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잦다. 토요일 나무 심기 행사 마치고 늦도록 사무실에서 비를 구경했다. 봄비는 약이다. 내 마음에도 봄비가 내렸으면 했다. 그래서 뻑뻑한 생활의 윤활유처럼 뭔가 작동되기를 희망한다. 식구들 모두가 목이 마르다 .
집 앞 어린이공원 벚나무 아래 벤치에서 비 그친 하늘에 얼굴을 내민 달을 오래도록 보았다. 갑갑한 현실의 한숨이 담배연기 속에 흩어 졌다. 자정이 넘은 시간이었다. 민들레가 꽃잎을 열고 있었다. 살아 있음의 부단한 움직임의 포착이다.
아버지의 호출이 있었다. 옻닭을 준비했으니 오라는 거였다.
황령산 산책 길에 아버지 텃밭에 들렸다.
어쩌면 아버지는 제대로 자식 노릇 못하는 아들에게서 보다 이 텃밭에서 가꾸고 있는 마늘이며, 상추 따위의 푸성귀들을 더 신뢰할 지도 모른다. 심고 가꾼대로 결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숲은 이제 눈을 뜨고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야 보이는 봄날의 움터는 생명의 몸짓
목련이 도처에 피었다.
우리고유종으로 꽃잎 밑부분에 연한 홍색이 돌고 향가가 있다
자라다 아카시나무의 가지를 비켜서 줄기를 낸 것이 이채롭다. 어떻게 저렇게
쥐똥나무들이 이맘때 숲을 녹색으로 단장하고 있다.
목련은 다 헤아려 보지 못했지만 모두 5주가 보였다.
산국의 어린 잎이다. 가을을 준비한다.
벚나무 한 그루 조만간 만개할 것 같다
산빛이 연분홍이다. 봄 한철 벚나무가 혼신의 힘으로 피워 올라는 그 장관, 절정의 찰나를 ...그리고 눈발 날리듯 꽃이 질때 봄은 만개한다.
노란빛 도는 연두색은 사방오리의 새순과 꽃이 일제히 피어서이다. 붉은 빛이 도는 갈색은 참나무들이고 연분홍 빛은 벚나무다.
우리는 많은 것을 놓치고 산다.
늘 절정일때 그 순간만 보는 것에 익숙하다
나도 저 꽃 속으로 파고들고 싶다
그래서 꽃내음에 취하고 싶다. 산자락 가장자리 털제비꽃도 피었다.
산을 내려와 성암사 담장 너머 만개한 백목련을 본다. 절집의 담장이 높아진 다는 것 좀 씁쓸한 일이다.
마라톤하러 갔던 막내식구들도 합류했다. 막걸리를 마시고 저녁까지 해결하고 아버지 집을 나섰다.
평소 같았으면 사무실에서 아런 저런 문서를 정리하고 있었을 시간이다. 올해는 봄을 제대로 보고 즐기고 싶다. 마음 뿐일수도 있지만
The Green Leaves Of Summer - Patti Page -
(19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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