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보다 위에 있다"... 尹 지지자들 외치는 '국민저항권'이 뭐길래
저항권 개념, '헌법에 명문화' 규정 없고
실정법상 권리로 보호된 전례도 드물어
4·19나 5·18 등 개별법 통해 인정하기도
법조계 "尹 탄핵, 저항권 대상 아냐" 중론
"법치 불복이자, 내란·국헌 문란에 불과"

한국사 강사 전한길(오른쪽)씨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국민저항권 긴급세미나에 참석해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뉴시스
"불의한 재판관들이 불의한 방법으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린다면 국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불의에 맞서서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국민저항권을 발동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딱 맞다."(전한길 한국사 강사, 19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강펀치')
"헌재가 딴짓하면 국민저항권으로 한칼에 날리겠다. 300명 규모의 국민저항권위원회를 조직하겠다."(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9일 광화문 주일 연합 집회)
"야구 방망이 구매 준비 중이다." "국민저항권 발동되면 연차 쓰고 바로 참전한다."(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 '국민저항권 발동되면 다들 참전할 거냐?' 게시물 댓글)
법학·사회학 등 학문적 용어로나 접할 법한 단어 '국민저항권'이 최근 일반 대중의 입에도 연이어 오르내리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있는 현상이다. 윤 대통령 지지자들, 다시 말해 탄핵 반대를 외치는 강경 보수 세력은 이 '저항권' 개념을 끌어와 '탄핵 인용 시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명문화 안 된 저항권... '법 규범 적용' 힘들어

박근혜 전 대통령 팬클럽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탄핵 인용' 결정 당시 국민저항운동을 예고하며 올린 게시물. 박사모 카페 캡처
저항권의 사전적 정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국가 권력의 불법적 행사에 대해 그 복종을 거부하거나 실력 행사를 통하여 저항할 수 있는 국민의 권리'다. 맹자의 '역성혁명론'이나 서양 중세의 '폭군방벌론' 등에서 보듯, 저항권의 사상적 뿌리는 동서양 모두에서 오래전 마련됐다. 이후 근대 시대에 접어들면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회계약론'에 근거해 오늘날의 저항권 개념이 정립됐다.
다만 대한민국 헌법에는 저항권 개념을 명문화한 규정이 없다. 한국에서 헌법적으로 저항권을 인정할 수 있는지를 두고 학계의 견해가 갈리고 있는 이유다. 긍정 입장에선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 이념을 계승'이라는 헌번 전문의 문구를 근거로 든다. '저항권의 표현'이라 할 만한 행동이 이미 헌법에 의해 인정돼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헌법재판소는 '입법 과정의 하자와 저항권 사건'(97헌가4),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심판 사건'(2013헌다1) 결정문에서 저항권 개념을 설명하는 등 저항권의 존재를 인정해 왔다.
그러나 저항권이 실정법상 권리로 보호된 경우는 드물다. 대법원은 '김재규 박정희 시해 사건'(80도306) 판결문에서 "헌법 및 법률에 저항권과 관련해 아무런 규정이 없는 우리나라의 현 단계에서는 저항권 이론을 재판의 근거 규범으로 채용·적용할 수 없다"는 다수 의견을 냈다. 이를 근거로 대법원은 이후 '국회가 입법 절차를 무시하거나 하자가 있는 법률을 제정한 경우'(99도3865)와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담당 재판장에게 상해를 가한 경우'(2008도2621)에도 저항권을 주장한 피고인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 파면이 결정되자,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 정광용씨도 재판에서 국민저항권 발동을 언급했지만 인정받지 못했다. 정씨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에 헌재 인근에서 집회를 주최하고, 해당 집회가 폭력 시위로 변질되도록 선동성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집회에선 참가자 4명이 숨지고, 30여 명이 다쳤다. 대법원은 2019년 정씨에 대해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했다.
4·19, 5·18... '저항권 행사' 사례
물론 저항권이 법적으로 항상 부인됐던 건 아니다. 4·19 혁명이나 5·18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 민주화보상법 등 관련법은 저항권을 간접적으로 적시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특별법도 5·18 민중항쟁을 "1979년 12월 12일과 1980년 5월 18일을 전후하여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해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으로 규정했다. 실제 2021년 대구지법은 5·18 당시 포고령위반죄로 징역 1년을 선고받은 피고인의 재심에서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는 헌법의 존립과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의 '탄핵 인용 시 저항권 행사'도 위 사례처럼 사후에라도 인정받을 수 있을까. '국민저항권 발동 사유가 된다'는 견해가 있기는 하다. 윤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신평 변호사는 "오늘날의 이 거대한 변혁의 물결이 87년 체제 극복을 위해 새로운 질서를 형성하려고 하는 거대한 시민운동으로 공인받는다면, 탄핵 기각을 외치는 이들의 정당한 저항권 행사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도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저항권 긴급 세미나'에 참석해 "최종적으로는 입법청원과 (평화적) 불복종 운동을 넘어서, (법적) 질서를 넘어가는 것도 우리의 저항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15일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갤러리에 올라온 국민저항권 관련 게시물. 디시인사이드 캡처
"탄핵 재판, 저항권 발동 상황 아니다"
하지만 이러한 의견은 소수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은 기본적으로 저항권 발동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우선 저항권 발동 요건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헌재의 설명은 이렇다. "①개별 헌법 조항에 대한 단순한 위반이 아닌, 민주적 기본질서라는 전체적 질서에 대한 중대한 침해가 있거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고 ②이미 유효한 구제 수단이 남아 있지 않아 최후의 수단(보충성)으로서 행사돼야 한다. ③또한 그 행사는 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회복이라는 소극적인 목적에 그쳐야 하고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체제를 개혁하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될 수 없다."
이에 비춰 보면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세력의 '저항권' 주장은 무리수라는 분석이 많다. 무엇보다 ①탄핵 심판 선고 자체를 '민주적 기본질서를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중대한 침해'로 판단하기 어렵다.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심판으로 헌법 질서가 무력화되거나 더 이상 기능할 수 없게 될 위험이 명백하게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며 "오히려 국민저항권 행사가 헌법 질서를 깨는 사실상의 내란 선동"이라고 말했다.
또 ②최후의 수단을 쓸 상황으로 보기도 힘들다. 윤 대통령은 이미 구속적부심이나 보석을 청구하는 등 재판 과정에서 합법적 수단을 통해 스스로 구제를 모색할 기회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은 현재 헌재를 거쳐 사법 절차로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런 구제를 받을 기회조차도 없을 때 저항권을 행사할 수 있는 것이지, 단순히 사법 시스템에 불만이 있다고 저항권을 행사하는 것은 인정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③민주적 기본 질서를 '소극적 목적'으로 회복할지도 의문이다.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에서도 윤 대통령 지지자들은 국민저항권을 주장하며 법원을 침탈하고 판사를 겁박해 사법부 기능을 마비시키려 했다. 민주적 기본 질서를 회복하려는 게 아니라, 오히려 파괴하려 했던 것에 가깝다. 헌재 헌법연구원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이 됐다고 저항권을 행사한다는 건 단순하 법치에 불복하는 것뿐이고, 내란·국헌 문란과 다름없다"고 단언했다.
반대로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으로 '탄핵 찬성파'가 저항권을 주장할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기각 역시 헌법과 법률에 따라 재판을 했기에 헌법 질서를 침해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자기 생각과 다른 결론이 나왔다고 해서 불복하고 폭력적 방법을 행사하는 것은 '범죄 행위를 저항권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與 의원, 저항권에 동조... "선 그어야" 비판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 가담자들의 첫 재판일인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피고인 측 변호인인 이하상(오른쪽 세 번째) 변호사가 재판을 마친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러한 상황인데도 윤 대통령 강경 지지자들은 여전히 저항권을 거론하며 자신들의 불법 행위를 정당화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서울서부지법 폭력 사태로 구속된 63명 중 일부 피고인들에 대한 재판이 열렸던 지난 10일, 변호인단을 대표하는 이하상 변호사는 "국민들의 저항권은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 의해 보장되고 최후 수단으로 일정한 유형력 행사도 포함된다"며 "반드시 무죄 판결이 선고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부 여당 의원들도 여기에 동조하며 윤 대통령 지지자들을 향해 국민저항권을 부추기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국민의힘 내 '강성 친(親)윤계' 의원이자, 최근 '국민저항권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한 강승규 의원은 19일 SBS라디오 인터뷰에서 국민저항권 발동 관련 질문에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이 결정한다"며 "그런 사태가 나지 않도록 헌재가 제대로 해야 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지지 세력의 저항권 행사, 다시 말해 '탄핵 인용 시 불법·폭력 시위'가 벌어진다 해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태도였다.
문제는 정치권마저 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는 데 있다. 오염되고 왜곡된 국민저항권 설파에는 정치인들부터 먼저 선을 긋는 메시지를 발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설동훈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저항권을 주장하는 것은 헌법 위반 행동을 정당화하는 '지적 사기'에 불과하다"며 "언론이 저항권 행사에 동조하는 정치인의 발언을 비판적으로 보도하고, 추후 선거를 통해 해당 정치인이 그에 책임을 지는 결과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를 물로 보지 마라... 내가 '한덕수도 파면' 결론 낸 이유
헌재를 물로 보지 마라... 내가 '한덕수도 파면' 결론 낸 이유 - 오마이뉴스
내란 수사기록으로 본 '정치인 체포'의 진실

탄핵심판 핵심 쟁점 ‘정치인 체포조’... 윤석열은 극구 부인
저와 통화한 걸 가지고 대통령의 체포 지시라는 것과 연결해서 내란과 탄핵 공작을 했다는 게 문제입니다. 제일 중요한 부분이, '홍 차장이 여인형 사령관하고 육사 선후배잖아'인데 아까 그 얘기를 못 들었다고 거짓말을 하고…윤석열 탄핵심판 10차 변론기일 중 윤석열의 발언 (2025.2.20)

대통령께서 첫 말씀이 뭔가 흥분해서 자랑하듯이 “봤지? 비상계엄 발표하는 거”라고 하기에 “네, 봤습니다”라고 답변드리니 (중략) 국정원에도 대공수사권을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 진술 (2024.12.11)
여인형 지시받은 방첩사 간부들… 정치인 명단 수첩에 받아 적어
김대우 단장은 여인형 사령관으로부터 들은 명단을 수첩에 적어 나갔습니다. (중략) 여인형 사령관이 OOO에서 김대우 단장에게 명단을 불러주고 ‘국회로 출동해’라고 지시하는 것을 보았습니다.정성우 방첩사 1처장 진술 (2024.12.11~14)
12월 3일 23시 04분, 김대우 단장이 저와 이재학 실장에게 이송 및 구금 명단 14명을 불러줬습니다. ①이재명 ②우원식 ③한동훈 ④조해주(전 중앙선관위 상임위원) ⑤조국 ⑥양경수(민주노총 위원장) ⑦양정철 ⑧이학영(국회부의장, 민주당) ⑨김민석 ⑩김민웅(김민석의 형) ⑪김명수 ⑫김어준 ⑬박찬대 ⑭정청래구민회 방첩수사단 수사조정과장 진술 (2024.12.10)

전OO가 “출동한 부대원들이 국회의원 3명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았는데, 그 3명은 이재명, 우원식, 한동훈입니다. 미친 짓거리입니다”라고 보고했습니다.노영훈 방첩사 군사기밀수사실장 진술 (2024.12.12)
여인형-조지호의 텔레그램 통화… ‘정치인 체포 작전’ 논의
12. 3. 22:30~22:40 사이에 여인형 방첩사령관으로부터 텔레그램을 이용하여 전화가 왔습니다... (중략) 정치인 명단 15명 정도를 체포할 것인데 경찰에서 위치를 확인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조지호 경찰청장 진술 (2024.12.)

여인형의 자백과 윤석열의 비상대권
14명을 특정하여 체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직후 장관님으로부터 처음 들었던 것이 맞습니다. 다만, 대통령께서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해야 한다는 언급을 하시면서 비상대권, 비상조치권을 사용하면 이 사람들에 대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말씀을 하신 것은 사실입니다.여인형 방첩사령관 2024.12.24
포털의 ‘타블로이드화’ 어떻게 막을 것인가?
'김새론 죽음' 포털 뉴스의 선정성 재확인
뉴스유통에서의 포털 독과점 따른 부작용
더 큰 문제는 언론의 민주주의 기여 역할 저해
시민사회에서 개선 방안 활발히 논의해야

지난 2월 16일 이번에는 김새론 배우가 세상을 떠났다. 온라인에서 쏟아지는 수많은 도를 넘은 비난 속에서 생을 등진 연예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 설리, 구하라, 이선균 등 비슷한 사례의 리스트는 계속 참혹하게 쌓여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은 김새론 배우가 음주운전 사고를 일으킨 이후 포털에서만 무려 5,000건이 넘는 보도가 있었음을 확인하였다. 민언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가 사망할 때까지 네이버를 통해 주요 연예매체들이 쏟아낸 기사는 각사별로 적게는 수십 건에서 많게는 300여 건이었다. 해당 기사들은 김새론의 SNS 내용을 비롯하여 그의 아르바이트와 지인과의 만남 등과 같은 개인 사생활의 영역에 대해서도 유튜버와 네티즌들의 반응을 빌미로 온갖 비난과 논란을 만들어 냈다. 연예전문 매체들뿐만이 아니라, 흔히 말하는 레거시 미디어에서도 이른바 자사의 ‘닷컴’ 기사를 통해서는 그의 개인적 일상에 대한 논란과 비난을 만들어내는 데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정작 그의 사망 이후, 수많은 비난 기사를 쏟아냈던 언론들은 연예인에 대한 악플과 악의적 유튜버들을 지목하며 남 얘기하듯 하지만, 그 악플과 손잡고 장사를 했던 자신들의 책임에 대해서는 슬그머니 모른 척 지나가 버리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우리 미디어 이용 환경에서 인터넷 포털은 절대적 지위를 지키고 있다. 최근의 조사결과(2024 언론수용자조사, 한국언론재단)를 보면, 유튜브 등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들의 도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포털의 이용률은 84.3%로 전년에 비해서 오히려 소폭 증가하였다. 포털의 영향력이 건재하다는 것이다. 뉴스 유통에 있어서도, 포털에 대한 우리 언론의 의존성은 전혀 줄어들 기색이 없다. 네이버와 다음의 양대 포털의 뉴스 점유율이 약 90%를 차지하고 있는 완벽한 뉴스 유통의 독과점 속에서, 포털이 곧 뉴스를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현재 뉴스 생태계의 모습이다. 이렇게 포털 의존성이 절대적인 상황에서는 포털이 아무리 정치적 또는 사회적인 중립성을 지키겠다는 자구적 노력을 기울인다고 해도, 포털이 가진 기술 특성과 시장구조적 속성이 곧 뉴스 모습으로 그대로 투영되어 나오는 것을 피하기는 어렵다. 모니터 화면의 크기 내에서 제한된 숫자의 표제를 제공하여 최대의 클릭을 끌어내어야 하는 인터넷 포털의 속성은 고스란히 뉴스의 선정적 제목과 낚시기사 그리고 어뷰징 등의 고질적 문제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포털 뉴스와 관련하여 가장 많이 지적된 문제점은 바로 포털이 뉴스 기사의 품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관련 연구들은 언론사들이 포털에 더 많이 의존할수록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뉴스를 제공하게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사들의 수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이용자 트래픽과 체류시간의 증가를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포털의 기본적 속성이 개별 언론사들이 선정성 경쟁 일변도로 치닫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한 연구(이나연, 김창숙, 2023)에서는 우리 언론의 ‘타블로이드화’라고 하였는데, 이는 기존의 정상적 언론사들마저도 포털 시장에서 마치 타블로이드 신문들처럼 변해가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인터넷 포털이 준 영향은 뉴스 시장의 진입 문턱을 낮춰서 새로운 인터넷 언론사들의 난립을 발생시킨 점도 있지만,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기존 언론마저 선정성 경쟁에 뛰어들어서 시장 전체의 저품질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인 자유주의 언론관에서는 경쟁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도달할 수 있는 긍정적 요인이라 기대하게 했었지만, 포털 주도의 환경 속에서는 난립된 언론사들간의 경쟁이 언론 전반의 타블로이드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자유주의 언론 이론과 실제 우리 현실의 괴리를 확인시켜준다. 적어도 저널리즘 시장에서는, 자유 경쟁이 품질의 향상으로 자동적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실제 뉴스 이용자에게 품질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서 지적되고 있다. 즉, 자주 인용되는 그레샴의 법칙(Gresham’s law)처럼,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뉴스 경쟁 시장에서는 진행 중이다.
언론 전체의 타블로이드화가 문제가 되는 것은 비단 연예인 관련 뉴스에만 주목하고 별 쓸모없는 논란만 키우기 때문이 아니다. 더 중대한 문제는 언론 전체의 저품질화 속에서 정작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민주주의의 위기를 맞이하게 되면서 새삼 다시 깨닫고 있지만,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순간의 투표를 통해서 결정되는, 단순히 다수결의 원칙만으로 짧게 요약될 수 있는 정치 제도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물론,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의 필요조건이지만, 이러한 다수결의 의사결정 제도를 악용하여 공포와 혐오 등 감정적 선동을 통해 자신의 정치적 이익으로 편취하려는 시도들이 상시적으로 작용하는 정치 현실 속에서 다수의 한순간 선택이 그 자체로 민주주의 제도를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주의 제도를 위해 함께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다수의 선택이 합리적인 결정이 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의 제공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론의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이 바로 합리적 ‘정보를 제공받은 시민(informed citizen)’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포털을 통해 타블로이드화가 진행되는 현 상황은 점점 더 언론의 이러한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이다.

사건, 사고와 연예 뉴스는 차치하고라도, 정치와 국제 뉴스 등 직접적으로 정치적 의사결정과 직결되는 경성뉴스의 영역에서도 타블로이드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은 더욱 심각하다. 정치, 국제, 경제 등의 영역에서 품질을 갖춘 기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에는 당연하게도 비용이 들어간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여러 명 복수의 취재원을 취재하여 각 주장의 타당성을 따져보고 궁극적으로 진위를 판단하여 보도를 하는 것은 시간과 비용이 소모되는 일이다. 인터넷 포털 환경에서 개별 언론사들이 이러한 노력을 통해서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보다는 오히려 공포와 혐오를 조장하거나 여야의 정치적 논란으로 단순화시켜서 보도하는 것이 어쩌면 각각의 언론사들에게는 경영 합리적 선택일 것이다. 몇몇 커뮤니티 찾아들어가서 공포나 혐오를 자극하는 문구 몇 개 찾아서 무슨 ‘논란’이라고 제목만 붙이면 별다른 사실 확인 필요도 없이 열심히 취재한 기사보다 더 많은 클릭수를 받는데, 누가 좋은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겠는가?
포털의 알고리즘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용하는지는 개별 기업의 영업비밀이어서 이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적어도 현상적으로 나타나는 결과들은 포털에서 좋은 기사를 찾아보기보다는 이른 바 ‘논란’을 노출하기에 포털의 알고리즘은 더 효과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일례로 지난 2021년 언론노조의 조사결과는 당시 보궐선거 기간 동안 네이버에서 가장 많은 조회를 받은 기사가 <中(중) 동포는 민주당 찍는다?>와 같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를 자극하는 것이거나 <“오세훈이 성폭행” 의혹 제기한 네티즌>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따옴표를 붙여서 그대로 옮겨오는 기사들이었음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포털의 부정적 작용은 이번 윤석열 탄핵 국면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났다. 민언련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네이버를 통해서 전달된 주요 언론의 탄핵 관련 기사 8817건 중에 31.5%(2581건)의 기사가 따옴표만 붙여서 전달하는 이른바 ‘받아쓰기’ 기사였다.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헌법적 체계에 대한 중대한 위협이 진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른바 ‘윤측’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반헌법적인 주장들을 별다른 사실 확인도 없이 무비판적으로 따옴표에 담아서 전달하는 핵심적 통로가 바로 인터넷 포털이었다. 민주주의를 위해서 책임 있는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언론이 정작 인터넷 포털을 통해서는 우리 민주공화국을 내란과 극단적 분열의 위험으로 빠트리고 있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16일 ‘스카이데일리’는 <선거연수원 체포 중국인 99명 주일미군기지 압송>이라는 허위보도를 게재하여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한층 가중시킨 바 있다. 인터넷 포털이 없었다면 대부분 그 존재도 알기 어려운 이런 기사가 공공연히 포털을 통해서 전파되고, 이는 여러 극우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의 공간을 통해서 마치 근거 있는 보도인 양 재전달 되었고 이를 통해 가열된 극우 집단의 난동은 서부지법에 대한 물리적 습격으로까지 이어졌다. 포털이 생긴 이후 생겨난 이러한 유사언론들과 그에 편승해서 허울뿐인 중립보도로 극우적 목소리에게도 공론장을 내어준 기성언론들이 우리 민주주의에 얼마나 큰 위험을 가져오고 있는지는 정작 자신들도 깨닫지 못할 듯하다.
포털이 문제가 되는 점이 바로 이렇게 개별적 사업자들의 이익추구의 동기가 결과적으로는 통제되기 어려운 정치적으로 부정적 편향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현장 취재 기자는 줄이고 온라인 취재부 같은 이름으로 한 달에 수백 건씩 기사를 쏟아내게 만드는 개별 언론사의 비용 절감이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위협하는 극단적 혐오와 분열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상당 부분 포털이라는 시스템이 작용하는 결과이다. 물론, 포털 사업자들이 자구적인 노력을 포기하고 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포털 사업자들은 뉴스 제공 방식을 여러 차례 바꾸는 등 나름의 자구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러한 포털 사업자들의 자율규제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매번 비슷하게 반복되는 연예인 관련 사건들과 날로 심화되는 경성뉴스의 연성화가 보여주듯이 실제로 포털을 통해 전달되는 뉴스에서 발생하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이 줄어들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는 개별 포털 사업자의 노력과 무관하게, 관심의 시장에서 포털이라는 기술 특성이 갖고 있는 시장 본질적 속성에 가까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시장 본질적 속성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포털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서 임의적으로 진행되었다. 결국, 정책 대응이 무언가를 개선하기 보다는 그 자체로 문제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고 평가할 만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권은 이른바 ‘가짜뉴스’를 문제 삼아서 포털에 대한 직간접적인 간섭에 나서고 특정 언론사를 포털 제휴에 포함하고 제외할 것을 주문하거나, 검색의 알고리즘 공정성을 문제 삼겠다 식의 행태를 반복하였다. 과거 진성호(한나라당), 윤영찬(민주당) 등 정치인들이 특정 포털을 손보겠다는 식의 발언이 공공연히 노출되기도 하였고, 방송통신위원회나 방송심의위원회 등을 통해서 포털에 대한 직접적인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던 것도 수시로 반복된 일이다.
포털사에서는 2015년 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를 설립하여 제휴사의 진입 여부를 외주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지만, 이에 대한 공정성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었고 ‘스카이데일리’ 같은 유사언론이 여전히 검색되는 상황에서 제평위가 언론사의 난립을 막는 데에 실질적 기여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나마 광고성 기사와 어뷰징 감소 등에 있어서 조그만 역할이라도 수행하던 제평위마저 2023년 보수 진영의 강한 압박 속에서 해체되었고, 이를 어떻게 대체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방안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이다. 방통위에서는 제평위를 법정기구화하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으나, 국민의힘을 포함한 보수 진영은 제평위를 완전히 없애고 개별 포털이 직접 책임을 지는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향후 전망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보수 진영의 말대로 제평위가 완전히 해체되고 개별 포털에게 책임을 부여하겠다는 것은 개별 포털에 대한 압박이 더 가중될 가능성과 함께 시장 문턱을 높여서 소형 언론사의 진입을 통제하여 기성 언론의 영향력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치권의 포털에 대해 보이는 모습은 실제 언론 환경의 개선이 아니라 어떻게든 자신의 정치적 이해에 유리한 조건을 만들고자 포털을 압박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즉, 정치권의 논의를 통해서 실질적인 포털과 언론 환경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치적 영향력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점에서 행정적 규제가 포털을 개선할 수 있는 바람직한 대안은 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포털의 자율적 규제가 실제 포털의 시장 본질적 특성을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도 없을 것이다. 향후 포털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행정규제 또는 자율규제라는 이분법적 논의로 진행될 수 없는 이유이다. 자율규제와 행정규제의 이분법으로 무 자르듯이 나눠지지 않는 민간과 행정기구의 협력적 규제방안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즉, 시장의 본질적 속성을 통제하는 민주주의의 원칙 등 거시적 기준은 공적 거버넌스를 통해 담당하고, 세부적 사업 규범과 원칙의 적용에 대해서는 자율적 규제의 영역에서 다루는 방식과 같은 섬세한 가능성들이 진단되어야 한다. 언론 감시 시민단체들과 언론학계 등 시민사회의 자발적 영역에서 지금보다 더욱 활발하게 포털의 개선 방안에 대해서 논의를 진행해야 하는 이유이다.
홍원식 동덕여대 ARETE교양대학 교수

금융권 떠안은 건설업·PF 위험 노출액 250조 넘어
한신평 "건설사 관련 금융권 부실화 더 확대"
2금융권 토담대 연체율 작년 말 기준 3배 급증
부동산에 사활 거는 대한민국의 미래 어둡다
한국신용평가가 금융업권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저(위험 노출액)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익스포저의 합산 규모를 250조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했다. 가히 천문학적 규모다. 한신평은 건설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 부실화도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나쁜 소식이 또 있다. 2금융권 토지담보대출(토담대) 연체율이 작년 말 기준으로 21.7%로 폭등했다는 소식이 그것이다. 이쯤되면 정말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금융권업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저와 PF 익스포저의 규모가 천문학적인 이유도, 2금융권 토담대 연체율이 급등하는 까닭도 결국 부동산에 경제사회적 자원이 과도하게 쏠린 탓이다. 경제사회적 자원이 부동산에 경도되는 현상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의 장래는 어두울 수 밖에 없다.
금융업권 건설업과 PF 위험 노출액 252조 돌파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9일 '금융업권별 건설업 익스포저 및 PF 익스포저 부담 수준 분석' 보고서에서 2024년 시공능력평가 기준 1∼300위 건설사에 대한 금융업권의 익스포저와 PF 익스포저의 합산 규모를 약 252조 600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 중 대출과 유가증권 잔액(회사채 등)으로 산출한 건설업 익스포저는 약 42조 2000억 원, PF 익스포저는 약 210조 4000억 원이다. PF 익스포저 중에서 건설사의 신용 위험에 노출된 금액은 27조 5000억 원으로 한신평은 추정했다. 이 금액은 자료 접근이 어려운 은행, 보험, 카드, 상호금융 등을 제외하고 한신평이 신용등급을 보유한 증권, 캐피탈,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했다.

먼저 건설업 익스포저의 경우, 시공능력 순위별로 분류하면 1∼50위의 건설업 익스포저가 약 70%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 가운데 시공능력 순위 1∼20위권의 대형 건설사 익스포저는 20조 4000억 원, 21∼50위권의 중견 건설사 익스포저는 8조 4000억 원, 51∼100위권의 중형 건설사가 6조 1000억 원, 101위 이하 소형 건설사가 7조 1000억 원이다.
업권별로는 은행, 보험, 증권업은 대형 건설사, 캐피탈과 카드사는 중견 건설사,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업은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익스포저 비중이 높았다. 신용 사건이 집중되고 있는 시공능력 순위 51위 이하의 중·소형 건설사에 대한 비중은 상호금융(56.5%), 저축은행(39.9%)에서 높게 나타났다. 특히 상호금융과 저축은행은 101위 이하의 소형 건설사 비중 또한 각각 26.5%, 23.5%로 다른 업권 대비 높았다.
한신평은 건설사의 신용 위험에 노출된 PF 익스포저를 신용보강 PF와 준공의무 PF로 나눠 추산했다. 신용 PF는 본 PF와 브릿지론에 대해 건설사가 신용보강을 제공했으나 건설사의 신용 사건 발생으로 신용보강 의무 이행이 어려워진 경우로, 4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준공의무 PF는 건설사가 공사를 진행하는 중에 건설사에 신용 사건이 발생해 공사 진행에 차질이 발생하는 경우로 약 23조 2000억 원이었다.

건설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의 부실화 더 심화할 것
한신평은 "최근 건설사 신용 사건 발생 추세와 부동산 경기를 감안할 때 이번 보고서에서 건설업 합산 익스포저로 표현한 건설사 관련 금융권 익스포저의 부실화는 점차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어 한신평은 "건설업 익스포저와 건설사 신용위험 노출 PF 익스포저를 비교해보면, 건설업 익스포저도 적지 않으나, 위험 흡수 능력이 높은 은행권의 비중이 높고 제2금융권의 비중은 작아 아직 위험의 무게는 PF 익스포저에 더 쏠려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한신평은 "업권별 위험 수준이 개별 업체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은 자산 구성, 충당금 설정 정도, 이익 창출 능력, 자본 완충력 등에 따라 차별화될 것"이라며 "당사는 본 보고서의 리서치 결과와 후속되는 제2금융권의 PF 익스포저에 대한 리서치 결과를 올해 상반기 금융업권 정기 평가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해 말 2금융권 토담대 연체율이 전년비 대비 3배 가량 폭등해
건설업계와 금융업계의 악재는 계속 쌓이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19일 '부동산 PF 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지난해 4분기 기준 PF대출 및 토담대 연체율 현황, 사업성평가 결과와 향후 계획, 부동산 PF 제도개선방안 추진상황 등을 논의했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2금융권 토담대 잔액은 18조 4000억 원으로 전년 말 대비 11조 3000억 원 줄었지만, 사업장 부실화 등으로 연체채권 잔액은 4조 원으로, 전년말(2조 1000억 원)보다 1조 9000억 원 증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말 기준 토담대 연체율은 전분기 대비 3.14%포인트 뛴 21.71%를 기록했다. 전년말 7.15% 대비로는 14.56%포인트 치솟아 3배 가까이로 폭등했다.
2금융권에서만 취급해온 토담대는 사업 초기 토지를 담보로 대출하는 상품이다. 사업성으로 대출을 내주는 브릿지론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규제 수준이 낮고 정확한 수치도 알려지지 않아 '숨겨진 부실'로 알려져 왔다. 금융당국은 PF 연착륙 대책이 본궤도에 오른 점을 감안해 지난해 1분기부터 수치를 공표하기 시작했다.

부동산에 목을 매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두워
금융업권이 보유한 건설업 익스포저와 PF 익스포저의 합산액 규모가 250조 원을 넘는다는 점, 통계에도 잘 잡히지 않던 토담대 연체율이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폭등했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말하는 점은 분명하다. 너무나 과중한 경제사회적 자원이 부동산에 몰빵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국가경쟁력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부동산에 경제사회적 자원이 집중되면서 정작 자원이 배분되어야 하는 4차 산업 등에는 소홀한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게다가 본질적 속성상 사이클을 크게 탈 수 밖에 없는 부동산에 경제사회적 자원이 집중되면서 거품 생성과 붕괴의 사이클이 무한반복 되고 있다. 그에 수반되기 마련인 경제사회적 비용은 가히 천문학적이다. 부동산은 수출할 수 없고, 미래성장산업이 아니며, 부가가치 창출도 제한적이다. 그런 부동산에 경제주체들이 목을 매는 한 대한민국의 장래는 밝지 않다.
이태경 편집위원(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또다시 파묻히는 이재명 체포동의안 통과의 진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9.21. 연합뉴스
윤석열 탈옥 사태는 정치검사들이 결코 인권, 공정, 상식의 대변자가 아니고 윤석열 내란세력과 쿠데타의 공범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주면서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확신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검찰은 이미 오랫동안 기득권 카르텔의 핵심적 주축이었는데, 윤석열 시대에는 아예 그 우두머리 자리에 올라갔다.
그런데 이처럼 '검찰 정권', 또는 '신검부 정권'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기득권 카르텔의 다른 구성원들인 주류언론, 사법부, 정치세력들의 협력은 필수적이었다. 정치검사들이 주류언론-정치세력과 손잡고 누군가를 악마화하면서 표적 수사하고 기소하면, 보수적일 뿐 아니라 기득권 카르텔과 여러 갈래로 연결된 사법부에서 '자판기'처럼 영장과 판결을 내주는 식이었다.
진중권, 김경율처럼 옆에서 추임새를 넣으며 검찰에게 힘을 실어주었던 지식인들의 구실도 빼놓을 수는 없다. 그런데 이처럼 검찰과 유착-협력 관계에 있는 정치세력 중에는 국민의힘과 보수우파 정치세력만이 아니라, 민주당의 일부 정치인과 세력도 있다는 것이 많은 이들의 지적과 비판이었다.
민주당 정부에서 윤석열 사단이 검찰 권력을 완전히 장악하는 과정과 2019년 조국몰이, 2020년 윤미향 마녀사냥 등이 그것을 보여주는 근거가 됐다. 검찰과 언론이 조국 장관과 윤미향 의원을 마녀사냥 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의 이낙연 지도부도 결코 방어하지 않았고 오히려 일부 정치인들은 같이 돌을 던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영장 기각을 규탄하고 있다. 2023.9.27. 연합뉴스
이것을 더욱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는 2023년 9월의 국회에서 이재명 체포동의안 통과 과정이었다. 윤석열 집권 이후 이재명과 주변에 대해 무려 37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벌이며 마구잡이 수사와 기소를 하던 검찰은 결국 몇 가지 사건을 묶어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더구나 당시에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폭정에 맞서 20일 넘게 단식 농성 중이었다.
이재명 대표가 단식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간 날 검찰은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어서 법무부는 국회에 체포동의안을 제출했다. 이것이 야당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탄압이라는 것은 명백했다. 놀라운 것은 표결 결과였다. 국민의힘 의원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민주당에서도 30여 명이 찬성 또는 기권표를 던져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일주일 후에 재판부가 구속영장을 기각하지 않았다면, 이재명 대표는 구속됐을 것이다. 그랬다면, 윤석열 정권은 이번 12.3 쿠데타를 통해서 이루려고 했던 목표 중 하나인 이재명 제거를 훨씬 더 일찍 이룰 수 있었다. 이 과정은 민주당의 일부 세력이 검찰의 칼을 빌려서라도 이재명을 제거하고 당권을 잡고 싶어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그런데 최근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서 당시 상황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2023년) 6월에 민주당에서 유력한 분을 만났는데, 그분이 저한테 '사법 처리가 될 거니까 당 대표를 그만둬라. 그만두지 않으면 일이 생길 것이다'라며 시점까지 정해줬다. 그게 나중에 보니 (검찰의) 영장 청구 시점하고 딱 맞아떨어졌다."
이것을 근거로 이재명 대표는 당시의 체포동의안 통과가 "당내 일부하고 (검찰이) 짜고 한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충격적이면서도 중요한 뉴스가 아닐 수 없었다. 당시의 이재명 구속 시도가 윤석열 정권과 검찰이 정치적으로 기획한 탄압이었고, 동시에 탄압받고 있는 야당의 내부에서도 그것에 협조한 세력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는 정황이기 때문이다.

채널에이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따라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을 미리 알고서 이재명 대표에게 시점까지 정해주며 사퇴를 압박한 "민주당에서 유력한 분"이 누구인지, 검찰과 민주당 일부 세력의 유착과 협력이 과연 어느 정도까지였는지 밝혀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거의 어떤 언론도 이것에 관심을 보이거나 더 깊이 있는 탐사 취재와 보도에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이재명 대표의 발언을 "막말", "폭언"이라고 규정하면서 "경악"하는 반응들만 쏟아졌다. 그 발언이 '모처럼 민주당 내부에서 서로 다른 계파 간에 진행되던 소통과 화합에 찬물을 끼얹었다'라는 논리였다. 이처럼 대부분 언론은 철저하게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던 민주당 일부 세력'에게 감정이입하고 스스로를 동일시하면서 이 사안에 접근했다.
왜냐하면 2023년 9월 당시에, 이재명 체포동의안 가결과 구속을 위해서 검찰과 협력한 것은 '민주당 일부 세력'만이 아니라 바로 대다수 언론이었기 때문이다. 단지 조중동같은 족벌언론만이 아니었다. 대부분의 중도, 개혁, 진보 언론들도 별로 다르지가 않았다. 거의 모두가 한목소리로 합창하듯이 '이재명 체포동의안의 가결'을 주장하고 지지했다.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지키고, 이재명 일극체제와 방탄 정당의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라는 대다수 언론의 프레임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에 찬성표를 던져라'라는 강력한 압박이었다. '범죄자를 감싸며 민주당 2중대가 될 것이냐'라는 프레임과 압박 속에 진보정당과 의원들도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면서 막상 검찰의 표적 수사와 기소를 통한 '이재명 죽이기'와 구속영장 청구가 과연 정당한지는 크게 관심을 보이거나 비판하지 않았다. 갈수록 명백해지는 '윤석열 일극체제'의 정권과 집권여당, '김건희 불체포 특권'에 대해서도 별로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을 단순히 '검찰과 짜고 친' 결과라고 볼 수는 없었다.
그보다는 '정치검찰–족벌언론–보수우파 정치세력–재벌'로 연결된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와 힘, 작동 방식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 구성원들은 좋은 학교 나오고 시험 잘 봐서 높은 자리에 올라간 최상층의 사람들이고 학맥, 혼맥, 혈연 등을 통해서 서로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원내대표 등이 2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이 예상되자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다. 2023.9.21. 연합뉴스
더구나 '윤석열 검찰정권'은 족벌언론과 과두체제를 구성하고 법조기자들의 네트워크를 활용하면서 화려한 법 기술과 '누구든 검찰과 사법부의 공정한 심판을 믿고 따라야 한다'라는 뿌리 깊은 담론에 의존해서 훨씬 더 촘촘하고 효과적으로 권력을 지탱했다. 중도, 개혁(진보) 언론과 민주당의 일부 세력도 여기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은 중도개혁 정당이면서 동시에 국민의힘에 가 있어도 크게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이 포함된 '포괄정당'이기에, 검찰과 손잡으려는 세력도 나타났다. 이들이 검찰의 칼을 빌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대표를 제거하려는 것을 목격한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충격에 빠지고 분노했다. 따라서 자연스럽게 그들에게 책임을 물으려고 했다.
그러자 대다수 언론은 또다시 그런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을 '이견을 용납하지 않고 공존을 거부하는 개딸', '좌표를 찍으며 보복하려고 하는 비이성적인 팬덤'으로 낙인찍고 매도하기 시작했다. "가결표 색출, 징계 운운하며 내부 권력투쟁에 시간을 허비할 때가 아니다”(당시 <경향신문> 사설)라며 지난 일은 덮고 넘어가자고 했다.
총선에서도, 정치검찰이나 족벌언론과 유착해서 당 지도부를 공격한 민주당 정치인들이 당원들의 지지를 받지 못해 공천에 떨어지자, 대다수 언론은 그것을 "비명횡사"라고 규정하며 비난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재명 대표의 '검찰과 당내 일부의 협력' 발언에 대해서 '당의 화합을 파괴하는 막말과 폭언'이라는 프레임으로 덮어버리고 있다.

검찰의 기소와 구속영장 청구 당시에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거듭해서 이재명 대표 사퇴를 촉구하고 있었다/ 채널에이 유튜브 방송 화면 갈무리
하지만 민주당의 어떤 유력인사와 정치인들이 정치검찰과 손잡고 탄압받는 야당의 지도자를 제거하려고 했는지, 그 구체적 과정과 방식은 무엇이었는지는 그냥 덮어버릴 문제가 아니다. 진실을 파헤치고 기록으로 남겨야 할 문제이다. 그것은 '이재명의 경쟁자들에게 보복하면서 다른 목소리를 억누르고 이재명 일극체제를 만들기 위해서'가 전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가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와 작동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과제다. 기득권 카르텔이 단지 '정치검찰–족벌언론–보수우파 정치세력–재벌'을 넘어서서 어떻게 민주당의 일부나 중도-개혁(진보) 언론까지 포섭하거나 영향을 미치며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지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래야만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와 힘을 약화시키거나 대응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지 못한다면 이번에 우리가 윤석열 검찰정권을 무너뜨리는데 성공하더라도, 기득권 카르텔의 구조와 힘은 형태만 달리한 채 다시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다시 기회를 잡아 반격하며 모든 것을 되돌리려 할 수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평등하고 정의로운 세상 위해…농민도 ‘목숨 건 투쟁’을
지난 8일 내란수괴 피의자 윤석열 대통령 석방은 헌재의 탄핵 결정을 기다려 온 시민들의 마음에 허탈, 분노, 위기감을 불러일으켰다. 시민사회 대표들은 즉각 경복궁 서십자각터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갔고 농민 대표들도 그 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작고 다부지다’는 수식어가 가장 잘 들어맞는 농민운동가,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 단식 11일째
이번 계엄내란 사태는 여성농민들이 꾸준히 투쟁해 온 반전평화 투쟁과도 연결된다
전농과 전여농이 통일 문제를 중요 운동 기치로 세우고 있는 이유가 이번에 여실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한다. 윤 대통령은 북풍을 유도하기 위해 집권 이후 전단 살포, 무인기·비행훈련 등 지속적으로 북을 자극해 왔다. 북이 참지 못하고 대응했다면 전쟁은 가시화될 수밖에 없었고 계엄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을 것이다. 농업 문제를 떠나 통일이란 건 한반도에서 필수불가결한, 가장 중요한 과제라는 걸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계엄내란 사태를 떠나, 윤석열정권이 갖는 근본적인 문제를 무엇이라 생각하나
어떤 정권이든 농업을 나라의 근간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너무 부족한 모습을 보여 왔지만 윤석열정권은 더욱 심했다. 게다가 역사 왜곡, 일제 징용과 ‘위안부’ 문제, 문화·농업·노동 문제 등 모든 분야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퇴보와 후퇴가 이뤄졌다. 법안 거부권 남발에서 볼 수 있듯 사회의 기반을 이루는 서민·노동자·농민·소수자에 대한 정책들이 모두 천박했다. 윤석열 퇴진 구호를 가장 먼저 걸었던 건 농민·노동자·빈민이었지만, 우린 남태령에서 더 힘든 사람들이 있었다는 걸 확인했다. 농민보다 더 약하고 소수인 사람들이 있었고 직장을 못 갖는, 주거가 불안한, 장애를 가진 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불평등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우리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하원오-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어떤 생각으로 단식농성을 시작했나
대통령이 풀려나는 걸 보고 황당했고 ‘이게 뭐지?’ 싶었다. 사람은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 대통령은 진보·보수를 떠나 어느 정도라도 국민을 위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 살짜리 아이처럼 자신과 자기 사람들만 챙기고 있다. 기본이 안돼 있는 사람들이 얼마나 국정을 위험하게 운영하는지 모두가 실감했고, 석방 후 법원 난동 세력들을 감싸는 걸 보고 공과 사의 판단조차 결여됐다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단식투쟁은 별로 안 좋아하는 방식이지만 단식에 참여해 음식은 물론 담배까지 끊고 있다.
농민단체로서 농업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에 이토록 필사적으로 임하는 이유는
세상은 한 분야만 따로 돌아가지 않고 모든 게 맞물려 돌아간다. 농민들이 겪는 신자유주의 농정이나 수입농산물 범람도 결국 사회문제와 남북문제와 연결된다. 보수정권은 물론, 노무현정부에서 가장 많은 농민이 구속됐고 문재인정부에서 가장 큰 폭의 쌀값 하락이 일어났다. 개별 정책이나 정권을 떠나 정치·사회적 개혁이 필요하다는 걸 농민운동의 선각자들이 깨우치고 실행했다. 지금 와서 보니 그 답이 맞지 않나. 농업과 사회 문제는 별개가 아니다. 사회에 발맞춰 가지 않으면 농업은 먼저 무너질 수밖에 없다.
계엄 사태 이전부터 꾸준히 윤석열정권 퇴진 투쟁을 전개해 왔다. 윤석열식 정치가 사회에 끼치는 문제점을 무엇이라 보나
우리나라는 해방 정국에서 친일청산을 하지 못했고, 아직도 계급사회적 사고나 열등의식을 벗어나지 못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당장 농민들부터 스스로 농업을 천시하며, 자식에게 농사짓지 말라고 하며 자신을 비하하고 있다. 기득권을 정리하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들이다. 윤석열정부의 해악은 이런 문제들을 정치에 이용하고 가속화시킨 것, 그로 인해 더욱 기득권만 챙긴 것이다. 더욱이 ‘바이든-날리면’, ‘계엄령-계몽령’에서 보듯 절대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자기부정 양상까지 띠고 있다.
헌재의 판결이 늦어지고 있지만 곧 결론은 날 것 같다. 탄핵 이후의 세상, 어떻게 보나
탄핵이 된다면 이후에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예전과는 많이 다를 것이다. 이젠 정치가 국민의 눈치를 안볼 수가 없다. 남태령 이후, 서울시와 장애인만의 문제였던 지하철 이동권 투쟁에 언제든 젊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농업정책도 예전엔 농민단체 몇 곳과 협의해 진행하면 됐는데 앞으론 국민들이 지켜보면서 ‘왜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물을 것이다. 지금도 남태령에서 받은 힘 덕으로 이렇게 버티며 투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남태령의 연대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남태령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을 배우면서 서로의 앞을 막고 있던 벽을 치우는 경험이었다. ‘차 빼라’는 구호를 모두가 밤새 그렇게 간절히 외쳤던 건 각자의 가슴 속에 있던 벽을 허무는 과정이기도 했다. 남태령의 차벽이 열리고, 다시 한남동으로 모여 그렇게 환호했던 것처럼, 앞으로 모든 벽을 허물고 미래를 열 수 있는 세상을 함께 꿈꿨으면 한다.

‘퇴직 떠밀려 자영업’ 50살 이상 절반, 최저임금도 못 번다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
조기 퇴직 등으로 노동시장에서 이탈해 자영업자가 된 50살 이상 가운데 절반가량은 월평균 소득이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계유지를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창업에 나선 고령 자영업자들 상당수가 경제적 한계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는 진단이다.
23일 한국고용정보원이 최근 펴낸 ‘고령자의 자영업 이동과 저임금 노동’ 보고서를 보면, 지난 1~17차 한국복지패널 조사(2006~2022년)에서 ‘1년 이상 임금 근로자’로 조사되었으나, 18차 패널 조사(2023년)에서는 자영업 종사자로 조사된 사람 중 58.8%(269명)가 50대 이상이다. 해당 조사에 1년 전 소득 등의 정보가 담긴다는 점을 염두에 두면 2022년을 기준으로 과거 월급쟁이를 그만두고 자영업에 뛰어든 사람 5명 중 3명이 50대 이상이라는 뜻이다. 한국복지패널은 약 7천가구로 구성된다.
50대 이상 고령 자영업 전환자 가운데 약 절반인 48.8%는 월평균 순소득(연간 총매출에서 연간 총비용을 뺀 값으로, 사회보장기여금 공제 전 소득)이 최저임금 수준(2022년 기준, 월 199만4440원)을 밑돌았다. 자영업에 뛰어들기 전 짧게는 수년에서 길게는 수십년 경제활동을 했어도, 자영업으로 뛰어든 이후엔 상당수가 최저임금도 벌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최저임금 미만의 소득을 얻는 자영업 전환자 비중은 연령대가 높거나, 고용원이 없는 ‘나 홀로 사장님’에서 높게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50대 자영업 전환자 중 최저임금 미만 비중은 28.7%, 60살 이상은 75.8%다. 또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경우엔 약 10.9%만 최저임금 미만의 소득을 벌었고, 고용원이 없는 경우엔 절반 이상인 56.3%가 최저임금 미만 소득을 올렸다.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 중 순소득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사람 비중이 높은 것은, 기존 주된 일자리에서 밀려나 ‘울며 겨자 먹기’로 이미 포화 상태인 업종에서 생계형 창업을 하는 이들이 많기 때문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고령 자영업자 상당수는 임금 근로자로 일했던 산업이 아닌 다른 분야에서 창업하고 있다”며 “자영업이 임금 근로를 대신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를 대신하는 경우는 극소수”라고 진단했다.
실제 이번 연구에서 50대 이상 자영업 전환자 중 유통서비스업과 소비자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이들 비중이 53.8%로 절반을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업종엔 생산성이 낮은 음식점·숙박·개인서비스 등이 포함된다. 창업 문턱이 낮은 대신, 과당경쟁으로 수익성이 낮다.

이런 영세 저소득 자영업자들의 사정은 2022년 이후에 계속 어려워지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보고서는 “지난해 연말 정치적 불안이 발생한 후 경기 불황과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번째 집권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측되며 자영업이 더 위태로워졌다”며 “소비심리 위축은 자영업자 개개인 문제가 구조적 문제로, 정치 안정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하얀 기자 chy@hani.co.kr
저항-선거-실망의 지겨운 패턴 끊으려면 [.txt]
역사학자, 소설가, 농민… 각자 자리에서 쓴 오답 노트

한국 현대사를 시각화한다면, 그 결과물에는 어떤 패턴이 반복될 것이다. 시민의 대규모 저항-대통령 선거-실망과 실패. 이 뻔하고 지겨운 패턴을 이번에는 좀 바꿔보자고, 무엇을 달리해야 역사에 새로운 무늬를 수놓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하는 책들이 연이어 출간됐다. 역사학자, 에세이스트, 소설가, 농민, 그래픽 디자이너…. 업이 다른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당한들 민주주의의 위기가 절로 봉합되지는 않을 거라고. 찰나의 승리에 도취된다면 우리는 ‘그 세계’를 다시 만나게 될지 모른다고. 그러니 우리는 더 처절하게 오답 노트를 써야 한다고.

‘민주공화국의 적은 누구인가’ 지은이 심용환은 현대사를 집요하게 헤집어 12·3 내란사태를 촉발하고, 지속하게 한 주체를 규명한다. 역사학자이자 저술가인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망상’이 개인적으로 형성되고 사회적으로 표출될 수 있었던 배경엔 이승만-박정희에 대한 ‘환상’에 가까운 역사 왜곡이 자리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어제까지의 문제는 반드시 오늘의 문제”가 된다고 경고한다. 그러면서 군부, 공무원, 국회, 국민, 대통령 등 민주공화국을 구성하는 주체를 12개 갈래로 나눠 각 영역이 방치해 온 문제가 어떻게 오늘을 구성했고 내일을 장악할 수 있는지 짚어 나간다.
특히 ‘군부’의 환부로 ‘정훈교육’을 지목하는 부분이 눈에 띈다. “열성적인 종교 집단을 제외하고는 이보다 폐쇄적이며 집단적 교육을 집요하게 실시하는 조직이 어디에도 없다.” 군대가 남성들이 성인이 되어 처음 경험하는 정치적인 장소라는 점은 문제를 키운다. “한국의 교육제도는 지나칠 정도로 비정치적, 비사회적”이며 “유튜브를 제외하고 정치 감각을 기를 수 있는 곳은 군대밖에 없다”.
그런 군대에서 ‘신좌경사상에 대한 경계’를 주입하는 정신전력교육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비극의 씨앗이 된다. “모호하지만 무척 위험해 보이는 이 개념(신좌경사상)은 노태우 정권 시절 등장하여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새로운 좌익 사상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사실 뻔하다. 민주화 이후 사회 변화, 그것이 지닌 진보적·발전적 모습에 대한 공포심 (…) 이들의 신좌경사상에 대한 공포는 2000년대 이후 두 가지 새로운 조류와 만나게 된다. 뉴라이트와 페미니즘이다.” 이번 사태에서 우리는 일부 70대 남성과 2030 남성이 세대를 넘어 ‘극우’라는 하나의 세력으로 통합되는 현상을 지켜봤다. 지은이는 이 기현상을 이렇게 설명한다. “페미니즘에 대한 피해 의식이 진보 정치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졌고, 이러한 정서는 곧 극우적 태도로 돌변하였다. 이준석을 거쳐 김문수로 갔다고나 할까?”
12·3 내란사태를 포함해 역사상 모든 비상계엄은 육사 출신들의 사전 모의와 적극적 가담 없이는 이뤄질 수 없었다. 지은이는 이 점을 하나하나 짚으며 이렇게 썼다. “도대체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은 4년 동안 어떤 교육을 받았을까 (…) 군에 대한 민의 통제는 이제 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다시 만날 세계에서’는 농민 김후주, 소설가 정보라, 에세이스트 임지은, 영화감독 오세연 등 지난 겨울 광장을 메웠던 여성 11인이 쓴 에세이 앤솔러지다. 이들은 광장에서 빛으로 서로를 환히 비추었던 시간들의 의미를 곱씹으면서 이 귀한 빛을 오래 꺼트리지 않기 위한 방법들을 고민한다.
농민 김후주는 ‘남태령 대첩’에서 목도한 ‘초공감’에 대해 썼다. 그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전봉준 투쟁단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올리면서 비농민의 광범위한 연대를 이끌어낸 주역이다. 김씨는 남태령에서 자신의 소수자성을 먼저 밝히고 발언을 이어가는 “새로운 전통”이 탄생했다는 점을 기록하면서 “하나의 목적, 목표에 대한 추동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고유한 역사와 이야기 속에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바꾸자는 염원이 담긴 간절한 소망을 나누는 자리가 남태령에서 시작되었다”고 했다. “모든 책임은 우리가 지겠다”는 한 농민의 비장한 발언에 ‘남태령 소녀’들이 즉각적으로 “같이 집시다!”라고 외친 일화를 전하면서 그는 “순간적인 동기화, 동질화가 일어났다”며 “이렇게 ‘체화’된 민주주의적 연대의 경험은 깊은 사유를 불러일으키는 깨달음의 순간을 갖게 한다”고 했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모든 광장이 다 남태령 같지는 않았다. 에세이 ‘아무튼, 데모’(위고·2024)를 쓴 소설가 정보라는 “시위꾼”답게 서울, 포항, 대구 등지의 집회에 참석한 후 이런 결론에 도달한다. “광장에서 익명으로 안전할 수 있는 곳은 서울, 넓게 보아도 ‘남태령’으로 상징되는 수도권 지역밖에 없는 듯하다.” 지역 집회에도 여성 참여자 자체가 적진 않았지만, 발언을 하거나 자신의 정체성을 밝히는 비율은 현격히 적었다는 것이다. 합성 성착취물 제작, 지인 능욕 등 여성을 괴롭히는 것이 젊은 남성의 놀이 문화로 자리 잡은 이 나라 소도시에서 마음 편히 소수자성을 드러내지 못하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정 작가는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포용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에세이스트 임지은은 고속도로를 쌩쌩 달리는 택시 안에서 ‘반탄’과 불편한 대화를 나눈 일화를 전한다. 용산 부근에서 시위대를 지나치던 택시 기사는 묻는다. “그,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생각해요?” 질타를 목적한 질문을 작가도 더는 참지 않고, 두 사람의 위험한 동행이 시작된다.

‘시대 정신’은 시국선언을 시각언어로 표현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12·3 비상계엄 직후 디자인 스튜디오 ‘일상의실천’은 동시대 디자이너에게 ‘지금, 디자인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를 물으며 1960년 4·19부터 2024년까지 발표된 시국선언문 250여개를 정리해 전달했다. 취지에 공감하는 63개팀이 이 시국선언 문장 중 하나를 골라 그래픽을 입혔다. 그렇게 빛 바랜 과거의 문장은 오늘의 선명한 외침으로 되살아났다. 권준호 일상의실천 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권력자가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 시민이 저항하며 자발적으로 쓴 글이 시국선언문이기에 과거의 문장이 지금을 반영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최윤아 기자 ah@hani.co.kr
윤석열표 ‘부자 감세’ 실패 확인…‘증세’로 유턴을
길 잃은 한국 경제 ③

정부 공언했던 경제 활성화는커녕
나라 곳간 비어 되레 양극화 심화
수출 둔화·내수 부진·고환율 덮쳐
확장 재정 요구 분출에도 속수무책
윤 탄핵소추로 ‘감세’는 일단 제동
고령화 대응 등 ‘증세’ 없인 불가능
윤석열 정부가 2년 반 동안 추진해온 감세 정책의 낙수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성장세는 둔화하고 세수 부족에 양극화 심화까지 부정적 효과만 도드라졌다. 감세 정책은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일단 제동이 걸렸지만 숙제는 남아 있다. 나라 곳간이 비어가는데 고령화로 재정 부담은 커지고 있다.
복합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부자 감세 반대’에서 더 나아가 ‘증세’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 탄핵소추로 정부가 그동안 추진해온 각종 감세 정책은 일단 올스톱됐다. 예컨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하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이 무산됐다.
다만 이미 진행된 감세 정책은 되돌리기 어려워졌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부터 법인세·종합부동산세(종부세)·소득세 인하 등 공격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4%로 낮추고, 다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덜어줬다.
그 결과 세수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2022년 396조원이던 국세수입은 지난해 344조원으로 줄었다. 올해는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4년 10월 국세수입 현황 분석’ 보고서를 통해 올해 국세수입이 당초 계획한 367조원보다 적은 332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가 기대한 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두지 못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에서 ‘정부가 부자 감세만 추진했다’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경제 활성화와 경기 촉진을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한국 경제는 수출 둔화·내수 부진·고환율 등 삼중고를 겪고 있다.
감세 정책이 대기업·고소득층에 더 많은 혜택을 준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2024년 세법개정안 분석’ 보고서에서 정부의 올해 세법개정안이 서민·중산층보다 고소득자에게 13배 넘는 감세 혜택을 부여한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추진한 상속세·가업상속공제 완화는 부의 세습을 부추긴다는 지적을 받았다.
문제는 차기 정부가 기조를 바꿀지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감세 포퓰리즘’ 경쟁을 해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7월 ‘1가구 1주택자 종부세·금융투자소득세 완화’를 주장했다. 정부·여당의 세법개정안 중 금투세 폐지 및 가상자산 과세 유예안은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증세 논의도 흐지부지돼왔다. 이 대표는 2022년 대선을 앞두고 전 국민에게 연간 100만원씩 지급하는 기본소득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토보유세·탄소세를 신설하겠다고 약속했다가 “국민이 반대하면 하지 않는다”고 물러섰다.
한국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증세는 불가피하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은 2045년에 고령 인구 비율이 37.3%를 기록, 일본을 추월해 세계 1위 고령 국가가 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한국 정부에 고령화 지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증세를 권고했다.
게다가 정부는 최근 경기 부진으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 등 확장 재정 정책을 요구받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내년엔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추경을 한 번만 하고 끝낼 게 아니다”라며 “확장적 재정 정책을 펴려면 증세를 해야 한다. 한국도 이제 부유세를 거둘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윤석열 풀어주더니 김성훈 영장도 기각…판사 맘대로
증거 인멸 없다는 황당한 판단…시민들 또 충격
특수공무집행방해는 전국에 실시간 생중계돼
윤석열 관저 복귀 뒤 경호처 직원 부당 징계까지
김성훈, 비화폰 기록 원격 삭제 정황도 뚜렷한데
법원은 증거 인멸 우려 없다면서 어이없는 결정
법원이 21일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기각했다. 윤석열 체포를 방해한 명백한 범죄 행위가 TV와 유튜브 등으로 생중계되고, 보안폰(비화폰) 서버기록 원격 삭제 등 증거인멸 정황까지 드러났음에도 법원이 기어이 이들을 풀어준 것이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 선고가 계속해서 늦춰지면서 12·3 내란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하는 가운데, 또다시 경호처 간부들의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되면서 고통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서울서부지법 허준서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김성훈 차장과 이광우 본부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경찰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혐의 성립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봤고,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다고 판단해 구속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무너지는 중산층…가구 여윳돈 월 20만원밖에 없다
작년 4분기 소득 3분위 흑자액 60만 원대 추락 5년새 가장 적어…윤석열 정부 이후 계속 줄어
부동산 세금 늘고 사교육비 부담까지 허리휜다 가처분소득 감소-소비 위축-내수 부진 악순환
중산층 가구가 한 분기에 벌어서 쓰고 남은 흑자액이 60만 원대로 떨어졌다. 지난 2019년 4분기 이후 70만 원 밑으로 내려온 건 처음이다. 한 달로 치면 여윳돈이 월 20여만 원 밖에 안 된다는 의미다.
흑자액이 이처럼 줄어든 것은 소득은 찔끔 늘어난 반면 부동산 관련 세금, 대출 이자, 교육비 등을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부동산 포모(FOMO : Fear of Missing Out/나만 놓친다는 두려움) 심리, 금리 인상으로 대출 이자 압박, 사교육비 부담 등 중산층 가구를 짓누르고 있는 요소들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 6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1인당 사교육비가 월평균 30만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한 영어유치원. 2025.3.13. 연합뉴스
2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소득 3분위(상위 40∼60%) 가구의 흑자액(실질)은 전년 동기 대비 8만 8000원 줄어든 65만 8000원으로 집계됐다. 2019년 4분기(65만 3000원) 이후 5년 만에 처음으로 다시 60만 원대로 떨어졌다.
가구의 소득에서 이자·세금 등 비소비지출을 뺀 것을 처분가능소득이라 하고, 여기에서 다시 식비·주거비 등 소비지출을 제외한 것이 흑자액이 다. 말하자면 흑자액은 가구의 여유자금이다.
중산층인 소득 3분위 가구의 분기당 흑자액은 지난 2021년 3분기에는 94만 원을 넘기도 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가파르게 줄고 있다. 흑자액은 2022년 3분기 이래 2023년 2분기와 2024년 1분기의 정체 수준의 미미한 증가를 제외하면 나머지 8개 분기에 모두 감소했다. 특히 지난해 2분기부터는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3개 분기 연속 감소했고, 그 폭도 갈수록 커졌다.

소득 3분위 가구 흑자액 추이
전체 가구의 평균 흑자액이 최근 2개 분기 연속 늘며 회복 흐름을 보이는 것과 대조적이다. 소득수준별로 나눈 5개 분위 가운데 3분위 만 흑자액이 계속 줄고 있다. 가장 소득이 적은 1분위는 지난해 4분기 감소를 기록했지만, 그 이전 6개 분기는 모두 증가했다. 2분위와 4분위, 고소득층인 5분위는 지난해 4분기 흑자액이 늘었다. 소득 분포상 중간 계층, 즉 중산층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는 반증이다.
3분위 가구의 흑자액이 줄어들고 있는 것은 소비지출 가운데 보건·교통·교육비 분야의 지출과 비소비지출인 이자·취등록세 등이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4분기 3분위의 소비지출 가운데 교육비(14만 5000원) 지출 증가율은 13.2%에 달했다. 전체 가구의 평균 교육비 증가율 0.4%에 비해 10배 가까이 컸다.
비소비지출은 77만 7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나 늘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금액도 가장 많고 증가 폭도 최대다. 그 중 이자 비용은 1.2% 늘어난 10만 8000원을 기록해 4분기 만에 증가하며 다시 10만 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구입 때 부과하는 취·등록세가 늘면서 비경상조세(5만 5000원)가 5배 가까이(491.8%) 증가한 점도 가구 흑자액 감소의 요인이 됐다.

소득 3분위 가구 분기별 흑자액 추이. 자료 : 통계청
비소비지출의 급증으로 인한 처분가능소득의 감소는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17일 발간한 '최근 소비 동향 특징과 시사점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3분위 가구의 2020년 이후 실질 소비는 코로나19 직전보다 부진한 것으로 분석됐다. 1분위와 4·5분위가 엔데믹 이후 회복세를 보인 점과 대조적이다.
보고서는 "중위소득 계층에서는 가계부채 증가와 이자비용 증가로 가처분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 여력이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균형적인 경제성장의 척도로 여겨지는 중산층의 경제적 안정성이 흔들리면서 내수 뿐만 아니라 경제 기반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유튜브에서 무얼 보았기에... 요즘 교실의 충격적인 모습
[아이들은 나의 스승]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이 필요한 이유... 진정한 토론 가능하게 만들어야
"장담하건대,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일 걸요."
지난 '1.19 서부지법 폭동'을 겪은 직후 한 아이가 태연하게 건넨 말이다. 폭력을 동원해 사법 기관을 짓밟은 난동에 경악하면서도, 헌법 질서를 파괴하는 극우 세력의 준동은 멈추지 않을 거라고 단언했다. 나름 그럴듯한 근거를 댔지만, 난 '기우'일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는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보다 '1.19 서부지법 폭동'이 또래 문화에 미친 영향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국민 저항권'이라는 말을 무시로 입에 올리고, 좌파에 대한 맹목적인 거부감이 유행처럼 번졌다. 아이들은 뜻도 정확히 알지 못한 채 부르댄다.
일부 아이들은 1980년 당시 전두환 신군부의 비상계엄에 맞선 광주 시민의 '국민 저항권'과 윤 대통령의 탄핵에 맞선 그것을 유사한 사례로 이해한다. 역사적 정의와 헌법 수호라는 가치가 상반되는 사안인데도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지 못한다. 지나치게 납작한 역사 인식이다.
인권에 대한 인식도 별반 다르지 않다. '천부인권'의 의미를 내란의 우두머리인 대통령에게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소리를 해댄다. 대통령이기에 더 많은 권리를 누려서도 안 되지만, 최고 권력자라는 이유로 권리가 무시되어서는 안 된다는 '객관적인' 설명까지 덧붙인다.
얼마 전 윤 대통령의 구속이 갑작스레 취소되었을 때다. 법원이 무슨 근거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언론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지만, 아이들은 구속 취소라는 결과에만 관심을 보였다. 이제 탄핵 심판 절차가 멈추게 되는지를 묻는 아이도 있었다.
교실의 극우화, 원인이 있다

아이들의 대화를 들어 보면, 탄핵 심판과 형사 재판을 구별하지 못하고, 범죄의 구성 요건과 절차상의 하자를 마구 뒤섞어 이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헌법재판소를 대법원의 휘하 조직 아니냐고 반문하는 아이도 있다. 그들은 왜곡되고 편향된 정보를 쉽게 믿는 경향이 있다.
그들이 세상과 소통하는 창구는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다. 거기서 알게 된 정보는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진다. 그들끼리 주고받는 일상적인 대화 속에 가짜 뉴스는 걸러지지 않는다. 가십거리로 소비될지언정 '팩트 체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를 바루어야 할 학교 교육은 무기력하기만 하다. 정치 교육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교실에선 함부로 정치 관련 이야기를 꺼낼 수 없다. 수업 중에 아이들 앞에서 특정 정당과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를 입에 올렸다간 자칫 교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며 고발당할 수도 있다.
아이들의 질문에 대한 답변도 조심해야 한다. 무심코 교사 개인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날 수 있고, 그 또한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에 해당할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도, 과거 윤 대통령의 공약과 정책을 비판했다가 여러 차례 민원이 제기되어 소명하느라 진땀을 흘린 적이 있다.
예컨대, "윤 대통령의 탄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아이들의 질문에 대통령 탄핵 제도의 취지와 역사에 대해 설명하는 걸로 답변을 대신하게 된다. '동문서답'이지만, 그게 가장 안전하다. 탄핵에 대해 뭐라고 답하든 그들의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질 게 뻔해서다.
정규 교육과정에 '정치와 법'이라는 과목이 있지만, 일부 아이들만 배우는 선택 교과인 데다 내용 역시 '공자님 말씀'만 가득하다. 요즘처럼 대한민국의 다이내믹한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데는 별 쓸모가 없다. 학교는 '현실'이 아닌 '이상'을 배우는 곳이라는 말은, 차라리 조롱이다.
현행법상 정치와 교육은 상극이다. 보수 정치인들과 언론이 맞장구치며 전교조를 좌파로 낙인찍고 조리돌릴 때 전가의 보도처럼 '교실을 정치판으로 만든다'는 이유를 댔다. 그들은 전교조 스스로 신성한 교직을 노동자로 자기 비하하며 학교 교육을 허물어뜨렸다고 아우성쳤다.
교사들은 이내 움츠러들었고 아이들 앞에서 정치의 '정'자도 꺼내지 못하는 '정치적 천민'으로 전락했다. 하루가 멀다 않고 정치적 사건들이 잇따르는 현실에서 학교는 정치에 대해 궁금해하는 아이들을 되레 죄악시하는 상황이 됐다. 정치보다 공부가 더 중요하다는 지적과 함께.
아이들은 정치에 대한 호기심도 교실이 아닌 인터넷 커뮤니티와 유튜브를 통해 채운다.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어디서나 쉽게 접근할 수 있고, 더 궁금한 게 생기면 알고리즘의 친절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간섭하거나 강제하는 이도 없고, 알게 된 내용을 확인하는 시험도 없다.
그 결과가 '교실의 극우화'다. 극우적 사고에 경도된 아이들이 시나브로 늘어나더니 근래 들어 다수를 점하는 모양새다.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면 다행이지만, 교실 안에선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게 필연이다.
교사의 '정치적 시민권'이 절실한 이유

아이들의 손에서 당장 스마트폰을 빼앗는 게 해법일 리 없다. 그렇다고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한다는, 관료들이 내놓는 방안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교실마다 와이파이를 설치하고 태블릿을 일괄 지급하면 아이들의 정보화 역량이 향상될 거라는 인식처럼 허망하다.
공짜 태블릿에 버퍼링 없는 고성능 와이파이까지 깔려 교실은 'PC방'이 됐다는 자조가 넘쳐난다. 학교마다 전자기기 사용을 제한하는 자치 규약을 만들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급기야 일과 중 전자기기 소지 자체를 금지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는 걸 교육청도 모르진 않을 것이다.
'교실의 극우화'를 막는 확실한 방법이 있다. 오로지 이것뿐이어서 좌고우면할 필요도 없다. 교사에게 '정치적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 수십 년 동안 교사들의 의식을 옥죈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을 손보는 것이다. 법이 제정될 당시의 취지에 따라 제대로 해석하고 적용하면 된다.
기실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은 전국의 교사들을 자신의 수족 부리듯 해온 이승만 정권의 무도함에 저항하며 도입된 조항이다. 말하자면, 4.19 혁명이 일궈낸 결실이었다. 그런데, 5.16 군사 정변 이후 30년 넘게 지속된 독재정권이 자의적으로 해석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정치적 시민권'을 획득한 교사는 자신의 낡은 수업 방식부터 바꾸게 될 것이다. 요즘 같은 시기엔 탄핵 찬반을 두고 아이들의 자유로운 토론을 설계할 수 있다. 정치인의 공약을 주제로 한 수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잠자는 교실을 깨우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아이들에게 극우적 사고는 각자도생과 무한경쟁으로 파편화한 교실의 고립된 분위기 속에서 자라난다. 토론이 일상화한 교실에서는 극우적 사고가 발붙일 공간이 없다. 특히 상충하는 정치적 쟁점을 화두로 삼은 토론이라면, 아이들을 성숙한 시민으로 키우는 데 더없이 요긴하다.
아이가 '1.19 서부지법 폭동'으로 드러난 극우 세력의 준동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한 건, 학교 교육에 더는 희망이 없다는 자괴감의 표현이 아니었을까. 그는 망상에 빠진 윤 대통령보다 극우 유튜브에 빠진 짝꿍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그가 윤 대통령이 파면되더라도 세상은 별로 달라지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 이유다.
오마이뉴스 서부원(ernesto)
윤석열 파면 막아라' 지령 내리는 조선일보
해는 동쪽에서 뜬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이고 세상의 이치이며 우주를 창조하신 신의 명령이다. 전광훈처럼 돈 밝히고 성경을 돈으로 해석하고 하나님도 자기한테 까불면 죽는다는 무식하고 무례하고 무도한 무당 목사가 싫어 교회에서 가출한 내 눈에도 하나님은 우주를 창조하실 적에 해는 동쪽에서 뜨라고 설계하셨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정확하게 말하자면 윤석열이 정치 무대에 등장한 이후로, 종종 해가 서쪽에서 뜨기도 한다.
2024년 12월 3일 밤에도 해가 서쪽에서 떴다. 핸드폰이라는 신문명이 등장한 이후로 기자들은 술자리에서 이런 농담을 했었다. 이젠 5.16이나 12.12 같은 쿠데타는 일어나지 않겠네. 탱크보다 시민들이 먼저 출동할 테니까. 윤석열이 친위 쿠데타를 준비하고 있다고 민주당에서 폭로했을 때, 용산 대통령실과 집권 여당인 국힘당은 거대 야당이 괴담을 퍼뜨려 선동을 한다고 거품을 물었었다.
그뿐인가. 요리 보고 조리 봐도 윤석열의 후견인이고 동업자로 보이는 조선일보는 물고 뜯고 싶어 이가 근질거리는데 이게 웬 떡이냐며 달려들어 악담과 저주를 퍼부었고, 조선일보를 추종하는 배알도 없는 기타 언론은 조선일보를 따라 민주당과 이재명을 물고 뜯었다. 거대 야당이 해가 서쪽에서 뜬다는 괴담을 퍼뜨린다며. 그런데 2024년 12월 3일 밤에는 해가 서쪽에서 떴다.

서울 종로구 경복궁 동십자각 앞에서 범시민대행진에 참가 중인 시민들의 모습. 2025.3.22. 사진 이호 작가
내란 수괴 윤석열이 지귀연 판사와 심우정 검찰총장의 합동작전으로 구치소에서 합법적으로 탈옥을 하기 전에도 법원에서 날이 아니라 시간으로 계산하여 해가 서쪽에서 뜨더니 이어서 검찰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판사의 말씀이 거역해선 안 되는 진리라며 해가 서쪽에서 떴다. 요즘은 헌법재판소가 있는 동네에서는 해가 자꾸 서쪽에서 뜨려고 한다. 대한민국 파산 선고를 하려고 한다.
2025년 3월 26일에는 해가 동쪽에서 유난히 크게 떴다. 안개와 미세먼지로 한 치 앞을 보기 힘든데도 자연의 법칙과 세상의 이치와 하나님이 설계한 대로 해가 동쪽에서 큼지막하게 떴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이런 거라고 시위라도 하는 것처럼.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묵힌 체증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페이스북 담벼락에 이렇게 썼다.
“오로지 이재명 제거라는 일념으로 그토록 집요하게 법원을 흔들었건만 이재명 항소심 재판부는 '보이지 않는 손'에 흔들리지 않았다. 판결이, 판사의 양심이 나라를 살렸다. 법원 승, 조선일보 패.”
열등감에 사로잡혀 정적 제거에 혈안이 된 윤석열의 검찰은 현미경 들이대고 티끌이라도 찾아내어 기어코 이재명을 기소했고, 조선일보는 ‘사법 리스크’라는 그럴듯한 프레임을 씌웠다. 많은 이들이 색안경을 끼고 이재명을 보고 있었는데, 법관의 양심을 지킨 판사가 그 색안경을 거둬내고 맑은 안경을 끼워주었다. 흑백으로 보이던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바뀌었다.
언론은 세상을 보는 창이다. 조선일보라는 창으로 세상을 보면 조선일보가 보여주는 세상이 보인다. 조선일보를 통해 세상을 보면 세상이 뾰족한 세모로 보이고, 동아일보까지 보면 네모로 보인다. 한겨레를 보면 다면체로 보이고 MBC 뉴스데스크까지 보면, 흑백이던 세상이 총천연색으로 보이고 ‘조선일보가 보여주지 않는 세상’이 보이고 ‘조선일보의 흑심’이 보이고 대한민국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인다.
목사의 탈을 쓰고 하나님을 희롱하는 전광훈 따위의 인간을 제외한 대한민국의 모든 정상적인 국민은 윤석열 탄핵을 당연시하던 2025년 1월 21일, 조선일보의 대표 논객이라는 김대중 전 주필은 기명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나의 희망 사항은 이렇다. 즉 ① 윤 대통령은 헌재의 탄핵 심판에서 기각돼 명예를 회복하고 대통령직에 복귀한 뒤 자진 사퇴할 것을 선언하며 ② 이 대표는 항소심의 유죄판결로 대통령 출마가 좌절됨으로써 정치권에서 퇴장한다는 시나리오다.”

그때는 귀신이 씨나락 까먹는 소리를 한다고 치부했는데, 백날 굿을 해도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다고 비웃었는데, 헌법재판소가 있는 동네에선 자꾸만 해가 서쪽에서 뜨려 한다. 지귀연 판사가 ‘내란 수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린 날처럼. 심우정 검찰총장이 즉시항고를 포기한 날처럼.
헌재의 윤석열 탄핵 심판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차장은 조선일보를 ‘대조선일보’라고 불렀다. 그 말은 정치권과 관료사회에 미치는 조선일보의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고발이고 비아냥이었다.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하기도 하고 퇴출시키기도 한다는 말이 낭설은 아니라는 것이고 조선일보가 이 나라를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국가정보기관인 국정원 고위 관료의 증언이었다. 기자로 밥 먹고 살아온 내 귀에는 그렇게 들렸다.
요즘 조선일보는 ‘라이언 일병’이 아닌 ‘내란 수괴’ 윤석열 구하기에 몰두하고 있다. 윤석열의 12.3 내란 이후에 한동안 윤석열이 보수 궤멸의 자폭 테러를 저질렀다며 너 때문에 나까지 죽게 생겼다는 악담과 저주를 퍼부어대더니 언제부턴가 슬그머니 방향을 바꿔 윤석열 내란을 수사하는 공수처를 흔들고 구속영장을 발부한 법원을 흔들고 폭도들의 법원 난입 폭동을 시국사건으로 미화하고 극우성향 목사들의 ‘하나님 모독 집회’를 찬양하며 탄핵 반대 여론몰이를 하더니 탄핵 심판을 하는 헌법재판소를 마구마구 흔들어 해가 서쪽에서 뜨게 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조선일보 대표 논객이라는 김대중 전 주필의 기명 칼럼을 보면, 장막으로 가리운 무대 뒤의 세상이 보이는 듯하다. 인형극을 조종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 보이는 듯하다. 대선후보 윤석열의 자질에 대한 의구심이 높아가던 2021년 11월, 김대중 조선일보 전 주필은 기명 칼럼에서 윤석열은 준비된 대통령 지망생도 아니고 대통령으로서 지녀야 할 자질과 능력도 의심스럽고 말을 함부로 하고 검찰 만능주의 사고도 걱정이고 다재다능하지도 않지만 닥치고 윤석열을 지지하라고 했었다. 선거 보도에선 후보 검증이 언론의 책무인데 그 책무를 저버리고 문재인 정부를 지울 청소부를 뽑으라 했었다.
그런 윤석열이 무지와 무능, 불통과 독선의 아집으로 나라를 시궁창으로 빠뜨리고 나라 꼴이 어찌 되든 저 살자고 친위 쿠데타를 저질러 대한민국을 국제사회의 왕따로 만들었는데도 문제아를 대통령으로 만든 조선일보도 김대중 전 주필도 반성 따위는 하지 않는다. 반성은 개뿔, 그 반대다. 윤석열을 버리더라도 정권을 뺏겨서는 안 된다고 하더니 지금은 내란 수괴의 복귀를 도모하고 있는 듯하다.
윤석열의 12.3 내란 후에 조선일보 김대중 전 주필은 “보수가 자정 기능을 발휘할 때다, 부끄러워할 줄 아는 정치가 보수의 정치다, 한국의 보수는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나라를 지켜낸 역사를 갖고 있다”고 헛소리를 하더니 기승전 이재명 혐오 프레임을 들이대며 무조건 이재명이 대통령 되는 걸 막으라는 지령을 내린다. 이어서 윤석열의 내란으로 나라가 어지럽던 2024년 12월 마지막 날의 칼럼에서는 “민주당 국회의원들은 이재명의 ‘졸병’이고 근거도 증거도 없긴 하지만 ‘민주당을 움직이는 좌파 원로회의’가 있다”며 “국힘당도 대오를 갖춰 한 명의 이탈도 없이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라”는 지령을 내린다. 그리고 나온 게 윤석열과 이재명을 동시에 퇴장시키라는 1월 21일의 칼럼이다.

조선일보 김대중 전 주필은 사법부에도 지령을 내린다. ‘사법이 나라를 구해야’라는 2월 11일의 칼럼에서 그는 윤석열 탄핵 결정이 먼저냐 이재명 항소심 판결이 먼저냐에 따라 정치 지형이 완전히 달라진다며 헌재도 법원도 애국적인 판단을 하라고 강요한다. 물론 김대중 전 주필이 말하는 애국적인 판단이란 다음 대통령이 거의 확실한 이재명의 정치적 생명을 법원이 끊어달라는 거다.
그게 전부가 아니다. 윤석열 검찰 대 이재명의 선거법 소송의 항소심 선고가 있기 하루 전인 3월 25일의 칼럼에서 김대중 전 주필은 “2030 세대는 거대 야당의 독재에 의한 망국적 상황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2030과 보수층의 윤석열 탄핵 반대는 거대 야당을 잘못 만들어준 국민적 보상감 때문”이라며 확증편향에 사로잡힌 아전인수의 요설을 늘어놓더니 숫자가 많다고 이기는 건 아니라며 보수성향의 헌재 재판관들을 향해 윤석열 파면을 막으라는 지령을 내린다.
이쯤 되면 칼럼이 아니라 선전 선동의 지령문이라고 해야 한다. 물론 김대중 전 주필만 유난을 떠는 게 아니다. 조선일보의 칼럼이 대체로 그러하고 조선일보의 지면이 또한 그러하다. 나치의 선전장관 괴벨스가 보면 해도해도 너무 한다고 혀를 끌끌 찰 지경이다. 이쯤 되면 조선일보는 언론이 아니라 대국민 심리전 사령부이고 수구 카르텔의 기관지라고 함이 마땅하다.
윤석열 검찰 대 이재명의 선거법 소송에서 항소심 재판부는 완벽하게 이재명의 무죄를 논증하였다. 다른 이재명 소송도 그렇거니와 이 사건은 애초에 검찰이 나설 일이 아니었고 법을 들이댈 일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이재명 대표에게 유죄를 선고하여 정치적 생명을 끊으라고 하거나 일부의 헌재 재판관들에게 윤석열 탄핵을 막으라고 하는 건 해가 서쪽에서 뜨게 하라고 억지를 부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해가 서쪽에서 뜨면 세상에 별일이 다 있네, 하며 무심하게 지나갈까? 아니다.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의 예언처럼 4.19와 같은 혁명적 상황이 전개될 것이고 윤석열은 며칠 내로 하야하는 운명을 맞게 될 것이다.
윤석열의 12.3 친위 쿠데타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로 막지 않았다면 지금 우리는 계엄 치하에서 살고 있을까? 아니다. 유혈사태가 벌어졌을 것이고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는 3일 천하로 끝났을 것이고 지금쯤 윤석열은 구치소에서 제발 사형만은 면해 달라는 반성문을 쓰고 있을 것이다. 우리 속담에 물에 빠진 놈을 구해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게 있다. 윤석열과 국힘당과 조선일보가 그 꼴이다. 물에 빠진 걸 구해주니 더 큰 보따리를 내놓으라고 한다. 그 보따리에 든 것은 망국의 패악질 목록인데, 그 보따리를 내주어야 하는가.
내란 수괴 윤석열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는 것은 차근차근 네 멋대로 나라를 말아먹으라는 것이고 대한민국 파산 선고나 마찬가지인데, 그게 말이 되는가. 나도 김건희처럼 이유는 다르지만 어쨌든 조선일보 폐간이라는 공동의 목표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가.
송요훈 편집위원(전MBC 기자) 시민언론 민들레(https://www.mindlenews.com)
부동산금융 4000조 첫 돌파…GDP의 1.6배 넘어
한은 보고서, 지난해 기준 4122조 원으로 역대 최고
한은 보고서, 지난해 기준 4122조 원으로 역대 최고
윤석열 정부, 정책 금융으로 밀어올린 부동산 가계대출
과도한 부동산 금융은 금융 불안 확산, 경제성장 저해
모든 경제 주체 부동산에 몰빵…국가의 앞날 위태로워
지난해 말 국내 부동산금융 리스크 규모가 사상 처음으로 4000조 원을 돌파했다. 눈길을 끄는 건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과 4년 만에 1000조 원 넘게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수출할 수도 없는, 미래산업도 아닌 부동산이 블랙홀처럼 금융을 빨아들이는 형국인데 참으로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경 4000조원을 돌파한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2025년 3월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잔액은 4121조 6000억 원으로 전년(3937조 원) 대비 4.7% 증가했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란 국내 부동산 부문 충격이 금융기관과 금융투자자 등 경제 주체에 미칠 수 있는 잠재적 손실 규모를 말한다.
부동산금융 익스포저 잔액이 연말 기준 40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이는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2549조1000억 원의 161.7%에 해당하는 천문학적 규모다.
한은이 발표한 지난해 부동산금융 익스포저는 부동산 관련 대출(잔액 2681조 6000억 원)과 부동산 관련 보증(1064조 1000억 원), 금융시장을 통한 부동산 관련 금융투자상품(375조 9000억 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이들 각 부문은 취급·실행 과정에서 보완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이들을 단순 합산하면 관련 위험이 과대평가될 수 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윤석열 정부의 정책금융이 밀어올린 부동산 가계대출
지난해 말 기준 가계 부동산 대출 잔액은 1년 새 3.6% 늘어난 1309조 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부동산 관련 대출에서 가계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48.8%에 달한다.
상업용 부동산 등 비주택 담보대출이 상가 공실률 상승 등 시장 여건 악화로 감소세를 지속했으나,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다고 한은은 설명했다. 특히 가계 부동산 대출 중 정책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말 17.0%에서 지난해 말 23.7%까지 꾸준히 상승했다. 일반기업 부동산 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 기준 694조 2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비주담대를 중심으로 큰 폭으로 늘면서 1년 전보다 11.3% 증가했다.
부동산·건설업종 기업 대출은 1.8% 늘어난 623조 3000억 원으로 추산됐다. 2023년 4.4%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증가율이 축소됐는데, 건설업이 금융기관들의 위험 관리 강화 영향으로 잔액이 줄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잔액은 구조조정 등 영향으로 187조 3000억 원,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한은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부문 고위험 가구는 지난해 말 기준 38만 6000가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금융부채를 가진 가구의 3.2%에 이르는 수준이다. 고위험 가구는 원리금 상환부담이 크고, 자산을 매각해도 부채를 전부 상환하기 어려운 가구 등을 의미한다. 한은은 “최근 지방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하락하면서 지방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 부담이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며 “건설경기가 부진한 지역은 고위험가구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과도한 부동산금융, 금융 불안정성 증폭에 경제성장도 저해할 위험
한은은 “주택담보대출 증가 등 일부에서 잠재적 위험이 누적되고 있다”며 “부동산 부문으로의 금융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부동산 금융 익스포저 증가세가 둔화하는 추세지만,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 부동산 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는 등 일부 부문에서는 잠재 리스크 누적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금융 여건 완화가 부동산 등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고 자산매입을 위한 대출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부동산 부문으로의 금융 쏠림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동산금융이 과도하게 확대되면 경기 부진 시 금융 불안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고, 생산성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이 집중되면서 경제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동산에 몰빵하는 대한민국에 희망이 있는가?
부동산금융 익스포저가 사상 최초로 4000조 원을 뜷었다는 소식은 정말 충격적이다. 특히 심각한 건 코로나 사태 이후 1000조 원이 늘었다는 사실이다. 이쯤되면 정부를 비롯해 기업과 가계와 금융이 모두 부동산에 몰빵하고 있다는 의미다.
주지하다피시 부동산금융의 비대화는 부동산 가격을 밀어올려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가격의 진폭을 크게 만든다. 부동산 가격의 급등락은 금융의 불안정성을 극대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기능한다. 또한 부동산 금융의 팽창은 생산부문으로 가야 할 금융을 비생산 부문인 부동산이 모두 빨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부동산은 수출할 수 없고, 부동산으로는 AI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할 수 없다. 부동산에 몰빵해서는 양극화 심화를 가속시키고, 인구소멸을 부채질할 뿐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부동산 몰빵에 모든 경제주체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그 끝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정녕 근심된다.












#파격적_양보선언을_원하는_것일까_(ft.대장동과 엘리트기득권)Hojai Jung 25.3.18
0.
필자는 아시아, 특히 동남아 정치사회 연구자인데, 당연히 '부패(corruption)'라는 주제에 관심 많고 대략은 어느 대목에서 부패가 이뤄지는지 사전적, 경험적 정보도 적당히 있는 편이다. 관련 글도 페북에 몇번 올린 기억. 아무래도 기자 경험 탓에 이리저리 주어 들은 얘기도 많고, 취재하면서 겪은 생생한 사례도 있다.
십수년전 남대문경찰서 한직에서 일했던 중년 경찰이 '감사'에 걸려 자진해 옷을 벗은 일이 있다. 알고보니 그 경찰은 바지사장을 고용해 퇴폐유흥업체 여러 개를 운영하던 악덕 포주였다. 지금은 아니라지만 예전엔 비일비재한 일로, 예전 "투캅스" 영화 소재이기도. 이분야에서 가장 유명한 건 "강남서"로, 이 동네 유흥업계는 전현직 카르텔로 꽁꽁 엮여 있다. 세무업도 마찬가지고, 서초동 법조카르텔 역시 두말하면 잔소리다.
부패로 말하자면 지방자치단체가 요즘엔 메인 빌런이다. 시민의 감시를 덜 받는 사업, 예를들어 신규도로를 깐다던지, 도로를 깔면 당연히 전기 설비 공사가 뒤따르고, 상하수도 유지보수, 쓰레기 수거 매립, 이같은 일상적 사업까지 대개 특혜와 페이백이 유구한 전통이다. 신규로 수천억짜리 테마파크, 대규모 상업시설, 스포츠센터를 건설은, 그 자체가 부패의 유혹이다. 동남아 사회 인프라스트럭처가 후진 이유가 이 때문이다. 지역 실력자들이 중간에 너무 많이 빼먹는다.
1. 대장동 사건
필자는 이재명의 존재감을 잘 몰랐는데, 대장동 사건을 기사로 접하며 어느정도 이해하게 된 케이스다. 과거엔 그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친, 인기영합주의 (populism) 정치인으로 알았다. 대장동 사건은 한국현대사 흐름으로 보면 엄청나게 독특한 사건은 아니었다. 전국에 노는 땅은 부지기수고, 행정부는 이런 토지를 수용해 용도에 맞는 부지로 개발할 권한이 있다. 1990년 이후 이러한 '대박' 사업의 기회는 주로 수도권에서 나왔고, 그 가운데 대장동이 막차에 낀 것이다.
과거 토지개발은 주로 청와대와 여당 실력자가 독점적 권리를 누렸다. 하지만 사회가 발전하면서 지자체 권한도, 토지소유자의 권리도, 이를 투자해 파이낸싱하는 개발사의 목소리도 커졌다. 전문용어로 "컴플렉스 가버넌스". 이를 합리적으로 분배하는 '기술'이 법으로 존재할리 없다(개발수익의 10%는 청와대로, 5% 는 권력기관에 동등하게 분배.. 따위). 프로젝트 성공을 위해선 수많은 '도장(허가)'이 필요하며, 굉장히 복잡한 이해관계 조정이 뒤따른다. 그걸 허락하는 게 바로 정관계 실력자, 즉 최상층 엘리트다.
'대장동 사건'이 유명해진 이유는 2021년 대선경선의 쟁점이 되면서다. "총리"를 거친 모 여당 후보가 꺼내들었는데, 자연스럽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제친 셈이 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의 '엘리트 시스템'의 흑막이 드러난 것이다. PF 사업 초기 자금은 재벌의 사금고에서 대고, 수많은 정관계 브로커는 기자 변호사 등이고, 천문학적 1조 가까운 개발 수익을 어떻게 나눌 지에 대한 갈등과 다툼이 발생했다. 청와대, 검찰, 대법관, 언론사주, 고위 공무원이 50억 클럽에 이름을 올렸고, 화천대유와 몇몇 PF 회사는 4000억원 남짓의 초대박 이득을 올렸다.
2. 지자체 비리로?
사실 이정도 사건은 구조가 워낙 복잡해 대중은 절대 전체를 조망하기 불가능하다. 예전에 "론스타 게이트"가 대표적이다. 사건이 워낙 크고 인허가권자가 복잡하게 흩뿌러져 있다. 콕집어 누가 핵심 책임자인건 아니다. 이심전심으로 책임이 분산된 것이다. But, 결과적으로 엄청난 "국부(wealth)"가 해외로 새나갔다. 대장동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땅을 수용해 아파트로 개발해 팔면 "천문학적" 이익이 나는 건 다 안다. 문제는 그 이득을 어떻게 나눌지 여부다.
기존의 민주당 지자체장, 예를들어 박원순 시장같은 경우는, 아예 그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했다. 재개발을 막고 신규아파트 공급을 최대한 억제하는 것으로 말이다. 이것도 나름의 해결 방안은 되지만, 문제도 있다. 기존 건물은 계속 낡아가고, 수도권 아파트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고 있어 신규 수요자들이 피해를 입는다. 기준을 채운 프로젝트에 도장을 찍기만 해도 결과적으로 모두에 혜택이 오는데도 막은 것이다. 당시 이재명 지사는 후자의 방법을 택했는데, 즉 화천대유와 협상을 시도한 것이다.
기존엔, 성남시가 10%의 수익에 만족하고, 민간투자사가 90%의 혜택을 입었다. 그 수익으로 정관계 로비 비용을 대는 것이다. 그런데 성남시는 이를 5대 5의 비율로 조정해 버린다. 1조 수익이 난다며?, 그러니까 5천억은 성남시 달라, 너희 투자PF도 5천억만 챙겨도 충분하잖아? 극적으로 딜은 성사 되었고, 결과적으로 대왕지구는 성남시가 전례없이 큰 공공 혜택을 보게 된다. 과거에 쉽게 볼 수 없던 민간 PF 사례인 것이다. 여기서, 이재명 지사가 개인적인 착복을 안했다는 점이 불씨가 된다.
3. 나눠먹기
공공건설 업계의 불문율 가운데, 함께 "꽁술"을 마시는 전통도 있다. 건축업자가 건축주를 접대하는 문화다. 왜 이걸 하는가 하면, 출처가 누구의 돈이든, 일단 프로젝트를 기념해 거하게 한판 술을 먹여야 훗날 불만이나 문제가 생기든 책임 전가를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야, 그때 우리 같이 진탕 마셨잖아, 그것도 사업비 일부야, 그걸로 퉁쳐" 머 그런 뜻이 숨어 있다.
"대장동 50억 클럽"이 나온 이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하면 쉽다. 권력 중심에 있다보면 해당 사업에서 천문학적 개발 이득이 나온다는 걸 알아챌 수 있다. 그런데 그걸 혼자 먹다간, 나 혼자만 지옥불에 떨어질 수 있다. 그럴땐 적당히 숟가락만 올려야 한다. 함께 노나먹으면 모두가 안전하다. 심지어 그 리스트에 민정수석, 검찰총장, 대법관이 포함됐다면 완벽해진다. 이건 먹어도 되는 돈이란 의미. 사실 이정도 혜택은 나랏일을 하는 사람에겐 "기본 상여금"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어차피 "인허가" 는 나랏일, 우리 선배도 했고, 내 후배도 할거고..
대장동 스캔들 당시, 우리 언론은 주로 이재명을 공격했지만, 근본 구조는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들의 부패 스캔들로 이해해야 한다. 과거 노태우 천문학적 비자금이 나온 경로와 동일하며, 일종의 "통치자금"의 연속성을 지닌다. 어찌보면 민주화 현상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과거엔 청와대가 그 통치자금 분배를 책임졌는데, 이제는 더 은밀하게 브로커와 언론 재벌 사법부가 뒤엉켜 있다. 자연스레 제물이 필요하니 화살은, 5천억의 개발이익을 공공화한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로 향한다.
4. 절대 비토(veto), 왜?
이렇게 설명하고 나면 반응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세상에 이런 나쁜 놈들이? vs. 원래가 그래, 억울하면 출세해라.. 세상에 부패 없는 나라는 없다. 중국과 비엣남 공산당 고위 간부들이 천문학적 재산을 갖게 되는 배경 역시 이와 정확히 같다. 싱가폴은 아예 장관급 연봉을 20억 원으로 올려 불만을 차단했다(한국 장관급은 연봉 2억원 정도라 불만이 팽배한 것일지도). 대중이 적당히만 속아 준다면 어차피 쎔쎔이다. 땅의 개발이익. 인허가권. 아주 복잡한 부동산 원가 구조. 그리고 결정적으로 급등한 대도시 아파트 분양 가격으로 퉁치는 거니.
한국도 같은 아시아지만 다만 여기는 민주주의 사회이니 견제 요소가 있다. 갑자기 대중의 지지를 얻어 외부에서 날아온 이방인이 문제다. 이들이 기존 엘리트의 위협 요소가 된다. 2012년엔 문재인, 2002년엔 노무현이 그러한 "이방인"이었다. 그래서 이런 비주류 도전자는 말도 안되는 수준의 "검증"과 "견제"를 받는다. 속칭, 수사기관에 탈탈 털리는 것이다. 인기영합주의, 라는 비판도 함께 따라다니고.
문재인 후보시절 최대 비리(?)는 양산 별장의 처마 길이가 건축법을 위반한 혐의였다. 이재명 후보의 비리는 경기 지사 시절, 후보자 아내가 법인카드로 "초밥"을 주문한 사건이다. 노무현을 죽음으로 인도한 계기는 아내가 자신의 후원자 박연차에게 돈을 차용한 것. 대략 "정치"를 좀 아는 사람이 보면, 그러니까 이재명 수사를 샅샅이 해 얻은 결론이 고작 법카 8만원 10만원이란 말인가? 그는 정말 청렴한 인물이구나, 라는 반응이 사실은 이치에 맞다. 하지만 국가 엘리트는 절박하다. "사즉생 생즉사"의 자세로 거부한다. 나는 받아 먹었는데, 안먹은 네가 대통령이 되면 큰일이다.
5. 대타협과 협치?
앞서 설명했듯, 100% 청렴을 엘리트에게 요구하는 건 절대로 아니어야 한다. 엘리트에게도 적당한 보상과 혜택이 필요하다. 다만, 타성에 젖은 엘리트의 불안이 우리 사회의 최대 위협 요소가 된 오늘의 현실은 커다란 문제다. 이들 기득권이, 헌법을 거부하면서 까지 정권교체를 온몸으로 거부한 데는 오랜 부패의 고리가 원인으로 비친다. 어찌보면 낡은 엘리트 집단은 "국가 운명"을 인질로 삼아 전국민에게 협박을 하고 있어 보인다. 협치하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극심한 비토도 그 연장선이다. 만일 이재명 지사가 적당히 부패했다면, 기득권 집단에서 적당히 자신들의 멤버로 끼워주었을까? 성남시장 3선 정도? 이니면 반대로 탈탈터는 과정에서 그 혐의를 잡아 20년 감옥형에 처했을까? 당연히 후자 였을 것이다. 한국의 엘리트 집단이 적당히 부패한 도전자를 품을 정도로, 포용적이거나 혜량이 넓은 것 같지 않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 심판이 3월말, 예를들어 이재명 2심 재판까지 늦어진다면, 그리고 유죄로 판결나 곧바로 대법원으로 넘어가고, 대선 투표를 코앞에 두고 대법원 판결이 최종 유죄로 결론낸다면..., 과연 이 나라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는 사실상 "낡은 엘리트 권력"의 미친듯한 복수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울 것이다. 헌재의 판결이 지연되는 건 혹시나, 이재명의 파격적 "양보"나 "협치 선언"이라도 주문하는 게 아닐런지. 정치보복은 없어야 한다고?
ps.
0. 개인적으론 "걸그룹" 평론 글 쓰는게 더 취향에 맞음. 이런 글은 더는 안쓰고 싶음.
1. 이 정도로 특정 정치인에 대해 극단적 수준의 "비토" 현상은 우리나라 엘리트 전체가 부패한 것으로 이해할 수 밖에.
2. 우리나라 최고 엘리트에 대한 보수와 급여 수준을 파격적으로 올리고, 전관예우를 금지하는 쪽으로 가는 것도 고려해 볼만함. 물론 평범한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은 적지 않겠지만.
3. 양식 있고 양심 있는 고위 엘리트들이 더 나오는 사회가 바람직한 사회. 이번 내란 사건도 특정고교, 지역, 학맥 등 고질적 부패 현상의 연장선이기도.
4. 사법부와 검찰의 개혁은 그래서 절실하면서도 너무도 중요한 문제가 되었음. 권한이 너무 막강한데,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





#불안체제_지정학적_위기_문명의_붕괴_(ft.라인 강탈強奪 사태)
0.문명적 관점에서 동남아시아는 진정으로 흥미로운 비교 텍스트다. 10여 개 나라가 육로와 바다로 다닥다닥 붙어있는 거의 유일한 "아시아 지역"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런 지리국가적 특성은 유럽에서는 흔한 편인데, 그 외의 지역에서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동아시아는 "중국"이라는 절대 강자가 차지했고, 아메리카엔 "미합중국"이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가 서양과 달리 흥미롭다는 얘기는, 강대국들의 식민지, 꼭두각시, 대리전을 오래 경험했다는 점도 한몫한다. 그 와중에 "자주권"을 요구하는 로컬들의 목소리가 들불처럼 번진 시기가 간간히 있었지만, 여전히 동남아는 강대국들의 각축장인 것도 변함없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와 태국, 그리고 비엣남이 어느정도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 중인 것도 인상적이다.
그럼에도 "동남아"가 자체 동력으로 끈질기게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지정학적인 요인이 결정적이다. 워낙 크고, 지형적으로 험난하고, 더운 날씨가 극한을 오가는, 즉 인도와 중국과는 아예 다른 차원의 대륙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단 하나의 세력이 이를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약하지만 커다란 세력"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아세안"의 가치가 된다.
1. 온라인 플랫폼
21세기, 즉 2000년대 이후 새롭게 뒤바뀐 환경 가운데 "디지털 기술" "온라인/모바일" 신세계를 빼놓을 수가 없다. 통신기술의 극적인 발전인데, 사람과 사람의 1대 1 연결을 뛰어넘어 다중대 다중의 연결을 가능케 함으로써 정치와 경제 그리고 문화체제에 커다란 영향을 끼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정판이 바로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로 요약되는 미국의 "FAANG"의 등장이다. 이 FAANG 체제는 미국의 압도적 우위와 자본으로 압축이 되는데, 당연하게 중국은 이 FAANG 체제를 거부하고 독자적인 알리바바, 위챗, 바이두, 등으로 맞서고 있다. 이 체제의 가장 극명한 1인 커뮤니케이션 툴이 "메신저" 앱 시장인데, 미국의 왓츠앱, 인스타그램, 페북메신저, 구글메신저 등이 미국서방파라면, 아시아 각국은 "독자언어"를 무기로 위챗, 카카오, 라인, 잘로 등으로 대항하는 모양새다.
동남아시아 시장은 정말로 극적인데, 태국은 "라인", 비엣남은 "잘로", 싱가폴은 "왓츠앱", 미얀마는 "페이스북",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이아는 커다란 나라답게 "위챗" "라인" "왓츠앱" "페북" 등이 동시에 성업중이다. 나라마다 1등이 다 다른게 흥미롭다. 즉, 메신저 경쟁은 플랫폼 경쟁이고, 플랫폼 경쟁이란 체제경쟁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얘기다.
2. 한국의 커진 존재감
해외서 한국의 존재감이 커진 시기는 1993년 김영삼 정부와 1997년 김대중 정부의 등장과 맥을 함께한다. 특히 DJ 정부는 새로운 시대에 걸맞게 "초고속통신망" 중심 정책을 미국과 유럽과 큰 시차없이 제3세계 국가 가운데서는 가장 빠르고 전격적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주화 체제의 가장 큰 수혜자는 "인터넷 기업"이었고, 이후 네이버와 다음이 주도하는 웹 혁명이 한국서 강력하게 실행됐다. 그 결과가 한국은 미국의 기술과 중국의 인구에 밀리지 않는 "온라인 자주권"을 갖게 됐다.
2010년 이후 모바일 혁명이 빠르게 진행됐는데, 이 대열에서도 한국은 절대 뒤쳐지거나 밀리지 않았다. 특히 아시아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선 미국을 제외하곤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게 된다. 퍼스트러너의 잇점을 잘 활용했던 것이다.
3. 태국은 "라인"
태국은 왜 라인을 쓸까? 이 문제는, 태국 국대축구 감독은 왜 일본인을 앉혔을까, 라는 질문과 맥락상 엇비슷하다. 대만도 라인을 쓴다. 비엣남과 인니에서도 일본인과 거래가 많은 사람은 당연히 "라인"을 쓴다.
비엣남은 왜 "잘로zalo"라는 독자 플랫폼을 선호할까? 물론 표면적인 이유는 "잘로"가 마케팅을 압도적으로 잘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 이유가 전부일까? 잘로 이전에 비엣남의 1등 메신저는 "야후 메신저"였다. 이후 각종 메신저가 총출동했는데, 2013년 본격화된 잘로가 빠르게 시장을 장악했다. 당연히 잘로는 토종메신저이니 정부와 사회와 유기적 소통이 가능했고, 실제로 정부가 밀어줄 수밖에 없기도 했다. 한국서 네이버와 카톡이 시장을 장악한 것과 같은 맥락인 것이다.
미얀마에서는 "페북"이 압도적 시장 1위를 기록하자, 미얀마 군부는 2021년 집권하자마자 곧바로 페북 접속을 막아버렸다. 중국 정부와 똑같은 선택을 한 것이다. 페북을 막으니, 미얀마 시민들은 왓츠앱, 텔레그램, 카카오, 라인 등 거의 모든 앱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말레이시아와 싱가폴이 "왓츠앱" "페북" "인스타그램"을 사랑하는 이유는, 영국과 미국 체제에 익숙한 이유가 크다. 구지 독자 앱을 만들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국계 화교는 간간히 위챗을 병행하면 그만이다.
4. 밀려나는 한국
2012년 이후 한국의 온라인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경쟁적으로 "동남아 개척" 정책을 펼쳤다. 카카오가 주로 한국 교민사회에서 압도적 인기를 끈 것과 달리 네이버-라인은 동남아시아에서 뚜렷한 성장세를 기록한다. "태국과 일본" "대만과 동남아" 사이의 특별한 관계성 때문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많은 동남아인들이 "라인이 한국 기업이야? 일본이 아니라?"라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라인이 일본 시장에서 빠르게 점유율을 치고 올라갈 수 있었던 배경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언급하기도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일본 IT 기업들이 모바일 대응력이 확연히 늦었기 때문이 더 크다. 일본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완벽하게 밀려나 애플 천하가 되었으며, 자연스럽게 독자 플랫폼을 서비스 측면에서 유지할 수가 없었다.
이 틈을 절묘하게 네이버-카카오가 차지하게 됐는데, 카카오는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권에서 라인은 일본-대만-태국을 중심으로 동남아시아권에서 유의미한 점유율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본이 느낀 자존심 상처는 어마어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일본 정부의 채근과 일본 자본의 합심으로 라인과 소프트뱅크가 5대 5로 메신저-페이 사업에 나서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한국의 힘이 약해지면서 라인 자체의 지배권을 완전히 잃는 결과가 되었다.
5. 플랫폼과 문명
일본의 "라인" 경영권 확보는 오랜시간 절치부심의 결과로 보인다. 자국의 국민들이 가장 애용하는 커뮤니케이션 매체의 경영권을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 10년간 무척이나 뼈아펐을 것이다. 일본이 장기 폐쇄적 "섬나라"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대목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일본은 "미국기업"에게만 문호를 활짝 개방한 예외를 빼곤, 인근 아시아 기업에게 서비스나 플랫폼을 오픈한 적이 없다. 심지어 하드웨어인 삼성의 갤럭시, 현대차조차도 쉽게 사주지 않는 문화다.
문명은 네트워크 효과로 승수로 퍼져나가는 효과를 지닌다. 인터넷(네트워크)에서 자주 활용되는 "멧칼프의 법칙"과 거의 똑같다는 얘기다. 메신저 시장은 "Metcalfe's Law"가 가장 정확하게 작동하는 시장이다. 한번 사용하게 되면 특별한 이유 없이는 교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일본 사용자들의 보수성을 생각하면, 일본 정부도 라인을 대체하고 싶었겠지만, 그게 불가능한 것임을 깨닫자, 손쉽게 한국의 손목을 비틀어 쟁취하는 전략으로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이렇게 힘으로 나올 경우 한국의 선택이 거의 없는게 문제다. 제대로 된 상황이라면 이건 시장경제 체제, 예를들어 WTO에 제소하거나, 한중일 FTA 체제의 틀로 접근도 가능하다. 한일투자협정(BIT)에는 투자자-정부소송제(ISDS)가 포함되어 있다고한다.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조정의 여지를 남기는 게 최선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아주 간단하게 손목이 비틀린 모양새다. 한국 문명의 붕괴와 퇴조를 보여주는 현상으로 비친다.
PS.
1. 강대국 중국과 일본이 "자국 주권의 신성함"이란 낡은 패러다임을 시장 경제에 적용하고 있는 시대. 당연히 한국은 일본과 중국 바깥에서 해답을 구해야 함.
2. 한국이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중국과 일본 밑으로 기어들어간다고, 그 누구도 안전을 담보해 주지 못함. 지정학적으로 멀리 보고 새로운 파트너를 찾아야 함.
3. 라인의 일본 시장만 포기하고, 동남아 시장은 지키는 방법은 없었는지. 그 대목이 가장 궁금함. 네이버가 답을 해야.

#전후_세계체제의_뚜렷한_붕괴조짐(ft.트럼프와 기술봉건주의)Hojai Jung 25.3.10
0.필자의 부친은 어느새 80대 중반이신데, 요새는 고향에서 뵐 때마다 부쩍 본인의 어릴 적 얘기를 꺼내신다. 예를 들어 1945년 태평양 전쟁 종전을 앞두고 산에서 송진을 구했다던가, 일제 경찰의 말먹이를 공납했던 기억,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동네 좌익의 득세, 1년간 학교에 못 가고 다친 다리를 어렵사리 치료한 경험. 여튼, 아버님의 유년 시절은 비극적 전쟁으로 가득 차 있다. 직접 참전을 안했는데도 그렇다.
MBC 드라마의 전설인 <여명의 눈동자>가 방영된 시점은 1991년. SBS의 <모래시계>는 1995년인데, 그때 아이들은 역사를 그렇게 배웠다. 전쟁은 비극이라고. 딴은 <배달의 기수>라는 한국전쟁 드라마가 1980년대 주말마다 방영이 되었고, 우리 1970년대 세대는 소설이 아닌 TV 드라마로 전쟁을 간접 겪었다. 돌이켜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 시절만 해도 1953년 종전에서 불과 35년 흘렀을 뿐.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은 고작 1990년이다(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1. 세계체제 변화
2차 대전 종전 이후 세계 체제를 상징한 것이 바로 UN 이라는 국제기구(IMF와 월드뱅크도 있음) 경제적으로는 브레튼우즈 체제라는 달러-금 본위의 경제시스템, 그리고 종합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와 30년간 이어진 미소 냉전체제로 요약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미국 중심 단극체제(Unilateralism)가 형성된 건 맞지만, 2차대전 전후 체제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건 상상불가였다. 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가 일종의 새로운 체제라고 본 것이다.
2016년 트럼프 집권 이후 모든게 변화했다. 1946년생 트럼프는 지금도 그렇지만 제1기 집권 시작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곰곰이 반추해 보면 그때도 전문가들은 "전후 시스템 붕괴 조짐(the End of Post World War II Order)"이라는 논평이 간간히 흘렸다. 트럼프는 실제로 북한 김정은을 만나 "종전 선언"을 논의하고, 중국을 본격 견제하기 시작하며 G2 체제를 공식화하고, 러시아의 푸틴을 적절하게 예우하는 등 "미국의 고립주의와 다극체제"를 꾀한다라는 평가를 받긴 했다.
대략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이 스쳐지나갔다. 2020년 중국 우한발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했고, 한류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믿기 힘든 현상, 2022년에는 러시아가 과거 자신과 같은 연방을 구성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결정적으로 2024년 11월 지나간 트럼프가 돌아왔다. 지난 10년은 실제로 "전후戰後 체제" 가 붕괴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2. 극우極右의 부상
전후 체제 붕괴는 한국에서도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다. 예를들어 3.1절 독립선언과 8.15 광복을 부정하는 세력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구 선생님과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란다. 어떤 친일 목사는 광복절에 "일본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며 "일장기"를 당당하게 내민다.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정치세력은, 심지어 대통령이라는 사람까지, 보수기독세력과 결합해 "민족"을 거부하고 "반중(反中)"을 외친다. 2차대전의 기억을 지운 현상이다.
이같은 극우 세력의 부상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유럽 심장부 독일과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극우세력의 급부상은 더 극단적이고 우려스럽다. 독일과 프랑스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장본인이다. 두 나라의 패권 싸움 탓에 전세계적으로 약 5천만명의 사망자와 그보다 10배는 더 많은 전쟁 피해자를 남겼다. 그 반성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유로(Euro) 체제이자 군축 협상이다. 당연히 패권은 서유럽이 아닌 미국으로 넘어갔고, 유럽인들은 더 이상의 전쟁을 피하자며 "중도 좌파" 시대를 열게 된 것이고. 메르켈이 2010년 중동 아프리카 난민을 대거 수용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전쟁 트라우마를 "이성"과 "연대"로 극복하자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제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 졌고, 유럽 역시 평화체제에 대한 지루함과 낮은 경제성장에 대한 지겨움이 함께 몰려온 눈치다. 대량 난민이 몰고온 다문화는 꼴보기 싫을 뿐이고, "유럽"이라는 공동체가 이미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아 성가시다는 태도다. 사실 극우 등장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국의 "트럼프"일 것이다.
3. 트럼프는 왜?
도대체 "트럼프"는 왜 저러는걸까? 이것은 아주 복잡한 대답을 전제로 할 것이다. 그 누구도 그가 왜 저러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의 행동이 미국의 이익과 미국 지배계급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본다면, 전후 시스템(post WW-II Order)이 이제는 미국이익에 걸림돌이 된다는 해석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첫번째는 높아지는 관세다. 관세의 부상은 자유무역체제에 길들여진 전세계인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다. 전세계 모든 인민들이 무언가 노력을 해서 경제를 발전시킨 근본 이유 자체를 깡그리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본다면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는 종종 번성했다. 18세기와 19세기 유럽과 미국은 관세를 높이는 "고립주의"의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중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낯설지만 처음 있는 모습은 아니다.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 역시 과거에 경험한 익숙한 체제에 가깝다. 나폴레옹 이후 19세기 세계는 제국주의 속 여러 세력이 각자 지분을 행사한 다극체제에 가깝다. 트럼프는 더 이상 2차대전이 불러온 "허울좋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거부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사실상의 고립주의로 회귀했다. 파리기후협약이나 WHO 따위에 신경을 쓰기 싫다는 거다.
4. 달러 or 크립토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이 아프카니스탄과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패권국 상징인 인도양마저 시나브로 물러난다는 대목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제는 정말이지 석유와 달러의 페깅 시대가 끝났기 때문일 것일까? 국방력으로 만든 기축통화의 절대 유리한 장점을 여기서 포기한다고? 미국의 나라빚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중국의 부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트럼프의 공약 가운데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2차대전 직전 금을 싹쓸이 하기 시작한 미국의 재무부를 닮기도 했다. 왜 갑자기 암호화폐 얘기를 이 무렵에 꺼냈을까? 당연히도 미국 자신이 폐기한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또 한번의 배신인 것일까? 고립주의의 상징적인 행동인 것일까? 어찌되었건 트럼프의 행동에는 일종의 맥락이 엿보이는 것은 현실 같다. 1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회귀하겠다는 강력한 신호 말이다. 기존 세계질서를 전복하려다보니, 혼자서 무리수는 전부 끌어온 눈치다. 말이 좋아 크립토커런시, 이지만, 다른 정부가 호응을 안 해주면 어쩔건데?
트럼프의 전략은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인다. 될 수 있는 대로 판을 최대한 크게 흔든다는 것이다. 7년전 그가 북한 김정은을 만나고, 이란과의 핵 협상을 무력화 시키고,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시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의 동맹과 질서를 무시하고, 미국에 유리한 신 질서를 위해 판을 복잡하게 꼬아 놓는다는 것.
5. 혼돈, 극우, AI
2차대전 수많은 죽음으로 만들어진 세계 질서가 뒤죽박죽 꼬이고 있다. 과거의 동맹과 적이 의미가 없어진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그 증거일 듯. 미국은 과거에 주장해온 "민주주의+시장질서"를 버리고,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만 진리"라고 입장을 바뀌었다. 비트코인도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면 순식간에 가져다 버릴 기세다.
미국이 믿는 건, 압도적인 AI와 그것을 가능케 한 플랫폼/ 컴퓨팅 파워인 듯 싶다. 19세기 신고립주의로 달려가는 것 같지만 오히려 "Techno Feudalism(기술 봉건주의)"라 불러도 좋을 듯 싶다. 미국은 AI 기술로 무장하고 이를 통해 항공모함과 핵탄두를 대체하고픈 모양새다. 트럼프와 친구들은 정확히 그 힘을 아는 눈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혼돈 속에 싹튼 세력이 "신 극우(Neo Extreme Right-Wing)"일 것이다. 이들 세력에 "가치"를 찾기 어렵다. 가치란 보통 역사적 경험과 그 반성에서 나오는 법. 이들의 멘탈리티는 "힘"에 대한 추종과 "생존"에 대한 욕구가 우선인 듯 보인다. 트럼피즘(Trumpism)은 그렇게 개인 공동체의 나약한 빈틈을 파고든다. 연대를 통한 정의의 실현 따위는 위선일 뿐이라고, 강자에 붙어 이익을 꾀하라, 오래 가는게 강한 놈이다, 라는 교훈을 전파하고 있다.
ps.
0. 유엔이나 IMF WHO 등의 국제기구 시대는 확실히 종말을 고한 듯. 지역 안보체제가 더 시급함. 한국도 이제는 아세안과 더 가까워져야.
1. 우리나라 최고급 관료들, 사법부와 검사들의 마인드에서 "트럼피즘"이 엿보이는 시대. 공화국과 민족, 시민공동체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2. 아무리 싫다고 해도, 전후 세계질서의 종말이 다가온 것은 사실인 듯. 이것은 "뉴 노멀(New Normal)" 정도로 불러선 안되고, 새로운 세계체제로 접근하는게 맞을 듯
3. 결국 각 나라 극우세력의 부흥과 반복된 집권은, 국지전을 넘어 세계대전으로 가는 수순이 될 수도. 국방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이 분명해 진 것 같음. 달러의 시대도 종언을 고하고 말이다. Ai는 미래의 모습을 비추어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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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진실의 시대, 뉴스 거식증을 해결하기 위한 건강한 ‘미디어 식단표’.
(링크가 살아있는 원문은 댓글로. 태그가 50명까지 밖에 안 걸려 빠진 분들이 많습니다.)
뉴스가 늘어났지만 역설적으로 무엇이 진짜이고 더 의미가 있고 신뢰할 수 있는지 구분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짐 벤더하이(악시오스 CEO)가 “건강한 미디어 다이어트(A healthy media diet)”라는 제목으로 8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여기서 다이어트는 뉴스 소비를 줄이라는 의미가 아니라 건강을 위한 균형 잡힌 식단 정도의 의미다. “뉴스 중독자” 기준으로 만들어졌기에 보통은 이 정도까지 하지 않아도 된다는 전제가 달려있다.
슬로우뉴스는 ‘미디어 식단표’라는 이름으로 이 리스트를 한국 상황에 맞게 보완해 봤다. “한국에서는?” 부분이 슬로우뉴스가 추가한 부분이다. “더 추천하자면” 항목은 계속해서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우리는 글의 힘을 믿는다. 좋은 글이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가는 토론으로 이끌 거라는 믿음이다.
이 식단표는 ‘뉴스 중독자(news junkie)’들을 위한 식단표다. 맨 아래에 일반인들을 위한 좀 더 난이도 낮은 식단표를 추가했다.
첫째, 슬로우레터를 읽어라.
- 짐 벤더하이는 악시오스AM을 읽으라고 직접적으로 제안했다. 악시오스AM은 모든 업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주의 깊게 읽는 뉴스레터다. 짐 벤더하이는 “마이크 앨런은 가장 중요한 사실을 임상적인 방식으로 포착하는 마법 같은 능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 한국에서는? 슬로우뉴스의 슬로우레터를 강력 추천한다. 뉴스레터는 습관이다. 정보 탐색의 출발점으로 삼으면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슬로우레터 구독자인 박태웅(녹서포럼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슬로우레터는 정말 압도적인 뉴스레터다. 이걸 구독하지 않으면 손해라고 쉽게 말할 수 있다.”
둘째, 전통적인 대형 종합 뉴스 소스를 하나 꾸준히 읽는 게 좋다.
- 뉴스의 큰 흐름을 따라잡는 게 중요하다. 사안의 총체적 진실에 가까운 그림을 그려내는 언론인지 지켜보고 괜찮다 싶으면 하나를 선택해서 습관처럼 읽는 게 좋다. 의견이 아니라 사실부터 출발하자. 광범위한 취재 인력을 확보한 뉴욕타임스나 월스트리트저널, 워싱턴포스트 등 대형 언론사들은 수많은 복잡한 사안들을 다룰 능력이 된다. 뉴스레터를 구독하는 것도 시간을 줄여준다.
- 한국에서는? 보수 성향 종합지로는 조선일보와 중앙일보, 동아일보, 진보 성향 종합지로는 한겨레와 경향신문, 비교적 중도 성향으로는 한국일보, 경제지로는 매일경제와 한국경제 등이 있는데, 의제 설정의 편향이 강한 편이라 신문 두어개 쯤 골라서 꾸준히 읽는 게 좋다. 여러 신문을 대충 넘겨 읽는 것보다 날마다 읽는 신문을 깊이 있게 읽어야 맥락이 잡힌다. 의제의 큰 흐름을 파악해야 하므로 포털보다는 언론사 웹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할 것을 추천한다. 시사 이슈를 다루는 뉴스레터는 뉴닉과 미스터동, 더슬랭, 피렌체의식탁 등이 있다. 권태호(한겨레)의 ‘뉴스뷰리핑’과 이충재(전 한국일보)의 ‘이충재의 인사이트’도 좋다.
- 더 추천하자면 (주: 접힘 목록, 갱신일 표시) : 언론사 뉴스레터로는 중앙일보 폴인과 팩플, 조선일보 모닝라이브, 한겨레 휘클리, H:730, 매일경제 미라클레터, 경향신문 점선면 등을 추천한다. 뉴스레터에 대한 뉴스레터로 스티비의 스요레터도 정보가 많다.
셋째, 개별 기자를 찾아 읽자.
- 짐 벤더하이는 뉴욕타임스의 매기 하버만(Maggie Haberman)과 조나단 스완(Jonathan Swan)이 쓴 도널드 트럼프(전 미국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모두 찾아 읽었다고 한다. 악시오스의 알렉스 톰슨(Alex Thompson)과 워싱턴포스트의 제프 스타인(Jeff Stein)이 쓴 조 바이든(미국 대통령)에 대한 기사를 찾아 읽은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취재 분야가 뚜렷한 기자들이고 이 정도만 읽어도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식단을 줄이면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 한국에서는? 네이버 기자 페이지에 등록된 기자만 7000명이 넘고 언론연감에 따르면 3만 명이 넘는다. 이 사람 기사만 읽어도 된다 정도는 아니지만 담당 분야에 대해 믿고 읽고 찾아 읽는 기자들은 있다. 통계로 사회 현상을 진단하는 천관율(얼룩소), 국제 분야의 박은하(경향신문), 노동 이슈에서 늘 깊이 있는 관점을 다루는 전혜원(시사IN) 같은 식으로 말이다. 심인보(뉴스타파), 김경락(한겨레), 유대근(한국일보), 박상규(셜록), 정용인(주간경향), 김수형(SBS), 신성식(중앙일보), 길윤형(한겨레), 주성하(동아일보) 등은 확실히 전문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사를 쓴다.
- 더 추천하자면: 왕년의 안수찬(한겨레)이나 심석태(SBS), 김원장(KBS) 등도 믿고 읽는 기자들이었다. 휘발성 이슈가 넘쳐나는 정치 분야는 추천할 기자가 많지 않다. 성한용(한겨레)은 평가가 엇갈리지만 그래도 늘 읽을만한 포인트가 있다. 데스크급 기자들말고 주니어 기자들이 쓰는 현장 칼럼에서도 디테일에서 얻을 게 있다. 네이버 칼럼 섹션에서 주요 언론사 오피니언을 모아 볼 수 있어서 편리하다. 법조 기자들의 글은 늘 논쟁적이지만 임찬종(SBS)이나 좌영길(채널A)의 글은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동의하기 어려운 불편한 글이라도 주장과 사실을 구분해서 읽으면 도움이 된다.
넷째, 분야 전문가를 찾아 읽자.
- 펀치볼의 제이크 셔먼(Jake Sherman)이나 존 브레스나한( John Bresnahan)만 읽어도 정치 전문가가 될 수 있고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의 제시카 레신(Jessica Lessin)만 읽어도 정보기술의 흐름을 꿸 수 있다. 모두 뉴스레터를 만들고 있다. 비즈니스에 관심이 있으면 앤드류 로스 소킨(Andrew Ross Sorki)의 딜북(DealBook), 더 깊고 미묘한 팩트에 관심이 있다면 매트 르바인(Matt Levine)의 뉴스레터 머니스터프(Money Stuff)를 구독하면 된다.
- 한국에서는? 정치 기사는 넘쳐나지만 정세와 사회적 함의에 대한 통찰은 드물다. 그런 의미에서 윤태곤(더모아)이나 김민하(이상한 모자, 혁명은 언제나 시기상조) 등의 칼럼은 언제나 도움이 된다. 최병천(신성장경제연구소)과 박성민(민컨설팅) 등은 안티 팬도 많지만 중요한 관점을 준다. 발췌된 워딩 말고 칼럼을 찾아 읽는 게 좋다. 강준만(전북대)도 요즘 안티가 더 많은 것 같지만 역시 강준만이다 싶은 글이 많다. 정보기술 분야에는 더코어와 더밀크, 아웃스탠딩 등등 전문 매체가 많다. 경제는? 경제지들은 사실 많이 아쉽다. 정보는 많지만 통찰을 얻기가 어렵다. 거시 경제는 Gibin Hong(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재정은 이상민(SangMin Rhie), 재벌 개혁 이슈는 최한수(경북대)와 신장섭(싱가포르국립대), 노동 분야에서는 Sangheon Lee(ILO)의 “제네바 오전 8시”를 추천한다. 국제 경제와 통계 이슈는 Hyunho Shin(경제평론가)의 “정치가 경제를 만날 때” 시리즈를 추천한다.
- 더 추천하자면: 복지와 연금 이슈는 오건호(내가만드는 복지국가), 여성 이슈는 정희진(정희진의공부), 기후 이슈는 이유진(녹색전환연구소), 교통 이슈는 강갑생(중앙일보), 교육 이슈는 이범(교육평론가), 소수자 이슈는 Yewon Kim(장애인권법센터), Jaewon Byun(인권운동가), 국제 이슈는 Ttalgi Koo(국제 전문 칼럼니스트), 이효석(뉴스페퍼민트), 아시아 이슈는 Hojai Jung(독립 연구자), 중동 이슈는 Nam-sik In(국립외교원) 등이 있다. 이밖에 최준영(율촌)과 @임재성(해마루), June Woong Rhee(서울대) 등도 가장 먼저 찾아읽을 가치가 있다.
다섯째, 좁은 소재의 고수들을 팔로우하자.
- 무언가 매우 좁은 특정적인 소재에 꽂혀서 엄청난 집요함과 전문성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는 있다. 짐 벤더하이는 악시오스의 코트니 브라운(Courtenay Brown)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를 집요하게 추적하는 시리즈 기사와 브라이언 모리시(Brian Morrissey)가 미디어의 산업적 측면을 집중 취재한 시리즈 등을 찾아읽으라고 추천했다.
- 한국에서는? 저널리즘 신뢰도가 세계 최저 수준이라고 하지만 찾아보면 좋은 기사는 얼마든지 있다. 서울신문이 “금기된 죽음, 안락사”라는 제목으로 안락사 이슈를 집요하게 다뤘다. 김성수(뉴스타파)는 세월호를 10년째 파고 있다. 대안 가족 실험을 다룬 국제신문의 “생애 마지막 전력 질주”는 솔루션 저널리즘의 벤치마크 사례로 거론하는 좋은 시리즈다.
- 한국은 오히려 페이스북에 고수들이 많다. Youngshin Cho, 김창환(바이커), 김형민(산하), 이원재, 정혜승, Suktae Oh, 박태웅, 윤현식(Heang Inn), 홍춘욱, 김낙호(Nakho Kim, 캡콜드), 강정수, 김수민, 박상현(Sanghyun Park), 박권일, Gwi Dong Cho(조귀동), 문용식, 정주식, Sangwook Chae, Heewon Kim, 김규항, MinGaph SeoJeong, 주진형, 희일이송, 김범준, 김도훈, 양승훈 등등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가면서 열정 토픽에 대한 헤비 토커들이 있다.
- 더 추천하자면: Seunghwan Lee(ㅍㅍㅅㅅ), W.s. Song, Steve Han, Kyong Dal Kim, Seungbyung Chae, Sihoon Nahm, Sungkyu Lee, 홍명교, Min-Soo Kwack, Sedong Nam, Jean K. Min, 신수정, Sung Kim, 김학렬(빠숑) 등등. 간혹 기사보다 페이스북이 더 재밌는 기자들도 있다. (이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여섯째, 내 세상 바깥도 좀 보자. (내가 왼쪽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 민주당 성향의 독자라고 해서 트럼프 현상이 허상이라며 눈을 감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사우라브 샤르마의 팟캐스트 ‘진실의 순간(Moment of Truth)’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미국의 위대함(American Greatness)’의 발행인인 크리스 버스커크(Chris Buskirk)의 글도 좋고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 가운데 하나인 센 J.D. 밴스(Sen. J.D. Vance)를 팔로우하는 것도 좋다. 트럼프에 회의적인 보수 진영을 이해하려면 월스트리트저널 칼럼니스트 페기 누난(Peggy Noonan)이나 더프리프레스(The Free Press)를 찾아읽는 것도 좋다.
- 한국에서는? 스스로 진보 성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굳이 날마다 조선일보를 찾아읽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정규재(정규재TV)나 조갑제(조갑제닷컴) 같은 채널을 팔로우하거나 홍준표(대구시장)의 ‘청년의 꿈’ 같은 커뮤니티를 둘러 보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가 많을 수도 있다. 화제가 되는 콘텐츠는 직접 원 소스를 확인하는 것을 추천한다. 주요 이슈를 중심으로 진보와 보수 성향 신문을 교차해서 읽는 건 도움이 된다. 김순덕(동아일보)이나 양상훈(조선일보), 안혜리(중앙일보) 등 조중동의 논쟁적인 칼럼들도 보수 진영의 멘탈리티를 이해하기에 좋다.
일곱째, 내 세상 바깥도 좀 보자. (내가 오른쪽에 있다고 생각한다면.)
- 공화당 성향 독자들이 바이든과 오늘날의 자유주의를 이해하려면 MSNBC의 ‘모닝 조(Morning Joe)’를 보는 게 좋다. 바이든이 보는 프로그램이다. 낙태와 여성인권을 다루는 뉴욕매거진의 레베카 트레이스터( Rebecca Traister)의 글도 생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다.
- 한국에서는? 일단 진보와 보수를 막론하고 혐오와 차별을 부추기는 채널을 멀리하는 게 좋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김어준의 뉴스공장이나 오마이TV를 추천하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네이버 언론사 구독이라도 보수와 진보를 교차 구독할 것을 추천한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의 주요 기사와 오피니언만 훑어도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여덟째, 팟캐스트를 듣자.
- 짐 밴더하이는 “팟캐스트는 더 똑똑해지게 하는 마법과도 같은 미디어”라고 강조했다. 해당 이슈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이 출연해서 직접 맥락을 풀어놓기 때문이다. 실리콘밸리의 뜨거운 논쟁을 따라잡으려면 ‘올인(All-In)’과 ‘피벗(Pivot)’을 들으면 된다. 스포티파이에서 관련 주제를 검색해 보는 것도 좋다(음원 뿐만 아니라 팟캐스트 채널이 많다). 피터 아티아(Peter Attia)의 ‘더 드라이브(The Drive)’는 건강과 장수를 과학적 근거를 두고 다룬다.
- 한국에서는? 한국은 유튜브가 팟캐스트 역할을 한다. 다만 진행자들이 ‘썰’을 푸는 것보다는 이슈 당사자들을 게스트로 불러내서 이야기하는 포맷을 찾는 게 좋다. 정치는 매불쇼, 경제는 삼프로TV, 잡학한 지식으로는 슈카월드 같은 채널도 인기가 좋다. 스스로 정치 과몰입이라고 생각한다면 ‘과학하고 앉아있네’, ‘지구본 연구소’, ‘언더스탠딩’ 같은 과학과 교양 채널을 늘리는 것도 좋다.
하나 더, 불량식품을 줄여야 한다.
- 불량식품이 더 맛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모두에게 유기농 비건 식단을 강요할 수는 없다.
- 다만 신뢰할 수 있을지 아닐지 확신할 수 없는 출처의 뉴스를 읽지 않을 것, 그리고 읽지 않은 뉴스를 공유하지 말 것, 이게 매우 중요하다.
- 케이블 채널의 대담 프로도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짐 벤더하이의 81세 부모는 케이블 채널을 완전히 끊은 뒤 훨씬 더 건강하고 행복해졌다고 한다.
- 한국에서는? 한국의 종편의 토론 프로그램도 퀄리티가 높지 않다. 한국은 커뮤니티 중심으로 뉴스를 접하고 동시에 댓글란에서 온라인 갑론을박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눈여겨 보지 않는 것이 좋다. 관심가는 소식이면 링크를 통해서 원 소스로 가는 것이 좋고, 원 소스가 안 달려있다면 잊어버리는게 낫다.
일반인들은 어느 정도까지 하면 될까.
- 뉴스 중독자까지는 아니고 평범한 생활인이라면 어디까지 해보면 될까. 다음은 캡콜드(슬로우뉴스 준독립편집자, 펜실베니아주립대 교수)의 조언이다.
- 첫째, 슬로우레터는 역시 구독하는 것이 좋다.
- 둘째, 종합뉴스 소스 하나쯤은 꾸준히 파악하는 것이 좋다. 해당 매체가 지닌 성향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 통찰 말고 소식 자체를 위해서는 딱 하나뿐이라도 괜찮다. 어떤 매체에서는 단신으로 실리는 것이 다른 매체에서는 특집이 되고, 부정적으로 프레이밍 되는 것이 희망적으로 프레이밍된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한다.
- 셋째, 유튜브 전용 토크 채널이나 소셜미디어는 분야 전문가 발언 인용 중심으로 소화하되, 가급적이면 그 전문가가 쓴 다른 칼럼을 따로 찾아 읽어야 한다. 다만 명심할 점은, 어떤 전문가라도 자신의 좁은 분야에 대해서만 전문적이라는 것이다. 그 외 이슈에 대해서는, 비약과 오정보가 가득한 평범한 일반인이다.
- 넷째, 지역뉴스 소스를 하나 뉴스 식단에 포함시켜야 한다. 거시적이고 비장한 진영 세력다툼이 아닌, 내 공간에서 벌어지는 현실적인 생활형 이해관계의 세계에서 멀어지지 않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외신을 찾아 읽자.
- 언론의 신뢰도가 낮으니 반대 급부로 외신을 찾는 건 광주민주항쟁 이래로 이어진 한국적 전통이다. 해외 언론의 접근성이 낮아졌고 자동 번역의 품질도 좋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외신도 소스에 대한 선별력이 중요하다. 그래서 몇가지 노하우를 정리해 봤다. 당연히 ‘뉴스 정키’들 대상의 팁이다.
- 첫째, 이슈 정리 미디어. 우선 빠르게 이슈의 흐름을 보기 위해서는 정리와 요약에 특화된 미디어가 좋은 출발점이 된다. 악시오스와 세마포, 쿼츠 같은 매체들이 좋다.
- 둘째, 세계구급 유력 종합지들이다. 해당 발행 국가의 정치적 문화적 자장 안에 있지만 세계 각지에 사무소를 두고 저널리즘 품질이 높은 기사를 쏟아내는 매체들이 있다. 뉴욕타임스와 BBC, 가디언 같은 언론은 하나쯤 찍어서 계속 팔로우하는 게 좋다.
- 셋째, 광역 유력 매체들이다. 특정 지역을 주제로 좋은 의제를 제시하는 고퀄 미디어들이 있다. 중동은 알자지라, 유럽은 DW(도이체벨레)나 르몽드, 중화권은 사우스모닝차이나포스트 등이다.
- 넷째, 전문 매체들도 직접 찾아보는 게 좋다. 특정 관심 분야에 대한 한국 바깥의 시각이 궁금할 경우, 자본주의 경제 소식이라면 월스트리트저널과 이코노미스트, 유럽의 정치사회 이슈라면 슈피겔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외신의 흐름을 짚어주는 뉴스페퍼민트나 파도 같은 한국어 매체들도 유용하다.
- 다섯째, 외신도 걸러야 할 브랜드가 많다. 일단은 뉴욕포스트나 빌트, 데일리메일 같은 타블로이드판 신문들. 한국 기자가 인용해서 썼더라도 이 언론사 기사는 그냥 적당히 무시하는 게 좋다. 뉴스 전문 채널도 폭스는 너무 저퀄이고 CNN은 너무 난잡해서 팔로우하기가 힘들다. 필요할 때 들여다보는 정도로 충분하다.
- 여섯째, 페이월의 벽을 넘자. 회사에 요청해서 유료 구독을 하면 가장 좋다. 할인이나 프로모션 옵션도 많이 나온다. 월 2달러짜리 프로모션도 가끔 있다. 대학과 도서관 등 공공기관의 계정으로 열람할 수도 있다.
이정환

#조국에게_국회의원_10명_플러스알파란?(ft.엘리트 정당의 필요성)
0.지난 4년간 페북에 꾸준히 "아시아 정치글"을 써왔는데, 어제 쓴 조국혁신당 관련 내용처럼 이래저래 항의를 많이 받은 글은 처음인 듯 싶다. 그리하여 몇가지 해명아닌 해명을 해야겠다. 아무래도 글을 지나치게 자극적으로 썼나싶은 죄스런 마음이 있다. 외국에 좀 살았다고 필자가 한국 바깥에 있는, 외부인이라고 생각한게 실수라면 실수다.
1. 인격살인
첫번째는 안경환 선생 관련 불손이다. 원래 실명 비판은 웬만해선 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안 교수의 사례는, 사실상 2017년 장관 내정철회 당시 "人格殺人"을 당한 것과 다르지 않다. 이 문제는 거슬러 올라가 "노무현 사건" 얼마전 "이선균 배우" 사건과도 맥락이 동일하다.
원래 공직자 검증은, 언론의 고유한 특권이자 의무에 속한다. 하지만 당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도 고통이 크다. 게다가 한국의 언론 지형이, 특히 민주당에 지나치게 적대적인 환경에선, 그누구도 언론검증 무대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언론이 그의 철학이나 공직자 자질에 집중하기보단, 개인의 사생활 영역을 치고나가도 좋다는 괴물같은 언론 환경이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라도 좁은 한국엔 유력언론(?)이 1000개쯤 된다. 그런데 이 많은 언론이 일제히 미확인 자극적 보도 하나를 갖고 떠들어 대면, 성직자를 넘어 성불成佛한 사람이 와도 도저히 견뎌내기 어렵다. 심지어 "너, 나쁜놈, 사악한 놈, 표리부동한 위선자" 라고 온세상이 외쳐대면, 멘붕을 넘어 공황장애가 10번 올 정도의 충격이다. 게다가 그것이, 평생을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친, 선생님을 향했다면, 그 충격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2. 현재 진행형
널리 알려졌듯 "안경환 사태"는 "조국 사태"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조국 사태는 장장 6년을 이어가는 중이고, 2020년 총선과 2022년 대선의 최대 화두였다. 이재명 지사를 둘러싼 "대장동 의혹"과 함께 말이다. 조국 사건이 얼마나 민감하고 애매했냐면, 2021년 민주당 초선의원 5인이, "조국사태에 대한 사과"라는 성명서를 독자적으로 발표할 정도였고, 주류언론은 물론 한겨레와 경향 등 진보 언론까지 매일같이, 조국은 사과하고 어여빨리 귀향을 가야한다는 상소를 올렸을 정도.
그런데 안경환 및 조국 교수가 과연 그러한 대접을 받을 정도로 과오가 컸냐라고 반문해 보면, 절대 그러하지 않다는게 적잖은 시민들의 생각이다. 안경환 선생의 죄라면, 서울법대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저명인사"이자 "학자"가 기득권 법조권력을 개혁해야 한다는, 반주류적 주장을 한게 죄라면 죄였을 것이다.
"우리가 너를 스승이자 명사로 떠받들어 주었는데, 너가 감히, 우리의 주적 문재인 정부와 협력해? 그럼 너는 얼마나 깨끗한지 제대로 까보자." 이러한 전형적 권력 쟁투가 당시 사태 뒤에 깔린 배경이었다. 안 교수는 본인만 털렸다면, 조국 가족은 온 가족이 백주대낮에 저잣거리에 끌려 나가 만신창이가 될정도의 처절한 피해를 입었다. 그 과정에서 사건을 오해한건지, 오판한건지, 내부에 배신자가 있었던건지, 문재인 청와대는 아무 대응을 못했다. 정권이 뒤바뀐 결정적 선택이었다.
3. 고르디우스의 매듭
사건을 뒤로 돌려보면, 근래 법조개혁을 외치거나 검찰의 수사권에 대항한 개혁파 법조인사들이 죄다 숙청당하거나 평판이 엉망일 정도로 추락하고 말았다. 당장 생각나는게 이용구 법무차관인데, 이분은 젊은 판사시절 강력한 개혁을 주장한 순정파 공직자였다. 그러나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택시기사 폭행" 건으로 간단하게 제껴진다. "검찰 캐비넷이 젤 무섭다"라는 말이 나온 사건들이 한두건이 아니다.
고위 검사님이나 판사님이나 20년 넘게 승진하다보면, 대개 서초동 중심의 질서에 포섭이 되고마는 것도 결정적 실패 이유다. 엘리트 법조인은 대개 강남3구에 거주하고, 로펌에 취업만해도 안정적이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의 고액의 보상이 주어진다. 조국 교수가 특이한게 아닐 정도로 대개 엘리트는 "강남우파" 아니면 "강남좌파"라는 범주에 묶인다는 얘기다. 작심하고 털면, 털릴게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얘기도 된다.
법조개혁이란 말이 주로 노무현 정부 직후부터 나오기 시작했는데, 구조적으로 대단히 어렵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임명될 2005년 당시엔, 양심적 대법원장, 검찰총장만 제대로 뽑히면 어느정도 개혁이 되리라 나이브하게 생각한 사람도 많았다. 그러나 내부개혁은 대부분이 아니라, 100% 모조리 실패하고, 양승태 법원 시절엔 오히려 더더 후퇴하는 현상도 있었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법조인은 이미 사라진 것이다. 끼리끼리 문화 탓이다.
4. 신당의 의미
민주화 이후 한국에도 "新黨" 논의가 활발해진지 30년도 넘었는데, 그 신당의 가장 적절한 명칭을 "조국(혁)신당"이 차지할지는 미처 예상못했다. 너무도 잘 어울리는 이름이고, 조국 선생의 부친께서, 마치 정당 이름으로 쓰일 것을 예상한 작명일 정도로, 절묘한 정당명이 나왔다. 조국신당은 어마어마한 의미가 있다.
우선 법조개혁의 주무대를 "의회"로 옮긴다는 의미가 있다. 앞선 설명대로 1) 법조계 자체 개혁 2) 정부와 청와대 중심 개혁은 모두 실패했다. 문재인 정부 내내 벌어진 다툼은, 법무장관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냐, 가 논쟁일 정도로 어이없었고 지지부진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개혁에 관여하는 것이, 개혁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봤던 것 같다. 그렇게 애매한 스탠스 와중에, 안경환-조국-추미애 선생이 추락했다. 이럴거면 검찰개혁 얘기를 왜 꺼냈나 싶다.
결국 마지막이자 최후의 수단은 "의회"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이 중요하고, "예산권" "국정조사권" 등 모든 권한이 결정적이다. 조국신당은, 조국 대표에게 국회의원 10석+알파를 배정하는 것이다. 당연히 최강의 법조개혁 인사를 배치할 것이다. 그게 조국신당 본래 취지에 맞다. 필자가 "엘리트당" 우려를 한 것은 장기적 관점이었다. 당연히 이재명이 이끄는 민주당의 승리가 전제가 될 수밖에 없다. 너무 당연한 얘기다. 과반을 빼앗기면, 조국신당은 아무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5. 착한 엘리티즘?
필자는 주로 동남아 정치를 공부했는데, 2019년 이후 아세안 연구동료들에게 한국서 벌어진 "조국 사태"를 설명하는데 있어 엄청난 애를 먹었다. 아무리 설명해도 알아먹는 이들이 없었다.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관점에선, 정권이 자주 교체되는 것도 신기한데, 언론과 검찰이 자율권을 갖고, 현직 법무장관을 탄핵하거나, 또 수사받는 장관을 위해 시민 100만 명이 서초동에 모였다는 사실 자체가 미스터리였다.
조국 사태는, 아시아 정치 발전 관점에서 지나치게 "포스트모던" 현상이었던 것이다. "국가엘리트가 적당히 부패한게 문제야? 아니면 검찰이나 법원이 적당이 부패하는게 문제야? 권력은 원래 적당히 부패하는 게 당연한거 아냐? 오히려 2009년 전직 최고권력자가 자살하는 게 신기해. 검찰이나 경찰이나 휘어 잡으면 그만 아닌가? 한국엔 권력자가 도대체 누구야?"
국가엘리트가 적절히 고수익과 명예를 독식하는 건, 아시아의 보편적 현상일까? 그 적절한 정도를 어디까지 보장해야 할까? 법조개혁은 어째서 필요하고, 어쩌다가 한국 정치는 검찰이 주도하게 되었을까. 사실 "조국 사태"는 여전히 현재 진형형이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을 내기 어렵다. 다만 확실한건 검찰당이 여당이기에, 조국을 중심으로 정반대 성향의 엘리트 정당도 필요한 상황이 되었다는 얘기였다. 이번 총선의 가장 결정적 "리트머스"가 되었다.
PS.
1. 혹시 어제 글로 상처를 입으신 몇몇 분들께, 사죄하는 마음을 담아.
2. 엘리트가 동료 엘리트를 개혁하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는 것이 어제 글의 본 취지였음. 압도적 대중정당의 후원이 없이는 착한 엘리트 정당이 존재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3. 정의당이 몰락한 배경도 이와 유사함. 시민들이 엘리트 정당에 바라는 것은, 미래의 선명한 "진보 의제" 였음. 과연 조국신당이 내세운 "검찰개혁" 화두는 과연 바로 그 진보 화두일지, 지켜봄.

#서울법대_사법고시_출신_대통령_(ft.학벌주의 시대의 비극)
0.프랑스 정치는 엘리트주의가 강해 "국립행정학교(ENA)" 출신이 대통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이 학교 1년 졸업생수가 90명 정도. 영국 역시도 귀족출신이거나 옥스브릿지 출신이 총리감으로 강력한 것이 현실이다. 미국도 민주당 정권은 하바드 로스쿨 등 학벌이 중요하고, 공화당은 석유나 부동산 등 재벌관계가 중요한 요인이었다.
한국의 5년 단임 대통령제는 일종의 대통령 출신 직업과 배경의 실험실이 되었다. 노태우(군인) 김영삼(9선 정치인) 김대중(7선 정치인) 노무현(인권변호사) 이명박(현대건설, 서울시장) 박근혜(2세 정치인) 문재인(인권변호사) 윤석열(검찰총장) 이 주요 실험주인공이었다. 지난 2022년 대선은 사상 최초로 검찰 출신, 서울법대 졸업장을 지닌 윤석열 전 총장이 대통령 당선이란 기록을 쓰게 됐다. 본격적인 "학벌" 및 "검사 정치" 시대를 열게 된 것이다.
1997년 대선에서 이회창 당시 한나라당 총재는 경기고-서울법대-대법관-감사원장 출신 후보로 당시 엘리트 출신들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바 있다. 그의 경쟁자가 고졸 출신의 김대중(목포상고) 노무현(부산상고) 이었기에 당시 경쟁은 호사가들의 다양한 얘깃거리를 만들어 냈다. 다만 1960년대까지의 한국인의 평균 학력을 감안하면 고졸은 번듯한 학력이었기에, 아마도 군인 출신이 불가한 것처럼 더 이상의 고졸 대통령은 나오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함께 제시됐다.
1. 벼락같은 스타
이명박 정권은 잠시 국내정치의 한켠으로 물러난 국정원을 다시금 그 중심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퇴행적" 권력이었다. 심지어 선거 승리를 위해 고도의 심리전을 활용했는데, 이미 사망한 노무현을 코알라로 희화한다던지, 네이버 댓글란을 점거해 "전라도"를 "공산주의"로 덧칠하는 정치공작을 서슴치 않고 자행했다. 국정원 나랏돈으로 말이다. 그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 결과가 2013년 경에 공개가 되었는데, 그 와중에 스타로 떠오른게 권은희 경정과 윤석열 검사였다.
특수부 이력으로 당시 여주지청장 윤석열 검사는 마치 드라마 주인공처럼 벼락 스타가 되었는데,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나는 사람(채동욱)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발언 하나 때문이었다. 박근혜 검찰의 부패와 권력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상징하는 인물이 진경준-넥슨 게이트나, 최순실 사태 속 우병우 민정수석의 말도 안되는 전횡이었다.
덕분에 특수부 출신 검사임에도 번듯하게 출세하지 못한, 일견 평범해 보이던 윤석열의 이름값이 날로 치솟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검찰이 욕을 먹을 때면 계속 "윤석열"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 촛불시위로 정권이 바뀌자, 윤석열 검사는 그야말로 수직 상승을 하게 되는데, 그 승진의 폭과 속도가 전례가 없는 수준이라 상당한 논란이 되었다. 당연히 검찰에도 인물과 인재가 적지 않은데, 민주당 정권은 자신의 파트너로 "윤석열"을 콕 찝어 승진에 승진을 거듭시킨 것이다.
2. 검증 미흡
당시 윤석열의 긍정적 이미지는 2012년의 "안철수 현상"과 일견 맞닿아 있다. 구태 정치에 찌들지 않은 순박한 이미지. 일례로 기존의 실력자들과 달리 헤어스타일이 크게 힘을 주지 않은, 더벅머리 공무원 스타일 말이다. 지금의 꽃단장이 아닌 수수한 외모에 강단있는 관상은, 상당히 묘한 매력을 뿜어냈고, 대중은 그 꾸밈없는 신선한 시골검사 이미지에 열광했다.
김어준과 주진우 등, 당시 친민주당 스피커도 이러한 외적인 이미지에 속아넘어갔다. 특히 주진우의 실책은 큰 오점이자 부끄러움으로 남는다. 검찰을 꽤나 오래 취재한 그는 명성있는 시사주간지 기자였지만, 필연적으로 대검출입기자단 바깥에서 취재해야했는데, 그 과정에서 비주류 특수부 검사들과 사적으로 연결이 되었고, 이후 "나는꼼수다" 등으로 대중의 과잉 주목을 받게되자, 자신의 검찰 인맥을 과도하게 민주당 386에게 추천한 정황이 뚜렷하다.
이러한 대중의 열기가 얼마나 거셌는지, 2019년 윤석열 중앙지검장이 총장 후보 1순위가 되고, 이에 대해 "뉴스타파" 등 여타미디어가 윤의 과거 비위에 대해 검증보도를 하자, 필자의 기억에도 김어준 방송과 딴지일보 회원 등이 주도하여, "뉴스타파" 후원해지 움직임을 벌였을 정도였다. 당시 뉴스타파 후원액이 삽시간에 40%가 줄면서 조직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다(이로 인해 뉴스타파 내부도 당시 보도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었다).
3. 문 정부의 오판
2017년 문재인 정부의 취임 일성이 "검찰 개혁"이었을 만큼 검찰권력에 대한 불만이 팽배한 시대였다. 여기엔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이 결정적이었다. 검찰이 발벗고 지나간 권력에 대해 말도 안될 정도로 무리한 칼을 들이 밀었던 것이다 (이러한 관행은 2023년 윤석열 정부에서도 재현되었다). 여기서 핵심은 2002년 이후 한국 정치의 중심에 "검찰"이 주요 세력으로 급부상했다는 의미다.
과거 한국 정치의 중심에는 "청와대"가 1극의 위치에 있고, 그 아래 단계에 총리실, 여당, 언론, 국정원 등이 놓였는데, 1987 체제가 가속화되면서 기존 기관보다 검찰의 위세가 독보적으로 높아진 것이다. 검찰의 위세가 커질수록 "검찰 전관"의 위세는 더욱 높아졌고, 국회에서도 단연코 검찰 출신 정치인 비중이 커졌다. 국정원이 국내 정치 사찰을 멈춘 2002년 이후의 검찰은, 경쟁기관을 불허하는, 행정부 그 위에 존재하는 아주 특별한 기관이 된 것이다. 군부에 비견되는 검부의 탄생.
이런 상황에서 검사동일체, 즉 검찰총장과 검사 딱 2개의 직급만 있는 검찰에 2년 임기 검찰총장의 존재감이나 역할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이제껏 총장들은 그 누구라도 검찰의 독립성과 독점적 권력를 줄이는 방향의 민주당 개혁안에 찬성할 수 없었다. 검사는 오히려 퇴임 이후가 중요하다 싶을 정도로, 퇴직자 커뮤니티가 강한 직군이다. 그 누구도 "조직의 배신자"로 낙인찍히고 싶지 않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386은, 중앙지검장으로 "테스트" 해본 윤석열을 검찰총장으로 임명한다. 무척이나 "기능적" 선택이었던 셈이다.
4. 배신과 실패
검사는 기수도 이력도 중요하다. 사법연수원 23기 출신인 윤석열은 그 어떤 측면으로나 검찰총장으로 가능성이 없는 인물이었다. 우선 23살 미만 사법고시 합격자 우글거리는 검찰 조직에서, 그는 나이 34에 검사에 임용된 늦깎이 검사였다. 심지어 중간에 조직 부적응으로 검찰을 관두고 잠시 변호사 생활까지 했을 정도다. 무엇보다 뚜렷하게 다른 검사보다 바르다거나 유능한 검사생활을 했다는 증거도 없었다.
어찌보면 윤석열이란 스타 탄생은 일종의 SNS 현상과 닮아 있고, 검찰 개혁에 조급증을 부렸던 핵심 정치인과 청와대 오판의 결과다. 심지어 검찰 내부의 감찰보고서도 무시하고, 오로지 검찰권 약화를 위한 기능적 인사에 올인한 결과다. 그렇게 2019년 검찰총장이 된 그는 자신의 모든 과거 발언을 부정하며 정면으로 문재인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일을 반복한다. 듣도보도 못한 청와대 검찰 갈등이 연이어 터져나온 것이다.
2019년 여름 윤석열 총장이 취임하고, 조국 장관이 취임 35일만인 10월 법무장관에서 물러난다. 같은해 12월 공수처 법안이 국회를 통과, 일선 검사들은 분기탱천했고, 이후 줄줄히 예고된 검찰개혁 법안에 조직적으로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기 시작했다. 이 시점부터 윤총장은 보다 뚜렷하게 청와대와 각을 세웠다. 2020년 초에는 아예 대놓고 울산시장 선거 이슈로 청와대를 압수수색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아마도 이때쯤 민주당 내부에서는 "속았다" 라는 판단을 내렸을 듯 싶다. 뒤늦게 싸움에 합류한 추미애 장관이 12월 윤 총장에 "판사사찰과 채널A 사건"으로 직무정지를 내리지만, 이미 승부의 추는 크게 기울어 있었다. 모든 언론이 윤 총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5. 상반된 판단
그러니까 문재인 청와대 세력은 이미 2019년 조국 사태에서, 검찰개혁의 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서초동에 모인 흥분한 대중의 의견을 따르기보다는, 집권세력인 만큼 검찰총장 2년 임기보장이 더 안전한 길이라 판단한 것이리라. 당시 윤석열 검찰은 사상초유의 "법무장관" 수사와 기소라는 무리수를 던졌는데, 집권세력이 이를 통제할 아무런 제도적 방편이 없었던 것이다. 의지도 없었고.
결과적으로, 법무장관을 무력으로 제압하는 데 성공하자 일반 중도유권자는 "검찰총장 > 청와대" 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당연히 이같은 강력한 이미지는 이후 사상 최초로 여당 검찰총장이 야당 대통령후보로 "영입"되는 밑거름이 된다. 2022년 대선 경선 와중에 충격적인 윤석열 후보의 인생관, 혹은 지극히 편향된 정치관 등이 살짝살짝 공개되긴 했지만, 한번 긍정적으로 자리매김한 그의 이미지는 크게 타격을 입지 못했다.
오히려 그의 "사시 9수" "무자녀" "애주가" 는 그의 서민적이며 청렴한 이미지 형성에 기여했고, "서울법대"와 "특수부 검사" 이력은 그의 엘리트 이미지를 강화하는 데 적격이었다. 한국 사회에서 고학력 엘리트 대통령이 배출될 때가 2022년이었는데, 딱 그 시점에 윤석열 후보가 그 행운을 거머쥔 것이었다. 당연히 보수적인 미디어가 검사 출신의 서울법대 우파 인물을 거부할리는 없었고, 그렇게 굉장한 우연과 실수와 흐름에 떠밀려, 윤석열 권부 3년이 열리고 말았다.
ps.
0. 대중도 은근히 최고학부 출신 지도자에 궁금했던 상황
1. 그러니까, 2013년 당시 윤 검사의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발언을 대중은 "오, 저 검사는 헌법과 법률에 충성한다"라고 스스로 오해했던 것임.
2. 검찰이 가진 그 중요성과 특수성을 감안했을 때, 앞으로 그 어떤 선택의 순간이 다시 온다고 해도 집권세력은 "기능적 판단"을 멈추고, "덕성과 품격" "양심"을 갖춘 인물을 장관급에 기용하는 게 맞다는 역사적 교훈을 안겨준 사건이 되었음.
3. 국가 차원의 엘리트에게 중요한 것은, "능력"보다는 "공공성"과 "덕성"임. 혹 사상과 철학이 다르더라도. 검사가 검찰조직 보호하는 주장을 펼쳤던 게 당연했던 상황.
4. 만일 탄핵이 안된다면, 그것 역시 "서울법대-사법고시" 카르텔 때문임. 결과적으로 그 카르텔이 나라를 망가뜨리는 것이고. 이 글도 당연히 삭제될 것이고, 아마도 페북 계정 자체를 삭제해야할 듯.
#전후_세계체제의_뚜렷한_붕괴조짐(ft.트럼프와 기술봉건주의)Hojai Jung 25.3.10
0.필자의 부친은 어느새 80대 중반이신데, 요새는 고향에서 뵐 때마다 부쩍 본인의 어릴 적 얘기를 꺼내신다. 예를 들어 1945년 태평양 전쟁 종전을 앞두고 산에서 송진을 구했다던가, 일제 경찰의 말먹이를 공납했던 기억, 1950년 한국전쟁 발발 직후 동네 좌익의 득세, 1년간 학교에 못 가고 다친 다리를 어렵사리 치료한 경험. 여튼, 아버님의 유년 시절은 비극적 전쟁으로 가득 차 있다. 직접 참전을 안했는데도 그렇다.
MBC 드라마의 전설인 <여명의 눈동자>가 방영된 시점은 1991년. SBS의 <모래시계>는 1995년인데, 그때 아이들은 역사를 그렇게 배웠다. 전쟁은 비극이라고. 딴은 <배달의 기수>라는 한국전쟁 드라마가 1980년대 주말마다 방영이 되었고, 우리 1970년대 세대는 소설이 아닌 TV 드라마로 전쟁을 간접 겪었다. 돌이켜보면 1988년 서울올림픽 시절만 해도 1953년 종전에서 불과 35년 흘렀을 뿐. 지금으로부터 35년 전은 고작 1990년이다(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1. 세계체제 변화
2차 대전 종전 이후 세계 체제를 상징한 것이 바로 UN 이라는 국제기구(IMF와 월드뱅크도 있음) 경제적으로는 브레튼우즈 체제라는 달러-금 본위의 경제시스템, 그리고 종합적으로는 미국 중심의 세계 체제와 30년간 이어진 미소 냉전체제로 요약된다. 1991년 소련 해체 이후 미국 중심 단극체제(Unilateralism)가 형성된 건 맞지만, 2차대전 전후 체제가 통째로 사라진다는 건 상상불가였다. WTO 중심의 자유무역체제가 일종의 새로운 체제라고 본 것이다.
2016년 트럼프 집권 이후 모든게 변화했다. 1946년생 트럼프는 지금도 그렇지만 제1기 집권 시작부터 "파격"의 연속이었다. 곰곰이 반추해 보면 그때도 전문가들은 "전후 시스템 붕괴 조짐(the End of Post World War II Order)"이라는 논평이 간간히 흘렸다. 트럼프는 실제로 북한 김정은을 만나 "종전 선언"을 논의하고, 중국을 본격 견제하기 시작하며 G2 체제를 공식화하고, 러시아의 푸틴을 적절하게 예우하는 등 "미국의 고립주의와 다극체제"를 꾀한다라는 평가를 받긴 했다.
대략 10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일이 스쳐지나갔다. 2020년 중국 우한발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했고, 한류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믿기 힘든 현상, 2022년에는 러시아가 과거 자신과 같은 연방을 구성한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사건을 일으켰다. 결정적으로 2024년 11월 지나간 트럼프가 돌아왔다. 지난 10년은 실제로 "전후戰後 체제" 가 붕괴하는 과정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2. 극우極右의 부상
전후 체제 붕괴는 한국에서도 쉽게 감을 잡을 수 있다. 예를들어 3.1절 독립선언과 8.15 광복을 부정하는 세력이 속속 등장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김구 선생님과 안중근 의사가 테러리스트란다. 어떤 친일 목사는 광복절에 "일본과 친하게 지내야 한다"며 "일장기"를 당당하게 내민다. 뉴라이트라고 불리는 정치세력은, 심지어 대통령이라는 사람까지, 보수기독세력과 결합해 "민족"을 거부하고 "반중(反中)"을 외친다. 2차대전의 기억을 지운 현상이다.
이같은 극우 세력의 부상은 전세계적 현상이다. 유럽 심장부 독일과 프랑스에서 벌어지는 극우세력의 급부상은 더 극단적이고 우려스럽다. 독일과 프랑스는 제1차 2차 세계대전의 장본인이다. 두 나라의 패권 싸움 탓에 전세계적으로 약 5천만명의 사망자와 그보다 10배는 더 많은 전쟁 피해자를 남겼다. 그 반성으로 시작된 것이 바로 유로(Euro) 체제이자 군축 협상이다. 당연히 패권은 서유럽이 아닌 미국으로 넘어갔고, 유럽인들은 더 이상의 전쟁을 피하자며 "중도 좌파" 시대를 열게 된 것이고. 메르켈이 2010년 중동 아프리카 난민을 대거 수용한 이유도, 따지고 보면 전쟁 트라우마를 "이성"과 "연대"로 극복하자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이제 전쟁의 기억은 희미해 졌고, 유럽 역시 평화체제에 대한 지루함과 낮은 경제성장에 대한 지겨움이 함께 몰려온 눈치다. 대량 난민이 몰고온 다문화는 꼴보기 싫을 뿐이고, "유럽"이라는 공동체가 이미 자신의 발목을 붙잡는 것 같아 성가시다는 태도다. 사실 극우 등장의 가장 극적인 사례는 미국의 "트럼프"일 것이다.
3. 트럼프는 왜?
도대체 "트럼프"는 왜 저러는걸까? 이것은 아주 복잡한 대답을 전제로 할 것이다. 그 누구도 그가 왜 저러는 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자신의 행동이 미국의 이익과 미국 지배계급의 이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본다면, 전후 시스템(post WW-II Order)이 이제는 미국이익에 걸림돌이 된다는 해석이 그나마 설득력이 있다.
첫번째는 높아지는 관세다. 관세의 부상은 자유무역체제에 길들여진 전세계인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다. 전세계 모든 인민들이 무언가 노력을 해서 경제를 발전시킨 근본 이유 자체를 깡그리 부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역사적으로 본다면 그리 낯선 모습은 아니다. 보호무역주의는 종종 번성했다. 18세기와 19세기 유럽과 미국은 관세를 높이는 "고립주의"의 모습을 선보였다. 물론 중세 유럽에서도 마찬가지였고. 낯설지만 처음 있는 모습은 아니다.
다극체제(Multipolar system) 역시 과거에 경험한 익숙한 체제에 가깝다. 나폴레옹 이후 19세기 세계는 제국주의 속 여러 세력이 각자 지분을 행사한 다극체제에 가깝다. 트럼프는 더 이상 2차대전이 불러온 "허울좋은 다자주의(Multilateralism)"를 거부하고,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사실상의 고립주의로 회귀했다. 파리기후협약이나 WHO 따위에 신경을 쓰기 싫다는 거다.
4. 달러 or 크립토
그럼에도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미국이 아프카니스탄과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패권국 상징인 인도양마저 시나브로 물러난다는 대목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이제는 정말이지 석유와 달러의 페깅 시대가 끝났기 때문일 것일까? 국방력으로 만든 기축통화의 절대 유리한 장점을 여기서 포기한다고? 미국의 나라빚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중국의 부상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까.
그러고보니 트럼프의 공약 가운데는 "암호화폐"에 대한 대목도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2차대전 직전 금을 싹쓸이 하기 시작한 미국의 재무부를 닮기도 했다. 왜 갑자기 암호화폐 얘기를 이 무렵에 꺼냈을까? 당연히도 미국 자신이 폐기한 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또 한번의 배신인 것일까? 고립주의의 상징적인 행동인 것일까? 어찌되었건 트럼프의 행동에는 일종의 맥락이 엿보이는 것은 현실 같다. 1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회귀하겠다는 강력한 신호 말이다. 기존 세계질서를 전복하려다보니, 혼자서 무리수는 전부 끌어온 눈치다. 말이 좋아 크립토커런시, 이지만, 다른 정부가 호응을 안 해주면 어쩔건데?
트럼프의 전략은 어찌 보면 단순해 보인다. 될 수 있는 대로 판을 최대한 크게 흔든다는 것이다. 7년전 그가 북한 김정은을 만나고, 이란과의 핵 협상을 무력화 시키고, 오늘날 우크라이나 전쟁을 무시하는 것도 그러한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과거의 동맹과 질서를 무시하고, 미국에 유리한 신 질서를 위해 판을 복잡하게 꼬아 놓는다는 것.
5. 혼돈, 극우, AI
2차대전 수많은 죽음으로 만들어진 세계 질서가 뒤죽박죽 꼬이고 있다. 과거의 동맹과 적이 의미가 없어진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이 그 증거일 듯. 미국은 과거에 주장해온 "민주주의+시장질서"를 버리고, "미국에 이익이 되는 것만 진리"라고 입장을 바뀌었다. 비트코인도 미국에 유리하지 않다면 순식간에 가져다 버릴 기세다.
미국이 믿는 건, 압도적인 AI와 그것을 가능케 한 플랫폼/ 컴퓨팅 파워인 듯 싶다. 19세기 신고립주의로 달려가는 것 같지만 오히려 "Techno Feudalism(기술 봉건주의)"라 불러도 좋을 듯 싶다. 미국은 AI 기술로 무장하고 이를 통해 항공모함과 핵탄두를 대체하고픈 모양새다. 트럼프와 친구들은 정확히 그 힘을 아는 눈치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혼돈 속에 싹튼 세력이 "신 극우(Neo Extreme Right-Wing)"일 것이다. 이들 세력에 "가치"를 찾기 어렵다. 가치란 보통 역사적 경험과 그 반성에서 나오는 법. 이들의 멘탈리티는 "힘"에 대한 추종과 "생존"에 대한 욕구가 우선인 듯 보인다. 트럼피즘(Trumpism)은 그렇게 개인 공동체의 나약한 빈틈을 파고든다. 연대를 통한 정의의 실현 따위는 위선일 뿐이라고, 강자에 붙어 이익을 꾀하라, 오래 가는게 강한 놈이다, 라는 교훈을 전파하고 있다.
ps.
0. 유엔이나 IMF WHO 등의 국제기구 시대는 확실히 종말을 고한 듯. 지역 안보체제가 더 시급함. 한국도 이제는 아세안과 더 가까워져야.
1. 우리나라 최고급 관료들, 사법부와 검사들의 마인드에서 "트럼피즘"이 엿보이는 시대. 공화국과 민족, 시민공동체는 다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2. 아무리 싫다고 해도, 전후 세계질서의 종말이 다가온 것은 사실인 듯. 이것은 "뉴 노멀(New Normal)" 정도로 불러선 안되고, 새로운 세계체제로 접근하는게 맞을 듯
3. 결국 각 나라 극우세력의 부흥과 반복된 집권은, 국지전을 넘어 세계대전으로 가는 수순이 될 수도. 국방력이 중요한 시대라는 점이 분명해 진 것 같음. 달러의 시대도 종언을 고하고 말이다. Ai는 미래의 모습을 비추어 줄 것인가?
남한중심주의_전원책_혐오유산_(ft."시진핑 갮"와 “추한한국인”)
0.한국 사는 중국인(華僑)의 과도한 자신감이나 혹은 무례함은 과거에도 종종 도마에 오르곤 했다. 그것에 대한 반감이 실제 "반중反中감정"으로 표면화 된 시점은, 2002년 동북공정, 2008년 중국인 성화봉송 폭력사건이 처음으로, 본격적으론 2010년대 중국발 해킹, 2016년 사드 사태, 2020년 우한발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내에선 2021년 초 "조선구마사"라는 sbs 드라마 논란으로 폭발한 것으로 기억한다.
중국인들의 한국 관광이 막히고, 한류가 금지되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잇따라 쫓겨나기 시작하자, "반중"구호는 처음엔 "뉴라이트 계열"의 정치적 수사에 머물렀지만, 젊은 남성 MZ 세대에게 공감대를 얻더니, 어느새 거대한 정치담론으로 확대됐다. 2024년 윤석열 내란과 탄핵 국면에서 "중국발 해킹"을 넘어 "중국혐오" 담론이 미디어를 가득 채운 것은 놀라우면서도, 풀어야 할 무거운 현실이 되었다.
1. 혐한 + 혐중
한국 극우의 두 가지 유형은 크게 "혐중(혐북)"과 "혐한(자국비하)"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인다. 두 개가 일치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대개는 둘 중 한 가지를 택하는 태도가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방향성은 자주 "친일"로 향한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친일"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혐한이나 혐중과 자연스레 밀착한다는 점에서 극우의 주요한 사상적 근거가 되곤 한다.
"혐한"을 자신의 주요한 정치사상으로 삼는 것은, 한국인으로 그게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어이없는 일인데, 한국과 같은 약소국을 오랜 거친 나라에서는 또한 일반적인 현상이다. 과거 캄보디아나 알바니아 같은 약소국 지도자들이 흔히 보였던 정치행태로, "우리 민족이 못나도 너무 못났다"는 얘기니까. 우리나라에선 "친일파" 근대개화파 인사들이나 1980년대에는 "주사파" 젊은이들이 가졌던 태도며, 주사파 인사들이 대거 "뉴라이트"로 전환한 계기 역시 혐한론에 뿌리를 두었다.
"혐중嫌中"은 1970년대 이전엔 "혐북"론이 글로벌 시대에 맞춰 확장된 현상이자, 존재감이 커진 중국에 대한 경계의 태도를 대변한다. 우리나라의 혐중 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우익이 한국에 대해 가졌던 "혐한론"을 복기하는 게 간명하다. 일본의 "혐한"은 1990년대 접어들어 일본 경제가 정점에서 내려오고, 동시에 한국의 경제가 일본의 몫을 빼앗기 시작하면서 본격화되었기 때문이다.
3. 추한 한국인
1993년과 1995년 “추한 한국인(미니쿠이 칸코쿠진)”라는 제목의 책이 동아시아 지성계(?)에 큰 파장을 남겼다. 언론인 출신 재일한국인 박태혁 저자라고 처음 알려진 이 책은, 일본에서 날개돋이 팔리며 이후 적어도 20년 넘게 이어진 “혐한론" 유행의 발화점이 되었다.
왜 “지성계”에 영향을 끼쳤다고 표현을 했냐고 하면, 지금도 “추한” + “지명”의 담론이 횡행하기 때문이다. 3년 전 국내에서도 화제를 모은 “전라디언” “경상디언” 운운하는 담론들이 바로 이러한 “혐한” “혐일” “혐중”론의 하위 담론이 된다. 이런 개소리들을, 주로 언론인이 유포시키는 것도 흥미로운데, 취재 방법이라는 게 “사례 3개쯤” 모아, 이 사례가 자신이 확인한 팩트라고 단정하고, 이를 사례의 공통점과 함의를 자기 맘대로 해석한다. 얼핏보면 실증주의 같지만, “추한 한국인”의 사례나 논리를 오늘날 검증해 보면, 얼마나 허황되고 편향된지를 단박에 알 수 있다.
이른바 일반화의 오류를 마구 저지르고, 특정 지방과 국가로 이를 치환하거나 확장시켜 “혐오” 담론을 특정 계층이나 출신지로 화살을 겨누게 된다. 당연히 이러한 문화는 중세시대에도 왕왕 있었고,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대인 혐오”가 가장 유명하다. 근대 이성 국가에서 이러한 “혐오” 정치가 확산된 이유는, 강력한 국가 체제를 위해 약자를 뽑아 “이지메” 대상을 정하는 게 지배세력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재일교포” “한국”을 이지매 대상으로 삼은 것이고.
4. 전원책 효과
국내 보수우익 논객 가운데 “전원책” 선생은 상당히 점잖고 논리 정연한 분으로 알고 계신 분들도 많고 실제로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팬덤도 상당한 편이다. mbc 100분 토론과 jtbc “썰전” 등 제도권 방송의 후광을 가장 크게 누린 우파 논객 가운데 한 분이다.
그는 실제로 국내 가장 대표적인 "남성중심적" "남한 중심적" 사고체계를 지닌 전통적 우파지식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이남의 대한민국에 정통성을 부여하고, 보다 정확히는 "남한 정통성은 박정희가 만들었다"고 보는 계보에 속한다. 이는 전원책의 성장 배경이나 활동 시대를 감안해 볼 필요가 있다. 1955년생인 그는 경북과 경남의 경계인 산업도시 "울산"에서 나고 자라, 군법무관을 거쳐 법조인으로 활동했다. 박정희 체제에 대한 감흥이 가장 큰 장소와 시대를 관통한 삶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그 시대의 상징이기도 한 "혐북" 태도를 가진 것은 당연한 일이고, "남한 중심적" 사고를 갖는 것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그가 남긴 어록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이 바로 "김일성, 김정일 개객끼" 주장인데, 그는 이를 공중파에서 당당하게 발화함으로써, 자신의 신념은 옳기 때문에 이러한 혐오 발언은 절대 문제가 될 수 없다라는 태도를 처음 알렸다. 심의위에서도 팽팽한 논쟁이 있었지만, 크게 문제삼지 않고 넘어가게 된다. 이 발언이 공중파를 탄 2012년은 이명박 정권 시대로 “뉴라이트(신친일)” 계열의 정치활동이 가속화되는 시점이었다.
5. 축소의 시대
전원책 씨는, 지금 관점에서 살펴봐도 그리 심한 “혐중론자”라거나 “친일론자”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북조선 체제를 상징하는 “김씨 왕조”을 겨냥한 철두철미한 반대 주장을 지닌 전통적 반공론자로 보는 게 맞다. 다만 그의 강고한 신념은 후배들에게 "혐오" 감정으로 대물림되었고, 공공장소에서 당당히 혐오를 표출하는 것이 "옳다"라는 전근대적 문화의 확산의 원조가 된 것이다.
그리하여 이제 혐중론자는 공공장소에서 "시진핑 갮" 이라는 굉장히 기호학적 욕설을 내뱉는 것이, 마치 정치적 의사라는 듯 하나의 온라인 문화를 만들어 냈으니, 상당히 부끄럽다. "딥시크"에 대한 공포를 "시진핑 욕설"로 극복해 내는 것은, 일종의 정신승리에 가깝다. 확실한 것은 그것이, 대한민국이 축소되고, 외부와 단절된 갈라파고스(섬) 현상을 내비친다는 것이다. "혐중"의 급증은 확실하게 우리나라 극우, 보수파들이 중국에 "쫄았다"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게 되고 있다.
pa.
0. 혐중과 반중을 구분할 수 있는지 여부는 또 다른 문제임. 그래서 더 어려운 듯.
1. 부정선거론이 "혐중" 태도를 키운 게 아님. 부정선거론자들이 그냥 반공주의, 반북주의, 혐한 및 혐중론자인 것임
2. 일본이 "추한 한국인" 이후 혐한론을 쏟아내면서 몰락했음. 아직도 일본이 "끈질긴 저력"과 "부활" 가능성이 있다고 믿는 분들이 계신데, 그건 아님.
3. 국가명(지명)과 사람의 성향을 직접 연결시키는 태도가 만연한 것은, 참으로 흥미로운 대목. 그래서 "강남 아파트" 가격이 비싼듯 하기도 하고.

성공회대학교 미디어콘텐츠융합학부 겸임교수, 슬로우뉴스 대표 및 이정환닷컴 대표
#정의당_사태와_시민단체의_정치세력화_(ft.여성주의 정당의 실패)
0.
제 21대 국회 기간(지난 4년간) 동세대 정치 고관여자에게 상당히 뜨거웠던 주제 가운데 "정의당"과 "심상정 선생"이 불러온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2012년에 창당한 정의당은 2016년 총선과 2020년 총선에서 각각 6석을 차지했던 대한민국 정통의 진보당이자 제3당 위상을 차지해 왔다.
창당 직전 '통진당 해산' 판결이 있었고, 그 이전 이른바 NL 세력을 거부한 진보신당을 주축으로 정의당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이에 대한 세간의 기대가 상당했다. 앞으론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과 "북한"문제에서 자유롭게, 여러 사회적 진보 의제를 다룰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의당은 그 기대와는 전혀 다른 길을 택했는데, 특히 21대 의회 직전엔 진보 의제를 "페미니즘"과 "청년정치"로 잡고, 이러한 맥락에서 심상정-이정미 체계를 장기간 이어왔고, 총선에선 "류호정" "장혜영" 두 젊은 후보를 전면에 세웠던 것이다. 자연스레, 여성주의와 무관한 김종철 등의 PD계와 시민사회계, 한창민 등의 개혁정당 인사들은 정의당 의사결정 구조에서 배제되면서, 우호적 지지자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했던 것이다.
1. 민주당의 확장
지난 4년간 "류호정 의원"만큼 뜨거운 논란을 불러온 정치인이 또 있을까 싶다. 그의 이력이나 논란이 된 행태, 의회실적은 주요 쟁점이 아닌 오히려 부차적일 수 있다. 애당초 심상정 대표가 무리하면서까지 "여성"과 "청년"에 높은 가점을 주어 이 둘을 비례 순번 가장 앞단에 놓았는지 여부가 핵심 주제가 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한국의 시민운동과 민주당의 관계 발전에 대해 역사적으로 되집어야 한다. 한국 시민운동(NGO)의 계보는 다종다양하고 복잡하지만, 그 최정점엔 1994년 설립된 참여연대와 2001년 아름다운 재단을 만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가장 대표적 인물로 손꼽힌다. 2000년 국회의원 낙선운동으로 현실정치와의 본격적 연결관계를 맺은 한국의 시민사회계는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 및 이후 민주당 입당으로 뚜렷한 관계성을 확립하게 된다. 이른바 친민주당화다.
그러니까 2000년대 초반까지 주로 호남과 수도권에 기반을 둔 정당 민주당은, 1997년 집권을 경험하면서 386 운동권, 시민사회계, 노사모로 대표되는 30대 초반의 화이트컬러가 다수 결합하는 방식으로 정당의 색깔이 대도시-직장인 개혁적 노선으로 점차 바뀌었는데, 이 과정에서 정의당은 "진보"의 개념 설정에 상당한 위기감과 시민사회계엔 일종의 배신감을 느꼈던 것이다.
2. 국가보안법, 실패
지금은 논의 대상 자체가 아닌 "국가보안법"은 1987년 이후 2010년까지 가장 뜨거운 감자로, 진보진영은 "절대 폐지"를 주장하고, 한나라당은 "껍데기만이라도 지켜야 한다"라고 대응할 정도의 뒤쳐진 악법인건 분명했다. 2004년 총선서 승리한 열린우리당은, 당시 4대 개혁입법 가운데 가장 먼저 국보법 개정을 추진했는데, 의외로 당시 진보진영인 민노당과 첨예하게 대립하게 된다.
당시 민노당은 국보법 "완전폐지"를 주장하면서 집권당인 열린우리당과 완전히 다른 노선을 걸었던 것. 그결과 천우신조天佑神助의 기회를 날리며 4대 입법의 개혁이 좌절되는 건 물론, 노무현 정부가 몰락하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한나라당엔 YS가 남긴 중도세력이 다수 포함이 되었을 때인데, 이러한 대립 와중에 이들도 모조리 좌천이 되며, 극우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탄생시키게 된다.
당시 민노당은 역사성과 정통성을 지닌 말그대로 진보 정당이었고, 열린우리당은 노빠에 의해 탄생한 "탄돌이 정당"이란 폄훼 이미지가 강했더랬다. 당연히 민노당엔 민주당 보다 훨씬 더 많은 정통성 있는 시민사회계와 진보적 활동가들이 집결해 있었다. 그러나 혁신에 실패한 2007년 이후 당은 NL과 PD로 쪼개졌고, 2011년 창당된 nl 당인 통진당은 2014년 헌재에 해산되는 진통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앞서 말한 민주당으로 시민사회계가 대거 결집하면서 민주당과 정의당, 간의 첨예한 갈등의 싺이 텄다고 해석할 수 있다.
3. 순수성 vs. 정권획득
2010년 박원순 시장의 서울 시장 입후보와 이후 민주당 입당은 시민사회계의 거센 비난을 받은 건 물론이고, 주류언론과 한나라당 등 보수세력의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시민단체의 본분에서 벗어났다는 게 주요 논지다. ngo 인사들이 개인이 아닌 집단으로 선거와 정권획득에 참여하는 건 옳은가, 그른가, 는 이후 지리할 정도의 뜨거운 정치 쟁점이 되었다.
실제로 그 이후, 참여연대계, 반원전반핵단체, 위안부사건 관련 단체, 군인권 및 지방 분권 단체 등 진보적 단체들이 시나브로 민주당에 합류하는데, 2016년 촛불시위가 그 정점이 되면서, 진보단체와 정의당 입장에선 "민주당이 촛불정신을 독점했다"라는 볼멘 소리가 나올 정도로 쏠림이 가속화 된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보수언론의 감시와 견제는 주로 "시민사회계"에 집중되는데, 참여연대 출신 김기식 금감원장 반대 투쟁(?)이 대표적이다.
이 과정에서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이해 관계가 일치하는 대목을 찾아낸다. 정의당은 단독 집권을 노리지 않는 안전한 "제3당 지향"을 분명히 하고, 동시에 시민사회계가 대거 참여한 민주당과의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즉, 진보정당의 선명한 위상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지, 그 방법으로 "타락한 시민사회계", 즉 민주당에 포섭되지 않은, 마지막 정치 미개척지 "급진여성계"와 "청년세력"을 전면에 내세운 방식을 택한 것이다.
4. 페미니즘 정당
결국 여러 논란과 갈등 속에 청년과 페미니즘 세력을 대표하는 류호정과 장혜영이 정의당 비례 1,2번으로 원내 입성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성과와 논란은 비교적 잘 알려져 있다. 여의도 경험이 전무했던 이 둘은 기존의 정치 문법과 날카롭게 대립하며, 나름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지만, 종합적으로는 1)진보성과 2)대중성 두 가지 목표 요구를 달성해내는 데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그게 정의당의 역량 부족인지, 개개인의 문제인지는 확인하기 어렵다.
확실한 점은 민주당은 1990년대 이후 시민사회계의 요청을 받아 안은 정당으로 정체성을 확립했고, 정의당은 그 대목과 nl도 빼야 했으니, 기존의 정치 문법과 다른 청년과 급진 페미니즘 노선으로 갈아 타야 했다는 것이다.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정치판이 그렇게 짜여졌고, 민주당은 비례에서는 자연스럽게 소수 및 시민사회 세력과 연합 전선을 짤 수 밖에 없게 되었고, 정의당은 다시 새로운 세력을 수소문하다보니, 녹색정의당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해야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류호정, 장혜영 선정은 나름은 이해가능하고, 충분히 역사성이 있는 선택이었다는 얘기고, 진짜 문제는 정의당이 이러한 신진 세력을 싸안고 갈만한 역량이 안되었던 것이 문제라는 얘기일 수도. 아마도 이번 22대 총선에서 정의당은 소멸 거의 직전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전례없는 심각한 위기일 것이다. 극복하기 쉽지 않겠지만, 정의당의 지난 12년, 민노당까지 포함하면 지난 30년의 진보정당의 역사와 전통을 다시 되짚어야 할 지 모르겠다.
PS.
0. 2019년 이후 정의당의 변신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런지?
1. 민주당이 역사상 국회 과반을 차지한 건 2004년 열린우리당, 2020년 문재인-이낙연 민주당 딱 두 번. 두 번 모두 아쉬움이 더 컸음. 이번엔 과연?
1. 지금도, 이재명 대표 얘기만 나오면 "통진당, 경기 동부 연계성 의혹" 얘기를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음. 아마도 경기도 성남에 통진당 세력이 일부 있기 때문일 것인데, 민주당은 통진당 보다는 시민사회계가 더 현실적 세력이고, 경기동부는 민주당이 아닌 진보당에 압도적으로 많음.
2. 류호정 선생은 잡음 끝에 옮긴 개혁신당에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주 했어야 했음. 선거 시작 전에 어이 없을 정도로 쉽게 포기함으로써, 지난 4년간의 발언이 헛소리 였음을 입증. 최소한의 정치개혁 진정성을 입증 못하고, 이준석 대표에 민폐 of 민폐.
3.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대한 보수세력의 공격은 참으로 치열하고 집요했음. 이러한 공격을 예상했을 텐데, 서울시장 3선을 고집하지 않고, 다른 방향을 모색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적지 않음.
4. 개표 이후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의 행보는 어떻게 될까? 이번 선거 결과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임.
임상훈
잘 읽었습니다. 글을 읽고 보니 박원순으로 대표되는 시민사회 단체의 민주당 유입이 생각보다 크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친 것 같네요. 일 잘 하고, 현실에서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운동가들에게 서울시라는 대우도 괜찮은 매력적인 거처가 생겼으니, 일종의 '브레인 드레인'이 지속적으로 생겼을 법하네요. 민노당 시절 부동산 정책을 사실상 견인했던 진보 정당의 정책 및 기획 역량이 약화된 계기였을 것 같고요. 시민사회 단체가 빠진 상황이니, 민노총의 영향력이 더 세졌을 테고요. 지난 총선에서 녹색당이 민주당 비례정당에 들어가자, 민노총이 지지를 철회했던 일 등이 떠오르네요. 제 시뮬레이션 상 심상정 의원은 은퇴하지 않을까 싶어요.
조국신당
필자가 2년 전 쯤 "조국은 결국 선거로만 복권될 것이다"라고 페북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댓글이 단 하나도 달리지 않아 크게 당황했더랬다. 아, "조국 옹호"는 아직은 시기상조로구나, 새삼 느꼈다. 그런데 지난 1년 사이에 분위기가 반전된 것이다. 복합적 배경이 있는데, 검찰과 용산이 어느 임계점을 넘어 버렸고, 조국 가족의 고통과 응전, 이재명 이란 인물이 동시에 검찰의 맹공에 꿋꿋히 버텼던 것도 주효한 느낌이다.
조국 신당의 색깔이나 방향은 뚜렷해 보인다. 무엇보다 "검찰 개혁" "법조계 장악"이다. 전관예우를 바탕으로 "사법의 정치화"라는 탐욕의 늪에 빠진 엘리트 정치의 구조 개혁을 첫 손에 꼽은 것이다. 우리나라 엘리트의 최고봉엔 "서울법대"를 중심으로 "사시+행시" 서열 네트워크가 자리하고, 다시 사법부와 검찰이라는 "법조" 권위가 마치 귀족 계급처럼 자리잡고 있다.
다시말해, 용산 권력과 맞대응하기 위해서는 그에 뒤지지 않는 "엘리트 정당"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것이다. 조국신당, 이 뚜렷하게 선언하지는 않았지만, 바깥에서보는 조국신당의 정체성은 "개혁적 엘리티즘"일 것이 거의 확실해지고 있다. 실제로, 신당 멤버들에 주로 "서울대" 편향이 뚜렷히 엿보인다. 영입인사 1,3,4호가 모두 서울대다. 법조인과 운동권 출신이 많고. 조국 당대표와 측근들은 물론이고.
3. 이재명 비토
근래 필자가 목격한 현상 가운데 엘리트들의 "이재명 비토" 현상도 눈길을 끈다. 대개 학벌 좋고 직업 좋은 사람 가운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좋게 평가하는 사례를 본적이 거의 없다. 언론인과 법조인이 특히 심했다. 무엇보다 "서울법대" 출신 가운데선 아직까지 단 한명의 이재명 지지자를 만난 적이 없다 (혹시 있다면 제보 부탁드린다).
이 대표의 이력은 한국의 보수적 엘리트주의와는 정반대의 지점에 서있고, 또 그것을 장기간 유지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린시절의 가난함이나 사법고시까지는 친숙한데, 그 이후의 행보는 일종의 "노무현 시즌2"와 겹쳐보인다. 정치적 행보 역시 "없는 길을 만들어 가는 스타일"로, 엘리트주의가 원하는 "법과 질서"와는 상극이다. 그의 거짓말 몇 개와 가족 갈등에 극도의 혐오감을 내비치는 엘리트가 많은 이유가 된다 (필자도 살아온 이력을 반성해보니, 거짓말을 한 1만 번쯤 한 듯).
흥미롭게도 조국신당엔, 과거 이재명을 비토했던 엘리트 출신 진보적 인사들이 많이 포진해 있다. 앞선 설명대로 주로 학벌 좋고 경력이 괜찮은 엘리트가 많은 정당이니, 당연한 얘기다. 그래서 아주 간명하게 "이재명 민주당"과 "조국신당"의 스펙트럼은, 개혁의 방향을 놓고 "대중주의"와 "엘리티즘"으로 갈라진다. 어찌보면 참으로 이상적 조합으로 보이기도 하고, 서로 타협할 수 없는 철학과 노선의 차이로도 비친다. 물론 이번 선거에선 상보적인 관계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재명이 싫은 사람은 조국정당에 투표할 수 있기 때문이다.
4. 강남좌파?
다시 본론으로 돌아오면, 이재명도 싫고 조국도 싫은 엘리트주의자의 고민이 깊어질 듯 싶다. 당연히 이런 노선도 적지 않더라. 필자가 만난 한 명문대 정치과 교수는, 밥먹는 1시간 가까이 조국의 '표리부동'을 지적한 일이 있는데, 이것을 요약하면 "강남좌파"에 대한 혐오성 태도이자, 그 한계에 대한 냉철한 지적이었다.
조국 교수는 2000년대 이래 "진보적 이상주의"를 주장해온 대표적 소장파 학자였다. 즉, 맞는 얘기만 해왔다는 거다. 그것이 가능한 배경엔, 그 집안의 유복함, 그리고 본인의 명석함과 성실함, 집안의 성공적인 투자와 그누구도 속썪이지 않는 반듯하고 화목한 가정에 있었다. 즉, 강남좌파이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비판이다. 조국의 "자유롭고 정의로운 진보성"은 극히 소수에게 주어진 특권이었다는 얘기고, 검찰수사는 그의 집안의 특권적 배경을 까발린 것이니, 아주 속이 시원하다라는 태도다.
이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일종의 "안경환 학장 시즌2"에 해당된다. 최근 조국 대표의 발언과 태도를 보면, 자신에게 드리워진 공격을 적극적으로 방어하는데, 즉 정치적으로 대처하는 것으로 보인다. 즉, 자신의 포지션을 제대로 정치화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학문엔 맞고 틀리고가 있지만, 정치엔 "아와 비아의 투쟁"만이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안경환 학장이 실패한 이유는 본인을 사람좋고 덕망 높은 "명사"로 포지셔닝 했기 때문이었다. 조국도 스승을 따라 "학자"를 포기하지 않고, "명사"로 포장해 청와대에 입성했지만, 치열한 견제를 넘어서지 못했다. 당연히 "명사"를 포기하고 진즉 "정치인"으로 나섰어야 했다. 학자들은 정치인을 주로 "시정잡배" 취급하기도 하지만, "명사" 포지션으로는 절대로 개혁의 "개"자도 꺼낼 수가 없는게 현실이다.
조국신당에 포진한 주요인사 몇몇이 이재명 대표에 거부감을 나타낸 이유 역시, 과거 이분들의 포지션이 "명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로 현실 정치보다는 "진보운동"으로 포장하면서, 자신의 상품성 및 엘리트성을 드러내는데 활용한 이력이 있다는 얘기다. 즉, 본격적으로 정치인으로서 담금질이 안된 인사들이 적지 않은 게 약점이다. 이런 인물이 많을 경우 당의 미래는 단명에 그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5. 다당제?
한국은 세계적으로 아주 독특한 정치체제를 갖고 있는데, "5년단임+대통령중심제"가 바로 그것이다. 단점과 장점이 엇갈리는데, 단점 가운데 "정당의 헤게모니"를 불과 5년 만에 확립한다는게 무척 어렵다는 게 문제로 보인다. 지난 민주당 경선이 대표적으로, 이낙연 vs. 이재명 싸움에서 이재명이 단 1년만에 역전을 해버리자, 당의 주류가 그 결과에 반발, 대선에 자당을 지지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상에 이런일도 있구나 싶었다. 정당이 이념만으로 구성된 것은 아니라, 결국 사람이 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조국신당의 등장은, 민주계 정당이 대중주의와 엘리트주의로 쪼개진, 바람직한 현상일 수 있다. 아마도 조국신당 이후에 이런 경향성이 종종 반복될 수도 있겠다. 그리고 훗날 자연스럽게 다당제로 바뀔 가능성도 내포하고 있다.
PS.
0. 이번 총선 뉴스 보는 재미가 쏠쏠함. K-정치의 장점.
1.이번 총선의 가장 큰 "하이라이트"는 비례대표의 면면이 아닐까 싶음. 조국신당에 "서울대" + "법조인" 출신이 몇%일지 궁금해졌음. 너무 많은 것은 큰 문제임. 아니, 오히려 그게 진정한 정체성일 수도.
2. 조국을 거부하고, 이재명을 싫어하는 이런 엘리트들에겐 "이낙연"이나 "국민의 힘"이라는 적절한 선택지가 있지만, 우리나라 엘리트들의 특징은 또 비판하기는 좋아하지만 자신의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기엔 너무 소극적이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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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년(sadragon)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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