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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결정 반발 집회·기자회견 이어져 227 한겨레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을 결정한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 들머리에서 연장 방침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출근하는 직원들을 향해 손팻말을 흔들며 규탄하고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설계수명이 지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안이 27일 새벽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의 투표로 가결됐다. 위원 9명은 전날 10시부터 15시간을 넘는 토론을 이어갔다. 회의가 날짜를 넘어가자 이은철 위원장 등 일부위원들이 표결에 들어 갈 것을 요구했다. 김익중 위원(동국대 의대 교수)과 김혜정 위원(환경운동연합 에너지 기후위원장)은 표결에 항의하는 의미로 퇴장을 했고 남은 위원 7명의 찬성으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계속연장) 허가’ 심의 안건이 가결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월성1호기의 수명 연장을 결정한 27일 오전 경북 경주시 양남면 한국수력원자력 월성원전 들머리에서 연장 방침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출근하는 직원들을 향해 손팻말을 흔들며 규탄하고 있다. 경주/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7일 새벽 설계수명이 끝나 가동이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월성 1호기의 재가동을 허가했다. 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수명 연장 무효화와 이은철 원안위원장의 사퇴와 원안위 재구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원안위원장 사퇴를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하려다가 경찰에 막혀 있다. 탁기형 선임기자 thtak@hani.co.kr
월성 1호기’ 수명 연장에 경주시민들…“그냥 있지 않겠다”
월성지역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원자력안전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종로구 케이티 본사 앞에서 ‘월성원전 1호기 계속운전 심사안‘ 심의를 앞두고 월성원전 1호기 폐쇄를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이럴 수가 있습니까? 지역 주민들의 의사는 완전히 무시된 결정입니다.”
일망의 희망을 안고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심의를 밤새 지켜본 경주시민들은 27일 허탈한 심정을 애써 감추며 향후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경주시 양남, 양북, 감포 등 3개 읍면 지역 주민들의 모임인 ‘동경주대책위원회’ 하대근(53) 차기 회장은 “오랫동안 줄기차게 폐쇄를 요구해왔는데 재가동 결정이 나와 허탈한 심정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고 했다. 동경주대책위는 다음달 2일 회의를 열어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 차기 회장은 “많은 지역 주민들이 안전을 염려하고 있다. 며칠 후 회의를 해봐야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시위, 천막농성 등 강력한 투쟁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경주시의회 원전특별위원회도 다음달 2일 오후 1시 경주시의회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경주시청 간부직원들을 불러놓고 안전 대책을 따지기로 했다. 엄순섭 특위 위원장은 “주로 안전 대책을 집중적으로 추궁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도 “일비일희하지 않고 냉철하게 장기적인 대책을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양식 경주시장은 이날 경주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원안위의 월성 1호기 수명연장 결정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앞으로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주기 위해 월성 1호기의 가동 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공개하고 민간기구의 감시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22년까지 연장된 월성 1호기 수명…이완구 국무총리 "관련법에 따른 것" 227 아시아 경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27일 월성 1호기 수명연장안을 표결처리한 것에 대해 이완구 국무총리는 '관련법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2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세월호 참사를 겪고도 월성 1호기 연장 가동안을 표결처리하느냐'는 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이완구 국무총리는 '관련법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 국무총리는 "(우 의원의) 말씀에 일리가 있다"면서도 "관련법에 이견이 있을 경우 재적위원이 과반수면 표결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달린 문제를 과반수로 보느냐'는 지적에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문제를 표결하는 문제에 대해선 부분적으로 동의한다"면서도 "다만 현행법 체계가 그렇다는 점을 말씀드린 것이고, 이 문제는 검토를 좀 해 보겠다"고 전했다.
월성 1호기는 30년 동안 39회 고장으로 발전이 정지됐고 2012년에만 세 번 고장이 발생했다. 그러나 원안위의 이번 결정으로 월성 1호기는 10년간 수명을 연장해 2022년까지 재가동할 수 있게 됐다.
환경련, '원안위 월성1호기 수명연장 위법한 결정'
날치기 처리 무효, 효력정지가처분 신청할 것
26일 제35회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려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 하고 있다.(사진제공=원자력안전위원회)
환경운동연합(공동대표 이시재·장재연·지영선)은 27일 성명을 통해 "이날 오전 1시 원자력안전위원회(위원장 이은철·원안위)가 위법과 파행 속에 월성1호기 수명연장 허가(안)을 통과 시켰다"며 "원전 안전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입힌 위원장은 사퇴하고 위원회는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환경련은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원자력안전법'도 위반했다"며 "지난 1월20일 개정된 이법 103조에 의하면 방사선환경영향평가서는 주민의견수렴절차를 거쳐서 작성돼야 했는데 사무처는 월성1호기가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으며 일부 위원들의 법률 자문의견과 상충돼 법제처에 유권해석해야 한다는 위원의 요구가 있었지만 위원장은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또 "환경운동연합이 원전전문가, 지진지질전문가와 제기한 미해결 안전성 쟁점에 대해서 해결은 커녕 자료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심지어 거짓보고를 하고 특정 자료를 위원에게 누락해서 제공키도 했지만 제대로 해명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월성1호기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기술기준도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국제원자력기구가 지난 2000년 발행한 계속운전 기술기준에 따르면 격납용기 관통부는 격납구조물과 동등하게 설계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사용후 핵연료 방출통로는 사용후 핵연료가 방출될 때에 닫혀 있던 볼밸브 두개가 열리기 때문에 설계압력을 가했을 때 통로 내의 물이 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고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원전안전, 국민안전은 다수결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라 합의할 사항"이라며 "원전 안전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상에 심각한 위해를 입힌 위원장은 사퇴하고 위원회는 전면 재구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법을 위반하고 진행한 오늘의 원자력안전위원회 월성1호기 계속운전 허가에 대해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할 것"이라며 "또한 오늘의 결정은 국민안전은 안중에도 없는 현 정부와 새누리당의 결정으로 받아들이고 향후 유권자 판단의 중요한 정보로 기억하고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가 병역면제율 73%, 그 뒷얘기를 아세요? 2.23 한겨레
1997년 9월1일 오전 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 회원들이 신한국당사 앞에서 정치권과 재벌 자녀들의 병역면제를 규탄하면서 군에서 발생한 의문사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장철규 기자 chang21@hani.co.kr
연휴 첫날인 18일 조간신문에는 한솔그룹의 3세인 조아무개(24)씨가 병역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는 기사가 실렸다. 조씨는 한솔그룹 창업주인 이인희 고문의 손자이자 조동만 전 한솔아이글로브 회장의 아들이니 범삼성 가문의 일원이다. 몇 년 전 <한국방송>(KBS)이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문제를 보도한 적이 있는데 삼성 가문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일반인들의 병역 면제율은 6.4%인 데 반해 재벌가의 면제율은 33%로 5배쯤 높았다. 그런데 삼성가는 그 비율이 73%로 재벌가의 평균치보다 한참 높았다. 재계 순위뿐만 아니라 병역 면제율에서도 삼성은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 기소된 조씨까지 반영하면 그 수치는 더 상향조정될 것이다.
삼성가의 병역 면제 역사는 설립자 이병철 회장의 세 아들 이맹희, 창희, 건희 3형제에서부터 비롯된다. 이들의 병역 면제 사유나 경위는 추측만 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이 보도된 적은 없다. 하지만 이미 절판된 옛날 책들 속에서 그 진실이 가늘게 숨을 쉬고 있다.
2세
맹희·창희 형제, 일본 밀항-유학으로 피해가
막내 건희는 박정희 특명으로 40일 훈련…
“큰형이 날 군대에 고소” 오랜 의심과 앙심
삼성가 2세인 이맹희-창희-건희 3형제(왼쪽부터).
이건희 삼성 회장의 경우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병역 면제 사유로 ‘정신질환’이 많이 나온다. 지금은 종편에서 맹활약 중인 강용석 변호사가 과거 의원 시절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은 정신질환으로 군대를 면제받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출처가 어디인지는 오리무중이다. 아니 정신질환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진실은 엉뚱하게도 ‘전 동아그룹 최원석 회장의 비설록’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 <그래도 사랑하기 때문에>에 숨어 있다.
이 책에는 김교련 전 동아콘크리트 사장 인터뷰가 실려 있다. 김 전 사장은 “제가 보안사 대공처장으로 있던 1971년 청와대 특명을 받고 고위층 자제, 재벌들 자제들에 대한 병무 부정 사건을 취급했습니다. 그런데 철저하게 조사를 하라고 특명이 내려온 이유가 삼성 설립자 이(병철) 회장님의 아들이 군대 갈 나이로 보이는데 낮에 골프 치다가 하필이면 대통령한테 직방으로 걸렸단 말이죠. 그래 가지고 빼도 박도 못해서 잡혀 왔어요. 그러니까 그 양반이 지금의 이건희 회장인데, 창업주 아들이 골프 치는 걸 보니 다른 특권층 자제들도 마찬가지 아니겠느냐, 철저히 조사해보라는 대통령 특명이 떨어진 겁니다. 그래서 정보부, 보안사, 경찰, 국방부 다 동원돼서 조사를 하니까 50여명이나 무더기로 걸리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결론적으로 이때 걸린 사람들은 모두 군대로 끌려가 4주간 훈련을 받는 것으로 병역을 마친다. 그런데 “이 회장은 박 대통령한테 직방으로 걸렸기 때문에 40일간 30사단에서 훈련받도록 조치해서 종결”했다는 게 김 전 사장의 증언이다. 이건희 회장을 직접 조사하고 그 처분을 박정희 대통령한테 직접 결재까지 받았다고 하니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남들 3년씩 하는 고생을 40일로 때웠으니 엄청난 특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이 그때 이미 30살이 넘었고, 결혼도 해서 아들 재용이 3살로 한창 재롱을 부릴 때다. 하필이면 대통령 눈에 띄어 늦은 나이에 생고생을 한 셈이니 본인으로서는 무척이나 억울했을 것이다. 그런데 얘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번 더 반전을 겪는다. 이건희 회장은 2012년 4월 맏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과 유산 싸움을 벌이던 도중에 기자들에게 옛날이야기 하나를 툭 던진다. “그 양반(이맹희 전 회장)은 30년 전에 나를 군대에 고소하고,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고발했던 사람”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는 전날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의) 한 푼도 안 주겠다는 탐욕이 소송을 초래했다”는 발언에 화가 나서 한 말이겠지만 그가 자신의 병역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아버지를 형무소에 넣겠다고 고발’한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나를 군대에 고소’한 건 처음 나오는 얘기였다. 30년 전이면 이병철 창업주가 외화 밀반출에 제일모직과 제일제당 탈세를 일삼았다며 박정희 대통령에게 투서했던 이른바 ‘모반’ 사건으로 삼성가뿐 아니라 세상이 떠들썩하던 때다. 당시 투서의 주인공으로 둘째 아들 이창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이 지목됐고 이 때문에 이창희 전 회장은 미국으로 쫓겨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이맹희 전 회장은 1993년에 발간한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를 통해 “모반 사건은 동생 창희가 투서한 일인데, 투서에 나도 같이 개입했다고 아버지가 오해한 듯하다. 하지만 나는 절대 개입하지 않았다고 맹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그 모반 사건의 중심에 큰형 이맹희 전 회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자신까지도 군대에 고소해 고생을 시킨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낮에 골프를 치다가 재수없이 박정희 대통령한테 걸린 게 아니고, 형들이 아버지와 자신을 제거하기 위해 아버지는 비리 문제, 자신은 병역 문제를 걸어 청와대에 투서하고 군대에 고발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김교련 전 동아콘크리트 사장의 증언과 이건희 회장의 관점 가운데 무엇이 진실인지는 알기 어렵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보면 이건희 회장의 말이 맞을 가능성이 더 높다. 이건희 회장이 아무리 철없는 재벌가 도련님 시절이라 하더라도 나는 새도 떨어뜨릴 위세의 박정희 대통령 앞에서 얼쩡거리며 골프를 친다는 게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이건희 회장의 병역 문제는 은밀하게 투서가 들어간 것이기 때문에 청와대에서 김교련 당시 보안사 대공처장에게 그 출처를 숨기고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목격한 것으로 둘러댄 게 아닌가 싶다.
셋째만 군대를 안 간 게 아니고 장남이나 차남도 군대 안 가기는 매한가지였다.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의 ‘드러내고 싶지 않은 이력…밀항’ 편에서 이맹희 전 회장은 일본으로의 밀항과 병역 기피를 고백하고 있다. 때는 6·25가 시작된 1950년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부산에 내려온 후 나는 일본으로 밀항하기로 결심했다. 나중에 경북중학교 동기생이면서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후 군인의 길을 걷고 있었던 친구들에게는 ‘너네들이 그렇게 나라를 훌륭히 지키리라는 것을 믿었기 때문에 나는 일본으로 가서 조국의 미래를 위해서 열심히 공부를 했다’고 우스갯소리로 넘겼지만, 그 당시 밀항했다는 일이야 부끄러운 일 아닌가? 그 점에 대해서는 지금도 죄스럽게 느끼고 있다. 당시 내 나이 20살, 당연히 군대에 입대해야 할 나이였다”고 말한다. 여기서 군인의 길을 걷고 있던 친구들이란 전두환·노태우·정호용·김복동 등 80년 신군부의 쟁쟁한 주역들이다.
둘째 창희를 언급하는 대목에서도 병역 문제를 추론할 수 있다. 이창희 전 회장은 33년생이다. “내가 동경 농대에 들어간 다음해인 52년 창희가 일본으로 유학을 왔는데”라는 대목이나 일본 유학 생활을 오래 하며 “동경의 데이고쿠(제국) 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는 얘기 등으로 미뤄 이창희 전 회장도 ‘장기 유학’이라는 명분으로 병역을 면제받은 게 아닌가 싶다.
3세
재현, 유전병 면제…아들도 같은 사유로 면제
재용, 디스크 면제…승마 국대 출신에 골프 고수면서
정용진, 과체중 면제…대입 학생카드엔 ‘79kg’
삼성가 3세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왼쪽부터).
이런 병역 기피는 이병철 창업주의 손자 세대인 3세들로 이어진다. 손자 가운데 재계를 대표하는 인물은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인데 모두 병역 면제라는 공통점을 안고 있다. 면제 사유는 각기 다르다. 이재현 회장은 유전병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고, 이재용 부회장은 허리 디스크, 정용진 부회장은 과체중으로 군 면제를 받았다.
하지만 이재용 부회장은 장애물 부문 승마 국가대표 선수를 지냈으며, 현재 골프 실력이 핸디캡 6으로 아마추어로는 눈부신 기량을 뽐내고 있다고 한다. 드라이버샷 거리는 평균 250야드가 나가는 장타자란다. 허리를 많이 쓰는 골프가 맞는지 염려스러울 정도다. 이재용 부회장의 동갑내기 사촌인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의 경우 대학 입학 때 정 부회장이 직접 작성한 학생카드에는 키 178㎝, 체중 79㎏이라고 기록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신체검사 당시 정 부회장의 몸무게는 104㎏으로, 당시 면제 기준인 103㎏을 불과 1㎏ 초과해 아슬아슬하게 ‘면제’ 판정을 받았다.
씨제이 이재현 회장의 경우는 외아들인 선호(25)씨도 병역 면제 처분을 받고 아버지 회사에 신입사원으로 들어가 근무 중이다. 면제 사유는 아버지와 같은 유전병을 앓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을 비롯한 재벌가 남자들의 병역 면제는 어디쯤에서 그칠까. 재벌가의 2~3세들은 디스크나 과체중 등의 신체적 사유가 주요한 면제 이유였지만, 요즘 재벌가 3~4세들은 외국 국적 취득으로 인한 병역 면제가 점차 늘어가는 추세라고 한다.
케이비에스 탐사보도팀이 국내 10대 재벌 가문 출신 628명을 조사해보니 미국 출생자는 119명으로 나왔다고 한다. 특히 미성년자 121명 가운데는 38명(31%)이 미국에서 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국적 보유율은 10%에 이른다. 높은 미국 국적 보유율은 병역 면제로 이어졌다. 한국 국적을 포기한 재벌가 남성 35명 가운데 23명(65%)이 병역을 면제받았다. 이런 점에 비춰 봤을 때 재벌 가문의 병역 면제는 그 형태만 달리할 뿐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래서인지 30여년 전 특권층 자제 50여명을 무더기로 전방에 보내 훈련을 시킨 건 나름 공정한 처사로 보이기까지 한다. 김의겸 기자 kyummy@hani.co.kr
골프를 이용한 박정희…골프에 ‘봉’ 된 그의 딸 2.6 한겨레
1971년 7월 미국의 스피로 애그뉴 부통령(오른쪽)과 태릉 육사골프장에서 골프를 치는 박정희. ‘73보도사진연감’
나도 골프를 칠 줄 안다. 10년 전쯤 미국의 어느 대학에 연수를 가 있는 동안 배웠다. 학교 부설 골프장이 있는데 70만원이면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었다. 함께 연수를 했던 한국 교수가 이렇게 권유했다. “한국에서는 골프 한번 치려면 최소한 30만원은 들어. 여기서 안 치고 있으면 날마다 30만원씩 손해 보는 거야.”
그 골프장에서 만난 어느 미국인이 물었다. “왜 한국 사람들은 다들 골프라면 환장하는 거야?” 영어가 짧아 제대로 답변을 못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구별짓기>란 책에서 말한 아비투스(habitus)가 정답이 아닌가 싶다. 우리말로는 습속(習俗) 쯤으로 번역되는데, 특정한 취향을 갖거나 행동을 하게끔 만드는 기제를 말한다. 이게 의식적으로 나타날 때는 자신을 남과 차별화시키기 위한 하나의 전략이 되기도 한다. 즉 축구보다 골프를 좋아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은근히 자신이 상류층에 속한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래서 부르디외는 이렇게 적고 있다. “지배적 취향이 인지하고 평가하는 모든 특징은 골프 테니스 요트 승마 스키 펜싱 등의 스포츠에 집약되어 있다. 이들 스포츠는 전용장소에서 본인이 선택한 시간에 혼자서 혹은 선택된 파트너와 함께 한다. 또한 이들 스포츠에 소모되는 체력은 비교적 적으며 소모량도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지만, 그 특수한 기법을 습득하려면 상대적으로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이것들은 어떤 사람이 부르주아지에 얼마나 오랫동안 속해 있었는지를 가리키는 가장 확실한 지표 기능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땅덩어리는 좁은데 인구는 넘쳐난다. 게다가 경쟁이라면 어느 나라도 넘보지 못할 정도로 치열하니 골프만큼 구별짓기를 하기에 적합한 취미가 없어 보인다.
이 ‘구별짓기’ 개념을 가장 잘 이해하고 골프에 적극적으로 활용한 이가 박정희 대통령이 아닐까 싶다. <구별짓기>가 출간된 게 1979년이니 읽었을 리는 만무하지만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던 거다.
박정희 장군은 5·16 쿠데타 이전까지만 해도 골프와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대부분의 국군 장성들이 주한 유엔군이나 대사관 사람들과 어울려 골프를 치고 파티도 곧잘 즐겼으나 박정희 소장은 이런 자리에 끼기를 싫어했다. 5·16이 일어났을 때 그가 골프 못 치는 유일한 장군이며, 미국식 애칭의 이름을 갖고 있지 않았다는 점이 뉴스가 될 정도였다.”(이상우, <박정권 18년 : 그 권력의 내막>) “어쩌다가 마지못해 파티에 참석했을 때도 박정희는 홀로 한쪽 구석에서 술만 마시다가 시시덕거리는 다른 한국 장성들을 경멸에 찬 눈으로 바라보고는 먼저 자리를 빠져나오곤 했다”고 한다.
그러던 박정희가 5·16 쿠데타 뒤로는 완전히 딴 사람이 된다. 1962년 최고회의 의장 시절 한장상 프로에게서 골프 레슨을 받아 골프의 세계에 빠져드는 것이다. 이후 박정희 대통령은 스트레스가 쌓여 머리를 식힐 필요가 있으면 능동 서울CC로 달려가 골프를 즐겼다. 그가 골프를 시작하면서 서울, 한양, 뉴코리아, 안양, 태릉 등의 컨트리클럽들이 문을 열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20여 개의 골프장이 개장됐다고 하니 무에서 유를 창조한 것이다.
골프와 관련된 유명한 일화도 많이 남겼다. 대표적인 게 그린에 올라가면 퍼팅을 딱 한 번만 하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했다. “골프는 다 좋은데 말이야. 퍼팅을 할 때 머리를 숙여서 몸에 부담이 되는 데다 신경이 쓰여 안 좋아. 스트레스를 풀러 와서 스트레스가 쌓이면 되나?” 대통령이 골프를 좋아하니 힘 좀 쓰거나 돈 깨나 있다는 사람들도 덩달아 골프장으로 달려갔다. 골프장은 상류층이 모이는 부와 권력의 상징이자 사교클럽이 됐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은 대부분 박정희 대통령 덕을 봤거나 보려는 사람들이니 박정희 신화가 창조된 공간이기도 하다. 구별짓기에서 배제됐던 박정희가 권력을 쥔 뒤에는 가장 적극적으로 구별짓기에 나선 셈이다.
박정희의 이런 변신은 우선 자신이 골프에 재미를 들인 게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전략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골프를 활성화한 측면도 있어 보인다. 특히 군인들에게 골프를 치게 한 걸 보면 그렇다. 1966년 찢어지게 가난하던 시절인데도 사관학교 생도들을 위해 태릉 골프장을 만들어줬다. 국내 세번째 골프장이었다. 서울 인근 군부대의 일반 사병들을 동원해 땅 파고 밀고 잔디 심으면서 지었다. 이후 70년부터는 군의 사기 앙양을 위해 대통령배 각 군 대항 골프대회까지 시작됐다. 그러니 군인들이 너나 나나 가릴 것 없이 지휘봉 대신 골프채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미래 한국을 이끌고 나갈 인재들은 국제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골프를 알아야 한다는 게 골프장 건설 이유였다. 하지만 그보다는 쿠데타의 힘을 아는 박 전 대통령으로서는 군인들을 자기 편으로 안전하게 묶어두기 위해서는 뭔가 당근이 필요했을 것이고 골프가 ‘어른들의 놀이터’로 제격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골프를 통해 군인, 정치인, 사업가 등 우리 사회 특권세력이 함께 어울리며 우정을 쌓게 되고 단합을 과시하게 된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자연스럽게 자신의 권력 기반이 강화되는 것이다. 골프는 박정희 지지세력 사이에서 일종의 ‘아비투스’였던 셈이다. 실제로 이런 문화 속에서 전두환, 노태우는 젊은 시절부터 골프를 익히고 골프장을 걸으며 정치적 야망도 키워나갔다. 골프 치고 양주 마시면서 우리 사회 기득권들과 한 몸이 됐고 정치적 혼란기가 다가오자 그 골프 친구들이 ‘구국의 결단’을 권유하게 된다. 만일 전두환, 노태우가 축구를 계속 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그런 큰 욕심을 내지는 못했을 것이다.
군에서 형성된 이런 구별짓기는 유구한 전통으로 내려와 이제 군은 ‘골프 천국’이 됐다. 군은 국방부 3곳, 육군 7곳, 해군 5곳, 공군 14곳 등 전국에서 군 골프장 29곳을 운영하고 있다. 총 320홀 규모다. 새로 짓고 있는 골프장 3곳까지 합하면 곧 30곳이 넘는다. 군 골프장의 ‘단골 손님’은 물론 ‘별’을 단 장군들이다.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11년과 2012년 육·해·공군 장군 450여명이 2만2000번 넘게 군 골프장을 출입했다. 한 명당 연평균 24.5회 정도니까 2주에 한 번씩 골프를 쳤다고 볼 수 있다. 군대에서 낡은 축구공을 차 본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부대에서 축구공 하나 얻으려면 보고서 쓰고 예산안 작성하는 등 어찌나 번거로운지를 말이다.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이야 정치적 고려가 있었다고 하지만 딸 박근혜 대통령은 왜 골프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섰는지 참 이해하기 어렵다.
수첩을 보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박 대통령은 지난 2월 3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기 전에 “골프 활성화 방안을 문화체욱관광부에서 만들어주면 좋겠다”고 지시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경제를 얘기하지만 경제 성장에 총력을 쏟았던 박정희 시절에도 골프가 경제를 살린다는 얘기는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공무원들이 골프를 쳐서 경제가 살 정도라면 도대체 공무원들이 얼마나 많은 향응과 접대 속에 빠져 살아야 하는 건지 참으로 곤혹스러운 논리이다. 게다가 가뜩이나 증세 논란으로 화가 나 있는 서민들한테 이런 얘기를 태연하게 꺼내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매를 번다”고 표현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딱 그 짝이다.
프레지던츠컵 얘기도 하던데 그건 더 우습다. 무슨 올림픽이나 월드컵도 아니고 미국 PGA가 주관하는 ‘듣보잡’ 행사에 왜 우리가 열광해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국가 대항전도 아니고 미국 한 팀과 나머지 나라가 모두 모인 인터내셔널 한 팀이 붙는 방식이다. 우리는 그 인터내셔널팀에 선수 한명 끼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미국 PGA 부사장이 한국에 머물며 대회를 준비하고 있는데, 이 사람이 얼마전 인터뷰를 한 걸 보니 스폰서를 잡기 위해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제발 좀 소개시켜달라”고 통사정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봉’이 되는 구조다. 그러기에 내 결론은 이거다. 골프 치고 싶은 공무원들이 온갖 달콤하고 솔깃한 말로 대통령을 속인 거 라고…. 나도 골프를 쳐봐서 그 치명적인 매력을 알기에 하는 말이다. 그러니 아버지는 골프를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했고, 딸은 너무 순진하게 속아 넘어간 것이다. ‘한번은 비극이고 한번은 희극’이라는 말은 이런 때에 제격이지 않나 싶다-.김의겸 기자
군사정권 시대 유산 ‘국기 게양·하강식’ 부활하나 223 경향
ㆍ정부, ‘태극기 게양’ 강제 방안 논란
ㆍ행자부, 박 대통령 ‘국제시장’ 하강식 언급 후 본격 추진
ㆍ태극기 달기 인증 샷·소감문 학교 제출…방송 동원도
정부의 나라사랑 태극기 달기 운동은 박근혜 대통령이 영화 <국제시장>에 나온 국기하강식 장면을 보고 애국심을 강조한 즈음부터 시작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12월22일 전국 부단체장회의를 소집하고 이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박 대통령은 회의 소집 일주일 후인 29일 청와대에서 <국제시장> 장면을 이야기했다운이 운동에는 행자부를 비롯해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국토교통부, 인사혁신처 등 10개 정부 부처가 참여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현장 설명회를 개최했고 관련 회의도 여러 번 열었다. 3·1절을 통해 태극기 달기 운동 분위기를 확산시켜 70주년인 올해 광복절에는 태극기 게양률이 최대치가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정부 부처와 상당수 지자체에는 이미 추진단이 만들어져 있다.
1978년 서울시청 앞을 지나던 시민과 학생들이 국기 하강식을 하는 동안 가던 길을 멈추고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상가와 사무실 등으로 쓰이는 민간 건물에 국기 게양대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이 다시 추진된다. 민간 건물의 국기 게양대 설치 의무는 1999년 5월 규제 완화 차원에서 폐지됐다. 주택을 신축하거나 증축할 때 국기꽂이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방안도 있다.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아파트 각 동 출입구에 태극기를 걸 수 있도록 하고 관리 비용을 아파트 관리비에서 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안도 포함됐다 정부안에는 연중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이 벌어질 수 있도록 법안과 계획이 짜여져 있다. 학생들에게 국경일마다 태극기를 게양한 뒤 인증샷을 찍어 제출하고 일기와 소감문 등을 발표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유치원생에게도 국기 교육을 시키고, 각 교실에 태극기가 걸려 있는지 등도 점검한다. 정부가 제시한 안 중에는 국기 게양·강하식 실시도 포함돼 있다. 1989년 1월 이후 사실상 사라진 국기 게양·하강식이 재현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태극기 달기 운동이 국민들에게 확산되도록 방송사와 기업을 동원하자는 방안도 있다. 미래부는 케이블TV에 홍보 자막을 내보내고 특집방송 편성을 요청하도록 했다. 방송통신위원회를 통해 공중파와 종편 등 TV에 자막 방송과 국가 상징 관련 특집 프로그램을 요청하자는 내용도 있다.
민간 기업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기업체 사보 등을 통해 태극기 달기 운동을 홍보하고 고객 사은품으로 태극기를 나눠줄 것을 권장하는 안도 담겼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호텔에 태극기 게양을 권장하고 관련 영화와 다큐 제작을 지원한다. 대대적인 태극기 달기 운동은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애국심으로 무마시키려는 정책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승용 전남대 연구교수는 “태극기 달기 운동은 대표적인 국가 상징정책으로 권위주의 국가나 민주주의가 혼란스러워진 상황에서 등장한 전례들이 있다”면서 “지금이 그런 시대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만을 애국심으로 무마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너무 빨리 늙는 ‘부산’… 내달 7대 도시 첫 고령사회로 222 경향
부산이 서울과 6대 광역시 가운데 가장 먼저 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지난해 12월 말 기준 49만2116명으로 부산 인구 351만9401명 대비 13.98%로 나타났다고 22일 밝혔다.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7~14% 미만일 경우는 고령화사회, 14~20% 미만이면 고령사회로 부른다.
부산의 고령인구 비율은 2011년 11.77%에서 2012년 12.50%, 2013년 13.25%로 해마다 가파르게 증가했다. 부산의 노인 인구 증가 추세로 볼 때 부산은 3월 중 14%가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에 이어 대구, 서울 등의 고령인구 비율이 높았으며 울산은 10%에 훨씬 못 미쳐 가장 젊은 도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고령인구 비율은 2000년 7%를 넘었고 2014년 말 현재 12.7%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농촌지역은 오래전 고령사회로 접어들었지만 대도시에서는 부산이 가장 먼저 고령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며 “대도시 환경에 맞는 고령화 대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160만 재한 외국인이 본 한국·한국인]“
한국사람, 많이 벌건 적게 벌건 다들 밤새우다시피 일해” 222 경향
인도계 미국인인 라나크 푼갈리아 교수는 성균관대 풀타임 MBA 과정인 SKKGSB에서 금융재무를 가르친다. 한국에 오기 전 미국 금융업계에서 일을 해 장시간 근무에도 제법 익숙하다. 그런 그도 한국의 오랜 근무시간에는 혀를 내두른다. “미국에서도 일 많이 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이 하죠. 주 80시간 일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그들은 그만큼 돈을 많이 벌어요.” 그는 “한국은 돈을 많이 버나 적게 버나 무슨 일을 하든 다 똑같이 밤을 새우다시피 일을 하는 것 같다”고 했다. 재한 외국인 160만명 시대다. 어느덧 우리의 일부가 된 그들에게 한국은 삶의 터전이지만 ‘어떤’ 한국 문화는 여전히 낯설기만 하다. 대표적인 게 ‘장시간 노동’이다.
설을 앞둔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린동 서울글로벌센터에서 열린 ‘외국인 주민과 함께 즐기는 설날 한마당’에 참가한 외국인들이 한복을 입어보고 있다. | 연합뉴스
■ ‘일중독 사회’ ‘술 권하는 사회’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 전문인력 1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일과 삶의 균형이 어렵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유학생으로 한국에 왔다가 대기업 건설사에 취직한 레바논 출신 이브라힘(27·가명)도 생각이 비슷하다. 그는 “일을 빨리 끝내고 퇴근하는 게 더 효율적인데 한국은 무조건 일을 더 많이 해야 좋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특유의 직장 술자리 문화도 익숙해지기 어렵다. 일도 많은데 툭하면 회식을 해서 배로 힘이 든다. 이브라힘은 “나도 술을 좋아하지만 주중에는 왜 마시는지 이해를 못하겠다”면서 “술 마신 다음날에도 회사에 나와 10시간 넘도록 일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술 문화가 어려운 건 한국 생활 20년이 넘은 라이문드 로이어 자생한방병원 국제진료센터 원장(51)도 마찬가지다. 그는 국내에서 한 명뿐인 서양인 한의사다. 1990년대 초반 입학한 국내 한의대에서 한의학뿐 아니라 한국 술문화까지 배웠다. “잔 돌리고 폭탄주 만들고 이것저것 많이 배웠죠. 필름 끊긴 적도 여러 번이고.” 로이어 원장이 쑥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 그는 고향 오스트리아에서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 온 이후로는 술 없이 살 수가 없었다. 대학에서도 병원에서도 사람들과의 관계는 술을 매개로 이뤄졌다.
■ 청바지 입고 신입생 OT 참석하니
엄격한 상하관계도 외국인들이 낯설어 하는 문화다. 푼갈리아 교수는 27세에 한국에서 대학 교수가 됐다. 청바지에 백팩을 메고 신학기 오리엔테이션에 참가했다. 그가 교수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옆자리 한국인 학생과 농담을 주고받으며 한참을 편하게 이야기했다. 이후 자신이 착각했다는 걸 알게 된 학생이 푼갈리아 교수를 찾아 몇 번을 고개 숙여 사과했다. 푼갈리아 교수가 그 학생보다 더 당황했다.
KBS교향악단에서 호른을 담당하는 알렉산더 아키모프(62)는 벨라루스에서 한국으로 넘어온 지 올해로 23년째다. 인터넷으로 연말정산까지 살뜰하게 챙길 정도로 한국 생활에 익숙해졌지만 위아래를 엄격하게 나누는 문화에는 적응하기 쉽지 않다. 그는 “오케스트라 연습시간에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말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면서 “그런데 한국은 그게 잘 안된다. 지휘자가 한마디 하면 모두 ‘네’ 하고 넘어간다”고 했다. 이브라힘은 “신입사원은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상사한테 말하기 어려워한다. 반대로 힘든 일이 있어도 속으로만 끙끙 앓는다. 자기가 약해서 힘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본인과 회사 모두에 도움이 안되는 문화”라고 지적했다.
한국 특유의 ‘정’ 문화가 때로는 간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네팔 출신 우다야 라이(43)는 민주노총 이주노동자 담당으로 일한다. 가끔 혼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그걸 볼 때마다 동료들이 손짓해 부른다. 라이는 “혼자 밥 먹고 있으면 쓸쓸해 보이나 보다. 정작 나는 불편한 게 없는데”라고 했다. 같이 밥 먹자고 부르는 건 관심을 보이는 것이니 그래도 고맙다. 문제는 관심이 선을 넘을 때다. 몇 년 전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라이는 고향 풍습을 따라 며칠 동안 소금과 고기를 먹지 않았다. 공장의 한국인 동료들은 “고기가 얼마나 몸에 좋은데 안 먹느냐”며 핀잔을 줬다. ‘차별’ 문제를 호소하는 외국인도 적지 않다. 특히 라이와 같은 동남아 출신 이주노동자들의 경우 일상적으로 ‘차별’을 경험한다. 라이는 “쇼핑하러 백화점에 가면 불친절하게 대하거나 심한 경우 반말을 하기도 한다”며 “네팔에 있을 때보다 월급은 많이 받지만 차별 때문에 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공존 위해 필요한 건 이해와 조화
아키모프는 한국인 며느리까지 온 가족이 모여 술자리를 가질 때마다 “대한민국을 위하여”라고 건배한다. 로이어 원장은 “오스트리아로 휴가 갔을 때마다 다들 어찌나 느긋한지 답답하다”며 “이제는 한국이 훨씬 편하다”고 말했다.
이들이 적잖은 어려움에도 성공적으로 한국에 정착할 수 있었던 비결로 손꼽는 것은 바로 ‘이해’와 ‘조화’다. 푼갈리아 교수는 “한국 사람들 정말 일 많이 하지만 경제적으로 두 세대에 걸쳐 해야 할 일을 한 세대에서 다하다 보니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키모프는 “한국에 와서 어른 앞에서 담배 피우면 안된다는 것을 배웠다. 이런 건 좋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면서 “본받아야 할 한국 문화가 많다. 때로 안 맞는 것도 최대한 맞출 수 있도록 나부터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차별’은 비판하되 ‘차이’에 대해서는 어떤 맥락에서 나온 문화인지 먼저 이해하고 존중하려 애쓰는 게 필요하다는 얘기다.
'간통죄 위헌 여부', 헌재 이르면 26일 결정…5번째 심판대 오른다 223 뉴시스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26일 간통죄 위헌 여부를 결정한다. 1953년 10월 형법이 제정된 이후 62년 동안 개인의 애정 문제를 규율해온 간통죄 처벌 조항이 위헌으로 결정될 경우 가족관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5번째 심판대 오른 간통죄…이번엔 폐지될까?
23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헌재는 현재 간통죄 처벌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과 위헌법률심판 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막판 작업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결정문이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되도록이면 2월 선고기일인 오는 26일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형법 제241조 제1항은 '배우자 있는 자가 간통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그와 상간한 자도 같다'고 규정하고 있다. 간통죄는 배우자의 고소로만 수사가 진행되며, 고소를 취하할 경우 처벌되지 않는 친고죄에 해당한다. 벌금형 없이 징역형만 규정하고 있어 양형이 센 편이다.
간통죄 위헌 여부에 대한 헌재의 판단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마지막 합헌 결정 이후 7년 만이기도 하다. 헌재는 1990년 이후 네 차례(1990년, 1993년, 2001년, 2008년)에 걸쳐 모두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난 네 차례 결정에서의 합헌과 위헌 비율은 '6대3, 6대3, 8대1, 4대5' 였다.
◇위헌 결정시 파장은?
헌재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사회적 비용 역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과거 간통죄가 유죄로 인정돼 처벌받은 이들이 재심을 통해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게 된다. 헌재법 개정으로 2008년 10월30일 이전에 간통죄로 처벌받은 이들은 재심 절차를 밟을 수 없게 됐지만, 2008년 10월30일 이후에 해당하는 재심 대상자는 1만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경우 재심을 통해 국가를 상대로 형사보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위헌적인 법률로 억울하게 처벌받은 이들의 구금 기간에 대한 보상금을 국가가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이혼소송에서의 위자료 등 민사상 책임과 관련해서는 전망이 다소 엇갈린다. 간통죄 폐지로 형사처벌 조항이 사라지는 만큼 위자료 등 금전적 배상 책임은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있는 반면, 간통죄 폐지 여부가 위자료 상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다만 간통죄가 폐지된다고 해도 간통을 저지른 배우자에 대한 불이익과 함께 피해 배우자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어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간통을 저지른 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이 불가능해진다고 해서 혼인 파탄의 책임까지 가벼워져서는 안 된다"며 "간통죄가 사라진다고 해도 상대 배우자의 부정행위로 피해를 입은 경우에 대한 보호 대책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방의 배우자가 저지른 간통으로 인해 이른바 축출(逐出) 이혼을 당하는 피해자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으로 이혼소송에서의 위자료를 상향하는 등의 법원의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 위해 세금 더 낼 의향" 53% "조세·복지 동시에 수정해야" 51% 223 한국
우리나라 국민 절반 이상은 복지를 위해 필요하다면 세금을 현재보다 더 낼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 반발을 우려해 ‘증세 없는 복지’ 정책을 좀처럼 내려놓지 못하는 현 정부의 인식과는 확연히 동떨어진 결과다. 복지 혜택은 더 많이 받기를 원하면서 세금은 무조건 덜 내고 싶어한다는 이전의 조사들과도 사뭇 달라졌다.
또 정치권의 ‘증세가 먼저냐, 복지 구조조정이 먼저냐’의 이분법적인 선후 논쟁과 달리 국민 2명 중 1명은 세금과 복지 문제를 동시에 수술대에 올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바람직한 복지로는 보편적 복지나 선별적 복지보다 ‘모두에게 주되 저소득층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비례적 복지에 대한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다. 22일 한국일보가 한국재정학회와 공동으로 여론조사기관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3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세금ㆍ복지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 551명(53.4%)이 “향후 복지 확대를 위해 추가적인 세금 부담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468명(45.4%)은 “세금을 더 낼 의향이 없다”고 했고, 13명(1.2%)은 “모른다”고 답했다. ‘증세 없는 복지’를 원하는 국민보다 ‘증세 있는 복지’의 필요성을 인정하는 국민들이 미세하지만 더 많아진 것이다.
특히 추가 세금 부담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은 각 부문별로 남성(63.4%), 50대(60%)와 30대(54.7%), 전문직 및 사무직(61.6%), 월평균소득 300만~500만원 미만(60%)과 500만원 이상(54.6%) 등이 평균(53.4%)을 웃돌았다. 이들이 현재 중산층이라 불리는 주력 납세자이고, 앞으로 세금을 더 낼 실질적인 여력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의미 있는 결과로 보인다.
한국일보와 한국재정학회가 공동으로 '세금·복지 관련 대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선 70.8%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 20.2%가 "지켜지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반면 추가 세금 부담에 대해 부정적인 답변은 가계살림을 맡는 주부(61.9%)와 교육 주거비 등 생계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은 40대(47.3%)와 노후로 접어든 60대 이상(48.8%)에서 높았다. 세금을 추가로 낼 의향이 없는 이유로는 ‘세금이 적재적소에 쓰이지 않을 것 같아서’(38.4%) ‘결과적으로 부자 감세, 서민 증세로 느껴져서’(27.6%) ‘가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에’(25.0%) 등이 꼽혔다. 현재 복지 수준이 적당하기 때문이라고 답한 이들은 6.6%에 불과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이 증세에 대한 거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바람직한 복지 정책 방향으로는 10명 중 6명 이상(62.7%)이 비례적 복지를 꼽았다. 저소득층에게만 주는 선택적 복지(24.4%)나 모두에게 주는 보편적 복지(11.9%)가 바람직하다는 응답을 합한 것보다도 훨씬 높다. 현 정부의 정책 기조인 ‘증세 없는 복지’에 대해선 70.8%가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지켜지고 있다”는 답은 20.2%에 불과했다. 애초 불가능한 정책(49.3%)이라는 게 상당수 국민들의 냉정한 판단이다.
향후 적절한 대응 방식으로는 ‘세금 복지 정책 둘 다 수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응답(50.7%)이 가장 많았다. 선(先) 복지 구조조정과 증세 우선은 각각 19.3%, 11%에 그쳤다. 복지를 늘리기 위한 증세의 방향으로는 부유세 도입 등 부자 증세(47.8%)가, 증세 시 세목 우선순위(복수응답)는 법인세(76.2%)와 상속ㆍ증여세 등 자산과세(71.7%)가 가장 많이 거론됐다. 현재 복지 중에선 무상급식(40.7%)이 구조조정 1순위로 꼽혔다. 이번 조사는 11일 임의 걸기(RDD) 방식의 휴대폰과 집전화 동시 면접조사(CATI)로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대기업 정규직 100원 벌 때 중기 비정규직 40.7원 벌어 222 프레시안
10년 새 정규·비정규직 임금 격차 확대…노동연구원 보고서
최근 10년 사이 중소기업과 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한국노동연구원이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를 분석해 내놓은 '사업체 규모별 임금 및 근로 조건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2004년 8월을 기준으로 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각각 238만 원, 142만3000원에서 10년 뒤인 2014년 8월에 각각 359만8000원, 204만 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월평균 상대임금 격차는 더 커졌다.
대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을 100원이라고 가정할 때 2004년에 중소기업 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이 59.8원이었는데, 2014년에는 56.7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대기업과 중소기업 근로자의 시간당 평균임금은 1만2311원, 7179원에서 2만397원, 1만1424원으로 상승했다. 반면 대기업 근로자 대비 중소기업 근로자의 시간당 상대임금은 58.3원에서 56원 수준으로 하락했다.
고용 형태별로 보면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중소기업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은 78.1원에서 68.4원으로, 대기업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은 73.8원에서 66.1원으로 각각 하락했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도 41.6원에서 40.7원으로 낮아졌다. 청년층과 고령자가 많이 일하는 중소기업의 임시직 일자리의 임금 수준을 보여 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의 유무는 임금 격차를 더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14년 8월 현재 유노조·대기업·정규직 대비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의 상대임금 수준은 38.6원에 불과해 10년 전의 44원보다 격차가 확대됐다. 지난해 유노조·대기업·정규직의 근속연수는 13.1년, 무노조·중소기업·비정규직의 근속연수는 2.2년으로 6배가량 차이가 났다.
대기업 정규직과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복지수혜율 격차도 뚜렷했다. 지난해 대기업 정규직의 복지수혜율은 대부분 항목에서 90%를 넘어선 데 비해 중소기업 비정규직의 복지수혜율은 국민연금 35.9%, 건강보험 42.5%, 고용보험 41.7%, 퇴직금 37.6%, 상여금 38.1%, 시간외수당 22.3%, 유급휴가 29.6%에 그쳤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은 사업체 규모에 따른 차별에다 근로 형태에 따른 차별까지 가중된 구조를 보이고 있다"며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하려는 정책적인 의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연합뉴스
바람난 남편 ‘간통 현장 습격’, 경찰 출동 안한다226 한겨레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결혼제도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가정을 지킬 수단이 사라지고 사회·경제적 약자인 여성이 더욱 불리해졌다는 불안감이 있는가 하면, 간통죄의 ‘실효성’이 꾸준히 줄어 ‘사회적 혼란’을 말하는 것은 기우라는 시각도 있다. 간통죄 폐지로 예상되는 변화 및 궁금점을 문답 형식으로 살펴본다.
문: 불륜이 조장되는 것 아닌가?
답: 이제 간통을 해도 형사처벌은 받지 않는다. 하지만 간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 제840조는 이혼 청구가 가능한 이유들 중 하나로 배우자의 “부정한 행위”를 명시하고 있다. 이는 간통행위를 포함해 배우자 아닌 사람과 이성관계를 맺는 것을 말한다.
문: 드라마에서 보듯, 경찰관이 간통 현장을 덮치는 일은 이제 없어지나?
답: 이제 수사기관이 불륜행위 자체에 개입할 수 없다. 수사기관의 도움으로 이혼소송에 쓸 증거를 수집하는 일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문: 그렇다면 어떻게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나?
답:이혼 사유인 ‘부정행위’는 간통죄가 처벌 대상으로 삼았던 것보다는 범주가 넓다. 간통죄의 처벌 대상은 직접적 성교행위였다.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졌다고 할 정도의 상태를 입증하면 된다. 통화기록이나 문자메시지 등 불륜의 증거가 있으면 충분히 부정행위로 인정될 수 있다. 피해자 본인이 나서거나 주변 사람, 심부름센터 등의 도움으로 증거를 모을 수 있겠지만, 간통죄가 있을 때보다는 다소 어려워질 수 있다.
문: 여성들을 보호하는 장치가 사라진 것 아닌가?
답: 과거에는 간통죄 처벌이 이혼소송에 큰 영향을 줬다. 부부관계 파탄의 원인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따지는 민법 체계상 ‘간통죄 유죄’는 상대 배우자의 잘못을 입증하는 동시에 위자료나 재산분할을 더 받아낼 수 있는 중요한 지렛대였다. 가해자가 구속되면 피해자가 합의금을 받아내기 쉬워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더구나 간통죄는 친고죄라서 배우자가 고소를 취소하면 공소취소가 되는 죄였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불구속재판 원칙이 강화되면서 간통죄의 이런 ‘기능’은 약화됐다. 과거 30년간 간통 혐의로 기소된 5만2982명 중 구속 기소자는 3만5356명(66.7%)이었지만, 지난 5년간만 보면 5466명 중 22명(0.4%)만 구속 됐다
KBS2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2’의 한 장면. 화면 캡처
문: 위자료 액수에는 어떤 영향이 미치나?
답: 간통죄로 처벌받거나 해고당하는 등 불이익을 받으면, 법원은 ‘이중처벌’의 소지를 줄이기 위해 위자료를 많이 책정하지 않는 경향도 보여왔다. 간통죄가 폐지되면 이런 ‘감경 요인’이 사라져 위자료가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 반면 간통이 형법상 불법행위가 아닌 것으로 된 이상 위자료 지급의 근거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지금은 통상 외도를 한 배우자에게 1000만~3000만원의 위자료 책임을 지우고 있다. 위자료 규모는 앞으로 법원의 정책적 판단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문: 바람난 배우자도 이혼 청구를 할 수 있게 되나?
답: 현재 판례상 잘못이 있는 배우자는 기본적으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없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 청구가 가능하지만, 법원은 간통죄가 없어진다고 해서 예외적인 경우가 가시적으로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결혼생활을 유지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 파탄의 책임이 무거운 쪽의 이혼 청구도 인정하는 방향으로 조금씩 판례가 바뀌는 추세임을 고려하면, 간통죄 폐지의 취지가 그런 흐름에 얼마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간통죄 폐지, 외국 사례는? 프랑스 224년전 폐지 226 헌겨레
법무부는 1992년 형법개정안에서 간통죄를 삭제하면서 세계적으로 폐지 추세에 있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개정 때는 삭제안이 반영되지 못했다.
김종대·이동흡·목영준 전 헌법재판관은 2008년 결정문에서 "성의 개방 풍조는 막을 수 없는 사회 변화"라며 "간통죄의 존립기반이 근본적으로 동요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6일 법조계와 학계에 따르면 아시아 유교 문화권에서도 우리나라와 대만 등 극소수 국가만 형법상 간통죄를 처벌한다. 그나마 대만 형법상 간통죄의 법정형은 우리보다 낮은 1년 이하의 징역이다.
미국은 20여개 주(州)에 간통죄가 남아있지만, 실제로 처벌되는 경우가 거의 없어 사문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대혁명 때인 1791년 간통죄 처벌 규정을 없앴다. 무려 224년 전이다. 이후 간통죄를 되살린 프랑스는 1975년 형법을 개정하면서 다시 관련 조항을 폐지했다. 독일(옛 서독)은 당초 간통한 사람을 6개월 이하의 징역에 처했으나 1969년 개정 형법에서 이 조항을 삭제했다.
간통죄 처벌 법규 폐지 국가
중국은 협박의 수단을 동원해 현역 군인의 부인과 간통한 경우에 한해 3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단순한 간통은 처벌하지 않는다. 덴마크는 1930년, 스웨덴은 1937년, 일본은 1947년, 노르웨이는 1972년, 스위스는 1989년, 아르헨티나는 1995년, 오스트리아는 1996년에 각각 간통죄 처벌 법규를 폐지했다. 우간다 헌법재판소는 2007년 한 여성단체 청구를 받아들여 부인만 처벌하도록 한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날 박한철·이진성·김창종·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다수의 위헌 의견에서 "사회에 끼치는 해악이 그다지 크지 않은 경우 국가 권력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현대 형법의 추세이고, 이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간통죄가 폐지되고 있다"고 판시했다.그러면서 "혼인과 가정의 유지는 당사자의 자유로운 의지와 애정에 맡겨야지, 형벌을 통해 타율적으로 강제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세상 놀라게 한 간통 사건들…스캔들부터 협박까지 226
연예인 등 간통 사건은 신문 사회면 크게 장식
때로 민주화운동·야당 탄압 도구로 사용되기도
이병린 변호사가 간통 혐의로 구속됐다가 석방된 사건을 보도한 1975년 2월 7일자 ‘경향신문’. 그 기사 왼쪽에는 태진아씨가 역시 간통으로 구속됐다가 풀려난 기사가 실려있다.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성이라는 개인의 내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간통죄는 사회적으로 큰 관심의 대상이었다.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저명인사들의 간통 사건은 신문 사회면을 크게 장식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민주화운동이나 야당 탄압의 도구로 사용되기도 했다. 은밀한 사생활과 연관된 것인 만큼, 정보기관을 이용해 뒷조사를 한 뒤 간통죄로 걸겠다며 당사자를 ‘협박’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병린 변호사 간통 사건이다. 인권변호사 1세대로 대한변호사협회장을 두 차례 지낸 이 변호사는 1974년 12월25일 서울와이엠시에이(YMCA)에서 결성된 민주회복국민회의 대표위원을 맡았다. 이듬해 1월 중앙정보부 요원이 이 변호사를 찾아와 검찰에 간통 혐의로 고소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들먹이며 대표위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이 변호사는 중정 요원을 쫓아냈지만, 이후 단골 음식점 종업원의 별거중인 남편의 고소로 간통 혐의로 구속된다. 중정이 여자 종업원과 사실상 이혼 상태였던 남편을 회유해 고소를 종용하고 이혼소송을 내도록 한 것이다. 이 변호사는 구속 23일 만에 풀려났다. 이혼소송을 취하하면 자동으로 간통 혐의 고소도 취소되는데, 이 변호사와 함께 활동했던 이돈명 변호사가 여자 종업원의 아버지를 설득해 사위에게 이혼소송 취하서를 내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이 변호사는 민주화운동은 물론 인권변호 활동도 중단하게 된다.
1982년에는 야당인 민한당 소속 한영수 의원이 간통 혐의로 구속됐다. 현직 검사의 부인과 함께 호텔방에 투숙했다가 현장에서 발각된 것이다. 이 역시 한 의원이 전두환 정권에 대한 비판을 지속하자 국가안전기획부에서 뒤를 캐고 상대 여성의 남편에게 고소를 종용해 이루어진 사건이라고 한다. 간통 사건 수사 과정에서 엉뚱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사건이 등장하는 ‘성접대 동영상’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 사건은 건설업자 윤중천씨가 여성 사업가 권아무개씨와 성관계를 하는 장면이 담긴 휴대전화 동영상이 윤씨 아내에게 발각되면서 시작됐다. 윤씨 아내가 2012년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하자, 권씨는 윤씨가 자신에게 약을 먹여 성폭행한 것이라며 윤씨를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한다. 수사 과정에서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성접대 동영상’이 발견되면서, 간통 사건은 ‘강원도 원주 별장 고위층 성접대’ 사건으로 비화한다. 여기에 성접대 동영상에 김 전 차관이 등장한다는 소문과 보도가 이어지면서 박근혜 대통령이 마음에 둔 검찰총장 후보였다는 김 차관은 옷을 벗어야 했다.
최무룡-김지미씨 간통 사건을 다룬 1962년 11월 1일자 ‘동아일보’.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아무래도 가장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은 연예인 간통 사건이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오히려 과거일수록 간통 사건에 연루된 연예인을 바라보는 대중들의 시선이 관대했다는 점이다. 대표적 사건이 당대 최고의 영화배우였던 최무룡-김지미씨 간통 사건이다. 1962년 10월 최씨의 아내는 당시 톱배우였던 두 사람을 간통 혐의로 고소했다. 최씨와 김씨는 구속됐다가 당시로는 거액이었던 위자료 300만원을 최씨 부인에게 주기로 하고 석방됐다. 하지만 두 사람은 그 뒤로도 예전의 명성을 잃지 않았다. 최씨는 <빨간마후라> 등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누렸고, 1988년에는 고향인 경기 파주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되기도 했다. 김지미씨도 영화 <홍도야 우지 마라>와 <춘희> 등에 출연하며 인기를 이어갔고, 1974년에는 <토지>로 대종상 주연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75년에는 가수 태진아(본명 조방헌)씨가 현대건설 사장 조아무개씨의 부인인 김아무개씨와 간통한 혐의로 구속됐다. 두 사람의 신분과 나이 차이(태씨 21살, 김씨 47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또 태씨는 김씨와 만날 때마다 50만원씩 받았다고 진술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당시는 쌀 한가마(80㎏)가 5000원 남짓하던 시대였다. 태씨는 조 사장과 김씨가 협의이혼을 하고 고소가 취소된 뒤 풀려날 수 있었다. 이 사건 뒤 조씨는 현대건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고, 이명박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런 이유로 2010년께 인터넷에는 태진아씨 간통 사건 덕분에 이 대통령이 청와대를 차지했다는, ‘태진아 나비효과’라는 글이 누리꾼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논란과 무관하게 태씨는 지금까지 가요계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며 굳건한 입지를 유지하고 있다. 배우 김영애씨도 1976년 간통사건에 휘말렸지만 지금도 드라마나 영화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1984년에는 ‘여배우 트로이카’ 중 한명인 정윤희씨가 조규영 중앙건설 회장과 간통 혐의로 구속돼 장안의 화제가 됐다. 정씨는 풀려난 뒤 같은 해 12월 조 회장과 결혼하고 연예계에서 은퇴했다.
배우 옥소리씨가 간통죄로 징역8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기사가 실린 2008년 12월 18일치 <한겨레>. 한겨레 자료
하지만 2000년대 이후 간통사건에 연루된 연예인들은 대중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지 못했다. 배우 황수정씨와 옥소리씨가 대표적인 경우다. 2001년 큰 인기를 끌던 배우 황수정씨는 마약 투여 혐의와 함께 유흥업소 사장 강아무개씨와 간통을 한 혐의로 강씨의 부인에게서 고소를 당했다. 그 뒤 강씨 부인은 고소를 취하했지만, 황씨는 연예계에서 잊힌 존재가 됐다. 옥씨는 팝페라 가수 등과 간통한 혐의로 남편인 배우 박철씨에게 고소당했고 2008년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는데, 이후 연예계 활동을 사실상 접었다. 옥씨는 헌재가 4(합헌) 대 5(위헌) 의견으로 한끗 차이로 간통죄의 수명을 연장해준 2008년 헌법소원 사건을 낸 당사자이기도 하다.
간통죄 폐지] 콘돔주 폭등 “품절 사태 오나?” 간통죄 위헌 결정 직후 226 국민일보
간통죄 위헌 결정 발표 직후 콘돔주가 상한가를 기록중이다. 26일 코스닥시장에서 유니더스[044480]는 헌법재판소의 간통죄 위헌 결정 소식 이후 폭등했다. 오후 2시 28분 현재 상한가인 3120원을 기록했다.
우리는 지금 부동산 지옥의 입구에 있다 225 미디어오늘
[이태경 칼럼] 금리 오르면 파국 피할 수 없어… 불어터진 건 부동산 3법이 아니라 폭발 직전의 부동산 거품
박근혜 대통령의 '불어터진 국수'발언을 듣는 심정은 무참했다. 박 대통령은 2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지난 해 국회를 통과한 '부동산 3법(주택법 개정안,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 개정안,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을 의미하며, 각각의 내용은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탄력조정,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3년간 유예, 재건축 조합원 주택분양 3채까지 가능이다)'을 '불어터진 국수'에 비유했다. 박 대통령의 육성을 직접 확인해보자.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경제를 생각하면 저는 좀 불쌍하다는 생각도 든다”고 운을 뗀 뒤 “지난번 부동산 3법도 작년에 어렵게 통과됐는데 비유하자면 아주 퉁퉁 불어터진 국수인데, 그것을 그냥 먹고도 경제가, 부동산이 힘을 좀 내가지고 꿈틀꿈틀 움직이면서 활성화되고 집 거래도 많이 늘어났다. 불어터지지 않고 아주 좋은 상태에서 먹었다면 얼마나 힘이 났겠는가”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경제가 이런 불어터진 국수를 먹고도 힘을 차리는구나, 그래서 앞으로는 제때제때 그런 것을 먹일 수 있도록 좀 중요한 경제활성화를 위한 법안들도 통과가 (돼야 한다)”며 “지금 1년 넘은 것도 많이 있지만 그래도 다 힘을 합해 통과시키고 우선 경제를 살리고 봐야 된다”고 말했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politics_general/679351.html?_fr=mt1r
박 대통령은 부동산 3법을 불어터진 국수로 여기고 불어터진 국수라도 먹고 부동산 시장이 회복되고 그 여파로 불쌍한(?)경제가 살아난다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주택 매매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들썩이는 지금의 주택시장이 정상이고 경제활성화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촉매제 역할을 한 건 이른바 부동산 3법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이건 정말 완전한 착각이며, 위험하기 이를데 없는 인식의 전도다.
현재 주택 매매거래량이 늘어나고 가격이 들썩이는 건 치솟는 전세가격을 견디다 못해 어쩔 수 없이 매매시장으로 들어오는 가련한 임차인들 덕분이다. 그리고 이 가엾은 임차인들을 토기몰이하듯 매매시장으로 몰아댄 게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다. 임차인들은 부동산 취득비용과 재산세 부담, 주택가격하락에 대한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매매가격에 육박하는데다(http://www.hani.co.kr/arti/economy/property/679123.html?_fr=mt1r) 매물이 너무나 희귀해 도무지 구할 길이 없는 임대차 시장에 머물 방도가 없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의 심정으로 매매시장으로 들어오는 중이다
23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는 박근혜 대통령. 사진=청와대
중산층과 서민들은 전세대란에 피눈물을 흘리는 중인데 국정의 최고 책임자라는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이 살아나고 이로 인해 경제도 기력을 차린다며 희희낙낙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일부러 시민들을 못살게 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박 대통령 나름으로는 '수급의 극단적인 불균형으로 인한 전세가격 폭등 → 전세대책의 의도적 무시 → 전세시장에 머물 방법이 없는 임차인들의 매매시장 진입 → 주택거래량 증가 & 주택가격 상승 → 건설경기 활성화 & 부의 효과에 의한 소비 증가 → 경제성장률 상승'이라는 선순환 도식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그 선순환 고리가 가동된다고 믿고 있을 것이다.
불행히도 박 대통령이 꿈꾸는 선순환 고리는 시효가 다했다. 부작용이 크긴 하지만 저런식의 선순환 고리가 유효할 때가 있었다. 고용이 보장되고, 소득이 빠르게 늘며, 자산가격 상승의 수혜가 고루 퍼지던 시절이 그 때다. 그러나 그 시절은 과거의 일이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박 대통령은 현실을 직시하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주문은 박 대통령의 퍼스낼러티와 스타일 앞에서 참으로 허망하게 느껴진다.
가뜩이나 소득대비 주거비가 높은데 더해 빚내서 집을 사거나, 빚내서 전세보증금을 맞춘 중산층과 서민들은 다른 부문에 소비를 할 여력이 없다. 그나마 저금리 기조가 유지되면 다행이지만, 글로벌 경제의 심장 미국이 자산 버블의 선제적 제거를 위해 기준금리를 과격하게 올릴다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게 불가능해질 것이다. 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면 허약해질대로 허약해진 가계가 이를 견딜 수 있을까?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부동산 지옥의 초입에 있거나 이미 부동산 지옥에 빠진 것인지도 모른다. 서민과 중산층을 부동산 지옥으로 밀어넣은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
끝으로 언론에게 한 마디. 참여정부 당시 조중동을 위시한 대부분의 언론이 버블세븐 위주의 주택가격 상승에 대해 정부의 무능을 얼마나 힐난했던가? 종부세를 세금폭탄이라고 얼마나 사납게 몰아세웠던가? 하지만 노무현은 동원할 수 있는 정책수단을 모두 동원해 부동산 투기와 맞섰고 그 덕분에 전 세계가 부동산 버블 붕괴로 홍역을 치르는 사이 대한민국은 안녕했다. 백보를 양보하더라도 참여정부 당시 임대차시장은 안정돼 있었다. 버블세븐 위주로 아파트 가격이 폭등했지만 이런 현상이 주거비 상승으로 직결되지는 않았다. 쉽게 말해 버블세븐 위주의 아파트 가격상승은 상대적 박탈감에 기인한 심리적 스트레스의 영역이었던 것이다. 반면 지금의 전세난은 명백하고도 현존하는 위협이다.
노무현에게 그토록 가혹했던 언론이 정작 중산층과 서민들의 숨통을 치명적으로 조이고 있는 전세난에 대해 박근혜의 책임을 얼마나 준열하게 묻는지 묻고 싶다. 언론이 노무현을 잡듯 박근혜를 잡았다면 박근혜가 태평하게 "불어터진 국수" 운운하는 발언을 할 수 있었을까? 없었을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임금이 오를까, 임금이 올라야 경기가 좋아질까 3.3 주간경향
지금 한국 경제는 낮은 임금상승률로 인해 근로자들이 지갑을 닫아 내수경기가 회복되지 않고 있다. 국내외 많은 연구 자료들이 임금 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를 보여주고 있다. “문제는 임금이야”가 한국 경제가 풀어야 할 과제다. 명절이다. 돈이 풀리고 돈다. 돈이 돈다워지는 시기. 세뱃돈으로, 부모님 용돈으로, 제수 비용에 갖가지 선물 값까지 나갈 돈은 많다. 하지만 빤한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통 크게 명절 기분 내기란 쉽지 않다. 경기 성남의 한 방위산업체에 다니는 직장인 임모씨(39)는 명절 지출계획을 두 가지로 세웠다. 회사에서 나오는 명절 ‘떡값’이 얼마냐에 따라 플랜 A와 B가 있다. 자녀와 조카들 세뱃돈부터, 들고 갈 선물이 한우 세트일지 과일 바구니일지가 결정된다. 최악의 경우도 있다. 지난해 추석처럼 50만원밖에 안 나오면 아무리 줄여봐야 본전도 못하고 마이너스가 된다.
“그렇게 되면 다음달부터 한동안 손가락 빨고 살아야죠.”
청년단체 회원들이 2014년 6월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정근 기자
임씨의 말에 한국 경제의 현실이 함축돼 있다. 바로 낮은 임금이다. 이미 가계부채는 1100조원대로 진입했는데,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 실질임금 상승률은 2014년 3분기 0.08%(전년 동기 대비)까지 떨어졌다. 임금수준이 수년째 그 자리에 묶인 탓에 실질임금은 아직 2007년 수준도 회복하지 못한 상태다. 실질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에도 밑도는 임금상승률이 내수경기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생계비와 비교하면 임금이 얼마나 낮은지를 체감하게 된다. 한국노총이 지난 1월 발표한 표준생계비는 한국노총 소속 조합원들의 평균적인 지출 내역을 토대로 구성한 생계비 내역이다. 초등학생 자녀 2명이 있는 4인가구의 월 표준생계비는 556만원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지난해 10월 기준 전체 노동자 월평균 임금총액은 312만원이었다. 혼자 벌어서는 표준생계비에도 맞추지 못한다. 둘이 벌어야 겨우 적자를 면할 정도의 임금수준이다.
GDP 성장률에 못 미치는 임금 상승률
표준생계비는커녕 통계청의 지난해 2분기 기준 4인가구 가계지출액에도 못 미친다. 한 달에 399만원에 달하는 가계지출을 가구당 노동인구 1명이 감당하려면 매달 꼬박꼬박 88만원의 적자를 봐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올해 최저임금은 주 40시간 근무 기준 월급으로 환산해 116만6220원이다. 올해 보건복지부의 4인가족 기준 최저생계비는 월 166만8329원, 3인가족은 135만9688원이다. 최저임금 노동자 가구는 그야말로 최저한의 생계를 꾸리는 것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다. 최저임금을 받는 가구원이 2명 있어도 평균적인 가계지출액의 약 58%밖에 벌어들이지 못하는 형편이다. 단순 액수로 따지면 식·음료비의 경우 세 끼 중 한 끼만 먹어야 현재의 평균 가계지출 액수에 맞출 수 있다.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다. 소비가 줄어들면 경기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 악마의 순환에 빠져드는 것이다.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임금인상을 통해 소비를 늘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면 된다. 역발상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부터 연방정부 차원의 최저임금 인상을 주문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는 임금을 높여야 시장의 수요가 살아나고 경제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임금주도 성장론이 이론적 배경이 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0.1달러로 높이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비록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 의회의 반대로 행정명령의 효과는 연방정부와 관련 공공부문에만 한정됐지만 임금상승과 경기회복의 신호는 미국 전역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패스트푸드 매장 종업원들이 2014년 9월 4일 뉴욕 타임스퀘어 42번가의 맥도널드 매장 앞에서 피켓을 들고 연좌 시위를 벌이고 있다. | AP연합뉴스
오바마, 최저임금 인상 행정명령 내려
오바마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전후해 각 주와 지자체에서도 개별적으로 최저임금을 인상하는 움직임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까지 1%대 후반에 머무르던 미국의 임금상승률은 최저임금 인상 바람을 타고 연말 2.9%까지 오른 상태다. 미국 전역의 임금상승 현상은 지난해 10월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양적완화 종료 선언과 함께 경기회복의 신호탄으로 간주되고 있다.
임금상승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미국만이 아니다. 독일도 내수경기 진작을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단지 임금이 오른 것만으로 경기회복을 판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임금주도 성장론자들은 임금을 높이려는 정부의 정책이 국가경제의 전체적 측면에서 자본의 순환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경기순행성이라는 개념이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호황과 불황을 되풀이하는 경기의 흐름에 따라 임금수준이나 대출규모 등도 따라서 움직인다는 의미다. 경기가 좋아지면 돈이 많이 풀리고 투자와 창업도 활발해진다. 따라서 임금도 올라간다.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임금이 오르면 노동자인 소비자들이 쓸 돈이 많아지니 다시 호경기가 이어진다. 사실상 경기와 임금의 관계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관계와 같은 것이다. 국내외의 많은 연구자료들은 이처럼 임금인상이 경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리키고 있다.
부동산 활성화 정책이 가계소득 높일까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실질임금 상승률과 경제성장률 및 노동생산성 증가율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서도 임금상승이 경제성장과 생산성 증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결과가 나왔다. 홍장표 부경대 교수(경제학)가 지난해 12월 경제발전학회에 기고한 ‘한국의 기능적 소득분배와 경제성장’ 논문이 그것이다. 홍 교수는 이 논문에서 1999년부터 2012년까지의 기간에 실질임금 증가율이 1%포인트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은 0.68~1.09%, 노동생산성 증가율은 0.45~0.50%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임금이 오르면 전체 소득 중 자본소득의 비율은 줄고 노동소득의 비율(노동소득 분배율)은 늘어난다. 이 때문에 이전까지 임금상승은 기업의 자본소득 저하로 이어져 고용까지 줄인다는 통념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홍 교수의 연구는 이런 통념을 뒤집어버렸다. 노동소득은 자본소득보다 소비로 이어지는 경향이 더 높아 경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즉 개별 노동자 김씨는 받은 월급으로 생활에 필요한 소비를 하며 돈이 돌고 도는 데 일익을 담당한 반면, 김씨를 고용한 기업은 벌어들인 돈을 재투자하는 비율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실질임금이 1%포인트 오를 때 고용 역시 0.22~0.58%포인트 오른다는 분석 결과도 이를 뒷받침했다.
그러나 정부 정책은 아직 이런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2기 경제팀을 지휘하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정부가 앞장서 발표한 대책도 겉으로는 ‘가계소득 증대를 통한 경제성장 및 경기 활성화’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다. 그러나 최 부총리 취임 이후 나온 대표적인 경제정책인 부동산시장 활성화 방안과 비정규직 종합대책으로 봐선 실질적인 가계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일명 ‘초이노믹스’의 대표적 정책은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각각 70%와 60%로 완화하는 부동산 규제완화책이었다. 그 결과 일시적으로 부동산 가격을 높이며 ‘자산효과’가 나타났다. 그러나 전체 가계 중 부동산 소유 가구, 특히 수도권 아파트 보유 가구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는 특성 때문에 전체 경기 진작에는 효과가 미미했다. 가계소득의 76%가 임금소득인 데 비해 부동산 등 자산소득의 비중은 7%에 그친다. 때문에 애초에 가계소득 증대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다.
홍장표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이나 생활임금 도입 등 임금소득을 높이는 것이 경제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정책도 이런 쪽에 집중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최저임금보다도 낮은 임금을 받는 노동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약 232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들 법 밖에 있는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지급하도록 감독을 강화해도 더 많은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는 셈이다. 물론 정부가 나서서 임금을 올리는 데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정부가 직접 임금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임금을 지급하는 절대다수의 고용주는 일반 사기업이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 영세 자영업자까지 고용을 담당하는 쪽과의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만 임금수준을 높일 수 있다. 최근 아르바이트 구인구직 사이트인 ‘알바몬’의 최저임금 광고에 자영업자들이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정규직만 개선해도 임금상승 탄력
일본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등 간접적인 방안을 쓰는 대신 정부가 직접 기업에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아베노믹스’의 대표적 정책인 통화량 확대 정책만으로는 경기가 예상만큼 살아나지 않고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2013년부터 아베 총리가 직접 나서 노·사·정이 참여하는 임금 대책회의에 관여한 끝에 지난해 12월에는 사용자단체인 게이단렌(경제단체연합) 회장까지 나서 호응하는 분위기다. 임금상승이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다면 나오기 힘든 장면이다.
미국이나 독일, 일본과 달리 한국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한국의 재계와 사용자단체는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임금주도 성장론에 대해 종래의 입장을 들며 현 시점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거듭 취하고 있다. 경기침체로 대기업을 비롯해 고용의 88%를 책임지고 있는 중소기업까지 투자나 신규고용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강해져도 그에 응할 개별 기업이 현실적인 여력이 없다면 탁상공론에 그치고 말 것”이라며 “특히 중소기업에서는 임금을 올려야 한다면 고용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오히려 더 큰 사회적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임금과 고용불안의 이중고를 겪는 비정규직 문제만 개선해도 임금상승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내하청과 같은 방식으로 대기업이 고용하고 있는 비정규직 규모는 알려진 바와 달리 162만명에 달할 정도로 대규모다. 20대 재벌만으로 한정해도 2009년 이후 4년간 사내유보금은 82.6% 늘리고, 실물투자액은 70.9% 줄였다. 낮은 임금에 바탕을 둔 대기업 경영이 실물투자에는 인색하며 돈을 쌓아둔 탓에 경제 전체의 자금 흐름에는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비정규직 대책이 대기업에만 집중돼도 임금상승의 효과는 상대적으로 크다는 분석이다. 노동사회연구소의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현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실적이 부진하다며 손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려는 등 아직도 기업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임금상승을 통해 수요를 창출하려는 국제적인 흐름과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일소하는 등 원칙을 지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며 “최저임금을 내년까지 평균 급여의 50%인 시간당 8000원으로 맞추는 쪽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총수요에 가장 중요한 영향을 주는 가계에 소득이라는 ‘성장 연료’를 주입해 주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있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의 김병권 부원장은 임금주도 성장론은 시장의 원리를 넘어서 정치·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실현 가능하다고 지적한다. “임금주도 성장전략은 임금 몫을 증가시키고 최저임금을 제도화하여 임금 격차를 감소시키는 분배정책, 사회 안전망을 강화시키는 정책과 함께 금융부문에 대한 규제가 병행돼야 한다.”
저임금·소비위축의 악순환에 빠지느냐, 임금상승을 통한 경기회복을 도모하느냐. 답이 너무 뻔하지 않은가.
KTX 여승무원들, ‘9년 기다림’ 물거품 226 한겨레
대법원, 149명 “코레일 직원 아니다”
아이 엄마 된 전 승무원 “억울” 눈물
26일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뒤 전국철도노조 서울본부 KTX 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이 법정 앞에서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지금은 세살·다섯살배기 두 아들의 엄마가 된 오미선(36)씨한테 11년 전 고속철도(KTX)는 꿈의 첫 직장이었다. 우리 나이로 스물여섯이던 2004년 1월 공채 1기로 채용된 뒤 철도청(현재 코레일)의 경영연수원에 모여 승무 교육을 받았다. 그해 4월 고속철도가 본격 개통된 뒤 대전·대구·부산·광주 등의 노선을 하루에 한 차례씩 뛰었다. 무전기로 연결된 코레일 정규직인 열차팀장의 지시를 실시간으로 받으며 고속열차 승객의 안전과 편의를 살피고 객실을 돌았다. “1~2년 지나면 철도청 직원 수준의 대우를 해준다”는 회사의 약속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씨를 비롯한 고속열차 여승무원의 소속은 철도청이 아니었다. 고용주는 철도청에서 일하다 퇴직한 이들과 순직자 유가족의 원호사업을 위해 만들어진 홍익회였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공공기관의 정원이 느는 걸 막겠다며 이른바 ‘비핵심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침을 밀어붙였다. “열차 승무원 중 안내원의 업무는 파견법이 규정한 파견 대상 업무가 아니고, 독립적 업무 수행이 어려워 도급 대상 업무가 아니다”라는 노동부의 의견은 묵살됐다. 직접고용을 기대한 여승무원들한테 철도청은 이듬해 철도청이 100% 출자한 한국철도유통으로 옮기라고 요구했다. 여승무원들은 홍익회에서의 열달짜리 근로계약에 이어 2005년 말을 시한으로 하는 단기계약을 맺어야 했다. 2006년 5월이 되자 철도유통은 여승무원들한테 철도청이 지분 51%를 가진 자회사 ‘케이티엑스관광레저’로 또 옮기라고 요구했다.
결국 오씨를 비롯한 고속철도 여승무원들은 이를 거부하고 파업에 들어갔다. 철도청은 전원 해고로 응수했다. 오씨는 26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안전 관련 업무이고 코레일 정규직과 같은 업무를 수행하는데도 직접고용하지 않고 계속 자회사를 전전하게 해 파업에 나섰다”고 회고했다. 삭발과 단식, 거리농성까지 여승무원들은 젖 먹던 힘까지 짜내며 권리를 찾으려 했으나, 정부와 코레일은 힘으로 누르거나 무시했다.
일터에서 쫓겨난 여승무원들은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법의 문을 두드렸다. 1·2심 재판부는 오씨 등 여승무원 34명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법원은 “여승무원과 철도유통 사이의 업무 위탁은 위장도급에 해당해 직접 코레일이 여승무원을 채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철도유통은 도급회사로서 실체가 없고 이들 여성 노동자는 코레일 정규직인 열차팀장의 직접 지휘를 받았으므로 철도유통에서 일을 하기 시작한 2005년 1월부터 이미 코레일에 소속된 노동자로 간주한다는 뜻이다.
불안의 그림자는 추가로 소송을 낸 여승무원 115명에 대한 서울고법의 2012년 10월 판결에서 시작됐다. 여승무원 34명과 같은 사건이고 1심에서 승소한 115명한테 고법은 “여승무원과 철도청·코레일 사이에 묵시적 근로계약관계가 성립돼 있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달리 이를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마침내 26일 대법원이 각각 여승무원 34명과 115명이 낸 소송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놨다. 결론은 34명 사건에 대한 하급심의 판단이 잘못됐고, 고속철도 여승무원은 코레일 직원으로 보기 어렵고 불법파견도 아니라는 115명에 대한 서울고법의 판결은 타당하다는 것이다.
9년 전 해고된 전직 여승무원이자 아이 엄마가 울먹이며 말했다. “대법원 판결을 납득할 수 없어요. 만약 이겼다면 여승무원 상당수가 일터로 돌아갈 텐데…. 국민들이 우리가 지금껏 얘기한 게 거짓이라 여길 거 같아 억울하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지 누가 얘기 좀 해주면 좋겠어요.”
검찰 북치고, 국정원 장구치고… ‘노무현 망신주기’ 안간힘 226 경향
ㆍ지지율 바닥 MB정부 도덕성 흠집 여론전… ‘촛불’ 국면 전환 노려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 등 관련자들의 증언대로라면 국가정보원의 ‘공작’은 철저하게 ‘노무현 망신주기’에 맞춰져 있었다. 취임 직후 ‘촛불 집회’ 등으로 타격을 받은 이명박 정부가 위기국면 돌파용으로 전임 대통령에게 흠집을 내려 했다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
25일 검찰 등에 따르면 2009년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소환하기도 전에 대검에 직원을 보내 국정원 견해를 전달했다. 이 직원은 이인규 전 중수부장에게 “노 전 대통령을 불구속 기소하되 시계 얘기는 흘리는 게 어떠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규 중수부장은 이를 거절했지만, 국정원이 대검 수사에 지나치게 간섭한다는 불만이 검찰 내부에 급속도로 퍼졌다.
국정원 ‘지침’은 전직 대통령 불구속으로 여론 역풍은 최소화하면서도 그에 대한 비난은 최대한 끌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마디로 노 전 대통령 망신주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받은 회갑선물은 노 전 대통령의 금품수수 혐의의 본질이 아닌데도 이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다. 이 전 중수부장이 “‘논두렁에 버렸다’는 내용은 국정원 작품”이라고 말한 점을 고려하면 국정원이 상징적이고도 쉬운 단어를 붙여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네이밍(이름 붙이기)’ 효과를 노린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논두렁’ 얘기가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누리꾼 등 비판 여론이 들끓었다. “논두렁에 가서 명품 시계를 찾아보자”는 비아냥도 쏟아졌다.
지금까지도 ‘논두렁’은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 문제를 상징하는 단어로 각인돼 있다.
시계에 관한 혐의사실 유포도 국정원 측이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 검찰 관계자들의 설명으로는 수사기법상 시계 얘기는 언론에 공개하지 않으려 했는데도, 소환 직전 이 문제가 언론을 통해 집중 제기됐다. 노 전 대통령 변호를 맡았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사건 본질과 아무 상관없는 일로 망신을 주겠다는 비열한 짓”이라고 반발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정원이 이 같은 여론전을 시도한 것은 2008~2009년 정부 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무현 수사’가 이뤄진 2009년은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로, 촛불집회 등으로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었다. ‘정권의 위기’라는 말도 공공연히 나오던 시점이다. 원세훈 전 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던 인물이다. 이명박 정부는 불리한 여론을 반전시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고, 이 과정에서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수사에 나서자 국정원의 공작이 더해진 것이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 전 부장 등의 발언과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봐야 한다.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I put a spell on you / CC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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