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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생태환경 뉴스

3.2~3.7 지난 겨울, 사상 최고로 따뜻했다

by 이성근 2020. 3. 2.

자동차 앞유리 보니, 과연 곤충 줄었네

우리 갯벌의 생물다양성, 세계자연유산 와덴해 갯벌보다 우수

휴면으로 역경 건너뛰는 열대 송사리의 비밀

천년의 섬비양도, 염소 떠나니 식생 살아났다

유혈목이는 어떻게 남의 독으로 독사가 됐나

절벽에 선, 마지막 파란영양

지난 겨울, 사상 최고로 따뜻했다

'따뜻한 겨울'로 김·미역 등 해조류 생산량 급감

후쿠시마 주민 57%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인조 형광 동물들

소리없는 판데믹 대기오염연간 880만명 사망

아마존과 아프리카 탄소 흡수능력을 잃다

'힘든 사냥보다' 어선 올라 물고기 슬쩍 수달 포착 눈길

시베리아 동토서 발굴 46천년 전 종다리의 비밀

나방의 노이즈 캔슬링’, 박쥐 회피 새 기술

꽃보다 나비가 7천만년 먼저 진화했다



자동차 앞유리 보니, 과연 곤충 줄었네

덴마크서 21년 측정 80% 줄어농약, 서식지 파괴, 기후변화 때문

 

자동차 앞유리에 부닥쳐 들러붙은 곤충 사체들. 얼마나 많은 곤충과 충돌하는지 장기간 측정하면 곤충의 양이 어떻게 변하는지 알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옛날엔 장거리 운전 도중 멈추고 앞유리에 철퍼덕 들러붙은 곤충 사체를 닦아내고 갔지.”

 

이런 기억을 되살리는 사람은 나이 먹은 티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곤충 개체수 감소가 부르는 생태계 붕괴를 이야기하는 것일지 모른다.

 

농약과 비료의 남용, 자연 서식지 감소로 곤충의 절대적 수가 줄어들고 있다. 누구나 짐작하는 내용이지만 곤충의 감소 추세를 구체적으로 증명하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 앞유리와 번호판은 그 추세를 알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다.

 

회원 수가 100만을 넘는 영국 왕립조류보호협회(RSPB)2004년 자동차 번호판에 플라스틱 막을 붙여 운전 중 충돌해 들러붙은 곤충의 수를 측정하는 시민 과학을 제안했다. 곤충이 새의 주요 먹이어서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에 따라 영국 동남부 켄트 지역의 야생동물 트러스트가 2004년부터 2019년까지 15년 동안 측정한 결과 자동차에 부닥쳐 죽은 곤충의 수는 20048주행당 1마리꼴에서 201916주행당 1마리꼴로 줄었다. 곤충의 양이 절반으로 줄었다는 내용이다.

 

자동차 번호판에 덧대 부닥치는 곤충의 수를 재는 시민 과학자들의 측정 장치. 켄트 야생동물 트러스트 제공.

 

더 긴 기간의 측정결과도 최근 나왔다. 안더스 파페 몰러 프랑스 파리 사클레이대 생태학자는 1997년부터 2017년까지 해마다 해마다 여름이면 덴마크 교외에서 렌터카 23대를 동원해 1.2구간을 시속 60로 주행하면서 앞유리에 부닥쳐 들러붙은 곤충을 조사했다.

 

과학저널 생태와 진화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몰러는 “21년 동안 이 지역 곤충의 양은 80%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앞유리의 곤충 사체를 조사했을 뿐 아니라 포충망과 끈끈이를 이용해 곤충을 채집하는 한편 곤충을 먹이로 하는 제비가 물어오는 곤충의 양도 함께 조사했는데, 비슷한 양상을 확인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곤충 감소의 원인은 토지이용의 변화, 농약 사용, 외래종 침입 등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조사대상인 덴마크 농촌 지역은 밀과 감자밭 사이에 농가가 드문드문 자리 잡은 곳으로 조사 기간 동안 거의 변화하지 않아 기후변화가 주요 원인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그는 자동차 앞유리에 들러붙은 곤충을 조사하는 것은 곤충 풍부도를 측정하는 생물학적 방법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덧붙였다.

 

» 꽃가루를 나르는 꿀벌. 곤충은 인류가 재배하는 농작물 4분의 3의 꽃가루받이를 해 준다. 무하마드 마디 카림,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곤충과 거미 등 절지동물은 지구 전체 생물종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유기물 분해, 식물의 꽃가루받이, 다른 동물의 먹이원 제공 등 생태계의 핵심 구실을 한다. 따라서 곤충의 절대적 감소는 지구의 생물다양성 위기와 직결돼 최근 큰 관심거리다.

 

2017년 발표된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독일 보호구역 63곳에서 19892016년 사이에 포획한 곤충이 75% 줄었다고 보고해 충격을 주었다. 또 이듬해 푸에르토리코의 열대 원시림에서 1976년과 2012년을 비교한 조사에서도 곤충과 거미의 양이 4분의 18분의 1로 줄어든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다(관련 기사: 벌레가 사라진다, 기후변화의 새 재앙인가).

 

인용 저널: Ecology and Evolution, DOI: 10.1002/ece3.523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

 

우리 갯벌의 생물다양성, 세계자연유산 와덴해 갯벌보다 우수

 

제주 문섬 인근 바다에서 서식지가 새로 발견된 긴가지해송(산호의 일종). 해양수산부 제공

우리나라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는 네덜란드 와덴해 갯벌에 비해 생물다양성이 우수하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해양수산부와 해양환경공단은 지난해 우리나라 갯벌의 약 90%가 있는 서해와 남해서부 해역에 대해 국가해양생태계종합조사를 실시했다고 2일 밝혔다.

 

이 조사에서는 우리나라 갯벌에서 서식하고 있는 생물이 모두 650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왕립 네덜란드해양연구소가 2016년 발표한 와덴해 갯벌의 서식 생물수(400)에 비해 1.6배 많은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우리 갯벌의 생물다양성 수준이 매우 높은 수준임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갯벌을 대표하는 3대 저서동물인 다모류(갯지렁이 등갑각류(새우·게 등연체동물(낙지·조개 등)의 분포가 2015, 2017년 조사 때와 비슷한 비율로 나타났다. 이른 우리나라 서해·남해서부 갯벌이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수부는 설명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갯벌과 같이 염분이 있는 곳에 서식하는 염생식물의 출현 종수와 분포면적이 2015년과 2017년 조사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9년 강수량이 줄어들면서 생긴 현상으로 분석됐다.

 

우리 갯벌에는 해조류의 출현 종수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따뜻한 바다를 선호하는 홍조류가 증가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해조류 출현종수는 201599종에서 2017114, 2019122종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해양환경공단 해양생태님 이용우씨는 지구 온난화에 의해 우리나라 바다 수온이 올라가면서 열대생물의 출현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또 전체 갯벌 퇴적물의 평균 입자 크기는 모래와 점토의 중간크기 정도이고, 2015년 이후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도 확인됐다고 해수부는 밝혔다.



거문도 인근 바다에서 새로 서식지가 발견된 유착나무돌산호. 해양수산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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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모두 33(갯벌무척추동물 7, 바닷새 6, 암반무척추동물 18, 해조류 2)에 이르는 해양보호생물의 서식지와 분포현황이 확인됐다. 특히 제주 문섬 인근 바다에서는 긴가지해송, 실해송, 빗자루해송 등 3가지 산호류의 서식지가 새로 확인됐다. 거문도 인근 바다에서는 유착나무돌산호 서식지가 새로 발견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향후 해양보호구역의 확대 필요성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휴면으로 역경 건너뛰는 열대 송사리의 비밀

마른 웅덩이서 수명 2배 휴면으로 버터노화 연구 모델 동물

 

사바나 지역의 일시적인 웅덩이에서 번식하는 아프리카 열대 송사리의 일종. 장기간 휴면 동안 노화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주목받고 있다. 후 츠쿼 제공.

 

성간여행을 하는 공상과학의 우주인처럼, 코로나19를 피해 잠시 휴면에 들어갈 수 있다면. 일부 야생동물에게 이런 휴면은 꿈이 아닌, 힘든 시기를 건너뛰는 현실의 생존전략이다.

 

척추동물에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열대 송사리가 노화 등 아무런 부작용 없이 수명의 2배까지 휴면하는 메커니즘이 밝혀졌다. 이번 연구는 인류의 노화 억제를 이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후 츠쿼 미국 스탠퍼드대 유전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과학저널 사이언스’ 2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고등생물인 아프리카 청록 킬리피시가 아주 오랜 기간 휴면하고도 이후의 성장, 생식능력, 수명에 손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이 물고기의 휴면은 대사와 조직 발달을 적극적으로 조절하는 동적인 상태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먹이 부족이나 가뭄 등의 역경을 이기거나 겨울을 나기 위해 휴면을 택하는 동물은 곤충, 물고기, 포유류 등 다양하다. 가장 흔한 형태가 배아의 발육을 억제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곰은 가을에 짝짓기한 뒤 먹이가 풍부한 계절에 맞춰 출산하기 위해 수정란이 착상하지 않고 몇 달 동안 자궁 속에서 떠돌며 기다린다.

 

놀라운 속도로 성숙한 킬리피시는 미처 웅덩이가 마르기 전 산란하고 죽는다. 후 츠쿼 제공.

 

아프리카의 짐바브웨와 모잠비크 고유종인 열대 송사릿과의 킬리피시는 극단적인 예다. 반건조 지역에 사는 길이 6.5인 이 물고기는 불규칙하고 드물게 오는 비에 적응해 진화했다.

 

이 물고기는 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빨리 성숙해, 알에서 깨어난 지 두 주일만 지나면 다 자라 알을 낳는다(관련 기사: 알에서 깨 17일 만에 알 낳는 물고기). 모처럼 비가 내리면 언제 마를지 모르는 웅덩이에 재빨리 알을 낳는데, 웅덩이가 마르기 전 깨어나지 못한 수정란은 다시 비가 올 때까지 발생을 멈추고 휴면에 들어간다.

 

수명이 1년 이내인 이 물고기 알의 휴면기간은 56개월이나 되는데, 그 기간은 종종 10개월 이상 2년에 이르기도 한다. 이 물고기의 수명을 계산할 때 휴면기간은 빼고 계산한다.

 

그런 이유가 있다. 다른 휴면 동물과 마찬가지로 휴면 기간 나이를 먹지 않기 때문이다. 동물의 휴면이 주목받는 이유이다. 수명보다도 긴 휴면 기간 노화를 막는 메커니즘을 규명한다면, 사람의 노화 억제와 노화 관련 질병 치료에 요긴하게 쓰일 것이다.

 

마른 웅덩이의 수정란은 휴면 상태로 다음 비가 올 때까지 나이를 먹지 않고 기다린다. 후 츠쿼 외 사이언스’ (2019) 동영상 갈무리.

 

긴 휴면 끝에 비가 오자 알에서 깨어나는 킬리피시. 후 츠쿼 제공.

 

이와 관련해 이제까지 가장 많이 연구된 동물이 예쁜꼬마선충이다. 이 선형동물은 수명이 1520일인데, 먹이가 부족하고 과밀해지면 애벌레 상태로 6달 이상 휴면에 들어간다. 수명이 10배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예쁜꼬마선충은 노화 연구의 모델 동물로 활발히 연구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애벌레가 노화 없이 휴면을 유지하는 데 관계하는 유전자를 규명하기에 이르렀다. 이번 킬리피시 연구가 중요한 것은 선충보다 사람에 훨씬 가까운 척추동물이 노화의 모델 동물로 쓰일 수 있음을 밝힌 데 있다.

 

사이언스에 이 논문의 논평을 한 마크 반 길스트 워싱턴대 교수는 킬리피시는 예쁜꼬마선충처럼 휴면 중 노화를 억제하는 데다 사람과 비슷한 노화 양상과 노인성 질환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킬리피시의 수명이 46달로 실험용 쥐의 2년보다 짧은 점도 노화 연구에 유리하다.

 

휴면 중인 킬리피시 수정란의 배아. 인류 노화 억제를 위한 모델 동물로 주목된다. 후 츠쿼 제공.

 

이번 연구에서 킬리피시는 휴면기간 동안 모든 생명활동을 중지하는 게 아니라 매우 활발한 내적 움직임을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다. 휴면을 일으키고 유지하기 위한 활동이다.

 

특히 휴면 기간 근육을 유지하는 활동이 두드러졌다. 연구자들은 휴면 동안 세포분열과 조직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 발현은 억제됐지만 근육 발달과 기능 관련 유전자는 휴면 초기부터 발현됐다고 설명했다.

 

인용 논문: Science, DOI: 10.1126/science.aaw2601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천년의 섬비양도, 염소 떠나니 식생 살아났다

1975년부터 염소 방목야생염소 섬 식생 훼손

제주시, 작년 염소 포획작업으로 자연 회복단계

 

2018년 흑염소 떼가 풀과 나무를 갉아먹어 맨살을 드러낸 비양봉(왼쪽)과 올해 식생이 복원된 비양봉(오른쪽) 모습.

 

지난 20여년 동안 흑염소 떼로 자연식생이 훼손된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의 식생이 살아나고 있다. 비양도는 1천년 전에 화산 활동이 있었다는 기록이 전해져 그동안 천년의 섬으로 불려왔다. 제주시는 염소로 인해 자연환경이 훼손돼 문제가 됐던 비양도의 식생이 지난해 흑염소 떼를 잡아들인 뒤 회복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일 밝혔다.

 

비양도의 염소 문제는 지난 197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도서 지역 소득사업으로 농가당 흑염소 1~2마리씩 사육하여 왔으나, 한 농가가 150여 마리를 비양봉 일대에 방목하면서 개체 수가 급증해 230여 마리로 불어났다. 이들 흑염소는 울타리를 벗어나는 바람에 대부분의 흑염소가 야생화됐다.

 

늘어난 염소들이 비양도에서 가장 높은 비양봉(해발 114m) 정상 부근의 풀은 물론 나무뿌리까지 갉아먹으면서 화산회토인 붉은 토양이 드러나는가 하면 제주도기념물 제48호로 국내에서 유일하게 군락이 형성된 비양나무도 훼손됐다. 또 비양도 탐방로 곳곳에 분변이 쌓여 악취를 풍기기도 했다. 시는 토양의 침식 방지를 위해 식생을 복구했지만 풀이 자라기 무섭게 먹어치우는 통에 식생 회복에 어려움을 겪었다.

 

비양도 산책로의 훼손된 모습(왼쪽, 2018)과 복구된 모습(오른쪽, 2019)

 

이에 따라 시는 지난 2018년 비양도 흑염소 수매·도태를 위해 농가 협의를 거쳐 그해 12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공무원과 군인, 소방인력 등 연인원 500여명을 동원해 야생 흑염소를 비양봉 분화구에 가둬놓는 포획작전을 벌여 모든 흑염소를 잡아들였다. 시는 이렇게 잡은 흑염소 203마리 모두 수매해 지금은 비양도에 흑염소가 없는 상태다.

 

시가 최근 비양봉의 식생을 조사한 결과 흑염소가 사라지자 비양봉에는 풀이 돋아나고 제주조릿대가 되살아나 우거지는 등 자연식생이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재종 제주시 축산담당은 흑염소가 사라진지 1년 됐는데 벌써 자연식생이 많이 복구된 것으로 나타났다. 비양도를 찾는 주민과 관광객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호준 기자 hojoon@hani.co.kr


유혈목이는 어떻게 남의 독으로 독사가 됐나

두꺼비에서 독 얻어지렁이 먹는 유혈목이는 반딧불이서 확보

 

두꺼비 독과 비슷한 독을 얻기 위해 반딧불이를 먹는 동남아 유혈목이 속의 뱀. 두꺼비에서 지렁이로 주 먹이를 바꾸면서 새로운 독소를 찾은 결과다. 후쿠다 마사야, 교토대 제공.

 

유혈목이는 하천 주변이나 경작지, 초지 등에서 흔히 만나는 아름다운 뱀이다. 녹색 바탕에 붉고 검은 점이 교대로 찍혀 꽃뱀’ ‘화사등으로 불리는 이 뱀은 독이 없는 뱀으로 종종 잘못 알려진다. 이 뱀이 두꺼비로부터 독을 얻는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꽃뱀의 치명적 독은 잡아먹은 두꺼비의 독). 그러나 주로 동남아에 26종이 사는 유혈목이 속 뱀 가운데는 두꺼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반딧불이 애벌레로부터 독을 얻는 종이 여럿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꺼비가 느리게 어슬렁거릴 수 있는 것은 강력한 피부 독으로 무장했기 때문이다. 경험 없는 포식자가 통째로 삼켰다가는 부파디에놀라이드란 독성 스테로이드가 심장에 치명타를 가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복잡한 화학물질인 독을 힘들게 만들기보다 남이 만든 것을 가져다 쓰는 생물도 155종의 독개구리 등 적지 않다. 우리나라 등 동북아에 서식하는 유혈목이는 주식이 개구리이지만 두꺼비를 잡아먹어 피부 독샘에 보관한다.

 

개구리를 잡아먹는 우리나라의 유혈목이. 두꺼비를 잡아먹어 독을 확보한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요시다 타츠야 일본 교토대 생물학자 등 국제 연구진은 중국, 일본, 인도, 미얀마 등 동남아에 널리 분포하는 유혈목이 속의 랍도피스 누칼리스등 지렁이를 주식으로 하는 뱀들이 피부에 두꺼비 독을 지니고 있다는 데 주목했다. 이들은 뱀 표본과 독소 분석, 실험 등을 통해 이들이 반딧불이 애벌레를 잡아먹어 두꺼비 독소를 얻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 24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연구에 참여한 앨런 새비츠키 미국 유타주립대 교수는 이번 연구로 척추동물 포식자가 먹이를 척추동물에서 무척추동물로 바꾸면서도 방어용 독으로 쓸 똑같은 화학물질을 확보한 첫 사례가 밝혀졌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유혈목이 속 일부 뱀 종류의 주 먹이(왼쪽)와 독 확보원(오른쪽). 유혈목이는 애초 개구리가 주 먹이이고 두꺼비에서 독을 구했는데, 새로 분화한 종들 가운데는 지렁이를 주로 먹고 반딧불이 애벌레에서 독을 얻었음을 알 수 있다. 붉은 선은 우리나라 유혈목이이다. 요시다 외 (2020) PNAS 제공.

 

뱀 가운데는 주 먹이를 개구리에서 지렁이로 바꾼 종이 적지 않다. 지렁이는 개구리보다 흔하고 널리 분포하는 데다 길쭉한 몸 형태가 삼키기 쉽기 때문이다. 동남아 유혈목이도 그런 예이다. 덩치가 작고 색깔이 밋밋한 이 뱀들은 머리도 가늘어 지렁이처럼 가늘고 긴 먹이를 삼키도록 진화했다. 주식은 지렁이와 민달팽이다.

 

연구자들이 이 유혈목이에게 여러 종류의 먹이를 주는 실험을 한 결과 지렁이를 가장 좋아했고 개구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또 반딧불이 애벌레를 즐겨 먹었다. 이들 뱀의 표본에서 위장 내용물을 분석했더니 역시 반딧불이 애벌레가 들어있었고, 두꺼비를 먹지 않았는데도 유혈목이의 피부샘에서는 부파디에놀라이드가 검출됐다. 두꺼비와 반딧불이 애벌레에서 분비한 독물의 화학 성분은 대체로 비슷했다.

 

연구자들은 두꺼비에서 독을 얻던 조상 유혈목이로부터 지렁이를 먹는 종으로 분화한 뒤에도 같은 종류의 독을 분류학적으로 거리가 먼 반딧불이로부터 얻게 됐다는 건 참으로 놀라운 일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반딧불이 애벌레는 두꺼비가 내는 것과 거의 비슷한 부파디에놀라이드를 분비한다.

 

지렁이를 주식으로 하고 반딧불이 애벌레에서 독을 얻는 유혈목이 속의 뱀인 랍도피스 펜타수프라라비알리스. 테페이 조노 제공.

 

그렇다면 이 유혈목이는 어떻게 두꺼비에서 얻던 것과 같은 독을 반딧불이에게서 얻을 수 있었을까. 연구자들은 반딧불이 애벌레가 지렁이처럼 몸이 길고 부드러워 먹게 됐을 가능성도 있지만, 독소 자체를 단서로 반딧불이 애벌레를 먹게 됐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밝혔다. 뱀은 화학물질을 감지해 먹이를 찾는다.

 

새비츠키 교수는 이 유혈목이는 전혀 다른 먹이를 먹게 되면서 방어 물질을 얻을 수 없게 되자 이를 보상하는 쪽으로 적응한 놀라운 진화 사례라고 말했다.

인용 저널: PNAS, DOI: 10.1073/pnas.191906511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절벽에 선, 마지막 파란영양

 

파란영양과 제1세계무역센터, 76X57cm, 종이에 수채, 2014

 

파란영양: 절멸 1800

1세계무역센터: 541.3m, 뉴욕, 미국

파란영양은 아프리카 대형 포유류 중에서 유사 이래 최초로 멸종된 동물로 파란색 털을 가졌다고 알려져 있다. 파란영양의 주 서식지는 남아프리카 해안 인근 목초지였다. 한 마리의 수컷이 다수의 암컷과 새끼 20여 마리로 이루어진 무리를 이끌었다. 성숙한 수컷의 몸길이는 2.5m~3m였고 어깨 높이는 1m~1.2m, 몸무게는 60kg 정도였다. 암컷은 그보다 작고 색이 옅었다.

기다란 뿔은 끝부분이 뒤쪽으로 완만하게 휘어진 초승달 형태였다. 얼굴과 눈 주변에 하얀 얼룩이 있고 가느다란 꼬리는 뒷다리의 무릎께까지 내려왔다. 배태 기간은 9개월이고 한배에 한 마리가 태어났는데, 12kg~14kg에 불과한 작은 새끼는 사자나 표범, 하이에나의 먹이가 되곤 했다.

 

종이에 연필, 2014

 

파란영양이라는 이름과 달리 실제로는 파란색이 아니었던 것 같다. 현재 빈, 스톡홀름, 파리, 레이던 총 4개의 박물관에 표본이 있지만 파란색 털은 보이지 않는다. 사진이 발명되기 전인 1719, 독일인 피터 콜브가 파란영양에 대해 처음 기록한 후 풍문과 흥미가 더해지면서 파란색 털을 가진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한다.

 

윤기 나는 흑색과 황색 털의 조합이 전체적으로 푸르다는 인상을 주었거나 노쇠한 파란영양의 짙은색 피부가 성긴 황색의 털 사이로 드러나 파란색으로 보였을 가능성도 있다. 과학적으로 사실이든 아니든, 파란영양을 직접 봤던 과거의 목격자들은 파란색 동물이라고 기록했다. 살아 있는 파란영양을 다시는 볼 수 없으니 그것은 영원한 수수께끼이자 신비로 남았다.

 

파란영양은 마지막 빙하기 이후에도 널리 분포하며 만년 이상 생존했으나 인간을 만난 이후 급속히 사라졌다. 사람들은 파란영양을 탐욕적으로 사냥해 가죽을 취했고 그다지 맛있지 않았던 고기는 주로 키우는 개들에게 먹였다.

 

동물학자 마틴 리히텐슈타인에 따르면, 남아프리카의 마지막 파란영양은 1799년 혹은 1800년에 죽임을 당했다. 최후의 파란영양이 수컷이었다면, 이끌던 무리가 전부 죽은 후였을 것이다. 암컷이었다면 새끼를 잃었거나 밴 상태로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홀로 방황하고 있었을 것이다. 새끼는 약해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못했을 것 같다.

 

무리 지어 살아가는 동물에게 세상에 혼자 남겨지는 것보다 슬픈 일이 또 있을까? 동물에게도 생각과 마음이 있다. 마지막 남은 파란영양의 고독한 죽음을 상상하니 마음이 아프다.

우리는 막다른 절벽에 서 있던 마지막 파란영양을 지켜 주지 못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는 곳마다 자연이 파괴되고 무수한 생물 종이 사라진다. 지금도 멸종위기에 처한 생명이 하나둘 고통 속에 사라지고 있다.

 

그리스 신화 속 미다스가 떠오른다. 그는 손으로 만지는 것마다 황금이 되길 원했지만 탐욕의 끝은 돌이킬 수 없는 불행이었다. 아직도 우리는 미다스처럼 무엇이든지 황금으로 바꾸는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닐까. 생명 대신 얻은 황금이 어떤 가치가 있을까? 이제 우리는 황금을 내려놓고 생명의 손을 들어 우리가 잃은 것들을 찾아 회복시켜야 한다.

 

Bluebuck and one World Trade Center

Bluebuck Extinct in 1800

One World Trade Center 541.3m, New York City, United States

The bluebuck, a species of antelope famous for its mysterious blue skin, was the first large African mammal to face extinction in recorded history. People hunted it avidly, mainly for its skin, and its distasteful meat was used to feed dogs. The German zoologist Martin Lichtenstein claimed that the last bluebuck in South Africa had been shot in 1799 or 1800. The bluebuck had survived more than ten thousand years even after the last ice age, but it fast became extinct after encountering humans. Four mounted specimens of the bluebuck remain in museums in Vienna, Stockholm, Paris, and Leiden. There is some controversy about whether the skin of the bluebuck was actually blue. Because we cannot see a living bluebuck whatsoever, this remains an eternal mystery.

장노아 화가/한겨레


지난 겨울, 사상 최고로 따뜻했다

 

201912~20202월 전 지구 기압계 모식도. 기상청 제공

 

지난겨울(12~2) 전국의 평균기온이 3.1도로, 전국적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가장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년 기온보다 무려 2.5도가 높은, 이례적으로 따뜻했던 겨울이었다.

기상청은 4‘2019년 겨울철 기상특성자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지난 겨울 최고·최저기온도 각각 8.3, 영하 1.4도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기상청은 “12월과 2월에 짧은 추위가 있었지만, 대부분의 기간 기온이 평년보다 높았고 특히 1월은 따뜻한 남풍의 잦은 유입으로 전국에 고온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런 고온은 시베리아 지역에 따뜻한 남서풍이 자주 유입된 탓에 우리나라로 부는 찬 북서풍이 약해진 탓이다. 겨울철 북극에 형성되는 극 소용돌이가 강해 찬 공기를 막아주는 커튼구실을 하는 제트기류가 북극에 갇혀 있었던 것도 원인이다. 아열대성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 우리나라 남쪽의 따뜻하고 습한 고기압 세력이 사라지지 않고 유지됐던 것도, 따뜻한 겨울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지난겨울은 눈이 가장 적은 겨울이기도 했다. 강수량이 168.11973년 이후 세 번째로 많았지만, 기온이 높다 보니 눈보다는 비가 주로 내린 탓이다. 지난겨울의 이상기후는 한반도에만 국한되지 않은 전 세계적 현상이었다. 북유럽과 러시아 서부 역시 한반도처럼 이상고온이 발생해 러시아 모스크바의 경우 12월 기온이 13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특히 호주에선 지난해 10월부터 겨우내 강한 폭염과 지속적인 산불로 피해가 크게 일었다. 반면 북미와 이탈리아에선 이상저온이 발생했다. 원래 계절을 불문하고 따뜻한 지역인 태국과 인도 북부, 이집트에선 이상저온과 함께 기록적인 폭설이 관측되기도 했다. 인도 북부는 118년 만에 최저기온 기록을 새로 썼고, 이집트 카이로에선 112년 만에 1월에 눈이 내렸다./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

 

'따뜻한 겨울'로 김·미역 등 해조류 생산량 급감

 

서울의 한 농협매장에서 미역 등 해조류를 팔고 있다. 연합

 

올 겨울 이상 고온 등의 영향으로 김·미역 등 해조류의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온난화 속에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4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에 따르면 2020년 주요 해조류의 생산량이 지난해 대비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KMI가 연초 전망한 7% 감소보다 훨씬 심각한 것이다.

 

김의 경우 2020년 생산량이 전년보다 20% 이상 감소한 13000만속 안팎이 될 것으로 KMI는 전망했다. KMI는 연호 올해 김 생산량이 전년보다 6.5% 줄어든 16500만속수준일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를 대폭 수정했다. 미역 생산량도 작년보다 7.4% 줄어든 48만여t이 될 것으로 추정했으나, 이보다 훨씬 더 줄어든 42만여t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다시마 역시 작황이 좋지 않다.

 

해조류 작황 부진은 올 1월 생산량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다. 1월 김 생산량은 2218만속으로 평년 1월보다 9.2%, 지난해 1월보다 25.0% 각각 감소했다. 1월 미역 생산량도 지난해에 비해 6.8% 줄어들었다.

 

해조류의 생산량 감소는 지난해 태풍이 자주 발생한 상황에서 올 겨울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진 데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의 경우 우리나라에 직접 영향을 미친 태풍이 무려 7차례나 발생했다. 이는 최근 30년 사이 가장 많은 것이다. 이로 인해 김·미역 등의 초기 양식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여기에 이번 겨울철 바다 수온이 평년에 비해 1~2높은 고수온 현상이 빚어지면서 해조류의 성장이 부진했다. 김의 경우 고수온의 영향으로 김의 생장을 방해하는 경쟁생물인 김파래(보라털)이 부착하는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2월 들어서는 이런 피해를 입은 해역이 대폭 확대됐다. 미역의 경우도 태풍과 높은 수온으로 인해 다량의 이물질이 붙는 등의 피해가 발생하면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고 있다.

 

특히 미역 생산량의 감소는 전복 먹이의 부족과 이로 인한 다시마 부족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복은 겨울철 수온이 높아지면 먹이활동이 왕성해지지만, 전복 먹이용 미역 생산량은 15% 이상 감소한 상황이다. 이에 전복 먹이를 다시마로 대체하려는 어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다시마의 작황도 시원치 않다. 이때문에 다시마 부족현상도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KMI 관계자는 올 겨울은 유난히 따뜻해 사람들이 겨울을 나기에 좋았지만, ·미역 등 해조류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이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앞으로 더욱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KMI 관계자는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현상이 잦아지면서 겨울철 이상 고온 등에 따른 해조류 생산감소 등의 피해는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면서 당국의 종합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후쿠시마 주민 57% “오염수 해양 방출 반대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주민 60% 가까이가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방사능 오염수를 정화처리한 뒤 해양에 흘려보내는 방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지난 22~23일 후쿠시마방송과 함께 후쿠시마현 유권자 103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원전 처리수를 희석해 바다에 방류하는 것에 대해 57%반대라고 답했다고 28일 보도했다. “찬성31%였다.

 

 후쿠시마 원전에서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 폭발사고를 일으킨 원자로 내의 용융된 핵연료를 식히는 순환냉각수에 빗물과 지하수가 유입돼 섞이면서 오염수가 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 오염수를 정화처리한 뒤 해양으로 흘려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쿠시마 주변 지역 어민들은 물론, 한국 등 주변국들이 반대하고 있다. 이번 여론조사에선 후쿠시마현 주민들 상당수도 반대 의견을 보인 셈이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에 따른 풍문 피해에 대해선 89%많이혹은 어느 정도불안을 느낀다고 답변했다. 해양 방류에 찬성한다고 답변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79%가 풍문 피해에 불안을 느낀다고 답했다.

 

 오염수 문제에 대한 정부나 도쿄전력의 대응을 평가한다는 답은 23%였다. 지난해 조사의 14%보다 늘었지만, 여전히 57%평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방사능 제염 작업으로 나온 오염토 등의 폐기물을 30년 안에 후쿠시마현 밖에서 최종 처분한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지켜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전혀”(35%)별로”(45%)를 합해 80% 가까이 됐다.

 

 도쿄올림픽·패럴림픽 성화 봉송 출발지로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를 선정한 게 후쿠시마 이미지 향상에 기대된다는 답변이 65%에 달했다. 다만 도쿄올림픽이 동일본대지진 피해지역의 실상을 전하는 데 도움이 된다41%,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51%였다.

 원전 재가동에 대해서는 69%반대”, 11%찬성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지난 15~16일 실시한 전국여론조사에선 반대56%, “찬성29%였다.

 

출처: https://jwkim.khan.kr/1246 [앞쪽 게르를 향해 가만-히 살핀다]

 

인조 형광 동물들

유전자조작으로 만든 빛나는 물고기 글로피시, 한국에선 형광 개만들어

 

유전자조작으로 형광을 띠게 한 글로피시들. 최초의 형질전환 반려동물이다. 글로피시 개발 업체인 요크타운테크놀로지는 2017년 스펙트럼브랜즈에 인수됐다. 스펙트럼브랜즈 제공

 

인간은 동물을 지배했다. 지배의 극단은 동물 유전자를 바꿔 새로운 품종을 만드는 것이다. 늑대에게서 개를 만들었고, 마당에서 알을 낳는 닭을 만들었고, 밭을 가는 소를 만들었다. 18~19세기 인위적인 교배로 다양한 품종의 개를 만드는 열풍이 불었다. 현재 400여 품종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그때 만들어졌다. 당시만 해도 종의 창조는 어떻게 작동하는지 모르는 오븐에 이것저것 넣어서 만드는 요리와 비슷했다.

20세기 중반, 비밀의 일단이 밝혀졌다. 프랜시스 크릭과 제임스 왓슨은 1953년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유전정보를 다음 세대로 전달하는 물질인 디엔에이(DNA)의 구조가 이중나선형이라는 사실을 보고했다. DNA는 단순한 구조의 집합이었다. 아데닌(A), 티민(T), 구아닌(G), 사이토신(C)이라는 뉴클레오타이드 분자 네 개가 각각 다르게 결합해 이중나선 줄에 매달려 있었다.

 

우리가 생명의 비밀을 발견했다는 두 과학자의 외침이 허세가 아니었다. DNA는 단백질을 어떻게만들라고 명령하는 것이 일이었고, 어떻게는 이 네 분자의 결합에 달렸던 것이다. 쉽게 말해, 생명의 설계도가 이 작은 DNA 안에 들어 있었다. DNA 설계도에 따라 개가 되기도 인간이 되기도 하고, 인간 중에서도 프랜시스 크릭이 되기도 제임스 왓슨이 되기도 했다.

 

평생 실험당하다 죽는 온코마우스

동물을 만드는 일은 이제 새로운 차원에 놓이게 되었다. 눈이 크거나 다리가 짧거나 하는 등 특정 형질의 암컷과 수컷을 선별해 번식시키는 재래식 방법은 비효율적일 게 뻔했다. 반면 네 분자 중 일부를 바꾸면, 단백질을 만드는 공정을 변화시키면서 형질을 바꿀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드는 동물을 점잖게 말해 형질전환동물(Transgenic Animals)이라고 한다. 다른 말로 유전자조작동물(Genetically Modified Animals)이다.

 

18~19세기 개 품종 교배 열풍이 분 것처럼, 과학계에선 새로운 생물체를 창조하려는 붐이 일었다. 처음 유전자조작으로 태어난 동물은 쥐였다. 애완쥐를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었다. 쥐의 몸을 하나의 실험실로 만들어 관찰하는 게 목적이었다. 미국 하버드대학 과학자들은 1980년대 정상적인 쥐의 암 발현 조절 유전자를 암 유발 확률이 높은 유전자로 바꾼 쥐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이를 온코마우스로 이름 짓고 특허를 받았다. 이 쥐는 암유전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성장하면서 결국 암에 걸리고야 마는 이 쥐는 평생 인간에게 실험당하다 죽는다.

 

많은 동물이 실험실에서 인간의 조작으로 태어났다. 대체로 의학 목적에서였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목표 유전자를 넣으면 그게 잘 삽입됐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때 해파리에서 형광을 내게 하는 녹색형광단백질(GFP·Green Fluorescent Protein)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이 단백질을 생성하는 유전자를 해파리에서 분리해 복제했다. 이 유전자를 다른 동물에게 넣자, 그 동물 또한 형광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유전자는 생명의 범용 설계도인 것처럼 보였다. 놀라운 발견이었다! 과학자들은 목표 유전자를 삽입하면서 GFP 유전자도 함께 넣으면 어떨까 생각했다. 그 개체가 형광을 띤다면 목표 유전자도 기능한다는 뜻이니 이보다 편한 식별 장치가 어디 있으랴.

 

1990년대 정보기술 기업 거품의 직격탄을 맞고 실의에 빠져 있던 두 청년 사업가 리처드 크로켓과 앨런 블레이크에게 괜찮은 생각 하나가 떠올랐다. GFP 유전자를 넣은 형질전환 물고기를 관상어로 팔면 어떨까? 기술은 이미 나와 있었다. 싱가포르국립대학 연구진이 수질이 나빠지면 네온사인을 켜는 수질 경보용 물고기를 만들고 있었다. 그들은 이미 제브라피시의 배아에 GFP 유전자를 쏘아 형광 제브라피시를 만드는 단계까지 나아가 있었다.

 

글로피시가 번식해도 소유주는 글로피시

두 청년은 요크타운테크놀로지라는 업체를 만들고 이 기술을 가져온다. 그리고 글로피시’(GloFish)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내다 판다. 시장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물고기를 탈색해 염색하는 기존 방법보다 훨씬 고통을 적게 주었고 색깔도 더 예뻤다.

 

온라인쇼핑 아마존에선 글로피시 라이브 컬렉션이 전용 물고기 밥과 함께 85달러에 팔린다. ‘일상에 색채를!’라는 홍보 문구와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이 이어진다.

 

글로피시는 화려한 색깔을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색소를 주입하거나 염색한 물고기가 아닙니다. 글로피시는 죽을 때까지 가는 화려하고 건강한 비늘을 부모에게서 물려받았습니다. 글로피시는 가정과 사무실, 교실에 놔두기 좋습니다!”

 

나이키가 나이키인 것처럼, 글로피시는 글로피시다. 지금 바로 구글에 쳐보면 알겠지만, 글로피시 옆에는 특허 상품임을 표시하는 기호가 항상 따라다닌다. 글로피시가 번식해도 그것은 반려인 소유가 아니다. 글로피시를 만든 회사 것이다.

 

과거에 우리가 동물 유전자에 손대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다만 그것은 아주 장기적이고 우연적인 방식이었다. 알프스 목장의 양치기 개나 북극의 썰매견은 하루아침에 태어나지 않았다. 근대사회가 되면서 축산업이 발전해 동물 유전자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긴 했다. 하지만 그때는 유전자조작이 전통적 방식, 즉 특정 형질을 지닌 정자와 난자가 만나는 것으로 이뤄졌다. 인공수정도 이런 점에서 여전히 전통적이다.

 

그러나 유전자편집은 새로운 차원의 일이다. 온코마우스의 경우는 의학 목적이라 치더라도, 글로피시처럼 인간의 미적 가치를 충족하기 위해 동물 유전자를 바꾸어도 되는 것일까. 지금은 괴이하게 여기지만, 독특한 미적 감각이 있는 사람들을 위해 형광 고양이와 형광 개를 판다면? (둘은 이미 실험실에서 완성됐다. 형광 개 루피는 이병천 서울대 교수의 작품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없앤 저자극성 고양이는 또 어떤가? 인간은 편리함에 쉽게 항복하는 습성이 있다. 저자극성 고양이는 초기 감정적 저어함을 극복하고 인기를 끌 것이다.

 

알레르기 프리 고양이, 꼬리 없는 돼지

이런 경우도 있다. 공장식 축산 농장에서는 돼지의 꼬리를 자른다. 다른 돼지들이 뒤에서 꼬리를 무는 것을 막기 위해 새끼일 때 미리 꼬리를 자르는 것(단미)이다. 동물보호 운동가들이 대표적인 동물복지 저해 행위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렇다면 형질전환으로 꼬리 없는 돼지를 만든다면?

 

유전자편집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유전자조작이 동물의 고통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면, 타 생명체의 고통에 공감하는 전통적 생명윤리도 도전받을 것이다. 어쩌면 죄의식 없이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그것이 인간과 동물에게 이상적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남종영 <한겨레> 기자 fandg@hani.co.kr


소리없는 판데믹 대기오염연간 880만명 사망

전 세계인 기대수명 3년 단축 효과

심혈관 질환 영향이 전체의 43%

대기오염 사망의 75%60세 이상

차드 7.3년 최악...콜롬비아 가장 청정

한국 2.1680...북한 4.4712

 

대기오염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은 판데믹이라 할 만하다. 픽사베이

 

전 세계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호흡기 감염병 코로나19’ 대응책 마련에 온 세계가 고심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세계적 대유행병(판데믹)에 이르는 피해를 입히면서도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것이 있다. 바로 심혈관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대기오염이다. 아마도 바이러스 질환과 같은 급성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서서히 스며든 탓으로 보인다.


막스플랑크연구소를 주축으로 한 독일 연구진이 유럽심장학회가 발행하는 심혈관 연구'(Cardiovascular Research) 저널 33일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분석 결과, 대기 오염은 한 해 880만명의 조기 사망자를 유발(2015년 기준)하고 있으며, 이는 전 세계인의 기대수명을 2.9년 단축시키는 것과 같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이는 흡연, 에이즈, 말라리아가 인류 사회에 끼치는 피해를 훨씬 웃도는 것"이라며 이를 대기오염 판데믹'(air pollution pandemic) 상황으로 지칭했다. 기대 수명 단축 효과의 경우 흡연은 2.2(720만명 사망), 에이즈는 0.7(100만명 사망), 말라리아는 0.6(60만명 사망)으로 계산됐다. 전쟁을 포함한 모든 폭력적 방식의 사망자 수는 한 해 53만명으로, 수명 단축 효과는 0.6년이었다.

 

나이가 많을수록 대기오염이 건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심혈관연구 저널

 

연구진은 하기도감염(LRTI), 만성 폐쇄성 폐 질환, 폐암, 심장 질환, 뇌졸중으로 이어지는 뇌 혈관 질환, 기타 고혈압이나 당뇨 같은 비전염성 질환을 합쳐 모두 6가지 질병에 대한 대기 오염의 영향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심장과 뇌 혈관 질환을 합친 심혈관 질환이 대기 오염으로 인한 수명 단축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걸 발견했다. 전체 수명 단축 효과의 43%나 됐다. 대기 오염은 특히 노인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자의 약 75%60세 이상이었다.

연구를 이끈 조스 렐리펠드 마인츠대 교수는 "대기 오염에 의한 사망자 수와 기대 수명 단축은 흡연과는 비슷하고 다른 원인보다는 훨씬 높다""대기오염은 체내 활성산소 증가에 따른 산화 스트레스를 높여 혈관을 손상시키고 이는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장쇼크 등을 유발한다"고 경고했다. 그는 특히 대기 오염에 의한 조기 사망은 말라리아의 19, 폭력(전쟁 등)16, 에이즈의 9, 음주의 45, 약물 남용의 60배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대기오염에 의한 사망의 3분의 2는 인간 활동에서 비롯된 오염물질 배출 때문이다. 픽사베이

 

대기오염 사망의 3분의2는 인간 활동 때문

동아시아 수명단축 효과 3.9년으로 가장 커

 

연구진은 또 인간이 만든 대기 오염과 사막먼지, 산불 같은 자연현상에서 나오는 대기 오염을 구분해 살펴봤다. 그 결과 조기 사망의 3분의 2는 인간에 의한 대기 오염 때문으로 나타났다. 주로 화석연료 사용이 주범이었다. 선진국에선 화석연료 비중이 80%나 됐다. 이를 제거하면 이론상 550만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인류의 평균 기대수명은 화석연료 사용을 중단하면 1년 이상, 인간 활동에 의한 모든 오염물질 배출을 중단하면 약 2년이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연구진은 대기오염의 피해 규모와 원인이 지역별로 큰 차이가 나는 것에도 주목했다. 동아시아는 기대수명 단축 기간과 인간 활동 영향이 가장 큰 지역이었다. 기대 수명 단축 기간은 3.9년이었으며, 이 가운데 3년이 인간 활동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아프리카에서는 그 기간이 각각 3.1, 0.7년이었다. 아프리카는 인간 활동의 영향이 가장 적은 지역이었다. 유럽은 기대수명 단축 기간이 2.2년이었으며, 이 가운데 1.7년이 인간 활동에 의한 것이었다. 북미에선 1.4년 중 1.1년이 여기에 해당했다.

 

나라별로는 아프리카의 차드가 7.28년으로 가장 컸다. 이어 시에라리온(5.88), 중앙아프리카공화국(5.38), 투르크메니스탄(4.99), 니제르(4.75) 차례로 아프리카 저개발국들이 상위권을 독차지하다시피했다. 대기오염 영향이 가장 작은 나라는 남미의 콜롬비아로 0.37년에 불과했다. 이어 남태평양 사모아(0.43), 에콰도르(0.44) 차례였다. 한국은 2.16년으로 전체 분석 대상 182개국 중 80위였다. 북한은 4.47년으로 12, 일본은 2.23년으로 75, 중국은 4.11년으로 16위였다.

 

연구진은 대기 중의 화학작용, 대기와 육상 및 해상의 상호작용, 자연적 및 인위적 배출 물질을 시뮬레이션한 모델을 만들어 이번 분석에 사용했다. 대기오염이 사망에 끼치는 영향을 연령별, 질환별로 살펴보고 이에 따른 기대수명 단축 효과를 지역별, 국가별로 광범위하게 분석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아마존과 아프리카 탄소 흡수능력을 잃다

국제학술지 '네이처'는 이달 5일 안개가 낀 울창한 열대우림의 모습을 표지로 실었다. 아프리카 중서부 지역에 있는 콩코의 열대우림을 촬영한 것이다. 표지 속에 나무가 빽빽하게 자라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콩고 열대우림은 남미 아마존 열대우림 다음으로 전 세계 두번째로 넓다. 1725221(제곱킬로미터)로 이는 한반도 전체 면적에 8배에 해당한다. 그 크기만큼이나 열대우림이 머금은 이산화탄소의 양도 엄청나다. 850t에 이르는 탄소를 머금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아마존 열대우림과 함께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인류가 발생시킨 이산화탄소의 15%를 흡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워니스 후바우 벨기에 중앙아프리카박물관 생물학과 연구원 연구팀은 1983년부터 2015년까지 아마존과 아프리카 지역의 열대우림을 관찰한 결과를 이번주 네이처에 소개했다. 후바우 연구원이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하던 영국 리즈대를 비롯해 세계 100개 기관이 이번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팀은 콩코 열대우림을 포함해 아프리카 열대우림 244곳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은 나무의 성장과 사멸을 관찰해 계산했다. 그런 다음 기존에 발표됐던 아마존 열대우림 321곳의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과 비교했다.

 

아마존 열대우림의 탄소흡수 능력이 1990년대부터 떨어진 반면,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탄소흡수능력은 지속해서 유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 열대우림은 1983년부터 2015년까지 쭉 매해 1헥타르(ha)0.66t의 탄소를 흡수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아마존과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탄소흡수 능력은 1990년대부터 갈리기 시작했다이런 차이는 아마존의 나무가 소실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부터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런 관찰결과를 활용해 미래 두 열대우림의 탄소흡수능력를 추정했다. 그 결과 아프리카 열대우림의 경우, 2030년이 되면 2010~2015년에 비해 탄소흡수능력이 14% 줄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마존의 경우 2035년이 되면 탄소흡수능력이 '제로'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했다.

 

후바우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두 열대우림의 탄소흡수능력이 1990년 정점에 달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하지만 기후변화로 열대우림은 탄소를 흡수하는 곳이 아닌, 탄소를 방출하는 곳으로 역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힘든 사냥보다' 어선 올라 물고기 슬쩍 수달 포착 눈길

환경오염으로 먹이 구하기 쉽지 않은가 보다. 사냥은 하지 않고 어부들이 잡아 온 고기를 슬쩍하는 영리하고, 앙증맞은 수달이 카메라에 잡혔다. 6일 오전 전남 강진 마량항에 정박해 있는 어선에서 고기를 훔치는 천연기념물 제330호 수달이 포착됐다.

 

수달을 찍은 장우영씨는 "마량항을 지나가는데 어선에서 움직임이 있어 자세히 보니 수달이 물고기를 훔쳐 바다로 도망가고 있었다"면서 "수달의 고기 절도(?) 행각은 어민들 사이에서도 회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달은 야행성 동물로 어류를 주로 사냥하며 규모가 큰 하천에서 서식한다.그러나 최근 들어 환경오염으로 먹이 사냥이 쉽지 않아 양식장 등에 출몰해 피해 신고가 보고되고 있다.

 

조류·자연환경탐조가인 고경남씨는 "수달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는 없지만 최근 하천의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에서 종종 목격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기수역 인근 항구에서 조업을 마치고 들어온 어선의 어창이나 어구, 어선 바닥에서 사냥은 하지 않고 손쉽게 먹이를 슬쩍하는 수달이 종종 있다""수달은 후각이 매우 발달해 사냥이나 위험을 후각으로 인지한다"고 설명했다. 수달 수명은 20여년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낙동강 하구 가덕 정거마을에서는 이 장면이 일상적이다

 

시베리아 동토서 발굴 46천년 전 종다리의 비밀

매머드 멸종 당시 두 아종으로 나뉘어 기후변화 살아남아

 

매머드와 함께 빙하기 초원에서 살던 종다리의 사체가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온전한 상태로 발견됐다. 로베 달렌 제공.

 

북유럽에서 시베리아를 거쳐 북아메리카까지 북반구 전역에서 매머드가 어슬렁거리던 빙하기 생태계를 증언해 줄 새로운 동물이 시베리아 영구동토에서 발견됐다. 이제까지는 털매머드, 털코뿔소, , 들소 등 포유동물의 사체가 대부분이었지만 이번에 발굴된 동물은 처음으로 조류이다.

 

스웨덴 스톡홀름대 고유전학 센터와 미국 메인대 등 국제 연구진은 2018년 시베리아 북동부 인디기르카 강변 동토대에서 고대 종다리 사체 한 구를 확보했다. 당국의 허가를 받은 화석 사냥꾼들이 지하 7m 동굴 속에서 찾아낸 완벽하게 보존된 새였다.

 

빙하기 종다리 사체가 발굴된 시베리아 동북부(붉은 점) 위치. 뒤섹스 외 (2020)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제공.

 

연구자들은 이 새에서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를 과학저널 커뮤니케이션 바이올로지’ 21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새의 사체를 탄소 연대 측정한 결과 46000년 된 것으로 나타났다. 115000년 전 시작해 11700년 전까지 지속한 마지막 빙기의 중후반 무렵에 살았던 새였다.

 

이 새와 거의 같은 종다리가 현재도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 북부에 살고 있다. 툭 터진 지형이 있는 농경지, 해변, 공항 등을 좋아해 해변종다리로 불리는 새이다.

 

빙하기 종다리의 직계 후손인 해변종다리는 현재 유라시아와 북아메리카에 널리 분포한다. 안드레아스 트렙테,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흥미롭게도 동토에서 발견된 종다리는 해변종다리와 비슷했지만 유전적으로 약간 차이가 났다. 주 저자인 니콜라스 뒤섹스 스톡홀름대 연구자는 유전자 분석 결과 이 새는 현생 해변종다리의 두 아종인 시베리아 종다리와 몽골 종다리의 공통 조상으로 나타났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무언가의 이유로 동토에서 발견된 종다리가 시베리아 아종과 몽골 아종으로 갈라져 진화했다는 것이다. 그 원인은 무얼까. 연구에 참여한 로베 달렌 고유전학 센터 교수는 빙하기 말에 접어들면서 매머드가 살던 초원은 나뉘어 요즘 우리가 보는 것처럼 북쪽엔 툰드라, 중간엔 침엽수림대, 남쪽엔 초원 지대가 됐다이번 연구 결과는 초원에서 매머드가 사라지던 같은 시기에 종다리의 종 분화가 일어났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털매머드와 털코뿔소 같은 거대 초식동물은 빙하기가 저물면서 멸종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러나 이 종다리는 기후변화로 달라진 생태계에 적응해 두 아종으로 나뉘면서 살아남은 셈이다.

 

빙하기 종다리와 같은 지역에서 발굴된 18000년 전 강아지(개 또는 늑대) 사체. 세르게이 페도로프 제공.

 

이번에 종다리가 발굴된 인디기르카 강변에서는 다양한 시대의 빙하기 고생물 사체가 발견돼 당시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동물진화의 역사를 밝히는 데 기여하고 있다. 201818000년 전 를 비롯해 5만년 전 동굴 사자, 32000년 전 초원 늑대, 34000년 전 털코뿔소, 9000년 전 들소 사체 등이 이 지역에서 발견됐다.

 

특히 2018년 발견된 사체는 머리, , 수염, 눈썹, 입 등이 거의 완벽하게 보존된 상태인 2개월 된 수컷 강아지였는데, 고유전학 센터가 유전자 분석을 한 결과 개인지 늑대인지 알 수 없는 것으로 밝혀져 더욱 관심을 끌었다. 초창기 개 또는 늑대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와 늑대의 조상은 150004만년 전에 갈라져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용 저널: Communications Biology, DOI: 10.1038/s42003-020-0806-7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나방의 노이즈 캔슬링’, 박쥐 회피 새 기술

박쥐가 내쏜 초음파 85%까지 가슴 비늘에서 흡수해 스텔스 기능

 

연구 대상인 귀 없는 나방. 가슴에 털처럼 난 비늘로 박쥐가 내쏜 초음파의 대부분을 흡수해 위치 파악을 어렵게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토마스 닐 제공.

 

6500만년 전 박쥐의 등장은 나방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위장 무늬 등 시각적 교란으로 포식자를 피하던 이제까지의 전략은 쓸모없게 됐다. 박쥐는 초음파를 내쏘고 반사파를 통해 먹이의 위치를 파악하는(반향정위), 청각을 이용하는 전혀 새로운 포식자였기 때문이다.

 

나방이 획득한 새로운 방어전략은 초음파를 듣는 능력이었다. 박각시나방처럼 박쥐의 초음파가 들리면 방해 음파를 발사하는 앞선 방어 무기도 나왔다.

 

그러나 나방의 절반 가까이는 아직도 초음파를 듣는 귀가 없다. 긴꼬리산누에나방은 대신 기다란 꼬리로 초음파를 교란해 치명적인 첫 공격을 피한다(관련 기사: 나방 긴 꼬리로 반격 박쥐의 초음파 교란).

 

귀가 없는 나방 가운데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흡수해 반사파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포식자를 피하는 새로운 스텔스기술이 쓰이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 나방의 비늘에서 박쥐 초음파를 최대 85%까지 흡수하는 능력이 확인됐다.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이 능동적으로 주변의 소음을 죽인다면, 나방의 비늘은 미세구조를 이용한 수동적 노이즈 캔슬링 기능을 발휘하는 셈이다.

 

시각으로 본 나방과 나비의 모습(왼쪽). 박쥐에게는 초음파가 반사된 음파로 구성한 오른쪽 모습으로 감지된다. 나방이 나비보다 반사파가 적고 가슴 부위가 특히 흐릿하다. 토마스 닐 제공.

 

토마스 닐 영국 브리스톨대 생물학자 등 이 대학 연구자들은 과학저널 왕립학회 인터페이스’ 25일 치에 실린 논문에서 나방 가슴에 난 비늘이 넓은 주파수대(20160)에 걸쳐 스텔스 코팅 구실을 한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비늘은 얇고 가벼우면서도 넓은 대역에 걸쳐 여러 방향에서 오는 초음파를 효과적으로 흡수했다고 밝혔다.

 

나방의 몸은 미세한 비늘로 덮여, 체온을 조절하고 꽃가루 등이 들러붙지 않도록 하며 포식자로부터 위장한다. 날개에는 비늘이 안장형으로 덮여 있지만, 가슴에는 털 모양의 비늘이 빽빽하게 나 있다.

 

연구자들은 가슴의 털 모양 비늘이 박쥐의 초음파 에너지를 대폭 줄이고, 박쥐가 나방을 감지할 수 있는 거리가 25%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나방의 생존율을 높인다는 사실을 모델링을 이용한 계산으로 밝혔다. 주 저자인 토마스 닐 박사는 나방이 상업적인 방음기술과 비슷한 수준의 방음효과를 내는 것으로 나타나 놀라웠다. 성능은 비슷해도 훨씬 얇고 가볍다고 이 대학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귀 없는 나방 가슴 비늘의 주사전자현미경 모습. 닐 외 (2020) ‘왕립학회 인터페이스제공.

 

연구자들은 나방 가슴 비늘의 미세구조는 음파가 비늘의 털 사이로 연결된 공기주머니로 들어와 공기분자를 진동시켜 에너지를 잃도록 돼 있다그러나 일반 섬유질 흡음재료로는 이룰 수 없는 효과를 내는 미세구조가 더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수천만년 동안 계속돼온 박쥐와 나방 사이의 진화 군비경쟁은 아직도 계속된다. 귀 없는 나방이 스텔스 비늘로 박쥐의 초음파를 무디게 만드는 데 대항해 박쥐는 초음파를 내는 방식을 바꿔, 나방이 날아갈 때 나방 전체 모습이 아니라 날개가 번득이는 모습을 포착해 먹이를 사냥한다고 연구자들은 덧붙였다. 닐 박사는 나방의 생물학적 흡음 시스템을 새로운 방음기술 개발에 적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용 저널: Royal Society Interface, DOI: 10.1098/rsif.2019.0692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꽃보다 나비가 7천만년 먼저 진화했다

2억년 전 가장 오랜 나방 비늘화석 발견

수분 섭취 위해 이미 긴 대롱 입 지녀

 

꽃이 등장하기 훨씬 전인 2억년 전 나비목 곤충의 비늘 화석을 찍은 전자현미경 사진. 바스 반 데 스쿠트부루헤 제공.

 

나비와 꽃은 서로를 돕는 대표적인 공생 생물이다. 나비는 꽃가루를 옮겨 식물의 번식을 돕고 대신 영양가 풍부한 꽃꿀을 먹는다. 나비와 나방은 꽃꿀을 효과적으로 빨기 위해 대롱 모양의 긴 대롱을 진화시켰다.

 

이런 상식을 뒤집는 발견이 이뤄졌다. 반 엘디지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대학원생(연구 당시)은 독일에서 중생대 트라이아스기와 쥐라기 지층에서 꽃가루 화석을 찾고 있었다. 땅속에서 확보한 퇴적암을 분쇄해 산에 녹인 뒤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작업을 하던 중 낯선 물체를 발견했다. 원시 나방의 비늘이었다.

 

나비목(나방과 나비)은 매우 인기 있는 연구분야이지만 진화 역사는 베일에 가려있다. 화석이 드물게 발견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정설은 최초의 꽃이 피는 식물이 등장한 13000만년 전 최초의 나비목이 갈라져 나왔다는 것이다.

 

화석으로 발견된 원시 나방과 같은 무리에 속하는 대롱 입이 있는 현생 나방의 표본. 호세인 라자에이 제공.

 

그러나 이번 연구에서 발견한 나방 화석은 그보다 7000만년 전인 2억년 전의 퇴적층에서 나왔다. 발견한 비늘 화석은 70개였는데, 이 가운데 20개는 속이 빈 형태였다. 비늘이 다양한 것은 여러 종의 나비목 곤충에서 떨어진 비늘이 낮은 곳에 쓸려 들어 쌓였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2억년 전에 이미 다양한 나비목 곤충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생 나비목과 대조해 보면 긴 대롱 입을 지닌 나비목에서 모두 비늘의 중앙이 비어있다. 연구자들은 이를 통해 가장 오랜 나비목 곤충은 긴 대롱을 둘둘 만 형태의 입을 가졌을 것으로 보았다.

 

» 대롱 입을 지닌 현생 나방의 대롱과 거기 달린 비늘의 주사전자현미경 사진. 호세인 라자에이 제공.

 

2억년 전 원시 나방의 비늘 화석. 위 사진의 비늘 형태와 유사하다. 티모 반 엘디지크 제공.

 

그렇다면 꽃꿀도 아직 없을 때 대롱 입은 왜 진화했을까. 연구자들은 덥고 건조하던 시기에 효율적으로 수분을 섭취하기 위해 대롱 형태의 입이 진화했을 것이라고 논문에서 설명했다. 이후 원시 나비는 소나무 같은 겉씨식물이 공기 중의 꽃가루를 붙잡으려고 분비하는 당분 방울을 섭취했고, 백악기에 꽃이 피는 식물이 등장하자 꽃꿀을 빠는 본격적인 공생관계를 형성했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추정했다.

기사가 인용한 논문 원문 정보:

Timo J. B. van Eldijk et al, A Triassic-Jurassic window into the evolution of Lepidoptera, Sci. Adv. 2018;4: e170156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언덕 저편에

Haris Alexiou (Greek: Χάρις Αλεξίου 1950)
Agnostos Tytl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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