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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어울리기/시사만평-주간 쟁점

22.8.15~20 들통난 공급부족론의 허상과 무너진 모래성, 스테이블 코인은 존재해야 하는가

by 이성근 2022. 8. 15.

올해 집값 오를 거라고? 결국 들통난 공급부족론의 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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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집값 오를 거라고? 결국 들통난 공급부족론의 허상

금리 무시하고 집값 상승 공언한 보수·경제 언론들의 말바꾸기

지난 729일 서울 남산에서 본 아파트.연합뉴스

 

수년간 고공행진을 이어오던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주택 공급 부족으로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한 보수·경제 언론들은 '금리'를 탓하면서 탈출구를 찾기 바빠 보인다. 공급 부족을 집값 상승 원인이라 지목했던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도 자취를 감췄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보수·경제 언론들은 멈추지 않는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을 '주택 공급 부족'으로 탓하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주택 공급 부족이 계속되면서 올해도 집값 상승이 계속될 것을 전망하는 기사도 잇따라 내놨다.

 

"대통령 선거와 금융 환경 변화 등 적지 않은 변수 속에서도 전문가들이 집값 상승을 강조하는 원인은 공급 부족이다."

 

지난해 1221<아주경제>2022년 주택 시장 전망 기사의 첫 문장이다. 올해 초까지 보수·경제 언론들이 쏟아낸 주택시장 전망 기사들의 주요 내용 역시 이 문장 하나로 요약할 수 있다. 부동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부동산 전문가로 기사에 등장해, 주택가격 상승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지난해 1215일자 동아일보 보도.동아일보 갈무리

 

지난 20211230<한국경제>는 부동산 전문가 121명을 자체 설문한 조사를 통해 올해 집값 상승을 점쳤다. 응답자의 55.4%'집값이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를 보면, 집값이 오르는 이유로 신규 주택 공급 부족(70.1%)때문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설문에 응한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부분 부동산업자(건설사, 시행사)들이었다.

 

2022'집값 상승' 호언 장담했던 언론사들

<매일경제>도 지난 20211214일자 보도에서 주택산업연구원 분석을 인용하면서 올해 집값 상승을 점쳤다. 주택협회 등 주택사업자들이 공동 출자해 만든 주택산업연구원은 김현아 전 국민의힘 의원이 연구원으로 몸 담았던 곳이기도 하다. 보도를 보면 주택산업연구원은 주택 가격 변동에 가장 큰 요인으로 '주택 공급'을 꼽았다. 금리나 경제성장률은 '주택공급'에 비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주장도 했다.

 

<중앙일보>는 올해 12'역대급 공급했다더니 서울 20만가구 부족주택수급 8년 전으로 추락'이라는 제목을 단 분석 기사를 냈다. <중앙>2021년 서울 주택보급률이 전년에 비해 1%p 가량 떨어진 것을 집중 조명하면서, 이를 주택 가격 상승 원인으로 지목했다.

 

<중앙>은 이 기사에서 주택 수요가 늘어난 근거로 '일반가구 수 급증'을 꼽았다. 이 신문은 '일반가구'들을 모두 '매매 수요층'으로 봤다. 가구별로 거주 유형이나 소득 수준도 다르고 내 집 마련 계획 시기도 천차만별인데, <중앙>은 이런 점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 1인 가구들도 모두 '매매 수요'로 봐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매일경제> 등 경제지들도 <중앙>과 유사한 논리로 공급 부족 탓에 집값이 오른다고 강조했다. 공급 부족 기사에 단골처럼 등장하는 부동산학 전공 교수들과 시중은행 컨설턴트 등 소위 부동산 전문가들도 '집값 상승론'을 반복했다. 올해 초 금리 인상이 예상되고, 금리가 집값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국책연구기관(국토연구원)의 보고서는 이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조용히 묻혀버렸다.

 

하지만 금리와 정책, 대내외 변수, 물가 등 집값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등한시하면서 '공급 부족'만 외치던 이들의 목소리는 오래 가지 못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상승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국민은행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전국 아파트 가격은 전달에 비해 0.04% 하락했고, 7월에는 0.07%로 낙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도 지난 60.13%에서 70.03%로 축소되고 있고, 서울 강북 지역에는 지난 70.01% 하락했다.

 

집값이 오를대로 오른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다보니 실수요층이 대출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여력이 급격히 떨어졌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금리가 집값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지만,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금리는 집값의 주요 변수로 자리 잡았다.

 

집값 떨어지자, 자취 감춘 '공급부족론'

보수·경제 언론들이 내놓는 부동산 기사도 180도 달라졌다. 금리를 큰 변수로 보지 않고 집값이 오를 것이라고 하던 연초와 달리 지금은 부동산 시장 침체 이유로 금리 상승을 들고 있다. '주택 공급 부족'은 아예 자취를 감췄다. 한국은행이 지난 713일 기준금리를 대폭 인상했을 당시 '부동산 침체'라는 표현도 등장했다.

 

8년만에 기준금리 2.25%"부동산 침체 길어진다"<조선비즈>

금리인상으로 부동산 시장 냉각 가속화 우려<한국경제>

[한은 빅스텝] 역대 최대폭 기준금리 인상에 부동산 시장 '꽁꽁'<중앙일보>

"대출 금리 감당 못해"생애최초 부동산 매수자도 역대 최저<매일경제>

 

주택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던 부동산 전문가들의 목소리는 자취를 감췄다. 올해도 주택 가격이 오르니, 집을 사라고 부채질하던 한 대학 겸임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실수요자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이자 상환을 유예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집값이 하락하면서 보수 언론이 제기해온 '공급 부족론'의 허상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성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장은 "집값이 떨어지면서 공급 부족이 문제라는 보수·경제지들의 거짓말이 드러난 것"이라며 "이들 언론의 주장은 재건축 규제를 풀어서 값비싼 아파트를 많이 공급하게 하면 집값이 떨어진다는 것이었는데, 역사적으로 그런 전례는 없었고, 공급 부족이라는 말도 허상이었다"라고 말헀다.

 

김 국장은 이어 "언론사 기사에 등장하는 부동산 전문가들도 무주택 서민 입장에서의 관점이 아닌 투자자 관점에서 의견을 표하는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적당히 거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마이뉴스 신상호(lkveritas)

 

 

러시아와의 경제전쟁, 최대 피해자는 유럽 경제"

[해외 시각] 마이클 허드슨의 '문명의 운명'

벤자민 노튼 : 이제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에 대한 경제전쟁으로 주제를 옮겨보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해 서방은 금융적 충격과 공포(shock-and-awe)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군사적 충격과 공포 전략이었다면, 각종 수입 금지조치와 외환준비금 압류 등의 대대적 경제제재는 러시아에 대한 금융적 충격과 공포 전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러시아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제재를 당한 국가라고 얘기되고 있다. 사실 최대의 경제제재를 받고 있는 나라는 북한이긴 하지만, 러시아 같은 강대국이 지금과 같은 경제제재를 받은 전례는 없다. 현재 서방이 러시아에 대해 시도하고 있는 경제제재는 중세시대의 공성전과 같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3월 폴란드를 방문한 조 바이든은 연설을 통해 워싱턴의 전쟁 목표가 러시아 정권 교체임을 분명히 밝혔다. 미국은 푸틴 정권을 무너뜨리고, 1991년 소련 붕괴 이후 그랬던 것처럼 보리스 옐친과 같은 술주정뱅이에 고분고분한 신자유주의적 꼭두각시를 러시아의 권좌에 앉히려 한다.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경제전쟁이 어떤 결과를 낳을까? 특히 교수께서 지난 수년간 강조해온 탈동조(decoupling), 즉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탈동조를 가속화시킬 것이란 전망과 관련해, 이번 경제전쟁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하나?

 

교수께서는 모든 것이 상호 연결된, 특히 자본의 흐름이 세계적으로 상호 연결된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의 세계에서 자급자족적 국민경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서방 중심의 경제체제로부터의 단절을 위한 일종의 경제적 철의 장막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번 러시아 경제제재가 (서방 경제와의 단절과 함께) 유라시아 경제의 통합을 더욱 가속화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또한 이번 경제전쟁이 유럽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내 느낌으로는 유럽경제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고 갈수록 미국에 의존하게 되는 반면, 인류의 대다수가 거주하는 러시아, 중국과 이란, 나아가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경제의 통합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는데.

 

마이클 허드슨 : 충격과 공포는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애당초 충격과 공포 따위는 없었다. 이는 서방의 패배를 자초하는 허튼소리일 뿐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미국과 서방은 러시아 외환준비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무려 3000억 달러를 강탈하는 폭거를 자행했으나 러시아 경제를 붕괴시키는 데 실패했다. 서방의 러시아 외환준비금 압류는 어떤 나라든 미국에 반하는 정책을 택할 경우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라는 강력한 신호였다.

 

물론 목표는 러시아 경제를 침몰시키는 것이었다. 달러가 없으면 자국 경제에 필요한 물품을 해외 시장에서 조달하지 못할 것이고, 그 경우 불만에 가득 찬 국민들이 푸틴 축출에 나설 것이며, 그렇게 되면 미국은 달러를 제공하면서 새로운 옐친이 될 것을 다짐하는 나발니 등과 같은 우익 얼간이들을 권좌에 앉혀 러시아를 다시 한 번 서방의 입맛대로 요리하겠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물론 서방은 러시아의 외환준비금 3천억 달러를 압류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그래, 우리는 루블화만으로도 충분히 경제를 꾸려나갈 수 있어'라고 대꾸했다. 나아가 '러시아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독일 등 유럽에 팔지 않아도 돼. 유럽이 에너지 부족으로 고생을 하든 말든 상관 안 해. 중국, 인도 등에 팔면 되지'라고 응답했다.

 

나아가 러시아는 (서방의 압류 조치로 더 이상 에너지 판매대금을 달러, 유로화로 받을 수 없게 됐으므로) 앞으로 석유 및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해 달라고 요구했다. 중국이 해외 수출품 대금을 위앤화로 받듯이 러시아도 자국의 루블화로 무역 결제를 하겠다는 얘기다.

 

그 결과는 루블화는 서방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전쟁 이전보다 높은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 제재에 따른 충격 따위는 전혀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충격을 느낀 쪽은 미국이었다. 미국이야말로 충격을 받았고 공포에 질려 있다. 러시아는 웃고 있으며, 모든 것이 그들의 의도대로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바이든 대통령이나 미 의회 지도자들이 러시아의 뇌물을 받은 하수인이라 치자. 만일 그렇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러시아에 유리한 일을 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러시아 스스로도 해내지 못한 보호주의 체제를 완성시켜 주었기 때문이다.

 

사실 푸틴이나 그 측근들도 최근까지는 신자유주의자들이었다. 즉 이들은 1990년대부터 신자유주의에 경도됐었다. 이들은 당초 독일을 비롯한 유럽과 상호 도움이 되는 경제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유럽의 투자와 기술 지원으로 러시아를 독일이나 미국 못지않은 효율적 경제로 발전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러시아 인들은 (19세기 후반~20세기 초의) 미국과 같이 (자국 유치산업 보호를 위한) 보호관세 부과를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러시아는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지 않았다. 그들은 발트 3국 등 외국에서 식량과 치즈 등 농산물을 수입했다.

 

미국이 농업 부문에 제재를 가한다면 러시아는 자국 식량을 스스로 생산해야만 하는 처지인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합병한) 2014년부터 러시아에 제재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이후 러시아는 자국 농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통해 이제 세계 최대의 농산물 수출국이 됐다. 러시아는 더 이상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 치즈를 수입하지 않는다. 러시아 자체에서 생산한다.

 

다시 말해 미국의 경제 제재는 러시아로 하여금 19세기 미국이나 독일 등이 실시했던 보호주의 무역을 하도록 만들었다. 저렴한 외국산 수입품에 대해 보호 관세를 매기는 한편 자국 산업에 대한 공공 투자를 통해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한 것이다. 미국의 경제 재재가 이뤄낸 업적이다.

 

그리고 지난 3,4년간 나는 러시아, 중국 등 외국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탈달러화(de-dollariz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국 경제를 발전시키고 싶다면, 우선 미국으로부터 독립하고, 자국 국민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공공 투자를 통해 산업을 발전시키라는 것이다.

 

아마도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중국, 러시아, 이란 등의 경제는 미국 경제로부터 독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 미국의 제재는 마치 '우리가 도와줄게, 미국으로부터의 독립을 더 빨리 할 수 있게 해줄게'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미국은 제재를 통해 이들 경제의 고립과 붕괴를 추구했겠지만, 실제 결과는 이들 경제가 미국에 대항해 함께 뭉치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은 미국의 러시아 경제제재를 주시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국의 주적은 러시아가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한 사실을, 러시아를 끝장 낸 다음 중국을 손 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중국은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중국은 미국의 제재로부터 살아남기 위한 대응을, 미국경제로부터 충분히 독립하기 위한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최근 시진핑 주석은 중국을 최대한 독립적으로 만들겠다고 여러 차례 다짐했다. 어떤 부문에서도 미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전에도 말한 것처럼 금융은 단기 성과 위주다. 미국의 정책은 기본적으로 금융정책이며 따라서 단기 지향적이다. 무엇보다도 신속한 승리를 추구하며 그 후에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래 전 미 국무부 관리에게 들은 이야기인데, 미국이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에서 전쟁을 벌일 당시 아랍어를 말할 수 있는 아랍 전문가들이 모두 해고됐다고 한다. 미국의 고위 정책 담당자들은 '아랍어를 할 줄 안다고. 아랍을 편들기 위해 아랍어를 배웠군. 넌 해고야. 우리 부서에 아랍어를 할 줄 아는 놈은 필요 없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 10년간 국무부와 CIA의 모든 러시아 전문가들이 해고됐다. '러시아어를 할 줄 안다고, 뭣 때문에 러시아어를 배웠지? 뭔가 러시아를 좋아하기 때문에 배웠겠지. 넌 해고야', 이런 식이다.

 

따라서 지금 미국 정부 내에는 러시아 내에서, 또는 미국 아닌 다른 나라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는 사람이 전혀 없다. 미국 관리들은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따르느라 현실에 완전히 눈 감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떤 나라가 자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공 계획과 무상 교육을 추진한다면, 이는 반드시 미국의 반대에 부딪힌다. 기업의 수익을 우선시하는 미국의 이데올로기에 반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국민을 믿지 마라, 국민은 사회주의를 원하기 때문이다'라고 배운다.

 

다시 말해 미국의 정책은 현실에 눈감은 채 작성되고 추진되며, 유럽은 이러한 미국의 정책을 맹종할 뿐이다. 유럽은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입증하기 위해 러시아의 저렴한 가스 수입을 포기하고 그보다 3-7배 비싼 미국산 액화천연가스 수입을 택했다. 게다가 이미 완공된 러시아-유럽간 노르트스트림2 가스관의 가동을 포기하는 대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의 하역을 위한 항만시설 건설에 수십억 달러를 퍼부으려 한다. 유럽은 미국을 추종하느라 엄청난 희생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미국은 자국 경제를 보호하려는 나라, 국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려는 나라, 토지개혁을 시도하는 나라들을 모두 적대국으로 상정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모두 신자유주의적 미국식 금융자본주의의 이익에 반하기 때문이다.

 

오직 미국만이 세계경제의 이익과 지대를 모두 독점하는 오늘날의 단극 세계(unipolar world)는 고대 로마제국이 지배하던 세계와 정확히 일치한다. 로마제국의 지배세력은 자국에서는 아무런 부도 창출하지 않고, 국내 서민들을 궁핍화시키면서, 군사력을 앞세워 주변지역을 약탈하고 착취해서 자신들의 배를 불렸다.

 

오늘날 유럽은 '러시아산 가스를 도입할 수 없으니 농작물 재배에 필요한 비료도 충분히 만들 수 없네. 이제 농업 생산성은 절반 이하로 떨어지겠네' 하면서도 이러한 현실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미국산 무기 구매도 순순히 받아들인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초래한 식량 및 에너지 가격의 상승, 군사비의 추가 증액도 모두 감수하고 있다.

 

그 결과 유럽은 이제 산업 경쟁력에서 아시아, 유라시아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지금 서아시아에는 수많은 공장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 유라시아 경제는 자급자족적일 뿐만 아니라 산업 경쟁력에서 미국과 유럽을 압도하고 있다. 서방은 스스로 세계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 서방 경제는 더 이상 경쟁력을 갖고 있지 않다.

 

세계는 발전하고 있으며, 나토 국가들은 오직 군사력으로만 이에 대항할 수 있을 뿐이다. 이제 서방은 경제력이나 금융력으로는 비서방을 이길 수 없다. 서방은 러시아를 국제은행결제망(SWIFT)에서 퇴출시켜 고립시키려 했으나 러시아는 자신들만의 시스템으로 즉각 대응했다.

 

서방에는 이제 전략적 수단이 없다. 단 한 가지, 서방이 잘한 게 있다면 현란한 홍보 전략으로 러시아를 잔인무도한 침략자로 국제사회에 각인시켰다는 것 정도다.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서방은 2014년 이후 끊임없이 러시아를 도발하면서(지난 8년간의 내전에서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러시아계 주민 15000명이 사망했다) 결국은 러시아의 무력개입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마침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미국은 방어자 행세를 하고 있다. (미국은 2014년 이후 대규모 무기 지원과 군사훈련으로 우크라이나의 군사력을 키워왔다) 이는 2차 대전 당시 나치의 수법과 동일하다. 히틀러와 괴벨스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들을 전쟁에 동원하는 것은 아주 쉽다. 방어전쟁으로 포장하면 된다' 지금 미국이 유럽에서 하는 행동이 이와 동일하다.

러시아의 공습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의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벤자민 노튼 : 이번 전쟁을 계기로 독일이 군비 증강에 나섰고, 일본과의 관계 강화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어쩐지 2차 대전을 연상케 하는 섬뜩한 조짐이다.

 

이제 러시아 루블화의 강세에 대해 얘기해 봤으면 한다.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제재 직후인 지난 3월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루블이 쓰레기가 됐다(Russian ruble has become rubble)"고 말했다. 루블화가 폭락할 것이라는 예언이었지만 실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전쟁 직전인 지난해 11-12월 루블화 가치는 달러당 75루블에서 침공 직후인 3월초에는 139루블까지 폭락했지만 4월 이후 안정을 되찾으면서 현재는 64-69루블로 오히려 가치가 상승했다. 심지어 서방 매체인 로이터 통신도 54일자 보도에서 유럽연합의 제재 강화에도 불구하고 루블화가 달러 및 유로 대비 지난 2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러시아가 에너지 수출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러시아 국영기업 가즈프롬으로부터 천연가스를 구입하려는 유럽 기업은 가즈프롬의 자회사인 가즈프롬뱅크의 특별 계좌에 가스 대금을 유로화로 송금한다. 가즈프롬뱅크는 이 유로화 대금을 모스크바 외환거래소에서 루블화로 환전한 다음, 유럽 기업의 또 다른 루블화 계좌인 K계좌에 입금한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K계좌에 루블화 대금이 입금돼 가즈프롬에 전달되는 순간 결제가 완료된 것으로 간주한다. 당초 대부분의 유럽 기업들은 이러한 루블화 대금 결제에 반대했으나 결국은 받아들였다. 이는 놀라운 사태 전개다.

 

이와 관련해 내가 묻고 싶은 것은, 루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가 전쟁 이후에도 석유 등 에너지 수출이 계속되면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교수께서는 중앙은행의 정책에 관해 얘기한 바 있는데, 흥미로운 것은 러시아 중앙은행이 지난 4월부터 6월말까지 금을 (1그램에 5천 루블) 사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만일 7월 이후에도 금 매입을 계속하고 루블화 가치를 금값에 고정시킨다면 이는 1971년 이전, 미 달러화를 금 1온스 당 35달러에 고정시켰던 것과 같은 금본위제로 이행한다는 의미인가? 다시 말해 금본위제가 부활하고 있다고 봐도 되나?

 

마이클 허드슨 : 그렇지 않다. 러시아가 금본위제를 지향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미국 등 서방 측이 러시아의 외환준비금을 강탈해 갈 수 없도록 하는 방편으로서 금에 투자하고 있을 뿐이다. 즉 금을 외환준비금의 일부로서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루블화의 가치를 금값에 연동시키는 것은 아니다.

 

좀 전에 "루블이 쓰레기로(from ruble to rubble)"라는 말을 했는데, 이에 대해 한마디 하고 싶다. 최근 뉴스에 우크라이나전쟁에서 폭탄에 맞아 쓰레기가 된 러시아 탱크의 모습이 여러 번 방영됐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쓰레기는 우크라이나 탱크였다. 우크라이나 탱크를 쓰레기로 만들어 놓고는 러시아 탱크라고 우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 이 미국이 시행하고 있는 러시아 제재가 꼭 이와 같은 모습이다. 스스로에 대한 파괴를 자초하면서 상대방을 파괴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루블을 고립시켰지. 이제 러시아에는 어떤 물건도 수출하지 못할 거야. 이제 러시아는 미국이나 유럽 제품을 살 수 없을 걸.'

 

하지만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 러시아는 독일과 유럽 등에 농산물과 석유와 가스를, 그것도 이전보다 높은 가격에 계속 판매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외화도 계속 벌어들이고 있다. 러시아의 경상수지는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러시아 등은 달러화와 IMF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국제 통화체제 구축을 꿈꾸고 있다. 새로운 통화체제에서는 상대국의 통화를 외환준비금으로 비축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러시아는 중국 위앤화와 인도 루피화를, 중국은 루피화와 러시아 루블화를 비축하는 것이다.

 

새로운 국제통화체제에서는 케인스가 구상했던 방식의 특별인출권 같은 것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현재 IMF의 특별인출권 부여가 수혜국에게 재정 긴축이나 임금 삭감 등의 가혹한 조건을 요구하는 것과 달리 해당 국가의 경제 능력 향상에 기여하는 식으로.

 

하지만 외환준비금이 부족한 경상수지 적자 국가들 사이에서는 외환 결제를 마무리하기 위해 금이 사용될 수 있다. 금은 그 자체로 경제적 가치를 가진 순수 자산이기 때문이다. 자국의 외환을 서방 은행에 맡겨놓을 경우, 이번에 미국이 러시아 외환준비금을 강탈한 것과 같은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자국에 보관된 금을 외환준비금으로 사용하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베네수엘라는 자국의 금을 영국은행에 맡겼다가 강탈당하는 사태를 겪었다. 따라서 이제 각 나라들은 자국의 금을 다른 나라에(미국) 맡기려 하지 않는다. 심지어 독일조차 미국 연방준비은행에 맡겨 두었던 금을 회수하고 있는 실정이다. 독일이 미국의 뜻에 반하는 행동, 예컨대 러시아 에너지를 수입할 경우 미국이 자국의 금을 압류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이 아프간에 이어 러시아의 외환준비금을 압류한 행위는 세계 모든 나라들에 대해 앞으로는 달러화의 안전성을 절대 믿지 말라고, 달러화가 아닌 다른 형태로 외환준비금을 갖고 있으라고 선전하는 것과 같은 짓을 한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형태의 외환준비금이 안전한 것일까? 가장 안전한 외환준비금은 바로 금이다. 금이란 세계 누구나가 인정하듯이 국제정치의 변화와 무관하게 자체의 고유한 경제적 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러시아는 금본위제를 지향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의 행동에 영향을 받지 않는 독립적 외환준비금의 일환으로 금을 비축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위앤화나 인도 루피화와 마찬가지로 금도 러시아 외환준비금의 일부일 뿐이다.

 

달러 헤게모니의 종말과 미국의 고립

[해외 시각] 마이클 허드슨의 '문명의 운명'

벤자민 노튼 : 한 가지 기술적 문제에 관해 질문하고자 한다. 미국과 유럽이 러시아 외환준비금의 절반에 가까운 3천억 달러를 압류했다고 했을 때, (물론 서방은 이전에도 이란, 아프가니스탄, 베네수엘라의 외환준비금을 압류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그 돈을 강탈하는 것인가? 그 외환준비금이라는 게 금이나 지폐 다발처럼 실체가 있는 게 아니라, 컴퓨터의 은행계좌에 단지 숫자로만 적혀 있을 뿐인데 이를 어떻게 빼앗는다는 것인지 설명해 달라.

 

마이클 허드슨 : 모든 나라는 자국 통화의 가치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통화의 가치는 수출 수입의 변화, 자본의 흐름, 부채 상환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자국 통화의 가치를 어떻게 안정시킬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큰 외환시장은 뉴욕과 런던에 있다. 따라서 각국은 뉴욕과 런던에 달러 등 외환준비금을 예치시켜 놓고 필요에 따라 외환 거래에 나선다. 이란의 경우 1970년대 말까지 뉴욕의 체이스맨해탄은행에 외환준비금을 맡겼다. 당시 팔레비 국왕은 체이스맨해탄의 소유주인 록펠러 가문과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1979년 초 이슬람 혁명으로 팔레비 국왕이 해외로 망명했고 호메이니 정권이 등장했다. 새로운 이슬람정부는 체이스맨해탄은행에 대해 이란 정부의 국채를 갖고 있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미 재무부는 은행에 대해 이자 지급 중단을 명령했다. 즉 체이스맨해탄은행의 이란 정부 계좌가 동결된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 정부는 이자 지불을 이행하지 못했다(디폴트). 그러자 체이스맨해탄은행과 국무부는 지불 불이행을 근거로 이란 정부에 대한 모든 채권자들에게 이란 정부 계좌에 들어있던 모든 외화준비금을 지급해 버렸다. 즉 이란 정부의 은행 계좌를 비워버린 것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체이스맨해탄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다고 치자. 그런데 미국 정부가 보기에 당신이 아주 좋지 않은 행동을 했다. 예컨대 반골 경제학자 마이클 허드슨과 인터뷰를 한 것이다. 그 경우 미국 정부는 당신의 계좌를 압류해서 그 계좌에 있던 돈을 과이도(미국이 지원하는 베네수엘라 정치가)의 계좌에 넣어버리는 것이다. ? 베네수엘라 국민이 과이도에게 투표하게 하려면 돈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국 입맛대로 은행 계좌의 돈을 강탈해 다른 사람에 줘버리는 것, 이것이 러시아의 외환준비금 3천억 달러에 일어난 일이다. 아마도 미국 정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그 돈 중 절반은 9.11테러 피해자들에게 주자. 9.11테러는 러시아가 일으킨 거잖아. 우리는 이 돈을 세계의 고통 받는 사람들에게 나눠줄 거야.'

 

벤자민 노튼 : 서방이 러시아의 자산(외환준비금)을 압류했다고 했을 때, 그 자산이란 서방 은행의 러시아 중앙은행 계좌에 있는 자산을 말하는 것이고, 이는 실물 자산이 아니라 컴퓨터 안의 숫자에 불과한 것 아닌가?

 

마이클 허드슨 : 그렇다. 그런데 베네수엘라의 경우에는 미국 내에 정유회사와 주유소 등을 갖고 있었고, 미국은 이 실물 자산을 말 그대로 강탈했다. 시트고(Citgo)라는 회사다. 반면 러시아는 미국 내 기업 등에 대한 투자가 전혀 없고, 은행 계좌만을 갖고 있을 뿐인데 미국이 이를 압류한 것이다.

 

벤자민 노튼 : 그런데 러시아 중앙은행이 금 1그램과 5천 루블의 태환을 보장한다고 했을 때, 이는 서방에 강탈당할 우려가 없는 금을 외환준비금으로 확보한다는 의미 아닌가? 즉 서방 은행에 예치돼 있는 달러나 유로 등은 컴퓨터 내에 적혀 있는 숫자에 불과하기 때문에 서방측이 마음대로 순식간에 압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외환준비금을 달러 지폐로 보관한다 하더라도 수십억 달러 규모가 되면 그 엄청난 부피 때문에 강탈이 쉽지 않다. 반면 러시아 중앙은행이 보관하는 금은 그럴 수 없기 때문이다. 컴퓨터의 숫자 조작만으로 수십억, 수백억 달러의 주인이 바뀌는 걸 보면 현대 세계경제의 금융화가 얼마나 진전됐는지 실감할 수 있다.

 

마이클 허드슨 : 러시아가 미국 은행들에 예치한 외환준비금은 (뉴욕 외환시장에서) 루블화를 사고 팔거나, 미국산 제품을 사기 위한 것이다. 러시아는 또 이 은행계좌를 통해 러시아 수출품(석유 등)의 판매 대금을 받는다. 즉 미국의 러시아 석유 구매자는 이 은행계좌에 구매 대금을 입금하는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 은행계좌에 있는 외환준비금이 강탈당할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압류가 현실화된 이후 러시아는 '그래, 우리 돈을 강탈했다 이거지. 그렇다면 우리는 러시아에 있는 당신들 자산을 압류하면 되지. 좋아! 한번 해보자고. 니켈 광산과 (석유기업) 유코스, 기타 기업들의 (서방 투자가가 소유한) 주식을 압류하면 되겠네.'라고 말한다.

 

실제로 서방 투자가들은 러시아 내 자산을 헐값에 팔아넘기고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미국/나토 정책에 대한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서다. 러시아인들은 중앙은행에서 돈을 빌려 서방 투자가들이 투매하고 간 자산들을 사 모으고 있다. 이것이 바로 미국이 벌인 금융적 충격과 공포 전략의 실체다. 실제 손해를 본 것은 서방 투자가들이고, 오히려 러시아는 득을 봤다는 점에서 미국의 의도와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미국/유럽의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는 끄떡없다. 지금 미국 전략가들은 이를 갈고 있다. 자신들의 무지막지한 경제 제재에도 불구하고 러시아가 파산하지 않은 이유를 그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사실 경제학자도 아니고, 금융가는 더더욱 아니다. 단지 대외전략가일 뿐이다. 그들은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그일 뿐, 세상이 어떻게 변화해 가고 있는지 직시하거나 새로운 미래를 위해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세상이 오직 미국의 이익을 위해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할 뿐, 그 외의 변화는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기본적으로 미국과 유럽은 세상에 대해 눈 감은 채 활동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와 중국, 이란과 인도 등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세계, 현재의 가난을 없애고 모두의 번영을 위해 세계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며 활동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세계적 분절의 실체다.

 

벤자민 노튼 :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다. 독일은 뉴욕, 런던, 파리에 보관 중이던 자국의 금을 지난 2016년부터 프랑크푸르트로 옮기고 있다. 이는 미국과 영국이 베네수엘라, 아프간 등의 금과 외환준비금을 강탈하기 이전인데, 독일이 이런 행동을 한 이유는 뭣이라고 보는가?

 

마이클 허드슨 : 아마 금을 모두 옮기진 못했을 것이다. 지금도 계속 운반 중이다. 금이 매우 무거운 금속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미국이 이런저런 이유로 아주 조금씩 금을 반환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독일의 금은 '베트남전쟁 금'이다. 1960년대 무역 흑자 등을 통해 확보한 금을 뉴욕이나 런던 외환거래소에 맡겨 놓은 것이다. 1971년까지는 달러를 금으로 교환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확보된 금을 본국으로 옮기기보다는 뉴욕이나 런던에 그대로 놔둔 채 보관증서만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미국이 거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해소하거나 외국에 진 부채를 갚을(특히 금으로)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현재 미국의 연간 GDP는 약 23조 달러인 반면 미국의 정부 부채는 30조 달러에 이른다). 미국에겐 그럴 능력이 없다. 무역이나 해외 투자에서 발생한 흑자는 모두 전쟁에 탕진했다. 즉 미국은 외채를 갚을 능력이 없다. 이것이 분명해진 만큼 미국에 맡겨 놓은 금을 하루바삐 회수하자는 게 독일 정부의 생각일 것이다.

 

이미 10년 전부터 각 나라들은 이런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미국이 결코 외채를 갚지 못할 것이란 사실을 깨달았다. (미국이 아닌) 어떤 나라가 외채를 갚지 못할 경우, IMF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그 경우 IMF는 긴급 대출을 해주면서 반드시 조건을 단다. 해당 국가의 자원을 미국에 매각하라든가, 또는 복지 혜택과 임금을 삭감하라는 등의.

 

하지만 이런 일이 미국에 대해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미국은 IMF에서 거부권을 가진 유일한 국가로 IMF의 의사결정권을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이제 세계의 거의 모든 나라들이 미국은 결코 자신의 외채를 갚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금 다음과 같은 자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잠깐, 미국이 자신이 빚진 외채를 갚지 않는다고. 그렇다면 우리가 왜 온갖 고통을 감내하고 달러 빚을 갚아야 하는 거지? 미국이 외채를 갚지 않는다면 우리도 갚을 필요가 없지. 그동안의 온갖 부채 관계를 완전히 백지로 돌리는 게 어때. 새롭게 시작하는 거지(clean slate). 앞으로 우리는 우호적 국가들과만 채권 채무 관계를 맺을 거야. 아프간, 시리아, 이란, 이라크, 그리고 이제 러시아와도 전쟁을 일삼는 미국 같은 나라와는 거래 사절!'

 

이것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사태의 진실이다.

마이클 허드슨의 첫 책 <슈퍼 제국주의(Super Imperialism)>(왼쪽)과 신간 <문명의 운명(Destiny of Civilization)>(오른쪽)표지.

 

벤자민 노튼 : 이제까지 우리는 루블화의 강세, 러시아에 대한 미국/유럽의 경제전쟁, 달러가 아니라 양국 화폐로 결제되는 러시아-중국, 러시아-인도 간 무역의 증가 등에 대해 얘기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미국 달러 헤게모니의 쇠퇴에 대해 묻고 싶다.

 

지난 3IMF"달러 지배의 은밀한 쇠락(The Stealth Erosion of Dollar Dominance)"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들어 달러의 지배력이 약화되고 있는데, 지난 수년간 각국 중앙은행 외환준비금 중 달러의 비율이 70%에서 60%로 감소했다. 10% 포인트의 완만한 감소세이긴 하지만 앞으로 감소 추세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IMF, 러시아 제재가 달러 지배력을 약화시키고 있다고 지적"이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서 IMF의 수석 부사무총장인 지타 고피나스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로 세계 경제가 "미세하나마 균열되고 있고" 달러의 영향력도 약화되고 있다고 인정했다. 물론 그녀는 당분간은 달러가 "세계의 핵심 기축통화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나의 질문은 두 가지다. 첫째 달러 헤게모니의 쇠퇴와 러시아 제재가 그 쇠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둘째 각국 외환준비금에서 달러 비중의 감소에 대해 논평해 달라.

 

마이클 허드슨 : 1972년 처음 출간된 나의 저서 <슈퍼 제국주의(Super Imperialism)>가 바로 이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당시 나는 향후 50년간 달러 헤게모니가 어떻게 진행될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해 지난 50년간의 변화를 반영해 이 책의 3판을 출간했다.

 

달러 헤게모니의 핵심은 1950년대 이후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는 모두 군사 지출에서 비롯됐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달러가 국제금융체제의 공공재(기축통화)라는 점을 악용해 달러를 무한정 찍어냄으로써 이후에도 모든 군사 지출을 감당했다는 점이다.

 

1950년대 이후 미국 달러는 일본 등 아시아와 프랑스, 독일 등 서방 국가들의 중앙은행에 축적됐다. 하지만 이들 경상수지 흑자 국가들이 자신이 보유한 달러로 무엇을 할 수 있었겠는가? 달러의 금 태환이 정지된 1971년 이후에는 금을 살 수도 없었고, 미국의 핵심 기업을 살 수도 없었다(압도적 군사력을 가진 미국 정부가 허용하지 않을 것이므로). 결국 이들이 할 수 있었던 것은 정부 차용증서에 불과한 미 재무부 국채를 매입하는 것뿐이었다.

 

결국 미국이 군사비로 지출한 달러를 벌어들인 서방 국가들은 이를 미국의 국채 매입에 사용한 셈이다(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거의 대부분이 군사비라는 점을 잊지 말자). 다시 말해 미국이 세계를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데 사용한 달러가 서방 국가들을 경유해 다시 미국에 돌아오는 것이다. 이렇게 환류된 달러는 대부분 미국의 군산복합체 유지와 해외 군사 활동에 다시 사용됐다.

 

즉 미국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악용해) 공짜로 800개 해외 군사기지를 유지하고 공산주의 국가들과의 전쟁을 수행해 왔다는 점이 달러 헤게모니의 핵심이다. 여기에서 공산주의 국가란, 미국의 기업이나 금융세력이 자국의 공공시설이나 자원, 농업 부문 등을 통제하는 것을 반대한 나라들을 말한다.

 

이제 이러한 미국의 약탈적 행위가 종말에 이르고 있다. 미국은 아프간과 러시아의 외환준비금을 강탈했다. 그리고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로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여름 이후 제3세계, 남반구 국가들은 엄청난 고통을 겪을 것이다.

 

달러화 표시 외채의 상환 기일이 다가오면서 이들 국가들은 선택을 해야만 한다. 외채를 갚을 경우,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에너지와 식량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다. 외채를 갚지 못한다면 서방 채권국과 IMF의 경제 제재에 직면할 것이다. 무엇이 우선인가? 외채 상환인가, 아니면 자국 국민의 인간 안보인가?

 

물론 상당 수 국가의 지도자들은 자국 국민의 이익보다 미국의 이익을 우선하려 할 것이다. 이들 권력자들은 미국 군부에 의해 간택된 미국의 하수인이기 때문이다. 이와 다른 경우, 예를 들어 어떤 지도자가 '우리는 우선 국민을 먹여 살릴 거야. 외국 빚을 갚느라 나라 경제를 망가뜨릴 수는 없지. 우리는 주권 국가야. 우리 국익을 최우선으로 추구할 거야'라고 말했다고 치자.

 

이에 대해 미국은 이렇게 대꾸할 것이다. '그래, 미국에 있는 당신 국가 자산을 모두 압류해 버리겠어' 그럼 이 나라는 다음과 같이 응수할 수 있다. '아프간과 러시아에 했던 짓을 하려 하는구나. 미국에 예치된 우리 돈을 모두 빼내야겠네. 달러가 없으면 외채를 갚을 수 없겠지만, 우리 국민들의 삶을 위한 식량과 에너지는 최소한 다른 방식으로 국제 시장에서 구할 수 있을 거야'

 

결국 나토의 러시아에 대한 공격의 결과로 세계 경제와 무역의 교란과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으며 이는 남반구 국가들로 하여금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세계의 비서방 국가들과 힘을 합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전쟁을 통해) 새로운 베를린장벽을 구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스스로의 고립을 자초하고 있다. 나는 세계의 비서방 국가들이 미국 중심이 아닌, 새로운 지구화 경제에서 행복하고 자족적인 삶을 누리길 소망한다.

박인규 편집인(=정리·번역) / 프레시안

 

 

무너진 모래성, 스테이블 코인은 존재해야 하는가

암호화폐(코인)의 값이 급락했다.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위험성은 계속 경고됐다.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 금융시장의 천박함에 대해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상황이다.

디지털자산 거래소인 업비트의 전광판에 표시된 628일 가상화폐 거래 상황. 이날 업비트는 디지털자산 24종에 대한 거래 지원을 중단했다.연합뉴스

 

주식시장에 유혈이 낭자하다. 코인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암호화폐 정보 웹사이트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올해 초 22500억 달러였던 글로벌 암호화폐 시가총액은 78일 현재 9700억 달러까지 줄어들었다( 그림 1참조). 40여 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으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고 있고, 한동안 이 같은 움직임이 계속될 것이라는 예측은 암호화폐(코인)들의 가치 하락을 부채질했다.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치솟았고, 특히 5월 중순 테라·루나 사태 이후엔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하락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인 값이 급락하자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된 디파이(DeFi·탈중앙화된 금융) 업체들 또한 줄줄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상자산 중개·대출 업체인 보이저디지털(Voyager Digital)이 고객들의 급증한 자금 인출 요구()에 직면해 결국 이달 초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이 일어난 이유는 헤지펀드 쓰리애로우스캐피털(3AC)이 보이저디지털로부터 빌린 65000만 달러에 대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빌린 돈 대부분을 가상자산에 투자해 날린 탓이다. 75일에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볼드(Vauld) 역시 예금 인출을 중단하고 법원에 모라토리엄(지급유예)을 신청하겠다고 발표했다. 고객들의 인출 규모가 6월 중순 이후에만 2억 달러에 이르러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에 앞서서는 역시 가상자산 대부업체인 셀시우스(Celsius)와 바벨파이낸스(Babel Finance)가 자금 인출을 중단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지난 5월 다보스포럼에서 자산으로 뒷받침되지 않은 스테이블 코인은 그저 곧 무너져 내릴 피라미드일 뿐이라며 그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가짜 탈중앙스테이블 코인

문제는 자산시장들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위기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주식시장과 암호화폐 시장을 따로따로 볼 것이 아니란 얘기다. 어느 한 시장에서 일어난 위기가 다른 시장으로 전이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위기는 시스템 위험에 따른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 위험(systemic risk)은 총체적인 금융 기능 마비를 불러올 수 있는 재앙적 위기를 말한다. 우리는 이미 2008년에 겪었다. 그 교훈에 따라 금융위기 이후 시스템 위험을 예측·축소·통제하기 위한 수많은 장치가 입안되었다. 거대 투자은행의 경우 민간기업이라 하더라도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금융기관(SIFI)’으로 지정해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도록 강제한 것은 그 예 중 하나다. 일종의 중앙 통제장치인 셈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탈중앙화를 기본으로 출발한 디파이라면 어떨까? 이를 중앙에서 규제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이런 식의 규제는 디파이의 성립 기반 자체에 대한 부정이 되는 게 아닐까?

 

스테이블 코인은 탈중앙화된 금융시스템인 디파이를 기반으로 하지만 실제 탈중앙화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탈중앙화가 아닌, 아니 그렇게 될 수가 없어 가짜 탈중앙(Fake-DeFi)’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이유로는 보통 다음과 같은 것들이 제시된다. 우선 개발자는 프로그램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어떤 키(key)를 보유한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코인 사용자들이 가질 수 없는, 오직 개발자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다. 게다가 개발자는 아예 블록체인을 개발할 당시부터 자신에게 더 많은 거버넌스 토큰(의사결정에 참여할 권한이 부여된 암호화폐)이 주어지도록 설계함으로써 자신이 시스템 운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투표를 통한 의사결정 시스템이라 하더라도 소수에게 권력이 집중될 가능성이 열려 있는 것이다. 더구나 거버넌스란 본질적으로 권력을 누구에게 배분할 것인가의 문제다. 필연적으로 중앙화의 개념을 내포할 수밖에 없다. 어떤 프로그램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어질 수는 없으므로 알고리즘의 불완전성은 결국 어떤 형태로든 집중화를 통해 극복해야 한다. 실제로 테라·루나 사태가 터졌을 때 투자자들은 누구나 테라폼랩스의 공동 창업자인 권도형 대표를 비난하지 않았는가 말이다.

 

513일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의 고객센터 모습. 루나·테라 가격이 폭락했다.연합뉴스

 

만약 어떤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미국채에 연동(peg)되어 있다면 이미 태생적으로 집중형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볼 수 있다. 전통적인 중앙집중형 금융(centralized finance·CeFi)에서 탈피하는 것이 디파이의 핵심이지만 미국채와 연계함으로써 경제 금융의 핵심적 중앙인 미국 재무부를 더하고 만 셈이니 말이다. 또 지난 칼럼에서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스테이블 코인 가치가 떨어져 미국채와 대등하게 교환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경우 맞닥뜨리게 될 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예금보험과 같은 중앙정부의 백업이 필요하다(시사IN770민간에서 발행한 화폐가 위험한 진짜 이유기사 참조).

 

탈중앙화의 허구성은 블록체인의 가장 기본적인 토대인 데이터 축적 경로에서부터 나타날 수 있다. ‘오라클(Oracle)’은 블록체인에 올려지기 이전 데이터를 모으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smart contract)이 작동하는 가장 기본이 역시 정보의 흐름, 즉 데이터라는 점에서 중앙화되어 있는 오라클은 그 자체로 디파이의 탈중앙화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스테이블 코인이 생존하기 위해 네트워크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테라·루나 백서의 초록만 읽어봐도 알 수 있다. 좀 더 많은 이용자를 모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새로운 투자자들이 계속해서 루나를 매입해주지 않으면 테라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없다. ‘폰지적 성격이라는 비난이 따라 나오는 이유다.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의 또 다른 중요한 문제점은 투기 공격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특히 담보가 부족할 경우에 그렇다. 비트코인 리저브가 부족하다거나, 루나가 테라에 비해 부족했을 때 투기 세력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 52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루나·테라 사태, 원인과 대책을 주제로 긴급 세미나가 열렸다.국회사진기자단

 

네트워크 효과와 투기 공격에 대한 취약성으로 인해 디파이는 기존 비디지털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조차 위협할 수 있다. 그리고 높은 수준의 부채, 유동성 부조화, 디파이 간 연결성, 경제적 충격을 완충시킬 수 있는 장치의 부재 등은 그 위협을 키운다. 이를 하나씩 살펴보자.

 

디파이는 전통적인 파이낸스와 마찬가지로 돈을 빌리거나 빌려주는 거래를 하는 플랫폼이다. 실제 많은 거래가 빌려온 돈(레버리지)으로 이루어지는데, 담보가치의 몇 배까지 거래 규모를 키울 수 있다. 빌려온 돈을 또 다른 거래의 담보로 이용해 추가로 돈을 빌리면 애초에 주어진 담보가치를 훨씬 넘어서는 큰 포지션을 잡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레버리지가 경기 순응성(procyclicality)’을 증대시킨다는 사실이다. 만약 담보가치가 하락해 계좌 총액이 최소 충족 요건에 미치지 못할 경우에는 자신이 가진 자산을 헐값에라도 팔아(반대매매) 부족한 금액을 메워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특히 경기 하락 시에 많이 벌어진다. 아무래도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담보가치가 떨어지기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대매매는 가격 하락을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결국 나쁜 경기에 순응해 코인 가격도 떨어지는 셈이다. 이와 같은 과정은 전통적인 파이낸스에서 이미 수없이 경험해왔다. 디지털 경제라고 해서 다를 게 없다.

 

수많은 디파이 플랫폼들은 태생적으로서로 얽혀 있다. 이로 인해 시스템 안전성은 위협받을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보자. 하나의 디파이 플랫폼에서 빌린 암호화폐를 또 다른 디파이 플랫폼에 예치해 이자를 버는 스테이킹(staking)’은 디파이 업체들의 주요한 사업 방식 중 하나다. 돈을 빌려 다른 디파이 업체에 빌려준다. 이와 같은 사업 방식은 서로 비슷한 예금 이자율을 제공하는 기존 은행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방식이다(두 은행의 이자율이 비슷할 때 단순히 KB은행에 예치하기 위해 하나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사람은 없다). 돈을 빌리는 이유는 별다른 것이 없다. 그냥 다른 디파이 업체에 빌려주기 위해서다. 게다가 이렇게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거래는 다른 전통적 예금 거래와는 달리 어떤 보험으로도 보호되지 않으며 규제에서도 한참 벗어나 있다. 위험이 큰 거래라는 뜻이다.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

돈을 빌리고 빌려줄 때 유동성 미스매치(liquidity mismatch)도 문제다. 빌린 돈을 유동성이 낮은, 다시 말해 현금화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금융상품들에 투자한 경우라면 말이다. 게다가 기업어음 등 유동성이 낮은 단기 금융상품에 연동되어 있는 코인들의 경우에는 태생적으로 유동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화폐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담보 수준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변동성이 큰 담보를 기반으로 한 경우 시장 위험(market risk)에도 노출된다. 담보가치 하락에 따라 코인 가치도 하락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동성 미스매치와 시장위험에 대한 노출은 위험을 증대시킨다. 그리고 유동성이 떨어질 경우, 런 요구에 적시 대응이 어려워진다. 그리고 유동성은 설상가상으로 경기가 좋지 않을 때 더 큰 문제가 된다.

 

스테이블 코인의 문제는 시스템 위험이 될 수 있다. 대형 시중은행이 암호자산에 투자한다거나 디파이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등 비디지털 금융시스템과 디파이의 연계가 얇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테이블 코인에서 발생하는 은 머니마켓 뮤추얼펀드(MMF)에서 그것이 발생하는 경우처럼 은행권에 쇼크가 될 수 있다.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으로 위험이 전이되는 것이다. 위험의 전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암호화폐 시장의 위험을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다.

스테이블 코인을 규제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것이 트릴레마(Trillemma). 어떤 스테이블 코인이든 탈중앙화’ ‘안정성그리고 효율성세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포기해야만 한다는 것이 그 내용이다(그림 2참조). 여기서 안정성(stability)은 스테이블 코인의 가치가 얼마나 안정적이냐를 말한다. 특히 미국채 등 담보자산과 연동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느냐 하는 것으로 변동성이 심한 시장에서 더욱 중요시된다. 효율성(capital efficiency)은 코인 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이 필요한지를 나타내는 개념이다. 트릴레마에 따르면, 만약 어느 스테이블 코인이 적정한 수준의 자금을 투입해(높은 효율성) 미국채와의 연동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면(안정성이 높다), 그 코인은 탈중앙화된 코인일 수가 없다.

 

최근 일련의 스테이블 코인 사태는 트릴레마와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사고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안정성과 효율성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다.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 스스로도 탈중앙화 경제는 당연히 탈중앙화된 화폐를 필요로 하지만 테라는 그 역할을 하기에는 너무 많이 신뢰를 잃었다는 내용의 포스팅을 회사 블로그에 올렸다. 디파이가 전통적인 금융시스템과 닮아 있다는 점은 같은 위험에는 같은 규제를 적용한다는 원칙하에 이미 존재하는 금융 규제 시스템을 디파이에도 적용할 여지가 있음을 알려준다. 전통적인 금융시스템은 중앙에 의한 통제 시스템이 갖춰져 있는 체계다. 사실 중앙화되어 있지 않은 걸 규제한다는 것은 몹시 어려운 일이다.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를 가려내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책임에서 자유로우면 당연히 도덕적 해이가 생긴다.

 

스테이블 코인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미국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 연방 차원에서 규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회가 시급히 나서야 한다는 보고서가 이미 지난해 말에 나왔다. 보고서는 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보호받는 발행자만이 스테이블 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하며 이 발행자들은 은행으로 분류해 국가적 감시(federal oversight) 아래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스테이블 코인을 안정적으로 만들기 위해 사실상 국가, 중앙이 개입하겠다는 뜻이다(‘탈중앙의 포기). 이러한 규제안들은 사실상 민간 화폐로서의 스테이블 코인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스테이블 코인 규제와 관련해 아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의견이 많은 이유도 그 연장선에 있다.

 

규제 발걸음이 활발하지만 아예 스테이블 코인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있다. 올해 5파이낸셜타임스에 실린 아메리칸 대학의 힐러리 앨런 교수(법학)의 주장은 신랄하기 이를 데 없다. 그녀는 우리가 지금 던져야 할 질문은 어떻게 디파이 시장을 규제할 것인가가 아니라 스테이블 코인이 과연 존재해야 하는가이다라고 말한다. 투기자들의 돈놀이 수단으로 전락하고, 채굴로 인한 환경문제나 만들어내면서 급기야 금융시스템까지 위협하는 암호화폐 따위가 누구의 행복을 위해 존재하느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누군가는 아기를 씻기고 나면 양동이의 물만 버려야지, 그 물로 목욕시키던 아기까지 버리면 안 된다고 얘기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이 신랄한 비판의 울림은 크다.

 

누군가 돈을 빌린다면 그건 어딘가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집을 짓기 위해서, 또는 더 좋은 물건을 만들 공장을 짓거나 판매하기 위해서 등등. 그러나 디파이의 경우 돈을 빌리는 이유는 단순히 다른 디파이에 돈을 빌려주기 위해서다. 그리고 이런 메커니즘은 오직 암호화폐의 가치가 끊임없이 상승할 때에만 유효하다. 이런 투기판조차도 실물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아니냐고 묻고 싶은 사람들에게 월스트리트저널의 존 신드루 기자는 다음과 같이 간단히 응수한다.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버블이 한참 끼어 있던 튤립을 거래하던 상인들이 보트를 살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당연히, 이것을 실물경제에 어떤 보탬이 되었다는 근거로 얘기할 수는 없다.

 

2008년 금융위기를 가져온 건 많은 사람들이 주택시장에 기를 쓰고 투자해 버블이 생겼던 탓이다. 지금의 암호화폐 시장은 마치 그때의 주택시장처럼 보인다. 사실, 어쩌다 금융시장이 이 지경까지 왔는지 생각하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투자론 교과서들은 금융시장에서 투기투자는 그리 다르지 않으니 굳이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르친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천박함에 단내가 나는 시점에 도달했다면 이제 깊이 생각해볼 일이다.

이관휘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시사인

 

지금 성()적으로 만족하나요?

난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 없어요. 한 번도요. 내가 느끼는 척 안 해도 기분 나빠 말아요. 더 이상은 안 할 거야. 남편 죽고 결심했죠. 다신 연기 안 한다고.”

 

점잖게 차려입은 60대 중년 여인 낸시(엠마 톰슨)가 한에 맺힌 듯 지난 삶을 와르르 토해내고 있다. 지긋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이 얘길 경청하는 건 누가 봐도 젊고 매력적인 외모의 20대 남자 리오 그랜드(다릴 맥코맥). 소파에 마주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두 사람은 성적인 서비스를 사고, 팔기 위해 만났다. 물론 사는 사람이 중년 여인 낸시고, 파는 사람이 젊은 남자 리오 그랜드다.

 

우리나라에서는 불법인 성매매를 전면으로 다루고 공공 서비스화를 역설한다는 점에서, 리차드 기어와 줄리아 로버츠의 귀여운 연인’(1990)시절부터 관념적으로 묘사돼 온 남성 성 구매자와 여성 성 판매자라는 성별 구도를 완전히 전복했다는 점에서, 40살쯤 나이 차이가 나는 두 배우의 나체와 여러 체위가 등장한다는 점에서11일 개봉하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Good Luck to You, Leo Grande)’는 많은 이유로 무척 도발적일 수밖에 없는 작품이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Good Luck to You, Leo Grande)’ 포스터.

 

여기까지 글을 읽은 독자가 느끼고 있는 모종의 꺼림칙함과 다소간의 심리적 불편감을, 연출자인 소피 하이드 감독 역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때문에 성적 서비스를 사기 위해 비싼 돈을 지불한 입장이면서도 지나치게 젊고 아름다운 상대를 마주한 순간 크게 당황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주인공 낸시의 입을 통해 먼저 요점을 콕 짚어버리는 전략을 택한다.

 

누군가를 사서 날 위해쓰다난 선생이었죠. 애들한테 성매매에 대해 에세이를 쓰게 하던 사람이 몸소 매매를 하고 있다니, 미쳤어! 이건 아냐, 잘못됐어. 아들이 알면 기절할 거야. 정말 재수 없는 늙은 변태 같네요. 돈은 돌려줄 테니 그냥 가요, 나 너무 역겹다.”

 

이토록 정확한 자기비판을 할 줄 아는 낸시가 대체 왜, 이런 상황을 왜 만들었을까.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바로 그 를 들여다보는 이야기다. 워낙 보수적이고 억압적이던 시절 영국에서 태어나 청춘을 보낸 낸시는 여자가 성적인 자신감이나 자기 결정권을 갖는다는 게 뭔지 몰랐고, 결혼 생활 31년 동안 몸을 대충 쓰다듬다가 볼일 보고 끝나는잠자리를 치러냈다. 남편에게 새로운 시도를 제안했다가 모욕적인 걸 시킨다는 비난만 전해 들은 뒤로는, 이렇다 할 말도 꺼내지 못하게 된 씁쓸한 기억도 고백한다.

 

개인의 성적인 즐거움이나 부부의 건강한 관계에 대한 인식과 실행력이 너무 부족했던 게 낸시 삶의 어려움이었다면, 40년 차를 두고 태어난 리오 그랜드는 오히려 성적 쾌락에 지나치게 빠르게 눈을 뜬 게 문제였던 모양이다. 모종의 사건으로 가족, 특히 엄마에게 큰 충격을 안긴 그는 자신감 있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가명을 쓰고, 직업을 숨기며 자신을 감추고 살 수밖에 없다.

영화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Good Luck to You, Leo Grande)’ 스틸컷.

 

성에 너무 둔감해서, 혹은 너무 민감해서. 성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경직돼 있어서, 혹은 지나치게 급진적이어서. ‘굿 럭 투 유, 리오 그랜드는 개인의 성적 민감도와 시대적인 흐름 사이에서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 겪게 된 각자의 사건때문에 수치심과 답답함, 말 못할 상처를 안고 살게 된 두 인물의 솔직담백한 이야기다. ‘러브 액츄얼리’, ‘크루엘라등으로 잘 알려진 중견 배우 엠마 톰슨의 설득력 있는 표현력과 신인 배우 다릴 맥코맥의 세련된 이미지가 조화롭게 맞물리면서 적절한 시청각적 재미를 주는 건 물론이다.

 

영화가 말하는 모든 메시지에 동의한다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자신에 맞는 적절한 수준의 성적인 즐거움을 찾아 나가야 한다는 방향성에 동의하기에 영화를 소개한다. 성 담론을 세련되게 다루지 못하고, 때문에 개인이 건강한 방식으로 자기만족을 추구하기 어려운 한국 사회의 분위기 안에서 재미와 의미를 함께 전하는 작품이 될 듯싶다.

미디어오늘/ 박꽃 이투데이 문화전문기자

 

 

금융위기 뇌관다중채무자 비중 역대 최고

다중채무자 비중이 급증하고 있어 금융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이후 전반적으로 가계대출은 줄어드는 추세지만, 금리 상승기에 채무 불이행 등 부실 가능성이 가장 큰 '다중 채무자(3곳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의 비중은 오히려 더 커졌다. 현재 다중 채무자는 약 446만명에 이르고, 특히 금융기관 중 저축은행과 30대 이하, ·저소득 계층의 다중채무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15일 한국은행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 데이터베이스(DB)상 약 100만명 패널의 신용정보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올해 1·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자 가운데 22.4%가 다중 채무자였다.

 

지난해 말(22.1%)보다 비중이 0.3%포인트(p) 늘어난 것으로 집계가 시작된 2012년 이후 최고 기록이라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1·4분기 가계부채 DB 표본 데이터로 전체 가계대출 차주 수를 추정하는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전년 말 기준 전체 차주 수(19894000)에 이 비중(22.4%)을 적용하면 약 4456000여 명이 다중 채무자인 셈이다.

 

차주(대출자) 수가 아니라 대출 잔액 기준 다중 채무의 비중은 31.9%로 집계됐다.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총액은 전년 말 17542000억원에서 올해 1분기 17527000억원으로 15000억원 감소했다

 

금융권별 다중 채무자 비중을 보면 저축은행의 경우 1·4분기 말 대출잔액 기준으로 76.8%, 차주 수 기준으로 69.0%가 다중 채무 상태였다. 모두 전년 말(75.9%, 67.5%)과 비교해 0.9%포인트, 1.5%포인트씩 다중 채무자 비중이 늘었다.

 

은행의 다중 채무자 비율은 1·4분기 말 대출잔액과 차주 기준 각 27.6%, 25.4%로 집계됐다. 한 분기 사이 차주는 0.2%포인트 높아졌지만, 잔액은 0.3%포인트 낮아졌다. 1·4분기 현재 다중 채무자의 전체 빚을 연령대로 나누면 40대의 비중이 32.6%로 가장 컸다. 이어 5028.0%, 30대 이하 26.8%, 60대 이상 12.6% 순이었다.

 

이처럼 저축은행 등 2금융권, ·저소득층, 30대 이하 젊은 층의 다중 채무 비중이 늘어나는 것은 금리 상승의 충격에 가장 약한 틈이 커진다는 측면에서 우려되는 부분이다.

파이낸셜뉴스 박신영

동물해방물결, 2022 복날추모행동

동물보호단체들은 “‘는 법의 사각지대에서 불법 도살·사육·유통·판매되고 있다. 홍 시장의 개인적인 신념은 정치적 자리에 따라 바뀌느냐권영진 전 시장이 지키지 못했던 약속을 홍 시장의 의지로 칠성 개 시장 철폐를 해내길 간곡히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국 3대 개시장으로 불린 성남 모란 개시장은 201612월 성남시와 모란가축상인회가 환경정비 업무협약을 체결하면서 도살장을 없앤 데 이어 2018년 폐쇄됐다. 부산 구포가축시장도 부산시가 도시계획으로 개시장 부지를 수용하고 상인에게 생활안정자금 등 폐업보상을 진행해 2019년 문을 닫았다.

 

대형마트, 말복 맞아 치킨값 더 내렸다"당당치킨 5990"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이날 하루동안 '당당치킨' 후라이드를 전국 매장(밀양·영도점 제외)에서 5000마리 한정으로 5990원에 판다.

 

당당치킨(국내산 8호 냉장계육 1마리)6990원에 판매되면서 저렴한 가격 때문에 인기를 끌었다. "가격에 팔아도 이익이 남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말복에 추가로 1000원 더 할인하기로 했다.

 

롯데마트도 말복을 맞아 치킨을 할인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지난 11일부터 1주일간 '뉴 한통 가아아득 치킨(한통치킨)' 1.5마리(기존가 15800)를 행사 카드로 결제하면 44% 할인된 8800원에 팔고 있다.

 

업계는 말복 맞이 치킨 할인 행사가 큰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홈플러스가 초복에 진행한 당당치킨 5000마리 선착순 4990원 행사에는 전국 대부분의 매장에서 줄서기 현상이 빚어졌다. 홈플러스가 준비한 물량이 1시간 이내에 완판됐다. 당시 당당치킨은 이 같은 행사 물량을 제외 하고도 정상가에 12200마리가 추가로 팔려 하루에 17200마리 판매를 기록했다..

 

롯데마트의 한통 치킨도 마찬가지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지난 11일 할인 판매 첫날에만 전국 100여개 점포에서 준비한 5000통 가량의 한통치킨 행사 상품 물량(점포당 50)3시간 만에 완판됐다"고 했다.

 

 

K-방산수출 대박에 가려진 무기의 그늘

폴란드 등 대규모 무기 수출

K방산 대박 호재 환호 일색

한국 무기 가성비만 강조해

 

무기는 죽음의 상품특성

국제정세 지정학 두루 작용

이종섭 국방, 무기 수출 때

인류 보편가치 철학 중요

육군 K-2 전차 훈련 모습. 육군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달 27일 폴란드가 K2 전차 980, K9 자주포 670, FA-50 경공격기 48대 등 한국산 무기 구매 기본계약을 맺었다고 공식 발표했다. 수출 금액 규모는 구체적인 본 계약 조건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최소 10조원대 이상이고, 무기 도입 이후 중장기 후속 군수지원 물량까지 포함하면 최대 30~40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국산 단일 무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LIG넥스원은 올초 아랍에미리트(UAE)35억 달러(42000억원) 규모 국산 요격미사일 천궁수출계약을 맺었다. 천궁가 국산 무기 수출계약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는데, 반년 만에 폴란드 방산 수출로 최대 수출 기록이 바뀌게 됐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레일리아에 K9 자주포 수출 계약을 했고, 지난 2월 이집트에도 2조원 이상의 K9 자주포 등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대규모 무기 수출이 이어지면서 ‘K 방산이란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최근 추세가 이어진다면 현재 세계 무기 수출 8위인 한국이 세계 5위가 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방산 업계에서는 국산 무기의 우수한 성능과 미국·유럽 무기에 견줘 싼 가성비, 신속한 공급 능력으로 제때 납품이 가능하고 현지 생산도 가능하다는 등을 수출의 성공 요인으로 꼽는다.

 

냉전이 끝난 뒤에 유럽 등 군사 강국들은 전차, 자주포 같은 재래식 무기를 대량생산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 위협에 대비해 이런 무기들을 대량 생산하는 방위산업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 위협에 맞서 폴란드가 원하는 무기들을 대량생산해 빨리 공급할 산업역량을 갖춘 나라가 한국이다. ‘냉전의 유물로 여겨지던 한국 방위산업이 빛을 본 것이다.

 

하지만 K 방산을 한국 무기의 가성비로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무기 수출에는 경제적 요인뿐만 아니라 국제정세와 지정학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K-9 자주포를 수입한 나라들을 보면, 러시아의 군사 위협(폴란드, 핀란드 등 동·북유럽)과 중국의 군사 위협(인도, 오스트레일리아)에 대응하려는 목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높아진 안보불안감이 지난달 폴란드 대규모 무기 수출의 배경이 됐다.

 

무기는 핸드폰이나 자동차와는 전혀 다른 상품이다. 무기는 목숨과 직결된 상품이다. 무기 수출은 대립하는 양쪽 중 어느 한편에 서는 선택일 수 있다. 무기는 사용 대상이 된 다른 한쪽의 공포와 반발을 불러온다. 무기 수출은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 측면에서는 자주 논란이 된다.

육군 K-9전차 자주포 훈련 모습. 육군 페이스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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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는 한국이 1997K-9 자주포를 첫 수출한 나라다. 원래 터키는 독일 자주포 내부 장비들을 면허 생산해 자체 자주포를 개발할 예정이었지만 분쟁 조장 소지와 인권탄압 문제 등을 이유로 독일이 수출을 거부하면서 한국 K-9 자주포를 수입했다. K-9 자주포를 수입해 자국 모델 자주포를 개발한 터키는 이 무기로 201910월 국경을 맞댄 시리아 동북부 쿠르드족을 포격했다. 당시 국내 시민단체들은 터키의 쿠르드 침공을 규탄하며 한국 정부에게 터키에 무기 수출을 중단하라고 요구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이와 달리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등 유럽 여러 나라들이 쿠르드족 인권문제 등을 문제삼아 터키에 대한 무기수출을 금지했다.

 

폴란드가 손꼽히는 전차 강국인 독일이 바로 옆에 있는데 멀리 떨어진 한국에서 K2 전차 980대를 수입하려는 이유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상황이 바뀌고 있지만 폴란드 정부는 독일 등 유럽연합(EU)과 사이가 나빴다. 유럽연합 쪽은 폴란드를 인권 침해, 언론 탄압 등을 일삼는 나라로 취급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 폴란드는 독일이 러시아에 지나치게 유화적이라고 비판해, 양국 사이가 껄끄러웠다.

 

현실적으로 한국이 방산 수출을 포기하긴 어렵다. 방산 수출을 산업 측면에서 대박으로만 좁게 볼게 아니라 인권문제, 국제정치 등이 복잡하게 얽힌 문제로 다뤄야 한다.

지난 727(현지시각) 폴란드 정부와 한국 방산업체들이 FA-50 경공격기, K2전차, K9자주포 도입 기본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부터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 안현호 한국항공우주산업 대표, 손재일 한화디펜스 대표, 세바스찬 흐바워크 국영방산기업 PGZ 회장. 바르샤바/공동취재단

 

지난 1월 미국 민간 안보싱크탱크인 케이토 연구소(CATO Institute)‘2021년 세계 무기 수출 위험 지수’(Arms Sales Risk Index) 보고서를 발표했다. 케이토 연구소는 부패 여부 정국 불안정 수준 국내 인권유린 여부 내전 등 무력분쟁의 4가지 요소에 따라 미국 무기 수출이 해당국에 어떤 역할과 후유증으로 나타났는지를 점수를 매겼다. 점수는 1~100인데 점수가 높을수록 부정적 후유증으로 간주했다.

 

지난 2021년 무기 수출 위험 지수 40 이상인 나라는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파키스탄, 이집트, 터키, 인도, 멕시코 등이다. 이 가운데 이집트, 터키,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등은 한국이 무기를 수출하는 나라다.

 

한편, 이종섭 국방장관은 무기 수출 때 인권 같은 보편적 가치도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지난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컨벤션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간담회 자리에서 “(무기 수출 때) 국익도 중요하지만 인류 보편적 가치와 철학도 중요하지 않냐는 지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인권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무기수출 정책을 바꿨는데 우리도 고민할 시기가 아닌가란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이 장관은 우리가 무기를 수출할 때 오직 돈만 보고 특정 국가에 수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외교부에서 그런 부분은 많이 확인하고 외교 안보 관계 부처간의 협의에 따라서 한다고 말했다.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독립운동 하면 3대가후손들 생계 알아봤더니

친일' 청산과 함께 또 하나 '항일' 운동을 했던 독립운동가 후손들의 처우 문제, 짚어보겠습니다.

"독립운동하면 3대가 망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소한의 예우도 못 받고, 생활이 어려운 후손들이 많습니다.

 

[리포트] 86살 한상조 씨는 광복회 군자금을 모았던 독립운동가 한태석 선생의 손자입니다. 여든 넘은 나이에도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는데, 순수입은 한 달 백만 원이 안 됩니다. 그나마 생계가 유지되는 건 독립운동가 후손에게 지급되는 보훈급여 덕입니다.

[한상조/독립유공자 3: "(보훈급여금) 그것만 200만 원이 조금 넘어요. (그리고 국민연금이.) 국민연금은 조금 되고, 50만 원 가까이."]

보훈급여금은 적게는 80만 원, 많게는 200만 원까지 지급됩니다.

독립운동가 후손 '가구' 소득의 30%가 보훈급여금. '개인'으로 따지면 소득의 45%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큽니다.

 

하지만, 독립운동가 후손이라 해도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현행법은 후손 1명으로만 지급 대상을 제한하고, 독립운동가 사망 시점이 광복 ''이냐 ''냐에 따라 후손 지급 범위가 또 달라집니다.

 

이수경 씨는 그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독립운동가 손녀임에도, 또 형편이 어려운데도, 보훈급여를 받지 못합니다.

[이수경/독립유공자 3: "(보증금) 4천만 원에 월세 20만 원 주고 살고 있거든요. 재개발 들어가면 어디로 또 옮겨가야 하는데."]

독립유공자 후손 가구의 순자산은 국민 평균치를 밑돕니다. 보훈급여가 없다고 가정하면, 후손 가구의 46%가 정부의 저소득층 기준에 해당합니다.

 

[이갑준/흥사단 정책기획국장 : "(형제 중) 한 명만 등록이 되고 거기에 대한 지원금만 나가기 때문에, 다른 형제분들은 연금이나 아니면 국가의 보호 차원에서 그런 혜택을 받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일단 형제들에 대한 (지원) 대상을 확대해야 하고요."]

 

친일파들이 일군 재산으로 후손들은 3대가 여유롭다는데,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은 명예는커녕 가난만 물려받는 현실.'정의''공정'이라는 절대 명제의 첫 단추부터가 잘못 꿰어져 있습니다.

KBS 뉴스 양민철입니다

부산의 몰락.."'노인과 바다'만 남았죠" 씁쓸 [인구위기, 현장을 가다/부산 영도]

돌아오지 않는 청년들

전국 특광역시 중 첫 '초고령 사회'진입

청년들 떠나 생산연령 인구 절반으로 ''

336만명 전체 인구 2050251만명으로 줄 전망

특히 영도구 인구감소율 20.9%로 지자체 1위 불명예

"빈집 매입해 도시공동화 방지 나섰지만 규제 등 막혀 효과 미미

곳곳에 빈집이 섞인 영도구 봉래동의 한 주택가. 이 곳에서는 빈집을 재정비해 게스트하우스로 꾸미는 등 도심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부산=민건태 기자

 

 

골목길이 놀이터였지.”

지난 12일 부산 영도구 봉래동에서 만난 김정환씨(63)50년 전의 고향을 회상했다. 다닥다닥 붙은 단독주택이 폭 1남짓의 골목길을 만들었다. 한때 아이들의 놀이터였을 이 골목은 산자락에 미로처럼 뻗어 노인의 발걸음에 무게를 더한다. 김씨는 국내 1호 조선소(대한조선공사, HJ중공업)가 있어 한때 부흥했지만, 지금은 자식 세대 대부분이 고향을 떠났다인구 감소는 국가가 해결할 문제고 말했다. 그는 현재 마을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청년(로컬크리에이터)과 함께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인구 감소 위기가 대도시의 경쟁력까지 갉아먹고 있다. 부산시가 지난달 발표한 부산 인구정책 브리핑에 따르면 2020336만 명이었던 인구는 2050251만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 전망이다. 같은 기간 중위연령은 46.3세에서 60.1세로, 생산연령(15~64) 인구는 237만 명에서 121만 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시는 지난해 전국 특광역시 중 최초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했다. 도시 비전을 알리는 슬로건 대신 노인과 바다라는 자조 섞인 도시에 관한 정의가 시민 의식 사이에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부산시가 지난해 작성한 제1차 인구정책기본계획상 영도구의 지난 10년간(2011~2020) 인구 감소율은 20.9%로 전체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도시에서 인구 감소 문제가 생기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인 셈이다.

 

영도구는 지역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빈집 정비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찬훈 영도구의회 의원(국민의힘)의 도움을 받아 빈집 관련 자료를 입수한 결과 부산시에서 집계한 영도구의 빈집은 392채에 불과하지만, 영도구가 자체적으로 집계한 자료에는 1124채로 급증한다. 전자는 명의가 있는 집만 대상으로 삼았지만, 후자는 무허가 건축물까지 포함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빈집 문제 해결은 쉽지 않다. 명의가 있는 집과 무허가 건축물은 물론, 상속이 된 걸 모르는 자녀까지 다양하다. 특히 가장 큰 문제는 재개발을 노리고 일부러 빈집을 만드는 사례인데, 이런 경우에는 월세를 전전하는 저소득 노인층의 주거 내몰림 현상까지 빚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1987년 영도구 동삼초등학교 학생 단체 사진. 아래는 2021년 같은 학교 학생들 학급활동 사진. 한 반의 학생 수가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영도구 주민 박병철씨는 한 해 졸업생이 400명이 넘었는데, 최근에는 20명 남짓의 초등학생이 졸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자 제공

로컬크리에이터는 빈집 관련 사업의 문제점 중 하나로 규제를 꼽는다. 2018년 영도구가 도시재생뉴딜사업에 선정되며 지역에 안착한 스타트업 라보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라보드는 현재 빈집을 활용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 중이며, 나무로 만든 요트를 제조해 게스트하우스와 연계하고 있다. 일회성 관광객 대신 동네 재방문 가능성이 높은 단골 고객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라보드는 이외에도 블루베리 상품 디자인 공모, 스마트팜 공모 등 지역 주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부 지원 사업에 선정되며 마을협동조합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라보드 이경진 대표는 빈집 매입부터 공사, 숙박업 운영까지 규제에 걸려 사업을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정부 자금 지원이 도움이 되는 부분도 있지만, 빈집 매입 문제부터 제동이 걸려 영도구에 사업의 많은 부분을 의존하는 중이라고 토로했다.

 

교육 인프라 문제도 영도구 주민과 학부모 사이의 갈등을 촉발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최근 부산시교육청이 부산남고를 강서구로 이전을 추진 중이다. 영도구 주민으로 구성된 영도교육혁신운동본부는 지난 10일 부산남고 이전 추진 반대를 위한 영도 주민 공론장을 열어서 지역 교육 환경 여건 개선을 부산시교육청에 촉구했다. 권혁 사무총장은 최근 수천세대 규모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됐지만, 정작 영도구의 인구는 매달 200~300명씩 순유출되는 상황이라며 고등학교마저 이전되면 영도의 경쟁력은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 부산=민건태 기자

 

국토부 ‘5년간 270만채 공급방안발표재건축 등 활성화

202320275년간 270만채 신규 인허가

16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정부가 앞으로 5년 동안 전국에서 270만채를 인허가 하는 주택공급 청사진을 내놓았다.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을 활성화하고 택지지구를 새로 지정해 물량을 늘린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수도권에서만 지난 5년에 비해 주택 공급량이 29만채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정부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민 주거안전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정부는 202320275년 동안 전국에서 270만채의 새 주택을 인허가 할 계획이다. 서울 등 수도권에서 158만채, 비수도권에서 112만채가 공급된다. 지난 정부 때인 20182022(257만채)에 비해 전국적으로 13만채 늘어난 규모다.

 

이를 위해 국토교통부는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물량을 크게 늘릴 방침이다. 향후 5년간 전국에서 22만채의 정비구역을 새로 지정한다. 지난 5(128000)에 견줘 92000채 많은 양이다. 서울에서 10만채, 경기·인천 4만채 규모의 사업을 지정하고, 지방에서는 광역시 구도심 위주로 8만채를 지정한다.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들도 손질된다. 재건축 부담금 제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조합원 한 사람당 이익 규모에 따라 1050%를 환수하는 현행 제도의 구간별 부과 기준을 높일 방침이다. 재건축 조합 설립을 위한 사전 단계인 안전진단문턱도 낮춘다. 안전진단 항목 중 현재 3040% 배점을 차지하는 구조안전성비중을 줄이고, ‘주거환경’·‘설비노후도등의 비중을 높이는 게 골자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난 10년 동안 도심 주택정비사업이 지나치게 억눌려왔다. 재개발·재건축사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공공 택지지구 조성도 계속된다. 지난해 발표된 3기 신도시(26만채)와 별도로 내년까지 15만채 규모의 신규택지 후보지를 발표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이번 정부 임기인 2027년까지 이중 10만채의 인허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정부가 주거취약계층의 주거사다리로 공약한 청년 원가주택’·‘역세권 첫집5년간 약 50만채 공급된다. 이들 주택은 공공택지 등을 이용해 주변 시세의 70% 수준으로 분양되며, 올해 안에 일부 단지가 첫 사전청약을 받는다. 국토부는 다음달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을 내어 구체적인 청약 일정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이번 방안에는 반지하주택 등 재하우려 주택 거주자에 대한 지원책 등이 담겼다. 이들 주택 거주자에 대한 공공임대 우선공급 물량을 연 6000채에서 1만채로 확대한다. 일부 주택은 공공기관이 매입한 뒤 지하층을 제외하고 공공임대주택으로 리모델링하기로 했다. 원 장관은 반지하 뿐 아니라 쪽방, 고시원, 옥탑방 등 이른바 비정상 주거를 정상주거로 장기적으로 이전·상향시키겠다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는 공공토지를 팔아 치운다

[주장] 기재부의 '16조원+α' 규모의 공공토지 매각, '투기의 영토' 넓히기

지난 8일 윤석열 정부의 기획재정부는 정부가 소유한 토지를 임기 5년 동안 '16조원+α'의 규모로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매각 대상은 40조원이 넘는 일반재산만이 아니다. 청사·관사·도로·하천 등 공용·공공용으로 사용하는 행정재산도 TF를 구성해서 유휴·저활용 되는 재산을 발굴하겠다고 하는데, 이것은 다른 말로 하면 팔 수 있는 것은 샅샅이 뒤져서 팔아 치우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이번에 팔겠다고 한 땅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업용·임대주택용 토지, 비축된 토지 중 5년 이상 경과한 토지, 정부 활용이 곤란한 농지(농업진흥구역) 등이다. 정부는 공공토지를 매각하는 이유로 공공의 혁신과 민간 주도 경제의 활성화를 내걸었는데, 과연 그런가?

 

이 땅에서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전개된 196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국토는 투기의 대상이 되어왔고 이것을 건드리지 않고서는 불평등과 불공정 해결은 한계가 크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토지가 투기의 대상이 되지 않고 삶의 터전 혹은 이용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땅값 상승분에 대한 적절한 환수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 생산 활동과 무관하게 발생한 가치의 상당 부분을 환수해야 하는데 '보수'라는 이름을 앞세우는 정부일수록 '시장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그나마 있던 환수장치도 무력화시켜왔고, 현 정부도 그 길로 질주하고 있다.

 

투기가 일어나지 않기 위한 조건

이런 까닭에 토지투기를 차단하려는 학자와 시민단체들은 민간 보유 토지에 대한 보유세 및 양도세를 강화뿐만 아니라 정부가 목표를 세워서 민간의 토지를 매입·비축 및 임대의 비율을 꾸준히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 전체 토지에서 공공토지의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공공이 보유한 토지를 제대로 임대하면 투기가 일어나지 않는다. 사용 목적의 개인 및 법인만 토지를 보유하려고 한다. 땅값이라는 목돈이 아니라 임대료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에, 즉 진입장벽이 낮아지고 은행에 엄청난 대출을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현 정부가 중요하게 여기는 민간 경제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된다.

 

부담 가능한 가격의 토지임대부 주택이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려면 공공택지가 필요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개인 상가를 소유할 수 있는 토지임대형 상가를 공급하려고 해도 역시 공공 토지가 필요하다. 공공이 농지를 보유하고 있으면 농사에 관심이 많으나 농지를 매입할 돈이 없는 사람에게도 농사를 지을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 유능한 정부는 공공토지에서 이런 일들을 역동적으로 구현해 낸다. 부동산 시장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어있고 높은 주거 안정성을 누리고 있는 핀란드와 싱가포르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그런데 현 정부는 그나마 보유하고 있는 공공의 토지도 신속하게 팔아 치우려고 한다. 공공이 보유한 재산 중에 생산적으로 활용되지 않은 유휴·저활용 재산을 적극적으로 매각한다고 하는데, 매각할 필요 없이 공공이 적절히 개발하여 민간에 임대하면 충분히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고 정부 수입도 계속 늘어날 수 있는데도 말이다. 무능한 정부라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그 땅을 과연 누가 살까

그렇다면 윤 정부가 내다 팔려고 하는 땅은 누가 살까? 엄청난 법인세 감세 혜택이 예상되는 대기업이 사들일 가능성이 높다. 그들은 현금을 쌓아 놓고 있다. 게다가 법인은 보유 토지에 '사업용'이라는 딱지를 붙이면 개인보다 보유세 부담도 크게 줄어든다. 시세차익에 대한 과세도 개인이 부담하는, 세율이 높은 양도소득세가 아니라 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법인세를 적용받는다. 그러니 지금 사 놓고 이렇게 저렇게 이용하다가 부동산 시장이 달아오를 때 팔면 엄청난 불로소득을 누릴 수 있다.

 

결과적으로 공공토지 매각은 대기업에게 부동산 불로소득을 얻을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생산 활동을 통한 이윤 추구가 아니라 부동산 투기를 통한 지대추구의 기회를 더 보장해주려는 기획이다. 지대추구는 부패경제의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 부패한 정부일수록 공공토지를 매각한다.

 

결론적으로 윤 정부의 공공토지 매각은 공공 혁신도 아니고, 민간 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안 된다. 이것은 결국 대기업의 부동산 투기의 영토를 더 넓혀주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능하고 부패한 정부일수록 공공토지를 팔아 치운다는 것을 보여줄 뿐이다.

 

[관련기사] 국유재산 매각에 강남 부동산 6건 포함 "기만 꼼수 정책" http://omn.kr/208dm

남기업(namgiup)/ 오마이뉴스

 

 

일본 전쟁자금 추적한 네덜란드 기자'위안부'의 몫은 어디로 갔을까

네덜란드 탐사 기자가 밝힌 일본 전쟁은행 자금 흐름

814일 네덜란드 현지 시간 오전 6시에 탐사보도 전문기자 그리셀다 몰러만스(Griselda Molemans)와 월간조선의 박희석 기자가 공동 취재 활동을 통해서, 국제적인 비자금 추적 전문 웹사이트 '팔로우 더 머니'에 일본군의 전쟁자금의 행방을 공개했습니다. 당시 네덜란드 제국의 식민지였다가 1942년부터 1945년 종전 때까지 일본이 침탈한 인도네시아에서의 자금입니다.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은 네덜란드령 인디아(현재의 인도네시아)의 종군 '위안부' 몫으로 예금되었던 자금을 물려 받은 것임이 밝혀졌습니다. 그들은 일본 국가의 조직적 지원 하에 이루어진 종군 '위안부'들 몫의 돈을 벌었던 것입니다. 그 금액을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156.5백만 유로에 이릅니다. 현재 가치로 환산하면 2093억 원에 달하는 금액입니다.

 

이 르포 기사는 813일 네덜란드 시간 아침 6시에 뜻 있는 언론이들이 국제 비자금을 추적하는 웹사이트 FOLLOW THE MONEY가 공개하였고, 네덜란드 공영방송 NOS와 유력 일간지 텔레그라프 등에 보도됐습니다. 813일과 14일 양일에 걸쳐 공개된 글을 그리셀다 몰러만스의 양해를 받아 아래에 정리합니다.

지난 14일 국제적인 비자금 추적 전문 웹사이트 '팔로우 더 머니'에 일본군의 전쟁자금의 행방을 공개했다. FTM

 

자료 공개에 대해

814일은 일제가 2차대전 당시 저지른 종군 '위안부' 성노예 부역자들을 기리는 국제 위안부의 날입니다. 31년 전, 19918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는 최초로 자신이 종군 '위안부'였음을 공표하였습니다. 그는 수년간 '위안부'라는 이름으로 일본군 병사들에게 성적 학대를 당해야 했습니다. 그는 일본정부가 그 당시 점령지에서 군대 조직의 성적 학대를 저지른 데 사실을 인정하고 책임을 인정해야 한다고 요구하였습니다. 김학순 할머니는 '위안부'들 중 최초로 침묵을 깨고 진실을 말함으로써 수십 만에 이르는 강제 매춘 희생자들의 목소리와 그들의 얼굴이 세상에 알려지도록 했습니다.

 

'종군 위안부' 이슈는 오늘 이 순간에도 끝난 문제가 아닙니다. 왜냐면 일본제국의 역사를 계승한 현재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2차대전의 전승국들 역시 지금까지 이 문제를 외면해 왔습니다. 일본과의 경제적인 교역의 중요성이 서구의 식민지배를 당했던 아시아의 여러 나라에서 동원된 위안부 할머니들보다 훨씬 크기 때문인 듯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오랜 침묵의 기간이 지나고 199212월에서야 얀 루프-오헤르너(Jan Ruff-O’Herne)할머니가 젊은 시절에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세마랑 지역에서 일본군 장교들을 위한 위안소에서 강제 매춘을 했던 과거를 용감하게 고백하면서 비로서 이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이로써 네덜란드는 당시 식민지로 지배하던 인도네시아에서 벌어진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를 떠밀리듯 하게 되었습니다. 2차대전 당시에 무려 35만명에 이르는 일본 육군과 해군이 이 지역에 주둔하고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자바와 수마트라 섬에서 최소 65명에서 많게는 삼백여 명에 달하는 네덜란드계 여성이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은폐된 진실은 네덜란드계와 유럽계 여성, 인도네시아계와 몰루칸, 파푸아계의 젊은 여성 7만 명이 인도네시아 지역 전역에 걸쳐 '위안부'로 동원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감춰진 것은 그것만이 아닙니다. 강제 매춘에 동원된 여성들에게 일본군이 지불한 돈이 다시 돌고 돌아 일본의 전쟁자금으로 이용되었습니다. 일본이 인도네시아를 점령한 동안 벌였던 행적에 대해서 전후에 네덜란드 정보기관인 NEFIS에서 포착한 것입니다. 이 기관의 보고서는 전체 공개가 되지 않고 일부 사실만 드러났던 것입니다. 팔로우 더 머니(Follow the Money)NEFIS의 보고서 전체를 구해 조사하여 이러한 조직된 강제매춘에서 돈의 흐름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2차 대전에서 일본의 항복 이후에 두 개의 일제의 전쟁은행인 요코하마 스페시 뱅크(Yokohama Specie Bank)와 뱅크 어브 타이완(Bank of Taiwan)을 청산하는 과정에서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은 이 자산을 자기 주머니에 챙길 수 있었고, 그 자금의 일부는 '위안부'들 이름으로 만든 이른바 차명계좌의 예금들이었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네덜란드 왕실 말고도 일본의 황실이 위의 두 은행의 대주주였고, 그 지분에 따라 '위안부' 할머니들 앞으로 만들어 놓은 예금의 수익은 고스란히 이들의 주머니로 다시 흘러 들어갔습니다.

 

저희는 일본 황실 가족의 홍보부처에 여러 차례 이에 대한 입장 발표를 요청했지만 아직 일체의 답변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 당시 왕좌에 있던 히로히토 일왕의 손자이자 현재 일왕인 나루히토는 일본의 연호를 이화라고 지으면서 질서와 화합으로 일본의 침략 역사에 대한 언급은 더 이상 하지 말자고 피해국들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제가 벌어들인 '위안부'들의 몫으로 쌓은 부는 자신들이 것이 아니므로 피해자 보상에 쓰여야 합니다.

타이완은행이 전쟁자금 확보를 위해서 발행한 국채 FTM

 

종군 위안부의 감춰진 역사

일본 제국주의 팽창기인 19세기 말부터 2차대전 때까지 일본의 식민지 개척에 관여해 왔던 요코하마 스페시 뱅크 (Yokohama Specie Bank)와 일본계 기업의 해외 자금을 관리하던 타이완은행(Bank of Taiwan) 의 자금 흐름을 추적한 결과, 네덜란드령 인디아(현재의 인도네시아, 뉴기니아 일부) 지역 내의 자금 규모는 2576만 길더, 현재 가치로는 156백만 유로(한화 293억원)이 넘는 돈이었습니다. 이 돈은 전후 패전국 일본의 자산 처리 과정에서 인도네시아의 식민지 모국이던 네덜란드 정부와 왕실 자산으로 귀속되었음을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탐사보도 기자 그리실다 몰러만스는 수리남계 아버지와 인도네시아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성장 과정에서 네덜란드 제국의 식민지 역사에 문제의식을 키워 왔고,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네덜란드의 식민지 지배의 숨겨진 비사를 추적하며 자신의 탐사취재를 기초로 다섯 권의 저서를 냈고, 다큐멘터리 영화 제작도 하였습니다.

 

그의 이런 활동 결과 2019년에는 2차대전 당시 아시아 전역에서 일본이 동원한 종군 위안부의 실태를 담은 서적 LEVENSLANG OORLOG (평생을 전쟁 속에서 삶)의 출간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 그는 일제가 2차 대전 당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침략하여 가는 곳마다 민간인 학살과 부녀자 강간을 일삼았고, 무려 34개국 국적과 50만명이 넘는 다양한 국적과 인종의 여성들을 종군 위안부로 동원한 것을 고발하였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918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동원한 종군 위안부였음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국제 여론의 주목을 받게 된 이 사안은 199212월 네덜란드령 인디아에서 위안부로 동원된 네덜란드 여성 얀 루프-오헤르너 (Jan Ruff-O’Herne)할머니의 증언으로 숨겨진 진실이 차츰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한국의 정신대대책협의회와 많은 시민단체들과 언론의 진상 규명 노력이 이어져 왔습니다. 그리실다 몰러만스 기자는 지난 8년간의 탐사 활동을 통해 총 34개국, 50만 명에 이르는 여성들이 위안부로 동원되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1년 전인 19991814일 한국의 김학순 할머니가 자신이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동원한 종군 '위안부'였음을 공개하면서 비로소 '위안부' 문제가 관심을 받았다. FT

 

종군 위안부 실상은 왜 아직도 뜨거운 이슈인가?

인류의 수많은 전쟁 역사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일본의 종군 '위안부' 설치 운영,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의 역사입니다.

 

근래에는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캐나다, 호주, 중국, 필리핀, 독일 등 해외에서 평화의 소녀상 건립운동이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자신들의 외교 역량을 총 동원하여 해당 국가 지방자치 단체와 중앙정부에 압력을 넣어 평화의 소녀상의 건립을 막고 있고, 이미 건립된 소녀상은 철거를 요구하며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올해도 일본의 기사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428일 일본을 방문한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에게 20209월 베를린 미테구에 건립된 소녀상이 계속 설치되어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하였다고 일본의 산케이 신문이 5월 초에 보도했고, 한국의 언론도 이를 인용하여 보도했습니다.

 

일본은 1930년대부터 19452차대전 패전까지 당시 아시아 제패라는 야망을 달성하기 위해 아시아 전역에서 기존의 제국주의 나라들과 전쟁을 벌여 왔습니다. 그 과정에서 군 병력의 양성과 군부대의 병력 유지와 충원은 중요한 업무였습니다.

 

일본이 강제로 한국 등 식민지와 점령지 여성을 '위안부'로 동원한 것은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확보라는 최고 전략을 달성하기 위해 벌인 사업이었습니다. 무려 50만 명에 이르는 위안부를 동원한다는 것은 한국군 병력이 60만 명 규모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왜 일본 정부는 지금껏 '위안부' 운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가?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위안부' 운영을 주도한 것을 부정하는 데는 그 실상을 피해 당사국에서조차 쉬쉬해 왔고, 관련 자료가 공개되지 않았던 것, 그리고 당시의 가부장적인 문화에서 피해 여성들이 이 사실을 증언하고 관련 책임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려웠던 것 등이 함께 작용해 왔습니다. 2차대전이 끝난 지 77년이 지난 지금에도 가해자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 이 거대한 범죄행위가 어떻게 가능한 걸까요?

 

가장 큰 이유는 가해자가 자신의 범죄를 부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차대전 종전 후 아시아 태평양 전쟁에서 승리한 미국은 일본의 패망 이후 아시아 전역에서 불뿜은 피식민지 민족들의 자주 독립운동에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일본이 전쟁을 벌이기 전에는 서구 열강들이 아시아 지역을 분할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후 쇠퇴한 영국을 대신해서 유일 강대국이 된 미국에서 가장 큰 적은 아시아로 세력을 확장하는 소련이었습니다.

 

아시아의 가장 큰 대국인 중국에서는 중국 공산당이 국민당과 전쟁을 벌였고 결국 중국 공산당은 대만을 제외한 대륙 전체를 장악하게 됩니다. 한국에서도 38선을 경계로 소련과 대립하게 되었습니다. 소련은 동유럽에서 친소국가를 만들며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습니다.

 

그래서 미국은 아시아의 서구 제국주의국가들이 전쟁 전처럼 식민지를 유지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고, 패전국 일본에 대해서도 대표적인 전범들만 처벌하는 선에서 무마하려 하였습니다. '종군위안부' 실태에 대한 자료들은 비밀문서로 지정되어 감춰졌습니다. 네덜란드령 인디아(현재의 인도네시아 지역)에서는 독립운동을 저지하기 위해 식민지 모국 네덜란드가 다시 통치할 수 있도록 일본군과 식민통치기관의 재산을 네덜란드가 몰수하여 소유하도록 했습니다.

 

이 와중에 인도네시아가 1945817일 독립을 선언하고 네덜란드가 이를 승인하지 않아 전쟁이 발발하고 45개월에 걸친 전쟁 끝에 19491227일 인도네시아는 독립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습니다. 요약하면 '전쟁 전으로 돌아간다'는 것이 아시아를 지배하던 서구열강들의 공동 합의였던 것입니다.

14(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 광장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피해 공개증언 31주년 기념 시위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위안부'=강제 매춘=일본군 성 노예노동자

위안부라는 용어는 일본이 붙인 것입니다. 실제 그들은 큰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사탕발림식 사기와 강제로 동원된 것입니다. 일본 제국의, 일본 제국에 의한, 일본군을 위한 전쟁 지원조직인 것입니다. 이번에 펴낸 보고서에서 그리실다 몰러만스는 이렇게 말합니다.

 

"'위안부'라는 이름은 비극적인 은유적 표현입니다. 이것은 강제 매춘입니다. 피해자인 여성과 10대 소녀들은 대부분 일본이 조직적으로 일본군의 주둔하는 곳은 어디서나, 유괴되고 매일 매일 성적 학대를 당한 것입니다. 그들이 있던 위안소는 고급 빌라와 사우나, 호텔, 학교, 절과 교회 등에 설치되었습니다. 이 강제매춘소는 상하의 엄격한 위계적인 구조로 짜여 있었고, 엄격한 규율 하에 운영되었습니다."

 

또 종군'위안부' 설치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렇게 서술합니다.

"강제 매춘은 일본군 병력의 성병을 막기 위해 일본 정부가 설립한 것입니다. 최초의 발단은 1918년부터 19922년 사이에 시베리아 지역으로 파병되어 있던 일본군의 높은 성병 발병률 때문이었습니다. 무려 병력의 1/3이 매독과 임질에 걸려서 전투 불가 판정을 받고 병력에서 제외되었고, 그 중의 상당수가 사망하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른 원인은 병사들의 사기와 관련된 것입니다. 병사들의 성적인 욕구를 채워 줌으로써 그들의 불만을 잠재우고 군대 내의 폭동을 막을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일본의 육군과 해군 내의 집창촌 시스템은 보다 높은 목적이 있었습니다. 위안소에서 벌어들인 돈이 다시 일본의 전쟁 자금으로 쓰인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일제가 위안소를 국가 전매사업으로 운영하여 군인들에게 주는 월급이 '위안부'에 대한 '화대'로 지불되고, 그 화대는 위에서 언급한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과 타이완은행에 예치되어, 일본이 전쟁자금으로 쓰이는 순환구조를 이룬다는 점을 그는 역설하고 있습니다.

 

"네덜란드령 인도네시아의 보르네오지역의 일본 해군 헌병부대 비밀경찰들은 패전 후 네덜란드 군 보안사의 NEFIS (de Netherlands Forces Intelligence Service) 의 조사를 받게 되었는데, 그들은 일본 점령군이 거대한 규모의 성적 학대를 해 온 것을 자백한 진술서가 있습니다. 이런 자금의 흐름에 대한 기록이 지금까지 감춰져 있던 것은 네덜란드 군 보안사의 조사 보고서가 몇 조각으로 쪼개져서 전모를 알 수 없었고, 보고서의 일부만 공개되었고, 중요 정보들이 암스테르담에 있는 네덜란드 전쟁문서 보관소(NIOD)와 헤이그에 있는 국립 문서저장소에 보고서가 쪼개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2007년에 이르러서야 런던에 있는 네덜란드 국립 문서보관소에서 문서의 전모를 열람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종군 위안부 자금 운영의 전모는 네덜란드가 이미 조사 후 은폐한 것이다!

"194665일 네덜란드 군 보안사령관 J. 하이부룩(Heijbroek)이 싸인을 한 보고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어요. 위안소는 난요 코핫슈 카부시키 카이사(the South Pacifi Development Company)의 임원이 운영했다고 쓰여 있어요. 관리 감독은 호쿠카이, 일본 경제인 연합회(the association of Japanes Businessmen)에서 맡았고, 이들은 위안소 시설도 설치해서 운영했지요. 운영 책임자는 자기 회사의 직원들에게 위안소의 상시 운영 업무를 맡겼어요. 매일 아침, 전날의 위안소의 매매 전표와 영수증을 받아서 회계 처리하였습니다.

 

관리 책임자는 월별로 재무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고, 위안소마다 평균 수입이 60 길더 정도였다고 쓰여 있어요. 이 중에서 1/3은 위안소 몫으로 가고, 2/3는 위안부들에게 돌아가도록 되어 있는데, 이 금액이 그들에게 지불되는 것이 아니고, 타이완은행 지부에 예치됩니다."

 

과연 종군 '위안부'들이 이들 몫의 돈, 그중 2/3를 전쟁이 끝난 후에는 타이완은행에서 인출해서 갈 수 있는 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그리실다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일본군 병사들이 위안소에 가면 당연히 돈을 냈지요. 하지만 그 돈을 누가 받나요? 위안소 업주가 받지요. 위안부 중에 그 화대의 2/3'위안부' 몫으로 나뉘고 그 돈이 타이완은행에 예치되는 걸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어요. 이들이 업주에게 그 돈에 대해서 물었을 때, 업주는 '너희들에게는 빚이 있다. 너희들이 입는 옷과 화장품 값, 비누 등 생필품 값으로 다 나간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실다가 찾아낸 자료는 네덜란드 군 보안사령관이 서명한 보고서에 담긴 것과 종군 '위안부'들의 증언에 기초한 것입다. 일본 정부에서도 그 진위를 의심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일본군을 위한 위안소를 일본 기업인들이 운영했고, 그 조직은 철저한 상하 위계질서와 엄격한 규율을 갖춘 기관이었습니다. 그리고 일본군이 낸 돈은 다시 일본의 제국주의 전쟁을 위한 특수목적 은행이었던 타이완은행 계좌로 들어가고, 일본정부는 그 돈을 전쟁자금으로 쓴 것입니다.

 

명목상 1/3은 위안소 운영 업자들이 가져가고, 2/3'위안부' 몫으로 회계 처리했지만, 실제는 일본군과 일본 식민통치기구가 자기 금고로 가져 간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일본이 일본군을 상대로 일본군 병사들의 성적 욕구를 풀 수 있는 위락시설을 운영하고, 그 수익금이 다시 일본은행으로 들어가는 순환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결국 종군 '위안부'는 일본군의 성병으로 인한 병력 손실을 방지하면서, 일본군 병사들의 성욕을 채워주고, 그들이 내는 돈은 다시 전쟁자금에 충원되는 수익률 67%의 국책사업에 동원된 것입니다.

 

일본 군국주의 자금 들여다 보기

그리실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 일본의 자금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타이완은행은 일본군의 위안소를 거친 자금 조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이 은행은 1899년 일본의 첫 번째 해외 식민지였던 타이완에서 설립되었습니다. 설립 목적은 밋츄비시, 밋수이 같은 일본 기업의 해외투자에 자금을 조달하는 지원 역할을 하였습니다. 자본금 5백만 엔을 최초 자본으로 했고, 해외투자를 위한 융자, 외환 환전 등을 했지요. 타이완을 시작으로 다른 중국과 동남아시아 나라들에서 무역에 필요한 금융활동을 하면서 가장 중요한 역할은 일본의 아시아 침략을 위한 전쟁자금의 금고 역할을 했습니다."

 

"본사는 대만의 타이페이에 있었지만 실제 기업의 핵심은 도쿄에 두고, 모든 중요한 은행의 활동을 수행했습니다. 투자 규모를 놓고 볼 때 동남아 지역에서 두 번째로 큰 은행이었습니다. 그 돈의 출처는 일본 황국이죠. 타이완에 이어 두번째 해외 지사를 1912년 싱가폴에 세웠고, 이어서 태국과 영국령 말레이시아와 네덜란드령 인디아에 세웠지요. 여기서는 지역의 통화를 발행하였고, 예금 업무도 하였습니다."

 

"1931년에 이 은행은 다가올 대륙 침략을 위해서 해군의 확대 목적으로 도쿄에서 국채를 발행합니다. 그 규모는 은행 자본의 절반을 차지할 만큼 많은 금액을 모았습니다. 이 은행에 대주주 중 코라라는 이름의 특별한 인물이 있습니다. 그것은 일본 황실입니다. 결국 일본 천황이 이 은행의 주인이라는 것이죠. 일본 천황은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의 지분 22%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은행은 일본의 가장 큰 은행이었고, 일본 전쟁 자금을 대는 젖줄이었죠. "

 

2차 대전 패전 후 두 은행의 자금은 어디로 갔을까요. 1945815일 일본 천황의 항복선언은 식민지 종주국들의 전쟁에 고통 받던 아시아인들에게 자주 독립의 약속으로 들렸습니다. 그러나 승전국 미국과 연합국은 구 질서의 회복을 꾀하고 있었지요. 일본의 정복지의 일본 은행들과 기업들의 자산은 모두 몰수되어 원래 주인인 서구 열강 손에 들어갔습니다. 네덜란드령 인디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일본의 항복 선언 이후 요코하마 스페시 은행은 적국의 재산(적산)으로 규정되었지요. 미국의 태평양 전쟁 사령관이던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은 일본의 국내외 자산에 대한 청산에 들어갑니다. 모든 자산은 식민지를 거느렸던 제국주의 국가들에게 다시 돌려주기로 한 것입니다."

 

전쟁은 아시아인들에게 엄청난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났습니다. 일본을 누르고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한 미국의 의도와는 상관 없이 아시아인들은 잠시 나마 해방의 기쁨을 느꼈고, 일본군이 떠나면서 수십만의 종군 '위안부'들 역시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그들이 보상 받은 돈은 당연히 없습니다.

 

승전국이든 패전국이든 모두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말하지 않았고, '위안부'의 실태에 대한 조사 결과도 비밀문서보관소로 들어갔고, 2차대전의 적군 일본은 미국의 충실한 동맹국으로 탈바꿈하였고, 서구 열강들은 다시 식민지에서 자신들의 통치를 재확립하는 데 열중했습니다. 그 와중에 종군 '위안부'들은 자신의 과거를 숨기고 평생을 살아야 했습니다.

 

흔히 국제 외교에서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맹이 되기도 하고 오늘의 동맹이 내일의 적이 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일본의 패망은 새로운 패권국가 미국의 위시 아래 서구 열강들의 식민지 되찾기로 돌아갔고, 이들은 아시아인들의 자주독립운동을 막기 위해 함께 협력했습니다.

 

우리가 역사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현재를 사는 동시대인들이 자기가 속한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이루기 위해 누구와 손잡아야 하고 누구와 싸워야 하는지, 판단하는 지표가 되기 때문입니다. 34개국 출신의 50'종군 위안부'의 역사를 들여다 봄으로써 우리는 한 세기 전의 세계를 움직인 국제질서 속에서 왜 그들이 전쟁에 동원되었고, 어떻게 이용되었는지 알게 됩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뉴스로 전해 들으면서 우리는 21세기 새로운 제국주의의 부활을 봅니다. 인류에게는 또다시 종군 '위안부'의 역사가 재연될 것인가? 우리 스스로 물음을 던져 보았으면 합니다.

장광열 네덜란드 통신원 | 프레시안

 

기계적 중립마저 없는 하이트진로 노조 파업 보도

열악한 노동 환경에 파업 돌입한 화물 노동자들

파업 배경 보도 매체 드물고 불법파업·피해 부각

진압에 밀려 추락한 노동자들 보고 "투신조 동원 기막혀" 비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조합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는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모습. 지난 4일 조합원 5명이 강원공장의 유일한 출입구인 하이트 다리에서 홍천강으로 뛰어내렸다 출동한 119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되기도 했다뉴시스

 

6~7월 두 달 간 이어진 화물연대와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동자의 파업은 강한 잔상을 남겼다. 산업 현장의 뿌리깊은 하청 구조 속 노동자들의 열악한 실태가 조금이나마 조명 받았다. 동시에 파업을 공권력 투입으로 강경 대응하려는 정부의 태도, 노동자로부터 수십 억 손해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재계의 의지도 읽혔다.

 

타협 가능성이 없어보이는 현실과 권력의 괴리를 더 헤집어 놓은 건 언론이다. 언론은 두 달 내내 불법 파업’ ‘강제 진압을 외쳤고 손해배상을 반드시 받아내라며 사측을 북돋았다. 노동자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왜 파업을 했는지, 본질적 배경은 외면했다. 이 잔상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 이야기다.

 

노조도 없던 이천·청주 소주공장 화물 노동자들은 유난히 열악한 노동환경에 3월에야 노조를 결성했고 62일부터 파업에 돌입했다. 82일부터는 하이트진로 맥주공장이 있는 강원 홍천으로 농성장을 옮겼는데 이 배경에는 위협받는 생존권이 있다. 한 달 매출은 대략 700~1300만원가량이지만 하이트진로와 계약하기 위해서는 3~4억원에 달하는 화물차를 구입해야 하고, 3~4천만원에 달하는 윙바디를 설치해야 하며, 차량 전면을 덮는 광고 래핑 비용도 부담해야 한다.

 

여기다 매달 나가는 기름값만 매출액의 절반이며 지입료와 톨게이트 비용, 세차비 등을 제하고 나면 한 달 수입은 평균 250만원, 이마저 들쭉날쭉이라 적자인 달도 있다. 이마저도 하루 13시간에 달하는 장시간 노동을 전제로 한 액수다. 타사는 이보다 사정이 나은데 그 이유는 유독 하이트진로 이천·청주 공장 화물 노동자만 운임이 30~40% 싸기 때문이다. 참다못해 파업했으나 사측은 대체인력을 투입했고 그걸 가로막자 불법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결국 노조는 원청인 하이트진로와 협상하기 위해 홍천으로 향했다.

 

서울경제 86일자 사설.

 

이러한 파업의 배경을 보도하는 매체는 극히 드물다. 언론진흥재단 빅카인즈 기준 81일부터 9일까지 하이트진로 파업을 언급한 보도는 75건에 불과한데, 이중 윙바디를 언급한 기사는 없고 지입료는 단 1건이다. 그나마 운임39, 절반 가량이지만 이것도 대부분 운임 30% 인상 요구라고만 쓴 보도다.

 

9TV조선은 <장기화되는 하이트진로 사태해법은?>에서 간단히 말해 지금보다 더 많은 임금을 보장해달라는 것으로 노동자들의 요구를 축약해버렸다.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닐뿐 아니라 이기적인 떼쓰기처럼 보일 공산이 크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정도 언급만 해줘도 감지덕지라는 사실이다.

 

맥주대란 오기 전에 강제진압하라는 메시지를 담은 <서울경제>는 지난 7<불법파업에 '맥주대란' 코앞인데 "정부는 뭐하나">에서 '불법파업으로 사측 피해 60’ ‘성수기인데 소주맥주 출고 차질, 자영업자 피해등을 길게 나열해놓고 정작 파업 주체인 노동자 입장은 단 한 마디도 싣지 않았다.

 

지난 2일 홍천으로 농성장을 옮긴 후 사태는 더욱 심각하다. 곧바로 경찰이 투입됐는데 경찰은 식사와 화장실 이용을 방해했고 틈만나면 강제 진압과 체포를 시도했다. 3, 조합원들은 위협을 느껴 교량 난간에 내몰렸고 4일엔 진압에 밀려나다 결국 교량 아래 하천으로 추락했다. 다행히 구조됐으나 문제는 또 언론 보도다. ‘노조가 저항하다 투신까지 했다는 보도가 쏟아졌으며 <서울경제> 지난 6일자 사설은 심지어 “(노조가)투신조까지 동원해 기가 막힌다고 비난했다. 현장에서 생중계를 한 손잡고 윤지선 활동가에 따르면 4일 현장엔 기자가 1명 있었다.

 

이게 끝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 6월 화물연대가 가까스로 유지 약속을 얻어냈으나 논의가 중단된 안전운임제 적용 대상도 아니고, 특수고용직으로서 근로기준법 대상도 아니다. 똑같은 구조적 문제가 드러난 지 오래이고 불과 3주전까지 비슷한 일이 반복됐지만 언론의 외면은 더욱 강고하다. 하이트진로 파업 관련 보도량 자체가 줄어들면서 그나마 노동 현실을 전하던 소수 보도들마저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 사이 있지도 않은 투신조를 만들고 생존권 투쟁월급 더 달라는 이권투쟁으로 만든 보도들만 활개를 치고 있다. 언론의 습관인 그 흔한 기계적 중립마저 이상하리만치 노동 보도에는 적용이 안 된다. 평소 습관처럼만 해줘도 큰 변화다. ‘기계적 중립이라도 지켜달라는 요구가 그리 과한 부탁은 아닐 것이다.

이봉우 미디어인권연구소 뭉클 객원연구원 : PD저널

오세이돈' 오명 다시 소환됐는데...박원순 탓한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 '재택근무'에 재난 대응 허점 노출 비판한 경향한겨레

조선일보 "빗물터널 백지화 강남 물난리 키워" 서울시 두둔

기록적으로 쏟아진 폭우가 수도권에 큰 피해를 안기면서 정부의 재난대응, 피해 원인에 언론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수도권에 물폭탄이 쏟아진 8, 윤석열 대통령의 재택근무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서울시의 폭우 대비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서초동 자택 인근 도로가 침수돼 8일 밤부터 9일 새벽까지 전화로 대응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10일 아침신문 중에선 <경향신문><한겨레>'대통령의 재택근무'에 비판적인 논조를 드러냈다.

 

<한겨레>10일자 5<상황실 아닌 집에서 지시출퇴근 대통령우려 현실로>에서 무조건 대통령실과 관저를 옮기겠다는 대통령의 고집이 부른 참사라는 야권의 비판을 전하면서 새 대통령 관저가 완성되기도 전에 전국 각 시군구와 실시간 연결되는 위기관리센터가 있는 청와대를 버리고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기는 바람에 윤 대통령이 곧장 위기관리센터로 달려가지 못해 적시에 필요한 대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라고 했다.

 

사설에선 윤석열 대통령이 퇴근 뒤 집에 머물며 전화로 상황을 파악하고 지시를 내렸다든가, 오세훈 서울시장이 밤 10시가 다 돼서야 시청에 복귀했다는 게 입방아에 오르는 것도 정부의 대처가 시민들의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며 새정부가 국정의 변화를 모색했다면 그에 맞게 재난 컨트롤타워 기능도 정비했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성찰조차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재난 대응 첫 시험대에 올랐다고 바라본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폭우로 이동이 어려워진 탓에 사저에서 상황을 챙긴 것부터 위기 대처에 허점을 노출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조선일보 810일자 1면 기사.

 

<조선일보>는 강남 물난리를 키운 게 박원순 전임 서울시장의 빗물터널 백지화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10일자 1면에 배치한 <빗물터널 백지화, 강남 물난리 키웠다>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2011년 양천구, 강남구 등 상습 침수 지역 7곳에 '대심도 빗물 터널'을 짓기로 계획했으나, "그러나 이 계획은 오 시장이 물러나고 2011년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하면서 대폭 수정됐다. 당시 정치권 등에서는 '오 시장이 벌이려는 과도한 토목공사를 멈춰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고 박 전 시장은 이를 받아들였다"고 썼다.

 

호우 대비가 미흡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서울시의 해명을 적극 수용해 박원순 전 시장에게 화살을 돌린 보도다.

 

이번에 강남이 또 물에 잠기자 재임 기간 동안 장마 때마다 큰 피해를 입은 사실을 풍자해 만들어진 오세훈 시장의 별명 오세이돈도 다시 회자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수방·수치 예산 삭감을 지적하는 보도에 설명자료를 내고 “2013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대심도 터널 공사 축소 등 수방 대책과 관련한 예산이 대폭 축소됐다며 전임 시장의 책임으로 돌렸다.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오세훈 당시 시장이 10년간 5조원을 투입하는 긴급수방대책을 발표했는데, 2013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관련 예산을 큰폭으로 줄였고, 작년에도 민주당이 다수를 차지한 시의회가 예산 5.9%(248억원)을 깎았다는 설명이다.

 

대다수 언론은 서울시의 해명을 전하면서 도시 치수 정책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MBC는 관련 예산 삭감과 담당 책임자 부재 등을 지적하며 서울시의 책임을 부각했다.

 

<뉴스데스크>9<현장서 항의받은 서울시장수해방지 예산도 삭감논란>리포트에서 서울시는 민주당이 다수였던 지난 시의회에서 6%가량 삭감한 거라고 해명했지만, 당초 서울시가 제출한 전체 예산도 전년 대비 예산보다 6백억 이상 적었다며 서울시 설명에 반박성 리포트를 냈다.

PD저널=엄재희 기자

 

 

이영복도 함께 한 검사 술자리? 임은정은 왜 눈물 쏟았나

검사들 룸살롱 회식에 엘시티 회장 동석 의혹... 그날 무슨 일 있었나

 

검사와 스폰서'.

검찰에 만연했던 접대문화를 함축하는 표현이다. 20104월과 6월 동명의 제목으로 방영된 MBC <피디수첩>은 몇몇 검찰 고위 간부가 술 접대와 성 접대를 받은 사실을 폭로했다. 당시 증언자로 나선 사업가 정모씨는 자신이 성 접대한 검사만 100명이 넘는다고 주장했다.

 

방송은 책으로 이어졌다. 이듬해 정희상 시사인 기자와 구영식 오마이뉴스 기자는 정씨의 증언을 바탕으로 <검사와 스폰서, 묻어버린 진실>이라는 책을 냈는데, 방송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내용과 접대받은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해 파장을 일으켰다. 구 기자에 따르면, 이 책에 등장하는 검사들 중 누구도 항의나 고소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5, 임은정 검사(대구지방검찰청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오마이뉴스TV>에 출연해 엘시티(LCT) 실소유주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이 과거 부산지방검찰청 검사들의 룸살롱 회식 자리에 동석한 의혹이 있다고 폭로했다. 당시 검사들이 횟집에서 1차를 하고 룸살롱으로 자리를 옮겼는데, 술자리가 끝난 뒤 성 접대가 이어졌다는 것이 임 검사의 증언이다.

 

부산지검 룸살롱 사건은 임은정 검사가 최근 펴낸 저서 <계속 가보겠습니다>에도 간단히 소개돼 있다. 하지만 그 술자리에 이영복 회장이 동석했다는 의혹을 임 검사가 직접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장이 평소 정관계 인사들에게 접대와 로비를 일삼았다고 알려진 만큼 현직 검사의 증언이 갖는 무게가 가볍지 않다.

임은정 검사 권우성

 

엘시티는 부산 해운대 복합개발사업이다. 85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2개 동과 101층짜리 랜드마크 타워로 구성됐다. 2016년 이 사업과 관련해 횡령과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구속된 이영복 회장은 대법원에서 6년 형이 확정돼 복역 중이다.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부산참여연대가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한 전현직 검사 13명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2016년 하반기 박근혜 정부를 강타한 엘시티 사건은 각종 인허가 특혜와 관련된 정관계 로비와 유력 인사들에 대한 특혜 분양 시비로 떠들썩했으나 수사 결과는 초라했다. 12명이 구속되고 12명이 불구속기소 됐으나, 유력인사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과 배덕광 당시 새누리당 의원뿐이었다. 그 탓에 뒷날 축소 수사 및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한 차례 더 논란에 휩싸였다.

 

임은정 검사의 <오마이뉴스TV> 인터뷰에 따르면, 부산지검 검사들의 룸살롱 회식 당시 "룸살롱 사장"이라는 사람이 "귀한 분들이 오셨는데 내가 모셔야 한다"며 검사들을 접대하려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스폰서를 자처한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와 서로 술값을 내겠다고 실랑이한 끝에 양보했다는 것이다.

 

임 검사는 술자리 당일에는 그가 이영복 회장인 줄 몰랐으나 뒷날 다른 검사가 동일인이라고 귀띔해줘서 그렇게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그날 자신을 "오션살롱 사장"이라고 소개하며 동석한 남자는 "체격이 왜소하고 소탈한 인상"이었다. 2016년 엘시티 사건이 터진 후 부산지검에서 배포한 수배 전단을 보면, 이 회장의 키는 166이다. 이 회장은 당시 오션살롱 사장으로 통했다고 한다.

 

비록 오래전 일이기는 하나 이 사건은 법치의 선봉을 자임하는 검사들의 도덕 불감증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밖으로는 엄하고 안으로는 관대한 검찰의 이중성을 실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특히 뒷날 정관계 로비와 분양 비리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업자가 스스럼없이 검사들과 술자리에서 어울렸다는 의혹은 우리 사회 부패구조의 뿌리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임 검사의 증언을 바탕으로 후속취재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를 깊이 들여다본 이유다.

 

문제의 회식 자리에 무슨 일 있었나

20161112일 수백억원대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가로챈 혐의를 받는 해운대 엘시티(LCT) 시행사 실소유주 이영복(66) 회장이 부산지검을 나와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의 회식이 있었던 때는 2005. 부산지검 검사 10여 명은 새로 부임한 A 부장검사가 마련한 회식에 참석했다. 스폰서는 B 변호사.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B 변호사는 A 부장검사와 수도권의 한 검찰청에서 같이 근무한 인연이 있었다. B 변호사의 마지막 근무지도 그곳이었다.

 

수도권에서 개업한 B 변호사가 부산 검사들을 접대하게 된 데는 사정이 있었다. 자신이 맡은 사건 관련 재판이 그날 부산에서 진행됐기 때문이다. 회식 자리에는 A 부장검사 휘하 검사들뿐 아니라 B 변호사와 인연이 있는 다른 부서 검사들도 동석했다. B 변호사는 부산지검에도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1차 접대 장소는 해운대 청사포의 한 횟집이었다. 2차는 20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인 오션타워 지하의 오션살롱이었다. 오션타워 소유주가 바로 이영복 회장이었다. 이날 회식 중간에 들어와 검사들과 인사를 나누고 어울렸다는 의혹을 받는 이 회장은 오션살롱에서 부산 지역 정관계 인사들을 자주 접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 검사는 애초 2차 자리에는 빠지려 했으나 선배 검사들의 강권으로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 유일한 여검사였다. 임 검사는 A 부장검사 옆자리에 앉혀졌다. 여검사가 끼었지만 술자리 분위기는 질펀했다. 검사 수만큼 여성 종업원들이 동석했는데, 여느 룸살롱 술자리와 다름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른바 '2'. 술자리가 끝날 무렵 임 검사는 잠시 밖에 나가 있다 들어와야 했다. 마담이 임 검사에게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장님들(검사들)2차 가려 하니까 조금만 양해해달라". 임 검사는 화장실에서 모멸감에 눈물을 쏟았다.

 

임 검사가 펴낸 책에는 이런 자세한 내용이 없다. 하지만 "스폰서가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들의 화대를 계산했고 실제로 성매매가 이뤄졌다"고 분명히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다만 룸살롱 회식에 참석한 검사들이 다 '2'를 나가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표까지 고민했던 임 검사는 회식 다음 날 정식으로 문제제기했다. 사적으로는 모 선배 검사에게 항의 메일을 보냈다. 그는 룸살롱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임 검사에게 "A 부장검사, 훌륭한 분이니 잘 모셔라"고 속닥였던 사람이었다. 공적으로는 기획부서 C 부부장검사를 찾아가 룸살롱 회식 사건을 알리고 부장검사 교체나 부서 전출을 요구했다. "부장이 성매매 피의자로 보여 결재를 받지 못하겠다"는 게 이유였다.

 

당시 임 검사가 찾아간 C 부부장검사는 김모 전 검찰총장의 사위였다. 그는 임 검사의 요청을 상부에 잘 전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대신 임 검사에게는 몇 달 뒤 있을 인사 때 공판부로 보내주겠다는 제안이 들어왔다. 그런데 한 달 뒤 A 부장검사가 파견 발령을 받는 바람에 없던 얘기가 돼버렸다.

 

공정과 상식은 어디에

지난 318일 부산지역 70여개 단체로 이루어진 적폐청산사회대개혁부산운동본부와 엘시티 '특혜분양 의혹' 문제를 제기해온 부산참여연대가 부산지검 앞에서 사건 수사 검사를 공수처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엘시티 부실수사 의혹과 관련해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전현직 검사 13명을 불기소 처분한 바 있다. 김보성

 

한편 당시 오션타워 꼭대기인 20층에는 오션스카이라운지라는 술집이 있었다. E 전 검찰총장과 특별한 인연을 맺었던 임모씨가 운영하던 곳으로, 판검사와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이 단골이었다.

 

오래 전 기자와 만났던 임씨 증언에 따르면, 부산 지역에 근무했던 검사치고 그 술집에 드나들지 않은 이가 드물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 단골 중에는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유명 법조인이 꽤 있었다.

 

검찰의 치부인 접대문화 풍속도는 많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다. 잇따른 추문에 따른 검찰 내 자성 분위기와 검찰권력에 대한 감시와 비판의 눈이 많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그런데 수사 대상자가 검사 출신 변호사의 주선으로 현직 검사 3명을 룸살롱에서 접대한, 이른바 '라임 술 접대' 사건이 알려진 게 불과 2년 전이다. 이 사건만 봐도 접대문화의 유령이 여전히 검찰 안팎에서 어슬렁거림을 알 수 있다.

 

검사들로서는 "왜 우리만 공격하느냐"고 항의할 법도 하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접대문화를 감안하면 그럴 수도 있다. "일부 검사들의 일탈을 일반화하면 안 된다"는 항변도 나올 만하다. 하지만 검사는 단죄하는 직업이다. 일부라도 그러면 안 된다. 법무부 장관은 '나쁜 놈 때려잡기'만 강조하는데, 검찰이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는 길에는 수사만 있는 게 아니다.

 

지구는 둥글다지만, 세상은 모가 나 있다.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선민의식과 특권의식에 젖어 일탈과 특혜를 당연하게 여긴다면, 그 사회의 공정과 상식은 설 땅이 없다.

[조성식의 통찰] 오마이뉴스

 

예측불가능한 복합경제위기가 온다

민생은 고물가·고금리 고통···정부는 법치·성장만 강조

경제위기가 민생에 미치는 충격은 복합적이다.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면 실질소득이 줄고 가계는 허리띠를 졸라맨다. 금리가 오를수록 취약차주들의 시름은 깊어진다. 경제위기는 약자에게 더 가혹하다.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이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한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는 법치성장을 앞세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경제의 도약과 빠른 성장이 양극화와 사회 갈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경제가 살아나야 경제위기로 파생된 계층 간 갈등을 해소하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경제 성장의 주체는 기업이고, 그 수단은 낙수효과를 기대한 규제 완화와 감세로 요약된다. 경제가 일정 궤도에 오르기까지 고물가와 고금리의 고통은 오롯이 돈 없고 힘없는 대다수 국민의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첫 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88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지금의 위기, 어느 수준인가

최근 물가 상승폭은 외환위기 이후 근 24년 만에 최고다. 통계청이 8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3% 올랐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11(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라 불리는 생활물가 상승률은 7.9%에 달한다.

 

밥상물가에 포함되는 품목들은 1년 전과 비교해 얼마나 올랐을까.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KAMIS)를 보면, 89일 기준 배추(고랭지) 1포기 소매가격은 6638원이다. 1년 전 4337원에서 53% 뛰었다. 같은 기준 시금치(1)21110원에서 22379, 참외(10)18895원에서 21602, 호박(애호박·1)1109원에서 1438, 양파(1)1919원에서 2575원으로 각각 올랐다.

 

전체 품목으로 확대해도 비슷하다. 조사대상품목 458개 가운데 1년 전보다 가격이 오른 품목이 383(84%)에 달한다. 한때 품귀현상까지 빚었던 식용유 가격은 7월 기준 55.6% 뛰어올랐다. 밀가루(36.4%), 부침가루(31.6%), 국수(32.9%), 라면(9.4%), (12.6%) 등도 각각 올랐다. 추석 명절을 앞두고 수요가 늘어나는 성수품 가격도 크게 뛰었다. 53.0%, 수입 쇠고기(24.7%), 돼지고기(9.9%), 닭고기(19.0%) 등 축산물과 오이(73.0%), 시금치(70.6%), 상추(63.1%) 등 채소류도 급등세다. 식재료 가격이 뛰니 식품업계도 단가를 올리고 있다. 롯데제과가 8월부터 햄, 소시지 등 육가공품 4종 가격을 평균 9% 인상하는 등 아이스크림, 라면, 패스트푸드 등 업계가 줄줄이 가격을 올리거나 인상을 저울질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 식량가격은 하향세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올해 7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8.6% 하락한 140.9포인트를 기록했다. 곡물, 유지류, 육류, 유제품, 설탕 등 5개 품목군의 가격지수가 모두 내려간 것인데, 200810월 이후 전월 대비 가장 큰 하락폭이다. 글로벌 식량가격과 국내 밥상물가의 추이가 다른 이유는 곡물 계약과 실제 수입 시점의 차이 때문이다. 국제 곡물은 국내 수입곡물 가공업체들이 선도 계약한다. 당시 비싼 가격대를 형성했던 곡물 물량이 3~7개월 시차를 두고 국내로 들어온다. 김종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의 국제 곡물가격 진정세가 국내에 미치는 시기는 빠르면 올해 4분기, 늦으면 내년 1분기 정도에 배합사료와 외식, 가공식품 물가에 반영된다고 했다. 물론 코로나19 확산 이전에 기후변화 등 영향으로 곡물가격 단가가 높게 형성돼 있어서 큰 폭의 가격 하락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주요 곡물 생산국인 미국 등에서 8~9월 작황 부진만 없다면 밥상물가는 연말이나 내년 초 진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최근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으로 수요가 줄면서 가격대가 더 낮아질 여지도 있다.

 

곡물과 함께 글로벌 원자재 가격 변동성을 키웠던 국제유가 역시 최근 미국과 유럽을 포함한 주요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전 수준으로 낮아졌다.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9월물 가격은 전쟁 직후인 지난 3월 고점(123.7달러) 대비 30% 가까이 하락해 1배럴당 90달러 수준에서 등락을 보인다.

 

정부가 연말로 갈수록 물가가 진정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도 이런 배경에서다. 지난해 가팔랐던 상승률을 감안한 기저효과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물가상승률은 2%대였으나, 10월부터 3%대로 치솟았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돌발적인 변수가 없는 한 9~10월경 물가 정점이 되지 않을까 예측한다고 했다.

84일 강원 홍천군 하이트진로 강원공장 입구에서 농성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운임 30% 인상, 휴일 근무 운송료 지급 등을 요구하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물가, 고점 유지 가능성곳곳 갈등 분출

그럼에도 물가를 자극할 추가 변수는 여전히 많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과 겨울철 러시아발 천연가스 공급 차질 문제, 중국·대만과의 갈등, 미국·유럽 등의 서방국가와 중국·러시아 진영 간 대립 등으로 공급망 차질과 국제 금융시장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 이는 다시 국내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다. 이런 우려는 경제 주체들이 향후 1년의 물가 추이를 전망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에서도 확인된다. 7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전월(3.9%)보다 0.8%포인트 오른 4.7%였다.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8년 이후 최고다. 어윤종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잡히더라도 2%3% 등 수준으로 급격히 떨어지는 게 아니라 상승세가 둔화되는 수준에서 장기간 고점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영향이 다른 분야로 전이되는 문제도 당국으로선 대비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고물가 수준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당장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진다. 한국은행 조사국 물가동향팀의 725우리나라의 물가-임금 관계 점검보고서를 보면, 물가상승률이 1%포인트 올라가면 임금상승률은 4개 분기 이후부터 0.3~0.4%포인트 정도 높아졌다. 보고서는 물가 오름세가 높아진 상황에서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하면 물가-임금 간 상호작용이 강화되면서 고물가 상황이 고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그간 원재룟값 인상에 따른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생산현장의 불만도 커진다. 사회적 갈등이 곳곳에서 분출한다. 고물가의 충격이 이제 시작이란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운임 인상 요구가 대표적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6월부터 기름값 급등에 따른 운임 30% 인상, 휴일 근무 운송료 지급 등을 요구하며 홍천 하이트진로 강원공장에서 집단 시위를 벌이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도 치솟는 물가에 생존권을 보장해 달라며 51일 동안 장기 파업을 벌였다. 윤 대통령은 이를 두고 산업현장의 불법 상황은 종식돼야 한다며 법치주의 확립을 강조했다.

 

낙농민들의 집단행동 역시 고물가 영향에 따른 생존권 투쟁이다. 낙농육우협회의 한지태 정책기획본부장은 국제 곡물가격 급등 이후 사룟값이 폭등하면서 최근 2년 사이 배합사료가격이 31.5%에서 33.4%, 조사료가격이 30.6% 각각 오르고, 농가 부채는 40% 늘어나는 등 낙농가가 도산위기에 내몰린 상태라고 했다. 시중은행·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6% 이상의 연봉 인상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사측 대표 기구인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 측이 내놓은 1.4% 인상안에 대해 사측이 물가상승률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기준중위소득 논란도 고물가에 따른 갈등 양상이다. 기준중위소득은 전 국민을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중간인 50번째 사람의 소득을 의미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7개 복지사업 수급자 선정기준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최근 확정한 내년도 기준중위소득은 올해 대비 5.47% 오른다. 이 기준대로 1인 가구의 기초생활보장제 급여별 선정기준은 올해 583444원에서 내년 623368원으로 올랐다. 시민단체들은 고물가 등 경제 상황을 고려해 내년 중위소득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 16명이 예상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중간값 기준)로 나왔다. 기준중위소득 기준이 상향됐지만, 빈곤층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란 의미다.

 

영세 자영업자들의 어려움도 커질 전망이다. 729일 발표한 통계청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6월 소비 동향을 보여주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0.9% 줄었다. 3(-0.7%), 4(-0.3%), 5(-0.2%)에 이어 넉 달째 감소 흐름이다. 소비의 4개월 연속 감소는 199710월 이후 24년여 만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자영업자 500명에게 지난 6~7월 매출 현황을 물었더니, 응답자의 70.6%가 올해 상반기 매출 감소를 경험했다고 했다. ‘올해 예상되는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는 물가 상승에 따른 재료 매입비 부담’(23.6%)이 가장 많았다.

725일 강원 춘천 강원도청 앞 공원에서 열린 낙농 말살 정부·유업체 규탄! 강원도 낙농가 총궐기대회에서 낙농인들이 원유를 큰 통에 쏟아붓고 있다. / 연합뉴스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도

금리는 추가 인상될 여지가 크다. 통화당국의 대응이 경기침체 우려보다는 물가 잡기에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기준금리를 1.25%포인트 올린 한은은 이달 25일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국내의 탄탄한 고용상황을 등에 업고 9월 자이언트 스텝(0.75%포인트 인상)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것도 한은의 금리 인상 압박 요인이다. 이럴 경우 한미 기준금리 격차 확대뿐 아니라 원화 가치 하락(환율 상승)으로 이어져 수입단가 상승과 함께 다시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한은은 지난 8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제출한 업무현황 보고서에서 현시점에서는 물가 리스크(위험)가 더 크고, 당분간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며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대출 차주들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이미 커질 대로 커진 상황이다. A은행이 자체 분석(시뮬레이션)한 주택담보대출 대출자 B씨의 사례를 보면, B씨는 2021810일 기준 ‘0.92%(코픽스 신규)+2.52(가산금리)=3.44%(원리금 균등분할)’를 적용받아 매월 133만원 정도의 원리금을 상환했다. 1년 후인 올해 810일 기준 원리금 상환액은 ‘2.38%(코픽스 신규)+2.52(가산금리)=4.90%’로 매월 159만원 정도다. 1년새 기준금리인 코픽스 신규 금리가 1.46%가 오르면서 월 26만원가량 비용 부담이 늘었다.

 

중앙은행의 고강도 통화긴축과 고물가 영향이 본격화하면서 완만한 경기침체가 시작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소비자심리지수는 786으로, 20209월 이후 가장 낮았다. 100 아래로 내려갈수록 소비자의 경기 인식이 비관적이란 의미다. 한국개발연구원(KDI)87‘KDI 경제동향’ 8월호에서 고물가와 대외 여건의 악화로 경기 하방 요인이 고조되는 모습이라며 소비심리가 위축됨에 따라 향후 소비 회복이 제약될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서울시내 한 은행에 대출금리 관련 현수막이 붙어 있다. / 한수빈 기자

 

위기 때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경제위기에서 정부의 대응은 적극적이고 시의적절해야 한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중고에 가장 취약한 계층에 재정지원을 늘리는 정책을 우선시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의 위기 대응책은 현실과 동떨어지거나 엇박자를 내고 있다. 치솟는 물가에 지갑은 얇아지고 실질소득이 줄어들고 있는데 경제사령탑이 재계 대표들에게 임금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주문한 일이 대표적이다. 가계부채가 2000조원에 육박하는데도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을 80%로 완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20201분기 16114498억원이던 가계신용 규모는 올해 1분기 18594234억원으로 248조원가량 늘었다. 대기업 법인세 감세, 다주택자 조세 부담 완화, 기업인의 경제형벌 완화 등도 경제위기 때 서민들을 보듬을 수 있는 대책들은 아니다. 참여연대는 이를 두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벌·대기업의 과도한 이익 수취 구조를 개선하고 불공정행위 등에 대한 합리적 규제가 시급하나, 윤석열 정부는 재벌·대기업의 투자활성화를 명목으로 한 각종 규제완화와 부자감세, 자율규제, 노동개악 등 재벌·대기업 프렌들리 정책만 내세운 채 노동자, 중소상인 등 민생위기를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보 논리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일도 잦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의 이른바 탈중국발언이다. 최 수석은 628(현지시간) “중국 성장이 둔화하고 있고 내수 중심의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지난 20년간 우리가 누려 왔던 중국을 통한 수출 호황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고 경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언이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고 중국의 반발만 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미국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인 4(Chip4)’ 예비회담 참석을 두고 중국의 반발도 우려된다. 4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 3월 한국과 일본, 대만 3개국에 제안한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다. 중국은 칩4가 반도체 공급망에서 자국을 고립시키기 위한 시도라고 반발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은 한국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74.8%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라며 4를 크게 경계하는 중국이 한국 제재에 나설 경우 (한국 기업에) 부정적이라고 했다. 한국은 수출 성장세 둔화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4개월 연속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대중 무역수지는 최근 3개월(5~7) 연속 적자 상태다.

 

야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친기업·반노동 정책 일변도가 결국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725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대표 발언에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유최안(민주노총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 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거론하며 “22년차 용접공인 그의 월급은 207만원이었고 그 처참한 현실을 고백한 그에게 대통령은 손해배상소송이 법과 원칙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법치주의는 오직 약자에게만 엄격하다고 했다.

 

김남근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은 고물가와 고금리로 청년과 소상공인 등 계층과 분야를 가릴 것 없이 삶이 힘들어지고, 일부는 신빈곤층으로 전락하기도 한다이들이 생존권 사수를 외치며 거리로 나온 배경을 이해하고 그런 사람들을 위한 재정지원과 정책 배려가 있어야 하는데 마치 공안세력 다루듯이 정부가 법대로만 외치면 대립과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광호 기자 ahn7874@kyunghyang.com

 

양극화 부채질하는 정부의 부자 감세

경기둔화·인플레이션·금리 인상 겹치면서 계층 간 양극화 커져세제개편 땐 더 악화

 

30대 초반의 직장인 윤희정씨(가명)는 최근 1개월 유급휴가를 다녀왔다. 3년을 근속한 후 받은 꿀맛 같은 재충전 시간이다. 캐나다 로키산맥 트래킹에 이어 쿠바여행까지 다녀왔다. 희정씨는 한 달이란 기간을 쉬어본 적은 처음이라 이 시간을 잘 활용해야겠다는 기대감이 컸다면서 자연을 좋아해 짧은 휴가로 다녀오기 어려운 곳들, 도시와 단절된 곳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팀원들의 배려로 휴가 동안 업무와는 철저히 단절될 수 있었다. 충분히 쉬니 복귀할 때도 마음이 가볍다. “휴가가 끝났다는 아쉬움보다 얼른 가서 팀원들이 진 짐을 내려주고 싶은 긍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고 했다.

서비스연맹 유통분과 소속 마트노동자들이 84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시도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희정씨는 길게 쉬면 생각하는 것도 바뀌고, 자신의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고 회사에 없던 애정도 생기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와 함께 열심히 일한 시간을 마무리할 때 짧든 길든 재충전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면 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리프레시(재충전) 휴가가 정착되는 건 인재 영입을 위한 방편인 면이 크다고 말했다.

 

희정씨가 일하는 ICT 분야의 대기업들은 3~5년 단위로 한 달의 유급휴가를 주는 곳이 많다. 최근에는 차별화를 위해 국내외 휴양지에서 일할 수 있는 워케이션을 제공하는 곳도 많다. 일례로 네이버는 지난 74일부터 매주 직원 10명을 추첨해 강원도 춘천에서 45일간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7월부터 국내 워케이션을 허용한 네이버의 관계사 라인플러스는 올해 원격근무지를 일본, 대만, 태국, 싱가포르 등으로 확대했다. IT기업만이 아니라 CJ ENM이나 한화생명 같은 대기업도 워케이션을 도입했다.

 

의무휴업 폐지, 노동자·소상공인 위협 희정씨는 재충전 휴가, 쉴 권리를 보장하는 문화가 대기업만이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규모 사업장으로도 퍼지길 희망했다.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다. 정부는 현재 주 최대 12시간인 연장근로시간 한도를 1개월 단위로 관리해 약 52시간(12시간×4.345)의 총량만 지키면 되는 방향으로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을 검토 중이다. 이런 방향으로 근무시간이 조정되면 주 6일 동안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다. 근로기준법은 주 60시간 이상 일하다 숨지면 과로사로 인정하는데, 정부가 과로사 기준을 넘겨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셈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721국가가 국민의 일할 자유, 경제적 자유를 제약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갖고 있는 시간의 권리를 존중해야 한다며 정부 안()을 지지했다.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 추진도

노동자의 쉴 권리를 위협한다.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자정부터 오전 10)은 골목 상권을 보호하고, 종사자들의 쉴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오랜 사회적 논의를 거쳐 2012년 시행됐다. 이후 유통 대기업들은 의무휴업 등의 영업규제로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이 어렵다며 제도 폐지를 요구했다. 새 정부는 이에 호응해 지난 84일 규제 개혁을 공언하며 신설한 규제심판회의의 첫 회의를 열고 대형마트의 월 2회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폐지를 논의했다.

 

마트 노동자, 소상공인들은 제도 폐지 움직임을 부정적으로 본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 매장 직원인 이정민씨(가명)휴일엔 손님이 많아 쉬겠다고 말하기 부담스러운데, 의무적으로 쉬는 날엔 눈치 보지 않고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서 의무휴업 폐지를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대기업 대표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의 의견은 듣지도 않고 책상머리에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김호연씨는 우리 가게는 큰 차이가 없지만 대형마트에 인접한 곳에서 일하는 지인의 정육점은 대형마트가 문을 닫지 않은 일요일 매출이 150만원 정도라면, 문을 닫은 날은 200만원을 넘는다면서 한 달 100만원이면 소상공인에게는 큰돈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대형마트는 차를 끌고 가 한 번에 쇼핑하고 가버리니 대형마트 근처 지상엔 다니는 사람이 없다면서 작은 과일가게나 식품점들이 살아야 거리에 유동인구도 많아지고 손님도 늘기 때문에 소상공인을 위해 문을 한 번씩 닫아주는 게 좋다고 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 주에는 미리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장을 보는 사람이 많아 일요일 의무휴업을 해도 매출에 큰 타격은 없을 것이라면서 직원들이 휴일에 쉴 수 있으면 평일에 더 열심히 일하고, 손님 응대도 잘할 테니 차라리 그게(의무휴업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온라인 마켓의 비중이 커진 현실을 감안한다면 의무휴업제를 온라인 플랫폼까지 확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코스트코 노동자 약 1만명이 소속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은 지난 8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가 의무휴업 폐지를 논의하면서 노동자 건강권·휴식권 문제를 배제하고 있다의무휴업을 폐지할 게 아니라 쿠팡, 식자재마트, 이케아 등 유통산업 전반으로 영업 제한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도, 개인도 양극화 심해진다

쉴 권리의 격차는 우리 사회 양극화의 한 단면이다. 경기둔화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이 겹치면서 기업 간·계층 간 양극화는 커지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매출 359999억원, 영업이익 29798억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세웠다. KB,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순이익 추정치는 역대 최대치인 92086억원으로 추정된다. 기업 실적이 좋은 수출기업과 ICT 분야 대기업들은 휴양지 원격근무 등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늘리고 있다. 반면 고용의 대다수(1754만명·81.3%)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매출은 2019년 대비 20200.7% 늘었을 뿐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제조 분야의 대기업들은 이미 고도로 로봇화·자동화돼 있어 코로나19 시기에도 상대적으로 타격이 작았고, 원격근무를 지원할 여력에서도 차이가 나면서 양극화를 더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기업 양극화는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원인(대기업의 갑질과 중소기업의 허약한 경쟁력)과 단기적 원인(코로나19 위기)이 겹친데다 기후위기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산업 전환까지 겹쳐 매우 복합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면서 각각에 대해 서로 다른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공정거래 이슈이고, 두 번째는 안전망의 이슈, 세 번째는 구조조정의 문제로, 공정거래 규제를 보다 철저히 하고 혁신적이지만 단기적인 유동성 위기에 빠진 중소기업은 아낌없이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층 간의 빈부격차도 더 커지고 있다. 소득격차보다 자산격차가 양극화를 키우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216일 발표한 ‘2021년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보면, 시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20190.404에서 20200.405로 소폭 상승했다. 지니계수는 소득불평등 정도를 01 사이에서 나타내는 지표로, 0에 가까울수록 평등하다는 의미다.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지니계수는 20200.339에서 20210.331로 개선 양상을 보였다. 지난 정부에서 기초연금 확대, 기초생활보장제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재난지원금·소상공인 지원금 등 시장소득 격차를 줄이는 재정정책을 편 결과이다.

 

하지만 저금리·양적완화에 따른 부동산가격 상승으로 자산격차는 크게 확대됐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부채에서 자산을 뺀 순자산 기준 지니계수는 20170.584에서 20200.602까지 상승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공평한 분배를 실현하고, 경제의 안정과 성장을 추구하는 게 정부 재정이 해야 할 주된 역할이다. () 정부의 조세재정정책은 가처분소득 측면에선 개선을 이뤘지만, 자산에서의 불평등은 여전히 확대됐다고 말했다.

 

전방위 부자 감세 택한 정부

기업 간·계층 간 양극화는 새 정부가 대기업·대자산가 위주로 큰 폭의 감세를 추진하면서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721일 발표한 ‘2022 세제개편안에서 과세표준 3000억원을 초과하는 초대형 법인에 적용하던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춘다고 밝혔다. 2021년 기준 전체 법인 수의 0.01%103개 대기업이 여기 해당한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는 이들 기업이 내는 법인세가 감세로 약 41000억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정부는 상속세도 인하했다. 가업승계제도 적용대상 중견기업의 범위를 매출액 4000억원 미만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상속공제 한도는 현행 500억원에서 최고 1000억원으로 높였다. 가업승계 증여세 특례한도는 1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으로 확대했다. 유 교수는 과세특례 적용 한도액을 10배 인상한 사례는 금번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 개편 이외에는 대한민국 세제사 어디에서도 볼 수 없다면서 부의 무상이전이자 결과적으로 기회균등이라는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 막무가내로 풀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해외 자회사 유보소득의 국내 유입을 유도하기 위해 해외 자회사로부터 국내 모회사가 배당금을 수취하는 경우, 그 배당금 수익을 국내 모회사의 소득금액에 합산하지 않도록 개정했다. 적용대상이 되는 해외 자회사의 범위도 지분율 기준 현행 25%에서 10%로 인하해 적용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정부는 외국에 유보된 해외 자회사의 재원이 100조원 이상으로 이 돈이 국내로 송금되면 경기가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 효과를 개편의 이유로 들었다.

일견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그 혜택은 국내 모회사를 지배하는 대주주(재벌의 경우 재벌일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유 교수는 배당금을 국내로 송금할 때 한국에서 과세하지 않으니 일단 재정수입이 줄고, 두 번째로 세금을 국내에서도 해외에서도 빼주니 국내 모회사 주주들의 배당이익이 굉장히 높아진다면서 해외 자회사를 가진 기업의 대부분이 재벌기업이라는 점에서 이중과세를 빼준다는 합리적 근거를 대고 있지만, 사실은 재벌기업의 핵심 주주들, 재벌일가와 그 방계의 조세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해외 자회사를 이용한 조세 회피 우려도 나온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정책이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를 국내로 되돌려 일자리를 늘리려는 리쇼어링 정책과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재벌·고액 자산가를 위한 맞춤형 감세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감몰아주기 증여의제와 관련해 법인 단위로 증여이익을 산출하는 방식을 사업부문별로 계산하는 방식으로 바꾸고, 수출목적의 국내 거래는 증여이익 계산에서 빼줬다. 국내 상장주식의 양도소득세 대상이 되는 대주주기준도 완화해 지분율 요건을 삭제하고, 보유 금액 기준은 종목당 1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했다.

 

부동산세제 정상화라는 이름으로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을 주택 수에서 가액기준으로 바꿔 다주택자 중과세를 없앴고 세율도 낮췄다. 2023년부터 주택분 종부세 기본 공제 금액은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오른다. 재산세의 경우 1세대 1주택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현행 60%에서 45%로 낮췄다.

 

재산세, 종부세 등 보유세의 완화는 다주택 보유자가 집을 팔 유인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 이강훈 참여연대 부집행위원(변호사)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PIR)이 서울의 경우 202212.9로 과거 평균(8.6)보다 크게 뛴 상태라면서 세제 감면과 규제완화가 주택시장의 안전성, 국민의 부담 가능성 측면에서 바람직한 정책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유호림 교수는 총액기준을 가액기준으로 바꾼 건 정부가 부동산 임대업을 장려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양두구육세제개편안

정부는 서민·중산층의 세 부담을 완화하고 중소기업을 지원한다고 했지만 이는 구색맞추기에 가깝다. 근로소득세 과세표준 구간 조정에 따른 감면세액은 약 23000억원이지만 대상자인 중저소득 근로자가 약 18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1인당 감세액은 약 126000원 수준에 불과하다. 연봉 2000~5000만원 근로자의 식대 비과세 한도를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렸는데 이로 인한 혜택은 연간 22만원 정도다. 협력업체의 임금 수준을 높이기 위해 유지·강화해야 할 투자상생협력세제는 일몰 폐지됐다.

 

정세은 교수는 상위 100대 기업 법인세 감세의 이익이 대주주에 집중되고, 상장주식 양도차익 과세 대상의 대주주 범위를 줄여주는 것은 최상위 주식 부자들에게 유리한 세제 결정이라면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보통 부자도 아닌 최상위 부자를 위한 감세라고 규정했다. 정 교수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명분은 물론 실리도 놓쳤다고 평가했다. “부자 감세라는 점에서 명분도 없지만, 법인세를 인하한다고 해서 투자가 느는 것도, 투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고용이 느는 것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에서 실리도 놓쳤다. 최근의 투자는 로봇화·자동화 투자이기 때문에 투자가 자연히 고용을 늘린다고 하기 어렵다.”

 

장기적으로 보면 양극화를 심화시킬 우려가 크다. 정 교수는 부자들의 늘어난 소득이 자산으로 축적되고, 자산에서 소득이 더 발생하므로 다시 소득양극화를 자극할 것이라면서 저소득층 내에서 저임금 경쟁이 일어나 저소득층 소득감소가 일어나고 부동산에서 더 높은 불로소득이 기대된다면 고소득, 고자산 계층의 부동산 투기와 그로 인한 부동산 가격상승, 임대료 상승 등의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727일 서울 종로구 경실련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안 평가와 제언 토론회에서 유호림 경실련 재정세제위원장(왼쪽 세 번째)이 새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평가 및 제언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부자들이 덜 낸 세금, 결국 서민 부담으로

정부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 세제를 합리적으로 재편한다고 밝혔다. 세계적 흐름은 증세에 가깝다. 각국은 인플레이션 극복을 위해 유동성 회수를 목적으로 한 통화정책을 펴면서 동시에 경기침체와 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해 증세를 추진 중이다. 대자산가와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이른바 슈퍼리치세나 에너지 위기 속에서 떼돈을 번 석유화학기업을 대상으로 횡재세도입이 검토되고, 법인세율 인상도 논의된다.

 

예컨대 미국 상원은 지난 86(현지시간)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투자와 부자 증세 등의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통과시켰다. 에너지 안보와 기후변화 대응에 3690억달러(479조원), 처방약 가격을 낮추기 위한 전()국민건강보험에 640억달러를 투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재원 마련을 위해 대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영국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악화된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2023년부터 현행 19%인 법인세율을 25%로 인상하기로 했다. 대신 타격을 입은 실업자와 자영업자에게는 재정지출을 통해 평균 소득의 80%를 계속 보전해주기로 했다.

 

유호림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코로나19 위기상황을 4단계(위기·봉쇄·전환·포스트코로나)로 구분하고 전환과 포스트코로나 단계에서는 타격을 입은 경제 주체들, 즉 자영업자와 저소득자 계층에 재정지출을 늘리고 그에 필요한 재원을 증세로 조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면서 지금 우린 경제적 타격을 입은 계층에는 그다지 큰 혜택을 주지 않고 증세 대상인 자산가와 고소득자에는 엄청난 감세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시대착오적인 낙수효과에 기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낙수효과는 감세로 투자와 고용을 늘리면 성장률이 높아지고, 세수가 확충되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가설이다. 강 교수는 선순환 논리가 시장에서 작동하지 않는 현실에서 부자 감세 기조를 유지하면서 정부가 재정준칙 등 재정건전성을 강화할 경우 조세정책의 재분배 기능과 경제 안정화 기능이 약화되고, 그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 성장잠재력도 약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감세로 인한 세수 감소는 보수 정부가 강조하는 재정안전성도 해칠 수 있다. 과거 MB 정부는 법인세율을 22%로 인하해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약 4년간 267000억원에 달하는 법인세를 감면했다. 같은 기간 기업 투자는 약 23조원으로 직전 4년간(2005~2008)의 투자총액보다 10조원 이상 줄었다. 낙수효과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기업 사내유보금만 2009년 약 72조원에서 2011년 약 165조원으로 늘었다. 2012년 이후엔 세수가 줄어 2014년 약 11조원의 결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부족한 세수와 재정적자를 보전하려 담배소비세와 주민세를 인상하는 대대적인 서민 증세를 단행했다.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으로 5년간 누적 60조원 정도의 세수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강병구 교수는 정부가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정을 효율화하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한다고 하지만 지출 구조조정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건 한계가 있고, 경제성장으로 인한 자연세수 증가분을 언급했는데 최근 경제전망치가 하향조정되면서 그것도 상당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고 말했다. 김태일 고려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는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건 맞지만 윤 정부가 감세를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자는 기조라는 점에서 재정운용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시장지상주의 벗어나 해결책 고민해야

전 세계는 코로나19를 계기로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정부가 손을 떼면 공공성이 흔들린다는 걸 목격했다. 공공보건 인프라가 부족하면 간호사가 과로로 죽고, 상하수도 예산을 줄이면 폭우로 침수 피해를 겪는다. 부자 감세로 인한 복지지출 감소는 서민의 삶을 위협한다. 이미 정부는 노인일자리 제공 같은 복지 부문의 정부 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속도를 높인다는 명목으로 도심 복합사업에서 공공에만 부여하던 용적률 상향과 토지 수용 등 도시 건축 특혜를 민간에도 적용하면 개발이익이 건설사나 리츠(부동산투자신탁) 등 민간사업자로 집중될 수 있다.

 

용산 정비창 부지에 계획하던 공공주택 공급을 줄이는 대신 초고층 빌딩을 세우면 주거빈곤 문제의 해결은 한층 더 멀어진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는 부동산 개발을 장려하면서 민간업자에게 이익을 넘겨주는 방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호림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이 이전에 자유주의 경제학과 관련된 책을 읽었다고 하는데 자유주의 경제학의 핵심 주장이 이익은 사유화하고, 비용은 사회화하는 것이라면서 이 방향으로 세제를 개편하고 부동산 정책을 펴는 건 공공성의 위기이자, 정부 역할을 민간에 넘기는 정부의 위기라고 평가했다.

 

점차 가시화하는 탄소장벽과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세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태일 교수는 법인세 인하는 사실 초대기업만 상당한 이득을 보는 구조로, 굳이 법인세를 낮출 거면 하청기업과의 상생이나 탄소중립을 위한 노력과 연계해서 혜택을 제공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탄소세와 같은 새로운 세제 도입도 논의할 시점이 됐다. 탄소 배출에 가격을 매겨 탄소배출량을 줄이고, 그 재원을 에너지전환과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내용이다. 강병구 교수는 탄소세 도입과 배출권거래제 활성화와 같은 세제 정책으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탄소세로 확보한 세원을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재원으로 일부 쓰고, 한편으로 세수의 역진적 성격을 완화하는 탄소배당금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도 세제로 풀어야 할 과제다. 강 교수는 우리 사회의 고질인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를 위해 대기업에 대규모 감세를 제공해 주주와 대기업 노동자에게 이익을 집중시키기보다 적정한 수준에서 과세하고 그 재원을 중소기업과 그곳에서 종사하는 근로자 지원에 활용하는 게 더 적절하다고 말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여기 사람 좀 살려주세요. 여기 지하에 장애인이 있고.

네 장애인이랑 엄마랑 초등학생이랑 3명요 여자들 3.

 

40대 자매와 10대 자녀. 이들을 '살려달라'는 구조 신고는 8일 밤 859분부터 모두 세 번 119에 접수됐습니다. 하지만 반지하 문이 열리고, 첫 피해자를 발견한 건 3시간이 넘은 다음 날 026분이었습니다. 그 사이 관할 구조대와 특수 구조대는 다른 사람을 구하느라 현장에 갈 수 없었습니다.

 

오늘도 설계 당하셨습니까?”앱에 숨겨진 의도 다크 패턴

"무료 프로그램 설치 이후 쇼핑 사이트가 뜨는 것이 제 실수인 줄 알았어요. 업체가 의도한 줄은 몰랐어요."

 

"앱에서 가입 해지 페이지를 찾기 힘들어 몇 달 치 요금을 허비했어요."

 

내가 제대로 못해서 생긴 일?알고 보면 "의도한 설계·디자인"

P나 앱을 사용하면서 위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한두 번씩은 있을 겁니다.

컴퓨터에 바이러스 백신 프로그램이나 동영상 플레이어를 내려받았을 뿐인데 그 이후 인터넷을 접속할 때마다 특정 사이트로 연결된다거나 팝업 페이지가 수시로 뜨는 경우, 혹은 회원 가입은 쉬웠는데 막상 해지하려면 어려웠던 경험 말입니다.

 

이용자들이 제대로 살펴보지 않아서 일어난 일일까요? 이러한 경험 이면에는 치밀하게 계산된 업체의 의도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바로 '다크 패턴(Dark Patterns)'입니다.

 

다크 패턴(Dark Patterns) :

이용자들이 물건을 구매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업체가 의도한 웹이나 앱의 설계 또는 디자인 즉, 웹 사이트나 앱 서비스 업체들이 이용자들의 심리나 행동 양상을 토대로 이용자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자사의 이익이나 목적을 극대화하는 방식입니다.

 

가령 이용자들이 회원 가입이나 프로그램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작은 글씨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다거나 필수 동의 항목들 사이에 선택 사항을 섞어 배치할 경우 잘 알아채지 못하는 '통상적인 실수나 착각, 관성적인 행동들'을 교묘히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다크 패턴''눈속임 패턴'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시민단체인 진보네트워크와 정보인권연구소는 비대면과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가 증가하면서 이러한 '다크 패턴' 역시 급증하고 있다고 최근 분석했습니다

 

'다크 패턴'의 유형, 어떤 것들이 있나

2010년 해외에서 처음 '다크 패턴'이라는 용어가 사용된 이후, 관련 연구가 이어지면서 현재 다크 패턴의 세부 유형은 12가지에 이릅니다.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는 최근 디지털 플랫폼 포럼을 통해 국내외 업체들의 '다크 패턴' 사례와 양상을 이 12가지 유형별로 분석했습니다.

 

취재진은 이 가운데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업체에서 주로 나타나는 양상을 중심으로 다섯 가지 유형을 정리했습니다.

 

유형: 기본 설정에서 이미 '동의'·'모두 공개'로 설계

프로그램 개발 또는 서비스 업체가 제휴 사이트나 자사 검색 엔진 등 부가적인 프로그램을 이용자들이 함께 내려받도록 기본값을 설정한 경우입니다. 이미 초기 설정부터 '동의'에 체크가 된 상태로 세팅돼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용자들이 프로그램 설치나 서비스를 받는 과정에서 이를 잘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는 행동을 반영한 겁니다

 

메타의 페이스북에서도 비슷한 유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에 가입하는 회원들은 기본적으로 정보 공개나 친구 리스트가 '전체 공개'로 설정돼 있습니다.

 

이용자들은 일일이 이를 수정하기 전까지 여러가지 사항에서 자신들의 정보가 공개된 상태로 서비스를 이용해야만 합니다. 이 때문에 12가지 세부 유형에서는 페이스북의 창시자 '마크 주커버그'의 이름을 따 '주커링'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유형: 어려운 해지

유료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업자의 웹이나 앱 디자인에서 보여지는 유형입니다. 해지 페이지가 전면에 노출돼 있지 않아 찾기 어렵거나 여러 단계의 경로를 거쳐야 하는 구조로 설계된 경우가 이에 속합니다. 여기에 더해 최근 들어 '어려운 해지'에 심리적인 요소가 추가됐습니다. 빠른 배송을 주력으로 하는 쿠팡은 자사 유료 멤버십을 해지할 경우, 그간의 유료 서비스를 '혜택'이라고 표현하면서 이에 대한 설명을 자세히 안내합니다.

 

심지어 해지 버튼 안에도 '멤버십 해지하기' 라는 글자 대신 '내가 받고 있는 혜택 포기하기'라는 말을 넣어 디자인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보인권연구소 안영선 활동가는 "서비스를 해지하려 하다가도 심리적으로 흔들리게 됩니다. 저 역시 멤버십을 해지하려 하다가 그 문구로 인해 미룬 경험이 있어요. 사람의 심리를 이용해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치밀하게 디자인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습니다.

유형: 무료 서비스 기간 만료 후 자동으로 정기 결제

넷플릭스와 애플 TV 등 대다수의 구독 서비스에서 도입한 방식입니다. 가입하면 한 달에서 석 달 가량의 무료 이용 기간을 준 뒤 해당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정기 결제가 되는 방식입니다.

 

소비자가 유료전환 시점을 인식하지 못해 원치 않는 계약이나 정기 결제가 진행되는 경우가 생겨나지만, 대다수 구독서비스가 이 방식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유형: 구매 유도

주로 전자상거래나 중개앱에서 적용하고 있는 유형입니다. 동 시간대 접속해 해당 상품을 보고 있는 이용자를 표기함으로써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방식입니다.

'마감 임박'이나 '오늘 하루만 이 가격'으로 시선을 끄는 배너 등을 화면에 배치하는 것 또한 구매를 유도하는 '다크 패턴'의 한 유형입니다. 이 밖에 '연령대별 구매 상위 품목' 등과 같은 화면 표기도 최근 들어 늘고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이 계획에 없는 소비를 할 개연성이 높은 디자인으로 꼽힙니다.

이러한 화면 인터페이스는 소비자가 가격 비교를 통해 합리적 소비를 하기 어렵게 만들고 충동적으로 구매로 이어지게 한다고 정보인권연구소는 분석했습니다.

 

유형: 광고 강제 시청·제휴 사이트 접속 유도

모바일 게임 앱 등에서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신 일정 시간마다 광고가 강제적으로 표시되는 형태입니다. 광고를 과도하게 여러 번 배치하거나 제휴 사이트를 클릭해야만 후속 서비스 제공이 가능한 구조로 설계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비대면 틈타 광범위하게 증가공정위, 최근 관련 연구 용역 발주

비대면 거래와 모바일 기반의 서비스 앱이 늘면서 이러한 '다크 패턴'을 적용하는 경우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국내 소비자의 이용 빈도가 높은 앱을 분야별로 총 100개 선정해 조사한 결과, 97%97개 앱에서 각각 1개부터 최대 6개까지의 '다크 패턴'이 발견됐습니다.

또는 웹 사이트 사업자들에게 '다크 패턴'이 일종의 마케팅 기법으로 사용되면서 사실상 규제를 받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원은 "다크 패턴은 소비자가 합리적인 구매 결정을 하지 못하도록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기존의 마케팅 기법과 차이가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어 소비자보호원은 "사업자가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소비자의 선택을 변경하기 위해 적용하는 유형들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어 이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해외 여러 국가에서는 '다크 패턴'을 공정성의 기준으로 엄격히 다루고 있습니다. 올해 초, 유럽의회는 디지털서비스법(DSA)에서 '다크패턴 규제'를 포함했고 이보다 먼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캘리포니아 소비자 개인정보보호법(California Consumer PrivacyAct, CCPA)’을 통해 사생활 보호 동의와 관련된 다크 패턴을 정의하고 금지하는 법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달 관련 연구 용역을 발주했습니다. 전자상거래의 눈속임 마케팅에 있어 소비자를 보호하는 방안을 도출하고 관련 법을 개정하기 위해 사전 연구에 들어간 겁니다.

 

연구 결과가 나오고 개정안을 다듬기까지 여러 과정과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모바일에서 '결제하기' 버튼을 누른 우리의 행동이 '다크 패턴의 설계'로 인한 결과가 아니었길 바라봅니다.

 

[연관 기사] 해지 힘들고 구매 유도하고알고 보니 다크 패턴눈 뜨고 속는다!” (814/KBS 뉴스9)

 

https://news.kbs.co.kr/news/view.do?ncd=5532616

 

김민아 기자 kma@kbs.co.kr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국민 안도감 느꼈을 것이라는 신문은?

저조한 국정지지율 속에 열린 윤석열 대통령의 첫 기자회견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 중론이다. 17일 윤 대통령 취임 100일을 기념해 기자회견이 진행된 다음날 아침 중앙일간지로 꼽히는 신문 다수가 반성과 쇄신안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아래는 이날 9개 주요종합일간지 1면에 실린 윤 대통령 기자회견 관련 기사 제목들이다.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 대한 사설들은 공허”(경향)했고, “국정 혼선 반성과 인사 쇄신 없는”(중앙)이었다는 지적으로 요약된다. 9개 신문별 사설 제목은 아래와 같다.

 

경향신문: 성찰·쇄신 보이지 않아 공허했던 윤 대통령 100일 회견

국민일보: 취임 100일 윤 대통령, 다짐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동아일보: “분골쇄신다짐한 회견, 국정·인사 쇄신으로 내용 채워야

서울신문: ‘국민 숨소리 안 놓치겠다는 다짐, 허언 안 돼야

세계일보: 대통령 국민 뜻이 우선순위실천으로 보여주길

조선일보: 국민 뜻 받들겠다는 다짐, 실천되는지 지켜볼 것

중앙일보: 국정 혼선 반성과 인사 쇄신 없는 윤 대통령 100일 회견

한겨레: 민심 경고 외면한 윤 대통령의 불통회견

한국일보: 국정 쇄신 청사진 안 보인 100일 회견

 

윤 대통령 기자회견의 문제로 지적된 것 중 하나는 현실인식이다. 서울신문은 그가 54분의 기자회견 중 20분을 국정과제 이행 사항을 일일이 언급하는 데 할애한 것이 뭘 뜻하겠나. 대통령실과 정부의 홍보·정무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 국정 성과가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의 방증 아닌가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집권세력은 무조건 반대를 넘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내놓아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며 참모 탓, 야당 탓 말고 대통령 스스로 변화의 구심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인사쇄신. 윤 대통령이 인사쇄신은 지지율 반등 등 정치적 목적으로 해선 안 된다고 밝힌 가운데, 대통령실 홍보라인을 비롯한 일부 참모진 개편이 예견되지만 부족하다는 것이다. 세계일보는 어물쩍 소폭 개편이나 미세 조정으로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라고 했다. 국민일보는 적극적인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데 대통령실 일부 참모들만 보강하고 끝낸다면 또 다른 실망을 부를 것이라며 비판을 받아들이지 않는 오만한 대통령은 국민의 뜻에 충실히 따르는 대통령과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반면 조선일보의 경우 국민은 윤 대통령의 이번 회견에 적잖은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취임 초반 미숙하고 때론 거칠게 비쳤던 모습에서 벗어나 변화하려는 의지를 보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국민이 진짜 변화를 느끼려면 그런 의지를 실천에 옮겨야 한다. 말로만 끝나고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민 실망감은 더 커질 수 있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즉흥 추가발언한 노동’, 엇갈린 평가

중앙일보의 경우 윤 대통령 기자회견 발언 중 노동개혁’ ‘대북 문제 대응등 답변은 평가할 만하다고 봤다. 이 신문 사설을 인용하면 노동 유연화와 임금 격차를 아우른 노동개혁이나 연금개혁 등을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추진하겠다고 하고, 법과 원칙에 따른 노사 갈등 대응을 강조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발표한 담대한 구상의 후속으로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외교적 지원 등 북한이 중시하는 안전 보장 관련 조치를 언급한 것도 적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 갈등을 양산할 수 있는 정책을 내세우면서 구체적 문제 해결 방안이 없다는 지적이 있다. 한겨레는 관련 기사(노동개혁 포장한 갈등 의제 사회적 대화한마디도 없어)에서 고용노동부는 노··정이 함께 참여하는 대통령 소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개혁 과제를 발굴하고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은 취임 뒤 지금까지 단 한차례도 사회적 대화를 언급한 적이 없다윤 대통령 취임 100일 동안 사실상 사회적 대화는 중단된 셈이라고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 양극화와 이중구조 문제의 합리적 대안을 노동계 없이 재계와 만들 모양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조선일보 여론조사전문기자는 국정 지지율 관련한 여론조사가 난립해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관점을 제시했다. ‘100일간 100건 지지율 조사란 제목의 칼럼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여심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간 공표한 대통령 지지율 조사가 무려 100건이었다. 박근혜 정부 초반 100일간 50건의 두 배나 되고 문재인 정부 때 66건보다도 크게 늘었다“‘우후죽순 여론조사가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을 부채질했다는 견해도 있다. 대통령 지지율 조사와 관련 뉴스가 거의 매일 반복되자 여권 지지층이 기가 눌려서 입을 못 여는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라고 했다 /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민관 합동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 

원전수출 종합 전략 수립시행점검평가·정책 마련 등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 교수 등 19명 위촉장 수여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 다섯번째)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 본부에서 열린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 출범식'에서 추진위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관급 10명과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한 민관 합동 원전수출전략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18일 출범했다. 이창양 산업통상부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추진위 1차 회의에서 정부뿐 아니라, 원전 공기업, 수출금융기관, 민간 전문가 등 민관이 모두 참여한 첫 추진위 출범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1978년 고리1호기가 상업 발전을 시작한 후 민관이 모두 참여한 협력체의 출범은 이번이 처음이다.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과 전력 수급 문제를 고려하면 탈원전 정책은 더 이상 현실과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체코, 폴란드, 영국, 사우디 등 전 세계 많은 나라가 한국과의 원전 협력을 타진하고 있는 만큼 13년 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에 이어 올해를 원전 수출의 새로운 원년으로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회의에서 이관섭 무역협회 부회장, 강석훈 케이디비(KDB) 산업은행 회장, 주한규 서울대 교수 등 총 19명에게 위촉장을 수여했다. 이 장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추진위에는, 9(기획재정부, 외교부, 국토교통부, 국방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금융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방위사업청, 원자력안전위원회) 관계부처 차관급 등 총 10명이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한다. 원전수출을 위해 필요한 관계부처를 망라한 것이다. 추진위는 향후 원전수출 종합 전략을 수립시행점검평가하고, 국가 간 협력 등 원전과 관련 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한 정책을 수립추진하게 된다.

 

또한 이 장관은 원전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최우선 과제로 올해 안에 1조원 이상의 일감알앤디(R&D)금융 등을 원전협력업체에 공급하고, 원전 업체가 참여 가능한 발전사 일감 제공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수출대상국과의 네트워크 구축강화, 수주 정보 파악대응, 한국 원전 홍보 등 현지 소통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재외공관 8(체코,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남아공, 영국, 필리핀, 카자흐스탄)를 원전수출 지원공관으로 지정하는 것을 논의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제가 탈원전 폐기를 선언하고 나토 정상회의에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습니다마는 그 결과 해외에서 최근 우리 원전 발주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앞으로도 우리 원전과 기업의 해외진출과 세일즈를 위해 발로 직접 뛰겠다고 말했다.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폭등한 집값과 전셋값을 안정시켰다"고 자부했는데요. "수요 공급을 왜곡시키는 각종 규제를 합리화하고 서민의 주거비 부담을 경감, 전세보증금 보호 방안도 마련했다"는 걸 근거로 내세웠습니다. 이를 두고 "문재인 정부 시절 5년 동안 오른 집값을 몇 개월 만에 잡았으니 잘했다"는 의견과 "정책이 아닌 금리 인상으로 인한 집값 폭락"이라는 경제 전문가의 반응 등이 엇갈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우희종 "신평, 김건희식 표절 흔하다?""좋다, 조국과 내 논문 비교하자

신평 변호사와 우희종 서울대 교수. 뉴스1

 

신평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무조건 편들어 "교수 사회전체를 욕보였다"고 자신을 비난한 우희종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자신의 학위논문을 놓고 '누가 표절을 많이 했는지' 조사하자고 역공을 펼쳤다. 우 교수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신평(변호사가) 대통령과 가깝다는 것 하나로 우리나라 대학 학위는 물론 대학에 있는 교수 전체를 욕보이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우 교수는 "다들 그렇게 했으니 (김건희 여사) 표절 논문도 괜찮다는 식의 논리를 말하는 것을 보니 그동안 적당히 시류나 관행에 올라타 스스로 정당화해 온 이가 아닐까"라며 신 변호사를 꼬집었다. 이는 신 변호사가 지난 1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저도 대학교수를 20년 해봐서 잘 압니다마는 그런 정도의 논문 표절 그런 것은 흔하게 있다"고 한 발언과 관련 있다.

 

우 교수로부터 공격받은 신 변호사는 참지 않고 곧장 반격했다.

신 변호사는 "제가 속한 인문사회계열의 논문과 우희종 교수가 속한 이공계의 논문은 같은 학위논문이라도 성격이 다르다"면서 "인문사회계열의 논문은 불가피하게 표절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고 순전한 창작 논문은 불가능하다. 문학작품과 같은 창작물은 아예 기대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제가 알기로는 우 교수는 조국 교수를 하늘처럼 떠받들며 조 교수를 위해 그동안 많은 활동을 해온 분으로 알고 있다"고 비꼰 뒤 "우희종 교수에게 하나 제안하겠다"고 했다. 그의 제안은 "저의 석, 박사 학위논문과 같은 법학자인 조국 교수의 석·박사 학위논문을 한 곳에 놓고 어느 쪽의 표절률이 많은지, 두 사람 중 누가 더 많이 표절했는지 엄밀한 조사를 해보자"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만약 조 교수의 표절률이 더 높다는 판정이 나오면, 우희종 교수는 공개적으로 저를 비난한 데 대하여 사과하길 원한다"며 사과를 요구하는 까닭으로 "우 교수의 비난은 정치적 폭력행사에 다름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라는 점을 들었다.

 

앞서 신 교수는 "한국 석·박사 학위논문 중 상위의 어느 정도 비율(대충 인문사회계열 학위논문의 10% 정도?)을 제외한 논문들은 표절의 문제에서 자유로운 것이 거의 없다"면서 "학계에서 상당한 인정을 받으며 활동한 조국 교수의 석·박사 학위논문도 과다한 표절이라는 의심을 받았다"고 지적한 있다.

 

그러면서 "단지 대통령의 부인이라는 이유로, 그 논문이 결혼 전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김 여사가 부당하게 공격을 받는 측면이 있다"고 김 여사 논문을 문제삼는 건 흠집내려는 차원이라고 주장했다/뉴스1) 박태훈 선임기자

 

 

김건희식 표절 흔하다는는 전 교수에 욕 보인다” “허탈하다

대선 때 윤석열 지지 신평 전 경북대 교수 발언

교수·학생 비판정직하게 노력하는 이들 허탈

김 여사 학위 반납해야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를 선언했던 신평 변호사(전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최근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그 정도 표절은 흔하게 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 대학교수들과 학생들 사이에서 정직하게 논문을 쓴 이들을 모욕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 16일 신 변호사는 <한국방송>(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영일의 시사본부에 출연해 김 여사의 논문 논란에 대해 대학교수를 20년 해봐서 잘 아는데 그 정도 논문 표절은 흔하게 있다고 말했다. 이에 우희종 사회대개혁지식네트워크 상임대표(서울대 교수)가 페이스북에 우리나라 대학 학위는 물론 대학에 있는 교수 전체를 욕보이고 있다고 비판하자, 신 변호사도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인문사회계열의 논문과 우희종 교수가 속한 이공계의 논문은 같은 학위논문이라도 성격이 다르다인문사회계열의 논문은 불가피하게 표절을 전제하지 않을 수 없고 순전한 창작 논문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18일 신 변호사가 교수로 재직했던 경북대학교 교수들과 대학원생들은 <한겨레>에 해당 발언이 부적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에 다니는 대학원생 김아무개(27)씨는 김 여사의 표절 논란과 표절은 흔하다는 식의 발언들을 보면 그동안 정직하게 노력해서 논문 쓴 사람들의 노력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석박사 학위를 준비하는 학생들 중에는 인용 출처 밝히려고 열심히 하는 이들이 대다수인데 이런 논란을 볼 때마다 허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민대가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에 대해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것이 부적절하다고 짚으며 국내든 해외든 내 글이 아니면 인문사회과학 쪽에서는 출처 인용을 철저하게 교육받으면서 학위논문을 쓴다국민대가 내린 결정 자체도 문제지만, 이런 논란이 지속되는 것보다 차라리 깔끔하게 (김 여사가) 학위를 반납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김 여사의 박사학위 논문이 자신의 학술논문(‘디지털 콘텐츠와 사이버 문화’)을 출처 없이 인용·표절했다고 주장하는 구연상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교수는 신 변호사의 발언은 들키지 않는 도둑질은 정당하다는 소리라며 이렇게 되면 법과 원칙이 필요 없다. 법과 원칙을 지키는 사람들만 바보가 된다. 그럼 한국 사회가 바보 사회가 된다고 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naver 대표계정 입니다.평화통일-최소한의 양심이 있다면, 최소한의 부끄러움이 있다면 가서는 안되는 자리! 그런 자리를 탐하면 나중에 어떻게 되는지 참고 기다려보자.

 

1인당 연간 병가 일수가 고작 1.2···“아픈데도 일 나가야 하는 시대의 야만

한국 노동자 1명이 1년 동안 사용한 평균 병가 일수는 2019년 기준 1.2일이다. 몸이 좋지 않은데도 출근하는 이른바 프리젠티즘이 만연하다는 걸 시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한국과 미국만 국가 차원의 유급병가 제도를 아직 갖추지 않았다. 시범사업으로 갓 시작된 상병수당 제도를 지속시키기 위해 재원 마련 등 보완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뒤따른다.

 

강희정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8일 열린 온라인 토론회 상병수당의 후발주자, 한국과 미국의 제도 도입 현황에서 OECD 국가별 자가 보고 1인당 연간 병가 일수에 나온 한국 노동자의 병가 일수는 1.2일이라고 밝혔다. 강 연구위원은 정말 1.2일만 쉬어도 되는 건강한 근로자를 가진 나라라고 해석하기는 어렵다사실상 많은 노동자가 아픈 상태에서 일하고 있을 수 있고, 생산성 손실이나 직장 내 위험이 매우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주요국 연간 병가일수를 보면 영국 4.2, 이탈리아 5.9, 미국 7.4, 캐나다 8.5, 프랑스 9.2, 독일 11.7일 등이다.

 

고용주가 제공하는 유급병가를 실제 사용하는 비율도 낮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7~9월 상병수당 시범사업 방안을 연구하면서 취업자·실업자 등 800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상용직의 유급병가 실제 사용률은 50.7%였다. 임시직은 20.7%, 일용직은 14.9%로 더 떨어졌다. 사업장 규모별 격차도 컸다. 300인 이상에선 65.8%였는데 5인 미만에선 29.4%에 그쳤다. 강 연구위원은 사업장마다 다른 태도를 평균적으로 맞추려면 열악한 곳에 대해 정부가 더 많은 지원을 해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OECD 국가별 자가 보고 1인당 연간 병가 일수

 

한국엔 국가 단위 유급병가 제도가 아직 없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지난 7월 막 첫발을 뗐을 뿐이다. 서울 종로구 등 6개 지역에 3가지 모형을 1년 동안 적용하는 등 시범사업을 3년간 해본 다음 2025년 전면 도입하는 게 목표다. 상병수당 도입은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도 선정됐다. 2020년 코로나19 유행이 닥치고 아플 때 쉴 권리가 전 사회적 화두가 되면서 나타난 변화다.

 

OECD 국가 중 유급병가 제도가 없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이다. 미국은 10개 주와 각 사업장에서 개별적으로 병가를 시행 중인데, 코로나19 확산 이후 연방 차원의 유급병가 제도 도입을 추진하다가 유보했다. 김태근 미국 아델파이대학교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미국의 유급병가 제도를 설명하며 “21세기에 들어서 22년이 지났는데 아직 내가 혹은 가족이 아픈데도 일을 나가야 한다는 것은 시대의 비극 혹은 야만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상병수당 역시 확립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상병수당이 도입돼도 휴가를 보장하지 않는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실제 적용되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있다. 자영업자까지 포함할 땐 소득을 파악하는 문제가 걸림돌이 된다. 강 연구위원은 재원을 마련하는 데 있어 소득 파악이 매우 중요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갖추지 않으면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게 된다유럽 국가들에선 부정수급 등 도덕적 해이가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태수 보건사회연구원장은 중요한 사회보장 제도들이 사회적 위기 속에서 도입되는데, 코로나19에 대한 사람들의 감각이 무뎌지면서 동력이 얼마나 유지될지가 걱정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경향 허남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