뜸가는 가치로서 정치적 정의, 경제적 정의, 사회적 정의를 옹호하겠다는 신념의 피력”이라고 설명한다.
민족지로서 민족의 정의를 으뜸가는 가치로 내세우는 조선일보가 과연 그 ‘사시’를 어떻게 구현해 왔는지 살펴보자.
1937년 1월 1일, 조선일보 1면 한가운데에 당시 일본왕 히로히토 부부의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일제강점기였지만 그래도 ‘민족지’를 내세우며 한글 발행을 하는 신문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나 시도할만한 지면 배치였다.
자칭 ‘민족지’ 조선일보, 1937년 1월 1일 1면에 일왕부부 대형 사진 올려
이날 자칭 ‘민족지’ 조선일보는 1면 제호 옆에 눈 쌓인 소나무 그림을 배치하고, 중앙에 일왕 부부 사진을 올렸다. 사진은 봉황 이미지와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으로 장식됐다. ‘원단(元旦)‧궁중(宮中)의 어의(御儀)’, 즉 ‘설날 아침 궁중의 의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왕을 ‘천황폐하’로 칭했고, 임금의 손을 높여 부르는 ‘어수(御手)’, 임금의 옷을 높여 부르는 ‘어포(御袍)’ 같은 극존칭 단어를 동원해 일왕을 찬양했다. 일왕 부부 사진 왼쪽에는 당시 조선총독 미나미 지로의 사진과 함께 그의 신년사를 빼놓지 않고 실었다.
▲ 1937년 1월 1일, 조선일보는 처음으로 1면에 히로히토 일왕 부부의 사진을 크게 실었다. 조선일보는 이 때부터 1940년 8월 폐간 때까지 해마다 새해 1면을 일왕 부부의 사진으로 채웠다.
동아일보는 이듬해인 1938년 1월 1일부터 일왕 부부 사진 1면 게재를 시작했다. 1면 제호 옆부터 일왕 부부의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배치했다.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봉황과 국화 문양으로 일왕 부부를 돋보이게 만들었다.
동아일보 1938년 1월 1일부터 1면에 일왕부부 사진 등장
동아일보는 이날 1면 ‘대본영하(大本營下)에 어월년(御越年), 황공(惶恐)-천황폐하어일상(天皇陛下御日常)’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왕을 ‘천황폐하’ 또는 ‘대원수폐하’로 표기했고, 임금의 뜻을 높여 부르는 ‘성지(聖旨)’, 임금의 걱정을 높여 부르는 ‘성려(聖慮)’, 임금의 나이를 높여 부르는 ‘성수(聖壽)’라는 극존칭을 사용해 일왕 히로히토를 칭송했다.
▲ 히로히토 일왕 부부를 1면 전면에 실은 동아일보 1938년 1월 1일자 신문. 봉황과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 등으로 장식했다.
두 신문은 이후 1940년 8월 폐간때까지 매년 1월 1일, 1면 중앙에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실었다. 일왕 부부 사진을 장식하는 배경이나 문양은 해가 갈수록 화려해졌다. 봉황은 물론, 떠오르는 태양, 눈 쌓인 소나무, 날아오르는 학, 구름, 일본 왕실을 상징하는 국화 문양 등이 일왕 부부의 존엄을 보조하는 상징으로 다양하게 동원됐다.
▲ 일왕 부부가 등장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지면.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939년 1월 1일자 동아일보, 1940년 1월 1일자 동아일보, 1938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조선일보는 1939년과 1940년 1월 1일자 1면에는 예복이 아닌 군복을 입은 일왕의 사진을 실었다. 일왕을 전쟁을 지휘하는 ‘대원수폐하’로, 즉 중일전쟁 시기 최고 군사지휘관으로서의 ‘천황’을 강조한 것이다.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조선일보가 독자들에게 “황국신민으로서 침략전쟁의 수행을 충실히 따라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 1939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예복이 아닌 군복을 입고 있는 일왕이 눈에 띈다.
조선과 동아일보, 두 신문이 일왕 부부의 사진으로 1면을 장식한 것은 1월 1일만이 아니었다.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천장절)인 4월 29일에도 1면에 일왕 부부의 사진을 배치했다. 조선일보는 1937년과 1938년, 동아일보는 1938년, 1939년 4월 29일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싣고 사용할 수 있는 최고의 어휘를 동원해 일왕 생일을 ‘봉축’했다.
▲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일왕 생일(천장절)에도 1면에 일왕 부부의 사진을 실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1937년 4월 29일자 조선일보, 1938년 4월 29일자 조선일보, 1938년 4월 29일자 동아일보, 1939년 4월 29일자 동아일보.
조선일보, 1940년부터 제호 위에 일장기 새겨, 모두 11건 확인
일제를 향한 조선일보의 충성은 1940년 1월 1일 지면에서 극에 달한다. 바로 조선일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 놓고 인쇄한 것이다. 신문 제호 위에 일장기를 새겨 넣은 것은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나 경성일보, 또는 일본 신문들이 하는 행태였다.
▲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놨다.
뉴스타파 조사 결과, 일제강점기 조선일보가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놓은 지면은 모두 11건으로 확인됐다. 새해 첫날은 물론 주요 기념일마다 제호 위에 일장을 새겨 넣었다.
1940년 1월 1일, 3일, 5일 그리고 우리의 개천절과 비슷한 일왕 기원절인 2월 11일, 일제 육군기념일인 3월 10일, 일왕 생일(천장절) 다음날인 4월 30일, 일제 해군기념일인 5월 27일, ‘지나사변(중일전쟁)’ 3주년인 7월 7일에 특별히 일장기를 새긴 것으로 나타났다.
▲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린 조선일보 지면. 왼쪽 위부터 1940년 1월 3일자, 1월 5일자, 2월 11일자, 3월 10일자, 3월 21일자, 4월 3일자, 4월 30일자, 5월 27일자, 7월 7일자.
뉴스타파 조현미
[조동(朝東)100년] ④ 어떻게 18살 소년을 전쟁터로 내몰았나
일제는 1937년 7월 중국을 침략했다. 중일전쟁의 시작이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병력이 부족해지자, 조선총독부는 1938년 1월 한국인을 대상으로 ‘육군 지원병’ 제도를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일제는 이렇게 한국 젊은이들을 침략 전쟁의 ‘총알받이’로 내몰았다.
조선총독부는 지원병제 실시를 조선 식민지 통치의 핵심 이데올로그였던 ‘내선일체’(內鮮一體)를 완성하는 계기로 삼고 대대적인 선전·선동을 벌였다. 이에 대해 조선과 동아일보, 두 신문은 어떤 식으로 호응했을까.
뉴스타파는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디자인연구소와 함께 1937년부터 40년 폐간 때까지 두 신문에 등장하는 지원병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 1938년 8월 3일 조선일보에 실린 육군지원병 훈련소 소기(의장 깃발) 수여식 사진. 일제의 상징인 욱일기가 보인다.
조선총독부가 지원병 제도 실시를 발표한 이틀 뒤인 1938년 1월 18일, 조선일보는 ‘벌써 지원자 속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냈고, 같은 날 동아일보도 ‘지원병 희망자가 속출’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사설에서 “조선인에도 지원병 제도를 실시한다는 것은 획시기적(劃時期的) 중대 사실로 내선일체의 일현현(一現顯,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며 지원병 제도의 실시를 내선일체와 연결해 보도했다.
▲ 1938년 1월 18일 조선일보. 지원병 제도 실시 발표가 ‘조선인들에게 막대한 반향을 일으켜 지원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썼다.
두 신문은 이후 ‘쇄도’, ‘초과’, ‘돌파’ 등의 단어를 동원해 지역별로 지원병 지원 상황을 상세하게 보도했다.
지원병 저조한 지역 비판·비교하며 ‘지원병 신청 경쟁’ 유도
지역별로 지원병 지원 현황을 비교해 경쟁을 부추기는 기사도 확인했다. 대표적인 게 1939년 2월 6일자 동아일보 기사다.
동아일보는 이날 2면에서 ‘함경남도 관내엔 지원병 태무 상태’라는 제목으로 “함경남도 관내만은 불과 (지원병이) 20여 명 정도”이고, 그 원인이 “지원병 제도에 대한 주지 보급이 불철저한 소치인 듯하다”며 지원병 모집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함경남도 당국을 비판했다.
▲ 1939년 2월 6일 동아일보. 함경남도의 지원병 수가 20여 명에 불과하다며 ‘주지보급(홍보)이 불철저’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같은 날 4면에선 ‘강릉 지방 지원병 66명을 돌파’ 제목으로 “지원병 열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기사를 실었다. 지원병 지원이 많은 이유로 “강릉 지방이 제국 군인에 대한 고귀한 정신과 진충보국의 일념에 불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가 내보낸 이 기사의 효과는 컸다. 1년 만에 함경남도의 지원병 신청자가 전국 1위를 차지한 것이다. 1940년 2월 모두 7만 9,600명이 지원했는데, 함남 지역의 신청자가 1만 900명으로 집계돼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국가통계포털에서 확인한 당시 도별 인구 통계를 보면, 함경남도 지원병 지원자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하게 많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940년 당시 함남의 조선인 남성은 약 92만 명이었다. 반면 경기도의 조선인 남성은 135만 명이었는데, 지원병 지원자는 함남의 절반 수준인 약 5,200명이었다.
▲ 1940년 2월 13일 동아일보. 함경남도는 동아일보의 ‘비판기사’가 실린 지 1년 뒤 전국 1위 지원병 신청자 배출 지역이 된다.
기사에 ‘혈서’ 등장…첫 전사자는 ‘침략전쟁 선동 도구’로
조선과 동아일보, 두 신문의 중일전쟁과 지원병 관련 기사에는 ‘혈서(血書)’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지원병에 뽑아달라며 ‘천황폐하 만세’와 ‘일본제국 만세’ 혈서를 쓴 청년을 소개했고, 혈서와 함께 두 아들에게 입대를 못 하면 죽어 오라고 했다는 아버지의 당부를 보도하기도 했다.
1937년에서 1940년 사이, 두 신문에 등장하는 혈서 기사를 간략히 소개하면 이렇다.
이 가운데 “피가 모자라 물을 타서” 혈서를 썼다는 강화군 지원자는 당시 19살이었다. 또 “일신을 황국에 바치겠다며 혈서” 쓴 춘천 소년의 나이는 불과 18살이었다.
동아일보 “전사(戰死)는 남자의 당연한 일”...전쟁 미화, 선동
▲ 조선인 지원병 중일전쟁 첫 전사자 이인석
1939년 중국 전투에서 첫 조선인 지원병 사망자가 나왔다. 충북 옥천군 출신 ‘이인석’이었다. 조선과 동아, 두 신문은 이인석을 전쟁 영웅으로 만들면서, 침략전쟁의 선동 수단으로 이용했다. 전쟁의 비극이나 억울한 죽음, 그리고 유족의 슬픔은 이들 신문의 안중에 없었다.
동아일보는 1939년 7월 9일 고 이인석의 유족을 만나 ‘이인석 가정 방문기’ 기사를 작성했는데 “전사(戰死)는 남자의 당연사”라며 이인석의 부인이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크게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939년 9월 6일 “적진에 돌입,역습, 적을 분쇄”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인석이 전투 도중 수류탄에 맞아 사망하기 직전 “천황폐하 만세를 삼창”했다고 마치 현장을 목격한 듯 보도했다.
두 신문은 고 이인석 관련, “지원병 최초의 꽃, 옥천 출신 일등병 이인석 군 전사” (1939년 7월 8일 동아일보) ,“피로써 진충보국한 표본이 되어 주었다”(1939년 7월 9일 조선일보), “인간을 초월한 훌륭한 공훈”(1939년 7월 13일 조선일보) 등 일제 침략전쟁 전사를 미화하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신철 역사디자인연구소 소장은 “전쟁의 참상이라든지 개인의 아픔과 희생에 관한 부분은 전혀 읽을 수 없고 영웅화를 통해 일본이 전쟁에서 이길 수 있고 조선인도 침략 전쟁에 기여한다는 것을 강조해 전쟁을 미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1939년 아버지 이인석 관련 조선, 동아일보 기사를 보고 있는 딸
뉴스타파는 고 이인석의 딸을 만났다. 아버지가 사망할 무렵 딸은 세 살이었다. 올해 83살이다. 딸은 오랜 지병으로 방안에 누워 있었다. 딸은 연신 한숨만 지었다. 그리고 “전쟁터로 끌고 간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지”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은 ‘미영귀축(米英鬼畜)’으로 비하...나치, 히틀러 찬양
조선·동아, 두 신문은 1940년 8월 폐간 때까지 일제와 히틀러 군대에 맞선 연합군 측인 미국과 영국을 미영귀축(米英鬼畜), 즉 귀신과 짐승이라고 비하하면서 일제가 저지른 침략전쟁을 찬양 선동했다. 또한 히틀러와 나치, 무솔리니 등 파시즘 정권을 찬양하는 보도를 이어갔다.
1940년 새해 첫날 조선일보는 ‘견고한 독일정신을 가진 지도자 히틀러 1인의 지도와 지도자를 위한 명예스러운 희생이 독일을 강국으로 만든 원동력이 됐다’는 내용의 기고문을 실었고, 같은 날 동아일보는 독일 나치와 신라시대 화랑도 정신이 나라를 위해 목숨마저 희생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냈다.
‘소년조선일보’의 1940년 7월 14일 기사에서는 ‘즐거운 각국의 아이들’이라는 제목으로 나치 청소년 조직인 ‘히틀러 유겐트’와 이탈리아 청소년 파시스트 단체를 상세히 소개했다. 소년조선일보는 ‘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프랑스를 이기고, 다른 나라들도 정복한 것은 용맹한 독일 병정을 길러내는 히틀러 유겐트의 힘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 1940년 7월 14일 소년조선일보. ‘독일의 미래를 짊어진 히틀러 유겐트’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려있다.
조선·동아 사주, 폐간 후 ‘징병 독려, 침략전쟁 찬양’ 기고문 발표
1940년 폐간 이후에도 두 신문의 사주, 김성수와 방응모는 침략전쟁을 선동하고 지원병 학병을 찬양하는 기고문을 여러차례 발표했다. 대표적인 기고문을 아래에 소개한다.
2009년 대통령 직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일제강점기 두 신문 사주였던 김성수와 방응모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한다. 이후 두 사주의 후손들은 친일반민족행위자 결정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모두 패소했다.
프레시안 홍주환
[조동(朝東)100년] ⑤ '제호 위 붉은 일장기' 조선일보 원본 첫 확인
뉴스타파는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디자인연구소와 함께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지면을 전수 분석해 조선일보가 모두 11차례에 걸쳐 1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 인쇄한 사실을 확인해 보도한 바 있다.
조선일보가 제호 위에 일장기를 새긴 적이 있다는 건 언론 단체와 연구자들 사이에선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새해 첫날이나 각종 기념일을 맞아 모두 11번이나 일장기 제호 지면을 냈다는 사실을 구체적으로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또한 조선일보가 제호 위에 일장기를 당시 붉은색으로 컬러 인쇄했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는 쉽지 않았다. 국회도서관이나 국립중앙도서관 등에서 열람 가능한 일제강점기때 조선일보 지면은 원본이 아닌 흑백 PDF 파일이나 마이크로 필름 형태였기 때문이다.
취재진은 컬러 인쇄 여부를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먼저 조선일보가 일장기를 컬러로 인쇄하는 방안을 내부에서 논의했다는 조선총독부 비밀문서를 찾아냈다.
1938년 일제 종로경찰서장이 경기도 경찰부장에게 보고한 <조선일보사의 비국민적 행위에 관한 건>이다. 이 문서에는 조선일보 주필 서춘을 중심으로 1937년부터 1면에 붉은 일장기를 인쇄하자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는 내용의 일제 경찰의 첩보가 기록돼 있다.
▲ 1938년 일제 종로경찰서장이 경기도 경찰부장에게 보고한 문건. 1937년부터 1면에 붉은 일장기를 인쇄하자는 조선일보 내부 논의가 있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국사편찬위원회 소장 자료)
이용창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은 “1936년 말에 당시 주필이던 서춘이 ‘37년 신년호부터 붉은색 일장기를 인쇄해서 내보낸다’라고 하는 것을 제안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일부의 반발 등 조선일보 내부의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실제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조선일보는 1937년 신년호부터 일왕 부부의 사진을 크게 싣기 시작했다.
조선일보 ‘붉은색 일장기’ 내부 검토, 조선총독부 비밀문서에 확인
취재진은 지난 2월 조선일보에 PDF 형태로 제호 위에 흑백 일장기가 확인되는 1940년 1월 1일자 신문의 원본 열람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조선일보 측은 “(조선일보를) 폄하하고 비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이후 뉴스타파는 조선일보 원본을 소장하고 있는 기관 등을 물색하는 과정에서 한국연구원에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신문 원본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취재진은 한국연구원의 협조를 얻어 연구원 귀중본실에 보관돼 있는 조선일보 원본을 볼 수 있었다.
김상원 한국연구원 원장은 “일제강점기에 발행한 한글 신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50-60년대 인사동 고서점 등에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신문 원본을 수집해 소장해 왔다”고 말했다.
80년이라는 긴 세월을 견뎌온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원본은 누렇게 변색돼 있었다. 신문지는 만지면 금방이라도 부서질 듯 바싹 말라 있었다. 장갑을 끼고 조심스럽게 신문을 들췄다. 히로히토 일왕 부부의 사진이 뚜렷하게 보였다. 그리고 80년이 흘렀지만 조선일보 제호 위 일장기는 여전히 붉은 색으로 선명하게 인쇄돼 있었다.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원본, 제호 위에 선명한 ‘붉은 일장기’
취재진은 1월 1일자뿐만 아니라 1월 3일, 5일자에도 조선일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컬러 인쇄했음을 확인했다. 붉은 일장기가 제호 위에 새겨진 조선일보 신문 ‘원본’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조선총독부 기관지나 일본어 신문이 본국을 향한 충성의 표시로 제호 위에 붉은 일장기를 인쇄한 건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민족지’임을 내세운 조선일보도 똑같은 행위를 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드러난 것이다.
▲ 한국연구원이 귀중본실에 보관하고 있는 1940년 1월 1일자 조선일보 1면 지면 원본. 제호 위 붉은 일장기가 선명하다.
▲ 조선총독부 기관지 매일신보의 1940년 2월 11일자 1면.
조선일보는 지난 3월 5일 창간 100년을 맞아 기사 아카이브를 공개하면서 붉은 일장기가 인쇄된 지면도 함께 공개했다. 뉴스타파가 일제강점기 조선일보 지면을 전수 분석해 11차례나 1면 제호 위에 일장기를 올려 인쇄한 사실을 파악했는데, 확인 결과 이 11건의 지면 모두 붉은색으로 일장기를 컬러 인쇄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선일보는 일왕이나 일제에게 특별한 날인 경우 그 날짜 신문 제호 위에 붉은 일장기를 새겨 올렸다. 그 날의 의미를 이해하면 일제를 향한 조선일보의 충성이 더욱 확연해진다.
우선 2월 11일은 일본의 ‘기원절’이다. 첫 일왕으로 알려진 ‘신무천황’(神武天皇)이 즉위했다는 날이다. 3월 10일은 일제 육군기념일이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일제가 봉천(奉天)전투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했다. 3월 21일은 ‘춘계황령제’(春季皇靈祭)인데,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春分)을 맞아 일왕이 역대 일왕을 기려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이날은 지금도 일본에선 공휴일로 지정돼 있다
일왕 생일, 일왕 제삿날, 야스쿠니신사 합사 기념으로 ‘붉은 일장기’
4월 3일은 ‘신무천황제’(神武天皇祭)로 ‘신무천황’의 제사를 지내는 날이다. 4월 30일은 히로히토 일왕의 생일인 ‘천장절’ 다음 날이다. 일본은 2005년부터 히로히토 생일을 ‘쇼와의 날’로 지정했다. 5월 27일은 일제 해군기념일이다. 1905년 러시아와의 해전에서 승리한 날을 기념했는데, 1945년 일제 패망 이후 이 기념일은 폐지됐다. 또 7월 7일은 ‘지나사변’, 즉 중일전쟁 3년을 기념하는 날로 이 때도 조선일보는 제호 위에 붉은 일장기를 새겨 넣었다.
1940년 4월 25일 조선일보는 제호 위에 ‘정국신사임시대제일(靖國神社臨時大祭日)’을 기념하는 ‘붉은’ 일장기를 올렸다. ‘정국신사(靖國神社)’, 즉 야스쿠니 신사는 일제가 저지른 침략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을 신으로 모시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특히 침략 전쟁 A급 전범들의 위패가 보관돼 있다.
일제는 1940년 4월 23일부터 4월 25일까지 중일전쟁 등에서 사망한 1만 2천 799주(柱)의 새로운 ‘호국영령’을 야스쿠니 신사에 ‘신진(神鎭)’ 즉 신으로 모시는 행사와 제사를 지냈다. 조선일보는 일제의 야스쿠니 합사 제사를 기념해 제호 위에 ‘붉은 일장기’를 인쇄한 것이다.
이처럼 일왕과 일제에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에 제호 위에 붉은 일장기를 새겨 일제에 충성을 다한 조선일보는 1940년 8월 동아일보와 함께 폐간된다. 당시 두 신문은 왜 폐간했을까.
프레시안 조현미
'비례연합정당' 참여선언 이해찬, "부끄러운 정치" 언급한 까닭
"압도적 당원 찬성 받들 것"... 비례순번 협상·의원 차출 등은 숨은 난제
▲ 이해찬, 비례연합정당 참여 선언…"부끄러운 정치 보여 송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3일 "민주당은 당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을 받들어 개혁정당 참여를 추진할 것"이라며 범여권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당원이 압도적 찬성을 보내준 건 미래통합당의 반칙과 탈법, 반개혁을 응징하고 개혁과 변화의 국정을 책임지라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당 대표로서 국민께 이런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 모습을 보이게 돼 매우 참담하고 송구하다"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오른쪽은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회 위원장. ⓒ 남소연
"다른 민주개혁 정당들도 작은 정파의 이익이 아닌 개혁의 대의로 이 길에 함께해주길 바란다."
결국 이렇게 결론이 났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3일 비례선거연합정당 참여를 공개 선언하며 미래통합당을 제외한 정의당, 민생당 등 민주·진보계 정당에 합류를 제안했다.
윤호중 사무총장은 같은 날 오후 민생당 지도부를 만나 동참을 제안하는 친서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기본적으로 같이 해보자고 제안하러 가는 것이고, 다른 당에도 하게 될 것"이라면서 '정의당도 해당하느냐'는 질문에 "미래통합당만 빼면 (해당한다)"고 답했다.
한국 정치사에서 비례대표 확보를 위해 정당 간 연합을 선언한 사례는 흔한 일이 아니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종필 전 총재가 DJP 연합을 출범한 사례나,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공식 선거연합을 구성한 사례 역시 주자 간, 지역구 후보 간 단일화를 중심으로 이뤄진 것이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 본청에서 열린 코로나국난극복대책위원회-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비례연합정당 참여의 명분을 '개혁 완성'으로 설명했다. 그는 "미래통합당이 제1당이 되면 국정을 발목잡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검찰 개혁을 되돌리겠다는 적반하장의 퇴행을 공언했다"면서 "문재인 정부 하반기 국정 운영과 함께 책임 있는 집권 여당으로서는 도저히 좌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선거법 개정을 이끌었던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선거개혁이 좌초된 데 대한 사과를 전하기도 했다. 다만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의 창당을 후퇴 원인으로 지목하면서, 책임의 무게를 덜어냈다.
이 대표는 "미래통합당은 페이퍼 위성정당이라는 반칙과 탈법으로 국회 의석을 도둑질하는 망행을 저질러 선거법 개혁 취지를 파기했다"면서 "당대표로서 국민에게 이러한 탈법과 반칙을 미리 막지 못하고 부끄러운 정치의 모습을 보이게 되어 참담하고 송구한 말씀과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참여 명분은 '1당 사수'... "21대 국회서 선거법 보완"
'1당 사수'의 목적도 내걸었다. 그는 "민주당은 연합정당에 참여하며 어떤 희생도 마다하지 않겠다. 의석을 더 얻고자 함이 결코 아니다"라면서 "소수 정당의 국회 진출을 우선하고, 21대 국회에서 선거법이 악용될 수 있는 미비점을 보완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비례연합정당 추진에 총의를 모의긴 했지만, 민주당이 앞으로 맞닥뜨릴 난관은 첩첩산중이다. 우선 함께 연합을 논의할 연합체를 선택해야한다. 현재 민주화 원로들이 각각 참여하고 있는 정치개혁연합과 플랫폼정당이 민주당에 같은 제안을 한 상황이다.
선거연합의 특성상, 선거 직후 해산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각 협상 주체가 '독자 정당화'를 추진하고자 할 경우엔 문제가 꼬일 수 있다. 이 대표가 이미 '후순위 7석'을 받겠다고 공언한 상태이긴 하지만, 비례 후보 순번을 정하는 과정의 협상도 만만치 않은 난제다.
정당법상 투표용지에 기재된 기호순번을 앞 번호로 받기 위한 필수 조건인 현역 의원을 비례 후보로 배치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남아있다.
이미 미래통합당 현역 의원들의 미래한국당 이적으로 '의원 꿔주기' 비판 여론이 높은 상황이지만, 유권자들의 혼선을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신이 가라고 말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라면서도 "개인이 가겠다는 분이 있는데 말리기야 하겠나"라고 말했다.
글: 오마이뉴스 조혜지(hyezi1208)
마스크 쓴 대한민국, 루이뷔통은 산다…세계 8위 "15조원 질렀다"
명품 매장 앞은 마스크 낀 손님들 줄섰다 '문전성시'
2년 연속 세계 8위…지난해 14조8천억, 4.6% 성장
루이뷔통 매장 확장…백화점 '나홀로 호황' 명품 강화
럭셔리 상품 시장 규모.
롯데백화점 본점 샤넬 매장, 신세계백화점 영등포점 루이뷔통 매장,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구찌 매장 등 백화점의 명품 매장 앞의 공통점은 바로 갈 때마다 눈에 띄는 줄서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8000명을 돌파하면서 다중이용시설 곳곳이 텅 빈 모습을 연출하지만, 명품 매장 만큼은 문전성시를 자랑한다.
13일 오후 롯데백화점 본점의 한 명품 매장에서 만난 이모씨는 "집에만 있기 답답해 나왔는데 명품 매장은 입장 제한이 있어 쾌적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요즘 같은 시기에는 더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의 한 명품 매장에서 만난 박모씨 역시 "원래 사려고 했던 제품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매장을 찾았다"면서 "지금 사지 않으면 바로 물량이 부족해 살 수 없다"고 강조했다.
명품 매장 관계자는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입장을 제한하고 있으며, 매장 방문 고객의 손 소독을 진행하면서 입장을 도와드리기 때문에 코로나19 발생 전보다 고객 응대 시간이 조금 길어졌다"면서 "코로나19에 따른 매출 변화는 없고 오히려 지난달에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늘었다"고 설명했다.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명품 상품 시장규모는 127억2670만달러(14조8291억원, 2019년 고정환율 1165.200원 기준)로 전년 121억6850만달러(14조1787억원)보다 6500억원 증가했다. 순위는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독일에 이은 세계 8위다. 2013년 이후 연평균 6.5%의 성장률을 보이는 한국 명품 시장은 지난해 4.6% 성장했다. 이는 내수 판매액 기준으로 면세와 중고시장, 블랙마켓이 제외된 수치이기 때문에 합하면 시장 규모와 성장세는 훨씬 크고, 가파를 것으로 추정된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뷰티&패션 부문 수석연구원은 "한국의 럭셔리 상품 시장은 명품 의류, 가방, 시계 등 전 영역에 거쳐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는데, 한국 소비자들의 폭넓은 명품 소비가 요인"이라면서 "과거에는 루이뷔통, 프라다, 샤넬과 같이 전통적인 명품 브랜드에 대한 수요가 주였다면, 최근에는 젊은 소비자들과 중산층을 중심으로 가성비 있거나 포용 가능한 명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티파니앤코 매장 모습. 이선애 기자 lsa@
높은 성장세를 바탕으로 명품 브랜드의 잦은 가격 인상도 여전하다. 루이뷔통은 지난 4일 주요 제품 가격을 2~4%가량 인상했다. 작년 11월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해 1년 반 사이에 4번째나 올린 것이다. 샤넬이 작년 10월 핸드백 가격을 3~13%가량 조정한 만큼
업계에선 샤넬이 곧 가격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도 지배적이다. 앞서 올해 초 프라다와 디올 등이 일찌감치 가격을 조정했다.
한국 명품 시장의 장밋빛 성장세에 주목해 세 확장도 본격적으로 꾀하고 있다. 매장 리뉴얼·확대는 물론 주력 제품군을 가방에서 신발, 의류까지 전 방위로 확대하고 있다. 루이뷔통은 신세계 영등포점 명품관에 위치한 매장 확대를 진행 중이다. 남성 제품을 보강하고, 가방뿐 아니라 의류, 신발, 액세서리 등을 다양하게 판매하기 위해서다. 명품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밀레니얼와 Z세대)가 가방을 넘어 신발과 의류 등에 더 많은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남성의 소비력 역시 여성 못지않게 증가해 이에 따라 운영 전략을 변화하고 있는 것.
구찌 행보도 적극적이다. 남성 소비력에 집중해 청담 부티크, 갤러리아 명품관, 롯데 본점·잠실·부산, 신세계 강남·센텀시티점 등에서 남성과 여성 의류를 분리했다. 롯데 본점에서 남성, 여성 매장을 각각 확장 오픈했고 잠실에서는 여성 패션 잡화 매장과 의류 매장을 추가로 오픈해 남성 매장까지 3개를 운영 중이다. 최근 롯데 부산 본점에서도 여성, 남성 매장을 리뉴얼 오픈했다.
백화점 업계 역시 명품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여의도에 서울 최대 규모의 백화점을 오픈할 계획으로, 이곳에 3대 명품을 유치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본점 1층에 화장품 대신 명품 매장을 입점시켜 프리미엄 매장으로 개편했고 잠실·부산본점 등의 주요 점포 역시 프리미엄 매장을 적용할 예정이다. 신세계백화점은 14개 지점 모든 곳에 에르메스를 입점시켰고 올해는 샤넬과 루이뷔통 매장 확충에 집중할 방침이다.
루이뷔통 매장 모습.
확진자 방문 등으로 전국 곳곳에서 백화점 휴점이 이어진 데다 감염 우려 때문에 고객 발길도 줄어 전 브랜드 매출은 평균 15%가량 감소했지만, 명품만 뚜렷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롯데백화점은 지난달 매출이 전년 대비 22% 줄었지만 명품은 6% 증가했다.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2월 매출이 4% 줄었지만, 명품 매출은 17%나 뛰었다. 신세계백화점과 현대백화점도 지난달(1~25일) 매출이 각각 15.8%, 12.1% 감소했지만, 명품 매출은 각각 2.4%, 9.3% 증가했다.
홍 연구원은 "한국 명품 시장의 전망은 예년과 비슷하게 다양한 소비자층의 명품 구매를 필두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이 명품 브랜드의 소비자 접근방식이었다면, 향후 TV홈쇼핑과 소셜미디어, 온라인을 통한 명품 제품 홍보와 판매 또한 더욱 돋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 코로나19 확산으로 최근 온라인 명품 매출도 덩달아 호조다. 국내 1위 해외 직접구매 배송 대행업체 몰테일의 지난달 명품 가방 직구 규모(개당 500달러 이상)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최대 명품 전문 쇼핑몰인 발란의 2월 거래액도 전년 대비 15배 늘었다./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코로나19 검사 기피, 일본이 이상해
[안종주의 안전사회] 코로나전쟁, 최후 승자는 한국, 최후 패자는 일본
"나의 죽음을 적에게 알리지 말라." 노량해전에서 이순신 장군이 한 말이다. 자신의 죽음을 적이 아는 순간 거세게 공격해 올 것을 염려한 당부다. 부하들의 생명이 위태로워지는 등 아군의 피해가 클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감염을 숨기려는 일본인들의 행태를 보면서 이 말이 생각났다. 정반대의 생각을 하면서.
팬데믹 코로나19가 일본 전역에서 스멀스멀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감염시키고 있다. 하지만 일본과 일본인은 그 진실과 마주하려 들지 않는다. 이상한 나라다. 이상한 국민이다. 한국계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일본에서 100만 명에게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는 간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지원하겠다는, 참 고마운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많은 일본인들이 외려 이를 맹비난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이런 판단을 했다. 손 회장은 두 시간 만에 어쩔 수 없이 지원 제의를 철회했다.
손 회장의 제의에 대해 일본인은 "일본의 의료가 붕괴한다." "혼란을 초래할 뿐이다." 등의 부정적 반응을 쏟아냈다. 이런 반응이 물론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쏟아져 나올 경우 기존의 중증질환으로 치료받고 있던 사람들이 제대로 치료받기 힘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코로나19의 실태가 까발려지는 순간 비이성적 공포로 인한 사회 혼란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손정의 회장 검사 지원에 일본의 감염 실태 알리기 싫어 반대
그렇다고 해도 우리로서는-아니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일터이다-정말 아무리 이해하고 싶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질병 특히 감염병 방역의 제1원칙은 투명성이다. 방역당국이나 시민이 감염병의 확산 실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그것에 맞춰 올바른 방역 대책을 세울 수 있고 시민은 그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다.
잠시 숨긴다고 해서 영원히 감춰지는 것은 아니다. 당장 눈앞에 펼쳐질 두려움이나 혼란 때문에 검사를 받지 않겠다는 태도는 나중에 더 큰 혼란을 반드시 가져온다. 거대한 실체가 드러나면 선진국 일본이라 할지라도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우리 누리꾼 등은 일본의 이런 모습을 보고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현실을 받아들이기 싫어서 방치하겠다는 마인드 대단하다" "손으로 하늘을 가려봐라 그게 가려지나" "코로나를 고치는 것보다, 숨기는 것에 더 익숙하니" 등의 우려를 밝혔다. "감염자수 밝혀질까 봐 저런 제의까지 욕하는 거 봐라" "아베가 못하게 막았겠지. 실제로 100만 명 검사하면 확진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테니" "올림픽 못할까 바들바들 떠네" 등의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다.
손 회장의 제의를 거부한 것은 누리꾼들의 지적대로 자신들의 실상을 일본 국민과 다른 나라에 알리기 싫다는 태도에 다름 아니다. 손 회장의 기부를 받아 1백만 건의 코로나19 감염 검사를 할 경우 수만 명의 확진자가 나올 것을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중국, 진실 드러내지 않으려다 팬데믹으로 키우다
코로나19가 팬데믹이 된 데는 중국의 책임이 크다. 12월부터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확산하고 있는데도 중국은 이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우한 지역 밖 중국 인민과 다른 국가들에 그 사실을 알리지 않고 수습하려 한 것이 화근이었다. 자신들의 힘으로 손을 쓰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자 비로소 이를 알렸다. 아미 때는 늦었다. 강한 전파력을 생각할 때 팬데믹은 예정된 수순이었다.
바이러스를 몸에 지닌 우한 시민들은 인접 지역으로 갔다. 우한에 있던 일부 시민과 외국인들은 외국으로 여행하거나 탈출했고 자신의 나라로 돌아갔다. 이들 가운데에도 증상이 없는 보균 상태의 감염자가 다수 있었다. 특히 1월 중순에 있었던 춘절이 결정적 확산 모멘텀이었다.
감염병을 드러내지 않고 숨긴다고 해서 바이러스가 확산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은밀하게 전파되는 것은 대놓고 전파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하다. 눈에 보이는 위험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사람에게는 더 위험하다. 방심 때문이다. 치명력이 매우 강한 에볼라보다 은밀한 사생활을 통해 전파되는 에이즈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엄청난 사망자를 냈다.
사람들이 자신의 병을 남에게 알리지 않는 경우가 물론 있다. 정치인들은 건강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쟁 후보의 공격을 두려워해 질병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차별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경우도 그렇다. 만약에 병을 앓고 있는 것이 드러날 경우 해고당하거나 무급휴직을 당한다면 증상이 매우 심하지 않는 이상 이를 숨긴다. 병원에 찾아가 진단검사를 받기를 주저한다. 서울 구로 콜센터의 대규모 집단감염의 배경에는 이런 행태가 큰 몫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
약점 보이지 않으려는 일본인, 역사적 경험 때문
코로나19 검사를 거북이걸음으로 하고 있는 일본의 이런 태도는 이미 예견된 바 있다. 요코하마항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호 대처 과정을 보고 참 이상한 나라라고 생각했다. 우리 언론 같았으면 정치 성향에 관계없이 벌떼처럼 일어나 연일 무차별 비판 사격을 가했을 텐데 일본에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다. 만주사변과 태평양전쟁 등 제국주의 침략 전쟁 때에는 극히 일부 지식인들의 전쟁반대 저항이 있기는 했지만 대다수 일본 국민은 "천황폐하 만세(덴노하이까, 반자이까)"를 외치며 황국신민으로서 전쟁의 부역자 노릇을 착실히 했다.
일본은 잘 아는 평론가들은 일본의 이런 모습을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치르던 춘추전국시대 때부터 길들여온 생존 습성 때문이라고 한다. 무사들은 칼부림 때 약점을 보이면 죽는다. 이 때문에 약점을 절대로 드러내지 않으려는 디엔에이(DNA)가 일본인들의 뇌 속에 박혀있다고도 한다.
대다수 일본 국민은 올림픽이라는 국가부흥 행사를 앞두고 코로나19 유행이 발목을 잡을까봐 자신의 목숨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감염병 위험에 놓여 있어도 공개적으로 불만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런 불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드러냈을 때 자신에게 닥칠 집단따돌림(이지메) 등 신변 위험이 코로나19 감염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코로나전쟁, 최후의 승자는 한국, 최후의 패자는 일본
이순신 장군의 유언은 적과의 싸움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정말 훌륭한 말이다. 하지만 "나의 감염 사실을 타인에게 알리지 말라."나 "일본의 감염 실태를 다른 나라에 알리지 말라."는 이와는 전혀 다르다. 나의 이웃이나 이웃 국가들이 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감염병은 지역사회 구성원들과 세계 모든 국가 간 이해와 협력으로 확산을 멈출 수 있다.
일본은 대규모 지진, 태풍 등 국가 재난 시 ‘自助(자조)’ ‘共助(공조)‘ ’公助(공조)‘의 3助(조) 원칙으로 대응해왔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코로나19 대유행을 맞이해서는 이런 원칙이 사라졌다. 스스로 적극 나서서 검사를 받지 않는다. 자조의 원칙이 사라졌다. 지역사회에서도 감염자들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게을리 한다. 정부도 너무나 느긋하다. 물론 일본인과 일본 지역 사회, 국가 모두 속으로는 불안과 조급증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감염병 대응은 총력전이자 속도전이다. 목표물을 정확하게 타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방역 대책이 완벽하지는 않다. 그러니 7천명이 넘는 확진자가 나왔다. 하지만 투명성과 드라이브 스루 검진 등 검사 방식·능력만큼은 미국, 유럽국가 등 선진국도 부러워할 정도로 선진적이고 창의적이다. 이 때문에 최후의 웃는 자는 한국과 한국인이 될 공산이 크다. 반면 최후에 통곡하는 자는 일본과 일본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프레시안
한국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곡해
[러시아 바로 보기] ⑩
올해는 한-러시아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1990년 9월 한국과 소련의 수교는 북방외교의 대단한 성과로 칭송받았었다. 그러나 30년이 지난 지금 러시아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은 경시, 또는 무관심으로 바뀌었고, 이는 양국 간의 상호 이해 및 협력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우리가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될 유라시아의 군사정치 대국이다. 북핵 문제 해결, 나아가 한반도 평화와 남북 통일을 위해서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 러시아와의 협력은 긴요하다. 러시아에 대한 한국인의 경시는 러시아 및 한-러 관계의 실상에 대한 오해와 편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편집자)
① 대러시아 경협차관은 과연 우리가 떼인 돈인가?
②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략하였나?
③ 스킨헤드가 준동하는 나라?
④ 나로호 발사, 왜 러시아와 협력했나?
⑤ 국민 생선 명태와 러시아의 갑질?
⑥ 러시아는 외국인 투자의 무덤인가?
⑦ 러시아와 소련, 뭐가 다른가?
⑧ 푸틴은 독재자인가?
⑨ 러시아는 중국과 동맹관계인가?
⑩ 한국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곡해
한국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오해와 곡해
2017년 한국언론연감에 따르면 우리나라 언론 매체가 주요 국가에 파견한 특파원은 미국 58명, 중국 36명, 일본 23명, 프랑스 8명, 영국 6명 그리고 러시아 2명이다. 한국 언론이 러시아의 국제사회에서의 비중이나 우리나라에 대한 정치경제적 중요도를 상대적으로 낮게 보고 있다 치더라도 2명 수준은 지나쳐 보인다. 1990년대 수교 후 한국 언론의 모스크바 특파원이 20명에 이르렀다. 당시 모스크바에 주재하였던 모 기자에 따르면 그때는 러시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지만 더 이상 그런 분위기가 아니고, 특파원 유지비용도 부담이 되어 줄어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러시아 외교부에 등록된 다른 나라의 특파원 수를 보면 미국 25명, 독일 23명, 일본 16명, 중국 15명, 영국 15명, 프랑스 14명 등이다. 사실 소련 해체 이후 미국은 소련은 세계적 강대국(global power)이었지만 러시아는 지역 강대국(regional power)에 불과하다며 맞상대로 여기고 있지 않음에도 많은 특파원이 주재하고 있고, 일본도 러시아와의 관계가 그리 긴밀하지 않지만 적지 않은 수의 특파원을 상주시키고 있다. 그러면 한국 특파원 수가 주요국 언론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단순히 국력 차이를 나타내는 것일까? 또는 경제력의 차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한국 언론이 러시아의 중요성을 유달리 저평가하는 것일까?
한국 언론의 러시아 보도는 러시아 자체에 대한 것은 거의 없고 한-러 관계에 대해서도 우리 대통령이 관련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잘 다루지 않는다. 북한 핵 문제를 보도할 때 소위 4강의 하나라고 하면서도 러시아의 반응은 거의 보도하지 않는다. 특파원 보도를 보면 워싱턴-베이징-도쿄에서 끝난다. 러시아와 서방 관계에 관한 기사는 서방 언론 보도를 전재하는 수준이다. 주러시아 대사관에서 근무할 때 특파원들에게 러시아는 큰 나라로서 뉴스거리가 많고, 우리나라와 관련되는 부분도 많은데 한국 언론에는 별로 보도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였더니 거의 매일 기사를 보내지만 본사 데스크에서 잘 받아주지 않는다고 하면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런데 우리 언론에서 중국 뉴스는 흔히 접한다. 모 유력 일간지의 경우 주 1회 중국 근현대사를 장문으로 연재하고 있고, 다른 신문들도 대부분 중국에 대해서는 심층 분석기사 코너가 있다. 기행문도 심심찮게 올라온다. 요즘 매년 수백만 명의 한국인들이 중국을 방문하고 있어 중국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은 이제 거의 알려졌다고 할 수 있는데 독자들에게 불필요하게 과잉 서비스를 하는 것은 아닐까? 반면에 러시아에 대한 기사는 단편적인 것이 주를 이룬다. 특파원 수를 기준으로 러시아의 비중을 따진다면 중국의 1/18에 지나지 않기 때문인가? 러시아는 영토가 중국의 1.8배나 되고, 유럽과 아시아 두 대륙에 걸쳐 있고, 중국의 56개 민족과는 비교가 안 되는 140여 개 민족을 안고 있는 나라인데 그 안에 우리가 알면 도움이 될 정보가 많지 않을까? 하위 자치 조직은 차치하고 소수민족이 주도하는 자치공화국만도 22개나 된다. 이 공화국들의 개황만 시리즈로 연재해도 1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우리 언론은 소련 해체 이후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러시아 중앙 정부와 카스피해 연안에 있는 체첸자치공화국 간 무력 충돌에 대해서는 특파원을 위험한 현지에 보내면서까지 큰 관심을 갖고 보도하였는데, 중국 정부의 티베트 및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 대한 탄압과 억압에 대해서는 보도하지 않는 것은 물론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다. 티베트 및 신장 위구르 지역문제는 제국주의에 의한 피지배의 아픔을 겪은 한국 사람들로서는 누구보다도 공감하여야 할 것 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상당수 한국인들이 소련과 러시아를 구분하지 못하고 러시아는 여전히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라고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가 국제법상 소련을 승계한 나라이기는 하나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추구하는, 새로운 나라이다. 푸틴 대통령 장기 집권이 논란이 되고 있으나 그는 엄연히 러시아 국민의 직접선거에 의해 선출된 지도자이다. 서방에서 러시아 언론 상황을 비난하지만 중국과는 달리 언론이 정부에 대해 나름대로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990년대 모스크바를 다녀온 일부 중장년층은 당시 체제 전환기 혼란상이 지나치게 각인된 탓인지 러시아의 달라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어느 지인이 30년 만에 모스크바를 방문하고 나서 모스크바가 많이 달라졌다고 글을 썼는데 러시아의 상황이 바뀐 지가 언제인데 생각하면서 실소를 금치 못했다.
2018년에 미국이 러시아에 대해 중거리핵전력조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을 이유로 들었는데 러시아의 주장은 사뭇 달랐다. 실상은 러시아가 조약을 위반한 것이 아니라 조약의 당사국이 아닌 중국이 획기적으로 중거리 핵전력을 키워나가자 러시아와의 조약에 구속되는 것이 부담이 되었던 미국이 구실을 그렇게 대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2018년 러시아 외교관 추방 사태를 불러온 이중스파이 독살 기도 사건을 둘러싼 한국 언론의 보도를 보면 과연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객관적인 시각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사건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건 발생 하루 만에 영국 정부는 문제의 독극물이 ‘노비촉’이라는 물질이라고 하면서 이 물질을 최초로 제조한 나라가 과거 소련이므로 이 사건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다고 비난하였다. 그런데 당시 어느 독극물 전문가는 독극물의 정체를 규명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따라서 영국 정부가 즉각 발표한 것은 영국이 동일한 독극물을 제조하였거나 최소한 보유하고 있지 않고는 불가능하다고 하였다. 무슨 이야기인가? 극단적으로 해석하면 영국의 자작극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우리 언론은 영국이 러시아가 사건의 배후에 있다고 하니까 그대로 보도하였다. 이 사건은 명쾌하게 밝혀진 게 없이 끝나 버렸다. 당시 국내외적으로 궁지에 몰려 있던 메이 영국 수상의 호들갑으로 서방 국가들이 공연히 러시아 외교관들을 추방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결과적으로 역시 러시아는 공작을 일삼는 나라라는 인상을 심어주었다. 그런데 영국 MI5야말로 세계 각지에서 은밀한 공작을 벌이는 기관이 아니던가? 영국의 정보기관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를 수호하는 정의로운 기관일까? 영국 정부가 문제의 독극물이 군사 목적 등급이라고 하였지만 사망자는 한 명도 없었다. 문제의 이중스파이는 러시아 측이 이용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여 영국 측에 넘겨주었는데 수년이 지나서 굳이 독살을 시도할 필요가 있었을까? 국제감시기관인 화학무기금지기구에서 이 사건에 대한 공동조사단을 구성할 때 러시아도 참여하겠다고 하였는데 영국이 거부하였다. 왜 그랬을까? 한국은 이 사건에 전혀 관련이 없는 제3자이며 한-러 관계도 고려해야 하는데 한국 언론의 보도에는 그러한 고려나 신중함이 보이지 않았다. 러시아=소련, 따라서 러시아는 서방의 적, 서방의 적은 우리의 적, 이런 식의 단순명쾌(?)한 사고방식의 결과인가? 또한 2014년 우크라이나 내전 당시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도 한국 언론의 '강한 나라가 약한 이웃 나라 괴롭히기'라는 단순한 도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복잡한 역사적 배경이 있다.
또 하나 예를 들면 국내 모 유력 일간지 기자가 수년 전 러시아의 역외 영토(발트해 연안에 위치, 폴란드 및 리투아니아와 접경)인 칼리닌그라드를 방문하고 기사를 송고하였는데 본사 데스크에서 다른 내용을 추가하여 러시아에 대해 부정적인 톤으로 바꿨다고 한다. NATO가 폴란드에 미군 특수부대, 그리고 리투아니아에 독일군을 모두 칼리닌그라드와의 접경지대에 배치할 계획을 발표하자 러시아가 칼리닌그라드에 첨단미사일 부대를 배치하겠다고 대응한 상황에서 러시아 측 조치의 위험성만 부각시키는 기사로 변질되었다고 한다.
한국 언론이 서방 언론의 일관된 러시아 때리기 내지 흠집 내기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어 국내적으로 러시아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양산되고 있다. 국내적 사안에 대해 보도할 때 문제를 제기한 쪽에 더하여 상대방의 주장도 반론권 보장의 차원에서 함께 보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익이 달린 국제관계 사안에 대한 보도에서는 더욱 그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한국 언론은 러시아-서방 간 갈등에 대해 왜 아무 생각 없이 서방의 주장이나 보도만을, 그것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는가? 우리는 제3자 아닌가? 그런데 왜 공연히 처음부터 한쪽 편을 드는가? 그러면 왜 러시아를 그리 변호하려고 하느냐고 물을 것이다. 대답은 간단하다.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이해관계와 우리의 그것은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와 관련하여 한국 측이 국익을 위하여 현명하고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려면 우선 사안에 대해 그 내용을 최대한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러시아 뉴스를 런던이나 파리 특파원이 보도한다. 현지 취재도 하지 않고 서방 신문이나 방송 내용을 특파원 보도라고 내놓는데 무책임한 면이 있는 것은 아닌가? 서방 언론 보도가 공정하냐면 결코 그렇다고 볼 수 없다. 서방의 이해관계가 녹아들어 있는 논조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 당국에 대해 직접 취재가 어렵다면 러시아 언론 보도를 통해 러시아의 입장이나 주장을 파악하거나 미루어 짐작할 수도 있다. 러시아어를 모른다? 러시아의 주요 신문들은 당연히 대부분 영어판을 갖고 있다. 러시아어를 모르고도, 러시아를 방문하지 않고도 성의만 있으면 러시아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알아볼 수 있다.
2018년 9월 제4차 동방경제포럼에 관한 보도를 보면 한국 언론의 러시아에 대한 관심도가 여실히 드러난다.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하여 이낙연 총리가 참석했는데,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2017년과는 달리 대부분 언론이 포럼에 대해서는 간략하게 보도하고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과 아베의 접촉에 대해 더 관심을 보였다. 동방경제포럼의 위상은 1년 사이 달라진 것이 없고 일본과 중국 지도자들이 참석할 정도로 비중 있는 행사이다. 한국 언론은 푸틴 대통령의 상습적인 지각에 대해 비난해 온 만큼 이번에는 푸틴 대통령이 먼저 도착하여 이 총리를 기다렸는데 대서특필해야 하지 않았을까? 이 총리는 총리 자격으로 간 것이 아니라 대통령을 대신해 참석하였고 푸틴 대통령과 회담도 하였다. 한국 언론은 전년 회의는 대통령이 참석하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보도한 것인가? 이번 포럼에서는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일본과 중국 등 제3국들의 극동 시베리아 개발 관련 동향은 어떤지 등 우리가 파악해야 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을 보여 주지 못했다.
한국 언론은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어떤 일이 논의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의전에는 예민한 반응을 보인다. 기사를 쓰기 쉽기 때문에 그런 것일까? 2000년 10월 이한동 총리가 러시아를 방문하였을 때 푸틴 대통령이 이 총리의 예방을 받아주지 않았다고 비난하였는데 러시아 측의 입장은 한국 총리는 카운터 파트인 러시아 총리를 만나면 되고 대통령 면담은 특별한 이유가 있으면 고려하겠다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장관, 국회의원들이 방한하면 통상 청와대 예방이 이루어진다. 그렇게 만나주는 한국이 과한 것 아닌가? 우리가 미국을 그렇게 대접하고 있다고 해서 러시아가 우리에게 그렇게 해주지 않는다고 짜증을 낼 수 있나? 2012년 이명박 정부 시절 중국의 공안부장(우리의 국정원장에 해당)이란 자가 느닷없이 서울을 방문하여 한나절 만에 경찰청장, 검찰청장, 법무부 장관, 외교부 장관 그리고 대통령까지 만나고 당일로 돌아간 적이 있는데, 이런 한국이 비정상이 아닐까? 물론 러시아 측이 푸틴 대통령 예방이 어렵다면 처음부터 딱 부러지게 안 된다고 하지 않고 출국하는 날까지 계속 기다려 보라고 한 것은 마땅히 지적하여야 할 것이다. 돌이켜 보면 당시 국내에서 경협차관 상환과 관련하여 러시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상당하였는데 아마도 이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는지 모른다.
미국에서는 종종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나는데 미국을 여행하기에 위험한 나라로 기술한 적이 있던가? 교통사고 정도로 치부하지 않았던가? 러시아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면 전혀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2010년에 러시아에서 우리 유학생 피습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을 때 한국 언론은 마치 러시아 전체가 갈 데가 못 되는 것처럼 보도하지 않았던가? 중국에서 우리 국민이 공격을 받거나 피해를 입는 경우는 훨씬 많은데 한국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 왔나?
한국 신문에서 러시아의 소외현상은 기사의 양이나 깊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러시아어권 독자에 대한 고려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언론의 인터넷판에는 대개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사용 독자를 위한 별도의 판이 있다. 그리고 <연합뉴스>는 영어, 일어, 중국어, 아랍어, 프랑스어 및 스페인어판이 있고 <아주경제신문>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및 베트남어판이 있다. 그런데 러시아어판은 아직 어디에도 없다. 구소련권 국가들은 물론 동유럽 일부도 러시아어권이다. 인구 규모는 3억이 훨씬 넘는데 러시아어권은 아무리 생각해도 홀대받고 있는 것 같다. 정권 초기에 정부가 거창한 수사를 늘어놓을 때 반짝 관심을 보일 뿐이고 유라시아 대륙에 대한 관심은 지속되지 않고 있다. 그리고 보도에 붙는 '유라시아 대장정', '유라시아 오디세이', '유라시아 오토랠리' 등 제목들은 이 지역에 대해 의미 있는 교류 및 협력 대상으로 접근하고 있지 않음을 스스로 보여 주고 있다.
대학에서 러시아어를 전공하고 러시아에서 공부도 하고 모스크바에서 특파원 근무한 기자들이 귀임하여 러시아와는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이는 부서에 배치되면 그나마 가졌던 러시아에 대한 관심이 엷어질 수밖에 없다. 러시아 전문가를 키워 보려는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언론의 러시아 기사가 부실한 이유가 이해된다. 모스크바에 있을 때 관찰한 것인데 일본 특파원들은 경력 관리가 되어서인지 우선 러시아어 구사 능력이 상당하고 러-일 양자 관계만이 아니라 러시아 전반에 관해 적극적으로 취재한다. 중요한 기자 회견장에는 어김없이 일본 특파원들이 와 있었고 러시아어로 질문하였다.
한국 언론은 러시아에 무관심해 러시아에 대한 정보를 거의 제공하지 않아 우리 사회가 러시아에 대해 아는 것이 없고 동시에 러시아와는 도모할 것이 별로 없다는 인식을 갖게 하고 이것이 다시 러시아에 대한 무관심을 낳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21세기에 번영의 무대가 될 유라시아 대륙의 핵심 국가이며, 한반도 평화와 통일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러시아에 대해 무지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러시아에 대해 잘 모르면서 그릇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중국을 과대평가하고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만큼이나 우리 국익에 결코 이롭지 않다.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전 주러시아 공사) /프레시안
'연봉 12만원 인상' 국회의원, 월급 확인해보니..
국회의원 연봉은 2017년 1억4737만원에서 2018년 1억4994만원으로 257만원(1.7%) 인상된 데 이어 2019년 1억5176만원으로 182만원(1.2%) 올랐다. 국회의원 연봉은 올해 12만원 인상으로 3년 연속 인상됐으나 예년에 비해 인상폭이 적어 사실상 동결이나 마찬가지다.
국회의원 연봉은 직장인의 기본급에 해당하는 수당(세비)과 명절휴가비 등 상여금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특별활동비 등 경비도 매달 지급된다.
올해 국회의원이 받는 일반 수당은 월 675만1300원이며 관리업무수당과 정액급식비는 각각 60만7610원, 14만원이다. 매달 의원들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월평균 749만8910원이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8999만원에 달한다. 올해의 경우 일반수당과 관리업무수당은 지난해와 동결됐으며 급식비만 1만원 올랐다.
여기에 국회의원은 올해 상여금으로 정근수당 675만1300원과 명절휴가비 810만1560원도 받는다. 정근수당은 1월과 7월 각 일반수당의 50%가 지급되며, 명절휴가비는 설과 추석에 각 일반수당의 60%가 지급된다. 의원 1명이 받는 상여금 총액은 1485만2860원이다.
국회의원이 매달 받는 경비는 입법활동비 313만6000원과 특별활동비 78만4000원이 포함됐다. 특별활동비는 300일 기준으로 회기 중 1일당 3만1360원이 지급된다.
경비 총액은 월 392만원이며, 연간 4704만원이다. 수당과 경비 등을 더해 국회의원이 한 달에 받는 월급은 1266만원이다. 가족수당과 자녀학비보조수당은 지급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받을 수 있다.
코로나 비극 비웃고 장사하는 기사 제목들
코로나 뉴스 수요 늘면서 자극적 극단적 제목 난무
‘사재기하세요’ ‘이란 확진자 한국 추월’ 등등
언론 보도의 얼굴은 제목이다. 편집자는취재기자가 올린 기사 제목에 적절하게 손을 댄다. 훌륭한 편집자의 능력 중 하나가 제목 달기다. 보도의 핵심을 간결하게 보여주면서도 독자들 눈길을 사로잡아야 한다. 취재의 결과물이 돋보이면서도 독자들도 만족시킬 수 있다.
현실에서 언론의 제목 달기는 전혀 다르다. 한껏 양념을 버무린 제목이 난무한다. 업계에서 제목 달기의 우선 순위 요소는 흥미다. 자극적 단어를 이리저리 조합하고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제목을 달기도 한다. 클릭을 유발하지 못하는 제목은 곧 ‘실패’로 규정한다.
인터뷰이 말이 인상적이고 보도 내용의 핵심으로 판단되면 큰 따옴표 안의 말을 제목으로 쓰기도 하는데 인터뷰이가 전혀 하지 않은 말이 큰 따옴표 안에 들어가기도 한다. 조작에 가깝지만 언론은 그게 바로 제목달기라고 항변한다. 기사가 유통되는 거대한 시장(포털)에서 살아남으려면 편집자는 제목 달기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한다. 좋은 제목과 나쁜 제목의 경계가 클릭 유발에 있다보니 ‘정직한’ 제목을 단 편집자는 못난 사람이 된다.
극단적 기사 제목은 뉴스의 수요가 폭발할 때 더욱 많이 쏟아진다. 한 통신사 기자는 “최근 트래픽이 두배 가까이 뛰었다. 사람들의 뉴스 수요가 늘었다. 계속 수요를 맞추려고 속보 보도의 제목은 무조건 섹시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사회적 불행이지만 이 판국에서도 장사 되는 제목을 달아 트래픽을 높이려는 게 언론의 속성이다.
조선일보LA는 지난 11일 1면에서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의 확산에 대비해 생필품과 식료품, 의약품 등의 사재기를 권고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는 60대 이상 연장자와 만성질환자들이 코로나19감염에 노출될 경우 취약하고 이에 따라 이동을 자제할 필요가 있으며 충분한 양의 식료품과 생활용품, 의약품 등을 구비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의 권고는 60대 이상 연장자와 만성질환자들이 특히 조심해야 한다며 이를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이 핵심인데, 조선일보LA는 “사재기를 권고했다”고 첫 문장을 썼다. 그리고 조선일보LA는 “CDC ‘식료품, 의약품 사재기하세요’”라고 제목을 달았다. 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를 ‘사재기’를 권고한 이상한 단체로 전락시켜 버렸다. 많은 언론이 CDC 발표를 다뤘지만 “사재기 하세요”라고 제목은 조선일보LA가 유일했다. 전형적 제목 장사다.
‘비극’을 희화화시키는 제목 달기도 문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다. 이란에서 확진자가 8000명을 넘어섰을 때 연합뉴스, SBS, KBS, 조선일보 등 주요 언론은 대부분 이런 제목을 달았다. “이란 코로나19 확진 8천명 넘어…한국 추월” 이에 한 SNS 유저는 “추월? 추월 당해 아쉽냐? 이게 쇼트트랙 경기냐”라고 꼬집었다.
코로나를 정치와 연결시켜 흥미를 돋우는 제목도 눈에 띈다. 국민일보는 9일 “신천지 퍽 때리니 지지율 탁 올랐다…이재명·이낙연 부각”이라는 제목을 달아 보도했다. 정치권의 신천지에 대한 수사 요구와 지지율의 상관 관계에 주목한 내용으로 이해되지만 과연 이런 제목이 적절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13일 중앙일보 보도 “文 ‘질본 좋은 성과’ 칭찬 19분 뒤…‘4995번’은 숨을 거뒀다”라는 제목의 보도는 맹비난을 받고 있다. 중앙일보 보도 제목은 언론의 제목 달기가 도를 넘은 전형으로 뽑힌다.
중앙일보 보도는 코로나 확진 사망자의 유족을 인터뷰하고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있는데 정부가 성과 메시지에만 몰두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4995’번 환자가 지난 11일 오후 5시49분 숨지기 전 5시30분 문재인 대통령이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를 깜짝 방문해 격려한 것을 부각시켰다. 독자들은 문 대통령의 질본 격려와 환자의 사망 사이 아무런 관련이 없는데 두 사실을 묶어 정권을 비판하려는 노골적인 정파적 보도라고 지적했다. 누리꾼은 “그러니까 대통령이 격려하니까 환자가 사망했다는 것이냐”고 비난했다. 다른 누리꾼은 “유족이나 고생하는 의료진한테 이런 쓰레기 제목은 죄스럽지도 않아요?”,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전염병 막으려는 사람들 노력을 다 비웃는 것이냐? 최소한의 품격 좀 지키자”라고 했다.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조국 환경훼손” “유시민 유촉새” 보수정당 몰린 평론가들
종편·유튜브 평론가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대거 공천 신청
종합편성채널, 유튜브를 통해 자신을 알려온 평론가·패널들이 보수정당 총선 후보로 확정되거나 경선을 치르고 있다. 적지 않은 후보·예비후보는 문제적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미래통합당·미래한국당 공천 신청 현황을 보면 종합편성채널 시사토크 프로그램 단골 출연자이거나 유튜브 방송을 통해 시사 평론을 해온 이들이 다수 포함됐다.
미래통합당에 공천 신청해 서울 동대문을에서 경선을 치르는 민영삼 평론가는 종편의 대표적인 막말 평론가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16년 총선 직전 TV조선 ‘장성민의 시사탱크’에 출연해 “막말, 갑질을 한 의원 중에서도 친노인 분이 5~6명 되지 않습니까. 신기남, 노영민, 윤후덕, 정청래, 김경협 의원까지. 이분들을 처리하지 않고는 성과라고 할 수가 없다”며 특정 예비후보자의 낙선을 요구하는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 TV조선에 출연한 민영삼 평론가. 사진=민언련 모니터 영상
예비후보자가 된 그는 막말로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모니터에 따르면 그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가리켜 “유촉새 이놈” “유촉새 입을 봉쇄해야 국민 보건건강이 좋아질 거 같다”고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향해서는 “거의 미친 수준이다. 박원순이는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우한시장이다. 북경 시장”이라고 했다.
미래통합당 서울 광진갑에 공천이 확정된 김병민 경희대 객원교수는 지난해 2월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베트남에서 김정은 위원장에게 꽃다발을 전달한 여성을 가리켜 “얼짱 대학생이다. 아마 리설주 여사가 함께 왔을 때는 이 대학생을 (베트남 당국이) 선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리설주 여사 없이 혼자 오게 되니까 더 저렇게 밝고 환한 미소를 짓지 않았겠나”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이 프로그램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법정제재를 받았다.
미래통합당 부천 소사에 경선을 치르는 차명진 전 의원은 원외 활동 기간 동안 종편 단골 평론가로 활동했다. 주로 미래통합당을 일방적으로 옹호하고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많았다. 채널A에 출연해 “(이재명 성남시장이) 종북 논란에 있는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수의계약, 채용 등의 도움을 주는 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발언이 논란이 됐다. 이재명 시장이 고소하자 차명진 전 의원은 사과했다.
그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5주기를 앞두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세월호 유가족들. 자식의 죽음에 대해 세간을 동변상련을 회 처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 처먹는다”등 막말로 당원권 3개월 정치 처분을 받았다. 공식적으로는 사과했으나 유튜브 채널 ‘김문수TV’에 출연해 “좌빨언론 한겨레, JTBC가 차명진이 막말했다고 난리가 났는데, 저 혼자 외로우니까 지켜달라”고 발언해 논란이 됐다.
▲ MBN 시사마이크에 출연한 차명진 전 의원.
미래통합당 인천 서구을에 전략공천된 박종진 후보는 채널A ‘쾌도난마’에서 성주 군민들이 사드배치에 반발하는 장면이 나오자 “김정은이 좋아하겠네. 그렇죠? 김정은이 좋아하고. 중국 공산당 관리도 좋아하고”라고 말했다. TV조선에서 ‘박종진의 라이브쇼’를 진행할 때는 패널에게 성매매 특별법 도입 이전에 성매매를 한 적 있냐고 집요하게 물어 도마 위에 올랐다.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은 미래통합당의 비례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한 상태다. 그는 인상비평형 발언으로 구설에 올랐다 지난해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의 텀블러 색이 매일 바뀌는 데 대해 “자신이 갖고 있던 약점이 될 만한 이미지를 덮고자 했던 것 같다”며 “텀블러를 매일 바꾸면 자연환경 훼손”이라고 했다. 채널A 옴부즈맨 프로그램은 “텀블러에 과도하게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 억지스럽게 느껴지고 공감이 가지 않아 신뢰가 떨어졌다”는 시청자 비판을 전했다.
그밖에도 종편 등에 출연한 평론가인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센터장은 미래통합당 충남 천안갑에 단수 공천을 받았다. 종편 패널 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 출마 후 낙선했던 김철근 평론가는 미래통합당에 공천을 신청해 강서병에서 경선을 치른다. 백현주 동아방송예술대학교 교수는 미래한국당에 공천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가 주목받으면서 ‘유튜브 활동’을 주요 이력에 쓴 공천 신청자들도 있다. 평화의 소녀상 옆에서 “아베 수상께 사죄드린다”고 말해 물의를 빚었던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는 유튜브 채널 ‘엄마TV’대표를 주요 이력에 썼다. 그는 공천 배제됐다. 용인병에는 자신의 대표 이력을 ‘유튜브 신의한수 정치평론가’라고 쓴 김정기 전 상하이 총영사가 경선을 치르고 있다.
앞서 20대 총선 때는 종편 단골 패널인 김태현·배승희·변환봉·최진녕 변호사 등이 새누리당 소속으로 출마했다. 전희경 의원도 출마 이전 종편 출연을 통해 인지도를 키웠다. 최근에는 유튜브 평론가들까지 정파적인 콘텐츠로 자신을 알린 다음 정계에 진출하는 모양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보고서를 내고 종편 출연자들의 출마가 많은 점을 지적하며 “특정 정당 소속임을 밝히고 출연한 경우가 아니라면, 시청자들은 그 출연자들이 특정 정당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인식하지 않는다”며 “시청자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3월14일 신문들 1면 “코로나 폭탄에 세계증시 쑥대밭”
경향신문 “‘코로나 증시’ 대혼돈 문 대통령 ‘비상시국’”
국민일보 “연일 ‘코로나 폭탄’… 글로벌 증시 쑥대밭”
동아일보 “생산-소비-금융 모두 ‘코로나 중병’”
세계일보 “팬데믹發 금융 공황… 공매도 금지 ‘극약처방’”
조선일보 “끝모를 불안… 주식 투매, 채권·금까지 팔아치운다”
중앙일보 “금융시장에 코로나 2차 충격파, 공매도 6개월 전격 금지”
한겨레 “세계증시 연쇄 충격… 코스피·코스닥 첫 ‘동시 중단’”
한국일보 “‘폭락 바이러스’ 감염된 증시”
▲ 국민일보 14일자 1면.
언론사 1면 톱기사 첫 문단만 읽어도 국내외 경제 위기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공포에 미국 증시가 33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는 등 전 세계 증시의 폭락이 이어지면서 13일 코스피가 1780선마저 붕괴됐다.”(경향신문)
“코로나19 공포에 세계 경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어서는 패닉에 빠져들었다. 미국 뉴욕 3대 증시는 한 달 만에 30% 가까이 폭락했고 유럽과 아시아로 파장이 이어져 글로벌 금융시장의 연쇄 붕괴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국민일보)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확산되면서 생산과 소비, 금융 등 글로벌 경제 전반이 요동치고 있다.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조치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주식을 내던지면서 미국 증시가 크게 주저 앉았으며 한국 등 아시아 금융시장도 연쇄적으로 무너져 내렸다.”(동아일보)
“코로나19 팬데믹 충격이 국내 금융시장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으면서 주식·채권·원화가치가 나란히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이 나타났다.”(세계일보)
“코로나 팬데믹 공포로 인한 주식 투매가 지구를 돌며 폭락 장세의 악순환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유럽 증시에 이어 13일 한국 등 아시아 증시도 충격적인 폭락세를 기록했다.”(조선일보)
▲ 한국일보 14일자 1면.
“코로나19 사태로 개인의 건강·생명이 위협받는 1차 충격파가 엄습한 데 이어 국내외 증시가 2차 충격파에 휩싸였다. 코로나19 탓에 세계적인 물적·인적 교류가 끊기고 글로벌 공급 가치사슬이 붕괴해 실물경제가 위축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연일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중앙일보)
“미국과 유럽 증시가 10% 안팎 대폭락한 데 이어 급반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 영향으로 국내 증시가 13일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했다. 코로나19의 팬데믹으로 세계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투매를 하는 양상이 벌어졌다.”(한겨레)
“코로나19의 세계 대유행 공포가 12일과 13일 세계 금융시장을 융단 폭격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증시가 동반 급락한지 3일 만에 또 닥친 패닉장세는 1987년 ‘블랙 먼데이(검은 월요일)’ 이후 33년 만에 최대 규모였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10% 안팎의 투매세를 보였고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선 사상 첫 동시 거래중단(서킷 브레이커) 조치가 발동됐다.”(한국일보)
18년만의 서킷브레이커
13일 국내 증시에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18년 만이다. 주식시장이 크게 하락하면 모든 거래를 20분간 중단하는 조치다. 증시 안정을 위해서다.
코스피와 코스닥 동시에 발동된 건 처음이다. 코스피는 62.89포인트(3.43%) 하락한 1771.44, 코스닥 지수는 39.49포인트(7.01%) 빠진 524.00에 거래를 마쳤다. 12일 미국 증시도 1987년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락세였다. 일주일 만에 18%나 떨어졌다.
주가 하락은 원-달러 환율에도 영향을 미쳤다. “주가 하락의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은 장중 달러당 1226.0원까지 오르며 2016년 3월 이후 4년 만에 장중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동아일보) 우리나라 화폐 가치가 급락한 것이다. 투자자들은 현찰을 확보하려고 채권까지 내다 팔았다. 주식·원화·채권 모두 가치가 하락했다. ‘트리플 약세’다.
금융위원회는 “16일부터 코스피와 코스닥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6개월간 공매도 금지다.
▲ 한국경제 14일자 3면.
공매도는 말 그대로 주식이나 채권 등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되사 갚아 차익을 보는 투자 기법. 주가가 하락할수록 수익을 낸다.
문재인 대통령은 13일 “정부는 전례없는 대책을 최선을 다해 만들어내야 한다”고 지시했다. 동아일보는 “추가경정예산(추경) 대폭 증액은 물론이고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추진 중인 재난기본소득 성격의 정부 예산 집행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조선일보, 하루걸러 ‘바로 잡습니다’
100년 맞아 “오보 정정하고 사과하겠다”고 밝힌 후 계속되는 정정보도
조선일보의 정정보도가 반복되고 있다.
조선일보는 11일 9일자 신문 ‘코로나 난리 통에…조합원 교육한다고 딸기밭에 간 서울대병원 노조’에 대한 ‘바로 잡습니다’를 공개했다. 조선일보 9일 기자에서 서울대병원 노조가 2월27일과 28일 조합원 교육 일정으로 딸기 따기 체험 행사를 다녀왔고, 오는 13일에도 같은 일정을 진행하려고 한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딸기 체험은 코로나19로 취소된 상태였다.
이에 조선일보는 “노조 게시판에 올라온 공지문과 일부 조합원이 교육 참가를 위해 공가(公暇)를 냈던 점 등을 근거로 기사를 작성했지만, 사실 확인 결과 노조는 코로나 사태 등의 이유로 일정을 취소하고 온라인 자율 교육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바로잡습니다”라며 “서울대병원 노조와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의 11일 '바로 잡습니다'.
이틀 뒤에도 ‘바로 잡습니다’가 또 올라왔다. 9일 자 신문에서 “‘대구 거주자 아니다’ 거짓말… 서울 백병원 뚫렸다”라는 기사에서 확진자 A씨가 보건소에서 코로나 진단 검사를 거부당했다고 보도했는데 A씨는 보건소에 가지 않았다.
조선일보 측은 “최종 확진자 동선 조사 결과 A씨는 보건소에 가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방역 당국과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바로 잡습니다’를 내기 전 9일 조선일보는 해당 기사 속 “이후 한 개인 병원을 방문하고 보건소에서 우한 코로나 진단 검사를 받으려 했으나 이마저도 거부당했다”라는 대목을 “이후 A씨는 마포구 소재 한 내과를 방문한 뒤 약국에 들린 후 딸의 집에 머물렀다”고 수정했다. 보건소 진료 거부 문장을 삭제한 것이다.
▲조선일보의 13일 '바로 잡습니다'.
또한 해당 기사를 쓴 기자가 자신의 페이스북에는 오보임을 시인했다. 4일 후 ‘바로 잡습니다’로 알린 것이다. (관련기사: 백병원 환자 ‘보건소 진료거부’는 조선일보 오보였다)
조선일보의 ‘바로 잡습니다’가 하루 걸러 나오는 이유는 조선일보가 100주년 기획 기사에서 오보를 바로잡고 사과하겠다는 기사를 낸 후 스스로 이를 의식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선일보 3월4일 10면.
조선일보는 100주년 하루 전인 지난 4일 1면을 통해 ‘과거의 오류 사과드리고 바로잡습니다’라는 알림을 내고 과거 기사 사과와 함께 “엄격한 원칙에 따른 팩트 체크 분석 기사를 정기적으로 게재해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주장, 뉴스의 사실관계를 밝혀나갈 예정”이라며 “물론 조선일보 기사도 사실 확인의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조선일보 100년 맞아 “과거 오류 사과드린다”)
또한 4일 10면에서도 “오보 났을 때 바로 잡는 것이 언론의 정도”라는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인터뷰를 내세워 오보를 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퀄리티 페이퍼’(고품격 신문)의 척도라고 강조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In The Bleak Midwinter / Moya Bren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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