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규모 7.3’ 강진…최소 150명 부상 등 피해 속출
이상기후에 코로나19…커지는 '식량위기 그림자’
국회서 가덕신공항 공청회…특별법 타당성 격론
코로나19로 지난해 국제선 항공여객 84% 급감…외환위기 수준
원전 수소제거장치 결함’ 국회에 엉터리 해명한 한수원
르노삼성 등 12개 업체, 온실가스 배출 기준 미달성
문화재청 문제 될 것 알면서 ‘허가 강행’
팬데믹의 일상이 역사가 된다...'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
욕망의 중독에서 빠져나오라, 코로나가 전하는 메시지
북극바다 얼 때, 탄소 가라앉는다
권력의 부패와 환경파괴에 맞서…3000만그루의 ‘민주주의’를 심다
플라스틱 플래닛' 지구의 새로운 가능성, 바다에서 찾는다
미, 국토 70% 눈으로 뒤덮여..2억명에 '겨울폭풍 경보’
햇빛 한 줌 없어도..지하철에서 자라는 채소들
55보급창 부지에 야구장 건설하자”
가덕신공항 쐐기 박을 ‘입법 비행’ 시작됐다
<가덕도 대항동 주민이 드리는 호소문>
2월17일 기자회견 기후용사대
기후위기 시대, 토건삽질을 당장 멈춰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철회하라
북항 레지던스 사회적 기여 후퇴 논란
90살 향나무 멋대로 벤 대전…53살 플라타너스 살리기로 한 서울
집콕 시대, 반려식물 인기 이어 ‘베란다 농사’도 각광
항생제 공격을 내성으로 받아친 세균…인류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이상 혹한으로 재난영화 방불케 하는 텍사스.."더 이상 태울 게 없다. 돈이라도 태우고 싶은 심정“
도시숲의 중요성
알맹이 다 빠진 가덕특별법… ‘빈껍데기’ 안 된다
독일·핀란드 잇따라 발견된 새로운 변이…어쩌면 더 길어질 싸움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 ‘반대’ 택했다!
가덕신공항 특별법 특례조항 대부분 유지될듯
"예타 면제" 가덕도법 국토위 통과…與 특별법 발의 86일만
심상정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4대강 사업' 떠올라"
후쿠시마 ‘규모 7.3’ 강진…최소 150명 부상 등 피해 속출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13일 규모 7.3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14일 니혼마쓰시에서 산사태로 도로가 끊어진 모습. 니혼마쓰/AP 연합뉴스
3·11 ‘동일본 대지진’ 10년을 한달 앞두고, 13일 일본 후쿠시마현에서 또다시 강한 지진이 일어나 최소 150명이 다치고, 정전과 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지진과 쓰나미(해일), 원전 폭발 등 대재앙의 기억이 아직 선명한 후쿠시마에서 또다시 강진이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가 공포에 떨고 있다.
일본 기상청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13일 밤 11시8분께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규모(지진 시 탄성 에너지 척도) 7.3으로 추정되는 강한 지진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기상청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으나, 또 다른 대형 지진이 오기 전 전진일 가능성을 우려하는 전문가도 있다. 이날 오후에도 규모 5.2의 지진이 발생했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으로 쓰나미 피해 우려는 없다”며 “앞으로 일주일 내 강한 여진이 다시 발생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쓰나미 악몽이 생생한 현지 주민들이 정부 발표를 불신하며 일단 고지대로 대피하는 등 큰 혼란도 목격됐다.
지진이 발생한 진원의 위치는 북위 37.7도 동경 141.8도이며, 진원의 깊이는 약 55㎞로 추정됐다. 이번 지진으로 후쿠시마현과 미야기현 일부 지역에서 최대 진도(흔들림)가 ‘6강’에 달했다. 진도 6강이면 기어가야 이동할 수 있는 상황이고 튕겨 나가기도 한다. 고정되지 않은 가구는 대부분 움직이고, 넘어지는 경우도 많다. 도쿄도와 지바현, 가나가와현 등에서도 ‘진도 4’의 흔들림이 일정 시간 지속됐다.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은 “현재까지 도호쿠와 간토 지방에서 150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다”며 “계단에서 넘어지고, 가구가 쓰러져 다친 경우, 유리 파편에 찔린 사람도 있다”고 보도했다. 사망자는 아직 보고되지 않았다. 대규모 정전과 단수도 발생했다. 후쿠시마와 인근 지역을 중심으로 약 95만가구가 정전 피해를 보았고 수돗물 공급이 끊겨 당국이 급수에 나서기도 했다.
더욱이 후쿠시마 제1원전 5·6호기에서 한때 물이 넘친 것으로 파악돼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지진으로 흔들림이 커지면서 각 원자로 건물 상부에 있는 사용후연료 수조(풀) 등에서 물이 넘쳤다. 일본 정부는 “넘친 물의 양이 적고 방사선량도 낮아 안전상의 문제는 없다”며 “물이 건물 외부로 유출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지진 발생 20분 뒤 총리관저에 도착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했다. 스가 총리는 이날 새벽 기자단을 만나 “쓰나미 우려는 없다. 원자력 관계(시설)도 모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이상기후에 코로나19…커지는 '식량위기 그림자’
코로나19 유행에 이상기후까지 겹치면서 곡물 가격이 2014년 이후 최고 수준까지 상승했다. 코로나19로 생산과 물류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다 이상기후로 생산량까지 줄며 곡물 가격이 빠르게 오르고 있는 것이다. 수출제한 등 각국이 식량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선다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빈곤국은 식량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식량가격지수를 보면 1월 가격지수는 전월보다 4.3% 오른 113.3으로 집계됐다. 지수는 지난해 5월 91.0에서 6월 93.1로 오른 뒤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UN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의 데이비드 비즐리 사무총장은 “2021년이 기근 팬데믹으로 비극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지난 10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국제곡물 수급동향 및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5월 초까지 필요한 곡물 물량을 보유했고 9월까지 사용할 물량은 계약을 완료한 상태지만 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국내 식품물가와 사료가격에도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이상기후에 코로나19까지 덮친 곡물 시장
곡물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상이변을 가장 먼저 꼽는다. 잦은 가뭄과 폭염, 한파 등의 기상이변으로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실제 동아프리카와 서아시아에서는 열대저기압으로 장기간 비가 내리면서 사막 메뚜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막메뚜기 떼가 줄어들지 않으면 조만간 350만명이 더 굶주림에 시달릴 것으로 FAO는 추산했다. 적도 부근의 서태평양 해수 온도가 평년보다 올라가고, 동태평양 해수 온도는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지속되면서 주요 곡물수출국의 생산과 수출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라니냐 현상으로 아르헨티나의 2020년 10월~2021년 9월 대두 생산량 추산치를 11% 낮췄다.
코로나19 유행이 장기화되는 점도 식량가격 상승을 부채질 하고 있다. 이동 제한으로 일손이 부족해지면서 농작물의 파종·수확 중단 등 생산 차질을 겪고 있으며 항만 운영도 중단돼 식량보급이 어려워졌다. 식량 확보가 어려워지자 아르헨티나는 지난 1월 11일부터 옥수수 수출한도를 제한했고 러시아는 2월 중순부터 소맥 수출쿼터제와 수출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농무부는 최대 식량소비국인 중국이 가격상승 억제를 위해 비축분을 늘릴 것으로 보고 곡물 수입량 추산치를 종전보다 3배 많은 22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연구위원은 “중국과 미국·호주 등 주요 식량 수출국과의 갈등 격화도 수급여건 악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플로리다 플로리다시티에서 한 농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판로가 막힌 토마토를 불태우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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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량민족주의 확산…국가별 ‘K자 회복’ 고착화
바이오연료 수요와 글로벌 유동성 과잉도 가격 상승 요인으로 지목된다. 파리협약 재가입을 약속한 바이든 행정부가 바이오연료 생산 확대 정책으로 선회하면서 주원료인 옥수수·대두 등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 미국 농무부는 2020~2021년 에탄올 생산을 위해 투입되는 옥수수량이 50억 부셸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미국 내 옥수수 수확의 약 40%가 에탄올 생산에 투입되는 것을 의미한다. 헤지펀드 등 투기자금도 농산물 시장으로 대거 유입됐다. 대두와 옥수수 선물옵션의 순매수포지션은 1월초에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식량가격 상승세가 글로벌 식량위기 상황으로 발전하면 글로벌 경기회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소비 심리 위축은 물론, 물가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금리가 높아져 민간부문의 자금조달 비용 증가와 투자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선진국들이 식량확보 쟁탈전에 동참하면 국제 사회 공조회복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UN은 “2008년 식량위기가 반복된다면 중동·아시아·남미 등지에서 대규모 정변이 재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산하 식량안보위원회는 보통 매년 한 차례 열리지만 올해에는 이례적으로 식량안보 상황 등을 감안해 2월에 이어 연내 두 차례 더 개최될 예정이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동제한으로 인도적 구호활동이 쉽지 않은 가운데 식량자원민족주의가 확산될 경우 빈곤국일수록 사회·경제적 타격이 커지면서 국가별 ‘K자 회복’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국회서 가덕신공항 공청회…특별법 타당성 격론
민주당 찬성-정의당 반대
전문가들, 예타 면제 이견
계획 검토-대체·보완 맞서
9일 국회에서 열린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법안의 적정성·현실성 등을 놓고 격론이 오갔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국토교통위가 주관한 이날 공청회에 총 6명의 전문가가 발표자로 참석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문가들끼리는 물론이고 여야 의원들도 극과 극의 시각차를 보였다.
특별법안의 핵심인, 가덕신공항의 신속하고 원활한 추진을 위해 예비타당성조사 등을 면제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부터 충돌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정부 지침상 대규모 교통인프라사업, 그중 공항분야는 '국토종합계획→공항개발 종합계획→공항별 개발기본계획→실시계획' 순으로 일관성 있는 계획이 수립되어야 하는데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해 예타 면제를 추진하는 것은 이런 의사결정체계의 기본 원칙을 무너뜨린 조치"라고 비판했다.
유 교수는 또 "법안은 실시설계가 완성되기도 전에 초기 건설공사에 착수할 수 있다고 규정했는데 현실적으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공사 착수를 위해서는 시공 가능한 수준의 구체적 설계도가 작성돼야 하고 그 실행을 위한 관련 인·허가 절차도 완료되어야 한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예타 면제가 된 경우에도 한국개발연구원의 사업계획 적정성검토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고 했다.
▲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부산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및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정헌영 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동남권 신공항은 지난 2014년 영남지역 항공수요조사, 2016년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조사, 2018년 김해신공항 예비타당성 조사 등 이미 수차례 관련 조사를 시행했으므로 예타를 면제하고 가덕신공항 적정성 검토 연구 등으로 대체 및 보완해도 무방하다고 판단한다"며 "실시설계와 시공의 병행도 시간 절약 방안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 이는 인천공항과 미국 덴버공항 등 국내외 다수 공항에서 이미 시행한 것"이라고 맞섰다.
김율성 한국해양대 글로벌물류대학원장은 글로벌 물류체계의 전환과 다양한 복합운송체계의 발달 측면에서 가덕신공항 건설 및 특별법의 시급성을 짚었다. 김 원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같은 불확실성 증가는 원재료 및 원자재에 대한 안전욕구를 강화하고 있다"며 "세계 경제의 리쇼어링과 지역화, 블록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기업의 경영전략이 신속성과 안정성을 중요시하게 되고, 또 신선화물, 의약품 등 특수화물과 특송화물 비중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남권은 하염없이 기다려야만 하느냐"고 했다.
국회 국토위원인 심상정(정의당) 의원은 반대로 "가덕신공항은 탄소중립과 그린뉴딜을 말하는 문재인 정부 기조와 전혀 맞지 않는 것"이라며 특별법의 근본적 재검토를 촉구했다.
심 의원은 "코로나19와 기후 위기로 항공산업이 어려움에 빠졌고 국내 공항이 15곳, 국적항공사가 9개에 이르는 현실에서 물류 및 여객과 관련한 계획은 국내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심사숙고해서 세워야 한다"면서 "비행기는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은 운송수단으로 유럽에서는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재정적·환경적 재앙을 외면하고 지역개발 욕구만을 부추기는 정치공항은 멈춰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허영(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거 영남권 35개 지역에 대해 신공항 입지 조사를 했고 그중 남은 게 밀양과 가덕도였다"며 "여기에 박근혜 정부 때 갑자기 김해공항을 확장하겠다고 정치적 결정을 했다. 김해공항은 안전에 문제가 있고, 밀양은 대구통합공항 건설로 신공항 입지로 부적절해 가덕도가 유일한 대안으로 남았다"고 정치공항 논란을 반박했다.
경남도민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코로나19로 지난해 국제선 항공여객 84% 급감…외환위기 수준
지난해 국제선 항공여객이 전년 대비 84.2% 감소했다. 코로나19 발병과 글로벌 확산·재확산이 잇따른 여파로 역대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항공여객이 코로나19 영향으로 전년 대비 68.1% 감소한 3940만명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1997년 이후 역대 3번째로 낮은 것으로 지난해보다 낮은 실적은 1998년 3361만명, 1999년 3789만명 뿐이다.
연초 코로나19의 확산으로 급감한 국제선 항공여객은 하반기 2차 유행이 진행되며 전년 대비 84.2% 감소한 1424만명으로 집계됐다. 국제선 여객은 2017년 7300만명, 2016년 7696만명, 2018년 8593만명, 2019년 9039만명 등 연인원 1억명 돌파를 눈앞에 두고 6분의 1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지역별로는 일본(-88.2%)·중국(-87.8%)·아시아(-83.4%)·미주(-72.3%)· 유럽(-82.2%) 등 전 노선이 감소했다. 일본노선은 앞서 2019년 7월 수출규제 조치와 2020년 3월 무비자입국 금지에 코로나19 영향까지 겹치면서 전년 대비 88.2% 감소, 연간 국제여객 비중 1위에서 2위로 내려앉았다. 지난해 2월부터 운항편수가 급감한 뒤 일부 노선 운항이 재개된 중국노선도 전년 대비 87.8% 여객이 감소했지만, 국제여객 비중은 일본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국내선 여객수요는 전년대비 23.7% 감소한 2516만명으로 마감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연초 급감했지만, 하반기 수요를 빠르게 회복하며 11월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5% 성장하기도 했다. 공항별로 제주노선은 양양(535.7%), 포항(100.2%)공항 외 노선의 여객은 전년 대비 감소했고, 내륙노선은 광주-김포(71.4%), 김포-김해(13.2%), 김포-여수(23.2%) 노선에서의 증가에도 불구하고 그 외 노선에서 모두 감소했다. 항공사별로는 대형항공사의 국내여객 운송량이 829만명으로 전년 대비 40.4% 감소했고, 저비용항공사의 경우 연간 1687만 명을 수송하며 전년 대비 11.5% 감소했다. 항공화물은 국내외 여객 운항정지가 늘면서 전년대비 23.9% 감소했지만, 수하물을 제외한 화물은 전년 대비 0.6% 감소하는데 그쳤다.
김상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코로나19로 항공업계 및 국민 모두가 어려운 한 해였지만 정부의 선제적인 지원 조치와 항공업계의 고강도 위기극복 노력 등 정부와 항공업계의 긴밀한 협력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도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지원과 더불어 항공업계의 빠른 수요회복과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이호준 기자 hjlee@kyunghyang.com
‘원전 수소제거장치 결함’ 국회에 엉터리 해명한 한수원
KBS는 최근 폭발 사고를 막기 위해 국내 원전에 설치된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가능성과 이에 대한 한수원의 은폐 의혹을 집중적으로 전해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보도가 나간 후, 한수원 측이 진상 조사에 나선 국회에 제출한 해명 자료를 살펴봤더니, 오류와 말 바꾸기 투성이였습니다.
[리포트]원전 수소제거장치의 결함 은폐 의혹 규명을 위해 국회가 나섰습니다.
[김성환/더불어민주당 의원 : "더 불안한 것은 이 (결함) 사실을, 그것을 담당하고 있는 한수원이 사실상 감추고 있었다고 하는 사실이고…"]
한수원은 국회에 제출한 보고 자료에서 촉매 불티가 날리는 현상이 고온의 촉매에 물을 뿌리는 구매규격보다 매우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한 결과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같은 해명은 2011년 장치 도입 당시 시방서와도 맞지 않습니다.
시방서에는 수소제거장치가 정상 작동해야 하는 사고 시 격납건물 환경으로 섭씨 180도 이상, 약 5기압이 명시돼 있습니다. 결함이 관찰된 독일 실험보다 훨씬 가혹한 조건입니다.
시방서엔 장치가 물이 뿌려지는 살수 환경에 노출되더라도 이상 없이 작동해야 한다는 대목도 나와있습니다. 불티가 인 뒤에도 촉매가 건전성을 유지했다고 국회에 보고한 한수원. 하지만 해당 실험 뒤 촉매에서는 균열과 손상이 발생했습니다.
[박종운/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 : "PAR(수소제거장치)가 그렇게 손상이 됐으면 건전성이 유지 안 되는 거죠. 설계된 대로 안 되면 그건 건전성이 손상된 거죠."]
또 한수원은 수소제거율이 낮게 측정된 것도 구매규격 환경과 전혀 다른 조건에서 한 실험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구매규격 내 환경에서도 제거율은 여전히 낮았습니다.
당초 KBS에 내세웠던 반박 논리를 스스로 뒤집은 부분도 보입니다.
취재진에겐 '매우 협소한 시설'에서 '축소된 장비'로 실험했다며 신뢰성 문제를 제기했지만, 국회엔 '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시설'에서 '인허가를 획득한 상용품'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다고 말을 바꿨습니다.
특히 한수원은 한수원 간부가 당연히 비밀이라며 실험 결과 은폐를 지시한 것에 대해선 아무런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KBS 뉴스 이재희입니다.
르노삼성 등 12개 업체, 온실가스 배출 기준 미달성
르노삼성, 쌍용, 피아트크라이슬러(FCA) 등 12개 자동차 업체가 2019년 온실가스 배출 기준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 제도’를 적용받는 업체는 모두 19곳이다.
자동차 매연.
환경부는 ‘자동차 온실가스 관리 제도’의 이행실적(2012∼2019년)을 공개하고 2021년부터 2030년까지 적용되는 기준을 확정해 16일 공포한다고 15일 밝혔다.
정부는 2012년부터 자동차 제작 및 수입사별로 연간 판매된 차량의 평균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한 기준을 설정해 온실가스 저배출 차량의 생산 및 판매를 유도하고 있다. 배출 기준은 2012년 140g/㎞로 시작해 2019년 110g/㎞, 2020년 97g/㎞로 계속 강화됐다.
2018년까지는 대부분 제작 업체가 기준을 만족했으나, 2019년에는 전체 19개 업체 중 7개 업체를 제외한 12개 업체가 기준을 달성하지 못했다. 기준 달성 업체는 현대·한국지엠·토요타·닛산·한불모터스(푸조)· 재규어랜드로버·포르자모터스코리아(FMK) 등이다.
미달성 업체 중 기아·벤츠·비엠더블유·아우디폭스바겐·혼다·포드·볼보·캐딜락·포르쉐 등 9개 업체는 과거 초과 달성분을 이월할 경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다. 르노삼성·쌍용·FCA 등 3개 업체는 과거 초과 달성분을 이월하더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
온실가스 기준을 미달성할 경우 과징금을 부과 받기 때문에 이 3개 업체는 향후 3년간의 초과 달성분으로 미 달성분을 상환하거나 타 업체와의 실적 거래를 통해 미 달성분을 해소해야 한다. 과징금은 미 달성분 1g/km에 대해 19년까지는 3만원, 20년부터는 5만원을 적용한다.
환경부 제공
환경부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의 자동차 온실가스 배출 기준도 확정했다. 2030년 평균 온실가스 배출허용기준은 70g/km이며, 2021년 97g/km→2025년 89g/km→2030년 70g/km으로 단계적으로 강화한다. 2025년 중간 검토를 통해 2026년 이후 온실가스 기준의 적정성은 다시 검토한다.
환경부는 온실가스 기준이 강화 적용되면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판매 비중이 증가하고 내연기관차 비중이 감소해 수송부문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에 따라 2030년에는 1820만t 이상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문화재청 문제 될 것 알면서 ‘허가 강행’
KBS가 문화재청 회의록을 입수해 확인한 결과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질 것을 알면서도 애초 의결 사항까지 번복해가며 부산시 결정을 뭉갠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리포트]지난해 9월,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는 동래구 복천고분 주변에 들어설 아파트 최고 높이를 '26층'으로 최종 허가했습니다. 부산시 문화재위원회 심의 결과였던 19층보다 오히려 높여 허가한 것입니다. KBS가 입수한 당시 문화재청 심의 회의록을 보면 문제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뻔히 알고도 묵살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문화재청의 담당 직원이 "부산시 결정이 훨씬 낮은데, 우리가 더 높여서 처리해주면 문제가 되지 않겠냐"고 우려합니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전문위원은 "높아졌다 한들 위원들이 괜찮다고 하면 그걸로 끝인 것"이라며 부산시 심의 결과를 무시하자고 맞받아칩니다.
문화재청이 2016년 이 건과 관련해 국가지정문화재와 시 지정문화재 보존지역이 중첩되는 지역은 부산시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받으라고 의결한 사항을 스스로 번복한 겁니다. 이 또한 문제가 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알고 있지만 무시됩니다. 문화재청 담당자들은 부산시와 신뢰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결정사항을 번복하고 가기에는 부담스럽다고 설명하지만 묵살됐습니다.
[신경철/부산시문화재위원장 : "알면서도 이런 식으로 심의했다는 것은 문화재청의 일종의 횡포이자, 월권행위죠. 문화재청이 하나의 본분을 져버린 문화재청 스스로가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희한한 현상이…."]
문화재청이 무리수까지 두며 최고 50m 이상 올릴 수 없는 국가사적 인근에 허용기준치를 2배 이상 넘는 고층 아파트를 허가해 준 겁니다
KBS 뉴스 이도은입니다.
팬데믹의 일상이 역사가 된다...'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
“오늘은 자가격리된 날, 프레첼을 만들고 게임을 했다.” “언제쯤 이 악몽에서 깨어나 마스크 없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안아볼 수 있을까요” “응급실이 환자들로 가득 찼어요. 집에 오는 길에 작은 꽃 한 송이가 핀 걸 보았어요. 아직 겨울인데…눈물이 났어요.”
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 메인 화면. /pandemicjournalingprojec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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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날 사람들은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떻게 기억할까. 확진·사망자 수 등 숫자와 공식기록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팬데믹 시대의 일상을 차곡차곡 기록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된 ‘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https://pandemic-journaling-project.chip.uconn.edu)’에 다양한 국적과 연령,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매주 성실하게 기록한 일상이 쌓이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종의 ‘디지털 다이어리’로 팬데믹 시대를 살며 느끼는 것을 매주 한편씩 웹에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고,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만 글이 공개되며 나머지는 아카이브에 보관된다. 처음엔 영어를 쓰는 북미권을 중심으로 시작됐고, 현재는 스페인어 서비스도 오픈되는 등 점차 많은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코네티컷대와 브라운대의 인류학·사회학 교수들이 제안해 시작됐다. 프로젝트 웹사이트에는 “보통 역사는 힘있는 자들에 의해 쓰여지지만, 코로나19의 역사는 그렇게 되도록 하지 맙시다”라고 쓰여있다. 프로젝트를 처음 만든 캐서린 메이슨 박사는 “(매주 글을 기록하기때문에)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어떤 내면적인 변화를 겪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팬데믹이 사람들에게 개인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떤 심리적 영향을 미치는지 알 수 있는 최초의 ‘진짜 엑스레이’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에 올라온 게시물. /pandemicjournalingproject.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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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된 게시물에는 약 9개월간 사람들이 느낀 생생한 감정들이 기록돼있다. 네 아이의 엄마이자 교사인 한 여성은 “끝도 변화도 보이지 않는 이 기분이 영원할 것 같아 두렵다”고 전했고, 한 10대는 “이기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집에서 하루를 더 지내느니 차리라 홈리스가 되고 싶다”며 갑갑함을 표현했다. “상담한 175명 환자 중 111명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듣게 됐다”며 절망감을 털어놓은 의료노동자도 있다. 더 어려운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안도감과 죄책감을 털어놓거나, 기후변화와 인종불평등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밝힌 이들도 있었다.
코로나19로 친척 5명을 잃은 한 10대 학생은 “처음엔 가족들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어려웠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로 할아버지를 잃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슬픔을 이겨내도록 돕고 있다”고 썼다. 운영진은 “여러운 시대에 타인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때 잠시나마 슬픔이 사라졌다고 느끼는 기록들이 많았다”고 밝혔다. 팬데믹 저널링 프로젝트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코로나19의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 지속될 예정이다./장은교 기자 indi@kyunghyang.com
“욕망의 중독에서 빠져나오라, 코로나가 전하는 메시지
지난 5일 경남 함양군 대실곰실로 261-1 행복마을동사섭을 찾았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수련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동사섭’이 진행될 때면 전국에서 모인 수련생으로 떠들썩한 이곳도 코로나19 사태 이후엔 적막강산이다. 코로나 확산 이후 병원에 가는 것 외엔 한 번도 바깥출입을 한 적 없다는 행복마을동사섭 회주 용타 스님이 산 같은 넉넉함으로 맞아준다.
그는 참선이나 염불 같은 전통적인 수행만 통용되던 1980년대, 서양의 심리치료 기법을 활용한 동사섭 프로그램을 만든 마음공부의 선구자다. ‘동사섭’(同事攝)은 중생과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깨닫도록 돕는 대승불교의 수행법을 말한다. 지금까지 동사섭의 5박6일 수련회를 비롯한 500여회의 프로그램에 총 3만여명이 참여했다. 동사섭은 참여자들이 새로운 관점을 맞이해서, 더 지고한 행복 해탈의 경지로 나가도록 돕는다. 참여자 가운데는 평생의 분노와 갈등에서 벗어나 새 삶을 연 이들이 무수하다. 다른 수련프로그램이 시효를 다한 것과 달리 동사섭이 40여년간 인기를 구가해온 이유다. 여기엔 80살 나이에도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끊임없이 프로그램을 진화시켜온 용타 스님이 있다.
용타 스님은 최근 <마음공부>와 <생각이 길이다>(민족사 펴냄)라는 책 두 권을 동시에 냈다. 각 150쪽 분량의 소책자지만 행복의 정수를 쉬운 언어로 전한다. 흔히 불교 수행은 ‘고통을 벗어나 행복을 얻는다’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을 위함이고, 팔만대장경을 한 글자로 줄이면 ‘마음 심(心)’이라고 한다. 하지만 불자들도 무엇이 마음인지, 무엇이 고통을 가져오는지, 무엇이 행복인지에 관해선 막연하기 마련이다. 용타 스님은 책에서 이와 관련한 핵심 테마를 과감하게 요점 정리해 보여준다. 그는 “마음이란 생각과 느낌”이라고 말한다. 행복이란 좋은 느낌이고, 불행이란 나쁜 느낌이라는 것이다. 느낌을 좌우하는 것은 생각이다. 그래서 나쁜 생각을 하면 불행해지고, 좋은 생각을 하면 행복해지고, 초월적 생각을 하면 해탈한다는 것이다. 부정적인 생각으로 기분이 나빠지기 쉬운 코로나 시대에 행복 바이러스의 선구자인 용타 스님에게 행복의 길을 물었다.
―통상 전통 불교에서는 생각을 번뇌라며 원수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어떻게 행복의 길에서 생각이 열쇠라는 결론을 내렸나.
“지옥을 만드는 저열한 생각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생각 자체를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런 터무니없는 생각이 사색 부재의 한국 불교를 만들었다. 인류 문명의 발전과 깨달음은 바른 사유로부터 나왔다. 사유의 중요성을 재발견하게 된 것은 48살 때 불교대학에서 부처님의 생애를 강의하면서부터다. 해마다 강의를 할 때마다 부처님이 깨닫는 과정에서 막혔다. 불서에서도 부처님이 새벽별을 보며 연기법을 깨달았다고 하면서 그 과정은 두리뭉실하게 넘어갔다. 그런데 마스타니 후미오의 <붓다 그 생애와 사상>을 읽고, 부처님이 ‘사유’를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생로병사의 고뇌에서 출가한 부처님은 ‘나는 죽는다’ ‘그런데 나는 죽기 싫다’는 두 생각 사이를 오가던 중 ‘나’는 무엇인가를 사색했고, ‘나’가 독립된 존재가 아니며 모든 존재는 관계로만 존재한다는 ‘관계 철학’인 연기법을 깨달았다. 곧 생각(사유)를 통해 연기적으로 무아를 깨달아 해탈했고, 일체가 한 몸임을 깨달아 대자대비의 지평을 열었다.”
―전통 수행에선 일체 경계에 흔들리지 않고, 희로애락애오욕으로부터 벗어나는 경지를 추구하며 느낌도 백안시하는 경우가 많은데, 스님은 어떻게 ‘좋은 느낌’을 행복이라고 결론 내렸나.
“나의 발상이기보다는 초기 불전과 행간에 수없이 드러나 있는 가르침이다. 스님들과 토론할 때 느낌조차 사라지는 것을 니르바나라고 하면 내가 묻는다. ‘느낌이 다 사라졌을 때의 느낌은 뭘까’라고. 불교 수행의 목적이 목석이 되려는 것이 아니다. 불교에서는 느낌과 감정을 서자 취급하며 깔아뭉개지만, 99%의 중생은 느낌과 감정으로 살아간다. 이를 무시하면 중생의 주된 심정을 짓밟는 것이다. 느낌을 짓밟지 말고 잘 받아줘야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지배해 느낌을 순화하지 못한 것이 지옥이다. 느낌을 잘 받아주고 잘 표현하게 하면 좋은 분위기, 즉 극락이 열린다. 해탈이나 구원도 그 본질은 결국 지극히 좋은 기분 상태다.”
―스님은 누구에게나 사랑욕·인정욕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랑욕·인정욕에만 매달리는 것도 문제는 아닐까. 또 어릴 때 사랑도 인정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란 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사랑욕과 인정욕이 채워지지 않으면 마음이 허기져 더 높은 차원의 욕구로 나아가지 못한다. 매슬로의 욕구 위계설에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사랑해주고 인정해주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필요하다. 그러나 어려서 그런 욕구가 채워지지 않았다고 타인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먼저 스스로 사랑해주고 인정해줘야 한다. 헬렌 켈러는 힘든 처지에도 자신의 긍정적인 점을 3000가지나 썼다고 한다. 그래서 동사섭에선 보통 사람이 헬렌 켈러보다 세 가지 신체 기능을 더 가지고 있으므로 3003가지를 쓰도록 권유한다.”
―마음공부나 수행을 한다면서 제 욕심만 차리거나 타인을 존중하지도 화합하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조언한다면?
“수행에서는 수심보다 화합이 더 궁극적 목적이다. 마음을 닦고 나면 무엇을 하나. 결국 관계를 맺고 사랑을 하면서 사는 것, 즉 화합하는 것이다. 보살행을 하는 것이다. 수심을 못 하면 화합도 못 하지만, 수심이 가야 할 길은 결국 보살이다.”
은사인 청화 스님(왼쪽·1924~2003)과 함께 한 용타 스님. 청화 스님은 40여년간 하루에 한끼만 들고 등을 바닥에 대지않는 장좌불와 수행을 하며 청정한 수행을 해 생불로 존경을 받았다. 용타 스님은 스승 이야기가 나오자 울먹였다. 그는 불교적 깨달음과 서구의 심리학을 융합한 동사섭을 40여년간 펼쳐왔지만, 자신의 수행 근간엔 스승 청화스님이 주창한 염불선과 보리방편문 수행이 자리하고 있다고 했다. 사진 행복마을동사섭 제공
―진리를 내세우는 종교인이 독선이 더 심하고, 갈등과 폭력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독선과 배타는 종교인의 아픈 함정이다. 진리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초점은 이고득락이다. 나도 불교를 만난 뒤 이만한 진리가 없다는 생각에 도그마에 빠졌다. 그래서 가까운 이가 크리스천이 됐다고 했을 때 마음으로 수긍이 안 됐다. 자기가 믿는 것만 진리라고 도그마화하면 폐쇄적이게 된다. 그런데 불현듯 ‘진리 진리 하지 말고, 방편 방편 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그러자 내 마음에 휴식이 오고 허용의 폭이 넓어졌다. 그가 교회당에 있건 어디에 있건 이고득락 할 수 있다면 좋은 것이라고 기꺼이 받아들여졌다. 종교도 사람을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하는 이고득락의 방편일 뿐이다.”
―욕망의 자본주의 시대에 어떻게 행복할 수 있나.
“행복은 소유에 비례하고 욕구에 반비례한다. 행복하려면 욕구를 줄이고, 소유를 늘리면 된다. 하지만 소유에만 매달려 소유욕에 중독돼 끝없이 욕망의 전동차가 달리게 하는 것은 행복의 길이 아니라 멸망의 길이다. 따라서 의식주와 같은 필요가 채워지면 ‘이만하면 됐다’는 의식의 전환이 있어야 한다.”
―현재의 코로나 사태를 어떻게 보나.
“천하에 존재하는 유형 무형의 모든 것은 두루 하나의 메시지다. ‘코로나’도 하나의 메시지다. 필요한 만큼만 취해야지 욕망껏 취해서는 안 된다. 인류는 욕망으로 추락하여 중독이 깊어져가고 있다. 욕망에 중독돼 자연과 생태계에 충격과 상처를 가중시킴으로써 코로나와 같은 변이가 파생된 것이다. 코로나는 욕망의 중독으로부터 빠져나오라는 메시지다.”/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북극바다 얼 때, 탄소 가라앉는다
북극 바다가 얼면 탄소가 가라앉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지연구소(소장 강성호)는 북극 바다얼음의 새로운 역할을 찾아냈다. 하천에서 온 탄소화합물을 바다 깊은 곳으로 보내는 것이다.
탄소화합물이 바다에 실려서 움직이는 것은 지구의 탄소순환 과정 중 하나이다. 순환이 비정상적으로 일어나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과학계가 탄소의 이동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북극해는 부피가 바다 전체의 약 1%에 불과하다. 육지에서 배출되는 하천수의 10%가 이곳으로 모인다. 연구가 진행된 북극 추크치해(Chukchi Sea)의 경우, 탄소화합물의 30~40%가 하천에서 유래된 것으로 분석됐다.
극지연구소와 세종대 등 국내 공동연구팀은 2017년 하천으로부터 유입된 축치해의 유기탄소 화합물이 수심 약 200m까지 내려가는 현상을 확인했다. 북극 바다얼음(해빙)의 형성과정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바닷물은 얼면서 염분을 내보내고, 염분은 얼지 않은 부분으로 모여 밀도를 높인다. 바다 표층에 녹아 있던 탄소화합물은 이 무거워진 물과 섞여서 가라앉게 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여름에도 녹지 않는 다년빙은 줄고, 녹았다가 다시 어는 단년빙이 늘어나면서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북극 해빙은 탄소를 심해로 옮기는 것 이외에도 지구로 들어오는 태양빛을 반사해 북극의 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플랑크톤의 생태활동이나 바다와 대기간 탄소 교환 과정에도 영향을 준다. 북극 해빙의 변화를 여러 측면에서 연구하는 이유이다.
정진영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 (제 1저자)은 “지구온난화로 영구동토층이 녹고 하천수의 유입량이 증가하면서 북극 해빙이 깊은 바다로 보내는 탄소의 양도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라며 “지구의 탄소순환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고 예측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권력의 부패와 환경파괴에 맞서…3000만그루의 ‘민주주의’를 심다
왕가리 마타이
케냐 ‘그린벨트 운동’을 이끈 왕가리 마타이는 민주주의 가치를 나무로 환기시킨 정치인이었다. 그는 나무도, 민주주의도 자라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언젠가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는 진실을 이야기했다. ⓒGreen Belt Movement
케냐 독재 정권의 탄압에 맞서며
‘그린벨트 운동’ 이끈 환경운동가
현실정치 뛰어들어 녹색당 창설
“나는 케냐인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은 정치를 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마치 모든 정치인이 다 사기꾼이고 거짓말쟁이라는 듯이 여기는 통념에 도전하고 싶기도 했다. 그러나 케냐에서는 국민의 열망을 억압하고 환경을 파괴하는 정책을 주도한 이들이 바로 정치인들이다. 우리의 일상생활에 너무나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 바로 그들의 결정이었다. 정치에 참여하는 것이 나쁘다고 말하는 것은 그 상황을 오해하는 것이다. 왜 당신의 운명을 거짓말쟁이나 사기꾼의 손아귀에 맡겨야겠는가?”
1997년 12월, 케냐는 새로운 선거를 앞두고 있었다. 국민들의 민주화 열망과 원조국들의 압박에 못 이겨 케냐 정부는 모든 정당이 후보를 낼 수 있는 “공식 절차를 모두 승인”했다. 선거를 통한 평화적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야권 통합이 관건이었다. 케냐 정부의 탄압에 맞서며 그린벨트 운동을 이끌어 온 왕가리 마타이는 야권 통합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5년 전인 1992년 야권 단일화에 실패하고 부패한 독재 정권에 또 한 번 권력을 내주었던 쓰라린 경험을 반복할 수는 없었다. ‘단일 연합당’을 만들지 못하면 이번에도 승산이 없었다.
왕가리 마타이는 1992년에도 곳곳에서 국회의원 및 대통령 출마를 요청받았지만, 자신은 환경운동가로서 사회 변화에 일조하겠다고 답하며 줄곧 ‘정치권 밖’을 지켜 왔다. 하지만 케냐 국민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1997년 9월) 엘도레트의 시민 1000여명과 무랑가 지역의 시민 1000여명이 집회를 열어 내게 하원의원과 대통령직에 출마할 것을 요청했다.” 지지자들은 마타이가 일관되게 추진해 온 그린벨트 운동을 “주류 정치에서 실현”해주기를 원했다. “왕가리 마타이는 국회의원도 아니면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지 않았는가? 그가 국회의원이 될 경우 얼마나 많은 일을 할 수 있을지 상상해보라!”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왕가리 마타이는 제도권 밖에서 권력을 감시하며 환경 보호와 빈곤 퇴치, 여성인권 향상에 기여하고자 했지만, 마타이의 꿈은 케냐의 정치가 제대로 기능할 때만 실현될 수 있었다. 케냐 정부는 썩을 대로 썩어 있었다. “합법적으로 또 불법적으로 숲이 파괴되고 있었다. 개발이라는 명목 아래 케냐의 땅과 주요 시설이 권력의 측근들에게 헐값으로 팔려나가고 있었다.” 케냐에는 정말 ‘좋은 정치인’이 필요했다. 환경 보호와 빈곤 퇴치, 여성인권 향상이 민주주의와 맞물려 있다고 믿어 온 마타이는 ‘정치권 안’으로 뛰어들기로 결심을 굳혔다. “나는 그냥 앞만 보고 전진하다가 어느 문이든 열린 문이 있으면 그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 맞닥뜨린 정치 현실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1997년 11월, 왕가리 마타이는 자유당 후보로 대통령 경선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했다. 27개 당에서 15명이 대통령 후보로 출마했다. 후보 단일화를 위해 가까운 지역의 후보들부터 만나기 시작하자 ‘부족주의자’라고 공격받았다. 선거자금은 심각하게 부족했다. 마타이를 더 놀라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과거에 우호적이었던 언론들마저 마타이의 출마 동기를 의심하며 “왕가리 마타이가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그린벨트 운동에만 집중한다면 나라를 위해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부 언론사들은 마타이가 또 다른 여성 후보인 채러티 응길루를 “고의적으로 방해하기 위한” 후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기득권의 배타성과 케냐 사회의 고질병인 부족주의와 개인숭배를 선거를 치르면서 절실하게 깨달았다. 야권은 전체 유권자 가운데 3분의 2에 가까운 표를 얻었지만, “통합에 실패했기 때문에” 패배하고 말았다. 마타이는 우선 그린벨트 운동 사무실로 복귀했지만, “낡은 정치문화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케냐의 미래에 희망은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왕가리 마타이는 선거 패배 후, 마징기라(스와힐리어로 ‘환경’) 녹색당을 창설했다. 그린벨트 운동의 기본 가치와 동일한 강령을 채택했다. 아프리카 녹색당 연맹에도 합류했다. 녹색당은 독일과 같은 유럽 선진국에서만 가능하다는 조롱 섞인 비난이 쏟아졌지만, 마타이는 케냐야말로 녹색당이 필요한 곳이라고 대중에게 부지런히 설명했다. “과거 독재 정권은 권력을 유지하는 동안 정기적으로 수천 에이커의 숲이나 공원을 자신들의 지지자와 측근들에게 사유지로 나눠 주었다. ‘토지횡령’의 폐단은 케냐에 만연해 있다.”
1999년 카루라 숲의 용역들과 대치 중인 왕가리 마타이. 왕가리 마타이 재단 홈페이지
카루라 숲에 대한 ‘토지횡령’ 적발
유엔 등 국제사회에 큰 반향 불러
숲에서 진행되던 건축 중단시켜
1998년 여름, 왕가리 마타이는 “너무나 노골적이며 광대한 지역에 걸친 토지횡령”을 적발한다. 케냐 정부는 수도 나이로비 북쪽에 위치한 카루라 숲에 정권 실세의 동맹들에게 사무실과 사택을 짓도록 했을 뿐 아니라, 카루라 숲의 그린벨트 지역을 민간 개발업자들에게 할당했다. 마타이는 법무부 장관에게 편지를 썼다. 언론에도 제보했다. 마타이와 동료들은 카루라 숲에서 경찰과 대치하다 끌려갔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카루라 숲이 “나이로비가 잃어버려서는 안 될 귀중한 천연자원”이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사절단을 파견하기도 했다. 마타이는 그들과 함께 카루라 숲에 나무를 심었다.
케냐 정부는 반격에 나섰다. “사유재산을 지키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자 책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개별적으로 용역을 구해 “자기 땅은 자기가 지키라”는 뜻이었다. 폭력을 용인하는 발언이었다. 나무를 심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환경운동을 이끌어 온 왕가리 마타이는 “칼과 곤봉, 채찍, 단도, 활, 화살로 무장한 200여명의 수비대와 마주쳤다”. 마타이는 그저 나무를 심으러 왔을 뿐이라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용역 깡패들’에게 무자비하게 폭행을 당했다. “나는 머리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경찰들은 수수방관했다. 마타이는 언론 보도로 용역 깡패들이 미리 “경찰의 허락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사건은 케냐 전역은 물론이고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공개적으로 폭력 사태의 책임을 추궁했다. 케냐의 모이 대통령은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문이 아니었다. 자신은 환경운동단체들이 카루라 숲 개발에 왜 반대하는지 조금도 이해할 수 없으며, 나이로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카루라 숲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생들이 거리로 달려 나왔다. 나이로비에 “최루탄과 총탄이 난무했고, 대학들은 휴교령을 내렸다”. 국가 폭력이 국민들 분노까지 통제할 수는 없었다. 1999년 8월, 모이 대통령은 “공공부지에 대한 모든 매각을 금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숲에서 진행되던 모든 건축이 중단되었다.”
왕가리 마타이가 2009년 9월22일 유엔에서 열린 기후변화 정상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민주주의의 가치 나무 통해 환기
‘빈곤의 역사 개혁 운동’ 앞장서
2004년 노벨 평화상 수상하기도
왕가리 마타이는 한발 더 나아갔다. 마타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양극화 문제를 깊이 연구하고 있었다. 케냐와 아프리카는 왜 이토록 가난한가? 1998년 ‘주빌리 2000 아프리카’ 캠페인의 공동의장으로 취임한 마타이는 2000년 부유한 국가들에 제3세계의 부채를 탕감해줄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탄원운동을 전 세계적인 규모로 추진했다. “1970년에서 2002년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의 총부채는 약 5400억달러에 달했고, 부채와 이자 가운데 5500억달러를 갚았다. 그러나 채무국들은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2002년 말 현재 3000억달러에 가까운 빚이 남아 있었다.” 마타이는 아프리카에 민주주의와 유능한 정부 기구가 들어선다 할지라도 채무 부담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빈곤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빈곤의 역사 개혁 운동’에 뛰어들었다. 아프리카의 구조적 문제에 전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U2의 보노는 마타이의 문제의식에 깊이 공감하며, ‘주빌리 2000 아프리카’를 적극 후원하기도 했다.
왕가리 마타이가 정치 활동을 본격적으로 재기(再起)하자, 정권의 탄압도 거세졌다. 2001년 7월 마타이는 불법집회를 주최했다는 이유로 또다시 체포되었다. 정권 교체를 더 이상 미룰 수 없었다. 2002년 12월 마타이는 통합 야당인 ‘전국무지개연합당’의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한다. 그 어느 때보다 절박한 심정이었다. 마타이는 지역구인 테투 선거구에서 98%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자신의 당선보다 더 큰 경사(慶事)가 있었다. 케냐 국민들은 “만약 정부가 제대로 통치하지 못할 경우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정부를 교체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한 달 후인 2003년 1월, 마타이는 환경 및 천연자원부 차관에 취임했다. 그린벨트 운동을 이끌며 아프리카에 3000만그루 이상의 나무를 심은 마타이는 아프리카의 환경, 여성인권, 빈곤 퇴치, 교육, 민주주의 등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4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한다.
1940년 케냐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왕가리 마타이는 어린 시절부터 ‘글 읽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1959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마타이는 케냐 임시정부의 국가인재 장학생으로 선발되어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다. 귀국 후, 마타이는 대학 교수로 안정적인 삶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마타이는 케냐의 가부장적인 사회 구조와 독재 정권의 부패를 용인하지 않았고,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연이은 이혼과 실직으로 생활고에 시달리면서도 현실과 적당히 타협하지 않았다.
왕가리 마타이는 천천히 싸워도 끝까지 하면 세상이 아주 조금씩 변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케냐 사람들에게 민주주의의 가치를 나무로 환기시켰다. 민주주의는 단숨에 이룰 수도 혼자서 완성할 수도 없으며, 만병통치약도 아니었다. 마타이는 협치를 강조한 정치인이었다. “살면서 그리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될 겁니다. 그 어떤 일도 혼자서 해낼 수 없음을 저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만약 어떤 일을 혼자 하면, 제가 그 자리를 떠났을 때 그 일을 맡아 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위험을 감수해야 합니다.”
2011년 왕가리 마타이는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뜻을 잇는 왕가리 마타이 재단과 그가 심은 3000만그루 이상의 나무들이 지구를 지키고 있다. 마타이는 나무도 민주주의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반드시 결실을 맺는다는 아름다운 진실을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장영은 성균관대 비교문화연계전공 초빙교수/경향
'플라스틱 플래닛' 지구의 새로운 가능성, 바다에서 찾는다
[DEEP FUTURE] 마린이노베이션 차완영 대표 인터뷰
1. 플라스틱 플래닛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역사가 갈린다는 주장이 있다. 그럴 수도 있으리라 본다. 그러나 꼭 그러리라고 단정하기도 힘들다. 번뜩이는 저널리스트 특유의 과장이 섞였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최고경영자(CEO) 사티아 나델라의 진단이 더 실상에 가깝다고 여긴다. 2년에 걸쳐 전개될 변화가 2달 만에 진행되었다. 가정부터 학교와 직장은 물론이요, 나라의 경영과 글로벌 거버넌스까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초가속으로 단행된 것이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산업적 전환을 앞당긴 것이지, 문명적 전환이라고 평가하기에는 미흡하다. 산업문명의 네 번째 국면도 아니요, 농업문명으로의 복고적 회귀도 아닌 생명문명으로의 창발적 도약이 가능할지 주시하게 된다.
굳이 2020년을 지구사의 한 변곡점으로 획정한다면, 그것은 2020년이 인공물의 무게가 자연물의 무게를 넘어선 첫 번째 해라는 점일 것이다. 인류가 생산하거나 건설한 인공물의 무게가 1.1테라 톤에 이르렀다고 한다. 듣도 보도 못한 '1테라 톤'은 1조 톤을 일컫는다. 그간 인류가 만들어낸 사물의 무게가 1조 1천억 톤에 육박한 것이다. 자연적 진화의 소산으로 지구에 번성하고 있는 생물의 총 무게는 1테라 톤에 그친다. 물론 인공물과 자연물의 규정에 따라서 다소간 오차가 있는 모양이다. 특히 인공물에 폐기물을 뺐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 그러함에도 장기적 대세에는 큰 변동이 없지 싶다.
인공물의 무게는 21세기, 지난 20년 동안 두 배로 증가했다. 백 년 전, 20세기 초반에는 인공물의 무게가 자연 생명체의 고작 3%에 그칠 뿐이었다. 불과 한 세기만에 사물과 생물의 비중이 역전된 것이다. 인공물의 증가가 생물의 감소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6번째 대멸종이 진행 중이라는 무시무시한 예까지 들 필요도 없겠다. 백년 사이 식물의 무게만 해도 2조 톤에서 1조 톤으로 반 토막이 났다. 오로지 인간들이 식량으로 사용하는 몇몇 작물과 과일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뿐이다.
이러한 추세가 지속된다면 앞으로도 매년 인공물은 300억 톤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20년이 흐른 2040년 무렵에는 3테라 톤에 도달하게 된다. 인공물의 상징이라 할 플라스틱만 하더라도 지구상 모든 육지와 해양의 생물 무게를 합한 것보다 무거워질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이 주조한 인공지구, '플라스틱 플래닛'(plastic planet)이 되는 것이다. 고로 여느 생태주의자들이 고답적으로 되풀이하는 것처럼 인류는 지구상의 수많은 생물 가운데 하나에 그치지 않는다. 결코 미미하고 작은 존재가 아니다. 지구의 46억 년 진화사를 통하여 이러한 생물은 등장한 적이 없었다. 한 시절 공룡이 지구를 호령했다 한들, 인공물까지 만들어 지구 표면을 온통 뒤덮지는 않았다. 전대미문의 사태이고, 전무후무한 환경이며, 전인미답의 지구이다. '인류세'라는 일각의 지질학적 호명이 결코 과장이 아닌 까닭이다.
인간의 생활이 늘 자연과 밀접했던 것처럼 동시대 인류의 삶은 인공물과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련을 갖는다.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1981년 내가 세 살 때 먹은 요구르트 병이 아직도 지상의 어딘가에 묻혀 있거나 해상의 어드메를 떠돌고 있을 것이다. 내가 태어난 해로부터 500년이 되는 2478년 무렵에야 지구상에서 영영 사라질 것이다. 내 아들이 먹고 버린 아이스크림 뚜껑도 2500년은 되어야 없어질 것이다. 500년 지속하는 생물은 극히 드물다. 동물은 거의 없고, 식물 가운데서도 극히 일부의 장수 종에만 해당한다. 고작 100여 년 전에 등장한 신종 물질인 플라스틱은 변이를 거듭하여 지구 만물 가운데 유난히 폭발적으로 확산하는 인공물이다.
인구증가에 비할 데도 아니다. 1950년 인류는 25억 남짓이었다. 2020년 현재는 80억을 헤아린다. 인구가 세배 증가하는 동안 플라스틱은 150만 톤에서 4억 톤으로 늘어났다. 무려 27배나 증가한 것이다. 자연수명도 백세 인생 인간을 훨씬 능가한다. 평균수명이 500년인 고로 국가의 흥망성쇠, 조선왕조의 일대기에 맞먹는다. 지구의 꼴을 이미 극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저 멀리 태평양 한복판에는 거대한 인공 쓰레기 섬, GPGP(Great Pacific Garbage Patch,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가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면적의 7배가 넘는다 하는데, 앞으로 더욱 '성장'할 것이다. 여기서 파도에 쓸리고 햇볕에 쪼개지면서 5밀리미터 미만의 미세플라스틱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먹은 물고기들이 우리의 식탁까지 올라와 우리는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의 무게인 5g을 섭취하고 있다. "5G"가 만들어가는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사이의 초연결망 사회만큼이나, "5g"이 상징하는 자연물과 인공물과 인물 사이의 연결망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다. 아니, 후자는 생로병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생사를 가를 수도 있는 죽고 사는 문제인지라 더더욱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수가 없다.
▲인류가 누린 플라스틱 문명은 지구를 심각한 수준으로 위협하게 됐다. ⓒwikimedia
살고자 함은 생명의 본질이고 본능인바, 인간 또한 가만히 두고만 보고 있지 않다. 부지불식간 '비건' 만큼이나 '제로웨이스트'가 뜨고 있다. '플라스틱 프리', '에코 프랜들리'가 유행어가 되었다. 에코백에 텀블러를 들고 다니는 '그린그린한' 라이프스타일도 주목받고 있다. 심플 라이프, 미니멀 라이프, 축소주의자, 무해한 일상도 인스타그램에서 가장 많이 전시/과시되는 이미지 가운데 하나다. 망원동의 알맹마켓, 성수동의 더피커, 제주도의 책방무사에 방문해 인증 샷을 올리는 이가 늘어나고, 논밭상점이나 터치포굿 같은 사이트 방문자수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MZ세대의 가치소비"라고 한껏 추켜세울 수 있겠지만, 불편한 진실 또한 없지 않다. 가령 일회용 컵 하나 생산하고 처리하는 것보다 텀블러 하나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이 훨씬 많다고 한다. 세척하는데 드는 물까지 고려한다면 텀블러 하나당 1000번은 넘게 써야 환경적 효과를 거둔다고 한다. '물욕 없는 세계'가 새로운 물욕을 일으키는 역설도 기막히다. 이제는 친환경 제품을 경쟁적으로 소비하는 것이다. 기업도 재빨리 트렌드에 편승하여 구별짓기 욕망을 증폭시키고 가열찬 가치소비를 가차 없이 부추긴다.
결정타는 다시금 코로나 팬데믹이다. 위생에 대한 강박으로 우리는 일회용품 사용을 더욱 선호하게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 홈 이코노미도 대세가 되었다. 온택트 사회, 홈코노미와 집콕이 뉴노멀이 되자 쿠팡부터 마켓컬리까지 온라인 쇼핑의 거래액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 이상으로 성장한 사업이 있으니 바로 배달업이다. 혼밥, 혼술, 혼족, 1인 가구의 증가로 쓰레기양은 더욱 늘어만 간다. 셰프가 선망의 직업이 되고 요리 프로그램도 유행하고 있다지만, 정작 집에서 직접 요리해서 먹는 시간은 줄고 있다. 한국인 평균 요리시간은 일주일에 3시간가량이다. 반면 1인 가구는 월 평균 5.8회, 2인 가구는 4.3회, 3인 이상 가구는 3.9회 배달 음식을 주문해 먹는다. 평균 배달 시간 20분을 위해 사용되는 비닐용지는 그 용도를 다하고 버려진 후 장장 26세기까지 지구 어딘가를 떠돌게 될 것이다.
'#플라스틱어택' 등 디지털 공간의 그 수많은 해시태그에도 불구하고, 현실계에서 작년에 버려진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년에 비해 16% 더 증가한 까닭이다. 'K-방역'의 성취를 자화자찬하는 반면으로, '배달의 민족' 한국은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에서도 세계 으뜸을 차지했다. 티끌 모아 태산, 삼시세끼의 위력으로 배달강국 한국은 드높은 쓰레기 산을 총알처럼 빠른 속도로 쌓아가고 있고, 드넓은 쓰레기 섬을 로켓처럼 만들어내고 있다. Made in Korea, 플라스틱 플래닛의 선도국가, 기후악당국가가 된 것이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비닐봉지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나무를 쓰지 않아 친환경적이라며 인류가 열광했었다는 점이다. 지금은 당연한 듯 한 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으로 간주되지만, 애초 비닐봉지는 가볍고 오래 쓸 수 있는 봉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신소재 혁신 상품이었다. 플라스틱 역시도 조숙한 '동물권 보호'라는 고귀한 소명에서 출발했다. 당구공을 만들 때 사용되었던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기 위해 발명된 인공물이었기 때문이다. 동물과 식물을 보호하고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졌던 플라스틱이 이제는 동식물은 물론이요, 사람에게도 치명적인 위해를 가하고 있는 역설이 일어난 것이다. 새삼 소재의 역사, 재료의 역사, 물질문명의 역사를 되짚어보고 곱씹어보게 되는 연유이다. 석유문명, 탄소문명, 플라스틱문명 이후의 신문명을 전망하는 데에도 필수불가결한 복기 작업이라고 하겠다.
2. 플라스틱 라이프
새로운 사상이 새로운 세상의 씨앗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생각이야말로 생활의 변화와 생산 혁신의 출발이라고 여겼다. 세상을 조금 더 살아보니, 도리어 거꾸로인 경우가 더 많았다. 그래서 누군가는 '물질이 개벽하니, 정신을 개벽하자'고 말씀하셨던 모양이다. 물질이 정신을 규정한다는 말이 아니다. 물질이 정신의 근간이 된다는 뜻이렷다. 실제로 시대를 구분 짓는 단위에서 약여(躍如)하게 드러난다. 석기시대, 청동기시대, 철기시대라는 명칭 모두에 소재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최초의 인류는 석기나 목재처럼 자연에서 채집한 재료를 그대로 사용했다. 불의 발견 이후로는 철을 가공해서 주조할 수 있는 기술을 배우고 익혔다. 청동은 검은 나무나 돌로 만든 조악한 무기를 가뿐하게 제압해 버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어젖혔다. 땅 속 깊이 파고들어 씨앗을 심을 수 있는 철기 괭이는 농업혁명을 촉발하여 인구가 증가하고 국가를 형성하는 흐름을 자극했다. 만물에 정령이 깃들어 있다는 애니미즘과 토테미즘은 만물을 주관하는 신을 따르거나 만물을 관통하는 이치를 따져묻는 종교와 철학으로 진화해갔다. 즉 생각만으로는 새로운 세상이 도래하지 않는다. 아니, 새로운 세상을 정리하는 사후 작업이 생각일지 모른다. 생활부터 바뀌어야 하고 생산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그리고 그 생활의 터닝포인트와 생산의 티핑포인트에 공히 재료의 혁신이 자리하는 것이다. 고로 문명 전환의 알파이자 오메가, 게임 체인저는 소재 혁명이라 하겠다. 재료부터 공들여 제련하고 나서야, 사상도 세련되게 가공할 수 있는 법이다.
실제로 원료는 만물의 기초다. 정치와 경제는 물론이요, 종교와 문화까지 온갖 삼라만상이 소재의 바탕 위에 세워진다. 줄곧 새로운 재료를 먼저 손에 넣은 자가 새로운 시대를 선도해왔다. 전쟁의 역사가 곧 인류의 역사인 바, 전쟁의 승부를 가른 결정타 역시도 전략과 전술의 근간에 있는 무기였다 할 것이다. 고대의 거의 모든 국가들의 개창자가 무인(武人)이요, 근대의 거의 모든 나라들의 국부가 군인인 까닭이다. 이들은 공히 더 나은 소재를 만들기 위하여 당대 최고의 기술과 뛰어난 인재를 투입했다. 냉전기 미국이 미국항공우주국(NASA)을 설립하고 우주 개발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 부은 까닭이기도 하겠다. 그리하여 화학, 물리학, 야금학, 공학 등 다양한 영역을 가로지르는 '재료과학'(material science)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까지 생겨났다. 다시금 물질이 정신을, 재료가 제도를 선도한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인류의 3대 발명품이라 일컫는 것들도 모두 소재산업이라 할 수 있다. 종이는 셀룰로오스에 근간한다. 식물이 그린 어스(green earth), 지구 표면을 뒤덮어버릴 만큼 번성하는 데도 셀룰로오스가 있었다. 건축 자재나 연료가 되어 안온한 생활의 바탕이 되어주었고, 모시나 무명 같은 의류의 원천이 되어주었다. 종이가 초래한 파장 또한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심대하다. 종이 발명으로 인류는 지식과 문화를 기록하고 전파할 수 있는 최초의 정보혁명을 경험한다. 중국의 수나라에서 시작된 이래로 현재까지 1500년이 넘도록 지속되고 있는 관료제의 근간에도 종이가 자리한다. 종이를 먼저 발명했기에 과거제도가 시행될 수 있었고, 과거제가 지속되었기에 대규모 인재를 교육하는 고등 학문이 발달할 수 있었다.
나침반의 발명에는 자석이 있었다. 광물 세계를 돌아보면 자석만큼 불가사의한 물질도 없다. 외부 에너지를 투입하지 않고도 다른 물체를 끌어당기는 물체가 자석 외에 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실은 지구 자체가 거대한 자석이다. 지구에 자기가 없었다면 지금처럼 생명이 번영하는 행성이 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자석이 나침반으로 진화하여 대항해시대만 개창한 것이 아니다. 20세기 현대문명의 바탕에도 자석의 공헌은 혁혁하다. 종이를 대체한 신정보혁명의 출발에 자기 테이트, 디스크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PC에 기초한 정보화시대가 모바일로 만개하는 디지털시대로 이행하는 데에도 전자기의 역할은 다대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등으로 상징되는 데이터시대의 근저에도 여전히 자석들이 버티고 있다. 인류가 철을 끌어당기는 신묘한 마법의 돌을 발견한 이래로 달에서도 5G 통신이 터지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석은 늘 인류 문명 진화의 반려자였다.
▲5G 시대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전기 혁명 근간에는 '마법의 돌' 자석이 있었다. ⓒflickr
이 세계를 축소시킨 소재로는 고무를 꼽을 수 있겠다. 타이어를 만들어 마차에 장착시킴으로써 자동차가 탄생할 수 있었다. 20세기 시공간 혁명에 고무가 있었던 것이다. 이 세계를 확장한 소재로는 알루미늄을 뽑을 수 있다. 알루미늄은 항공기 시대에 이어 로켓시대를 개창하여 인간의 거주 범위를 지구 밖 화성까지 확장하는 다행성 우주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인간은 이제 자연에 없는 재료를 조합해내기도 한다. 탄소와 규소를 인공적으로 결합해 빚어낸 실리콘이 대표적이다. 반도체의 원료가 바로 실리콘이다. 규소 골짜기, '실리콘 밸리'에서 만들어낸 딥마인드는 이미 인공 프로그램이 인간의 지능을 초월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예고했다. 다시금 앞으로 전개될 미래 또한 소재공학의 혁신으로부터 촉발될 것이라 예감하는 까닭이다. 글로벌 그린뉴딜이든, 그린스마트 K뉴딜이든, 전기차와 수소차의 배터리를 개발하는 일이든, 태양광의 유기박막 패널을 제작하는 일이든 이 모두는 재료산업에서부터 출발한다.
앞으로 만들어질 수많은 인공소재의 원조이자 인공지구의 왕중왕이 바로 플라스틱이라 하겠다. 플라스틱만큼 다른 재료의 영역을 빠르고 광범위하게 잠식해 간 재료도 없다. 목재와 도기과 철기와 유리까지 온갖 제품과 상품이 플라스틱으로 대체되어왔다. 가죽과 종이와 천도 마찬가지였다. 플라스틱(plastic)은 본래 명사가 아니었다. '가능성 있는', '유연한'이란 뜻의 형용사였다. 플라스틱은 말 그대로 어떤 형태로든 성형이 가능하고 변형이 자유롭다는 치명적인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가볍고 튼튼한데다가 적은 비용으로도 대량생산할 수 있다. 투명하게 만들 수 있으며, 다양하게 색을 입힐 수도 있다. 순수한 인공 재료여서 설계 방식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성질을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자유자재 변화무쌍하고 전천후 신출귀몰하는 플라스틱은 자연적 재료가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독자성과 독보성으로 그 존재감이 우뚝하다.
그래서 오늘날 인류는 플라스틱 섬유로 만든 옷을 입고,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플라스틱 식기로 음식을 먹으며 플라스틱 카드로 돈을 낸다. 플라스틱 매체로 기록된 영상을 플라스틱화면에 띄워서 플라스틱 렌즈를 통하여 감상한다. 플라스틱 플래닛의 비탄에는 이처럼 한없이 편리한 플라스틱 라이프가 있다.
▲바다가 곧 지구다. 인류의 새로운 소재 운동의 원천을 바다에서 찾을 수 있을 지 모른다. ⓒwikimedia
3. 바이오 플라스틱
플라스틱 프리, 제로웨이스트의 물결에도 플라스틱 없는 라이프는 단 하루도, 어쩌면 한나절도 가능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서 대체 플라스틱을 만들자는 방향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플라스틱 프리 운동을 비거니즘에 빗댈 수 있다면, 바이오 플라스틱 생산은 대체육 개발에 견줄 수 있을 것이다. 적지 않은 스타트업과 대기업들이 바이오 신소재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주로 감자나 사탕수수, 옥수수, 밀, 쌀에서 전분이나 당분을 추출한다. 이 원료를 활용하여 완전히 생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을 생산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과 단가가 높고 물리화학적인 성질이 기존 플라스틱에 비해 열악하여 사용 범위와 용도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한계도 여전하다.
지상의 식물이 아니라 해상의 해조류에 눈을 돌린 참신한 생물소재 스타트업이 눈에 띄었다. 그러고 보면 지구에서 뭍보다 물의 면적이 훨씬 넓다. 육지보다 바다가 훨씬 크다. '창백한 푸른 점'(The Pale Blue Dot) 지구의 상징이 바다인 까닭이다. '지구'(地球)라는 단어부터가 지극히 인간 중심적인 발상이다. 지표면에서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터전은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3분의 2를 넘는 광활한 영역이 바다인고로 수구(水球)나 해구(海球)라는 명명이 실상에 더욱 가깝다. 그린그린한 녹색 지구의 면적은 15% 안팎이지만, 블루블루한 청색 해구(海球)의 면적은 70%에 달하기 때문이다.
고로 바다야말로 미래이고 프런티어일지 모른다. 신대륙이 아니라 신대양을 주목해야 한다. 바다의 표면을 가득 뒤덮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치우고 나면 수많은 해양식물들, 해조류와 해초류가 무궁무진 자라나고 있다. 농업혁명도 산업혁명도 정보혁명도 모두 지면에서 발견하거나 발명한 소재에 근간해 있었다면, 도래할 미래문명, 생명문명의 에센스/엑기스는 해양에서 끌어올릴 수 있을지 모른다. 저 푸른 바다에서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있는 바이오소재 기업 '마린이노베이션'을 주목한 까닭이다. 플라스틱 오션을 플랜트 오션으로 되돌리고, 플라스틱 플래닛을 플랜트 플래닛으로 되살리는 대반전의 사명을 품고 있는 단단하고 견실한 중견 기업이었다.
본사가 공교롭게도 울산에 자리했다. 울산이 어떤 도시인가. 한국형 산업혁명을 상징하는 공업도시이다. 조선업과 자동차는 물론이요, 석유화학산업의 메카 같은 곳이다. 바로 그 울산의 자유무역 지역에서 바이오 플라스틱 개발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신생 스타트업이 분투하고 있다. 새파란 하늘 아래 한낮에도 하얀 연기를 연거푸 내뿜고 있는 공단을 가로질러 경공업 2동 건물에 당도했다. 2층으로 올라가 사무실에 들어서려니 "다음 세대를 위한 올바른 생각과 행동"이라는 푸른색 기업 사명부터 눈에 박힌다. 실제로 차완영 대표는 반듯한 마음으로 번듯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 올바른 기업가의 전형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묵묵하고 꿋꿋하게 13년을 다지고 묵혀온 마린이노베이션의 일대기를 들어본다.
이병한 :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계십니다.
차완영 : 아닙니다. 저희뿐만이 아니라 대체 플라스틱 산업에 나서고 있는 업체가 갈수록 많아지고 있습니다. 경쟁사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협력하고 협업해야 할 파트너라고 생각합니다. 플라스틱 문제를 함께 해결해가는 동반자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병한 : 그러함에도 차별점 또한 확실한 것 같습니다. 여타 기업들이 육상에 있는 원료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면, 마린이노베이션은 기업명 그대로 바다의 혁신, 해양 자원을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러한 착상 내지 발상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계속)
▲차완영 마린이노베이션 CEO. ⓒ마린이노베이션 제공
출처:프레시안
미, 국토 70% 눈으로 뒤덮여..2억명에 '겨울폭풍 경보’
지금 미국은 전체 땅의 70% 이상이 눈으로 뒤덮이면서 2억 명에게 '겨울폭풍 경보'가 내려졌습니다. 지구 온난화가 부른 이 '북극발 한파'로 인한 피해 규모가 1조 원을 훌쩍 넘길 거란 관측입니다.
[기자]사실상 미국 전역이 얼어붙었습니다. 눈 더미 속에 차량이 파묻혔고, 동네가 갑자기 눈썰매장이 됐습니다. 운전해서 이동하기도 어려워졌습니다. 겨울 폭풍이 만든 토네이도로 산산조각난 집들도 보입니다.
북극발 한파로 미국 국토의 70% 이상이 눈으로 뒤덮였습니다. 눈이 내리지 않은 지역은 플로리다와 조지아, 사우스캐롤라이나 3개주 뿐입니다.
[브라이언/미국 텍사스주 주민 :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휴스턴에서 30년 가까이 살았는데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앨릭스 보언/미국 네브래스카주 주민 : 아침에 일어나면 집이 겨우 40도(섭씨 4도 내외)에 불과합니다. 아이가 있는 집인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지금까지 겨울 폭풍 경보가 발령된 지역 주민은 2억 명이 넘습니다. 기록적인 한파는 기후변화 탓입니다. 온난화로 북극에 갇혀 있던 찬 공기가 내려와 미국을 덮쳤습니다.
난방기기를 오래 사용하다 일산화탄소에 중독되는 등 각종 사고로 20여 명이 숨졌습니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벌어지면서 500만이 넘는 가구가 피해를 입었고 주요 공장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 돈으로 1조1000억 원 넘게 피해를 입히는 기상 재난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습니다. 김재현 기자입니다.
햇빛 한 줌 없어도..지하철에서 자라는 채소들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 메트로팜에서 어린 바질들이 자라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서울지하철 7호선 상도역 2번 출입구 계단 오른편에 청분홍빛이 눈에 띄는 공간이 있다. 통유리에 청분홍빛이 비치는 이곳에는 바질, 버터헤드레터스, 카이파리 등 엽채류와 허브류가 자라고 있었다. 이곳의 정체는 ‘메트로팜’. 메트로팜은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해 농장의 환경을 자동으로 조정하는 ‘스마트팜’을 지하철역에 설치한 것을 말한다.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 농업기업 팜에이트가 협력해 만들었다
상도역 메트로팜에서 관리자들이 버터헤드 상추의 정식작업(일정 수준으로 큰 모종을 옮겨심는 작업)을 하고 있다. / 권도현 기자
2019년 9월 지하철 ‘만남의 광장’이었던 이곳은 연면적 394㎡ 규모(약 120평)로 재배시설인 ‘버티컬팜’ 외에도 로봇이 파종에서 수확까지 관리하는 ‘오토팜’과 메트로팜에서 당일 수확한 작물로 만든 샐러드를 판매하는 ‘팜카페’, 체험 공간인 ‘팜엑스’ 등으로 구성된 복합공간이다.
싹이 올라온 바질. 이곳 작물들은 토양이 아닌 스펀지와 배양액, LED광을 통해 자란다. / 권도현 기자
상도역 메트로팜에 설치된 선반들. 작물들은 약 12일 정도 간격으로 선반을 한 칸씩 올려준다. / 권도현 기자
24시간 운영되는 버티컬팜에서는 하루 약 50㎏, 월 1톤 정도의 엽채류와 허브류를 생산한다. 여찬동 팜에이트 주임은 “엽채류 약 50~60종 중에서 소비자의 수요에 따라 상품을 맞춰 생산한다”고 말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는 약 38일에서 40일 정도 걸린다. 약 300여개 스펀지 구멍에 씨앗을 심고 발아를 하면 좀 더 큰 스펀지에 옮겨심는 과정을 거친다. 작물들은 약 12일 정도 간격으로 선반을 한 칸씩 올려준다. 다 자란 채소들은 관공서나 유통업체 등에 공급되기도 하고, 바로 옆 ‘팜카페’에서 샐러드로 가공되어 판매된다.
버티컬팜 속 채소들은 햇빛 한 줌 없이도 무럭무럭 자라고 있었다. 햇빛 없이도 채소들이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비결은 LED광이다. 노란색은 뿌리를, 빨간색은 새싹을, 파란색은 잎을 성장 시킨다. 이곳에서는 컴퓨터로 광합성에 적합한 온도와 습도, 작물 뿌리의 양분 흡수를 조절하는 토양 전기전도도(EC)와 산도(pH) 등을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한다.
메트로팜은 상도역 외에도 답십리역, 천왕역, 을지로3가역, 충정로역까지 총 5개 역사에서 운영하고 있다./ 권도현 기자 lightroad@kyunghyang.com
55보급창 부지에 야구장 건설하자”
산 동구 범일동 미군 55보급창 자성대부두. 부산일보DB
부산 북항재개발 지구와 문현금융단지를 잇는 핵심 요지를 차지한 미군 55보급창을 이전하고, 그 자리에 야구장과 호텔 등을 지어 스포츠와 관광 산업을 결합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구상이 집권 여당 차원에서 제안됐다.
與 싱크탱크 ‘민주연구원’
2차 부산 정책 엑스포서 제안
“스포츠·호텔 복합 단지 개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과 부산시당은 18일 시당 대회의실에서 ‘2차 2021 전국순회 정책엑스포 in 부산’을 개최한다. 지난달 21일에 이어 두 번째로 열리는 이번 정책엑스포는 ‘부산 문화콘텐츠·관광산업의 미래’를 주제로 민주당 K뉴딜위원회 총괄본부장인 이광재 의원이 기조연설자로 나선다. 다만 이 의원은 상임위 일정으로 인해 현장에는 참석하지 못하고 영상으로 대체한다.
이 의원은 ‘구도(球都)’ 부산의 새로운 관광산업 콘텐츠로 야구장과 호텔을 결합한 새로운 모델을 제안할 예정이다. 미국 애틀랜타의 ‘배터리 애틀랜타’를 모델로 하는 이 계획은 동구 범일동 미 55보급창을 이전하고 해당 부지에 스포츠·문화·관광 복합 시설 단지를 새롭게 개발하는 것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
가덕신공항 쐐기 박을 ‘입법 비행’ 시작됐다
17일 오후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 촉구 결의대회'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박인영, 변성완 부산시장 예비후보와 국민의힘 박형준 예비후보 등이 가덕신공항 지지 서명을 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탕탕탕! 가덕신공항 특별법안 2건을 일괄 상정합니다.”(국민의힘 이헌승 국회의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심사소위원회가 17일 오후 2시 30분께 국민의힘(박수영안)과 더불어민주당(한정애안)이 각각 발의한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상정, 본격적인 논의에 들어갔다. 가덕신공항 건설에 쐐기를 박는 특별법안의 닻이 오른 셈이다.
특별법 ‘첫 관문’ 상임위 상정
국토부 ‘가덕’ 특정에 난색
소위 심사 일정 지연 우려에도
여당, 이달 처리 의지 확고
26일 본회의 통과 무난할 듯
다만 이날 소위에선 국토교통부 등 정부의 비토가 계속되며 심사가 더디게 진행, 본회의 통과까지 어느 정도 난항을 예고했다. 국토부는 “공항은 가능한 여러 대안 검토를 거쳐 입지를 결정한 후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가덕도 일원을 신공항 입지로 특정하는 데 난색을 나타냈다고 한다. 김해신공항 추진 여부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지 못한 국토부가 여전히 가덕신공항 추진에 대한 원론적인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기획재정부 역시 재정관리관이 소위에 출석해 사전타당성 조사(사타) 간소화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에 대해 “입지 등 신공항 추진을 위한 주무 부처의 사타를 거친 후 예타를 통한 타당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당의 가덕신공항 건립 구호와는 달리 정부에선 전방위적인 반대 공세가 이뤄진 셈이다. 이로 인해 법안 심사 일정이 일부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애초 국토위는 이날 소위에서 법안을 병합한 뒤 19일 전체회의에서 의결, 특별법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보낼 계획이었다. 법사위 숙려기간(5일)을 고려하면 19일 국토위 문턱을 넘어야 25일 법사위를 통과, 26일 본회의 의결이 순조롭다. 소위 의결이 이날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일정이 차례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소위 위원장이자 국토위 야당 간사인 국민의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은 이날 오후 〈부산일보〉와 통화에서 “최선을 다해 법안을 심사하고 있지만, 회의를 진행해 봐야 (결론 여부를)알 수 있다”고 했다. 여당 간사이자 소위 위원인 민주당 조응천(경기 남양주갑) 의원은 회의 도중 〈부산일보〉 기자와 만나 “열심히 심사하고 있다. 최대한 (법안을)뽑아내겠다”고 했다.
여당 지도부가 이달 특별법 처리 의지가 강한 터라 이날 소위 통과가 미뤄지더라도 2월 임시회 내 본회의 처리에는 큰 변수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법사위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있다면 법사위의 숙려기간은 생략 가능하다”며 “여야가 법안 통과에 공감하는 만큼 국토위가 다음 주로 논의를 이어가도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의 비토로 법안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여야가 특별법에서 신공항 입지를 특정하는 데 만족하고, 타당성 조사 면제나 별도 공항공사 설립 조항 등은 정부 의견을 반영해 양보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우려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가덕도 대항동 주민이 드리는 호소문>
안녕하십니까? 본 단체는 신공항건설에 반대하는 가덕도 신공항건설 반대 대항동 주민협의회입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 예정부지로 거의 확실시되는 가덕도 대항동, 세바지, 외양포 주민들의 위임을 받아, 신공항 건설로 빼앗길 수밖에 없는 주민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모인 주민대표 단체로서 가덕 신공항 건설에 관한 주민들과의 모든 대화의 창구임을 알려드립니다.
가덕도 대항동 대부분의 원주민들은 수세기에 걸쳐 대대손손 대를 이어 바다에 터를 잡고 어업활동을 주된 생계 수단으로 살아왔으며, 우리 다음 세대에도 당연히 대를 이어 바다에서의 삶을 물려줄 것으로 알고 살아왔습니다. 우리 가덕도 대항동 주민들은 가덕도가 수대에 걸쳐 고향, 직장이며 다음 세대에 물려줄 미래의 땅이며 바다입니다.
그런데 지난 15년 동안 선거철만 되면 고개를 드는 가덕 신공항 건설의 여론으로 인해 우리 가덕 대항동 원주민들은 여러 차례에 걸쳐 너무나 많은 정신적 물질적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조용하기만 하던 시골마을에 갑자스런 공항건설의 문제는 우리 대항동 주민의 삶을 시류의 크나큰 파도에 밀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가덕도가 대대로 삶의 터전인 대항동 원주민의 의견은 모든 언론에서 단 한마디, 단 한줄의 언급도 없이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논리로만 일관해 왔습니다.
그 가운데서 우리 가덕 대항동 원주민들의 삶과 정신은 마치 “부시맨” 영화 속에 콜라병 파문으로 인한 부족의 삶처럼 근본부터 갈기갈기 찢어지고 흩어져 황폐화되어 왔습니다. 이번에 또 겨우 정신차리려는 우리 대항동 원주민의 삶에 돌팔매를 던지지 마십시오. 우리 모두 고요하고 행복한 삶을 살도록 지켜 주십시오.
나라가 부강하게 발전해야 국민들도 안전하고 풍요롭게 행복한 삶을 영위할 것이며, 공공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항상 바다만 바라보며 살아온 우리 대항동 원주민들은 정치나 크나큰 국가 경제라는 개념은 잘 모릅니다. 평범하다 못해 소박하고 쪼들린 삶을 살며, 험한 바람과 거센 파도를 뚫고 어장 관리와 고기잡이로 조상 산소 돌보며, 몸 아프지 않고 제 식구 건사하고 사는 삶에 감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범하고 소박한 서민의 삶의 터전에 너무나 오랜 세월을 공항건설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고 갑론을박 분열이 일어나고 있으니, 우리 가덕도 대항마을 원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무엇이 좋고 나쁜지 판단의 기준도 없고 그저 여론분열만 있으니 조용하던 우리 대항동은 국론분열의 장이 되 버렸습니다. 태풍처럼 몰아치는 여론속에 우리 대항동 주민의 생각과 바램은 어디 있습니까? 가덕신공항을 주장하는 국민이든 정치인이든 누구하나 우리 원주민의 의견을 물어본 적 있습니까?
평생 바다 밖에 모르고 배타고 고기잡는 일 밖에 모르는 우리 대항 원주민들은 여기 정든 고향에서 내몰리면 어디로 가야 합니까? 또 비록 조금 허술한 시골집이지만 이곳을 떠나 어디에서 정착하고 정든 가정을 꾸려야 합니까? 그리고 할 줄 아는 일이라고는 대대로 아버지를 따라 배운 고기잡는 일 뿐인데 바다를 떠나 육지에서 어떻게 생계를 꾸려 나가야 합니까? 바다의 삶을 가업이라 생각하고 어업을 배우고 있는 젊은 청년들에게 이런 공항건설의 광풍을 뭐라 설명하며, 어떤 삶을 살라고 말해 줄까요? 선거철만 되면, 우는 어린아이에게 사탕주는 심정으로 가덕신공항을 거론하여, 시민들의 표만 얻어가고 그로 인해 피해 입은 가덕 대항동 원주민들의 피폐해진 삶은 안중에도 없습니까? 모든 국민들의 기대하는 공항건설의 이익 뒷면에 대항동 원주민들의 목메인 호소가 울려 퍼집니다.
다시 한번 외칩니다. 가덕도는 우리 가덕도 대항동 원주민에게는 생존의 터전입니다. 가덕도를 떠나서 사는 삶을 도저히 상상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이든, 국가경제의 발전이든 간에 우리 가덕도 대항동 원주민들의 희생을 요구한다는 사실에 통탄하며, 가덕도가 아니면 살 수 없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가덕 신공항 건설을 결사반대하며, 생존권 사수를 위해 목숨을 걸겠습니다.
제발 우리 가덕도 대항동 원주민들의 삶을 송두리째 망가뜨리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간절한 가덕도 대항동 원주민들의 가덕 신공항 건설 반대의 의지를 표명합니다.
첫째, 제발 선거철만 되면 떠드는 신공항 건설 여론을 중지하라.
둘째, 가덕 신공항 건설로 우리 대항동 원주민들의 삶을 파괴하지 말라.
셋째, 대대로 살아온 조상의 터전을 파괴하지 말라.
2021년 2월
가덕도 신공항 건설 반대 대항동 주민협의회
<2월17일 기자회견 기후용사대 발언문>
신공항과 기후 위기 대응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작년 전례 없는 극한 날씨와 코로나19 사태는 장기간 우리 일상을 가로막았습니다. 우리 미래 세대는 기후 위기의 불안과 공포로 평범한 일상을 상상할 수 없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이 시급한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온실가스 배출에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는 항공 산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지극히 시대착오적인 발상입니다. 우리에겐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제로로 만들겠다는 국제사회의 약속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방에서 큰 SOC 사업을 하면 대부분 서울 대기업들이 참여하기 때문에 그 지역에 돌아가는 경제효과는 20%에 그칩니다. 또, 2011년 영남권 신공항 입지 선정조사에서 가덕도의 비용편익분석(B/C) 경제성은 0.7에 그쳤는데, 이는 최소 사업성 기준인 1.0을 한참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심지어 국회 예산정책서에 ‘비용추계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밑그림없이 막무가내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는 것을 뜻합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팬데믹으로 항공 산업은 얼어붙었습니다. 신공항 건설은 더이상 지역 경제를 살리는 돌파구가 될 수 없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이 특별법안에 기반해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 면제 대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예타 면제는 환경과 경제 모두를 죽인 최악의 국가 정책, 4대강 사업의 선례를 남긴 바 있습니다. 명확한 기준 없이 예타 면제라는 특혜를 부여해 특정 사업에 10조 이상의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절차적 민주주의를 지키지 않겠다는 권력 남용의 선언입니다.
부산시 인구 통계를 보면 최근 2년간 청년 인구 유출 비율이 50%를 넘어섰고 부산 청년 인구 비중은 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이에 민주당 김영춘 부산시장 후보는 지난달 16일 온라인 간담회에서 “가덕 신공항의 가장 큰 수혜자는 부산 청년들”이라 발언했습니다. 부산을 떠나가는 청년들을 신공항으로 붙잡을 수 있다는 헛된 망상에서 깨어나십시오. 청년들은 공항을 원하지 않습니다. 청년들은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안전망과 불평등을 해소할 방법을 원합니다.
항공산업은 불평등과 고용불안정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인구의 1%가 항공산업의 총 탄소배출의 절반을 야기하고 있음에도 그로 인한 피해는 비행기를 이용하지 않거나 가끔 이용하는 대다수에게 전가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작년 5월 코로나19를 핑계로 부당 정리해고를 당한 아시아나 케이오 노동자들은 8개월이 넘게 투쟁 중입니다. 이들은 항공산업에 수 십조 원의 혈세를 투입하고도 노동자의 고용 안정은 무시한 정부의 책임을 묻고 있습니다. 항공산업의 정의로운 전환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일자리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신공항 건설로 미래 일자리 창출을 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습니다.
신공항 건설은 지역균형발전을 이룰 수 없습니다. 지난 15일, 가덕도 일대는 부동산 투기 과열 우려로 인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미 김해 신공항 백지화 이후, 가덕도 신공항 수혜지역 인 진해, 거제, 부산 강서구의 집값이 폭등한 전례가 있습니다. 부동산이 소수에게 집중된 현실에서, 가덕 신공항 건립으로 인한 부동산 불로소득은 또 다른 불평등과 불균형으로 이어질 겁니다. 사업의 성과와 수익은 청년에게는 물론, 평범한 부산 소시민에게 배분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도 인근 생태계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사업이 지역균형발전이 될 수 없습니다. 산을 깎고 바다를 매립하는 건설사업은 지역 환경을 불가역적으로 변화시켜 생태 학살(Ecocide)을 일으킬 것입니다. 생태계를 무너뜨렸는데 사람이라고 무사할 리가 없습니다. 24시간 운영될 신공항은 가덕 주민들의 생계와 건강을 위협할 것입니다. 실제로 이를 걱정하는 주민들은 신공항 반대 현수막을 가덕도 곳곳에 게시했습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위해 주민들의 신공항 반대 의견을 묵살하지 마십시오.
신공항은 결코 부산의 비전이 될 수 없습니다. 기후 위기 시대에 단 한 개의 공항도 용납할 수 없습니다. 기후 위기 적응에 취약한 부산에서 공항 건설로 쓰일 20조 규모의 세금은 토건 사업이 아닌 생태, 복지, 문화, 주거, 돌봄에 쓰여야 합니다.
우리는 물류 인프라를 원하지 않습니다. 삶의 전환을 원합니다.
우리는 탄소를 내뿜는 일자리를 원하지 않습니다.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원합니다.
우리는 원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의 정의를.
2021년 2월 17일
부산청년기후용사대 일동.
기자회견문]
기후위기 시대, 토건삽질을 당장 멈춰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철회하라
국회는 선거용 특별법 철회하고 온실가스 감축과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방안을 논의하라
국회 국토교통위가 2월16일 오늘부터 가덕도 신공항 관련 특별법안을 심의하고 2월 19일 제 4차 전체회의에서 법안 의결 및 상정을 예정하고 있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절차적 정당성을 크게 결여할 뿐 아니라 기후위기를 심화할 것이 분명한 신공항 특별법안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한다.
지금 논의되고 있는 복수의 특별법안은 어떤 설명과 변명을 덧붙여도, 4월 부산 재보궐 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계산에 따른 무리수임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다. 가덕도 신공항 사업은 10조원 안팎의 막대한 사업비가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뿐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와 사회 그리고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국책사업에 예비타당성 조사 등 중요한 장치를 면제해주며, 그로 인한 위험과 부담을 국민들이 감수하도록 하는 것이 지금의 특별법이다. 더군다나 본회의 통과를 26일로 못박고 심의하는 것은,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과정도 무시한채 밀어붙이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 특별법안의 문제점은, 관계 부처가 제출한 입장, 국토교통위가 주최한 2월 9일의 입법 공청회, 그리고 전문위원 검토보고서 등에서도 거듭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조사들에서 최하점을 받았던 가덕도를 대상지로 기정사실화하여 2030년 부산 엑스포를 위해 모든 절차를 생략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지역 발전에 대한 장밋빛 기대를 부추겨 온 부산과 서울의 정치인들은, 합리적인 반대 의견과 지적들에 아랑곳하지 않고 재보궐 선거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누구보다 거대 집권 여당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새로이 환경부장관이 된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138명의 의원을 대표하여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안)”을 발의했다는 것은, 그린뉴딜과 탄소중립을 말해온 정부 여당의 이율배반이 아닐 수 없다. 코로나 시기 서민들의 삶을 지원하는 법안,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 그리고 기후재난을 막기위한 정책, 이런 시급한 조치들 앞에서 항상 ‘엄중히 지켜보며’ 좌고우면만을 거듭하던 게 여당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공항’이라는 토건삽질 앞에서 이토록 단합하여 신속히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과연 그들의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지 다시금 묻지 않을 수 없게 한다.
한편 ‘묻지마 막개발’ 공항 법안을 내놓고 경쟁하는 것은 거대 양 당이 서로 다르지 않다. 부산 지역구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거의 유사한 “부산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안)”을 발의했다. 홍준표 의원 등의 대구통합신공항 특별법안도 같은 개발과 지역정치 논리의 거울상일 뿐이다. 거대 양당의 대표들이 나서서, 표를 얻기 위해 시대착오적인 토건사업을 이용하는 모습은 참으로 부끄러울 따름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지난 해 9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97.6% 찬성으로 통과된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무엇이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 결의안에는 진선미 현 국토교통위원장을 포함하여 여야를 막론한 국토위원 30명 중 누구도 반대하지 않았다. 결의안은 “대한민국 국회는 이상기후 현상 등 기후변화 문제가 나날이 심각해지는 현 상황을 ‘기후위기’로 인식하고, 우리나라가 세계 11위 수준의 대표적인 온실가스 다배출국가이자 여전히 온실가스 배출량이 증가추세에 있는 것을 인식하며, 파리협정의 당사국으로서 파리협정의 목표와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의 권고에 따라 기후문제를 해결하여 미래세대에게 지속가능한 삶과 더 나은 대한민국을 물려주고 지구환경 보호, 기후변화로 심화되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다고 결의의 취지를 밝혔다.
그러나 지금의 특별법안은 과도한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기후위기에 대한 엄중한 인식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특별법안은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과 2050년 순배출 제로 전략, 특히 항공 부문의 감축 필요성에 역행하고 있다. 특별법안은 기후위기 피해자와 지역주민 등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의견수렴과 공감대 형성을 무시하는 편의주의와 일방주의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특별법안의 예타 면제와 특혜 조치는 ‘민주성, 합리성, 절차의 투명성 원칙’을 위배하며, 양보와 타협, 이해와 배려, 정의와 형평성의 원칙 모두를 저버리고 있다. 더욱이 특별법안은 생물다양성의 보고이자 중요한 탄소흡수원인 자연환경마저 심각하게 파괴할 것이다. 특별법안은 전 세계적인 항공부문 배출 감축 운동과 제도 변화를 간과한 시대착오적인 시도다.
지금 국토위가 신공항 특별법안을 통과시킨다면 국토위원들은 기후위기 비상 대응 촉구 결의안이 한낱 미사여구의 종이조각에 불과했음을 인정하는 꼴이 된다. 그리고 ‘기후악당 국회’가 이 종이조각마저 불태우는 격이 되고 말 것이다. 국회가 정부 부처와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기후위기 대응에 나서기는커녕, 탄소중립 목표를 무의미하게 만든다는 매우 잘못된 사회적 시그널을 주는 결과를 빚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후위기 감축과 적응 측면에서 대규모 공항 확대는 지양하는 추세다. 영국 히스로 제 3 활주로 확장과 관련된 소송과 논쟁에서 알 수 있듯이, 국제공항 같은 대형 프로젝트는 더 이상 온실가스 감축과 떼어서는 논의될 수 없다. 게다가 툰베리가 촉발한 ‘비행수치(Flygskam)’ 운동과 같은 자발적 항공 이용 자제, 코로나 사태 이후 구조화될 항공 수요 감소 예상도 직시해야 한다. ‘기후친화적 신공항’은 어불성설이며, 설령 특별법으로 신공항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끝없는 정쟁과 지역 갈등, 그리고 법률적 다툼을 유발하게 될 것이다.
신공항 특별법이 21대 국회의 수치가 되지 않으려면, 국토위는 당장 특별법안 심의를 중단하고 의원들은 발의를 철회해야 한다. 기후위기 비상 대응 결의안을 이행하기 위한 국토교통위의 본분을 상기하길 바란다. 수송부문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어떻게 실현할지, 지속가능한 지역 상생 방안을 어떻게 마련할지를 논의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겠다면 차라리 기후위기 대응 비상 결의안을 취소하는 것이 맞다. 이에 대해 우리는 진선미 국토위원장, 그리고 한정애 환경부장관에게 분명한 입장을 담은 회신을 요구하는 바이다.
<우리의 요구>
-국회는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시대착오적 신공항 특별법안을 모두 철회하라!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략적으로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즉각 철회하라!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은 무시한채 토건삽질을 추진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을 강력히 규탄한다!
-국회는 특별위원회 설치, 온실가스 감축목표 상향 등 기후위기 대응 비상 결의의 후속 조치를 즉각 이행하라!
2021년 2월 17일
기후위기비상행동 신공항반대부산행동
북항 레지던스 사회적 기여 후퇴 논란
市, 난개발 논란 D-3블록 승인
- 제안 건축물 높이·용적률 미반영
- 애초 약속한 180억→ 100억 ‘뚝’
- 사업자-협의체 논의 중단되기도
생활형 숙박시설(레지던스) 난개발 논란을 부른 부산 북항재개발 상업업무지구 D-3 블록(국제신문 지난해 11월 30일 자 10면 보도)이 결국 원안대로 착공된다. 사업 공모 때 사업자가 약속한 사회적 기여가 애초보다 현저하게 후퇴한 계획이 제안돼 민원해소협의체와 협의가 중단되는 등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부산시는 북항 D-3 블록 레지던스 ‘롯데캐슬 드메르’의 사업자인 부산오션파크㈜가 지난해 12월 제출한 착공계를 승인했다고 17일 밝혔다.
착공은 기존 설계안대로 지하 5층 지상 59층, 최대 1221실 규모의 레지던스로 진행된다. 호텔 등 관광숙박시설은 하나도 입주하지 않아 일부 부대시설을 제외하면 사실상 100% 레지던스 용도다. 지난해 8월 시민단체와 동구 주축의 민원해소협의체가 요구한 건축물 높이·용적률·레지던스 비율 조정 등은 반영되지 않았다.
사업자의 사회적 기여를 놓고 진행된 협의도 중단됐다. 사업자가 애초 약속과는 달리 100억 원 상당의 현물 제공을 기여안으로 제시한 탓이다. 사업자는 2018년 11월 부산항만공사에 토지공모 제안서를 냈을 당시 180억 원 상당의 사회적 기여를 하겠다고 밝혔다. 동구는 사업자가 제시한 안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사회적 기여가 필요하다고 반발한다.
부산오션파크㈜ 천길성 대표는 “공모 당시 밝힌 사회적 기여안은 적정 이윤이 확보되면 그대로 하겠다는 내용이다. 현재 협의체와 논의 중인 기여안은 이윤이 얼마가 되든 상관 없이 확정하자는 것이다”며 “사회적 기여에 대한 협의는 계속 성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입주가 시작되면 단속 논란도 일어날 전망이다. 오는 4월부터 레지던스를 주택 용도로 사용할 경우 지자체가 이를 단속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법령이 시행된다. 이에 맞춰 시는 법 시행 전부터 레지던스 시설이 숙박업 영업 신고를 하지 않으면 단속한다는 계획이지만, 시와 16개 구·군 중 실제로 단속에 나선 곳은 없다. 동구 관계자는 “대단지 세대 입주민이 주거할 것으로 보이는데 단속하면 집단 민원이 발생한다. 지자체가 철저히 ‘을(乙)’이다. 건드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국제신문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90살 향나무 멋대로 벤 대전…53살 플라타너스 살리기로 한 서울
옛 충남도청 172그루 훼손 알려져
청사 세울 때 조성된 근대문화유산
서울은 덕수궁 길 20그루 벌목 철회
“문화 경관적 가치” 시민 목소리 반영
대전시가 근대문화유산인 옛 충남도청의 80~90년생 향나무 담장(원안)을 무단으로 훼손해 물의를 빚고 있다. 송인걸 기자
수십년 된 고목을 마구잡이로 베기부터 했던 대전시와 시민 목소리를 들어 보존하기로 한 서울시의 행정이 18일 대조됐다. 대전에서는 이날 대전시가 90살 된 향나무 172그루로 이뤄진 옛 충남도청의 향나무 담장을 베거나 옮긴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황당한 일은 무단 훼손이 소유권자인 충남도와는 상의도 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급기야 소유권자인 충남도는 이날 대전시에 원상 복구와 함께 향나무 무단 벌목의 원인이 된 ‘옛 도청 부속시설 수선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
향나무 담장은 1932년 충남도청사를 세울 때 심은 것이다. 2006년 1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집회 땐 일부가 불에 타자 전국에서 비슷한 나무들을 구해 복구할 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근대문화유산이었다.
대전시는 “소유권을 가진 충남도, 오는 7월 소유권을 넘겨받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협의하지 않았다. 업무 처리가 미숙했다”고 사과하면서도 “소통협력 공간을 조성하려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감사해서 책임자를 문책할 방침이라고 하는데, 시민들은 문책을 넘어 처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전경실련은 “대전시가 소유권자 모르게 건물을 리모델링하더니 경관마저 훼손했다. 사실상 범죄 행위로 책임자를 처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서울시민들이 덕수궁 돌담 앞 플라타너스를 “우리를 자르지 마세요! 우리도 시민입니다!”라는 문구의 펼침막으로 감싸놓았다. ‘가로수를 아끼는 사람들’ 최진우 대표 제공
반면, 서울시는 이날 최근 논란이 됐던 덕수궁 돌담 앞 양버즘나무(플라타너스) 20여그루에 대한 벌목 방침(<한겨레> 2020년 12월7일치 10면)을 철회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는 ‘세종대로 사람숲길’ 조성공사를 하면서 이 나무 뿌리가 덕수궁 담장 균열을 일으킨다는 등의 이유로 53년 된 나무들을 벨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이 “큰 나무의 문화 경관적 가치를 간과했다”며 벌목을 반대하자, 벌목 계획을 유보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청취해왔지만, 접점을 찾을 수 없어 (벌목) 계획을 더 추진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대신 서울시는 지난 8일 해당 나무들에 대한 가지치기를 진행했다. 가지치기도 잎이 달린 가지는 전부 제거하는 ‘강한 가지치기’ 대신 썩은 가지들 정도만 일부 자르는 ‘약한 가지치기’로 진행했다./ 한겨레
집콕 시대, 반려식물 인기 이어 ‘베란다 농사’도 각광
텃밭세트. 옥션 제공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반려식물’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토마토와 바질 등 직접 먹을 수 있는 채소를 키우는 ‘홈파밍’(집+농사)도 뜨고 있다.
18일 전자상거래업체 옥션이 최근 한달(1월17~2월16일)이 관련 매출을 분석했더니, 홈파밍에 필요한 모든 것이 담겨 간편한 텃밭세트 상품은 43% 증가했다. 이밖에도 씨앗이 각각 6% 증가했고, 화분(19%), 화분받침(17%), 자갈·모래·흙(28%) 등 집에서 식물을 키우기 위한 제품들이 전반적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새싹재배기. 옥션 제공
이른바 ‘베란다 농사’를 위한 관련 도구도 덩달아 많이 팔렸다. 낫·괭이·삽·호미는 17% 더 팔렸고, 나무의 가지나 잎을 깔끔하게 정리하는데 사용하는 전지가위는 6% 증가했다. 방울토마토 등 성장 중인 식물을 단단히 고정하기 위한 식물지지대 매출은 36% 증가했다. 식물을 병충해로부터 보호하는 살충제·농약·보호제는 40% 증가했다. 무순, 새싹보리 등의 새싹을 피우기 위한 새싹재배기는 18% 증가했다.
옥션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과 집콕 시간이 늘어나면서 이런 홈파밍이 새로운 취미생활로 인기를 얻고 있다”며 “무료함도 달래고 직접 키워 바로 먹는 만큼 신선하고 믿을 수 있어 코로나 시대 가장 큰 흐름인 ‘건강’에 어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항생제 공격을 내성으로 받아친 세균…인류는 승자가 될 수 있을까
페니실린과 슈퍼박테리아
일러스트 | 김상민 기자 yellow@kyunghyang.com
플레밍, ‘마법탄환’ 페니실린 발견
노르망디 작전 때 수많은 목숨 살려
항생제 핵심구조 타격 ‘세균의 반격’
과학자들 ‘메티실린’ 등으로 재응수
결국 내성 악순환 고리에 빠져들어
제1차 세계대전에는 그동안 발달한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다양한 신무기들이 일제히 등장했다. 전차를 필두로 전투기와 잠수함은 육·해·공 모두를 격렬하고 거대한 전장으로 만들어버렸다. 여기에 기관총과 수류탄 같은 신형 개인화기까지 가세해서 이전 전쟁에서는 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엄청난 인명피해를 냈다. 4년 남짓한 전쟁 기간(1914년 7월28일~1918년 11월11일)에 900만명에 달하는 장병이 전사했고 2200만명 이상이 부상을 당했다.
이토록 참혹한 전쟁을 치르는 동안 프랑스 항구 도시 불로뉴에 세워진 군병원에서 부상 장병을 치료하던 영국 군의관,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1881~1955)은 의사로서 자괴감이 들었다. 다친 부위를 소독하고 수술을 잘해도 많은 부상자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경우, 직접 사인은 전상(戰傷)이 아니라 상처를 통해 들어간 세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이었다.
플레밍은 당시 사용하던 소독약이 깊은 상처 치료에는 오히려 역효과를 낸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부상자 치료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간을 쪼개 그는 소독약이 세균뿐 아니라 백혈구에도 치명적이라는 사실을 실험으로 입증하고, 그 결과를 1917년 논문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그런 노력이 정작 상처 깊숙이 파고든 세균을 없애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콧물과 곰팡이, 그리고 세렌디피티
1918년, 전쟁이 끝나고 연구실로 돌아온 플레밍은 야전병원에서의 아픈 기억을 가슴에 묻고 병원균을 파괴할 수 있는 ‘마법탄환’을 찾는 데 몰두했다. 그는 생각나는 모든 물질을 실험 균주에 처리해 보았다. 심지어 감기로 콧물이 심했던 1922년 어느 날에는 그 콧물 한 방울마저도 실험에 동원했다. 배양접시에 콧물 떨어뜨리기 실험(?) 후 열흘가량이 지나고, 여느 때처럼 실험대를 정리하다가 플레밍은 깜짝 놀랐다. 콧물 주변에는 세균이 전혀 자라지 않았던 것이다.
곧이어 그는 눈물이나 침과 같은 체액에도 같은 물질이 들어있음을 발견하고, ‘분해하다’는 뜻을 지닌 접두사 ‘라이소(lyso)’와 ‘효소’의 영어 단어 ‘엔자임(enzyme)’ 뒷부분을 합쳐 이것을 ‘라이소자임(lysozyme)’이라고 불렀다. 이 효소는 인체 방어체계, 즉 면역의 한 구성 요소로서 세균의 세포벽을 파괴한다. 그러나 단백질이라는 특성상 안정성과 활성 조건이 제한적이어서 감염 치료에 사용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다시 6년이라는 각고의 시간이 지난 1928년, 이번에는 플레밍에게 행운의 곰팡이가 찾아왔다. 황색포도상구균을 키우던 배양접시에 푸른곰팡이가 오염되었는데, 그 곁에는 세균이 전무했다. 플레밍은 이 곰팡이가 세균을 죽이는 물질을 분비할 거라 직감했다. 우선 푸른곰팡이를 분리하여 조사한 결과, ‘페니실륨(Penicillium)’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래서 이 살균 물질을 ‘페니실린(penicillin)’이라 명명했고, 나아가 이 화합물이 폐렴균을 비롯해 여러 병원균에 두루 효과가 있음을 알아냈다.
글로벌 한류스타 방탄소년단(BTS)의 노래 제목으로도 유명한 ‘세렌디피티(serendipity)’는 ‘우연히 중대한 발견을 하는 경우’를 뜻하는 영어 단어이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우연은 길을 가다 돈을 줍는 것 같은 그런 요행을 말하는 게 아니다. 플레밍에게 행운이 찾아온 건 맞다. 중요한 것은 그 행운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놓치지 않고 붙잡았다는 사실이다. 그가 마법탄환 탐색에 골몰해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플레밍 역시 이렇게 말했다.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가 내미는 손길을 볼 수 있다.”
노벨상과 노르망디 상륙작전
페니실린 일반 구조와 베타-락탐 고리(빨간색)
1945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세 명의 과학자, 플레밍과 체인(Ernst Chain·1906~1979), 플로리(Howard Florey·1898~1968)가 공동 수상했다. 나치 박해를 피해 영국으로 건너온 유대인 과학자 체인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따고, 1935년 옥스퍼드대학 병리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그리고 거기서 플로리를 만나 공동 연구를 했다. 이들은 페니실린 정제 및 농축 방법을 개발하고, 1940년에는 실험쥐를 대상으로 정제된 페니실린의 효능을 확증했다. 그러나 독일군의 공습까지 받는 영국에서는 원활하게 실험을 할 수가 없어서 미국으로 연구 무대를 옮기게 되었다.
미국 정부도 페니실린 연구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마침내 1942년부터 페니실린 대량 생산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1944년 6월, 역사적인 노르망디 상륙작전에 페니실린이 투입되어 부상당한 연합군 장병들을 세균 감염에서 보호했다. 그 덕분에 수많은 아들들이 살아서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옥을 방불케 하는 치열한 총격전 속에 상륙 초기 3주 동안 연합군 측에서만 전사자가 9000명에 육박했고, 부상자는 5만명을 넘어섰다. 생각만으로도 끔찍하지만, 만약 페니실린이 없었다면 두 수치가 바뀔 수도 있었다.
페니실린은 한때 천벌로 여졌던 매독 같은 전염병 치료에도 탁월한 효능을 보여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질 정도였다. 아울러 페니실린의 뒤를 이어 병원균을 무찌를 수 있는 여러 가지 항생제가 줄지어 발견되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인류는 병원균과의 전쟁에서 곧 완승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다. 인류의 승리를 마음껏 자축하며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를 마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럼 혹시 새드엔딩?
세균과의 공성전
공성전(攻城戰)이란 성을 빼앗기 위해 벌이는 싸움으로 고대나 중세의 전쟁을 다룬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단세포 생물인 세균에게 세포벽은 스스로를 보호하는 ‘성벽’인 셈이다. 세균 세포벽은 서로 다른 두 가지 벽돌로 만들어진다. 세균이 세포벽을 만드는 과정은 벽돌공이 성벽을 쌓는 과정에 비유할 수 있다.
성벽 축조에는 두 부류의 벽돌공(효소)이 참여한다. 첫 번째 벽돌공은 두 개의 벽돌을 번갈아 배열하면서 벽돌 양쪽에 달려 있는 고리를 연결시키며 벽을 쌓아 나간다. 그러면 두 번째 벽돌공이 성벽의 층과 층 사이를 단단히 고정시킨다. 페니실린은 층간 결합 작업을 담당하는 벽돌공에 달라붙어 일을 못하게 한다. 다른 벽돌공은 일을 하므로 성벽은 계속 올라가지만, 층과 층 사이가 연결되지 않는다. 이렇게 부실 시공된 성벽은 세포 안에서 오는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무너진다. 세균 세포가 터지면서 세균이 사멸한다는 말이다.
승승장구하던 최초 항생제, 페니실린의 예봉을 꺾은 것은 ‘베타-락타마제’라고 하는 페니실린 분해효소였다. 황색포도상구균을 비롯해 여러 세균이 만드는 이 효소는 페니실린 구조의 핵심을 이루는 ‘베타-락탐 고리’를 파괴한다. 정확히 말하면, 페니실린은 한 가지 화합물이 아니라, 베타-락탐 고리를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수십 가지 천연 항생제를 아우르는 이름이다. 페니실린은 이 핵심 구조에 붙어 있는 곁가지에 따라 그 종류가 구분된다.
페니실린 분해효소는 바로 그 공통 핵심 구조를 타격해서 페니실린을 무력화시킨다. 말하자면, 페니실린이라는 여러 미사일을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요격하는 세균의 방어 무기인 셈이다. 인간은 ‘반합성 페니실린’을 개발해 신속하게 대응했다. ‘반합성(semisynthetic)’이란 말은 페니실린의 일부는 곰팡이가 만들고, 나머지 일부는 인공적으로 합성한다는 뜻이다. 참고로 항생제 이름이 ‘-실린(-cillin)’으로 끝나면 모두 페니실린 계열이다.
세균의 반격
뉴스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황색포도상구균은 여드름, 종기, 식중독, 폐렴 따위를 일으키는 골칫덩어리 세균이다. 페니실린의 활약으로 제압되는 듯하다 1950년대부터 저항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왕년의 마법탄환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렸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과학자들은 ‘메티실린’이라는 반합성 항생제를 개발했다. 그러나 메티실린의 효력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메티실린이 개발되고 몇 년 만에 여기에 내성을 지닌 황색포도상구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1980년대에 들어 이런 내성 세균 감염 사례가 더욱 늘어나면서 결국 메티실린 생산이 중단되었다.
인류도 이에 굴하지 않고 ‘반코마이신’이라는 새로운 항생제로 응수했다. 안타깝지만 이 약발도 오래가지는 못했다. 1990년대 후반에 반코마이신에 약하게 내성을 보이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출현했고, 이윽고 2002년 미국에서 완전한 내성을 지닌 황색포도상구균 감염이 보고되었다. 악순환의 고리에 빠지고 만 것이다. 사실 플레밍은 이런 사태를 이미 예견했다. 그래서 다음과 같은 당부의 말까지 남겼다.
“실험실에서 죽지 않을 정도의 페니실린 농도에 세균을 노출시킴으로써 이에 내성을 가지게 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약국에 가서 누구나 페니실린을 살 수 있는 때가 올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약을 먹다 보면 똑같은 일이 우리 몸 안에서 일어날 수 있다. 페니실린 치료를 무분별하게 하는 사람은 페니실린 내성균 감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에 대해 윤리적 책임이 있다. 나는 이런 비극이 생기지 않기를 바란다.”
페니실린을 비롯한 항생제의 발견은 미생물학이 이룬 찬란한 업적 가운데서도 단연 백미(白眉)로 꼽힌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항생제 내성균들이 속속 출현하면서 그 빛이 가려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내성균들에 맞서 싸울 탄환이 점점 소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는 속도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급기야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지는 ‘슈퍼박테리아(superbacteria)’까지 등장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자칫 잘못해 새드엔딩으로 향하지 않으려면, 병원성 미생물에 맞서는 우리의 전략과 자세를 되짚어보고 적절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여기에 대해서는 다음 회에서 알아보기로 한다.
▶김응빈 연세대 교수/ 한국환경생물학회 부회장/경향
이상 혹한으로 재난영화 방불케 하는 텍사스.."더 이상 태울 게 없다. 돈이라도 태우고 싶은 심정“
벽에 걸려 있는 그림까지 떼서 태웠어요. 더 이상 태울 것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해줄 수 있다면 돈이라도 태우고 싶은 심정입니다.” 미국 텍사스에서 7살과 4살 난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브리아나 블레이크(31)는 미 언론 텍사스트리뷴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력이 끊기면서 집안이 영하의 기온으로 떨어진 미국 텍사스에서 한 건물 안의 실링 팬에 고드름이 달려 있는 모습. /CNN 방송 캡쳐
사막같이 고온건조한 날씨로 잘 알려진 텍사스는 최근 이상한파가 몰아닥치면서, 수 백만 가구에 전력 공급이 끊겼다. 주민들은 하루 아침에 재난 영화 같은 상황에 내던져 졌다. 최대 영하 20도 안팎까지 떨어진 날씨 속에서 난방기구 하나 없이 추위와 악전고투를 벌이고 있다. 식료품점이 모두 문을 닫는 바람에 집에 미처 음식과 물을 사다놓지 못한 가정은 추위뿐 아니라 배고픔과도 싸워야 한다.
▶관련기사 : 기후의 역습에 ‘미국 에너지 산업 심장’이 멈췄다
블레이크의 집에는 다행히 벽난로가 있었지만, 새벽 3시쯤 마지막 남은 장작의 불이 꺼지면서 절망적인 상황이 됐다. 벽에 걸린 캔버스 그림을 떼서 태웠지만 그마저도 오래 가지 못했다.
블레이크는 “‘대공황’ 시절 사람들이 온기를 유지하려고 (휴짓조각이 된) 돈을 불태우는 모습이 담긴 그림을 교과서에서 본 기억이 있다”면서 “지금 당장 400달러가 있다면 그 돈이라도 태워서 아이들을 따뜻하게 해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400달러는 그가 매달 내는 평균 전기세다.
블레이크는 “엄마가 아이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것이 음식과 따뜻한 잠자리인데, 그것조차 못해주고 있다”며 “전력 없이 또 다시 밤을 보내야 한다고 생각하니 정말 공포스럽다”고 말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에서 한 주민이 자동차 안의 히터 열기를 집 안으로 끌어 오기위해 만들어 설치한 은박지 연통의 모습. /AP연합뉴스
애슐린 호프너는 호흡기 질환이 있는 동거인의 산소 공급 의료기기가 전력 부족으로 작동이 중단될 뻔 한 아찔한 순간에 직면했다. 급히 911에 연락을 해 구조대원이 도착했지만, 칠흙같이 어두운 집안에서 손전등 불빛 하나에 의지해 동거인을 휠체어에 앉히고 병원까지 실어나르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트위터에도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사람들의 사연이 올라오고 있다. 한 텍사스 주민은 “24시간 동안 전기가 끊긴 상태이다. 두 아이들은 지금 패닉 상태에 빠졌다. 옷을 세겹으로 껴 입히고 담요를 네 장이나 덮고 자게 했는데도, 아이들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도 “우리 집은 캠핑 장비로 버티고 있다. 인터넷이 끊겨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전자기기는 핸드폰 뿐”이라고 말했다.
휘발유가 모두 떨어진 미국 텍사스의 한 주유소. /EPA연합뉴스
텍사스주에서는 이들처럼 추위를 피해 자동차나 벽난로 등을 이용해 난방을 하려다 일산화탄소 중독, 화재사고로 사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6일 텍사스주 휴스턴에선 온기를 만들기 위해 차고 안에 시동을 건 차량을 장시간 방치했다가 2명이 일산화탄소에 중독돼 사망했다. 휴스턴 지역의 할머니와 아이 3명은 벽난로를 켜다 화재로 이어지면서 숨졌다.
도시숲의 중요성
우리나라는 국민의 92% 이상이 도시에 살고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으로는 약 50%의 인구가 도시에 거주한다. 인구의 도시집중은 적은 기반시설로도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지가 상승, 일자리 부족, 환경오염 등 부정적인 영향들이 긍정적 효과보다 훨씬 크다. 환경문제를 중심으로 도시문제를 살펴보면 도시열섬 현상, 미세먼지 증가, 습도 감소에 따른 천식과 아토피 발생, 전염병의 빠른 확산 등이 있다.
인구의 도시집중으로 인한 환경문제 해결 방법으로 최근 도시숲이 부각되고 있다. 도시숲은 도시 안에 있는 공원과 산림, 가로수, 정원 등을 포함한다. 도시숲은 시민들에게 여가와 휴식, 아름다운 풍경, 계절감, 대기오염 물질 흡수, 미세먼지 저감, 홍수 조절과 같은 효과를 준다. 야생생물에게도 피난처와 먹이를 제공한다. 국립산림과학원에 따르면 도시숲은 여름철 온도를 평균 3~7도 낮추어준다. 버즘나무 가로수 한 그루는 15평형 에어컨 5대를 5시간 가동하는 효과를 가진다. 큰 나무일수록 효과가 크다.
도시숲은 우울증 대응처이다. 최근 우리는 코로나 우울증을 경험하고 있다. 코로나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시민들이 도시숲을 찾는다. 도시숲이 많은 지역에 사는 사람의 우울 증상 위험도는 도시숲이 적은 지역에 사는 사람보다 낮다. 도시숲은 우울증에도 매우 훌륭한 치료제가 된다.
천식이나 아토피는 상대습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도시숲을 통한 상대습도 증가는 이런 질환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큰 팽나무 한 그루는 1년에 1만ℓ 이상 물을 보유하고 있다가 천천히 내보내며 홍수 조절 작용을 한다. 또한 도시숲은 지하수 조절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도시숲의 대기질 개선 효과를 살펴보면 1㏊의 도시숲은 연간 총 168㎏의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을 흡수한다. 나무는 일정 공간에 있는 미세먼지를 30%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2020년 3월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2019년과 비교하여 절반으로 줄었다. 이것은 코로나19로 인한 교통량 감소와 관련이 있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가 안정되면 미세먼지는 다시 증가할 것이다. 미세먼지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교통과 발전량을 줄이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미세먼지를 줄여주는 도시숲도 확충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도시숲은 도시공원일몰제 시행 등으로 훼손 위험에 처해 있다. 환경악화보다는 당장의 개발이익이 급하기 때문이다.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많은 도시숲이 사라졌다. 도시숲은 공기와 같아서 있을 때는 중요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하지만 사라진 도시숲을 다시 만들기 위해서는 없애는 비용보다 훨씬 큰 노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도시숲을 보호하고 확충하기 위해서는 제도가 있어야 한다. 2020년 산림청 주관으로 도시숲법이 제정되었다. 부족한 도시숲을 확충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었다. 이 법은 금년부터 시행된다. 법과 제도만으로 도시숲을 온전히 보전하기는 어렵다. 시민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도시숲은 도시를 구성하는 필수요소이다. 새 법 시행에 거는 기대가 크다./오충현 동국대 교수/ 한겨레
알맹이 다 빠진 가덕특별법… ‘빈껍데기’ 안 된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국토교통위원회 교통법안소위원회 심사과정에서 특례조항이 대거 삭제되며 ‘빈껍데기’ 법안으로 쪼그라들 처지에 놓였다.
18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소위가 만든 초안에는 △사전타당성검토 간소화 조항 △조기착공 근거 조항 △신공항 추진과 관리·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가덕공항공사(가칭) 설립 내용 등 핵심 뼈대와 배후 산단 조성 등 특례 조항이 대거 빠졌다. 여당에서도 “특별이 빠진 특별법”이라며 원안을 최대한 되살려야 한다는 촉구성명이 나왔다.
법안소위서 특례조항 대거 삭제
조기착공·공항공사 등 핵심 증발
여당도 “특별이 빠진 특별법” 우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3인 상경
원안 통과 촉구 ‘1인 시위’ 돌입
전날(18일) 소위 축조심사를 토대로 만들어진 초안은 ‘가덕도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으로 결정됐다. 법안 취지를 신공항 ‘건설’로 국한한다는 함축적 표현이다. 애초 민주당안(한정애안)은 ‘건설 촉진’을 법안명에 삽입해 특별법으로 조속한 착공과 준공을 담보하려는 취지를 살렸는데 심사과정에서 변경됐다. 인천국제공항 근거법으로 볼 수 있는 ‘수도권신공항건설촉진법(1991년)’에도 ‘촉진’이라는 단어가 분명하게 들어갔다.
이름은 법안의 영향범위를 규정한다. 대표적으로 ‘2030 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이라는 기본방향을 담은 원안(한정애안·제3조 제4호) 조항이 사라졌다. 2029년 12월까지 신속하게 공항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버린 셈이다. 민주당 국가균형발전특위의 ‘원안 촉구’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재수(부산 북강서갑)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가 급하게 부산에 내려와서 선거를 앞두고 가덕신공항을 하겠다고 해 놓고 법안 심사과정에는 딴지를 놓고 있다”고 했다.
사전타당성조사 간소화 조항 역시 원안대로 근거를 남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상 사타는 12개월 이내에만 착수하면 된다. 특별법이 26일 통과되더라도 효력발생에 3개월이 필요해 사타 결과가 나오는 데 최대 2년 가까운 시간을 허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특히 별도의 공항공사 설립(한정애안 제30조) 조항을 반드시 다시 삽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공항운영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기관은 인천공항을 관리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그 외의 14개 민간공항을 운영하는 한국공항공사가 있는데, 공항 건설과 전문적인 공항 운용과 유지를 위해서는 별도의 가덕공항공사 설립이 필수적이다. 신공항 추진 핵심 관계자는 “별도의 공사를 만들어야 자칫 수도권 일극 체제에 매몰돼 지지부진하게 공항 건설을 추진하고 운영에 개입하려는 국토부 항공관료들의 집단이기주의에서 벗어나 지역민들이 원하는 진정한 신공항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그나마 예비타당성조사의 경우 완강하게 반대하던 기획재정부가 한발 물러나면서 ‘면제할 수 있다’는 조항이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처럼 ‘알맹이가 빠진’ 특별법 초안에 즉각 우려를 나타내며 원안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이낙연 대표는 이날 시·도당 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특별법 처리에 대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를 포함해 우리 당의 특별법 원안이 최대한 반영되게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들은 즉각 행동에 나섰다. 변성완 예비후보는 이날 급거 상경, 오후부터 국회 정문에서 특별법 원안 통과를 요구하는 1인 시위에 돌입했다. 19일 오전에는 변 후보와 김영춘·박인영 후보가 모두 국회를 찾아 박재호 부산시당위원장과 함께 특별법안 핵심 사항 관철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연다./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독일·핀란드 잇따라 발견된 새로운 변이…어쩌면 더 길어질 싸움
■원래 변이가 많은 바이러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감기 등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특성 중 하나가 변이가 많다는 겁니다. 매우 다양한 종류가 있는데 그중 사람은 6종, 동물은 20종이 넘는 바이러스가 전파된다고 합니다. 코로나19(COVID-19)는 2019년 12월 발견된 새로운 유형의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입니다.
강력한 전파력으로 팬데믹을 유발한 코로나19, 전 지구촌이 이 바이러스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강력한 거리두기와 봉쇄로 감염 확산을 늦추는 한편 이 전쟁에서 승리를 가져올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초고속으로 만들어진 백신은 그야말로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실제로 인구 100명당 78.09명이 접종을 받은 이스라엘에선 확진자와 사망자가 빠르게 감소했습니다.
그런데 변이 바이러스라는 '복병'이 등장했습니다. 자신의 모습을 약간 바꾼 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는 싸움이 이제 시작 단계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독일·핀란드에서도 새로운 변이 발견
지금까지 잘 알려진 변이 바이러스는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에서 발견된 3개의 바이러스입니다. 영국 변이 바이러스(B.1.1.7)는 전염력이 기존 바이러스에 비해 최대 70% 이상 강력하다고 알려졌는데, 현재 94개국으로 퍼져 있습니다. 남아공 변이(B.1.351)는 46개국에서 확인됐습니다.
이 3개가 변이의 다가 아닙니다.
지난 1월 독일 바이에른주의 한 병원에서는 영국이나 브라질 등 기존의 변이들과 다른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돼 보건당국을 긴장케 했습니다. 독일에선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사실이 그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더 크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며 지나친 공포심을 경계했습니다. 실제로 이 바이러스가 확산됐다는 소식은 없으니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핀란드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 핀란드 공영방송 위엘에 yle
변이는 핀란드에서도 발견됐습니다. 핀란드 공영방송 위엘에(yle)는 핀란드 남부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 Fin-796H를 발견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환자 한 명에게서 발견됐고, 이 변종의 전파력이나 백신에 대한 저항력 등은 명확한 정보가 없다면서도 크게 걱정할 것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미국에서도 지난 연말부터 '캘리포니아 변이'가 확산되고 있다고 하는데, 현재까지 확인된 변이 바이러스만 7종이 넘습니다.
■전쟁은 이제 시작…백신의 공정한 보급이 관건
잘 알려진 대로 변이 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높은 전파력, 그리고 백신이 효과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화이자와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 대부분의 백신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에도 70% 안팎의 효과를 나타냈습니다. 기존의 백신으로 예방이 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남아공 변이는 달랐습니다.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의대와 함께 남아공 변이와 같은 특성을 가진 바이러스를 배양해 자사 백신을 맞은 사람들의 혈액에 처리해본 결과 중화항체가 기존 바이러스에서보다 3분의 2 정도 줄었다고 밝혔습니다. 남아공 변이에는 효과가 뚝 떨어졌다는 고백입니다.
다른 백신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더나는 남아공 변이에 대해 자사 백신의 중화항체 수준이 약 6배 떨어진다고 발표했고, 기존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가 89%라는 노바백스와 72%라는 얀센도 남아공 변이에는 각각 60%, 57%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남아공 변이에는 예방 효과가 20%에 불과했습니다.
강한 전파력에 백신도 듣지 않는 바이러스. 세계 각국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미국 내에서 3월 중 변이 바이러스의 대규모 확산이 우려된다고 경고했습니다.
독일은 영국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고 있는 체코,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는 오스트리아 국경을 사실상 폐쇄했습니다. EU와 상대국의 비난, 경제적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자국 내 변이 확산을 막으려는 고육지책입니다.
해법은 변이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의 개발과 보급, 그리고 기존 백신의 신속한 접종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바이러스가 복제되지 않으면 변이를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백신을 널리 접종해 바이러스에게 복제할 틈을 줘선 안 된다는 겁니다. 즉, 신속한 집단 면역 달성이 변이 바이러스의 창궐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백신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은 우려스럽기만 합니다. 부자나라가 집단 면역을 달성한다고 해도 가난한 나라에서 여전히 코로나가 기승을 부린다면, 그곳에서 더 강력한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할 수 있고, 재확산될 수도 있습니다.
백신의 공정한 분배가 느린 길 같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가장 빠른 승리의 길일 수 있습니다. / KBS 김귀수 기자
51.1%-43.8%, 47.0%-44.1%
제주도민들은 제2공항 ‘반대’ 택했다!
제2공항 여론조사] 전체 도민은 ‘반대’, 성산 주민은 ‘찬성’ 우세
5년 넘게 도민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의 운명을 가를 도민의견 수렴을 위한 여론조사 결과, 도민들의 선택은 ‘반대’였다.
제주도기자협회 소속 9개 언론사(KBS, MBC, JIBS, KCTV, CBS, 연합뉴스, 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는 18일 오후 8시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사흘간 진행된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2개 여론조사전문기관(엠브레인퍼블릭, 한국갤럽)에 의해 진행됐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각각 도민 2000명과 성산읍 주민 500명에게 ‘제2공항 건설’에 대한 찬성-반대 의견을 묻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한 엠브레인퍼블릭 조사결과, ‘반대’ 의견이 51.1%로, ‘찬성’(43.8%)보다 7.3%p 높았다. 이는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2.19%p)를 벗어난 수치다. ‘어느 쪽도 아니다’는 1.6%, 모름 또는 무응답은 3.5%였다.
한국갤럽 조사결과도 반대 47.0%-찬성 44.1%로 반대 의견이 2.9%p 높았다. 하지만 반대와 찬성 간 격차는 오차범위(±2.2%p) 내로 ‘우세하다’고 단정할 수 없는 수치다. ‘어느 쪽도 아니다’는 2.7%, 모름 또는 무응답은 6.1%였다.
이와 별개로 성산읍 주민들을 대상(각 500명)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 의견이 ‘반대’보다 2배가량 우세했다.
엠브레인퍼블릭 조사(오차범위 ±4.38%p)에서는 ‘찬성’ 의견이 65.6%로, ‘반대’ 33.0%보다 32.6%p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오차범위 ±4.4%p)에서도 ‘찬성’ 의견이 월등히 높았다. 찬성 64.9%로 반대 31.4%와는 33.5%p 격차가 났다.
9개 언론사는 이 같은 여론조사 결과를 19일 오전 중에 제주도와 제주도의회에 공식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와 도의회는 ‘여론조사 공정관리 공동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제2공항 찬·반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할 계획이다.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제주도가 합리적·객관적 절차에 따른 제주도민 의견수렴 결과를 제출할 경우 정책 결정에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지난해 12월24~25일 KBS제주가 ㈜디오피니언에 의뢰해 진행한 ‘제2공항 여론조사에 따른 도민인식’ 여론조사에서는 ‘국토부는 전체 도민 여론조사 결과를 따라야 한다’는 응답이 65.1%로 응답자의 절반을 훌쩍 넘었다.
이번 여론조사 결과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s://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제주의소리(http://www.jejusori.net) 좌용철 기자
가덕신공항 특별법 특례조항 대부분 유지될듯
주요 조항 삽입에 난항을 겪으면서 후퇴 위기에 놓였던 가덕신공항 특별법에서 핵심조항인 예비타당상 조사 면제 특례조항이 유지될 전망이다.
여야는 19일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열고 가덕신공항 특별법에 ‘필요한 경우 신속·원활한 건설을 위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기로 잠정 합의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축소, 환경영향평가 면제 등 사업 추진 속도를 높이기 위한 특례조항도 원안대로 유지됐다. 사업시행자에 대한 조세감면 등 지역 기업 우대 조항도 담길 전망이다. 그러나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조기 건설’조항은 박람회 개최가 확정되지 않아 논의에서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위 법안소위는 지난 17일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논의했으나 특혜논란이 일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특히 기획재정부가 예타 면제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법안 통과에 난기류가 흘렀으나 추가 논의로 큰 틀을 유지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토위는 이날 오후 남은 쟁점을 정리해 특별법을 의결할 방침이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
"예타 면제" 가덕도법 국토위 통과…與 특별법 발의 86일만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다.
국토위는 19일 전체회의에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 등을 골자로 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해 11월 26일 한정애 당시 정책위의장을 대표 발의자로 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발의하고 드라이브를 건 지 86일만이다.
이날 통과한 법안은 여야가 법안소위 논의를 통해 마련한 수정안으로, 필요시 예타를 면제할 수 있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법안은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고 실시하도록 명시했다.
민주당 원안에 있었던 교통 등 각종 인프라 건설 지원도 공항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것은 제외됐다. 법안의 주요 쟁점이있던 '김해 신공항 폐지'는 조문에 명시하지 않고 부칙에 들어갔다.
부칙은 "국토부 장관이 가덕도 신공항의 위계 및 기능과 중복되는 내용이 없도록 제6차 공항 종합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다.
가덕도 특별법은 오는 25일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kmk@yna.co.kr
심상정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4대강 사업' 떠올라"
"선거 앞둔 '매표 공항'…거대 양당과 토건세력의 야합"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합심해 추진하고 있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에 대해 "보궐선거를 앞둔 '선거 공항','매표 공항'일 뿐"이라고 비판하며 "거대 양당의 야합으로 추진되는 특별법 제정은 즉각 중단돼야한다"고 했다.
정의당 정의로운녹색전환특별위원장인 심 의원은 19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정치권과 토건 세력의 야합으로 지금까지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4대강 사업'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가덕도신공항특별법이 폐지돼야 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가덕도 신공항은 △입법 목적을 왜곡하고 행정 절차를 침해하는 입법권 남용 △안전성을 확보하기 어렵고 △심각한 환경 문제를 일으키고 △경제적이지 않고 △실현 가능성 없다고 지적했다.
여야는 이날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소위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에 '필요한 경우 신속·원활한 건설을 위해 예타를 면제할 수 있다'는 내용을 넣기로 잠정 합의했다. 사전타당성 조사 축소, 환경영향평가 면제 등 핵심 특례조항도 원안의 방향대로 유지됐다.
특히 심 의원은 안전성 문제로 진해·사천 해·공군 비행장과의 인접 문제, 대형 화물선과의 충돌 문제 등을 강조했다. 그는 "가덕신공항의 활주로는 해상-육상-해상 등 두 번 이상 외해로 노출하며 일직선으로 연결하여 만들게 되는데 이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며 "지반 강도의 차이에 따라 발생하는 부등침하(不等沈下) 가능성은 그동안 수차례 제기되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토부가 이미 절차를 거쳐서 김해신공항이 부지로 확정하고 기본계획이 수립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사전 결정도 없이 갑자기 가덕도 신공항을 부지로 확정하는 특별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절차상 매우 중대한 문제"라며 "이는 지난 15년 동안 정부와 지자체 등이 협의해온 내용을 뒤집는 결과"라고 꼬집었다.
이어 "15년 동안 진행되어온 동남권 신공항 선정 절차와 법제도를 무시한 채 거대 양당이 야합을 통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제정하려는 시도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양당을 비판하며, "필요성이나 안전성·환경성 등을 제대로 짚어보지 않은 채 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필요성에 따라 공항 특별법을 주고받기식으로 추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박정연 기자 |.press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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