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1년 동안 무등산 탐방객 줄고 생태 건강성은 회복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강행에 한겨레 “민주당, 염치없다”
美 친 ‘북극한파’…북극 가열화 때문
10%의 땅에 50%가 사는' 대한민국..지방이 소멸된다
대도시도 혼자선 못버틴다..프랑스·일본도 통폐합 움직임
친환경주 너무 올랐나..'녹색 버블' 경고음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스티로폼 부표, 친환경 부표로 대거 교체
허리케인 바람, 60여년 만에 두 배로 세졌다
‘자연’이 백화점에 들어왔다
10년 전 '원전 누수' 알았는데도…손 놓았던 한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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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 1000만원 '텍사스 재앙'의 원인 민영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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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후쿠시마 원전 이상 없다더니...커지는 불신
상표띠 없는 생수, 이르면 상반기 출시…삼다수·아이시스 등
오죽하면 법무부까지…‘가덕도 특별법’ 관련 부처 죄다 난색
동네 하천 정비도 이렇게 안해"..'가덕도특별법' 속기록 보니
“가덕특별법에 부울경 걱정 모두 해소할 조항 담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코로나19 가도 '살인 미생물'의 창궐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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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터 물고기는 왜 갈수록 안잡힐까…그 궁금증이 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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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환골탈태… 막대한 예산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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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넘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국민의힘 "대통령 비겁하다“
"신공항으로 사라질 가덕도를 애도합니다“
코로나19 1년 동안 무등산 탐방객 줄고 생태 건강성은 회복
연간 탐방객 수 종전보다 최대 150만명 감소..멸종위기종 곳곳 포착

무등산국립공원 찾은 탐방객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염병의 대유행으로 인해 무등산 국립공원 탐방객 수는 줄고 생태계 건강성 회복 신호가 포착됐다. 21일 무등산국립공원에 따르면 지난해 무등산을 찾은 탐방객 수는 245만2천명으로 집계됐다.
무등산 연간 탐방객 수는 국립공원 지정 첫해인 2013년 396만8천명, 이듬해 381만8천명, 2015년 360만9천명 등 매해 300만명 이상을 기록했다. 2020년 이전 연간 탐방객 수가 가장 적었던 해는 2018년이었는데 당시에도 314만3천명이 무등산을 다녀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가 1년 동안 이어지면서 종전보다 많게는 150만명, 적게는 70만명가량 연간 탐방객 수가 감소했다. 도심과 가까운 무등산은 계절마다 꾸준히 등산객이 몰려 월별 탐방객 편차가 크지 않은 편이다.
코로나19는 월별 탐방객 추이에도 뚜렷한 영향을 미쳤다. 광주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해 2월 무등산 탐방객 수는 6만7천명으로 장맛비와 폭염 때문에 한산했던 7월 15만5천명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겨울 풍광이 빼어난 무등산의 2월 한 달 탐방객은 국립공원 지정 이후 지난해를 제외하고 평균 26만8천명이다.
사람의 발길이 줄면서 무등산 생태계는 건강성을 회복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 지난해 무등산 곳곳에 설치된 무인 관찰 카메라에는 수달, 삵, 담비, 수리부엉이, 참매, 독수리, 하늘다람쥐 등 다양한 멸종위기종이 포착됐다.
무등산의 깃대종인 수달은 여러 마리가 무리를 지어 먹이 활동에 나선 모습이 관찰되기도 했다. 국립공원 측은 생태종 보호를 위해 멸종위기종 관찰 지점 등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무등산국립공원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위기 탓에 무등산을 거닐며 마음의 안정을 찾는 탐방객이 규모는 줄었어도 꾸준하다"며 "산행 시에도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 등 개인 방역수칙은 꼭 지켜달라"고 말했다./hs@yna.co.kr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강행에 한겨레 “민주당, 염치없다”
한국일보·동아일보도 여야 비판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강행에 신문들, 여야 모두 비판
19일 더불어민주당이 적극 추진한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숙원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특별법 안에는 핵심 쟁점인 ‘필요한 경우 신속·원활한 건설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을 유지한 채 법안이 통과된 것.
사업비가 10조~20조원에 이르는 국책 사업에 ‘착수하기 전 경제적 타당성 조사를 거치지 않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조항을 넣은 것에 대해 옳은 일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여야는 이날 국토교통위 전체회의를 열고 재석 의원 23명 중 찬성 21명으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의결했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반대표를 던진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가덕도 신공항은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 공항’ ‘매표(買票) 공항’일 뿐이다. 기득권 양당의 야합 정치의 산물”이라고 꼬집었다. ‘대구·경북’지역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28일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맞불 성격으로 ‘대구·경북 신공항건설 특별법’을 발의하기도 했다.
20일 전국단위 아침종합신문 중 한국일보는 유일하게 1면 머리기사에서 이 소식을 다뤘다. 한국일보는 “선택의 키를 나라 곳간을 책임지는 기재부 장관에게 쥐어준 건 특혜 논란을 비껴가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 여당의 입김에서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지 미지수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재난지원금 등 재정 공방에서 번번이 당청에 끌려다니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20일자 한국일보 1면.

▲20일자 경향신문 3면.
한국일보는 “예타는 공공 투자사업을 추진하기 전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 평가하는 제도로 총 예산 5000억원 이상인 사업이 대상이다. 기준보다 무려 200배 이상 많은 예산이 투입되는 가덕도 신공항이지만 빠른 추진을 위해 예타 등 까다로운 사전 절차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을 터준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국일보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특례 조항 등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회 처리 수순을 밟게 된 것은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정치적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평가한 뒤 “지난 17일 열린 국토위 법안소위에서는 여야를 떠나 의원들 스스로 ‘지나친 특혜’라는 의견이 나와 특례조항을 없애는 수정안이 논의됐지만 결국 이날 다시 뒤집어졌다”고 설명했다.

▲20일자 한국일보 사설.
한국일보는 사설에서 여야 모두 비판했다. 한국일보는 “가덕도신공항사업은 10조원 안팎의 예산 투입이 예상되는 초대형 사업이다.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타 조사는 필수적인데도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일 앞두고 표심을 잡기 위해 최소한의 검증조차 포기한 정치권의 후안무치함을 질타하지 않을 수 없다”며 “지역의 표심 잡기에 눈이 멀어 공항 특별법을 남발하는 정치권에 국가의 장래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일보는 “과거 야당 시절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예타 면제를 비판했던 민주당이 ‘그때는 그때, 지금은 지금’식으로 입장을 바꾼 것도 어처구니 없지만 이날 ‘아무리 선거가 급하더라도 기본적으로 지켜야할 것은 지키는 게 좋다’고 공언했던 국민의힘도 결국 민주당의 손을 잡으면서 이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20일자 동아일보 사설.
동아일보도 사설에서 “가덕도 신공항 찬반 논란과 별개로, 선거를 목전에 둔 정치권이 최소 10조 원 이상 예산이 투입될 사업을 사전에 경제적 타당성을 검토하는 예타 절차도 없이 특별법으로 추진하는 것은 명분이 옹색하다”고 지적했다.
한겨레 “민주당, 염치없다” 사설로 강하게 비판
한겨레는 5면 기사에서 여야 모두 비판했는데, 사설에서는 민주당을 더 비판했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천문학적 예산이 들어가는 국책 사업의 경우 경제성, 환경에 미칠 영향, 국가의 미래 등을 꼼꼼히 따져 신중하게 추진해야 마땅하다. 국정 운영의 책임을 지고 있는 집권 여당을 더욱 그래야 한다”며 “그런데도 민주당은 되레 물불을 안 가리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20일자 한겨레 사설.
이어 한겨레는 “민주당은 지난해 11월26일 국회에 제출한 특별법에서 ‘남부권 관문 공항으로 부산 강서구 가덕도 일원에 신공항을 건설한다’고 못박았다. 입지 선정 과정도 없이 ‘가덕도 알박기’에 나선 것이다. 예타, 환경영향평가 등 사전절차 면제 및 단축, 건설비용 보조를 위한 재정자금 융자, 조세 감면과 자금 지원 등 온갖 특혜도 망라했다. 정의당은 ‘부산시장 보궐선거용’이라고 비판했지만 민주당은 ‘부산의 숙원을 해결하겠다’며 국민의힘을 끌어들였다. 결국 국민의힘도 지난 1일 특별법 동참을 선언했다. 두 거대 정당의 ‘선거용 야합’이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는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19일 ‘2월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을 불가역적 국책 사업으로 못박을 것’이라며 ‘법안 통과 후 곧바로 정부 부처가 사업에 나서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혜 입법도 모자라 아예 돌이킬 수 없게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뒤 상식 밖이다. 나중에 뒷감당을 어찌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 이런 식으로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긴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민주당에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박서연 기자 psynism@mediatoday.co.kr
美 친 ‘북극한파’…북극 가열화 때문
국과 유럽이 꽁꽁, 갈수록 ‘극심한 날씨’ 이어져
북미를 강타한 ‘한파’가 인공위성에 그대로 포착됐다. 북미에 최근 한파와 폭설이 이어졌다. 많은 이들이 생명을 잃었다. 교통은 마비됐다. 전기는 끊겼다. 수백만명의 사람이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유럽도 최근 강한 한파가 찾아왔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최근 이 같은 소식을 전하면서 그 원인으로 ‘북극 가열화에 따른 북극한파 남하’를 꼽았다. 캐나다에서부터 텍사스까지 북극한파를 가두고 있던 제트 기류가 약화하면서 북극한파가 남하했다는 것이다.
미국 국립기상청 자료를 보면 1억명 이상의 미국인들이 폭풍 주의보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의 73%가 지난 16일 밤에는 눈으로 뒤덮였다. 이번 ‘북극한파’는 그동안의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있다.

북극이 가열되면서 제트기류가 약해져 차가운 북극 공기가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오면 한파가 찾아온다. [자료=WMO]
텍사스의 일부 지역은 알래스카보다 더 추웠다. 댈러스는 지난 15일 영하 16도를 기록했다. 1989년 이래 가장 추운 날씨였다. 휴스턴 국제공항에서는 영하 8도를 보였다. 이 때문에 텍사스에 사는 400만명은 정전 속에 고통스러운 밤을 보내기도 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인공위성 자료를 보면 전기가 끊기면서 암흑 속에 빠져든 미국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북반구 겨울철, 극심한 날씨 자주 발생할 듯
그런가 하면 유럽에도 폭풍과 추위가 찾아왔다. 러시아와 유럽 북부 지역은 2월 중순 대서양 폭풍과 함께 매우 추운 날씨를 기록했다. 남유럽과 지중해는 스페인을 포함해 큰 눈보라를 경험했다. 그리스는 지난 15일 눈으로 뒤덮였고 시리아와 예멘에도 눈이 내려 큰 불편을 겪었다. 영국의 애버딘셔 지역에서는 지난 10일 영하 23도를 기록하기도 했다.
2월 첫 10일 동안 라트비아의 평균 기온은 영하 8.8도를 기록하면서 1981~2010년 기준보다 5도 낮았다. 독일도 영하 20도를 기록하는 등 유럽 지역도 꽁꽁 얼어붙었다.

북극 진동 지수(AO)가 음의 값을 보이면 차가운 북극 공기가 중위도로 내려온다. 지난 2월 중순 AO는 '-4'를 기록했다. [자료=WMO]
WMO는 “이번 미국과 유럽을 덮친 한파는 북극이 가열화되면서 따뜻해진 것이 원인”이라며 “북극 가열화에 따라 제트 기류가 약화했고 북극의 찬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남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극 진동((Arctic Oscillation) 지수는 북극의 찬 공기가 억제되거나 남쪽으로 내려오는 현상을 보여준다. 북극 진동이 양수이면 북극에 차가운 공기가 갇혀 있음을 뜻한다. 반면 음수는 제트 기류가 약해져 차가운 공기가 북반구 중위도 지역으로 내려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2월 중순 북극 진동 지수는 ‘-4’를 기록했다.
WMO 측은 “추운 날씨와 폭설은 앞으로 북반구 겨울의 전형적 날씨 패턴의 일부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유럽에 지난 15일 강한 한파가 덮쳐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았다. [사진=Climate Reanalyzer/WMO]
WMO 측은 “북반구 중위도 지역에서 최근 관찰되는 겨울철 극심한 기온에 관한 추가 연구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며 “다만 북극 가열화는 지구의 다른 지역보다 2~3배 빠르게 진행되고 있고 이에 따른 바다 얼음(해빙) 감소가 해양 순환과 제트 기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분석했다.
세종=정종오 기자 ikokid@inews24.com
10%의 땅에 50%가 사는' 대한민국..지방이 소멸된다
[행정통합, 지방이 뭉친다]<1-①>대구·경북 행정통합, 부울경은 특별광역연합
지난달 기준 대한민국에는 5182만5932명이 살고 있다. 서울(966만명)과 인천(294만명), 경기(1345만명)를 합한 수도권 인구는 약 2605만명,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산다. 2019년 처음으로 50%를 넘긴 수도권의 인구비율은 지속적으로 상승세다. 국토 면적의 11.8%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사람들이 계속 몰리는 '수도권 공화국'의 현주소다.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가 맞다면 2031년 수도권의 인구비율은 51%를 돌파한다. 저출산·고령화로 2029년부터 인구의 자연감소가 시작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인구 절벽은 지방에서 더 가파를 수밖에 없다. 현실로 다가온 지방소멸 우려에 지방자치단체들이 통합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뭉쳐야 산다'는 절박감에서다.

21일 각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와 경북은 내년 7월 통합지방정부 출범을 목표로 공론화 절차를 밟고 있다. 관건은 8월로 예정된 주민투표다. 하혜수 대구경북행정통합공론화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시·도지사들이 먼저 통합이라는 화두를 꺼냈기에 중앙정부의 화답만 있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와 전남도 대구·경북과 같은 모델을 추진했다. 시·도지사들이 지난해 11월 행정통합 논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광주 공항 이전 문제로 대화의 창은 닫혔다. 대전은 세종과의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행정통합보다 유연한 형태의 특별광역연합 구성을 추진 중이다.
각 광역단체의 통합 움직임은 '생존 전략'에 가깝다. 대구가 광역시로 승격한 1981년 수도권의 인구비율은 36.12% 수준이었다. 이후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하면서 지역의 생산성은 갈수록 떨어졌다. 1985년 전국 대비 4.3%였던 대구의 지역내총생산(GRDP) 비중은 2018년 2.9%까지 줄었다. 다른 지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시작된 혁신도시 이전으로 수도권 인구 집중이 다소 완화했지만 지속가능한 모델로 정착하지 못했다.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 직원 중 상당수는 여전히 '주말부부'다. 최근 서울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지만 경기의 인구는 오히려 증가했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서울의 확장이라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광역 단위의 행정구역 통합 논의는 2013년 이명박 정부 인수위원회의 화두이기도 했다. 당시 '5+2' 개념이 등장했는데 일종의 광역경제권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해 12월 균형발전 기조로 '3+2+2 광역권 전략'을 내놓았다. 모두 권역별 통합과 초광역 협력을 강조한 전략이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균형발전 차원의 초광역협력과 행정통합 논의는 지속적으로 이뤄졌지만 지금까지 중앙정부가 주도했기 때문에 시·도지사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며 "이번에는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체감한 지방에서 먼저 통합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전혀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대도시도 혼자선 못버틴다..프랑스·일본도 통폐합 움직임
행정통합, 지방이 뭉친다]<1-③>프랑스 22개 광역지자체 13개로 줄여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한창이다. 대구와 경북은 행정통합을 위한 공론화 수순을 밟고 있다. 광주와 전남은 지난해 말 행정통합 논의에 합의했다. 부산과 울산, 경남은 광역 단위의 새로운 협력모델을 구상 중이다.
광역 단위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가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대한민국의 행정지도는 꾸준히 변했다. 지금까지는 '분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렇게 부산과 대구, 인천, 대전, 울산이 시차를 두고 광역시로 승격했다.
가장 먼저 나눠진 곳은 부산이다. 부산은 1963년 직할시(1995년에 직할시 명칭이 광역시로 바뀜·이하 광역시로 통일)로 승격하면서 명실상부한 '제2의 도시'가 됐다. 이후 1980년까지 서울특별시와 부산광역시, 9개의 도(道)로 이뤄진 행정구역을 유지했다.
이후 산업화의 바람이 불면서 인구 100만명 도시가 속속 등장했다. 대구와 인천이 대표적이다. 대구는 일찌감치 인구 100만명을 넘어서며 1970년 이미 인구 130만명에 이르는 대도시가 됐다. 인천은 1976년 인구 100만명을 넘었다.

인구 100만명을 넘어선 도시들을 분리해 부산처럼 광역시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줄곧 나왔다. 대구와 인천은 각각 1981년 광역시로 승격했다. 같은 이유로 광주(1986년), 대전(1989년), 울산(1997년)이 광역시로 올라섰다.
광역단체 중 제주도는 2006년 특별자치도가 됐다. 2012년 출범한 세종시는 특별자치시 지위를 부여받았다. 현재 광역단위의 행정구역은 1개 특별시, 6개 광역시, 1개 특별자치시, 8개 도, 1개 특별자치도 등 17개다.
과거 '분리'에 초점을 맞춘 광역단위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는 '통합'으로 옮겨갔다. 광역시로 승격했던 대도시들은 과거 행정구역으로 복원을 꾀한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인구와 낙후한 지역경제를 감안할 때 덩치를 키울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프랑스는 2016년 광역지자체인 22개 레지옹(Region)을 13개로 통폐합했다. 지역 정부의 권한과 역할을 강화한다는 취지였다. 통합 후 지역별 평균인구는 480만명 수준으로 늘었다.
일본은 광역지자체인 도도부현(都道府県)을 통폐합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이와 별개로 지난해 11월에는 오사카부(府)와 오사카시(市) 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가 있었다. 5년 만에 다시 이뤄진 주민투표였지만 결과는 부결이었다.
강현수 국토연구원장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행정구역과 생활권이 일치하지 않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며 "지방의 역할 강화를 위해 행정통합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행정구역의 복원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수 기자 gustn99@mt.co.kr
친환경주 너무 올랐나..'녹색 버블' 경고음

사진=AFP
친환경 투자 열기가 이어지며 '녹색 버블'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펀드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된 가운데 '친환경주'로 분류된 일부 기업 주가가 과도하게 올랐다는 지적이다.
20(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일부 친환경 관련 자산에서 과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FT에 따르면 30개 친환경 종목을 추종하는 S&P글로벌클린지수는 지난해에만 가치가 2배 가까이 뛰었다. 그 결과 이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41배까지 올랐다. 미국 S&P500 기업들의 PER인 23배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GLJ리서치의 고든 존슨 CEO는 "지금은 100% 녹색 버블"이라면서 "내가 보고 있는 거의 모든 태양광 회사들의 실적은 악화했지만 주가는 세 배나 뛰었다. 정상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미국의 태양광회사 선파워가 대표적인 예다. 1년 전만 해도 7달러에 거래되던 이 주식은 친환경 바람을 타고 급등하더니 올해 1월엔 54달러를 뛰어넘었다. 2월 들어서는 오름폭을 일부 반납해 19일에는 37.76달러에 마감했다. 그래도 1년 동안 5배 넘게 올랐다.
세계 1위 해상풍력 개발업체인 덴마크의 오스테드도 비슷하다. 미약한 실적 증가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투자자들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하면서 주가가 3년 동안 3배 가까이 뛰었다.
크레딧스위스의 마크 프레쉬니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들이 향후 30년 동안 화석연료에서 친환경 에너지로 대전환이 이뤄질 것을 예상하고 있는 만큼 단기적으로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데에는 크게 개의치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해상풍력 환경 문제로 인해 좌초되거나 대형 에너지 기업들이 가능한 해저 자원개발권을 몽땅 사들일 수 있다는 점은 중대한 위험요인이라고 짚었다.
수소연료 회사 플러그파워도 올해 들어서만 주가가 50% 치솟은 종목이다. 바클레이즈의 모세스 수턴 애널리스트는 플러그파워의 시가총액이 250억달러까지 불어나 올해 매출 전망치의 80배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내재 가치를 크게 웃돈다는 평가다. 그는 현재 플러그파워를 1999년의 마이크로소프트(MS)와 비교하기도 했다. MS는 닷컴 붕괴 후에도 시장 리더로 남았지만 당시 주가를 회복하는 데에는 10년 이상 걸렸다고도 설명했다.
단 자산운용사 오펜하이머의 콜린 루쉬 애널리스트는 "경제 핵심 활동 연료가 수소연료로 전환하면 플러그파워가 1000억달러 이상 가는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람들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파워 주가 1년 추이/사진=인베스팅닷컴
친환경 투자는 지난 몇년 새 월가의 대세로 자리잡았다. 지난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은 최근 지속가능한 투자를 향한 "구조적인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친환경 투자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실제로 막대한 자금이 이른바 '착한 투자'로 쏟아지고 있다.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ESG 펀드로의 자금 유입은 지난해에만 3500억달러(약 387조원)로 직전해의 1650억달러보다 2배 넘게 늘었다.
루쉬 애널리스트는 "초반엔 수익률이 좋은 몇몇 ESG 펀드가 관심을 받았지만 2019년 하반기부터 지난해까지 기후변화 억제를 위해 노력하는 기업들 전반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이 확연하게 넓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친환경 부문에서 소비자 수요도 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 정부, 가정은 재생가능 에너지와 전기차에 5000억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노력이 배가되면서 녹색 투자는 더욱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친환경 투자를 정책 우선순위로 내세우면서 수조 달러 투자를 약속했고, 중국도 206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윤세미 기자 spring3@mt.co.kr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스티로폼 부표, 친환경 부표로 대거 교체
정부가 올해 친환경부표 571만개를 어업인들에게 보급한다. 지난해보다 3배 가량 늘어난 규모다. 또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티로폼 부표를 2025년까지 완전 퇴출시킨다는 계획이다.
해양수산부는 올해 기존 스티로폼 부표보다 미세플라스틱 발생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친환경부표 571만개를 보급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올해 사업비는 지난해(200억원)의 2.8배로, 공급 물량은 지난해 187만개의 3배에 달한다. 올해 총 55개 기업에서 만든 친환경 부표 398종에 친환경부표 인증을 하고 최근 단가계약까지 마쳤다.

지난해 말 기준 전국 김, 굴, 가두리 양식장 등에서 사용하는 부표 5500만개 중 스티로폼 재질의 부표는 3941만개(72%)다. 해수부는 쉽게 부스러져 해양플라스틱 쓰레기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줄이기 위해 2015년부터 양식장에서 사용되는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대체하는 친환경부표 보급지원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해의 경우 자체 부력이 확보되는 소재 위에 같은 소재를 덮어 내구성을 한층 강화하는 등 기능을 보완한 신제품이 개발돼 7월부터 보급하고 있다.
어업인들은 내구성과 환경 유해성 시험기준을 통과한 친환경부표 중 자신에게 적합한 제품을 선택해 해당 지역수협을 통해 구입할 수 있으며, 구매 비용의 70%를 중앙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다.
해수부는 2025년까지 ‘친환경부표로의 완전 전환’이라는 목표를 조기에 달성하기 위해 예산이 적기에 확보되도록 재정당국과 적극 협의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안에 양식장 스티로폼 부표 사용을 금지하는 법령을 개정해 단계적으로 친환경부표 사용 의무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허만욱 해양수산부 양식산업과장은 “친환경부표의 품질 향상과 지원 강화를 통해 당초 계획보다 1년 빠른 2024년까지 양식장 내 스티로폼 부표 사용 제로화를 달성하고, 새롭게 설치되는 부표의 경우 스티로폼 사용을 금지하는 법제화를 발 빠르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허리케인 바람, 60여년 만에 두 배로 세졌다
평균 최대 풍속 ‘56㎞ → 117㎞’
해저 수온 높아지면서 위력 커져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한 직후인 2005년 9월 촬영된 미국 미시시피주 롱비치. 시청과 도서관 등 공공시설이 있던 거리의 건축물 대부분이 강풍으로 파괴됐다.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 제공
대서양에서 발생하는 열대저기압인 허리케인의 풍속이 60여년 만에 두 배나 강력해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수면뿐만 아니라 수심 50m의 깊숙한 바다 수온까지 기후변화로 높아지면서 허리케인의 위력을 높이는 따뜻한 바닷물의 층이 두꺼워진 게 원인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달 초 영국 국립해양학센터 연구진 등은 북대서양의 섬 버뮤다의 반경 100㎞ 이내에서 발생한 허리케인의 평균 풍속을 1955년부터 2019년까지 기록한 자료를 분석해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 최신호에 게재했다.
분석 결과, 허리케인의 평균 최대 풍속은 해당 기간에 시속 56㎞에서 117㎞로 껑충 뛴 것으로 나타났다. 반세기 남짓 만에 바람 속도가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연구진은 바람이 빨라진 원인으로 바닷물의 온도를 지목했다. 높은 수온은 열대저기압의 연료 구실을 한다. 버뮤다 인근의 해수면 온도는 분석 대상 기간에 0.6도 상승했는데, 연구진이 수심 50m의 바닷물을 추가 확인했더니 0.5~0.7도가 오른 사실이 발견됐다. 공기와 접촉하며 차가워져야 할 해수면 온도를 수심 50m 안쪽의 바닷물이 밑에서 받치며 지속적으로 데우고 있었던 것이다.
현재 허리케인 예보는 해수면 온도에 의존하기 때문에 관측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 연구 결과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연구를 이끈 사만다 할람 사우샘프턴대 연구원은 미국 과학매체 라이브사이언스를 통해 “허리케인이 심각해질수록 수심 50m 바닷물의 온도를 분석하는 일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한국에서도 온난화가 태풍의 풍속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 만큼 기후변화 대응에 관한 전 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정호 기자 run@kyunghyang.com
‘자연’이 백화점에 들어왔다
‘빅3’ 백화점 올해 대형 매장 개장

‘더현대 서울’ 홈페이지 캡처
채광 즐길 수 있는 ‘더현대 서울’
호수·휴양림 낀 ‘롯데 의왕점’
전망대·정원 갖춘 ‘신세계 대전’
불문율 깬 파격 휴식 공간 제공
“기존 백화점은 깨끗이 잊어라.”
롯데·현대·신세계 등 ‘빅3’ 백화점 업체가 올해 대규모 오프라인 신규 매장을 잇따라 선보이는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공격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거리 두기 일상화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것은 물론 비대면 온라인몰에 빼앗긴 고객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오는 26일 서울 여의도에 백화점업계의 불문율을 깬 ‘더현대 서울’을 개장한다. 고객들이 쇼핑시간을 알지 못하도록 창문·시계를 없앴던 과거와 달리 전 층에서 자연채광을 느낄 수 있는 것이 큰 차이점이다. 매장(지상 1~5층)을 타원형의 순환동선 구조로 꾸미고, 내부 기둥을 없애 대형 크루즈에 머무는 듯한 개방감을 극대화한 것도 새롭다. 5층에는 실내 녹색공원인 ‘사운즈 포레스트’, 1층에는 ‘워터폴 가든’ 등 매장 곳곳에 3400평(1만1240㎡) 규모의 조경공간도 들어선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유모차 8대가 나란히 쇼핑할 수 있는 최대 8m의 동선 너비는 다른 백화점에 비해 2~3배나 넓다”면서 “매출 증대를 우선하는 백화점이 아닌 자연 속에서 자신에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문화·예술·여가공간”이라고 말했다.

자연채광을 강조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자연 속 체류형 공간을 내세운 롯데백화점 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 전망대를 갖춘 신세계백화점 대전엑스포점 조감도(위 사진부터). 각 사 제공
롯데백화점은 2014년 이후 7년 만에 처음으로 초대형 매장 2곳을 연이어 개점한다. 오는 6월 문을 여는 동탄점은 영업면적 2만3000평, 연면적 7만3000평으로 경기 남부 상권에서 최대 규모다. SRT·GTX 동탄역과 직접 연결되는 이곳은 개방형 명품관 아트리움과 복합층의 잔디정원 등 단순히 상품을 진열 판매하는 백화점이 아닌 해외 유명 패션거리를 걷는 듯한 문화공간으로 조성한 것이 특징이다.
또 9월 선보이는 롯데 프리미엄아울렛 의왕점은 온 가족이 소풍을 나와 자연 속에 머물 수 있는 체류형 공간을 콘셉트로 삼았다. 백운호수·왕송호수·바라산 휴양림 등 자연생태 휴양도시의 중심에 위치해 소풍과 쇼핑을 함께할 수 있는 신개념 유통공간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7년 만에 야심차게 내놓는 신규 매장인 만큼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경험과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것”이라면서 “아울렛 의왕점을 ‘시간도 쉬어가는 곳’이라는 뜻을 가진 ‘타임빌라스’로 명명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오는 8월 전망대를 갖춘 대전 엑스포점으로 5년 만에 신규 출점에 나선다. 지하 5층·지상 43층 규모(건물 면적 약 28만㎡)로 뉴욕 맨해튼과 마카오 등에서 유명 건물을 디자인한 세계적인 설계사들이 대거 참여해 대전·충청지역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겠다는 계획이다. 193m 높이의 전망대는 물론 럭셔리 호텔 ‘오노마’, 휴식과 산책, 놀이 학습을 즐길 수 있는 4500평 규모의 일체형 옥상정원도 만날 수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신세계의 13번째 백화점인 이곳은 업계 처음으로 카이스트와 함께하는 ‘신세계 과학관’, 암벽등반·스크린야구를 즐길 수 있는 충청권 최초의 토털 실내 스포츠테마파크, 대전·충청권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 오프라인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10년 전 '원전 누수' 알았는데도…손 놓았던 한수원
월성 원전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됐다는 보고서 내용 단독으로 계속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MBC 취재 결과, 한국수력원자력은 이미 10년 전 월성 원전의 오염수 누출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스스로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지만 무시됐습니다.
리포트-지난 1983년 상업가동을 시작한 월성 원전 1호기.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오래된 원전이라는 점에서 한국수력원자력도 주기적으로 오염수 누출 여부를 확인해 왔습니다. 그런데 월성원전 1호기에서 방사성 물질이 누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한수원이 이미 10년 전부터 알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2011년, 한국수력원자력이 직접 작성한 보고서. 1호기 바로 옆에 있는 SP2 지하 관정에서 측정된 삼중수소의 농도는 최대 1,864 베크렐이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한수원은 "SP2에서 측정된 삼중수소 농도가 다른 지점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면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의 비음용수 제한치를 초과하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그러면서 1호기의 배관이나 구조물에서 오염수가 누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스스로 경고했습니다.
[이정윤/원자력 안전과 미래 대표]
"누설을 초기부터 제대로 차단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쪽에 제대로 된 시설 투자도 안 하고…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그 누설이 지속적으로 계속 많이 나간 것 아니냐…"
이 같은 우려는 10년이 지난 지금 현실이 됐습니다.월성원전 주요 시설이 군데군데 금이 가고 오염물질이 흘러나와 심지어 경주 앞바다로까지 유출된 것이 확인됐습니다. 이제 전문가들은 주변 주민들은 물론 월성 원전에는 일하고 있는 노동자 3천여 명의 건강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병섭/원자력안전연구소장]
"이미 알고 있던 문제점을 10년가량 방치해놓는 바람에 상황을 악화시킨 것에 대해서는 한수원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이에 대해 한수원은 사용후연료저장조와 지하 배관에 대한 점검과 보수를 시행하고, 지하수 감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MBC뉴스 장미쁨입니다.
빌 게이츠의 ‘탄소 배출 없는 핵발전론’에 대한 반론
기후위기 대응에 핵발전은 함께 할 수 없어
‘위험-혜택’ 아닌 ‘비용-효과’ 측면만으로도 불필요
지난 10년 발전비 태양광 89%↓ vs 원자력 26%↑
패러다임 다른 핵발전-재생에너지 공존할 수 없어

패러다임이 다른 재생에너지와 원자력발전은 공존할 수 없다. 픽사베이 제공
화석 에너지의 종말은 화석 연료의 고갈이 아니라, 화석 연료를 연소시킨 결과로 일어나는 기후위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에너지원을 태양광과 풍력 에너지로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핵발전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핵발전은 핵재앙, 핵폐기물, 핵확산의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 위험을 뒤로 감춘다면 핵발전도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 '모든 걸 다하자(do everything)'에 포함될 수 있다.
자동차 사고로 많은 사람이 사망한다 해도 사회적 탄성력은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핵발전 사고가 일어나면 그 뒤 수습에 그동안 핵발전으로 인한 모든 편익을 능가하는 피해가 발생한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 핵발전 사고 이후 그 지역은 회복 불가능하게 되었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처리 비용이 2018년까지 236조원에 달했다. 그 비용으로도 해결하지 못해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에 내다 버리겠다고 한다. 게다가 비용 대부분은 핵발전 회사가 아니라 세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우리 국토는 회복 불가능의 영역으로 둬도 될 정도로 여유롭지 않다. 핵발전 상위 10개국 가운데 인구밀도는 우리나라가 가장 높다. 핵발전 주변 지역 인구가 많고 원자로가 조밀하게, 그것도 한 부지에 많이 몰려 있다. 고리 핵발전소 반경 30㎞ 이내에 3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인간이 제한 없는 합리성을 지니고 있다면 세상에 무슨 문제라는 게 있기나 하겠는가? 핵발전 사고에 유능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정부는 없다. 일본 동북부 지진과 그에 따른 핵발전 사고는 가장 치밀하게 구축된 일본의 안전망 역시 무력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핵발전 위험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안전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사고뿐만이 아니다. 원자로에서 수만년 동안 방사능을 가진 폐기물이 나온다. 우리 세대의 단기적 이익을 위해 미래 세대의 장기적 이익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핵발전은 세대간 착취라는 점에서 더욱더 문제가 크다.
우리는 내일의 위험을 걱정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오늘 당장의 삶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 현재의 전력 공급 체계에서 핵발전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앞으로도 그러해야 할 근거는 없다. 핵발전은 미봉책일 뿐이며 대체 불가능하지도 않다. 이제 핵발전은 '위험과 혜택' 수준뿐만이 아니라 '비용과 효과' 측면에서도 더 가능하지 않다. 핵발전이 시장에서 무너지고 있다.

에너지원 별 발전 단가(LCOE). 출처: Our World in Data
얼마 전까지도 석탄 발전이 가장 저렴했기 때문에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력 비용은 기술 혁신뿐만이 아니라 연료 비용에 의해서도 결정된다. 석탄 발전은 기술 효율성을 향상할 여지가 거의 없고 연료인 석탄은 총 발전 비용의 약 40%를 차지한다. 그래서 세계적으로 석탄 발전 비용은 지난 10년 동안 2%만 하락했다. 두번째로 큰 가스 발전은 그 비용이 지난 10년 동안 30% 이상 더 싸졌다. 이는ᅠ파쇄공법 개발로 셰일 가스 공급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핵발전 비용은 지난 10년간 26% 올랐다. 후쿠시마 사고와 같은, 예전에 고려하지 않았던 위험을 막아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고 최근 세계적으로 핵발전소 수요가 적어져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빌 게이츠는 그의 책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에서 “핵발전은 하루 24시간 지속해서 공급할 수 있는 탄소 배출이 없는 유일한 에너지원이기 때문에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이상적이다”라고 주장한다. 재생에너지는 태양이 빛나고 바람이 부는 조건에 의존하여 간헐적으로 생산되므로 핵발전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 부하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한다.
2020년 영국 서섹스대학의 벤저민 소바쿨과 연구원들은 <네이처 에너지> 논문에서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의 탄소 감축 효과를 분석했다. 재생에너지와 핵발전의 관계는 서로 배타적이고 경쟁적이어서 하나가 다른 하나를 밀어낸다. 정부가 저탄소 에너지 예산을 핵발전에 투입하면 재생 에너지 기술에 투자할 자금이 그만큼 줄어든다. 이런 관계는 핵과 재생에너지가 공존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거를 무너뜨리고, 핵발전 확대가 오히려 재생에너지 활성화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불과 수년 전까지만 해도 재생에너지가 전체 전력의 10% 정도를 넘으면 지속적인 전력 공급이 불안정해진다고 했다. 2020년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38%에 달해도 전력 공급이 안정적이다.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그리드 기술의 혁신과 그 기술을 실현하는 배터리 가격의 하락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은 지난 10년 동안 약 80% 이상 하락했다. 재생에너지 100%(RE100)를 향한 기술혁신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비용은 각각 89%와 70% 떨어졌다. 재생에너지에 기술혁신이 집중되고 이와 함께 대규모 투자가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2020년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태양광 발전이 가장 저렴한 전기 공급원이라고 선언했다. 그동안 재생에너지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나라는 정부 보조금을 줄이거나 심지어 없애도 재생에너지가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2019년 전 세계 신규 전력 중 태양광과 풍력이 72%를 차지하였다. 재생에너지 비중이 커질수록 출력 조절이 되지 않아 유연성이 떨어지는 핵발전은 에너지 체계의 걸림돌이 된다.
세계 전력 시장은 이러한 추세를 반영한다. 일본의 미쓰비시가 터키와 베트남에서, 히타치와 도시바가 영국에서 이미 수주한 핵발전소 사업을 포기했다. 계속 진행할수록 더 큰 손실이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19년 이후 3년 동안 재생에너지를 45GW 증가시키는 반면 핵과 석탄 발전은 24GW 줄일 예정이다. 2020년 유럽연합(EU)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위한 ‘그린딜‘ 전략을 수립했는데 여기에 핵발전을ᅠ제외한다고ᅠ명시했다.
빌 게이츠는 그의 회사인 테라파워(TerraPower)를 통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소형 차세대 원자로를 설계하였다고 한다. 그러나 2019년 1056억달러 자산을 가지고 있는 빌 게이츠조차도 막대한 납세자 자금 없이는 그 핵발전소를 건설할 수 없는가 보다. 빌 게이츠는 테라파워가 설계한 원자로 기술을 시범 운영하기 위해 앞으로 10년 동안 수십억달러를 지원하도록 의회를 설득하려 했다.
우리나라 보수 언론이 주장하듯 핵발전이 그토록 엄청난 이익이 나는 노다지 시장이라면 왜 기업과 개인 투자만으로 해외 진출을 하지 못하는가? 핵발전은 엄청난 정책 지원과 막대한 세금 지원으로만 건설된다. 이익이 난다면 소수가 차지하고 손실이나 피해가 발생한다면 시민 모두가 감당해야 한다.
핵발전 수출 시장이 수백조원이라는 주장도 실제가 아닌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 주요 선진국 대부분은 현재 가동 중인 핵발전소 수명이 다하면 새로 짓지 않고 퇴진시킬 예정이다. 중국은 2018년 재생에너지에 910억달러를 투자했지만 원자력에는 65억달러를 투자했다. 중국, 러시아, 동유럽과 중동을 제외하곤 새로운 핵발전소 투자를 계획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세계 시장의 중심부에 있는 우리나라가 이들 나라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뭔가 이상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뒤떨어진 재생에너지 후진국이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유럽 주요 국가는 40%를 넘어가고 있고 중국과 일본은 20%를 넘고 트럼프 대통령 시절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했던 미국조차도 20%에 도달하려는 반면 우리나라는 6%에 머물고 있다.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의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세계 인구 3분의 2가 사는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이 가장 싼 신규 발전인 데 반하여 우리나라는 세계 기준에서 재생에너지보다 비싼 석탄 발전 비용이 가장 싸다.

2020년 국가별 발전단가(LCOE)가 가장 싼 에너지원. 출처: 블룸버그 뉴에너지 파이낸스(BNEF)
우리나라는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전환을 해야 한다.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대기업들은 자신들에게 납품하는 기업들에 100% 재생에너지로 만든 상품을 요구하려 한다. 이 재생에너지에는 핵발전이 포함되지 않는다. 핵발전은 저탄소 에너지이긴 해도 핵폐기물을 쏟아내 재생에너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과 미국 바이든 새 정부는 화석 연료를 사용하여 생산된 상품에 탄소 국경세 부과를 준비 중이다. 선진국들은 앞선 재생에너지 기술력으로 ‘사다리 걷어차기’를 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 대한민국은 핵과 석탄 발전을 붙들고 있다가 세계 시장에서 걷어차기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가장 큰 야당과 여러 언론은 우리나라가 재생에너지를 할 자연 여건이 안된다고 한다. 태양광은 위도가 낮을수록 유리한데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의 나라 독일보다도 위도가 무려 15도나 낮다. 우리나라는 풍력이 북유럽처럼 풍부하지는 않지만, 상공에 제트기류가 흐르기 때문에 작다고 볼 수 없다. 보존해야 하는 농지와 산지가 아니어도 건물, 고속도로와 철도 주변, 주차장, 댐, 저수지와 대륙붕 등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할 곳이 우리 국토에 널려 있다.
우리 사회가 어떤 에너지를 사용할 것인가는 기술적인 문제를 넘어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핵발전은 원자핵을 분열시켜서, 그리고 화석 연료는 분자를 태워서 에너지를 발생시키므로 이들 에너지는 특정 장소에서 전력으로 만들어 도시와 산업 지역으로 전달한다. 태양과 바람은 원자핵과 화석 연료에 비해 에너지 농축이 적어 수많은 지역에서 에너지를 모아 배전망을 통해 분배한다. 하지만 이런 비효율성과 제약이 오히려 실질적인 이점이 된다. 곧 핵과 석탄 발전은 소수가 지배하는 중앙집권적인 에너지 체계지만, 재생에너지는 분산적이므로 시민이 지배할 수 있는 분권적인 체계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정책이 수립된다면, 재생에너지는 소수가 지배하는 에너지 독점을 무너뜨려 우리 공동체를 바로잡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물질적으로 유한한 지구에서 더는 인간의 무한한 욕망이 달성될 수 없다. 이미 인간이 만든 세상은 지구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 핵발전은 에너지 소비의 지속적인 성장을 전제로 한다. 태양과 바람을 기반으로 움직이는 세상을 만들어야 인류는 지구에서 지속할 수 있다. 이 세상에 에너지 결핍이 있다면 ‘성장’이 아니라 정의로운 분배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지금까지 이 세상에 없었던 ‘성숙’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혁명의 구조>의 저자 토머스 쿤은 “과학은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발전하며 이는 개종에 비유된다”라고 했다. 개종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던 신념을 완전히 바꾸는 것을 뜻한다. 이처럼 패러다임 전환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의 총체적인 과정이다. 일부만 받아들이고, 일부는 받아들이지 않는 식의 취사선택은 허용되지 않는다. 천동설과 지동설이 함께 수용될 수 없다. 그러므로 쿤은 ‘과학의 역사는 벽돌을 차곡차곡 쌓아 커다란 건물 하나를 짓는 과정이라기보다는 옛 건물을 어느날 포크레인으로 밀어버리고 그 옆에 새 건물을 짓는 과정이다‘라고 했다. 마찬가지다. 핵발전과 재생에너지는 그 패러다임이 다르므로 두 가지 모두를 선택할 수 없다. 과거의 방식을 지속하느냐, 미래의 지속 가능으로 전환하느냐의 패러다임 경쟁이다.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경희사이버대학 기후변화 특임교수 cch0704@gmail.com/한겨레
전기요금 1000만원 '텍사스 재앙'의 원인 민영화, 그리고
지난 주부터 미국 텍사스주를 포함한 미 전역에 몰아닥친 겨울 한파와 눈폭풍으로 21일(현지시간) 오전 최소 58명 이상이 사망했다. 특히 텍사스주의 주민들은 예상치 못한 폭설과 한파로 수백만 가구가 전기, 수도, 식료품 등 부족으로 최악의 일주일을 보내고 있다.
텍사스에서만 450만 가구가 겪었던 대규모 정전 사태는 거의 복구가 됐지만,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하는 '전기요금 폭탄'으로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전기가 차츰 복구되자 수백만 가구가 수도가 끊겨 고생을 하고 있다. 추위로 상수도 파이프가 터지거나 정수 처리장이 고장이 났기 때문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병원에서 물 부족으로 수술이 지연되면서 한 남성이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는 등 의료시설의 물 부족 사태다.
또 눈과 추위로 인해 도로 사정이 열악해지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식료품 부족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조 바이든 정부는 20일 텍사스주를 '중대재난' 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1일 ABC와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조만간 텍사스를 방문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하 직함 생략)은 이 문제의 심각성과 중요성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대통령 방문에 따른 의전으로 복구 작업이 방해를 받을 가능성을 고려해 일정을 신중하게 잡을 것이라고 사키 대변인은 덧붙였다.
텍사스가 미국 남부지역으로 겨울에도 영하로 내려가는 날이 드문 따뜻한 지역이었다는 사정을 감안한다고 해도 1주일의 한파와 폭설로 수십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백만 가구가 단전, 단수로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힘든 재난 상황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번 텍사스의 수난을 불러온 주요 원인은 크게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전기 등 공공재에 대한 민영화, 둘째, 기후위기 대응책 미비, 셋째, 공화당 일색의 지역 정치가 야기한 민생과 유리된 정치의 문제 등이다.

▲ 텍사스주의 한 가정에서 정전으로 난방이 불가능해지자 가족들이 추위에 떨며 전기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1. 전기요금 1만불 고지서 받은 주민...민영화의 폐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텍사스
텍사스는 전력시장 민영화를 시행한 미국의 주 중 대표적인 사례였다. 2002년 완전소매경쟁 체제를 도입한 이후 민영화 도입률이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다른 지역과 달리 연방정부의 송전계통과 분리된 완전히 고립된 전력망을 갖고 있다.
이처럼 연방정부의 전력망 체제에 편입돼 있지 않는 것은 평소에는 연방정부로부터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편리할 수 있지만 이번 한파와 같이 비상 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타 지역을 통한 전력 융통이 불가능하다. 텍사스주는 지난 2011년 한파가 몰아닥쳤을 때 연방정부로부터 전력 부족 사태에 대비하라는 지적을 받았지만 이를 무시했다.
전기 민영화로 인한 전력수급 불안정 문제는 어느정도 예상된 문제였다. 지속적인 인구 증가와 민영화로 인한 폐해로 전력 예비율이 목표치(13.45%)를 밑돌아 2014년 이후부터는 줄곧 한자리 숫자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로 확인된 것은 민영화로 인한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변동 요금제'가 적용되는 일부 업체에서 이번 사태로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시간당 전기요금을 1메가와트(MW) 당 50달러에서 9000달러로 올리면서 방 3개짜리 가정집에 전기요금이 1만 달러(약 1100만 원)이 부과되기도 했다고 NBC가 보도했다. 특히 이 업체는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다른 업체로 바꾸라'면서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해 문제를 키웠다. 그렉 애벗 주지사는 19일 "한파로 고통을 겪은 주민들이 높은 전기요금으로 타격 받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관련 조사와 대응책 마련을 약속하기도 했다.

▲ 텍사스 댈러스에 위치한 한 식료품점의 텅 빈 판매대. 폭설과 한파로 도로 사정이 나빠지면서 식품 등 생필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AP=연합뉴스
2. "기후변화가 사기"라더니...텍사스의 '재앙'은 전국적 문제다
기후변화로 인한 위기가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이며, 텍사스만이 아니라 미국 전역이 이런 위기에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도 이번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 재해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발생했다. 지난 2018년 이후 거의 매년 여름 캘리포니아주 등 서부에서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다. 지난해 8월말부터 한달 넘게 지속된 서부지역(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 등) 산불에 대해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그해 9월11일 현장을 방문해 "낙엽을 치우지 않아서" 산불이 발생했다면서 기후변화의 문제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는 "나는 과학이 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를 "사기"라고 주장하던 트럼프 정부는 4년 동안 이 문제를 등한시해왔다.
후임인 바이든 정부는 기후변화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았다. 2004년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존 케리 전 국무장관을 기후변화 특사로 임명하는 등 위기 의식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자들이 우려하는 기후변화의 '속도'와 정치적 대응 '속도'의 차이는 여전하다.
게다가 트럼프로 대표되는 극우세력들은 아무런 근거 없이 이번 정전 사태가 재생에너지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나서 문제 해결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텍사스주 농업담당 커미셔너인 시드 밀러는 16일 페이스북에 "텍사스에서 추가로 풍력 발전 터빈을 세워서는 안 된다"고 글을 올렸고, 로렌 보버트 하원의원(공화당, 콜로라도)은 정전 사태의 원인이 '그린 뉴딜'에 있다고 주장했다. <폭스뉴스> 터커 칼슨 앵커도 이번 사태의 책임을 재생에너지에 전가하면서 풍력 발전에 대해 "믿을 수 없다"고 가세했다.
그러나 텍사스주 전력망을 운영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는 16일 기자회견에서 정전사태의 주요 원인이 천연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소의 고장에 있다고 밝혔다. 텍사스주에서 생산된 전력 가운데 75%가 가스, 석탄, 원자력 발전에 따른 것이며, 나머지가 재생에너지라고 이들은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추종 극우세력들은 "과학을 믿지 않기" 때문에 이런 객관적인 팩트가 소모적인 논쟁을 줄이는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의문이다.
특히 텍사스의 정전과 단수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강도가 높아진 자연재해를 노후된 기반시설이 감당하지 못해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위기가 발생한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는 20일 “기후변화는 더 빈번하고 격렬한 폭풍, 홍수, 폭염, 산불 등 극단적인 사건들을 야기하면서 나라 경제 기반시설에 점점 더 많은 스트레스를 주고 있다”며 도로, 철도, 상하수도, 발전소, 산업 폐기물 처리 시설 등 노후된 기반시설에 대한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기후위기 계획을 총괄했던 앨리스 힐은 이 언론과 인터뷰에서 "우리는 극단적 미래와 충돌하고 있다"며 "리스크 관리에 대한 모든 지침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안전한 지침이 아니“라며 기후변화에 대한 대비가 시급함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특히 수십년 전에 지어진 미국 전역의 9만 개의 댐, 60여 개의 핵발전소 등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언론은 핵발전소의 90%가 한계를 초과하는 폭우와 폭설에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는 핵발전소가 자연재해에 안전하다는 것이 공식 입장이라고 밝혔지만, 기후변화 전문가들은 과거의 안전 점검이 2021년에도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노후 기반시설을 재정비하기 위해선 의회에서 천문학적인 수준의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앞서 지적한 것처럼 공화당 내 극우세력들은 기후변화 자체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양당간 힘겨루기가 불가피하다.
3. 공화당 대선주자급 크루즈 상원의원, 한파에 칸쿤 놀러갔다가 거센 비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와 고통은 경제적 약자에게 집중된다. 텍사스주 상원의원인 테드 크루즈(공화당) 의원이 이번 한파에 추위와 정전 등 재난을 피해 멕시코 칸쿤으로 휴가를 떠난 사실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도 뉴욕의 부유층은 코로나19가 창궐하는 뉴욕 시내를 떠나 교외나 해외의 별장에서 안전하게 지내는 반면 저소득층은 바이러스 감염의 위험을 직면해야 했던 사례에서도 확인됐다.
공화당 유력 대선주자 가운데 한명인 크루즈 의원은 공항에서 칸쿤으로 출국하는 장면이 발각돼 거센 비난이 일었다. 주민들은 추위 뿐 아니라 단전, 단수로 극단적 상황에 처해 있는데 지역구 상원의원은 해외의 휴양지로 휴가를 즐기러 가는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이다. 화들짝 놀란 크루즈 의원은 예정보다 빨리 19일 귀국하면서 "딸이 원해서 간 것"이라며 핑계를 대다가 결국 "명백한 실수였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그러나 사과를 하지는 않았다.)
텍사스주는 미국의 대표적인 공화당 지역(레드 스테이트)이다. 2020년 대선 때도 트럼프가 바이든을 상대로 이긴 지역 중 하나다. 연방 상원의원 2명이 모두 공화당이며, 연방 하원의원(35명)도 다수가 공화당 의원(22명)이다. 연방 의원들만이 아니다 주정부(애벗 주지사)도 공화당이며, 주의회도 공화당이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다.
공화당은 민영화, 기후위기가 야기하는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다. 또 미국식 양당제에서 어느 한 지역의 정치 권력을 특정 정당이 독식하는 현상은 텍사스에 국한된 것만은 아니지만, 이는 지역에서 정치 권력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허술해진다는 문제를 야기한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한 미국에서 이번에 실기한 크루즈 의원이 과연 다음 선거 때 심판을 받을지는 의문이다.

▲ 19일 분노한 지역주민 여론 때문에 일정을 단축하고 귀국한 크루즈 의원. ⓒAP=연합뉴스
전홍기혜 특파원(onscar@pressian.com
부산시청 지상주차장 공원화, 없던 일 되나?

지상주차장을 지하로 내려보내는 계획이 무산된 부산시청 지상주차장.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시청 공원의 지상주차장을 지하로 내려보내는 계획이 예산부족으로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지상주차장을 지하 우수저류시설 사업과 병행해 이전하려던 계획이 불발되면서 시청 공원은 ‘반쪽 공원’으로 남게 됐다.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청 뒤편 공원 지하 우수저류시설 설치와 지하주차장 확장에 대한 종합 용역 결과가 올해 상반기 안에 나올 예정이다. 관련 용역은 15억 원을 투입해 2019년 5월부터 진행 중이다. 부산시는 3월 말까지 우수저류시설 설치 부지와 지하주차장 확장 여부를 확정할 계획이다.
우수저류시설 사업과 병행 추진
예산 부족해 지하주차장 힘들 듯
파헤친 부지는 다시 주차장으로
시청 공원 ‘반쪽 공원’으로 존속
이 사업은 2018년 부산시가 행정안전부의 ‘우수저류시설 설치 사업’에 선정되면서 시작됐다. 국비와 시비 470억 원을 들여 부산시청 뒤편 공원 일대 지하에 7만 3000t 용량의 저류시설을 설치하고 지하주차장도 추가로 확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수저류시설은 집중호우 시 빗물을 저장하는 것으로 침수를 예방하기 위한 시설이다.
하지만 4년 전부터 논의됐던 지상주차장 지하화는 이번 사업 계획에서 아예 빠진 것으로 밝혀졌다. 부산시는 우수저류시설을 지하에 설치한 후 공사로 파헤친 지상주차장 부지를 다시 복개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즉 부산시청 지상주차장은 지금 모습 그대로 남기기로 한 것이다. 주차장 부지를 지하로 보내고 공원으로 바꾸는 ‘완전한 공원화’는 사실상 불발된 셈이다.
시청 뒤 공원은 녹음광장, 잔디광장, 등대광장을 포함해 면적만 약 1만 5000㎡에 달한다. 여기에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까지 약 250m 길이로 이어진 지상주차장은 주변 부지까지 포함해 면적만 650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시청 뒤편 공원에 반쪽공원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이유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 때부터 추진됐던 지상주차장 지하화와 공원 확장 계획이 무산 위기를 겪는 것은 예산 부족 때문이다. 우수저류시설 공사 예정 부지는 당초 녹음광장 일대로 계획됐으나, 녹지와 수목이 훼손된다는 지적에 지상주차장 부지로 가닥이 잡혔다. 시 건설본부에 따르면, 지상주차장 부지는 폭이 좁고 길이가 긴 직사각형 구조로 되어있어 7만 3000t 용량의 우수저류시설 공사를 하기 위해서는 지하로 더 깊이 파고 들어가야 한다. 이 경우 우수저류시설 공사 예산이 가파르게 늘어난다. 부산시는 예산 470억 원을 분배해 우수저류시설 공사와 지하주차장 확장 공사를 동시에 진행할 예정이었다. 예산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지하주차장 확장 공사가 불발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현우 부산시 건설본부 토목시설부장은 “우선 지상주차장 부지 지하에 우수저류시설 공사가 계획된 만큼 이에 맞춰 설계를 거치고 있다”며 “지하주차장 확장에 대해서는 예산 부족 문제 등을 이유로 내부 논의를 거치는 중이다”고 말했다.
우수저류시설 공사와 지하주차장 확장 여부 등 검토는 부산시 시민안전실에서 주관한다. 이도형 부산시 재난예방복구팀장은 “470억 원으로 두 가지 공사를 해야 하는 상황인데 현재로는 확보할 수 있는 시 예산도, 행안부에서 추가로 내려올 국비도 없다”며 “복합적인 이유로 지하주차장 확장이 무산될 가능성도 있다. 주차장 공원화에 대해서는 수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재는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폭넓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지상주차장을 지하로 보내고 일대를 녹지 광장으로 조성하는 것은 환경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며 “다만 우수저류시설 공사와 동시에 지하주차장 확보를 어떤 식으로 할 건지, 녹지대 확보를 위한 공원 추가 확장을 계획할 수 있는지 등을 논의할 수 있는 심층적인 평가와 논의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과학자들 “바이오에너지, 화석연료 대체 못해” 공동 성명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 한·미·일 등 세계 정상에 공개서한
“‘바이오에너지로 탄소중립 달성’은 잘못된 믿음”
“보조금 등 정책적 유인책 중단해야” 촉구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이 세계 정상들에게 “바이오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바이오에너지는 목재칩과 목재팰릿을 연소시켜 만드는 에너지로, 지나친 벌목으로 숲을 파괴해 ‘무늬만 친환경’이란 논란이 있다.
23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설명을 보면,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샤를 미셸 유럽 이사회 의장 등 세계 정상들에게 “바이오에너지와 관련한 올바른 정책 도입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국내에서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각국은 대규모 바이오에너지 발전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태워 숲에 저장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켜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나무를 태우는 것은 탄소효율이 낮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며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할 때, 초기에 목재를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쓰는 것보다 2~3배 많은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천연림이 대규모로 훼손되고 단일작물재배지로 전환되면서 생물종 다양성도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나무는 죽은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며 “정부는 산림을 태우지 않고 보존과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이 청와대로 발송한 서신 갈무리. 기후솔루션 제공
이들은 바이오에너지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유인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표준과 배출권거래제에서 바이오매스 연소를 탄소중립으로 취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목재를 태우는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새 행정부가 기후규칙을 만들 때 바이오매스를 탄소중립이나 저탄소로 취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신재생에너지 관련법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인정돼 발전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바이오에너지를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수력에너지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그냥 둬도 썩어가며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목재 부산물을 원료로 쓰기에 땅 속 화석에너지를 캐내 태우는 것과 달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순증시키지 않아 ‘탄소중립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국경까지 넘나드는 운송 과정에 추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처음부터 목재펠릿 생산 목적의 벌목이 늘면서 재평가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한국 정부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보조금 성격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해주고 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서울시, 미세먼지·폭염 완화할 ‘가로숲길’ 68곳 만든다
나무 40만 그루로 중심도로·초교 통학로 등에 조성

지난해 무학중·무학여고 통학로의 ‘가로숲길’ 조성 전(위)·후(아래) 모습. 서울시 제공
서울시에 다양한 높이·종류의 나무들이 심어진 입체적인 가로숲길이 확대된다.
23일 서울시는 올해 나무 40만 그루로 가로숲길 68곳을 조성한다고 밝혔다. 도심 중심도로 및 초등학교 통학로 51곳(40.2㎞)과 교통섬 등 도로 유휴지 17곳(3만㎡)이 대상이다. 기존 가로수 사이와 아래에 미세먼지 저감 효과가 입증된 키 작은 나무들을 심고, 담장이나 방음벽 같은 벽면에는 덩굴식물을 심는다. 앞서 서울시는 2016∼20년 5년 동안 나무 163만 그루를 심어 가로숲길을 조성해 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학교 통학로, 공동주택단지 등을 중심으로 가로숲길 조성하고 있다”며 “영업방해를 이유로 가로숲길을 반대하는 일부 상업지구를 제외하고, 서울시내에 가로숲길을 계속 넓혀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로숲길이 미세먼지·폭염 완화에 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시는 국립산림과학원 자료를 인용, 입체적인 가로숲길에서의 미세먼지·초미세먼지 농도 및 표면 온도가 같은 키 나무들이 일렬종대로 심어진 일반 가로수길보다 낮았다고 설명했다./김양진 기자 ky0295@hani.co.kr
日, 후쿠시마 원전 이상 없다더니...커지는 불신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물고기에서 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확인됐습니다. 이번 강진 후에도 문제가 없다던 원전 역시 최근 잇따라 이상이 발견돼 안전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는데요.
[기자]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강진 직후 사용 후 핵연료를 보관하는 수조에서 물이 약간 넘친 정도라고 피해를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진의 여파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수소 폭발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으로 유지돼 온 원자로 격납 용기의 내부 압력이 떨어진 사실을 지진 8일 뒤에야 확인한 겁니다.

녹아내린 핵연료가 있는 격납 용기에서는 냉각수가 빠져나가 수위도 최고 70cm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초 공개하지 않았던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원전 내 지진계가 고장 나 이번 지진을 기록하지 못했다는 겁니다.
[반 노부히코 /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 : 원전 내 지진계가 고장 난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까?]
[도쿄 전력 관계자 : 지난해부터 고장이 나 있었던 것은 알고 있었는데 수리 등 대응은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뒤늦은 정보 공개에 부실한 관리 실태까지 드러나면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이와나가 코헤이 / 원자력규제위원회 위원 : 안전상 확인해야 할 부분을 제대로 하지 않고 (피해 조사를) 질질 끌면서 하는 것 같습니다.]
[하치스카 레이코 / 후쿠시마 오오쿠마마치 상공회장 : 도쿄전력을 믿을 수 없다면서, 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니냐고 후쿠시마 주민들이 제게 묻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는 기준치를 5배 넘는 방사성 물질 세슘이 검출됐습니다. 이 지역 수산물에서 기준치를 넘는 방사성 물질이 나온 것은 2년 만에 처음입니다. 일본 정부는 그동안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을 금지한 한국 등 세계 각국의 조치에 강한 불만을 표시해왔습니다.
[히라사와 카츠에 / 일본 부흥성 장관 : 지금도 15개국에서 (수입 금지라는) 차별적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것은 대단히 유감입니다. 오해에서 비롯된 조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최악의 원전 사고 후 10년. 잇따르는 문제들은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일본 측의 주장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도쿄에서 YTN 이경아입니다.
상표띠 없는 생수, 이르면 상반기 출시…삼다수·아이시스 등
농심·동원에프앤비·풀무원샘물 등 10개 업체
23일 환경부와 상표띠 없애기 약속
올해 전체 생산량 20% 교체 목표

게티이미지뱅크
제주 삼다수,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농심 백산수 등 익숙한 생수의 상표띠가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사라진다. 전체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10개 생수 업체가 환경부와 상표띠(라벨) 없는 투명 페트병을 생산하기로 약속했다. 올해 말까지 일단 전체 생산량의 20% 이상인 생수병 2만톤의 상표띠를 없애는 것이 목표다.
환경부는 23일 한정애 환경부 장관과 10개 생수업체 대표들이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모여 ‘상표띠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 업무 협약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참여 업체는 농심, 동원에프엔비, 로터스, 롯데칠성음료, 산수음료, 스파클,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코카콜라음료, 풀무원샘물, 하이트진로음료다.
정부에 ‘라벨 프리’를 약속한 10개 업체는 전체 생산량(10만4천톤)의 74%인 7만8천톤의 생수병을 생산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 업체에서 만드는 백산수(농심), 제주 삼다수(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 아이시스(롯데칠성음료), 스파클(스파클), 동원샘물(동원에프앤비), 석수(하이트진로) 등의 상표띠가 올해 상반기부터 없어진다.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가 집계한 지난해 1~6월 생수 시장 누적 점유율은 삼다수(41.1%), 아이시스(13.7%), 백산수(8.3%), 강원 평창수(4.2%),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18.6%) 순이었다. 이들 업체는 올해 말까지 전체 생산량의 20% 수준인 2만톤가량의 라벨 프리 제품을 생산한다. 묶음 포장용부터 우선 출시하고, 개별포장 제품까지 확대해간다는 계획이다.
마신다(동아오츠카), 유어스(지에스리테일), 산수(산수음료), 회천(지리산천년수)도 내년 중 상표띠를 없앤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다. 일화광천수(일화), 몽베트스(한국청정음료) 등 7개 업체는 협약을 검토 중이다. 가야지(G)워터(웅진식품), 미네랄워터(이마트), 맑은샘수(팔도), 지리산수(아워홈) 등 10개 업체는 상표띠 없애는 것을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환경부에 밝혔다.
환경부는 또 상표띠를 없애는 데 이어 페트병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20~30% 더 줄이는 용기 경량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용기를 얇게 만들고 내부에 공기 대신 질소를 충전하는 방식이다../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오죽하면 법무부까지…‘가덕도 특별법’ 관련 부처 죄다 난색
여야, 무리한 가덕도 신공항 추진 논란

4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가덕도 특별법)’과 관련해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법무부 등 정부 부처조차도 절차적인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국가재정 악화, 특혜 논란 등 문제점이 제기됐는데도 여당 지도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불가역적 국책사업’으로 지정했다. 여야는 오는 26일 본회의 처리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가덕도 특별법에 대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공항 건설사업 관련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가덕도 특별법 제정과 관련해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사실상 특별법 제정 자체에 반대 의견을 밝혔다. 일반적으로 공항은 공항시설법에 따라 국토부가 5년 단위의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맞춰 구체적인 수요 조사를 거쳐 건설을 결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번 가덕도 특별법은 이런 절차를 생략했다. 여야는 오히려 지난 19일 국토교통위 전체회의에서 가덕도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올해 상반기 중 발표되는 ‘제6차 공항개발종합계획(2021~2025)’에 가덕도 특별법의 내용을 반영한다는 내용을 부칙에 포함했다. 일의 선후가 뒤바뀐 셈이다.
국토부는 “공항 부지 선정 시에는 안정성·환경에 미치는 영향 등 문제를 해소할 수 있도록 시설 규모에 대한 고려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공항의 규모도 정하지 않은 채 무작정 가덕도라는 대상을 콕 찍어 부지로 선정하는 건 절차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여야는 가덕도 특별법을 처리하면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예비타당성 조사(예타)에 대해 “필요한 경우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는 논의 과정에서 “가덕도 신공항도 다른 일반적 사업처럼 입지 등 신공항 추진 위한 주무 부처의 사전타당성 검토를 거친 후 예타 조사를 통해 타당성을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정치권이 국토부의 사전타당성 검토를 생략하고 필요하다면 예타까지 생략할 수 있다고 한 것과는 상반된 입장이다.
급기야 법무부까지도 “위헌(違憲)은 아니지만, 적법절차와 평등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다”고 우려 의견을 냈다. 대구시는 “가덕도 특별법을 통해 신공항이 건설되면 다른 지역에도 앞으로 지역 특성에 맞는 특별법과 개발 요구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것”이라며 “이는 국가적 혼란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우려는 현실화할 조짐이다. 곽상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대구·경북 지역구 의원들은 최근 가덕도 특별법에 맞서 ‘밀양 신공항 특별법’을 발의했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국 각지에서 신공항 건설 공약 등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울산·경남 등 여당 소속 단체장을 둔 지자체는 한목소리로 “안정성과 확장성, 물류와 여객 중심의 관문 공항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입지는 가덕도 외에 없다”고 주장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동네 하천 정비도 이렇게 안해"..'가덕도특별법' 속기록 보니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당 부산시장 예비후보들로부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2월 임시국회 통과 촉구 서한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박인영 예비후보, 김 원내대표, 김영춘, 변성완 예비후보. 2021.2.19/뉴스1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이 26일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되돌릴수 없는 국책사업이 되도록 법제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회 통과를 앞둔 이 시점까지 왜 김해신공항의 대안이 '가덕도'여야 하는지도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총 사업비가 얼마나 들지, 암반지대에서 40m가 넘는 해수면 위로 공항을 안전하게 건설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공항을 건설할 때 환경에 미칠 영향도 사전 분석되지 않았다. 머니투데이가 확인한 지난 19일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 소위원회 속기록에 보면 '가덕도특별법'을 심사한 국회 국토위원들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난다. 일부 여당 의원은 "속이 타들어간다"며 '묻지마'식 심사에 참여하는 자신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해신공항 폐기 결정 안됐는데...여당 의원도 인정한 '모순'
소위 논의 과정에서 가장 먼저 쟁점이 된 것은 기존의 김해신공항 계획 폐지 여부다.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의 발표가 있었지만 법적으로 김해신공항 추진 존폐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탓이다.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은 "현재 김해신공항 추진사업이 기본계획 수립단계에 있는데 아직 그 사업이 살아 있다"며 "그 부분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토위 민주당 간사인 조응천 의원은 "김해신공항이 아직 폐기된 게 아니고 살아 있는데 가덕도 특별법안을 지금 심의하고 있는 것은 일견 모순이 된다"며 "부칙 정도에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을 폐기한다든가 하는 기본방침을 먼저 전제하고 이 법을 다루자"고 제안했다.
이같은 제안에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해신공항 건설계획에 대해서 주무부처가 입장 정리를 하고 난 뒤에 가덕도공항법을 심사하는게 지극히 정상적이고 기본적인 절차"라며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본계획을 (이 법의) 부칙으로 폐기 시키자고 결정하는 건 정말 문제가 있다"고 반박했다.
같은당 송언석 의원도 "이 법이 아무리 올마이어티(전지전능한) 법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법에 따라 정부에서 행정처분해서 만들어지고 있는 기본계획이나 공항 입지에 대한 부분을 이 법에서 부칙을 달아 무효화 시킨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고 거들었다.
조 의원은 "대동소이한 법 2개를 국회 내 1당과 2당이 나란히 제출해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한 법"이라며 "상당 부분 공감하고 옳은 말씀이지만 우리가 할 일은 이 법이 뭐가 잘됐고 뭘 빼야할지 최대한 치열하게 들여다 보는 것"이라고 정리하고 넘어갔다. 결국 여야는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부칙에 명시하기로 정리했다.
(부산=뉴스1) 여주연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오후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가덕도 신공항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2021.1.21./뉴스1
"실시설계 전에 공사부터...하천정비도 그렇게는 안 한다"
김해신공항의 대안이 왜 가덕도인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설명하지 못했다.
"입지 자체를 특별법에서 정한 사례가 SOC 사업에서는 굉장히 이례적"(손 차관)이라며 우려를 나타냈지만 "국회 내 1당과 2당이 추진하기로 한 법안이기 때문에"(조응천 의원)라는 설명이 전부였다. 우선 정치권이 가덕도로 정했으니 그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전제하고 가자는 얘기다.
조 의원은 예타 면제에 대해 심의하는 도중 "사실은 제가 지금 말은 이리하고 있지만 속은 다 썩었다"며 지도부 결정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법안을 심사하는 괴로운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송 의원은 "어떻게 제가 할 말을 하시냐"며 조 의원과 같은 심경임을 드러냈다. 그러다보니 사전타당성검증(사타)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 조항에 대해서는 여야를 가리지 않고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당론에 따라 김해신공항 대안으로 가덕도를 정해놓고 논의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타와 예타는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가덕도 인근 해상은 수심이 평균 17m(최대 수심 21m)이고 연약지반의 깊이가 약 45m다. 공항부지가 외해에 위치하기 때문에 태풍의 영향을 받을 수 있어 공항 부지를 해수면보다 40m이상으로 해야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수면 아래로 약 66m를 매립하고 해수면위로 40m이상을 추가로 쌓아올려야 한다는 얘기다. 해수면 위로 매립해야하는 부분만 10층 건물 이상 높이다.
사업시행의 난이도가 올라갈 수 밖에 없고 안전성 등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인데 특별법 원안은 사타와 예타를 모두 면제하자고 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의원은 사타면제 조항에 대해 "이 법이 통과되더라도 이 공항을 어디다가 어떤 모습으로 어느 방향으로 길이는 어떻게, 그것을 아무도 모른다는 얘기"며 "실시설계가 나오기도 전에 공사부터 한다는 것은 우리 동네 하천정비할 때도 그렇게 안 한다"고 지적했다.
예타면제에 대해서도 조 의원은 "개별 구체적 사업에 대해 찍어서 예타를 면제한다고 할 경우 안 좋은 선례로 남는다"며 "이 법에 과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도 "기본적으로 사업을 하려면 공항뿐만 아니라 모든 SOC 사업은 사업의 규모와 이것을 먼저 정해야 된다"며 "그러나 지금 가덕도 신공항은 그런게 없다. 아무리 법으로 사타를 하지 않는다고 규정하더라도 사타를 하지 않고는 사업을 추진할 수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같은 논의 결과 최초 합의안에는 사타와 예타를 실시하되 '최대한 단축해 실시한다' 정도로 명시하기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상임위 심사 과정에서 예타면제 조항이 수정됐다는 언론보도가 흘러나오자 당 지도부가 개입했다. 지도부는 국회 출입기자단에 문자메시지를 보내 원안대로 처리될 것이라고 알렸다. 결국 사타는 진행하지만 예타는 '필요시 면제할 수 있다'는 문구로 다시 수정됐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철회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기자회견을 주최한 기후위기비상행동과 신공항반대부산행동 소속 회원들은 선거용으로 나온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철회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 가능한 지역 상생 방안을 논의할 것을 촉구했다. 2021.2.17./뉴스1
사타 부적격 나와도 되돌릴 수 없어…심상정 "선거 위한 매표공항"
사타와 예타를 실시하더라도 문제는 남는다. 입지타당성 조사를 실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덕도가 신공항 부지로 적합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부적합하다고 결론이 나올 경우에도 법을 다시 개정하지 않는 한 사업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예비타당성조사 결과 사업성이 낮게 나와도 마찬가지다. 환경영향평가 결과 주변 자연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도 되돌릴 수 없다. 이 대표가 "가덕도 신공항을 되돌릴 수 없도록 법제화하겠다"고 공언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대해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19일 전체회의에서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대해 '알박기법', '매표공항'이라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지난 2016년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가장 부적합한 입지로 평가를 받았는데 예타 문제를 포함해 각종 특혜를 몰아서 법으로 정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절차적으로 옳은가"라며 "이번만큼 기가 막힌 법안 통과는 처음 본다"고 비판했다.
심 의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법으로 밀어붙이는 선거를 위한 매표공항"이라며 "이 법이 통과된다면 21대 국회의 가장 큰 오점을 남기는 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니투데이 김민우 기자
“가덕특별법에 부울경 걱정 모두 해소할 조항 담아”-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3일 국회 통과를 앞둔 가덕신공항특별법과 관련, “그동안 부산·울산·경남 현지에서 걱정했던 모든 문제들을 해소할 수 있는 조항들을 담았다”면서 “신공항 건설 사업 추진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다음 달 퇴임을 앞두고 〈부산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특별법안이 오는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는 것은 불변이다. 반드시 처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심사를 마친 특별법안에 대해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었다”면서 “무엇보다 여야 합의를 통해 특별법이 마련됐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빠른 시일 안에 신속히 (정부의)행정 절차도 진행하여 불가역적인 선택이 되도록 서두르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코로나19 가도 '살인 미생물'의 창궐은 계속된다
야생동물들, 기후변화로 인간 거주지 침입… '인수공통감염병' 불가피
℃와 -5℃. 어제인 지난 22일 서울 아침 기온과 오늘 아침 기온이다. 하루아침에 10도 넘게 떨어졌다. 막연히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한 이상기후가 우리 코앞까지 다가왔다. 지난 19일 발표한 UN의 UNEP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전 세계적으로 감소했는데도, 지구 온난화는 그대로 이어질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코로나19보다 심각한 전염병 창궐의 원인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예측한다는 점이다. 기후변화와 전염병 유발 원인이 ‘생태계 파괴’로 같고,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 모두 전염병 유발과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기후변화, 전염병 유발하는 이유는…
“장담하건대, 코로나19 이후 대규모 전염병이 또 발생할 것이다. 규모는 더 클 것이다. 5천만~1억 명이 목숨을 잃은 스페인 독감만큼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 연구센터 마이클 오스터 홈 센터장의 저서 ‘살인 미생물과의 전쟁’에 실린 내용이다.
전염병은 이전에도 있었다. 그런데 왜 전문가들은 기후 변화 및 생태계 파괴가 전염병 유발 원인이라고 보는 것일까.
환경이 변화하면서 전염병이 나타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1도 올라갈 때마다 전염병이 4.7%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홍윤철 교수는 “기후변화와 코로나19의 공통 원인이 생태계 파괴”라며 “생태계 파괴로 박쥐의 서식지가 사람 혹은 다른 매개 숙주의 서식지와 겹쳐지면서 알려지지 않았던 바이러스와 균이 퍼져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람과 야생 동물 사이 접점이 없어 숨겨져 있던, 상호 전파 가능한 인수공통감염병이 발현될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기후변화로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이 사람 서식지로 침입하면서 야생동물이 사람에게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 때문. WHO에 따르면 최근 20년간 사람에게 발생한 신종 전염병 중 60%가 인수공통감염병이었고, 이 중 75%가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했다.
기후 변화가 균이 잘 퍼질 환경을 만드는 것도 문제다.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정용승 소장은 “지구 온난화로 나타나는 이상 기후는 더 광범위하고 빠르게 세균과 바이러스를 증식시킨다”고 말했다. 실제로 과거 전염병이 생겼을 때를 살펴보면 기후 변화가 심했을 때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이준호 후마니타스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 수록된 1455건의 전염병이 이상기상 현상 677건과 관련이 있었다.
◇코로나19 출현 원인도 기후변화
코로나19가 기후변화로 발발한 전형적인 감염병 사례다. 최근 연구 결과도 나왔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과 미국 하와이대학 등 국제 공동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가 박쥐가 선호하는 산림 서식지의 성장을 촉진해 중국 남부가 코로나19를 일으킨 바이러스 ‘SARS-CoV-2’의 온상이 됐다고 보고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중국 남부 윈난성과 미얀마, 라오스 인접 지역이 기후변화로 키가 작은 나무들이 주로 자라던 열대 관목지대에서 열대 초원(사바나)과 낙엽수 삼림지대로 변했다. 변한 지대는 숲에 서식하는 박쥐 종이 선호하는 환경이다. 실제로 서식을 위해 유입된 박쥐 종이 삼림 변화에 맞춰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유전자 분석에 따르면 ‘SARS-CoV-2’는 해당 지역에서 유발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람에게 바이러스를 옮긴 것으로 유력한 중간 숙주로 추정되는 천산갑도 해당 지역에서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 세계 박쥐는 약 3000종의 서로 다른 코로나바이러스 유형을 가지고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박쥐의 서식지가 넓어진다면 또 다른 전염병이 퍼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기온 상승 폭 높아
한국의 기온 상승 폭은 매우 높다. 지난해 7월 환경부와 기상청이 발표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은 1880년부터 2012년까지 0.85도 상승했지만, 한국은 비슷한 시기인 1912년부터 2017년까지 1.8도나 올랐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도 나타났다. 지난해 7월에는 갑자기 해충 피해가 늘었다. 아열대성 기후에서 나타날 법한 곤충의 생태가 한국에서 나타난 것이다. 접촉성 피부병·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매미나방’, 일본 뇌염을 일으키는 ‘작은빨간집모기’, 삼림 해충 ‘대벌레’ 등이 급증했다. 해외에서만 있던 감염병이 2010년 12월 처음 국내에서 나타나기도 했다. 설치류의 몸에 붙어있던 참진드기가 사람의 피부를 물어 전파하는 병인 ‘라임병’이 그 주인공. 지금은 매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개발과 개인 노력 동반돼야
전문가들은 유일한 최선책으로 ‘지속가능한 개발’과 개인의 노력을 꼽았다. 환경부 국립생태원 이상훈 기후변화 연구팀장은 “기후 변화로 인한 생태계 변화를 단기간에 막기 힘들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며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 중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건 버리는 쓰레기양을 줄이는 것과 사용 에너지양을 줄이는 게 있는데, 별로 효과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모이면 정말 큰 절약을 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환경운동연합 권오현 활동가는 “기본적으로 석탄 발전소를 퇴출하는 등 개발을 멈추는 사회 정치적 제도가 빠르게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속가능한 개발을 강조했다. 이번 UNEP 보고서는 각국 정부가 2030년까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SDGs)’를 달성하는 데 있어 참고해야 할 구체적인 사항들을 담고 있다. 탄소 배출에 대한 가격을 부과하고, 관련 보조금을 통해 화석연료를 자연 친화적 연료로 전환하는 등 각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내용 등이다./이슬비 헬스조선 기자
줌과 아마존에 의존한 ‘도시탈출’의 비현실성

<전원소풍> (에두아르 마네 모방작), 1985 – 헤르만 브라운-베가
요즘 파리 지하철에서 빠지지 않는 문구들이 있다. “알레스, 숨쉬기 편한 수도”, “솔로뉴, 신선한 공기”, “센에마른, 진정한 승부처”… 지난 5월부터 지하철역 통로와 승강장에 등장해 승객들의 생활방식 변화를 부추기는 광고들로, 특히 라데팡스 업무지구로 운행하는 1호선역에 집중돼있다. 1년 전만 해도 파리는 기업본사, 대규모 행사, 고학력 전문 사무직(화이트칼라)을 유치하기 위해 런던, 뉴욕 또는 싱가포르 같은 세계적인 대도시들과 경쟁했다. 그런데 이제 국내 소도시들이 파리의 지하철에서 도시의 고위간부들을 몰래 가로채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다. 봉쇄와 ‘확산억제 조치’로 인해 대도시의 매력은 빛을 잃었다. 식당, 카페, 콘서트, 박물관, 영세상점, 대규모 축제, 강한 사회적 유대관계, 비행기와 기차를 갈아타며 쉽게 떠나는 여행은 팬데믹 이후 대도시의 삶을 지하철(자전거)-회사-집의 끝없는 반복으로 축소했고 언제 이 지루한 삶의 방식이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로 시작된 전원생활의 꿈
그러자 어떤 사람들은 이런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도시생활의 즐거움을 금지한다면 굳이 터무니없이 비싸고 비좁은 아파트에 다닥다닥 모여 살 필요가 있는가? 소도시나 시골에서 정원이 딸린 넓은 집에서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이 생각들을 실행할 가능성이, 재택근무가 가능한 직장인과 전문직 프리랜서들에게 열렸다. 온라인 거래도 활발해져, 자연과 가까운 곳에서도 도시처럼 생활하는 것이 가능해 졌다.
많은 프랑스인이 올 봄 1차 봉쇄 때 이런 삶을 시도했다. 봉쇄조치 발표 직후 파리, 리옹, 릴 같은 대도시에서는 별장이나 고향집으로 떠나는 사람들로 도로와 기차역이 북새통을 이뤘다. 무려 45만 1,000명의 파리 시민이 3~4월 수도를 떠났다고 한다. 이는 파리 인구의 1/4에 해당하며 전년 동일기간 대비 4배에 달하는 수치다.(1) 전 세계의 대도시 대부분에서 동일한 현상이 벌어졌다. 뉴욕 맨해튼의 일부 부유촌의 경우 인구가 40% 이상 감소했다.(2)
<파이낸셜 타임스>는 런던을 ‘버려진 도시’로 묘사하며, “모든 요일이 일요일 같다”라고 묘사했다. “은행가들이 사라진 자리에 다른 유니폼을 입은 새로운 종족들이 나타났다. 무릎을 덧댄 검은 바지를 입고 먼지투성이 부츠를 신은 건설노동자들, 형광색 조끼를 걸치고 적막한 건물 입구 앞에서 서성거리는 경비원들, 라이크라 소재 운동복을 입고 텅 빈 거리에서 조깅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청년들이다.”(3)
“빨리 그리고 멀리 도망가, 천천히 돌아와라.” 기원전 5세기에 히포크라테스가 이미 전염병 대책을 설파했다. 그 후 도망갈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주저하지 않았다. 아비뇽에 흑사병이 창궐하자(1347~1348) 교황청은 짐을 싸서 피신했다. 19세기 파리에 콜레라가 퍼졌을 때도 마찬가지로 사람들은 파리를 떠났다. 그런데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시골로 도망간 도시인들은 안전한 피난처 이상을 원했다. 봉쇄기간을 더 쾌적한 생활환경 속에서 보내고 싶어 했다.
언론은 심신의 안정, 맑은 공기, 자연, 가족과 함께하는 아침식사가 주는 기쁨을 새롭게 발견하고 봉쇄를 휴가처럼 즐기는 이 행복한 유배자들에 주목했다. 대도시의 압도적인 지배가 끝나고 ‘시골’ 또는 ‘중도시’, ‘변두리 프랑스(France périphérique 지리학자 크리스토프 길뤼가 2014년 동명의 저서를 발표한 후 자주 사용되는 표현으로 대도시의 영향권 밖에 있는 프랑스 국토를 지칭-역주)’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결론을 내리기 충분했다. 브리스 쿠튀리에는 4월 1일 <프랑스 퀼튀르(France Culture)>의 라디오 방송에서 “일종의 역방향 이농 현상”이 발생해 “시골 공동화 현상으로 무너진 프랑스의 지리학적 균형이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일간지 <르피가로>(4월 10일)는 “시골생활에 대한 도시인의 욕구가 더 강해지고 재택근무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경제학자 올리비에 바보(Olivier Babeau)는 ”주택시장의 균형에 큰 변화“를 예상하며 ”가격, 공기, 심신의 안정 그리고 특히 귀중해진 여유로운 공간 등 시골만이 가진 많은 장점” 덕분에 농촌지역이 부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4)
봉쇄해제 후 사람들은 알리스와 페르디낭에 대한 방송에 관심을 잃었다. 이 두 희극배우는 같이 살던 파리의 아파트를 노르망디에 있는 주택과 맞바꿨다(, 11월 9일). ‘집단지성 애니메이션’ 전문가인 셀린 역시 파리를 떠나 솔로뉴의 “숲속에 숨겨진 평화의 안식처”에서 재택근무를 하거나 비에르종의 공유오피스에서 일하는 덕분에 “도자기를 빚고 사진을 찍을” 시간이 생겼다(<르몽드>, 7월 24일). 요가 강사인 클레르는 봉쇄 동안 샤랑트에 있는 별장에서 지내며 행복을 찾았으며 별장을 떠나기 싫다고 말했다(<마리클레르>, 11월 11일).
샤를과 마갈리는 도시로 돌아갔지만 견디지 못하고 루아레주로 완전히 이주했다(<르피가로 매거진>, 10월 23일). ‘이중 거주지’를 선택한 이들도 있다. 얀은 니에브르의 주택에서 자연을 즐기며 살고 있지만, 통학을 해야 하는 자녀들과 업무적인 만남을 위해 파리에도 임시 거처를 남겨 놓았다(<르파리지앵>, 10월 23일). 미국과 영국의 언론도 똑같은 기사들을 찍어내고 있다. 그들의 기사에서는 허드슨강 골짜기나 켄트주로 이주를 꿈꾸는 캐틀린이나 앤드루로 주인공만 바뀔 뿐이다.
몇 달 전부터 프랑스의 사회지리학적 표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팬데믹 발생 전 기자들은 ‘지방’과 ‘시골’에 대해 보도할 때 주로 비참함을 연상시키는 표현들을 사용했다. ‘노란 조끼’ 시위대, 범국민 궐기대회 투표, 일자리 고갈, 영세상점 폐업, 기차역 폐쇄, 휘발유 가격, 단조로움, 공공 서비스 부재, 대중 교통수단 결핍 등이었다.
전원생활, 환상과 현실 사이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은 이제 언론보도에서 자취를 감췄다. 대도시에서 벗어난 곳이라면 어디든지 정원이 딸린 목가적인 저택으로 여겨질 정도다. 1년 전만 해도 창의성, 혁신, 지성을 대변하던 대도시는 이제 지방과 시골의 매력을 강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역전은, 그동안 다양한 관점을 수용하지 못하고, 지배계층의 관점에서만 나라를 바라본 결과다.
샤를과 마갈리는 만족스럽게 생활했지만, 소도시나 시골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봉쇄가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많은 주민들은 계속 출근해야 했으며, 농부들은 수확을 할 일꾼을 구하지 못했다. 노인들은 더 고립된 상황에 처했고, 이미 힘겹게 버티던 많은 영세상점들이 결국 문을 닫았다. (파리의 병원과는 달리) 시골의 의료장비가 턱없이 부족한 병원의 혼잡은 말할 필요도 없다.(5) 이런 상황은 넓은 정원으로도 위로를 받지 못한다.
도시를 탈출하는 이들은 아무 ‘시골’이나 ‘변두리 프랑스’로 향하는 것이 아니라 매력적이고 발전된 일부 시골로 몰린다. 이런 지역들은 주로 별장과 휴가지가 몰려있는 프랑스 남·서부 시골이나 대도시 인근이다. 사실 모든 농촌지역, 모든 시골 마을이 대도시를 상대로 반격에 나설 필요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페르슈, 브르타뉴, 도르도뉴, 랑드, 보클뤼즈, 벡생, 캬티네처럼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 이전부터 역동적인 인구 동태와 번창하는 부동산 시장을 보유하고 대도시 부럽지 않은 삶을 영위하던 곳들도 있다. 흔히 동질적인 지역으로 묘사되는 ‘변두리 프랑스’에는 실상 큰 격차가 존재한다. 전문직 도시인들의 도시탈출은 이 격차를 더 키울 뿐이다. 파리나 리옹 시민 중 벨포르나 메스처럼 깊숙한 내륙지방으로 떠날 이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게다가 부유한 도시인들이 시골로 갔을 때, 그 결과가 항상 좋지만은 않다. 물론 주민 수가 증가하면 상점과 수공업자의 손님이 많아지고, 지방세수가 증가하고, 일자리 창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지만 새로운 이주민은 온라인 상점이 아닌 동네 상점을 이용하고, 시골에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즉, 도시의 관습을 시골까지 가져와서 시골을 도시 생활방식의 연장이나 장식품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 동화된 삶을 추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지리학자 그레타 토마시가 도르도뉴의 예를 통해 보여줬듯, 이는 어려운 일이다.(6) 원주민과 이주민은 섞이기 어렵고, 같은 장소를 이용하지 않으며 같은 사교 집단에 속하지도 않는다. 또한 부유한 인구의 유입은 지방의 부동산 가격을 대도시의 임금에 연동시켜 일부 원주민들, 특히 청년들의 삶터를 빼앗는 ‘지방의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지역이 활성화된 이후 임대료 인상 등의 부작용이 발생되는 현상)’을 유발한다. 많은 이들이 예언한 도시탈출이 실제로 벌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25년간 4배로 뛴 파리의 부동산 가격(7)은 3월 이후 제자리다.
그러나, 파리 인근 부동산은 폭등하고 있다. 최소형주택도 며칠 만에 거래가 완료된다. 생활정보지 사이트에서 대도시 인근 주택 검색횟수가 지금처럼 높았던 적이 없다. 여론조사 결과도 만장일치다. 대도시인은 정원과 소도시를 꿈꾼다. 하지만 실질적인 거주에 있어서는 아직 이상과 현실의 격차가 크다. 도시탈출의 욕구와 노동시장, 서비스 이용 가능성, 가족과 친구와의 근접성, 좋은 학군, 부동산 가격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합의점을 찾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상이 항상 현실이 되지는 못하는 이유다.
도시확대인가, 자연으로의 회귀인가?
도시인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갑자기 녹음을 꿈꾸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1945년 프랑스 국립인구연구소(INED)가 최초로 희망 주거지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을 때 이미 56%의 파리 시민(또한 72%의 프랑스 국민)이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다”라고 답했다. 조사를 실시한 연구원들은 “프랑스 국민 대부분은 소규모 사유지를 원하고 정원을 가꾸며 살기를 원한다. 도시에서 벗어나 꽃과 채소가 자라는 화단으로 둘러싸인 자기만의 집을 갖고 싶어 한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실시된 모든 조사의 결론도 같았다. 프랑스 국민 10명 중 7~8명은 작은 개인주택을 이상적인 주거형태로 꼽았다. 교외 소규모 주택 단지의 문어발식 개발을 장려한 미국 당국과는 달리 프랑스의 정책 결정자들은 오랫동안 이런 주거형태에 대한 국민의 욕구를 외면했다. INED 조사들의 결론에도 불구하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프랑스는 공동주거형태와 대규모 주택 단지 개발을 우선시했다. 나라를 재건하고 증가하는 인구를 흡수하기 위해서는(8) 단기간에 많은 집을 지어야 했다.
1,2차 세계대전 사이 프랑스는 비시정권의 흔적을 지우기 위해 소규모 주택 단지 개념을 열렬히 지지했다. 하지만 이 시도가 ‘불량 토지 분양’이라는 완전한 실패로 끝난 사실을 모두가 기억하고 있다. 당시 부패한 부동산 개발자들은 들판이나 진흙탕 한가운데 위치한 대지를 분할분양한 뒤 택지조성도 하지 않은 채 초라한 집들을 세워 올렸다. 수십만 명에 달하는 ‘불량토지 분양자’들의 소형주택에 대한 꿈은 악몽으로 변했고 이들의 피해를 복구하는데 20년 가까이 걸렸다.
이런 경험 때문에 프랑스 당국은 오랫동안 공동주거형태를 선호했고 1970년대가 돼서야 소규모 주택단지 개발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농촌지역에 소형주택이 지속적으로 건설되기 시작했다. 7~10년마다 한 주(州)에 해당하는 면적이 콘크리트로 포장되고 있으며, 이 중 절반에 소형주택이 세워지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이 깨닫기까지 50년이 걸렸다.
그래도 20년 전부터는 정부가 도시확산 방지를 최우선 목표로 설정했으며 2000년 12월 연대와 도시쇄신에 관한 법률(SRU), 2010년 7월 환경에 대한 국가적 지원에 대한 법률(2차 그르넬(Grenelle)법으로 불림), 2014년 3월 주거 접근성과 새로운 도시계획을 위한 법률(ALUR) 같은 관련법을 제정했다. 도시 외곽 지역, 특히 대도시의 원거리 교외지역(grande couronne)의 ‘밀집화’ 필요성은 모든 도시계획 학술토론회에서 논의되는 주제다.
따라서 도시탈출 열망을 반기는 쥘리앙 드노르망디 현 주거부 장관의 발언은 놀랍지 않다. 드노르망디 장관은 5월 14일 “사람들이 국토정비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부동산 시장의 시각에서 봤을 때 지방은 위기 시 지금과 같은 매력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지방을 다시 찾기 시작한 이후 지방에 대한 강한 욕구가 일고 있다”라고 지적하며(9) 말을 이어갔다. “재택근무가 기여한 바가 크다. 이제 새로운 사회모델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화이트칼라가 대거 대도시를 떠나 페르슈나 벡생에서 재택근무를 한다는 이 ‘사회모델’은 특히 자동차와 줌(Zoom), 아마존(Amazon) 같은 거대 온라인 기업에 대한 의존성을 높여 심각한 도시확대 현상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을 진정 ‘자연으로의 회귀’라 할 수 있을까?
글·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번역·김은희
(1) ‘Population présente sur le territoire avant et après le début du confinement : résultats consolidés 봉쇄 전·후의 국토인구: 결과의 확인’, 프랑스 국립통계경제연구소(INSEE), 2020.5.18. www.insee.fr
(2) Kevin Quealy, ‘The richest neighborhoods emptied out most as coronavirus hit New York City’, , 2020.5.15.
(3) Ben Hall & Daniel Thomas, ‘Everyday is like Sunday in a desert City of London’, , London, 2020.3.27.
(4) Olivier Babeau, ‘Le coronavirus prépare-t-il la revanche des campagnes? 코로나 바이러스가 시골 반격을 준비하는가?’, , 2020.3.24. www.lefigaro.fr
(5) Salomé Berlioux, 『Nos campagnes suspendues. La France périphérique face à la crise 멈춰선 시골. 위기 속의 변두리 프랑스』, Éditions de l’Observatoire, Paris, 2020.
(6) Greta Tommasi, ‘La gentrification rurale, un regard critique sur les évolutions des campagnes françaises 지방의 젠트리피케이션, 프랑스 시골의 변화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 , 2018.4.27. http://geoconfluences.ens-lyon.fr
(7) 1m2당 가격이 1995년 1만 7,000프랑(약 2,500유로)에서 2020년 1만 500유로로 상승
(8) 1946~1961년 프랑스 인구는 1870~1946년 대비 2배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9) ‘Julien Denormandie : “Je veux revitaliser les villes moyennes !” 쥘리앙 드노르망디 : “나는 중도시의 활성화를 원한다“’, ‘L’Immo en clair 알기쉬운 부동산‘, - - , 2020.5.14.
도시 발전의 요소
텅 빈 박물관 전시실을 활보하고,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사람들에 치이지 않고 지하철을 타고, 차가 줄어든 도로에서 자전거를 탄다. 코로나19는 도시의 숨통을 틔워 ‘포화상태에서 벗어난 대도시의 삶’이라는 드문 경험을 도시 거주자들에게 선사한다. 모든 상황이 불쾌하기만 한 경험은 아니다.
사람들은 오늘날 대도시가 집단 인구유출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사실 대도시 인구는 보건위기 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파리 인구는 2011년부터 매년 약 1만 명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총인구의 약 5%가 감소한 셈이다. 뉴욕도 2016년부터 인구가 감소했다. 런던의 경우 이주민 유입으로 겨우 인구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대도시의 인구이탈은 업무용 부동산 개발과 단기임대의 성행 때문에 주거용 부동산 수가 감소한 탓이다. 하지만 단순히 스트레스, 소음, 오염이 덜한 생활환경과 더 넓은 집을 찾아 자발적으로 도시를 떠나는 사람도 있다. 물론 대도시는 여전히 부의 대부분을 끌어모으고, 많은 유학생, 젊은 경제활동자, 외국인 노동자를 유치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중 다수는 다른 선택이 없을 뿐이다. 일자리와 대학이 대도시에 있기 때문이다.
도시는 종종 전염병을 계기로 지속가능한 개선에 착수했다. 13세기 흑사병이 창궐하자 수도원에 있던 병원들이 도심으로 이전했다. 도시 당국은 길동물들을 포획하고, 시장을 체계적으로 청소하고, 의사도 고용했다.(1) 19세기 유럽과 미주에서 유행한 결핵과 콜레라는 위생개선 운동의 발판이 됐으며 낡고, 어둡고, 좁고, 인구가 밀집되고, 습하고, 악취를 풍기는 비위생적인 도시에 종지부를 찍고 싶은 욕구를 자극했다.(2) 기술자들은 하수를 통한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하수도와 연결된 수세식 장치를 발명했다. 국토개발 담당자들은 공기가 잘 통하고 빛이 잘 들도록 큰길을 내고 공원과 정원을 지어 도시에 자연을 들여왔다. 오염 활동은 도시에서 멀어졌다.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의 도시는 어떨까?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은 많은 계획을 구상 중이다. 얼마 전 시작된 ‘도시 디자인 의견수렴 사업’도 그중 하나다. 이 사업의 최종목표는 ‘파리의 새로운 미학을 위한 선언문’ 발표다. ‘온라인 아이디어 제안함’도 1월 중 개설 예정으로 미래의 신문 가판대와 버스 정류장에 대해 원하는 모두가 의견을 제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브누아 브레빌 l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기자 2020.12.31
진달래, 해남 두륜산은 3월25일 소백산은 5월2일 ‘절정’
국립수목원 ‘봄꽃 지도' 발표…연평균 1.4일씩 빨라져

올봄 진달래는 전남 해남의 두륜산에서 다음 달 25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진달래와 생강나무 등 봄꽃이 다음달 중순께 제주도에서 시작돼, 전남 완도·해남 등 내륙으로 점차 확대될 것으로 예측됐다.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24일 국내 주요 산 18곳의 진달래와 생강나무 개화 예측 지도를 발표했다. 올봄 진달래는 전남 해남 두륜산에서 가장 빠른 다음 달 25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됐다. 이어 경남 금원산이 4월9일, 대구·경북 팔공산 12일, 경기 용문산 16일, 강원 백운산이 23일 절정을 이룰 것으로 예측됐다. 관측 지점의 해발고도가 높은 지리산(4월25일)과 소백산(5월2일) 등은 다른 지역보다 만개 시기가 늦을 것으로 예측됐다.
노란 꽃을 피우는 생강나무 꽃 만개 시기는 제주 애월 곶자왈 숲이 3월20일로 가장 빠르고 지리산과 경기 수리산·용문산·소리봉이 4월4일로 가장 늦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봄꽃 개화 예측 지도.
국립수목원은 2009∼2020년 수집한 현장 관측 자료에 인공지능(AI) 시뮬레이션 모델을 적용해, 진달래와 생강나무 개화 절정 시기를 예상했다. 지역에 따라 진달래는 ±6∼9일, 생강나무는 ±4∼12일의 오차가 있을 수 있다.
진달래와 생강나무의 만개 시기는 2009년 관측 이후 해마다 빨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진달래는 연평균 1.4일(최대 16일), 생강나무는 연평균 1.7일(최대 19일) 앞당겨졌다.
국립수목원은 이런 이유를 기후 변화에서 찾았다. 지난 12년간 봄철 평균 기온은 0.25도 상승했다.

생강나무.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개화 시기의 변화는 기후 변화로 식물 생태가 변화하는 것을 넘어 식물이 탄소를 흡수하는 시기도 빨라진다는 것”이라며 “탄소 중립 목표에 도달하려면 산림 기초자료를 지속해서 확보해나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영태 국립수목원장은 “이번 개화 예측 지도는 기존 방법과 달리 12년간 현장에서 관측한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라며 “지속해서 관측 자료를 확보해 예측 정확도를 높이겠다”라고 말했다.
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 사진 국립수목원 제공
낚시터 물고기는 왜 갈수록 안잡힐까…그 궁금증이 풀렸다
호수 실험으로 진화 압력 확인…“대어 포획 규제 필요”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널리 분포하는 포식 어종인 강꼬치고기. 자연과 달리 낚시는 더 크고 활동적인 개체를 솎아내는 선택 압력으로 작용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널리 분포하는 포식 어종인 강꼬치고기. 자연과 달리 낚시는 더 크고 활동적인 개체를 솎아내는 선택 압력으로 작용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꾼은 크고 힘 좋은 물고기를 노린다. 낚은 뒤 놓아주지 않는 방식의 낚시를 계속한다면 그 저수지의 물고기는 더 작고 소극적이어서 낚시에 잘 안 걸리는 형태와 습성으로 바뀔까. 실제로 과학자들이 작은 호수에서 자연 상태로 내버려두었을 때와 낚시를 했을 때 물고기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여러 해에 걸쳐 조사했다. 또 물고기에 소형 원격추적장치를 매달아 행동 방식을 알아봤다.
크리스토퍼 몽크 독일 라이프니츠 담수 생태학 및 내수면 어업 연구소 박사 등 국제 연구진은 24일 과학저널 ‘미 국립학술원 회보(PNAS)’에 실린 논문에 이런 현장연구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자들은 “낚시는 기본적으로 더 크고 활동적인 개체를 제거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물고기에게 우호적인 선택으로 작용한다”며 “낚시를 많이 한 곳에서는 더 작고 비활동적이며 소극적이고 낚시에 잘 안 걸리는 물고기가 늘어난다”고 밝혔다.
다윈의 진화론은 이른봄 잔털로 추위를 막는 야생화처럼 자연의 압력에 적응해 생물이 바뀌어 나간다고 설명한다. 잔털을 갖춘 야생화는 그렇지 않은 식물보다 자연의 선택을 받아 번성한다.
연구자들은 낚시도 자연의 선택과 비슷한 압력으로 작용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에 나섰다. 독일 브란덴부르크의 면적 25㏊인 소형 호수에서 자연 선택과 낚시 선택의 차이를 4년 동안 조사했다.

낚시에 걸린 강꼬치고기를 건져내는 낚시꾼. 5년 동안의 현장 실험에서 낚시의 영향이 분명해졌다. 필립 차플라 제공
실험 대상은 북반구 고위도 지방에 널리 분포하는 포식 어종인 강꼬치고기였고 물고기의 유전자를 분석해 어떤 물고기가 얼마나 많은 자손을 남겼는지 측정했다.
그 결과 자연은 예상대로 더 크고 대담한 물고기를 선택해 이들이 더 많은 자손을 남겼다. 나이가 많아 덩치가 클수록, 더 활동적이어서 많이 돌아다니는 물고기일수록 성공적으로 번식했다.
반대로 가짜 미끼에 덤벼들어 낚시에 자주 걸린 물고기는 주로 큰 개체였다. 살아남는 것은 주로 작은 물고기이니 낚시는 작고 소심한 물고기를 선택한 셈이다. 몽크 박사는 “큰 강꼬치고기일수록 새끼를 많이 낳으니 자연 선택은 크게 성장하는 쪽을 향한다. 그러나 낚시는 정반대 쪽으로 작용해 작게 머무는 개체를 선호한다”고 이 연구소 보도자료에서 말했다.
연구자들은 낚시가 진화론의 선택 압력으로 작용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낚시는 물고기의 생존율을 떨어뜨리므로 일찍 성적으로 성숙하는 것이 유리해진다. 성장에 투자해 몸집을 키우는 것보다 조숙해 번식을 서두르는 쪽이 유전자를 후손에 남기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또 느리게 성장하는 것도 유력한 전략이 된다.”

낚시는 물고기의 크기뿐 아니라 행동 양식에도 선택 압력을 끼친다. 물고기의 행동을 원격추적한 결과 공격적인 물고기일수록 가짜 미끼를 삼킬 가능성이 컸고 더 많이 돌아다니는 물고기일수록 한 자리에 붙박여 있는 개체보다 낚시를 무는 일이 잦았다.
같은 크기의 물고기라도 덜 활발한 개체일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커졌다. 연구자들은 “행동 형질은 일부 유전되기 때문에 낚시는 물고기 집단을 더 소극적이고 덜 활동적이며 결국 점점 잡기 힘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현상은 나아가 “어획량이 장기적으로 감소하고 우리가 모르는 생태적 결과를 빚을 수도 있다”고 연구에 참여한 로베르트 아를링하우스 훔볼트대 교수는 말했다.
낚시로 인해 어족자원의 감소와 왜소화를 막기 위해서는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최소 길이뿐 아니라 최대 길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로 인해 어족자원의 감소와 왜소화를 막기 위해서는 잡을 수 있는 물고기의 최소 길이뿐 아니라 최대 길이를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낚시 압력이 전반적인 어족 자원의 쇠퇴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연구자들은 “전통적인 최소 체장 기준만으로는 안 된다”며 “일정 크기 이하뿐 아니라 일정 크기 이상의 큰 물고기 포획도 규제해야 한다”고 밝혔다(▶‘번식력 여왕’ 대어를 잡지 말아야 하는 이유).
나아가 더 근본적인 대책으로 낚시 제한, 허용 수역 순환, 낚시에 취약한 행동 양식의 물고기가 숨을 수 있는 보호구역 설정 등을 제안했다.
인용 논문: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meny of Sciences, DOI: 10.1073/pnas.2009451118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북항 개발에 영주축 추가…초량엔 산복예술하우스 조성
부산시 도심 재창조 마스터플랜…2030엑스포 맞춰 빌리지도 추진
범천동 도시공사 일대 수변공원, 광무교 비즈니스파크도 마련…6개 구 협력 53개 사업 추진 전망
부산 북항과 원도심을 잇는 통경축 7개가 마련되고, 동천을 따라 비즈니스파크와 수변공원이 조성되는 등 부산시 도심재창조 사업의 구체적인 계획이 마련됐다.
시는 24일 브리핑을 열고 원도심 대개조 4개 분야 53개의 세부사업을 확정해 발표했다. 사업안은 25일 개최되는 ‘부산북항 통합개발 연계 도심재창조 마스터플랜 최종보고회’에서 소개된다.
원도심-북항 통합연계 전략사업은 2019년 10월 원도심 대개조 비전 선포 때 발표한 초량·수정·중앙·우암·봉래·남부민축 등 6개에 영주축이 추가돼 모두 7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이번에 추가된 영주축은 영주고가도로 철거 후 평면도로로 정비해 서구 동대신동에서 중구 영주동을 거쳐 북항 1단계 오페라하우스까지 연결한다. 원도심과의 연결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북항 2단계 재개발사업 구역에 포함된 초량축과 수정축은 각각 디자인 특화단지, 부산 엑스포빌리지로 조성되며 2030엑스포 개최 전 개발이 마무리될 전망이다.

공공관리형 주거지 재생사업은 초량동 노후 주거지 일대를 산복도로 하늘길과 연계해 테라스하우스로 조성하는 산복예술하우스 조성사업을 포함해 11개 사업으로 추진된다.
경제활력형 도심상업지 재생은 원도심 비즈니스타운, 철로변 혁신지구(혁신의 회랑)를 조성하는 사업을 포함해 14개의 사업으로 계획돼 있다. 원도심 비즈니스타운은 원도심의 문화복합시설로 비즈니스타운~부산역~북항으로 이어지는 보행 덱을 연결해 이동 편의를 제공, 집객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부선 철도부지를 활용한 철로변 혁신지구는 2단계 재개발사업과 연계해 추진된다.
장소창출형 신문화공간 재생은 동천삼거리의 교통 체계를 개선해 광무비즈니스파크, 범천수변공원, 산복도로 하늘길을 조성하는 21개 사업으로 구성된다. 동천 도입부인 동천삼거리는 동서고가로 충장고가로 우암로 부두순환로 등 4개 도로가 겹쳐 있는데 교통체계를 개선함으로써 북항 재개발과 엑스포의 파급력이 서면 도심까지 확대되도록 할 계획이다. 동천 중간부인 광무교에는 부산교통공사를 이전한 뒤 광무비즈니스파크를 조성하고 일대를 시티크루즈 선착장과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시킨다. 동천 최종부인 범천지역에는 부산도시공사를 이전해 범천수변공원을 조성한다. 산복도로 하늘길은 영주시민아파트 주거환경개선사업지부터 초량2주택재개발사업지까지 자연친화적 보행 덱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 관계자는 “2019년 선포식 때 27개 사업을 소개했는데 26개 사업이 추가된 만큼 원도심 6개 구와 협력해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신문유정환 기자 defiant@kookje.co.kr
원도심 환골탈태… 막대한 예산이 변수
북항 연계 도심재창조 마스터플랜
부산시가 24일 공개한 ‘부산북항 통합개발 연계 도심재창조 마스터플랜’은 100년 이후 부산 원도심을 내다보는 대안을 담고 있다. 이 계획이 실현된다면 부산 원도심이 새로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다.

수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과 정치적 상황이 변수다. 부산시가 자체 예산과 함께 정부의 도시재생 사업 예산이나 공기업, 민간 자본을 어떻게든 끌어들여 최적의 방안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4·7 보궐선거 이후 부산시에 입성할 부산시장이 실현 의지를 갖지 않는다면 마스터플랜은 차일피일 미뤄질 공산도 있다.
차기 부산시장 실현 의지가 중요
수정·초량·중앙·우암 등 7개축
공원·커뮤니티로 원도심에 숨통
공공관리형 주거지 재생 등 담겨
부산시가 이번에 마련한 마스터플랜 53개 사업의 핵심인 ‘원도심-북항 통합연계 전략 사업’ 7개 축은 수정축, 초량축, 중앙축, 우암축, 봉래축, 남부민축, 영주축이다. 이 가운데 초량축, 수정축, 그리고 새로 포함된 영주축이 단기 수행 과제로 선정됐다. 초량축과 수정축, 영주축은 북항재개발 2단계 사업과 2030 부산월드엑스포와 연계돼 신속하게 추진될 동력이 충분하다. 3개 축에 포함된 과제 이외에는 향후 추진되더라도 2030년 이후에나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마스터플랜을 보면, 북항에서 초량동 차이나타운을 거쳐 산복도로로 이어지는 초량축에는 30~50m 녹도(녹화한 산책길과 공원이 어우러진 도로)와 에스컬레이터, 전망대, 디자인을 특화한 상업·주거 복합 개발 사업이 진행된다.

수정축은 부산항 5부두 물양장부터 수정산 체육공원까지 1.2km에 달하는 통경축 확보가 관건이다. 현재 10m 폭에 불과한 692m 길이 도로를 최대 40m 폭으로 늘려 녹도를 조성하고, 공원과 커뮤니티 시설, 공공주택을 넣어 꽉 막힌 원도심에 숨통을 틔운다는 구상이다. 또 수정축의 특정 지역에 ‘부산 엑스포빌리지’를 조성해 월드엑스포와 잇는다.
새로 추가된 영주축에서는 노후한 영주고가도로가 철거된다. 서구 동대신동에서 중구 영주동을 거쳐 북항 오페라하우스까지 이어지는 녹도 575m를 여유롭게 다닐 수 있는 변화를 겪게 된다. 또 장기적으로 우암축에는 스카이 브리지를 계획하고, 봉래축에는 북항과 이어지는 해상케이블카를 구상하는 등 새로운 친환경 마스터플랜이 담겼다.
이 외에도 공공관리형 주거지 재생사업의 ‘산복예술하우스’와 장소창출형 신문화공간 재생 사업의 광무비즈니스파크 사업 등도 눈여겨볼 만하다. 동천 도입부인 동천삼거리를 개선해 엑스포와 서면 도심을 잇고, 동천 중간부인 광무교에 부산교통공사를 이전해 ‘광무 비즈니스파크’를 건설하는 한편 동천 끝 지점인 범천지역에 부산도시공사를 이전해 ‘범천수변공원’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이번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을 주도적으로 수행한 한영숙 사이트플래닝 대표는 “주민 의견과 해당 구청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하려고 노력했다”며 “적지 않은 예산으로 북항 주변 원도심을 제대로 부활시킬 계획이 어렵게 마련된 만큼 부산의 미래를 위해 계획이 꼭 실현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박세익 기자 run@busan.com
[4.7 재보궐선거 앞 쟁점진단 ⑤ 너무 특별한 '가덕도 신공항법'] 국토부 '행정·절차문제' 책임 피하려 법률검토 받았다
"절차상 문제법안 통과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해야"
입지 못박고 예타 면제, '김해신공항 중단'까지 담아
조응천 여당 간사 "위헌 소지 법률 심의, 마음 불편"
김해 신공항 대신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사업의 절차, 행정적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법안이 만들어질 경우 담당 공무원들에게 책임 문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 발견돼 국토교통부에서 '책임회피'를 위한 별도의 법률검토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제2의 월성원전중단'사태로 번질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특혜' '편법' '위헌' 가능성에 암묵적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야 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입지선정 등을 담은 특별법의 문제점을 지적하고는 책임문제 해소를 위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가덕도 신공항 건설촉진 특별법안)에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 문구를 넣어달라고 요청했다. 사전타당성조사, 예비타당성조사, 환경평가 등을 거치지 않은 채 공항 부지를 '가덕도'로 못 박은 특별법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담은 데 이어 명확한 근거 없이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까지 포함시킨 셈이다. 야당은 행정부가 할 일을 입법부가 떠안은 것에 강하게 반발했다.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 신속제정 촉구 회견 |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왼쪽부터), 이철우 경북지사, 권영진 대구시장, 국민의힘 이만희 의원이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구경북신공항특별법'의 신속한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지난 19일에 열린 국회 국토위 국토교통법안소위 회의록에 따르면 국토부는 법무법인 동헌에 법률자문을 의뢰, 지난달 25일 결과를 받았다. 국민의힘 송언석 의원은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문결과를 보고는 "'김해신공항 추진에 이미 상당한 예산이 들어갔기 때문에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검증위의 검증 결과에 따라 보완하면 예산을 절감할 수 있고 김해신공항이 백지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지 선정 등 절차상 문제가 있는 본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주장할 필요가 있음' 이렇게 써 놨다"면서 "정부에서는 지금 가덕도신공항법을 찬성하는 거냐 아니면 반대하는 거냐"고 따졌다. 손명수 국토부 2차관은 "절차적, 행정적 문제점에 대해서 말씀을 드렸다"며 "입지선정 절차를 특별법에 규정하고 있는 사례는 없었다"고 말했다.
◆"명확한 의사표시 안 하면 성실의무 위반" =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 역시 자문결과 자료를 토대로 "월성원전 폐쇄 건과 같이 이 입법 과정에서 국토부 공무원들의 법적 책임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그 자문을 얻었는데 그 법인에서 답을 주기를 '여기에 대해서 국토부 나름대로의 명확한 의사표현이나 이런 것 없이 결정이 진행될 때는 공무원의 성실의무에 위반된다'라고 그 법인이 답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손 차관은 "(김해신공항 사업) 폐기를 하려면 충분한 근거와 이유가 있어야 된다"면서 "(김해신공항에 대한) 총리실 검증 결과에 따라서 후속조치를 하기 위한 행정절차는 진행 중에 있다.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해 놓은 상태"라고 했다. 법제처의 유권해석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고 그 결과에 따라 김해신공항 사업 백지화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되고 나면 주무부처로서 이 법의 집행 책임이 생기고 주무부처가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사타(사전타당성조사)"라며 "그런데 김해신공항이 살아 있으면 가덕도신공항의 사타가 어떻게 진행되겠느냐"고 했다.
따라서 국토부는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 없이 가덕도신공항 사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을 통해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을 명시해달라고 주문했고 야당은 이를 "행정부의 일을 입법부에 떠넘긴다"며 김해신공항 사업에 대한 평가 결과를 놓고 대통령이나 국토부장관이 '중단 선언'이라는 행정행위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국토부 공무원들에게 나중에 법적인 책임이 돌아갈 수도 있는 그런 위험이 있을 수가 있다"며 "김해신공항으로 열심히 하다가 정치권의 결정에 의해서 180도로 돌았는데 갑자기 위험에 노출되게 되니까 보호장치 정도는 우리가 만들어 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취지에서 간곡히 부탁의 말씀을 드린다"고 호소했다.
결국 법안에 다소 애매하게 '김해신공항 사업 중단'을 담기로 했다. 부칙 제2조에 '법 시행을 위한 준비행위'라는 제목을 달고는 '국토교통부장관은 이 법 시행 전에 권역별 공항개발 방향이 가덕도신공항의 위계 및 기능과 중복되는 내용이 없도록 추진 중인 공항개발사업 계획을 대체하여 공항시설법 제3조에 따라 제6차 공항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고 했다. '김해신공항' 대신 '추진 중인 공항개발사업', '중단' 대신 '대체'라는 표현으로 취지를 숨겨놓기로 한 것이다.
◆"일반법과 거꾸로 간다" = 여당은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를 강제하는 방법을 모색했으나 묘수를 찾지 못해 임의조항으로 넣었고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도 기획재정부 장관 판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반드시 국무회의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확인했다. 진성준 여당 의원은 '국무회의 통과'가 필수사안인지를 수차례 물었고 시행령 등을 내세우며 '관행'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국토부는 '반드시 국무회의를 통과해야 한다'고 맞섰다. 결국 예타 면제 조항은 '기재부 장관이 필요할 경우 신속하고 원활한 공항 건설을 위해 국가재정법 제38조 1항(예타 의무조항)에도 불구하고 면제할 수 있다'고 넣었다.
조응천 여당 간사는 "이 법을 심의하는 내내 굉장히 불편함을 금할 수가 없다"며 "이 공항의 입지가 선정이 되고 또 법의 내용이 일반적인 공항시설법하고는 거꾸로 지금 가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정말 정신 못 차리게 가덕도로 막 몰려왔다. 정치권에서 그렇게 몰고 왔다. 여당에서 먼저 그랬고 그다음에 야당도 그렇게 했고 결국은 제1당, 제2당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쟁적으로 가덕도로 공약을 내세우고 결정을 내 버렸다"며 "과연 이게 맞느냐, 맞느냐 갸우뚱거리다가 결국은 1, 2당이 다 그렇게 하니까 이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구나라고 해서 승복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게 현실"이라고 했다. "그래서 위헌 소지가 있는 법률을 이렇게 계속 만들고 심의를 하다 보니까 마음이 불편한 것"이라고도 했다./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내일신문
경제성장과 기후정의 중 양자택일? 지금은 독화살을 뽑아야 할 때!
시대착오적 양자택일은 안된다
우리는 지금 어떤 시간을 통과하는 중일까. 1년 전쯤 느닷없이 출현한 코로나19의 영향 아래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코로나 시대를 지나며 누적된 피로와 어떤 상실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러나 코로나19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사건이 아닐뿐더러 우리에게 익숙했던 일상이 그 발생과도 무관하지 않다. 사실 우리는 회복해야 하는 무엇인가를 상실한 것이 아니라, 상실된 상태로부터 전 지구적으로 새로운 삶의 방식을 재구축해야 할 상황에 놓인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운이 좋게도 완전한 파국 시점에 도달하지 않은 채 어떤 결정의 가능성이 주어진 시간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코로나19로 말미암은 그간의 경험은 고통과 더불어 우리에게 앞으로 펼쳐질 삶의 국면들에 대한 암시를 주었고 또 어떤 결정을 해야 할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우선 위기 속에서 사람들이 겪는 고통은 동등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경제적·사회적 조건에 따라 차별적이라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와중에도 부동산·주식 가격 폭등을 통해 자산을 가진 이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고용 불안정과 경기 침체의 영향 속에 빈곤한 사람들은 더욱 빈곤해지는 부의 양극화가 심화하면서 사람들은 더욱 복잡한 심사를 갖게 되었다. 그 안에는 허탈함과 분노, 공포도 담겨 있지만 동시에 불평등에 대한 예민한 문제의식과 공동의 문제를 창조적으로 해결해나갈 사유와 정동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실제로 코로나19라는 공동의 문제에 대처해온 과정은 공동체의 역량과 시민적 주체성을 검증받는 시간이기도 했는데, 지금까지는 우리 스스로 자부심을 느낄 만한 분석과 지표들을 꽤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돌봄의 가치와 돌봄노동의 중요성을 체감한 일은 코로나 시대를 경유하는 과정에서 획득한 아주 특별한 배움의 경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공동체를 이루는 구성원들이 삶의 국면마다 겪게 되는 생활의 필요를 함께 나누고 헤쳐나가며 서로 돌보는 일"(백영경 '복지와 커먼즈', <창작과비평> 2017년 가을호)의 가치와 중요성을 우리는 지난 한해 동안 온몸으로 부딪혀가며 절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변화할 우리 삶의 방식과 긴밀히 관련된 사안은 코로나19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제시된 환경과 생태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상당히 확대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코로나19와 더불어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이상기후의 징후로 인해 기후위기에 대한 감각은 다른 어느 때보다 그 실감의 정도가 컸다. 그간 깊이 들여다보면 불편하고 또 생각하면 골치가 아파 회피한 면이 없지 않은 기후위기의 문제를 말 그대로 피부로 느끼게 된 경험의 의미는 결코 작지 않다. 이를 더욱 유의미한 방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위기에 대한 감각을 넘어 기후정의(Climate Justice)를 통한 인식의 변화와 행동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 어쩌면 기후정의와 관련한 행동과 실천이야말로 우리의 공동체 역량과 시민적 주체성을 뚜렷하게 입증할 또 하나의 중요한 시험대가 되지 않을까 싶다.
기후정의는 기후위기에 관한 대응과 조치가 생태의 문제만이 아니라 인권의 문제이고, 불평등의 문제이며, 또한 공동체의 역량 강화와도 관련이 있음을 일러준다. 기후 문제가 우리 시대의 정치적·경제적·윤리적 차원의 문제들이 가로지르는 교차점에 놓여 있다는 표현은 이제 너무나 현실적이고 직감적인 말이 되었다. 최근 몇몇 국가들의 과감한 결정과 조치 또한 이를 방증한다. 독일은 탈원전과 더불어 탈석탄 계획을 추진하며 실제로 작년 말 경제적 보상조치를 매개로 화력발전소 한곳을 폐쇄했다.(☞ 관련 기사 : <한겨레> 2020년 12월 23일 자 '[이주의 온실가스] 불 꺼지기 시작한 독일 석탄…모든 발전소 폐쇄 가속')
프랑스 법원은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을 물어 손해를 배상하라는 상징적인 판결을 냈을 뿐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 1조 1항에 기후정의적 요소를 추가해 "공화국은 생물다양성과 환경보전을 보장하고 기후변화에 맞서 싸운다"라는 문장을 넣으려는 중이다.(☞ 관련 기사 : <경향신문> 2월 4일 자 '"프랑스 1유로 내라" 지구 위한 큰 판결') 새롭게 출범한 미국의 바이든 정부 역시 전직 국무장관 존 케리를 기후특사로 임명하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하며, 2030년까지 연방 토지와 수역의 석유 시추를 중단하는 등 다양한 기후 관련 조치 및 행동을 실행하고자 한다.
이러한 변화의 행보에 비추어볼 때 우리나라의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온실가스 배출 역시 최소화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실제 행정과 법률 제정은 그것의 실현 가능성을 의심케 한다. "경제성장주의에 매몰되어 기업들에게 새로운 이윤 추구의 기회만을 만들 뿐, 사회적 불평등 해결도 그리고 기후위기 해결도 불투명한 녹색성장류의 접근"은 재고되어야 한다.(☞ 관련 기사 : <프레시안> 1월 27일 자 ''탈탄소경제법'이 아니라 '기후정의법'이어야 한다')
경제성장의 시각과 기후정의적 시선을 양자택일의 구도로 놓고 판단하거나 형식적으로 절충하는 일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기후정의는 우리가 선택항에 두고 고를 문제가 아니라 지금 바로 그에 맞는 결정과 행동을 실천해야 할 사안이기 때문이다. 독화살을 맞은 사람이 가장 시급하게 할 일은 화살이 날아온 각도나 화살의 종류를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자신의 생명을 위협하는 화살을 몸에서 뽑아내는 일이라는 옛이야기를 떠올리면, 우리의 결정이 어떤 방식이어야 하는지 좀 더 뚜렷해진다. 송종원 문학평론가/프레시안
선거 직전, 가덕도 직접 찾은 文대통령…야당 ‘선거개입’ 반발
부산 보선 앞두고 전격 부산행
동남권 메가시티 전폭 지원 약속
야당 “탄핵 사유된다” 강력반발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신공항 졸속 추진 논란이 일고 있는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을 전격 방문해 정부 차원의 지원 의사를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에 신관문 공항이 들어서면 세계로 뻗어가고, 세계에서 들어오는 24시간 하늘길이 열리게 된다”며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여당이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40여일 앞두고 관계 부처의 우려에도 밀어붙이고 있는 가덕도 신공항 현장을 방문해 힘을 실어준 것이다. 문 대통령을 비롯한 당정청의 가덕도 총출동에 야당은 노골적인 선거 개입이라고 격하게 반발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부산 가덕도 해상 등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 행사에서 “정부는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균형 뉴딜을 선도할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전략을 힘껏 뒷받침하겠다”며 “15년간 지체돼 온 동남권 신공항 사업부터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하늘길과 바닷길, 육지길이 하나로 만나 명실상부한 세계적 물류 허브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여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대해서도 “묵은 숙원이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을 희망한다”며 “정부도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고 했다. 국토교통부 등 관계부처에서 신공항 특별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지만, 문 대통령이 직접 정부 차원의 가덕 신공항 의지를 밝힌 것이다.
청와대는 이번 행사가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균형 뉴딜 현장 방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남권 메가시티는 부산·울산·경남이 초광역 협력을 통해 800만 인구를 바탕으로 서울 베이징 도쿄 등과 맞먹는 ‘동북아 8대 광역경제권’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동남권 메가시티의 핵심은 가덕도 신공항이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자, 여당은 곧바로 가덕도 신공항을 추진하면서 논란이 계속됐다. 청와대도 그동안 여당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말을 아껴왔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이날 가덕도를 전격적으로 방문하고 지원 의사를 공식화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부산신항에서 어업지도선을 타고 가덕도 인근 해상까지 가서 공항 예정지를 시찰했다. 문 대통령은 이병진 부산시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신공항 추진 상황을 보고 받았다.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은 1년 만이다. 그러나 방문 시점이 논란에 휘말렸다. 4월 7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문 대통령이 직접 부산을 방문한 것에 대해 야권은 노골적인 선거개입으로 규정하면서 강력 반발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선거 질서를 훼손하는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21대 총선을 두 달여 앞둔 지난해 2월 6일에도 부산을 찾아 부산형 일자리 협약식에 참석한 바 있다.
범여권인 정의당도 가덕도 신공항 사업에 대해 “전두환 정권의 ‘평화의 댐’,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에 이어 최악의 토건 사업”이라고 비판했다./임성수 기자 joylss@kmib.co.kr
28조 들어가는데 22일 만에 뚝딱… ‘가덕도 특혜법’ 8부 능선
국회, 오늘 신공항 특별법 본회의 처리
“왜 가덕도만…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도 제정하라”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통합신공항 경북 시민발전위원회 회원들이 집회를 갖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왜 가덕도만… 대구·경북 신공항 특별법도 제정하라”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통합신공항 대구시민추진단, 통합신공항 경북 시민발전위원회 회원들이 집회를 갖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스1
4·7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부산 표를 잡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이고 국민의힘이 끌려 온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결국 가결될 전망이다. 수십조원이 들어갈 수도 있는 역사적인 국책 사업을 위한 특별법 심사 기간은 겨우 20여일에 불과했다. 예비타당성조사가 생략된 특혜법이자 비용 계산서조차 첨부되지 않은 구멍 뚫린 법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5일 국토교통위에서 넘어 온 특별법을 심의해 본회의로 넘겼다. 가덕도 특별법은 여러 측면에서 잘못된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이 법안을 심사한 기간은 고작 22일. 지난 1월 3일 민주당 소속 의원 138명이 사실상 당론으로 발의했다. 국토위는 지난 19일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 소위에서 지적됐던 문제점을 깡그리 뭉개고 이 법안을 서둘러 통과시켰다. 먼저 상정된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선입선출 원칙’도 무시됐다. 이 원칙은 민주당이 ‘일하는 국회법’을 제정하며 핵심으로 내세운 내용이었다.
이 법안의 탄생으로 앞으로 공항 건설 등 대규모 국책 사업에서는 중요한 입법 절차가 무시로 생략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가 이를 우려해 최근 국회에 “예비타당성조사를 통한 검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의견을 개진했으나 간단히 무시됐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대구 신공항 건설에도 똑같은 예타 면제 특혜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을 위한 법안을 발의할 때는 비용추계서를 첨부해야 하지만 가덕도 특별법에는 이 또한 생략됐다. 부산시는 국제선 기준 7조 5000억원이 든다고 계산했지만 국토부는 12조 8000억원이 든다고 추산했다. 특히 국제선만으로는 타당성이 떨어져 국내선과 군시설까지 함께 건설할 경우엔 총 28조 6000억원이 들 것으로 봤다. 전문가들은 공항·철도 건설 사업은 불확실성이 커 실제로는 이보다 더 큰 비용이 들 것으로 분석한다.
기존에 검토됐던 김해신공항 건설은 부칙 한 줄로 백지화됐다. 앞서 국토위 법안소위에서도 이를 둘러싼 위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은 “달랑 부칙 한 줄로 정부가 지금까지 해 온 모든 것을 포기하도록 하는 권능이 과연 우리에게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송언석 의원도 “이 법이 아무리 절대적이라 하더라도 정부 기본계획이나 공항 입지를 부칙으로 무효화한다는 것은 결코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법안으로는 실제 공항 건설이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여야가 건설 자체보다 표를 계산했기 때문이다.
강경우 한양대 교통물류공학과 교수는 “이런 국책사업은 기간을 오래 잡고 논의하며 타당성 조사를 꼼꼼히 해 만들어 나가야 하는데 책임이 없는 국회가 주무부처들의 목소리를 모두 무시하고 선거용 대국민 사기극을 한 것”이라며 “지금은 부산을 위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실제로 또다시 시간 끌기가 반복되며 결국 부산 시민들이 피해를 볼 것”이라고 말했다./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가덕도 특별법 제정돼도 그대로인 ‘가덕도 리스크’
국토부 보고서 '전 세계 유례없는 난공사'여당 반기 여론에 "검토안일 뿐“
가덕도신공항 건설 시 예상되는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국회에 돌린 국토교통부가 "반대가 아니고 제정이 되면 최선을 다해 법을 집행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까지 우려한 시공상 난관과 절차상 문제점, 공무원 직무유기 우려 등을 이제 스스로 해결해야 할 처지가 됐다.

25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고 가덕도신공항 부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입법에 쐐기를 박았어도 국토부가 지적한 가덕도신공항의 한계는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 위원들에게 제출한 가덕도신공항 분석보고서에는 △안전성 △시공성 △운영성 △환경성 △경제성 △접근성 △항공수요 등 공항 건설에 필요한 7가지 항목이 모두 적절치 않다는 의견이 담겼다.
가장 중요한 항공 안전과 관련해선 '진해비행장 공역 중첩, 김해공항 관제업무 복잡, 가덕수로 대형선박 저촉 등으로 위험성이 크게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가덕도(국제선)와 김해(국내선)에서 복수공항을 운영할 경우 국내선 항공기의 돗대산 추락 위험도 우려했다.
국토부는 시공 측면에서도 '가덕도는 외해에 위치해 난공사, 대규모 매립, 부등침하 등이 우려된다'고 적었고, 해상매립 공사에만 6년 이상이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해에 건설한 인천국제공항도 해상매립에 46개월이 걸린 점을 감안하면 과장한 공사기간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비용은 국제선과 국내선에 군 시설까지 포함하면 28조6,000억원으로 대폭 증가하고, 부산시가 제시한 2056년 국제선 여객수요 4,604만명도 비현실적인 목표라고 판단했다. 2011년 동남권 신공항 입지평가에서 가덕도가 38.3점을 받아 최저하한인 50점에도 미치지 못했고, 2016년 사전타당성조사에서 김해, 밀양에 밀렸던 이유를 국토부가 다시 한번 확인해준 셈이다.
이런 보고서를 제출한 국토부는 "검토안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다양한 시나리오를 살펴봤고 결과적으로 법안 심의 과정에서 원래 진행하지 않기로 했던 사전타당성 조사와 환경위원회 평가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손명수 국토부 2차관도 "행정적으로 보완해야 할 사안, 문제점을 정리했던 것이지 법을 막아달라고 설득하거나 요구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항공 전문가들은 '과속 입법'으로 밀어붙이는 가덕도신공항은 최악의 국책사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경영학과 교수는 “아무리 ‘공항 정치’에 휘둘린다고 해도 3,000억원대 사업인 양양공항, 무안공항의 수십 배에 달하는 국책사업을 이렇게 진행한다는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공항은 수익성이 중요한데 막대한 사업비를 들여 지어놔도 결국 세금으로 적자를 메울 게 불 보듯 뻔하다”고 꼬집었다.
김지섭 기자 onion@hankookilbo.com
“잘해야 인천공항 7%”…과거 공항 사례 살펴보니
가덕도 신공항, 과연 얼마나 많이 이용할까요?
인천공항에서 많아야 7% 정도가 옮겨 가는데 그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나오는데, 무안, 양양 공항 사례를 감안할 때 좀 더 세밀한 준비와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리포트]2007년 문을 연 무안국제공항.코로나19 영향이 없었던 2년 전에도 한해 이용객은 89만 명에 불과했습니다. 처음 예상치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칩니다. 국제공항의 기능은 상실했고 해마다 100억 원 넘는 적자만 쌓이고 있습니다. 양양국제공항 등 다른 공항 사정도 비슷합니다.
[허희영/한국항공대학교 교수 : "구조적으로 정부가 지어주고 운영하고 하는 것을 모두 세금으로 내주는 것이 어떻게 보면 많은 부실공항이 생겨나는 배경이 되고 있습니다."]
가덕도 신공항도 항공 수요에 대한 정밀한 예측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인천공항은 가덕도 신공항이 건설돼도 인천에서 이전되는 수요는 최대 7% 정도로 제한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영남권과 전남·광주권 수요 중 60%가 옮겨갔을 때를 가정한 최대치입니다.만약 영남권에서만 20% 정도 넘어갈 때는 인천공항 수요의 1.6%만 이전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사실상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이런데도 수요 예측은 물론 국내외 항공사들이 얼마나 취항할지에 대한 조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2016년 파리 공항공단이 실시한 용역조사 결과를 보면 가덕도는 성장 가능성 면에서 김해와 밀양에 이어 최하위로 평가돼 있습니다.
[김용원/참여연대 조세재정개혁센터 : "공항을 짓는 걸 반대하는 게 아니라 정확히 따져보고 지어야 된다는 거죠. 제도적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같은 것들이 다 있는데 굳이 그런 것을 건너뛰고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그리고 잘못 짓게 되면 사실은 낭비로밖에 직결될 수밖에 없거든요."]
가덕도 신공항 문제점을 국회에 보고했던 국토부는 특별법이 통과되면 최선을 다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KBS 뉴스 임재성입니다.
국토부는 가덕도 신공항에 왜 이렇게 ‘진심’인 걸까
국토부 작성 가덕도 신공한 타당성 검토 보고서 살펴보니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장 예비후보 합동기자회견의 모습. 공동취재사진단
지난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부산광역시장 예비후보 합동기자회견의 모습. 공동취재사진단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국회 상임위에 보고했다는 16쪽짜리 보고서가 최대 변수로 등장했다. 공항 건설 시 고려되는 7가지 요소에 대해 가덕도 신공항 ‘불가론’을 제시한 것으로, 국토부 보고서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은 올해 착공을 하더라도 부산시가 원하는 2030년 개항이 불투명하며 개항하더라도 안정적인 공항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부 공무원들은 왜 이렇게 가덕도 신공항 반대에 ‘진심’인 것일까. 국토부가 ‘대외비’로 작성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소위에 제출한 16쪽 짜리 보고서에 담긴 ‘가덕도 신공항 불가론’을 짚어봤다.
①안전성 “공군, 국제선만 가덕 이전하면 사고 위험 커”
안전성에서는 진해비행장과 가덕도 신공항 공역이 중첩되면서 생기는 관제 업무 혼선이 항공기 안전성을 크게 위협한다고 평가했다. 현재 부산시가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방안은 국내선은 김해공항을 이용하고 국제선 1본만 건설하는 방안인데, 국토부는 보고서에서 특히 공군이 이런 방안에 대해 “국제선만 가덕 이전 시 근거리 복수공항 운영에 따른 공역 혼잡, 비행절차 전면 재검토, 관제 업무 복잡 등으로 사고 위험이 크다는 입장”이라는 것을 적시했다.
또한 국제선과 국내선을 따로따로 복수공항 체제로 운영하게 되면 국내선 항공기의 돗대산 추락 위험성 해소가 불가하다는 것도 이유로 들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애초 영남권 신공항 필요성을 공론화한 것은 2002년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기상 악화로 돗대산에 추락해 승객과 승무원 166명 가운데 129명이 사망하고, 37명이 부상한 ‘돗대산 항공기 추락사고’ 탓이었다.
그밖에 부산신항과 인접한 가덕도 신공항의 특성 상 바다 위에서 높이 60~70m까지 뜨는 대형화물선박과 항공기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꼽았다. 이때문에 선박이 오가는 가덕수로 폭을 현재 1930m에서 1390m로 540m 가량 줄일 필요가 있지만, 해양수산부는 “주변에 거가대교 등이 위치해 장래 대형선박 교통량 증대가 예상되므로 축소가 어렵다”는 입장이라는 것이 보고서에 포함됐다.
②시공성 “해상매립공사에만 6년” 2030년 개항 불투명
가덕도가 평균 수심이 깊고 지반이 약한 연약층이 최대 45m 깊이로 있어 해상매립공사가 인천공항보다 까다롭고 예산 소모가 심하다는 것은 시공성 측면의 ‘불가론’이다. 국토부는 “수심과 연약층, 활주로 표고 고려 시 최대 106m 깊이에 1.42억㎥ 매립이 필요”하다며 가덕도 신공항의 경우 매립면적은 인천공항의 12% 수준이지만, 매립토량은 1.4배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추산한 해상매립공사 기간은 6년으로, 인천공항 매립공사 기간 4년보다 더 많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봤다. 이렇게 되면 부산 엑스포가 개최될 2030년에 개항하는 것이 불투명하게 된다.
인천공항의 경우 1990년 건설입지가 확정되고 2001년에 개항해 10여년이 걸렸는데, 인천공항 보다 공사 기간이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국토부는 보고서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관계부처 의견’과 관련해 “추진 시기도 설계 및 시공계획 검토 후 확정(할) 필요”가 있다며 “2030년으로 사전 확정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③운영성 “부등침하 발생할 경우 공항 운영 불가”
보고서는 공항 운영과 관련해 국제선만 건설하는 부산시 건설방안의 경우 “항공기 운영 비효율성 증가, 환승객 이동 동선 증가 등으로 어렵다”는 항공사들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더불어 “국제선만 도심 외곽으로 이전했던 도쿄, 몬트리올 등 복수공항 운영 실패로 통합 운영으로 전환”하는 추세이며 “환승체계 열악 시 관문공항 위상 저하”가 우려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지반 강도에 따라 발생하는 활주로에 생기는 부등침하 현상이 발생할 경우 국제선 활주로 1본만 운영하는 가덕도 신공항은 “공항 운영 불가”한 상황도 우려했다. 특히 부산시는 장기 침하가 50년간 35㎝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간사이 공항의 경우 22년(1994~2016년)동안 13m가 침하됐고 유지비가 10조원을 웃돈다고 밝혔다.
더구나 간사이 공항은 육지와 인접해 수심이 깊지 않은 내해에 건설된 공항으로, 외해에 노출된 가덕도 신공항에 대해 “활주로가 해상+육상+해상 2번 이상 외해에 노출되어 부등침하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고까지 표현했다.
④환경성 “해양생태도 1등급 지역 훼손”
가덕도 신공항은 해상 매립에 필요한 토석 163백만㎥의 대규모 토량을 국수봉, 남산, 성토봉 등 인근 산에서 전량 확보할 계획으로, 공항 건설을 위해 산이 훼손될 경우 해상절벽 등 생태자연도 1등급 훼손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이는 부산지역을 비롯해 환경단체들이 문제로 지적해 온 바 있다. 국토부는 “가덕도 동·서측 바다는 부산연안특별관리해역, 가덕도 일부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유형문화재, 기념물 등으로 지정되어 공사 제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⑤경제성 “부산시 주장 대비 5.22조원 증액 예상”
국토부는 공항공사와 전문가 등이 가덕도 신공항 공사비를 재산정한 결과 공사비 1조900억원, 부지조성 1억7100억원, 접근교통망 건설 1조1200억원, 시설부대 경비 등 1조3000억원 등 총 5조2200억원이 증액돼 총 공사비가 12조8천억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산시 건설방안은 7조6천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것이지만, 과소 계상된 것으로 실제 공사 과정에서 5조원 이상의 공사비가 추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가덕 계획안이 예타(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되더라도 사업비가 크게 증가해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 과정에서 사업규모 축소 등 논란이 예상”된다고 적었다.
특히 보고서는 국제선만 건설하는 현재 부산시 건설방안이 수정돼 국제선과 국내선 활주로 2본을 건설하고, 여기에 기존 김해공항에 있는 군시설을 이전할 경우 최대 28조6천억원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물범 대신 기러기알 200개? 북극곰의 고민
해빙 사라져 물범 사냥 못하면 대체 ‘불가’…외뿔고래는 숨구멍 못 찾아
북극곰은 해빙에 최적화한 포식자로 진화한 해양 포유류다. 물범 전문 포식자인 북극

곰에게 기후변화는 생존의 위기이다. 아르투로 데 프리아스 마르케스,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사라지는 얼음 때문에 북극곰과 외뿔고래가 생리적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북극 최상위 포식자인 이들은 북극 환경에 완벽하게 적응했지만 북극의 온난화가 지구 평균보다 2배나 빨리 진행하면서 오히려 생존 위기에 몰리게 된 것이다. 예를 들어, 두 동물은 바다에 얼음이 줄면서 이동하는 데 전보다 3∼4배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 앤서니 파가노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 보전연구소 박사 등은 25일 ‘실험생물학 저널’에 실린 리뷰 논문을 통해 두 대형 포식자가 겪는 ‘에너지 적자’ 상황을 최근의 연구결과를 종합해 진단했다. 논문의 주요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열흘 동안 462㎞ 헤엄치기도
북극곰은 가장 최근 진화한 해양 포유동물이다. 48만∼34만년 전 불곰의 조상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이 포식자는 큰 몸집과 흰 털 납작한 두개골 등 극지 환경에 맞도록 진화했다. 북극곰은 먹이를 고리무늬물범과 턱수염물범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다. 해빙 위에 낳은 물범 새끼가 젖을 떼는 봄과 초여름이 사냥 피크철로 이때 연간 에너지 필요량의 3분의 2를 물범의 지방층을 섭취해 충당한다.

턱수염물범을 사냥해 먹는 북극곰.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그러나 기후변화로 해빙이 일찍 녹고 늦게 얼면서 물범을 사냥할 수 있는 기간이 갈수록 줄고 있다. 북극 해빙의 면적은 9월을 기준으로 1979년 이래 10년에 13.3%꼴로 줄어들고 있다.
북극곰은 매복 사냥 전문가여서 얼음에 뚫린 숨구멍에서 물범을 노린다.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하는 전략이기도 하다. 그러나 얼음이 줄고 바다가 늘면서 이제는 물범 한 마리를 사냥하기 위해 평균 3.4일을 헤엄쳐야 한다.
애초 헤엄치기는 부차적인 이동방법이어서 북극곰의 수영은 걷는 것보다 4.3배 많은 에너지를 잡아먹는다. 그렇지만 물범을 사냥하려면 장거리 수영이 불가피하다.
연구자들은 “북극곰이 50㎞ 이상 장거리를 헤엄치는 일이 늘었고 그 과정에서 종종 익사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극단적인 예로 2012년 알래스카 북동쪽 보퍼트 해에서 성체 암컷 한 마리가 무려 열흘 동안 462㎞를 헤엄쳐 다른 해빙을 찾아가기도 했다. 연구자들은 “이 정도의 여행을 하면서 소비하는 칼로리는 고리무늬물범 4마리 이상을 먹어야 충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북극곰의 수영 모습(A). 물속에서 저항이 커 걷는 것보다 4배 이상 에너지가 든다. 열흘 동안 462㎞를 수영한 암컷 성체 북극곰의 이동 경로(B). 앤서니 파가노 등 (2021) ‘실험생물학 저널’ 제공.
경험 없는 어린 물범을 잔뜩 잡아먹은 북극곰은 다시 얼음이 얼 때까지 장기간 단식한다. 임신한 암컷은 최장 8달 동안 단식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해빙이 줄어 물범을 충분히 사냥하지 못한 북극곰은 육지에서 지방층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여러 연구자가 계산한 결과를 보면 육지 먹이로 물범을 대체하기는 만만치 않다. 성체 고리무늬물범 지방층의 소화 가능한 에너지를 얻으려면 순록이라면 1.5마리, 북극곤들매기는 37마리, 흰기러기는 74마리, 흰기러기 알은 216개, 검은시로미 열매는 300만 개를 먹어야 한다(▶흰 북극곰의 ‘샛노란 앞발’…굶주림에 오리알 깨먹고 연명).
북극의 육지에서 구할 수 있는 먹이의 칼로리 비교. 물범이 압도적으로 많다. 앤서니 파가노 등 (2021) ‘실험생물학 저널’ 제공.

검은시로미(black crowberry) 열매. 위키미디어 커먼스
연구자들은 “해빙 위에서 사냥할 시간이 줄어들고 단식 기간이 늘어나면 결국 번식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구 전체 북극곰의 개체수는 금세기 말까지 3분의 1∼3분의 2로 줄어들 것”이란 예측 모델링 결과를 소개했다.
얼음 밑 1500m 잠수
외뿔고래는 가장 극지에 잘 적응한 고래이다. 해빙 사이로 바다가 3% 이하로 열린 곳에 서식한다. 외뿔고래는 길이 4∼5m의 중형이지만 1500m까지 잠수한다. 근육에 다량의 산소를 저장한 뒤 느리고 오랜 시간 동안 잠수해 바다 밑바닥에서 극지 넙치와 극지 대구 등을 사냥한다.

북극의 대표적인 고래. 위는 흰고래(벨루가) 아래는 외뿔고래. 위키미디어 코먼스 제공.
이 고래는 약 20분 동안 긴 잠수를 마치고 숨을 쉬러 나왔을 때 해빙 사이의 숨구멍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로 날씨가 변덕스럽게 바뀌면서 숨구멍이 옮겨가거나 아예 사라지기도 한다.
또 해빙이 사라지면서 범고래가 새로운 포식자로 등장하고 있다.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선박의 소음, 유전 개발 등 인위적 교란도 늘어난다. 연구자들은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는 느린 행동을 진화한 외뿔고래가 새로운 위협과 교란에 회피 행동이나 잠수 연장으로 대응하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북극곰과 외뿔고래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민감하게 받는 지표종이자 최상위 포식자로서 전체 북극 생태계에서 중요한 기능을 한다. 연구자들은 “두 최상위 포식자의 감소는 전체 북극 해양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논문에 적었다.
인용 논문: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DOI: 10.1242/jeb.228049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대선 공약 드디어 지킨 문 대통령…노 전 대통령 ‘가덕 꿈’ 실현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신항 다목적 부두에 위치한 해양대학교 실습선 선상에서 열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 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부산을 찾아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선상에서 바라보며 가덕신공항 건설을 약속했다. 다음 날(26일) 가덕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기정사실화된 시점에 신공항 입지를 찾아, 법안 제정에 따라 정부도 신속하게 공항을 짓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친구’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한 가덕신공항 건립의 꿈을 불가역적인 사업으로 매듭짓겠다는 다짐으로도 읽힌다. 최근까지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가덕신공항 건설안에 대해 일부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치며 혼선을 빚고 있는 데 대해 문 대통령이 특별법 집행에 총력을 다하라고 지시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전임 박근혜 정부의 김해신공항안(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정치적 타협’이라 비판하며 제대로 된 관문공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국토부의 강력한 저항 속에 임기 반환점을 돈 시점에서도 부울경 기대와 달리 가덕신공항 추진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며 지역에선 일부 불만이 터져 나왔다.
총리실 검증위가 김해신공항에 대해 ‘근본적인 검토’를 요구하며 사실상 백지화를 발표한 이후에도 문 대통령과 청와대는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야당에서 가덕신공항에 대한 문 대통령 입장을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이날 문 대통령이 가덕신공항에 대해 “특별법이 제정되는 대로 관련 절차를 최대한 신속히 진행하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며 가덕신공항 추진에 대해 명시적으로 환영하면서, 야권의 공세는 다소 흐려질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야권에선 이날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두고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행보라는 비난을 퍼부었다. 청와대는 한국판 뉴딜의 핵심인 지역 균형 뉴딜, 즉 주요 국정과제를 챙기기 위한 현장 방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국민의힘 등 야권은 부산의 민심 이반으로 다급해진 여권이 대통령의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불사하며 관권선거에 나섰다고 맹비난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대통령의 노골적 선거 개입은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법사위 넘은 가덕도신공항특별법, 국민의힘 "대통령 비겁하다"
국토부 문건 논란 두고 대통령 결단 여부 공방... 26일 본회의 처리 유력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특별법이 25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을 통해 신공항 건설을 촉진하는 내용을 담은 이 특별법은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처리될 전망이다.
여야 합의를 거쳐서 마련된 법안이지만 법사위를 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국토교통부의 '가덕도신공항 반대' 문건을 거론하면서 같은 날(25일) 부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문제 삼았다.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을 결정치 않고 국회의 입법만 요구하는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통령은 가덕도에 가계시고, 국토부 공무원들은 가덕도신공항은 안 된다는 보고서를 만들어서 온 국회를 돌아다니면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머리가 아프시겠다"면서 질의를 시작한 김도읍 국민의힘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이 대표적이었다. 그는 "김해신공항 검증위 발표 3개월 뒤인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는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안 내놓고 있다"며 "특별법은 마중물일 뿐이다. 이런 정책결정은 대통령께서 결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무도 호남 고속철에 동의하지 않을 때 '내가 책임지겠다'고 결단하고 추진하셨다"며 "문 대통령이 (가덕도에) 가면 뭐하나. '내 책임 하에 가덕도신공항 건설한다' 그 말씀은 안 하시고 '쇼잉(Showing)'만 하신다"고 주장했다. 또 "대통령이 뒷짐만 지고 갈등만 조장하는 거다. 4월 보궐선거가 끝나면 정부·여당이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 또 대선까지 (가덕도신공항을) 끌고 갈 거다"라며 "최고 정책결정권자인 대통령이 이래서야 되겠나. 솔직히 문 대통령 너무 무능하다"라고 비난했다.
"특별법 아닌 부산시 안에 대한 분석" vs "직무유기 여부 법률자문까지 받아"
손명수 국토교통부 2차관이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너무 말이 과하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백혜련 의원(경기 수원시을)은 "국회 스스로 자신의 권위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며 "재정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에 대해 대통령의 결단도 중요하겠지만 여야 합의해서 추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이 뒷짐만 지셨으면 가덕도에 가셨겠나. 잘 하시겠단 의지의 표명이라고 본다"며 "국회는 국회의 할 일을 빨리 하자고 말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김도읍 의원은 곧장 관련 국토부 문건을 꺼내면서 반박했다.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을 반대하는 문건을 만들어 배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가덕도 방문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한 '쇼'일 수밖에 없다는 취지였다.
참고로, 국토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위원들에게 전달한 해당 문건엔 안전성·시공성·운영성·경제성 등 7개 항목을 평가한 결과, 부산 가덕도가 신공항 입지로 적절하지 않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국토부가 가덕도신공항의 절차적 문제를 인지한 상황에서 특별법을 반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해당할 수 있다는 법적 자문의견도 첨부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선 윤호중 법사위원장이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자신도 같은 문건을 봤다"면서 "저 문건은 (특별법이 아니라) 부산시가 제안한 (가덕도신공항) 내용에 대한 검토 아니냐"고 손명수 국토부 2차관에게 질의했다. 이에 손 차관은 "그렇다. 부산시 안에 대해 문제점을 분석한 것"이라며 "지금 여야 합의로 (국토위에서) 처리된 법안은 많은 부분 보완됐고 사전타당성조사도 하기로 돼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김 의원은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 가덕도신공항에 소극적인 대응을 하면 국토부 공무원들이 직무유기로 처벌될 수 있다는 법률자문을 구하지 않았나"라고 반발했다.
같은 당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은 "손 차관이 저렇게 어정쩡하게 말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대통령이 (가덕도신공항) 책임진다고 하면 되는데 안 하니까다"라며 "(직무유기 가능성) 법률자문을 받으니 국토부가 '우리는 반대했는데 국회서 추진했다'는 물증으로 이걸 일부러 여당과 야당에 흘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도 (국토부와) 똑같은 스탠스로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다. 본인이 지난 총선 때 약속했던 건데도 제3자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결정을 안 해주니깐 모든 공무원들이 벌벌 떨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손 차관은 "법안이 최종 제정이 되면 국토부는 주무 부처로서 최선을 다해 법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 이경태(sneercool)/오마이뉴스
"신공항으로 사라질 가덕도를 애도합니다"
25일, 20개 단체 가덕신공항 반대 집회... 국회 특별법 철회 촉구

'삽질하는 신공항 필요 없다', '선거용 공항 반대', '하늘에 짓는 4대강', '잠식될 가덕 애도한다'. 저마다 손수 만들어온 피켓 행렬 뒤로 자연으로 분장한 하얀 옷의 춤꾼이 '가덕도'를 애도하는 춤을 췄다. 무릎을 꿇은 청년들 앞에는 검은 리본의 '가덕도' 영정이 자리 잡았다.
이들은 신공항 특별법이 통과하면 이후 파헤쳐질 가덕도를 애도했다. 참가자들은 "아무렇지도 않게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의 이기심이 걱정스럽다"고 입을 모았다.
신공항 규탄하는 환경단체·진보정당, 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20여 개의 부산·경남지역 단체가 부산시청 광장에서 이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부산에너지정의행동·부산청년기후용사대·습지와새들의친구 등 환경단체, 부산기독교교회협의회(NCCB) 환경위원회 등 종교단체, 정의당·사회변혁당·노동당·진보당 부산시당과 부산녹색당 등 진보정당,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 경남환경운동연합 등은 "정치적 수단에 불과한 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덕도 애도' 퍼포먼스 형태로 진행된 이번 집회는 신공항반대시민행동이 주최한 행사다. 부산과 경남지역의 환경단체와 진보정당 등으로 꾸려진 시민행동은 "덜 소비하고, 덜 파괴하고, 덜 이동해도 심각한 기후위기를 막아낼 수 없는 상황인데 토건사업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신공항으로 더 빠르게 멸종하게 될 가덕도의 생명을 기린다"며 "지금이라도 다른 선택을 한다면 가덕도와 지역주민의 삶을 지킬 수 있다"고 특별법 철회를 호소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시민행동은 신공항을 둘러싸고 공세를 펼치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등 양당 모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청년기후용사대 곽다희 대표는 "거대 양당의 이런 정치 속에 부산시민의 의사는 도대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했다. 곽 대표는 "10조 원이 넘는 가덕신공항 예산을 복지나 주거,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쓰자"면서 "국토 균형발전을 강조하지만, 가덕신공항의 건설로 정작 이득 볼 사람은 따로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들은 1년여 만의 부산 방문에 나선 문재인 대통령의 행보에도 날을 세웠다. 시민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강언주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활동가는 <오마이뉴스>에 "지역에서 신공항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고, 여전히 논쟁거리인데 이런 목소리를 들으려는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방문은 오히려 혼란을 가중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시민행동에 참여하는 단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애초 신공항반대부산행동으로 출발했지만 '부산'이라는 글자를 떼어냈다. 경남지역의 여러 단체까지 시민행동에 동참하면서다. 이들은 가덕도뿐만 아니라 울릉도, 제주도, 사천, 흑산도 등 전국 각지의 새로운 공항을 모두 반대한다.
강언주 활동가는 "지금은 가덕신공항 특별법 저지가 당면과제고, 보궐선거에서도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신공항 문제를 쟁점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20여 개 단체로 이루어진 신공항반대시민행동이 25일 부산시청 광장에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철회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고 있다. ⓒ 김보성
김보성(kimbsv1)/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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