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는 이야기/사는 이야기

봄날

by 이성근 2016. 4. 10.

음 3.3 장인 생신이다.  어렴풋이 이맘때란 것을 알고 있었지만 정확히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토요일 늦은 귀가에 기다리고 있던 아내가 일러줌으로써 알았다. 달리 준비한 것도 없이 학교 행사로 빠진 큰 아들을 빼고 일요일 이른 아침 김해로 향했다.  식전이었다.  

언제나처럼 비슷한 동선으로 처가집 방문은 이루어 진다.   약간의 담소와 산책을 하고 점심을 먹고 쉬었다 장모가 실어주는 먹을거리와 식재료를 차에 싣고 오는 것이다.

참죽나무 세그루와 예전  철둑길에 자리를 잡은  ? 덩굴  (퍼뜩 생각이 안 난다)  그렇다. 노박덩굴이다.  아무튼 봄빛 머금은 저 연녹색

봄은 새가지에 잎을 여는 일이다. 봄은 오래된 가지에도 잎을 열어 준다.  봄은 베어져 나뒹구는 나무둥굴에 조차 싹을 내게 한다. 실로 위대한 작업이다.  대부분의 도시민은 이런 찬란하고도 위대한 장면을 잊고 산다.

생림면과 한림면의 경계에 있는  작약산(350m) 의 줄기 산(약 300m)이 유채꽃 너머로 보인다. 이 근방 사람들이 봄이면 산나물을 채취하고 가을이면 꿀밤을 줍는 현장이다. 자세를 나추었더니 또 다른 세계가 되었다. 낮추거나 높여 보는 일 보는 각도만 달리하여도 세상은 천지차이다.   

봄꽃이 피어나는 계절, 벌을 비롯하여 다양한 곤충들의 출현도 새삼스럽다.






















 




점심은 막내처남이 준비한 삼겹살 구이로 대신했다. 예전같으면 김해 시내에 있는 고기집을 갔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마당에 숫불 피워 가족들이 둘러 앉아 혹은 서서 고기 구워먹으며 술 한 잔 나누는 것이 훨씬 좋은 것 같다.  준비에 따른 불편함은 역할을 분담함으로써 얼마든지 해소할 수 있다.  

장모의 마음은 늘 아들딸 손주들이  건강하고 튼튼했으면 하는 것으로 뭐든 챙겨줄려는 타입이다.  그리고 전형적인 장남 바라보기를 한다.  때로 그런 편애에 대한 표현이 지나쳐 작은 처남과 아내에게 한소리 듣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인지 나는 어머니 더러 절대 아들 사위 차별하지마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특히 먹는 것가지고는 ^^  하기사  하나 뿐인 사위라지만  외동딸한테 해주는 것을 보면 마음이 언잖을 수도 있다.     

처가집 막내처남이 고기를 굽고 있다.

하마 그 고기가 언제 익어 먹을 수 있나 눈빠지게 지켜보고 있는 우리집 막내,  여전히 어리지만 요즘 자아를 형성하고  있어 다소 예민하다.  조금만 툭 건드려도 발끈하면서 아동폭력이니 어쩌니 저쩌니 하면서 대든다 . 큰애한테서는 볼 수 없었던 점이다.

장모의 아들들

고기는 구워 내기 바쁘게 아이들이 먹어 치웠다. 


이날 특별식으로 만든 찜요리를 모녀가 냄비에 옮겨 담고 있다.  들깨가루와  쌀가루, 미더덕, 고사리, 콩나물이 주 재료로 에전에 우리집에서도 곧잘 해먹던 요리인데 간만에 맛보았다.  일종의 보양식이다. 










장인은 올해도 이 논 한가득 나락을 거둬 들일 것이다.  그래서 자식들에게 나눠 줄 것이고 장모는 논 한 귀퉁이 남새를 심어 철철이가꾸고 뽑아도 자식들에게 공급할 것이다.  년중 처가집 방문은 딱 네번이 불과하다.  설.추석과 3월과 7월 장인 잠모 생신 ㅡㅡ 자주 찾아 뵐 일이다. 그 부족분을 아내가 대신하지만   





Stand By Me- Spyder Turner -

(1967)





'사는 이야기 > 사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회 부산도시농업박람회를 둘러 보다   (0) 2016.04.23
봄 한 때   (0) 2016.04.16
3월 마지막 일요일   (0) 2016.03.28
목련이 피었다 지면서   (0) 2016.03.21
어김없이 봄이 오고 있다  (0) 2016.0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