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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9.19~23 집값 떨어지면 안돼"? 정부, 부동산 규제 전면 해제

by 이성근 2022. 9. 20.

분양가상한제 있으면 뭐하나... '가산비' 장난에 서울 최대 9억 차이

한국언론은 대중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월급 넘어선 사채 이자가족 생계 위한 빚, 생계를 목졸랐다

돈 벌려고 취업하는데"스펙 쌓다 '수천만원' 깨졌다“-넘치는 일자리, 소외된 20

스펙전쟁'에 살아남으려 수천만원돈 없이는 직장생활 시작도 어려워

존버'는 승리한다?中企 빈 일자리 23만개여도 "대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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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떨어지면 안돼"? 정부, 부동산 규제 전면 해제

론스타는 어떻게 떼돈을 벌었나

비밀에 싸인 론스타 판정문을 공개하라

-미 정상회담 불발윤 대통령, 바이든 찾아가 ‘48초 만남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 비판 보도 왜 없나

 

 

 

분양가상한제 있으면 뭐하나... '가산비' 장난에 서울 최대 9억 차이

[유명무실 분양가상한제] 비슷한 시기 분양 건축비 2배 차이... "무분별한 가산비 개선해야

고정미

 

지난 20206월부터 민간(서울 대부분과 경기 일부 지역)에 분양가상한제가 재시행됐지만, 적용 대상 서울 민간 아파트들의 분양가 차이는 99(30평형) 기준 최대 91200만원(이하 계산 가격은 모두 추정치)까지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아파트들의 3.3(1) 당 평균 건축비는 기본형건축비(20213월 기준 653만원)2배에 달했다. 건축비에 무분별하게 더해진 '52시간제 실시에 따른 공사비' 등 가산비가 그 원인으로 지목됐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20206월부터 올해 6월까지 서울에서 분양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100세대 이상 민간 아파트 6곳의 분양가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 아파트는 모두 51개다. 이 가운데 11개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됐다. 11개 아파트 중 100세대 이상인 아파트는 6곳이다.

 

6개 아파트 중 3.3당 분양가는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5644만 원으로 가장 높았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2604만 원을 기록한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이었다. 99기준 두 아파트의 분양가는 91200만원까지 차이가 났다.

 

분양가는 크게 택지비와 건축비로 구성돼 있는데, 3.3당 택지비가 가장 높은 아파트는 4581만 원을 기록한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였다. 중구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의 택지비는 1109만 원으로 가장 낮았다. 99기준 최고 택지비와 최저 택지비 차이는 무려 104160만 원이었다.

 

비슷한 시기 분양 아파트... 평당 건축비 1893vs. 932만 원

입지에 따라 택지비에 차이가 큰 것은 어쩔 수 없는 요소지만, 건축비 차이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물론 건설사 입장에서는 자재에 따른 차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3.3당 건축비가 가장 비싼 곳은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1'(1893만 원)이었고, 가장 낮은 곳은 932만 원을 기록한 성북구 '해링턴 플레이스'였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두 아파트의 평당 건축비 차이가 2배 이상이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두 아파트의 99당 건축비 차이는 무려 28830만 원에 달했다.

 

입지나 용도 등에 따라 크게 차이 나는 택지비와 달리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아파트의 건축비가 이렇게까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문제의 핵심은 '가산비'에 있었다.

 

중구 '힐스테이트 세운센트럴1' 아파트의 총건축비는 544억 원이다. 이 가운데 기본형 건축비는 324억 원, 건축 가산비는 220억 원에 이른다. 건축 가산비에는 '근로시간 단축(52시간)에 따른 공사비(305942만 원)', '홈네트워크 공사(246340만원)', '환경영향평가 이행(103800만 원)' 등이 포함됐다.

 

반면 6개 아파트 중 단위당 건축비가 가장 저렴한 성북구 '해링턴 플레이스'의 경우에는 건축 가산비에 '근로시간 단축(52시간)에 따른 공사비''환경영향평가 이행' 등 항목이 존재하지 않았다.

각 아파트에서 공개한 가산비 항목도 제각각이었다. 주택법에 따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민간아파트는 분양가를 택지비, 직접공사비, 간접공사비, 설계비, 감리비, 부대비용, 그 밖의 비용 등 7개 항목으로 구분 공개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가산비 허용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로 상한선 부여해야"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은 분양가 관련 7개 항목 중 택지비 외 6개 항목을 비공개했고, 중구 '세운 푸르지오 헤리시티'와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성북구 '해링턴 플레이스' 3개 아파트는 분양가심사위원회의 심사 내용과 분양가 산출 근거를 공개하지 않았다.

 

동일한 공고문에 택지비를 서로 다르게 기재한 경우도 있었다. 영등포구 '센트레빌 아스테리움'은 입주자 모집 공고문 중 '세대별 분양가'의 경우 3.3당 대지비를 410만원으로 명시했는데, '분양가상한제 적용 주택의 가산비 공시'에는 1385만원으로 공개했다. '엉터리 불성실 공시'로 의심된다는 것이 경실련 측 설명이다.

 

이처럼 비슷한 시기에 분양된 분양가상한제 적용 민간 아파트의 건축비가 제각각인 데 대해 김성달 경실련 정책국장은 "1999년 분양가 규제 폐지 전까지는 아파트 분양가를 엄격히 제한했고, 법정 건축비와 실제 분양 건축비의 차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 재도입 이후 무분별한 가산비가 허용돼 분양가상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가산비를 허용하더라도 일정 금액 이하로 상한선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마이뉴스 : 조선혜(tjsgp7847

 

 

한국언론은 대중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

영국 프리랜서 기자 라파엘 라시드

한국 언론 받아쓰기에 왜 진실 궁금해하지 않나

윤 대통령의 엘리자베스 2세 추모글 문제 지적도

 

11년째 한국에 살고 있는 영국 출신의 라파엘 라시드는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 언론에 날카로운 지적을 하고 있다. 2020년 엘르코리아에 기고한 한국언론을 믿을 수 없는 다섯 가지 이유칼럼, 지난 7월 발간한 우리가 보지 못한 대한민국책은 한국 사회에 대한 그의 관점을 보여준다. 그가 10여년간 바라본 한국 언론의 고질적 문제는 무엇일까.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라시드 기자를 만났다.

한국에 11년째 거주 중인 라파엘 라시드 기자. 사진=본인 제공

 

라시드 기자는 2011년 한국에 들어와 2014년 미디어 스타트업 코리아 익스포제(Korea Expose)’를 창간했다. 지금은 뉴욕타임스, 더 가디언, 닛케이 아시아 등 유수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는 저널리스트다. 20203월에는 그가 뉴욕타임스에 신천지가 한국에서 정치적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주장을 담아 기고한 글이 큰 파장을 불러 모았다.

 

아직도 그 기사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나는 신천지와 아무 관련이 없고 기사의 주장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반적 내용이지만 모두 나를 극단적 사람으로 몰았다. 심지어 대부분은 기사를 읽지도 않은 사람들의 비난이었다. 당시 언론은 신천지를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데에만 집중해 누구나 할 수 있는 지적을 놓치고 있었다. 그것이 이해가 안 됐을 뿐이다.”

 

똑똑한 국민들을 조종하려 하는 한국언론

 

라시드 기자는 한국 언론이 대중을 너무 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높고 사회 문제에도 관심이 많은 편인데, 언론이 위에서 조종(manipulate)’하려 한다는 것이다. 최근 부산엑스포 유치로 인한 경제적 효과에 대한 기사는 대중이 의심 없이 받아들이리라 생각하는사례다. 부산시가 61조원의 엑스포 경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발표하자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받아 썼다.

 

부산엑스포가 창출할 수 있는 부가가치로 모든 언론이 ‘60조 원을 얘기한다. 하지만 이것은 누가 봐도 이상한 수치다. 일본 오사카 엑스포의 기대 효과가 ‘20조 원인데 부산이 60조라는 것은 이상하지 않나. 하지만 이것을 따지는 언론은 없다. 비용을 점검하는 것이 아닌 엑스포 유치는 당연히 좋은거지라는 식의 기사만 양산되는 것이다.”

라시드 기자가 쓴 "한국이 엑스포를 과잉홍보하고 있다"는 기사. 닛케이아시아 갈무리

 

익명을 자주 쓰거나, 온라인커뮤니티 이슈를 그대로 옮기는 언론의 관행도 대중을 무시하는 태도다. 국내 언론은 익명의 소식통’, ‘고위관계자에 따르면등 신원을 밝히지 않은 취재원을 자주 등장시킨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따르면으로 시작하면서 출처를 밝히지 않는 기사도 흔해졌다.

 

라시드 기자는 해외 유력 매체는 정말 취재원이 죽을 수도 있다는 정도가 아니면 익명을 거의 쓰지 않는다. 신뢰도와 직결되기 때문이라며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슈도 일부 타블로이드가 아니면 기사화하지 않지만, 한국은 큰 매체까지 전부 기사화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유력 매체들은 삭제 및 수정 내역을 대부분 공개한다. 그리고 수정하는 것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기사 수정은 너무 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홍보회사 다니며 언론의 횡포 목격포털 종속우려도

라시드 기자는 한국 홍보회사에서 일했던 3년을 떠올리며 국내 언론의 횡포를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한다. 언론이 컨퍼런스, 포럼 등의 이벤트를 개최하면서 기업에게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자신들과 협약을 안 맺었다는 이유로 근거 없는 비방 기사를 쓰는 매체도 있었다.

 

포럼 등 행사 입장료도 내라 하면서 쓸모없는 팸플릿의 광고 비용으로 1000만 원을 요구했다. 행사 참여 안 한다고 했더니 상사에게 전화를 걸어 부정적인 기사를 쓰겠다고 협박했다. 한 지역지가 갑자기 고객사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짓 기사를 쓰길래 알아봤더니 몇 년 동안 고객사가 광고를 안 줬기 때문이었다. 이런 거짓 기사가 하나 나오면 다른 매체가 모두 받아쓴다. 법적 대응이 어려운 것을 보고 언론의 횡포가 심각하다고 느꼈다.”

 

한국 언론의 여러 문제가 포털에서 시작돼 굳어졌다는 문제 의식도 보였다. 그는 한국에서는 포털 웹페이지를 나갈 필요가 없다. 언론사 홈페이지를 갈 필요가 없게 만든다. 수십 개의 언론사가 모여 경쟁하는 포털의 배치 구조는 언론이 더 자극적으로 변하게끔 만든다해외에서는 포털에서 뉴스를 본다는 개념이 없다. 모두 아웃링크형식으로 언론사 웹페이지를 가야 뉴스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포털에 종속된 환경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들도 이뤄지고 있다. 한국의 여러 언론 매체들은 구독, 후원을 비롯한 여러 모델을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라시드 기자는 지금 상태로는 쉽지 않다면서, ‘콘텐츠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모두가 같은 기사를 쓴다. 한 이슈에 대해 관련 기사를 보면 내용이 다 똑같다. 제목만 자극적으로 달라진다. 한국언론을 구독할 동기가 없다. ‘기레기라며 사회 인식도 안 좋지 않나. 유료구독을 유지하고 있는 해외 언론사들은 자문할 전문가들도 다수 두고, 하이퍼링크를 통해 자료 출처도 확실하게 밝힌다. 퀄리티 자체가 다르다. 한국언론은 유료구독 이전에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한다.”

 

한국은 정상성 중독의 나라’, 대통령실의 폐쇄성또한 문제

쓴소리의 바탕엔 한국에 대한 애정이 깔려 있다. 그는 유망한 분야로 꼽히는 컴퓨터 공학대신 한국학을 공부하기 위해 학교를 바꿨고, 대학원까지 진학했다. 그는 한국은 늘 변화하고 역동적이다. 한국만큼 교육 수준이 높고 모두가 똑똑한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동시에 정상성 중독사회에서의 불행이 안타깝다고 라시드 기자는 말했다.

 

한국에서는 특히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것, 다른 생각을 하기가 쉽지 않다. 조금이라도 다른 모습을 보이면 사회가 다름을 판단(judge)’하기 때문이다. 설령 실제 판단이 없더라도 모두가 판단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태어날 때부터 정상이 되기 위한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것 같다. 유난히 한국이 연예인들에게 엄격하고, 사이버괴롭힘(Cyber Bulling)이 심한 것도 그런 정상성 중독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한다.”

 

81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중인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현 정부 들어서는 폐쇄성문제도 지적했다. 이는 언론 대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라시드 기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2세를 추모하며 밝힌 입장문의 오타를 지적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입장문엔 엘리자베스(Elizabeth) 철자가 ‘Elisabeth’로 잘못 적혔고, 행동이라는 단어 ‘deeds’에서 ‘s’를 빼놓았다.

 

이전 정부에서는 영어 메시지 하나에 여러 검증 체계를 거친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 방식인지를 모르겠다. 만약 대통령실과 접촉할 수 있는 수단이 있었다면 그렇게 공개적으로 지적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실 출입 기자를 두어 번 신청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명한 외신조차 처음에는 출입 허가가 안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CNN 특파원이 외신에 더 개방적일 것을 약속해줄 수 있냐고 물었는데, 그렇게 요청한 이유가 있다. 처음부터 외신 대응을 거의 안 했기 때문이다.”

 

라시드 기자의 목표는 무엇일까. 그는 당분간은 한국에 머무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한국에 대해 쓰고 싶은 글이 산더미처럼 많기 때문이다.

 

세계가 한국을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초기 수준이다. 한국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글을 쓰는 외신은 몇 없다. 지금도 들어오는 외신 기고 요청을 보면 한국에 대한 이해가 정말 없구나를 느낀다. 아직도 해외에서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은 성형수술, K, 북한 등 단편적인 것들에 그친다. 서방이 가지고 있는 동양의 스테레오 타입도 견고하다. 그런 것들을 깨면서 한국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지금의 목표다. 그 이상의 큰 계획은 아직 없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월급 넘어선 사채 이자가족 생계 위한 빚, 생계를 목졸랐다

 

청년빚의 다양한 얼굴

대출 밖에 선택지 없던 청년들

27살 아빠, 적자 가계부 메우려

은행대부업체사채 늪으로

500만원이 5년새 10배 불어

아내와 이혼으로 가족 깨지고

빚 감당 못해 회생 신청 쳇바퀴

일러스트 김대중

 

청년의 빚은 다양한 모양을 가졌다. 열심히 일해도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갑작스러운 사고나 범죄 때문에, 때론 투자를 위해서 청년들은 대출을 받았다. <한겨레>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16명의 빚진 청년을 85일부터 26일까지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한 청년들은 19~36살로 서울·인천·청주·울산·광주 등에 거주했다. 청년의 빚이 어떻게 태어나고 성장했는지를 두차례에 걸쳐 살핀다. 생계 혹은 어쩔 수 없는 불운 때문에 빚을 지게 된 청년들을 먼저 만난다.

 

대출이 제일 쉬웠어요

빚은 빠르게 자란다. 때론 벌이가 있어도 그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다. 27살이던 2013년 아이가 생겨 결혼한 김아무개(36)씨가 그랬다. 결혼을 할 무렵 그는 인테리어 물품 도매상 직원이었다. 월급은 200만원 남짓. 아내는 아이를 돌봐야 했다. 갓 태어난 아이는 자주 아팠다. 새벽에 응급실을 찾은 것만 해도 여러차례. 더워도 추워도 안 됐다. 여름엔 에어컨을 틀어야 했고 겨울엔 난방을 돌려야 했다. 친척집에 살고 있어 집세는 안 내지만, 상가주택이라 관리비만 50만원가량 나왔다. 세 가족의 보험비만 40만원 들었다. 생활비로는 130만원 정도를 썼다. 아이의 병원비라도 더해지면 한달 지출이 250~300만원 정도 됐다. 당시 근로자 3인 가구 평균 가계 지출은 3396000원이었다(통계청). 다른 집보다 아껴 쓴 셈이지만 매달 50~100만원씩 항상 적자였다.

부채의 시작

처음엔 부모와 처가에 기댔다. 그것도 한두번이었다. 빚은 소득과 지출의 불균형한 틈새에서 움텄다. 첫 대출은 햇살론’ 500만원이었다. 몇개월 버티지 못했다. ‘대환 대출을 시작했다. 700만원을 대출받아 기존의 500만원을 갚고 200만원을 생활비로 쓰는 식이었다. 대환 대출을 받자 빚은 금방 자랐다. 대출금이 1000만원에 이르자 대환 대출을 추가로 받기 어려워졌다. 새로 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다시 대환 대출을 시작했다. 또다시 대출금은 1000만원으로 불어났다.

 

그렇게 살면 돈 못 모아. 주식이라도 해야 안정적이지.” 힘겹게 생계를 이어나가던 2013년께 친구들은 주식을 권하며 종목까지 추천했다. 김씨는 카드론으로 2000만원을 대출받아 주식 투자에 나섰다. 부족한 생활비를 메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었다. 그런 희망마저 없으면 버틸 재간이 없었다. 하지만 주가는 곤두박질치기만 했다.

 

어느새 대출이 가능한 곳이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밖에 남지 않았다. 월급은 느리게 올랐지만, 지출은 빠르게 늘었다. 비싼 이자가 지출에 더해졌기 때문이다. 대출이 더 잦아졌다. 이자는 악착같이 갚았지만, 원금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빚은 5년 만에 5000만원이 됐다. 결국 김씨는 32살이던 2018년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회생을 완료하려면 64만원의 변제금을 36개월 동안 갚아야 했다. 총 변제금은 2304만원. 월급은 250만원으로 올랐지만, 변제금을 내면 180여만원밖에 남지 않았다. 5년 전보다 더 나쁜 상황이었다. 아이는 다섯살이 됐다. 드는 돈은 더 많아졌다. 대출 없이 버틸 수 없었다. 개인회생 중에는 돈을 빌릴 곳이 마땅치 않다. 대부업체의 회생 전용 대출을 이용해야 했다. 당시 법정 최고 금리인 24%의 이자를 냈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된 거죠. 일해서 버는 돈은 똑같고, 아이가 클수록 나가는 건 점점 더 많아지고. 나중엔 대부업체도 대출을 안 해주더라고요.”

 

“30만원 일주일 빌려줄 테니 50만원 갚아라

변제금을 내면서 생계를 감당할 수 없던 김씨는 인터넷에서 대출을 검색했다. 곧장 대출○○’ ‘대출과 같은 여러 대출 플랫폼이 나왔다. 300만원이 필요하다고 대출 플랫폼에 글을 올렸다. 사채업자에게 전화가 왔다. “30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우리가 1년 할부로 빌려드릴게요.” 김씨는 집 앞 공원에서 그를 만났다. 필요한 서류는 간단했다. 가족관계증명서와 주민등록등본·초본뿐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사채업자는 김씨의 휴대전화를 가져가 전화번호부에 있는 번호를 모두 적어갔다.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지인들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말을 바꿨다. “첫 거래니까 소액으로 먼저 해야 해요. 30만원을 빌려줄 테니 일주일 뒤에 50만원을 갚으세요. 신용을 체크하기 위한 거예요. 계속 잘 갚으면 대출금을 더 올려줄게요.” 사채업자가 떼어간 선이자의 금리는 연 3467%. 빚은 대적할 수 없는 거인으로 자라 김씨를 내려봤다. “불법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어요.” 늘 돈이 급했던 김씨는 사채로 사채를 돌려 막았다. 오래 지나지 않아 사채 이자가 월급을 넘어섰다.

“1시간 남았습니다.” “30분 남았습니다.” “10분 남았습니다.” “5분 남았습니다.” “3분 남았습니다.” “왜 지금 안 내세요. 시간 다 됐어요.”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날은 정해진 시각 1시간 전부터 끊임없이 문자나 전화가 왔다. 그 시간이 지나도 돈을 못 갚으면 5만원의 초과 비용을 내고 3시간을 연장해야 했다. 사채업자는 점점 더 험악해졌다. 전화로 욕설을 퍼부었다. 집으로 찾아가겠다고 했다. 아이가 걱정이 됐다. 아내에게 사채를 썼다고 털어놨다. 가족은 처가로 피신했다. 사채빚을 진 것과 대출의 규모를 처음 들은 아내는 충격을 받았다. 그 충격은 김씨에 대한 믿음에 균열을 냈다. 결국 두 사람은 이혼했다.

 

주빌리은행 나서자 돌변한 사채업자

희망이 없었다. 하루는 돌로 발등을 내리쳤다. 뼈라도 부러지면 몇푼의 보험금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성공하지 못했다. 삶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도 회생 변제금만큼은 악착같이 갚았다. 그렇게 지난해 11월 빚을 청산했다. 원금의 수십배를 이자로 쏟아부었던 사채도 서민들의 채무조정을 돕는 시민단체인 주빌리은행을 통해 정리했다. 주빌리은행이 나서자 그 무섭던 사채업자들이 다 갚은 것으로 하자며 물러섰다. 허탈했지만 다행이었다. 지금은 개인회생을 하는 동안 대부업체 등에 진 빚 4000만원을 월 41만원씩 갚고 있다. ‘워크아웃을 신청해 이자를 감면받고, 상환 기간을 연장했다. 앞으로 8년이 지나면 빚과 결별할 수 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인테리어 기술을 배워 한달에 25일씩 일하는 김씨는 이제 한달에 400만원 정도를 번다. 아내와 다시 결합할 생각도 한다. 회생과 워크아웃, 사채 청산으로 빚과 점점 멀어지자 평범한 일상이 어렴풋이 그려졌다. 10년 만이다. “지금 다시 생각해봐도 방법이 없었어요. 대출밖에는. 하지만 사채를 쓴 건 정말 후회해요. 가족까지 포기하게 됐으니까요. 벼랑 끝에 몰렸던 기분은 어떻게 표현할 수가 없어요.”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과도한 빚에서 벗어나는 법

과도한 빚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은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 법원의 회생 및 파산제도 등이 있다.

신용회복위에서 진행하는 채무조정은 연체 기간에 따라 방식이 다르다. 연체가 예상되거나 한 달 이내 단기일 경우 신속채무조정으로 상환기간 연장이나 유예를 받을 수 있다. 연체가 3개월 미만이면 이자율 조정을 하는 프리워크아웃으로 연체 장기화를 방지한다. 그 이상이 되면 개인워크아웃이다. 금융기관 채무가 3개월 이상 연체됐고 총 채무액이 15억원을 넘지 않을 경우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 다음날부터 추심이 중단된다. 확정되면 연체 이자가 감면되고 채무자의 재산과 수입 등을 종합한 상환 능력에 따라 원금도 일부 탕감 가능하다.

 

법원에서 진행하는 채무조정 제도는 개인회생파산면책이다. 개인회생은 3년 이내에 채권자에게 분할변제를 하는 조건으로 남은 채무 일부를 감면 받는다. 변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일정한 수입이 있는 경우 신청이 가능하다. 반면 파산은 채무자가 모든 재산으로도 빚을 갚을 수 없을 때 가능하다. 면책 절차를 통해 남은 채무를 정리하는 방식이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돈 벌려고 취업하는데"스펙 쌓다 '수천만원' 깨졌다

넘치는 일자리, 소외된 20()

[편집자주] 사방에서 일할 사람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한편에선 20대 청년들이 일할 곳을 못 구해 고통받고 있다. 일자리 양극화(이중구조)에 따른 '미스매치'(불일치). 사실상 '완전고용'에 해당하는 2.1%의 역대 최저 실업률 속 '청년 실업난'이란 아이러니를 극복할 방법은 없을까.

 

"'경력직 신입' 뽑으면 전 어디로 가나요?"'진짜 신입' 취준생의 절규

'2022년 해양수산 취업박람회'가 열린 16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을 찾은 구직자들이 채용공고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8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841만 명으로, 전년에 비해 807000(2.9%) 늘었다. 이는 2000(848000) 이후 22년 만에 최대 증가폭을 기록한 것이다. 2022.09.16.

코로나19(COVID-19) 이후 일상회복으로 일자리가 풍년인데도 청년들은 취업난에 허덕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기업들의 '경력직 선호' 현상과 고용시장의 '미스매치'(mismatch)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양극화)를 해소하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란 지적이다.

 

17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8월 우리나라의 실업률은 2.1%, 전년동월 대비 0.5%포인트 떨어지며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직과 구직 등 직업탐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마찰적 실업 등을 제외하면 사실상 '완전고용' 수준이다. 그만큼 일자리가 넘친다는 뜻이다. 같은 달 취업자 증가폭은 전년동월 대비 807000명으로, 8월 기준으로 2008년 이후 14년 만에 최대치였다.

 

그러나 20대 청년들의 사정은 다르다. 올 상반기 전체 실업률은 평균 3.3%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청년(15~29) 실업률은 평균 6.9%에 달했다. 7월과 8월 각각 전체 실업률이 2.9%, 2.1%로 떨어지는 동안 청년 실업률은 6.8%, 5.4%로 낮아지는 데 그쳤다.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구직활동을 하는 사실상의 실업자까지 포함한 '확장실업률'의 경우 청년층은 올들어 매달 20% 안팎 수준을 유지하다 8월에도 18%를 기록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고향인 광주에서 취업을 준비 중인 A(29·)"상반기에 신입 공채에 5번 이상 지원했는데 다 탈락했다""고용시장이 좋아졌다는 건 대체 누구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달 한 금융사에 취업한 B(27·)"취업까지 입사지원서를 총 50~100개 쓰는 것은 보통"이라며 "이과보다 문과 출신의 취업이 훨씬 어려운 것 같다"고 했다.

 

일자리 호황이 청년들을 비껴가는 것은 기업들이 교육을 위한 비용과 시간이 적게 들고 즉시 실무 투입이 가능한 경력직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수시채용이 일반화된 고용시장에서 대학이나 대학원을 갓 졸업해 경력이 없는 취업준비생들은 상대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다.

 

국내 5대 그룹(삼성·SK·현대차·LG·롯데) 가운데 아직까지 신입사원 공채를 유지하고 있는 곳은 삼성뿐이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전문기관 의뢰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은 올 하반기 대졸 신규채용 인원 가운데 35.8%를 경력직으로 뽑을 계획이다. 올 상반기 29.7%보다 비중이 더욱 높아졌다.

 

B씨는 "기업 최종면접에 가보면 1~2명 빼고는 대부분 경력이 있었다""경력을 가진 일명 '중고신입'이 많고 이들이 취업도 잘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1일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학교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서 ()삼성 계열사 취업 상담 부스는 붐비고 있는 반면 (아래)중견기업 취업 상담 부스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22.09.01.

 

일자리 수요와 공급이 어긋나는 미스매치도 청년 취업난의 주된 원인이다. 조선업·요식업·농업과 택시 등 특정 업종, 중소기업 등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빈 일자리 수는 234000개인데, 이 가운데 96%224000개가 '300인 미만 사업체'에서 발생했다. 반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는 대기업·공공기관 등 처우가 좋은 곳으로 한정돼 있다.

 

김유빈 한국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취직에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양질의 일자리로 들어가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효율적이라고 판단해 진입 자체를 늦추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처음에 열악한 일자리로 가게 되면 이른바 '유리 천장'이 있어서 더 나은 일자리로 이동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동시장이 임금·안정성 등 근로조건에 따라 사실상 두 개의 세계로 나눠지는 이중구조를 이런 미스매치의 핵심 원인으로 지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여름휴가에 앞서 "원청과 하청 노조 간 임금 이중구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인 만큼 개선책을 만들라"고 지시한 것도 이런 인식에서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중구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형적인 근로자 중심의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노동법제 전반의 획기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일하는 방식, 고용 형태 다변화에 맞춰 노동법 체계를 다층화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김유빈 실장은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면 지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간접적으로 보조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며 "일례로 정부가 운영 중인 '청년내일채움공제'가 이런 형태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여러 대안이 있겠지만 얼마나 효율적으로 예산을 투입할 수 있느냐가 중요할 것"이라고 했다.

 

한요셉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노동시장이 잘 작동된다면 인력난이 있는 곳의 임금이 올라 청년이 많이 유입돼야 하는데 그렇게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례로 인력난을 겪고 있는 조선업의 경우 수주는 많이 했어도 당장 이익이 난 것이 아니라 임금을 올리기 어려운 문제 등이 있다""정부가 너무 전면에 나서면 안 되겠지만 예컨대 기금을 조성해 임금을 지원한 후 나중에 돌려받는 등 방식으로 조정에 나설 필요는 있다"고 조언했다.

 

'스펙전쟁'에 살아남으려 수천만원돈 없이는 직장생활 시작도 어려워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2022 하반기 서울대학교 채용박람회'에서 학생들이 채용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뉴스1

 

채용 시장에서 각종 자격증이나 어학 점수, 인턴 경력 등 '스펙 전쟁'은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취업 준비생들은 취업 준비 중 가장 높은 벽으로 '스펙의 상향 평준화'를 꼽는다. 눈에 띄는 점은 6개월 내지 1년 사이의 '미니 경력'도 하나의 스펙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고 신입'(인턴 등 관련 분야 경력이 있는 신입사원)을 채용한 경험이 있는 기업(437개사)을 놓고 볼 때 전체 신입사원 중 중고 신입의 비율은 34.7%였다. 202026.1%에서 1년새 7.6%포인트 상승했다.

 

취준생들도 스펙 상향평준화를 실감하고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2년 가까이 보험 관련 기업 취업을 준비 중인 신모씨(·27)"기업이 코로나19 발생 이후 신입사원은 적게 뽑고 취준생은 늘어나면서 취업 준비생들이 스펙 상향 평준화된 게 체감됐다""신입채용인데도 토익이나 제2외국어 자격증을 넘어 관련 분야에서의 경력이 기본 스펙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했다.

 

기업들이 채용 방식을 잇달아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고 경력직을 선호하는 데에 대한 불만도 크다. 1년 가까이 공기업을 준비하고 있는 김태현(가명··28)씨는 "수시 채용으로 경력직 채용이 우선시 되다 보니 기업 공채 인원 선발이 너무 적다""입시처럼 가고자 하는 곳을 '하향 지원'해 입사해도 결국 만족하지 못해 이직하려는 친구들이 대다수"라고 했다.

 

기업들이 앞다퉈 새로 만들어내는 채용 방식에 대해서도 불만을 터뜨렸다. 이를테면 '채용 연계형 인턴제도'는 값싼 인턴 노동력을 몇개월간 부려 먹고 언제든 내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다. 대학생 정모씨(23)"채용 연계형 인턴제도는 적게는 한 달에서 길게는 6개월까지 최저임금을 주변서 맞는 사람인지 간 보는 것"이라며 "취준생 입장에서 거기서 떨어지면 끝인데 다른 회사에는 경력으로 내밀지도 못한다.고 했다.

 

돈 벌려고 취업하는데취업에 필요한 것도 결국 '

돈을 벌기 위해 직장을 구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역설적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돈이다.

대학 졸업 후 6개월째 취업 준비 중인 A(26)는 이력서를 채우기 위해 35만원 넘게 지출했다. ·적성 검사 책을 구매하고 온라인 강의까지 수강하면 과 온라인 강의 비용까지 합하면 지출한 비용이 50만원이 넘는다.

 

A씨는 "문과생이라 어학점수랑 자격증으로 '그럴듯하게' 채워놔야 안심이 된다""나중을 위한 투자라고 생각해도 돈이 많이 들어서 가끔 버겁기도 하다"고 했다.

 

대학생 정모씨(23)"기업이 전형 과정에 새로운 걸 도입하는데 그걸 하나하나 발맞춰 따라가는 것도 큰 장벽"이라며 "갑자기 기업에서 NCS(국가직무능력표준)를 도입한다든지, AI(인공지능) 면접을 도입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다 준비하려면 다 돈"이라고 했다.

 

취업 준비에 투자한 비용이 많다 보니 취업 준비생들은 연봉이 높은 기업을 꿈꾸는 게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정씨는 "월 실수령 300만 원은 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자취하는 입장에서 빠듯하게 투자하며 취업 준비를 했는데 이 정도는 받아야 여유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정씨는 "친구 중에는 힘들게 회사를 들어갔지만 연봉이 기대에 못미쳐 2주 만에 나온 경우도 있다"고 했다.

 

예체능을 전공한 이모씨(29)"여태껏 직업을 구하기 위해 등록금, 레슨비 등에 투자했던 비용을 추산하면 수천만원이 넘을 것"이라며 "눈 낮춰서 연봉이 적은 회사부터 단계적으로 이직하라는 말은 너무 청년들의 상황을 모르는 속 편한 소리 아닌가 싶다"고 했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존버'는 승리한다?中企 빈 일자리 23만개여도 "대기업

넘치는 일자리, 소외된 20()

취준생들 대기업 '짝사랑'중기엔 빈 일자리 '23만개' 4년래 최대

중소기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는 데 반해 청년층은 원하는 일자리를 찾지 못해 취업난에 허덕이는 '일자리 미스매치'(불일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빈 일자리가 4년 만에 최대 수준에 이르지만, 청년들은 연봉과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복리후생 등을 이유로 중소기업에 취업하길 꺼린다.

 

문제는 청년들이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들은 경력직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이런 수요와 공급의 불일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청년들에게 업무 경험이나 훈련을 제공하는 등의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빈일자리수는 234000개 수준으로 20182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7월에는 229000명으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빈일자리율은 코로나19(COVID-19) 이후 20200.7%로 떨어진 뒤 올들어 1.1~1.3% 수준을 오가고 있다.

 

빈일자리수는 구인난 지표 중 하나로 마지막 영업일 현재 구인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 달 이내 일이 시작될 수 있는 일자리수를 의미한다. 빈일자리율은 빈일자리수와 전체 근로자수를 더한 값에서 빈일자리수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빈일자리 발생 사업체는 대부분 근로자수가 300인 미만인 중소기업(224000)이다. 300인 이상 업체의 빈일자리수는 1만개에 불과했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빈일자리수가 1만개 이상으로 많거나 빈일자리율이 1.0% 이상으로 높은 산업은 제조업 도소매 숙박음식 운수창고 보건복지 등 5개 산업으로 나타났다. 5개 산업의 빈일자리수는 6월 기준 전체 빈일자리의 74.3%를 차지한다. 인력난이 특히 심한 4개 세부 업종에는 조선업 뿌리산업 음식점·소매업 택시·버스업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고용부는 코로나19에 따른 외국인력 입국 지연과 업종별 인력이동 지체, 낙후된 근로환경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인력난이 가중됐다고 분석했다. 청년층에서 낮은 임금과 육체노동 등 낙후된 근로환경과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 등으로 조선업이나 뿌리산업에 취업하기를 기피하는 경향도 일자리 불균형의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층이 선호하는 직장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공공기관, 수도권 서비스업 등으로 쏠린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중소기업 중에서도 지방에 있는 공단들은 구인난이 심한데, 청년들이 제조업 중소기업을 선택하기보다는 수도권에서 서비스업 일자리를 찾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청년 입장에서는 중소 제조업은 급여도 높지 않고 일 자체가 험하다 보니 장기적으로 미래를 설계할 만한 직장이 아니라고 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정부는 일자리 불균형 해결과 청년층 구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 재학생부터 경력설계·훈련·일경험을 제공하는 등 고용서비스를 고도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내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구직 단념 청년을 대상으로 취업역량 강화를 위한 중장기 특화 프로그램에 참여·이수한 경우 3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도약 프로그램'(가칭)을 도입할 계획이다.

 

직무 경험을 중시하는 채용 트렌드를 고려해 청년 일경험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청년 일경험지원' 사업도 예산을 올해 50억원에서 내년에는 553억원으로 10배 늘린다.

 

고용부 관계자는 "코로나19 회복 국면에서 고용률이 높긴 하지만, 청년층의 '쉬었음' 인구는 여전히 많고 졸업 이후 첫 직장에 취업하기까지 걸리는 기간도 12개월에 가까울 정도로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장려금 등 단기 일자리 확보를 위한 지원보다는 청년들이 원하는 직무와 직장을 찾을 수 있도록 직무 경험이나 채용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쪽으로 지원 방향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학생 때부터 정책이 개입하는 방향으로 청년 맞춤형 취업 지원 정책에 예산을 늘렸고, 대기업이 참여하는 양질의 일경험 지원 등 청년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고 있다"고 했다.

 

'청년 고용 극과극'일자리 없는 ·일 할 사람 없는

지난 7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가든그로브에 위치한 한 맥도날드 매장 창문에 직원을 구한다는 글씨가 적혀있다./AFPBBNews=뉴스1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고용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청년들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미국에선 이례적 구인난 속에 청년들이 '귀한 몸'이 된 반면 중국에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경제 충격에 기업들의 고용 능력이 떨어지면서 청년 실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일할 데는 많아'구직기준 높아진 청년들

미국은 수십년래 최악의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미국 기업들의 구인건수는 1120만건으로 전월보다 20만건 증가했다. 20년 만의 최대 수준이다. 구인 대 구직 비율은 21에 가깝다.

 

미국 실업률은 83.7%까지 떨어졌고 청년층의 고용 상황도 팬데믹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팬데믹 초기 30%에 달했던 미국 청년(16~24) 실업률은 지난달 8%까지 떨어졌다. 1948년 집계 이래 평균치인 11.7%보다 훨씬 낮다. 블룸버그는 기업들이 인력 부족에 대응해 점점 더 어리고 경험이 적은 청년층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청년 실업률 추이(빨간색). 검은색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청년 실업률/사진=OECD

 

하지만 청년층의 노동시장 참여율은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졸업 후 서둘러 취업하는 대신 관망하는 이들이 많아졌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촉발된 '대퇴직' 물결 후 직업관이 바뀐 젊은이들이 직장에 복귀하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예상하지 못했던 생사의 위기 앞에서 삶의 가치를 재고하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미국에선 Z세대가 주도하는 퇴사 바람이 불었다. 올해 3월엔 자발적 퇴사자수가 454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찍기도 했다.

 

페이스북 모회사인 메타의 인사팀에 근무하던 메디 마차도도 그 중 하나다. 마차도는 지난해 9월 많은 이들이 선망하는 메타에 입사했지만 기대하던 업무 환경이 아님을 깨닫고 6개월 만인 올해 2월에 새 직장을 구하지 않은 채 사직서를 냈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완전한 구직자 우위의 시장에서 나는 별로 고민하지 않았다""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그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더 좋은 조건으로 새 직장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발표된 퓨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퇴직이 이어진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이직자 중 60%는 임금 상승이라는 결실을 거뒀다고 답했다. 직장에 남은 사람들도 약 절반은 실질 임금이 올랐다고 했다.

 

기업들은 인재 이탈을 막고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임금 인상과 워라밸 개선 등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 MS는 지난해 대퇴사를 막기 위해 전 직원에 1500달러 위로금을 지급했고 애플은 지난 5월 시간제 매장 직원의 최저시급을 22달러로 인상했다. 트위터와 아마존 등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됐음에도 재택근무를 이어가기로 했다.

 

다만 세계적인 금리인상 속에 경기침체가 현실화할 경우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업들이 잇따라 고용을 줄이거나 해고에 나설 경우 일자리가 귀해질 수 있어서다. 최근 월마트, 포드, 스냅, 골드만삭스 등 산업 전 분야에서 감원 소식이 잇따르고 있다.

 

블룸버그는 "이직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창이 닫힐지도 모른다""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면 이직을 검토하던 사람들도 보수를 더 받는 새 직장을 구하기 어려워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3일 베이징의 한 버스정류장에서 한 여성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AFPBBNews=뉴스1

 

청년 5명 중 1명은 무직최악은 아직

반면 중국은 청년 실업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 푸링후이 대변인이 지난달 중국 청년(16~24) 실업률을 발표하면서 "코로나19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신규 고용을 할 능력이 떨어졌다. 청년 고용의 큰 기둥인 서비스 부문 회복이 더디다"고 말했다.

 

해당 인구의 7월 실업률은 19.9%로 사상 최고치였다. 푸링후이 대변인 설명은 중국 기업들과 젊은이들이 처한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중국 내 청년실업 문제는 코로나19 자체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상식적이지 않은 봉쇄 정책 탓이다.

 

상하이는 극단적 사례였다. 근로자들이 집에 갇혀 생산이 마비된다. 도시 내, 도시간 이동 역시 자유롭지 못해 물류가 멈춘다. 경제 지표는 모두 추락하고 일자리 안정성에 대한 불안으로 지갑을 닫는다. 봉쇄가 풀려도 소비가 예전과 같지 않다보니 기업들은 더 이상 사람을 뽑지 않는다.

 

상하이 악몽이 채 가시기도 전인 이달 초 쓰촨성 성도 청두와 기술도시 선전도 전면 또는 부분 봉쇄가 단행됐다. 봉쇄는 일상이 됐다.

 

빅테크 규제도 청년실업난을 부추겼다. 신규 고용은 먼 얘기다. 기존 직원들조차 언제 잘릴지 모르는 살얼음판에 놓여 있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같은 중국 대표 빅테크들마저 4월부터 6월까지 14000명 넘게 해고했다.

 

이런 와중에 올해 1076만명 대졸자가 쏟아져 나왔다. 한 해 대졸자가 1000만명을 넘기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리커창 총리는 틈날 때마다 지방 정부들에 고용을 늘리라고 채근하지만 뾰족한 수가 없다. 그는 올 3월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에서 연내 일자리 1100만개를 늘리고 도시 실업률을 5.5%에서 관리하겠다고 공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이 3연임을 매듭지을 1016일 제20차 공산당 당대회는 경제와 고용을 후순위로 밀어냈다. 당대회 이후 정치 시계는 내년 3월 양회를 향하게 된다. 청년실업은 아직 정점을 찍지 않았다.

머니투데이 베이징=김지산 특파원

독일 경기침체 얼마나 길고 심각할까

기업은 파산, 소비는 붕괴 슈피겔 "에너지 고물가, 독일 핵심산업 강타"

독일경제가 심각한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각종 지표보다 상징적인 건 화장지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독일 화장지 제조사 '하클레'가 이달 초 파산을 신청했다.

 

하클레는 코로나19 팬데믹 초기 수혜기업이었다. 당시 감염률이 높아질수록 화장지 판매대는 더 빠르게 비었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다른 이유가 하클레의 발목을 잡았다. 에너지 고물가다.

 

중형 규모 이 제지사는 에너지 고물가 위기의 첫 번째 희생양 중 하나다. 하클레는 뒤셀도르프 공장 1곳에서만 연간 천연가스 6만메가와트시, 전기 4만메가와트시를 쓴다. 더 이상 에너지비용을 댈 수 없게 된 하클레는 결국 백기를 들었다.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 최신호는 "하클레뿐 아니다. 독일 전역에서 나쁜 소식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요소수 생산기업 'SKW 피에스테리츠'의 공장 폐쇄, 대표적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의 생산 중단, 신발 유통기업 '괴르츠'의 채무불이행으로 2500명 노동자의 일자리 상실 위기 등 다양하다"고 전했다.

 

기업 CEO들과 노조 대표들은 공개적으로 두려움을 피력한다. 독일 천연가스 수입기업 '우니퍼'CEO 클라우스-디터 마우바흐는 "아직 최악은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독일노동조합총연맹(DGB) 위원장 야스민 파히미는 슈피겔 인터뷰에서 "정부가 신속한 대응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독일 산업계가 잇따라 무너지는 도미노현상이 벌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슈피겔은 "문제는 위기가 올 것이냐 여부가 아니다. 얼마나 심각할지, 얼마나 오래갈지가 관건"이라며 독일경제에 닥친 위기를 5막으로 구성된 연극에 비유했다.

 

1막은 에너지 고물가로 인한 생산차질이다. 타격을 가장 먼저 받는 기업들은 전기와 가스에 크게 의존하는 제지사 비료제조사 철강제조사 등이다. 이런 산업체들은 가격인상분을 중소기업에 전가한다. 2막의 시작이다. 가격인상분 전가는 생존의 문제다. 독일산업연맹(BDI)에 따르면 90% 이상의 기업들이 에너지와 원자재가격 인상을 존폐를 가를 문제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가격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 이미 소비자들 역시 높아진 전기료와 가스료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처지다. 3막의 시작이다. 현재 소비자심리지수는 전후 독일 역사상 가장 낮은 상황이다.

 

독일 거시경제정책연구소(IMK) 세바스티안 둘리엔 국장은 "현재 독일인들은 휴가나 외식, 가구 구입 등에 돈을 쓰지 않는다""아직 일부 가계는 다음달 청구될 난방요금이 얼마나 오를지 감을 못잡고 있다"고 말했다.

 

소비가 하락하면 기업매출에 악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일정 시기가 지나면 실업률이 상승한다. 4막과 5막의 시작이다. 슈피겔은 "독일인에게 오래된 두려움의 대상인 경기침체(recession)"라며 "독일은 곧 침체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올해 2분기 독일경제 성장률은 0.1%였다. 경제학자들은 물론 정책당국도 3분기에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것을 확신한다. 독일연방상공회의소 (DIHK) 소장 페터 아드리안은 "향후 수년 동안 상상할 수 없을 규모의 경제위기가 지속될 경우 정부가 대처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라며 "달리 말하면 국가의 부를 잠식하고 사회보장기금을 와해시켜 대응에 나설 정부의 재정능력을 무너뜨릴 위기이자 많은 기업들이 영구적으로 파산할 수 있는 위기"라고 말했다.

 

핀란드 경제부장관 미카 린틸레는 최근 "현재의 가스가격은 에너지판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부를 요소를 갖고 있다""가스와 전기료가 시스템 붕괴를 촉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1- 얼어붙은 생산

독일 철강생산기업 'GMH그룹' CEO 알렉산더 베커는 절망적이다. 그는 슈피겔에 "우리는 무엇을 더해야 할지 모른다""충격에 빠졌다"고 말했다.

 

GMH는 독일 내 21개 시설, 6000명의 노동자를 둔 기업으로 주조공장과 제철소를 보유하고 있다. 연간 1테라와트시 전기를 쓴다. 30만 가구의 연간 전력 소비량보다 많다.

 

GMH는 지난해 전기료와 가스료로 12000만유로를 지불했다. 현재 가격수준이라면 내년엔 12억유로를 내야 할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내년 10억유로의 손실이 예상된다. 베커는 "그런 시나리오라면 우리는 즉각 파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피하려면 철강 판매가격을 50% 올려야 한다. 하지만 베커는 "소비자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 20%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기존 고객들은 중국과 인도에서 철강을 수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두 나라의 철강가격 인상폭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베커는 심지어 국내판매용 철강을 생산하는 자사 시설에 "원료를 아시아에서 더 저렴하게 사오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그는 "고통스런 결정이었다. 정부가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독일 에너지 집중 산업 기업들은 생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쟁관계 철강기업 아르셀로 미탈은 함부르크와 브레멘 소재 2개의 생산공장을 무기한 중단했다. 에너지 고물가에 시장 수요 약화, 부정적 경제전망 때문이다. 아르셀로 미탈은 "현재 모든 공장을 운영하는 것은 경제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현대적 생산프로세스의 취약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시계 내부처럼 맞물리는 공급망은 한개의 톱니만 고장나도 전체가 멈춰설 수 있다.

 

최근 독일 비텐베르크 소재 소기업이 그같은 관점에서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다. 독일 최대 요소수·비료 생산기업 SKW 피에스테리츠다. 디젤엔진은 요소수 없이 운행될 수 없다. 소방차와 대중교통, 특히 독일 전역에 매일 상품을 배달하는 80만대 화물트럭에 필수 상품이다. 요소수가 없다면 산업 전반이 악영향을 받는다.

 

이 기업 이사인 토르슈텐 클레트는 "가스가격이 너무 올라 생산을 완전히 멈췄다""가스가격이 크게 떨어지거나 정부가 상당한 보조금을 지급할 경우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내달인 10860명의 노동자에게 일시해고 프로그램을 적용할 계획이다.

 

2- 가격 함정

폭스바겐 수석인재관리자인 군나르 킬리안은 위기상황에 익숙해졌다. 2020년 봄부터 폭스바겐 위기관리팀은 주 단위로 모임을 갖는다. 모임의 주제는 계속 바뀌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된 모임의 주제는 반도체 부족상황, 우크라이나사태, 현재는 치솟는 에너지 위기로 전환됐다. 20여명의 위기관리 전문가들이 공장 내 에너지 상황을 모니터링한다.

 

독일 뒤스부르크대 자동차연구센터의 국장 페르디난트 두덴회퍼는 "에너지 고물가와 경기침체 가능성으로 예비고객들이 신차 구매를 꺼리고 있다""신차 할인액은 줄어들고 구매금융 비용은 높아진다는 사실을 고객들이 깨닫는다면, 자동차 판매시장은 경제전반과 동시에 침체 늪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독일자동차산업협회(VDA)는 기존의 3% 시장성장 전망을 최근 마이너스 6% 역성장으로 수정했다. VDA 대표 힐데가르트 뮐러는 "우리의 경제모델이 불확실해졌다""독일 5개 기업 중 2개꼴로 에너지 고물가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독일 GDP6% 이상을 담당하는 건설업 경기는 그동안 괜찮았다. 하지만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고 있다. 올해 6월 신규주문은 전년 동기 대비 11.2% 하락했다. 독일건설협회 CEO 팀 올리버 뮐러는 "건설업 분야는 여전히 풀가동되고 있다""하지만 점점 더 많은 개발사들이 비용 급상승에 새로운 건설 프로젝트를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다. 주택건설 부문은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분석기업 '콘베르시오 바레 베르테'옌스 라우텐베르크 이사에 따르면 현재 신규 주택건설 프로젝트의 약 40%가 보류됐다. 보험사나 연기금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부동산 매입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금리의 급격한 상승 때문이다. 주택에 대한 민간 수요 역시 일부 지역에선 제로 수준으로 무너졌다.

 

자본이 넉넉지 않은 프로젝트 개발업자들은 버티기가 힘든 상황이다. 최근 시니어주택 건설기업 '테라곤'은 비용 급상승 때문에 자본 잠식상황을 맞았다. 새로운 투자자를 찾고 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3- 소비자 위기

신규주택처럼 규모가 큰 상품뿐만 아니다. 소비자들은 일상용품 구매도 망설이고 있다. 소매기업들은 마케팅 예산을 늘려 할인경쟁을 벌여야 할 처지다. 창고에 쌓인 재고를 정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노이루핀 소재 소규모 백화점 '모데하우스 브룬스'를 운영하는 카를로 포케는 "업계 모든 이들이 재고과잉으로 신음한다"고 말했다.

 

이미 재정난에 빠진 백화점 체인 '갈레리아 카르슈타트 카우프호프'는 매우 혹독한 겨울을 예상하고 있다. 할인경쟁을 벌일 여력도 없기 때문이다. 한차례 채무불이행을 겪었다. 정부가 제공한 7억유로 상당의 지원금으로 버티고 있지만 계속 자본금이 바닥나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한 내부관계자는 "갈레리아 백화점의 운명이 몇주 내 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매장의 에너지 비용은 최근 몇달 동안 10배 올랐다. 상품 가격이 덩달아 올랐고 고객들은 외면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크리스마스 시즌 매출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8~9개월 동안 숨돌릴 여지가 생긴다. 그렇지 않다면 상황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연말 전망은 밝지 않다. 컨설팅기업 'CIMA'에 따르면 모든 연령대의 상점 방문객이 평균 20% 줄어들 전망이다. CMA는 백화점을 즐겨찾는 부유한 고객층도 집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는 소매부문을 강타할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많은 독일인들은 쇼핑센터에서 돈을 쓰는 대신 은행에 저축하는 편을 택했다. 하지만 물가가 급상승하면서 현재 저축액도 줄어들고 있다. 독일 경제 싱크탱크인 '이포연구소'는 올해 연말 민간소비가 독일경제의 엔진으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4- 파산의 물결

지난 8월 한달 중형 규모 기업들의 채무불이행 숫자는 전년 동기 대비 25% 늘었다. 라이프니츠 경제연구소의 슈테펜 뮐러는 "내달 10월엔 전년 동기 대비 1/3 늘어날 것"이라며 "게다가 이 전망은 늘어난 에너지 비용과 인플레이션을 고려하지 않은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독일 경제에 구조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며 "에너지와 임금, 중간재, 대출금리 등의 장기적 비용 증가 때문에 일부 기업의 사업모델은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다. 허약한 기업들은 시장에서 쓸려내려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뮐러가 특히 우려하는 건 기업파산의 양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주로 서비스산업을 강타한 반면, 현재의 에너지 위기는 독일 핵심산업을 강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위기에서 영향을 받는 일자리의 40%가 핵심산업계 분야"라며 "대부분 평균 이상의 보수를 받고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소매분야에서 구매력이 큰 이들이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독일정부는 채무불이행 규정을 완화하면서 기업의 파산 물결을 막으려고 노력중이다. 녹색당 소속 경제장관 로베르트 하벡은 연방의회에서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구제금융 패키지를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통증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킬 세계경제연구소 부소장인 슈테판 쿠트스는 "정부 지원책만으로는 에너지 위기를 넘어갈 수 없다""에너지 정책의 전략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기적으로 액화천연가스(LNG)나 셰일가스, 원자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정부가 결정을 내려줘야 기업들이 미래의 에너지 가격을 합리적으로 산정할 수 있다""그리고 나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구제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5- 노동시장에 덮치는 그림자

일자리를 잃는다는 두려움은 지난 수십년 독일인 마음에 깊이 각인돼 있다. 그 누구도 2000년대로 돌아가길 원치 않는다. 당시 500만명의 독일인이 구직을 원하는 실업자였다.

 

현재 상황은 역설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숙련노동자를 애타게 찾고 있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노동자들에게 일시해고 프로그램을 적용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정부가 지원하는 이 프로그램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정부는 노동자 보수의 부족분 일부를 지원한다.

 

뉘른베르크 소재 고용연구소(IAB)의 엔조 베버는 "경기침체와 노동력 부족이 동시에 일어나려는 사실은 이례적인 상황"이라며 "우리는 수십년 동안 노동력 부족을 겪어보지 못했다. 현재 200만개의 일자리가 비었다. 사실상 거의 모든 분야에서 노동자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때문에 일시해고 프로그램에 오른 노동자 숫자는 늘어나겠지만 대량해고 상황은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독일정부가 일시해고 프로그램을 얼마나 유지할 수 있는가다. 이 프로그램을 관장하는 연방노동청 예산은 현재 고갈된 상태다. 코로나19 팬데믹 동안 정부는 이 프로그램에 400억유로를 지출했다. 독일 전반의 고용청 기관들은 오래 전부터 위기모드다.

 

슈피겔은 "일시해고 프로그램의 규모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는 상황"이라며 "고용 전문가들은 그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특효약으로 기능할지, 아니면 기업 채무불이행 지원 등 완전히 새로운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건 아닌지 묻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후쿠시마산 규제 12개국 중 완화 안한 건 한국뿐

 

일본 농림수산성이 후쿠시마산 식품에 대한 우리 정부의 규제에 대해 아직도 규제를 유지하는 12개 국가와 지역 중 한번도 완화된 적 없는 곳은 한국뿐이라며 우리 정부를 향해 규제 철폐를 요구했다.

도쿄전력의 후쿠시마 제1 원전()과 오염수 탱크(아래)의 지난 214일 전경. 내년 방류 예정인 오염수는 125t이 넘는다. AFP연합뉴스

 

일본 농림수산성 관계자는 20후쿠시마 원전 재건 온라인 설명회에서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 규제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 일본산 식품의 안전성은 과학적으로 증명됐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일본 식품 방사성 물질 관리에 대해 일본의 기준치(JMLs)를 초과한 생산품은 출하 정지돼 시중에 유통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수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인의 일상식에서 방사선 세슘에서 받는 방사선량(연간 0.0005~0.0009mSv)은 코덱스 지표(연간 1mSv), 식품 섭취를 통해 자연에서 받는 방사선량의 세계 평균치(연간 0.29mSv)와 비교해도 훨씬 작으며 무시할 수도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수입 규제에 나선 55개 국가와 지역 중 43개 국가 지역이 규제를 철폐했다한국에서도 모니터링한 결과 9년 넘게 기준치를 초과한 결과가 없다고 주장했다.

 

대만에서는 지난 15일 일본 후쿠시마 일대 식품 수입을 허용한 지 6개월여 만에 미량의 방사성 물질이 처음으로 검출됐다. 대만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부근 지역 제품에서 방사성 물질이 검출된 건 처음이라면서도 기준치를 초과하지는 않았다고 발표했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는 지난 8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해양 방출을 최종 승인했고, 해저터널 등 방류시설 공사에 착수하는 등 내년 6월 오염수 방출을 목표로 내부 절차를 밟고 있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2023년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예산안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후쿠시마 오염수 대응 예산은 올해 약 30억원에서 약 26억원으로 4억원가량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은초 인턴기자 onlinenews1@kmib.co.kr

 

카지노 판, 그 돈의 광란과 몰락

에밀 졸라의

 

-졸라의 작품

사카르라는 인물은 한때 잘 나갔다가 파산을 한 뒤, 여기저기 사람들을 끌어모아 출자를 통해 신디케이트 회사를 꾸려 만국은행을 만든다. 그러고 나서는 주가조작을 통해 주식의 가치를 한껏 부풀려 그 차익을 온통 뻥튀기를 하다가 결국 몰락하게 된다. 일확천금(一攫千金)을 노렸지만 망해버린 것이다. 때는 나폴레옹의 조카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3세가 쿠데타로 집권했던 프랑스 제2 제정 시기에 속하는 1860년대 말에서 70년의 시기였다. 이 사건은 에밀 졸라의 작품 <(L’argent)>의 줄거리에 담긴 내용이다.

 

 

자본과 욕망이 한 몸이 되어 유럽의 수도 파리를 휩쓴 광기와 이에 덩달아 놀아나게 된 프랑스 대중들의 모습을 에밀 졸라는 촘촘한 취재와 놀라운 문학성으로 그려냈다. 1871<루공 가()의 행운(La Fortune des Rougon)>이 그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면 <>20년 뒤 출간된 소설이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사를 표현해내겠다는 목적으로 시작한 루공-마카르 총서(Les Rougon-Macquart)” 가운데 하나였다. 이 총서는 무려 18권으로 마무리되었으며, 에밀 졸라 문학의 금자탑이었다.

 

<>의 주인공 사카르 역시 루공 가문의 일원으로 그의 운명은 프랑스 사회의 적나라한 자화상과 그대로 직결되었다. 이미 19세기 말 프랑스에서도 주가조작과 금융사기가 있었던 건데, 1789년 부르주아 혁명 이후 자본주의의 주도권은 거의 100년이 지나면서 상업자본에서 금융자본으로 넘어가고 있었고 그 자본의 규모는 그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게 되었다. 제국주의의 세계침탈과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만국은행1867년 파리에서 열린 만국박람회에서 따온 이름으로 만국박람회가 프랑스 제국주의의 위상을 과시했던 것과 그대로 통하는 작명이었다.

 

소설 <>에서도 사카르와 그 일당들은 이른바 동방(東方/Orient)’ 또는 아시아를 겨냥한 해상무역과 철도건설의 구상을 만국은행의 투자로 기획했던 것이다. 프랑스 제국주의는 프랑스 자본주의의 몸집을 한껏 크게 만들었고 여기에 필요한 자본의 수혈은 금융자본의 급성장을 가져왔던 것이다. 사카르가 신디케이트 금융회사를 차려 떼돈을 벌겠다고 사기 계략을 꾸밀 수 있었던 기본적인 환경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중심은 파리의 증권 거래소 부르스(Bourse)’였다. 그건 뉴욕의 월스트리트와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곳은 자본에 대한 모든 욕망이 몰려드는 현장이었다. <>의 첫 문장은 그래서 다음과 같이 시작한다. “증권 거래소에서 열한시 종이 울렸을 때”. 프랑스어 원문은 “Onze heures venaient de sonner à la Bourse”‘Bourse’가 명확히 표기되어 있다. 번역했을 때 그 뜻이 월스트리트만큼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그냥 증권 거래소라고 했지만 부르스라는 말 한 마디로 작품 <>의 현장과 앞으로 일어날 역동적인 사태는 예견되는 것이다.

 

-대사기극

사카르는 그가 이 금융사기에 끌어들인 선량한 성품을 가진 카롤린 부인에게 신디케이트 회사 만국은행의 꿈을 이렇게 펼친다.

봐요! 만국은행과 함께 우리는 끝없는 대지, 아시아라는 낡은 세계 위에 진보의 곡괭이로, 연금술사의 몽상으로 돌파구를, 더없이 넓은 지평을 열 것이요. 이 눈부신 정복의 미래 앞에서 당신은 내게 신디케이트를 만들고 신디케이트 구성원들에게 프리미엄을 주는 것을 적법한 것인지 묻는군요.”

 

금융사기와 아시아를 노린 제국주의가 한 몸이 되는 것을 정복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무한한 야망으로 밝히면서 그 방식을 의심스럽게 여기고 있는 카롤린 부인을 설득하는 장면이다. 사실 그 이전에도 이미 사카르의 자금 운영 방식에 의문을 가졌던 바가 있기 때문이었다.

 

카롤린 부인이 이렇게 물었던 것이다.

그런데 은행주식이 발행되기도 전에 그 주식을 나누어 가지기 위해 여러 사람이 결사체를 만드는 것이 합법적인가요?”

 

그러자 사카르는 공증인 사무실로 가서 사업자 등록증에 서명할 수 있다며 합법적이라고 둘러대자 카롤린 부인은 잇달아 질문을 던진다.

법에 따르면 회사 자본 전부에 기명해야 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요?”

 

사카르는 실명 거래로 누가 회사 설립 전에 이미 주식을 소유하고 있는지, 그래서 내부자 거래가 있는지 없는지를 드러내지 않고 이익을 챙기려 하다가 말하자면 딱 걸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 또한 이런저런 구구한 설명과 함께 자신에 대한 카롤린 부인의 호의를 이용해서 넘어가게 된다. 사카르는 이런 식으로 만국은행의 골격을 세워나가고 마침내 크게 판을 벌리게 된다. 사실 이들은 돈도 내지 않고 이미 주식을 소유하는 방식을 취했고 대리인을 통해 실명을 감추고 내부자 거래를 아주 쉽사리 해냈다.

 

카롤린이 사카르에게 까다로운 질문을 던진 까닭은 여러 가지가 있었다. 카롤린에게는 아믈랭이라는 엔지니어 오빠가 있는데 그가 이 사업에서 지중해 동쪽 현장 해상무역과 철도구상 작업에 나서게 되는 터라 이 사업의 신뢰성, 투명성, 합법성은 매우 신경이 쓰이는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그에 더해 그 자신 또한 지적 수준이 높아 알고 있는 게 있는데, 마음에 걸리는 것을 그대로 넘길 수 없기도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선량한 양심을 가진 존재로서 쉽게 용납이 되지 않았으나 그녀는 결국 사카르와의 일에 얽히고 만다.

 

-파국의 날

투자가 아니라 투기판, 카지노가 될 것이 뻔한 만국은행 건립계획은 이런 식으로 착착 진행이 되었고 액면가 850프랑에서 시작했던 만국은행 주식은 3천 프랑 이상으로 고공행진을 하다가 결국 팡! 하고 터지는 바람에 더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로 파국을 맞이하고 말았다. 일단 주가가 떨어지면서 증권거래소는 주식을 팔기 위해 몰려드는 군중들의 혼란이 파도처럼 출렁거리며 넘치기 시작했다. 주가조작의 희생자들이었다.

 

에밀 졸라는 이 현장을 다음과 같이 묘사한다.

마지막 삼십분 동안 패주(敗走)가 점점 심해졌고, 군중은 우왕좌왕 혼잡하게 뒤엉켰다. 극단적 신뢰와 눈먼 열광에 뒤이어 공포의 반작용이 엄습했다. 모두가 늦었을까 두려워하며 주식을 팔기 위해 몰려들었다. 매도 주문이 원형 코르베유 위로 우박처럼 쏟아졌고, 눈에 보이는 것은 이제 비 오듯 내리는 수많은 전표뿐이었다. 분별없이 내던지는 엄청난 양의 주식이 가격 하락을 부채질했으니, 그것은 문자 그대로 대폭락이었다. 시세는 추락을 거듭해서 1500프랑, 1200프랑, 900프랑으로 떨어졌다. 더 이상 매수자가 없었고 포성이 멈춘 전장은 시체로 뒤덮였다. 빽빽하게 운집한 검은 프록 코트들의 머리 위로 세 명의 시세 표지원이 마치 망자(亡者)를 등록하는 시체 안치소의 서기처럼 보였다. 폐장(閉場)의 종소리가 울려 퍼진 후 마지막 시세가 830프랑이라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장내에는 무시무시한 침묵이 감돌았다.”

사진 왼쪽부터 1930년 대공황으로 은행에 몰려든 사람들과 대공황으로 무료급식줄에 서 있는 사람들.

 

증권거래소 부르스의 활기는 대재난의 잿더미에 쌓여 질식사를 해버린 듯 하고 돈의 광란에 저도 모르게 함께 춤을 추었던 이들은 모두 빈털터리가 되거나 무지막지한 빚더미에 짓눌리게 되었다. 이걸 미리 예상하고 빠져나간 이들만 돈을 움켜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기민하게 움직였던 작전세력만 부()의 정복자가 되어 금융귀족 행세를 하게 되었을 뿐이었다. 돈이 이끄는 광기에 가득 찬 춤은 거대한 사탄의 맷돌처럼, 곡식이 아니라 인간을 으깨어 피를 흘리게 하고 말았다. 금융자본을 굴리는 카지노 판의 주인은 흡혈귀 드라큘라였던 걸 다들 미처 몰랐던 것이다.

 

한 나라의 경제가 어떤 요소로 인해 파멸적 상황에 몰리는지는 위기국면을 주목해온 정치경제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사실 이렇게 대중의 피를 빨아먹는 경제체제의 시발점은 오래 전 제국주의 체제가 이미 틀을 만들어 놓았고 이후 패권체제가 이를 이리 저리 변형시켜온 것에 불과했다.

연설하는 로자 룩셈부르크

 

로자 룩셈부르크는 정치경제학 입문에서 세계자본주의 체제의 구성을 이렇게 정리한다.

현대 교통수단, 원주민 종족 전체의 박멸, 화폐경제와 농민층의 부채, 부와 가난, 프롤레타리아트와 착취, 생존의 불안정성과 공황, 무정부성과 혁명 따위가 운반된다. 유럽 국민경제는 지구의 모든 나라와 민족을 자본주의적 착취의 거대한 그물망 안에 넣고 목을 조르기 위해 촉수를 뻗친다.”

 

이 촉수의 확대 재생산체제를 만드는 것이 세계자본주의를 이끄는 기본원리이며 에밀 졸라의 <>에 등장하는 사카르는 여기에 달라붙어 피를 빠는 기생(parasite) 계급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체제는 기만과 허구를 자본증식의 테크놀로지로 삼으면서 어느 시점에 이르면 더는 견디지 못하고 무너지는 일을 되풀이한다. 그건 숱한 희생자들을 낳고 또 낳고 또 낳는 과정이었다. 막장 뒤에 남은 폐허에서 새로운 방식이 모색되지만 기만과 허구는 여전히 정체를 숨긴 채 가면만 바꿔 쓰고 등장한다. 역사에서 이미 그 정체가 확인된 매우 잔혹한 주역들이기에 위장이 필요했던 것이다.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그 경로전환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The Great Gatsby)

 

이런 식의 재난은 이후에도 되풀이되었고 그것은 어느새 금융자본의 이데올로기와 원리처럼 작동해서 한 나라의 금융파국이 아니라 세계적 위기로 터져버린 것이 바로 1930년 대공황이었다. 미국은 로자 룩셈부르크가 말한 유럽의 국민경제를 총합한 것 이상이었다.

로버트 레드포드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사진 위) 와 데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위대한 개츠비'

 

그러기 직전의, 상상을 넘는 풍요의 시대가 1920년대로 이때를 이후 진보적 경제사가들은 위태로운 풍요의 시기 (Era of the perilous prosperity)”라고 부른다.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게츠비(The Great Gatsby)가 이 시기를 무대로 펼쳐진 작품이고 작품의 화자(話者)로 등장하는 닉(Nick)은 월스트리트의 증권맨이다. <위대한 게츠비> 역시도 돈의 광란에 휩싸인 한 세대의 욕망과 비극을 그려냈다. 그건 자본의 권력을 충실하게 받든 시장의 몰락과 파국의 역사였다.

뉴딜 정책에 서명하는 루즈벨트 대통령.

 

결국 시장의 논법을 그대로 방치해서는 자본주의 자체의 위기를 막을 수 없다고 깨닫게 된 것이 이후 뉴딜(New Deal)의 해법이었다. 시장에 대한 국가의 공적 개입과 관리가 그 구제책이었고 이에 따라 사회적으로도 계급타협의 정치가 시작되었다. 자본의 욕망이 독점하는 시장으로는 되풀이되는 파국을 막을 수 없고 그에 따라 극단의 불평등으로 삶의 벼랑 끝으로 몰리는 민중들의 저항과 반란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1930년에서 1970년에 이르는 시기는 이 뉴딜의 원리에 따른 국가와 시장의 관계가 만들어진 과정이었다. 그러다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결합된 복합위기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이 생겨나면서 금융자본 시스템에 대한 국가관리의 한계가 드러나고 이에 따른 신자유주의 정책이 시동을 걸게 된 것이 레이건 이후의 미국과 세계시장의 변화였다. 신자유주의의 요체는 딱 하나, 자본시장의 권력을 최대한 떠받들고 이 권력이 발휘하는 에너지에 장애가 되는 것은 모두 제거하라는 것이다. 다른 옷을 갈아입고 등장한 사탄의 맷돌이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보도한 월스트리트 저널. 주가 대폭락으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가 발생했다.

 

그러나 이 맷돌의 수명도 그리 오래가지 않게 되었다. 2008년 미국의 금융위기는 사카르가 겪은 위기와 형태는 다르나 그 본질은 다르지 않았다. 보통 때 같았으면 대출이 되지 않는 하위 신용등급인 비우량주택담보 대출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Sub-prime morgage)를 작동시키면서 이런 상황이 부동산 투기와 결합하자 생겨난 금융시장의 팽창은 재앙으로 끝났다. 세계적 투자금융기업이었던 리먼 브라더스(Lehman Brothers)의 파산은 예견되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이제 중국의 성장은 미국이 주도하는 금융시장의 패권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결국 시장에 대한 국가의 공적 관여가 상대적으로 높아지지 않으면 시장 전체의 질서가 무너지는 상황을 내다보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지점에 우리가 놓여 있다. 그런데 윤석열 정권은 그간 나름 만들어온 국가의 뉴딜체제를 전면 제거하고 있는 중이다. 계급정치의 사회적 대타협구도를 파괴하고 있으며 민영화라는 이름 아래 공적 영역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대자본의 활동구역을 확장해주고 있다. 교육까지 시장화하겠다고 한다. 이러면서 정부의 공적 기능은 대자본의 공간으로 되어가고 있으며 국민에 대한 공적 임무는 하나하나 소멸되고 있다. 정부는 대자본의 놀이터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불평등의 구조는 더욱 강화될 것이며 윤석열 정권 자신들이 관련된 주가조작 혐의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시장에 대한 공적 제동장치는 해체하고 있으니 어떻게 되겠는가. 세계시장의 관리체제는 이제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고하고 있는 판에, 역류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에 대한 투자약속으로 얻어낼 줄 알았던 전기차 보조금 철회상황에 직면한 까닭은 바로 이런 흐름의 변화를 투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이렇게 자본시장에 대한 국가의 보호막 강화를 통해 신자유주의의 모순을 보완하겠다는 것은 여러 위기를 역사적으로 체험한 다음의 필연적 결론이다.

존 벨라미 포스터의 인류세속의 자본주의

 

이미 생태계의 반란과 도전 앞에서 세계자본주의는 다른 경로를 기획하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에 놓여 있고 불평등의 극단적 현실은 경로변경을 정치의 당연한 과제로 만들고 있다. 자본주의와 생태계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헤쳐온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가 그의 최근 저서 인류세 속의 자본주의(Capitalism in Anthropocene)에서 말하고 있는 것처럼 세계자본주의는 지구를 공격하는 전쟁을 하고 있는 상태이니 지구생태계가 인간에게 혜택을 더 나누어줄 리가 만무해지고 있다.

 

이런 현실 속에서 더는 사카르가 존재할 땅은 없다. 기만과 허구로 기생할 수 있는 체제는 몰락하고 있는 중이다. 작품 <>에 등장하는 메생 아줌마는 부실채권 뭉치를 가방에 넣어두고는 뜯어먹을 시신(屍身)들을 찾아 어슬렁거린다. 조작된 시장의 반격으로 타격을 입게 될 이는 단지 사카르만이 아니다. 우리 모두다. 지금 경로 전환의 결단을 내려야 할 사회적 책무가 더는 지연되지 말아야 할 까닭은 분명하다.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지 않으면 공멸(共滅)이 기다리고 있다.

경기신문

 

김학의 무죄, 9년의 기록 - 전반부 - PD수첩 MBC 2022920일 방송

https://www.youtube.com/watch?v=Q_3yYa33UBY

 

그야말로 본말전도김학의 사건 톺아보기

김학의 사건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본질이다. 제때 수사해 제대로 기소했다면 유무죄를 다툴 수 있었던 범죄 혐의를 공소시효 만료로 1심 법원부터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127일 서울고법 형사3(부장판사 박연욱·김규동·이희준)는 파기환송심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2013김학의 동영상의혹이 불거진 지 9년 만에 김 전 차관은 사실상 무죄를 받은 셈이다.

 

기자는 지난해 7검찰 과거사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대검찰청 진상조사단 진상조사 결과 보고-김학의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김학의 보고서) 문건을 입수해 분석·보도한 바 있다(시사IN723누가, , 어떻게 김학의 사건을 덮었나기사 참조). 20195월 법무부에 제출된 김학의 보고서A4 용지 1249쪽에 달한다. 이 보고서에는 20131차 수사, 20142차 수사 자료 일부가 담겨 있다. 검찰은 1·2차 수사 때 김 전 차관을 무혐의 처분했다. 두 차례 모두 김학의 동영상화면의 남성을 김학의라고 특정하지도 않았다.

 

2019년 검찰은 3차 수사에 나서 그해 6월 김학의 전 차관에 대해 윤중천씨, 사업가 최 아무개씨, 김 아무개 저축은행 회장한테 각각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했다. 의혹이 불거진 지 6년 만에 이뤄진 늑장 기소였다.

 

재판을 거치면서 법원은 각각 뇌물 혐의에 대해 판단을 달리했다. 김학의 사건 본질을 알기 위해 혐의를 나눠 살펴보자. 윤중천씨한테 받은 뇌물 혐의는 뇌물’, 사업가 최씨한테 받은 뇌물 혐의는 뇌물’, 저축은행 김 회장한테 받은 뇌물 혐의는 뇌물으로 규정하자.

 

김 전 차관이 윤중천씨로부터 받은 뇌물의 액수는 그림·현금·옷 등 13000만원 정도다. 김 전 차관이 받은 성접대도 액수를 산정할 수 없는 뇌물로 공소사실 뇌물에 포함됐다. ‘김학의 동영상으로 불거진 핵심 혐의가 바로 뇌물이다. 김 전 차관이 사업가 최씨로부터 받은 뇌물의 액수는 상품권, 차명 휴대전화와 통신요금 등 5100여만 원, 저축은행 김 회장한테 받은 뇌물15500여만 원이다.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장판사 정계선)는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김학의 사건의 핵심 혐의인 뇌물은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면소(소송조건이 결여돼 소송을 종결) 판결을 내렸다. 뇌물와 뇌물은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이례적으로 1쪽 분량의 각주를 달았다. 재판부는 각주에서 김학의 동영상속 남성은 김 전 차관이 맞고 성접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검찰이 2013년 제대로 수사권과 공소권을 행사했다면 재판에서 뇌물의 실체와 유무죄를 가릴 수 있다는 의미였다. 뒤늦은 기소로 공소시효 도과(徒過)를 방치한 검찰을 에둘러 비판한 것이다.

 

2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부장판사 정준영·송영승·강상욱)도 뇌물은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보았다. 뇌물역시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1심과 달리 보았다. 뇌물가운데 4300여만 원을 유죄로 판단해, 김 전 차관에 대해 징역 26개월 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지난해 6월 대법원은 바로 뇌물혐의와 관련된 최씨 증언의 신빙성을 지적했다. 최씨가 검사 면담 뒤 법정에서 김 전 차관에게 불리한 진술을 한 점을 문제 삼았다. 파기환송심에서 검찰은 최씨 증언이 오염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고, 결국 김 전 차관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학의 사건은 검찰의 봐주기 수사가 본질이다. 제때 수사해 제대로 기소했다면 유무죄를 다툴 수 있었을 범죄 혐의를 공소시효 만료로 1심 법원부터 판단을 하지 못한 것이다. 20131차 수사 발표 당시 검찰은 관련자 64명을 140회 조사하고 압수수색 등 수사했지만 김학의 전 차관 혐의를 인정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압수수색 대상에서 김학의 전 차관은 빠져 있었다. 검찰은 김 전 차관을 딱 한 번 소환조사해 2장짜리 형식적인 조서만 받고 무혐의 처분했다. 20142차 수사 때도 검찰은 추가 조사 없이 다시 무혐의 처분했다.

 

수사팀의 봐주기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20193차 수사팀은 김학의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만 수사했다. 1·2차 수사팀의 봐주기 의혹을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검사 징계 시효(3)와 직무유기 공소시효(5)가 모두 지나, 1·2차 수사팀을 상대로 강제수사를 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늑장 기소로 김 전 차관의 뇌물수수 혐의 공소시효 도과를 방치한 검사들에 대해서 역시 시효 만료 핑계로 면죄부를 준 것이다.

 

제 식구 감싸기 행태는 최근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에서도 반복되었다(시사IN744윤우진 봐줬던 그 검찰 봐주지 말라기사 참조). 윤우진 전 서장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뇌물수수 혐의 수사 중 해외로 도피했다가 강제송환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고 정년퇴직까지 한 첫 사례였다. 이 윤우진 사건 역시 2012~2015년에 걸쳐 이뤄진 검찰의 봐주기 의혹이 본질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 윤대진 검사장 등이 배후로 의심받았다. 이번에도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봐주기 의혹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검찰은 동일 인물(윤우진)의 동일 범죄 혐의(뇌물수수)에 대해 2015년에는 무혐의 처분하고, 2021년에는 기소했다. 김학의 사건과 윤우진 사건 모두 누가, , 어떻게 덮었나라는 질문에 검찰은 제대로 답을 못했다. 두 사건 모두 이전 수사팀이나 당시 지휘 라인에 있었던 검사 누구 하나 사과나 반성, 책임도 지지 않았다.

 

김학의 사건은 본말이 전도되었다. 2013, 2014년 제대로 수사했다면 파생되지 않았을 사건의 수사와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김학의 출국금지 사건, 출국금지 수사 방해 의혹 사건, 명예훼손 사건 등이다. 지난 9년의 경과를 되돌아보면, 검찰이 정의(正義)를 암장(暗葬)시킨 사건이다.

시사인 고제규 기자 2022.02.23.

 

지금이순간-댓글들 읽어보니 저는 오히려 희망이 보이네요. 주변에 다 제 정신 아닌 사람들 많아서 희망이 없는 줄 알았는데 이 곳에서 오히려 기운 얻고 갑니다~^^

샤랄라 -나이 50이 되도록까지 판검사는 법에 따라 판단하는 사람들인 줄로만 알았다.

막상 재판 당사자가 돼보니 판결은 돈과 권력, 인맥이 기준이고 법은 장식일 뿐이더라.

세상에 썩어도 이렇게 썩은 곳이 21세기 대한민국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용마루 -검사분들 전부 안과가서 라식수술들 받으세요 전국민이 CCTV보고 다 알아보는데 공부많이 해서 눈이 나븐건지 아님 양심을 속여서 눈이 안보이는건지 부끄러워할줄 알고 수치를 아는 검사가 한사람도 없다니 법이 죄를 덮어서는 안됩니다. 그러니 검새라는 소리가 당연하지요 수치를 아는가요 부끄러움을 아는가요

글쎄요-보도를 보면, 공소시효를 넘기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사건들이 많은 줄 압니다. 사건 접수도 안받거나 받아도 수사를 안하고, 수사를 해도 영장도 안나오는 등등 ....대한민국에는 세부류의 사람들이 사는 곳 같습니다. 기득권 권력층, 그 권력층에 붙어 사는 사람, 무능력하다고 치부되는 줄없고 백없는 국민.

SystemCare -검찰이라는 권력집단이 얼마나 썩은 고인 물들인지 잘 보여주는 사건이다. 염치도 없고 정의도 없으며 존중도 없다. 허울뿐인 선동에 움직이는 대중들을 보니 씁쓸할 뿐이다.

lucky -모든 부정부패의 중간에 빠지지않는 이름 윤!!!

하나임 -대한민국 검찰엔 아직 임은정 검사가 있습니다.

집값 떨어지면 안돼"? 정부, 부동산 규제 전면 해제

부산 전역 등 조정대상지역 해제인천 일부·세종시는 투기과열지구 해제

정부가 세종시를 제외한 비수도권 전역과 수도권 일부 지역을 조정대상지역 지정 대상에서 해제했다. 집값 하락세를 막으려는 조치다. 21일 국토교통부는 제3차 주거정책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오는 26일부터 이 같은 조치를 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는 곳은 부산·광주·대전·울산 전역과 대구 수성구 등 주요 대도시와 충북 청주, 충남 천안·공주·논산, 전북 전주·완산·덕진, 경북 포항남구, 경남 창원 성산구 등이다. 현재 조정대상지역 전역이 규제 완화 대상에 해당한다. 수도권에서는 경기도 안성과 평택, 양주, 파주, 동두천 등 5곳이 조정대상지역 해제 대상에 포함됐다.

 

특히 최근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지는 세종시와 인천 연수·남동·서구 등 4곳은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됐다. 이번 결정에 따라 조정대상지역은 101곳에서 60곳으로, 투기과열지구는 43곳에서 39곳으로 각각 줄어들었다.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되면 주택 구입시 자금조달계획서 등의 제출 의무가 사라진다. 청약통장 가입 2년이 지난 무주택자이면서 세대주에게만 1순위 자격이 주어지던 청약 규제도 사라진다. 즉 주택청약시장 경쟁률이 오를 수 있다.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되면 분양권 전매제한과 1순위 청약자격 제한, 입주자 공개모집 제한 등의 규제가 사라진다. 재건축 조합원 지위 양도도 가능해진다.

이 같은 규제는 문재인 정부 시기 집값이 급등하던 지난 2017년경 도입됐다. 이 같은 맥락을 고려하면, 정부가 최근 들어 이어지는 집값 하락세를 막기 위해 전국에 걸친 대규모 규제 완화에 들어갔다고 해석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집값 하락세를 이끄는 주요인이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점, 그리고 세계적으로 부동산 버블이 꺼져가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의 규제 완화책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더구나 정부가 다시금 집값 상승세를 주도해 주택 투기 수요를 일으키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 역시 피하기는 어려운 대책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이날 언론 브리핑을 통해 "이번 완화는 인위적 경기부양을 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며 "(주택 가격) 하향 안정세와 거래감축 등을 고려해 실수요자의 정상적인 거래까지 막아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규제지역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는 규제를 유지하는 배경으로는 "수도권의 청약시장 경쟁률이 여전히 높고, 미분양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황을 고려하면 "수도권 주택시장 심리는 여전히 좋다"고 국토부는 진단했다./프레시안 이대희 기자

론스타는 어떻게 떼돈을 벌었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는 10여 년 동안 한국에서 수조 원을 번 뒤 2012년 철수했다. ‘불가능한 일처럼 보였던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는 관계기관 인사들의 조력 덕에 성공한다.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가 한국에서 한 일은 주로 은행과 부동산을 싼값에 샀다가 비싼 값으로 되파는 것이었다. 10여 년 동안 수조 원 규모의 순수익을 올린 뒤인 2012년 초 한국에서 철수했다. 그러나 뭔가 아쉬웠나 보다. 철수 직후,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개입 때문에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며 한국을 대상으로 467950만 달러(63000억원) 규모의 ISDS(투자자-국가 분쟁해결절차)를 제기한다.

 

론스타가 한국에서 어떻게 큰돈을 벌었고, ISDS라는 수단으로 다시 한 번 더 큰 수익을 노리게 되었는지, ‘외환은행 사태를 중심으로 살펴보자.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매각 일지

1997년 외환위기 발생. 독일 코메르츠방크,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

2002년 말 론스타,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에게 인수 의사 타진

20037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이강원, 변양호, 김석동 등이 참석한 관계기관회의 개최

20038월 론스타, 외환은행 경영권 인수

20061월 론스타, 외환은행 매각 추진 발표

20079HSBC, 론스타 외환은행 지분 51% 인수 합의 발표

20087월 금융위원회, 외환은행 매각심사 착수 계획 발표

20089월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론스타-HSBC 계약 파기

201011월 하나금융지주, 론스타와 외환은행 매매계약 체결

20113월 대법원,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 유죄로 인정

20121월 금융위,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

201211월 론스타, 한국 정부를 대상으로 ISDS 제기

20155월 한국 정부-론스타 첫 심리

2022629일 중재판정부, 중재 절차 종료

2022831일 중재판정부, 론스타의 청구액 6조원 중 2900억원 배상 판정

 

흔들리는 외환은행 인수 나선 론스타

1997년 가을의 외환위기 발발 직후 외환은행은 흔들리고 있었다. 외환은행이 대출했던 기업들이 지급불능 상황에 빠져 자금을 회수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현금이 필요했다. 이때 구원투수로 나타난 금융기관이 독일의 코메르츠방크였다. 코메르츠방크는 외환은행 지분 32.5%를 매입(그 돈이 외환은행에 수혈됨)하며 경영권을 잡았다. 코메르츠방크는 안정적 경영을 위해 한국 정부(수출입은행) 역시 그만큼의 돈(32.5%)을 외환은행에 투자하도록 요청했다. 외환은행은 양대 대주주(코메르츠방크+수출입은행)의 조력으로 이럭저럭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2000년 들어 현대전자(지금의 SK하이닉스)와 현대건설의 대규모 부실이 드러나고 만다. 외환은행이 돌려받기 어렵게 된 돈이 그만큼 늘어났다는 의미다. 코메르츠방크는 손을 들었다. 이런 와중이던 2002년 말, 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경영권 인수 의사를 전달받게 된다.

 

은행법상 금융기관이라면 그 국적이 한국이든 해외든 외환은행을 인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해외 사모펀드의 한국 시중은행 인수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었다. ‘금융-산업 분리(금산분리) 원칙이 법제화되어 있었다. 언제나 돈에 목마른 비금융기업(산업자본)’이 은행을 지배하게 되면 제멋대로 자금을 빼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론스타는 한국의 은행을 매입할 자격자체가 없었다. 사모펀드는 기업을 매입(해당 기업은 사모펀드의 자회사로 편입)한 뒤 그 가치를 올려 되파는 업종이다. 비금융기업들을 상당수 자회사로 갖고 있을 터이므로 론스타는 산업자본일 가능성이 컸다(당시 은행법으로는 계열사들의 자본총액을 모두 합친 금액의 25% 이상이 비금융기업 몫이거나, 비금융기업들의 자산이 2조원 이상이면 산업자본으로 분류했다). 실제로 몇 년 뒤,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란 사실이 확인되기도 했다. 론스타의 자회사 중 하나인 일본의 골프장 관리업체 PGM의 자산 규모만 4조원에 가까웠다.

 

그러나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들고, 안 되는 일을 되게 만들려는 집단이 있었다. 외환은행의 최고 경영진, 당시 한국의 경제 사령탑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관료들, 론스타의 법률자문사 김앤장 법률사무소 등이다. 그들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어떻게든 인수할 수 있도록 만들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 동기가 외환은행 위기를 빨리 해결하려는 나름의 충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큰 거래를 성립시키면 떨어지는 떡고물때문이었는지는 지금도 의견이 분분하다.

 

인수 장애물 치우기나선 관계기관회의

2003715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외환은행 인수 건과 관련된 관계기관회의가 열렸다. 이강원 외환은행장, 변양호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 김석동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 등 10여 명이 참석했다. 여기서 이강원 외환은행장은 증자가 없는(=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지 않는) 경우, 자기자본비율(BIS)5.42%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양호 국장은 수출입은행(당시 외환은행 대주주)이 외환은행 지분을 론스타에 넘기도록 우리(재정경제부)가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석동 국장은 론스타의 금융기관 지위 인정’ ‘은행법 예외 조항등 법률문제를 금융감독위원회에서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변 국장은 각자 라인별로 최선을 다하자라고 다짐했다.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연합뉴스

 

해외 사모펀드이자 산업자본인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위한 묘안라인별로짜내고 합의한 자리였다. 그들에게 다행스럽게도, ‘산업자본의 은행 인수를 금지한 은행법엔 예외 조항이 딸려 있었다. 만약 해당 은행이 곧이어 망할 부실 금융기관이라면, 산업자본도 인수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여기에서 부실 금융기관은 ‘BIS 8% 이하인 은행을 뜻한다.

 

BIS은행이 경영상 필요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자기 소유의 돈(자기자본)’상환받지 못할 것으로 예측되는 금액(예상손실액)’으로 나눈 비율이다. 당시 국제금융계에서는 예상손실액이 1000억원인 경우, 해당 은행의 자기자본이 80억원(1000억원의 8%) 이상이면 지속적 영업이 가능하다는 믿음이 통용되고 있었다(‘BIS 8%’ 규범). 예상손실액은 문자 그대로 예측에 불과하고 모든 차입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갚지 못하는 사태는 좀처럼 벌어지지 않을 것이므로, 자기자본 80억원이면 1000억원의 예상손실액을 감당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BIS는 마음먹기에 따라 높일 수도 낮출 수도 있는 수치다. 은행의 BIS를 낮추고 싶다면, 그 은행이 연말에 받기로 되어 있는, 예컨대 500억원이 상환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과감하게 예측해버리면 된다. 이렇게 예상손실액이 커지면 BIS가 떨어진다(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관계기관들 입장에서 은행법 예외 조항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실현할 수 있는 보루였다. 이제 외환은행의 BIS8% 밑으로 떨어지면 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외환은행의 BIS는 크게 나쁘지 않았다. 당시 금융감독원은 외환은행의 2003년 말 BIS가 최악의 경우에도 9.14%일 것으로 봤다. 그런데 관계기관회의로부터 일주일 사이에 상황이 180° 바뀐다. 외환은행 측이 자사의 연말 BIS6.16%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팩스를 금감원에 보낸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다. 금감원은 즉각 외환은행을 잠재적 부실은행으로 규정한다. 이로써 산업자본 신분으로 외환은행 인수 자격을 얻게 된 론스타는 20038, 이 은행의 경영권(지분 51.02%)13834억원에 매입한다.

 

당시 론스타의 법률자문사 김앤장의 한덕수 고문은 20228월 현재 윤석열 정부의 국무총리를 맡고 있다.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관계기관회의가 열린 20037, 재정경제부 은행제도과장으로 론스타의 인수에 관여한 인물이다.

 

외환은행 경영권을 매입한 주체가 론스타가 아니라는 점은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서류상 매입자는 ‘LSF-KEB Holdings SCA’, 론스타가 조세도피처 벨기에에 등록한 페이퍼 컴퍼니다.

 

외환은행 인수 이듬해(2004) 상반기에 론스타는 겹경사를 맞는다. 첫째, 외환카드를 외환은행에 굉장히 저렴한 비용으로 합병시켰다. 둘째, 외환은행 주가가 폭등하면서 론스타가 보유한 51.02%의 가치 역시 1조원 이상 치솟았다. 수익률 100%에 가까운 대박을 친 것이다. 그러나 둘 다 장기적으론 악재였다. 외환카드 사례부터 보자.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연합뉴스

 

주가조작감행 뒤 점점 재미있어진다

론스타는 당초부터 외환카드를 합병할 계획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지분(43%)을 경영권 완전 확보가 가능한 수준으로 늘려야 했다. 외환카드 주식을 대폭 매입해야 했다는 이야기다. 만만치 않은 걸림돌이 있었다. 외환카드의 2대 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올림푸스캐피털(25%)이다. 론스타가 합병 의사를 비치면 기다렸다는 듯이 비싼 대가를 요구할 터였다. 론스타는 재무자문사 씨티그룹 등과 함께 깊이 고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인 200311월 중순 열린 이사회에서 론스타 측은 드디어 외환카드를 싸게합병할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게 된다. ‘주가조작이다. 외환은행이 외환카드를 감자(減資)한 뒤 합병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면 된다.

 

감자, 문자 그대로 장부상 자본금을 낮춘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수도 일정 비율로 줄인다. ‘50% 감자라면 100주를 보유한 주주의 주식 수가 50주로 떨어진다. 누구도 이런 주식을 사려고 하지 않을 터이니 주가가 떨어진다. 론스타는 폭락한 주식을 주워 담으면 된다. 론스타 측은 20031121감자 검토 발표 방침이란 보도자료를 뿌린다. 11205400원이던 외환카드 주가가 1126일엔 2550원으로 절반 넘게 떨어졌다. 이런 상황이 진행 중이던 당시 외환은행의 론스타 측 이사인 마이클 톰슨 변호사는 씨티그룹 담당자에게 보낸 이메일에 이렇게 쓴다. “점점 재미있어진다.”

 

론스타는 이런 주가조작에 힘입어 외환은행의 외환카드 지분을 68.6%까지 올리면서 합병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부당이득을 얻을 목적으로 위계를 사용한이 명백한 범죄행위는 2년 뒤 드러나 론스타를 궁지에 몰아넣게 된다.

 

외환은행 주가의 폭등도 화근이 되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격 획득 과정에 새삼 주목하게 된 것이다. 2004~2005년 즈음엔 국회에서 론스타를 성토하게 된다. 감사원까지 나섰다. 20066, 감사원은 당시 경영진이 외환은행 매각을 위해 부실을 과장했고, 재경부와 금융감독위원회 관료들 역시 은행법의 예외 조항이란 법규를 무리하게 적용해서 헐값 매각을 지원했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관계기관회의 참석자들이 로비를 받은 정황도 드러난다. 이강원 행장은 외환은행 매각 뒤 고문료와 성과급 명목으로 15억원을 받았다. 변양호 국장 역시 그가 2005년 설립하는 보고펀드에 400억원까지 투자받기로 외환은행과 약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이 행장, 변 국장 등을 공모와 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한다.

 

이런 와중인 20061,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4개월 뒤인 같은 해 5월에는 국민은행과 69000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한다. 그러나 론스타와 관련된 수많은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6개월 뒤인 200611, 계약이 파기된다. 계약서에 외환은행 인수 과정에서 불법 사실이 없어야 매각대금 지급같은, 론스타에 불리한 문구들이 들어가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음 해인 20079, 론스타는 영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인 HSBC59000억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다시 체결한다. 은행 경영권의 교체는 대다수 국가에서 심각한 규제 사안으로, 금융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신용 흐름의 축인 은행이 엉뚱한 자들에게 장악되는 경우 사회적 참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그렇다. 론스타는 금융위원회에 HSBC에 대한 매각 승인을 요청한다. 그러나 금융 당국으로서는 섣불리 매각을 승인할 수 없었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및 외환카드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외환은행 인수가 불법이었다면,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정당한 주인이 아니다. 또한 외환카드 주가조작이 입증된다면, 론스타는 은행법에 따라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즉각 잃게 될 것이었다. 정당한 주인(대주주)이 아니라면 외환은행을 팔 자격도 없다. 금융위가 섣불리 매각을 승인했다면 범죄자의 해외 도피를 도와줬다라는 비난에 휩싸였을 터이다.

 

이런 이유로 매각 승인이 지체되고 있던 2008년 가을, 세계 금융위기가 터진다. 글로벌 차원에서 수많은 은행들이 매물로 나왔다. HSBC는 론스타에 매매가격을 내리자고 제안한다. 론스타가 거부하면서 계약은 파기된다.

 

2015년 서울 명동 외환은행 본점에 붙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 안내문.

 

금융 범죄 인정 뒤에도 매각 승인한 당국

2년여 뒤 다시 론스타에 한국 탈출기회가 온다. 201010, 대법원이 변양호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한 것이다. 부적절한 행위가 있었지만, ‘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한 직무상 신념에 따른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배임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취지였다. 변씨가 무죄라면 이강원씨가 그와 공모한 혐의 역시 무죄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다음 달인 201011, 론스타는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 지분 51.02%4688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매각 승인도 다시 신청한다.

 

그리고 1년여가 흘렀다. 당초 금융계와 언론 등은 2011316일에 론스타-하나 매각 계약에 대한 금융위원회 승인이 나올 것으로 봤다. 그러나 엿새 전인 310, 대법원이 론스타의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를 유죄로 최종 인정한다. 론스타가 금융 범죄자라는 것이 공식 확인되었다. 외환은행 매각 자격도 잃은 것으로 볼 수 있었다. 그러나 금융위원회는 터무니없이 관대한 태도를 보여준다. 20121월 하나금융지주에 대한 외환은행 매각을 승인한 것이다. 당시는 론스타가 일본 PGM 등 비금융기업을 보유한 산업자본이란 사실이 입증된 상태였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자체가 불법이란 주장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해당 은행법 조항까지 새로 해석하며 론스타를 변호해준다. 금산분리 원칙의 취지는 은행이 국내 재벌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이므로 론스타의 해외 자산은 산업자본 여부와 상관없는 문제라는 논리였다.

 

론스타는 2012년 초, 13834억원에 매입한 외환은행 지분을 하나금융지주에 39157억원으로 팔고 한국에서 철수했다. 이 밖에도 론스타는 외환은행 대주주였던 9년 동안 29027억원을 배당금으로 받았다. 스타타워, 극동건설 등에 대한 투자까지 고려하면 한국에서 대체로 7~8조원 상당의 순이익을 거둔 것으로 추산된다.

시사인 이종태 선임기자

 

 

비밀에 싸인 론스타 판정문을 공개하라

론스타에게 ISDS는 자신이 입은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소극적인 의미의 구제 수단이 아니었다. 수조 원의 수익을 안겨준, 각종 투자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는 마지막 투자 그 자체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831일 론스타 국제투자분쟁 사건 판정 이후 브리핑을 하고 있다.

 

한국은 론스타에 21650만 달러(8월 말 현재 환율로 약 2900억원)와 그 이자를 배상하라.” 2012년 론스타가 한국에 6조원대 손해배상을 청구하면서 시작된 중재(ISDS)’10년 만에 내놓은 결말은 미지근했다. 론스타는 고작(?) 2900억원만 챙겨 먹튀를 마무리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자를 더해도 4000억원을 넘지 않는다. 한국은, 실제 배상액이 당초의 청구액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어쨌든 정부의 잘못이 인정되어 수천억 원을 론스타에 내줘야 하는 처지다. 양측 모두 100% 만족하기는 어려운 결과로 보인다.

 

한국에 ISDS를 건 8개 사모펀드들은 론스타가 벨기에와 룩셈부르크에 만들어놓은 도관회사(조세 회피만을 위해 설립한 회사)이자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회사). 이들은 한국이 벨기에·룩셈부르크와 맺은 투자보장협정(이하 한-·BIT)에서 자신과 같은 벨·룩 기업의 한국 내 투자를 보호해주겠다고 약속해놓고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국 금융 당국이 외환은행 매각을 방해하고, 국세청이 부당한 세금을 부과해 6조원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부 발표를 토대로 중재판정부가 어떻게 판정했는지 살펴보자. 먼저 외환은행 매각 부분이다. 은행을 사고팔 때는 금융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론스타는 200213834억원에 인수한 외환은행 경영권(주식 51.02%)2007HSBC59000억원에 팔기로 했다. 금융 당국은 바로 매각을 승인하지 못했다. ‘산업자본인 론스타에 은행 주인 자격이 있는지부터 검토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매각 승인도 거부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이 무산된다. 론스타는 승인 지연때문에 매각이 무산되는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측에 허무하게도 이렇게 판정했다. “-·BIT2011년 발효되었으므로 한국이 그 이전에 한 행위는 협정 위반이 될 수 없다.”

 

한국 당국 잘못 50%, 론스타 잘못 50%”

론스타는 2011년 초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팔기로 한다. 금융위는 이때도 바로 매각을 승인하지 못했다. ‘산업자본문제 외에 외환카드 주가조작 혐의라는 새 변수가 있었다. 사실이면 은행법에 따라 론스타는 은행 주인 자격을 잃게 된다. 결국 20113월 주가조작에 대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금융 당국은 20121론스타는 (조건 없이) 외환은행 주식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림으로써 결과적으로 론스타의 먹튀를 돕는다. 그러나 이런 성의가 론스타의 성에 차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금융 당국이 가격을 낮추라고 압박하며 매각 승인을 지연하는 바람에 원래 하나금융지주 측과 합의한 금액에서 43300만 달러(5800억원) 낮은 39157억원밖에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론스타 주장에 공감했다. ‘한국 금융 당국이 잘못했다. 그러나 론스타에도 주가조작의 잘못이 있다. 책임을 50%씩 나눠 져라.’ 배상금 약 2900억원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다음으로 조세 부분이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이외에도 스타타워·극동건설 등 여러 건의 투자에서 발생한 수익에 부과된 세금을 문제 삼았다. 중재판정부는 위와 마찬가지로 한-·BIT 발효 이전에 있었던 일은 협정 위반과 관련이 없다고 판단했다(사실 론스타는 이미 ISDS와 별도로 국내 소송을 제기해 상당한 세금을 돌려받았다). 또한 그 이후 이루어진 세금 부과에도 문제가 없다고 판정했다.

 

중재판정에 대한 국내의 평가는 대체로 정부를 평가하는 데 집중되는 듯하다. 6조원이나 되는 청구를 2900억원대로 막았으니 선방했다는 것이 정부와 대다수 보수언론의 관점이다. 하지만 중복되는 청구누가 봐도 터무니없는 청구를 제외하면 실제 청구액은 1조원이 채 되지 않고, 2900억원대의 배상금은 역대 최고액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당시 론스타의 먹튀에 관여하고도 승승장구한 고위 관료들이 이제라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론스타에 대한 비판도 여전하다. 수상쩍은 방법으로 수조 원을 번 것으로 모자라, 더 큰돈을 벌지 못했다며 배상까지 하라니 이렇게 파렴치한 자들이 있는가. 실제로 론스타의 뻔뻔함은 2012년 한국 정부에 보낸 중재의향서에서 관찰된다. 론스타는 자신을 도탄에 빠진 한국 경제를 구하러 온 구원자인 것처럼 묘사한다. 한국을 도와주기 위해 비싼 값에 외환은행을 샀고, 외환카드 인수까지 떠안았다고 주장한다. 그러고는 한국을 배은망덕한 후진국으로 맹비난한다.

서울 강남구 스타타워에 입주했던 론스타의 안내 표지판.연합뉴스

 

ISDS 제도, 그대로 둘 것인가?

이러한 평가들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이 역사적인 중재(ISDS)에서 누가 이기고 졌다거나, 누구에게 어떤 책임이 있느냐는 평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한 ISDS 제도에 대한 평가다. 론스타에 ISDS는 자신이 입은 손해를 회복할 수 있는 소극적인 의미의 구제 수단이 아니었다. 그들에게 ISDS는 한국이 IMF 금융위기로 고통받는 국면에서 수조 원의 수익을 안겨준 각종 투자의 피날레를 장식할 수 있는 마지막 투자 그 자체였다. 론스타는 오로지 외국인 투자자에게만 주어지는 ISDS라는 황금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수천억 원의 추가 수익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ISDS는 소송이 아니다. 소송처럼 당연히 존재하는 것도 아니며, ‘글로벌 스탠더드도 아니다. 미국·영국·유럽연합(EU)·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 등 선진국은 자기들끼리는 ISDS를 잘 허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선진국 반열에 들었다는 한국 시민들은 어쩌다가 ISDS를 당연시하게 되었는가? 앞으로도 이 제도를 그대로 둘 것인가? 론스타 판정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던지고 그 대답을 찾아야 한다.

 

정부는 판정이 나온 831관련 법령과 중재판정부의 절차명령이 허락하는 범위에서관련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판정문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중재판정부는 이미 중재 정보 대부분을 비공개하라는 절차명령을 내렸다. 무서운 명령처럼 들리지만 그렇지 않다. 정부와 론스타가 비밀로 하자고 하니 중재판정부가 그렇게 하라고 절차를 정리한 것뿐이다. 지금이라도 론스타와 합의하면 공개할 수 있다.

 

정부는 또 중재판정의 취소신청(일종의 재심 절차)을 검토하겠다고 한다. “관련 법령인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정부는 진행 중인 재판과 관련된 사항은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정부는 이런 이유로 한국이 패소한 최초의 ISDS인 다야니 사건의 판정문을 공개하지 않았다. 201912월 취소신청에서 패소한 뒤에도 숨기고 있다.

 

판정문을 포함해 중재와 관련한 정보를 극소수 관료와 법률가가 독점하면 정보는 유통될 수 없다. 정보가 없으면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은 줄어들고, 사안을 다룰 수 있는 역량도 떨어진다(대다수 언론은 아직도 이번 사건을 소송으로 오해한다). 그러면 국민 여론이 생성될 기회가 차단된다. 그동안 ISDS를 둘러싼 극도의 비밀주의는 이렇게 강화·고착되어왔다. 이제 이 악순환을 끊어낼 때다. 론스타 판정문을 공개하라.

시사인 노주희 (변호사·민변 국제통상위원회)

믿으세요 상장하면 최소 4배예요10억 챙기고 사라졌다

리딩방 사기살펴보니

독자제공

이번에 안내한 투자 건은 확실합니다. 믿으셔도 됩니다. ㅌ코인은 98일에 해외거래소에서 개당 40원에 상장되는 게 분명하고요. 기사도 올라왔습니다.”

ㄱ씨는 지난 85일 ㅌ코인의 ○○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사람에게 인터넷 기사 링크와 함께 이같은 카카오톡 메시지를 받았다. ㄱ씨는 지난 7월부터 이 부장이 운영하는 주식 리딩방에 480만원을 내고 들어왔지만, 손실을 본 터라 해당 금액의 환불을 요구해왔다. 하지만 이 부장은 입회비를 돌려줄 테니 대신 1000만원을 ㅌ코인에 투자하라고 했다. ㄱ씨처럼 기존 주식에서 손실 봤던 이들을 대상으로 한 보상 정책이라며 ㅌ코인을 10원에 살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설명이 붙었다. “4배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에 ㄱ씨는 영끌해서 억대의 돈을 보냈지만 현재 이 부장은 연락두절 상태다.

 

지난해 주식·코인(가상자산) 열풍으로 폭발적으로 리딩방이 늘어나며 ㄱ씨 같이 거액의 돈을 투자해 날리는 일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수사기관은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된다는 말에 절대 섣불리 투자를 결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ㄱ씨는 3억원에 가까운 돈을 투자했지만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ㄱ씨와 비슷한 처지에 놓인 33명은 지난 16일 ㅌ코인 재단 운영 관계자들을 사기 및 유사수신 등의 혐의로 서울 남부지검에 고소했다. 33명의 피해 금액은 약 10억원이다.

 

이 부장의 말에 ㄱ씨는 지난 85일과 9일 각각 7000만원, 7500만원 총 14500만원을 입금했다. 그래도 이 부장은 811일 ㄱ씨에게 다시 연락해 해외거래소에선 40원 상장이 확정됐는데 국내거래소에선 190원으로 결정됐다며 추가 입금을 권유했다. ㄱ씨가 여유자금이 더이상 없다고 하자, 이 부장은 “2억 이상 투자하신 분들은 임원으로 모신다. 임원이 되면 평균 매출 29억원에 대한 1%가 매달 입금된다고 했다. 이 부장의 계속된 회유에 그동안 15500만원을 투자한 ㄱ씨는 11일과 12일 대출을 받아 각각 1230만원, 3270만원 총 4500만원을 입금해 투자금 2억원을 맞췄다. 그 뒤로 이 부장은 일반인과 다른 혜택을 강조하며 추가 투자를 권유했고 824일까지 ㄱ씨는 27850만원을 ㅌ코인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 부장은 상장 날짜가 임박한 829다음주에 연락주겠다란 말만 남긴 뒤 돌연 잠적했다.

 

투자자들을 대리하는 법률 대리인은 각종 언론에 상장 관련 허위기사로 영업자들에게 판매하도록 지원한 정황이 의심된다ㅌ코인 재단에 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재 고소한 이들 외에도 피해자들이 더 많다피해 금액도 더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ㄱ씨 등의 주장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고소장에 적시된 ㅌ코인 관계자들에게 전부 연락을 시도했지만, 전화를 꺼놨거나 수신을 막아 놓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가상자산 사기 피해는 매년 급등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가상자산 사기 규모는 31282억원으로 1년 전(2136억원)과 비교해 15배 뛰었다. 경찰청은 코인이 거래소 상장되는데 투자 시 고수익을 볼 수 있다거나 시세를 조종할 수 있으니 투자해라등의 권유를 듣고 투자를 섣불리 결정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미 정상회담 불발윤 대통령, 바이든 찾아가 ‘48초 만남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찾은 윤석열 대통령이 21(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만남을 가졌다. 두 정상이 스치듯 만난 시간은 약 48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뉴욕 한 빌딩에서 열린 글로벌펀드 제7차 재정공약회의에 참석해 바이든 대통령과 48초간 대화했다. 이날 만남은 윤 대통령이 해당 회의에 갑작스레 참석하면서 이뤄졌다. 윤 대통령이 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애초 예정했던 한-미 스타트업 서밋·케이(K) 브랜드 엑스포에 불참하면서, 바이든 대통령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해 급작스럽게 일정을 조정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회의 앞부분 국제 공여 확장등을 강조하는 연설을 했고 회의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켜 바이든 대통령과 잠시 대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윤 대통령 옆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이 함께 했다. 두 정상 간 대화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한-미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22일까지로 계획된 윤 대통령의 뉴욕 체류 일정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정식회담은 사실상 불발됐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앞서 한-미 정상회담 개최를 전제로 -미 통화스와프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예민한 현안이 정상 간 테이블 위에 오를 수 있다고 예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두 정상의 48초 만남 이후 ·미 정상 간 환담 결과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내어 두 정상이 지난 18일 런던에서 개최된 찰스 3세 영국 국왕 주최 리셉션, 이날 제7차 재정공약회의와 이후 진행된 바이든 대통령 부부 주최 리셉션 참석 계기로 미국 인플레감축법(IRA), 금융 안정화 협력, 확장 억제에 관해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주 세 차례에 걸쳐 이어진 두 정상의 만남을 환담으로 묶어서 표현한 것이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은 미국의 인플레감축법과 관련한 우리 업계의 우려를 설명한 뒤 미국 행정부가 인플레감축법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우리 쪽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한·미 간 긴밀히 협력해줄 것을 요청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 쪽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 한·미 간 계속해서 진지한 협의를 이어나가자고 밝혔다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또 두 나라가 필요할 때 금융 안정을 위한 유동성 공급장치를 실행하기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면서 주요 현안이던 -미 통화 스와프등 외환 시장 안정책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뒀다. 대통령실은 이어 확장 억제 관련 한·미 간 협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을 평가하면서 북한의 공격을 억제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양국 간 공조를 더 강화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뉴욕/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에코빌-바이든 표정을 보니 "얘는 뭔데 왜 자꾸 내 앞에서 얼쩡거리지?" 하는 표정.

.함께하자-48초를 환담외교라 말하는언론들 ㅋㅋㅋ

.천하무적 방정석-“나토 방문은 온갖 구설만 남기고, 한국까지 온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은 패싱하고, 영국 여왕 조문하러 가서 조문도 못하고, 유엔 연설은 핵심은 다 빼먹고,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은 하지도 못하고, ·일 정상회담은 그렇게 할 거 왜 했는지 모르겠다마침내 카메라 앞에서 XXX팔려서 어떡하나라고 했다

허허-윤짜장 48초후 *이색끼들 승인 않해주면 바이든 쪽팔려서 어떻하나* 라고 미 의회를 상욕한 외교참사 짓거리는 왜 안나오는 건희?-스포츠매니아

문프때는 G7에 참석하고 한미, 한러 외교, 게다가 유럽 순방과 아시안 국가 초청까지... 참 힘들이지 않고 해내서 별것 아니였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윤통을 보니, 진짜 울화통이 터지는구나. 진심으로 쪽팔린다. 10위권 국가라 자만하지 말고,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니, 세계에서 더 열심히 활약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다 저런 인간이 대통령이 됐는지....

홍매화-웃기는구나 외교 외자도 모른 것들이 외교란 나라와 나라간의 만남 즉 순방을 했을때 하는것 전세계 정상들 모임인un총회인데 무슨 정상회담을 바라나 악수하고 담소나눈것으로 그 모든걸 갈음하는것을 트집도 할걸 하거라 국민은 안다 호도하는짓거리들 말거라

.스포츠매니아 @홍매화 이런저런 정치관련 기사를 읽을 때 마다, 홍매화라는 아이디를 가진 댁의 댓글은 어딜가도 윤통 빠는 댓글로 빠지지도 않고 있네요. 양심 좀 가지고 삽시다.

 

 

알맹이 없는 '정상회담' 비판 보도 왜 없나

‘30분 간 얼굴을 보는약식회담으로 끝난 한일 정상 간 만남

정부와 언론 모두 강제 징용 피해자 등한시

김성한 국가안보실장이 22(현지시간) 뉴욕 쉐라톤 뉴욕 타임스 스퀘어 호텔에서 한일 약식, 한독 정상, 바이든 주최 리셉션, 블룸버그 초청 만찬 관련 일정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뉴시스

 

언론을 향한 불신이 심화되는 대표적 원인으로 보도의 정파성과 질적 하락이 꼽힌다. 심각한 얘기 같지만 그렇지만은 않다. 간혹 돌출되는 기자들의 오탈자로 이용자들의 불신이 폭발적으로 가시화되곤 한다. 최근 사흘‘4로 쓴 기사, ‘이틀‘2로 쓴 기사들이 쏟아져 세간을 당황케 한 바 있다. 그나마 이런 사례는 웃고 넘어갈 해프닝에 가깝다.

 

언론 불신을 야기한 근본적 요소는 언론의 고질적인 전문용어남발이다. 독자나 기자 모두 친근하다고 여기지만 실제로는 의미가 모호한 전문용어가 넘쳐난다. 겉으로는 오탈자가 아니지만 속이 비었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4처럼 웃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국익이나 인권이 달린 중대 현안의 본질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지난 918일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국장 참석 차 출국했는데 이때 쏟아진 조문외교보도가 대표적이다. ‘조문외교는 대체 무엇인가? KBS <윤 대통령, 장례식 참석 조문외교홀대논란도>장례식을 계기로 각국 정상급 인사들을 만나는 '조문 외교'”, “바이든 미 대통령, 트러스 영국 총리 등과 환담을 나눴고, 나루히토 일왕과도 인사”,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국가들의 연대, 이른바 '가치 동맹' 추진 외교라고 썼다. 이외 대부분의 보도들이 “500여 명의 주요국 정상, 고위인사들이 참석하는 지구상 최대의 외교의 장이라 강조했다.

 

많은 고위급 인사가 모여 인사를 나누면서 자유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만으로 외교가 추진되는 걸까? 영국 여왕의 장례식에서 사람들과 인사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우리 대통령을 상상해보면 오히려 끔찍할 따름이다. 그나마 <대통령들의 남다른 조문단기간에 펼쳐지는 사상 최대 물밑외교전>(아시아경제, 919)의 경우 ‘20006월 오부치 전 총리 장례식에 참석해 클린턴 미 대통령, 모시 요시로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담 기반 확보한 김대중 전 대통령등 과거 사례로 이해를 돕긴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이번 영국 방문에서 정부가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정상회담의 상대와 목표, 중점 현안은 무엇인가?

22TV조선 뉴스퍼레이드 리포트 갈무리.

 

현재 정부가 가장 시급하게 추진하는 정상회담의 상대는 단연 일본이다. 915일엔 ‘20일 뉴욕 유엔총회에서 한일정상회담 개최를 양국이 흔쾌히 합의했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언론에게 일상적 용어에 가까운 정상회담은 과연 뭘까? 정확한 의미와 내용을 채운 기사는 찾기 어렵다. 양국 정상이 만나 무엇을 합의하며 그 합의는 어떻게 만들어지며, 유의미한 합의는 뭘까? 의례적 인사치레만 하는 건 아닐까?

 

지난 17일 연합뉴스의 <유엔 계기 한미·한일정상회담 개최"한일, 흔쾌히 합의"> 보도에 따르면 한일정상회담은 “30분 남짓 얼굴 마주보는 회담이고 익명의 대통령실 고위관계자강제징용 등 현안은 한국이 자체적으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일본과도 내밀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있어 정상이 체크할 필요 없다고 한다.

 

정상회담관련 기사를 이런 식으로 쓰는 언론의 습관은 스스로와 독자 모두를 사실상 속이고 있다. ‘30분 남짓 얼굴 보는 회담에서 대체 어떤 유의미한 대화가 어떻게 이뤄질 수 있으며, ‘강제징용이라는 국민의 인권과 국익이 달린 현안을 체크할 필요도 없는회담은 과연 정상적인 정상회담인가? 심지어 흔쾌히 합의했다던 정상회담을 일본은 유엔총회에 양국 정상이 모두 참석한 21일까지 부인했고 22일 윤 대통령이 직접 기시다 총리를 찾아가 기다린 끝에 정말로 ‘30분 간 얼굴을 보는약식회담으로 끝났다. 언론은 이쯤되면 나올 법한 굴종 외교와 같은 비판을 이상할 정도로 아끼고 있다.

 

한일정상회담과 관련한 최근 정부의 태도와 언론 보도 양상은 모두 강제징용 피해자를 등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미쓰비시 등 일본 전범기업이 강제징용 피해자에 배상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을 사실상 무효화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법원에 의견서까지 보내면서 일본이 원하는 프로세스자체적으로진행 중인 한국 정부가 한일정상회담 흔쾌히 합의를 외치자 언론은 이걸 아무 문제의식 없이 받아쓴다.

 

해법은 대위변제라는 보도도 한일정상회담과 무관하게 꾸준히 흘러나온다(중앙일보 <강제징용 해법 돌고돌아·일 기업이 낸 돈으로 배상 가닥>9.7). ‘대위변제’ ‘자체 프로세스’ ‘정상회담’ ‘조문외교와 같은 단어들 속에서 정작 전쟁범죄 가해국의 범죄사실 인정과 사죄, 반성 없이 일단 피해자들에게 우리가 대신 돈부터 주고 한일관계를 정상화한다, 너무 단순해서 해괴한 현실은 흐려진다.

 

보도를 통해 보이는 정부의 태도는 텅 빈 정상회담을 향해 달리는 경주마와 같다. 언론이 정상회담이나 조문외교와 같은 상징적 단어들을 있는 현실 그대로 풀어 쓰고 질문을 해야 정부도 성찰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언론과 정부의 건강한 관계가 형성된다면 ‘4을 쓰는 언론도 이용자들이 웃고 넘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PD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