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항공운송협회 “세계 항공산업 올해도 적자 수렁”
IATA “올해도 최소 84조원 손실” 전망
지난해 12월 예측보다 내려
코로나19 백신 접종에도 불구하고 세계 항공산업은 올해도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지 못할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가 지난달 26일(현지시각) 발표한 2021년 항공산업 전망을 보면, 올해 세계 항공업계는 최소한 750억달러(약 84조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이 기관이 지난해 12월에 한 전망(480억달러·약 54조원 손실)보다 더 빠진 예측이다. 올 4분기(10~12월)에도 분기 기준 흑자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고 이 기관은 덧붙였다. 올 상반기 변종 코로나 바이러스 출현 등으로 각국 정부가 여행 제한 조처를 강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알렉산드르 드 주니악 국제항공운송협회 사무총장은 “올해 세계 항공산업의 가장 좋은 시나리오1은 750억달러의 손실 예상이고, 안좋은 시나리오2는 950억달러(약 106조원)의 손실 예상”이라며 “더 많은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제항공운송협회는 이런 상황에서 충분한 현금 확보가 항공사의 생존과 실패를 결정한다며 더 많은 항공사가 현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 항공업계는 지난해 320억달러(약 36조억원)에 이르는 사상 최악의 손실을 입으면서도 사상 최대의 현금보유액을 기록했다. <시엔엔>(CNN)에 따르면, 지난해말 기준 미국 4대 항공사(아메리칸, 델타, 유나이티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현금보유액은 315억달러로, 2019년 말의 130억달러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리얼미터] “가덕도특별법 잘못된 일” 53.6% “잘된 일” 33.9%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힘을 합쳐 밀어붙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잘못된 일’이라는 의견이 다수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는 <와이티엔>(YTN) 의뢰로 지난달 26일 전국 만 18살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한 결과(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 응답자의 53.6%가 “잘못된 일”이라 평가했다고 1일 밝혔다. “잘된 일”이라는 응답은 33.9%로 오차범위 밖이었다. “잘 모르겠다”는 12.6%였다.
대규모 지역 사업에 대한 특별법인 만큼, 지역별로 여론의 편차가 컸다. 여권 지지층이 많은 광주·전라 권역에서는 “잘된 일”이라는 응답이 52.0%(‘잘못된 일’ 30.7%)로 긍정 평가가 더 많았다. 반면 특별법의 수혜 지역인 부산·울산·경남 권역에서조차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54.0%(‘잘된 일’ 38.5%)에 달했다. 영남권 신공항 사업을 두고 부산과 경쟁했던 대구·경북 권역에서는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73.4%에 달했다. 이 밖에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우세했다. 설문 문항 등 보다 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 누리집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참고하면 된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신공항 부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하는 등 절차적 요건을 간소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규모 국책 사업을 경제성 평가도 거치지 않고 밀어붙이는 데 대한 비판이 제기됐지만, 보궐선거를 앞둔 여야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지난달 26일 특별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무산 위기 신공항, 부울경 시·도민 나서면서 ‘기사회생’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신공항 검토부터 국회 통과까지
2002년 4월 15일 김해 돗대산 여객기 추락사고 현장. 부산일보DB
부산·울산·경남 800만 시·도민의 한 맺힌 숙원인 가덕신공항이 오랜 논란의 종지부를 찍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특별법 통과를 알리는 의사봉이 두드려진 지난달 26일, 동남권관문공항추진 부울경범시민운동본부와 상공계 등 신공항을 염원했던 시·도민의 기쁨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수도권 일극주의 속에서도 고비마다 신공항 건설의 불씨를 지켜 낼 수 있었던 건 부울경 시·도민의 끈질긴 노력과 헌신 덕분이었다.
중국 민항기 돗대산 참사 계기
노무현 전 대통령 공식 검토 지시
두 번 좌초 위기 시민이 불씨 살려
가덕신공항은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번의 정부를 거치며 정부 용역 과제로 6차례 검토됐고, 두 번이나 백지화됐다. 그야말로 격변의 역사였다.
김해공항을 대체하는 신공항 건설 시민운동이 시작된 것은 1995년 3월이었다. 당시 ‘바른공항건설 시민연대’가 신공항 운동을 시작했고, 2001년에 가덕도가 신공항 최적지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2002년 4월 15일 중국 국제항공공사 민항기 추락 참사가 발생했다. 이 사고를 계기로 동남권에 안전한 국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폭발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6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선 후보로 “중앙정부의 결단을 통한 부산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임기 막바지인 2006년 12월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에 대한 공식 검토를 지시했다.
2016년 6월 14일 부산 광복로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 궐기대회’ 모습. 부산일보DB 2016년 6월 14일 부산 광복로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유치, 범시민 궐기대회’ 모습. 부산일보DB
하지만 2007년 7월 신공항 건설을 공약했던 이명박 정부가 2011년에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기로 백지화를 결정하고 만다. 2010년 7월 부터 2011년 3월까지 민간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가 입지평가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밀양과 가덕도에서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큰 충격에 휩싸였던 부울경 시민단체와 상공계는 다시 힘을 내어 2012년 대통령 후보들을 직접 만나 신공항 건설을 설득했다. 그러나 오랜 논란과 갈등 끝에 2016년 6월 박근혜 정부가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은 사실상 표류했다. 그러자 대구·경북은 곧장 김해신공항 결정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군 공항과 대구공항을 통합 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2016년 6월 21일 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16년 6월 21일 ADPi 장 마리 슈발리에 수석 엔지니어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일보DB
2017년 5월 임기를 시작한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다시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을 포함시키면서 가덕신공항을 향한 희망이 되살아났다. 이후 김해신공항 부울경 검증위원회를 거쳐 2019년 6월 김해공항 확장안이 국무총리실로 넘어가 검증 절차를 밟게 됐다. 드디어 국무총리실 신공항검증위원회가 지난해 11월 17일 “김해신공항 추진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전격 발표했다. 가덕신공항은 지난해 11월 여야가 잇따라 가덕신공항 건설 특별법을 발의하면서 급물살을 탔고, 마침내 지난달 26일 역사적인 특별법 통과로 오랜 논란은 끝을 맺었다.
박세익·민지형 기자 run@busan.com
가덕특별법 통과]‘꿈을 현실로’ 결정적 장면 7가지
여야 합의에 따른 특별법 제정으로 가덕신공항은 2029년 12월 준공을 목표로 신속한 건설을 위한 방아쇠가 당겨졌다. 2002년 4월 15일 김해공항 중국 국제항공공사 민항기(CA-129vus)의 돗대산 추락으로 한국인 111명을 포함한 129명이 사망하며 동남권의 안전한 국제공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역의 목소리가 본격화된 지 19년 만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지시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 타당성 공식검토가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이후 박근혜 정부에서 김해공항을 확장하는 안으로 동남권 신공항을 만들겠다고 정치적 결정을 내리면서 사업은 사실상 표류했다.
노무현·이명박·박근혜 3번의 정부를 거치며 6번 정부 용역 과제로 검토됐고, 2번이나 백지화됐다. 그야말로 격변의 역사였다. 특별법이 제정되는 과정을 중심으로 7개 결정적 장면을 뽑아 가덕신공항이 불가역적 사업으로 진행까지의 기나긴 여정을 되돌아보고 소개한다.
①김해공항, 중국 민항기 추락사고
2002년 4월15일 승객과 승무원 166명을 태운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던 중 기상악화로 인해 돗대산에 추락했다. 당시 한국인 111명 등 총 129명이 숨졌다. 이 사고를 계기로 김해공항의 안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김해신공항(확장안)이 백지화될 수 밖에 없던 이유도 이 추락사고와 무관치 않다. 안전의 문제다. 김해공항에 V자 활주로를 만들어 관문공항으로 만들려면 14방향 신활주로 주면 금정산과 승학산 등 산악장애물 회피가 곤란하다. 이로 인해 산악장애물 위협을 회피할 수 있는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선정됐다.
②노무현 전 대통령, 동남권신공항 건설 검토 지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2년 16대 선거에서 대선 후보로 "중앙정부의 결단을 통한 부산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뒤 임기 막바지인 2006년 12월 동남권신공항 건설을 공식 지시했다. 노 전 대통령은 부산 북항 재개발 종합계획 보고회에서 "지금까지 비공식으로 검토해왔는데, 이제 공식적으로 검토해 가급적 신속하게 방침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 부처의 동남권 신공항 공식 검토가 시작됐다. 이후 국토연구원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항공수요조사와 사전타당성 검토를 시행했다. 이후 2010년 7월 부터 2011년 3월까지 서울대 박창호 교수(위원장) 등 민간전문가 20명으로 구성된 입지평가위원회가 입지평가를 했지만, 이명박 정부는 밀양과 가덕도 모두에서 신공항을 추진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후 2013년 항공수요조사가 시작되는 등 절차를 거쳐 2016년 6월 21일 박근혜 정부는 김해공항을 확장해 신공항을 만들면 된다고 결정했다.
③문재인 정부, 2019년 12월 6일 총리실 재검증위 발족
김해공항 확장안으로 결론나면서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2018년 12월 발표하는 등 안전 문제 등에도 불구하고 김해공항 확장을 밀어붙였다. 이에 부산·울산·경남은 더불먼민주당 김정호 의원을 단장으로 하는 자체검증단을 만들어 안전성 문제, 소음문제, 활주로 용량 등 시설문제와 조류서식지 훼손 등 환경문제를 근거로 김해공항 확장사업을 백지화할 것을 2019년 1월 16일 공식 요구했다. 갈등이 지속되면서 국토교통부와 부울경은 국무총리실에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 김해공항 확장안의 적정성에 대한 논의를 요청하면서 그 결과를 따르기로 합의했다. 2019년 6월 김현미 당시 장관과 3개 시·도지사가 합의해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 신공항의 적정성에 대해 총리실에서 논의하고, 그 검토 결과를 따르기로 한다”고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이후 검증위 출범까지는 다시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중립적이고 전문적인 검증위를 맡은 위원장을 세우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이 총리는 부울경 정치인과 상공인 등을 두루 만나면서 재검증이 필요하고, 가덕신공항에 대한 확신을 얻으면서 검증위원장을 직접 모셨다고 한다. 결국 같은 해 12월 6일 이낙연 총리실 산하에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검증위)가 출범했다. 검증위는 안전, 시설운영·수요, 소음, 환경 4개 분야 11개 쟁점, 22개 세부 항목에 대해 21명의 전문가가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④검증위 띄우고, 발로 뛴 이낙연
검증위를 발족하고 여당 대표로 자리를 옮긴 이낙연 대표는 검증위 결과 발표를 앞두고 사그라드는 가덕신공항의 분위기를 전환하는 중대한 변곡점을 만들었다.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결론 발표가 임박한 지난해 9월께부터 부울경은 극도로 뒤숭숭한 분위기였다. 검증위 안전분과의 거센 문제 제기에도 검증위가 이를 무시하고 ‘김해신공항 유지’로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정황이 감지되면서 가덕신공항이 또한번 ‘희망고문’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점증하고 있었다.
이 대표는 검증위 활동에 관여하진 않았지만, 수시로 내부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이 대표는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문재인 대통령과 꽤 오랜 통화를 나눴다. 이 대표는 김해공항 확장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고, 이를 문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신속하게 움직였다. 지난해 10월 초 추석 연휴에 김해 봉하마을을 찾았을 때 지역 언론에 검증위 결과를 바탕으로 정부가 제대로 된 관문공항을 추진할 것이라며 가덕신공항으로 전환을 알리는 신호탄을 쐈다.
⑤검증위 "근본적인 검토 필요" 김해신공항 백지화
김해신공항 검증위는 지난해 11월 17일 검증결과 발표 직전까지 15차례의 설명회와 토론회, 4차례의 현장검증을 했다. 비행절차 전문가 의견청취했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법제처 등 관계기관의 유권해석 등을 거쳐 김해신공항 건설은 근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검증위는 안전과 시설운영·수요, 환경, 소음분야에서 상당부분 보완이 필요하며, 장애물제한표면의 진입표면 높이 이상의 산악 장애물을 원칙적으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예외적으로 방치하려면 부산시장 등 관계행정기관의 장과 협의를 해야하는 데 이런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고 했다. 특히 동남권 관문공항이 되기 위한 미래 확장성이 없다며 김해신공항 추진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검증했다.
⑥여야, 특별법 신속 발의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검증위 발표 직후인 11월 20일 '부산가덕도신공항특별법안'을 발의했다. 박수영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야당 부산의원 15명이 모두 서명했다. 국민의힘 부산 의원들은 법안에서 20년이 넘게 해당 사업이 추진되지 않아 국가적, 사회적 갈등과 비용을 초래했기 때문에 신속하고 효율적인 신공항 건설의 필요성이 제기된다고 제안이유를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시 한정애 정책위의장이 대표발의하는 방식으로 138명이 서명한 메머드급 '가덕도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2030 부산 세계박람회의 성곡적 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을 위해 법안이 필요하다고 적시한 이 법안은 사실상 여당 의원 대부분이 서명하면서 특별법의 국회 입법 '순항'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여야가 법안을 제출했지만, 국민의힘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이 가덕신공항 건립에 반대하면서 국회에서 특별법 논의가 지지부진해려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가덕도를 찾아 '찬성' 입장을 당론으로 명시하면서 특별법은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처리될 수 명분이 완성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⑦문재인 대통령 25일 가덕도 찾아 “신속 진행” 못박아
특별법 통과를 하루 앞둔 25일 문재인 대통령은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가덕신공항 지원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힌 것은 처음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 행사차 방문한 부산 가덕도 인근 선상회의실에서 이 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특히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반대 입장을 드러낸 국토교통부를 향해 “국토부가 의지를 갖지 못하면, 원활한 사업 진행이 쉽지 않을 수 있다”며 “2030년 이전에 완공시키려면 국토부가 ‘역할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등 공항 건설 주무부처인 국토부 일부 항공관료들의 반발을 조기에 대응하고 가덕신공항 추진에 동력을 부여하려는 의지로 읽힌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가덕도 ‘대타협 특별법’은 어떨까
“문재인 정부가 왜 이럴까. 아무리 다급하다고 하더라도, 양심적인 정부라면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일까. 최근 정부가 ‘예비타당성조사’를 생략해도 좋은 국가적 사업 목록을 발표하면서 거기에 대규모 토건사업들을 쭉 나열한 것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뉴스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돌아가신 김종철 선생이 2019년 녹색평론 제165호에 쓰신 글이다. 가덕도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하는 과정을 보면서 김종철 선생의 빈자리가 유독 크게 느껴졌다. 뭐라도 한마디 하셨을 것 같다.
2020년 2월, 영국 항소법원은 히스로 공항 제3 활주로 건설이 온실가스 감축에 관한 파리협정 위반이라고 판결했다. 팬데믹 이후로는 더욱 그렇겠지만, 그 전에도 이미 항공업계에서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항공 총량을 줄여야 한다는 논의들이 있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소음 문제로 야간 항공 금지 판결이 내려진 이후로 많은 공항들이 24시간 공항에서 심야 휴무로 전환하는 중이다. 심야시간에는 대중교통이 없을뿐더러, 근무시간 단축 경향으로 점점 더 심야시간에 트럭 등을 운행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점점 노동시간을 줄여나가는 시대에 공항을 운행하는 화물차 종사자에게만 심야 근무를 하라고 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
공항과 관련해서 한국이 주로 참고하는 건 일본 사례인데, 일본엔 97개의 공항이 만들어졌다. 절반 이상인 54개가 지방관리공항이다. 일본에 공항이 이렇게 많아진 것은 1970년대 만들어진 공항정비특별회계 때문이다. 공항은 자기 지역 예산과 상관 없이 중앙정부의 특별회계를 사용할 수 있으니까, 1990년대 버블 공황 때 많은 지자체들이 지역경제의 회생을 목표로 공항을 지었다. 그래서? 일본에서 제일 처음 ‘지방소멸’이라는 문제가 발생했고, 공항 덕분에 지역경제가 살아난 사례를 찾기는 아주 힘들다.
부산·울산·경남에 제대로 된 국제공항이 필요한 거 아니냐? 파리항공공단엔지니어링이 제시한 김해공항 증설안은 부산에 불리한 결정이 아니다. 활주로 하나를 증설하고,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면 주변 지역을 정비하라는 거다. 물론 이 경우 산을 일부 깎아야 하는데, 부산시가 절대로 이 허가를 내주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전제에서부터 논의가 틀어졌다. 파리항공공단 측이 가덕도가 어렵다고 본 주요 이유는 환경적으로 우수한 지역이라서 입지로서는 불리하고, 애초의 동남권 신공항이라는 취지에 맞지 않게 너무 한쪽 경계로 치우쳐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다시 교통 인프라가 최소 몇조원 규모로 더 필요하게 된다.
아예 공항이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겠지만, 김해안(案)이 이미 있는 상황이므로 더불어민주당의 특별법은 설득력이 많이 떨어진다. 상식적으로 김해공항을 증설하는 게 빠르지, 생태 우수지에 바다를 매립하면서 온갖 법적 절차를 극복하는 게 더 빠르겠는가? 부산 지역에서 해외노선을 이용할 수 없다는 얘기도 그렇다. 지금도 김해는 국제공항이다. 노선을 그렇게 배정할 수 있게 정부에서 조정하면 된다. 수요 문제이지, 시설 문제는 아니다.
시민사회에서는 제주 제2공항 등 지역마다 존재하는 공항 반대 운동에 하나의 연대체를 만들려는 흐름이 생겼다. 김해공항 수정안의 법적 해석이 법제처로 가 있는 사이 민주당이 특별법을 만들었다. 행정적 절차를 놓고 조만간 행정소송이 진행될 것으로 안다. 행정부에서 국회로 그리고 다시 법정으로, 이제 동남권 신공항 3라운드가 시작된다.
1990년대 경제위기 때 일본의 지방정부가 특별회계를 사용해서 공항을 만든 것과 팬데믹 위기인 지금 부산이 같은 상황이다. 만약에 10조원 혹은 그 이상의 예산을 지방정부에서 자신의 예산이라고 생각하고 계획을 짠다면 환경 우수 입지에 해안을 매립하며 사회적 반대를 무릅쓰고 공항을 만들겠느냐? 제주도가 특별자치도로 전환했지만, 온갖 난개발로 질주하지는 않았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한다. 10조원 정도의 예산을 놓고, 부산 혹은 부울경이 이 예산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가덕도신공항에 대한 평가 절차가 진행되는 1년 동안 경제적 대안을 부산 시민들이 만들어보면 어떨까? 복지도 좋고, 교육도 좋고, 혹은 부울경 고속철도 등 지역 인프라도 좋다. 지역에서 좋은 대안이 나오면 최대 28조원이 들어간다는 신공항 대신 그 예산을 시민들에게 배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런 어려운 합의를 찾아내는 게 국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지역도 만족하고, 국민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환경적으로도 지속 가능한 대안을 찾는 논의를 시작하면 좋겠다. 찬반에 대한 지루한 법적 절차 대신 ‘가덕도 대타협 특별법’을 통해서 부울경에 대한 진정한 경제적 대안을 만들어가기를 희망한다. 공항은 빨라야 10년 후에 생긴다. 지역경제의 회생은 지금 필요한 조치다. 사회적 대타협, 못할 것 없다고 본다.
우석훈 성결대 교수·경제학자/ 경향
흐르는 강물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ㆍ아름다운 이 풍경, 다시는 못 볼 수도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의 젊은 시절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1993년 개봉작 <흐르는 강물처럼>은 미국 몬태나주 한적한 마을의 일상을 화면에 담담하게 담았다. 가족 간의 사랑을 주제로 한 이 작품은 누리꾼들 사이에선 바쁜 일상에서 한숨 쉬어갈 수 있게 하는 ‘힐링 영화’로 꼽힌다. 제목답게 등장인물들이 강물에서 플라이 낚시를 즐기는 모습은 이 영화의 백미다. 수면에 반짝이는 햇빛을 배경으로 낚싯줄을 저만치 던지는 장면은 구구절절한 대사 없이도 편안한 마음을 관객에게 선사한다.
그런데 최근 강의 상황은 이 영화처럼 낭만적이지 못하다. 영화의 주제에 부합할 만한 깨끗하고 풍요로운 강은 이제 지구상에서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하천 7곳 중 1곳만 생태계 정상
세계 하천 중 ‘생태계 유지’ 14%뿐
주요 원인, 인간이 들여온 외래종
미 1970년대 ‘아시안 잉어’ 수입
홍수로 자연에 유입돼 영역 넓혀
올해 2월 말 프랑스 폴 사바티에대 연구진은 강을 포함한 세계 하천 2500개를 분석, 온전한 생태계를 유지한 강은 전체의 14%에 불과하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게재했다. 민물 생태계의 터전인 강과 호수 등은 지구 표면의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좁지만, 척추동물의 4분의 1이 서식한다. 인간 세상으로 따지면 인구가 집중된 대도시의 주거 환경이 크게 악화된 것이다.
연구진은 민물 생태계가 파괴되는 가장 주된 이유로 외래종 창궐을 꼽았다. 외래종은 대부분 인간에 의해 들어온다. ‘아시안 잉어(Asian Carp)’가 대표적이다. 중국과 베트남에서 많이 볼 수 있었던 아시안 잉어는 1970년대 초 미국 남부 어장과 하수처리 공장에서 해조류를 제거하려고 수입했다. 그러다 1990년대 초 홍수로 자연에 유입된 뒤 미국을 남북으로 길게 관통하는 미시시피강을 거쳐 일리노이강으로 서식 영역을 넓혔다. 일리노이강은 오대호로 연결된다.
미국 일리노이강과 연결된 수로에서 아시안 잉어 수백마리가 물 밖으로 튀어오르고 있다. 아시안 잉어는 강의 플랑크톤과 작은 토착어종을 다량 포식하는 외래 어종이어서 이로 인해 미국 당국이 골치를 앓고 있다. 일리노이대 제공
플랑크톤과 토착어종을 전부 먹어 치우는 아시안 잉어로부터 오대호를 지키려고 2010년대 미국 당국은 1700억원을 들여 전기 장벽을 설치했다. 인위적으로 잡아들이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천적과 강한 번식력 탓에 근본적인 해결책은 못 된다. 미국 과학계에선 산란 장소를 파악해 대응하는 연구를 최근 진행하고 있지만, 확실한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전 세계적으로는 각각 미국과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배스와 틸라피아가 외래종으로 맹위를 떨친다. 특히 배스는 남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식용으로 도입됐다 민물 생태계로 스며든 뒤 현재는 한국 하천을 지배하는 최상위 포식자가 됐다.
■ 철갑상어의 경고…사람도 위기
중국은 양쯔강 물길 막는 댐 건설
철갑상어 등 회유어종 번식 막아
또 다른 문제는 댐이다. 강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알을 낳는 회유 어종에게는 치명적인 장애물이다. 연어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독특한 외모의 대형 어종인 철갑상어가 직격탄을 맞았다. 지난해 초 중국 양쯔강수산연구소는 국제학술지 ‘종합환경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주걱철갑상어’가 2005~2010년에 멸종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중국주걱철갑상어는 최대 길이가 7m까지 자라는 초대형 민물고기다. 주걱철갑상어는 중국 양쯔강과 미국 미시시피강에서 각각 소수가 서식하고 있었는데, 이제 미국에만 남게 된 것이다.
이전 연구에서 양쯔강의 서식 환경은 이미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지적받아 왔다. 댐이 물길을 막으면서 철갑상어가 상류를 향해 헤엄치는 기간이 단축됐고, 번식하기에 성숙하지 않은 신체 상태로 산란을 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 이어졌다는 것이다. 잇따른 댐 건설로 상승한 수온도 산란에는 악조건이었다. 양쯔강에는 2009년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이 있다.
민물고기가 사라지는 종합적인 현실은 숫자로 확인된다. 지난주 16개 국제자연보호단체가 만든 조직인 ‘세계의 잊힌 물고기(WFF)’는 1970년 이후 민물고기 개체 수가 76%나 급감했다고 보고서를 통해 밝혔다. 지난해에만 민물고기 16종이 사라졌다. WFF는 “오염과 남획, 기후변화 등이 겹치며 민물고기 개체 수는 ‘자유낙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물 생태계 파괴는 소득 수준이 낮은 사람들에게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킨다. 국제환경단체 네이처 컨서번시의 카르멘 리벤가 연구원은 영국 BBC를 통해 “민물고기는 가난한 이들의 식량과 수입원”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물고기 없는 텅 빈 강’이 인간을 향한 칼날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소고기 탐식은 시장의 축복, 그리고 기후의 저주
기후변화시대의 대안 식탁
우리 시대 먹거리의 왕좌에 앉은 것이 무엇인지는 쉽게 알 수 있다. 갖가지 TV 예능 프로그램이 출연자들에게 주는 제일 좋은 부상은 한우갈비이기 십상이다. 상품이 고기, 더구나 한우라는 걸 내켜하지 않는 출연자를 본 적이 없다. 아무리 채식인이 적은 사회라지만 다수 프로의 그 많은 출연자 중 단 한 명도 불편한 이가 없다는 게 놀랍다. 회식문화의 소고기 편애는 더욱 일반적이다. 그날 메뉴가 닭이냐, 돼지냐, 소냐에 따라 회식 등급이 결정되고 중요성도 판단할 수 있다. 닭이나 돼지는 동료끼리 먹는 것이다. 소를 먹는 건 상급자가 주최하는 일의 연장인 오피셜 세리모니라고 보는 게 n년차 사회인의 상식이다. 마시는 물에 대한 얘기도 빠뜨리면 안 된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생수병을 들고 마시는 출연자들이 흔하고 회식 자리에는 정수기에서 받은 물이 놓인다. 마실 물은 생수 아니면 정수기물이라는 공식이라도 있는 듯하다.
탐식의 승리
한국인의 소고기 탐식은 유래 깊은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우금령(牛禁令)이 1대 국왕 태조로부터 23대 국왕 순조에 이르기까지 22회 발령됐다고 기록하고 있다. 농업국가 조선은 농업 생산력의 핵심인 농우를 지켜야 했지만 소고기의 유혹적인 맛은 범법자를 양산했다. 우금령을 어기고 몰래 소를 도축한 이들은 엄하게 처벌됐다. 태조는 우금령을 범한 자를 태형에 처해 도성 밖으로 쫓아냈다. 이후의 국왕들도 엄벌을 지속했다. 관리라면 파직되거나 변방으로 내쫓겼고 백성들은 태형을 맞고 투옥됐다. 조선 최후의 국왕이자 대한제국 초대황제인 고종 시절에는 우금령을 어겨도 그저 경범죄 정도의 처벌을 받는 상전벽해가 일어났다. 조선 개국 초 3만 마리에 불과하던 소 사육 두수가 17세기 후반 이미 100만 마리를 넘어서는 등 농우 외에 육우의 지속적 증가 덕분에 조선말에는 명절이면 소고기 한 점 맛보는 일이 식탁의 귀한 풍경이되 희귀한 일은 아니게 됐던 것이다. 조선 우금령의 역사는 탐식의 욕망이 법의 금지를 이겨낸 사례라 할 것이다.
오늘날, 우리 시대의 소고기 탐식은 그 어떤 법도 규제하지 않는다. 오히려 국가와 시장이 축복하는 일이다. 통계청('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변화', 2020)에 따르면, 2019년 축산농가의 연평균소득은 7547만여 원에 달한다. 전국 농가 연평균소득 4118만여 원보다 45% 가까이 높다. 1983~2020년 사이 소 사육가구는 연평균 6.1%씩 줄어들었지만 한 가구가 키우는 마릿수는 1.5%씩 늘었다. 특히 100마리 이상 키우는 가구의 수는 연평균 12.7%씩 늘어났다. 사육 규모가 늘고 전문화되는 방향으로 발달해온 것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축산업 시장의 확대도 같은 구조다. 쇠고기를 원하는 소비 확대에 대규모 방목과 공장식 축산에 의한 생산 확대로 대응해온 역사가 현대 육우 축산업의 발달 과정이고 나아가 닭, 돼지, 양 등 주요 가축 육류 산업의 발달사이다.
막대한 소비, 더 막대한 생산
'통계로 본 축산업 구조변화'에 의하면 1965~2018년까지 54년 동안 축산업생산액은 연평균 12.4% 성장했다. 막대한 육류 소비 증가가 이런 성장을 견인했다. 1980년 우리나라의 1인당 육류소비량(소, 돼지, 닭, 오리, 기타)은 11.3kg(1일 30.9g)이었는데 2018년에는 53.9kg(1일 147.7g)으로 늘어났고 2028년에는 61.2kg(1일 167.7g)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늘어나는 육류 소비를 국내 생산만으로 충족하기 어려워 수입도 계속 늘었다. 1980년 우리나라 육류 자급률은 97.6%에 달했으나 2000년이 되자 78.8%로 떨어졌고 그로부터 18년이 지난 2018년에는 62.2%까지 급락했다. 이에 따라 2000년에 39만4000t이었던 육류 수입량은 2018년 104만6000t으로 사상 최초로 100만t이 넘었다. 다수의 자유무역협정(FTA)에 의해 관세가 철폐되는 효과가 일반화될 2028년이 되면 수입량은 124만4000t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세계 육류 생산량은 2018년 3억2700만t을 기록하고 있고 같은 해 세계 총 육류 수출량은 3400만t에 달한다.('OECD-FAO Agricultural Outlook 2019~2028', 2019)
석기시대와 현대의 지구상 총 생물유기체량을 추정한 연구('The biomass distribution on Earth', 2018)에 따르면 오늘날의 야생 포유류 생체유기체 총량은 10만 년 전에 비해 5배 가까이 줄었으나 대신 인류와 인류가 사육하는 가축 포유류의 증가로 지구 전체의 생체유기체 총량은 10만 년 전보다 4배 이상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한 현실을 지탱하기 위해 전 세계 농지 가운데 5분의 4가 가축 사료용 목초지 또는 농경지로 이용되고 있다고 고발('Global meat-eating is on the rise, bringing surprising benefits', 2019)했다.
ⓒpixabay언제까지 가능한가?
인류의 엄청난 육류 소비를 지탱하기 위해 축산업은 공간을 약탈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소고기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에 방화하고 그 자리를 대형 방목장으로 이용하거나 가축 1두당 사육공간을 극단적으로 줄인 이른바 공장식 축산이라 불리는 밀집사육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생산량은 담보할 수 있었지만 거대한 환경적 폐해를 불러왔다. 물 부족과 오염, 구제역과 돼지열병 그리고 조류독감 등의 전염병 창궐, 곡물의 사료 전용으로 인한 식량난에 이르기까지 현대 축산업의 그늘은 깊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는 우리 시대의 가장 거대한 환경문제이자 생존의 시험대인 기후변화의 심화로 수렴된다.
기후변화의 위기가 인류의 생존에 끼치는 악영향은 다양하게 나타나지만 가장 직접적인 것은 물과 식량의 위기를 불러온다는 것이다. 물발자국네트워크(Water footprint network)의 보고에 따르면 1kg을 생산할 때 채소의 물 발자국은 322ℓ, 곡물은 1644ℓ 정도다. 반면 닭고기는 4325ℓ, 돼지고기는 5988ℓ, 양과 염소는 8763ℓ, 소고기는 1만5415ℓ나 된다. 동물의 사육과 육류 생산에 소비되는 연간 물 사용 총량은 2422G㎥(기가세제곱미터)에 달하는데 그 중 98%가 사료용 작물 경작에 사용된다. 이렇게 막대한 물을 소비해 생산한 사료를 먹고 또 얼마간 직접 물을 음용하는 양도 있으므로, 소고기 생산에만 매년 거의 807.7G㎥(8077억 세제곱미터)의 물이 소비되고 480G㎥의 물이 젖소 사육과 유제품 생산에 소비된다.
육류 생산으로 인한 탄소 배출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세계적 육류 생산 사슬의 복잡한 연관 분야를 생각하면 정확히 계산하기 어렵다. 다만 주요 육류 생산 기업들의 탄소 배출량을 보면 육류 생산이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비영리기구 GRAIN이 주도한 연구('Big meat and dairy’s supersized climate footprint', GRAIN, IATP and Heinrich Boll Foundation, 2017)에 따르자면, 2016년 세계 3대 육류 생산기업(JBS, Tyson, Cargill)의 탄소 배출량은 484Mt(메트릭톤)에 달했다. 이것은 같은 해 프랑스의 총탄소배출량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한편 상위 20개 육류 생산기업의 총탄소배출량은 932Mt에 달했는데 이것은 같은 해 독일의 총탄소배출량 902Mt보다도 많은 것이었다.
생활인의 대안 식탁
세계보건기구(WHO)는 육식을 줄인 채식 위주 권장식단의 실천을 ‘가장 확실한 기후변화 대응활동’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교 마틴스쿨 식량의 미래 연구팀(Oxford Martin Programme on the Future of Food)은 WHO의 권장식단, 여기서 좀 더 나아간 채식, 그리고 완전 채식 3개 식단의 실천이 식품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을 29~70%까지 감축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미국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발표('Analysis and valuation of the health and climate change cobenefits of dietary change', 2016)한 바 있다.
육식을 줄이고 채식으로 전환하는 것만으로도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육류 생산에 소비되는 물발자국을 크게 줄일 수 있지만, 음용수를 생수에서 수돗물로 바꾸는 것도 추가할 수 있다. 유럽 여러 나라의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대부분 70%를 넘는다. 독일처럼 수돗물 직접 음용률이 84%를 넘는 나라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 수돗물 직접 음용률은 17.4%에 불과(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 2020 주요업무계획)하다. 수돗물을 대체하고 있는 생수(먹는샘물)는 수돗물보다 556배, 정수기물(얼음정수기 사용)은 수돗물보다 7300여 배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 생수 1㎥를 이용하는 경우 104.5kgCO₂의 탄소가 배출되지만, 수돗물 1㎥를 이용하면 0.188kgCO₂만 배출(<수돗물 음용 제고의 사회·경제적 효과>, 2017)될 뿐이다.
"별 생각 없이 먹고 가끔 맘이 불편해요."
이런 고백은 단지 비만과 성인병 고민 때문에 나오진 않는다. 기후변화시대, 육식이 불러온 환경문제에 대한 윤리적 책임감을 느끼는 생활인이 취할 가장 확실한 생활 속의 기후변화 대응은 바로 먹고 마시는 식탁의 기본을 바꾸는 것이다. 채식과 수돗물 직접 음용이 기후변화시대 생활인의 대안 식탁을 이루는 근간이 돼야 한다. 소띠 해다. 우리 모두가 완전 채식에 이르지 않아도 된다. 소고기 회식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박현철 <함께사는길> 편집주간
같은 생수라도 ‘500㏄ 4개’보다 ‘2ℓ짜리 1개’ 사야 하는 이유
500㏄ 페트병 20%를 2ℓ로 바꾸면
폐기물 연간 1%, 9천t 줄어들어
소형 페트병을 중형 페트병으로 바꾸기만 해도 폐기물이 줄어든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500㏄ 이하의 소형 음료수용 페트병 5개 가운데 1개를 2ℓ짜리 페트병으로 바꾸면 폐기물을 1%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 공동 연구팀은 1일 “미네소타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여러 크기의 187종 페트병 가운데 어느 크기의 병이 가장 적은 포장무게로 가장 많은 음료를 담을 수 있는지 조사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연구팀 논문은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실렸다. (DOI : 10.1038/s41598-021-82983-x)
현재 세계 플라스틱은 14%만이 재활용되고 14%는 소각, 40%는 매립 처분되고 있다. 나머지 32%는 아예 수거조차 되지 않는다. 2014년 기준 플라스틱 포장재의 70%가 소비재에 사용되고, 이로 인한 환경 부담 금액이 750억달러에 이른다. 이 가운데 탄산음료용 플라스틱 용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12%(90억달러)나 된다. 미국 환경보호국(EPA)의 2015년 통계를 보면, 매립된 페트병 폐기물만 170만톤에 이른다.
미국에서 페트병 플라스틱의 재활용률은 30%도 채 안 된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세계 인구와 소득이 늘면서 향후 20년 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은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저소득 국가의 증가율은 260%에 이르고, 나머지 국가들도 133%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미 환경보호국은 2018년 300만톤 이상의 페트병이 폐기물로 수집돼 이 가운데 재활용된 것은 30%도 채 안 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시장조사업체 닐슨 컴퍼니 통계를 통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각종 페트병의 판매량을 계산하고 지방정부 자료를 기초로 페트 종류별 폐기물의 무게를 조사했다. 음료병에 사용하는 페트물질 양에 대한 표준이 없어 연구팀은 우선 187개 종류의 페트 음료병을 무게를 변수로 한 2차 볼록 함수로 분류했다. 그 결과 탄산음료병에는 일반 물병에 비해 페트 재료가 두 배 들어가고 주스병은 351%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연구팀은 가장 작은 포장무게에 가장 많은 양을 담을 수 있는 중간 크기의 페트병과 소형 페트병 및 대용량 페트병을 비교했다. 분석 결과 가장 효율적인 페트병 크기는 중간 크기인 2265㏄(약 2ℓ)였다. 중간 크기의 병이 상대적으로 많이 팔렸을 때 페트 폐기물의 무게가 가장 낮았다.
시뮬레이션 결과 500㏄ 이하의 소형 페트병 20%를 2ℓ짜리 중형 페트병으로 바꿨을 때 연간 페트병 폐기물을 1%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미국 전역에서 연간 9052톤의 페트병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연구팀은 페트병 크기의 변화에 따른 판매량 변화에 대해서는 고려하지 않았다. 또 3ℓ 이상의 대형 페트병의 20%를 중간 크기 병으로 바꿨을 때는 폐기물이 연간 0.5%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추정됐다.
연구팀은 “저소득 국가의 플라스틱 사용량 증가율이 훨씬 크기 때문에 세계 시장 차원에서 보면 중간 크기 병으로의 전환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고 밝혔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원전이 안전하면 서울로 가져가세요”
황분희씨(73)가 다섯 살 된 손자를 불렀다. “여기 소변 좀 받아와 봐. 할머니가 쓸 데가 있어서 그래.” 두달 뒤, 소변 검사결과가 나왔다. 몸무게 16㎏인 손자의 소변에서 리터당 17.3베크렐(Bq/L)의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반면 울산으로 출퇴근하는 사위의 소변에서는 리터당 6베크렐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주민들이 월성원전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성혜중(73), 황분희(73), 김진선씨(75). / 이석우 기자
검사지를 든 손이 떨렸다. 손녀·손자가 태어났을 때 “여기 들어와서 살라”고 권한 건 황씨였다. 황씨가 사는 곳은 경북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나아리는 월성원전(월성 1·2·3·4호기, 신월성 1·2호기)을 끼고 있는 마을이다. 주민들은 가깝게는 원전에서 915m 떨어진 곳에서 산다. 원전에서 직선거리 914m까지는 거주 제한구역이다.
5세 아이 소변에서 17베크렐 검출
황씨는 원전에서 직선거리 1.2㎞에 산다. 1980년대 중반에 나아리로 이사를 왔다. 앞에는 바다가, 뒤로는 산이 있는 ‘배산임수’에 반했다. 땅 1000평에 집과 축사를 지었다. 작은 밭도 가꿨다. 손녀·손자를 키우면서는 축사를 했던 자리에 아이들을 위해 온갖 과일나무를 심었다.
핵무기가 무섭다는 건 알았지만 전기를 만드는 발전소는 다르다고 생각했다. 색깔도 냄새도 없는 깨끗한 에너지, 안전한 에너지, 효율적인 에너지라고 믿었다. 민간기업이면 몰라도 정부가 국민에게 거짓말할 이유가 없었다. 황씨를 비롯한 마을 사람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고 지냈다.
살기도 좋았다. 특히 자영업자들에게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는 좋은 시절이었다. 월성에 가면 돈을 쓸어담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돌던 때였다. 하나 착공이 끝나면 또 하나 착공이 시작됐다. 그렇게 1990년대에 월성 2·3·4호기가 지어졌고, 2000년대에는 신월성 1·2호기가 착공에 들어갔다.
식당을 운영하는 김홍희씨(55)도 그때 나아리에 들어왔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 거주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데 원전 경기 덕에 돈은 잘 돌았다. 그러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다. 원전에서 수소 폭발이 일어나는 모습을 뉴스로 봤다. “일본이 우리보다 후진국도 아닌데… 우리는 괜찮을까?”
후쿠시마 이후, 기자들이 나아리를 비롯한 양남면을 찾았다. 기자들은 그동안 듣지 못한 이야기를 쏟아냈다. 전 세계 어디에도 원전과 마을이 이렇게 가까이 있는 곳은 없다, 색깔도 없고 냄새도 없어 누출돼도 모른다, 저선량이라도 방사능에 계속 노출되면 암에 걸릴 수 있다는 등의 내용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정부는 계속 괜찮다고 했다. 외부에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이 느끼는 건 달랐다. 동네에 많은 암환자가 원전과 관련이 있는 건 아닐까? 걸어서 10분 정도 걸리는 나아리 마을 중심가에는 두 집 건너 암환자가 있었다. 가족력도 없는 중학생 2명은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했다.
원전과의 상관관계를 인정받은 건 갑상선암 뿐이다. 1심에서는 승소했지만 2심과 3심에서는 패소했다. 1심 재판부는 2014년 10월 고리원전 인근에서 20여년을 살다 갑상선암에 걸린 박금선씨가 한수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박씨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원전 주변지역(5㎞) 이내에 거주하는 여성의 경우 갑상선암 발병률이 원거리(30㎞) 거주 여성보다 2.5배 높다는 서울대학교 의학연구원의 ‘원전 종사자 및 주변지역 주민 역학조사 연구’(2011)결과를 인용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기준치 이하라는 한수원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저선량 내부피폭 연구는 불충분하다
주민들은 판결을 믿지 못한다. 동네에 갑상선암은 물론이고 각종 질환을 앓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것이다. 양남면에서는 갑상선암이나 질환을 앓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황씨는 2012년 갑상선암을 진단받아 수술했고, 남편은 갑상선 항진증을 앓고 있다.
양남면 수렴1리에 거주하는 신외자씨(73)가 갑상선암 수술 흔적을 보여주고 있다. / 이석우 기자
나아리에서 소주방을 운영하던 박모씨(67)는 2011년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그는 30대 후반, 3년 동안 발전소에서 건물을 청소했다. ‘중요한 곳’에 들어갔다 나오면 방사능 수치를 측정했다. 옷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묻어 있으면 측정기에서 소리가 울린다고 했다. 소리가 울린 적은 없다.
수렴1리에서 횟집을 하는 신외자씨(73)도 비슷한 시기 갑상선암을 진단받았다. 신씨의 횟집은 원전 직선거리 5㎞에 자리한다. 의사는 신씨에게 “혹시 바닷가 쪽에 사십니까? 희한하게 바닷가 쪽에 사는 분들이 갑상선에 문제가 많네요”라고 말했다. 얼마 뒤, 아들(당시 40세)도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다.
마을에는 “해녀들이 떼로 갑상선암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주민들은 ‘기준치 이하’라는 말에 분노한다. 신씨는 “기준치 이하 방사능은 몸에 좋나? 그렇게 좋으면 왜 계속 경주에 짓노. 서울에 가져가뿌라”라고 말했다. 신씨가 갑상선암 수술 흔적이 남은 목 부분을 내보이며 말했다.
분노에는 근거가 있다. 실제 인공방사성 물질이 지구상에 등장한 것은 80년도 되지 않았다. 그 피해를 규명하는 연구도 일부만 진행된 상태다. 신씨 모자와 황씨, 박씨를 비롯한 원전 인근 주민 중 갑상선암 수술을 받은 618명은 한수원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사선에 의한 건강피해를 추정하는 계산식은 히로시마·나가사키 원폭투하 이후 생존자들을 연구하면서부터인데, 이들은 핵무기 폭발 때 순간적인 고선량의 방사선 외부 피폭과 방사능 낙진을 맞았다”고 말했다.
양이 의원은 “하지만 원전 주변 주민들의 피해는 다르다”며 “주민들은 저선량 방사선에 장기간 지속적으로 내부피폭됐는데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미비하다. 저선량 내부피폭에 의한 암 발생은 밝혀지지 않은 점이 많기 때문에 가능성을 열어두고 인과관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환경정책기본법 제44조 제1항은 ‘환경오염의 피해에 대한 무과실책임’을 정하고 있다. 변영철 변호사는 “공해물질이 배출돼 어느 곳에 도달했는데 그곳에서 피해가 발생했다면, 기업측이 해당 물질이 피해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하지 못하면 인과관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는 게 핵심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박금선씨 2심 재판부는 “저선량 방사선 피폭과 암 발병 여부를 입증할 만한 연구결과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금선씨를 대리한 변 변호사는 “연구결과가 없기 때문에 나온 법리를, 연구결과가 없다는 이유로 인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618명 공동소송도 대리하는 변 변호사는 1980년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이 누출된 것을 추가로 확인했다.
“경주에 오만 더러운 것을 다 갖다놨어요”
주민들이 도저히 못 살겠다고 생각한 건 2016년 지진을 겪으면서다. 2016년 9월 12일 경주에서 규모 5.1, 5.8의 강력한 지진이 잇따라 발생했다. 규모 5 이상의 두 지진이 연달아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한수원은 월성 1·2·3·4호기를 모두 가동 중단했다.
“지진이 나면 건물 밖에 나가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니까 밖에 원전이 있잖아? 핵발전소 사고가 나면 집에 있으라고 배웠거든. 밖으로 나가야 하는지, 집 안에 있어야 하는지 판단이 안 되니까 미치겠는 거야.”(황분희) “아이고 유리창에 쩍쩍 금이 가는데 유리창 보담도(보다도) 저게(원전) 터질까봐 어찌나 무섭던지….”(신외자)
‘월성 원전 인접주민 이주대책위원회’ 농성장 앞의 입간판. 2021년 1월 25일 기준으로 주민들은 2358일째 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 이석우 기자
‘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2010~2020년 6월) 동안 월성원전 30㎞ 이내에서 226건의 지진이 발생했다. 반면 한울원전 지역에서는 15건, 고리 6건, 한빛 1건 등의 지진이 발생했다.
주민들은 더 적극적으로 이주를 요구하고 나섰다. 원전 때문에 재산권 행사는 불가능하고 건강도 염려되니 이주만이 답이라는 것이다. 황씨는 집과 땅을 내놓은 지 오래됐지만 보러오는 사람은 없다.
최근에는 맥스터 건설까지 논란이다. 한수원은 ‘고준위 핵사용후 연료 저장소’라고 부르지만, 주민들은 ‘핵쓰레기장’이라고 부른다. 통상 고준위핵폐기물의 밀폐·격리보관 기간은 10만년으로 본다. 처리 방법을 알아낸 국가는 하나도 없다.
양남면에서는 반대 의견이 높지만(55.8%), 정부는 건설을 서두르고 있다. 임시 저장시설 포화율이 97%에 이르러 2022년 3월까지 증설하지 못할 경우 원전을 멈춰야 한다. 복잡한 설명 뒤에 붙는 한수원의 결론은 한결같다. “안전하다.”
이재걸 고준위핵폐기장건설반대 양남면대책위원회 사무국장(56)은 “안전해야죠! 고준위 핵폐기물이 들어 있는데 당연히 안전해야지”라며 “평소에는 당연히 안전해야 하고 문제는 지진이나 전쟁이 나도 안전하냐는 겁니다”라고 물었다.
이 사무국장은 시골 바닷가에서 지내고 싶다는 생각으로 10년 전 양남면 신서리에 들어왔다. 신서리는 월성원전에서 6~7㎞ 정도 떨어져 있다. 남은 생을 지낼 계획이었기에 한옥을 직접 지었다. 나아리만큼 원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지만 맥스터는 다르다는 생각이다.
“원전은 언젠가 멈추겠지만 핵쓰레기장은 영원히 남아요. 지금도 원전에 중저준위폐기장이 있는데 고준위핵폐기물을 또 들여온다? 경주에 오만 더러운 것을 다 갖다놨어요. 여기 얼마 안 되는 시골 사람들, 이렇게 살다가 죽으라는 말로 들려요. 전기는 도시에서 다 쓰면서….”
‘2019년도 지자체별 전력 발전량 및 판매량’을 보면 원전이 밀집한 부산, 경북, 전남 등의 전력 자급률은 각각 180%, 180%, 172%로 나타났다. 하지만 대도시의 전력 자급률은 대전(1.78%), 서울(3.92%), 광주(6.53%) 등이다. 전기는 대도시에서 쓰고 고통은 변방에서 진다는 주민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그래서 주민들은 말한다. “내보내달라. 우리를 내보내주거나, 저걸 내보내라.”
“서울 사람들은 일본산 생선에 방사성 물질 1베크렐만 나와도 난리가 나고 도로(서울 노원구)에서 방사능 나온다고 온 나라가 떠들썩했잖아요. 내 손자는 몸에 17베크렐이 들어 있어요. 며칠 지나면 몸에서 빠져나간다고요? 그러면 뭐합니까? 우리는 또 먹는데… 우리한테 ‘오버’한다고 할 거면 서울에 가져가세요. 제발.”
경주 | 이하늬 기자 hanee@kyunghyang.com
지속할 수 있는 사회는 지속할 수 있는 자연에서만 가능하다
자연은 경제성장 위한 최우선적 조건
시장은 알아서 공짜로 해결해주지 않아
지구위험한계와 사회기반 붕괴 안 넘는
도넛 경제학 관점으로 기후위기 접근해야
지구위험한계와 사회 기반을 넘지 않는 ‘도넛 경제학’으로 불균형을 바로잡아야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2차 세계대전 이후 사회경제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를 ‘거대한 가속’이라 하며 이때 세계적으로 빈곤과 기아에서 상당히 벗어났다. 그러나 지금까지 사회경제가 성장했다는 사실이 좋은 미래를 맞이할 것이라는 그 어떤 증거도 되지 못한다. 오히려 성장으로 인해 인류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 유한한 지구에서 더는 무한한 인간의 욕망이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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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옥스퍼드대 경제학자 케이트 레이워스는 그의 저서 <도넛 경제학>에서 지구 한계 안에서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영역을 정의했다. 인류가 지속하려면 도넛처럼 두 원 사이에 존재해야 하는데 바깥 원은 넘어서는 안 되는 상부 경계인 ‘지구위험한계’이며 안쪽 원은 무너지면 안 되는 하부 경계인 ‘사회 기반’이다.
바깥 원은 인류가 넘으면 안 되는 지구위험한계 9가지 요소로 이루어진다. 안쪽 원은 누구도 무너져서는 안되는 12가지 삶의 필수 요소로 구성된다. 출처: 학고재
자연은 생명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인 물, 탄소, 산소, 질소와 인 등을 끊임없이 순환을 시켜 생명을 지속시킨다. 노폐물조차 또 다른 생명에 필요한 양분이 되어 순환된다. 반면 사람이 만드는 세상은 순환되지 않는다. 경제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을 고갈시키는 한편, 온실가스, 오염물질, 폐기물을 쌓아 놓는다.
자연은 경제성장을 위한 ‘부차적인’ 위치가 아니라 인류가 지속하기 위한 ‘최우선적인’ 위치에 놓여야 한다. 지구의 한계가 사람이 만드는 세상의 한계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2009년 록스트룀과 스테펀이 이끄는 지구시스템 과학자 그룹은 인류가 넘으면 안 되는 지구위험한계를 정하였다. 이는 기후변화, 성층권 오존, 토양 사용, 민물 사용, 생물다양성, 해양 산성화, 질소와 인, 에어로졸, 화학 오염물질로 구성된다. 이 지구위험한계를 넘어서면 숨 쉴 공기, 마실 물, 먹을 식량이 없는 세상에 들어서게 된다. 이보다 인류에게 더 제한을 가하는 지배적인 조건은 없다. 이것이 모든 것을 바꾸게 될 것이다.
특히 몇 억 년에 걸쳐 만들어진 매장된 햇빛인 화석연료를 태워 온실가스가 공기 중에 쌓여 기후위기를 일으키고 있다. 기후위기는 지구 순환을 변화시킨다. 대기 순환, 해양 순환, 물 순환, 탄소 순환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연 과정이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지구 순환의 변화는 농업이 불가능한 기후, 재해성 날씨, 해수면 상승, 황량한 산림과 바다, 멸종, 감염병 등을 일으켜 생존 기반을 무너뜨린다. 기후위기는 그 피해의 시공간적 규모가 인류가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통제 불가능한 위험이며 임계점을 지나면 대응할 수가 없는 회복 불가능한 위험이다.
도넛의 아래쪽 한계인 사회 기반은 부족해서는 안 되는 삶의 기본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이는 충분한 식량, 깨끗한 물, 양질의 보건 위생, 에너지 접근권, 교육 서비스, 제대로 된 주거, 기본 소득과 안정적인 일자리, 정보망으로 구성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성 평등, 사회적 공정함, 정치 발언권, 평화와 정의가 지켜져야 한다. 이 사회기반이 무너지면 인간의 존엄성도 무너진다.
사회기반은 지구위험한계와 연결되어 있다. 소득 수준 상위 20%의 사람들이 생산된 자원의 80%를 사용한다. 가장 부유한 상위 1%가 소득 수준이 낮은 세계 절반인 사람들보다 이산화탄소를 2배 이상 배출한다. 기후위기의 원인은 부유한 사람인 데 반하여 그 결과는 가장 가난한 사람들에게 가장 혹독하다.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기반을 지켜낼 형편이 못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후위기를 일으킨 사람들이 이들에게 보상하지도 않는다.
부유한 사람들은 지구위험한계를 넘어 살고 있고 가난한 사람들은 사회 기반이 무너진 상태에서 살아간다. 지구 위험은 빈자와 부자, 변두리와 중심부라는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심화시킨다. 지구 위험이 커질수록, 아무리 부유하고 힘 있는 자들일지라도 그 위험에서 벗어날 가능성은 적어진다. 사회 밑바닥에 있는 모든 부와 자원을 흡수해서 꼭대기로 끌어 올리는 이런 불평등은 더 지속할 수 없다. 불평등이야말로 자연도 사회도 함께 붕괴로 몰아갈 최적의 조건이다.
국가별 지구위험한계와 사회기반의 상태. 왼쪽 상단이 지구 한계 안에서 모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영역이다. 부유한 나라는 지구위험한계를 넘어서 있고 가난한 나라는 사회기반이 부족하다. 출처: https://goodlife.leeds.ac.uk
경제는 시장을 통해 인간의 생존과 욕구를 충족하는 데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중요한 기능을 한다. 신자유주의는 시장에 좋은 것이 사회에도 좋은 것이라 한다. 모두가 부유해지려면 시장의 고유한 흐름을 인위적으로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이런 자유로운 시장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자유롭지 않다. 시장을 자유롭게 방치하면 엄청난 불평등에 빠뜨린다. 그리고 경제성장은 공짜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그 비용을 치러야 한다. 성장의 이면에서 의도하지 않았던 기후위기, 생태계 파괴, 환경오염이 일어난다.
케이트 레이워스는 경제학에 수요와 공급의 법칙, 시장의 법칙, 수익 감소의 법칙 등이 있지만, 그것은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의 모방일 뿐이라고 여긴다. 경제는 과학이 작동하는 방식처럼 고정된 법칙이 없고 설계일 뿐이다. 그러므로 지속 가능하고 정의로운 세상은 의식적으로 설계된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것이지 시장이 알아서 해결해 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을 변화시켜 더 번성하고 더 풍요롭게 살 수 있지만 여전히 자연적인 존재다. 그러므로 경제성장은 자연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만 가능하다. 21세기의 설계는 지구라는 닫힌 시스템의 하위에 경제를 위치시켜야 한다. ‘좋은 삶’을 달성하려면 성장이 아닌 재생·분배적인 경제로 전환해야 한다. 그렇다고 모든 경제성장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가난한 사람에게는 경제성장이 필요하다. 경제성장은 그 자체가 성공의 목표가 아니라 지구위험한계 안에서 사회기반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장 모델’이 아니라 이제부터 ‘도넛 모델’이 정책에 도입되면서 구체화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20년 출간된 책 <렛 어스 드림>에서 도넛 경제학이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하는 바티칸의 고민에 도움을 주었다고 했다. 도넛 이론은 2015년년 유엔 지속가능한 개발목표(SDGs)에 적용되었다. 2020년 암스테르담은 도넛 모델을 공공정책의 기준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자원과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하는 순환 전략을 구축하고 사회적 배려를 강화하여 모두에게 좋은 삶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시민이 힘을 합쳐 새로운 시스템과 새로운 도시와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것이다. 코펜하겐, 뉴질랜드 더니든과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도 암스테르담의 예를 따르기로 했다. 미국에서는 포틀랜드와 오스틴이 그 뒤를 따를 준비를 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이 세상은 화석연료에 기반하여 구축되었다. 인류는 이 조건에 탁월하게 적응해서 거대한 가속으로 성장해 왔지만, 이런 조건은 항구적이 아니라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에서 정상이라면 무한히 자라는 것은 없다. 우리 몸 안에서 끝없이 성장하려는 그 무엇이 있다면 그것은 암일 뿐이다. 이제 인간이 만든 세상이 너무 커져 지구위험한계를 넘어서려 한다. 지금 이대로 내달린다면 인류가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이 우리의 욕망보다 먼저 고갈될 것이다.
지구위험한계의 넘치는 부분과 사회 기반의 부족한 부분을 없애고 안전하고 공정한 도넛 공간을 지켜내야 한다. 이 공간은 타협과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지구가 베푸는 한계 안에서 모든 사람이 좋은 삶을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경향
환경파괴를 집단 학살처럼 국제범죄로 규정하자”
환경학살’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처벌하자는 움직임 확산
환경단체 요구에 몰디브·프랑스·벨기에 등 지지하고 나서
환경파괴를 국제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처벌하자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근교의 소각장에서 검은 연기가 나와 하늘을 뒤덮고 있다. 파리/AFP 연합뉴스
환경파괴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 처벌할 수 있는 국제범죄로 규정하자는 움직임이 환경단체와 일부 국가 사이에서 활발해지고 있다.
변호사들과 환경운동가들이 만든 유럽의 비정부기구 ‘스톱 에코사이드’가 유명 인권 변호사 필립 샌즈 등 전문가들과 함께 ‘환경학살’(ecocide)을 국제범죄로 규정하기 위한 개념 정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8일 전했다. 환경학살은 체계적이거나 광범위한 환경파괴 행위를 지칭하는데, 이 단체는 오는 6월까지 범죄의 개념을 정리해 국제형사재판소가 다루는 범죄로 추가하는 운동을 펼 계획이라고 잡지는 전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현재 다루는 범죄는 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네가지다. 여기에 환경파괴를 추가함으로써, 환경파괴가 국제적인 범죄인 동시에 인류에 대한 범죄임을 분명히 하고 처벌하자는 것이 이 단체 등의 요구다. 환경파괴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 범죄가 되면 환경단체 등이 개별 국가 범위를 넘어 환경파괴범을 제소할 수 있게 된다.
환경학살 규정 연구팀을 이끌고 있는 영국·프랑스계 인권 변호사 필립 샌즈는 최근 영국 잡지 <뉴 스테이츠먼> 인터뷰에서 “환경학살 개념을 인류 보호 관점에서만 규정하려는 시도를 넘어서야 하는 시점에 왔다”고 지적했다. 동식물 등의 권리나 환경보호 개념도 범죄 규정에 반영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환경파괴를 국제범죄로 규정하자는 운동은 스코틀랜드 출신 변호사이자 환경운동가인 폴리 히긴스가 2010년 제기하면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히긴스는 환경학살을 ‘특정 지역의 생태계를 광범하게 파괴하거나 손상하는 행위’로 정리하고 평화에 반하는 범죄로 규정할 것을 유엔에 요구했다. 유엔은 이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는 환경파괴를 반인도범죄 차원에서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환경파괴 범죄가 국제형사재판소의 처벌 대상이 되려면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 가입국들이 규정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스톱 에코사이드’에 따르면, 2019년 12월 작은 섬나라인 바누아투와 몰디브가 이를 국제형사재판소 총회에서 처음 제기했다. 2020년 6월에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국제사회의 환경학살 인정을 위해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또 12월에는 벨기에 정부가 국제형사재판소 총회에서 환경학살을 처벌 대상으로 규정하자고 공식 제안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이젠, 무덤이 따뜻하게 느껴져요…희귀식물 ‘마지막 피난처’
식물원 수준 생물다양성…세계 곳곳서 확인
주검이 토양에 영양분 공급하기 때문 아니다
최고 180년 최소한 교란으로 상태 보전 영향
“난개발로 대부분 절멸위기, 무덤이 식물 살려”
무덤은 보기 힘들어진 작은 초원 생태계이다. 희귀식물이나 토종식물이 무덤 주변에 살아남기도 해 주목받는다. 2016년 3월 13일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용미리 시립공원묘지 모습. 파주/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급속한 도시화와 집약농업 때문에 교란되지 않은 자연을 찾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그러나 자연훼손이 심한 대도시나 농경지 한가운데서도 토종식물과 보기 힘든 희귀식물이 묘지에 터 잡고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유럽에서는 2000년대 들어 도시의 묘지가 생물 다양성의 핫 스폿임이 여러 도시에서 분명해졌다. 2005년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이뤄진 한 연구를 보면 이 도시에서 가장 많은 식물 종이 분포하는 곳은 당연히 식물원으로 675종이었지만 뜻밖에 두 번째로 다양한 585종의 식물이 묘지 24곳에서 발견됐다.
북미 대초원을 덮었던 키 큰 풀(톨그래스)은 농경지 개발로 대부분 사라졌지만 묘지는 당시의 경관을 타임캡슐처럼 보관한다. 일리노이 주의 60%를 차지하던 톨그래스 초원은 현재 0.01%만 남아있다.
“난은 무덤을 좋아해"
장기간 유지되고 교란이 비교적 덜한 묘지가 개발로 사라진 토종식물이나 희귀식물의 피난처가 되기도 한다. 터키 이스탄불의 한 묘지에서는 무려 280종의 고등식물이 확인됐다. 도시 전체에 견줘 이 묘지의 면적은 0.1%에 불과하지만 특산식물의 5.5%가 묘지에 살고 있었다.
난은 종종 묘지에서 발견된다. 터키에서는 조사한 묘지 300곳 가운데 208곳에서 난을 확인했는데 이들은 터키 자생란 종의 거의 절반에 가까웠다. 난은 묘지를 좋아한다는 말이 나올 만하다.
1979년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묘지에서 처음 발견된 디우리스 속 난.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최근 중국에서의 조사결과도 나왔다. 공 청 중국 농업대학 연구자 등은 화베이 평원에 있는 허베이 성 취저우의 묘지 199곳을 조사했다. 오랜 농경개발로 자연경관은 거의 없고 밀 경작지가 많은 이곳 주민들은 경작지에 대대로 무덤을 만들어 왔다.
연구자들은 “조사결과 작은 묘지일지라도 지역의 식물 다양성을 보전할 강력한 잠재력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 최근호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면적이 2㎡인 한 묘지에서는 12종의 식물이 자랐다. 최대 400㎡ 평균 55㎡인 이들 묘지에서 확인한 식물 종은 모두 81종으로 경작지의 식물 종 34종보다 훨씬 다양했다. 게다가 묘지 식물 가운데 절반 가까운 35종은 곤충이 가루받이하는 종으로 상당수가 국화과에 속했다. 이에 견줘 경작지 식물 가운데 충매화는 3분의 1에 그쳤다.
묘지에 식물이 다양한 것은 주검이 토양에 영양분을 공급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최고 6대(180년)에 이르는 기간 동안 최소한의 교란만 이뤄지는 상태로 보전됐기 때문이다.
할미꽃은 햇빛이 잘 비치고 건조한 무덤 생태계에 잘 적응한 식물이다. 김진수 기자
연구자들은 “주변의 집약적 농경지와 비교해 반 자연 서식지인 (묘지는) 농촌에서 토착 식물 다양성의 핫 스폿 구실을 한다”며 “묘지의 종은 경작지 밖 식물 종과도 다른 독특한 지역 식물 다양성을 간직하고 있다”고 논문에 적었다. 또 묘지 식물에서 꿀과 꽃가루를 따가는 곤충은 부근 농가의 과수에 가루받이하거나 해충을 잡아먹는 등 생태계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부터 묘지가 농지를 잠식한다고 판단한 당국이 신규 매장을 금지하는 바람에 묘지가 지닌 생태적 가치가 위태롭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대구에 살아남은 애기자운의 비밀
북방계 콩과 희귀식물인 애기자운. 대구의 무덤이 최남단 분포지이다. 김진석,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우리나라에서도 무덤이 지닌 독특한 미소 생태계 가치가 최근 알려지고 있다.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는 2017년 ‘한국식물생태보감 2-풀밭에 사는 식물’(자연과 생태)에서 “한국의 자연 초원식생을 이루던 식물은 광산개발과 난개발로 대부분 절멸 위기이지만 봉분 문화의 무덤이 그들을 살려내고 있다”며 “무덤이 이들 초원 식물의 임시 거처이자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 교수 등은 멸종위기 북방계 콩과 식물인 애기자운이 대구 인근에서 동아시아 최남단 분포지를 이룬 것도 무덤 덕분이라고 2017년 학술지 ‘잔디와 잡초 과학’에 실린 논문에서 밝혔다. 이 식물은 중국, 몽골, 러시아 등에 분포하고 한반도에서는 북한이 주요 분포지이다.
1년에 한 두 번 예초와 수시로 이뤄지는 잡초 뽑기, 제초제 살포 등 인위적 간섭에도 무덤은 그곳에만 생존할 수 있는 식물이 따로 있다. 파주/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그러나 대부분의 애기자운이 분포하는 금호강 주변의 구릉 지대 무덤은 최남단 분포지이면서도 북방 분포지의 특성을 고스란히 간직한다. 바람길이어서 북풍에 고스란히 노출돼 평균기온이 대구 지역보다 1.7도 낮지만 남향의 해를 잘 받는 입지여서 봄철 잎과 꽃을 피울 수 있다. 또 해마다 1∼2번 예초 작업과 수시로 이뤄지는 잡초 뽑기, 제초제 투입 등 인간 간섭과 지배적인 잔디의 틈새를 파고드는 생존전략도 애기자운이 살아남는 데 기여했다. 연구자들은 “애기자운의 현지 내 보존을 위해 봉분을 포함한 뗏장에 대한 서식처로서의 이해와 적절한 생태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용 논문: Scientific Reports, DOI: 10.1038/s41598-020-80362-6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벙어리뻐꾸기 이동경로 첫 확인…4000km 날아 인도네시아서 월동
여름철새인 벙어리뻐꾸기의 월동 경로가 최초로 확인됐다. 새들은 4000km 이상을 날아 인도네시아 동부에서 겨울을 보냈다.
위치추적기를 부착한 벙어리뻐꾸기.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국내에서 번식한 벙어리뻐꾸기(Oriental cuckoo, Cuculus optatus)가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까지 약 4000km 이상 이동해 월동한다는 사실을 최초로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두견이목 두견이과에 속하는 여름철새 벙어리뻐꾸기는 동유럽에서부터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 전역, 호주 북동부까지 분포하며, 한국에는 5월부터 날아와 번식한다. 벙어리뻐꾸기의 이동 경로는 국제적으로 밝혀진 사례가 없으며, 이번 연구를 통해 처음 확인됐다.
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는 벙어리뻐꾸기 이동 경로 연구를 위해 지난해 5∼6월 경기도 양평군과 가평군, 강원도 화천군에서 포획한 벙어리뻐꾸기 6마리에 위치 추적용 발신기를 부착한 후 이동을 추적했다. 새들은 지난해 6월 말부터 7월 말에 번식지를 떠나 이동을 시작했다.
이 중 4마리는 필리핀을 거쳐 인도네시아 동부지역까지 평균 4691㎞를 이동한 것이 확인됐다. 이들은 지난해 10월 초부터 11월 초까지 인도네시아에 도달한 후 말루쿠우타라와 파푸아바랏에서 겨울을 보낸 것으로 나타났다. 6마리 중 2마리는 각각 중국 저장성과 대만 인근 해상에서 신호가 끊어졌으며, 이동 도중 죽은 것으로 추정된다.
벙어리뻐꾸기가 국내 번식지에서 인도네시아 월동지까지 이동한 기간은 평균 109일(95∼115일)이었으며, 이동 속도는 일일 평균 약 43㎞(39∼47㎞)였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까지 이동한 벙어리뻐꾸기 4마리의 이동경로.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배연재 국립생물자원관장은 “이번 연구는 벙어리뻐꾸기의 이동 경로와 국내 번식집단의 월동지를 최초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학술적인 성과가 크다”며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동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철새를 대상으로 이동 경로 연구를 지속해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가덕특별법 잘못된 일이라고?…질문이 잘못됐다
지난주 국회를 통과한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대해 국민 절반 이상이 ‘잘못된 일’로 평가한다는 여론조사가 결과가 지난 1일 나온 뒤 수도권 언론을 중심으로 특별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확산하는데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특히 부산·울산·경남에서도 긍정 평가가 많지 않다는 내용의 보도가 2일 쏟아졌다. 가덕신공항을 환영하는 지역 여론과는 사뭇 다른 결과인 터라 더욱 주목을 받았다.
20년 만에 숙원인 동남권 신공항 입지를 못 박고 2029년 12월 개항을 위한 신속한 건설을 담보하는 특별법에 대해 정말 부울경 여론은 정말 부정적일까.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YTN ‘더뉴스’ 의뢰로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난달 26일 전국 18세 이상 5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한 결과, 특별법 통과가 잘 된 일이라는 응답은 33.9%에 그친 반면 53.6%가 잘못된 일이라고 답했다. 잘 모른다는 응답은 12.6%였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 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앞섰다. 부·울·경에서도 부정 평가하는 응답이 54%로 긍정 평가 응답 38.5%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만 보면 부정 여론이 높은 것이 틀림 없다.
히지만 이번 조사를 가덕신공항에 대한 반대 여론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동시에 해당 조사 질문에 일부 오류가 있다. 조사 결과가 다소 ‘왜곡’됐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얘기다.
배철호 리얼미터 전문위원은 “해당 조사는 국회의 특별법 처리 과정에 대한 평가를 물은 것”이라며 “가덕신공항에 대한 찬반을 조사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특별법을 처리하는 모습에서 진정성을 찾을 수 없는 데 대한 평가를 내린 것으로 읽으면 된다”고 했다.
실제 질문이 그렇다. 리얼미터는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주도로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신속히 진행하기 위해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특별법이 통과됐습니다. 귀하께서는 이 같은 처리가 얼마나 잘된 이라고 아니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다.
대표적으로 정의당이 반대를 한 만큼 “여야 합의”라는 표현 대신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주도했다는 표현이 들어갔다고 한다. 이럴 경우 거대 양당에 대한 정치 불신이 가덕신공항 특별법 평가 요소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치 혐오가 특별법 찬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는 특별법’이라는 언급이다. 통상 현안 조사에선 쟁점 사안을 알려주고 응답자의 평가를 부탁한다. 그런 점에서 특별법의 성격을 규정하는 문항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선 문항 내용이 일부 사실과 다르다. 제정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은 경제성 평가를 면제하고 있지 않다. 여기서 말하는 경제성 평가는 예비타당성 조사를 언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특별법은 ‘필요시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대로 말하면 ‘필요하면 예타를 진행한다’는 임의조항이다. 이 조항이 없어도 국가재정법(38조)에 따라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이 필요한 사업에 대해 예타는 면제된다.
그리고 특별법에는 사전타당성 조사를 간소화하는 조항이 없다. 사전에 타당성 조사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의미다. 애초 발의된 법안에 간소화 조항이 포함됐다. 이로인해 일부 언론에서 해당 조항이 특별법에 아직 남아 있다고 여기는데 법안을 읽어보면 어디에도 해당 조항은 없다. 국회 국토위 논의과정에서 정부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그런데도 사실과 달리 질문 자체에서 특별법의 ‘특례성’을 과장되게 전달됐다. 응답자가 정치권이 무리한 법안을 주도했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받은 뒤 답변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오류를 고려하더라도 부울경에서 특별법에 대한 부정 인식이 높다는 해석은 여전히 조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응답자 수가 적기 때문이다.
해당 조사 전체 응답자는 500명이다. 7981명에게 전화를 걸어 대답한 숫자다. 응답률은 6.3%다. 그래서 오차 범위도 최대 8.8%P(±4.4%)에 달한다. 이 가운데 부·울·경 응답자는 76명에 불과하다. 특정 지역이 과대 대표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가덕신공항과 2016년 입지를 두고 경쟁한 곳이 경남 밀양이다. 여전히 경남 일부에선 성사 가능성과 무관하게 동남권 신공항을 밀양에 지었으면 하는 기대가 사라지지 않았다. 이들은 가덕도 입지에 불만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울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 지역 여론이 다수 반영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배 위원도 “이번 조사를 두고 권역별로 해석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특별법에 대한 부·울·경 여론이 이질적이라 이를 한 번에 묶어서 보도하면 안 된다”고 했다.
거기다 특별법 통과를 앞두고 28조 원 이상의 예산이 필요하다는 국토부의 ‘터무니없는’ 문건에 대한 논란이 커진 상황에서 조사가 이뤄졌다는 점도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 공산이 크다.
다만 조사 적확성 여부와 관계없이 가덕신공항 건설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되지 않은 만큼, 더욱 정확하게 특별법에 대해 알리고 시행 과정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돌다리로 두드려 보고 가야 한다’ 정도로 이번 조사를 받아들이면 충분하다는 의미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얼마나 아팠을까"...70여년전 일제가 낸 톱날 상처가 그대로
전북 남원 왈길마을숲에 있는 일제의 송진 채취 피해 소나무. 70년이 훨씬 지난 지금까지 그날의 상처를 안은 채 살아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얼마나 아팠을까.”
전북 남원 왈길마을, 경남 합천 해인사, 강원 평창 남산, 울산 석남사, 인천 강화 보문사 등에 가면 차마 눈을 뜨고 볼 수 없는 소나무들이 있다. 일제는 이들 소나무에 톱날을 이용해 V자형 상처를 마구 냈다. 일제 강점기 말기인 1941년부터 1945년 사이 일제는 전쟁에 필요한 송탄유(松炭油, 송진으로 만든 기름)를 얻기 위해 소나무들에게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낸 것이다.
일제가 낸 상처는 70여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전북 남원 왈길마을 숲에 있는 소나무는 V자 상처를 그대로 밖으로 드러낸 채 서 있다. 상처가 너무 심해, 상처 위로는 껍질이 다시 생겨나지 못했다.
경남 합천 해인사에 있는 일제의 송진 채취 피해 소나무. 톱날 상처가 있는 부위는 제대로 성장을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강원 평창 남산의 송진 채취 피해목을 보고 있으면, 소나무가 겪었을 고통이 그대로 전해진다. 톱날의 상흔히 그대로 드러나있기 때문이다.
송진(松津)은 소나무에서 분비되는 끈적한 액체로 예로부터 천연 접착제와 약재 등으로 사용돼온 우리의 전통 산림자원이다. 하지만, 우리 민족은 소나무에 톱날 성처를 내서 송진을 얻지 않았다. 1830년 나온 <농정회요>를 보면 “송진은 저절로 흘러나오는 투명한 것을 채취해야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소나무의 피해를 최소화해서 송진을 채취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우리민족은 끌날로 송진을 필요한 만큼만 모아 사용하며 소나무를 아끼고 보호했다. 하지만, 일제는 그런 ‘지속가능한 방법’을 쓰지 않고, 소나무에 마구잡이로 상처를 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2017년 이후 문헌조사, 시민제보, 현장조사 등을 통해 일제가 저지른 송진 채집 피해 소나무가 있는 곳을 조사하는 작업을 벌였다고 3일 밝혔다. 지금까지앞에서 소개한 5곳을 포함한 46곳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울산 울주 석남사의 송진 채취 피해 소나무. 일제가 송진을 채취하기 위해 낸 V자 형태의 톱날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국립산림과학원 제공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일제 강점기 때 무분별한 송진 채집 피해를 당한 소나무의 나이테를 분석한 결과, 톱날 채집은 소나무 줄기에 아물지 않는 상처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지속가능한 방법이 아니었음이 확인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림과학원은 이런 사실을 국제 저널 <Sustainability>에 최근 게재했다.
산림과학원은 또 일제의 송진 채집 피해목 생육지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할 것을 당국에 권고했다. 향후 송진 채취 피해목의 생육지를 ‘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 산림교육 및 역사문화 자원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 박찬열 박사는 “일제가 톱날을 이용해 송진을 다량으로 채집한 방식은 소나무에게 아물지 않는 상흔을 남기는 피해를 줬다는 사실이 국제적으로 확인된 것””이라면서 “상흔을 가진 노송 생육지를 국가산림문화자산으로 등록해 역사적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최장기간 장마, 가장 따뜻한 1월…2020년 1년 내내 이상기후 기록 세웠다
지난해 7월 12일과 13일 내린 집중호우로 산사태가 일어난 경남 거창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 조사가 실시되고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지난해 기상 관측 사상 가장 긴 장마에 연이은 태풍 발생까지 겹쳐 국내에서만 수해로 1조2585억 원의 재산피해가 났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이는 최근 10년간 연평균 수해 피해액의 3배에 이르는 규모다. 또 지난해 1월은 역대 가장 따뜻했던 반면 4월에는 기상 관측 사상 가장 늦은 봄에 눈이 내렸다. 6월 기온이 7월보다 높은 현상도 처음 나타나는 등 월별로 다양한 이상기후가 나타났다.
기상청은 관계부처 24개 기관과 합동으로 작성한 '2020년 이상기후 보고서’를 29일 공개했다. 기상청은 “지난해 한국은 역대 가장 긴 장마철과 함께 8~9월의 연이은 태풍 영향, 여름 및 겨울철의 이례적 이상기온 발생으로 사회 경제적으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여름은 평소 때와 다른 호우와 태풍 발생 양상이 나타나면서 큰 피해가 났다. 중부지방에서는 장마가 6월 24일 시작해 8월 16일에 끝나며 1973년 이후 가장 긴 54일간 지속됐다. 전국에 비가 내리는 강우 일수도 28.3일로 가장 길었다. 장마철 전국 강수량은 693.4mm로 1973년 699.1mm 이후 2위를 기록했다. 한 달 새 5호 태풍 ‘장미’를 비롯해,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 4개 태풍이 잇달아 한국에 상륙하며 피해를 주기도 했다.
태풍과 호우로 인한 재산피하는 1조 2585억 원으로 추산됐다. 인명피해는 46명으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연평균 피해액인 재산 3883억 원, 인명 14명의 3배를 넘어섰다. 한해 동안 산사태가 6175건 발생해 1976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많았다. 수확기를 앞두고 침수 피해와 낙과 피해가 나면서 농경지 12만 3930헥타르(ha)가 피해를 입었다. 태풍 마이삭이 한반도를 통과하면서 전국 29만 4818호에 전기 공급이 끊기면서 역대 가장 많은 가옥 정전 피해를 낸 태풍으로 기록됐다.
월별로도 다양한 이상기후가 기록됐다. 지난해 1월은 기상관측 역사상 가장 따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전국의 평균기온 2.8도, 최고기온 7.7도, 최저기온은 –1.1도로 모두 최고기록을 세웠다. 겨울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지리산에 사는 북방산개구리가 1월에 산란하는 모습이 처음으로 관찰되기도 했다. 겨울철 기온이 따뜻해지면서 해충의 알이 폐사하지 않아 여름철에는 대벌레, 매미나방 피해가 컸다. 매미나방 애벌레 습격으로 전국 산림 6183ha의 면적이 피해를 입었다. 4월은 쌀쌀하고 강풍이 많았다. 4월 22일 새벽에는 서울에 진눈깨비가 내려 1907년 기상관측 이후 4월 하순 가장 늦은 봄눈을 기록했다.
여름은 변동폭이 컸다. 6월은 때이른 폭염이 나타나 전국에 이틀 간 폭염이 발생했고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평균기온 22.8도를 기록했다. 반면 7월은 긴 장마로 기온이 오르지 않아 22.7도를 기록해 6월보다 기온이 떨어지는 '역전 현상'도 처음 나타났다. 8월은 중순 이후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면서 상위 6위를 기록했다.
10월에는 서울에 단 한차례도 비가 오지 않은 건조한 기후를 기록했다. 반면 11월은 기온과 강수량 변동이 컸다. 11월 중순 전국 평균기온은 연일 상위 1위를 경신했는데 18일에는 17.6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면 19일에는 많은 가을비가 내리며 서울은 일강수량이 86.9mm로 11월 강수량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박광석 기상청장은 “2020년은 이상기온, 긴 장마, 연이은 태풍 등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체감할 수 있었고 탄소중립이라는 국가적 목표의 중요성과 이를 실행하기 위한 적극적 행동이 필요함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된 한 해”라며 “이번 범부처 합동 이상기후 보고서의 발간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에서 볼 수 있다.
신공항특별법, 주민 의사 무시" 가덕도 주민 반발 움직임
신공항 예정지 가덕도 주민들 "원주민-외지인으로 입장 양분"
원주민 "삶 터전 사라진다" 공항 건설 반대…외지인은 찬성
통장·어촌계장 중심 대책위 구성…"누구도 주민 의견 묻지 않았다"
대책위, 생존권 보장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움직임
가덕신공항 조감도. 부산시청 제공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신공항 예정지 가덕도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특별법 통과 과정에서 신공항 건설로 정작 삶의 터전을 잃을 처지에 놓인 주민 의사는 전혀 반영된 게 없다며 생존권 보장을 위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덕도에서 태어나 횟집을 운영하는 허모(60대)씨는 2일 신공항 건설을 둘러싸고 원주민과 외지인으로 양분된 섬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허씨는 "가덕도에서 계속 살아온 원주민들은 공항이 들어서는 데 대해 거의 다 반대하고, 외지에서 들어온 사람들은 일부 찬성하는 분위기"라고 조심스레 운을 뗐다. 이어 "외지인들이야 애초에 거주가 아닌 투기 목적으로 들어온 사람들이 있으니 찬성하지만, 원주민들에게 공항 건설은 생존권이 걸린 문제"라며 "60년 넘게 가덕도에 살고 있는 나도 생계가 걱정돼 공항 건설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덕도 주민 조모(50대)씨는 원주민들이 공항 건설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상세히 설명했다. 조씨는 "원주민들은 연령대가 대부분 6~70대로, 대부분 조그만 집 한 채 가지고 바다에 배 타고 나가 생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만약 공항이 들어서면 이 사람들은 다른 곳으로 이주를 해야 한다"며 "보상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고령자들이 다른 동네에서 직장생활을 할 수도, 시내에서 장사할 수도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특히 배를 가지고 있는 사람의 80% 이상이 빚을 가지고 있는데, 생업인 어업을 못하게 되면 은행에서는 즉시 부채를 회수해간다"며 "한마디로 주택 보상금으로 빚을 갚으면 삶의 터전도 생계를 이을 방법도 모두 사라진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런 상황에서 정부와 정치권은 주민들에게 의견 한 번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신공항 건설을 밀고 나가고 있다"며 "외부에서는 가덕도에 공항이 들어서면 좋다고 하는데, 주민들은 대책이 하나도 없으니 그저 갑갑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384회국회(임시회) 7차 본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재석 229인 중 찬성 181인, 반대 33인, 기권 15인으로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상황이 이렇자 원주민들은 앞서 지난달 5일 마을 통장과 어촌계장 등을 주축으로 꾸린 가덕도 신공항 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생존권 보장을 위한 활동을 구체화하고 있다.
가덕도 신공항 대책위원회 전형탁 위원장은 "지난 20여년 동안 가덕신공항 이야기가 계속 나왔지만 이를 거론한 부산시, 정치권, 지역구 국회의원 그 누구도 주민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으려 한 곳이 전혀 없었다"며 "주민들은 보상이 아니라, 생계 터전을 잃고 길바닥에 나앉게 생긴 처지를 논의할 기구를 구성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책위는 신공항특별법 통과 전인 지난달 중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각 정당에 가덕도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 서한에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주민들의 현 상황과 시공부터 향후 들어설 공항 운영에 대한 부분까지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다자간 협의체를 구성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또 가덕신공항 세부 계획안 등을 주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해달라는 제안도 포함됐다. 하지만 대책위는 신공항특별법이 통과된 지금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듣지 못한 상태다.
대책위는 앞으로 가덕도 원주민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드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전 위원장은 "미군기지 이전으로 생활기반을 잃을 처지에 놓인 주민들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미군이전 평택지원법'처럼 법안이나 시행령 등 근거를 만드는 게 목표"라며 "그동안 가덕도 원주민들이 숨을 죽이고 있었는데, 앞으로는 집회 등을 통해 주민 권익을 위해 강경하게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부산CBS 박진홍
‘성추행 선거’ 부른 오거돈, 그 일가는 ‘가덕도 로또’
원인 제공자가 신공항 개발이익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일가족이 운영하는 회사가 부산 가덕도 일대에 수만 평에 이르는 땅을 갖고 있는 것으로 2일 나타났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급히 통과시킨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수혜자가 오 전 시장 일가가 되는 셈이다. 현재 가덕도 사유지 80%가량을 섬 밖에 거주하는 외지인이 소유한 사실도 확인됐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이 부산시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오 전 시장 장조카인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2005년부터 부산 강서구 대항동 토지 1488㎡(약 450평)를 소유하고 있다. 이곳은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부지로 거론되는 노른자위 땅이다. 또 오 전 시장 일가족이 운영하는 대한제강은 부산에서 가덕도로 진입하는 길목인 부산 강서구 송정동 일대 7만289㎡(약 2만1300평), 대한제강이 지분 100%를 보유한 자회사 대한네트웍스도 같은 지역에 6596㎡(약 1990평)의 공장 부지를 각각 보유 중이다.
오 전 시장은 조카가 토지를 매입하기 이전인 2004년부터 신공항 건설을 주장해왔다. 대한제강은 1994~2004년까지 순차적으로 부지 매입에 나섰고, 대한네트웍스의 경우 2017년 소유권 이전으로 지금의 땅을 얻었다. 오 전 시장은 대한제강 지분 2.47%를 보유했다가 시장 당선 후인 2019년 초 모두 매각했다.
현재 가덕도 일대는 신공항 건설 기대 심리에 땅값이 급격히 오르고 있다. 오 사장이 보유한 대항동 토지 공시지가는 매입 당시 ㎡당 7만3700원에서 지난해 43만원으로 6배가량 뛰었다. 가덕도 특별법이 통과된 현재의 시세는 공시지가 10배 이상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토지 매입 배경에 대해 대한제강 측은 “가덕도 길목의 법인 땅은 기존 공단에 아파트가 들어서는 바람에 분양받은 대체 부지”라면서 “사장이 소유한 사유지도 가덕도 신공항과 무관하다”고 했다. 오 전 시장에게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가덕도에 살지 않으면서 부동산 투자 목적으로 땅을 소유한 외지인도 늘었다. 윤 의원실 분석에 따르면 가덕도 전체 사유지 858만6163㎡(약 260만평) 가운데 677만782㎡(약 205만평)가 외지인이 매입한 토지였다. 윤 의원은 “성범죄로 물러난 오 전 시장 일가족에게 토건 개발의 수혜가 가는 것을 주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라고 했다.
가덕도 땅 80%, 외지인들이 갖고있다
신공항 건설 예정지인 부산 가덕도의 전체 사유지(私有地) 중 80%가량을 다른 곳에 사는 사람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2일 나타났다.
국토교통부가 가덕도신공항을 만드는데 최대 28조 6000억원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추정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2021년 2월 24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항 상공에서 드론을 이용해 360도 파노라마 사진으로 찍은 가덕도의 모습/김동환 기자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따르면 가덕도 전체 면적 2457만1238㎡ 중 국유지 등을 제외한 사유지는 858만6163㎡(약 260만평)이다. 이 가운데 677만782㎡(약 205만평), 전체 사유지의 78.8%를 가덕도 거주민이 아닌 섬 밖 외지인이 소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가덕도에 실제 거주하는 사람이 갖고 있는 땅은 181만5381㎡(21.14%)에 불과했다.
가덕도 내 사유지 중 가장 넓은 땅 21만9769㎡(약 6만6600평)를 소유한 사람은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부산 해운대구 거주자가 약 1만8805평, 경남 거제시 거주자가 약 1만4900평, 경남 통영시 거주자가 약 1만2740평을 보유 중이다. 일본 지바현 사쿠라시에 사는 일본인도 약 1만2650평을 소유해 전체 가덕도 사유지 중 다섯째로 넓은 땅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의 부동산 투자 열기는 국토연구원이 가덕도를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발표한 2009년 4월부터 달아올랐다는 것이 주민들 얘기다. 실제 2009년 4월 이후 거래된 가덕도 사유지 83%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분석됐다. 같은 기간 개인이 아닌 법인(法人)이 매입한 토지 70군데 가운데 36곳은 ‘부동산 법인’이 주인이었다. 신공항 개발 특수를 노린 외부 투기 자본이 대량 유입됐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외지인들은 신공항 후보지, 공항 연결로, 시가지, 해안선 일대의 노른자위 땅을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이들은 가덕도 신공항 예정 부지로 거론되는 부산 강서구 대항동 인근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을 보였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 장조카인 오치훈 대한제강 사장은 2005년 대항동 토지 1488㎡(450평)를 취득했다. 하지만 오 전 시장이 이보다 앞선 2004년 부산시장 후보 시절부터 신공항 건설을 대표 공약으로 내놨다는 점에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 이 땅은 최근 1년 사이에 시세가 3배 이상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회가 ‘가덕도 특별법’을 통과시키고, 문재인 대통령부터 당정청 인사들이 줄줄이 가덕도에 찾아가면서 땅값은 더욱 치솟을 전망이다.
토지 보상에 대한 기대 심리가 높아지면서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겼다. 가덕도 주민인 A씨는 최근 집주인에게서 “나가 달라”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코로나 사태로 마땅히 이사할 곳을 구하지 못하자, 월세계약이 끝난 시점부터 1년간 더 살기로 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 측이 “구청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는지 전화가 걸려오니 집을 비워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집주인은 가덕도에 주소만 올려둔 채 다른 지역에 실거주하는 위장 전입 상태라고 한다. A씨는 “가덕도 신공항 보상이 무엇이기에 갑자기 실거주 증명을 하겠다면서 우리 식구들을 내모는 것이냐”고 했다.
야당 일부에선 “토건을 적폐로 몰고 부동산 투기와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가덕도 신공항을 밀어붙이는 것이 모순”이라고 했다. 윤한홍 의원은 “신공항을 가덕도에 만들면 부산이 발전하고, 김해에 만들면 부산이 발전하지 못하느냐”며 “정부가 얼토당토않은 논리로 가덕도를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했다.
김형원 기자
정의당, 민주당 ‘가덕도 8년내 완공’ 추진에 “30조원 예산 쏟아 부실공사 하겠단 거냐”
강은미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국회사진기자단
정의당이 3일 더불어민주당의 ‘2030년 내 가덕도신공항 추진’ 계획과 관련해 “8년 내 완공하겠다는 말은 30조원 예산을 쏟아부어 부실공사를 하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다”고 직격했다.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대위 회의에서 “산을 깎고 바다 위에 짓겠다는 발상 자체도 위험하지만, 심지어 8년 내 완공하겠다는 말은 부실공사를 하겠다 것”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2030 부산 엑스포’ 이전에 개항을 하기 위해 가덕도신공항을 8년 이내에 완공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강 비대위원장은 “진짜 문제는 이 문제성 발언이 자칫하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며 “이 대표가 부실공사를 공언한 어제, 항공기 조종사들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신중을 기할 것을 주장했다. 한국민간항공조종사협회는 외해에 공항을 건설할 경우 강한 바람으로 인한 위험성과 활주로 양끝단의 침하 가능성 등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경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선·국내선 분리는 접근경로가 중첩되고 효율성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며 “국토부, 국방부, 해수부, 환경부 등 관련 정부 부처에 이어 실제로 항공기를 조종하고 관제하는 실무자들도 가덕신공항의 문제점을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선거를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등 사전검토를 ‘하이패스’ 한다고 그것이 불러올 비극은 지나칠 수 없다”며 “민주당과 이낙연 대표는 무책임하고 무리한 토건사업의 결과가 무엇이었는지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호진 수석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낙연 대표의 선심쓰듯 공약남발이 도를 넘고 있다”며 “종합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수인 국책 사업들을 당장의 선거에 매몰돼 막무가내로 쏟아내는 집권여당 대표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 개탄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대표는 부산 역사는 가덕 신공항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이를 위해서는 민주당 사람이 부산시장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애초 가덕도 신공항이 이번 부산시장 선거용 매표공항, 기획공항이었음을 대놓고 자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 수석대변인은 “30조원의 혈세를 쏟아붇는 대형 사업을 이렇게 속전속결로 단기간에 마무리하겠다니, 이 분이 국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집권여당의 대표인지 건설사의 대표인지 헷갈릴 지경”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덕도 신공항의 수 많은 문제점들은 이미 차고도 넘친다”며 “이 부실사업의 국가적 손실의 후과를 대체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것인지 따져묻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자당의 선거 승리를 위해 국가의 백년지대계를 판돈으로 배팅하는 무책임한 행태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신공항 특별법 사태 막으려면...개헌부터 시작하자
기후시민들이 생태개헌 운동 주체 되어야
2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분노가 뒤늦게 비등하고 있다. 거대한 국책사업에 필수적인 사전 검토의 무력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얄팍한 정치적 의도, 가덕도 현장까지 찾아가서 자신과 위신과 권한을 남용한 대통령의 언행, 반대 목소리를 묵살하고 찬성 표결을 압박한 원내 절대다수 여당, 그리고 토건사업의 지역발전 논리 앞에서 다시 무력해진 환경정치의 초라한 모습들에 대한 복합적인 분노일 것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도 다음 날 논평을 내어, 이 특별법이 전전 정부에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이던 모습과 무엇이 다른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기후위기 대응에 시급한 재정을 낭비하며, 국회의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와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과도 명백히 상충한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여권의 기대와는 달리 특별법에 우호적이지 않다. 대략 특별법이 잘된 일이라는 응답이 3분의 1, 잘못된 일이라는 응답이 과반이다. 심지어 부울경 전체로 보아도 여론은 좋지 않아 보인다.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하더라도 모두가 아는 것처럼 가덕도 신공항의 미래는 매우 불투명하다. 역시 특별법 논의 후반에 뒤늦게 부각된 동남권 메가시티와 지역 균형발전에 대한 논의 역시, 특별법의 적절성과 타당성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중요한 숙제를 남긴다. 다만 이 특별법 자체, 그리고 특별법을 추진한 방식은 특히 냉혹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질문이 남아있다. 우리가 분노한다고 이런 행태가 되풀이되지 않을 것이냐는 물음이다. 장담컨대, 4월 재보궐 선거가 끝나고 곧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 이와 비슷한, 심지어 더욱 무지막지한 토건 공약이 난무할 것이고 기후위기 대응은 주변으로 더 밀려날 것이다. 가덕도만 하더라도, 2030 부산 엑스포에 맞춰서 완공하려면 이 무리한 토건사업의 뒷배가 될 힘 있는 여당 대통령이 필요하고 더 많은 지원과 규제 완화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것이다. 대구경북, 흑산도, 울릉도 등 공항 입지 논의가 있던 곳들에서는 왜 부산만 특혜를 주느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고, 또 다른 지역에서는 균형발전을 하려면 우리 동네에도 토건 개발 사업을 해달라고 요구할 것이다. 물론 정치권에서는 공약과 실제는 다른 것이 아니냐며 일단 선거 때는 좋은 말을 던져놓자고 할 것이고, 선거가 지나고 나면 뭔가 비슷한 사업이라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게 새만금 사업의 시작이었고 4대강 사업의 시작이었다. 4대강 사업은 MB 개인의 취향과 욕심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 열망이 우리 모두의 가슴 속에 있는 모종의 개발 욕구를 자극한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반면에, 예를 들어 2050년 탄소배출을 제로로 만들 때까지 대략 한 세대 동안 매우 다양한 영역에서 조밀하게 진행되어야 하는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사업은 다음 선거에서 당선을 바라는 정치인에게 인기가 없는 일들이다. 중복투자가 되든 기후위기를 가중시키든, 자신의 지역구에서 4차선 도로나 다리라도 새로 놓아야 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5년마다 행정부와 공무원이 리부팅되고, 레임덕을 제외하면 사실상 3년씩만 일을 하게 되는 지금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이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수밖에 없다. 한 세대 동안 수미일관하게 기후위기 대응 전략을 세우고 집행하고 보완할 수 있는 정당과 정치인은 이 제도에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 지금 신공항 특별법에서 이른바 시민사회 출신 정치인들, 그리고 기후위기를 걱정하는 발언을 했던 대통령과 장관들이 보인 이율배반에 분노하는 게 정당하더라도, 매우 내키지 않지만 이런 제도가 이런 기후위기 배신의 정치를 노정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기후위기는 극한적인 조건에서 선택을 강요하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낳지만, 더 탄탄한 민주주의가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초석이다. 또 재난과 위기 속에서 더 좋은 정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희망과 당위가 공존한다. 지금의 정치 제도와 정치 문화를 완전히 재편해야 한다는 요구는 관념이 아니라 현실의 요구이며 흐름이다. 영국 멸종저항이 기성의 대의제를 믿지 못하겠다며 '시민의회'를 주장하고 있는 것도 그런 때문이다. 지금의 정치 체제와 선거 제도가 기후위기 대응을 불가능하게 한다면, 이것도 같이 바꾸자고 주장해야 냉정한 현실주의가 아닐까? 그렇지 않다면, 철인이나 초인이 되기 어려운 정치인들에게 불가능한 기대를 걸거나 기후위기를 배신했다는 비난만을 되풀이하게 되지 않을까?
▲더불어민주당 김영춘(오른쪽부터), 박인영,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가 2월 26일 오후 국회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회의실에서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통과를 TV를 통해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기 하루 전, 국회에서는 탄소중립이행법안 마련을 위한 입법 공청회가 열렸다. 의원들이 발의한 유사한 기후위기 대응법안을 함께 검토하는 자리였는데, <중앙일보> 강찬수 기자의 진술 의견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그는 탄소중립을 위한 국가 계획을 아예 2050년까지의 30년 단위 계획으로 못 박고, 10년 단위와 5년 단위의 계획도 수립하여 전임 정권 5년간의 성적도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탄소중립은 정권 차원을 넘어서는 국가적 과제이기 때문에 담당 기구도 지속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서, 5년 단임의 대통령제로 대표되는 권력 구조도 탄소중립의 순조로운 달성이란 관점에서 보면 헌법 개정을 통해 바꿔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가 환경전문기자로서 오랜 시간 국회와 청와대를 지켜 본 결과로 나온 제언일 테다. 나는 이 제언이 슬쩍 붙인 뱀꼬리가 아니라 용머리로 느껴진다. 탄소제로의 시간표를 짜고, 에너지믹스의 수치를 잘 만든다 하더라도 그것을 소화해 낼 정치, 그리고 이를 보장할 정치제도 없이 기후위기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5년 단임 대통령제가 기후위기 시대에 전혀 걸맞지 않는다면, 정치 제도를 바꾸는 개헌운동과 기후운동을 같이 시작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87년 6월 항쟁으로 어렵사리 쟁취한 대통령 직선제이기 때문에 지금의 제도를 민주주의 상징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제도라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통령 중임제든 내각책임제(의회중심제)든 기성의 제도들 중 여러 선택지를 꺼내놓을 수 있고,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 부응하여 대의제 자체를 보완하거나 대체하는 발상도 가능할 것이다. 에콰도르 헌법처럼 자연법의 정신을 포함하는 '생태 개헌'으로 폭넓은 논의를 펼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직 국민들이 이해를 하지 못한다, 지금의 정치권에서는 공감이 없다, 문재인 정부 집권 초기에 타이밍을 놓쳤다, 시간이 부족하다... 등등 개헌을 하지 못할 많은 이유가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라는 불변의 거대한 현실 앞에서 이런 말들은 자기기만일 뿐이다. 어떤 정치, 어떤 정치 제도, 어떤 헌법이 기후위기를 대면할 수 있는가, 그리고 기후위기를 자신의 일로 염려하는 시민들은 탄소예산이 몇 년 남지 않은 앞으로의 몇 차례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출마한 후보 중 덜 나쁜, 최악이 아닌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 그것으로 선택지를 제한하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면, 개헌을 매개로 정치를 크게 바꾸는 운동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
다음 대선 이전에 정치제도 개편과 생태 개헌이 가능하겠느냐고 회의하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더 나쁜 쟤들이 집권하면 안 돼/큰일 나"와 "이 기회에 우리도 발전/성장하자"라는 선택지 말고, 다른, 우리 모두를 위한 미래를 위한 선택지가 필요하다. 2021년의 현실 정치에서 개헌이 안 되더라도, '기후시민들'의 개헌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더 많은 기후 의제와 더 진지한 기후 정치를 위해서, 2022년 이후를 위해서라도 안 하는 것 보다 한 만큼의 결과가 반드시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 프레시안
일본, ‘온실가스 실질배출 2050년 제로’ 법에 명시하기로
“구체적 기한 법에 넣는 것 이례적”
‘탈탄소’ 근거로 원전 증설 우려도 나와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도쿄/AFP 연합뉴스
일본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든다는 목표를 법률에 명시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는 ‘2050년’이라는 시기를 못 박은 지구온난화대책추진법 개정안을 지난 2일 각의(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아사히신문>이 3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구체적인 기한을 법률에 명시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며 “정권이 바뀌어도 ‘탈탄소’의 방향이 계속 유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안은 이번 정기국회(6월16일까지)에서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1998년 제정된 일본의 지구온난화대책추진법은 온난화 대책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 사업자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이 법 개정안에 온실가스 실질 배출량을 ‘제로’로 만든다는 목표를 명확히 하고, 그 시한을 ‘2050년까지’로 명시하는 것이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뒤 첫 국회 소신표명 연설에서 2050년까지 일본을 온실가스 실질배출이 없는 국가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최대한 도입하고,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원자력 정책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안에선 ‘온실가스 배출 제로’라는 목표엔 동의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를 근거로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가 추가로 건설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의 전력생산에서 원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에 따른 원전 가동 중단 영향으로 2018년 기준 6%에 머물러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17%)와 견줘 크게 낮다. 나머지 77%는 석탄·석유·액화천연가스(LNG) 등 화력이 차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50년 전력생산 구성 비율을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다. 자민당과 경제계는 원전 재가동뿐만 아니라 새롭게 증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전력생산을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수도권 가덕 폄하에, 부산시 전국 전문가집단 꾸려 논리방어전
- 국토부 제기한 난공사 등 문제
- 부산시 “기술적 해결” 해명에도
- 서울 언론은 부정적 여론 확대
- 市 이르면 내주중 기술위 출범
- 타지 교수 포함 30~40명 규모
- 안전성·소음·물류 등 6개 분야
- 검증 거친 정보로 맞대응 방침
부산시가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논리 방어전’에 나선다. 그동안 국토교통부와 수도권 언론에서 제기하는 각종 의혹과 왜곡 보도에 대응해 왔지만, 전문가 그룹을 구성해 객관적이고 기술적인 검토를 통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취지다.
시는 이르면 다음 주 내로 전문가 30~40명으로 구성된 ‘가덕신공항 기술위원회’를 출범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기술위원회는 ▷안전성(비행안전, 공역) ▷소음·환경 ▷물류·항공수요 ▷공항시설·운영 ▷접근 교통망 ▷지반·시공 등 6개 분야의 교수와 업계 관계자 등 전문가로 구성된다. 지역의 입장만 반영한다는 일각의 오해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전문가도 영입할 방침이다.
시가 기술위원회를 구성하게 된 것은 지난달 가덕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전후해 국토부가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수도권 언론이 이를 확대, 재생산하면서 가덕신공항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만 부각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최근 국토부는 “가덕도는 외해에 직접 노출돼 조류·파도 등의 영향에 따른 난공사가 예상되며, 해상 매립에만 6년 이상 소요되고 태풍 피해도 우려된다”는 문제를 제기했다. 또 “활주로가 외해에 노출돼 부등침하(구조물의 여러 부분의 불균등 침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시는 “울산신항 남방파제, 부산신항, 인천국제공항 등 외해 해상공사 시공 사례는 국내에도 많이 있다. 국수봉을 절취한 흙을 매립에 사용하기 때문에 외부 토사 반입이 없어지면서 공정 관리와 단축이 용이하다”고 반박자료를 냈다. 이어 “국내 건설업체가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에서 해상공사에 참여해 시공했을 당시 문제가 없었고, 부등침하 문제는 연약지반 저토층의 물을 빼 단단하게 만드는 공법인 PBD공법 등 기술력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정작 문제를 제기한 수도권 언론에서는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특히 시는 국토부가 제기한 ‘가덕신공항 건설에 드는 비용이 28조6000억 원’이라는 주장에 대해 “이미 활주로 1본을 건설하는 계획으로 진행되는 가덕신공항에 활주로 2본과 김해공항 내 군공항 이전까지 반영하는 계산은 옳지 않다”고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시는 국토부에 전문가의 검증을 거친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오해 소지를 없애는 방법을 선택했다. 사전타당성(사타)조사를 통해 가덕신공항의 문제를 검증하기 전에 전문가의 검토를 거친 자료를 마련해 국토부에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 그룹의 검토 과정에서 가덕신공항의 문제점이 확인되면 선제적으로 대안 마련에 나선다. 시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마무리해야 하는 사타 조사에 대비하는 측면도 있지만, 앞으로 진행될 기본계획 등에서도 전문가의 기술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며 “불필요한 시간 낭비를 줄이고 오해도 해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신문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잘못된 환경평가에 멸종위기종 떼죽음
대규모 택지개발 지역에서 멸종위기종들이 무더기로 확인되고 있다는 소식 연속보도로 전해드렸습니다. 멸종위기종 고리도롱뇽이 떼로 발견됐지만 서식지 보호 대책이 없어 산란터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모두 죽어나가고 있습니다.
{리포트}택지개발이 한창인 양산 사송지구 일대 금정산 계곡입니다. 긴 꼬리의 꿈틀거리는 생명체가 무더기로 보입니다. 멸종위기종 2급
고리도롱뇽입니다. 겨울잠에서 깨어나 다시 계곡에서 활동을 시작한 것입니다. 이곳에서 2년 째 서식이 확인되고 있습니다.
{김합수/생태전문가/”몸통이라든지 꼬리 부분이라든지 그 무늬라든지 색깔 등
여러 방면을 봤을 때 고리도롱뇽과 완벽하게 일치합니다.”}
하지만 주변은 여의도 면적의 택지개발지.서식지 파괴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 그 결과는 곳곳에 나타납니다. 양서류는 주변 호수나 웅덩이로 이동해 산란을 하는데 이미 공사로 다 사라졌습니다. 이동을 하더라도 곳곳이 수렁입니다. 배수로 속에서 고리도롱뇽이 속속 발견됩니다.
“바로 옆 계곡에서부터 산란을 위해 이동하던 고리도롱뇽들이 빠져 있는 현장입니다.
멸종위기종이 이곳 쓰레기더미 배수로에 놓여 있는 상황입니다.” 양서류들에게 그야말로 지옥의 현장입니다. 10년간 했다던 환경영향평가에는 한 줄도 없는 고리도롱뇽이기에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현장입니다. KNN 최한솔입니다.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 7% 감소…올해는?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봉쇄가 원인
한국도 1.2% 증가 → 6% 감소 선회
"규제 유지돼야 파리협정 목표 달성”
코로나19 봉쇄 정책으로 지난해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이 2019년보다 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픽사베이 제공(Queven 촬영)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에 따른 봉쇄 정책 덕에 2019년과 비교해 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 각국의 탄소 배출량을 추적하는 과학자그룹 ‘글로벌카본프로젝트’(GCP) 등 국제공동연구팀은 3일(현지시각)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에 게재한 논문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이 봉쇄 등 강력한 규제정책을 펼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례 없이 급감했다. 기후위기에 대처하려면 강력한 정책과 함께 국제적으로 이를 준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밝혔다.(DOI : 10.1038/s41558-021-01001-0)
영국 이스트 앵글리아대 환경과학부 코린느 르 케레 교수는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글로벌카본프로젝트가 분석한 결과 지난해 연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2019년보다 26억톤 줄어든 약 340억톤으로 집계됐다”고 말했다. 케레 교수는 “전년도보다 7%가 감소한 것으로 지금까지 가장 큰 폭의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가 세계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지난해 4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최고 27%까지 감소하면서 연간 배출량도 7%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측한 연구 결과들은 나왔지만, 구체적으로 실제 배출량의 감소를 계측한 연구 결과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별 감소율, 기후 및 에너지 정책 수와 비례
국가별 감소 추세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 적용을 달리해온 국가군 별로 다른 경향이 나타났다. 파리협정의 전신인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고소득 국가로 분류된 36개국(아넥스 비)은 2019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35%(125억톤)를 차지하고 있었다. 파리협정 이후 4년(2016∼2019년)동안 이들 국가는 앞선 5년(2011∼2015년)와 비교해 연평균 0.8%(1억톤)씩 감축하고 있었는데, 지난해에는 9%(12억톤)이나 감소했다. 이들 국가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원인으로는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의 대체(47%), 에너지 사용 줄이기(36%) 등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특히 국가별 감소폭과 기후 및 에너지 정책 수가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포함된 99개 중위소득 국가들은 2019년 세계 이산화탄소의 51%(178억톤)를 배출했다. 중국이 세계 전체의 28%를 차지했다. 이들 국가군은 2005년과 비교할 때 2019년 배출량이 30%나 증가했지만, 최근 4년 동안은 연 0.8%(1억4천톤) 증가로 증가폭이 둔화됐다. 이는 앞선 5년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역시 기후변화 관련 법과 정책 수의 증가가 배출 감소의 전환을 이룬 요인으로 분석됐다. 이들 국가군에서는 지난해 연간 5%(8억톤)가 감소했다. 한국은 최근 4년 동안 연평균 1.2%의 증가를 보였지만 지난해에는 6%가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79개의 저소득 국가들은 2019년 세계 이산화탄소의 14%(49억톤)만을 배출했다. 이들 국가의 최근 4년 동안 배출은 연간 4.5%(1억8천톤) 증가율을 보였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큰 폭으로 떨어져 9%(4억톤)나 감소했다.
“올해는 기후정책 향방에 따라 달라질 것”
최근 4년간 앞선 5년과 비교해 배출량이 감소됐던 64개국에서는 연평균 1억6천만톤이 감소했다. 반면 150개 국가에서는 연평균 3억7천만톤이 증가했다. 배출이 줄어든 국가들의 감소량도 파리협정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배출 감소량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다.
연구팀은 “코로나19 대유행을 막기 위한 규제들이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 7% 감소에 기여한 것은 맞지만 임시 규제들이 세계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화석연료 기반의 인프라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에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 기조를 이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말 유럽연합, 덴마크, 프랑스, 영국, 독일, 스위스 등은 화석연료 기반 산업을 제한하는 대규모 그린뉴딜 정책을 선언하고 나선 반면 미국과 중국 등 대부분 국가들의 투자는 여전히 화석연료에 집중돼 있다. 2008~2009년 세계 금융위기 때 감소했던 이산화탄소 배출은 2010년 경제 회복과 함께 원상회복됐다. 올해 역시 코로나19 대유행이 지속되고 기후정책에 의해 양상이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경제 회복 정책 등에 의해 지난해 12월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증가했으며 강력한 규제로 줄어든 감소폭을 뛰어넘을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일부 연구에서는 중국의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019년보다 더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물고기야 고맙다…이산화탄소를 줄여준다니
배변 등 통해 CO₂ 연 16억톤 해저로 격리
2019년 세계 연간 배출량 364억톤의 4.6%
작년 코로나19 영향 감소량 24억톤과 비슷
미국 캘리포니아 샌타바버라 해협에서 채취한 물고기 배변과 분비물들. 미국 럿거스대 제공
물고기들은 배변과 호흡 등을 통해 한해 1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심해로 가라앉혀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럿거스대 연구팀은 물고기들이 배변과 호흡 및 여타 분비물을 통해 한해 대략 16억5천만톤의 탄소를 해결한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이는 해양 표층수에서 심해로 가라앉는 탄소의 16%를 차지하는 양이다. 2019년 세계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 364억4천만톤의 4.6%에 해당하고, 코로나19 봉쇄로 줄어든 24억톤과 거의 맞먹는다.
물고기들에 의한 이산화탄소 침강은 지구의 생물학적 펌프 과정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생물학적 펌프란 해양 표층수에 녹아 있는 용존탄소가 생물학적 현상에 의해 심층수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한다. 그레이스 사버 럿거스대 환경생물학부 교수는 “이 현상에 대한 정밀한 자료를 확보하는 것은 기후변화와 해산물 어획량이 탄소순환에서 물고기 역할에 끼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도움일 될 것”이라며 “이번 연구는 탄소순환에서 물고기의 영향을 계량한 첫 시도”라고 말했다. 사버 교수는 “다만 약 16%의 기여라는 연구팀 추정에는 불확실성이 적지 않아 향후 연구에서 좀 더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구팀 논문은 국제학술지 <호소와 해양학> 최근호에 실렸다.(DOI : 10.1002/lno.11709)
물고기들은 배변과 호흡, 여타 분비물을 통해 연간 16억톤의 이산화탄소를 해저로 침강시키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소와 해양학’ 제공
태양빛이 투과되는 약 200m 수심까지의 유광대에서 물고기로부터 배출된 탄소물에는 침전 분립(배설물 입자), 무기탄소입자(탄산칼슘 미네랄), 용존 유기탄소, 호흡에 의한 이산화탄소 등이 포함된다. 이산화탄소는 광합성이 이뤄지는 유광대에서 식물성플랑크톤에 의해 고정된다. 이 유기탄소는 입자로 가라앉거나 동물성 플랑크톤과 물고기에 의해 수직 이동해 심해로 이동한다. 또 용존이나 입자 상태로 대류-확산을 통해 이동하기도 한다. 유광대 아래로 입자가 침전되면 중층표영대(200~1000m 깊이)의 박테리아나 동물성플랑크톤, 물고기에 의해 섭취되거나 호흡된다.
해양은 지구 탄소순환에서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와 관련한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대기와 교환함으로써 지구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구실을 한다. 해양에서 흡수한 이산화탄소는 바다 표층의 작은 단세포 식물인 식물성 플랑크톤(조류)에 넘겨진다. 조류나 물고기 분립, 여타 유기물들이 침전할 때 생물학적 펌프라는 중요한 과정을 통해 이 유기탄소는 표층수에서 심해로 옮겨질 수 있다. 물고기들이 날마다 표층수와 심해로 주야이동하는 것은 분립 및 호흡물질과 더불어 유기탄소 입자를 이동시키는 데 기여한다.
사버 교수는 “태양빛이 닿는 해저까지 침전된 탄소는 유기탄소가 생성된 위치와 수심에 따라 수백 년 이상 심해에 격리돼 축적된다”며 “이런 자연적인 과정을 통해 이산화탄소 발생원의 균형이 유지된다”고 말했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남미 오징어남미 대서양에서 수자원을 싹쓸이하는 중국 선단의 사진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아르헨티나 해군은 정찰기에서 촬영한 중국 선단의 사진을 현지 언론을 통해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했다.1월 말부터 2월 초 사이 아르헨티나 해군 정찰기가 찍은 사진을 보면 중국 선단은 아르헨티나의 EEZ(배타적 경제 수역) 바로 밖에서 밤바다를 대낮처럼 밝히고 오징어잡이 조업 중이다.
해군 관계자는 인터뷰에서 "어림잡아 수백 척의 채낚이선이 매일 조업을 하고 있다"면서 "EEZ 침범 가능성에 대비해 모니터링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 EEZ에 바짝 근접해 오징어를 싹쓸이하고 있는 중국 선단은 지난해 출현해 중남미 각국을 바짝 긴장시킨 바로 그 공포의 선단이다. EEZ 침범에 강력히 대응하는 아르헨티나 해군이 눈에 불을 켜고 경비를 서고 있어 연안으로부터 200해리 안으론 들어오지 못하고 있지만 201해리 지점엔 거대한 해상도시가 떠 있는 듯하다. 아르헨티나는 2016년 3월 자국 EEZ에서 불법 조업하다 도주한 중국 원양어선을 격침시킨 바 있다.
중국 선단은 에콰도르를 거쳐 페루, 칠레로 남하한 뒤 오징어 조업시즌에 맞춰 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 대서양으로 넘어왔다. 아르헨티나의 오징어 조업시즌은 매년 1월부터 7~8월까지 이어진다. 해군 관계자는 "언제든 대규모 어장 도발이 있을 수 있어 감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싹쓸이 조업으로 아르헨티나 오징어 어장은 초토화하고 있다.
중국 채낚이선은 하루에 적게는 10톤, 많게는 20톤 오징어를 잡는다. 아르헨티나 채낚이선협회의 회장 후안 레디니는 "그간 외신에 보도된 대로 중국선단을 300척으로 본다면 중국 선단의 어획량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0일 3만 톤, 1달 9만 톤에 이르게 된다"고 말했다.
레다니는 "이런 식으로 2달만 조업하면 아르헨티나의 연간 어획량보다 많은 오징어를 잡아 간다"면서 "싹쓸이 조업으로 아르헨티나 어장에서 오징어는 씨가 말라버린다"고 안타까워했다. 아르헨티나의 연간 오징어 어획량은 17만 톤 정도다.
현지 언론은 "중국의 싹쓸이 조업으로 걱정이 많은 건 우루과이도 마찬가지"라면서 "남미 국가의 공동 대응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진=아르헨티나 해군/서울신문 남미통신원 임석훈
민주당의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에는 이것이 없다
[창비 주간 논평] 2.26 가덕도 특별법과 생태적 전환
충격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이 2월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이 특별법을 발의한 지 석 달 만이다. 지난 10여년 이상 지역균형발전의 방향에 관한 진지한 숙의가 진행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초스피드로 진행된 법안 처리 뉴스를 접하고는 한동안 멍한 느낌이 들었다.
선거공학을 염두에 두지 않고는 전후 사정을 꿰어 맞추기 어렵다. 여권이 가덕도 신공항 의제를 던지고 나서 1월 중순경부터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이 역전되었다고 하니, 이 추세를 더 강하게 밀어붙이고 싶었을 것으로 짐작을 해본다. 가덕도 신공항 의제가 장기적으로도 더불어민주당에 정치적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을 것이다. 부울경 지역은 인구가 800만에 가까워서 수도권 다음으로 큰 곳이고, 현 집권세력의 본거지라고도 할 수 있다. 또 현 정부에는 노무현 정부의 기억이 강하게 각인되어 있다. 세종시 프로젝트가 2002년 대선, 2004년 총선에서 스윙보터였던 충청권을 끌어들였던 바 있다.
그러나 현 집권세력이 간과한 점이 있다. 정책의제는 인간·물질의 여러 행위자들 간 네트워크에 의해 작동한다. 노무현 정부의 수도 이전 의제는 단순한 선거공학 의제가 아니라, 국토균형발전, 동북아시대 전략과 연관되어 있었다. 그런데 가덕도 신공항 법안에는 정책 간의 네트워크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
정책은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힘을 발휘한다. 정책은 인간·비인간의 여러 행위자들의 결집체인데, 어떤 상징물이 여러 정책들을 네트워크로 묶어내고 그 네트워크에서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문재인 정부를 대표할 수 있는 정책으로는 K-방역, 한국판 뉴딜, 신한반도체제 같은 것들이 있었다.
그런데 가덕도 법안이 강력한 상징물로 떠오르면서, 문재인 정부의 정책 네트워크는 크게 헝클어지고 말았다. 가덕도 특별법을 급히 통과시켰지만 토건주의, 개발지상주의의 색깔을 벗어날 방안은 모색되지 않았다. 가덕도 법안이 반(反)생태, 반지역균형 노선을 연상시키면서 이전에 내놓은 그린뉴딜, 지역뉴딜 비전은 치명상을 입고 말았다.
가덕도 법안은 문재인 정부를 반대하는 새로운 행위자-네트워크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있다. 가덕도 신공항이 4대강사업과 유사한 것으로 상징화되는 과정이 상당히 진행되고 있다. 정의당 강은미 비상대책위원장은 "가덕 신공항은 전두환 정권의 '평화의 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이어 최악의 토건사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의원도 "가덕도 사업이 문재인 정부의 '4대강 사업'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느냐"라고 했다. 정의당이 비록 소수정당이긴 하지만, 이러한 말의 힘까지 무기력한 것은 아니다.
시민단체들 사이에서도 개발주의 비판 담론의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다. 경실련은 "국토부가 추정한 가덕신공항 총 비용은 28.6조 원에 이르나" 실제로는 그 이상이 들 것이라며 "MB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23조 원과는 비교되지 않는다"라고 규탄했다. 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는 "예비타당성 조사와 같은 적법하고 필수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졸속으로 공항건설을 강행하려는 특별법 제정 시도는 중단되어야 한다"라고 입장을 냈다. 환경운동연합과 사단법인 환경정의도 신공항 건설이 탄소중립 및 항공부문 온실가스 감축과 반대방향으로 간다는 점을 지적했다. 환경정의는 특히 가덕도 신공항이 "제2의 4대강 사업"임을 언급했다.
가덕도 신공항 법안과 관련하여 생태주의 진영도 스스로 돌아볼 대목이 있다. 우선 여권에 합류한 운동가와 전문가들의 역할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 놀랍다. 제주 신공항의 경우 교통 수요와 도내 균형발전 차원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공사비용과 환경문제는 계속 제기되고 있다. 가덕도 법안은 통과되었지만, 사전 타당성 검토와 환경영향평가 절차까지 빼지는 못했다. 이제부터라도 이 과정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법안에 명시한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도 '필요시'라는 조건을 달고 있다. 타당성 기준에 대한 논의까지 포함한 공론화 과정을 준비해야 한다.
집권세력이 법안 통과를 밀어붙이면서 생태주의 진영의 반응은 깊이 고려하지 않은 것 같다. 생태주의 세력이 존중해야 할 상대로 인식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세력도 미미하거니와 그저 현실을 모르는 집단으로 간주되는 것 같다. 생태주의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상황이다. 생태적 전환에 대해서 우리 모두 뒤늦게 각성하는 중이지만, 지금까지의 운동이나 담론 상황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서구의 '공정한 전환'(또는 '정의로운 전환') 담론은 1990년대 노동계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역적‧계파적으로 끊임없이 확장되는 중이다. 이에 비해 한국의 생태주의는 운동의 전통상 소농주의적 농촌파 경향이 강한 편이고, 부문·지역·산업에 깊이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치세력들이 생태적 전환의 의제를 정치적·정책적 판단에서 쉽게 무시하는 것 같다.
생태적 전환의 길이 쉽지 않다는 점을 2.26을 통해 다시 깨닫는다. 그 지점에서, 다시 새로운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것이다./이일영 한신대 교수/프레시안
도심 초미세먼지 저감 효과 뛰어난 ‘도시숲’
도시숲이 도시지역 초미세먼지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것을 입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4일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이 위성영상자료 등을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를 보면 서울 도시숲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도심지역의 52%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도심지의 2월 기준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34.3㎍/㎥였다. 하지만 도시숲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17.9㎍/㎥로 도심지보다 16.4㎍/㎥ 낮았다. 이번 연구는 북한산, 관악산, 우면산을 비롯한 서울 전역의 도시숲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산림과학원 박찬열 연구관은 “도시숲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도심지역의 52.2%로 나타났다”면서 “초미세먼지가 도시숲에 있는 나무의 잎과 줄기에 흡착·흡수되거나 숲의 바닥으로 침강하면서 도시숲 지역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도시숲 지역 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야외 초미세먼지 권고기준(25㎍/㎥)보다 낮지만, 도심지역은 WHO 권고기준보다 높다. 도심지역 초미세먼지는 사람의 건강에 악영향을 준다. 그동안 도심의 초미세먼지를 저감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도시숲 조성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지금까지 그 효과가 종합적으로 입증된 사례는 거의 없었다.
산림과학원 관계자는 “그동안 지상에서는 측정할 수 없던 지역 간 미세먼지 농도의 차이를 위성영상자료 등을 바탕으로 확인했다”면서 “서울 도심지역과 도시숲 지역 사이의 초미세먼지 농도 차이를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확인함으로써 도시숲의 효과를 입증했다는 점이 이번 연구의 의의”라고 설명했다.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서울처럼 세계적으로 규모가 큰 메가시티에서 도시숲의 초미세먼지 저감 기능이 밝혀진 것은 국제적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도시 기후 분야의 저명 국제저널인 ‘도시기후(Urban Climat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그린피스 "후쿠시마 방사능 제염작업 부실…고독성 '스트론튬'도 발견“
방사능에 오염된 토양과 쓰레기가 검은색 비닐포대에 담긴 채 일본 후쿠시마 지역에 쌓여 있다. AP연합뉴스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가 2011년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 뒤 발생한 방사성 물질을 없애려는 일본 정부의 ‘제염 작업’이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후쿠시마 산림지대에서 독성이 강한 방사능 물질인 ‘스트론튬90’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원전 사고 지역을 30~40년 안에 자연 상태로 되돌리려는 일본 정부의 계획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그린피스는 ‘2011~2021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의 현실’ 보고서를 발표하고 일본 정부가 벌이는 방사능 제거 작업을 추적한 10년간의 결과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표했다. 그린피스는 보고서에서 사고 이후 2017년까지 진행한 ‘제염특별구역’에서의 방사능 제거 작업이 완료됐다고 일본 정부가 말하지만, 실상은 다르다고 밝혔다. 제염특별구역 가운데 작업이 완료된 면적은 약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총 면적 840㎢ 가운데 120㎢에 그친다. 이 수치는 그린피스가 일본 정부의 각종 자료를 정밀 분석해 확인했다. 제염특별구역은 연간 피폭선량한도가 20mSv(밀리시버트)를 초과하는 지역으로, 한국의 일반인 선량한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1mSv이다. 제염특별구역은 한국으로 치면 시군읍 규모에 해당하는 11개 행정구역이 대상이다.
그린피스는 제염 작업이 더딘 이유로 나무를 지목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원자력 수석전문가는 “산림지대에선 제염 작업이 어렵다”며 “지속적인 방사능 오염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슘과 같은 방사성 물질은 나무 주변의 토양에 흡수되면 뿌리를 통해 식물로 빨려 들어간다. 이후 줄기와 잎으로 방사성 물질이 순차적으로 이동해 나무 전체가 오염된다. 잎이나 줄기 표면을 일회성으로 닦는 것으로는 제염이 어렵다. 산림이 방사능 장기 저장소가 되는 셈이다.
특히 문제는 후쿠시마의 산림지대에 있는 삼나무에서 ‘스트론튬90’까지 확인됐다는 것이다. 스트론튬90은 자연계에는 없는 인공 방사성 물질로 인체에 흡수되면 뼈나 골수에 쌓여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독성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29년에 이른다. 그린피스는 2018년 후쿠시마 내의 4개 지역에서 채취한 삼나무 시료를 프랑스 서부방사능관리협회(ACRO)로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후쿠시마 원전 주변의 대기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됐고 식물에 흡수됐다는 점을 확인한 것이다.
스트론튬90은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에 지금도 다량 존재한다. 추가 오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린피스는 “유해성을 감안할 때 스트론튬90이 조금이라도 환경에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선 원전 사고 지역을 30~40년 안에 자연 상태로 되돌리겠다는 일본 정부의 계획에 현실성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 기술 분석’ 보고서를 발표한 사토시 사토 전 GE 원자력 기술전문가는 “부지에서 발생하는 오염 토양을 제거한 뒤 외부로 옮길 만한 곳이 없다”며 “원전을 해체하면 150~200만t의 콘크리트와 강철 잔해도 나올 텐데 이를 이송할 만한 곳 역시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전을 대상으로 밀폐와 방수 작업을 진행해 추가 피해 없이 유지하다 이족보행 로봇인 ‘휴머노이드’와 같은 첨단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폐로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실제로 최근 개발된 휴머노이드 중에는 단순 보행 외에도 인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최근 보스턴 다이내믹스사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는 물구나무 서기나 앞구르기, 점프 등 체조 선수에 가까운 동작을 보인다. 이런 로봇이 위험 구역에 사람 대신 들어가 작업을 하는 시대가 곧 다가올 거라는 얘기다.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때에는 많은 인력이 방사능에 노출된 환경에서 복구와 수습 작업에 동원됐다 목숨을 잃었다. 사토 기술전문가는 “당시에 지금과 같은 로봇 기술이 있었다면 다수의 인명 손실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며 “폐로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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