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2,000명 과 창원 5,000명 윤석열 퇴진 24.9.28
“부산 65세 이상 고령인구 2035년 100만 돌파”
통계청, 인구 중 34% 비중 예측
- 전국 8대 특별·광역시 중 최고치
부산의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2035년 100만 명을 넘어서며 지역 전체 인구의 3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불과 10여년 뒤에는 부산 인구 3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채워지는 셈이다.
통계청은 이런 내용이 담긴 ‘2024 고령자 통계’ 자료를 26일 발표했다.ㅡ올해 기준 부산 65세 이상 인구는 75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인구의 23.2% 수준이다. 이 비중은 전국(19.2%)보다 높은 것은 물론 8대 특별·광역시 중 최고치다.
내년에는 부산 고령인구(이하 65세 이상) 비중이 24.5%로 높아진다. 4명 중 1명꼴이다. 이후 2035년에는 고령인구(101만9000명)가 100만 명대를 기록하며 지역 전체 인구의 34.1%를 차지하게 된다.이런 예측은 통계청이 1년 전 제시했던 전망치(2035년 101만9000명·34.5%)와 큰 차이가 없다. 부산의 인구 고령화 현상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산 고령인구 비중은 ▷2040년 38.0% ▷2045년 40.7% ▷2052년 43.6% 등으로 계속 높아진다. 다만 올해 8대 특별·광역시 중 가장 높은 부산의 고령인구 비중은 2052년 8곳 중 2위로 내려간다.그해 1위는 울산(43.7%)이 될 것으로 예측됐다. 2052년 경남의 고령인구 비중도 47.8%에 달할 전망이다.
이처럼 뚜렷한 고령화에도 노인의 삶은 녹록지 않다. 37.8%에 달하는 213만8000가구는 1인 가구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독거 노인’ 중 32.6%는 대화 상대가 없다고 답했다. 노후 준비가 돼있지 않거나 현재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답한 독거 노인 비중도 55.8%나 됐다.
지난해 전국 65세 이상 고령인구의 고용률은 36.2%에 머물렀고, 2022년 기준 66세 이상 은퇴 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중위소득 50% 이하인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9.7%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상승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저열한 '언론 고발사주'…윤 정권은 '사주 정권'인가
사주(使嗾: 남을 부추겨 좋지 않은 일을 시킴(표준국어대사전)
용산 대통령실 직원이 극우·어용단체를 ‘사주’해 정권 비판적인 언론을 고발하도록 했다는 자백이 나왔다.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실 소속 행정관이 인터넷 매체 ‘서울의 소리’ 소속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자신이 극우단체를 부추겨 ‘서울의 소리’ 등을 고발하도록 했다고 말한 녹취가 공개된 것이다.
뉴스타파·미디어오늘·시사IN·오마이뉴스·한겨레 등 5개 언론사로 이뤄진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의 보도에 따르면,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 직무대리를 맡고 있는 김대남 행정관은 인터넷 매체 서울의소리 이명수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자신이 극우단체인 ‘새민연’을 시켜 서울의소리에 대해 고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 행정관은 ‘새민연’을 ‘보수 우파 플랫폼’이라고 지칭하면서, 이 단체가 조선일보 등에 윤석열 대통령 홍보 광고를 내고 김건희 씨를 비판한 언론에 대해 고발하도록 자신이 사주했다는 의미의 발언도 했다.
뉴스타파 유튜브 화면 갈무리
김 행정관은 윤석열 대선 캠프에서 활동하다 윤 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실 시민소통비서관실 행정관으로 일해 온 인물이다. ‘새민연’은 윤 정권 출범 이후인 2022년 11월 ‘새로운 민심을 만들겠다’며 출범한 극우·어용 시민단체다. 출범식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화환을 보냈고 강승규 시민사회수석과 김 행정관이 참석해 축사도 했다.
김 행정관은 지난 4월 총선에 출마하려다 공천을 받지 못하고 최근 ‘새민연’ 회장이 다니던 기업 상근감사위원으로 취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행정관이 대통령실 근무 당시 극우어용 단체인 ‘새민연’과 끈끈한 관계를 가져왔고 이 단체에게 정권 홍보 광고, 정권 비판 언론에 대한 고발과 관제데모를 사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김 행정관이 대통령실 근무 당시 ‘새민연’은 MBC의 윤 대통령 욕설 보도(이른바 ‘바이든-날리면’보도)를 이유로 MBC 본사 앞에 몰려가 규탄대회를 열고 며칠 뒤 박성제 MBC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서울의 소리도 ‘새민연’으로부터 고발당한 상태다. 김 행정관이 “내가 한 것”이라고 자백한 대로 일이 진행된 것이다.
'언론장악 공동취재팀'이 공개한 김대남 행정관-서울의 소리 이명수 기자의 대화 녹취록.
정권에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 대통령실 직원이 민간인 단체를 시켜 고발하도록 사주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앞에서는 대통령이 직접 기자들에게 바비큐-김치찌개 파티를 열어주고 "언론장악할 생각없다"고 말하더니, 뒤에서는 몰래 마음에 안드는 기자와 언론사를 고발해 괴롭히도록 사주한 것이다.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이었다면 있을 수도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독재국가에서나 있을 법한 음습하고 비열한 언론탄압 행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다지 놀랍지가 않다. 정권의 비열한 고발사주 행태가 드러난 것이 처음이 아니라서일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총장 당시 검찰은 민주당 인사와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뉴스타파 기자 등을 고발하라고 국힘당을 사주한 사건이 있다. 윗선인 윤석열·한동훈은 불기소로 빠져나갔지만 고발사주를 실제 이행한 손준성 검사는 기소되고 실형을 받았다.
윤석열 정권 출범 뒤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은 지인과의 통화에서 “MBC 저런 X들 어떻게 해야 하나”라면서 ‘관제데모’를 지시하기도 했다. 강승규 수석은 김 행정관의 대통령실 직속 상관이다.
윤석열 정권의 비판 언론 탄압을 최전방에서 수행하고 있는 방통위와 방심위도 고발사주 의혹 전과가 있다. 방심위 류희림 위원장이 가족·친인척·지인들을 동원해 비판 언론을 심의·제재토록 민원을 넣으라고 사주한 사실이 내부에서 폭로된 것이다. 이동관-김홍일 방통위는 고발사주로 시작된 방심위의 비판언론 심의·제재를 그대로 승인하고 류희림 위원장의 고발사주에 대한 책임도 묻지 않았다.
시민언론 더탐사가 보도한 강승규 시민사회수석의 관제데모 의혹 발언. MBC 뉴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뉴스타파의 류희림 방심위원장의 민원사주 의혹 유튜브 보도 장면 갈무리.
윤석열 정권의 고위직 공직자들과 정권이 임명한 기관장들은 언론을 '정권의 선전 도구'나 '애완견'쯤으로 생각하는 비뚤어지고 위험한 언론관을 보여왔다. 그러나 이 정도면 이들의 언론관만이 문제가 아니다. 비판 언론을 괴롭히고 입을 틀어막기 위해 어용 시민단체나 친인척·지인까지 은밀하게 동원해 고발하고 제재를 가하는 저열함에 입을 다물 수가 없다. 민주당은 대변인 논평을 통해 “언론자유를 핍박하던 검찰의 뒤에 대통령실이 있었던 것인가”라며 “입틀막으로 국민의 눈과 귀를 가려 대통령 부부의 의혹을 감추겠다는 저열한 술수에 국민은 더 이상 속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고발사주라는 언론탄압에 침묵하는 주류 언론들도 문제다. 비판 기사를 폭포처럼 쏟아낼 법도 한데 조용하다. 대부분의 주류 언론들은 강승규 수석의 ‘관제데모 사주’에 대해서도, 강 수석의 부하직원인 김 행정관의 ‘비판언론 고발 사주’에 대해 아예 보도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5개 공동취재단 소속 언론과 MBC 등 몇몇 매체를 제외하고는 주류 언론들이 이렇게 보도도, 비판도 하지 않는 사실이 오히려 충격적이다.
주류 언론은 '권력 감시와 비판'이라는 저널리즘의 본령을 수행하는 언론이 맞는가? 시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언론으로서 효능감이 있는가? 고발사주를 일삼는 비열한 정권과 그런 정권과 한통속이 된 주류 언론들을 그냥 두고는 나라가 온전해 질 수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
"44년 전, 아니 44년째 고통" 5·18 성폭력 증언에 모두 울었다
[현장]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첫차 타고 국회 온 피해자들 "모두가 알아야“
▲ 5.18 성폭력 피해 증언하는 최경숙씨 5.18 성폭력 피해자 최경숙씨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용기와 응답'에서 증언하며 오열하고 있다.ⓒ 남소연
"연행되어 조사받던 중 상의를 올리고 바지를 내려야 했습니다. 너무나 수치스러워 울면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저를 화장실까지 인솔한 병사가 제 입을 막으면서 그곳에서 성폭행했습니다. 사실 또 어딘가에서 지금도 5·18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고요. 이런 분들의 고통, 이제는 국가가 보듬어줘야 할 때입니다." - 5·18 성폭력 피해자 김복희씨 증언 일부
"2018년 TV로 서지현 검사의 미투(MeToo)를 봤습니다. 5·18 때에도 성폭행이 있었는데 (피해자인 제가 사건을 말하지 않으면) 이대로 영원히 묻혀버릴 것 같았습니다. 이후 여러 언론과 (피해 사실을 증언하는) 인터뷰를했습니다.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가 쏘아 올린 공은 묻히지 않았고, 제가 이 자리에 서게 용기를 주었습니다. 그러니 저 용기 있게 애썼다고 한 번만 안아주세요." - 5·18 성폭력 피해자 김선옥씨 증언 일부
"운전을 하고 가는 저를 멈춰 세우고는 '뒤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뒷좌석으로 가니 군인 아저씨들이 밖에 세 사람, 제 옆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군인 둘이 뒷좌석에서 저한테 (차례로) 그런 행위(성폭행)를 했어요. 너무 힘들었어요. 또 제가 그때 임신 3개월이었거든요. 병원에 가니 유산됐다고..." - 5·18 성폭력 피해자 최경숙씨 증언 일부
"장갑차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무서워서 골목으로 도망을 갔는데 막다른 길이었습니다. 군인 5명 중 2명이 저를 벽으로 끌고 가서 양쪽 어깨를 잡았고, 3명이 가슴과 엉덩이, 배, 허리 등을 추행했습니다. 이후 대검으로 제 양쪽 어깨를 찌르고 가버렸습니다. 5·18 역사 왜곡, 성폭력 피해자 비난 등 2차 피해는 현재까지 지속 중입니다. 5·18 성폭력은 '피해자만 아는 사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 되어야 하기에 큰맘 먹고 증언대회에 나왔습니다." - 5·18 성폭력 피해자 최미자씨 증언 일부
같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국회에 모인 여성들. 이들은 "광주, 전주, 목포 등 지역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국민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를 여러 번 읽어보기도 하고, "너무 떨린다"고 말하는 옆 사람의 어깨를 서로서로 쓰다듬기도 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를 앞둔 30일 오전 국회에서의 모습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을 찾아 처음으로 집단 증언에 나섰다. 국가를 향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를, 국회를 향해서는 '피해 회복을 위한 입법'을 요구했다.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채 증언에 나선 피해자들은 당시 겪은 피해를 소상히 설명하면서 "44년 전 고통이 아니라 44년째 계속되는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증언을 듣기 위해 모인 260여 명의 참석자들은 눈물과 박수로 답했다.
"진상규명에도 아무런 변화 없어"
▲ 5.18 성폭력 피해 증언한 최미자씨 5.18 성폭력 피해자 최미자씨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용기와 응답'에서 증언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날 증언대회는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가 주관했고, 국회의원 29명이 공동주최했다. 열매 간사를 맡는 윤경회 전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조사위) 조사4과 팀장이 행사의 시작을 알리자 참석자들은 묵념했다.
윤 간사는 "5·18 성폭력은 (정부 차원에서 조사한) 최초의 국가 폭력 인정 사건이고 오늘 이 자리는 그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자리"라며 "조사위는 40여 년 전 피해를 본 분들의 치유와 명예 회복, 그리고 배·보상을 위해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권고사항을 내놓았고, 이를 종합보고서에 담아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한 뒤)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어 국회에 역할을 요구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엔 민형배·박균택·박지원·서미화·서영교·안도걸·이기헌·이재정·전진숙·정준호·정진욱·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은정·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이 무대에 오른 뒤 피해자 13명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무대로 향했다. 피해자들은 스카프를, 국회의원들은 장미 꽃다발을 서로에게 선물했다.
추미애 의원은 "피해자들에게는 성폭력 피해를 다시 거론하는 것이 트라우마지만 우리가 용기를 내어야 앞으로의 성폭력 범죄를 막을 수 있다. 여러분의 용기가 다음 세대의 희망"이라며 "진상규명과 함께 제대로 된 배·보상을 위해 국회가 제 할 일을 하겠다. 오늘 증언대회는 이를 약속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광주 지역 의원을 대표해 마이크를 잡은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더 일찍 이런 자리를 마련하고, 국가가 얼마나 잔인한 폭력을 자행했는지 알고 대처해야 했는데 너무 늦게 자리를 마련해 정말 죄송하다"면서 "현재 광주 지역 국회의원들과 함께 5.18유공자법에 성폭력 피해자를 포함하도록 하는 법 개정을 준비하고 있다. 작은 위로라도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스카프·장미꽃 주고 받은 피해자와 국회의원
이날 증언대회는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한 교수는 "피해자들이 고통과 트라우마에 그치지 않고 이를 증언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또 그 용기에 우리가 응답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무대에 놓인 의자에 열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복희씨와 최미자·김선옥·최경숙씨가 나란히 앉았다. 김복희씨는 18세였던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연행된 이후 상무대에서 수사관에게 당한 성고문과 화장실에서 군인에게 당한 성폭행, 광산경찰서에서 당한 성적 모욕과 학대를 증언했다.
김씨는 "그해 5월 22일 교제를 하던 남자 친구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정신이 반 정도 나가 전남도청으로 향했다"라며 "(5·18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게 머리를 맞으며 끌려 나왔고 '빨갱이' 소리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군홧발과 곤봉으로 맞으면서 상무대로 연행됐는데 조사를 받는 중 상의를 올리고 바지를 내려야 했다"며 "너무나 수치스러워 울면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저를 화장실까지 인솔한 병사가 제 입을 막으면서 그곳에서 성폭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마음이 몹시 아프고 (피해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 두렵지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또 어딘가에서 지금도 5·18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이런 분들의 고통을 이제는 국가가 보듬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대학생이었던 김선옥씨는 5·18 당시 전남도청 학생수습대책위원회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80년 7월 3일 교생실습 도중 연행돼 성폭행을 당한 사실을 증언했다. 그는 "교장실로 불려 가 문을 여는 순간 건장한 남자 3명이 앉아 있었고 창밖에 있던 까만 세단을 타고 계엄사령부 수사본부가 있는 상무대 영창으로 끌려갔다"면서 "얼마나 맞았는지 이마에서 피가 흘렀고 3일 동안 잠을 재우지 않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화장실을 간다고 하면 젊은 군인이 저에게 화장실 문을 연 채로 볼일을 보게 했고 총을 겨누기도 했다"며 "또 조사가 끝나갈 무렵엔 나를 수사하던 수사관이 근처 식당에서 비빔밥을 한 그릇 사준 뒤 인근 여관으로 끌고 가 요 위에 눕히고 성폭행했다"며 울먹었다.
그러면서 "2018년 TV에서 서지현 검사의 미투(Me Too)를 보고 '(내가 가만히 있으면) 5·18 때의 성폭행이 이대로 영원히 묻혀버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러 언론과 인터뷰를 했지만 제가 각오했던 것 이상으로 (사람들의 반응이) 공포로 다가왔다"며 "2001년 유방암 이후 지난해에는 난소암이 찾아왔다. 울고 통곡했다"라고 털어놨다. 더해 "제게 조금이라도 시간이 남아 있다면 제가 쏘아 올린 5·18 성폭력 사건의 열매를 보고 싶다"라며 "그러니 저 용기 있게 애썼다고 한 번만 안아달라"고 호소했다.
"2차피해 지속 중, 아픔 덜어달라"
▲ 5.18 성폭력 피해 증언하는 최경숙씨 5.18 성폭력 피해자 최경숙씨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용기와 응답'에서 증언하며 오열하고 있다.
당시 27살이었던 최경숙씨는 5월 19일(또는 20일)에 전남여고 후문 인근에서 겪은 성폭행 피해를 증언했다. 최씨는 "저는 당시 가진 게 운전면허뿐이라 차량 운행 일을 했다"면서 "시댁에 맡겨둔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운전을 하고 가는 저를 계엄군이 멈춰 세웠다. 그러고는 저에게 '뒤로 가라'고 해 뒷좌석으로 갔다"고 떠올렸다.
이어 "군인 아저씨들이 차량 밖에 세 사람, 제 옆에 두 사람이 있었는데 군인 둘이 뒷좌석에서 저한테 (차례로) 그런 행위(성폭행)를 했다"며 "너무 힘들었다. 또 제가 그때 임신 3개월이었는데 병원에 가니 유산됐다고 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그러면서 "당시 그 군인에게서 나던 술 냄새, 입냄새, 땀 냄새가 (기억이 나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토를 한다"라며 "밖에서 (지나가는) 군인들 옷만 봐도 그 계엄군이 생각나고 너무 힘이 들어 쌍둥이 아들을 의경에 보내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18세였던 최미자씨는 1980년 5월 18일 계엄군으로부터 겪은 강제추행과 구타, 대검에 의한 자상 피해를 설명했다. 그는 "장갑차에서 군인들이 뛰어내리고 있어 남광주시장 쪽으로 도망갔다. 대우병원과 여인숙 사이로 뛰어갔는데 막다른 골목이 나왔고 (그곳에 고립된) 한 아저씨와 저에게 군인들이 다가와 군홧발과 총으로 때렸다"며 "또 군인 5명 중 2명이 저를 벽으로 끌고 가 양쪽 어깨를 잡았고, 3명이 가슴과 엉덩이, 배, 허리 등을 추행했다. 이후 대검으로 제 양쪽 어깨를 찌르고 가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5·18 역사 왜곡, 성폭력 피해자 비난 등 2차 피해는 현재까지 지속 중"이라며 "5·18 성폭력은 '피해자만 아는 사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 되어야 하기에 큰맘 먹고 증언대회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대에 올라 증언하지는 않았지만 증언서를 준비해 온 피해자 가족은 "국가가 국민을 짓밟고 성폭행까지 저지르는 비정상적인 행위, 비극적 피해를 증언하고자 우리는 국회에 모였다"며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원분들께 알리고 외친다. 피해자의 남은 삶은 어루만지는 것이 참된 역할이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배·보상을 통한 아픔을 덜어주는 것이 본질"이라고 전했다.
피해자들의 증언에 객석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무대에 오르진 않았지만 현장에 참석했던 또 다른 피해자들도 눈물을 참지 못했다. 손수건과 휴지를 꺼내 눈물을 닦던 참석자들은 증언이 끝나자 긴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지현 "44년 버틴 용기, 국가 응답하라"
▲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참석한 서지현 서지현 전 디지털성범죄대응TF 팀장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용기와 응답'에서 증언을 마친 피해자들을 껴안고 있다.
열매의 법률 지원을 맡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오늘 증언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 변호사는 "그간의 과거사 사건을 보면 피해자들이 소송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일일이 해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라고 물으며 "이를 국회의원 여러분이 입법적으로 해결해 주면 좋겠다. 증언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이들의 피해를 온전히 위자(慰藉)해야 한다. 5·18 보상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이 증언의 동력으로 언급한 서지현 전 검사는 "일본군 위안부 성폭력, 5·18 성폭력, 그리고 지금의 딥페이크 성폭력 등 여성들에 대한 성적 착취는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언제나 계속되어 왔다"며 "국가의 역할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조처를 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나 오랫동안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을 하지 않은 대한민국에 요청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서로의 용기였다"며 "이제 국가가 우리의 용기가 되어달라. 44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내고 이 자리에 선 피해자들의 용기에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증언대회를 마친 후 피해자들과 참석자들은 모두 함께 무대에 올라 "나는 너다, 국가는 응답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이들은 한참 동안 서로를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참석자들 5.18 성폭력 피해자들이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 '용기와 응답' 참석자들과 함께 "나는 너다, 우리는 서로의 용기다" 구호를 외치고 있다.
[관련기사]
- 5·18 성폭력 피해자들 한숨 "보상 기준에 우리 없다" https://omn.kr/2abtx
- 5·18 성폭력 피해자들, 서지현과 국회서 첫 집단 증언한다 https://omn.kr/2a2jq
- 나는 35번, 아니 '5·18 성폭력 증언자' 대표 김복희 https://omn.kr/2a0li
오마이뉴스 박수림(srsrsrim)
"연봉 2억 넘는데 주담대 소득공제 받은 사람, 1년에 1.4만명"
안도걸 "주택관련 공제는 서민 주거비 부담 줄이려…소득제한 둬야"
연봉 2억 원을 넘는 고소득자 중에서 약 1만4000명이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소득공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자 주거비까지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안도걸 의원이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세청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소득구간별 부동산 관련 공제 현황' 자료를 보면, 2022년 귀속분 소득공제를 받은 이는 총 187만 명으로 이중 약 20만 명(13%)이 1억 원 이상 소득자였다.
소득공제를 받은 억대연봉자 수는 전년 대비 22%(약 3.5만 명) 늘어났고, 이들이 받은 공제금액은 8228억 원으로 전체의 16%에 해당됐다. 연소득 2억~5억 원의 고소득자는 1만2755명, 공제금액은 659억 원이었다.
그런데 연봉 2억 원 이상 집단에서 주담대 소득공제를 받은 이들이 1만3538명이었다. 2~5억 구간 1만2755명, 5~10억 659명, 10억 이상 124명이 주담대 공제를 받았다.
안 의원은 "주택 관련 소득공제는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비 부담을 줄이자는 취지에서 도입한 것인데, 소득제한이 없다 보니 연봉 5억, 심지어 10억이 넘는 고소득자 주택 마련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해주고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곽재훈 기자 | 프레시안
서울 근로자 월급 460만원 '1위'…월급 320만원 최하위 지역은?
30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24년 4월 시도별 임금·근로시간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당 임금 총액은 서울이 459만9000원으로 가장 높았고, 제주는 322만8000원으로 가장 낮았다. 두 지역 간 임금 차이는 무려 137만1000원에 달했다.
서울의 높은 임금 수준은 대기업과 금융업 등 고임금 업종의 집중도가 높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면 제주도는 관광업과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구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임금 수준이 낮은 것으로 보인다.
임금 총액 상위권에는 서울에 이어 울산(454만8000원), 충남(438만5000원), 경기(409만9000원), 세종(397만90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은 410만 원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물가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 증가율에서 지역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것이다. 충남이 12.0%로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세종 3.0%, 경북 2.8% 순이었다. 반면 광주(-1.8%), 전남(-1.3%), 울산(-0.3%)은 오히려 실질임금이 감소했다.
근로시간 측면에서도 지역별 특성이 나타났다. 경남(172.0시간)과 울산(171.8시간)의 근로시간이 가장 길었는데, 이는 제조업 비중이 높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반대로 강원(163.8시간)과 대전(164.1시간)은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상대적으로 근로시간이 짧았다.
한편, 전국적으로는 근로자 1인당 임금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기준 임금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7.4% 증가한 425만7000원으로 집계됐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임금도 4.8% 상승해 373만 원을 기록했다.
특히 300인 이상 대기업의 임금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은 698만8000원으로 전년 대비 16.8% 상승했다. 이는 자동차 관련 산업의 임금 협상 타결금 지급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고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이어졌다. 8월 말 기준 종사자 1인 이상 사업체의 종사자 수는 2011만7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1% 증가했다./서울경제
부모보다 조부모...손주 대상 '세대 생략 증여'로 5년 간 4조 물려줬다
자식 건너 뛰고 손주에 곧장 증여
'세대 생략 증여' 5년간 3조 8,000억원
일반 증여보다 건수 적지만 액수 높아
평균액 1억 4,000만원, 초등생 이하 67%
손자·손녀들에게 곧장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 액수가 지난 5년 간 3조8,135억 원에 달했다. 조부모가 물려준 증여 액수도 한 건당 평균 1억4,000만 원으로 부모 등의 일반 증여 평균(9,000만 원)보다 높았다. 부모 찬스보다 막강한 조부모 찬스가 수치로 드러난 셈이다. 쪼개기 증여 등 '세테크'로 부의 대물림을 강화되고 있는 만큼 과세 조치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최기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이뤄진 증여 건수는 7만3,964 건으로, 증여 총액은 8조2,157억 원이었다. 이 중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가 자녀 세대를 건너뛰고 손주들에 직접 증여하는 세대 생략 증여는 2만7,024 건이었다. 부모 등으로부터 물려 받는 일반 증여는 4만6,940 건으로 발생 수는 더 많았다.
그러나 돈의 규모에 있어선 '조부모의 파워'가 더 컸다. 조부모가 물려준 증여 총액은 3조8,135억 원으로, 일반 증여 총액 규모(4조4,021억 원)에 근접했다. 증여 1건당 평균 액수는 조부모의 경우가 1억4,000만 원으로 부모로부터 물려 받은 일반 증여 9,000만 원보다 훨씬 컸다. 세대 생략 증여가 부의 대물림 수단으로 더 크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세대 생략 증여는 만 12세 이하 초등학생이 주로 받았는데, 전체의 67.1%를 차지했다. 만 6세 이하 미취학 아동이 물려 받은 돈도 1조2,270억 원에 달했다. 조부모가 가장 많이 물려준 건 금융자산(1조2,819억 원), 건물(9,058억 원), 토지(7,993억 원), 유가증권(6,497억 원) 순이었다.
이처럼 세대 생략 증여가 만연한 건, 자녀세대와 손주 세대로 각각 증여할 때 두번 부담해야 하는 증여세를 한 번만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세당국은 증여세 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세대 생략 증여의 경우 30% 할증 과세를 부과하고 있지만 여러 손주들에게 분산 증여하면 공제 대상이 늘어나 실제 부과하는 실효세율만 따지면 과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최기상 의원은 "증여세 회피를 통한 부의 대물림에 불이익을 주기 위해 세대생략 증여에 대해 할증을 하고 있지만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며 "양극화와 불평등 문제 해결을 위해서라도 할증제도를 보다 촘촘하게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체코원전 '장밋빛' 보도 일색... 부산엑스포 잊었나
[민언련 모니터 보고서]
윤석열 대통령은 체코 원전사업 수주가 확정될 수 있게 세일즈 외교를 펼치겠다며 9월 19~22일 체코를 국빈 방문했습니다. 한국 공동수주팀은 7월 17일 체코 두코바니 원전 신규건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바 있습니다. 언론은 당시 한국이 24조원 '잭팟'을 터트렸다며 원전 본산 유럽에 수출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등 장밋빛 보도를 쏟아냈는데요. 이번에도 양국 협력관계가 더 굳건해졌다는 평가와 함께 내년 3월로 예정된 본 계약 체결에 대한 희망적 보도를 내놨습니다.
그러나 체코 원전 건설 관련한 사업비용이나 계약 조건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바 없습니다. 비밀유지 계약에 따라 사업내용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검증 소재조차 부재한 상황에서 언론은 체코 원전 수주를 확정한 듯 낙관적 보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덤핑수주 의혹과 대규모 손실 우려 등 비판 의견에는 대통령실의 '가짜뉴스' 발언을 대대적으로 받아쓰면서 '국익 우선론'으로 반박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7월 우선협상자 선정이 원전 수주 확정인 양 보도한 기사 제목(7/17~7/18) ⓒ 민주언론시민연합
이미 계약 끝난 듯 "사실상 수주·마침표 찍은 것"
▲윤 대통령 체코순방 이후 원전 최종 수주를 낙관적으로 보도한 기사 제목(9/20~9/21) ⓒ 민주언론시민연합관련사진보기
언론은 지난 7월과 마찬가지로 양국이 마치 최종 계약서에 도장이라도 찍은 듯 긍정적 보도를 쏟아내며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성과를 부풀렸습니다. 머니투데이 <윤 대통령, 체코 출장서 원전 수주 사실상 매듭…'원전 10기 수출' 탄력?>(9월 23일 민동훈 기자)은 "윤석열 대통령이 2박4일의 체코 공식 방문을 통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수주'를 사실상 확정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국경제 <윤 "체코, 핵심 우방국"…SMR 등 원전 첨단산업도 협력>(9월 20일 도병욱·양길성 기자)도 "원전 사업의 최종 계약 성사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은 것"이며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며 호평했는데요. 중앙일보·뉴스핌·뉴스1 등도 체코 원전 건설 사업을 '사실상 수주'라 보도했습니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의 '낙관적'이란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원전 수주를 긍정적으로 해석한 보도도 줄을 이었습니다. 조선일보 <윤 "체코와 원자력 동맹 구축" 파벨 "한국 원전 최종 수주 낙관">(9월 20일 양승식 기자), 이투데이 <파벨 체코 대통령 "한수원, 원전 최종 수주 낙관적">(9월 20일 김동효 기자) 등이 대표적인데요. 파벨 대통령의 우려 섞인 발언이 인용되긴 했지만, 긍정적인 부분을 제목으로 뽑으며 원전 수주를 낙관적으로 전망했습니다.
TV조선 <"원자력 동맹 구축"…추가 수주 가능성>(9월 20일 김정우 기자)은 파벨 대통령이 "한수원의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며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다"고 발언했고, 이는 "테믈린 3·4호기 추가 수주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고까지 보도했는데요. '두코바니 원전' 최종 본 계약이 성사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테믈린' 추가 사업가능성까지 언급한 것입니다. 동아일보·매일경제 등도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을 제시하며 성과를 강조했습니다.
체코 대통령 '최종 계약 전 확실한 것 없다'
하지만 체코는 역사상 가장 큰 국책사업의 하나인 원전 계약에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체코 대통령, 윤 대통령 앞에서 "최종계약서 체결 전엔 확실한 게 없다">(9월 20일 김경년 기자)는 체코 대통령궁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체코 기자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법적 분쟁이 어떻게 협의되고 있는지'를 묻자 파벨 대통령은 "제가 추가하고 싶은 것은 최종 계약서가 체결되기 전에는 확실한 것이 없다"고 발언하며 "윤 대통령의 장밋빛 전망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전했습니다. 파벨 대통령은 "그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고 믿지만 어떤 나쁜 시나리오도 물론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는데요.
파벨 대통령은 아리랑TV와 인터뷰에서도 "한국은 여러 평가 기준에 따라 최고의 선택으로 선정됐으며 여전히 그렇다"면서도 "한수원과 웨스팅하우스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을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우려를 거두지 않았습니다. 한겨레 <윤 '체코 원전 수주' 장담했지만…'지재권' 걸림돌 못 치운 듯>(9월 21일 박기용 기자)도 "양국 정상 공동 기자회견에선 이런 낙관론과는 결이 다른 '협의가 아직 진행 중'이란 분위기가 엿보였다"고 분석했는데요.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갈등이 협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웨스팅하우스 소송, 윤 대통령 호언장담만 받아쓰는 언론
웨스팅하우스는 한국 첫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부터 각종 원전 기술을 국내에 전수한 기업으로, 한국은 1978년 결성된 원자력공급국그룹(NSG) 지침에 따라 원전 수출 시 원천기술을 가진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이를 근거로 웨스팅하우스는 2022년 10월 21일 한수원의 최신 한국형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한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올해 8월 26일에는 한수원이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 미국과 체코의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며 체코 반독점사무소에 진정을 제기했는데요. 미국 일자리 감소 지역으로 대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주를 언급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습니다.
반면, 한수원은 현재 원전 모델은 독자 개발한 만큼 수출통제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인데요. 원만한 합의를 위해 한수원은 8월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를 방문했습니다. 조선일보 <단독/미국 태클에 걸린 K원전 체코 수출>(8월 27일 조재희 기자)은 "미국의 몽니가 본 계약 때까지 이어진다면 체코나 우리 양측 다 부담이 커진다"고 전했는데요. 체코는 "미국 정부의 신고 절차를 거치지 않은 한국형 원전을 계약하기엔 지정학적인 우려가 크고, NSG에 가입된 우리나라도 핵 확산을 막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국제사회 절차를 무시하고 해외에 원전 수출하는 선례를 만들기 어렵다"고 짚었습니다. 한국일보 <"허락 없이 K원전 수출 불가" 미 웨스팅하우스, 체코에 진정>(8월 28일 이상무 기자)도 "수출 및 통상 전문가들은 웨스팅하우스의 문제 제기가 체코 원전 본 계약 성사에 위험 요소가 됐다고 분석"한다며 "체코가 아무리 한국 원전을 쓰고 싶어도 미국의 결정을 애써 무시하면서까지 진행시키긴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 언론은 웨스팅하우스와 분쟁이 별 문제가 아니라는 듯 보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일보와 매일경제 등은 "양국 기업 간 분쟁도 원만히 해결될 것으로 믿는다"는 윤 대통령의 호언장담을 전하며 "지식재산권 분쟁 해결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고", "우려를 불식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조선일보 <탈원전 야당들 이젠 원전 수출 훼방, 정쟁에도 정도가 있어야>(9월 21일)도 웨스팅하우스 이의 제기는 "결국 돈을 더 달라는 요구로 종내 해소될 것"이라 주장했는데요.
국민일보 <체코 원전, 미국 지식재산권이 걸림돌?…수출 권리 지금도 유효>(9월 25일 신준섭·김혜지 기자)와 문화일보 <학계·업계 "대미 협력 채널 총동원… 웨스팅하우스 분쟁 결국 해결될 것">(9월 20일 박수진 기자)은 "굳건한 한·미 동맹 기조와 글로벌 원전 시장 선점을 위한 한·미 협력 필요성 등을 고려하면 갈등 상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해당 의혹 제기가 '어불성설'에 가깝다고 입을 모은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했습니다.
총수출액 1%도 안 되는데 '잭팟'… 국익 따져보자는 주장조차 비난
이뿐만이 아닙니다. 언론은 덤핑 수주 의혹 제기 등 다른 목소리에 대해 '괴담', '자학', '폄훼' 표현으로 비난하고 나섰는데요. 한국일보 <사설/정상외교 중 야권의 '체코원전' 폄훼 온당치 않다>(9월 21일)는 야권 주장이 "근거와 논지가 난삽해 무리한 헐뜯기라는 비판을 살 만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국민일보 <사설/원전 '덤핑 수주' 괴담, 누구에게 도움되나>(9월 21일)는 '악의적 가짜뉴스'에 '근거가 빈약한 음모론'이라며, 야당 의원들이 "국가안보와 국익 앞에서는 힘을 합친다는 기본조차 망각한 것"이라 일축했는데요. 매일경제 <사설/체코 원전 수출에 딴지거는 야, 원전 생태계 망쳐놓고 할 일인가>(9월 21일) 역시 "광우병,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후쿠시마 오염수에 이어 '아니면 말고'식 괴담의 수정본일 뿐"이라며 "해외는 우리 비용 경쟁력을 칭찬하는데 국내에선 헐값 수주라며 자학하는 꼴"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9월 20일 회담 직후 "한수원은 체코 기업과 70개 이상의 협력 MOU를 체결했고, 저희가 목표하는 체코 기업의 60% 참여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겨레 <미국·체코 '이중 청구서' 원전 수출 잭팟은 없다>(9월 23일 옥기원·이승준 기자)는 체코가 한국에 현지기업 참여율 60%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웨스팅하우스에 합의금(바라카 원전 기준 11%)까지 지급하면 결국 한국 몫으로 돌아올 게 많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고 짚었는데요. 체코 원전 건설비 24조 중 남는 것은 29%인 6조 6천억으로 지난해 한국 총수출액 1%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설명입니다.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잭팟' 수준이 아니라는 것인데요.
시사IN <'체코 원전 잭팟'에 대해 말하지 않는 것들>(8월 13일 이오성 기자)은 "잭팟을 터뜨린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체코 정부라는 말도 나온다"며 한국수출입은행이 아랍에미리트 바카라 원전 건설에 31억 달러를 지원한 것과 같이 체코에도 재원의 상당부분을 지원할 경우 "체코 정부로서는 손 안 대고 코를 푸는 격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런 우려는 하나씩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데요.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입수한 서한을 근거로 9월 26일 한겨레 <체코 원전 금융지원 없다더니…정부 "돈 빌려주겠다" 약속>(옥기원 기자)과 한국일보 <"체코 원전 금융 지원 없다"던 한수원, 4월 입찰 때 "건설비 빌려주겠다" 제안했었다>(나주예 기자)는 "금융지원은 없다"고 강조해왔던 한수원과 안덕근 산업통산자원부 장관의 주장과 달리 입찰 당시부터 한수원이 정부기관을 통한 대출지원을 먼저 제안한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한겨레가 보도한 한국수력원자력이 지난 4월 체코에 보낸 원전 3기 건설에 대한 금융지원 의향서 일부.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 제공(9/26) ⓒ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실관련사진보기
'부산엑스포' 잊었나? 균형 있는 보도 내놔야
경향신문 <사설/'속빈 강정' 우려 나오는 체코 원전, 장밋빛 홍보만 할 땐가>(9월 24일)는 "윤 대통령의 나흘간 체코 방문으로 무엇이 달라졌는지 분명치 않다"며, 체코 대통령이 불확실한 발언을 내놓는 상황에서 "궁금증을 해소"하진 않고, "왜 못 믿느냐고 윽박질러서는 안 된다"고 일갈했습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은 체코 원전 경제성 등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을 두고 "어느 나라 정당, 언론이냐"며 불쾌감만 드러낼 뿐입니다.
과도하게 성과를 부풀리는 장밋빛 보도 일색 속에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언론보도는 부산엑스포 유치 보도 사태를 떠오르게 합니다. 당시 한국은 165개국 중 29표를 받는 처참한 결과 속에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했데요. 유치 가능성을 희박하게 예상한 외신과 달리 국내 언론 대부분은 특집보도를 이어가며 결과 발표 직전까지 '접전', '백중세', '대역전극' 등 낙관적 전망을 내놨습니다. 국익을 위한 언론의 역할은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치적 홍보용 보도가 아니라 의혹 등 문제제기를 꼼꼼하게 따지고 검증하는 보도가 우선일 것입니다.
* 모니터 대상 : 2024년 7월 18일~9월 20일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체코 원전'으로 검색한 보도.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 TV조선 <뉴스9>, 채널A <뉴스A>, MBN <뉴스7>, 경향신문,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지면 기사
극우가 활개치는 언론…기간통신사 연합뉴스마저?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뉴스 사장에 현 연합뉴스 경기북부취재본부 기자인 황대일 씨가 내정됐다. 연합뉴스 최대주주(30.77%)이자 경영감독기구인 뉴스통신진흥회 이사회는 네 차례의 투표 끝에 이사 7명 가운데 5명의 표를 얻은 황대일 씨를 차기 연합뉴스 사장으로 선출했다고 한다. 황대일 씨에게 표를 준 5명의 이사는 모두 친여권 성향 인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대일 씨가 사장에 내정되자 우려의 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온다. 황 씨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를 경영할 능력과 자질이 있는지는 둘째 치고, 과거 박근혜 정부 시절 연합뉴스가 어용매체로 전락할 당시 그의 행적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드러낸 극우적 성향 때문이다.
국정농단으로 ‘파면’ 당한 박근혜 정권은 이명박 정권을 계승해 언론장악과 비판언론 탄압을 서슴지 않았다. 당시 연합뉴스는 박노황 사장 체제에서 △노조혐오와 탄압, △편집총국장제 폐지를 비롯한 편집국 독립 방해, △기자들에 대한 보복성 부당인사, △정권과 극우단체 편향 불공정 보도, △삼성 이건희 회장 성매매 보도 축소 지시 등 편집권 개입으로 언론계의 비난과 조롱을 한몸에 받았다.
당시 연합뉴스 기자들은 기수별로 줄줄이 개탄과 비판 성명을 냈고 국민들도 연합뉴스를 어용매체라며 손가락질했다. 공정하고 중립적이어야 할 국가기간통신사를 이렇게 망가뜨린 박노황 사장 시절 황대일 씨는 그의 충견으로 복무했다는 것이 연합뉴스 내부의 평가다. 적폐청산을 과제로 떠안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황씨는 대표적인 '사내 적폐'로 분류됐다. 연합뉴스는 혁신위원회의 불공정 보도 사례 조사와 감사팀 조사 등을 거쳐 그를 정직 6개월 중징계 조치했다.
연합뉴스 노조는 “사장추천위원회가 지금도 떠올리기 싫은 박노황 경영진 시절 최악의 공정보도 훼손의 주역을 사장 후보로 추천했다”고 비난했다. 연합뉴스를 망친 인사가 이번에 사장에 내정된 것이다.
황대일 씨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 극우·친정권 언론인 단체에 숨어 활동해 온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가 윤 정권 탄생을 도운 극우 언론인들이 모여 만든 공정언론국민연대(공언련)가 창간한 한 극우매체에 칼럼을 써왔다는 것이다. ‘언론시민단체’라고 주장하는 공언련은 그동안 노골적으로 윤석열 정권을 옹호·지지하고 비판언론과 야당에 대해 ‘좌파 몰이’ ‘가짜뉴스 몰이’를 해온 어용언론인단체다.
연합뉴스 내에서는 그가 이 단체가 발행하는 인터넷매체에 가명(假名)으로 친일·극우 성향 칼럼을 썼다가 사장 출마를 앞두고 삭제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노조는 황 씨가 “극우 보수 시민단체에 가담해 그 인터넷 기관지에 정파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후보자”라고 비난했다.
그가 출간한 책에도 친일·극우 성향이 드러나 있다. 지난해 나온 ‘독립과 건국의 적- 붉은 항일’이란 제목의 책은 ‘북한에 민족주의 정통성이 있다는 반일 이데올로기의 허구성을 파헤친 책’이라는 설명이 붙어있다. 일제 식민지배 시절 벌어진 항일운동에 ‘좌파 색깔’을 칠하고 친일을 미화하면서 반공주의를 강조한 책이다. 간도특설대에서 조선인 항일독립군을 토벌에 앞장섰던 백선엽의 친일 사실을 은폐하고 그를 옹호하는 식이다. 윤석열 정권과 뉴라이트·조선일보의 홍범도 장군 폄훼·왜곡과 같은 선상에 있다. 조선일보가 이 책을 추천도서로 꼽았다.
국민의힘 홍석준 의원과 공정언론국민연대, KBS노동조합, MBC제3노조, 대한민국언론인총연합회 관계자들이 2023년 3월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노총 방송 영구 장악법 저지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권은 공영언론 연합뉴스에 대한 정부 보조금 300억 원을 2년째 삭감해 재정적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번엔 정권의 입맛에 맞는 인사를 사장에 앉혀 편집국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다. KBS 수신료 분리징수로 압박을 넣고 박민 사장을 임명해 공영방송 KBS를 ‘땡윤방송’으로 전락시킨 것과 같은 수법이다. MBC 장악에는 실패했지만, YTN을 민간기업에 팔아넘기고 TBS를 문 닫게 한 뒤 다음 수순은 국가기간통신사 연합뉴스 장악이었던 것이다.
윤석열 검찰정권은 출범 이후 계속 비판언론에 대한 탄압과 공영언론 장악에 골몰해왔다. 비판언론 탄압과 공영언론 장악을 위해 직접 언론사와 언론인을 고소고발해 왔다. 뒤에서 음습하게 이를 극우어용단체에 사주해온 사실도 계속 드러나고 있다. 방심위의 ‘민원사주’와 대통령실의 비판언론에 대한 ‘관제데모 사주’ ‘고발사주’의 뒤에는 극우어용 언론인 단체가 똬리를 틀고 있다. 대통령실의 사주를 받아 비판언론을 ‘좌파언론’, 비판보도를 ‘가짜뉴스’로 몰고 언론인에 대한 고소·고발을 수행하는 단체가 바로 이번에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황대일 씨가 활동한 공언련이다.
한겨레 등의 보도에 따르면 공언련 출신 극우 언론인들은 현재까지 국회는 물론, 방통위·방심위 등 언론관련 정부기관과 KBS, YTN 등 공영방송에 퍼져 정권 유지와 극우화를 위한 행동대원 노릇을 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에서 MBC를 망쳐놓고 국힘당 과방위원 금배지를 달고 있는 김장겸 씨, 친일극우 발언을 하면서도 ‘뉴라이트가 아니다’라고 말한 방통위원장 이진숙 씨, YTN 사장 김백 씨, 방통위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최철호 씨, 방심위원인 황승경·홍세욱·강태욱·장옥님·이홍렬 씨, 선거방심위원을 맡고 있는 권재홍 씨 등이 모두 공언련 출신이다.
왼쪽부터 공언련 출신 이진숙 방통위원장, 김백 YTN 사장, 황대일 연합뉴스 사장 내정자.
‘민원사주’와 어용 심의로 악명이 높아진 방심위원장 류희림 씨는 공언련 관련단체인 ‘미디어연대’ 대표 출신이다. KBS 박민 사장은 공언련 출신은 아니지만 극우성향의 친윤 언론인이다. 차기 MBC 사장에도 극우인사가 날아올 가능성이 높다. 지난 8월 KBS 이사와 MBC 방문진 이사 모집에 지원한 인사들 중에도 공언련 관련 인사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언련, 새미래포럼 등 극우어용 언론시민단체 출신이 임원·대표로 자리잡은 정부기관이 60여 군데나 된다는 보도도 있다.
극우어용 단체에 비판언론 고발을 사주하고, 그 단체 출신 인사를 언론관련 정부기관과 공영방송에 임원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흔히 보았던 장면이다. 윤석열 정권의 언론 정책은 언론자유를 수호·창달하고 국민의 알권리를 증진시키겠다는 원칙과 가치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비리와 무능을 감춰 권력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목적이 유일하다. 나라를 민생파탄과 국정농단으로 몰아간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비판언론 고발 사주는 윤석열 정부의 그것과 너무나 닮았다.
연합뉴스는 ‘국가기간통신사’로서 국내외에 정확하고 공정한 뉴스를 전달해야 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다. 미국 AP, 영국 로이터, 프랑스 AFP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통신사다. 연합뉴스는 포털을 통해 일반 국민들에게 뉴스를 직접 전달하기도 하지만, 국내 수많은 언론이 받아쓰는 ‘언론의 언론’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언론과 중소규모 인터넷 매체들은 연합뉴스 기사를 토씨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게재해 보도하는 경우도 많다.
연합뉴스는 해외 언론이 한국 내 소식을 취재할 때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많이 참고하는 소스이기도 하다. 이런 ‘국가기간통신사’마저 극우성향 공언련 출신 사장과 경영진에 의해 장악된다면 여론의 왜곡은 더욱 심해질 것이 뻔하다. 해외 뉴스 시장에서 국격추락과 나라 망신은 덤이다./시민언론 민들레
'자유, 자유, 또 자유' 외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착각
우리나라 역대 정부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기획하고 예산을 투입했다. 이는 윤석열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은 주요 국정 연설마다 '자유, 자유, 또 자유'를 외치는 열혈 자유주의자이다. 그렇다면 자유주의가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자유로운 개인'이 가진 '선택의 자유'는 자유주의 사상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목표이며 또한 밀턴 프리드먼 등의 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은 그 가치를 가장 잘 구현할 수 있는 경제 제도가 자유 시장 자본주의(free market capitalism)라고 말한다.
오늘날 출산 여부를 결정하는 궁극적 주체는 가임기 여성 즉 주로 20~30대 여성이다. 이들은 '선택의 자유'를 가진 '자유로운 개인'이다. 그런데 호모 사피엔스 종에게 출산과 양육은 절대로 개인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지난 30만 년 간의 구석기와 신석기 시대에 아이들 양육과 돌봄은 종족 또는 부족 전체의 공동 과업이었다. 농업과 문명이 시작된 이후에도 그것은 마을공동체와 대가족공동체가 분담하는 공동의 과업이었다. 여성인 엄마 혼자서 아이 낳고 키우는 '독박 육아'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시장 자본주의를 실체로 하는 근대화와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마을공동체가 해체되고 동시에 대가족이 핵가족으로, 핵가족이 1인가구로 해체된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이며 그것이 바로 자유 시장 자본주의의 요구이기도 하다.
출산·양육, '선택의 자유' 목록에 없어
자유주의의 궁극적 가치(value)인 '단독자로서의 개인'이 드디어 완성되었다. 일체의 연고와 연대, 즉 전 근대적 연고주의(혈연, 지연, 학연 등)가 해체되니 오로지 '단독자로서의 자유로운 개인'만 남은 것이다. 그런데 단독자 개인은 과연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있을까?
물론 일부에게는 그게 가능하다. 재산과 소득이 많은 부유층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필요한 조건과 환경을 돈으로 구매하면 된다. 유모와 보모, 가정부 등을 채용하고 아이를 비싼 유치원 등에 맡기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럴 돈이 충분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출산·양육이 불가능하니 그것을 포기하는 편이 합리적이다. 요즘 한국의 2030 청년들 특히 여성들에게 실제 일어나는 일이다. 이들에게 출산과 양육은 '선택의 자유' 목록에 없다. 즉 그들에게 '선택의 자유'란 허울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비혼 + 무자녀'라는 삶을 선택하도록 강요받는다. 주류 경제학자들이 즐겨 말하는 합리적 선택이다.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0년에 제4차 저출산·고령화 대응 계획이 발표되었다. 그 계획에는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에서 획기적인 대전환이 담겨 있다. '출산율 회복'이 이 제4차 계획의 공식 목표 범주에서 사라졌기 때문이다. 출산은 국가가 요구한다고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출산·양육의 궁극적 주체인 여성·청년들의 자발적·개인적 선택(즉 선택의 자유)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분명하게 인지한 것이다.
제4차 계획에서는 정부·국가 인구정책의 공식적 목표가 '출산율 회복'에서 '삶의 질 개선'(불평등 완화 포함)과 '성평등'으로 바뀌었다. 즉 국민들 특히 청년과 여성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 성평등을 달성할 경우, 청년과 여성들은 아이 낳아 키우는 것을 선택 가능한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여기게 되어 '선택의 자유'의 폭과 내용이 크게 확장될 것이라는 기대이다. 달리 말해서 '실질적인 선택의 자유'를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허울만 남은 '형식적인 선택의 자유'가 아니라.
2023년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연간 1874시간이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비해 122시간 길고, 독일(1350시간)에 비해서는 524시간(66일의 근무일)이나 길다. 삶의 질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항목이 워라밸(일-생활 균형)이며, 이에는 노동시간 단축이 필수적이다. 육아분담과 가사분담의 성평등을 위해서도 사회적·공동체적 육아·돌봄 인프라 구축과 함께 육아·가사 시간의 충분한 확보가 엄마 아빠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는 노동시간 단축을 요구한다.
물론 노동시간 단축으로 증가하는 여유 시간이 모두 육아·돌봄을 위한 시간은 아니다. 요즘 청년·여성들은 여행과 문화예술, 스포츠 등 여가 생활을 매우 소중히 여긴다. 그것은 선진국(한국 역시 OECD 선진국이 되었다!)의 2030세대에 공통적인 모습이다.
비상사태라며 주 52시간제 허물려 해
스웨덴의 알바 뮈르달은 1930년대에 심각했던 스웨덴 인구감소 위기의 해법 중 하나로 하루 6시간 노동제를 제안했다. 그것 없이는 아빠들이 일찍 퇴근해 아이들을 돌봐주며 함께 놀아줄 수 없으며, 따라서 여성들은 아이를 낳을 엄두를 못 낸다. 또한 그 경우 아빠들은 가정에서 '잊혀진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아버지들이 은퇴 후 식구들 사이에서 퇴물, 꼰대 취급받는 현상과 동일하다.
뮈르달은 어린이와 아빠들을 위해, 즉 가정의 행복을 위해 하루 6시간 노동을 제안한 것이다. 하루 6시간 노동은 또한 세계적인 인구·돌봄 경제학자인 미국의 낸시 폴브레가 요즘 주창하는 바이기도 하다.
자유는 여유이고 여가이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선진국형 삶의 질의 핵심이 워라밸, 즉 충분한 여가시간이다. 지난 4월 총선에서 2030세대가 가장 반가워한 공약이 '주4일 근무제'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사회 정책들이 요즘 비판받지만 주 52시간 근무제는 2030세대에서 여전히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에 반해 인구 위기 관련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한 윤석열 정부는 주 52시간제를 허물려고 하고 부자감세와 긴축재정을 감행한다. 그 경우 일부 부유층과 상위 중산층 청년·여성들에게는 출산과 양육에 더욱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겠지만 대다수 청년·여성들은 거기서 소외될 것이니 불평등은 더욱 커질 것이고, 총출산율 역시 별로 나아질 것 같지 않다.
정승일 베를린자유대학교 정치경제학 박사/ 오마이뉴스
나이드는 한국, 이제 40대보다 60대가 많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중 연령별 인구현황(2024년 9월 말 기준)
행정안전부가 우리나라 인구통계를 작성한 2008년 이래 처음으로 60대가 40대보다 많아졌다.
4일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중 연령별 인구현황을 보면 지난달 말 기준 전국의 60∼69살 인구는 777만242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40∼49살(776만9천28명)보다 1214명 많은 것으로 통상 인구수가 가장 많은 연령대인 50대에 이어 두번째로 인구가 많은 연령대로 올라선 것이다. 50대(50~59살) 인구는 872만2천766명으로 집계됐다.
50대와 60대, 40대의 뒤를 잇는 연령대는 30대(30-39살) 661만361명, 20대(20~29살) 601만7023명 순이다. 0~9살은 317만9442명, 10대(10~19살)는 462만9022명으로 집계됐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면서 지난 7월에는 65살 이상 주민등록 인구가 처음으로 1천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지난달 기준 우리나라 평균 연령은 45.2살로, 10년 전 39.9살과 비교해서는 5.3살, 1년 전 44.6살와 비교해서는 0.6살가 늘었다.
임지선 기자 sun21@hani.co.kr
나랏돈 800억 들여 지원한 청년몰 10곳 중 4곳은 '폐업'…지원 예산도 해마다 급감
청년몰 최초 입점 업체 575개 중 40% 폐업
정부 지원 끊기면 2년 이상 생존조차 어려워
사업 지속가능성 문제 제기되며 예산 비중 ↓
제주 생기발랄 청년몰.
# 2019년 제주시에서 야심 차게 문을 연 제주 중앙로 상점가의 '생기발랄' 청년몰은 점포 16개로 시작했지만 3년여 만에 여섯 곳이 장사를 접었다. 부진한 매출을 끌어올리기 위해 2020년 덩치를 키우고 2020년, 2022년, 2023년 등 세 차례에 걸쳐 활성화 사업 지원도 이뤄졌지만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300만 원 수준으로 임차료, 인건비 등 고정비 내기도 빠듯했다. 이곳 관계자는 3일 "청년 상인들은 연간 370만 원의 임차료와 월 20만 원대 공용 관리비를 부담한다"며 "문제는 청년 상인이 줄면서 N분의 1 방식으로 나눠내는 관리비가 갈수록 느는 등 활기를 되찾을 방법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청년 상인을 육성하고 전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추진된 청년몰에 둥지를 튼 업체 10개 중 4개는 폐업 수순을 밟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책 성과가 떨어지는 데 지원 예산마저 해마다 줄어 사업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허성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청년몰이 생긴 후 문을 연 최초 입점 점포 575개 중 올해 8월까지 폐업한 점포는 235개로 폐업률이 약 41%에 달했다. 청년몰 사업 운영 현황을 보면 8월 말까지 전국에 총 43개 청년몰이 생겼지만 8개 청년몰은 전통시장에서 사라졌다.
‘쉬운 창업, 쉬운 폐업’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 청년몰 '서울 훼미리'의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청년몰 사업은 대형 할인점과 온라인 쇼핑이 널리 퍼지고 전통시장이 쇠퇴하면서 나왔다. 전통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청년들에게 창업 공간과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였다. 2016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 지원 사업으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했다.
그러나 국가 예산 지원 기간 2년 이후 입점 업체의 생존율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2017년 청년몰 입점 점포 중 2년 이상 버틴 비율은 51%에 그쳤다. 전국 35곳 청년몰 월평균 매출액은 100만~400만 원 17곳, 500만~900만 원 13곳, 1,000만 원 이상이 4곳 등으로 상당수가 임차료나 인건비 등 고정 비용도 감당하기 버거웠다.
①낙후된 전통시장 시설 ②인근 상인과 갈등 ③대표 마케팅 수단 부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실시된 복합청년몰 활성화사업 실태조사 결과 방문 고객의 청년몰 인식 점수는 58.6점에 그쳤다. 청년몰 최초 설계 시 고객을 끌어들이도록 1층에 음식업, 2층에 도소매 업종이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반대거나 그마저도 상당수는 비어 있다. 주차가 어렵고 엘리베이터가 없는 3층짜리 건물에 청년몰이 들어서는 등 접근도 쉽지 않았다.
올해 8월까지 약 808억 원의 국비가 투입됐지만 사업 부실 문제 탓에 예산은 해마다 줄고 있다. 사업 초기인 △2016년 107억8,500만 원 △2017년 139억2,000만 원 △2018년 225억5,000만 원이었으나 △2021년 76억8,000만 원 △2022년 28억8,000만 원 △2023년 26억7,000만 원 △올해 20억3,000만 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관리 소홀로 폐업하는 청년몰이 늘면서 올해 청년몰 활성화 사업에 10곳을 모집했으나 6곳만 지원하는 등 사업 자체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 의원은 "중기부가 청년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운영 협의체를 만들겠다고 나섰지만 단 한 번도 운영하지 않았다"며 "중기부와 소진공의 적극적인 자세로 청년 창업자들 목소리에 귀 기울여 사업 활성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나주예 기자 juye@hankookilbo.com
비통한 OECD 1위' 작년 한 해 하루 38명이 자살... 5060세대도 늘었다
2023년 사망원인통계
암, 심장질환, 폐렴, 뇌혈관 질환 순
자살률, 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
세계 자살예방의날인 9월 10일 서울 마포대교에 설치된 생명의 전화 옆에 꽃다발이 놓여져 있다. 뉴스1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지난해 사망자 수가 줄었지만, 자살률은 2년 만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로 인한 사망률이 9년 만에 역대 최대를 기록하며,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 중 ‘압도적 1위’라는 씁쓸한 기록을 이어가게 됐다.
통계청이 4일 발표한 ‘2023년 사망원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사망자 수는 35만2,511명으로 전년 대비 5.5%(2만428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망률(인구 10만 명당 사망률)은 689.2명으로 5.3%(38.3명) 줄었다. 주요 사망 원인으로는 암(24.2%)이 가장 높았고, 이어 심장질환(9.4%), 폐렴(8.3%), 뇌혈관질환(6.9%) 순이었다. 2022년 조사까지는 코로나19가 3위였는데, 작년에는 10위 밖으로 밀려났다.
자살로 인한 사망률은 다시 증가, 사망 원인 중 5위를 기록했다. 지난 한 해 자살 사망자 수는 1만3,978명으로 전년 대비 1,072명(8.3%) 증가했다. 조사망률 역시 27.3명으로 전년 대비 2.2명(8.5%) 증가했는데, 하루 평균 38.3명이다. 이는 2014년(27.3명) 이후 9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10년간 자살현황. 자료=통계청
2022년에 이어 작년에도 10대~30대 사망원인 1위는 자살이었고, 40대, 50대에선 2위, 60대에선 4위였다. 특히 작년의 경우 60대(13.6%), 50대(12.1%), 10대(10.4%)의 자살률이 증가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코로나19에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부분이 지속된 점과 정신적으로 코로나19 이후 상대적 박탈감 지속 등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OECD 기준 연령표준화 자살률은 우리나라가 24.8명으로 전 세계 중 압도적으로 높았다. OECD 평균은 10.7명, 2위인 리투아니아는 17.1명이었다.
세종=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본인은 무일푼, 엄마 돈으로 21억 아파트 샀다고?
국토부, 위법 의심거래 397건 적발
오픈 채팅방이 집값 담합 아지트였나?
2020년 이후 집값 담합 7할이 수도권
시장교란행위는 형사처벌해야 마땅
주택 거래시장에 가격 담합과 편법 증여 등 위법 의심 거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서울 강남 3구를 비롯한 수도권 지역의 위법 의심 거래가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 2020년 이후 국토교통부에 적발된 집값 담합 사례의 70% 가까이가 서울 등 수도권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집값의 급등 등 가격 왜곡 현상의 원인이 되고 있는 담합 등 시장교란행위에 대한 엄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위법 의심 주택 거래의 대부분이 서울에 몰려 있어
국토교통부는 3일 수도권 주택거래 현장점검·기획조사 결과, 편법 증여, 대출자금 유용, 계약일 거짓신고 등 위법 의심사례 397건(행위 기준 498건)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8월 13일부터 지난달 27일까지 ‘8·8 공급대책’의 후속 조치로 최근 집값이 급상승한 강남 3구와 마포·용산·성동구 일대 45개 아파트를 대상으로 1차 현장 점검 후, 올해 상반기에 이뤄진 수도권 주택 이상 거래를 대상으로 실시됐다.
적발된 위법 의심 행위 498건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편법증여와 법인자금 유용 등이 315건, 계약일 거짓신고 등이 129건이었다.
출처 : 국토교통부
자료 :국토교통부
지역별로는 위법 의심 거래 397건 중 68.5%가 서울(272건)에 몰려있었다. 그중에서도 강남구(52건), 송파구(49건), 서초구(35건) 등 강남 3구가 상위 3개 구를 나란히 차지했다. 의미심장한 데이터가 아닐 수 없다. 한편 경기도의 위법 의심 거래는 112건(28.2%), 인천은 13건(3.3%)으로 각각 집계됐다.
00억 이하로 내놓지 마세요!…집값 담합의 아지트가 된 오픈 채팅방
국토부가 적발한 위법 의심거래의 사례는 크게 5가지였다. 먼저 서울 소재 한 아파트 단지는 안내문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이용해 시세에 부당한 영향을 줄 목적으로 특정 가격 이하로 집을 내놓지 말라는 등의 '집값 담합'이 의심됐다. 이에 국토부는 지방자치단체에 추가 조사를 요청했다.
출처 : 국토교통부
위의 사례를 보면 SNS오픈채팅방이 집값 담합의 아지트 역할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집값 담합을 용이하게 만드는 사례다.
21억짜리 아파트 매수하면서 본인 자금은 0원
지연신고 및 편법증여 의심 사례도 있다. 매수인은 서울 규제지역 내 아파트를 약 21억 원에 매수하면서 모친에게 차입금(14억 원), 모친에게 증여받은 자금(5억 5000만 원), 주택담보대출(3억 5000만 원)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본인 자금은 전혀 없이 전액 타인에게 받은 금전 및 대출을 통해 고가의 아파트를 매수한 편법 의심 사례로 국세청 통보 대상으로 분류됐다. 또 법정 신고기간인 30일을 넘겨 지연 신고해 지자체 통보 대상도 됐다.
초고가 아파트를 자기 돈 한 푼 없이 매수할 수 있는 행운(?)을 가진 사람이라면 응당 그에 걸맞는 세금을 내야 할텐데 한심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다.
출처 : 국토교통부
투기과열지구 LTV 한도초과 및 가격 거짓신고 사례도 있었다. 공동 매수인인 한 부부는 주택담보대출 목적으로 서울 소재 한 아파트의 감정평가 금액 22억 원(LTV 한도 11억 원)을 받았다.
매수인들은 선순위 임차보증금 8억 5000만 원이 있는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 5억 원이 불가함을 우려해 대출 전부터 아파트에 거주 중인 부친을 주소지에서 전출시킨 후 대출을 받고 다시 전입하게 해 대출규정 위반으로 의심돼 금융위 통보 대상이 됐다. 또 매수인은 주택가격도 거짓으로 신고해 거래신고법 위반 및 탈세의심으로 지자체와 국세청 통보 대상이 됐다. 세상을 정말 열심히(?) 산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부부다.
출처 : 국토교통부
한편 국토부는 최근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산본·중동) 등을 포함한 수도권 전 지역으로 관계기관 합동 점검 대상을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올해 거래신고분에 대한 기획조사도 내년 4월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2020년 이후 적발된 집값 담합 사례의 70%가 수도권
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올해 7월까지 접수된 부동산 거래 교란 행위 신고는 모두 6274건이며,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3233건이 집값 담합에 대한 것이었다.
해당 기간 집값 담합 신고 건수를 들여다보면 지역적으로 경기도에서 가장 많은 1282건이 신고됐으며, 서울 591건, 인천 294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전체 집값 담합 신고 사례의 67%가 수도권에서 일어난 것이다.
특히 올해 1∼7월에만 563건이 신고돼 집값 담합 행위가 최근 더 만연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년 한 해 동안의 집값 담합 신고 건수 491건을 뛰어넘는 것은 물론, 2022년(87건)에 비하면 6배 이상 많다.
그러나 신고 건수 대비 처벌 건수는 미미한 편이다. 2020년 이후 집값 담합으로 신고된 사례 중 213건은 경찰 수사로 이어졌으며, 검찰 송치(7건), 기소 결정(15건), 확정 판결(13건) 등으로 처리됐다.
각종 시장교란행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적
주지하다시피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가격 담합, 허위정보 형성 및 유통 등의 시장교란행위를 원수 보듯 한다. 이런 시장교란행위가 창궐하면 정보와 가격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고 이는 곧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근간을 흔들기 때문이다.
한데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는 각종 시장교란 행위가 만연하고 창궐 중이다. 집값 담합 등의 시장교란 행위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다 보니 서울 등 수도권의 시장가격이 크게 왜곡될 수 밖에 없다.
단언컨대 시장교란행위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적이다. 각종 시장경제교란행위에 대해서는 과태료 등의 행정벌이 아닌 형벌로 다스려야 마땅하다. 시장경제교란행위를 방관하는 나라가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제대로 운용할 가능성은 없다.
이태경 편집위원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시민언론민들레
날씨만큼 뜨거웠던 부동산 광풍, 어디에서 불어온 걸까
부동산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인접하거나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비싼 지역이다. 장기적으로 자산과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강화될 수 있다.
장현철씨(가명·38)는 울산광역시의 한 중견기업에서 13년 차 직장인으로 일한다. 최근 장씨는 집 문제로 고민에 빠졌다. 몇 년 전 울산에 아파트를 분양받아 살고 있지만, 집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산 아파트를 매도하면 모기지 상환 후 차액이 3억원 정도 남는데, 이 돈으로 전세 낀 서울 아파트를 갭투자 하는 것이 나아 보였기 때문이다.
주택정책에서 ‘자가 점유’, 1가구·1주택·실거주는 정부가 장려하고 확산해야 할 정책 방향으로 통한다. 그러나 장씨는 살고 있는 울산 아파트를 계속 보유하는 것에 대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한다. 당장 주택시장이 침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울산이라는 도시의 인구구조와 산업 경쟁력, 장기적인 집값 전망을 따져봤을 때 울산에 자신의 자산이 묶여 있는 것이 불안하다는 얘기다. 이미 주변 직장 선배들 역시 적극적으로 자산을 이동하고 있다. 장씨는 “나이가 지긋한 선배들 중 일부는 자녀가 수도권 대학에 진학할 때 아예 서울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 대신 울산에 남은 부부는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식이다. 주변에 고민을 털어놓자, 선배들이 오히려 ‘잘 생각했다’라며 격려하더라”고 말했다.
사람도, 돈도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은 개별 경제주체들의 자산 선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5월부터 수도권 부동산 시장에는 이런 인식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올여름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날씨만큼이나 뜨거웠다. 서울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확연히 늘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하는 행정구역별 아파트매매 거래현황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올해 5월 5182건, 6월 6150건, 7월 9518건이 거래되었다. 특히 7월 통계는 1만6002건을 기록한 2020년 7월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다. 지난 수년간의 데이터와 비교해보면 이 수치가 얼마나 이례적인지 알 수 있다. 2021년 9월부터 2024년 3월까지 31개월 동안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총 7만1000여 건으로, 월평균 2293건에 불과했다.
거래량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가격도 점차 오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를 살펴보자. 2021년 6월28일을 100으로 놓고 비교한 이 지수는 올해 5월27일 93.36에서 9월9일 97.58까지 꾸준히 올랐다. 단순 지수 흐름만 놓고 보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저금리 시기(2020~2021년)를 떠올리게 한다(〈그림 1〉 참조).
부동산은 일종의 ‘시장 사이클’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거래가 늘고 매매가격도 상승한 이번 여름은 2년간의 조정을 마무리한 뒤 다시 ‘추세적 상승’으로 전환하는 국면일까.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겪은 ‘자산버블’이 재현되고, 자산의 대부분을 부동산에 몰아넣는 광풍이 다시 일어나는 것일까.
5~8월에 발생한 가격·거래량 증가 흐름을 보다 세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큰 특징은 수도권, 특히 서울 내에서도 일부 지역이 자산 가격 상승의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그림 2〉를 살펴보자.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를 구 단위로 나누고, 비중이 높은 순으로 정렬했다. 부동산 광풍이 일었던 4년 전, 2020년 7월은 상대적으로 서민·중산층 거주지역의 거래 비중이 높았다. 노원구(9.56%), 강서구(8.11%), 성북구(5.72%), 도봉구(5.47%), 구로구(5.27%) 등이다. 그러나 올여름(2024년 7월)은 개별 부동산 가격이 비싼 서울 동남권 지역의 거래 비중이 높은 편이다. 특히 강동구(7.51%)와 송파구(7.41%)의 거래 비중 증가가 눈에 띈다.
최근 부동산 상승을 견인하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도 강남과 인접하거나 상대적으로 주택 가격이 비싼 지역들이다. 이 때문에 떠오르는 논리가 바로 ‘부동산 양극화’다. 돈은 몰리는 곳에 몰리고, 상대적으로 비싼 주택이 가격 전고점을 회복하고 있다는 논리다. 언론에서 ‘래미안 원베일리’ 같은 특정 아파트의 언급 빈도가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이 아파트 전용면적 84㎡ 타입 주택은 8월2일 매매가 60억원을 기록하며 주목받았다. 흔히 ‘국민평수’로 불리는 ‘34평대(전용면적 84㎡)’ 아파트의 거래가로는 최고치다. 고가 아파트 매매 거래가 상승세를 보일 경우 개별 거래 금액이 크기 때문에 서울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하는 경향이 있다. 언론이 ‘뜨겁다’고 전한 올여름 부동산 과열은, 실제로는 서울에서도 집값이 매우 비싼 지역이 주도한 흐름에 가깝다.
‘그들만의 리그’가 ‘전국 리그’ 될 때
더 큰 ‘양극화’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다. KB국민은행에서 발표하는 ‘주간 KB아파트매매 가격지수’를 살펴보자. 이 지수는 2022년 1월10일 가격을 100으로 놓고 현재 시세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비교한다. 올해 9월9일 기준 부산 해운대구의 주간 매매 가격지수는 81.41로 매주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다. 대구 수성구 지수 역시 80.59로 여전히 하락 추세인데, 두 지역 모두 부동산 버블이 정점이었던 때에 비해 매매가가 20%가량 하락한 것이라 볼 수 있다. 부산 해운대구와 대구 수성구는 각 도시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막상 지역 내 대표 주거지역에서 ‘서울 강남’과 같은 현상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수도권만, 수도권에서도 서울만, 서울에서도 특정 지역에서만 매수세가 집중되는 경향이다.
부동산 양극화는 어째서 문제가 되는 것일까. 어차피 대다수 서민·중산층은 앞서 설명한 지역과 무관한 곳에서 살아간다.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너무 호들갑 떠는 것은 아닐까. 그러나 올여름 발생한 부동산 열풍은 두 가지 우려가 뒤따른다. 우선 ‘그들만의 리그’가 ‘전국적인 리그’로 확대될 우려다. 2020~2021년 버블과 같이 서울 특정 지역에서 시작된 부동산 광풍이 ‘서울 외곽지역→서울 인근 경기도 지역→경기도 외곽과 전국’으로 확산되는 것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정책 당국에서 이 같은 과열을 크게 경계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경험한 것처럼 부동산 과열로 인해 주거가 불안정해지는 환경은 정권 유지에 악영향을 끼친다.
또 다른 우려는 자산 쏠림으로 인한 양극화 심화다. 전국적인 과열도 문제지만 특정 지역의 자산 가격만 상승하는 추세가 고착화될 경우, 장기적으로 자산과 인구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앞서 소개한 장현철씨 사례처럼 개인이 ‘지방 소멸’이라는 현상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여기에 따른 최적의 판단을 내리는 합리적 의사 결정이 더 많이 발생할수록, 결과적으로 해당 지역의 쇠퇴와 소멸을 가속화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부동산의 온기’가 지방으로 퍼져도 문제고, 그렇지 않아도 문제인 상황이다.
국지적인 흐름을 서둘러 차단하기 위해 정부는 수도권을 대상으로 한 공급 확대와 수요 억제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공급 측면은 8월8일 국토교통부 발표가 대표적이다.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 지역에 주택 42만7000호 이상을 공급하겠다는 목표인데, 이를 위해 그린벨트 일부를 해제해 택지지구로 바꾸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금융 당국이 ‘대출 축소’를 유도하는 중이다. 7월부터 시작된 시중은행의 대출 축소는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1주택자까지 확대되었다(무주택자는 해당 없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메시지 혼란’ 논란이 있었으나, 금융 당국은 수도권 부동산 매수세를 꺾는 데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 시기가 늦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번 수도권 부동산 상승을 두고 본질적으로 이런 질문이 뒤따른다. ‘왜 하필 총선이 끝난 뒤, 올여름에 이렇게 단기간에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올랐을까?’ 부동산 시장 원리에 충실한 이들은 은행권에서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수요를 촉진했다고 설명한다. 〈그림 3〉을 살펴보자.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23년 11월 4.56% 수준이던 주택담보대출 금리(신규 대출 건)는 2024년 들어 3%대에 접어들었고, 올해 7월까지 점진적으로 낮아져 3.5%를 기록했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와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사실상 맞닿는 수준이다. 시장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2021년 11월 수준(3.51%)까지 내려왔는데, 당시 기준금리는 1%에 불과했다.
〈그림 3〉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금리인상 기간에 기준금리와 시장 주담대 금리의 ‘격차’는 상당히 억눌려 있었다. 2021년 7월 금리 차는 2.31%포인트였지만, 이 격차는 2024년 7월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졌다. 주담대 금리가 가장 높았던 시기는 금리인상이 한창이던 2022년 10월(4.82%)인데, 이후 시장금리(주담대)가 점점 낮아지는 반면 기준금리는 제자리를 유지하는 모습이 계속됐다. 통상 시장금리는 기준금리와 달리, 앞으로의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다. 올해 갑작스럽게 늘어난 수도권 부동산 매매량과 높아진 가격은 시장금리의 영향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향후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매수세에 어느 정도 반영된 결과라고도 볼 수 있다.
가계부채 증가세 심상치 않다
시장금리 변화뿐만 아니라 개별 경제주체들의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전망과 기대감’ 역시 거래량 증가의 원인이 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서울로 사람과 돈이 몰려들고, 자연스럽게 공급은 부족할 것이다’라는 추정과 기대감은 특정 지역에 대한 수요를 높인다. 이런 분위기에 정부의 특정 정책이 ‘서둘러 거래해야 한다’는 시그널을 주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바로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유예’다.
원래 ‘스트레스 DSR 2단계’는 7월1일에 도입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금융 당국은 부동산 PF 사태를 진정시키고, 부채 문제에 시달리는 중소상공인들을 위해서라며 이를 9월1일로 2개월 연장한 바 있다. 스트레스 DSR은 소득 대비 대출 가능액을 제한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일종의 가산금리(스트레스 금리)를 추가로 반영해 계산한다. 은행권 주택담보대출만 규제 대상이던 ‘스트레스 DSR’은 ‘2단계’에 접어들면서 은행권 신용대출, 제2금융권 주담대까지 확대되었고, 가산되는 금리의 폭도 더 커졌다. 이는 개인이 빌릴 수 있는 대출 총액이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7월로 예정된 정책을 2개월 미룬 것만으로도 ‘9월 이후에는 대출받기 어렵다’는 시그널이 되었고, 이 때문에 급하게 대출을 일으켜 부동산을 매수하려는 수요가 늘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논리대로라면, 정부의 느슨한 대응이 오히려 가계부채 문제를 더 키운 셈이다.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 당국이 수도권 부동산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다른 이유도 있다. 고착화되는 내수 침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안정시켜야 한다.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뜨거운 여름을 맞는 동안, 한국 경제는 침체를 겪었다. 한국은행이 9월5일 발표한 ‘2024년 2분기 국민소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실질GDP는 1분기 대비 –0.2% 역성장했다. 실질GDP 1.3% 성장을 기록한 1분기에 비해, 2분기는 내수 부문에서 상당한 침체를 기록했다. 민간소비(-0.2%), 건설투자(-1.1%), 설비투자(-2.1%) 등 주요 내수 부문이 역성장했다. 정부소비가 그나마 0.7% 증가했지만 내수를 견인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반면 가계부채는 증가세가 심상찮다. 9월11일 금융 당국이 발표한 가계대출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한 달 동안에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약 9조8000억원이 증가했다. 특히 이 가운데 약 8조5000억원이 주택담보대출인데, 금융 당국은 “서울과 수도권 중심의 부동산 상승세 등에 따라 주담대의 증가 폭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4월부터 8월까지 5개월 사이에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약 28조6000억원이 증가했다. 2022년에는 가계대출이 8조8000억원 감소했고, 2023년에는 10조1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증가 폭이다.
8월22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창용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으로서는 딜레마다. 내수 소비를 진작하기 위한 금리인하 압력은 강해지지만, 자칫 금리인하 결정이 부동산 시장을 더 자극해서 가계부채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행은 ‘금리인하를 통한 내수 회복보다 부동산 가격 안정이 더 중요하다’는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이 같은 고민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낸 자리가 8월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였다. 이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통위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리를 높게 유지함으로써 내수 부진을 더 가속할 위험이 있지만, 부동산 가격과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신호가 많이 들어오고 있다”라고 언급했다.
금리 동결이 결정된 이날, 대통령실은 이례적으로 금통위의 결정에 “아쉽다”라는 반응을 보여 논란을 자초했다. 그만큼 정부는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 회복을 원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한국은행의 기조가 유지된다고 가정했을 때, 정부 차원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세를 꺾지 않고서는 내수 회복을 위한 완화적 통화 환경(금리인하)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창용 총재는 8월27일에도 “왜 금리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구조개혁을 요구했다.
인구와 자산의 서울 쏠림 현상, 가계부채로 인한 가처분소득 부족 문제, 이에 따른 소비경기 위축과 실질소득 및 자산 불평등 심화까지. 여름 내내 뜨거웠던 부동산 시장은 현재 한국 경제 전반의 구조적인 문제를 관통하고 있다. ‘그들만의 리그’가 다소 과열되었다고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불어나는 자산은 ‘그들’의 것이지만, 이로 인한 한국 경제 전반의 충격에는 모두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시사인 김동인 기자
국민은 버렸는데…법 뒤에서 웃는 대통령
너무 억울해…법으로 퇴진시키기 막막한 현실
윤 대통령 총체적 국가 위기 초래, 무너지는 민주주의 목도하며 참담
이태원참사・채상병사망・양평고속도로・명품백・주가조작! 이를 ‘이채양명주’라고 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일으킨 일들을 모아서 만든 5자성어로 22대 총선을 치를 때 유행어가 되었다. 요즘은 독도지우기・의료대란・마약밀수 의혹・공천개입 의혹 등, 그 '만행'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중의 어떤 것들은 너무나 상식 밖이어서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지경이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20%까지 떨어졌다. 이미 국민 다수는 윤석열 대통령을 버린 것이다. 그런데 합법적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퇴진시킬 방법이 막연하다. 그래서 국민은 억울하다. 탄핵 얘기가 나오지만 108석의 국힘당이 버티고 있어 그들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불가능하다.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된다 하더라도 최종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한다. 그런데 헌법재판관과 재판소장의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이므로 국회 탄핵안을 인용할지는 미지수다. 국민 절반이 훨씬 넘게 대통령을 불신하는데, 왜 국회는 탄핵안을 통과시키지 않는 것이며, 왜 그 최종 판단을 사법부가 하는가? 결국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는 헌법 조항은 위선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꼴이다. 이런 사회를 어찌 주권이 국민에게 있는 민주사회라 할 수 있겠는가.
대통령 지지율은 20%인데 국민들이 예전만큼 광장에 모이지 않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제도가 그대로라면 촛불을 들어본들 또 전철을 밟을 것이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어차피 선출직은 돈 많은 엘리트 특권층이 차지할 것이고, 그들은 그들을 위한 정치를 할 것인데, 보통사람인 나는 누구를 위해 촛불을 들 것인지 의구심이 생기지 않겠는가.
28일 서울 시청 주변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이 구호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4.9.28 사진 이호 작가
반복되는 정치권의 국정 농단에 여야 정치권 모두 책임
이쯤 되면 현 제도에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의심을 해야 마땅하다. 4・19, 6월항쟁, 촛불혁명 이후에 권력을 온전히 정치권에 위임하였다. 그러나 결과는 정치인의 권력놀이판으로 끝났다. 지금까지 그 바보 같은 생각으로 민중이 흘린 피를 얼마나 헛되이 만들었는가? 지금까지의 그 바보 같은 행위를 또 반복한다면 국민은 진짜 바보가 될 수밖에 없다. 요컨대, 특권화된 엘리트 정치인들에게 또 권력을 위임한다면 우리 모두가 진짜 바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발상을 바꿔보자는 것이다. 이미 새로운 시도는 세계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성공적 사례도 쏟아지고 있다. 새로운 민주주의는 소수 엘리트에 의한 정치를 넘어 보통사람 다중의 지혜로 이루어지는 정치로 선회하고 있다. ‘시민의회’가 그것이다. ‘시민의회’는 연령・성・직업・지역 등으로 균형을 맞춰 추첨된 시민이 토론과 숙의를 통해 의사 결정을 하고 그 결정을 정부나 의회에 권고하는 기구이다. 확대된 배심원제와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지금 대통령 퇴진 운동을 주동하고 있는 촛불행동과 비상시국회의를 비롯해 여러 시민단체들 또한 국민들에게 광장으로 모이라고 요청하기 전에 촛불을 든 시민들의 뜻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구현할 것인지, 그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 설득력을 갖게 될 것이다. 그 방법은, 이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국회에 구걸이 아니라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주정치’를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필자는 그 방법으로 ‘시민의회’를 강력히 제안하는 바이다.
아직도 대안으로서 ‘시민의회’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면 아이슬란드 사례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아이슬란드는 2009년 주부들이 냄비와 후라이팬을 들고 나와 두들기며 정부가 무너졌다. 그때 아이슬란드 국민은 무능한 정부를 무너뜨린 데 그치지 않고 새 헌법이 필요하다며 시민의회 방식으로 1,500명의 시민을 선발하여 2010년 시민의 입헌주도권을 인정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우리 국민도 충분히 그럴 만한 역량이 있다고 본다. 민중을 믿고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 것이다. 물론 그보다 더 참다운 방법으로 필자를 설득한다면 얼마든지 내 뜻을 바꿀 준비도 되어 있다./ 이현종 여수 촛불행동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