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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5.5.19~

by 이성근 2025. 5. 19.

성장이 1, 복지는 9번 공약... "곪고 썩은 사회, 복지 지출 늘려야"

[새 정부 경제정책 제언 포럼 ] "안전망, 재분배 아닌 '복지국가' 자체가 목표, 체제구축해야"

우리 삶이 위태로운 외줄타기와 같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안전은 무엇인가? 안전장비를 착용한다? 추락에 대비해 안전망을 설치한다? 줄 자체를 아예 2미터(m) 너비로 넓히는 건 왜 생각을 안 할까. 줄이 넓으면 된다. 복지를 이런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15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정책제언 포럼'에서 복지를 안전망이나 사회정책이라는 좁은 관점이 아니라 통합적 사회체제로서 재설계하자는 제언이 나왔다. 이번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에서 복지 공약은 가장 뒷순위로 밀려나 언급조차 되지 않는다는 우려도 나왔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전국금속노동조합,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민주노동연구원, 한국사회경제학회, 참여연대, <프레시안>, 조국혁신당 차규근·사회민주당 한창민 의원실 등에서 공동 주최한 이번 포럼의 발제를 맡은 한동우 강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안전망이나 재분배 정책으로 사회복지를 설계하는 기존 관점을 비판했다.

한 교수는 "안전망은 위험 자체를 제거하는 게 아니라 떨어졌을 때 죽지 않게 하는 것으로, 다시 또 올라가서 똑같은 위험한 줄을 탈 수밖에 없는 것"이라면서 "'복지는 재분배'라는 관점의 논문도 수천 편이 있으나 이는 자가당착적 개념이다. 왜 복지는 분배를 얘기하지 않는가" 물었다.

한 교수는 "엄청난 임금 격차, 성별 격차, 자산 격차 등 불평등 문제가 있으나 마치 이건 경제 영역이지 복지 영역이 아닌 듯 다룬다""실제로 한국은 지난 10년간 공공지출이 급격히 상승했음에도 소득분위별 소득 점유율 불평등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목표는 복지이고, 재분배는 그 수단일 뿐"이라며 "재분배를 통한 위험 대응, 불평등 개선은 복지국가의 목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또 "지금 사회는 경제와 사회의 경계, 생산과 재생산 영역의 경계가 모호하고 여성의 경제활동이 증가했다"며 돌봄·교육·가사노동 등 재생산 영역으로 국한해 복지제도를 설계하는 관점의 한계도 지적했다.

그는 "복지 그 자체가 목적"이라며 "지금은 복지와 복지 이외의 것을 분리하는 관점에서 벗어날 때"라며 통합적 사회체제로서의 복지를 강조했다. "사회 내의 모든 제도는 복지를 지향하는 방식으로 통합돼야 한다""재분배뿐 아니라 임금분배 불평등을 개선하고, 보편 사회서비스를 확대하고, 공유재로서의 돌봄을 확충하며, 국가재정을 확보하고 효율화하는 방안과 대의민주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등을 모두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동우 강남대학교 교수(사회복지학)515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정책제언 포럼'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노동과세계

"한국은 먼저 복지에 때려 맞아 보고 싶은 실정"

복지제도 확충과 경제성장의 인과관계에 대해서는 이견이 나왔다. 한 교수는 "연구논문을 봐도 복지지출이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그 반대다, 별로 연관이 없다 등의 다양한 결론의 견해가 존재한다""경제성장과 복지 간에는 의미 있는 상관관계가 없다"고 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부터 문재인 정부까지 역대 5개 정부는 모두 복지를 경제성장의 수단으로만 다뤄왔다"고 지적했다.

반면 정세은 충남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문제의식엔 동의하나, 이미 복지제도가 충분한 유럽의 경우는 '복지를 늘리자' 논의를 벗어났고 통합체제로서의 복지를 말할 수 있다""그러나 한국은 통합체제를 얘기하기에 복지의 수준이 낮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차라리 한국은 시민들이 복지(공급)에 한 번이라도 때려 맞고 싶은 실정, 복지에 치여보고 싶은 실정"이라면서 "복지 지출 확대는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증진하고 국가 직접 고용을 창출해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내수 부문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기업 지원만 성장 정책이라는 성장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소득주도성장()'만 해도, 투자를 강화하면 성장할 것 같고 소비를 강화하면 그렇지 않을 거라 보는 것도 주류경제학 프레임에 갇힌 편견"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고부가가치 사회라 할 때 부가가치엔 임금과 이윤이 모두 포함된다. 고용창출, 임금창출도 성장 동력"이라며 "이를테면, 지금은 사람들이 시간이 없어서 연극을 보지 못하고 연극배우도 하루 한 번 상연한다면, 배우가 연극을 하루 두 번하고, 사람들이 두 번의 연극을 모두 보는 게 부가가치가 두 배가 되는 방법이다. 비물질적 자원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불평등·격차 언급 실종된 대선"고용·소비도 가치 창출"

정 교수는 "양극화는 극심하고 복지제도의 수준도 낮은데, 지금 복지문제가 전혀 화두가 되지 않는다""복지를 더 확충해야 한다는 걸 인식시키는 차원에서 말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번 대선 정국에서 주요 후보자들의 공약에 복지 논의가 "거의 실종했다시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10대 공약과 관련해 "경제성장을 다룬 1번 공약에서 AI 등 신산업을 육성한다는 말은 있으나, 복지 공약이 있는 9번엔 관련한 얘기가 하나도 없다""공공부문 일자리 81만 개 창출을 내세웠던 문재인 정부 때 이를 이행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홍석환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양극화, 저출생, 고령화, -중 관세전쟁 등으로 현재 한국은 복합위기 상황에 있다""IMF 이후 외형적인 극복은 이뤘으나 내부는 곪고 썩었다. 과거 방식으로 위기 극복이 가능한가?"라고 물었다. 나아가 "반드시 경제는 높은 성장을 해야 하는가?"라며 "저성장을 인정하고 나아가는 방향은 없느냐"고도 물었다.

홍 정책국장은 "GDP 지표, 고속 성장이 아니라, 느리지만 탄탄하고 삶의 질도 향상하는 사회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보편적 기본서비스를 통해 사회임금을 상승시키고, 관료가 아닌 지역사회 내 거버넌스가 지역사회의 보편서비스에 대한 의사결정을 하며 일자리를 만들고 지역공동체가 강화되는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손가영 기자 | 프레시안

 

내란의 밤'에 대통령실 기자들은 어디서 뭘 했나

언론복기의 시간] 내란 낌새조차 몰랐다니

기자실에 앉아 받아쓰기 준비만 하고 있었나

40년전 청와대 출입기자 풍자와 달라진 것 없어

권력에 감시·비판 질문 않고 침묵애완견 노릇

민주당 정권 때만 보여준 효능감, 새 정부에선?

윤석열 내란 사태는 한국의 극우 기득권 집단의 극악하고 위험한 민낯을 보여준 사건이다. 동시에 언론이 대통령 권력의 검증~감시~비판을 부실하게 하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증명한 사건이기도 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가 한 번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이 바로 서야 민주주의가 바로 선다는 말을 절감케 한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당시 대통령실에서 벌어졌을 긴박한 상황을 생각하다 보면 그 범죄의 현장에 아주 가까이 있었을 목격자 또는 감시자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바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다. 각 언론사에서 ‘에이스 기자’로 뽑혀 권력의 심장부를 취재하도록 되어있는, 100명이 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그날밤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역모와 반란은 쥐도 새도 모르게 모의되고 전광석화처럼 실행된다. 12.3 비상계엄도 철저한 보안 속에 은밀히 진행되었을 것이다. 윤석열 내란 수괴와 가담자들은 기자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함구하고 기자 접근을 막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대통령실에 가장 가까이 있었던 수많은 기자들이 이 어마어마한 내란 사태의 낌새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은 한심하고도 통탄할 일이다. 출입기자들은 기자실에 앉아 받아쓰기 준비만 하고 있었던 것인가?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다른 출입처에 비해 대통령실에 더 많은 취재 제한과 어려움이 있다고 주장하고 싶을 것이다. 대통령실 참모들이 만나주지 않거나 국가안보를 이유로 취재에 응하지 않는 일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런 변명을 국민들이 납득할 지는 모르겠다. 취재 어려움 때문에 나라를 통째 흔들 내란 작당질조차 깜깜할 정도라면 ‘출입기자제도’는 왜 있어야 하는가, 라고 국민들은 물을 것이다.

‘윤석열 비상계엄 선포설’은 1년 여전부터 민주당에서 계속 제기해왔다. 황당한 음모론이라고 하기에는 민주당의 경고가 너무나도 단호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국정의 거의 모든 분야는 위기로 치달았고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의혹은 폭발 직전의 활화산처럼 끓어올랐다. 윤석열 정권의 정치적 무능·국정운영 실패에 분노한 시민들은 광장에 모여 100차례가 넘는 정권 규탄 집회를 이어왔다. 윤석열의 학교 선후배 출신이 군과 안보 최고 책임자로 채워진 점도 이 정부의 무모한 비상계엄 가능성에 기름을 부었다. ‘유능한’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이런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청맹과니처럼 안이하게 판단해 끝내 국민들이 우려하던 비상계엄에 대한 경고를 하지 않았다. 경고는커녕 윤석열의 애완견 노릇을 즐기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보여온 전력(前歷)을 봐도 그렇다. 대표적인 사례만 들어본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초기 이른바 ‘바이든-날리면’의 코미디가 벌어졌을 때 극히 일부를 빼고 대부분의 출입기자들은 조용했다. 이 코미디극으로 MBC기자가 대통령 전용기 탑승명단에서 배제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비판적 언론의 기자들이 윤석열-김건희를 비판하다 압수수색·고소고발 당하거나 기자실에서 쫓겨나도 침묵을 지켰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단 한 번이라도 비판적 입장문이나 성명문을 발표했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대통령 권력이 언론을 탄압하는데도 점잖게 침묵을 지킬 만큼 고고(孤高)한 존재들인가?

기자들은 억울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국민들이 기억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의 전형적인(stereotyped) 모습 몇 가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제대로 질문하지 못하는 기자들, ‘외람되지만’이라며 윤석열 앞에서 쩔쩔매던 기자들, 대통령 순방 전용기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셀카놀이’하며 즐거워하던 기자들, 윤석열이 끓여준 김치찌개를 받아먹으며 행복해하던 기자들의 모습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마련한 기자 간담회에서 대통령이 끓여준 김치찌개 등의 음식을 받으며 즐거워하는 하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들. 대통령실 사진

 

이 정도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취재의 어려움과 제도·관행적 제한’ 때문에 12.3 비상계엄을 눈치조차 채지 못했다는 말은 변명에 불과하다고 욕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어쩌면 기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실에서 벌어지는 일에 큰 관심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대통령실(과거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문제는 유래가 깊다. 권력 감시를 위해 권력의 심장부에 뛰어든 유능한 기자들이 결국 출세를 향해 권력의 품에 안겼다는 비판은 박정희~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유행하던 레퍼토리다. 이명박 정부 때에는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는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해체하라는 요구가 미디어 비평지에 등장했다.(미디어스 2008년 3월9일 ‘청와대 출입기자단을 해체하라’ 기사)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아예 대통령 앞에서 ‘무장을 해제한 채’ 두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훈시를 듣는 듯한 출입기자들의 모습이 유명해졌다. 언론계 선배인 김종철 동아투위 위원장은 이에 대해 “질문하지 않는 청와대 기자들의 반윤리적 행위” “청와대가 질문받지 않으면 기자회견에 나가지 않겠다고 기자들이 성명을 쓰든지 아니면 기자이길 포기해야 한다”고 쓴소리로 비판했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이 가입해 있는 언론노조마저도 “(단 하나의 질문도 하지 않는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기자인지 방청객인지 모르겠다”고 비난할 정도였다.

1988년 7월8일자에 '김일평' 이름으로 김주언 한국일보 기자가 연재한 '청와대 출입기자들의 현주소' 칼럼. 기자협회보.

전두환 정권 시절 ‘보도지침 폭로’로 고초를 겪었던 김주언 기자는 전두환 정권이 끝난 뒤인 1988년 기자협회보에 ‘청와대 출입기자의 현주소’라는 제목의 칼럼을 연재했다. 그는 언론이 “권력의 시녀가 되어 시민의 외면을 받았고 언론에 대한 신뢰는 바닥을 쳤다”면서 칼럼에서 기자의 이름을 여섯가지 한자어로 분류해 불렀다. 첫째, ‘技者’(보도자료를 베껴쓰는 기술자), 둘째, ‘旗者’(깃발을 들고 다니는 자), 셋째, ‘飢者’(배고픈 자), 넷째, ‘奇者’(이상한 자), 다섯째, ‘妓者’(기생같은 자), 여섯째, ‘棄者’(세상도 포기한 자) 등이다. 김주언 기자는 이를 “당시의 절망감이 그대로 표출된 글”이라고 덧붙였다. (기자협회보, 2024년 8월7일 ‘청와대 출입기자 현주소 연재로 권언유착 파헤치다’ 칼럼)

2024년 12월3일 밤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그들은 윤석열이 내란을 모의하던 수많은 날, 어디서 무엇을 하였는가? 윤석열 정권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베껴쓰고(技者), 기득권 세력의 깃발을 들고 다니고(旗者), 배고파 김치찌개를 얻어먹으러 다니고(飢者),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이상한 주술 행위에 공감하고(奇者), 김건희의 외모를 추켜세우고(妓者), 민주주의와 헌정질서를 포기한 윤석열 내란에 동조하고(棄者) 있지는 않았는가? 거의 40여년 전 풍자한 청와대 출입기자의 여러 이름들과 지금 기자의 이름은 어찌 이리 비슷한가?

국민들은 정부에게도, 정치인에게도 효능감을 원한다. 국민을 위해 일 잘하는 정부와 정치를 원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효능감은 무엇인가? 권력을 제대로 감시하고 비판하는 것이다. 상식적인 국민들이 기대하는 언론 본래의 책무이자 사명이다. 12.3 내란 사태에서 드러난, 효능감 떨어지는 대통령실 출입기자단의 존재 의미는 무엇인가?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만약 민주당 출신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 당선되어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 효능감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기자들은 과거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의 민주당 출신 대통령들에게는 주저 없이, 여한 없이 감시와 비판의 칼을 들이대 왔으니 말이다. 바라건대, 단지 윤석열 대통령실 출입기자들이 이번 12.3 내란사태에 관해서 한 조각 반성문은 쓰고 난 뒤 그 효능감을 되살려주기만을 바란다./ 시민언론민들레 

대선 공약 최대 화두 경제신문은 어떻게 다루고 있나

경제성장 공약엔 구체성 없다’, ‘분배 방안 없다혹평

복지성 정책은 포퓰리즘? 국가 재정 우려 논조가 다수

노란봉투법·4.5일제 놓고 반기업강조하는 경제지

김문수 원폭에도 원전 안전한겨레 너무 무책임하다


▲ 지난 14일 서울 중구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계자들이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자들로부터 제출받은 선거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후 기호 6번 구주와 후보는 사퇴했다. ⓒ연합뉴스
21대 대선 후보들의 주요 공약 화두는 ‘경제’다. 한국이 장기적인 저성장 국면에 돌입한다는 우려와 함께 진영을 막론하고 후보들이 경제성장을 주요 키워드로 꼽았다. 하지만 동시에 노동 분야에선 노란봉투법 등을 놓고 첨예하게 입장이 갈렸다. 신문은 후보들의 경제 관련 공약을 어떻게 보도하고 있을까.

경제성장 안 보인다? 성장만 보인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지난 12일 ‘10대 대선 공약’을 발표하며 1순위로 ‘경제강국’을 꼽았다. ‘인공지능 100조 원 투자’, ‘K-콘텐츠 지원 강화’ 등의 공약을 내세웠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도 1호 공약이 ‘자유 주도 성장, 기업하기 좋은 나라’이다. 이 후보와 마찬가지로 100조 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해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김 후보는 밝혔다.


▲ 1

3일자 조선일보 사설.

▲ 14일자 경향신문 사설.
두 후보 다 ‘성장’에 방점을 찍은 가운데 신문들은 서로 다른 이유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보수신문은 “성장 방법의 구체성이 없다”고 비판했고 진보신문은 “성장만 얘기하고 분배 얘기가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3일 <‘성장’ 안 보이는 공약, 경제계 건의 듣는 척이라도> 사설에서 두 후보의 경제 공약을 한 데 묶어 “구체성이 부족하고, 실현 가능성도 의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성장 전략이라고 할 만한 내용이 없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성장이 ‘안’ 보인다고 했지만 경향신문은 성장‘만’ 보인다고 했다. 지난 14일자 사설 <성장과 감세만 보이는 대선, 양극화는 어찌할 건가>에서 경향신문은 “양극화는 단순히 생활 수준의 차이를 넘어 공동체 분열과 민주주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은 경제를 위해서도 사회 통합을 위해서도 분배를 논의하고 증세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했다.


▲ 16일자 경향신문 1면.
경향신문은 지난 16일자 1면 <“성장”만 외치는 대선… ‘불평등’엔 침묵> 기사에서도 같은 논조를 보였다. 경향신문은 민주당의 ‘우클릭’이 대선에서 불평등 의제가 사라진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도 지난 13일자 5면 <분배 쏙 뺀 채 ‘성장’ 강조… 감세 말하면서 재원 대책은 빈칸>에서 비슷한 논조를 보였다.

복지성 공약엔 ‘포퓰리즘’ ‘선심성 공약’ 비판

다수 주요 일간지는 대선 후보들의 복지성 공약을 ‘포퓰리즘’, ‘선심성 공약’으로 규정했다. 재원 마련에 대한 지적을 넘어 ‘퍼주기식 공약’이라는 일방적 프레이밍이 다수였다. 불평등 해소를 위해 충분한 재정 지출 등 정부의 적극적 역할을 주문하는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국민일보는 지난 12일자 사설 <1분기 성장률 19개국 꼴찌…대선 주자들은 퍼주기 골몰>에서 이재명 후보의 ‘농어촌 주민수당’, ‘농산물 가격안정제’, ‘햇빛연금’, ‘천원의 아침밥’, ‘먹거리 바우처’ 등의 공약을 포퓰리즘의 사례로 들었다.


▲ 12일자 국민일보 사설.
세계일보도 지난 15일자 사설 <1분기 나라 살림 61조원 적자, 선심성 공약 재고해야>에서 이재명 후보의 ‘월 10만원 아동수당지급 대상 확대’, ‘지역 화폐(지역사랑 상품권) 전국 확대’, ‘양곡관리법 개정’ 등을 나열하며 “대선을 앞두고 퍼주기와 감세 공약이 쏟아지니 걱정이 크다”고 했다.

이들의 ‘포퓰리즘’ 비판은 한국의 국가 재정을 건전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전제에서 나온다. 지난 17일자 조선일보 사설 <대선 후보 누구도 말하지 않는 국가 부채 위기>가 대표적이다.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현재 국가 재정 상태는 더 이상의 퍼주기 정책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여있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건전 재정을 가능하게 하는 ‘증세’ 주장은 대부분 빠져 있다. 경향신문과 한겨레 등 일부 신문만이 사설에서 공약의 재원 마련을 우려하며 증세를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의 1호 공약은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이지만 주요 신문에서 잘 언급되지 않는다.


▲ 13일자 한국경제 사설.
오히려 법인세 인하성 공약을 띄워주는 듯한 사설이 나왔다. 한국경제는 13일자 사설 <이준석 “법인세·최저임금 지자체가 결정”…이런 공약 경쟁 기대한다>에서 법인세와 최저임금 지역별 차등 공약을 발표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를 놓고 “국세인 법인세 가운데 일부를 지방세로 돌려 세율을 지방자치단체가 결정하도록 한 것은 지방 간 기업 유치 경쟁 촉진책이 될 수 있다. 지자체가 최저임금을 일정 범위 내에서 가감할 수 있도록 한 것도 지역별 사정을 고려한 효율적인 차등화 방안”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노란봉투법이 위헌? 드물었던 팩트체크

두 후보의 공약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야는 ‘노동’이다. 이재명 후보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주4.5일제’ 등을 공약했지만 김문수 후보는 ‘전문직 주52시간제 예외’를 내세우며 노동시간 유연화를 강조했다.


▲ 16일자 매일경제 10면 기사.
경제신문은 이재명 후보의 노동 정책을 ‘반기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경제는 지난 15일자 <제조업·청년 취업 최악, 反기업 족쇄 제거해야 해법 찾는다> 사설에서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을 ‘반기업적 법안’으로 주4.5일제는 ‘인기 영합 정책’의 예로 설명했다. 서울경제는 규제 철폐 등 기업들의 요구를 들어야 “신산업을 키우고 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 16일자 사설 <대선후보, 친노조 포퓰리즘 접고 노동개혁 방안 제시해야>에서도 서울경제는 노란봉투법과 주4.5일제을 놓고 “‘경제 강국’을 외치는 이 후보가 노동시장의 병폐 해소에 앞장서기는커녕 노사 갈등을 부추기고 기업을 옥죄는 공약을 남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했다. 노란봉투법을 시행하면 10조 원 가량의 국내총생산(GDP) 손실이 발생한다는 분석도 출처 없이 인용했다.


▲ 19일자 한국경제 사설.
김문수 후보는 지난 18일 열린 TV 토론에서 노란봉투법이 “헌법과 민법에 위배된다”고 했다. JTBC가 “국회입법조사처가 헌법과 민법 체계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를 지난해 내놓은 바 있다”고 즉각 팩트체크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다수 경제신문은 이러한 언급 없이 <이재명 “노란봉투법 당연히 해야”…김문수 “기업할 수 없는 나라 될 것”>(서울경제), <이재명 “노란봉투법 당연히 해야” 김문수 “헌법에 위배”>(한국경제) 등의 공방식 중계 기사를 냈다.

대선 앞두고 잇따라 나오는 ‘원전 확대’ 사설들

원전 공약을 둘러싼 신문의 논조도 엇갈린다. 김문수 후보는 ‘대형 원전 6기 추진’을 공약에 명시했다. 반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18일 토론에서 원전의 위험성을 우려하며 “활용은 하되 과하지 않게 재생에너지 중심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는 기술 발전으로 원전이 안전해졌다는 입장이다. 토론에서도 “만약에 나가사키, 히로시마에 떨어졌던 원자폭탄 정도가 떨어져도 그 위에 원자로 반응을 하는 부분이 파괴되거나 원자력 자체에 고장이 없다. 그래서 안전하다”고 말했다.


▲ 20일자 한겨레 사설.
이에 한겨레는 20일 <‘원폭에도 끄떡없는 원전’ 주장, 너무 무책임하다> 사설을 내며 김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단 한번의 사고로 인류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끼칠 수 있는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 도를 넘는 낙관론”이라고 평가했다.

한겨레는 “2022년 2월 말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뒤 남부 ‘자포리자 원전’ 주변에서 교전이 이어지자,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심각한 원전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며 강도 높은 경고를 이어갔다”며 “김 후보 말대로라면 핵폭탄이 떨어져도 끄떡없는 원전의 안전 문제 때문에 전세계 사람들이 쓸데없는 걱정을 한 셈이 된다”고 했다.

한국경제는 정반대 사설을 냈다. 20일자 <원전 안 늘리고 신재생으로 AI 강국 기반 만들겠나> 사설에서 한국경제는 재생에너지 전환을 주장한 이 후보를 향해 “이 같은 에너지 정책으론 이 후보 자신의 공약 ‘인공지능(AI) 세계 3대 강국’을 결코 뒷받침할 수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라고 비판했다.

출처 : 미디어오늘(https://www.mediatoday.co.kr)

박재령 기자ryoung@mediatoday.co.kr

 

이재명 악마화의 원천 '전과 4', 사실과 진실

온갖 허위과장 뒤섞어 대중 선동"흉악범괴물"

모두 공익 활동 연관됐거나 사안 경미한 전과들

20여 년 전 공직자 아닌 인권변호사 시절 벌금형

음주운전 수차례 사과내막엔 비리 추적 사연

'지하철역 명함 배포 50만 원' 선관위 공개 제외

'검사 사칭'KBS 최철호 PD가 작심하고 계획

'파크뷰' 추적하던 이재명은 인터뷰 응했다 엮여

시장과 검사들 유착 의혹 제기, 검찰에 눈엣가시

정작 최 PD는 선고유예, 이재명만 벌금 150만 원

PD 여러 물의김건희에 "가정주부" 비호도

"이재명 후보는 이미 전과 4범이다. 어느 것 하나 가벼운 범죄가 없고, 이것만 봐도 정치 무자격자다." (권영세)

"전과 4범인 이재명 후보가 (주가조작)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주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 형용 모순이다." (권성동)

"국민 대다수는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돼선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는 5건의 재판, 12개의 혐의, 전과 4범이라는 사상 최악의 후보다." (안철수)

"이재명 후보는 사기 등으로 전과 4범인데, 5범이 되게 생겼다. 이런 사람은 다시 정치계에 발붙이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심판해야 한다." (김기현)

"일반 회사에서도 전과 4범은 뽑지 않는다. 하물며 대통령 아닌가?" (조배숙)

국민의힘 주요 인사들이 최근 쏟아낸 발언이다. 늘 그래왔듯 '이재명 전과 4범'을 주술처럼 입에 달고 살며 국민에게 끊임없이 주입하려 한다. 극우 진영의 유튜버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일례로 전한길 씨는 윤석열이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날 실시간 방송을 진행하며 비분강개하다 "전과 4범인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이 되는 건 아이들에게 '사기 쳐도 된다'고 가르치는 일이다. 역사 강의하면서 정직하고 거짓말하지 말고 법을 지키라고 배웠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전과 4범'에 관한 기사들. 네이버 뉴스 화면 갈무리

국힘‧극우가 키운 증오와 혐오…정운현 "괴물보다 식물" 윤석열 지지

극우라고는 할 수 없는 인사들 중에도 '이재명 비토'의 근거로 '전과 4범'을 내세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낙연 씨의 최측근으로 국무총리 비서실장, 이낙연 캠프 공보단장을 지낸 정운현 씨가 지난 대선 때 "예측 불가능한 '괴물 대통령'보다는 차라리 '식물 대통령'을 선택하기로 했다. 진보 진영의 내로라는 명망가들이 '전과4범-패륜-대장동-거짓말'로 상징되는, 지도자로서 치명적인 결함을 가진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행태를 저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윤석열 지지 선언을 한 사례는 유명하다. (이후 정운현 씨는 윤석열 정부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원 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처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이하 호칭 생략)의 어떤 부정적인, 나아가 사악한 이미지의 근저에는 '전과 4범'이라는 낙인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수구보수 세력이 이를 '이재명 악마화'의 원천으로 삼아 오랜 세월 확대 재생산해왔기 때문이다. 전과가 있다는 객관적 사실에 온갖 허위와 과장을 뒤섞은 흑색선전이 일상적으로 횡행하고 선거 땐 더욱 기승을 부리지만 대다수 언론은 팩트체크엔 관심이 없고 국민의힘 측 음해 발언을 그대로 전달하는 '따옴표 저널리즘'으로 선동의 볼륨을 최대한 키우는 스피커 노릇만 해왔다. 대중의 심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지난 16일에도 부산에서 한 70대 남성이 "전과 4범을 왜 홍보하느냐"며 민주당 선거운동원을 폭행하는 증오 범죄형 사건이 벌어졌다.

중앙선관위 대선 후보자 명부에 공개된 이재명 후보와 김문수 후보의 전과 기록

공익적 활동 연관됐거나 경미한 사안…실제 내용 살펴볼 필요

그러나 이재명의 전과는 따지고 보면 모두 공익적 활동과 관련이 있거나 경미한 사안이어서 그토록 흉악범, 괴물 취급하는 게 타당한지 합리적 의문을 자아낸다. 이재명이 "변명의 여지 없이 100% 제 잘못이다. 정말 죄송하다"고 여러 차례 사과한 음주운전도 내막을 들여다보면 2004년 당시 이대엽 성남시장의 비리를 보도했다가 곤경에 처한 한 기자를 무료 변론하며 백방으로 결백을 밝히려다 빚어진 일이어서 정상 참작의 여지가 없는 게 아니다. 음주 뒤 대리운전으로 귀가했다가 이대엽 시장 측근의 핵심적인 제보 전화를 받고 그대로 뛰쳐나간 과정이 있었다(카카오택시도 없던 시절이다). 이재명이 다 잘했다는 게 아니라, 전과의 경위나 내용을 알고 보면 그렇게 극단적 혐오감을 주체하지 못할 사안들이 아니라는 얘기다.

4건의 전과는 전부 공직자 신분이 아닌 사인(私人) 시절에 만들어진 것으로 멀게는 23년 전, 가깝게는 15년 전에 발생했던 일이다. 징역형은 없고 다 벌금형인데, 중앙선관위 후보자 명부 및 선거 공보물에 기록된 전과는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던 2003~2004년에 확정판결을 받은 3건뿐이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만 기재하도록 했기 때문에 2010년 지하철역(8호선 산성역)과 연결된 도로 횡단용 지하 통로에서 명함을 돌리는 선거운동을 했다고 50만 원을 선고받았던 벌금형 1건은 제외됐다.

이들 전과의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정리해봤다. 실제 내용이 뭔지는 잘 모른 채 그간 국민의힘과 언론 등에 의해 지속적으로 주입된 선입견과 편견만으로 이재명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키워온 이들에게 구체적인 판단 근거를 제공하려는 취지다. 읽고 나서 전과 11범 이명박, 전과 6범 김문수(선관위 명부엔 전과 3건만 공개) 사례와 비교해보는 것도 누가 '정치 무자격자'인지를 분별하는 데 참고가 되겠다. (여력이 되는 대로 형수 욕설, 여배우 스캔들 등 이재명 악마화의 다른 단골 레퍼토리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다루려고 한다.)
 

2002년 5월 23일 당시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이던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시청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엠빅뉴스 화면 갈무리


① 검사 사칭 혐의 (2002년 사건 발생, 2004년 벌금 150만 원 확정)

편한 길 대신 지역 인권 변호사 선택…'파크뷰 특혜' 끝까지 추적

최초의 전과를 갖게 된 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재명의 인생 궤적을 간략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은 고향인 경북 안동 산골에서 초등학교만 졸업한 뒤 가족과 함께 경기도 성남으로 이주해 열세 살 때부터 '소년공'으로 일했다. 지독한 가난 속에 4년 넘게 공장 여러 곳을 전전하며 일하다 검정고시로 중·고교 과정을 속성으로 마친 뒤 불과 8개월 공부해 치른 대입 학력고사에서 전국 2500등 안에 들었다. 소위 SKY 대학 어느 곳이나 들어갈 수 있는 점수였지만 등록금 면제에 파격적인 장학금 혜택을 준 중앙대 법학과에 '특대 장학생'으로 입학했다. 사법고시까지 합격해 사법연수원에서도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으나 판‧검사 임용을 스스로 포기하고 처음 다짐대로 성남으로 돌아가 인권 변호사의 길을 택했다.

그에게 두 은인인 조영래 변호사와 김창구 성일학원 원장으로부터 돈을 빌려 스물다섯 살에 변호사 사무실을 연 이재명은 이후 다른 변호사들이 기피하는 성남 지역의 각종 노동‧시국 사건을 맡아 무료 변론을 벌였고 노동상담소 활동까지 치열하게 병행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시민운동에도 참여하게 됐고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으로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을 접하게 된 것이다. 백궁‧정자지구 용도 변경 및 대규모 주상복합아파트 분양 과정에서 지역 건설 업자들과 다수의 정관계, 언론계, 법조계 인사들이 비리 사슬로 얽혀 있었던 이 사건은 큰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여기서 우선 고려해야 할 것은 이재명은 강직한 인권 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로서 갖가지 회유와 협박에 고통받으면서도 '토건 마피아' 세력과 일대 전쟁을 벌이는 가시밭길을 선택했고 그 과정에서 소위 검사 사칭 사건에 연루됐다는 점이다. 아내와 어린 자식들을 위협하는 전화까지 수시로 걸려오자 그는 총기 소지 허가를 받아 6연발 가스총을 구입했을 정도로 토건 세력에게 오래 시달렸다. 정치할 생각도 전혀 없던 시절이고 심지어 당시 성남시장 김병량은 민주당 소속이었다(그래서 결과적으로 한나라당 이대엽 시장을 도왔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무엇보다 검사를 사칭한 장본인이 이재명 자신이 아니었기 때문에 이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것을 내내 억울해했다. 그가 "특혜 분양은 깃털이고 몸통은 용도 변경"이라며 파크뷰 사건을 끝까지 파고들지 않았다면 전과자가 될 일도 없었을 것이다.

2002년 5월 23일 당시 '성남시민모임' 집행위원장이던 이재명 변호사가 성남시청에서 분당 파크뷰 특혜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및 엠빅뉴스 화면 갈무리

사업협상자 재선정을 놓고 파문에 휩싸인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의 백현유원지 부지. 일부가 주민들에 의해 텃밭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 땅에서 분당∼수서 도시고속도로 건너편으로 백궁‧정자지구 파크뷰 공사 현장이 보이고 있다. 2002.10.2. 연합뉴스 자료 사진


최철호 PD, 이재명 만나기 전 이미 김병량 시장 측에 "검찰청" 사칭

사건 발생 이후 여러 언론 보도와 판결문, 이재명의 저서 내용 등을 종합하면 전말은 이렇다. 백궁‧정자지구에 고급 아파트를 지어 막대한 차익을 얻게 해준 배후를 쫓던 서른일곱 살의 변호사 이재명에게 2002년 5월 10일 당시 사회적 영향력이 상당하던 KBS 시사고발 프로그램 <추적 60분>의 최철호 PD가 인터뷰를 하자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최 PD는 사무실에 오기 전에 김병량 성남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전화를 걸어 "검찰청"이라며 김 시장과 통화하고 싶다고 전한 상태였다. 처음부터 검사 사칭을 작정했던 것이다.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설치하며 인터뷰 준비를 하던 중 최 PD는 이재명에게 이 사건 담당 검사가 누구냐고 물었고 이재명은 최 PD의 계획을 모른 채 취재 협조 차원에서 "수원지검 서모 검사"라고 아는 대로 답해줬다.

인터뷰 도중 최 PD의 휴대전화로 김병량 시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오자 최 PD는 자신을 "수원지검의 파크뷰 사건 담당 서 검사"라고 소개하고 도와줄 테니 사실대로 말하라며 파크뷰 사건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옆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재명은 약간 놀랐지만 언론사 기자나 방송국 PD가 취재 관행상 사실을 캐내기 위해 저런 방법을 쓰는 모양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통화 상대방을 진짜 검사로 여긴 김 시장은 약 18분간 건설사 대표나 성남지청 검사들과의 친분 등 이런저런 내막을 털어놨고 최 PD는 이를 녹음해 추적 60분 <특혜 의혹 분당 파크뷰, 무슨 일이 있었나> 편에서 방송했다. 이재명도 그 녹음 테이프의 사본을 받아 추적 60분 방송 며칠 뒤 기자회견에서 공개했다. 사칭 사실을 알게 된 김병량 시장은 최 PD는 물론 이재명까지 "검사 사칭을 공모하고 녹음 테이프를 협잡·매수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했다"며 고소했고, 이재명은 "불법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면서 김 시장을 명예훼손 혐의로 맞고소했다.

2002년 당시 최철호 KBS 피디가 '이재명 검사 사칭' 사건 재판에 나와 김병량 성남시장 측과 KBS 사이에 이면 협의가 있었던 사실을 증언한 기록. 뉴탐사 방송 화면 갈무리

민변 "검찰이 정치적 이유로 무리한 수사"…1심 이충상 판사, 유죄 선고
검찰, 장장 23년 걸쳐 '검사 사칭→허위사실 공표→위증 교사' 우려먹어

검찰이 이재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서고 사무실 압수수색까지 벌이자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이재명을 적극 도왔다. 민변은 사건 발생 한 달 뒤인 2002년 6월 10일 성명서를 내고 "검찰이 정치상의 이유로 정작 큰 악은 수사하지 않으면서 지엽말단적인 문제로 이재명 변호사를 포함한 관계인들을 무리하게 수사한다"며 "우리는 이재명 변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김병량 성남시장의 지방선거 출마와 분당 백궁정자지구의 부당 용도 변경에 일부 검사가 관련돼 정치적인 의도에서 진행되고 있음을 주목한다"고 밝혔다. 또 "이재명 변호사의 행위가 오로지 공공의 이익을 위한 내부 비리 고발로서 지극히 정당한 행위임을 믿어 의심치 않으며 이 사건에 대해 민변의 전 역량을 동원해 진실을 밝힐 것을 천명한다"고 강조했다. ☞ [민변 성명서] 이재명 변호사에 대한 공정한 수사를 강력히 촉구한다!

민변의 규탄에도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를 강행했고 이재명은 2002년 7월 2일 구속됐다가 일주일만인 9일 보석으로 석방됐다. 1심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합의1부(재판장이 이충상 부장판사였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인권위를 김용원 상임위원과 함께 쑥대밭으로 만든 바로 그 인물이다)는 최 PD에게 벌금 300만 원, 이재명에게는 벌금 250만 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이재명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었다. 항소심에서는 황당하게도 검사 사칭 통화를 한 당사자인 최 PD가 "범행 동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개전의 정이 현저하다"는 이유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반면 이재명은 원심보다 다소 감경된 150만 원 벌금형을 받아 첫 전과를 기록하게 됐다. (김병량 시장은 파크뷰 사건과 관련해 결국 2003년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됐고 2007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확정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재명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2018년 TV 토론회에서 "PD가 (사칭)한 것인데 옆에서 인터뷰하고 있었다는 이유로 제가 도와준 걸로 누명을 썼다"고 토로했다가 검찰에 의해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기소됐다. 이에 대해 1심은 "PD가 이재명을 만나 검사의 이름이나 사건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전 과정은 인터뷰 그 자체에 해당하거나 인터뷰 중에 있었던 일"이라며 "피고인이 '누명을 썼다'고 한 것은 판결이 억울하다는 것을 평가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무죄를 선고했다. 이렇게 2심을 거쳐 2020년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되자 검찰은 다시 "이재명이 재판 과정에서 김병량 시장의 수행비서였던 김진성 씨에게 위증을 교사해서 무죄 판결을 받은 것"이라며 또 기소했다. 장장 23년에 걸쳐 검사 사칭→허위사실 공표→위증 교사로 세 차례나 우려먹은 것이다. 이재명은 스토킹 검찰의 억지 짜깁기로 점철된 이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에서도 얼마 전 무죄를 선고받았다.

 1996년 11월 4일 당시 사단법인 한국어린이보호회 회장인 '뽀빠이' 이상용 씨가 심장병 어린이 후원금 유용 의혹에 대해 해명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1996.11.4. 연합뉴스 자료 사진

최 PD, '뽀빠이' 이상용에 "심장병 어린이 기금 횡령했다" 누명도
극보수 행보 '공언련' 대표…윤 정부 밀착, '명품백 수수'까지 옹호

사건의 종합적인 이해를 위해 최철호 PD의 행적도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검사 사칭 사건에 앞서 1996년 11월 추적 60분을 통해 '뽀빠이' 이상용 씨가 심장병 어린이 수술 기금을 횡령했다는 방송을 내보내 큰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군대 위문 프로그램 <우정의 무대>로 높은 인기를 누렸던 코미디언 겸 MC 이상용 씨는 오랜 기간 심장병 어린이 돕기 등 사회봉사 활동에도 헌신적이었지만 이 방송으로 치명타를 입어 <우정의 무대>에서 하차하고 경찰 수사를 받으며 방송 활동을 아예 중단하게 됐다.

불과 석 달 뒤인 1997년 2월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나 이미 '파렴치한 사기·횡령범'으로 사회적으로 매장된 뒤였다. 이 씨에게 누명을 씌운 최 PD는 그럼에도 1997년 4월 언론 기고를 통해 "반성할 줄 모르는 한 인간과 선정적 신문들에 의해 추적 60분의 공신력은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됐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석연치 않다" 등의 주장으로 이 씨를 공격하며 재수사를 촉구했다. 처절하게 몰락한 이 씨는 몇 차례 재기를 시도하긴 했으나 예전의 명성을 되찾지는 못했다. 이 씨는 지난 9일 별세했다. ☞ 이상용 공금횡령 누명 사건  ☞ MC 이상용 별세...심장병 어린이 500명 후원한 진짜 '뽀빠이' 였다   ☞ 국민MC '뽀빠이' 이상용 무너뜨린 루머

최철호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이 7일 오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4.10.7. 연합뉴스


최철호 PD는 KBS 퇴사 후 극보수 성향의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 대표를 지냈고 윤석열 정부에서 국민의힘 추천으로 22대 총선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 위원이 된 데 이어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의해 지난해 8월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선방위원 시절 "김건희 특검이 아니라 김건희 '여사' 특검"이라고 불러야 한다"며 다른 여권 위원들과 함께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던 그는 지난해 4월 김건희 씨의 명품백 수수 등을 보도한 MBC <스트레이트>에 최고 수위 징계를 의결하면서 다음과 같은 어처구니없는 논리를 펴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 김건희 명품백 "가정주부 선물" 심의위원에 "충성 대가로 이사장 됐나"

"김 여사 사례(명품백 수수)는 이런 얘기다. 어떤 사람이 돌아가신 아버님과 아주 가깝다는 등 인연을 얘기하면서 선물을 가져간다. 가정주부 입장에선 그런 얘기를 순수하게 (자신을) 위하러 왔다고 받아들이기 쉽다. 아버지 인연 때문에 거절하기 민망해 받은 것을 놓고 갑자기 (최재영 목사가) 방송에 나와 그 아주머니 청탁성 뇌물을 받았다고 떠드는 것이다. 얼마나 민망하고 참담한가."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김호경 시민언론 민들레 에디터

 

변절을 '정의'로 포장한 김문수의 '과거팔이'

대선 홍보물 속 한 문장, 감히 '정의'를 말하다니

정의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선관위가 집으로 보내온 김문수 후보의 대선 홍보물에 적힌 이 문장을 보는 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분노가 치밀었다. 감히 정의를 말하다니. 감히 자신의 변절을 미화하다니. 이는 단순한 정치적 수사를 넘어선다.

기억을 조작하고, 역사를 왜곡하는 행위다.

김문수가 젊은 시절, 진심이었던 시기가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태일의 죽음을 가슴에 품고 노동 현장에 투신하며, 고문과 투옥을 견뎌낸 청년 김문수는 수많은 젊은이들에게 등불이었고 투사의 상징이었다. “노동이 존엄한 사회를 꿈꾸던 시절, 그는 분명 시대의 양심이었다.

그러나 그는 배반하고 변절했다.

그리고 과거의 투쟁을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며 권력의 계단을 밟아올랐다. 대통령 후보자리에 오른 그는 지금 자신의 배신의 여정을 정의의 길이라 포장하고 있다.그는 노동운동의 열정만으로는 현실을 바꿀 수 없었다고 말하며 정치로 향한 선택을 합리화한다. 그는 또 흔들림 없는 원칙의 길 , 김문수가 걷겠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묻고 싶다. 정말 그는 현실을 바꾸었는가? 바꾸었다면, 그 현실은 누구의 것이었는가? 노동자의 것인가, 자본의 것인가?자신의 과거에 침을 뱉은 그가 진정 흔들림 없는 원칙의 길을 걸어온 것인가?

삼척동자가 웃을 일이다.

국회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김문수, 그리고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노동위원장 김문수. 그의 행적 어디에서도 노동자의 편은 찾아볼 수 없다. 그가 위원장으로 임명되자, 양대 노총은 즉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유는명확하다. 김문수는 노동의 대화 상대가 아닌, 노동의 적이었다. 그는 노동문제를 협상과 타협으로 해결해야 할 갈등으로 보지 않았다. ‘장애물로 인식했다.

기업하기 좋은 나라라는 그의 구호는 자본의 언어이며, 노동자에겐 통제와 억압의 기조였다. 해고를 자유화하고, 노조의 권한을 축소하며, 노동자의 권리를 후퇴시키는 것- ‘노동자가 불편한 나라그것이 김문수가 말하는 좋은 나라의 실체였다. 그런 그가 이제 와서 보상을 거부한 깨끗한 정치인을 자처한다. 마치 자신이 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을 자격이 있었지만 고사했다는 듯 홍보한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민주화운동 보상은 연간 소득이 당시 금액으로 2,000만원 이하로 생계가 어려운 민주화운동 인정자들에게만 지급되었으며, 고소득자나 공직자는 원천적으로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당시 국회의원이거나 도지사였을 김문수가 보상 대상이었을 리 없다. 민주화운동을 매도하는 정당에 들어간 그는 신청조차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고, 신청했다 하더라도 지급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받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보상을 거부한 것으로 둔갑시켜 유권자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는 진실의 왜곡이자 위선의 극치이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논란까지 불러올 수 있는 사안이다. 결국 김문수는, 자신의 극우적 정치 노선을 정의청렴의 외피로 포장하여 중도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고자 한다. 과거의 노동운동 이력을 다시 꺼내어, 마치 여전히 노동자의 편인 양 분칠하지만, 그 껍질 속에는 20년 넘게 노동을 억누르고 자본 권력에 복무해온 실상이 감춰져 있다.

그는 지금, 정의의 가면을 쓴 채 표를 구걸하고 있다. 그러나 유권자는 기억한다. 노동자들은 기억한다. 그와 함께 싸웠던 과거의 동지들 역시 기억한다. 그가 어떤 길을 걸어왔고, 누구를 배신했으며,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를 말이다.정의는 말로 증명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오직 삶의 궤적을 통해 드러나는 법이다. 김문수는 그 궤적 속에서 정의를 말할 자격이 없다.

장정수 언론비상시국회의 집행위원, 전 한겨레신문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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