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중앙 2,24
'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76만 명으로 종료, 실효성은?
세력 규합 위해서라면…‘코로나 혐오’ 서슴지 않는 정치권
"이 줄이 보입니까" 이마트 마스크 구매행렬 '분통'
국민일보 단독]“저는 지령대로 근처 교회에 가서 퍼뜨릴 예정입니다”
'위장정당' 미래한국당, 탈세목적의 위장사업체
조선일보 “정부, 신천지 탓하지 말라”
혐오, 선을 넘다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비대위원장, “코로나19 이후의 불확실성 인정해야”
정체 드러나는 코로나19
경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 추가…총 26명
1월까지도 ‘신천지’ 홍보했던 동아‧중앙일보
문재인 탄핵 95만 vs 응원 41만 ‘맞불’ 청원
유권자 개별특성만으로 표심 멋대로 재단한 보도들
[영상 타임라인] '세월호 구조 참사' 110분의 기록
대학교수 6000여명 "대한민국, 또 하나의 세월호가 돼 침몰中"... 우한 코로나 대응 비판
'코로나19' 80%, 치료없이 3~5일 완치된다"
그 크루즈선에서 일본의 불안이 확진됐다
코로나19 팩트체크③] 한국만 확진자 급증한 이유는?
귀농 5년차 되면 귀농전 소득 88% 회복한다
국민동의청원 찬밥신세 왜?] 49일동안 13건 올라와 1건만 상임위로
한겨레 사설] 감염병까지 ‘정치공세’, 국민생명 위태롭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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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입국금지' 청원 76만 명으로 종료, 실효성은?
전문가들 "지역사회 감염 이후 '봉쇄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국으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가운데, 중국인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76만여 명의 서명으로 마감됐다.
청원인은 지난달 23일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 "중국발(發) 코로나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다.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데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며 "이미 우리나라 상륙한 뒤에는 늦지 않겠느냐.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청원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22일 자정을 기해 최종 76만1833명의 서명으로 종료됐다. 청와대가 제시하고 있는 ‘한 달 이내 20만 명 이상' 답변 요건을 충족해 청와대로부터 답변을 받게 됐다.
이번 청원은 지난해 5월 자유한국당 해산 청원(183만1900명), 2018년 11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엄벌 촉구 청원(119만2049명)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참여자를 기록했다. 청와대는 앞으로 방역 상황과 경제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답변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꾸준히 중국인 입국 금지를 주장하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위원장이 지난 22일 국민의당 충북도당 창당대회에서 "정부는 중국 눈치보기를 그만두고 지금이라도 중국 전 지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미래통합당 의원도 지난 21일 자당의 코로나19 긴급회의에서 "아무 증상이 없는, 건강해 보이는 사람들도 감염시킬 수 있다는 게 가장 무서운 사실"이라며 "당장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의 정치적 배경을 떠나, 중국인 입국금지가 실효성이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역사회 확진자가 나오는 상황이 일어나면 역학적으로 접촉자 관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대한병원협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예방의학회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개최한 '코로나19 대응 긴급 심포지엄'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이후에는 '봉쇄 전략에서 완화 전략'으로 국가 대응 전략을 변경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경증은 자가격리토록 하고 중증만 병원격리로 구분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한시적 재택근무, 근무시간 유연제 등을 시행해 인구 밀집도를 줄이는 사회적 대응을 마련하며 △호흡기 질환자의 병원 진입 단계부터 동선을 분리하는 대응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 또한 지난 21일 <프레시안> 인터뷰를 통해 "이미 지역사회 내 감염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확진자들의 감염원이 국내 환자인지, 중국 사람인지 원인 파악도 어려운 상황이다. 새 확진자 중 중국인도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며 "'지역 감염'이라는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비의학적 주장이 난무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프레시안 서어리 기자
세력 규합 위해서라면…‘코로나 혐오’ 서슴지 않는 정치권
WHO ‘코로나19’ 명칭 지정에도
통합당·보수신문 ‘우한 폐렴’ 고집
대구 예비후보는 ‘문재인 폐렴’ 논란
정부의 방역실패 부각 의도 엿보여
대구선 ‘대구 코로나’ 사용 자제 요청
“우한 폐렴 아니듯 대구 폐렴 아니다”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영등포 신천지 교회가 서울시로 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1일 부터 교회가 폐쇄되어 교회로 오르는 승강기는 정지(파킹 PK) 상태로 있고, 입구는 철제 의자로 승강기 앞을 가로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영등포 신천지 교회가 서울시로 부터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1일 부터 교회가 폐쇄되어 교회로 오르는 승강기는 정지(파킹 PK) 상태로 있고, 입구는 철제 의자로 승강기 앞을 가로막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로 인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마저 이를 이용해 혐오와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공식 병명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대신 지역명을 넣은 ‘○○ 폐렴’ 등의 용어가 무분별하게 사용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증오와 배제의 레토릭을 세력 규합에 이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3일 입장문을 내어 “대구·경북 지역을 지원하기 위한 관련 특별법을 조속히 논의하고 통과시킬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며 “특별법 제정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는 코로나19를 ‘우한 폐렴’이라고 일컬었다. 황 대표는 지난달 29일 “지금 청와대가 우한 폐렴 명칭이나 고치고 있는데 거기에 신경 쓸 만큼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고 지적한 이후 줄곧 ‘우한 폐렴’이란 명칭만 사용하고 있다. 황 대표의 이런 발언은 정부가 중국에 할 말을 하지 못해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부각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대구 동구갑 선거구에 출마한 김승동 미래통합당 예비후보는 코로나19를 아예 “문재인 폐렴”으로 비유해 논란이 됐다.
일부 보수신문이 여전히 ‘우한 폐렴’ ‘우한 코로나’라는 명칭을 고집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조선일보>는 22일치 1면 기사에 코로나19를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적는 등 지금껏 ‘우한’이라는 명칭을 쓰는 걸 유지해왔다. 지난 21일 한국기자협회가 ‘코로나19로 공식명칭을 보도할 것’ 등을 담은 보도준칙을 제정했지만 반영하지 않았다.
황 대표와 <조선일보>의 이런 ‘우한’ 명칭 고집은 미래통합당 소속 대구 지역 지자체장 등이 ‘대구 코로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라고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 비춰보면 모순적인 태도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미래통합당 소속인 권영진 대구시장은 23일 대구시청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대구 코로나’ 같은 말들이 실과 바늘처럼 따라다니고 있다. 가뜩이나 어렵고 힘든 대구 시민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다”라며 “‘우한 폐렴’이 아니듯 ‘대구 폐렴’도 아니다. 코로나19라는 정확한 용어를 사용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전날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페이스북에 “가슴 아픈 일은 일부 매체나 온라인상에 돌고 있는 ‘대구 폐렴’ 혹은 ‘티케이(TK) 폐렴’이라는 말”이라며 “안 그래도 마음이 스산한데, 대구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듯한 표현은 정말 참기 어렵다. ‘우한 폐렴’이라는 명명이 인도적이지 않은 것과 같은 이치”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지난 20일 중앙사고수습본부와 행정안전부 합동으로 배포한 코로나19 관련 보도자료에 ‘대구 코로나19’라는 표현을 쓴 것에 대해 비판이 일자 이날 사과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는 “명칭이 본질과 관계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국제적 규범이나 권고를 무시하고 부자연스럽게 명명하는 것은 극단적인 핵심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꼬집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이 줄이 보입니까" 이마트 마스크 구매행렬 '분통'
24일 오전 9시50분 쯤 대구 북구 칠성동 이마트 칠성점에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안성완 기자 asw0727@imaeil.com
이마트 대구경북지역 매장과 트레이더스에서 마스크가 공급되자 대구시민들이 이마트로 몰리고 있다. 이마트는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스크 제조업체 '필트'와 협력해 대구경북지역 매장과 트레이더스에서 마스크 221만장을 우선 공급한다고 24일 밝혔다.
221만장 중 시중에 풀리는 물량은 141만장으로 대구경북지역 이마트 7개 매장에서 81만장, 트레이더스 비산점에서 60만장 판매된다. 마스크는 1인당 최대 30장으로 판매가 제한된다. 나머지 마스크 70만장은 대구시가 구매해 면역력이 약한 아동과 노인, 저소득 가정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시민들은 이마트 앞으로 몰리고 있다. 24일 오전 9시50분 대구 북구 칠성동 이마트 칠성점 앞은 마스크를 사기 위한 시민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대구매일신문 이화섭 기자
국민일보 단독]“저는 지령대로 근처 교회에 가서 퍼뜨릴 예정입니다”
코로나19 확산 속 신천지 신도 단체채팅방 ‘눈살’
신천지는 이 지령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신천지는 지난 22일 홈페이지를 통해 “현재 인터넷에서 떠돌고 있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신천지 지령은 가짜뉴스”라고 밝혔다.또 23일 유튜브 방송을 통해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조기 종식을 위해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실제 신천지의 포교 활동은 교회 내에서도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성교회에 잠입해 성도들과 친분을 쌓은 뒤 “좋은 성경공부가 있다”며 신천지 모임으로 끌어들인다. 정통 교단에 속하는 교회를 아예 통째로 신천지 교회로 바꾸는 대담한 수법도 동원한다.
신천지에서 ‘산옮기기’라고 부르는 이 수법은 주로 작은 교회를 표적으로 삼아 신천지 신도가 ‘심방전도사’ 등으로 위장해 들어가 서서히 신천지 신도들을 늘리고 이들로 교회를 장악한 뒤 장로들을 설득해 담임목사를 쫓아내는 것이다.
최근 등장한 포교수법은 심리상담을 빙자하는 것이다. 주로 청년,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심리검사 및 상담을 무료로 해주고 있다"며 인적 사항과 개인성향을 파악한 뒤 전략적으로 접근한다. 이에 대해 신천지 관계자는 “기존 교회에 들어가 전도하는 방식은 예전 일이다. 지금은 거리 전도에 더 열심이다. 우리가 기존 교회에 들어가 코로나를 퍼뜨리라고 했다는 지령은 말도 안된다”고 해명했다.
신천지는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의 약칭이다. 교주 이만희는 1931년생이다. 이만희는 27세에 지병을 고쳐 보려고 당시 생수교리로 발흥하던 박태선 전도관(신앙촌)에 몸을 담았다. 이를 계기로 전도관에서 경기도 과천의 소위 ‘어린 종 유재열의 장막성전’에서 2년여 목영득과 백만봉 등 재림주를 자칭하는 집단을 따라 전전했다.
여러 선배 교주에게 배운 이단 사설들을 모방하고 짜깁기 해 1980년에 신천지를 창립했다.
신천지 교리에 따르면 교주 이만희는 곧 보혜사다. ‘우리에게만 구원이 있다’ ‘예수 재림은 우리 단체에서 이뤄진다’는 등 극단적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조건부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하며 교주 이만희를 구원자로 믿고 신도 14만 4000명이 모이면 육체가 죽지 않고 이 땅에서 영생할 수 있다고 믿는다.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에서 1995년 신천지 이만희 사상을 ‘일고의 신학적, 신앙적 가치가 없는’ 것으로 규정했다.
또 예장 통합(1995), 예장 고신(2005), 예장 합신(2003), 기독교대한성결교회(1999) 등의 교단에서도 각각 '이단'으로 규정했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
'위장정당' 미래한국당, 탈세목적의 위장사업체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선거법 통과 이후의 과제
작년 12월 27일 굮회 본회의에서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그 내용을 보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과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이 핵심이다.
만18세로 선거권 연령을 낮추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OECD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만19세로 선거권 연령을 규정하고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에 만 18세로 선거권 연령이 낮춰진 것도 너무 늦은 감이 있다. 그러나 이렇게 한번 낮춰진 선거권 연령을 다시 올리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므로, 불가역적 개혁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누더기 상태로 입법이 되었다. 애초에 논의됐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후퇴했을 뿐만 아니라, 마지막에는 준연동형이 적용되는 비례대표 의석의 상한선을 30석으로 제한하는 내용까지 포함되었다. 따라서 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아마도 1회용 선거법이 될 가능성이 높으며, 이번 총선 후에 다시 개정을 하는 것이 불가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좀 더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로 개혁하느냐, 아니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느냐의 기로에 서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올해 4월 15일 총선 결과가 중요하다. 어떤 결과가 나오느냐에 따라, 국회의 구성이 달라질 것이다. 그리고 달라진 국회구성에서 선거제도 개혁은 다시 논의테이블에 오를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개정된 선거법이 4.15 총선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지?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미래한국당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은 어떻게 해 나가야 할 것인지? 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필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란?
국회를 통과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애초에 논의되던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비해 많이 후퇴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지역구 투표보다는 정당투표에 초점을 둔 선거제도이다. 유권자가 1인 2표(지역구 후보 1표, 정당투표 1표)를 던졌을 때, 우선 정당투표에서 각 정당이 얻은 득표율부터 우선 계산하여 의석을 배분하는 선거제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가령 A당이 정당투표에서 20%의 정당지지를 받았다면, 300명의 20%에 해당하는 60석을 배분받는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A당의 지역구 당선자 숫자를 확인한다. 만약 A당의 지역구 당선자 숫자가 40명이라면, 배분받은 60석에서 지역구 당선자 40명을 뺀 20명을 비례대표로 채우는 것이 ‘연동형 비례대표제’이다. 만약 A당의 지역구 당선자가 20명뿐이라면, 비례대표로 40명이 A당 국회의원이 된다.
그런데 준연동형은 반쪽짜리 연동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서 든 예에서, A당이 정당득표율에 따라 배분받아야 할 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숫자의 50%만 보장하는 것이 ‘준연동형’이다. 가령 A당이 배분받은 것이 60석이고 지역구 당선자가 20명이라면, ‘연동형’일 때에는 40명이 비례대표로 들어갈 수 있어야 하지만, ‘준연동형’에서는 40명의 절반인 20명만 들어가는 것이다.
이렇게 준연동형이 탄생한 이유는 거대정당의 반발 때문에 온전한 연동형을 도입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마지막에 민주당의 요구에 의해 준연동형 개념은 47석의 비례대표 의석 중에서 30석에 한해서만 적용되는 것으로 상한선(캡)까지 씌워진 상태이다. 47석의 비례대표 중에서 17석은 기존의 병립형 제도처럼 17석에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을 단순히 곱해서 배분되는 것이다. 그래서 누더기 입법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비록 반쪽짜리이지만, '연동형'이라는 개념이 논의되고 부분적으로 도입된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다는 의견들도 있다. 특히 1987년 이후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었던 승자독식의 선거제도에 균열이 생겼다는 것이다.
실제로 ‘준연동형’이 도입되면서 기득권의 반발도 거세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은 비례용 위장정당 창당에 나셨다. 중앙선관위가 ‘비례자유한국당’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자, ‘미래한국당’으로 명칭을 바꿔서 지난 2월 13일 중앙당 등록을 마쳤다. 이런 움직임도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것이다.
▲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5일 오후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미래한국당 중앙당 창당대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례용 위성정당이 등장하지 않을 경우
만약 비례용 위장정당이 등장하지 않는다면, 소수정당이 상당히 많은 비례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준연동형이 적용되는 30석의 경우에 대해서는 거대양당이 의석을 거의 못 가져갈 가능성이 높고, 보수든 진보든 소수정당들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 정치에서 다당제가 제도적으로 정착이 되는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리고 이 다당제는 여러 가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이다. 노동자, 세입자, 농민, 여성, 청년, 소수자들의 국회진출이 쉬워진다. 정당들이 정당투표를 얻기 위해서 다양한 후보들을 공천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정당간의 정책경쟁이 중요해진다. 기존에는 지역구 당선자를 많이 내는 것이 선거에서 이기는 길이었으므로, 정책이 가지는 중요성이 떨어졌다. 그러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되면, 정당득표율에 따라 좌우되는 의석이 많아진다. 그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정책이 중요해지게 된다. 그리고 유권자들도 '내 삶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내세운 정당이 어디인지'를 기준으로 투표를 하게 되므로, 정책선거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복지, 일자리, 부동산.주거, 교육, 미세먼지, 기후위기 등 유권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의제들이 선거의 이슈가 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물론 우려도 있다. 각 정당이 비례대표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 부터가 문제이다. 이번에 통과된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정당의 비례대표 후보는 반드시 당원, 대의원 등으로 구성되는 선거인단에서 민주적으로 선출하게 되어 있다. 이 규정의 취지가 잘 살려진다면, 유권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례대표 공천에 대한 불신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되었을 때, 실제 선거결과가 어떻게 나타날지는 아무도 예상하기 어렵다. 다만, 가상의 선거결과이지만, 아래의 <표1>에서 보듯이 준연동형 30석을 정의당과 보수성향의 소수정당(여러 개의 보수성향 소수정당이 받을 표를 합친 것이다), 그리고 새롭게 진입하는 진보성향의 정당이 배분받는 것이 가능하게 될 수 있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으므로, 준연동형 30석은 배분받지 못하고, 병립형이 유지되는 17석에서만 비례의석을 배분받게 된다.
미래한국당이 실제로 비례 명부를 낼 경우
자유한국당이 만든 비례용 위장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실제로 비례대표 명부를 내게 되면 상황이 많이 달라진다.
가령 아래의 표<2>에서 보는 가상의 선거결과를 보자. 앞서 살펴본 표<1>에서처럼, 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준연동형 30석 의석을 배분받지 못한다. 민주당은 정당득표율에 비해 지역구 당선자가 많기 때문이고, 자유한국당은 아예 비례대표 후보를 출마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각 정당의 정당득표율에 따른 배분의석에서 지역구 당선자를 뺀 숫자에 50%를 곱해서 준연동형 의석을 계산해보았다. 가상의 선거결과이지만, 미래한국당과 여타 보수측 소수정당이 35%를 얻을 경우에는 준연동형으로 계산한 의석이 50석에 달한다. 정의당 13석과 새로운 진보성향 소수정당의 5석을 합치면 총68석이 나온다. 준연동형 상한선인 30석을 훨씬 뛰어넘는 의석수가 나오는 것이다.
이럴 경우에는 상한선인 30석에 맞춰서 각 정당의 준연동형 의석을 축소조정해야 한다. 그렇게 조정하고 나면 정의당의 준연동형 의석은 13석에서 6석으로 줄어든다. 3%를 넘겨서 새로운 소수정당이 들어갈 경우에도 준연동형 의석으로는 2석만 배분받는다. 반면에 미래한국당을 포함한 보수측 정당들이 30석중 22석을 차지한다.
이처럼, 미래한국당같은 비례용 위장정당이 실제 창당하고 선거에 참여할 경우에는, 선거제도 개혁의 취지가 크게 훼손되게 된다.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4.15 총선결과는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용 위장정당의 선거참여 여부에 따라 많이 좌우된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이런 식으로 비례용 위장정당을 만드는 경우는 전세계 선거의 역사를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에서는 2005년 알바니아 총선에서 그런 사례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그것도 사실이 아니다. 당시 알바니아 총선에서는 거대 양당이 모두 비례대표 명부를 냈다. 자유한국당처럼 비례대표 명부를 내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리고 자유한국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이라고 주장하는 정당들은 1991년부터 창당해서 활동하고 있던 정당들이었다. 선거를 앞두고 비례용으로 만든 위장정당이 아닌 것이다. 따라서 지금 미래한국당과 같은 사례는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한국당과 같은 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인 정당제도를 근본에서부터 뒤흔드는 것이다. 선거법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위장정당을 만드는 것이, 세법이 맘에 안 든다고 해서 탈세목적의 위장사업체를 만드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한편 이런 상황은 소위 진보·개혁 성향 유권자들에게 ‘전략투표’에 대한 고민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민주당에정당 비례투표까지 준다고 한들, 준연동형 30석은 민주당이 배분받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래한국당이 현실화된다면,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우에 ‘지역구는 민주당, 정당투표는 다른 당’에 투표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고민이 생길 것이다.
이런 모든 상황들의 근본원인은 제대로 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지 않은 탓이 크다.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다가 1996년부터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택한 뉴질랜드의 경우에는 비례용 위장정당과 같은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지역구 70석, 비례대표 50석 정도로 해서 비례대표 의석을 충분하게 보장했고, 준연동형이 아니라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결국 민주당이 비례의석 확대를 위한 국회의석 확대에 끝까지 반대하면서 온전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거부한 것이, 비례용 위장정당이라는 꼼수를 낳은 원인인 것이다.
그런 점에서 4.15 총선 이후에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다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총선 이후 선거제도 개혁의 과제
4.15 총선이 끝나면 다시 선거제도 개혁을 해야 한다. 이번에 도입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여러 가지 문제가 많기 때문에 계속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 1회용 제도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더 나은 선거제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곧바로 개혁논의가 다시 시작되어야 한다. 총선을 전후해서 다시 이슈가 될 수 있는 헌법개정 문제와 맞물려서도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앞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한다면, 방향은 2가지가 있을 수 있다. 하나는, 지역구 선거를 하면서 전체 의석을 정당득표율대로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방식을 고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식을 제대로 하려면 국회의원 특권을 폐지하면서 국회의석을 현재 300석에서 360석 정도로는 늘려야 한다. 그래야 지역구 253석 외에 비례대표를 100석 이상 확보해서 제대로 된 비례대표제를 할 수 있다. 이번에 누더기 입법이 된 이유 중에 하나는 300석으로 국회의석을 고정하다보니 비례대표 의석이 47석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향은 아예 지역구 선거를 없애고, 순수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하는 것이다. 스웨덴, 덴마크, 네덜란드 등이 택하고 있는 방식이다. 국회의원은 국가의 일을 해야 하는데, 반드시 지역구 선거를 할 필요는 없다. 만약 지역대표성이 필요하다면, 17개 시.도별로 나눠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는 방법도 있다. 그리고 소수정당을 위해 전국단위에서 보정의석을 두고, 전국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는 방법도 있다. 덴마크, 스웨덴은 그렇게 하고 있다. 가령 덴마크는 전국을 10개 권역으로 나눠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135명의 국회의원을 뽑고, 40명의 보정의석은 전국단위 정당득표율과 의석비율을 맞추는데 사용한다. 이렇게 하기 때문에 덴마크의 정당들은 정당득표율을 높이기 위해 치열하게 정책경쟁을 할 수밖에 없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라는 덴마크 정치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다른 한편 이번 선거법 개정을 통해 선거권연령이 낮춰짐에 따라 50만명이 넘는 만18세 청년들이 올해 총선에서 선거권을 얻게 되었다. 그 중에는 일부 고등학생들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오히려 고등학교 졸업자들이 더 많다. 그동안에는 매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청년들이 투표권을 가지려면 대체로 생일이 지나야 했다. 그래야 만19세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주요선거는 모두 상반기에 치러진다. 국회의원 선거는 4월, 지방선거는 6월이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도 지난 선거가 탄핵으로 인한 보궐선거로 치러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3월로 선거시기가 당겨지게 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생일이 빠르지 않으면 첫 번째 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만18세로 선거권연령이 낮춰짐에 따라 이런 문제는 해소되었다.
다만 선거권연령을 낮추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만25세로 되어 있는 피선거권 연령도 너무 높으므로 만18세로 낮춰야 한다. 유럽의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에서 30대 총리가 등장할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는 선거권, 피선권 연령이 낮아서 일찍부터 정치에 직접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청년들의 정치참여가 확대될수록 청년들의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도 쉬워질 것이다. 또한 청소년들의 정당가입을 허용하고, 교사·공무원의 정치적 권리를 보장하는 것도 함께 이뤄져야 할 것이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 프레시안
조선일보 “정부, 신천지 탓하지 말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교육부, 유·초·중·고 사상 첫 전국 휴업명령
중앙일보 1면에 사설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
보수언론,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정부 비판
정부가 23일 코로나19 대응 위기경보를 최고 수위인 ‘심각’ 단계로 격상했다. 감염병 재난 위기경보 수준은 관심, 주의, 경계, 심각으로 나뉜다.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는 23일(오전 9시 기준) 확진자는 전날보다 169명 늘어난 602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신규 확진자 169명 중 95명이, 총 확진자 402명 중 329명이 신천지 대구교회와 관련 있다. 교육부는 전국 유·초·중·고 개학을 일주일 연기하라며 휴업명령을 내렸다.
▲24일자 한겨레 1면.
외국에서는 ‘한국인 입국 제한’이 현상도 나타났다. 이스라엘은 지난 22일(현지 시각) 저녁 7시55분 텔아비브에 도착한 한국인 약 130명을 포함한 외국 국적 탑승객들을 2시간만인 밤 9시50분 인천공항으로 돌려보냈다. 이스라엘 국적자 11명만 내렸다.
24일자 아침종합일간지는 지면과 사설을 코로나19 소식으로 다뤘다. 다음은 1면 머리기사 제목.
경향신문 : 확진자 ‘폭증’ 600명 넘어… 정부, 위기 경보 ‘심각’ 격상
국민일보 : 위기경보 ‘심각’ 격상… 전국 초중고 개학 연기
동아일보 : 위기경보 ‘심각’ 격상… 모든 학교 개학 연기
서울신문 : 코로나 ‘심각’ 격상… 초중고 개학 일주일 연기
세계일보 : 코로나 ‘심각’ 단계 격상… 초중고 개학 일주일 연기
조선일보 : 주말새 확진 3배로 폭증… 문대통령, 이제야 “심각”
중앙일보 : [사설] 중국서 오는 외국인 입국, 전면 금지하라
한겨레 : 코로나 최고 단계 ‘심각’으로… 전국 학교 개학 연기
한국일보 : 대구는 지금…
▲24일자 조선일보 4면.
▲24일자 한겨레 2면.
보수언론은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들은 코로나19 초기 정부가 중국 눈치를 보느라 중국인 입국자를 막지 못해 확진자가 늘어났다고 비판했다.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혐오, 선을 넘다
2020년 들어 혐오와 연관된 중요한 사건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트랜스젠더의 여대 입학 포기, 영화 <기생충>이다. 우리는 혐오라는 감정을 현명하고 치열하게 다루어야 한다.
ⓒ시사IN 이명익
혐오. 표준국어대사전 뜻풀이는 ‘싫어하고 미워함’이다. 한자로는 ‘싫어할 혐(嫌)’에 ‘미워할 오(惡)’를 쓴다. 뜻풀이도 어원도 평범한 이 단어가 21세기의 정치논쟁을 좌우하는 최전선에 섰다.
다른 사람을 혐오하는 건 나쁘다. 그러므로 혐오감을 자극하고 동원하는 정치도 나쁘다. 여기까지는 쉽다. 어려운 건, 무엇이 혐오이고 무엇이 아닌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혐오를 생산하는 사람, 단체, 정치세력들도 자신들의 말은 혐오가 아니라 다른 무엇이라고 주장한다. 혐오가 나쁘다는 합의는, 그 자체로는 빈껍데기다. 혐오란 어떤 감정인가, 혐오 감정이 분출하기 쉬운 조건은 무엇인가, 인간은 왜 이 나쁜 감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가. 이 질문에 답한 후에야 혐오가 나쁘다는 말에도 무게가 실린다.
2020년은 혐오와 연관된 중요한 사건들이 동시에 쏟아지면서 시작됐다. 중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등장해 세계로 퍼져 나갔다. 숙명여대에서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꾼 트랜스젠더 학생이 대학에 합격했으나 재학생과 신입생들의 반발로 등록을 포기했다. 그리고, 영화 〈기생충〉이 미국에서 아카데미상을 휩쓸었다. 각각은 서로 무관한 이야기다. ‘혐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단서를 풍부하게 담고 있어서, 우리는 이 별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볼 수 있다.
Scene 1. 기생충
〈기생충〉에서 부유한 박 사장 부부인 동익(이선균)과 연교(조여정)는, 가난한 기택(송강호) 일가족에게 속아 가정교사·운전기사·가정부로 가족 넷을 다 채용한다. 일솜씨는 만족스러웠으나 문제가 하나 있었으니, 냄새다. 기택 가족에게는 뭔지 모를 냄새가 났다. 동익은 연교에게 새로 온 운전기사 기택을 평하면서 이렇게 말한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안 넘어. 그런데 냄새가 선을 넘지.” 동익은 쾌활하고 친절해 보이지만 고용된 사람들이 ‘선’을 넘는 건 견디기 어려워한다. 기택은 선을 넘지는 않는다. 그런데 기택의 냄새가 선을 넘어 들어온다.
이것은 우리에게 좋은 출발점이다. 혐오란 일차적으로 역겨운 대상에 대한 거부반응인데, 심리학자들은 감염병을 피하는 전략으로 역겨움 반응이 진화했다고 본다. 역겨움은 오물이나 배설물과 같은 오염원을 피하게 해준다. 의료 시스템도 건강보험도 없던 수렵채집 시대에, 혐오는 일종의 원시 헬스케어 시스템이었다. 질병을 유발하는 오염물은 피해야 한다. 혐오는 그런 반응을 일으켜주는 감정이었다.
심리학자 폴 로진은 혐오 연구의 대가다. 그에 따르면, 혐오는 어떤 대상이 자기 몸 안으로 들어와 자신을 더럽힌다는 느낌과 이어져 있다. 중요한 것은 오염원과 자기 신체의 경계선이 지켜지느냐다. 혐오란 오염원이 신체의 경계선을 넘어 몸 안으로 침투한다고 느낄 때 극대화된다. 그래서 혐오감은 거리가 있는 감각보다 ‘직접 닿는 감각’에 더 민감하다. 촉각, 미각, 그리고 후각이다. 혐오감은 경계선을 넘어오는 오염물에 대한 감각이고, 냄새는 경계선으로 막기가 어렵다. 이쯤 되면 동익의 대사는 혐오에 대한 심리학 논문에서 바로 건져 올린 것처럼 들린다. “선을 넘을 듯 말 듯 하면서 안 넘어. 그런데 냄새가 선을 넘지.”
영화 〈기생충〉에서 동익(이선균)은 기택의 냄새를 두고 끊임없이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Scene 2. 바이러스
코로나19는 발열, 기침, 호흡곤란, 폐렴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해 세계로 퍼져 나갔다. 오염원이 선을 넘어오지 않도록 막는다는 직관은 거의 본능적인 요구다. 혐오 감정이 감염병을 피하는 전략인 이상, 신종 감염병이야말로 혐오를 자극하는 최상의 배양액이다. 코로나19가 우한을 넘어 확산 추세를 보이던 1월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이 올라왔다. 2월13일 현재까지 거의 70만명이 청원에 동참해, 청와대가 답변을 내는 기준선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한국 정부는 전세기를 보내 발원지인 우한의 교민들을 국내로 이송했다. 이들을 충남 아산과 충북 진천의 시설에 격리 수용하기로 했는데, 이 소식이 알려지자 현지 주민들이 트랙터를 끌고 나와 길을 막는 소동도 있었다. 감염병(코로나19)의 오염원(우한 교민)으로부터 경계선을 지키겠다는 반응은 우리의 직관에 잘 어울린다.
혐오 스위치가 켜지면 위험의 크기를 합리적으로 평가하는 작업은 매우 어려워진다. 혐오는 ‘경계선을 강화하는 감정’이기 때문에, 문제의 오염원이 경계선을 넘었는지 아닌지만 따지도록 만든다. 코로나19의 전염성이 얼마나 강력한지, 우한 주민이 정말로 심각한 오염원인지, 중국인 전체를 오염원으로 평가하는 게 타당한지, 전면 봉쇄를 택했을 때 우리가 감수해야 할 다른 비용은 무엇인지, 일련의 위험 평가를 구체적으로 따지는 작업은 우리 머리에서 뒷전으로 밀려난다.
ⓒ시사IN 이명익1월30일 우한 교민 이송을 반대하는 아산 시민들이 출입구를 막고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Scene 3. 숙명여대
트랜스젠더 A씨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꿨다. 그는 숙명여대 법학부에 합격해 3월부터 신입생이 될 예정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숙명여대 재학생과 합격자들, 그리고 여러 여대의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들을 중심으로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다.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서도 나왔다. 제목은 ‘여성의 권리를 위협하는 성별 변경에 반대한다’였다. 성명서는 A씨를 ‘자신을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자’라고 지칭하면서, 타고난 성 정체성을 바꾸려는 시도 자체를 반대한다. “성별 변경은 (중략) 자신을 여자라고 주장하는 남자는 누구든 여자들의 공간을 침범하고 빼앗아갈 수 있게 한다.” 성명서에는 6개 여대에서 23개 조직이 이름을 올렸다.
‘혐오 감정’과 ‘혐오 표현’은 정의가 다르다. 거칠게 구분하면 혐오 감정은 인지과학자, 심리학자, 철학자들의 관심사다. 혐오 표현은 주로 법학에서 다룬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놓은 〈혐오 표현 리포트〉를 보면, 혐오 표현이란 ‘특정 속성을 가진 집단’을 향해 ‘부정적 관념과 편견’을 ‘공개적으로 표출’하여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내는 표현이다. 성별 변경 반대 성명서는 ‘트랜스젠더 집단’을 향해 ‘성별을 바꾸려는 시도가 잘못이라는 부정적 관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여 ‘트랜스젠더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는 효과’를 냈다. 혐오 표현의 정의에 부합한다. A씨는 결국 숙명여대 입학을 포기했다.
혐오 표현의 정의에 따라, 말하는 쪽 말고 대상이 된 쪽이 소수자냐 아니냐가 핵심이다. 즉, A씨가 트랜스젠더라는 소수자 집단에 속해서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이 핵심이다. 그 표현을 남성이 했는지 여성이 했는지는 혐오 표현을 판단하는 기준은 아니다.
혐오 표현에는 왜 표현의 자유 원칙이 유보될까? 혐오 표현은 ‘특정 속성 집단’의 ‘차별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소수자 집단의 차별을 조장하는 표현은 단순히 말에서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진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유대인 혐오 표현은 유대인을 ‘경계선 밖으로 내몰아야 할 오염원’이라는 인식을 강화했다. 이는 결국 유대인 대학살로 가는 길을 텄다. 역사의 궤적 때문에 독일은 선진국 중에서 혐오 표현 규제가 가장 까다로운 축에 들어간다.
혐오 감정과 혐오 표현을 정의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소수자에 대한 차별 조장’이 성립하는 순간 혐오 표현은 성립한다. 그 표현이, 혐오 감정의 기본 속성인 ‘역겨움’ ‘오염물을 피하려는 반응’ ‘경계선을 지키려는 감각’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는 따지지 않는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개념상 혐오 표현은 혐오 감정 없이도 성립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차이가 일반인의 언어 습관과 충돌하면서 균열을 만들어낸다.
래디컬 페미니즘 동아리들이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서를 냈다.
트랜스젠더 A씨에 반대하는 성명서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여대는 (중략) 여성 차별과 남성 폭력으로부터 안전함을 느끼는 공간이다.” “여대는 이미 남성들의 침입으로부터 안전을 위협받고 있으며 이는 모든 여자들의 공간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계속 강조되는 감정은 트랜스젠더라는 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아니다. 두려움이다. 두려움은 안전이라는 기본권에 대한 요구로 이어진다. 트랜스젠더 A씨 논란에서 터져 나온 반대의 목소리는 사실상 이런 주장을 바탕에 깔고 있다. “우리는 혐오가 아니라 두려움을 느낀다. 특정 소수자를 혐오할 권리가 아니라, 안전할 권리를 요구한다. 그러므로 이것은 혐오 표현이 아니라 기본권에 대한 요구이며, 따라서 정당하다.”
이것은 만만치 않은 반론이다. 답을 찾으려면 다시 〈기생충〉으로 돌아가야 한다.
Scene 4. 기생충
냄새는 모두에게 같은 의미가 아니다. 박 사장의 어린 아들 다송이는 기택 일가족의 냄새를 가장 먼저 알아챈다. “둘이(기택과 충숙 부부) 냄새가 똑같애. 제시카 선생님(딸)한테도 비슷한 냄새가 났어.” 하지만 다송이는 그저 같은 냄새가 난다는 사실을 알아챌 뿐 그 냄새로 경계선을 강화하지 않는다. 이후로도 제시카 선생님은 다송이 생일 파티의 여주인공으로 불려 나온다.
아빠인 동익은 다르다. 기택의 냄새를 두고 동익은 끊임없이 구별짓기를 시도한다. 기택의 냄새는 “오래된 무말랭이 냄새” “행주 삶을 때 나는 냄새” “지하철 타는 놈들 특유의 냄새”다. 냄새는 자연 현상이지만, 냄새라는 속성이 특정한 집단에 투사되면서부터는 더 이상 자연 현상만은 아니다. 이제 냄새는 특정 집단을 다른 집단과 구별짓는 낙인, ‘지하철 타는 놈들’의 낙인이 된다.
마사 누스바움은 세계적인 석학으로 손꼽히는 미국의 법철학자다. 누스바움은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를 구분한다. 배설물, 혈액, 생리혈, 정액, 콧물, 시체, 진액, 썩은 고기, 구더기, 바퀴벌레 등을 보거나 만질 때, 실제 감염 위험이 있을 때 나오는 직관적 반응이 원초적 혐오다. 우리는 이 문장에서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리거나 몇 단어를 건너뛴다. 이런 직관적 반응을 특정 집단에 투사한다고 생각해보자. 동성애자, 흑인, 여성, 유대인 등 특정 집단이 이런 오염원의 속성을 갖고 있다고 덮어씌우는 것이다. 19세기 유럽인들은, 유대인이 독특하고 불쾌한 냄새를 뿜어내고, 그것이 생리 중인 여성의 냄새와 유사하다고 널리 믿었다. “지하철 타는 놈들 특유의 냄새”의 19세기 유럽 버전이다. 이게 투사적 혐오다.
집 옆에 새로 생긴 소 도축장이 지독한 악취를 내고 개울을 오염시킨다면, 그 피해는 보상받을 수 있다. 하지만 도축업자를 백정이라며 차별할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누스바움은 원초적 혐오는 어느 정도 법이 보호해주어야 할 감정이지만, 투사적 혐오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누군가가 동성애자를 보면 구토감이 일 정도로 혐오 감정이 치솟는다고 해서, 그가 ‘동성애자를 보지 않을 권리’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혐오 감정은 왜 이리도 쉽게 본래 기능을 넘어 투사되는가? 혐오는 왜 명백한 오염물(원초적 혐오)에 머물지 않고 차별의 엔진으로 확장(투사적 혐오)되나? 이를 이해하려면 인간의 인지 과정을 알아야 할 것 같다. 뇌과학자인 정재승 교수(카이스트)를 만났다. 그는 뇌과학 분야에서 진전되고 있는 흥미로운 연구를 들려줬다.
“전 남친 같은 미워하는 사람의 사진을 보여주면 시상하부가 활성화됩니다. 시상하부는 수렵채집 시대 때부터 우리 편 남의 편 구별짓기를 하던 뇌 영역입니다. 자원을 빼앗길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표상하고 공격성을 만들어내지요. 시상하부의 활성화는 뇌섬과 조가비핵도 활발하게 만듭니다. 역겨움과 고통, 그리고 쾌락을 관장하는 뇌 영역이지요. 아울러 편도체도 활성화되는데, 여기서는 주로 공포를 관장합니다. 이 회로가 켜지면 흥미로운 일이 일어나는데, 무엇보다 전두엽의 활성화 정도가 낮아집니다. 그러니까 판단과 이성체계를 관장하는 부위가 일을 덜 하게 됩니다.”
2008년에 영국에서 수행된 이 연구에서, 연구팀은 우리 뇌에서 미움을 관장하는 일련의 경로를 ‘미움 회로’라고 이름 붙였다. 미운 대상을 보면, 우리 뇌의 무리짓기와 구별짓기와 공격성 본능이 자극받는다. 뇌섬·조가비핵·편도체가 따라서 반응하는데, 이 부위는 모두 변연계에 있다. 변연계는 진화적으로 좀 더 오래된 감정을 관장하는 곳으로, 한때 ‘파충류의 뇌’라고 불리기도 했다. 여기서 역겨움과 분노와 공포가 자극받는다. 반대로 이성을 관장하는 전두엽은 활동성이 떨어진다. 이 회로는 원래 배설물과 같은 오염물을 보았을 때 활성화되는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싫어하는 사람의 사진과 같은, 오염물이 아닌 대상을 볼 때에도 우리 뇌는 비슷한 방식으로 반응했다. 우리 뇌가 원초적 혐오와 투사적 혐오를 처리하는 회로가 겹친다는 의미다.
“정말 흥미로운 건 그다음입니다.” 정재승 교수가 말을 이었다. “이 회로는 ‘사랑 회로’라고 불리는 곳과도 상당히 겹쳐요. 그러니까 우리 뇌는 두려움이나 불안을 느꼈을 때 무리짓기와 구별짓기로 대응합니다(시상하부). 이렇게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누고 나면, 내집단을 향해서는 사랑과 결속과 대규모 협력을 만들어내고(‘사랑 회로’), 외집단을 향해서는 분노와 공포와 역겨움을 느끼게 되죠(‘미움 회로’). 내집단에 대한 사랑과 애착, 외집단에 대한 혐오와 배척, 이 둘은 정반대로 보이지만 사실은 한 회로에서 처리되는, 붙어 있는 감정이라는 겁니다.” 우리 종에게 매우 중요한 협력과 결속의 기능이 작동하는 바로 거기에, 혐오의 스위치가 함께 내장되어 있다. 혐오 감정을 다루는 일이 그토록 어려운 이유가 짐작이 간다.
Scene 5.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유럽에서 동아시아인 혐오의 물결을 불러일으켰다.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은 코로나19를 다룬 표지에 ‘Made in China(중국산)’라는 표제를 달아 논란에 휩싸였다. 누스바움의 구분법을 사용하면, 감염병에 대한 공포는 원초적 반응이지만, 특정 집단 전체가 그 속성을 가졌다고 낙인찍는 것은 투사적 혐오다. 〈슈피겔〉 표지는 감염병과 중국을 부주의하게 연결하는 투사적 혐오의 전형적 사례를 보여준다. 독일에서 중국인 여성이 대낮에 길에서 머리채를 잡히며 발길질을 당하는 등, 서구에서는 동아시아인을 상대로 크고 작은 혐오 범죄와 혐오 표현이 발생하고 있다.
스위스에 사는 교민 김진경씨는 요즘 기차를 타기도 망설여진다.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 동아시아인들이 수모를 당했다는 얘기를 들으며 공포가 점점 커지는 와중에, 독일어를 가르쳐주는 스위스인 교사가 신문 기사 하나를 가져다주었다. ‘한국에서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인종 혐오 바이러스’라는 제목이었다. 김씨는 “스위스에서 기차 타길 망설이는 한국인인 나는, 서울 홍대앞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중국인에 감정이입이 됐다”라고 말한다(20~22쪽 기사 참조). 이 말이 평균적인 한국 여론에 호소력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 내부의 시선으로 보면, 유럽에서 우리 교민들이 당하는 차별은 자명하게 인종혐오로 보인다. 유럽의 교민은 바이러스 발원지로부터 한참 떨어져 있고, 그들이 동아시아인이라는 이유로 오염원의 속성을 갖는다고 취급되는 건 불합리하다. 반면 한국인이 중국인을 오염원으로 보는 것은 임박한 감염의 위협에 대한 자구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조금만 떨어져서 보면, 둘은 원초적 혐오를 특정 속성 집단에 투사하여 확장하는 것이어서 구조가 같다.
누스바움이 말하는 ‘투사’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일어나서 거의 알아채기도 어렵다. 차이를 보자. 2월4일부터 정부는 “지난 14일간 후베이성에 체류한 바 있는 모든 외국인에 대해 입국 금지”를 시행했다. 후베이성은 감염병의 진원지이므로 위험도가 더 높다. ‘중국인’이라는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진원지를 거쳐 간 모든 사람(내국인 제외)을 대상으로 했다. 영구적으로 남는 낙인이 아니라, ‘14일간’이라는 기간 제한을 두었다. 오염원을 특정 집단의 속성으로 확장하는 ‘투사’가 상당히 억제되어 있다. 동의 서명 70만명을 향해 가는 국민청원에는 이런 억제가 없다. 청원은 간명하게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한다. 자유한국당도 연일 중국인 전면 입국 금지를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중국인이라는 특정 집단의 속성은 감염병의 위험과 대응하지 않지만, 원초적 혐오 반응은 집단 전체에 확장되어 투사된 혐오가 된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위험의 크기와 정도를 적절하게 평가하고 대비하도록 자극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뇌의 전두엽은 오히려 활동이 억제된다. 감염에 대한 두려움은 위험의 원천과 나 사이를 원천봉쇄하도록, 나의 무리와 저들의 무리를 완전히 갈라치도록 자극한다. 따져보면 그게 더 많은 비용과 손실을 초래할 선택일 경우가 많지만 개의치 않는다. 2월10일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는 공동 성명서를 낸다. 예방의학과 역학은 감염병 관리에 전문성이 있는 학문 분야다. 성명서는 “외국인 입국 제한은 국가 간 상호주의 원칙에 입각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썼다. 사실상 중국인 입국 금지 주장에 대한 반박이다. 두려움 자체를 부인할 수는 없으나, 분별없는(전두엽이 억눌린) 두려움은 경계선을 확인하려는 혐오 감정과 연결되어 더 많은 손실을 초래한다. “감염병 방역의 성패는 배제와 차별이 아니라 포용과 인권보호에 달려 있다.” 왜? 배제와 차별은 접촉자 등 당사자들이 방역 당국을 피해 숨어 다니도록 만들지만, 포용과 인권보호는 방역 정책에 협조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혐오의 흥미로운 속성이 확인된다. 혐오는 두려움과 다른 감정이다. 하지만 혐오 감정은 거의 대부분 두려움을 동반한다. 우리가 혐오하는 대상은 우리를 오염시킬까 봐 두려워하는 대상이기도 하다. 남자들의 게이 혐오는 동성에게 강간을 당하는 공포와 뗄 수 없다. 유대인 혐오는 유대인이 질병을 옮기는 인종이라는 두려움을 늘 동반했다. 흑인 혐오는 흑인 노예가 백인 농장주의 부인과 딸을 강간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한 쌍이다. 여성 혐오는 여성이 남성을 타락시킬 것이라는 두려움과 한 쌍이다. 오늘날 난민 혐오는 무슬림 남성들이 본국 여성을 강간할 것이라는 두려움과 한 쌍이다.
ⓒ김흥구 숙명여대 게시판.
Scene 6. 숙명여대
숙명여대에서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핵심 논거는 “혐오가 아니라 두려움이다”로 압축할 수 있었다. 그것은 안전에 대한 요구였다. 남성이었던 A씨와 강의실과 화장실 등 생활공간을 공유하는 데 대한 두려움을 토로했다. 혐오 감정은 보통 역겨움 반응을 동반하지만, A씨 입학 반대 주장에는 그녀의 정체성을 역겨워하는 뉘앙스가 없다(역겨움은 보통의 남성 문화에서 게이와 트랜스젠더에게 흔히 드러내는 반응이다). 역겨움이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공격적 반응이라면, 두려움은 좀 더 방어적이라는 인상을 준다.
“혐오가 아니라 두려움이다”라는 이분법이 직관적으로 설득력 있어 보이는 이유는, 이것이 역겨움과 두려움의 대조, 공세와 수세의 대조, 남성 문화의 트랜스젠더 혐오와 여성 문화의 두려움이라는 대조를 깔고 있어서다. 이 이분법 구도에서는, 트랜스젠더 A씨가 (다른 대학도 많은데) 굳이 여대를 다닐 권리와 숙명여대 재학생들이 안전할 권리가 충돌한다. 명백히 안전할 권리가 우선으로 보인다.
그러나 혐오에 대한 역사적, 인지과학적, 법철학적 연구 결과는 ‘혐오 대 두려움’이라는 이분법을 지지하지 않는다. 역사적으로 혐오는 거의 언제나 두려움을 동반했다. 인지과학적으로 보면, ‘미움 회로’는 두려움 반응을 관장하는 편도체를 함께 활성화한다. 우리가 어떤 대상에 역겨움이 아니라 두려움을 느낀다고 해서, 그게 혐오가 아니라는 증거는 될 수 없다.
법철학적으로도 이 이분법은 지지받지 않는다. 누스바움은 감정과 느낌은 다르다고 설명한다. 느낌은 자극에 대한 반응으로, 통증이나 간지러움 같은 것이다. 반면 감정은 특정한 대상이 존재하고, 그 대상에 대한 평가와 믿음으로부터 나온다. 남편을 두려워하는 아내는, 남편이라는 대상이 자신을 때릴 것이라는 평가와 믿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감정도 평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 감정을 불러일으킨 평가와 믿음이 사실인지, 또 타당한지 판단할 수 있다. 함께 살던 뱀이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 슬픔이라는 감정은 주관적인 것이지만, 그럼에도 평가가 가능하다. 사실인가? 뱀이 죽지 않았는데 착각했거나 누군가에게 속은 것은 아닌가? 또, 타당한가? 뱀의 죽음은 슬퍼할 가치가 있는가? 뱀이 죽어서 슬픈 나머지 일상으로 복귀하지 못하는 사람을 회사는 며칠이나 용인 가능한가? 여기서 뱀을 개나 고양이로 바꾸면 어떤가? 감정이 평가의 영역으로 들어오고,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주제가 된다. 누스바움은 이렇게 ‘이성과 감정’이라는 오래된 이분법을 뛰어넘는다.
이제 “혐오가 아니라 두려움이다”라는 문장을 검증할 도구를 얻었다. 두려움을 불러일으킨 평가와 믿음이 사실인지, 또 타당한지를 따질 수 있다.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과 트랜스젠더 여성이 화장실을 함께 쓰면 실제로 위험한지, 위험을 막으려면 어느 정도 비용이 드는지, 그런 두려움 때문에 트랜스젠더 여성의 진학을 반대하는 일이 타당한지 등을 평가할 수 있다. 누스바움의 도구를 사용하면, 두려움 그 자체를 주장하는 것으로는 정당성이 생기지 않는다. 두려움이 사실에 근거한 동시에 타당한 것이어야 한다. 이 테스트를 통과한다면 두려움은 이것이 혐오가 아니라는 증거로 쓸 수 있다. 하지만 통과하지 못한다면, 두려움은 오히려 이것이 혐오라는 증거가 된다.
Scene 7. A씨
혐오는 강력하고 뿌리 뽑기 어려운 감정이다. 우리 뇌는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누는 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한다. 뇌의 기능 대부분은 수렵채집민의 환경에 맞춰 진화했다. 외집단 사람들을 미워하고 배척하며, 내집단 사람들과 연대하고 결속하는 능력은 수렵채집민에게 유용했다. 배척과 결속의 두 기능을 우리 뇌가 비슷한 회로로 처리한다는 연구는 의미심장하다. 혐오는 혐오 감정을 공유하는 사람들의 결속감과 소속감을 만들어낸다.
혐오가 그토록 뿌리 깊은 본능적 감정이라면, 그걸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는 선택지밖에 없는 것은 아닐까? 20세기 영국의 존경받는 판사였던 패트릭 데블린은 “모든 사회는 자신을 보존할 권리를 지니며, 공동체 구성원의 혐오에 맞춰 법을 제정하지 않으면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 말은 혐오의 본원적 기능인 ‘오염에 대한 공포’를 정확히 포착한다. 그 공포를 인정해야만 사회가 유지될 수 있다. ‘자신을 보존할 권리’라는 개념은 A씨의 입학을 반대하는 성명서의 논리와 닮았다.
누스바움은 반대편에 서 있다. 자유주의 사회란 ‘평등한 정치적·시민적 자유’를 기본 원리로 채택한 사회다. 자유의 조건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혐오는 특정 집단을 체계적으로 배제하고 낙인찍는 감정, 사실상 그 목적으로 설계된 감정이다. 그렇기에 모든 사회는 혐오라는 감정을 관리하고 연구할 의무를 갖게 된다. 그래야만 ‘보편의 원’을 더 크게 그려나가서, 그 원 안에 가능한 한 많은 사람들이 포함되도록 계속해서 넓힐 수 있다. 누스바움은 내집단과 외집단을 나누는 인간 본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 경계를 끝까지 밀어붙여서 인류 전체를 ‘내집단’으로 포괄하는 세상을 꿈꾼다. 흑인 민권 운동의 전설적인 지도자 마틴 루서 킹은 흑인의 특별한 정체성을 강조하는 길로 가지 않았다. 그는 보편적 인권의 원을 확장하여 모든 인간이 그 안에 포함되어야 한다고 끊임없이 외쳤다. “세상에는 굳이 따질 필요조차 없는 진실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은 평등하게 창조되었습니다.” 혐오의 진정한 해악은 우리를 보편에서 벗어나 파편으로 만드는 것이다.
숙명여대 등록을 포기한 A씨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 ‘숙대 등록 포기에 부쳐’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이 글은 길게 인용할 가치가 있다. “나는 서점 나들이를 정말 좋아한다. 그 다양한 의견의 각축장을 통하여, 보다 나은 의견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나와 다른 사람의 의견은 어떠한 근거를 갖는지 찾아보는 행위가 재미있다. 그러나 이러한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자신과 상대방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공포는 더 알아가고자 하는 호기심이 되어야지, 무자비한 혐오여서는 안 된다. 혐오는 진정한 문제를 가리고, 다층적인 해석을 일차원적인 논의로 한정시킨다. 이러한 무지를 멈추었을 때만, 사회의 다양한 가치들을 이해하고, 보다 건설적인 방향으로 공동체를 발전시킬 수 있다.”
‘평등한 정치적·시민적 자유’라는 대전제 위에서 다양성과 차이를 다뤄나가고, 그럼으로써 공동체를 더 보편에 가까운 것으로 발전시켜나간다. 그러려면 우리는 혐오라는 감정을 치열하고 현명하게 다루어야 한다. 인권의 확장에 헌신했던 위대한 운동가와 지성인들이 흔들림 없이 공유했던 원칙이, 이 젊은 여성의 짧은 글에 녹아 있다.
시사인 천관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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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비대위원장, “코로나19 이후의 불확실성 인정해야”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으로 ‘또 다른 무엇’이 오리라는 사실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감염병 등 보건·건강 정책을 평가하는 ‘드라이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사IN 윤무영 기모란 비상대책위원장(위)은 “감염병을 우습게 여기지도, 두려워하지도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신종 감염병 앞에서 모두가 ‘처음’을 겪고 있다. 중국 우한과 같은 아비규환도, 일본 크루즈선과 같은 난맥상도, 확진자가 속출하는 대구에서의 비상 상황 모두 그 누구도 예상 못한 사건 사고처럼 우리 앞에 갑자기 들이닥쳤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때의 뼈아픈 경험을 바탕으로 마련해둔 대비책도 또 다른 ‘처음’ 앞에서는 100% 차단하지 못한다. 처음 겪는 혼란과 불안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교훈을 만들어나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의 악몽 역시 하나의 경험이 되고 말 ‘원헬스(One Health:전 세계 사람·동물·환경의 건강이 밀접히 연결돼 있다는 개념)’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가면 또 다른 무엇이 올 것이다. 계속 ‘처음’을 맞이하리란 사실 외에는 모든 것이 불확실한 이 세계에서 우리가 지금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자세는 무엇일까? 대표 역학 전문가 중 한 사람인 기모란 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비상대책위원장(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은 먼저 그 불확실성을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에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직접 역학조사관으로 현장을 뛰었던 기 위원장은 정부나 국민이 “계속 예의주시하며 최선을 다해 대처하지만 내일 달라질 수 있다”라는 말 앞에서 두려워하거나 비난하거나 절망하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것이 ‘더 나은 처음’을 꾀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감염경로가 불분명한 확진 환자가 계속 추가되고 있다.
2009년 신종플루 때도 처음엔 열심히 역학조사하고 접촉자를 자가 격리시키다가 어느 시점부터는 안 했다. 이렇듯 감염병 초기에는 봉쇄(containment) 전략을 쓴다. 봉쇄의 목적은 질병을 종식시킨다기보다, 확산 시점을 연기시키는 것이다. 시간을 벌어서 그동안 백신을 만들고 의료체계를 점검하며 준비한다. 확산이 확인되면 그때는 완화(mitigation) 전략을 쓴다. 감염을 조기 발견하고 조기 치료해 사망자를 줄이는 것이다. 지금이 바로 봉쇄에서 완화로 전략이 넘어가야 하는 시기이다.
완화 전략이 필요한 이 국면에서 개인은 어떤 대응이 필요한가? 일상을 유지해도 되나?
두 가지 공포가 있다. ‘내가 걸릴지도 모른다’와 ‘걸리면 죽을 수도 있다’. 메르스 때는 두 가지가 다 존재했다. 치사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후자에 대한 두려움은 비교적 크지 않다. 중국 우한을 보면 많이 죽는 것 같지만 그 외 지역을 보면 그렇지 않다. 우한의 사망자도 60세 이상 기저질환 있던 사람의 비율이 높다.
다만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공포가 좀 더 커졌다. 주변에서 나타나니까.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도 그렇고 아직까지 길 가다 감염되는 경우는 없었다. 택시 안이라든지 꽤 밀접한 접촉이 있어야 감염된다. 일상을 유지하되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가 필요하다. 외국에서 들어온 사람이 많은 모임을 자제하고, 행사를 한다면 ‘열이 있는 사람 오지 마라’ ‘마스크 쓰고 와라’ 안내하고, 발열감지기 두고, 손세정제 비치하고, 행사 공간은 환기가 잘 되는지 확인하고, 사람들 다닥다닥 앉지 않도록 자리를 배치한다. 이렇게 기본 원칙을 지켜서 확산되지 않도록 생활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강조하고 싶은 게 있다. 국민 수준이 높아져서 시민사회가 서로 보듬어주지 않으면 이런 위기를 못 이겨낸다. 감염자를 배척하면 매우 위험하다. 누구나 감염될 수 있는데 밀어내기 식으로 대하면 환자가 숨는다. 그러면 바이러스를 없앨 수가 없다. 환자가 빨리 나와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응원하고 격려해줘야 한다.
ⓒ시사IN 신선영 서울시립대가 개학을 앞두고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생활관 입구에 붙여놓은 안내문.
유학생이 많은 대학은 준비가 잘 돼 있을까?
기숙사 등에서 2주간 자가 격리를 시킨다고 하는데, 이게 보건소에서 명령하는 법적 자가 격리가 아니다. 대학에서 권고하는 자율적 자가 격리다. 보건소에서 명령하면 먹던 약도 주고 필요 물품도 넣어주고 쓰레기 버리는 것까지 해주지만, 대학들이 그 많은 유학생들을 기숙사에 넣어놓고 행정직원 몇 명이 어떻게 수발을 다 들 수가 있겠나. 단순히 유학생들이 자가 격리 거부한다, 말 안 듣는다가 아니라 따르기 어려운 문제가 뭔지를 봐야 한다.
국내 유학생들의 건강보험 의무가입이 내년 3월로 미뤄진 것도 우려스럽다. 원래 지난해 7월 시행될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보험 지출액이 늘어난 유학생들의 반발로 유예됐다. 돈이 없는 유학생들 처지에서는 증상이 나타나도 의료기관을 찾는 게 꺼려질 수밖에 없다. 코르나19 양성이 나오면 검사와 치료비용이 무료지만 음성이면 다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것도 이들이 조기 진단받는 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한 병상과 방역 물품은 충분한가?
메르스 때는 정말 중국 같은 상황이었다. 의료진이 레벨 D 보호구 없이 마스크만 끼고 치료하고 일선 병원에 물품이 전달이 안 돼 난리였다. 지금은 많이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다. 병상 같은 경우 현재 전국 198개 음압병상이 있고 이후 민간 지정 의료기관까지 1000여 곳을 확보하고, 이후에도 부족하면 공공병원 하나를 통째로 비운다는 시나리오가 짜여 있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또 그곳 환자를 어딘가에서 받아줘야 하는데 쉽지 않다. 예전 국립중앙의료원을 메르스 전담 병원으로 바꿀 때 원래 있던 결핵, 에이즈 환자들 내보내려니 갈 데가 없었다. 평택성모병원 폐쇄 때도 마지막까지 기존 환자를 못 보내서 질병관리본부(질본) 직원이 여기저기 병원에 일일이 다 전화해서 찾고 부탁하고 그랬다. 결국 받아준 병원은 환자가 급감했다. 병원 경영자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국가 보상이 다 되는 것도 아니고 혹여 의료진 감염이 일어나면 책임져야 하고, 환자 치료하다가 사망하면 또 비난받고. 메르스 때 환자가 1차 의원에 들러 의사도 감염되고 의원들 다 문 닫고 하는 일이 벌어지자 1차 의원 쪽에서는 ‘이럴 때는 미리 문 닫아서 환자를 아예 안 보는 게 좋은 방법이다’라는 분위기도 있었다. 결국 평소 병을 앓고 있던 취약계층이 가장 먼저 위험에 놓인다.
ⓒ연합뉴스 메르스 사태가 한창이던 2015년 6월22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파견한 조사단.
의료 인력은 충분한가?
인력 문제는 이야기하자면 끝이 없다. 역학조사관 수가 적다 어쩐다 하는데, 기본적으로 우리나라에 의사 수가 부족하다. 인구가 고령화되고 의료이용률 높아지고 커뮤니티 케어의 국가 책임도 커지는 등 수요를 늘리는 외부 요인이 엄청나게 늘어나는데, 지난 20년간 의대생 입학정원은 그대로였다. 어떻게 되겠나? 큰 병원에서 서로 월급 더 주고 의사를 빼간다. 제일 피해 보는 데가 지방 병원, 감염내과 이런 곳이다. 기득권 의사들은 자기 인건비가 높아지니 나쁠 게 없다. 그 상태에서 병원 전체 수익은 보험수가가 그대로이니 중간 간호사, 간호조무사, 청소노동자는 임금이 안 오르거나 더 줄었다. 간호조무사는 아직까지 월급이 100만원 수준이다. 국가가 나서야 하는데 의약분업 때 의사들 잘못 건드렸다가 당한 트라우마가 있어서 아무도 안 한다.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지역사회 감염이 더 빨리 찾아왔는데 제대로 대응을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완화정책을 쓰려면 일단 진단 역량이 충분해서 감염을 조기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일본은 하루 최대 가능한 코로나19 진단검사 건수가 우리나라보다 매우 적다(현재 우리나라는 하루 최대 5000명, 일본은 하루 최대 300건으로 알려져 있다). 왜 그렇게 느리냐고 묻는데, 사실 우리가 엄청 빠른 것이다. 진단키트 만들어 배포하려면 개발, 승인, 훈련 등에 보통 몇 달이 걸리는데 2015년 메르스를 겪으면서 신속 트랙을 만들었다.
메르스가 준 교훈이 작지 않다.
메르스 때는 응급실이 감염병의 온상이었다. 전 세계가 지금 일본을 보듯 ‘한국 왜 저래, 저 정도 수준이었어?’ 했다. 중동 말고 발생한 나라가 없었으니까. 후진국도 아닌데 환자가 응급실에서 2박3일씩 기다리고 의자에 앉아서 밤새우고 그런 우리나라 의료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그때 비용을 많이 들여 배웠다. 지금은 적어도 응급실 시설이나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다른 나라 문제를 타산지석 삼는 자세도 중요하다. 우리가 메르스로 한창 고생할 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한국에 조사단을 보냈다. 우리는 안 받고 싶었는데 돌아가는 비행기표도 안 끊고 밀고 들어와선 삼성병원 보여달라 등 요구가 많았다. 둘러보더니 바로 자기네 가이드라인을 바꾸더라. 병원 내 간병 문화로 감염병 예방이 취약하다, 환자 보호자도 교육 훈련시켜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배우려고 온 것이다. 뭘 실수했는지 봐서 그럴 위험이 없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우리도 차후에 해외 대사관에 보건 전문가를 파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 교민 보호뿐 아니라 해외 전염병 동향 등 질병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해야 더 빠른 대응이 가능하다. 문 앞만 지켜서는 안 된다.
역학자로서 어떤 상황이 가장 두렵나?
어떤 감염병이든 우습게 여기면 안 되지만, 두려워하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면 정신을 못 차리게 된다. 두려워하지 않고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과학자와 역학자는 역할이 다르다. 과학자는 정확한 팩트가 나올 때까지 말을 못한다. 사실이 뒤집어지는 게 두렵기 때문이다. 역학자는 그러면 안 된다. 지금까지 나온 정보를 근거로 대책을 세우고 다음 날 새로 나오면 뒤집어야 한다. 내가 어제 한 말이 거짓말인 것처럼 뒤집고 유연하게 감당해야 하는데, 그게 쉽지가 않다. 2015년 메르스 때는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이 “개미새끼 한 마리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라고 장담했는데, 모르는 감염병에 대해 확정적인 약속을 하면 안 된다. 정부나 질본도 ‘알고 있는 건 여기까지인데 계속 달라질 수 있다’ ‘계속 예의주시하며 최선을 다해 알아가겠지만 내일 달라질 수 있다’고 얘기해야 한다. 그때그때 상황과 정보에 따라 변화하고 한두 발짝 정도 빠르게 움직여나가는 것이 방역이고 보건 대처다.
코로나19 확산이 진정되면 사회는 무엇부터 논의해야 할까?
솔직히 유행이 끝나고 나면 순식간에 잊을 거라 생각한다. 이렇게 위기가 발생하면 일종의 ‘정책의 창’이 열려 여러 가지 제안을 하면 들어줄 것 같은데, 위가가 지나고 나면 ‘정책의 창’이 닫힌다. ‘아, 이제 소강 국면이네’ 하고 출구전략을 찾는다. 더 이상 이 이야기는 논의조차 하지 말자, 이야기하는 게 경제에 도움이 안 된다…. 메르스 끝나고 그랬듯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그럼에도 제안을 하면 감염병 등 보건·건강 정책을 평가하는 ‘드라이랩(Dry Laboratory)’이 필요하다. 코로나19 등 감염병이 유행할 때마다 시행한 여러 정책의 효과와 사회적 비용을 따져봐야 한다. KDI(한국개발연구원)나 국방연구소같이 가칭 ‘건강정책평가연구원’을 두는 방안이다. 예를 들어 감염병이 돌 때 많은 학교가 문을 닫는데 지금 나오는 기준은 ‘확진자 발생지 반경 1㎞ 내’ 이렇게 과학적 근거 없이 주먹구구식이다. 어떨 때 얼마만큼 학교 문을 닫는 게 과학적으로 효과적인지 원칙을 세울 수 있는 기관이 하나쯤 있으면 좋겠다./시사인 변진경 기자
정체 드러나는 코로나19
“잠복기 짧고 3~4일 내 감염 가능… 대중교통 감염 거의 없어”
전자현미경으로 확대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모습.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제공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900명을 넘어가면서 국내에서 진행된 역학조사에 바탕한 질환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는 발병 첫날부터 감염력이 상당히 높고 버스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에서 감염된 경우는 거의 없다. 정부가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지만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장(질병관리본부장)의 24, 25일 브리핑에 이런 내용이 숨어 있다.
①발병 첫날부터 감염력 세다=정 본부장은 25일 브리핑에서 “코로나19 방역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발병 첫날이나 둘째 날부터 감염력이 상당히 높고 경증 상태에서 감염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증상이 가벼운 상태에서 감염이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감염된 사람들이 계속 활동하면서 추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 본부장은 “이 때문에 역학적 연관성이 없는 산발적 사례들이 계속 발생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정 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역학조사를 해 보니 대부분 잠복기가 3~4일로 굉장히 짧았고 3~4일 이내에 접촉하신 분들에게서 발병자가 많았다”고 말했다.
무증상 감염도 이제는 ‘과학적 사실’로 의료진에게 받아들여진다. 체온 측정만으로는 바이러스를 가진 사람을 찾아내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②“아직은 버스·지하철 감염 사례 없어”=정 본부장은 24일 브리핑에서 “대중교통 수단이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 확진되는 사례가 거의 알려져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국내 역학조사에서 버스나 지하철 내 감염으로 확인된 경우는 없었다는 말로 해석된다.
실제 지금까지 코로나19 감염은 종교 모임과 병원, 식사 자리, 가정 등 같은 공간에서 밀접 접촉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났다. 정 본부장은 “가족이나 직장 동료 등 좀 더 밀접하게 반복적으로 노출된 접촉자를 중심으로 하루 이내 찾아 신속하게 격리하는 쪽으로 역학조사와 조치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에서 택시기사에 의한 감염 사례가 있으므로 무조건 대중교통에서 감염 확률이 낮다는 인식은 위험하다.
③어린이, 청소년은 증상 심하지 않아=국내에서도 영·유아와 청소년 환자는 증세가 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본부장은 “경기도 김포 16개월 아이와 대구 4세 아이의 상태가 양호하다”고 말했다. 어린 환자들은 증세가 있어 검사를 받은 게 아니라 확진자의 가족으로 조사받는 과정에서 감염이 확인됐다.
정 본부장은 “중국 코로나19 환자 4만여명의 통계 분석을 보더라도 19세 이하 비율은 2% 정도이며 대부분 증상이 가볍다”면서 “그래도 계속 주의 깊게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말했다.
④“기저질환 없어도 중증으로 발전 가능”=다만 해외 의료진은 코로나19가 기저질환이 없는 환자도 급격히 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발병 9일째 피로와 호흡곤란으로 입원해 폐 손상이 일어난 지 5일 만에 사망한 50세 남성의 사례가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3일 보도했다. 이 남성은 초기에 가벼운 오한과 마른기침만 있어 계속 일을 했다고 한다.
최초로 코로나19에 대해 경고했다가 본인이 감염돼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李文亮·34)도 급격히 중증에 이르렀다. 국내에서는 사망 전날까지 근무를 한 경주의 40세 남성이 비슷한 사례로 의심된다. 그의 시신은 화장 처리돼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수 없게 됐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경남에서 코로나19 확진자 4명 추가…총 26명
창원 3명, 남해 1명…오늘 하루만 4명 늘어나
경남의 코로나19 확진자 26명 중 신천지교회 관련자는 15명이며, 대구방문 6명, 부산 온천교회 2명, 부산 토현성당 1명, 동남아 여행객 1명이다. 지역별로는 창원 8명, 합천 8명, 진주 2명, 양산 2명, 김해 2명, 거제 1명, 고성 1명. 함양 1명, 남해 1명이다.
경남도는 25일 오후(25일 오후 5시 30분 기준) 도청 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 관련 공식 브리핑을 통해 창원에서 3명, 남해에서 1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경남 24번 확진자는 남해에 사는 30대 초반의 남성으로 지난 22일 발열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 24일 남해군보건소 선별진료소를 방문해 검사의뢰 한 결과 25일 양성 판정을 받아 양산부산대학교 병원으로 이송했다. 24번 확진자는 지난 14~16일 가족이 있는부산에서 사흘간 머물렀으며, 16일 오전 9시부터 1시간가량 부산 연제구 연산동 토현 성당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주 중에는 남해군에 있는 회사 기숙사에 머무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코로나 기사는 ‘TMI’
[비평] 인과관계 없이 선정성, 불안·공포 조장, 불필요한 개인정보 노출 보도들… 불확실 정보는 다양한 전문가 의견 담아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관련 보도가 다른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보도가 많은 만큼 굳이 이런 기사 또는 표현을 써야했나 싶은 기사도 나온다.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뉴스1)는 26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시민들 사진 여러 장을 보도했다.
뉴스1은 한 시민이 마스크를 착용한 모습을 3장 보도했다. 사진은 거의 비슷했다. 사진 밑에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들이 출국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썼다. 이 3장의 기사 제목은 각각 “‘코로나19 공포…벗어나고 싶다’”, “코로나19 확진자 1000명 돌파…‘한국 떠납니다’”, “‘코로나19 공포…끝이 보이지 않아’” 등이었다.
▲ 민영뉴스통신사 뉴스1코리아 26일 사진기사들.
기사 제목들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공포를 조장하고, 불확실한 정보를 전달했다. 2012년 보건복지부 출입기자단과 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학회가 만든 ‘감염병 보도준칙’을 보면 “기사 제목에 패닉, 대혼란, 대란, 공포, 창궐 등의 단어를 삼간다”고 했다. 불안을 조장하는 기사를 써선 안 된다는 취지다.
또 해당 시민이 한국에서 확진자가 1000명 돌파해서 한국을 떠나는지 여부를 모르는데도 마치 그런 것처럼 묘사했다. “코로나19 확진자 1천명 돌파...‘코리아 엑소더스’”란 제목의 사진기사에선 공항에서 비닐옷과 마스크를 착용한 여행객이 출국장을 향하는 모습을 전했다. 역시나 한국의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 ‘엑소더스(탈출)’하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런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사 제목이다.
지난 24일 동아일보 “정권의 오만이 재앙을 키운다”는 칼럼에선 현 정부가 중국에 눈치를 보느라 코로나 대처에 실패했다는 주장을 폈다. 감염병 보도준칙에는 감염병 관련 과장표현을 자제한다며 사례로 “재앙의 전조라고 보고 있다” 등의 표현을 제시했다. 보도준칙에선 ‘재앙의 전조’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이 칼럼에선 아예 ‘재앙’이란 단어를 제목에 사용했다.
26일자 문화일보 “<‘코로나19’ 초비상>현재 확진 1146명… 하루 1000명 쏟아질 ‘대유행’ 올 수도”란 기사도 두 가지 문제가 있다. 감염병 보도준칙을 보면 불확실한 상황에 대해 전문가의 다양한 의견을 넣어야 한다. 문화일보는 ‘하루에 확진자 1000명이 쏟아질 수 있다’는 미래 불확실한 상황을 단 한명의 전문가 의견에서만 인용했다. 이어 기사 본문에 있는 말에서 인용부호(쿼터)를 떼어버리고 제목에 올렸다. 제목만 보는 사람들에게 불안을 조장하게 한다.
확진자가 증가할 때마다 ‘어떤 지역이 뚫렸다’는 표현도 문제다. 수많은 매체에서 이 표현을 사용 중인데 이한기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이 페이스북에서 한 지적이다. ‘뚫다’는 말은 장애물을 헤치고 막힌 것을 통하게 한다는 뜻으로 표현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순 없지만 방역에 온 힘을 쏟는 당국자·의료진이나 해당 지역주민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 역시 공포를 조장하는 선정적인 표현이다.
▲ '뚫렸다'는 제목의 코로나 확진자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불필요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보도들도 있다. 이주민센터 ‘친구’ 조영관 변호사는 미디어오늘에 “외국인을 기사화할 때 국적을 언급하면 나타나는 낙인효과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서울 금천구에서 거주하던 주민 중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 금천구에서 확진자가 1명 나왔으니 다른 지역에 비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할 수 없다. 모든 언론에서 해당 확진자의 국적이 중국이라는 사실을 강조해 주목을 끌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확진자 정보 중 동선·접촉자 정도만 공개하면 된다. 국적, 나이, 성별 등의 정보는 알릴 필요가 없고 기저질환 유무도 해당 확진자의 증세가 악화할 경우에 공개를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가 중국 우한에서 발생했다는 이유로 중국인 전체가 혐오 대상이 되는 가운데 사실 확진자의 국적을 굳이 공개할 이유는 없다.
▲ 서울 금천구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처음 나오자 많은 매체가 확진자 동선과 접촉자 이외의 국적 등 불필요한 내용으로 주목을 끌었다.
심지어 이날 한국경제TV는 해당 소식을 전하며 “중국인 밀집 거주지 중 하나인 서울 금천구에서 ‘코로나19’ 첫 확진 환자가 나왔다”고 했고, JTBC도 “중국인 거주 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금천구에서도 중국인 1명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금천구 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세계일보는 “서울 금천구 코로나 첫 확진…‘중국인 밀집지역’ 안전 우려↑”로 제목을 뽑았다.
중국인이 많이 사는 게 발병의 원인이 아닌 만큼 불필요한 표현이다. ‘중국인 밀집지역’이란 표현은 혐오를 불러일으키는 기능 외엔 다른 정보를 주지 못한다. 일부 언론이 ‘중국인 입국금지’를 주장하는 등 사회 일각에 중국인 혐오·기피현상 있는 건 사실이다. 다만 언론이 이를 반복해 재생산하지 않고 중국인 혐오의 문제를 지적하려는 책임감이 필요하다.
국민일보는 지난 19일자 ‘40번째 확진자에 중국인 유학생 밀집지역 초긴장…“기숙사는 턱없이 부족”’에선 서울 여러 지역 주민들의 불안한 심정을 모아서 전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확진자가 한 명 나왔는데 이 지역이 중국 유학생 밀집지역이라며 주민들의 반응을 담았고, 다른 대학가 주민들의 반응까지 전했다. 언론이 확진자 1명에 지나치게 반응했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연합뉴스 지난 11일자 기사 ‘“중국말 들리면 손님 가버려” 신종코로나에 중국동포 구직 타격’ 역시 서울 곳곳에서 중국인을 기피하는 모습들을 모아 보도했다. 현상을 그대로 보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중국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여러 매체가 코로나 사태 초기 감염 주범처럼 몰았던 서울 대림동 지역에선 27일 오전 10시 기준 확진자도, 확진자 동선도 발견되지 않았다.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1월까지도 ‘신천지’ 홍보했던 동아‧중앙일보
지면 통으로 신천지 광고성 기사썼던 일간지들… “기사 보고 신천지에 호감 느꼈다는 사람들도 있어”
신천지 교인이 코로나19의 31번 확진자로 드러난 이후 코로나19 확산을 낳았다고 비판받고, 언론도 그 비판에 가세했다. 그러나 주요언론은 꾸준히 신천지 홍보 광고형 기사를 지면을 통으로 내주었고 1월에도 신천지 홍보 신년사와 홍보기사를 실어줬다. 특히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각각 올해 1월16일, 1월14일에도 지면 1면을 통으로 신천지 홍보에 내어줬다.
중앙일보 1월16일 C섹션 4면을 통으로 신천지 홍보로 사용했다. 제목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원년 선포…실상복음 대세화 첫발’이다. 이 기사는 신천지의 무료성경 교육기관인 시온기독교선교센터에서 10만 명 이상이 등록돼있고 지난해에 대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홍보했다. 이만희 총회장의 설교내용도 써줬다. 하단 기사에는 이만희 총회장의 신년사도 기사로 실었다.
동아일보는 1월14일 D섹션에 통으로 신천지 홍보 기사를 실었다. 해당 지면은 총 3개의 기사로 구성돼있으며 머리기사는 “하나님께서 통치하시는 원년…실상 복음 전파에 총력”이라는 기사다. 이 기사는 “신천지예수교회의 급성장 배경에는 성경의 예언이 이뤄진 실체를 전하는 ‘실상복음’이라는 탁월한 말씀이 있기 때문이란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키고 이를 전파하는데 더욱 매진한다는 각오를 밝힌 것”이라고 쓰여 있다. 바이라인은 객원기자의 것으로 돼 있다. 머리기사 외에도 이만희 대표의 신년사와 운영 방침 등을 다룬 기사가 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의 올 1월 신천지 홍보 기사.
지난해 연말에도 주요 일간지들의 신천지 홍보기사와 광고는 계속됐다. 한국일보는 지난해 12월26일 한 면을 털어 ‘올해 세 확장 가속…성도 10만 수료‧자원봉사 참가 5만8000여명’,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는 말씀’, ‘10만 명이 맞느냐 기성 교단서도 깜짝 놀라’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그 외에도 경인종합일보 12월17일 ‘신천지 12지파 연합수료식 103764명 진리를 찾아 몰려오고 있다’, 경기일보 12월17일 ‘성경말씀 기초한 종교활동 100만 성도시대 연다’, 동아일보 12월17일 ‘두 달간 전국 돌며 말씀대집회 신앙의 본질 시대정신 일깨워’, 중앙일보 12월13일 ‘새로운 시대 하나님과 함께하자 목회자 초청 말씀집회 성료’, 한국일보 11월28일 ‘신천지예수교회 성경교육 수료로 올 한해성도 10만 명 증가’ 등 수많은 지면이 신천지를 홍보해주고 있다.
경향신문은 2018년 12월27일 신천지 광고를 실었고 인터넷 언론 프레시안도 지난해 11월11일 ‘신천지 10만 명 수료,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일’이라는 홍보기사를 실었다.
▲신천지 광고 기사를 실어준 프레시안과 신천지 광고를 받았던 경향신문과 세계일보.
신천지 광고와 홍보기사는 2017년 하반기부터 경북신문, 경남신문, 대구신문, 경상매일신문, 아시아일보, 선경일보, 대경일보, 부산일보, 영남일보, 울산매일신문, 검찰일보, 경기동부신문, 신아일보, 대전투데이, 원주신문, 전북연합신문, 충청일보, 중원신문, 경기일보, 호남제일신문, 서울신문, 내외신문, 호남제일신문, 전주매일, 전북금방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세계일보, 한국일보 등 지역신문과 중앙일간지 가릴 것 없이 게재됐다.
이런 신천지 광고를 지면에 게재하는 것과 관련해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25일 MBC ‘이승원의 세계는 그리고 우리는’에서 “메이저 언론사 지면 한 면을 가득 채우려면 사실 수천만 원의 광고비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2면, 3면, 4면에 걸쳐서 통으로 (신천지) 기사형 광고를 실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울신문은 2018년 1월에 이만희 총회장 인터뷰를 기사형 광고로 내보냈고 경향신문은 2019년 1월에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신천지 교인을 강제개종했다는 신천지 주장을 기사형 광고로 내보낸 바 있다. 두 매체 광고 담당자 모두 이것이 광고라는 사실을 인정했지만 지면 어디에도 그 내용에 광고라는 표시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처장은 “명백한 기사형 광고이며 신천지 홈페이지에 가보면 너무 많은 언론사에서 우리가 이렇게 칭찬받고 있다고 하면서 입증 자료로 관련 내용을 올려놓고 있다”며 “기사를 보고 신천지에 호감을 느껴서, 신뢰해서 종교를 갖게 됐다고 하면서 저희에게 항의전화를 하신 분도 있었다. ‘언론을 믿었는데 이게 광고였다니’라며 지적이 있어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지적했다.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문재인 탄핵 95만 vs 응원 41만 ‘맞불’ 청원
“중국인 입국금지 안해 우리 대통령 아냐” vs “신천지 바이러스 탓” 청와대 “입장 낼지 생각해보겠다”
대구경북 지역과 신천지대구교회 중심으로 확산된 코로나19 사태의 책임을 놓고 문재인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급증했다. 이에 문 대통령을 응원하며 잘 극복하리라 믿는다는 맞불 청원도 하룻만에 41만을 훌쩍 넘겼다. 코로나 사태 책임 여론전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옮겨갔다.
청원인(naver - ***)은 지난 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올린 ‘문재인 대통령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에서 이달 초 문재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중국인 입국금지를 하지 않은 정책에 책임을 물었다. 이 청원글에 동의가 27일 오전 9시 현재 95만2000명을 웃돌고 있다. 이 청원글의 동의규모는 최근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만료는 3월5일까지다.
그는 “이번 우한 폐렴(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사태에 있어 문재인 대통령의 대처를 보면 볼 수록,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아닌 중국의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며 “국내에서는 마스크가 가격이 10배 이상 폭등하고 품절상태가 지속되어 마스크 품귀현상으로 국민들이 마스크를 구입하기도 어려운 데 대통령은 300만개의 마스크를 중국에 지원하였으며 마스크 가격 폭등에 어떠한 조치도 내어놓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전세계적으로 총 62개국이 중국인 입국금지, 중국 경유한 외국인 입국 금지 등 강력 제재조치를 했음에도 정부는 이제서야 눈치보며 내놓은 대책이 ‘후베이성을 2주내 방문한 외국인 4일부터 입국 전면 금지’”라며 “도대체 말이 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이 청원인은 “중국 전역에서 환자가 나오고 있는 이 시점에 도저히 받아 들일 수 없다”며 “이미 우한지역 봉쇄 직전 빠져나간 중국인이 500만명이 넘는데, 이미 봉쇄한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 제한만 둔다면, 그 외의 지역에 있는 모든 중국인들이 한국을 드나들 수 있도록 허락하고 자유로이 개방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썼다. 현재도 하루에 약 2만명의 중국인들이 계속해서 대한민국으로 입국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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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원인은 “정말 자국민(보호)을 생각했다면 중국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입국금지 했어야 한다”며 “더 이상은 지켜만 볼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을 우리나라 대통령이라고 생각하기 어렵다. 탄핵을 촉구한다”고 썼다.
이 같은 문 대통령 탄핵 촉구 청원 규모가 빗발치자 반대로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청원글도 하룻만에 규모가 폭증하고 있다. 다른 청원인(naver - ***)은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문재인 대통령님을 응원 합니다!’라는 글에서 신천지 탓에 감염규모의 확대가 일어났다며 잘 극복하리라 기대했다. 이 글에 청원동의한 사람은 27일 오전 9시 현재 41만3000명을 넘었다. 청원 만료는 오는 3월27일까지다.
이 청원인은 코로나19로 인해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힘든 시기에 있다면서 하지만 국민건강을 위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각 부처의 모든 분들이 밤낮 없이 바이러스 퇴치에 온갖 힘을 쏟고 있다고 격려했다. 그는 “하지만 신천치 라는 생각치도 못한 사이비 종교의 무분별한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코로나 19 청정지역이었던 대한민국인 단 일주일 사이 급속도록 확진자들이 불어 나고 있으며, 국민들 모두 힘들어 하는 상황 까지 오게 되었다”며 “정부의 협조 요청에도 묵묵부담으로 일삼고 있는 사이비 종교 신천지”라고 주장했다.
이 청원인은 재차 악조건 속에서도 문 대통령이 국민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신천지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되어 버린 대구와 경북 지역을 위해 무척 애쓰고 있다고 극찬했다. 그는 “수많은 가짜 뉴스가 대통령, 질병관리본부 그리고 대한민국 각 부처를 힘들게 하고 있지만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믿고 응원하고 있다”며 “어려운 시기는 대통령님과 함께 반드시 이겨내고, 국민 대다수는 정부 신뢰로 함께 극복해나가리라 믿는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티타임에서 입장을 묻는 질문에 “필요하면 20만 넘으면 하기로” 했다며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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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호 기자 chh@mediatoday.co.kr 이메일 바로가기
유권자 개별특성만으로 표심 멋대로 재단한 보도들
[ 이주의 좋은·나쁜 신문 선거보도 ]
2월 3주차, 이주의 나쁜 신문 선거보도
→ 선정 위원 총평, “이 주의 나쁜 보도는 없다. 정말 나쁜 글만 있을 뿐”
1. 중앙일보의 <이정재의 시시각각>과 <선데이칼럼>
중앙일보가 최근, 언론보도라고 하기 민망한 수준의 공상을 칼럼으로 연속 게재하면서 정파성을 노골화하고 있습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이건 그냥 상상이다”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 달 후 미국이 한국에게 알리지 않고 북한을 폭격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써 빈축을 샀던 이정재 논설위원은 총선을 맞아 후속편을 냈습니다. 지난 2월21일 <이정재의 시시각각>에서 4·15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긴다면 “한국을 위대하게 했던 모든 인프라가 파괴될 것”, “경제 둔화, 일자리 감소, 실업 증가, 기업의 해외 탈출, 빈곤층의 소득 감소도 가속할 것”, “자유를 빼고 민주만 남긴 전체주의 헌법은 ‘토지 공개념’ ‘주택거래 허가제’를 가능하게 할 것”, “한 걸음만 더 나가면 ‘대출 허가제’ ‘이사 허가제’ ‘여행 허가제’”와 같은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 상상한 겁니다.
칼럼을 마무리하며 “지난 3년간 내 칼럼에 좌표를 찍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붓고 e메일·SNS를 융단 폭격한 문빠들의 세상, 생각이 다른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그 세상이 영원할 것이다”라고 한 대목에서는 이정재 논설위원이 왜 이런 칼럼을 썼는지 알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칼럼의 제목은 <민주당만 빼고>인데, 민주당의 경향신문 칼럼 고발 논란까지 이용하려 한 것으로 보입니다. ‘표현의 자유’라는 가치가 권력의 횡포로부터 언론을 지켜줄 수는 있어도, 시민들의 자유로운 비판까지 막을 수 없다는 점을 중앙일보 이정재 논설위원이 깨우쳤으면 합니다.
▲ 지난 2월22일 중앙일보 토요판에 ‘박근혜 옥중서신’ 제목으로 게재된 이훈범 대기자 칼럼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중앙일보는 바로 다음날인 2월22일에는 <선데이 칼럼-박근혜 옥중서신>(2월22일 이훈범 대기자)라는 칼럼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편지’를 대신 쓰기도 했습니다. 내용은 ‘국정농단은 다 거짓이고 보수 통합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친박 계열 의원들이 희생하고 무대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이는 진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옥중서신이 아닌 ‘낚시성 기사’입니다. 온라인판 기사에서는 <(대신 쓰는)박근혜 옥중서신>이라는 제목으로 나와 있어 혼동의 여지를 피하고 있지만, 지면에서는 ‘대신 썼다’는 사실을 독자에 알리지 않았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표심을 가짜 편지로 흔들어 보려는 시도일까요? 허위조작정보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한 이런 칼럼은 대단히 부적절합니다.
※ 선정 위원 한마디=주장과 사실을 교묘히 뒤섞고, 우려와 선동을 섞어 쓴 나쁜 글입니다.
2. 도 넘은 ‘여당 지지자’ 비난, ‘바퀴벌레’까지 꺼내든 조선일보
최근 ‘임미리 칼럼 고발 사건’, ‘소상공인의 경기 거지같다는 비판 논란’, ‘금태섭 지역구 경선 추가 공모 사건’ 등 더불어민주당에 악재가 된 사건들이 많았습니다. 물론, 언론들은 이런 ‘정치 팬덤’ 현상을 비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여당에 불리한 이슈를 빌미로 지면에 욕설이나 다름없는 감정적 기사를 낸 언론도 있다는 것입니다.
조선일보 <최보식 칼럼-괴물이 된 ‘문빠’>(2월21일,최보식 선임기자)가 대표적입니다. 지난 19일 청와대 강민석 대변인은 ‘경기가 거지같아서 너무 장사가 안 된다’고 했다가 ‘무례하다’는 이유로 신상이 털리고 악플을 받은 상인에 대해 “그 분이 공격받는 게 안타깝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최보식 기자는 이에 대해 “반찬 가게 주인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한 것인지 문빠의 행태를 변명해주는 것인지 헷갈린다”고 했고요. “반찬 가게 주인에게까지 집단 린치를 가하는 것은 ‘오해가 아니라 미친 행태’라고 지적”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정말로 청와대 대변인 입에서 ‘미친 행태’라는 말이 나왔다면 조선일보가 또 가만히 있었을까요? 최보식 기자는 점점 언어 사용이 격해지는데요. 칼럼 말미에 “나는 개인적으로 문빠를 어둠 속 바퀴벌레로 본다”고까지 썼습니다.
▲ 지난 2월21일 극단적 대통령 지지층을 상대로 ‘미친 행태’, ‘바퀴벌레 같다’고 비난한 조선일보 칼럼
물론 이렇게 격한 비판을 하는 최보식 기자도 탄핵 무효를 외치고 있는 세력에는 따듯한 시선을 보냅니다. <최보식 칼럼-김문수와 전광훈은 발을 잘못 내디디고 있다>(1월31일 최보식 선임기자)에서 최보식 기자는 소위 ‘태극기 세력’에 대해 “이들의 신념은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와 전광훈 목사에게 “작년 가을 광화문에 끝없이 모여들던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헤아려봐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만 바라보지 말고 ‘보수 통합’에 동참하라는 완곡한 권유인데요. 이렇게 두 사람을 비판하면서 ‘미친 행태’, ‘바퀴벌레 같다’는 식의 비방은 하지 않았습니다.
※ 선정 위원 한마디=기자가 쓰는 칼럼 역시 공적인 글이자 하나의 기사입니다. 감정과 표현 모두 절제해야 합니다. 감정을 넘어 혐오감까지 서슴없이 드러낸 표현이라니 기가 막힙니다.
3. 정당 대표 연설에서 ‘재앙’ 몇 번 나왔나 세는 언론들
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2월19일 국회에서 “4월 총선은 문재인 정권 3대 재앙을 심판하는 핑크혁명이 될 것”이라는 요지의 대표연설을 했습니다. 꼭 바람직한 것이라고는 볼 수 없지만, 누군가의 주요한 연설을 보도할 때 주요한 키워드를 뽑아 몇 번 언급했는지 세어보는 것은 기자들의 흔한 보도 행태입니다. 문제는 어떤 발언에 주목했는지, 그 발언으로 하여금 어떤 비판점이나 쟁점을 제시했는지 여부인데요. 심 대표가 북한을 27번 언급하고, 코로나19를 ‘우한폐렴’이라고 6번 불렀다는 점에 착안해 해묵은 반북 대결의식을 부추기고, 중국혐오를 조장했다고 비판한 민플러스 보도는 바람직한 사례입니다.
▲ 지난 2월20일 심재철 대표 연설에서 ‘재앙’이 몇 번 나왔는지를 제목으로 뽑은 조선일보
그러나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재앙’이 몇 번 들어갔는지가 중요했나 봅니다. 딱 그 횟수만 세어보고 심 대표 발언을 받아쓰기만 했습니다. 제1야당 원내대표의 대표연설에 대한 그 어떤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조선일보는 아예 제목부터 <“문정권 3년은 재앙”… 재앙 18차례 언급>(2월20일, 김형원 기자)으로 뽑았습니다. 중앙일보도 <심재철 “문 대통령 코로나 낙관론 펴다 환자 쏟아져”>(2월20일, 현일훈·김홍범 기자)에서 ‘재앙’이 몇 번 나왔는지 세었습니다. 그 와중에 조선일보는 18회, 중앙일보는 16회로 횟수가 다릅니다. “문재인 정권 3년은 그야말로 재앙의 시대였다”고 비판한 심 대표의 연설은 대통령을 ‘문재앙’이라 멸칭하는 사람들의 표심을 집결시키기 위한 전략입니다. 조선과 중앙은 이런 심 대표의 전략을 지적하기는커녕 그의 의중을 가장 충실히 살려 전한 것이죠.
※ 선정 위원 한마디=평할 가치가 없는, 도대체 이게 왜 기사가 되는지 물어보고 싶어지는 글입니다.
4. 유권자의 개별 특성만으로 표심을 제멋대로 재단한 보도들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의 종로 출마가 확정되면서 언론들의 선거 판세 분석 보도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문제는 ‘판세 분석’을 빌미로 지역주의를 부추기거나 유권자의 성향을 제멋대로 재단하면서 민심을 왜곡한 보도가 많다는 겁니다.
중앙일보는 <반으로 나뉜 종로구… 이낙연 서쪽, 황교안은 동쪽 훑는다>(2월17일, 박해리·정진우·하준호 기자)에서 종로구의 일부 지역을 ‘전통적인 민주당 텃밭’으로 묘사하면서 “종로는 서울에서도 묘한 곳이다. 빈부 격차가 심하고 성향도 크게 엇갈린다”, “호남 출신 인구가 많은 데다 서민 아파트가 밀집한 지역이라서”라는 이유를 댔습니다.
한국일보 <고민정 vs 오세훈, 광진을이 뜨거워진다>(2월20일, 김현빈 기자) 역시 서울 광진을 지역구 판세를 분석하면서 “광진을은 유권자의 약 30%가 호남 출신”이라는 이유로 “광진을 표밭 자체는 고 전 대변인에게 유리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빈부격차’, ‘서민’이 특정 정당에 유리한 시민들의 특성이라니, 대체 그 근거는 무엇인가요? 특정 지역에 호남 출신 인구가 많다는 것은 대체 어떤 기준으로 산정한 것인지, 그것이 사실이라 해도 특정 정당에 유리한 특징이라 단정할 수 있는 근거가 뭔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실제로 유권자의 특성이 특정 정당의 선택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다면 구체적인 근거로 설명을 해줘야 합니다. 더불어 그런 현상이 있다고 해도 유권자는 정당과 후보의 비전, 정책으로 투표하는 것임을 언론이 명확하게 주지시켜줘야 합니다. 앞선 보도 사례들은 ‘출신 지역’ 등 유권자마다 가진 다양한 배경을 표심에 악용해왔던 정치 관행을 악화시킬 뿐입니다.
중앙일보와 한국일보의 기사는 한겨레의 판세 분석 기사 <빅뱅 종로, 초접전 4곳 ‘골목민심’에 답이 있다>(2월17일, 황금비 기자)와 이어지는 기사 <“이 불경기에 여당 찍겠나” “황, 등 떠밀려 출마 우유부단”>(2월17일, 황금비 기자)와 대조적입니다. 한겨레의 종로 판세 분석은 결과적으로는 중앙일보의 분석 내용과 차이는 없었지만, 영·호남 지역주의를 연상시키는 표현이 없었습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지방자치데이터연구소와 협력해 역대 선거 결과와 해당 지역 인구 데이터를 결합하여 조금 더 과학적이고 자세한 여론 동향을 보도하려 노력했습니다. 다만, 제목에서 ‘초접전’과 같이 전쟁을 연상시키는 표현을 쓴 것은 아쉽네요.
※ 선정 위원 한마디=2020 총선보도준칙 ‘8. 경마식 보도, 지역주의·정치혐오 조장 보도를 하지 않는다’를 지킵시다. 유권자와 정책 중심의 차별화된 기사를 기대합니다.
2월 3주차, 좋은 선거 보도
안타깝게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 2020총선미디어감시연대가 시민 여러분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올바른 선거 보도 문화를 위한 길에 함께 하세요. 링크를 통해 기부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SZHdYn
※ 부적절한 선거 보도나 방송을 제보해주세요. 2020총선미디어연대가 확인하여 대응하도록 하겠습니다. 링크를 통해 제보를 하실 수 있습니다. https://bit.ly/2HY31NC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20년 2월17~22일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지면보도에 한함) /민주언론시민연합
[영상 타임라인] '세월호 구조 참사' 110분의 기록
https://newstapa.org/article/EfW-0
<<편집자 주>>
지난 2월 18일 검찰 세월호 특별수사단이 세월호 구조 지휘 과정에서 업무상 과실을 저지른 혐의로 참사 당시 해경 핵심 지휘부 10명을 무더기로 불구속 기소했습니다. 한 달에 걸친 해경 본청 압수수색과 관계자 100여 명 소환 등 석 달여의 강도 높은 수사 결과물이었습니다. 이로써 특수단의 여러 수사 과제들 가운데 ‘해경의 구조 책임’ 관련 수사는 사실상 마무리되고 기소된 10명에 대한 형사처벌 여부는 향후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습니다.
이에 따라 뉴스타파는 최근 수 개월에 걸쳐 제작해온 <영상 타임라인, ‘세월호 구조 참사’ 110분의 기록>을 공개합니다.
이 영상물은 뉴스타파가 지난 6년에 걸친 세월호 탐사취재 과정에서 수집한 세월호 구조 당시의 모든 현장 영상들과 교신음성 파일들, 문서들을 엄격한 ‘시간적 동기화’ 과정을 거쳐 하나의 화면 속에 묶은 것입니다.
여기엔 참사 당일 오전 8시 49분 40초 무렵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진 순간부터 선수 일부만 남긴 채 침몰한 직후인 10시 40분까지 약 110분 동안 구조와 관련해 수집 가능했던 모든 객관적 상황들이 실시간으로 담겨 있습니다.
이 영상은 세월호 특수단의 이번 수사 결과에 대한 평가는 물론, 해경의 구조 실패가 ‘무능과 시스템 부재의 결과물’인지 ‘고의적 살인’인지에 대한 판단, 나아가 기소된 해경 지휘부의 형사처벌 여부를 결정할 법원의 최종 판단 과정에서도 유용한 참고자료로 기능하게 될 것입니다.
‘세월호 구조 참사’ 영상 타임라인, 어떤 자료들로 채워졌나?
<영상, 타임라인, ‘세월호 구조 참사’ 110분의 기록>(이하 구조영상 타임라인)은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진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49분 40초부터 세월호가 대부분 물 속에 잠겨 더 이상의 구조가 불가능해진 10시 40분까지 110분의 시간을 그대로 복원한 영상 기록물이다. 이 영상을 구성하는 자료들은 크게 영상과 음성, 문자 기록물들이며 모두 진위 여부에 대한 확인을 마친 것들이다.
우선 영상 기록물들. 구조 과정 동안 선체 외부에서 촬영된 영상으로는 해경 구조세력의 채증영상(123정, B511헬기, B512헬기, B513헬기, B505헬기, CN235 초계기)과 관공선의 채증영상(진도 어업지도선), 그리고 민간 상선이 촬영한 영상(두라에이스호, 드라곤에이스11호)이 사용됐다.
선체 내부에서 촬영된 영상으로는 세월호 탑승객들이 촬영한 휴대전화 영상(故 김동협, 故 김시연, 故 박수현, 故 박예슬, 故 김홍경, 손정아, 김동수, 한승석)과 화물칸 차량 블랙박스 복원 영상(총 7대)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음성 기록물들이다. 세월호가 기울어진 직후 탑승객들의 119 및 122 신고전화, 해경 경비전화, 해경-청와대 핫라인, 해경 TRS(무선공용통신), VHF 통신(진도/제주VTS), SSB 통신(제주운항관리실)을 통해 110분 간 이뤄진 모든 교신의 음성파일이 사용됐다.
마지막 문자 기록물로는 해경의 코스넷(문자상황정보시스템) 복원 내용을 담았다.
‘시간 동기화’ 어떻게 가능했나?
구조영상 타임라인에 담긴 영상과 음성, 문자 기록물의 대부분은 2014년 검찰이 수사를 통해 확보했던 것들을 뉴스타파가 장기간 취재 과정에서 입수한 것이다. 검찰 수사 기록에 없던 승객 동영상 일부는 416가족협의회 등에 공식 협조 요청해 입수했으며, 차량 블랙박스 영상의 경우는 지난 2017년 뉴스타파의 단독 취재 과정에서 입수했다.
문제는 이 기록물들이 생성된 시간 정보와 실제 시간을 일치시키는 ‘시간 동기화’ 작업이었다. 세월호 승객 구조가 진행되는 동안 선체 안팎에서 벌어진 상황과 해경 등 구조세력의 보고와 지시, 조치 내용들을 모두 실제 시간과 일치시켜야만 해경의 세월호 구조가 얼마나 적정하게 진행됐는지 여부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상 기록물의 경우, 내부 승객들과 해경 123정, B512헬기, 두라에이스호, 드라곤에이스11호의 영상은 모두 휴대폰으로 촬영돼 파일명이 촬영 시작시간으로 저장되어 있어서 동기화가 수월했다. 그러나 해경 B511헬기와 B513헬기, B505헬기, CN235 초계기의 영상은 촬영 장비에 세팅된 시간값이 실제 시간과 적잖은 오차를 가지고 있었다. 뉴스타파는 이 영상들 속의 세부 장면들을 일일이 분석해 동일한 장면을 포착해 같은 시간대에 정렬하는 방식으로 시간 동기화를 완성했다. 차량 블랙박스 영상의 경우는, 지난 2018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의 종합보고서가 확정한 동기화 값을 적용했다. 뉴스타파의 보정 작업을 거친 결과 모든 영상들은 ±3초 이내에서 동기화된 상태다.
음성 기록물들의 경우는 시간적 오차가 더욱 컸다. 뉴스타파는 먼저 해경 본청 경비전화 파일 중 여인태 경비과장이 김경일 123정장의 휴대전화로 통화를 했던 기록을 기준으로 시간 오차를 보정했다. 검찰 수사기록에 나와 있는 김경일 정장의 휴대전화 통화기록 중 해당 통화의 시작과 마무리 시점을 포착해 비교한 결과, 해경 본청 경비전화 음성파일은 실제 시간보다 12분 49초 늦은 시간으로 기록돼 있었다. 이를 기준으로 본청 상황실에서 녹음된 해경-청와대 핫라인의 오차도 보정이 가능했다. 그러나 그밖의 음성파일들은 영상 파일들처럼 정교한 오차 보정이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서로 다른 교신 내용들의 상호간 맥락 등을 파악해 보정하는 것이 최선이었고, 그 결과 ±20초 정도의 오차범위로 동기화된 상태다.
구조 관련 가장 의미 있는 기록 중심 ‘실시간’ 구성
구조영상 타임라인 속의 시간은 참사 당일 오전 8시 49분 30초부터 10시 40분까지의 110분이 멈춤 없이 그대로 흘러간다. 그러나 영상과 음성의 소스가 워낙 많은 만큼 동시간에 여러 영상과 음성이 겹쳐질 수밖에 없었다. 영상의 경우 동시간에 최대 6개, 음성의 경우 최대 5개가 겹치는 구간이 존재했다. 이에 따라 영상의 경우는 4분할 화면을 사용해 동시간에 촬영된 영상을 최대 4개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음성의 경우는 2개의 음성만 겹쳐도 내용을 식별하기가 어려운 점을 감안해, 동시간대 음성들 가운데 ‘해경의 구조 활동 적정성’ 판단에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음성들을 선별하여 가급적 하나의 음성 소스만 들릴 수 있도록 조정해 자막을 입혔다. 그러나 대단히 중요한 음성 기록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엔 2개 음성을 동시에 배치한 구간이 일부 존재하며, 이 경우에도 두 음성 기록에 대한 자막이 동시에 보일 수 있도록 했다.
교신 채널별 특이사항
구조영상 타임라인 속에는 110분 간 해경 등 구조세력을 중심으로 한 각종 교신 음성들이 끊임 없이 등장한다. 그런데 교신 채널마다 청취할 수 있는 구조세력의 범위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해경 등의 구조 활동 적정성을 평가하기 위해선 각종 교신 채널들의 특성들을 미리 알고 있을 필요가 있다.
먼저 119와 122 신고전화, 해경 경비전화, 해경-청와대 핫라인은 모두 일반적인 유선전화이기 때문에 당연히 1대1 대화다. 여기서 이뤄진 교신 내용들은 직접 통화한 사람이 보고나 전파를 하는 과정이 없으면 다른 구조세력이 공유할 수 없다.
TRS(Trunked Radio System)는 주파수무선공용통신이다. 이 통신망은 현장의 구조 세력부터 해경 본청과 서해지방청, 목포서 등 전국 어느 곳에 있는 해경들도 장비만 갖추고 있으면 청취가 가능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구조세력의 핵심 통신망이었다.
VHF(Very High Frequecy)는 초단파무선통신망이다. 전파 도달거리가 제한적이고 기상 조건에 따라 통신 상태가 일정하게 영향을 받는다. 한반도 해안을 따라 설치돼 있는 여러 VTS(해상교통관제센터)와 해상을 운항하는 선박들의 주요 통신 수단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엔 서해지방청 소속의 진도VTS와 해수부 관할이던 제주VTS가 이 통신수단을 통해 세월호와 교신했다. 그러나 일정 권역 내에 있는 선박들은 누구나 이 통신망으로 이뤄지는 교신 내용을 청취할 수 있어서 123정과 3009함 등 당시 사고 현장을 향하던 해경 경비함들도 신경을 썼더라면 청취가 가능했다.
SSB(Single Sideband)는 단파무선통신망이다. VHF에 비해 출력은 낮지만 도달거리는 길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어선들 간의 통신에 많이 활용된다. 세월호 참사 당시엔 제주운항관리실이 SSB를 통해 세월호와 교신했다.
코스넷(KOSNET)은 해경의 문자상황보고시스템으로, 일반에서 사용하는 카카오톡과 유사한 해경 내부용 문자 메신저 시스템이다. 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구조세력은 TRS와 함께 코스넷을 통해 중요 보고와 지시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정작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상황 보고와 구조 활동을 벌여야 했던 123정에는 코스넷이 설치돼 있지 않았다. 해경은 2013년부터 각급 함정에 코스넷을 단계별로 도입하던 중었이었는데, 참사 당시인 2014년 4월에는 300톤급 이상 해경 함정(위성망 이용)과 100톤 미만 소형 경비정(3G망 이용)까지만 코스넷이 설치된 상태여서 123정과 같은 100톤급 중형 경비정들은 이 시스템을 활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해경본청과 서해지방청은 123정이 볼 수 없는 코스넷을 통해 현장 상황 보고를 요구하고 각종 지시를 하달하는 난맥상을 보였다.
추가로, 당시 해경 경비정들 가운데는 위성망과 3G망을 이용해 현장 영상을 실시간으로 상황실에 송출할 수 있는 ‘비디오 컨퍼런스 시스템’이 탑재된 경우가 있었지만, 이 역시 123정 등 100톤급 함정에는 설치되지 않은 상태였다. 그럼에도 당시 해경 지휘부는 123정에게 이 시스템을 빨리 작동시키라고 수 차례에 걸쳐 요구하는 모습도 연출했다.
‘구조 실패’ 야기한 4번의 ‘결정적 순간’
① 9시 22분 : 두라에이스호도 ‘승객 탈출’ 권고... 서해청은 “선장이 판단”
오전 8시 49분 50초 무렵 세월호가 급격히 기울어진 뒤 8시 52분 단원고 학생 故 최덕하 군의 119신고로 해경은 세월호 사고 사실을 파악했다. 123정은 목포 상황실의 지시를 받아 사고 현장으로 출발한 직후인 9시 3분 무렵 세월호와 VHF 67채널로 3차례 교신을 시도했으나 응답이 없자 이후로 교신을 시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서해청 소속인 진도VTS는 9시 6분 경부터 세월호와 교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9시 22분 교신에서 세월호는 “지금 승객을 해상으로 탈출시키면 해경이 바로 구조할 수 있느냐”고 진도VTS에 문의했다. 진도VTS가 머뭇거리자 이 교신 내용을 듣고 있던 두라에이스호 문예식 선장이 답답한 듯 “라이프링(구명튜브)이라도 착용을 시켜서 탈출을 시키십시오”라고 개입했다.
그러나 진도VTS는 즉시 대답하지 않고 서해청 상황실로 유선전화를 걸어 이 내용을 보고하고 승객 탈출을 지시할지 여부를 물었다. 보고를 받은 서해청 유연식 상황담당관은 “승객 탈출은 선장이 판단할 일”이라고 일축한 뒤 이 내용을 어디에도 보고하지 않았다.
진도VTS는 유연식 상황담당관의 대답 그대로 “승객 탈출은 선장님이 판단해서 빨리 결정하십시오”라고 세월호에 전했다. 그러자 세월호는 “그게 아니고, 지금 탈출을 시키면 바로 구조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라고 되물었지만, 진도VTS는 10분 이내에 경비정이 현장에 도착한다는 말을 전하며 교신을 마무리했다.
만약 이때 진도VTS나 서해청 상황실이 세월호 측에 배가 기울어지고 있는 속도 등의 정보를 더 구체적으로 확인한 뒤 승객 탈출을 결정했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② 9시 28분 : B511헬기 “승객들 배 안에” 보고...지휘부, 항공구조사에 지시 전무
9시 27분 경 해경 구조세력 가운데 B511헬기가 가장 먼저 세월호 상공에 도착했다. B511은 곧 TRS를 통해 9시 28분 “현재 여객선 40~45도로 기울어져 있고 지금 승객들은 대부분 선상, 선상과 배 안에 있음”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목포서 상황실은 “밖으로 나와 있는 사람들 몇 명이야?”라고 되물었고, B511은 “해상에는 지금 인원이 없고 인원들이 전부 선상과 중간에 있음”이라고 재차 보고했다.
세월호에 450명 이상 탑승하고 있다는 정보는 이미 해경 전체에 공유된 상태였다. 그런데 사고 현장 해상에 표류하고 있는 승객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은 곧 모든 승객들이 배 안에 그대로 남아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러나 B511의 보고를 받은 해경 지휘라인 어느 곳에서도 이런 상황에 대해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지시가 내려오지 않았다.
보고 이후 아무런 지시가 없자 B511은 동승한 항공구조사 2명을 우현 객실 창문 쪽으로 내려보냈다. 외부로 나와 있는 몇몇 승객들의 모습이 포착됐기 때문에 즉시 헬기에 태워야 한다고 스스로 판단했던 것이다. B511은 첫 보고 4분 뒤인 9시 32분 “구조사 2명 함내 진입 완료”라고 보고했다.
결과적으로 이 4분 동안 항공구조사에게 구체적 임무 지시를 하지 않았던 것이 구조 실패를 야기한 결정적 요인 중 하나가 됐다. 항공구조사들은 배 위는 물론 해상에서도 구조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에 몸에 어떤 전자통신 장비도 부착하지 않아 한번 헬기에서 내려가면 소통할 수단이 사라지게 되기 때문이다.
만약 B511의 첫 보고를 받은 해경 지휘부가 즉각 항공구조사에게 배 안으로 들어가 승객들을 밖으로 나오도록 유도하라고 지시한 뒤 헬기에서 내려갔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실제로 해경 지휘부는 선체가 60도 이상 기울어진 9시 45분 무렵 이후부터 헬기 항공구조사들을 선내에 진입시켜 승객 탈출을 안내하라는 지시를 지속적으로 내리게 된다. 그러나 이미 때는 늦었다.
③ 9시 38분 : 123정, 배·승객 상황 구체적 보고...본청 경비과장 “계속 보고하라”
B511에 이어 9시 35분 무렵 현장에 도착한 123정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승객이 450명이나 된다는데 막상 해상에도, 갑판에도 승객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 123정의 현장 보고가 올라오지 않자 다급해진 해경 본청에서 김경일 정장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 상태를 보고 받는다. 보고를 받은 사람은 여인태 본청 경비과장이었다.
두 사람의 통화는 2분 20여 초간 길게 이어졌다. 김경일 정장은 “해상에도 갑판에도 사람이 안 보인다”, “구명정도 해상에 하나도 투하되지 않았다”, “배는 좌현으로 5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라고 보고했다. 이 보고가 이루어진 시점이 9시 38분 경이다. 여인태 경비과장은 “침몰할 것 같으냐?”고 물었고, 김경일 정장은 “현재 봐서는 계속 더 기울어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사실상 사고 현장의 모든 정보가 해경 본청에 직접 보고된 상황이었다. 더구나 배가 계속 더 기울어지고 있다는 정보까지 들어 있었다. 123정의 대공마이크 방송, 혹은 123정 승조원을 선내로 들여보내 승객들을 밖으로 나오게 하라는 판단과 지시가 이어져야 마땅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여인태 경비과장은 김경일 정장에게 “지금부터 전화기 다 끊고 모든 상황을 TRS로 다 실시간 보고하라”고만 지시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는 곧바로 TRS 무전기를 집어들고 “123정이 TRS로 현 상황을 보고할 테니까 모든 국은 본 네트에 개입하지 말고 청취를 할 수 있도록”이라고 송신했다. 여인태 과장은 계속해서 보고만 받으면 무엇이 어떻게 나아질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일까.
④ 9시 45분 : 123정 “승객 못 나온다, 잠시 후 침몰 예상” 보고...탈출 방송 지시 없어
9시 40분쯤 123정은 세월호 4층 좌현 출입구 쪽에 나와 있던 사람들을 발견하고 고무단정으로 태워 온다. 123정의 첫 구조였다. 고무단정에서 123정으로 올라탄 사람들 가운데는 기관장 박기호 등 세월호 기관부 선원 4명이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123정 해경들에게 현재 배 안의 승객들 상황을 전달해 줬다.
이를 전해 들은 김경일 정장은 9시 45분 TRS를 통해 “현재 승객이 안에 있는데 배가 기울어져 가지고 못 나오고 있답니다. 그래서 이곳 직원을 한 명 배에 승선시켜 가지고 안전 이동을 하게끔 유도하겠습니다”라고 보고한다. 여기까지는 적정한 판단과 조치였다.
그런데 고무단정에서 4층 핸드레일을 붙잡고 올라간 이형래 경사의 실제 움직임은 김경일 정장의 보고와는 딴판이었다. 4층 출입문을 통해 승객들이 머물고 있는 객실 로비 안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 선수 방향으로 이동해 구명벌을 터뜨리려고 노력했다. 그는 마치 해상에 구명벌을 아무리 많이 띄워놔도 승객이 타지 않으면 소용없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 행동했고 이를 지켜보는 김경일 정장도 추가 지시를 하지 않았다.
그때 조타실 문 앞에서 바깥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조타수 박경남이 해경들을 불렀다. 이에 123정은 조타실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 무렵 제주VTS와 진도VTS는 세월호의 상태 파악을 위해 지속적으로 교신을 시도했지만 이미 조타실 선원들은 승객보다 먼저 탈출할 것을 마음 먹고 어떤 교신에도 응하지 않은 채 123정의 접근에만 관심을 쏟고 있었다. 답답해진 진도VTS는 사고 해역 부근에 도착한 민간 상선 드라곤에이스11호를 불러 세월호의 상태를 물었다. 드라곤에이스11호는 “좌현 쪽 핸드레일이 완전히 잠긴 상태”라고 알려줬다. 이때가 9시 46분이었다. 좌현 핸드레일이 잠기기 시작했다는 건 해경 대원이 진입하기도, 선내 승객이 좌현 출입구로 빠져나오기도 힘든 상황이 곧 펼쳐진다는 뜻이다. 그러나 이때까지도 현장에서 이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123정도, 진도VTS의 교신 보고를 계속 받아야 할 서해청도 승객 탈출 조치를 지시하지 않고 있었다.
123정은 계속해서 조타실의 선원들을 한 명씩 태우고 있었다. 그러나 김경일 정장은 그 당시 이들을 선원이 아니라 승객으로 생각했다고 후일 수사 과정에서 진술했다. 실제로 9시 49분 김경일 정장은 TRS를 통해 “현재 본국이 좌현 선수를 접안해 가지고 승객을 태우고 있는데, 경사가 너무 심해 가지고 사람이 지금 하강을 못하고 있습니다. 아마 잠시 후에 침몰할 걸로 파악됩니다”라고 보고했다.
문제는 바로 이 보고에서 ‘잠시 후 침몰’이 언급됐다는 것이다. 이미 좌현 핸드레일이 물에 잠겨 출입구가 막히기 시작했고, 헬기 항공구조사와는 소통이 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렇다면 마지막 남은 수단은 123정의 대공마이크를 통해 승객들에게 즉각 탈출하라는 방송을 하는 것이었지만 역시 해경 지휘부의 지시는 내려오지 않았다.
김경일 정장은 123정에 올라탄 세월호 선원들로부터 승객들이 꼼짝 못하고 선내에 갇혀 있다는 말을 또 한 번 전해들었다. 이에 따라 9시 52분쯤 다시 TRS로 “현재 승객이 절반 이상이 안에 갇혀서 못 나온답니다. 빨리 122구조대가 와서 구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보고했다. 122구조대를 언급했다는 건 잠수 가능한 요원이 있어야만 구조를 할 수 있는 상황, 즉 승객들의 자력 탈출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는 의미다.
그제서야 서해청 상황실을 통해 김석균 해경청장과 김수현 서해청장의 지시가 TRS로 전달됐다. 그러나 이미 늦었을 뿐더러 지시 내용 자체도 황당하기만 했다. “본청 1번님(해경청장)하고 명인집 타워 1번님(서해청장) 지시 사항임. 123정 직원들이 안전장구 갖추고 여객선 올라가서 승객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안정시키기 바람.” (9시 53분)
뉴스타파
대학교수 6000여명 "대한민국, 또 하나의 세월호가 돼 침몰中"... 우한 코로나 대응 비판
전·현직 대학교수 6094명 참여 교수단체 입장문 발표
"‘마스크 넉넉’ 대통령의 말은 또 하나의 헛소리… 국민 허탈"
"집권당, ‘대깨문’과 역할 분담을 해 가짜 뉴스를 퍼뜨려"
"정권 아닌 정부 보고 싶어… 국정 정상화 위해 내각 재구성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시국 선언을 주도한 교수 단체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이 28일 우한 코로나 확산과 관련,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세월호가 돼 침몰하고 있다"며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정부는 없고, 정권만 보이는 무정부 상태와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27일 오후 서울 청와대 분수대 앞 광장에서 ‘사회 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 회원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시국선언을 하고 있다. /오종찬 기자
정교모는 이날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세월호가 되어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권만 보이는 무정부 상태이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정교모는 "정부가 실종됐다. 중국 우한 발(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대한민국 전체가 올스톱 되다시피하고 수시로 발표되는 확진자 숫자와 발생 지역 증가는 국민의 일상을 마비시켜 가고 있다"며 "그동안 각종 재해를 겪으면서도 온 국민이 이렇게 지역을 불문하고 그 끝을 모른 채 불안해하는 것은 그 유례가 없었다"고 했다.
정교모는 "총체적 난국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에게 힘을 주고 다독여야 한다. 그런데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자국민에게 돌리고, 외교부 장관은 이 와중에 영국까지 가서 당사국 장관도 만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며" 부총리는 건물 임대료를 낮추면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감성팔이 정책을 즉흥적으로 내뱉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스크는 넉넉할 거라고 공언한 대통령의 말은 또 하나의 헛소리로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며 "집권당은 책임론의 화살을 피하려고 야당과 특정 종교가 관련 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대깨문’(문재인 대통령 열성 지지자)과 역할 분담을 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한편으론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겠다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했다. "정상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정교모는 "대통령과 집권당의 제1차적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재산을 지켜 주는 것"이라며 "북한 비핵화에 실패해 안보 불안을 증폭시킨 정권이 이제는 감염병 통제에 실패해 국민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이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금 국민은 정권이 아닌 정부를 보고 싶다. 자기들은 틀릴 수 없다는 교조주의적 시대착오적 이념에 사로잡혀 온갖 궤변과 선동을 늘어놓는 정권이 아닌, 잘못이 있으면 시인하고 바로잡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른바 ‘대깨문’만의 소리가 아닌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정부를 원한다"고 했다.
정교모는 "이 정권이 들어서서 지금까지 우리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준 것은 두 가지"라며 "하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강화하고, 사유화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못할 것이 없다는 표독함과 집요함"이라고 했다.
이어 "이 두 가지 팩트를 불식시키지 않고는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이 사태에서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정교모는 "지금이라도 국정을 정상화시킬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통령과 집권당은 내각을 재구성해야 한다"며 "정권의 앞잡이가 아닌, 정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 전체에 봉사한다는 기본을 가진 자들, 역량이 검증된 사람들로 채워 넣어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복원력을 다소나마 회복시켜야 한다"고 했다.
정교모는 전국 377개 대학의 전·현직 대학교수 6094명이 참여하고 있는 교수 단체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하자 "상식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교수들이 모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조국 전 장관의 사퇴와 ‘울산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성명문을 연이어 내왔다.
다음음 정교모 입장문 전문.
지금 대한민국은 또 하나의 세월호가 되어 침몰하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권만 보이는 무정부 상태이다 정부가 실종되었다. 중국 우한 발(發) 코로나 19 바이러스로 대한민국 전체가 올스톱 되다시피하고 수시로 발표되는 확진자 숫자와 발생 지역 증가는 국민의 일상을 마비시켜 가고 있다. 그동안 각종 재해를 겪으면서도 온 국민이 이렇게 지역을 불문하고 그 끝을 모른 채 불안해하는 것은 그 유례가 없었다. 마치 대한민국 전체가 또 하나의 세월호가 되어 침몰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은 정부는 없고, 정권만 보이는 무정부 상태와 같다.
이런 총체적 난국일수록 정부가 중심을 잡고, 국민에게 힘을 주고, 다독여야 한다. 그런데 대통령을 위시하여 집권당과 각료들이 보이는 행태는 어떠한가. 보건복지부 장관은 코로나 확산의 책임을 자국민에게 돌리고, 외교부 장관은 이 와중에 영국까지 가서 당사국 장관도 만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부총리는 건물 임대료를 낮추면 세금을 감면하겠다는 감성팔이 정책을 즉흥적으로 내뱉고 있다. 마스크는 넉넉할 거라고 공언한 대통령의 말은 또 하나의 헛소리로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집권당은 책임론의 화살을 피하려고 야당과 특정 종교가 관련 있는 것처럼 그야말로 ‘대깨문’과 역할분담을 하여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한편으론 위성 비례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서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 정상 국가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대통령과 집권당의 제1차적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의 자유, 재산을 지켜 주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정권의 행태는 이와는 완전히 거리가 멀다. 무능할 뿐 아니라 사악하다. 북한 비핵화에 실패하여 안보 불안을 증폭시킨 정권이, 이제는 감염병 통제에 실패하여 국민의 일상을 직접 위협하고 있는 이 현실을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바이러스의 발원지도 아니면서 대한민국이 국제 사회에서 속속 입국금지 대상 국가로 낙인찍히도록 한 가장 큰 원인 제공자는 이 정권과 집권 민주당이다. 이들은 권력이 주는 달콤함만을 향유하면서, 이를 계속 확대, 재생산하여 백성을 수탈하며 자신들만의 공고한 지배체제를 쌓으려는 구한말 무능하면서 탐욕스러웠던 매국노들을 연상케 한다.
지금 국민은 정권이 아닌 정부를 보고 싶다. 자기들은 틀릴 수 없다는 교조주의적 시대착오적 이념에 사로잡혀 온갖 궤변과 선동을 늘어놓는 정권이 아닌, 잘못이 있으면 시인하고 바로잡고, 모든 것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른바 ‘대깨문’만의 소리가 아닌 ‘국민’의 소리를 듣는 정부를 원한다. 이 정권이 들어서서 지금까지 우리 국민에게 확실히 보여준 것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권력을 강화하고, 사유화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못할 것이 없다는 표독함과 집요함이다.
이 두 가지 팩트를 불식시키지 않고는 언제까지 갈지 모르는 이 사태에서 국정의 컨트롤 타워가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국정을 정상화시킬 의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대통령과 집권당은 내각을 재구성해야 한다. 정권의 앞잡이가 아닌, 정부의 구성원으로서 국민 전체에 봉사한다는 기본을 가진 자들, 역량이 검증된 사람들로 채워 넣어 침몰하는 대한민국의 복원력을 다소나마 회복시켜야 한다.
대한민국이 세월호가 되어 가라앉을 수는 없다. 국민은 가만히 앉아서 죽기만을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기본적인 신상정보 제공을 동의해야만 서명이 가능한 청와대의 청원 게시판에 대통령 탄핵 찬성 국민이 120만명이 넘었다는 것은 국민의 분노가 어느 정도인지 보여준다. 정권은 이 경고를 무시하지 말기 바란다./조선일보 김우영 기자
'코로나19' 80%, 치료없이 3~5일 완치된다"
김홍빈 감염내과 교수 "향후 판데믹[pandemic] 상황까지 갈 것"
'코로나19' 확진자의 80%가 치료 없이 경증으로 끝난다는 전문가의 분석이 나왔다.
김홍빈 분당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28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사람이 앓는 감기의 원인이 코로나 바이러스"라며 "그렇기에 대다수는 그냥 감기처럼 앓고 지나간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대다수는 감염된 뒤, 며칠 후에 증상이 좋아진다"며 "보통은 3일 내지 5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그 근거로 "중국 CDC에서 (확진자) 수만 명을 분석해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80%는 경증으로 그냥 지나간다고 발표했다"며 "(확진자의) 80%는 대부분 그렇게 (경증으로) 지나간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병을 가지고 있는 중증환자가 확진자가 되거나, 확진자에게 폐렴 합병이 발생할 경우다. 김 교수는 "이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들이 위중한 상태에 빠지지 않게, 또는 폐렴이 생겼을 때도 얼마나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치료할 것이냐, 이런 부분에 중점을 두고 (의료진들은) 실행에 옮기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코로나19'의 전파력을 두고 "중국에서의 확산 규모와 다른 지역 상황을 보면 상당히 전파력이 강하다"면서 향후 전 지구적인 대유행, 즉 판데믹(pandemic) 상황까지 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김 교수는 그 이유를 두고 "환자들이 새로운 코로나 바이러스에 감염됐을 때 감기와 구별할 수 없을 만큼 증상이 애매하기 때문"이라며 "(증상이 애매할 때) 바이러스가 많이 배출되니 다른 사람에게 쉽게 감염될 수 있다"고 대유행 이유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라면 각 나라에서는 어느 정도 환자들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전 세계적으로 교역이나 교류가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나라만 청정 지역으로 있을 수 있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라고 밝혔다/ 프레시안 허환주 기자
그 크루즈선에서 일본의 불안이 확진됐다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승객들의 하선이 2월19일 시작되었다. 감염 예방법을 숙지한 전문가들도 배 안에서 두려움을 느꼈다. 아베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민간은 우왕좌왕하고 있다.
ⓒReuter 이와타 겐타로 고베 대학 의대 교수가 2월18일 유튜브에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내부 상태를 폭로하고 있다.
묶음기사
아시아에 대한 혐오 강물처럼 흘러넘치다
코로나19 대처 일본 정부는 허둥지둥, 아베 총리는 어영부영
필연적 우연이 만든 치명적 바이러스, 코로나19
일본은 왜 크루즈선 방역에 실패했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대한 아베 정부의 대응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홍콩 기항 시 내린 승객이 코로나19 확진자로 판정되면서 2월3일 크루즈선 승객들은 일본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채 격리되었다. 2월19일 현재 승객 3700명 가운데 확진자가 621명으로 늘었다. 일본에서는 크루즈선 승객 등을 포함해 확진자가 모두 700명을 넘어섰다. 일본 국내 확진자도 50명을 넘어 계속 늘고 있다.
2월19일,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으로 판정된 크루즈선 승객들의 하선이 시작되었다. 이들은 버스로 공항이나 터미널로 이송된 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귀가했다. 부두에서 택시를 잡아 귀가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선한 승객들을 14일간 시설에 격리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일본 후생노동성은 이렇게 설명했다. “2월5일 이후 크루즈 선내에서는 정부 전세기로 우한에서 귀국해 격리된 시설과 똑같은 감염 방지책이 취해졌다. 감염이 확산되지 않았다.”
2월15일 가토 가쓰노부 후생노동성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현재 증상이 발생한 분들은, 기본적으로 대책이 취해지기 이전(2월5일 이전) 단계에서 감염되어 확진된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즉, 2월5일 정부의 예방 대책이 취해진 뒤 14일간 승객들은 선내에서 격리된 상태였으므로, 선내에서의 2차 감염자가 없다는 게 후생노동성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실제로 선내에서 철저한 예방 대책이 취해졌을까? 후생노동성은 우한에서 전세기로 귀국한 이들이 머무르는 격리 시설과 크루즈선의 감염 방지 대책이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후생노동성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전세기로 귀국한 이들은 전원 검사를 받은 후, 일정 시설에서 14일간 격리되었다. 음성으로 판정된 이들도 각자 독방에서 격리된 채 다른 사람과 대면 접촉을 차단했다. 담당 직원들이 식사도 문 앞에 두고 갔다. 하지만 크루즈선에서는 증상이 있는 사람만 먼저 검사를 받았다. 증상이 없는 이들이 검사를 받기 시작한 건 2월15일부터다. 게다가 크루즈선에서 한 방에 2명 이상이 함께 머물기도 했고, 식사는 직원이 각 방으로 직접 전달했다. 크루즈선 승무원 가운데 확진자가 나오기도 했다.
2월18일 밤 인터넷에 동영상이 올라왔다. 고베 대학병원 감염내과 이와타 겐타로 교수가 직접 목격한 선내의 상황을 고발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아프리카에서도 중국에서도 두렵지 않았지만,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안은 엄청나게 비참한 상태라 마음속에서 두려웠다. 그 상황은 코로나19에 감염될 만하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2월18일 일본 후생노동성 재해 파견의료팀원 자격으로 선내에 들어갔다. 이와타 교수는 20년 이상 감염 전문 의사로 근무 중이며, 아프리카 에볼라와 중국 사스의 현장에 다녀온 경험도 있다.
이와타 교수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감염 예방법을 숙지하고 있기에 웬만해선 감염 현장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에볼라와 사스 현장도 경험했던 그가 이번 크루즈 선에서 두려움을 느낀 것이다. 원래 감염 현장은 레드존과 그린존을 구분하고, 바이러스가 있을 수 있는 구역에서는 방호복을 입어야 한다. 후생노동성 설명과 달리, 선내에서는 이 같은 대응이 취해지지 않았다. 또한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승무원도 일부 있었다고 한다. 발열 등 감염 의심 환자가 의무실에 직접 걸어가는 일도 있었다.
ⓒAFP PHOTO 2월4일 일본 방역 당국 관계자들이 크루즈 선내를 바쁘게 오가는 모습을 승객이 촬영했다.
뒤늦게 도쿄 마라톤 일반인 참가 취소
크루즈선 승객들이 구성한 단체인 ‘긴급 네트워크’는 2월17일 성명을 발표했다. “정부 대책은 감염 확대를 막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감염되지 않은 건강한 승객도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등 심각한 결함이 있다. 감염이 확대된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하고 국민에게 설명할 것을 요구한다.” 이 같은 비난이 잇따르면서 “2월5일 이후의 선내 감염은 없다”라는 후생노동성 공식 발표에 의문을 품는 이들이 늘고 있다.
2월13일 일본에서 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첫 사망자가 나왔다. 가나가와현에 거주하는 80대 여성으로 최근 해외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없었다. 이 여성은 1월22일부터 증상을 호소했다. 사망 후 코로나19 감염 사실이 확인되었다. 사망한 여성의 사위도 확진 판정을 받았다. 택시 운전사인 이 남성은 1월18일 신년맞이 뱃놀이에 참가했다. 유람선 야카타부네(屋形船)에 80여 명이 모인 연회였다. 2월20일 현재 이 연회 참가자 중 1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중국이나 해외여행을 다녀오지 않은 확진자들이 늘면서 감염경로 역시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일본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으로 본다. 2월20일에는 크루즈선 승객 2명(80대)이 하선 뒤 입원 치료 중 사망했다.
첫 사망자가 나온 뒤에야 아베 정부는 예방 수위를 높였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하면서 실기(失期)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미온적인 대응에 민간 측도 우왕좌왕하고 있다. 예를 들면 3월1일 예정된 도쿄 마라톤 주최 측은 “참가자들에게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겠다”라고 발표했다. 도쿄 마라톤은 매년 4만명 정도가 참가한다. 어설픈 대책에 반발이 이어지자, 뒤늦게 주최 측은 일반인 참가자 3만8000여 명의 참가를 취소했다. 도쿄 올림픽 일본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해 열리는 이번 마라톤 대회에는 선수 200여 명만 참가하는 선으로 축소됐다. 시민들 가운데는 마라톤 대회 자체를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게 나온다.
2월20일 현재 도쿄를 비롯해 홋카이도, 사이타마, 지바, 가나가와, 아이치, 미에, 나라, 오키나와, 교토, 오사카, 와카야마 등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정부는 여전히 확진자 동선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일부 지방정부가 독자적으로 확진자 동선을 발표할 뿐이다. 이 같은 아베 정부의 대응에 일부 전문가들은 거의 포기한 듯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기도 했다. “이제는 확진자가 영화관이나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 들른 경우 공표해야 하지 않나”라고 뉴스 앵커가 지적하자, 패널로 나온 한 의사는 이렇게 말했다. “그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전철이나 영화관 등 사람이 많은 곳은 감염 위험이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 시사인 도쿄·김향청 통신원
코로나19 팩트체크③] 한국만 확진자 급증한 이유는?
국내 5만 명 검진, 우수한 진단 시스템 증명
27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한 음식점이 코로나19 여파로 임시휴업을 결정하고 출입구에 휴업 안내문을 붙여 놓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타국에 비해 유독 국내에서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것을 두고 국내에서 워낙에 많은 진단을 실시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확진자가 많이 발견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다른 나라에서도 코로나19가 상당히 퍼졌으나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27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8만 116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돼, 2770명이 숨졌다. 치사율은 3.4%다. 중국을 제외하면 3555명이 감염돼, 55명이 숨져 치사율은 1.5% 정도다.
그러나 유독 이란은 치사율이 10%를 넘기고 있다. 139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19명이 숨져, 치사율이 13%에 이른다. 방역 전문가들은 이란의 높은 치사율이 그만큼 숨겨진 확진자가 많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란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까워 코로나19 확산이 상당히 우려되는 국가 중 하나다. 다만 초기 방역체계 시스템이 의심환자를 찾아내 적극적으로 진단을 내리는 방식이 아니어서, 숨은 감염자들이 상당히 통계에서 누락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의 코로나19 통계도 신뢰성이 매우 낮다. 691명의 확진자가 나온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 크르즈호를 제외하면, 자국 내 186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이중 4명이 숨졌다. 하지만 일본 확진자 중에선 이미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이가 많이 나와, 지역사회 감염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일본은 현재 고온 등 폐렴 증상이 확실한 이들만 주로 검진하는 소극적 대응을 펼치고 있어 역시 드러나지 않은 감염자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내에서도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미국은 53명의 확진자가 나왔으나, 실제로 감염여부를 조사한 대상 인원은 450여 명뿐이다. 반면 국내 보건당국은 확진자가 나오면 이동경로와 접촉자들을 찾아내 선제적으로 검진을 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하루에도 수천 명씩 검진하다 보니 자연스레 감염자들이 빠르게 발견되고 확진자 수도 증가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국내에서 5만 1000여 명을 검진하는 동안 일본과 대만은 2000여 명, 태국과 싱가포르는 1400명, 미국은 450여 명만 검진을 받았다. 스콧 고틀립 전 미국 식품의약국 국장이 “한국 보건당국의 코로나19 보고는 매우 상세하다. 상당한 진단 역량을 갖췄다”고 호평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다만 아직 코로나19 사태 초기에다 실제로 중국과의 교류가 활발한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국내 확진자 비중이 타국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도 의료계의 중론이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귀농 5년차 되면 귀농전 소득 88% 회복한다
전원생활 즐기려 귀촌한 15%는 5년 후 농업인으로 … 귀농귀촌 갈등요인 '선입견·텃세'
귀농 5년차가 되면 가구소득이 3895만원으로 늘어나, 귀농전 평균 소득의 88.5% 수준을 회복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귀촌가구는 5년차에 4200만원을 벌어들였다. 귀농인은 도시지역에서 농촌으로 이전한 사람 중 농업경영체·농지원부·축산업등록부에 등록한 사람이고, 그 외는 귀촌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19년 귀농귀촌 실태를 발표하고 연령대별 특성을 반영한 맞춤형 정책지원을 강화한다고 27일 밝혔다. 한국갤럽에 의뢰해 최근 5년간 귀농귀촌 가구 4167가구를 조사한 결과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귀농 이후 5년차에 귀농 전 평균 가구소득의 88.5%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농 1년차 가구소득은 2828만원이고, 귀농 이후 5년차에 3895만원까지 올라 귀농전 평균인 4400만원에 근접했다. 귀농가구 48.6%가 농업소득 부족 등의 이유로 농업외 경제활동을 수행하고 있었다.
농업인으로 등록하지 않은 귀촌가구의 평균 소득은 4038만원으로 4년차(4058만원)에 귀촌전 소득을 회복한 것으로 조사됐다.
귀농귀촌 전후 지출을 보면 월 평균 생활비는 귀농 282만원, 귀촌 259만원 수준이었지만 귀농후 201만원, 귀촌후 213만원이다.
조사대상 귀촌 가구의 15%는 5년 이내 농업인으로 전환했다. 귀농귀촌 10가구 중 7~8가구는 농촌에 연고가 있거나 경험이 있었다. 귀농귀촌의 유형을 3단계로 구분해 보면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생활 후 연고가 있는 농촌으로 이주하는 'U턴형'이 귀농 54.4%, 귀촌 29.5%를 차지했다. 또 농촌에서 태어나 도시생활 후 연고가 없는 농촌으로 이주한 'J턴형'은 귀농 21.5%, 귀촌 27.7%다. 도시에서 태어나 연고가 있는 농촌으로 이주한 'I형'은 귀농 7.4%, 귀촌 10.8%로 나타났다.
귀농 이유로는 자연환경 28.6%, 농업 비전·발전 가능성 26.4%, 가족생활 10.4% 순으로 응답했다. 귀촌의 경우 정서적 여유 21.2%, 자연환경 19.3%, 저렴한 집값 13.6%다.
귀농귀촌 준비는 평균 25.1개월 소요된다. 귀농가구 59.9%, 귀촌가구의 21.1%는 온-오프라인 교육 등을 이수했다. 귀농귀촌 교육에서 가장 개선돼야 할 점으로 다양한 교육 콘텐츠 개발(28.6%), 현장실습 연계 강화(20.3%) 등을 꼽았다. 귀농귀촌과 관련한 정보는 주로 가족이나 지인를 통해 얻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족도는 귀농보다 귀촌 높아 = 귀촌가구의 경우 농가주택보다는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비율이 높았다. 농가주택을 포함한 단독주택에서 사는 비율은 귀농 86.0%, 귀촌 53.0%로 나타났다. 아파트나 연립주택은 귀농 9.3%, 귀촌 44.0%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귀농가구의 75.6%가 자가 주택이고, 귀촌가구는 59.9%만 자가였다. 귀촌가구는 상대적으로 전월세(35.5%)에 사는 비율이 높았다.
지역주민과 관계에서는 귀농가구 74.7%가 '관계가 좋다'고 답했고, 귀촌가구는 56.1%만 '좋다'고 응답했다. 응답자가 느끼는 주요 갈등요인은 선입견과 텃세, 생활방식 이해충돌, 마을공동시설 이용문제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먼저 확충해야 할 시설로는 문화체육시설이 가장 많았고, 취약계층 일자리와 노인돌봄서비스, 교통서비스 등으로 조사됐다. 연령별로는 30대 이하는 임신출산양육, 40대는 교육, 5060세대는 일자리 지원을 꼽았다.
만족도는 귀촌가구가 더 높다. 귀농가구의 57.8%가 만족했고, 귀촌가구 만족는 67.0%를 기록했다. 불만족 이유로는 귀농가구의 경우 영농기술과 경험부족(28.5%), 자금부족(27.8%)를 꼽았다. 귀촌가구는 자금부족(43.3%), 영농기술(30.0%)를 선택했다.
◆청년에게 영농정착 자금 확대 = 정부는 이같은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토대로 교육지원을 강화하고 맞춤형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선 교육 수요가 집중되는 도시지역 귀농귀촌 교육을 개선한다. 귀농귀촌인 대부분이 농업기술센터에 교육을 의존하고 있지만 기술센터가 제공하는 귀농귀촌 교육은 양적, 질적 측면에서 수요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업기술센터가 없는 시군이 13곳이고, 귀농귀촌인 5000명 이상을 담당해야 하는 교육기관이 14곳에 달한다.
이와 함께 연령·가족정보 등 간단한 정보 만으로 배경이 유사한 사람들의 귀농지역 선택 경향, 해당지역 정주여건 등을 사전에 확인해 볼 수 있는 귀농품목·지역정보 지원서비스도 도입할 계획이다.
청년층 창업 지원을 위해 40세 미만 청년 1600명을 선발해 영농정착지원금과 창업자금(3억원 한도)을 지원한다. 또 청년농 창업투자 심층컨설팅 사업을 신설해 2억원 이상 농업투자를 하려는 2040세대 농업인들의 투자 실패를 줄이는 방안도 마련했다.
시·군 귀농귀촌 지원센터 71곳을 중심으로 지역 고용센터, 새일센터 등과 연계한 취업도 지원한다. 제4차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기본계획 추진으로 귀농귀촌인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고, 정주생활기반 조성에 5년간 51조원을 투융자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토대로 정책 강화방안을 마련했다"며 "변화하는 정책환경과 귀농귀촌 실태를 반영한 면밀한 정책보완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국민동의청원 찬밥신세 왜?] 49일동안 13건 올라와 1건만 상임위로
1000번 동의도 못 얻은 청원 수두룩
1호 청원도 법사·과방·여가위에서 '쿨쿨'
"청원 문턱 낮춰야 … 의원 관심 필요"
청와대 청원이 문재인 대통령 탄핵과 응원으로 도배되며 뜨거운 여론경쟁에 들어가 있는 가운데 입법부의 국민동의청원은 찬바람만 불고 있다. 입법부의 전자청원인 국민동의청원이 문 연지 두 달 가까이 되지만 국민동의를 받기 위해 올라온 청원은 10여건에 그쳤다. 국민들로부터 전자입법청원이 외면받고 있는 셈이다.
2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달 10일 개통된 이후 100명의 동의를 얻어 공개된 국민동의청원은 모두 13건이었다. 이중 청원이 성립된 것은 '한 달 안에 10만명 동의'라는 기준을 넘어선 1건 뿐이었다. 지난달 15일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텔레그램에서 발생하는 디지털성범죄 해결에 관한 청원'이 26일만인 이달 10일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처음으로 상임위로 넘어갔다.
그러나 인터넷성범죄 강력처벌을 요구한 청원은 한달간 겨우 3772명의 동의를 받는데 그쳤고 첫 청원으로 등재된 오토바이에 대한 자동차 전용도로 통행금지 해제에 관한 청원은 2만4822명의 지지를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지난달 28일에 나온 모병제 도입에 관한 청원은 697명, 같은날 올라온 '디지털성범죄 유형 및 신고포상금에 대한 법 개정의견에 관한 청원'은 915명의 동의를 받는 데 그쳤다. 청원 동의를 받을 수 있는 기간이 하루 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넘어서야 하는 기준의 1%에도 못미쳤다.
이달 5일에 나와 21일째 동의를 받고 있는 '우한폐렴의 추가적인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엔 1012명이 호응했고 7일에 나온 '변호사 예비시험 도입에 관한 청원'에는 160명이 동의하는 데 그쳤다.
◆보이지 않는 청원절차 = 처음으로 상임위로 건너간 청원의 진행상황은 18일이 지난 현재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법사위와 함께 연관상임위인 과방위, 여가위 등에 동시에 올라가 있다"면서 "새로운 법안을 만들기 보다는 기존 법안과 병합해 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대출, 박광온, 이종걸, 민경욱 의원 등이 발의한 성폭력처벌방지법, 정보통신망법 등에서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법적용을 강화하는 내용이 들어있는 만큼 이 법안들을 논의할 때 청원 내용을 포함해서 진행하겠다는 복안이다.
문제는 각 상임위에서 청원 관련한 법안 우선처리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게다가 경선, 총선에 바쁜 데다 코로나19 탓에 법안심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유럽 선진국의 경우 의회에서 상임위원장이 청원 관련 소개와 의지를 밝히고 청문회 등을 통해 여론을 환기시키는 사례 등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턱을 낮추자 = 국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실명확인과정이 국민들의 자유로운 참여를 꺼리게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정보를 입력해 본인 확인을 거쳐야 청원도 할 수 있고 동의도 가능하다는 게 문턱을 높인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청원 성립요건이 너무 높다는 얘기도 있다. 청원 자체를 게시판에 올리려면 100명의 동의를 얻어야 하고 다시 청원이 성립되려면 30일 내에 10만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애초 국회 사무처는 20명의 동의만 얻어도 공개가 가능하고 90일이내에 5만명의 동의를 얻으면 상임위로 직행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국회 운영위 제도개선소위 심사과정에서 문턱이 높아졌다.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관계자는 "실명인증이라는 조건을 감안해 90일 이내 5만명의 동의로 청원이 성립되도록 해 문턱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핵심관계자는 "국민동의청원 활성화를 위해 많은 홍보계획을 세워놨고 공개나 성립요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국회 상임위 등 의원들의 낮은 관심도 역시 문제다.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가 "민주당은 국민입법청원 1호인 '텔레그램 n번방 사건'에 대한 국회입법을 약속드린다"며 "민주당은 다시는 이런 일이 있지 않도록 신속하게 디지털성범죄자 처벌 강화 방안과 관련한 입법을 끝마치겠다"고 한 바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회부된 청원이 2월 국회에서 논의돼 제20대 국회 중에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관련 위원회들이 심사에 박차를 가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상임위는 움직이지 않고 있다. 사무처 관계자는 "결국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갖고 청원을 우선 처리해야 국민들이 그걸 보고 적극 청원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한겨레 사설] 감염병까지 ‘정치공세’, 국민생명 위태롭게 한다
기-승-전-중국 때리기’로 정부공격
“유입 차단보다 고위험군 관리해야”
우리 대응능력, 결코 뒤처지지 않아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들머리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거리를 소독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책임 공방도 거세다. 정부여당이 지역사회 확산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곧 종식될 것이라고 성급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대구 봉쇄’ 등 발언으로 반발을 산 것은 사려 깊지 못했다. 감염 방역에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에 정부 비판에만 골몰하는 보수 언론·야당의 태도 역시 과도한 ‘정치공세’다. 특히 일부 언론이 줄기차게 ‘중국인 입국금지’ 주장을 펴며 ‘기-승-전-중국 때리기’로 일관하는 것은 실효성도 없고 진정성도 의심스럽다.
현재 중국 등에서 감염돼 입국한 중국인은 6명이고 이들이 직접 감염시킨 것으로 확인된 사례는 거의 없다. 국내 확진자 가운데 중국을 다녀온 뒤 직접 감염된 사람은 13명(세계보건기구 보고서) 수준이다. 전체 확진자 가운데 대구·경북 지역에서만 84% 수준, 신천지 교회 신도는 50%를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여러 통계를 봐도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기 시작한 건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촉발한 집단감염을 주된 이유로 봐야 한다. 우한에서 시작되긴 했으나 현재의 급증세를 무조건 중국 요인 탓으로 돌릴 과학적 근거는 부족해 보인다. 그럼에도 미래통합당의 황교안 대표와 심재철 원내대표는 여전히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금지 조처를 취하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 통계뿐 아니라, 일찍이 중국인 입국금지 조처를 했는데도 확진자가 늘고 있는 이란과 이탈리아 사례만 봐도 입국금지가 능사가 아님은 분명하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4년 23편의 관련 학술지를 분석해 ‘이동 금지가 발병률이나 감염자 수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훈재 인하대 의대 교수(사회의학)는 “증상이 가볍고 전파가 빠른 코로나19의 특징을 고려하면 국외 감염원 유입을 차단하는 것보다는 노인·만성질환자 등 고위험군을 관리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과 같은 확진자 급증 상황에서 섣부른 ‘입국금지’는 자칫 다른 나라에 한국인 입국금지의 명분만 제공할 수 있다.
의료진이 대구로 달려가고 온 국민이 방역에 힘을 쏟고 있다. 신천지 교회 신도들의 협조도 절실하다. 이런 때 일부 언론은 신천지 문제는 제쳐놓고 ‘시진핑 방한을 위해 국민을 제물로 바쳤다’는 등 자극적인 표현으로 정부 비난에만 올인하고 있다.
중증환자도 사망자도 없던 사건 초기부터 ‘방역 참사’ 운운하고 우한 교민 수용 장소를 놓고 지역갈등을 부추기던 그 언론이다. 언론으로서의 정당한 비판과 견제를 넘어선 악의적 정치공세로 볼 수밖에 없다.
26일 기자회견에서 전염병 대비를 잘한 국가로 한국을 꼽은 트럼프의 말이 아니더라도, 코로나19 검사비가 400만원이라는 미국이나, 검사 못 받는다는 불만이 터져나온다는 일본과 비교해도 우리의 감염병 대응 역량은 뒤떨어지지 않는다. 감염병에까지 정치를 덧씌우는 행태야말로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짓이다.
Serenade To Summertime /Paul Mauriat(폴 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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