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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4.2.13~17 20년간 '4조 원' 삼성전자 광고비가 말하는 것

by 이성근 2024. 2. 13.

1 조국 2심 판결이 '공정 기준 세웠다'는 한겨레·경향 2. 정부와 투기자금이 띄운 저평가 주라는 신기루 3. 1.4% 충격과 -56.4조 펑크, Y-노믹스 처참하다 4. 사법부 흔든 농단 결과는 전부 무죄 5. 호구취급받는 봉급생활자 6. ‘부산허브특별법’ 2월 중 제정 총력엑스포 실패부산 민심 달래나 7. 중소기업, 총선 뒤 대출만기 82고금리 빚에 줄도산 위기 8. 학생 셋 중 하나는 서울대 보다 훨씬 더 좋은 대학에 간다 9. 4월 총선 전망, 데이터 전문가 4명에게 물었다 “10. 이승만은 영웅 아니다…민주주의 외친 사람들 죽인 독재자”

11. 기자 망신 다 시킨 KBS 박장범 앵커 12. 20년간 '4조 원' 삼성전자 광고비가 말하는 것 13. 혐오로 결집한 지지율…변함없는 총선 판세 14. 한국, 세계 민주주의 지수 22위… 16위·  29위·  165위   15. 가해자는 일상 영위하는데 공익제보자들은 '피 말리는 36개월' 16. 서민 씨, 당신의 양심은 어디 갔나요?

조국 2심 판결이 '공정 기준 세웠다'는 한겨레·경향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165

정부와 투기자금이 띄운 저평가 주라는 신기루

https://www.mindl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7168

1.4% 충격과 -56.4조 펑크, Y-노믹스 처참하다

[진단] 내수는 소득충격에, 수출은 차이나 리스크에, 민생은 건전재정 중독에 무너지는 중

윤석열 정부가 '민간주도·시장중심' 이념에 매몰된 사이, 주요 경제지표들이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내수 경제는 실질소득 감소로 소비 여력이 소진되고, 수출경제는 차이나(중국) 리스크의 직격탄을 맞아 이전의 균형으로 돌아갈 길이 사실상 막힌 상태다.

민생경제는 '부자 뺀 건전재정'이 민생이라는 해괴한 논리에 각자도생의 바다를 표류하고 있다. 'Y(윤석열)-노믹스'가 내민 성적표는 '1.4%'짜리 저성장 충격과 '-56.4조 원'이라는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다.

추락하는 경제지표는 우리 경제가 사실상 금융위기에 준하는 비상 상황에 직면했다는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이를 애써 외면하거나 방치한다면 경제위기로 진화할 수도, 장기 저성장 위험에 노출될 수도 있다. 작금의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무엇이 문제인지를 성찰할 시간이 필요한 때다.

최악의 성장률 충격, '저성장 함정'을 예고하는 위기의 전조

한국경제는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며 2020년에 사상 처음으로 G10(GDP 순위) 국가에 진입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3% 내외의 성장률을 꾸준하게 유지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러나 2022년에는 성장엔진의 연비가 떨어지면서 13위까지 밀려났으며, 1.4% 성장에 그친 2023년에는 14위인 호주에게도 간발의 차이로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국민경제가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신음하다 보니, 1%짜리 '저성장 함정'이 얼마나 위험한 사태인지도 제대로 인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앞서 저성장 함정을 경험했던 일본경제는 시발점이 된 1994년 이후 30년 평균 성장률이 1% 미만에 불과할 정도로 장기 불황의 늪에 빠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60년 이후 성장률이 1%대 이하로 떨어졌던 적이 다섯 차례뿐이다. 이 중 4차례의 경제위기 사례를 제외하면, 1%대 성장은 20231.4%가 유일하다. 구체적으로, 1980년에는 2차 석유파동으로 1.6% 성장했으며, 1998년 외환위기 땐 5.1% 역성장했다. 2009년에는 금융위기 와중에도 0.8%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고, 2020년에는 코로나발 경기충격으로 0.7%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마지막 사례가 바로 2023년에 윤 정부가 내민 1.4%짜리 'Y-노믹스' 성적표다. 경제위기가 아니어도 1%대 저성장이 가능하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입증한 첫 사례로 남게 됐다. 엄밀히 따지면, 사실상 금융위기에 준하는 저성장 충격에 노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가계 실질소득증가율 추이(왼쪽)와 주요국 성장률 추이 비교송두한

더 심각한 문제는 성장률 하강 추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경제의 성장률은 20214.3% 반등 이후 20222.6%, 20231.4% 등으로 바닥을 잡지 못하고 추세 전환에 실패했다. 글로벌 복합위기로 인해 다른 나라들도 사정이 마찬가지라고 강변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성장률 추이(2021~2023)를 보면, 미국경제는 2년간의 하락세를 멈추고 2023년에 극적인 반등에 성공했다(5.8%2.1%2.5%). 또한, 일본의 성장률 지표("2.1%1.0%2.0%)와 중국의 성장률 지표(8.4%3.0%5.2%) 모두 2023년에 바닥을 잡고 상승 전환에 성공했다.

분명한 것은 글로벌 전반에 걸친 고물가·고금리 충격에도 유독 우리 경제가 성장률 충격의 직격탄을 맞았단 점이다. '민간 주도·시장 중심' 이념에 뿌리를 내린 'Y-노믹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내수와 수출의 동반 부진이 장기화되는 양상을 띤다. 수출이 끌고 내수가 미는 성장모델도 작동하지 않았고, 내수 공백을 수출로 메우는 피드백 시스템에도 하자가 발생했다. 장기 불황을 예고하는 '저성장 함정'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이유다.

건전재정이라는 제로섬 게임에 무너진 내수 경제

신고 배 1개에 5천원 설 명절을 앞두고 과일과 채소 등 농산물 가격이 급등했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1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지수는 122.71로 지난해 동월보다 8.0% 올랐다. 과일 품목별 상승률은 사과가 56.8%를 기록했고 복숭아 48.1%, 41.2%, 39.8%, 39.7%, 7.3% 등 순이었다. 사진은 4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에서 상인들이 배를 팔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건전재정 중독의 희생양으로 전락한 민생경제는 고금리·고물가 충격에 소득충격까지 겹쳐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 건전재정은 부자 확장재정과 민생 긴축재정이 충돌하는 일종의 제로섬(zero-sum)게임이다. 윤 정부는 '부자와 기업 뺀 긴축재정'으로 사상 최악의 세수펑크를 자초해 그 충격을 민생 긴축재정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윤 정부는 '부자감세가 민생'이라는 해괴한 논리로 고강도 감세 정책을 추진해 법인세 감소분이 전체 세수결손의 44%에 달하는 대형 사고를 냈다. 또한, 공공요금 인상이 주도하는 '공공발 물가대란' 사태가 발생하자, 이번에는 돈을 풀면 물가 때문에 서민이 다 죽는다며 허리띠를 더 졸라매라 한다. 이제는 나라 곳간이 거덜 나 민생 확장재정을 추진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다. 그 결과, 내수의 원천인 가계의 실질소득이 장기간에 걸쳐 감소하는 소득충격이 장기화되고 있다.

먼저, 가계 실질소득은 2022년 하반기 이후에는 0% 방어선을 버티려 애쓰다 이제는 아예 길게 누워버렸다. 코로나 이전의 성장 균형으로 돌아가기는커녕 마이너스 성장을 막아내기도 벅찰 정도로 후퇴해 버렸다.

구체적으로, 실질소득은 20222분기에 6.9%(전년동기) 증가해 정점을 찍고 나서, 3분기 2.8%, 4분기 1.1% 등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작년에도 실질소득 지표는 1%대 성장률에도 미치지 못했는데, 1분기 0.0%, 2분기 3.9%, 3분기 0.2% 정도에 불과하다. 사실상 소득 성장이 멈추거나 역주행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맞다. 이처럼 실질소득이 감소해 가계의 소비 여력이 소진되다 보니, 내수업종의 매출 충격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 것이다. 민생경제는 부자감세에 볼모로 잡혀 위기의 본질인 물가, 금리, 소득충격을 막아낼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추락하는 수출경제, -중 무역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

이뿐만이 아니다. 그간 한국경제를 견인해 온 수출경제가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며 우리 경제의 근간을 위협하는 중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수출경제의 수지구조가 '불황형 흑자'(수출보다 수입이 줄어 발생하는 흑자)에서 '불황형 적자'(수출보다 수입이 더 증가해 발생하는 적자) 구조로 전환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무역수지 지표가 망가지는 속도와 강도를 보면, 지금보다 앞으로가 더 두렵게 느껴질 정도다.

208개국을 대상으로 IMF가 발표한 무역수지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202118위에서 2022197위로 떨어졌으며, 2023년 상반기에는 또다시 200위로 밀려났다. 과연 핵심 경제지표가 마치 코스닥 잡주처럼 극적으로 추락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무역수지 적자 폭을 보니 가능해 보인다. 국민의 뇌리에 흑자로만 각인되었던 무역수지가 2021293억 달러에서 2022472억 달러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는데, 2023년에도 적자 폭이 102억 달러나 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가 이 정도의 엄청난 적자를, 그것도 2년 연속해서 기록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무역수지 세계 순위 추이(왼쪽)와 대중(對中) 수출액 · 수출비중 추이송두한

그 답은 수출충격의 주범인 대중국 무역적자에서 찾아야 한다. 대중국 무역적자는 2021242억 달러에서 202212억 달러로 속도감 있게 쪼그라들더니, 급기야 2023년에는 180억 달러에 달하는 엄청난 적자를 기록했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사상 처음으로 대중국 무역적자를 기록한 것이다.

당연히, 주력 교역국인 대중국 수출 비중은 202125.3%에서 202319.7%로 줄었다. 한국경제가 중국시장에서 퇴출당하는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미국 중심의 수출구조 재편이나 한·중 교역환경의 질적 변화 등을 운운하며 애써 외면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미국 수출이 아무리 증가한다고 하여도 결코 대중국 수출 공백을 메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차이나 리스크는 과도한 정치와 신념이 경제와 결합해 만들어 낸 참사임이 분명하다. 우리나라가 불필요하게 미국의 중국 고립정책(Economic Containment Strategy)에 깊숙이 관여했다가 미-중 경제전쟁이 한-중 무역분쟁으로 번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정작 G2 경제전쟁의 당사자인 미국과 중국은 대립에서 타협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중국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결국, -중 갈등의 최대 피해자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우리나라임이 실증적으로 검증된 셈이다.

한국경제는 설령 정부가 국정 기조를 바꾼다고 해도 1%대 저성장 충격에서 벗어나 코로나 이전의 균형을 복원하기 어려운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 시장실패 영역이 늘어나고 있는데 '민간주도·시장중심'만 외치고 있으면, 민생경제는 각자도생의 바다를 표류하게 된다. 또한 알맹이 없는 노동, 교육, 연금 개혁에 매달릴 정도로 한가한 상황은 더더욱 아니다. 민생위기의 본질을 관통하는 근본 대책부터 세워야 할 때다.

송두한(dhsong0412) 국민대 특임교수(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오마이뉴스

사법부 흔든 농단 결과는 전부 무죄

사법농단 1심 재판부가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47개 혐의 전부 무죄라고 판단했다. ‘권한이 없으면 남용도 없다는 직권남용죄 법리가 주목받는다.

지난 126사법농단’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고영한 전 대법관, 박병대 전 대법관(왼쪽부터).시사IN 포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농단피고인 3명이 1심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사법농단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재임 시절 사법부 이익을 위해 주요 재판에 관여했다는 의혹이다. 2018년 이 사건 수사를 총괄한 이는 윤석열 대통령(당시 서울중앙지검장), 수사팀장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었다. 지난 1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 35-1(재판장 이종민)는 양승태 대법원장과 고영한·박병대 전 대법관의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9211일 양 전 대법원장이 구속 기소된 뒤 5년여 만에 나온 판결이다.

사법농단의 핵심은 재판 개입이다. 양승태 대법원은 정부가 주목할 만한 주요 판결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혐의를 받는다. 대법원이 정부 입맛에 맞는 판결을 끌어내려 했다는 것이다. 목적은 상고법원 설치를 통한 대법원 위상 강화다. 상고법원이 신설되면 비교적 단순한 사건은 상고법원이 가져가고, 사회적 관심이 높거나 법령 해석상 중요한 사건만 대법원이 담당하게 된다. 대법원이 헌법재판소 이상의 권위를 갖게 된다는 의미다. 박근혜 정부의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 판결을 대()정부 협상 카드로 삼았다는 게 검찰 주장이다. 일제의 전범기업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 확인 소송, 전교조 법외노조 소송 등이다. 이 밖에도 검찰은 양승태 대법원장과 두 대법관에게 법관 블랙리스트작성, 판사 비위 은폐 등 47개 혐의를 적용했다. 적용한 죄목 중 다수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직권남용죄)이다. 어째서 1심 재판부는 이들 모두를 인정하지 않았을까?

재판부가 형식 논리를 내세워 사법농단에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129일 논평에서 이 판결이 사법농단 사건의 재발 방지는커녕 (중략) 범죄행위를 벌할 수 없다고 선언했다라고 주장했다. 민변은 대법원장 등이 개별적 재판에 개입할 직무권한이 없으므로 재판에 개입해도 직권남용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형식적 논리라고 비판했다. 2017년 판사직을 그만두고 사법농단 문제를 제기한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31시사IN유튜브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 “‘명백한 재판 개입이라는 표현이 판결문 곳곳에 등장한다. 그런데 (판결에 따르면) 양승태 대법원장은 몰랐다는 것이다. 재판 개입을 한 법원행정처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비서 조직이다. (중략) 서른 명 넘는 비서 판사들이 대법원장 몰래 이렇게 오랜 기간 다양한 방식으로 재판 개입을 했다는 건 상식에 반한다.”

명백한 재판 개입양승태는 몰랐다?

이번 판결의 논리를 파악하려면 핵심 죄목인 직권남용죄에 대한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형법상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다. 크게 직권의 남용(시도)’권리의 방해(결과)’가 충족돼야 이 죄목에 해당한다. 그런데 직권의 남용이란 요건이 보기보다 복잡하다. 공무원이 저지른 일이 일반적 직무권한에 속해야 이 죄목에 든다. 대법원은 어떤 행동이 해당 공무원의 권한에 속한다는 명문이 있거나, 최소한 그렇게 해석될 여지가 있어야 그 직권남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예컨대 상급 공무원이 하급자에게 심부름을 시키거나 벌을 세우는 등 갑질, 상황에 따라 강요죄나 폭행죄가 적용될 수 있으나 직권남용죄는 아니다. “형식적, 외형적으로는 직무집행으로 보이나 실질은 정당한 권한 외의 행위인 것이 직권남용이라고 대법원은 해석했다(20063339). 주요 사건의 수사 결과에 대해 보고받을 권한이 있는 군 조직 상급자가, 수사 기밀이 담긴 보고서를 요구하는 게 대표적이다.

이 요건을 통과해 직권을 남용했다고 봐도 곧장 직권남용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후 경과를 살펴야 한다. 직권남용죄는 미수범을 처벌하지 않기 때문이다. 직권남용이 그 목적에 맞는 결과를 발생시켜야 한다. 1978년 도청기 설치 사건은 유명한 판례다. 정보 담당 경찰이 한 정당의 회의 내용을 알기 위해 몰래 회의실에 들어가 도청기를 설치했다. 그런데 이 경찰은 회의 개최 전 정당 관계자들에게 발각되었고, 도청기는 뜯겼다. 회의 시간이 10분 지연됐을 뿐 도청은 실패한 것이다. 당시 대법원은 회의 진행을 도청당하지 않을 권리가 침해된 현실적 사실은 없다. (중략) (그리고) 미수의 처벌은 정한 바 없으니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이후에도 법은 개정되지 않았고 이 대목에 대한 대법원 판례도 유지되고 있다.

강제징용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관한 판단은 직권의 남용법리의 맹점이 드러나는 사례다. 이 사건은 대법원과 청와대의 재판거래 의혹 중 핵심이다. 1심 재판부는 2014년부터 2016년 사이 청와대, 외교부, 법원행정처,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강제징용 사건을 협의한 사실을 인정했다. 외교부는 2012년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승소 판결에 대한 불만과, 사건 재상고심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결론을 뒤집어달라는 요구를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전했다. 양승태 대법원장도 이를 알고 있었다. 양 대법원장은 전범기업 소송대리인 한상호 김앤장 변호사와 만나 의견을 교환했고, 2014년 이 사건 재상고심의 주심을 맡은 김용덕 당시 대법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일본은 이 사건 판결 확정 후 ICJ 제소 등 절차를 취하겠다고 하면서 승복하지 않고 있다. ICJ에 제소되면 우리 대법원 판결이 재판 대상이 되어 국제법적으로 문제가 될 것 같다.” 김용덕 대법관은 20181월 퇴임할 때까지 소송 결론을 내지 않았고 그해 7월 사건은 전원합의체로 회부됐다. 재판 지연 기간도, 전원합의체 회부도 이례적이다. ‘박근혜 게이트이후인 20181030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원고(강제징용 피해자) 승소를 확정했다.

이 사건은 대법원장이 직접 공모, 정부가 원하는 방향으로 재판을 이끈 사례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번 1심 재판부가 보기에 양승태 대법원장의 직권남용죄 혐의는 권리의 남용을 판단할 때부터 삐걱댄다. 판결문에 이렇게 썼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소부에서 심리가 진행되고 있는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의 재판에 개입·관여할 수 있는 직무권한이 인정되지 않는다. (중략) (양 대법원장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에서 말하는 일반적 직무권한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정부와 사전에 교감한 바 있고, 소부 주심이었던 대법관에게 재판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으나, ‘판결에 개입할 권한이 없기에 직권남용죄가 아니다라는 논리다. 재판부는 양승태 대법원장이 (중략)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하여 김용덕 대법관에게 재판 절차 진행 및 결론에 대한 특정한 방향을 설정해주는 등 위법·부당한 지시를 하였다고가정해도 처벌하기 어렵다고 덧붙인다.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의 직권남용부터 부정하고, 이 논리에 따라 검찰이 공모 관계라고 본 양승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의 혐의를 벗긴 대목도 있다. 판결의 득실을 분석한 법원 내부 문건 작성 건이다. 201412월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은 이른바 전교조 보고서작성을 지시했다.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 처분 효력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재항고심이 진행되던 때였다. 법원행정처는 보고서에서 청와대의 입장과 대법원 추진사업에 미칠 영향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했다. “재항고 인용 결정(청와대와 대법원) 양측에 윈윈의 결과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이 사건은 청와대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건이나 대법원 입장에서는 많은 사건 중 하나이고, “상고법원 입법 추진, 대법관 임명 제청, 헌법재판소와의 의견 대립에 있어 청와대의 적극적 협조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20181030일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씨(앞줄 가운데) 등이 대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시사IN 신선영

우선 재판부는 임종헌 실장의 보고서 작성 지시 행위가 그의 직권에 해당한다고 적었다. 강제징용 사건에서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권한이 없으니 남용도 없다는 법리와는 궤가 다르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이 지시를 직권남용으로 보지 않았다. 보고서가 사건처리 결과를 예측하고 대응방안 등을 분석하기 위한 내부 검토 과정에서 작성된 문건에 불과하다라는 데 무게를 실었다. 보고서 작성에 투입한 시간과 노력이 적었고, 임종헌 실장에게 재판 결과를 좌우할 영향력이 없었다는 이유였다. 이 보고서가 재판 개입의 증거가 아니라 정세 파악을 위한 문건이라는 게 재판부 시각이다. 통합진보당 해산에 따른 국회의원들의 행정소송에 대해 검토한 통진당 행정소송 대응 TF에 대해서도 비슷한 판단을 내렸다. 검찰은 이 팀이 통진당 해산 후의 행정소송을 청와대와의 협상 카드로 이용하려는 법원 내 조직이라고 봤다. 반면 1심 재판부는 행정소송 자체에 대한 법리적 연구 및 재판 지원이 필요한 경우를 대비한 검토가 목적이라고 봤다.

법망 보완할 지위남용죄신설 주장도

이번 판결이 사법부의 책임을 부인한 것은 아니다. 박근혜 정부를 상대로 사법부의 이익을 극대화하자고 적힌 구체적 문건들이 사실로 인정됐다. 재판 개입 시도가 있었다고 적은 대목도 있다. 대법관이 판사 비위 사실을 감추기 위해 관련 사건 판결을 미뤄달라고 요구한 일을 두고 재판부는 부적절한 재판 개입을 요청한 행위에 해당함이 명백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여기서도 문제는 직권 유무결과 발생이었다. 대법관은 재판에 개입할 권한이 없고, 내용을 전달받은 판사는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판결에 영향이 없었다라고 진술했다.

법학계에서는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가 있다고 본다. 오병두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2020직권남용죄의 성립요건에 관한 검토논문에서 미수범 처벌 규정을 두는 것과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 ‘지위남용에 대한 처벌을 명시하는 것을 대안으로 소개했다. 지위남용은 직권남용의 사각을 보완하려는 시도이다. 권한은 없으나 지위를 이용해 위법하고 부당한 지시를 하는, 현실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을 방지하는 것이다. 2022년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내용을 담은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선고 후 법원을 나서면서 당연한 귀결이다. 명백한 판결을 내려준 재판부에 경의를 표한다라고 말했다. 2019529일 자신의 첫 공판에서 그는 우리나라 직권남용 혐의의 기원인 일본에서는 공무원이 직무상 권한을 남용해 일반 국민의 권리를 해칠 때 죄가 성립한다. 공무원 조직 내부의 상하관계에서 직권남용이 적용된 사례는 없다라고 주장했다. 박병대 전 대법관은 법률신문인터뷰에서 태산명동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 태산이 흔들렸는데 쥐 한 마리만 나타났다)이라는 말이 있지만 이번에는 쥐 한 마리 안 나왔다라고 말했다. 쥐가 없는지, 쥐구멍에 숨었는지는 이어질 임종헌 전 차장 판결 등 추후 재판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21일 현재까지 검찰은 이번 사건에 대한 항소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시사인 이상원 기자

부산허브특별법’ 2월 중 제정 총력엑스포 실패부산 민심 달래나

지방시대 핵심 부산물류·금융 중심

행안 “1월 발의, 올 봄에 확실히 실현

4월 총선 전 통과여야 공동 발의

민주 부산 지역구 의원 3인 서명 참여

5년마다 종합계획원스톱규제 해결

정부가 13일 윤석열 대통령이 지방시대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물류·금융과 첨단산업에 초점을 맞춘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이하 부산특별법) 제정안을 이달 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은 특별법이 1월에 발의돼 있고 기획재정부,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과 법의 완결성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면서 올 봄에 확실히 실현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4월 총선 전에 법 제정을 마무리 짓겠다는 의미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산 세계박람회(엑스포) 유치 실패로 인한 부산 민심 달래기용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는 부산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안에 함께 서명한 만큼 법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 명실상부 2도시육성 부산 글로벌 허브도시 특별법제정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부산시청에서 지방시대를 주제로 열린 11번째 민생토론회에서 부산을 남부권 중심축이자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제2도시로 육성하기 위해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부산에 금융물류 특구와 투자진흥기구를 지정해 입주 기업에 대한 재정과 세제 지원을 강화하고 자율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해 인재를 유치하겠다면서 이를 통해 부산을 글로벌 물류·금융 첨단산업의 거점 도시로 육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신년 업무보고를 겸해 주제별로 진행되는 민생토론회는 지난 10차례 일정 모두 수도권에서 열렸지만 이번엔 비수도권에서 처음 개최됐다. 특히 이날 부산 방문은 윤 대통령의 설 연휴 이후 첫 외부 일정이자 지난해 11월 말 엑스포 유치 실패 후 2개월여 만의 재방문이었다. 정치권에서는 민생토론회 첫 비수도권 개최지가 부산으로 결정된 것에 대해 총선 민심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해석이 나왔다.

행안부는 이날 민생토론회 부처 합동자료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수도권뿐 아니라 모든 국토를 촘촘하게 활용해야 한다면서 남부권 거점도시인 부산이 수도권과 함께 대한민국 발전의 양대 축이 될 필요가 있다며 부산특별법 제정 추진 계획을 밝혔다.

특별법에는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글로벌허브도시 조성 및 경쟁력강화 위원회가 구성돼 계획 수립 등 전반을 지원한다. 5년마다 종합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세워 중장기적인 부산 발전 기반을 마련한다.

특히 국제물류·금융·디지털 첨단산업 육성 시책을 국가와 부산시가 추진하도록 근거를 마련해 특구·지구 지정, ·재정적 지원 등 부산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특례가 포함된다. 외국교육기관과 외국인학교 관련 규제 완화 등 글로벌 교육·생활·문화·관광 환경을 위한 특례와 함께 개발사업 행정규제 완화와 규제 자유화, 인센티브 지원 등도 마련된다.

행안부 관계자는 특별법만으로 각 부처의 규제 개선 사항 등 산업계의 염원이 원스톱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면서 국회에서 1월에 발의된 만큼 2월 중 부처 협의를 마무리, 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정부 총선 지나면 새 원내 구성에 시간 지체 우려2월 중 통과돼야

낙동강 전선 사수반대할 상황 못돼

정부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4월 총선 전에 통과시키지 않으면 새로운 원내 구성 등으로 시간이 크게 지체될 우려가 있어 2월 중에 국회에서 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봉업 지방시대위원회 지방시대기획단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부산특별법이 총선을 겨냥한 부산 민심 달래기용이 아니냐는 지적에 “1월초부터 순회를 하면서 의견을 수렴했고 행안부, 문화체육관광부, 국토교통부 등 핵심부처들과 함께 부산시가 요청한 현안들을 자문받아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부산의 여야 의원들이 발의안에 함께 서명한 만큼 법 통과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여당이 부산 엑스포 불발 이후 낙담한 민심을 달래고 4월 총선에서 낙동강 전선을 지켜내기 위한 법안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민주당도 반대할 상황은 아니란 의미다.

다수석인 더불어민주당의 비협조 우려에 대해 행안부 관계자는 전봉민 국민의힘 의원이 125일 대표발의를 했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여야 의원들이 함께 의견을 냈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 지방시대 민생 토론회 마무리 발언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열한 번째, 부산이 활짝 여는 지방시대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활을 쏘는 자세를 보이며 화살을 쐈으면 끝까지 10점에 맞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정부부처에 북항재개발 등 일관된 부산 개발 정책 완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4.2.13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실제로 특별법안에 서명한 19명에는 더불어민주당 박재호(사하갑전재수(·강서갑최인호(남을) 의원도 서명에 동참했다.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반대할 경우 부산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어 마냥 거부하기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른 지역의 반발과 관련, 광주 등 호남권에서도 특별법이 발의돼 있느냐는 질문에 조 단장은 지역이 요구하는 내용에 대해 적절하게 여러 형태를 통해 진행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정부 관계자는 특별법이 너무 많아지면 특별법을 제정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선을 그었다.

서울-부산 양대 축 중심돼야 대한민국 전체가 발전할 수 있어

윤 대통령은 토론회에서 지역균형발전으로 지방시대를 열어 합계출산율 1.0명을 회복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우선적인 국정목표라면서 그래서 우리 정부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핵심 국정과제로 삼아 힘을 쏟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방시대를 열어 갈 가장 중요한 한 축이 바로 이곳 부산이라며 저는 선거 때부터 서울과 부산 양대 축이 중심이 돼야 대한민국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제정을 비롯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 북항 재개발, 경부선 지하화, 산업은행 부산 이전, 부산 어린이병원 건립, 사직구장·구덕운동장 재개발 등 부산 발전 방안을 총망라해 소개했다. 토론회에서는 경제·복지·교육을 연계한 지방시대 민생패키지 정책의 부산 모델이 논의됐다.

윤 대통령은 민생토론회에 이어 전통의 부산 동래시장을 찾아 민생 행보를 이어 갔다. 윤 대통령은 시장 점포를 둘러보며 시장 상인들을 격려했고, 설 명절을 잘 보냈는지 안부를 물으며 새해 덕담을 건넸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엑스포 유치 실패 후 지난해 12월 초 열린 부산 시민 격려 간담회 때는 부산 국제시장 일원을 찾았었다.

윤석열 대통령, 동래시장 상인·시민과 인사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오후 부산 동래구 동래시장을 찾아 상인 및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4.2.13 연합뉴스 연합뉴스

중소기업, 총선 뒤 대출만기 82고금리 빚에 줄도산 위기

[고금리에 휘청이는 경제]

https://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1128231.html?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ewsstand&utm_term=t1&utm_content=20240214

 

학생 셋 중 하나는 서울대 보다 훨씬 더 좋은 대학에 간다

국립대학의 경쟁력과 역할... 세계 50위 안에 한국 대학 하나도 없어

https://www.ohmynews.com/NWS_Web/Series/series_premium_pg.aspx?CNTN_CD=A0003001355&PAGE_CD=N0006&utm_source=naver&utm_medium=newsstand&utm_campaign=naver_news&CMPT_CD=E0033

2011년 이후 THE 선정 서울대학교와 싱가포르대학교의 순위. 서울대가 싱가포르대학을 앞선 적은 단 한번도 없습니다.

오마이뉴스 이봉렬(solneum)

 

4월 총선 전망, 데이터 전문가 4명에게 물었다

22대 총선이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며 여론조사가 쏟아지고 있다. 시사IN이 선거 데이터 전문가 4명에게 관전 포인트를 물었다. 이들의 견해는 비슷하면서도 종종 엇갈렸고, 통념과도 달랐다.

 

https://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52226

시사인 전혜원 기자

“이승만은 영웅 아니다…민주주의 외친 사람들 죽인 독재자”

정치인들 건국전쟁예찬에 국가폭력 피해자들 반발

이승만은 영웅 아니다민주주의 외친 사람들 죽인 독재자

4·19 혁명 유족회돌아가신 분 앞에 죄스러워부정선거 항의 시위 생존자 사연 안다면 그런 말 못해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유족 공산주의 낙인에 가족 몰살

대한민국이 여기까지 오게 되는 데 굉장히 결정적인, 중요한 결정을 적시에, 제대로 하신 분.”(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건국전쟁>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보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웅은 이제 외롭지 않다.”(오세훈 서울시장)

지난 설 연휴 동안 여권 정치인들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정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띄우기에 나섰다. 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관람 인증샷이나 이 전 대통령의 공적을 언급한 후기 등이 올라왔다. 오세훈 시장과 나경원 전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을 영웅으로 칭했다.

이승만 정권 시기 국가폭력으로 다치거나 가족을 잃은 시민들은 수십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상흔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4·19혁명의 도화선이 된 3·15의거와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유족들은 14일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정치인들이 학살자를 미화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김영달 4·19혁명 유족회 경남지부 사무국장(75)19603·15의거 때 여섯 살 터울의 형을 잃었다. 그해 18세이던 형 김영호씨는 이승만 정권의 3·15 부정선거에 항의해 경남 마산시 남성동파출소 인근에서 시위를 벌이다 경찰이 쏜 총에 맞았다. 김씨는 마산의료원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시신에는 곤봉에 맞은 흔적과 총상으로 인한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

김 사무국장은 형을 잃은 응어리 속에 한평생을 살았다고 했다. 형의 친구들도 친구를 살리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평생 시달렸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민들에게 총격을 가했고, 시위 가담자를 고문하기도 했다. 김 사무국장은 이승만은 민주주의와 정의를 전혀 생각하지 않은 독재자인데 뉴스에서 정치인들의 말을 듣고 있으니 유족회 사무실 책상에 놓인 12명 열사의 사진을 보기가 굉장히 죄스러웠다고 했다.

1960315일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유경옥씨(81)도 부정선거에 항의해 북마산파출소를 찾았다가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왼쪽 팔꿈치에 총상을 입었다. 64년이 지났지만 유씨는 비가 오는 날이면 아직도 팔이 저릿하다고 했다.

그날 유씨는 운 좋게 집에 돌아왔지만 같은 동네에서 살던 중학생 김모군은 숨졌다. 유씨는 정치인들이 숨진 김군의 사연을 알았다면 이 전 대통령을 지금처럼 영웅이라고 부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평소에는 아무것도 해주지 않으면서 선거 때만 되면 빨랫비누든 고무신이든 나눠주고 누구를 찍으라고 말하던 자유당 정권의 모습을 기억한다고 했다.

한국전쟁민간인희생자 태안유족회 회장인 정석희씨(77)195010월의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집에 들이닥친 경찰 두 명이 새끼줄로 정씨 아버지의 양팔을 묶고 연행해갔다. 며칠 후 아버지의 주검이 마을 주민의 지게에 실려 집으로 왔다. 그 후 일주일 단위로 정씨는 삼촌과 할아버지, 할머니를 차례로 잃었다. 정씨 가족이 죽은 이유는 정씨의 할아버지가 인민위원회 위원장이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사법 절차마저 없었다. 정씨는 당시 인민위원회는 독립운동가 여운형 선생의 조직이자 마을주민 모임이었다이승만이 1948년 단독정부를 수립하고 정권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을 공산주의자로 몰면서 비극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2016년 대법원은 국가폭력 피해를 인정해 한국 정부가 정씨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비극은 정씨만의 일이 아니었다. 1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2009년 태안·서산 민간인학살 희생자가 1895명에 달한다는 진실규명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의 불법 행사를 막지 못했던 이승만 정부에까지 그 책임이 귀속된다고 했다.

독일 히틀러에게 항공산업을 발전시킨 공이 있다고 그의 사진을 내걸거나 동상을 세우나요. 오히려 반나치법으로 금지합니다. 그런데 이 나라는 왜 학살자를 추앙하고 기념관까지 만든다고 하나요.”/경향 윤기은·김송이 기자

기자 망신 다 시킨 KBS 박장범 앵커

한 때 청년들에게 선망의 직업이었던 기자가 멸칭으로 불리기 시작한 게 세월호 참사 때부터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 전에도 일부 언론과 기자들이 왜곡·조작보도와 출입처 갑질로 욕을 먹었지만, ‘기레기라는 멸칭을 얻은 것은 세월호 때의 끔찍한 오보와 패륜 보도 때문이었다.

모든 기자들이 다 그렇지는 않다. 우리 주변에는 진실을 파헤치려는 선한 열정으로 가득하며, 시민 앞에 겸손하고 권력 앞에 당당한 기자들이 여전히 많다. 압수수색·고소고발 같은 권력의 탄압에 맞서고 있는 기자들, 저널리즘의 기본원칙을 충실히 지키며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자들이 그들이다. 그래서 많은 시민들은 인내심을 발휘해 멸칭을 자제하고, 언론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이런 희망의 끈을 계속 붙잡고 있어도 될지 의문이 드는 사건이 또 벌어졌다. 공영방송 KBS의 윤석열 대통령 신년 특별대담 방송이다. 이 프로는 언론과 소통을 끊어온 대통령이 기자회견 대신 사전 기획과 사흘간의 편집을 거쳐 방영된 대담쇼라는 점에서 비웃음을 샀다. 100분 대담쇼의 대통령의 답변 역시 무성의·무책임한데다 대통령으로서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답변으로 국민들의 한숨을 자아냈다. 오죽하면 극렬 친윤 매체들조차 이 방송을 보고 일제히 아쉽다’ ‘안타깝다라는 사설을 썼겠는가.

국민들이 실망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답변 때문''은 아니다. 윤 대통령이 그동안 공식석상에서조차 무책임·비논리·몰상식의 발언을 낸 것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대통령에게 묻는다도 아니요 대통령에게 듣는다도 아닌, ‘대통령실을 가다란 제목으로 방영된 대담쇼에서 국민들은 그가 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솔직하고 논리적이며 책임있는 답변을 하리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대담쇼가 놀라웠던 것은 질문자 역할을 맡은 KBS 박장범 앵커 때문이었다.

언론인이나 눈밝은 국민들이라면 방송을 보는 내내 박장범 앵커가 왜 그 자리에서 그런 질문밖에 하지 못할까 답답했을 것이다. 그의 태도와 질문은 '기자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국민들이 알고 싶은 것을 대신 질문하는 기자가 아니라, 공손하고 편안한 말로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대통령 비서실 직원이었다. 질문으로 핵심을 날카롭게 찌르는 기자가 아니라 홍보맨의 자세였다.

몇가지 예를 들어본다. 박장범 앵커는 윤 대통령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도어스테핑 예전에 하시다가 이젠 중단하셨는데, 그 출근길에 기자들 안보시니까 어떠세요? 좀 마음이 편하세요? 아니면 섭섭하세요? 예전처럼 매일 하시는 거는 아니라도 가끔씩 기자들과 질의응답하는 기회를 그런 모습을 또 보고싶다, 이런 국민들의 의견도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도어스테핑을 중단하고 기자와 소통을 끊은 지 1년이 넘었다. 대통령 비서실장은 기자들의 난동때문에 도어스테핑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올해 신년 기자회견이 예상되기도 했으나 이것도 실행하지 않았다. 거의 모든 언론들이 대통령의 불통을 비판하고 있는데, ‘마음이 편하세요, 아니면 섭섭하세요라고 묻는 박장범 앵커의 질문은 한가하기 짝이 없다. 왜 기자들을 만나지 않는지, 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진짜 이유가 무엇인지, 기자들을 난동부리는 자라고 한 비서실장 말에 동의하는지 물었어야 했다.

KBS가 방영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 방송 화면 갈무리.

고물가와 고금리에 관한 질문도 어처구니 없었다. ‘과일값이 굉장히 비싸다라며 물가안정 대책을 물어보고 싼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서비스가 추가로 나오는가라며 고금리 대책을 묻는다. 서민들이 과일값이 비싸서 힘들어하고 싼 대출 서비스로 갈아타면 형편이 나아진단 말인가?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갈수록 어려워지는 서민경제의 해법을 마치 봉숭아학당 질문처럼 다루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저출산 문제에 관한 질문은 너무나 가벼웠고, 이에 대한 윤 대통령의 답변은 믿어지지 않을 만큼 무성의했다. 그런데도 박장범 앵커는 더 따져묻지 않았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의대정원 확대, 늘봄학교, 중대재해처벌법 문제도 반대입장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아 대통령의 일방적 국정홍보에 시간을 할애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박장범 앵커의 다른 질문들에 포함된 표현을 몇가지 보자.

윤석열 정부 초반에 한 특징으로 여소야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답답한 상황이 여러번 있었죠.”

“(윤 대통령이 무슨 영수회담이라고 하는 거는 우리 사회에서 이제 없어진 지 꽤 된다고 하자) 그런 용어도 이제 요즘은 안씁니다.”

“(윤 대통령이 9건의 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에 대해) 말씀하신 대로 입법부와 행정부가 서로 견제와 균형, 헌법상 민주주의 가치에 따라서 각각 부여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것...”

일각에서는 검사출신 대통령이 사법 리스크가 있는 이재명 대표 만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꺼려한다, 이런 분석도 있습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갈등설과 봉합설에 대해 언급한 뒤) 한동훈 위원장 잘 하고 있는 것 같습니까?”

지지율이 잘 나오면 대통령도 신이 나실 텐데, 좀 국민들이 야속하세요? 열심히 노력하는 걸 못 알아주니까.”

지난 정부에서 상당히 고초를 겪으실 때도..왜 저한테 지금 이러십니까라고 얘기하셨는데, 이 한마디가 진심이 느껴졌고, 속시원한 메시지고 무슨 말 하는지 알겠다라는 국민들이 많았거든요. 그 시원한 승부사 윤석열이, 대통령이 된 이후에는 너무 조심하시는 거 아니에요?”

“(개식용금지법에 관해 길게 이야기하며) 강아지 좋아하시고 또 김건희 여사도 댁에서 같이 강아지를 많이 키우시고, 그런 개고기 식용금지법안 같은 법안을 애기할 때는 김건희 여사 좀 조언도 듣고 그러십니까?”

대부분의 질문은 이런 식이었다. 그냥 대통령의 입장에서질문하고, 심각하고 불편한 질문은 피해가는 방식이다. 윤 대통령에게 답답한 상황이고 윤 대통령의 생각대로 영수회담이란 용어도 요즘 사용하지 않고있으며, ‘검사 출신 대통령이 사법리스크가 있는 야당 대표를 만나는 게 꺼려질 것이라고 한다.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갈등설이 대통령의 불법적인 당무개입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은 하지 않고 왜 한동훈 위원장이 잘 하고 있는 것 같은지만을 물어보는가? 대통령 지지율이 낮아 국민들이 야속한지’, 대통령 된 뒤 너무 조심하는 것 아닌지’, 김건희 여사의 조언을 듣고 있는지, 이런 것들이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문제일까? 박장범 앵커는 공중파 방송에서 마치 대통령의 심기보좌를 하듯 질문을 던졌다.

이런 의미없는, 아니 시청자 국민을 무시한 질문의 클라이맥스는 김건희 씨 명품백 수수 관련 질문이다.

이른바 파우치 외국 회사 그 조그마한 백이죠. 그 백을 어떤 방문자가 김건희 여사를 만나서 그 그 앞에 놓고 가는 영상이 공개가 됐습니다...어떻게 저렇게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더군다나 시계 몰래카메라를 착용한 전자기기를 가지고 대통령 부인에게 접근할 수 있었을까 이거는 의전과 경호의 문제가 심각한 것 아니냐라는 생각을 가장 먼저 사람들이 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죠?”

이젠 국민 모두가 다 알고, 전세계 유력 언론들이 다 소개한 명품 디올백 수수파우치, 외국회사 그 조그만 백이니 몰래카메라 접근이니 의전과 경호의 문제라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죠?”라고 되묻는다. 국민의 과반 이상이 진실을 밝히길 원하는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의 김영란법 위반 사건을 함정취재’ ‘경호문제의 프레임으로 뒤집고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을 피해자로 둔갑시켰다. 대통령실과 여당이 원하는 딱 그대로를 물었다. 그걸 공영방송의 뉴스 앵커인 박장범 기자가 해낸 것이다.

박장범 앵커는 이어진 질문에서 여당에서는 이 사안을 정치공작이라고 부르면서 김건희 여사가 정치공작의 희생자가 됐다라고 얘기하거든요. 동의하십니까라며 짐짓 다른 곳에서 정치공작설의 기원을 찾았다. 그러더니 그 이슈(2부속실 설치)가지고 부부싸움 하셨냐고 물었다. 마치 억울하게 누명이라도 쓴 연예인 부부의 하소연을 들어주려는 황색잡지 기자의 질문 같다.

이후 외보안교, 남북관계, 대미·대중·대인 관계, 북핵 문제 등의 분야에서 질문이 나오지만, 대부분이 두루뭉술하고 새로울 것 없는 관점이었다. 윤 대통령의 답변도 그런 수준의 질문에 부합해서 구체성이 거의 없거나 과거 발언을 반복하는 정도였다. 최고통치자의 허점을 찌르고 혹시 모를 높은 콧대를 꺾을 질문은 귀를 씻고 들어봐도 없었다.

박장범 앵커가 대담쇼’ 100분 동안 던진 질문의 특징을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그저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 홍보하고 싶은 말을 하도록 멍석을 깔았다. 덕분에 윤석열 대통령은 논란의 대상이 된 몇몇 정책을 편안히 설명할 기회를 얻었다. 둘째, 정작 논란이 되고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질문은 대부분 뺐다. 예컨대, 김건희 씨 주가조작, 양평고속도로 노선변경, 고발사주, 해병대원 순직사건 개입, 당무개입 등 쏟아지는 어마어마한 불법비리 의혹을 비롯해 경제와 민생을 어떻게 살릴 것인지, 집값 안정 의지는 있는지, 부자감세는 계속 할 것인지, 재정악화는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관해서는 자세히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넘어갔다. 셋째, 꼭 물어야할 질문을 하더라도 핵심과 본질을 의도적이고 교묘하게 비껴나갔다. 김건희 씨 명품 디올백 수수 스캔들 관련 질문이 그랬다. 넷째, 불편한 질문은 없었고 대통령에게 최대한 공손하고 편안한 질문만을 던졌고 표현도 그러했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에게 독재자란 표현을 쓰며 질문했던 5년전 KBS 기자와는 전혀 다르게 박장범 앵커는 그 흔한 검찰독재라는 표현을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대통령 답변에 대해 다시 꼬치꼬치 캐묻는 추가질문도 없었다.

기자가 대통령에게 기본적인 예의를 갖출 수는 있다. 그러나 기자라면 이렇게 질문하지는 않는다. 이럴 수 없다. 권력자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것이 기자의 일임을 스스로 잘 알 것이다. 1년 이상 언론과 소통하지 않아 국민들이 궁금해하고 답답해하는 대통령에게, 경제와 민생이 지표와 체감 모두 악화되고 있는 나라의 대통령에게, 본인과 부인과 장모가 여러 건의 불법비리 의혹에 휩싸여 있는 대통령에게 이렇게 한가하고 편안한 질문을 던질 수는 없다.

박장범 앵커는 1994KBS에 입사해 정치·경제·사회부 등 주요 부서를 거친 기자 출신이고 간판 뉴스인 9시뉴스의 메인 앵커를 맡고 있다. 이런 기자가 대통령 최고권력 앞에서 그의 공손한 비서관 혹은 홍보맨이 되었으니 충격적이지 않을 수 없다. 1980년 담배를 꼬나문 전두환과 대담을 나누며 머리를 조아려 굴욕의 전설로 남은 MBC 이진희 사장이 소환됐다. ‘기레기멸칭도 SNS에서 다시 돌고 있다.

KBS는 이 대담쇼가 8%가 넘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며, 설날 재방송까지 했다. 공중파를 통해 이 엉터리 국정홍보 쇼를 봐야하는 국민들에게 KBS 구성원들은 부끄럽지 않았을까? 언론노조 KBS본부는 이제 KBS가 국영방송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했다. 공영방송 기자 30년 경력의 박장범 앵커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은가? KBS시청자청원 게시판에는 그에게 앵커인가 비서인가라고 묻는 사퇴 청원 게시글로 가득하다. 새해 초부터 기자 멸칭과 기자 망신을 불러온 일등공신은 조중동 친윤언론이 아니라 공영방송 기자였다.

출처 : 세상을 바꾸는 시민언론 민들레

 

20년간 '4조 원' 삼성전자 광고비가 말하는 것

단일 광고주로는 압도적인 1... '' 앞에 '재벌개혁' 외치지 못하는 언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불법합병·회계부정 혐의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유성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불법 승계 재판 19개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 선고가 났다. 아직 1심일 뿐이고 여전히 많은 쟁점이 남아 있지만 우리는 이 사건을 다루는 언론의 객관적 균형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04년부터 2023년까지 삼성전자가 국내 언론에 집행한 광고비 현황슬로우뉴스

지난 20년 동안 삼성전자가 국내 언론에 집행한 광고비가 4조 원이 넘는다. 슬로우뉴스가 닐슨코리아 월별 광고비 현황을 집계했더니 몇 가지 패턴이 확인됐다. 삼성은 민감한 이슈가 있을 때마다 광고를 줄이면서 언론을 압박하고 이슈가 정리되면 광고를 늘리는 방식으로 언론을 길들여왔다. 언론은 자연스럽게 총수 일가와 경제 공동체가 된다.

첫째, 2005년 삼성 X파일 사건이 터진 뒤 이듬해부터 광고를 급격히 줄였다. 2007년 삼성 비자금 특검이 시작됐고 이건희 당시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기까지 3년 동안 언론에 집행한 광고비가 대폭 줄었다.

둘째, 2009년 이건희 사면 이후 살아난 광고가 다시 줄어든 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이어 이듬해 국정 농단 특검이 시작되면서부터다. 20172월 이재용 당시 부회장이 구속됐고 20182월 집행유예로 풀려나기까지 광고비는 줄어든 수준에서 비슷하게 유지됐다.

셋째, 이재용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그 이후 2020년부터 다시 살아난 광고는 2023년 불법 승계 재판 선고를 앞두고 다시 줄어들었다. 20223295억 원에 이르던 광고가 2023년에는 2081억 원으로 줄었다.

압도적 1위 광고주 삼성에 쩔쩔매는 언론

2004년부터 2023년까지 30대 광고주 광고비 집행 현황슬로우뉴스

전체 광고 시장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 그룹이 차지하는 비율은 10%가 채 안 되지만 단일 광고주로는 압도적인 1위다. 공식 집계되는 광고 외에도 협찬이나 후원 명목으로 집계되는 유사 광고도 많아 실제로 언론사 매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X파일 사건 때는 삼성이 광고를 줄이니 몇몇 일간신문은 종잇값이 없어 신문을 못 찍을 지경이라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삼성은 얼굴 없는 기부천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지면에 실리지 않고 현금만 오가는 거래도 많다는 이야기도 있다.

언론과 자본의 유착은 고스란히 기록으로 남아 있다. X파일 사건 때는 '메신저'를 공격하는 기사가 쏟아졌다. 한 신문은 김용철 변호사를 겨냥해 "7년 동안 삼성에서 일하면서 100억 원대의 보수를 받았고 퇴직한 뒤에도 3년이나 월 220만 원씩 챙긴 사람이 하필 지금 '배신의 결론'을 내렸는지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간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충재 전 한국일보 편집국장은 주요 언론사 편집국장을 인터뷰한 논문에서 "삼성은 조그만 기사라도 자신들이 불리하다고 생각하면 전화를 해 손질을 부탁했고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 노골적으로 섭섭함을 토로하고 신문사에 대한 광고와 협찬 등의 지원액을 들먹이며 불만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앞둔 무렵, 장충기 당시 삼성전자 사장 등이 언론에 요청한 기사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 합병을 반대했던 엘리엇매니지먼트를 투기자본과 기업 사냥꾼으로 규정하고 삼성과 엘리엇의 선악 대결 또는 경영권 분쟁인 것처럼 프레임을 잡았다. 둘째, 합병이 무산될 경우 국가 경제에 엄청난 타격을 미칠 거라면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셋째, 합병이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전망을 받아쓰게 했다. 한 신문사 사장에게 편집국장을 해고하지 않으면 광고와 협찬을 줄이거나 끊겠다고 협박한 사실도 있었다.

이재용 무죄 판결 다음 날 동아일보는 <반도체 전쟁속 재판만 1078년간 사법리스크에 경영 발목>(27일 곽도영·변종국 기자)에서 "삼성그룹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이재용 전체 무죄, 국가 경제만 피해 끼친 반기업 '적폐 몰이'>(26)에서 "국가를 대표하는 간판 기업을 이렇게 괴롭히고 발목 잡는 나라는 없을 것"이라며 "우리 사회 일각의 반기업 풍조와 일부 검사들의 비뚤어진 공명심과 수사 방식에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사회에서 이재용 후계 구도 이슈는 '방 안의 코끼리'처럼 너무 크고 복잡해서 모두가 외면하는 사건이 됐다. 아직 항소심이 남아 있지만, 올해부터 삼성이 다시 광고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

'재벌개혁'에 집단 침묵으로 일관한 언론

1990년부터 2023년까지 '재벌 개혁' 키워드 관련 기사 출고 현황슬로우뉴스

슬로우뉴스가 한국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에서 '재벌 개혁'을 키워드로 주요 언론사 기사를 집계한 결과 20171190건에서 이듬해 526건으로, 2022년과 2023년에는 59건과 27건까지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재벌 개혁이 한국 사회 주요 의제에서 사라진 지 오래고 삼성의 아킬레스건으로 불리는 금산 분리와 보험업법 개정안은 제대로 논의조차 시작하지 않은 상태다.

이재용 회장의 무죄 판결이 말하는 것은 아직 공정한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제대로 된 비판이나 토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언론의 집단 침묵 이면에 진실이 있다. 재판 결과와 별개로 이 사건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된다./이정환(ccdm1984)/ 오마이뉴스

 

혐오로 결집한 지지율변함없는 총선 판세

윤 대통령 지지율 33%···국힘 37%, 민주당 31%[한국갤럽]

한국, 세계 민주주의 지수 2216· 29· 165

독일 뮌헨에서 시민들이 민주주의,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증오 연설에 반대하는 빛의 바다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가 전년보다 소폭 상승해 전 세계 167개국 중 22위를 기록했다.

15(현지시간)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부설 경제분석기관인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이 발표한 민주주의 지수 2023’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 순위는 전년보다 두 계단 상승한 22위를 차지했다.

한국의 민주주의 지수 평가 총점은 10점 만점에 8.09점으로, 지난해 8.03점보다 0.05점 더 올랐다. 이로써 한국은 4년 연속 완전한 민주주의범주에 들게 됐다.

EIU2006년부터 167개 국가를 대상으로 5개 영역을 평가해 민주주의 발전 수준 점수를 산출해왔다. 이를 토대로 8점이 넘는 국가는 완전한 민주주의’, 6점 초과8점 이하는 결함 있는 민주주의’, 4점 초과6점 이하는 민주·권위주의 혼합형 체제’, 4점 미만은 권위주의 체제4단계로 구분한다.

한국은 선거 과정과 다원주의 항목에서 9.58, 정부 기능 8.57, 정치 참여 7.22, 정치 문화 6.25, 시민 자유 8.82점을 얻었다.

1위는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노르웨이(9.81)가 차지하면서 노르웨이는 2008년 이후 16년 연속 1위를 기록하게 됐다. 이어 뉴질랜드(9.61), 아이슬란드(9.45), 스웨덴(9.39), 핀란드(9.30), 덴마크(9.28), 아일랜드(9.19), 스위스(9.14), 네덜란드(9.00) 등 순이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대만(8.92)10위로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일본(8.40)은 전년과 같은 16위로, 한국보다 8계단 앞섰다. 중국은 2.12점으로 우즈베키스탄과 공동 148위를 기록했다.

미국은 7.85점을 기록해 29위로 전년보다 한 계단 올랐지만, 8년 연속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다. 미국은 20062015년 완전한 민주주의에 포함됐다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말기인 2016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4년 임기 내내 결함 있는 민주주의로 분류됐고,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에도 평가가 하락세다.

북한(1.08)은 끝에서 3번째인 165위로 이전과 같은 순위를 유지했다. 북한보다 낮은 점수를 받은 국가는 2021년 쿠데타 이후 군사정권의 폭정이 계속되는 미얀마(0.85), 이슬람 무장정파 탈레반이 집권 중인 아프가니스탄(0.26) 2개국뿐이었다.

가해자는 일상 영위하는데 공익제보자들은 '피 말리는 36개월'

사법부 '역주행' 재판에 비리사학재단만 웃는다

"작년 8월에 택배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처음 갔어요. 일할 데가 없어서 더 우울한 거예요. 제가 몸으로 하는 일을 해보지 않았잖아요. 이제 젊지도 않고."-박선유 씨

무더운 여름, 물류센터 안은 박선유(46) 씨처럼 일용직 아르바이트를 하러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푹푹 찌는 더위에 몸도 마음도 어지러웠다. 박 씨는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촌초등학교(학교법인 일광학원) 행정실에서 일하던 교직원이다. 그는 20년 동안 치열하게 일했던 행정실 풍경을 떠올렸다.

우촌초에 처음 출근했을 때 박 씨의 나이는 스물셋. 학교 업무는 물론, 당시 학교법인 이사장이었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74)의 집안일에도 불려가 밤낮없이 일했다. 이 회장이 서울 성북동 저택으로 이사하던 날에는 이삿짐을 날랐다. 정원에서 집들이 파티를 하던 날에는 음식을 나르고 설거지를 했다.

박 씨는 우촌초에서 일하는 동안 아들 둘을 낳았다. 새벽 두세 시까지 이어지는 야근 때문에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도 못했다. 차가운 행정실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유치원생 아이들을 재운 밤이 열 손가락으로는 셀 수 없을 정도다.

우촌초에 처음 출근했던 때, 박선유 씨의 나이는 스물셋이었다. 지난달 19일 서울 성북구에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을 만났다. 셜록

지금 박 씨는 가끔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아이들을 돌본다. 그는 2019년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폭로한 이후 학교에서 쫓겨났다. 박 씨의 큰아들은 이제 중학생이 됐다.

"큰애는 이규태 회장 얼굴을 아니까, 뉴스 보고 '엄마랑 이모(공익제보자 유현주)는 지금 저 할아버지 때문에 힘든 거지?'라고 물어보고 그랬어요. 애들이 저한테 '엄마 일 언제부터 할 거야?'라고 물으면, 저는 '아직 학교 일이 해결 안 됐어'라고 답하고 말죠." -박선유 씨

박 씨가 학교로 돌아가는 길은 간단하다. 학교 법인이 복직을 결정하면 된다. 하지만 학교 법인은 약 4년째 박선유 씨 등 공익제보자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현실적인 길은 학교 법인과 서울시교육청의 소송전에서 교육청이 승소하는 것. 하지만 소송은 36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현재 2심에만 22개월째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은 약 4년째 공익제보자들의 복직을 거부하고 있다. 사진은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연합뉴스

20195월 우촌초의 교장 최은석, 교감 이양기, 교직원 유현주박선유 등 공익제보자 6명은 학교의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를 제보했다. 당시 이규태 회장은 학교 운영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자격이 없는 '' 이사장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약 3억 원 정도로 알려져 있는 스마트스쿨 사업 예산을 약 24억 원으로 부풀리라고 지시했다.

함께 범행을 모의한 업체가 입찰에 선정되게 만들고, 용역대금을 되돌려받는 수법으로 교비 횡령을 계획한 것. 학교 법인 이사장을 포함한 이사회는 이 회장의 가족과 측근들로 구성돼왔다. 공익제보를 접수한 서울시교육청은 즉시 감사에 나섰다. 그 결과 스마트스쿨 사업 계약은 취소됐다. 하지만 학교 법인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공익제보자 6명은 전부 해임 또는 면직 처분을 받고 학교에서 쫓겨났다.

이듬해인 20208,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일광학원 임원 모두의 취임승인을 취소했다. 200611월부터 20201월까지 무려 13년 이상 이사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사회 회의가 실제로 열리지 않았음에도 회의록을 허위 작성했고, 이사가 아닌 사람이 회의록에 대리서명 하는 식으로 방만하게 운영돼왔다.

이 회장과 당시 교직원 유현주 씨의 대화를 통해서도 이사회 운영이 엉망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규태 : "내가 이사회를 우리 학교에서는 안 했잖아? 알다시피 한 번도 안 했지마는."

유현주 : "이사회 그분들 회의도 그 전에 ○○○ 실장 때부터 계속 안 하고 (회의록을) 이렇게 막 만들고 그랬었잖아요?"

이규태 : ", 그래그래."

-201812월 이규태와 유현주의 대화 녹취 일부, 서울행정법원 1심 판결문 인용

애초에 임원을 선임할 때도 같은 문제가 있었다.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부실 이사회. 서울시교육청은 이사회 임원의 선임도, 그들이 내린 결정도 전부 무효라고 결론 내렸다.

공익제보자들은 기뻐했다. 그들의 용기가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이사회 임원 자격이 취소되면, 서울시교육청은 사학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학교 법인에 임시이사를 파견하고, 그들은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 2~4년간 이사회를 운영한다.

학교법인 일광학원은 무려 13년 이상 이사회를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 셜록

하지만 학교 법인은 그대로 물러나지 않았다. 20209월 이들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공익제보 하고 일광학원 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까지 1년여 시간이 지났어요. 임원 승인 취소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어요. 일광학원이 행정소송으로 맞서면서 문제가 심각해진 거죠. 소송이 이렇게 오래 걸릴 거라고 전혀 생각 못했어요."-이양기 교사

12개월이 지났다. 202111월 행정소송 1심 판결은 서울시교육청의 승리였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한 달 뒤 학교 법인 측의 항소로 2심에 돌입했다. 1년이 지났다. 2022122심 양측의 변론도 모두 마무리됐고, 이제 판결만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학교 법인 측은 중요한 증거물을 발견했다며 변론기일을 다시 열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결국 한 차례 변론이 더 열렸다. 그리고 판결은 3개월 뒤, 20233월에 내리는 것으로 연기됐다.

다시 2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이번엔 법원에서 변수가 터졌다. 판결을 코앞에 두고, 20232월 재판부가 사건 '재배당 요청'을 한 것이다. 사유는 "변호사와 재판부의 연고가 있는 경우".

당시 2심 재판부 판사 한 명이 명예퇴직 의사를 밝혔다. 문제는 그 판사가 '공교롭게도' 학교 법인 측을 대리하고 있던 대형 A로펌의 변호사로 이직한다는 것. 재판부는 공정성 문제가 불거질 우려가 있다고 판단해 판결을 내리지 않고 새로운 재판부에 판결을 맡기기로 했다. 1년 넘게 진행해온 재판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또 다시 7개월이 지났다. 20239월 새로운 재판부가 2심 재판을 다시 시작했다. 그 사이 학교 법인 측은 판사 출신 전관 변호사를 추가로 선임했다. 이미 변론은 끝난 상태였지만, 학교 법인 측은 새로운 카드를 꺼냈다. 이사 13명 개개인의 '이사직 취소 사유'를 한 사람씩 따로따로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십수 년 동안 이사회를 열지도 않고 후임 이사를 뽑아왔는데, 그럼 (이사 취임 자체가) 아예 무효인 거죠. 그런데 원고(학교 법인 측)가 각각 개별 사례로 보자고 최근에 변론을 다시 시작한 겁니다. 이사 13명 사건을 개별적으로 다툰다면 소송이 몇 년은 더 갈 수 있어요." -손영실 변호사, 서울시교육청 소송대리인

그리고 5개월이 더 지나 현재까지 왔다. 그 사이 두 번의 변론기일이 열렸다. 2심 판결 날짜는 아직 잡히지 않았다. 2심만 22개월째. 1심부터 따지면 재판은 36개월째 진행 중이다.

일광학원과 서울시교육청의 행정소송은 36개월째 진행되고 있다. 셜록

행정소송이 지연되면서 학교 법인의 이사들은 대부분 이사직을 유지하거나 임기를 무사히 마쳤고, 더러는 개방이사에서 이사로 선임됐다. 학교에는 여전히 이규태 회장의 측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행정소송이 너무 지지부진해요. 스트레스도 상당하고, 이 회장 측근들을 학교에서 마주칠 때마다 너무 화가 나요. 저들이 왜 아직도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나. 정말 학교에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은 (복직을 거부당해서) 근무를 못 하는 상황이고." -이양기 교사

학교에서 쫓겨난 교직원 중 일부는 해고무효소송을 통해 일부 복직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복직을 끝까지 거부한 4명은 여전히 학교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2210월 이양기 교사는 28개월간의 법정 투쟁 끝에 복직에 성공했다. 학교는 과학전담교사인 그에게 교무실 책상 하나 내어주지 않았다. 이 교사는 그보다 이 회장의 측근들을 학교에서 마주치는 순간이 더 고통스러웠다. 복직을 거부당한 공익제보자들은 당장 생계를 걱정하고 있는데, 이들은 버젓이 학교에 출근한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관련기사 : '회장' 비리 고발 교사, 복직한 학교에 책상이 없어졌다)

"이 싸움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상대가 죽거나 내가 죽어야 끝나는 거예요. 서울시교육청이 행정소송에서 승소하지 않는 한 공익제보자들이 학교로 돌아갈 길이 없어요. 지금은 그래요. 만약 (서울시교육청이) 지면 영원히 못 돌아오는 거예요. 1심도 이겼고, 일단 끝까지 가보자고 (공익제보자들) 다들 얘기하는데, 만만치 않죠."-이양기 교사

행정소송이 지연되면서 학교에는 여전히 이규태 회장의 측근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우촌초. 셜록

행정소송 결과는 공익제보자의 복직뿐만 아니라, 학교의 정상화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는 교육기관이다. 이사회는 더 좋은 교육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학교의 돈은 아이들에게 더 좋은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서 쓰여야 한다.

하지만 그동안 일광학원 이사회는 이규태 회장의 가족이나 측근으로 채워졌다.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이사회를 제대로 열지 않고 회의록을 허위로 작성해 학교의 대소사를 결정했다.

'무기중개상'이 본업인 이 회장은 다른 사건으로 이미 구속 수감된 상태에서, 2018년 우촌초 스마트스쿨 사업을 '옥중지시' 했다. 교비 24억 원을 집행하는 대규모 사업. 하지만 그 돈은 이 회장 개인의 주머니로 들어갈 뻔했다.

우촌초는 대한민국에서 학비가 가장 비싼 사립초등학교다. 2022년 기준 학부모 부담금은 연간 1468만 원에 달한다.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가 밝혀지자, 우촌초 학부모 70% 이상이 20192학기 등록금 납부를 거부했다. 이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비리척결 궐기대회를 열고, 공익제보자들을 향한 보복성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고 외쳤다. 학교 법인이 제기한 소송을 기각해달라고 법원에 탄원서도 제출했다.

"일광학원의 비정상적인 운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임원 취임승인 취소' 처분이 중단 없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하고 임시이사가 조속히 파견되어 학교 운영이 정상화되어야만 학교가 바로 설 수 있습니다."-우촌초 학부모 탄원서, 2020. 8.

2023.1.19. 서울시 성북구에서 우촌초 공익제보자들과 만나 인터뷰했다. 왼쪽부터 유현주, 박선유, 이양기, 최은석 셜록

우촌초 구성원과 공익제보자들은 36개월째 행정소송 판결을 애타게 기다리는 중이다. 재판이 지연될수록 학교 정상화라는 희망도 미뤄지고 있다.

"나중에 학교를 그만두더라도 (일단은 학교로) 돌아갈 거예요. (현 이사회가 물러나고) 이사회가 바뀌면 어떻게 학교를 운영하는지 지켜봐야죠. 저는 끝까지 우촌초에서 제대로 마무리할 거예요. 이양기 선생님도, 행정실 선생님들(유현주박선유)도 마찬가지예요." -공익제보자 최은석 씨

한편, 이규태 회장과 스마트스쿨 비리에 연루된 학교 관계자 등 12명은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 202112월 이들은 업무상횡령, 입찰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하지만 이 재판 역시 2년째 1심 판결조차 나오지 않았다. (관련기사 : 책상 뺏긴 그 교사에게 학교는 또 '경고장'을 내밀었다)

기사가 작성된 13, 우촌초 공익제보자들이 스마트스쿨 비리를 폭로한 지 1743일째 되는 날이다. /조아영 진실탐사그룹 셜록 기자 | 프레시안

서민 씨, 당신의 양심은 어디 갔나요?

서민과 조선일보 그리고 윤미향

지난해 연말에 조선일보에는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가 쓴 윤미향씨, 당신의 조국은 어디입니까?”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조선일보의 주말 특별판에 매주 실리는 [서민의 문파타파]라는 코너에 실린 이 글에서 서민 교수는 중국 공안이 북한 탈북민들을 체포해서 강제 북송하는 것을 규탄하면서, 국회에서 통과된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 결의안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조선일보 2023129일자 서민 교수의 기고. [갈무리 사진 통일뉴스]

그러면서 거의 만장일치로 통과된 이 법안에 찬성하지 않고 기권한 7명의 의원 중에서 특히 윤미향 의원을 꼬집어서 인신공격을 하고서는 그렇게 북한이 좋으면 여기서 이러지 말고 북으로 가세요라며 색깔론으로 마무리짓고 있다. 윤미향 의원이 친북이기 때문에 탈북민을 적대해서 결의안에 기권했다는 논리인데, 그 근거는 대부분 어처구니가 없고 억지스럽다.

첫째, 2016년에 중국의 류경식당에서 일하던 허강일 지배인과 여성종업원들 12명이 탈북하여 남한으로 왔을 때 윤미향 의원이 그들을 만나서 북한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한 것을 허강일 지배인이 증언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여성종업원들은 국정원의 기획으로 의사와 무관하게 남한으로 입국했다는 것이 나중에 밝혀졌다. 허강일 지배인은 나는 국가정보원의 협력자였고 정보도 가져다줬다고 자백했다. 결국 국정원 프락치구실을 한 사람의 허위 주장만을 근거로 윤 의원을 공격한 것이다.

둘째, “윤미향은 사드 배치를 반대하고 한미 연합 훈련 반대를 외쳤으며, 주한 미군 철수로 이어질 종전 선언에 찬성해 왔으니 친북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이것은 전쟁에 반대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사람은 누구든 함께하는 주장과 요구들이다. 나처럼 북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도 저 요구들을 다 지지해 왔다. 이런 식이면 북한이 천동설이 옳다고 주장하면 천동설을 지지하는 사람은 모두 종북이라는 궤변이 될 뿐이다.

셋째, 서민 교수는 윤미향 남편인 김삼석과 시누이 김은주는 한통련이라는 반국가 단체와 접촉하고 자금을 받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남매 간첩단 사건을 들먹인다. 이것은 1993년에 당시 윤미향 활동가의 남편인 김삼석 씨가 여동생인 김은주 씨와 함께 체포돼 안기부(국정원의 전신)에 끌려간 사건이었다. 당시 김삼석 씨와 김은주 씨는 불법으로 감금된 상태에서 잠 안 재우기와 성고문 등을 당하며 남매 간첩단으로 만들어졌다.

고통과 절망 끝에 김삼석 씨는 혀를 깨물고, 머리를 벽에 부딪쳐 자살을 시도했다. 김삼석 씨는 감옥에서 4년을 채우고야 나올 수 있었지만, 나중에 이 사건은 프락치(백흥용)가 독일에서 양심선언을 하면서 안기부가 만들어낸 조작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하지만, 이때 만들어진 간첩간첩의 아내라는 낙인은 윤미향 의원을 평생 괴롭혀 왔고, 이번에 서민 교수가 또다시 사골 국물처럼 우려먹고 있다.

넷째. 서민 교수는 윤미향은 간첩을 보좌관으로 뽑았다. 보좌관 B는 베트남에서 북한 인사를 접촉하고 북한에 난수표(암호문)를 보고하는 등 간첩 활동을 하다 적발됐는데, 그가 친북 언론인 통일뉴스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윤미향과 김복동의 희망을 비롯해 여러 시민 단체에서 같이 활동한 적도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통일뉴스>에 따르면 윤미향 의원의 보좌관 B’는 간첩 혐의로 한 번도 수사나 조사도 받은 적조차 없단다. 아마도 검찰이나 국정원이 흘렸을 정보를 동아일보가 보도하면서 시작된 근거없는 소문일 뿐이라는 말이다. 이 나라에서 진행되는 마녀사냥의 일반적 패턴인데, 이것을 기막히고 황당하게 생각하던 보좌관 B’는 얼마전 법적 조치를 시작했다고 한다.

다섯째, 서민 교수는 윤미향은 지난 91일 조총련에서 주최한 관동 대지진 100주년 행사에 참석했다는 것을 친북의 근거로 제시한다. 하지만 그 행사는 조총련이 주최한 것이 아니고 일본평화포럼, 도쿄조선인강제연행진상조사단 등 일본의 수많은 시민사회단체와 재일동포 단체들로 구성된 간토대진재조선인희생자추도실행위원회가 주최한 한일 연대 행사였다.

물론 조총련도 이 행사에 참가단체 중에 하나였지만, 여기서 비판해야 할 것은 학살 100주기 추모 행사에 윤미향 의원말고는 한국 정부나 한국의 주요 정당과 의원들이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있다. 윤미향 의원마저 참가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조선인 희생자와 후손들에 대한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됐을 것이다.

결국, ‘윤미향 의원이 친북이기 때문에 탈북민을 적대해서 결의안에 기권했다는 서민 교수의 주장은 근거없는 마냐사냥일뿐이다. 윤미향 의원이 이 결의안에 기권한 이유는 충분히 짐작 가능하다. 그동안 이 나라의 정부나 국회에서 북한 인권’, ‘탈북민등의 이슈는 대부분 냉전적 대결과 적대를 부추기는 핑계로 이용돼 왔다.

미국과 한국 정부는 북한은 불량국가이기 때문에 대화와 화해는 필요없다는 이유를 대면서 경제 제재를 가하고 군사훈련을 하면서 전쟁 위기를 고조시켜 왔다. 이것은 남북한 모두에서 냉전적 적대 속에 내부적 독재나 억압 강화를 가져와서 결과적으로 인도주의적 지원과 교류도 가로막고 탈북민 등에게도 더욱 엄혹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했을 뿐이다. 탈북민들을 간첩으로 조작해서 괴롭히는 일도 이런 상황에서 벌어졌다.

불량국가를 규탄하고 인도주의와 인권을 추구한다는 미국과 서방 정부들이 얼마나 위선적이고 그 정반대의 재앙을 불러왔는지는 최근 서방 정부들이 하마스를 규탄한다면서 이스라엘의 대량학살과 인종청소를 돕고 있는 상황만 봐도 분명해진다. 따라서 나처럼 북한 체제를 지지하지 않고 탈북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조차 그런 결의안을 찬성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이 나라에서는 이런 결의안을 찬성하지 않으면 곧바로 친북이라는 낙인이 찍혀서 기득권 세력과 족벌언론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기 때문에 여야를 떠나서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이 찬성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지난 4년간 온갖 낙인찍기와 마녀사냥 속에서도 꿋꿋이 소신을 지키며 한반도 평화를 최우선으로 여기던 윤미향 의원은 그것에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서민 교수와 조선일보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또 꼬투리를 잡아 윤미향 의원을 공격했다. 북한 인권과 탈북민 처지에 너무 관심이 많아서? 아니다. 지난 4년간 둘째가라면 서러울 끈질기고 잔인한 윤미향 마녀사냥꾼이 바로 서민 교수이고 조선일보이기 때문이다. 한때 양심적 진보 지식인이라던 서민 교수는 어느 순간 극우 나팔수로 변신해 "윤미향은 인류가 낳은 가장 잔인한 악마"라면서 "윤미향 잡으러 갑시다"라고 선동하기까지 했었다.

지난해 연말 조선일보에 실린 서민 교수의 이 글이 시작이었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윤미향 의원에 대한 조선일보와 기득권 우파들의 스토킹과 같은 공격과 괴롭힘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운동권 특권세력 청산을 구호로 삼으면서 이런 방향은 더욱 분명해졌다.

서민 교수나 조선일보에게는 진실이 무엇인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윤미향 의원에게 다시 한번 흙탕물을 뒤집어씌우며 저 마녀에게 돌을 던져라며 선동하는 것에 목적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최근 윤석열-한동훈 충돌이 보여준 족벌언론-정치검찰-우파 정치세력 사이에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서도 더 그럴 것이다.

공동의 적을 향한 공격 속에서 우파 재결집을 이루려는 것 같다. 얼마 전에 일어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살인미수 정치테러 사건은 이처럼 누군가를 끝없이 마녀사냥하고 악마화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는지 보여줬다. 윤미향 의원에게도 어떤 위험이 닥칠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분노와 함께 걱정의 마음으로 서민 교수와 조선일보가 친북 언론이라고 낙인찍은 <통일뉴스>에 뒤늦게나마 이 글을 기고하는 이유다. 서민 교수와 조선일보에게 묻고 싶다. 윤미향 의원과 <통일뉴스>친북이라고? 윤미향 의원에게 북한으로 가라? 그렇다면 조선일보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대표적 친일언론아니었나? 강자에게 빌붙어서 낙인찍고 마녀사냥하면서 돈과 권력을 누리는게 그렇게 좋은가?

통일뉴스/ 전지윤 / 사회운동가, <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시민언론 민들레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