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 시사인 -경향
2,2 내일-한겨레
2.3 경향-내일
2.3 한국-한겨레
2.4 시사저널-경향
2.4 한겨레-2.5 경향
2.5 내일-한국
2.5 한겨레-2.6 경향
2.6 경향-한국
2.2~2.6 경향 장도리
'론스타' 감시 대신 뒷돈 챙긴 장화식 전 대표 구속 2.7 노컷뉴스
자료사진 (사진 = 이미지비트 제공)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측에서 거액의 뒷돈을 챙긴 혐의로 장화식(52) 전 투기자본감시센터 공동대표가 구속됐다. 장씨의 구속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윤강열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6일 "소명되는 범죄혐의가 매우 중대하고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장씨는 지난 2011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을 문제삼지 않고, 유회원(65) 론스타코리아 대표의 탄원서를 써주는 대가로 유 대표로부터 8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탄원서에는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장씨가 유 대표에게 먼저 돈을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장씨는 검찰 조사에서 "론스타 인수로 인한 해임에 따른 보상금 명목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가 돈을 받은 시점은 유 대표가 론스타펀드의 외환카드 합병 과정에서 허위감자설을 유포해 주가조작을 한 혐의로 기소돼 파기환송심을 밟고 있던 중이었다.
당시 장씨와 유 대표는 '집행유예로 풀려날 경우 4억원을 추가로 지급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도 쓴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유 대표가 같은 해 10월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2월 판결이 확정되면서 뒷돈은 더 이상 거래되지 않았다.
검찰은 지난 3일 장씨와 유 대표를 체포해 조사했고, 유 대표를 4일 밤 석방했다. 검찰은 유 대표에 대해서도 배임증재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사회적 소득불균형 심각… 한국 가정복지 꼴지 수준 2.7 한국일보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OECD 국가 중 지속가능성 26위에 "분배로 무게 중심 옮겨 균형 잡아야"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한 가정 영역의 지속가능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 수준이란 분석이 나왔다.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기 위해선 국가의 재정건전성, 시장경제의 생산성, 출산율과 삶의 만족도와 관련한 가정의 역할이 원활하게 선순환돼야 하는데 우리나라 가정은 빈곤과 소득불평등으로 복지 수준이 떨어져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제출한 ‘OECD 복지국가 지속가능성의 다차원적 평가와 지속가능 유형별 복지정책의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가정(복지) 부문 지속가능지수는 0.292로 OECD 분석 대상(2013년 기준) 27개국 중 26위로 조사됐다. 지속가능지수는 합계출산율과 평균수명, 삶의 만족도 등 5개 항목을 분석해 국가간 상대적 수준을 비교한 것으로 1에 가까울수록 더 지속가능하다는 의미다. 한국은 포르투갈(0.280)만 간신히 앞섰을 뿐 1위인 스위스(0.557)의 절반 수준으로 나타났다.
석재은 교수는 “가정 영역의 지속가능성이 낮다는 건 개개인이 누리는 복지와 체감하는 삶의 질 수준이 매우 열악하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OECD 가입국 중 상대적 빈곤율이 26위, 주관적 삶의 만족도가 24위에 그치는 등 우리나라의 분배 관련 지표는 매우 취약한 상황이며, 출산율(1.19)도 최하위권이어서 사회적 재생산에 지속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게 석 교수의 지적이다.
반면, 시장경제 생산의 지속가능지수(0.52)는 15위로 중간 수준이었으며, 특히 국가 재정(0.618)은 5위로 상위권이었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재정 영역의 건전성이 비교적 높은 것은 고령화율이 OECD 국가들의 3분의 2 수준에 불과하고, 공적연금제도가 아직 덜 성숙해 복지지출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세 영역을 합한 한국의 복지국가 지속가능지수는 1.43(최대 3)으로 중하위권인 17위였다. 1위는 스위스(2.064)였으며, 노르웨이(2.056), 스웨덴(2.020) 등이 뒤를 이었고, 룩셈부르크(1.86ㆍ5위), 네덜란드(1.787ㆍ6위), 오스트리아(1,672ㆍ9위)도 지속가능지수가 높은 편이었다.
석 교수가 지속가능 측면에서 이들 국가들을 유형화한 결과, 상위권의 국가들은 경제ㆍ재정적 지속가능성은 물론, 사회적 지속가능성까지 모두 높은 유형으로 묶였다. 반면, 한국은 호주와 함께 경제ㆍ재정적 지속가능성은 높지만 사회적 지속가능성은 낮은 유형으로 분류됐다. 이 유형은 공적지출 비율이 사적 지출보다 낮아 지속가능한 복지국가가 되기엔 한계가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석 교수는 “급속한 고령화로 경제ㆍ재정적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는 것도 큰 난제가 되겠지만, 특히 사회적 양극화를 줄여 가정의 재생산 기능을 회복하고, 사회적 지속가능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한국형 복지가 지속가능하려면 현재 과하게 쏠린 경제생산 시스템에서 사회적 분배로 무게 중심을 옮겨 균형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경제 민주화'에서 '골프 활성화'…박근혜의 '폭주' 2.6 프레시안
'경제 민주화' 실종 사건
"'창조 경제'가 꽃을 피우려면 '경제 민주화'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공정한 시장 질서가 활성화되어야만, 국민 모두가 희망을 갖고 땀 흘려 일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사입니다. 경제를 살리려면 '창조 경제'와 '경제 민주화'가 필수적이라는 얘깁니다.
"이제는 (경제 민주화 관련) 법도 어지간히 통과됐고… 거의 끝에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박근혜 대통령. 2013년 7월 10일 언론사 초청 오찬간담회)
"경제 민주화 법안들은 이제 일단락됐다."(현오석 당시 경제부총리. 2013년 7월 16일 기자간담회)
불과 6개월 만에 대통령의 공약은 실행 완료를 선언하며, 이렇게 사라졌습니다. 그리곤 '경제 활성화', '경제 혁신'이라는 말이 '경제 민주화'를 대신했고, 세월호 참사 후 "국가 대개조"를 약속했던 박 대통령은 이 말을 슬그머니 '국가 혁신',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급기야 지난 2월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업무 보고에서 '경제 민주화'는 사라졌습니다. 2013년 업무 보고에서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와 통행세 관행, 순환출자 해소에 주력하겠다던 모습과는 100퍼센트(%) 달라진 모습입니다. 오히려 지주회사의 증손회사 100% 규정을 완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공정거래위가 부추기고 있는 겁니다.
결국 박 대통령 본인의 지론이었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은 세운다)로 되돌아온 겁니다. 뻔한 얘기를 새삼스레 끄집어낸 이유는 '경제 활성화' 또는 '경제 혁신'이 '골프 활성화'까지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이 정도면 막 가자는 거죠.
▲ 박근혜 대통령이 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국무위원들과 티타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골프 활성화' 전말
이번 주에 느닷없이 '골프 활성화'가 등장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3일 국무회의 전 티타임에서 정홍원 국무총리, 최경환 경제부총리 등과 환담하며 "올해 10월에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프레지던트컵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골프대회이고 아시아에서는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데 (제가) 명예회장으로 있다"며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골프가 침체돼 있으니, 활성화에 힘을 써 달라는 건의를 여러 번 받았다"고 운을 뗐습니다.
'규제완화'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최경환 부총리가 가만히 있을 리 없죠. "국내에서 골프 관련 특별소비세·개별소비세 (등이 붙어) 말씀하신 대로 너무 침체돼 있어 외국에 가서 사실은 많이 한다"고 말했다는군요. 최 부총리는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2년에 해외 골프 수요를 국내로 끌어오겠다며 회원제 골프장에 대한 개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면제한 기억을 떠올렸을 겁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방안을 마련해 보라"고 지시했습니다. 한 마디로 골프와 관련된 '줄푸세'를 지시한 겁니다.
(☞ [레이더P] 골프 해금령이 결정된 청와대 티타임)
'경제 민주화'에서 '경제 활성화'로, 그리고 '골프 활성화'까지 대통령의 폭주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과연 대통령의 한 마디는 무섭습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다음날 기다렸다는 듯이 "조만간 '골프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부처 간 조율을 거쳐 방침을 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골프장 이용료에는 개별소비세와 교육세, 농특세, 부가가치세 등을 합쳐 라운드당 2만1120원의 세금이 부과되고 체육진흥기금(3000원)이 붙습니다. 골프장에 부과되는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취득세 등의 세율도 다른 업종보다 높은 편이죠.
문제는 담뱃세 인상 논란, 세제개편의 역진성 논란, 건강보험 시스템 개혁 취소 등 세제와 관련해서 국민들의 분노가 치솟는 가운데 과연 '골프세'만 내릴 수 있을까요? 아마도 할 겁니다. 이미 한번 해 본 일인데다 부자와 자기들에게 도움이 되는 (장관들은 얼마나 골프를 마음 놓고 치고 싶었을까요?) 일은 일사천리로 처리하는 정부니까요. 박 대통령이 국제 골프대회의 명예회장이라지 않습니까.
'증세 있는 중복지' '증세 없는 복지 축소' '증세 없는 복지'
새누리당이 사실상 박 대통령을 탄핵했습니다. 비박계로 알려진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된 것은 새누리당 의원 다수가 내년 총선에서 "박 대통령 팔기"가 통하기는커녕 오히려 손해라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겠죠.
유승민 신임 원내대표는 5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수준의 복지만 유지하려 해도 증세를 하거나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면서 "증세를 한다면 사회 정의나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가난한 그룹이 억울하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법인세도 성역으로 둘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부담-저복지'에서 이른바 '중부담 중복지'(중간 수준의 증세로 중간 수준의 복지를 달성하겠다)로 가자는 겁니다. 분명히 박 대통령의 '증세 없는 복지'를 비판한 거죠.
같은 날, 김무성 대표도 "증세 없는 복지는 불가능하다"며 거들었습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은 복지 축소를 향하고 있는 듯합니다. 이미 지난해 11월, 김무성 대표는 무상급식·무상보육 TF를 출범시켜 복지예산 축소 수순을 밟고 있으니까요. 즉, 그는 "증세 없는 복지 축소"를 주장하는 셈입니다.
(☞ 김무성 "복지 과잉으로 가면 국민 나태")
한편 최경환 부총리는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지하경제 양성화, 세출구조조정 등으로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그래도 안 되면 국민 공감을 얻어 증세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직도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하다고 강변하는 겁니다. 문제는 담뱃세, 세액공제, 건강보험료 파동을 통해 국민들이 이 뻔한 거짓말을 믿지 않는다는 겁니다.
즉, 현재 여권은 '증세 있는 중복지'(유승민), '증세 없는 복지 축소'(김무성), '증세 없는 복지'(최경환)으로 나뉘어 있는 셈입니다. 물론 박 대통령이 말을 바꾸지 않는 한, 이 뻔한 거짓말은 계속될 겁니다. 더구나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감세'가 필수적인데, 어찌 '증세'를 하겠습니까? 모든 정책의 상위에 '줄푸세'가 버티고 있습니다.
교황청, TPP 비판하다
봄이 오면 한국은 또 하나의 대논쟁에 휘말리게 될 겁니다. 바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들어갈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입니다. 정부는 일본이 TPP에 들어갔는데, 한국이 빠지면 해외 부품 수출에서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고 주장할 겁니다.
완전한 비밀로 진행되고 있어서 그냥 '한미FTA+'(한미FTA보다 더 강한 협정)라고만 알려져 있는 TPP에 대해 지금 구체적인 얘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교황이 TPP를 비판했다는 사실만 미리 알려 드립니다.
교황청(Holy See)의 토마시와 눈치오 대주교는 2013년 12월 제9차 WTO 장관회의에서 TPP(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과 TTIP(미국과 EU의 FTA)를 비판했습니다. 특히 의약품 특허 강화와 해외 투자자들의 과도한 법적 권리를 문제 삼았죠. 세계적 논쟁을 불러일으킬 이런 견해를 대주교들이 발표한 것은 사전에 교황의 승인이 있었다는 걸 의미합니다.
(☞ Holy See (The Pope) Criticizes TPP And TAFTA/TTIP In WTO Speech)
TPP에 관한 교황의 견해는 이렇습니다.
"소수자가 부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경험하는 동안, 광범위한 대다수를, 이 한 줌의 무리가 누리는 번영으로부터 분리시키는 장벽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불균형은 시장과 금융투기의 절대적 자율을 옹호하는 이데올로기의 결과다. 결국 공동선을 향한 경계의 임무를 부여받은 국가의 권리가 완전히 상실되었다. 이리하여 새로운 독재가 탄생했다.
때론 보이지도 않고 때론 가상적인 이 독재는 일방적으로 끊임없이 자신의 법과 규칙을 강요한다. 이러한 정책이 때로 WTO에서 협상을 벌이는 무역규칙이나 양자 간 또는 지역 FTA에 각인되는 더 나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그 결과 많은 나라들은 지역무역협정이나 양자 간 무혁협정을 통해 무역을 자유화하게 되었다. 지난 15년간 이러한 협정들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지금은 이들 지역협정을 확대해서 TTIP(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 즉 미국과 EU의 FTA) 나 TPP와 같은 초지역협정으로 만드는 명백한 경향이 생겨났다. 명백하게 지역협정의 확대는 무역자유화를 진전시키려는 발걸음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들 협정이 불가피하게 진정한 다자간 협정에 도달할 가능성을 위협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사실상 지역협정에 가입하면 그 나라는 다자간 수준의 무역자유화 노력을 기울일 유인을 잃어버린다. 우리는 오직 다자간 시스템만이 명확하고 평등한 체제라는 것을 안다. 이 시스템에서는 작고 가난한 나라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나라는 비대칭적인 지역무역협정에서는 손해를 본다. 발전도상국이 지역협정과 양자 간 협정에서 약속하는 가장 위험한 양허는 구명 의약품의 독점을 강화하는 조항과, 이들 나라가 지속가능하고 포용적인 발전을 추진할 정책적 공간을 제한하는 조항이다. 전자는 의약품에 대한 접근과 이용 가능성을 줄이고 후자는 해외 투자자들에게 과도한 법적 권리를 부여한다."
정말 경제학에 능통한 교황입니다. 비바 프란치스코!
고비마다 ‘회의록 카드’ 휘두른 여권·검찰에 ‘유죄 선고’ 2.6 경향
ㆍ청·새누리, 국정원 댓글·공약 후퇴 파동 등 물타기에 활용
ㆍ‘사초 폐기’로 몰더니… 정치검찰 ‘청부·표적 수사’ 명확해져
법원이 6일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혐의로 기소된 노무현 정부 인사들에게 무죄를 선고한 것은 그간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활용한 여권과 검찰에 사실상 ‘유죄’ 선고를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치적으로 여권과 검찰이 ‘단죄’를 받은 셈이다. 새누리당 등 여권은 정치적 위기 때마다 보호받아야 할 대통령기록물을 정략적으로 이용해왔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초본을 삭제한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가운데)과 조명균 전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 비서관(왼쪽)이 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 김기남 기자 kknphoto@kyunghyang.com
■ 정권 위협 시마다 휘두른 ‘회의록’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박근혜 정부 출범 전부터 여권이 쥐고 있던 ‘카드’였다.
시작은 2012년 10월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말하면서였다.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에게 처음으로 뒤진 결과가 나타날 때였다.
새누리당은 국회의원 면책특권을 활용해 고인인 전직 대통령에게 ‘색깔론’을 제기함으로써 보수층을 결집하고 ‘안보적으로 불온한 야권 후보’ 이미지를 확산시켰다. 대선 닷새 전인 12월14일 김무성 당시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부산 유세에서 “대한민국이 이래서 되겠나”라며 회의록을 줄줄 읊었다.
대선 승리 이후에도 회의록은 여권의 ‘전가의 보도’였다.
2013년 6월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기소되고, 여야가 국정조사에 합의하자 이번에는 국정원과 여당이 합작했다. 국정원은 국회 정보위 여당 의원들에게 ‘짜깁기 발췌본’을 발설하더니 나흘 뒤에는 비밀등급을 수정해 회의록 전문을 공개했다. 회의록은 쓰나미처럼 정국을 뒤덮었다.
여야는 회의록 원본을 찾기 위해 나섰지만 국가기록원에서도 찾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사초 폐기 범죄’라며 같은 해 7월 문재인 의원 등 참여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고, 11월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이 기소됐다. 당시는 박 대통령이 기초연금 20만원 지급 공약 폐기로 대국민 사과를 한 직후였고, 국정원 댓글 수사를 지휘하던 채동욱 검찰총장도 낙마해 여론이 악화된 상황이었다.
■ 국론만 분열시킨 ‘회의록 정국’
법원의 이날 판결은 노무현 정부 인사들의 혐의를 벗겨준 것에 그치지 않는다. 위기 때마다 기밀사항을 거리낌 없이 활용한 여당과 정권에 주는 ‘정치적 경고’ 의미가 크다.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 지시에 의한 ‘사초 삭제’ ”라는 검찰의 주장 중 어떤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서 법원은 지난해 12월 회의록 최초 공개자인 정문헌 의원에게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이례적으로 검찰이 구형한 500만원의 2배에 이르는 벌금형이 선고됐다.
노무현재단이 이날 “오늘의 무죄 판결은 여당과 정치검찰에 거짓과 허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선언”이라고 밝힌 것은 이 같은 맥락에서다. 재단은 이날 성명을 내고 “한반도 평화와 공동번영을 향한 전직 대통령의 헌신을 날조하고 정략적으로 활용한 행태가 ‘사실’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판결은 지난 2년여간 대선과 정권위기 상황에서 국론을 소모적 정쟁으로 끌어들인 여권의 ‘정치적 과오’를 확인한 의미가 있다. 이에 대한 ‘정치적 판단’은 향후 숙제로 남게 됐다. 결과적으로 ‘보이지 않는 피고인석에 노 전 대통령을 앉혀놓고 모욕주기’(노무현재단)를 한 죗값은 벌금 1000만원이 전부였다.
국민을 위한 기록인가, 주군을 위한 기억인가… MB 자서전 논란으로 본 ‘대통령의 회고록’
MB·YS ‘자화자찬형’DJ·노무현 ‘고백·후회형’노태우 ‘폭로형’
대통령의 기록은 역사의 기록이다. 개인의 기억을 역사의 기억으로 남기는 대장정이다.
역사학자 야코프 부르크하르트는 역사를 ‘한 시대가 다른 시대 속에서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 일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했다. 역대 대통령 10명 중 5명이 자서전이나 회고록으로 저마다 ‘주목할 만한 가치’를 내놓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회고록은 ‘폭로형’이다. 퇴임 후 약 20년 만인 2011년에 선보였다. 노 전 대통령은 1992년 대선 당시 김영삼 후보에게 3000억원대 대선 자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금진호 상공부 장관과 이원조 의원을 통해 2000억원을, 대선 막판에 김 후보 측에게 직접 1000억원을 지원했다”고 썼다. ‘5공의 황태자’로 불렸던 박철언 전 정무장관도 회고록 <바른역사를 위한 증언>(2005년 8월)에서 “1990년 3당 합당을 앞두고 김영삼 신민당 총재에게 약 20억원을 제공했다”고 공개했다. 김 전 대통령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지만 정작 김 전 대통령은 아직까지 언급이 없다.
퇴임 3년차인 2001년에 나온 <김영삼 대통령 회고록>은 ‘자랑형’이라 할 만하다. 군 개혁, 금융실명제 도입, 역사 바로 세우기 등 치적만 나열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책임은 임창렬 당시 재경부 장관에게 돌렸다. 10·26 직전 의원직 제명을 검토했던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립했고, 1987년 대선 후보 단일화 실패 책임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있다는 주장을 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김대중 자서전>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운명이다>는 모두 사후 1년 만에 나온 자서전이다. 비교적 대통령의 인생 역정과 국정 철학을 충실하게 담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대중 자서전>(2010년 7월)은 대통령 후보, 야당 총재, 국가반란 수괴로 불렸던 파란만장한 개인사와 70여년의 굴곡진 정치사를 재현했다. 자서전 첫 장은 “내 어머니는 평생 작은댁으로 사셨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서자 고백’이다. 1973년 ‘김대중 납치사건’이 박정희 전 대통령 지시였다는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증언도 소개했다. 1987년 김영삼 통일민주당 총재와의 후보 단일화에 실패했을 때 “나라도 양보를 했어야 했다. 너무도 후회스럽다”고 한탄했다.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가 2004년 8월 직접 찾아와 ‘아버지 시대’를 사과했을 때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살아서 화해를 청한 것처럼 기뻤다”고 썼다. 역대 대통령 중 이명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건설회사 재직 때의 안하무인식 태도’ ‘냉전적 사고방식’ 등으로 맹공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운명이다>에서 대북송금특검을 ‘통치행위론’으로 막으려 했던 비사를 공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대중 전 대통령 스스로가 한 일이 아니라고 한 탓에 통치행위론으로 특검을 막으려던 근거가 사라졌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김 전 대통령은 “이해하기 황당하고 불쾌하다”고 되받았다.
2002년 16대 대선에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가 결렬된 배경을 “정부 인사권 절반을 약속하라는 정 후보 측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2004년 탄핵 때 “아내는 촛불집회를 보며 우리 편이 많다고 좋아했지만 나는 겁이 났다”면서 두려웠던 심경을 전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직자 비리 수사처 설치 실패를 후회했다. ‘실패한 대통령’이라는 고백이 자서전을 관통하고 있다.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표집필했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기록물관리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서 대통령기록물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첫발을 뗐다. 비밀문서만 9800여건을 남겼다.
그러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대통령기록물 유출 시비 등은 후임 이명박 정부와 내내 부딪히는 쟁점이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2년 만에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을 내놓았다. ‘자화자찬’과 ‘남 탓’으로 일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고록 내용을 놓고 전·현직 정권이 충돌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는 “노 전 대통령이 월령 제한 없이 전부 수입하겠다는 내용을 미국과 이면합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 측은 “국익을 해치는 부당한 양보를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010년 세종시 수정안 부결 사태는 친박근혜계의 ‘정운찬 경제용’이라고 봤다. 현 청와대는 “오해”라며 불쾌해 했다.
이 전 대통령은 주요 쟁점에 대해 “단기간 성과는 힘들기 때문에 신중하게 평가해야 한다”(자원외교),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대규모 투자사업이 필요했다”(4대강 사업)고 주장했다. 북측이 남북정상회담 대가로 100억달러 등을 요구했다고 주장, ‘외교문서’ 공개 논란도 자초했다.
김익한 명지대 기록정보과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 자서전을 쓴다는 것은 국가 최고 지도자가 어떤 통치철학을 갖고 정치를 했는지 사회적으로 남기는 행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의혹자판기' 이완구, 이번엔 교수 특혜 채용 논란 2.7 오마이뉴스
김경협 "처남이 채용 담당할 때 경기대 조교수로"... 학내비리 로비 의혹도 제기
▲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1월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임시 집무실로 출근하던 중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이희훈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각종 논란이 끊이질 않는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이번엔 교수 특혜 채용 의혹에 휩싸였다.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7일 "이 후보자가 1996년 3월 경기대학교 행정대학원 조교수로 임용될 당시 그의 처남 이아무개 교수가 행정대학원 교학부장이었다"고 밝혔다. 교학부장은 교수·강사 인사 추천권을 가진 교학부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김 의원은 "1995년 2월 충남경찰청장직에서 사퇴한 뒤 총선을 준비하던 이 후보자가 처남을 통해 선거용으로 교수직을 얻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완구 후보자가 경기대 학내비리문제와 관련해 로비활동을 벌였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손종국 당시 총장은 1999년 6월 이 후보자의 처남, 이아무개 교수에게 대외협력처장 업무를 맡겼다. 그런데 손 총장은 2004년 4월 교비 횡령 혐의로 구속된다. 경기대 민주동문회는 그해 9월자 소식지 <청년경기>에서 손 총장의 재직 시절 문제점을 언급하며 "손종국 (총장) 체제는 (당시) 민주당 A·B 의원, 자민련 이완구 의원 등을 통한 체제 강화를 위해 전방위 로비를 벌여간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이 일을 두고 "형사사법학을 전공한 대외협력처장과 경찰 출신 국회의원 이완구 후보자, 손종국 총장의 관계가 석연치 않다"며 "이 후보자는 (자신이) 부적절한 연결고리에 얽혀 있는 것은 아닌지 국민께 소명해야 한다"고 했다.
관련 기사]
새 총리에 이완구... 김기춘은 이번에도 유임
이완구 총리 내정에 "이제 당과 정부 한몸 됐다"
새정치 "이완구, 장인 장모 내세워 땅 투기"
이완구 차남 엑스레이 공개... "무릎인대 재건 수술 확인"
강남 타워팰리스까지... 이완구 땅 투기 의혹 짙어진다
삼청교육대·황제특강·타워팰리스... '사면초가' 이완구
이완구 후보, 종편 간부에게 "의혹보도 막아달라" 외압 의혹
박호열의 영화로 읽는 세상이야기
<강남 1970>이 깡패영화? 칼부림 들어내니 달리 보이네 2.6 오마이뉴스
[영화로 읽는 세상이야기 106] 한국 천민자본주의 속살 들춘 영화 <강남 1970>
한국 근현대사를 전혀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영화 두 편이 상영 중입니다. <국제시장>과 <강남 1970>입니다. 두 영화가 주요 시대 배경으로 삼는 시점은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인 1970년대입니다. 두 영화는 동시대를 시·공간의 무대로 삼고 있지만, 질감과 관람 포인트는 많이 다릅니다.
<국제시장>은 1950년 6·25 당시 흥남철수부터 이산 가족 찾기까지 한국 근현대사 속에서 가족이라는 둥지를 지키기 위해 생사를 넘나들었던 아버지 세대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척박한 분단과 독재의 땅에서 가족을 위해 희생해 온 아버지의 일대기를 통해 억세게 질긴 민초의 역사를 조명합니다.
<강남 1970>은 '욕망의 땅' 강남 개발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추악한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까발립니다. 5·16 군사쿠데타 출신의 공화당 국회의원들이 대통령 선거 자금 마련을 위해 암투를 벌이는 모습을 통해, 어떻게 '강남불패 신화'와 부동산 투기왕국이 만들어졌는지를 조명합니다.
<강남 1970>은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비열한 거리>로 이어진 유하 감독의 거리 시리즈 완결판으로 불립니다. <강남 1970>은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도 전작들보다 밀도가 헐겁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저 그런 깡패영화로 취급받기도 합니다.
기자는 영화를 삐딱하게 보기 위해 주먹들의 피 칠갑 향연을 걷어냈습니다. 대신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남서울개발계획을 통해 한국 천민자본주의가 어떻게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는지, 누가 <국제시장>에서 덕수와 같은 아버지들의 삶을 지배하며 숱한 가정을 풍비박산 냈는지 그리고 여전히 강남 노른자위 땅을 차지하며 한국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권력자들이 누구인지 들여다봤습니다.
박정희 정권 남서울개발계획 발표... '강남 신화'가 시작되다
▲ 한국 천민자본주의의 민낯을 고발하는 영화 <강남 1970> 포스터. ⓒ (주)모베라픽처스
먼저 남서울개발계획에 대해 간략히 살펴야 합니다. 남서울개발은 개발계획 발표 당시 서울시 기획관리관이었던 손정목 전 교수가 쓴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5권)에 상세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유하 감독이 "그 당시 땅 얘기를 통해 돈의 가치가 어떤 도덕적 가치나 민주적 가치보다 우월한 세상, 뒤틀린 자본주의 세상에 대해 역으로 반성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 모티브로 삼았다"고 밝힌 바로 그 책입니다.
책에 따르면 강남 개발은 당시 박종규 청와대 경호실장 등이 주도한 '박정희 대선자금 프로젝트'에서 비롯됩니다. 이들은 1968년 착공된 경부고속도로 건설을 계기로 영동지역의 400만 평을 구획정리사업지구로 지정합니다. 영동제1구획정리가 오늘날의 서초구고, 제2구획정리로 만들어진 게 강남구입니다. 지금 강남 신도시의 밑그림이 이때 그려진 것입니다. 이후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공사, 영동 아파트지구 개발사업 등이 잇따라 발표됩니다.
구획정리로 땅을 강제로 빼앗는 가운데 본격적인 토지 매입이 시작됩니다. 공화당에서 나온 자금으로 서울시 관계자 등이 강남 일대의 허허벌판을 싼값에 사 모읍니다. 땅이 확보되자 서울시는 1970년 남서울개발계획을 발표합니다. 땅값이 몇 백 배로 뛰어오릅니다. 이른바 부동산 투기의 전설로 회자하는 '말죽거리(양재역) 신화'가 탄생한 것입니다. 이윽고 천문학적인 금액의 대선자금이 청와대에 상납 됩니다.
이 과정에서 시선을 끄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1971년 시행된 잠실지구 공유수면 매립공사처럼 땅 짚고 헤엄치는 공사를 정권으로부터 넘겨받은 건설사들이 떼돈을 버는 장면입니다. 건설사들은 그 돈의 일부를 정치자금으로 상납하고 다시 이권을 챙기는 과정을 되풀이하며 그룹이 되고, 재벌이 됩니다. 또 하나는 강북에 있던 경기고 등의 강남 이전입니다. 강남 개발 촉진책의 일환으로 진행된 명문고 이전은 이후 강남8학군으로 위세를 떨칩니다.
강남 개발을 통해 알 수 있듯이 1970년대 박정희 유신정권과 서울시, 건설사는 부동산 투기의 공범입니다. 또한 한국자본주의를 천민화(賤民化), 기생화시킨 주범입니다. 이들에게 '지갑은 곧 권력'입니다. '지갑'을 소유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도덕적 가치 따위는 싹부터 말살해버립니다. 그럴 때 지갑으로부터 권력이 나오니까요. 이들에 의해 촉발된 부동산 투기는 80~90년대를 휩쓴 후 대한민국을 '투기공화국'의 반석 위에 단단히 올려놓습니다.
"영동을 명동으로 만들 수 있어, 위에서 부채질만 잘해주면…."
▲ 천애고아 종대가 주먹 생활을 청산하고 세탁소를 차린 길수와 딸 선혜 등과 보낸 행복한 한 때. “내 땅 한번 원 없이 만들어 보겠다”는 종대의 욕망은 모두를 산산조각 내 버린다. ⓒ (주)모베라픽처스
영화의 중심엔 종대(이민호)와 용기(김래원)가 있습니다. 순전히 입에 풀칠하기 위해 정치깡패에 휩쓸린 두 사람은 얼떨결에 야당 전당대회장에 각목을 들고 뛰어들었다가 헤어집니다. 3년 뒤 재회한 두 사람은 동네 건달과 조폭으로 만나 남서울개발계획을 배경으로 돈과 권력을 향한 무한 질주에 몸을 내던집니다.
종대와 용기의 뒤에는 5·16 쿠데타 출신 공화당 국회의원 서태곤과 재정위원장 박승구가 있고, 또 그 뒤에는 '날아가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남산의 김 부장이 버티고 있습니다. 김 부장은 대선자금을 모으기 위해 허허벌판의 지도 위에 매직으로 죽죽 선을 긋고는 '여기는 아파트 단지', '고속버스터미널' 등의 개발계획을 제시하며 땅을 사들일 것을 지시합니다.
종대는 강남 복부인 민 마담과 함께 강남의 땅을 사들입니다. 민 마담은 "영동을 명동으로 만들 수 있어, 위에서 부채질만 잘해주면..."을 입에 달고 삽니다. 용기는 명동파의 막내에서 넘버원에 오르기 위해 서슴없이 칼을 휘두릅니다. 이들 뒤에서 서태곤과 박승구는 충성경쟁을 벌이며 대선자금 모금을 현장에서 지휘합니다. 여기까지는 앞서 손 전 교수가 책에서 기록한 것처럼 1970년대 박정희 정권이 주도하던 정치권력과 폭력의 지형도를 날것 그대로 화면에 재현합니다.
이후 영화는 돈과 땅과 폭력이 피 칠갑이 되어 저잣거리에서 나뒹구는 끔찍한 광경을 쉼 없이 펼쳐 놓습니다. 그와 함께 1970년대 한국사회 풍속의 단면도 재현합니다. 대표적인 게 박정희를 위시한 5·16 쿠데타 세력의 유흥문화입니다. 김 부장과 국회의원이 참석한 룸살롱에서 민 마담은 일본 엔카 '블루 나이트 요코하마'를 일본어로 부르고, 이들은 아련한 향수에 젖습니다. 엔카가 70년대 서울 밤거리를 넘실거린 데는 5·16 쿠데타 세력의 취향이 혁혁한 공을 세웠습니다.
그러나 천민자본주의에 대한 조소와 풍자는 여기까지입니다. 전반부에도 종대와 용기가 부동산 투기에 뛰어들기까지 롱 테이크로 촬영하듯 지루한 서사가 이어지더니 후반부에서는 땅을 둘러싼 권력과 폭력의 탐욕을 칼부림으로만 처리해버립니다. 결국, 영화는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권력과 땅의 커넥션과 구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꼬여버린 채, 장르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는 것으로 급선회합니다.
'자본의 성채'에서 '강남의 아들'로 화려하게 변신
▲ 공화당 서태곤 의원이 권력투쟁에서 박승구를 제압한 후 민마담과 춤을 추고 있다. 영화는 서테곤을 통해 ‘강남불패 신화’의 역사를 까발린다. ⓒ (주)모베라픽처스
영화 속 군상들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는 몇몇을 제외하곤 모두 산산조각이 납니다. <국제시장>의 덕수가 질긴 생명력으로 유신정권의 캐치프래이즈였던 '조국 근대화의 기수'를 온몸으로 체현했다면 조직의 중간보스를 하다 손을 끊은 길수(정진영)는 종대를 지키려다가 예상치 못한 결론을 맞이합니다.
이윽고 종대를 비롯해 용기, 길수의 딸 선혜 그리고 권력의 하수인들까지 철저하게 농락당한 후 용도 폐기됩니다. 그들에게는 '말죽거리의 신화'였으나 이들에게는 한편의 '말죽거리 잔혹사'였던 것입니다. 길수가 종대를 자신의 호적에 입적까지 하면서 지키려고 했던 가족은 덕수가 생이별을 한 여동생을 찾고 노년에 아들딸과 화목한 시간을 보내는 것과는 결을 달리한 것입니다.
권력 암투에서 승리한 서태곤은 축배를 들며 '강남의 아들'로 화려하게 변신합니다. 그는 한국사회 상위 10%가 전체 부동산의 절반 가까이 어떻게 소유하게 됐는지를 보여주는 산증인입니다. 또한 공화당으로부터 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권력을 독점해 온 권력자입니다. 박정희가 만든 '강남불패의 신화'는 이렇게 유구한 역사를 계승하며 딸 박근혜에게 '승리의 역사'를 승계해 주었던 것입니다.
반면 저잣거리의 민초들은 생존을 위해 목숨을 걸어야 할 신세로 전락합니다. 영화의 남서울개발계획은 폭력적인 도시계획의 전형으로 꼽힙니다. 1971년 유신정권이 판자촌 철거민 13만여 명을 광주(성남)로 강제 이주시키면서 발생한 이른바 국가 폭력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는 '광주대단지사건'도 있었습니다. 그로부터 38년이 지난 2009년 1월 20일. 용산4지구 남일당 건물 4층에서 강제철거 중단과 주거생존권을 요구하며 농성하던 세입자들이 공권력에 의해 화마에 휩싸인 사건도 있었습니다.
용산참사로부터 다시 5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남서울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조성된 잠실에 롯데월드타워가 들어섰습니다. 비행기의 항로까지 바꿔가며 위용을 떨치는 롯데월드타워를 배경으로 영화에서 일장연설을 하는 이가 있습니다. 노구를 이끌고 총선에 출마한 서태곤입니다. 그는 하늘이 무색하게 치솟아 오른 롯데월드타워 등 '자본의 성채'를 향해 다음과 같이 일장연설을 터트립니다.
"여러분~ 강남에서 낳고 자란 강남의 아들, 강남을 정치일번지로 만들겠습니다~ …
박정희에 대한 또 하나의 해석, 섬뜩하다 2.4 오마이뉴스
[게릴라칼럼] '불의의 체계'가 된 한국사회에서 벗어나기①
▲ 경북 구미, 청도, 포항에는 2009년 이후 생긴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이 있다. 왼쪽부터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 있는 동상, 청도 신도리에 있는 동상, 포항 문성리에 있는 동상
박정희 대통령을 말할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국민들을 '먹고 살게 해 주었다'는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는 왜 여전히 먹고 사는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까? 우리를 '이미' 먹고살게 해준 이가 16년간 집권하고 난 뒤 36년이 더 지났는데 말이다.
한국사회에서 박정희 대통령은 그 자체로 논쟁이고, 그 자체로 갈등이다. 그는 '추앙'의 대상 아니면 '혐오'의 대상이 되곤 한다. 양극의 평가를 아우르는 표현을 찾자면, '사람도 아니다'쯤 될 것이다. 그를 거의 '신'의 차원에서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권력 유지를 위해 국민을 무참히 탄압하고 살해한 '냉혈동물'로 여기는 이들도 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도무지 화해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견해가 평화롭게 공존한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박대통령을 '반인반신'으로 경외하는 사람도 독재 사실은 부인하지 않으며, 그를 극악무도한 압제자로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먹고살게 해 주었다'는 주장은 어느정도 인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양극의 평가는 '박정희'라는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 앞면에는 번쩍거리는 '경제'가, 뒷면에는 낡고 녹슨 '정치'가 새겨져 있다.
동전의 앞뒤가 서로 반박하지 않듯, 박정희의 '두 얼굴'도 서로를 배척하지 않는다. 양쪽을 번갈아 보여주며 돌 뿐이다. "비록 독재는 했지만, 먹고 살게 해 주었다." "먹고살게는 해 주었을지 모르나, 잔혹한 독재자였다." 하지만 이런 식의 '명-암' 또는 '공-과' 나누기가 옳을까?
만일 '먹고사는 문제'가 박정희 시대의 '공'은 커녕, 끔찍한 '과'라면 어떨까? 여전히 그가 국민들을 먹고살게 해 주었다고 믿는 사람이 있다면, 반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된 나라에서 어떻게 초등학생들이 '9급공무원'을 꿈꿀 수 있으며, '잘 살아 보세'라는 70년대 선거 구호가 (당시 아버지보다 더 나이를 먹은 딸에 의해) 재활용될 수 있었는지 궁금할 뿐이다.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그것은 우리사회가 '먹고사는 문제'로부터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반세기 넘게 생존 하나에 매달려 온 사회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오히려 퇴보한 것이 아닐까?
▲ 박정희기념·도서관에 내걸린 대형현수막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 기념·도서관'에 사진과 구호가 적힌 대형 현수막 4장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우리도 할 수 있다! We Can Do!' ''안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영원히 못하는 사람입니다. '될 수 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과 의욕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습니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 ⓒ 권우성
'유신'이라는 부도덕의 체계
현재 국민들이 겪는 고통의 책임을 왜 박정희 대통령이 져야 하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물론 그의 책임만은 아니다. 지난 모든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고, 무엇보다 현재 재임중인 대통령에게 가장 큰 책임이 돌아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전임 지도자 가운데에서도 박정희 대통령을 주목해야 이유가 있다. 그것은 박근혜 대통령이 새로 '리바이벌'한 '잘 살아보세' 구호의 원저자여서만은 아니다. 그는 우리 사회의 과거-현재-미래의 관심사를 온통 '먹고사는' 원초적 차원에 가둔 장본인이었을뿐 아니라, '먹고사는 것'이라면 어떤 행위도 정당화하는 비윤리적 사고를 우리 내면에 체화시킨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이 말이 모호하고 추상적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뒤에서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많은 분들이 수긍하리라 믿는다. 지난 6개월간, 학술적 목적을 위해 60-70년대의 정책자료를 꼼꼼히 검토할 기회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깨닫게 된 사실은, 유신이 경제나 정치체계가 아니라, 거대한 '부도덕의 체계'라는 사실이이었다.
"잘 살기 위해 ____________ 하자(하지 말자)."
우리는 위의 빈 칸에 무엇이든 넣을 수 있도록 세뇌받아 왔다. 예컨대, 현 정부가 가장 중요한 가치로 수호한다는 '자유민주주의'를 대입해 보자. "잘 살기 위해 스스로의 자유를 제한하자." 이 대목에서 웃음을 터뜨릴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것은 70년대 대국민 홍보자료에 실제 등장한 구호다.
▲ '잘 살기 위한' 자유의 포기 박정희 시대는 '잘 살기 위해' 무엇이든 합리화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졌다. 자유는 연탄가스처럼 위험한 것이어서 '제한'해야 한다는 내용의 유신 홍보물. ⓒ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제공
한 가지 분명히 해 두고 싶은 것은, 나는 '박정희 때리기'에 전혀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과거의 사건과 행위를 냉정히 평가하는 것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일이지만, 나는 과거의 인물보다 현재의 우리에 더 관심이 많다. 따라서 이 글을 통해 살펴보고 싶은 것은, 박정희 대통령이 무엇을 했나가 아니라, 우리들이 어떻게 해서 불의의 공모자가 되었는가이다.
'먹고살기'를 '패륜행위'로 만들기
'잘 살자'는 논리는 '잘 살기 위해서 국민들의 인권도, 목숨도 무시하자'까지 확대되었다. 정부가 무고한 젊은이들을 간첩으로 몰아 판결 18시간만에 사형시킨 1975년 인혁당 사건만이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노후된 배에 대한 선령규제를 완화하는 위험한 결정을 내린 것도 '잘 살자'는 '친기업' 정책이었다.
하지만 더 무서운 일은 세월호 사건이 터진 후에 벌어졌다. 대통령은 유족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외면했으며, 사건에 책임을 져야 할 여당은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불순한 음모로 몰아갔다. 새누리당 의원 김진태는 세월호 인양에 회의적 태도를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시신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
물론, 모두 '잘살자'는 이야기일 것이다. '잘 살기 위해' 국민 목숨을 위협하는 탈규제 정책을 펴고, 정부의 과오로 국민 수백 명이 목숨을 잃어도 '잘 살기 위해' 지도자의 책임을 묻지 말아야 하며, '잘 살기 위해' 실종자 가족의 고통을 외면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잘 살기 위해서' 인륜마저 포기해야 하는 나라에 살고 있다.
박정희 대통령은 8년간을 통치한 뒤에도, 임기를 무제한으로 늘리기 위해 1972년 개헌을 시도했다. 이른바 '유신헌법'이 통과되면, 대통령은 사실상 종신직이 되고, 국회의원의 3분의 1과 모든 법관을 자신이 임명할 수 있게 되며, 국회마저 해산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힘을 갖게 될 터였다. 하지만 개헌을 위해서는 국민투표가 필요했으므로, 국민들에게 유신체제를 정당화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했다.
이때 박 대통령은 어떻게 국민들을 설득했을까? 이때도 '잘 살자'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시 배포된 유신 홍보자료를 보면, "10월 유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은 뒤, 스스로 이렇게 답한다. "그것은 한 마디로 더 잘살자는 것이다." 유신시대는 이처럼 정치와 경제가 뒤죽박죽 섞인 기괴한 사고체계를 국민들 머리 속에 이식한 시기이기도 하다.
▲ 유신은 '잘 살자는 것' 유신시대의 홍보물에는 정치와 경제 담론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있다. ⓒ 민족문제연구소 자료제공
'잘 살기 위한' 불의의 공모
한국정부는 고난과 궁핍에 지친 가련한 국민들에게 생존을 미끼로 권력을 얻어냈다. 그리고 '더 잘 살게 해주겠다'며 불의와 범죄에 눈감게 만들었다. '박정희 정부가 독재는 했지만, 먹고살게 해 주었다'는 말에 동의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그것은 아직도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사법살인 피해자의 가족들을 마음 속으로부터 지우는 것이다. '네 가족은 비통하게 죽었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나는 배고픔을 면하게 되었다.'
노동자들의 열악한 대우와 환경도, 명분 없는 베트남에서의 양민 학살도 '경제발전'으로 합리화되었다. 존엄한 생존활동을 비윤리적인 장 속으로 몰아넣은 것, 나는 이것이 유신시대의 가장 큰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이 전통은 한국사회의 곳곳에 퍼져 깊이 뿌리 내렸다.
탑승객들을 내버려둔 채 제 목숨먼저 건지는 승무원, 세월호 사건이 터지자 마자 '보험금' 이야기부터 꺼내는 언론, 자식을 잃고 오열하는 부모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보수단체와 '일베,' 비정규직 양산해 비인간적 근무조건 속에 내던지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그들을 지지하는 국민과 소비자. '잘 살자'는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고유의 공감본능을 거부하도록 만들었고, 우리는 지금 그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이 시대는 '잘 살게 해주겠다'는 권력에게 질문을 던지도록 요구한다. 그것은 '정말 잘 살게 해 줄거냐'가 아니라, '잘 산다는 게 무엇인가'가다. 잘 사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지도자가 국민들을 잘 살게 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지도자가 '국민 소득 4만불'을 이야기한다면, 기대를 접는 게 현명하다. 박정희 대통령은 국민소득 1000불만 되면 국민 모두가 행복해진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일인당 국민소득이 그의 30배에 달하는 지금, 우리는 '잘 살고' 있는가?
원박, 탈박, 친박, 비박의 역사를 아십니까 2.6 한겨레
새누리당 신임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으로 선출된 유승민 의원(오른쪽)과 원유철 의원(왼쪽)이 2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김무성 대표의 축하를 받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금 새누리당에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용어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친박근혜계의 줄임말인 ‘친박’은 ‘박근혜 계파’, 그 이외를 ‘비박’이라고 합니다. 친박이라는 말은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대 박근혜’가 치열하게 맞붙었던 한나라당 경선 때 생겨났습니다. 벼랑 끝 승부에서 이명박 후보 편에 섰던 이들을 ‘친이’, 박근혜 후보 편에 서던 이들을 ‘친박’이라 불렀던 것이지요.
당시 박 후보는 이 후보의 비비케이(BBK) 실소유주 의혹을, 이 후보는 박 후보와 고 최태민 목사의 관계 등을 물고 늘어졌지요. 그러다 보니 두 후보 주변으로 몰린 사람들이 특정한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진 않았습니다. 리더가 쟁취한 권력을 나눠 가져 저마다의 목적을 이루려는 꿈을 꾸고 있었겠지요. 친박, 친이가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는 ‘정파’보다는 단순한 ‘결사체’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경선 당시 박 후보 캠프의 구성은 다양했습니다. 핵심 그룹은 박 후보가 2004년 한나라당 대표를 맡던 당시 주요 당직에서 함께 일했던 이들입니다. 이들을 ‘원박’(원조 친박)이라고 불렀는데, 지금의 김무성 대표, 유승민 원내대표, 진영·한선교 의원 등이었지요. 또다른 그룹은 아버지인 고 박정희 대통령 인맥인 김기춘 비서실장, 안병훈 전 조선일보 부사장 등입니다.
이들을 통해 친박의 정체성을 추정해보면 이렇습니다. 대선에서 박정희 대통령의 향수를 자극해야 한다고 계산했던 사람들, ‘티케이(대구·경북) 대통령’이 나오길 바랐던 사람들, ‘영애’를 대통령으로 세워야 한다는 의리를 내세운 사람들 등 이해와 친소 관계로 복잡하게 얽힌 집단이 친박의 원류라 할 수 있습니다.
친박은 똘똘 뭉쳤지만 경선에선 패배했습니다. 그 혹독한 대가로 이명박 대통령 때 치러진 2008년 총선 공천에서 친박들이 대거 탈락하는 ‘공천 학살’을 당하지요. 이들 중 상당수는 정당인 ‘친박연대’를 창당하거나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결국 한나라당에 재입성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래도 당시 180명이 넘는 한나라당에서 친박은 50여명에 불과했지만 끈끈한 결속을 유지합니다.
영원할 것 같던 친박의 결속을 무너뜨린 건 박근혜 대통령 자신이었습니다. 2009년 5월 재보선에서 참패한 친이계는 화해 제스처로 친박 좌장인 김무성 의원에게 원내대표를 제안합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이를 단칼에 거부합니다.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 김 의원은 이때 ‘탈박’(탈출한 친박)합니다. 그 뒤 바른말 하던 유승민·이혜훈 의원도 대통령에게서 서서히 멀어지면서 ‘짤박’(짤린 친박)이 되지요.
그래도 사람은 미래 권력의 중심으로 모이기 마련인가 봅니다. 2012년 대선 코앞에 치러진 총선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은 박 대통령은 황우여·이주영 의원 등 ‘신박’(새로운 친박)을 데리고 ‘선거의 여왕’답게 압승을 거둡니다. 총선 직후엔 “새누리당 의석 153석 중 100여석은 친박이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으니, 이때가 친박 역사의 정점이라 할 수 있겠지요.
그러나 박 대통령이 정권을 거머쥔 지 2년 만에 친박은 하염없이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뼛속까지 친박인 ‘종박’(추종하는 친박)을 중심으로 “잘해야 30명이다”라는 자조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1차 충격은 지난해 5월 국회의장 당내 경선 때 찾아왔습니다. 비박인 정의화 의원이 친박인 황우여 의원을 두 배 가까운 표 차이로 이기자, 친박은 흔들렸습니다. 결정타는 그로부터 두 달 뒤, 비박이 된 김무성 의원이 친박 맏형인 서청원 의원을 상대로 압승을 거둔 전당대회입니다. 이 시점을 전후로 ‘홀박’(홀대받은 친박) 또는 ‘멀박’(멀어진 친박)들이 유력한 미래 권력이 된 김 대표 쪽으로 줄을 갈아탑니다. 여기에 지난 2일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인 ‘유승민-원유철 조’가 친박인 ‘이주영-홍문종 조’에 또다시 대승을 거두자 ‘탈박 선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 초선 의원은 “저쪽(비박)은 (유승민 의원 지역구인) 티케이를 중심으로 똘똘 뭉쳤지만 우리는 코어(핵심) 없이 몇명만 움직였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때 최강을 자랑하던 친박의 조직력이 이번 경선을 계기로 거의 와해됐다는 뜻입니다. 이러다 곧 “나는 친박이 아니다”라는 커밍아웃이 속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칠수록, 내년 총선이 다가올수록 친박의 때를 벗으려는 몸부림은 더 활발해질 테니까요
알자지라 “한국인들은 왜 거리로 나서지 않나” 2.6 미디어오늘
아랍권 민영 방송사, "말도 안 되는 정치에도 항의 없어"… “언론의 자기검열 노골적, 국제적 압력 필요”
아랍 카타르 민영 방송사인 알자지라가 한국의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극적으로 악화돼 과거로 역행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알자지라는 지난 1일(현지시각) 온라인판에 게재한 ‘한국의 민주주의는 내부로부터 위협에 놓여있는가’라는 앤드류 샐먼 기자의 기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상황에 대해 총체적으로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한국에서 “선거로 선출된 국회의원(입법자·lawmakers)들이 국회에서 쫓겨나고, 정당이 해산되며 언론인들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을 받는다”며 “활동가들이 추방당하고, 국정원 요원들이 선거에 관여한다”고 지목했다. 알자지라는 한국에 대해 “지난 30여 년 동안 민주주의였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은 지금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영국에 거주하는 스티븐 김 교수는 “한국에서 어렵게 얻은 민주적 자유는 실로 엄청난 위험에 놓여있다”며 “이명박 대통령이 이런 추세의 출발점을 찍었고 그것은 박근혜 하에서 극적으로 악화됐다”고 말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한국 민주주의에 대해 알자지라는 한국이 1948년에 수립된 이후 수십년간 나라를 지배해온 독재 우파 정부와 시민을 학살한 군대, 무력 진압을 일삼은 경찰에 맞서 민중의 힘으로 지난 1987년 거리로 뛰쳐나오고 나서야 온전한 민주적 선거가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알자지라는 그러나 “이명박 박근혜 우파 행정부들이 권력을 가진 이래 전개된 일들은 일부 자유가 과거로 역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게재된 알자지라 온라인판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원인과 관련해 서울에 거주하는 마이크 브리든(‘한국인’의 저자)은 “이명박과 박근혜는 독재정부 성공의 정점이었던 1970년대에 성장했다”며 “그래서 현 권력은 북한의 위협의 그림자에서 자라고 인권보다 안보가 우선이라는 원칙을 받아들여온 세대의 손에 놓여있다”고 분석했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현 정부 들어 발생한 국정원 대선개입, 이석기 구속, 통합진보당 해산 뿐만 아니라 언론인에게 가해지는 명예훼손 소송에 대해 알자지라는 우려를 표했다. 알자지라는 “반정부 풍자쇼 나는 꼼수다 멤버 중 한 명(정봉주-기자 주)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잘못된 루머를 유포한 혐의로 구속됐다”며 “더욱이 최근엔 카토 타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지난해 세월호 참사 당일 대통령이 어디있었는지에 대해 한국 언론에서 돌고 있는 루머를 인용한 2014년 8월 글과 관련해 청와대가 그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이후 재판을 받았다”고 소개했다.
가토 전 지국장에 대한 선고가 올 봄 내려질 것으로 예상되며 7년 이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알자지라는 내놓았다. 또한 그 사이인 1월 28일 한 지역인터넷 사이트 서울의소리(백은종 대표)는 대통령과 그 동생에 대한 루머를 보도한 이유로 벌금형을 받았다고 이 언론은 전했다. 이밖에도 알자지라는 북한을 찬양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 저자 신은미씨를 추방한 일을 들어 신씨가 자신이 보수주의자들에 의한 마녀사냥의 희생자라고 말한 것도 전했다.
이 같은 명예훼손 소송 남발을 두고 ‘열린정부 파트너십(OGP)’의 한국팀 수석연구원인 제프 케인은 “우리는 검열의 증가와 명예훼손 소송사건과 국가보안법에서 오는 냉기를 감지했으며, 언론의 자기검열이 노골적”이라며 “정부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지난 1일(현지시각) 게재된 알자지라 온라인판
이에 대해 익명의 정부 관계자는 알자지라에 “한국 정부는 대한민국 헌법에 부합하는 표현의 자유를 지지하고 보호한다. 그러나 우리의 헌법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명예훼손까지 보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스티븐 김 박사는 “이런 추세를 막기 위해서는 국제적 압력이 필요하다”며 “한국인들은 이런 말도 안되는 정치에 맞서 더욱 활동적이고 힘차게 항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알자지라는 이를 두고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며 “좌파 언론이 정부의 행위를 비판했다 해도 한국의 거리는 분연히 떨쳐 일어나는 일은 없다”고 비관론을 내놓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또 전광판에 올랐다 2.6 미디어오늘
LG유플러스 AS노동자 강세웅씨, 서울 중앙우체국 앞 전광판 고공농성 돌입
땅에서 앞길이 막힌 노동자들이 또 다시 하늘에 올랐다. 6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오른 비정규직 노동자 두 명이 원청인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전광판에 오른 노동자들은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다.
희망연대노동조합 소속 LG유플러스와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 지부 1200여명의 노동자들은 불법적인 노동실태를 바로잡기 위해 지난해 11월 17일과 20일 각각 총파업에 돌입해 노숙농성 138일과 109일, 총파업 81일과 78일이 흘렀다.
원청인 LG와 SK가 협상에 성실히 임하지 않자 지난 5일 이들은 쌍용차, 기륭전자 등 노동자, 시민단체들과 함께 제3차 오체투지행진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들은 오체투지 출범 기자회견조차 경찰들에 막혀 하지 못했고, 오체투지 이튿날인 6일 경찰로부터 집회 금지통보를 받자 억울한 심정에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 6일 서울 중구 서울중앙우체국 앞 전광판에 LG유플러스 비정규직지부 강세웅 조직부장과 SK브로드밴드 비정규직지부 장연의 연대팀장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과 노동인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해 고공농성 중이다.
BIFF에 드리운 권력의 그림자 2.7 시사인
부산을 영화의 도시로 만든 주역인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에 대해 부산시가 사퇴를 요구했다. 갈등은 닷새 만에 봉합됐지만 논란의 여지는 남았다.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대원칙을 시가 흔들었기 때문이다. 한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소식에 한국을 넘어 세계 영화계가 들썩였다. 부산시는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사퇴시키려다 거센 역풍을 자초했다.
이용관 위원장은 BIFF를 대표할 만한 산증인이다. 중앙대 영화학과 교수 재직 시절 BIFF 창립에 참여했고, 1996년 BIFF(당시는 PIFF) 태동 때부터 프로그래머를 맡으며 함께했다. BIFF를 상징하는 얼굴인 김동호 전 위원장을 끌어온 사람도 그다.
지난 1월27일 오후 1시30분. 서병수 부산시장과 이용관 위원장이 시청 집무실에 마주앉았다. 부산시의 사퇴 요구가 최초 보도된 1월23일 이후 나흘 만으로, 파문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점이었다. 만남 후 부산시는 보도자료를 냈다. 시장이 영화제에 강한 쇄신을 주문했고, 이 위원장은 구체적인 안을 만들겠다고 답했다는 내용이다. 이 위원장도 이날 오후, 논란을 조속히 수습하고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사퇴 요구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닷새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시장 면담 이튿날인 1월28일,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을 만나 전후 사정을 물었다.
ⓒ연합뉴스 지난해 9월2일 이용관 BIFF 집행위원장(오른쪽)이 영화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은 BIFF 조직위원장인 서병수 부산시장.
1월23일 누구한테 무슨 얘기를 들었나?
이용관(이):수요일(1월21일) 오후에 시 김광회 문화관광국장에게서 만나자는 전화가 왔다. 1월23일 정경진 행정부시장과 김광회 국장을 만났다. 주로 김 국장이 얘기했는데, 감사 결과가 좋지 않다며 새로운 사람이 와서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시장도 같은 취지로 말했다. “시장님 뜻인가?” 그렇다고 했다. “나한테 물러나라는 건가?” 역시 그렇다고 했다(이에 대해 정경진 행정부시장은 <시사IN>과의 통화에서 “그런 확인 대화는 없었다. 쇄신이 우선이고, 도저히 쇄신이 안 된다면 그 논리적 귀결로서 새로운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얘기는 했다”라고 말했다). 시간을 주면 영화인들, 부산의 문화예술인들과 의논해서 다음 주 초쯤에 답을 주겠다고 하고 나왔다.
1월23일 오후 늦게 지역방송 KNN을 시작으로 사퇴 요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통신사와 중앙 언론에서도 기사가 쏟아졌다. 부산시는 다음 날인 1월24일 “이용관 현 집행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비롯한 인적 쇄신 등 조직 혁신 방안을 영화제 집행위원회에 요구했다”라며 사퇴 요구를 사실상 인정했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영화계에서 BIFF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베를린 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서 성명을 준비한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이 이 위원장에게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나?”라고 황당하다는 듯 물어왔다.
부산시의 태도는 1월26일 급변했다. “공식 사퇴를 요구한 적은 없다. 위원장 거취 문제는 영화제가 결정할 일이다”라며 사실상 말을 바꿨다. 시가 발을 뺀다는 평이 나왔다. 이용관 위원장과 서병수 시장의 면담이 이뤄진 것은 이튿날인 1월27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서 시장이 “영화제에 대해 걱정이 많다. <다이빙벨> 같은 영화는 사회에 해가 된다. 그런 걸 굳이 틀었어야 되나”라고 했다고 이 위원장이 밝혔다. 이 위원장은 여기에 아무 답변도 하지 않았다.
이번 사퇴 요구 파동은,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BIFF가 상영한 데 대한 보복이라는 관측이 애초부터 많았다. 지난해 10월 제19회 BIFF 당시 서병수 부산시장은 이 영화의 상영 취소를 요청했다. 부산시장은 당연직으로 BIFF 조직위원장을 맡게 된다. BIFF 예산의 절반 가까이를 부산시가 지원한다. 하지만 BIFF는 영화를 예정대로 상영했다.
9개 동물원에 대한 제 점수는요… 2.7 시사인
블로그 ‘파충’을 운영하는 최혁준군은 팀을 꾸려 국내 9개 동물원을 답사한 후 항목별로 평가했다. 동물원 관람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최군은 동물원이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동물쇼의 웃음 쇼동물의 눈물> 등 동물권 관련 서적을 주로 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동물의 시각에서 국내 동물원에 대한 책을 쓸 필자를 열심히 물색했다. 국내에 동물학자는 많았지만 이런 관점에서 책을 쓸 저자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블로그를 검색하다 팀을 이뤄 국내 동물원을 답사하고 평가하는 블로거를 발견했다. 놀랍게도 고등학생이었다.
최혁준군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11년부터 야생동물과 반려동물을 주제로 한 블로그 ‘파충(爬蟲·blog.naver.com/96spore)’을 운영하면서 팀을 구성해 국내 9개 동물원을 답사하고 항목별로 평가했다. 이 내용을 묶어 <국내 동물원 평가 보고서>를 지난해 출판했는데, 동물원 관람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 많다.
최군은 일단 관점을 바꾸라고 말한다. 동물원은 사람이 아닌 동물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동물 분뇨 냄새가 안 나는 동물원은 사람에게는 좋지만 동물에게는 행복한 곳이 아니다. 쉽게 물청소를 할 수 있게 동물사 바닥을 콘크리트로 깔아버린 것인데 동물에게는 불리한 환경이다. 콘크리트를 걷어내고 흙바닥을 만들어 풀과 나무를 심어주면 동물은 행복하지만 청소할 때 품이 많이 들고 분뇨 냄새도 난다. 관람객은 이런 불편함을 감내해주어야 한다.
동물사가 넓어지고 동물이 숨을 은폐물이 많아지면 관람객은 동물을 관찰하기가 불편해진다. 하지만 동물 복지와 ‘동물행동 풍부화’를 위해서는 필요한 것들이다. 동물이 이런 시설과 장치를 이용해 어떻게 야생에서의 행위를 되살리는지 보는 것이 오히려 관찰의 포인트다. 체험에 대한 욕심도 버릴 필요가 있다. 동물을 만지고 먹이를 주고 동물에 올라타는 것이 오히려 동물을 힘들게 하는 일임을 알려주어야 한다.
ⓒ시사IN 신선영 서울대공원에는 동물사마다 ‘사육사 노트’가 붙어 있다.
동물원 관람객들이 가장 좋아하는 사파리 관람은 동물 복지의 최대 적으로 꼽힌다. 얼핏 동물이 넓은 공간에서 지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동물들 사이를 전자 철책으로 구분해놓아서 활동 반경이 실제로는 매우 좁다. 또한 다른 종을 섞어놓기도 해서 동물 간에 긴장을 조성하고 인간이 동물의 영역을 침범함으로써 동물 스트레스 지수를 높인다.
관람객들이 동물원에서 착각하는 점이 있다. 야생에서 살다가 좁은 우리에 갇힌 동물이 이상행동을 하는 걸 원래 행동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일정 구간을 반복해서 오가는 행동’ ‘과도한 수면이나 몸 흔들기나 털 손질’ ‘토하고 다시 먹기’ ‘자해’ 등은 대표적인 이상행동이다. 이런 행동이 이상행동이라는 걸 아이에게 알려줄 필요가 있다. 동물원 사육사들은 전시된 동물에 대해서는 최고 전문가이다. 궁금한 점이 생기면 사육사 근무복을 입은 사람에게 적극 물어보면 좋다.
동물원의 모든 동물을 다 볼 필요는 없다
서울대공원 노정래 동물원장은 동물원 관람법을 이렇게 조언했다. “제주도를 한 번에 다 돌아보려면 결국 버스에서 주로 시간을 보내게 된다. 대신 제주도를 4등분해서 이번에는 한 곳만 보고 가겠다 생각하면 여유롭고 자세하게 즐길 수 있다. 동물원도 그렇다. 한 번에 신기한 동물을 죄다 보겠다고 생각하면 힘만 든다. 관심 가는 동물들을 자세히 보고 다른 동물은 다음에 와서 보면 된다.”
서양에서 동물원(Zoo)은 200년 전 ‘동물학 박물관(Zoological Museum)’으로 출발했다. 동물원이 교육기관의 성격이 강했다는 얘기다. 현대의 동물원도 ‘신기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공간에서 동물에 대해 배우고 나아가 인간과 동물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곳으로 기능이 바뀌고 있다. 동물원 관계자들은 아이를 동물원에 데려올 때 ‘신기한 것을 보여주겠다’는 생각보다 ‘동물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멸종 위기 종 보전과 환경을 보호하는 마음을 가르치라’고 조언한다
학교 올 때 ‘ABC’ 정도는 떼고 와야죠? 2.3 시사인
미리 배우지 않고 왔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부진아’가 된다. 학교는 이미 만들어진 격차를 끌고 가는 곳이 됐다. 학교란 무엇일까. -양영희 (하중초등학교)
지인은 자기 아이에게 영어를 포함한 사교육을 전혀 시키지 않았다. 아이는 “영어 시간이 너무 힘들어요”라고 말했다. 영어 시간만 되면 주눅이 들고 선생님 눈치만 본단다. 선생님이 내준 학습지를 봐도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과제를 수행하는 방법도 모르고 내용도 몰라 짝꿍에게 물어보면 짜증만 낸다. 그렇다고 선생님께 물어볼 용기도 나지 않는다. 그것도 모르느냐고 혼낼 것만 같아서다. 3학년 때 시작한 영어 수업인데 4학년이 되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로 견디는 중이다. 사교육을 통해 미리 배워오지 않은 죄로 시작부터 ‘부진아’가 되어버렸다.
혁신학교를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했던 영어 사교육과 공교육의 틈 문제가 고스란히 확인되는 사례다. 이런 사례가 이 아이 한 명뿐일까? 이런 경우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당혹감을 모두 부모 탓으로 돌리는 게 맞는 걸까? 영어뿐 아니라 다른 과목도 편차가 다를 뿐, 양상은 똑같다. 모두 알고 있는 대로다. 대한민국 공교육이 신뢰받지 못하는 대표적 장면이기도 하다.
이런 일을 겪으며, 아이의 부모는 ‘학교가 뭐지?’ 하고 자꾸만 반문하게 된다. 학교에 관계된 다수를 불행하게 만드는 학교란 도대체 무엇인가? 학교는 배우러 가는 곳인데, 미리 배우지 않으면 손가락질당하고 뒤떨어지는 사람이 된다. 미리 배울 형편이 안 되는 아이는 처음부터 부족한 아이가 돼버린다. 학교는 그걸 만회할 기회를 주지 못하고 이미 만들어진 격차를 끌고 가는 상황이다.
ⓒ박해성 그림
교사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그에 따른 과목과 시수에 맞춰 그저 진도만 나가면 되는 걸까? 교사도 현 시스템으로는 너무나 현격하게 벌어진 개인차를 메워주기 쉽지 않다. 그러면 그 격차를 메우는 것 또한 부모가 할 일인가? 결국 영어는 사교육으로 시작해서 사교육으로 정리되는 건가? 복잡한 생각이 든다.
아이의 부모는 말한다. 우리말로 된 과목은 어떻게 노력할 여지라도 있는데 영어는 아이 혼자 따라갈 방법이 없다고. 두려워하는 시간을 견디러 가는 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누가 생각이나 해보았을까?
초등학교 영어는 대부분 교과 전담으로 배정되어 있어 아이들이 담임교사와 수업하지 않는다. 영어를 잘하는 선생님과 기간제 교사들에게 영어 수업이 배당되고 있다. 게다가 전담 수업은 한 가지 과목만으로 아이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아이가 다른 영역에서 아무리 자신감이 있어도 영어 시간에 잘 따라오지 못하면 그것으로 아이를 평가할 수밖에 없다. 부모 처지에서는 아이가 전담 수업 시간을 힘들어해도 전담 선생님을 만나볼 통로도 마땅찮고 상담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 전담 수업을 들여다볼 기회도 별로 없다. 학부모가 공개수업을 볼 수 있는 교원평가 관련 수업도 전담 수업은 학교에서 일방적으로 정해준다.
사교육과 공교육, ‘틈’만 있고 ‘답’은 없다
아이들은 4학년쯤 되면 경쟁에서 앞서는 방법에 익숙해져 있다. 함께 가는 길을 알려주는 교육 환경이 아닌 이상 아이들은 자신을 방해하고 시간을 뺏는 친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짝을 정하거나 모둠을 편성할 때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뒤처지거나 돌봐줘야 하는 아이가 ‘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놓고 딴 데로 가라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다. 그래서 자리를 정할 때마다 상처를 받는 아이도 있다.
어쩌다 모둠별 평가를 하게 될 때는 더 적나라하게 아이들이 표현한다. 그 아이 때문에 손해 봤다고 심하게 짜증을 내고 담임에게 따지기도 한다. 또 그런 아이가 자신의 짝이 되면 울고불고 난리가 나기도 한다. 이해타산을 잘 따지는 ‘어른아이들’이 교실에 가득해져 버렸다. 그러니 짝이 물어보는 영어 단어를 친절하게 알려줄 친구는 많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자신의 아이를 앞서가도록 독려하는 세상인데도 여전히 굳은 의지로 사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들이 있다. 또 경제 여건 때문에 아이를 사교육 근처에도 보내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이런 부모와 학생들에게 ‘공교육’을 담당하는 학교는 어떤 답도 주지 못하고 있다.
저승 가는 길마저 ‘다단계’에 속는다 2.5 시사저널
비영리 재단이 ‘장례비용 현실화’ 내세우며 불법으로 고객 모아 거액 ‘꿀꺽’
일반 상조회사의 장례비용이 너무 비싸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온 한 비영리 재단이 ‘상조 다단계’ 영업을 벌여온 사실이 시사저널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세제 혜택이 주어지는 비영리 재단이 본연의 설립 목적에 어긋나는 불법 행위로 거액을 편취해온 것이다. 각종 비리·유착 및 소비자 피해로 몸살을 앓아온 상조업계의 혼탁한 시장 구조가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르게 됐다.
2010년 설립된 비영리 재단 아름씨에스는 출범 당시 ‘죽음을 지나치게 상업화해서는 안 된다’는 모토를 내세웠다. 지나치게 상업화된 상조 서비스의 거품을 빼 올바른 장례문화를 정착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재단 홈페이지에서도 ‘기업주의 이익이 아니라 공익을 추구하는 재단이다’ ‘일반 상조회사와 달리 상조 서비스를 통한 수익 발생이 전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시사저널이 접촉한 복수의 아름씨에스 관계자들은 “비영리 재단임에도 다단계식 영업을 토대로 대규모 영리 활동을 해왔다”고 증언했다.
‘장례문화 개선’을 목적으로 2010년 설립된 아름씨에스의 홈페이지. 곳곳에서 수익이 없는 비영리 재단임을 강조한다.
3년 만에 회원 8천명에서 8만명으로
일반 상조회사는 대부분 ‘선불식 할부 계약’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소비자는 장례가 발생하기 전 미리 상조회사에 회원으로 가입한다. 매달 3만원 이상의 금액을 100여 개월에 걸쳐 할부로 낸다. 이렇듯 선불로 나눠 낸 돈으로 추후 장례가 발생했을 때 상조 서비스를 제공받게 된다. 아름씨에스는 선불식 할부 계약을 바탕으로 형성된 상조 서비스 가격에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일반 상조회사의 서비스에는 소비자에게 불필요한 것이 다수 포함돼 있어 필요 이상으로 고액이라는 것이다.
아름씨에스는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회원들에게 특정 상조업체를 연결해주는 방식을 도입했다. 출연금 11만원(2013년 이후 15만원)을 납부해 재단 회원으로 등록하면 나중에 장례가 발생했을 때 재단의 ‘장례문화 개선’에 동참하는 특정 상조업체로부터 거품을 뺀 가격에 실리적인 서비스를 제공받게 해준다는 것이다. 일반 상조회사의 경우 선불로 나눠 내는 금액의 총합이 최소 300만원대에서 800만원대 수준에 육박하는 데 반해, 아름씨에스를 통해서는 100만~200만원대의 금액만으로 기본 서비스를 제공받는다.
아름씨에스의 ‘뜻’에 동참하는 업체는 박리다매를 통한 수익을 보장받는다. 재단에 기금을 출연한 회원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상을 치를 수 있다. 서로 ‘윈윈’하는 셈이다. 겉으로만 보아선 ‘장례비용 현실화’라는 비영리 활동의 목표를 훌륭하게 달성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속내는 달랐다. 저렴한 상조 서비스에 목마른 소비자와 회원 유치가 생존과 직결되는 상조업체를 연결해주는 과정에서 아름씨에스가 편법·불법을 동원해 막대한 수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약 3년 사이에 8000명 수준이었던 재단 회원이 8만명으로 불어났다. 그 과정에 다단계식 영업이 있었다.” 2012년 1월부터 2014년 11월까지 아름씨에스 출연 회원을 대상으로 상조 서비스를 제공했던 상조업체 대표 임 아무개씨(54)의 말이다. 임씨는 출연 회원들의 개인정보를 재단과 공유했는데, 매달 수천 명씩 회원 수가 늘어나는 것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회원 수가 늘어나면서 상조 서비스 제공 빈도도 자연스레 높아졌다. 2012년 초 1개월당 20~30건 수준이었던 장례가 2014년 즈음엔 120~130건 수준이 됐다. 임씨는 “장례가 월 130건 정도면 전체 상조업체 가운데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다단계 영업을 진행했던 복수의 전직 영업사원들로부터 좀 더 구체적인 증언을 들을 수 있었다. 이들은 “현재 재단 회원은 약 10만명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입을 모았다. 재단 출연금이 2013년 이전까지 1인당 11만원, 이후 15만원임을 감안하면 현재까지 회원들로부터 줄잡아 수십억 원 이상의 출연금을 받았다는 말이 된다. ‘장례문화 개선’이라는 고유 목적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받은 돈치고는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대한 출연금은 사실상 영리 활동에 해당하는 돈으로, 상당액이 다단계 판매 대가 및 성과 보너스로 쓰이고 나머지는 재단으로 흘러갔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전직 영업사원들은 기자에게 아름씨에스 대표이사 명의로 작성된 ‘홍보비 지급 방법’ 내부 문건을 보여주며 “3단계 이상의 수당 지급 체계를 바탕으로 한 다단계식 영업이 있었다”고 밝혔다. 2011년 작성된 해당 문건에 따르면 회원 등급은 일반회원, 홍보팀장, 과장, 부장, 이사 등 5등급으로 나뉘어 있다. 회원 한 사람을 모집할 경우 3만원이 지급됐다. 자신이 직접 모집한 회원 및 하위 판매원이 모집한 회원 수가 일정 기준을 넘어설 때마다 상위 등급으로 올라가면서 다른 성과급 체계를 적용받았다. 결국 회원 1인당 11만원의 출연금 중 8만원이 수당 및 각 등급별 성과급 지출에 쓰이고, 나머지 3만원이 재단 몫이었다고 한다. 전국 주요 거점에 15개 이상 ‘센터’를 두는 등 체계적인 면모를 갖추기도 했다.
현행법에서는 당국에 등록하지 않고 행해지는 다단계 판매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등록된 판매 조직이라 하더라도 판매원에게 하위 판매원 모집 자체에 대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상품 및 서비스의 공정한 거래를 가로막아 시장 질서를 교란한다는 이유에서다. 무등록 다단계 판매인 데다 하위 판매원 모집에 성과급을 지급한 아름씨에스의 운영 행태는 명백히 위법인 셈이다. 이미 이에 대한 사법처리가 진행되고 있다. 2012년 경찰 조사를 시작으로 임준확 아름씨에스 이사장과 재단 부산센터장·경상본부장·전라본부장 등이 1·2심 재판에서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곧 대법원 선고가 있을 예정이다.
상조 서비스 시장은 소비자 만족 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돼왔다. ⓒ 시사저널 박은숙
사법처리 진행 중에도 버젓이 ‘다단계’ 영업
이에 대해 임준확 이사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는 전직 간부급 판매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다단계 판매를 주도해온 핵심 멤버들은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되고 자신들만 덤터기를 썼다는 것이다. 이들은 검찰 기소 및 재판 등 사법처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다단계식 영업이 계속돼왔다고 밝혔다. 기자와 접촉한 한 전직 본부장은 “설립 당시부터 다단계 판매를 해온 많은 본부장, 전국 각지의 센터장들은 지금까지도 활발히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 주변에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려 하면 회원 유치에 방해된다며 나를 비난한다. 왜 우리 세 사람만 이렇게 법의 심판을 받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항변했다. 부산에서 활동했던 한 판매원은 “수사를 받고 재판이 진행되면서 수당과 성과급을 한 달에 한 번씩 정산하는 식으로 시스템이 바뀌긴 했다. 하지만 다단계식으로 영업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도 매한가지”라고 증언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최근 3년간 재단 출연 회원들에게 장례 서비스를 제공한 상조업체 대표 임씨는 “장례 발생 1건당 15만원씩을 아름씨에스 측에 입금해야 했다. 함께 일하는 동안 송금한 돈의 총액이 2억8000만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재단 출연 회원들을 연결해주는 대가로 건네주도록 약속된 돈이었다는 것이다. 임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상조 서비스를 통한 수익 발생이 전혀 없다’던 비영리 재단 아름씨에스는 회원들에게 특정 상조업체를 알선해주며 수억 원 규모의 수수료를 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임씨는 “계산서를 전혀 발행하지 않았고 심지어 계약서조차 작성하지 않았다. 그래서 계약이 일방적으로 해지됐을 때도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었다. 하지만 돈을 송금한 내역이 계좌에 남아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아름씨에스 재단으로 흘러들어간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의문이다. 재단 측은 순수하게 장례문화 개선 관련 사업에 출연금을 사용한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하지만 전직 판매원들은 “사회적 기업 서너 개, 자연장·사업장 8~10개를 전국적으로 만들어 평생직장을 보장하겠다는 재단의 호언장담에 이끌려 일을 시작한 판매원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어떤 것도 진행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재단이 벌어들인 수익이 어디에 쓰였는지 의혹이 제기된다는 의미다. 시사저널은 이상의 내용에 대한 아름씨에스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임준확 이사장에게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기사 마감을 앞둔 1월30일까지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고객 등치는 상조 서비스
‘올바른 장례문화’를 표방한 아름씨에스가 다단계 영업으로 빠르게 회원을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일반 상조업체의 서비스가 소비자의 요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선불식 할부 거래로 각 서비스 항목들을 일괄 구매하는 탓에 고비용이 들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장례를 ‘맞춤형’으로 설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직 상조업자 유 아무개씨는 “없는 사람들은 없는 형편대로, 있는 사람은 있는 형편대로 장례를 치를 수가 없다. 다들 비싼 돈을 내면서도 소비자 선택 면에서 다양성을 가질 수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월7일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2014 한국의 소비자 시장 평가지표’에 따르면, 상조업계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시장으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전체 가구 소비 지출의 54.6%에 해당하는 주요 시장에 대한 소비자 평가를 6개 항목에 걸쳐 조사한 결과(1개 시장당 전국 20세 이상 성인 남녀 소비자 500명씩 표본 조사), 상조 서비스는 전체 35개 시장 중 32위를 차지했다. ‘비교 용이성’ ‘만족도’ ‘신뢰성’ ‘사업자 선택 가능성’ 등 4개 항목에서 ‘적신호’(경고) 등급을 받고 하위 5위권에 포함됐다. 시장 기능이 균형적이고 효율적으로 작동되도록 하기 위한 구조 개선이 시급하다고 진단된 것이다
오스만투르크 제국 부활 꿈꾸는 위험한 세력 2.4 시사저널
지금까지는 극단주의 단체들과 거리가 먼 것으로 인식되어온 한국과 일본에서 IS가 순식간에 국가적 이슈로 떠올랐다. 전문가들은 “동북아시아로 공격 대상을 확대하려는 의도”로 해석하기도 한다. 단순 무장 조직으로만 봤던 IS는 어느새 지구 반대편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아부 바크르 알 바그다디는 2005년 미군에 체포돼 이라크 남부에 있던 부카(Bucca) 기지에 수감됐다가 2009년 석방됐다. 기지를 나오면서 그는 뉴욕 출신 미군을 향해 “뉴욕에서 다시 만나자”고 말했다. 기지 안의 모든 미국인은 이 말을 농담으로 들었지만, 6년이 지난 지금은 더 이상 농담이 아니다. 알 바그다디는 이슬람국가(IS)의 최고 지도자가 됐고 IS는 점점 국가와 가까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어쩌면 IS는 정식 국가가 될 수도 있고 알 바그다디가 국가수반의 자격으로 뉴욕을 방문하는 것도 전혀 망상이 아닐 수 있다.
ⓒ AP연합
미국 정부는 국가를 상징하는 IS(Islamic State) 대신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the Levant)을 사용한다. 국가가 아닌 무장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그런데 일개 무장 조직을 상대로 국제 동맹군이 조직돼 대응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미국 주도의 공습은 효과가 크지 않다. 미국 국방부 스스로가 “5개월 동안 공습했지만 이라크에서 IS로부터 탈환한 영토는 1% 정도다”고 밝혔다.
IS는 빠른 속도로 국가에 가까워지고 있다. 로이터가 시리아 접경지대에서 인터뷰한 반(反)IS 활동가마저도 “그들이 어떻게 이처럼 빨리 근대 국가와 같은 구조를 만들어냈는지 대단한 일이다”라고 평가할 정도다. 그들이 점령한 지역 25만㎢는 영국의 크기와 비슷하고, 이 땅에는 약 800만명이 살고 있다. IS는 독립적인 재정 기반을 가지고 결산서도 만들며 도시 인프라를 정비하고 있다. 최고 지도자인 알 바그다디를 정점으로 인재를 유치해 재정·징병·법무·홍보 등 각 분야에 장관까지 배치해 행정부를 구성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근대 국가 구조 만들 줄 몰랐다”
IS의 목적은 명확하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대리인’을 뜻하는 칼리프를 정점으로 하는 이슬람 국가를 만드는 것이다. 1922년 오스만투르크 제국 붕괴 이후 사라진 칼리프의 지위를 부활하고 코란과 무함마드의 가르침을 엄격하게 지키는 국가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슬람 과격파 선배 격인 알카에다처럼 미국에 타격을 가하는 일보다 국가의 기반이 되는 영토 확보에 더 열심이다. 이런 무장 집단은 과거에는 없었다.
IS가 급성장한 배경에는 내전이 있다. 반정부 조직이 난무하는 혼잡한 상황을 틈타 내전으로 황폐해진 땅을 자신들의 지배 아래 두는 것을 주된 목적으로 삼았다. 이렇게 획득한 ‘영토’는 원래 중앙정부가 행정 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못했던 곳이다. IS는 복종하는 주민들에게 행정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선 통치 조직을 갖췄다. ‘칼리프’인 알 바그다디가 맨 위에 포진하고 그 아래에 12명의 집단지도체제를 뒀다. 알 바그다디의 옆에는 시리아와 이라크를 담당하는 부관이 한 명씩 포진했다. 최근에는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담당하는 인물도 배치했다. 뉴욕타임스는 “집단지도체제 아래에는 재정, 무기 관리, 전투, 징병 등을 책임지는 장관이 있는데 알 바그다디가 직접 임명한다”고 전했다.
CNN에 따르면, 점령 지역은 24명의 지사가 나누어 맡는다. 배치된 지사들은 행정을 담당하는데 외국인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역에서는 세금을 징수한다. 인두세인 ‘지즈야’를 비롯해 대중교통 이용료, 통행세, 보호세 등을 걷고 있다. 하지만 아사드 정부보다 세금이 적기 때문에 거리의 상인들 중에는 오히려 환영한다는 보도가 오래전부터 나왔다. 도로를 보수하고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식량 배급소를 설치했으며 전력 공급도 했다. 한때 아프가니스탄을 지배했던 탈레반은 소아마비 백신이 아이를 불임으로 만들려는 서구의 음모라고 주장하며 금지시켰지만 IS는 소아마비 백신 접종도 추진한다는 얘기가 있다.
‘반대파 수용’ ‘외국인 등용’ 통치 전략
의외로 IS는 현실적이다. 예컨대 반대파들을 무자비하게 제거할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IS는 시리아의 라카를 점령한 후 식량을 유통하는 책임자를 아사드파에서 임명했다.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현지 댐의 직원들은 아사드 정부의 녹을 먹고 있었지만 이후에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었다. 라카의 통신망은 튀니지 사람이 담당했다. 자신들의 적인 아사드파나 전문성을 띤 외국인을 배치하는 것은 IS의 통치 수단이 꽤나 현실적이라는 점을 보여준다.
일본에너지경제연구소 중동연구센터의 호사카 슈지 이사는 “과거의 무장 집단은 점령 지역의 주민들을 착취의 대상으로만 여겼다. 목적을 자신들끼리만 공유했는데 IS는 다르다”고 지적했다. IS는 이런 방법으로는 ‘국가’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점령지의 여성과 IS 대원을 결혼시키는 등 목적을 공유하기 위한 여러 가지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는 게 호사카 이사의 설명이다.
물론 IS가 제공하는 사회적 서비스는 종교적 엄격성을 가져야만 누릴 수 있다. 수니파 중에서도 특히 엄격한 살라피즘(순수한 초기 이슬람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원리주의)에 의한 국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어서 “마치 탈레반 시대의 아프가니스탄 같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로 음주나 흡연은 엄격하게 금지되고 카메라도 사용할 수 없다. 여성은 피부를 보여서는 안 되며 남성 친족이 보호자 형태로 동행하지 않는 한 외출할 수 없다.
특히 보복과 처벌은 잔인하고 냉혹하다. 샤리아(이슬람법)에 충실한 형벌제도를 도입했고 이슬람 법정을 설치했다. ‘히스바’라는 이슬람 율법 경찰도 신설됐다. 처형은 통치의 강력한 수단이다. 처형은 광장에서 공개되며 IS에 거역하면 이렇게 된다는 본보기가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강력한 포교·개종 활동으로 종교적 정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점령 지역에 남아 있는 주민들은 살라피즘으로의 개종과 죽음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IS는 알카에다처럼 미국과 같이 멀리 있는 적을 상대하기보다 가까운 적을 설정했다. 알 바그다디의 꿈은 가까운 적과의 정복 전쟁에서 승리해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하는 칼리프 국가를 재건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가까운 적이란 그동안 시리아와 이라크를 지배해온 소수의 부패한 엘리트, 즉 시아파를 뜻한다. 그렇다 보니 지금까지 시아파에 시달렸던 수니파 무슬림들이 속속 IS를 지지하며 합류하고 있다. 영국 왕립합동군연구소(RUSI)의 아론 스타인 연구원은 “칼리프 국가를 수니파들이 받아들이진 않는다고 해도 최소한 믿음직한 정치 주체가 나타났다는 점은 인정받았다. 브랜딩에 성공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지금껏 다른 조직에 없었던 ‘분명한 목표’를 설정하는 것만으로 전 세계에서 무슬림 군인과 인재들을 IS의 영토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원유 밀매에 위조품 판매…수입 다변화 시도
국가처럼 진화하고 있다는 IS지만 국가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는 증언도 최근 제기된다. 지난해 12월25일, 워싱턴포스트는 이라크·시리아 내 IS 점령 지역 주민과 기자들의 말을 빌려 점령지의 모습을 전했다. 이라크 제2 도시로 IS가 점령한 모술에서는 “물을 소독하지 못해 마실 수 없으며 간염이 유행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탄탄해 보였던 IS의 행정이 흔들리는 주된 이유는 재정 부족 때문이다. 시리아와 이라크 유전에서 생산되는 하루 5만 배럴의 원유는 그동안 배럴당 20~35달러라는 헐값에 팔렸다. 원유 밀매로 매일 100만 달러를 벌어들였던 IS지만 최근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수익이 반 토막 났다.
그래서인지 최근에는 원유 이외의 재원 마련에도 힘을 쏟고 있다. 각종 위조품 판매가 그것인데 가짜 담배와 약품, 휴대전화, 여권 등을 공급하고 있다. 위조품은 시리아를 통해 터키로 나간다. 휴대전화 밀수가 최근 들어 5배나 늘었다는 증언이 있었고, 위조 여권은 터키에서 수천 달러에 판매 중이다. 이 같은 짝퉁 산업은 규제도 경쟁도 없으며 제재의 손길도 닿지 않기 때문에 무기나 마약보다 매력적인 자금원이 돼가고 있다.
진짜 김밥 ‘천국’을 찾아라! 2.3 한겨레21
저렴한 값의 김밥 대신하는 입 안의 작은 사치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 바르다김선생·로봇김밥·리김밥·고봉민김밥人 열전
건강한 국내산 재료로 만든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가 최근 늘어나고 있다. 과연 맛과 가격 대비 만족도도 ‘프리미엄’급일까? 정용일 기자
[쇼핑 주문서] 프리미엄 김밥은 ‘진짜’ 프리미엄일까?
[주문 내역] 얼마 전부터 김밥천국, 김가네, 충무김밥 등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대신 그 자리를 바르다김선생, 고봉민김밥人(인) 등의 생소한 브랜드들이 채우고 있다. 이른바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좋은 재료, 건강한 먹거리를 강조한다. 중국산 찐쌀로 만든 1천원짜리 김밥과는 차원이 다르다. 국내산 햅쌀은 당연하고, 100% 현미로만 밥을 짓는 브랜드도 있다. 남해 청정지역 김을 쓰고, 국내산 참기름과 고춧가루만 쓴다고 홍보한다. 그러다보니 김밥 한 줄의 가격도 3천~4천원대가 기본이다.
한 끼니를 가볍게 때우려는 ‘분식’에서 풍성한 식재료를 품은 ‘요리’로, 김밥의 위상이 올라선 셈이다. 서울의 유명하다는 김밥 전문점 앞에는 손님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한다. ‘바르다김선생’의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백화점 본점 매장은 지하 1층 푸드코너에서 가장 인기 있는 매장이다. 과연 맛과 가격도 그 명성에 걸맞을까?
[구매 목록] ‘고봉민김밥인’의 야채김밥(2500원)·매운김밥·돈까스김밥(각 3천원), ‘로봇김밥’의 생와사비참치마요김밥(3800원)·몸에좋은아몬드호두멸치김밥(4200원)·로봇갈비김밥(4300원), ‘리김밥’의 버섯불고기+매콤견과류 리김밥(4천원)·고다+에담치즈 리김밥(5500원), ‘바르다김선생’의 크림치즈김밥·매운제육쌈김밥(각 4500원) 등 총 11종.
좀더 깊이 있게 맛을 감별하기 위해 전문가 2명의 도움을 받았다. <미식가의 도서관>을 쓴 음식문화평론가 강지영씨와 8년간 CJ에 근무하면서 한식사업 개발에 참여했던 레스토랑 컨설턴트 이범준(현재 ‘로즈베이커리’ 운영총괄)씨. 지난 1월27일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이들은 서울 마포구 아현동과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사온 김밥 11종류를 직접 맛본 뒤, 꼼꼼하게 맛과 가격 대비 만족도를 점수로 매겼다.
김밥을 맛보기에 앞서 ‘프리미엄 김밥’이 인기를 끄는 배경에 대해 물었다.
‘건강’한 김밥, ‘요리’가 된 김밥
이범준(이하 이): 작은 사치다. 요즘은 외식뿐만 아니라 모든 소비 분야에서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돈을 조금 더 내더라도 유기농이나 원산지가 확실한 식재료를 먹으려는 자세가 돼 있다. 프리미엄 김밥은 김밥군에서는 비싸지만 전체 식품군에서는 비싸지 않은 틈새를 잘 노렸다. 그 안에서도 두 갈래 흐름이 보인다. 바르다김선생처럼 건강을 내세우거나, 고봉민김밥인처럼 돈가스 등 안 쓰던 재료를 써서 김밥을 요리처럼 격상시키려는 흐름.
강지영(이하 강): 사실 난 거품이라고 생각한다. 식문화라는 게 나라의 경제·문화 수준과 어울려 천천히 발전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핫한 것만 찾아다닌다. ‘미드’(미국 드라마)니, 각종 요리 프로그램의 영향이다. 대도시 문화의 영향도 있다.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간담회를 하면서 끼니를 때울 수 있는 고급스런 카페가 많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데도 일을 해야 하니까 시간이 촉박한 거다. 빨리 먹되 좋은 걸 먹고 싶으니까, 5천원짜리 길거리 샌드위치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면 1만5천원이 된다.
이: 가정식 백반도 그런 흐름이 나타난다. 저염식 건강밥상을 지향하는 ‘일호식’ ‘무명식당’ ‘파르크’ 등에서는 1만원이 넘는 백반을 파는데도 항상 사람이 바글바글하다. 삼시세끼를 밖에서 해결해야 하는 사람들이 건강식을 찾는다.
강: 어차피 9천원짜리 설렁탕 먹느니, 2천~3천원 더 내고 유기농에 건강한 밥상을 먹으려는 것 아니겠나. 지금 우리나라 식문화가 정점에 올라 있는 느낌이다. 몇 년 전부터 외식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도 늘어났고.
이: 프리미엄 김밥만 해도 대기업들이 눈독 들이는 시장일 거다. CJ 근무할 때 비빔밥보다 김밥이 들고 다니면서 먹는 패스트푸드라 글로벌화에 훨씬 유리하다고 주장했었다.
실제 최근 뜨고 있는 프리미엄 김밥 브랜드들은 직간접적으로 음식계의 ‘큰손’과 연관돼 있다. 바르다김선생은 ‘죠스떡볶이’로 유명한 죠스푸드의 2번째 외식 브랜드다. 2013년 1호점 개장 이후 현재 80여 개 매장을 거느리고 있다. 고봉민김밥인은 부산에서 유명한 김밥집을 운영하던 고봉민 사장의 이름을 딴 브랜드다. 사모펀드가 투자한 뒤 부산에서 전국으로 뻗어나가면서 가맹점 500호점을 돌파했다. 이 밖에 단풍애김밥, 가마솥김밥 등도 프랜차이즈 전문기업들이 띄운 브랜드다.
그렇다면 이날 비교해본 11종류의 김밥 맛은 어땠을까? 리김밥, 바르다김선생, 로봇김밥, 고봉민김밥인의 차례로 김밥을 모두 먹어본 다음 별점(표 참조)을 매겼다. 4개 브랜드의 김밥 포장 방식도 달랐다. 바르다김선생은 네모반듯한 종이상자 안에 넣었고, 리김밥은 일회용 종이상자로 아래를 받치고 위는 투명한 비닐랩으로 감쌌다. 로봇김밥과 고봉민김밥인은 자체 제작한 종이 포일로 말아줬다.
김밥의 주객전도 그리고 과유불급
강: 프리미엄 김밥이라면 포장에서 느껴지는 겉모습도 중요하다. 리김밥의 비닐랩은 뚜껑이 없으니까 김밥이 흐트러지고 안 좋다. 차라리 종이 포일이 낫다.
이: (리김밥의 매콤견과류김밥을 한입 베어문 다음) 너무 사이즈가 커서 먹기 불편하다.
강: 요즘 김밥들이 대체로 크다. 그래야 이슈가 되니까. 이따만한 김밥 먹었다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리고, 그게 짧게라도 유행을 탈 수 있으니까. 사실 김밥은 김이랑 밥이 맛있으면 다른 재료는 큰 의미 없다. 그런데 요즘은 재료를 많이 넣는 것으로 지나치게 경쟁한다.
이: 밥보다 재료가 많으면 고객들이 더 좋다고 느낄 수 있으니까. 리김밥의 고다+에담치즈 김밥은 별로다. 스모크한 향의 치즈는 원래 밥이랑 안 어울린다.
강: (네덜란드에서 온 에담치즈라고 매장에 홍보문구가 붙어 있다고 알려주니) 진짜 에담치즈는 쫀득한 느낌이라 김밥에 쓰기 적합하지 않은데, 가공치즈를 쓰지 않았을까 싶다. 차라리 이 치즈를 매콤견과류김밥에 썼으면 나았을 걸.
이: 바르다김선생은 채소 식감이 아삭아삭하고 맛있다. 매운제육쌈밥은 진짜 제육볶음을 채소랑 섞어넣은 듯한 느낌이다. 한입에 들어가는 크기라 먹기도 편하고.
강: 김밥은 어떻게 마느냐가 중요하다. 밥이랑 재료들이 촘촘하게 말려 있어야 한다. 바르다는 채소를 다른 브랜드보다 훨씬 가늘게 채썰어놨다.
이: 리김밥은 채소가 입안에 굴러다녔는데, 이건 그런 게 없다. 바르다 크림치즈김밥은 맛있긴 한데 달다.
강: 우리나라 유제품의 한계다. 외국은 크림 종류가 다양하니까 당을 첨가하지 않는데, 우린 무조건 가당 유제품들이다.
이: 로봇김밥은 100% 현미만 썼다는 게 분명히 셀링 포인트다. 그런데 밥이 질고 달다.
강: 맞다. 현미의 고소한 맛이 안 느껴진다. 인기 메뉴라는 아몬드호두멸치김밥은 입안에서 뻑뻑하게 퍼진다. 맛있는 음식은 입안에 들어가면 감싸는 느낌인데, 이건 부드럽게 넘어가지 않는다.
이: 생와사비참치마요김밥은 와사비 맛만 날 뿐이고, 로봇갈비김밥도 갈비 맛이 전혀 안 난다. 오늘 맛본 메뉴 3가지가 별로인 건지, 로봇김밥이 원래 이런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강: 김밥을 제일 잘 싼 브랜드는 고봉민김밥인이다. 어느 매장에서 샀느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프랜차이즈라면 맛이나 김밥 싸는 기술도 일정해야 한다.
최고 점수의 영예는? 고봉민 야채김밥
두 사람 다 고봉민김밥인의 야채김밥에 최고 점수를 줬다. “단무지가 너무 달거나 짜지 않고 달걀지단도 보슬보슬하게 잘 부쳐져 있다.”(강지영) “단무지 맛이 탁월하게 좋다. 고봉민이라는 개인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었다는 것 자체가 보통 내공이 아니라는 뜻이다.”(이범준) 2500원으로 비교적 싼값도 점수를 높인 요인이었다. 바르다김선생의 매운제육쌈김밥은 높은 평가(별점 5점 만점에 강: 4점, 이: 4.5점)를 받은 반면, 크림치즈김밥은 그다지 좋은 평가(강: 2점, 이: 2.5점)를 받지 못했다. 리김밥은 매콤견과류김밥이 그래도 괜찮은 맛(3점)이라고 평가됐지만 가격은 비싼 편이라고 지적됐다. 리김밥의 고다+에담치즈 김밥(5500원)에 대해서는 “차라리 그 값이면 햄버거를 먹겠다”(강지영), 로봇김밥의 로봇갈비김밥에 대해서는 “평가가 불가능할 정도로 별로다”(이범준)라는 혹평이 나왔다.
“프리미엄 김밥이라고 해서 속 재료에만 신경 쓸 게 아니라, 먹기 편하게 김밥답게 잘 싸는 기본에도 신경 써야 한다. 당장 시류에 편승해 값만 높여서는 오래 못 간다.”(이범준) 조만간 김밥시장의 옥석이 가려질 것이라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정말 맛있거나 자본력이 뒷받침되는 몇 곳을 빼면, ‘프리미엄’을 어설프게 내세운 후발주자는 본전도 못 건지고 망할 가능성이 높다. 한창 유행했던 찜닭 프랜차이즈들처럼.”(강지영)
‘부자증세’는 대한민국 성역인가 210 주간경향
ㆍ정부·여당 법인세 인상 난색… 최대 1000억원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는 재추진
‘복지를 위한 증세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경제위기의 비용을 누가 치르느냐’다. <왜 우리는 더 불평등해지는가>의 저자 김공회씨는 연말정산 논란은 ‘경제위기에 대한 비용부담’의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말정산에 대한 불만은 단순한 조세저항이 아니라 공정성에 대해 누적돼 왔던 문제제기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경제위기에 대한 비용을 부담한 쪽은 중산층과 서민이다. 구조조정, 비정규직, 청년실업, 가계부채는 중산층과 서민들이 경제위기에 치렀던 비용의 다른 이름이다. 이들이 치르는 비용은 재벌·대기업을 비롯한 최고 부유층에게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거액의 자산소득’이라는 선물로 돌아왔다. 양극화의 심화다. “가깝게는 2008년 이후, 멀게는 1997년 이후, 경제위기에 따른 비용을 누가 댔는가? 그에 따라 삶이 파탄난 게 누구인가?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복지가 기본적으로 이들을 돌보기 위한 것이라면, 그것은 적극적 의미의 복지라기보다는 경제위기에 따른 비용을 뒤늦게 치르는 것일 뿐이다.” 김씨의 말이다. 경제위기 이후, 심화된 양극화의 간극을 조금이라도 좁히는 것이 복지라면 그 비용부담의 주체는 우선적으로 부유층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13월의 세금폭탄, 연말정산 논란은 곧 부자증세에 대한 목소리로 이어졌다. 무너진 공정성에 대한 반사적 반응이다. 법인세 인상이 대표적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각종 공제를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이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다. 법인세 인하의 근거는 낙수효과다. 법인세 부담이 적어지면 기업의 투자여건이 조성되고 법인의 소득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이는 다시 고용 확대, 세수 증대라는 선순환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인세 인하 4년, 선순환은 없었다는 게 실증되고 있다. 선순환의 고리는 첫 단계에서부터 끊겼다. 법인세 인하는 기업의 투자 증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사내유보금의 증가로 이어졌다.
연말정산을 계기로 법인세 증세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지난해 12월2일 국회 본회의에서 사내유보금에 가산세를 물리는 내용의 법인세법 개정안이 통과되고 있다. | 경향신문 자료사진
법인세율 인하 뒤 실물투자 줄어
추미애 의원실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2013년 상위 20대 재벌그룹의 사내유보금 현황을 분석했다. 분석 결과 2013년 말 상위 20대 재벌그룹의 사내유보금은 총 588조9000억원으로 2009년 322조4000억원에 비해 1.8배 늘었다. 기업별로 보면 2009년 87조원이었던 삼성그룹의 사내유보금이 2013년 177조원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현대자동차는 2009년 45조였던 사내유보금이 2013년에는 98조원으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2배가 넘는다. 재무제표를 통해서도 기업들이 실물투자보다는 현금성 자산 불리기에 주력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무제표상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장·단기 금융상품, 매도가능 금융자산은 업무 관련성은 낮은 항목이다. 이들 항목은 고용창출 및 경영권 방어와도 거리가 멀다. 이 항목의 액수가 크게 늘어날수록 낙수효과의 선순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2007년 삼성전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장·단기 매도가능 금융자산을 합한 금액은 총 9조7000억원이었다. 2013년에는 35조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신세계는 2007년 이들을 더한 총액이 590억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8400억원으로 늘었다. 10배가 훨씬 넘게 늘어난 셈이다. 현대자동차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 장·단기 금융상품을 더한 금액이 2007년 4조원에서 2013년 14조원으로 10조가 늘었다.
그렇다면 법인세 인하가 투자로 이어졌는지 직접 확인해 볼 수 있는 실물투자액 추이는 어떨까. 금융상품과 현금자산이 늘어난 것과는 정반대였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대 재벌그룹의 2013년 실물투자액 추이는 총 9조6000억원으로 2009~2013년 중 규모가 가장 작았다. 삼성전자는 2009년 실물투자액이 7조였으나 2013년에는 2200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현대자동차의 실물투자액은 2009년 5조5000억원이었으나 2013년에는 5230억으로 10분의 1로 줄었다. 세금이 줄어도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곳간에 쌓아둔 격이다.
법인세 인하가 낙수효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기업소득과 가계소득은 더 크게 벌어졌다. 1992년의 가계소득과 기업소득 사이의 격차를 0으로 본다면 2010년대를 지나면 3.5를 오르내리는 숫자가 된다.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하기 위해서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최경환 부총리는 취임 이후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했다. 하지만 시작도 하기 전에 기업소득환류세제에서는 기업들이 충분히 세금을 회피할 수 있다는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김성환 한양여자대학교 세무회계과 교수는 최근 경영컨설팅연구에 ‘기업소득환류세제에 대한 기업의 회피 가능성에 대한 사례 연구’를 게재했다. 김 교수는 삼성전자의 2013년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분석해 기업소득환류세제를 도입해도 삼성전자가 추가로 세금을 부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기업소득환류세제의 과세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추가로 부담해야 할 세금이 적거나 있어도 소액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1월 21일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소득세 연말정산 논란과 관련한 긴급 당정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강윤중 기자
기업소득·가계소득 더 벌어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도입 때부터 기업소득을 가계소득으로 이전하는 역할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돼 왔다. 게다가 이에 대한 실증 분석까지 나오고, 연말정산으로 촉발된 조세 형평성에 대한 여론의 분노가 높아지자 새누리당 내에서도 법인세를 올려야 하지 않느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월 29일 새누리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나성린 의원은 박원석 정의당 의원 주최로 열린 ‘연말정산 파동, 문제와 해법은’ 토론회에 참석해 “정부와 여당이 법인세를 전혀 건드리지 않겠다고 얘기하지는 않았다”며 “법인세도 조금 인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나 의원의 발언이 당론과는 상관없는 개별 의원의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폭발하는 여론에 당황스러워하는 눈치다.
연말정산 논란으로 촉발된 법인세 인상에 대한 여론은 부자증세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 국회는 지금까지 부자증세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하면서도 재벌·대기업을 위한 세법 추진에는 적극적이었다. 정부·여당은 물론 야당 또한 마찬가지다. 연말정산에 대한 중산층·서민들의 불만이 거센 가운데 한쪽에서는 정부·여당이 기업에 5년간 2500억원 규모의 세금을 깎아주는 가업상속공제 관련 법안을 재추진하고 있어 논란이 됐다. 설립된 지 30년이 넘고 매출액 5000억원 미만의 중견기업 오너가 자녀에게 기업을 물려주면 최대 1000억원의 상속자산에 대해 세금을 한푼도 안 내게 한다는 것이 이 법의 골자다. 중견기업이 가업을 승계해 상속을 원활하게 할 수 있도록 상속세를 대폭 깎아주자는 취지다. 법안의 대표발의자는 새누리당 기획재정위원회 간사인 강석훈 의원이고, 발의자는 김광림·나성린·박맹우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다.
기업 투자 증대 등 선순환 없어
하지만 가업상속공제 관련 법안에 대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또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2013년 12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는 난데없는 법안 경쟁이 붙었다.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을 확대하려는 법안을 여야 막론하지 않고 낸 것이다. 기존 법안은 매출액 2000억원 이하의 중소·중견기업 중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해 경영한 기업을 대상으로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주는 것이었다. 당시 4개의 법안이 해당 상임위에 올라왔다. 정부안,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안,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안,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안이다. 모두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확대하자는 취지다. 정부안은 매출액 기준을 3000억원 미만으로 올려 대상 기업을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안은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올리고, 피상속인이 5년 이상 경영한 기업으로 조건을 대폭 완화하는 것이었다. 새정치연합 설훈 의원은 매출액은 유지하되, 피상속인이나 상속인이 5년 이상 계속하여 경영한 기업으로 조건을 완화해 대상을 확대했다. 새정치연합 조정식 의원안은 매출액 기준을 5000억원 미만으로 올렸다. 회의록을 보면 여당은 물론 새정치연합에서 아무도 이에 대한 반대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정의당 박원석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만이 여기에 대한 반대의사를 밝혔다.
회의록에는 박원석 의원이 가업상속공제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여당과 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 나온다. “정부와 새누리당, 그리고 새정치연합까지 부의 무상 이전에 대한 상속·증여세 세금 완화 경쟁을 벌이면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기업이 매출 3000억원 이하 기업으로 확대됐고, 일감 몰아주기 과세에서도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예외조치가 마련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사주의 가족이라는 이유만으로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서 사주가 이익을 편취하는 행위에 대해서 세금을 면제하는 것은 조세정의와 공평과세에 반한다.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과세는 대기업 사주나 중소기업 사주를 구분할 일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중소기업·중견기업의 사주라고 할지라도 부의 무상이전에 대한 정상적인 과세를 하는 것이 타당하고 원칙이라고 생각한다.”
미국 중산층의 붕괴를 다룬 책 <국가는 잘사는데 왜 국민은 못사는가>는 1%대 99%의 사회를 다루며 “월스트리트와 재계는 의회의 승인과 지원을 받으며, 중산층을 지탱했던 사회구조를 붕괴시키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갔다”고 밝혔다. 정치권이 만들어준 편향적인 세법이 부자들에게 전례없는 부를 가져다줬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야기만이 아닐 것이다.
연말정산 논란은 부자증세에 대한 여론에 불을 붙였다. ‘부자에게 증세를, 서민에게 복지를’은 2004년 17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노동당이 내걸었던 선거구호였다. 민주노동당은 이 구호를 통해 원내 10석 진출이라는 돌풍을 불러왔다. 낙관적인 거시지표와 달리 양극화의 체감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던 그 당시 이 구호가 유권자들에게 그만큼 와 닿았던 셈이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양극화는 더 심해졌고, 성장률과 같은 거시지표마저 나빠졌다. 연말정산 논란이 촉발한 부자증세 여론이 10년도 더 묵은 유권자들의 요구를 정치권이 받아 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prisoners of war / mighty mo rodgers
'세상과 어울리기 > 시사만평-주간 쟁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5. 2.16~17 (0) | 2015.02.17 |
---|---|
2.9~2.14 (0) | 2015.02.13 |
1.26~1.31 (0) | 2015.01.31 |
2015. 1.19~1.23 (0) | 2015.01.23 |
1.10~1.17 (0) | 2015.01.17 |